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프라이버시를침해하는것은누구인가 공진성조선대정치외교학부교수 연구논문 I. 프라이버시와개인 옆집에숟가락이몇개있는지조차안다 는말이있다. 이웃과얼마나친한지를나타내는표현이기도하지만, 옛날농경사회에 나 와 너 의구분이, 내집 과 네집 의구분이없었음을보여주는표현이기도하다. 신혼첫날밤, 신랑과신부가있는방문의창호지에침을발라구멍을내고엿보는전통사회의풍경또한과거의 너-나없음 의표현일지모르겠다. 그러나이런 너-나없음 의상태가영구불변일수는없다. 결혼한자식의집열쇠나비밀번호를공유해스스럼없이드나들면서반찬도해주고청소도해주고싶어하는시어머니와그것을사생활침해로여기며껄끄러워하는며느리. 텔레비전드라마속에서만아니라현실속에서도자주볼수있는이런모습은과거의 너-나없음 이오늘날우리사회에서변화하고있음을말해준다. 전통사회의 너-나없음 을인간의본성에근거한 자연스러운일 로여기는사람들은 자신 ( 들 ) 만의 공간과시간을가지려는, 그리고그시간과공간속에서 자신 ( 들 ) 만의 삶을향유하려는태도를우리사회가 서구화 한탓으로, 서구의영향으로각사람들이 개인 ( 주의 ) 화 한탓으로돌리고, 그것을일종의 타락 으로여기기도한다. 어떤철학적해석의틀을가지고있지않더라도, 단순히자신이변화에정신적으로나물리적으로쉽게적응하지못해서라도, 많은사람들은이런변화에, 그리고그변화를주도하는사람들에게반대하며불만을표시한다. 그리고이때 서구 는쉽게비판을위해갖다붙이는수식어가되고, 그에맞서는 전통 은자동적으로정당한것이된다. 1) 서구 와 개인주의 를동일시하고, 한국 과 공동체주의 를동일시하는사람들은한국인들의개인화 (individualization) 를 나쁜 서구적개인주의에의해 좋은 한국의공동체가파괴되는것으로이해한 1) 서구인들이과거에자신들의편의대로동양을때로는낭만적으로미화하고때로는야만으로비하했던것을가리켜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 이라고한다면, 이처럼비서구인들이자신들의편의대로서양을때로는이상화하고때로는야만화하는것을가리켜 옥시덴탈리즘 (Occidentalism) 이라고한다. 이에관해서는이안부루마와아비샤이마갈릿이쓰고송충기가옮긴 옥시덴탈리즘 : 반서양주의의기원을찾아서 ( 민음사, 2007) 를참고하라.
48 다. 그리고 20세기후반에서구에서이루어진자유주의에대한공동체주의의비판을근거로사라져가는한국의공동체중심의문화를정당화하려고한다. 그러나이런등식과도식은비역사적이고비논리적이다. 서구가결코처음부터개인주의적이었던것도아니고, 개인주의가오로지서구만의것도아니다. 그리고개인주의가공동체주의와양립할수없는것또한아니다. 사회의변화 발전과정에서자연스럽게나타나는개인화현상을어느한문화권의고유한현상으로축소 제한함으로써실제로존재하는개인화현상을부정하려는것은사회심리적현상으로서는자연스러운것일수있지만, 사회현상에대한과학적설명으로서는옳지않을뿐만아니라, 사회적으로억압적이기도하다. 너-나없음 은서구와다른한국의특성이아니라, 전근대사회의공통된특성이다. 서구의전근대사회에서도너와나의구별에근거한프라이버시의존중은없었다. 전근대사회는신분집단들로구성되었으며, 각각의신분집단들은사회라는하나의유기적전체를구성하는것으로이해되었다. 사람은태어날때부터이런신분에속했으며, 이귀속은인위적인것이아니라자연스러운것으로이해되었다. 사람은언제나가족공동체, 교회공동체, 국가공동체의구성원이었고, 동시에어떤신분집단의구성원이었다. 각자에게자연적으로주어진 본분 을다하는것은마땅한일이었으며, 그렇게하도록가르치고강제하는것또한결코부당한억압이아니었다. 하나의뿌리에서나온것이라는, 그러나물론다른기능과역할을부여받았다는, 유기체주의적사회인식이이 본분 ( 本分 ) 이라는말에이미반영되어있다. 이제한사람의잘못으로사회전체가썩을수있으므로, 전체의안녕을위해서라도부분의건강함을사회가관리하고감독해야한다. 이런상황에서프라이버시가논의될여지는없다. 근대적인간의출발을상징적으로나타내는철학자데카르트 (René Descartes) 의 나는생각한다, 그러므로나는존재한다 (cogito ergo sum) 는말은모든확실성의토대를나를포함하는어떤유기적전체나그것의초월적창조자에서찾지않고, 그모든것의존재와확실성을의심하고있는 나, 그러는한에서나를둘러싼모든것들과구별될수밖에없는 나 에서찾는다. 2) 모든 타자 의흔적을지우고남는것으로서의 나 는확실성의토대일뿐만아니라다른 나 들과구별되는 고유의 나이다. 이런데카르트의생각은동시대의정치철학자홉스 (Thomas Hobbes) 와로크 (John Locke) 의생각으로이어진다. 홉스는자연적세계가운동하는물체들로이루어져있듯이사회역시운동하는개체들 (individuals) 로이루어져있다고생각했으며, 자신의고유한본성을따라운동하며서로충돌하는개체들이필연적으로국가라는정치공동체를구성하게됨을 ( 역사적으로가아니라 ) 논리적으로설명했다. 3) 로크는타자와본질적으로구분되는개인의정신과신체의고유성에근거해근대적인 소유 (property) 개념을제시했으며, 그것을보호하는것을정치공동체의목적으로설정했다. 4) 근대적 개인 관념은사람을태어날때부터기존의사회질서에귀속된존재로여기지않는다. 오히려그반대로각사람이태어날때부터보유하고있는양도할수없는권리를가지고사회를구성한다고여긴다. 이사회는전통적사회관념과다른것이다. 사회와그질서는주어진것도, 자연적인것도아니다. 어디까지나인간이필요에의해만든것이다. 근대적 사회 관념은근대적 개인 관념과함께등장하고지속한다. 그러므로근대적 개인 관념은전통사회를무너뜨리는혁명적관념일수밖에없다. 유럽에서근대적개인관념은전통적신분질서에도전하는부르주아지의이념이되었고, 부르주아계급의주도하에형성된자 2) 이에관해서는르네데카르트, 이현복옮김 방법서설,, 정신지도를위한규칙들 ( 문예출판사, 1997), 특히제4부를참조하라. 3) 토마스홉스, 진석용옮김 리바이어던, 1 ( 나남출판, 2008) 참조. 4) 존로크, 강정인ㆍ문지영옮김 통치론, ( 까치, 1996) 참조.
49 유주의정치질서의근간이되었다. 이자유주의혁명은, 나중에프롤레타리아혁명운동의 계급적 관점에서, 그리고오늘날급진민주주의의 차이의 관점에서, 마치평등주의적이지않은것처럼평가되지만, 그역사적한계와무관하게이론적으로자유주의이념은개인을추상화함으로써오히려각자의고유한차이를긍정할수있는능력을지니고있다. 근대적개인의관념에토대를둔자유주의사회에서비로소 사적인것 은긍정적의미를가질수있으며, 프라이버시 는존중될수있다. II. 사적인것의의미변화 전근대사회에서 사적인것 은긍정적인의미를지니지않았다. 사적인것 (the private) 은단순히 공적인것 (the public) 에대립되는개념이아니라, 좋은것의 결핍 (privation) 이었고일종의 박탈 (deprivation) 이었다. 고대그리스아테네에서의자유인과노예의구분, 남성과여성의구분, 그리고폴리스의일에관심을가지고참여하는시민 (polites) 과무관심한사람 (idiotes) 의구분이이런의미론적차이에근거한다. 고대로마의공화정에서도 공적인것 (res publica) 과 사적인것 (res privata) 간의차별적이분법은지속되었다. 5) 동아시아의유교적또는성리학적전통사회에도 공 ( 公 ) 과 사 ( 私 ) 의의미론적구분과차별은존재했다. 사적인것 은기껏해야소극적인가치를지녔고, 옹호해야할그어떤적극적가치를지니지않았다. 6) 독신 ( 獨愼 ), 즉홀로있을때에오히려삼가는태도는사람의안과밖의구분을궁극적으로없애고통일하려는유교적군자의이상을나타낸다. 사람의안과밖의구분을없애고통일하려는노력 은기독교사회에서도강하게나타났다. 사람의내면에있는것을끄집어내어사제앞에서 고백 (confess) 하도록하는것은공적인것과사적인것의고대적구분을기독교적으로변형한것이었고, 종교개혁이후에신교지역에서뚜렷하게나타난사적인공간의자발적노출역시전통적인이분법과차별적인의미론이다만개신교적으로변형되어나타난것이었다. 7) 사적인것은부정적인것이었고, 그러므로공적인것의지배와감시를받아야했다. 이상적인인간은자신의사적인부분을없애고자신을온전히공적인것에귀의시키는사람이었다. 이때, 사적인것은 육체 와동일시되고, 공적인것은 영혼 또는 정신 과동일시된다. 영혼과육신을이분법적으로구분하고, 영혼에불멸의속성을, 육신에필멸의속성을부여하며, 이필멸의 육신의정욕 을좇는것을영혼이구원받지못하고타락하게되는원인으로간주하는기독교적세계관은필연적으로사적인것을감시하고최소화하려고한다. 이런영-육이분법과그에근거한사적인것 (= 신체적인것 ) 의부정은성리학적세계관에서도마찬가지로나타난다. 기독교적인영혼-육신이분법은고대로마의스토아적인이성-감성이분법, 그리고그것의계몽주의적재발견과관련된다. 이런이분법속에서여성과노예는감성적이고육체적인것으로, 남성과자유인은이성적이고정신적인것으로표상된다. 여성에대한남성의우위, 신체에대한정신의우위, 감성에대한이성의우위, 그리고마지막으로, 사적인것에대한공적인것의우위는논리적으로서로연결되어있다. 8) 이런이분법적의미체계에기대어전통사회의위계적신분질서는정당화되었다. 사람이마치그영혼의등급에따라, 또는이성적능력의있고없음, 많고적음에따라자연적으로위계적신분질서에나뉘어속하는것처럼묘사하는것이다. 그리고이런위계적신분질 연구논문 5) 이에관해서는한나아렌트, 이진우ㆍ태정호옮김 인간의, 조건 ( 한길사, 1996), 2장을참고하라. 6) 이에관해자세히는김석근 공과, 사, 그리고수기치인 오늘의, 동양사상 제 22호 (2011), 101~119쪽을참고하라. 7) 네덜란드의경우가대표적이다. 주경철 네델란드, ( 산처럼, 2003), 98쪽이하참조. 8) 이에관해자세히는캐럴페이트만ㆍ메어리린든쉐인리엮음, 이남석ㆍ이현애옮김 페미니즘, 정치사상사 ( 이후, 2004) 를참조하라.
50 서는특정집단을온전히 공적인것 에서배제하는것을정당화했다. 공적인것과사적인것의 ( 단순한구분이아니라 ) 차별적인구분은신분사회의위계적질서와결합되었으며, 사회를유기체적으로이해하는비유에의해더욱강화되었다. 공적인것에관여하는지배계급은이성과정신, 머리로비유되었고, 사적인것에관여하는피지배계급은감성과육신, 몸으로비유되었다. 그러므로사적인것이의미론적으로정상화하기위해서는이유기체적비유의해체, 그리고그와연관된영혼과신체, 이성과감성의이분법의해체가필수적이었다. 9) 개인관념의등장은, 앞에서설명한바와같이, 유기체적사회관의해체를가져왔다. 특히개인들의자연적평등을그들의이성적능력에서찾지않고, 상대방을죽일수있는신체적능력에서찾은홉스는전통적인사회관을급진적으로해체했다. 피상적독해에근거한오해와달리, 홉스의사회이론속에서공적인것은오히려최소화한다. 주권자가금지하지않은모든것은개인의사적인자유의영역에속하게된다. 10) 로크의사회이론속에서도공적인것, 즉정치사회의영역은어디까지나그목적에국한된다. 그목적은개인들의자연적권리의보호이다. 그목적을넘어서는개인의권리에대한정부의침해는오히려저항의정당한사유가된다. 근대적개인관념에근거한자유주의국가이론은사적인것을공적인것의결핍이나박탈이아니라, 오히려공적인것의존재근거로만들고그의미를정상화했다. 유럽근대초기의사상가들이사적인것을오히려공적인것의존재근거로전환한것은그것이종교전쟁을종식시키고평화를보존할유일한방법이었기때문이다. 마르틴루터의종교개혁과함께유럽의기독교세계는분열되었고, 종교적대립은정치적대립 으로비화하여국가간의전쟁과내전으로이어졌다. 이런상황속에서이론적으로, 한편으로는, 종교적사안에대한국가의개입근거를마련하고, 다른한편으로는, 그개입을신민의재산보호와공공의안전을위한것으로최소화할필요가있었다. 결국, 유럽에서종교는개인적인것또는사적인것이되었고, 각사람의종교의자유를방해하지않는한에서관용되었다. 11) 이제각사람은자신의종교적자유를보장받으면서한사회안에서다른종교를믿는사람들과평화롭게공존할수있게되었다. III. 사회의전체화와사생활의통제 개인관념의등장과사적인것의의미론적정상화는역사적으로평등한개인들의공동체를가져오지않았다. 전통사회의구성원리와작동방식에어느정도변화는생겼지만, 기존의위계적신분체계는, 근대적개인을표상하는부르주아지를그체계안에포섭한채로유지되거나, 지배하는계급만을부르주아지로바꾼채로지속되었다. 그래서마르크스는자유주의이념을보편적개인의해방을위한이념이아니라부르주아지의지배이데올로기라고비판했다. 12) 사적인것의보호가단순히개인들의고유한속성의차이만을허용하고보장하는것이아니라개인들의능력도차이를허용하는것이고, 그럼으로써그능력의차이에근거해생겨나는불평등을또한허용하고보장하는것이기때문이다. 사적인것의무정부성을위험하게여긴사람들은이제다시공적인것을통해사적인것을통제하려고하게된다. 구체제를무너뜨리는혁명이일어난후에사적인것의통제는시작되었다. 왜냐하면, 개인이그리고그 9) 17세기영국에서의국가에대한유기체적비유의해체와근대적자유주의국가관의등장과관련해서는공진성, 존로크와복종의영역들 : 로크의자유주의에대한재해석 인문과학연구논총 제, 32호 (2011), 161~204쪽을참조하라. 10) 홉스의소극적자유개념에대해서는퀀틴스키너, 조승래옮김 퀀틴, 스키너의자유주의이전의자유 ( 푸른역사, 2007) 61쪽이하를참조하라. 11) 이런관념의표현가운데하나가유명한존로크 ( 공진성옮김 ) 의 관용에관한편지 ( 책세상, 2008) 이다. 12) Karl Marx & Friedrich Engels, 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 (Stuttgart: Reclam, 2001) 참조.
51 개인의사적인부분이새롭게등장할체제의건설은물론, 보존과지속의관건이기때문이다. 사적인부분을개인의자율적결정에맡겨두었을때에생겨날파괴적결과를염려한혁명가들은다시개인을집합적주체의일부로만들고, 개인에게그집합의속성을주입하였다. 프랑스혁명은개인을 시민 (citoyen) 으로호명했고, 나치혁명은개인을독일 민족 (Nation) 으로호명했으며, 공산주의혁명은개인을노동자 계급 (class) 으로호명했다. 그리고이들로새롭게구성될사회의존속을위해이물질을제거했고그순도 ( 純度 ) 를높였다. 13) 반혁명세력, 반민족세력, 반동계급은새로운사회를위해제거되어야했다. 프랑스혁명에서의 공포 지배는구체제의복원을시도하는반혁명세력을제거하기위해불가피한조치였다. 유대인을비롯한이민족의격리수용, 그리고마침내살해는민족의순수성을보존하기위해불가피한조치였다. 공산주의혁명이일어난후에혁명이전의시대를경험한사람들, 특히자본주의문화에오염된사람들을교육하고, 감시하고, 사회로부터격리시키는것역시새로운체제의유지를위해불가피했다. 모든혁명적변화는그변화를유지하기위해서라도그변화를거스르는, 또는그변화에어울리지않는사람들의제거를수반하지않으면안된다. 혁명이야만이되는이유이다. 개인들을집합적주체로호명했다고해서그개인들이언제나공통의단일한정체성을지닌집합적주체로서만존재할수있는것은아니다. 그것은사실상인간에대한허상이다. 스피노자의표현처럼, 그것은인간을존재하는모습대로관찰하는것이아니라, 바라는바대로묘사하는것이다. 14) 스피노자는결코단일한속성이부여될수없는다수의개인들을 다중 (multitudo) 이라고불렀고, 이다중을단일한정치적의지를지닌 인민 (populus) 과구분했다. 그리고 다중이인민이되고, 인민이다시다중이되는정치적동학을분석했다. 스피노자의결론은이것이었다. 다중에게서자유를빼앗음으로써단일한정치적의지를지닌인민을만들려는시도는불가능하며, 다중의자유가사라지면그와함께정치공동체전체의자유도사라진다. 15) 17세기철학자스피노자의통찰은 19세기와 20 세기를거쳐역사적으로증명되었다. 체제의전복이이루어지고반체제세력이제거된후에는새로운체제의정착과안정을위한작업이시작된다. 그것은바로사적인것의통제이고, 이를통한사회의전체화이다. 종교적으로전체화한사회가개인의신앙심의순수성을확인하기위해내면을드러내게하고, 고백하게하고, 또들여다보는것처럼, 정치적으로전체화한사회도그사회를구성하는개인의이념적순수성을확인하기위해, 그순도를유지하기위해, 끊임없이개인의내면을들여다보고, 또밖으로드러내보이게한다. 사적인것은, 그것이공적인것에비해열등한가치를지니고있어서가아니라, 정신이아닌육체와관련되어서가아니라, 남성의영역이아닌여성의영역이어서가아니라, 개별적정체성과관련되는, 그래서집합적주체를약하게만드는, 그럼으로써궁극적으로체제의통일성을해치는것이기때문에부정되며, 감시와통제의대상이된다. 사적인것은, 개인의사생활은분열의온상이다. 사생활을제거함으로써사회의통일을이루려는노력이로베스피에르의공포지배하에서만, 히틀러의나치체제하에서만, 그리고스탈린과마오쩌똥의공산주의체제하에서만있었던것은아니다. 사실이런전체화노력은우리의일상속에서도어렵지않게찾아볼수있다. 학교에서는교육이라는이름으로일기쓰기를강요하고그일기를들여다보며, 수시로개인의소지품을검사하고, 교복을입힌채로하루종일학교에붙잡아둔다. 무엇을알아야하고, 무엇을외워야 연구논문 13) 특히이과정에서사용된폭력과테러에관해서는공진성 테러, ( 책세상, 2010) 58쪽이하를참조하라. 14) Benedictus de Spinoza, Tractatus Politicus, in Opera, ed. by Carl Gebhardt (Heidelberg: Universitätsverlag Winter, 1925), Vol. V, 제1 장참조. 15) Benedictus de Spinoza, Tractatus Theologico-Politicus, in Opera, ed. by Carl Gebhardt (Heidelberg: Universitätsverlag Winter, 1925), Vol. III, 서문과제20장참조.
52 하는지를학교는교과서와시험을통해학생들의머릿속에주입한다. 교육의통일성과획일성을조금이라도줄이면사회질서가무너질것이라여기면서조그마한사회적논쟁이라도생기면그해결책을교육에서찾아야한다며다시금통일적교육을강화하려고한다. 군인들의정신무장이군의전투력과직결된다고여기면서읽어서는안될책들의목록을작성하고병사들의사생활을감시하려고한다. 자녀가자기방의문을걸어잠그고컴퓨터를혼자이용하는것은자녀의정신에해로우며가족의단결도저해하므로자녀방의잠금장치를없애고컴퓨터를거실에서모두가보는가운데사용하도록해야한다는생각도마찬가지이다. 집단의단결을위해개인의사생활은유보되어야한다는생각은사회의전체화의씨앗이다. 그렇게할수있는권력을확보했을때, 비로소사회의전체화는시작된다. 그리고사회는감옥이된다. 16) IV. 기술의발전과프라이버시 기술은사회의전체화를더욱용이하게만든다. 자발적으로신부를찾아와속마음을고백하게만드는것이중세기독교의기술이었다면, 일체의사생활을허용하지않음으로써개인을감시하고반복적인 자아비판 을통해내면을스스로감시하게하는것은 20 세기전체주의사회의기술이었다. 21세기자본주의사회의기술은철저히사생활에침잠하게함으로써오히려사회를전체화한다. 이런사회를미국의정치철학자월린 (Sheldon Wolin) 은 전도된전체주의 (inverted totalitarianism) 라고부른다. 17) 이것을가능하게한것은과학기술의발전과자본주의의팽창이다. 근대적국민국가의탄생은, 앞에서살펴본바와같이, 국가를구성하는구성원들을동일한 국민 으로만드는추상화과정을통해이루어졌으며, 이과정에서 개인 이라는관념은매우중요하게작용했다. 그러나개인관념만으로근대적국민국가가등장할수있었던것은아니다. 군사적 비군사적기술의발명과혁명적발전또한근대국민국가의탄생에크게기여했다. 먼저, 군사적기술의발전은전쟁을매우돈이많이드는일로만들었고, 고가의무기와그것을사용할숙련된병사를확보할수있는, 그리고그에필요한재정을신민에게세금으로부과함으로써조달할수있는대규모의영토국가만을유일한전쟁의행위자로만들었다. 18) 또한인쇄술과활자매체의발달은정보의기록과보관, 전달을용이하게했고, 넓은영토에흩어져있는사람들을하나의 국민 (nation) 으로만들었다. 19) 이렇게등장하게된근대국민국가는효율적인통치를위해국토에대한정보뿐만아니라국민에대한정보도수집하고기록했다. 기술의발전은근대국가의토대였다. 역사적으로기술의발전은, 한편으로는, 새로운기술에대한국가의독점적통제를가져왔지만, 동시에다른한편으로는, 낡은기술에대한탈국가독점, 즉사적인전유를또한가져왔다. 왜냐하면기술의발전은낡은기술을값싸게만들기때문이다. 낡은기술을민간에저렴하게공급함으로써국가는새로운기술을개발할비용을또한마련할수있게된다. 과거에는컴퓨터가상상할수없을정도로비싼물건이어서그것을개인이감히소유할수없었지만, 오늘날에는당시의컴퓨터보다성능이훨씬더좋은것을개인이큰돈을들이지않고도어렵지않게소유할수있다. 무기기술의경우도마찬가지여서, 오늘날전쟁에대한국가의독점도약해지고있다. 20) 그밖의다른기술도동일 16) 이에대한탁월한분석과묘사는여전히미셸푸코 ( 오생근옮김 ) 의 감시와처벌 ( 나남, 2003) 이다. 17) Sheldon S. Wolin, Politics and Vision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4), 제17 장참조. 18) 이에관해서는헤어프리트뮌클러, 공진성옮김 새로운전쟁 : 군사적폭력의탈국가화 ( 책세상, 2012), 특히제3장을참고하라. 19) 인쇄술과활자매체를통한 국민 의형성에대해서는베네딕트앤더슨, 윤형숙옮김 상상의, 공동체 : 민족주의의기원과전파에대한성찰 ( 나남, 2003) 을참조하라. 20) 무기가격의하락과함께다시전쟁이저렴해지는현상에관해서는뮌클러 새로운, 전쟁, 제4장을참고하라.
53 한논리를따라그발전과함께탈국가독점화한다. 그결과, 오늘날국민에대한정보를수집하고기록하는 ( 법적권한이아니라 ) 능력도탈국가독점화하고있다. 개인도사사롭게얼마든지기술적으로다른사람을감시하고도청하고들여다볼수있다. 개인의사생활에대한침해능력마저탈국가독점화하고있는것이다. 오늘날개인의사생활은국가행위자에의해서도, 비국가행위자에의해서도, 자국정부에의해서도, 외국정부에의해서도, 그어떤행위자에의해서도침해될수있다. 더욱놀라운것은심지어 국가의사생활 마저도그어떤법적권한을지니지않은민간인에의해감시될수있다는사실이다. 21) 그것을가능케한것은모든사람을연결시키는인터넷기술이고, 그기술에대한민간의손쉬운접근가능성이다. 전쟁의국가독점은동시에전쟁의민주적통제를가져왔다. 무기기술의발전은무기를한동안국가만이사용할수있는비싼것으로만들었고, 그럼으로써동시에공적통제의대상으로만들었다. 대량의인명피해를낳는무기를, 개인이사적으로사용하도록허용해서도안되겠지만, 국가권력을장악한집단이사적으로사용하도록허용해서도안되겠기때문이다. 군사적기술에대한민주적통제의필요성은그기술의발전이국가주도로이루어지고그사용의권한이국가의수중에놓이면서자연스럽게제기될수밖에없었다. 오늘날국민을대상으로국가가사용하는모든기술은그러므로민주적통제의대상이된다. 근대국민국가는국민들을효율적으로관리하고통제하기위해국민에대한각종정보를수집한다. 동독의사회주의정권은심지어국민들의체취도수집하여관리했다. 그리고오늘날기술적으로매우발전한사회들은개개인의생체정보까지수집하여관리한다. 국가가직접그일을하지않더라도, 민간회사들을통해, 심지어당사자의자발적동의를얻어, 그일 을한다. 국민들은자신의이익을위해, 자신의건강과안전을위해, 그리고국가의안전을위해자발적으로자신의정보를제공한다. DNA 정보를제공하고, 인터넷접속과검색정보를제공하고, CCTV 촬영을허용하고, 각종구매정보를제공하고, 자신이찍고찍힌사진을제공한다. 22) 국가의정보수집기술에대한민주적통제는수집의대상이되는개인정보의범위와수집방법, 그것의활용목적과방식, 공개되는정보의범위와열람권한의범위, 그리고그정보의보관기간등을정보수집대상이되는개인들이민주적절차에의해결정함을의미한다. 이런민주적통제를통해개인은, 비록자신의정보가국가에의해수집되지만, 여전히익명으로남을수있고, 즉프라이버시를보호받을수있고, 그런개인의정보를수집하는국가의권력은투명하게사용됨으로써개인의프라이버시를침해하지않을수있다. 이것을 사생활의익명화 와 권력의투명화 라고할수있겠다. 그러나이런민주적통제가국가운영의그저기술적인부분의하나로이해되기시작하면, 개인의정보를수집하고관리하는국가는이른바 민주적 통제메커니즘을내장한기계와같은것이된다. 그결과, 국가는점점익명화하고, 오히려개인의사생활은투명해지는전도현상이나타나게된다. 23) 오늘날정보수집기술과관련해문제가되는것은이런국가권력의익명화에안심하면서국민개개인이자발적으로자신의사적인정보를국가에제공함으로써사생활을기꺼이투명하게만들고있다는것이다. 보이는감시자가사라지고그것이기술적으로대체되면서보이지않는감시자가등장했지만, 국민들은그감시권력의익명성을투명성으로착각하면서자신들의사생활을침해할수도있는국가권력에대한정치적통제의필요성을점차잊고있다. 그리고이런상황을더욱악화하는것은일국적또는지구적 연구논문 21) 위키리크스 (WikiLeaks) 는바로이현상을보여준다. 그러나감시하는자가개인에의해감시받는상황은과연좋은것일까? 그렇다면 국가의사생활 을감시하는개인은누가통제할것인가? 이문제에관해서는 Herfried Münkler, Vom Nutzen des Geheimnisses, Der Spiegel, 49호 (2010), 160~161쪽을참고하라. 22) 이에관해서는또한아르망마틀라르, 전용희옮김 감시의, 시대 ( 알마, 2012), 제11장을참고하라. 23) 이진우 프라이버시의, 철학 ( 돌베개, 2009), 213쪽이하참조.
54 안전에관한이데올로기이다. 24) 테러리즘이라는새로운인류의적은국가의안과밖의구분을무의미하게만들고, 전쟁과평화를구분하는것을불가능하게만들며, 궁극적으로안전을불가능하게만든다. 그러나그안전을추구할수밖에없도록함으로써일종의예외상태 (Ausnahmezustand) 를영구화한다. 이제국민들은안전을위해국가의예외적조치에동의하지않을수없게된다. 이렇게국가의기술사용에대한민주적통제의의지를잃어버린국민들은, 외국정부는물론이고기업을비롯한다양한사적행위자들마저개인정보의수집과기록에나서는상황에서, 마침내그것을통제할정치적힘마저잃어버리게된다. 이런 전도된전체주의 사회에서개인들은뿔뿔이흩어지고고립될수록, 다만대중매체에노출되고인터넷에접속해있기만하면, 국가와기업에의해더쉽게감시되고통제될수있다. 인터넷을통해대중매체에노출되고연결된개인들은비록혼자있지만, 그래서마치사적인공간에간섭받지않고있는것같지만, 그래서마치자기만의고유한특성을유지하고발전시킬수있는것같지만, 그럴수록개인들은철저히감시되고통제되고, 그들의생각과취향은획일적으로변한다. 그반대로, 인터넷접속을끊고사적인공간을벗어나공적인공간에서사람들과물리적으로만나고접촉할수록획일성은줄어들고다양성은늘어난다. 그래서상품을파는기업들은소비자들이고립된채로광고만을보고인터넷에접속해주문하기를바라고, 마찬가지로국가는국민들이수동적으로 4년, 또는 5년에한번씩대중매체를통한 폴리테인먼트 (Politainment) 로변질된선거에서마치클릭하듯이이정당이나저정당에투표하기를바란다. 25) V. 무엇이프라이버시를침해하는가 지금까지우리는프라이버시와관련된관념과제도, 기술에대해살펴보았다. 프라이버시는다른무엇보다도 개인 이라는관념과불가분의관계를맺고있다. 사람이고유의독자성을지니는 개인 이아니라, 어떤가족집단과신분집단의구성원으로서존재할때, 사생활이라는것은있을수없고사적으로누려야만할자유도있을수없다. 사람에게는언제나자신의선택과무관하게자연적으로주어진역할이있을뿐이다. 이런생각이지배적인곳에서 자기결정 (selfdetermination) 이라는개념은성립할수없다. 그것은그저무책임한것이고, 자기밖에모르는것이고, 부모도몰라보는것이다. 유기체적사회관과결합한신분제사회는그러므로 프라이버시 라는것을모른다. 그것을주장하는것은그저못난것이다. 사람이덜된것이다. 사적인것을추구하는것은덕의결핍이고, 공적인것에참여할권리를박탈당한것이다. 그것은떳떳치못한것이므로감히당당하게주장할만한것도아니다. 기독교와유교도사적인것을부정적으로바라보는세계관을공유하고있다. 이런유기체적사회관과그것에근거한신분제도는오늘날많은사회에서사라졌고, 사라져가고있다. 그러나이런세계관적변화를거부하고거기에저항하는사람들은개인의프라이버시에대한주장을서구적인것으로매도함으로써자신의보수적태도를민족주의적인것으로미화하고손쉽게정당화하려고한다. 전통과현대의대립을안과밖의대립으로치환함으로써갈등을외부화하고내부의이견을억누르려는것이다. 이런태도는오늘날이슬람세계에서도마찬가지로나타나고있다. 변화에반대하는사람들은개인의자유와권리를보장하라는국민의요구를서구적인것으로매도함으로써내부의이견을지닌사람들을외부와내통한배신자로낙인찍으려고한다. 막스베버 (Max Weber) 는일찍이가치일신교의시대가 24) 안전의신화와자유의딜레마에관해서는볼프강조프스키, 이한우옮김 안전의, 원칙 ( 푸른숲, 2006), 특히제12장을참고하라. 25) 엔터테인먼트로변한정치의모습에관해서는 Andreas Dörner, Politainment: Politik in der medialen Erlebnisgesellschaft (Frankfurt/M: Suhrkamp, 2001) 참조.
55 지나고가치다신교의시대가도래했다고주장했다. 26) 이런변화가결코서구에만국한되어나타날수는없는일이다. 그런변화가설령서구에서먼저시작되었다고해도, 그것이다른지역에서도나타나는한, 그것은결코 서구의 변화일수만은없는것이다. 자유주의는개인의사적인자유를보장하는이념으로서발전해왔다. 그것은개인을양도할수없는고유한권리의담지자로간주하고서, 그권리로부터국가와공적인것의필요를도출했다. 그럼으로써자유주의는사적인것의의미론적정상화를가져왔고, 또사적인것의성장과함께발전했다. 그러나사적인것의무정부적속성은신분제사회에서의불평등과는또다른불평등을낳았다. 평등에대한사람들의열망은사회적평등을저해하는원천인사적인욕망의통제로이어졌다. 각자가다른것을원하는것자체가사회의통일성과그구성원들의평등을이루기어렵게만드는원인으로지목되었다. 이제모든사람은같은것을원해야한다. 그렇게하지않으면새롭게만들어진사회의통일성이깨어질것이기때문이다. 전체주의사회는전통사회와는다른이유로프라이버시를허용하지않았다. 프라이버시가부르주아적개인주의관념이고또한 서구적 관념이므로, 그리고그것이사회의통일성을파괴하므로, 허용될수없었던것이다. 역사적전체주의체제는무너졌지만, 개인과사회를전일적으로감시하고관리 통제하려는전체주의적노력자체는사라지지않았다. 오늘날사회를전체화하려는노력은고도로발전한기술과개개인의몸속과머릿속에까지침투한자본주의적시장의결합을통해더욱효율적으로이루어지고있다. 이런상황에서개인의사적인공간으로의후퇴는역설적으로개인에대한더욱효과적인감시와통제를가능하게하고있다. 개인의자율적결정의공간마저권력과기업의감시와통제의공간으로변하게된것이다. 그결과, 철저하게파편화되고고립된개인은타인의권리침해에무관심할뿐만아니라무기력한사람으로, 그 저수동적으로투표하고소비하는신민과소비자로변하고있다. 프라이버시는개인의고유함에대한권리이다. 프라이버시를인정하고보장한다는것은각자가지닌고유함을인정하고보장한다는것이다. 이것은필연적으로사회의다양성으로이어진다. 프라이버시의인정은각사람이지닌고유함의 내용 에대한인정이아니라, 다만그고유한내용을스스로결정할권리의인정이다. 각사람의고유함의내용을권위적으로결정하고그질을독선적으로평가하려는시도는사회의전체화를예비한다. 사회의전체화를막기위해서도프라이버시는중요하며적극적으로옹호되어야한다. 프라이버시의내용이나사적인것의범위는결코고정된것이아니다. 프라이버시가각사람의결정에의존하기때문이다. 드러내야할것과감추어야할것을타인이권위적으로결정하는것이아니라, 각자가스스로결정하는것, 그것이바로프라이버시의핵심이기때문이다. 드러내고자하는것을감추도록억누르는것도, 감추고자하는것을억지로드러내게하는것도모두개인의자기결정의권리를침해하는것이다. 다양한드러내고싶어하는욕구와감추고싶어하는욕구들이한사회안에서만나고부딪히면서그사회의공적인것과사적인것의의미구분을만들어낸다. 그러므로이구분과각각의영역에속하는내용은초역사적으로정해져있지않다. 사회적으로구성되며역사적으로변화한다. 다시한번, 중요한것은그사회적결정에참여하는개인들의평등이다. 그러나이때의평등은결코질적으로평등한사람들끼리의 불평등한평등 이아니어야한다. 개인의프라이버시에대한국가행위자와비국가행위자에의한침해가일어났을때, 당사자를더욱힘들게만드는것은주변사람들의, 공개된사생활에대한과도한관심과, 그와대비되는, 부당한사생활침해에대한과도한무관심이다. 때때로사람들은거기에서 연구논문 26) 막스베버, 전성우옮김, 직업으로서의학문 ( 나남, 2006), 66 쪽이하.
56 더나아가피해자를오히려도덕적으로비난하면서사생활침해에대한항의를무력화한다. 프라이버시의침해문제를개인의 보편적인 권리의문제로인식하지못하고, 그래서 공통의 이익의침해로보지못하고, 그저 특수한 개인의이익감소로만인식하는것이다. 그래서문제를쉽게그개인의 특수한 사정으로환원해버린다. 예컨대, 그사람의사생활이문란하다거나사상이불온하다거나신앙심에문제가있다고말하는식이다. 침해되어도좋은프라이버시 가있다는생각인것이다. 청소년의인권이나장애인의인권에대한우리의생각에는일종의 침해되어도좋은프라이버시 라는관념이섞여있다. 그들이도덕적으로나빠서가아니라, 그저성인이고정상인인우리보다아직또는영구히완전하지않아서, 덜평등 하다는생각이그밑에깔려있다. 사회주의자나공산주의자의인권이나동성애자의인권에대한생각에도마찬가지로그런관념이숨어있다. 우리보다그들이, 이경우에는도덕적으로나빠서, 덜평등 하다는것이다. 개개인의동등한권리가인정되지않는상황에서프라이버시가제대로보호될수없고, 프라이버시에대한침해가제대로감시되고통제될수없는것은명약관화하다. 개개인을동등한권리의소유자로인정하는개인주의가확립되지않은상황에서정부나비정부조직에의한프라이버시의보호와인권의보호는큰실효성을가지기어렵다. 사안사안마다 이렇게해서는안된다 거나 저렇게해야한다 는식의홍보와계도를통해서는결코개인의인권과프라이버시가존중될수없다. 타인을나와동일한권리와인격, 감정을지닌개별적존재로인식하지못할때, 우리는타인의권리에대한침해가곧나의권리에대한침해로이어질수있음을인식할수없을뿐만아니라, 역으로타인의이른바 침해되어도좋은 권리를국가나그밖의행위자가침해할때에그것을오히려적극적으로옹호할수도있게된다. 프라이버시는기본적으로자유의문제이다. 사적인 자유와관련해우리는결코 보호되어마땅한자유 와 침해되어도좋은자유 를구분할수없고, 구분해서도안된다. 개인의사적자율성은민주주의의기본전제이다. 거기에도덕의잣대를들이대는순간, 사회의전체화는시작되고, 결국에는억압하는자의자유를제외한모든사람의자유가억압된다. 독일의신학자마르틴니묄러 (Martin Niemöller) 는이렇게말했다 : 나치가공산주의자들을체포했을때나는침묵했다, 내가공산주의자가아니었으므로. 나치가사민주의자들을감금했을때나는침묵했다, 내가사민주의자가아니었으므로. 나치가노동조합원들을체포했을때나는침묵했다, 내가노동조합원이아니었으므로. 나치가나를체포했을때, 나를위해싸워줄사람은아무도남아있지않았다. 오늘날정보기술의발달로인해개인의권리를침해할수있는권력은점점투명해지고, 비가시화하고, 익명화한다. 개인주의에기초한민주주의의성숙, 즉개개인의평등한권리에대한감각과인식이성장하지않으면, 개인의프라이버시를쉽게침해할수있는전지전능하고무소부재한권력을통제할수없으며, 그권력의부당한개입에우리는제대로맞설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