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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함선주, 김 영은는 삼성에스디아이(SDI)주식회사(이하 삼성SDI'라고 함)의 협력업체인 영 회사 소속 근로자였고, 피고인 강용환는 또 다른 협력업체인 명운전자 주식회사 소 였다. 삼성SDI는 세계 디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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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가. 먼저,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보통신망법 이라 한다) 제44조의7 제3항이 정한 정보의 취급 거부 등 에 웹사이트의 웹호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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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교회에관한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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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법제동향 제 호 인터넷법제동향제 60 호 2012 년 9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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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005-7075

嘉 泉 法 學 제5권 제2호 (2012.8.31.) 1 Gachon Law Review,Vol.5., No.2.(Aug 31, 2012) pp.1~26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 대법원판결을 중심으로 - 박 진 우 * 1) I. 들어가며 < 차 례 > II. 대판 2009.1.15. 2004도7111, 학교보건법위반 판결 분석 1. 사건의 개요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3. 헌법불합치결정 중 적용중지결정의 효력 4. 대법원판결에 대한 평가 III. 대판 2011.6.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판결 분석 1. 사실관계와 헌법재판소 결정 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3.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에 대한 검토 4. 소 결 IV. 마치며 * 법학박사 가천대학교 조교수.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국문요약> 헌법불합치결정이라 함은 법률이 실질적으로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어 서 위헌결정을 해야 하지만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고 단순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법의 공백상태를 막아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위 헌성이 인정되는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히 헌법에 합치 되지 아니한다는 선언에 그치는 변형결정 주문형식이다. 비록 위헌성이 인정되는 법률이라 하더라도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고 위헌결정의 효력 을 즉시 발생시킬 때 오는 법의 공백을 막아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 하여 일정기간 당해 법률의 효력을 지속시키는 결정형식이 바로 헌법불 합치결정이다. 헌법불합치결정은 불합치결정을 하면서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적 용을 중지시키는 적용중지결정과 비록 위헌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다 양한 이유 때문에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을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하도 록 하는 잠정적용결정으로 세분화된다. 형벌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 정이 내려진 경우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을 전제로 형사사 건을 심판하여야 하는 사법부로서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어떻게 이해하여 야 하고 어떤 판결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이 문제와 관 련하여 대법원은 적용중지결정이든, 잠정적용결정이든 구별 없이 형벌조 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결정과 똑같은 것으로 이해하여 형 사재판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와 같 은 입장은 적용중지결정의 경우에는 타당하지만 잠정적용결정의 경우에 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주제어 : 헌법불합치, 형벌조항, 적용중지결정, 잠정적용결정, 대법원판결 I. 들어가며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결정의 효력이 어느 범위에까지 미치는지, 특히 헌법 재판소의 변형결정의 기속력이 법원을 구속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 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은 헌법재판소의 변형결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정의 효력범위에 관하여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것으로부 터 연유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최고 사법기관의 지위를 놓고 헌법재판소 와 대법원이 서로 갈등하는 측면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논문의 분석대상이 된 대법원 판결 역시 헌법재판소 변형결정인 헌법불합치결정의 성 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헌법재판을 운용한 경험 이 20년을 넘기게 되면서 헌법재판소의 다른 변형결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해결방법이 정착되었다고 보이지만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서는 그 법적 성격, 기속력의 범위,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의 적용 여부 등과 관련하여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헌법불합치 결정은 주문에서 적용중지를 명령하는 경우와 잠정적이나마 계속적용을 명하 는 경우로 세분화되는데 형벌조항에 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면서 적용중지를 명령한 경우와 잠정적용을 명령한 경우에 이러한 헌법재 판소의 결정을 전제로 실제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사법부로서는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다. 본 논문에서 다루게 되는 대법원 판 결은 이와 같은 경우에 일선 재판기관으로서의 법원이 따라야 하는 일종의 해 답을 대법원이 제시한 판결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을 면밀히 분석 하여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을 바라보는 대법원의 시각에 법적 문제점 은 없는지를 검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본 논문의 분석대상이 된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헌법재판소의 형벌조항에 대 한 헌법불합치결정에 관련한 것으로서 하나는 헌법재판소가 형벌조항에 대하 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적용중지를 명령한 경우가 전제된 경우이고, 나 머지 하나는 헌법재판소가 형벌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잠정 적용을 명령한 경우가 전제된 경우이다. 이하에서는 우선 적용중지를 명령한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관련된 대법원판결을 분석하고(II), 형벌조 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잠정적용을 명령한 사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은 항을 바꾸어 살펴보고(III), 마지막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방 식(IV)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II. 대판 2009.1.15. 2004도7111, 학교보건법위반 판결 분석 1. 사건의 개요 최모씨는 1996년 12월 경 광주 동구 충장로5가 62에 있는 광주극장을 인 수하여 운영하고 있는 사람인바, 위 광주극장은 그곳 정문으로부터 19m 떨어 진 곳에 보문유치원 이란 교육기관이 위치하고 있다. 최모씨가 운영하는 위 극 장이 위치하는 곳은 학교보건법 소정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므로 극장영업 행위 또는 시설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기존 시설의 경과조치규정에 의해 이전 ᆞ폐쇄 유효기간 내에 이전ᆞ폐쇄하여야 하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1999. 1. 24.부터 2001. 9. 7.까지 위 극장을 운영하여 영업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검 사로부터 기소되어 형사소송이 광주지방법원에 계속 중이었다(2002고단1864). 피고인 최모씨는 위 소송계속 중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2호 중 극장 부 분이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서 위헌이 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위헌제청신청 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2003. 1. 2. 위헌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5월 27일 광주지방법원이 위헌심판제청한 학교보건 법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사건 1) 에서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본문 제2호 중 극장 부분 가운데 초ᆞ중등교육법 제2조에 규정한 각 학교에 관한 부분은 헌 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 정할 때까지 이 부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라는 헌법불합치결 정(적용중지) 2) 을 선고하였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국회는 2005년 1) 헌법재판소는 광주지방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한 본 사건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위헌제청한 사건(2004헌가4)을 병합하여 판단하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의 경우 에는 그 대상이 영화관이 아니라 일반 극장이었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을 반영한 개 정 학교보건법이 학교위생정화구역 내에 설치 또는 행위가 금지되는 것으로 종전의 극장 에 서 영화상영관 으로 변경함에 따라 피고인 운영의 극장은 그 규제대상에서 제외되었으므로 검사가 공소취소를 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공 소기각결정을 하여 사건이 종결되었다. 2) 헌재 2004.05.27. 2003헌가1, 2004헌가4(병합),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2호 위헌제청, 학교보건법 제19조 등 위헌제청.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학교보건법을 개정하였는데 개정 학교보건법은 2005.3.24.부터 시행되었다. 개정 학교보건법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취지를 반영하여 종전 학교환 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 설치가 금지되거나 금지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던 극장 3) 을 영화진흥법 제2조 제13호의 영화상영관(고등교육법 제2조 각호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의 경우를 제외한다) 로 개정하였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의 계기가 되었던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 두 개 가운데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부와 검사가 국회의 학교보건 법 개정을 기다려 개정 학교보건법에서 극장을 제외하자 검사가 공소취소하고 법원이 공소기각결정 4) 을 하여 사건을 종결한 반면 본 사건(광주지방법원 사 건)의 경우에는 법원이 국회의 개선입법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헌법불합치결정 에 따라 곧바로 무죄판결을 선고 5) 하였다. 이에 검사가 항소를 하였는데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 재판소가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2호의 학교 부분과 결합하여 형사처벌조 항을 이루고 있는 초 중등교육법 제2조에 규정한 각 학교 에 관한 부분은 헌 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면서 그 부분의 적용을 중지한다는 결정을 하였으나, 이는 법률의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되는 단순위헌결정과는 달리 법 률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으면서 다만 그 적용만을 중지하여야 한다는 것이어 서, 그 법률의 효력이 유지되는 이상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구성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므로 유죄의 판단을 하여야 하며, 설사 법률의 적 용중지를 명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 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더라도, 본건은 범죄 후 법령의 개 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 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므로 형사소송 법 제326조 제4호의 규정을 적용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여 무죄의 선고를 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3) 여기서의 극장 이란 그 사전적 의미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를 종합하여 살펴볼 때 연극 등의 공연을 위한 무대공연시설과 영화 상영을 위한 극장 시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 다. 헌재 2004.05.27. 2003헌가1, 2004헌가4(병합),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2호 위헌 제청, 학교보건법 제19조 등 위헌제청.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10.11. 선고 2003고단1007 판결. 5) 광주지방법원 2004.6.18. 선고 2002고단1864 판결.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이러한 검사의 항소에 대하여 항소심인 광주지방법원은 헌법불합치결정도 단순위헌결정과 같이 당해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위헌성이 확인된 것이긴 하 나, 여러 가지 사유에 의하여 당해 법률을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폐기하지는 아니하고 다만 확인된 위헌상태를 입법자로 하여금 입법활동을 통하여 헌법과 합치되는 방향으로 조형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위헌결정의 일 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가 대상법률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 정을 하는 경우에도 그 결정의 효력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 력이 준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가 그 적용중지 를 명한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2호의 학교 부분과 결합하여 형사처벌조 항을 이루고 있는 초 중등교육법 제2조에 규정한 각 학교 에 관한 부분은 적 어도 이 사건에 관한 한 소급하여 그 효력이 소멸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 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같 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고 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 결을 선고 6) 하였다. 이러한 항소심의 판결에 대해 검사가 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검사의 위와 같은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심판 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 다고 하면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 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법원이 헌법 제107조 제1항 등에 근거하여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판제 청을 하는 것은 그 전제가 된 당해 사건에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조항을 적 용하지 않으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과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재판 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위헌결정에 해당한다. 그리고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6) 광주지방법원 2004.10.6. 선고 2004노1401 판결.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되는 경우 그 법률조항의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되고, 당해 사건뿐만 아니라 위헌으로 선언된 형벌조항에 근거한 기존의 모든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서까지 전면적으로 재심이 허용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 제3항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헌법불합치결정의 전면적인 소급 효가 미치는 형사사건에서 법원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된 법률조항 을 더 이상 피고인에 대한 처벌법규로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유치원 인근의 극장영업행위에 대하여 구 학교보건법(2005. 3. 24. 법률 제7396호로 개정되 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본문 제2호, 제19조를 적용하여 공소제기하였으나 당해 법률조항이 헌법불합치결정된 사안에서,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개정된 학교보건법 조항을 소급적용 7) 하여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1 항 및 제13조 제1항에 위배된다. 3. 헌법불합치결정 중 적용중지결정의 효력 대법원판결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 앞서 헌법불합치결정 가운데 적용중지결 정의 효력에 대하여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아래에서는 적용중지 를 명한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과 소급효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도록 한다. 가. 기속력의 문제 8)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에서는 위헌결정이 법원 등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위헌결정 에는 단순위헌결정뿐만 아니라 헌법불합치결정과 같은 변형결정이 포함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고한 입장이다. 9) 따라서 헌법불합치결정도 단순위헌결정 7) 아마도 이 부분은 검사가 상고이유서에서 개정 학교보건법에서도 여전히 영화상영관을 금지 하고 이에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유지하고 있음을 들어 학교보건법 소정규정이 처벌법규로 유효함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왜냐하면 제1심과 항소심절차 모두가 개정 학교보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8) 박진우,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 법학연구 제35집, 한국법학회, 2009.8, 16-18면. 9) 헌재 1997.12.24. 96헌마172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위헌확인 등.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과 마찬가지로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기속력을 가 진다. 헌법불합치결정 중 원칙적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적용중지결정이 가지는 기속력의 의미를 헌법재판소 결정의 대상이 된 법률조항이 형벌조항인 경우와 비형벌조항인 경우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형벌조항에 대하여 적용중지를 명한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진 경우 이러한 헌법불합치결정의 법원에 대한 기속력은 위헌법률의 적용금지와 재판 절차의 정지로 나타난다. 위헌법률의 적용금지는 법치국가요청의 당연한 귀결 로 헌법불합치결정도 본질적으로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결정이고 주문에 서 당해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적용중지를 명령했다는 점에서 법원은 계류 중 인 사건에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법률 또는 법률조항을 적용하여서는 아니된 다. 그리하여 법원은 당해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법 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하여 입법부가 입법개선을 통하여 위헌적인 상태를 제 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입법부의 개선입법을 적용하여 당해 사건을 해결 하도록 해야 한다. 10) 둘째, 형벌조항에 대하여 적용중지를 명한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진 경우에 헌법불합치결정이 가지는 법원에 대한 기속력은 기본적으로는 비형벌조항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법원은 헌법불합치, 적용중지 결정을 받은 형벌조항 을 더 이상 적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비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적용중지 결정과의 차이점은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적용중지 결 정의 경우 법원은 국회의 개선입법을 기다릴 필요 없이 단순위헌결정을 선고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판결을 선고하면 된다는 점이다. 나. 소급효의 문제 11)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라고 규정함으로써 형벌법규를 제외한 일 10) 입법부의 입법개선조치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법원은 어떻게 재 판을 해야 하는가 문제되는데 이 경우에도 법원은 구법을 당해사건에 적용하여 재판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라면 법원은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에서 헌법에 위 반된다고 판시한 취지를 존중하여 당해 사건을 재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종섭, 헌법소 송법, 박영사, 2012, 390면. 11) 박진우, 앞의 논문, 18-19면.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반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원칙적 장래효를, 형벌 법규에 대하여 예외적 소급효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구체적 규범통제제도의 실효성 보장의 견지에서 일정한 경우 12) 에 비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의 부분적 소급효를 인정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서의 소급효의 문제는 헌법불합 치, 적용중지 결정이 개념본질상 위헌결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위헌 결정에서의 소급효와 동질적인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적용중지를 명하는 헌 법불합치결정은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하고 그 적용을 중 지하는 결정이므로 이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법적 안정성의 요청보다는 구체 적 타당성의 확보에 보다 더 비중을 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4. 대법원판결에 대한 평가 우선 검사가 항소이유서에서 밝힌 항소이유를 법률적으로 검토해 본다면, 검 사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법률의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되는 단순위헌결정과는 달 리 법률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으면서 다만 그 적용만을 중지하여야 하는 것으 로 이해하고 그 법률의 효력이 유지되는 이상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구성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므로 유죄의 판단을 하여야 하며, 설사 법률의 적용 중지를 명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더라도, 본 사건은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 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규정을 적용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이는 적용중지를 명한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검사의 오해에서 비롯 12) 헌법재판소는 1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헌법소원심판의 청구 등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결정을 위한 계기를 부여한 당해 사건, 2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한 경우의 당해 사건, 3 따로 위헌제청신청을 아니하였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 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 등에 대하여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한다. 한편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인정하고 있는 1, 2, 3의 경우 이외에도 위헌결정 이후에 이와 같은 이유 로 제소된 일반사건에도 소급효가 미친다고 함으로써(대판 1995.7.28. 94다20402; 대판 2000.2.25. 99다54332), 헌법재판소보다 위헌결정의 소급효의 인정범위를 확대하는 경향 이 있다.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된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헌법불합치결정 은 단순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성이 인정되는 결정이고 특히 적용중지를 주문에서 명한 경우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에 의 하여 법원은 그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법률의 효력이 유지되는 이 상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므로 유죄판단을 해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형사재판에서 유죄판단을 한다는 것은 바로 범죄행위에 처벌법규를 적용하여 범죄행위가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에 포 섭된다는 것인데 이는 적용중지를 명한 헌법불합치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의거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즉, 형벌조항의 입법이 있는 때 로 소급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형벌법규가 위헌결정을 받게 되면 처음부터 그 형벌법규는 법질서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되는 것이고 위헌결정을 받은 형벌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 에 해당되어 무죄판결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다. 13) 따라서 검사가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하여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 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하는 것은 헌법불합 치결정에 대한 법리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검사의 논지를 배척하고 원심의 견해를 유지한 본 대법원판결은 타당하다. 형벌법규에 대한 헌법불합치, 적용중지 결정은 곧 위헌결정으로서의 의 미를 가지고 형벌법규에서의 위헌결정은 법정 소급효를 가지므로 학교보건법 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내린 헌법불합치, 적용중지 결정은 소급효가 인 정되어 처음부터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여 무죄이며 또한 개정 학교 보건법을 소급하여 당해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점 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본 대법원판결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대 법원의 입장은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서 형벌법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적용중지 결정은 그 본질상 단순위헌결정과 같이 취급할 수 있고 13) 대판 1992.5.8. 91도2825, 복표발행현상기타사행행위단속법위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형 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당해 법조를 적용하 여 기소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범죄 후의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한다거나, 혹은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하다 하더라 도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따라서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위헌성이 인정된 형벌법규의 적용 여부가 문제된 구체적 재판에서 법원은 비형벌법규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달리 국회의 개 선입법조치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무죄판결을 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점 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III. 대판 2011.6.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판결 분석 1. 사실관계와 헌법재판소 결정 가. 사건의 경과 14) 상고인인 피고인은 1 다른 피고인들과 공동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2007. 7. 23. 19:00경부터 21:00경까지 부산 사하구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장림점 1층 출입 구 앞 노상에서 연맹 부산본부 소속 조합원 22명과 함께 확성기를 부착한 차량을 이용하여 비정규직 철폐하라, 악질자본 규탄 한다 는 등의 구호를 제창하고 1층 주차장 입구를 점거한 채 피켓과 대형 플 래카드를 들고 위와 같은 구호를 외침으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일몰 후 미 신고 옥외집회를 주최하였으며, 2 2007. 7. 25. 19:00경부터 20:00경까지 위 기재 장소에서 연맹 부산본부 소속 조합원 200여명과 함께 같은 방법으로 공모하여 일몰 후 미신고 옥외집회를 주최하였다. 또한 3 피고인은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2007. 7. 24. 19:00경부터 21:00경까지 위 장림점 매장 앞 노상에서, 연맹 부산본부 소속 조합원 200여명과 함께 확성기를 부착한 차량을 이용하여 비정규직 철폐하 라, 악질자본 규탄한다 는 등의 구호를 제창하고 1층 주차장 입구 앞에 서 피켓과 대형 플래카드를 든 채 구호를 외치는 방식으로 일몰 후 미신고 집 회를 주최하였다. 위의 1, 2, 3의 사실을 토대로 검사에 의하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4) 부산지방법원 2008.5.9. 선고 2008고단385,2008고단862(병합),2008고단981(병합) 판결 업무방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1심에서 벌금 5,000,000원 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2008년 8월 7일 선고를 통하여 피고인이 금 지된 야간옥외집회를 주최하였다는 취지의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집회 및 시 위에 관한 법률 15) 제23조 제1호, 제10조 본문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16) 이에 피고인은 2심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 에 상고를 제기하였다. 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당해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던 2009년 9월 24일 헌법재판소는 당해 피고사건에 적용되는 법률 조항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17) 와 제 23조 18) 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19) 재판관 9인 중 단순위헌 의견을 개진한 재판관이 5인이었고 헌법불합치 의견을 개진한 재판관이 2인이 었으므로 최종적인 결론이 헌법불합치결정으로 되었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 는 결정문의 주문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2007. 5. 11. 법률 제 842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10조 중 옥외집회 부분 및 제23조 제1호 중 제10조 본문의 옥외집회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 은 2010. 6.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라고 밝 히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은 다음 과 같은 점에서 특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이례적으로 형벌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형 벌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적용중지가 아니라 입법자의 개 15) 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된 법률. 16) 부산지방법원 2008.8.7. 선고 2008노1809 판결 업무방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17)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 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 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 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18)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3조(벌칙):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를 위반한 자, 제12조 에 따른 금지를 위반한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주최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 2. 질서유지인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3. 그 사실을 알면서 참가한 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19) 헌재 2009.9.24. 2008헌가25,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등 위헌제청.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당해 조항을 계속적으로 적용하도록 명하였다는 점이다. 한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의 주문에서 2010년 6월 30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당해 조항이 적용됨을 명시하고 특히 결정문 이유 가운데 결론 부분에서 만일 위 일자까 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위 법률조항들은 2010. 7. 1.부터 그 효 력을 상실하도록 한다. 고 명시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위의 시 한까지 개선입법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지금 현재까지도 개선입법을 마련 하고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개선입법 시한을 도과하였음에도 국회 가 이처럼 개선입법을 마련하지 않은 입법의 불비는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 한 법률 위반 사건의 하급심 재판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이 입장 정리를 한 것이 바로 본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가. 법적 쟁점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을 소개하기에 앞서 본 사건에서 문제되는 법적 쟁점 이 무엇인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의 성격을 어떻게 파악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 헌법재판소의 변형결정에 대하여도 법원을 기속하는 기속력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의 변형결정에도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20) 이 적용되는가 하는 점이 문제된다. 세 번째 쟁점은 첫 번째의 쟁점과 연관되는 것인데 헌법불합치결정의 본질 을 위헌결정으로 파악하는 경우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도 헌법재 판소법 제47조 제2항이 적용되어 당해 형벌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 하는지 여부 및 이와 같은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소급효가 헌법 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의 주문에서 잠정적용을 명하였는지 여부와는 상관없 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된다. 20) 제47조(위헌결정의 효력) 1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를 기속( 羈 束 )한다.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마지막 쟁점으로, 재판의 전제가 된 형벌조항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 치결정을 선고받은 경우 당해 형벌조항이 적용되는 피고사건에서 법원은 어떠 한 주문을 선택하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나. 대법원의 다수의견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구성원 13인 가운데 10인의 대법관(대법원장 포함)이 다수의견을 표시하였는데 다수의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 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호는 집회 주최자가 집시법 제10조 본문을 위반 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어 집시법 제10조 본문은 집시법 제23조 제1호 와 결합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을 이루게 되므로, 집시법의 위 조항들에 대하여 선고된 헌법불합치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다. 둘째, 헌법 제111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본문에 의하면 헌법재판 소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심판 결정할 수 있으므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 이상 -헌법재판소의 결정 주문양식이 헌법 불합치결정이라 하더라도- 그 조항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정 해진 대로 효력이 상실된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 의 주문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되고, 이유 중 결론 에서 개정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그 다음날부터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였더라도,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위헌결정으로 보는 이상 이와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셋째,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는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 으므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 당해 조항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고, 법원 은 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다. 대법원의 별개의견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이 파기되어 야 한다는 결론에서는 다수의견과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 법불합치결정을 선고받은 형벌조항의 효력 상실의 시기와 헌법불합치결정의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기속력 및 주문의 선택에 있어서 대법관 3인의 별개의견이 있었다. 별개의견 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형벌법규에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가운데 합헌적 부분 또한 혼재되어 있어 국회 입법에 의한 구분 필요성이 있 거나 단순위헌결정이 가져올 법적 안정성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중대하다고 보 아,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따른 소급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단순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아울러 일정한 개선입법이 마련되어 시행되기까지 해당 법규의 잠정적용을 명한 경 우, 법원으로서도 이러한 헌법적 가치와 이익형량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 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다수의견과 같이 예외적 소급효 제한의 헌법적 당부 를 따지지 않은 채 단지 헌법불합치결정이 위헌결정의 일종이고 헌법불합치결 정의 대상이 형벌법규이므로 당연히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의 적용 에 따라 소급효가 인정될 뿐 여기에 어떠한 예외도 허용될 수 없다고 기계적 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처음부터 단순위헌결정이 있었던 것과 동일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 이 아니라 개선입법의 시한이 만료된 다음날부터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한 취지이다. 둘째,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은 그 주문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함을 선언하면서도 2010. 6. 30.을 시한으로 국회가 개정할 때 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하였는데, 그 결정이유를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 헌적인 부분과 함께 합헌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키기보다는 개정시한을 설정하여 그때까지 잠정적으로 효력을 유지하게 하면서 국회로 하여금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옥외집회가 금지되는 시간대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게 함으로써 국회의 판단 재량을 존중하는 가운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보아 위와 같은 주문의 결정에 이르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은 그 위헌 선언의 취 지가 몰각되지 않도록 위 잠정적용의 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은 2010. 7.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이유를 통하 여 밝히고 있으므로, 이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은 개선입법 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처음부터 단순위헌결정이 있었던 것과 동일한 상태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개선입법의 시한이 만료된 다음날인 2010. 7. 1.부 터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한 취지임을 알 수 있다. 21) 그렇다 면 헌법재판소가 위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통하여 이 사 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도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따른 소급효의 적용을 배제하고 개선입법의 시한 만료일 다음날인 2010. 7. 1.부터 그 효력이 상실되도록 한 이상, 피고인에 대한 야간옥외집회 주최의 공소사실은 그 형벌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2010. 7. 1.부 터 효력이 상실됨으로써 범죄 후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 에 해당한 다고 볼 수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 의하여 실체적 재판을 하 기에 앞서 면소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에 대한 검토 가. 헌법불합치결정의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헌법불합치결정이라 함은 비록 위헌성이 인정되는 법률이라 하더 라도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고, 위헌결정의 효력을 즉시 발생시킬 때 오는 법 의 공백을 막아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정기간 당해 법률의 효력을 지속시키는 결정형식을 의미한다. 22) 당해 법률에 대하여 위헌성이 인정되었음 21) 별개의견은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를 이와 같이 이해하는 논거로서 다음과 같은 점을 밝히 고 있다. (별개의견)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야간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현 시 대적 상황이나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적 발전단계, 성숙도에 비추어 더 이상 합헌적인 것으 로 평가받을 수 없기는 하나, 과거 헌법재판소 1994. 4. 28. 선고 91헌바14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야간옥외집회금지 규정을 합헌으로 선언한 바 있고 법원에서도 과거 수십 년 동 안 그 합헌성을 전제로 다수의 재판을 해 온 현실을 염두에 두고 단순위헌결정이 가져올 법적 안정성의 교란과 국민의 법질서에 대한 신뢰 훼손, 사법절차의 부담까지도 감안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단순위헌결정을 하지 않더라도 장차 국회의 합리적 기준 설정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이 인정되는 야간옥외집회에 대하여는 그 처벌이 배제될 것이고, 국회가 개선입법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법률의 효력 상실과 이에 따른 면소판결을 통하여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전면적으로 소멸하므로(이 경우는 실질적으로 구법의 처벌규 정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해당 법률을 폐지한 것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어느 경 우에나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실현하고자 하는 위헌 선언의 취지는 관철됨을 전제 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2) 성낙인, 헌법학, 법문사, 2012, 1313면; 정종섭, 헌법학원론, 박영사, 2012, 1488면; 한수 웅, 헌법학, 법문사, 2012, 1367면; 허영, 한국헌법론, 박영사, 2012, 875면.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에도 단순위헌결정을 내리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이와 같은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할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즉, 단순위헌결정으로 법적 공백과 혼란이 우려되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경우 및 위헌적 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여 그 선택 을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맡겨야 하는 경우에 헌법불합치결정이 필요하다. 23) 헌법불합치결정의 본질을 위와 같이 이해하더라도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 수의견과 같이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결정과 동일하게 파악하는 것이 타당한가? 다수의견처럼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위 헌결정으로 간주 하게 되면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후속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 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즉,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은 단순위헌결정 과 동일하므로 헌법재판소의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도 헌법재판소 법 제47조 제2항 단서가 적용되고 따라서 헌법불합치결정에도 소급효가 인정 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에서 당해 형벌조항에 대하여 잠정적 용을 명하였는지, 아니면 적용중지를 명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당해 형벌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법원의 입장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대법원의 다수의견처럼 단순위헌 결정으로 기계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별개의견에서 적절하게 지적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형벌법규에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 면서도 그 가운데 합헌적 부분 또한 혼재되어 있어 국회 입법에 의한 구분 필 요성이 있거나 단순위헌결정이 가져올 법적 안정성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중대 하다고 보아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따른 소급효의 적용을 배제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단순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을 하 였다면 이러한 헌법적 가치와 이익형량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 서 적용중지가 아니라 잠정적인 계속적용을 주문에서 명시한 것이라면 더욱더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가 형벌조항에 대하여 위헌성을 인정하여 법질서로부터 당해 형벌조항을 배제하 려고 한다면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때에도 적용중지를 주문에서 선고하면 되는 23)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실무제요, 2008, 161면 이하 참조.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데도 불구하고 굳이 잠정적용을 명하였다는 것에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이 위헌결정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 헌재 2004.5.27. 2003헌가1 2004헌가4 (병합) 사건을 예로 들고 있지만, 이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동시에 적용중지를 명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본 사건의 전제가 되는 헌 재 2009.9.24. 2008헌가25결정의 경우와는 달리 파악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 다. 왜냐 하면 2008헌가25결정 의 경우에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동시에 잠정적용을 명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의 다수의견과 같이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적용중지와 잠정적용을 구분하여 그 법적 성격을 파악하지 않고 기계적 일률적으로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결정과 동일하게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나. 변형결정의 법원에 대한 기속력을 인정해야 하는지? 헌법재판소의 변형결정이 법원을 기속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출범 이래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 변형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결정(한정위헌결정)을 선고 24) 하였다는 것도 주지하는 바와 같다. 생각건대, 변형결정을 행해야 할 필요성이 긍정되는 이상은 헌법재판소의 변형결정에 대해서도 기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형벌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당해 형벌 조항에 대하여 잠정적용을 명하였다면 그러한 헌법재판소의 견해는 존중될 필 요가 있고 법원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존중하면서 그에 따라 재판 을 진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원의 다수의견의 견해는 비판의 소지 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다. 단순위헌결정으로 파악하는가 아니면 헌법불합치 그대로 파악하는가의 차이점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대법원 다수의견처럼 단순위헌으로 파악 하는 입장과 대법원 별개의견처럼 헌법불합치결정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입장 24) 헌재 1997.12.24. 96헌마172등.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존재하는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측면에서 이를 검 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행위에 대하여 가벌성을 긍정하는 종전의 형벌조항을 개선하는 개선 입법에서도 여전히 가벌성이 인정되는 경우 다수의견처럼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으로 파악한다면 중대한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21시 15 분에 집회 또는 시위를 함으로써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는데 헌법불합치결 정으로 인하여 입법자가 개선입법을 마련하면서 집회와 시위가 금지되는 야간 의 시간대를 21:00부터 새벽 6:00까지로 설정했다고 가정할 때, 다수의견처 럼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으로 파악한다면 일단 기소된 피고인은 형벌조 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로 인해 처벌받지 않고 일반인의 경우에도 개선 입법 시부터 21:00 이후의 야간집회금지조항 위반 시에만 처벌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잠정적용을 명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 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뜰 때까지의 모든 시 간대의 야간집회행위에 대하여 불법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금 지할 필요가 있는 야간집회의 시간대를 국회로 하여금 설정하도록 하고 개선 입법 시까지 종전의 법률 조항을 잠정적이나마 계속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헌 법불합치결정의 취지이고 따라서 예를 든 21:15분에서의 야간집회는 헌법불 합치결정이전에도 불법성이 인정되는 행위이고 개선입법 이후부터도 여전히 계속하여 불법성이 인정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행위는 계 속적으로 처벌할 당위성이 긍정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처럼 헌법불합치결정 을 단순위헌결정으로 이해하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둘째,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헌법불합치결정 그 자체로 존중할 것인가의 견해 차이가 피고인에게 가져다주 는 차이점은 개선입법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개선입법 이전에,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개선입법 시한 전에 재판이 확정된 경우에 발생한다. 다수의견처럼 단순위헌으로 파악하게 되면 개선입법이 이루어졌는지, 개선입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법원으로서는 무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며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그것 으로 형사재판절차는 종료하지만,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존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중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일단 당해 형벌조항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재판을 진행하여야 하므로 법원으로서는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게 되고 만약 이러한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난 이후에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은 행위 가 되도록 개선입법이 이루어지거나 혹은 시한을 넘겨 당해 조항이 효력을 상 실하는 경우에는 단순위헌결정으로 파악하는 경우와 비교할 때,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리한 경우가 피고인에게 발생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주문을 충실하게 따르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불가피한 측 면이라고 해야지 특별한 경우를 상정하고 이러한 경우를 위하여 헌법불합치결 정을 단순위헌결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타당한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 라. 단순위헌결정으로 이해하는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결정으로 이해한다면 위헌결정 에 관하여 소급효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의하 여 당해 형벌조항 제정 시까지 소급하여 무효가 된다. 25) 그렇다면 개선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의 행위에 대해서는 가벌성을 상실하게 되고 개선입법이 형 벌 조항이기 때문에 개선입법은 제정 이후에만 효력이 미치게 된다. 대법원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다수의견과 같이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결정으로 이해하는 경우 그 부당함은 개선입법에서도 불법성이 인정된 경우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즉, 개선입법에서 금지되는 야간집회와 시위의 시간적 범위를 22:00부터 다음날 6:00까지로 설정하였다고 했을 경우, 헌법불합치결정의 선고 이전 23:00시에 야간집회나 시위를 한 혐의로 공소제기된 경우 잠정적용을 명한 헌법불합치결 정과 개선입법의 내용을 종합하면 그 행위의 가벌성이 중단되는 경우가 없게 됨에도 불구하고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결정으로 파악하는 경우 당해 행 위의 가벌성은 개선입법 제정 이후부터 발생하게 된다. 둘째, 다수의견처럼 이해할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의 후폭풍이 사법부에게로 돌아올 위험성이 있다.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는 경우 (그렇게 해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여부를 떠나) 위헌으로 선언된 당해 조항은 제정 25) 이러한 해석의 부당함에 대해서는 앞에서 논한 바와 같다.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당시까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 당해 조항을 근거로 유죄의 확정판 결을 받은 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통상적인 법과 정 의관념, 시대적 상황변화, 사법부의 부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이같 은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배제하기 위하여 단순위헌결정 대신 헌법불합치결정 을 선택하였을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선택한 취지나 배 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대법원이 만연히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 정을 단순위헌결정으로 이해하게 되면 그동안 당해 조항을 근거로 유죄확정판 결을 받은 자의 상당수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되고 한정된 사법자원을 재 심절차에 과도하게 투여하게 되는 부담을 사법부 스스로 안게 된다는 문제점 이 발생한다. 마. 주문 방식 다수의견처럼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단순위헌결정으로 이해할 경우 피고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으로서는 주문을 무죄판결로 하여야 할 것이 나 26) 별개의견처럼 헌법불합치결정을 존중할 경우에는 개선입법의 내용에 따 라서 처리하여야 한다. 개선입법에서 당해 행위의 가벌성을 부정하거나 개선 입법 자체가 마련되지 않아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된 법률조항이 효력을 상실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범죄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면소판결을, 개선입법에서도 여전히 가벌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유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생각건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대법원의 별개의견이 좀 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주문의 선택도 별개의견처 럼 면소판결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4. 소 결 헌법재판소는 종전에 야간집회시위의 금지에 대해 합헌결정을 하였다는 점 을 고려하고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가지게 되는 소급효의 무제한적인 확장이 가져올 사회적인 파장 등도 고려하여 당해 조항 이 형벌조항임에도 불구하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또한 잠정적용을 명 26) 대판 1992.5.8. 91도2825.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하였다고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다수의견처럼 단순위헌 으로 이해할 경우에는 종래 야간집회시위로 처벌받은 자는 모두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은 사회통념이나 법 관념에 합치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형벌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이 례적으로 잠정적용을 명한 것이 근원적인 문제점이긴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 정취지를 존중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병렬적인 사법적 기관으로 설정하고 권한 분배를 함으로써 기본권을 보장하고 권력분립의 원칙 이 작동되도록 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 가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잠정적용을 명한 경우에는 대법 원으로서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요청되며 이러한 의미에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에서의 다수의견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며 별개 의견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IV. 마치며 이상에서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대법원판 결을 분석해 보았다. 그동안 헌법불합치결정의 법원에 대한 기속력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약간의 견해 차이를 보였는데 III에서 분석한 대 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러한 견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두 국가기관 사이의 이와 같은 견해 차이는 법률관계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고 법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앞으로 개선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가운데 적용중지결정의 경우에는 헌법불합 치결정의 대상이 된 형벌조항에 대하여 그 위헌성이 확인이 된 동시에 위헌성 이 인정된 당해 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도록 헌법재판소가 명령하였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적용중지 결정은 단순위헌결 정과 그 본질이 같은 것으로 이해하여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II에서 살펴본 대 법원판결이 이처럼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적용중지 결정을 단순위 헌결정으로 이해하여 무죄판결을 피고인에게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반면에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잠정적 용을 명한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취 지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 치, 잠정적용 결정을 단순위헌결정과 동일하게 이해하여 판결을 해야 한다 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의 다수의견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며 오 히려 별개의견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참 고 문 헌 성낙인, 헌법학, 법문사, 2012. 김철수, 헌법학신론, 박영사, 2010. 정종섭, 헌법학원론, 박영사, 2012. 한수웅, 헌법학, 법문사, 2012. 김학성, 헌법학원론, 박영사, 2011. 허 영, 한국헌법론, 박영사, 2012. 허 영, 헌법소송법론, 박영사, 2011. 성낙인 외, 헌법소송론, 법문사, 2012. 정종섭, 헌법소송법, 박영사, 2012. 헌법재판소 간, 헌법재판실무제요, 헌법재판소, 2008. 헌법재판소 간, 현행 헌법상 헌법재판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헌법재판소, 2005. 박진우,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 법학연구 제35집, 한국법학회, 2009.8. Hillgruber/Goos, Verfassungsprozessrecht, C.F.Muller Verlag, 2003. Benda/Klein, Verfassungsprozessrecht, C.F.Muller Verlag, 2001.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관련한 법적 쟁점 조명 Abstract The Study on the issue of law about the Decision of Unconformable to Constitution as to the criminal clause around the Supreme Court ruling Park, Jin-Woo Assistant Professor, Gachon University Dep of Law, Ph.D. in Law The decision of Unconformable to Constitution means the Court acknowledges a law s unconstitutionality but merely requests the National Assembly to revise it by a certain period while having the law remain effective until that time. It is the decision of Unconformable to Constitution that sustains the force of law unconstitutional form during a period of time in order to respect the legislative power and to avoid legal spaces when the constitutional court makes a decision of unconstitutionality immediately. The decision of Unconformable to Constitution of the constitutional court comprises two types. One is the decision of stop applying and the other is the decision of continue to apply. When the constitutional court decides an penal clause as Unconformable to Constitution, there has been an controversy that the judge of the criminal court should be how to understand the decision of Unconformable to Constitution and whether sentence should be made. The Supreme court presents the criminal court with a solution to this problem by its judgment. The Supreme court considers the decision of Unconformable to Constitution concerning the criminal clause as the decision of the unconstitutionality whether it is the decision of continue to apply or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stop applying. I think that The Supreme court s understanding which the decision of stop applying is regarded as unconstitutional is proper. On the other hand I consider that The Supreme court s understanding which the decision of continue to apply is also regarded as unconstitutional is inappropriate. key words : decision of Unconformable to Constitution, decision of unconstitutionality, The Supreme court, the criminal court, the criminal law. 투고일 : 2012. 7. 9. 심사일 : 2012. 8. 13. 게재확정일 : 2012. 8. 27.

嘉 泉 法 學 제5권 제2호 (2012.8.31.) 27 Gachon Law Review,Vol.5., No.2.(Aug 31, 2012) pp.27~56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최 창 호 * 1) I. 서 론 < 차 례 > Ⅱ. 천부인권론 1. 개 설 2. 유길준의 입장 3. 다른 개화파 인사들의 사상 Ⅲ. 주권론 1. 주권의 개념 2. 주권의 분류와 내용 3. 양절체제 4. 평 가 Ⅳ. 정부의 형태 1. 정부 형태 2. 유길준의 입장 : 영국 체제에 대한 호평 3. 참정권 4. 평 가 Ⅴ. 결 론 *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차장검사.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국문요약> 유길준이 저술한 서유견문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서양의 제도와 문명을 광범위하게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저서이다. 유길준은 실학, 중국 의 양무사상, 일본의 문명개화와 부국강병사상 및 미국의 민주주의사상 을 배우고 익혔으며, 이어 여행을 통하여 유럽의 선진문명을 보았다. 유길준은 조선의 백성을 근대국가의 인민 으로 일깨우기 위하여 고난 의 가시밭길에서 서유견문이라는 열매를 일구어 내었다. 본고는 유길준의 서유견문에 나타난 헌법 사상 중 천부인권론, 주권론 및 정부체제론에 대하여 살펴본 것이다. 기본권과 관련하여 유길준은 서양의 근대적 인민의 권리론인 천부인권 론을 전면적으로 수용하였다. 주권론과 관련하여 유길준은 주권을 국내적인 주권과 국외적인 주권으 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한편 유길준은 당시의 조선 상황을 설명하기 위하여 대외주권에 관한 새로운 이론인 양절체제(Dual System or Inconsistency System)를 주장하고 있다. 즉 조선과 중국의 관계를 贈 貢 國 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면서도 조선이 자주독립국이라고 주장함으로 써 조선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다. 정부의 형태와 관련하여 유길준은 각국의 정치 체제를 서로 비교한 후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 체제가 가장 훌륭한 규범이라고 지적 하면서,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영국의 정치 체제가 가장 훌륭하다고 언 급하고 있다. 다만, 시대적 상황적 한계 속에서 혁명적 발상을 하지 않는 이상 전제군주제 하에서 통치자의 권위를 손상시킬 수 있는 입헌군주정 을 주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길준은 서구 근대의 성과를 가장 먼저 듣고 느끼고 이를 조국의 현 실개혁에 반영하려고 하였던 선각자임이 분명하다. 또한 유길준의 서유 견문이 갑오경장의 모체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서양지식 수용에 소극적이었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한다 하더라 도 유길준의 서유견문이 당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은 안타 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막고 근대 국민 국가를 세우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었던 당시에 유길준의 서유견문이 조선을 국민국가로 이끌어낼 계 몽서로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시 우리의 선조들에게 세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계 인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서양문물 소개서이자 근대화의 필요 성과 방법을 역설한 개화서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주제어 : 천부인권론, 주권론, 양절체제, 정부형태, 근대화 I. 서 론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조선에 대한 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하여 개화파 사이에서는 대청종속관계의 청산이라는 큰 과제가 부각되었다. 국제법 서적인 만국공법 1) 의 영향을 받아서, 개화파들은 임오군란 이후 청의 개입이 조선의 자주적 개화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명치유신의 성과를 직접 목격한 후 일본을 모델로 하여 근대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 지게 되었다. 서구 열강이나 일본이 조선을 독립된 주권 국가로 파악하고자 하는 근대 국 제법적 입장과 청이 조선을 계속 속방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입장은 결국 충돌 이 예견되어 있었다. 2) 청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속방인 조선이 청의 종주권 밖으로 완전히 이탈 하여 청의 동북지역 안전을 위한 제1차 방위선이자 완충국으로서의 역할을 계 속 수행해 주기를 바라는 전략적 판단을 하였을 것이다. 3) 유길준의 서유견문은 일견 서양에 대한 기행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 양의 제도와 문명을 광범위하게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저서이다. 4) 유길준은 박 규수로부터 실학과 중국의 양무사상을 배웠고, 일본유학을 통하여 福 澤 諭 吉 로 부터 문명개화와 부국강병사상을 배웠으며, 1883년 보빙사의 전권대신 민영 1) 정용화, 문명의 정치사상:유길준과 근대 한국, 문학과 지성사, 2004, 174면. 만국공법은 휘튼 (Henry Wheaton)이 1836년에 저술한 책인 Element of International Law를 중국에 들어 온 미국 선교사 윌리엄 마틴이 1864년 한역( 漢 譯 )한 것인데, 1880년대 들어 조선의 조정에 개화의 물결이 팽배하게 될 당시 널리 유포된 책이다. 2) 정용화, 앞의 책, 161면. 3) 정용화, 앞의 책, 161면. 4) 최종고, 한국법사상사,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4, 268면.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익의 수행원으로 미국에 가서 미국의 민주주의사상을 익혔으며, 이어 유럽 여 러 나라 여행을 통하여 유럽의 선진문명을 보았다. 5) 백성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의미를 갖는 백성이 무지몽매하다는 사실은 유길준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었 을 것이다. 박제가는 북학의 의 도입 부분에서 수레에 대하여 장황하게 설명한 바가 있었는데, 6)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후에도 조선에서는 아직까지 수 레바퀴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구상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다. 7) 유길준 은 갑신정변 이후 미국에서 인천을 거쳐 한성부에 들어서자마자 남대문 부근 에서 체포되어 포도대장 한규설의 사택에 감금되었다가 白 鹿 洞 에 있던 翠 雲 亭 에 유폐되어 있었다. 유길준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울분을 달래고, 8) 또한 조 선의 愚 民 을 근대국가의 인민 으로 일깨우기 위하여 고난의 가시밭길에서 서 유견문이라는 열매를 일구어 낸 것이라 하겠다. 오늘날 통상의 헌법학 교과서에서는 총론, 기본권론 및 정부제도론으로 분 류하여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서유견문의 제3편, 제4편 및 제5편에 나타난 유길준의 사상 중 천부인권론, 주권론 및 정부체제론에 대하여 살펴보 기로 한다. Ⅱ 천부인권론 1. 개 설 인권 또는 인간의 권리란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갖는 것으로 생각 5) 유동준, 유길준전, 일조각, 2005, 148면. 6) 박제가, 안대회 역, 북학의, 돌베개, 2008, 23면 이하. 북학의는 18세기 후반 위기에 직면한 조선의 만성적 질병을 치료하려는 의도에서 저술된 것이다. 북학의에서 박제가는 사회는 닫 혀 있고, 지식인은 자아도취에 빠져 있어, 그 결과 국가와 백성은 빈곤하고 후진적 상태에 머 물러 있다고 조선 사회를 진단하였다. 위 책 3면 참조. 7) 이정식, 구한말의 개혁 독립투사 서재필,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4, 145면. 8) 전봉덕, 한국근대법사상사, 박영사, 1984, 189면. 위 책에서는 서유견문을 유폐생활 중의 울 분의 소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친구 이릉을 변호하다가 한무제에 의하여 사형 대신 궁형을 받은 사마천이 개인적 비극을 역사적으로 승화시켜 사기를 저술한 것이나, 벼슬길에서 물러 나 죄인의 몸으로 18년이란 긴 세월을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저술한 것도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되는 생래적이며 기본적인 권리라 할 수 있다. 9) 이러한 인권 내지 인간의 권리라는 개념은 계몽주의적 자연법론과 사회계약 설 등 근대적 사상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천부인권론에 사상적 토대를 두고 있다. 10) 천부인권론은 근대 각국의 인권선언과 권리장전 등에 성문화되어 나 타났다. 즉 미국 Virginia 洲 권리장전 제3조의 천부적 권리 또는 생래의 권리 라는 말과 프랑스 인권선언 제2조의 자연권 이라는 말은 이러한 사상을 나타 내는 것이고, 독일의 Menschenrechte라는 용어도 전국가적인 권리, 자유로서 모든 사람에게 인정되는 권리를 의미한다. 11) 우리 헌법에는 기본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일이 없었고, 단지 헌법재판소 법 제68조 제1항에서 기본권 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 12) 우리나라에서 천부인권에 관한 언급을 하기 위해서는 개신교에 관한 설명을 빼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선에 뿌리내린 개신교는 무엇보다 그 특징이 정치 적이었다. 더구나 1905년 일제에 의하여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 이후 대부분 의 지식인들은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열강 속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개명을 하여 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하여 기독교를 믿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 속에서 당시 개신교가 계몽하고 지향하려는 정신은 기 독교 신앙을 통한 새로운 가치관의 확립과 자아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유 교 윤리의 차별적 가치가 지배하는 일종의 닫힌 사회인 조선 사회에서 기독교 가 내세우는 새로운 가치관이란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四 民 平 等 의 윤리였다. 13) 조선에서 최초의 천부인권론은 1884년 한성순보 제14호의 美 國 誌 略 續 稿 에서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소개한 글이라고 보인다. 14) 새로운 정치적 범주와 개념으로서의 국민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애국계몽 운동기에 여러 계몽사상가들에 의하여 주창되었는데, 유길준은 서유견문에서 인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하여 상세히 논하고 이후 노동야학독본, 정치학 에서 9) 김철수, 헌법학개론, 박영사, 2005, 269면. 10) 김철수, 앞의 책, 269면. 11) 김철수, 앞의 책, 270면. 12) 기본권의 개념에 관하여는 정종섭, 기본권의 개념, 금붕어, 2007. 참조. 13) 이광래, 한국의 서양 사상 수용사, 열린책들, 2003, 233면. 14) 한태연 / 구병삭 / 이강혁 / 갈봉근, 한국헌법사(상),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8, 195면.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하여 언급했다. 15) 1889년 탈고한 유길준의 서유견문은 인민의 개념을 매우 분석적인 개념으 로 사용하고 있다. 그의 목차구성은 근대세계-국가-인민-정부의 순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인 틀이 구성되는 수준 내지 상호관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6) 2. 유길준의 입장 유길준은 서양의 근대적 인민의 권리론인 천부인권론을 전면적으로 수용하 였다. 인간의 권리는 하늘이 준 것이므로 사람이 사람되는 이치는 천자로부터 필부에 이르기까지 조금만큼의 차이가 없다. 라고 전제하고,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으며, 천자도 사람이요 필부도 역시 사람이다. 라고 표 현을 하였다. 또한 인간의 권리는 현우( 賢 愚 ) 귀천 빈부 강약의 구별 없이 똑같 다. 라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인간의 권리는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고 어느 누구도 굴복시킬 수 없다고 역설하였다. 17) 유길준의 서유견문은 일본의 개화사상가 후쿠자와( 福 澤 諭 吉 )의 서양사정 을 많이 참고하였고, 내용적으로도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18) 한편 서양사정 도 그 外 編 은 영국학자 체임버스(Chambers)의 Political Economy for Use in Schools and for Private Instruction이라는 책을 초 역하여 만든 것이고, 2편의 1권은 영국 법학자 블랙스톤(William Blackstone)의 Commentaries on the Laws of England를 초역한 것이며, 2권도 웨일랜드 (Franis Wayland)의 The Element of Political Economy를 초역한 것이 다. 19) 당시의 정신적 사회적 수준 내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독창적 인 저술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7년간의 유 폐생활을 통하여 제한된 자료와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글을 쓰기란 쉽 15) 박명규, 국민 인민 시민, 소화, 2009, 88면. 16) 박명규, 앞의 책, 153면. 17) 김학준, 한말의 서양정치학 수용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3, 47-48면. 18) 최종고, 한국법사상사,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244면. 19) 최종고, 앞의 책, 245면 ; 한편 유용태/박진우/박태균,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1, 창 비, 2010, 176면에서는 서양사정 이 해국도지 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일본인 자신의 서양견문을 더하여 간행된 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우선 유길준의 서유견문은 후쿠자와의 번역용어를 따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법률용어를 따로 번역한다거나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새 로운 창조활동이라 할 것이므로 결코 용이한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 유길준은 국가주의적 법사상을 앞세우고 있는데, 비록 유길준이 세계를 일 주하고 신학문의 세계를 맛보기는 하였으나 전통적인 유교주의적 교양에 젖어 있었고, 낭만적 민족주의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21) 이러한 점에서 미국법학의 영향을 받고 천부인권설을 신봉하여 인민이 국가 의 주인이요 정부관인은 인민의 사환이라고 주장한 서재필의 법사상과는 차이 가 있다. 22) 3. 다른 개화파 인사들의 사상 가. 서재필 서재필 23) 은 초기 개화사상과 갑신정변 시기에 평등권 및 민주주의사상의 기초적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미국 망명 및 유학 시기에 서구계몽사상 및 민 주주의 사상을 공부하여 민주주의사상을 확고하게 발전시켰다. 서재필은 天 賦 人 權 思 想 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백성마다 얼마큼 하나님이 주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는 아무도 뺏지 못하는 권리 라고 지적하면서, 사 람마다 가진 자유권 을 존중하여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24) 더구나 이것이 프로테스탄티즘을 초월한 민족운동으로 더욱 극명하게 나타 난 것은 독립협회를 조직하고 주도한 서재필의 핵심적인 계몽사상에서였다.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은 모두 그 나라 백성이므로 백성마다 얼만큼 하나님이 주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는 아무도 뺏지 못하는 권리요 25) 라는 독립신문의 20) 최종고, 앞의 책, 245면. 번역의 중요성 및 번역과 근대화에 대하여는 마루야마 마사오/가 토 슈이치, 임성모 역, 번역과 일본의 근대, 이산, 2009. ; 김욱동, 번역과 한국의 근대, 소 명출판, 2010. 참조. 21) 최종고, 앞의 책, 245면. 22) 최종고, 앞의 책, 246면. 23) 서재필의 생애에 대하여는 이정식, 앞의 책 참조. 24) 신용하, 한국근대지성사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5, 189면. 25) 독립신문 1897년 3월 9일자 논설.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논설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며 조물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몇 개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라고 선언한 제퍼슨의 미국독립선언서와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것은 서구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서 구클럽의 아시아 회원국으로 자처하고 나선 일본 제국주의의 아시아 부정, 즉 아시아지배라는 일본식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독립의지의 표현이자 독립선언의 프롤로그이기 때문이다. 26) 또한 서재필은 조선의 백성들은 몇 백 년을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 압제받 아 백성의 권리라고 하는 것을 애당초 잊어버렸고 또한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지라 27) 라고 지적하였는데, 이는 루소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지만 도처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다 28) 라는 사회계약론 의 첫머리 내용과 그 의미가 유사하다. 29) 서재필은 언론을 통하여 국민과 정부의 법의식과 민주사상을 앙양시키는 것 이 급선무라고 생각하여 손수 수많은 독립신문 사설을 국문 영문으로 발표하 여 자기의 사상을 천명하였다. 역사가 이광린은 서재필의 활동 중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한국 국민들 에게 천부인권의 사상을 고취하였다는 데에 있다 라고 지적하였다. 30) 서재필은 미국의 독립선언서와 루소의 언급을 뇌리에 그리면서 한국사회의 현실을 직시하여 오늘날의 불평등은 후진적이고 인위적인 것이니 타파를 하여 야한다고 역설하였다. 개인의 생명 자유 재산권의 보호는 누구에게도 빼앗 길 수 없는 권리이며, 정부가 법을 만드는 의의도 여기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 하였다. 31) 26) 이광래, 앞의 책, 234면. 27) 독립신문 1897년 3월 9일자 논설. 28) 루소의 사회계약론 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며, 그리고 그는 도 처에서 쇠사슬에 매여 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나는 모른다. 무엇이 그것 을 정당하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진술로써 루 소는 정치적인 문제를 가장 근본적인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서양정치철학사 Ⅱ, 레오 스트 라우스/조셉 그랍시 엮음, 김홍우 감수, 이동수 외 역, 인간사랑, 2007, 421면. 29) 이광래, 앞의 책, 234면. 한편 위 책의 같은 면에서는 심지어 서재필은 일본이 동방의 영 국 노릇을 하려 하니 우리는 조선을 아시아의 프랑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 하였다는 언 급이 있으나, 조선을 아시아의 프랑스로 만들어야 겠다는 것은 김옥균의 생각이다. 30) 이광린, 서재필의 개화사상, 한국개화사상연구, 일조각, 1979, 142면, 최종고, 앞의 책, 247면에서 재인용.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이러한 서재필의 주장은 당시 혁명적인 사상이어서 진사 정성우는 서재필이 선왕의 법제를 뜯어 고치고 나라를 전복시키려 획책하는 凶 徒 32)라는 상소를 올렸으며, 러시아공사 웨베르(Karl Waeber)는 서재필에게 맞대놓고 교육의 중요성과 국민의 권리를 강조하면 국민이 반항정신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33) 이와 같이 서재필은 영미법적 思 想 財 들을 풍부하게 소개하여 강력하게 역설 하였으나, 그의 개인적인 주장에 그쳤고 입법과 법제도에 직접 실현되지는 못 하였다. 34) 나. 윤치호 독립신문의 편집 및 경영권을 인수한 윤치호는 유길준이나 서재필과 달리 하 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천부 인권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스스로의 노력 과 투쟁이 필연적임을 강조하였다. 그는 서재필로부터 신문사를 인계받고 작성 한 첫 번째 논설 정직한 고백 에서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다는 것, 이 진리는 앵글로색슨족이나 라틴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누구에게나 준 것이라는 것, 또 오늘날 국왕이나 양반들에게 소처럼 일하면서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한국 안에는 너무나 많다는 것, 그리고 외국인들이 향유하고 있는 개인의 권리와 번영은 길가에서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라 다년간의 노력과 연구와 투쟁을 거쳐서 얻은 것, 만약 앞으로 한국인들이 이러한 권리와 번영을 누리기를 원한다면 노력하고 투쟁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35) 개화파 인사들이 모델로 삼은 국가는 저마다 달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제시하는 방법도 서로 상이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하나님으 로부터 부여받은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으면서 근대 시민 사회의 형성을 위한 국민 계몽에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36) 다. 비 판 그러나 개신교 인사들의 기독교적 천부인권사상에 기초한 조국 자주독립과 근대화의 열망과 노력은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그들의 친( 親 )선진 열강적 현실 31) 최종고, 앞의 책, 248면. 32) 日 省 錄, 建 陽 元 年 (1896) 5월 29일 條, 최종고, 앞의 책, 248면에서 재인용. 33) 윤치호일기, 1897년 7월 7일자, 최종고, 앞의 책, 248면에서 재인용. 34) 최종고, 앞의 책, 249면. 35) 이광래, 앞의 책, 235면. 36) 이광래, 앞의 책, 235면.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인식과의 상충과 모순을 피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그들의 이상 실현을 위한 노고마저도 빛바래게 할 수밖에 없었다. 37)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법 사상을 가장 강하게 심어준 사람은 서재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당시의 국가상황과 판례법위주의 영미법의 내적인 부적격성으로 우리나라에 뿌리내리기 어려웠다. 38) 영미법은 불문법의 체계로 비교적 법적 안정성이 지켜지고 역사와 연륜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으 로, 이런 면에서 영미법주의는 직접 영국이나 미국의 식민통치를 받은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외국에 수용되기가 쉽지 않은 법체계라고 하여도 잘못이 아니다. 39) Ⅲ. 주권론 1. 주권의 개념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최고의 권력이 주권이다. 주권은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권력이고, 대외적으로는 독립된 권력으로 설명되고 있다. 주권개념은 서양에서 절대주의시대에 군주의 권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원용되었는데, 근대입헌주의 이래 국민주권주의가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40) 당시 조선의 입장에서 볼 때 청에 대한 자주 독립의 주장은 근대 국제질서 이론인 주권론에 입각하여야만 정당화될 수 있었다. 41) 이와 같은 주권개념은 자신을 천하유일의 종주국으로 자처하고 나머지 국가 를 모두 그 번속국이나 외이( 外 夷 )로 간주하고 있던 청의 위계화된 천하관에 37) 이광래, 앞의 책, 235면. 천부인권을 전제로 하는 계몽주의와 우승열패, 적자생존을 전제로 하는 사회진화론은 처음부터 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주장이다. 사회진화론의 적자생존 의 원리는 현재의 승자의 지위를 긍정해야 하므로 천부인권설이 주장하는 자유 민권 사상 과는 논리필연적으로 충돌이 될 수밖에 없다. 38) 최종고, 앞의 책, 261면. 39) 최종고, 앞의 책, 249면 : 유길준은 일본과 미국에서 후쿠자와 유키치와 모스에게 직접 지 도를 받아 당시 조선의 지식인 중 가장 다윈주의와 진화론에 밝은 개화사상가였다. 이광래, 앞의 책, 220면 참조. 40) 성낙인, 헌법학, 법문사, 2012, 102면 ; 한수웅, 헌법학, 법문사, 2011, 87면 이하. 41) 정용화, 앞의 책, 169면.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42) 2. 주권의 분류와 내용 유길준은 주권을 두 가지 측면에서 파악하여 설명한다. 즉 국내에서 시행되 는 모든 정치와 법령으로 정부의 입헌적 기능을 스스로 지키고자 노력하는 국 내적인 주권( 內 用 하는 주권)과 독립과 평등의 원리에 따라 외국과 정당한 교 섭을 갖도록 노력하는 국외적인 주권( 外 行 하는 주권)이 바로 그것이다. 43) 이 와 같은 설명은 현재의 헌법학 교과서에서 주권을 대내 외적으로 구분하여 설 명하고 있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유길준은 방국의 권리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기 위하여 현실적으로 가장 긴급하고도 절실한 힘이고, 이와 같은 힘을 입본( 立 本 ), 즉 나라의 근본을 세 우는 권리라고 하면서, 1 현 체제를 유지하고 스스로 보호하는 권리, 2 독립 하는 권리, 3 산업(토지)에 관한 권리, 4 입법하는 권리, 5 교섭하고 사신 을 파견하며 통상하는 권리, 6 강화하거나 조약을 맺는 권리, 7 중립하는 권 리의 7가지로 나누어 열거하고 있다. 44) 또한 이러한 조목들은 모든 나라들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권리인데, 이 가운데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다면 그 나라 가 나라답게 되지 못하며, 될 수도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설명은 주권의 불가분성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45) 이와 같은 분류에 대하여는 난삽한 낯선 숙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 어떤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권리이고 국제법상 어떤 기능을 가지는 것인지 이해하 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렇게 많은 권리의 종류를 나열하는 것은 법이론적 인 분류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 46) 도 있다. 42) 유용태 / 박진우 / 박태균, 앞의 책, 177면. 43) 유길준, 허경진 역, 서유견문, 서해문집, 2005, 104면. 외부세력에 대하여 자주독립적임을 나타내는 대외주권을 국제법적 주권이라는 설도 있으나, 오늘날 대외주권의 최고절대성은 점차 부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관계의 변화, 국제법의 진화에 따라서 절대성은 후퇴하 고, 국가의 독립성을 의미하고 있다. 김철수, 학설판례 헌법학(상), 박영사, 2009, 282면, 각주 1) 참조. 44) 유길준, 앞의 책, 104면-106면. 45) 정용화, 앞의 책, 173면. 46) 전봉덕, 앞의 책, 205면.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3. 양절체제 가. 증공국의 개념 당시는 중국과 그 이웃나라들이 조공의례를 매개로 외교관계를 맺고 평화를 유지하는 지역질서를 형성하고 있었다. 중국황제는 조공국이 정해진 외교의례 를 행하고, 그 역법을 사용하는 한 조공국의 내정과 외교에 간섭하지 아니하 였다. 따라서 조공이라는 것은 초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그에 인접하고 있는 소국들이 자신들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외교전략으 로 파악하여야 한다. 47) 유길준은 당시의 조선 상황을 설명하기 위하여 대외주권에 관한 새로운 이 론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즉 조선과 중국의 관계를 贈 貢 國 이라는 개념으 로 파악하면서도 조선이 자주독립국이라고 주장하였다. 48) 유길준은 속국과 증공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대개 속국은 복종하 거나 섬겨야 하는 나라의 정령과 제도를 따라야 하고, 국내외의 여러 가지 사 무를 자주적으로 처리할 권리가 전혀 없다. 증공국은 강대국의 침략을 면하기 위하여, 자기 나라가 대적하기 어려운 형세인 것을 스스로 헤아려 알고 비록 본심에는 맞지 않더라도 (강대국이 내세운) 조약을 준수하여 공물을 보내고, 그들이 누리는 권리의 한도에 따라 독립 주권을 얻는다. 그러므로 증공국이 다른 여러 독립국과 같은 여러 가지 권리를 행사한다면, 세계 가운데 당당한 하나의 독립 주권국이다. 속국은 조약을 체결할 권리가 없지만, 증공국은 다른 독립 주권국과 동등하게 수호조약 항해조약 및 통상조약을 상의하거나 약정한 다. 속국은 영사 및 무역사무관 외에 총영사도 파견할 권리가 없지만, 증공국 은 그들이 체결한 조약에 따라 조약을 체결한 여러 나라에 각급 사절단을 파 견하거나 초빙하고, 교전( 交 戰 )이나 강화를 선언할 권리가 있다. 속국은 이러 한 권리가 없다. 증공국은 이웃 나라끼리 군사 행동을 취할 때에 중립을 지킬 권리가 있지만, 속국은 자기 나라가 섬기는 나라에 대하여 이 권리를 행사할 수가 없다. 증공국은 공물을 받는 나라, 즉 수공국과 사절단이나 영사를 서로 파견할 권리가 있지만, 속국은 자기 나라가 섬기는 나라에 대하여 이 권리를 47) 유용태 / 박진우 / 박태균, 앞의 책, 42면. 48) 전종익, 근대주권개념의 수용과 전개,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06, 203면.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행사할 수가 없다. 49) 나. 양절체제의 개념 유길준은 조선이 청보다 낮은 지위에 있다면 양국과 서구 여러 나라들이 동 등한 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므로, 법적으로 贈 貢 國 50)과 受 貢 國 은 독립한 주 권국가로서 동등한 것이고, 다만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조공관계가 존재한 다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贈 貢 國 과 受 貢 國 을 기준으로 할 때 양 자간의 관계와 제3국과의 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체제를 兩 截 체제(Dual System or Inconsistency System)라 칭하였다. 51) 이처럼 유길준은 현실 국제관계에서 수공국인 청이 제국에 대해서는 동등의 예도 를 행하면서 증공국인 조선에 대하여는 독존한 체모 를 강요하는 현실을 두고 양절체제라 규정한 것이다. 양절이란 앞뒤가 잘린 것으로, 양절체제란 앞 뒤가 일치하지 않아 모순되는 체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52) 유길준의 양절체제라는 천재적인 직관은 사대 질서의 개념들을 서양 공법 질 서의 개념으로 전환시키려는 청에 대한 조선의 처절한 저항으로 보아야 한다. 53) 중화왕조인 북송과 남송도 이적왕조인 요와 금에 조공을 바치지 않을 수 없었 던 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54) 조공을 바쳤다고 하여 모두 종주국와 속국 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상국과 하국의 지위가 국력의 성쇠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자발적으로 상응하는 경우에는 평화가 유지된다 고 할 것이나, 그러하지 아니하다면 갈등과 충돌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유길준은 중립론 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토가 아시아의 목구멍에 위치하여 유럽에서 벨기에와 비슷합니다. 지위는 중국의 조공국이니 터키를 섬기는 불가리아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불가리아에 게는 동등한 예( 禮 )로서 각국과 조약을 맺을 권리가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있 습니다. 조공국의 반열에 있으면서 다른 나라에게서 책봉을 받는 일은 벨기에 49) 유길준, 앞의 책, 111면-112면. 50) 다른 나라에 공물을 보내어, 또는 예전에 맺었던 조양이나 새로 맺은 조약에 따라 빼앗긴 국토를 돌려달라고 하거나, 뒷날 침략당할 것을 면하려고 하는 나라가 증공국( 贈 貢 國 )이다. 유길준, 앞의 책, 108면. 51) 전종익, 앞의 논문, 206면. 52) 정용화, 앞의 책, 219면. 53) 김효전, 헌법, 소화, 2009, 7면. 김용구의 서문 중에서, 54) 유용태 / 박진우 / 박태균, 앞의 책, 43면.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에게는 없지만, 우리나라에게는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체제는 실로 벨 기에와 불가리아 두 나라의 전례( 典 例 )를 겸비한 것입니다. 즉 조선은 청에 조공하고 있었으므로 터키에 대한 불가리아의 지위와 비슷하다고 할 것이지 만, 조선은 여러 국가들과 조약을 맺고 있으므로 독립국이고, 이러한 점은 벨 기에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조선을 침략할 지도 모를 위기에 있었으 므로 청이 조선의 안보를 주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조선은 청의 속국이 아 니라는 것이다. 55) 다. 자주외교론 청은 일본에 대한 공사파견에 대하여는 별문제를 삼지 않았으나, 조선이 구 미제국에 전권공사를 파견하는 경우 지금까지의 조 청 종속관계가 변경될 것 을 우려하여 심한 간섭을 하였다. 특히 조선의 외교상 자주권을 제한하는 영 약3단( 另 約 三 端 ) 56) 을 제시하였다. 주미전권대사 朴 定 陽 은 청의 간섭에도 불구 하고 미국 대통령 S. G. Cleveland를 방문하는 등 57) 3단에 구애됨이 없이 활 동하였다. 그러나 청은 박공사의 違 端 을 여러 차례에 걸쳐 힐문하였다. 마침내 박정양은 정부의 소환령에 따라 귀국을 하여야 했고, 58) 그후 중직에 임명되지 도 못하였다. 이 때 청의 照 會 에 대하여 유길준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회답을 55) 마타니 히로시 / 나미키 요리히사 / 쓰키아시 다쓰히코, 강진아 역, 다시 보는 동아시아 근 대사, 까치, 2011, 300면. 56) 1 조선 공사는 임지에 도착하는 대로 그 곳의 청국공사를 방문해야 하고 청국공사와 함께 주재국의 외무성을 방문하여야 한다. 2 의식 연회 등이 있을 때에는 청국공사의 뒤를 따 라야 한다. 3 중대한 외교상의 안건은 미리 청국공사와 의논하여야 한다. 유동준, 앞의 책, 161면. 57) 이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는 H. N. 알렌, 신복룡 역주, 조선견문기, 집문당, 2010, 147면 이 하 참조. 58) 청의 끈질긴 책임 추궁에 대하여 박정양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어느 나라 사절 이든 제3국의 사절과 함께 외무성에 가서 국서의 부본을 올리는 법은 없으며, 만약 자신이 예법대로 하지 않고, 제3자를 청해서 소개하에 하여도 역시 그 나라를 멸시하는 게 된다고 합니다. 교제하는 데에는 예절과 공경이 주가 되는데 자주자립하는 나라가 남의 경멸을 받 을 수는 없는 일이며,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치욕으로 여겨서 공식관례를 위반하는 것이라 하여 국서를 받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청의 대신과 함께 갔다가 다 함께 辭 絶 당한다면 조선만의 욕이 아니라 청에도 또한 수치일 것이므로 이 한번의 擧 借 로 두 나라 가 다른 나라의 모욕을 자초하여 함께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유동준, 앞의 책, 162면. 위안 스카이는 이러한 논리를 반박하며 서양 각국에 대한 자주 보다도 청에 대한 속국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양보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에 걸쳐 청과 조선은 박정양을 처벌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였다. 마타니 히로시 / 나미키 요리히 사 / 쓰키아시 다쓰히코, 강진아 역, 다시 보는 동아시아 근대사, 까치, 2011, 302면.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하였다. 합중국과 본국은 동등한 조약을 체결하였으니 그 외무대신과 본 공사 와는 동등합니다. 그런데 이제 조선과 합중국이 만나는 자리에 청의 대신이 본 공사의 상석에 있어서 그와 동등치 못한 본 공사를 합중국 외무성에 소개 하면서 동등하게 하라 하면 합중국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 만약 합중국 이 허락지 않음으로 인해 본 공사를 합중국 외무성 아래 자리에 있게 한다면 그것은 동등이 아니므로 본 공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청 대신은 조선과 합중국이 동등임으로 해서 본 공사와 同 列 에 있을 수 없으 며 또 그대로 합중국 외무성의 상석을 차지할 수도 없을 것이니 본 공사는 청 대신을 상석으로 인정하고 합중국 외무성과는 동등인 것으로 볼 뿐입니다. 합 중국은 청이 특별히 조선의 외교는 자주임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동등한 조약 을 체결한 것이니 본 공사는 그 관계를 오래도록 보전하려 한 것인데 여론을 듣건대 합중국 정부가 본 공사를 접견하느냐 않느냐 하는 의심이 있다는 말까 지 있었습니다. 대개 합중국은 청과 조선을 별개의 두 나라로 보는데 만약 본 공사가 먼저 청의 공사관으로 간다 해도 모욕이라 하겠거늘 하물며 본 공사가 합중국 외무성과 동등하다고 이르면서 청 대신에 의뢰하여 국서의 부본을 전 하게 한다면 마음에 달게 여겨 常 例 로 보겠습니까. (중략) 이제 외교의 자주 는 청의 각별한 은혜로 만국 사이에 한 국가의 체제를 보전하게끔 한데서 생 긴즉, 청이 그 3단으로 인하여 본 국와 여러 나라와의 동등권을 파괴하고 이 미 체결한 조약을 말소시켜서 전권대신을 서로 파견하지 못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략) 오늘날의 定 形 으로 헤아려 보면 본국이 여러 나라와 동등하 게 조약을 체결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역시 청의 이익도 되며 조선만 을 위함이 아닙니다. 59) 이러한 주장은 양절체제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할 것이다. 라. 데니의 청한론 60) 묄렌도르프의 뒤를 이어 조선에 부임한 외교고문 데니(O. N. Denny, 1838~1900)는 1888년 2월경 청한론 을 저술하였다. 데니는 이 책을 통하여 조청간의 문제를 명확히 함으로써 청측 주장의 허구를 비판하고 조선과 조약 59) 유동준, 앞의 책, 163-164면 ; O. N. 데니, 신복룡/최수근 역주, 청한론, 집문당, 1999. 참조 60) 1886년 3월 28일 내한하여 1891년 1월 22일 조선을 떠난 데니는, 조선의 주권에 대한 청국의 횡포 및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묄렌도르프에 대항하여 청한론을 작성하였다.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을 맺은 열강들이 청국에 압력을 행사하여 청의 대조선 정책을 변화시키고 가 능하다면 조선의 독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데니는 조선이 청의 조공국이지만 엄연한 자주 독립국임을 주장하였다. 이 는 버마 영유권 문제로 영국이 청에 조공을 바쳤다고 하여 영국이 주권 독립 국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19세기 초 미국이 지중해상에서 회교 해적으로부 터 상선 보호와 교역을 위하여 회교 제국에게 공물을 바친 일이 있다고 하여 미국을 속방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또한 1638년 병자호란 당시 城 下 의 盟 은 번속조약이 아니고 단순한 조공관계의 조약일 뿐만 아니라, 성하의 맹은 중국의 정통인 한족과 맺은 조약이 아니라 한족의 한 번신인 만 주여진족과 맺은 조약이기 때문에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1) 유길준은 조선의 자주적인 위상을 밝히고 이를 국내외에 알릴 필요가 있어 데니의 청한론을 참조 및 원용한 것이다. 62) 마. 묄렌도르프의 견해 묄렌도르프는 청한론에 나타난 데니의 견해를 반박하면서, 조선이 수백년간 중국의 봉신국이었음을 주장하였다. 63) 조선의 예속적 입장을 고려할 때 이에 해당하는 조선말은 속국( 屬 國 )인데, 외국인들이 무분별하게 봉신국 또는 조공국으로 번역을 하고 있고, 64) 조공이 란 예속국 또는 진공국( 進 貢 國 )의 의무 중 하나를 표현하는 것이라 한다. 묄렌도르프는 예속이라는 단순한 사실은 한 나라가 국제법상 독자적이며 확 실한 주권국임과 그 권리를 누릴 수 있고, 그 조건에 부수되는 의무를 초래하 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므로, 종속이란 주권의 절대적인 부정을 의미하 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그는 국제 관계에 있어서 한 국가가 조공을 진 상한다거나, 명목상으로 봉건적 예속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나라의 주권은 그 이상 변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65) 또한 묄렌도르프는 일반적으로 자기 영토와 다른 주권국에 대한 봉신국의 주권 행사는 봉신이라는 상태와 모순을 일으키지 않으며, 이것은 단지 종주권 61) 정용화, 앞의 책, 207-208면. 62) 김학준, 앞의 책, 40면. 63) 묄렌도르프, 신복룡/김운경 역주, 묄렌도르프 自 傳, 집문당, 1999, 153면. 64) 묄렌도르프, 앞의 책, 157면. 65) 묄렌도르프, 앞의 책, 158면.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에 대한 관계에서만 봉신국이 반( 半 )주권을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66) 고 언급 하고 있다. 4. 평 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길준은 근대주권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조 선의 상황을 양절체제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하려고 함으로써 조선의 이익 을 보호하고자 하였다. 이는 대외적 주권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수반하지 않 으면 하기 어려운 주장이라 할 것이므로, 당시 그의 주권론에 대한 이해가 높 은 수준이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67) 다만, 양절체제론은 현실적인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사이국 가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울타리( 藩 )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사이국가는 중국의 변경에 부속된 존재로 파악될 뿐이었다. 68) 당시 조선은 자주 외교 정책을 추진할 군사력이나 재정능력이 부족하여 적 극적인 외교정책으로 추진될 수 없었고, 양절체제는 방국의 권리라는 근대적 인 기준에 입각하여 대외행위를 추진하기 위한 논리체계였지만 사대의절( 事 大 儀 節 )을 용인하였기 때문에 내재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유길 준이 제시한 양절론은 약소국의 생존방법으로 현실성을 가진 것이었지만, 전 세계가 근대 국제질서로 재편되는 회오리 속에서 일정한 유예조치로서의 시간 적 한계성을 내포한 것이라 하겠다. 69) 오늘날 미국과 중국에 관한 시각과 관련하여 이를 이분법적으로 파악하려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고로는 21세기를 헤쳐 나가는데 어려움 에 봉착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을 모두 품어야한다는 사고는 명과 청을 모두 활용하자는 연암의 사상이나, 유길준의 양절체제론에서 이미 거론되고 있는 바이다. 양쪽을 모두 품는 자세는 지정학적으로 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의 66) 묄렌도르프, 앞의 책, 160면. 67) 최종고, 앞의 책, 271면에서는 유길준은 단순히 福 澤 의 개화사상을 그대로 소개한 것이 아 니라, 자신의 연구와 경험을 통해 반성하고 변용하고 번안하여 自 說 을 제시하면서 조국의 나아갈 방향을 시사하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68) 따라서 주변국을 번속( 藩 屬 )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유용태/박진우/박태균, 앞의 책, 44면. 69) 정용화, 앞의 책, 224-225면.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현실에서 깊이 천착할 바 있다고 할 것이다. 70) Ⅳ. 정부의 형태 1. 정부 형태 가. 정부의 개념 정부라는 단어는 1 국가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경우, 2 입법부와 대비되는 행정부, 3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을 제외한 내각, 4 재정의 주체로서의 國 庫 작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절대군주제 치하에서 정부를 비난 또는 비 판하는 것은 왕조에 대한 불경 또는 반역에 해당될 수 있어 금기시되었으나, 정부 개념의 도입으로 말미암아 국가, 왕조 및 권력을 담당하는 관원의 구별 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71) 유길준은, 이런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사람의 강함과 약함, 현명함과 어리석음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사람의 사람된 도리와 권리를 통일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므로 의롭지 못한 사람은 과격한 기질로써 이런 규모를 파괴 하고, 자기들의 사사로운 욕심을 자행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성으 로써 힘을 제압하고 일정한 제도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는바, 이것이 정부가 시 작된 근본 뜻이었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72) 나. 분 류 유길준은 서유견문 제5편에서 정부의 형태를 1 임금이 마음대로 하는 정치 체제, 2 임금이 명령하는 정치 체제, 3 귀족이 주장하는 정치 체제, 4 임금 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 체제, 5 국민들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 체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서 1, 3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2에는 조선, 4에는 영국, 5에는 미국을 예로 들고 있다. 70) 하영선, 역사 속의 젊은 그들, 을유문화사, 2011, 164면. 71) 김효전, 근대 한국의 국가사상, 철학과 현실사, 2000, 159면. 특히 통감부 설치 이후 대한 제국의 몰락은 위정자의 책임이라는 자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72) 유길준, 앞의 책, 163면 ; 김효전, 앞의 책, 160면.

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헌법사상에 관한 소고 또한 유길준은 우리가 연구할 것은 유럽과 아메리카 두 주에 있는 여러 나 라가 아시아주 여러나라에 비하여 백배나 부강하다는 사실이고, 누구든 자기 나라가 부강해지기를 바라지 않겠는가마는, 정부의 제도와 규범이 달라서 이 같은 차이가 생긴다고 지적하였다. 73) 2. 유길준의 입장 : 영국 체제에 대한 호평 한 가지 정체밖에 모르는 경우에는 그 정체에 속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못마땅하다고 하더라도 정체는 한 가지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묵묵히 받아들 이겠지만, 다른 대안을 아는 경우에는 피치자( 被 治 者 )가 치자( 治 者 )의 이익만 추구하는 통치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74) 유길준은 각국의 정치 체제를 서로 비교한 후에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 는 정치 체제가 가장 훌륭한 규범이라고 지적하고,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영 국의 정치 체제가 가장 훌륭하고 잘 갖추어져 있어서 세계 제일이라고 언급하 고 있다. 75) 영국의 정치 체제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와는 달리 미국의 정치 체제에 대하 여는 비판적인 언급을 하였다. 76) 즉 국민이 많으면 그 가운데는 학식과 덕망 이 넉넉히 한 나라를 다스릴 만한 자가 반드시 있으므로, 미국같이 대통령을 선출하기도 한다. 서양 학자 가운데는 이 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 는 자도 있지만, 이는 사세에 미달하고 풍속에도 어두워 어린아이의 우스갯소 리에도 미치지 못할 뿐더러, 정부를 시작한 유래가 피차간에 차이가 많다. 이 러한 의견을 주장한 학자는 임금이 다스리는 정부에서는 죄인이라고 하여도 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다스리는 정부의 국민들은 73) 유길준, 앞의 책, 173면 74)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역, 정치학, 도서출판 숲, 2010, 10면. 75) 유길준, 앞의 책, 177면. 1885년 4월부터 1887년 2월까지 영국이 거문도를 불법으로 점령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길준은 영국의 체제에 대하여 호의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76) 신동준, 개화파 열전, 푸른역사, 2009, 193면. 유길준은 일각의 미국 대통령제 도입 주장 을 두고 동치( 童 稚 )의 희담( 戱 談 )으로 일소에 부친 바 있다. 미국과 같이 애초부터 군주가 존재하지 않았던 나라가 공화제를 채택하는 것은 가하나 원래부터 군주가 다스렸던 나라가 공화제를 채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 것이다. 그가 체제개혁의 차원에서 제시한 소위 君 民 共 治 는 바로 이런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가천법학 제5권 제2호 (2012.8) 그같이 어리석고도 망녕된 자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반박하고 자기 나라 정부 의 세습하는 제도를 굳게 지키며, 나라 안에서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추천 하여 정부의 관리로 임용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산업을 잘 보전하여, 일정한 법률에 태평스런 즐거움을 누리며 선대 임금들이 창업한 공덕을 만세에 받들 어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이다. 77) 유길준이 이해하고 있는 입헌정체는 백성을 위한 정치이지 백성에 의한 정 치는 아니다. 이는 사실상 유교적 왕도정치와 다를 바 없는 것이고, 유길준은 입헌정체가 유교의 왕도정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78) 3. 참정권 유길준은 참정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여러 사람의 의논이 공평하다고 하여, 정치에 관심도 별로 없는 국민들을 다 동등하게 여기고 정부의 권력을 함께 잡는 것이 어찌 옳겠는가, 79) 국민의 지식이 부족한 나라에선 갑자기 국민들에게 국정참여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 만약 배우지 못한 국민들이 학문을 먼저 닦지도 않고서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 고 있는 훌륭한 정치 체제를 본받으려고 한다면, 나라 안에 커다란 변란이 싹 틀 것이다. 그러므로 당국자들은 국민들을 교육하여 국정에 참여할 지식을 갖 춘 뒤에 이러한 정치 체제에 대하여 의논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정치 체제가 실시된 뒤에야 그 나라가 개화되기를 바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이 정치 체제 가 나라를 보전하는 커다란 길이며, 임금을 사랑하는 정성이 될 것이다. 80) 이러한 유길준의 언급은 교육을 강조한 점에서는 경청할 바 있으나, 일반 국민의 참정권을 부인하여 보통선거 또는 평등선거의 원칙을 부인하는 듯한 의미로 해석되는 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유길준의 생각은 존 스튜어트 밀의 생각과 유사하다고 보인다. 77) 유길준, 앞의 책, 2005, 166-167면. 78) 김지혜, 독립정신에 나타난 이승만의 대한독립연구방안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2005, 19면. 79) 유길준, 앞의 책, 168면. 80) 유길준, 앞의 책, 177-17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