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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12, , 59. 3),, 7, 199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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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음은카르노맵의표이다. 논리식을간략화한것은? < 나 > 4. 다음카르노맵을간략화시킨결과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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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자표시 - 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이용자는아래의조건을따르는경우에한하여자유롭게 이저작물을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및방송할수있습니다. 이차적저작물을작성할수있습니다. 이저작물을영리목적으로이용할수있습니다. 다음과같은조건을따라야합니다 : 저작자표시. 귀하는원저작자를표시하여야합니다. 동일조건변경허락. 귀하가이저작물을개작, 변형또는가공했을경우에는, 이저작물과동일한이용허락조건하에서만배포할수있습니다. 귀하는, 이저작물의재이용이나배포의경우, 이저작물에적용된이용허락조건을명확하게나타내어야합니다. 저작권자로부터별도의허가를받으면이러한조건들은적용되지않습니다. 저작권법에따른이용자의권리는위의내용에의하여영향을받지않습니다. 이것은이용허락규약 (Legal Code) 을이해하기쉽게요약한것입니다. Disclaimer

국문초록 본고는헤겔적관점으로비극내에서드러나는화해개념을밝히는것을목적으로삼는다. 헤겔에게비극은개인및사회적영역에서발생하는대립과갈등및이로인한고통의경험을상연하는것으로규정된다. 그리고화해는이고통에굴하지않고, 오히려고통을계기로자신의한계를직시하는동시에이한계를뛰어넘으려하는인간의정신적힘이드러날때가능한것으로규정된다. 이렇게규정된비극적화해는헤겔철학을관통하고있는통일개념을보다분명하게제시해주는개념으로파악될것이며, 또한이를통해우리의삶에내재하는대립과이로부터발생하는고통의문제를살펴봄으로써부정적인위력들과의화해의가능성을제시하고자한다. 비극내에서의화해 를밝히기위해본고는크게세부분으로구성되어있으며, 그내용으로는비극의주인공, 비극의무대및배경, 비극의상연을전제로헤겔의주체개념 ( 주관정신 ), 인륜성개념 ( 객관정신 ), 예술철학 ( 절대정신 ) 을각각다룰것이다. 본고는 비극내에서의화해 를 죽음속에서의자기실현 으로정식화한다. 이때 죽음속에서의자기실현 은 ( 비극 ) 주인공이낯선운명이야기하는부정적인위력의압도속에서도이에굴하지않고, 오히려이안에서자신의목적을실현할때가능한것으로규정된다. 따라서 죽음속에서의자기실현 은비극의주인공과같은강한의미의주체가전제되어야하며, 이는곧헤겔이정립하고자했던주체의모습과정확히일치한다. 그근거로, 본고는정신현상학서문 (Vorrede) 에나오는부정적인것과함께머물수있는주체의능력이무엇인지를고찰함으로써, 비극과그화해를가능하게만들수있는비극의주인공을정초하고자할것이다. 그리고그결과로유한한현실세계에서부터주어진인과성과단절하고, 이단절위에서자신의목적을실현함으로써새로운존재를탄생시키 - i -

는주체의 마술적힘 이드러나게될것이다. 이를토대로본고는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을통해비극을가능하게만드는주체의탄생과정을보여줄것이다. 비극의무대및배경을전제로하는헤겔의인륜성은 나이면서우리이며, 우리이면서나 인정신개념을뜻한다. 헤겔은당대의유아론적주체모델들을 나는나 라고말하는동어반복에불과하다고비판함으로써, 타자와함께하는상호주관적주체모델을정초하고자했다. 이러한헤겔의노력은초기의사랑개념에서부터인정을거쳐인륜성에서비로소완성된다. 왜냐하면사랑은비록차이를간직한타자와의화해의정신이지만이는감정의차원에머물기때문에사회적모델로서부적합하며, 상호주관성을전제로하는인정역시도만약법과제도를매개하지않는다면 주인과노예 의관계에서드러나듯이한쪽의명령과다른한쪽의복종에불과한불완전한인정으로전락할위험이있기때문이다. 따라서헤겔은법과제도의매개를통한개인과사회간의소외없는궁극적인화해의영역으로서인륜성을주장하며, 이인륜성이곧비극의무대이자배경이될것이다. 마지막으로본고는절대정신으로서의예술철학을다루는미학강의로가서, 고대비극인안티고네와오이디푸스왕, 그리고근대비극인햄릿을통해서어떻게화해가상연될수있는지를살펴볼것이다. 그리고안티고네에서는사회적실체들이중심이되어드러나는객관적화해로, 오이디푸스왕과햄릿에서는개별주체들이중심이되어드러나는주관적화해로드러나게될것이다. 그리고본고는이객관적화해와주관적화해를근거로고대비극과근대비극에서드러나는고통의깊이의차이와이를통해헤겔철학내에서의예술과철학의관계로까지확장시켜봄으로써, 헤겔의 비극내에서의화해 에대한연구를보다심도있게다루고자한다. 이로써밝혀지는헤겔에게있어 비극내에서의화해 는결코평화롭거나조화로운공존의삶이불가능함을정확히인식하는데서출발한다. 그렇다면이앎의내용은바로영구적인평화와조화로운삶의불가능성을인정함으로써우리앞에펼쳐진절망과회의의길을정면으로응시하 - ii -

는것이다. 우리의삶이고통으로부터영원히벗어날수없다면, 이절망과회의의길을정면으로응시하며이를인정하는데그치지않고, 다시이절망과회의의길을뚫고비록그것이확신에불과하더라도나의목적을세계에실현하는의미로서 비극내에서의화해, 즉 죽음속에서의자기실현 을생각해볼수있을것이다. 주요어 : 헤겔, 비극내에서의화해, 정신현상학, 운명, 주체, 안티 고네와햄릿 학번 :2009-22785 - iii -

일러두기 본고는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Werke in zwanzig Bänden (Frankfurt:Surhkamp,1970) 에서출판된헤겔원전들을인용하며, 다음과같은약 어로표기한다. PhG ( 정신현상학 )-PhänomenologiedesGeistes,Bd.2. GPR ( 법철학 )-GrundlinienderPhilosophiedesRechts,Bd.7. Enz ( 엔찌클로페디 )-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 Bd.8.,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 Bd.9., Enzyklopädie der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 Bd.10. VPG ( 역사철학강의 )-VorlesungenüberdiePhilosophiederGeschichte, Bd.12. Ä ( 미학강의 )-VorlesungenüberdieÄsthetikI,Bd.13., VorlesungenüberdieÄsthetik I,Bd.14., VorlesungenüberdieÄsthetik I,Bd.15. 단, 헤겔의초기단편집및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은 H.Nohl 의헤겔의 청년기신학저술들 (1970) 의편집본을국역한정대성의번역본을따르기로하겠 으며, 다음과같은약어로표기한다. ETW - 헤겔, 정대성옮김, 청년헤겔의신학론집, 인간사랑,2005. - iv -

목차 국문초록 i 일러두기 iv I. 서론 - 비극적화해의이해를위한청사진 1 I. 비극을가능하게하는주체의정립과정 15 1. 타율적주체와형벌의세계 - 실정종교로서의유태교 20 2. 영웅적주체와비극의탄생 - 고대그리스 26 3. 자율적주체와운명의극복 - 예수의생애 31 I. 화해개념의전개과정 39 1. 화해의기원으로서의사랑 -직접적화해 40 2. 화해의전개로서의인정 -상호주관적화해 46 2.1. 욕구 -유아론의극복과상호주관성의단초 46 2.2. 인정 - 생사를건투쟁과주인과노예 56 3. 화해의완성으로서의인륜성 -개인과사회의화해 66 IV. 비극작품내에서의화해 76 1. 비극작품의규정성 80 1.1. 보편적세계상태 -영웅시대와파편화된개인의시대 81 1.2. 상황 - 대립의형성 85 1.3. 행위 -대립의전개및그해소 90 - v -

2. 비극작품에서의화해 95 2.1. 안티고네 - 객관적 ( 실체적 ) 화해 97 2.2. 오이디푸스와햄릿 - 주관적 ( 주체적 ) 화해 103 3. 고대비극과근대비극의차이 110 3.1. 명랑한고통과깊은고통 110 3.2. 현실적인것 으로서의예술과 이성적인것 으로서의철학의관계 115 V. 결론 - 비극을넘어비극적인것으로 119 참고문헌 127 Absrtact 132 - vi -

1. 서론 - 비극적화해의이해를위한청사진 본고는헤겔적관점으로비극내에서드러나는화해개념을밝히는것을목적으로삼는다. 헤겔에게비극은개인및사회적영역에서발생하는대립과갈등및이로인한고통의경험을상연하는것으로규정된다. 그리고화해는이고통에굴하지않고, 오히려고통을계기로자신의한계를직시하는동시에이한계를뛰어넘으려하는인간의정신적힘이드러날때가능한것으로규정된다. 이렇게규정된비극적화해는헤겔철학을관통하고있는통일개념을보다분명하게제시해주는개념으로파악될것이며, 또한이를통해우리의삶에내재하는대립과이로부터발생하는고통의문제를살펴봄으로써부정적인위력들과의화해의가능성을제시하고자한다. 비극에대한헤겔의관심은그의저서곳곳에서그리어렵지않게발견된다. 1) 그러나헤겔의사상내에서비극이차지하는의미를묻는순간, 우리는커다란어려움에직면하게된다. 왜냐하면헤겔은비극을단지문학의한갈래로서만파악한것이아니라, 우리의삶과문화전반에실재하는것으로파악하기때문이다. 헤겔은그의체계의성숙기를알리는정신현상학의 정신 장 ( 章 ) 에서소포클레스의안티고네와오이디푸스왕을직접분석함으로써인륜적세계에관한자신의이론을전개한다. 여기서헤겔은오이디푸스왕을통해서는앎과무지사이에서발생하는 1) 미학강의를제외하고서라도, 비극은그의저서곳곳에드러난다. 우선헤겔의초기저작인자연법논문에서는아이스킬로스의비극 3 부작인오레스테이아를끌어들여유기체적공동체에대한논의를전개한다. 그리고헤겔의성숙기를알리는정신현상학에서비극의중요성은더욱부각된다. 정신현상학 VI. 정신 장의 A. 참된정신. 인륜성 에서헤겔은비극작품인안티고네와오이디푸스왕을직접끌어와그해석을통해고대그리스의공동체의특징과그한계를밝히고있으며, 다시 VI. 종교 장의 B. 예술종교 에서비극에대한개념을통해고대그리스종교의특징과그한계를밝히고있다. 이처럼헤겔의비극에대한관심은단지선호를넘어그의철학체계를구성하는데중요한부분을차지하고있음을알수있다. 이와같은본고의견해와같이, 보어역시도 헤겔사상속에서비극의역할은구체적인인간의경험과그미적인표상의영역을훨씬능가한다 고주장한다.Karin de Boer,On Hegel:The Sway ofthe Negative(PalgraveMacmilan,2010)p.11. 앞으로한번인용된문헌들은저자명과출판년도만표기하도록할것이며, 간행물에수록된논문의경우에는그논문이속한간행물의이름을출판사자리에대신표기하도록하겠다. - 1 -

대립을중심으로개인적차원의비극을그리며, 안티고네를통해서는인륜적실체들즉안티고네가수호하려는가족의법과크레온이수호하려는국가의법이라는공동체적인제도및문화적가치들사이에서발생하는대립을중심으로사회적차원의비극을그린다. 이처럼헤겔은위의두작품에서주인공들이겪게되는비극적경험을단지극의무대위에서의상연이아니라개인적 사회적차원의현실세계위에서의상연으로파악함으로써, 비극적경험의주체를비극작품내의주인공들에서현실세계를살아가는우리로옮겨놓음을알수있다. 즉헤겔은비극을문학적관점뿐만아니라, 철학적관점으로도이해하는것이다. 비극에대한헤겔의철학적접근은그가 비극내에서의화해 (Versöhnung, 和解 ) 2) 를주장할때더욱선명하게드러난다. 헤겔은화해없는비극은비극이아닌단지 끔찍한혐오 일뿐이라는주장하고있기때문에, 이화해에대한논의는그의철학적토대위에서검토될때온전한파악이가능하다. 3) 왜냐하면일반적으로비극과화해는서로양립 2) 독일어로 화해 를뜻하는 Versöhung 은 속죄 란의미를지닌 Sühne 에서파생된단어로서종교적색채가강한단어이다. Sühne 의동사형인 sühnen 은 속죄하다및참회하다 란 büßen 이란의미이외에 다시좋아지다 라는 wiedergutmachen 의의미로도사용되며, 법률적인표현으로서 화해절차 란 Sühneversuch 의미로도사용된다.DUDEN 7 : Etymologie HerkunftswörterbuchderdeutschenSprache(BibliographischesInstitutAG Mannheim,1963), Seiten,695,741. 한자어표기는 화목하게지내다 란의미의 화해 ( 和諧 ) 대신, 대립을그치다 라는의미를지닌 화해 ( 和解 ) 로표기하기로하겠다. 이에대한더욱유익한논의로서 Hardimon 의 Hegel'sSocialPhilosophy:The ProjectofReconciliation,(Cambridge,1994), pp.85-87 를참고하라. 여기서하디몬은 화해 를지시하는독일어의 Versöhung 과영어의 reconciliation 의차이를주목하면서, 독일어 Versöhnung 에는영어 reconciliation 과는달리 변형과정 의의미가강하게함축되어있다고주장한다. 즉 사이좋게지내는상태 를지시하는 체념 과 타협 으로서의미가두드러지게드러나는 reconciliation 과달리, 독일어 Versöhnung 의의미에는근본적인방식으로행위나태도의변화를통해서 다시좋아짐 이라는과정의의미가두드러지게드러난다는것이다. 3) 헤겔의비극에대한논의에있어핵심이자가장어려운지점이이비극적화해에대한연구에있다. 따라서비극적화해에대한선행연구들의몇가지접근방식들의장단점을살펴본후에, 본고의연구방향을보다선명히제시하고자한다. 본고가보기에기존의헤겔비극에대한연구는크게두가지접근방식이있는듯이보인다. 첫째, 헤겔철학을중심으로 ( 전체적관점으로 ) 비극에접근하는방식과, 둘째비극을중심으로 ( 부분적관점으로 ) 헤겔철학에접근하는방식이있다. 우선첫번째접근방식은헤겔철학일반에드러나는화해개념을검토함으로써비극적화해의원리와의미를분명하게제시할수있는장점을갖는반면, 헤겔철학일반에서드러나는통일내지는화해에대한설명에치중함으로써, 비극에대한논의와그화해개념에대한특징이다소약하게전달되는단점을지닌다. 이러한접근방식을취하는연구자들로서 Boer 와 Wilams 가있다. 두번째접근방식은헤겔의비극을중심으로논의를검토하기때문에비극에 - 2 -

할수없는개념들처럼여겨지며, 괴테의주장즉 모든비극은화해할수없는대립에의존하고있으며비극속에서화해가등장하거나가능해지는순간, 비극은사라진다 는주장이오히려타당한것으로간주되기때문이다. 4) 그러므로화해에대한헤겔의독법을이해하기위해서는단지비극그자체의연구만으로는파악하기힘들며, 이는그의철학적토대위에서연구될때비로소그온전한의미가드러날수있다. 화해는사실상헤겔의모든저작속에등장하는개념이며, 그의철학체계내에서 - 그의철학의정점이라부를수있는 - 통일, 무한, 신적인것, 절대자, 그리고자유등등의개념들과거의동등한역할을수행하기때문에, 5) 이는 대한특징을보다선명히제시해주는장점을갖는반면,Menke 와 Baker 와같이사회철학적관점으로비극에접근함으로써비극적화해에대한설명에있어헤겔이주장하는화해의깊은의미를전달하지못하고있으며, 심지어 Szondi 와같이헤겔의비극에대한해석과변증법적해석을동일한것으로파악함으로써 ( 이에대한비판을살펴보고자한다면 Boer(2010),p.11 의각주 3 번과,Wiliams(2012),pp.124-5 를참고하라 ) 헤겔철학을비극철학으로까지보는과도한해석을낳을수있다는단점을지닌다.( 본고는헤겔철학의특징중하나로서비극철학적요소가있다는점은충분히동의할수있으나, 헤겔의변증법과비극을동일시함으로써그의철학의원리를비극의원리라고까지보는 Szondi 의주장에는반대한다. 왜냐하면헤겔철학의목표는분명통일과화해에있으며, 비록이화해와통일이비록대립이제거된조화로운상태를지시할수없다고할지라도, 헤겔은이동요하는화해와통일을긍정하며 여기가로도스다. 여기서부터뛰라 (GPR.26) 는낙관주의를주장하기때문이다.) 본고는첫번째접근방식이헤겔의비극에대한이해에보다타당한방식으로간주하며, 여기서드러나는단점을보완하는방식으로나아갈것이다. 우선 I 장에서헤겔이 나이면서우리이자우리이면서나 라고표현하는정신 (Geist) 의전개과정을고찰함으로써첫번째접근방식을따를것이며, 이방식에서드러나는단점을 I 장에서주체이론을검토함으로써보다분명한비극적화해에대한근거및해석을제시하고, 이를다시 IV 장에서비극작품에적용하는방식으로보완함으로써, 헤겔철학의통일개념이비극적화해를통해서보다분명하게드러날수있음을주장할것이다. 4) J.G.Finlayson,ConflictandReconciliationinHegel'sTheoryoftheTragic(Journalofthe History ofphilosophy,1999:july)p.493.,peterszondi,on Essayon the Tragic(Standford, 2002)p.25.,RobertR.Wiliams,Tragedy,Recognition,andtheDeathofGod(Oxford,2012) p.136. 괴테는 모든비극은화해할수없는대립에의존하고하고있으며비극속에서화해가등장하거나가능해지면비극은사라진다 고주장함으로써, 비극과화해가서로양립불가능한것으로파악한다. 그리고아마이괴테의주장이비극과화해를바라보는일반적인통념일것이다. 그러나헤겔은비극이드러내는대립과고통이라는부정적인위력을화해와분리된것으로파악하지않고, 오히려이것들을화해를위한본질적인계기로파악함으로써비극과화해의이분적법사유를지양한다. 많은헤겔연구자들은비극적화해의특성을드러내기위해괴테의주장을많이인용하곤한다. 괴테는비극과화해의양립불가능성을주장하지만, 오히려헤겔은화해를위한본질적인계기로서비극을파악한다. 5) 헤겔은사실상통일, 절대자, 신적인것, 무한, 화해의개념을동등한지위와의미를지닌것으로사용한다. 그리고헤겔은이단어들의사용에있어거의구분없이사용하는듯이보인다. 다만본고의견해로는통일은사유의영역이강조되는곳에서주로사용되며, 화해는삶 ( 존재 ) 의영역이강조되는곳에서주로사용된다. 이와같은본고의견해는전자가두드러지게드러나는 - 3 -

헤겔철학의목표이자그의체계의핵심으로파악되어야한다. 따라서헤겔의비극적화해를이해하기위해서는그의통일개념에서출발할때보다정확한파악이가능하며, 더나아가이비극적화해는헤겔철학의핵심인통일 ( 절대자, 신, 무한 ) 개념을보다분명하며생동감있게제시해주기때문에, 비극이헤겔의철학체계내에서끊임없이등장하는그이유라고까지볼수있을것이다. 그렇다면헤겔은왜자신의철학의목표를화해로삼았는가? 헤겔의화해개념은그가살았던당대의시대적상황과직결된다. 헤겔은그의시대를분리와소외로가득찬시대로파악했다. 이분리와소외를야기하는요인들로헤겔은기독교의실정성 (Positivität, 實定性 ) 6) 과계몽주의를지목했다. 왜냐하면헤겔은기독교의정신이변질되어더이상참된종교적기능을다하지못하고, 오히려내세의구원만을약속함으로써인간의삶과유리된경직된객관성이되었음을기독교의실정성문제를통해직시했으며, 또한계몽주의는이성의빛만을찬양하여비이성적인것 ( 감성, 자연, 욕구 ) 을억압함으로써, 주관과객관, 즉 나 와세계의분리를야기했다고보았기때문이다. 따라서헤겔에게있어화해는자신의시대의요청이었으며, 이러한시대의요청을그는자신의철학체계전체로대답하고자했다. 다시비극과화해의문제로돌아와서, 헤겔이주장하는비극적화해를이해하기위해서는그의비극과화해에대한정확한이해가선행되어 대논리학에서조차헤겔이화해란단어를사용하고있다는점에서반박될수있다. 그러나이문제는다시헤겔에게있어사유가무엇인지를검토해야만대답될수있는커다란주제이기때문에본고의연구범위를넘어서있다. 다만본고는헤겔에게있어사유란삶 ( 현존재 ) 과유리되거나분리되어그자체로존재할수없으며, 삶 ( 현존재 ) 으로부터시작하여삶 ( 현존재 ) 을완성해나가는우리의능력이기때문에, 사유와삶 ( 현존재 ) 은서로분리될수없으며순수사유의관점과삶의관점에서드러나는차이만존재할뿐이라고주장한다. 헤겔이파악하는이러한사유의특징은대논리학의서론 (Einleitung) 의다음의문구에서보다명확히드러난다. 순수학문은사유 (Gedanken) 가또한못지않게사태그자체 (Sachansichselbst) 인한에서사유를지니고있으며, 사태그자체가또한못지않게순수사유인한에서사태그자체를포함한다. G.W.F. Hegel,WissenschaftderLogikI.S.43. 또한이러한본고의견해를지지해주는근거로, 헤겔은대논리학전체에서 화해 란표현을현존재의측면이강하게드러나는 존재론 에서만사용하고있음을상기하라. 6) 여기서실정성 (Positivität) 이란일종의법, 교회등과같은객관적제도들이화석화된객관성으로만남아개인들의자율을억압한채, 오직명령과복종만강요함으로써발생하는사회적문제를지시한다. 이는 I.1 장에서실정성의종교적형태로서보다자세히고찰될것이다. - 4 -

야한다. 본고는이에대한이해를돕고자헤겔의초기저작자연법논 문에서그가비극을정식화하는구절을인용하고자한다. 비극은절대자가스스로를영원히유희하는인륜안에서 의비극의상연일뿐이다. (JenaerSchriften,Bd.2.495) 앞서이미언급했듯이, 헤겔에게있어비극은단지무대위에서상연 되는극의차원을넘어개인및사회적영역에서상연되는실재의사건으 로파악된다. 그리고헤겔은비극을그의철학적개념인 인륜 안에위 치시킴으로써개인의자의나우연적인실수로인해발생하는고통과몰락 의경험이나, 외적요인들 ( 자연재해나질병 ) 에의해발생하는고통과몰 락의경험을비극에서제외한다. 왜냐하면이러한경험들안에존재하는 것은단지외적인부정적인위력그자체일뿐, 인륜적토대위에서발생 하는개인과사회적의미에서의대립과갈등이없기때문이다. 따라서엄 밀하게헤겔적의미에서비극은개인의주관적차원과그가몸담고있는 사회적차원의의미를내포해야하며, 이안에 ( 즉인륜안에 ) 내재하는대 립과갈등으로인한고통의경험들만을비극이라부를수있다. 한편위의인용문에서화해의의미는헤겔이 인륜안에서의비극의 상연 이곧절대자의드러냄이라고언급한곳에서그단서를찾을수있 다. 헤겔에게있어절대자는곧신이며무한자이자통일이다. 그리고헤겔 이파악하는절대자의특징은유한과대립하는악 ( 惡 ) 무한 (dasschlechte Unendliche) 적성격을갖는것이아니라, 유한을자신의계기로포함하는 진 ( 眞 ) 무한 (daswahreunendliche) 적성격을갖는다. 유한을자신의결과 로삼는무한은유한안에서자신을드러내는절대자에상응한다. 그것은 지성 (Verstand) 의이원론적사유를지양한이성 (Vernunft) 의결과이다. 7) 따라서헤겔에게있어절대자는유한과대립하는것, 또는유한을배척하 고억압하는것이아니라, 오히려유한과의통일이다. 8) 이 하나됨 이곧 7) 지성 (Verstand) 와이성 (Vernunft) 의구분에대한설명은본고의각주 16 번을참고하라. 8) 본고가개진하는절대자의서술은구조적인설명일뿐임을분명히밝혀둔다. 앞서언급했듯이, 헤겔의절대자, 신, 무한개념은그의전체철학체계를관통하는개념일뿐만아니라, 그의전체철학체계의결과이기때문에, 이자리에서그의미를온전히밝히는것은본논문의주제와범 - 5 -

화해라면, 화해의성격역시이와같은구조로이해되어야한다. 즉화해는불화나갈등과같은자신과대립하는위력들을자신의부정적인계기로삼아이위력들안에서자신을긍정적인위력으로드러낼때성립한다. 바로이것이헤겔이생각하는참된무한이자통일개념이다. 따라서헤겔적의미의화해는어떤정적인상태가아닌하나의과정또는운동으로서파악되어야하며이전체과정을거치고난후에야비로소얻을수있는결과이다. 그리고이러한과정을거치지않는화해는 진지함 이없는그저 진부한 (PhG.24) 화해일뿐이다. 이러한화해의의미에서비극을바라본다면, 비극은부정적인위력이전면에등장하는 고통 과 부정 의순간을그려낸다. 그러나비극에서부정적위력에압도당한개인들을통해서다시긍정적위력의화해가등장한다고헤겔은주장한다. 그렇다면비극에서겪는개인들의몰락과파멸앞에서도대체어떠한긍정적위력의화해의의미를찾을수있는가? 앞서언급했듯이, 헤겔의화해는하나의전체과정과이로부터산출되는결과모두를뜻하는것이지결코그결과만을뜻하는것이아니다. 만약비극의결말만놓고본다면, 그안에서는개인들의몰락과파멸이라는부정적인위력의압도만이존재할뿐긍정적위력의화해를생각하기는힘들다. 그러나비극의전체과정과함께결말을생각한다면, 예를들어안티고네와크레온은무엇때문에대립하고있는지, 그리고왜그들각각은정당한주장을하고있음에도결국파국과몰락의운명을맞이해야했는지를생각해본다면, 비극은이부정적위력이개인들을압도할때만드러날수있는은폐되어있던진실과이를통해오히려더욱선명히드러나는인간의정신성을깨닫게해준다. 그리고이정신성의드러남이곧헤겔이말하는부정적위력안에서등장하는긍정적위력으로서의화해의의미이며, 또한절대자가자신을세계에상연하는순간인것이다. 인간은자신의한계를깨닫는순간, 그한계를넘어새로운가능성을모색하게된다. 이과정이유한했던주체가비록이순간만이라고할지라도무한한주체가되는순간일것 위를초과한작업일것이다. 그러나이개념들을파악하지못한다면, 헤겔의그무엇도말할수없다. 따라서본고는최소한의이해를위해절대자의구조적설명을제공함으로써, 절대자와화해의관계및그안에나타난화해개념의특징을드러내고자한다. - 6 -

이다. 그리고이과정전체에서드러나는정신성이헤겔이주장하는절대자가등장하는순간이라면, 비극은부정적인위력의압도를통해서, 즉몰락과파멸이라는경험을통해서인간스스로가자신의한계를깨닫고, 그한계를넘어새로운가능성의세계로이행하는과정을상연하는것으로이해될수있을것이다. 이처럼비극내에서드러나는화해개념은헤겔의통일개념을보다분명하게예시해줌으로써그의통일개념이자칫불러일으킬수있는곡해들 -즉그의통일개념은차이와대립을배제하며, 모든차이는동일성개념안으로사라진다는오해- 을피할수있게해준다. 이제 비극내에서의화해 에관한본고의연구가갖는의의를살펴보기로하겠다. 앞으로살펴보겠지만, 본고는 비극내에서의화해 를 죽음속에서의자기실현 으로정식화한다. 따라서여타헤겔연구자들이주장하는화해의의미보다더욱강한의미를함축하며, 비극적화해에대한보다명확한관점을제시할수있다. 비극적화해에대한기존의한연구는헤겔이 비극작품의직접적인내용보다는거기서비롯되는효과의측면에비추어화해라는긍정적요소 를찾고있다고파악함으로써, 비극적화해는주인공들이아닌우리의관점이라는관객에게만가능하다고주장한다. 9) 그러나이주장의한계는곧바로헤겔의초기저작인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에서드러난다. 왜냐하면헤겔은여기서예수가자신의비극적인운명과화해했다고주장하기때문이다. 10) 또한헤겔은미학강 9) 서정혁, 아리스토텔레스와헤겔의비극론비교 ( 헤겔연구 30,2011),234-5 쪽. 저자는아리스토텔레스와헤겔의비극론들을비교하는것을논문의목적으로삼고있기때문에, 비극적화해에대한의미를온전히파악하지못하고있는듯이보인다. 그는헤겔의비극내에서화해가관객이라는 효과의측면 으로주장함으로써, 안티고네에서드러나는화해개념을설명하고자한다. 그러나한가지확실한것은헤겔은비극이전달하는 효과의측면 을무시하고있지는않지만, 안티고네에서발생하는화해를 효과의측면 이아닌, 그리스영웅들이담지하고있는사회적실체들간의화해라고부르고있다는점이다. 따라서이는잘못된견해이며, 또한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왕에서의주관적화해개념역시설명이부족한듯이보인다.( 이는본고가각주 3 번에서서술했듯이, 비극적화해에대한두번째접근방식을취했을때나타나는단점을보여주는좋은사례로서파악될수있다.) 그러나본고의주장, 즉주체의 죽음속에서의자기실현 이라는비극적화해의정식에따른다면, 주관적화해뿐만아니라객관적화해에대한설명까지도가능한장점을지닌다. 예를들어오이디푸스왕과햄릿의주관적화해는개인의측면에서낯선운명에굴하지않음으로써드러나는주체적화해를, 안티고네의객관적화해는가족의법과국가의법이라는사회적실체들은주체의동의없이는존재할수없는것들이기때문에, 이사회적실체들간의화해역시도주체의자기실현의결과로서파악될수있다. - 7 -

의에서오이디푸스왕과햄릿같은작품들에서도 주관적화해 를명시적으로표현하고있다. 바꿔말하자면, 헤겔은비극적화해를비극적상황에놓인주체가자신에게닥친낯선운명을극복한의미로사용하기때문에, 비극적화해는 효과 의측면이아닌 직접적인내용 의측면을강하게함축함으로써, 앞선주장의설득력은곧빈약한것으로드러난다. 그러나본고의강한의미의비극적화해개념을따른다면, 안티고네에서의객관적화해뿐만아니라햄릿의주관적화해역시도설명할수있으며, 또한헤겔의주체개념에대한이해까지도도달할수있다. 왜냐하면비극적화해는결국주체가고통과죽음에굴하지않고자신의목적을세계에실현할때비로소가능한것이기때문이다. 이런점에서국내뿐만아니라국외의저명한헤겔비극연구자들이그의주체개념을다루지않고비극에대한논의를전개한다는점은다소의아해보인다. 최근에국외에서출판된헤겔비극연구에대한뛰어난두저작인보어의 On Hegel 11) 와윌리암스의 Tragedy,Recognition,and the DeathofGod 12) 10) 조창오는 비극적인것 의탄생과 희극적인것 으로의이행 ( 헤겔연구 18,2005) 에서실정종교인유태교에맞섬으로써죽음을맞이한예수의운명을헤겔은비극의 근본적인형식 으로보고, 이운명과의대립속에서생의자기화해를이루려는비극적인것의시도가바로예수 였다고보고있다. 따라서예수의운명은비극의의미를지니며, 이때예수의운명과의화해는본고가다루고있는비극의주관적화해에상응한다. 11) 보어는이저작에서헤겔의초기저작인자연법논문에서부터체계의성숙기를알리는정신현상학에서드러나는비극의원리를추적함으로써, 어떻게헤겔이초기의비극의원리를그의성숙기의철학적원리로고양시켰는지를밝히는것을목표로삼고있다. 따라서이저작에서보어가피력하고자하는내용은헤겔의비극과화해그자체에있는것이아니라, 헤겔의비극과그화해의원리를통해헤겔철학일반의특징을밝히려는목적이강하다. 이는이저작의제목, 즉 OnHegel 에서드러나듯이, 보어는여기서비극에관한주된내용은 1 장부터 4 장까지만이어지며 ( 엄밀하게비극이란제목이들어간곳은 1 장과 4 장뿐이다 ),5 장부터 9 장까지는헤겔철학일반을설명하는데할애한다. 따라서이저작이지닌장점은헤겔의비극에대한설명을제공하는것을넘어헤겔체계전반에걸친해설서수준의역량을보여주고있다는점에있으며, 특히헤겔의어려운논리학의개념들을쉽게풀어서설명해주고있다는점에서뛰어난저작이라할수있겠다. 그러나이러한그녀의집필의도와이저작이갖는뛰어난장점에도불구하고, 여전히아쉬운점은헤겔의비극에대한이해를너무헤겔철학일반에기대어설명함으로써비극적화해에대한설명이다소약하게드러나고있다는것이며, 또한헤겔의주체개념다루지않음으로써주관적화해를드러내는오이디푸스왕와햄릿을도외시하고있다는점이다.( 참고로본고는보어의견해, 즉초기비극과후기비극의원리를구분하는그녀의견해에반대한다. 왜냐하면그녀가주목하는초기비극의 얽힘 (entanglement) 의문제와후기비극의 통일 (unity) 의문제의구분은너무도식적인이해에치우친과한해석으로본고는파악하기때문이다. 그녀는초기비극의구조를 ( 오레스테이아를통해서 ) 얽힘 - 대립 - 통일 로보고, 후기비극의구조를 ( 안티고네를통해서 ) 통일 - 대립 - 통일 로서파악함으로써, 초기비극 ( 얽힘 ) 과달리후기비 - 8 -

역시헤겔의주체개념을다루지않음으로써, 고대비극과근대비극의명확한구분과이로부터발생하는각각의객관적화해와주관적화해에대한명확한설명을제공하지못하고있다. 비록두저작들의목적과본고의목적의차이가있음에도, 헤겔의비극에대한이해의핵심은화해에있기때문에, 본고는여타다른저작들보다달리오직비극적화해에대한파악에만충실히했다는장점을갖는다. 이는바로본고의목차의구성에서도역시알수있다. I장에서는비극의주인공을, I장에서는비극의무대를,IV 장에서는비극의상연을제공할것이다. 그리고본고의연구가갖는여타부분적인해석적의의는논의를진행하는가운데밝히도록하겠다. 이제본고는이러한비극적화해에대한헤겔의견해를밝히는것을목표로삼으며, 다음의서술의구도를따를것이다. I장에서는청년헤겔이직면했던종교적실정성문제를다루고있는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에서시작하여, 비극을가능하게만드는주체의조건을살펴보고자한다. 이는동시에헤겔이비극을 인륜 에위치시 극에서는처음부터통일이전제된것으로주장한다. 그러나엄밀하게헤겔의통일개념은처음부터미리전제된것이아니라, 앞서의본고의주장처럼전체과정의결과로서만파악될수있다. 즉헤겔에게있어언제나 진리는전체 이기때문에, 초기비극이든후기비극이든통일및화해는전제된것이아닌비극의전체과정의결과로파악되어야한다. 다만본고는보어가지적하는이두비극작품들간의차이를이두작품들간의내용상의차이로간주한다. 그리고정신현상학에서안티고네가위치하는곳이 정신 장임을상기할때, 안티고네에서이미전제되어있는듯이보이는통일은 의식, 자기의식, 이성 을거치면서증명된결론에불과하며, 이증명된통일로부터다시 정신 장의논의가전개된다. 따라서안티고네에서전제된통일은 이성 까지의증명된결론, 즉 정신 장을시작하는확신 (Gewissheit) 에불과할뿐, 정신 수준에서의통일로파악할필요는없어보인다.)KarindeBoer,(2010) 12) 윌리암스는이저작에서헤겔과니체의비극및사상들을다루고있다. 따라서이저작은헤겔과니체사이를오가며, 이두철학자들의사상적특징과이로인해발생하는비극에대한입장차이를보여주고있다. 본고가보기에보어보다는헤겔의사상적특징들을체계적으로보여주고있지는못하지만, 헤겔의진무한의설명을칸트철학과의비교를통해제시함으로써비극적화해에대한이해를제공하고있으며, 종교적관점에서의 신의죽음 의문제와비극에서드러나는삶의 고통 의문제를심도있게다룸으로써, 헤겔의비극과그화해에대한이해를보어보다는상세히설명해주고있다. 그러나윌리암스역시헤겔의주체개념을다뤄야만파악할수있는고대비극과근대비극의차이를사상한채, 각각의객관적화해와주관적화해를구분없이설명하고있다는점이다소아쉽다. 그러나본고는윌리암스가비극적화해를 파괴와창조를모두포함하는과정 (p.137) 내지는 비극의해소와그최종성은불행과고통에놓여있는것이아닌정신의만족에놓여있다 (p.141) 고보는견해에는전적으로동의하는바이다.RobertR. Wilams,Tragedy,Recognition,andtheDeathofGod,(Oxford,2012) - 9 -

켰을때, 인륜을가능하게만드는주체의조건을밝히는중요한문제이기도하다. 그리고그결과로자율적주체의등장만이비극을탄생시킬수있는조건임이밝혀질것이다. 그러나여기서비록종교적실정성의문제에서출발하고있지만, 본고는이것이종교적영역에만국한되는문제가아님을분명히할것이다. 왜냐하면실정성문제는종교적영역을넘어사회적영역에서도기존의인식으로인정된가치들을아무비판없이있는그대로받아들일때발생할수있는문제이며, 헤겔역시도신이라는개념을단지종교적영역에만국한된것으로사용하지않기때문이다. 헤겔은유태교를실정종교로서파악했다. 왜냐하면유태교는율법이라는권위를내세워주체들에게명령만을강요했기때문이다. 이실정적인세계안에서주체는단지그에게기존의인식으로인정된것들 ( 예를들면, 사회적제도, 관습, 법그리고궁극적으로는신 ) 만이진리라여기며주어진것들을오직수동적으로긍정할뿐, 삶의주체성을상실하고스스로노예가된다. 따라서이러한주체에게발생할수있는비극이란주어진법을부정함으로써찾아오는죽음이라는형벌뿐이기때문에, 여기에서는그어떠한화해도발생할수없다. 헤겔은이를극복하고자예수의생애에서파악한운명개념을도입한다. 왜냐하면운명이라는개념을떠올리는순간삶의주체는 나 가되며, 기존의인식으로파악할수없는낯선운명이라는부정적인위력 (negativemacht) 을인정하는것이기때문에, 실정성 (Postivität) 의세계는지양되기때문이다. 그러나 나 가이러한운명의부정적인위력을외부에서주어진낯선강제로서파악한다면, 나 는삶의온전한주체일수없으며, 이러한주체에게비극이란단지우연과자의적인사건에불과할것이다. 그러나주체가운명이라는부정적인위력을외부에서주어지는낯선것이아닌, 나 의행위의결과로서받아들임으로써 나 의삶의완전한주인이될때, 비로소비극은탄생한다. 왜냐하면이러한주체의조건에서발생하는비극만이운명이라는부정적인위력이그를압도할지라도, 이에굴하지않고긍정적인위력, 즉운명과의화해를보여줄수있기때문이다. 또한이러한주체의특징은인륜성을가능하게만드는주요한계기이기도하다. 그러나여기서한가지유의할점은비극은고대그리스의영웅적주체에의해서탄생했다는점이며, 이는 I장의 - 10 -

주텍스트를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로삼고있기때문에, 이저작에서유태교와예수의기독교사이에위치한고대그리스에대한서술이누락되어있다는점이다. 이문제 ( 고대그리스의영웅적주체와예수이후에가능한근대적주체의차이 ) 를다시본론에서보다상세히다루겠지만, 헤겔은고대그리스인들을인륜성과비극을탄생시킨자율적주체로파악했지만, 아직그자율성에있어예수의등장이후에나가능한반성적주체에는못미친다고보았다. 이는 I장과 IV 장의진행속에서더욱분명히밝혀질것이다. I장에서비극을가능하게주체와비극이위치하는인륜안에서의주체의조건을살펴보았다면, I장에서는헤겔의화해개념이그의철학체계내에서어떻게전개되었는지를고찰할것이다. 이는동시에비극이위치하는인륜의객관적 ( 사회적 ) 조건을밝히는것이기도하며, I장의주체개념과더불어 IV 장에서서술될헤겔체계내에서 절대정신 ( 주관정신과객관정신의통일 ) 으로서의예술이담아내야하는내용인인륜성을정초하는작업이기도하다. 본고는 I.1 에서그출발로서화해내지는정신의원형으로평가받는사랑 (Liebe) 개념에서시작할것이다. 사랑은자기감정이라는자율성에근거하는타자와의화해의정신이다. 헤겔은이사랑을통해서만이외적인신과감성을배제한도덕성의명령에근거하는타자와의화해가아닌, 주체자신의자율에근거하는타자와의화해가가능하다고보았다. 그러나헤겔은사랑개념에서멈출수없었다. 왜냐하면사랑은감성적직접성에근거하기때문에, 그실현에있어사회적실천으로까지확대될수없기때문이다. 따라서후기헤겔체계 ( 특히법철학 ) 에서사랑개념은가족으로축소된다. 헤겔은이제감성적직접성 ( 내지는강한유대감 ) 이아닌이성에근거를두는, 새로운사회철학적관점의화해의모델을제시해야했다. 이러한노력의일환으로서헤겔은자기의식들간의 ( 또는개인과개인간의 ) 상호주관성을기반으로하는인정 (Anerkennung) 의문제를정신현상학의 자기의식 장에서다루고있다. 13) 따라서본고는정신현상학의 자기의식 장으로가서인정개념을 13) 본고는헤겔이 자기의식 장에서서술하는인정개념에도달해야만비로소주체가타자와의관계를통해서 나이면서우리이며, 우리이면서나 (PhG.145) 인화해로서의정신 (Geist) 개념에 - 11 -

고찰할것이다. 우선 I.2.1 에서는욕구개념을살펴볼것이다. 여기서본고는욕구개념을통해서데카르트식의유아론의극복과자기의식들간의상호주관성에대한헤겔의논의를살펴봄으로써, I.2.2 에서펼쳐질생사를건인정투쟁으로이행하는다리를놓아줄것이다. I.2.2 에서는생사를건인정투쟁의결과로주어지는주인과노예의불완전한인정관계에서출발하여, 주인과노예중과연어느쪽이 자기의식 장의핵심주제인 자기의식의자립성 을완수했는지를살펴볼것이다. 그리고주인과노예의불평등한인정관계를넘어, 법과제도를매개한보다사회적이며안정적인인정개념인인륜성개념으로이행할것이다. I.3 에서는화해의궁극적영역인인륜성 (Sitlichkeit) 개념을살펴볼것이다. 여기서인륜성이란국가, 가족, 종교, 법등등의사회적제도들과주체의통일된상태를지시하며, 이는주체가사회적제도들을강압적이거나무반성적으로수용하는것이아니라반성적인 ( 이성적인 ) 승인과정을거쳐이제도들의정당성들을입증했을때가능한통일개념으로드러날것이다. 따라서인륜성의상태안에서는객관적인제도와주체의관계는서로대립되거나각각의독립된관계가아니라, 객관적제도들은주체를통해서살아있는것이되며이와반대로주체는객관적제도를통해서보다안정적인삶을유지할수있게된다. 따라서이인륜성안에서헤겔이목표하는개인과사회의궁극적인화해가달성된다. 그리고이 인륜 에헤겔은비극의무대를, 즉사회적배경을정초한다. IV 장에서는비극에대한서술이가장풍부한미학강의로돌아가헤겔의예술철학적관점에서비극에대한설명을개진한후에, 그가예시한실제비극작품들의분석을통해서비극적화해의의미를살펴볼것이다.IV.1 은헤겔의예술규정을통해서비극에대한설명을개진함으로써, 비극에대한설명을보다상세히보충함과동시에정리하는작업이될것 그첫걸음을내딛을수있는근거가정립된다고생각한다. 따라서본고에서차지하고있는 I.2 의분량이본고의주제및여타다른장 ( 章 ) 들과비교하여길어보일수있지만, 헤겔이주장하는화해개념은유아론적주체의활동이아닌, 이주체가자신의내부로부터걸어나와타자와함께하는사회속에서정초될때비로소완성된다. 그리고이점이여타다른독일관념론전통의철학자들과헤겔을구분해주는지점이기도하며, 마르크스를비롯하여최근의하버마스와호네트와같은사회철학자들이헤겔철학에주목하는이유이기때문에, 다른장 ( 章 ) 들에비해다소할애하는비중이높음을감안하길바란다. - 12 -

이다. 14) IV.1.1 에서 세계적보편상태 를통해서영웅시대를지칭하는고 대비극과 현재의산문적세계상태 를지칭하는근대비극이서로다른 시대적배경하에서어떠한특징들을지니고있는지를고찰할것이다. 그 리고 IV.1.2 에서는비극적상황은어떻게조성되는지를, 그리고 IV.1.3 을 통해서는비극적대립은어떠한특징을지니고있는지를살펴볼것이다. IV.1 은앞선 I 장과 I 장에서본고가개진한비극과화해에대한설명을 다시예술적관점으로다시정리한것으로봐도무방할것이다.IV.2 에서 본고는실제비극작품들의내용을중심으로비극내에서의화해가어떻 게가능한지를분석할것이다. 안티고네에서중심이되는인륜적실체 들, 즉가족의법과국가의법은어떻게 화해할수있는지, 그리고오이 디푸스왕과햄릿에서중심이되는각각의주인공, 즉주체는어떻게 자신의운명과화해할수있는지를논의할것이다.IV.3 에서본고는고대 그리스의영웅적주체와근대의반성적주체각각은비극내에서부정적 인위력이유발하는고통을어떻게인식하고수용하는지를고찰함으로써, 고대비극과근대비극에서드러나는고통의차이를밝히고자한다. 이는 전자에서는 명랑한고통 으로, 그리고후자에서는 깊은고통 으로드러 날것이다.IV 장의마지막으로본고는비극적화해, 즉객관적화해와주 관적화해에서드러나고있는예술이지닌장점과그한계를철학과의관 계를통해고찰해봄으로써, 예술과철학의관계를 - 흔히들주장하고또 그렇게여기고있는 - 위계적인관계로파악하는것이아닌상호보완적 관계로증명할것이다. V 장의결론에서는앞서논의된헤겔의비극적화해에대한설명을 14) 여기서염두에둬야할점은헤겔의 예술철학적관점 이라는말의무게를인지하는것이다. 왜냐하면헤겔의예술철학은그의철학체계의정점인절대정신의위상을지니기때문에, 헤겔의예술철학적관점에서논의를전개한다는말의의미는최소한절대정신, 즉주관정신과객관정신의통일로부터출발해야한다는무게를갖는다. 따라서절대정신으로서의예술은결코 I 장에서두드러지게드러나는주관정신으로서의주체개념만으로파악해서는안되며, I 장에서두드러지게드러나는객관정신으로서의사회적가치들만으로도파악해서는안되는, 즉이양자의통일의관점에서파악되어야한다. 게다가비극은이러한절대정신으로서의예술안에서도최고의위상을지닌시문학이기때문에, 비극에대한논의의출발에있어그토대의건축에유념해야한다. 이런예술과비극이헤겔체계내에서갖는무게로인해,- 이것이전부라고볼수는없지만 - 본고의목차를 I 장에서의주체개념 ( 주관정신 ) 과, I 장에서의사회철학적개념이두드러지게드러나는인정및인륜성개념 ( 객관정신 ) 으로구성하는이유이기도하다. - 13 -

바탕으로, 오늘날우리의삶에비추어헤겔의 비극내에서의화해 가지니는의미들을되짚어보는것으로, 사실상의본고의연구는끝날것이다. 그러나본고는다시헤겔의 비극내에서의화해 개념에대한의미를개진하는가운데놓치고있는헤겔철학의다른주제들을살펴보고자한다. 왜냐하면본고가다루고있는각각의헤겔개념들은사실상많은헤겔연구자들에의해서하나의독립된주제로다뤄지고있으며, 그해석에따라많은논쟁들이존재하기때문에, 보다면밀한논의를통해서만그온전한의미들을밝힐수있기때문이다. 그러므로여기서는본고의주제에집중함으로써제외되었거나또는본고의미진한연구로인해서단지제안수준에그칠수밖에없었던개념들을잠시되짚어봄으로써, 본고의차후의연구방향및또다른헤겔철학의주제들을소개하는논의의공간으로할애하고자한다. - 14 -

I. 비극을가능하게하는주체의정립과정 알려진것일반 (Das Bekannte überhaupt) 은친숙한것 (bekannt) 이기때문에, 오히려제대로아는것 (erkannt) 이아니다. 인식의경우에어떤것을알려진것으로전제하며또한그것을그대로받아들인것은가장일상적인자기기만이자타인에대한기만이다.(PhG.35) 헤겔은정신현상학서문 (Vorrede) 에서 알려진것, 즉기존의인식으로인정되어있는것의내용을있는그대로받아들인것은 제대로아는것 이아니라고지적하며, 또한그러한주체의태도를 자기기만 이라고비판한다. 이와같은헤겔의비판은약한의미로보면기존의이론과사회적제도및문화적가치들에대해능동적비판을가하는주체에대한강조로서볼수있다. 이약한의미에서의능동적주체로인해, 이론영역에서는천동설에서지동설로의이행이가능했으며, 실천영역에서는한사회가정체되지않고발전해나갈수있는원동력을갖게된다. 그러나이약한의미에서는수동적이며무반성적인주체를헤겔이왜 자기기만 이라고비판했는지그의미는아직잘드러나지않는다. 알려진것 은이미전세대에서그타당성이검증된것이고, 또이를통해권위를갖는것들이기때문에, 주체가이를수동적이며무비판적으로수용한다고해서 자기기만 이라고표현될수없다. 또한기존의인식에의해인정된것이한계를드러내고있음에도그권위에억눌려이를외면한채있는그대로수용한다고해도, 이를 기만 이라고비판할수는있겠으나 자기기만 이라고비판할근거는다소약해보인다. 그러나 알려진것 에대한헤겔의비판을강하게받아들인다면, 이 자기기만 적주체의의미가보다분명히드러날것이다. 우선헤겔이파악하고있는강한의미의주체란무엇인지를알기위해서위의인용문뒤에나오는구절을살펴보기로하자. 분리의활동은가장놀랍고위대한, 아니차라리절대적 - 15 -

위력인지성의힘이자노동이다 ( ) 힘없는아름다움은지성을혐오한다. 왜냐하면지성은힘없는아름다움이할수없는것을그에게요구하기때문이다. 하지만죽음으로부터회피하며황폐함으로부터자신을순수하게보존하는생명은정신의생명이아니다. 정신의생명은죽음을감내하며그안에서스스로를유지하는생명이다. 정신은절대적분열상속에서자기자신을발견할때에만자신의진리를획득한다. 정신이이러한힘인것은, 우리가어떤것에대해 이것은아무것도아니거나거짓이고, 이제이로써다끝났다 고말하며그로부터다른어떤것으로넘어갈때처럼, 부정적인것을외면하는긍정적인것으로서가아니다. 차라리부정적인것과정면으로마주하며그것에머무를때에만이러한위력으로된다. 이러한머무름이야말로부정적인것을존재로전환시키는마술적힘이다. 바로이마술적힘이앞에서주체라고불렀던것이다. 주체는자신의지반안에있는규정성에현존재를부여하고, 추상적직접성즉단지일반적으로존재하는직접성을지양함으로써참된실체, 즉자기외부에매개를가지는것이아니라매개그자체인존재또는직접성이된다. (PhG.36) 헤겔은주체의사고의활동을 지성의힘이자노동 이라고표현하면서, 그특징을 분리의활동 으로서술하고있다. 주체는자신의사고의능력들중하나인 분리의활동 을통해서인식영역에서는의식과대상의불일치를유발하며, 실천영역에서는 나 와기존의사회적제도들및문화적가치들과의대립을발생시킨다. 따라서헤겔은이지성의힘을통해서주체는 직접적인관계 에놓인 아름다움 의세계, 즉기존의인식으로인정된가치들을지양하게만들수있다고주장한다. 주체가지닌사고의능력들중하나인이 분리의활동 을통해서만이론영역에서는천동설에서지동설로의이행의계기를지닐수있으며, 한사회를정체되지않게발전하게만드는원동력을지닐수있다. 그리고이것이바로기존의인식으로인정된세계내지는직접성에머무는 아름다운세계 를 - 16 -

운동하고생동하는세계로바꾸는주체의힘중하나이다. 이로써주체의 분리의활동 은기존의질서와단절하는 죽음 이된다. 이 죽음 은분열없는아름다운세계와의이별이며, 기존의인식으로인정된것 의권위가지배하는세계의균열이다. 15) 그러나여기서주의할점은이 죽음 은아직현실화되지못한비현실적인것이다. 왜냐하면주체는자신의분열의활동을통해기존의세계를부정만한것일뿐 ( 즉기존의질서와대립적상황에놓여있는것 ), 아직자신의목적을세계에실현하지못했기때문이다. 주체가 죽은것을고수하기위해서는최고의능력이요구된다. (PhG.36) 즉긍정적인것만존재하는아름다운세계를떠나부정적인것과대면하기위해서, 그리고 알려진것 의권위와맞서기위해서는주체에게 최고의능력 이요구된다. 주체에게요구되는이 최고의능력 은부정적인위력과대면하고 알려진것 의권위에맞서는순간에, 이것들이불러일으키는고통과위협속에서도자신을유지하며, 자신의목적을실현시킬수있는주체의힘이다. 그렇다면이때의주체의힘은 분열의활동 으로서의부정을다시부정함으로써긍정과종합의활동 16) 으로 15) 지젝은부정적인것과함께머무르기 ( 도서출판 b,2003) 를통해서정신현상학의이구절을유행시킨장본인이다. 지젝의헤겔독해의핵심은기존의질서와단절할수있는주체를강조하는것에있다. 그리고위의인용역시지젝이헤겔의단절의주체를설명하기위해사용한것이다. 실체 ( 모든존재자들의궁극적기반, 절대자 ) 가선주체적근거인것이아니라주체이며, 자신의타자성을정립하고그리고나서그것을재전유하는등의자기 - 차이화의작인이라는것이아니다. 주체 는현상화, 외양, 환영, 분열, 유한성, 지성등의비실체적작인을나타내며, 실체를주체로서개념파악한다는것은분열, 현상화등이절대자그자체의생에내속되어있다는것을정확히의미한다. 까다로운주체 ( 도서출판 b,2005),149-150 쪽. 본고는헤겔적주체가실체와단절한다는지젝의주장에동의한다. 그러나본고의견해로는지젝은헤겔의주체개념이지니는두계기중한계기인단절과부정으로서의주체를너무강조한나머지, 나머지한계기인화해와통일로서의주체를놓치고있는듯이보인다. 우리는헤겔에게서차이와우연성에대한가장강한긍정을발견한다. 절대지 (absoluteswissen) 자체는어떤근본적인상실에대한인정을지칭하는이름에다름아니다. 이데올로기라는숭고한대상 ( 인간사랑,2002),29 쪽. 여기서지젝은 절대지자체 를근본적인상실에대한인정으로파악한다. 만약 절대지 의 근본적인상실 의의미를헤겔의화해개념에는언제나대립과갈등의부정성이내재한다는의미로받아들일수있다면, 본고는여기에동의할수는있으나, 지젝의주장이여기서그칠뿐이라면본고는지젝에반대한다. 왜냐하면본고의견해로는헤겔의화해개념은단지이러한부정성을확인하고인정하는의미를넘어서, 다시긍정과종합이라는자기실현의강한화해적의미가담겨있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지젝의이단절의주체와화해의의미를더고찰하고싶으면, 성창기, 헤겔의주체 : 부정적인것에머무르기 - 지젝의헤겔해석중심으로 ( 철학사상,2012) 을참고하라. 하지만이논문역시주체의자기실현의강한화해적의미를파악하지못하고있다. - 17 -

이끌어야하는또다른능력이다. 그리고주체는자신이지닌이긍정과종합의힘을인식하고, 이를바탕으로실행에옮기는용기를통해서만, 아름다운세계에서 자신을순수하게보존하는 것이아닌, 자신의 절대적분열상 을감내하며부정적인것의위협과고통과알려진것의권위에맞서자신을실현시킬수있을것이다. 헤겔은이러한주체의능력을 정신의생명 에비유하면서 마술적힘 이라고부른다. 즉 마술적힘 이란 부정적인것을존재로전환시키는, 즉부정적인위력을두려워하지않고오히려이죽음속에서자신을실현시키는주체의능력인것이다. 더자세히설명하자면, 이 마술적힘 은 단지일반적으로존재하는직접성, 즉부정성없는친숙하고아름다운세계안에서거주하는것그리고 16) 여기서분열의활동의부정은무엇이며, 이를다시부정한다는것은무엇을의미하는가? 우선여기서헤겔은지성 (Verstand) 이란단어의사용을이성 (Vernunft) 를포함하는사고일반으로사용하고있는듯이보인다. 그러나문제는헤겔이다른저서들에서지성과이성을명백히구분하여사용하고있다는점이다. 그렇다면지성과이성은어떻게다른가? 지성은 고정된규정성 만을고수하기때문에하나의규정을다른규정들과분리된것으로파악하는사유능력을뜻한다. 따라서지성은전체와부분, 원인과결과등의이분법적대립을산출하며, 이고정된대립에머물러있다. 그러나이성은지성이산출한전체와부분, 원인과결과등에서대립하고있는두항들의그관계를파악함으로써이를다시종합하고통일시키는사고능력이다. 따라서지성의부정과이성의부정의의미는다른것으로파악되어야한다. 이에대한보충논의로서보어의주장을끌어들여보기로하자. 보어는헤겔의부정성개념을파악하기위해서헤겔의논리학을구성하는 존재론, 본질론, 개념론 에서각각드러나는부정성의의미를추적하고있다. 보어는헤겔의변증법을이해하기위해서는이중부정의의미파악만으로는부족하다고주장하면서, 논리학에서드러나는세가지의부정성의형태를고찰한다. 우선보어는 존재론 에서부정성은 없음, 즉 무 ( 無 ) 라는단지추상적의미를지닐뿐이라고주장하면서여기서의부정성은그어떠한대립도형성하지못한다고주장한다. 본질론 에서부정성은규정된부정으로서동일성과차이, 원인과결과, 전체와그부분과같이서로반대되는대립적의미를지닌다고주장한다. 개념론 에서부정성은 본질론 에서의대립을부정하는, 즉부정의부정이라는이중부정의의미를지닌다고주장한다. 보어는이 개념론 의부정성을절대적부정성이라고부르며, 자유, 목적론, 주관성과같은자기규정적인활동성을지닌개념을통해서 본질론 의대립을다시부정하는이중부정의의미를지닌다고주장한다.Boer,(2010)pp.54-83. 보어의설명을풀어설명하자면, 예를들어본질론적관점은원인과결과를분리 고정된것으로파악함으로써그것들을대립된것으로파악하는반면, 개념론적관점은원인과결과를인과성이라는종합내지는전체의관점으로파악함으로써본질론적관점에서발생된대립을부정하는이중부정의의미를지니며, 종합과전체의관점으로파악된인과성의개념은이로써분리와대립을넘어자기규정적인활동성을지닌것으로파악될수있다. 보어의이러한부정성의주장과관련시켜앞의인용문으로되돌아가보면, 지성의 분리의활동 의의미는 본질론 에서의부정성의의미, 즉 죽음 으로표상되는기존의질서와의단절을뜻하는대립적형태를지니며 ( 또한이대립적형태때문에헤겔은비현실성이라고부른다 ), 이지성에게요구되는 최고의능력 이곧 개념론 의대립을부정하는이중부정의의미를지닌자기규정적인활동성이다. 헤겔은지성의분리의활동에서의도적으로부정성이라는표현을사용하지않으며, 단절을뜻하는 죽음 이후에 부정적인것 이라는표현을쓰는것은이러한부정성의의미에혼란을피하기위해서인듯보인다. - 18 -

기존의인식으로인정된것 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것을거부하는, 즉오히려이것들안에서자신을견뎌내고자신의 규정성 을삶과세계에부여함으로써새로운존재를탄생시키는주체의능력이다. 그럼으로써주체는자신의삶과세계에창조주로서파악될수있다. 이로써앞서의질문, 강한의미의 자기기만 에대한대답을할수있게된다. 주체의이 마술적힘 은유한한현실세계로부터주어진인과성과단절하고, 이단절위에서자신의목적을실현함으로써새로운존재를만들어내는능력이다. 만약주체가자신이지니는이 마술적힘 을외면한채, 부정적인위력에고개를돌리거나 알려진것 의권위에굴복하는것은자신의권리를스스로부인하거나포기하는 자기기만 이되는것이다. 이문제를비극과관련시켜보기로하자. 비극은주체가부정적인위력과단지마주하는것이아닌, 이부정적인위력이전면으로등장해그를압도하는순간을상연하는것이라면, 주체는이부정적인위력과대면할수있는용기와부정적인것안에서자신을지켜낼수있는능력을갖춰야하며또한이것을증명해내야한다. 왜냐하면이럴경우에만헤겔이주장하는 비극내에서의화해, 즉 죽음속에서의자기실현 이라는것을생각해볼수있는가능성이열리기때문이다. 만약주체가삶과세계를구성할수있는자신의 마술적힘 을깨닫지못한다면, 이주체는자신을덮치는부정적인위력을외면하거나또는이에압도되어 끔찍한혐오 일뿐인화해없는죽음과파멸의상연만을보여줄것이다. 따라서엄밀하게말해서, 헤겔적의미에서의비극은바로주체가 최고의능력 을지녀야만, 부정적인위력의압도속에서도긍정적인화해의의미를산출해낼수있으며, 이 최고의능력 을지닌주체만이바로헤겔이주장하는비극을가능하게만들수있다. 이로써본고는헤겔의초기저작인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에서, 자기기만적성격이잘드러나는실정종교로서의유태교안에서주체가지니는특징과그한계를고찰한후에, 이자기기만적주체는왜비극을탄생시킬수없었는지를살펴볼것이다. 그리고 최고의능력 을지닌주체를정립하고자한예수의생애를통해운명개념을서술함으로써비극적 - 19 -

주체의성립과정을보여줄것이다. 그러나헤겔은비극의탄생을이두시기사이에놓인고대그리스로파악했다. 따라서본고는이두시기사이에비극을탄생시킨고대그리스적인영웅적주체의특징과그한계를살펴봄으로써, 고대그리스의주체는유태교내에서의주체와달리자율적이지만, 예수의등장이후에나가능한완전한반성적주체가아니라는것을밝히고자한다. 이러한서술상의매끄럽지못한진행은 I장의주텍스트를고대그리스에대한서술이없는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으로삼기때문에발생한것이다. 1. 타율적주체와형벌의세계 - 실정종교로서의유태교 청년헤겔은당대의기독교의실정성문제를직시했다. 여기서실정성이란, 어떠한사회적제도및문화적가치들이더이상부정성을내포하지않음으로써화석화된객관성만남은상태를지시한다. 바꿔설명하자면, 어떤제도및가치들이그정당성에대한물음을외면한채, 주체들의동의를통해살아있는것이되지못하고경직되고죽어있는객관성만남은상태를의미한다. 헤겔은이와같은실정적인상태를다음과같이서술한다. 달성할수있는것을뛰어넘을상상력이생겨나도현실이그것을용납하지않는이상그것을목적으로삼거나하지않으며오히려목적을현실에적합하도록낮춘다. 이와같은타성의생활은이제자연적인죽음을기다릴뿐이다. 타성은대립이없는행동이며, 거기에는단지형식적인지속만이남아있을따름이다. 목적의충실이라든가깊이같은것은거기서는이미문제삼을필요가없다. 거기에있는것은사물의표면을어루만질따름인외면적이고감각적인존재이다.(VPG.100) 헤겔은당대의기독교가이와같은실정성의상태에빠졌다고보았 다. 그결과, 참된기독교의정신은변질되어오직권위로서명령만하는 - 20 -

신과화석화된교리만이남았으며, 그안에서인간들은신과교리의명령에복종해야만했다. 그러나헤겔은당대의기독교가변질되어실정성에빠진것이지, 애초의기독교의정신 ( 예수의가르침 ) 은참된것이기때문에아직내적으로이실정성을극복할힘을지니고있다고보았다. 따라서헤겔은한편으로는기독교의실정성이발생한그원인을파악해야했으며, 다른한편으로는인간들의자유를어떻게정초할수있을것인지에대한연구에착수해야만했다. 이문제들을해결하기위한청년헤겔의사상적흐름을고찰하는것은헤겔철학의이해에도큰도움이될뿐만아니라본논문의주제를밝히는데있어 ( 즉기독교비판과옹호에서는화해와밀접한관련이있는그의절대자개념이무엇인지, 그리고칸트의수용과비판에서그의철학체계의특징및자유개념이무엇인지를파악하게해주는 ) 유익한것임에도, 본고는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으로돌아가 I.1 장의목적, 즉실정적인세계안에서주체는어떠한한계를지니며, 그한계로인해비극이왜등장할수없는지를밝히는것을목표로삼고자한다. 17) 17) 청년헤겔의사상적흐름의중심에는기독교의비판과이에따른칸트철학에대한입장변화가놓여있다. 헤겔연구자들은청년헤겔의시기를신학대학에입학했던튀빙겐시절부터베른, 프랑크푸르트, 예나시기로구분한다. 여기서중심이되고있는기독교의비판및이에따른칸트철학에대한입장변화의차이는베른에서프랑크푸르트시기로넘어가면서분명히드러난다. 헤겔은튀빙겐과베른시절까지는기독교에대한부정적인입장을나타내면서반기독교적인태도를취한다. 그리고이시기에헤겔은칸트철학, 특히그의실천철학을적극옹호하는입장을취한다. 이시기에헤겔은기독교의실정성에대한대안으로, 더이상실정종교의죽어있는신에게실천이성의권위를정초하는것이아닌주체자신의자율에정초하려던칸트를옹호했다는점은쉽게파악될수있다. 그러나프랑크푸르트시기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에서칸트철학의한계를지적하면서오히려기독교의정신 ( 예수의사랑의정신 ) 이칸트철학보다우월한것으로간주하며, 다시기독교를옹호하는입장으로돌아선다. 헤겔은칸트철학, 특히그의실천이성이비록주체자신의자율에근거한것임에도불구하고, 그의실천철학을 공허한, 내용없는, 추상적인 이라는수식어로비판함과동시에그대안을예수의사랑의정신으로내놓는다. 특히이부분이적어도두가지점에서매우논쟁적인부분이다. 첫째, 기독교와관련하여헤겔은무신론자인가 ( 베른 )? 아니면기독교의변호자인가 ( 프랑크푸르트 )? 둘째, 칸트철학과관련하여헤겔은칸트철학에서어떤가능성을봤으며, 어떠한한계로인해비판했는가? 첫번째논쟁지점을고찰하는것은헤겔의신내지는절대자개념을해명함으로써이개념이내포하는화해개념을파악하는데유익하며, 두번째논쟁지점을고찰하는것은헤겔의자유개념은칸트와같이주체자신의자율에근거하는것일뿐만아니라, 언제나사회적맥락과함께같이고려된다는점에서헤겔이자유개념을파악하게하는데있어역시유익하다. 그러나이두논쟁지점을밝히는것은매우중요하고또유익한것임에도본고의범위를넘어선것이기때문에, 여기서는다만문제제기의수준에서언급하는것으로그치도록하겠다. - 21 -

우선실정종교안에서드러나는주체의특징과그한계를살펴보기로하자. 헤겔은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에서아브라함의유태교를실정종교로보고, 이실정종교를극복하려는예수의생애에서운명개념을보았다. 그리고여기서의고찰대상은바로전자이다. 실정종교에서인간은규정되고지배되며, 신은주인이다. 신의대립자역시객관적인것으로서홀로외롭게있는것이 아니다. 그는신에의해지배되는자이다.(ETW,543) 실정적인유태교안에서인간들은신을 주인 이자 지배자 로섬기며, 신에의해규정되고지배당하는노예에불과하다고헤겔은보았다. 유태교가내세우는율법의권위는인간들에게명령을강요하고따르게함으로써, 인간의모든자율성을박탈한다. 이실정종교의강압아래서인간은율법의권위에서나오는타율적인명령의복종을통해서만자신을실현시킬수있다고믿는자기기만적상태에빠지게된다. 무한한주체는보여서는안된다. 왜냐하면볼수있는것 은모두한계지워진것이기때문이다.(ETW,475) 실정종교안에서인간들이자신을자율적인주체로드러낸다면, 그것은신에대한불복종이며이는그들의확신, 즉신의명령에복종함으로써자신을실현시킬수있다는믿음의포기가된다. 따라서유태교는인간의특수성을억압한채율법이라는보편성의원리만따르게하는화석화된권위에기초하고있다. 그러나헤겔의유태교비판에있어한가지염두에둬야할점은, 그는전적으로유태교를비판만한것이아니라는점이다. 유태교의강력한율법의강조는노아의홍수와같은적대적인자연의위력을극복하기위한노력의일환으로서, 이는 사유에의한산출물을통일체로삼아무한한적대적자연위에군림 (ETW.467) 하려는시도였다는점에서평가받을측면이있다. 그러나그들은적대적인자연성을극복하려는시도를, 율법이라는사유에의해산출된보편성의원리에 - 22 -

의해주체를억압하는방식으로실현하려했다. 헤겔은바로이점을비 판하고있다. 18) 유태교의실정성에대한헤겔의이러한설명에서주목해야할점은 여기서드러나는주체의자기기만적성격이다. 왜냐하면실정성을초래하 는원인은기존의강력한권위의대상에있는것이아니라, 주체자신에 게있기때문이다. 즉유태인의신은그들만의것이었으며, 그들이주인으 로섬기는신의권위는결국그들스스로가노예로전락함으로써더더욱 견고한것이되었다. 만약인간들의사유에의해서산출된개념으로서신 을가정해볼수있다면, 인간은자신이만들어낸사유의결과물에자신 스스로굴복함으로써노예가되는상황, 즉 자기기만 에빠진것이다. 19) 그리고이는사회적영역에서도발생할수있는실정성의문제이기도하 다. 예를들어이전세대가만들어놓은사회적가치들을현재의세대가 아무런비판적숙고없이받아들인다면, 그사회적가치들은영원한권위 를지닐것이며, 그런상태의지속은머지않아실정성의문제를초래할 것이분명하기때문이다. 그리고이런상태속에서주체는세계속에서의 자신의실현을기존의가치들에따르는것에불과한, 즉단지타율에의 해정초된가치들을실현하는것에불과할것이다. 타율에의한자신의 18) 여기에대한보다자세한설명을살펴보고싶다면, 남기호, 헤겔의 사랑 개념과그철학위상변화 ( 시대와철학 18,2008)7 쪽을참고하라. 19) 유태교라는실정종교에서드러나는주체의이자기기만적태도는정신현상학의 자기의식 장의스토아주의 ( 금욕주의 ) 와아주밀접하게관련이있다. 헤겔은자기의식의자유를고찰하는자리에서그첫형태를스토아주의로들고있으며, 그특징을바로 사유 (Denken) 로규정한다. 왜냐하면스토아주의에서자기의식은자연적욕구나현실세계를오직부정적인것으로만파악함으로써, 내면으로후퇴하여사유의보편적가치들만을따를때비로소자유가실현된다고믿고있기때문이다. 이러한스토아주의적인자유의실현은장점과단점을모두지니는데, 장점은자연적욕구와같은특수성의원리를따르지않고, 사유를통한보편성의원리를따름으로써정신적가치들을중시했다는데있다. 단점은그러나사유를통한이보편성의원리만을중시한나머지개인들의특수성을억압하고, 현실세계를부정적인것으로만파악함으로써결과적으로자신의자유를현실세계에서실현하지못하고오직자신의내면에서만실현가능한것으로전락하게되었다는점에있다. 헤겔은이러한스토아주의의특징과그한계를다음과같이서술한다. 이사유하는의식은그자신이추상적인자유로서스스로를규정함에따라오직타자존재의불완전한부정에불과할뿐이다. (PhG.159) 즉스토아주의적인자유는오직세계에자신을실현하는구체적자유가아닌, 그들내면 ( 사유 ) 에만머물러있을뿐인 추상적인자유 일뿐이며, 그들이믿고따르는그러나그들이창조해낸 스토아주의 라는사유의대상을부정하고현실세계로나아갈때, 비로소현실적인자유의의미를획득하게된다. 요약하자면스토아주의와유태교의실정종교안에서드러나는자기기만적태도, 즉자신이산출한사유의대상 ( 보편성 ) 의권위에스스로종속됨으로써자신의특수성을억압하는태도는결국같다고볼수있다. - 23 -

실현은참된의미의자유일수없다. 이주체는실정종교의신과화석화된객관성만남은법의권위에억눌려, 그가지니는최고의힘, 즉삶과세계를창조할수있는자신의능력을아직깨닫지못하고있다. 앞서의실정종교안에서의주체의특징을요약해보자면, 이주체는아직자신의능력을깨닫지못하고있기때문에, 자신이 자기기만 적상태에빠졌다는사실조차인식하지못하고있다. 따라서이때의주체는법이라는보편성을위해자신의특수성을모두포기함으로써, 자기자신에근거하는자율적자기실현이불가능한상황에놓이게된다. 즉, 그가지니는창조주로서의자신의능력을인식하지못한다면, 그는자신의 분열의활동 을통해발생하는부정적인것과아직대면할수도, 그안에서자신을견뎌낼힘도없을것이다. 이제실정적인세계안에서주체가대면하는형벌로서의부정적인위력의특징을살펴보기로하자. 헤겔은유태교안에서주체가대면할수있는부정적인위력을형벌로표현한다. 그러나이형벌은온전한주체자신의 분열의활동 을통해서발생하는부정적인것이아니라, 주체이전에주어진법과그위반을통해서발생하는것이다. 따라서 이형벌은그에게언제나낯선것 (ETW.553) 일뿐이다. 실정적인세계안에서법과대립하는주체는자신의온전한 분열의활동 을통해법그자체를거부하거나반대함으로써그가산출하는부정적인위력과대면하는것이아니라, 오직자신이전에존재하는법의규칙들중일부의위반및그결과로서주어지는형벌이라는부정적인위력과대면할뿐이다. 왜냐하면실정적인세계안에서주체는아직자신을법의창조자로서인식하지못하고있기때문에, 이주체는자신이산출한법의권위에스스로종속됨으로써자기기만적상태에놓여있다는사실조차깨닫지못하고있기때문이다. 따라서이주체가행하는법의부정은애초부터자신을법의주인으로생각하지못하고오직노예로인식할수밖에없는상태에서출발하는것이기때문에, 주체가제아무리법을부정한다고할지라도, 그는다시법에다시종속된다. [ 실정적인세계안에서의 - 인용자 ] 형벌은범법자가스스 - 24 -

로관계를끊었지만여전히의존하고있는법의위반된결과로주어진다. 그는법, 형벌또는그가행한것으로부터빠져나갈수없다. 법의특성은보편성이기때문에범법자가법의내용을깨뜨리기는했어도그형식, 즉보편성은여전히남아있다. 범법자는법을깨뜨림으로써지배자가되었다고믿는데, 그래도그법은유지된다.(ETW.549-50) 주체는법을부정했지만, 아직법에종속된채남아있다. 그리고그결과로서주어지는형벌, 즉부정적인위력의압도속에서그가성취할수있는것은오직죽음뿐이다. 그러나이때의죽음은 부정성없는아름다운비현실적인세계와의이별 및 기존의인식으로인정된것의권위에균열을내고주체자신의인장을세계에찍는자기실현 이아닌, 그무엇도성취하지못하고맞이하는삶의파괴내지는무화일뿐이다. 법의주인으로서자신의능력과권리를깨닫지못한다면, 그는절대적주인으로서의법의영원한노예에불과할것이며, 또한비록그가법을부정함으로써주인으로부터탈출을시도한다고할지라도, 이는주인으로부터노예의탈출이라는타율적인의미만지닐뿐이지그자신스스로의노예의탈출이라는자율적인의미는없다. 따라서법의부정의결과로서주어지는형벌의순간또는부정적인위력이그를압도한순간에, 그가파악할수있는사실은단지죽음이라는삶의파괴에불과할것이다. 그리고이부정적인위력이실정적인세계내의주체에게전면으로드러나는순간을비극적인것으로부를수있다면, 이안에서는그어떠한긍정적인의미도, 화해의내용도찾아볼수없다. 헤겔은이러한실정적인세계에서발생하는비극을다음과같이정의한다. 유태인의커다란비극은그리스의비극이아니다. 그비극은공포도, 연민도불러일으킬수없다. 그두요소는아름다운존재가어쩔수없이저지른과오에서빚어지는운명으로부터발생하기때문이다. 유태의비극은혐오만을불러일으킬수있다.(ETW.490) - 25 -

실정적인세계의주체에게운명이란없다. 왜냐하면운명은비록낯선위력으로서주체에게다가오지만, 그발생은결국그자신의행위에서비롯된것이기때문에이역시도주체가책임을져야하기때문이다. 즉적대적으로변해버린삶역시도결국그자신의삶이기때문에, 그가자신의삶의참된주인이라면자신의의무를다해야한다. 그러나실정적인세계의주체에게는애초부터자신의삶에대한권리가없다. 권리가없으면책임과의무역시존재할수없다. 따라서헤겔은실정적인세계의주체에게운명이라는표현을사용하지않는다. 이제외부에서주어지는법에따라통제되거나, 법을위반하지않는주체를설명할수있는다른상태로, 즉주체자신의고유한삶을지시하는운명개념으로본고는이행할것이다. 그러나여기서주의할점은헤겔은운명개념을우리가흔히생각하는낯선위력이라는의미로만사용하지않는다는것이다. 헤겔은운명개념을예수의생애에서보았다. 그러나그이전에기독교정신과그운명을잠시떠나 아름다운존재가어쩔수없이저지른과오에서빚어지는운명으로부터발생 하는고대그리스로가야한다. 왜냐하면비극은고대그리스의영웅적주체들에의해서탄생된것이기때문이다. 2. 영웅적주체와비극의탄생 - 고대그리스 우리는고통받고있기때문에, 우리가잘못을저질렀음을 인정한다.(PhG.348) 20) 청년헤겔은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에서예수의등장과함께실정적인세계를극복할수있는주체일반의정립이가능하다고보았다. 청년헤겔의이러한견해는미학강의에서낭만적예술형식의종교를예수가등장한이후의기독교로보았으며, 그원리를바로 절대적주관성 으 20) 소포클레스, 천병희옮김, 소포클레스비극전집,( 도서출판숲,2008) 중안티고네,926 쪽. 한국어번역으로는 나는고통당하며내가죄를지었음을시인하겠어요. - 26 -

로파악하는데서확인할수있다. 이 절대적주관성 은바로앞에서서 술한낯선운명속에서도자신의삶을견실히지켜낼수있는주체일반 의특징과같다. 절대적주관성의개념에는실체적보편성과인격의대립이내재하는바, 그매개의성사는주관적인것을그실체로채우며또한실체적인것을자기자신으로알고 ( 이실체적인것을 ) 자신의의지로갖는절대적주관으로고양한다. 그러나정신으로서의주관성의현실에는유한한세계라는보다깊은대립이속하는바, 무한자는자신의고유한절대적활동을통해유한한것으로서의세계를지양하여절대자와화해하며, 이를통해그고유의본질을스스로에게대자화하고그리하여절대정신으로존재한다.(Ä I.143) 이러한주체의등장이비극을가능하게하는조건이라면, 비극은예수의등장이후에나가능한것이된다. 그러나헤겔은비극이고대그리스에서탄생했다고보았다. 이제고대그리스의정신은무엇이며, 이때주체의어떠한특징이비극을탄생시켰는지살펴보기로하자. 헤겔은고대그리스를인간의청년기로비유하면서그의미를 완성과는거리가먼, 실수투성이의청년기라는의미가아니라, 옹색한분별로보이는목적을위한노동이나노고에몸을던질필요가아직없고, 구체적이고신선한정신생활을구가할수있다는의미에서의청년기 (VPG. 275) 로보았다. 그리고헤겔은고대그리스를다음과같이평가한다. 그리스에이르러비로소정신은스스로를의지와앎의내용으로삼는데까지성숙하고, 나아가국가, 가족, 법, 종교가동시에개인의목적이되며, 개인은그것들과관계함으로써개인으로서인정을받는관계가성립한다.(VPG.275) 헤겔은그리스의개인들을실정적인세계에서와같이법에자신을종 - 27 -

속시키는수동적인주체로파악하는것이아니라, 국가, 가족, 법, 종교 를자신의목적으로삼고관계함으로써, 오히려이러한실체적위력들이그들의개별성에의해서완성되는삶과세계의능동적인주체로파악했다. 따라서능동적인주체로서의고대그리스인들은스스로를자신의삶과세계의주인으로서파악하고, 이를토대로자신의삶과세계안에서그들스스로가목적으로삼는 국가, 가족, 법, 종교 를실현해나감으로써, 사회철학적관점에서는 인륜적세계 를, 예술철학적관점에서는 이상 (Ideal) 으로서의미 를, 종교적관점에서는 예술종교 를탄생시켰다고헤겔은보았다. 그리고사회적실체들과주체들사이의이직접적인통일상태가바로고대그리스의영웅적주체의특징이다. 바꿔말하면, 그들에게법은바로영웅적주체그자신이었으며, 영웅적주체그자신이곧법이었다. 그러나이직접적인통일이가능했던것은한편으로는그들이비록자유로우며능동적인주체였기때문이지만, 다른한편으로는앞서헤겔이고대그리스를 청년 과비교했듯이아직은성숙한반성적주체가아니었기때문이다. 21) 능동적인그리스의주체에의해서그리스의신들은영혼과육체라는대립물들이함께깃든인간의형상으로탄생했다. 그러나그리스인들은오직신을살아있는인간의모습으로만파악했을뿐, 아직인간에게신의본성이깃들어있다는사실을깨닫지못했다. 비록그리스에서 신들은아직인간적이었기때문에, 인간은신다운존재 (VPG.304) 였으나, 그리스신화에서나타나듯이신들은인간세계에내려와분란과갈등을조장하고는언제그랬냐는듯이다시하늘로올라가 이상의고요 속에머문다. 그럼으로써신은단지인간이라는감각적현존재로파악되었을뿐, 아직그내면적본질은파악된것이아니다. 그러나 태어나고, 죽고, 십자가의죽음으로고통받았던예수는그리스의아름다운인간과는비할수없을만큼인간적 (VPG.304) 인신의아들이자인간의아들이다. 헤겔은예수의이러한특징을참된절대자, 즉아들없는아버지는존재할수없듯이신 ( 무한 ) 역시인간 ( 유한 ) 을통해자신을드러내는진무한적성격으로보았다. 따라서헤겔은기독교의신의등장과함께비로소 신의본 21) 보다자세한설명은 IV.1.1 에서다루고있으니참고하라. - 28 -

성과인간본성의잠재적동일성 (VPG.305) 을깃들게할수있는내면적정신에대한파악이가능하다고보았다. 본고는이그리스신들 ( 고전적예술형식 ) 과기독교의신 ( 낭만적예술형식 ) 에서드러나는이차이를근거로본고는 IV.3 에서고대비극과근대비극에서드러나는고통의문제로보다상세히고찰할것이다. 기독교는그리스인들에게는완전히낯설었던인륜성의범주들을결과로낳았다. 예컨대선과악의결단에있어양심의내적반성, 양심의가책과회한은현대의도덕적완성에비로소속하는것이다. 영웅적성격은회한의불일치성에관해알지못한다. 그가했다면한것이다. 오레스테스는어머니를살해했다고후회하지않으며, 그의행동에서촉발된복수의여신들이그를추적하지만그러나동시에유메니데스는순전히주관적인양심의내적가책으로서가아니라보편적힘들인것으로서표현된다.(ÄI.360) 고대그리스인들은, 비록기독교의등장이후에나가능한 양심의내적반성 에서나오는보다깊고진한고통의깊이를지니지는못했으나, 부정적인위력이그들을압도할때드러나는화해의순간을포착해냄으로써비극을탄생시켰다. 그리스비극의영웅들은예수와같이자신에게주어진죽음이라는운명의길을미리인식하고그가운데 내적반성 속에서죽음이라는결단을통해자신의목적을실현하려한것이아니라, 오직자신의목적을실현해나가는가운데발생하는갈등과대립을통한고통속에서그들의잘못을인정했으며, 부정적인위력이압도하는순간에도이에굴복하지않고자신의목적을관철하려했다. 22) 그리스비극의 22) 이러한본고의주장의설득력은지젝의다음의주장에서도확인할수있다. [ 기독교적 - 인용자 ] 탈아적사랑의이처럼극단적인형태는 ( 고대 ) 비극과는철저하게대립된다. 즉순수한사랑에서나는자유롭게나자신의파멸또는소멸에동의하며탈아속에서그것을받아들이는반면비극에서나는 ( 또한 ) 운명을받아들이기는하지만그것에동의하지않고외적인힘으로간주한다.- 비극적영웅은이힘을절대적으로거부하며, 끝까지그것에항의한다 ( ) 다시말해운명애 (amorfati) 라는개념과는반대로비극적주인공이운명에의한파멸을받아들이는데는아무런사랑도없다. 조형준옮김, 헤겔레스토랑 ( 새물결출판사,2013)160 쪽. 여기서지젝은 - 29 -

영웅들은 고통받고있기때문에, 잘못을저질렀음을인정 하기때문에, 부정적인위력이유발하는이고통은그들의잘못및한계를드러내주는수단이었다. 즉, 그들에게이고통은자신의일면적인앎과태도의한계를깨닫게해주며, 은폐되어있던진실을드러나게해주는기능을했다. 그러나그들은아직비극이전해주는이고통의계기를아직정신적화해를위한본질적인계기로파악하지못했다. 그결과그들에게이부정적인위력의압도를드러내는비극은언제나일회적인공포와고통으로다가올뿐, 주관적인양심의내적인가책 안에서오는보다깊은공포와고통의의미는없다. 우리는종종신은우리가극복할수있는시련만을안겨다준다고말을하곤한다. 그리고모진시련을극복한사람들만이이말을할수있거나이해할수있다는사실을우리는깨달아야한다. 왜냐하면모진시련을극복하지못하고그시련에굴복당한자는이말을할수있는자격도, 이말의의미를이해할수있는경험도없을것이기때문이다. 고대그리스인들이탄생시킨비극역시마찬가지다. 그들은자신들의삶과세계에현재하는부정적인위력을외면하거나이에굴복하지않았다. 오히려그들은이부정적인위력과대면함으로써자신들에게닥친시련과한계를뛰어넘고자했다. 그리고이러한그들의부정적인위력과대면하며, 이위력속에서도자신의인장을세계에찍고자했던그들의정신이곧비극을탄생시켰다고볼수있을것이다. 이제외부의현실세계를정복했던용감한그리스의영웅적주체에서예수가정립하려했던내면의자신감으로가득찬주체로이행해보기로하자. 본고의비극의구분과같이고대비극과기독교이후의근대비극의구분을사용하고있으며, 그차이를바로니체의철학개념인 운명애 로들고있다. 즉고대비극의주인공은 운명을받아들이기는하지만그것에동의하지않음 으로써예수에게서드러나는 자유롭게나자신의파멸또는소멸에동의 하는운명애는없다. 지젝은뒤이어근대비극의주인공들은신이죽은시대, 즉 모든윤리적실체를박탈당하고완전히굴욕적인상태에처하게되는 상황에처하기때문에, 오이디푸스나안티고네의비극보다훨씬더근본적 (161 쪽 ) 이라고주장한다. 본고는이와같은지젝의주장에전적으로동의하면서, 이문제를 IV.3 에서고통의차이와예술과철학의관계문제로보다심도있게다룰것이다. - 30 -

3. 자율적주체와운명의극복 - 예수의생애 상처를낸자가상처를치료한다. (EnzI,88) 23) 실정적인세계는결코영원할수없다. 왜냐하면실정적인세계의지속은역사의정지이자삶의정지이기때문이다. 실정적인세계의주체는자기기만적사유의한계때문에기존의법을부정한다고할지라도새로운법의지배자가될수없으며, 설령기존의법을파괴했더라도다시그는자기가세운법의권위에다시종속될수밖에없다. 이법 ( 주인 ) 과주체 ( 노예 ) 의악무한적인 ( 무한과유한의관계를이분법적대립으로파악한 ) 대립의연속은또다른이름의실정적인세계의생성과부정의반복에불과할것이다. 헤겔은실정적인세계의주체가빠질수밖에없는이러한악무한적인대립에대항하며, 유태주의를정면으로공격하는인물 (ETW.493) 의등장을예수로보았다. 그리고헤겔은예수가등장하는상황을다음과같이서술한다. 한민족의정신이그들의체제와법에서빗나가서이정신이그체제와법에더이상일치하지않게될경우, 사람들은어떤다른것을찾고추구하게된다. 새로운것을찾고추구하는그러한행위는각자에게서로다르게나타나며, 이를통해교육, 삶의양식, 요청, 그리고욕구등이다양한방식으로산출된다. 이런것들이이후점점더크게분리되어더이상서로양립할수없게될경우, 그것들은결국폭발하게되고, 인간의새로운보편적형식에따라, 새로운인간집단에따라새로운규정을얻게된다.(ETW.491-2) 헤겔이보기에예수는 유태의운명전체와투쟁 (ETW.523) 함으로 23)EnzyklopädieI, 24,Zusatz3,S.88 이구절은 I.2 장에서주체가낯선운명에의해상처받은자신의삶을다시치료할수있다는의미로사용될것이다. 주체가낯선운명에의해상처받은자신의삶을그스스로치료할수있다면, 그것은낯선운명과의화해가가능한것으로이해될수있다. - 31 -

써주체가지닌자기기만적인사유의한계를극복하고실정적인세계를지양하고자했다. 헤겔은실정적인세계와맞서는예수의투쟁속에서새로운세계의주체를탄생시키고자하는그의숭고한정신을보았다. 그리고헤겔은이예수의정신을바로사랑 24) 으로보았다. 왜냐하면사랑은낯선보편성 ( 법 ) 이아니며, 특수자 ( 주체 ) 의자기감정에근거하는자율적인타자와의화해의정신이기때문이다. 그러나보편성이라는낯선법의권위를사랑이라는자기감정에근거한주체에게부여하고자했던예수의시도는순탄치않았으며, 결국죽음이라는운명을맞이해야했다. 헤겔은바로이예수의생애에서운명개념을보았다. 이제운명개념을통해정립되는주체의특징을살펴보기로하자. 그러나그이전에앞서잠시언급했듯이, 헤겔은운명을흔히들생각하는우리의앎과의지와상관없이삶을지배하는낯선위력으로서만파악하지않는다. 헤겔은운명을주체가자신의삶의 분열의활동 을통해서스스로발생시키는부정적인위력으로파악하고있기때문에, 삶의분열그자체를운명으로간주한다. 더자세히설명하자면, 주체가 의도하는바의삶 과, 주체가그의도를세계에실현하고자할때그결과로그러나 의도하는바와정반대의결과로드러나는삶 모두를헤겔은운명으로파악한다. 순수하게객관적인율법대신예수는그것과는완전히다 른것, 즉주체일반을정립하였다.(ETW.528) 객관적인율법 의타율에서 주체일반 의자율적자기감정으로의이행은주체에게새로운삶의가능성, 즉자기자신의운명이라는개념을안겨다준다. 왜냐하면 운명은자기자신의의식이며, 자기자신을전체로보는의식 (ETW.505) 이기때문에, 주체는법이전의세계, 즉법의지배도, 법의부정도없는자신의삶의주인이된다. 따라서이운명개념안에서주체는자신의삶의입법자로서권리를지니게되며, 이로써실정성즉법에대한종속은해소된다. 따라서주체는이제자신의삶속에서 24) 사랑개념에대한설명은본고의 I.1 에서보다자세히다룰것이다. - 32 -

특수자로서의자유와보편자로서의권리를모두지니게됨으로써자신이지니는능력에눈을뜨게된다. 그러나이주체가극복한것은실정성일뿐, 그의삶에내재하며언제든그를파국과몰락으로이끌수있는낯선위력으로서의운명은아니다. 왜냐하면신의아들인예수조차도유태의전체운명과의투쟁속에서죽음이라는운명을맞이해야했기때문이다. 그러나이죽음은실정적인세계의죽음과는다른의미를내포하고있다. 왜냐하면이죽음은주체자신의 분열의활동 을통해유발된부정적인위력이기때문이다. 이제운명개념안에서삶의주인으로서정립된주체가대면하는부정적인위력의특징과그의미를살펴보기로하자. 기독교의신조차도고통의굴욕으로, 아니죽음의치욕으로건너감에서벗어나지못했으며또한영혼의고통으로부터자유롭지도않았으니, 이고통속에서그는 신이여, 신이여, 왜나를버리셨나이까? 라고외쳐야만했었다.(ÄI.234) 예수는실정적인세계에서의주체인노예들의삶에주인의권리를부여하려했지만, 무수한노력에도불구하고그는낯선운명으로서의죽음을맞이해야했다. 그리고예수의이죽음에서헤겔은실정적인세계의형벌로서의죽음과는다른, 또다른부정적인것의의미를파악했으며, 이를통해서낯선운명에대한화해의가능성을포착해낸다. 이지점이바로운명개념안에서의주체의특징이두드러지게나타나는부분이며, 이를통해주체의관점에서비극적화해가무엇인지밝히는데중요한부분이기도하다. 앞서의실정적인세계에서드러났던부정성은주체와법의대립이었다. 이때주체는법그자체즉법의보편적형식을부정하는것이아니라, 법의위반즉법의규칙화된특정부분만을부정함으로써, 법의권위아래다시놓이게되었다. 그리고주체가법과대립했던부정적인위력의의미는형벌로서의죽음, 즉삶의무화 ( 無化 ) 일뿐이었다. 만약비극이부정적인위력의압도, 즉주체의몰락과파멸의내용을담아내는것이라면, - 33 -

이때의비극은단지이러한삶의무화로서의죽음밖에드러낼수없기에, 단지 혐오 에불과한것이었다. 그러나운명개념안에서주체는주인으로서의법과의대립이아닌오직자신의삶안에서적대적으로변해버린삶, 즉낯선운명과마주하게되며, 이낯선운명은삶의분열이다. 25) 운명에갇혀있는것으로여겨지는인간의범법행위는따라서그의통치자에대한신하들의반란이아니며, 그의주인으로부터의노예의탈출이아니고, 종속으로부터의해방이아니다. 즉그러한범법행위는죽어있는상황으로부터의소생이아니다. 왜냐하면인간은살아있고, 그가행동하기전에분리나대립, 더군다나지배는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 법에의해통제되거나법에반하지않는고유한삶으로부터벗어남을통해서만낯선것이산출된다. 삶의무화는 삶이아님 이아니라삶의분열이다.(ETW.550) 운명으로표상되는부정적인위력으로서의낯선삶은실정적인세계 안에서의형벌과다른의미를갖는다. 왜냐하면운명안에서주체와대립 하는대상은더이상법과같은외부의낯선위력이아니라적대적으로 변해버린자기자신의낯선삶이기때문이다. 따라서여기서주체에게대 립되는대상은오직그자신의삶, 그러나 분열된삶 일뿐이다. 비록어 느순간의도치않게자신의삶이적대적으로돌변한다할지라도, 이적 대적인삶역시그자신의삶인것이다. 즉운명은부정적인위력으로서 낯선삶을표상하지만, 이낯선삶은실정적인세계에서와같이주체의 삶이전에주어진법에의해통제되거나반해서발생하는것이아니라, 주체의 고유한삶 의벗어남을통해서산출되는 나 의삶의부분이다. 이로써실정적인세계의 보편자및주인으로서의법 과 특수자및노예 로 서의주체의이중적세계관은운명안에서주체의삶전체, 그러나분 25) 조창오역시운명으로서의형벌은 자신이침해한것은타자의생이아니라오히려자신의생자체임을깨닫는다 라고주장하면서이를 전체로서의생의자기분열 로파악하고있다. 조창오, 비극적인것 의탄생과 희극적인것 으로의이행 - 헤겔의초기저작과정신현상학을중심으로 ( 헤겔연구 18,2005),288 쪽. - 34 -

열된삶전체라는하나의관점으로지양된다. 왜냐하면낯선운명역시그누구의것도아닌바로그자신의것이기때문이다. 전자에서법과주체의대립은견고하게분리 고정된이분법적사유로인해화해가불가능한것이었다면, 이제후자에서 고유한삶 과이를벗어난 낯선삶 은삶전체라는종합의관점으로화해의가능성이열리게된다. 이화해의가능성을함축하는 상처를낸자가상처를치료한다 는헤겔의주장을상기해보자. 만약우리가우리의삶에상처를낸자를낯선위력 ( 운명 ) 으로받아들인다면, 상처입은삶의치료는전적으로낯선자에게의존해야할것이다. 그렇다면이때의상처의치료는전적으로우연적인것이되며, 근본적인치료역시사실상불가능해질것이다. 따라서이화해가만약가능한것이라면 ( 또는가능하기위해서는 ), 우리의삶에상처를낸자를낯선운명으로받아들일수없다. 그렇다면도대체삶의상처를낸자가낯선위력으로서의운명이아니라면도대체누구란말인가? 운명의경우인간은자기의삶을인정하며, 그가그운명에 간청하는것은주인에게간청하는것이아니라자기자신으로 의회귀이며자기자신으로의접근이다.(ETW.553) 삶 (Leben) 이자기발생적이며자기조직적인활동을의미한다면, 인간의활동은행위를통해서자기발생적욕구나목적을충족 실현해나가며자신을조직한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 따라서인간의삶은언제나행위를전제한다. 그러나인간은행위를통해서언제나자신의욕구와목적을충족 실현할수없으며, 때론행위속에서자신의의도와상관없이발생하는결과들에직면하게된다. 예를들어선한의도로서남을도우려했는데, 오히려남에게피해를입히는결과를얻게된경우등이그러하다. 그러나이경우비록행위의의도의측면에서는그의잘못이없을수있으나, 행위의객관적결과의측면에서그는자신의침해에대한책임을져야한다. 따라서행위 (Handlung) 는주관적의도 (Tun) 와객관적결과 (Tat) 라는두계기모두를지니고있다. 26) 그리고주체의행위안에서자 - 35 -

신의의도에어긋나는객관적결과가발생하는상황을낯선위력으로서의운명이등장하는순간이라고볼수있다면, 그리고주체가자신의행위 ( 삶 ) 의두계기 ( 의도와결과, 고유한삶과낯선삶 ) 모두를자신의행위 ( 삶 ) 라고인정할수있다면, 이주체에게문제가되는것은이제낯선운명그자체가아니라, 적대적으로변해버린자신의낯선삶을어떻게책임지고극복할수있는지가된다. 운명은낯선 한일 (Tat) 를통해서만발생하는것같다. 하지만이낯선 한일 (Tat) 는단지동기에지나지않는다. 그러나낯선 한일 (Tat) 을통해운명이발생한다는말은운명이란낯선 한일 (Tat) 에대한수용방식과반작용의방식임을의미한다.(ETW.556) 만약주체가자신의행위의한계기인의도의측면으로만결부시켜운명을자신과분리된낯선행동의결과로서파악한다면, 그는낯선운명에대한수용을거부하고자신의행위에대한책임을다하지않게될것이다. 그렇다면여기서의운명은여전히분리된채낯선것으로남아있으며, 그는결국운명과화해할수없게될것이다. 운명에대한이와같은파악이아마도실정적인세계의주체가파악하는운명의방식일것이다. 그러나주체가자신의행위의두계기인의도와결과적측면모두를자신의것으로파악한다면, 그는이제낯선위력으로서의운명이아닌내행위의결과로서의운명을받아들이게됨으로써, 자신의삶에상처를낸자가바로자기자신이었음을깨닫게된다. 그리고이주체가자신의낯선운명을받아들임과동시에이에굴하지않고애초에지녔던자신의목적을실현하는그순간을생각해볼수있다면, 그는낯선운명을극복했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 27) 이것이바로헤겔이예수의생애에본운명 26) 본고의연구중하나의성과라고도볼수있는 Tun 과 Tat 의구분은 IV.1 장에서보다자세히고찰될것이다. 27) 배경숙, 헤겔초기신학논문집에나타난그리스도교의정신과그운명 ( 석단논총 16,1990) 그녀는 435 쪽에서이운명과의화해를다음과같이적고있다. 적대적인것 ( 원수 ) 까지도삶속에흡수하는사랑의정신만이그생을파괴하지않고전체적으로유지할수있다고생각함으로 - 36 -

의극복이자운명과의화해일것이다. 예수는실정적인시대의결핍을파악하고자유로운주체를정립하려는그의정당한목적을세계속에실현하고자했다. 그러나그의행위의 결과 로서찾아온것은죽음이라는부정적인위력의압도였다. 그는이죽음과직면한순간이를자신의운명으로받아들임과동시에, 오히려죽음을통해서그자신이 의도 한사랑이라는정신을세계에실현하고자함으로써그는운명과화해했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 따라서운명과의화해는행위 ( 삶 ) 의의도 ( 원하는바의삶 ) 와결과 ( 낯선삶 ) 를하나의전체의관점으로파악함으로써, 낯선운명으로드러나는행위의 반작용 을다시자기자신의것으로정립하는 작용 과정을통해서가능한것으로밝혀진다. 28) 이제이와같이운명을극복할수있는강인한주체와비극을연관시켜살펴보기로하자. 비극은부정적인위력의압도의순간을상연하는, 즉낯선위력으로서의운명이주인공들을덮치는순간을그려낸다. 이때비극의주인공들의모습에서우리가목도할수있는것이단지주체의죽음내지는부정적인위력의압도그자체가아니라, 적대적으로변해버린자신의삶속에서도자신을견디며자신의목적을실현하려는주체의위대한정신이라면, 비극의주인공은운명과화해할수있는이강한주체의능력을전제해야한다. 그리고이러한주체의등장만이비극이상연해야할고통과몰락속에서도화해를드러낼수있으며, 또한이러한주체들만이이화해의의미를온전히파악할수있을것이다. 결국삶에상처를낸자는주체자신이었기에, 그치료역시자신을통해서가능한것이다. 그러나낯선위력으로서의운명은타자또는사회로부터유리된오직자 써대립관계에있던운명은화해의가능성을갖게된다 ( ) 헤겔은예수의십자가의희생을 ( ) 삶에있어서자유의지적인결단으로서최고의자유즉자기를유지하기위해일체를포기하는가능성으로보고있다. 본고의견해로는앞서지젝비판에서와같이그녀역시자기실현이라는 ( 비록자기실현의결과가죽음일지라도 ) 강한의미의화해를파악하지못하고있는듯보인다. 따라서 최고의자유즉자기를유지하기위해서 는 최고의자유즉자기를실현하기위해서 로변경되어야한다. 여기에대한본고의텍스트상의근거는바로그녀가참고했던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에다음의구절에서드러난다. 용기는고통스러운인내보다위대하다. (ETW.556) 28) 조창오 (2005) 는 288 쪽에서본고와유사한의견을보인다. 운명이란법의형벌처럼낯선것이아니라자신이불러일으킨자신의산물이며, 자신의한계이다. 이한계는자신이만든것이기때문에더이상낯선것이아니라오직자기의것이며, 그렇기때문에스스로지양시킬수있다. - 37 -

기관계적인삶안에서등장할수없다. 따라서만약운명개념을오직자기관계적인주체의관점으로만파악한다면, 그것은헤겔이비판하는 나는나 일뿐인내용없는형식적인주체의파악에불과할것이다. 운명개념안에서등장하는주체는부정적인위력에굴하지않고자신을지켜냄으로써자신의삶의진정한주인이되었다. 그럼에도이는비극을가능하게하는주체의조건일뿐이다. 주체가이제자기관계적삶으로부터나와타자와사회라는무대로발을내딛는순간, 비로소 인륜에서의비극 은상연될것이다. 이제화해의궁극적영역이자비극의무대가될인륜성이헤겔의체계내에서어떻게전개 완성되는지를살펴보기위해 I장으로이행하기로하겠다. - 38 -

I. 화해개념의전개과정 절대자는주관과객관의통일이라고말할때, 이것은물론올바르지만, 여기서단지통일만말하고또강조한다면, 이는일면적인것이다. 사실상주관과객관은동일할뿐만아니라구별되어있다.(EnzI. 82) I장은헤겔의화해개념이초기의사랑부터출발하여인정을거쳐인륜성에서완성되는그전개과정을밝히는것을목표로삼는다. 이로써드러나는화해개념은차이및대립의계기가배제된통일이아닌, 오히려차이와대립의계기를본질로서지니는통일임이드러날것이다. 따라서헤겔은현실세계에내재하는갈등과고통을제거함으로써이룩되는조화롭거나평화로운통일을지향하는모든사상들을배격한다. 왜냐하면우리의삶에는갈등과고통의문제가끊임없이발생하며근본적으로이갈등과고통을근절할수없기때문에, 갈등과고통의문제를도외시하거나억압함으로써극복할수있다고주장하는모든사상들을헤겔은기만이라비판한다. 헤겔은이러한기만적사상들의그형태들로, 세계로부터도피해내면으로후퇴하여화해를꿈꾸는 스토아주의, 피안의세계의구원을약속하는실정종교, 그리고미래에도래할이상향을동경하는낭만주의등을들고있다. 헤겔은이러한사상적형태들이갖는각각의정당성을인정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 이것들은결코참된화해일수없으며, 오히려갈등과고통이현재하는우리의현실세계에대한정확한인식을가로막는기만으로파악하고있다. 따라서헤겔에게있어참된화해는우리의삶에현재하는갈등과고통을직시함으로써이를긍정하고, 다시이긍정으로부터이루어지는보다정확한현실세계에대한인식을통해서만가능한것으로이해된다. 이제헤겔의철학체계내에서이차이와대립의계기가상호주관성및사회적차원에서어떻게화해를위한본질적계기로파악되는지살펴보기로하자. - 39 -

1. 화해의기원으로서의사랑 (Liebe)- 직접적인화해 이론적종합은완전히대상적인것으로되며, 주체와완전히대립된다. 실천적인활동은대상을무화하며, 완전히주관적이다. 사랑에서만이대상과하나가되며, 대상은지배하지도지배되지도않는다. 상상력에의해존재로된이런사랑은신이다.(ETW.443) 헤겔의사랑개념은청년기시절 1797 과 1798 년의몇몇단편들에서다뤄지며,1798 년에서 1800 년사이에집필된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에서중요하게다뤄지고있다. 헤겔은여기에서실정종교로서의유태교와예수의기독교의비교를통해서, 율법을강조한아브라함의명령보다사랑을강조한예수의가르침을더우월한것으로평가한다. 왜냐하면사랑은법이라는타율에근거한명령이아니라주체의자기감정이라는자율에근거하는타자와의화해의정신이기때문이다. 그리고헤겔은사랑이함축하고있는이타자와의화해의정신이칸트가당위로서요청하는추상적절대자보다더우월하다고보았다. 헤겔이보기에, 칸트는자율에근거하는주체성을정립했다. 그러나이칸트적주체는자신이요청하는신에게다시자신의자유를맡김으로써, 보편자는지배자가되고특수자는피지배자 (ETW.533) 가되는실정종교안에서의이중적세계관의형태를다시구성하기때문에, 이안에는보편 ( 이성, 법 ) 과특수 ( 감성, 경향 ) 의대립이여전히남아있다. 또한칸트적주체의한계는보다구체적이며현실적인부정적인계기의결여이다. 즉칸트적주체는주관안에머무는공허한형식주의로인해타자계기가존재하지않는다. 따라서헤겔은어떠한강요없는오직자기감정에근거하는타자와의화해인예수의사랑이칸트철학보다더욱자율적이며우월한것으로파악한다. 29) 보편적이성 29) 윌리암스역시칸트의도덕철학은본질적으로주인 ( 이성 ) 과노예 ( 감성 ), 지배 ( 법 ) 와종속 ( 경향성 ) 의형태에얽매여있음으로해서결국실정종교의형벌적세계관과다르지않다고주장하면서, 헤겔의사랑개념을다음과같이정의한다. [ 칸트의 - 인용자 ] 정언명령및법과의무의대립에대항해서, 그리스도는화해의정신을, 즉사랑을정립한다. 화해안에서, 법은자신의정언적인형태를상실함으로써, 삶으로대체된다. 이처럼화해는복종으로향하는도덕적복귀와대조를 - 40 -

은차가운얼굴을한독재자인데반해사랑은상호성에기반을둔살아있는통일의감정이기때문이다. 30) 그러나헤겔은사랑개념의한계를깨닫고난이후에보다사회적이고실천적인화해개념들을전개한다. 그럼에도많은헤겔연구자들은사랑개념을정신 (Geist) 의 원형, 기원, 신비를푸는열쇠 라고표현함으로써, 사랑개념의중요성을강조한다. 이제부터초기사랑개념이어떻게후기헤겔체계의완성으로집약되는 정신 의원형이자기원으로서파악될수있는지를고찰해보기로하자. 헤겔은사랑이 삶의통일 을가능하게해주는화해라고주장한다. 흔히들사랑을개인적인주관적차원의감정이라고생각하지만, 헤겔에게있어사랑은주관이라는개인적차원의감정을능가한것으로드러난다. 왜냐하면사랑은단지개인적차원을넘어타자의계기를이미함축하고있기때문이다. 네이웃을네몸과같이사랑하라 는계율은그이웃을자기자신만큼많이사랑하란말이아니다. 왜냐하면 자기사랑 이란것은의미없는말이기때문이다. 그것은 그를너와동일한사람으로사랑하라 는말이다.(ETW.574) 헤겔에게있어단지주관안에만머무는자기-사랑은아무런 의미없는말 이다. 왜냐하면여기에는그어떤타자도없으며대립과갈등조차없기때문에, 사랑역시존재할필요가없다. 따라서헤겔이사랑을통해화해를주장할때, 이미그안에는타자라는분리와차이의계기가이미내포되어있다. 헤겔은사랑속에이미타자라는차이의계기를주입함으로써, 단순한주관적차원의감정을능가하는상호주관성의지평으로사랑개념을끌어올린다. 31) 그러나사랑안에서의타자는 나 와동등한존재로 이룬다. 왜냐하면사랑안에서의화해는해방을의미하며, 주인의재인정과대비되기때문에, 화해는살아있는유대의회복및사랑과상호믿음의정신의회복안에서주인을철회한다. 화해는최고의자유인것이다. RobertR.Wilams,(2012),p.123. 30)ETW.12 쪽. 본문이아닌옮긴이의글에서인용. 31) 윌리암스는헤겔의사랑개념에는타자계기를함축하고있다고주장한다. 헤겔은사랑이대립 - 41 -

파악되기때문에, 사랑의범주에는명령이나불평등이제외된다. 그러나본고가보기에, 단지사랑이라는개념이내포하고있는타자와의화해의정신만으로는후기헤겔체계에드러나는정신의 원형 이자 기원 으로평가될수없다. 왜냐하면많은연구자들이초기헤겔의사랑개념을정신의 원형 으로보는이유는, 그것이단지타자와의화해내지는통일을강조한다는점에만있는것이아니라, 화해의구조와방식에있기때문이다. 사랑하는자는타자속에서자기자신을재발견한다. 사랑 은삶의통일이기때문에그것은삶의분열, 삶의전개, 삶의다 양한측면들등을전제한다. (ETW.613) 헤겔은사랑개념을내적관계와외적관계의상호작용의이론으로전개한다. 사랑하는자 ( 자아 ) 는자신과의단순하고직접적인자기관계를넘어서 사랑받는자 ( 타자 ) 의매개를통해자신을재발견한다. 사랑은 사랑하는자 의단순하고직접적인자기관계를 타자 로향하게해준다. 여기서 사랑하는자 는자신의직접적인동일성안에머물기를포기하고사랑하는자로향하는외적관계가발생한다. 사랑하는자 는이처럼자신을포기한 타자 즉 사랑하는자 와관계를맺음으로써, 타자 안에서자기자신을재발견하게된다. 바꿔말하자면, 자기자신을부정한 사랑하는자 는타자안에서자기를재발견함으로써, 사랑하는자 에게긍정적인내적관계가발생한다. 이를통해 사랑하는자 와 사랑받는자 는서로가서로의타자임을전제하는가운데, 서로의타자되기를그치고자신의타 을극복한다는기본적인생각을바탕으로내 외적인상호관계적이론으로발전시킨다. 따라서헤겔의사랑개념은자기자신과의내적관계및단순하고직접적인자기관계그이상의것으로파악되어야하며, 오히려사랑개념은타자를매개한다. 사랑은사랑하는자와사랑받는자를통일시킨다. 사랑에대한헤겔의개념파악과플라톤의에로스가차이를갖는지점은 [ 헤겔의 - 인용자 ] 주장은타자에의해매개된자기관계라는점이다. RobertR.Wilams,Recognition : FichteandHegelontheOther(StateUniversityofNew YorkPress,1992)p.78. 바이저역시사랑을 차이속의통일 로규정하며, 사랑은오직타자가타자이기때문에만타자를인정하는데그본질이있기때문에 ( ) 사랑은오직평등하고자립적인파트너들사이의상호적인존중을통해서만가능 하다고주장한다. 프레드릭바이저 이신철옮김, 헤겔 : 그의철학적주제들 ( 도서출반 b,2005),156 쪽. - 42 -

자안에머무는화해의순간을경험하게된다. 그러나아직화해가아직 완성된것은아니다. 화해가완성되기위해서는아직하나의단계가남아 있다. 사랑받는자는우리에게대립되어있지않으며, 그는우리의본질과일치한다. 우리는그속에서우리자신만을보게되는데, 그렇다고그가우리는아니다. 이것은우리가파악할수없는하나의기적이다.(ETW.455) 사랑은 사랑하는자 와 사랑받는자 모두가자신의타자와의통일을이룩함으로써그어떤차이도존재하지않는무차별적인상태에머무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 그안에서다시금차이를바라볼때비로소완성된다. 사랑이성취한화해는무차별적인통일안에서두개의것이혼합되거나붕괴되는것이아니다. 32) 헤겔은사랑안에서통일만강조하는것이아니라차이역시강조하고있다. 이는헤겔의성숙기저서인미학강의에서이념 (Idee) 을설명하는구절에서도엿볼수있다. 헤겔은 이념 (Idee) 을 개념과그실재의통일 "(ÄI.145) 이라고규정하면서도, 그러나이러한통일이혹여개념과실재의단순한중화인듯여겨져마치가성칼리와산이서로만나그대립을완화하여염으로중화되듯그렇게그들의고유성과특질을상실한다고생각되어서는안된다 (ÄI.145) 고주장한다. 따라서헤겔이주장하는통일내지화해는결코차이를사상하거나, 차이가제거된하나의상태를말하는것이아니다. 왜냐하면그러한차이없는통일의상태는경직되고화석화된실정성의상태를지시하는것에불과하기때문이다. 헤겔은이처럼통일안에서의차이를다시강조함으로써, 무차별적이며실정적인통일과화해가아닌부정적인계기를내포한구체적인통일과화해를주장한다. 이처럼사랑을통해서획득된구체적인통일과화해안에서개인들의삶은풍요로워진다. 왜냐하면 사랑은주고받는것 (ETW.450) 이기때문이다. 32)RobertR.Wilams,(2012),p.84. - 43 -

사랑받는자는타자 [ 사랑을주는자-인용자 ] 보다부유하게되지않는다. 사랑받는자는물론풍요롭게되지만타자역시동일하게풍요롭게된다. 마찬가지로사랑을주는자는더가난하게되지않는다. 그는타자에게줌으로써그만큼자신의보물을늘린다. 줄리엣이로미오의품안에서 제가많이줄수록그만큼저는더많은것을가져요 라고말한것처럼. 사랑은모든사유의교환과내적인경험의모든다양성의교환안에서삶의이러한부유함을획득한다. 왜냐하면사랑은차이들을발견하고, 무한한것으로서의통일을만들기때문이다.(ETW. 451) 사랑이제공하는이러한삶의부유함은자기안에서만관계맺을뿐인자기사랑과, 차이가제거된통일안에서는결코획득될수없다. 왜냐하면전자안에서는자기동일적인공허한 풍요 만이존재할뿐이며, 후자안에서는무차별적이며실정적인경직된 풍요 만이존재하기때문이다. 따라서사랑이주는삶의풍요는오직타자와의관계속에서만, 그러나타자를제거하는방식이아닌타자를인정하는방식을통해서만획득된다. 이풍요로움은타자와더불어사는사랑의공동체를가능하게해준다. 개인들의풍요는곧공동체로이어지며, 사랑의공동체를확립한다. 그러나헤겔은사랑개념에서멈출수없었다. 33) 왜냐하면사랑의관계는 33) 청년헤겔은이미기독교의정신과그운명에서부터사랑의한계를분명히간파하고있었다. 감정은실정성, 즉계율의객관성을지양한다. 사랑은감정의한계를, 종교는사랑의한계를지양한다. (ETW 499) 실정성이라는경직된객관성은감정에의해서지양된다. 왜냐하면감정오직자기관계에서발생하는자율적개별성을뜻하기때문이다. 그러나감정에는보편성이결여되어있다. 보편성을결여한감정은다시사랑에의해지양된다. 왜냐하면사랑은감정의개별성을지님과동시에타자와의관계에서발생하는화해역시지니고있기때문이다. 따라서사랑은 감정으로서의개별성 과 타자와의화해로서의보편성 을모두갖는구체적보편성이다. 그러나구체적보편성으로서의사랑은그것의실현에있어객관성이결여되어있는한계에직면한다. 그리고청년헤겔은사랑의이러한한계를극복하게해줄대안을교회와교리라는보다효력있는객관성을지닌종교로보고있다. 이구절을통해확인할수있는사실은이당시부터헤겔은사랑의한계를직시했으며, 그대안으로제시되는종교는그의후기철학체계내에서인륜성으로대체된다는점이다. 그러나헤겔이 지양 을배제와폐기가아닌 규정된부정 이라는의미로사용하고있듯이, 이는사랑의폐기가아닌보완 발전의의미로받아들여야한다. - 44 -

멀리못가서한계에직면하기때문이다. 우선종교적관점에서, 사랑은예 수의가르침을따르는특정공동체내에서만가능한것이기때문에, 이 공동체밖을벗어나면효력을상실하게된다. 또한사랑에서관계를맺는 사랑하는자 와 사랑받는자 의상호주관적관계는강력한유대를바탕으 로하는사랑의관계이기때문에, 완전한타자와의관계로볼수없다. 즉 사랑의대상은 그파트너들의공통의유대를표현하는상호주관적관계 일뿐자신들과분리된사적인개별성 34) 이아니기때문에, 유대감이라는 직접적인관계를떠나면그효력을잃게되는한계를지니고있다. 따라 서헤겔은사랑개념의한계를극복할다른대안적모델을구상해야만했 으며, 보다포괄적이며사회적인실천적모델로의이행속에서이제사랑 은그의주요관심사에서벗어난다. 그리고사랑개념은그의성숙기저 작인법철학에서 인륜성 내의가족의영역으로국한된다. 35) 그러나 34)RobertR.Wilams,(1992),p.86. 35) 헤겔은법철학의제 3 장 인륜성 에서그형태를가족, 시민사회, 국가로구분하고있다. 이러한세인륜성의형태들은각각의상이한원리를지니며, 인륜성은가족으로부터시작해서시민사회를거쳐국가에서완성되는형태를띠고있다. 헤겔은법철학전체의절반에달하는분량을 인륜성 장에할애함으로써, 그중요성을강조한다. 사랑은이인륜성의세형태중가족에서다뤄진다. 따라서사랑개념을법철학에서가족과관련하여고찰하는것은본고의주제를밝히는데매우유익할것이다. 그러나사랑개념을가족과관련하여다루는작업은단지사랑개념만고찰할수없는난점을지닌다. 왜냐하면여기서중심이되는것은인륜적공동체의형태이기때문이다. 즉가족에서사랑이강조된다할지라도여기서연구의핵심은사랑이아닌인륜적공동체인가족이다. 그리고가족역시도인륜성의다른형태들과의관계속에서고찰해야만그온전한의미가드러나기때문에, 법철학내에서가족과관련하여사랑개념을다루는것은이중작업을요구하는매우큰작업일수밖에없다. 그럼에도 ( 다행히도 ) 가족안에서논의되는사랑개념은초기의것과크게다르지않다. 다만법철학에서의사랑에대한헤겔의서술이논변적형식을띰으로써보다정교해졌다는점에서초기의것과차이를보일뿐이다. 본고는법철학에서사랑개념이가장잘서술된 158 절의보충글 (Zusatz) 를여기에인용함으로써, 헤겔의초기사랑개념이후기의서술에서도유효한것임을드러내고자한다. 158Zusatz. 사랑은일반적으로타자와나의통일에대한의식으로부를수있다. 따라서나는나자신에의해서고립되어있는것이아니라, 오직나의대자존재 ( 독자적존재 ) 를포기함으로서만나의자기의식을얻으며, 그리고나와타자의통일그리고타자와나의통일로나를앎 (Mich-Wiseen) 으로서만자기의식을얻는다. 하지만사랑은감각이다. 따라서자연적형식을지닌인륜성이다. 국가에서인륜성은더이상그렇지않다. 왜냐하면인간은그통일을법으로알기때문이다. 그리고그내용은이성적이며, 나는그내용을알아야하기때문이다. 사랑의첫번째계기는내가나자신에대한자립적인간이아니고자한다는것, 그리고내가그러고자한다면, 나는나자신을불완전한것으로느낀다는점에있다. 두번째계기는내가다른인간안에서나를얻는다는것이며, 이는내가다른인격 ( 타자 ) 안에서유효하며, 다시타자가내안에서도달된다는것이다. 따라서사랑은지성이해결할수없는, 최고로엄청난모순이다. 왜냐하면자기의식의이지점보다딱딱한것은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 그것은부정되며그럼에도나는긍정적으로가져야하는이자기의식의이지점보다더단단한것은없기때문이다. 사랑은모순의산출이자해소이다. 해소 - 45 -

사랑개념에서드러났던상호인정, 통일속의차이및타자안에서의자기의발견등의화해의요소들과그구조는후기헤겔체계에서보다발전된형태, 즉정신의개념으로그모습을다시드러낸다. 헤겔은분명사랑이라는화해의정신이사회적실천의영역까지확장될수없다고보았다. 그러나헤겔은사랑을폐기하지않으며, 오히려그한계를극복하고보다사회적이며포괄적인완성된형태로사랑을전개하려했다. 그리고이것이바로많은헤겔연구자들이사랑을 정신 의기원이자원형으로평가하는이유이다. 36) 본고는이제직접성 유대 감정을기반으로하는화해에서생면부지의타자들과만나 생사를건투쟁 속에서파악되는보다사회적이며반성적화해로서의인정개념으로이행할것이다. 2. 화해의전개로서의인정 - 상호주관적화해 2.1. 욕구 - 유아론의극복과상호주관성의단초 로서의사랑은인륜적인하나됨이다. 36) 바이저는초기헤겔과성숙한헤겔사이의사랑개념에두가지차이점이드러난다고지적한다. 첫번째는초기헤겔은사랑의경험이신비이자사실상논변적형식으로표현될수없는기적이라고주장하지만, 후기헤겔은사랑의경험과생명과정을일정한논변적형식으로파악하고자한다는점이다. 두번째는그의후기체계에서차지하는사랑의의의에관계되는것으로서, 이때의사랑은인륜성내의가족으로한정되며, 이는다시공동체내에서시민들의상호인정으로대체된다는점이다. 바이저의지적에서드러나듯이, 헤겔은후기로접어들면서사랑이라는자기감정에기인한화해의정신을이성적반성에기초한것으로대체하려고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바이져역시이는사랑의폐기가아니라 사랑의변형 으로파악하며, 이성적반성은사랑의파괴가아니라그것의최고의조직화와발전 으로파악한다. 프레드릭바이저,(2005),pp.162-167. 본고의견해와같이사랑을헤겔의정신개념의기원으로서강하게주장하고있지는않지만, 거의유사하게이문제를보고있는해석가로서장이뽈리뜨가있다. 그는 사랑이란둘인것이하나로되면서도그이원성을완전히지양해버리지않는기적적인일이다 라고주장함으로써, 본고의사랑개념과동일한입장을취한다. 그리고그는헤겔의사랑에서부터인정으로의이행을다음과같이주장한다. 그러나헤겔은 [ 사랑에서그치지않고 - 인용자 ] 정신현상학에서다른길을선택하였다. 사랑은분열의비극적성격을여실히강조할수없다. 그것은진지함과고통스러움그리고어려움을견뎌내는힘과부정적인것으로부터추동되는노력 (PhG.20) 을결여하고있다. 이러한이유때문에정신현상학에서는자기의식들간의만남이상호인정을받기위한자기의식들간의투쟁으로나타나고있다. 장이뽈리뜨, 이종철 김상환, 헤겔의정신현상학 I ( 문예출판사,2003),205 쪽. 여기서장이뽈리뜨는비록사랑개념을본고와같이헤겔의정신개념의기원으로강하게주장하고있지는않지만, 그이행의필연성에있어서는본고와같은견해를취하고있다. - 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