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_ 진달용 Ⅰ. 서론 최근 들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점증하는 한류의 영향력을 감 안, 정치권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SBS방송국이 2013년 후반기부터 2014 년 전반기 까지 방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 면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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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출 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귀하 본 보고서를 문화예술분야 통계 생산 및 관리 방안 연구결과 최종 보고서로 제출합니다. 2010년 10월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본 보고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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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류의 문화정치: 국가의 역할에 관한 소고 진 달 용 본 논문은 2008년 이후 새로운 특징을 보이고 있는 신한류시대의 문화정치에 관 한 것이다. 한국의 문화정치는 크게 한국 경제성장의 주요 요소였던 국가개입주의 (developmentalism)와 신자유주의 (neoliberalism) 이념을 반영하는 소규모 정부 형태 사이의 이념대립 과정에서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정부는 다른 비서구 국가들과 같이 신자 유주의 정책을 도입해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는 과정을 보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국가개입 주의의 전통에 기인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본 논문은 신한류시대 신자유주 의 이념 주창자들이 국가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어떤 형 태로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신한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 쳤는지에 대한 담론을 전개 하였다. 핵심어: 문화정치, 신한류, 문화산업, 신자유주의 글로벌라이제이션, 국가 사이먼 프레이저대학교 (Simon Fraser University) 커뮤니케이션 학부(School of Communication)교수, yongjin23@gmail.com

8_ 진달용 Ⅰ. 서론 최근 들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점증하는 한류의 영향력을 감 안, 정치권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SBS방송국이 2013년 후반기부터 2014 년 전반기 까지 방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 면서, 중국의 유력 정치인들이 한국에서 만드는 문화콘텐츠를 왜 중국은 만들 지 못하는가를 연일 지적하면서 국가차원의 지원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준 삼 2014). 일본정부 역시 최근 들어 과거와는 달리 정부차원의 문화산업 지원 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일본의 주요 문화산 업에 대한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Otmazgin 2013). 특히 이들 아시아 국가들 은 한국 문화산업의 발전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지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과연 정부의 지원이 해당 국가의 문화산업 활성 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한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문화산업의 성장과 해당 문화콘텐츠의 아시아권 수출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일본 의 문화산업이 미디어 광고회사인 덴츠 (Dentsu)에 의해 기획되고 정부에 보 고되는 등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문화지배현상을 일컫는 미국화 (Americanization)와 마찬 가지로 일본화 (Japanization)로 불리는 것에 반해, 한류 (Korean Wave)는 바다에서 썰물이 별안간에 들이 닥치듯 계획되지 않은 상태에서 왔다는 점에서 그 출발점이 달랐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시작 된 한류는 그 이후 여러 사회, 문화, 경제적 요소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전되 어 왔다. 특히 2008년 이후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신한류 (New Korean Wave)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류 초 창기에도 정부의 문화산업과 문화콘텐츠 수출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존 재하였으나, 최근 들어 한국정부가 정부예산과 정부구조 변화를 통해 보다 높 은 정도로 한류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때맞추어 한국 드라마와 음악 (K-pop) 등이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 등 서구 국가들에까 지 확대되자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한국정부처럼

신한류의 문화정치 _9 국가적 차원의 문화산업 지원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 한류가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K-pop 과 게임 등을 중심으로 한 문화 콘텐츠들이 기존의 방송과 영화 위주의 문화 산업을 보완 하면서, 전세계 문화시장을 대상으로 그 수출 대상 지역을 늘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류의 발전은 초창기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유사성 (cultural proximity), 아시아 국가의 경제발전과 이에 따른 새로운 문화소비의 욕구 증 대, 그리고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특히 유튜브등 소셜미디어의 발전 등에 기 인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아시아는 물론 서구 여러 국가 로 확산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나, 문화 산업은 정부의 변화하는 문화정치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국 가 문화정치의 역할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주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손승혜 2009). 지난 2008년 이후의 신한류 역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변화하고 있는 문화산업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 하에 있다는 점에서 문화정치의 역할 을 제대로 분석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 문화정치는 문화정책 의 실행과 이를 둘러싼 생태적 환경, 그리고 문화정책의 실행을 둘러싼 제도 들의 역할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Kluver 2005), 문화정책 형성과 집행과정 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화, 경제적 요인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의 문화산업의 성장과 문화콘텐츠의 수출에 있어 국가 의 주요 역할은 어떠했으며, 정보의 문화산업정책의 영향력은 어떠했는가를 신자유주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맥락 속에서 파악했다. 따라서 본 논문은 한 국정부가 어떻게 문화산업을 육성해 왔는지와, 어떠한 문화 콘텐츠 수출 육성 정책을 전개했는지 등에 관한 분석을 시도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정부주도 정책 (state-developmentalism)이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국가위주의 경제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는바, 본 논문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 작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정부의 관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왜 한국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달리 정부의 지원과 관여 를 확대하고 있는지를 연구했다. 이는 곧 국가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10_ 진달용 대한 논의를 불가피하게 만들기 때문에, 본 논문은 문화산업의 성장에 있어 국가의 역할에 대한 분석을 의미한다. 본 논문은 따라서 한류의 발전에 있어 국가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인 분석을 단행한 것으로,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한류에 대한 정부 정책을 시기별로 분석하되, 특히 2008년 이후 신한류시대에 있어서의 정부정책의 변화와 영향에 초점을 두었다. 신자유주의 글로벌라이 제이션 하에서 국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문화정치연구 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 온 바, 본 논문은 신한류를 통해 국가의 역할에 대한 담론을 전개했다. Ⅱ. 문화산업에서의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난 20여 년 동안 국제 문화정치는 글로벌라이제이션 (globalization)과 이 를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 (neoliberalism)정책에 의해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세계 2차 대전 이전 영화산업에서 부터 시작된 미국의 영향력은 특히, 1980년 대 이후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그 정도가 심 화되어 왔다 (Newman 2013).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서구 국가에 근간한 초대 형 미디어 회사들 (transnational media corporations)과 이들 정부들은 전세계 문화시장을 개방하고,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 며, 공영방송 등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해 왔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그러나 자본과 기술력, 그리고 우수한 콘텐츠를 이미 보 유하고 있거나 이를 제작할 능력이 있는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만이 개방된 국제 문화시장에서 혜택을 누리게 됨으로써, 기존의 국제질서가 해당 국가들 위주로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남 미국가들이 미국, 영국의 문화콘텐츠 수입을 늘리면서, 이들 비서구국가들의 문화시장은 사실상 붕괴직전에 놓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경우 북 미자유무역협정 (NAFTA)직후인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영화시장의 몰락 을 경험해야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일환으로 영화시장을 개방했으며, 미 국의 할리우드 영화의 급증 속에 멕시코내 국내 영화 산업이 사실상 무너졌기

신한류의 문화정치 _11 때문이다.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한 이후 멕시코 국내 영화 생산은 1990 년의 104편에서 1996년의 16편, 그리고 2002년의 14편으로 급감했다. 멕시 코가 1941년부터 유지해 온 스크린 쿼터 50%를 1993년에 30%로, 그리고 해 마다 5%씩 추가로 삭감해 1997년에는 겨우 10%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Ruiz 2001). 이러한 결과는 해당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글로벌라이제 이션 하에서 생존해 나가기 위해 문화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 다 (Jin 2011). 멕시코는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정부가 영화시장에 개입하면 서 현재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크린쿼터의 재정립과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금융기관들의 영화산업 지원 등에 힘입어 국내영화 제작 편수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또 영화산업에 대한 세금 혜택 등 직 접적인 개입을 통해 국내 영화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바, 지난 2008년 국내 영화 제작 편수가 80편에 달하는 등 최근 들어 발전가도를 달리고 있다 (Girault 2012). 잘 알려진 대로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국가는 탈규제와 공공기 관의 사영화를 통해서 국가의 기능을 최소화해야 하며, 시장의 역할을 최대화 하고 사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밀튼 프리드먼 (Friedman 1982, 2-3)은 특히 정부의 역할은 사기업들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그들이 최대한 자유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야 한다 고 지적 했다. 많은 중남미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라이제이션화에서 소규모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여, 국가의 기능을 축소하 는 방향으로 정부형태를 변경했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거나, 실제로 감소하 고 있다는 주장은 실제로 계속되고 있다. 하트(Hardt)와 네그리 (Negri)는 그 들의 공저인 제국 (Empire) 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 하에서는 근대 유럽사회 국가들에서와 달리 어떤 국가도 세계를 지배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주권시대 는 사실상 마감했다고 지적했다 (Hardt & Negri 2000). 보다 구체적으로, 문화 산업분야에서는 일부 학자들은 국가의 역할 축소는 비서구국가의 국내문화 와 문화 동질성의 축소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Hjarvard 2003). 와이즈보드 (Waisbord)와 모리스(Morris) (Waisbord & Morris 2001)는 각국 정부들이 정

12_ 진달용 보와 문화 산물의 흐름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지적했다. 한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실제로 정부의 탈정치화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글 로벌라이제이션의 여파로 인해 문화정치를 실현할 능력을 상실한 채 모든 것 을 사기업들에 맡겨 놓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Chin 2003). 물론, 이러한 주장들이 국가의 역할을 아예 부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 히 여러 미디어 학자들은 글로벌라이제이션 흐름을 거부하며, 서구 문화에 대한 저항이 많은 비서구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은 소규모정 부, 탈정치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보다 복잡하다며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 고 있다 (Wu & Chan 2007; Jin 2014). 엘렌 우드 (Wood 2003, 139)가 주장하듯, 신자유주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국가 역할의 종말을 가져온 것이 아니며, 국가는 자본축적의 상황을 유지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1980년대 초반부터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이기 시 작하면서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문화시장개방과 공기업의 사유화를 시작 했다 (강만길 1995). 그리고 김영삼 정부 들어 세계화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라이제이션을 강조하면서 문화산업에 있어 정부의 역할 변화를 초래했다. 한국은 그러나 지난 1960년대 초반부터 지속되어 온 정부주도의 국가개발 (developmentalism)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탈규제와 소규모정부를 강조 하는 신자유주의 이론이 완벽하게 적용되기 어려웠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경제 개발년도에 정부의 역할을 경험한 바 있는 한국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한류 발전 과정에서도 정부 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정부의 문화정치는 신자유주 의 정책과 국가개발주의 정책의 상충과 갈등 속에 변화를 겪어 왔으나, 한국 정부는 그 역할을 전혀 배제하기 보다는 한편으로는 간접적으로 또 한편으로 는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을 취해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류지원과 관련, 한국정부의 역할은 때로는 탈규제와 시장개방이 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했으나, 때로는 정부주도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쳐나가는 특이한 형태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학자들의 경우 (Kwon & Kim 2013)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정부가 국가경제 발전을 위

신한류의 문화정치 _13 해, 콘텐츠생산기술과 숙련된 인력을 개발하는 것에서 부터 해당 문화 콘텐츠 의 세계시장에 대한 판매를 지원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지원을 실시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류성장에 있어 한국정부의 역할을 강 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역할은 각 정부마다 크게 차이가 있으며, 따라서 정부가 지속적으로 포괄적인 한류지원정책을 확 대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보다는 한국정부가 신자유주의 문화정치를 받아 들인 가운데, 때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소규모 정부를 강조하 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다도, 때로는 국가개발주의론의 지속성을 유 지, 정부의 지원책을 강화하면서 한류를 지원했다. 따라서 1990년대 중반 이 후 각 정부가 문화정치를 어떤 배경 하에서 전개했는가와, 왜 각 정부마다 그 정책에 있어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한 영향력이 어떠했는가를 분석 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Ⅲ. 변화하는 한류: 신한류시대의 문화적 특징들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최근 들어 동남아를 넘어서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서구 유럽에까지 그 열기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한류 경향과 많은 차이를 보 이고 있다. 특히 2008년 한국 문화 콘텐츠의 수출이 최근 수십여 년 간 처음으 로 수입을 앞지르면서 시작된 신한류는 기존의 한류와는 달리 콘텐츠에서부 터 정책에 이르기까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방송, 영화, 게임, 음악, 그리 고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분야는 2007년까지 국내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는 현상을 보였으나, 2008년 이후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013). 잘 알려진 대로 한류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일부 텔레비전 드라마의 동남아 진출부터 시작됐다. 이미 1980년대에도 조용필과 김연자, 그리고 김추자 등 일부 국내 가수들이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었으며, 일부 국내 방송사들이 중 국, 일본 등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동시 제작 등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방 송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 등이 대규모로 한꺼번에 동남아에

14_ 진달용 수출된 적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1990년대 후반을 한류 원년으로 삼는 것에 큰 무리가 없다. 특히 지난 1997년도에 국내 시청자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후 중국과 대만 등에 수출된 사랑이 뭐길래 와 별은 내 가슴에 등은 한류를 연 초기 작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방송 드라마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류 열풍은 2000년대 초반에 가을동화 와 겨울연가, 그리고 대장금 등 주요 드라마가 일 본과 베트남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초창기 한류 정점을 이루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 영화가 해당 국가들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한국 대중음악 (K-pop)도 일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국내 온라인게임이 재 빠르게 주요 수출 콘텐츠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2000년대 초반이었다. 게 임산업은 그 수출 규모에 있어 방송과 영화, 그리고 음악산업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출보다 수십 배 이상인데다, 고용자수에서도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 산업 분야의 총고용자수보다 많아 고용인력 창출 효과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 다. 게임산업이 한류 성장의 최첨단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근거이다 (한국콘텐 츠 진흥원 2013; 문화체육관광부 2009). 최근 몇 년 동안 한류는 그러나 주요 수출 콘텐츠와 그 수출량, 콘텐츠의 내 용과 정부의 지원정책 등에 있어 기존의 방송과 영화 위주의 한류와는 큰 차 이를 보이고 있다. 방송과 영화가 아직도 주요 수출 콘텐츠인 것을 부인할 수 는 없으나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게임의 급성장과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산업 이 각각 한류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지난 2012년 전세계적으 로 유행한 가수 사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 K-pop이 한류를 대표하는 문화 콘 텐츠의 하나로 성장했다. 특히 이들 문화콘텐츠는 방송과 영화 콘텐츠가 아 직도 아시아 시장 위주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서구 국가들에게 까지 그 영향 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불 고 있는 아이돌 열풍과, 북미와 중남미까지 퍼지고 있는 K-pop 인기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그리고 K-pop으 로 이어지는 문화 콘텐츠는 기존 30대와 40대 해외 팬을 주로 대상으로 하던 방송과 영화 산업과는 달리 10대와 20대 초반, 심지어 10세 미만 (애니메이션 의 경우)의 해외 팬을 확보하고 있어, 기존의 한류와 차별성을 강화하고 있다 (VITALSIGN 2010; Jin 2014).

신한류의 문화정치 _1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들어 유튜브와 페이스 북을 중심으로 소셜미디 어가 해외 팬을 만나는 새로운 미디어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한류 초기에 는 이들 소셜미디어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이직 초기 발전 단계 이어서 주 로 한류 콘텐츠의 판매가 주 수출원이었던 반면,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는 해당 콘텐츠를 소셜미디어로 접하게 되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 북은 지난 2004년 시작 되었으며, 유튜 브도 지난 2005년에 서비스를 시작 하였는바, 그 이전에는 소셜미디어가 한류 붐 조성에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다. 반대로, 지난 2012년 전세계적으로 한국 대중음악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가수 사이의 강남스타일 의 경우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즐긴 노래 중 1위를 차지하면서, 한류가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매 체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실제로, 북미의 많 은 한류 팬들은 최근 들어 대부분의 한류 콘텐츠를 텔레비전이나 영화관을 통 해 즐기기 보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한류 전파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많은 가정주부 팬들이 한국 드라 마와 영화를 텔레비전 등을 통해 즐기던 초기 한류 현상과 달리,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이 중심이 된 북미와 유럽의 한류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 디서든지 K-pop과 한국의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북 미의 한류팬들은 예를 들어, 방송 드라마는 물론,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SBS의 런닝맨 등 오락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고 즐기고 있다. 한편, 지난 2008년 이후 한류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정부지원책의 강화를 들 수 있다. 물론 앞에서 간단히 설명한 대로 한국정부의 문화산업지 원 정책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김영삼 정부 당시부터 정 부는 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정부의 지원정책이 강화된 바 있다. 다시 말해 김영삼 정부부터 기존의 문화 동질성이나 문화주권을 강조하는 문 화정책에서 탈피, 문화를 한국경제의 주요 산업으로 간주하기 시작했으며, 문 화정책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다루어지기 시작됐다 (Brown 2006). 김영삼 정 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적으로 받아들인 것만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정책 에 의거한 문화생산의 시장화는 문화산업과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역할 을 축소하는 것을 의미하나, 김영삼 정부는 경제적 중요성이라는 당위 명제

16_ 진달용 때문에 문화산업 육성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김영삼 정부는 국내 영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995년 영화진흥법을 제정, 영화산업에 대한 세금 감면등의 혜택을 부여했으며, 삼성, 현대, 그리고 LG등 재벌들의 영화산업에 진출을 장려했다 (Shin 2005). 한국적 맥락에서 살펴보면, 신자유주의 개혁 와 중에 국가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960년대 이후 수출 중심의 경제발전을 주도한 한국의 국가 개입주의 (state-interventionism)와 그 궤를 같 이 하는 것이다 (Lee 2010; Yim 2002). 문화영역이 국가경제를 위한 주요 동력 으로 등장하면서, 김영삼 정부는 문화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문화정치 를 발전시켰으며, 이는 1990년대 후반 한류초기 성장에 주요 역할을 했다 (Jin 2014).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문화산업지원책이 1990년대 후반 한국문화 산업의 주역이 된 방송과 영화산업 발전에 주춧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 문화산 업 정책은 다소 소극적이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들어 문화산업진흥과 이를 통한 한류발전은 다소 정체를 겪는다. 물론 당시에도 한류의 지원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당시 한국정부는 동남아 국가에서 한류가 별안간 인기를 얻으 면서 자칫 불러올 혐한류를 인식해서 간접적인 지원정책을 시행하거나 스크 린쿼터제에서 보듯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탈규제정책을 벌여온 것 도 사실이다. 실제로 대만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자국의 문화콘텐츠를 차세 대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만 제작 콘텐츠의 방영 확대와 한국 등의 드라 마 방영을 제한하는 등 범정부적 차원의 한류 확산을 저지하고 나서기도 했 다 (SBSCNBC 2011). 또 일본과 중국 역시 정부차원에서나 일반 시민 차원에 서 한류의 지나친 확산을 경계하는 한편, 자국 내 콘텐츠를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을 대신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노무현 정부에서 한류 에 대한 지원책이 줄었다고 해서 노무현정부가 한류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는 기존의 정부에 비해 문화산업보다는 소규모 문화단체에 대한 지원 등 그동안 문화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되어온 독립영 화 제작사와 문화 단체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한편, 2008년부터 시작된 이명박 정부와 2013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박근혜 정부는 문화산업을 통한 경제발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대대적인 한류 지

신한류의 문화정치 _17 원정책을 실시했다. 두 보수 정부는 그 성격상 신자유주의 개방 정책을 펼쳤 으며, 현재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해당 정부들이 한국 경제 전 반에 걸쳐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 한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 화산업분야에서는 그러나, 이들 두 정부는 예산 확대와 정부부처 개편을 통해 효과적인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신한류의 성장에 있어 콘텐 츠의 변화, 소셜미디어의 확산, 그리고 문화정책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진행되었는지와 이들 요소들이 신한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를 분석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Ⅳ. 21세기 초반의 신자유주의 문화정치학 2000년 초기까지, 정부는 한류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러 지원책 을 통해 정부는 한류를 아시아 각국에 확산시키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었다. 정부의 지원은 그러나 중국, 일본, 그리고 대만 등에서 지나친 반 한류 분위기 를 만들어내서는 안된다는 현실론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는 따라서 한류수출 지원과 예산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현지 문화관 신설 등 간접적인 지 원을 통해 아시아에 퍼지고 있는 한류 현상을 지원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정 부 주도의 문화산업 부흥 정책이 다소 간접적인 지원 방향으로 전환됐다 (Jin 2014). 실제로 김대중 정부 동안의 문화정책은 어떠한 간섭도 가능한 한 배제하는 지원정책으로 바뀌었다 (문화관광부 2001). 이러한 간접지원방식의 문화정치 는 노무현 정부에까지,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지속되었다. 1990년대 말부터 2007년까지 간접적인 지원책으로는 방송분야에서의 독립제작회사의 지원과 영화분야에서 스크린쿼터 축소가 대표적이다. 특히 스크린쿼터 축소는 한국 영화산업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간접 지원책, 또는 정부지원을 배제하고 탈규제화를 실현한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문화정책으로 간주된다. 신자유주의 글로벌라이제이션하에서도, 한국은 2006년까지 1년 중 146일 간을 국내 제작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쿼터를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었

18_ 진달용 으며, 스크린쿼터제는 한국 영화의 회복을 가져다 준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그러나 2006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 체결 (U.S-Korea Free Trade Agreement) 을 앞두고 스크린쿼터 축소를 전격 단행했다. 문화 분야에 서 이러한 정책은 정부역할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며, 국내 문화정치가 글로 벌 거버넌스 체제 속에 편입되어 감을 의미한다. 국제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나 자유무역협정(FTA)에 좌우되어 국내 문화정치의 방향이 결 정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실행은 시민들과 국내 이해를 돕기 위한 사회적 그리고 경제정책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정부의 역할을 제한시킨 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Jeannotte 2010). 앞에서 설명한 대로 스 크린 쿼터는 일부 국가에서 자국 내 영화 산업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여 겨지고 있다.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일환으로 스크린쿼터를 기존의 50%에서 10%로 줄이면서 국내 영화산업의 몰락을 가져 왔듯, 한국 영화 산 업에서도 스크린 쿼터의 변경이 가져온 부정적인 영향력을 간과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20여 년간 재임한 대통령 중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으 로, 문화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관계자들은 노무현정부가 문화산업 분야에 있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정책을 실행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 나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체결을 통한 국내경제의 발전을 위 해 문화 분야에 대해서는 소규모 정부 이념을 실행했다. 노무현 정부는 그 초 기에 문화 분야의 창조성, 다양성, 그리고 역동성을 강조하며, 진보 정치를 실 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별안간 2000년대 초반에 9천불 대 에 머물고 있던 1인당 국민소득의 2만 불 시대 개막을 선언하면서 그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영화 2013). 2003년 7월에 열린 한국성장동력학회에서 노 무현대통령은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 시대에 묶여 있으며 여러 선진 국들처럼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지향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 령은 특히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전략은 문화산 업을 육성하는 것 이라고 명시했다 (노무현 2003).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는 전국경제인총연합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국가의 주요 목표로 받아들인 것이다 (박창식 2003). 대 통령이 되기 직전까지 정치인으로서의 노무현은 사회민주주의를 가장 중요

신한류의 문화정치 _19 한 것으로 여긴 인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었다. 대통령으로서 노무현 은 그러나 2003년 초반의 경제위기를 걱정하면서 경제발전이 국가를 위해 가 장 중요할 것이라는 전국경제인총연합과 여러 차례 회동을 가진 직후에 이들 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 이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은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 협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노무현정부가 자유무역협정의 전제 조건으로 스크린 쿼터를 없애거나 줄여줄 것을 요구하 는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6년 후반부터, 스크린쿼터는 기존의 연간 146일에서 73일로 줄게 됐으며, 이로 인해 외국영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의 국내 유입이 급증했 다. 2005년 현재 253개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에 들어왔으나, 2011년 현재 551 개로 무려 117% 급증했다 (한국영화진흥회 2011). 국내영화의 시장 점유율 은 급격히 하락, 2006년의 63.8%에서 2008년의 42.1%로 낮아 졌으며, 국내영 화의 시장 점유율은 한동안 50%대를 밑돌았다 (한국영화진흥회 2009). 다행 히 한국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이 런 현상이 국내 영화의 전성기를 만들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일부 대 형 배급사와 대다수의 영화관을 독점한 일부 대기업들이 소수의 영화를 동시 상영한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의 국내 영화는 10여 편 내외 의 극소수 영화만이 흥행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14년 1 분기 동안 특별히 성공적인 국내영화가 없어 국내 영화의 점유율이 다시 50% 대 아래로 떨어지는 등 아직은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영화진흥회 2014a; 2014b).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듯, 노무현 정부는 또한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예산 을 삭감했는바, 문화 분야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가장 미미한 상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 초반은, 한국정부가 소규모정부를 강조하고 문화산 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지원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의 모델 을 적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정치 경제 여러 분야에서 신자유 주의 정책을 받아 들였기 때문에 문화산업 분야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현 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또, 이러한 현상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가개 입주의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도 신자유주의가 역할 한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20_ 진달용 Ⅴ. 신한류시대의 문화정치: 국가 개입주의의 부활인가? 한국의 문화정치는 2008년을 중심으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 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고, 문화 콘텐츠 수출 진흥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함께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전까지의 문화정치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류발전과 관련, 여러 주요한 정책이 개발 되었는바, 문화산업분야에서의 정 부 예산의 증가, 문화 산업과 관련된 정부 기관의 통폐합, 그리고 비디오 게임 과 음악 산업을 특히 강조하는 창조 콘텐츠 산업 개념의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Jin 2014). 정부의 문화정치 흐름의 변화는 여러 측면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정 부의 정책이 예산과 법령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해당 분야를 잘 살펴보면 정 부의 문화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파악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우 선, 정부예산은 정부 문화정책의 본질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 요하다. 예산은 정부행위의 재정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각 정부의 문 화정책에서 예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Wildavsky & Caiden 2000). 문화산업분야에 대한 정부 예산은 지난 1997년 한류가 본격적 으로 시작될 때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지난 1997년에 132억 원이었던 문화산업분야 예산은 지난 2012년에는 무려 2,798억 원으로 21배 이상 증가 왔다. 물론 해당 분야에 대한 정부예산이 항상 증가된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 부 들어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문화산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예산이 지속 적으로 감소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미 설명한 바대로 노무현 정부는 문화산업 분야에 있어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간접적인 지원을, 그리고 문화산업분야보 다는 그동안 소외 되어 왔던 소규모 문화단체 등에 지원을 강화했기 때문에 문화산업 분야 예산이 눈에 띨 정도로 감소했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문화산업분야에서 작은 정부의 기능을 유지해 왔는 바, 지난 1999년에 제정되어 실시되던 문화산업진흥기금을 2007년에 폐지하 기도 했다. 따라서 2007년의 문화산업분야예산은 1,284억 원으로 지난 2000년

신한류의 문화정치 _21 이래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양우 2012; 문화체육관광부 2012). 노무현정 부가 기존의 정부 지원에서 소외 되어 온 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 은 사회 민주주의를 강조한 노무현 정부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노무현 정부는 문화산업 분야에서 만큼은 최소한의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개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당을 기 반으로 하는 진보주의 혁신을 강조하는 노무현 정부는 기존의 정부에 비해 신 자유주의 개혁을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어 왔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스크 린쿼터제 축소와 함께, 문화산업분야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면서 문화산업분 야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왔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문화산업분야에 대한 예산은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문화예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체 예산중 문 화산업분야가 차지하는 예산으로, 이는 지난 1997년의 1.5%에서 2012년의 13.3%로 급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이 전체 정부 예산의 1%에도 미치 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화산업분야의 예산은 실제로 큰 폭으로 증가했 음을 알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012, 36-37). 이명박 정부는 지난 15년 이래 가장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정부로 인식되었 으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사회, 경제 각 분야에 적용해 왔다. 하지만 문화 분야 에서만큼은 이전의 노무현정부와 달리 정부의 지원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 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지원은 문화산업을 통한 문화, 예술발전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이를 통한 경제발전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7년에 1,284 억 원까지 삭감된 문화 분야 예산을 해마다 증가시켜 왔으며 이에 따라 2010년 해당분야의 예산이 2,561억 원으로 증가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중 문화산업분야의 예산 역시 2007년의 9%에서 2010년에는 13.6%까지 증가 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2010년에는 콘텐츠산업진흥법을 제정, K-pop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가 북미와 유럽에 수출될 수 있도록 하는 수출 진흥책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콘텐츠 산업을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콘텐츠산업진흥법을 제정해 융복합 콘텐츠 제작, 유통지원, 그리고 투자 융자 제도를 강화한 바 있다 (이용관 2012). 이명박 정부가 한류지원정책을 지원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특히

22_ 진달용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우선순위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는 문화 분야에서 이전의 진보주의 경향의 노무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문화산업분야의 예산을 증가시키는 것에 의해 이를 실 현했다.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진보주의 정치에서 보수주의 정치로의 회귀 기 간에 차별화된 정책을 필요로 했으며, 문화 콘텐츠의 진흥을 문화산업분야에 서 중점 사업으로 채택했다 (김규찬 2013). 또 한편으로는, 문화 콘텐츠 수출 로 인한 국가경제의 활성화와 국가 이미지 제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문화 정책을 통한 문화 콘텐츠의 상업화를 추구했다. 예를 들어 2008년 문화체육부 의 연두 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사회는 문화국가 이며, 문화 콘텐츠 산업은 성장 동력으로 미래에 가장 중요한 산업중의 하나 가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부 2008). 이명박 정부는 또 당시 정부가 관련 기업들, 여행 산업과 의료한류, 그리고 캐릭터 산업 등을 발전시키기 위 해 문화산업을 지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원용진 2012). 예산 이외에도, 문화산업에서 간접지원책에서 직접 지원책으로 변화된 예 들은 두 가지 주요 전략에서 나타났다. 첫 번째,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기존 의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를 합쳐 문화체육관광부를 신설했다. 이명박 정 부가 행정부 재편을 단행하면서 문화관광부에 있던 대중문화 분야와 정보통 신부에 있던 디지털 콘텐츠 기능을 함께 묶어 시너지 효과를 실현하려고 했 기 때문이다. 해당 부서를 통폐합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당시 영국과 호주 등 의 사례를 참고 했는데, 특히 당시 정부가 관심을 두고 있던 것은 이들 국가 들이 대중문화와 정보통신분야/디지털 기술 분야의 통합을 통해 창조산업 (creative industry)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Jin 2014). 한국정부가 해당 국 가들의 정부와 마찬가지로 정보 문화산업의 발전을 추구하기 시작했으며, 콘 텐츠 산업이라는 맥락에서 대중문화와 정보통신기술을 융합시키고 이로 인 한 시너지 효과를 목표로 정부재편을 단행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결국, 노 무현 정부와는 달리 문화산업을 통한 경제발전을 재가동시켰으며, 이에 따라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댄 쉴러 (Dan Schiller)가 주장했듯이, 각국 정부들은 미디어 분야에서 자유시장주의 원칙 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끊임없는 정치적 간섭을 통하여 미디어 문

신한류의 문화정치 _23 화 분야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다 (Schiller 1999). 물론, 이러한 사실은 이명박 정부가 문화산업을 국가적 동질성확보나 국가 적 예술발전을 위해 정부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며, 경제적 필요성이라는 명목 하에 한류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따라서 일 부 학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을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사고적 전 략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최영화 2013, 257). 이명박 정부는 문화정책이 시 장경제위주로 편성되면서 시민들과 민주주의적 원칙에 근거한 문화발전을 경시했다는 것이다 (Clarkson 2002). 원용진 (2012, 1)은 이를 두고 이명박 정부 들어 문화콘텐츠 정책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을 택하는데, 이른바 본격적이고, 훨씬 더 산업적인 모습을 취하고, 문화와의 거리를 좀 더 두는 태도를 취했다 고 평한바 있다. 문화산업을 대체하는 말로 콘텐츠 라는 용어를 택하는 등, 본 격적으로 문화경제주의로 들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2013-2018)는 문화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내 주요 선거공약중 하나 가 문화산업을 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지원하는 것 이라며 이를 실 현하겠다고 강조했다 (Do 2013). 박근혜 정부는 특히 2010년 현재 0.9%였던 문화 부분의 예산을 OECD 국가들의 평균인 1.9%을 상회하는 2%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Jin 2014). 2008년 이후의 보수 정부는 따라서 정부의 예산과 행정부의 지원을 통해 신한류로 포장되는 문화산업의 발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 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2013)가 발표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에서도 방 송콘텐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불가피하다며, 방 송산업의 글로벌 유통 등을 지원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안을 내놓기도 했다. 잘 알려진 바대로, 문화 분야는 역사적으로 문화주권보호와 자유무역주의 를 강조하는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 사이에서 정치적인 논쟁을 벌여왔 다 (Maule 1989). 그러나 최근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문화 분야에서 독특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바, 일부를 제외하고는 문화산업분야의 성장을 위해 효 과적인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정책들은 온라인 게임과 음

24_ 진달용 악 등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개혁은 정치와 경제 분야 모두를 포괄하는 이념인 것은 분명하 다. 그리고 이러한 이념이 문화 분야에 적용될 때, 한국적 맥락에서 그 강조점 이 변화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가의 역할이 축소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산업 영역에서, 개발주의 국가론은 아직 사라 지지 않았으며 정치적 경제적 갈등 속에서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Lee and Hewison 2010). 이미 미국 등 문화강국은 물론,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가에 이 르기까지, 문화산업 분야는 정부 역할의 감소를 요구하기 보다는 정부가 주도 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신한류 의 성장 과정에서 탈규제라는 명목으로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신자유주 의는 더 이상 유일한 아젠더가 아니다. 규제완화 자체가 정부의 역할이며, 신 한류는 2008년 이전과는 달리 개발주의 국가론에 입각한 정부의 주도적인 역 할이 강조되면서 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Ⅵ. 결론 본 논문은 21세기 초반 한류의 성장과 관련, 국가의 역할을 재구성한 문화 정치론에 대한 성찰이다. 한류현상을 수용자 연구 중심이나 텍스트 중심으로 보기보다는 신자유주의 글로벌라이제이션 하에서 정부의 역할은 어떠했으 며, 그 효과는 무엇이었는가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했다. 지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신자유주의는 각국 정부는 정치, 경제와 문화영역에서 그 파워를 상실했다고 단정하고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속에서 경제 분야에 있 어 나라의 영역이 사라지고 있는데다, 정부가 각국의 문화 동질성과 문화주권 을 결정하는 기능을 지속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가의 문화산업분 야에서 그 역할을 상실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가정이며, 실제로 미국, 영국, 캐나다, 그리고 프랑스 등 문화 선진국들로 부터 한국과 중국, 그리고 멕시코 등 비 서구권 역시 정부의 역할은 중요시 되어 왔다. 리처드 맥스웰 (Maxwell

신한류의 문화정치 _25 1995)이 강조하듯, 국가는 비록 신자유주의 초국가적 현상에 의해 상당 부분 그 권한이 잠식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주권을 보호하려는 문화정책의 형성 에 있어 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문화산업의 경우, 신한류의 성장을 둘러싼 정부의 역할은 실제로 감소 보다는 증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현상을 잘 입증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신자유주의 이론을 문화산업, 그리고 최근의 창조산업에도 적용하고 있으나, 그 과정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문화 영역에 있어서 도 작은 정부를 강조하고 있으나, 문화 콘텐츠는 국가의 예술이 아닌 문화 상 품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전통과 관련, 신자유주의는 그 주창자들이 기대한 대로 정부의 역할 이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도 노무현 정부에서 문화산업 분 야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면서 정부의 역할이 한때나마 축소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는 신자유주의 이론과는 달리 그 역할을 유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신한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국가를 전적으로 무용지물로 만들거나 대체할 수 없다 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기에는 절대적인 힘을 얻은 것으로 보 이는 신자유주의 문화정치는 정부의 역할을 전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 것 이다 (Ruiz 2001). 물론, 정부의 간여와 지원은 한국문화의 수출을 통한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 는 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한국정부가 문화산업 에 지원을 간접적인 지원에서 직접적인 지원으로 변환하면서, 문화의 상품화 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정부의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은 시민들의 문화발전이나 문화를 통한 민주주의 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익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 정치는 따라서 대중의 이해에 의해서 틀 지워지는 것이 아니며, 정부의 문화 정책이 한국 고유의 문화적 전통을 보존하려는 데는 인색하다는 점에서 그 문 제점을 들 수 있다. 결국, 한류를 포함한 문화산업에 대한 문화정치는 단순히 문화를 국제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상품화의 성공에 그 기준을 두는 것뿐만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따라서 문화주권을 확보하는 것도 중

26_ 진달용 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균형 있는 문화정치를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라 고 할 수 있다. 최종투고일 : 2014. 4. 27 논문심사일 : 2014. 5. 13 게재확정일 : 2014. 5. 21

신한류의 문화정치 _27 참고문헌 강만길. 1995. 고쳐 쓴 한국현대사. 서울: 창작과 비평사. 김규찬. 2013. 한국문화콘텐츠산업 진흥정책의 내용과 성과: 1974-2011 문화부예산 분석을 통한 통 시적 고찰. 언론정보연구 50(1). 노무현. 2003. 한국 성장 동력 국제학회 기조 연설문. 7월 24일. http://archives.knowhow.or.kr/ archives/?mode=view&bid=340&frm_p_id=15&id=149183 손승혜. 2009. 학술 논문의 메타분석을 통해 본 한류 10년: 연구 경향과 그 정책적 함의에 대한 탐색 적 연구. 언론과 사회 17(4). 이용관. 2012. 이명박 정부의 콘텐츠 산업 정책 평가와 과제. 가치와 전망 9호: 1-15. 이준삼. 2014. 중국 왕치산 기율위 서기도 별그대 극찬. 연합뉴스. 3월5일. http://www.yonhapnews. co.kr/international/2014/03/05/0601020100akr20140305210500083.html 한국영화진흥회. 2014a. 2013년 한국영화산업결산. 서울: 한국영화진흥회. 한국영회진흥회. 2014b. 2014년 1분기 한국영화산업. 서울: 한국영화진흥회. 한국영화진흥회. 2011. 한국영화산업백서. 서울. 한국영화진흥회. 한국영화진흥회. 2009. 한국시네마연감. 서울. 한국영화진흥회. 한국콘텐츠진흥원. 2013. 2013년도 게임백서. 서울: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체육부. 2008. 문화체육부 2008 대통령 연두 보고서. 3월3일. 문화체육관광부. 2012. 콘텐츠산업 총계 2011. 서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2013. 박근혜정부 방송산업 성장 전략 제시. 보도자료. 12월 10일 문화관광부. 2001. 2001년 문화산업 백서. 서울: 문화관광부. 박창식. 2003.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시대: 국가를 바꿔라. 한겨레신문. 7월4일. 박양우. 2012. 한국문화콘텐츠 정책의 추세분석: 정부재정을 중심으로. 예술경영연구 22: 299-332. 원용진. 2012. 이명박 정부의 문화 콘텐츠 정책 평가. 문화정책포럼 발표문. 4월 27일. 최영화. 2013. 이명박 정부의 기업국가 프로젝트로서 한류정책: 전략 관계적 접근법을 통한 구조와 전략 분석. 경제와 사회 97호. SBSCNBC. 2011. 한류의 위기? 대만 한국 드라마 방영 제한 추진 1월 17일 http://sbscnbc.sbs. co.kr/read.jsp?pmarticleid=10000112975 Brown, Wendy. 2006. American nightmare: neoliberalism, neoconservatism, and democratization, Political Theory 34(6). Chin, Yik Chan Chin. 2003. The Nation-State in a Globalizing Media Environment: China s regulatory policies on transborder TV drama flow. Javnost-the Public 10(4). Maule, Christopher. 1989. The Nation State and Trade in Cultural Services. Canadian Journal of Communication 14 (2). Do, Je-Hae, Culture to be groomed as next growth engine, The Korea Times 24 February 2013. Friedman, Milton. 1982. Capitalism and Freedom.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Girault, Roberto. 2012. Filmmaking in Mexico: an insider s perspective. WIPO Magazine.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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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_ 진달용 Abstract Cultural Politics in the New Korean Wave : An Analysis of the Nation-State Jin, Dal Yong This article analyses the role of Korean state within the context of both developmentalism and neoliberalism with a focus on the politics of the Korean Wave. It investigates the reasons why the Korean state has not completely eliminated its unique role in the era of neoliberal globalization, which emphasizes a decreasing role of the nation-state. It especially maps out the ways in which the Korean state has continued its role based on developmentalism in the realm of cultural industries, which has resulted in the recent growth of New Korean Wave since 2008. Keywords: Cultural politics, New Korean Wave, cultural industries, neoliberalism, nation-st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