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천안함폭침사태 이후의 내외정세와 통일환경 변화에 따른 통일교 육 방향 에 대한 정책연구 보고서로 통일부의 공식적인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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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통일부 2010년도 정책과제 연구보고서 천안함폭침사태 이후의 내외정세와 통일환경 변화에 따른 통일교육 방향 2010. 11. 30. 睦 貞 均 (한국현대사연구회 대표ㆍ언론학박사)

이 연구는 천안함폭침사태 이후의 내외정세와 통일환경 변화에 따른 통일교 육 방향 에 대한 정책연구 보고서로 통일부의 공식적인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천안함폭침사태 이후의 내외정세와 통일환경 변화에 따른 통일교육 방향 통일부 통일교육원 2010년도 정책과제 최종 연구보고서를 제출합니다 2010. 11. 30. 연구자 睦 貞 均

차 례 <요 약> 1 序 章 5 1. 국민의 통일시각 과 대북인식 의 변화 5 2. 연구목적과 서술체계 9 제1편 21세기적 세계질서 제1장 : 이전시대 의 세상( 世 相 ) 읽기 15 1. 강대국의 자신감 상실 과 수성( 守 成 )의 경향 15 2. 경제상호의존의 시대 30 제2장 : 세계사의 지각( 地 殼 ) 변동 39 1. 소련-동구 공산주의의 붕괴 39 2. 소련의 해체 44 제3장 : 단극( 單 極 ) 에서 다극( 多 極 ) 으로 49 1. 냉전의 종식( 終 熄 ) 49 2. 세계화 의 의의( 意 義 ) 52 3. 테제와 안티테제 57 4. 디지털 혁명과 사회변동 66 제2편 통일환경의 변화 제4장 : 글로벌 금융위기 75 1. 세계경제의 위기 75 2. 미국식 대처방법 80 3. 비관론 과 낙관론 의 교차 86 4. 선진부유국 의 낙조( 落 照 )와 신흥 개도국 의 약진( 躍 進 ) 90 - i -

제5장 : 한반도 주변정세의 이해 105 1. 미국 105 2. 일본 119 3. 중국 130 4. 러시아 136 제6장 : 최근 남북관계의 현황 145 1. 천안함 사태 와 그 이후의 내외정세 145 2. 생존에 몸부림치는 북한 157 제3편 통일 어떻게 가능한가 제7장 다시 생각하는 통일 167 1. 비핵 - 개방 원칙의 재확인 167 2. 우리의 통일역량 재점검 171 제8장 통일교육의 방향 181 1. 지식-정보화사회의 인간자본론 181 2. 문화적 도덕적 선진국가 185 3. 통일사관( 士 官 ) 양성의 역사적 과업 191 4. 통일 후의 새나라 건설 을 생각하며 196 참 고 문 헌 199 - ii -

<요 약>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태 와 연평도 포격침공 으로 남북관계는 어떤 극적인 계기가 없는 한 갈수록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게다가 통 일 당사자인 우리 자신의 통일시각 과 대북인식 이 급격하게 변화해 가고 있다. 특 히 통일의 주역이요 주체로서 그 성취의 사명을 짊어져야 할 젊은 세대의 의식이 통일당위론 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 또한 오늘의 통일환경 을 제약하는 통일제체 요인으로서의 주관적-내적 통일조건 이 된다. 특히 천안함 사태 는 대북정책-통일정책의 이전시대와 이후시대를 가일층 확연 하게 구분하는 분수령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후의 내외정세와 통일환경의 변화를 검토 재점검하기 위해서는 이전시대의 세계사적 흐름에 대한 거시적-체계적 통찰의 선행이 요구되며, 거기에서 얻은 이해와 안목을 토대로 민족통일의 가능성을 전망 할 때 비로소 향후 통일교육의 올바른 방향정립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인식맥락에 기초하여 본 연구는 다음의 목적과 의도로 착안-기획되 었다. 첫째는 전통적인 통일시각 과 대북인식 에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오늘의 국 민의식,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세대의 통일당위 이탈이 통일 환경 의 악화 내 지는 통일의지 의 퇴행으로 보고, 이들 신세대 의 통일열정 되살리기 를 당면과제 로 하는 통일교육의 새로운 방향모색이다. 요컨대 우리 청소년들로 하여금 올바른 통일관을 확립하고 통일과정 전반에 대한 안목과 이해를 높여, 스스로 민족의 가장 믿음직한 통일역량 으로 성장하도록 이끄는데 이바지 할 정책방안 수립과 교육자료 개발에 이바지 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의 통일과정이 마찰과 저항 없는 무풍지대의 무균질 진공상태를 통과 하는 순풍의 여정이 아니라 한반도에 연고권을 주장하는 4강(4자)의 지향과 입장을 명쾌하게 꿰뚫고 그들의 지향이 우리의 진로에 유리하게 움직이도록 방향조정하면 서 세계화시대 국제정세의 큰 흐름을 타야하는 고난과 고심에 찬 도전과 응전의 항 로임을 투철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시지평 ( 視 地 平 )의 눈으로 한반 도 주변정세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것이다. - 1 -

이상의 연구목적과 기획의도를 유념하면서 본 연구는 제시된 착안점에 효과적으 로 다가가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서술체계를 구성하였다. 1. 먼저 오늘의 세계상 ( 世 界 像 )을 큰 그림으로 그려 신세대 의 세계를 보는 안목과 시야 를 넓힐 수 있는 학습의 장( 場 )을 마련하고, 2. 그 속에서 남-북관계의 현황평가 와 더불어 통일 환경 변화에 조응( 照 應 )하는 새로운 통일개념의 정립 가능성을 모색하며, 3. 미-일-중-러의 지향과 입장을 국별로 고찰, 통일환경적 요인으로서 이들이 우리의 통 일 과업에 미치는 총체적영향을 검토하면서 4. 우리민족의 통일가능성을 짚어봄으로써 본연구의 목적과 의도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 본 연구는 그 서술체계를 전 3편( 篇 ), 8장( 章 )로 구성하였다. <이전 시대의 세상( 世 相 )읽기(제1장)> / <세계사의 지각변동(제2장)> / < 단극 ( 單 極 )에서 다 극 ( 多 極 )으로(제3장)>등 3개의 장( 章 )으로 구성된 제1편 21세기적 세계질서 는 냉전시대 를 넘어서, '정보화'의 문명사적 조류( 潮 流 )가 광속( 光 速 )적으로 엮어나 가는 세계화시대 (Globalization Era)의 다극화 구조를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학 습의 장 ( 場 )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말하자면 인류가 그려놓은 21세기적 자화상 을 통해 우리민족의 통일가능성을 짚어보기 위한 예비의 장인 것이다. 제2편 통일환경의 변화 는 우리의 통일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대내외적 요인을 분석하고, 천안함 사태 와 그 연장선상에서 감행된 북한의 연평도 포격침공 으 로 빚어진 오늘의 내외정세를 살펴보기 위한 예비의 장으로 마련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제4장)> / <한반도 주변정세의 이해<(제5장)> / <최근 남북관계의 현황(제6 장)> 등 3개장( 章 )으로 구성하였다. 제3편 통일 어떻게 가능한가 역시 앞으로의 통일정책이 원칙으로 돌아가 북한의 비핵화원칙, 개방화원칙에 철저하게 부합되는 방향으로 펼쳐져야 한다는 기조 하에 <다시 생각하는 통일(제7장)> / < 통일교육의 방향(제8장)> 등 2개장( 章 )으로 엮어보 았다. 이상과 같은 서술구조 속에서 본 연구는 통일이 결코 순탄하게 가까운 시일 내에 독일처럼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통일개념은 공간회복운동 만이 아니라 시간활용운동 으로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 다. 즉, 통일은 무한한 고통과 인내와 끈질긴 기다림의 도정임을 인식하고 그 기나 긴 시간을 통일역량 축적과 크고 아름다운 희망의 나라 건설 로 향하여 온 힘을 기울이는 미래지향적 역사창조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시간활용운동>으로 이해해야 - 2 -

한다는 것이다. 또 본 연구는 통일교육방향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통일사관학교 설 립을 제창하였고, 청소년들의 통일-안보의식 고양을 강조하였다. - 3 -

- 4 -

序 章 1.국민의 통일시각 과 대북인식 의 변화 1) 국민의식에서 멀어진 통일 당위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통일 과 북한 은 어떤 것인가? 한국정당학회와 조선일보 가 6ㆍ25동란 1) 60주년을 기하여 공동기획 으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성인 1043명을 대상으로 행한 여론조사 2) 는 실 로 격세지감 이 날 만큼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는 물론 동란을 겪지 않은 전후세대가 국민구성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 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경과했기 때문일 테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난 65년 동안의 대( 對 )국민 역사교육(특히 근-현대사)이 이념갈등과 국론분열의 혼돈 속에서 자기정체 성 확립에 균열을 일으켜 소화불량상태로 교육현장에 투영된 영향도 적지 않기 때 문으로 보인다. 통일 당위 의 국민적 합의(Consensus)는 빈궁낙후의 시대일수록 더욱 깊고 확고 한 것이었다. 적어도 이시기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 3) 이라는 데 이론( 異 論 )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분단국의 젊은이라 1) 본 연구는 6ㆍ25의 명칭문제와 관련, 그것은 동등한 국격을 갖는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니라 공산적도( 赤 徒 ) 들이 일으킨 적란 ( 赤 亂 )에 대한 토평( 討 平 )이라는 견지에서 <동란>이라는 입장을 시종 고수하였다. 2) 한국정당학회, 기억의 정치 [3] : <6ㆍ25 60주년, 미국과 북한>, 조선일보 2010. 6. 25. 3) < 우리의 소원 >(안석주 요, 안병원 곡, 1947) - 5 -

는 자각이 클수록 통일은 민족의 사명이요, 운명 4) 이라고 까지 절대시하며 기꺼이 통일세대 를 자임하는 분위기가 한 때(70년대) 대학가를 지배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같은 호언은 비현실적인 환상이요 오해가 되어버렸다. 위의 한국갤럽 여론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여론조사>에 따르면, 우선 국민 일반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 응답자의 65%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준비된 연후에 해야 한다 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 이에 반해 비용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 는 통일 당위 에 대한 응답은 21.8%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현 상태로도 좋다 (5.5%) 거나 통일 이 되지 않는 편이 낫다(5,8%)는 응답 비율이 11.3%에 이르렀다는 것은 놀랄만한 수치이다. 이를 세대별로 보면, 통일 당위 에 대해서는 60대가 28.6%로 가장 높았고 20대 가 14.9%로 가장 낮았다. 충분히 준비된 연후의 통일 은 거꾸로 20대가 72.4%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54.7%로 가장 낮았다. 통일은 현 상태대로 라거나 안 되는 편이 낫다 에 있어서는 역시 20대가 각기 6.1%와 6.6%로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경우는 현 상태대로 에 있어서는 30대 (4.4%)가, 안 되는 편이 낫다 에 있어서는 의외로 50대(4.5%)가 각각 차지하였다. (<도Ⅰ-1> 참조) 이상의 조사결과가 과연 얼마나 실제에 접근-부합 하는 것인가를 단언하기란 물 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강의 경향(Trend)을 반영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 을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이해의 토대위에서 조사결과를 다시 요약하면, 이제 대다수 우리 국민 은 통일을 당위적 사명 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성향은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더욱 강하다. 뿐만 아니라 통일 유보( 留 保 ), 또는 통일 불요( 不 要 ) 의 인식까지도 확산추세에 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이 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현상은 통일 당위 에 있어서는 여성 쪽의 의식이 남성보다 더 엷고(소극적), 통일 유보 내지 통일 불요 에 있어서는 더 강하게 나타 났다는 점 5) 이다. 이와 같은 성별간의 인식차이에 대해서 이 조사에 대한 분석자는 별도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으나, 6ㆍ25 발발원인에 대한 남녀 간의 시각차가 군복무를 수행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 쪽이 청소년기에 습득한 한국사 인식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반도 안보현실 등에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 에 연유한다 4) 김상협, 知 性 과 野 性,(일조각, 1980) p. 127. 5)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 반드시 통일해야한다 는 응답이 남성은 25.2%인데 반해 여성은 18.6%로 나타났 고, 현상태로 좋다 는 7,6%, 통일이 되지 않는 편이 낫다 는 7.8%로 남성보다 높았다. 같은 여성끼리도 20 대와 30대간에 일정한 차이가 났다. - 6 -

는 풀이가 있음에 비추어 이 경우(성별 간 통일시각 차이)도 같은 해석을 그대로 준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오히려 무리 없는 통일, 혹은 현상유지를 원하는 비율이 더 높다 는 점에서 응답자들은 실용적 득실을 고려한 안전한 선택을 선호했다 는 분석자 6) 의 결론은 수긍할만하다. 이상이 오늘날 우리국민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통일시각 의 일단이다. 2)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는 이미 최고 법률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법리적 견해가 나와 있다. 먼저 대법원은 북한이라는 단일 대상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 상반되는 두개의 성 격이 혼재( 混 在 )하는 이중적( 二 重 的 )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하나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위한 동반자 라는 것이요, 또 하나는 남한의 자유민주 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는 반국가 단체라는 것 이다. 7) 헌법재판소도 대법원이 판단한 북한의 동반자적 성격과 반국가 단체적 성격의 이 중성을 그대로 공유하면서, 동반자로 보는 경우는 [헌법] 제4조가 명시하고 있는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추 진 하기 위하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의 시행으로써 이에 대처하고, 반국 가단체로 보는 경우는 [국가보안법]으로써 그것에 대처하는 대상 8) 이라고 그 성 격을 한정하고 있다. 법리적으로 볼 때, 결국 북한은 통일해서 함께 살아야 할 동족이면서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떨어져 대립하며 살아가는 적대집단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우리국민의 일반적 대북인식 은 어떠한가? 6ㆍ25 동란 의 참화 속에서 동족상잔( 同 族 相 殘 )의 비극을 겪거나 잠시라도 공 산당 치하(수복지구 등)에서 그 본성에 접해 본 사람이라면 북한이란 존재를 한 결 같이 불구대천( 不 俱 戴 天 )의 구적( 仇 敵 )으로 전율하며 타매( 唾 罵 )하기를 서슴지 않는 다. 그러나 이미 60년의 세일이 흘러 동란 체험세대의 다수가 타계하였고, 또 고 령화와 더불어 그들의 기억 속에서 이 비극의 잔영이 거의 퇴색해 감에 따라 대북 적대감 자체가 많이 흐려지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기도 하다. 위항의 <여론조사>에 나타난 6ㆍ25 동란 과 북핵문제 에 대한 설문결과 역 6) 곽진영, 위 같은 날자 조선일보 A4면 [통일과 북한인식]. 7) 대법원, 2004년도 3212판결 (2004. 8. 30. 선고). 선고당시는 이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어 화해를 바탕 으로 남북간에 전면적인 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그 반국가 단체적 성격이 소멸되 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더구나 천안함 사태 까지 당한 오늘의 시점에서 북 한의 반국가 단체적 성격은 더욱 선명히 부각된다고 하겠다. 8)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92헌바48 1993. 7. 29. - 7 -

시 응답자의 대북감정이 크게 완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인식도 상당히 왜곡 되어 있어, 오늘날 우리국민이 인식하는 대북관 의 일단을 살필 수 있는 의미 있는 간접자료가 된다고 생각된다. 먼저 6ㆍ25 동란 발발과 관련, 응답자의 90.3%가 6ㆍ25는 남침 이라고 답한 사실이 주목된다. 그럼에도 이 참화를 일으킨 가장 큰 책임이 김일성에게 있다 는 응답은 57%에 불과했다. 열사람 중 4명 이상이 김일성의 책임을 무시, 또는 간과 하고 있다는 뜻이니 실로 경악할 만하다. 게다가 남북 모두의 책임 이라는 응답이 15.8%에 이르고, 미국책임 7.9%, 소련책임 7.3%로 나타나 동란 발발의 기획-지령 자요 배후였던 소련보다 근소하나마 미국의 책임을 더 많이 꼽고 있다는 것도 유의 할 만한 대목이다. 9) 연령적으로도 동란 을 체험했거나, 그 후유증을 직접 겪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70.3%는 김일성의 책임 을 지적하고 있지만, 20대에서는 42.1%만이 그렇다고 답 했다. 또 남북 모두의 책임 이라는 응답도 20대는 평균치의 두 배에 가까운 27.9%로 가장 높았고, 미국의 책임 이라는 세대별 인식도 20대가 11.2%로 수위 를 차지하였다. (이상 <표Ⅰ-1> 참조)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의 핵무기가 어느 나라에 가장 위협이 되는가 를 묻는 질문에는 63.9%가 한국, 15.1%가 미국, 다음이 일본 7%, 그리고 어느 나라에 도 위협이 되지 않는 자위용 ( 自 衛 用 )이 7%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 기가 대남( 對 南 )위협이 아니라는 응답이 열명 중 4명에 가까운 36%에나 이른다는 사실이다. 10) 또 고령층일수록 북핵에 남한이 가장 위협을 받는다(50대 73.3%, 60대 74.5%)고 생각하는 반면, 젊은 세대에서는 미국이 가장 위협받는 대상 이라고 보는 비율(20 대 29.8%, 30대 19%)이 세대별 순위에서 매우 높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과 같이 20대를 필두로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북한의 동란 책임과 북핵 의 대남위협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의식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국민의 대북 안보의식이 갈수록 흐려져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왜곡되어 있음을 반증 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번의 이 <여론조사>를 주도한 연구자(한국정당학회)들은 9) 1994년 3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기하여 옐친대통령이 6ㆍ25 동란 관련 부분을 발췌하 여 전달한 구소련 비밀외교문서(이른바 옐친문서 )는 6ㆍ25 동란 이 김일성의 수십 차에 걸친 무력 남침발 의를 스탈린이 승인함으로써 북-소-중 3국의 공동기획 하에 추진-결행된 적란 ( 赤 亂 )임을 명확히 밝혀준다. 특히 중국 인민일보 ( 人 民 日 報 ) 자매지 환구시보 ( 環 球 時 報 )의 지난 6월 17일자 영문판이 보도한 6ㆍ25 의 기원 연구자 선즈화 교수( 沈 志 華 : 화동사범대) 인터뷰 기사는 6ㆍ25 동란 이 스탈린에 대한 김일성의 지속적인 승인요청의 산물임을 증언하고 있다. 따라서 6ㆍ25의 궁극적인 책임이 김일성에게 돌아감은 이론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주의 왜곡사관의 진실호도 공세가 교육현장을 조직적으로 오도함으로써 6ㆍ 25의 기원 에 관한 초보적 인식에 결정적인 혼란을 일으켜 그 영향이 <여론조사>에 굴절된 인식 으로 표출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0) 본 연구자가 경험한 바, <북핵>이 우리에게 위협이 아닐 뿐만 아니라, 어차피 통일이 되면 우리민족의 군사 적 자산이 될 테니 오히려 축복이라고까지 극언하는 주장이 횡행할 정도로 한 때 국민일부의 북핵인식 은 파 탄지경에 있었고, 이 같은 상황이 오늘날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는 크게 의문이다 - 8 -

젊은 세대에 있어서 6ㆍ25 동란 은 체험이 아니라 책으로 익힌 전쟁이고, 특히 우리 근-현대사를 이념적 좌편향 교과서를 통해 배운 젊은 세대에 있어서 6ㆍ25는 강대국과 남-북한 정치세력의 갈등(좌우대립)이 낳은 민족적 비극( 內 戰 적 동족상잔)의 하나 요, 통일 또한 기필코 달성해야 할 일차적 과제나 절박한 소원 이 아닐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동족도 적도 아니 라고 느끼는 이중적 대북감정 을 형성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국민일반의 이와 같은 대북인식과 특히 젊은 세대의 대북관 에 기초할 때 우리의 통일 환경 은 그 내적-주관적 조건에 있어서 뚜렷한 변화와 더불어 일대 전환과정 에 있음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2.연구목적과 서술체계 금년은 경술국치( 庚 戌 國 恥 ) 와 안중근( 安 重 根 )의사순국 100주년, 조국광복 65주년, 그리고 6ㆍ25 동란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특히 6ㆍ25 60주년은 기구 한 민족의 운명과 분단의 극복, 그리고 광신적 수령제일주의 선군혁명체제하에서 굶주리며 신음하는 동족의 참상에 대해서, 또 그 무엇보다 민족의 공생-공영과 평 화통일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하게 고뇌하며 온 국민적 각 성과 발분( 發 奮 )의 노력을 바로 이 민족문제 해결에 집주( 集 注 )해야 할 전환기적 시 점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엄숙한 시기에 북한의 기습적 어뢰공격에 의한 천안함 폭침( 爆 沈 )사태 가 발발하였다. 천안함 사태 는 지난 5월 24일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규정 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군사도발 이며, 안보리 <의장성명>이 규탄하는 공격 만행이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요체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대응자세가 이제는 달라질 것 이라는 메시지이다. 11) 여기서 달라진다 는 것은 곧 천안함 사태 가 이전 과 이후 를 가르는 분기점이요, 새로운 변화의 시작으로서, 이후 의 모든 대북정책은 이 사태 에 의해 그 성격이 제약되고 규정된다는 뜻이다. 11) 천안함 사태 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그동안 북한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군사적 도발과 만행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 때문에 참고 또 참아왔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 단호 하게 조처해 나갈 것, 그리하여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임을 통고함과 동시 에, 유엔 안보리 회부를 통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책임을 묻겠다 고 선언하고 있다. 아울러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할 것, 사건관련자 즉각 처벌 등을 북한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기본적 책무로 지적하 면서 북한 선박의 우리해역 해상교통로 이용 금지, 남-북간의 교역-교류 중단, 영공-영해-영토에 대한 추 호의 무력침범 불용( 不 容 ) 과 이를 자행할 시의 자위권 발동 등을 골자로 하는 구체적 대응조치를 천명하고 있다. / 사태 발생 8개월여가 지난 현재 이 조치의 대부분이 효과적으로 발동 중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더 구나 지난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침공 이 이어지면서, 천안함 폭침사태 에 대한 <대통령 대국민담화> 의 단호한 대응조치 천명이 한낱 레토릭에 불과하여 또 다른 침공사태를 부르고 말았다는 비판이 비등하였다. - 9 -

그러나 엄연한 진실이 어떻게 희화적으로 굴절되어 나타나는가를 이번 안보리 <의장 성명>이 비근한 실례로써 증언하고 있듯이, 국제사회의 복잡-다단한 파워게 임양상은 때로는 우리의 지향과 의지를 참담하게 무산시키는 불가항력의 벽이 되기 도 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냉엄한 국제적 현실이요, 우리 민족의 통일조건으로 작용하는 객관적-외적 통일환경 이 된다. 게다가 통일 당사자인 우리 자신의 통일시각 과 대북인식 이 급격하게 변화해 가 고 있다. 특히 통일의 주역이요 주체로서 그 성취의 사명을 짊어져야 할 젊은 세대 의 의식이 통일당위론 에서 이탈하고 있고, 북한을 동족도 적( 敵 )도 아니 라고 느 끼는 그들의 이중적 대북정서 가 통일의지의 잔멸감( 殘 滅 感 )을 불러일으키는 한, 이 시대의 통일노력은 그 입지( 立 地 )가 한 없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오늘의 통일환경 을 제약하는 통일지체 요인으로서의 주관적-내적 통일조건 이 된다. 그러면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 북한은 그 나름대로 국가의 틀과 얼개를 갖춘 지구상에 둘도 없는 혁명집단 이 다. 혁명하지 않는 북한, 혁명을 사상( 捨 象 )시킨 북한은 이미 북한이 아니며 자기생 존의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북한의 이 같은 혁명지상주의적 자존( 自 存 )방식 이야 말로 불변의 속성이다. 12) 북한은 남북통일과업을 한마디로 남조선혁명 이라 규정하고, 이 혁명을 완수함으 로써 쟁취하는 조선혁명의 전국적인 승리가 곧 통일 이라고 단언해 왔다. 13) 북한의 남조선혁명론 과 조국통일론 은 이미 6ㆍ25를 전후한 시기에 제기된 낡 은 이론이다. 그러나 6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은 이를 대남정책의 기 본 틀 로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고수하고 있다. 정권성립과 더불어 남한을 제1의 혁명대상으로 삼아온 이래 단 한순간도 북한은 이 대남혁명노선 을 포기한 일이 없 다. 천안함 폭침 만행은 북한에게는 이 노선 ( 남조선혁명론 과 조국통일론 )의 당연한 발로요 그 적극적인 표현일 뿐이며, 북한의 이 같은 불변의 투쟁성과 침략성이야 말로 제3의 주-객관적 통일조건으로서의 반통일적 환경 이 된다. 더구나 동란 이후 지난 60년 동안 끊임없이 자행되어 온 북한의 군사도발은 어렵게 쌓아올린 남북 간의 신뢰와 화해의 공업 ( 功 業 )을 허물고 통일당위의 열 정 에 찬 물을 끼얹는 요인이 되어왔다. 이상과 같은 인식을 전제로 하여 본 연구는 다음 두 가지 목적과 의도로 착안-기 획되었다. 첫째는 전통적인 통일시각 과 대북인식 에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오늘의 국 민의식,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세대의 통일당위 이탈이 통일 환경 의 악화 내 12) 睦 貞 均, 북한의 위기상황 인식에 관한 연구 김일성 死 後 로동신문 사설 (1996. 1~1997. 2)의 위기주 제 분석 (통일연구원, 1999. 12) p. 106. 및 朴 鍾 烈, 북한체제가 개성공단 법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대 응방안 (<통일부 2009년도 정책연구사업보고서>) 중 혁명국가의 한계체제론, pp. 19~53 참조. 13) 허종호, 주체사상에 기초한 남조선 혁명과 조국통일이론 (평양 ; 사회과학출판사, 1975), p. 3. - 10 -

지는 통일의지 의 퇴행으로 보고, 이들 신세대 의 통일열정 되살리기 를 당면과제 로 하는 통일교육의 새로운 방향모색이다. 요컨대 우리 청소년들로 하여금 올바른 통일관을 확립하고 통일과정 전반에 대한 안목과 이해를 높여, 스스로 민족의 가장 믿음직한 통일역량 으로 성장하도록 이끄는데 이바지 할 정책방안 수립과 교육자료 개발에 이바지 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본장( 序 章 ) 서두에서 이미 논의 된 바,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 안기가 무력화( 無 力 化 )시킨 안보리 <의장성명>의 그 희화적 함의 를 독해( 讀 解 )하면서 던 진 공산당 지배전력( 前 歷 )의 러시아와 공산정권 현역이 지배하는 중국이라는 나라 가 우리 민족에게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가를 변화하는 통일환경 의 시각 에서 재조명-재정립해 보자는 것이다. 분단 과 동란, 그리고 냉전시대의 파고( 波 高 )를 넘어 마침내 세계화 시 대 의 신천지에 이르는 민족현대사 65년의 전개과정에서 이 두 나라는 언제나 우 리민족의 운명결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해온 숙명적인 존재였고, 앞으로도 분단의 극복과 통일완수에 이르는 머나먼 행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긍정-부정 양면의 상수( 常 數 )요, 변수( 變 數 )로서의 통일환경 구성요인이 될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바로 이점을 유념하면서 본 연구는 제시된 착안점에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서술체계를 구성하였다. 1. 먼저 오늘의 세계상 ( 世 界 像 )을 큰 그림으로 그려 신세대 의 세계를 보는 안 목과 시야를 넓힐 수 있는 학습의 장( 場 )을 마련하고, 2. 그 속에서 남-북관계의 현황평가 와 더불어 통일 환경 변화에 조응( 照 應 )하 는 새로운 통일개념의 정립 가능성을 모색하며, 3. 미-일-중-러의 지향과 입장을 국별로 고찰, 통일환경적 요인으로서 이들이 우리의 통일과업에 미치는 총체적영향을 검토하면서 4. 우리민족의 통일가능성을 다시 짚어봄으로써 본연구의 목적과 의도에 접근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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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편 21세기적 세계질서 제1장 이전( 以 前 )시대의 세상( 世 相 ) 읽기 제2장 세계사의 지각( 地 殼 ) 변동 제3장 단극( 單 極 ) 에서 다극( 多 極 )으 로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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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이전시대 의 세상( 世 相 )읽기 오늘의 세계, 21세기적 세계상( 世 界 像 ) 은 어떤 것인가? 사람들은 흔히 국제정치학적 특성과 행태가 세계사적 성격으로 묘사되던 이른바 냉전시대 를 넘어서, '정보화'의 문명 사적 조류( 潮 流 )가 광속( 光 速 )적으로 엮어나가는 세계화시대 (Globalization Era)를 먼저 그려보게 될 것이다. 즉, 국제질서가 미-소 양극체제 에서 다극구조 (Multi-Polar System) 로 분열하면서 그 속에서 꾸준히 세계화 를 지향해 나가는 시대적 현상을 말한다. 세계화 라는 오늘의 이 논쟁적 대명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경제를 비롯한 정치-사회-문화-과학-기술-철학 등 국제적 영역에서 인류가 이룩한 모든 학문적 노력과 역사적-지적( 知 的 ) 성취들을 총동원하여 논의-고찰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필수적으로 요 구되는 인식명제는 바로 세계화 이전 의 시대상( 時 代 相 )이라 할 것이다. 이전 을 모르고 이 후 를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본 장( 章 )은 냉전 이라 불리던 이전시대의 세상( 世 相 ) 에 대한 선행적 이해를 통해 인 류의 21세기적 자화상 을 그려나가는 디딤돌로 설정된 학습의 장 이다. 1. 강대국의 자신감 상실 과 수성( 守 成 )의 경향 세계화 현상의 본격적인 대두를 연구자들은 흔희 동구( 東 歐 ) 공산권의 몰락이 시작되고 소련이 해체되는 지난 세기 1990년을 기점으로 삼는다. 물론 인류의 세 계화를 향한 첫걸음은 원시시대 이래 인간의 사회적 이동이 다른 인간집단과 조우 ( 遭 遇 )하면서 시작되는 기나긴 역사의 도정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겠지만 1), 철의 장막 2) (Iron Curtain)으로 표상되는 공산세계의 폐쇄적-고립적 존재방식이 엄존하 던 냉전시대까지만 해도 세계화의 진전 은 아직 제한적 미완( 未 完 )의 과제였을 뿐 1) 이경우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세계화의 물결이 사실은 현대 이전 인간 사회가 이동하다가 서로 첫 만남을 가졌을 때 시작된 긴 진행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는 영국의 저명한 경제사학자 A. G. 홉킨스 (Antony G. Hopkins)의 견해로 뒷받침된다. Foreign Policy /인터넷 한글판 ; 2009. 7. 6)에서 재인용. 이 하에서 각주( 脚 註 )형태의 문헌으로 제시되는 Foreign Policy 는 기술편의상 이니셜 약자 FP 로 통일함. 2) 전 영국수상 윈스턴 처칠(Sir 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 1874~1965)이 1946년 3월 5일 미국 미주리주 폴턴의 웨스트민스터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처음 사용하여 지정학적 동서 대결로 표현되는 냉전시 대의 서막과 함께 양극체제의 존재를 알린 신조어( 新 造 語 )로서 세계적 유행어가 되었다. 네이버 백과사전 및 2004년 3월4일자 조인스 닷컴 < 철의장막 의 시작> 참조, - 15 -

이다. 세계화 란 본질적으로 전면적 대외개방 과 이를 통해 단일 체제적 경제통합 을 추구하는 단일세계 지향운동이기 때문이다. 또 냉전적 세계질서가 작동할 때 까지만 해도 세계화 촉진의 과학기술적 수단으로서 정보화 사회 를 상징하는 인터 넷 현상도 아직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3) 따라서 세계화 를 분기점으로 이 전 ( 냉전시대 )과 이후 ( 세계화 시대 )를 가르는 시대인식 에 큰 무리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시기에도 냉전 의 세계사적 의미를 천착( 穿 鑿 )하는 우리 학계의 연 구수준(지금도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구미( 歐 美 ) 학자들의 성과 를 그대로 옮겨놓는 일방적 수용단계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학문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던 이시기에 남재( 南 齋 ) 김상협( 金 相 浹 ) 교 수 4) 의 네 차례에 걸친 연례 학술강연, <수정주의의 시대>(1971.9.) <공존시대 와 평화통일의 전망>(1972.10.) <이상변화의 시대>(1973.10.) <혼돈의 시대 그 상수( 常 數 )와 변수( 變 數 )>(1974.10.)가 있었다. 5) 위의 연제( 演 題 )가 그대로 보여주듯, 그가 행한 연도별 강연의 화두( 話 頭 )는 수정 주의, 평화공존, 이상변화, 혼돈의 상수와 변수 였다. 다음에 그가 갈파하고 있는 냉전의 성격 에서 핵심내용만을 연도순으로 재정리- 소개한다. 1) 수정주의 적 현실주의 이 시기(1971)는 미국과 중공(중국에 대한 당시 서방세계의 공식명칭은 中 共 Red China 이 었다) 이 6ㆍ25동란 에서 무력 충돌했던 구원( 舊 怨 )을 씻고 관계정상화를 향하여 극적으로 다가가던 때였다. 강연은 먼저 미-중공 접근이 이루어지는 세계대세의 배 경을 대국적인 견지에서 수정주의 경향 이라고 분석하고 강대국들이 수정주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요인과 현황을 선두주자 소련을 시발로, 중국 미 국의 순서로 고찰하였다. 이 수정주의를 그는 넓은 의미의 현실주의, 또는 조정적 현실적응 으로도 이해하였다. 마르크스 이데올로기에 대한 수정론 의 대두는 그 교의 ( 敎 義 : 이데올로기)에 내재한 교조( 敎 條 )적 성격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이는 필 연적인 결과라 할 것이다. 6) 3) 오늘날 세계화의 표상 처럼 인식되고 있는 빌 게이츠(Bill Gates)가 1975년에 마이크로소프트 社 를 창립하고 그 본거지를 시카고로 이전한 때가 1979년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4) 남재 김상협 교수(고려대 정외과)는 우리나라 정치학의 개척자요 국제정치학의 태두( 泰 斗 )로 평가된다. 두 차 례 동 대학 총장(1970. 10. ~ 74. 4. / 1977, 9. ~ 82. 6.)을 역임한 후, 5공의 국무총리(1982. 6. ~1983. 10.)를 지냈다. 저서로는 기독교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교도민주주의 (1963), 모택동사상 (1964), 동 개 정증보판 (1975), 지성과 야성 (1980) 등이 있다. 그는 이 탁월한 세계사적 통찰 을 집필이 아닌 학술강 연 형태로 4년 동안 매해 발표하였다. 5) 위 지성과 야성 pp.1~129. 6) 원래 수정주의 (Revisionismus)란 19세기말 마르크스 정통파를 자처하던 독일사회민주당 내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주요대목에 수정을 가하겠다(Edhard Bernsteinㆍ1850~1932 등)고 나선 데서 시 - 16 -

(1) 소련의 수정노선 : 핵무기의 현실직시 소련의 수정주의 노선은 1956년 소련공산당 제20차 전당대회의 흐루시초프 연설 에서 제기되었고, 이 대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되었다. <평화공존론>, <경제경쟁론>, <1인숭배사상 배격론> 등이 그 골자로 되어있다. <평화공존론>은 국제정치의 엄연 한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체제를 달리하는 자본주의세계와도 평화공존이 가능함을 인정하는 현실적응론 이다. <경제경쟁론>은 혁명수출과 무력혁명을 배격하며 사회 주의 우월성의 실증을 통한 이질-대립체제의 순응( 順 應 ) 유도를 강조하는 조정론 이라 할 수 있다. <1인숭배사상 배격론>은 인도주의와 이른바 레닌의 사회주의합법 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잔인무도한 스탈린의 과오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스탈린 격하운동 이다. 수정노선의 채택결과 경제정책에 일대 수정이 가해졌다. 부분적 자유화의 실시, 중앙집중식 통제경제의 지방분권화 허용, 기술자의 창의와 기업의 자유 재량권, 그 리고 시장경제의 자율기능 등을 인정한 것이 그것이다. 이후 흐루시초프의 수정노 선은 1961년의 제21차 전당대회에서도 재확인되었고, 그가 실각한 후 등장한 브레 즈네프 등의 후계체제에 의해서도 이 노선은 그대로 답습되었다. 소련이 이처럼 수정노선을 걷게 된 데는 국제적-국내적 현실의 불가피성이 지적 된다. 첫째, 국제적 요인으로 더 이상 팽창의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리스-터 키 등에서 기도한 공산혁명이 실패하였고, 동구 위성국가들의 끈질긴 자율요구로 공산진영 내 일원적( 一 元 的 ) 지배가 흐려진데다, 무엇보다 중공과의 이념대립의 격 화로 더 이상 강경 세계혁명노선을 고집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둘째, 국내적 요인으로 새로운 기술자-인텔리 등 신 부르주아적 전문가 계층의 양산( 量 産 )-만연 ( 蔓 延 )에 따른 최소한의 자유화 허용조치가 불가피해 지면서 스탈린식 억압통치가 파탄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흐루시초프의 수정주의는 그 무엇보다 핵무기의 현실 에 대한 직시( 直 視 ) 의 결과라 할 것이다. 인류의 절멸( 絶 滅 )을 불러 올 핵전쟁 불가의 구체적 현실에 대한 자각이 소련으로 하여금 강경-급진노선의 수정-완화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2) 중공의 대소( 對 蘇 ) 비판과 현실주의 중공은 소련의 수정주의 노선변경을 맹렬히 비난 하였다. 수정노선의 창도자 흐 루시초프를 현대판 수정주의자, 기회주의자, 대미( 對 美 ) 유화( 宥 和 )주의자, 자본 주의 복고분자( 復 古 分 子 ), 반동분자, 심지어는 공산세계의 위신을 추락시킨 악 발한 용어다. 여기서의 주요대목이란 <노동자계급 궁핍화이론> <중산계급 몰락이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이론> <폭력혁명이론>을 말하며, 베른슈타인은 그 단계적 진행과정을 허구적 자본주의 붕괴론 이라 고 비판하였다. 위의 책, pp. 3~4. 참조. - 17 -

덕분자 ( 惡 德 分 子 ) 라고까지 정면으로 지독하게 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오로지 초강 경 교조주의만을 고수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중공역시 현실주의적 수정주의 요소를 수용-채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모택동사상 조차도 그 근저에 수정주의적이고도 현실주의적인 복선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모택동의 저 유명한 명제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보편적인 진리와 중국혁명의 구체적 현실을 결합시킨다 는 <중국사회주의 건설논리>도 따지고 보면 현실적응 의 선언이요 그 자체로서 이미 수정주의로의 자기변신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후 중공은 1960년대의 거의 전 기간을 소위 십년 폭란( 暴 亂 ) 또는 십년 겁 란( 劫 亂 ) 이라 일컫는 문화대혁명 의 과격한 난동을 거쳐 온건-완만( 緩 慢 )으로 회귀하면서 이를 현실과 타협했다는 뜻으로 조정 ( 調 整 )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로 인 해 국가의 성격이 혁명적 영도의 국가 ( 毛 澤 東 )에서, 치밀한 조직의 국가 ( 劉 少 奇 ) 를 거쳐, 평범한 행정국가 ( 周 恩 來 ) 변모했다는 것이다. 즉, 모택동의 비상한 창업 의 단계 로부터 주은래의 정상적 수성 ( 守 成 )의 단계로 현실화 했다는 뜻이다. 중공이 이렇듯 점차적으로 수정주의적 온건단계로 접어들게 되는 데는 역시 두 가지 대( 對 )내-외적인 요인이 제기된다. 첫째는 소련과의 이념적 대립-분쟁이 돌 이킬 수 없게 됨에 따라 세계 최강 미국과 소련을 앞뒤 양면의 적으로 맞아야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중공으로서는 화해불능일 정도로 가장 싫어하 는 소련보다는 어수룩한 미국과 손을 잡고 소련에 대항하는 것이 전래( 傳 來 )의 이 이제이 ( 以 夷 制 夷 ) 전략과도 맞아떨어지는 묘수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역사상 거인적 제왕의 위광( 威 光 )에 넘치는 모택동이 자신의 생전에 스스로 이룩한 천하통일의 유업을 정상궤도로 진입시켜야 할 당위와 더불어 그 정통성에 대한 세 계적 공인이 절실히 요구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중공의 현 실주의적 노선변경은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해석이다. (3) 미국적 신화의 붕괴와 현실화 그러면 미국의 국제정치적 현실화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미국은 전통적으로 아메리카 넘버 원 을 자랑해 온 나라이다. 그런데 이 미국 제일주의 의 신화( 神 話 )가 무너지고 있음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첫째로 핵무기 제1주의의 신화가 무너졌다. 그것은 잠재적 공갈수단은 될지언정 사용 불가능한 데커레이션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둘째로 미국이 나서기만 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백전백승의 신화가 무너졌다. 월남전에서의 사실상 패배나 다름 없는 뼈아픈 무승부가 이를 말해준다. / 셋째로 이로 인해 세계의 평화, 세계의 범 법자는 내가(미국이) 지키고 다스린다는 세계의 공안관, 세계평화의 수호자 라는 신 화역시 통하지 않게 되었다. / 넷째로 달러만능의 신화도 무너졌다. 달러만 뿌리면 무엇이나 다 된다는 생각이 환상임을, 1년에 300억 달러(당시화폐가치기준) 이상의 전 - 18 -

비( 戰 費 )를 퍼붓고도 해결을 보지 못하는 월남전이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달러화의 가치하락은 미국의 무력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적 용광로의 신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의 신화 도 소멸되어가 고 있다. 세계의 모든 민족, 모든 인종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하나의 국민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믿음, 미국식 민주주의를 통해 국민통합, 국민총의가 형성되어 정치적 안정과 전진을 이루어 낸다는 신념이 국론분열과 흑백-신구의 대 립, 매와 비들기파의 강-온 대립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제 미국은 국내적으로나 국 제적으로나 국가적 신화를 모조리 상실해가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의 신화 를 잃게 된 미국은 스스로 세계 제일이 아니라 그저 강대국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 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현실화로 선회하기까지는 반전( 反 戰 )-비둘기파 정치인, 지식인들 의 줄기찬 비판과 경고가 뒤따랐다. 풀브라이트(J. W. Fulbright) 7) 상원의원이 그 선봉에 선 인물이다. 그는 흑과 백, 선과 악을 지나치게 가리는 미국적 청교도정신 의(Puritanism)의 결벽증, 쓸데없이 십자군정신에 불타는 세계의 공안관 의식, 완전승리-무조건항복을 요구하는 미국식 과격성, 미국식 추상, 미국식 형이상학( 形 而 上 學 )을 맹공( 猛 攻 )하였다. 미국의 현실화작업은 무엇보다 먼저 중공을 그 성난 고립의 상태 (Angry Isolation)에서 개방사회로 끌어내어 국제적으로 정치-경제적 동서남북을 가리지 말 고 다 함께 전진하자는 닉슨 대통령의 구호(<초임취임사>)로 표현되었다. 이어 미국은 중공이 결코 맹목적 팽창주의나 호전적 모험주의노선을 고집하지 않을 뿐만 아니 라, 공산권 자체도 확고부동한 하나의 구심적 일체가 아니라 원심적 분산체임을 중 -소간 대립-반목의 격화를 통해 확인하고는 여기서 자신감을 얻어 대( 對 )중공 화해 와 접근의 길을 열어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상과 같이 소련과 중공이 수정주의적 현실화의 온건한 길로 들어서게 되고 미 국 또한 과거 신경질적으로 흑백을 가리던 결벽증에서 벗어나 현실주의를 지향하다 보니 3강이 만나는 공동의 장( 場 )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정세의 기본 양상이 혁명적 이데올로기의 시대에서 조정적 탈( 脫 )이데올로기의 시대로, 고집불 통의 교조주의( 敎 條 主 義 ) 시대에서 융통자재의 수정주의 시대로, 강경한 신조( 信 條 )의 시대에서 온건한 실리( 實 利 )의 시대로, 극한대결의 시대에서 유한( 有 限 ) 경쟁의 시대로, 미-소양강( 兩 强 )의 시대에서 5강(+중-영-불)의 시대로 옮겨가게 되었 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대적 성격의 전환으로부터 다음 세 가지 결론이 도출되었다. / 첫 7) 미국의 최연소 대학총장(Arkansas대학)을 역임한 바 있는 풀브라이트(J. W. Fulbrightㆍ1905~1995) 당시 상 원외교분과위원장은 힘의 자존망대 (The Arrogance of Power, New York, Random House, Inc., 1966) 라는 그의 저서에서 의회의 그 확전억제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패하고 만 월남전을 부추기고 이를 정당화 하고 있는데 대해서 공격을 가하였다. 그는 동지가 아니면 적이다. 한번 적이면 영원한 적이라는 착각, 한 번 악이면 영원한 악, 한번 강경이면 영원한 강경이라는 사고방식, 이런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미망( 迷 妄 ) 에서 깨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라"고 미국의 지도자들을 질타하였다. - 19 -

째로 대규모의 전략적( 戰 略 的 ) 최후 결전은 없고, 소규모의 전술적( 戰 術 的 ) 국지전 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완전 승리, 완전 패배는 있을 수 없다(all or nothing 이 아니라 something more or something less 정도). / 둘째로 세계 각국은 영원 한 적( 敵 )도 영원한 동지도 없고, 적과 동지가 수시로, 그리고 복합적으로 변할 수 있는 유동적이고 복합-변동적이며 술수, 의리부재, 전통외교가 지배하는 시대가 되 었다. / 셋째로 5강은 대체로 현상타파, 현상변경을 기피하고 현상고착의 방향으 로 나가고 있다. 복잡한 힘의 균형을 고치면 복잡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니, 적어도 그것(현상변경)이 자신에게 이익은 아니라 하더라도 손해는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있는 그대로를 고수할 일이지 굳이 고쳐서 말썽을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이다. 그러니 한반도 주변국들의 현상고착화 경향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강연의 기본논지는 세계가 이상과 같은 성격과 모습을 가졌다는 이해 를 기본 전제로 하여 그 토대위에서 우리의 통일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형상화 해보 자는 것이었다. 2) 평화공존 의 이중( 二 重 )적 성격 1972년은 지각변동을 연상케 하는 국내-국외적 쇼크가 연발한 해였다. 2월에 있 었던 닉슨 대통령의 중공방문과 7월의 7ㆍ4 남북공동성명 발표, 10월의 <유신선 포>가 그것이다. 특히 닉슨 대통령의 북경-상해 방문(2월 21~28일)은 미-중공 간의 화해시대 의 개막과 국제질서의 다극화, 그리고 지구촌 세계의 평화공존을 재확인 하는 놀랍고도 극적인 이벤트였다. 세계대세의 이와 같은 기본흐름을 김상협 교수의 이번 강연은 흐루시초프가 1956년에 제기한 평화공존론 을 다시 부각시켜 풀이하였다. 즉, 평화공존 이란 상 대와 도저히 융화할 수 없고 상대에게 추호도 양보할 수 없는 불일치의 일면이 있 으면서도(disagree) 서로 상대를 부인하거나 침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인 정해 주면서(agree) 함께 살아 보자 는 2중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 고 있다. 이같은 의미를 강연은 인도수상 네루의 다음과 같은 명언을 들어 은유( 隱 喩 )적으로 재해석하였다. "We agreed to disagree" 우리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즉,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여 disagree 를 agree 했다는 뜻이다. 1972년에 네루 수상은 케네디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을 나서면서 인 도와 미국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독자의 성역( 聖 域 )이 존재함을 인정하면서 이 지구상에서 평화롭게 살아보자는데 합의했다 는 말을 이렇듯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 - 20 -

이다. 평화공존의 이중적 함의 를 보다 절묘하게 풀이 한 예라 하겠다. 흐루시초프가 평화공존론 을 제창한 것은 미국과 소련이 그 이데올로기의 면에서 는 절대로 평화공존을 할 수 없지만, 핵무기가 존재하는 국제정치의 현실에 있어서 는 서로 평화롭게 살아갈 수밖에 도리가 없음을 인정(agree)했기 때문이다. 이점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닉슨 대통령은 미 의회 상하양원합동회의에 보낸 그 해 1월 20일자 <연두교서>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우리 미국은 중공-소련, 이 두 나라와 커다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 우리는 계속 해서 큰 차이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이 큰 국가들이 동일한 유성( 遊 星 )위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평화공존 할 능력을 가져야만 한다. 닉슨은 여기서 평화공존의 이중성을 커다란 차이, 즉 great differences 라 는 용어로 표현하면서 그 불일치(disagree)를 하는 수 없이 인정(agree)한다고 했 다. 또 이번 2월의 중공방문에서 중공의 제의를 전면 수용함으로써 성립한 <상하이 공동선언>의 끝 부분 8) 에서도 중국과 미국사이에는 사회체제-외교정책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상호관계를 평화공존의 원칙위에서 다루어야 한다 고 하여 이번에는 great differences 대신에 본질적인 차이 라는 뜻의 essential differences"라는 말을 썼다. 이어진 5월의 <미-소 공동선언> 역시 사회체제, 이데올로기, 정책의 원칙에 있어서 미국과 소련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평화와 안전의 강화를 위한 양국 국민간의 협력관계는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고 밝혀, 차이점 의 존재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같은 해 7월에 발표된 <7ㆍ4남북공동성명>에는 전혀 방향이 다른 상충하는 원칙과 개념이 동시에 제시되어있다. 하나는 남북간의 상호비방금지, 불가 침, 긴장완화와 현상동결( 凍 結 ), 평화공존의 원칙이요, 또 하나는 민족적 대단결, 자 주평화통일, 현상변경( 現 狀 變 更 )의 원칙이다. 앞의 것은 agree to disagree 의 원 칙이고, 뒤의 것은 agree to agree 의 개념이다. 어느 것이 주( 主 )이고 어느 것이 부( 副 )인지 그 핵심, 그 중점, 그 선후가 애매하고, 어느 것이 본문이고 어느 것이 수식인지, 어느 것이 진심이고 어느 것이 가심( 假 心 )인지부터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모술수의 차원에서는 혹시 융통자재의 여지가 크 니 고수( 高 手 )의 작위( 作 爲 )라 할지 몰라도 국론분열의 차단을 용의( 用 意 )한다면 어 느 쪽인지를 분명히 해 둘 일이었다. 세계는 어느 것이든 하나는 정본( 正 本 ), 하나 8) 2월 27일 상하이( 上 海 )에서 발표된 <미-중공 공동선언>(일명 상하이 커뮤니케)의 평화 5원칙 은 1영토와 주권의 상호존중, 2상호불가침, 3상호내정불간섭, 4평등호혜, 5평화공존 등을 담고 있다. - 21 -

는 부본( 副 本 )으로 보는 모양이지만, 소동대이 ( 小 同 大 異 )의 격차 와 불일치 를 인 정하고, 주어진 현상그대로 를 인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agree to disagree 의 세 계대세로 보면 뭔가 역주행 하는 듯한 돌출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평화공존 을 요구하는 국제정세의 현실이 다극체제를 가속시 켰다고 할 것이니 그 요인으로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공산진영내부에 있어서 소련의 일원적 지휘권의 후퇴로 나타나는 다극화 현상이다. 원래 공산세계는 하나의 인터내셔널리즘 을 향해 소련의 일원적( 一 元 的 ) 통솔이 이루어져 왔다. 이것이 중공의 도전에 따라 이른바 수정주의 대 교조주의, 평화공존 대 인민전쟁, 선진 대 후진의 이념분쟁이 일어나고, 국경분쟁에 이어 핵무 기논쟁이 불을 뿜으며 공산권내 주도권 싸움을 노골화 하였다. 이에 발맞춰 동구 위성제국의 끈질긴 독자노선 추구가 뒤따르고, 여기에 친( 親 )중공 알바니아와 중도 유고슬로비아의 이탈이 가세하였다. 둘째는 비( 非 )공산진영 내부의 다원화 경향이다. 이제까지 미국의 원조와 지휘아 래 전후복구와 대소( 對 蘇 )봉쇄정책에 군말 없이 따르던 서구제국이 차츰 미국의 통 솔력에 한계를 긋고 나섰다. 프랑스 드골의 독자노선 선언이 그 시발이었고, 일본의 경제대국화가 이를 더욱 촉진하였다. 셋째는 국제사회 전반의 실력평준화 경향이다. 미-소간의 전략핵무기생산에 균형 이 이루어지고 미-중공간의 정치역량 경쟁에도 우열이 좁혀졌다. 또 미국과 유럽경 제공동체(EU)의 여러 나라들, 특히 일본과의 경제력도 비등해 졌다. 이렇게 되니 국제적 양대 거인의 카리스마, 양대 리바이어던 9) (Leviathan)이 소 멸하고, 세계제국을 영도하던 두개의 사령탑이 붕괴되어 군웅할거( 群 雄 割 據 )의 춘추 전국시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미국의 힘, 소련의 힘 에 의해 평화가 유지되던 팍 스아메리카나 (Pax Americana)라던가, 팍스 러시아나 (Pax Russiana)와 같은 절 대적 권위 가 사라지고 소국( 小 國 )들이 저마다 떠들어 대는 혼선대화( 混 線 對 話 )의 시대로 세상( 世 相 )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국제정치의 양상도 거인의 이상과 꿈과 사명과 신비는 소멸되고, 소인( 小 人 )들의 현실이해와 타산만이 판을 치게 되니 이데 올로기의 정치시대로부터 파워정치시대로, 꿈의 정치시대로부터 이익의 정치시대로 다시 이상의 정치시대에서 현실정치의 시대로 이행되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평화공존 이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평화 평화 하지만, 사실 평 화 란 평화로운 것이 아니라는데 평화의 패러독스 가 있는 것이다. 이상이 평화공존 시대의 세계상 ( 世 界 像 )이다. 9) 리바이어던 이란 구약성서 <욥 記 >에 나오는 거대한 괴수( 怪 獸 : 영생동물)로, 영국의 철학자 T. 홉스 (Thomas Hobbes : 1588~1679)가 같은 이름의 책명에 교회 및 시민공동체의 내용-형태-권력 이란 부제를 달아 1651년에 출간한 정치철학서이다.. 여기서의 리바이어던 은 교회의 권력으로부터 해방된 국가 를 지칭 한다. 저자는 이 저술에서 전제군주제( 專 制 君 主 制 )를 이상적 국가형태로 논하고 있다. - 22 -

3) 이상( 異 常 )변화 와 3강 의 고민 1960년대를 급변의 시대, 격변의 시대 라고 한다면, 1970년대는 그 급변, 그 격변 의 도가 너무나 지나쳐 이상스럽게 변화하는 시대라는 것이 이번 세 번째 강 연의 시대규정 이요 세계인식 이다. 그 이변 ( 異 變 )의 대표적 실례가 1971년 9월 에 일어난 중공의 국방상 임표 10) ( 林 彪 )의 돌연 변사( 變 死 )이다. 한 때 모택동의 후 계자요 가장 친근한 전우 라고 까지 극찬되던 임표의 실각과 소련망명중의 비행기 추락사와 관련, 강연은 그 원인을 모택동에 대한 개인적 배신이나 조급한 권력욕 때문이라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 즉 미국을 주적( 主 敵 )에서 차적( 次 敵 )으로, 소 련을 차적 으로부터 주적 으로 삼는 노선변경 문제에 임표가 반대했기 때문에 당한 희생 으로 추론하였다. 이어 1972년 2월, 닉슨 미국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하여 주은래( 周 恩 來 )와 화기애 애한 분위기 속에서 철학을 논 하고 <상하이 공동선언>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는 일련의 급속한 상황전개를 이 역시 알 수 없는 이변 ( 異 變 ) 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런가 하면 그 3개월 후인 5월에도 닉슨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이 이어지고, 브레즈네프 소련공산당 서기장과 이번에는 철학을 논하지 않고 실질문제를 논했 다 고 발표된 직후, 소련이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잉여농산물을 도입한 사실이 밝혀 져, 이 또한 과거의 관념으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이변 이라고 평가하였다. 흐루시초 프의 자신만만한 경제경쟁론 제창 이래, 1961년부터 70년까지는 소련의 경제적 실력이 미국을 따라잡고, 80년대에는 미국을 훨씬 능가하여 마르크스 레닌이 그리 던 이상사회에 가까운 대중-대량소비수준에 이를 것 이라고 호언장담하던 <소련경 제 20년의 전망>이 식량부족사태를 노정함으로써 스스로 허구임을 시인하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큰 이변은 이 해 초에 소위 전쟁도 평화도 없는 백년전쟁 이라고 불리던 월남전의 휴전(1973년 1월 27일 <파리평화협정체결>)이 성립한 일이다. 월남 전이 (전쟁도 평화도 아닌) 이른바 표범무늬의 얼룩평화 라는 혹평을 받으며 종지부를 찍기 까지 미-월맹( 越 盟 )간에는 수십 차에 걸친 협상과 회담이 파리에서 지지부진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그나마도 이 휴전성립이 대통령 닉슨과 국무장관 키신저 (Henry Kissinger)가 부지런히 북경과 모스크바를 오가며 월맹에 대한 두 강대국 의 압력을 얻어내어 외곽 때리기 효과로 어정쩡하게 성사시킨 겉보기( 表 見 ) 평화 라니 이 또한 과거의 관념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이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듯 실례를 들자면 한이 없을 정도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이변이 폭 발하여 오늘의 인식능력이나 기성관념, 기존척도로는 도무지 앞뒤분간이 어려운 10) 임표는 문혁 ( 文 革 )을 주도, 선동하고 실권파를 타도하는 조반파( 造 反 派 )의 기수로 등장, 모택동의 후계자 로까지 지명되면서 모( 毛 )의 가장 친근한 전우 로 극찬되던 인물이다. 그의 변사(1971.9.13) 이유는 모택동 살해음모를 꾸미다 사전 발각되어 소련으로 망명 중 몽골상공에서 비행기추락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 나 하나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사망 후에도 그는 반( 反 )모택동분자, 반혁명분자, 소련과 내통한 현대판 수정 주의자의 앞잡이, 부르주아출세주의자, 우익기회주의자, 이중성격자 등 갖은 매도를 당하며 격하된바 있다. - 23 -

이상변화의 쇼크 속에서 미-중-소 3자간의 삼각관계는 도대체 어떻게 맞물려 돌 아가고 있는가? 무엇보다 중-소간의 공통적인 고민과 고통은 말할 것도 없이 양국간의 돌이킬 수 없는 극한대립이다. 특히 중공은 소련과의 적대관계가 2차적인 차적 ( 次 敵 )관계에 서 1차적인 주적 ( 主 敵 )관계로 질적인 변화를 일으켜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고 판단한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중공은 소련을 파쇼 라고 매도하며 사회주의제국주의 라는 과격한 용어까지 동원하여 맹공을 퍼부었다. 핵능 력을 포함한 소련의 그 막강한 군사력에 맞설 수 있는 힘과 소련의 대( 對 )중공 포 위망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외교력의 축적, 그리고 경제적 후진성의 극복문제는 포 스트 모택동의 후계체제구축문제와 더불어 중공의 발목을 잡는 초미의 해결과제였 다. 그리하여 중공은 미-소가 야합해서 공격해 오는 최악의 사태만이라도 모면하기 위해서 미국에 접근하여 직-간접의 지원을 얻어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소련역시 중공과의 열전( 熱 戰 )에 대비하기위해서 중공포위망정책을 구사하는 데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대지주( 大 地 主 )의 고민에 빠져있다. 원체 넓은 땅과 넓은 세력권을 펼쳐놓고 힘으로 위성제국과 1백 여에 달하는 소수민족들을 억누르다 보 니 그 반발과 이탈이 만만찮은데다 성장 동력을 상실한 폐쇄경제체제의 오랜 통제 가 빚어내는 타성 때문에 창의가 시들고, 오랜 국제교류의 단절로 기술이 고갈되고, 점차적인 문호개방에 따라 외부와의 교류-접촉이 빈번해지는 틈을 비집고 밀려드는 서구의 소비문화가 인민의 기대성향을 한껏 부추겨 대중의 소비욕구를 도저히 따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경제체제의 구조적 한계와 긴장완화에서 오는 해빙의 기운이 그토록 완강하게, 그리고 그토록 오랜 세월 소련사회를 암묵( 暗 黙 ) 속으로 몰아넣은 철의 장막 까지도 이제는 스스로 걷어내지 않을 수 없도록 세태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 소련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더 큰 고민은 미국에 있었다. 미국은 키신저의 대 구상 (great design)에 따라 중-소가 서로 온 신경을 국경지대에 집중시켜 경계와 방비 이외에 다른 정신을 쓸 수 없도록 중-소 양국 주변정세의 역학관계를 관리 11) 함으로써 대 립을 조장하고 세력균형을 이끌어 내는 소위 분리 지배 (divide and rule) 정책을 구사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내정( 內 政 )이었다. 내정문제도 결국 본질은 월남전 패배의 후 폭풍 이었다. 월남전, 그 막대한 인적 물적 출혈에도 불구하고 뜻도 없고, 보람도 없고, 승부도 내지 못하고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로 허술하게 끝내버린 종전( 終 戰 ), 그것이 미국 국민에게 준 실망 11) 예컨대 소련에게는 서독을 앞세워 <양독( 兩 獨 )기본조약>을 체결토록 하여 유럽의 긴장완화를 예증시켜주는 동시에 양진영간의 국경선을 현 상태로 유지시켜 줄 것으로 안심을 시켜주는 대신에 온 시선을 동쪽의 국경 지대로 쏠리도록 유도하고, 중공에게는 유엔가입과 대만의 유엔축출을 실현시켜줌으로써 역시 온 정력을 국경 선 대결에 쏟게 만들어 중-소 접경지대에 긴장고조를 유지시켜나가는 분리지배 정책을 말한다. - 24 -

과 낙담은 형언키 어려울 정도 라 한다. 미국의 자신감 상실 도 따지고 보면 바로 월남전에서 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너무나 헤프게 이 전쟁에 전비( 戰 費 )를 쏟아 붓고 나니 달러화의 가치폭락을 위 시하여 정부재정이 바닥나고 그 여파가 상대적으로 물가폭등, 물자부족사태로 이어 져 풍성하고 인심 좋던 엉클 샘 (Uncle Sam)은 사라지고, 건방지고 무례하고 안하 무인격으로 자존망대 하던 추악한 미국인 (Ugly American)도 고개를 숙이고 물러 나자, 이제 눈에 띄는 이는 길 잃고 망연자실( 茫 然 自 失 ) 서 있는 미국인, 곧 로 스트 아메리칸 (Lost American), 조심조심 수줍고 예절바른 미국인, 즉 디슨트 아메리칸 (Decent American)이 남아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 워터게이트 (Water Gate, 1972) 사건까지 터져 그 추태( 醜 態 ), 그 실태( 失 態 )가 미국전체의 위신에 씻을 수 없는 먹칠을 하고, 하루 한건주의식 비 리-실태 폭로가 쏟아져 무신뢰 ( 無 信 賴 ) 무권위 ( 無 權 威 )의 불신풍조 만연이 온 미 국사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깊고 근원적인 문제는 도저히 합쳐지지 않는 두개의 서로 역류 하는 국론분열 ( 國 論 分 裂 )의 강하( 江 河 )였다. 정상수단으로는 도저히 수습할 수 없 는 국면에 이른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간의 대립과 갈등, 곧 신-구( 新 舊 )의 대립 이 신( 新 ) 이상주의 (New-Idealism)의 성격을 띤 미국국민의 의식구조, 특히 반체 제적 성향으로 경직되어가는 젊은 세대의 저항의식에 불을 질러 국론분열을 심화시 키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갈등의 진앙( 震 央 )에서 미국의 젊은이들을 과격하게 선동 12) 하고 있는 사람이 독일태생의 유태인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대 철학교수 마 루쿠제(Herbert Marcuse)였다. 월남전의 실패로 시작하여, 달러화의 가치하락, 워터게이트사건의 망신살, 국론의 지리멸렬 등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미국은 이제 과거와 같이 거창 하게 인류의 자유와 복지를 내세우며 사명감을 외치고 나설 게재가 아니었다. 미국도, 소련도, 또 중공도 이처럼 모두가 속된 말로 제 코가 석자 에 이르다 보 니 누구도 큰 일 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적과 동지를 엄격히 따지며 이데올로기 에 집착하던 의리의 시대에서 벗어나 오직 자국의 실리 좆기에만 충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다보니, 사명감에 불타는 이상주의가 아니라 현 상태를 싫건 좋건 그대로 유지하면서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뉴 리얼리즘, 거대한 12) 마르쿠제(Herbert Marcuse)는 풍요한 사회라고 자부하고 있는 미국사회도 역시 고도의 자본집중, 고도의 산업자동화를 이룬 계급사회에 지나지 않는다 고 맹렬히 비판하였다. 그는 이 같은 사회로부터의 해방 을 실 현하는 주관적 조건으로서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치고 정력적으로 새로운 자유와 해방을 구가( 謳 歌 )하는 새로 운 인간형 (New type of man with a vital, biological drive for liberation)이 사회에 충만하고 또 그러한 인간형에 의해 사회가 지배되는 상태를 상정( 想 定 )하면서, 그 이상적 사회형태로서 유토피아적인 성격이 가미 된 사회주의체제 를 제시하였다. 그는 1968년에 논문 <풍요로운 사회로부터의 해방>( Liberation from the Affluent Society in ; David Cooper(ed,), The Dialectics of Liberation, Harmondsworth / Baltimore : Penguin)을 비롯하여 1969년에 출간된 저서 자유에 대한 시론( 試 論 ) (An Essay on Liberation,) 을 통해 소위 뉴 레프트, 뉴 아이디얼리즘 운동에 불을 붙이며 미국의 젊은 대학생층 의식을 깊이 파고들어간 것 으로 평가된다. - 25 -

것에 대한 무관심, 또는 무심( 無 心 )의 냉담정책 (Policy of Indifference)으로 나아 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3강의 이러한 수성( 守 成 )의 경향 을 강연은 크게 보아 현상고착( 現 狀 固 着 )의 추구 라고 결론짓고 있다. 4) 혼돈 의 그 상수( 常 數 )와 변수( 變 數 ) 이제까지 검토한 앞선 세 차례 강연은 그 분석방법 모두가 세계질서 에 대한 국 제정치학적 접근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번의 네 번째 강연은 오늘의 세상 ( 世 相 )을 <혼돈( 混 沌 )의 시대>로 규정하고 그 혼돈 유발 의 제 요인과 실태( 實 態 ) 를 문명비평사적 시각으로 규명하고 있다는데 획기적인 의의가 부여된다. 강연은 오늘의 세계가 <혼돈의 시대>로 규정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전쟁-폭동- 공해-식량-자원-인구 등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그 보다도 과거 일시적, 우발적, 국 부적이던 경제적 인플레이션 이 장기적, 만성적, 구조적으로 세계화 하고 있는 현상 을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하면서 빛의 프리즘투사( 投 射 )로 얻어지는 분광( 分 光 )현상 을 관찰하듯 그 혼돈의 충격 을 인플레이션 이라는 단일시각으로 쪼개내었다. 즉, 세계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단지 경제적 인플레이션 의 문제로만 국한하는 것 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 분야 전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쏟아지면서 상호 결합하여 복합( 複 合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인플레이션 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주목하고 있 는 것이다. 경제적 인플레이션 도 결국은 이 복합적 인플레이션 의 일부분적인 현 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잡다한 복합 인플레이션 의 실례를 강연은 다음과 같이 짚고 있다. 첫째로 국제사회에 있어서, 이제까지 세계사의 전면에 한 번도 나타난 일이 없는 지하잠복의 잡다한 민족-종족들이 아프리카 신생 제3세계를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민족해방-자주독립-신생주권을 내세우며 다투어 주체성과 민족주의를 외치는 독립 선언의 인플레이션 이다. 둘째로 국내무대에 있어서, 이제까지 기성정통의 권위에 짓눌려 빛을 보지 못하 던 각종 세력들, 파벌들, 집단들, 계층세대들로 망라되는 신생 제3세력 이 저마다 자기고유의 존재와 존엄과 요구를 관철하려 들면서 총경연( 競 演 )하는 인권선언의 인플레이션 이다. 이들 제3세력 의 극성( 極 盛 )으로 폭발하는 갖가지 충돌, 마찰, 저 항, 대립이 온 지구촌 사회를 새로운 소란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인간 내부의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기성금기( 旣 成 禁 忌 )의 두꺼운 억압의 벽을 뚫고 분출하는 온갖 욕구, 충동, 욕정, 본능, 속성, 취향들이 저마다 자기주장, 자기욕구의 정당성을 내세우면서 한꺼번에 분화( 噴 火 )-요동( 搖 動 )치는 신생 제3의 식 의 인간선언 인플레이션 이다. - 26 -

국제사회에서나 국내무대에서, 그리고 인간본성의 심층부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이른바 신생자 ( 新 生 者 )들의 이상과 같은 무한각성 ( 無 限 覺 醒 ), 무한발동 ( 無 限 發 動 ), 무한각축 ( 無 限 角 逐 )이 초월적 가치나 불가침적 절대존재, 또는 최고-유일자를 모조리 붕괴-소멸시키고 대립자( 對 立 者 )들 간의 관계를 전면 상대화, 세속화, 나 아가서는 대등한 경쟁자로 전면 동열화( 同 列 化 ) 시키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제 절대 와 무조건 은 그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절대 의 신 ( 神 )도 없어지고, 절대 가치, 절대 질서, 절대 정통도 모두 무너졌으며, 절대 전쟁-절대평화, 절대승리-무조건항복도 모조리 사라져, 무조건 무제한 에서 조건 부 제한부 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의 슈퍼 파워 는 세력균형 (Balance of Power)으로 대체 되어 흐루시초프 이후 소련의 수정주의적 현실주의화, 중공의 대미( 對 美 )화해, 그리고 역 할과 책임의 분담을 강조하는 미국의 닉슨독트린 등은 모두가 상대화, 동열화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제 국제-국내-인간 내부를 막론하고 어느 세계 어느 영역에서나 수직적 질서 는 수평적 혼재( 混 在 )로 급변하고, 연역( 演 繹 )의 논리는 귀납( 歸 納 )의 논리로 자리가 바뀌어 어떤 공리( 公 理 ), 어떤 이념도 무조건 받아들여지지 않는 신판 춘추전국시대, 곧 만인해방 ( 萬 人 解 放 ), 만욕발동 ( 萬 慾 發 動 ), 만정폭발 ( 萬 情 爆 發 )로 통제 불 능한 소인( 小 人 ) 전성시대 가 도래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정상( 正 常 )도 원칙도 없 어지고 조직-제도-강령( 綱 領 )도 전혀 통하지 않아, 무강령 ( 無 綱 領 ), 무제도 ( 無 制 度 ), 무방향 ( 無 方 向 )의 일본 적군파( 赤 軍 派 )식 신종테러까지 유행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간본성의 자유와 해방을 골자로 하는 문화적 자유, 이른바 탈기성( 脫 旣 成 ) 탈문화( 脫 文 化 ) 탈형식( 脫 形 式 )의 나체문화, 본능문화, 직감문화까지 가세하여, 문화사적 문화발전으로 인간세계를 파악할 것이 아니라 인류학적 인간해방으로 인 간본성을 인식하라는 주장까지도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과거의 관념이나 기성척도로는 무절제-무궤도-무방향의 질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신생난무 ( 新 生 亂 舞 ), 신생각축 ( 新 生 角 逐 )을 당연히 제어-단속- 통솔해야 할 기성의 권위-정통-제도-장치들이 역으로 디플레이션의 역조( 逆 調 )-퇴 조( 退 潮 )-수축( 收 縮 )의 하강세를 달리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오늘의 세계를 이토록 제멋대로의 전면 혼돈 속으로 몰아넣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와 조건은 또 무엇인가? 강연은 이를 다음 다섯 가지로 답하고 있다. 첫째로 국제적인 긴장완화와 해빙기류에 따른 전면 해이의 기운이다. 대규모의 - 27 -

전면전쟁이 없어지면 국내-외적으로 소규모 분쟁과 폭동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전 쟁에 전쟁의 문제가 있듯이 평화에는 평화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변화의 신생주체 들로서 저마다 욕구 폭발 을 내세우는 국제적 제3세계 의 수( 數 ), 국내적 제3세력의 수, 그리고 인간 내면적 제3의식의 수 가 급속히 증 가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무한 다극화 현상이다. 셋째로 과학기술의 고도 발달로 모든 사상( 事 象 )의 변화 속도가 고속화 하고, 그 영향의 파급-연쇄범위가 세계화하면서 잡종ㆍ혼혈화-동조화 하고 있는 세계문제의 성격변화다. 이스라엘과 아랍제국 간의 반목대립이 단순히 두 민족, 두 지역, 두 종 교만의 갈등으로 국한되지 않고 세계의 문제로 확대되는 이치를 말한다. 넷째로 극기복례 ( 克 己 復 禮 )의 동양적 예지나 서구적 이성과 문화로는 도저히 수 습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세속화-저속화하고, 다기화( 多 岐 化 )로 치닫는 인간 정신의 퇴락이다. 끝으로 경직된 오늘의 기성체제, 기성제도의 유한성( 有 限 性 )으로 인류사상 초유의 이 원초적-원색적 욕구분출 의 무한성( 無 限 性 )을 도저히 제어-조정-소화해 낼 수 없는 한계가 그것이다. 그러면 혼돈의 세계에 있어서 상수 ( 常 數 )란 무엇이고, 변수 ( 變 數 )는 무엇인가? 또 상수와 변수의 상호관계는 어떻게 설명되는가? 강연은 먼저 오늘의 세계가 혼돈 에 직면하게 된 원천적이고 직접적인 동인( 動 因 )을 잡다한 신생자 들의 욕구폭발 과 그것이 상호 결합하여 연속적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복합적 인플레이션의 인플레이션 을 무한변수 ( 無 限 變 數 )라고 개념 짓고, 이 변수들의 충격에 대응하는 기성 ( 旣 成 ), 또는 기정 ( 旣 定 )의 대처방식을 유한상 수 ( 有 限 常 數 )로 규정하였다. 즉, 유한상수 와 무한변수 간의 상호대응 결과가 혼 돈 으로 나타난다는 인식방법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구미( 歐 美 )선진제국의 경우, 그들의 상수는 아직 튼튼하다. 넓은 의미 의 서구문화 전체를 기정의 상수 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정치, 의회정치, 평 화적 정권교체와 간접대의민주주의, 수정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경제체제, 감정보다 이성과 법에 호소하는 합리주의, 법치주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성의 긍정적 상 수 속에 신생변수들의 과격한 욕구를 흡수-동화시켜 새로운 상수 로 기성화( 旣 成 化 )-정상화( 正 常 化 ) 시켜나가면서 파국 없는 현상유지와 더불어 점진적 개량의 방 향으로 변수들을 제도화-궤도화 해 나가는 것이 선진국 형 대처방식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면적 인간해방 을 들고 나와 감정폭발, 실력행사에 호소하려는 각종 신생 욕구들에 대해서는 광범한 복지정책과 최대한의 관용정책을 구사하여 이를 순화시 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소련의 경우, 제1단계의 정치적 자유는 물론, 인간의 사회적 자기실현과 활동의 지의 자유화를 뜻하는 제2단계의 사회적 자유 에는 전혀 이르지 못하고, 인간본성 - 28 -

의 자유화 를 골자로 하는 제3단계의 문화적 자유 도 13) 일부 관광객에 묻어서 대도 시에나 극소량이 흘려질 정도로, 공산당 식 엄혹한 상수 의 위세에 눌려 그 어떤 변수도 존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브레즈네프 영도하의 집단지도체제로 운행하는 공산당 1당 독재 통치구조야 말로 소련적인 불변의 상수요, 평화공존과 경제-기술 위주의 신중한 동서접촉, 대( 對 )중공 비상경계, 그리고 치열한 대미( 對 美 ) 경쟁구도 또한 국민통합을 일궈내는 중요한 상수가 된다. 요컨대 소련적인 상수는 굳게 지키 고, 변수는 발붙일 틈을 주지 않도록 억제하고 방지하고 경계하는 것이 소련의 대 처방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 완강한 상수의 방파제도 언젠가는 변수의 집요한 침 투와 항생적 교란공세에 견디지 못하고 마멸-붕괴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점은 동구공산권도 대동소이 할 것이요, 모택동사상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중국 공산주의 라는 독특한 상수만이 지배하는 중공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날로 좁아들고 단일화로 치닫는 세계적 변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밖으 로부터 밀려드는 무한변수 의 촉수( 觸 手 )와 안으로부터 솟구치는 외부와의 접촉욕 구, 또 자기필요에 의해서 불가피하게 용인-권장-주도되는 부분개방의 추이( 推 移 ) 가 중국인도 스스로 자유라는 금단의 열매 를 따먹는 날을 앞당기도록 강열하게 자 극하고 또 유혹하게 될 것이다. 신생 후진지역의 경우는, 상수는 별로 없거나 매우 허약하고 변수만이 극성으로 판을 치는 수라장( 修 羅 場 )의 형국이다. 공산국가처럼 신생변수의 침투를 막을 장막 이 처져있는 것도 아니고, 또 이에 맞설 면역력도 길러지지 않은 무방비, 무면역의 혼돈상태라 한다. 극단의 반동적 현상고수( 現 狀 固 守 )와 급진적 현상파괴( 現 狀 破 壞 ) 의 혁명기운이 엇갈리고 제도가 아니라 격정적이고 극렬한 행동이 앞설 뿐만 아니 라 부분개량보다 전면개조를 아우성치고 있어 제1, 제2, 제3의 자유가 동시에 내습 ( 來 襲 )할 듯한 태풍전야를 항시 표류하고 있는 듯한 형세로 비유된다. 통치행태도 가지가지여서, 원시적 추장지배가 있는가 하면, 고대적 제왕정치가 남 아있고, 동방 왕조식 전제정치가 엄존하는가 하면, 중세적 족벌정치, 전근대적 군벌 정치에 신형 군사지배, 카스트 정치, 19세기식 입헌정치, 페로니즘 등 어느 것도 지속이 불가능한 가변수 ( 可 變 數 )의 신종통치들 뿐이라 그 장래가 항상 예측불허라 는 것이다. 더구나 내정의 어수선하고 허술한 틈을 타고 외세간섭ㆍ외세자초의 외 화( 外 禍 )를 끌어들일 포구( 浦 口 )마저 항상 열려 있으니, 그 불안과 불안정성이 세계 를 혼돈 으로 이끄는 제3의 요인이 된다고 한다. 13) G. 체스니의 민주주의의 기강확립, 또는 자유의 제4단계 (Gerhard Szczesny, Die Disziplinierung der Demokratie order Die vierte Stufe der Frerheit, Rowohlt, Reinbek bei Hamburg, 1974)에서 제기된 서 구사회에 있어서 자유개념의 3단계 발전론 을 강연은 1970년대의 세계적 자유화의 진도 를 조망하는 분석 틀 로 인용하고 있다. - 29 -

2. 경제상호의존의 시대 앞에서 본 연구는 2차대전 종전 후 1970년대 초-중반까지 약 30년간의 세계질 서가 미-소의 교조적 양극 체제에서 점차 다극화( 多 極 化 )하면서 동서가 화해와 접 근으로 평화공존을 지향하던 이른바 데탕트(Detente)의 시대상 을 김상협 교수의 네 차례 연례( 年 例 ) 강연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항( 項 )에서는 일본의 명문 도 쿄공업대학(TIT) 나가이 요노스케( 永 井 陽 之 助 ) 교수(국제정치학)의 논문 <모라토리엄 국가의 방위론>( モラトリアム 國 家 の 防 衛 論, 1981)을 원용하여 신( 新 )냉전 의 성 격을 조명하고, 14) 그에 따라 특히 경제영역에서 데탕트가 제도적으로 확고하게 정 착되어 가치배분의 다원적 질서가 태어나는 1980년대 경제상호의존의 세계상 ( 世 界 像 )을 이세기( 李 世 基 ) 의원의 분석 15) 에 기초하여 재정리해 보았다. 1) 新 냉전 의 성격규정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후처리문제 를 둘러싸고 격화된 미-소간의 냉전대립 은 197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기까지 평화공존의 괄목할 진전에도 불구하고 그 성 격과 내용에 무상한 변화를 보여 왔다. 대결의 핵심이 동-서간의 이데올로기와 사 회체제의 경쟁양상을 띠고 있는가 하면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확장경쟁으로 바뀌어 가고, 비동맹 제3세계에서의 각축으로 옮겨지는가 하면 다시 유럽으로부터 페르시 아 만안( 灣 岸 )을 거쳐 서남아시아와 동아시아로 연동( 連 動 )하는 광역적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전화( 轉 化 )한 예가 바로 그것이다. 제2의 냉전 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신( 新 )냉전 은 위와 같은 대결양상의 추이와 그 질적 변화의 산물로서, 결정적 발단은 1979년 12월에 있었던 소련의 아프간 침 공에서 비롯된다. 이어진 1981년 12월의 폴란드 계엄발발(12.13), 그리고 83년 9월 사할린 인근 상공에서 일어난 소련전폭기의 KAL기( 機 ) 격추(탑승자 269명 전원사망) 14) 일본 민주당 제2기 내각 간나오토( 菅 直 人 ) 총리의 도쿄공업대학(TIT)시절 정치학 스승으로 알려진 나가이 요노스케( 永 井 陽 之 助 ) 교수는 전후( 戰 後 ) 일본의 경( 輕 )무장-경제중시외교노선을 높이 평가하고 일본외교의 한 계를 인정한 현실주의적 국제정치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선일보 2010년 6월 7일자 16면 참조. 그는 2009.12) 작고하였다. 이 항에서 본 연구가 특히 나가이 교수의 논문 모라토리엄국가의 방위론 ( モラトリアム 國 家 の 防 衛 論, 中 央 公 論 1981. 1 月 號, pp.74~108.)을 크게 원용( 援 用 )하고 있는 것은 이 논문이 일본의 국가적 성격을 중성적 모라토리엄 국가로 상정( 想 定 )하고 소련을 가상의 적 으로 설정하여 일본 방위론 에 논의의 초점을 맞 추고 있으면서도 신냉전 의 성격에 대한 깊은 통찰을 그 주론( 主 論 )의 배경으로 삼고 있어, 본 연구가 부각시 키고자하는 이전( 以 前 )시대의 세상( 世 相 ) 읽기 에 유용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15) 李 世 基, 올림픽과 국가발전 ; 제2부 한반도의 주변정세와 통일접근 (전망사, 1984. 10) pp. 123~179. 李 의원은 고려대 정경대 교수와 민정-민자당 3선의원, 체육부-통일부장관, 국회올림픽특위 및 문광위위원장, 당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하면서 민족의 통일접근에 학구적 관심을 쏟아왔다. - 30 -

등 일련의 사태는 모처럼 굳어져가던 데탕트의 기조( 基 調 )를 뒤흔들고 미-소 양대 진영간의 대립을 새로운 단계로 심화시켰다. 즉, 평화공존의 기류를 타고 동-서간 의 교류-접촉이 증진되는 과정에서 전면 완화되어가던 대( 對 )공산권 수출규제에 제 동이 걸리고 곡물, 석유, 천연가스에 관련된 기술설비의 금수( 禁 輸 )조치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보복성 대소( 對 蘇 ) 경제제재조치를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신 냉전 의 성 격이 여기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신 냉전 의 기점이 되는 1979년을 논자에 따라서는 현대 세계사에 있어서 그 10 년 후 소련의 해체와 동구공산권의 몰락, 그리고 독일통일을 예비하면서 세계사의 지각변동 을 몰고 왔던 바로 1989년, 에 못지않게 세계화로 특징지어지는 21세 기적 현상 을 이해하는 징검다리로서 반드시 그 의미를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적 인 해 라고 주장하는 견해 16) 도 있다. 이 해 1월, 미-중공 국교정상화의 완결에 따라 중공지도자로는 최초로 등소평( 鄧 小 平 )이 미국을 방문하고, / 3월, 이란혁명의 최고 정치-종교 지도자 호메이니 (Ruhollah Musavi Khomeini)의 환국과 국왕 팔레비의 축출에 이은 이슬람공화국 건국, / 5월, 철( 鐵 )의 여인 으로 평가되는 마거릿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영국 최초 여성수상 탄생, / 6월, 폴란드 노동운동의 발분( 發 奮 )과 새로운 국면 전 이를 몰고 오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고국 폴란드 방문, / 12월 소련군의 아프간 침공 등등 이전 세기적 현상 의 집중적인 표현이라 할만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이 이 한 해에 한꺼번에 국제무대에 출현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개개 인물과 사건들 간에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서도 이들은 세계사의 한 획을 긋고, 오늘의 시대상( 時 代 相 )을 규정하는 특징들, 예컨대 정치화된 종교 와 공산세계의 자멸 이후의 세계화의 물결, 그리고 신자유 주의경제의 범람 등으로 표상되는 21세기적 현상 을 이해하는 핵심 쟁점들을 잉 태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중에서도 소련의 아프간 침공과 교황 의 폴란드 방문의 경우, 전자는 소련의 붕괴로 이어지는 촉발제가 되었고, 후자는 소련의 동구권에 대한 영향력의 결정적 후퇴와 탈공산화를 선도하는 결정적 계기를 몰고 왔다는 점에서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역사적 의미 의 심대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주목할 일은 1979년의 거대한 역사전개의 여 파로 바로 이듬해(1980)에 아메리카의 아침 (Morning in America)이란 깃발아래 강하고 풍요로운 미국 을 강조하며 부활과 중흥을 다짐하는 레이건 정부가 성립했 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1979년의 예언 을 적중시킬 역사의 여명( 黎 明 )은 아직 밝아오지 않았다. 16) 크리스천 카릴(Christian Caryl, 1979년, 그 거대한 반동 FP (인터넷 / 한국어판, 2010. 1. 11). 논문의 작자 카릴은 시사주간지 News week 의 객원편집자이다. - 31 -

냉전의 본질이 현존하는 위협 (미-소 양강의 대결구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냉전논리 의 자기기만적 허구성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다고 함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 다. 일찍이 미국 외교관 출신의 저명한 정치학자 조지 캐넌(George F. Kennan)이 재치 있게 지적한 바와 같이 소련의 지도부는 무엇보다 그 폭압적 사회제국주의의 지배체제를 정당화 하기위해서라도 적의( 敵 意 )로 가득 찬 외적( 外 敵 의 존재를 필요 로 하였고, 미국은 냉전의 영속 ( 永 續 )에서 덕을 보는 수익자 층을 무수히 만들어 내고 있었다. 군수산업, 무기상, 군인, 관료, 전문가, 두뇌집단 등 바로 그 냉전경제 체제에 의해서 잡다한 군-산-학 복합체 가 계속해서 늘어났고, 이들 이익집단의 기 득권익에 결부된 정치세력이 냉전체제의 항구화를 획책-가속시켜 왔다는 것이다. 이렇듯 냉전의 본질이 가식과 허구로 변질된 이상, 더구나 핵이 존재하는 핵 Polity의 시대에, 소위 진실의 순간 (The Minute of Truth)이 도래한다면 그것은 곧 인류절멸( 絶 滅 )의 최후를 의미하는 것인데 그런 순간은 쉽게 찾아 올 수도 없고, 또 와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설사 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군확 ( 軍 擴 )경쟁으로 위 기를 가중시키면서 즐기듯 핵 놀음을 벌여 온 양대 초강국의 소관사항일 뿐 그 예 하국가들이 군비경쟁을 분담하며 전전긍긍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국제사회 의 원심적 다원화( 多 元 化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이데올로기 대결양상도 갈수록 흐려지는 까닭이 바로 냉전의 그 자기기만적 성격변질에 연원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시대상( 時 代 相 )을 두고 진실의 순간이 유예된, 모라토리엄의 세계 라고 한 성격규정은 이상과 같은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원래 모라토리움 이란 합법적 지불유예( 支 拂 猶 豫 ) 를 뜻하는 법률용어다. 마땅히 해결하거나 또는 지불해야 할 어떤 의무-책임-과업 등을 미결인 채 그대로 내버려 두는 상태의 공인 ( 公 認 )이란 풀이가 가능한데, 오늘의 세계가 당연히 갖추고 있어 야 할 어떤 틀 (새로운 질서)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과도적 형태에 머물러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개념어 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라토리엄의 논리는 세계가 양극적인 요인 과 다극적인 요인 이 혼재하 는 서구지향의 전통적 국제질서에서 벗어나 점차 집단안보체제를 기축( 基 軸 )으로 하는 평화체제를 모색해가는 과도기에 처해 있음을 극적으로 설명하려는 일종의 작명기교 로도 읽혀진다. 2) 경제상호의존의 세계 에서의 국익( 國 益 )개념 오늘의 세계가 전쟁상태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평화도 아니며, 양극 과 다극 이 복잡하게 얽혀 아직은 확고한 틀 과 꼴 을 갖추지 못하고 엉거주춤 애매모호한 모 라토리엄의 상태로 있는 한, 국제사회는 적과 동지의 구별이나 공동의 지표, 신의, 가치 등이 흐려져, 모든 나라들이 저마다 단기적 이해( 利 害 )와 소승적 편익( 便 益 )에 - 32 -

따라 오로지 자국의 실익( 實 益 )만을 좆는 의리 ( 義 理 )- 인정 ( 人 情 ) 부재의 냉혹한 이기사회( 利 己 社 會 )로 변모했다고 함은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또 교통통신수단의 고도발달과 과학-기술의 파열적(Catastrophic) 혁신은 모든 사상( 事 象 )의 변화를 초고속화 하고, 그 파급-연쇄의 범위도 세계화, 동조화 (Synchronization)하여 온 세계가 즉각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정 도로 그 성격이 잡종화-혼성화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 지붕 속 지구촌 의 모든 나라들이 직접적이고도 밀접하게 상호 영 향을 주고받는 의존관계에 놓이다 보니, 국익( 國 益 ) 의 의미도 필연적으로 그 개념 이 지극히 복잡-미묘-모호해지고 다의화( 多 義 化 )하게 되었다. 국익 이란 국제무대에서 한 나라가 추구할 수 있는 안전보장( 安 全 保 障 )상 의 정 치-외교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으로 크게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다. 또 때 로는 장기적인 것과 단기적인 내용으로 2분하여 파악할 수도 있다. 17) 국익 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키-워드가 되는 안전보장 의 개 의( 槪 義 )부터 알아보는 것이 순서가 될 것이다. 안전보장 에 대해서 앞에서 소개한 나가이( 永 井 ) 교수는 한 나라의 존립상 수호해야 할 중핵가치, Core Value 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그와 같은)위기상황이 회피된 상태 18) 라고 다소 소극적인 풀이 를 제시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한 나라의 존립 상 수호해야할 중핵가치 가 무엇 이며, 또 그 최고 가치의 희생을 강요하는 위협 의 존재가 무엇인가는 물론 각국이 당면하고 있는 구체적 현실과 고유의 역사적 생존조건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자국민 의 생존과 미래, 민생의 안정과 복지증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경우도 있을 것 이요, 국가의 자주와 독립, 위신과 영광을 최우선으로 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니, 그 지상의 가치실현과 수호를 저억( 沮 抑 )하거나 그와 마찰을 일으키는 존재가 곧 위 협 이 된다고 함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19) 결국 안전보장 의 본질은 최악의 사 태를 당하여 국민의 다수가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위의 가치를 수호하 17) 국익 ( 國 益 )개념의 복잡-다의화 현상과 관련, 저자는 미국 및 서방의 단기적 이익은 값싼 원유의 안정적 공급확보, 국제수지의 밸런스, 인플레의 다잡기( 收 束 ) 등이나 장기적으로 보면, 증가일로에 있는 수입원유에의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에너지자원의 개발투자를 촉진시켜 정치적 불안정이 상존하는 걸프( 灣 岸 )지역에의 의존 도를 낮추는 것이 국익에 부합 한다 고 지적하고, 중동석유위기에서 미국이 군사력발동을 유보한 것은 실력 행사의 비용이 그 효과에 비해서 턱없이 크고, 실효도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수입원유의 가격상승이 미국의 장기이익에 플러스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대외정책엘리트들 사이에 실재했기 때문 이라고 그 복잡-다단한 국 익계산의 실태를 부연설명하고 있다. 나가이, 전게논문 p. 99 참조. 18) 나가이, 전게논문 p. 77. 19) 1960년대 드골의 프랑스와 모택동의 중공이 각기 미-소에 반기를 들고, 핵무장을 선택하여 목전의 국가 안 전보다 영원한 자주와 독립, 위신과 영광을 지켜내는데 성공한 경우나, 군국주의 일본이 본토결전의 옥쇄를 포기하고 국민의 생존과 미래의 기약 이라는 상위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조건 항복으로 국가의 주권을 방기하 는 굴욕을 감수한 예를 들 수 있다. 이밖에도 2차대전 중 독-소 양 대국의 틈바귀에 끼어있던 동구제국의 가 혹한 운명, 그 중에는 독립과 자율은 상실했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희생을 최소화한 체코가 있는가 하 면, 그 막강한 상대에 무모하게 저항하다 전인구 20%이상의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도 자주와 독립을 모두 상 실했던 폴란드도 있고, 적잖은 희생은 냈지만 민족적 저항과 탁월한 외교로 주권을 지켜낸 핀란드와 유고, 전 장( 戰 場 )에서 멀리 떨어진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소국( 小 國 )외교의 기략( 機 略 )을 발휘하여 나라와 국민을 전쟁의 참화로부터 구하는데 성공한 스칸디나비아-리베리아 반도의 제국과 스위스, 터키, 아일랜드 등 의 여러 경우가 예시된다. 나가이, 위 논문 pp. 77~8 참조. - 33 -

기 위해서 하위로 되어있는 가치의 일부를 희생시켜야 하는 선택적 상황과 수단을 동반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안전보장상의 정치-외교적 이익이란 한 나라의 상위가치는 물론, 하위 가치의 희생을 강요하는 위협의 존재를 제거함과 동시에 그 가치들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는 기반과 조건의 확보를 뜻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은 그리 간단하게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영역에는 국가 단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초국가적(Trans National) 기관 이나 기구들까지 경제적 행위주체로 등장하여 전면적이고 다각-다변적으로 교류, 접촉, 경쟁, 협력의 상호의존관계를 교직( 交 織 )시켜나가면서 각국 내에 존재하는 다 원화된 이익과 결합하여 복합적 게임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 협력의 상호의존관계는 국제화의 방향으로 확산만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권역화( 圈 域 化 )로 의 수축-재편도 병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 그런가 하면, 경제경쟁의 차원에서는 대등한 협력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등 ( 不 等 )의 종속관계도 상존한다. 선진공업국들의 연합적 보호무역주의의 책략아래 선 진 대( 對 ) 선-후발 개도국간의 종속화가 심화되어 경제적 남북문제 가 좀처럼 해소 의 기미( 機 微 )를 보이지 않는 것도 그 하나의 특징이다. 다만 동-서간의 경제적 상 호의존관계만은 확연하게 이데올로기를 초월하고 있어 1970년대 들어 그 무역규모 가 1천억 달러(당시기준)를 상회할 정도로 증대일로에 있었다는 것은 기록될 일이다. 게다가 일국의 대외적 이익이 대내적으로는 손실이 되기도 하고, 목전의 실익이 멀리는 손해로 귀결되는 일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어, 경제적 이익은 그 대내-외 적 손익계산이 대단히 애매하고 불분명할 때가 많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외적 이익이 대내의 특수 이익에 기초를 두고 있고, 국내문제와 밀착되어, 경제적 활동주 체 모두가 초국가적 조직망을 매개로 각국의 국가체계에 상호침투하다 보니 다국적 기업을 비롯한 초국가적 기관-기구의 이익에 직결되다 보니 정확하게 국익이 무엇 인지 그 개념과 성격이 갈수록 애매하고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과 안전보장상의 정치-외교적 이익도 별개로 분립되는 것이 아니다. 상호 밀접한 관련 속에서 때로 그것은 하나를 양보하면 다른 하나를 얻어내는 상보 적 거래형태를 띠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안전보장상의 (정치-경제적)이익이라 해도 안보 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어 정치-외교의 문제가 곧 경제문제가 되고, 경제문제가 수시로 정치-외교문제로 비화-치환( 置 換 )됨으로써 정 치의 경제화 와 더불어 경제의 정치화, 또는 내치( 內 治 )가 곧 외교요, 외교가 바 로 내정( 內 政 )의 연장 이라는 교잡( 交 雜 )현상 21) 이 상궤화 되어간다는 것이다. 20) 유럽의 EC를 비롯하여, 공산권의 COMECON, 동남아의 ASEAN, 아프리카의 ECOWAS(서아프리카제국경제 공동체)와 SADCC(남아프리카지역개발조정위원회), 그리고 중남미의 LAIA(중남미통합연합)ㆍANCOM(안데스 공동시장)ㆍCACM(중남미공동시장) 등등 이 그것이다. 21) 1980년대에 들어와서 발표된 중공의 50억 달러 규모의 원전건설계획과 관련, 영국과 프랑스간의 대( 對 )중공 - 34 -

그러면 경제상호의존관계로 표상되는 세기말의 시대상을 어떤 형태로든 또다시 개변( 改 變 )시킬 최대의 변수는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급속도로 전개되 고 끝없이 진화하는 과학기술의 혁신일 것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공업사회 에서는 과학기술의 눈부신 성취와 더불어 산업구조의 급격한 개편이 진행되어 공업 사회로부터 탈공업화의 단계로, 즉 반도체, 광통신, 유전공학, 컴퓨터, 로봇산업 등 으로 표상되는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이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자본집약적 중 량경제로부터 두뇌집약적 경량경제가 주도하는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의 거대한 조류( 潮 流 )를 재빨리 포착, 현대를 구시대와 미 구에 형성-출현할 새 시대의 과도기로서 괄호안의 시대 로 규정하고, 그 특징을 위 성통신으로 상징되는 정보화 사회, 하이테크 High Technology 와 이에 대응하 는 하이터치 High Touch(기술혁신의 충격으로부터 평형을 찾으려는 반응) 의 병행적 발전 등으로 집약하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10대 추세, 곧 Mega Trend 를 추출 -해설하여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의 예언적 분석 22) 은 당시는 물론 현시점에서 조차도 한번 쯤 음미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내 용이다. 그는 다가올 경제사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서 무엇보다 경제무대의 세계화(단위로부터 전체로), / 경제주체의 개체화(획일로부터 개성회복으로), / 전 영역의 분권화(집중으로부터 분산으로), / 경영전략의 전환(단기로부터 장기로), / 대의제의 몰 락(대의로부터 직접참여로) / 경제에너지의 이동(북으로부터 남으로)과 더불어, 권위주의로 부터 호혜평등으로 / 단일선택으로부터 다중선택으로 경제사회가 이행과정에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아직은 불안요소들로 가득 차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나 그 불안정성이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 이기 때문에 이 변화의 리듬을 잘 타고 유연하게 헤쳐 나가면 모든 것이 안정되고 틀에 짜인 시대보다 더 많은 성취를 이룩할 수 있는 활력과 모험에 찬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처럼 상호의존관계가 날로 증대하는 현대 모라토리엄의 경제사회에서는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원자로판매 수출 공세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양국의 수뇌(영국의 마거릿 대처 보수당 총리와 프랑스 의 사회당출신 미테랑 대통령)들이 직접 중공을 방문하여 교섭을 벌이며 총력전을 펼쳤던 예가 경제와 정치- 외교의 결합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예증이 된다. 22) John, Naisbitt, Megatrends ; Ten New Directions Transforming Our Lives, New York, Warner Books, 1982-35 -

3) 무력( 武 力 )의 세가지 기능 1975년에 영국의 유명한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무력>이 란 주제 하에 무력의 역할과 그 사회적 수용성 에 관한 학술대회(제15차)를 개최한 바 있다. 이대회 합동토론의 결론은 결국 무력이란 자신 있는 외교교섭을 뒷받침 하는 하나의 조건 이라는데 그 효용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23) 흔히 무력(군사력)은 방위( 防 衛 )-억지( 抑 止 )-강요( 强 要 )-위신( 威 信 )유지의 4대 기능 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핵무기가 존재하는 경제상호의존의 세계에서 행해지는 국제 정치는 소위 진실의 순간 (The Minute of Truth)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1차원의 힘의 논리가 아닌 다차원의 영향력의 논리에 지배되기 때문에 무력이 갖는 기능의 중점도 방위 와 강요 와 같은 전통적 기능(물리적 기능) 보다는 억지 와 위신 과 같 은 평화기여적 기능에 중점이 옮겨지고 있다. IISS가 내린 위 결론의 지적처럼, 무 력은 자신 있는 외교교섭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조건, 즉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외교력(협상권 또는 교섭력)을 갖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힘을, 유사시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승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 라고 정의한 클라인(Ray S. Cline)의 국력공식, 24) Pp=[(S+W) (C+E+M)] 은 이러한 의미에서 고전적 모형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단순한 공식으로 외교력(협 상권ㆍ교섭력)의 원천이 되는 복잡-다단한 힘 (Power)을 모두 설명해 내기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극히 가변( 可 變 )-유동적인 경제상호의존의 세계 에서의 국력 이란 외 교력의 원천으로서 그것이 갖는 잠재능력(Potentiality), 대체능력(Fungibility), 제어 능력(Governability)으로 평가되는 것이 보통이다. 25) 원래 힘 이란 잠재적일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중공이 국제사회에서 하 나의 극 ( 極 )의 존재로 인정되는 것은 그 무한한 잠재력 때문이다.) 또 힘 은 미래를 약속하는 가능성 인 동시에 쉽사리 벗을 수 없는 멍에( 重 荷 ㆍ 負 擔 )라고도 한다. 힘이 실물화 ( 實 物 化 )되면 될 수록 가능성 이기보다는 무거운 짐 이 되어 행동의 자유를 속박하 기 때문이다.(미-소 양대 초강국의 오늘의 모습을, 소인국의 철쇄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거인 걸 리버로 비유되는 상황을 말한다.) 따라서 힘은 잠재적인 상태로 있을 때가 보다 자신 있 23) 나가이, 전게논문 pp. 100~107 참조. 24) Ray S. Cline, World Power Trends and U.S. Foreign Policy for the 1980's, Westview Press, (1980). 永 井 陽 之 助, 전개논문, p. 104 참조. 클라인 교수는 전 미CIA 정보분석국 부국장을 역임하였고, 퇴임 후에는 조지타운(Georgetown)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로서 많은 저술을 남긴 전략가로 평가된다. 그가 여기서 말하는 Pp는 인지된 국력의 총량, S 는 총체적 국가전략, W'는 국민적 결전의지, C 는 인구 및 영토와 같은 중심요 소의 크기, 곧 Critical Mass(임계질량), E 와 M 은 각기 경제력과 군사력 등을 각기 나타낸다. 즉 한나라의 국력을 그는 국가전략과 결전의지와 같은 무형적 요소의 합에 인구-영토 등의 자연적 요소 더하기 경제력-군 사력과 같은 유형적 요소의 합을 곱한 수치로 산출하고 있는 것이다. 25) 永 井 陽 之 助, 전개논문, pp. 104~105. - 36 -

는 외교력 도출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지 실물로서 현찰거래의 양태가 되면 그 밑천 이 금시 노출되어 협상테이블에서 역효( 逆 効 )를 초래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26) 또 힘 이란 구매력을 가진 화폐와 달리, 대체능력 Fungibility이 약하고, 상황 적응력도 없다고 한다. 외교력의 원천으로서의 힘 은 대체능력 을 가질 때 가장 유 력하기 때문에 현대의 경제상호의존의 세계에서는 대체능력이 뛰어난 기술정보나 경제력(대외적 경제협력 능력이나 구매력 등)이 보다 유용한 힘 으로 간주되는 경향이다. 특히 광범한 정치-경제 분석능력은 실물화 된 힘 의 축적 못잖은 또 다른 차원 의 힘 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나라마다 전 세계 모든 영역에 대한 연구기능을 중시-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 어떤 막강한 힘도 그것을 신속히 집중, 동원, 효과적으로 투입시킬 수 있 는 통합-제어능력 (Governability)이 결여되면 그 힘은 무력할 뿐이다. 더구나 대외 문제와 대내 문제가 밀착-교차하고, 국내의 특수 이익이 대외적 국익과 상충하며, 국익과 사익( 私 益 )이 버무려( 混 淆 )지는 경향마저 싹터 외교력을 약화시키는 경제상 호의존의 세계에서는 국내의 전 영역에 산재( 散 在 )하여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잡다 한 특수이익을 적분( 積 分 )-통합( 統 合 )-제어( 制 御 )할 수 있는 지도-통솔력이 외교력 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외교가 내정( 內 政 )의 연장이 되는 이유이다. 이 밖에 무력이 외교력으로 전화( 轉 化 )하는 과정에서 그 평화적 기능으로서 억 지 ( 抑 止 )- 위신 ( 威 信 ) 유지와 함께 제3의 영역으로 등장한 것이 동맹 연합 의 구 축(Linkage)이다. 닉슨 키신저 시대에 미국의 외교목적( 對 蘇 봉쇄전략) 달성을 위해 그 막강한 군사력으로 뒷받침되는 외교력을 총동원하여 교섭상대국의 행동을 자국 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리하게 유도하려는 외교기법이다. 일종의 작위( 作 爲 )적-조 작( 操 作 )적 외교 전략으로서 메테르니히(Klemens Metternich)로 상징되는 19세기 의 고전적 세력균형외교에서 그 모델을 찾을 수 있는 키신저(Hery Kissinger) 류 ( 類 )의 동맹외교 는 미국의 의도와 신조를 모를 리 없는 상대국들이 순진하게 미국 의 이 의도에 말려들 리가 없으니 대내적으로 그가 필요로 하는 세론( 世 論 )의 지지 를 얻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모라토리엄 세계의 냉엄한 경제상호의존관계의 맥락 속에서는 지나치게 단순하여 대외적으로 거의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26) 나가이 교수는 일본이 비핵( 非 核 )-경무장( 輕 武 裝 ) 경제대국의 지위를 고수하는 것이 일본의 교섭력의 원천 이라고 전제하고, 만약 소련이 극동의 군사력을 부당하게 증강하거나 미국의 대일( 對 日 )압력이 인내의 한 계( 閾 )를 넘는다면, 일본의 세론은 일변하여 국민의 결의에 따라 점차 그 거대한 잠재력(공업생산능력ㆍ기술개 발능력ㆍ양질의 인적자원)이 동원되고, 경우에 따라서 헌법개정, 유사입법( 有 事 立 法 ), 핵무장에 의한 중무장화 ( 重 武 裝 化 )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소를 비롯한 아시아 주변제국이 일본이 갖고 있는 그 잠재적 가능성(위 협)을 십이분 잘 인식토록 하는 것 그 자체가 그들의 대일( 對 日 )압력을 자제시키고 일본의 교섭력의 원천이 된다 는 점을 강조하면서, 역으로 실제 잠재력을 실물화 하면, 그 다음은 현금거래, 힘의 바겐 이 되어 교 섭력이 현금(실력)의 대소( 大 小 )로 결정되므로 일본에 승산이 없다는 것은 유아도 알 수 있는 자명한 이치 라 고 설파하면서 일본이 경제대국에 걸 맞는 국제적 지위를 추구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힘의 잠재능력 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위 같은 논문, 같은 페이지. - 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