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I. 서 론 3 1. 문제의 제기 4 2. 중장기 동북아 안보 구상의 전제와 방법론 7 II. 중장기 동북아 국제정세 전망 10 1. 2020년의 전략적 의미 15 2. 미-중-일 삼각구도 변화에 기초한 2020년의 전망 25 3. 미-중-일 역학구도 변화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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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동북아시대위원회 용역과제 06-1 중장기 동북아 안보구상 : 타개와 조성 2006. 4 연 세 대 학 교 연구책임자 : 김기정 교수(연세대학교) 연 구 진 : 김명섭 교수(연세대학교) 김학성 교수(충남대학교) 김흥규 교수(외교안보연구원) 전경만 박사(한국국방연구원)

목 차 I. 서 론 3 1. 문제의 제기 4 2. 중장기 동북아 안보 구상의 전제와 방법론 7 II. 중장기 동북아 국제정세 전망 10 1. 2020년의 전략적 의미 15 2. 미-중-일 삼각구도 변화에 기초한 2020년의 전망 25 3. 미-중-일 역학구도 변화와 한국의 선택 42 4. 러시아를 포함한 사각구도 가능성 52 5. 2020년 남북 경제공동체 전망 75 III. 무엇을 타개할 것인가? 89 1. 불신과 대립의 역사적 유산 90 2. 동북아 지역판의 불안정성 또는 임시적 안정성 98 3. 제국적 평화와 국제적 평화의 교착상태 117 4. 점증하는 비전통적 안보위협 144 IV. 무엇을 조성할 것인가? 175 1. 한반도 평화체제 176 2. 동북아 지역 다자협력체 및 협력체: 동북아 공동체 구축을 향하여 186 V. 어떻게 타개하고 조성할 것인가? 212 1. 인식적 균형자로서의 한국 외교 213 2. 새로운 국가적 포지셔닝과 외교 전략의 필요성 222 3. 남북한 관계와 동북아구상의 연계 234 VI. 결론 : 동북아 평화번영을 선도( 善 導 )하는 균형된 통일국가 248

I. 서 론 1. 문제의 제기 한국이 동북아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했다면, 한국의 운명 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기회와 동시에 도전 을 안겨주고 있다. 경제력의 관점에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강국이 지만,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인접 4대국들에 비하면 난장이가 되어버 리는 역설이 존재한다. 인접 4대국들은 모두 제국이거나 제국이었던 나라들로서, 독자적인 표준을 설정하고 쉽게 그 표준을 바꾸려 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 나라들이다. 따라서 한국의 모습은 커다란 4개의 팽이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하나의 작은 팽이와도 같다. 빨리 도는 작은 팽이만이 천천히 도는 큰 팽이들에 의해 빚어지는 소용돌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 地 政 學 ) 도전과 기회에 시정학적( 時 政 學 )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즉, 지리적 위치에 따른 운명에 임기응변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긴 중장기적 흐름을 조망하고, 그에 부합되는 적절한 국가적 포지셔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동북아지역의 안보 및 번영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안보와 번영을 가능하게 해주는 길이다. 안보(security)의 원래 의미는 위험과 위협에 대한 공포, 불안, 근 심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동과 진행 방향을 예측하고, 새로운 안보를 구상한다는 것은 비단 한국의 대응책 강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새로운 안보구상의 수 립과 적절한 통로를 통한 전파는 동북아 국제질서가 진행되는 방향에 대해 외교안보적 담론을 주도하고 선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중장기 안보구상의 공론화를 통해 외교안보 영역에 있어 국민 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미래 한국의 외교안보전략 을 담당하게 될 후속세대들의 인식에 대한 교육적 효과도 거둘 수 있 을 것이다. - 1 -

현존 동북아 국제질서에는 미래를 향한 역동적 번영의 가능성이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으며, 불안정성의 요소가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세계의 여러 지역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적 발전이 성 취되었던 지역이 동북아 지역이고, 가장 급격한 군비경쟁이 가속화되 면서 불안정의 기제를 답습하고 있는 지역이 또한 동북아지역이다. 유럽지역은 이미 안보질서의 협력 차원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국가로 통합되어 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동북아에서는 여전히 안보 개념이 개별국가 차원에서 정의되고 있다. 동북아의 미래는 한국의 운명과 직결된다. 과거 동북아의 갈등과 분열의 역사 속에서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곳이 한반도였으 며 한민족이었다. 미래의 동북아 지역은 한국이 항구적으로 국가이익 을 보전하고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 장( 場, topos)이다. 한국은 동북아 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으며, 국제적 시야의 확대를 통 해 생존기반인 동북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의 국력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동북아의 미래를 구상함으로서 동북 아 지역질서의 변화를 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21세기 초엽, 한국의 외교안보전략은 패러다임의 변화 (paradigm shift) 속에 놓여 있으며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안보전략이 주로 국제환경에 대해 순응과 적 응 (compliance and adaptation)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 해 왔던 전 략이었다면, 이제는 동북아 질서 변화를 선도하고 한국에게 유리한 지역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능동적 전략으로의 변화가 추구되어야 한 다. 따라서 중장기 동북아 안보구상은 순응과 적응 의 수동적 자세 를 극복하고 타개와 조성(tiding over and shaping) 이라는 개념구도 속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이 중장기 전략을 구상함에 있어 한국 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기존 외교안보 전략의 지형 속에서 개선 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타개해 나가며, 아울러 동북아 지역질서 를 협력과 상생의 구도로 변화시킴으로써 한국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 성해 나가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타개와 조성 의 전략구상의 기본 - 2 -

원칙은 고립 보다는 개방 이며, 갈등 이나 배타적 대립 보다는 협력적 관계로의 타개와 조성 이라는 원칙에 기반 해야 한다. 중장 기 동북아 안보구상이 동북아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위축시키고 인접 국가들과의 외교적 관계에서 한국이 스스로 소외를 자초하는 것 이 아니라, 외교 안보관계의 영역과 범위를 확대시킴으로써 개방형의 외교안보전략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동북아지역에서 한국이 협력지향의 외교안보전략을 선도해 나감으로써 지역질서를 보다 공존 공영형의 질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 중장기 동북아 안보 구상의 전제와 방법론 한국이 중장기 동북아 안보구상을 논의하기 위해서 먼저 전제로 삼아야 하는 점이 있다. 먼저, 동북아 국제정치의 전개방향을 판단하 고 조망할 때 국제정치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세력구도 일변도의 설명 틀에 의해 경색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세력 구도 중심으로 국제정치를 설명하는 것은 국제정치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접근법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제정치 현상을 세력구도와 권력 적 배분관계 -- 이를테면 세력균형론이나 패권안정론, 또는 세력전이 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중심으로 진단하게 될 때 국제정치 인식 은 자칫 강대국 환원주의로 귀결되어 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동 북아에서 상대적 약소국인 한국으로서는 외교적 기동범위가 축소되어 버린다. 적어도 국제정치적 인식에서 그러하다. 약소국이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전개하더라도 힘의 배분 때문에 뚜렷한 효과가 없을 것이라 는 인식적 무력감이 지배하게 된다. 기존 한국의 외교안보전략에서 순응과 적응 개념이 주종을 이루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수준의 국제정치를 세력배분 요인에 대한 고려 뿐 아니라 다른 요인도 함께 고려하는 접근법이 요구된다. 예컨 대 권력구조 뿐 아니라 국제정치적 인식구조도 하나의 요인으로 간주 - 3 -

하는 질서론적 설명틀 이 필요하다. 같은 논리의 연장선에서 국제정치를 국가의 능력 (capability) 위 주로 설명하는 현실주의적 패러다임만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국가능력 못지않게 국가의 의도 (intentions) 또한 국제정치 현상을 만들어 나 가는 요인으로 간주하는 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 현상은 국가들간 다양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만들어 지며 국 가의 행위는 반드시 국제정치적 구조, 즉 힘의 관계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특정 국가의 정책적 의도가 다른 국가들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상호작용의 결과로 현상들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능력이 하나의 요소로서 작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못지않게 국제적 규범이나 정책적 의지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국제관계의 의제 (agenda)가 보편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을 때 그것에 관한 정책적 의 지는 힘의 요소 못지않게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대적 약소국의 입장에서 중장기 전략을 구상할 때 특히 그러한 인식적 전 제가 요구된다. 이를테면 동북아의 국제관계가 변화해 나가는 과정에 서 한국의 정책적 의도와 그것의 실천이 동북아 질서변화에 하나의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구조에서 한반도의 정 치적 변화가 동북아 전반의 질서변화에 하나의 축이 된다는 점도 고 려해야 한다. 세 번째, 외교안보전략도 군사력 중심의 강성권력 일변도의 접근 법보다는 문화를 비롯한 연성권력적 요소도 동시에 고려하면서 구상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외교안보전략은 주로 군사력 요소를 중심으로 구상되어 왔다. 그러나 군사력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인식적 요소 들이다. 이를테면 안보를 어떤 각도에서 정의내리고 해법을 찾는가의 문제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개체중심의 안보논리도 있을 수 있고 공동안보 (common security)의 개념도 가능하다. 그런 여러 방법 중 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는 안보에 대한 문화적 가치문제와 관련이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보다 안정되고 협력적 질서를 창출함 - 4 -

에 있어 중요한 과제는 동북아 지역의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국제 정치적 인식이며, 지역 안보에 대한 인식적 공감대다. 지역안보에 대 한 지역 수준의 공감대 형성과 지역적 정체성은 문화적 소통구조의 확대로서 가능해진다. 이러한 문제는 앞서 언급한 국제관계의 의제설 정 (agenda-setting)과도 깊은 관련을 가진다. 한국의 중장기 동북아 안보구상은 중장기적으로 전개될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를 전망하면서 한국의 대응전략을 효과적으로 강구하 고 이것을 향후 한국 외교안보전략의 기본 틀로 삼는다는 의미를 가 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동과 진행 방향에 대해 한국의 전략적 구상을 밝힌다는 것은 비단 한국의 대응책 강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전향적 구상을 통해 동북아 국제질서가 진행 되는 양태에 대해 외교안보론적 담론을 제안하고 선점하는 효과도 있 을 것이다. 아울러 중장기 동북아 안보구상의 공론화를 통해 외교안 보 영역에 있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 선도적 역할 을 할 수 있으며 2020년 한국의 외교안보전략을 담당하게 될 미래 세 대들에 대해 교육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5 -

II. 중장기 동북아 국제정세 전망 이 글은 2020년이란 시점을 중심으로 동북아 국제질서를 형성하 는 몇 가지 주요한 변수를 바탕으로 동북아 안보질서가 어떻게 변화 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성해보고 이러한 변화의 추세가 우리 나라에 주는 정책적 함의를 도출해내고자 하는 시도이다. 물론 다양 한 변수가 존재하겠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2020년경 전개될 개연성이 큰 동북아 안보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 가지 변수들, 즉 각국 의 국력 변화(특히 중국의 부상), 중국의 정치체제변화, 북한의 체제 위기, 대만의 정치적 선택 등의 변수를 상정한다. 이러한 변수들은 동 북아 안보 구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면서 동시에 기존 동북아 안보구도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동북아 안보구도에 있어서 2020년경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동북아의 주요 이해당사자인 미국, 일본, 중국 간의 상호관계를 단순 나열 방식으로 결합하여 전개 가능한 동북아 안보구 도의 원형들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전개 가능한 동북아 안보 구도의 원형들 중 실현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네 가지 시나리오, 즉 미일협력 및 중국견제 구도, 미중/미일 협력 및 중일 갈등구도, 다 자 안보협력 구도, 불안정한 균형구도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구도들은 위에 제시한 네 가지 주요변수들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형성 및 변형 되어 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외교정책 방향을 제시하려 시도하였다. 모든 사회과학의 방법론이 그러하듯이 이 글 역시 모든 변수들을 다 포괄하지는 못하므로 그 만큼 설명력도 제약을 받을 것이다. 아울 러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무시된 변수가 일정한 계기를 통해서 보다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현재의 분석과 처방이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각국의 국내정치적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은 제한되어 있 고, 전 세계적인 환경 및 대량 살상무기에 의한 재앙이 발생할 개연 - 6 -

성이나, 이러한 사건들이 동북아 안보구도에 미칠 영향을 이 글에서 제대로 다룰 수는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시점에서 2020년경을 전후한 안보 구도를 평가하는 것은 나름의 의의를 가지고 있다. 왜 2020년인가 하 는 문제는 다음 장에서 다룰 것이므로 논의를 생략한다. 가장 진부한 이유이기는 하지만 단기를 넘어 중장기 전망을 시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래 안보정책에 대한 지표를 제공하고 비판의 근거를 제시해 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 로 방향성 제시나 새로운 변수와 변수의 가중치를 평가하고 기존의 전망을 극복하면서 미래의 안보체제에 대한 정책 제언들을 제시할 수 있을 때 보다 유의미한 분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문제제기 부분에서 제시하였듯이 이 글은 기존 냉전시기 한 국 외교의 특징이었던 약소국 현실주의에 입각한 순응과 적응 (compliance and adaptation)의 전략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근본적 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러나 인식의 배후에는 변화하고 있는 국 제정치 안보구도와 변화하는 우리의 능력사이에 존재하는 함수관계를 새롭게 해석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외교정책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 을 담고 있다. 자신의 역량을 무시하고 감성에 입각한 외교정책을 전개하는 것 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는 것을 정치현실주의자들은 잘 지적하고 있 다. 그러나 군사력으로 표현되는 힘의 우열만으로 외교정책의 내용이 결정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약자는 스스로의 존재감마저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안정된 국제정치 구도는 약자가 운 용할 수 있는 공간을 크게 제약한다. 하지만 현재의 국제정치는 혼돈 으로 표현될 만큼 기존의 안보구도가 새로운 변수들과 국력전이에 의 해 재조정되고 있는 시점이다. 1) 동북아의 안보 구도 역시 이러한 변 화의 흐름에 직면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최근 1) 최근 국제정치의 변화 상황을 Turbulence로 요약한 글은, James Rosenau, Turbulence in World Politic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0), - 7 -

역내 안보구도의 변화에 가장 주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이 기존의 동북아 안보구도를 보다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고 전제 하였을 때,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불안정한 안보구 도는 한자어의 위기( 危 機 )에 대한 뜻풀이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어려 움 속에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어려움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분석을 필요로 하 며 이를 바탕으로 순응, 적응, 타개 및 조성의 방법을 상황에 따라 유 연하게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존의 순응과 적응의 방법을 넘어 새로운 조성과 타개의 영역을 포착하여 보다 과감하고 능동적인 미래 지향적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능동적이고 유연한 외교 는 냉정한 현실 분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세분화된 안보구도와 그 변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우리의 외교 전략이 수립되 어야 한다. 1. 2020년의 전략적 의미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 2020년을 좌표로 설정한 정책보고서와 전망들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은 2003년부터 시작된 2020 Project를 통해, 다양 한 연구결과물들을 내 놓고 있으며, 2004년에는 Mapping Global Future"라는 종합적인 리포트를 완성하였다. 2) 중국 정부의 주요 싱크 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에서는 2005년 "중국 중장기 발전의 주요 문제 라는 제목으로 2006년에서 2020년 사이에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 들과 정책 제언을 내놓고 있다. 3) 러시아 역시 The Moscow State 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에서 발간한 2020년의 러시아와 구소련지역, 2020년 러시아 에너지 전략, 2020년의 세계경제 세미 2) http://www.odci.gov/nic/nic_globaltrend2020.html (검색일: 2006-02-07) 참조. 3) 王 夢 奎 ( 主 編 ), 中 國 中 長 期 發 展 的 重 要 問 題, 2006-2020 ( 北 京 : 中 國 發 展 出 版 社, 2005). - 8 -

나 등 다양한 형태의 정책 보고서나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다. 4) 한국 에서는 세종연구소에서 2006년에 5권의 2020년 연구 시리즈를 출판하 였으며 국방개혁 2020안 등등 다양한 부문에서 연구를 진행시키고 있다. 2020년은 가까운 시기도 아니지만 어찌 보면 그리 먼 미래도 아 니다. 현재의 연속선상에서 설명되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보다 근본 적인 안보구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일 수도 있다. 이처럼 2020년을 좌표로 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2020년이 단기와 장기 사이에서 중기적인 전망의 시점으로 적합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중기적인 비전 보고서는 단기적인 정책 보고서처럼 많은 정보를 바탕 으로 당면한 요인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 제언들을 낼 수는 없 다. 하지만 지나치게 추상화 되고 단편화 될 수 있는 장기적 추세 (Trend) 분석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설명 가능한 변수들을 모아 정 책의 좌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분석을 제시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분석들은 단일한 상황설정을 바탕으로 점성술사들이 주장하듯 정확한 예측력을 반드시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요 변수에 대한 분석들을 바탕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구축하고 이에 대비한 개개의 정책 좌표들을 제시할 수 있어 정책 결정자들이 보다 장기적 인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동시에 2020년은 현재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들이 사회에 발을 내 딛고 생산력을 담당하는 주요 성원으로 진입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국가의 올바른 중기 Vision을 제시하고 사회화에 영향을 미 치는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들이 삶의 좌표를 형성하는 데도 주 요한 교육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2020년은 다음 세 가지 주요한 역내문제들이 변화를 수반 하면서 동북아의 안보구도에 깊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이기 때 문에 그 의미는 더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4) http://www.mgimo.ru; http://www.rg.ru/business/docum/99.shtm; http://www.hmr.ru/doc_603.html (검색일: 2006-04-12) 참조. - 9 -

우선, 2020년은 동북아 안보에 영향을 미칠 가장 주요한 요인인 중국의 정치체제 개편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현재 후 진타오( 胡 錦 濤 ) 총서기를 위시한 4세대 지도부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 경제체제에 입각한 경제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2006년 3월 폐막된 제10기 4차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020년까지 국민소득 미화 3000달러 수준을 달성하여 소강( 小 康 )사회를 이룩한다 는 목표를 추인하였다. 그 정책 결정의 이면을 살펴보면 현재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중국 사회 내부의 문제점들, 지역 발전 및 소 득 격차, 부패, 환경오염, 실업문제 등에 직면하고 있어 목표의 달성 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중국 지도부의 우려를 동시에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발전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다수의 예상이 옳다면, 중국은 2020년경에 일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라 수준을 초과 할 예정이다. 이 국민소득 수준은 역사적으로 서구가 정치적 민주화 의 전환기를 맞이한 때와 유사하다. 물론 후기 개발도상국들은 대체 로 국민소득 6천 달러 수준에서 민주화를 향한 정치적 전환기를 맞이 하였다는 것을 전제할 때, 이 수준에서 중국의 정치적 변화를 가져올 경제적 기반은 아직 요원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 스스로가 이 정도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중둥 수준의 경제 문화 를 향유 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소강( 小 康 )사회의 시기라고 규정하 는 것을 볼 때, 정치적 다원화를 요구할 경제 사회적 다원화가 상당 히 진행된 시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이 시점은 중국의 정치 변화의 주기와도 연관성을 지니는 데, 2012년에 선출되는 중국의 제5세대 정치 지도부는 전임 세대보다 는 정치개혁에 호의적일 개연성이 크다. 이중 일부 지도자들은 2017 년 두 번째 임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아래로부터의 정치개혁 요구에 호응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거나 확대하려 시도할 개연성 도 있다. 이는 다원화된 사회 및 경제 세력이 존재하고 새로운 정치 개혁에 동원할 잠재세력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 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일부 대중주의 정치 지도자들이 정치 - 10 -

적 다원화에 편승하여 배타적 민족주의 대외정책을 채택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동북아의 안보구도는 중국과 주변국 혹은 미국의 갈등 으로 크게 불안정해질 것이며, 한국의 외교정책은 중국에 대항 (Resistance)하거나 편승(Bandwagoning)할 것을 강요당하는 양자택일 적인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북한 김정일 체제의 장래와 관련되어 있다. 2020년경 북한 의 정치일정은 북핵문제의 해결 방식, 개혁과 개방 정책의 진행과 이 에 따른 국내적 정치 사회 구조의 조정 및 후계자 선정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사안은 다양한 행위자 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변화될 것이고, 진행형의 형태로 존재할 것이 기 때문에 그 변화 양상에 따라 2020년의 동북아 안보구도에 큰 영향 을 미칠 것이다. 북핵문제가 북한의 굴복으로 결말이 지어졌을 때 북한 체제의 급 속한 붕괴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중국에게 엄청난 정 치, 경제, 사회적 부담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피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붕괴는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소 강사회를 향한 발전계획이 크게 위협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및 미국과 어려운 정치 군사적 대치관계에 들어 갈 가능성도 있어, 당분간 경제발전과 국내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중국으로서는 대단 히 큰 부담을 안게 된다. 5) 따라서 중국은 최근 들어 동북진흥 정책의 일환으로 대북한 투자와 경제지원을 강화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 다. 6)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중국식의 개혁과 개방정책을 채택 하도록 유도하려 하고 있다. 북한의 개혁과 개방정책 채택 여부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역량이 얼마나 제고될 것인가에 달여 있다. 본격적인 개혁과 개방정책 채택 은 외부로부터 정권의 안보를 담보할 수준의 특별한 경제적 지원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정권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5)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김흥규, 중국 외교의 관점에서 바라 본 최근 북 중 정치관계의 현황과 전망 (평화재단 토론회 발표논문, 2006-04-20). 6) 이는 2005년 6월 국무원 36호 문건에서 공개화 되었다. - 11 -

취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 내부의 정치 사회적 변화와 더 불어 김정일 위원장 체제의 정당성 위기를 가속화하고 정치적 불안정 을 지속적으로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2020년 이전에 북한 김정일 정 권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며 우리의 외교 역량에 따라 남북통일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일 체제가 현재 공고하고 당분간 지속된다고 가정했 을 때, 2020년 전후에 김정일 위원장의 자연적 수명이 다하면서 북한 체제의 생존위기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체제 나 독재체제의 취약성은 후계자의 선정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이 들 체제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처럼 제도적 제약을 받으면서 정해 진 절차에 따라 경쟁을 통해 투명하게 차세대 지도자가 결정되어지지 않는다. 최고 지도자 선정은 제도보다는 불투명한 개인들의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며, 체제의 특성상 패자는 정치 보복에 대단히 취약하 다. 따라서 지도자의 결정은 극심한 권력투쟁으로 유혈사태를 야기하 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회피하기 위한 정치지도자들 간에 타협은 종 종 불안정한 지도체제를 구축하여 향후 제2차의 혼란을 야기하는 경 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 체제의 정치적 안정은 후계 계승을 어떻게 유혈사태 없이 이룩하느냐 하는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북한 김일성 정권시 절에는 장남인 김정일을 이미 1970년대 초반부터 20 여년 동안 후계 자 훈련을 시켜 1994년에 정권이양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김 정일 체제는 후계자 선정문제와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이전의 경우라면 이미 후계구도를 완성하여 풍부한 경험 을 쌓게 하고 정치적 장악력을 확보하게 해야 하는 데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이러한 후계구도에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들 연령이 어린 상황에서 현재 60대 중반인 김 정일의 자연적 수명한계를 고려할 때, 후계구도 형성은 늦은 감이 없 지 않다. 김정일 사후에 정치적 혼란이나 분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 12 -

있어 이 경우 남북한 및 동북아의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2020년 이후 통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 며 이와 관련한 우리 측의 통일 환경 조성을 위한 외교 및 북한 접수 를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셋째, 양안관계의 불안정 요인이 크게 증대하는 시점과 관련이 있다. 쟝졔스와 함께 대만으로 건너온 대륙출신들은 1949년 20세의 군인으로 건너왔다 할지라도 2015년이면 평균수명을 넘어서는 연령에 도달하게 된다. 이 경우 대만은 정체성과 관련하여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며, 양안관계는 커다란 변화를 수반하는 전략적 선택의 기로 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즉, 중국 본토출신들이 소멸되면서 중국본토 와 대만인들 사이에 혈연적 유대는 약해질 것이다. 반면에 대부분 민 남인들로 구성된 대만인들의 정체성의식은 강화(Centripetal Forces)된 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증대되는 양안간 경제적 의존과 이해 관계는 대만의 독립을 향한 원심력(Centrifugal Forces)을 크게 제어하 고 중국본토와의 유대관계 강화를 희망하는 서로 다른 두 추동력이 동시에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대만의 인종적 구성을 고려할 때 시간의 흐름은 양안관계에 대단 히 주요한 함의를 던진다. 대만인의 구성은 민남인 70%, 객가( 客 家 )인 15%, 대륙인 13% 및 원주민 2%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1990년 대까지는 국민당 정권시절 대륙인과 객가인의 연합 세력 및 이에 포 용된 민남인(주로 농촌 거주)이 다수를 형성하여 국민당 지지 세력을 형성하였다. 1990년대 이후 야당인 민진당은 약 70%에 달하는 잠재적 지지기반인 민남인들을 대상으로 정체성 및 독립이슈를 제기함으로써 그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려 시도하여 집권당이 될 정도로 성공을 거 두었다. 대만의 총통 선거결과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조사의 결과를 놓고 볼 때, 대만 정체성의 이슈를 제기한 정치 집단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민진당 천수이뻰은 2000년 선거에서 국민당의 리엔쟌( 連 戰 )과 숭추위( 宋 楚 瑜 )의 분열로 39.3%의 지지율로도 총통에 - 13 -

당선되었다. 그 이후 <도표1>에서 보이듯이 점차 대만의 정체성 확대 를 바탕으로 대만내에서 민진당의 지지기반을 확충하였다. <도표1> 대만 내 정체성 인식의 변화(%) 1992.06 1994.12 1997.06 2000.06 2004.12 대만인 17.3 26.2 33.7 36.9 43.7 중국인 26.2 20.2 19.2 13.1 6.1 대만인+중국인 50.4 44.6 42.1 43.8 44.4 무응답 11.0 8.9 5.0 6.2 5.7 출처: http://www2.nccu.edu.tw/%7es00/database/data0406_2.htm(검색일: 2005-05-11) 2004년 총통선거에서 50.1%의 과반수를 넘는 지지를 획득하여 근 소한 차이지만 총통에 재선되었고 최근 선거에서는 국민당의 전통적 인 지지세력인 객가세력 중 일부가 민진당에 우호적으로 전향한 것이 <도표 2>에 나타나고 있다. <도표 2> 객가( 客 家 ) 지역의 천수이벤( 陳 水 扁 ) 지지율 변화 (%) 2000 2004 新 竹 24.75 35.94 苗 栗 26.81 39.25 출처: http://vote.nccu.edu.tw/cec/a2004005.pdf(검색일: 2005-05-11)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회 문화 인적 구성의 측면에서는 국 민당(혹은 통일세력 남색연합)에 불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대만의 독 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중국이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 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중국-대만간의 인 적, 정치, 경제적 교류의 확대 및 대만의 경제적 대륙의존도 심화현상 에 의해 완화되고 있다. 2004년 현재, EU를 제외한다면 대만은 중국 - 14 -

의 6번째 수출국이며, 2번째 수입국이다. 7) 또한 버진 제도(Virgin Islands)를 제외하면 실행기준으로 최대의 대중국 투자국이다. 8) 양안 간 인적교류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어 2003년 약 40만명, 2004년에는 약 45만명의 교류가 있었다. 9) 중국 지도부 역시 2005년 3월 반국가분 열법을 제정하여 대만에 비평화적 수단을 사용할 조건을 공표한 이후 양안간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 다. 10) 문제는 본토 출신들이 소멸된 상황에서 대만 민남인들의 정치적 동질성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민남인 출신의 정치가 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 확대를 위해 지역민들의 정체성을 자극하 는 행위에 대한 유혹을 끊임없이 받을 것이며 이는 중국을 지속적으 로 자극할 것이다. 특히 중국이 양안관계에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미국의 개입에 대한 최소한의 억지력을 확보하였다고 여겨지는 2010 년 중반 이후 중국은 군사력 사용의 유혹에 아울러 직면할 것이다. 더구나 이미 앞에서 제기한 중국의 정치 일정에 따라 2020년을 전후 하여 대중주의적인 지도자가 나타나 중국의 민족주의적인 감정을 자 극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 할 때 양안관계의 긴장은 물 론이고 동북아 지역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미-중-일 삼각구도 변화에 기초한 2020년의 전망 2006년 현재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중 국의 부상, 미국의 대중 전략 및 북핵문제 이다. 어찌 보면 이 세 가 지 요인은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미국은 2005년 미 국 7) 21세기 중국총연(편), 중국정보핸드북 2005-2006 (서울: FKI미디어, 2005), pp. 446-447. 8) Ibid., p. 470. 9) Ibid. pp. 482-483. 10) 개인적인 인터뷰 (2006-04-07). - 15 -

방부의 중국군사력에 대한 의회보고서 (Annual Report to Congress: The Military Power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05) 11) 와 2006년 2월 발표된 미 국방부의 4개년 방위보고서 (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에서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였다. 12) 최근 미중관계는 파월 전 국무장관 시절의 최상(best-ever)의 paradigm에서 벗어나 일정한 냉각기간을 거친 후, 현 라이스 장관 하 에서는 보다 복잡한(complex) 관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13) 즉, 로 버트 죌릭 미 국무부 부장관이 2005년 9월 21일 미중관계 국가위원회 (National Committee on US-China Relations) 연설에서 중국을 현 국 제체제의 이해상관자 (Stakeholder)라고 표현 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 한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동시에 중국의 국제적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상하는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기존의 한미, 미일, 미오스트레일리아 등 양자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는 2005년 양국의 국방 및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미일 안 전보장 협의위원회(2+2회의)에서 보여주는 바처럼 안보 협력관계를 더욱 긴밀히 강화하고 하고 있다. 2006년 5월 1일 개최된 미일 안전 보장 협의위원회에서는 미 본토의 육군 1군단 사령부를 개편한 통합 작전 사령부 를 2008년 일본 가나자와현의 자마 미군기지로 이전하여 육해공 통합작전을 수행하는 거점사령부(UEX)로 삼고 2014년까지 사 실상의 미일 공동 작전사령부를 탄생시키기로 합의하였다. 14) 중국은 2006년 외교정책의 화두로서 조화를 우선시하겠다는 화 자위선 ( 和 字 爲 先 )을 제시한 데서 엿 볼 수 있듯이 북핵문제를 위해 미국과 협력하고, 대내외적으로 미국을 적으로 삼지 않고 대항하지 11)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Annual Report to Congress: The Military Power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05 (Washington D.C., 2005) 12) Department of Defense, 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 (Washington D.C., 2006-02-06), pp. 28-29. 13) Bin Yu, Xinghao Ding, "Hu's Not Comming to Dinner, but--," PacNet Newsletter (Pacific Forum CSIS, 2006-04-13). 14) 강화되는 미일 군사동맹, 중앙일보 (2006-05-02). - 16 -

않겠다는 원칙을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만작전을 위한 군사적 옵션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군사력을 강화 시키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에 항공모함을 포함 한 항모부대를 창설하여 태평양으로까지 작전범위 확대를 모색하여 미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한다. 15) 불안정한 동북아의 정세 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상승시켜, 중국은 지속적으 로 영향력 확보를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유지 강화하면서 유대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 총서기의 전략적 방침 이란 표현에서 드러난 것처럼 최근 들어 보다 적극적인 대북한 경제 포용 정책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원쟈바오( 溫 家 宝 )총리는 2006년 1월 김정일 위원장 면담시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참여하며, 시장 원리에 입각하여 운영 ( 政 府 引 導, 企 業 參 與, 市 場 運 作 )한다는 경제협 력방침을 천명하였다. 이는 중국정부의 대북 경제정책이 소극적인 제 한정책에서 개입정책으로 전환하였음을 의미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2001년 창설된 상하이 협력기구 활동에서 드러 난 것처럼 러시아와 다방면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2005년 8 월에는 처음으로 중국의 영내에서 최신 무기체계를 동원한 대규모 중 러 합동 군사훈련까지 실시하여 미국, 일본 및 한국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의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궈보슝( 郭 伯 雄 ) 상장 및 상하이 협력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의 국방장관들은 상하이 협력기구의 군사 활동이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16) 실제는 미일 군사 협력 강화에 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시각이 많다. 17) 이 러한 동북아의 새로운 역학구도는 냉전시대보다 더 공고한 북방 삼각 과 남방 삼각의 신냉전적 안보 협력체제가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 15) 중국 항모 2008년 실전 배치, 중앙일보 (2006-05-03). 중국 해군을 원양작전 능력 을 지닌 강군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최근 중국 군부의 주장은 海 權 與 中 國 的 發 展, 解 放 日 報 (2005년 4월 17일). 16) " 郭 伯 雄 : 上 海 合 作 組 織 防 務 合 作 不 針 對 第 三 方," (http://www.china.com.cn/chinese/junshi/1194532.htm (검색일: 2006-04-27) 17) 이러한 시각을 잘 정리한 글은 中 俄 聯 合 軍 演 的 弦 外 之 音, 聯 合 早 報 2005년 8월 23 일. - 17 -

다. 18) 하지만 실제 이들의 관계는 과거 안보가 우선시되던 구조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데, 이는 안보체제와는 달리 경제적 협력은 다원화되면서 활성화되고 일정정도 제도화의 단계에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중미간 대립과 갈등의 관계 못지않게 협력의 동인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 현재 미 국은 세계 최대의 수출입량을 차지하는 No. 1 무역 국가이며 중국은 세계 3위의 수출입 국가로 세계 무역구조에서 차지하는 양국의 비중 은 절대적이다. 더구나 미국은 중국의 제1위 수출 대상 지역이며 제5 위 수입 대상 지역이다. 19) 이는 양국간 경제적 의존과 이해관계는 이 미 상당한 수준의 공동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 다. 더구나 중 미간에는 대량살상무기(WMD)확산, 반테러, 환경 등 많은 부분에서 상호 협력을 진행 중이며,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양안 관계와 북핵문제를 다루는 데 양국은 상호 협력적인 관계에 있다. 20) 따라서 중국을 이익상관자(Stakeholder)로서 칭하면서 기존체제에 대 한 현상 유지적인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미 국무부 부장관 죌 릭의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21) 미중관계는 2006년 현재 갈등현상이 더 부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합게임(Zero-sum)적인 측면보다는 비영합(Non Zero-sum)적인 측면을 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일간 관계는 2006년 현재 역사해석문제, 영토 분쟁 및 일본 총 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문제로 최악의 상황에 와 있다. 이러한 갈등 의 이면에는 부상하는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일본내의 18) 냉전시기 1970년대 중국의 주적은 소련이었으며, 중국이 사회주의 진영에 속한다는 의식 도 사라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방 삼각에 입각한 분석법은 그릇된 것이다. 19) 이상의 자료는 21세기중국총연(편), 중국정보핸드북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 2005), pp. 442-447. 20) 특히 북핵문제 부분에 대해서는 김흥규, 후진타오 신외교노선과 북중관계, 주요국제문 제분석 (서울: 외교안보연구원, 2006-03-08). 21) Robert Zeollick, "United States Urges China to be responsible World Citizen," http://usinfo.state.gov/eap/archive/2005/sep/22-290478.html (검색일: 2006-04-07). - 18 -

전략적 판단과 결부되어 있다. 당분간 세계는 물론이고 동북아 지역 에서 미국의 우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미국에 편승하는 전략을 택한 일본 코이즈미 수상의 대외정책은 중국과 깊은 갈등관계 를 형성하였다. 코이즈미 수상의 정책은 역사해석문제나 신사참배 문 제를 자신의 국내정치적 기반을 확대하는 데 이용하고 있으며, 중국 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편승하여 자체의 군사력을 확장 시키려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어서 타협의 여지가 많지 않다. 중국의 후진타오 지도부 역시 과거와는 달리 정치적 정당성과 리더십이 경제 발전과 대외정책의 성과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영 토 및 주권과 관련된 사안들을 양보하기란 쉽지가 않다. 특히 양국의 점증하는 민족주의의 영향은 선택의 폭을 더욱 좁히고 있다. 하지만 중일관계 역시 경제적으로는 상당 수준의 접촉과 의존관 계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5위권의 무역국가인 일본은 중국의 제1위 수입국이자 제4위의 수출국이다. 정치 군사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 러한 경제 의존과 협력의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여겨지며, 정치적 갈등이 보다 악화되어 군사적 갈등으로 전이되지 못하게 막는 주요한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양국은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군 사적 충돌이 일어나고, 경제적으로 관계가 단절되는 결정적인 파국을 원하고 있지는 않는 것이다. 2020년경에 이르면 현재와 같이 다원화되고 복잡화된 안보-경제 구도는 더욱 강화되면서 경제적 접촉은 보다 광범위하게 활성화 될 것이다. 그렇다고 신기능주의자들이 희망하듯이 경제적 접촉과 의존 관계의 증대가 안보적 협력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것은 여전히 민족국가 체제가 유지되고 이에 기초한 안보의 식과 구조가 국제정치, 특히 동북아 국제정치의 핵심적인 변수로 남 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프로젝트를 가장 대규모적이고 야심차게 추진해 온 미국 의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NIC)의 한 보고서에서 아이켄버리 (John Ikenberry)는 2020년 경 예상되는 국제정치 구도와 미국의 지위 - 19 -

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22) 우선, 미국 국력의 우위는 확고한 것이 며, 이는 단지 군사력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 이념 등 다양한 측면에 서 유지되고 있으며,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힘에 대항 하기 위한 전면적이고 전통적인 세력 균형체제는 당분간 나타나기 어 려울 전망이다. 두 번째, 각 국들은 단일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지속적으로 적응하고 배우는 과정에 있다. 셋째, 미국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다양한 전략이 나타날 수 있는 데, 주 로 균형(Balancing)과 편승(Bandwagoning)의 전략 사이에서 나타날 것이다. 넷째, 강대국들이 미국에 대항하여 직접적인 균형전략이나 대 항 전략을 추구하지는 않을지라도, 각국의 여론은 미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고 이는 전략의 변화 를 초래할 수 있다. 다섯째, 미국은 이러한 각국의 대응전략에 대처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즉, 미국은 양자적 관계를 통해 보다 상호 포 용적인 관계로 유도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는 과거와 같은 제국의 형태가 아니며, 권력정치와 안보 공 동체 형성의 혼합 형태로 운용될 것이다. 부연하자면, 2020년의 국제체제는 미국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민 족 국가(Nation-state)가 여전히 가장 주요한 행위자로 남고, 안보문제 가 다른 어떠한 주제보다도 최우선의 국가적 목표로 설정되는 혼돈 (Anarchy) 상황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23) 하지만 19세기적인 세력균형이나 20세기적인 배타적 동맹에 의해 안보문제를 해결하려는 체제에서 다른 형태로 전이되는 과정에 있을 개연성이 크다. 경제적 세계화의 추세가 진행되고, 세계 주요 국가들은 사안들에 입각하여 연합을 하고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체제를 관리하 려는 사안별 연합 외교가 새로운 조류로 부각될 것이다. 각 강대국들 22) G. John Ikenberry, "Strategic Reactions to American Preeminence: Great Power Politics in the Age of Unipolarity," A Discussion Paper associated with the NIC 2020 Project (July 28, 2003), pp. 1-4. 23) Mapping the Global Future," Report of the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s 2020 Project (NIC 2004-13, December 2004), p. 9. - 20 -

은 각 사안별로 자신들에 유리한 국제체제의 규범과 행위 준칙들을 제정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고, UN과 같은 국제기구나 다자 외교가 20세기에 비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보다 다원화되고 복잡화된 국제정치와, 점증하는 경제적 접촉과 의존관계는 안보 사안 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전쟁으로 전이되는 상황을 억제하는 주요한 요인은 될 수 있다. 미국의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NIC) 2020년 프로젝트의 종 합 정리 보고서인 Mapping Global Future"는 2020년경 국제정치에 서 비교적 확실시 되는 측면과 그렇지 않은 측면을 다음과 같이 정리 하였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처럼 국제관계는 보다 다양한 이슈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며 자원, 환경, 생태, 기술, 규범의 창출 등과 같은 이슈 영역이 보다 중요해 질것이라는 전망이다. <도표 3> 2020년경 세계의 추세 비교적 확실 세계화 추세. 서구화추세는 약화 세계경제규모의 확대 세계적 기업에 의한 기술의 확산 아시아의 부상 노령화 에너지 수요의 충족 비국가행위자의 강화 정치적 이슬람 세력 온존 WMD능력의 확대 불안정의 호(Arc) 지속 강대국간의 대규모 전쟁가능성 적음 환경 및 윤리문제제기가 강화 유일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 유지 불확실 세계화의 긍정적 영향 및 아시아 국가들의 새 게임규칙 창출 능력 빈국과 부국의 격차정도 초국가적 연계성이 기존정부에 대한 도전정도 중국과 인도의 평화적 부상 여부 EU가 초강대국이 될지 여부 자원생산자 국가들의 정치적 안정성 기존 체제의 새로운 행위자들에 대한 포용성여부 종교의 갈등역할 및 지하드의 성장여부 테러주의자들의 WMD 능력 체제 전복활동을 촉발 시키는 사건 자원경쟁을 관리하는 능력 새 기술의 윤리 부응정도 미국에 도전할 국가존재 여부 출처: Mapping the Global Future," Report of the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s 2020 Project (NIC 2004-13, December 2004), Executive Summary. - 21 -

<도표 3>에 의거하여 동북아 정세에 대한 시사점을 추론하자면, 2020년경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는 유지되면서도 아시아 의 세력들이 점차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동북아 역내에 서 중국의 부상이 순탄할 지 혹은 미국에 도전할만한 세력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이다. 비록 강대국 간의 전쟁 가능성 은 낮게 평가되고 있지만 중국의 부상이 가져올 결과가 아직 불확실 한 상태에서, 24) 2020년경 미국과 일본은 정치 군사적으로 중국의 부 상을 견제하려는 정책을 취할 개연성은 여전히 높아 안보구도의 중요 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날 것이다. <도표 4> 2020년경 미중일 삼각구도의 전망 중일 협력 중일 갈등 미중 협력 미일 협력: 다자 질서 협력 미일 갈등: 중국이 중재자 미일 협력: 미국이 조정자/중재자 미일 갈등: 일본 고립 미중 갈등 미일 협력: 일본 중재자 미일 갈등: 지역 협력체제 미일 협력: 미일동맹 vs. 중국 미일 갈등: 역내 혼돈과 불안정한 균형 <도표 4>는 안보구도를 중심으로 2020년경 역내의 주요 강대국 행위자인 미국, 중국 및 일본의 삼각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미 중 및 중일이 협력하는 상황을 가정할 때, 미일이 협력하면 역내 모 든 주요 국가들이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다자적인 협력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이는 국력변화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세계 유일 초강 대국인 미국 중심의 다자적인 협력질서일 가능성이 크다. 미일이 갈 등의 상황에 놓여있을 때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미일 사이의 중간자나 중재자의 위치에 서게 되어 중국의 외교적 위상이 크게 제고될 것이 24) 중국지도부가 직면한 국내적 문제들에 대한 가장 종합적인 보고서는 Major Internal Challenges Facing the Chinese Leadership," Hearing in One Hundred Ninth Congress, First Session, February 2-3, 2006 (Washington: 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March 2006). - 22 -

다. 미중이 갈등하고 중일이 협력하는 상황을 가정할 때, 미일이 협 력관계를 유지하면 일본은 중국과 미국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수 행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어 일본의 외교적 위상이 제고될 것이 다. 단, 미일이 갈등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중일간의 역내협력체제 가 역외 국가인 미국에 대응하게 되어 미국의 국제정치적인 위상은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 될 것이며 미국의 패권쇠퇴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이 협력하고 중일이 갈등하는 상황을 상정할 때, 미일이 협 력하면 미국은 중일간의 경쟁과 갈등관계를 조정하거나 중재하는 역 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한국으로서는 환영 할 만한 시나리오로 한국의 중일간 중재자나 균형자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미일이 갈등하는 상황이 된다면 일본은 미국과 중국 과 동시에 갈등하면서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일본으로서는 최 악의 시나리오이다. 마지막으로 미중관계가 갈등하고 중일관계 역시 갈등하는 상황을 전제할 때, 미일간의 협력관계가 유지된다면 이는 오늘날과 같이 미 일동맹이 중국을 견제하는 형국이 지속되는 것이며 미중간의 갈등이 확산될 때 한국은 외교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 구도에서 미일 마저 갈등한다면 역내 모든 국가들이 갈등관계에 있는 역내 혼돈과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분석에서 생략되어 있는 것이 러시아의 역할이다. 25) 러시아는 탈냉전기에 들어서 한동안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인 침체에 빠져 동북 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들어 선 이래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고 경제상황이 나아지면서 점차 동북아 에서 영향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고 또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여 나름대로 보다 적극적인 25) 보다 자세한 러시아의 동북아에서의 현재 위상과 미래 역할에 관해서는 본장 제4절(러시 아를 포함한 사각구도 가능성)에서 다루고 있다. - 23 -

동북아 정책을 채택하고 있지만 여전히 동북아에서 주요 행위자로서 자리매김을 한 것은 아니다. 동시에 냉전시기의 소련처럼 미국이나 일본을 직접적으로 적대시 하는 정책을 채택하기에는 러시아의 경제 적 위상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26) 장차 러시아가 현재처럼 중국이나 미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할지 혹은 갈등관계에 놓이게 될 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미국 국가정보 위원회(NIC)의 연구에 의하면 러시아는 2020년경 세계 10위의 국력을 지닐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한국 및 브라질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미국과의 격차는 더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를 바탕 으로 러시아의 대동북아 정책이 현상변경을 추구하고 미국에 도전적 인 정책을 채택하기 보다는 역내 안정을 추구하는 비교적 온건한 전 략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러시아는 역내 국가 들과 안보 중심적인 위계질서를 추구하기 보다는 경제부문에 있어 기 능적으로 협력을 하기를 바랄 것이다. 러시아의 동북아 정책의 핵심 은 자신 스스로가 독자적인 세력의 축을 형성하기 보다는 역내 일부 국가와 협력을 바탕으로 특정 국가가 전횡하는 구조가 창출되지 못하 도록 견제하면서,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을 통하여 안정과 평화를 유 지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 요한 변수는 세계 에너지의 수급사정이다. 에너지 문제가 지속되고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러시아가 일반적인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국력 이 성장한다면 러시아의 대 동북아 정책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북 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미중일의 역할에 비해서는 여전히 제한 될 전망이다. 평면적으로 가능한 모든 경우의 안보구도를 보여주고 있는<도표 4>의 분석가운데 비교적 실현될 가능성이 큰 네 가지의 안보구도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의 중국과 미일동맹 간 대립관계 유지; 둘째, 26) 러시아의 미래 위상에 대한 유사한 전망은 Global Trend 2010, Revised Edition (Washington, D. C.: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1997), p. 40. - 24 -

미일 및 미중 협력, 중일간의 갈등 상황; 셋째, 역내 다자 협력질서의 출현; 넷째, 상호 갈등과 불안정한 균형 상태의 유지. 이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상황은 현재의 구도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즉, 중일간 역 내 경쟁이 지속되고,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미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견제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망은 2006년 5월 1일 미일 안전보장 협 의위원회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 일본에 미일 군 통합사령부를 설치 하고 운용하기로 한 합의에서 유추할 수 있다. 냉전의 종결로 대소련 견제라는 중국의 전략적 가치가 소멸된 이후, 미중 관계는 주기적으 로 갈등 양상을 보여 왔으며, 미국은 중국을 냉전이후 질서에 있어서 잠재적 최대의 도전국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안보전략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이 냉전 종결이후 패권적 세 계전략을 노골화하고 있으며, 중국이 강대국으로 정당하게 부상하려 는 것을 봉쇄하려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비록 중국이 미국과의 힘 의 격차를 인식하고 중첩되어 있는 국내문제의 안정 및 해소, 경제 발전을 위하여, 미국 주도의 국제체제를 인정하고 있지만 미중간의 전략적 불신은 오늘 날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이해의 충돌 가능 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을 좌(중앙아시아 미군주둔 확대 및 영향력 제 고), 우(미일동맹 강화 및 한미 동맹 재조정), 아래(베트남, 인도, 싱가 포르, 필리핀 등과 협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미국과 갈등할 때를 대비하여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노력 및 군사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중앙아시아에서 2001년 러시 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크스탄 등과 상하이 협력기구를 출범시켜 군사적 협력을 포함한 전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 를 강화하고 있다. 27) 심지어 2005년 7월 5일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 의에서 미군의 중앙아시아 철수 시점을 요구하는 공동 입장을 채택하 여 미국을 압박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아 27) 이러한 활동에 대한 자료는 上 海 五 國 - 上 海 合 作 組 織 資 料 滙 編 (1996.4-2005.7) ( 上 海 : 上 海 社 會 科 學 院 上 海 合 作 組 織 硏 究 中 心, 2005)을 참조. - 25 -

제르바이잔으로 군사기지를 옮기게 되었으며, 키르기즈스탄 정부도 미국에게 기지 사용료를 대폭 인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020년경까지 중국의 군사력 및 종합 국력 은 미국의 헤게모니를 대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이 경우 미중 및 중일간의 대립 및 미일협력은 중국을 견제하는 수준 에서 일정정도의 긴장과 갈등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겠지만 군사적 충 돌의 파국으로까지 진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 서 우려되는 안보구도는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이 전략적 영향력을 행 사할 의지를 잃거나, 미국의 힘의 우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중국 이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국력이 상승하여 미중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 황이다. 이 경우, 한국에게는 주변 강대국들의 흡인력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하는 딜레마에 봉착할 것이다. 두 번째로 가능성이 큰 안보구도는 미중 및 미일은 협력관계에 있지만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아직 역내 주도권 문제를 놓고 갈등관 계에 직면한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가정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일본의 보통국가화 가 진행되고 군사력을 확보하는 경우 독자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고, 미국 에 대해 일본의 전략적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는 이러한 우려를 잘 드러내고 있으며, 미국이 전적으로 일본을 신뢰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28) 실제 역사적으로도 1960년대 말 일본과 군사협력 강화조치를 취한 후 에 1972년 중국과 국교 수교 협상을 벌이고 대소 협력전선을 강화하 였던 적이 있다. 2006년 현재 미중간에는 갈등의 양상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미 다 양한 협의 채널을 가지고 있으며, 양안문제나 북핵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한 협력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국무부 부 28) http://www.donga.com/news/print.php?n=200604220221 (검색일: 2006-05-05). 2006 년 1월26일에 미국의 의회 Edward Markey 등 6인의 의원들은 공동의 명의로 미국 주재 일본 대사 Ryozo Kato에 편지를 보내 일본의 플루토늄 축적과 핵무기로 전용할 가능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전달하고 이를 포기할 것을 촉구한 바도 있다. - 26 -

장관 로버트 죌릭과 중국 외교 부부장 다이빙궈 간에 전략대화 채널 을 유지하면서 비단 당면한 국제문제 뿐만 아니라 15-20년 이후의 협 력방안까지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29) 이상의 추세를 놓고 볼 때, 미중간 관계를 반드시 대립적인 관계 로 전제할 수는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때 추 진했던 중국과 일본 사이의 전략적 균형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재정립 하고 자신의 외교정책의 유연성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이 시나리오는 성장하는 중국의 국력을 견제하려 할 때 드는 비용과 위험을 고려할 때, 더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이 경우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여, 중일간의 역내 세력 균형자 및 중재자로서 역할이 부각될 수 있으나 중국이나 일본 일방과 갈등이 악화되어 스스로의 외교적 유연성과 위상을 제한하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가능한 안보구도는 역내 다자 협력질서의 창출 가능성이 다. 20세기 세계 1-2차 대전의 교훈과 무기체계의 파괴성은 역내 어느 국가도 강대국 간의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동시에 급속 히 진행되고 있는 경제적 세계화의 추세는 돌이킬 수 없으며 각국의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 한 예로 미-중간 혹 은 중-일간 정치 군사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무역량과 경제적 협력 및 인적 교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2004년 현재, 일본은 중국의 제4 대 수출국이며, 제1의 수입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제1의 수출국이며 제 6위 30) 의 수입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세계 초강대국 지위 및 역내 영향력을 인정하고, 미국은 2005년 9월 로버트 졸릭이 천명한 것처럼 중국의 역내 이해상 관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 동시에 중-일 간에 현실적인 경제적 의존관계를 바탕으로 역내 안정을 위하여 안보 협력질서를 구축하려 노력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러시아 역시 적극 찬성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 경우 우리가 우려할 바는 역내 다자 안보질서의 구축과 29) Major Internal Challenges Facing the Chinese Leadership" 에서 국무부 동아태국 Senior Advisor James R. Keith의 증언 부분(pp. 10-11)을 참고. 30) EU와 ASEAN을 하나의 단위로 놓았을 때 6위이지만 국가별로는 4위이다. - 27 -

정이 역내 강대국 간의 문제로 치환되어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이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가능성은 적지만 생각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안보구도는 일본의 정상국가화 가 크게 진전되고 경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목 소리를 내면서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도 갈등하여 역내 주요 강대국 들이 서로 갈등관계에 빠져 불안정한 균형 상태가 유지되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에너지 가격의 앙등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국력을 성장시키고 있는 러시아가 역내에서 자신의 위상제고와 독자 적인 이해를 추구할 경우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존재한 다. 이 경우 한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위치는 더 더욱 중요해지고 마치 19세기 말의 상황과 같이 세력 각축장의 한 복판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의 역할은 국력과 외교적 역량에 따라 역내 균 형자로서 중요하게 부각될 수도 있겠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역내 일 부 주요 국가들과 갈등관계에 빠지거나 영향력 행사의 대상이 되어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이상 네 가지의 안보구도는 국력의 전이와 경제적 세계화의 추세 를 고려하면서 개연성이 큰 순서대로 구체적인 변수와 상관작용에 대 한 고려 없이 제시한 것이다. 2020년경 우리의 외교 전략은 이상의 안보 구도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변수들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 면서 개개의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다음 장에서 다루어 질 것이다. 3. 미-중-일 역학구도 변화와 한국의 선택 위에서 언급한 동북아 안보구도와 관련한 네 가지 시나리오는 다 음의 네 가지 주요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다. 우선, 흔 히 GDP로 추정되는 국력지수의 변화이며, 둘째, 중국 내부의 정치적 안정 변수이며, 셋째, 북한변수이며, 마지막으로 대만변수이다. - 28 -

정치현실주의의 세력전이론에 의하면 국력지수의 변화는 각국의 행태를 결정할 개연성이 커진다. 현재까지 행해진 Goldman Sachs의 GDP추정 분석에 의거하면 2020년경에 예상되는 중국의 GDP 규모는 미국의 76.9%이다. 31) 이는 2005년 기준으로 볼 때 61.6%의 수준에서 크게 향상된 것이며, 세력전이론에서 말하는 도전국의 기준인 80%수 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미국과 갈등의 구조를 예고한다. 하지만 종합 적인 국력지수로 환산할 때, 중국은 2020년경 미국의 63.1%에 머물러 2005년의 47.4%에 비해 크게 증대되기는 하지만 도전국으로 평가받기 에는 거리가 있다. <도표 5> Goldman Sachs의 GDP추정 2000 2005 2010 2015 2020 미국 9825 11697 13271 14786 16415 일본 4176 4427 4601 4858 5221 중국 1078 1724 2998 4754 7070 러시아 391 534 847 1232 1741 인도 469 604 929 1441 2104 출처: 이대우, 2020년 안보환경 전망, 이상현 편, 한국의 국가전략 2020, 외교안보 (서울: 세종연구소, 2005), p. 37. (원출처: Dominic Wilson and Roopa Purushothothaman, "Dreaming with BRICs: The Path to 2050," Global Economic Paper No. 99. Goldman Sachs (October 1, 2003), p. 19). <도표 6> 국력지수의 변화는 2020년경 중국, 인도, 한국의 국력 지수가 더 성장하고 상대적으로 전통적 강대국인 미국, 일본, 러시아 의 국력지수는 하향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 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미국의 국력지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여전 히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에 GDP 분석과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31) 러시아는 여전히 미국의 약 10%정도에 불과하다. - 29 -

<도표 6> 국력지수의 변화 2000 2005 2010 2015 2020 미국 24.17 23.64 23.07 22.30 21.35 일본 6.40 6.47 6.11 5.68 5.33 중국 10.65 11.21 11.75 12.54 13.48 러시아 2.27 2.25 2.11 2.01 1.90 인도 6.67 6.87 7.06 7.29 7.55 한국 1.64 1.66 1.86 2.07 2.22 북한 0.13 0.13 0.12 0.11 0.11 출처: 이대우, 2020년 안보환경 전망, 이상현 편, 한국의 국가전략 2020, 외교안보 (서울: 세종연구소, 2005), p. 26. (원출처: International Futures Model, "Basic Report"). 각국의 수치는 전 세계의 국력총합을 100으로 놓았을 때, 각국의 상대적인 국력지수이 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볼 때, 2020년경 동북아의 역학구조는 현재와 비슷하게 미국주도의 구도를 유지하겠지만, 중국의 급격한 추 격으로 미국 역시 협력과 갈등의 딜레마(Dilemma)에 빠지게 되는 상 황을 상정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여전히 유일 초강대국 으로서 미국과의 안보 부문에서 협력을 보장하는 한미동맹을 유지할 근거를 제공하는 동시에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역내의 지역안정과 평 화를 위해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제공한다. 두 번째 변수는 중국의 부상의 한 결과물로서 중국 내부의 정치 개혁에 대한 압력이 증대되고, 현 공산당 집권체제는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할 압력에 크게 직면한다는 점이다. 2008년 북경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EXPO가 종결되는 시점에서 중 국 내의 구조적 모순과 일당체제 통치에 대한 저항이 강화될 개연성 이 크며, 이미 언급한대로 중국내의 정치일정과 맞물려 2010년대 말 에 이르면 중국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지 - 30 -

도부는 폐쇄적인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보다 공세적인 대외 행태를 보 일 수도 있으며 여론 역시 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는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고 주변 각국과 대중국 협력 체제 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대중국 선린외교 역시 중요할 것이다. 세 번째 변수는 북한 김정일 정권 및 체제 위기가 가중되면서 나 타날 현상과 관련이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급변 사태 혹은 체제 위기의 경우에 미중관계는 물론이고 다양한 역내 양 자관계가 시험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 대 한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받는 외교를 지속적이고 정교하게 추진해야 하며 동시에 주변국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네 번째 변수는 대만의 독립추구 가능성이다. 양안관계는 미중간 에 첨예한 이해의 충돌이 존재하는 사안이다. 이미 언급한대로 대만 은 문화 인류적으로 대륙과의 연계관계가 약화되고 있다. 이를 억제 하는 요인들은 중국의 무력행사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미국의 견제 및 대만인들의 경제적 실리에 입각한 대중국 교류의 필요성이다. 우 리의 입장에서는 양안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는 우리의 통일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동시에 어떠한 입 장표명도 미국이나 중국과 불협화음을 야기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 리의 입장에서는 양안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이해를 유지 하는 방법이다. 종합하여 볼 때, 2020년은 여전히 미국 중심의 구조가 유지되면 서도 세력전이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역 내 강대국 간의 긴장과 협력의 관계가 실타래처럼 뒤엉켜 진행될 가 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조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중국 내부의 정치적 변화, 북한 체제의 위기, 대만의 독립추구를 들 수 있 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요인 자체는 2020년경의 국력상황으로 볼 때, 미국 중심의 역내구조를 변경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도 전자로서 중국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 - 31 -

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정화하 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도표 7> 2020년경 안보구도와 주요변수들이 결합된 시나리오 및 한국의 선택 안보구도 변수들 국력지수변화 중국내 정치변혁과 공세적 대외행태 북한체제 위기 미일협력 및 중국견제 구도 한미동맹유지 및 역내 우호증진 노력 한미동맹 강화 및 주변국과 대중 견제 협력 한미동맹 공고화 및 대중/대러 외교 강화 미중/미일 협력, 중일 갈등 중일간 중재 한미동맹 공고화 및 중일간 중재 다자 안보협력 적극 참여를 통한 위상정립 불안정한 균형 한미동맹 공고화 대중 견제 외교 한미동맹 강화 한미동맹 유지 및 대중 외교 강화 다자 협력 강화 한미동맹 강화 및 다각적 양자 외교 강화 대만 독립 추진 불개입 불개입 다자 체제에 의존 불개입 2020년 시점에서 전개될 수 있는 앞장에서 언급한 네 가지의 가 상 역내 안보구도와 안보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네 가지의 변수를 결합하여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보았다. <도표 7>은 이러한 시나리오 에 따라 한국의 기본 행동 지침을 도식화해본 것이다. 단, 여기서 이 시나리오들은 일관된 계획이나 예측 혹은 선호도를 의미하지는 않는 다. 대신 현재의 시점에서 논리적으로 개연성이 높은 미래의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며 정책 결정자들에게 조기 경보의 역할을 하여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앞장에서 2020년경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안보구도로 미일간 의 협력이 지속되고 중국에 대한 견제가 유지되는 상황을 지적하였 다. 이 경우, 한국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일본 및 러시아 등 주변국과 외교를 강화하는 다자 외교의 강화노력이 필요하다. 이 는 북한 체제의 위기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본 전략이다. 하지 만 중국이 정치적 불안정을 틈타 민족주의에 입각한 공세적 대외정책 - 32 -

으로 나올 경우,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필요시에는 대 중 고립 전략을 채택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미중 및 미일이 협력하지만 중일간의 갈등과 경쟁은 지속되는 구도에서 한국의 대응전략이다. 이 경우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일간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 에 외교적 유연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이 공세적으로 나오는 경 우,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면서 완충작용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북한 의 위기를 고려할 때,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한 대중국 외교의 강화가 일본과의 관계보다는 중요하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때, 미국과의 협력관계는 여전히 중요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위하여 미국과의 관계를 희생하지는 말아야 한다. 세 번째로 다자안보 협력구도를 상정한 경우이다. 우리는 이 경 우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다자안보에 적극 동참하여 우 리의 이해를 보장받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구도아래에서 우리의 외 교는 미국의 외교적 우산을 벋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외교 공간을 창 출하고 다자 외교를 활용하여야 한다. 중국의 위협도 역내 안보 공동 체의 활성화를 통해 견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북아 안보구도가 불안정해지는 구도 속에서 우리의 대응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전히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지니고 있고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위협이나 영토 지배적 야심이 적은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여 불안정 요인을 최소화 하는 전략을 채 택하여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떠한 시나리오 상황에서 도 대만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자제하여야 한다. 이는 우 리 스스로 양안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중국을 자극하여 우리와 갈등관계에 빠져들게 하여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 이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2020년 경 한국의 외교는 역내 안보구도 에 따라 사안별로 때로는 보수적으로, 때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타개 와 조성의 방법을 적용하고, 때로는 대단히 소극적으로 대처할 유연 - 33 -

성과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2020년경에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 공 고화, 강화할 필요가 제기되는 불확실한 상황들이 전개될 것이다. 그 러나 동시에 가정할 수 있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원칙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원칙을 견지하여 국 제적 승인을 얻는 것이 중요 하다는 것이다. 역외 국가군이면서도 서구이성의 원류인 유럽연합(EU)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이 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 경성권력(Hard Power) 강대국으 로 성장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연성권력(Soft Power)과 관련 한 투자를 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정책적 선택은 개별적인 변화요인에 대해 개별적인 대응 이 필요하다. 우선, 2020년경 우리의 국력지수가 세계 10위권에 들어 갈 개연성이 큰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정책을 수립 할 공간과 여건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을 적대시하거나 소외시키는 외교정책이 당사국의 이해에 부합되지 않고 세력균형에 있어 불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할 것이다. 동시에 현실적인 힘의 분배를 고려하여 정책과 가용 할 수 있는 정책자원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야 한다. 즉, 힘의 분배를 무시한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채택함으로서 한국이 고립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중국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말미암아 공세적인 대외정책이 필요할 경우는 한미 동맹과 주변국과의 협력관계 강화를 통해 공동 대처하여 야 한다. 북한문제나 대만문제의 악화로 역내 불안정과 갈등관계가 심해지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문제는 국내 문제임을 주지시키면서도 북한 문제 안정 및 통일과정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만 문제 역시 극단적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며 역내 안정과 갈등해소를 위한 다 양한 노력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미국의 일방주의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중국과 러시 아의 협력가능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러시 - 34 -

아의 역내 영향력 유지 내지는 강화를 시도하는 것은 세력균형이론의 측면에도 부합된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없는 중국 과 러시아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미국과 상호 협력하지만, 정치 군사적으로는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고자 하는 것 이다. 러시아는 2020년경 미국에 도전할 만한 국력을 갖추지는 못하 겠지만, 미국에 대해 제2차 핵타격 능력을 지닌 유일한 국가로서 역 내 정치에 있어서 그 위상에 걸 맞는 처신과 대우를 획득하려 할 것 이다. 더구나 현재 러시아의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부 를 축적하고 안보에너지 부문의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정치에서 자신 의 목소리를 강화하려 할 때, 미국과 협력적인 측면보다는 갈등관계 가 심화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네 가지의 안보구도와 이에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변수들을 분석하면서 우리의 외교 지향점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중장기 동북아구상은 미국의 힘의 우위를 전제한 미중일 삼각구도에 우선적인 중점을 두되 러시아를 포 함한 사각구도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가 동시에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역내의 안보적 불안정성 과 긴장은 우리의 외교적 공간을 더욱 축소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므 로 한국의 외교정책은 역내 평화와 안정 및 공영을 지향하는 것이 주 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만일 미래의 국제환경이 중러 vs 미일의 대 결 시나리오 가 전개되거나 강대국들이 각축하는 경쟁의 장으로 전락 한다면 우리 정책의 선택의 폭은 대단히 제약될 것이다. 보다 협력적 이고 우호적인 역내 환경 속에서 우리는 러시아 역시 북한문제의 해 결이나 우리의 안보환경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2020년경 한국의 국력이 세계 10위권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력을 감안하면서 동시에 우 리의 외교가 상대적 국력열세에 의해 위축되거나 피동적으로 전락되 는 것을 지양하는 출발점이다. 보편성의 측면에서도 역내 평화와 안 - 35 -

정 및 공영을 추구하는 외교는 국제적 지지를 획득하고 한국의 외교 적 위상을 제고 하는 일이다. 4. 러시아를 포함한 사각구도 가능성 탈냉전기에 들어서 동북아에서의 중장기 안보구도를 설명하거나 전망함에 있어 러시아의 역할과 비중을 일종의 상수는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로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자칫 역내 중장 기 상황을 보다 포괄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측면에서는 완벽성 을 결핍하거나 오류일 수 있다. 동북아라는 명칭이 생긴 배경도 사 실은 1930년대 러시아의 영향력 확장과 정치군사적 위상 때문이며, 작금 미국과 중국 간 동북아에서의 패권경쟁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있 어서도 러시아 변수를 포함해 역내 4강대국의 향방을 감안하지 않고 는 정확성을 잃을 수 있다. 러시아가 대외정책에서 생각하는 동북아 의 비중에 비해 동북아 관여 국가들이 동북아 정책에서 생각하지 않 을 수 없는 러시아의 비중은 훨씬 크다. 그 정도는 향후 점차 더 증 대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 중장기 동북아 안보구도를 정 확히 전망함으로써 보다 실행력 있는 타개와 조성 의 외교안보전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중장기 위상과 역량과 역할을 반드시 감 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 러시아의 안보외교 전략과 정책 러시아연방의 안보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국의 안보환경이 점차 열 악해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탈냉전기에 들어 러시아연방이 인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안보상황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으로 부터의 안보위협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소련체제에서 러 시아연방으로 전환하면서 러시아는 대내외적인 위협을 다수 직면하지 - 36 -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대외적으로 보면, 첫째, 자국의 경제 및 군사적 견제력 부족 으로 미국이 유일한 세계패권으로 등장하도록 허용한 것이며, 둘째, 독일통일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없어 러시아의 안전보장과 교환한 셈이며, 셋째, 집단방위동맹으로서의 바르사와 조약은 붕괴된 반면에 NATO는 더욱 세력을 동구권으로 확장하면서 러시아 영향권을 붕괴 하고 있고, 특히 1999년 NATO의 유고 공습은 서방으로부터의 직접 적 안보위협으로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넷째, 중국이 경제적 으로 부상하면서 군비증강으로 접경지역 등 유라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자국을 능가하고 있으며, 다섯째, 일본이 보통국가로서의 정상적인 군 사력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전진하면서 북방 4개 영토의 반환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 등이다. 또한, 9.11 테러이후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 출과 이라크 전쟁을 통한 미국의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러시 아로 하여금 가장 심각하게 영향력 위축을 절감하게 하는 사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대외안보환경이 대외 영향력 감소와 함 께 한층 열악해지고 있음을 러시아는 군사독트린에 잘 반영하고 있 다. 즉, 탈냉전 이후 전 세계적인 위협은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소규모 국지전 형태의 무력갈등은 발생할 것이며, 또한 러시아연방의 분열을 획책하는 세력 역시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대내적으로 보면, 사회주의체제를 민주주의체제로 법제상 전환했으나 관행과 인식에 있어서는 어느 구석으로나 권위주의 행태 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제적 효율성을 확보할 만큼 사회적 제도 가 개혁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등장으로 정치 적 안정을, 국제 석유가스 가격의 앙등으로 경제적 안정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불안과 무력감은 탈냉전기 초반의 현상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는 21세기에 들면서 이들로부터 속도감 있 게 벗어나면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해감과 동시에 대외적으로도 위상 을 구축하고 있다. - 37 -

러시아연방의 안보전략은 구소련과는 달리 세계적 패권을 포기하 고 자국의 안정을 최대한 도모하는 가운데 연방분리를 방지하고, 영 토를 보전하면서 자원개발과 보호를 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연방은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을 적대시 하고 군비경쟁을 통해 보호해야 하는 동맹도 갖고 있지 않으며 그렇게 해야 하는 타당성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도 현재는 갖추 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세계질서는 일방적으로 군사력 우위로 지배하 기보다는 경제요인이 월등히 지배력을 증진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 다. 따라서, 러시아연방은 국가간 갈등과 반목을 가급적 만들어내고자 하지 않으며 갈등과 반목이 생기더라도 도발이나 무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정치외교적 수단의 수월성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에서도 이런 방침을 반영해 2001년 에 공표된 신외교개념 에서 남북한 균형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러시 아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군사대결구도의 지양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지속하고 남북한의 직접대화를 통한 평화통일의 여건조성, 러시아가 포함되는 다자안보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호혜적 경제협력 추진, 그리고 동북아에서의 힘의 균형 등을 대한반도 정책 의 목표로 삼고 있다. (2) 러시아의 동북아 안보구도 인식 동북아에서의 러시아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영토상 동북아에 면하고 있는 면적은 넓으나, 거주인구가 불과 8백만 명 정도로 적고 수도가 유럽 쪽에 치우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동북아에 대해 관심을 넓힐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 이다. 그러다 보니, 실상과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본, 미국 등 3국이 동북아 안보질서를 형성하는 주요 국가로 언급되고 있고 러시 아는 제외되는 것이다. 러시아가 택하고 있는 대동북아 정책은 전반적으로 20세기 후반 - 38 -

소련 붕괴후 국경안전, 강대국 부활, 영향력 회복, 대미견제, 신세력균 형 등에 입각하여 전개되고 있다. 최장의 국경을 따라 선린우호벨트 를 형성하는 한편, 대테러 예방적 타격 및 방어적 핵선제 공격 개념 을 군사독트린으로 책정하는 등 미국에 대해 우호와 견제의 이중적 입장에 있으며, 이런 의도에서 중국에 대한 틈새 협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서 러시아 내에 동북아 지역은 협력과 새 로운 관계 형성을 위한 탐색 노력이 계속되는 한편, 냉전종식 이후 형성된 힘의 공백을 채우려는 시도가 모순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는 시각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32) 이런 관점에서, 러시아의 역내정책은 크게 군사 및 경제적 측면에 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군사관점에서 는 역내국가간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는 전쟁이나 무력투쟁이 아닌 평 화적 방법을 강조해 나가는 한편, 미국의 지역패권을 견제하는데 데 상당히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극동함대가 지속적으로 전력발전을 강화하는 가운데, 극동 군관구 역 시 한반도 유사 사태 발생시 개입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극동지역 핵전력은 대륙간 탄도탄과 전략폭격기가 시베리아 철도선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고 핵잠수함은 오호츠크 해를 중심으로 집중배치하고 있 다. 그리고 중국과의 합동 군사훈련 전개, 중국에 대한 군사판매 증 대,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 긴밀화 등이 그것이다. 특히, 러시아 는 미국이 중앙아시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나토의 동구권 진출을 확 대하고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려는 것 등을 러시아 영향력 확 대의 기회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고 이를 견제하거나 보전하는 정책 을 내보이고 있다. 한편, 경제분야에서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원유를 무기로 삼아 본 격적으로 자국 경제회복과 동시에 자원경쟁에 돌입하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에 대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노력을 강 32)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서기 겸 전 외무장관이 2001년 노바야 로시이스 카야 디플로머티아 에서 언급하고 있다. - 39 -

화할 것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국, 특히, 석유수출대국으로서의 잠재적 국제지위와 위상은 미국의 에너지 수급질서 개편구상에 도전 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안보변수의 현실화는 미 일동맹은 물론 일본과 한국에게도 매우 큰 에너지 안보는 물론 역내 안정과 번영에 큰 도전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이 현재 진행 중에 있는 대테러 전쟁 의 정당성과 민주주의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는 향후 자국의 원유생산 잠재력을 이의 대항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3) 특히, 러시아가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는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히 제 고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일각에서는 향후 러시아에 의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초월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러시아의 대미 견제력은 러시아의 정상적인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에 의해서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하루 140 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을 통해 중국 과 일본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한, 극동지역 에너지 개발을 위한 역내국가간의 협력을 구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과 노동 제공의 관계에서 러시아는 동북아의 협력을 구할 것이며 이로써 이익도 가장 크게 볼 것이다. 문제는 대내 정치적 권위주의로 대외 경제협력의 효율성이 손상 되어 역내외 영향력 회복이 자국이 기대하는 수준으로는 순조롭지 않 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러시아가 평가하고 있는 동북아의 역학은 미국이 패권적 세 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의 영향력이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6자회담 을 통해 신장되고 있으며, 이를 일본이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 다. 한반도에서는 냉전구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균형적인 메카니즘이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미국에 밀착하여 해양 33) 이태환 편, 한국의 국가전략 2020: 동북아 안보협력, 세종정책총서 2005-7. 2005. 12, p. 69. - 40 -

세력으로서 대륙세력인 중국에 대해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동일한 대륙세력인 러시아가 해양세력의 확장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 고 있다. 한국이 냉전시대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에 더 밀착하는 경우 에 러시아는 지역질서의 균형을 위해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한반 도에서는 북한의 위상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 는 과거 냉전시대의 남방3각 및 북방 3각의 냉전적 안보구도가 비록 군사적 연대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느슨하지만 여전히 유사한 냉전구 조가 잔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4) 이런 역내질서의 개관에 더해, 러시아는 동북아 정책에서 상당한 미래 예측력과 자신감을 더하면서 이를 정치외교 방침에 반영하여 윤 곽을 점차 보여주고 있다. 자국의 전반적 안보위협을 해소하려는 적 극적인 인식과 자신감을 동북아에서 보다 용이하게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러시아는 세계 제2위의 원유생산국이 자 제1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으로서 자리잡아 이를 정치외교적 영향력 행사에 십분 활용할 것이다. 35)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계속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 다.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 투자연구센터는 향후 20-30년 동안 러시 아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경제성장률 3위 자리를 놓고 브라질과 각축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KDI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 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에 1.2%이나 2025년에는 3.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골드만삭스 투자회사는 러시아 가 2028년에는 독일을 추월해 세계5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 하고 있다. 36) 대체적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이 더디거나 실패하는 한, 러시아의 위상은 강조될 것이고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 에너지 다 34) 유영철, 2005년 10월 p. 5. 35) 러시아는 하루 원유를 734만 배럴을 생산하여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2위의 다량 원 유생산국이다. 수출의 54.6%를 차지하고 있는 원유의 가격이 1999년 이래 강세기조를 타고 있어서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고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36) 유영철, 2005년 10월 p. 10. - 41 -

소비국가들이 러시아에 접근하고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 부시베리아 송유관 부설 문제를 놓고 중국과 일본이 수년 동안 벌이 고 있는 치열한 각축전은 바로 러시아의 자원 레버리지가 급부상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징표다. 이 징표는 곧 동북아 질서가 러시아를 배제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는 석유가스 매장량이 대 규모인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을 정치경제적으로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만큼 동북아에 대한 러시아의 잠재적 영향력은 증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인구이주도 늘어날 것이고 극동에서의 군사력도 강화될 것이다. 또한, 북한핵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러시아 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경우, 석유가스 에너지를 북한에 공급할 용 의를 밝힌 바가 있듯, 북한의 경제력 회복은 러시아가 자원 레버리지 를 한반도에도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컨대, 러시아는 현재 북 한을 관통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과 유전의 연결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나 북한 핵 때문에 추진을 유보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러시아가 당사자는 물론 보장자로서의 역할도 부여받지 못 할 가능성이 있으나 러시아는 이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한의 신뢰구축 단계에 가서 러시아의 군축협상과 이행경험은 물론 한반도, 특히 남 한에서의 군사배치 및 주한미군의 배치 등에 관한 위성정보 능력을 활용해 신뢰형성 정보를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북한과 의 관계는 물론, 다른 참여국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7) 즉, 장기적으로 북한핵문제는 그 해결과정에서나 해결이후에 서나 러시아에게는 동북아 영향력을 제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따 라서,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는 시기에 자국의 영향력을 확 대하는 호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고 이를 계기로 향후 동북아에서 자 국에 유리한 역학관계를 구축하고자 의도할 것이다. 즉,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호재가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역 내국가들의 경쟁과 북한 핵폐기를 둘러싼 역내국가들의 협력과 갈등 37) 유영철, p. 6. - 42 -

관계 등이다. 이와 같은 러시아의 대동북아 영향력 호재를 활용하여 러시아 정 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반드시 협력 지향적이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해서 견제지향적으로 가지 않는 중용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 다. 이것은 과거 냉전기에 중국이 견지했던 대외관계와 유사해질 가 능성을 보인다. 다만, 러시아는 미국이 중국과 대등하게 비중 있는 국 가로서 자국을 인정하도록 요구하고 그런 방향으로 대미정책 내지 대 중국 정책을 펼 것이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러시아의 강대국 성향과 기질이 상실되지 않은 이상, 중장기적으로 동북아에서도 러시아가 미국, 중국, 일본에 대해 세력균형이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연대관계도 모색할 수 있다. 즉, 향후 동북아는 다분히 러시아 요소가 합종연횡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완전히 중국과의 우호협력을 보장하지도 않 을 것이며, 미국에 대해 견제세력으로서만 남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국의 대동북아 영향력 확장에 좋은 수단이 되는 한반도 문제를 어느 특정 국가가 일방적으로 우위에서 관리하지 못하도록 필 요에 따라 견제와 협력을 펼 것이다. (3)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잠재적 역할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미국을 포함해 동북아 국가 모두에게 영향 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원, 특히 석 유가스 자원의 풍족성에서 미래 잠재적 영향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연방은 동북아에서 패권경쟁을 위주로 동북아 질서 구축에 참여하는 대신, 자국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강 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중국, 일본, 한국 등 동북아 핵 심3국은 에너지 소비규모 및 소비량 증가율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보이고 있어 러시아로서는 이를 이용하여 자원협력을 통해 영향력 확 대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발표 - 43 -

한 에너지전략 2020 에 의하면 아직 미개척지라고 할 수 있는 동부지 역이 중장기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전 망하고 있다. 38)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의 동북아에서의 군사력이 향후 미국이나 중국과 일본에 비해 절대적으로 하락하거나 등한시될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러시아는 구소련 해체 이후 전력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 히 미국에 이어 제2위의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래식 전력에 있어서도 미국에 이어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특 히,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러시아가 개입 할 수 있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군사연 습을 2005년 8월 최초로 실시함으로써 유사시 개입의사를 피력하였 다. 특히, 러시아 극동군의 전력은 한반도 또는 동북아에 무력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러시아가 방관하지 않을 가능성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우선 재래식 전력은 러시아 전반적으로 감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동지역의 지상군은 러시아군의 군 개혁시 중요성을 인정받아 오히 려 점진적으로 전력의 증강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된다. 39) 특히, 러시 아 극동전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태평양 함대의 전력은 푸틴 집 권 이전까지는 재정적 한계 등의 영향으로 재정적 한계 등으로 노후 함정을 퇴역시켜 활동영역이 축소되는 현상을 보였으나, 푸틴정권이 후 태평양 함대는 상당한 전력향상을 이루고 있다, 구소련 해체로 가 장 심한 타격을 입은 해군력의 복원을 위해 푸틴과 해군 지도부는 전 력향상을 통해 태평양함대의 중흥을 기하고 있다. 21세기에도 태평양 함대는 러시아 최대의 함대로 잔존할 전망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더욱 보강해 나감으로써 러시아군의 전통적인 남진정책의 터전인 동북아에 의 진출을 보장받고자 할 것이다.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지경학 및 지정학적 으로 세 가지 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 지역은 우선, 21세기 자 38) 정은숙, 중 일 에너지 전쟁, 우린 바라만보나 조선일보, 2006년 4월 15일, p. A31. 39) 유영철, p. 9. - 44 -

원이 고갈될 가능성이 있는 시대에 역내 국가들의 자원보고로서 역할 을 톡톡히 할 것이다. 둘째, 러시아는 부상하는 중국과 패권유지를 노 리는 미국 사이에서 역내 경제와 안보를 연결하여 중재자 내지 세력 균형추의 역할을 보일 수 있다. 셋째, 러시아가 하기에 따라서 대북 군사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동북아 경제협력체를 주도하거나 역내 다 자안보협력을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향후 대내 정치경제적 안 정과 민주적 제도화가 보강되면서 경제발전이 지속적으로 견지되는 경우, 동북아에서의 상술한 세 역할은 실질적으로 전망될 수 있다. 다 만, 동북아에서 강화되고 있는 해양세력 연대를 경계하고 균형을 취 하는 것이 자국의 안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상당기간 중국과의 협력 을, 북한에 대한 지원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생길 수 있는 2020년 전후에는 경제적 역할 을 비탕으로 하여 점차 안보적 역할의 강화로 대외정책을 전환할 것 이다. 이는 전통적인 러시아 영향력을 회복하는 수단이 결국 경제력 보다는 정치군사력에 있음을 역사적으로 경험해온 결과이다. 푸틴 대 통령은 강력한 군사력의 건설 없이는 강력한 러시아도 없다 는 표현 을 집권이래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군개혁을 통한 군사력 강화를 추 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경제호전에 힘입어 중국과의 정치 적 협력으로 활동영역을 옮기면서 중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국력 취약 성을 극복하게 될 것이며, 일본에 대해서도 보다 떳떳하게 외교수완 을 발휘하고 나아가 미국과의 협력과 견제를 역내 안보사안을 중심으 로 감당하고자 할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향후 동북아를 전략적으로 보다 더 비중있게 고려하는 경우에는 미래 잠재적 동북아 균형자 및 중재자 역할은 지금과는 완연히 차별성을 보이는 강도로 전개될 것으 로 전망된다. 40) 40) 그러나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로 인해 다방면에 이르는 국경지역을 관리해야 하므로 동북 아에 안보적 우선순위를 계속 부여해 나갈 것인가는 아직은 의문스럽다. 수도가 있고 전통 적으로 문화를 공유해 오고 있는 유럽방면에 안보적 우선순위를 둘 수 있으며, 미군이 주둔 하고 있고 과거 소련연방을 구성했던 다수의 국가가 있는 중앙아시아와 중동측면의 국경에 대해서도 안보적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45 -

다수의 러시아 이외 지역전문가들은 러시아는 더 이상 구소련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 것이며 초강대국 야심을 이미 포기한 지역강국의 위치로 굳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으나, 결코 그렇 지 않다. 러시아는 영토, 인구, 자원, 군사력 등 강대국의 기초를 보유 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강력한 정치지도력이 보완되는 경우, 러시아의 미래 동북아 역할은 대폭 강화될 것이고 점차 그런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러시아가 미칠 수 있는 동북아 안보환경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강한 러시아 위상의 회 복 이 대외적 목표이므로 이에 충실한 외교안보정책을 입안하고자 한 다. 따라서, 러시아는 중장기적으로 동북아가 러시아의 힘이 배제되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힘을 확보하는 중장기적 기간동안 동북아의 세력유지 및 현상유지를 우선 희망할 것 이다. 최근 러시아가 대중국 협력 강화와 대미국 견제 강화 또는 한 반도에서 남북한 균형적 대응 등이 역내이슈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려 는 목적으로 해석되기보다는 상당한 기간 현상유지가 가능하도록 다 분히 방어적 차원에서 취하는 전략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단 기적인 목표이자 최선의 추구사항이 바로 국경안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중장기 전략의 핵심은 미국도 중국도 패권이 되 지 않도록 하는 틀 을 확보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다자 틀의 안보기구 나 동북아 에너지 수급체계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이 지역 내에서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는 미국과 중국의 힘을 중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자 틀을 통해 러시아가 지역내 중요이슈에 대한 지속적 참여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할 경우 결국 중국과 미국의 주도권을 인 정하고 러시아의 영향력은 점점 약화되는 것을 인정해야하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다. 41) 러시아의 전략가들은 다자 틀을 통해 미국을 통제 하고 중국을 견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영향력 축의 급격 한 확대나 중국의 역할강화가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41) 동북아시대위원회, 주변4국의 중장기 동북아 안보전략 분석, 2005. 4, p. 69. - 46 -

높고 러시아의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시도하는 다자협력체 혹은 다자틀의 체제구축 시도가 미일, 한미 안보동맹체제에 의해 안정이 유지되던 동북아 남방협력에 변화 를 초래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자체가 러시아의 이 지역에 대한 주도적 우월적 지위의 형성을 위한 적극적 목표 추구와는 연관이 없 으며, 동북아 안보환경에 위협적, 적대적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 하기가 어렵다. 이런 각도에서 러시아가 주변국들과 선린 우호벨트를 형성하려는 시도는 동북아 지역 내의 역동성과 융합적 기운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한국은 특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4) 러시아의 중장기 보유 군사력 러시아는 이미 4년 연속 경제성장률을 4% 이상 달성함으로써 안 정 속에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고 이 기틀은 중장기적으로 낙관 적이다. 다른 한편 경성국력의 큰 축이 되는 군사력에 있어서도 러시 아가 결코 경쟁에서 낙오하기는커녕 냉전기의 양진영 중 한 진영의 선도국가로서의 지위를 지속하고 있다. 탈냉전기에 들어서도 재래식 군사력은 꾸준히 개선 내지 개량해 오고 있어서 동북아의 안보구도가 균형을 사실상 취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옐친 이후 국경보호와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하여 선제 핵공격 사용전략을 핵보유국 중에서 제일 먼저 군사독트린으로 대폭 강화함으로써 핵의 실전사용 가능성을 천명하였으며, 다른 핵보유국 들도 이와 유사한 핵전략으로 변경하게 함으로써 군사력에 의존하는 패권추구를 오히려 삼가도록 하거나 지양하도록 하는 효과를 낳고 있 다. 전략무기체계의 한 영역인 핵추진 잠수함 군사력에서, 러시아는 델타-4급 핵잠수함을 6척 1985-92년 사이 취역시켰으며, 1996년에는 보레이급 돌고루키 호를 건조하여 2006년까지 배치하게 될 것이고, 신형 핵잠수함 드미트리 돈스코이 호(23,000톤 급)를 2002년 취역시켰 다. 또한 벨고로드 핵잠수함(18,000톤 급)과 신형 보레이급 핵잠수함 - 47 -

네프스키 호를 5-6년 후에 완공할 일정으로 건조 중에 있다. 특히, 러 시아는 핵잠수함이 ICBM으로 무장하거나 장거리수항미사일을 탑재하 여 무장력을 높이는 대신 소음을 미국 잠수함 수준으로 대폭 줄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또한, 이들 핵잠수함으로 적의 항공모함과 잠수함 을 동시에 목표물로 타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미사일 경우에는 미국의 마시일 방어체제(MD) 구축에 대응하여 신형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1년에 6기 정도 배치하고 있는 신형 미사일인 TOPOL-M의 생산량을 늘여가고 있다. 전략군은 2002년 SS-18 ICBM을 4기 신규 배치하였고 2003년 30기를 추가 배치하였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신 형 미사일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비행중 고도와 궤적을 자유롭게 변 경함으로써 미사일 방어체제를 관통할 수 있는 개념을 실용화하기 위 해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우주전력에서도 미국이나 중국에 쳐지지 않기 위해 러시아 특유의 개발전략을 늦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주 대 우주, 우주 대 지상 공격체제 발전을 위해 토파즈 핵 우주기술을 개발하고 있으 며, 탄도미사일이나 대공방어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레이저 및 빔 (beam) 무기, 프라즈마 무기, 초수평 레이다, 대정보전자전체계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4년 이전에 화성 유인 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고, 군사위성도 61기를 포함해 총 97기를 운용 중에 있다. 전략 핵전력으로서 러시아는 ICBM(SS-18/19/24) 735기, 13척의 실전 배치된 전략잠수함(SSBN-8/18/20/23)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 일(SLBM) 216기, 장거리 전략폭격기(TU-95) 78대에 핵탄두 3,159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적정 수명이 경과했음에도 여전 히 전략핵공군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미국과의 전략핵무 기 감축협정의 하한선인 1700기보다 적은 1,000 기 수준의 선별적인 핵탄두로 핵 억지력을 견지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냉전종식으로 잃은 강대국 지위를 얻기 위한 하나의 수 - 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