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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강연Ⅰ 간지

행복의 이념: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 김 우 창 ( 이화여대 석좌교수) 1. 행복이라는 말의 어원도 그렇지만, 뜻을 정의하기도 쉽지 않다. 복이라는 말은 옛날부터 있어 왔던 말이지만, 행복은 현대에 와서 중국이나 일본에서 이에 해당하는 서양말을 번역한 것이 그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복은 흔히 정초에 쓰는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에 시사되듯 이,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행복은 이것을 누리고 있는 상황, 외 적인 조건에 뒷받침되면서도 심리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상태를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서양어 에서의 행복이라는 말도, 언어에 따라서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영어 happiness 의 경우, 거기에 는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어에 비슷하게 우연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행복은 우연히 주어지는 복 때문에 만족스러운 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행복하다는 것은 수동적인 상태로서, 그것을 향수하기만 하면 되는 심리적 상태 그리 고 물론 그것을 뒷받침하는 외적 조건의 균형을 말한다. 이것이 간단한 수동적인 상태의 심리를 말한다면, 그것은 기본적인 생존의 요건만 충족되면, 아무에게나 비교적 일상적인 상태에서 도달 할 수 있는 상태로 생각할 수 있다. 수동적인 상태라는 것은 우연히 주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목 숨의 조건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세상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다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이 수동적인 조건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달리 말 하면, 그 관계가 자동적인 것이 아니고 불확실한 것으로서, 행복의 향수자로서의 개체가 스스로 의 움직임에 의하여 접근하고 조율해야 하는 관계이다. 수동적인 것이라는 것 자체가 해체와 구 성의 작업에 의하여 확인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사람은 스스로를 만들고 스스로의 환경을 만들 어가는 존재이다. 그리하여 이 수동적인 것도 자신의 노력을 바꾸기를 원한다. 사실 오늘날 수동 적인 조건은 이미 사람들에 의하여 변형된 것, 변형된 것의 역사적인 퇴적이다. 이러한 특성은 행복을 누리는 사람과 그것을 누리는 심리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수동적인 조건과 그에 반응하 는 심리는 조금 더 역동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양자는 모두 새로 확인되고 조율되어야 할 조건이다. 현대에 와서 행복은 지속적인 환경과 인간성을 성정할 수 있었던 근대 이전의 시대에 있어서 보다 더 동적이고, 더 적극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 되었다 할 수 있다. 설사 최후의 행복한 상태 는 수동적인, 그리고 조용한 평정의 상태를 가리킨다고 해도 거기에 이르는 도정은 한결 힘들어 행복의 이념: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 3

진 것, 또는 역동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요즘의 사정이 아닌가 한다. 그리하여 행복이, 행과 복의 결합이라고 할 때, 이 양극은 더욱 더 적극적으로 발견되고 새로 설정되어야 할 조건이다. 행복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참으로 보람 있는 추구의 대상이 될 만한 일인가, 그것은 인간 존재의 전체적인 이해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이것을 물어 보게 되면 문제는 복잡하게 될 수밖에 없다. ( 여기의 문제 제기는 공연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성[ 性 ] 이나 먹는 일이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욕망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삶의 전체적인 이해에서 그것이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를 문제 삼는 것과 같다.) 행복이 인간에 대하여 갖는 의의를 생각하는 것은 철학적 이해를 요구하는 일이 되지만, 더 쉽게 공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 또 가져야 되는 것은, 행복의 사회적 정치적 의의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 헌법 10 조에는 모든 국민 은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을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라는 규정이 있다. 이것은 일단 위에서 말한 심리 상태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정은 없지만, 이것은 그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건의 확보가 사회적 책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행복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면서, 그것을 공적 권리로 규정하는 것은 단순하게 행 복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이 글에서는 행복의 문제를 주로 이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삶 전체에서 행복이 차지하여야 하는 비중은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고, 위에 말한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인간 존재의 철학적 정위( 定 位 ) 를 요구하지만, 전통적으로 그리고 지금에도 그것은 대체로 공적인 세계의 무게에 대비하여 생각될 수 있다. 한국에서 사람의 도리는 언제나 윤리적 정치적 의무의 수행에 있다고 생각되어 왔다. 개인적인 행복이 없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문제된다고는 생각되지 않은 것이 전통 사상이다. 민생이 중요했지만, 사적인 행복은 낮은 백성의 차원에서의 문제이고 보다 높은 삶의 목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 身 齊 家 治 國 平 天 下 ) 와 같은 것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얼른 보아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정치와 사 회에서 여러 가지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소망과 필요의 중요한 부분을 억압하는 일이고, 그러니만큼, 억압된 것의 비공식적 재귀( 再 歸 ) 는 불가피하다. 국가목적을 위한 개인 희생 에 대한 무제한한 요구는 이러한 부분적 인생 이해의 자연스러운 결과의 하나이지만, 공적인 이 름으로 일어나는 가렴주구 ( 苛 斂 誅 求 ) 는 모든 것을 공공의 것이 되게 하는 체제에서 일어나는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조에서 많은 국가 공무원의 봉급은 원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 람을 전적으로 공적인 차원에서 보는 유습은 지금에도 큰 영향으로 남아 있다 할 수 있다. 이제 야 사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 공적으로 인정된 것은 근대화를 시작한 이래 경제 성장이 어느 정 도 그 과실을 느끼게 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 존재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전환을 나타내는 일이기도 하다.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경제는 단순히 부국강 병( 富 國 强 兵 ) 이 아니라 국민 하나 하나의 행복을 지향하는 것이 된 것이다. 행복권이 공적으로 정치적 권리로 규정되었다는 것은 이렇게 사상사적 전환의 의미를 갖는다. 물론 행복권이 최초로 헌법에 규정된 것이 1980년이라는 사실에는 이러한 뜻 이외에도 하나의 아이러니가 들어 있다고 하는 해석이 있을 수 있다. 행복권을 최초로 규정한 1980년의 헌법은 구 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데타로 성립한 전두환 대통령 정권의 합법화를 목표로 하는 헌법이었다. 여기에서 사적인 행복 추구의 권리를 규정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는 대신 국민을 사적인 행복에 만족하여야 하는 사적인 존재로 규정하려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 지만, 그 함축되어 있는 의미는 그 나름으로 행복의 본질적 성격에 관계된다고 할 수 있다. 행복은 사적인 것인가? 그리하여 그것은 엄숙한 공적 의무에 대립되는 것인가? 그렇다고 하 더라도 이 대립이 전적으로 극복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파괴하는 것 이고 삶의 근본을 무시하는 일이다. 또 반대로 삶의 근본이 전적으로 사적인 행복에 있다고 하 는 것은 공적 공간을 전적으로 사적인 행복을 위한 수렵채취의 공간이 되게 하거나 방치된 폐기 물의 집적장이 되게 하는 일이다. 결과의 하나는 결국 사적인 행복 자체를 공허하게 하는 것이 다. 사적인 행복도 그 실현의 외적 조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책의 하나는 다시 공적 공간 을 절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공적 공간이 사적인 행복의 은밀한 수렵장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때 난무하는 것이 공적, 도덕적 명분이다. 이것은, 위에 비친 바와 같이, 조선조 의 도덕 정치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오늘에도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필요한 것은 행복과 공적 사회 공간의 바른 관계-- 그리고 그것들과 존재론적인 인간성의 실현, 이 셋 사이의 균형의 기술이다. 이것이 실현은 물론이고 생각하기 조차 어려운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2. 우리 헌법에서의 행복의 추구라는 말은 다른 나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옮겨 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떤 나라들의 헌법에서 이 조항이 들어가게 된 것은 미국의 독립선언서에서 연유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미국의 독립 선언서에 이것이 들어가게 된 것 도 모호한 상황에서라고 이야기된다. 인간 행복의 의미의 모호성을 생각하는데 그 사정은 그 나 름으로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독립 선언서에 이 말이 나오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이 진리를 자명한 것으로 취한다, 즉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에 의 하여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를 부여받고 태어났으며, 그 가운데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가 있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취하는 것이다. (We fin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and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독립선언문에서 행복의 추구라는 말은 원래 18세기의 정치 철학자들에 의하여 인간의 천부의 권리로 말하여지던, 생명, 자유, 재산 (life, liberty, property) 의 권리라는 문구에서 재산 (property) 이라는 말을 대신한 것이다. 이러한 통념에 따라, 원래는 재산이라는 말의 삽입이 고 려되었던 것이나, 이 선언문을 보다 보편적 인권에 관한 것이 되게 하기 위하여, 선언문의 기초 행복의 이념: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 5

위원이었던 토마스 제퍼슨이 이것을 행복의 추구라는 말로 대체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비 록 대체되기는 하였으나, 이 구절에서 행복의 추구는 재산 소유 또는 소유를 위한 노력에 가까 운 것을 뜻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혁명 그리고 프랑스 혁명 등을 다룬 < 혁명론 On Revolution > 에서 하나 아렌트 는 여기에서의 행복은 18 세기 정치 철학에서 많이 등장했던 다른 말, 공적 행복 public happiness 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재산이라는 말에 연결 하여 생각하는 것 그리고 사적인 행복 private happiness 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말의 한 쪽의 의미만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퍼슨은, 그의 다른 글들로 미루어 보아, 이 공적 행복 이라는 말을 이해하고 그에 대하여 깊은 공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는 하나, 그 자신 행복의 두 가지 의미에 대하여 모호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여기에 분명한 판별력을 행 사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말에서 공적 이라는 형용사를 뺀 것이라고 아렌트는 말한다. 그 러나 독립선언서에 나오는 행복의 참다운 의미는 공적 행복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하나로 융합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은, 엄숙한 의무에 사 적인 것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개념 속에 공적 공간을 편입한다. 행복은, 어떤 경우 에나, 개인의 심리를 경유하지 않고는 별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침해되지 않는 한 공적 의무는 정신적, 현실적 의무 그리고 강제력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공적인 것에서 행복 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에서 양자 사이의 모순과 긴장은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뒤에 살피는 바 와 같이, 이것이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렌트에 의하면 공적 행복은 공적인 정치 공간에서 얻어지는 행복이다. 그것을 가장 잘 이해 한 것은 미국 독립혁명기에 정치지도자이고 사상적 지도자였고 제 2대 대통령이었던 존 애덤스 였다. 애덤스는 시의 대중 집회, 그리고 혁명 운동의 여러 모임에서 참여자들이 느끼게 되는 토 의, 숙고, 결정 등 공적 공간에서의 행위가 주는 만족감, 행복감을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의식하 였다. 이들의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반드시 모두가 모여 하나가 된다는 연대감의 확인이나 공동체를 위하여 도덕적 의무를 완수한다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이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주는 그것 나름의 고유한 가치를 가진 행복이다. 그리고 이것을 원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있는 인간적 본능이다. 아렌트가 인용하는 존 애덤스는 아래와 같이 기록하였다. 남자나 여자나 아이들이나, 노인이나 젊은이나,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높거나 낮거나, 똑똑 하거나 어리석거나, 무식하거나 박학하거나, 누구라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 자신 의 알고 있는 범위 안의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말을 들어 주고, 말을 걸어주고 인정하고, 존경할 것을 바라는 강한 욕망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다. 1) 이러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열망을 특히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것이 정치 행동이다. 애 덤스가 정치 행동을 촉구하면서 하는 말-- 아렌트에게 매우 중요한 말은 우리가 행동하는 것을 1) Hannah Arendt, On Revolution (New York: The viking Press, 1965), pp. 112-113. 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보여주자, Let us be seen in action, spectamur agendo 이다. 2) 이러한 사람의 본래적인 사회성 에서 탄생하는 것이 정치의 공간이고 이 공간을 제도적으로 조직화하는 것이 헌법 또는 영어나 독일어로 표현할 때의, 구성이면서 헌법을 의미하는 Constitution, Verfassung 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정치적 공간은 만인 공유의 행복 추구의 욕구에 의하여 뒷받침되어 그것 자 체의 의의를 갖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공적 행복에 대한 갈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할 때,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내놓을 수 있다. 그것이 인간 행복의 전부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다른 형태의 행복에 대한 관계는 어떤 것인가? 그것이 그 자체로서 이미 값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아무런 실용적인 기능을 갖지 않는 것인가? 이 마지막 질문은, 정치를 거의 전 적으로 실용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통상적인 입장이라고 하다면, 공적 행복의 공간으로서의 정치는 실용적 의미를 갖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이다. 이러한 물음들에 대하 여 아렌트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렌트가 인용하는 바에 의하면, 제퍼슨은, 행복은 나의 가족의 품에, 그 사랑에, 나의 이웃과 나의 책의 교류에, 나의 농장과 용무의 건강한 일들에 있다고 생각했다. 3)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공적인 행복과는 별개의 행복이었다는 점이다. 아렌트는 < 혁명론> 에서도 그러하지만, 다른 여러 글들에서도 인간사에서의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엄격한 분리를 중요시하고 공적 공간은 그 나름의 인간성의 요구에 대응하여 성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많은 노력 은 정치 공간의 독립적 의미-- 그것이 갖는 독립적 의미를 통하여 정치 공간을 별개의 영역으로 분명히 하는 데에 경주된다. 그러면 다시 묻건대, 공적 공간은 공적 행복-- 사람들 사이에서 행동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일 이외에 어떤 현실적 기능을 수행하는가? 아렌트는 이에 대하여서는 더욱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는 의도적인 것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실용적 관점 에서 따져 본다면, 공적인 행복의 공적 공간이 만들어내는 것은 사회의 여러 문제를 다룰 수 있 는 이성의 공간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공적 문제를 바르게 다 룰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이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성은 반 드시 체계적, 이론적 또는 이데올로기적 이성은 아니다. 아렌트의 가장 유명한 저서의 하나는 < 전체주의의 근원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 이라는 것이지만, 이것은 전체주의가 내세우 는 일목요연한 체계에 들어 있는 합리성의 정치적 폐해를 밝히는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게 정치적 이성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집회에서 진행되는 토의, 숙고, 결정 가운데에 움직이 는 원리로서의 이성이다. 이 이성은 틀림없는 진리 그리고 그 확신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서 엮어내는 의견 들을 추출해내는 데에서 생겨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 공 간의 원리이다. 정치에 이성이 작용한다면, 그것은 공적 공간, 민주적 공간에, 그리고 인간의 공 적 행복을 향한 욕구에 대응하여 생겨나는 원리이여야 한다. 4) 어떤 경우에 인간의 현실 문제-- 살고 죽는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는 철저하게 합리적 이성이 또는 독재 체제나 절대 군주 체제가 2) Ibid., p. 133 et passim. 3) Ibid., p. 125. 4) 물론 정치에 있어서 이성과 진리의 기능은 더 복잡하다. cf. "Truth and Politics" in Hannah Arendt, Between Past and Future (New York: The Viking Press, 1961) 행복의 이념: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 7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행복과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고, 결 국은 현실의 유동성 가운데에 적절하게 대응할 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좌초할 수밖에 없는 이성이고 힘의 논리가 된다. 이것과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그것대로의 독자성 속에 있는 공적 공간-- 인간의 공적 행복을 충족시켜주는 공적 공간이다. 정치에 이성이 작용한다면, 그것 은 여기에서 나오는 숙의( 熟 議 ) 의 이성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대중적 집회의 자의성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작용하는 이성은 사회 전체의 개체의 인간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공 정성의 원리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공적 행복이 구성하는 공적 공간은, 그 자체의 동기를 제외 한 다른 숨은 동기를 갖지 않기 때문에, 행복의 요구에 합당하면서, 동시에 실용의 문제를 다룸 에 있어서 균형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3. 그러나 공적 공간의 공적 행복이 참으로 사회적, 정치적, 인간적 여러 가지로 착종되어 있는 연계를 떠나서 순수한 행복의 공간-- 그리고 이성적 숙의의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공적 공간은 위에서 비친 바와 같이 일사불란한 단합의 공간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하나 의 통일된 공간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이것은 복잡한 역학 소계서의 균형을 요구한다. 공적 행복에서 공적 토의에로 나아가게 하는 심리적 동기 또는 덕성 virtue 은 상호 겨룸 emulation 이고 다른 사람을 앞서려는 욕구 a desire to excel another 이다. 그런데 이것 은, 아렌트 자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쉽게 악덕 으로 바뀔 수 있다. 즉 야망 ambition, 그리 고 진정한 뛰어남 distinction 에 관계없이 추구될 수 있는 권력 power 에 대한 욕심으로 쉽게 연결된다. 5) 그리고 이 악덕의 힘은 정치적 공간의 파괴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이 악덕으로부터 정치를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아렌트는 전정한 의미에서의 민 주주의-- 공통의 공간에서의 여러 사람의 경쟁적이면서도 수월성의 성취 열망으로 성립하게 되 는 민주주의의 질서가 이 악덕의 침해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일관된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비롯하여 사실과 진실을 정치 전 략에 의하여 조종 호도하려는 많은 시도들에 의하여 손상될 수 있다. 그러면서 그것은 너무나 쉽게 체제 순종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진부한 일상성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 아렌트가 나치즘 의 유태인 학살과 관련하여 사용한 유명한 말, 악의 진부성 banaity of evil 은 이것을 지칭한 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정치적 자유와 공적인 행복을 전복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생활에 있어서의 경제적 요인이다. 아렌트는 정치가 빈곤이 가져오는 사회문 제 를 중심의제로 하면서 정치적 자유와 공적 행복 그리고 정치 공간의 소멸을 가져올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견해로는 미국 혁명이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헌법 체제를 만드 는 데에 성공한데 대하여, 프랑스 혁명이 헌법질서 전복의 되풀이로서의 정치 운동만을 가져온 것은 사회문제가 그 중심 의제가 되어버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헌법 체제의 안정이 정 5) Ibid., p. 116. 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치 질서의 경직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의 공적 공간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공공 행 동과 언어의 자유를 뒷받침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의 유지 자체가 정치 행동의 영구혁명 을 요 구한다. 그러나 그것이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불안정과 무질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말 한 바와 같이, 사회문제의 해결에는 반드시 민주적 정치 체제가 필요치 않다.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는 정치권력은 어떻게 구성되든지 간에 민생을 위한 선정( 善 政 ) 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경우에 공적 공간은 이 민생정치를 위한 방도일 뿐이다. 즉 그것은 공적 행복과 이성적 토의가 연출되는 공간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 관계를 조정하는 공간으로의 기능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착취 관계의 해소와 함께 불필요한 낭비가 되고 만다. 사회문제를 정치의 핵심에 놓은 대표적인 정치 체제는 마르크스주의이다. 그 인민민주주의 가 정치의 공공 공간을 파기하고 독 재를 지향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6) 그런데 공적 행복의 정치 공간은, 전체주의 체제가 아니라도, 경제문제에 의하여 파괴될 수 있 다. 그것은 사회 공간이 부에 대한 과도한 욕심에 의하여 침해되는 경우이다. ( 이것은 빈곤에서 유래하는 원한이 확대된 것이라고 아렌트는 해석한다.) 아렌트가 인용하여 말하는 대로, 18세기 에 이미 버지니아의 판사 에드먼드 펜들튼 Edmund Pendleton 은, 급작스러운 부에 대한 갈망 이 공화국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것을 걱정했다. 그것은 모든 정치적 도덕적 의무감을 파괴하고 공적 행복의 공간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럽의 경우에 대조하여, 미국은 이 부의 파괴적 인 힘을 일정 기간 이겨내고 공적 공간을 구성해내는 데에 성공했고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사 회적 요인들을 상정정도 유지하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우려가 더 없이 팽창하게 된 것이 20세 기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렌트 자신은, 그의 믿음을 완전히 버리지는 아니하면서, 부의 동기 로 인하여 공적 공간이 소멸된 위험에 처하게 되었음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미국사회로부터 공적 행복과 정치적 자유 의 이상이 사라지지는 아니하였다. 그것은 정치 구 조와 사회 구조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이 구조가 풍요와 소비에 깊이 빠져 있는 사회의 부질없는 장난질을 버티어 낼 수 있을 만큼 반석 같은 토대를 가지고 있는지, 비참과 불행 의 무게로 인하여 유럽 사회가 그랬듯이 부의 무게 아래 주저앉게 될지 어떨지는 앞으로 두 고 볼 도리밖에 없다. 두려움을 안게 하는 증후나 희망을 가지게 하는 증후들이 반반쯤 되 어 있는 것이 지금의 형편으로 보인다. 7) 그의 정치철학의 의도는,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권력을 향한 야망과 부를 향한 탐욕으로부터 정치 공간을-- 행복한 토의의 공간으로서의 정치 공간을 옹호하려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사라져가는 것으로 느낀 정치 공간의 독자적인 의미-- 공적 공 간으로서의 의미를 다시 일깨우는 일이 필요한 한 작업이라고 아렌트는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 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자본주의의 동기는, 흔히 말하여지듯이, 이윤의 극대화이다. 이윤의 극대화의 결과는 어디에 사용되는가? 그것은 다시 투자되고 산업의 성정을 가져오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쉽게 과대 소비와 사치를 향한다. 현대 자 6) cf. "The Social Question," On Revolution. 7) Ibid.,p. 135. 행복의 이념: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 9

본주의 경제에서 소비는 필요의 충족보다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 된다. 과대 소비와 사치는 자본주의의 필연적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펜들톤이 말한 부의 위험은 그대로 지속되고 확산된 다. 쏘스틴 베블렌이 유한 계급의 큰 특징이 과시소비 라는 말을 한 것은 1899 년의 일이다. 그 러나 오늘날 이것은 더 이상 문제시 되지도 않는 사회의 풍습이 되었다. 공적 공간이 있다면, 그 것은 야망과 권력과 지위와 과시소비의 무대로만 살아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미국의 이야기이지만, 한국의 경우, 그러한 부귀의 병이 조금이라도 덜 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공적 도덕에 대한 엄숙한 교훈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많은 경우 권력 의지의 수단이 고 표현으로 존재한다. 아렌트가 말하는 공적 행복의 공간의 덕성은 처음부터 악덕으로 전락하 게 되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모든 정신적 가치에 대한 하부구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의 입장에서는 공적 공간의 공적 행복에 대하여 그 현실적 토대가 무엇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아렌트는 미국혁명이 공적 정치 공간을 구성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혁명의 주체가 되었던 사람들이 상당한 자산 가였다는 데에서 찾는다. 그들에게 정치의 공간은 경제문제 해결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위에 서 말한 바와 같이, 토의와 숙고와 공적 결정을 위한 공적 자유의 공연 공간이다. 그것의 심리적 동기는 공적 행복의 필요이다. 사회문제나 경제문제는 혁명의 행동가들에게 이미 그들의 사적인 노력, 사회적 활동을 통하여 해결된 것이다. 사적 영역에서 또 사회적 영역에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 정치적 공공 공간에서 희망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미 위에서 비친 바와 같이, 그것을 위한 공정한 규칙들을 의결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압도적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마 유럽 의 경우에 비하여 볼 때, 혁명기의 미국 정치에 대한 아렌트의 해석은 미국 역사가들이 말하는 미국 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 를 받아들여 미국에서는 그것이 공적 영역에 침해할 정 도로 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는 경우, 참으로 정치 공간의 자유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위하여 투표권 그리고 일반적 정치 참여권을 일정한 재산의 보유에 연결하였던 전근대적인 민주 사상을 지지하여야 할 것이다. 아렌트의 생각에 이 러한 요소도 들어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정치 공간에 대한 해석은 보편성을 결여하고 있 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세계화된 21 세기의 관점에서 볼 때, 그의 모델은 미국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정치 현상의 근본 동력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의 이론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정치의 본질이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토의와 숙고와 행동의 공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인간성 본유( 本 有 ) 의 욕구인 공적 행복 의 추구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것은 중요한 지적이다. 또 그 존재가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은 좋은 사회를 위하여 절실하게 요구되는 일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그 순수성 속에 유지하느냐 하는 것은 간단히 처리될 수 없는 과제로 남는다. 1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생각하게 되는 문제의 하나는, 이미 위에서 시사된 바와 같이, 어떻게 하여 사회적 문제-- 빈 곤과 처참함의 문제를 해결하여 정치를 공적 행복의 공간으로서 해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 론 이것을 재산에 의한 참정권의 제한이라는 각도에서 해결하는 것은 시대착오의 해결방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 것이다. 전제 가 되어야 하는 것은 사회 경제 문제의 선행 해결이다. 그렇다고 이것으로 정치 공간의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실 문제의 공간이 아니라 규범적 사고의 공간으로 구성되어야 한 다( 동기는 공정한 규범성이 가능하게 하는 공적 행복이다 ). 그리고 그것은 현실 문제를 다루면 서도 보다 높은 이상으로, 다음 단계의 이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상 어느 시점에 서나 이 이상이 공공 공간의 원리가 됨으로써만, 현실 문제의 바른 해결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에의 지향은 이미 빈곤의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그에 기초한 정치 공간의 구성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사회적, 정치적 성취이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적어도 그것을 초연하게 볼 수 있는 규범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하다면, 그것은 아렌트의 의미에서의 순수한 정치의 공간에서 사회 경제 문제를 긴급 의제로-- 계속되는 긴급 의제로 다루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의 공간이 그것 나름으로 스스로를 유지하 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 공간이 이미 경제적 압력으 로부터 해방된, 공적 행복의 동기에 의하여 행동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면, 그 공간에 서의 모든 결정은 아랫 사람 의 입장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수혜의 굴욕을 받아드리는 것이 될 것이다. 이것은 굴욕적인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정치 공간에 무산자가 포용되어 있어서, 공평 한 토의와 결정에 참여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그 경우, 무산자는 비참 속에서 비참을 초월할 수 있는 정신적 수련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산가라고 하여 공공 공간에서 자신의 이익을 초월하여 공정한 토의를 벌이고 공적인 결정을 내릴 수가 있을 것인가? 아렌트가 시사하 는 바대로 부에 대한 무한한 탐욕이 빈곤과 비참의 심리의 확대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자산가도 이미 수월성 경쟁의 공간으로서의 정치 공간에 참여할 자격-- 공적 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자 격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에게도 탐욕을-- 비참에서 발원했을 수 있는 탐욕을 초월할 수 있는 정신적 수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질서의 어디에서 이러한 수련 이 가능할 것인가? 공적 행복에의 충동이 인간 본유의 심성의 한 부분이라고 하여도, 그 수련은 간단하게 얻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산적 영역, 공적 영역, 그리고 행복의 이상의 적절한 관계의 유지에는 아무래도 이성적 문화의 영역이 별도로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것은 경제 사회 문제가 하부구조의 문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화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성의 영역-- 숙의를 본질로 하는 사회적 이성의 가능성이 전적으로 분리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자본주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성은 그것에 저항하는 세력 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행복의 이념: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 11

5. 물론 이러한 사정은, 현실적 요건이 아니라도, 그것은 공적 행복의 의미 자체가, 다시 한 번 말 하여,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관계된다. 위에서 아렌트로부터 인용한 애덤 스의 말은 사람의 사회적 본능의 움직임을 일상적 경험 속에서 관찰한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 람과 어울리면서 다른 사람이 알아주기를 원하는 심정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현상 이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한 해석도 여러 가지이다. 근년에 와서 호네트 Honneth 나 찰 스 테일러 것은 사람들이 인정 Charles Taylor 의 이름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정치 철학의 용어로 옮겨서 말하면, 그 recognition, Anerkennung 을 향한 인간의 욕구에 일치한다. 이것은 인간의 사회성에서 출발하여 사회생활에 적극적인 자산이 될 덕성의 기초가 된다. 정의, 인권, 상호 존 중, 접객에서의 선의 (hospitality) 등이 여기에서 나올 수 있고, 칸트가 말하는 바 모든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간주하며, 자신의 행동을 모든 사람에게서 요구되는, 보편적 규칙에 의 하여 규제하여야 한다는 실천 이성의 원리가 도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바, 아렌트의 수월성 excellence 을 두고 벌이는 겨룸 emulation 은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는 생사를 건 두 주체의 투쟁으로 격화될 수도 있다. 과시 소 비 에 대한 베블렌의 관찰이나 미국 독립 전쟁 당시의 벼락부자의 욕망에 대한 펜들튼의 경고는 소비주의 문화가 일반화되기 이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것은 오늘날에 와서 인간 행동의 가 장 핵심적인 동기가 되어 있다. 사실은 사치가 아니라 검소가 경제 생활-- 특히 지도층의 생활 철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로마에서나 중국 또는 전근대의 조선에서 고대로부터 되풀이되던 윤리적 경고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 자체가 필요했던 것은 욕망이 일정한 테두리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성이 가질 수 있는 부정적 효과는 어쩌면 근원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사회적 교류가, 그 원시적 출발에서부터, 권력 투쟁과 부의 과시적 경쟁, 그리고 일반적 으로 인간관계의 악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가장 분명하게 경고한 것은 루소이다. 그의 자연 속의 인간이란 바로 사회관계의 타락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의 행복한 모습을 이상화한 것이다. 위에서 우리는 존 애담스의 서로 경쟁하고 함께 행동하면서 서로를 보이고 자랑하는 인간에 대한 묘사를 인용하였다. < 인간 불평등 기원론 Discours sur l'origine de l'inegalite> 에 나오는 인간의 회동( 會 同 ) 의 효과에 대한 기술은 애덤스의 묘사 그리고 그에 대항 아렌트의 논평에 비교될 수 있다. 물론 루소에게도 사회성의 인간성의 타락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원래 자연속의 고독한 존재였던 원시인들은 차차 자신들의 초가에서 나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즐기게 된다. 이 렇게 함께 하는 가창과 무도는 진정으로 사랑과 여가의 산물 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로를 지 켜보게 된다. 이 봄" 으로부터 여러 착잡한 심리적 특성들이 생겨나게 된다. 만나서 가무를 함께 함에 있어서 사람들은, 사람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기를 생각해주기를 바라게 된 다.[ 루소는 쓰고 있다.] 그리하여 여기에서 공적인 존경이 가치를 얻는다. 누구보다도 노래 1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를 잘 하고 춤을 잘 추는 사람, 가장 잘 생긴 사람, 힘이 센 사람, 재주 좋은 사람, 달변인 사람, 이런 사람들이 가장 많은 생각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하여 불평등 그리고 악덕이 시 작된다. 이러한 평가의 차등으로부터 한편으로는 허세와 경멸이 생기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수치감과 질시가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 이루어진 반죽에서 발효된 결과가 인간의 순결 과 행복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다. 8) 그러니까 루소에게는 공적 공간은 쉽게 행복의 공간이 아니라 불행의 공간이 된다. 그리하여 대체로 인간의 사회적 만남에서 태어나는 사회 제체는 부패하고 타락한 체제이기 마련이다. 이 타락은 중요한 사회적 함축을 갖는 것이지만, 그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개인의 행복 을 크게 왜곡한다는 점이다. 어느 쪽을 위해서나 루소에게 바람직한 인간상은 사회 속에 존재하 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의 주어진 대로의 삶 속에 있는 인간에서 발견된다. 순결과 행복의 인간 은, 사회를 전부로 아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자기에 몰입되어 있는 이기적인 인간이 라는 느낌을 준다. 자연인의 삶의 근본적 동력은 자기에 대한 사랑, 자애( 自 愛 ) amour de soi 이다. 그것은 동물의 생명보존의 본능에 비슷한 것이다. 거기에는 타자에 대한 의식이 없다. 그 러나 이것은 자기폐쇄자적이면서도 그것을 넘어갈 수 있는 도덕적 가능성을 갖는다. 그것은 자 애가 자기의 온전함, 진정성, 일관성의 의지의 기초가 된다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아가 그것 은 연민과 이성으로 열리고 이것을 통하여 다른 생명체에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이 러한 기초를 가지지 않는 사회성은 애기( 愛 己 ) amour propre 가 된다. 이것은 자신을 타인의 눈에 비치는 외면적 효과와 평가로서 값 매김하려는 이기적 자기 사랑이다. 애기 amour propre 의 자아는 늘 타자를 필요로 하는 까닭에 한없이 다른 사람을 향하여 나아간다. 그러면서 물론 그것은 깊은 동기에 있어서는 가치 팽창의 방편이다. 여기에서의 자기 팽창은 진정한 자기를 왜 곡하고 잃어버림으로서 생겨나고 커지는 자아이다. 다른 한편으로 애기 amour propre 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순정성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사람 자신보다도 나를 사랑할 것을 요구하는 폭력성을 띈다. 어떤 경우에나 그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허세와 경멸, 수치심 과 질시의 모태이다. 루소에게 자기만의 삶이 행복의 조건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에게 행복한 인간의 이미지는 공적 공간에서 공적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숲 속을 거니는 고독한 산 보자이다. 6. 자연 속의 인간은 타고난 대로의 인간이다. 그는 자연대로의 가능성, 자연의 충동, 성품을 받 아들이고 표현한다. 9) 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영혼은, 아무 것에 의하여서도 혼란되지 않으면서, 8) Jean-Jacques Rousseau, ed. by C. E. Vaughn, Political Writings (Oxford, 1962) Volume, p. 174. 9) cf. Ronald Grimsley, "Rousseau and the Problem of Happiness," Maurice Cranston and Richard S; Peters eds. Hobbes and Rousseau: A Collection of Critical Essays (New York: Anchor Books, 1972). 행복에 대한 루소의 생각은 이 글에 따라 요약하였다. 이 부분에서의 루소 인용은 출전 없이 이 글의 페 이지만 밝혔다. 행복의 이념: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 13

현재의 존재의 느낌에 스스로를 내맡긴다. 10) 이것은 자연의 감각적 쾌락을 향유하는 것을 말하 는 것이기도 하지만, 루소의 생각에 중요한 것은 그 보다는 지속적인 삶의 느낌이다. 이것이 행 복의 근본이다. 황홀함과 정열의 순간은, 아무리 생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바로 그 생생함으로 인하여, 삶의 진로에서, 흩어지는 순간들에 불과하다. 진정한 행복은 지나가는 감각의 순간의 다음에도 살아남는 단순하고, 영원한 상태 이다. 11) 그것은 삶의 기쁨과 아픔을 넘어 가는 생존 의 느낌 이다. 12) 그러면서도 그것은 생생한 체험으로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개인적인 범위 안에서의 인간적 사귐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루소의 가장 강한 행복의 추억은 그의 보호자이 면서 애인이었던 마담 드 배랭과의 삶이었다. 그의 행복의 상태란, 필자가 의존하고 있는 브리스 톨 대학의) 로널드 그림슬리의 목록을 따르면, 생의 충일감( 充 溢 感 ), 절대적인 내적 일체성, 함 께하는 친밀함, 근접한 주위 환경과의 조화되고 막힘없는 연결감, 생생하고 직접적인 체험으로 모든 가능한 욕망의 자연스러운 실현 을 포함한다. 13) 물론 이러한 행복의 실현은 간단한 의미에서의 자연의 상태를 상당히 넘어 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에 의지하는, 그리고 태어난 대로의 자연인의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은 틀림이 없다. 이러한 행복에 있어서 사회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루 소는 자기 충족적인 자연인과 사회인의 사이에 큰 간격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교육론 < 에밀> 의 주제의 하나는 이 대립이다. 에밀은 교육을 통하여 자연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그 러면서도, 적어도 열 두 살까지, 교육의 주안점은 소년 에밀을 사회의 침해로부터 지켜내는 일에 있다. 사적 행복과 시민적 덕성의 대립은 루소의 사상에서 극복될 수 없는 대립으로 생각되었다 는 해석도 있지만, 그림슬리가 말하는 것처럼, 자연의 자질 위에서 도덕적 정치적 덕성을 첨가하 여 성장하는 것이 루소가 생각한 이상적인 교육의 방향이었다는 것이 맞는 것일 것이다. 자연의 삶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된 다음, 인간은 자신 안에 잠자고 있던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워야 한 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거짓된 사회적 가치 를 벗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새로 드러나는 잠재력을 살려내어 자기를 완성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새로운 자연의 본성 을 선택하고, 특정하게 선정된 이상을 추구할 뿐 만 아니라 이 이상을, 신의 의지에 못지않 게 강한 의지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어쩌면 갈등이 개입될 상황에서 추구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4) 이것을 정면으로 대결하는 교육을 통하여 사람은 도덕적 존재가 되고 책임 있는 시민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구체적인 인간적 교환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보다 성숙한 인간성을 위하여 개발되는 보다 도덕적이고 보다 정치적인 인간 품성에 대응하는 것은 진정으 로 기쁨과 행복에 찬 공동체 이다. 이것은 큰 도시나 국가가 아니라 작은 마을, 마을의 모임이다. 이것은 포도 수확기에 자연 속에 벌어지는 마을 사람들의 축제와 같은 데에서 구체화된다. 흥미로운 것은 감각적 체험과 구체적인 인간적 유대가 가능한 공동체를 강조하면서도 다시 이 모든 것의 바탕으로 보편적 질서-- 궁극적으로 신이 창조한 보편적 질서가 상정된다는 것이 10) Ibid., p. 439. 11) Ibid., p. 446. 12) Ibid., p. 447. 13) Ibid., p. 452. 14) Ibid., p. 440. 1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다. 이것은 루소가, 당대의 제도 종교의 신앙에 일치하는 것은 아니면서, 종교적인 믿음을 가지 고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그보다도 인간의 주체적 삶에서의 필연적인 요청으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루이 일튀세는, 큰 주체의 부름을 받아서 사람은 주체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15) 루소의 경우에도 그가 독립적 개인의 주체로 서기 위해서는 그 주체성을 호명( 呼 名 ) 하 는 큰 주체가 필요했다고 할 수 있다. 알튀세에 의하면, 오늘날 이 큰 주체부로부터의 부름을 담 당하고 있는 것은 국가의 이데올로기 기구이다. 그러나 큰 주체는 주어진 대로의 사회일 수 있 고 주어진 국가나 사회를 대체하려는 엄숙한 도덕의 교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 한 것들은 무반성적인 의식에 침투해오는 사회적 암시와 상징들이다. 소비사회의 소비와 사치는 이것들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의 힘을 가르키는 작은 손짓들이다. 어디에서 발원하는 것이든지 간에 거짓된 사회적 가치 를 극복하고자하는 루소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를 넘어가는 초월적 질 서의 부름이었다. 그림슬리에 의하면, 루소는, 행복을 완성해주는 적절한 사회에 더하여, 완전 한 행복을 획득하는 데에는, 개체는 정치적 질서를 넘어 광활한 존재의 영역, 보편적 질서 16) 를 볼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였다. 루소가 명상을 강조한 것은 여기에 관계된다. 우주의 전 질서를 바라 볼 수 있는 행복-- 지복( 至 福 ) 은 죽음 후에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에 대하여 명상하는 것은 인간 행복의 하나이다. 다만 이것은 지적인 작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충만한 현재적 현실의 체험이다. 내가 우주의 질서를 명상하는 것은 그것을 헛된 체계화로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쉼 없이 찬탄하고, 거기에 자신을 계시하는 창조주를 찬양하기 위해서 이다 -- 루소는 이렇게 썼다. 17) 완전한 행복은 루소에게 구체적인 생존의 느낌과 공동체와 이것 을 뒷받침하는 보편적인 질서를 구성 요소로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 요소의 관계는 삶의 성숙 또는 진행을 나타내면서, 처음부터 서로 맞물려 있는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루소의 명상의 출발점은 주어진 대로의 삶을 사 는 자연 속의 인간이다. 이 삶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자기에 대한 사랑이다. 그러나 루소에게 이 사랑은 그의 반성 속에서 발견되고 주제화된 것이다. 그것은 인류 진화의 최초의 단계를 나타내 는 것으로 말하여지면서, 사실상은 지적으로 구성된 이미지로 구성된 것이다. 루소는 이것을 발 견함으로써 사회가 무반성적으로 부과하는 거짓된 사회적 가치를 거짓된 것으로 인식할 수 있 게 된다. 이것은 그가 이미 삶의 전체를 조감하고 그것을 전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 한다. 이 평가에서 자애 amour de soi 는 무엇이 진정하고 거짓된 것인가를 헤아리는 잣대가 된 다. 이 자애의 개념에는 이미 보편성의 지평을 바탕으로 하여 사물을 보는 사유가 움직이고 있 다. 그러면서도 여기의 사유가 추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루소가 사랑한 것은 자연이고 자연의 구 체적인 사물이며, 그것이 주는 감각적 기쁨이었다. 그의 최후의 소원은 문필의 세계를 버리고 자 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에게 무엇보다도 큰 위안의 원천이 된 자연의 풍경이고, 또 꽃과 나무들의 식물원이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감각적 탐익이나 막연한 자연에의 향수였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식물학적 이해, 즉 지적인 성찰을 수반하는 감각적 향수였다. 거꾸로 15) cf., Louis Althusser, "The State and Ideology,"Lenin and Philosophy and Other Essays (New York: Monthly Review Press, 1971). 16) Ibid., p. 443. 17) Ibid., p. 444. 행복의 이념: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 15

말하여, 그가 원한 감각과 지성의 일체성에 대한 체험은 다시 말하여 보편적 우주적 질서에 대 한 명상의 접합점이었다. 이 접합점을 통한 우주적 질서에의 지향이 그의 삶의 궤적을 이룬다. 그는, 위에서 비친 바와 같이, 이 질서의 일부이기를 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그의 주어진 대로 의 삶에서 일어나는 한 사건이기를 -- 구체적 체험이기를 원했다. 우주적 질서는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그를 감복( 感 服 ) 하게 하는 질서여야 했다. 7. 여기에 관련되어 있는 삶의 변증법, 자애 amour de soi 의 변증법은 깊이 있는 실존적 각성에 대한 어떤 종류의 실존주의적 통찰을 생각하게 한다. 가령 루소의 자아와 우주적 질서에 대한 직관은 실존과 이성의 관계에 대한 야스퍼스의 설명으로 이해될 수 있다. ( 다음의 인용에서 루 소의 우주적 질서는 야스퍼스에 있어서 조금 더 분명하게 이성의 질서로 생각된다. 이성은 우주 적 질서의 원리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신을 매개로하여 역동적인 열림이 되고 개체적 실존을 매 개로하여 생생한 현실이 된다.) 조금 길지만, 여기에 관계되는 야스퍼스의 말을 인용해본다.... 우리 존재의 거대 한 극( 極 ) 은 이성과 실존이다. 이성과 실존은 분리할 수 없다. 하나가 상실되면 다른 것도 상실되고 만다. 이성은 절망적으로 개방성에 저항하는 폐쇄적인 반항을 위해 실존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실존은 그 자체가 실체적 현실로 혼동되는 명석성을 위해 이성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실존은 오직 이성에 의해서만 명료해진다. 이성은 오직 실존에 의해서만 내용을 얻는다. 이성에는 정당한 것의 부동성( 不 動 性 ) 과 임의의 무한성으로부터 정신의 이념의 전체성에 의 한 생생한 결합으로, 또 이러한 결합으로부터 정신에 처음으로 본래적인 존재를 부여하는 담 당자로서의 실존으로 나아가려는 갈망이 있다. 이성은 타자, 곧 이성에 있어서 명료해지고 또한 이성에 결정적인 충동을 주며, 이성을 지탱 하고 있는 실존의 내용에 의존하고 있다. 내용이 없는 이성은 단순한 오성일 것이며, 이성으 로서는 지반을 상실할 것이다. 직관이 없는 오성의 개념이 공허한 것처럼, 실존이 없는 이성 은 공동( 空 洞 ) 이다. 이성은 단순한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가능적 실존의 행위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실존도 타자, 곧 자기 자신을 창조하지 않은 실존으로 하여금 처음으로 이 세계의 독립된 근원이 되게 하는 초월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초월자가 없으면 실존은 결실이 없고 사랑이 없는 악마의 반항이 된다. 실존은 이성에 의존하면서 이성의 밝음에 의해 비로서 불 안정과 초월자의 요구를 경험하고 이성의 물음의 자극에 의해서 비로소 본래적인 운동을 일 으키게 된다. 이성이 없으면 실존은 활동하지 못하고 잠을 자며, 마치 없는 것과 같다. 18) 이성이 없으면 실존은 잠을 자며 마치 없는 것과 같다. 자연인은 스스로에 갇혀있는 존재이 다. 그것은 보다 큰 질서의 원리를 통하여, 정신으로 일깨워지고, 세계에로 창조적 삶에로 나아간 18) 칼 야스퍼스, 理 性 과 實 存, 哲 學 이란 무엇인가, 形 而 上 學 이란 무엇시인가, 哲 學 的 信 仰, 理 性 과 實 存 ( 상성출판사, 1982) pp. 413-414. 1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다.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스스로의 동기에 의하여서만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큰 질서 자체가 그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또는 달리 말하면, 세계와의 관계 맺음은 인간 존재의 근본 충동이 되게 끔 되어 있다. 그리하여 사람은, 이성의 부름에 의하여, 정신의 세계로, 이성의 세계로, 보편적 질 서에로 나아간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큰 것에 흡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실존 의 관점에서나 이성적 질서의 관점에서, 현실적 절실성을 유지하는 것은 실존적 행위를 통하여서 이다. 또 달리 말하면, 사람이 잠자는 상태를 벗어난다는 것은 상황 속에서 그리고 보다 큰 전체 성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것이고 그것은 반성적 사고가 삶의 영원한 원리로 도 입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만큼 그는 큰 질서에로 나아가면서도 그것에 완전히 흡수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가 이 질서의 일부가 된다면, 그것은 반성적이고 비판적 관계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합일이 단순한 포섭과 동일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창조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실존의 움직임은 이성적 질서 자체의 수정과 변형 그리고 창조를 뜻한다. 사람은 이와 같은 실존의 현실과 큰 질서 양극의 긴장된 변증법 속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또는, 이것을 행복의 관점으로 옮겨 말한다면, 완전한 행복에 이룰 수 있다. 이것은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는 것은 큰 이성적 질서와의 반성적 관계에 있는 실존은 사회질서에 대한 비판적 검증의 기능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존적 검토가 없는 사회 질서는, 이성적 동기를 가졌든 갖지 않았든, 비인간적인 질서가 되기 쉽다. 이데올로기적 이성에 의하여 지배되는 사회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인간적 질서는 구체적 삶--그것도 인간 실존의 전체적 진리에 가까이 가려고 하는 삶에 의하여 검증되고 수정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그 실존은 사회와 진리의 부름을 통하여 진정한 개체적인 의미를 얻게 된다. 진정한 인간적 사회는 살아 움직이는 삶의 논리-- 개체적이면서 집단적인 논리에 의하여 움직이는 사회이다. 어떤 경 우에나 그것은 이성과 실존의 창조적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탄생하게 하는 것을 허용 하는 사회이다. 반드시 전체주의 사회가 아니라도 인간이 권력 의지를 숨겨 가진 사회 도덕적 가치의 압력, 그리고 소비주의 가치의 쇠뇌로부터 해방되는 데에는 자신의 실존적 기반으로 되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이 반성적인 깨달음의 필요를 말하는 것이라면, 또 경계하여 야 할 것은 그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너무 많이 볼 수 있듯이, 사랑이 없는 악마의 저항 에 그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그것을 전체화한 이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필요한 것은 쉼이 없는 자기 반성, 자기 비판의 움직임이다. 그런데 추가하여 기억하여야 할 것은, 심각한 의미에서의 실존과 이성의 탐구가 반드시 일반 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적극적인 의미에서나 한정된 의미에서나 그러하다. 위에서 우리는 인간 행복의 중요한 형태로 그리고 큰 사회적 함축을 가진 것으로 공적 행복과 공적 공간을 말하였다. 공적 행복이 참으로 추구되고 공적 공간이 참으로 밝은 공간으로 유지될 때, 그것은 개체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인간 존재의 차원을 넓히고 높이는 것이 된다. 아렌트가 생 각하는 이러한 차원은 평상적인 것들의 명랑함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자연인의 자연 스러운 자애 amour de soi 의 연장 선상에서의 사회적 발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사회의 다른 곳에서 또는 역사의 위기의 시기에 보다 어두운 실존과 이성의 고 행복의 이념: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 17

뇌에 의하여 회복되어야 하고, 복합적인 사회에서는 그러한 고뇌를 수반하는 반성과 비판의 지 속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야스퍼스가 말하듯이, 실존과 이성의 합일을 향한 탐구는 결국 예외 자, 단독자 에 의하여 행해진다. 실존의 과정은 공적 공간, 우주적 질서의 과정의 일부이면서 어디까지나 개체적 존재의 책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희망적으로 생각 하건대, 그들로부터 사회 일반으로 펴져 나간다. 그러는 한에 있어서 공적 공간은 부패와 타락을 피하여 독자적인 영역으로 존재한다. 1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제 1-1 세션: 행복의 개념론 간지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박 성 환 ( 초당대 사회복지학과) Ⅰ. 머리말 이 글은 근대 사회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하나의 범주로서 행복 이라는 논제에 내포되어 있는 이론적 및 실천적 함의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행복이라는 개념은 사회과학의 전문용어는 아니지 만, 근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아이콘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인간은 배운 사람이건 배 우지 못한 사람이건 모두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라고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 도, 인간의 사회와 문화는 언제 어디서나 그가 꿈꾸는 행복의 이념에 의해서도 규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더우기 1776 년 미국의 독립선언문이 행복의 추구 (pursuit of happiness) 를 인간의 천 부적 권리 가운데 하나로 선언하고, 1793 년의 프랑스 혁명 헌법이 공공의 행복 을 사회의 목표 로 설정한 이래, 행복은 근대 국가와 사회의 궁극적인 의무이자 목적이 되었다. 그것은 오늘날 복지 삶의 질 삶의 만족 등과 같은 행복의 인접 개념을 통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도 하다. 그러나 정작 행복 이라는 주제는 사회학에서 꽤 오랫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기에 는 분명히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행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닌 불확실성은 그 객관적 효용에 의문을 더했을 것이다. 실존적 입지 확보에 주력해야 했던 사회학으로서는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에 몰두한 나머지 행복이라는 모호한 일상 현상에 할애할 수 있는 여 력이 많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회학에서는 현실의 문화적 내용과 의의가 이론 및 실천 적 관심의 대상으로서 외적인 사회구조적 현상에 얼마간 밀려나 있었다는 사정을 감안한다면, 행복과 같은 범주가 사회학의 주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하겠다. 하지만 근대 사회는 행복을 정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믿었고, 이러한 확신은 복지 국가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적지 않은 국가에서 실질적으로 상당한 수 준의 복지가 추구되고 또 달성되어 왔다. 최근의 행복 연구 가 복지 삶의 질 만족 등과 같은 행복의 인접 용어에 편향된 것은 그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복지국가의 실현을 통해 삶의 질과 삶에 대한 만족이 다소간에 향상된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복지란 단지 살이 빠진 여윈 행복에 불과하다 라는 비판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복지국가 및 복지사회의 틀 안에서도 인간은 적잖이 불편과 불만을 호소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충족된 욕구 는 또 다른 욕구와 행복 체험에의 소망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와 의해 행복에 대한 이론적 및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21

실천적 성찰이 요구되었다. 행복을 겨냥한 담론의 급증은 그 같은 시대적 요청과 행복에의 사회 적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행복이란 흔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사안인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또한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제약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경제적 및 이데올로기적 위기의 시대에는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과 함께 행복에 대한 물음이 시세를 타기 마련이다. 서구 사회에서 행복 에 대한 논의가 증폭된 것은 1960 년대 후반부터이다. 자본주의적 성장의 경제적 및 사회적 연속 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보다 나은 삶과 그 질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제3세계의 불행에 직면하여 행복의 실체와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싹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점진적 세계화와 더 불어 인간은 거의 무한한 삶의 가능성을 마주하게 되었지만, 현대 사회가 가치 해체의 징후를 보이고 구성원의 이기주의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면서 행복에 대한 개개인의 물음은 더욱 절 실해졌다. 이와 함께 행복이라는 주제는 당대의 유행 상품이 되었다. 행복에 관한 담론은 1990년 대에 이르러 현저히 증폭되었고, 최근에는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신문 잡지 등의 각종 매체를 비롯하여 관련 강습 및 강좌와 전문 학술회의 또는 세미나를 통해 행복과 그 주변 개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을 뿐만 아 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의 문헌에서도 행복이라는 논제가 눈에 띠게 증가하고 있다. 행복에 관한 논의가 학문 내외적으로 번창하고, 사회 현실의 문화적 의의와 인간적 귀결을 묻 는 문화사회학적 물음과 주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오늘에도 행복에 대한 사회학의 무관심은 크 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회 생활의 상징적 차원과 인간 행위의 의미 및 의의가 관건이 될 경우에 는 그와 아울러 행복에 대한 기대와 관념도 논의되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사회학의 외면은 다 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온갖 사회는 그 속의 인간이 염원하는 행복의 종류와 방식에 따라 주조되기 마련이고, 다양한 문화란 사실상 행복이라는 프로젝트의 구현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의 인간 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근대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그 급진적 변화 내용이 지닌 인간학적 함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근대 사회가 기획했던 행복의 논리를 점 검하는 작업도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행복은 오늘날 모든 세계의 표어이다 라고 하는 칸트(Immanuel Kant) 의 관찰로부터도 명백 하게 드러나듯이, 행복이라는 범주는 근대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일 수 있다. 근대 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행복은 이중의 의미에서 재해석되었다. 전통 사회에서 인간의 외적 상황 및 우연 을 확인하는 데 사용되었던 행복이라는 개념은 근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내적 상태를 묘 사하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행복은 인간에게 우연히 주어지는 운명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롭게 책임지고 만들어가야 할 역사가 되었다. 행복은 근대의 과정에서 주관화하고 세속화한 것이다. 행복은 행운 과 우연 이라는 전통적 의미에서 탈피하여 구체적으로는 정치 사회적 힘과 자유로 운 창조, 주관적인 삶의 의미를 가꿀 수 있는 도덕적 자유, 자유 시장에서의 경제적 성공과 복지, 사회적 자유에 근거한 성공적인 상호 작용 및 관계 등의 모습으로 근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추구되었다. 우선 행복은 운명주의적으로 수용하고 감내해야 할 신적 섭리나 자연의 질서가 아니라 인간 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전략적으로 강제 점령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마키아벨리 (Niccolo 2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Machiavelli) 는 행운의 여신 (fortuna) 이 여성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운명과 행복을 힘과 용기 그 리고 방책으로써 무모하게라도 정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다. 인간이 행복의 주체가 된 것이 다.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해방된 힘은 근대 초기에는 계몽의 절대주의 왕정에 의해 그 정당 화에 사용되었고, 나아가 이에 맞선 전체주의적 혁명 정부에 의해 일반 복지의 총체적 연출에 적용되었다. 근대의 국가 정치는 국민과 시민에게 행복을 창출하고 보장함으로써 정당성을 획득 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행복을 처방한다는 구실로 사회를 후견해야 한다는 지배자의 권위적 요구는 18 세기 말 이래 도덕적 및 정치적 비판에 부딪쳤다. 제아무리 선의를 지닌 정치 권력이 라 하더라도 거기서 유일한 행복으로 제시되는 복지의 일방적 독재는 인간에게 가능한 다양한 욕구충족의 가능성에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책임 있는 자기발전의 자유를 빼앗는 구조 적 폭력으로서 인간의 성숙가능성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근대 시민은 국가의 절대 권력이 강 제하는 일반 복지로부터 벗어나 적극적인 자기완성 및 세계완성의 능력을 토대로 스스로 행복 의 고삐를 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근대적인 자율적 주체의 이러한 창조적 자유는 정치 및 예술을 비롯한 온갖 생활영역에서 발 현되었다. 세계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성물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근대의 프로젝 트 는 자유의 체계 (Johann G. Fichte) 였고, 행복은 자율적 자아의 생산물로 인식되었다. 이와 함 께 신과 자연의 선물이었던 행운은 인간이 스스로 결정하는 역사가 되는 한편, 주관적인 행복의 감정으로 내면화할 수 있었다. 서구의 신학적 어의에서 행복한 영혼 상태 라는 뜻을 지닌 축 복 (Glückseligkeit) 은 세속화하여 주관적 의미의 자족 및 자기만족으로 변화했다. 이것은 성찰적 자아가 추구하는 행복의 주관적 요소로서 사회적 및 인간적 완성의 내적 측면이기도 하다. 객관 주의적 행복론의 독단에 대항하는 이러한 도덕적 자유의 이념을 통해 인간은 모든 외적 생활상 황에서, 때로는 세상의 운명에 거슬러서도 자기 준거의 내적 행복을 건설할 수 있게 되었다. 행복을 창출하려는 인간의 전략은 물론 경제 영역에도 적용되었다. 더우기 화폐를 통한 행복 의 구상은 근대 사회의 발전에 획기적인 것이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국가의 후견 대신에 시장의 자유에 행복의 내기를 걸었다. 시장의 역학은 근대의 경제 주체가 추구하는 이해관계와 행복으로부터 도출되었고, 그 보이지 않는 손 은 행운이라는 전통적 모험성과 불투명성을 더 이 상 갖고 있지 않았다. 근대의 자유 기업은 시장의 기회와 위험 속에서 계획적으로 사회와 역사 에 개입하여 자신의 경제적 행복을 인위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에 다름 아니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기적 행위자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상호 연관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로써 근대적 의미의 사 랑 및 우정에 내포된 상호주관성은 행복의 패러다임이 되었다. 행복은 개인적 자유의 구성물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 및 사회적 자유의 구성물이 된 것이다. 이렇듯 근대 사회에서 행복은 정치적 힘과 경제적 부, 삶의 의미와 사랑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데서 구해졌다. 자유의 옹호자인 칸트가 주장하듯이 근대 사회에서 관건은 자연이 인간에게서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에게서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에 있었다. 근대의 역사는 그 같은 칸트적 주체의 등장이 빚어낸 결과라고도 하겠다. 근대인은 세계를 뜻대 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자로서 자신의 운명도 자유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23

그리하여 근대 사회가 자유롭게 추구하게 된 행복은 욕구충족 의 논리에서 연역되었다. 자유 는 인간의 욕구충족을 위한 시녀가 된 것이다. 근대의 행복론은 욕구충족과 자유라는 대립항이 생산적으로 조합되어 얻어진 성과이다. 자유로운 욕구충족 은 근대 사회의 중심적인 행복 논리 로서 그 이론과 실천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근대의 옹호론자들은 행복의 추구를 소생시켰다고 자부하는 한편, 비판론자들은 근대의 소모적 쾌락주의를 지적하고 나섰다. 여기서는 근대 사회 가 추구해온 행복의 이 같은 핵심 논리의 가능성과 한계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Ⅱ.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근대 사회가 추구해온 행복의 비전은 자유로운 욕구 충족 이다. 다시 말해서 물질적 삶의 보 장과 정치적 자유이다. 근대에 의해 기획된 프로젝트의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은 개념적으로 흔히 자기보존 (self-maintenance) 과 자기결정 (self-determination) 이라는 범주를 통해 이해되기도 한다. 근대인은 생존을 도모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자유의지대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행복은 오늘날 한편에서는 근대 사회의 성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 러나 다른 한편에서 행복은 자기보존 및 욕구충족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유로운 자기 결정에 저항하고 있기도 하다.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이라는 근대의 연합작전에 의한 행복의 공략 은 그 시너지 효과에도 불구하고 좌초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에 우선 자기보존 과 자기결정 이라는 두 범주를 간략히 살펴보고, 행복이 과연 그와 같은 이중의 범주에 의해 온전히 파악되고 정립될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러한 과제에 열중했던 이 론적 학파는 공리주의 (utilitarianism) 로서 행복을 욕구충족 으로부터 추론했다. 욕구충족의 모델 은 방법적으로 자기보존 의 논리에서 차용되었지만, 자기결정 의 논리에까지 적용되었다. 하지 만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이 상호협력해서 펼친 끈질긴 공략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쉽게 점령되지 않았고, 몇 차례 새로운 개념해석으로 전열을 정비하여 공격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 다. 근대 사회는 행복과 서로 반목하여 적잖은 상처를 입었고, 근대인은 자유로운 욕구충족 이라 는 행복의 과일을 한 입 베어 물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 던 중에 봉착한 난관에 시달리기만 하기보다는 그 실체를 드러내어 돌파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근대의 행복 공략 수단인 자기결정 과 자기보존 의 논리에 내재된 한계를 밝혀야 한다. 이것은 자기결정 에 기반을 두고 있는 근대 생활운영의 정치적 제도화인 민주제의 치밀하지 못한 일면을 밝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유로운 욕구충족 에 의해 추구되는 행 복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은 이에 근거한 근대와는 다른 근대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음의 논 의는 행복을 전면적으로 천착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행복은 인간의 자유의지대로 장악할 수 없는 특성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역사의 종점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역사의 한가운데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려 한다. 2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1. 생존 과 생활운영 인간은 당연히 생존 (survival) 을 모색하지만 단순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삶을 운영 (life-leading) 하기도 하는 존재이다. 인간의 삶에 내포된 이러한 두 가지 차원 은 고전적 의미에서 oikos 와 polis 로도 구분되는데, 전자는 물질적 생활기반과 재생산의 보장 에 필요한 욕구 충족의 노력을 의미하고, 후자는 목표와 가치를 자율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의 자 유가 발현되는 공간을 아우른다. 삶의 보장과 삶의 실천, 삶의 필수요건과 선택사항,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으로 표현되는 양자 사이의 관계는 양면적이다. 왜냐하면 한편으로 생존 없이는 모든 것이 무위에 그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존을 연명하는 것만으로는 소망하는 상태를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자를 둘러싼 정치적, 도덕적, 사회적 논쟁의 이면에서는 개인의 수준에서도 자기보존의 욕구와 실천적 성취의 추구 사이에 갈등이 그치지 않는다. 생물학적 심신상태의 자 기보존이 추구되는 경제 영역과 실천적 자기결정의 능력이 발휘되는 정치 영역 사이의 이원성 및 이질성은 양자가 서로 상대방을 공박해서 자체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데서도 드러난다. 예컨 대 베이컨(Francis Bacon) 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행복하게 하는 기술적 진보와 발명가를 찬 양한 대신에 시간 및 공간적으로 제한된 인간들만 행복하게 하면서도 흔히 폭력과 무질서를 수 반하는 정치가를 경멸했던 반면, 칸트는 시민의 감각적 안녕 (Sinneswohl) 보다도 정치 체제의 이성적 안녕 (Verstandeswohl) 을 우위에 두었다. 여기서 우리는 근대 사회가 설정한 중심 목표는 애초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기보존 쪽에서는 자기결정을 논박하고, 자기결정 쪽에서는 자기보존을 논박한 것 이다. 양 진영의 균열은 기나긴 여정을 거쳐 복지국가 와 자유주의 사이의 대립에 이르렀다. 양 진영은 욕구충족의 보장 과 삶의 자유 에 저마다 극히 다른 비중을 두었다. 자기보존 및 생활보 호를 지향하는 첫 번째 노선의 전통은 홉즈(Thomas Hobbes), 오웬(Robert Owen), 베블렌 (Thorstein Veblen) 등으로 이어지고, 두 번째 전통의 노선은 에머슨(Ralph W. Emerson), 막스 베버(Max Weber), 헉슬리(Aldous Huxley) 등에 의해 대표된다. 이러한 이론가들 사이에는 물 론 같은 노선 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확인되지만, 그들 모두는 욕구충족과 자유 사이의 균형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 최근의 정치 철학에서는 이러한 대립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 이 나타났다 (Amarrya Sen/Gottfried Seebaß). 생존 수준에서의 장애물은 자유로운 행위의 방해 물이기도 하다는 견해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테면 물질적 궁핍의 상황은 생존의 문제일 뿐만 아 니라, 자유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욕구충족의 문제가 자유의 문제에 편입되고, 자유주의의 어젠다는 극적으로 확대되었다. 자유주의는 사회 보장에 대한 지금까지의 신중했던 태도를 수정하고, 사회보장은 자유의 방해물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었 다. 물론 이러한 해결책은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의 이원론을 제3의 입장에서 극복했다기보다는 인간의 자유를 우위로 하는 위계 확립의 계기가 되었다. 궁핍을 제거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 는 이유는 자유의 손상을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생물학적 자기보존은 자기결정의 논리에 종속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욕구충족 및 생활보장과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 사이에 균형을 탐색하는 대 신에 무게 중심은 이미 자유 쪽으로 기울었다.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25

여기서 제기되는 물음은 인간의 삶 중에서 자유로운 행위의 우위라는 계정에 치부될 수 있는 몫이 어느 정도나 되는가이다. 자유의 우위 아래 욕구충족을 기능화하여 등장한 자유로운 욕구 충족 의 논리는 행복의 다채로운 면모를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그 가운데 특정한 면모만을 선별 적으로 골라낸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경험은 자유로운 행위의 영역으로 해석되기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단순히 신체적 기능의 유지를 위한 욕구충족의 영역에만 속하는 것도 아니다. 주지하다 시피 행복은 행위의 직접적인 목표로 설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행복은 붙잡으려 쫓 아간다고 해서 포획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갑자기 다가온다. 행복과 관련해서 인간의 행 위는 그저 한몫 거드는 선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삶을 자유로운 행위에 유리하도록 편협하게 해체하는 것은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행복을 자유로운 행위의 진영에 고착시킨다는 것은 행복에 어떤 손실을 초래하는 것일까? 그리고 자유로운 자기결정은 어느 정도나 개인의 업적으 로 간주될 수 있으며, 나아가 인간의 삶과 행복은 어느 정도나 개인 자신의 업적으로 돌릴 수 있 을까? 이러한 물음에 곧장 대답을 구하는 대신에 먼저 근대 사회를 이해하는 도식으로 제시한 생존 과 생활운영,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의 논리를 분석해보기로 한다. 그 일차적 대상은 이 도식으로 행복을 설명해서 커다란 영향을 끼친 공리주의이다. 공리주의는 자기보존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욕구를 주관화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의 진영으로 넘어간다. 그 과정은 순탄치 못한 것이었다. 2. 욕구충족의 논리: 객관적 니즈(needs) 와 주관적 선호(preferences) 인간의 자기보존은 수동적으로 느끼는 욕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욕구 자 체는 물론 유기체 보존이라는 소극적 측면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는 선호하고 결정하는 적극적 측면도 지니고 있으며, 어느 경우에든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욕구의 요구 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욕구가 소극적 측면으로부터 적 극적 측면으로 확대되면 자기보존의 논리에는 행복도 편입된다. 행복의 추구 는 자신의 존재와 삶을 보존하려는 노력의 결과일 뿐인 것이다. 욕구와 그 능동적 충족이라는 자기보존의 이중구조는 행복의 추구 라는 상투어로 미국의 독 립선언문에서 역사를 만들었다. 이로써 행복은 자기보존의 수동적 요인과 능동적 요인이 만나서 행하는 일종의 합작 사업 의 성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공리주의적 행복 개념의 핵심은 욕구충 족의 이념이다. 욕구는 그 자체가 자연적 요구사항이든 인위적 소망이든 그것을 느끼는 소극적 측면과 목표를 추구하는 적극적 측면이 구별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원론을 토대로 공리주의는 생존에 요구되는 욕구를 충족해야 하는 자기보존과 자유로운 처분의 공간을 갖춘 자기결정을 생산적으로 조합하고자 했다. 이 같은 조합에서 관건은 인간의 삶이 어떻게 수동적 지분과 능동적 지분으로 나누어질 수 있 는가이다. 수동적인 욕구 자체와 그 능동적인 충족의 행위가 서로 어떻게 교차되고 비정( 比 定 )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공리주의 내에서 상이한 해결책이 제안되었다. 공리주의의 대 변자들은 한편으로는 충족해야 할 욕구를 자연적인 것으로 여기고 이 욕구의 개념을 정의하는 2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데 진력했던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욕구를 개인의 자유로운 가능성의 영역으로 여겼다. 고전적 인 공리주의에서 첫 번째 입장은 벤담(Jeremy Bentham) 에 의해 대표되고, 두 번째 입장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에 의해 대변되었다. 벤담은 19 세기 초에 영국 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쾌락계산법 (hedonic calculus) 을 탐구했다. 행복을 측정하고 욕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도입된 벤담의 계산법 은 이후에도 쾌락지표 (hedonometer) 나 객관적 행복 의 형식으로 거듭 부활했다. 신경학의 발전 과 더불어 행복감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통제하는 생리학이 연구되기도 했다. 그러나 충족해야 할 욕구를 외적으로 기술하고 확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 승리를 거두었다. 개인들의 다양 한 욕구는 선험적으로 확정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욕구가 주관화한 결정적 전환의 계기는 공리주의적 효용 (utility) 이 선호 ( 選 好 ) 에 연결되면서 마련되었다. 인간은 직접적 쾌감을 얻을 수 없는 목표일지라도 그가 선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 구하며 그 목표의 달성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행복의 가능성은 주관적 가치부여에 달려 있다. 그 결과 이념적 및 이타적 목표도 효용의 극대화라는 공리주의적 지평 안에 편입되었다. 나아가 특정한 행위가 행위자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해서 이 행위를 금지( 예컨대 음주금지령 ) 하는 일도 어렵게 되었다. 욕구의 주관화에서 우리는 자기보존으로부터 자기결정으로의 전환을 알아챌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정치가 자유주의로 전환되었다는 사실 을 의미한다. 욕구 개념의 주관화와 더불어 여론조사도 더욱 널리 유포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목 표를 달성했을 때 주관적 만족을 얻을 수 있기 위해서는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가치평가가 전제 되어야 하는데, 과연 자아가 그러한 가치평가를 어떤 방법으로 정확하게 행할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이 선호한 바가 가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 다. 어쨌든 욕구에 관련된 가치평가는 고립적인 선택 행위 일 수 없고, 바로 여기서 욕구충족의 주관화는 한계에 부딪친다. 삶의 질 (quality of life) 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객관적으로 확정된 욕구에 대해 니 즈 (needs) 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욕구의 주관적 발현에 대해서는 선호 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양쪽은 모두 행복을 확정적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객관적 진영에서는 행복에 불가결하다 고 판단되는 욕구 목록을 제시하고, 주관적 진영에서는 행복을 개별 설문에 의해 알아낼 수 있 는 만족도로 이해한다. 두 모델의 문제점과 정책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객관적 니즈 를 규정하는 데서 나타나는 부정적 측면은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전개된 제3세계 의 발전 정책에 관한 논의에서 곧장 알 수 있다. 세계은행 (World Bank) 은 제3세계를 위한 최우 선 조치로서 생존 보장이라는 객관적 욕구의 충족을 선택하고 노동집약적 산업을 장려했는데, 해당 수혜자의 의사( 意 思 ) 와 삶으로부터 유리된 정책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 발전 정책 은 삶의 질을 판단하는 데 보다 복합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기본욕구를 정책대상자의 실제적인 가능성과 능력에 준하여 파악하게 되었다. 행복을 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황에만 소급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객관적 욕구 대신 주관적 평가에서 삶의 질을 파악하려는 전략 역시 적잖은 문제 에 직면한다. 여기서는 주관적인 삶의 만족 이 중점에 있다. 어느 국제비교조사는 방글라데시의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27

주민들이 극히 낮은 평균소득에도 불구하고 그들 자신의 진술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Robert Worcester). 이러한 종류의 조사연구는 개인의 자유와 자기평가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조사 당시에 주민 들 자신이 그들의 소득상황을 얼마나 함께 고려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이 없다. 또한 조 사연구자들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방글라데시 주민들은 다른 국가 주민들의 소득수준에 있기 만 해도 이들보다 훨씬 더 행복할 것이라고 추정되었는데, 이러한 가정법적 행복은 설득력이 없 다. 나아가 조사결과를 비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행복 과 같은 개념은 국제 비 교에서 여러 언어로 편차 없이 번역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행복 은 다양한 설문의 문맥에서 상 이한 뉘앙스와 위상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연구는 주관적 행복에 대한 설문조 사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관적 삶의 만족에 대한 또 다른 조사는 스위스에서 독일어 사용지역과 프랑스어 사용지역 을 비교하여 주관적 삶의 만족이 직접민주제의 규모에 비례해서 상승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Bruno Frey/Alois Stutzer). 이러한 상관관계로부터 스위스의 프랑스어 사용지역에 대하여 직 접민주제를 강화하는 정책이 권유되었다. 주관적 평가를 정책적 조치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지지할 수 없다. 첫째, 직접민주제와 주관적 삶의 만족 사이의 법칙론적인 통계적 상관관계로부터 추론하여 직접민주제의 변화가 주관적 삶의 만족에 역사적인 인과적 영향을 끼친다고 가정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다. 둘째, 설문을 통해 알아낸 삶의 만족을 정책 입안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목표로 설정한다는 것은 터무 니없는 일이다. 도덕적으로 미심쩍을 뿐만 아니라( 이를테면 평균적인 삶의 만족이 교통위반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면, 삶의 만족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통위반에 대하여 처벌 완화 및 폐지 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인가?), 방법적 문제도 존재한다. 주관적 진술은 우연한 정황( 예컨대 관련 비교척도 ) 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셋째, 주관적 삶의 만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기대에서 통 계적 상관관계를 토대로 입안된 정책적 조치가 해당 정책대상자의 관점에서는 원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행복을 객관적인 삶의 질로 규정하거나 주관적 안녕으로 규정하는 데서 드러난 문제에 대응 하기 위해 등장한 전략은 두 관점을 조합 하는 것이다. 주관적 자료와 객관적 자료의 조합 가운 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인간이 자기 뜻대로 처분할 수 있는 물질적 재화와 그가 얼마나 행복한 가 또는 만족하고 있는가에 관한 정보 사이의 상관관계이다. 물질적 재화의 등가물인 소득과 행 복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수많은 조사가 국제적인 규모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소득이 과연 물질 적 생활상태의 측정에 설득력 있는 기준인가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소득과 삶의 만 족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한 조사연구에서는 두 가지 서로 상충된 결과가 확인되었다. 우선 일인 당 국민총생산액이 일정한 높이에 도달하면 삶의 만족 역시 일정한 정도에 이르거나 넘어선다 는 사실이 밝혀졌다. 1997년 일인당 국민총생산액이 9,000달러 이상의 국가에서는 국가별로 편 차가 있기는 해도 주민의 70% 이상이 그들의 전반적인 삶에 적어도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부유한 나라에서는 소득과 삶의 만족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반면 가난한 나라 에서는 그 같은 정도의 부정적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일인당 국민총생산액이 2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일정한 높이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삶의 만족도가 반드시 낮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일인 당 국민총생산액이 9,000달러에 미치지 못한 국가에서는 비록 삶에 대한 만족이 부유한 국가에 비하여 전체적으로 낮게 나타나기는 해도, 조사결과가 균일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몰다비아백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는 삶의 만족 수치가 30 35% 까지 내려가지만, 필리핀 브라질 콜롬 비아에서는 80 85% 에 이르러 일부 부유한 나라들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결 과를 종합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어느 일정한 소득수준까지는 삶의 만족이 극도의 변동폭 을 보이지만, 이 소득수준을 넘어서면 삶의 만족 수치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일정 한 소득수준은 심한 불만족을 차단하는 보호막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몇몇 국가에서는 국가 들 간의 극단적인 소득격차에 상관없이 비교적 높은 만족도가 나타났다. 예컨대 1991년에 폴란 드 동독 일본에서 삶의 만족도는 거의 동일했던 한편, 이 세 국가의 일인당 국민총생산액은 제각기 약 2,000 9,000 26,000 달러였다. 1997년 빈국에 속했던 필리핀은 약 2,000달러의 일인당 국민총생산액만으로도 80% 에 이르는 삶의 만족도를 보였는데, 이는 동독( 일인당 국민총생산액 15,000 달러) 의 76% 보다 앞선 수치였고, 서독( 일인당 국민총생산액 21,500 달러) 의 82% 에는 약간 뒤져 있을 뿐이었다. 이렇듯 물질적 상태와 주관적인 삶의 만족 사이의 상관관계가 긴밀하지 못 하다는 사실은 국가의 수준에서 행하여진 역사적 비교에 의해 입증되었다. 또한 개인심리학의 수준에서도 행복과 소득 사이의 상관관계는 그 밖의 다른 요인을 끌어들 이지 않고서는 신빙성이 거의 없다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경험적 근거가 거듭 제시되었다. 문제 는 삶의 만족이라는 측정 척도가 측정대상자인 개개인의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데서 발생한다. 개개인은 현재의 생활상태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와 그 성취가능성에 준거하여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의 크기는 다시금 현재의 생활상태에 의해 좌우된 다. 즉, 현재 소득의 증가는 더 많은 미래 소득을 목표로 설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래 에 대한 기대가 성취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지고, 이는 행복에 장애가 된다. 물질적 생활상태와 행복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여러 비교 고찰의 결과는 거기에 투입된 상당한 비용에 비하면 소략한 것이었다. 최악의 궁핍은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는 명제가 바로 그것이 다. 행복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활수준이 바람직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 행복은 자기본위적 인 일시적 현상에 머물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의 도식이 행 복의 문을 여는 열쇠일 수 있다는 가정에 배치된다. 오히려 이러한 개념적 도식 자체가 그에 적 합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요컨대 행복을 자유로운 욕구충족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추구 하는 공리주의적 시도는 길을 잘못 든 것이다. 3. 객관적으로 성공적인 삶 과 주관적인 삶의 만족 행복은 욕구충족의 길을 벗어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기 시작했다. 행복할 수 있기 위 해서는 그 누구도 더 이상 굶주려서는 안 된다 라는 가장 단순한 단초를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경험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행복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개념적으로 다소 혼란스러워진다. 자유 로운 욕구충족으로서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이론의 여지가 없는 위상을 잃고 난 이후 행복에 대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29

한 논의는 전반적으로 신중해졌다. 공리주의적 행복론은 부분적으로 이미 욕구충족의 패러다임 을 벗어나고, 거기에는 경험적 사회조사도 일조했다. 공리주의적 행복론의 발전적 변형은 객관 적 노선과 주관적 노선으로 구별되어 나타났다. 행복이라는 개념은 객관적인 측면에서는 인간의 성공적인 삶 좋은 삶 으로 대체되고, 주관적인 측면에서는 삶의 만족 주관적 웰빙 이라는 개 념이 행복이라는 개념을 능가하게 되었다. 행복을 포괄적 의미에서의 주관적인 삶의 만족 과 객 관적인 성공적 삶 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욕구충족의 논리를 벗어나면서 잃어버린 행복을 찾 으려는 궁여지책인데, 두 가지 발전 경향의 종착점을 비교해보면 하나의 일치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양자는 모두 개인의 삶이라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면모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한 편으로는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삶 또는 좋은 삶,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한 만족 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공리주의의 발전은 그 시작에 비하여 뚜렷한 변화를 겪었다. 고전적 공리주의의 출발점에서는 행복이 삶 전체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욕구( 특히 생물학적 기본욕구 ) 의 충족이라는 개별 메커니즘에 관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발전의 종점에서는 욕구가 확장되 어 바로 삶 전체가 관건이 된 것이다. 한편 욕구충족의 메커니즘과 삶 전체에 대한 포괄적 가치평가를 하나의 모델 안에 통합하려 는 시도 또한 거듭 행하여졌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예는 매슬로우 (Abraham Maslow) 가 고안 해낸 욕구(needs) 의 위계 구조이다. 그가 제시한 욕구의 피라미드는 생리학적 생존 의 욕구를 기초로 하여 그 위에 안전에 대한 욕구, 사회적 보호와 사회적 인정에 대한 욕구를 차례로 쌓아 올린 다음에 맨 꼭대기에는 자아실현 에의 욕구를 위치시키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통합 시도가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좌절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같 은 모델 내에는 개념상의 균열이 감추어져 있다.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느끼고 그 충족을 추구 한다는 사실을 표명할 수 있겠지만, 그가 자아실현 에의 욕구를 느끼는 심급으로 전제된다면 그 것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자아는 자아실현이 달성되어야 비로소 실현된 자아 로서 생겨나기 때 문이다. 아직 실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자아가 자아실현 에의 욕구를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아실현 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도 불분명하며, 거기에 무언가 매력적이고 의미심장 한 것이 문제되어 있다는 암시는 무의미하기만 하다. 매슬로우 모델이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바 에 의하면 자아는 생존욕구로부터 사회적 인정에의 욕구에 이르기까지 욕구의 담지자인 동시에 자신의 삶 전체를 평가해야 하기도 해서, 그 내부 체계가 모호하다. 또한 매슬로우의 욕구 목록 에는 자아가 욕구하기보다는 고마워해야 할 내용( 이를테면 사회적 인정) 이 들어 있어서 욕구의 구체적인 정체도 모호하다. 자아는 욕구 위계의 다양한 수준에서 작용하고 있으며, 모든 행위에 이미 항상 기초가 되어 있어야 할 심급이 아니라 형성 중인 심급으로 설정되어 있다. 욕구충족 의 메커니즘은 그것이 복합적인 모델로 확장될수록 그 작동 또한 그만큼 더 순조롭지 못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매슬로우처럼 욕구충족이라는 의미에서의 행복을 위계적으로 통합하는 작업은 공리주의에서 발생하는 체계적 문제를 은폐할 뿐이지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그 같은 모델은 기 존의 학문적 성과들을 종합하려는 시도로서 그 자체가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행복에 대한 이해 의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한다. 3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4. 포괄적 행복과 상황에 따른 (situational) 행복 행복이라는 현상에서는 보편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분명히 구분된다. 그 하나는 전체적인 삶에 대한 만족이고, 다른 하나는 상황에 따른 행복이다. 이러한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행복의 다의성 을 밝히기 위해서라기보다도, 행복을 삶의 만족 과 동일시하거나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삶 으로 이해할 경우 거기에 바탕이 되어 있는 전제를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인간이 자신의 삶에 대한 만 족을 판단하거나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경우에 거기에는 그의 삶 전체 가 관건이라는 가정이 암 암리에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전제는 삶의 객관적 조건을 탐구하는 경우에는 쉽게 수긍이 되지 만, 주관적인 삶의 만족에 대한 사회과학적 논의에서는 간과되기 십상이다. 베인호번 (Ruut Veenhoven)은 행복에 대한 철학적 사변을 거부하고 그 개념적 투명성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행복을 삶의 만족 과 동일시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자의적인 해석이다. 왜 냐하면 행복이라는 개념에 내포될 수 있는 온갖 의미를 어의론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베인호번에 의하면 행복이란 어느 개인이 전체적인 그의 삶의 전반적인 질을 호의적으로 판 단하는 정도 를 의미하고, 바꾸어 말하면 그가 운영하는 삶을 자신이 얼마나 좋아하는가 에 달려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의 전체적인 삶에 대한 판단을 이러한 삶을 운영할 수 있는 능 력에 연계시키면서도, 이러한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행복이 욕구충족 의 논리를 넘어 삶 전체로 확장되면 인간은 그의 삶 전체를 판단하는 동시에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의 욕구를 자유롭게 표출하는 동시에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지나친 것이다. 인간이 과연 자신의 욕구를 가치평가하고 자신의 삶 전체로 연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또 얼마나 지니고 있는가는 의문이 아 닐 수 없다. 게다가 인간에게 나눠 주어지고 다가오는 행복은 그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상황에 따른 행복이라는 개념은 비판의 기능을 획득한다. 이 개념은 전체 적으로 성공적인 삶 과 자신의 전체적 삶에 대한 만족 이라는 행복 개념에 한계를 설정한다. 이 와 아울러 행복은 자신의 삶 전체를 조망하고 판단하며 운영하기까지 하는 인간 자신에 의해 좌 우된다는 가정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포괄적 행복과 상황에 따른 행복 사이의 긴장은 작은 행복이 때로는 포괄적 불행을 속일 수 있다거나, 거꾸로 작은 불행이 때로는 포괄적 만족을 퇴 색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만 그 본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른 행복은 포괄적 행복에 원 칙적으로 결여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대립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삶 전체의 행복을 진단하려는 물음은 삶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도록 하지만, 상황에 따른 행복에서는 그러한 거 리감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대비는 많은 사람들이 상황에 따른 행복에서 은밀히 즐기는 탐닉이나 엑스터시를 찬 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행복을 포괄적 행복에 대항마로 동반 출전시키기 위해서이다. 포괄적 행복이라고 해서 인간이 쉽게 뜻하는 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른 행 복은 인간이 그것을 자유의지대로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상황에 따른 행복을 포괄 적 행복에 대비시킴으로써 우리는 두 가지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포괄적 의미에서의 행복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31

은 주관적인 삶의 만족 과 성공적인 삶 을 추구하는 포괄적 자아를 전제하지만, 그러한 자아의 정체와 능력에 대해서는 적어도 지금껏 제대로 된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실체가 모호 하기만 한 포괄적 자아개념이 상황에 따른 행복 에는 중지되어 있다. 둘째로, 포괄적 행복은 상황 에 따른 행복에게 등을 돌린다는 의미에서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언제나 불행이기도 하다. 이 처럼 포괄적 행복과 상황에 따른 행복이 개념적으로 아직도 내부경쟁 및 우위쟁탈을 벌이고 있 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우리는 삶 전체를 염두에 두는 행복에 대한 편애를 유보해야 한다. 사실 근대 인간은 자유로운 욕구충족이라는 미심쩍은 행복의 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삶 전 체에 대한 만족을 얻으려 하지만 자아의 정체와 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하며, 자신의 삶 전체를 성공적으로 포괄하고자 할수록 이를테면 상황에 따른 행복을 도외시함으로써 자신의 삶에 폐 쇄적 태도를 취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근대인의 이러한 폐쇄적 면모에 대한 회의가 타당하 다면,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의 상호협력으로부터 벗어난 길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대에 서도 폐쇄성이 개방성보다 더 선호되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행복은 욕구충족의 논리에 굴 복하는 한에서는 비판을 자초할 수밖에 없고, 근대 비판론자들의 공격 대상이 된 것도 바로 그 행복 논리의 폐쇄성이었다. 마침내 궁극적인 행복을 찾았다고 자부한 근대 사회의 영웅들 은 이 러한 폐쇄성을 어떻게 탈피할 수 있을까? Ⅲ. 근대적 행복 논리의 알레르기 반응 근대 사회가 추구한 자유로운 욕구충족의 논리는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이 상호협력해서 작용 하는 개인의 개념에서 정점에 이른다. 자기보존은 자본주의적 경제에서의 조직적인 욕구충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자기결정은 민주제 내에서의 정치적 참여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같은 상호협 력은 자기보존이 정치 공동체의 목표로 설정되고, 욕구충족이 자유로운 자기결정의 대상으로 주 관화한 결과이다.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의 상호협력에 따른 삶의 질의 보장 및 향상과 정치적 참 여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항상 개인이다. 따라서 개인이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길 가운데 자유로운 욕구충족이라는 길에 줄곧 집착한다면, 그 길이 지닌 거부하기 힘든 매력만큼 이나 치명적인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의 상호협력에 내포된 한계는 행복의 개념 자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행복의 개념을 통해 인간의 자아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한 손에는 자기 보존이라는 포크를 쥐는 한편 다른 한 손에는 자기결정이라는 나이프를 쥐고서 행복을 통째로 집어삼키고자 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인간은 한편으로 자기보존을 위한 욕구 충족의 논리 내에서는 그 불완전성으로 인해 행복을 달성할 수 없고,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자 유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행복은 근대 인간이 고집하는 자유로운 자기결정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대 비판론자들은 자연적 욕구의 충족을 지향하는 행복에 반대하고, 인간이 자유롭 게 욕구충족의 내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더욱이 근대 인간은 자기결정과 자기 보존의 상호협력을 통해 가능해진 자유로운 욕구충족의 과정 중에 나타난 과로에 시달리고 있 3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다. 행복은 욕구충족과의 동일시로부터 벗어나는 한편 자기결정에 의해 자유롭게 처분될 수 없 는 현상으로 이해될 경우에 비로소 하나의 척도로 기능할 수 있다. 욕구충족의 논리를 벗어난 행복은 자유로운 자기결정의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삶을 수동적인 자연 적 기능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행복은 인간의 능동적 행위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는 자유로운 능동적 행위에 곧바로 순응하지 않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 명하는 데 스스로를 제한하는 것이다. 행복이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의 상호협력으로부터 벗어나 야 한다는 것은 이 범주들을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논박하려는 점은 단지 그러한 상호협력의 메커니즘과 아울러 개인의 삶을 포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일 방적인 요구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자유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로 이 해하고 이에 의해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념이다. 근대의 행복 논리에 관한 논의의 단서인 자기보존과 자기결정의 두 개념을 견지하면, 이러한 두 영역에서 근대의 알레르기가 나타난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점검하지 않은 채 뜻대로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하는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자신의 몸에 적 합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과 같이 말이다. 첫 번째 알레르기는 자 유로운 자기결정이 연출되는 민주제 이론의 영역에서 나타나고, 두 번째 알레르기는 자연적 삶 을 상대하는 생명정치의 영역에서 나타난다. 음식 알레르기는 해당 음식에 대한 무지나 부주의 에서 연유할 수 있다. 근대 사회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에서 나타나는 알레르기는 자유로운 욕 구충족 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무지나 부주의에서 비롯한 것일 수 있다. 이에 다음에서는 자기 결정과 자기보존이라는 두 핵심개념의 형식적 전제조건을 살펴보고, 이러한 전제조건의 결과로 서 개인의 삶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드러내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본다. 1. 정치적 알레르기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가 유발하는 정치적 알레르기는 자유로운 자기결정 이라는 전제조건에 대한 미망에서 연유한다. 주지하다시피 근대 민주제의 토대는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권리 주체로서의 개인들인데, 민주제는 이들에게 정치적 참여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특성으로서 자율 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에 의해 개인의 자율과 무관한 특성은 간과된다. 이는 민주제의 구 조적 한계이다. 이러한 한계와 연계된 또 하나의 문제점은 민주제가 자체의 배제 작용 및 효과 를 은폐하는 데서 나타난다. 민주제는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들 모두가 그 같은 자율의 능 력을 지니고 있으리라는 가정에 근거해 있다. 그 결과 두 가지 수준에서의 배제가 문제된다. 우 선 민주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그 같은 전제조건을 갖추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해 야 하고, 나아가서 이러한 전제조건을 갖춘 사람들은 자신을 단지 자율적 존재로만 이해해야 하 기 때문에 오히려 내적 갈등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첫째로, 민주제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이면에는 개인들이 자 기 의견을 표명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이러한 생활형식에 숙달하지 못한 사람은 민주제 내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된다.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33

민주제는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형식의 삶에 대하여 중립성을 표방하지만, 민주제에의 참 여 자체가 자명하지 않은 전제에 근거한 경우에는 그 같은 중립성이 효력을 잃고 만다. 이는 내 용상의 수준에서의 차별이 아니라, 형식적 수준에서의 차별이다. 최대 다수의 행복은 최소 소수 의 불행을 딛고 서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거기에서 최대치와 최소치의 실제 크기는 유동적이기 만 하다. 민주제는 개인의 삶에 개입하기를 유보하고 개인의 자유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족하 다고 하겠지만, 이는 자유로운 자기결정이 요구하는 전제에 대한 무지를 키울 뿐이다. 민주제가 자율성의 온상이자 토양인 개인의 사회문화적 조건을 도외시하고 자체의 형식주의에 머무르면, 이 때문에 자아의 원천을 고갈시키는 진통을 겪게 된다. 최근의 자유주의자들도 자기결정의 숨 은 전제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들이 전제하는 시민적 독립의 보장과 시장능력의 계발은 사회문 화적 과제이다. 민주제는 개인의 자유로운 자기결정이 무조건 존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자부할는 지 모르지만, 막상 개인은 자기결정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민주제는 어쩌면 자 체가 갖고 있지도 않은 원천에 토대를 두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날 정치의 국제화 및 세계화와 더불어 민주제가 확장되고 있는데, 그 성공적인 정착도 제도적 틀에 의해서만 보증될 수 없고 참여당사자들의 참여와 협력의 능력을 전제한다. 민주제는 막무가내로 자기결정을 요구하지만, 그에 얽혀 있는 전제를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 인간의 삶에는 자유로운 자기결정의 전제조건인 자율이나 자기통제가 부적합한 영역 이 있고, 인간 개인의 특성에도 그 같은 부분이 있다. 그런데 민주제의 정치적 수준에서 인간이 일면적으로 단지 자율적 존재로만 고려되고 자유로운 자기결정이 삶의 특성으로 일반화하면, 그 의 특성과 삶 중에서 자기결정의 요구에 저항하거나 부합하지 않은 측면은 배제되거나 단순한 생존으로 선언된다. 그러나 예컨대 인간이 특정한 사람이나 상황에 마음이 사로잡혀 있다는 감 정은 스스로 결정한 삶의 내용도 아니고 단순한 생존도 아니지만, 인간에게 행복이 주어지는 영 역임이 분명하다. 민주 질서의 구성원이라고 해서 항상 자율 및 자기통제를 행하여야 한다는 것 은 물론 아니지만, 자기결정의 능력이 모든 생활영역에, 즉 그러한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생활영 역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될 위험은 상존한다. 특히 자기결정이 정치 질서의 모든 참여자에게 적 용될 수 있는 일괄적 전제로 여겨질 경우에 그러하다. 흔히 인간의 자유를 논할 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운영하고 결정하는 경우와 타자( 他 者 ) 에 의해 조종되고 결정되는 경우가 구분된다. 리프만(Walter Lippman) 이 말하는 뜻하는 대로 통제 하는 삶 (mastery) 과 흘러가는 대로 표류하는 삶 (drift) 사이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흔히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곤 하는 자기조종과 부정적 평가를 받곤 하는 타자조종 사이의 대 립만이 관건은 아니다. 자아의 위기는 양쪽 모두에 존재한다. 인간이 주어진 상황에 의해서만 결 정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아가 자기조종에 올인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는 민주제 자체에 내 재한 딜레마이다. 자유로운 자기결정은 고상한 거짓말이다. 인간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는 믿 음은 대개 개인적으로 유익한 귀결을 초래하기 때문에 고상한 거짓말인 것이다. 그러나 그 고상 한 거짓말이 사실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득이 된다. 외적 통치 및 자아통치의 영역 밖 에 존재하는 삶의 측면은 민주제 특유의 부주의한 배제 논리에 의해 희생된다. 호르크하이머 (Max Horkheimer) 와 아도르노 (Theodor W. Adorno) 가 밝힌 바와 같이, 인간은 목적지향적 및 3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목적합리적 자아가 창조되기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근대 사회와 인간이 괴로워하는 많은 문제는 이러한 진단을 뒷받침한다. 오늘날 심리학 및 사회학의 문헌은 인간이 자아와 방향 감각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응집과 단결을 상실하고 있으며 불안이나 신경쇠약증의 병리에 고통 받고 있다는 분석으로 넘쳐난다. 인간은 자신의 삶 전체를 자유라는 환상 위에 세 우고서 평생을 자신의 주인으로 사는 데 넌더리가 나고 지쳐 있는지 모른다. 행복하기 위해 자 아는 자율의 자유를 필요로 하지만 비자율의 자유도 필요하고, 일 을 필요로 하지만 휴가 도 필 요한 것이다. 2. 생명정치적 알레르기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가 유발하는 생명정치적 알레르기는 근대 민주제가 경솔하게도 인간의 자연적 삶을 평가절하한 데서 비롯한다. 여기서 자연적 삶이란 자유로운 자기결정에 의해 운영 되는 삶에 대립적인 것으로서 본연의 삶 그 자체를 의미한다. 개인들이 주인공 역할을 하는 민 주제는 그들의 자유로운 자기결정의 능력과 그 전제에 관심을 갖지만, 그들의 자기보존과 생명 능력에도 깊은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개인의 삶을 보전해서 보장한다는 것은 좁은 의미에서의 정치적 능력 밖의 일이다. 그러나 근대 민주제는 고대 민주제와 달리 개인의 삶을 조종하고 개 선하려는 제도의 발생과 궤를 같이 해서 등장했다. 자유는 인간의 자연과 생명을 통제하는 데 동원되고, 인간은 자연의 삶을 장악해서 안전하게 보장하려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이는 자유 의 자기과대평가에 의해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생명정치 (biopolitic) 에 의 해 인간의 삶이 지닌 자연적 측면이 손상의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것이 푸코(Michel Foucault) 의 지적이다. 그리고 인간의 생물학적 자연에 대한 근대 특유의 반대 정서는 인간의 자유마저 침식 하는 반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명정치는 생명을 취급하는 과학적 기술이나 실무에 대한 정치적 가치평가를 지칭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연적 삶으로서의 생명 과 자유로운 능동적 행위 의 구분에 의해 도입 된 실태를 나타내는 명칭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생명정치는 정치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 하나라기 보다 정치 자체의 핵심적인 문제영역이다. 생명과 행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생명정치가 구분될 수 있는데, 푸코는 근대의 생명정치적 특성을 다음과 같이 이 해하고 있다. 즉,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마따나 정치적 존재로서의 능력도 갖 춘 살아 있는 동물로 머물러 있었는데, 근대의 인간은 동물 정치에 의해 생명체로서의 그의 삶이 손실의 위험에 처해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생명의 조종과 개선을 어젠다로 설정한 근대 민주 제의 문제점은 생명정치의 그러한 어두운 면을 외면한 데 있다. 민주제는, 특히 19세기에 등장한 자유주의는, 개인들에게 경제적 및 사회적 자유를 허용한 대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극단적 강제의 기술을 발전시켰다. 욕구충족을 위해 구축된 조직적인 규제체계가 바로 그것이다. 개인들 을 길들이지 않고서는 그들에게 자유를 주어 해방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체계는 욕구충족을 돕는 일에 순응하는 민주제의 시녀만은 아니고, 정치적 공간의 개인들을 순치하는 데 결정적 역 할을 한다. 적잖은 근대 인간이 호소하는 무력감은 이러한 생명정치의 탓이 아닐 수 없다.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35

인간의 생명은 기본욕구의 총체로서 근대 정치와 그 싸움의 대상이 되고, 이 싸움은 권리( 생 명에 대한 권리, 신체에 대한 권리, 건강에 대한 권리, 행복에 대한 권리, 욕구충족에 대한 권리 등) 에 대한 요구로 나타났다. 개인이 정치적 권리를 갖게 되었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삶을 자율 적으로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는 욕구충족을 위해 마련된 규제체제의 통로를 거치면서 자연적 삶을 조종하는 데 협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연 그대로 의 생명 가운데 인간에 의해 자유롭게 처분되는 영역들이 생명정치의 무대가 되었다. 이를테면 미학적 성형수술이 그 두드러진 예이다. 정치 공간에서 자기결정의 권리를 지니게 된 근대인은 자신의 생명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자유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유로운 처 분으로도 표출된 것이다. 미학적 성형수술의 목표는 행복이다. 개인은 자신의 생명을 자유의지 대로 처분하는 데서 행복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신체적 측면이 행복하겠다고 성가시게 졸라댄다는 것은 자기결정의 논리와 그 민주적 제도화에 의해 야기된 생명정치적 문제의 징후이다. 인간은 자신의 외적 면모를 자유롭 게 처분함으로써 자신의 신체에 대해 지배 의 관계를 만끽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지배관계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지배관계가 그 자신과 그의 삶에 본질을 이루게 된 다. 그는 자신의 신체와 지배관계를 벗어나는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되고, 그러한 관계로부터 자 유로울 수 없게 된다. 자유는 자신의 생명을 처분하는 가운데 어느 덧 자신의 생명과 적대적으 로 맞서게 된 것이다. 더욱이 그가 자신의 생명과의 관계에서 내리는 결정은 독자적인 것이 아 니라, 사회와 그 규제체계의 집합적 코드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이것이 자기결정의 주체들로 구성된 민주제의 생명정치적 토대이며,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방식으로 밖에는 운영할 줄 모르는 인간 자신이 겪는 정체성 위기나 알레르기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위기는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지배 하는 데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자유의 권리라는 개념은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데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 다. 그렇다면 삶의 자연적 측면이 더 이상 지배 관계에 의해서만 운영되지 않는 삶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일 수 있을까? 우리는 앞에서 근대의 행복 논리가 야기한 정치적 알레르기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던 중에 자율로부터 벗어난 자유의 개념에 마주친 바 있는데, 그 생명정치적 알 레르기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주관화하고 규제되기 이전의 자기보존 개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 개념은 지배의 논리에 종속되지 않은 자연적 삶과의 관계를 나타낸다. 이 개념은 자아와의 친밀한 교섭, 자아에의 애정 어린 관심, 스토아주의적 교리가 말하는 자아에의 신뢰 및 합 일 (oikeiosis) 의 이념적 전통에 서 있다. 푸코는 자기결정의 생명정치적 상대인 생명의 조종을 벗어날 수 있는 길로서 자아를 위한 걱정 어린 배려 (Sorge um sich) 를 암시하기도 했다. 오늘날 건강에 대한 욕구의 증가와 그 사회적 보장의 발달은 의학의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의 학적 수단의 무분별한 확장과 과잉의학화를 유발하고 있다. 이는 자연의 삶을 지배하려는 자기 결정의 산물이다. 의학이 신체 해석의 최고권위로 등극하면서 인간의 신체는 그가 얽혀 있는 문 화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되었다. 항상 최적의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인간의 신체는 또한 위험의 근원지가 되었다. 자기결정이라는 생명정치의 의학적 표현은 공포의 색채마저 띠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신체를 완전히 지배해야만 삶이 마침내 진정되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환상을 떨쳐내 3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고 나면, 인간 생명의 불완전성과 취약성이 다시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욕구충족의 논리가 확장 되기 이전에 존재하던 자기보존의 최소 목표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기보존을 위한 걱 정 어린 배려 가 인간에게 헌신하는 정당한 과제로 등장한다. 이는 인간 생명 특유의 생물학적 특성인 유한성과 연약성을 새삼 주목하고 인정하는 관계설정으로서, 지배 와는 또 다른 버전의 근대 이다(Hans Blumenberg).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에 아렌트(Hannah Arendt) 는 이해관계 가 무한 확장되어 가는 경향에 맞서 제한된 욕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기도 한 다.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은 생명규제의 체계가 인간 주체의 끝없는 욕구에서 비롯한다는 사실 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생명의 자연을 반드시 완전하게 지배하고 통제해야만 행복의 전제가 마 련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는 우리가 자연의 삶과의 관계에서 자기결정이라는 형이상학적 논 리로부터 벗어나 자기보존을 위한 노력의 독자성을 회복해야 이유이기도 하다. Ⅳ. 행복은 어디에? 근대 사회에서 행복은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자기결정의 메커니즘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욕구충족 및 자기보존의 논리에 의해 성취될 수도 있다. 행복은 전자의 경우에 자유 이성의 승리에 의해 개선된 인간의 운명으로 이해되는 한편, 후자의 경우에는 조직 적인 욕구충족의 종속변수로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이라는 공리주의적 계몽과 박애의 산물 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논증한 바에 의하면 행복 찾기에서는 둘 다 적절치 못한 선택이 다. 자기결정과 자기보존의 상호협력이라는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를 되짚어보면, 문제의 발단 은 바로 자기보존의 주관화에 있다. 즉, 인간이 자유의지대로 욕구를 충족하는 데서 행복을 구하 려 하자 행복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그 같은 자유의 와중에서 인간의 기능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욕구의 자유로운 발현과 충족에서 반드시 행복을 얻을 수 없 었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 욕구충족이 완결된 세계는 여러 부류의 근대 이론가들 ( 니체 (Friedrich Nietzsche), 막스 베버,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칼 슈미트(Carl Schmitt), 레오 슈트라우스 (Leo Strauss), 알렉산더 코예브(Alexandre Kojève), 아렌트, 그리고 후쿠야마 (Francis Fukuyama) 등) 에 의해 끔찍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혼( 魂 ) 이 없는 전문인과 사랑 없는 향락인이 들끓는 세상 정치의 종언과 중립화 동물성으로의 회귀 삶 자체가 상실된 지옥 등 이 바로 그것이다. 그 결과 소비사회에서의 역사의 종언 이라는 명제가 등장했다. 그들은 제각기 우울한 미래상을 묘사하고, 또한 그에 맞서기 위해 역사의 다양한 힘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즉, 역사는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거나 나아갈 기세 이고, 사람들은 역사의 종점에서 행복한 결말이 맺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같은 행복은 의심 스럽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견에서 결정적인 사실은 근대 서구 사회에서는 정치가 자 유주의의 형태로 조직적인 욕구충족의 메커니즘에 종속되었다는 것이다. 그 가장 잘 알려진 버 전은 후쿠야마에서 발견된다. 그는 코예브의 보편적인 동질적 국가 를 증거물로 제시한다. 이 행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37

복의 나라에서는 모든 모순이 해소되고 인간의 모든 욕구가 충족된다는 것이다. 그 세계를 규정 하는 것은 경제적 계산, 기술 및 환경 문제의 무한한 해결, 고도로 발전된 소비욕구의 충족이다. 이러한 역사의 종언과 함께 매우 음울한 시대 가 열린다. 거기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니체가 경멸한 마지막 인간 (der letzte Mensch) 이 드디어 역사의 종점에서 고 안했다고 믿은 안락과 안전의 행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행복은 모든 욕구가 자유롭게 충족된다고 하는 역사의 종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일 까? 행복은 역사가 진행되는 한가운데서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비판적 지식인들은 역사의 종점에서 기대되는 행복이란 실상 장밋빛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일반대중은 분별력이 없어 그러한 행복의 유혹에 굴복할 위험이 있다고 경종을 울린다. 그러나 그러한 경고는 어쩌면 인류의 취약한 면을 지적하고 있다 기보다는 지식인들의 지나친 상상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정작 인간은 그 같은 행복 에 철저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 소비주의의 역동성과 영향을 과소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같은 행복이 강력한 반작용과 부작용을 적잖이 야기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또한 경제적 세계화의 개선행진과 민주제의 확장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 으며, 세계를 일관된 방향으로 조종하고 있지도 않다. 물론 역사의 종점에서 예기되는 최종상태가 반드시 행복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해서 그 같은 최종상태 자체가 효력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후쿠야마가 묘사한 것과 같은 시대는, 그것이 행복한 모습이 아니라 음울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언젠가 도래할 수 있다. 몇몇 근 대 비판론자들이 추정하듯이 자유주의적 민주제 형식의 정치가 욕구충족의 소비주의에 빈틈없 이 맞물려 작동한다면 그 가능성은 농후하다. 그러나 그러한 추정의 근거는 박약하다. 인간의 행 위는 개인의 욕구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초개인적인 틀에서 다양한 일반적 가치와 목표를 지향하기도 한다. 민주제에서의 정치 역시 특수한 이해관계의 로비주의를 넘어서는 일반성의 기 치 아래 개인들의 행위를 지향한다. 오늘날 초국적 조직들은 일반화의 경향을 띠지만 단지 경제 적 동질화의 대리점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를 욕구충족의 논리로 환원하려는 시도는 여기서 한계에 부딪친다. 민주제의 정치는 역사의 행복한 종말이라는 명제에 부합하기를 거부한 다. 하인리히 만(Heinrich Mann) 이 설파한 영혼의 성장 은 이른바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추구되 고 있는 인간 생활의 동물화 및 자동화와 양립할 수 없다. 정치 영역의 고유논리는 근대의 경제 논리에 의해 위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목하 인류가 행복하지만 음울한 역사의 종점으로 치닫 는 그릇된 길에 서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대 사회의 복합적 양상은 오히려 갈등을 잉태하고 있으며, 자기결정과 자기보존이 배타적인 상호협력의 관계로만 결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류가 역사의 종점에 이르리라는 가 정은 유효하지 않다. 그 같은 상호협력에 대해 부단히 이의가 제기되고 있으며 근대가 분열과 내적 긴장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결론을 가능하게 한다. 갈등은 정치적 삶과 자연의 삶, 개인의 자유로운 생활운영과 그 사회적 전제, 자기결정과 자기결 정을 벗어나 있는 사물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역사에는 여전히 갈등이 편재하고 그 종점에 행복이 오지 않는다면, 아니 역사의 종점 자체가 오지 않는다면, 행복은 어디로 사라진 3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것일까? 행복은 바로 역사의 한가운데서 찾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특별한 의미에서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은 부분적으로 헤겔(Georg W. F. Hegel) 과 코예브가 열어놓았다. 헤겔은 인간의 자의식이 그의 행복을 만들어낸다고 하기보다는 행복을 직접 맞아들이고 즐긴다 고 지적한 바 있는데, 코예브는 이러한 지적을 바꾸어 표현해서 인간은 그의 행복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맞아들이는 것이고, 그것이 그에게 주어지는 정도만 큼 누린다 고 했다. 행복은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나눠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앞에서 살 펴보았듯이 행복은 누구나 탐내는 물건이지만 손아귀에 넣고자 하면 쉽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 는다. 행복에 관한 한 인간은 뜻하는 대로 조종하고 결정할 수 없다. 인간의 자유로운 능동적 삶 이 역사의 종점에서 자동화한 삶의 행복을 완성하고 또한 이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행복은 인간이 자유롭게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대상으로서 개개인의 삶의 현장에 존속할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행복은 역사의 종점에서 발견될 수 있는 황금덩어리라고 하기보다 는, 역사의 한가운데 잘게 부서져 간간이 섞여 있는 사금( 砂 金 ) 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헤겔은 이러한 의미에서의 행복을 목격한 증인일 수 있다. 그가 보기에 행복의 시대 는 세계 사의 책에서 아무런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은 채 비어 있는 페이지 이다. 이는 행복이 세계의 역사 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만일 행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페이지 자체 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헤겔의 비어 있는 페이지는 행복에 관하여 중요한 함의를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 페이지는 왜 공백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 우선 생각나는 대답은, 실 제로 행복한 사람이라면 역사책을 집필하는 일보다 더 좋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핵심을 집어내지 못하는 답변이다. 행복한 사람은 역사책을 집필하는 일보 다 더 좋은 할 일을 갖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삶의 형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더 정곡을 짚는 답변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행복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단지 무언 가를 적극적으로 행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며, 바로 이 때문에 역사책에 무언가를 적어 넣지 못 했을 것이다. 비어 있는 페이지는 행복이 인간의 자유로운 능동적 자기결정의 범위를 벗어나 있 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같은 행복의 구체적인 정체와 내용을 바로 이 비어 있는 페이지 자체에서 읽어내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근대 사회에서 자유로운 주관적 목표설정과 객관적인 욕구결핍의 이원론적 구조는 행복의 일 그러진 모습을 그려냈다. 인간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삶이라는 근대의 개념에는 행 복에 대한 갈구가 집약되어 있지만, 행복은 그것을 움켜쥐려는 인간의 의도와 다르게 손가락 사 이로 새어나간다. 행복은 우리가 더욱 집요하게 다가가려 할수록 그만큼 더 멀리 달아나는 듯하 다. 그 대신에 행복이란 인간의 뜻대로 처분할 수 있는 사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순응한다면, 이 는 그러한 사실 자체를 즐길 용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복의 자유처분 불가능성 이 바로 행복의 필요조건이다. 행복은 그러한 사실을 즐거워하고 그것이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는 성질 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깨우친 사람에게 불현듯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행복에 요청되는 충분조건의 탐색은 우리 각자에게 남겨진 숙제일 것이다. 근대 사회의 행복 논리 39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유 승 무 (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1. 머리말 동서고금 그 누구를 막론하고 행복한 삶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희망사항과 다르기 일쑤다. 행복은 고사하고 생존 그 자체에 급급하거나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한국사회의 경우도 산업화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를 행복으로 착각하면서 ( 혹은 강요당하면서 ) 살아왔기 때문에, 20 세기 후반까지도 행복이란 단어는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는 등 왠지 누려서는 안 될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태와 비교하면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은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최근 불어 닥친 웰빙의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 수련회와 같은 여가 형태가 새로 운 여가 트렌드를 형성해 가고 있으며( 유승무, 2009c), 서점가에서 행복 관련 서적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 바람은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그럴 경우 그 사회적 결과는 무엇 일까? 무엇보다도 이 바람은, 2000년 이후 우리사회에 불어 닥친 웰빙 바람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일 시적 현상으로 간주할 수도 있겠지만 1), 서구의 경우 6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 장기화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비록 서구에 비해 약 40년 정도의 시간의 지체가 존재하지만 오늘날 한국인들도 근대세계의 비인간화 및 소외를 서 구인들 못지않게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3), 이러한 바람의 방향이 탈근대사 조 4) 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최근의 행복 열풍, 그 장기화 가능성 및 그 서구적 타산지 1) 구재선김의철 (2006) 은 2000 년도를 전후하여... 웰빙주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웰빙과 개인의 행복추 구는 한국인의 공공연한 담론의 대상이 되었고 최대의 관심사로 자리매김하였다 고 주장하고 있다. 2) 서구의 경우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 국가의 수준에서 일인당 GNP의 증가가 반드시 살 만한 사회로 근접하게 하는 열쇠가 아닐 수 있으며 한 개인의 수준에서도 소득의 증가가 삶의 만족 및 행복감을 항 상 높여 주는 것은 아니라는 자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본격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 김명소한영석, 2006). 3) 최근 각종 언론들은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그 원 인은 한국인의 소외된 삶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4) 예컨대, 데리다가 이성중심성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거나 들뢰즈가 동일성을 폭력성으로 이해하고 차이성의 인정에서 타자에 대한 배려의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대성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거니와 그러한 점에서 탈현대사조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박치완 (2009) 를 참고하 기 바란다.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41

석( 他 山 之 石 ), 그리고 서구의 반문화운동 및 탈현대사조가 불교나 노장사상과 같은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5),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이 또 하나의 동양사상 르네상스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최근 한국의 행복 현상이 과연 또 하나의 동양사상 부흥으로 이어질 것인지 그 리고 이어진다면 새롭게 부흥하는 동양사상의 담지자는 누구이고 그 특성은 무엇인지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학문적 필요성도 있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욕구충족 지향의 행복 개념이 서구 근대의 행복논리와 동일하지만 6) 정서적 차원에서나 일상적 차원에서 느끼거나 체험 하는 행복의 내용은 근대 서구인들의 그것과 다른 집단주의적 특징을 내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에 7),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시간적으로는 볼 때는 후자가 전자보다 사전에 일어나는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먼저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 혹은 동양사상의 행복방정식 ) 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행 복 현상과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그러한 관계는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어져( 혹은 단절되어 ) 왔 는지를 따져 본 다음,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그 사회적 결과가 동 양사상의 부흥으로 이어질 것인지 그리고 그렇다면 그 담지자는 누구이고 그 성격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해 볼 것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다시 요약해 보면, 전자가 동양사상이 행복 현상에 미친 영향을 살피는 것이라면 후자는 행복현상이 동양사상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 보는 논의가 될 것이다. 2. 약간의 이론적 논의 2.1 선행연구의 비판적 검토 지금까지 한국사회학계에서는 행복 에 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행복에 관한 거의 유일한 사회학적 연구는 박성환(2005) 인데, 이 연구는 고전사화학자들의 저작을 토대로 하여 서 구 근대사회의 행복논리를 잘 정리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서구 근대사회의 행복 논리는 대체로 세 단계를 거치면서 형성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근대초기에 형성된 행복의 논리로서, 서구의 전근대사회에서 인간의 행복을 좌우한 다고 간주해 왔던 우연, 운명, 신의 의지 등으로부터 벗어나 인간 스스로가 자유의지에 따라 행 복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인식하는 근대 초기의 계몽의 논리이다 8). 두 번째 단계는 절대주의국가 5) ( 르누아르, 2002) 에 따르면, 서구의 뉴에이지운동을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왜 불교나 노장사상을 물론 요 가나 참선 수행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유승무(2006) 는 불교사상과 탈현대사조의 관계를 간략하게 논의한 바 있다. 불교와 탈현대사상의 관련성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로는 박치완 (2009) 을 참고할 수 있다. 6) 서구의 경우도 근대사회 이전까지는 욕구충족이 곧 행복이란 등식은 성립되지 않았다. 심지어 쾌락의 철 학을 주장한 에피쿠로스마저도 지족함의 가장 찬란한 열매야 말로 자유다 라고 외침으로써 유교의 안분 지족의 행복논리와 동일한 행복논리를 전개하였다. 이에 대한 구체적 자료는 에피쿠로스 (1997) 를 참고하 기 바란다. 7) 이에 대해서는 현경자(2004) 를 참고하기 바란다. 4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에 의한 행복의 창출도 시민의 자유가 전제되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논리가 형성된 18 세기 말 이후의 단계인데, 이 단계에 이르면 행복은 근대적인 자율적 주체의 창조적 자유의 산물이란 논리가 보다 확고하게 자립 잡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오로지 효용성을 인간 행위와 사고의 준거로 삼는 공리주의를 거치면서 형성된 행복의 논리로서, 욕구충족의 논리가 자유의 영역까지도 침범하는 행복의 논리가 완성되었고, 그 결과 근대가 추구하는 행복은 자유로운 욕 구충족 으로 변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 근대의 행복 개념은 이미 19세기에 이르면 근대사회의 한계에 대한 성찰 과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 선두에 고전사회학자들이 있었다. 예컨대 뒤르껭에 따르면 물질 적 욕구충족은 또 다른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에 인간을 자살과 같은 고통으로부터 구출하기 위 해서는 물질적 충족이 아니라 집합의식과 같은 요인을 중시해야 한다. 이와 유사한 논리는 짐멜 에게도 관찰되는데, 그는 행복에 다가가면 갈수록 갈망은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행복에 대한 현대인의 갈망은 거대해지고 이러한 거대한 열망은 명백히 돈( 화폐) 이 지닌 역량과 성공에 의해 자양분을 얻는다고 주장함으로써 ( 짐멜, 2005), 진정한 행복은 이러한 세속적 성공 너머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베버도 행복이 결코 삶의 기술적 지배를 통해서는 제조될 수 없 음을 지적함으로써 행복이 자동화된 욕구충족과는 거리가 먼 대상임을 역설하였다. 또한 맑스에 따르더라도, 이기적인 물질적 욕구충족은 물신화와 소외만을 결과하기 때문에 결코 행복을 담보 해 주지 못한다. 이렇듯 고전사회학자들은 물질적 욕구충족 지향의 행복논리를 비판하고 진정한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각각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 대표적인 예는 맑스의 대안으로서 자본주의적 질서를 지양한 사회주의사회이다 ( 박성환, 2005) 9). 이렇듯 고전사회학자들의 비판적 견해는 매우 유의미한 사회학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의 물음을 해명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계몽주의의 산물인 고전 사회학의 거대담론만으로는 행복과 동양사상 속의 행복 논리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도출 해 내기도 쉽지 않다. 다만, 유교나 불교를 우리사회의 종교로 간주하고 행복을 일종의 감정으로 간주할 때, 종교와 감정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 삶을 조명하고 있는 에밀 뒤르 껭의 대표적 저작인 종교생활의원초적 형태(The Elementary forms of religious life) 는, 동양 사상 혹은 동양종교와 한국사회의 행복현상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저작이 다 10). 그러나 그것마저도 이론적 차원에 한정된다. 경험연구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주관적 안녕 (subjective well-being:swb) 과 관련된 최근의 일련의 연구가 더 유용하다. 이른바 SWB 와 경제성장의 관계에 관한 연구, SWB와 불평등의 관 계에 관한 연구, 그리고 SWB와 종교적 믿음 및 실천의 관계에 관한 경험적 연구 등은 행복에 대한 경험적 차원과 관련된 풍부한 사회학적 자료와 함의를 제공해 준다. 예컨대, 리차드 윌킨슨 8) 기원전 5 세기 경에 출현한 붓다는 운명, 우연, 신 등과 같은 외적 절대를 부정하고 자신의 행위와 그 동 기에 윤리적 책임을 묻는 업( 業 ) 사상을 전개한 바 있고, 그 이후 불교는 이러한 사상을 쭉 계승해 오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진술은 서구의 전근대에 한정된 진술임을 밝혀 둔다. 9) 유승무(2009b) 는 맑스와 붓다가 동일한 꿈, 즉 이상사회를 추구하였음을 논의하면서 맑스의 이상사회 즉 사회주의사회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한 바 있다. 10)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Jonathan S. Fish(2005) 를 참고하기 바란다.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43

(2008) 은 SWB와 같은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감정도 사회적 불평등 및 그러한 불평등을 야기한 사회체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방대한 경험적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매우 설득력 있게 검증해 주 고 있다. 특히 이 연구에 따르면 육체적 고통 및 행복과 직결되는 건강조차도 사회불평등과 무 관하지 않음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또한 R.A. Easterlin & O. Sawangfa(2009) 는 개발도상국 13 개국의 경험적 자료를 토대로 하여 행복과 경제성장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대표적인 성과인 데,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SWB 사이에는 어떠한 일관된 관계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론은 주목 할 만하다. 그리고 R.A. Easterlin & O. Sawangfa(2009) 와는 달리, B. Headey, J. Schupp, I. Tucci, and G. G. Wagner(2008) 은 SWB와 종교생활 사이의 관계에 관한 시계열적 자료로서 1984 년부터 독일에서 수집된 자료에 대한 패널연구의 결과인데, 이러한 연구에 따르면 종교적 믿음과 종교생활이 SWB 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과 같은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물질적 부 이외에도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차별과 불안과 같은 사회심리학적 요인이나 종교적 믿음이나 실천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환경이 특정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암시하는데, 이는 최근 한국사회 의 행복 현상도 동양사상을 포함한 사회 환경과의 관계라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보다 잘 이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사회학계와는 달리 최근 심리학계, 사회복지학계, 그리고 경제학계에서는 한국사회의 행 복 현상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심리학계에서는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 개념 을 발견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 예컨대 최근의 토착심리학 적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살면서 어떤 요소가 충족되면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과 구체적으로 행 복을 체험하는 정서적 경험이나 일상생활 경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며, 따라서 한국인의 행복 개념은 문화적으로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구재선김의철, 2006; 한 민한성 열, 2009). 그리고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김명소한영석 (2006) 은, 개인주의문화가 발달된 서구 사회에서 개발된 행복개념은 집단주의적 문화전통을 가진 한국인의 행복 개념을 측정하는 적절 한 도구가 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한국인의 행복 개념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측 정지표의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를 보면, 한국인들이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을 가르 는 기준으로는 경제력이나 건강보다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과 같은 자기 수용감, 문화생활 및 레저 활동에 참여하는 정도,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현재의 자신의 사회적 지 위, 학력 등에 대해 인정받고 있는 정도 등이 가장 상위 순위를 차지하였다 11). 또한 현경자 (2004)는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의 근원과 주제가 서구인들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을 종단적 자료 를 기초로 하여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서구의 경우 외향성, 낙관적 성격, 통제감, 자긍심 등 개인적 자질이 강조되지만 이는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의 근원이 아니었는데 11) 이 중에서 한국인에게는 여가나 자부심마저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일종의 인정투쟁 ( 호네트, 1996) 의 수단이자 산물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국인은 부모, 가족, 친구, 스승 등 중요한 타자 는 말할 것 도 없고 일반화된 타자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정도가 그의 행복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혈연의 식, 학벌, 명품소비, 고급 승용차 및 고급아파트 선호, 성형 및 화장품 소비 열풍 등의 현상도 인정투쟁 에서 승리하려는 욕망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한국인의 인정투쟁과 관련해서는 유승무박수호최봉영 (2008) 을 참고하기 바란다. 4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반해, 마음의 편안함, 걱정 없음, 나쁜 일이나 문제가 없는 생활, 보통의 생활, 의미 있는 타 인의 존재, 자신이나 가족의 성실함과 충실한 생활태도, 순응적 가치관 등은 서구인이 느끼는 행복의 근원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학적 연구는 이러한 차이의 동양사상적 기원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현경자, 2004) 그 사회적 관계를 규명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볼 때 그리고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동양사상과 행복 현상의 사이의 상호관계 에 관한 사회학적 논의는 긴요하다. 2.2 본 연구의 감정사회학적 이론틀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그리고 인간은 이성 이전에 감정에 의해 움직이 기도 하지만 감정을 이성적으로 통제하거나 관리하기도 하기 때문에, 물질적 웰빙(material well-being) 과 정신적 웰빙(mental well-being) 이 모두 행복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이다. 때문에 행복을 SWB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것을 심리학주의로 귀결시킬 필요는 없다. 게다가 한국사회의 행복현상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학적 시각이 필요하다. 감정사회학적은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켜 주기에 적절한 분과학문이다. 그러나 감정사회학 내 부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학문 에서 분명하게 지적 했듯이, 베버주의적 시각에서는 학문 활동에서 오히려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바바렛, 2007). 뒤 르껭의 전통을 잇는 구조주의적 시각에서는 사회적 사실이 감정이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지만(J. S. Fish, 2005) 구조결정론의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맑스주의적 시각에서는 소외나 분노와 같은 감정을 사회경제적 조건에 의해 규정되는 측면을 부각시켜 주지만 (J. Girling,2006) 이 시각 역시도 경제결정론의 한계를 갖는다. 이 글에서는, 행복( 감정) 에 대한 심리학주의와 결정론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 미시적 측면( 인간의 원초적 감정) 을 거시적 측면( 사회제도 ) 과 관련시키되 상즉상입 ( 相 卽 相 入 ) 의 관계12) -상호공존과 상호침투 - 를 갖도록 하는 새로운 이론 틀을 구성하고자 한다. 행복은 인간의 욕망 ( 원초적 감정) 과 그 통제메커니즘 ( 사상이나 문화 및 사회제도 ) 사이의 함수관계의 산물이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구조이론과 행위이론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서는 통합이론이 요 구되는데, 사회학에서 대립하는 이항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엘리아스 (N. Elias) 의 결합체 개념( 엘리아스, 1987) 은 이러한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 다만, 엘리아스의 결합체개념은 행 위자와 행위자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제도와 제도의 관계는 물론 제도와 행위자 사이 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Robert Krieken, 1998). 바로 이러한 한 계 때문에 필자(2006) 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사회제도의 상호변용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 틀을 구성하고 그것을 연기체 13) 라 명명한 바 있다. 12) 이에 대해서는 유승무 (2006) 을 참고하기 바란다. 13) 여기에서 연기체 (inter-dependently originated one) 란, 불교의 연기사상에서 빌어온 것이지만 최소한의 고정성도 부정하는 불교적 의미보다는 최소한의 고정성을 지닌 실체의 개념으로서 작업적으로 정의된 개념이다.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45

아래 < 그림 1> 은, 감정사회학적 시각에서 한국사회 행복 현상의 복합적 실체를 규명하기 위 해, 원초적 감정과 그 통제메커니즘의 상호작용 관계를 연기체 개념의 논리에 따라 도식화한 것 이다. 동양사상 인간의 욕망 사회제도 행복A 행복B 탐 ------- 소유욕 <----> 경제제도 수행( 수양) <-----------> 진 ------- 지배욕 <----> 정치제도 문화 치 ------- 명예욕 <----> 사회질서 [ 그림 1] 한국사회 행복 현상의 연기체적 모형 위 [ 그림 1] 에서 탐진치는, 붓다에 따르면, 삼독으로서 고통의 궁극적 원인이며 때문에 행 복을 위해서는 수행을 통해 14)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 결과가 행복 A 의 영역에 해당 된다. 또한 불교의 삼독과 배대된 소유, 지배, 명예는 칸트가 주장하는 열정(passions) 인데, 칸트 에게도, 이러한 욕망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잘 관리하느냐는 인간의 행복은 물론 사회윤리나 인 류문명을 위한 일종의 정언명령이었다. 사회제도는 바로 그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장치인 데 15), 세 가지 열정을 굳이 사회제도와 연결시켜 보면 경제제도, 정치제도, 사회질서 ( 신분, 지위, 사회적 인정 등) 가 각각 대응된다. 그 결과로 확보되는 행복 영역이 행복 B 의 영역이다. 결국 [ 그림 1] 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은 행복A 와 행복B 의 총합인 셈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행복A 와 행복B 의 관계는 양자택일이나 이항대립의 관계도 아니 지만 하나로 통합되는 관계도 아니다. 행복A 와 행복B 의 담지자가 각각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신분이나 계층) 이 아니라 동일인이고 그에게는 행복A 와 행복B 가 모두 필요하지만, 그가 느끼 는 행복 A 의 순간( 혹은 시간) 과 행복 B 의 순간( 혹은 시간) 은 마치 일과 여가의 관계처럼 분화 되어 있다. 이에 제 3 장과 제 4 장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동양사상 사이의 관계를 통해 행복A 를 자세하 게 밝혀보고자 하며, 제 5 장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제도 사이의 관계를 통해 행복B 를 비판 14) 외적 조건의 무상함을 인정하는 동양사상의 경우 행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자기 자신의 욕망 을 관리하는 방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동양은 인간 스스로가 구원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의 해결은 인간에게 있다고 보고, 인간의 무기력에 대한 사회구조적 해결의 출발도 인간에게서 찾는다. 그래서 사람이 마음의 평화를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는 사회구조적 측면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인간 개인의 수양을 강조하고 개인의 도덕성을 문제시 해 왔다( 유나바머, 2001). 15) 서양은 기독교 사상의 영향 아래 인간은 죄인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 가능할 뿐이다. 여기에서 하나님이 인간에 대한 책임을 갖는 것과 같 이 오늘날에는 사회가 그 구성원들에 대한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전개된다. 따라서 개인의 무 기력함은 사회가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으로 발전되기 때문에 서양 사회가 다분히 사회주의적 성격을 띠고 사회의 개혁을 통해 인간 구원을 강구하는 것이다( 유나바머, 2001) 4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적으로 진단한 다음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행복A 와 행복B 의 총합) 이 동양사상 르네상스 ( 혹은 그 여부) 에 미칠 영향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3.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행복방정식 동양사상과 행복 현상 사이의 관계는 논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관계를 매개하는 행 복개념, 즉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동양사상 내부를 보면 유교, 불교, 노장사상 사이에도 개념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때문에 하나로 통일된 개념으로 표현하기 란 쉽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사상들 속에 내재하는 행복의 논리( 혹은 행복방정식의 공식) 는 동일하기 때문에, 동양사상의 행복 개념을 논리( 혹은 공식) 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여기에서는 우선 동양사상 속에 나타난 행복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동양사상의 행복방정식의 공식으로 환원( 혹은 추상) 함으로써 공통의 논리를 확보하고자 한다. 한자문화권에서 행복 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서구와의 접촉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20세기 전후로 알려져 있다( 김양현, 1999). 이는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행복이란 용어와 그 의미조차 도 20 세기 이후의 번역어를 통한 개념형성의 결과임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20세기 이전 한국사 회에서는 오늘날과 같은 행복상태를 어떤 개념으로 인식했으며 거기에 동양사상의 행복방정식 은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서양사상과 비교했을 때 동양사상은 공통적인 그 무엇을 지니고 있지만, 동양사상 내부만을 보면, 유교, 불교, 노장사상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때문에 바로 그 차이만큼이나 그 각각 의 행복 개념도 조금씩 차이를 지니고 있다. 서구의 행복이란 단어와 의미가 상통하는 용어를 유교경전에서 찾아보면 복 ( 福 ), 열 ( 悅 ). 낙 ( 樂 ) 등이 발견되며 ( 김용남, 1999), 불교 경전에서 찾아보면 고통을 벗어난 상태 임을 알 수 있으며, 노장사상에서는 아무런 구속이나 제약이 없는 자연 상태 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유교는 현세적 행복을 추구하게 되며16), 불교는 초월적인 그 러나 비유신론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 유승무, 2009a), 노장사상은 소요유 ( 逍 遙 遊 ) 가 상징하듯 마 음의 행복을 추구한다 17). 또한 그러한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있어서도 서로서로 조금씩 다르다. 유교는 내적 거경( 居 敬 ) 과 외적 성찰( 省 察 ) 을 통하여 마음이 외적 자극에 의해 산란해지 는 것을 막는 공부를 강조하고 ( 최복희, 2003), 불교는 수행을 통해 탐진치 삼독의 제거를 강 조하는 등 유위를 주장하는데 반해( 허우성, 1995), 노장사상은 모든 인위적인 집착을 내려놓음으 로써 마음이 만물과 일체가 되도록 하는 무위( 無 爲 ) 를 주장한다 ( 이강수, 1995). 이는 유교, 불교, 노장사상이 저마다 고유한 행복방정식을 내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첫째, 유 교의 행복방정식은 안빈낙도 ( 安 貧 樂 道 : 도를 추구하는데서 큰 기쁨을 느꼈기 때문에 가난한 처 16) 유교가 얼마나 현세적 즐거움을 벗어난 세계를 경계했는지는 즐거움에서 도교적 색체를 제거하려는 노 력이나 불교적 수행 대신에 거경( 居 敬 ) 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유교의 즐거움 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승연(2006) 을 참고하기 바란다. 17) 실제로 장자( 莊 子 ) 는 지인( 至 人 ) 이 되어 무대( 無 待 ) 의 소요( 逍 遙 ) 를 누리고자 했다( 이강수, 1995).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47

지와 같은 근심 걱정으로부터 자유롭다 ) 라는 표현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여기에서 도( 道 ) 란 인( 仁 ) 을 실천하는 행위이며 바로 그러한 사람이 곧 유교의 이상적인 인간인 군자( 君 子 ) 인데, 군 자는 부귀를 누릴 때도 지나친 쾌락을 추구하지 않고, 곤궁한 처지에 놓여도 정도를 벗어나거나 권세 앞에 굴욕하지 않는 사람 이다. 공자는 익자삼락 ( 益 者 三 樂 : 좋아해서 유익한 세 가지 즐거 움) 을 예악을 알맞게 지키고, 남의 덕을 칭찬하고, 어진 사람을 많이 사귀는 것 이라 했다. 이는 자신과자신의 관계를 잘 관리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사회적 관계까지도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 는 것이 즐거움임을 의미한다. 둘째, 불교의 행복방정식에 따르면, 행복은 얻으려고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행이 나 고통의 조건을 피할 때 바로 그 결과로 수반되는 과보이다. 이러한 이치는 깨달음을 얻은 붓 다가 다섯 비구에게 최초로 설법한 내용( 깨달음의 내용) 인 사성제에 잘 나타나 있다. 사성제에 따르면, 붓다는 인생을 고해의 바다로 보았는데, 그 고통의 원인은 인간의 본질적 감정 즉 탐 진치 삼독이다. 이것이 이른바 사성제 중 첫 번째 진리인 고제( 苦 諦 ) 이다. 이 고제에 따르면 인간의 본질적 욕망 때문에 생로병사와 같은 근본고( 根 本 苦 )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고( 社 會 苦 ) 가 수반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 求 不 得 苦 ) 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행위자가 자신의 마음을 닦아서 삼독을 멸해야 하는데 그 방법 론이 곧 수행이다. 이것이 사성제의 마지막 진리인 도제( 道 諦 ) 이다. 이렇게 볼 때 불교의 행복방 정식은 수행을 통하여 자신의 욕망을 완벽하게 통제했을 때 도달하는 고요한 마음의 상태이자 불행이나 고통의 조건을 완전히 벗어난 상태, 즉 열반(nirvana) 이다. 이렇게 볼 때, 지고의 행복 상태를 의미하는 열반이야말로 불교적 의미의 진정한 행복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노자의 행복방정식은 지족불욕 ( 知 足 不 辱 : 만족할 줄 알면 욕을 당하지 않는다) 및 지족지족상족 ( 知 足 知 足 常 足 : 만족할 줄 아는데 만족할 줄 알면 늘 만족할 수 있다) 이란 표현에 잘 나타나 있고, 장자의 행복방정식은 지락무락 ( 至 樂 無 樂 : 지극한 즐거움은 즐거움이 없는 것이 다) 에 잘 나타나 있는데, 여기에 스며있는 행복방정식은 곧 무위( 無 爲 ) 의 결과로 과욕을 제거됨 으로써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는 것이다( 매크리디, 2002). 요컨대 노자나 장자의 지락은 무위( 도 의 본성) 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교, 불교, 노장사상에 깃들어 있는 행복방정식의 공식은 동일하다. 무엇보 다도 유교사상, 불교사상, 그리고 노장사상은 모든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 에 놓여 있는 그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동양사상은 인간 외부의 궁 극적 주체나 고정된 실체를 전제하기 않기 때문에, 그러한 대상과 관계를 맺는 인간이 행복해지 기 위해서는 외적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한다. 즉 오직 주체인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욕망을 얼마나 잘 관 리하느냐에 따라 자신과 세계의 만남이 행복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동양에서 수양문화가 특히 발달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 에 동양사상적 의미에서 행복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유교의 경우 선비( 혹은 문사 계급, 산림처사 ), 불교의 경우 출가자( 방랑하는 계층, 수행자), 도교의 경우 도인이 바로 그들이 었다. 동시에 그들은 각 사상의 핵심 담지자였기 때문에 그들이 활동하던 시대의 사회적 환경과 4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그들의 이해관계 및 실천 사이의 관계에 의해 각 사상은 대중화에 성공하기도 하고 탄압받고 억 압당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담지자들 사이에도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그 들이 유한계층이란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이러한 유한계층의 사멸은 동양사상적 행복방정식의 단절로 볼 수도 있 겠지만 동시에 그 소수의 유한계층이 독점하던 동양사상적 행복을 대중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 공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점증하고 있는 유한 순간( 시간) 은 동양적 행복방 정식의 대중화( 혹은 부흥) 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이는, 비록 오늘날 동양사상의 담지자였던 유한 계층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사상의 부흥이 가능하고 지속 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이다. 4. 동양사상적 행복방정식의 연속성과 단절성 이상에서 살펴본 유교 불교 노장사상의 행복방정식은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행복관에 큰 영 향을 미쳐왔다 ( 이규태, 1983). 또한 이홍우 외(1990) 은 한국인에게 행복이란 재앙이나 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인의 행복 개념이 동양사상의 행복방정식과 무관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니스벳(2003) 은 동서양의 비교에 근거하여 행복의 사상적 뿌리가 근원적으로 달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도 우리는 오늘날 한국인의 행복이 동양사상 의 행복방정식과 무관하지 않음을 추론할 수 있다. 지금부터 2,500년 전의 고대 그리스와 중국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회구조 면에서 매 우 달랐을 뿐만 아니라, 철학과 문명에 있어서도 서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 리스인들에게 행복은 자신의 자질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 이었지만 중국인들에게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 차이들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양과 서양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큰 차이를 가져 왔다는 점이다( 니스벳, 2003). 니스벳(2003) 에 따르면, 사유의 방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연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동양사상 은 오늘날 한국인의 사유방식 혹은 행복 개념과 무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동양사상의 행복방정 식이 오늘날 한국문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앞에서 살펴 본 동양사상의 행복방정식은 교육을 통해 직접 한국인의 행복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일상생활 문화를 통해 한국인들의 정서와 느낌과 같은 감성구조의 형성에 영 향을 미침으로써 한국인의 행복관 형성에 기여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한국인의 일상적 인사말에 는 상대방의 행복 상태 즉 안부를 묻는 말이 대부분일 뿐만 아니라 그것은 모두 동양사상과 무 관하지 않다. 안녕하셨습니까? 가내 두루 평안하셨는지요? 별고 없으셨는지요? 무탈했습니까? 등과 같은 인사말 중에서 고통이나 불행이 없었는지를 묻는 인사말은 불교와 무관하지 않으며 가족관계가 원만했는지를 통해 안부를 묻는 것은 유교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49

또한 아래의 시( 박준영의 하루 ) 와 같이 문학에서는 유교, 불교, 노장사상 ( 혹은 자연주의 ) 등이 모두 동원되어 삶의 행복 문제를 잘 표현하기도 한다. 한 몸이었다가 서로 갈려 다른 몸이 된/ 시집간 딸과 싸웠단다/ 서로 상처받고/ 듣는 나도 아파 온다 약수통 둘러메고 산길로 향한다/ 아이 밴 옥수수 일가가/ 수수하게 인사하고/ 짝을 진 노랑나 비 훠어- 훨/ 아는 체 손짓한다 하양 보라 알맞게 섞어 핀 도라지도/ 방긋거리고/ 아이잉 벌소리 바쁘고/ 새 노래 하늘에 맑다 이렇게 온 세상 하늘이/ 마음 하나 비우면/ 다 친구인 것을 위의 시를 보면, 가족 간 불화가 자연을 통해 해소된다는 점은 무위자연을 주장하는 노장사상 과 일맥상통하지만, 한 몸이었다가 서로 다른 몸이 된 이란 표현이나 아이 벤 옥수수 일가 라는 표현에서는 유교의 가족주의문화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리고 마음 하나 비우면 이란 표현은 불교나 노장사상에서 가장 중시하는 표현이다. 실제로 전통사회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은 문학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되어 왔다. 특히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의 경우 행복과 불행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 이러한 행불행에 영향을 미친 사상이 바로 유교, 불교, 노장사상과 같은 동양사상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예컨대 업( 業 ) 사상을 모티브로 하는 심청전 의 행복관에는 불교사상이, 여인 의 정절을 소재로 한 춘향전 의 행복관에는 유교사상이, 그리고 흥부전 에는 두 가지 사상이 모두 담겨져 있다. 특히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는 흥부전 을 보면, 한국문화 속에 스며들어 있는 동양사상적 행복방정식이 잘 드러난다 18). 주지하듯이 흥 부전 의 줄거리는 과도한 욕심 때문에 동생을 내쫒고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린 형 놀부와 형제애 를 중시하고 미물( 제비) 에 대해서도 배려하는 자비의 마음씨를 갖고 있는 착한 흥부에게 제비가 각각 박씨를 물어주어 보답을 하는데 흥부는 흥하고 놀부는 망한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흥부전 에는 놀부의 과도한 욕심과 그 귀결로서의 불행이 흥부의 착한 마음씀씀이와 그 인과응보로서 의 행복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는 일반적인 도덕율 외에도 전통사회의 동양사상 즉 유교의 형제애 및 불교의 인과응보사상 등이 반영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로만 머물러 있 지 않고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사랑이란 그 말은 못해도, 먼 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모든 걸 줄 수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슬퍼도 행복합니다. 이 구절은 이승 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의 가사 중 일부다. 이 노래에 담긴 행복 개념은 김소월의 진달래 꽃 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김소월의 진달래 꽃 이 대중가요로 작곡되어 불리기도 18)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김종철 (2009) 를 참고하기 바란다. 5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했다. 이는 말 이 아니라 말 이전의 마음 을 훨씬 더 중시하고 그것을 전달하려는 문화문법 (cultural code), 즉 살살이꽃 피거든 살짝 떠난 줄 아세요 와 같은 이심전심 ( 以 心 傳 心 ) 의 논리19) 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20). 그러나 정반대의 주장도 가능하다. 실제로 19세기 서세동점 이래 서구만이 아니라 비서구사회 도 자본주의적 경제제도 및 자유민주주의적 정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이제 비서구인도 물질적 조건 등 삶의 구조적 조건의 개선을 통한 행복의 확보라는 근대적 사유의 길을 걷고 있음 을 의미한다. 물론 한국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개항과 함께 서구 근대를 수용하기 시작한지 한 세 기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리고 상품, 정보, 자본, 사람 등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른 바 세계화시대인 오늘날, 전통사회의 한국인의 일상은 실제로 상전벽해 ( 桑 田 碧 海 ) 가 되었다. 어느새 짧은 아침의 기록이 끝났다. 일상 속에서 서구적 양식을 찾아보는 것은 동양적 모습을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이런 나의 일상 속에서 내가 동양인이란 사실을 의식할 기회는 거의 없다. 솔직히 어떤 모습이 동양인다운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강정인 외, 2004: 42-43). 이 글은 어느 대학생이 자신의 일상 속의 서구중심주의를 묘사한 내용의 일부인데, 이는 동양적인 것의 단절성을 의미하며 따라서 이 절 서두의 진술 즉 니스벳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니스벳의 주장은 틀린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연속성을 보라. 그렇다면 대 학생의 생활일기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가?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지금 여기, 두 주장은 모두 사실이고 또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한국인의 경우 한 사람의 삶 속에도 두 가지가 공존하 고 있다. 결국 한국사회의 행복 개념은 < 그림 1> 에 나타난 것처럼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뿐 만 아니라 서구근대의 행복 논리까지도 포함하는 복합적 개념이며, 그러한 점에서 이중문화적 (bicultural) 개념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전통적 의미의 유한 계층이 사멸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유한시간의 비중이 커질 것이며 또한 주체가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에 따라 한국사회 및 한국인 개개인의 행복의 복합적 구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5. 행복 열풍과 동양사상의 재발견 이상으로 우리는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논의해 보았다. 그러나 혹은 그렇기 때문에 즉시 추가적인 의문가 수반된다. 즉 최 근 한국사회의 행복 열풍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동양 19) 이는 붓다가 제자인 마하가섭에게 염화미소로 수기를 전한 사건에서 비롯된 선불교의 의사소통방식으 로서, 언어도단의 상황에서도 속마음을 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선불교에서는 이러한 소통방식을, 진 리가 교설 이외에 이신전심으로 전해진다는 의미의 교외별전 ( 敎 外 別 傳 ) 이라 부른다. 20) 바로 이러한 마음의 징표 때문에 최근 한국인의 행복 개념의 특수성을 해명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최근 한국인의 행복 개념은 신명( 神 命 ) 과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고( 한민한성열, 2009), 한국인의 행복 개념이 전통적인 복( 福 ) 개념과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가를 탐구하는 시도도 있었다 ( 이지선김민영서은국, 2004).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51

사상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켜 줄 것이며 그렇게 등장한 동양사상의 담지자는 누구이고 그 성격 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오늘날 현대인의 행복 찾기가 동양사상 ( 의 재발견) 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새롭게 묻는 것으로서, 앞에서 살펴 본 제 4 장의 내용이 동양사상이 한국사회의 행복현상에 미친 영향 을 드러낸 부분( 감정사회학의 첫 번째 측면) 이라면 이 질문은 오늘날 한국인의 행복 열풍이 동 양사상( 의 재발견) 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며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배제해 왔 던 감정사회학의 두 번째 측면과 관련된 질문이기도 하다. 5.1 행복 열풍의 사회구조적 조건과 동양사상의 새로운 담지자 행복 열풍, 그 중에서도 특히 동양사상적 행복 열풍은 크게 세 가지 사회구조적 조건과 무관 하지 않다. 첫째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생산수단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였고 그 결 과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자본주의사회는 이제 삶의 기본적인 물질적 조건을 충 족시키기에 충분한 발전단계에 진입하였다. 둘째는 첫째의 조건이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혹 은 바로 그 조건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날 현대인들은 소외된 삶을 살지 않 을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삶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지수는 높아지지 않는다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셋째는 사회의 다수의 사람들이 수양에 필요한 유한의 순간( 시간) 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 어야 하는데, 굳이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을 언급하지 않아도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대 부분의 선진사업사회는 생력화( 省 力 化 ) 로 인하여 노동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경 제적 부의 크기와 무관하게 모든 계층에게 여가시간 ( 혹은 유한의 순간) 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사회는 최소한 이 세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한국사회에 동양사상의 새로운 담지자가 등장했음을 의미하며 동양사상적 행복 열풍이 이들에 의해 창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선비나 도인과 같은 유한신분이나 유한계급이 배타적 집단으로 따로 존재하지 않 는다. 비록 불교의 출가자집단 ( 이를 승가라 부른다) 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숫자는 약 2 만명 정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오늘날 한국사회는 베블렌의 주 장하는 과시소비가 가장 번성하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부르디외의 문화자본과 같은 개념을 적용하여 유한계급을 추출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산림처사 ( 양반), 출가자, 도인 과 같은 전통적 유한 신분집단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신분집단 즉 유한시간을 독점하던 계급 이 붕괴한 현대사회에서는, 유한 시간이 시민들에게 대중화되었다. 이는 오늘날 새로운 동양사 상의 담지자는 불특정 시민 일반임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새로운 담지자가 과연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유한 시간 을 어떻게 소비해 나갈 것인지? 에 따라 행복 열풍 혹은 동양사상 르네상스는 가능하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하며 지속적이기도 하고 일시적이기도 할 것이다. 5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5.2 행복 열풍의 지속 가능성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은 크게 두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행복 열풍의 방향성 이 이성( 머리, 냉정) 에서 감성( 가슴, 열정) 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른 바 탈현대사조는 그 대표적 추세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건축계나 예술계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점차 많은 동조자를 확보해 가고 있다. 이는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열풍이 동양사상 르네상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둘째는 행복추구의 관심이 외부대상 지향성( 욕구충족지향성 ) 에서 자아 내부 지향성( 마음의 평정) 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수행 및 주관적 의미 찾기 중심의 여가프로그램, 즉 불교에서 제공하는 단기출가, 템플스테이, 각종 수련 회 등이나 고가 및 고택 체험과 같은 유교문화응용 프로그램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또한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열풍이 동양사상 재발견에 모 종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감성에 대한 이성 우위의 문화인 그리이스문화 ( 헬레니즘 ) 과 인간 외부의 절대자를 설정하고 있는 기독교( 헤브라이즘 ) 가 서구문화의 뿌리이자 서구 근대적 행복 추구의 두 축이라면, 동양문 화의 뿌리는 유교, 불교, 노장사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동양사상은 공통적으로고 감성과 이성의 이항대립이 아니라 상즉상입 ( 인간과 인간을 넘어선 모든 존재의 상호작용적 결합관계 ) 을 전제 하고 있으며 따라서 주체 자신의 내적 마음 상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행복을 결정짓는다. 바 로 이러한 문화적 잣대를 기준으로 할 때,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찾기 방향은 동양사상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는 < 그림 1> 의 행복A 의 영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따라서 수행 문화나 수양뿐만 아니라 동양사상적 행복방정식에 대한 점점 더 기울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향은 얼마나 지속성을 가질 것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경제학자인 잉글하트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잉글하트에 따르면, 소득수준 1만에서 1만 5천불을 기 준으로 그 이하에서는 소득의 증가에 따라 행복지수도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지만 그 이상이 되 는 비례하지 않음을 밝혔고 그 지점을 결별점(decoupling point) 라 불렀는데 ( 이정전, 2006; 유승 무, 2009a), 이는 한편으로는 한 국가의 차원이든 한 개인의 차원이든 일정한 소득 수준에 도달 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다름을 의미하지만 다 른 한편으로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행복추구의 방향이 더 이상은 물질충족 지향성이 아니라 비 물질적 가치나 정신적 양식을 채우는 방향성을 띠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열풍은 일시적 바람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로 보이며, 그 바람의 장기지속은 동양사상 르네상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3 동양사상 르네상스의 성격 그렇다면 이렇듯 장기지속성을 가지는 동양사상 르네상스의 성격은 무엇인가? 우선 많은 학 자들이 그것을 일종의 탈현대( 성) 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동양사상 르네상스는 근대사회의 위기와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대표적인 연구 성과가 홍승표(2005) 이다.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53

그러나 본 연구의 시각 및 < 그림 1> 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인의 행복 영역에서 행복 A 와 행 복 B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니라 상즉상입의 관계를 갖는 두 실체이다. 그 중에서도 행복 A 가 동양사상적 행복 영역인데, 이는 사회구조적 조건 및 담지자의 주체적 의도에 따라 항상 새롭게 재발견되고 재구성되는 열린 공간이다. 이렇게 볼 때,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과 관련하여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근대성에 대한 엔티테제이기 보다는 오늘날의 사회구조 적 조건에 부응한 동양사상의 재발견 및 제창조의 결과로 생각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동양사상은 하나의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기 보다는 현실적 요구에 부응하여 실용적으로 재발견되어 왔다. 유교, 불교, 도교가 모두 수입된 사상( 혹은 종교라) 는 사실이 이미 재발견에 다름 아니지만, 그러한 사상조차도 무수한 역사 속에서 당대의 실용적 이유 때문에 다 양하게 재발견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선 이나 성리학 은 그 산물이다. 또한 근대에 한정하 여 보더라도, 동양사상은 우선 서세동점 시기에는 서기( 西 器 ) 에 대립되는 동도( 東 道 ) 로 재발견 되었고, 일제시대나 서구화 및 산업화 시기에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재창조되기도 했으며, 경제성장기에는 경제성장의 문화적 요인으로 재발견되었고 경제위기에는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재발견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향후 동양사상 르네상스도 그 연속성 상에 위치시켜 봐야하지 않을까? 6. 나오는 말 주지하듯이 대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오늘날 전지구에 흩어져 있는 대부분의 사회는 서구화된 근대사회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현대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사회 속에는 동양사상 ( 혹은 동양종교 ) 과 같은 문화적 요소도 공존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한국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한국인의 삶은 물론 사회적 현상도 이러한 이중문화적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행복 개념이나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이 글에서는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과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의 관계 를 사회학적 시각에서 규명하고자 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이 최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최근의 행복 열풍이 향후 동양사상 르 네상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논의해 보았다. 그 결과, 우리는 한국사회의 이중문화적 성격 때문에 동양사상의 행복 방정식의 공식은 연속 성을 지니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절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최근 행복 열풍으로 인한 동양사상 르네상스도 근대성에 대한 반동(Anti-movement) 이기보다는 한국사회 속에 내재 하는 동양사상적 요소가 최근의 기능적 요구에 부응하여 재발견되거나 재창조된 결과로 해석하 였다. 이러한 발견은 행복 현상의 한국적 특수성을 해명하는 의의를 갖는 것은 물론 현대성 및 탈현 대성과 관련된 논쟁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이 글은 과욕으로 인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한정된 지면에서 너무 방대한 주제를 소화하 5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는데서 오는 논리적 비약뿐만 아니라 특정한 진술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던 한계 점이 산견된다.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 연구 및 경험적 검증 작업은 이 글의 과제로 온전히 남아 있다. 참고문헌 강정인 외, 2004, 난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 책세상. 구재선 김의철, 2006, 한국인의 행복경험에 대한 토착심리학적 접근, 한국심리학회지 : 사회문제, 한국심리학회. 김명소 한영석, 2006, 한국인의 행복지수 공식 개발, 조사 연구, 7권 2 호, 한국조사연구학회. 김양현, 1999, 행복에 대한 서양인의고전적 이해, 용봉논총, 전남대학교. 김용남, 1999, 유교의 행복관, 동양철학연구, 성균관대학교. 김종철, 2008, 흥부와 놀부 박의 화두-행복과 욕망 그리고 선악-, 선청어문 36, 서울대학교 국어교 육과. 박성환, 2005, 고전사회학에 나타난 근대사회의 행복논리, 한국사회학 제 39 집, 한국사회학회. 박치완, 2009, 차이와 타자성의 사유에 대한 불교와 현대서양철학의 비교, 불교평론 10주년 기념 호, 불교평론사. 유승무, 2006, 불교와 근대성의 또 다른 만남, 사회와 이론, 한국사회이론학회.., 2009a, 현대 한국인의 행복지수와 불교의 행복방정식, 불교복지, 행복과 대화하다, 학지사., 2009b, 불교와 맑시즘의 同 夢 異 床, 불교평론 10 주년 기념호, 불교평론사., 2009c, 한국사회의 또 하나의 여가 트렌드, 제 5 차 춘천국제여가학회 심포지움 발표문. 유승무 박수호 최봉영, 2008, 한국사회 과잉과시의 구조적 역사적 이해, 동양사회사상, 동양사 회사상학회. 이강수, 1995, 장자의 욕망론, 욕망론, 경서원. 이규태, 1983, 한국인의 의식구조 -한국인 시리즈 3, 신원문화사. 이승연, 2006, 유가의 여가관: 배움과 즐거움, 동양사상과 탈현대의 여가, 계명대학교 출판부. 이정전, 2006, 우리는 행복한가, 한길사. 이지선 김민영 서은국, 2004, 한국인의 행복과 福, 한국심리학회지 : 사회 및 성격, 한국심리학회. 이홍우 외, 1990, 한국적 사고의 원형- 그 원천과 흐름, 정신문화문고 19,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최복희, 2003, 주희와 불교사상 - 수양론을 중심으로, 신학과 철학,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한 민 한성열, 2009, 신명나는 삶: 한국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이해, 한국심리학회지 : 사회문제, 한 국심리학회. 허우성, 1995, 불교의 욕망론, 욕망론, 경서원. 현경자, 2004,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의 근원과 주제에 대한 종단적 탐색, 정신보건과 사회사업, 한 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홍승표, 2005, 동양사상과 탈현대, 예문서원. 동양사상 속의 행복 개념과 한국사회의 행복 현상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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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와 행복사회 이 재 혁 ( 서강대 사회학과) 여느 중요한 추상개념과 마찬가지로 행복 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개념적인 혼란과 이질적 의 미들이 담겨있다. 연관된 다른 단어들로의 끊임없는 번역이 필요하겠지만, 추상개념 자체는 원 래 실체가 없는 것이어서 행복 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류의 질문은 애초에 답을 찾 기가 불가능한 작업이다. ( 비트겐슈타인의 견해를 빌자면, 상당한 인문학과 사회과학 논쟁 내용 의 거의 절반이상은 단순히 개념 자체에 대한 사람들 사이의 혼란과 오해에서 비롯된다.) 본고 에서도 개념적 번역작업을 어느정도 할 수 밖에 없지만, 대충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수준의 의미 를 상정하려고 하고, 나아가 본고에서 주장하려고 하는 특정한 아이디어들을 효과적으로 개진하 기 위해 어느 정도는 오히려 이러한 필연적인 개념적 혼란을 이용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 웰빙 트렌드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인간 은 자고이래 엄마의 자궁부터 무덤까지 한시도 쉬지않고 보다 잘 살고자 (bettering one's condition: A. Smith) 하는 노력을 보여왔지만, 최근 한국사회에서 쏟아지고 있는 웰빙 관심과 담 론은 사회학적으로 주목해 볼만한,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한 현상이다. 지식인의 통상적인 병폐 일지 모르지만, 필자도 이러한 웰빙의 홍수, 특히 웰빙 상품화에 대해 다소 갸웃하게 보 는 (looking awry; Zizek) 시선을 갖게 된다. 놀라운 신세계 모두가 행복한 사회란 어떤 것일까? 한 예로, 모든 사람들이 거의 아무런 고통이나 고민없이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로 지내는 것은 어떨까? 아무 번민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 혹은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 또한 동시에 자기가 즐거워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되 는 것? A. Huxley 의 소설 Brave New World에는 바로 이러한 지상낙원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 다. 지도자( World controller ) Mustapha Mond는 문명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John 에게 다음같이 말한다: "In a properly organized society like ours,... you're so conditioned that you can't help 나르시스와 행복사회 57

doing what you ought to do. And what you ought to do is on the whole so pleasant, so many of natural impulses are allowed free play, that there really aren't any temptation to resist. And if ever, by some unlucky chance, anything unpleasant should somehow happen, why, there's always soma to give you a holiday from the facts. And there's always soma to calm your anger, to reconcile you to your enmies, to make you patient and long-suffering.... Now you swallow two or three half-gramme tablets, and there you are. Anybody can be virtuous now. You can carry at least half your morality about in a bottle." 이것은 가히 환상적이지 않은가. 간단하게 알약('Soma') 을 통해 늘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쾌감은 결국 두뇌속 뉴론들의 비즈니스이고, 만일 적절 한 전기-화학적 자극이 뉴론들을 일정한 쾌감 상태로 유지되도록 조작할 수 있다면 이것은 가 히 eu ( 좋은)- topia ( 나라) 가 아닐까? 게다가, Mond 가 말하듯, 알약 한두알이면 화를 다스리고, 원수를 사랑하는 덕성까지 단숨에 갖추게 된다니. Chrisitanity without tears--that's what soma is, Mond 는 말한다. Mond의 자상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John, the Savage 는 굽히지 않는다. "But I don't want comfort. I want God, I want poetry, I want real danger, I want freedom, I want goodness. I want sin." "In fact," said Mustapha Mond, "you're claiming the right to be unhappy." 상징적 동물, 그리고 Thinking makes it so,,, 부처가 말하듯, 인생은 苦? Hamlet 의 경구라는 것이 있다: 'There is nothing either good or bad, but thinking makes it so'(hamlet ). 인간은 늘 행복을 추구하여 왔다. 조금 더 넓혀 이야기 하면,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 인간 만이 행복을 추구하여 왔다. 인간만을 놓고 보면 행복을 추구 하는게 당연할지 모르지만, 인간을 포함하여 자연 전체를 놓고 보면 이것은 조금 이상한, 자연계 의 anomaly 라 할 수 있다. ( 침팬지에게도, 침생은 苦 일까?) 도킨스(Dawkins, Selfish Gene) 의 유명한 표현을 빌자면, 생명체는 모두 자기를 설계한 유전자들의 생존기계 (survival machine) 라 할 수 있고 이들에게 내려진 지상과제는 바로 유전자의 성공적인 자기복제이다. 그런데 이들 생존기계 중 유별난 종이 하나 생겨났는데 ( 물론 모든 종들(species) 은 각기 다 유니크하지만 ) homo sapience라 불리는 이 종은 어느 순간부터 생존기계의 지상명령을 벗어나는 어떤 것들을 생각 해 내기 시작했다. 행복 이라는 관념도 그 중 하나이다. 인류(genus Homo) 는 대략 500-600 만년전 침팬지류 (genus Pan) 와의 공동조상으로부터 분기 하기 시작해 다양한 종적 변이들을 거쳤고, 약 2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현재의 인류 즉 homo sapience 가 출현하게 되었다. 이후 6만년여전부터 아프리카를 벗어나 호주대륙을 시작으로 남미 5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대륙까지 전세계에 급속하게 퍼지게 되었다. 현인류가 확산되는 기간은 진화론적 시간 스케일로 볼 때 그야말로 순식간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 J. Diamond 는 대약진 (Great Leap Forward, 1993)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간은 의미 (meaning) 를 찾는 동물이다. 인류의 진화 대부분을 표범등 고양이류 (Panthera) 에 쫗겨다니며 그들이 먹다남은 찌꺼기를 청소하며 살던 인류가 어느 순간 갑자기 가장 강력한 포식자로 둔갑하게 된 것이 바로 약 6 만년전에 벌어진 인류의 대약진 사건이다. 인류의 갑작스 런 대약진 에 대해 정확하게 그 계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거의 확실하게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이때부터 인류가 본격적으로 언어(syntactic language) 를 사 용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 더 이상 생물학적이 아닌) 문화적 진화의 궤적을 밟게 되었다는 점이 다. 인간이 상징을 구사하고 문화적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여타 동물들과 인간을 구분하는 주요 한 기준이라면, 이것의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인간이 ( 벌거벚은 침팬지 (D. Morris, 1967) 를 넘 어) 수다스런 침팬지 가 되었다는 것, 즉 인간의 언어에서 찾을 수 있다. ( 소수의 음소들을 자의 적으로 조합해서 무한대의 문장, 즉 아이디어를 만든다는 면에서 언어 자체가 바로 순수한 상징 체계이기도 하다.)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현인류는 자연재해로 인해 한때 그 수가 불과 만명을 넘지 못할 정도로 멸절의 위기에 닥친 적이 있다 ( 대략 7.5 만년전). 그런데 한가지 놀라운 것은, 바로 이 시기에 살 아남은 인류들이 남긴 유적 중에는 벌써 장신구 (beads, ocher powder 등) 즉 어떤 실제적으로 유 용한 기능도 없는 순수한 상징적 가치를 담은 물건들을 만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생존 자체가 급 급한 일상에서 왜 인류 조상들은 그러한 먹고 싸는데 전혀 쓸데없는 (useless) 상징물들을 만드 는데 시간을 허비했을까? 우리는 모두 그때 살아남은 그리고 그런 쓸데없는 것들을 만들었던, 상징적 동물(animal symbolicum, Cassirer, 1944) 의 후손들이다. ( 참고로, 여러 도구들의 정교함 과 함께 인류의 본격적인 예술적 창의성은 대약진 직후인 4 만년 전부터 폭발하기 시작한다.) 일명 마음이론 (Theory of Mind; ToM) 으로 알려진 연구들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믿음이나 의도, 혹은 거짓 믿음이나 거짓 의도 등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 혹은 易 地 思 之 의 능력을 매우 일찍이부터 ( 대략 만 4 세) 타고 난다. 다른 동물이나 영장류들도 매우 단순한 수준의 마음읽기 능 력을 보이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고도성에는 전혀 못 미친다. ( 똑같이 움직이는 것이라도 바람 에 나뭇잎이 움직이는 것과 표범에 나뭇잎이 움직이 것을 구분하는 일, 즉 어떤 움직임에 의도 성 이 있고 없고의 여부를 분간해 내는 일은 대부분 생물들에 있어 생존이 걸린 긴급한 일이다.) 물론 이것은 인간이 복잡한 사회적 생활에 적응하는데에 필수적이고, 또한 그러한 사회적 복잡 성이 바로 이 놀라운 선천적 능력을 진화적으로 갖추게 만든 가장 중요한 압력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ToM 은 또한 동시에 인간이 ( 다른 인간말고도 ) 주위 사물의 움직임에 대해 매 우 풍부한 agency( 즉 의도성을 갖춘 무엇) 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쉽게 떠올 릴 수 있는 예가 바로 세계 곳곳의 토속신앙들에서 발견되는 animism 이다. 물론 이러한 가정된 나르시스와 행복사회 59

agency 대부분은 전적으로 자의적인 것이고, 혹은 오늘날 과학적 기준으로 볼 때 잘못된 인과 설정에 불과한 것들이다 ( 예, rain dance 혹은 voodoo 주술 등). ( 참고로, 오늘날 많은 애완동 물들은 사실 인간의 이러한 과잉경향의 덕을 많이 보고 있는 셈이다.) 자의적이건 논리오류건 하여간, 이러한 적극적이고도 과잉의 agency 부여가 바로 인류의 조상이 세계를 나름대로 이해 하고 설명해 내려는 방식이었고, 여기서 수많은 신의 노여움 하늘의 상벌 등등도 나오게 된다. 다양한 종교적, 도덕적 관념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 운 ( 인격화된 Fortuna) 과 운명 (fate) 의 관념도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 비록 기하학등은 이미 고대( 특히 그리스) 부터 인간이 발전시키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자연에 그렇게 편만한 randomness 에 대한 논리적인 인식, 즉 확률이론이 한참 뒤늦게 근대에 이르러서야 나타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인간의 본질적인 과잉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agency부여 인간이 고도의 intelligence 와 함께 인간다운 인간 즉 문화적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운명 성스러움 저주 등 수많은 초월적 관념들 속에 살게 되었다는 것 이 두가지는 실 상 같은 사건이다. 혹은 더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이 지능적으로 우월하게 된 것과 여러 자의적 의미의 바다에 빠져 종종 스스로 만든 괴로움에 시달리며 살게되었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라 는 말이다. 뒤르켐이 homo duplex 로 적절하게 간파했듯이, 인간의 논리적 이성적 능력의 구비 ( 이것은 후에 근대 과학적 사유와 연결) 와 인간의 聖 과 俗 의 구분경향 즉 종교적 심성은 바로 같은 몸체의 두 얼굴인 셈이다 (Logos 와 Mythos). 인류는 intelligence 를 통해 생물학적 자연선 택의 위기를 돌파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만든 의미의 그물망에 걸려 괴로워하게 되었다. 시장이 든 자연이든,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문명의 대가는 neurosis(freud, 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 "The price we pay for our advance in civilization is a loss of happiness through the heitening of the sense of guilt." 인류(genus Homo) 은 진화기간의 대부분을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지내다가 어느 순간 말 그 대로 별을 보게" 되었다. ( 대뇌 신피질(neocortex) 증가과 더불어 그 훨씬 이전의 직립사건이 관계가 있다.) 즉 시간에 대한 관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 흥미로운 한 가설에 따르면, 시간 에 대한 인식이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성이 자신이 느끼는 월경 주기와 달의 주기 간의 유사성을 간파한 것이 시간인식에 대한 중요한 계기라는 것이다: Shlain, 2000.) 시간에 대 한 인식은, 물론 그것이 함의하는 근본적이고도 다양한 여러 면과 함께, 바로 인간 자신의 죽음 에 대한 자각을 또한 가져오게 된다. 기실, 성공적인 유전자 복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상과 제를 다한 생존기계가 사멸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인간 말고는 그렇게 죽음 자체에 대해 안달복달하는 생물체는 없을 것이다. ( 이 주장을 들은 한 동료교수는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개하고 얘기해 봤어? 라고 하지만.) 자신의 필연적인 사멸에 대한 자각은 인간에게 분명 엄청난 공포와 불안을 가져왔을 것이다. 그리고, 여느 불행과 통제불가의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이 공포에 대해 의미있게 설명해 내야 할(explaining away) 과제를 갖게 되었다. 6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죽음에 대한 인식과 공포가 어떻게 사후세계에 대한 혹은 신과 구원에 대한 스토리들을 만들 게 되는지는 다소 진부한 주제이다 (cf: 한편, 종교성 발현의 진화론적 설명은 조금 다른,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이다 ). 불가피한 자기사멸이라는 자연적 팩트에 대해 인간이 자의적으로 여러 상징적인 의미부여를 통해 이를 어떻게든 설명하고 해소하려는 경향을 갖게되었다는 점은, 이제 본고의 주관심으로 돌아가서, 인간 만이 왜 그렇게 행복 에 대해 노심초사하게 되는지를 생각해 볼 단초를 제공한다. 단지 사는게 아니라, 잘 사는 것, 즉 자기사멸에 대해 어떤 식으로 든 설명을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 이제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 특히 여성들에 비해 죽음의 공포가 더할 수 밖에 없는 남성들에게는 더더욱, 자기 자식을 확인하고 이 름 (family name) 을 짓고 조상과의 연속성을 통한 궁극적 불멸을 생각해 내었는지 등은 쉽게 유 추할 수 있는 작업들이다.) 이것은 진화론적으로 보았을 때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생존기계 의 플랜이나 유전자의 지상명령에는 애초에 없었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상징적 동 물로서의 삶을 진화적 전략으로 택한 인간은 그의 모든 곳에서 의미 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 다. 이것은, 인간 의식 의 발현과 함께, 분명 진화론적으로 중요한 발현적 현상이라 하겠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것인가, 행복한 삶인가는 기본적으로 자의적이고 명확한 대답이 없는 의미 차원의 문제이다. 부귀영화와 함께 지혜까지 갖추었다고 여겨지는 어느 전도 자(Solomon 왕) 는 토로하기를, 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 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도다...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본즉 다 헛되어 바 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 전도서 1 장). 헤겔의 말대로, 인류 역사의 텍스트에서 행복의 챕터는 가히 공란 이었나? ( It is possible to consider history from the point of view of happiness, but history is not the soil in which happiness grows. The periods of happiness in it are the blank pages of history. Hegel, Lectures on the Philosophy of World History, 78.) 사회적 동물 과 eudaimonia 잘 사는 것 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무엇인가? 결국, 바람을 잡으려는 헛된 짓인 가? 인류가 인간다운 인간( 문화적 인간) 으로 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사회적 동물 로서 였다. 저명한 뇌과학자 Gazzniga(2008: 83) 의 말대로, We are social to the core. There is no way around the fact. Our big brains are there primarily to deal with social matters, not to see, to feel, or to cogitate about the second law of thermodynamics." 인간의 언어, ToM, 고도 지능 등은 모두 깊은 의미에서 사회적 동물 로서의 진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들 모두 흥미 로운 주제이지만 우리는 논의를 좁혀서, 행복과 사회적 동물 로서의 진화적 본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있어 행복은 중요한 주제였다.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특징적 나르시스와 행복사회 61

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행복은 윤리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선함의 문제가 곧 행복 의 문제였다. 선한 삶(good life) 이 행복한 삶(happy life) 이기에 최상의 행복은 곧 지고선 (Summum Bonum) 의 문제였다. 행복을 바라지 않는 인간이 누가 있겠는가 라며 Socrates 는 말 하기를 "to be happy means possessing what is good and beautiful"(symphosium); Nicomachean Ethics에서 Aristotle 또한 행복은 activity of the soul expressing virtue" 라고 결 론짓고 있다. ( 또다른 중요한 전통으로서, 쾌락상태의 유지를 행복과 등치했다는 면에서 Epicurianism 을 쾌락주의 (hedonism) 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Epicurus 는 신체와 마음 모두의 안정상태(aponia와 ataraxia ) 를 지향했고, 과도한 욕망이나 외부자극에 대한 절제를 강조 했다는 면에서 금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행복은 인의 궁극적 완성 혹은 영어로는 데 오늘날 흔히 생각되는 주관적 심리학적 차원의 eudaimonia 라는 개념으로 나타난다. eu(good) + daimon (spirit). 개 human florishing 으로 번역될 수 있는 이 eudamonia는 그런 well-being 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개념이었 다. 이것은 초월적이고 동시에 매우 사회적 인 성격의 개념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개인 이 eudaimon ( 즉 person-who-flourishes) 인가의 여부는 그가 죽은 후 2 세대가 지난 후에야, 즉 공적인 역사적 평가가 가능한 후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사회적 동물 이라는 Aristotle 의 언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는 폴리 스 공동체적 동물 ( Man is an animal of the polis(zōon politikon) by nature(physei ) ) 이라고 할 수 있다. 간략히 말해서 이말이 함의하는 바는, 각 개인은 공동체(polis) 에서 자기에게 부여받 은 본분, 즉 시민으로서의 공적인 사회적 역할을 성공적으로 다했을 때 비로소 덕(virtue) 을 갖 춤과 함께 eudaimon 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물론, 고대 그리스 polis는 여성과 노예 등을 제외 한 남성 자유민만을 시민 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feeling good = being good이고 여기에 Socrates 나 Aristotle 의 주류 흐름에서 강조되는 이성적 능력(rationality) 이 덕과 행복의 필수적인 조건이므로 이를 포함하면 <feeling good = being good = thinking good> 이라는 ( 행복한?) 삼중주 화음이 인간의 행복 조건이라고 정리할 수 있 다. 여기서 행복은, 아니 참다운 행복은, 잘 훈련되고 교육된 소수 엘리트들에게만 가능하고 합 당한 신의 축복에 가까운 것이었다.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행복의 관념에는 늘 초월적 차원이 개제되어 있었다. W. Benjamin(1968) 의 표현을 빌자면, our image of happiness is indisolubly up with the image of redemption. 행복의 이 초월적 차원의 내용은 시대마다 사회마다 다 달랐지만, 아주 예외적인 유물론이나 헤도니즘을 제외하곤 지금 여기 와 어느 정도 질적으로 구분되는 미래의 저 기 (other-worldly) 라는 지향을 안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최종 행복은 신적인 어떤 느 낌 (god-like feeling) 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으로 종종 상상되었다. 행복을 뜻하는 eudaimonia 개념 자체에 이미 어떤 영적인 것을 지칭하는 demon (spirit) 이 들어 있다. 물론 행복이 궁극적 으로 미래의 저세상에서야 비로소 완전해 진다는 관념이 가장 명확하게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6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것은 소위 동서양의 고등종교 믿음체계이다. 상식이지만, 기독교도이건 불교도이건 궁극적으로 행복은 미래에 예정된 것이고, 그것이 신으로부터의 선물( 구원) 이건 아니면 우리가 직접 신이 되는 것이건( 해탈) 하여간 지금 여기 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선 다를게 없다. 근대 이전, 인류의 대부분의 역사시대에 있어 종교적 가치가 주요한 아이디어로 군림한 것을 생각하 면 굳이 행복의 초월적 차원에 대해 따로 자세히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 가지: 나라이 임하옵시며. 크게 Weber 의 논지를 쫗아 말하자면, 저주받은 육신의 왕국 (kingdom of flesh) 과 선택된 소수를 위한 신의 나라 (St. Augustine, City of God) 의 날카로운 분리에 토대한 서구 기 독교의 구원논리에서 지금 여기 에 대한 혁명, 즉 근대성의 단초가 마련되었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소 역설적이게도, 영(soul) 이 떠난, 그와 대비되는 타락한 의미에서의 육 신 (flesh) 이 헛된 세속적 행복의 신기루의 장소가 아니라 바로 구원의 매개물( 정확하게는 예정 된 구원의 확신certitudo salutis) 로 전환되는 것이 근대성의 중요한 계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근대 개인 과 행복의 천부권리 Carlyle 이 1843 년 시점에서 Happiness our being's end and aim' is at bottom, if we will count well, not yet two centuries old in the world 라 목도한 대로, 많은 의미에서 행복 은 사 실 근대적인 현상이다.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는 진화해 왔고( 혹,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our brain is wired to connect with others ), 인간의 많은 본성들은 사바나 초원지대의 수렵- 채취 삶 에 맞추어 구비되었다. 근대가 진화론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것은, 인류가, 비록 사회적 동물의 생물학적 본성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 이라는 픽션을 천명했기 때문 이다. ( 픽션 이라는 표현에 대해: 근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문화에서는 사회를 종종 유기체로 비 유하여 생각해 왔다. 머리와 손발이 다르듯, 하늘로부터 고귀한 품성을 부여받은 이들과 그저 그 런 이들 간의 구분과 불평등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었다 ( 예를 들어, 朱 子 의 理 一 分 受, 혹은 Plato 의 세개의 타고난 계층 ). 선조들이 보기에 근대는 자기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자들 (Bourgeoise) 이 만들어낸 세상이다. 하여간 그것이 고귀한 피 건 평등한 개인 이건, 둘다 별로 신통한 객관적 설득력은 없는 것 같고 그런 면에서 둘다 fiction 이다.) 세속화와 더불어 개인의 구원 의 화두는 이제 그가 행복 한가의 화두로 바뀌게 된다. 구원에서 ( 세속적) 행복으로 라는 화두전환이 비록 서구 기독교 문화에 더 적절한 지 모르지만, 근대성이 역사적 보편논리를 갖는 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굳이 동서양, 혹은 특정 시기 여부를 크게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 근 대성의 최소조건을 필자는, 역사학자 Braudel 의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소수들의 다양한 특권 literties 에서 모든 이의 대문자 자유 Liberty 로의 역사적 진전으로 파악한다.) 사회적 동물로서 의 본성은 늘 뒤에 안고 있지만, 근대 개인 은 이제 자신의 사회적 구성성 자체에 대한 날카로 운 self-reflection 을 갖게되었다. 이제 개인 으로서 근대인은 보편적 자유 와 마찬가지로 보편적 행복 에 대해서도 천부적 권리로서 천명하게 되었다. 나르시스와 행복사회 63

"We hold these rule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 the pursuit of happiness." [ 미국 독립선언문, 1776] "The goal of society is common happiness(bonheur commum)." [ 프랑스혁명 헌법, 1794] 모두의 권리이기도 한 행복의 나라를 지금 여기 에서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얽힌 이후 스토리 는 자세히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Bentham) 의 부르조아 사회공학 이건, from private vice to public virtue 라는 보이지 않는 손 의 섭리이건 (A. Smith), 혹은 헤겔 을 제대로 뒤집어 만들어 내야하는 프롤레타리아 자유의 왕국 이건(Marx). ( 본 세션의 다른 발 표에서 근대사회의 행복이라는 주제를 다루므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비록 대도약 이후 인류는 진화론적 차원에서 엄청난 변화의 계기를 맞았지만, 문명기 이후 ( 즉 historic time) 인류는 여전히 이른바 'Malthusian check' 에 걸려 살아왔다 ( 유사이래 인류의 인구증가 추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근대 과학기술과 산업은 인간에게 획기적인 물적 풍요 를 가져다 주었고, 근대인은 최초로 맬더스 사슬 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근대성에 대한 불평과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리고 각자의 의미에서 일리있지만, 인간의 기본 물적조건과 수명, 건강, 안전, 편의 등등의 변화를 고려하면 우리는 근대이전 세대들보다 최소한 행복 의 필요조건 이라는 면에서는 유리한 것이 맞을 것이다. ( 행복의 여신 Felicitas 의 한 손에는 풍요의 뿔 (cornucopia) 이 들려져 있다.) 하지만 조금 아이러니하게도, 고통과 위험( risk 가 danger 의 미에서) 은 덜할지라도, 즉 이전보다 굳이 불행 하다고 볼 수는 없을지라도 웬지 우리의 불만 족 (discontent) 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In fact we find that the more a cultivated reason devotes itself to the aim of enjoying life and happiness, the further does man get away from true contentment. (Kant, Groundwork for the Metaphysics of Morals, 9). 현대 ( 자본주의 ) 사 회는 개인의 이해관계 (interests) 를 핵심으로 놓는다. 그런데, 칸트가 지적하다싶이, 공리주의 시 도에서처럼 도덕성을 이해관계에 정초하는 것은 ( 공리주의에서 처럼) 처음부터 실패를 노정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자기 성찰성을 획득한 근대의 개인 에게 이제까지 행복하게 어울렸던 < feeling good = being good > 의 자연스런 일치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나르시스와 행복의 덫 현대의 상업적 소비사회 (commercial society) 에서 모든 중요한 결정은 심각한 도덕이나 공공 선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취향과 선호의 문제(matter of individual preference) 로 되어 있다. 근대성과 근대문명이 창출해낸 성취들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천명한 자유로운 개인 의 픽션 역시 필자가 보기엔, 특히 진화론적으로 생각할 때, 대단한 종적 인간(human species) 의 업 적이라 생각된다. 비록 상품사회에서 개인들은 고귀함을 잃고 파편화되어 살아가게 되었지만 필 6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자는 자연으로 돌아가자 라는 식의 말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뒤로 돌아갈 길은, 필자가 보기엔, 없다. (Weber 의 말대로, 지식 나무의 실과(tree of knowledge) 를 따먹어 버린 근대인은 이제 되 돌아 갈 수 없다. ) 다른 한편으로, 비록 유토피아의 이상은 언제나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useful illusion 으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성을 한방에 싹 바꾸는 식의 혁명을 통해 Marx 나 Hitler 가 꿈꾸던 집단구원의 길도 거의 가망이 없다고 생각된다. ( 우리는 수많은 인간개조의 신화와 집단구원의 실험이 낳는 인간비극을 이미 지난세기에 충분히 목도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가 시장의 저그노트 (Juggernaut) 에 불나방처럼 몸을 던지는 눈먼 hedonist 로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위험이 있다. 많은 관념이나 이상들과 마찬가지로 행복 역시 상징적 동물로서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적 구 성물이다. 비록 상징적 행위의 산물이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돌이나 나무보다 덜 실재적인 것 은 아니다. 물리세계와 상징세계를 겹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에게 그것은 분명 중요한 실재이다. 개인의 자유나 존엄과 마찬가지로 행복 이라는 개념에도 근대 이벤트라는 역사적 성 격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행복 이 우리에게 갖는 본원적인 진지함과 가치적 보편성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건 최소인의 최소불행 (Ralws) 이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지만 우리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그 시도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 된 다. 정확하게 모두가 행복한 사회 가 무엇인지, 혹은 얼마나 가능한 것인지 필자는 모른다. 그런 데 대신, 어떤 문제점은 지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역설 하나를 제시하고 자 한다. 나르시스 (Narcissus) 의 행복역설 1: 모든 이가 나르시스로서 행복을 추구하면, 누구도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 Russel 은 일종의 논리적 유희로서 다음과 같은 역설을 언급한 바 있다: 많은 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산을 찾지만, 만일 모든이가 같은 생각에서 산에 오른다면 더 이상 산행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행복에 대한 지나친 개인 심리적 접근에는 일종의 역설이 있다. 사회성원 모두가 다 자아도취적으로 hedonistically 행복해 지는 상태를 이상이라고 보거 나 추구한다면, 그러한 상태는 도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아가 모든이의 그러한 개인심리적 상태는 모든이를 불행하게 만든다. 소크라테스나 부처는 나르시스적인 의미에서 과연 행복 했을까? 모든이가 다 소크라테스나 부처같은 성인들로만 이루어진 사회를 생각해 보자. 이들 사회는 과연 나르시스적인 의미의 행 복사회 와 비슷할까? ( 아마도 경제학도들은 이들 사회가 다른건 모르겠지만 하여간 효율적인 재 화의 배분이라는 면에서는 확실히 실패할 것이라는 점을 꼬집을 지 모르겠다.) 비록 근대세계에 서 우리는 행복에 대한 개인 으로서의 권리를 천명하지만, 그리고 그 권리는 상당히 중요한 천 명적 가치를 갖지만, 그러한 상징적 구성물 자체를 만들고 의미있게 만드는 일을 포함해서 인간 나르시스와 행복사회 65

이 지금의 인간으로 된 것, 즉 우리의 종적 본성은 여전히 깊은 의미에서 사회적 동물 로서 이 다. 시장이 가져다 주는 온갖 편의와 쾌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은 의미 를 따지고 때때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의미로 인해 괴로워 한다. 종종 학생들에게 재밌으라고 하는 말이 있다. 만일 지금 대도시 한복판에서 태어난 아기를 4 만년전 동굴사회에 갖다 놓으면 어떻게 될까? 혹은 반대로 4 만년전 아기를 여기에 데려 온다면? 대답은 물론,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종(species) 으로서 인류는 놀라울 정도의 협력 능력, 특히 among non-kin members 간의 협력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 최근 학자들 은 호혜성 (reciprocity) 등 여러 흥미있는 설명 기제를 연구하고 있다.) 대약진 이래, 문명과 최근의 근대 과학까지 인간 사회의 대부분의 성취는 이러한 타고난 협력능력의 산물이었다. 사회적 동물 의 주요한 함의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협력이 갖는 인간 지능의 집합적 성격이다. 만일 타 종들에 비해 인류가 높은 이성적 능력이나 놀라울 정도의 과학& 기술을 향유한다는 면에서 특이하고 또 우월하다면, 그것은 인간 개인들의 두뇌나 생물학적 능력이 갑자기 super 해 졌다는 의미에서 가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 낸 사회가 갖는 발현적 속성으로서, 즉 집합적 시스템으로서 그러하 다는 의미이다 (emergent system intelligence). 즉, 우리가 똑똑하다기 보단 우리가 속한 사회 가 똑똑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행복한 나르시스의 대전제는 그가 이미 사회 안에 있어야 한 다는 점이다. 나 의 나르시스적 행복을 위해선 다른 누군가 가 필요하다. ( 물론, 논리적으로, 다 른 이 들이 굳이 나르시스거나 혹은 행복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인간이 상징적 동물이 되고 의미의 바다에 빠져 살게 되는 순간, 그 자연적인 결과로서 인간 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이 되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욕망의 끝없는 충동에 대해 일찍이 루 소(Rousseau, Emile) 는 다음과 같은 숙고를 보여준다. 이미 지나온 나라는 우리의 눈에 더 이 상 보이지 않으므로 하등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게 되고 반대로 아직 밟아보지 못한 나라는 끝없 이 확대되어 보인다. 이렇게 하여 인간은 끝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지쳐버린다. 사회심리 학에 이른바 the tragedy of happiness' 혹은 'hedonic treadmill' 이라 불리는 이론이 있다. 마치 마약의 강도를 점점 높여야 처음의 쾌감을 유지할 수 있듯이, 우리의 쾌감기제는 계속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어있다. 만일 영화 <Matrix> 에서와 같이 인간 두뇌자체를 완전히 조작하지 않 는 한, hedonism 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길이다. 인간은 이미 단순한 쾌락이나 즐거움 이상의 무 엇을 찾는 존재, 즉 의미를 따져야 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루소가 ( 문명) 사회 자체가 인간을 ( 불평등하고 )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이라 하며 자연으로 돌 아갈 것을 주창했을 때 그것은 물론 우리가 수렵- 채취시대로 돌아가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바 로 자연적인 자기애 (amour de soi) 대신 사회는 경쟁적인 자기애 (amore propre) 를 배양하게 되 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보다 잘 나가는 것은 아주 기분좋은 일이다. 그런데, 아주 간단 한 논리지만, 인간이 우월한 지위를 통해 행복해 진다면 지위는 정의상 제로섬(zero-sum) 게임 이기 때문에 모두가 우월한 지위를 누릴 수는, 즉 행복해 질 수는 없다. ( 아무도 2등은 기억하 6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지 않습니다 라는 어느 대기업의 광고문구마냥.) 나아가, 모두가 행복을 위해 경주하고 그것이 당연한 일이 되는 현대사회에서 그 대열에서 뒤쳐진 개인은 이제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모두가 행복 강박증 에 시달리게 되었다. 루소는 일찍이 왜 근대에 이르러 대다수 사람들이 끊임없이 ( 불행까진 아니더라도 ) 불만족에 시달려야 하는지 간파하고 있다: It is by dint of agitating ourselves to increase our happiness that we convert it into unhapiness." (Rouseaue, Emile, 81-82). 행복에 대한 강박적 요구로 가득찬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남들만큼 행복하지 못하다는 초조 혹은 불행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등으로 채색된 새로운 종류의 불행을 맛보게 된 것 같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우리 귀청에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이 행복 강박증이 왜 너무도 쉽게 실패를 노정하고 있는지는 인간 마음의 또다른 역설적인 작동기제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모든이가 행복을 추구하지만, 매우 종종 행복은 그 자체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다른 일, 다른 이 에 대한 몰두와 헌신의 부산물로 얻어진다는 점이다. ( 예를들어, 심리학자 M. Csikszentmihalyi 의 flow" 이론.) J. S. Mill 은 말하기를, Ask yourself whether you are happy, and you cease to be so." 마치, 잠을 청하려고 자야지, 자야지 되뇌이면 되뇌일수록 더 불면에 시달리듯, 행복 한가 의 질문을 강박적으로 묻는 행복사회 프로젝트 는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상 잘 작동이 안되 게 되어 있다. 최소한, 다른 이 의 열등과 불행을 대가로 어떤 이 는 나르시스로서 행복해 질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 소비사회의 다이내믹스는 단지 현재의 위치를 지키기 위 해서 계속 있는 힘껏 뛰어야 하는 바로 이러한 끊임없는 Red Queen race (L. Carroll, Through the Looking-Glass ) 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필자의 요지는, ( 어떤 이 만 아니라) 모든 이 가 나르시스로서 행복한 사회는 없다는 것이다. 나르시스 (Narcissus) 의 행복역설 2: 모든 이가 나르시스로서 행복을 추구하면, 전제적 Big Brother가 모든이의 행복을 규정하고 강제하며 결국 나르시스적 행복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19 세기 초, 당시 신생국 미국사회를 보면서 토크빌(A. Tocqueville, Democracy in America) 은 ( 공화제적 ) 민주주의가 향후 인류사회의 대세가 될 것임을 예견한 바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토크빌은 평등주의와 산업적 번영이 자칫 원자화된 개인주의와 맞물릴 때 민주주의가 순식간에 전체주의적 메시아를 열망하며 전락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통 해 근대 민주주의의 성공의 열쇠를 토크빌은 활성화된 시민사회에서 찾고 있다. 만일 물질주의 의 혜택과 함께, 모두가 다 자신만의 조그만 세계 에 갇혀 자신만의 자그만 복락("petty pleasures") 에 몰두한다면, 공적 이슈들에 대한 시민으로서의 자발적참여와 결사들은 와해될 수 밖에 없다. 모든 골치아픈 일들은 내가 알아서 다 할테니까 당신은 개인 일에나 신경쓰세요. ( 그 리고, 부 자 되세요.) 원자화된 시민들의 민주주의는 자연스럽게 모든 ( 공적인) 일을 다 알아서 나르시스와 행복사회 67

해 주는 자애로운 독재자 를 불러오게 된다. 토크빌은 왜 우리가 시민으로서 타인의 행불행 그리고 공동체 전체의 공공적 이슈들에 대해 자발적으로 땀과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무 언가 고귀한 도덕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도 아니고 우리의 사적 이해관계가 ( 마치 Marxism 이나 심지어 Rousseau 에서 처럼) 문제가 있는 것이어서 그를 억제해야 좋다는 이유에서도 아니다. 다 름아닌 바로 우리의 사적 이해관계와 우리의 행복이 장기적으로는 그러한 공동체의 이슈와 긴 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크빌은 당시 township meeting 에 분주한 미국인들에게 이것은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상식적인 원칙이 되고 있음을 목격한다; the principle of self-interest properly understood. 어찌보면, 과거의 신분제 사회가 아니라 바로 근대의 평등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욱더 자기 만족에 몰두하며 이웃과의 비교 때문에 강박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물질적 풍요와 산업적 번영 속에서도 늘 부산떨며 초조해 하는( restless in the midst of abundance ) 현대인들 ( 구대륙에 비교하여 당시 미국시민들 ) 의 아이러니를 보며 토크빌은 말하기를 they could not win them without effort, or indulge in them without anxiety. 행복 자체가 근대적 구성물이라 면, ( 이전 세대에 비해) 행복해 지고자 풍요 속에서 잠 못 이루는 현대인의 모습은 어찌보면 그 리 이상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행복 의 내용이 자기만의 자그만 복락( petty pleasures ) 으로만 채워진 것이라면 나르시스들의 행복은 좌초될 수 밖에 없다: lasting happiness cannot be won except at the cost of a thousand ephemeral pleasures. 나르시스가 행복해 지는 중요한 전제의 하나는 바로 그것이 나만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런 데, 만일 누군가가 나 의 행복을 규정하고 나아가 강제한다면? 강제된 행복 은 가능한가? 모순 어법(oxymoron) 은 아닐까, 특히 나르시스에겐? 우리의 현명하신 지도자 Big Brother 는 진정한 나의 행복 이 무엇인지 깨우쳐준다. ( 어떤 TV 개그물이 연상된다. 행복해 지고 싶어? 행복해 지고 싶으면 연락해! ) 모든 이가 다 나르시스인 사회에서 이제 비극적 아이러니는 그나마 나만 의 행복 도 규정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군소리하는 나르시스에게 지도자 동지는 찌푸리며 말한다, In fact, you're claiming the right to be unhappy." 필자는 두 번째 역설에 대해 너무 과장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싶지는 않다. 아주 간단하게, 누 군가는 나르시스, 나머지는 마더 테레사 면,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 위의 역설명제 는 모든 이가 나르시스라면 이라는 조건에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발 더 나가면 실제적인 문 제에 봉착하게 된다. 만일 대부분이 나는 나르시스, 너는 마더 테레사 를 주장한다면? 만일 상황 이 이렇게 간다면 마치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비슷하게 우리는 또다시 나르시스 행복의 덫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6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행복해 지고자 우리 모두가 다 애쓰지만, 그리고 행복의 열망은 부인할 수 없는 현대인의 존 재조건이지만, 그런데 혹시 그게 다인가? 나르시스의 덫을 피하면서 다름아닌 바로 행복해 지 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행복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것이 어떤 이에게는 구원, 어떤 이에게는 진리, 또다른 이에게는 아름다움인지 필자는 모르겠다. 필자에게 인간의 존엄 (dignity) 와 자기실현 등은 행복보다 상위의 가치일 것 같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위해 개인의 자유, 특히 정치적 자유는 불가결한 필요조건이다. J. S. Mill(On Liberty ) 은 말하기를 "He cannot rightfully be compelled to do or forbear because it will be better for him to do so, because it will make him happier, because, in the opinions of others, to do so would be wise or even right." 물론 이것은 일종의 고전적 자유주의 입장( 혹은 bourgeoise 가치) 이고, 개인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시민적인 역량( 경제학자 A. Sen이 말 하는 civic capacity ) 이 이미 구비되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웰빙 코리아 와 토크빌 한국사회에 대한 짧은 단상으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어찌보면 사회학도로서 한국사회에서의 행복담론 현상에 대한 보다 사회학적인 분석과 언명이 더 요구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 면제약의 문제도 있고, 이문제는 자체로 꽤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략하게 언급해 보기로 한다. 우리는 왜 지금 행복에 대해 갑자기 열을 올리며 말하게 된 것일까? 우리는 왜 다른 산업국가 들에 비해서 행복에 대한 경쟁적 몰입이 심하고 자족의 가치가 덜한 것 같을까? 행복의 지름길 을 혹시라도 놓치지 않았을까 불안해 하며, 남들보다 늦지 않았을까 등의 초조감에 시달리고 있 는 것은 아닌지? ( 한국인의 다이내믹스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행복의 지름길이라도 있다면 한국 인은 극성스럽게 행복속성반, 철야기도 나 삼천배 등에 몰두할 것 같다. 외국인들이 신기해 하 듯 우리는 뭐든지 팔리 팔리 니까.) 사회학자 전성우교수가 종종 언급하는 그의 큰 역사해석 틀이 있다: 生 存 - 自 尊 - 共 尊. 이 는 특정한 내용의 주장이기 보다는 자기발견적 (heuristic) 틀이기 때문에 필자도 여기서 이를 이 용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 행복에 대한 관심과 몰입은 생존 단계를 넘어 자존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본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 속된 말로,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야 나는 과연 행복한지 등에 대한 성찰적 관심이 생길 수 있다. ( 근대의 행복추구권에는 시장의 풍요의 뿔 이 전제로 필 요했다.)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한국사회의 그간의 경제성장의 과실로서 우리는 이제 개인적 웰빙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돌릴 여유를 갖게 되었다. 자존 은 또한 어느정도의 시민적 권리 를 요구하고 또 받침이 되어야 한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전세대들의 큰 화두였던 정치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었다는 말이다. 물질적, 정치적 요인 말고 자존 은 사회문화적으 나르시스와 행복사회 69

로 개인 의 부각을 함의한다. 개인주의가 자체로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지 만, 하여간 한국사회는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시장주도 사회로 급격하게 재편되었고 자연스럽게 개인주의 가치가 빠르게 확산되게 되었다. 단지 살아남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게 잘 사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지금 나의 삶 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등에 자기성찰적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시대적으로, 최소한 그러한 여지는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소위 웰 빙 상품화와 매스미디어의 북치고 장구치고 가 적절하게 가세하고 있다. 개인적인 삶의 만족과 행복에 관심을 돌리는 일이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 리가 지금 어디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지, 최소한 잠시 생각은 할 필요가 있다. 토크빌이 그리 는 풍요속에 초조해하며 부산떠는 현대인에서 필자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개인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경제적 번영 그리고 개인적 행복을 위해서는 어느정도 필수적인 요인이라고 본다. 더 이상 멸사봉공 일사불란 식의 병영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공공적 관심, 시민적 참여와 덕성과 함께 가지 못하면 그 것은 원자화되고 파편화된 나르시스들을 만들게 되고 우리는 위에 언급한 행복의 덫에 걸리게 된다. 자존 을 넘어, 공존 단계의 행복은 무엇인가? 그것은 필요한 것인가, 아니, 가능한 것이긴 한 가? 한국사회에서 그간의 지나친 집단주의 가치가 너무 심해서였는지 최근 우리사회는 반대편 의 개인주의 방향으로 ( 특히 새세대들을 중심으로 ) 급속하게 선회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이 선회의 성격이 필자가 보기에 매우 이기적인 개인주의의 모습을 띄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 를 낳게 한다. 기본적인 공공적 관심이나 시민적 의식 없이, 남들이야 어쩌건 말건( 나는 나르시 스, 너는 마더 테레사 ), 나만 내 자식만 의 이기적인 웰빙 추구가 분출하고 있는 듯 하다. 부분 적으로는, 한국사회가 현재, 특히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계층재구조화의 마무리 단계에 있고, 따 라서 개인들 사이에 경쟁적인 pecking order ( 지위경쟁 ) 싸움이 한창인 때문도 있을 것이다( 김 문조, 2008 참조). 우리는 지금 나르시스들의 행복사회로 질주하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 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행복이나 행복담론은, ( 현재 목도되고 있듯이 서점가 나 방송물에 범람하고 있는) 지극히 나르시스적이고 상업적인 소위 웰빙 상품 이나 웰빙 심리 학 등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것 같다. 개인의 자유를 보전하면서 동시에 나르시스의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서는 시민으로서의 공공적 관심이 개인주의와 동시에 배양되어야 한다. 필자는, 공 자왈 맹자왈 식의 거룩한 말의 상찬이라기 보단 차라리 마키아벨리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음 을 지적하고 싶다. 함께하는 행복 이 곧 장기적으로는 바로 나 자신의 행복 이라는 언명이 단지 공허한 상투문구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지금 긴급하게 숙고하고 선택해야 하는 실천적인 문제 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7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행복한 시지프스? 인간이 의미를 찾는 동물이 되면서 수많은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 잘 사는 것 은 무언 가라는 질문도 그중 하나이다. 다른 상징처럼 이또한 자의적이고 애초에 시원한 대답은 기대하 기 어려운 질문이다. 비록 우리가 사는 현대의 상황은 분명 고대그리스의 polis 도 아니고, 더 이 상 환상적인 Deus ex māchinā ( 신적 구원) 을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여전히 우리의 행복 에는 단순한 행복 그 너머의 차원이 늘 개제되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변 주해 갈 것이다, 비록 끝은 없겠지만. 아마, 지도자 Mond 나 신들은 납득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자기모순 속에서 인간들은 감히 시지프스가 행복하다고 상상할 수 있는지를. At that subtle moment when man glances backward over his life, Sisyphus returning toward his rock, in that silent pivoting he contemplates that series of unrelated actions which becomes his fate, created by him, combined under his memory's eye and soon sealed by his death. Thus, convinced of the wholly human origin of all that is human, a blind man eager to see who knows that the night has no end, he is still on the go. The rock is still rolling.... The struggle itself toward the heights is enough to fill a man's heart. One must imagine Sisyphus happy. [Camus, The Myth of Sisyphus] 고도를 기다리며... VLADIMIR: You must be happy too, deep down, if you only knew it. ESTRAGON: Happy about what? VLADIMIR: To be back with me again. ESTRAGON: Would you say so? VLADIMIR: Say you are, even if it's not true. ESTRAGON: What am I to say? VLADIMIR: Say, I am happy. ESTRAGON: I am happy. VLADIMIR: So am I. ESTRAGON: So am I. VLADIMIR: We are happy. ESTRAGON: We are happy. (Silence.) What do we do now, now that we are happy? VLADIMIR: Wait for Godot. [S. Beckett, Waiting for Godot] 참고문헌 ( 생략) 나르시스와 행복사회 71

제 1-2 세션: 행복의 제도론 - 간지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김 윤 태 ( 고려대 사회학과) 요약 이 논문은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분석이 어떻게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검토한다. 먼저, 이스털린 역설 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들이 일정한 소득수준이 넘으면 삶의 만족감은 증 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돈이 행복을 사지 못한다는 이스털린의 역설 은 정확한 사실을 제시했음 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결론을 도출했다.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수준과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의 행복감은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다른 사회의 욕구 조건의 차이를 고려해 서 삶의 만족을 평가해야 한다. 결국 이스털린 역설 은 다른 나라의 사회발전 단계를 고려한 시 간의 틀 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둘째, 행복의 측정을 위해서는 객관적 방법과 주관적 방법 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객관적, 계량적 사회통계와 함께 주관적, 심리적 만족을 정확하게 이 해해야만 효과적인 공공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국민행복지수 를 효과적으로 조사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삶의 질과 주관적 안녕의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 한 사회적 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질을 측정하는 방법도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셋째, 경제가 성장할수록 국민의 행복이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국가의 행복지수는 객관적 지표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정부의 공공정책은 비물질적 가치도 충분하게 고려하면서 국민의 행복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정부의 공공정책은 국내총생산 대신 국민행복수준 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부는 분명 우리가 추구하는 선이 아니다. 왜냐하면 부가 이바지하는 유일한 목적은 무언가 다 른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이미 언급한 목적 ( 즐거움, 미덕 그리고 명예) 은 선으로 고려될 만한 더 나은 자격을 갖추고 있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75

1. 머리말: 왜 행복인가? 최근 행복(happiness) 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사회과학에서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었다. 1) 많은 정부들도 행복의 증진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인식하고 있다. 일찍이 1970 년대부터 부탄은 국민 총생산 (Gross National Product) 대신 국민총행복 (Gross National Happiness) 을 발표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1990 년대 이후에는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와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도 행 복에 관한 많은 연구를 발표했다. 영국과 캐나다의 통계청은 행복을 측정하는 사회적 지표를 개 발하려고 노력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행복결정 요인과 행복지수에 관한 다양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승권 외, 2008). 그러나 행복을 관한 다양한 연구만큼 행복의 개념도 다양하다. 행복의 객관적 환경 요인을 강 조하는 경우에는 안녕(well-being), 삶의 질(quality of life) 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에 비해 행복의 주관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우 주관적 안녕(subjective well-being), 삶의 만족(life satisfaction) 이라는 용어가 쓰인다. 여기서 행복은 개인의 전체 삶에 대한 주관적 감정과 평가를 가리킨다. 행복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네덜란드 사회학자 루트 빈호번은 삶의 만족을 생애 기간 과 지속성에 따라 일시적 만족, 범주적 만족, 좋은 경험, 생활의 만족( 행복) 으로 구분했다 (Veenhoven, 1984). 그는 개인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만족을 느낄 때 행복 이라고 보았다. 이 글 에서는 행복, 주관적 안녕, 삶의 만족을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다. 행복에 관한 초기 연구는 주로 철학, 심리학에서 시작했다가 점차 경제학, 사회정책에서도 중 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다. 다만 사회학에서는 아직도 행복에 관한 연구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사회학자들이 현대사회의 사회문제를 중시하는 대신 주관적 안녕의 증가를 중요하게 보지 않으 며, 개인의 행복을 상대적인 관념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Veenhoven, 2007). 하지만 주관적 안녕은 사회정책의 결정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 소로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사회적 관계, 공동체, 사회자본 등 사회의 질적 차원이 주관적 안녕 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행복에 관한 연구가 경제학의 영역을 뛰어 넘어 사회심리학과 사회학의 차원까지 검토하려는 시도는 행복을 증진시키는 공공정책의 새로 운 접근법을 요구한다. 이 논문에서는 행복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검토하면서,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분석이 어떻게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검토한다. 먼저, 소득수준과 삶의 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여러 가지 논쟁과 사례를 살펴본다. 많은 경험적 연구를 보면 개인들이 일정한 소득수준이 1) 서양의 역사를 보면 행복은 정신적 차원의 만족을 가리키는 의미를 가졌다. 그리스 시대에는 행복을 미 덕으로 보았고, 로마 시대에 행복은 번영과 신성한 은혜로 보았으며, 기독교 시대에 행복은 신과 동의어 이었다 (McMahon, 2006).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행복이 운명이나 신의 섭리가 아니라 개인 의 노력에 의해 획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고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 행복이라는 용 어가 사용된 것은 현대적 현상이다. 서양의 행복을 일본어로 번역할 때 사용한 한자어 행 과 복 은 주로 물질적 풍요와 관련이 깊다. 오히려 서양의 행복을 가리키는 말은 동양에서는 안심 과 안락 이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 한국의 경우에는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 (1999) 를 보면, 행복은 심신욕구가 충족되어 만족감을 느끼는 정신상태 라고 표현했다. 현대 한국에서도 행복은 특정한 심리적 상태를 가리 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7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넘으면 삶의 질을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결국 돈은 행복의 필수조건이지만 행복의 충 분조건은 아니다. 다음으로 행복의 측정을 위해서는 객관적 방법과 주관적 방법을 동시에 고려 해야 한다. 객관적, 계량적 사회통계와 함께 주관적 안녕을 정확하게 이해해야만 효과적인 공공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이 논문은 한국 정부가 국민행복지수 를 효과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삶의 질과 주관적 안녕의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 소득 수준이냐, 삶의 질이냐?: 이스털린 역설의 재검토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 (GDP) 를 발전 또는 진보 를 측정하는 척도로 간주했다. 국내총생산은 한 해 동안 모든 가구에서 구매한 재화와 서비스의 총합을 가리킨다. 이는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의 임금과 이익의 총합과 같다. 최근까지 국내총생산은 삶의 질 또는 생 활수준 (standard of living) 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인간의 역사를 보면 이 주장은 어느 정도 맞는다고 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얻어 새로운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스 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대중소비사회 의 등장은 미국 역사학자 대린 맥마흔이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McMahon, 2005: 283): 브라질 커피든, 서인도 설탕이든, 버지니아 담배든, 영국 도자기, 직물, 사치품이든 간에 현대 식 의류의 폭발하는 시장처럼, 기분과 상상, 패션, 추세에 맞추어 다양한 층에 맞게 모든 것 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즐거움에 매료된 당대인들의 마음을 곧바로 사로잡았다. 프랑스 정부 관료이자 철학자인 안느 로베르 자크 튀르고가 고찰한 것처럼, 현대의 상업적 사회에서 사람들은 말하자면, 행복을 사고팔았다. 행복에 관한 경제학적 접근법의 대표적 척도는 국내총생산 (GDP) 이다. 세계은행에서는 매년 국내총생산을 발표한다. 하지만 국내총생산의 측정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범죄가 늘어나고 감옥에 죄수가 많이 수감될수록 정부지출이 늘어난다면 국내총생산도 늘어난다. 그러 나 범죄가 늘어나고 죄수가 많아질수록 행복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회사에 과로로 질병에 걸린 직원들의 병원 진료비가 비쌀수록 의료기관의 수입이 증가하고 국내총생산 도 늘어난다. 진료비 지출이 증가하면 가정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의 행복은 줄어 들 것이다. 이처럼 국내총생산은 경제지표로서는 유용할 수 있지만,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는 도 구로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행복을 측정하는 경제학적 접근법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가장 유명한 주장으로 이스털린 역 설 (Easterlin Paradox) 이 있다. 1974 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국내총생산의 상승에도 불 구하고 평균적 행복감이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asterlin, 1974). 이 주장은 당시에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서양 사회의 실질임금 성장에도 불구하고 행 복감은 상승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973 2004 년 동안 실질임금은 2 배로 증가했으나, 행 복감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마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듯 하다.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77

자료: General Social Survey. [ 그림 1] 미국인의 평균 행복과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의 변화 이스털린 역설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경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득 수준의 급 상승한 일본과 유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Easterlin, 1995). 다른 연구에 따르면, 개 인의 소득이 빈곤선 (poverty line) 과 생존 수준 을 넘어서면 행복감이 증가하는 주요 요인은 소 득이 아니라 친구와 좋은 가족생활이다 (Lane, 2001). 미국의 경우 개인의 생존 수준 은 연 1만 달러의 소득 수준을 가리킨다. 이러한 견해를 극단적으로 받아들이면 선진국의 경제성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더 이상 정부 정책의 주요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Oswald, 1997).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박도 존재한다. 일부 국가의 주관적 행복에 관한 조사를 보면, 소득과 행복은 긍정 적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소득이 높은 사람이 소득이 낮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 다고 느낀다. 문제는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국가별 비교연구를 보면 소득 수준과 행복은 거의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50 년대에서 1970 년대까지 국민소 득은 7 배 증가했으나, 삶의 만족도는 국민소득이 최하위권인 필리핀과 비슷한 정도로 하락했다. 7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자료: Inglehart and Klingeman (2000) [ 그림 2] 행복과 1인당 국내총생산 미국 미시간 대학 사회학자이자 정치학자인 로널드 잉글하트는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 각국 의 행복지수 를 발표했다 (Inglehart, 1990).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과 삶의 만족감의 관계를 보 면, 15,000 달러를 넘으면 수확체감 을 보이며 사실상 행복은 소득과 거의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잉글하트는 선진국에서 물질적 소비와 안전에 대한 강조에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의 증 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 탈물질주의적 가치' 를 중시하는 변화 과정을 조용한 혁 명 (silent revolution) 이라고 불렀다. 물론 개인의 삶의 질에는 먼저 경제, 환경 등 객관적 지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소한의 경제적, 신체적 안전이 보장된 이후에는 인간의 사랑, 존경에 관한 욕구가 점차 커지고, 그 다음에는 지적, 심미적 만족이 중요성을 갖는다. 잉글하트의 연구 결과는 미국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의 주장과 비슷하다(Maslow, 1970). 그는 인간 욕구(need) 가 하위 단계에서 상위 단계를 향해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하 위 단계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 욕구가 발생한다는 욕구 단계설 을 주장했다 (Maslow, 1970). 그의 분류에 따르면 생리적 존재, 안전, 소속, 자기존중, 자아실현 의 순서로 추구한 다. 결국 인간에게 최고상위 욕구는 육체나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매슬로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79

우의 욕구 이론 은 부의 증가가 높은 수준의 정신적 욕구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이 유를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돈이 행복을 사지 못한다는 이스털린의 역설 은 정확한 사실 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결론을 도출했음을 알 수 있다.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이 행복 을 느끼는 수준과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의 행복감은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다른 사회의 욕구 조건의 차이를 고려해서 삶의 만족을 평가해야 한다(Veenhoven, 1989). 결국 이스털린 역 설 은 다른 나라의 사회발전 단계를 고려한 시간의 틀 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면 선진국에서는 소득 수준은 높은 수준의 삶의 질과 더 이상 관련이 없는 것인가? 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2006) 는 국가의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국내총생산 이외에도 소득불평 등과 다양한 사회적 지표들을 포함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국내총생산과 다른 지표의 순위는 대 부분 비슷했다. 결국 국내총생산이 높을수록 다른 사회적 지표도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총생산이 많은 나라에서 여가시간도 많고 사회적 평등 수준도 높았다. 국내총생 산이 높은 나라일수록 사회적 관용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복지에 대한 지지도 높은 편이다 (Friedman, 2005). 부유한 국가들이 훨씬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건강 수준도 높다. 이는 국내총생산이 전반적 행복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결국 돈은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행복의 측정도 국내총생산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측정을 삶의 질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성장과 삶의 질은 마차의 두 바퀴와 같기 때문이다. 3. 어떻게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가?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폰 하예크는 < 예종의 길> 에서 수백만의 인구의 복지와 행복은 한 가지 척도로 측정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실제로 행복을 측정하는 수많은 연구는 행복을 결정하 는 요인으로 다양한 원인을 제시한다. 개인적 요인( 기분, 유전), 상황적 요인( 건강, 결혼), 인구학 적 요인( 성별, 연령), 경제적 요인( 소득 수준, 실업, 물가), 제도적 요인( 사회의 운영체제 ) 이 중요 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그 외에도 소득 재분배, 불평등, 사회복지, 종교, 평화, 역사적 배경, 긴밀 한 가족관계, 직접민주주의, 정치참여 등 실제로 가능한 이유는 무수히 많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도 건강, 공동체의 안전, 교육 등의 영역의 사회적 관심에 긍정적 기여를 하는 것으로 간 주된다. 최근에는 행복 측정을 위해 환경오염과 테러리즘과 같은 요소를 조사하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에 행복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에서는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개인의 행복에 영 향을 주는 다양한 삶의 질 의 요인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삶의 질에 관한 연구는 객관 적 방법과 주관적 방법으로 구분된다. 먼저, 객관적 방법으로 유엔 개발계획 (UNDP) 의 인간개발 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 가 있다. 유엔의 인간개발지수는 국내총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세계은행과 달리 경제 이외의 요소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본다. 이는 국 내총생산보다 사회적 역량 을 강조한 인도 출신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 교수의 주장에서 많은 8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영향을 받았다(Sen, 1999). 인간개발지수는 매년 1 인당 국민소득, 평균수명, 성인 문맹률을 토대 로 발표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물질적 풍요 이상의 중요한 삶의 차원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삶의 질에 관한 주관적 측정은 미국 심리학자 다이너의 주관적 안녕(subjective well-being: SWB) 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제시되었다 (Diener et al., 1995). 주관적 안녕은 객관적 삶의 질과 독립적으로 한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지를 의미한다. 빈호벤(Veenhoven, 1984) 은 주관적 안녕의 측정을 위해 정서(affection) 와 인지 (cognition) 를 구분하는 방법이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정서적 요인은 감정과 느낌을 가리키며, 인지적 요인은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삶과 이상적 삶의 모습과 차이를 가리킨다. 행복감을 정 서적 측면과 인지적 측면으로 구분하는 작업은 연령에 따라 변화하는 행복감과 삶에 대한 만족 도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하면서 정서적 행복감은 감소하는 반면, 삶 에 대한 만족도로 표현되는 인지적 행복감은 증가한다(Campbell, Converse and Rodgers, 1976). 주관적 안녕이 일시적인 기분이나 정서가 아니라 장기적 상황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긍정 적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긍정심리학 은 주관적 안녕의 수준을 증진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Seligman, 2006). 2) 심리학자들은 정부 정책을 만들고 한 국가의 성공을 정치적 평가하기 위해 주관적 안녕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를 주장하는 심리학자들은 심리학 이론과 실험이 정치적 통치구조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관적 안녕에 관한 조사는 다양한 행복에 관한 연구에서 사용된다. 빈호벤 교수가 주도하는 세계행복데이터베이스 (World Database of Happiness) 는 매년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측정하여 발표한다. 미시간 대학은 세계가치조사 (World Value Survey) 를 5 년마다 실시하여 행복을 측정한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신경제재단 (New Economics Foundation) 은 2006 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행복지구지수 (Happy Planet Index: HPI) 를 측정하여 발표한다.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의 측정은 주로 국내총생산 (GDP) 과 인간개발지수 (HDI) 가 다루지 않는 생활 만족감, 기대수명, 생태발자국 지수(ecological footprint) 등을 다루고 있다. 특별히 주목을 받는 생태 발자국 지수는 인간이 소비하는 에너지, 식량, 주택 등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생산하 고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것을 가리킨다. 현재 생태 발자국 지수는 이미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기준을 25% 나 초과했다고 본다. 2009년 6 월 영국 신경제재단 (NEF) 이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 면, 중남미의 코스타리카가 76.12 를 얻어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 타리카는 국민의 85% 가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평균수명은 78.5 세이며, 에너지 사 용량의 99% 를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군대도 보유하지 않아 평화로운 나라라는 자부심 이 강하다. 일본은 75 위, 미국은 최하위권인 114 위를 차지했다. 행복지수가 높은 상위권 국가는 주로 도미니카, 자메이카 등 중남미 국가이다. 지난 수년간은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가 비교적 행복지수가 높았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하 경제가 악화되고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 2) 긍정심리학 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이 1998 년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 용어는 불 안, 우울,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보다 개인의 강점과 미덕 등 긍정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심리학의 새로운 조류이다.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81

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삶 의 질은 1960년대에 비해 전체적으로 15% 이상 향상됐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떨어졌다. 신경 제재단의 행복지수는 영국을 비롯하여 많은 유럽연합 (EU) 국가에서 널리 사용된다. 행복을 측 정하는 방법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는 비판 을 받기도 한다. 이는 정치적 자유, 인권, 노동권을 완전히 무시한다. 생태 발자국 지수의 기준이 정교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행복 과 만족 의 평가가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기 때문에 복잡한 문화적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료: The New Economic Foundation(2009), The Happy Planet Index 2.0. [ 그림 3] 세계 지역별 행복지구지수(HPI) 실제로 행복의 주관적 측정에는 사회문화적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조사를 보면,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들보다 더 행복을 느낀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서양 사람들 은 개인이 행복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한 반면, 동양에서는 행복은 외부에 서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개인주의적 문화를 가진 서양 사람들은 개인적 성 취와 물질적 만족을 중시하는 데 비해 집단주의적 문화를 가진 아시아 사람들은 가족, 공동체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아시아 국가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개인의 소득이 증가하고 사회적 상향이동이 이루어졌지만 전통적인 사회규범이 개인의 행복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 아시 아 국가는 기술발전에 따라 생산방식은 변화했지만 전통적 가치관이 남아있어 문화지체 (cultural lag)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일본 사람들이 집단 내부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 8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는 의견을 회피하는 감정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 문화적 규범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Diener and Oishi, 2006). 더 큰 문제는 행복에 대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측정한 주관적 삶의 질은 객관적인 삶의 질과 상당히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2009 년 호주의 인간개발지수 (HDI) 는 세 계 4 위였지만, 실제로 삶의 만족 수준은 그만큼 높지 않다. 특히 호주 사람들의 직업 만족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Blachflower and Oswald, 2005). 반면에 경제적으로 가난한 부탄 의 인간개발지수는 2007년 기준 세계 131 위에 불과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자연을 보 호하기 위해 개발을 규제하며 관광객의 인원도 제한한다. 하지만 부탄은 2008년에야 입헌군주국 을 표방했고 총선거를 실시했다. 부탄은 전통문화를 보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텔레비전과 인터 넷의 사용을 금지했다가 1999 년에야 허용했으며, 심지어 네팔 난민을 격리하면서 문화적 동질성 을 유지하려고 시도한다. 부탄의 경우 경제적 수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삶의 질이 높 은 사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주관적 행복감은 매우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결국 삶의 만족 은 사회의 발전단계에 따라 매우 다른 상대적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와 삶의 만족을 측정하는 주관적 지표는 결국 한 사회 내부의 사회적 관계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삶의 질과 주관적 안녕의 측정은 주로 개인적 차원의 계량적, 객관적 지표에 관심을 가진데 비해, 1990 년대 중반 유럽에서 사회적 질 (social quality) 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했다. 유럽의 사회적 질 재단(EFSQ) 은 사회적 질 이란 자신의 안녕과 개인적 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건에서 자신의 공동체에서 사회경제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 라고 정의했다. 사회적 질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토대로 자원, 연대감, 접근과 참여, 역량 강화 등 네 가지 구성요소를 포함한다 (Maesen and Walker, 2002). 사 회적 질의 네 가지 차원의 지표를 종합하여 사회적 질을 지수로 표현한다면, 사회경제적 안전 (socio-economic security), 사회적 결속력 (social cohesion),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 사회 적 역량강화 (social empowerment) 로 구분할 수 있다. 3) 2006 년 유럽연합 (EU) 에서 사회적 질의 지표를 활용하여 세계 10 개 도시의 비교연구를 보면, 런던, 스톡홀름, 토론토, 뉴욕의 순서로 주관적 행복감이 높았다. 각 도시의 시민 1,000명의 면접 조사로 이루어진 연구 결과를 보면, 각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행복감은 사회경제적 안전보다 사회적 결속력, 사회적 포용, 사회적 역량강화가 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 다. 런던의 경우에도 사회경제적 안전과 사회적 역량강화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사 회적 결속력과 사회적 포용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사회적 질에 관한 연구 는 경제정책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정책을 중시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강조한다. 3) 사회경제적 안전은 빈곤율, 주택보급율, 건강보험의 수혜범위, 고용안정성, 산재 등을 조사한다. 사회적 결속력은 개인적, 사회적 신뢰의 수준, 이타심, 시민적 참여의식, 다원주의, 관용성을 파악한다. 사회적 포용의 기준은 공적연금에 대한 기입율, 남녀간 임금격차와 공직진출율의 차이, 노동시장 내 장기실업자 의 비율과 비자발적으로 차별받는 비정규직의 비율, 노숙자 수, 사회보호시설 수감자 등을 포함한다. 사 회적 역량강화는 신문, 인터넷 문화예술시설 이용율, 각종 투표율과 자발적 결사체의 참여율, 정치적 의 사결정 기제의 존재, 노조 조직율, 단체협약의 포괄성, 사회보장과 복지예산 규모를 확인한다.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83

4. 행복은 국가의 목표가 될 수 있는가? 과연 정부가 개인의 행복을 관리하고 증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영국 소설가 아돌스 헉슬 리는 1932 년에 쓴 < 멋진 신세계> 에서 미래 사회의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사회를 통제하는 현실을 묘사했다. 멋진 신세계 에서는 어린 나이부터 개방적인 성이 보장되고 물질적 쾌락의 지속적 소비가 보장된다. 아름다운 인류 를 위해 매일의 노동과 오락이라는 굳건한 기 반 위에 구축된 행복은 멋진 신세계 의 궁극적 목적이다. 그러나 행복의 지나친 통제가 곧 인간 의 불행을 만들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일찍이 사회학자 막스 베버도 1919 년 < 학문으로서의 정 치> 에서 인간의 삶을 통제하는 기술 을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본 견해는 " 순진한 낙관론" 이 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행복을 추구하는 정책은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있겠지만, 인간 의 삶에서 필요한 더 높은 차원의 욕구를 경시한다고 경고했다. 현대 사회의 등장과 함께 정부는 행복의 추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1776 년 미국의 독 립선언서 는 창조주로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고, 이 권리들 가운데 삶, 자유, 그리고 행복 추구가 있다 고 밝히고 있다. 1789 년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인권선언 의 마지막 줄은 모든 이의 행복 이라는 고귀한 목적을 명시했다. 이와 같이 현대 국가는 행복을 추구한다는 명 분으로 형성되었으며, 행복의 욕구는 생명의 권리와 자유의 권리만큼 동등한 것으로 간주되었 다. 영국에서는 정치의 목적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을 추구해야 한다는 제레미 벤담의 도덕 철학을 통해 행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Bentham, 1789). 현대 정치에서도 행복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영국의 경제학자 앤드류 오스왈드는 블레어 정부가 행복을 공 공정책의 중요한 아젠더로 설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행복한 결혼의 가치는 연 7,200 파운드의 소득 증가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오스왈드는 정부의 초점이 국내 총생산(GDP) 대신 총행복수준 (Gross Happiness Level: GHL) 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Oswald, 1997). 영국 총리실에서는 삶의 만족의 17 가지 차원을 조사하여 발표했다 (Strategy Unit, 2003). 영국의 경제학자 리차드 레이어드 (Layard, 2005) 는 모든 사회과학자들이 행복의 결정 요인을 이해해야 하며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그는 행 복에 관심을 갖는 정부는 소득세를 인상하고, 유급출산휴가 기간을 확대하고,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을 가르치는 공공교육을 급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Layard, 2005). 이는 시장을 규제하고 평등주의적 복지국가를 강화하는 정책이 행복을 증진할 수 있다는 주장 과 유사하다.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도 한 사회의 주관적 안녕은 더 평등한 소득분배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Frank, 1999). 프랭크는 모든 사람이 3,000 평방피트의 집에 살 경우 4,000 평방피트가 사치스러울 정도로 크다고 느끼지만, 모두가 4,000 평방피트에 사는 경우 적당하다고 느끼고, 모두가 5,000 평방피트의 집에 사는 경우 남보다 못하다고 느낀다고 지 4)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현대적 주장은 경제학 뿐 아니라 사회과 학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견해이다. 고대의 행복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뛰어난 개인에게만 가능한 것이 다. 그러나 서구사회에서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행복이 인간에게 우연히 주어지는 운명이 아니라 인간이 행복을 자유롭게 만들어가는 것으로 보았다( 박성환, 2005). 8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적했다. 실제로 베블렌이 불공평한 비교 를 지적한대로 모든 사람의 집이 점점 커지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조사를 보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평균 연봉 3천만 원을 받는 경우 5천만 원을 받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평균 연봉 9천만 원을 받는 경우 7천만 원을 받는 경우보다 낮다 고 생각한다. 결국 한 사회의 과시적 소비 는 다른 사람에 대한 부러움과 불만을 야기할 수 있 다. 최고 소득층의 소비 증가는 중간소득 가정의 소비를 부추기는 효과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프랭크는 누진적 소비세를 제안했다. 이는 사치품에 대한 소비 경쟁을 어느 정도 제한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과연 자신의 불편한 감정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호와 소비를 제한하는 것이 어떤 정당 성을 가질 수 있을까? 존 스튜어트 밀은 자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 한하는 행동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전통을 거슬러 올라가도 인간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소비를 제한하고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보다 자신의 도덕적 미덕을 고양 해야 한다는 주장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비싼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자신이 가 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성격이 문제일 수 있다. 소득불평등이 모든 불행의 근원이라는 주장은 너무 강하다. 결국 프랭크와 같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사회 적 비교 이론은 다른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들어야 내 소득에 만족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끌 수 있다. 국내총생산이 행복을 증가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지만, 상대적 임금이 곧 삶 의 만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정부를 기계적 평등주의를 향한 잘못된 공공정책으로 이끌 수 있다. 불평등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악화, 교육의 질적 저하, 폭력과 범죄의 증가, 사회이동의 감소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Wilkinson and Pickett, 2009). 하지만 소득불평등이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지나 치다. 북유럽 국가들이 영미권 국가보다 삶의 질 지수가 높은 것은 임금 소득의 차이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큰 영향을 주었다.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동질적 사회이기 때문에 이질적 사회에 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덜 겪고 있다. 부분적으로 이러한 영향 때문에 스웨덴은 영미권 국가와 유럽 대륙 국가들보다 사회적 연대감이 높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적다. 둘째, 사회문제에 영향을 주는 요소 가운데 소득의 역할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소득과 다른 중요한 사회적 지 표들 사이에는 수확체감 의 관계가 나타난다. 부유층의 소득 중 일부는 부유층에게는 약간 도움 이 될 뿐이지만, 빈곤층에는 훨씬 많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부유층의 소득 중 일부를 때내어도 빈곤층에 비하면 훨씬 적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수확체감 의 현상이 사회 전체에 퍼져있다면 불평등이 적은 사회일수록 사회문제가 적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수확체감 의 관점이 맞는다면 전반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보다 빈곤에 초점을 맞추 는 정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위의 논쟁과 마찬가지로 행복 수준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보다 심각한 불행에 빠진 사람을 지 원하는 정책은 전반적 행복 수준을 높이는데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개 인의 생애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감소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수단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인생과정에 발생하는 예상하지 못한 불행한 사건이 행복을 감소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85

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 연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혼하려는 부부, 실직에 당할 근로자, 사 고로 장애가 된 경우, 심각한 질병이 장기화된 경우에는 곧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어떤 국가는 이혼하려는 부부의 숙려기간을 연장하여 이혼율을 줄이려고 시도한다. 어 떤 국가에서는 실업자, 장애인, 환자를 지원하는 복지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 영미권 국가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더 행복 수준이 높은 것은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지적 은 타당하다 (Tella, Macculloch, Oswald, 2001).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삶의 만족이 높은 이유 는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소득 불평등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충분한 사회보호체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사례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취약한 복지제도가 주관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 수 있다. 먼저 국내총생산을 보자. 2003년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세계 11위까지 올랐으나 2008년에 는 환율인하와 경기악화로 15 위로 하락했다. 그러나 1인당 국내총생산을 비교해보면 순위는 더 낮아진다. 2008년 1인당 국내총생산은 1만 9,505달러로 세계 36 위이었다. 생활비를 반영하는 구 매력지수 (PPP) 는 세계 13 위이고, 1인당 국내총생산은 2만 7,647 달러로 32 위이다. 이렇다보니 정 부는 경제력을 따질 때 1인당 국내총생산 세계 32 위 보다 세계 15 위 경제 를 강조한다. 순위에 너무 민감한 의도적 결과이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경제성장의 속도가 빠른 나라로 알려져 있다. 1960년 89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09년 거의 200 배 정도 증가했다. 그러면 우리의 행복도 이에 이처럼 커졌는가?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점점 더 부유해질수록 점점 더 불행해지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2009년 6 월 영국 신경제재단 (NEF) 이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68위를 차지했다. 2008년에는 102 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왜 이렇게 한국의 행복지수는 낮은가? 2009년 조사를 보면, 한국의 소득 수준과 기대수명 (77.9 세) 은 상위권에 속하지만, 삶의 만족과 환경지표 는 중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관적 안녕에 관한 조사는 개인의 삶의 만족이 경 제성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높은 자살율과 알콜 소비량이 삶의 만족 사 이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없지만, 한국인의 높은 직무 스트레스가 주는 영향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직장인 대부분은 직장생활에서 만족도가 매우 낮다. 노동시간이 세계 최장이고 노동 강도가 점점 높아진다는 불만이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성별, 학력별 임금격차가 세계에 서 가장 큰 나라이다. 이처럼 주관적 행복감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실업율과 고용율로 포착할 수 없는 다양한 노동조건을 살펴보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는 지난 30년간 경제 호황과 침체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행복지수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경제가 행복을 좌우하 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후진국의 경우 경제가 삶의 만족에 큰 영향을 주지만, 경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덴마크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실업자를 지 원하는 사회안전망이 결합된 유연안정성 으로 일자리를 잃어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안 정감이 높다. 이처럼 국민의 행복 수준을 높이려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덴마 크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5만 달러가 넘으며 평균 소득세율은 50% 가 넘기 때문에 관대한 복지 제도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덴마크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가족과 공동체의 소속감이 높고 8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정부에 대한 신뢰도 크다. 이를 통해 덴마크의 행복 지수는 사회적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월 한국에서도 행복결정요인과 행복지수에 관한 연구는 최근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5) 올 해 8 15 일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사회안전 ( 치안, 식품, 질 병 등) 등 5 대 민생지표 잠정안을 확정하고 연내에 국민행복지수 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여 기에는 지니계수, 중간계층 소득증가율, 고용율, 청년고용율, 사교육비 지출액, 공교육 만족도, 주택가격비, 주택전세가격지수 등이 지표로 이용된다. 하지만 청와대가 말한 대로 5대 민생지표 를 주로 고려한다면 경제에 집중하고 있어 제대로 된 행복지수라고 보기 어렵다. 고용 역시 실 업율 이외에 직무 스트레스 등 고용의 질을 나타내는 척도도 개발해야 한다. 정신과 신체 건강 에 측정도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녹색성장 을 중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한 현 정부와 의도 와 달리 생태적 척도가 빠져있다.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다른 행복지수 측정은 경제를 크게 고 려하지 않는다. 2009년 영국의 신경제재단에서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코스타리카는 1인당 국민 소득이 6,580 달러에 불과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코스타리카의 약 4 배에 달하지만, 행복지수 는 오히려 낮았다. 물질적 기반을 중심하는 지표로는 삶의 만족, 지속적 성장, 건강, 사회적 관계, 정책결정의 참여 등 다른 중요한 요소를 충분하게 반영하기 어렵다. 한국의 행복을 증진하는 효과적인 공공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고려해야 한다. 첫째,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다양한 삶의 질을 중시해야 한다. 행복의 결정요인 가운데 고 용 안정, 주택, 교육,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연금 이외에도 가정과 공동체의 안전, 정신과 신체의 건강, 참여민주주의와 같은 요인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 공공정책은 단순하게 물질적 차원 의 분배가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인간애를 실현하기 위한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공공정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물질적 기준 또는 경제적 효율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 회적 평등과 개인적 자유의 확대, 계급과 특권의 철폐,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 한 방법론이 되어야 한다. 둘째, 정책결정자들은 주관적 지표를 통해 대중의 선호가 무엇인지 분 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정치적 과정이 대중의 선호를 대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책결 정자들은 여론조사에서 얻은 정보를 중요하게 간주해야 한다. 개인들의 삶의 만족에 필요한 공 공정책은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지표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서 성공의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6) 5) 한국의 행복지수에 관한 연구는 제한적 영역을 중심으로 단편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시계열적 지속성이 없어 장기적인 추세를 이해하기 어렵다( 김명소 외, 2003). 통계청은 개인의 수입, 일, 가족, 교육, 건강, 주거, 환경, 문화, 안전, 정부 등 10개의 영역에서 70개의 주관적 측정과 객관적 통계를 결합한 한국형 행복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황명진, 심수진, 2008). 6) 무수히 많은 선택이 존재하는 시장의 구조에서 대중의 선택이 반드시 자신의 행복을 증가시키는지 정확 하게 알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적 사회에서 정부가 어떻게 시장의 선택 가운데 개인의 안녕을 위해 장기적으로 유용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는 더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87

5. 맺음말: 국내총생산을 넘어서 국민행복수준을 향하여 노무현 정부는 한국의 1 인당 국민소득 2 만 달러 시대 라는 국정목표를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 는 한때 747 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국민소득 4 만 달러를 정부의 목표로 정했다. 이는 정부가 국 내총생산을 얼마나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국내총생산에 대한 관 심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정치인들과 정책결정자들은 국내총생산이 곧 삶의 만족을 가져올 것이 라고 잘못 생각한다. 비록 경제 수준이 행복에 미치는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경제 수준의 향상이 곧 행복의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현 재 어느 가족이 자동차를 같이 자동차 2대 가지고 있다면 만족을 느낄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모든 사람이 똑 2 대를 보유하게 된다면 특별히 더 행복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시장의 경쟁, 선택, 소비의 증가가 곧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벌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상식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합리적으로 보이 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많이 벌려는 이유는 상대적 소득 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소득이 모두 상승하면 실제로 개인들의 행 복은 기대만큼 커지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면서 경제성장을 추구한다면 더 많은 밥 을 먹으려다 독이 든 밥 을 먹는 셈이다. 차라리 밥을 먹지 않는 것만 못하다. 정치인과 정책 결정자들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모든 사람의 행복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오히려 실업과 이혼이 증가하는 경우 행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는 지나친 교육비와 의료비가 삶의 만족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이런 점에서 주관적 안녕은 객관적 지표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개인들의 삶의 만족은 아이를 키우는 환경, 기후, 환경오염, 소음, 문화행사, 미술관 등 물질적 조건과 거리가 먼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정부의 공공정책은 비물질적 가치도 충분하게 고려하면서 국민의 행복수준을 향 상시키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정부의 공공정책은 국내총생산 대신 국민행복수준 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참고문헌 김명소 외, 2003. 한국인의 행복한 삶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특성별 분석, 한국심리학회지, 8권 22 호. 김승권 외, 2008. < 한국인의 행복결정요인과 행복지수에 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성환, 2005. 고전 사회학에 나타난 근대사회의 행복 논리, < 한국사회학 > 39집 3 호. pp. 1-33. 황명진, 심수진. 2008. 한국의 행복지수 개발 < 조사연구 > 9권 3 호, pp. 93-117. Bentham, Jeremy. 1789. An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and Morals of Legislation etc. London: T. Payne & Son. Blanchflower, David G. and Andrew J Oswald, 2005. 'Happiness and the Human Development Index: The Paradox of Australia' Australian Economic Review, Vol. 33. No. 3. pp. 307-318. 8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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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염 유 식 ( 연세대 사회학과), 서 효 정 ( 연세대 사회학과) 이 논문은 크게 보아 두 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1) 행복 지수를 이용하여 한국 청소년의 행복 정도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고 청소년들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이 어느 나라들과 비슷하고 다른 지를 검토한다. (2) 행복 지수를 구성하는 여러 부문 중에서도 특히 최하위의 열 악한 점수를 보이는 주관적 행복 부문에 초점을 맞추어 어떠한 사회 관계망에 배태되어 있는 청 소년들이 더 나은 주관적 행복 을 누리고 있는 지를 검토한다. 이러한 검토를 바탕으로 어떻게 아동 보호권과 또는 아동 발달권과 관련하여 한국 청소년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이 불균등하게 발전되고 있는 가를 짚어본다. (1) 한국 청소년 행복의 특이 사항 박종일(2009) 등은 어린이들의 기본 인권을 선언하는 유엔아동인권협약 (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이 제공하는 여러 조항들로부터 출발하여 개발된 2006년 유니세프 보 고서를 바탕으로 한국 방정환 재단의 지원을 받아 국가 통계외에 추가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다 음의 여섯 가지 영역에 걸쳐 어린이- 청소년의 행복을 측정하여 검토하였다 : 물질적 행복, 보건 과 안전, 교육 성취, 가족과 친구관계, 건강관련행위, 주관적 행복. 그 결과 교육성취, 보건과 안 전, 그리고 건강관련행위 에서 한국 어린이의 행복도는 최상위권이었고, 물질적 행복 과 가족 과 친구 관계 에서는 중위권, 마지막으로 주관적 행복감 영역에서는 전체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 에 위치해 있음이 밝혀졌다. 이를 그림으로 요약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1). 그림에서 보듯이 한국 청소년들은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하여 다른 모든 부문에서는 최상위나 중상위를 보여주지만 유독 주관적 행복 부문에서는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청소년들의 보건과 안전은 매우 좋으며 교육 성취도도 매우 높은 데 반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은 최하위인 것이다. 주관적 행복감을 상세하게 살펴보기 위하여 주관적 행복감을 구성하는 여섯 개의 항목을 간추리면 1> 과 같다. < 표 1) 여기에서 제시되는 점수는 모든 국가의 점수들의 평균이 100이고 표준 편차가 10이 되도록 표준화된 점 수이다. 따라서 만약에 점수가 70이라면 전체 평균에서 세 개의 표준 편자만큼이나 뒤떨어지는 점수로 매우 저조한 것이다.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91

여섯 개의 항목 중 한국 청소년들은 내가 속한 집단에 소속감을 느낀다 라는 항목에 보통이 다 이상으로 답한 비율이 10.1% 로서 비교 대상 16 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점한다. 또한 학교 생활 만족 이나 어울림 에서도 비교적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는 건강 정도나 삶에 만족하는 정도,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는 모두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생활에 도 그런대로 만족하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소속감도 느끼지만 무척 외로움을 타고 스스로 느 끼기에 건강하지도 않고 결과적으로 삶에 만족하지도 않는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소속감도 느끼는 청소년 비율은 높은데 어떻게 외로움을 타는 비율이 높은지, 학교 생활에는 만족하는 비 율은 높지만 삶에 대해 만족하는 청소년 비율은 왜 낮은지 등은 앞으로의 연구가 초점을 맞추어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 그림 1]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의 OECD 국가들과 비교 < 표 1> 주관적 행복 영역 내의 국가별 비율 ( 단위: %) 국가 주관적 불건강 학교생활만족 삶의 만족 소속감 어울림 외로움 영국 22.6 19 83.5 6.8 8.7 5.4 핀란드 11 8 91.6 5.5 8.4 6.2 헝가리 14.9 26.3 84.4 9.3 7.6 7.3 벨기에 13.1 17.9 87.8 7.9 15.6 6.4 독일 14.9 29.5 85.4 6.1 11.4 6.2 이탈리아 12.5 13 85.2 4.9 6.2 6 스위스 9.1 22.3 89 7.1 11.7 6.6 스페인 9 22.8 87.8 3.3 8.9 4.4 체코 11.8 11.6 83.4 9.7 6.4 7 오스트리아 15.6 36.1 88.1 5.8 8.2 7.2 9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국가 주관적 불건강 학교생활만족 삶의 만족 소속감 어울림 외로움 그리스 10.1 29.5 92.2 6.3 8.3 6.5 포르투갈 19.1 31.1 80.5 6.4 11.7 5 대한민국 24.4 29.4 55.4 10.1 8.2 20.1 스웨덴 13.2 21.6 86 5.2 4.9 6.7 네덜란드 17.2 34.4 94.2 3.9 6.9 2.9 폴란드 14.4 17.3 80 8.2 9.9 8.4 * 주관적 행복 영역은 총 6개의 항목인 주관적 불건강, 학교생활만족, 삶의 만족, 소속감, 어울림, 외로움으 로 구성되어 있으며 측정된 척도는 5점 척도로 전혀 그렇지 않다, 별로 그렇지 않다, 보통이다, 다소 그렇 다, 매우 그렇다로 설정되었다. * 주관적 불건강은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로 별로 그렇지 않다 이하를 포함 * 학교생활만족은 나는 학교생활을 매우 좋아한다 로 매우 그렇다 를 포함 * 삶의 만족은 나의 삶에 만족한다 로 다소 그렇다 이상을 포함 * 소속감은 나는 내가 속한 집단에 소속감을 느낀다 로 보통이다 이상을 포함 * 어울림은 나는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린다 로 보통이다 이상을 포함 * 외로움은 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무척 외롭다 로 다소 그렇다 이상을 포함 이 논문에서는 곧장 주관적 행복이 어떻게 낮은 점수를 보이는 지를 검토하기 보다는 (1) 과 연 다른 16 개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국가들은 어떠한 국가들인지, 모든 영역에서 골고루 좋은 점수를 보이는 국가들은 존재하는지 등을 살펴보고, (2) 우리 나라 청소년 들 사이에서도 주관적 행복을 느끼거나 그렇지 못한 청소년들은 누구인지를 사회 관계망 차원 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즉, 어떠한 사회 관계망에 배태되어 있는 청소년들이 주관적 행복을 느끼 게 되는 지를 검토한다. 이러한 시도는 단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 청소년들의 행복이 나 인권 상황이 결정된다고 보는 시각을 벗어나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처해 있더라도 배태되 어 있는 사회 관계망에 따라 어떻게 행복의 정도가 달라지는 지를 검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2) 국제 비교 한국을 포함한 16개 국가들에 대한 각 영역의 표준화된 값을 비교하기 위하여 국가들에 대한 영역별 분석을 다차원척도 (Multidimensional Scaling) 를 통해 알아보았다. 분석 결과 각 영역의 표준화된 값에 대한 국가별 비교는 2 차원 척도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었고 [ 그림 2] 는 이를 요약한다. [ 그림 2] 에서 각 국가들은 여섯 개의 행복 지수 부분별 점수에 의하여 군집 지어 나타 내며 < 표 2> 는 해당 군집에 속하는 국가별 영역에 대한 평균값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93

[ 그림 2] 행복지수 영역별 다차원분석 결과 그림 < 표 2> 행복지수 영역별 다차원분석 결과에 따른 군별 평균값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성취 가족과 친구관계 건강 관련행위 주관적 행복 1군 89.10 98.50 90.00 77.00 73.40 85.90 2군 97.50 97.83 91.94 105.76 99.56 105.09 3군 108.65 116.45 104.75 105.40 112.10 104.40 4군 102.80 102.70 113.80 97.78 97.88 89.86 [ 그림 2] 에 근거하여 보았을 때 우리는 범주화된 국가별로 몇 가지의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먼저 1 군에 단독으로 속하는 영국 과 같은 경우에는 < 표 2> 에서 보여지는 수치화된 사실과 같이 모든 행복지수의 영역에 있어서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물질적 행복에서는 Hood(2007) 가 런 던의 아이들은 빈곤 속에서 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밝힌 사실과 같이 89.1이라는 하위권에 머 무르는 값을 나타냈다. 한편 보건과 안전에서는 98.5를 기록하며 중위권 정도의 수준을 나타냈는 데 이는 영국이 오랜 기간 동안 어린이들을 취약집단 (vulnerable people) 으로 간주하여 그들을 위 한 공공정책을 펼쳐 왔던 사실(Hood, 2007) 과 관련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교육(90.0), 가족과 친구관계 (77.0), 건강관련행위 (73.4), 그리고 주관적 행복(85.9) 에 있어서는 확연하게 영국이 하위 권에 위치한다는 것을 확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Bradshaw 외(2007) 는 물질적 결핍이 다른 행복 지수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낮은 물질적 행복의 수준이 곧 타 영역들의 값 역시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따라서 교육제도에서 나타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Hood, 2007) 에서 비롯 된 낮은 어린이- 청소년의 교육참여율을 비롯하여 가족의 분열 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가정적인 9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모습의 퇴보와 친구들간의 높지 않은 신뢰감 정도, 건강행위보다는 흡연, 음주와 같은 위험행위 에 노출이 더 높은 정도와 많은 연구들이 물질적 결핍이 좋지 않은 건강을 초래한다는 것을 밝힌 사실(Duncan 외, 2000, Guttmann 외, 2004), 그리고 자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Bradshaw 외, 2007) 으로 영국의 행복지수 실태를 해석 할 수 있다. 최초의 의료제도를 도입으로 명실상부 복지 국가로 떠오른 영국이 이와 같이 좋지 않은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는 근래에 발견되는 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불균형의 대립적인 문제의 발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군에 해당되는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로 총 8 개의 국가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국가들은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국가별 구체적인 수치는 원 자료에서 발췌). 물질적 행복에 있어서는 헝가리(85.2) 와 포르투갈 (93.2) 은 낮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그 외의 국가들은 평이한 수준을 나타내고, 보건과 안전에 있어서는 대 부분의 국가들이 중 상 정도의 위치를 기록하였다. 교육에 있어서는 포르투갈 (84.6), 이탈리아 (88.3), 그리고 스페인 (91.3) 을 제외한 국가들은 중위권 이상을 나타냄과 더불어 가족과 친구관계 에 있어서도 해당 8 개국들이 상위권에 위치하는 수치를 기록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건 강행위에 있어서는 헝가리(90.3) 를 제외한 7개의 국가들이 중위권을 나타냄과 동시에 주관적 행 복에서는 모든 국가들이 중위권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헝가리와 포르투갈을 제외한 2군에 해당하는 6개의 국가들은 행복지수에 있어서 평이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보건과 안전, 가족과 친구관계, 그리고 어린이- 청소년에게 있어 가장 중 요할 수 있는 주관적 행복이 높게 나타난다는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결과 역시 Bradshaw 외 (2007) 가 앞서 주장한 물질적 행복과 그 외의 영역의 비례관계를 반영하여 주는 것이다. 전체적 으로 평이한 수준의 행복지수 값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가족과 친구관계와 주관적 행복에 있 어 눈에 띄는 수치를 가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로 구성된 3군과 같은 경우에는 유럽의 북쪽에 위치한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스웨덴과 네덜란드의 여섯 가지의 행복지수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았을 때, 우리는 이들이 모든 행복지수에서 최악의 수치를 나타낸 영국과는 완전하게 상반된 결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국가별 구체적인 수치는 원 자료에서 발췌). 비록 네덜란드는 물질적 행복(97.9) 에 서, 스웨덴은 가족과 친구관계 (98.9) 에서 중간 정도 수준의 수치를 나타냈지만 사실상 국가들의 평균치인 100에 가까운 값을 가지고 있기에 이 두 값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있어 제한을 둘 수 없다. 그 외 영역에 있어서는 두 국가 모두 현저하게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우 리는 해당 두 국가들의 어린이- 청소년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행복지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 로 판정할 수 있다. 두 국가의 대한 행복지수의 평균값을 보여주는 < 표 2> 역시 다른 군들에 비 해 현저하게 모든 영역에서 뛰어난 값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두 국가가 공통적으로 20세기에 성공적인 산업화로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함과 동시에 중간계층을 위한 복지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Benavot, 1983; 김인춘, 2007) 과 더불어 제도와 사람에 있어 높은 수준의 사회자본이 관찰( 유석춘 외, 2002) 되는 현상에서 이들이 가장 이상적인 행복 지수를 나타내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4 군에 속하는 한국, 핀란드, 벨기에, 체코, 폴란드는 사실상 각기 다른 특징들을 보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95

이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 국가별 구체적인 수치는 원 자료 에서 발췌). 물질적 행복에 있어서는 최하에 위치한 폴란드(82.8) 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상 위권 점수를 기록하고 보건과 안전에 있어서는 한국(110.5), 핀란드 (111.5), 그리고 체코(101.1) 가 상위권에 있는 반면 벨기에(94.7) 와 폴란드 (95.7) 는 상대적으로 하위권에 위치한다. 하지만 교육 에 있어서는 다섯 개의 모든 국가가 100점 이상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있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들의 교육수준과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가족과 친구관계나 건강 행위의 행복지수 영역에 있어서는 벨기에(106.4) 가 높은 수준의 가족과 친구관계 그리고 폴란드 (118.3) 가 최상의 건강행위를 나타낸다는 것과 더불어 한국(100.4, 106.9) 과 체코(86.9, 102.3) 는 두 행복지표에 있어 중 하 수준 정도의 수치를 나타내는 것 이외에는 뚜렷한 특징이나 공통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이 교육에서는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반면 주관적 행복에서 최하 를 기록하였던 것과 같이 핀란드, 벨기에, 체코, 그리고 폴란드에서도 같은 양상을 나타내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 표 2> 의 군별 평균값에서도 확인이 되는데 이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 치를 나타내지만 주관적 행복은 최하위권에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공통적으로 해당 군 에 속하는 국가들은 외세의 잦은 침략과 식민통치로 인하여 독립한 역사가 길지는 않기에 핀란 드를 제외한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소득수준이 큰 차이가 나지 않고 GDP 역시 낮으며 복지제도 또한 좋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교육열이 높아 교육에 대한 많은 관심과 투 자, 그리고 법 제정 (Meyer 외, 1979; Benavot, 1983) 등으로 인하여 교육수준이나 학업성취도의 측면에 있어서는 조사 대상 국가들 중 가장 상위권에 위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 그림 2] 와 < 표 2> 에 근거하여 볼 때, 우리는 [ 그림 3] 과 같이 관찰된 16개 국가들의 지리적 위치 및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 1군에 단독으로 속하며 가장 좋지 않은 행복지수 수치를 나타내 었던 영국은 서유럽의 섬에 위치하고 가장 많은 조사 대상 국가들을 포함함과 동시에 평이한 결 과를 보여주었던 주었던 2 군은 남유럽에 전반적으로 위치한다. 가장 바람직한 행복지수의 결과를 보여 3 군인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북유럽, 그리고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 관계, 그리고 건강 및 위험행위는 최상의 수치를 기록하지만 주관적 행복에 있어서는 최하를 나 타내었던 4 군은 대부분 유럽의 중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행 복지수 영역의 표준화 된 값들을 다차원척도를 통해 국가별로 구분하였던 분석이 지리적인 측 면에서도 유사한 범주화가 가능한 사실을 시사해준다. 2) 2) 필자들은 EU 국가에서의 어린이- 청소년의 행복지수를 오랜 기간 비교-분석한 영국 학자 브래드쇼 (Bradshaw) 교수에게 이 결과를 보여주고 토론할 기회를 가졌었다. 그는 본 연구를 매우 흥미롭게 받아 들였으며 영국의 사례를 포함한 우리의 해석에 일반적으로 동의하였다. 9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마름모( ): 1군 삼각형( ): 2군 원형( ): 3군 사각형( ): 4 군 [ 그림 3] 국가별 구분에 따른 지도 분포 (3) 한국 청소년들의 사회 연결망 특성: 잠재적 집단 분석 국내외 많은 연구들이 청소년들의 좁게는 사회 연결망 넓게는 사회 자본이 청소년들의 건강 이나 성적, 우울증, 스트레스, 진로등 청소년들의 생활 전반에 걸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소년 시기에 가장 잘 형성이 되어야 하는 건강은 사회적 지지, 즉 사회 자 본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으로 밝혀져 왔으며, 건강을 직간접적으로 좌우하는 건강행동 역시 사회 자본에 영향을 받음이 연구되어 왔다(Langlie, 1977). 또한 건강증진행동은 증진하고 흡연 등 비행과 관련이 되는 건강위험행동은 저하시키는 사회적 지지의 중요성이 강조( 김현숙, 1998) 되었으며, 이 지지에 대한 방어효과 에 대한 주장 역시 도출이 되었다(Resnick et al., 1997). 가족, 학교, 친구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자본의 종류들 중에서 가족은 어린이 혹은 청소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자본 (Teachman et al., 1997) 로 다양한 연구들이 전통적인 양친가족 형태가 아닌 가족의 형태에 놓인 아동들이 낮은 수준의 사회자본을 가짐과 동시에 이는 곧 낮은 수준의 학업성취를 나타낸다고 보고하였다(McLanahan, 1985; McLanahan et al., 1988; Astone et al., 1991, 이선애, 2009). 가족의 영역이 아닌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과 같은 사회자본이 학 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좌우한다는 사실 역시 Rosenthal et al(1968), 임형진 (1988), 김경식 (2006) 등의 선례연구들을 통해 밝혀진바 있다.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97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신체적 등의 경험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는 그들의 단ㆍ장기적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그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 히 한국 청소년들과 같은 경우에는 대학입시와 성적이라는 것으로 인해 타국가의 그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Lee, 2003). 스트레스의 발생과 동시에 우 울증도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다양한 부정적인 요소들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짐과 동시에 좋지 않은 대인관계, 즉 사회자본과도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Kandel et al., 1991; 강경미, 1994; 한상철 외; 2003). 청소년의 진로 역시 국내에서는 대학입시나 성적과 함께 움직이는 변수로 다양한 진로에 대 한 이론들은 공통적으로 그들에 진로에 부모라는 사회자본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다 (Blustein et al., 1991).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닌 사실을 보여주는 듯이 금명자 (2003) 의 연구는 청소년들과 부모가 진로에 대한 상호작용을 끊임 없이 하면서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주 장한다. 또한 최근의 김수리 외(2007) 의 연구 역시 부모의 역할이 청소년의 진로에 크게 작용한 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은 한국 청소년의 상황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제약을 가지는 경 우가 많았다. 우선, 사회 연결망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인 연결망의 닫힌 구조(closure) 에 대 한 정보가 부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연결망의 닫히 구조는 콜만이 사회 자본이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대표적인 예를 든 사회 연결망의 한 특성이다 (Coleman 1988). [ 그림 4] 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콜만이 사용했던 그림이다. [ 그림 4] 는 서로 다 른 두 가지 사회 연결망을 보여주고 있다. (a) 의 경우에는 서로 친구인 학생 B와 C의 학부모인 A와 D 는 서로 모르는 경우이고 (b) 의 경우에는 학부모인 A와 D 도 서로 아는 경우이다. [ 그림 4] 사회 연결망의 닫힌 구조 9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a) 의 경우와는 달리 (b) 의 경우에는 학생들에 대한 정보나 통제등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 과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또한 학부모들이 중시하는 여러 사회규범등이 (b) 의 경우에는 훨씬 더 일관적이고 강한 정도로 실행되어질 수 있다. 콜만은 (b) 와 같은 연결망을 닫힌 구조의 연결 망(network with closure) 이라고 명명하고 대표적인 사회 자본의 한 형태로 소개하였다. 이렇게 원래 제안되었던 사회 자본이라는 개념은 한 개인에게 속하는 어떠한 개인 속성(individual attributes)이 아닌 여러 개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창발하는 실체였지만 그간의 많은 실증 연 구에서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제대로 검토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의 숫자만 가지고는 위와 같은 닫힌 속성을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 제약은 사회 관계망을 검토하는 데 있어 한국의 청소년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관계가 빈번하게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과의 관계. 많은 수의 학생들에게 사교육 이 선택이 아닌 당연한 교육 과정의 하나가 된 지금, 사교육 선생님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함에 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자료의 제약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 하였다. 한국 방정환 재단의 한국 청소년 행복 지수 자료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교육 선생님과의 관계를 포함하여 사회 관계망의 닫힌 구조를 측정하였다. [ 그림 5] 의 (a) 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청소년들의 가능한 사회 관계망을 정리한 것이다. 부모- 학생본인간의 관계 와 친구- 학생본인 간의 관계는 사이가 좋다고 응답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료로 활용하지는 않고 나머 지 a, b, c, d 네 개의 관계망이 우호적으로 존재 하는 지 그렇지 않는 지만을 측정하여 닫힌 구 조를 측정하였다. [ 그림 5] 의 (b) 는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가능한 관계망으로서 그림에서 보여지 는 a, b, c, d, e 다섯 개의 관계망이 우호적으로 존재하는 지를 측정하였다. e b 츋 부모 c b 츋 부모 츋 친구 학생 츋 본인 d a 츋 학교 캎 선생님 츋 친구 d 학생 츋 본인 c 츋 학원 캎 선생님 a 츋 학교 캎 선생님 (a) 사교육을 츋츋 받지 츋 않는 츋 경우 (b) 츋츋 사교육을 받는 츋 경우츋 [ 그림 5] 방정환 재단 자료에서 측정한 사회 관계망 종류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99

[ 그림 6] 잠재적 집단 분석에 따른 그룹별 범주형 그래프 10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관계망에 비추어 어떠한 유형들이 존재하는 지를 실증적으 로 검토하기 위하여 잠재적 집단 분석(latent class analysis) 을 시도하였다. 예를 들어,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의 경우 방정환 재단 자료에서는 네 가지의 관계망이 존재하는 가를 각각 측정하 였으므로 네 가지 종류의 연결망이 모두 우호적으로 존재하는 학생으로부터 네 가지 가능한 종 류의 연결망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학생까지 모두 잠재적 집단 분석이라는 통계 기법은 이 16 가지 유형이 가능하다 (2 x 2 x 2 x 2 =16). 16가지 가능한 유형 가운데 과연 실증적으로 존재하는 유형은 어떠한 것들인 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잠재적 집단 분석의 결과 [ 그림 6] 과 같이 사교육 을 받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는 3 가지의 유형이(class 1부터 class 3 까지),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 의 경우는 4 가지의 유형이(class 4부터 class 7 까지) 존재함이 밝혀졌다 ( 두 모형 모두 p-value 가 0.6이상으로 data fitting 이 매우 좋다). 위 그림에서 원점에서 각 모서리로 이루어지는 선의 길이는 0부터 1사이이며 그것은 그 집단 내에서 그 모서리에 해당하는 관계망을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청소년들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그룹 6 에 속한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의 관계는 우호적이지만 자기 자신 과 학원 선생님 과의 관계가 우호적인 학생은 거의 없으며 학원 선생님과 자기 친구들 간의 관 계가 우호적인 청소년의 비율은 약 50% 정도이다. 따라서 각 그룹의 관계망을 표현하는 다각형 의 면적이 그 그룹의 관계망의 닫힌 구조 정도를 보여주게 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그룹 4가 가 장 많은 닫힌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뒤를 그룹 1 이 잇게 된다. 그 뒤를 7 그룹과 6 그룹, 2 그룹 이 이으며 그룹 5와 3 이 가장 적은 닫힌 정도를 가지고 있다. 크게 세 범주로 나눈다면 (4), (1,7,6), (2,5,3) 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4) 한국 청소년 연결망의 닫힌 정도와 주관적 행복 < 표 3> 은 일반적인 사회 경제적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위에서 논의한 청소년들의 관계망 유 형에 따라 주관적 행복의 정도가 체계적으로 바뀌는 가를 보여주고 있다. 주관적 행복감 을 이 루는 여섯 가지 항목인 주관적 건강, 학교 생활 만족, 삶의 만족, 소속감, 어울림, 외로움 모두에 걸쳐 학생 자신이 인지하는 계층 ( 상, 중, 하), 부모의 직업 여부, 아버지의 학력( 중졸 이하, 전문 대졸 이하, 대학원졸 이하) 등을 통제하고나서도 일반적으로 위에서 나눈 (4), (1,7,6), (2,5,3) 의 순 서대로 분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 자신이 보고한 주관적 건강 (5 점 척도, 표1 참조) 의 예 를 들면, 사회 경제적 요인을 통제 하지 않았을 경우 집단 4가 집단 2보다 약 0.6 ( = 0.28+0.32) 정도의 척도로 더 건강하다고 응답하였으며 사회 경제적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약 0.5 ( = 0.19+0.31)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여섯 가지 항목 모두에서 일관적으로 드 러난다: 일반적으로 집단 4가 가장 높은 주관적 행복 정도를 보이며 집단 3이나 집단 5가 가장 낮은 주관적 행복 정도를 보고하였다. 표 3 은 또한 추가적으로 성적, 가출 충동, 자살 충동, 흡연, 음주 에 대한 분석도 추가적으로 싣고 있다. 성적 에 관하여 흥미로운 점은 사교육 여부 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원 선생님과 자신 또는 학원 선생님과 친구 들의 닫힌 관계 정도도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101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성적이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 성적 변수는 학급의 등수를 백분율 한 것이므로 낮을수록 성적이 좋은 것임) 그 중에서도 월등히 좋 은 집단은 역시 집단 4 이다. 학원을 다니지만 자신과 학원 선생님 관계가 별로 좋지 않거나 친구 들과 학원 선생님 관계도 별로 좋지 않은 집단 5는 일단 사회경제적 변수를 통제하고 나면 그룹 1 과 성적 차이도 보이지 않는다(p-value 가 0.167). 흡연이나 음주와 관련하여 주목할만한 점은 다른 변수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집단 2와 집단 5 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집단 2만 이 다른 모두 집단과는 달리 음주나 흡연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집단 2와 집단 5는 모 두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을 포함하는 닫힌 구조가 매우 약한 청소년들이지만 ( 학교 선생 님이나 학원 선생님을 포함한 관계망이 매우 취약하다 ), 집단 5는 사교육을 받는 다는 점에서 다 르다. 비록 학원 선생님을 둘러싼 닫힌 구조가 약하다 하더라고 학원에 다니면서 일정한 시간 동안 정해진 장소에서 사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일탈 행위를 줄이는 역학을 했을 것이다. 이 연구는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이나 아동권의 불균등한 분배가 단순히 개인적인 속 성(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 심리적인 상태등) 의 문제만이 아니라 해당 청소년을 둘러싼 관계 망의 형태에 따라 어떻게 체계적으로 달라지는 가를 검토한 데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10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 표 3] 한국 청소년 사회 관계망의 닫힌 정도와 주관적 행복감 종속변수 사회경제적관련변수 CLASS 사회경제적변수+CLASS 주관적건강 주관적계층 (R. 상)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부학력 (R. 중졸이하 ) N=3406 R2=0.0363 N=3848 R2=0.0293 N=3358 R2=0.0565 독립변수 계수 P값 독립변수 계수 P값 독립변수 계수 P값 중 -0.331227 0.000 집단_2-0.3168351 0.0000 중 -0.2796854 0.000 하 -0.702989 0.000 집단_3-0.1479313 0.0330 하 -0.5945517 0.000 부X모O 0.0297738 0.815 집단_4 0.2813936 0.0000 부X모O 0.0362735 0.777 부모O 0.0316234 0.409 집단_5-0.3098865 0.0000 부모O 0.0353278 0.356 부모X 0.274602 0.199 집단_6 0.0573827 0.4230 부모X 0.3089629 0.145 전문대졸이하 0.209639 0.001 집단_7-0.0371857 0.5420 전문대졸이하 0.2209098 0.000 대학원졸이하 0.2434002 0.000 _cons 3.981265 0.0000 대학원졸이하 0.2224408 0.001 _cons 3.973219 0.000 집단_2-0.3129417 0.000 집단_3-0.1420006 0.061 집단_4 0.1862855 0.023 집단_5-0.2732768 0.000 집단_6-0.0120904 0.875 집단_7-0.0605504 0.361 _cons 4.043232 0.000 학교생활만족 주관적계층 (R. 상)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N=3406 R2=0.0374 N=3848 R2=0.0919 N=3358 R2=0.1099 중 -0.3778298 0.000 집단_2-0.7242507 0.0000 중 -0.2734414 0.000 하 -0.7912721 0.000 집단_3-0.2758912 0.0000 하 -0.5726492 0.000 부X모O 0.1456102 0.297 집단_4 0.3724913 0.0000 부X모O 0.1375893 0.314 부모O -0.0107599 0.798 집단_5-0.7041402 0.0000 부모O -0.0107404 0.792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103

부학력 (R. 중졸이하 ) 삶의만족 부모X -0.002959 0.990 집단_6-0.1659878 0.0290 부모X 0.0429595 0.849 전문대졸이하 0.0751124 0.273 집단_7-0.0525725 0.4150 전문대졸이하 0.1020606 0.126 대학원졸이하 0.1909266 0.007 _cons 3.637002 0.0000 대학원졸이하 0.1648204 0.018 _cons 3.624377 0.0000 집단_2-0.7074992 0.000 N=3406 R2=0.0616 N=3848 R2=0.0782 집단_3-0.2686272 0.001 집단_4 0.2175452 0.013 집단_5-0.7327712 0.000 집단_6-0.2427908 0.003 집단_7-0.1150587 0.103 _cons 3.832578 0.000 N=3358 R2=0.1192 주관적계층 중 -0.5153966 0.000 집단_2-0.6401113 0.0000 중 -0.4237277 0.000 (R. 상) 하 -1.102264 0.000 집단_3-0.2593076 0.0010 하 -0.9296048 0.000 부모직업여부 부X모O 0.2509665 0.073 집단_4 0.4117407 0.0000 부X모O 0.2432651 0.077 (R. 부O모X) 부모O -0.0094916 0.821 집단_5-0.7014341 0.0000 부모O -0.0028219 0.945 부모X -0.0327258 0.889 집단_6-0.09069 0.2440 부모X 0.0061945 0.978 부학력 전문대졸이하 0.0861682 0.209 집단_7-0.136838 0.0390 전문대졸이하 0.116377 0.083 (R. 중졸이하 ) 대학원졸이하 0.136569 0.054 _cons 3.496487 0.0000 대학원졸이하 0.1264586 0.071 _cons 3.63644 0.000 집단_2-0.6015093 0.000 집단_3-0.2565214 0.002 집단_4 0.2295782 0.009 집단_5-0.7251949 0.000 집단_6-0.2191013 0.008 집단_7-0.2239352 0.002 _cons 3.841596 0.000 10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소속감 주관적계층 (R. 상)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부학력 (R. 중졸이하 ) N=3400 R2=0.0128 N=3840 R2=0.065 N=3352 R2=0.0720 중 -0.1087991 0.038 집단_2-0.5548974 0.0000 중 -0.0283101 0.584 하 -0.3592607 0.000 집단_3-0.1827976 0.0130 하 -0.2014814 0.010 부X모O -0.0213858 0.878 집단_4 0.247239 0.0020 부X모O -0.0233985 0.864 부모O -0.0150162 0.720 집단_5-0.6907017 0.0000 부모O -0.0077038 0.851 부모X 0.0794983 0.739 집단_6 0.0183985 0.8080 부모X 0.116313 0.616 전문대졸이하 0.1709803 0.012 집단_7-0.1636279 0.0110 전문대졸이하 0.2074848 0.002 대학원졸이하 0.2593167 0.000 _cons 3.584507 0.0000 대학원졸이하 0.2665565 0.000 _cons 3.288026 0.000 집단_2-0.587963 0.000 집단_3-0.2052861 0.011 집단_4 0.1392134 0.114 집단_5-0.736428 0.000 집단_6-0.0848538 0.301 집단_7-0.2379121 0.001 _cons 3.484428 0.000 어울림 주관적계층 (R. 상)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부학력 (R. 중졸이하 ) N=3406 R2=0.0382 N=3848 R2=0.076 N=3358 R2=0.1013 중 -0.3048635 0.000 집단_2-0.5275168 0.0000 중 -0.2134157 0.000 하 -0.6912332 0.000 집단_3-0.3653846 0.0000 하 -0.5301046 0.000 부X모O 0.1072536 0.371 집단_4 0.3037975 0.0000 부X모O 0.1078083 0.359 부모O 0.0019039 0.958 집단_5-0.6095406 0.0000 부모O 0.0071258 0.839 부모X -0.1554489 0.439 집단_6-0.0048309 0.9410 부모X -0.1323294 0.497 전문대졸이하 0.1663349 0.005 집단_7-0.2028509 0.0000 전문대졸이하 0.1906911 0.001 대학원졸이하 0.206801 0.001 _cons 4 0.0000 대학원졸이하 0.2019782 0.001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105

_cons 3.867974 0.000 집단_2-0.5154605 0.000 집단_3-0.3546534 0.000 집단_4 0.1971471 0.009 집단_5-0.6515863 0.000 집단_6-0.0958925 0.173 집단_7-0.2592807 0.000 _cons 4.065367 0.000 외로움 주관적계층 (R. 상)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부학력 (R. 중졸이하 ) N=3406 R2=0.0163 N=3848 R2=0.0248 N=3358 R2=0.0386 중 0.2788266 0.000 집단_2 0.3805385 0.0000 중 0.2152066 0.000 하 0.6030228 0.000 집단_3 0.1383685 0.0940 하 0.4612924 0.000 부X모O 0.0395876 0.794 집단_4-0.3215471 0.0000 부X모O 0.0293004 0.847 부모O 0.0320984 0.481 집단_5 0.1239397 0.1170 부모O 0.0411487 0.365 부모X 0.2230568 0.380 집단_6-0.1188779 0.1630 부모X 0.1747871 0.488 전문대졸이하 -0.0636233 0.392 집단_7-0.0217193 0.7640 전문대졸이하 -0.0838034 0.259 대학원졸이하 0.0074353 0.923 _cons 2.444965 0.0000 대학원졸이하 0.0426055 0.582 _cons 2.229914 0.000 집단_2 0.4428415 0.000 집단_3 0.2250902 0.012 집단_4-0.2151342 0.027 집단_5 0.1997667 0.020 집단_6 0.0112348 0.902 집단_7 0.0613265 0.435 _cons 2.146161 0.000 성적 N=3918 R2=0.0405 N=3264 R2=0.0713 N=2879 R2=0.0894 10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주관적계층 (R. 상)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부학력 (R. 중졸이하 ) 중 3.706387 0.004 집단_2 4.260362 0.0130 중 2.140609 0.097 하 8.461799 0.000 집단_3 2.495347 0.1870 하 4.068946 0.038 부X모O 6.399722 0.073 집단_4-18.28662 0.0000 부X모O 4.83331 0.169 부모O 2.282441 0.028 집단_5-4.388275 0.0150 부모O 2.237286 0.028 부모X -7.068503 0.231 집단_6-8.883975 0.0000 부모X -9.569659 0.097 전문대졸이하 -2.79671 0.102 집단_7-10.62144 0.0000 전문대졸이하 -2.11346 0.209 대학원졸이하 -10.85044 0.000 _cons 47.47775 0.0000 대학원졸이하 -7.838261 0.000 _cons 42.54091 0.000 집단_2 4.033816 0.030 집단_3 2.559188 0.213 집단_4-15.36383 0.000 집단_5-2.695239 0.167 집단_6-7.131119 0.001 집단_7-8.86834 0.000 _cons 46.44595 0.000 가출충동 주관적계층 (R. 상)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부학력 (R. 중졸이하 ) N=3918 R2=0.0099 N=3849 R2=0.0107 N=3358 R2=0.0216 중 0.2374806 0.015 집단_2 0.4511523 0.0000 중 0.1855082 0.063 하 0.8706401 0.000 집단_3-0.0989799 0.4790 하 0.7728333 0.000 부X모O -0.0733924 0.773 집단_4-0.2141622 0.1730 부X모O -0.0521059 0.841 부모O 0.0144597 0.850 집단_5 0.4993939 0.0000 부모O 0.0093104 0.904 부모X -0.4671786 0.294 집단_6 0.0835867 0.5570 부모X -0.5122112 0.253 전문대졸이하 -0.1437615 0.247 집단_7 0.0310604 0.7980 전문대졸이하 -0.1519974 0.229 대학원졸이하 0.0617522 0.629 _cons -0.5559461 0.0000 대학원졸이하 0.0849112 0.518 _cons -0.6250558 0.000 집단_2 0.5137991 0.000 집단_3 0.0096855 0.951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107

집단_4-0.1076999 0.532 집단_5 0.6352197 0.000 집단_6 0.1839864 0.242 집단_7 0.1086993 0.426 _cons -0.8116443 0.000 자살충동 주관적계층 (R. 상)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부학력 (R. 중졸이하 ) N=3407 R2=0.0108 N=3849 R2=0.0119 N=3358 R2=0.0248 중 0.226582 0.030 집단_2 0.6062702 0.0000 중 0.181876 0.089 하 0.86697 0.000 집단_3-0.1436855 0.3480 하 0.779807 0.000 부X모O 0.0440335 0.866 집단_4 0.005681 0.9730 부X모O 0.0788747 0.769 부모O -0.007564 0.925 집단_5 0.4691533 0.0010 부모O -0.0137162 0.867 부모X -1.045353 0.061 집단_6 0.2524632 0.0950 부모X -1.097958 0.051 전문대졸이하 -0.1629498 0.209 집단_7 0.0754238 0.5650 전문대졸이하 -0.197805 0.136 대학원졸이하 0.0364588 0.785 _cons -0.989413 0.0000 대학원졸이하 0.0398528 0.772 _cons -0.9629261 0.000 집단_2 0.6806562 0.000 집단_3-0.1350198 0.439 집단_4 0.0934042 0.613 집단_5 0.5844853 0.000 집단_6 0.4068608 0.015 집단_7 0.1689361 0.255 _cons -1.205505 0.000 흡연 주관적계층 (R. 상) N=3404 R2=0.0177 N=3846 R2=0.0157 N=3355 R2=0.0286 중 0.0103647 0.936 집단_2 0.3695789 0.0130 중 -0.0599527 0.649 하 0.7096101 0.000 집단_3-0.0038893 0.9820 하 0.5136649 0.003 10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부학력 (R. 중졸이하 ) 부X모O 0.1360078 0.644 집단_4-0.6432871 0.0030 부X모O 0.1647946 0.579 부모O -0.1287395 0.193 집단_5-0.0992959 0.5470 부모O -0.1171397 0.242 부모X 0.0834124 0.865 집단_6-0.4154618 0.0280 부모X -0.009771 0.984 전문대졸이하 -0.3321905 0.021 집단_7-0.400195 0.0100 전문대졸이하 -0.3330642 0.023 대학원졸이하 -0.5847904 0.000 _cons -1.43972 0.0000 대학원졸이하 -0.4905877 0.002 _cons -1.209923 0.000 집단_2 0.546326 0.001 집단_3 0.0973476 0.621 집단_4-0.3349437 0.159 집단_5 0.0482841 0.800 집단_6-0.1246619 0.553 집단_7-0.1219512 0.494 _cons -1.245191 0.000 음주 주관적계층 (R. 상) 부모직업여부 (R. 부O모X) 부학력 (R. 중졸이하 ) N=3404 R2=0.0177 N=3847 R2=0.0080 N=3356 R2=0.0162 중 0.2207121 0.022 집단_2 0.3611836 0.0030 중 0.1741228 0.076 하 0.7738407 0.000 집단_3 0.0943428 0.4860 하 0.6754331 0.000 부X모O 0.5655759 0.027 집단_4-0.3868858 0.0130 부X모O 0.582863 0.025 부모O -0.0248265 0.743 집단_5 0.1767739 0.1720 부모O -0.0080226 0.917 부모X -0.55091 0.220 집단_6-0.0819171 0.5600 부모X -0.5683994 0.207 전문대졸이하 -0.0473538 0.700 집단_7-0.1107701 0.3530 전문대졸이하 -0.0514513 0.680 대학원졸이하 -0.1833547 0.149 _cons -0.3396774 0.0010 대학원졸이하 -0.1369408 0.292 _cons -0.4350455 0.003 집단_2 0.4001761 0.004 집단_3 0.2555535 0.092 집단_4-0.19442 0.250 집단_5 0.2777051 0.055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109

집단_6 0.1335947 0.386 집단_7 0.0418916 0.754 _cons -0.5674151 0.001 11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참고문헌 강경미. 1994. 소아기 우울증: 소아기 우울증의 개관과 발달학적 측면. 소아청소년정신의학. 5(1), 3-11 금명자. 2003. 상담사례를 통해 본 청소년의 변화. 청소년상담문제 연구보고서 48. 서울: 한국청소년 상담원 김경식. 2006. 교사기대 형성과 변화가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 경북대학교 중등교육연구소. 중등교 육연구, 54(2), 95-121 김수리, 이재창. 2007. 부모 지지, 진로결정 자기 효능감 및 역기능적 진로사고가 청소년의 진로성숙 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9(2), 393-407 김현숙. 1998. 청소년의 건강행위와 비행의 영향요인에 관한 모형구축.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박종일, 박찬웅, 서효정, 염유식. 2009.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연구와 국제비교. Manuscript. 임형진. 1998. 교사의 기대형성이 아동의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 한국초등교육학회. 초등교육연구, 2(0), 1-16 이선애. 2009. 가족자원 및 부모양육태도가 청소년 학업성적에 미치는 영향. 한국가족복지학회. 한국 가족복지학. 14(1), 5-24 한상철, 이수연. 2003. 가출청소년의 우울 및 자살행동에 대한 상담학적 개입 전략에 관한 연구. 청소 년상담연구. 11(1), 152-165 Astone, N. M. &McLanahan, S. S. 1991. Family structure, parental practices and high school completion.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56(3), 309-32. Bluestein, D. L., Walbridge, M. M., Friedlander, M. L., Palladino, D. E., 1991. Contributions of psychological separation and parental attachment to the career development process.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38, 39-50 Coleman, James. 1988. Social Capital in the Creation of Human Capital, The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94: S95-S120. Kanddel, D. B., Raveis, V. H., Davies, M. 1991. Suicidal ideation in adolescence: depression, substance use, and other risk factors. Journal of Youth and Adolescence. 20, 239-299 McLanahan, S. 1985. Family structure and the reproduction of poverty. AJS, 90(4), 873-901 McLanahan, S., Bumpass. L., 1988. Intergenerational Consequences of Family Disruption. AJS, 94(1), 130-152 Langlie., J. K. 1977. Social networks health belief and preventive health behavior. Journal of Health and Social Behavior. 18, 244-260 Lee, M. 2003. Korean adolescents Examination Hell and their use of free time. New Directions for Child and Adolescent Development. 99, 9-22 Resnick, M. D., Harris, K. M., Shew, M. 1997. Protecting adolescent from harm. 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278(10), 823-832 Rosenthal, R. &Jacobson, L. 1968. Pygmalion in the Classroom: Teacher Expectation and Pupils' Intellectual Development. Holt: Reinhart and Winston. Teachman, J. D., Paasch, K. &Carver, K. 1997. Social Capital and the Generation of Human Capital. Social Forces, 75(4), 1343-1359.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과 닫힌 구조의 관계망 111

: 한국 노인과 행복 결혼 상태에 따른 우울도와 성차 이 민 아 ( 경희대 사회학과)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결혼상태에 따른 한국 노인의 우울도를 분석하고 결혼상태의 효과가 성별 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한국노동연구원이 2006년에 수집한 고령화연구패널조사 (KLoSA: Korean Longitudinal Study of Ageing) 에 참여한 65세 이상의 노 인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는 여성노인이 남성노인에 비해 더 우울도가 높고, 사별한 노인과 이 혼/ 별거 등의 결혼해체를 경험한 노인이 현재 배우자가 있는 노인에 비해 우울도가 높다는 사실 을 보여준다. 또한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본 결과, 결혼상태가 우울도에 미치는 영향이 남녀에게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사별, 이혼/ 별거 등의 결혼해체는 남성노 인의 경우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배우자가 있는 노인의 경우, 여성 이 남성에 비해 더 높은 우울도를 가졌으며 배우자가 있는 여성노인의 우울도는 사별한 여성의 우울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주관적 건강상태를 통제하였을 때 결혼상태에 따른 성별의 차이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결혼해체 혹은 가족불안 정성이 일반적으로 노인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남성의 경 우에 더 중요하게 해당되며 오히려 배우자의 존재가 여성의 우울도를 높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의 미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이러한 결과를 성역할의 차이 및 생물학적 차이( 평균수명과 신체 건강의 쇠퇴에서 나타나는 차이) 에 기반하여 논의한다. Ⅰ. 서론 현재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05년 현재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9.1% 로 1995년의 5.9% 에 비해 3.2% 증가하였으며 2018년에는 이 비율이 14.3% 에 이르러 초고령 사회 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 통계청 2005; 김경숙 문재우 박재산 2008 에서 재인용). 최근에 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인구의 비 율이 38.2% 로 OECD 국가 중 최고의 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 2009). 이러한 한국 의 빠른 고령화는 여러 가지 노인문제의 발생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도 더 한국 노인과 행복: 결혼 상태에 따른 우울도와 성차 113

욱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현대 의료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전체 생애 과정에서 노년기의 비중이 증가하 고 있으나 실제 노년기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노인들은 신체기능의 저하, 사 회로부터의 소외감, 외로움 등을 느끼며 연령이 증가할 수록 우울증 및 낮은 수준의 정신건강으 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경숙 외 2008). 현재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노인인 구의 자살률은 노인들이 처한 정신건강의 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60세 이상 인구의 자살률을 살펴보면,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수가 1995 년에는 20이었던 것이 2005 년에는 70에 근접하여 3배 이상 증가하였다 ( 유정균 2008). 한국노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 라 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 가장 중요한 측정 영역중 하나인 우울증 혹은 우울도는 자살행동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개인 및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오병훈 2006). 사회적 환경 에 따른 노인들의 우울도를 파악함으로써 한국노인의 정신건강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몇 선행연구들이 독거노인, 배우자 사별 등의 가족불안정성 혹은 결혼상태 ( 송지은 Nadine F. Marks 2007; 김경숙 외 2008) 와 사회적 관계( 전혜정 2003) 가 노인의 우울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실상 한국노인인구에 일반화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자료를 분석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한 노인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우울도를 갖는다는 것이 발견되기도 하였으나 ( 김경숙 외 2008) 그 원인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배우자가 있는 노인의 경우, 사별하거나 이혼한 노인에 비해 외로움이나 고립감, 경제적 어려 움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자의 존재가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러나 과연 이러한 배우자의 존재, 즉 결혼상태가 남성과 여성 노인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가 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여성이 주로 돌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자를 잃을 경 우, 그 부정적인 영향은 남성에게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비슷한 맥락에서 배우자의 긍 정적인 영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미약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결혼상태가 한국노인의 우울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이에 성차가 어떠한 연관을 가지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노인인구에 일반화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샘플을 분석하고 다양한 사회, 경제적 배경 변수 및 건강상태 등을 통제할 것이다. 먼저 결혼상태와 건강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살펴 보면서 본 연구를 시작하고자 한다. Ⅱ. 1. 선행연구 결혼과 건강 그리고 성차 결혼과 개인 건강 간의 관계는 의료/ 보건 사회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이다 (Pearlin and Johnson 1977). 기혼자는 과연 미혼이나 이혼 혹은 사별한 사람들보다 건 강이 좋은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서구학계에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11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왔다. 결혼한 사람은 더 건강한가? 이제까지 수행된 대부분의 국외 연구는 결혼이 건강에 미치 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혼인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혼자들은 비혼자들에 비해 신체적, 정신 적으로 더 건강했고 (Pearlin and Johnson 1977; Lee and Ferraro 2009), 사망률도 비혼자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Brown, Bulanda, and Lee 2005; Elwert and Christakis 2006; Waite and Gallagher 2000). 그렇다면 왜 기혼자들은 더 건강한가? 먼저, 기혼자들이 배우자가 없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 는 개념으로써의 비혼자들에 비해 가지는 자원(resource) 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가족은 가족 구성원의 건강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원제공 단위이다. 기혼자들은 평균적으로 더 높은 가족소득수준을 가질 뿐 아니라 서로 실질적인 도움 (instrumental assistance) 을 교환한다. 또한 기혼자들은 비혼자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긍정적 인 건강행동을 한다(Umberson et al. 1992; Zisook Schuchter and Mulvihill 1990). 배우자가 건 강행동을 모니터하고 규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강행동 을 유도해낸다는 것이다. 결혼에 기반한 가족이 소득과 같은 물적 자원뿐 아니라 정신적 지원(emotional support) 을 주 고 받을 수 있는 단위라는 점에서도 정신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설명할 수 있다(Pearlin and Johnson 1977). 개인은 자신의 배우자를 통해서 살아가는데 위안을 얻고, 서로의 걱정이나 근심을 나눌 수 있으며 공동의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이는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줄여주고, 살아 가면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즉, 결혼의 이점은 동일한 가구를 구성하여 살면서 서로 실질적인, 정신적인 도움과 자원을 제공 및 교환할 수 있 다는 데 있다(Elwert and Christakis 2006). 물론, 모든 결혼이 다 긍정적인 것은 아니며, 배우자 와의 갈등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Umberson et. al 2006). 그러나 한 사회에서 결혼이 규범성을 가질수록 일반적으로 결혼이 비혼에 비해 개인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사별이나 이혼 등의 결혼해체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결혼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욱 드러날 수 있다. 배우자의 사망은 생애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스트 레스이며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Carr 2004; Carr et al. 2001). 사별 뿐 아 니라 이혼이나 별거 등의 결혼해체 혹은 가족불안정도 사별과 더불어 정신건강에 부정적이라 할 수 있다. 결혼해체 혹은 가족불안정성은 특히 노인의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결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남녀 모두에게 동일할 것인가에는 의문이 남는다. 결혼의 효과에 성차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곧 결혼으로 인한 상대적 이점을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얻는가 혹은 그 차이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과 일맥상통한다(Chipperfield and Havens 2001). 다시 말하면, 성차에 대한 논의는 크게 결혼이 남성에게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과 남녀의 차이는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대비될 수 있다. 결혼이 남성 에게만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는 주장은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자원은 주로 남성만이 얻는 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 배우자의 건강행동 ( 흡연, 음주와 영양 섭취 등) 에 관여하고 제재하기 때문에 남성들의 경우 결혼으로 인해 더 나은 건강행동을 가지며 이는 한국 노인과 행복: 결혼 상태에 따른 우울도와 성차 115

결과적으로 좋은 건강상태로 이어진다는 논의다 (Umberson et al. 1992; Zisook, Schuchter and Mulvihill 1990; Williams and Umberson 2004). 또한 여성이 주로 가사노동을 하고 돌봄의 역할 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수행으로 인한 혜택은 주로 남성이 얻게 된다. 물론 여성 배우 자의 경우, 이혼이나 사별 등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져 결국은 부정적인 건강상태를 야기한 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논의는 여성이 주로 정신적, 감정적 지원(emotional support) 을 제공하기 때문에 배우 자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결국 가사노동 및 돌봄의 역할뿐 아니라 정 신적, 감정적 지원도 여성의 성역할과 연관이 되며, 이러한 역할이 배우자 남성의 신체, 정신건 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논의로 연결될 수 있다. 곧, 남성은 부부관계에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배우자의 건강, 특히 정신건강에 특별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맞벌이 부부의 경우,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갔을 때 여성이 남성보 다 훨씬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는 연구결과 (Lundberg 2005) 는 가정이 여성에게 편안함이나 안 식처의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성차는 최근에 시행된 국외 연구에서는 발견되지 않거나 남녀에게 결혼이 비 슷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Lee and Ferraro 2006; Umberson et. al 2006). 이는 사회 변화와 함께 일어난 성역할, 부부관계, 결혼문화 등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나타난 현 상으로 보인다. 결혼이 그 사회에서 규범적인 것인지, 성역할의 성격이나 부부관계가 평등한지 에 따라 결혼의 효과 및 그에 따른 성차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결혼과 건강의 관계 는 한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2. 한국노인의 결혼상태와 정신건강 결혼과 건강의 관계를 한국사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선행연구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는 결혼의 긍정적인 효과가 한국사회에도 나타나는가하는 문제와 다음으로 는 결혼효과에 성차가 나타나느냐하는 점이다. 결혼의 긍정적인 효과는 모든 사회에 일반화될 수 없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결혼이 남녀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달라지듯이 결혼의 효과는 그 사회의 사회, 경제, 문화적 특성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결혼과 관련된 인식이나 문화가 각 사회마다 다를 수 있으며 (Goodwin 2003; McLoyd et. al 2000), 이러한 차이는 결과적으로 그 사 회의 가족구조와 가족의 역할 등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결혼과 건강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Lee and Ferraro 2009). 그러므로 한국사회의 결혼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는 경험적 으로 규명해야할 연구주제이다. 최근 한국에서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건강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 전 체 국민의 결혼과 건강에 관한 대표성 있는 경험적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최근에 몇몇 연구들 이 배우자가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낮은 우울도 혹은 자살생각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김윤희 조영태 2008; 엄태완 2007; 김경숙 외 2008). 그러나 결혼상태에 초점을 맞 추었다기 보다는 인구학적 배경변수로써 결혼상태의 효과를 분석하였으며 성별에 따른 결혼효 11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과의 차이는 보여주지 않았다. 또한 최근에 송지은과 Marks(2007) 가 발표한 연구는 결혼상태 (martial status) 에 따른 건강의 차이를 보여주지만, 미국조사자료를 이용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에 발표된 유정균(2008) 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유정균(2008) 은 지역 별 이혼율이 노인자살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고, 이것이 남성노인의 자살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이혼이라는 결혼해체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즉, 남성노인이 결혼해체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그 러나 이 연구는 지역별 변수에 초점을 맞추고 분석단위가 개인이 아니므로 개인들의 우울도에 도 결혼상태가 영향을 미치는지, 그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른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본 연구에서는 결혼상태가 개인수준의 우울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에 성차가 나타나 는지, 또한 그렇다면 그러한 성차를 설명할 수 있는 변수가 존재하는지 분석할 것이다. 선행연구 들이 보여주었듯이, 노인의 우울도에는 결혼상태 뿐 아니라 친목단체, 교회 등의 사회활동참여 ( 김경숙 외 2008), 경제적 요인( 장인협 최성재 1987; 신경림 김정선 2003), 가구형태 ( 이봉재 2008), 신체 건강( 송지은 Nadine F. Marks 2007) 이 영향을 미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요인 들이 사실상 결혼상태와 유의미한 상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변인 들이 성별에 따른 결혼상태의 효과에 어떠한 상관을 가지는지 분석해볼 가치가 있다. Ⅲ. 연구문제 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문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결혼상태가 노인의 우울도에 미치는 영향을 어떠한가? 즉, 배우자가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낮은 우울도를 갖는가? 2. 결혼상태가 우울도에 미치는 영향이 남성과 여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가? 3. 성차가 존재한다면, 성별에 따른 결혼상태의 영향은 사회활동, 주관적 건강, 가구형태 ( 독거 노인) 등의 여러 사회적 변인을 통제한 후에 변화하지는 않는가? 즉, 성차를 줄이는 변인이 존재하는가? Ⅳ. 1. 연구방법 분석자료 본 연구의 분석자료로는 한국노동연구원이 2006 년에 수집한 고령화연구패널조사 (KLoSA: Korean Longitudinal Study of Ageing) 가 사용되었다. 고령화연구패널조사 는 2005 년 인구주택 총조사의 조사구를 표집틀(Sampling frame) 로 하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일반가구에 거주하 는 45 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다 ( 한국노동연구원 2007). 본 연구는 노인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2006년 조사시점에서 65 세 이상의 노인응답자만을 포함하였다. 본 연구분석에 한국 노인과 행복: 결혼 상태에 따른 우울도와 성차 117

서는 한국 노인인구에 일반화할 수 있는 통계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가중치를 고려하였다. 2. 변수 종속변수인 우울도는 조사시점에서 지난 일주일간의 느낌과 행동을 묻는 10개의 문항을 이용 하여 측정하였다. 문항은 지난 한주간 각각의 느낌이나 행동을 얼마나 자주 느꼈는가라는 질문 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응답범주는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음( 하루미 만) 에서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음 까지의 4 점 척도로 구성되었다. 우울도를 측정한 총 10개의 항목은 평소일에 대한 귀찮고 힘든 느낌, 집중하기 어려움, 우울감, 모든 일이 힘든 느낌, 비 교적 잘 지냈다는 생각, 무엇인가에 대한 두려움, 잠을 잘 못 이룬다는 생각, 큰 불만없이 지 냈다는 생각,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 도무지 해나갈 수 없다는 느낌 이다. 이중 긍정적 인 문항인 비교적 잘 지냈다는 생각 과 큰 불만없이 지냈다는 생각 은 그 값의 방향을 바꿔서 다른 문항과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우울도의 신뢰도 계수는 0.824 이다. 독립변수로는 인구학적 배경, 가구형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모임의 참석 여부 및 주관적 건강상태 등을 측정하였다. 먼저 인구학적 배경변수로는 결혼상태와 더불어 연령, 교육수준, 성 별, 경제적 만족도 및 거주주택 소유형태가 포함된다. 교육수준은 무학( 문자해독불가 ) 에서 대 학원 박사 까지의 9 점 첨도로 측정되었다. 성별과 결혼상태는 이분변수이며 결혼상태는 혼인중, 사별 혹은 이산가족, 별거, 이혼, 혹은 결혼한 적 없음 으로 구분하여 각각을 이분변수로 구성 하였다 1). 분석에서는 현재 혼인중 인 응답자를 준거집단 (Referent group) 으로 설정하여 각각 사별 혹은 이산가족 과 별거, 이혼 혹은 결혼한 적 없음 을 비교하였다. 가구형태는 독거노인인 지의 여부를 측정한 이분변수이다. 응답자의 경제적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두 가지 형태의 변수를 포함하였다. 경제적 만족도는 응답자가 평가하는 주관적 만족도이다. 응답자는 자신의 경제상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 하고 계십니까 라는 질문에 0점에서 100점까지 10점 단위로 구분하여 경제적 만족도에 대해 응 답하였다. 100 점에 가까울 수록 경제적 상태에 만족하는 상태이다. 경제적 상황에 대한 두 번째 변수는 거주주택 소유형태이다. 본 연구에서는 소유 형태를 주택소유, 전세, 월세 및 기타 로 구분하여 각각을 이분변수로 측정하였다. 분석모형에서는 주택소유 집단을 준거집단으로 설정 하였다. 노인의 경우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관적 경제상태와 주택소유형태가 노인의 경제적 수준을 측정하는 데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하고 있는 모임은 총 네 가지의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묻는 이분변수로 측정되었다. 변수화된 모임은 종교단체, 친목모임, 동창회나 종친회 등의 단체, 자원봉사단체이다. 노인의 우 울도가 사회적 관계의 제한이나 고립감으로 인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모임참여가 노인의 우울 도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관적 건강상태는 응답자가 자신의 건강을 1) 별거/ 이혼과 결혼한 적 없음은 그 맥락이 달라 구분할 필요가 있으나 한국사회의 문화 상 노인인구 중 결혼한 적 없는 노인의 수가 적고 실제로 분석에 포함된 4155명의 노인 중 단 10명만이 이 범주에 들어 간 관계로 독립적인 범주로 구성하기에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 11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스스로 평가하는 두 가지 문항의 평균값으로 측정하였다. 고령화연구패널조사 는 주관적 건강상 태를 묻는 질문을 건강에 대한 설문의 시작과 끝에 모두 물어봄으로써 질문의 순서에 따른 오류 의 가능성을 최소화하였다. 이에 두 문항의 평균값을 주관적 건강상태의 수치로 이용하였다. 3. 분석방법 본 연구는 65세 이상 노인의 우울도에 대한 결혼상태의 영향과 성차를 분석하기 위해 다변량 회귀분석을 이용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성별에 따른 우 울도의 차이와 결혼상태의 효과를 분석한다. 이를 위해 위계적인 방식으로 세 가지의 회귀모형 이 분석된다. 첫 번째 분석모형은 인구학적 배경변수의 효과를 검증하고 우울도에 성차가 있는 지를 분석할 것이다. 두 번째 분석모형은 결혼상태를 통제하여 결혼상태와 우울도의 관계를 분 석한다. 마지막 분석모형에서는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을 알아 볼 것이다. 두 번째 분석부분은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 효과가 모임참여, 가구형태와 주관적 건강상 태를 통제함에 따라 변화하는지를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의 회귀모형이 사용되는데, 첫 번째 모형에서는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이 포함된 분석모형에 모임참여와 가구형태를 포함하여 결혼상태와 성별의 효과가 변화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두 번째 모형에서는 주관적 건강상태를 통제하여 결혼상태와 성별의 효과에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Ⅴ. 1. 분석결과 분석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 표 1> 은 분석에 포함된 변수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보여준다. 분석대상자의 특성이 성별에 따라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t검정과 chi square 검정을 이용하였다. t 검정은 우울도, 연령 등의 연 속변수의 성별 평균값을 비교하기 위해 이용되었고 chi square검정은 이분변수 간 비교를 위해 이용되었다. 결과를 살펴보면, 우울도를 포함한 주요변수에 성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 다. 여성노인이 남성노인에 비해 우울도와 연령이 높았으며, 교육수준과 경제적 만족도는 낮았 다. 결혼상태에도 성별 간 차이가 나타났다. 결혼상태의 성별 비율을 살펴보면, 여성노인일 수록 사별한 상태인 경우가 많았고 남성노인일 수록 혼인 중인 경우가 많았다. 이혼이나 별거의 경우 에는 남녀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령과 결혼상태에서 나타나는 성차는 남녀 간 평균수명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관적 건강상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낮았는데 여성이 신체 적 쇠퇴가 비교적 남성보다 빠르다는 점, 그리고 여성노인의 연령이 더 높은 경우가 많은 것과 연관될 수 있다. 또한 여성노인일 경우 혼자 사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이는 결혼상태에 나타나는 성차와 상관 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회단체나 모임참여를 살펴보면, 성별에 따라 참여하는 모 임의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여성노인의 경우 남성에 비해 종교단체에 참여하는 경우가 한국 노인과 행복: 결혼 상태에 따른 우울도와 성차 119

많았고, 남성노인은 여성에 비해 친목단체나 동창회/ 종친회 등의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 다. < 표 1> 에 제시된 t검증과 chi sqaure 검증이 다른 변인을 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한 성 별간의 비교결과이긴 하지만, 남성노인과 여성노인 간에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 표 1> 조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평균과 표준편차) 및 성별 비교를 위한 t,chi2검정 전체 남성 여성 검정결과 (N=4155) (N=1736) (N=2419) 종속변수 우울도 18.124 17.137 18.835 결혼상태 (5.684) (5.302) (5.842) 독립변수 기혼( 준거집단) 0.626 0.897 0.431 사별/ 이산가족 0.358 0.088 0.552 이혼/ 별거 0.016 0.015 0.017 *** *** *** 여성 ( 남성= 준거집단) 0.582 - - 연령 73.009 72.310 73.511 (6.314) (5.756) (6.642) 교육수준 3.090 3.893 2.513 (1.539) (1.602) (1.197) 경제적 만족도 41.858 44.758 39.777 거주주택소유형태 (24.658) (24.791) (24.355) 자가( 준거집단) 0.757 0.785 0.737 전세 0.113 0.098 0.124 월세 0.069 0.065 0.072 기타 0.060 0.052 0.066 주관적건강평가 2.272 2.484 2.120 (0.892) (0.918) (0.840) 가구형태( 독거노인=1) 0.149 0.047 0.223 사회단체/ 모임 참여 종교단체 0.229 0.154 0.283 친목단체 0.434 0.514 0.377 동창회/ 종친회 0.095 0.185 0.031 자원봉사단체 0.013 0.016 0.010 + p<0.1, * p<0.05, ** p<0.01, ** p<0.001 * 샘플수는 무응답으로 인해 각각의 변수에 따라 다를 수 있음. ** 괄호안의 숫자가 표준편차이며 이분변수의 경우 표준편차를 제시하지 않음. *** *** *** *** * * *** *** *** *** *** + 12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2. 결혼상태에 따른 우울도 및 성차 < 표 2> 는 우울도에 대한 결혼상태와 성별의 영향을 분석한 다변량 회귀분석결과를 보여준다. 모두 세 개의 분석모형에 위계적 방식으로 변수를 추가하였다. 먼저 분석모형 1에서 성별과 더불 어 연령, 교육수준, 경제적 상태 등의 변수를 통제하였으며, 분석모형 2에서는 결혼상태 변수를 포함하였다. 마지막으로 분석모형 3 에서는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였다. 먼저 결혼상태를 통제하기 전인 분석모형 1 에서 나타나는 성별차이를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노 인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높은 우울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남녀의 차이는 결혼상태를 통제한 모형2 에서도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난다. 물론 결혼상태를 통제하였을 때 나타난 성별의 계수가 결혼상태를 통제하기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보아, 결혼상태와 성별이 유의한 상관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인인구에서 성별에 따라 결 혼상태의 비율이 달라진다는 것과 연관된다. 분석모형 2 에 나타난 결혼상태의 효과를 살펴보면, 사별과 이혼/ 별거/ 결혼한 적 없음 등 결혼 해체 혹은 가족불안정성이 우울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배우자 가 있는 노인과 비교해 보았을 때, 사별에 비해 이혼/ 별거의 경우가 우울도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즉, 사별한 노인은 배우자가 있는 노인에 비해 우울도가 0.76 정도 더 높지만, 이혼이나 별거, 혹은 결혼한 적이 없는 노인은 배우자가 있는 노인에 비해 우울도가 3.19 정도 더 높았다. 요약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배우자가 없는 노인이 배우자가 있는 노인보다 우울도가 높았다.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결혼상태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혼상 태와 성별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분석모형 3 의 결과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분 석결과는 사별, 이혼/ 별거 등의 결혼해체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이는 남 성노인의 경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울도에 대한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것이 < 도표1> 이다. < 도표1> 을 보면, 배우자가 있는 여성노인은 배우자가 있는 남성노인에 비해 높은 우울도를 갖는다. 이에 비해 남 성노인은 사별하거나 이혼/ 별거를 할 경우, 같은 상황의 여성노인에 비해 높은 우울도를 가진다. 사실상, 이혼/ 별거 등을 경험한 남성노인의 우울도가 가장 높고 사별한 남성노인의 우울도가 그 다음으로 높다. 이는 결혼해체가 남성노인에게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여성 노인의 경우 오히려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배우자가 있는 남성에 비해 우울도가 높았 고 사별한 여성은 배우자가 있는 여성과 우울도에서 큰 차이를 갖지 않았다. 물론 여성노인에게 도 사별이나 이혼/ 별거 등의 결혼해체가 상대적으로 우울도를 높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영향 은 남성에 비해 크지 않았고 오히려 배우자의 존재가 우울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 표 2> 의 분석모형 3 에서 여성 변수의 회귀계수 (b=0.905) 가 통계적으로 유의하 다는 사실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 중, 여성이 남성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우울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노인과 행복: 결혼 상태에 따른 우울도와 성차 121

< 표 2> 65 세이상 노인의 우울도에 대한 다변량 회귀분석, 결혼상태와 성별의 영향 우울도 분석모형1 분석모형2 분석모형3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 사별*여성 -2.344 *** (0.625) 이혼/별거*여성 -4.653 *** (1.332) 결혼상태(혼인중=준거집단) 사별 0.755 *** 2.616 *** (0.228) (0.584) 이혼/별거 3.186 *** 5.940 *** (0.707) (1.050) 여성 0.747 *** 0.429 * 0.905 *** (0.190) (0.209) (0.215) 연령 0.083 *** 0.070 *** 0.075 *** (0.014) (0.015) (0.015) 교육수준 -0.311 *** -0.305 *** -0.312 *** (0.064) (0.064) (0.063) 경제적 만족도 -0.085 *** -0.084 *** -0.084 *** (0.004) (0.004) (0.004) 주거소유형태 (자가=준거집단) 전세 0.465 0.358 0.372 (0.288) (0.290) (0.288) 월세 0.940 * 0.704 + 0.766 + (0.409) (0.409) (0.406) 기타 0.536 0.364 0.289 (0.382) (0.377) (0.373) 상수 16.009 *** 16.835 *** 16.302 *** (1.130) (1.162) (1.162) N 4113 4112 4112 F 134.2 *** 109.84 *** 93.22 *** R2 0.202 0.209 0.215 +p<0.1, *p<0.05, **p<0.01, **p<0.001 * 본 그림의 예상치는 < 표2> 의 분석모형3 의 결과를 보여주므로, 다른 변수들이 통제된 상태에서의 예상치이다. < 도표 1> 성별과 결혼상태에 따른 우울도 예상치 12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3. 가구형태, 모임참여와 주관적 건강평가가 성차에 미치는 영향 < 표 3> 은 < 표 2> 에서 나타난 결혼상태와 성차의 상호작용이 노인의 모임참여, 가구형태와 주관적 건강평가에 따라 변화하는지를 분석한 결과이다. 본 분석은 모임참여, 가구형태, 및 주관 적 건강상태가 우울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과 동시에 이 변수들이 성별에 따른 결혼상태의 효과에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분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 표 3> 65 세이상 노인의 우울도에 대한 다변량 회귀분석, 건강, 가구형태 및 모임참여 통제 우 울 도 분 석 모 형 1 분 석 모 형 2 주 관 적 건 강 상 태 -2.088 *** (0.097) 거 주 형 태 (독 거 노 인 =1) 0.894 ** 0.587 * (0.314) (0.291) 사 회 단 체 /모 임 참 여 종 교 단 체 -0.570 ** -0.585 ** (0.201) (0.188) 친 목 단 체 -0.796 *** -0.687 *** (0.166) (0.156) 동 창 회 /종 친 회 -0.163-0.027 (0.261) (0.257) 자 원 봉 사 단 체 -0.528-0.346 (0.708) (0.631) 결 혼 상 태 와 성 별 의 상 호 작 용 사 별 *여 성 -2.254 *** -1.897 *** (0.625) (0.587) 이 혼 /별 거 *여 성 -4.529 *** -3.229 * (1.344) (1.296) 결 혼 상 태 (혼 인 중 =준 거 집 단 ) 사 별 2.171 *** 2.227 *** (0.598) (0.559) 이 혼 / 별 거 5.197 *** 4.696 *** (1.057) (1.030) 여 성 0.933 *** 0.460 * (0.222) (0.211) 연 령 0.071 *** 0.040 ** (0.015) (0.014) 교 육 수 준 -0.254 *** -0.072 (0.065) (0.061) 경 제 적 만 족 도 -0.081 *** -0.056 *** (0.004) (0.004) 주 거 소 유 형 태 (자 가 =준 거 집 단 ) 전 세 0.278 0.397 (0.287) (0.269) 월 세 0.664 + 0.491 (0.401) (0.380) 기 타 0.378 0.197 (0.381) (0.341) 상 수 16.804 *** 22.271 *** (1.184) (1.139) N 4112 4112 F 66.52 *** 90.54 *** R2 0.223 0.307 +p<0.1, *p<0.05, **p< 0.01, **p<0.001 한국 노인과 행복: 결혼 상태에 따른 우울도와 성차 123

먼저 < 표 3> 의 분석모형 1 에 포함된 가구형태와 모임참여의 효과를 살펴보면, 독거노인의 경 우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우울도가 높았다. 혼자 사는 경우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더 느낄 수 있어 우울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모임참여의 효과를 살펴보면, 종교 단체와 친목단체 참여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우울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창회 /종친회 등의 단체와 자원봉사단체의 참여여부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영향을 가지지 않 았다. 그러나 이러한 변수들이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 표 2> 의 분석모형 3 에 요약된 성별, 결혼상태 및 성별과 결혼상태의 상호작용 계수와 < 표 3> 의 분 석모형1 에 요약된 상응하는 계수를 비교해봤을 때, 거의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분석모형 2는 주관적 건강상태를 통제한 회귀분석결과로써 노인의 주관적 건강상태가 좋을수록 우울도는 낮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결과는 주관적 건강상태를 통제하였을 때, 결혼상태, 성 별 및 두 변수의 상호작용 계수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 표 4> 는 이 변수들이 < 표 2> 의 분석모형 3 에서 나타난 계수와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주며, 주관적 건강상태를 통제하 기 전과 후에 각 계수의 차이가 확연히 나타남을 알 수 있다. < 표 4> 의 마지막 행은 사회, 인구 학적 배경만을 통제한 < 표 2> 의 분석모형 3 의 계수와 < 표 3> 의 분석모형 2의 계수를 비교하여 각 계수 간에 어느 정도의 상대적 감소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각 계수의 변화비율을 살펴보면, 성별 변수가 주목할 만큼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주관적 건강상태를 통제한 후, 성별 변수의 계수는 49.2% 의 감소가 있었고 유의도 수준도 0.1% 수준에서 5%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성별 변수의 계수가 배우자가 있는 남녀의 차이를 대표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주관적 건강상태 를 통제할 때, 배우자가 있는 남녀 간의 우울도의 차이가 줄어든다고 해석할 수 있다. < 표4> 분석모형 간의 계수의 변화 <표2>의 분석 모형3 <표3>의 분석모형1 <표3>의 분석모형2 (1) (2) (3) (1)과 (3)의 계수 간 변화비율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 사별*여성 -2.344 *** -2.254 *** -1.897 *** 0.191 이혼/별거*여성 -4.653 *** -4.529 *** -3.229 * 0.306 결혼상태(혼인중=준거집단) 사별 2.616 *** 2.171 *** 2.227 *** 0.149 이혼/별거 5.940 *** 5.197 *** 4.696 *** 0.209 여성 0.905 *** 0.933 *** 0.460 * 0.492 (1)과(3)의 계수 간 변화비율은 각각의 계수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줄어들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써 다 음과 같이 측정되었다. [(1)의 계수-(3)의 계수]/(1)의 계수 +p<0.1, *p<0.05, **p<0.01, **p<0.001 12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Ⅵ. 결론 한국노인의 우울도를 분석해 본 결과,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울도가 높고, 사별한 노인과 이혼 / 별거 등의 결혼해체를 경험한 노인이 현재 배우자가 있는 노인에 비해 우울도가 높았다. 결혼 상태가 우울도에 미치는 영향은 선행연구들이 보여준 바와 일치한다. 결혼해체 혹은 가족불안정 성은 노인의 우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노인이 중장년층에 비해 사회적 관계와 활동이 줄어들고 신체건강의 쇠퇴 등을 겪는다는 점에서 배우자의 유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중장년층에 비해 클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결과는 결혼상태와 성별의 상호작용이다. 결혼상태가 우울도에 미치는 영향이 남녀 에게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사별, 이혼/ 별거 등의 결혼해체는 남성노인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여성에게는 사별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배우자가 있는 여성노인의 우울도는 사별한 여성의 우울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배우자가 있는 노인의 경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우울도가 높았다. 상대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배우자의 존재가 남성의 우울도 는 떨어뜨리지만 여성의 우울도는 오히려 높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성역할에 따른 일상생활에서의 부담과 스트레스로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사회 에서 여성노인의 경우 주로 배우자에 대한 돌봄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울도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한국의 남성노인은 은퇴 후 가사노동에 참여하거 나 도움을 주기보다는 주로 돌봄의 대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이 배우자를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그 부담은 오히려 노인이 되어서 더 커질 수 있다. 남성노인이 배우자에게 더 의존 적인 경우가 많고(Umberson et al. 1992),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신체적 기능이 쇠퇴함에도 여성의 돌봄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난다고 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사별, 이혼, 별거 등의 결혼해체가 남성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남성노인에게는 배우자상실이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큰 난관에 봉착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분석결과에서 주관적 건강을 통제하였을 때, 배우자가 있는 노인 간 성차가 줄어들었던 점도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수명은 길지만 일찍 신체적 건강 및 기능의 쇠퇴를 경험한다. 신체기능이 쇠퇴하고 관절염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수행이 힘들게 느껴지는 여 성일수록 배우자 돌봄의 역할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주관적 건강을 통제했을 때, 배우자가 있는 남성과 여성의 우울도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반면 종교단체, 친목단체 등의 모임참여와 가구형태는 노인의 우울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긴 했으 나, 결혼상태에 따른 성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사별이 여성에게 그다지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이유로 성역할의 차이와 더불어 생 물학적 차이인 평균수명의 차이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고 이는 사별 후의 삶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상 배우자와 사별한 사 람들의 성비를 살펴보면 여성이 훨씬 많다. 이는 여성의 입장에서 배우자와의 사별이 그리 적지 않은 사례이고 주위의 동료나 선배들의 경우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일이므로 이에 대한 적응과 한국 노인과 행복: 결혼 상태에 따른 우울도와 성차 125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수월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분석결과에서 배우자가 있는 여성과 사별한 여성의 우울도 예상치가 그리 크 게 차이가 없었다는 점과 연관된다. 실제로 사별이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정신적인 면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존재한다. 배우자 사별 후 남성이 여성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우울도를 갖고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사별 후의 삶에 더 잘 적응한 다는 것이다 (Lee et al. 1998; van Grootheest et al. 1999). 정신건강 뿐 아니라 신체건강의 측면 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었는데, 사별 후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사망률을 갖기도 한다 (Martikainen and Valkonen, 1996; Mineau, Smith and Bean, 2002). 물론 배우자 상실이 남녀모 두에게 생애과정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사건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으며 (Holmes and Rahe 1967), 우울도 등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Bisconti et al. 2004; Carr 2004; Carr et al. 2001). 그러나 배우자 사별 후에 정신적 적응의 과정 및 결과를 성 별로 비교해보았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빨리 혹은 수월하게 적응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남성 의 배우자 의존성 및 사별인구의 성차로 설명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을 밝힐 필요가 있겠다. 먼저, 일반적으로 결혼이 건강에 긍정적 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모든 결혼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배우자와의 관계, 결혼 만족도 등에 따라 기혼자들의 건강 및 건강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Hawkins and Booth 2005). 그러나 본 연구의 초점이 결혼상태에 따른 우울도의 차이였던 만큼 배우자 만족도 등의 변수는 본 연구 의 범주에 벗어난다. 앞으로 배우자가 있는 노인집단에 초점을 맞추어 배우자와의 관계, 결혼 만 족도 등의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본 연구에서 이혼/ 별거상태인 노인 및 결혼한 적 없는 노인을 같은 집단으로 묶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이혼/ 별거와 결혼한 적 없는 경우 는 사실상 그 맥락이 다르기에 우울도에 미치는 영향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에 응한 총 4155명의 노인 중 단 10명만이 결혼한 적 없다고 대답하였기에 그 비율로 보았을 때 독 립적인 단위로 구성하기에는 통계적인 측면(statistical power) 에서 의미가 없었다. 본 연구는 65세이상의 한국노인의 우울도에 미치는 결혼상태와 성차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보여주었다. 결혼상태의 효과가 성별로 다르다는 것을 대표성 있는 표집을 이용하여 보여주었다 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노인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해서 성별에 따라 다른 대처방법이 필요할 것임을 함의한다. 건강에 대한 결혼상태의 효과는 그 사회의 성역 할, 결혼문화 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결혼의 표과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2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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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강연Ⅱ 간지 한국 노인과 행복: 결혼 상태에 따른 우울도와 성차 129

행복: 그 신비와 잠재력 정 홍 익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행복: 그 신비와 잠재력 1) 행복의 불가사의와 사회학의 공통점 모든 사람들이 원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목표와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같이 행동해 아무도 의문을 제기해 본 일이 없어 2) 등장 배경 - 물질적 풍요로부터 정신적 만족으로 욕구 이동 - Postmodernism과 인간 내면에 대한 관심 - 학계의 positive psychology 연구 1 행복: 그 신비와 잠재력 131

행복의 불가사의: 풍요와 행복 40개 국가 연구, Swiss 가장 행복, Bulgaria 가장 낮은 행복, 대부분 나라 행복 쪽으로. 일반적으로 고소득국은 행복지수가 높음 그러나 USD15,000 이상이 되면, 소득증가가 행 복지수를 높이지 않음. 그 이유: 1) adaptation, marginal utility 2) social comparison; a wealthy man is one who earns one hundred dollars more than his wife s sister s husband. 3) 자신행복에 대한 판단 오류 2 행복의 불가사의: 판단오류 How happy are you (with your entire life)? -In most ways my life is close to my ideal. -The conditions of my life are excellent -I am satisfied with my life. -So far I have gotten the important things I want in life -I could live my life over, I would change almost nothing. (9, 14, 19, 20, 25, 30, 35) 1) The free dime test 2) The sunny day/ cloudy day tests 3 13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판단오류의 이유: 1. 기억 오류: 인간의 기억은 (1) 불완전하고 (2) 선택적 (3) 행복에 관한 기억은 축적적(cumulative) 이 아님. 기억은 정점(peaks)와 끝에 집중 되는 경향이 있음. * 고통 실험 (the pain test), 치과? 4 2. 감정 인식의 오류 (1) 불안 (anxiety)와 공포 (fear) (2) Cornell 대학, suspension bridge 실험 (3) 두뇌의 진화: 선행동, 후확인 생존전략 3. 행동과 의식, 인식의 분리 작용 (1) 시각경험(visual experience)와 그 경험에 대한 의식은 두뇌의 다른 부분에서 일어남. (2)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은 무의식에서 일어남. 5 행복: 그 신비와 잠재력 133

4. (행복에 관한) 미래 예측의 오류 (1) 과거에 대한 불완전한 기억을 미래에 투 사하여, 장래의 행복을 예측함. (2)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미래의 행복과 불 행을 예측함 (3) Treadmill 실험; hunger vs. thirst 6 행복의 개념: 2가지 견해 1. 감정론 2. 실체론 (Emotion theory) (Substance theory ) 명목론 - 존재론 - 실제론 일원론 - 인식론 - 다원론 주관주의 - 방법론 - 객관주의 가치중립 -가치지향- 가치몰입 단기 -시간지향- 장기 *Daniel Gilbert Stumbling on Happiness *Martin Seligman Authentic Happiness 7 13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감정론 (Emotion theory) 1) 감정적 행복 (Emotional happiness) - 실제 행복의 개념 - 객관적 준거 (objective referents) 없음 - 개인의 주관적 느낌 - 행복의 질적 차이 없음 - 다양하고 불안정함 - 감정이입을 통해서 객관적 이해 가능 2) 도덕적 행복 (Moral happiness) - 도덕적, 덕성있는 삶 = 행복한 삶 (행동, 경험) - 동서고금을 통해서 윤리학, 철학의 행복 개념 - 인과 관계 혼동: 도덕적 행위와 삶 (원인) ---> 진실한 행복 (결과) - 규범 문화에 준거 3) 판단적 행복 (Judgmental happiness) - 객관적 판단 - 가치관 기준 8 실체론 (substance theory) 행복의 3 구성 요소 1) 긍정적 감정과 즐거움 (positive emotion and pleasure) -- 즐거운 삶 (the pleasant life) 2) 참여 (engagement) -- 참여하는 삶 (the engaged life) 3) 의미 (meaning)-- 의미있는 삶(the meaningful life) - 개인별 행복추구 행태 차이가 있음 - 가장 행복도가 높은 사람들은 참여와 의미를 강조하면서, 이 세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들임. * 실체론은 개념적으로 행복의 다원론, 즉 행복에는 세가지 다른 차원(종류)이 있다. 이들은 상호관련되어 있으나 실 체적으로 분석적으로 독자적인 존재들이다. 9 행복: 그 신비와 잠재력 135

We were going home from working at the Salvation Army shelter on a snowy night. We passed an old woman shoveling her driveway. One of the guys asked the driver to let him out. I thought he was just going to take a shortcut home. But when I saw him pick up the shovel, well, I felt a lump in my throat and started to cry. I wanted to tell everyone about it. 10 Authentic Happiness의 발췌 It is not just positive feelings we want, we want to be entitled to our positive feelings. Yet we have invented myriad shortcuts to feeling good; drugs, chocolate, loveless sex, shopping, masturbation, and television are all examples. (I am not, however, going to suggest that you should drop these shortcuts altogether.) Positive emotion alienated from the exercise of character leads to emptiness, to inauthenticity, to depression, and, as we age, to the gnawing realization that we are fidgeting until we die. The positive feeling that arises from the exercise of strengths and virtues, rather than from the shortcuts, is authentic. The "pleasant life" might be had by drinking champagne and driving a Porsche, but not the good life. Rather, the good life is using your signature strengths every day to produce authentic happiness and abundant gratification. This is something you can learn to do in each of the main realms of your life: work, love, and raising children. The meaningful life is beyond the good life. 11 13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Authentic Happiness (Martin Seligman) 행복(Happiness) as consisting of "positive emotions" and "positive activities". 과거에 대한 긍정적 감정(Positive emotions relating to the past) : satisfaction, contentment, pride and serenity. 미래에 대한 긍정적 감정 (Positive emotions relating to the future); optimism, hope and trust. 현재에 대한 긍정적 감정 (Positive emotions about the present) ; pleasure and gratifications. 12 행복=pleasure, gratification 즐거움 (Pleasures (bodily and other)은 pleasures of the moment" 이며 대체로 외부의 자극에서 옴 (usually involve some external stimulus) 진정한 행복, 만족(Gratification)은 단순한 즐거움과 달리, 자신의 내부에서 발생하며, 자신의 일, 인간관계, 신념에 대한 완전한 참여, 몰입, 몰아지경 상태이다.(full engagement, flow, elimination of self-consciousness, and blocking of felt emotions. 이 진정한 행복은 도덕적 가치와 자신의 덕목을 개발하고 실천함으 로서 이루어 진다. Authenticity= real happiness is the derivation of the gratification from exercising signature strengths. (e.g. enjoying work, creative activities.) The most profound sense of happiness <---- the meaningful life, is achieved if one exercises one's unique strengths and virtues in a purpose greater than one's own immediate goals. 13 행복: 그 신비와 잠재력 137

14 15 13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16 세계 40개국 조사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개인의 덕목은 친절, 공정성, 진정성, 개방성 (kindness, fairness, authenticity, gratitude, and openmindedness)이며, 반대로 절제, 겸손, 극기심 (prudence, modesty, and self-regulation)는 지적 빈도가 낮았음. 삶에 대한 만족도는 호기심, 학문추구(curiosity, love of learning)같은 지적 덕목보다, 정열, 감사, 희망, 사랑 같은 감정적 덕목( strengths of heart; zest, gratitude, hope, love)과 더 깊은 관계가 있다. 17 행복: 그 신비와 잠재력 139

The most commonly endorsed( most like me ) strengths, in 40 different countries, from Azerbaijan to Venezuela, are kindness, fairness, authenticity, gratitude, and open-mindedness, and - the lesser strengths consistently include prudence, modesty, and self regulation. strengths of the heart zest, gratitude, hope, and love are more robustly associated with life satisfaction than are - the more cerebral strengths such as curiosity and love of learning (Park, Peterson, & Seligman, 2004). - We find this pattern among adults and among youths as well as longitudinal evidence that these heart strengths foreshadow subsequent life satisfaction (Park et al., 2005b). 18 행복 사회학: 긍정적 사회의 개발 개인 행복과 사회적 맥락 1) 행복의 사회망 - Fowler (UC San Diego) A happy friend- B, 15% - C, 10% -행복 생태학의 군집구조 (cluster structure), 행복한 가족, 직장, 마을 등 2) 행복의 사회성 또는 사회적 결정요인 -Seligman의 3가지 요인 (1) 지속적 애정관계 (romantic relationship) (2) 단순한 일 대신 소명의식 (3) 자신을 초월하는 존재나 가치에 대한 헌신 19 14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행복과 공공정책 1) 긍정적 인간 (positive person) 2)긍정적 집단: 직장, 학교, 공동체 (positive organizations) -조직문화 -조직몰입 3) 긍정적 문화와 사회(positive culture and society) - 자유, 정의, 평화, 평등, 공정한 경쟁, 자선, 의무, 헌신 - 민주주의, 질서, 형평, 안전, 안정, 풍요 4) 국가 정책: GDP와 국민행복 관계. - 국가정책의 새로운 목표: 각 수준에서의 시민의 행복 증 대 20 행복: 그 신비와 잠재력 141

제 2-1 세션: 행복의 문화론 - 간지 행복: 그 신비와 잠재력 143

컨버젼스시대의 미디어와 행복감 1)최 항 섭 ( 국민대 사회학과)* 1. 행복의 의미와 인식론적 접근 생존의 위협을 받던 원시시대부터 문명의 편리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게 된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행복이란 말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행복을 갈망하는 것 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행복을 원한다. 동양에서는 오복을 강 조하며 복 자를 귀히 여겼고 서양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는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 2006). 정보화 시대를 넘어 모든 디지털 기술이 융합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점에서 융합된 디 지털기술이 과연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인간의 행복일 것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을 하여도 그것이 인간의 행복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그 융합된 기 술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을 소외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술과 인간의 행복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항상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즈음에는 그 기술이 가져올 것으로 믿어지는 달콤한 전망들 또한 등장해왔다. 소위 기술 유토피아 담론이다. 상시몽(Simon Saint) 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커뮤니케이션 유토피아 담론은 기술 유토피아 담론을 낳았는데, 즉 기 술의 발전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행 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담고 있다. 반면 토마스 무어(Thomas Moore) 등이 제 기했던 사회적 유토피아 담론은 고립된 섬에서의 유토피아 담론을 의미하는데, 이에 의하면 기 술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을 고립시키고 말 것이다. 기술예찬론과 기술경계론은 예전부터도 존재 해왔고 지금도 역시 존재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에는 기술예찬론이 우세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기술이 가져오는 역기능들이 목격되고 이에 따라 기술경계론이 힘을 얻 기도 한다. 그런데 기술예찬론과 기술경계론 모두 공유하고 있는 믿음은 바로 기술이 인간의 행 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기술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방통융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시기에 방통융합을 IT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만 인식하면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놓칠 수가 있다. 이에 근본적인 문 제로 돌아가 미디어와 인간의 행복감 간의 인식론적 고찰의 가치를 모색하고자 한다. * 본 원고는 년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필자가 김재휘 중앙대 문상현 광운대 이항우 충북대 와 2008 ( ), ( ), ( ) 공동으로 연구한 보고서 일부를 발췌한 것임 컨버젼스시대의 미디어와 행복감 145

2. 행복의 의미 행복은 오랜 기간 동안 과학적 접근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것은 행복이 매우 주관적인 개 념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철학적, 윤리적 화두로만 다루어져 왔던 행복 의 문제는 19세기에 이 르러서야 사회과학적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행복이 인간의 내면세계인 도덕과 자유보다 오히려 물질적 부나 심리 상태 등 외부적인 자극에 의해 결정된다는 입장이 우세하게 된 것이 다. 20세기에 이르러서는 보다 체계화된 검증과 측정의 절차를 필요로 하는 과학적 연구의 대상 으로 다루어지게 된다. 인간의 육체적, 물질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삶의 질에 대한 실 증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행복이 무엇인가 의 문제는 경험적 자료에 근거한 과학적 연구 의 주제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들어 경제학, 사회과학,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행복은 많은 학자 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1996 년에는 행동 유전학자 리켄(David Lykken) 과 아우케 텔레겐 (Auke Tellegan) 1) 에 의해 DNA 속에서 행복 표지 를 찾아내려는 극단적인 시도까지 이루어졌 다( 맥마흔, 2008). 리켄은 심리과학 (Psychological Science) 5월호에 행복과 유전의 관계를 밝힌 논문에서 사람마다 행복을 누리는 능력을 다르게 갖고 태어나며, 이러한 선천적 요인이 행복을 좌우하므로 개인적인 노력으로 행복을 성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행복 은 단순한 관념적 화두가 아닌 실험과 과학의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1) 경제학적 접근 조승헌은 행복은 마음, 곧 주관의 문제인 반면 경제학은 사실 그와 대립되는 객관적이고 드 라이( 건조) 한 것이다. 그걸 합쳐놓은 행복경제학은 기본적으로 학제 간 연구다. 어떻게 보면 잡 학이다. 심리학, 경제학, 사회학을 포함한다. 고 설명한다 ( 조승헌, 2007). 우울한 과학(Dismal Science) 이라 불릴 만큼 경직되고 딱딱한 학문으로 다가왔던 경제학이 최근 들어 행복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들은 결코 행복을 돈으로 혹은 돈만으로 살 수 없다고 말한 다. 그러나 질병, 실업, 부채 등을 겪어본 이들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경제적 문제가 행복에 있 어 결정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즉 경제학자들이 행복 연구에 뛰어드는 것은 행 복의 결정요소들 가운데 경제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과 앨런 크루거(Alan Krueger) 는 다양한 방법론을 동원하여 사람들의 행복 및 웰빙 정도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행복지수 연구에 착수했다. 크루 거는 행복지수 산출을 위한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GDP처럼 중요한 새로운 행복지수를 발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 1996 년, 행동 유전학자 데이비드 리켄과 아우케 텔레겐은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에서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 3,000 명의 기분, 행동 그리고 성격 특징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그들이 발견한 것은 일란성 쌍둥 이들의 경우 같이 자랐건 아니면 태어나면서 헤어졌든 간에 그들의 기분 혹은 주관적 행복이 내내 매우 유사했다는 점이다. 행복의 유전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는 다른 연구자들은 그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를 제시하지만, 그래도 50%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거의 없다. 다윈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에서 고찰 했듯이 인간 역시 동물처럼 자신의 유전자 상태에 따라 명랑, 변덕, 우울 또는 기쁨 등을 나타낸다는 견 해가 과학자들 사이에서 점차 일반적 견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4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행복에 관한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등 웰빙, 행복지수 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증대하고 있 다. 짐 클리프톤 (Jim Clifton) 갤럽 최고경영자는 기업들은 최근 행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면서 경영진들은 직원들의 웰빙이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한다 고 강조 했다. 그리고 기업들은 직원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며 최근 직원들의 웰빙 을 위한 연구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고 말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라 행복에 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결정요소로 사람들의 머리에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긍정적 의미에서건 부정적 의미에 서건 돈, 소득, 부 같은 경제적 요소들일 것이다. 그런데 현대 경제학자들은 부가 증대해도 일정 수준이 되면 부와 행복간의 상관관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들의 연구 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전 세계적으로 소득증대와 경제번영이 진행되었지만 그 덕분에 사람들 이 더 행복해졌다고 느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행복의 역설 이다. 부가 증대하면 할수록 오히려 불행감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 경제학자도 있다. 지금까지 GDP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는데 만약 그것이 국민의 행복과 연관 관계가 없다면 정부 정 책의 효율성은 의미가 없게 된다. 이런 배경 속에서 행복경제학 (Happiness economics) 이란 생소한 학문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분야의 대표적 경제학자로는 행복의 경제학 을 쓴 마크 아니엘스키 (Mark Anielski), 행복의 역설 을 쓴 그레그 이스터브룩 (Gregg Eaterbrook), 행복과 경제학 의 저자 브루노 프레이도 (Bruno Freydo) 등을 들 수 있다. 행복경제학은 돈 또는 경제라는 객관적인 조건과 각 개인의 심리는 어떻게 관련되는지, 또 사회적인 제도와는 어떻게 접맥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조승헌은 행복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선진국 학문 이라고 설명한다. 물질적으로 궁 핍한 후진 사회에선 돈은 곧 행복으로 연결되다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돈이 행복에 주는 긍정적 인 효과가 미미하거나 불확실해진다는 것이다. 아직 경제학 교과서에서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았 지만,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깨지면서 행복경제학 연구가 늘어나며 급속히 주류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정밀한 웰빙 지수의 산출은 향후 기업과 정부 정책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행복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있다. 이것은 사회주의 변용에 불과하며 경제학은 기 초적인 경제문제에 한정돼야 한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은 행복이 개인별 문화별로 다르고 측정이 불가능하다며 행복경제학을 비판하고 있다. 가령 스텔저 (Irwin M. Stelzer) 는 성장 비용에 오염 문제 등을 포함시킬 수는 있지만, 행복을 측정하는 것 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라고 일축했다. 반면 돌란(Paul Dolan) 은 공공정책에 행복의 가치를 포함시켜야한다 고 주장한다 ( 신보영, 2006 에서 재인용). 행복이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적 덕목, 연결망, 공동체의 안전, 민주적 시민사회와 깊은 연관성을 맺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 을 공유한 오스왈드 (Andrew Oswald) 는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세금을 올릴 것을 제 안했다. 부자들의 과시적 소비에 세금을 많이 매기면 대중의 기쁨이 커진다는 논리다. 특히 신자 본주의, 시장만능주의,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 빈곤화가 서민들을 불행으로 몰아넣고 있는 오늘 날 행복경제학은 소득계층별로 차별적인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컨버젼스시대의 미디어와 행복감 147

2) 정책학적 접근 정책 영역에서도 행복 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신자본주의, 세계화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지도자들은 예전처럼 국민들에게 무조건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 고 말하기보다 국 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삶과 일의 균형을 약속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이들은 소득 수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행복 에 정책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국 보수당 지도자 캐머런은 최근 연설에서 사람들 지갑에 돈을 채워 넣는 문제가 아니라 마음속에 기쁨을 불어넣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며 새로운 사회발전 척도로 총웰빙 지수 를 제안했다. 태 국의 출라논 총리는 2007. 4. 30). 태국을 더 부유하진 않더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겠다 고 약속했다 ( 천지우, 여기서 우리는 개인의 행복이 공동체의 행복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다시금 주목하 게 된다. 19세기에 들어 행복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므로 국가나 사회체 제가 개인의 행복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가 부각되었으며 공공복지 차원에서 국가의 역 할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미 많은 철학자들은 개인의 이익은 사회 전체의 이익과 더불 어 추구될 때 지속적일 수 있으며 개인의 자유는 공동체 안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과 더 불어 누려져야 진정한 행복일 수 있음을 강조해왔다. 마르크스 (Karl Heinrich Marx) 는 상대적이 고 주관적인 것에 만족하는 개인주의적 행복을 노동계급을 착취하는 부르주아의 이기적이고 비 윤리적인 행복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행복은 보편적 관점에서 계급투쟁을 통해 사회 전체의 변 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벤담(Jeremy Bentham) 은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원리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개인의 결합체인 사회의 기 본 원리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에서 구했다. 그리하여 그는 법이나 정치제도 또는 도덕이나 종교도 모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에 기여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그 정당성이 판단되어야 한다 고 주창했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자신을 연마하고 덕을 쌓아 행복을 추구한다 해도 행복은 개인적 영역에 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분적으로는 나의 행복을 내가 결정할 수 있지만, 나의 삶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수많은 요소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제약과 영향을 받는다. 가령 전체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잃어버린 채 개인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전쟁 상황 속에서 안정과 평화를 상실한 채 행복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내가 아무리 부자고 현명하고 행복하더라도 내 주위의 이웃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과연 완벽한 행복과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남의 행복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책학에서는 특히 행복을 삶의 질과 연관시켜 설명하였다. 삶의 질의 개념은 학자에 따라 매 우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으며, 용어에 있어서도 삶의 질(quality of life), 주관적 복지(subjective well-being), 행복(happiness)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삶의 질의 정의를 다이너 (Diener, 1984) 는 3 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첫 번째 유형은 삶의 질이 외부의 객관적 기준이나 조 건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주관적 심리 상태가 아니라 어떤 바람직한 속성 및 14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환경적 조건을 소유한 삶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바람직한 외적 기준은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신 분과 같은 사회경제적 지표에서부터 미덕이나 신성함과 같은 정신적인 가치에 이르기까지 다양 한 것이 될 수 있다. 한 개인의 삶의 질은 사회경제적 지표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는 가정에 기초 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 구매능력, 환경오염, 수명, 교육 수준, 여가 시간, 건강 상태 등의 사회경 제적 지표에 의해 개인의 삶의 질을 평가하려고 한다. 경제지표 2)에서 바라본 삶의 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적인 조건들은 삶의 질에 대한 간접적 지표가 될 뿐이며, 삶의 질은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것이 중심이 된다는 입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두 번째 유형은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하여 내리는 인지적 평가에 대한 것이 다 즉, 행복은 개인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 에서 보면 삶의 질은 삶에 대한 지각된 만족(perceived satisfaction) 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행 복을 외부의 보편적이고 규범적인 가치보다는 행복을 느끼는 행위 당사자의 내부 기준에 맞추 어 정의하는 입장을 말한다. 따라서 수입, 건강, 사회적 지위 등 사회경제적 지위를 포함한 삶의 객관적 상황이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삶의 상황에 대한 인지적 해석이라는 매개 과정을 거쳐 간접적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개인의 정서적(affective) 측면에 관한 입장이다. 인간의 삶의 질이나 행복이 물리적, 환경적 외부 요인을 대하는 내적인 태도나 정서 등의 성격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은 인간의 행복이 물질적, 환경적 외부 요인을 대하는 내적인 태도 나 정서 등의 성격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유사한 객관적 외부 조 건에 대한 인지적 평가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점을 중시하여, 삶의 객관적 상황에 대 한 인지적 해석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각기 상이한 정서적 반응 요인을 지니고 있 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 임번장, 1995). 3) 심리학적 접근 20 세기에 들어 심리학적 차원에서 행복을 바라보는 연구도 활발해졌다. 프로이드 (Freud) 는 인 간은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회와 지속적으로 대항한다고 얘기하면서 도덕을 쾌락의 원리와 실재의 원리의 타협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타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보는 이타주의도 결국은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무의식적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심리학 자들의 연구는 대부분 욕구실현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만족스럽게 느끼느냐를 행복의 척도로 삼고 있다. 욕구와 행복을 설명한 대표적인 학자는 매슬로우 (Maslow) 이다. 그는 욕구단계설을 통해 인간 의 행복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욕구단계설의 첫 단계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 는 생리적 욕구이다. 생리적 욕구는 음식, 물, 공기, 수면에 대한 욕구와 성욕으로, 이들 욕구의 충족은 생존에 필수불가결하다.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굶주리고 있는 사 람에게 있어서는 빵 한 조각이 전부이다. 춥고 배고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욕구는 부 2) 이와 같은 개념은 행위자의 주관적 판단보다는 관찰자의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컨버젼스시대의 미디어와 행복감 149

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여 성적욕구를 해결하고 경 영자는 종업원에게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그들의 생리적 욕구를 총족시킬 수 있도록 해준다. 여 기서 주시할 것은 이 일차적 욕구도 너무 지나치면 반드시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가령 식욕에서는 식욕이 충족되지 않으면 배고픔을 채 우려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지만 일단 배가 부르면 음식을 쳐다보기도 싫어지고, 또 그것에 너무 집착하면 비만과 성인병 같은 부작용이 유 발된다. 성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나치면 활성산소의 독소발생이 요인이 되어 생명을 단축 시킨다. 일단 생리적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안전의 욕구가 나타난다. 안전의 욕구에는 신체적인 위협이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안전, 안정, 보호, 질서, 불안과 공포로부터의 해 방 등이 포함된다. 은행에 돈을 저축하고, 보험에 가입하며,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는 것 등이 안 전욕구로 인한 행동들의 대표적 예이다. 일상의 안전, 보호, 안정 등에 대한 욕구는 의료 보험이 나 노후대책으로써 직업을 선택하는 행동에 반영된다. 그리고 경영자는 안전한 작업 조건, 직업 보장 등을 통해서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 안전욕구를 채우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으로는 건강, 돈, 직업 결혼, 종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건강은 행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 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만을 일컫는 게 아니라 신체적 건강, 정서적 건강, 사교적 건강, 지적 건강 등을 포함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커티스는 행복은 무엇보다 건강 속에 있다. 고 말했고 쇼펜하우 어(Schopenhauer) 역시 다음과 같이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의 행복은 거의 건강에 의 하여 좌우되는 것이 보통이며 건강하기만 하다면 모든 일은 즐거움과 기쁨의 원천이 된다. 반대 로 건강하지 못하면 이러한 외면적 행복도 즐거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뛰어난 지( 知 ), 정( 情 ), 의( 義 ) 조차도 현저하게 감소된다. ( 쇼펜하우어, 2005). 이처럼 인간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는 무엇보다도 건강이 우선되어야 한다. 행복을 위해 필요한 또 다른 필수 요소로서 많은 사람들은 돈 을 꼽을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과거 소크라테스, 몽테뉴(Montaigne), 루소 (Rousseau), 붓다(Buddha), 칸트 등 수많은 사상가들은 행복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물질만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 삶 속에서 돈과 행복의 관계는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무엇이 행복의 조건인지 설문조사를 했을 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가장 먼저 돈, 경제적 여유 라는 대답이 나왔다. 사실 돈이 많이 있으면 예기치 못한 문제가 닥쳤을 때 수반되는 막연한 두려움은 줄어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이룰 수 있고 시간적 여유도 갖을 수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시켜준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 외에도 자 본주의 체제에서 돈의 매력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소비사회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욕망을 창출하고 욕망하는 것은 좋은 것임 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행 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행복에 기여한다 는 대중적인 속담이나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 복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반드시 불행하다 는 헬나이트의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에 서 돈은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는 행복의 조건이다. 15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스티븐슨 (Betsey Stevenson) 과 울퍼스 (Justin Wolfers) 는 132개국의 50년간 자료들을 분석해 서 돈이 행복과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의 수치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 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고란, 2008 에서 재인용). 그렇다면 돈으로 행복도 살 수 있을까? 이 연 구 결과에 따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Yes) 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기존의 통념과 달리 돈 많은 나라 국민들이 더 행복하고, 그 중에서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 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각국의 구매력 기준 1 인당 국내총생산 (GDP) 과 삶에 대한 만족도 를 비교했는데 그 결과 미국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의 국민들은 삶에 대한 만족도도 대체로 높았다. 반면 부탄.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등 가난한 나라는 국민들의 만족도도 낮았다. 이들은 또 한 나라 안에서도 돈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하다 고 설명했다. 3. 미디어와 행복감 그렇다면 미디어와 행복감을 논하는 본 연구에서 행복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돈 이라고 대답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왜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그것은 돈이 없으면 무언가 하고 싶은 바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돈이 있으면 그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 다. 반대로 돈이 오히려 불행을 가져다준다라고 주장할 때의 근거는 돈에 얽매여 살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것이다. 건강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우리는 행복을 구성 하는 요소를 어떠한 구체적인 물질적 요소로 파악하기 보다는 자유와 같은 추상적 개념을 통해 서 파악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글에서는 특히 미디어와 관련된 행복의 구성요소를 정서감( 자아존중감과 몰입), 자유감, 사회성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1) 미디어와 정서감 가. 자아존중감 인간은 자아를 존중하고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자아존중감의 욕구는 기술을 습득하고, 많 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 내고, 직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든가 동료들로부터 인 정을 받음으로써, 또는 승진, 칭찬, 성공을 통하여,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들 음으로써 충족된다. 자아존중감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갖게 되는 자아존중 감과 스스로 자기를 높게 생각하는 자아존중감이 있다. 다른 사람이 존중해 주기 때문에 갖게 되 는 자아존중감에는 명성, 존중, 지위, 평판, 위신, 사회적인 성과 등에 기초를 두는데, 이는 쉽게 사라질 수도 있다. 반면 스스로 자신을 높게 생각하는 자아 존중감을 지닌 사람은 내적으로 자신 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므로 자신에 대한 안정감과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자아존중감을 충족시키기 못하면 열등감, 좌절감, 무력감, 자기 비하 등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하게 된다. 컨버젼스시대의 미디어와 행복감 151

분명하고 중요한 것은 인간은 많은 경우 자신의 행복을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명품 옷이나 고급 자동차를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물질 적 욕망을 희생해서까지 보다 고차원적인 인정과 칭찬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자들은 명예욕과 권력욕 역시 허망한 것으로 보았지만 학문적, 예술적 업적이나 선행을 통해 대중으로 부터 얻는 인정과 칭찬이 매우 유혹적인 것 역시 사실이다. 로마제국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어떠 한 현자라도 더러운 명예욕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고 말했다 ( 쇼펜하우어, 2004 : 94-95 에 서 재인용). 은둔생활을 하지 않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결코 명예욕에서 완전히 자 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 불행과 행복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많은 현자들은 으뜸가는 미덕은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예욕이나 허영심에 비해 자존감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보다 지속적이고 결정적이다. 행복 한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된 성격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주시할 것은 행복한 사람들은 자 존심이 강하고 자신이 남들보다 윤리적이며, 지적이고 편견이 적으며, 남과 잘 어울리고 건강하 다고 스스로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 들이다. 즉 행복한 사람이야말로 진정 똑똑한 사람 이며, 행복한 사람은 먼저 자신을 사랑하며 그런 사람만이 남도 사랑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돕고 사 랑을 베풀 수 있으며 타인들을 통해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또한 그들은 선행의 결과로 타인의 진정한 인정과 사랑을 받아 외롭지 않다. 자존감이란 내가 나인 것이 행복하다 는 확신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의 힘을 믿는 마음 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평형에서 보면, 비교의 망상 반대편에 있는 것은 자존감 이다. 기 독교적 전통은 겸손을 미덕으로 숭앙하여 자기존중이나 긍지를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러 나 자존감은 헛된 허영심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명예욕이나 허영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겉으론 당당해 보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열등감, 부족의 망상 과 타인과 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으려는 비교의 망상 에 시달린다. 반대로 자기의 가치 를 알고,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면 남의 이목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인간 욕구의 위계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것으로 자신의 잠재적인 능력 을 최대한 발휘하고 창조적으로 자기의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칭한다. 일단 존경 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기 시작하면 다음에는 " 나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 " 자기계발을 계 속하고 싶다" 는 자아실현욕구가 강력하게 나타난다. 이는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것 혹은 될 수 있 는 것을 성취하려는 욕구이다. 즉, 계속적인 자기발전을 통하여 성장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 화하여 자아를 완성시키려는 욕구이다. 매슬로우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 지고 있지만, 대부분 이 욕구를 실현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을 현실로 실행하고 있는 성인은 얼마나 될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이상이나 꿈을 접고 현실적인 삶에 안주한다. 그리고 그것을 만족스러운 삶으로 간주하기 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과 만족은 다른 개념이다. 행복한 자기실현은 유토피아를 지향한다. 그것이 유토피아인 것은 그것이 자연적으로 성취되지 않으며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함을 의미한 15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다. 또한 자유를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물질적 속박에서 벗어나 내가 먹고 싶고 입 고 싶은 것을 누리는 것, 누구의 제약도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 러나 비록 가난하더라도 예술가에게 있어 자유로운 창조, 자기실현은 곧 행복을 의미한다. 미디어가 주는 자아존중감의 행복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고정된 나의 안정적인 공간에 대 한 욕구는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의 1 인 미디어를 통해 나타난다. 나의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 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한테 자신의 의견을 알리고 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공간의 정체 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 속의 다른 공간과 달리 그 형성과 유지에 많은 노력과 시간 이 소요된다. 대표적 1 인 미디어인 블로그(blog) 란 인터넷을 뜻하는 web의 b 와, 일지나 기록을 의미하는 log 의 합성어를 말한다. 복잡한 절차 없이 자신이 만든 게시판에 자유롭게 글이나 사진을 올리 면 블로거 끼리 답글형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수많은 다른 블로그를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시키기도 한다. 블로그는 형식에 제한이 없으며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누구든지 자신의 의 견을 짤막하게 답글 형태로 밝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자의 고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 서 이 홈페이지들이 모여 하나의 미디어를 구성하는 것이다. 웹 사이트 주인인 블로거가 발행인 이자 편집국장이며 동시에 기자이기도 한 인터넷 상의 원래 1 인 언론사 인 셈이다. 1 인 미디어는 네티즌 개인의 신변잡기를 보여주는 방식의 개인 홈페이지로 출발, 사회, 문화적 이슈에서부터 기술, 학술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심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이트 로 성장하였다. 특히 네티즌들이 개인 출판, 개인 방송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심도 있는 의사소 통을 하며 자기 주장을 거침없이 밝히기도 해 매스미디어에 대응하는 마이크로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 블로그는 개인용 홈페이이지가 진화한 형태 또는 개인용 웹 페이지들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터넷으로 가능한 기능들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며, 개 인의 관심과 취향이 잘 표현될 수 있는 미디어이다. 따라서 블로그를 특징지을 수 있는 말은 나 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블로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심을 한 곳에 집중해서 정리해 놓 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블로그는 트랙백이라는 것 등으로 인해 개별 블로그와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 즉 관심분야나 취향이 같은 블로거들끼리 서로의 블로그를 등록시킴으로써 각자의 블로그들에 올라온 기사나 답글이 자동으로 다른 블로그로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을 잘 활용하면 개인의 블로그는 그 자체가 특정 분야에 대한 거대한 정보의 창고가 될 수 있다. 방대한 지식 정보의 네 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됨에 따라 가장 사적이고 폐쇄적인 영역으로 생각하 기 쉬운 자신의 글이나 창작물이 타인의 참여로 인해 생명력을 갖고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자기실현감을 느낄 수 있다. 나. 몰입 모든 행복의 조건이 만족되어 있더라도 꿈과 이상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을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하다. 몰입(flow) 의 저자 칙센트미하이 컨버젼스시대의 미디어와 행복감 153

(Csikszentmihalyi)는 이러한 상태를 몰입이라 이름 붙였는데 몰입이란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 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될 때를 일컫는 심리적 상태이다. 사소한 일상의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에 몰두해서 음 악 이외에는 모든 것을 잊고 음악과 하나가 되는 순간, 암벽 등반가가 암벽을 오르기 위해 모든 의식을 바로 다음 바위, 바로 다음의 발 위치에 집중하는 순간, 무용수가 몰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는 순간이 바로 몰입 활동이 일어나는 때, 그들은 행복하다. 그러나 누구나 이러한 행복한 몰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목적성을 가지고 적극 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만이 몰입 경험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은 제한된 상황 안에서 그에 게 합당하고 허용된 삶을 살 뿐이다. 그러나 삶의 목표는 인간의 행복과 강하게 상관되어 있으 며 장기적 계획이나 목표를 지닌 사람들만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억지로가 아니라 자진 해서 행하는 것은 행복의 기초이다. 가치 있는 목표와 활동은 자아 존중감으로도 이어진다. 그러 므로 즉각적인 만족에만 몰두하지 말고 현재의 상태를 넘어 자신을 고양시키고 원대한 꿈을 향 해 자기를 창조하며 사는 삶이 진정한 의미에서 행복한 삶이다. 미디어가 가져다주는 몰입의 행복감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김재휘(2008) 에 의하면 몰입은 칙센트미하이 (1975) 가 명명한 개념으로 일종의 심리상태로써, 외적인 보상이 없어도 활동 그 자체가 즐거워서 계속하게 되는 자기목적적 (autotelic) 인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방통융합시대에서 사람들이 UCC 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거나,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정성들여 꾸미는 경험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다. 이들은 활동을 통해 외적 보상을 얻어낼 수 있는지 없는지에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즐길 수 있으며, 사회적 지지나 만족 자체가 보상으로 작용하여 그 행동 자체가 즐거워서 계속하게 하는 자기목적적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방통 융합 시대의 소비자의 환경(UCC 제작, 블로그 운영 등) 은 몰입의 상태에 빠지기에 최적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몰입은 개인의 기술/ 능력과 과제의 난이도의 함수에 의해 결정된다. 그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될 때에 사람들은 한 가지 활동에 대해서 개인의 의식 수준이 완전히 몰입되는 것을 경험한 다. 개인의 기술이나 능력에 비하여 과제 난이도가 높을 때에는 불안을 느끼게 되고, 개인의 기 술이나 능력에 비하여 난이도가 낮을 때에는 권태감을 경험하게 된다. 칙센트미하이는 불안 조 건이나 권태 조건이 부정적인 경험 상태라고 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 력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을 난이도보다 높게 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난 이도를 낮추는 노력을 통해 몰입 상태를 경험하기 위해 노력한다. 방통 융합 시대에 DMB의 시 청, 영상 통화의 사용, PMP 사용을 처음에 접하게 될 때에는 난이도가 높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개인의 기술이나 능력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권태감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난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는 UCC 의 제작, 동영상 편집 등은 처음에는 난이도가 높게 지각될 수 있지만 소비자는 자신의 능력을 난이도 보다 높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하여 몰입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15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2) 미디어와 자유감 그리스 철학자 투키디데스 (Thukydides) 는 행복의 비결은 자유 라고 주장했다. 최근 영국 파 이낸셜타임스는 행복의 열쇠는 임금(income) 이 아니라 자유(freedom) 라고 전했다. 행복의 기 준은 돈이 아니라 자유와 연결돼 있다는 주장은 노벨 경제학상을 탄 아마르티아 센 교수의 이론 에 의해 지지되었다. 개발과 자유, 그리고 상승하는 행복감 이란 논문 저자인 포아(Roberto Poar) 는 "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행복한 이유는 거의 모든 나라가 민주 주의를 도입했고 소수자의 인권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호되고 있으며 선택의 ' 자유' 가 있기 때문 " 이라고 밝혔다. 현대인은 사생활과 개인의 욕구와 욕망을 존중하며 더 이상 공동체를 위한 무 조건적인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의 행복 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아졌 는데 이는 선택의 자유가 커졌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즉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선택의 자 유가 있다는 기분이 각국의 행복감을 이끌어 올리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고대철학자들은 노동을 미덕으로 신성시하였으며, 자유로운 휴식이나 여가를 게으 름과 같은 일조의 악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자유로운 휴식이나 여가에 대한 갈망은 더 이상 죄의식을 동반하지 않는다. 여가는 현대인들이 의무와 속박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대표적 시간이다. 에피쿠로스의 유명한 격언- 까르페 디엠(Carpe Diem), 즉 하루하루를 향유하시오 - 가 권고하듯 인간은 매순간을 즐겁게 향유하도록 힘써야 한다. 자유로움은 정신건 강과 신체건강에, 나아가 행복 그 자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행동에 자 유로움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했고, 훨씬 피곤함을 덜 느꼈고, 짜증을 덜 냈다. 시골과 자연의 경치는 상당한 휴식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취미 를 즐기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많은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가 주는 자유로움은 그렇다면 현재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문상현(2008) 에 의하면, 디지털 기술이 가능케 한 방통융합은 우리의 미디어 이용방식 역시 크게 바꾸어놓았다. 디지털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들의 미디어 이용에서 이러한 변화는 특히 두드러진다. 집안 거실에 놓여 있던 네 채널의 TV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찾아가던 영화관이 이전 세 대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매체였던데 반해, 젊은 세대는 기존 매체들뿐만 아니라 유무선 인터넷 부터 시작해서 테이크아웃 (take-out) TV 라 불리는 모바일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편 재(ubiquitous) 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다매체 환경 하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는 대중 문화 생산과 소비의 핵심적 수단인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자유자재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참여할 줄 아는 세대이다. 전통적인 매스미디어가 갖지 못한 쌍방향성을 특징으로 하는 융합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수용자의 참여와 이용이 문화생산과 소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젊은 세대의 미디어 이용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젊은 세대가 기술변화에 뛰어난 적응력 을 보이며 과거의 수동적인 미디어 소비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생산자이자 소비자의 역할을 한 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 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강하다. 당연히 문화생산과 소비의 하드웨어 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능동적 사용자(active user) 혹은 프로슈머 컨버젼스시대의 미디어와 행복감 155

(prosumer) 는 이러한 특징을 상징하는 대표적 용어들이다. 3)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인 싸이월드, 다음과 네이버 등의 인터넷 포털, 판도라 TV나 유튜브 같은 UCC 사이트에서의 활동이나 적 사례들로 언급된다. 4) PMPInside 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 이용자 사이트에서의 활동 등이 대표 최근 한국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는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는 핸드폰, 비디오 캠코 더, 화상카메라, 노트북 등을 이용해 시위상황을 생중계하는 젊은 시민저널리스트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최소한의 장비와 지식만 갖추면 신문이나 방송 등의 거대매체가 독점해 온 저널리 스트의 역할을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1 인 미디어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눈부신 정보통신기술 의 발전과 젊은 세대의 탁월한 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 가 만들어낸 변화라고 할 수 있 다. 이들에게서는 무비판적이고 몰개성적인 매스미디어 시대의 대중수용자 (mass audience) 의 이미지를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방통융합이 미디어 플랫폼과 서비스의 선택/ 이용 범위를 매스미디어 환경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수준으로 확대하고, 수용자가 이들을 이용하는 방식에도 질적인 변화를 결과함에 따라 새 로운 미디어 이용의 패턴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래 [ 그림4-4] 는 방통융합 환경에서 새롭게 부상 하고 있는 미디어 이용의 패턴들을 참여(participation), 커뮤니티 (community), 주문형 (on-demand), 즉시성(immediacy) 이라는 4 가지 개념들로 설명하고 있다. 이들 개념에 따르면, 방통융합 미디어 환경은 이용자 중심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과 서비스의 이용가능성, 경쟁적 미디어 시장, 상호작용적 커뮤니케이션, 적극적이고 현명한 이용자, 개인화되어 있지만 집단적 의사표현과 동원이 가능한 네트워크화된 개인(networked individuals)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생산자 중심성, 기술적 제약으로 인한 제한된 미디어 및 콘텐츠 옵션, 독과점적 미디어 시장, 일 방적 메시지 전송, 수동적 수용자, 제한된 피드백과 익명적이고 파편화된 수용자 집단 등을 특징 으로 하는 매스 미디어 환경과 비교해 볼 때 근본적인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3) 미디어와 사회성 인간은 원초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속감과 애정을 나누어야 행복해지는 존재이 다. 소속감과 애정 욕구는 특정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어떤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이다. 한마디로 집단에 속하고 싶고 동료들로부터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욕구이다. 현대사회 는 갈수록 애정과 소속감의 만족을 저해시키기 때문에 소외감과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소속 에의 욕구가 절실하다. 행복심리학자들은 행복이 일에서의 성공, 일확천금, 권력이나 명성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가족, 공동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쾌적한 환경, 사람에 대한 신뢰처럼 훨씬 단순한 것이다. 타인과의 긍정적 대인관계, 타인에 대한 신뢰, 따뜻함, 공감능력, 3) 프로슈머 (prosumer): 생산자(producer) 와 소비자 (consumer) 를 조합해 만든 합성어로서, 기성세대의 수동 적 문화적 특성과 대비되는 젊은 세대의 문화적 특징을 설명하는 용어 4)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 공통의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상에서 네트워 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도록 해주는 서비스 15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애정, 깊은 우정을 가질 수 있는가는 특히 정신건강에 중요하다. 타인과의 진정한 대화를 통해 우리는 타인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위대한 인간이라 해도 혼자서 살아가는 인간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에피쿠로스는 한 인간에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혜가 제공하는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지 고독과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혹은 유용 한 사회적 출세를 위해 무의미한 관계를 유지하며 결과적으로 군중 속에서의 더 큰 고독에 사로 잡히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우정을 이익이나 쾌락을 초월하는 사랑의 관계( 필리아), 하나의 덕으로 설명한다. 우정은 이익의 외면성과 쾌락의 피상성을 넘어서는 정화된 사랑의 양 식이라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라고 빅토 르 위고는 말했다. 인간은 애정 없이 살 수 없는 고독한 존재이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각박해지 고 있으며 따라서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우정과 사랑은 행복을 위해 필수적이다. 한편 남을 돕는 행위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은 도움을 받는 것보다 도움을 줄 때 더 많은 기쁨을 느끼는 것을 관찰했다. 실제로 자선봉사에 참가했던 사람 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스스로 쓸모 있는 존재라는 것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었으며 사랑을 베푸는 과정에서 성격이 낙관적으로 변하고 그 일을 하는 동안 친구 들을 만드는 것을 즐겼다고 밝혔다. 던은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위해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많은 돈을 쓰는 사람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고 말했다. 이처럼 인간은 이 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존재로서 동정과 공감을 통해 우리는 행복한 타자와의 공존을 이룰 수 있다. 미디어는 즉, 인간은 사회적으로 만들면서 행복감은 증진시켜준다. 이항우(2008) 에 의하면, 제 3 의 장소가 가능해지면서 인간의 행복감이 증진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제1의 장소는 가정이 고, 제2 의 장소는 직장이다. 제1의 장소인 가정은 편안함과 휴식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삶의 영역이며, 개인의 심리적 정서적 안정과 발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다. 제2의 장소인 직장은 가장 일차적으로 생존을 위한 물질적 자원을 획득하는 삶의 영역이다. 그런데 제3의 장 소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삶의 영역이 되는 이유는, 올덴버그에 따르면, 그것 이 가정과 직장이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비공식적이지만 공적인 삶에 대한 욕구 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가정은 구성원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휴식을 제공하지만 모든 가정이 반드시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아니며, 지나치게 가족중심적인 생활은 고립감과 외 로움을 수반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가족관계에서 갖게 되는 의무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된다. 아울러, 직장생활에서 겪게 되는 경쟁심과 긴장감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적인 휴식의 장을 찾게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제3 의 장소는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이 파생시키는 지루함, 외로움, 단조로움, 무료 함, 긴장감, 의무감, 스트레스, 소외감을 떨쳐내고 삶의 새로운 기운을 북돋아내는데 긍정적인 역 할을 하는 사회생활의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 말할 수 있다 ( 이항우, 2006: 134). 그런데 이항우에 컨버젼스시대의 미디어와 행복감 157

따르면, 한국의 Cyworld 는 이러한 제3 의 장소, 가정의 사적 생활과 직장의 공적 생활 모두로부 터 분리된 비공식적 공적 생활의 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Cyworld 에서는 비공식적 공적 생활의 일반적 규범들이 대체로 확인된다. 제3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비공식적 공적생활은 이미 알고 있 는 친구와 만나는 장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친구를 접하고 사귀게 되는 공간이다. 우선, 보이드 와 엘리선(Boyd & Ellison, 2007) 은 대부분의 사회관계망 사이트가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기보 다는 무엇보다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주로 이용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 회관계망 사이트가 일차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사회관계를 뒷받침하는데 이용된다는 것이다. 스 테페논과 장(Stefanone and Jang, 2007) 은 인터넷을 통한 상호작용이 친구와 가족과 같은 가까 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보고, 인터넷을 통한 상호작용이 관계 유지를 위하여 기존의 상호작용 매체에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블로그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주요 청중이 친구나 가족 등과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으 며, 다양한 상호작용 매체를 통하여 그들로부터의 반응을 기대한다. 이와 유사하게, 범가너 (Bumgarner, 2007) 는 미국의 사회관계망 사이트인 Facebook 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Facebook 이 기본적으로 이용자들 사이의 한담과 잡담의 공간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특징은 Facebook 이 MySpace 나 다른 사회관계망 사이트와는 달리,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으면서 서로 이미 알고 있는 대학생들이 주된 이용자라는 데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Cyworld 에서 일어나는 이용자들의 자아표출의 주요 청중이 가까운 친구나 가 족과 같은 준거타자 (referent others) 라는 이항우(2006) 의 발견과도 일치한다. 이항우에 따르면, Cyworld 는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이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개방된 영역이지만, 실제로 거의 대 부분의 방명록과 게시판은 자주 만나는 가까운 친구나 동료,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일상적인 안부 인사, 새로 사귄 친구와의 교류,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친구들 사이의 대화로 채워진다. 그리고 제3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비공식적 공적 생활은 축제 같은 분위기를 띠고 즐거운 농담이 오가고 협력적인 성격을 띠는데, Cyworld 이용 자들 사이의 교환은 격의 없고 즐거운 농담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유사하게, 리빙스 톤(Livingstone, 2008) 도 사회관계망 사이트 이용자들의 자아표현은 종종 장난기어린 (playful) 특징을 띤다고 지적한다. 이용자들의 프로파일은 흔히 생각하듯이 자신에 관한 정보를 세상에 표현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장난기어린 내용이 자신이 형제들이나 친구 들과 맺고 있는 생기 있고 신뢰할 만한 관계의 증거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것이다 (400). 이처럼 Cyworld와 같은 사회관계망 사이트의 실질적인 청중이 기존의 친구나 새로이 사귄 친구라는 점 은 그것이 비공식적 공적 생활의 장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회관계망 사 이트에서 전개되는 비공식적 공적 생활은 단순히 기존의 강한 유대 관계만 강화되는 효과를 낳 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친구관계가 쉽게 형성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랭거(Lange, 2007) 는 비디오 공유 사이트인 YouTube 가 어떻게 사회연결망 발전과 유지를 위해 활용되는지 를 1 년간의 참여관찰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YouTube 는 원래 비디오 공유 플랫폼으로 출발하였 으나, 개인적 프로파일 페이지와 친구 맺기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랭거는 어떻게 이러한 비디오 공유가 공간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친구들 사이의 사교를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사회연결망을 뒷 15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받침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지를 분석하였다. YouTube 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왜 사 람들이 기술적으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비디오를 서로 공유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비디오는 기술적 측면에서만 판단될 수 없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할 수도 있 다. 비디오 교환은 정보 수집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연결의식 혹은 친숙성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랭커에 따르면, YouTube 는 사회연결망을 새로 창출할 수도 있으며 조율할 수도 있는 장이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연결망을 유지하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사귈 수 있도록 해준다. YouTube 에서 비디오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 는 일은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과 친척들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컨버젼스시대의 미디어와 행복감 159

종교와 행복 :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김 성 건 ( 서원대 사회교육과) Ⅰ. 서론: 행복연구와 사회학 행복 1) 에 관한 최초의 경험적 연구는 지난 1910년대에 서구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쾌락적 수준에 초점을 모은 것이었다 (Veenhoven, 1984: Ch. 5). 그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 뒤 행 복연구는 그 수가 급증하였고, 국가별 사회조사에서 점차 연구의 강조가 전반적인 행복 쪽으로 바뀌게 되었다. 행복에 관한 연구의 증가는 사회조사의 증가와 나란히 전개되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그리고 약 4분의 1 가량이 서유럽에서 이루어졌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비서구 지역에서 행복에 관한 사회과학적 연구는 아직 일천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행복에 관한 연구는 각국에서 주로 대학생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같은 표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표성을 갖는 표본을 대상으로 한 고도의 학술적 가치를 보유한 효율적 사회조사와 그 결과로서 원자료(raw data) 가 긴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국에서도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종합사회조사 (GSS) 의 한국판 조사가 6 년(2003-2008) 연 속 실시된 결과 최종적으로 한국종합사회조사 KGSS 2008 ( 이하 <KGSS>)(2009) 로 세상에 나 오게 되었다. 2) 이에 한국의 종교사회학자로서 그리고 동시에 행복에 관한 국제비교 연구에 관심 을 갖는 필자는 이 글에서 주로 KGSS 의 최신 원자료를 이용하되, 보조 자료로서 문화체육관광 부의 2008 년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 ( 이하 < 가치관 조사>)(2008) 3)를 곁들여서 최근 세계 의 종교사회학계 및 종교심리학 ( 건강심리학, 긍정심리학 ) 분야에서 새롭고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 르고 있는 종교와 행복 이라는 주제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4) 주지하듯이, 행복이란 주제는 그동안 오랫동안 주로 사변적인 철학의 놀이터였다. 그러나 1970 년대 이후 행복은 비로소 경험적 연구의 주제로 부각되었다. 이런 경험적 연구 속에서 행복 은 전반적 삶의 만족 으로 인식되었고, 자기 보고(self-reports) 를 활용하여 측정되었다. 그로부 1) 이 글에서 필자는 행복 (happiness) 의 개념을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 으로 정의한다. 2) KGSS 는 사회조사의 방법론적 원칙들을 철저히 준수하는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그 자료의 대표성과 신뢰성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활용도 또한 매우 높다. 그리고 KGSS 는 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me)의 연차 주제모듈을 포용하는 반복조사이기 때문에 그 자료는 한국 사회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종단적 연구와 국제비교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3) 전국의 만19세 이상 남녀 2,569 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조사 (2008. 6. 19-7. 17) 한 결과임. 4) 필자는 최근 긍정심리학과 종교사회학을 잇는 한 시도로서 감사의 과학 에 주목한 바 있다. 김성건 (2008) 을 볼 것.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61

터 오늘날 이 같은 행복의 개념은 대체로 올바른 것으로 인정되고 있고, 이런 식의 측정 방법 역 시 타당한 것으로 증명되었다(Veenhoven, 1984; Diener, et al., 1999). 이러한 조사 연구의 전통 은 행복에 관한 지식의 증가를 갖다 주었고, 그 결과 최근 행복에 관한 세계 데이터베이스 (the World Database of Happiness)( 이하 WDH) 가 등장하게 되었다(Veenhoven, 2007). 한편, 2006년 제16 차 세계 사회학대회 ( 남아프리카 더반) 에서 발표된 행복에 눈 감은 사회학 이라는 다소 도발적(?) 인 제목의 글에서 WDH 를 구축한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루트 벤호벤(Rut Veenhoven) 5) 은 그동안 주로 현대의 풍요로운 국가들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행복 에 관한 경험적 연구를 한 결과 발견한 것을 크게 다음 네 가지로 적시하였다(Veenhoven, 2006). 첫째, 현대 국가 속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다. 둘째, 이들 국가 속에서 평균적 행복 이 상승하고 있다. 셋째, 행복의 불평등은 감소하고 있다. 넷째, 행복은 어떤 사람이 한 사회 속 에서 차지하는 위치 보다 그가 살고 있는 사회의 종류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벤호벤이 서구 선진국의 행복에 관한 경험적 연구가 새롭게(?) 발견한 것으로 제시한 네 가지 측면 중 필자는 마지막 주장 곧, 행복은 어떤 사람이 한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 보다 그가 살고 있는 사회의 종류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는 것의 보편적 타당성에 대해서 약간의 의구심을 갖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III장과 IV 장에서 상론할 것임). 물론 좋은 정부, 자유 그리고 관용과 신뢰의 문화 등을 갖고 있으며 풍요로운 물질적 생활수준을 갖춘 나라에서 행복이 대체 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 사실이다. 그동안 현대의 풍요로운 서구 국가들 속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행복에 관한 여러 조사가 실시되었는데, 이것들은 복지국가를 홍보하는 것 외에 사회 복지 혜택을 받는 집단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Veenhoven, 2006: 3). 당시 조사자들은 불행 이 동반하는 사회적 박탈을 기대하였고, 그로부터 정책 개입을 정당화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그 들은 행복과 수입 지위 사이에 거의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행복은 또한 한 개인의 교육 수준과도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볼 때, 사회적 지위 변수 들은 선진 국가들 내에서 기껏해야 행복의 와 심리적 성격에 더 달려 있었다( 예: Headey & Wearing, 1992). 10% 정도만을 설명하였다. 행복은 친밀한 네트워크 그런데 벤호벤에 따르면, 행복에 관한 이 같은 괄목할 만한 발견점은 그동안 사회학에서 부인 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무시되고 있다. 그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Veenhoven, 2006: 4-6). 한 가지 이유는 직업적 바이어스 ( 편견) 로서 곧, 대부분의 사회학자들은 사회문제를 취급하는 데서 생계를 꾸리고 있는 관계로 인해서 사람들이 번영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또 다른 이유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서 많은 사회학자들은 현대 사회에 대해서 비판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같은 조건들 속에서 행복에 젖어있다는 것을 거의 상상 할 수 없다. 끝으로, 행복은 상대적인 것 곧, 문화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인지 이론이 사회학자들을 속이고 있다. 5) 행복연구의 대가로서 벤호벤에 관한 흥미 있는 소개로서, 와이너(2008) 의 제1 장( 네덜란드 ) 을 볼 것. 16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Ⅱ. 종교와 건강 그리고 행복: 이론적 배경 이 글의 주제( 한국의 관리/ 전문직의 종교와 행복) 에 대해 논하기 전에 우선 오늘날 종교 분야 와 연관되는 대부분의 연구는 종교가 개인 건강과 그리고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모두 중요 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Woodberry, 2008: 159-160; Krause et al., 1999) 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6) 그래서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실시된 연구들은 매우 종교적인 사람 들과 보수적인 종교 전통에 속한 신자들이 한층 건강하며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 예로서, 미국에서 매우 종교적인 사람들은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약 7년 더 산다. 이런 결과는 우리가 수많은 건강 관련 행동을 통제할 때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실제로, 비종교적이 된다는 것이 건강에 대해서 미치는 영향은 매일 담배를 과를 초래한다(Hummer et al., 1999: Koenig, 2001). 40년간 피는 것과 동등한 결 또한, 지구상의 잘 사는 북반구가 아닌 잘 못 사는 남반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의 결과도 대체로 종교성과 건강 양자 사이에 긍정적 연관을 보이고 있다(Woodberry, 2008: 160). 그 예로 서,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개신교의 보수적 오순절 성령주의자들과 매우 종교적인 사람들이 성적 파트너가 한층 적고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이 낮으며 여타 성병에 감염될 확률이 적은 것으로 나 타났다(Trinitopoli and Regnerus 2006). 그리고 비슷하게도 멕시코에서 원주민 공동체들 중 개 신교도가 많은 지역에서 유아사망률이 한층 낮게 나타났다(Esparza and Yoshioka, 2006). 한편, 최근 세계 가치 조사(the 2000 World Values Survey) 자료를 활용하여 종교성의 제반 요 인들이 주관적 행복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밝힌 연구(van Rijn, 2008) 의 결과를 주 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연구는 종교성이 주관적 행복감에 대해서 작지만 의미 있는 긍정 적 영향 을 갖고 있음을 보임으로써 이 분야에서 이미 이루어진 과거 연구들을 지지하였다. 그런 데 이 최신 연구는 결론에서 종교성이 주관적 행복감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무엇보다도 종교 가 그 자체로서 갖는 특징 곧, 신( 神 ) 적인 특징과 서비스( 봉사) 를 통해서 출현한다고 보았다(van Rijn, 2008: 17). 최근 물리과학과 사회과학에서 종교와 주관적 행복감 사이의 관계가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 는 것을 배경으로, 한 연구(Roemer, 2006) 는 그 동안 이 분야의 연구가 주로 유대기독교적 사회 들 속에서 주로 이루어진 것을 뛰어넘어 일본을 대상으로 실시된 바 있다. 이 연구는 일본은 미 국과 정치적,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종교적 관습과 여타 사회적 규범이 상당히 다르다 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로부터 이 연구는 2001년에 무작위 표집된 2,790 명의 일본인 성인 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 종합사회조사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종교적 믿음 및 소속과 전반적 인 삶의 만족 및 행복 양자 사이에 의미 있는 긍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남을 보였다. 그래서 사회 인구학적 변인들과 여타 세속적 변인들을 통제하였을 경우에도 종교와 행복 양자 간에 의미 있 는 관계가 여전히 남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행복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학문 분야 중 하나인 종교심리학의 최근 연구 6) 그래서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 년 월 일자 은 커버스토리로 인간의 신앙이 어떻게 치유 (TIME, 2009 2 23 ) 를 갖다 주는 지에 대해서 장문의 특집으로 취급한 바 있다.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63

성과를 정리한 마이클 닐슨(Michael E. Nielson) 에 의하면, 종교가 행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 는 측면은 크게 보아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7) 첫째 종교는 사회적 지원을 제공한다. 종교적 참여는 사회적 지원을 얻는 한 방식이다. 사람들은 주위에 자신을 도와주는 다른 사람들 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한층 행복하게 된다. 종교적 집단은 그 같은 지원을 제공한다. 이런 설명 은 종교적인 사람들 중 특히 혼자 된 사람들, 노령 층이나 건강이 나쁜 사람들이 비종교인들 중 같은 그룹의 사람들 보다 전반적으로 한층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실에서 잘 지지된다. 둘째 종교는 사람들에게 강한 믿음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자신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될 때 행복과 삶의 만족이 증가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종교에 서 발견한다. 이것은 또한 오늘날 자유로운 종교 조직 보다 한층 더 확신을 제공하는 엄격하거 나 보수적인 종교 조직이 성장하는 것과 연관된다. 셋째는 종교 그 자체 곧 종교적 경험이 행복 에 매우 긍정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곧, 종교적 경험은 사람에게 자신이 신( 절대자, 초월자 혹은 비범한 것) 과 접촉하는 존재라는 느낌을 자아낸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측면은 오늘날 종교와 행복 사이의 연관을 설명할 때 종종 거론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이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연구들은 종교를 독립변수 로 보고 행복을 종속변수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행복 양자 간의 상관관계만을 주장하 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행복한 사람들이 더 종교적인 경향이 있다거나 아니면 종교성과 행복 양자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종교와 행복과는 다른 몇 가지 요인을 고려 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종교와 행복 간의 상관관계만을 말할 뿐 종교가 행복에 미치는 독립적 영향에 는 대체로 눈을 감는 기존의 대부분의 연구들의 경향과는 달리 강렬한 종교적 경험이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도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 예: Pahnke, 1966; Lee et al., 2008) 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서, 오늘날 종교심리학에서 유명한 연구로 꼽히는 마약과 신비주의에 관한 연구에서 판케(W. H. Pahnke) 는 종교적 경험을 자아내는 실험을 고안 해냈다. 성( 聖 ) 금요일 날 20 명의 신학생들 중 한편에는 실로시빈 ( 멕시코산 버섯에서 얻어지는 LSD 비슷한 환각제) 을 그리고 다른 한편에게는 가짜약( 플라시보 ) 을 각기 주고서 2시간 반 동안 명상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실로시빈을 받은 학생들은 당초 예상대로 강렬한 종교적 경험 을 하였다고 보고했다. 이들의 행복도는 통제집단의 그것보다 한층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 서 특히 흥미를 끄는 측면은 이 같은 효과가 그 실험이 끝난 뒤 무려 6 개월이나 지속된 점이다. 곧, 실로시빈을 받은 학생들은 가짜 약을 받은 집단보다 훨씬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태도의 변화 를 보고하였다. 8) 종교적 경험과 행복의 관계를 탐사한 판케의 중요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1960년대 중반이 었는데, 낭만적 사랑, 부부 간의 사랑, 성적인 사랑 등과 구별되는 종교적 사랑의 의미와 중요성 에 대해서 최초로 관심을 보인 것은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활약한 고전 사회학자 피티림 소로킨 7) 닐슨의 저명한 종교심리학 개인 홈페이지 (http://www.psywww.com/psyrelig.) 의 Religion and Happiness 를 참고함(2008-02-19). 8) 물론 종교가 사람들에게 행복보다는 불행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이것은 특히 어떤 종교가 종교적 갈등 에 휩싸였을 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16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Pitirim Sorokin, 1950, 1954) 이었다 (Levin, 2001: 279). 그는 종교적 사랑을 인간이 신이나 절대 적인 것에 대해서 사랑을 주는 것과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사랑을 되받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즉, 소로킨은 종교적 사랑은 한 인간과 신 사이에 쌍방향의 사랑의 상호작용을 뜻한다고 보았다. 그 런데, 이 종교적 사랑을 주제로 한 글 속에서 소로킨은 그의 사랑 개념은 건강에 대해서 함의를 지닌다고 여러 차례 주장하였다 (Sorokin, 1954). 그는 심지어 사랑의 효과를 기술할 때 유행병학 의 언어까지 동원하였다. 즉, 그것[ 종교적 사랑] 은 전염( 파급) 되며 (Sorokin, 1954: 58), 축적되 거나 저장될 수 있는 에너지 (Sorokin, 1954: 45) 이다. 소로킨은 종교적 사랑이 육체적이고 정 신적인 질환 (Sorokin, 1954: 61) 에 대해서 문자적으로 정말 그렇다 [ 전염되고 축적되거나 저장될 수 있는 에너지] 라고 보았다. 곧, 그는 사랑이야말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높은 에너지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Sorokin, 1954: 36) 고 주장하였다. 이 같은 종교적 사랑에 대한 소로킨의 독 특한 선구자적 관점이 최근 유행병학 연구( 예: Levin, 2000) 나 하나님의 사랑 (Godly Love) 의 실 천 연구(Lee et al., 2008) 등에 구체적으로 잇달아 적용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신을 사랑하고 그리고 그가 역으로 신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 곧, 종교적 사랑 이 그 사람의 건강에 의미 있는 도움을 줄 가능성은 엄밀하게 경험적인 측정을 하기가 쉽지 않 은 측면이지만 일단 그 자체로서 새롭고도 흥미 있는 생각이다. 특히, 이런 생각은 종교와 건강 그리고 행복 사이의 연관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필자 같은 연구자들의 눈을 크게 뜨게 해주는 측면이다. Ⅲ. 한국종합사회조사 (KGSS) 에 나타난 사회 인구학적 특성별 종교관과 행복감 앞의 I장에서 이미 검토하였듯이 벤호벤은 오늘날 행복은 한 사람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보다 그가 살고 있는 사회의 종류 에 크게 좌우된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필자는 한국의 경우처 럼 온전히 풍요로운 선진 복지국가라고 분류되기에는 아직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흡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행복은 그 사람이 한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 에 적지 않게 좌우되 는 측면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전국의 가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 상의 성인 남녀(1,508 명) 를 대상으로 종합사회조사를 실시하여 귀하의 요즘 생활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얼마나 행복 또는 불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질문한 것에 대해서 매우 행복 하다 혹은 다소 행복하다 라고 답한 사람들의 분포가 직업(O), 학력(E) 및 월평균가구소득 (I) 곧,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일률적으로 더 많게 나타난 것에서 잘 드러난다 (< 표1> 참조).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65

< 표 1> 한국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특성별 행복감에 대한 응답분포 응답자의 특성 매우 행복하다(%) 다소 행복하다(%) 합계(%) 학력 직업 중졸이하 13.8 45.4 59.2 고등학교 14.2 57.6 71.8 전문대학 18.0 58.1 76.1 대학교이상 19.3 62.2 81.5 생산/ 기능/ 노무직 15.1 48.5 63.6 판매서비스직 11.6 62.4 74.0 사무/ 준전문직 17.6 66.6 84.2 관리/ 전문직 25.9 65.9 91.8 월평균가구소득 200-299만원 11.2 61.0 72.2 300-399만원 19.5 59.6 75.1 400-499만원 23.0 58.8 81.8 500만원 이상 19.4 66.3 85.7 자료: KGSS 2009 표 5.4.4 행복감을 재구성. 위의 < 표 1> 에서 잘 드러나듯이, 현재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 가운데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 을수록 주관적 행복도가 뚜렷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9) 그런데, 이 같은 결과는 문화체 육관광부가 ( 주)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2008 년에 조사한 결과를 출판한 < 가치관조사 > 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가정생활, 자녀, 배우자, 친구, 건강, 재산, 직장생활, 종교생활, 문화/ 여가생활에 대한 각각의 행복도는 학력이 높을수록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그리고 흥미롭게 도 개신교가 종교인 사람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 (< 가치관조사 >, 2009: 142-147). 이로써, 최근 탈 물질주의가 새로운 가치로 대두된 서구의 풍요로운 사회를 대상으로 벤호벤 같 은 학자들이 주도한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의 보편적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앞으로 행복 연 구가 국제간( 특히 동서간 혹은 선진국과 비선진국간 ) 비교 연구 쪽으로 한층 더 확대/ 변화될 필 요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0) 필자가 이 글을 통하여 왜 한국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사회 인구학적 특성( 성별, 연령, 학력, 직 9) 이로부터 최근 한국사회의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사교육문제를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방식으로 현실 적으로 타개할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생애 주기의 관점으로 볼 때 현 한국사회에서 평균적 한국인의 행복을 실제로 거의 좌우하는 제일 요인은 한 사람이 바로 대학입시에서 과연 어떤 성과를 올리는 가에 상당 부분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 다. 그래서 필자는 교육과 행복 의 관련에 대해 사회학자들이 좀 더 깊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0) 그럼에도 이 글의 주제는 종교와 행복 에 관한 것이므로 행복의 국제 비교론은 차후 과제로 설정하고 자 한다. 16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업, 월평균가구소득 등) 중 직업 을 선택하여 그중에서도 특히 제일 상위직인 관리/ 전문직 에 초 점을 모아 이들의 종교관과 행복감에 대해서 분석하고자 하는 지 그 이유를 먼저 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종교와 행복의 관련에 대해 초점을 모은 연구들을 대체로 관통하고 있는 결론은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보다 한층 ' 종교적' 이라는 것이다(Kim, 2003; Moberg, 2008).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종교적인 사람들이 비종교적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1940 년대 네덜란드와 미국의 경우 종교를 가졌던 여성, 노인 그리 고 저학력 층이 종교가 없었던 여성, 노인, 저학력 층 보다 각각 뚜렷이 한층 행복한 것으로 나 타났던 데서 잘 드러난다 (Veenhoven, 1984: Ch. 7). 물론 행복이 종교적 참여에 대해서 과연 얼 마나 영향을 주는 지 그리고 또한 반대로 종교적 참여가 행복에 얼마나 영향을 갖다 주는 지는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종교와 행복의 관계에 대해서 오늘날 많은 학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것은 종교성 (religiousness) 11) 의 긍정적 효과이다. 곧, 종교는 신앙인들로 하여금 실 존적 문제들을 누그러뜨리도록 해주고, 또한 경제적 지원과 친밀한 접촉 등 부수적 이익을 제공 한다. 필자가 KGSS의 원자료로부터 확인한 것은 한국의 경우에도 종교와 행복 사이에 대체로 어느 정도 관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종교성의 긍정적 효과에 관한 아래의 < 표2> 가 말해주 듯, 한국인의 약 3분의 1(33.9%) 이 종교생활을 하는 것이 내적 평화와 행복을 얻는데 도움이 된 다는 의견에 대해서 매우 동의 하였고, 그리고 약 절반가량 (46.0%) 이 이 의견에 약간 동의 한 데서 잘 나타난다. 간단히 말해서, 10명중 약 8 명(79.9%) 이나 종교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 였다. 12) 그런데, 한국은 < 표2> 에서 알 수 있듯이 서구의 사례와는 달리 사회 인구학적 특성 중 여성을 제외하고는 노인과 저학력 층에서는 종교의 유용성에 대한 동의( 지지) 가 별로 뚜렷이 나 타나지 않거나 혹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약간 저하되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귀하는 종교생활을 하는 것은 내적 평화와 행복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 얼마나 동의 또는 반대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라는 질문에 관해서 매우 동의 33.9%, 약간 동의 46.0% 로서 전체 응답자중 평균 79.9% 가 동의자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것을 성별로 나누어 보면, 남자는 동의자 ( 매우 동의 28.2% 약간 동의 48.8%) 가 77.0% 인 반면, 여자는 동의자 ( 매우 동의 38.7% 약간 동의 43.5%) 가 82.2% 로 나와서 종교의 기능에 대해서 남자보다 여자가 약간 더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거의 목도되는 종교의 보편적 젠더 차이 곧, 여성이 더 종교적이라는 것(Stark, 2002; Miller & Stark, 2002) 과 어느 정도 잘 부합된다 할 것이다. 11)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찰스 글록(Charles Glock) 은 일찍이 1962 년에 일반적으로 종교적 몰입( 헌신) 을 뜻 하는 종교성 의 유명한 다섯 가지 차원 - 의례적, 이데올로기적, 지성적, 체험적 및 결과적 차원 -을 제시한 바 있다. Glock(1962) 을 볼 것. 12) 한편, < 가치관조사 > 의 조사결과표 중 행복에 있어서 분야별 중요 정도: 종교생활 (415) 에 나타난 결과 에 의하면, 종교생활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 는 응답이 전체의 16.1%, 대체로 중요하다 가 30.0% 로서 중요하다고 보는 비율이 46.1% 로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 가치관조사 > 의 질문이 KGSS 의 질문과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제시된 결과라고 추측된다. 다만, 한 가지 지적이 필요한 것은 < 가치관조사 > 의 경우, 종교생활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 는 응답비율이 전체 평균은 16.1% 인데, 종교인들 중 개신교신자는 38.3% 로 타종교 집단( 천주교 27.0%, 불교 12.1%) 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난 측면이다.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67

한편, 종교가 행복을 갖다 주는데 동의( 매우 동의+ 약간 동의) 한 연령별 응답자의 평균치를 살 펴보면, 동의자가 20대는 77.1%, 30대는 83.5%, 40대는 83.0%, 50대는 88.1%, 60대 이상은 75.8% 로서 각 연령대의 동의자 수치를 전체 평균치인 79.9% 와 비교해보면 50대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반면 놀랍게도 최고령 층인 60 대 이상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 로써, 한국에서는 현재 노인집단에서 종교의 유용성에 대한 동의( 지지) 가 뚜렷이 나타난다고 말 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또한, 학력별로 종교가 행복을 갖다 주는데 동의( 매우 동의+ 약간 동의) 한 응답자의 평균치를 살펴보면, 동의자가 중졸 이하는 71.2%, 고등학교는 79.6%, 전문대학은 78.4%, 대학교 이상은 86.1% 로서, 전체 평균 79.9% 와 비교할 경우 한국은 저학력층보다 오히려 특이하게 대학교 이상 의 학력을 갖는 인구집단에서 종교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수치가 한층 높게 나타나고 있 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일반적으로 저학력 층에서 종교의 유용성에 대한 동의( 지지) 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의 사례와는 뚜렷이 대조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종교가 행복을 갖다 주는데 동의( 매우동의 + 약간동의 ) 한 월평균가구소득별 응답자의 평균치를 살펴보면, 100만원 미만 층에서는 75.1%, 100-199 만원 층에서는 71.3%, 200-299 만원 층에서는 72.5%, 300-399 만원 층에서는 79.4%, 400-499 만원 층에서는 82.9%, 그리고 500만원 이상 층에서는 85.2% 로 나타났다. 이상의 수치를 응답자의 전체 평균인 79.9% 와 비교해 보면, 월평균가구소득이 이 400만원 이하 집단에서는 동의자가 전체 평균치보다 적으나 월평균가구소득 400 만원 이상이 될수록 긍정적 동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표 2> 한국인의 사회 인구학적 특성별 종교 기능( 내적 평화와 행복 획득) 에 대한 응답분포 응답자의 특성 매우동의 약간동의 동의도 반대도 아님 약간반대 매우반대 선택불가 % ( 사례수) 전체 33.9 46.0 14.0 3.3 2.2 0.7 남자 28.2 48.8 16.2 3.5 2.7 0.6 여자 38.7 43.5 12.1 3.2 1.7 20대이하 22.6 54.5 17.8 3.4 1.7 30대이하 33.8 49.6 10.8 3.9 1.4 0.6 40대이하 42.8 40.2 11.8 2.3 1.4 1.4 50대이하 30.8 47.3 14.4 4.0 3.0 0.5 60대이상 36.6 39.2 16.3 3.3 3.9 0.7 중졸이하 33.5 37.5 17.5 5.6 4.5 1.5 100.0 (1,508) 100.0 (692) 100.0 (816) 100.0 (292) 100.0 (361) 100.0 (348) 100.0 (201) 100.0 (306) 100.0 (269) 16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응답자의 특성 매우동의 약간동의 자료: KGSS 2009 표 6.3.4 종교 기능(1): 내적 평화와 행복을 재구성. 동의도 반대도 아님 약간반대 매우반대 선택불가 % ( 사례수) 고등학교 31.0 48.6 15.1 3.8 1.1 0.4 전문대학 31.1 47.3 15.0 4.2 1.2 1.2 대학교 이상 관리/ 전문직 사무/ 준전문직 판매 서비스직 생산/ 기능/ 노무직 100만원미 만소득 100-199만 원소득 200-299 만원소득 300-399 만원소득 400-499 만원소득 500만원 이상소득 38.9 47.2 10.1 1.6 1.8 0.4 47.1 42.4 8.2 1.2 1.2 36.7 46.3 11.6 3.0 1.8 0.6 31.8 48.0 14.5 4.0 1.7 24.4 48.8 18.4 3.0 3.7 1.7 32.0 43.1 16.8 4.6 3.6 32.8 38.5 20.3 2.6 3.6 2.1 30.1 52.4 11.5 3.0 1.9 1.1 28.7 50.7 14.0 4.4 2.2 33.7 49.2 13.4 2.7 0.5 0.5 42.6 42.6 10.3 2.6 1.7 0.3 100.0 (451) 100.0 (167) 100.0 (553) 100.0 (85) 100.0 (335) 100.0 (173) 100.0 (299) 100.0 (197) 100.0 (192) 100.0 (269) 100.0 (272) 100.0 (187) 100.0 (350) 또한, 비교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KGSS의 원자료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측면은 한국 사회 의 다양한 직업 집단들 중 고학력/ 고수입 층인 관리/ 전문직이 행복도가 높은 것은 물론 동시에 이들의 종교에 대한 생각이 타 직업집단보다 괄목할 정도로 긍정적인 사실이다. 곧, 관리/ 전문직 에서 종교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 동의자( 매우 동의+ 약간 동의) 가 89.5% 로 상대적으로 가장 높 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생산/ 기능/ 노무직의 동의자( 매우 동의+ 약간 동의) 는 73.2% 로서 전체 평 균 79.9% 보다 다소 낮게 나타난다. 그런데 여기서 특별히 주목할 것은 관리/ 전문직의 경우 무려 47.1% 가 종교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서 매우 동의 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수치는 응답자 전체의 33.9% 가 매우 동의 한 수치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높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반면, 한국 의 직업 구조에서 하위직에 해당하는 생산/ 기능/ 노무직의 경우 종교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서 매우 동의 한 수치가 24.4% 밖에 되지 않는데, 이 수치는 전체 응답자의 평균 33.9% 가 매우 동 의 한 것과 비교해 볼 때 많이 차이가 난다. 한편, < 가치관조사 > 13) 에 의하면, 종교생활에 대해 13) 표 61( 행복에 있어 분야별 중요 정도: 종교생활 )(400).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69

매우 중요하다 는 응답비율이 전체 평균은 16.1% 인데, 유독 관리/ 전문직에서는 23.6% 로서 여타 직업집단 ( 반전문 / 기술직 8.9%, 사무직 12.3%, 서비스직 9.8%, 판매직 16.0%) 보다 상대적으로 한 층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써, 현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 인구학적 특성들 중 연령, 학력, 월평균가구소득 따위의 측면보다 특히 직업별로 종교의 기능에 대한 인식 상에 한층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사람의 사회 속의 위치를 말해주는 지표 중 하나로서 직업과 행복 양자의 관련에 초점을 모 을 경우, 일반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직업 중 특히 관리/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행복 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Veenhoven, 1984, Ch. 6). 위의 < 표 1> 에 따르면, 한국의 경 우도 여러 직업 집단 중 관리/ 전문직이 가장 행복감이 높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세계 각국의 많은 사례들과 같은 측면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사례에서는 높은 행복감을 보이는 관리/ 전 문직이 또한 여타 직업집단 보다 뚜렷이 더 종교적이고 종교( 특히 보수적 개신교 ) 에 대한 호감 역 시 한층 높은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는 기독교회가 존재 의미를 거의 상실한 오늘의 서구 에서 가장 세속적인 계층을 대표하는 관리/ 전문직의 회의적 / 부정적 종교관과는 대조적인 현상이 다. 물론 최근 서구의 인구 전반 특히 엘리트층인 관리/ 전문직이 보여주는 종교로부터의 이탈 현 상은 이른바 세속화 (secularization) 가 현재 전 지구상에서 유독 서유럽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 는 것(Davie, 2002) 과 자연스럽게 관련된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경우처럼 현재 선진국 진 입을 거의 문턱에 두고 있는 등 첨단 과학과 경제가 발전된 고도의 기술정보 사회에서 목도되는 전문직 / 관리직의 괄목한 만한 종교( 보수적 개신교 ) 선호 현상은 그 자체로서 흥미를 유발하는 흔 하지 않은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종교심리학, 긍정심리학 14), 건강심리학을 필두 로 최근 일부 종교사회학자들까지 동참하여 강렬한 종교적 경험이 행복에 대해 미치는 영향에 주 목하는 새로운 연구 경향에 주목한다. 이로부터 필자는 아래에서 한국의 계층구조에서 중상류 전 반과 상류의 일부 곧, 지도층을 사실상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관리/ 전문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 나는 높은 종교성과 높은 행복감 사이의 관련의 이유와 그 함의를 시론적으로 밝혀 보고자 한다. Ⅳ. 한국의 관리/ 전문직: 종교, 건강 및 행복의 긍정적 관련의 사례 한국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제반 특징을 추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보를 집중적으로 얻기 위 해 KGSS 의 원자료를 토대로 관련되는 사항을 몇 개의 도표들(< 표 3> < 표 10>) 로 재구성해 서 차례로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우선 < 표 3> 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현재 한국인이 인생에 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돈이나 가족 혹은 종교보다 놀랍게도 (?) 자신의 건강( 전 체의 56.4% 동의) 임을 주목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 가치관조사 >(144-145) 에 의하면, 한국인이 삶에서 행복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끼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건강 ( 매우 중요 77.3%, 대체로 중요 21.8% 총합 99.1%) 이다. 그런데 KGSS의 자료에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한 비율을 보면, 관리/ 전문직(37.6%) 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업 집단( 사무/ 준전 14) 긍정심리학의 흥미진진한 연구 세계에 대한 안내서로서 콤튼(2007) 을 볼 것. 17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문직 54.0%, 판매서비스직 57.2%, 생산/ 기능/ 노무직 60.9%) 은 전체 응답자 평균치 (56.4%) 에 거 의 근접하거나 혹은 초과하는 동의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위직으로 갈수록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비율이 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 표 3>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에 관한 응답 분포15) 응답자의 직업특성 여가 친구 권력 이웃 건강 돈 학력 종교 가족 일 모르 겠다 전체 2.1 4.2 1.2 1.2 56.4 8.2 0.7 2.9 21.9 1.1 0.2 관리/ 전문직 사무/ 준전문직 판매 서비스직 생산/ 기능/ 노무직 3.5 3.5 1.2 2.4 37.6 8.2 11.8 29.4 2.4 3.0 3.0 1.5 0.3 54.0 8.7 0.6 4.2 22.4 2.4 1.7 6.4 2.9 1.2 57.2 9.8 0.6 1.2 18.5 0.6 3.0 2.7 1.0 1.7 60.9 6.7 0.3 1.3 20.7 1.3 0.3 % ( 사례수 ) 100.0 (1,508) 100.0 (85) 100.0 (335) 100.0 (173) 100.0 (299) 자료: KGSS 2009의 표 5.1.1 인생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을 재구성. 반면, 상위직인 관리/ 전문직의 경우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37.6% 로서 이것은 전체 평균치(56.4%) 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이는 삶에서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에 전 국민의 무려 77.3% 가 동의한 앞의 < 가치관조사 > 의 결과가 잘 말해주듯, 사실상 전 국민이 무엇보다도 건강에 대한 관심에 사로잡혀 있다고 볼 수 있는 현 한국 사회에서 유독 관리/ 전문 직만 여타 직업집단에 비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기 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런 측면보다는 오히려 이 관리/ 전문직 집단이 여타 직업집단보다 상대 적으로 건강하다는 측면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건강의 사회적 측면 곧, 사회 계층에 따른 건강 수준을 측정한 최근 의료사회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 으로 한 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척도상 그보다 아래에 속한 사람 들보다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 기든스, 2001: 165). 또한, 한국의 관리/ 전문직은 여타 직업집단과 비교해 볼 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서 가족(29.4%)( 전체 평균치는 21.9%) 과 종교(11.8%)( 전체 평균치는 2.9%) 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특히 전체 응답자의 2.9% 밖에 되지 않는 매우 소수만이 종교를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지목하였지만, 관리/ 전문직은 응답자의 약 10분의 1이 조금 넘는 11.8% 곧, 평균치의 무려 약 4배가 넘는 동의를 하였다는 사실을 주목하 게 된다. 이것은 한국의 직업집단 중 상위직으로서 지도층에 있는 관리/ 전문직의 사람들이 다른 15) 이 표와 그리고 이후 연속적으로 제시할 표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전체 응답자(1,508 명) 중 무직(297 명), 주부(219 명), 학생(95 명) 도합 621 명은 제외하고 관리/ 전문직, 사무/ 준전문직, 판매서비스직, 생산/ 기능/ 노무직 이상 4 개 집단에만 초점을 모아 정리함.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71

어떤 직업집단보다 종교를 한층 중시하고 있음을 잘 말해 준다고 할 것이다. 이로부터, 종교와 건강 그리고 행복 사이의 긍정적 관계를 중시하며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사 회경제적으로 상위에 있는 관리/ 전문직이 여타 직업집단보다 일반적으로 상대적으로 건강한 것 이 사실인 가운데, 한국의 경우 이 관리/ 전문직이 종교성 또한 높아서 자연적으로 강렬한 종교 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결과 행복도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 다. 16) 필자의 이런 주장은 다음의 일련의 표들 17) 에 의해서 대체로 잘 지지된다 할 것이다. 한국인의 종교 소속을 살펴보면, < 표 4> 가 보여주듯 전체 응답자 중 약 60% 가 종교가 있다고 답했고 종교가 없다고 답한 수치가 전체의 약 40% 이다.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60%) 중, 한국의 3 대 종교인 불교, 개신교, 천주교는 각기 23.8%, 25.9%, 9.0% 를 차지한다. 그런데 관리/ 전문직이 갖고 있는 종교에 초점을 모을 경우, 불교는 응답자 전체 85명중 6명으로서 7.1%, 개신 교는 30명으로서 35.3%, 그리고 천주교는 10명으로서 11.8% 로 나타난다. 이로써, 앞에서 언급한 < 가치관조사 > 의 결과와도 비슷하게, 한국의 지도층인사를 대표하는 관리/ 전문직 중에서 무려 3 분의 1 이상이 개신교 신자( 제2 의 종교) 인 반면, 불교는 제1의 종교라고 일반에게 알려져 있음에 도 실제로 관리/ 전문직의 약 7% 밖에 되지 않는 소수의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개신교 와 천주교를 기독교( 그리스도교 ) 라는 범주로 한데 합칠 경우, 기독교 신자가 관리/ 전문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7.1% 로서 이는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현재 아시 아에서 천주교국가인 필리핀 다음으로 기독교화 가 이루어진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 표 4>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종교 소속 응답자의 특성 불교 개신교 천주교 종교없음 기타 모르겠다/ 무응답 전체 23.8 25.9 9.0 39.6 0.3 0.7 관리/ 전문직 7.1 35.3 11.8 42.4 1.2 사무/ 준전문직 18.8 26.9 7.2 46.3 0.6 0.3 판매서비스직 31.2 25,4 7.5 35.3 0.6 생산/ 기능/ 노무직 27.1 18.1 4.7 47.2 1.7 %( 사례수 ) 100.0 (1,508) 100.0 (85) 100.0 (335) 100.0 (173) 100.0 (219) 자료: KGSS 2009의 표 5.1.4 응답자의 종교를 재구성. 16) 그렇지만, 필자는 한국에서 종교( 특히 보수적 개신교 ) 에 몰입하고 있는 지도층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강 렬한 종교적 체험 혹은 영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 중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각종 서 비스를 통해 의미 있는 사회참여를 하고 있는 비율은 아직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성과 사회참 여를 결합한 선진적 성령운동을 취급한 최근 연구서로, 밀러와 야마모리 (2008) 를 볼 것. 17) < 표 4>( 직업집단별 종교 소속), < 표 5>( 직업집단별 종교 집회 참석 빈도), < 표 6>( 직업집단별 신에 대한 생각), < 표 7>( 직업집단별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의 정도), < 표 8>( 직업집단별 천당/ 극락에 대한 믿음의 정도), < 표 9>( 직업집단별 종교적 기적에 대한 믿음의 정도), < 표 10>( 직업집단별 기도 횟수). 17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 표 5>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종교집회 참석 빈도 응답자의 특성 일주일에 여러번 일주일 에 한번 거의 한달에 한달에 일년에 일년에 일주일 두세번 한번 몇번 한번 에 한번 일년에 한번 미만 전혀 안감 모르겠다 /무응답 전체 10.8 14.0 0.5 4.0 5.1 14.0 4.3 3.0 43.6 0.7 관리/ 전문직 사무/ 준전문직 판매 서비스직 생산/ 기능/ 노무직 11.8 18.8 4.7 8.2 5.9 2.4 3.5 43.5 1.2 9.3 15.8 0.6 3.9 3.6 14.0 2.4 3.6 46.6 0.3 6.4 12.7 1.2 3.5 8.7 17.9 5.8 3.5 39.9 0.6 6.7 8.0 0.7 3.7 4.0 16.4 7.0 2.7 50.5 0.3 자료: KGSS 2009의 표 5.1.3 종교집회 참석 빈도를 재구성. % ( 사례수 ) 100.0 (1,508) 100.0 (85) 100.0 (335) 100.0 (173) 100.0 (95) 또한, 위의 < 표 5> 에 따르면 한국의 관리/ 전문직의 종교집회 참석 빈도( 특히 일주일에 한번 이상) 역시 여타 직업집단 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서구 로부터 전래된 종교인 기독교( 개신교와 천주교) 의 일주일을 단위로 규칙적으로 종교적 집회가 이루어지는 관행이 최근 불교, 원불교 등 타종교에 대해서도 급속도로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 다. < 표 5> 에 의하면, 관리/ 전문직에서 종교 집회에 참석하는 빈도 중 일주일에 한번 이라고 답 한 수치가 18.8%( 전체 평균 14.0%) 이고 일주일에 여러 번 이라고 답한 수치가 11.8%( 전체 평균 10.8%) 이다. 이로써, 전체 응답자중 일주일에 한번 이상 종교집회에 참석한다고 답한 수치인 24.8% 보다 관리/ 전문직의 수치인 30.6% 가 훨씬 높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종 교집회에 참석한다고 답한 전체 평균(24.8%) 과 여타 직업집단의 비율을 비교해보면, 사무/ 준전 문직(25.1%), 판매서비스직 19.1%), 생산/ 기능/ 노무직(14.7%) 순으로 하위로 갈수록 그 비율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집회에 규칙적으로 참석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시키고 일반적 으로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Musick et al., 2004). 종교 집회에 규칙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또한 종교성의 중요한 척도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로부터 평소 일요일 예배에 규칙 적 참석을 강조하는 개신교( 그리고 천주교) 가 이미 주요한 종교로서 자리 잡은 한국의 관리/ 전 문직은 높은 종교집회 참석 빈도와 함께 높은 행복도를 보이는 반면, 종교집회의 참석 빈도가 낮은 생산/ 기능/ 노무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행복도를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필자는 이제 이상의 논의를 배경으로 KGSS의 원자료에 드러난 한국인의 신관과 종교적 믿음의 정도를 관리/ 전문직의 그것과 좀 더 심층적으로 비교해보는 작업을 해보고자 한 다. 아래의 표들(< 표6> < 표10>) 은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신, 사후세계, 천당/ 극락, 기적 등에 대한 믿음과 기도 횟수 등에 관한 것이다.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강한 종교적 믿음은 생로 병사 같은 인간의 실존 문제를 누그러뜨림으로써 결과적으로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것이 통설이 다. 구체적으로, 최근 한 연구(van Rijn, 2008: 17) 에 의하면, 종교적 믿음 중 특히 지옥이나 선악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73

의 심판 같은 영성 (spirituality) 18) 의 부정적 측면보다 천국( 천당) 같은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믿음( 신앙) 이 주관적 안녕감(SWB) 곧, 행복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아래에서 강한 종교적 믿음을 소유한 사람이 관리/ 전문직에서 상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논증 할 것이다. < 표 6>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신( 神 ) 에 대한 생각 음답자의 특성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신의 존재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떤 초월적인 힘이 존재한다 고 생각 신의 존재를 믿을 때도 있고 안 믿을 때도 있다 의구심이 없진 않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생각 신의 존재를 알고 있고 조금도 의심이 없다 선택할 수 없음 전체 17.6 9.5 16.6 16.1 20.0 18.9 1.3 관리/ 전문직 사무/ 준전문직 판매 서비스직 생산/ 기능/ 노무직 9.4 14.1 17.6 11.8 18.8 28.2 14.3 9.0 24.8 12.5 23.3 15.2 0.9 18.5 10.4 14.5 19.7 19.7 16.8 0.6 27.4 10.7 16.4 18.1 13.4 12.4 1.7 자료: KGSS 2009의 표 6.1.14 신에 대한 생각을 재구성. % ( 사례수 ) 100.0 (1,508) 100.0 (85) 100.0 (335) 100.0 (173) 100.0 (299) 위의 < 표 6> 에서 알 수 있듯이, 신에 대한 생각 중 신의 존재를 알고 있고 조금도 의심이 없 다 고 강한 확신을 보인 수치가 관리/ 전문직에서 무려 28.2% 인데 이것은 전체 응답자의 평균 18.9% 보다 뚜렷이 많은 비율이다. 반면, 여타 직업집단들 ( 사무/ 전문직 15.2%, 판매서비스직 16.8%, 생산/ 기능/ 노무직 12.4%) 의 경우 이 수치가 평균인 18.9% 보다 대체로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18) 종교 (religion) 와 그리고 인간의 ' 영적' 측면 혹은 인간의 의미, 가치, 초월성, 소망 및 관계의 추 구 (Kim, 2007: 289) 를 뜻하는 영성 양자의 관계는 복잡한 것으로서 서로 중첩되지만 동일한 것은 아 니다(Rayburn, 2004: 52). 영성은 신과의 특별한 접촉, 자연과의 소통,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가 슴 속에서 느끼는 것 (Moberg, 2008: 101) 으로 잠정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한편, 역사학자 마틴 마티 (Martin Marty) 는 영성에는 두 가지 주요한 지향이 있다고 보았다(Marty, 1997). 즉, 하나는 신 중심적 이고 신과의 관계를 상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의 개념이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서 모종의 에너 지 가 존재한다거나 혹은 관계 가 존재한다고 사람들이 믿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오늘날 행동과학에 서 종교와 영성 양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측면에서 대조되고 있다: 1) 조직적 종교 대 개인 적 영성, 2) 본질적 종교( 성스러운 내용) 대 기능적 영성( 주관적이고 실존적인 효과), 그리고 3) 부정적 종교성 대 긍정적 영성. 종교와 영성에 대한 보다 심층적 논의로서, 종교사회학에서 영성연구에 선구적 역할을 한 데이비드 모버그(David Moberg) 의 최근 글(Moberg, 2008) 의 앞부분 (96-108) 을 볼 것. 아울 러 국내에서 최근 영성의 사회학 에 대해서 처음으로 취급한 것으로서, Kim(2007) 과 송재룡(2007) 을 참 고할 것. 17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 표 7>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의 정도 응답자의 특성 확실히 믿는다 대체로 믿는다 대체로 믿지 않는다 전혀 믿지 않는다 선택할 수 없음 전체 16.8 32.6 27.7 22.3 0.7 관리/ 전문직 사무/ 준전문직 27.1 31.8 22.4 17.6 1.2 17.3 34.3 32.5 15.8 판매서비스직 15.0 31.8 28.9 23.1 1.2 생산/ 기능/ 노무직 9.0 27.1 28.8 34.1 1.0 % ( 사례수) 100.0 (1,508) 100.0 (85) 100.0 (335) 100.0 (173) 100.0 (299) 자료: KGSS 2009의 표 6.1.16 믿음의 정도(1): 사후세계를 재구성. < 표 8>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천당( 극락) 에 대한 믿음의 정도 응답자의 특성 확실히 믿는다 대체로 믿는다 대체로 믿지 않는다 전혀 믿지 않는다 선택할 수 없음 전체 18.4 29.6 27.9 23.3 0.8 관리/ 전문직 사무/ 준전문직 판매 서비스직 생산/ 기능/ 노무직 25.9 31.8 23.5 18.8 16.7 30.1 32.8 20.0 0.3 16.8. 28.3 28.3 25.4 1.2 11.7 23.7 28.8 34.8 1.0 % ( 사례수) 100.0 (1,508) 100.0 (85) 100.0 (335) 100.0 (173) 100.0 (299) 자료: KGSS 2009의 표 6.1.17 믿음의 정도(2): 천당( 극락) 을 재구성. 다음으로, 위의 < 표 7> 과 < 표 8> 이 공통적으로 보여 주듯이, 우선 < 표 7> 의 사후세계를 확 실히 믿는 비율이 관리/ 전문직에서 전체 평균(16.8%) 보다 뚜렷이 많은 27.1% 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사후세계를 확실히 믿는 비율이 여타 직업집단은 대체로 전체 평균치(16.8%) 에 근접하거 나 떨어지고 있는데, 그중 특히 하위직인 생산/ 기능/ 노무직은 9.0% 밖에 되지 않아서 평균치에 많이 미달됨을 알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 표 8> 의 천당/ 극락에 대한 믿음의 정도 역시 확실 히 믿는다 고 답한 전체 평균치가 18.4% 인데, 관리/ 전문직의 경우 이 수치가 25.9% 로 높게 나타 나고 있다. 반면, 여타 직업집단의 경우 천당/ 극락에 대한 믿음의 수치가 전체 평균치보다 대체 로 낮게 나타난 가운데, 특히 생산/ 기능/ 노무직의 경우 11.7%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의 직업집단 중 여타 직업집단과 달리 강한 종교적 믿음을 소유하고 있는 집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75

단은 단연 관리/ 전문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종교적 기적에 대한 믿음의 정도를 알아보면, 아 래의 < 표 9> 에 잘 나타나 있듯이, 이 경우에도 앞서 살펴본 사례와 비슷하게 특히 관리/ 전문직 에서 종교적 기적에 대해서 확실한 믿음을 소유하고 있는 비율(22.4%) 이 전체 평균(15.5%) 보다 한층 높을 뿐 아니라, 여타 직업집단 ( 사무/ 준전문직 15.5%, 판매서비스직 15.6%, 생산/ 기능/ 노무 직 8.4%) 과 비교해서도 여전히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항목에서도 생산/ 기능/ 노무 직에서 초자연적, 초월적인 종교적 기적에 대한 믿음의 정도가 가장 떨어진다는 것을 지적할 필 요가 있다. < 표 9>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종교적 기적에 관한 믿음의 정도 응답자의 특성 확실히 믿는다 대체로 믿는다 대체로 믿지 않는다 전혀 믿지 않는다 선택할 수 없음 전체 15.5 23.8 34.4 25.5 0.9 관리/ 전문직 사무/ 준전문직 판매 서비스직 생산/ 기능/ 노무직 22.4 28.2 28.2 20.0 1.2 15.5 23.3 38.5 22.7 15.6 26.0 28.9 28.9 0.6 8.4 19.1 35.8 34.4 2.3 % ( 사례수) 100.0 (1,508) 100.0 (85) 100.0 (335) 100.0 (173) 100.0 (299) 자료: KGSS 2009의 표 6.1.17 믿음의 정도(4): 종교적인 기적을 재구성. 끝으로,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기도 횟수(< 표10>) 를 살펴보면, 앞부분에서 검토한 관리/ 전문직 의 종교적 기적에 대한 강한 믿음 의 높은 비율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곧, 강한 믿음과 대체로 나란히 전개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는 평소의 거의 습관화된 기도 생활 ( 예: 하루에 여러 번 기도) 을 하는 비율을 살펴볼 때, 관리/ 전문직의 경우 하루에 여러 번 기도한 다고 답한 비율이 16.5% 로서 이것은 전체 평균치 11.3% 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물론 이 항목에 서도 여타 직업집단 ( 사무/ 준전문직 9.3%, 판매서비스직 6.9%, 생산/ 기능/ 노무직 6.4%) 의 비율은 전체 평균치에 대체로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행복에 관한 기도의 일반적인 긍정적 효과와 이것에 더하여 기도가 때때로 강렬한 종교적 체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의 고학력 관리/ 전문직은 종교적 기적을 강하게 믿는 것은 물론 높은 종교성으로 인해서 그 어느 직업 집단보다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며 결국 행복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추 론할 수 있다. 17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 표 10> 한국인의 직업집단별 기도 횟수 응답자의 특성 전혀 하지 않음 일년에 한번 미만 일년에 한번 일년에 몇번 한달에 한번 한달에 두세번 거의 일주 일에 한번 일주 일에 한번 일주 하루에 하루에 일에 한번 여러번 여러번 모르 말할수 겠다/ 없음 무응답 전체 40.3 2.5 2.9 10.9 4.0 4.8 2.1 5.1 7.9 7.6 11.3 0.1 0.6 관리/ 전문직 36.5 4.7 9.4 4.7 4.7 1.2 4.7 8.2 9.4 16.5 % ( 사례수 ) 100.0 (1,508) 100.0 (85) 사무/ 준전문직 43.9 2.4 2.1 9.9 3.0 4.8 3.0 6.6 7.2 6.9 9.3 1.2 100.0 (335) 판매 서비스직 32.9 4.0 4.6 19.7 4.0 4.6 2.3 5.2 6.9 8.7 6.9 100.0 (173) 생산/ 기능/ 노무직 55.5 2.7 3.3 9.0 2.7 5.4 0.3 2.7 7.4 4.3 6.4 0.3 자료: KGSS 2009의 표 6.2.8 기도 횟수를 재구성. 100 (299) Ⅴ. 결론 한국 사회학계의 다양한 분야 중 필자가 특히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종교사회학계에서 이 글의 주제( 종교와 행복) 는 그동안 대체로 무시 혹은 경시되어 왔다고 생각된다. 이런 측면에 서 김은기 교수( 고려대) 가 지난 2003 년 한 영문 저널에 발표한 Religious Influences on Personal and Societal Well-being 은 이 분야의 연구의 효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종교사회 학자 김은기는 이 논문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개인 및 사회의 안녕( 행복) 에 미치는 영향 이 대체로 긍정적 이라는 것을 밝혔다(Kim, 2003). 이 연구에서 그는 다종교사회인 한국에서 여 러 종교 중 특히 개신교가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킨 것은 물론 의료 서비스와 교육 같은 복지제 도와 사회경제적 행위에 폭넓게 참여하는 것을 통해서 사회적 안녕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였다 고 논증하였다. 이 글에서 필자는 종교와 개인의 주관적 행복 간의 연관을 중시하는 관점 속에서 한국의 관 리/ 전문직 사례의 경우 높은 종교성이 이들의 건강 및 행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 이고자 노력하였다. 이로써, 종교와 사회적 안녕( 행복) 은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럼 에도 종교의 사회적 역할 혹은 기능을 주목하는 종교사회학의 기본적 관심을 따라 한국의 현 상 황에서 종교가 과연 사회적 행복에 기여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약간의 언급을 할 필요를 느낀 다. 그런데 필자가 결론 부분에서 이 측면을 취급하게 된 것은 최근 서구의 풍요로운 민주국가 들을 대상으로 폭넓게 실시된 한 대형 비교 연구(Paul, 2005) 가 종교가 보다 건강한 사회를 갖 다 주지 않는다 는 다소 도발적(?) 인 결론을 맺은 것으로부터 자극을 받은 결과이다. 그레고리 폴(Gregory Paul) 이 자신의 연구에서 펼친 결론은 종교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보다 공정하고, 동정적이며 따라서 도덕적으로 만든다는 가정을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곧, 창조주에 대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77

한 믿음과 경배의 높은 비율이 과연 사회적 건강 수준을 높이는 데에 필수적인가라는 물음에 대 해서 이 연구는 놀랍게도 부정적 인 대답을 내놓고 있다. 폴은 특히 세속화의 영향이 강한 서구 에서 예외적으로 종교적인 국가로 잘 알려진 미국의 경우에서조차 자신의 발견점이 잘 적용된 다고 본다. 달리 말해서, 친 종교적이며 진화를 반대하는 미국은 사회통합과 사회적 행복 측면에 서 문제가 많은 반면, 진화가 대체로 수용되는 고도로 세속적인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 속에서 사회통합과 사회적 행복도가 오히려 한층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사실상 한국의 관리/ 전문직의 약 3분의 1이 개신교도인 상황에서, 개신교계의 저명한 성직자 중 한사람인 이재철 목사( 한국기독교선교 100주 년기념교회 ) 가 최근 한 세미나 19)에서 복음을 미끼로 삼지 말라 는 제목의 강의를 통하여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비판한 것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 이 강의에서 이재철 목사는 현재 한국에서 20대 초대형교회에 속한 신자 수는 무려 150 만 명쯤으로 추산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사회 각 분 야의 지도층으로 포진해 있는데, 이들이 공익이나 사회정의 등은 외면한 채 이러한 가치들과는 동떨어진 신앙생활로 비신자들에게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며 이는 성도들이 그런 설교를 듣고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 이라고 주장하였다 ( 뉴스미션, 2008 년 9월 18 일자). 아울러 같은 강 의에서 대형교회 교인들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지 못하기 때문에 교회가 인정받지 못 하는 것이다 라며 대형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그가 한국교회가 사회정의와 사회윤리를 생각 하도록 설교를 했다면 교회는 대형화되기 어렵다 라고 강조한 사실이 한국 개신교계의 대표적 진보 언론인 뉴스앤조이 (2008 년 9월 18 일자) 의 커다란 관심을 모은 것이 눈길을 끈다. 이렇듯 종교의 사회적 기여도를 놓고서 현재 적지 않게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서, 필자는 앞으로 종교( 예: 개신교) 가 개인 에게 미치는 고유한 영향20)을 논구하는 차원의 중요 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종교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도 보다 심층적인 비교 분석 작 업이 긴요하다고 본다. 이는 초월적인 존재와의 신비적 만남에서 오는 에너지는 모든 인생을 바 쳐 이웃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항구적으로 공급되는 영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곧, 가장 영적인 사람이 가장 사회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밀러와 야마모리, 2008: 7). 끝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종교와 행복 분야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연구 과제로 거론되 는 것을 간단히 제시하고자 한다. 그동안 경험과학을 사실상 지배했던 방법론적 무신 론 (methodological atheism) 을 비판하면서 인간의 신앙( 믿음) 에 대한 보다 진지한 연구의 중요 성에 최근 새롭게 눈을 뜨게 된 일부 종교심리학자들과 종교사회학자들 21) 이 현재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제중 하나는 바로 영성과 행복 사이의 관계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모버그가 주 19)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 소장 이태형 ) 가 주최한 ' 위대한 설교 컨퍼런스 '(2008 년 9월 17 일, 서울 목동 제 자교회). 20) 이 연구 분야의 훌륭한 한 예로서, 정성덕 외(2001) 는 최근 한국에서 2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기독교인 ( 개신교인 ) 131명을 대상으로 영성과 안녕의 관계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한국판 영적안녕척도 (Spiritual Well-Being Scale) 로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통계 분석한 결과, 영적 안녕 전체 척도와 종교 적 안녕 하위척도 및 실존적 안녕 하위척도 모두에서 유의한 상관이 있었음을 밝힌 바 있다. 21) 예로서, 미국의 종교심리학자 윌리엄 콤튼(William Compton), 피터 힐(Peter Hill), 로버트 이먼스 (Robert Emmons) 와 종교사회학자 마가렛 폴로마 (Margaret Poloma), 매튜 리(Matthew Lee), 스티븐 포스트(Stephen Post) 등. 17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장하듯이 오늘날 영성을 증진시킨다고 주장하는 모든 종교와 이데올로기들의 영향을 평가 하는 작업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연구 과제(Moberg, 2008: 96) 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달리 말해서, 다양한 종교의 영성의 유사점, 차이점 및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 긴요하다 (Moberg, 2008: 122) 는 것이다. 참고문헌 기든스(A. Giddens). 2001. 현대사회학. 김미숙 외 옮김. 제4 판. 을유문화사. 김상욱 외. 2009. 한국종합사회조사 KGSS 2008. 성균관대학교출판부. 김성건. 2008. 감사의 과학: 긍정심리학과 세계종교의 재발견. 과학과 문화. 서원대학교 미래창조 연구원. 5(3): 25-35. 뉴스미션. 2008년 9월 18 일자. 뉴스앤조이. 2008년 9월 18 일자. 밀러(D. Miller) 와 야마모리 (T. Yamamori). 2008. 왜 섬기는 교회에 세계가 열광하는가? 기독교적 사 회참여의 새로운 모델, 성령운동. 김성건/ 정종현 옮김. 교회성장연구소. 송재룡. 2007. 종교와 영성: 영성사회학 (A Sociology of Spirituality) 테제에 대하여. 한국사회학회 2007 년 후기학술대회 발표논문. 강원대학교 (2007. 12. 4). 1-10. 와이너(E. Weiner). 2008. 행복의 지도. 김승욱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정성덕, 이종범, 박형배, 김진성, 배대석, 이광헌, 사공정규, 송창진, 배진우. 2001. 한국판 영적안녕 척 도(Spiritual Well-Being Scale) 의 신뢰도 및 타당도 연구. 神 經 精 神 醫 學 40(2): 230-242. ( 주) 한국리서치. 2008. 2008 년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 문화체육관광부. 콤튼(W. Compton). 2007. 긍정심리학. 서은국 외 옮김. 박학사. Davie, G. 2002. Europe: The Exceptional Case. Parameters of Faith in the Modern World. Darton: Longman & Todd Ltd. Diener, E., R. E. Lucas, H. L. Smith and E. M. Suh. 1999. "Subjective Well-being, Three Decades of Progress." Psychological Bulletin 125: 276-301. Esparza, J. C. and H. Yoshioka. 2006. "Child Mortality and Religion in Mexican Amerindian Population." Paper presented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Society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Portland, Oregon, Oct. 20, 2006. Glock, C. Y. 1962. On the Study of Religious Committment." Religious Education 57(Research Supplement), S-98-S-110. Headey, B. and A. J. Wearing. 1992. Understanding Happiness: A Theory of Subjective Wellbeing. Melbourne, Australia: Longman Cheshire. Hummer, R. A., R. G. Rogers, C. B. Nam and C. G. Ellison. 1999. "Religious Involvement and US Adult Mortality." Demography 36(2): 273-285. Kim, Andrew E. 2003. "Religious Influences on Personal and Societal Well-being." Socal Indicators Research 62, 63: 149-170. Kim, Sung-Gun. 2007. "The Privatization of Religion and Selling Spirituality in the Midst of 종교와 행복: 한국 사회의 관리/ 전문직의 사례를 중심으로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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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적 행복 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유 승 호 (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1. 비교 에서 몰입 으로 : 몰입론( 플로우) 이 각광받는 이유 찰스디킨스는 데이비드 코퍼필드 David Copperfield 에서 연간소득이 20파운드이고 연간지출 이 19파운드 6 펜스이면 행복하다. 연간소득이 20파운드이고 연간지출이 20파운드 6펜스이면 불 행하다 고 쓰고 있다. 소득이란 이렇듯 행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행복과 소득은 소득증가의 일정 수준까지는 서로 비례한다. 그러나 여기엔 비밀이 하 나 더 있다. 20 파운드를 고정된 수입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사람이 19파운드 6펜스를 쓰고 어 떤 사람이 1 파운드를 더 쓰느냐이다. 20파운드로 행복하려는 사람은 분명 그것보다 못 미치게 19파운드 6 펜스를 쓰고 행복해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분명 수입에 맞추어 자신의 지출을 적절 히 통제하는 사람이다. 수입에 맞춰 지출 행동을 어떻게 통제해야하는가를 아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이런 20 파운드로 맞춰진 가정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는 점점 더 평균적인 인간의 삶을 20 파운드에서 점점 더 상향시킨다. 내년에는 30파운드가 내후년에는 40파 운드가 평균적인 인간의 삶을 위한 지출기준이 될 수 있다. 그 정도면 개인의 통제 를 넘어서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애덤스미스도 기본소득이나 상품묶음만이 아니 공공장소에 수치심 없이 나타날 수 있는 능 력 에 관심을 가졌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사회에서 필수 로 간주하고 있는 것을 최소한도로 요구하는 자유는 수치심 없이 공공장소에 나타날 수 있는 자유, 또는 공동체의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그는 필수재는 생명유지를 지속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것뿐만 아니라 국가의 관습에서 가장 하층의 사람이라도 부족해진다면 점잖지 못한 것이라 여 기는 것을 포함한다. 일례로 리넨셔츠는 엄밀한 의미에서 삶의 필수품이라 말할 수 없다. 고대 그리스인이나 로마인은 린넨이 없어도 풍족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유럽 대부분 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린넨셔츠없이 나타나는 것을 수치스러워할 것이다. 리넨셔츠가 없다는 것 은 극단적인 악행 없이는 빠질 수 없는 극심한 빈곤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똑같은 관습은 영국 에서 가죽신발을 필수품으로 만들었다. 점잖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가죽신발 없이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수치스러워 할 것이다. 이러한 아담스미스의 언급으로부터 우리가 시사 받을 수 있는 것은, 문제는 재화 그 자체가 아니라 재화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자유에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티이센, 2001:102-3) 몰입적 행복 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183

행복은 자유였고 자유는 재화가 부여하는 것이 근대시대였다. 근대시대이후 비교 라는 코드가 행복론에 자리잡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사회의 본질적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이제 현대는 생산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이전의 자원과 재화중심에서 학력과 지력이 중시되는 사회로 변화해왔 다. 자원과 재화가 갖는 실제 부의 가치가 점점 지식가치로 대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 공공장소에 수치심없이 나타날 수 있는 능력 도 점점 자원과 재화로부터 학력과 지력으로 이전 되어 왔다. 피터생(Peter Senge) 이 말하듯이, Mental Model 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공공장소와 일터에서도 지력의 조작적 인덱스 중의 하나인 학력이 중요시되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청년시기의 학력이 미치는 영향력도 전체 생애에서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서 학력과 더불어 전생애적 학습과 지식자본의 근간이 되는 문화적 자본, 그리고 그것과 연계된 네트워크 가 새롭게 공공장소에 수치심없이 나타날 수 있는 능력 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 중심의 학력사회가 여가중심의 창조사회로 변해가면서 실제 일과 여가가 분리되기 어려운 시점에서 더 욱 중요해진다. 사회가 일과 여가 모두의 영역에서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고 이것을 완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별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외부의 다양한 요구들을 개인 이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이전의 자연을 통제하는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능동성을 요구하 는 것이다. 자연의 통제는 기다리는 인내의 능력을 가장 요구하지만, 즉 수동적 능력을 요구하지 만, 일과 여가가 융합되는 시기에는 일과 여가의 상호충돌을 적절히 관리하고 통제하는 적극적 이고 능동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일이 넘치는 비즈니스맨들이 운동과 여가를 겸하면 서 일을 해내는 것들도 사실은 특정한 능력에 스스로를 투자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플로우론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각광받는 주제가 되었다. 소위 현대를 풍 미하는 심리학의 인기와 그것을 등에 업은 플로우론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플로우(Flow) 란 심리학자 미하이직센트미하이가 창안해낸 개념으로서, 가장 즐거운 일을 경 험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를 가져오는 요인은 넘어야 할 장벽 이 높고,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명확하게 규정된 도전할만한 목표에 주의 를 집중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아에 대한 통제가 놀랍게 잘 일어나는 순간이다. 2. 몰입과 우선순위 매기기(priority mindset) 의 계층화 몰입( 플로우) 이란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마음의 진정한 즐거움 을 느끼 게 되는 상태로서, 자아의 복잡성이 증대되는 것인데, 사실 이는 모든 정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자아가 존재하게 된 까닭은 우리 주위를 끌려는 막대한 양의 정보에 의식이 압도되지 않기 위해 우선순위를 매기는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Csiksezentmihalyi,1993:313). 그런데 문제는 우선순위를 매기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의 차이이다. 창조계급은 몰입을 느끼는 인 간형으로서 하루일과의 기계적인 시간구분과 가장 동떨어진, 자율적으로 자기의 작업시간을 대 부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계급들이다. 문제는 스스로 그러한 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시간과 기술을 허락받지 못한 집단이다. 이것은 실질적인 경제력뿐만 아니라 문 18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화적 자본의 차이- 도킨스식으로 표현하면 밈(meme) 의 차이- 에서도 나타난다. 여가활동가운데 플로우와 가장 동떨어진 것은 TV 시청, 집안청소, 잠자기 등과 같은 유지보수 활동이다. 또한 끝없이 복잡한 허가 절차를 밟기 위해 줄을 서는데 시간을 쓰는 것도 플로우 경 험을 방해한다. 예전 사회주의 국가에서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Csiksezentmihalyi, 2004:166). 재미로 독서하기는 일반적으로 TV 보다 긍정적인 경험이나, 대개 는 플로우 경험에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조사에 따르면 장시간 시청자는 단시간시청자보다 TV 에 재미를 덜 느끼고, TV 를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분은 점점 나빠진다. TV 중독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낮고 직업도 매력적이지 않으며 가정생활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향 을 보인다. 1)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조각하고, 옷을 뜨고, 프로그램을 짜고, 그림을 그리고, 춤추 는 능동적이고 플로우를 불러오는 여가가 아닌, TV시청같은 수동적인 여가에 그 무엇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까. 더구나 별로 즐기지도 않으면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쓰는가이다.. 그 이유는 자연스럽게 플로우를 찾아주고 자아의 복합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여가를 통해 보여 주는 역할모델도 없고, 도전을 그 자체로 흥미 있게 바라보라고 장려하는 일도 거의 없기 때문 이다. 지루함과 걱정이 가정, 학교, 사회 전체의 표준이라는 점을 알고 나면 아이들은 새로운 가 능성을 탐구할 욕구와 관심과 호기심을 포기하고 수동적인 오락에 익숙해진다. 이것은 또한 스 티븐 코비가 말했듯이, 급한 일에 늘 신경 쓰고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는 ' 실패하는 사람들', 즉 우선순위를 두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된다. 이로써 아이들은 이제 looking-glass self로부터 looking-screen self 로 변해간다. 쿨리와 마가 렛미드에 따르면 아이들은 거울자아와 사회적 자아로부터 일반화된 타인의 역할을 형성해간다. 자신과 타인의 관점을 수시로 고찰하면서 놀이와 게임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타인의 관점에서 반추한다. 이는 자아의 복합성을 증대시켜가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 의 역할을 익히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자신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기 대되는 행동을 하는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스크린자아는 다르다. 타인이 스크 린이 되고 그것은 자신과 직접적이고 실시간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이고 수동적 인 존재로서의 타인을 접촉하는 시간과 역할이 늘어나는 것이다. TV 등으로 인한 미디어의 수 동적 이용은 개인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 있어 I와 me가 서로 균형있고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닌, 느리고 불균형적으로 작동하는 looking-screen self 과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지속적인 상호커뮤니케이션을 박탈당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중하층계급들도 시간에 대한 통 제를 스스로 자율적으로 행하기보다 시간에 지배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화 중심의 제조중심 산업이나, 또는 외부사람의 요구에 전적으로 응대해야 하는 탈숙련서비스산업 분야가 그렇다. 플로우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하루 일과를 규정하는 기계적인 시간구분이다. 예컨대 학생들은 미 술이나 과학 실험과 같은 흥미로운 주제에 몰입하기 시작할 때 쯤이면 50분 수업이 끝났다는 것 을 알리는 종소리도 듣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공장제조방식 때문에 장인과 기능공들의 작 1) Television and the Quality of Life: how viewing shapes everyday experience, Kubey and Csiksezentmihalyi, hillsdale NJ Lawrence Erlbaum 1990 몰입적 행복 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185

업방식은 붕괴되고 딱딱한 시간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노인들에게도 몰입의 가능성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몰입이 요구하는 도전과 능력 의 상호작용 속에서 중장년들의 가치는 오히려 적어진다. 노인에 대한 인식이 Experienced eldly people에서 Challenge free people 로 변화한 사례가 그렇다. 마뉴엘카스텔이 지적했듯이 평균수 명은 75세에서 80세로 늘어나지만 근로수명은 오히려 30 년정도로 줄어들고 있다(24-54 세까지 ). 그 이유는 젊은 인력이 오히려 직장에서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한 조직 내에서 노령층의 부정적인 면은 신체적 근력이 약하고 사고력이 유연하지 못하며 모험을 하기 싫어한다는 것이 다. 예를 들어 광고회사의 기획 관련 실제 정년은 30 세정도이다. 이렇듯 일에 대한 불안이 도처 에 침투되어 자신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작업장 내의 유기적 관계를 변질 시키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불안이 사회의 중심이 된다. 두려 움이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이며, 불안이란 지속적인 위험을 강조하는 환경 속에서 생 겨나며, 또 불안이란 과거 경험이 현재에 아무런 가이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 증 가한다. ( 리처드 세넷, 1998:132-135) 몰입에의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지는 사회적 환경을 애써 무시하고 개인의 몰입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외쳐보지만, 실제 몰입과 관련된 훈련을 하고 지속 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그룹은 노인도 하층도 미디어중독키즈들도 아닌 자신의 시간과 목표를 통제할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에 국한되고 있는 것이다. 3. 개인의 행복과 지속가능성과의 관계 실제 개인의 행복이라는 수준에서도 그 행복의 느낌이 사회적인 것 과 연계되어 있음은 장기 적인 행복의 시계열추이를 볼 때 더 잘 드러난다.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수십 년간 부와 행복의 관계를 연구한 학자들의 결론은 절대 빈곤 상태에서 중산층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는 부가 행복을 증가시키지만, 그 다음부터는 부가 행복을 증가시키는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 는 것이다. 행복의 한계효용체감 법칙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로 즐길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고 나면 일을 그만두고 즐겨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왜 사람들은 부자가 되 려고 할까. 프로테스탄트 윤리까지 언급할 필요 없이, 사실 아무도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면 심각한 경제문제에 직면하다.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사람들이 끊임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획득 하고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현재 소유한 것에 만족하면 경제는 소멸된다. 생산과 소비가 개인적 행복의 필수요소 라는 망상 에 빠져야만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18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 그림> 자녀와 행복도(Daniel Gilbert, 2006:316) 자녀와 행복에 대한 신념도 유사하다. 자녀를 갖는 것은 인생최대의 행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적 신념이지만, 실제 자녀를 둔 사람들의 만족도를 측정해보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난 다.(Daniel Gilbert, 2006) < 그림> 이 보여주듯이 부부는 대개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시 간이 갈수록 점점 만족도가 떨어지고 자녀가 집을 떠날 때쯤 되어서야 처음에 그들이 누렸던 만 족도를 회복한다. 이런 만족도 패턴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잘 적용된다. 여성들은 먹고 운동하 고 쇼핑하고 낮잠 자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아이들을 돌볼 때 그들은 덜 행복하다고 한다. 실제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집안허드렛일을 하는 것보다 약간 더 즐거운 일일 뿐이다. 자녀양 육이 우리는 무척 고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매우 보람있는 시간도 많지만 대부분은 자기희 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부모가 되는 것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그것은 아 이들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신념에 반대되는 신념을 보유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어놓 기 때문이며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우리의 행동양식 속에 내재된(embedded) 결과이다. 2) 이러한 사례들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결국 개인의 행복이라고 말하지만, 그리고 그 행복은 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가정하지만, 결국 그 행복은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행복인 경우 가 태반이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결국 사회화 된 행복이다. 우리가 개인의 행 복을 말하면서 사회적 장치 를 늘 염두에 두어야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 우리의 행복이 실제적으 로 어떻게 작동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도 종류에 따라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불안 때문에 잠 못 이루며 성공을 거둔 불면증 환자들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왔듯이, 생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불안에 떠는 사람일 수도 있다. 불안 덕분에 안전을 도모하기도 하고 능력을 계발하기도 한다. 2) 자녀양육을 승인하지 않고 자신들 집단만의 공동체삶을 추구했던 19세기의 세이커교도들은 현재 소멸하 고 말았다( 앞의 책 316-7). 몰입적 행복 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187

그래서 우리는 어떤 상태가 되거나 어떤 것을 소유하면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 서도 그런 상태나 소유를 선망할 수 있다. 또 우리의 진정한 요구와 관련이 없는 야망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우리 감정은 그냥 내버려두면 우리를 건강과 미덕으로 이끌기도 하고, 방종, 분노, 자 멸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 에우데미아 윤리학> 에서 인간 행동은 제어하지 않 고 내버려두면 보통 극단으로 흐르는 오류를 범한다고 예를 들어 설명한 뒤, 지혜로우면서도 침 착한 중도를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이성의 도움을 받아 중도에 이르는 것을 행동의 목표로 삼아 야 한다고 말했다.( 알랭드보통, 2005:159-161) 그리고 그러한 중도적 이상은 사회적으로 부여된 것과 개인의 사적인 행복을 최적화하는 (optimal) 것을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하고 있다. - 철학적 이상( 중도) + 겁 용기 무모함 인색함 관대함 낭비 줏대없음 온화함 격분 촌스러움 재치 익살 무뚝뚝함 친근함 아부 4. 사회적 가치를 내면화한 몰입형 인간 사례: 칼의노래 이순신과 현의 노래 우륵 현대의 삶에서 느끼는 불안과 우울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회가 제공하는 당근과 채찍의 달 콤한 매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중도적 이상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행 동에 대해 스스로 상도 주고 벌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외적여건에 상관없이 스스로 즐거움과 삶의 목적을 발견해 나가는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김훈의 칼의 노래와 현 의 노래에 등장하는 이순신과 우륵은 외적인 사회적 여건과 개인의 행복을 가장 잘 결합시킨 인 간형이다. 이순신은 세계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인간이었으며, 그런 과학적 이해에 우선순위를 바친 사 람이었다. 이순신이라는 사람이 감당한 것은 그야말로 절망만이 가득 찬 현실이었다. 전쟁이 났 는데 임금은 의주로 도망갔고 적은 이순신보다 수백배 강하고 부하놈들은 싸움이 벌어지면 뒤 에서 도망을 가고 임금은 온갖 트집을 잡아서 이순신을 죽이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 절망의 시 대에 헛된 희망을 설치하고 그 헛된 희망을 꿈이라 말하지 않고 그 절망의 시대를 절망 그 자체 로 받아들이면서 통과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난중일기에 그려져 있다. 그것은 사실에 입각하 는 정신이다. 오직 바다에서 벌어지는 사실에만 입각하는 것이다. 사색당쟁 속에서도 그의 연전 연승은 과학과 사실의 승리이다 ( 김훈, 2008). 그러면서 이순신은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백 번쯤 군법을 집행한다. 군법을 집행했다는 것은 자기 부하를 처형했다는 것이다. 자비와 무자비의 잣 대로 잴 수 없는 것이다. 일기에 오늘 어떤 녀석이 군율을 어겼기로 베었다 라고 쓴다. 18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또한 우륵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우륵은 대가야에서 지위가 매우 높았어요. 궁중악사였다고 하니까. 예술가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벼슬에 도달한 것이죠. 그런데 신라가 자기 조국 대가야를 쳐들어오니까 우륵은 악기를 들고 조국을 배반해버렸습니다. 그 작은 부족 국가를 배반하고 신라에 투항을 했지요. 진흥왕의 포로가 되어서 진흥왕을 위해 음악을 연주합 니다. 나는 우륵이 조국을 배반하는 대목이 아주 맘에 들었어요. 악기를 들고 조국을 배반한다는 것은 예술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륵의 악기는 그 당시 가야금이라는 이름이 없고 그냥 금이었는데, 그 악기에 자기 조국의 이름을 붙여서 가야금이라는 이름으로 천년만년 전한 것이죠. 우륵은 사실 진흥왕을 이긴 사람일 수도 있어요. 대가야의 악기로 신라의 음악을 완전히 평정해 버렸으니까. 그 이름이 가야금으로, 자기각 배반해버린 조국의 이름을 거기다 붙여 천년 만년 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의 승부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 죠. ( 김훈,2008:165)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은 전쟁의 한가운데서 전쟁을 위해 전쟁과 살육 그 자체에 몰입한, 사회 적으로 부여된 삶을 철저히 내면화시키면서도 용기 있게 그러나 무모하지 않게 행동한 인간이 며, 현의 노래에서 우륵은 전쟁과 살육의 시대에도 후대에 남을 소리의 진실을 내면화시키며 용 기와 온화함을 지킨, 몰입형 인간이다. 5. 행복사회의 정책적 지향점: 새로운 몰입형 인간의 가능성 사회학은 개인의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는 학문인가? 아니다. 행복의 강박관념은 행복이 이데 올로기화될 때이다. 행복은 이러이러해야 행복해진다는 자기계발서들이 이야기하는 행복의 법 칙들이 대부분 그렇다. 대부분 단기간의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그것이 외부에 의해 주입되기 때문이고, 주체적인 의지와는 관련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요인들이 전적으로 행복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TV보 다는 책을 보는 사람들이 훨씬 행복하다. 왜냐하면 책이 TV 보다 뛰어난 매체여서가 아니다. TV 는 여전히 책보다 훨씬 더 여론형성에 민감하고 권력적이다. 단지 TV보다 책이 좀더 주체적 인 선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TV보는 사람 모두가 책을 보는 사람보다 불행한 것 은 아니다. TV 를 보면서도 행복한 사람도 마찬가지로 수동적 주입 에 의해서가 아닌, 주체적으 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주어진 외부환경에 수동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길들여져 남들이 하는 그대로 자기도 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가 선택하고 그 선택한 것을 자신의 내부발전으로 삼을 때 그 사람은 행복하다. 이순신과 우륵은 그런 인간형을 실천한 대가들이다. 사회학도 구조를 강 조하지만, 궁극적으로 구조 내에서 그 구조와 조응하며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을 이상적 인 간 으로 삼는다. 구조가 어떻든 개인의 안위와 행복을 말하는 것이 아닌, 구조와 개인들이 상호 작용하는 사회를 상정한다. 구조 속에서 성찰하는 개인의 행동양식인 성찰적 감시(reflexive monitoring) 를 중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은 때로는 고통에 처할 수 있 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에 대비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타인과의 유대도 몰입적 행복 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189

자신이 선택하는 주체적 과정이다. 구조에 지배당하고 순응하고 그 속에 수동적인 존재로 있으 면 개별화된 인간존재가 될 뿐이다. 돈이 10억이 있는 사람이 있어도 어떤 사람은 대형차를 타 고 다니면서 즐거워하고 어떤 사람은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면서 즐거워하지만, 어떤 사람은 환 경친화적인 경차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100억을 저축 통장에 넣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지만, 어떤 사람은 100명의 직원들과 함께 벌며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다. 타인과의 비교 잣대는 어느 누구나 갖고 있지만, 그 잣대가 화폐의 크기에 조응하 는 사람이 있고, 친환경이나 일자리 창출과 조응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회가 어디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냐 하는 사회적 가치를 내면화시킨 사람과 화폐를 숭상했던 전근대적 중상주의 가치를 내면화시킨 사람 사이의 차이는 결국 구조를 어떻게 개인에게 내면화시키느냐의 차이로 나타난다. 여기서 행복론에 사회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가 도출된다. 행복은 결코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행복론은 현재 < 자기긍정적인 가치지향 > 으로부 터 < 사회가치 지향적 행복론> 으로 바뀌어가는 것이 행복사회를 위한 정책적 지향점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개인의 행복이 사회적 지속가능성과 결합되어야 하는 지점을 새삼 강조하는 이유는 세간의 행복 논의 자체가 -몰입론을 포함하여 - 끊임없이 개인화의 추세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의 평가는 사회적 건강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이어야 한다. 또한 그런 믿음이 앞서 결혼과 가족과 행복의 상관관계에서 보듯이 우리의 밈(meme) 에 침투해 있는 것이며, 또 그런 밈을 만들도록 인간행동의 지향점이 다시 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 그것이 극히 개인적인 행복도와 다른, 거짓된 망상 으로 나타날지라도 그것이 한 인간의 생애가 아닌 인간이 존재하도 록 만드는 전체 사회의 중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필요한 망상 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필 요한 망상이 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가 그렇게 완벽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 다. 즉, 그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가장 중요한 자녀양육의 경우 자녀양육행위로부터 행복감을 얻을 수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바로 이런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의 두 축을 조화 시키는 방향으로 행복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개인도 사회적 역할 속에서 자신의 몰입 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몰입형 인간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즉 새로운 몰입형인간이란 자신의 내부 감정에만 충실한 사람이 아닌, 과학적인 관점에서 주위 환경을 분석하고 그것을 자 신의 개인적 능력과 결합시키는 인간이다. 19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참고문헌 김훈. 2008. 바다의 기별, 생각의 나무. 김훈. 2007. 칼의 노래/ 현의 노래. 생각의 나무. 다니엘길버트 (Daniel Gilbert), 2006.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김영사. 리처드 도킨스 저/ 홍영남 역. 2006.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 조용옮김, 2002.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문예출판사. 미하이 직센트마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 2004, 플로우: 미치도록행복한 나를 만난다, 한울림 알랭드보통. 2005. 불안, 이레 아마티이센, 2001. 자유로서의 발전, 세종연구원. Anthony Giddens. 1986. The Constitution of Society: Outline of the Theory of Structuration.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Kubey and Csiksezentmihalyi, 1990. Television and the Quality of Life:how viewing shapes everyday experience, hillsdale NJ Lawrence Erlbaum Mihaly Csikszentmihalyi, 1994, The evolving self, Harper Perennial 몰입적 행복 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191

제 2-2 세션: 행복의 정책론 - 간지 몰입적 행복 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193

: 행복과 문화정책 전통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조 현 성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Ⅰ. 머리말 이 글은 행복한 개인과 사회 를 위하여 문화정책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이 다. 행복과 문화정책은 지금까지 거의 논의된 바 없다. 따라서 이 글은 행복과 문화정책의 관계 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른바 문화의 세기 라는 21 세기에 문화정책은 행복을 다루고 있는가? 그렇다면, 실체 는 무엇인가? 그렇지 않다면 국가정책에서는 문화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둘째, 우리는 현재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 한국사회와 한국인은 행복한가? 그렇지 않 다면 그것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셋째, 문화정책이 사회와 개인의 행복에 기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Ⅱ. 문화의 세기 10년 문화( 정책) 계에서는 지난 세기말, 21 세기를 문화의 세기 라고 하였다. 그 같은 문화의 세기 를 맞은 지 10 년이다. 국가 [ 경제] 발전에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는 논리와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2000년 문화관광부 예산이 정부예산의 1.23% 로 책정되어 밀레니엄의 첫해부 터 문화계의 숙원이 풀리는 듯 했고, 2007년 기준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의 규모는 세계 9위권 정 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의 중요성 부각은 문화가 국가[ 경제] 에 기여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문화의 세기 가 오고 있다 는 표어가 한창이던 1998 년, 새로운 문화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 보고서 창 의적 문화국가 건설을 위한 정책제안 에, 제시된 문화정책의 새로운 이념은 오히려 대부분 인문 학적 내용이었다. 새로운 문화정책의 방향은 근대성 비판으로서의 문화, 자아실현과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인간성 회복의 문화, 노동의 창조성 회복의 문화, 탈물신주의 문화, 인간의 창조성과 감 수성 계발의 문화, 공존의 문화, 그리고 지역 자생의 문화 등이었다 ( 양건열 외, 1998:95-96). 그리고 참여정부 시기, 문화정책 비전서인 창의한국 에서는 문화를 대단히 광의의 개념으로 인식하였다. 창의한국 에서는 1982년 7월부터 8월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UNESCO 문화정 행복과 문화정책 : 전통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195

책세계회의 (World Conference on Cultural Policies) 에서 채택된 문화정책선언 (Mexico City Declaration on Cultural Policies) 에서 제시된 다음과 같은 문화개념을 수용하였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문화는 한 사회와 집단의 성격을 ( 다른 사회 및 집단과) 구분하여 보여 주는 정신적, 물질적, 지적, 정서적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예술과 문학뿐 아니라 생 활양식, 인간 기본권, 가치체계, 전통, 신념을 포괄한다 ( 문화관광부, 2004:20. 우리말 옮김 은 글쓴이가 다시 함) 이것은 문화를 국가[ 경제] 발전의 원천으로 이해한 시각과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창의한국 에서는 매우 광범위한 미래의 문화상을 제시하였다. 곧, 수평적 문화, 대화와 화합의 문화, 다양 성과 복합성이 개화된 문화, 여유로운 축적의 문화, 생산적 문화, 활력이 넘치는 문화, 세계와 호 흡하는 문화 등이 미래 한국이 추구해야 할 문화의 이미지였다 ( 문화관광부, 2004: 30). Ⅲ. 문화정책과 행복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발간된 보고서에서, 문화는 국가[ 경제] 발전의 수단이 아니라 삶을 풍 요롭게 하는 원천이었다. 풍요로운 삶을 행복이라고 단순 치환할 수 없지만, 이는 행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실제 문화정책에서 행복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 다. 왜냐하면 행복이 정책의 대상 또는 목적이 될 수 있을지는 다소 논란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 정도다.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만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 는 흐뭇한 상태 가 행복이다. 첫 번째는 정책목표가 되기는 어렵고, 두 번째는 정책목표가 될 수 없지는 않다. 하지만 행복을 권위 있는 정부기관이 정책수단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바람직한 상태 ( 정정길, 2001: 53) 인 정책으로 설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행복이 지니는 주관성이 주 된 원인인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개념인 삶의 질 이 더 많이 사용되었다. 삶의 질 은 삶 과 관련된 국가와 사회의 객관적 상태와, 개인의 만족감이란 주관적 입장( 백은령, 2004:258-259) 을 동시에 가리키기 때문에, 주관성이 강한 행복보다 삶의 질이 정책적 접근에 용이했던 것이다. 하지만 행복 이 사회의 담론구조에 포섭되기 시작하면서 행복이란 어휘가 [ 문화] 정책 분야에 서도 사용되고 있다. 아직까지 [ 문화] 정책 분야에서 행복이 개념화되어 사용되는 것은 아니고, 행복이란 낱말이 산발적으로 사용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비 전( 정책목표 ) 은 문화로 생동하는 대한민국 인데, 문화를 정신을 고양시키고, 마음을 치유하며, 서로 화합하게 하는 행복의 결정요소 로 보고 있다. 행복증진과 관련된 정책은 국민행복 관련 문화예술 문화산업 생활체육 관광프로그램 통합운영, 행복한 노후를 위한 실버 문화프로그 램 개발운영 등이다. 행복 이 어휘 수준이기는 하지만, 문화정책의 자장( 磁 場 ) 내로 들어오게 된 것은 두 가지를 의 미한다. 하나는 문화[ 생활] 를 행복의 원인 또는 결과로 인식하게 된 점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정 책이 행복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19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아직까지 문화생활을 행복의 원인 또는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정책측면에서는 일반적이지 않 다.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된 21세기에도 정책 측면에서 문화는 주로 경제적 기능이 강조되어 왔 다. 간헐적으로 문화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한국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문화와 사회발전의 관련성 연구 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문화 지표는 사회발전지표와 정적(+) 인 관계에 있다( 정갑영 외, 2004: 71). 보고서는 사회발전을 경제 발전, 사회적 형평성, 그리고 삶의 질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함으로써, 정책차원에서 문화를 경제의 하부단위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고자 했다. 문화의 경제적 기능을 강조하든, 사회발전 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든지 간에, 이때의 문화는 국가발전의 하나의 요소로서의 영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서 문화를 일반 시민( 향유자) 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정책이 반드시 향유자의 시각에서만 접근해야 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는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를 향유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문화생활 보다 정확하게는 문화향유 과 행복, 또는 삶의 질 등에 대해서는 정책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자료를 갖추지 못하였다. 5 공화국 이후 선언적으로나마 문화정책에서 문화는 삶의 질 과 연결( 정갑영, 1993: 104) 되었지만, 문화와 삶의 질 의 연관성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를 갖추지는 못했다. 이것은 반드시 한국 문화 정책의 한계는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 같은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지니고 있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행복[ 연구] 이 심리학자의 관심을 넘어, 경제학자들의 본격적인 연구대상이 된 것은 1990 년대 후반이었다 ( 양현미 외, 2007: 18). 따라서 외국의 문화정책 영역에서도 문화와 행 복이란 주제를 명시적으로 인식하지 못했고, 정책추진의 기초자료도 생산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행복담론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1) 문화와 행복의 관계를 정책 적 측면에서도 고려하게 되었다. 최근까지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매우 낮다는 결과들이 수없이 발표되고 있다. 한국( 인) 의 낮은 행복지수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소득에 비해서 행복 감이 낮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Happy Planet Index(HPI) 는 178개국 가운데 102 위인데, GDP는 12 위다. 2) HPI 구성논리의 정치( 精 緻 ) 함 여부를 떠나서, 우리가 소득 에 비해 행복감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GDP나 무역규모가 세계 10 위권인데 반하여, 어 떤 행복조사에서도 상위권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 또는 경제력과 비교하여 행복감이 낮은 원인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허나 가장 대표 적인 설명이 한국인의 평등지향성,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민감성이다. 3) 이 같은 사회심리적 요 인 이외에도 한국인의 낮은 행복감에 대해서는 문화적 접근이 가능하다. 한국의 문화를 한국 ( 인) 의 현재와 한국( 인) 의 미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미칠 수 있는) 가치, 의미, 생활방식, 그리고 1) 한국에서 행복담론이 확산된 계기는 2006년 6월 SBS TV 에서 방영한 미래한국리포트 행복의 조건과 가 족의 미래 였다( 양현미 외, 2007: 9). 2) 2009년 6월에 nef 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HPI는 143개국 중 68 위다. 그런데 HPI 구성요인이 행복수준 을 정확히 드러내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HPI 는 생태발자국 지수(Ecological Footprint; 생태파괴지 수) 를 분모( 分 母 ) 로 하고 있어, 선진국에 불리하게 되어 있다. 3) 평등지향성의 한 가지 원인으로는 한국이 비교적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사회, 일원화( 一 元 化 ) 사회라는 지 적이 아직까지 유효해 보인다. 동질성에 기초한 사회에서는 평등이 주요한 가치이며, 동질성의 균형이 깨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는 논리다( 송복, 1990: 330-332). 따라서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고, 그래서 한국의 소득불균형의 정도보다 한국인의 만족도가 낮다는 설명이다 ( 송복, 1990: 101-106, 삼성경 제연구소, 2009: 7) 행복과 문화정책 : 전통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197

그것의 실천행위 라고 한다면,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가치와 의미가 해체되고, 그것들이 심각한 갈등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사회가 문화적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행복감이 낮다. 그리고 한국사회가 문화적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문화정책이 행복의 영역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국사회의 위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회가 해체되 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자살4)과 이혼 5), 최저 수준의 저 출산 6), 비사회적 중독7)의 만연에서 잘 드러난다. 둘째, 사회갈등의 일상화와 증대다. 한국사회는 이념갈등, 소득 양극화에 따른 계층갈등 등이 심각하다. 2009 년도만 하더라도 소통과 통합이 강조되는 것은 갈등해결을 위한 제언들인데, 이 것은 사회갈등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셋째, 사회해체 경향과 사회갈등의 심화 이외에도 한국사회는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전혀 새 로운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비교적 단일민족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던 사회에 이주민이 100만 명을 넘어섬에 따른 다양한 정체성 문제, 생명공학과 온라인의 발달에 따른 윤리의 문제, 급격한 고령화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한국사회의 문제와 위기, 특히 이혼, 저출산, 소득 양극화에 따른 갈등은 경제적 어려 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IMF 구제금융 이후, 이혼이 증대하고, 출산율이 낮아지며, 소득 격차는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야기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정신문화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적절하기도 하다. 위에서 제기한, 증가하는 이혼과 감소하는 출산은 경제위기가 가족위기로 전화된 측면이 있지만, 왜 현재 시점에서 그러 한가에 대해서는 물질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이념갈등과 이주민의 증대에 따른 정체성의 문제 역시 경제변수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사회의 해체경향, 갈등심화, 새로운 사회문제의 근원에는 가치와 의미의 문제, 곧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체계, 의미부여, 생활방식이 흔들리고 있는데, 이것 에 대한 대안 역시 실천행위로 문화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Ⅳ. 문화정책과 공동체, 전통 한국사회 위기를 문화의 문제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다면, 필연적으로 공동체 와 마주하 게 된다. 유네스코 멕시코선언에서처럼 문화가 한 사회를 다른 사회와 구별짓는 총체이기 때문 4)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1995년 10.8 명이었으나, 2007년에는 24.8 명으로 증가하였다. 5) 1990년까지 조이혼율은 1 명에 그쳤으나, 1990 년 중반 이후 이혼율이 급상승하여, 2003년 조이혼율이 3.4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추세가 약간 둔화되고 있다(2008 년 조이혼율 2.4 명). 자료원은 박경숙(2008), 가족과 가구 부문의 주요변화, 통계개발원, 한국의 사회동향 2008 이다. 6) 합계 출산율은 1970년 가임여성 1인당 4.63 명이었는데, 2007년에는 1.26 명이다. 자료원은 전광희(2008), 출산력의 급격한 하락, 통계개발원 (2008), 한국의 사회동향 2008 보고서다. 7)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08 인터넷 중독실태조사 에 따르면 총 199만 9000 명(8.8%) 가 인터넷 중독자이 며, 중독자 비율이 청소년 14.3%, 성인 6.3% 였다. 19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에, 다시 말해서 문화의 문제는 공동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대 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곧, 전통사회의 공동체성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공화국( 공화주의 ) 에 대한 언급까지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공동체에 대한 논의의 본격적인 시작 은 1990 년대 비롯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전에도 공동체주의 에 대한 논의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전까지는 윤리학적 논의에 주안점을 두었다( 홍영두양일모, 2008: 172) 8) 하지만 1990 년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논쟁은 반향이 크지 못했다. 서구에서와 마 찬가지로 한국에서 공동체주의 논의가 전개된 배경 가운데 하나는 근대성 논의의 한 축에서, 좀 더 명시적으로는 모더니티에 대한 윤리적 문제제기 ( 김미영, 2006: 13) 였다. 그러나 IMF 구제금 융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사회에서 개인, 주체, 이성 같은 근대성의 지표들이 과도하게 확장 되어 사회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9) 따라서 1990년대의 공동체논의는 현실 적합성이 높았다 고 보기는 어려웠고, 더욱이 이를 정책적인 측면에서 포괄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는 당시와는 다르다. 곧, 이기적 개인, 원자화된 개인, 탈사회적 개인이 등장하였다고 보는 게, 자유주의의 문제점이 현재( 顯 在 )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에서 자살과 이혼이 1990 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증가한 데서도 확인된다. 물론, 한국사회의 문제가 원자화된 개 인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기주의라고 하면, 오히려 집단적인 형태의 그것이 문제일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 문화위기의 한 가지 원인이 원자적 개인의 이기주의든, 이전과 같은 집단에 근거한 이기주의이든지 간에, 적어도 문화정책의 측면에서 해결책은 공동체성의 회복에 있다. 10) 공동체가 유지되고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정도를 만족시켜야 한다. 첫 번째는 구성원이 가치, 목적, 규범을 공유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공유된 가치, 규범, 문화가 전체 구성원의 정체성을 구성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구성원이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진정한 소속감을 지녀야 한다( 박효종, 2008: 128-129). 이처럼 공동체 구성요인이 가치, 정체성, 소속감이라고 한다면 공동체는 문화로 치환하는 게 가능하다. 동어반복이 되겠지만, 한국사회 문제의 근원에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고, 그 해결책은 공동체인데 기실 그게 문화적 실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화정책에서 공동체는 거의 언급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째는 공동체가 자칫하면 부정적 의미의 전통성과 연결되어 정치적 부담 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문화정책의 대상이 예술에 초점을 맞추어, 다시 말해서 협의의 문 화개념에 근거하고 있어 공동체까지 포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는 문화정책에서 간헐 적으로 행복 을 언급하듯이 공동체 란 낱말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업 무계획에 따르면 ' 문화공동체 만들기 가 단위사업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사업의 비중이 큰 것은 8) 현재도 시민 공동체와 공동체 자유주의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황경식과 박세일은 1990년 이전부터 이 같은 주장을 폈다. 1988 년 발간된 한국사회와 시민의식 에 실린 두 사람의 글은 이를 잘 보여준다. 9) 1993 년, 박정순은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논쟁의 현실적 관련성이 높지만, 당시 필요한 것은 공동체주 의 접근보다는 전근대적 연고주의 등을 타파하기 위한 자유주의의 확장이라고 주장하였다 ( 박정순, 1993). 또한 1999 년, 이승환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논쟁이 실은 유사 자유주의와 유사 공동체주의 간의 논쟁 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승환, 1999). 10) 파편화된 개인이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가 문제라면, 해결책은 진정한 개인성, 근대성을 추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집단주의에 대한 해결책이 자유주의 가치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성의 함양 을 강조하든지, 개인성의 발현을 강조하든지 그것은 존재론과 윤리론( 관) 의 차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정책의 측면에서 한정해서 보면, 공동체성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행복과 문화정책 : 전통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199

아니지만, 문화정책에서 명시적으로 문화공동체를 언급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현재까지 문화정책에서 명시적으로 공동체를 다룬 경우는 많지 않지만, 내포적으로 공동체를 지향한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지역문화정책과 전통문화정책이다. 지역문화정책은 정책의 성격상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했지만 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역 문화인 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었고, 정책단위가 기초자치단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문화활동을 지원하기에는 절대적으로 시설이 부족하고, 기초지자체 수준보다 작은 마을( 동 네) 단위를 대상으로 문화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고, 지자체의 위험부담도 컸기 때문 이다. 설령 그 같은 정책이나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였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자원적 결사체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치의 수준이 높아지고, 생활공동체에 대한 욕구와 시민역량 이 늘어남에 따라, 보다 소규모의 지역문화정책과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실 제, 일부 자치단체들에서는 마을단위의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지역문화정책이 작은 단위의 ( 문화)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전통문화정책은 반대로 포괄적인 ( 문화) 공동체를 향한다. 한국의 문화정책에서 전통문화처럼 꾸준한 ( 정책) 대상이 되어 온 것은, 그러나 그만큼 대상으로서의 실체가 모호한 것은 없다. 한국에서 문화정책의 핵심( 대상) 은 민족 문화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 예술역량 증진, 삶의 질 제고, 문화산업 발전, 그리고 창의성 확 대 등의 순서로 전개되었다. 민족문화 또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은, 문화정책이 본격화된 1970년대부터 강조되어 왔으 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문화정책에서 언제나 중요한 자리를 점하고 있었다. 민족문화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불가침한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11) 그런데 헌법에서도 전통문화와 민족문화가 병기되어 있는 데서도 볼 수 있듯이, 두 가지는 크게 구분되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책 대상으로서의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는 포괄하는 범위가 매우 넓었다. 전통문화예술, 문화유산, 민 족정기 등이 정책대상이 되었는데, 가장 구체적인 문화정책의 대상은 문화유산이었다. 문화유산 이 유형의(tangible) 것이기 때문에 정책수립과 집행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전통예술 역시 문화 유산만큼은 아니더라도 실재하기 때문에 전통문화정책 또는 예술정책에서 주요한 대상이었다. 문제는 민족문화 또는 전통문화 를 문화정책 또는 국가정책에서 어떻게 다루었나 하는 점이다. 이때 말하는 민족문화 와 전통문화 는 문민정부 때 언급한 민족정기 와 같이 무형의 것, 정신적 인 것을 의미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광의의 문화개념 ( 다른 사회와 구분되는 총체) 을 수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광의의 문화가 정책에서 실제 원용되지 못했기에, 무형의, 또는 정신적인 전 통문화( 민족문화 ) 는 문화정책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그것은 문화정책이 아니라 오 히려 국가정책 일반에서 다루어졌다. 구 총독부 건물의 해체를 통해 드러나는 민족정기 확립, 근대화를 위해 강조한 전통정신문화의 강조 12) 등은, 단순히 문화정책의 수준에서 추진된 것이 11) 대한민국 헌법 제9 조는 국가의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에 대한 책무를 규정한다 ( 제9 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 같이 국가의 책무가 헌법에 명시된 것은 1980년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9 호부터다. 현재( 제10 호) 헌법 제9조는 헌법 제9호의 제8 조와 동일하다. 그러 나 이전에도, 곧, 헌법에 전통문화민족문화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의 계승 발전 창달은 꾸준한 정책목표였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는 대한민국 정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이 기 때문이다. 12) 1978 년 정신문화연구원 개원식에서 대통령 박정희의 다음과 같은 언급이 대표적이다. 세계사를 보더라 20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념에 따라 진행되었다. 작금의 한국사회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한 가지 대안으로서의 공동체성 확립을 위한 한 가 지 방법은, 전통문화 가운데서 공동체적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다. 공동체적 가치의 함양을 위해 서 반드시 전통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전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13) 일제 강점기부 터 현재까지 한국문화론에서 전통가치는 대체로 개인주체의 형성이란 근대성에 반( 反 ) 하는 것으 로 인식되었다. 14) 따라서 근대적 자아의 형성 이 훨씬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15) 따라서 공동 체적 가치를 주장하는 것은 어려웠으며, 더욱이 전통에서 공동체성을 찾아보자는 주장이 힘을 얻 기 힘들었다. 16) 그러나 최근의 사회변화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수렴현상을 고려하면, 공동체 가치의 함양 자체는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다시 제기되는 현 재의 맥락을 고려하면, 전통에 대한 탐구와 전통문화에서 공동체가치를 찾아보려는 시도는 충분 히 의미 있다. 문제는 전통문화에서 공동체적 가치가 무엇이며,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현재화할 수 있는가 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과 현대( 재) 를 대립물로서 파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전통의 긍정적인 면을 현대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하는 데 사용하거나 반 대로 현대의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면서 전통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 함재봉, 2000: 189). 전통문화에 대한 과거 정부의 태도, 다시 말해서 문화와 전통을 강조하면서, 한국만의 특수한 가치를 주장하는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17) 문화정책에서 전통문화, 특히 정신문화의 가치에서 공동체 확보의 근거를 찾아보고,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실현해보려는 접근은 유의미하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일은 다섯 가지 정도다. 첫째, 전통문화에 대한 보편주의적 태도를 갖는 일이다. 급속한 세계화, 정보통신의 발전시대 에 우리만의 전통문화는 가치를 지니기 어렵고, 복잡하게 얽힌 한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계 속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발굴재창조하는 일이 사회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18) 도 한 때 물질적으로 크게 번영을 누린 민족이라도 정신문화의 뿌리가 없는 민족은 결국 쇄잔과 멸망 의 길을 재촉한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한 근대화와 민족중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경제발전에 발맞추어 전통에 바탕을 둔 새로운 민족문화의 창조와 계발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13) 벨라의 다음과 같은 말은 공동체와 전통과의 연관성을 잘 보여준다. 공동체는 하나의 역사를 가지며 그래서 과거와 과거의 기억들로 구성되는 기억의 공동체 다 (Bellah, 1985: 333). 공동체주의는 기본적으 로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통사회 가치를 한국사회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할 경우에는, 완 전하지는 않지만 이루어놓은 근대성의 가치가 무화될 수 있다. 물론, 드러내놓고 복고주의를 주장하는 논자는 없다. 전통성을 중시하는 논자들도 전통에 근거한 새로운 공동체 를 언급하는 정도다. 김형효 외(2000), 민본주의를 넘어서 - 동양의 민본사상과 새로운 공동체 모색, 청계의 논문들 참조 14) 1920 년대 초반까지 이광수의 전통성 비판, 1950 년대 최재석의 한국인 사회적 성격론, 1960년대 이어령 의 한국문화 비판, 그리고 최근 정수복의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론의 기저에는 [ 근대적] 자아 가 자리하 고 있다. 15) 위에서 언급한 자유주의적 가치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박정순의 입장은 이를 잘 보여준다. 16) 1990 년대 후반부터 활자화된, 이른바 유교 자본주의 또는 유교 민주주의론이 적어도 학계에서 주류입장 은 아니었다. 17)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서구와 싱가포르의 태도가 지배를 위한 형이상학적 수사이거나 기득권 고수의 이데올로기라는 이승환의 지적은 타당하다 ( 이승환, 2004) 참조 18) 정갑영은 국악 을 예로 들면서, 원형유지와 우리만이 즐기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되고, 세계인 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내용과 수단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갑영, 1995: 119). 행복과 문화정책 : 전통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201

둘째, 문화정책의 대상을 보다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태도를 갖는 일이다. 공동체성 확립과 관 련된 전통문화는 대체로 정신문화다. 다시 말해서, 가치와 의미의 문제인데, 문화정책에서는 이 를 대상으로 포함시키지 못했다. 자칫하면 윤리문제에 대한 국가개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 지만 이미 1982 년 유네스코에서는 문화가 가치체계와 신념을 포괄하고 있음을 제시한 바 있다. 문화정책의 범위와 영역에 대한 확대노력이 요구된다. 이렇게 되면, 위험요소가 없지 않은데, 이 것은 정책단위 사업들에서 소화해야 한다. 셋째, 구체적인 정책사업들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화정책이 전통 정신문화를 포괄하더 라도, 단순한 孝 ( 효) 문화 회복계승 정책 이라고 하면 그것을 문화정책 차원에서 집행하기 어 렵다. 현재[ 또는 미래의] 문화정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과 연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족사 신문 만들기, 할아버지 [ 할머니] 와 손자[ 녀]' 가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 가족 박물관 만들기 같은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전통 정신문화를 구현해야 한다. 넷째, 기존의 전통문화정책과의 연계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까지 전통문화정책이 공동체를 지 향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는 공동체 지향성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기존의 전통문화정책과 사업들 가운데 공동체와 관련된 것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다양한 협력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협력의 대상은 일단 문화체육관광부 이외의 중앙 정부, 지방정부가 된다. 학생들과 전통문화를 같이 호흡하고자 한다면 교육과학기술부, 가족단위 공동체성 확립이라면 보건복지가족부 등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위 사업들을 지역의 문화시설을 통해 구현하고자 한다면, 지방정부와의 협력체계 구축도 필수적이 다. 이 같은 범정부적 협력시스템 구축만큼 중요한 것은 학계와의 협력이다. 전통문화에서 무엇 을 어떻게 현재화할 것인가 와 병행되어야 할 일이 대체 전통문화가 무엇인가 이다. 전통과 문화 모두 불변의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실체이기 때문에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일회적일 수 없다. 결국 이에 대한 답변은 학계, 특히 인문학계와의 교호가 필수적이다. Ⅴ. 맺음말 21 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들 했다. 이 말은 문화가 국가[ 경제] 발전의 원천이라는 의미라기보 다는 개인과 사회가 행복해야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행복 을 주관적 만족감이라고 하더라도, 행 복은 사회와 시대의 함수다. 21세기를 맞은 지 10 년이 되는 지금,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있는데, 그것은 문화의 위기다. 그 리고 문화는 다른 사회와 한 사회를 구분 짓게 하는 총체이기 때문에, 문화의 위기는 공동체의 위기다. 공동체의 위기는 문화적 실천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데, 하나의 방법이 전통( 문화) 에서 공동체성 확보를 위한 요인을 추출하는 일이다. 문화정책이 행복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 지 보편주의적 태도, 정책영역의 확장, 구체적인 사업 제시, 기존 정책과의 연결성 확보, 그리고 포괄적 협력 이 필요하다. 서구 사회에서 1990 년대부터 현재까지 가장 강조된 문화적 가치는 창의성(creativity) 다. 그러 20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나 최근 들어, 이에 못지않게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것이 통합과 결속이다. 통합과 결속은 공 동체의 가치다. 영국의 통합 및 결속위원회 (Commission on Integration and Cohesion) 에서 2007 년 6 월 발간한 보고서, OUR SHARED FUTURE에 따르면, 사회는 공동의 것에 대한 사람들 의 헌신 으로 이루어지며, 문화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목적을 공유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의 행복은 공동체성 확립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의 기반이 튼실해지기 위해 서는 유의미한 전통의 계승과 창조가 필요하다. 문화정책은 이제 이런 일에 참여해야 한다. 참고문헌 김미영(2006), 현대공동체주의, 한국학술정보 ( 주) 김형효 외(2000), 민본주의를 넘어서- 동양의 민본사상과 새로운 공동체 모색, 청계 문화관광부 (2004), 창의한국 박경숙(2008), 가족과 가구 부문의 주요변화, 통계개발원, 한국의 사회동향 2008 박세일(1998), 경제 정치발전과 윤리, 김태길 외, 한국사회와 시민의식, 문음사 박정순(1993),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논쟁의 방법론적 쟁점, 철학연구 33권 이승환(1999), 한국에서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 논의는 적실한가? 철학연구회 99춘계발표논문집 박효종(2008), 공동체주의에 대한 성찰, 박세일 외, 공동체자유주의, 나남 백은령(2004), 여성지체장애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한국직업재활학회, 직업재활연구, 제14집 제2호 삼성경제연구소 (2009),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CEO Information 제710 호(2009.6.24) 송복(1990), 한국사회의 갈등구조, 현대문학 양건열 외(1998), 창의적 문화국가 건설을 위한 정책제안,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양현미 외(2007), 문화의 사회적 가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승환(1999), 한국에서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 논의는 적실한가? 철학연구회 99춘계발표논문집 (2004), 유교 담론의 지형학, 푸른숲 이어령(2002[1962]),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문학사상 전광희(2008), 출산력의 급격한 하락, 통계개발원 (2008), 한국의 사회동향 2008 정갑영 외(2004), 문화와 사회발전의 관련성 연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정갑영(1993), 우리나라 문화정책 이념에 관한 연구,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 문화예술 논총 제5집 (1995), 21 세기를 향한 우리나라 전통문화정책의 방향과 과제, 한국문화정책개발원, 문화정책 논총 제7집 정수복(2007),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생각의나무 정정길(2001), 정책학원론, 대명출판사 최재석(1999[1976]),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 현음사 함재봉(2000), 유교 자본주의 민주주의, 전통과현대 행복과 문화정책 : 전통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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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정책과 지역사회 거버넌스 공 선 희 ( 서울시여성가족재단) Ⅰ. 들어가는 말 인구 1 천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대도시 서울에서는 현재 여성이 행복한 서울 프로젝트 ( 이하, 여행( 女 幸 ) 프로젝트 ) 가 추진되고 있다. 2007년 하반기에 기획된 서울시의 주요 여성가족정책으 로서 여행 프로젝트 (Women-friendly Seoul Project) 는 이제 만 2년의 추진기간을 막 넘어서고 있다. 정책분야에서 행복 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한국사회에서 낯익은 현상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한국사회의 오랜 여성운동을 배경으로 탄생한 여성가족부의 정책담론이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성평등, 성인지( 性 認 知 ) 등 전문학술용어로 전파되고 소통되는 상황에서, 여성 의 행복(happiness) 을 목표로 한 서울시의 정책은 신선한 바람 정도가 아니라 여성정책으로서 의 정체성을 의심받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타지방의 여성정책 관료 들 사이에서 여행 프로젝트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정도로 긍정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도 하다. 어쨌든 여행프로젝트의 정책내용은 기존의 중앙정부의 정책과 그 내용면에서 공통된 점이 많고, 몇 가지 강조와 차이를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수사적으로만 새 로울 뿐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행 프로젝트가 도시여성 의 일상생 활에 주목하고 이들의 정책 니즈를 반영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범정부 정책과는 일정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행 프로젝트는 도시생활과 도시여성 을 주요 정책대상으로 하고, 일상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자치구 단위의 지역사회에서 접근 함으로써, 피부에 와 닿는 생활밀착형 정책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기존의 정책과 서울시의 여행 프로젝트 간 차이점을 중심으로 그 추진경과를 살펴보고, 추진과정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쟁점을 지역사회 (community) 의 거버넌스라는 차원에 서 논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제기되는 행복도시정책의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행복도시 정책과 지역사회 거버넌스 205

Ⅱ. 1. 서울시 행복도시정책의 등장배경 행복도시정책의 필요성 2008년 발표된 세계 215 개 도시의 삶의 질에 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 대도시 서울의 삶의 만족도, 행복감은 도쿄, 싱가포르, 홍콩, 대만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도시민의 행복감이 가장 높은 도시는 스위스의 취리히(Zurich) 이고, 비엔나, 제네바, 밴쿠버, 오클랜드 등 대체로 유 럽의 도시들이 시민의 삶의 질이 높게 나타났다.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에 있는 10개 도시에서 조사된 2008 년 삶의 질 서베이(Quality of Life Survey) 에서도 도시민의 행복과 건강상태, 도시 생활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 등 전반적 행복과 웰빙의 평균수준이 북미도시에서 가장 높고 동 아시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Kanji & Doyle, 2008). 그중에서도 서울은 도쿄나 베이징보 다 낮고, 토론토에 비해 행복과 웰빙감이 절반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그림 1). 출처: Kanji & Doyle(2008) [ 그림 1] 세계 도시민의 행복과 웰빙 국제이동과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는 다문화 글로벌사회에서 도시민의 행복과 안전을 확보하 는 것은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점점 더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좀더 안전한 환 경을 찾아 떠나는 자본과 노동력을 수용하기 위해 서구도시들에서도 장소( 지역) 마케팅과 이미 지의 구성이 핵심적 정책수단이 되었고, 2000년 이후 영국에서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목표 1) www.mercer.com/qualityofliving, "Quality of Living global city rankings 2008 - Mercer survey", London, UK, 10 June 2008, 조사기간은 2007. 9 11 월이며, 삶의 질을 결정하는 39개 요인을 평가 측정 한 결과임. 1 정치사회환경 ( 정치적 안정성, 범죄율 등), 2 경제환경 ( 유동성, 예금서비스 등), 3 사회문 화적 환경( 검열, 개인자유의 제약 등), 4 건강위생 ( 의료서비스, 전염병, 하수, 쓰레기처리, 대기오염 등), 5 교육( 국제학교 기준과 가용성 등) 6 공공서비스 및 이동( 전기, 수도, 공공교통수단, 교통정체 등), 7 여가( 레스토랑, 극장, 공연장, 스포츠와 레저시설 등), 8 소비물자 ( 식료품 가용성, 일상지출품목, 자동차 등), 9 주택( 주택공급, 주거설비, 가구, 유지서비스 등), 10 자연환경 ( 기후, 자연재해 ) 20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로 고품격의 도시디자인, 환경에 대한 새로운 책임의식, 사회적 웰빙에 대한 강조, 지역사회 거 버넌스의 효율적 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정책내용을 추진하였다 (Raco, 2007). 서울시에서도 이러 한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고 시민들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고 할 수 있다. 도시민의 행복감은 단순한 안전에 대한 욕구를 넘어 개인의 삶의 전반적 질에 대한 판단에서 나오며, 개인의 건강과 사회적 역할, 경제력이나 문화향유기회 등 전반적인 삶에 대한 기대와 열 망이 시민들의 행복감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Halman et al., 2005; Kanji & Doyle, 2008 에서 재인용). 2. 서울여성의 현실과 행복 요인 한편, 여성의 행복감은 시민일반의 행복 요소로는 정확히 대표되지 않는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기존의 도시정책은 자유로운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확립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여성들의 경우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으로부터 도시여성의 삶의 질을 규정하는 사회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 영하고 정책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울여성들의 정책요구에 관한 포괄적인 조사연구는 시행된 바 없지만, 통계청 자료와 몇가지 실태조사에 의하면, 서울여성들은 전국 평균보다 1 살 정도 더 늦게 결혼하며, 평생의 출산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KOSIS), 첫아이 출산을 계기로 노동시장을 이탈하여 맞벌이 와 홑벌이의 비율이 6:3의 비율에서 3:6의 비율로 역전되는 M자형 생애과정의 전환이 여전히 이 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 공선희 외, 2008). 서울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8년 현재 50% 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75% 에 이르는 남성보다 약 25%p. 정도 낮다. 이는 OECD 평균(61.6%, 2007 년) 이나 전국평균 (54.8%, 2007 년) 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예산과 정책을 결정하는 기초의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9.4%(5 대) 에 불과하다. 서울서베이 (2007) 에 의하면, 서울여성들은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가장 우선되 는 개선사항으로 일자리 창출 (39.5%) 을 응답할 정도로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가 가장 앞서는 것 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유사한 비율로 육아문제 해결 (34.1%) 이 서울여성의 주된 정책욕구 가운 데 하나로 조사되었다. 여성편의시설 확대(11.6%) 나 도시안전 강화 (6.8%) 에 대한 요구는 상대 적으로 그 비율이 낮다( 그림 2). 행복도시 정책과 지역사회 거버넌스 207

[ 그림 2]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우선 개선사항 이러한 서울여성의 정책욕구는 연령별로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일자리 창출은 20대 초반의 젊 은 여성과 40 대 이상의 중년여성에게 가장 큰 욕구로 나타나고, 육아문제는 20대 후반과 30대 여성들에게 가장 우선되는 정책요구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초반 서울여성의 절반 이상은 육아 문제 해결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과제로 응답하고 있다( 그림 3). Ⅲ. 1. 서울시 여성이 행복한 도시정책 여행 프로젝트의 특성 1) 주요 사업내용 [ 그림 3] 서울여성의 연령별 정책수요 20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서울시의 여행 프로젝트는 이러한 여성들의 다른 정책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크게 다섯 가지 사업영역으로 구분하여 정책을 추진해왔다. 돌보는 서울 은 돌봄(caring) 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 기 위해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대상에 대한 서비스의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있는 서울 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를 늘이고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 진하고 있다. 넉넉한 서울 은 여성 스스로 문화활동을 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 고 있으며, 안전한 서울 은 도시의 위험과 범죄, 환경오염으로부터 사회적 안전을 확보하고 여성 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편리한 서울 은 도시공간의 여성친화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시설과 대중교통, 주거환경 및 공적 공간에서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들 이 포함되어 있다( 표 1). < 표 1> 여행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영역 사업영역 돌보는 서울 일있는 서울 넉넉한 서울 안전한 서울 편리한 서울 대표사업 서울형 어린이집 영유아플라자 등 공공보육시설 확충, 공공시설 내 양육지원시 설( 수유실, 놀이방) 설치, 노인장애인 노숙인 지원 등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자격증 되살리기, 찾아가는 취업상담서비스, 보육 및 급식도 우미 일자리 확대, 탄력근무제, 육아휴직 대체인력 보강 문화시설 내 여성친화공간 설치, 여행콘서트, 문화예술교육 지원 등 안전한 주거단지설계, 여행콜택시, 여성건강증진타운 설립 등 여성친화적인 화장실, 주차장, 공원, 아파트, 보행로 개선 출처: 서울시(2008), 여행 프로젝트 사업별 4개년 계획 서울시의 여행프로젝트가 대체로 보도블록이나 공공시설 ( 화장실, 주차창 등) 을 개선하는 정책 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여행프로젝트의 사업내용은 돌봄과 일자리, 문화활동의 기회를 확대하 는 것 등을 포괄하고 있고, 이러한 영역들이 균형적으로 추진될 때 정책효과를 크게 거둘 수 있 을 것이다. 2) 도시권과 공간정책 무엇보다 여행 프로젝트는 도시공간의 특성을 반영하고 도시생활에서 제기되는 여성들의 경 험과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기존의 여성정책은 법과 제도의 개선에 초 점을 맞추었고 이를 통해 가족법 개정과 성폭력, 고용평등, 영유아 보육 관련 법과 제도 등에서 상당한 정책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넘어서 좀더 다양한 여 성집단으로 정책효과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서 불편과 불만, 불안을 해소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여행 프로젝트가 기존의 여성정책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도시라는 생활공간에 기반을 행복도시 정책과 지역사회 거버넌스 209

둔 여성친화정책이라는 점이다. 즉, 여성들의 도시 공간(public spaces) 의 사용권과 이러한 공간 에 관한 의사결정 참여권( 도시권) 이 매우 중시된다. 연령과 장애, 성별, 인종에 무관하게 장애 없 는(barrier free) 도시공간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D: Universal Design) 개념은 이미 선진도시들에서도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성들이 점차 공적 공간 을 이용하는 비율과 기회가 증가하면서, 남성과 다른 도시생활의 내러티브를 갖는 여성들의 경 험이 도시 공간 전체에 반영하여 재설계되어야 한다(Fenster, 2005). 이러한 공간경험은 도시민 의 안정감 (comfort), 소속감 (belonging), 참여(commitment) 의지를 좌우하고, 궁극적으로 일상의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2. 여행 프로젝트의 추진체계 1) 서울시 전체 실국본부의 참여 서울시의 여행 프로젝트는 기존의 여성정책 담당부서 ( 여성정책과, 사회복지과, 가정복지과 등) 에서만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실국과 산하기관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즉, 여행 프로젝트를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컨트롤하는 것은 여성가족정책관이지만, 전체 실국 본부에서 여행프로젝트의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추진방식은 25개 자치 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치구의 여성정책과뿐만 아니라 건설교통국, 행정관리국, 기획재정국, 교통과, 문화행정과, 도로과 등 전체 부서에서 여행 프로젝트의 정책아이디어와 사업을 추진하 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진방식은 여성과 무관해 보이는 정책영역에서도 여성의 경험과 시각이 반영될 필요성을 재인식시키고 성중립적 정책사업에 여성의 시각을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성주류화의 효과를 가져오는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성정책의 추진부서가 갖는 집행력과 권한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민 관 파트너십 서울시 여행 프로젝트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집단과 일반여성이 정책입안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제도화하고 있다. 전문가집단은 서울시 각 실국의 여행사업의 개발 및 추진과정에 참여 하여 전문적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있다. 보육시설운영이나 복지서비스, 주거단지의 설계, 도심 공원과 보차도 등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전문가집단의 자문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거나 신규사업에 관한 정책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가집단 ( 여행 동반자) 은 현재 200 여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여성복지, 환경, 주택건축, 도로교통, 도시경쟁력 분과 등 5개 분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표 2). 21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 표 2> 서울시 여행 동반자 구성과 활동 구분 구성 활동내용 내용 대학 및 연구기관, 여성단체, 인력기관 및 보육시설 대표, 시의원 등 200여명 - 2007년 분과회의 5 회, 자문회의 12회 - 2008년 분과회의 7 회, 자문회의 58회 온라인 자문 등을 통한 자문안건 106 건, 반영 49건 출처: 서울시여성가족재단(2008), 여행 프로젝트 발전방안 전문가집단이 정책의 설계 및 추진과정에 참여하여 자문활동을 한다면, 일반여성들은 현장조 사를 통해 시정사례와 개선안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부와 대학생, 중고령자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로 구성되어 서울시 전역의 지하철 및 지하도상가 내 여성화장실이나 공영주차장, 영유아플라자 이용, 지하보차도 안전, 브랜드 콜택시 개선방안 등에 참여하였다. 이 들 여행 프로슈머 (prosumer) 의 역할은 다양한 여성의 시각에서 공공서비스와 공적 공간의 불편 사례를 직접 조사하고 문제점을 파악하여 개선안을 제안함으로써 시정참여의 범위를 확대하고 실질적인 정책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서울시의 여행 프로젝트는 한편으로 전체 실국본부에서 추진되는 범서울시 차원의 여성가족정책이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여성들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시정에 참여할 제 도적 기회를 갖게 하였다고 할 수 있다. Ⅳ. 1. 여행 프로젝트와 지역사회 거버넌스 자치구 단위의 여행 프로젝트 다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여행 프로젝트 또한 정책인지도나 관심정도에 따라 정책의 성공여 부를 평가받는다. 2008년 하반기부터 여행 프로젝트의 낮은 인지도와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 해 서울시에서는 25 개 자치구 단위로 일반여성들의 참여기회를 개방하는 주민참여 (governance) 형태의 추진방식을 시도하였다. 이들 여행포럼 회원들은 여행 프로젝트에 대한 여성구민의 공감 대를 형성할 수 있는 네트워킹으로서, 자치구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공간이나 지역생활시설을 점 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역단위의 특수한 문제나 정책수요를 포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면, 여 행 프로젝트는 자치구 단위( 행정구역 ) 의 지역사회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점검하고 이를 구정 에 반영하는 형태의 생활밀착형 사업을 추진하기 용이한 장점이 있다. 또한 구 단위의 지역사회 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이제까지 구정이나 시정에서 사소한 문제로 간주되거나 무 관심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여성의 다수는 지역사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들의 삶의 질과 행복감은 지역의 물리적 환경과 관계망, 자원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쉽다. 행복도시 정책과 지역사회 거버넌스 211

현재 자치구 단위의 여행포럼 회원은 약 2,500 명에 달하고 있으며, 자치구별로 여성들의 연령 이나 지위, 활동분야 등은 다양하다. 이들은 여행 프로젝트의 다섯 가지 사업영역에 각기 속하여 돌봄이나 일자리, 문화, 공공시설의 안전성과 편리성 등을 현장조사하고 개선방안을 구청의 해 당 부서에 전달하고 있다. 예컨대, 골목의 어두운 곳이나 불편한 곳을 찾아내어 밤길 안전을 확 보한다든지, ( 마을) 버스 정류장의 안전도를 조사하고, 근린공원과 산책로의 안전과 편리성, 경로 당의 노인이용 프로그램과 시설의 편의성을 조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였다. 자치구의 여행포럼은 안정되고 활기찬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 지역사회의 다양성을 의제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로서, 거버넌스의 민주적인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과제를 스스로 해 결해나갈 수 있는 역량과 지역사회의 물적,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소중 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살고 싶어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동네의 실현은 비단 여성만이 행복한 도시가 아니라 아동과 노인, 장애인과 남성에게도 행복감을 줄 것이며, 이러한 행복도시, 행복한 마을의 실현은 지역단위의 새로운 참여기회가 확대됨과 동시에 기존의 정책의 사결정 구조를 개혁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여행포럼의 활동이 갖는 이러한 중요한 함의는 현재로서는 잠재된 상태로만 기대될 뿐이다. 여행포럼을 구성하는 지역사회 다양한 여성들의 행복에 대한 개념, 여성주의 의식, 시민 적 권리( 정부와 시민의 관계) 에 대한 인식 등이 결국 제도적으로는 개방된 주민참여의 장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무형의 사회적 요인이다. 실제로 여행포럼 회원들의 자치구별 활동내용과 참여수준은 매우 다양한데, 이는 자치구 특성뿐 아니라 포럼회원의 다양성에서도 기 인한다. 예컨대, 여행포럼 회원을 구성하는 여성들은 과거부터 구정에 간접적 참여( 동원) 경험 있는 중년층 회원부터, 생활양식과 기호가 다른 젊은 여성들까지 다양하게 포괄하고 있고 이들 의 현장조사나 정책모니터링 활동이 모두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 자치구 단위로 여성정책의 과제가 할당되면서 여성정책을 그려내는 지평이 더욱 확장될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여행포럼의 활동이 지역사회내 소수집단의 경험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과 젠더 감수성(gender sensitivity) 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2. 여행 CF/ 매니저의 역할 자치구 단위의 여행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여행프 로젝트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의 여행 프로젝트에 대한 인식이나 여성문 제에 대한 의식이 여행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 프로젝트는 여성정책 담담부서 이외의 모든 부서에서 추진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도시계 획이나 교통정책, 건축분야 등에서도 여성의 시각과 경험이 반영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여행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공무원[ 여행 촉진자(CF: Creativity Facilitator)] 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들 에 대한 별도의 교육과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여행포럼 회원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현장점검의 결과가 전달되고 정책적 피드백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매개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일반여성들이 포럼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활동을 안내하고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며, 21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이들의 현장조사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시 여행 프로젝트가 전체 실국 본부에서 추진되고 자치구 차원에서도 확산될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시정업무에 비해 비중이 낮고 여행사업의 추진과 발굴에 어려 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교육 및 훈련 기회를 늘리는 것과 함께, 여행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충분한 예산의 책정이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Ⅴ. 맺음말 서울시의 주요 여성가족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여행 프로젝트는 지방정부로 최초로 도시여 성의 일상생활에 주목하고 도시공간의 이용과 의사결정 참여권을 도입한 정책이다. 또한 여행 동반자와 프로슈머 등 여성들의 경험과 시각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고, 자치 구 여행포럼의 활동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거버넌스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행 프로젝트의 추진과정 과 방법에 일정한 개선이 필요하다. 여행 프로젝트가 도시 공간 중심의 하드웨어 정비나 개선에서 나아가 향후에는 서울시민을 위한 복지서비스나 일자리,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측면 의 정책 콘텐츠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 및 자치구 공무원 조직 의 행정력만으로는 여행 프로젝트 사업의 효과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생애경험과 정책 수요를 지닌 지역의 여성시민들이 구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식적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 다. 이를 통해서 여성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 안정감, 만족감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공선희 외(2008), 저출산 요인과 정책수요 분석을 통한 서울시 저출산정책 발전방안 연구, 서울시여 성가족재단 서울특별시 (2008), 여행 프로젝트 사업별 4 개년 계획: 2008년 연동계획 서울특별시 (2007), 2007 서울서베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2008), 여행 프로젝트 개선방안 및 신규사업 제안 Audirac, Ivonne(2008), "Accessing transit as universal design", Journal of Planning Literature Aug. 2008; vol. 23: 4-16 Fenster, Tovi(2005), "The right to the gendered city: Different formations of belonging in everyday life", Journal of Gender Studies 14(3) Kanji, Mebs & Doyle Nicki(2008), "Happiness in Toronto, Canada: Evidence from the 2008 Quality of Life Survey", 2008 글로벌서울포럼 국제회의 < 세계 주요도시의 행복도, 경쟁력 및 컬처노 믹스>, 2008.1.18 19, 신라호텔, 대한민국학술원 서울시 주최 Raco, Mike(2007), "Securing sustainable communities : Citizenship, safety and sustainability in the new urban planning", European Urban and Regional Studies Oct 2007; vol. 14: 305-320 행복도시 정책과 지역사회 거버넌스 213

관광으로 만드는 보다 다양한 행복 김 희 수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1. 관광의 대중화 WTO(World Tourism Organization) 에서는 관광을 거주지를 떠나 돌아올 것을 목적으로 24 시간 이상 1 년 이내의 일정으로 여행하는 것 으로 정의한다. 관광은 일상적 공간으로부터의 분 리, 관광지에서의 활동, 거주지로의 복귀, 이 세 가지 과정으로 구성된다. 관광은 이제 경제 성장, 소득 증가 등으로 인해 온 국민이 누리고 있는 하나의 경험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만 15세 이상 국민 남녀의 92.3% 가 국내여행을 경험하고 있다1). 오늘날처럼 많 은 사람이 관광을 경험하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관광의 대중화는 관광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계층이 넓어진 것뿐만 아니라 조건이 허락된 사람들의 경우에는 여행회수의 증가, 여행거리의 연장, 목적지에서 체재시간의 증가, 활동내용의 다양화라는 경향을 수반하고 있다. 관광의 대중화 배경으로는 1980 년대 이후의 현저한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가처분 소득의 증대, 여가 시간의 확대, 가치관의 변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인구의 도시집중에 따른 일상적 생활환경의 악화 등이 그것이다.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은 관광활동의 수요를 높였다. 조건의 변화와 함께 관광사업의 전개가 급속히 본격화된 것이 관광의 대중화를 더욱 촉진시켰다. 이에 따라 관광은 이제 모두가 누리는 기본적인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향락적이거나 소비적인 활동에서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생산활동으로 전환시켜 가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관광의 역사적 발전단계를 보면 중세시대 특권층의 종교적 성향의 순례에서 근대화에 따른 대중관광을 거쳐 환경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발전된 형태의 대안관광으로 진화해 가는 모습 을 보여주고 있다. 1) 한국관광공사 (2009), 2008 국민여행실태조사 관광으로 만드는 보다 다양한 행복 215

< 표 1> 관광의 발전단계 단계 관광자 층 관광동기 조직 주체 조직동기 tour 시대 귀족, 승려, 기사 등의 특권계급과 일반평민 종교 교회 신앙심 향상 tourism 시대 특권계급과 일부평민 지식 기업 이윤추구 mass tourism 시대 대중을 포함한 전 국민 보양, 오락 기업, 공공단체 이윤추구와 국민후생의 증대 new tourism 시대 일반대중과 전 국민 관광의 생활화 개인, 가족 개인추구, 특정한 주제 2. 관광과 행복의 관계2) 1) 행복에 대한 논의( 개념 및 결정요인 ) 심리학자들은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는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측정함으로써 개개인의 행복을 연구하기 시작했다(Cantril, 1965 ; Andrew & Withey, 1976 ; Campbell, 1976). 이러한 연구들은 주관적인 삶의 질(subjective quality of life),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 ; SWB), 삶에 대한 만족도(life satisfaction), 또는 행복 (happiness) 등과 같은 다양한 용어로 정의되어 진행되어 왔다. 주관적인 삶의 질, 주관적 안녕감, 또는 행복은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첫째, 행복은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Campbell(1976) 에 따르면, 행복은 개인의 경험 내에 존재하는 것이다. 건강, 부, 명예, 육체적 안 락 등과 같은 외적 조건은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지만 그 자체에 행복의 본질적 요 소가 내재해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둘째, 행복은 삶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을 반영한 다(Bradburn, 1969). 셋째, 행복은 개인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포함한다. 비록 삶의 특정 영역에 대한 만족도나 정서반응을 평가한다 하더라도 행복의 핵심은 한 개인의 삶에 대한 통합적인 평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삶의 질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 왔다. 첫째, 개인의 삶의 질이 외적 기준이나 조건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고 보고 행복은 개인이 바람직한 속성이나 환경적 조건을 얼마만큼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측면이다. 삶의 질의 객관적 인 측면 혹은 bottom-up 요소들을 강조한다.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 을 가정, 사회 등 여러 생활차원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의 합으로 본다. 두 번째는 한 개인이 삶에 대해 내리는 주관적 평가 또는 top-down 적 요소들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각 개인 은 여러 가지 상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반응하려는 일반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 2) 문화관광부 (2007), 관광행복지수 개발연구, pp.29-34 에서 부분적으로 인용 21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어 이러한 경향이 주관적 웰빙을 결정한다고 본다( 이정순전원배, 2005). 주관적 안녕감의 구조를 밝히기 위한 여러 연구들은 요인분석을 통하여 인지적 차원과 정서 적 차원이 구분됨을 보여주었다(Andrews and Whithey, 1976; Campbell, Converse, and Rodgers, 1976). Diener(1984, 1994)는 주관적인 안녕감이 삶에 대한 태도로서 기본적으로 인지 적, 정서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인지적 요소는 삶의 만족도를 의미하며 정서적 요소란 일상생활의 경험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정서반응을 의미한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과 자 신이 지각하는 삶의 여건들을 비교하여 삶의 여건들이 자신의 기준과 일치한다면 삶의 만족도 는 높을 것이다. 2) 관광과 행복의 논리적 연결 (1) 추론 현대사회에 있어서 여가생활 중에 발생하는 여가, 관광활동은 삶의 질적 향상은 물론 자기개 발, 자아실현 및 행복추구, 건강의 유지 및 증진에 효과적으로 부응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광의 결과는 시간 흐름에 따라 단기적 결과, 장기적 결과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 다. 단기적 결과는 지적,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능력의 함양 측면 등을 생각할 수 있고 장기적 인 결과는 단기적 결과의 누적으로 나타나는 삶의 질 향상 측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관광을 통한 다양한 측면의 단기적 결과들은 궁극적이고 장기적으로 개인의 삶의 질을 고양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관광활동의 단기적 결과는 활동에 대한 평가 반응( 만족이나 불만족), 아쉬움( 긍정적 아쉬움과 부정적 아쉬움) 등이 지각되고 이러한 것은 회상단계에서 반복적 평가 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다음의 여가 관광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 선행 연구 여가기능을 설명하는 다양한 연구들은 삶의 질이나 웰빙에 대한 응답자의 지각수준을 고려하 여 여가활동의 장기적 결과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 행만족도가 크면 직무만족도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Loundsbury & Hoopes, 1986), 여 가 활동 유형에 따라 실업자의 정신건강 수준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Kilpatrick & Trew, 1985). Kilpatrick & Trew(1985)에 의하면 실업자들이 어떤 여가활동을 주로 하느냐에 따라 정신건강 이 다르다고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TV 시청과 같은 수동적인 여가활동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가장 빈약한 심리적 웰빙 수준을 보이고, 가장 능동적으로 옥외여가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정신건강도 가장 높다는 것이다. 사회교류와 같은 사회적 여가활동 집단 과 실내형 여가 활동 집단은 그 중간에 위치하였다. 관광이 능동적 여가 활동에 포함된다고 가정 하면 관광은 다른 어떤 종류의 여가활동보다도 삶의 질에 공헌하는 여가 활동이 되는 것이다. 관광으로 만드는 보다 다양한 행복 217

[ 그림 1] 실업자의 여가활동 유형에 따른 정신건강 Finicum, Zeiger, & Jeffery(1996)는 관광과 웰빙 사이에 자연스럽게 정적 관계가 형성된다고 주장하면서 그 관계의 틀을 5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첫째는 신체적 차원(physical dimension)으로서 관광 활동은 다양한 여가 경험들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신체적 기능을 증진 시킴으로써 웰빙에 공헌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지적 능력의 개발 차원(intellectual dimension) 이 고, 셋째 사회적 관계 차원(social dimension), 넷째 정신적 차원(spiritual dimension), 그리고 다 섯째는 환경적 차원(environmental dimension) 으로서 자연교류 경험의 증진을 의미한다. 한편 David 와 Junaida(2002, 2004) 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휴가경험 집단과 휴가 미경험 집단 의 웰빙 지각 수준을 비교한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휴가경험집단의 웰빙 지각 수준이 월등히 높 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심지어 휴가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주관적 웰빙 수준은 높아지고 있었 으며, 궁극적으로 관광 같은 휴가는 삶의 만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국내 연구로는 몇몇 학위논문과 학회지 발표 논문을 통해 관광만족과 웰빙에 대한 구조 모형 을 제안하면서 관광만족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채선애한성열 (2002) 은 여가활동, 여가동기, 자기효능감 및 전반적인 삶의 질간의 관계를 연 구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여가 동기를 정서 및 심리적 안정추구 동기와 자기 개발 및 자기향상 동기로 분류하였으며 전자의 경우 전반적인 삶의 질과의 유의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냈지만 후자 의 경우에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를 즐기는 궁극적인 이유가 자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심리적 안정, 삶의 편안함 등을 경험하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각 동기 와 자기효능감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동기 집단 모두 자기효능감간의 상관관계가 없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여가동기별로 전반적인 삶의 질에 주는 영향이 다를 것이라는 것을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정순(2005) 은 관광활동, 여가만족, 심리적 well-being, 주관적 well-being 을 변수로 연구모 형을 설정하여 검증한 결과, 관광경험 자체가 직접적으로 주관적 well-being 에 영향을 주는 것 이 아니라 여가만족, 심리적 웰빙이 주관적 웰빙( 삶의 질) 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 21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활동은 여가만족, 심리적 well-being 을 매개로 주관적 well-being 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객관적 웰빙이 다른 영향요인이 통제된 상태에서 이러한 연 구결과가 이루진 것은 아니라는 연구방법 설계상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관광활동.21 (2.04).16 (1.55) 여가만족.32 (3.14) -.10 (-1.01) 주관적 WB.27 (2.52) 심리적 WB.58 (7.81 [ 그림 2] 연구모형 분석 결과 김채옥(2007) 은 관광경험이 관광만족과 삶의 질에 미치는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구조방정식모 형을 이용하여 살펴보았다. 연구결과, 관광자의 관광동기와 관광경험보다는 관광만족이 전반적 인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단체관광자의 경우 관광동기가 심리적영역별 삶의 질에, 개별관광자의 경우 관광경험이 심리적영역별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 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본 연구는 이정순(2005) 의 연구보다는 관광경험을 관광유형에 따 라 구분하여 살펴봤다는 점에서 보다 진전된 것이나 관광유형을 단순히 단체관광자와 개별관광 자만으로 국한하여 비교 연구하였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송지준(2006) 은 남한거주 탈북자를 대상으로 관광만족과 여가만족이 심리적정서적 스트레 스, 생활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탈북자의 관광만족은 탈북자의 신체적, 정서적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주는 선행변수로 밝혀졌다. 탈북자의 여가만족은 신체적 스트레스 에 부(-) 의 영향을 미치지만 정서적 스트레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만 족은 생활만족도에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관광만족은 생활만족도에 유의 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편의적인 표본추출에 의한 것이어서 이 연구결과를 일반화하는데 무리는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탈북자를 대상으로 남한사회 편입초기 에 일정기간 동안 복지관광을 실시하여 관광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고, 이와 더불어 관광만족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끌어내고 있다. 관광행복지수 개발연구 ( 문화관광부, 2007) 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17가지 하위요소 중 요인 분석 결과 여가, 성취 및 자기수용, 사회적 지위 및 인정, 자기계발 및 목표추구, 경제력 에 이어 관광의 순서로 행복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는 일회적으 로 시행된 것이어서 주기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을 갖고 있다. 향후에는 행복의 시계열적 변화를 고찰할 수 있도록 조사결과가 누적되어야 할 것이다. 관광으로 만드는 보다 다양한 행복 219

(3) 향후 연구과제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관광과 행복의 상관관계, 함수관계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관광과 행복의 인과관계 (causality) 나 민감도 분석(sensitivity analysis)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남아있다. 동반 발생, 발생의 시간적 순서, 외생변수의 통제 등 인과관계의 요건을 고려할 때, 관광을 다녀 와서 행복한 것인지 행복한 상태에서 행복한 사람들이 관광을 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명확 한 부분이 있다. 또한 주변 환경, 상황의 변화에 따라 관광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달라 지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관광활동 중에서도 어떤 유형의 관광을 좋아하고 어떤 활동유형이 행복을 높여주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단체관광객, 개별 관광객의 구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대량관광, SIT(special interest tour) 등 활동 유형 구분, 지역구분, 기간구분 등 다양한 구분에 의해 분석 함으로써 보다 많은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해갈 필요가 있다. 또한 관광의 어떤 요소가 행복에 기여하고 관련성이 높은지에 대해서도 보다 세분하여 연구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관광 행복의 한계 및 시사점 여러 연구결과나 직관적으로 볼 때, 관광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 을 미치고 관광을 통한 행복이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은 타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소득, 건강 등은 행복의 전제 조건이 되지만 관광은 행복의 부가적인 조건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관광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기 보다는 행복의 정도, 크기를 결정하는 변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든다. 또한 행복의 객관적인 조건들은 지속성이 보다 길 것으로 추정되는데 관광활동의 감정 적 지속성은 어느 정도가 되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관광을 가기 전에는 평소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점에서 즐거움이 크지만 귀가길에는 즐 거움보다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걱정이 커져가는 경험을 하곤 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관광이 즐 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점차 관광활동은 증가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활발한 관광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관광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늘어나는 관광수 요 속에서도 그만큼 향유하지 못하는 계층에서는 관광을 하지 못함으로써 느끼는 스트레스가 클 수도 있다. 관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관광을 하면서도 많은 부담을 느끼게 되고 관광지에서의 고물가로 인해 스트레 스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관광활동으로 인해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는 활동을 할수록 관광객의 기대수준이 높 아질 수 있고 그만큼 새로운 자극을 요구하거나 강도를 높여가야 하는 측면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자극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시키고 중독시켜 가며 이것은 인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 관광은 부작용으로 매춘, 도박, 마약, 약물중독 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러한 측면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22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쾌락은 동물적 감각으로 쾌락을 경험하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결국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은 자극의 정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자극원을 찾게 된다. 반면 행복은 장기간에 걸친 내적 감정을 지칭하는 용어로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광을 통한 행복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고 참된 행복이 중요하다. 현재와 같이 대중관광이 보편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관광유형과 관광을 통해 추구하는 편 익이 획일화 되어가는 지도 모른다. 특히 특정 관광지로 몰리고 휴가시기가 특정시기로 편중되 는 경우에는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 관광을 통해서는 다양한 편익, 다원화된 행복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구성원의 관심사가 보다 다양화되고 생각이 자유분방해지는데 관광이 기여할 수 있다면 관광의 사회적 기여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자유를 전제로 하 지 않고는 제대로 설명될 수 없다. Mill 은 ' 자유론' 에서, 자율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어 떤 행복도 달성될 수 없다는 논지를 펼친 바 있다. 개별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인 간의 진정한 발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관광이 개인적 행복을 넘어 사회적 행복 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후생경제학에서 말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 벤담의 공리주의 ) 뿐만 아니라 Rawls의 정리와 같이 효용이 적은 사람의 효용을 증가시키는데 관광이 어떠한 역할을 한다면 사회적 행복을 만드는 데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복지관광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으로는 그동안 사회적인 관광현상에 주목하기 보다는 관광의 성과적인 측면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 관광의 비경제적 측면에 대한 인식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관광학 측면에서 보더라 도 경영학 특히 마케팅적 관점에서의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져 온 반면,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정치학 등과 같은 사회과학적 관점에서의 연구는 소수의 학자들에 의해 간헐적으로만 이루어져 왔다. 관광은 근대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근대성(modernity) 혹은 탈근대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학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관광을 거시적 사회구조의 변동과 연 결시켜 접근시키려는 사회학적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3. 대안 관광과 정책 과제 1) 새로운 관광 유형 Jafari(1990) 는 관광현상의 발전단계와 입장, 사고체계를 지지(advocacy), 경계(cautionary) 응 용(adaptancy), 지식체계 (knowledge base) 라는 용어를 통해 4 가지 그룹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 러한 네 가지 관점은 각기 특정 견해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등장한 측면이 있다. 지 지론적 단계는 관광의 경제적 이익, 사회문화적 효과 등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시각이고, 경 계론적 단계는 오염, 문화파괴, 매춘 등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응용론적 단계는 책임관광, 녹색관광, 생태관광 등과 같이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이며, 지식체계론 단계는 기존의 논의를 통 합적(holistic) 으로 다루려는 것으로 이제 막 시작되는 시도로 보고 있다. Krippendorf 에 의하면 관광시장은 변화는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관광으로 만드는 보다 다양한 행복 221

< 표 2> 여행동기의 변화 구분 일 중심 주의자 여행 동기 휴식, 무위, 수동적, 환각체험, 해방 쾌락주의자 ( 쾌락도 중요) 특별한 체험, 변화, 오락, 활동, 타인과 어울림, 자연과 환경 경험 일과 여가의 동시추구자 자신의 영역을 넓힘, 배움, 자신에 대한 반성, 타인과의 교류, 자연에로의 회귀, 창조, 마음의 개방 관광은 후생복지의 증진이나 심리적 욕구충족, 경제 활성화, 국제 평화 증진 등의 이런 중요한 성질과 더불어 다방면에서 그 효용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대량 관광개발과 대량 관광 소비가 관광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여가의 증가와 소득의 증대에 따른 관광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대량 관광개발과 대량 관광소비는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매스 투어리즘 (mass tourism) 은 여러 가지 부작용 또한 가져왔다. 그러한 문제점으로 는 대량관광개발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와 수용력을 초과한 대량관광객의 유입으로 교통혼잡, 소 음공해, 쓰레기 투기문제 등으로 관광객의 느낄 수 있는 관광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에 관광객의 욕구는 보다 다양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부작용과 문제, 욕구의 다양화 속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대량관광을 대체하는 대 안관광(alternative tourism) 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대안관 광에는 문화관광, 유산관광 (heritage tourism), 모험관광, 생태관광 (eco-tourism), 녹색관광 (green tourism)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이러한 논의는 최근의 온난화 등 환경 변화, 환경 오염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특히 환경과 관광이 공존공생의 관계를 형성하는 환경적 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이 하나의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대안관광은 관광개발에 따른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 역주민의 개인적인 삶에 파고들면서 지역주민과 일체성을 강조하는 친환경적 관광활동이다. 생태관광 (Eco-tourism) 은 탐방자들이 지역의 생태계 또는 문화를 손상시키거나 회복하기 어려 울 정도의 영향을 주지 않고, 지구를 탐방하여 자연과 문화를 이해, 감상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배 려를 취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을 말한다. 녹색관광 (green tourism) 은 국가 및 학자에 따라 개념적 차이가 약간 있지만 농촌지역 중심의 관광활동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으 며, 소규모 관광개발을 추진하면서 지역이 중심이 된 자연친화적인 관광개발형태를 추구한다. 이와 더불어 태안 기름띠 제거와 같은 봉사활동을 겸한 여행인 발런 투어리즘(voluntourism), 숭례문의 화재 현장같이 역사적인 비극의 장소를 찾아가는 Dark Tourism 등 최근 관광 다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발런 투어리즘은 자원봉사 (volunteer) 와 관광(tourism) 의 합성어로 관광목적지에서 단순히 개 인의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일부를 봉사활동에 할애하는 여행행태를 의미하 는데 구미주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주요관광지들이 쓰나미, 카트리나와 같은 자연 22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재해를 입은 이후, 사람들이 봉사의 가치를 실감하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가 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여행을 하거나, 과테말라 산악 지대 숲으로 들어가 환경보호도 하고 삼림 욕도 동시에 즐긴다. 또는 자신이 정한 관광지에서 머무르며 마을사람들의 일손을 돕는 일로부 터 시작하여,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려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농촌관광가이드를 하거나 각종 기 술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형태로 휴가를 보낸다. 농촌에 발런 투어리즘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발런 투어리즘이 여행을 위한 봉사인지, 봉사를 위한 여행인지에 대해 자원봉사자로 하여금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발런 투어리즘이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및 사내 휴가제도와 연계되고, 관련 특가상품 출시 및 여행비 할인정책을 실시한다면 더없이 좋은 제도로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공정여행 (fair travel), ' 착한 여행' 등이 주목받고 있다. 돈이 우선시 되는 합리 적인 소비가 아닌 보다 공정하고 착한 소비를 하는 책임 있는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눈 도장만 찍는 단체여행 대신, 현지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여행의 의미를 찾고, 또한 지역경제를 살 리기 위해 지역용품을 구입해 쓰고, 또 동물을 학대하는 투어에는 참가하지 않고, 환경을 생각하 며 움직인다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2) 정책 과제 관광수요의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다소라도 줄이고 국민들의 관광만족도를 향상시켜가기 위 해서는 휴가분산의 필요성이 있다. 휴가분산과 더불어 현재 여름과 겨울로 집중되어 있는 방학 을 분산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휴가분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는 Marx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경쟁을 강요하고 탐욕이 끝이 없는 괴물일지도 모 른다. 그만큼 국민들은 스트레스를 받기 쉽게 되어 있고 경쟁의 패배자는 지속적으로 산출된다. 다시 한번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기이고 분배와 복지의 확대가 요청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국가의 경제력에 비해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OECD의 Social Indicator 에 따르면 한국의 삶의 만족 지수는 26개국 중 23 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관광을 통해 복지수준을 다소라도 높이려는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수준에서 보다 확대하여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여행 바우처(voucher) 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행 바 우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과거 2 년간(2005.3-2007.2) 저소득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자, 기업, 정부가 지원비율 30:30:40 의 부담으로 시행한 바가 있다. 하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여행경비를 직 접 지원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는 사유로 중단되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국민의 여행경비를 부담한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종업원 복지비용 부담을 촉진하고 저소득 근로자의 여행복지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시행한 것이므로 중단보다는 대상 지원비율 등을 조정하여 재시행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초기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로 시행하다가 점차적으로 근로자와 기업이 분담하는 형태의 프랑스형 체 관광으로 만드는 보다 다양한 행복 223

크 바캉스(cheque vacance) 형태로 발전시켜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여진다. 프랑스의 체 크 바캉스는 근로자의 저축, 기업체의 복지프로그램 차원에서 지원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정부의 별도 지원은 없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관광활동에 있어서 비용의 제약이 높은 편이다. 국민여행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여행을 가지 않는 이유에 매년 여가시간 부족과 여행비용 부족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족단위 관광으로는 적절한 숙박시설이 많지 않은 가운데 요금 또한 상당히 비싸다. 휴양 콘도미니엄, 펜션 등의 이용료가 비싸서 국민들의 이용이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공공부문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일본의 공영국민숙사처럼 복지차원에서 지자체, 연기금 등에서 운영하는 공공 숙박시설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체육센터 설치 등을 통해 이 용요금을 낮추어가는 것과 같이 숙박시설에 대해서도 일부는 공공부문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검 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휴양시설, 테마파크 등에 부가가치세 면세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생필품, 문화생활 등과 함께 숙박, 휴양 등 관광활동에 대해서도 국 민복지 증진차원에서 면세 또는 저세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참고문헌 김채옥. 2007. 관광경험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강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이정순. 2005. 관광활동이 관광 여가만족과 웰빙지각에 미치는 영향, 대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5 이정순 전원배. 2005. 관광활동, 여가만족, 심리적 웰빙, 주관적 웰빙의 관계. 관광학 연구 28(4) 송지준. 2006. 남한거주 탈북자들의 관광과 여가만족이 심리적 정서적 스트레스, 생활만족도에 미치 는 영향. 관광학연구 30(2) 채선애 한성열. 2002. 여가활동, 여가동기, 자기효능감 및 주관적 안녕감간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제8권 제2호 pp.17-31 문화관광부. 2007. 관광행복지수 개발연구 한국관광공사. 2009. 2008 국민여행실태조사 Bradburn, N. M. 1969. The structure of psychological well-being, Chiago: Aldine. Campbell, A. 1976. Subjective measures of well-bing. American Psychologist. (2). pp.117-124 Diener, E. 1984. Subjective well-being. Psychological Bulletin, 95. 542-575. Diener, E. 1994. "Assessing subjective well-being : Progress and opportunities". Social Indicators Research, 31. pp.103-157 Jafari, Jafar. 1990. "Research and Scholarship : The Basis of Tourism Education". The Journal of Tourism Studies 1(1) pp.33-41 OECD. 2006. Society at a Glance : Social Indicators 22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제 3-1 세션: 행복의 비교론 - 간지 관광으로 만드는 보다 다양한 행복 225

사회인구학적 요인별 행복도 비교 조 성 남 ( 이화여대 사회학과) 사회인구학적 요인별 행복도 비교 227

22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사회인구학적 요인별 행복도 비교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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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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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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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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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사회인구학적 요인별 행복도 비교 241

행복의 공간사회학 시론* 1) 전 상 인 ( 서울대 환경대학원) Ⅰ. 머리말 만족감에서 강렬한 기쁨에 이르는 모든 감정 상태를 특징짓는 안녕의 상태 ( 호가드, 2006:27) 이 정도로 정의해둠직한 행복에 대한 관심이 작금에 국내외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행복에 대 한 관심 집중은 역설적으로 우리 시대의 삶이 질이 별로 높지 않다는 사실의 반증일 것이다. 하 지만 행복의 정도를 놓고 현재를 과거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가령 전근대사회가 더 행복했는지 아니면 근대사회가 더 그런지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두 시대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 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근대 산업사회가 과거 문명에 비해 행복의 측 면에서 반드시 더 낫다고 단정할 단서는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근대 산업문명이 이 룩한 역사의 발전과 진보를 무시하거나 경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에 관련하여 근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사실상 처음부터 있었다. 예컨대 문인 소로우(Henry D. Thoreau) 는 19 세기 중반에 막 시작된 미국의 산업화 물결을 거부했다. 그는 문명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사치품 속에 둘러싸여 있지만, 원시적인 수많은 즐거움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모두가 가 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이라 말했다 ( 소로우, 2004:65). 산업혁명을 미국보다 먼저 치른 영국 의 경우에는 철학자 러셀(Bertrand Russel) 이 있었다. 그는 산업사회가 사회적 미덕으로 강조하 는 근로의 도덕은 노예의 도덕 이라고 비판하면서,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더 게을러지고 보다 많은 여가를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 러셀, 1997:15-33).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소유 (to have) 가 아닌 존재 (to be) 모드의 삶 속에 있다고 말한 것은 프롬(Erich Fromm) 이었다 ( 프롬, 1978). 일련의 사회( 과) 학자들 역시 근대문명의 인간적 함의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루카 치(G. Lukacs) 의 사물화 개념이 그랬고, 베버(M. Weber) 의 쇠우리 (iron cage) 개념이 그러했 으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도구적 이성 개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버마스 (J. Habermas) 가 생 활세계의 식민지화 를 경계하고 벡(U. Beck) 이 위험사회 (risk society) 를 걱정하고 있는 것도 같 은 맥락이다. 이들이 역사적 비교를 통해 근대사회가 전근대사회에 비해 상대적 더 불행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근대는 스스로 행복한 시대가 아닌 모양이다. * 초고입니다. 사전 양해 없는 인용이나 복사를 삼가 하여 주십시오. 행복의 공간사회학 시론 243

요 근래 성행하고 있는 행복론에는 행복 개념의 과학화 및 그에 따른 비교분석이 대세를 이루 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복의 조건들을 지수화하고 이들을 통계적으로 검증한 다음 국가별, 지 역별 혹은 도시별 등으로 행복의 순위를 정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이 러한 방식의 연구가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만약 어떤 선천적 혹은 유전학적 요인이 개 인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고 믿는다면 행복의 사회적 조건을 말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적 차원의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될지도 모 른다. 우리 시대의 행복학은 따라서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이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그리하 여 행복의 정도 역시 후천적으로 증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행복이란 마치 바이올린 연주나 자전거 타기처럼 배울 수 있는 기술 과 같은 것으로서 연습할수록 느는 것 이 바로 행복이라는 식의 연구결과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호가드, 2006:10). 아이러니컬한 것은 행복이란 측정가능하고 비교가능한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기에 우 리는 행복지수에 예민하고 행복순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의미의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거나 자초하는지도 모른다. 행복에 대한 연구에서 흔히 제시되는 행복의 조건들로는 연령이나 성별 같은 선천적 요인을 비롯하여 소득, 지위, 직업, 교육, 건강, 이념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과 더불어 행복의 요인으로 서 결코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면과 교류 그리 고 연대에 관련된 것이다. 행복에 관한 장기 통계연구에 의하면 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은 대부분의 사교활동에 있어서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Robinson and Martin, 2008). 1) 행복 에 대한 집단 실험조사에서도 가족, 친구, 이웃, 공동체 등 인간 대 인간의 관계는 행복의 요건들 가운데 가위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가드, 2006). 2) 행복한 사람의 이웃에만 살아도 행 복지수는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3) 정치참여에 있어서 사람들은 보다 친밀한 형식인 지방 자치와 직접민주주의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호가드, 2006:32).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관계 맺기가 행복의 핵심요건 가운데 하나라고 할 때 그런 일이 실제로 발현하는 삶의 현장, 곧 공간에 대한 관심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모든 경험의 전제조건이자 배경무대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목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교류 그리고 연대의 관점에서 근대문명의 제반 공간적 특징이 인간 의 행복에 대해 차지하는 효과 및 영향을 거시적으로 개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근대 산업사 회는 공간의 이해방식과 공간계획에 있어서 어떤 차이와 변화를 초래했고, 그것이 인간의 관계 맺기를 통한 행복 체감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에 대해 추론해 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 다룰 공간 은 크게 세 가지로서 영토, 도시, 그리고 주택이다. 1) General Social Survey(GSS) 에서 34 년간 수집된 자료에 기초. 2) 영국의 BBC가 2005년 5월부터 3개월에 걸쳐 영국 런던에서 25마일 가량 떨어진 버크셔 타운에 위치한 슬라우 시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 호가드, 2006). 3) 하버드대 UC 샌디에이고 공동연구팀 2008 년 조사결과, 중앙일보 2008.12.6 재인용 24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Ⅱ. 공간과 사회, 그리고 근대 1. 공간과 사회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이 때 공간은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것, 곧 자연 환경 (natural environment) 에서 시작된다. 자연환경이 인간의 삶에 대해 갖는 영향력과 구속력 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디에 사느냐가 어떻게 사는지,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를 결정하는 양상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혹은 이중환의 택리지 에 이미 잘 나타나 있다. 공간으로서의 자연환경 그 자체는 무차별적이다. 그러나 공간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공 간에는 가치가 부여되며 이로써 공간(space) 은 장소(place) 가 된다 ( 투안, 1995:19, 29). 물론 공 간을 인식하는 방식, 그리고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개인적으로,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가변 적이다. 뒤르껭은 공간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마치 동양의 양탄자 무늬처럼 서로 다르다 고 했 다 ( 컨, 2004:348 재인용). 공간 경험의 특별한 종류인 장소는 요컨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대상 이다. 인간은 자연의 기하학적 패턴을 분별할 뿐 아니라 마음속에 추상적 공간을 만든다. 또한 그들의 느낌, 이미지, 자유를 만질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려 한다( 투안, 1995:36). 그 결과가 건축이고 도시며 또한 장소이다. 이런 점에서 공간에는 자연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것도 있다. 자연환경 에 대비되는 일반적 의미에서의 건조환경 (built environment) 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따라서 자연과 인공이 결합된 장소다. 어쨌든 공간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근원적 환경이다. 공간은 모든 생명체, 특히 인간에게 기 초적이고 근원적인 조직화 방식 가운데 하나 이다( 홀, 2002:33). 친지개벽을 해도 인간 세상에 는 공간을 배치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며 그 배치된 구도는 사람들의 공간구성 작용에 뿌리 깊고 끈질긴 영향을 미친다 ( 홀, 2002:32). 일상의 공기나 물이 그 막대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너무 나 가까이 있어 흔히 간과되기 쉬운 것처럼, 공간은 숨겨진 차원 (hidden dimension) 에 존재하 는 침묵의 언어 (silent language) 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매개한다. 하지만 공간이 단순히 환경 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공간 은 인간의 삶에 대해 개입하고 발언한다. 모든 공간은 특정한 방식으로 코딩되어 있으며 그 내 부에서 벌어지는 행동과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해당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주 체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 이진경, 1999a:147?). 상이한 공간은 상이한 생활, 상이한 인간 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 만큼 공간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공간적 배열과 배치의 문제다. 푸 코(Michel Foucault) 에 의하면 근대사회에서 작동하는 권력은 미시적이며, 미시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은 특정한 배치(disposition) 를 통해서이다. 그러한 배치에는 담론, 제도, 행정, 학문 등과 함 께 공간도 포함한다. 이때 공간은 국가나 도시이기도 하고 건축일 수도 있다. 결국, 푸코가 볼 때 공간은 곧 규율이며, 중요한 것은 따라서 공간의 본질이 아니라 그것의 효과다. 그렇다면 공간은 환경이라기보다 기계 다. 기계란 주어진 질료를 다른 질료와 종합하여 새로 운 질을 갖는 생산물로 변형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경계의 구분, 건물의 배치, 건축의 구조, 내부의 인테리어 등 같은 여러 상이한 요소들의 계열화를 통해 인간 활동의 동선과 시선을 절단 행복의 공간사회학 시론 245

하고 채취한다는 점에서 공간은 기계다. 그리고 기계로서의 공간은 사람의 신체를 가공하고 변 형시키며, 욕망을 배치하고 삶의 방식을 규율한다. 공장, 병원, 학교, 집, 기차라는 공간기계가 사 용자와 노동자, 의사와 환자,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식, 기관사와 승객을 만든다는 식이다. 이 때 교사, 의사 등은 해당 공간기계를 구성하는 계열체( 부품) 에 속한다는 점에서 공간적 신체 이며, 학생이나 환자는 해당 공간기계에 의해 가공되는 질료에 가깝다는 점에서 공간 내 신체 다 ( 이 진경, 1999b). 한 사회에는 어떤 지배적인 가치 혹은 주도적인 멘탈리티가 존재하며 이는 국가, 도시, 건축물 등 다양한 공간기계를 통해 우리의 삶속으로 침투한다. 공간의 배치, 공간의 구성, 공간의 사용 등은 그 공간 속의 사람들로 하여금 공간의 배면에 흐르고 있는 특정 방식의 사고, 미적 감각, 공간감 등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공간의 경험이 개인적 차원에서는 선험적인 것 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가변적이고 역사적이다. 전근대와 근대사회는 이 점에 관련하여 갈 렸고 달랐다. 2. 근대와 공간 공간에 대한 인식과 실천은 역사적으로 달랐다. 고대에서부터 중세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지배 적 공간관은 이른바 헤테로토피아 (heterotopia) 였다. 가령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사물은 본래의 장소를 갖고 있고, 개개의 장소는 특정 의미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공간은 각각의 고유한 질적 특성을 갖는 이질적 존재였다. 그리고 이들은 코스모스 (cosmos) 라는 개념 이 말하듯 일정한 조화를 지향했다. 세상의 중심을 예루살렘으로 알았던 중세 역시 이런 공간관 을 갖고 있었다. 동양의 풍수사상도 이와 기본 원리는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공간이해는 근대에 들어와 크게 바뀌었다. 데카르트에서 칸트로 이어진 근대철학과 뉴 턴에서 발원한 고전물리학은 질적인 차이가 모두 사상된, 따라서 수학적 차원으로 환원되는 추 상적 공간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 배후에는 과거 2000년간 통용되어 왔던 유클리드 기하학 (Euclidian geometry) 이 있었다. 이로써 공간은 모든 장소적 특성을 제거하고 오직 수로 표시되 는 양적인 위치와 크기로 변환되었다. 원점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측정 혹은 계산상의 기 준일 뿐 특권적인 지위나 중심적인 기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공간은 하나이고 동일하다는 인 식, 이는 호모토피아 (homotopia) 의 부상을 의미했다. 이와 같은 근대적 공간관은 르페브르가 절대적 공간(absolute space) 과 추상적 공간(abstract space) 을 구분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Lefebvre, 1991:?). 전근대사회에서의 공간은 모세의 시나 이산이나 신전처럼 각각 어떤 절대적인 가치를 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대사회의 등장과 더 불어 공간은 그 자체로서는 질적인 차이가 없는 지점일 뿐이었다. 바로 이러한 추상적 공간이 근대문명의 공간적 기반으로 작용했다. 공간은 텅 빈 허공이나 좌표계가 아니라 가치증진을 위 해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그 무엇이 되었다. 공간생산론 이 바로 그것이다 (Lefebvre, 1991:??). 그리고 사회적 산물로서의 공간성(spatiality) 은 사회적 행위와 관계들의 매개이자 결과이며 전 제이자 구현 이다 ( 소자, 1997:167). 246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공간을 사회적 생산물이라 말할 때 역설적으로 공간은 장소적 의미를 새로 획득하거나 부여 받게 된다. 이는 공간의 사회적 생산과정에서, 권력이든 자본이든, 특정한 용도와 목적으로 공간 이 구획되거나 배치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공간 관이 헤테로토피아로 복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서구에서는 물리학, 수학, 생물학, 회 화,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균질적 공간이라는 통념에 맞서는 공간의 이질성이 집중적으로 주장되었다 ( 컨, 2004:333-440). 비( 非 ) 유클리드 기하학의 수용에 따라 공간은 이제 개념적인 것 이 아니라 경험적인 것,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것, 불변의 동질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이질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는 공간에 대한 현상학적 이해의 실마리가 되었고, 인간의 행복 과 불행을 공간의 문제에 기대어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Ⅲ. 1. 근대적 공간과 인간의 삶 국가 근대적 이행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측면은 근대 국민국가의 형성일 것이다. 16세 기 서유럽에서 시작된 근대국가 건설은 그 이후 정치체제에 관한 한 세계적인 모델이 되었고 강 요와 모방을 통해 전 지구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1648 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결정화( 結 晶 化 ) 된 국가 간 체계는 그 원칙적 기조를 현재도 지속하고 있다. 근대 국민국가는 인간의 공간적 삶 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하였다. 근대국가의 특징은 무엇보다 공간적 경계가 확실한 영토국가 (territorial state) 라는 점에 있다. 막스 베버에 의하면 근대국가는 주어진 영토 내에서 물리적 강제력의 정당한 독점을 ( 성공적으로 ) 주장하는 인간 공동체 이다 (Weber, 1946:78). 영토를 획정하는 문제는 사실상 국민국가의 사활 혹은 성패가 달린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 건설 과정 자체가 전쟁을 동반한 것은 하등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점에 관련하여 틸리는 전쟁 이 국가를 만들고, 국가가 전쟁을 만들었다 고 요약한 바 있다 (Tilly, 1975:42). 인류사에서 전쟁 은 항상 있어 왔지만, 세계대전 은 국민국가 체제가 완성된 이후의 일이었다. 국가의 공간적 생 산법칙을 제안한 독일의 지리학자 라첼(F. Ratzel) 에 의하면 국경은 국가의 주변기관이다 국 민국가에는 팽창본능이 내재한다 ( 컨, 2004:542-543 에서 재인용 ). 국가는 또한 단일한 국민에 대한 자연적이고 분명한 정치지리적 표현 으로 간주된다 ( 플린트, 2007:180). 영토가 신성화되어 고국, 조국, 모국 등으로 치장되는 것이 그 징표이다. 언제부턴가 영토 없는 국민은 그 자체로 불 완전한 것이 되었다 ( 플린트, 2007:177). 이런 면에서 국민국가는 기본적으로 전시상태고 국민국가 체제는 원칙적으로 전쟁 공간이다. 실제로 근대국가의 공간성을 위해 수많은 인명이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가 희생되었다. 다음은 제1 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 윌프리드 오언(Wilfred Owen) 이 남긴 시의 일부이다 ( 플린트, 2007:142-143 에서 재인용). 행복의 공간사회학 시론 247

부대를 멘 늙은 거지같이 허리가 반으로 굽고, 안짱다리 노파처럼 쿨룩거리며 우리는 진흙탕 속에서 저주했다. 조명탄이 터질 때까지 우리는 등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있는 우리의 휴식을 향해 힘없이 걷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자면서 행군했다. 대부분 군화를 잃었다. 행여 있어도 피가 고인 군화를 신고 절뚝거렸다. 모두 절름발이, 모두 장님이 되어갔다. 피곤에 취해 꽝 소리에도 귀가 어두웠고, 등 뒤로 빗나가는 포탄도 지겨웠다. ( 중략) 내 친구여, 그대는 죽음의 영광을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열정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겠지, 그 오래된 거짓말, 조국을 위한 희생은 달콤하고 명예롭다고 근대국가는 자신의 형상대로 그 내부를 채우는 하나의 용기( 容 器 ) 이다. 그것은 권력과 부, 문 화와 사회를 담은 컨테이너로서의 국가 (state as container) 를 의미한다 (Taylor, 2003). 민족주 의라는 이름의 상상의 공동체 (imagined community) 하에서 (Anderson,??) 정치와 경제, 사회 와 문화 모든 것들이 국가적 수준의 공간으로 격상 확산되었고 그 만큼 획일화되었다. 그 결과, 삶의 다양성과 자발성은 소멸되었으며, 국민으로 재탄생하는 경로는 실향민 이 되는 과정에 다 름 아니었다. 토착어를 뺏기고 사회공동체가 시장경제에 흡수당하는 일도 흔했지만, 삶의 공간 적 터전 그 자체를 통째 잃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래는 미합중국 건설과정에서 1854년에 시애틀 추장이 수콰미쉬족과 두와미쉬족 인디언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워싱턴에 있는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 류시화, 2003:15-24). 워싱턴의 얼굴 흰 대추창( 大 酋 長 ) 이...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나의 부족( 部 族 ) 은 물을 것이다. 얼굴 흰 추장이 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그것은 우리로서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우리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그 대추장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다. 근대국가의 내부는 국익의 증대와 국력의 신장을 기하는 목적에 따라 재구성되었다. 그 원리 는 고도 근대주의 (high modernism) 에 입각한 사회공학이었다 (Scott, 1998). 산림과 농토, 촌락 과 도시 등 모든 곳이 국가의 눈 으로 읽기 좋고 통제하기 편한 것으로 개발되고 관리되고 정비 되고 또한 재편되었다. 영국의 초기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보듯이 과거 대부분 공유지 상태로 남아있던 토지는 사유화 [ 말하자면 enclosed] 되었고 그 땅에 대한 법적 보호는 국가 공권력의 몫 이었다. 빈 공간으로서의 땅을 개발하여 가치를 증진시킨다는 발상은 말하자면 공간의 생산 전 24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략이었다. 중국의 대약진운동이나 소련의 집단농장, 아프리카의 강제 촌락화나 미국의 대단위 농업화 등, 단순화(simplification) 를 통한 가독성(legibility) 의 증대는 20세기 모든 근대국가들이 선호하는 바였다. 그만큼 근대국가의 내부공간은 삶의 다양성과 복잡성, 그리고 맥락성과 특이 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제 공간은 실제 모습이 아니라 국가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축약된 지도 (abridged map) 가 되었다 (Scott, 1998:3). 2. 도시 도시화 없는 근대화를 상정하기란 어렵다. 이런 점에서 근대사회는 곧 도시사회다. 역사적으 로 농업혁명이 도시의 탄생을 촉발했다면 그것의 성장과 대도시화를 유발한 것은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이었다. 또한 근대 국민국가 건설과정과 동반한 수도의 위상 강화 역시 도시의 양적 확 대에 기여했다. 게다가 수도는 대표성과 상징성 때문에 훗날 도시설계 혹은 도시계획의 대표적 인 무대가 되었다(Sonne, 2003 참조). 근대 도시공간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변모시킨 측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본주의적 산업화 초기, 공간으로서의 도시는 빈곤, 범죄, 비위생 등 수많은 사회문제로 얼룩 졌다. 대표적으로 엥겔스 (Engels, 1969:352-353) 에 의하면 도시는 자본주의 생산양식 하에서 매 일 밤 노동자들을 질병의 온상, 악명 높은 빈민굴로 몰아넣는 장소 였다. 맑시스트들이 볼 때 자 본주의 자체가 붕괴되지 않는 한 도시문제는 해결의 가능성이 없었다. 경제적 및 계급적인 차원 에서 도시는 확실히 노동자계급에게 지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도시는 그 속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 대해 결코 행복한 삶의 공간이 되지 못했다. 짐멜(G. Simmel) 은 ( 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상 심리에 주목했다 ( 짐멜, 2005:?). 그는 인구 의 급증과 화폐경제의 일상화, 그리고 분업의 진전이 특이한 도시적 인성 (urban mentality) 을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인들은 내적 및 외적 자극의 과다( 過 多 ) 와 급변( 急 變 ) 에 의해 일반적 으로 신경과민에 걸려 있으며, 그것에 대처하느라 익명성이 늘어나고 둔감증(Blasiertheit) 이 생 활화되어 간다고 했다. 또한 만물의 성질과 특성을 오직 수량적으로 환원함으로서 계산적 정신 이 지배하고 있다고 보았다. 분업의 증대가 경쟁을 심화시키는 가운데, 도시공간에서는 자연과 의 투쟁이 아닌 사람과의 투쟁을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짐멜이 볼 때 대도시는 현대적 삶의 고된 시련이었다. 짐멜이 상대적으로 도시민의 심리적 차원에 주목했다면 벤야민(W. Banjamin,?) 은 상대적으 로 그것의 문화적 차원에 집중했다. 짐멜과 마찬가지로 벤야민 역시 도시문화에 대한 기대와 선 망을 완전히 배격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도시적 삶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를 견 지했다. 특히 그는 도시 그 자체를 문화연구를 위한 하나의 텍스트 (text) 로 삼으면서, 도시를 대 상으로 하는 공간경험 혹은 공간체험을 강조했는데 이때 그는 도시의 높아진 인구밀도와 빨라 진 속도감에 주목했다. 특히 벤야민의 관심을 끈 것은 도시공간의 상품화와 시각중심의 도시문 화였다. 벤야민은 19 세기 초 파리에서 처음 등장한 파사주(passage) 로부터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가 볼 때 도시는 자본주의 산업화 이후 물신숭배의 무대였다. 행복의 공간사회학 시론 249

학문분야로서 도시사회학을 처음 발전시킨 미국에서도 1920-30 년대 시카고학파를 중심으로 도시 사회문화의 병리적 현상이 논의되었다. 대표적으로 워스(Wirth, 1938) 는 도시성(urbanism) 을 하나의 생활양식 (way of life) 으로 파악했다. 그에 의하면 도시의 인구 증가 및 밀도 증대는 도덕적 규범을 이완시킴으로써 삶을 아노미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분업의 증대는 사람들의 이질 성을 증대시키고, 개인이 집단에 종속되는 사회적 평준화(social leveling) 를 초래하여, 결국 개인 을 무력하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이와 같은 현대도시의 병리현상에 관련하여 멈포드(Mumford, 1961:280-281) 는 고대도시 로마의 멸망을 환기시킨다. 말하자면 죽음의 도시 (necropolis) 가 가 까이 왔다는 것이다. 맑스가 생각했던 것처럼 도시는 자본주의의 절망과 사회주의의 희망이 동시에 드러난 공간이 었다. 도시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이 영위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극복을 위 한 노동자 혁명의 무대로 성장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절정에 도달한 것은 19세기 중반 유럽이었다. 불발 혹은 미완으로 끝난 1848년의 노동자대혁명은 도시의 미래에 관련하여 중대한 전환점을 기록하였다. 그 해는 도시를 위시한 공간계획의 원년이 되었다. 근대도시는 노동자들 의 사회적 불만이 쌓이는 불안하고 위험한 공간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권력이나 자본의 입장에 서 통치와 축적의 새로운 대상이자 장소였기 때문이다. 흔히 1848 년을 ( 도시) 계획의 원년 으로 보는 것은 2월 혁명 직후 파리의 근대 도시계획 때문 이다 (Friedmann, 1987:1987; Benevolo, 1967:105). 제2 제정과 오스망 (Haussmann) 남작에 의한 파리의 도시개조 사업은 한편으로는 자본축적의 효율성을 증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 혁명의 사전 예방이라는 목적을 담고 있었다 ( 하비, 2005). 자본주의 산업화에 따른 계급갈등의 핵심무대가 도시였던 만큼 도시계획은 공간계획이면서 동시에 사회계획이었다 ( 전상인, 2007). 합리성과 효율성의 이름으로 이제 도시공간은 의도적 계획과 적극적 배치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푸코(Michel Foucault) 에 의하면 통치와 축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근대사회가 택한 방 법은 인간을 개체화하고 규율을 내면화시키는 것이었다. 전통사회에서처럼 육체적으로 잔인하 게 처벌하는 방법보다 감시하는 방법에 의존하는 권력의 전략이 전면에 부상한 것이다. 근대감 옥의 전형인 일망( 一 望 ) 감시장치, 곧 파놉티콘 (panopticon) 은 이런 점에서 감옥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신 그것은 근대적 공간전략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다. 감옥이 공장이나 학교, 병 영이나 병원과 흡사하고, 이러한 모든 기관이 감옥과 닮은 것이라 해서 무엇이 놀라운 일이겠는 가? 말이다 ( 푸코, 1994:329). 대다수의 군중들을 동시에 감시하기 위한 건물의 건설과 배치 가 이루어지면서 사회생활의 모든 세부적인 사항과 모든 관계들 속에서 국가가 매일매일 점점 더 깊숙하게 개입 하는 것이 바로 근대사회며, 그 결과, 우리들 스스로가 이끌어가는 권력의 효과 에 포위된 채 일망 감시장치 속에 있다 는 것이 푸코의 생각이다 ( 푸코, 1994:317). 또한 이 과정 에서 권력과 지식은 일치했고, 공간계획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푸코가 볼 때 근대의 인간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형벌의 도시 가 아니라 상상의 지정학 (geopolitics) 으로 이루어진 감옥체계의 도시 에 살고 있다. 감옥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덜어주고 치료하고 구제하도록 예정되어 있는 것들이므로 겉보기와는 아주 다른 장치들 - 모두가 감옥처럼 규범화 권력을 행사하는 경향을 띠는 일련의 다른 감옥 장치들 전체와 연결 25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언하여 감옥체계로 된 도시의 모형은 왕의 신체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권력이나 개인의 것임과 동시에 집단의 것이기도 한 신체가 생겨나던 계약상의 의지의 결합이 아니라, 다양한 성격과 수준의 요소들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인 배치 라는 것이다 ( 푸코, 1994:440-441). 이런 점에서 푸코가 감시와 처벌 의 마지막 대목에서 인용하고 있는 1836년 8월 10일 자 < 라 팔랑쥬> 지에 실린 기사는 근대도시의 형태에 대해 많을 것을 웅변한다. 모랄리스트들이여, 철학자들이여, 입법권자들이여, 문명의 찬미자들이여, 여기에 잘 정리된 당신들의 도시 파리의 지도가 있습니다. 여기에 모든 비슷비슷한 것들이 모여 있는 완벽한 설계도가 있습니다. 중앙부의 첫 번째 성벽 안에는 온갖 환자들로 가득한 병원, 온갖 비참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구제원, 광인 수용시설, 감옥, 남자여자어린이용 도형장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성벽 주변에는 병영, 법원, 경찰청사, 간수들의 숙소, 단두대 부지, 사형집행인과 그의 조수들의 거처들이 있고, 네 모퉁이에는 하원, 상원, 학사원과 왕궁이 있습니다. 이러한 건물들 밖으로는 중앙의 성벽 안쪽에 사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일, 상업, 이와 관련된 협잡과 파산, 공업시설과 이를 둘러싼 격렬한 경쟁, 언론과 그의 궤변, 도박장, 매춘, 굶어 죽거나 방탕에 빠진 채 위대한 혁명의 천재 가 지껄이는 말에 언제나 기꺼이 귀를 귀울이는 민중, 인정머리 없는 부자들,... 마지막으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맹렬한 싸움이 있습니다 ( 푸코, 1994:440). 잘 정리된 파리의 지도 라든가 완벽한 설계도 는 근대 국민국가가 원했던 국가의 눈으로 바 라보기 (seeing like a state) 와 개념적으로 긴밀히 연관된 것이며, 파놉티시즘 (panopticism) 의 사 회적 확산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일망 감시체제의 도시전체적 확대에 관해 세르토(M. Certeau,? ) 는 개념도시 (concept city) 라는 용어를 제시한다. 한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서 도시 를 바라보거나 내려다보는 권력자 혹은 계획가의 시선은 도시를 추상적 장소로 가정한 다음, 공 간의 분절을 통해 도시인의 삶을 합리적, 효율적으로 조직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푸코식으로 다시 표현하자면 시선은 권력 인 것이다 ( 박정자, 2008). 그 결과 도시민들은 도시의 추상적 기능에 부합하는 보편적이고 비개인적인 주체들 혹은 일종의 자동기계 장치로 만들어진다. 요컨대 도시계획은 삶의 식민화 과정인 셈이다. 3. 주택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대신 그것은 개인의 자아감과 사회적 존재감에 직결된 문 제다. 주거는 인간이 정체성을 갖기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며,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특정 장소에 대한 소속감을 얻고 전체 환경을 의미체로 경험하는 일이다 (Noberg-Schulz, 1991:14, 22). 요컨대 집은 오래된 가옥이며 오래된 이웃이며, 고향이고 조국 인 것이다 ( 투안, 2005:15). 근대사회는 인간의 주거공간 혹은 주거문화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촉발했다. 산업화 이 전 전통사회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살 집을 대부분 스스로 마련했다. 집이란 말하자면 맞춤주택 으로서 상품성은 없거나 약했다. 하지만 근대 자본주의와 함께 주택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행복의 공간사회학 시론 251

기성주택 내지 상품주택이 점차 보편화하였다. 자본주의의 발전이 주택과 토지를 시장관계 속에 서 상품화했던 결과다. 이로써 집은 사는 곳 이기도 했지만 사는 것 이 되어간 것이다. 특히 산업혁명은 범세계적으로 주거문제를 국가 사회적 이슈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도시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주택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개인적인 차원에 방치할 수 없는 상황 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양적 증가와 도시 밀집에 따라 주택 소요가 폭발적으로 늘 어났던 것이다. 주거공간은 부족해졌고 주거환경 역시 열악해졌다. 이때부터 주택은 심각한 사 회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산업화 초기 영국 맨체스터에서 엥겔스가 격분 한 바, 자본주의의 문제는 도시문제이자 주거문제였던 것이다. 주택문제 해결에 공적인 관심과 역량이 모아지게 된 까닭은 주거상황의 악화가 단순히 노동 자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을 위협하고 궁극적으로는 자본축적의 효율성까지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18-19세기 유럽의 산업화 과정에서 긴박한 사회문제 로 대두한 노동자계급의 주거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대두한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 이진경, 2000:253-313). 그 하나는 노동자와 빈민의 주택문제를 그들 입장에서 이해하여 가족과 사회, 그 리고 생산과 생활이 결합하는 사회를 설계하고자 했던 프롤레타리아의 전략, 곧 코뮨주의 였다. 그러나 이는 미완으로 실험으로 막을 내렸다. 대신 실제로 광범위하게 도입된 것은 부르조아 계급의 전략, 곧 박애주의 (philanthropism) 였 다. 박애주의적 접근은 주택의 대량공급을 통해 노동자계급을 위한 주거복지을 일정 수준으로 제공하되, 계급형성을 촉진하는 사회적 공간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 이진경, 2002:269-313). 말하자면 그것은 계급정책과 공간정책의 결합이었다. 노동자들에게 주거전용의 독립된 주택을 제공하는 대가로 계급의식과 단체행동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 또한 거주공간의 가정화 (domestication) 를 점차 수용하고 나아가 스스 로 욕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주거공간을 매개로 하여 자본주의와 가족주의 사이의 이 데올로기적 결합이 이루어졌다. 현대사회의 주택은 전반적으로 가족중심의 주거전용 사적 공간이다. 기실 우리들 대부분이 당연 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듯이 오늘날 가장 유력한 주거의 사회철학은 주택은 항상 사사화 ( 私 事 化, privatized) 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King, 2003:95). 주거공간의 내부와 외부는 철저히 구분 되고, 내부는 외부인의 진입이나 간섭으로부터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는 인식을 대부분 사람 들이 공유한다. 집은 중세유럽에서처럼 더 이상 오픈 스페이스 (open space) 가 아니며, 특별한 예 외를 빼놓고는 직계가족 구성원끼리의 내밀하고도 단란한 삶이 영위되는 공간일 뿐이다. 근대주택은 그 자체가 일종의 자기충족적 세계 (self-contained world) 로서 바깥세상과 원칙 적으로 담을 쌓고 지내는 공간이 되었다. 이는 사람들의 관념과 의식을 공간적으로 점차 내부화 내지 실내화시킴으로써 이웃에 대한 관심과 외부인과의 교류를 제한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 전상인, 2009:123-126). 말하자면 공간을 거점으로 하는 사회적 교류나 연대가 점차 무망해진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현상은 모든 계급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예컨대 중산층 이나 부르조아 계급의 경우, 홉스봄 (Hobsbawm, 1975:230-231) 이 외부세계의 추위 와 가족세계 의 따뜻함 을 극명히 대비한 것처럼 19세기 중반 산업화에 의한 격렬한 사회갈등의 파고 속에서 25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도 가정과 가족에 평화스럽게 안주했다. 노동자계급 역시 새로운 근대 주거공간 속에서 개인단 위 혹은 가족단위로 분절된 채 즐거운 나의 집 (home sweet home) 을 불렀다. 이와 같은 주거공간의 내부적 사사화와 외부적 폐쇄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주택형태 는 범세계적으로 단연 아파트다. 인류가 경험했던 수많은 형태의 거처 가운데 아파트가 주택으 로서 나름의 시민권을 획득하게 된 계기 자체가 근대 산업혁명이었다. 도시로 밀려드는 노동자 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지어진 공동주택이 바로 아파트였다. 산업화 이후 절박하게 대두한 주택 문제를 주택의 대량생산과 대량공급으로 해결하고 했던 인물은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였 다. 그는 주거공간의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하면서 주택을 주거용 기계 로 인식했다 ( 르 코르뷔 지에, 2002:229). 그는 그 이전까지 아파트는 저질 주거의 대명사라는 기존의 관념을 버렸다. 대 신 아파트를 고층으로 짓고, 지상의 나머지 공간을 자연녹지로 만들어 공공에 제공하자는 획기 적인 발상을 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아파트는 확산일로에 있고, 싫든 좋은 대한민국은 이미 아 파트에 미쳐 있는 상태다. 하지만 닭장 같은 외형에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넷 이라는 비판도 있듯이 ( 이외수, 1994:96), 아파트는 인간소외는 물론이고 근린공동체 형성에 있어서 커다란 한계를 드러내고 있 다. 단독주택에 비해 아파트는 현관 하나를 경계로 하여 세상의 안과 밖을 절연하는 주거형태이 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방어적 공간 (defensible space) 의 개념이 우세한 곳이다 (Newman, 1973). 곧, 아파트는 이웃과 공생하고 협력해야 할 동기유발이 기본적으로 적은 가운데, 각자 자 신의 고치 속에서 살아가기를 택한 사람들 을 위한 최적의 생활공간인 것이다 ( 임봉길, 1992:120-121). 요컨대 아파트 거주문화에서 이웃사촌 은 별로 존재감이 없다. 여기서 새삼 강조되어야 할 점은 아파트 거주문화의 반( 反 ) 사회성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 격 문제가 아니라 공간적 특징에 의해 초래된 현상이라고 하는 사실이다. 예컨대 골목길이 아닌 엘리베이터가 주요 통로가 되어 있는 현실에서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나 교류의 의미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 김홍중, 2008; 전상인, 2009).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의 단지화, 대형화, 고층화와 더 불어 주거문화가 점차 이른바 ' 폐쇄공동체 '(gated community) 를 지향하는 측면이 있다. 이로써 사회적 혼합(social mix) 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사회적 총자본은 감소하는 가운데 사회적 분파 자본만 늘어가는 있는 느낌이다. 아파트 내부에서도 이런 사정은 비슷하다. 아파트 생활양식이 가족 구성원들의 민주적 평등화 에 끼친 긍정적 효과는 물론 외면할 수 없다( 전상인, 2009:151-166). 하지만 개성과 프라이버시 를 중시하는 가운데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 을 갖는 것이 아파트 거주문화의 특질 이자 대세가 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가족 공동체을 담아내는 주택의 의미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아파트가 가족주의 의 온상이지만 막상 그 내부에서 가족애 는 오히려 쇠퇴 하고 있는 것이다. 대청마루와 같은 가족 공동공간이 사라지고, 가전제품이 아닌 개전( 個 電 ) 제 품 이 보편화하며, 또한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곳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을 더 자주 찾을 때 집 이라는 공간 그 자체가 더 이상 홈 스위트 홈 인지는 의문스럽다. 행복의 공간사회학 시론 253

Ⅳ. 마무리 근대 이후의 공간혁명은 국가, 도시, 그리고 주택의 면모와 내용을 일신시켰다. 이와 더불어 삶의 조건과 질이 나름대로 개선된 측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다. 신분적 해방, 자유 의 증진, 프라이버시의 증대 등 역사의 진보는 그것대로 인정하고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빛이 항상 그림자를 대동하듯이 공간의 근대적 혁명이 인간의 행복에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작금에 논의되는 근대사회의 불행 모두가 공간의 책임일 수만은 없다. 하지만 근대국가, 근대도시, 그리고 근대주택이 나름대로 제공한 인간불행의 씨앗은 보다 적극적으로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근대국가가 인간의 삶에 대하여 경계를 긋고 용기( 容 器 ) 안에 사람을 가두는 공간기계였다면, 도시는 속도와 밀도의 조절 및 공간적 배열을 통해 근대적 신체를 만드는 공간기계였다. 그리고 근대주택은 사람들의 삶과 의식을 내향화시킴으로써 이와 같은 근대적 공간혁명의 본질적 의미 를 망각시키고 인간의 사회적 존재감을 약화시킨 공간기계일 수 있다. 행복의 필수적 조건들 가 운데 하나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교류 및 관계라면 근대국가, 근대도시, 근대주택의 공간구조 는 이제 그것을 위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재조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우선 포함과 배제의 틀 속에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하위문화들을 억압하고 동질 화시키는 국민국가 문화의 내부적 메커니즘이 달라져야 한다 (Bhabha, 1994). 반드시 급진적 정 치공동체주의를 지향하지 않더라도 국민국가 시대의 공간구획이 더 이상 당연시될 수는 없는 것이다 (Friedmann, 1987). 더군다나 지금은 세계화 추세에 따라 다문화다민족사회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마침 지방화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기존의 경계 기 반형 공간관은 네크워크형 공간관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문화적 삶을 말하면서 도시 디자인 개념을 강조하고 도시 경쟁력을 중시하는 작금의 추세에 대해서도 무조건 갈채를 보낼 수만은 없다. 도시 전체를 고속도로의 세계 (The Expressway World) 로 만들고자 했던 1950-60 년대 뉴욕의 모제스 시장에 맞서 삶의 다양성과 공생, 그리고 이웃공동체를 주창했던 도시계획 비전문가 제이콥스 (Jane Jacobs, 1961) 의 혜안은 도시를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에 관련하여 나날이 새롭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을지는 모르지 만, 보기에 좋은 도시가 곧 살기 좋은 도시는 아니다. 대외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가 대내적으 로 반드시 행복한 도시는 아니다. 문제는 버만(Marshall Berman, 1982:307) 이 지적하듯이 모제 스 시장 자신은 진정으로 뉴욕을 사랑한다고 - 맹목적이기는 하지만 - 생각했고 뉴욕에 하등의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는 점이다. 걱정거리는 따라서 지금 현재도 대부분의 도시가 여전히 모 제스와 같은 시장의 사고방식에 의해 지배된다는 사실이다. 행복을 가늠하는 최우선 요인 가운데 하나가 가족관계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근대국가나 근대 도시에 비해, 근대주택이 그나마 행복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사실 은 순진한 발상이다. 혈연적 가족애란 - 특히 서구의 경우 - 근대 이후의 우연한 역사적 현상일 뿐이거니와, 전세계적으로 볼 때 목하 가족주의는 더 이상 신성( 神 聖 ) 이거나 불멸( 不 滅 ) 이지 않 다. 인구학적으로도 1 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가족 간의 사랑으로 충만했던 25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근대의 주거형태가 앞으로는 행복의 보금자리가 더 이상 아닐지 모른다. 가족의 행복을 당연시 할 게 아니라, 집 아닌 다른 공간에서 행복의 원천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김덕영, 2007.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 도서출판 길 김홍중, 2008. 골목길 풍경과 노스탤지어, 경제와 사회 7 류시화, 2003.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김영사 박정자, 2008. 시선은 권력이다, 기파랑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이정전, 2008. 우리는 행복한가, 한길사 ( 엮음), 2008. 도시공간의 인문학적 모색, 메이데이 이진경, 1999a. 건축의 공간, 공간의 건축 Ⅰ: 헤테로토피아와 공간기계 - 공간의 사회학을 위하여, 건축문화 6월호, 1999b. 건축의 공간, 공간의 건축 Ⅱ: 공간- 기계와 공간적 신체: 공간-기계 이론의 몇가지 기초 개념들, 건축문화 7월호 이진경, 2000.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 소명출판 임봉길, 1992. 도시중산층의 생활유형과 정치의식, 문옥표 외, 도시중산층의 생활문화, 한국정신문화 연구원 전상인, 2009. 아파트에 미치다: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이숲 Christian Noberg-Schulz, 이재훈 ( 옮김), 1991. 거주의 개념, 태림 버트런드 러셀, 송은경 ( 옮김), 1997. 게으름에 대한 찬양, 사회평론 르코르뷔지에, 이관석 ( 옮김), 2002. 건축을 향하여, 동녘 알랭 드 보통, 정영목 ( 옮김), 2007. 행복의 건축, 이레 H.D. 소로우, 2004. 월든, 동해출판 에드워드 소자, 이무용 외 ( 옮김), 2007. 공간과 비판사회이론, 시각과언어 게오르그 짐멜, 김덕영 윤미애 ( 옮김), 2005.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새물결 콜린 플린트, 한국지정학연구회 ( 옮김), 2007. 지정학이란 무엇인가, 길 미셸 푸코, 오생근 ( 역), 1994. 감시와 처벌, 나남 스티번 컨, 박성관 ( 옮김), 2004.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휴머니스트 이- 푸 투안, 구동회 심승희 ( 옮김), 1995. 공간과 장소, 대윤 데이비드 하비, 김병화 ( 옮김), 2005.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생각의 나무 데이비드 하비, 구동회 박승민 ( 옮김), 1994.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한울 리즈 호가드, 이경아 ( 옮김), 2006. 영국 BBC 다큐멘터리 행복, 예담 에드워드 홀, 최효선 ( 옮김), 2002. 숨겨진 차원: 공간의 인류학, 한길사 행복의 공간사회학 시론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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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의 여가 국제비교를 중심으로 윤 소 영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Ⅰ. 머리말 2007년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대학에서 2006 년 최고 인기강좌는 긍정심리학 입문 이며, 이 강좌의 핵심은 행복론이었다. 특히 이 강좌의 수강생들은 즐거움을 주는 경험하기와 다 른 사람을 위한 친절베풀기 경험하기라는 다소 이색적인 숙제를 제출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러한 실천적인 경험이 의미하는 바는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즐거움의 요소와 이타적인 요 소일 것이다. 이에 대해 Matin Seligman(2002) 는 행복의 본질이 정기적으로 즐거움을 경험하는 생활(the pleasant life) 과 가치있는 것을 추구하는 경험의 생활(the meaningful life) 에서 비롯된 다는 주장을 통해 뒷받침한 바 있다. 즉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서 쾌락과 도덕성 문제는 항상 주 장된 바 있다. 한편, 행복에 대한 학문적인 논의는 주관주의와 객관주의로 구분되면서, 특히 주관주의의 입 장에서 행복은 세상의 상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의 상태에 달려있으므로 욕구 충족에 따른 만족감이 그 요체라고 한다. 그래서 주관주의에서 본 행복은 삶의 만족으로 서 자신의 삶의 조건이나 상태에 대한 주체자의 긍정적인 인지적 혹은 정의적 반응 ( 도성달, 2008) 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행복의 개념은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나 생활상의 특정한 경험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가이론을 행복론 또는 행복학이라고 부르는데, 즉 여가활동을 통해 행복한 삶을 경험하고 생활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진다고 인식하는데, 그 근거는 행복의 개념속에서 찾을 수 있 을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말한대로 생활상의 특정한 경험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고 이러한 경험에 대한 마음의 상태에 따라 행복감을 느끼게 될 때, 여가활동을 통한 즐거움의 추구나 생활속의 특 정한 경험, 그리고 자유로움에 대한 인지나 마음의 상태는 곧 행복의 본질적 요소라 여겨진다. 결국 여가를 통해 우리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점은 여가활동이 반드시 우리의 행복을 이끄는가? 어떠한 여가경험이 행복의 본질을 가져다 주는 가? 등이다. 본 연구의 시작은 이러한 여가에 대한 행복론 분석으로부터 출발한다. 한편, 객관주의 관점에서 행복론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 기인한 욕구이론의 축에 기 반한다. 이 관점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이나 복지는 개인적 욕망이나 성향 혹은 호불호( 好 不 好 ) 와 상관없이 복지의 내재적 근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복지의 7 가지 기본 양상 에 의존한다 행복의 여가: 국제비교를 중심으로 257

는 것이다(Finnis, 1980; 도성달, 2008 에서 재인용). 이러한 관점은 행복 개념을 사회적 경제적 차원에서 측정하려고 시도한다. 따라서 사회지표로서 신뢰할만한 통계자료를 제시하여, 주관적 지표로는 삶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지각이나 인식을 측정하며 객관적 지표로는 삶의 질에 일정 하게 영향을 미치는 외적인 사회적 조건을 측정한다. 여기서 본 연구는 욕구이론가들이 행복을 측정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행복지수에 나타난 여가 관련 요인들을 축출해보고자 한다. 예를들어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는 개 개인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측정하는 개개인의 행복연구에서 주관적인 삶의 질 (SQL: Subjective Quality of Life) 이나 주관적 안녕감(SWB: Subjective Well-Being) 을 구성하 는 여가요인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경험적 데이터를 중심으로 국 제적인 자료를 비교함으로써 보다 분명하게 제시될 것이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여가를 통해 행복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과 그러한 행복을 측정하는데 포함되는 여가관련 요인들의 실증적 자료를 비교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는 현대사회의 여가에 대한 논의가 행복지향 추구임을 다시한번 일깨우는데 기여할 것이라 사료된다. Ⅱ. 1. 여가경험과 행복 여가개념에 대한 접근 여가 용어는 생각과 이미지, 개념의 다양성을 내포한다. 강단사회학의 여가의미는 자유시간 이나 자유로운 활동, 그리고 마음의 상태로 요약된다. 예를 들어 Kelly와 Godbey(1992) 는 체험 그 자체에 일차적인 의미가 부여된 자율적으로 결정한 행위(self-determinated action) 로 개념화 하였다. 또한 Mannell 과 Kleiber(1997) 는 객관적 현상으로서 여가는 활동( 일련의 활동) 이나 특정 시간동안의 특별한 상황으로 이해되어 시간배분이나 활동목록으로 측정될 수 있으며, 주관적 현 상으로서 여가는 여가활동에 관계되어 있는 동안의 정신적 경험으로 이해되며 이러한 관계로부 터 나타난 만족이나 의미와 관련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Mannell 과 Kleiber(1997) 는 객관적 현상보다는 주관적 현상으로서 여가 개념에 집중하여, 여가는 활동과 관련된 또는 활동 즉시 따 라오는 인지된 자유와 밀접하게 연관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Shaw(1985) 역시 자신의 생활속에서 여가활동은 주관적 경험과 관련된 선택의 자유, 내적동 기, 즐거움, 휴식 등의 감각적 요소로 구분해낸다고 하였다. 즉 여가활동은 특별한 시간과 장소 에 일어나지만, 우리들은 여가경험과 자아개념 사이의 관계속에서 이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Howe & Rancourt, 1990). 다시말해 마음의 상태, 자유시간, 그리고 활동으로 보는 여가는 휴식, 자아향상, 가족기능 안정 및 상호작용, 탈출, 새로움, 복합성, 흥미, 환상 등의 개인적이고 주관적 여가의 경험에 집중한다. 이와같은 사회심리적 접근과 강단사회학 관점의 여가개념은 비평주의자들에 의해 보다 확장된 다. 즉 여가개념은 개인의 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문화적 상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여가 는 역사적 힘, 문화적 이데올로기, 정치에 의해 부과된 제약속의 삶의 한 단면으로 여겨진다. 예 258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를 들어 Rojek(2002) 은 사회적 조건에 영향을 받는 탈중심화 여가(decentring leisure) 로서 개념 화한 바 있다. 여가를 마음의 상태나 개인의 경험으로 접근하는 전자의 방식은 행복을 개인의 마음의 상태, 즉 즐겁다거나 유쾌한 상태로 접근하는 방식과 일치한다 ( 박효종, 2008). 즉 여가활동은 특정한 자유시간에 특정한 활동을 통해 얻는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 순기능적인 효과를 가져오는데, 이 러한 경험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내적동기화가 될수록, 그리고 즐겁다거나 긴장이 완 화된 느낌을 가지게 될 때 행복한 감정과 연관된다. 다른 한편, 사회적 맥락속에서 개인의 여가활동이나 행복 방식이 결정된다고 보는 후자의 관점 에서, 여가를 통한 행복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을 변화시키거나 극복하는 형태로 발현될 것이다. 예 를 들어 현대 산업자분주의 사회에서 여가의 개인화 상업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동체 및 공 동체 의식에 근거한 여가적 삶을 지향하게 된다면 주관적 안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1). 2. 행복한 생활과 여가경험 Martin Seligman(2002) 의 매우 대중적인 저서 [ 진정한 행복] 에 의하면,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생활속의 3 가지 경험속에서 유래한다. 그것은 규칙적으로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the pleasant life), 만족스런 활동에 고도로 몰입하는 경험을 하는 것(the engaged life), 보다 큰 세계와 관계 를 맺고 있다는 인식을 경험하는 것(the meaningful life) 이다. 이러한 3가지 경험에 대한 Seligman 의설명은 쾌락주의이론 (hedonism theory), 욕구이론 (desire theory), 객관적결과주의 (objective list theory) 에 근거한다 (Seligman & Royzman, 2003). 여기서 쾌락주의에 근거한 행복은 즐거움의 느낌을 극대화하고 고통의 느낌을 최소화하는 것 으로 행복한 생활(a happy life) 이 곧 즐거운 생활(a pleasant life) 이다. 따라서 즐거움을 더 만끽 하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일으키는 사건이나 행동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생활속에서 습관화하고 환경의 변화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Seligman, 2002). 한편, 욕구이론에서 행복은 즐거움이 아니라 욕구충족에 중점을 둔다. 즉 여기서의 행복은 자 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Griffin, 1986) 이다. 욕구이론에 근거해서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서는 몰입경험 (Csikszentmihalyi, 1988) 을 일으킬 수 있는 활동을 함으로써 가능하다 (Seligman, 2002). 여기서 몰입경험 (flow experience) 이란 인간의 삶에서 즐거움에 넘쳐 행위 자체에 완전히 몰두한 최적 경험(optimal experience) 상태(Csikszentmihalyi, 1988) 로서, 이러한 몰입은 놀이 (play) 개념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Huizinga 는 놀이는 문화보다 오래된 것으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놀이는 참여자를 열렬히, 완전히 몰두케 하는... 황홀하고 매혹적인 것이다. 놀이에 이렇게 열광하거나 몰두하는 것, 즉 미치게 만드는 힘 속에는 놀이의 본질, 원초적인 성질이 깃 들어 있다... 재미(fun) 라는 요소는 놀이의 본질을 규정한다 고 한 바 있다(Huizinga, 1955; 노준 석 손용, 2004 에서 재인용). 이와같이 몰입경험을 통한 행복은 재미를 수반한 여가( 또는 놀이) 활 동에 정신을 빼앗겨 열중하는 생활(the engaged life) 을 의미한다. 1) 행복심리학에서 공동체와 공동체 의식이 주관적 안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 방영준, 2008) 행복의 여가: 국제비교를 중심으로 259

객관적 결과주의 (Nussbaum, 1992; Sen, 1985) 에서 행복은 직업적 성취, 우정, 질병이나 고통으 로부터의 해방, 물질적 안락함, 시민정신, 아름다움, 교육, 사랑, 지식, 양심 등과 같은 가치있는 어 떤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미있는 삶(a meaningful life) 을 영위하는 것이 곧 행복한 삶이 다. 여가생활과 연관지어 예를들면, 사회구성원이 다양한 여가생활을 통해 개인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고 개인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에서 점차 공동체의 유익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거나 그로 인해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Yoshiaki Senuma(2005) 는 ' 이타적 여가( 利 他 的 餘 暇 )' 로, Robert Stebbins(2006) 는 여가의 이타주의 (altruism) 로 명명한 바 있다. 또한 윤소영 (2007) 은 이러한 개념을 통틀어 사회성 여가 로 일컬어, 여가행위자가 그 활동의 목적으로서 내적 보상인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것 이외 사회공헌적 가치를 구현하는 여가활동을 구분한 바 있다. 한편, Sirgy 와 Wu(2009) 는 Seligman(2002) 의 3가지 삶의 영역 이외에 균형있는 생활이 주관적 인 웰빙(SWB) 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하였다. 즉 인간은 단일의 생활 영역으로 얻은 만족감은 매우 제한적이며, 매우 다양한 영역을 통해서 인간발달의 완전한 욕구체계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생활의 균형(balance in life) 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가족역할 갈등은 생활에 대 한 불만족 수준과 관계된다는 많은 경험적 연구(Collins and Killough, 1989; Edwards and Rothbard, 2000; Lewis and Cooper, 1987; Sturges and Guest, 2004; Wiley, 1987) 들이 존재한다. 또한 삶의 균형을 이루고 균형잡힌 역할체계를 이룬 사람들이 불균형하게 삶의 한 영역에만 집중 하고 만족하는 사람들보다 더 높은 웰빙수준 또는 행복도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고하는 경험적 연 구(Marks and McDermid, 1996; Bhargava, 1995; Chen, 1996; Frisch, 2006) 들도 존재한다. 한편, 돈을 인생의 최고가치로 여기는 사람의 생활만족도에 비해 여가, 가족, 종교 등을 중시 하는 사람들의 행복도가 더 높다는 결과도 제시되었다 ( 이동원, 2007). 이러한 결과는 인간의 삶 에서 여가나 가족 등과 같은 일 이외의 삶의 영역의 중요성이 보다 부각되고 있는 사실과 더불 어, 인간의 생활에서 행복과 연관된 삶의 영역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자료: 이동원. 2007. 행복연구의 복지정책에 대한 시사점. 제5 차 한국종합사회조사 심포지엄 자료집. 삼성경제연구소 [ 그림 1] 가치관과 삶의 평균 만족도(2007 년 기준) 260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결국 행복한 생활은 즐거움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며, 재미있는 활동에 열중하며, 사 회적으로 의미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삶의 다양한 영역( 예를 들어 일, 가족, 여가 등) 에서 균형을 이루어 가능하게 된다. 여가적인 용어로 재해석 하자면, 행복한 생활은 자기 결 정적이고 내적동기화된 여가활동을 통해 생활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고, 여가활동의 재미적 요소 를 통해 몰입하여 개인의 마음의 상태를 즐겁고 유쾌한 상태로 유지하여 얻을 수 있으며, 지속 적인 여가활동을 통한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을 사회적인 관계속에서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만족 스런 수준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러한 여가적 경험과 나눔의 가치실현을 통한 행복은 기본적으 로 일상에서 일- 삶의 조화(Work-Life Balance) 가 실현될 때 가능하다. Ⅲ. 1. 행복지수의 여가요인 행복지수 구성요인에 포함된 여가요인 행복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은 행복측정에 대한 연구로 구체화된다. 일반적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두 가지 방안은 객관적 삶의 질을 측정하는 것과 주관적 안녕을 측정하는 것이다 ( 방영준, 2008). 주관적 삶의 질 측정은 개인의 주관성이 개입되어 개념정의나 측정이 어렵지만, 1970 년대는 삶의 하위 영역들 각각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여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을 주 었으며, 1980 년대 이후에는 개인이 체험하는 삶의 주관적 안녕에 대해 인지적 측면에서 냉철하게 평가하는 만족보다는 감정적으로 행복한 상태라는 견해에서 행복감 측정으로 옮겨갔다. 객관적 삶의 질 측정은 보다 여러 국가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데, 예를 들어 교육, 문 화, 사회복지, 건강 등의 객관적 삶의 측정치들이 GNP를 떠나 어떤 국가가 보다 질 좋은 삶을 누리고 있는가를 반영해 준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들은 객관적 삶의 질에 대한 지표 그 자체에 보다 큰 관심이 있으나, 주관적 안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객관적 삶 의 질 보다는 그것이 주관적 삶에 미치는 영향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구체적으로 행복 측정을 위해 포함된 지수 가운데 여가요인은 시간사용이나 시간배분, 여가시 간에 대한 만족도, 시간활용에 대한 재량, 업무스트레스, 시간균형, 스포츠활동이나 문화예술 참 여율 등이 있다( 표 1 참조). 특히 행복측정에서 시간량이나 분배 또는 시간에 대한 만족도 등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된다. 몇몇 연구자들은 과중한 업무와 시간압박감이 어떻게 감정적인 웰빙이나 주관적인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지 밝히고 있다(Robinson & Godbey, 1997; Barnett, 1988; Iheto, 1998). 연구결과들 은 과중한 업무량과 시간부족감이 웰빙이나 행복수준에 부적(-) 상관관계를 나타낸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노동시간이 길수록 일과 일 이외의 삶의 영역에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시간이나 노동량을 자유의사로 선택하였고 그것에 흥미를 느낀다면 시간 부족감없이 장시간 일할 수 있으며, 반대로 단시간 일하더라도 자신의 일에 흥미가 없고 작업에 대한 통제권이 부족하다면 시간부족이나 압박감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웰빙이나 행복에 영향을 주는 시간관련 변인은 노동시간량 보다는 시간부족에 대한 감정상태이 더 많은 영향력을 주는 행복의 여가: 국제비교를 중심으로 261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시간의 길이가 삶의 균형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노동시간량 또는 여가시간량도 유의한 영향변수임을 알 수 있다. < 표 1> 다양한 행복지수 구성요소에 포함된 여가요인 행복지수 설명 구성요소 중 여가요인 GNH (Grow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지수) CIW (Canadian Index of Wellbeing; 캐나다 웰빙지수) 뉴질랜드 사회적 웰빙지수 (Indicators of social wellbeing) 한국인의 행복지수 - 1972년 부탄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에 의해 처 음 고안 - 부탄은 90년대 후반부터 경제발전의 지표인 GDP, 국내총생산 개념 대신 전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국민총행복지수 즉 GNH라는 개념을 도입해 국가발전의 기준으로 삼고 있음 - 캐나다에서 1999년부터 정부 주축으로 개발 - GDP와 같은 경제 활동과 관련된 지표만으로는 사회의 전반적인 웰빙을 측정하는 데 부족하다 는 사회적 여론으로 사회적 요인, 경제적 요인, 건강, 환경 등 국민의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 요 인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CIW를 도입함 - 뉴질랜드 정부는 정부의 비전을 사회개발(social development)로 상정하고 이러한 국가의 방향 평가 및 뉴질랜드의 wellbeing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2001년부터 매년 Social Report를 발간 - Social Report 는 경제적, 환경적 지표를 통해 wellbeing과 삶의 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wellbeing 측정 결과를 다른 나라와 비교, 계획 및 정책 결정 등 실천해야 할 중요한 이슈와 영 역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8) 은 한국인의 행복 결정 요인과 행복지수에 관한 연구를 통해 행복지수 ( 안) 를 제시함 -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의미하는 행복지 표 1차안으로 10개 영역의 41개 지표를 개발함 - 한국조사연구학회 연구 - 한국인 이 생각하는 행복의 구성요소를 파악하 고 이를 바탕으로 행복지수 공식을 개발 - 한국인의 행복지수 공식 : 행복=2.5* 생존+2.5* 관계+5* 성장 * 관련된 자료를 연구자가 정리하여 제시함. - 문화 활성화 및 다양성(Culture vitality and diversity) - 시간 사용 및 균형(Time use and balance) - 시간배분(time allocation) :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의 균 형, 시간 활용에 대한 재량, 업무스트레스 - 문화 정체성: TV의 지방 편 성 프로그램, 마오리 언어 사 용자, 언어 보존 - 레저 및 레크리에이션 : 여가 시간에 대한 만족도, 스포츠 활동 참여율, 문화예술활동 참여율 - 일상생활 : 만족스러운 수면 ( 양, 질), 여가 및 휴식에 대 한 만족도 - 성장 : 여가 : 일상을 벗어난 문화생활 및 레저활동을 계 획하고 참여하는 정도 2. 행복지수의 여가요인에 대한 국제비교 글로벌 발전을 위한 레가툼연구소 (Legatum Institute for Global Developmentl: LIGD) 는 가치 있 는 삶에 대한 평가 기준인 2007 레가툼 번영 지수(Legatum Prosperity Index: LPI) 를 2007 년 도입하 여 발표하였다. 이 기준은 국민들의 물질적 부와 삶의 만족도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한 국가의 균형 을 갖춘 번영 정도를 판단하는 내용으로 미국과 노르웨이, 스웨덴이 서로 다른 사회적 모델에도 불 구하고 가장 번영한 국가로 드러났고, 한국은 괄목할 만한 물질적 부로 점수를 얻었지만 높은 이혼 262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

율과 여가시간 부족 등 삶의 만족도를 저해하는 요인들로 상쇄되어 전체 50개 국가 순위 중 22위를 차지하였다. 물질적인 부의 순위에서는 12위를 차지하였지만 삶의 만족도 순위에서는 36위를 차지하 였다. 삶의 만족도 지수를 구성하는 요소는 총 11 개로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기회균등, 선택의 자유, 여가시간, 고소득, 좋은 건강, 저실업률, 우호적 기후, 저이혼률, 공동체 생활, 종교적 믿음이다. 자료: www. prosperity.com, 2007 레가툼 번영 지수 [ 그림 2] 우리나라의 2007 번영 지수 < 표 2> 각국의 여가시간 지수 순위 순위 국가 지수 점수 1 네덜란드 17 2 캐나다 16 3 벨기에 14 4 불가리아 13 5 러시아 12 6 뉴질랜드 11 7 오스트리아 11 8 미국 10 9 노르웨이 10 10 호주 9 26 영국 0 27 독일 0 36 일본 -6 44 한국 -14 자료: www. prosperity.com, 2007 레가툼 번영 지수 행복의 여가: 국제비교를 중심으로 263

레가툼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한 나라에서의 삶의 만족도와 관련한 2가지 추가 요소 는 다양한 공동체 생활과 충분한 여가시간이었다. 여가시간의 지수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 은 사람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으로 측정된다. 여가시간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도 높은데, 우 리나라의 매우 낮은 삶의 만족도 지수는 바로 많은 노동시간에 따른 여가시간의 부족 때문이었 다. 삶의 만족도 요소 중 여가시간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44 위로 거의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번영을 이끌거나 번영에 저해되는 요소들의 현황을 비교해 보면 일본의 여가 시간 지수 또한 번영에 저해되는 부정적 점수이지만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그 비율이 낮다. 미국 의 경우는 여가시간 지수가 미국의 번영을 이끄는 긍정적인 점수 요소로 나타나고 있어 우리나 라와 대비되고 있다. 자료: www. prosperity.com, 2007 레가툼 번영 지수 [ 그림 3] 미국, 일본과 우리나의 번영 지수 비교 또한, 산업정책 연구원(IPS) 과 국가경쟁력연구원 (IPS-NaC) 이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는 IPS 국가경쟁력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여가경쟁력을 비교ㆍ분석한 결과를 살 펴보면 2007년 기준 한국은 국가경쟁력 순위와 마찬가지로 23 위로 나타났다. 여가경쟁력지수는 여가생산 조건( 금전, 시간), 여가수요의 질( 소비자의 교육수준 및 세련도), 여가연관 산업 및 인 프라( 국내 관광인프라, 정보통신, 교통, 해외서비스 ), 정치 사회적 기반( 공교육, 사회환경, 정부정 책) 등의 4 가지의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IPS 국가경쟁력 연구보고서의 국가군 분류 에서 강중국에 속하는데, 한국과 비교된 강중국 7개국 중 여가경쟁력 분야에서 가장 낮은 순위 264 행복사회와 문화정책의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