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논문집철학논집제 23 집 2010. 11.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 레비나스의후설비판과지향성의문제 - 김동규 ( 서강대학교 ) 요약 이논고는레비나스의후설비판을심층적으로탐구한다. 레비나스는후설의현상학을자기의철학적기반가운데하나로삼는다. 그는현상학을통해본인의사유를발전시켰고, 삶의의미를철학적으로성찰하는훈련을 했다. 이런점에서후설의현상학은레비나스에게삶과세계를생생한 체험 으로바라보게해주는결과를낳았다. 하지만레비나스는후설의현상학을철저히자아가타자를지향하는철학으로이해했기때문에, 그의현상학을무비판적으로수용하지않는다. 절대적타자성을윤리의근거로설정하려는레비나스에게후설의그러한철학적경향은결국극복의대상이된다. 본논고에서는, 이와같은레비나스의비판적시선이 지향성 에대한 논의를중심으로해서논의될것이다. 왜냐하면후설과레비나스에게서현상학은지향성을근본주제로삼는학이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현상학에대한두철학자간의사유의간극은바로이지향성에대한입장차이를통해서근본적으로드러나게될것이다. 이러한연구를통해서, 우리는레비나스철학을현상학의전통아래서재조명하고, 후설과레비나스의차이를보다명확하게이해하게될것이며, 결과적으로는지금까지일어난 레비나스의후설비판에대한오해를어느정도불식시킬수있을것이다. 주제분류 : 핵심어 : 현대철학, 현상학레비나스, 후설, 지향성, 직관, 주체, 타자, 상호주관성
176 철학논집 23 집 Ⅰ. 문제제기 레비나스의철학적기반에서가장중요한동인으로작용하는것가운데하나는현상학이다. 후설과하이데거의현상학에대한심도있는그의여러연구와비판작업들이이를증명해준다. 특별히후설의현상학은그의박사학위논문의주제였을정도로레비나스의사유형성과발전에큰영향을미쳤다. 하지만레비나스는후설의사유를그대로이어받은것이아니라비판적으로검토하면서자신의사유를발전시켜나갔다. 이러한레비나스의비판적작업은후설의사유의한계를넘어서서새로운사유의장에이르기위한시도였다고볼수있다. 하지만그동안여러연구자들은레비나스의이러한시도의의의및그의충실한후설독해를이해하려고하기보다는, 그가후설의철학과사유의정신을별근거없이폄하하거나후설의현상학에충실하지않았다는점을들어비판하는태도를종종보여왔다. 1 1. 대표적인연구로는다음과같은것들이있다. 박인철, 타자성과친숙성 - 레비나스와후설의타자이론비교, 철학과현상학연구 ( 한국현상학회 ), 제 24 집, 2005, pp. 1-31. 이남인, 후설의초월론적현상학과레비나스의타자의현상학, 철학과현상학연구 ( 한국현상학회 ), 제 28 집, 2006, pp. 1-38. 외국의문헌으로는대표적으로다음과같은글이있다. Søren Overgaard, On Levinas Critique of Husserl, in: Metaphysics, Facticity, Interpretation, D. Zahavi/ S. Heinmaa/ H. Ruin (eds.), Dordrecht/Bosston/London: Kluwer Academic Publishers, 2003, pp. 115-138. 오버가드의논문은레비나스의의도를이해하기보다는그의비판에대해후설을방어하는데급급한면모를보인다. 비교적균형잡힌시각에서레비나스의후설비판을해명하고, 철학적의문점을제시하는논문으로는대표적으로다음과같은글이있다. Rudolf Bernet, Levinas s critique of Husserl, trans., Dale Kidd, in: Cambridge Companion to Levinas, S. Critchley/R. Bernasconi (ed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pp. 82-99.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77 이에본논문에서는레비나스의후설독해와비판의핵심및진의가무엇인지따져봄으로써, 레비나스의후설비판의성과를검토해보고자한다. 특별히이작업은후설의지향성에대한그의평가와반성을검토하는가운데이루어질것이다. 왜냐하면레비나스가현상학의주요주제를지향성으로간주하고, 후설의지향성에서새로운사유의가능성을보았다는점을인정하기때문이다. 2 뿐만아니라그는후설의지향성의결점을극복하기위한시도를자신의철학의하나의분기점으로삼는다. 이점에서레비나스의지향성검토에주목하는작업은후설과레비나스사유의차이를드러내고그의철학의현상학적사유기반을명확하게정리하고재조명하는결실을얻게해줄것이다. Ⅱ. 후설의현상학과지향성 레비나스의후설비판중에서가장중요한대목가운데하나는후 설의이론적의식과표상적사유의우위성에관해다룬부분이다. 이 는레비나스가후설의지향성과직관이론을검토하는과정에서전개 된다. 그렇기때문에우리는우선후설의지향성과지향성안에서의 직관이론을일반적인수준에서라도상세하게살펴볼수있어야한다. 후설에게지향성과지향성안에서수행되는직관은현상학적환원 을통해발견된순수의식의담지자인초월적주체또는순수자아가 가질수있는특권이라고할수있다. 왜냐하면자연적태도의일반 2. 후설의지향성과감각개념은실현되지않은가능성을여전히우리에게제공하는것같다. Emmanuel Levinas, En découvrant l existence avec Husserl et Heidegger (1949), Paris: Vrin, 2004, V e, 2 판머리말. [ 이하 EDHH 로표기 ]
178 철학논집 23 집 정립에서비롯되는일상적이고세속적인앎과이해를모두괄호속에집어넣는과정을통해서우리에게남겨지는주체의순수의식을그자체로특징짓는것이다름아닌지향성이기때문이다. 이때문에후설은 현상학전체를포괄하는문제명칭은지향성이다. 이문제명칭이바로의식의근본속성을표현한다 라는발언을서슴지않았다. 3 이렇듯현상학적환원작업을통해서얻어진순수의식은언제나어떤것-그것이사물이건명제건상상이건간에- 을지향하는지향성을본질로삼게된다. 4 그렇다면어떤것을향하는순수의식의지향성은지향작용을통해무엇을하는가? 그것은이제자연과학적사유의대상이아닌그자체로자신을보여주고내어주는현상들을의식의 체험 (Erlebnis) 이라는영역속에서구성하는일을하게해준다. 다시말해우리에게개념화되기이전에생생하게주어지는것들은지향성으로서의의식의매개를통해그생생한현실성을의식의체험흐름속에서드러나게해주는것이다. 이것은흔히경험론에서말하는것처럼감각지각을통한외부대상의수용과는다른것이다. 감각지각을통해얻어지는외부대상에대한표상은외부대상자체가아니라우리의인상과관념에불과하다. 그러나현상학적사유세계에서는이런경험주의적사유에서말하는인상과관념의총체로서의세계를거부 3. Edmund Husserl, Husserliana Ⅲ/1: Ideen zu einer reinen Phänomenologie und phänomenologischen Philosophie, Erstes Buch. Allgemeine Einführung in die reine Phänomenologie. Ed. Karl Schuhmann. Den Haag: Martinus Nijhoff, 1950, rpt. 1976, 146, p. 303 [ 이하 Hua Ⅲ/1 로표기 ]; 순수현상학과현상학적철학의이념들 1, 이종훈역, 서울 : 한길사, 2009, p. 455. [ 이하이념들 1 로표기 ] 4. 레비나스도이점을명시적으로강조한다. Emmanuel Levinas, Théorie de l intuition dans la phénoménologie de Husserl (1930), Paris: J. Vrin, 1984, VI e, p. 79 참조. [ 이하 TIPH 로표기 ]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79 하고지향성을통한체험의영역에서주어지는현실적이고실제적인현상성의세계를긍정한다. 이런측면에서보자면, 현상학은관념론에불과하다는일각에서의비난과는달리경험주의보다더경험주의적인철학, 혹은체험주의적인철학이라고할수있다. 현상학적사유구도내에서볼때, 우리에게주어지는현상의본질 (Wesen) 은언제나그현상자체에속해있으며, 우리는주체와주체바깥의것과의지향적관계속에서, 즉지향성을본질로삼은의식의 봄 속에서그현상의본질을꿰뚫는다. 이렇게지향적구조안에서의본질통찰을후설은 직관 이라는말로규정한다. 보통이본질에대한통찰을우리는어떤기능이나개념의필연적속성을두고사용한다. 예를들어 인간은이성적동물이다 라고했을때우리는인간을인간으로만들어주는종으로서의인간개념의가장특징적인기능으로서의이성의능력을인간의본질로내세우고있다. 하지만후설이말하는본질은이렇게학적으로나기능적으로개념규정된것을말하는것이아니다. 그는자연과학이나일상적태도속에서정립된규정으로서의본질이아니라그모든규정들이전에순수의식의지향성속에서우리에게주어지는것들의선술어적핵심을일컫는의미로본질이라는말을사용한다. 그렇기때문에후설은일반적인의미에서의본질과구분지어현상학적본질을염두에두는가운데, 현상학에서의 모든반성적분석은현상학적본질분석 이라고규정한다. 5 또한이러한개념화되기이전에생생하게주어지는현상의본질을통찰하는것이곧직관의역할임을후설은다음과같이명시적으로선언한다. 따라서순수직관안에서오직본질이론이고자하는현상학에있어서, 우리는초월적인순수의식이범례적으로주어진것에서직접적으로본 5. Hua Ⅲ/1, 65, p. 123; 이념들 1, p. 216.
180 철학논집 23 집 질통찰들을수행하며이것들을개념적으로그리고술어적으로확정한다. 6 여기서말하는본질통찰이다름아닌직관을뜻하는것이며, 곧 모든원본적으로부여하는직관이인식의권리원천 이된다. 7 이처럼지향성과직관은현상학에있어핵심적인역할을수행한다. 정리해보면, 현상학이스스로자신을보여주는현상의생생함을포착하는본질학이라고했을때, 지향성은우리에게주어지는현상을그자체로향할수있도록, 주체의방향을설정해준다. 동시에이렇게해서마주한현상의본질적의미를부여하거나드러내는역할을지향성을본질로삼은순수의식의직관이완수한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 Ⅲ. 레비나스의후설비판 그렇다면이렇게후설현상학의근간을이루는것처럼보이는지향성과지향성안에서이루어지는직관을레비나스가왜그렇게문제로삼은것일까? 레비나스의후설비판을보다명확하게이해하려면그의후설비판이어떤관점에서이루어지는가하는문제를파악해야한다. 무엇보다도레비나스의후설읽기는하이데거의빛아래서이루어진다. 이것은레비나스가후설현상학에서의직관이론에서도첫머리에서부터당당하게밝히는바이기도하다. 우리의목표와부합하는한, 다른철학자들, 특별히후설의제자인마르틴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에의해제기된문제를해명하는일을두려워해서는안되는데, [ 독자들 6. Hua Ⅲ/1, 66, p. 124; 이념들 1, p. 217. 7. Hua Ⅲ/1, 24, p. 43; 이념들 1, p. 107.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81 은 ] 그의영향이이책에미치고있음을자주느끼게될것이다. 8 이말은레비나스가하이데거의철학적 관점 을적극수용하여후설을재해석하고있다는사실을너무나분명하게알려주고있다. 그렇다면이 관점 의진상은무엇일까? 그것은다름아니라후설철학을일종의새로운존재론의빛아래서읽어내겠다는의지의표명이다. 지금이야후설철학을존재론으로읽어내는것이그리이상한일이아닐수있지만, 적어도레비나스가활동하던시기에후설을존재론적관점을본격적으로도입하여읽어낸다는것은매우신선한시도였다. 이는당시한시대를풍미하고있던신칸트주의학파에대한공격이자후설현상학을새롭게확장하려고하는기획의일환이다. 그렇다면이러한후설적존재론, 다시말해현상학적존재론의내용은과연무엇일까? 그것은후설의현상학이우리의존재이해에대한새로운눈을열어주는철학이라는점을부각시키는것이다. 그에의하면, 후설의현상학은애초부터존재에대한다른이해방식을염두에둔철학이었다. 이는후설이자연주의적존재이해방식을비판한것을볼때그리어렵지않게이해되는부분이다. 후설이볼때, 자연주의적관점은사물을자연과학적인인식대상으로만이해하게만든다. 이러한자연주의적관점에기반을둔 자연과학자는... 그렇게볼수없는것까지모든것을자연으로바라보는, 그런경향이있다. 9 더나아가이렇게세계전체를자연과학의대상으로바라보는자연주의는, 이세계를오직인과성의사슬하에묶어둘위험성을내포하고 8. TIPH, p. 14. 괄호는필자의삽입. 9. Edmund Husserl, Philoa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 Frankfurt am Main: Vittorio Klostermann, 1965, p. 294 [ 이하 Philos. als str. Wiss. 로표기 ]; 엄밀한학문으로서의철학, 이종훈역, 서울 : 지만지, 2008, p. 30. [ 이하엄밀학으로표기 ] 여기서표기된원서인용쪽수는관례를따라이책이처음논문의형식으로발간된 < 로고스 (Logos)> 지의쪽수를따른다.
182 철학논집 23 집 있다. 즉, 이런이해방식안에서는 모든사물은자연안에서 인과성의통일점이라는사실을통해 자신의 본성을갖는다. 이실재적속성들 ( 사물적, 실재적물체의속성 ) 은동일자의변화에관해인과법칙으로미리지시된가능성들에대한명칭이다. 따라서동일자는그본성에관해서는오직이인과법칙에호소함으로써만규정될수있다. 10 그리고후설에의하면, 이런인과법칙에의거한이해방식을궁극적 인것으로보는, 자연과학자는 자연, 무엇보다물리적자연이외의어떤것도인정하지않는다. 존재하는모든것은물리적자연의총체성에속하는그자체로물리적인것이거나, 심리적인것이지만어쨌든물리적인것에종속된단순히가변적인것즉기껏해야이차적인 평행하는수반사태 일뿐이다. 11 이러한자연주의적이해는사물들, 세계의존재의미를자연과학적존재의미에대한이해속에가두는결과를초래한다. 물론후설도이런자연주의적존재의미를무조건적으로거부하지는않는다. 다만, 이러한존재의미에대한이해는사물이나세계의존재를이해하는하나의이해방식에불과하다. 이것만이모든사태및존재를이해하는궁극적인방식이라고규정할경우그것은독단의길로들어서고만다. 그리고이러한태도는삶과세계의풍성한의미를알수있는기회를앗아간다. 레비나스는바로이런측면에서자연주의적존재이해를극복하는새 10. Philos. als str. Wiss., p. 311; 엄밀학, p. 73. 11. Philos. als str. Wiss., p. 294; 엄밀학, p. 31.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83 로운존재론의길을후설이열고자했다고지적한다. 즉, 우리는이제후설의현상학이자연주의적존재론을극복함으로써, 어떻게철학적방법개념과진리일반의개념을또다른길로인도하는지를물어야만한다. 12 그렇다면후설이어떤식으로이러한자연주의적존재론을극복하는가? 이는앞서도이미언급한대로, 현상학적환원이초래한절대적현존으로서의순수의식에대한발견과이의식에서비롯하는지향성과직관작용을통해서이다. 그런데레비나스는단순히지향성을본질로삼는의식과여기에서비롯하는직관작용을인식론적관점에서만대두시키지않는다. 그는후설이중요시한지향성안에서의본질이개념적, 자연주의적대상이전에생생하게드러나는현상들의본질적존재의미를드러나게한다고본다. 즉, 세계를자연주의적방식이아닌현상학적방식으로볼수있다는것은세계에대한새로운의미, 곧현상학적인체험세계의의미의발견을가능하게해준다는것이다. 즉, 삶의세계의풍성한의미를이해하는일이후설이제시한현상학을통해가능해졌고, 이것이바로레비나스가후설현상학을통해핵심적으로읽어내고자하는중요한지점이된다. 후설현상학의이러한존재론적함축을이해하기위해서는, 자연을포함한모든존재의근원은의식적삶의내적의미를통해규정되는것이지그역은아니라는점을보여주는것과존재개념의의미자체로내려가더깊은심연을파고들어가는것은필수적인일이다. 13 이맥락에서레비나스는후설철학에서현상학적잔여로여겨지는순수의식의절대적현존을새로운존재의미를정립하는현상학적존재론으로나아가는핵심통로로간주한다. 그런데무엇보다도중요한 12. TIPH, p. 38. 13. TIPH, p. 40.
184 철학논집 23 집 것은이절대적으로현존하는의식이데카르트적인의미에서의실체 로현존하는것이아니라지향성자체로현존한다는사실이다. 레비나 스의말을직접들어보자. 후설의지향성은의식의속성, 예를들어의식의존재방식에연관되지않는성격을갖는것으로, 단순히의식내용의양태로받아들여질수는없다. 지향성은바로지향성개념이특징짓고자하는이의식의현존방식 (mode d existence) 그자체이다. 14 지향성은이제의식의세계연관성을그자체로표현해주는말이되었다. 세계의존재의미는늘세계와관계맺고있는세계지향성으로서의의식으로드러난다. 오직의식만이의식에마주하는방식이나의식에대한나타남의방식인세계의존재의미를우리에게알려줄수있다. 15 그렇다면이의식의지향성에서비롯하는세계의존재의미, 현상학적존재의미란대체무엇일까? 여기서레비나스가후설을비판하는핵심논점이등장한다. 레비나스가보는후설의지향성에서는, 존재자의존재의미, 세계의존재의미가이론적인본질이해의수준에머무른다. 즉이론과표상은구체적인모든삶의토대가되고, 다른모든것들의정초를보증하는지향성의형식이다. 16 레비나스가보기에삶의- 이삶이의식의삶이든신체적삶이든간에- 다양한대상들은단지이론적으로환원되지않는다. 대상에대한기쁨, 슬픔, 사랑등과같은정서적, 감성적작용은이론적이고표상적인의식에환원되지않는다른존재의미의차원에서다뤄져야한다는것이다. 물론후설이이러한이론적이지않은현 14. TIPH, p. 70. 15. TIPH, p. 62. 16. TIPH, p. 86.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85 상성을인정한다는점을레비나스가부정하지는않는다. 다만문제가되는것은이모든가치론적, 정서적대상들도이론적사유와표상의차원을반드시거쳐야만그다양한, 새로운의미를우리에게드러낸다는점이다. 이러한후설철학의한계와쟁점을지적하기위해레비나스는다음과같은후설의말을언급한다. 우리는표상이라는명칭하에, 그말이갖는보다더좁은의미에서, 지각이나직관, 유사지각들에서와같이, 어떤것이우리에게대상이되는 (in welchem uns etwas gegenständlich wird) 그러한어떤작용을도입할수있으며, 이경우지각, 직관은단일한포착대상을파악하고단일한사유의발산안에서 [ 대상을 ] 향한다. 또는그것은여전히범주적진술에서주체가표현하는단일한규정에대한작용, 가설적주장이라는작용에서선재하는것 (Vorderglieder) 으로기능하는직접적전제의작용 (Akte des schlichten Voraussetzens) 에서비롯된다. 17 여기서보듯이후설은어떤것을표상하에서대상화하는작용 ( 다른말로하면객관화하는작용 ) 을도입한다. 이것이바로논리연구에서일관되게표명되는이론적대상화를행하는이론적의식의우위성이다. 여기서말하는이론적대상화란가치판단이아니라이론적판단을위한사태파악을의미한다. 예를들어 여기이사람이아름답다 라는판단은일종의가치판단이자비대상화적지향성에서비롯한다. 그런데후설에게는이러한가치판단을위해서는우선적으로이론적정립으로서의판단이선행되어야한다. 즉, 여기사람이있다 는사실을향하는대상적지향성의이론적대상화작용이가치판단이나정서적판단의영역에속하는비대상화작용의기초가된다는것이 17. Edmund Husserl, Husserliana XIX/1: Logische Untersuchungen, Den Haag: Martinus Nijhoff, 1984, p. B, 459.
186 철학논집 23 집 다. 18 그렇다면직관의역할은어떻게되는가? 직관이만일사태의본질을직관한다고했을때, 그직관은정서적이거나가치론적인것이아니라이론적으로대상을명사화하거나사실판단을가능하게해주는기초의역할을말한다. 레비나스에게는후설사유의바로이러한지성주의가문제로다가왔다. 다시말해 대상화하는작용이라는개념은 후설의직관주의를지성주의로더럽히고, 19 이러한지성주의에의해탐구되는후설의 실재하는세계는인식의세계 에머무른다고레비나스는비판한다. 20 바로이점에서레비나스에게후설의철학은이론주의적, 인식중심주의의한계를지닌철학으로간주되어극복해야할대상이된다. 물론여기서다음과같은한가지의문이제기될수있다. 이론적대상화가비이론적대상화의기초가된다고해서무엇이문제인가? 비이론적가치지향이나욕망의지향을후설이부정한것은아니지않은가? 이에대한레비나스의문제의식은다음과같다. 그에게사물이나사태는그자체로이론의대상이아니라가치나사용의대상이될수있다. 즉, 이론적인사유로의포섭이일차적인것이아니라가치나사용적, 정서적의미가이론적사실판단을하게만드는의미에앞서서그자체로현상에서흘러나올수있다는것이다. 그런데후설의현상학에입각했을때는, 사물들에부여된 가치, 사용 등의성격은우리들통해사물에귀속되지만사물의현존을구성하지는않는 18. 비대상화작용과대상화작용, 비대상적지향성과대상적지향성의관계에대해서는다음을참조하라. 이남인, 현상학과해석학, 서울 :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pp. 117-126. 19. TIPH, p. 99. 20. TIPH, p. 98.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87 다 는것이레비나스의후설비판의핵심이자새로운사유를위한도약대가된다. 21 이지점에서우리는지향성개념의새로운정립이레비나스에게일어나고있다는사실을감지할수있다. 후설에게근본적이고일차적인지향은대상화하는지향이었다. 이런이론적지향다음에비대상화, 비객관화의지향이가능해진다. 이두가지모두지향성이라는동일한범위안에속해있는지향이라하더라도그위계관계는후설에게분명하게드러나있다. 하지만레비나스에게는지향성이일차적으로이론적인것이아닐수도있다는점을우리는위의내용들을통해쉽게추론해낼수있다. 대상들이곧가치나욕망으로현전한다면, 그것을향하는우리의지향성이반드시일차적으로이론적일필요는없다는결과가나오게되는것이다. 사실여기서우리는레비나스에게드리워진하이데거의영향력을쉽게파악할수있다. 하이데거가현존재의초월을이야기할때, 그초월은곧자기 ( 또는현존재Dasein) 로부터세계로의초월이다. 그런데그세계로의초월속에서인간현존재가마주하게되는대상들은일차적으로사용사태전체성안에서그의미를드러내는실천적행동관계안에있는대상들이다. 우리는이것을곧하이데거의지향성이라고말할수있을것인데, 이러한하이데거철학의영감이레비나스의후설독해에일정부분반영되어있음은두말할나위도없다. 이런점에서레비나스가후설에게서자유로워지기위해하이데거의사유를활용했다는글렌모리슨의지적은일견정당하다. 22 21. 같은책, 같은곳. 22. Glenn Morrison, Levinas Philosophical Origins: Husserl, Heidegger and Rosenzweig, in: Heythrop Journal XLVI (2005), p. 41. 하지만모리슨은레비나스가후설을더욱깊이천착한사실에대해서는간과하고있는것처럼
188 철학논집 23 집 Ⅳ. 후설현상학에대한레비나스의이중적시선 하지만이상과같은문제의식을기반으로하여레비나스가곧장후설을포기하는가? 그렇지않다. 그는후설에게서더많은사유의가능성을그의지향성개념을기반으로해서찾고자한다. 그런데여기서의지향성은지성주의적직관과대상화하는작용이라는인식중심의세계관을탈피하는감각적이고신체적인지향성이다. 이것이바로레비나스가후설의지향성과감각을실현되지않은가능성으로본이유이기도하다. 후설의철학을메마른지성주의로단순하게파악할수없다는것이다. 그러면그단초는구체적으로어디에서오는것일까? 레비나스는알프레드쉬츠가편집해서 1940 년에선보인당시후설의미간행원고공간구성에관한주석 23 을분석하는가운데후설에게서단순히객관적이고지성적이기만한지향성이아닌, 신체적이고운동감각에근거한지향성개념을파헤친다. 24 레비나스에의하면이글에서후설 보인다. 23. 이글은두차례에걸쳐다음과같이연재된바있다. Edmund Husserl, Notizen Zur Raumkonstitution, ed. Alfred Schütz, Philosophy and Phenomenological Research, Vol. 1, No. 1 (Sep., 1940), pp. 21-37; pp. 217-226. [ 이하 NR 로표기 ] 24. 이때문에이남인의다음과같은말은사실이아니다. 후설의지향성이육신화되지않은지향성이라는레비나스의견해역시부당하다. 또한 그러나후설의지향성이육신화되지않은지향성이라는이러한견해는후설의현상학에대한총체적인이해가결여된데서나타난오해에불과하다. 이남인, 후설의초월론적현상학과레비나스의타자의현상학, pp. 12, 16. 특정시기에레비나스가후설의지향성을좁게이해했다고볼수는있지만, 실제로그의후설이해의폭은연구의깊이가더해지는가운데확장되어갔다. 이점에서보면, 오히려이남인의견해가레비나스의현상학에대한총체적이해가결여된데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89 은 공간구성으로나아가기위하여운동지각에서출발한다. 25 다시말해공간의구성은대상화하는지향의차원이아니라그것에앞서는운동지각이라는감각의차원에서이루어지는주체의활동이라는것이다. 운동지각은대상들에대한지각에앞서는, 감각적인것의차원에서시작한다. 26 여기서말하는감각적차원에서행해지는운동지각을후설은운동감각 (Kinaesthese) 으로간주한다. 그는 ( 적어도공간구성에관한주석이란글에서는 ) 이운동감각을기반으로해서지각경험과신체적운동이일어난다고주장한다. 다시말해후설은 모든경험적운동을나의운동감각적행동이나운동감각적정지상태로의지향적소급관계 로설정하여의식을육화한신체성의주체를보여주었던것이다. 27 그렇기때문에레비나스도 자아태도안에있는자아, 나는나자신을나의신체성 (Leiblichkeit) 안에서파악한다 나는나자신을운동감각적기능안에서파악한다 고까지주장하는후설의지향성을순전히이론적이기만한지향성에불과한것으로볼수는없었던것이다. 28 이에레비나스는후설의 이러한운동감각적감성의현상학은대상화하는것과는전혀다른지향을일으킨다 고평가하며, 29 후설현상학에서의직관이론에서보여주었던후설에대한비판과는달리그에게서오히려 관념론의종식 의단초를본다. 30 즉, 우리의의식이아니라운동감각적지향이가능해지면, 신체가딛고서있는땅과하늘, 더나아가타인과신체적으로접촉할수 서나타난오해에불과하다. 25. Intentionalité et métaphysique, in: EDHH, p. 140. 26. 같은글, 같은곳. 27. NR, p. 24. 강조는후설. 28. NR, p. 25. 29. Intentionalité et métaphysique, in: EDHH, p. 141. 30. Intentionalité et métaphysique, in: EDHH, p. 142 참조.
190 철학논집 23 집 있는근거가마련될수있다는것이다. 다시말해레비나스는전형적인초월적관념론자로서의후설에게서제시되는의식의삶으로서의체험이아니라신체적인삶으로서의체험이가능해지는진정한체험론적현상학의가능성이다른사람도아닌후설에게내재해있다는사실을통찰했다. 이지점에서현상학해석자로서의레비나스가주목하는것은다름아닌후설철학의균열이다. 운동감각을통해감각적으로연관되는세계로의초월이곧, 이론적의식의초월을폐기하는것은아니다. 레비나스는후설현상학에서의직관이론을쓸당시, 후설이이론적의식에우위를둔다고주장했던견해를계속견지한다. 다만후설이관념론의노선에서이탈하는것처럼보이는바로그균열지점에서사유의모험을감행한다. 그는이러한균열을해결하려는시도를하지않는다. 오히려이균열에기뻐하며이균열을자신의철학과관련해서긍정적인차원으로받아들인다. 후설이도달한초월적관념론에대한이탈과세계속의참여사이에서의머뭇거림은, 그의약점이아니라강점이다. 31 이론적의식에서비롯하는지향성이이론적대상세계를보여주는데그쳤다면, 운동감각적지향은세계의의미를새롭게이해하게만든다. 레비나스는이를더밀고나가후설현상학에서윤리학적사유의기반을찾아낸다. 우리가감각적세계로만나는이른바대지와하늘이둘러싼세계를후설은사유를초과하는 지평 으로받아들인다. 인식론적으로세계에대상적의미를부여할때도, 늘우리의지향의일차적대상을둘러싼배경이되는세계가이미우리에대해전제되어있다는것이다. 이러한사유구도의특징을두고서, 후설은이렇게말한다. 31. La ruine de la représentation, in: EDHH, p. 133.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91 의식으로서의모든코기토는가장넓은의미에서그것이사념된것을사념함이지만, 지향적분석은이사념된것이각각의계기에서 ( 더이상 이사념된것과함께 ) 그때그때의계기속에서명백하게사념된것으로앞에놓여있는것이상이라는근본적인식에의해통제된다. 모든의식에놓여있는이 자신을넘어서사념함 은의식의본질적계기로관찰되어야한다. 32 여기서레비나스는지평을일종의사유에대해초과되는세계로간주한다. 후설역시이러한지평의중요성을간과하지않는다. 모든지향성의구조가지평구조를함축한다는사실은절대적으로새로운현상학적분석과방법을규정한다 고말한다. 33 즉, 주체의의식의지향성은한편으로대상의이론적본질을직관하기위해특정대상을향하면서도감각적이고신체적인주체의삶의터전이되는생활세계로서의지평을또한향하지않을수없다. 후설이여기서어디에더우위를두는지, 이문제를후설의사유구도속에서어떻게해결할수있을까하는문제는중요한탐구주제가될수있기는하다. 하지만이것이본논고의관심사는아니며더군다나우리가살펴보고있는레비나스의관심사가되지도못한다. 오히려레비나스는의미부여 (Sinngebung) 를하는주체의자유와주체가지평으로서의세계에소속되는사실자체를모두끌어안고가면서, 이동시성속에서벌어지는이론적표상의파괴와타자성의도래를보고자한다. 주체의지향은대상의의미를구성하는의미부여를하는와중에자신이포섭하지못하는감각적이고물질적인차원의세계를필연적으로발견한다. 이 32 Edmund Husserl, Husserliana I: Cartesianische Meditationen und Pariser Vorträge, hrsg. Stephan Strasser, Den haag: Martinus Nijhoff, 1950, rpt. 1970, p. 84; 데카르트적성찰, 이종훈역, 서울 : 한길사, 2002, p. 95. 33 같은책, p. 86; 같은책, 98. 강조는후설.
192 철학논집 23 집 것은앞서말했듯이사유의초과를일으키는영역이므로대상화하는표상의영역이될수가없다. 더나아가나의주관적표상으로상정될수없는, 이론적대상으로환원될수없는세계는철저히주체나동일성의영역에포섭되지않는타자가되는것이아닌가? 레비나스는이러한지평으로서의감각적, 물질적세계를일종의타자, 또는 사회 로상정한다. 34 이러한사회의도래는단순한인식론적관계로의파악이불가능한영역이주어졌음을의미한다. 그래서레비나스는이론적인식의작용인줄만알았던의미부여의작용속에서 윤리적의미부여가가능하게되는, 말하자면본질적으로타자에대해존중하게되는 일을발견할수있다고본다. 35 레비나스는후설에게서이것이적극적으로개현되지는않는다고하더라도일정수준에서분명하게내재해있다고보는것같다. 후설자신에게, 상호주관성안에서, 대상화하는작용에서출발하는과제는, 그안락한리듬속에서요람에들어가잠들기를요구하는대상화하는구성으로는환원이불가능한, 사회적관계를심하게흔들어일깨운다. 36 물론레비나스가후설의지향성에서이러한귀중한통찰을배웠다고해서후설을전적으로끌고가려고한것은아니다. 왜냐하면후설의철학에서타자에대한존중가능성이있다고는해도그것이무한으로서의절대적타자가나에게로현현하는사건을정당화시키지는못하기때문이다. 후설의철학에서 자기자신과는다른타자와의관계는자신과는다른타자로침투함으로, 이행성으로만가능하다. 37 다시말해후설에게서타자와의관계를가능하게하는상호주관성이 34. La ruine de la représentation, in: EDHH, p. 133 참조. 35. 같은글, 같은쪽. 36. 같은글, 같은쪽. 37. Intentionalité et métaphysique, in: EDHH, p. 142.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93 라는것은, 내가유비를통해서건다른어떤작용을통해서건, 철저히나에게서출발하는나의지향성의작용이기때문에, 레비나스는후설에게서자신의절대적타자성의철학이나올수는없다고보았고, 이와관련하여후설과거리를둔다. 38 하지만현상학이물질성과신체성을강조하면서윤리학으로전환될수있는가능성은충분히가지고있다고생각했다. 후설의이러한특징을그는지향성과관련지어 가치론적지향성 (l intentionnalité axiologique) 39 이라고일컬었다. 그는바로그러한생각의근거를후설에게서찾았고, 이를분명자신의이후의현상학적사유의자양분으로삼았다. 다만여기서말하는현상학적사유의자양분이라는말은이중적의미로이해되어야한다. 레비나스가시도하는초월과물질성에대한사유는감각적이고물질적인세계에대한지향적분석에의거한다. 이는분명앞서살펴본후설현상학의빚을지고있는부분이다. 그런데도입된개념들에대한설명과전개는, 전부현상학적 38. 이남인의다음과같은발언은레비나스철학의의도와특별함을사장시킨채후설의입장에만집착한데서비롯된것이다. 후설의초월론적현상학역시레비나스의타자의현상학과마찬가지로 절대적타자의문제를다룰수있다는사실에유의할필요가있다. 책임의식이각성된주체역시초월론적주관의한유형이라는사실을다시한번환기할필요가있다. 이남인, 후설의초월론적현상학과레비나스의타자의현상학, p. 31. 레비나스의주체는책임의식의각성에의해윤리적실천을하는주체가아니라타인의윤리적부름을임의적으로굴절시키거나구성하지않고그자체로타인의부름에촉발되는그런주체다. 이것은수동성을주체성의한차원으로설정하는후설과다른여러철학자들과는달리수동성을주체성자체로설정하는레비나스특유의문제의식의반영이다. 39. Emmanuel Levinas, Ethique et Infini, Paris: Fayard, 1982; Le Livre de Poche, 1984, p. 22; 윤리와무한, 양명수역, 서울 : 다산글방, 2000, p. 39. 여기서는 1984 년출간된문고판원서를인용했다.
194 철학논집 23 집 방법에빚을지고있다. 지향적분석은구체적인것에대한탐구이다. 개념을정의하는사유의직접적시선하에포착된개념은, 그렇지만이소박한사유가모르는사이에, 이러한사유에서비롯되는혐의를벗어난지평속에뿌리박혀진것으로자신을드러낸다. 곧이러한지평들은개념들에하나의의미를제공한다 - 이러한것이후설의본질적교훈이다. 40 사유로환원되지않는지평적물질세계에대한지향적분석이레비나스의사유의꽃이완연하게만개하는시점에도역시나반영되어있음을우리는이구절을통해분명하게알수있다. 다른한편으로레비나스는물질적세계와그세계에속해있는주체의주체성을지향적분석을통해해명하긴하지만타자의절대적타자성만큼은결코지향성으로환원할수없는, 무한으로나에게도래하는형이상학적관계로설정한다. 41 이점에서결코이론적의식을포기하지않는후설 40. Emmanuel Levinas, Totalite et Infini (1961), La haye: Martinus Nijhoff, 1974, IV e, p. XVI. 41. 무한에대한레비나스의강조점에대해서박인철은다음과같이평가한다. 타자를무한자로규정함으로써레비나스는자신도모르게결국근대성의정신과일정정도타협을하게된다. 아울러역설적이게도인식불가능하다고여긴타자를오히려인식가능한, 말하자면자아의시선안에놓여있는주관적이고개념적인존재로전락시키고만다. 박인철, 타자성과친숙성 - 레비나스와후설의타자이론비교, p.20. 이러한평가는무한의이념에대한레비나스의사유배경을이해하지못한결과이다. 본논고의주제에서벗어나기때문에깊이있게논하지는못하지만, 레비나스에게무한은전체성과무한이라는그의주저의제목에서보듯이, 전체성의구도에서벗어난초월의이념에서성립되는형이상학적계기로보아야한다. 이러한레비나스의철학은유대주의철학자프란츠로젠츠바이크의사유에특별히빚을지고있다. 그렇기때문에레비나스의사유는근대성의정신과의타협이아니라유대주의정신에근거한것이다. 이러한레비나스의철학적기원에대해서는앞서인용한바있는글렌모리슨의 Levinas Philosophical Origins: Husserl, Heidegger and Rosenzweig 를참조하라.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95 의사유는단절의대상이되는것이다. 42 후설식의 표상은또한, 지향성의작용내에서는, 특권화된사건의자리를차지한다. 43 이러한레비나스의태도들은초창기부터이어져온후설에대한그의이중적태도, 후설과더불어사유하면서도, 후설을넘어서는그의태도를그대로반영하고있다. V. 결론을대신하여 : 레비나스적현상학, 레비나스적지향성 현상학, 그것은지향성이다. 44 레비나스의이러한단정에서보듯이, 그는현상학의핵심을지향성으로본다. 그런데한가지의문이있다. 현상학적관점에서보았을때, 레비나스는현상학자인가? 그가시도한것은궁극적으로윤리학이기때문에이러한물음이큰의미가없는것인지도모른다. 하지만그의철학적방법을해명하는문제가레비나스의사유구조와그의철학사적위상을정립하는데도움이된다면이물음을그냥지나칠수만도없는노릇이다. 이미앞에서일정부분언급했듯이, 레비나스가후설에게서신체성과물질적세계에대한감각적세계현상에관한의미이해의현상학을도출시켰다면, 적어도그가전체성과무한에서보여주는주체와요소세계의관계해명 42. 후설을적극적으로극복하려고하는레비나스의태도에대한연구에대해서는다음의글을참조하라. 강영안, 레비나스철학에서주체성과타자 - 후설의자아론적철학에대한레비나스의대응, 철학과현상학연구 ( 한국현상학회 ), 제 4 집, 1990, pp. 243-263. 43. Emmanuel Levinas, Totalite et Infini, p. 97. 44. La ruine de la représentation, in: EDHH, p. 126.
196 철학논집 23 집 과같은문제는최소한하이데거의현상학적존재론, 현사실성의해석학을접붙인후설적인현상학적기술의확장으로서의지향적분석이라고볼수있을것이다. 그런데문제는또남는다. 만일그렇다면레비나스의철학에서후설적인지향성의이념은계속존재하는가? 현상학이지향성이고, 이를레비나스가계승한다면, 그에게서도지향성의이념이남아있어야하는것아닌가? 앞서본대로, 레비나스는후설의지향성구도에서파악될수있는주체- 타자의도식을전적으로거부한다. 과연타인이이론적인것은아니더라도비이론적인, 비대상적인지향성의대상이될수도없는것인가? 레비나스의태도자체가불분명하기때문에답이어렵겠지만단정적인견해를이논고에서밝히자면이중적으로답할수있을것같다. 45 일단후설의빛아래서만보는현상학의관점으로본다면레비나스는현상학의구도나전형적인지향성이념에머무르지못한다. 그에게서제일중요한절대적타자성으로서의타인은의식의지향적파악의대상이될수없다. 타인은내바깥에서나에게현현하고침투하는무한이다. 무한은곧내가파악할수없는나의인식가능성에서는부정적으로만도래하는것이아니던가? 그렇다면결국레비나스가최후까지견지하는절대적타자성으로서의타인은, 현상학의지향성의대상이아니다. 45. 이러한불분명함은레비나스자신의태도에서비롯되는것이다. 일례로레비나스는필립네모가얼굴의현상학에대해설명해달라고한대목에서, 얼굴의 현상학 이라고할수있는지모르겠다. 현상학이란나타나는대로기술하는것이기때문이다. 또한남의얼굴을쳐다본다고할수있을지모르겠다. 왜냐하면쳐다보는것은앎이요지각이기때문이다 라고말한다. Emmanuel Levinas, Ethique et Infini, p. 79. 이런말을했으면서도그는 1987 년에출간된전체성과무한의독일어판서문에서 얼굴의현상학 이라는말을쓰고있다. 이글은이후출간된그의저서속에수록되어있다. Emmanuel Levinas, Entre nous. Essai sur pensée-à-l autre, Paris: Grsset, 1991, p. 175 참조.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97 하지만여기서멈추지말고다른각도에서바라보자. 현상학을과연후설의전유물로만볼필요는없지않은가? 그렇다면상이한현상학적각도에서레비나스를이해해보자. 우리는가장넓은의미에서, 지향을 어떤것을향함 이라고정의할수있다. 이지향성을의식의것으로보면어떤것에대한의식이곧의식의지향성일것이다. 그런데지향성을일단의식이아니라운동감각적인신체적인요소도포함하는지향성으로상정하고, 그것이나에게서가아니라바깥에서나를향하는것으로이해해보자. 어떤것을향함이라는것이꼭나에게서출발할필요는없지않은가? 그렇다면우리는여기서역전된지향성, 다시말해마리옹이언급한 역-지향성 (contre-intentionnalité) 개념을제기할수있다. 46 내가아니라외부의어떤것이나를침투하는그런지향성말이다. 물론이지향성이레비나스가전체성과무한에서후설에게서진사유의빚을인정하면서시도한물질세계에대한지향적분석을말할때의지향성과동일선상에놓을수있는그런성격을가지지는않는다. 물질세계와주체정립의관계등을기술할때레비나스가시도하는분석은, 후설의지향성을확장하여감각적인물질세계와주체의신체성이현상으로주어지는그현상학적존재의미를기술한다는의미에서의지향적분석이었다. 요약하여말하자면, 레비나스는전체성과무한에서비표상적인신체적, 감각적지향에대해충족을일으키는지각된세계의직관적주어짐을기술하고이해하는작업을시도했던것이다. 47 그런데이러한지향적분석의구도속 46. Jean-Luc Marion, La voix sans nom. Hommage-à partir-de Levinas, in: Emmanuel Levinas, ed. Rue Descartes, Paris: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1998; 2006, p. 11. 47. 이문장에서도드러나지만, 자세히살펴보면, 본논고의전체에걸쳐레비나스의후설현상학독해에서강조된후설현상학의개념은다음네가지로압축할수있다. 지향성, 감각, 지향적분석에의한현상학적 기술, 직관 이바로
198 철학논집 23 집 에포섭되지않는현상, 곧사유상에서의절대적초과로주어지는현상은분석의대상이아니라현현의사건이된다. 이런점에서타인의얼굴은그자체로나에게사유의초과를일으키는특권화된현상인것이다. 이특권화된현상을지향성안에서의현상으로부르기위해, 역-지향성 개념이필요한것이다. 이러한지향성개념을인정할수있다면레비나스에게도여전히역전된형태로서의지향성개념은 타인의얼굴 을제시하는대목에서도현상학의영향력을행사할수있다. 타인의절대적현현은다른것이아니라곧나를향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우리는레비나스를새로운시각에입각하여현상학자라고정의할수있을것이다. 물론이정의가제대로정립되기위해서는지향성의개념사를후설과하이데거부터현재까지의논의를수렴하여재정립하고, 역-지향성의실상을보다상세하게해명해야하는철학적과제가남는다. 이과제는그리멀지않은날에본논자의촉수 ( 觸手 ) 를통해계속수행될것이다. 그것이다. 현상학의개념중에서도레비나스는이네가지를가장두드러지게수용하고있다. 이는다음의연구서에서도강조되고있는점이다. Francisco Xavier Sánchez Hernández, Vérité et justice dans la philosophie de Emmanuel Lévinas, Paris: L Harmattan, 2009, pp.49-51.
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199 참고문헌 Bernet, Rudolf., Levinas s critique of Husserl, trans., Dale Kidd, in: Cambridge Companion to Levinas, S. Critchley/R. Bernasconi (ed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pp. 82-99. Hernández, Francisco Xavier Sánchez., Vérité et justice dans la philosophie de Emmanuel Lévinas, Paris: L Harmattan, 2009. Husserl, Edmund., Husserliana I: Cartesianische Meditationen und Pariser Vorträge, hrsg. Stephan Strasser, The Hague: Martinus Nijhoff, 1950, rpt. 1970; 데카르트적성찰, 이종훈역, 서울 : 한길사, 2002., Husserliana Ⅲ/1: Ideen zu einer reinen Phänomenologie und phänomenologischen Philosophie, Erstes Buch. Allgemeine Einführung in die reine Phänomenologie, Ed. Karl Schuhmann. Den Haag: Martinus Nijhoff, 1950, rpt. 1976; 순수현상학과현상학적철학의이념들 1, 이종훈역, 서울 : 한길사, 2009., Husserliana XIX/1: Logische Untersuchungen. Zweiter Band. Untersuchunen zur Phänomelogie und Theorie der Erkenntnis, The Hague: Martinus Nijhoff, 1984., Notizen Zur Raumkonstitution, ed. Alfred Schütz, Philosophy and Phenomenological Research, Vol. 1, No. 1 (Sep., 1940), pp. 21-37; pp. 217-226., Philoa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 Frankfurt am Main: Vittorio Klostermann, 1965. Levinas, Emmnuel., En découvrant l existence avec Husserl et Heidegger (1949), Paris: J. Vrin, 2004, V e., Entre nous. Essai sur pensée-à-l autre, Paris: Grsset, 1991., Ethique et Infini, Paris: Fayard, 1982; Le Livre de Poche, 1984; 윤리와무한, 양명수역, 서울 : 다산글방,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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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설과더불어, 후설을넘어서 201 Abstract With Husserl and Beyond Husserl - Levinas Critique of Husserl and the problem of Intentionality - Kim, Dong-Kyu (Sogang Univ.) In this paper, I study Emmanuel Levinas critique of Husserl. Levinas appropriates Husserl s phenomenology as one of the basic philosophical foundations. He developed his thought using phenomenology. Through phenomenology, he created a method that philosophically meditates on the meanings of life. In this way, Husserl s phenomenology resulted to a capability to see life and the world as lived experience for Levinas. However, Levinas doesn t want to accept Husserl s phenomenology uncritically. Because in his opinion Husserl s phenomenology is philosophy that Ego dominate the Other. Whereas Levinas needed to make ethical ground as absolute Otherness of the Other. For this reason, Husserl s philosophical tendency becomes an object to overcome. In this study, this Levinas critical point will be discussed focusing on the concept of intentionality. Since Husserl and Levinas consider intentionality as the fundamental theme of phenomenology. Therefore, philosophical distance between Husserl and Levinas will be revealed by clarifying their differences in positions of intentionality. By this investigation, we reconsider Levinas philosophical thought under the tradition of phenomenology, and will be clearer in comprehending the differences in their philosophies. As a result, we can almost get rid of some misunderstandings of Levinas critique of Husserl. Key words: Levinas, Husserl, Intentionality, Intuition, Subject, Other, Intersubjectiv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