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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1) 박경환 * 목차 1. 들어가는말 2. 유학의계승과극복 : 도덕중심주의의계승과이기이원론의극복 3. 기일원론에기초한새로운인간관 4. 동학적인간관의의의 < 국문초록 > 동학은평지돌출의사상이아니라주자학을필두로하는당시제사상의창조적변용 ( 更正 ) 이다. 동학의창도동기자체가주자학적세계의봉건적모순과외세의위협이초래한고통을온몸으로받아야했던기층민중의염원을담은것이라는점에서새로운인간관의대두는필연적이다. 그러나그것은단순히정통사상인주자학에대한부정과극복만의결과는아니다. 동학은오랜시간의역할수행끝에교조화되고억압적정치체제를지탱하는이념으로기능하기에이르렀던주자학적세계관을넘어서는동시에그것이지닌일정한사상적요소들을계승하고있다. 이점을염두에둔다면, 동학사상이지닌민주주의적요소를살펴보려는탐색은유학의극복계승을통한동학의새로운인간관에서출발해야할것이다. 이글에서는동학과유학의 대동과소이 를중심으로세계관에대한검토에서출발해서그것이동학의인간관에서어떠한모습으로나타나고있는지를살펴보고이를통해동학사상에포함된민주주의적요소를보았다. 따라서이글에서는동학이지향한천인합일의주체로서의인간, 만물일체적연대주체로서의인간, 도덕적주체로서의인간, 종교적정감의영성적주체로서의인간등동학이그렸던인간관을재구성해내고자했다. 이러한성과를바탕으로이후동학의평등적 * 한국국학진흥원

8 인문학연구제 46 집 인간관에기초한민주주의적요소는물론이고서구의근대적인간관과다른동학의인간관에기초한새로운민주주의의가능성도모색될수있을것이다. 주제어 : 동학, 유학, 서학, 하늘, 리, 기, 기일원론, 인성, 평등, 민주주의 1. 들어가는말흔히동학의평등주의적인간관을주목해근대적인간관이라일컫고그를통해동학사상이지닌민주주의적요소를지적한다. 그것은불평등한신분제사회인전근대의오랜어둠을지나서수운최제우의侍天主에서출발해의암손병희에와서人乃天의명제로완결되는동학이념의지평위에떠오른인간에대한새로운이해에주목한것이라는점에서타당하다. 그럼에도 근대적인간관 이라는것이과연동학의인간관을나타내는적절한표현인가하는점은다시생각해볼여지가있다. 그것은우리에게근대란곧서구의근대를의미하며, 따라서근대적인간관이란서구의근대이념위에세워진인간에대한이해를의미하기때문이다. 서구의근대적인간관은선천적으로귀속된신분을비롯해어떠한요인에의해서도차별받지않는다는점에서평등하며, 외적강제로부터자유롭고침해받을수없는배타적인권리를지닌독립적존재이며, 이성을본질로지닌채자연을대상으로세계를개척해가는합리적인존재등으로특징지워진다. 사전적의미로 국가의주권이국민에게있고국민을위하여정치를행하는제도, 또는그러한정치를지향하는사상 으로서근대와더불어대두된민주주의는이러한근대적인간관의등장을그배경으로한다. 물론동학사상의인간관과서구의근대적인간관은많은부분에서공통적요소를지니고있다. 다만서구의전근대가기독교라는종교에의한지배의시기였다면, 동양의특히한국의전근대는학문과윤리의일체적사상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9 인유학의지배시기였다는점에서양자는적지않은차이를지닌다. 따라서사상사에서한국근대사상의벽두를장식하는동학이그려내는인간관은서구의근대적인간이해와중첩되는부분도있지만상이한부분도있다. 중첩되는부분이란주로인간평등에관한사유이다. 역사적인측면에서볼때주자학적세계를극복하는과정에서필연적으로수직적위계의질곡에갇혔던인간을해방시키고자한것이동학사상의출발점이었다는점에서 평등한인간 은동학적인간관의중심에자리잡고있다. 그러나동학이그리는인간은서구와달리, 자연과대립하거나지배자의지위에있지않으며타자와의관계에서홀로서있는고립적존재도도구적이성을본질로가지는존재도아니다. 동학의인간은자연을포함한만물과의일체적관계속의개체이다. 말하자면모두인간은만물과 一卽一體, 一體卽一 의관계망속에서연대해있다고보는것이다. 또한인간은도구적이성이아니라도덕적이성이랄수있는선한본성혹은타인을포함하는천지의생명과소통하고합일을추구하는영성적본성을본질로지닌존재이다. 서구의근대란바로중세종교적세계와의결별을의미하며, 따라서근대적인간에대한본질적규정인이성이라는것이우주에편만한신의섭리의존재를거부하며종교적영성을내주고얻은전리품임을생각할때, 이러한차이는한층두드러진다. 흔히이땅에서 근대 를채우는대부분의항목들이자생적산물이아니라밖으로부터이식된것이라고한다. 그러나동학을주목할때, 한국사상사의근대적인간관은서구적인근대가아닌한국적인근대를향한내재적발생가능성의출로를보여준다. 그것은전통의흐름속에서발원해전개되는과정에서평등이라는근대의보편적가치를공유하면서도, 자연과의연대와영성성등서구가중세와의결별혹은근대를향한질주속에서버렸거나간과했던인간이해의여러측면들을오히려안으로품으면서새로운근대적인간관을지향하고있기때문이다.

10 인문학연구제 46 집 그러한요소들은우리가동학을전통사상의계승이라는시각에서바라볼때잘드러난다. 동학은평지돌출의사상이아니라주자학을필두로하는당시제사상의창조적변용 ( 更正 ) 이기때문이다. 동학의창도동기자체가주자학적세계의봉건적모순과외세의위협이초래한고통을온몸으로받아야했던기층민중의염원을담은것이라는점에서새로운인간관의대두는필연적이다. 그러나그것은단순히정통사상인주자학에대한부정과극복만의결과는아니다. 동학은오랜시간의역할수행끝에교조화되고형해화되어질곡적정치체제를지탱하는이념으로기능하기에이르렀던주자학적세계관을넘어서는동시에그것이지닌일정한사상적요소들을계승하고있다. 주자학적세계관과인간관에대한취함과버림의변주라는사상적연속성에대한고려없이는동학의새로운세계관과인간관에대한정당한이해에이를수없는것은그때문이다. 이점을염두에둔다면, 동학사상이지닌민주주의적요소를살펴보려는탐색은유학의극복계승을통한동학의새로운인간관에서출발해야할것이다. 이글에서는이상과같은입장에따라서동학의창도자인최제우의발언을염두에두면서동학과유학 ( 당시의주자학 ) 의 대동과소이 1) 를중심으로세계관에대한검토에서출발해서그것이동학의인간관에서어떠한모습으로나타나고있는지를살펴봄으로써동학적민주주의의탐색에일조를하고자한다. 따라서이글의주된논의에서는동학이지향한천인합일의주체로서의인간, 만물일체적연대주체로서의인간, 도덕적주체로서의인간, 종교적정감의영성적주체로서의인간등동학이그렸던인간관을재구성해내는데초점을맞추려한다. 이러한성과를통해동학의평등적인간관에기초한민주주의적요소는물론이고서구의근대적인간관과차별적인동학의풍부한인간관에기초한새로운민주주의의가능성도모색될수있을것이다. 1) 東經大全 修德文.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11 2. 유학의계승과극복 : 도덕중심주의의계승과이기이원 론의극복 조선을포함한동아시아제국은 19세기후반봉건시대에서근대로의전이를경험한다. 그런데그것은준비된과정이아니라서구혹은서구를한발앞서배운일본에의한제국주의적침탈로인한내외적모순에의해강요된것이었고, 따라서그전이양상도급박하고다양할수밖에없었다. 사상사에서의근대로의전이는곧지배적가치관과세계관이었던유학의지위변화를의미한다. 그리고그것은유학적가치의강고화, 전면적부정, 부분적변용등의여러모습으로나타난다. 유학의사상적독점이붕괴되면서조형된이시기의사상지형을구체적으로들여다보면, 정통론에입각해유학 ( 주자학 ) 의사상적순결성을고수하고명분론적실천을강화하려던斥邪衛正운동의대두와유학의틀을벗어나서구종교에서새로운대안을찾아나섰던서학수용을양극으로하고, 時務에의실용성을강조하며유학이념의현실적변용과서구의물질적진보나아가사조까지도동시에수용하려했던개화사상이그어간에자리잡고있다. 비록직면한당대의현실모순을타개하는과정에서과거 ( 傳統 ) 에대한인식과외부세계 ( 西洋 ) 에대한대응의태도에있어서차이가있기는하지만, 이들사상적모색은한결같이지배계층인유학적지식인들에의해주도되었다는공통점을지닌다. 이와달리기층민중의편에선지식인들에의한모색도있었으니, 신흥종교사상의대두가그것이다. 이들종교사상은고통받던대다수민중의염원을반영함으로써어느사상적모색보다강렬한현실극복과초월의의지를담고있으며혁신적이다. 이들은새로운시대의도래에대한열망과그것을가져다줄자신들신앙의절대적진리성에대한확신속에서현실을넘어서는방안을종교적실천에서찾았다. 이들신

12 인문학연구제 46 집 흥종교사상중가장대표적인것이동학이다. 그러나하늘아래새로운것이란없다는말처럼동학의탄생역시하루아침에평지돌출된것이아니다. 가계를더듬어올라선조를회상하고당시자신의신세를한탄하는데서그일단을엿볼수있듯, 최제우역시전통의흐름안에서살았던사람이고유학적사유에깊이훈습되어있었다. 그런만큼동학창도에서도사유형식과내용양면에서일정부분유학에의지하지않을수없었던것은당연하다고할것이다. 이러한사실을감안하고사상사의연속성을유의해서들여다보면, 동학은유학의대척점에서있지않다. 말하자면, 동학은현실의모순을넘어서새로운세상을여는길을기존사상인유학의극복과계승에서찾았던것이다. 따라서동학에는당시유학이빠진주자학적말류의폐단은물론이고지배이념으로서기성질서와가치를유지하는역할을하는과정에서띨수밖에없었던한계를극복하고마침내본연의이론적지향을구현한결과가반영되었던것이다. 그런점에서동학은당시의그중에서도주로주자학적사유를받아들이되그것이지닌한계를바르게바꾸려는 ( 更正 ) 노력의결과라할것이다. 동학의창시자인최제우가동학과유학의관계에대해 크게보아서는같지만작은차이가있다 ( 大同小異 ) 는말로개괄한것은양자의이러한관계를지적한것이다. 최제우에따르면유학은성인이자연에대한관찰을통해현상계일체변화의원인과존재의근원을하늘에서찾음으로써천명에대한공경과천리에대한순응을제시했고, 배움을통해천도를밝게깨닫고天德을닦는것을도덕적인격에이르는방법으로제시하고있다고한다. 즉, 모든존재의근원이자변화의궁극적원인인天道에서찾고그것이내안에갖추어진천덕을체현해냄으로써도덕적인격의완성을궁극적목표로지향한다는것이다. 유학의본질과근본지향에대한최제우의이러한이해는정확하다. 그리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13 고최제우가추구한동학역시이러한사유형식과지향을이어받고있다. 이처럼최제우는본연의유학에대해이해와긍정적인태도를지녔을뿐아니라, 자신의동학을그것과의연속선상에서파악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敬天에있어서유학의계승을자임하고있기도하다. 그가 역괘大定의수를살피고삼대에敬天하던이치를살핌에, 옛유학자들이천명에순종한것을알겠으며후학들이그것을잊어버린것을탄식할뿐이로다 2) 고하면서원시유학의정신을망각하고제멋대로마음을냄으로써천리를따르지않고천명을돌아보지않는당시의현실을비판한다든지, 修身齊家아니하고道成德立무엇이며, 三綱五倫다버리고賢人君子무엇이며 3) 라면서유학적도덕규범의중요성과그실천의필요성을긍정하거나, 임금이임금답지못하고신하가신하답지못하며아비가아비답지못하고자식이자식답지못한 현실을평생의근심으로삼은것 4) 등을통해서그가유학의도덕규범을중시했다는것을알수있다. 최제우가인의예지를근간으로한앞선성인의가르침인유학과守心正氣를근간으로하는자신의동학을 대동소이 라고한것은이러한이해에근거한것이다. 최제우가생각한유학과동학의 대체적인동질성 ( 大同 ) 은바로도덕주체로서의인간이해와그러한인간본성의실천과구현의중요성을강조한다는점이다. 비록그가 이세상은堯舜之治라도不足施요, 孔孟之德이라도不足言이다 5) 라고했지만, 그것은유학적윤리규범자체나공맹에대한부정이아니라윤리규범이외재적형식으로굳어버림으로써인간내면에호소하는자율적실천덕목으로서의기능을상실하고현실과유리되어가는현상을비판한것이다. 2) 東經大全 修德文. 3) 용담유사 도수사. 4) 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5) 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14 인문학연구제 46 집 한편, 동학이적극적으로넘어서려고했던것은朱子學의이기론적세계관이다. 주자학에서세계를읽는두가지틀은理와氣이다. 리는세계의원인이고법칙이며근원이며, 기는세계를구성하는바탕으로서의질료혹은물질적요소이다. 6) 理와氣의관계에있어서, 존재론적선후를따질경우질료인기는그것에先在하는리에의해생겨났기에 리가먼저있고기가있게된다 ( 理先氣後 ) 고할수있겠지만, 현상세계차원에서보면理는어디까지나그것의현전을가능하게하는구체적바탕인氣와동시에존재하므로선후를말할수없다. 주자학에서는이러한理氣의관계를 不離不雜 으로설명한다. 不離 란현상세계의차원에서파악해낸理氣관계에대한정의이다. 즉현상의모든사물들은리와기가모여서이루어진리기의통일체 ( 理氣之合 ) 라는점에서리와기는서로를떠나서있지않다 ( 理氣不相離 ) 는의미이다. 7) 이런점에서본다면주자학은현상세계에대한설명에있어서는理氣二元論의틀을적용하고있다고할수있다. 한편, 비록현상세계에서리와기는상호의존적이며따라서분리될수없지만, 그러한현상세계사물들의존재원인을소급해가게되면문제는달라진다. 여기서제시되는理와氣의관계에대한정의가바로 不雜 이다. 그것은바로理가기를포함한모든현상적존재의궁극적원인이자원리이며, 따라서기와의논리적분리가능성을지니고있음 ( 理氣不相雜 ) 을말하는것이다. 즉기를포함한만물이생겨나기위해서는만물은물론이고기가있기이전에이미그것들을가능하게하는선행의원리나근원적존재가있어야하는데그것이바로리라는의미이다. 8) 이런점에서본다면주 6) 朱文公文集 권58, 黃道夫, 理也者, 形而上之道也, 生物之本也. 氣也者形而下之器也, 生物之具也. 7) 朱子語類 권1, 理氣上 太極天地上 ; 天下未有無理之氣, 亦未有無氣之理. 8) 같은책, 같은곳, 有是理, 然後生是氣. ; 같은책, 같은곳 ; 未有天地之先畢竟先有此理動而生陽亦只是理靜而生陰亦只是理.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15 자학은현상세계의원인이나근원을해명함에있어서는理一元論의틀을적용하고있는것이다. 현상속의사람을포함한만물은바로이러한리와기의결합으로이루어진다. 즉만물이지닌원리인본성 ( 性 ) 과기질인육체 ( 形 ) 는각각그러한理와氣에의해부여된것이다. 9) 여기서주자학은 理一分殊 의명제에의해리가만물의원리로서내재되어있다는리의사물상의遍在를설명하고, 性卽理 의명제에의해그리와사물의본성을동일시함으로써맹자에게서구체화된유학의성선설을본체론적인차원으로확대하여적용하고있다. 10) 즉, 리는세계의보편적인원인이자법칙으로氣를품부받아생겨난모든사물에빠짐없이내재되어각사물의본성 ( 性 ) 을이루고있다는것이다. 11) 이것은바로 天人合一 로표현되는유학의전통적인천인관계를理氣를근본범주로하는존재론에의해다시해명하는것이다. 즉하늘그리고사람으로대표되는만물은동일한리를공유하고있다는점에서동질적이다. 이러한원칙에따른다면리의내재인성을지니고있다는점에서사람은하늘과동일하고나아가모든사람과사물은동일하다는논리로이어져야한다. 그러나주자학에서는동일한理를공유하고있다는점에서하늘과사람은동질적이기는하지만, 그것은어디까지나원리적인동질성일뿐현실적으로는하늘과사람은차이가있다고본다. 그것은사람은하늘과달리氣를품부받아구성된氣質 ( 육체 ) 을지니고있는존재이며, 바로그기질이본성으로내재된理의온전한실현을제약하거나방해하고있기때문이다. 결국주자학은理氣論을토대로, 理에의해하늘과사람의본질적인동 9) 朱子大全 권58, 答黃道夫 ; 人物之生必稟此理然後有性必稟此氣然後有形. 10) 中庸章句 1장, 人物之生, 各得其所賦之理, 以爲健順五常之德, 所謂性也. ; 朱子語類 권5, 性理二 性情心意等名義, 性則純是善底. ; 孟子集註 권14, 告子上, 性卽天理, 未有不善者也. 11) 朱子語類 권4, 性理一 人物之性氣質之性 ; 天下無無性之物. 蓋有此物, 則有此性.

16 인문학연구제 46 집 질성을제시하는동시에氣에의해현실적으로하늘과사람사이의간극, 즉비동질성을제시하고있는것이다. 12) 또한, 주자학에서는사람과사물이받은기의차별성을내세워사람과사물의본성의동질성을인정하는길로나아가기를부정한다. 13) 이것은사람과사물뿐아니라사람사이에도그러하다. 즉기의차별적인품부로인해사람들은리의보편성에도불구하고昏明과開塞, 剛柔와强弱의타고난구분이있다고한다. 14) 따라서품부받은기의차별성이란것은봉건적세계의다양한현실적차별상을설명하는논리적장치이다. 그리고현상계에서리와기란분리해서생각할수없는하나 ( 理氣不相離 ) 라고하면서도이처럼양자를구분해서설명할수있게하는것은리와기에대한보다근원적인규정인 理氣不相雜 의사유이다. 여기서우리는주자학적존재론이유학이지닌사물에대한인간우위와사람들간의사회적위계 ( 상하, 남녀, 귀천 ) 등현실적불평등을지지하는이론적근거로서기능하고있음을알수있다. 따라서그러한세계에서모든존재들은크게는사람과사물 ( 동물- 식물- 무생물 ) 로구분되고, 사람은다시지배계층과피지배계층으로구분되는위계적질서속에서놓이게된다. 동학의평등적인간관의대두는주자학의理氣二元論的存在論을氣一元論的存在論으로전환시키는데서비롯된다. 그것은곧리와기에관한두규정중에서양자의분리를가능하게하는 理氣不相雜 을부정하는 12) 이러한본질적동질성과현실적비동질성이라는불일치의틈새에서주자학적수양론의입지가생기게된다. 기질의제약과방해를넘어서는도덕실천의노력 [ 수양 ] 을통해현실적비동질성을극복하고본연의동질성을회복해야함을말하고그방법에대해논의하는것이바로주자학의수양론이기때문이다. 13) 大學或問, 以其理而言之, 則萬物一源, 固無人物貴賤之殊. 以其氣而言之, 則得之正且通者爲人, 得之偏且塞者爲物. 是以, 或貴或賤, 而不能齊也. 14) 朱子語類 권59, 孟子九 告子上, 蓋本然之性, 只是至善. 然不以氣質而論之, 則莫知其有昏明開塞剛柔强弱, 故有不備.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17 것이다. 리와기는현상계의사물의차원에서통일되어있어별개의두가지가아닐뿐아니라, 그사물들의근원을소급해올라간궁극적인근원에서도나누어볼수있거나선후를말할수있는것이아닌일체적인것이다. 리는어디까지나기자체가지니고있는법칙일뿐이기때문이다. 이것은리기의관계에대한이해를 기에대한리 에서 기의리 로전환한것이고리가지닌사물의존재원리로서의독립적지위를부정하는것이다. 동학은이러한기일원론적존재론에근거해하늘을설명하고하늘과인간의관계를설명하게된다. 최제우는기에대해다음과같이정의하고있다. 기는허령창창하여일에간섭하지않음이없고일에명령하지않음이없으나모양이있는듯하나모양을말하기어렵고들리는듯하나보기어려우니, 이는또한혼원한一氣이다. 15) 기는이처럼모든곳에존재하면서모든현상적변화를일으키는원인일뿐아니라그러한현상적변화의당체인만물의존재근원이기도하다. 사람을비롯한온갖사물들은바로그러한기의작용에의해생겨난것이기때문이다. 음양이서로고르게펴짐에수백수천가지만물이그가운데에서화내나온다 거나 하늘은五行의벼리 ( 綱 ) 이고땅은오행의바탕 ( 質 ) 이며사람은오행의氣이니天地人三才의數를여기에서볼수있다 16) 는말은바로그것을이야기하는것이다. 결국최제우에게서기는어디에도없는곳이없고어떤변화나사태에도간여하지않음이없다는점에서현상계변화의원인일뿐아니라, 그러한현상계를구성하고있는모든존재의궁극적인원인이기도하다. 이러한기론적사유는최시형에오면한층더분명해진다. 최시형은 우주사이를가득채우고있는것은모두혼원한 15) 東經大全 論學文. 16) 東經大全 論學文.

18 인문학연구제 46 집 一氣 임을밝히고 17) 기란것은天地 鬼神 造化 玄妙를총칭한이름으로모두하나의기 ( 一氣 ) 임을강조한다. 18) 최제우나최시형에서도리에관한언급은보이지만, 그것은주자학에서말하는바와같은기와분리가능한궁극적원인이나근거라는의미를지니지는않는다. 예컨대, 최제우에게서리는 天理 地理 三才之理 自然之理 등의용례에서볼수있듯이존재론의독립적인한범주가아니라단지어떤사물이나현상이지닌이치나도리를가리키는일반적인의미의개념이다. 최제우와달리최시형은리와기를자주 理氣 식의한쌍의범주로사용하고있기는하다. 그러나최시형은 氣가곧理이니어찌반드시나누어서둘이라고하겠는가? 19) 라고말하는데서알수있듯, 理氣不相雜 을인정하지않고있다. 특히 우주는一氣의所使이며一神의所爲이다 20) 는그의언급중 一氣의所使 라는표현은기를 부림 의주체로이해하고있다는점에서주목할만하다. 전통적인주자학의理氣論에서는기에현상계만물과변화배후의궁극적인원인이나능동적인주체로서의자격을부여하지않는다. 기에선행하고기보다우월하며기를지배하는원리인리가있기때문이다. 기는어디까지나그런리에의해생겨난것이고원리로서의리가만물을구성하고현상의변화가일어나도록하는데쓰이는질료적토대이거나 부림을당하는 도구일뿐이다. 따라서주자학에서는우주는어디까지나理의 所使, 즉理의主宰의결과물인것으로이해한다. 그렇게본다면 一氣의所使 라는표현은리의독립성을부정하고리란기를떠나서존재할수있는별도의원리가아니라어디까지나기가지닌 17)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誠敬信. 18)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天地理氣. 19)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天地理氣. 20)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其他.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19 원리나법칙일뿐이라고보는사유체계에서나가능한것이다. 그러한입장이곧기일원론의세계관이다. 여기서기는세계의모든것을이루는유일하고궁극적인원인이며하늘과땅그리고사람을포함한만물 ( 三才 ) 은모두음양오행의기에근본해서이루어진존재이다. 21) 최제우의 侍天主 사상은사람은신, 즉하늘 ( 天 ) 을안에모시고있는존재라는점에서하늘과하나임을천명하는것이다. 그런데그의언급을통해서유추해본다면최제우가제시하고자했던하늘은바로至氣의氣化자체를가리키는것임을알수있다. 최제우는기화를다양하게설명하고있다. 22) 이들언급에서제시되는天道와鬼神 造化등은모두이러한기화인하늘에관한다양한이름들이다. 즉기화과정에있는기가지닌일정한법칙성을가리켜天道라고하고, 그것이음양교체로변화무쌍함을일러鬼神이라하고, 기화를통해만물을화생하는자연스러운 ( 無爲而化 ) 작용을가리켜造化라고한다. 이것은최시형의 귀신은그기가형체를알기어렵고움직임을헤아리기어려운것을말한것이고, 기운은그기가강건하고쉼없이작용하는것을말한것이고, 조화는현묘하여억지로함이없음을말한것으로그근본을궁구하면일기일뿐이다 23) 는말에서정리되어제시되고있다. 기화로서의하늘과기화의결과인사람을비롯한현상적존재들은일기를매개로본질적인동일성을획득하게된다. 즉, 현상적존재들은기가응취하 21) 東經大全 論學文, 하늘은오행의벼리이고땅은오행의바탕이며사람은오행의기이니천지인삼재의수를여기에서볼수있다. 22) 예를들면 원형이정은天道의항상적인법도이다. ( 修德文 ) : 봄가을이번갈아나타나고사시의성쇠가있어서옮기지도바뀌지도않으니이것이곧천주造化의자취가천하에뚜렷이드러나는것이다. ( 布德文 ) : 한번가고는되돌아오지않는이치가없는 ( 論學文 ) : 천지역시鬼神이오, 귀신역시음양인줄이같이몰랐으니 ( 용담유사 도덕가 ) 등이그것이다. 23)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天地理氣.

20 인문학연구제 46 집 여형체를이룬것이고, 하늘은기화의과정에있는혼원한기로서형체를볼수없다는점에서다를뿐 24) 본질적으로동일하다. 그런점에서동학의이러한세계관은전통적인천인합일사상의동학적표현이라고할수있다. 그런데侍天主의천인합일사상은주자학의그것과다음과같은점에서다르다. 우선주자학에서사람이본성으로품수받은것은기가아니라리이며, 기는단지리가안착할수있는바탕 ( 安頓處 ) 인형질을이루는질료적요소일뿐이다. 반면에동학에서 양의사상품기해서신체발부받아내 25) 생긴형체는물론이고, 그속에담긴신령까지도모두기의조화의결과이다. 또한주자학에서리는현상속의사물에내재되어본성을이루고서도여전히현상을초월한본체의세계에서초월적원리로남아있다. 반면에동학에서기는氣化로서현상세계속에서작용하면서 백천가지만물을그속에서化生해내고, 四時의성쇠 를이루며, 雨露의은택 을베풀며, 인간사의 一動一靜과一盛一敗 를主宰한다. 또한주자학에서의리는無造作 無計度의비활성적이고정태적인원리일뿐인 26) 반면에동학에서의기는그것이기화의과정에있건만물속에신령으로구현되어있건한순간도그침이없는靈活한작용성을본질로한다. 주자학적천인합일과달리시천주의천인합일은一氣의내재성에근거해사람과하늘의일체성을강조하는동시에, 일기인하늘이내밖에도여전히기화로작용하면서개체와접하고있음을말하고있다. 최제우가말한神靈과氣化는바로일기의작용성에근거한하늘의내재성과외재성을동시에제시하고있는개념들이다. 또최시형이사람의일거수일투족과마 24) 문 : 사람이한울이라함은무엇이뇨? 답 : 有形曰사람이요, 無形曰한울이니, 有形과無形은이름은비록다르나理致는곧하나니라. ( 吳知永, 東學史, 5~6 쪽 ). 25) 東經大全 용담유사 도덕가. 26) 朱子語類 권1, 理氣上 太極天地上 ; 理却無情意, 無計度, 無造作. 이러한理의성격에대해牟宗三은 心體與性體 에서 실재하기는하되활동하지않는것 ( 存有而不活動 ) 으로규정하고있다.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21 음씀이모두기화의작용에의거해이루어지는존재라고설명하거나 27) 우리사람의화생은하늘의신령스런기를모시고화생한것이고, 우리사람이살아가는것도역시하늘의신령스런기를모시고살아가는것이다 28) 고한것도그러한맥락에서이다. 따라서 시천주개념은바로지금까지생각해온신이우리의밖에초월적으로존재하는것이아니라만물과더불어안으로는신령으로존재하면서, 밖으로는기화작용으로끊임없이간섭 명령 통일하고있는존재임을밝힌것이다. 29) 최제우의언급중에서이러한내재적하늘과외재적하늘을포섭하고있는존재로인간을이해하는단서는여러곳에서찾아볼수있다. 예를들면 교훈가 의 나는도시믿지말고한울님을믿어라. 네몸에모셨으니舍近取遠하단말가 라는것이내재적하늘의사유를보여주는것이라면, 을묘천서의체험이나상제와관련된언급들은외재적하늘에대한사유를보여주는것이다. 그러면, 이기이원론에서기일원론으로의존재론적전환이지니는중요한의의는무엇인가? 그것은수직적인존재론적위계질서 (Ontological Hierarchy) 를부정하고모든존재의일체적평등의세계를제시하는것이다. 理氣論에서理와氣로대표되는형이상 / 형이하, 본체 / 현상, 靜 / 動, 절대성 / 상대성, 불변성 / 가변성등의표현들은결코단순한사실이나상태를기술하는것이아니다. 그것은곧 운동과변화속에있는상대적인형이하의현상세계 에비해 27) 東經大全 용담유사 도덕가. 28)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靈符呪文. 29) 김춘성, 최시형사상의현대적의의 ( 최시형최시형과동학사상, 예문서원, 1999), 54쪽. 참고로, 이런점에주목해혹자는동학은유신론의외재적 [ 초월적 ] 신과범신론의내재적신이라는단일극성적인이해를반대일치의변증법적인논리로써동시에포용하고있음을밝힘으로써동학의신관을전통적인유신론과범신론이창조적으로종합 지양된 범재신론 (Panentheism) 의한유형으로규정하고있다.( 김경재, 최수운의신개념 ( 동학사상과동학혁명, 청아출판사, 1987), 127~128쪽 )

22 인문학연구제 46 집 정적인불변속에있는절대적인형이상의본체세계 가더욱근본적이고선행하며가치적으로우월한세계임을말하고있기때문이다. 이점은주자학적존재론에서理氣관계가 理先氣後 氣生於理 理主氣從 理主氣奴 등으로표현되는데에서단적으로확인할수있다. 이러한존재론적위계가문제가되는것은그것이곧바로사회적관계의위계질서를정당화하는이론적근거가된다는점이다. 즉, 전통사회가드러내는지배계층과피지배계층, 군주와신하, 남편과아내, 어른과아이와같은사회적관계속의불평등성과그에따른현실적인억압은바로이러한理氣論的존재론에의해정당한것으로지지된다. 따라서기일원론으로의전환은리의권능과우월성을無化시켜버림으로써사회적불평등과억압의구조를부정하고나아가동질적인기의共有라는사실에의거해인간은물론이고만물의평등을말할수있게되는존재론적근거의제시라는의미를지닌다. 동학의기일원론적세계관은여전히주자학적이기론의형식을빌어서제시되고있을뿐아니라기본적인사유구조에있어서도유학의전통적인천인합일사유를계승하고있다는점에서, 어쩌면최제우가말한대로주자학과 大同小異 의것일수도있다. 그러나그것은 小異 이되단순히 小異 에머물지않는다. 동학이당시이땅의암울한중세를비추는근대의빛이었을뿐아니라, 현재에있어서도서구근대의빛이만든그림자를넘어서는대안으로거론되게하는동학의중요한사상적요소들, 예컨대불평등을넘어선평등, 억압을넘어선해방, 죽음을넘어선살림, 인간중심적이기주의를넘어선만물과의연대등등은다름아닌그러한세계관의 소이 로부터도출되어나오는것이기때문이다. 그러한도출을매개하는핵심사상적고리가다름아닌기일원론이다.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23 3. 기일원론에기초한새로운인간관 1) 人乃天의천인합일적존재로서의인간최제우의 시천주 사상은사람은하늘을안에모시고있는존재라는점에서하늘과하나임을천명하는것이다. 그런데앞서언급했듯이동학에서말하는천이란곧氣化의주체이며조화의주체이다. 최제우가말한氣化란신령한본성을지닌세계의모든생명적존재들이빚어내는우주적생명의큰흐름을파악해낸개념이다. 따라서조화란바로이러한신령스런존재들이큰흐름속에서생겨나고사라져가는생명의운동이다. 이러한기그리고그기의작용인기화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하늘과인간은다같은기라는점에서동일하다. 단지기가응취하여형체를이룬것이사람을포함한만물이고그것이조화의과정에있는혼원한기로서형체를볼수없는것이하늘이다. 30) 주자학에서도천인합일을말하고있다. 그러나주자학에서말하는천인합일은그현실적간극을인정하고있다. 즉비록사람의내면에보편적리가내재되어있다는점에서하늘과일체적인존재지만, 사람은동시에기의구체화인기질을지닌다고봄으로써하늘과사람의긴밀한일체성은현실적으로완전한일치가아닌간극을지니는것으로본다. 그러나동학의 侍天主 사상과그것의전개인 사인여천 사상은인간마다천이내재되어있다고봄으로써하늘과사람의완전한일치성을말하고한걸음더나아가인간의주체적자아로서의지위를강조하고있다. 이러한사상에서양반과상민, 빈부와귀천, 남자와여자, 적자와서자의모든봉건적차별을넘어서서다같은군자로서의인간을상정하는평등적인간관의도출은필연적인것이라고할수있다. 30) 吳知永, 東學史, 5~6 쪽, 문 : 사람이한울이라함은무엇이뇨? 답 : 有形曰사람이요 無形曰한울이니, 有形과無形은이름은비록다르나理致는곧하나니라.

24 인문학연구제 46 집 이점에서동학은주자학적방법론을극복하는과정에서외재적인천리를부정하고모든인간내면의도덕적근거인 양지 를통해인간의완성을도모하고, 그러한양지의보편성을근거로평등적인간관에기초한근대적인자아에의맹아를키웠던양명학과외견상유사성을지닌다. 그러나양명학에서 마음밖에는아무런사물도없다 ( 心外無物 ) 거나 마음밖에는아무런이치도없다 ( 心外無理 ) 라고철저하게천도와천리의내재성을강조함으로써, 외부사물이나타인의마음을부정한채내면으로용융시켜버리는것이라는점에서동학과다르다. 동학은천인합일을통해하늘이내안에들어와있다는내재성을강조하는동시에하늘이내밖에도여전히기화와조화로작용하고있음을말하고있기때문이다. 이러한천인합일은동학이내면의하늘을말하고있으면서도여전히밖의하늘과의문을열어놓고있음을말해주는것이다. 2) 만인이평등한주체로서의인간주자학은천인합일과性善사상이지닌평등적인간관의가능성에도불구하고, 오히려理氣論에근거한존재론적위계를현실의사회적관계에그대로적용함으로써, 불평등한인간관계를오히려정당화하는데에이르고만다. 이는주자학이지배자중심의이념인반면 31), 동학은당시의사회적위계에서가장낮은곳에있던피지배자의사상이라는점외에도, 존재론에서있어서이기이원론과기일원론성의차이를반영한것이기도하다. 인간평등사상의초기명제인최제우의 侍天主 이든최시형과손병희로이어져한층적극적으로천명된 人乃天 이든, 모두기일원론적존재론을 31) 유학이자체에내재된평등적인간관의가능성에도불구하고존재론적위계에근거해사회적차별의근거를모색하고그정당성을선전해온것은 불평등을정당화하는이념들을만들어내고유포하는것이권력과특권을유지하는중요한수단가운데하나 ( 박호승, 평등론, 24쪽 ) 이기때문이다.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25 이론적전제로삼고있다. 예를들어최시형의다음과같은주장을보자. 나의한기운 [ 一氣 ] 은천지우주의원기와서로통했으며, 나의한마음은조화귀신의所使와한집의활용이니, 그러므로한울이곧나며내가곧한울이다. 32) 이는一氣의동일성을근거로나와하늘이하나임을말한후, 그것이나에게만해당되는것이아니라나와다를바없이一氣의 所使 인다른모든사람들에게서도마찬가지임을강조한다. 이러한철저한기일원론적존재론에서는이기이원론에서와같은존재론적위계론의틈입을원천적으로허용하지않는다. 동학이설정한평등한존재로서의인간의모습을이끌어내는계기는두방향에서주어졌다. 하나는전통적유학 ( 주자학 ) 의사유체계이고다른하나는서학, 즉천주교이다. 전자가이론적이상으로주어진계기라면후자는눈앞의현실로서드러난직접적계기이다. 일찍이유학이제시한평등적인간관은하나의이론적가능성으로머문채현실의계급적사회구조속에서한걸음도나아가지못하고실현되지못했다. 즉, 유학은천인합일적사유에근거한성선론이지닌만인평등의가능성 ( 길가는사람들이모두요순과같은사람이라는언명자체가지닌 ) 에도불구하고현실의위계질서예를들면, 남자와여자, 군주와신하, 지배계층과피지배계층, 어른과아이, 남편과아내등모든사회적관계에있어서의선후, 본말, 우열의질서를인정하고정당화하는데서벗어나지못했다. 이는주자학과동학이지닌두가지의서로다른조건을반영하는것이다. 하나는유학과동학의주체의상이함이다. 전자가부단히지배자중심의이념으로기능해온것이라면, 동학적인간관은그내용의유사성에도 32)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其他.

26 인문학연구제 46 집 불구하고사상창도의주체인최제우가당시의위계에서말단, 열등한피지배계급의염원을담은사상이기때문이다. 유학은지배자중심의이념으로서그것자체에내재된평등적인간관의원칙적가능성에도불구하고, 현실의지배관계를합리화하기위한사회적차별의정당성을제시하고있다. 이는 불평등을정당화하는이념들을만들어내고유포하는것이권력과특권을유지하는중요한수단가운데하나이기 33) 때문이다. 그러한동학은그러한주자학적세계관에서벗어나서지배자중심의현실적차별을정당화하는논리를극복하려는분명한자각과의식을지니고있다. 또하나는앞서설명한바와같은동일한성선적인간관을차별적이게해주는존재론적기반이다. 전자가이기이원론혹은리일원론적주자학적세계관을바탕으로한것이라면, 후자는기일원론적세계관을바탕으로한것이다. 이기이원론에서는리의보편적편재라는점에서모든존재는평등한것이라는원칙을말하지만, 현실적으로리는기속에내재한다는점에서타고난기의다양한양상에따른제약작용에의해차별적양상으로존재한다고한다. 유학적세계관과인간관이동학이창조적계승을통해평등적인간관을내는이념적원천이었다면, 현실태로서현실적가능성을보여준것은서학의교리와실천이었다. 서학에서는하느님앞의만민의평등을강조하기때문이다. 그런데, 비록다같이평등을말하고실천할것을강조하지만, 당시서학이말하는만민의평등은어디까지나신과의관계속에서다같은죄인으로서의평등이라는점에서동학의평등관과도다르다. 동학의이러한평등적인간관은 내수도문 에서그간가부장제적위계와사회적계층질서속에서차별받던며느리나, 어린아이에대한사랑의 33) 박호승, 평등론, 24 쪽.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27 강조에서두드러진다. 비록나의며느리이고내자식이라도엄연한시천주의주체로서그들을대해야한다는데서평등적인간관의극치를보게된다. 이러한평등적인간관은최시형에게이어져조선시대의대표적인차별인반상과적서의차별을집안을망치고나라를망치는근본원인으로보고그러한사회적차별을거부하고사람들사이에공경에기초한관계를세울것을말하게되고 34), 이후동학운동과정의집강소시기에서는 폐정개혁12개조 로실천적지침이되기에이른다. 35) 3) 도덕적주체로서의인간동학은인간을도덕적본성을지니고있고본성에따른도덕적실천을할수있는존재로보는점에서유학적인간관을설정하고있는점에서유학의계승이라고할수있다. 최제우는여전히 수신제가아니하고도성덕립무엇이며, 삼강오륜다버리고현인군자무엇이며 36) 라면서유학의도덕규범과도덕실천의필요성을긍정하고있다. 또한 임금이임금답지못하고신하가신하답지못하며아비가아비답지못하고자식이자식답지못한 시속을평생의근심으로삼았다는것은그가유학적도덕규범을중시하고있음을보여준다. 37) 34)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布德, 389쪽. 35) 폐정개혁 12조가운데제 5조및제 6조의노비문서소각과천인에대한대우개선및백정이쓰는평량갓폐지는봉건사회에서억압의대상이었던노비와백정의사회적지위개선에관한조항이며, 제 7조청상과부의개가허용은유교적규범에의한남녀차별적요소중의하나였던부녀의자유로운혼인결정권을허용하라는것이다. 또한제 9조에서관리채용에있어서지벌을타파하고능력에따른인재등용을주장한것여기타고난신분출신에의해독점되었던양반계층인재채용의문제점을타파하려는것이다. 맨마지막의제 12조토지평분의주장은그러한사회적차등의경제적토대가되는토지의균분을통해신분적차등을넘어서려는것이다. 36) 용담유사 수도사. 37) 이러한유학적규범관과인간관은최제우이후에도일관되고있다. 예를들면 1892년

28 인문학연구제 46 집 최시형역시도덕적주체로서인간을강조하고있는데, 근래에와서사람의윤리가업신여겨지게되어정녕부모가나를낳아길러주신것을알면서도등한히하고소홀히하여효도하는자가매우적거늘 38) 이라고하고있다. 동학이서학의많은부분을긍정하면서도서학을비판하는가장중요한이유중의하나가바로서학이결여한인륜의측면이다. 즉, 서학은부모의제사를부정하고오륜을부정한다는것이다. 39) 최제우가생각한유학과동학의 대체적인유사성 ( 大同 ) 은바로도덕적주체로서의인간에대한규정과그러한본성의실천과구현을말하고있는점이다. 그는비록 이세상은요순지치라도부족시요, 공맹지덕이라도부족언이다 40) 고하지만, 그것은유학의윤리체계자체에대한부정이아니라, 요순의다스림이나공맹의덕도통하지않는말세의현실에대한개탄이거나유학의말폐, 즉도덕규범이교조화함으로써실천의주체인사람과이화되어자율적실천덕목으로서의기능을상실한당시의현상에대한비판이다. 이러한 대체적인유사성 은무엇보다창도자인최제우가유학적소양을바탕으로하고유학적관념에깊이훈습되어있었기때문이며, 여전히당시까지유학적이념이가진현실구속력이완전히상실되지않았기때문일것이다. 특히교조신원과정의각종의동학측의문건을보면 유학과의작은차이 조차뒤로감춘채유학과의친연성을한층더적극적으로강조하고있다. 비록교조의신원과동학의공식적인인정이라는현실적목적을 공주집회에서작성된교조신원을위한 立議通文 에서도 유학은인륜과교화에서공이있다 는점을강조하고있으며, 1893년의광화문복합상소문에서는동학이불 선의양도를수용한것은인륜을부정하려는것이아니라단지불교의자비와선가의수련을겸하려는것이라고하여유학적도덕규범의계승을강조하고있다. ( 동학문서 57쪽 ; 같은책 91쪽 ) 38) 海月神師法說 道訣. 39) 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 40) 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29 성취하기위한전략적필요에따른것이라고는해도, 어쨌든그러한발언이나올수있었다는것은동학이도덕적주체를인간의주된요소가운데하나로설정하고있다는기본적인사실을떠나서는설명할수없다. 4) 만물일체적연대의주체로서의인간만물일체적연대는앞서살펴본기일원론의자연스런귀결이자, 사람사이의평등적관계를사물에게까지미루어확장한결과이다. 동학에서기는세계의모든존재를이루는원인일뿐아니라, 그것들이이루어진이후에도부단한기화의작용을통해간섭하고간여하는것이다. 따라서이러한동학적기일원론에서는그것이인간이든사물이든타자와고립되고격절되어존재하는개체는없다. 다같이일기의소산이며기화의작용에의해상호연계되어있기때문이다. 그것이기일원론적만물일체혹은만물평등의사상이다. 41) 그런데동학은이처럼만물일체적평등을제시하는한편그러한만물들중에서인간이지닌독특한역할을강조한다. 예컨대, 사람은五行의빼어난氣이다 42) 이라거나 사람의몸에있는이치와기운 ( 理氣 ) 이바르면천지에있는이치와기운도바르고, 사람의몸에있는이치와기운이바르지못하면천지에있는이치와기운도바르지못하다 43) 는것이그것이다. 나아가서최시형은 만물중가장신령한것은사람이므로사람은만물의주인이다 고까지주장하고있다. 44) 41) 우주의만물이모두하나의기와하나의마음으로관철되어있다 거나, 어찌반드시사람만이홀로한울님을모셨다고하겠는가, 천지만물이한울님을모시지않음이없다 는최시형의언급 ( 天道敎經典 海月神師說法 靈符呪文 ) 이그대표적인예이다. 42) 天道敎經典 海月神師說法 天地父母. 43) 天道敎經典 海月神師法說 虛와實. 44) 天道敎經典 海月神師說法 其他.

30 인문학연구제 46 집 이처럼만물중에서사람의특수한지위를인정하는데서더나아가만물의주인이라고까지언급하는데이르면, 앞서의만물평등의주장과일견모순되는듯하다. 그러나이 주인 을문자그대로主奴관계에서의 주인 의의미로보아서는안된다. 이말의진의는바로그구절을이어서살아가기위해서오곡백과의자양에의존하며하늘로서하늘을먹는원리에따라사는사람은心告를통해천지만물이서로융화하고소통에이르도록노력해야함을말하는데서드러난다. 그것은평등한일체적관계의사물들중에서심을지닌자각적주체인사람에게만물일체적연대의실현이라는책임과역할을부여하는것이다. 그리고그러한역할은 어느한사물도한울님을모시고있지않음이없음 을인정하고사물과의관계에나아가는 敬物 의태도에의해수행되어야한다고이야기하고있다. 45) 따라서그러한역할은인간에게주어진특권이라기보다는의무라고할수있을것이다. 46) 이처럼동학에서는타자와고립되어있는추상적인개인이란없다. 우주의모든존재들은공통적으로일기의소산일뿐아니라, 그러한일기의작용이관철되어있다는점에서상호연관과상호교류의관계망을형성하고있다. 이러한상호교류는인간을넘어만물로확장된다. 동학은인간의내면을향하는시선속에서는인간의신령성에대한긍정이드러나고밖으로향하는시선에서는인간자신과같은신령성을지닌수많은타자들에대한긍정이드러난다. 기일원론의유기적이고생기적인사유는성리학에서도찾아볼수없는것은아니다. 성리학초기의기일원론을명시적으로제시한장재는물론이 45) 天道敎經典 海月神師說法 待人接物. 46) 사람과사물의관계규정과관련된이러한동학의만물일체적연대의주체로서의인간관과유학적인문주의에서의인간중심주의는정확히 敬物 과 愛物 사이에존재하는차이만큼의차이를지닌다. 敬物 이평등한대상과의관계방식이라면, 愛物 은양자의불평등성을전제한시혜적관계방식이기때문이다.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31 고정호의사상에는다른학자들에서와달리우주적생명의식과가치의식에근거한만물일체의사유가두드러지게나타나고있다. 그러나성리학의집대성이랄수있는程朱學에이르면비록원칙적으로는理一分殊의논리에근거해세계에彌滿遍在해있으며따라서사사물물이모두그것을체현하고있는존재임을말하면서도현실의사물들이실제로인간과동등한주체로서적극적으로긍정되는데까지나아가지는못한다. 예를들면, 사람과사물의본성간의동일성과차별성의문제를집요하게추적했던조선성리학의인물성동이논쟁의경우역시그러한모호한경계에서야기된문제를인간중심적도덕학의입장에서해명하려는학술적시도였다고할수있다. 47) 동학은기본적으로성리학이인물성동이론을통해인간중심적도덕의한계를지키기위해다같은보편적원리이고법칙인리를구유한존재이지만, 사람을제외한사물의범위로성선의범위를확장하는것을꺼린것과는달리적극적으로사물들에게서도하늘이내재되어있음을인정하고있다. 물론그렇다고해도여전히그러한내면에천을모시고있는모든사물들중에서사람을가장빼어난존재로보는점은유학에서와변함이없지만, 유학이지닌철저한인간중심주의로부터는벗어나고있다. 주자학은그들이계승을자임했던맹자에게서보이는인간중심의성선론에서 48) 벗어나리의보편성을말하고있기는하지만, 여전히현실에있 47) 그런점에서볼때, 인물성동이론에서동론은성리학적본연의명제인이일분수의논리자체에철저하려고했던입장인반면, 이론은그러한이일분수의논리를방치할경우필연적으로이르게되는위험성, 즉인간중심적도덕학의위기를자각하고다양한논리적보완 ( 비록그것이확고한대전제인이일분수를넘어설수없는미봉적방법이기는하지만 ) 을통해인성과물성의차별성을확보함으로써그것을막아보려는입장이었다고할수있다. 48) 맹자의인간관을인간중심적성선론이라고하는것은, 아직도가는물론이고불교의본체론적사유의영향을받지않았기에본체인천도의遍在에대한사유는철저하게나타나지않기때문이다. 즉맹자는사람만이하늘의덕성을나면서부터자신의내재적

32 인문학연구제 46 집 어서는기혹은기질에의한제약의다양한양상을들어뭇존재들의현실적차별성을설명하고있다. 반면에동학에서는사람을포함한모든존재가동일하게至氣의조화작용으로생겨난것인이상, 하늘을내면에모시고있다고본다. 내면의천을모시고있는존재이고그런점에서하늘과화엄의 一卽一切, 一切卽一 의사유와유사하게개체와전체의연관성내지는유대성을강조한다. 5) 영성적주체로서의인간氣論이지닌유기적이고생기적인사유는성리학에서도찾아볼수없는것은아니다. 성리학초기의기일원론을명시적으로제시한張載는물론이고程顥의사상에는다른학자들에서와달리우주적생명의식과가치의식에근거한만물일체의사유가두드러지게나타나고있다. 따라서그것은우주적가치론이거나생명적가치론이라고말할수있는어떤요소를분명하게지니고있다. 그러나이기론적사유에기초한실천유학의철학화와사변화가진전되는程頤나朱熹에이르게되면, 그러한경향은탈색되고이론적합리성이지배하는규범학의가치의식과합리의식이라는건조한내용이강조되게된다. 여기에이르면유학의내재적천이란곧도덕법칙의근원인천리의내재화에다름아니게된다. 그러나동학의내재적천이란지기와의接靈으로설명되는것처럼어떤영성적요소까지도포함하는것이다. 수운의 13자주문에서볼수있는바와같이동학이추구한것은단순한윤리적으로원만한인격의완성이아니라, 천지의신령스런기운으로서의하늘과하나가되고만물에관철된거 본성으로서지니고있으며그것이야말로사람을여타의동물과본질적으로구분해주는요소라고설명하고있다.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33 룩한조화에동참하는우주적이고종교적인자아의고양이다. 동학이유학과사회규범의중시와기초한내적도덕적수양의강조라는윤리학적체계로서의사상적지반을공유하면서도, 종교가될수있는이러한이로인한것이다. 따라서, 인간을영성적주체로보는이러한동학의인간관은전통적인유학적인간관과의차별성은물론이고서구의근대적인간관과의차별성을본격으로구명하는데관건이되는요소라고할수있다. 4. 동학적인간관의의의이상의논의를통해우리는천인합일의주체로서의인간, 평등적주체로서의인간, 만물일체적연대의주체로서의인간, 도덕적주체로서의인간, 영성적주체로서의인간등동학이그렸던인간관의대체적인면모를구성해낼수있었다. 오늘날서구의근대적인간관에서인간의본질로제시했던 이성은더이상참과거짓, 가치와몰가치를식별하는능력이아니라목적달성을위한효율적수단 으로전락했다. 그리고그러한이성을지닌인간은 소극적자유의보호막안에서개인들은원자화되고파편화되어도덕의진공상태에표류하며 49) 자연과의연대나타자와의연대를상실한채있다. 이것이서구적인근대적인간의모습이고, 우리가따라배워서여기에까지온우리자신의모습이기도하다. 그것이욕망이든도구적이성이든아니며도덕이든, 인간을어느하나로편면적으로규정하고몰아갈때치러야하는대가를우리는목도하고있는것이다. 이성중심의인간관은타자와의정감적연대를막고나아가자연과의대립, 분리되는현상을초래했다. 서구근대이래보편이란이름아래추 49) 이승환, 유가사상의사회철학적재조명, 349~350 쪽.

34 인문학연구제 46 집 구되어지금에이른인간의모습이그것을보여준다. 또한도덕중심만의인간관은도덕의식일변도의건조한인간을만들고도덕규범의교조화와형식화는사람의온전한생명을억압하는폭력으로돌변하기도한다. 이점은주자학적도덕의식이만연한조선이라는도덕왕국이드리우는그림자에서확인할수있다. 도덕중심의인간관에대한반발로나타난근대이래의욕망중심의인간관역시인간의정신적가치나지향의중요성을간과할뿐아니라, 욕망의본질적속성으로인해타자와의격절을초래한다. 특히, 오늘날우리사회가직면한부정적모습과미래에대한부정적전망의근거는더이상욕망에대한억압의결과가아니라오히려욕망에대한절제나제한의결여혹은과도한욕망의부추김에서찾아져야하는것임은누구나동의하는바일것이다. 이러한점에서볼때우리는동학적인간관속에서전통적자연관에근거한인간관을시대적사명속에서창조적으로계승해, 개체의자유와전체의조화를모순없이양립시키고억제와방임의양단을넘어서는적절한욕망에대한제어를실현하면서만인의평등이라는근대이래인류의보편적가치를추구할출로를본다. 우리사상사에서동학은이땅에서거둔창조적인사상의목록에들수있는몇안되는성취중의하나라고할수있다. 동학에서우리는유학이기획하고지향했지만현실적으로좌절할수밖에없었던이상의궁극적실현을발견할수있기때문이다. 즉, 동학은유학이봉건사회의현실적한계로인해이론적천명이나불완전한구현에머물수밖에없었던인간존중과만인평등사상을마침내실현해낸것이다. 그것은최제우라는시대적아픔에동참한인물의강렬한열망과사상적반추를통해유학에의거하되유학을넘어서는사상적전환을이루어내었기에가능했을것이다. 동학으로하여금유학을넘어서서당대의현실속에서민중의염원에부응하고새로운시대를여는사상일수있게한단서가되는 소이小異 를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35 가능하게한가장중요한계기는존재론상에서주자학의理氣二元의사유체계를氣一元의사유체계로전환하는데서시작되었음을확인할수있었다. 즉, 동학은그러한존재론적전환을통하여현실의불평등의근거가되었던존재론적위계를부정하면서사람과만물을포함한만유의평등이라는사유에이르게된것이다. 汎在神論 (Panentheism) 으로불리는동학특유의하늘과인간에대한사유와근대사상적요소로서의인간평등사상은모두이러한존재론적전환으로인해가능했던것이다. 그것은동학으로하여금근대의개벽기이던당시는물론이고현재도여전히대안적사상으로서의모색가능성을열어놓게해주는계기이다. 특히우리가동학을주목하는것은그속에서자유, 평등, 인권등근대적이념의자생적원류를발견할수있기때문이다. 동학은부자유스럽고차별과부조리한억압이넘쳐나는현실에맞서사람은하늘을모시고있다는 시천주 의인간관을천명함으로써, 모든사람이절대적자유의존재이고평등하고고귀하다는사실을확인해주었다. 한편, 동학사상은사상사의흐름에서서구적인근대가아닌한국적인근대를향한내재적발생가능성의출로를보여준다. 동학의인간관을보면전통이라는발원지에서전개되어온인간평등이라는근대적보편가치를제시하면서도, 자연과의연대와영성성등서구가중세와의결별혹은근대를향한조급증적질주속에서버렸거나간과했던인간이해의여러측면들을온전히유지하고있기때문이다. 이러한점에서동학은중세의어둠을깨치고왕조의끝자락에팽배한불안을넘어서서근대를향한빛과희망을주었으며, 오늘날인권과자유그리고민주등인류가보편적으로추구하는가치를충족시키면서도서구의근대적인간관과차별적인동학의풍부한인간관에기초한새로운민주주의의모색의가능성도열어놓고우리를기다리고있다.

36 인문학연구제 46 집 참고문헌박경환, 동학과유학사상 ( 동학학보 제 5호, 한국동학학회, 2003. 김경재, 최수운의신개념 ( 동학사상과동학혁명, 청아출판사, 1987). 김춘성, 해월사상의현대적의의 ( 해월최시형과동학사상, 예문서원, 1999). 신일철, 동학사상의전개 ( 한국사상 17호, 1980). 예문동양사상연구원편, 수운최제우, 예문서원, 2005. 동학농민전쟁100주년기념사업회편, 동학농민전쟁연구자료집1, 여강출판사, 1991. 여강출판사편, 동학문서, 여강출판사, 1985. 천도교중앙총부, 天道敎經典, 천도교중앙총부출판사, 2002. 오지영, 동학사, 영창서관, 1938. 박호승, 평등론, 창작과비평, 1994. 大學或問. 朱文公文集. 朱子大全. 朱子語類.

동학적민주주의의토대, 동학의인간관 37 Abstract The Democratic elements of Dong-hak in it's understanding on human nature Park, Gyeong-hwan Dong-hak is the result of creative change of many idea including Confucianism, Buddhism, Taoism. Dong-hak was trying to accommodate the wishes of the people suffering from the suppression of feudal system and the foreign power at the time. The new understanding of Dong-hak on human nature was born in such a background. However, Dong-hak is not simply a results of making a denial of the traditional idea, Confucianism. Dong-hak not only overcome the world view of Confucianism but also have inherited the elements of Confucianism that have supported up the repressive regime. If we do not take into account such relevance between Confucianism and Dong-hak, we can not correctly understand Dong-hak. In this paper, through research on homogeneity and heterogeneity between Dong-hak and Confucianism, we study the democratic elements of Dong-hak. The result of Such a research will help discovering the eastern way of democracy. Keywords: Dong-Hak, Confucianism, Chatholic, Heaven, Li, Chi, Chi-Monism, Human-Nature, Equality, Democracy < 필자소개 > 이름 : 박경환소속 : 한국국학진흥원전자우편 : ithinkme@kordastudy.or.kr 논문투고일 : 2013 년 6 월 30 일심사완료일 : 2013 년 7 월 15 일게재확정일 : 2013 년 7 월 20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