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PD가 연출한 MBC 프로그램_출처 : MBC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4월 25일자로 MBC를 퇴사했다. 늦어도 8월 말 경에 중국에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름은 쌀집, 미가 미디어 다. 중국의 자본과 한국의 인력이 합작하는 형태의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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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 2위는 KBS 1TV의 일일연속극 <당신만이 내사랑>, 3위는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가 꼽혔다. 표1 2015년 시청률 상위 20개 프로그램 순위 프로그램(그룹) 채널 가구시청률(%) 1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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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시청률 조사 판매 설명회를 실시하였다. TNMS에서 제공한 VOD 시청률 자료 3) 를 통해 국내 방송에서는 시청행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플랫폼별 인기 프로그램 2015년 6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방영된 TV 프로그램 중 일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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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 O I L M A G A Z I N E 2016 February V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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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Special Issue 방송콘텐츠 제작 지형의 격변 국경을 넘는 제작인력과 시스템 I 한 중의 이해가 얽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러 간다 인터뷰 김영희 PD _미가( 米 家 ) 미디어 대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전파견문록>, <느낌표>, <21세기 위원회>, <단비>, <나는 가수다>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쌀집아저씨 로 불리우며 대중적 인기를 모은 스타PD의 원조이기도 한 그는 최근 MBC를 사직하고 중국 시장 도전을 선언했다. 중국에 거점을 둘 미가 미디어 의 대표로 변신한 그를 만났다. 정리 : KOCCA 미래정책개발팀 중국 진출 계획과 포부를 밝히는 김영희 PD( 右 ) Special Issue 23

김영희 PD가 연출한 MBC 프로그램_출처 : MBC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4월 25일자로 MBC를 퇴사했다. 늦어도 8월 말 경에 중국에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름은 쌀집, 미가 미디어 다. 중국의 자본과 한국의 인력이 합작하는 형태의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선량한 자본과 선량한 인력을 가지고 팀을 꾸려 성공시키는 것을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중국 측 파트너를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단순 투자자본보다는 한국 제작진을 존중하는 파트너와 함께 할 것이다. 올 연말 안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PD가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중국 진출 결심을 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가수다>의 플라잉 PD로 중국을 오가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 라는 것을 실감했다. 거대한 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중국에서의 성공과 한국에서의 성공은 차원이 다르다. <나는 가수다>에 한국 시청자나 중국 시청자가 열광하는 것은 똑같다. 연출자로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왕이면 5천만 명보다 13억 명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24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다행스럽게도 김영희 PD 라는 이름이 중국에서 일정한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되었고, 그들이 한국 제작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를 계기로 한국 제작진이 더 좋은 상황과 조건으로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거품이 아닐까 두려울 때가 있을 정도로 기대가 큰 것 같다. 김영희 PD가 만들면 히트한다고 생각하고 투자 제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내가 아니라 해도 믿지를 않는다. 쉽지는 않겠지만 길을 잘 닦아놓으면 실력 있는 동료, 후배 PD, 제작자들이 수월하게 그 길로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표 PD의 한 사람으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하고 싶다. 2~3년이 아니라 15~20년을 바라보고 한 중이 함께 성장하고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중국에서 한국 방송 콘텐츠의 인기는 실제 어느 정도인가? 한국에서 <나는 가수다>가 방송될 당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중국도 똑같이 열광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 숫자가 5천만이 아니라 13억이니 파급력이 더욱 엄청난 것 아니겠나. <나는 가수다>를 처음 방영한 후난위성TV의 경우, 한국 지상파 방송국의 위상에 해당한다. 중국은 공중파를 위성에서 쏜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 한국에서 첫 방송을 하고 3개월 후에 중국 후난위성TV에서 찾아와 포맷 구입을 요청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빠른 반응이었다. 이후 <아빠! 어디가?>가 성공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최근에는 새로운 포맷이 나오면 일주일 내에 구매 요청이 올 정도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MBC <나는 가수다>(출처 : MBC)와 후난위성TV의 <아시가수( 我 是 歌 手 )> Special Issue 25

단순히 시장을 넓히기 보다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국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직접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 인가? 방송사가 포맷을 수출한 이후 해당 국가에서 프로그램을 런칭할 때 공동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일반적인 교류 형태이다. 포맷 시장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이 약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맷 수출의 경우 회사 대 회사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제작 과정도 복잡하다. 2011년에 시작한 <나는 가수다>의 경우, 당시 메인 프로듀서인 나는 시간이 없으니 가지 못하고 대신 PD, 작가, 음향, 카메라 분야의 감독급 스태프들을 미리 중국으로 보내서 현지 스태프들의 실무연수를 시켰다. 연말부터 내가 직접 왔다갔다하면서 준비를 했는데 2013년에서야 중국에서 첫방을 하게 됐다. 그런데, 공동기획 및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진행을 하면 포맷을 구매해서 새로 만드는 과정이 불필요하므로 훨씬 수월하게 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 현지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경쟁력과 가능성 때문이다. 중국의 주요 방송국인 CCTV나 위성TV들은 자체제작 비중이 낮고 대부분 외주제작사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따라서 프로덕션이 제작 여건만 잘 갖추고 있으면 가능성이 무한하다. 현재 중국 독립 프로덕션 시장은 승자 독식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미가 미디어 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중국 진출을 결정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같은 판단을 했기 때문에 우리 쪽에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프로그램만 잘 만들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개인 차원이 아니라 팀 을 이루어 진출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현재 6명의 PD를 영입했고, 행정지원 직원까지 포함하면 총 9명이 가게 된다. 내년에 4~5명을 더 영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PD만 10명이 넘게 되는 것이다. 콘텐츠 분야에서 이러한 시도는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운동선수처럼 개인이 해외 진출하는 차원이 아니다. 나 혼자 얼마든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을 넓히는 것은 될 수 있어도 새롭게 개척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은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26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개척하러 가는 선발대이다. 아직 결과물이 없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지는 못하지만, 일단 성공을 거둔다면 판세가 달라질 것이다. 흔히 국가간 프로그램 교류에서 문화적 할인이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극복하는가? 인간의 본성, 특히 동양사람들 사이에는 통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성공하면 저기서도 성공한다. 물론 국가간 정서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세세한 차이는 중국 스태프들을 통해 해결된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포맷들이 나온다는 것은 특정 지역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이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조금만 보완하면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 점이 중국에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콘텐츠가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한국에서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 만들고 성공을 거두어서 전 세계로 퍼져가는 것 보다, 중국에서 만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스타트라인이 다르다. 메이드 인 코리아 가 아니라 메이드 인 아시아 로 이해된다. 당연히 메이드 인 아시아 를 지향해야 한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를 통해 개인 제작자가 국경을 넘어 콘텐츠를 퍼트리는 시대다. 어떠한 콘텐츠인가 혹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이지 더 이상 그 사람의 국적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사고의 폭을 넓게 가져야 한다고 본다. 함께 일하는 제작스태프나 출연자가 대부분 중국인일텐데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가 없는가? 프로그램은 초반에 구성과 캐스팅을 거쳐 디테일한 대본을 만드는 첫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 결정된다. 실제 촬영 과정에서 PD는 계획된 상황에서 잘못 진행되는 것에 대비해 현장을 지켜보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말을 못 알아듣는다 해도 머릿속에 있는 그림에서 벗어나는 건 다 알아채기 마련이다. 김영희 PD는 중국 내 예능 한류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공로로 2014 대한민국 대중문화 예술상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_출처 : MBC Special Issue 27

중국에서 제작을 한다 해도 한국 PD와 중국 PD의 숫자가 거의 비슷하게 구성될 것이고, 카메라 감독도 한국에서 3~5명을 데려갈 것이다. 편집도 비슷하게 꾸려 한국 스태프가 전체의 1/3 정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한국 스태프 1인당 통역이 한 명씩 붙게 되는 방식이다. 의사소통이나 제작 과정에 큰 문제는 없다. 중국 제작 스태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은 당연히 한국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 아직 이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빠르면 2~3년 내에 한국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전체 수준이 급격히 향상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CCTV나 5개 정도의 A급 메이저 방송국들의 경우에는 한국 제작 능력을 곧 따라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빨리 한국과 중국이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술이나 인력 유출이라는 관점으로 걱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그건 막는다고 막아질 문제가 아니다. 방어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함께 가야 한다. 그게 살 길이다. 중국이 외국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단, 중국이 외국 프로그램에 대해 가하는 규제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중국에 기반을 둔 중국 회사에서 만드는 중국 프로그램으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 심의 규정이 좀 까다롭고 강력한 부분은 있지만,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의 창작적 자유를 저하할 수준은 아니다. 중국에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해외로 자본이 유출된다는 단편적 문제가 아니라 자체제작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자체제작을 강화해서 자신들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싶은 것이다. 시장이 크니까 더욱 그런 욕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국가 정책적 차원으로는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라고 본다. 한국도 그런 단계를 거쳐 왔다. 중국의 자체제작 능력이 어느 정도 키워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규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한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정도가 되면 규제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 시점이 되면 한국 시청자가 중국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역전 상황도 예상할 수 있겠다. 그런 시점에 대비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의 자본과 인력에 한국이 대적해서 살아남을 길은 없다고 본다. 대적하려고 하기 보다는 중국과 함께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양쪽의 이해가 얽히고 설키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 제작진의 총명하고 창의적인 DNA는 아직 중국이 따라올 수 없다. 이것을 이용해서 28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중국과 함께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양쪽의 이해가 얽히고 설키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김영희 PD(미가 미디어 대표) 중국과 얽힐 수 있는 한 뿌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 적기이고 기회이다. 중국 진출은 그 일환이다. 늘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아이디어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나 계속해서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러다 순간순간 떠오른다. 지금 이 순간도 중국 에서 만들 프로그램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운이 좋아야 가능한 것 같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 음악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프로그램인 것 같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참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산업적으로도 많은 기여를 했고, 음악적으로도 숨겨진 고수와 잊혀진 좋은 곡들도 발굴해서 관심을 갖게 했다. 일반 대중에게 대중가요를 접하는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깊이도 더했다. 어떻게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참 운이 좋은 것 같다(웃음). MBC 방송국 이미지에 김영희 PD표 착한 예능 의 기여가 컸던 것 같다. 중국에서는 어떠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인가? 한국에서 한국 시청자를 위한 한국 프로그램을 만들 때의 자세와 차이가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중국 시청자를 위한 중국 방송을 만들 것이다. 다만 보편적 정신에 입각해서 Special Issue 29

글로벌하게 소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만들면 그 프로그램이 전 세계로 나갈 수도 있고 한국으로 다시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방송은 중요한 책무가 있다고 본다. 방송 프로그램이 즐거움과 위로를 주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서 사회의 의식 수준이 발전되고 향상될 수 있다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도 중국 사회의 문화적, 정서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방송 PD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13억 명이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이라도 변화된다면 PD 인생에 어마어마하게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새로운 프로그램 구상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솔직히 아직 하나도 안 나왔다. 매일 밤 새서 회의 중이다. 일단 중국 쪽에도 좋은 프로그램,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라는 정도만 얘기한 상태다.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를 실제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보다 더 잘 만들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가 있는 것 같다. 100% 성공할 거라고 중국 쪽 사람들이 나를 오히려 위로하고 격려해준다(웃음). 새로운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항상 그랬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죽을 각오로 만들 것이다. 빠르면 연말 아니면 내년 1월 초 쯤, 한국으로 치면 지상파 방송에 해당하는 메이저 방송사 프라임타임대 편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기획 단계인 지금 한두달 간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고 바쁜 시기이다. 본격적으로 촬영하고 편집을 하는 시기에는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된다. 지금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시기이다.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 같다. 처음 하는 일이다보니 중국과 한국 양쪽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경 쓸 것도 많고 버벅대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신뢰를 가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한다. 처음 하는 일은 항상 힘들다.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PD가 전면에 나서 얼굴을 비추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쌀집아저씨 의 등장은 당시에 정말 파격적이었다. 당시 대부분 스태프들이 나보다 선배이다 보니 PD가 카메라 뒤에 있지 않고 앞에 나선다고 욕도 많이 먹었다. 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었다. 얼굴을 내밀고 싶어서가 아니라 PD가 화면에 나왔던 전례가 없다보니 그 자체를 사람들이 즐거워했다. 또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쌀집 아저씨 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김영희 PD가 만들면 재밌고 좋은 프로그램일 것이라는 30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기대로 상승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연출가로서의 행보에 큰 도움이 되었다. PD는 프로그램 내용뿐만 아니라 만드는 방식에서도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 없이는 발전도 없다. 지상파방송의 스타 PD들이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스카우트 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 국내 이동이 국제 이동으로 바뀌지 않을까 한다. 나영석 PD, 김태호 PD 같은 스타 PD 외에도 능력 있는 훌륭한 PD들이 많다. 그들이 뛰기에 한국 시장은 너무 작다. 한국보다 더 큰 시장에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을 위해서도 그게 더 낫다. 아직은 방법을 모를 뿐이라고 본다.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시도가 성공할 경우 앞으로는 한국에서 프로그램 제작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서 중국이라는 나라와 사회가 조금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엄청난 경제적 발전에 걸맞는 문화 의식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예능 프로그램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프로그램이 글로벌 시장에 나가게 되어 세계적인 프로듀서가 되는 것, 욕심을 내봐야 하지 않겠나. 앞서 길을 잘 닦아서 후배들도 넓은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Special Issue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