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 진인혜 ( 목원대학교 ) 1. 머리말 물루드페라운 (Mouloud Feraoun, 1913~1962) 은프랑스식민주의시대에알제리산악지대인카빌리지방에서가난한농부의아들로태어나프랑스식교육을받은후, 교사가되어고향에서근무하며작품활동을한작가이다. 그는자신의성장과정을담은자전적소설 가난한자의아들 Le fils du pauvre 을 1950년에발표하여알제시문학상그랑프리 (Grand Prix littéraire de la Ville d Alger) 를수상한다. 이로인해페라운은대번에애매모호한위상에놓이게된다. 알제리민족주의가상승하고독립전쟁의기운이감돌고있던당시의상황에서, 프랑스식민당국으로부터상을받았다는사실만으로도알제리인의의심을사기에충분했을뿐만아니라식민당국이알제리를분열시키려는정책에활용하기쉬운카빌리의특수성즉베르베르문화를부각시킨경향으로인해식민정책에이롭게작용했다는비난을받은것이다. 더구나페라운의이첫작품은 1954년에쇠이유Seuil 출판사에의해재출판되는데, 1) 불평등한사회적현실에대한분노가드러
82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나는작품의후반부가삭제되어출판되는바람에작품의의미가축소되는결과를초래한다. 사실 가난한자의아들 은양차대전사이의카빌리산악지방의한마을을매우상세히보여준다. 그리하여산골사람들의생활양식, 오래전베르베르의영향이이슬람전통과섞여있는특별한전통, 선조들의지혜가일상생활의사소한것까지여전히지배하는기이하고투박한사회의모습을볼수있다. 1954년판본은두부분으로구성되어있는데, 1부에서는주인공의유년시절과환경을이야기하고 2부에서는사춘기의여러굴곡, 특히학교에서의여정을다루면서여러가지어려움을극복하고에콜노르말에입학하게되는것으로끝남으로써행복한미래를암시하고있다. 하지만삭제된후반부의내용은식민지적인이데올로기가제시하는행복을향해나아가는것이아니라그것이환상이었음을철저하게깨닫는여정이포함되어있다. 그러나 1954년판본은이러한후반부가삭제되고주인공이카빌리의전통세계에서나와에콜노르말로대표되는서양세계로들어가는것으로제한된까닭에, 이소설이문화동화의소설로읽혀질소지를낳고말았다. 당시출판사측에서는작품의일관성을위해서후반부를삭제했다고밝혔지만, 카텝야신 Kateb Yacine의지적처럼알제리작가에게단지 그들의예쁜양 (de leurs jolis moutons) 에대해말하기만을기대했다는것을드러내준다. 2) 하지만후반부가삭제된 1954년판본이대중적으로보급되고거의모든비평가들이이판본을참고함으로써페라운은프랑스의독자들을위해카빌리의이국적인마을을묘사한민족지적인작가로평가되어왔다. 심지어라비 Abdellatif Laâbi는 50년대의평화롭고장식적인자서전은문화변용의범주에들어간다고하면서 가난한자의아들 을선두로꼽았고, 3) 1) 1950 년에는 Cahiers du Nouvel Humanisme 에서출판되었다. 2) Robert Elbaz, Martine Mathieu-Job, Mouloud Feraoun ou l émergence d une littérature, Paris, Karthala, 2001, p. 11. 3) 위의책, p. 9.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83 모스테파라슈라프Mostefa Lacheraf와같은비평가들은페라운의작품에서자신의멘토들에대한감사와감탄을쉽게감지할수있다고하면서그를동화주의작가로치부하기도했다. 4) 이와같은극단적인비난은차치하더라도대체로페라운은미온한사람이라는비난을받는다. 알제리독립주의자와프랑스식민주의자의피흘리는대립이있던시절에쓰인페라운의소설은식민화나독립을위한알제리의투쟁과같은주제를분명하게다루지않는까닭이다. 페라운자신도이러한평가를의식하고있었다. Aux yeux de mes compatriotes, aux yeux de ceux qui souffrent et qui luttent, j apparais comme quelqu un de tiède qui a eu peur d atteindre la vérité. 5) 내나라사람들눈에는, 고통받고투쟁하는사람들눈에는내가진실에이르기를두려워하는미온적인사람으로보이지요. 하지만그의소설이고향카빌리에몰두하고있다고해서, 그가오로지민족지적인관심밖에없고조국의식민지상황에무관심하다고단언하는것은성급한판단이아닐까? 한비평가의다음과같은말은이점에대해우리에게시사해주는바가크다. En scrutant de près l oeuvre de l indigène nord-africain, on constate l omniprésence d un «personnage» très important, souvent déguisé mais toujours là : le colonialisme. 6) 북아프리카토착민작가의작품을잘살펴보면, 매우중요한한 인물 이도처에존재하고있음을확인하게된다. 종종감춰져있기도하지만언제나존재 4) Lynda Choutien, Hybridité et négociation culturelles dans La Terre et le sang et Les Chemins qui montent, Synergies Algérie, n o 13, 2001, p. 157. 5) Mouloud Feraoun, Lettres à ses amis. Paris, Seuil. 1969, p. 122. 1956년 Paul Flamand 에게보낸편지. 6) Isaac Yetiv, L aliénation dans le roman maghrébin contemporain, Disponible www.presse.fr
84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하는그인물은바로식민주의이다. 위와같은맥락에입각해서, 본연구는페라운의소설 땅과피La terre et le sang 에대한분석을통해식민상황에대한작가의견해를고찰하고그에게내려졌던다소성급한비난을재고하고자한다. 가난한자의아들 은원작이훼손되었을뿐만아니라자전적이야기인데반해, 땅과피 는본격적인소설로서상징적함의가더풍부하기때문이다. 2. 땅의상징적의미 1953년발표되어포퓔리스트상 (Prix Populiste) 을수상한 땅과피 는 마담 으로불리는프랑스여자가카빌리사람인남편을따라 1920년무렵카빌리산악마을이길- 네즈만 (Ighil-Nezman) 까지왔다가잘적응하여과부가된후에도마을에남게되는이야기이다. 이주노동자로프랑스에갔던주인공아메르가프랑스인아내마리와함께고향으로돌아오는것으로시작되는소설의전반부에서는마을에대한아메르부부의첫인상, 그들부부에대한주민들의반응등을묘사하고프랑스의탄광에서있었던아메르의명예롭지못한과거가밝혀진다. 다른사람의술책에휘말려본의아니게고향의친척인라바를석탄차에깔려숨지게한것이다. 그리고작품의후반부에서는아메르가자기고장과재회하는모습과마리가새로운종류의삶에적응하는것을다룬다. 고향에서차츰안정을찾아가던아메르에게는모든것이순조로워보였으나, 그는인생의두번째실수즉샤바와간통을저지르게됨으로써죽음을맞게된다. 땅과피 는카빌리사회의근간을이루는전통적인가치가무엇인지를제목에서부터분명하게제시하고있다. 즉땅과혈연에대한생물학적애착이가장중요한전통적가치이자소설의토대를이루는것이다. 작품속에서언급되어있듯, 그것은모두의운명을결정짓는핵심적인요소이다.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85 La terre et le sang! Deux éléments essentiels dans la destinée de chacun. 7) 땅과피! 그것은각자의운명에있어서가장중요한두요소이다. 먼저 땅 에의해소설속에재현된상징적인의미를고찰해보자. 땅은뿌리요어머니로서살아있는자에게나죽은자에게나정체성을증명해주는실체로작용한다. 또한아메르의고향이길- 네즈만이 지난시간의언덕 이라는뜻을지니고있듯이, 8) 여러가문의흥망성쇠를지켜보며역사와기억의흔적을고스란히간직한채소설속에서줄곧떠나지않고존재한다. 마을사람들에게땅의존재는마을을떠나지않는충분한이유가된다. 하지만마을을떠난사람들에게도땅의존재는결코떨쳐버릴수없는불가항력적인요소로작용한다. 그리하여아메르는프랑스에서살면서고향과가족을거의잊고기억조차떠올리지않으려고애쓰며지냈지만, 결국뭐라설명할수없는향수에이끌려 15년만에땅의부름에응답하게된다. 그리고지난 15년동안그가프랑스에서겪었던숱한고통과고난혹은때때로맛보았던기쁨과같은것들은모두꿈처럼생각되고, 이길 -네즈만에있다는사실만이중요하게느껴진다. 오직그것만이현실로인식되는것이다. 이와같은현실인식은아메르개인의문제가아니다. 페라운은소설속에서그것을카빌리사람모두에게일어나는일반적인현상으로이야기한다. Lorsque le Kabyle revient dans sa montagne après une longue absence, le temps qu il a passé ailleurs ne lui apparaît plus que comme un rêve. Ce rêve peut être bon ou mauvais, mais la réalité, il ne la retrouve que chez lui, dans sa maison, dans son village. (p. 16) 카빌리사람은오래떠나있다가자신의산골마을로돌아오게되면, 그가 7) Mouloud Feraoun, La terre et le sang, Paris, Seuil, 2012, p. 126. 이후작품의인용은별도의표시없이인용문바로옆에쪽수를병기한다. 8) José Lenzini, Mouloud Feraoun, un écrivain engagé, Paris, Actes sud, 2013, p. 172.
86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다른곳에서보낸시간은그저꿈처럼보일뿐이다. 그꿈은좋은것일수도 있고나쁜것일수도있지만, 그가현실을다시발견하는것은오직자기고향, 자기집, 자기마을에서일뿐이다. 뿌리에서떨어져나간가지는생명력없이허공을맴돌뿐인것처럼, 자신의땅을떠나서지낸생활은의미가없다. 카빌리사람은카빌리땅에서야비로소현실적인사람이되는것이다. 그리하여아메르는 15년동안고향땅을떠나있었지만, 그가그땅에다시뿌리내리는데있어서긴부재의공백은전혀문제가되지않는다. Amer comprend nettement qu il redevient tout à fait l enfant du pays, sans transition. Sa longue absence n a d ores et déjà plus d autre signification que celle d une parenthèse gigantesque, impuissante à changer le sens général d une phrase. (p. 17) 아메르는자신이대번에, 완전히다시그지방의자손이되었다는것을분명히깨닫는다. 그의오랜부재는이제커다란괄호와같은의미밖에없는것이다. 한문장의전체적인뜻을바꿔놓을수없는괄호말이다. 다른알제리작가와마찬가지로페라운에게있어서도정체성은중요한테마인데, 그의정체성은이와같이땅에토대를둔것이며 땅에뿌리내리기 (enracinement) 를근간으로이루어진다. 페라운에게는식민자의편인가피식민자의편인가를아는것이중요치않다. 그는카빌리사람이다. 그것이전부이다. 그에게는정체성에대한갈등이없다. 9) 는한비평가의지적은바로이러한맥락에서이해될필요가있다. 땅은동요없이늘그자리에존재하면서견고하게뿌리를지탱해주기때문이다. 땅에대한페라운의애착은 나는마치한사람을대하듯, 티지- 히벨을대했다 고엠마 9) Robert Elbaz, Martine Mathieu-Job, Mouloud Feraoun ou l émergence d une littérature, Paris, Karthala, 2001, p. 22.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87 뉘엘로블레스Emmanuel Roblès에게고백한것처럼, 10) 땅을하나의인격체로대하도록이끈다. 땅과피 에서도작가는땅을단순히지형적인배경이아니라마치등장인물처럼다루고있는데, 다음의인용문은그러한시각을단적으로보여주는예이다. Le champ était bien travaillé, certes. Ils le revoyaient après sa toilette, comme une personne bien rasée qui se prépare à la noce. (p. 162) 밭은확실히잘경작되어있었다. 그들은결혼식을준비하느라잘면도한사람과도같이단장을마친밭을다시보았다. 그리하여땅은자신을사랑으로대하는사람들에게사랑을되돌려주고보답을한다. 또한자신에게알맞은사람들이누구인지대번에알아보고자신에게맞지않는사람들은거부하기도한다. 사람과땅사이에교감이존재하는것이다. Il y a des signes qui ne trompent pas, qui sont évidents mais qu on ne peut pas expliquer : c est l accord entre les gens et la glèbe. [...] Notre terre est modeste. Elle aime et paie en secrèt. Elle reconnaît tout de suite les siens : ceux qui sont faits pour elle et pour qui elle est faite. Ce n est pas seulement les mains blanches qu elle repousse, ni les paresseux ou les chétifs mais toutes les mains mercenaires qui veulent la forcer sans l aimer. (p. 162) 결코틀리지않는신호가있다. 그것은설명할수는없지만명백한데, 바로사람들과경작지사이의조화이다. [...] 우리의땅은겸손하다. 땅은사랑을하고남몰래보답한다. 땅은자기사람들을곧바로알아본다. 땅을위해태어난사람들, 땅의존재이유가되는사람들을말이다. 땅은하얀손이나게으른손이나허약한손뿐만아니라땅을사랑하지도않으면서강제로수중에넣으려 10) Mouloud Feraoun, Lettres à ses amis, Paris, Seuil, 1969, p. 130 : J ai eu affaire à Tizi-Hibel comme à une seule personne. 여기서티지 - 히벨은페라운의고향이다.
88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고하는모든고용인의손을거부한다. 땅을사랑하지도않으면서강제로수중에넣으려고하는모든고용인 이라는말은표면적인의미이면에더깊은울림을우리에게제공한다. 소설속에서는카빌리의한마을에국한되어있지만, 이는알제리땅으로확장될수있기때문이다. 요컨대알제리땅을사랑하지도않으면서지배하려고만하는식민지배자들은결코알제리땅에적합한사람이아니라는것을함의하고있는것이다. 그리고그들은결국땅의보답을받지못하리라는경고도내포되어있음을감지할수있다. 땅의아름다움을발견하고그보답을받을수있으려면먼저땅을사랑해야하는까닭이다. 땅과피 를발표한지 3년후인 1956년에페라운은카뮈와로블레스에게다음과같이호소하는데, 위의인용문에서그의호소의전주곡이들리는듯하지않은가? Ce pays s appelle bien l Algérie et ses habitants des Algériens. [...] Dites aux Français que ce pays n est pas à eux. 11) 이나라는알제리라고불리는나라이고, 그주민은알제리인이라불립니다. [...] 프랑스인들에게이나라는그들의것이아니라고말해주세요. 알제리에사는주민으로서의알제리인은어떤사람을말하는것일까? 땅에대한페라운의애착에준거해말하자면, 알제리땅에뿌리를내린사람을말하는것이다. 그렇다면알제리인의정체성을위해그것으로충분할까? 같은조상과종교를섬기고같은피를나눈동족이어야할필요는없는걸까? 땅과피 에서아메르의고향이길- 네즈만사람들이보여주는혈연에대한애착을통해이문제에접근해보기로하자. 11) Mouloud Feraoun, Journal 1955-1962, Paris, Seuil, 1962, p. 76.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89 3. 피의상징적의미 땅과피 에서 피 는일차적으로명예와관련된다. 아메르가프랑스의탄광에서본의아니게라바를죽음에이르게한일때문에, 라바가흘린피에대한복수의가능성이소설속에서내내긴장감을조성한다. Ali réunit un conseil de famille : son neveu Slimane, frère de Rabah, ainsi que tous les cousins Aït-Hamouche qui étaient fort nombreux. On étudia minutieusement les circonstances de cette mort pour rechercher une attitude digne qui sauvât l honneur. (p. 82) 알리는가족회의를소집했다. 그의조카이며라바의동생인슬리만을비롯해아이트-하무슈의모든사촌들까지매우많은사람들이모였다. 그들은명예를지킬수있는태도를알아내기위해그죽음의상황을세밀하게검토했다. 회의결과는아메르를죽일수없는것으로결론이났지만, 몇년후임종을맞게된알리는슬리만에게자신들의가문은결코비겁하게살았던적이없었다고설명하면서복수하겠다는슬리만의약속을받아낸다. 이약속은알리의마지막순간에는위안을주었지만, 슬리만에게는이후줄곧마음을괴롭히는무거운짐이된다. 사실그순간에는두사람다그약속을정말실행에옮겨야할날이오리라고진지하게생각하지않았는지도모른다. 그들은아메르가전쟁터에서죽어서고향에돌아오지못하기를, 그래서모든것이잊히기를바라고있었다. 그리하여아메르가고향으로돌아왔을때누구보다놀란사람은슬리만이었고, 그때부터슬리만의갈등과번민이시작된다. 원수를눈앞에마주하게된이상복수를행동에옮기든지아니면명예를모르는자의수치를짊어지든지양자택일을해야했던것이다. 슬리만은죽은라바와알리를꿈속에서보기도하고심지어밤중에조부의환영을보기도할정도로극심한불안에시달린다. 그리고결국채석장의사고를위장해아메르와함께죽는다.
90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하지만아메르는그다지불안해하거나괴로워하지않았다. 물론탄광사고가일어난후, 그는죄책감에시달리며괴로워하고일상생활도거의포기한채방황하며지냈다. 그러면서마음속으로어떤기적이일어나자신이속죄할수있는상황이만들어지기를바랐다. 6년후, 그는이본느의딸마리를다시만났을때자신이바라던기적이일어난것이라고믿었다. 사실라바의죽음은치정이얽힌사건이었다. 아메르를속여석탄차를움직이게함으로써라바를죽게만든장본인은앙드레라는인물로이본느의남편이었는데, 이본느와라바가내연관계였던것이다. 그들의내연관계는당시광부들사이에공공연한비밀이었고, 이본느의어린딸마리가라바의아이라는소문도나돌았다. 어른이되어불행한삶을살고있던마리를다시만나게된아메르는마리를라바의딸이라고믿고그녀와의결혼을통해그녀의삶을책임짐으로써죄의식에서벗어난것이다. 그는실제로그만남을자신이그토록바라던기적이라고여겼다. Oui, notre rencontre fut un miracle. Depuis ce jour, j ai compris que mon oncle me pardonnait. (p. 125) 그래, 우리의만남은기적이었어. 그날이후로, 나는아저씨가나를용서했다는것을깨달았지. 따라서아메르에게는자책할일이아무것도없었다. 라바가흘린피에대한빚을갚았다고생각했던것이다. 하지만이것은마리가진짜라바의딸일때만의미를갖는다. 그런데이점에대해텍스트는분명히밝히지않고있다. 어쩌면그녀는단지아메르의마음속에서만라바의딸일지도모른다. 작가는이혈연관계의신빙성에대한아무런주석없이다음과같이이야기한다. Certains prétendaient que la petite Marie était la fille de Rabah. Simple supposition. Marie ne ressemblait ni à Yvonne, ni à Rabah, ni à André. (p. 62)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91 어떤이들은어린마리가라바의딸이라고주장했다. 그것은단순한추측일 뿐이다. 마리는이본느도라바도앙드레도닮지않았다. 이와같이소설속에서피는명예에대한상징일뿐만아니라혈통으로서의정체성에대한상징이기도한데, 페라운은땅에대해확고한신념을보여주었던것과는달리피에의한정체성에대해서는불확실한시각을견지하고있다. 그것은이길- 네즈만의다른가족의내력을통해서도드러난다. 호신과헤마마부부에게결혼한지 5년이지나서도아이가없자, 호신의아내헤마마는먼친척중에못생긴여자를데려다남편과동침하게하고아들을얻는다. 물론아들을낳자마자여자는비참하게쫓겨나고그아이는호신과헤마마의아이로길러진다. 마을사람들은그러한사실을모두정확히알고있지만, 헤마마를남자를위해헌신한탁월한여성으로추켜세우고뜻밖의후손을얻게된것은그녀의숭고한마음에대한하늘의보답이라고칭송한다. 이술라집안의경우는반대의예를보여준다. 즉남편이불임인경우이다. 아내타사디는남편대신수십년동안집안에서부리던하인살렘의아이를잉태해이술라가문의대를잇는다. 마을사람들은이일을모르지않으면서도모른체넘어간다. 그들은뒤에숨어서는수군댈지언정, 공식적으로는오히려타사디가남편에게건장한상속자를 4명이나안겨준것을그녀의큰장점으로치하한다. 나중에타사디는아들부부에게후사가없자, 며느리에게도똑같이살렘 ( 이미많이늙었음에도불구하고비밀유지가쉽기때문에 ) 을연결시켜주고아들을낳게한다. 이와같이협상된정체성을지닌아이가태어나면축하할일만남는다. 사람들은타사디의아들에게어떻게아이가생겼는지그내막을모르지않으면서도 선을행하면보답을받는다 거나 신을믿고기다리는사람은결코실망하지않는법 (p. 143) 이라면서이술라집안이자손을얻은것을축하한다. 심지어늘마을사람들에게선행을베푸는타사디는 성녀 로불리며사람들의
92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존경을잃지않는다. Nous disons que c est une sainte femme et ses deux grands péchés prennent à nos yeux la valeur d une action sagement exécutée qui domine de loin le blâme des petites gens. (p. 144) 우리는그녀가성녀라고말한다. 그녀의두가지커다란죄는우리눈에는지혜롭게행해진행동과같은가치를지닌것으로보일뿐이다. 그행동은신분이낮은사람들의비난을단연코제압한다. 이것은비록말을하지는않지만, 이마을에서는이미오래전부터스스로를보존하기위해서피를섞는일이인정되었음을말해준다. 즉필요하다고판단될때는정체성을협상하는것이다. 혈통에얽힌두집안의이야기를통해서페라운은한편으로는가문의혈통을자랑하는사람들의자부심을조롱하면서, 다른한편으로는피에의한정체성에대해새로운시각을부여하는셈이다. 한비평가의말처럼, 정체성을 여러재료를섞어서세운건축물, 즉혼종으로이루어진건축물 12) 로바라보는것이다. 그리고혈통을중시하는외면적인모습과는달리이미피의섞임이용인되었던카빌리사회, 더나아가알제리사회는혼종의정체성에대해거부감을나타낼필요가없음을암시하고있다. 소설의마지막장면은마리가죽은아메르의아이를임신한것을보여준다. Soudain, Kamouma sentit que Madame lui prenait la main pour la placer sur son ventre. Alors elle tressaillit. [...] Elle oublia un peu son fils, sa douleur et sa colère. (p. 251) 갑자기카무마는마담이자신의손을잡아배위에올려놓는것을느꼈다. 12) Lynda Choutien, Hybridité et négociation culturelles dans La Terre et le sang et Les Chemins qui montent, Synergies Algérie, n o 13, 2001, p. 153.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93 그러자그녀는몸을떨었다. [...] 그녀는아들도, 고통도, 분노도어느정도잊 었다. 아들이죽어절망한카무마에게희망의빛이비치는순간이다. 마리의임신은비극적인소설의결말을바꾸면서미래를꿈꾸게한다. 그미래는아버지로부터물려받은알제리인의피와어머니로부터물려받은프랑스인의피를지닌그들의아이가헤쳐나가야할몫이다. 어쩌면페라운은독립전쟁보다더멀리미래를내다보고, 일단독립을쟁취하고난후의알제리사회가나아가야할여정을상상한것일지도모른다. 공통의적이있을때는민족구성원이한마음으로단결하기가쉬운법이다. 하지만그간증오의대상이되었던적이사라지고나면, 더이상 타자 (l Autre) 를거부하는것으로민족적정체성을유지할수없다. 이런관점에서볼때, 땅과피 에서줄곧환기된협상된정체성을통해페라운이강조하는것은혼종성을토대로한정체성형성이며알제리의미래는이를지향할수밖에없음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고할수있다. 오늘날이론가들이문화적정체성은타자와의접촉을통해서끊임없이재규정된다고설명하고있는것처럼말이다. 13) 4. 마리의역동화 1980년대에도알제대학에서크리스티안아슈르Christiane Achour와같은비평가들은페라운을동화된사람으로취급하였다. 14) 물론이것은그가프랑스문화에동화되었다고말하는것이다. 그런데아이러니컬하게도페라운은 땅과피 에서마리라는인물을통해프랑스인이카빌리문화에 13) Homi K. Bhabha, The Location of Culture, London, Routledge, 2006, p. 83. 14) Charles Bonn, De l ambiguïté tragique chez Feraoun, écrivain réputé ethnographique, Nouvelle Revue Synergies Canada, n o 6, 2013, p. 1.
94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역으로동화되는과정을보여준다. 프랑스여자인마리가이길- 네즈만의카빌리사람들속에서느꼈을당혹감은쉽게상상할수있다. 아메르는그녀의기분전환을위해남자들만드나드는카페에그녀를종종데리고가기도하고, 시내에있는프랑스인행정관과의교류를시도하기도한다. 하지만마리는프랑스사람들과있을때도카빌리남자들과있을때도편하지가않았다. 카빌리남자와결혼한그녀는프랑스사람들에게도호기심의대상일뿐이었고, 카빌리남자들은그녀에게말을걸지도않았고그녀를쳐다보지도않았으며심지어그녀자신에관한질문을할때도그녀가아니라아메르에게물어보았다. 결국그녀는아메르와함께외출하는것을그만두고, 다른마을여자들처럼살아가야한다는것을깨닫는다. Elle se rendit compte tout de suite qu il fallait vivre comme elles et non se singulariser. (p. 95) 그녀는유별나게보이지말고다른여자들처럼살아야한다는것을곧바로깨달았다. 그리하여그녀는시어머니인카무마를비롯해그녀를보러오는이웃여자들과교류하고자했다. 마을여자들은끈질기게그녀와의소통을시도했고, 처음에는몸짓으로만겨우소통할수있었던그녀가차츰그들의언어를배우기시작하여마침내그들의말을이해할수있게됨에따라이길- 네즈만에서의생활이다르게보였다. Elle finit par comprendre tout ce que lui disait Kamouma ou les autres. Elle comprit avant de savoir répondre. Et au fur et à mesure qu elle apprenait, elle voyait sous un jour nouveau la vie à Ighil-Nezman. (p. 97) 그녀는마침내카무마나다른여자들이자신에게하는말을모두이해하게되었다. 그녀는먼저이해한후대답할수있었다. 그녀가배워감에따라, 이길-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95 네즈만에서의생활이다른시각으로보였다. 마리에게카빌리사회는부조리하고기이하며시대에뒤떨어진것으로보였었다. 사람들이여자들을배제하고무시했으며가정부나노예와같은역할에가두어놓았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 게다가그녀가보기에, 여자들자신도그렇게대우받는게당연할만큼너무하찮고보잘것없는존재인것같았다. 하지만가까이에서생활하면서그녀는차츰자신이잘못생각했음을깨닫는다. 무엇보다여자들은그녀가생각했던것처럼그렇게바보가아니었다. 요리하는방법, 불을피우는방법, 먼지를일으키지않으면서마당을청소하는방법, 맷돌을돌리는방법등을그녀에게가르쳐준것은모두여자들이었다. 또한아무렇게나입은것처럼보이는옷차림이지만그녀들모두가세심하게청결에신경을쓰고있다는것도알게되었다. 그녀들은반드시손을씻고깨끗한몸으로식사준비를했고, 속옷도정성껏갖춰입고있었다. 집안일뿐만아니라모든일에대해누군가의가르침이필요없을정도로다알고있었지만, 단지그것을드러내지않을뿐이었다. 마리는심지어집안에서남자들은명목상의주인일뿐, 실제로는여자들이중요한역할을수행하고있다는생각에이른다. Marie s en aperçut : la femme a son rôle. Les épouses qui accomplissent leur tâche facilitent singulièrement celle de leur mari. Non, à tout bien peser, la femme n est pas effacée dans le foyer. Elle le remplit de sa présence, peut-être plus que l homme auquel il arrive de n être que le chef nominal. (p. 98) 마리는여자에게나름의역할이있다는것을깨달았다. 자신의임무를수행하는아내들은신기하게도남편의임무를용이하게한다. 아니, 모든것을잘검토해보면여자는가정에서사라지지않는다. 여자는, 어쩌면남자보다더자신의존재로가정을가득채운다. 결국남자는명목상의주인일뿐이다. 그리하여처음에는마리를놀라게하고충격을주었던모든것들이신
96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기하게도논리적인것이되면서마리의편견은하나씩사라진다. 그리고카빌리의언어를배우고카빌리사람들처럼살아가기로선택했던그녀는마침내그고장이다른고장과마찬가지이고카빌리사람들도다른사람들과같은사람들이라는것을확인한다. 카빌리의전통, 풍습, 신앙, 개인적인윤리와집단적인윤리를경멸하지않고받아들임으로써그들이다르지만여전히온전한인간이라는것을인정하게되는것이다. Au bout de quelque temps, Marie ne constata plus rien de curieux chez nous. Simplement, il lui avait fallu comprendre, puis s adapter pour retrouver ici les hommes et les femmes tels qu elle les avait connus ailleurs. (p. 98) 어느정도시간이지나자, 마리는우리에게서더이상이상한것이아무것도없다는것을인정하게되었다. 다만그녀가다른곳에서알았던사람들과다르지않은사람들을여기서도발견하기위해서는이해하고적응하는것이필요했다. 이와같이카빌리마을에서마리가마을사람들과관계를맺어가는것을통해서작가는조금씩서양의독자에게카빌리의현실을발견하게해주고그를통해카빌리사람들에대한편견을없애게해준다. 그런데위의인용문에서볼수있듯이, 페라운은여기에 이해 와 적응 이라는전제조건이필요함을역설한다. 즉서양인이피식민자에대해가지고있는전형적인생각들은실질적인상호인간적소통이없는것에서기인된몰이해의결과임을호소하는것이다. 작품속에서드러난페라운의태도는매우분명하다. 알제리인과프랑스인이문화적으로가까워지려면상호인정을전제로해야하고상호인정은서로의문화적사회적규범에적응하는것을통해실현된다는것이다. 마리라는인물은이와같은페라운의견해를놀랍도록완벽하게구현한예외적인인물인셈이다. 그녀는마을에도착할때부터마을사람들에대해선입관이나반감을가지고있지않았고, 프랑스사람이라는이유로교만하게굴지도않았다. 그녀가카빌리사회를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97 이해하고적응할수있었던것은그러기에가능했던것이다. Elle n avait rien à envier à toutes ces paysannes qui s empressaient autour d elle. [...] Elle savait que sa qualité de Française la faisait respecter et n en abusait pas. (p. 98) 그녀는자신에게친절을베풀며몰려드는그모든시골아낙네들에대해부러워할것이전혀없었다. [...] 그녀는프랑스여자라는신분으로인해자신이존중받는다는것을알았지만남용하지않았다. 하지만실제현실에서는서양인이제공한노력은불충분하고심지어악의적인상태로남아있다. 페라운은식민기간동안프랑스인들이보여준태도에대해다음과같이한탄한다. Les Français sont restés à l écart. Dédaignement à l écart. Les Français sont restés étrangers. [...] Un siècle durant, on s est coudoyé sans curiosité, il ne reste qu à récolter cette indifférence réfléchie qui est le contraire de l amour. 15) 프랑스인들은거리를두고떨어져있었다. 경멸하듯떨어져서말이다. 프랑스인들은이방인으로남아있었다. [...] 한세기동안우리는아무런관심없이서로스쳐지나갔고, 여전히그런의도적인무관심만쌓이고있을뿐인데그것은사랑과는정반대의것이다. 그리고독립전쟁이발발하자, 그의어조는더욱강경해진다. 프랑스인과알제리인은결국동등한존재가아니라주인과하인의관계였을뿐이기때문에전쟁이불가피하게벌어졌다는것이다. Il n y a jamais eu mariage. Non, les Français sont restés à l écart. [...] la lutte 15) Mouloud Feraoun, Journal 1955-1962, Paris, Seuil, 1962, p. 45.
98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s est engagée entre deux peuples différents, entre le maître et le serviteur. 16) 결합은결코없었다. 아니, 프랑스인들은거리를두고떨어져있었다. [...] 상이한두민족, 주인과하인사이에투쟁이시작되었다. 페라운의작품은충분한사회참여를하지않았다고, 거의동화되어있었다고평가되어종종무시되었지만, 땅과피 에서묘사된마리의역동화과정은그에게가해진 동화된작가 라는비난을다시생각해보게만든다. 물론그가프랑스식학교에서교육을받고로블레스나카뮈와교류하면서프랑스작가들을흠모하긴했지만, 무조건프랑스문화를동경한것은아니라는사실을분명하게보여줄뿐만아니라알제리땅에살면서도이해와적응을하려는태도가부족했던프랑스인들에게경종을울리는메시지를전하고있기때문이다. 분명하게고발하는것이사회참여의유일한방법이라고, 또자신의소속과민족적정체성을확인하는것이반드시다른사람에대한거부에의해서나타나야한다고단순하게생각함으로인해그의작품에함축되어있는사회참여적인측면을간과한것이아닐까? 5. 맺음말 물루드페라운의이름은종종카텝야신, 모하메드딥Mohammed Dib, 물루드마므리Mouloud Mammeri의이름과대립적으로거론되곤한다. 전자는불안해하고소심한학교선생으로서민속적인소설가이고, 후자는펜과사고로싸우는투사로서참여지식인이라는차이를부각하는것이다. 17) 모하메드딥의 큰집La grande maison 도알제리농촌의분위기를묘사하는점에있어서는페라운과비슷하지만, 도시와시골의비참함, 농 16) 위의책, p. 44. 17) José Lenzini, Mouloud Feraoun, un écrivain engagé, Paris, Actes sud, 2013, p. 273.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99 업노동자의파업, 국민의불만등이민족적요구를배경으로더고발적으로환기되는까닭이다. 또한카텝야신의경우는페라운과마찬가지로카빌리사람인데, 역사적인측면에서는매우다른시각을보여준다. 야신은 1945년세티프사건때체포되어두달동안감금된경험으로인해식민주의와그권력에대해각성이생겼고이후그에게는독립이외의다른길은없었다. 그에반해사실페라운의작품에는표면적으로볼때프랑스의침략이나식민주의에대한분명한언급이없다. 그러나알제리문제를토론하는유럽연합에글을보내는등앙가주망활동을활발히한마므리는페라운이독립을위해참여했다고인정하며오히려그의신중함을칭찬한바있다. 마므리가라바에유배되어있을당시유럽연합에보내는글을페라운에게보내어보완하게한일화는페라운에대한그의신뢰를충분히알수있게해준다. 18) 물론독립전쟁이한창이던당시의페라운은그이전의페라운과는다소차이를보인다. 독립전쟁이발발하기이전의페라운은평화주의자로서이상화된낙관주의와고집스런희망의빛을놓지않고, 마치 땅과피 의마리처럼알제리땅에뿌리를내린프랑스인들과지적인대화를나누며조화로운협력공동체를이루고살수있을거라고믿었기때문이다. 그에게프랑스인이냐알제리인이냐하는것은큰의미가없었다. 왜냐하면앞서 땅과피 에대한분석을통해확인할수있었던것처럼, 알제리땅은견고하게뿌리를지탱해주며그자체로서확고부동한정체성을형성해주는것이기때문이다. 페라운에게알제리땅은변함없는 우리 땅인것이다. 그래서그는프랑스어를사용하는알제리작가라는위치에대해서도혼란스러워할필요가없다고역설한다. Notre position n est pas si paradoxale qu on le pense. En réalité, nous ne nous trouvons pas "entre deux chaises" mais bel et bien sur la nôtre. 19) 18) 위의책, P. 279. 19) Mouloud Feraoun, La littérature algérienne, dans L anniversaire, Paris, Seuil, 1972, p.
100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우리의위치는생각처럼그렇게당혹스러운것이아니다. 실제로우리는 두개의의자사이에 걸쳐있는것이아니라, 완전히우리의의자위에있는 것이다. 그러나전쟁으로인해야기된폭력이난무하는상황에직면해좌절한그는독립만이유일한해결책이라는확신을갖게된다. 무엇보다자유를위해죽은사람들을배반할수는없는일이아닌가? 독립전쟁이발발한지 1주년이되는 1955년 11월 1일에시작해죽음에이를때까지의기록이담긴그의 일기 1955-1962(Journal 1955-1962) 는그가독립이라는대의를향해나아가는과정을보여준다. 20) 1955년 12월의그의기록을보면, 비록식민체계가몇가지장점을가지고있다고하더라도너무오래지속되었고억압적이어서모든이점을상쇄시킨다고지적하고있다. 21) 그리고시간이흐름에따라식민체계에대한그의비난이점점강해지면서 1961년 8월에이르러서는식민시대를 이기적인식민화의세기 라고규정하고프랑스가알제리인들에게폭력에의존하는것이외에다른선택은남겨주지않았다고단언한다. 다른모든길이막혔기때문에폭력을사용할수밖에없다는것이다. 22) 이와같은페라운의여정을보면, 드니즈브라이미 Denise Brahimi가그람시 Aatonio Gramsci의개념을빌려 페라운이전통적지식인에서벗어나유기적지식인으로나아갔다 고주장하는것 23) 을일 58. 20) 알제리독립에대한페라운의단호함은그가사망했을당시에는알려지지않았다. 그의 일기 1955-1962 는아직출판되지않았을때였고, 고인에대한약력에서도그의결심을보여주는것들은찾아볼수없었다. 그의소설에서는직접적으로독립이언급된적이없었기때문이다. 따라서그가사망했을당시에그의이미지가동화된작가의이미지로형성된것도무리는아니었을것이다. 21) Mouloud Feraoun, Journal 1955-1962, p. 27. 22) 위의책, p. 326. 23) Denise Brahimi, Feraoun, un cas exemplaire d intellectuel organique selon Gramsci, 2012 년 3 월 15 일 ~17 일, 알제에서개최된학회 <Mouloud Feraoun : intellectuel, martyr et ses compagnon> 에서의발표문. José Lenzini, Mouloud Feraoun, un écrivain engagé, p. 277 에서재인용.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101 견이해할수있다. 독립전쟁발발이전의페라운은평화주의와휴머니즘에입각한전통적지식인이었다면, 독립전쟁이전개되는와중에서자신의이상이무력함을깨닫고피식민알제리의독립의지를피력하는페라운의모습은유기적지식인의범주에들어간다고볼수있기때문이다. 24) 그러나 일기 1955-1962 에서는또다른한편으로페라운의역설적인생각도엿보게된다. 독립에대한의지를강하게피력하고독립전쟁의당위성을인정하면서도우애에호소하기를멈추지않는까닭이다. 그는상호이해와합의를꾀하지못한것을여러번아쉬워했다. 그가로블레스를 무슬림이아닌알제리인 25) 이라고규정하고, 또카뮈에대해서는 나와같은알제리인 26) 이라고말한것을보면, 그의이상은알제리에뿌리를내린유럽인도포함할수있는독립알제리였다는것을가늠해볼수있다. 즉페라운은독립주의자가곧모든프랑스인을거부하는사람이라는단순한공식을벗어나는것이다. 오늘날문화간대화와상호작용을촉진하는상호문화주의를중시하는경향에비추어보면, 차이를갈등이아니라다양함의요소로인정하고자했던페라운의시각은매우미래지향적인셈이다. 그런맥락에서, 프랑스어로표현하는북아프리카의모든작가들중물루드페라운은가장부드럽고가장인간적이고가장성숙했다. 27) 고한모로코작가드리스슈라이비 Driss Chraïbi의헌사는매우정확했다고할수있다. 독립을눈앞에둔 1962년 3월에비밀무장단체 (OAS, Organisation armée 24) 그람시는지식인을전통적지식인과유기적지식인으로구분한다. 간략히말하자면, 전통적지식인은모든구성원을위한것처럼특정계급이나특정분파의이해와는관계없는지식인으로행세하는부류를칭하는데, 그람시는그들이실질적으로는지배계급의이익을위해봉사한다고비판한다. 그리고유기적지식인은계급에뿌리를둔지식인으로자신들이속한계급의집단의지를결집, 확산시키는특수한성격의집단이다. 25) Mouloud Feraoun, Journal 1955-1962, p. 131. 26) 위의책, p. 205. 27) Martine Mathieu-Job, Le fils du pauvre de Mouloud Feraoun ou la fabrique d un classique, Paris, L Harmattan, 2007, p. 167.
102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secrète) 특공대원에의해암살된페라운은알제리독립의기쁨을누리지못했다. 그리하여독립한알제리에서그의이상을펼쳐볼기회조차가질수없었다. 하지만 땅과피 는미처피어나지못한그의이상을우리에게그려보여주는듯하다. 카빌리사회에역으로동화된프랑스인마리가카빌리사람들과함께살아가는이길- 네즈만은알제리땅에뿌리를내린프랑스인과알제리인이함께살아가는알제리를표상하고있기때문이다. [ 주제어 ] 프랑스어알제리문학, 물루드페라운, 땅과피, 정체성, 역동화 참고문헌 Achour, Christiane, Dictionnaire des oeuvres algériennes en langue française, Paris, L Harmattan, 1990. Bhabha, Homi K., The Location of Culture, London, Routledge, 2006. Bonn, Charles, De l ambiguïté tragique chez Feraoun, écrivain réputé ethnographique, Nouvelle Revue Synergies Canada, n o 6, 2013., L émigration et le tragique de l écriture maghrébine de langue française, Ecarts d identité, n o 86, 1998., Le Roman algérien de langue française, Paris, L Harmattan, 1985. Chèze, Marie-Hélène, Mouloud Feraoun, la voix et le silence, Paris, Seuil, 1982. Choutien, Lynda, Hybridité et négociation culturelles dans La Terre et le sang et Les Chemins qui montent, Synergies Algérie, n o 13, 2001. Déjeux, Jean, La littérature algérienne contemporaine, Paris, PUF, 1979., Dictionnaire des auteurs maghrébins de langue française, Paris, Karthala, 1984. Dib, Mohammed, La Grande maison, Paris, Seuil, 1996.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103 Elbaz, Robert & Mathieu-Job, Martine, Mouloud Feraoun ou l émergence d une littérature, Paris, Karthala, 2001. Feraoun, Mouloud, La terre et le sang, Paris, Seuil, 2012., Le fils du pauvre, Paris, Seuil, 1995., Lettres à ses amis. Paris, Seuil. 1969., Journal 1955-1962, Paris, Seuil, 1962., L anniversaire, Paris, Seuil, 1972. Gleyze, Jack, Mouloud Feraoun, Paris, L Harmattan, 1990. Guerrouf, Ghazali, L interculturalité dans l oeuvre de Mouloud Feraoun, Le cas de La terre et le sang et Les chemins qui montent, Hégémonie ou assimilation, Mémoire du diplôme de Magistère, Université Mohamed Khider-Biskra, 2009-2010. Lenzini, José, Mouloud Feraoun, un écrivain engagé, Paris, Actes sud, 2013. Mathieu-Job, Martine, Le fils du pauvre de Mouloud Feraoun ou la fabrique d un classique, Paris, L Harmattan, 2007. Yetiv, Isaac, L aliénation dans le roman maghrébin contemporain, Disponible www.presse.fr
104 유럽사회문화제 16 호 [Résumé] Les valeurs traditionnelles et l assimilation inverse représentées dans La terre et le sang de Mouloud Feraoun Jin, In-Hea (Université Mokwon) Mouloud Feraoun fut traité d un écrivain assimilé par certains critiques. C est parce que ses romans n ont rien dit à propos de l occupation française d une façon directe. Mais n est-ce pas un peu trop hâtif? Ne passe-t-il pas à côté de l aspect subversif de son oeuvre en considérant, de façon simpliste, que la dénonciation explicite est la seule forme de subversion possible et que l affirmation de l identité nationale passe nécessairement par le rejet de l Autre? On repense cette question en analysant La terre et le sang qui a beaucoup de significations. Le titre de cette oeuvre montre bien les valeurs traditionnelles. Les liens du sang et l attachement à la terre constituent le fond même du roman. La terre connote la mère, les racines et la carte d identité de chacun. Lorsque le personnage principal, Amer, revient chez lui après une longue absence, il redevient tout à fait l enfant du pays. Sa longue absence n a plus d autre signification que celle d une parenthèse gigantesque, impuissante à changer le sens général d une phrase. Chez Feraoun, il n y a pas de déchirement au niveau de l identité qui se fonde sur la terre. Le sang signifie l honneur et l identité. Contrairement à l identité fondé sur la terre, l identité du sang n est pas solide mais négociée. A travers l histoire de quelques familles, Feraoun rallie la fierté avec laquelle les grands vantent leur nom et définit l identité comme une construction par l hybridité. Cela
물루드페라운의 땅과피 에나타난전통적가치와역동화 ( 逆同化 ) 의상징적의미ㆍ진인혜 105 montre sa vision futuriste. Dans la terre et le sang, on voit un exemple de l assimilation inverse incarnée par une française, Marie. On peut facilement imaginer l embarras de Marie à Igil-Nezman, au milieu des Kabyles. Au début, cette société lui a paru absurde, inimaginable et ariérée. Mais au fur et à mesure qu elle apprenait, elle voyait sous un jour nouveau la vie à Igil-Nezman. Ce qui la choquait ou la surprenait au début devenait curieusement logique et elle a retrouvé à Igil-Nezman les hommes et les femmes tels qu elle les avait connus ailleurs. Pour cela, il lui avait fallu simplement comprendre et s adapter. A travers l existence de Marie au village kabyle, Feraoun insiste que les stéréotypes, faits par les occidentaux sur leurs colonisés sont le résultat d une méconnaissance due à l absence d une communication interhumaine réelle. On voit la pensée claire de Feraoun dans cette oeuvre. Un rapprochement culturel entre Algérien et Français n est possible que par la reconnaissance mutuelle et cela ne peut se réaliser qu à travers la compréhension de toutes les normes culturelles et sociales. En effet, l idéal de Feraoun est une Algérie indépendante qui pourrait inclure les Français enracinés à l Algérie tels que Marie kabylisée. Alors l Ighil-Nezman décrit dans La terre et le sang représente l Algérie projetée par Feraoun. [Key words] La littérature algérienne de langue française, Mouloud Feraoun, La terre et le sang, L identité, L assimilation inverse ( 논문투고일 : 2016.05.01./ 논문심사일 : 2016.05.30./ 게재확정일 : 2016.06.10.) [ 저자연락처 ] ih-j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