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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목차2_수정 1211

Transcription: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분석을중심으로 - 최윤영 ( 서울대 ) Ⅰ. 들어가는말 현대사회의특징으로정보화, 기술화와지구촌화를들수있다. 기술의진보는정보와물자, 사람이오가는다양한방식의네트워크를만들어가고있으며지구는점차하나의마을이되어가고있다. 이러한과정에서거리의개념, 특히원거리의개념은더이상소통의장애요인이아니며이제중요하지않은듯보인다. 그러나작가타와다가지적하듯이, 1) 이러한것은 멀다는것 이문제가되지않는상황이라기보다는점차 가깝다는것 이망각되고등한시되는현실로거꾸로읽어낼수있을것이다. 가까운현실, 특히우리가잊고싶은, 어두운현실은이러한기술의진보에대한환호속에묻히고있다. 이러한가까움은바로우리의유년시절의트라우마라고할수있고본논문에서다루는두작가의경우어머니와이와결부된 ( 결국은자신의 ) 죽음이라고할수있다. 롤랑바르트가그의 밝은방 Die helle Kammer (1980) 에서정의내린 풍크툼 punctum 이라는개념은이러한가까움을다시인식하는중요한매개개념이라할수있다. 이글에서는바르트의풍크툼과매체의상관관계를살펴보면서이를기반으로풍크툼을통한인식, 그리고최종적으로개인의구제라는주제를다루게될것이다. 이때 개인 은개별적인것과보편적인것의매개 1) Yoko Tawada: Überseezungen, Tübingen 2002, S. 101: Man sagt mir, die Welt sei vernetzt, die Entfernung spiele keine Rolle mehr. Es schien mir aber so, als ob nicht die Entfernung, sondern die Nähe keine Rolle mehr spiele.

104 최윤영 를주창했던근대의열광적, 영웅적개인개념을이야기하는것이아니다. 예를들어르네상스의천재적개인이나막스나헤겔에서보듯역사를이끌어가는근대시민사회의주체로서의개인을의미하는것이라기보다는현대기계시대에도대중속에서자기동일성을찾고자하는사적개인을의미한다. 이러한개인은자신만의고유한과거와기억에기반해서자신의정체성을확인하고자하는개인이될것이다. 역사의기억이점차더외부적, 공식적매체에의존하는시기에개인의기억작업은점점더어려워지고이러한상황은거꾸로개인적기억에더많은관심을기울이게하고있다. 여기에서기억과회상을통해개인을구제하려는시도의고찰은롤랑바르트의풍크툼개념을가지고 W. 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Austerlitz (2001) 의분석을통해서이루어질것이다. 두텍스트의장르는다르지만모두글과사진의관계를다루고있다. 더나아가어머니에대한기억을다루고있고특히죽음이라는관점에서다룬다는공통점이있으며이는풍크툼의본질에속하는것이라고할수있다. 두작품모두풍크툼을통하여근대의지속적, 연대기적시간의진행을중단시키고자신만의시간을찾아가고자신의가까움을다시찾지만결과가어머니와죽음과연결됨으로써결국은자기자신의파국으로회귀되는 가까움 이라할수있다. 분석에서는바르트가이야기한풍크툼적인인식이실제로소설에서는어떻게실현이되고있는지, 그리고상이한다양한매체들이이목적을위해서어떠한방식으로사용하고있는지를중점적으로관찰하게될것이다. 한개인의정체성이과거의회상과기억을통해구성되고재구성된다면풍크툼은잊혀지고배제된자신의과거에대한접근을허용하는독특한계기를의미할것이다. Ⅱ. 롤랑바르트의 밝은방 Die helle Kammer 롤랑바르트는저서 밝은방 논의에서사진이라는시각매체를논의할때다른이론가들과달리사진의기술적측면이나예술적측면보다는존재론적,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05 현상학적인측면에관심을보여주었다. 그는사진의핵심적특징을기존의이론에서처럼외부현실의재현이나재현의정확성, 사진이가지는사회적문화적기억이나기록적측면, 혹은예술적측면에서보지않았고또한사진과사진사와의관계에주목하지도않았다. 그의주된관심은사진이라는매체를통해일어나는 보는것 과 보여지는것 이아니라오히려 보여지는것 과 관찰자 의관계에있다. 이때바르트는이관계를 스투디움 studium 과 풍크툼 punctum 이라는새로운용어를도입하면서설명하고있다. 라틴어에서유래하는스투디움이역사, 세계, 그리고문화의이해를통해서해석되는사진의코드화된특정측면을이야기한다면이와대조되는개념으로상정된두번째요소, 풍크툼을통해서그는자신의독특한이론을전개하고있는데이때사진을개인을사로잡는매체로설명하고있다. 그는풍크툼을다음과같이직접정의내리고있다. 두번째요소는스투디움을부순다 ( 혹은분절시킨다 ). 이때그것을찾는것은 ( 스투디움의영역에서는내가바로나의자발적인의식을가지고한다면 ) 내가아니며그요소자체가마치화살처럼주변의상관관계에서나를뚫고지나가기위하여튀어나온다. [...] 두번째요소는스투디움을평정에서끌어내는데나는이것을풍크툼이라부르고싶다. 왜냐하면풍크툼은찌르기, 작은구명, 작은얼룩, 작은베인자국, 그리고주사위던짐을의미한다. 풍크툼은사진의우연한요소인데그것은나를찌른다 ( 나에게상처를입힌다, 나를맞히는것이다 ). 2) 바르트가 밝은방 에서행하는풍크툼서술을고찰할때이글은다음의두가지요소, 즉사진과관찰자의관계와관찰의내용에주목하게될것이다. 우선적으로풍크툼경험은사진과관찰자사이에서일어나는것이고이를일대일관계로상정하고있다. 즉다시말해서사진은관찰자를일반적인혹은무작위의다중관찰자의입장에서상대하는것이아니라사진속의어떤작은우연적요소가관찰자의개인적, 사적측면을건드리는것이다. 사진에 2) Roland Bartes: Die helle Kammer. Bemerkungen zur Photographie, Frankfurt a. M. 1989, S. 35-36.

106 최윤영 대한이론들은초창기부터대중매체로서의속성을강조하면서차별화되었는데바로사진이대중매체로서다대다관계를바탕으로하고있기때문이다. 사진이라는매체의특성은 - 벤야민식으로이야기하자면 - 대량복제와대량확산이가능하고수용또한대중적으로일어나는데있다. 3) 그러나많은경우사진은이러한대량생산, 대량수용의관계를은폐하고사진과관찰자의관계를마치일대일의사적관계인양친밀화, 개인화하려는경향이있고특히광고나상업용사진들에서는관찰자에게개인적으로말을거는환상을만들어이러한효과를의도적으로노린다. 풍크툼의관찰자는이와반대로대중매체의보편적인관점이나평균적인정서에서사진을보지않는다. 그는사진을통하여자신이개인으로사진에관련되고그로인하여영향관계에있어서도개인적으로영향 ( 상처 ) 를받는다. 그는사진을보면서사적개인으로서의자신을인식하는것이다. 바르트는풍크툼은사진을확장하는 제유 metonymie 의능력이있다고말하는데제유는 은유 metaphor 와구별된다. 4) 은유가한대상을다른대상이나개념으로대치하는관계를통해성립되는비유관계라면제유는그대상의특징을사용하여축소또는확장하는개념이다. 사진을통해관찰자를개인으로호명하는풍크툼은그의대체불가능성, 환원불가능성을일깨우며개인에게충격을주는것이고이러한점에서사진이라는매체와개인과의관계가성립하는것이다. 매체와관찰자라는관점에서풍크툼은벤야민의아우라와비교해볼수있다. 5) 벤야민이그의 기술복제시대의예술작품 논문에서현대에이전예술 3) 벤야민의경우전통적예술작품과사진, 영화같은현대의매체를비교하면서전통예술의아우라가사라짐을한탄하면서동시에대중적관객의등장과이들의태도변화에서새로운가능성을보고있다. 자세한것은 Walter Benjamin: 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 in: Benjamin, Walter: Illuminationen, Frankfurt a. M. 1977, S. 159f. 4) Vgl. R. Bartes, a.a.o., S. 55. 5) Vgl. Andrea Gnam: Fotografie und Film in W. G. Sebalds Erzählung Anbros Adelwarth und seinem Roman Austerlitz, in: Martin, Sigurd / Wintermeyer, Ingo (Hgg.): Verschiebebahnhöfe der Erinnerung. Zum Werk W. G. Sebalds, Würzburg 2007, S. 37f.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07 이갖고있었던아우라, 고급예술작품이갖고있는 현장에서의일회적현존성 einmaliges Dasein an dem Orte 의몰락을한탄하고있다면, 6) 롤랑바르트는사진이라는같은기술복제시대의매체를통하여개인의구제를시도하고있다. 왜냐하면풍크툼을통하여바르트는사진이개인과맺는특수한관계에주목을하면서이러한관계를복원하고이를자신의우연하고개인적인일시적경험이아니라사진의본원적관계로서논의하고자하기때문이다. 바르트는이때벤야민의아우라설명에서나타나는전통예술작품과관련된, 주고돌려주는시각을다시해석하고있다. 즉벤야민의경우사진은이러한아우라가없이 돌려주는시각이없이사람을촬영한다 고보았는데, 7) 바르트는사진에서의예술작품과관찰자개인사이의일대일관계를주목하면서관찰자를향한시선을부각시키고있다. 사진의풍크툼은사진속의대상과개인관의관계를통해대상의일회적현전성을확인하고있기때문이다. 벤야민은전통예술인회화에서는 일회성과지속성 Einmaligkeit und Dauer 의결합을그리고현대예술인사진에서는 일시성과반복성 Flüchtigkeit und Wiederholbarkeit 을특징으로본다. 8) 그러나벤야민이생각했던제례의식이나종교의식혹은고급예술과의관련에서가아닌, 매체와관찰자인개인과의관계가일회적현전성으로특징이지워진다는점에서풍크툼은 사진의아우라 라고할수있는것이다. 두번째로중요한것은과연사진이개인에게말을걸고회상시키는내용이무엇인가라는질문이다. 바르트는사진의운명, 에니마를바로죽음에서본다. 그는사진을연극과의관계에서설명하면서공통점을죽음에서보는데무대위배우들의분장자체에서이미죽은육체를발견한다. 우리가사진에서아무리살아있는모습을보려고노력한다할지라도 ( 게다가 삶과의가까움을만들려는 집착은죽음에대한불만을신화적으로부정하려는행 6) W. Benjamin, a.a.o., S. 139. 7) W. Benjamin: Über einige Motive bei Baudelaire, in: Benjamin, Walter: Illuminationen, Frankfurt a. M. 1977, S. 233. 8) Ebd., S. 143.

108 최윤영 동에불과할수있다 ), 사진은원시연극과같으며일종의 활인화 ( 活人畫 ) 이며우리가죽은자를보게되는움직임없는, 분칠한얼굴의형상화이다. 9) 밝은방 이라는책을쓰게된동기를바르트는어머니의죽음이라고이야기한다. 어머니가죽은후그는어머니의옛날사진을정리하면서어머니가다섯살적에온실에서찍은사진을보게된다. 오빠와같이등장하는어린이로서의어머니는그가몰랐던측면이지만이사진에서그는동시에세상의그무엇과의유사성의측면이아닌, 또한대문자어머니가아닌, 혹은사회적존재로환원시킨어머니가아닌, 개인으로서의어머니의 선한 본질적측면을확인하게된다. 더나아가사진은관찰자에게바로어머니의다섯살적의과거의모습과개인으로서최대의비극이라할현재의죽음을같이일깨워준다. 사진은매체자체의본성상바로 한때거기에존재했었다 와 이제는거기에더이상없다 를동시에보여주는변증법속에서과거와미래의공존의장소로기능하기때문이다. 10) 어머니가죽는다는사실은 존재할것이고그것은존재했다 는것은관찰자로하여금미래를두려움속에서지켜보게만든다. 이러한사진의동시성은 - 프로이트식으로말하자면 - 관찰자로하여금그의멜랑콜리를불러일으키며죽은자를슬퍼하면서이별하게되는 애도 Trauer 가아니라죽은자와의관계를아직도정리하지못하는 멜랑콜리 Melancholie 속에서일어나게만든다. 11) 이멜랑콜리는관찰자와다시관계한다. 어머니의어린시절사진을눈앞에두고나는말한다. 어머니는죽을것이다. 나는 이미발생한파국앞에서있는위니코트의정신병자처럼전율을느낀다. 어머니가죽었는지의여부를알든모르든주체에게여하간사진은이와같은재앙이다. 12) 9) R. Bartes, a.a.o., S. 41. 10) Ebd., S. 95. 11) 실제로상실한과거를찾아가는여정을그린 아우스터리츠 소설전체를시대사적이나개인사적으로나과거와결벽을할수없는 멜랑콜리 라는관점에서관찰할수있다. 이와관련해서는이경진 : 제발트문학에나타난멜랑콜리연구 : 발터벤야민의멜랑콜리적역사철학을중심으로, 2008 년서울대학교석사논문참조. 12) R. Bartes, a.a.o., S. 106.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09 사진속의어머니를바라보면서관찰자가어머니로회귀할때이과정은포근하고따뜻한모태라는과거로가는과정이아니고어머니의죽음으로다가간다. 바르트가발견한어머니사진은자신의부재를알려줄뿐만아니라자신안에서어머니의존재 ( 탄생 ) 를느낌으로써거꾸로자신의죽음과죽음의문제들을해결한다. 어머니로의회귀가가지는의미는어머니의죽음을통해서그의다가오는죽음을알게되는것이다. 내가품을수있는유일한 사유 는저최초의죽음끝에나의죽음이새겨져있다는것이다. 두죽음사이에는기다리는것외에아무것도없다. 13) 사진은관찰자에게결국존재를확인시켜주는동시에존재의부재를확인시켜주며그의내면에깊숙이가라앉아있고, 잊고있었던감정인자신의죽음에대한두려움을일깨운다. 이러한풍크툼은현대의시간관과도관계한다. 풍크툼이일어나는인식의순간은시간의멈춤 ( 바르트는 사토리 라는일본불교의개념을차용하면서이를어떤 공 ( 空 ) 의지나감 이라고해석한다 ) 으로특징지위진다. 이러한멈춤의순간은사진을영화나다른시간적매체와구별하는특징이기도한데이러한멈춤, 정지의순간을통하여사진은관찰자를사로잡는다. 이제관찰자가서있던, 모두에게통용되는, 더불어근대의시간적억압을의미하는진행형, 전진형, 지속적시간개념은멈춰서고정지되거나단절적이고단속적인시간개념이작동하기시작한다. Ⅲ. W. 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Austerlitz 제발트의소설 아우스터리츠 는제3 제국시대에독일과독일점령국의치하에살았던유대인들의 어린이수송 Kindertransport 14) 이라는특이한주 13) Ebd., S. 82. 14) 많은유대인들은유럽에서유대인에대한차별과박해가시작할때이미유럽을떠났다. 그러나떠나지못하고남아있었던많은유대인들은마지막에는어린이들이라도구하고자유럽밖의영국의단체등과협력하여 어린이수송 Kindertransport 혹은 Refugee Children Movement 을시작한다. 이때약 10,000 여명의어린이들이독일, 체코, 폴란드,

110 최윤영 제를다룬홀로코스트문학의일종이라고볼수있으며그의탁월한문장력과정밀한묘사력이돋보이고또한철학적, 미학적, 역사적세계관을유감없이펼쳐보인제발트소설의최고봉이라고일컬어지는작품이다. 또한이소설은뛰어난문학적완성도라는측면에서뿐만아니라다양한매체를사용했다는점에서소설형식상으로도주목을끌었다. 이소설은여타소설과달리글만으로이루어진것이아니라작품곳곳에사진과설계도, 계획도등시각자료를많이담고있기때문이다. 사진이보여주는대상물의스펙트럼도매우넓은데기차역, 요새설계도, 수용소, 자료보관소사진에서부터배낭이나시계, 당구공, 나비표본상자, 올빼미의눈등매우다양하다. 소설이진행되면서이러한거대시설과단순한작은물건 ( 대상 ) 들은보존 / 수집과소멸 / 파기의변증법을통해서개인사와역사가서로밀접하게얽혀있음을드러낸다. 15) III.1. 사진과글 이소설에서사진과글은복잡한관계속에서있다. 저자는글과사진의배치에있어서매우신경을많이쓴것으로전해진다. 글과사진은때로독립적이고독자적으로해석될수있는모습을보이기도하지만전체적으로는소설의진행상서로의존적인관계에있다. 독자들은이사진들을통하여글에등장하는사물들, 건물, 장소등에대한즉물적이고분명한시각적형상을얻을수있다. 16) 즉사진은글을지시해주는기능을가지고있으면서동시에 헝가리에서부모곁을떠나새로운가정으로편입되었다. 부모들은나중에합류하고자했지만아가타의경우와같이체코를갑작스레침공한독일의신속한프라하통제때문에수포로돌아갔다. 이당시의어린이수송에대한연구서로는 Mark Jonathan Harris: Kindertransport in eine fremde Welt, München 2001 가있다. 15) 예를들어주인공은몇십년을변함없이항상한낡은군용배낭을들고다닌다. 배낭은화자에게는비트겐슈타인을연상시키고그외에도많은대상들과관계하지만무엇보다도주인공이자신의과거를환상속에서다시보게될때어머니가챙겨준 먹을것이든작은배낭 으로자신을확인하는징표가되고이배낭은주인공에게는 삶에서유일하게믿을만한것 으로된다.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11 사진은소설의내용전개에따라시각적인이미지를보여주고있기때문에의미화기능에있어서글에종속되어있기도하다. 무엇보다도흥미로운것은사진이가지는양가적인기능이다. 사진은한편으로는이매체의일반적특성상픽션인소설에진정성과사실성을부여한다. 그러나제발트스스로말하듯이대부분의사진이 신뢰를주는 기록적인기능과연관되지만때로이와반대로보는관찰자를 불안하게만드는 기능을가지는데작가는소설에서사진의이러한후자의기능에더많은비중을두고있다. 17) 사진은시공간, 그리고인물과독특한관계를맺고있는데이미사진이찍혀지는순간부터이미그인물은그시공간에존재하지않는다. 즉사진은그순간에그자리에있음뿐아니라바로이제는그자리에없음을기억하는매체로서존재와비존재의변증법을생명으로하고있는데작가는특히사진속인물들의소멸에주목하고있다. 예를들어소설의 81쪽에등장하는어린소녀의사진은소설의맥락에서독립시켜자체로만보면집앞의정원의자에앉아강아지를안고서서미소를짓고있는귀여운어린아이의사진으로볼수있다. 그러나소설을읽어가는독자들은이미소설의내용을통하여이사진이수몰지구에사는소녀가자기집앞정원에서찍은사진임을알고있다. 때문에앞으로더이상거기에있을수없다는미래시간의현전이라는관계속에서보면소녀의사진은소설의주제인몰락과파국을목전에둔희생자로서의사진으로해석되는것이다. 소설의주인공아우스터리츠는행동하는주인공이자자신의운명에무지한상태로부모를찾아가야하는운명의희생자로서등장한다. 아우스터리츠는소설속에등장하는화자인 나 에게역사를설명하기도하고사진등의자료를제공하기도하고토론을같이하는스승의역할로등장한다. 아우스터리츠의직업은런던의미술사학과교수이다. 즉주인공은건축사와문명사의전문가 16) 흥미로운것은이사진들의효과가독자들에따라다르게작용할수있다는것이다. 외국독자에게는이사진들은소설속에서잘알지못하는내용을시각적으로보여주어정보제공효과가큼으로써소설의낯섦을완화시켜주는스투디움에더가까운효과를내고있다. 17) A. Gnam, a.a.o., S. 27 에서재인용.

112 최윤영 이고직업상과거를쫓아가고기록하고연구하는사람이자과거를글과사진으로정리해기억을저장하는일을하는사람이다. 그러나그의주관심대상은역사속에서의인간과문명의진보나발전을기록하는것이아니라반대로문명과문화의몰락과재난에있고그는많은역사적사건들과기념비적건축물들을이와같은맥락에서해석하고정리한다. 그러나동시에그는예순이넘어서야자신의개인적과거를본격적으로찾아가는데 - 이는정확히소설분량의절반에서시작된다 - 과거를조사하는이러한선천적능력과전문가적경력을가지고과거의어두운터널을더듬어간다. 이때그는과거의흔적을사진매체를통해서라도발견하고자하는데여기에서사진과의관계에서능동적사진사가아니라수동적관찰자로등장한다. 문명의과거와현재를기록할때에는그는적극적인기록자이자정리자, 해설자의역할을맡아사진을찍지만우여곡절끝에발견한자신의개인적사진에서그는수동적관찰자에머물수밖에없다. 더군다나그의개인적기억을담고있는사진에서사진에등장하는주인공이지만정작본인은당시를기억할수없음으로해서사진들은그에게확인의기능이나이를통한안정감을주지못한다. 사진의과거현실은픽션인소설의글속에서다시확인되어야한다. 책의표지에등장하는가상인물아우스터리츠의어린시절의사진은이러한점에서주목할만하다. 거친황야를배경으로하고있지만이와대조적으로하얀파티복으로화려하게성장한한남자어린아이의사진은이미그대조적인이미지로소설을읽기전에독자에게호기심을불러일으킨다. 소설의내용이주인공이어린시절의상실한기억을찾아가는것인데바로이사진 ( 혹은사진의해명 ) 이최종목표일것같은기대를준다. 결국프라하의옛집으로간주인공은유모에게서유일하게그의어린시절을담은이사진을받게되고가면무도회를갈때찍은사진이며뒷면에서할아버지가직접써놓은 자크아우스터리츠, 장미여왕의시동 이라는문구까지보게된다. 독자는그의이름을확인하고그가시동으로서어머니옆에서옷을잡아주었을것이라는추측을할수있다. 그러나이와달리저자는이사진에결정적인의미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13 부여를하지않고또한이것이자기찾기의종착역이되게만들지도않는다. 주인공은이사진에서그의과거의흔적을궁극적으로찾아내고안도하는것이아니라아무것도기억해낼수없는현재에불안감을갖기때문이다. 그날이나그후에도무척애를썼지만나는그역할을하는나자신을기억해내지못했어요. 이마로비스듬히흘러내리는머리카락이난특이한선을알아보았지만, 그밖의모든것은과거의압도적인기억들에의해내머릿속에서지워졌어요. [...] 베라가내게어린기사의사진을내놓았던슈포르코바에서의그날저녁나는사람들이생각하는것처럼감동을받았다든가당혹스러워한것이아니라오히려말도생각도사라지고, 아무것도떠오르지않았어요. (S. 267-268) 18) 어머니의사진도마찬가지이다. 아우스터리츠는어머니가호송되어간테레진도시내부설계도, 실제조직도, 배급상황등을다시재구성해나가다가당시의나치의테레진선전영화를보면서여기에서등장하는인물들에서어머니의흔적을찾으려한다. 여기에서도작가제발트의매체에대한성찰적사고가돋보인다. 주인공은빠르게재생된영화의동영상속에서어머니의모습을볼수없다는데절망한다. 그래서아우스터리츠는이번에는영화를다시네배저속으로복사하여영화를재생시킨다. 매우느린속도로재생된영화는보통속도재생에서볼수없었던숨겨진사람과사물을보게해주었을뿐만아니라영화의파손된부분을점으로, 빈공간으로해체시켜균열과틈도보여준다. 19) 저속으로재생된영화는시각적으로뿐만아니라청각적으로도영화를다른각도에서보게만든다. 인물들의동작들뿐만아니라음악과음향도낯선의미로해석하게만들어주인공에게때로끔찍한느낌을준다. 18) 졸고에서는 W. G. Sebald: Austerlitz, Frankfurt a.m. 2001 를인용하며인용문뒤에괄호안에쪽수를표기하여약기한다. 이작품은안미현이 W. G. 제발트 ; 아우스터리츠, 을유문화사 2009 로번역하였고수많은인용과다방면에걸친지시사항등때문에번역하기가상당히난해한작품이나 - 부분적오역이있음에도불구하고 - 대체로충실하고완성도높게번역되었다. 19) 흥미로운것은벤야민도유사한관찰을하고있다는것인데그는반대로영화의고속촬영사례등을언급하면서영화의 시각적무의식 을언급하기때문이다. Vgl. W. Benjamin, a.a.o., S. 160-162.

114 최윤영 예를들어흥겨운폴카는장송곡으로들린다. 이러한시도는기술매체로서의영화의본질을보여주는데그는결국어머니를모습을찾는데실패한다. 아우스터리츠가우여곡절끝에찾아낸음악회청중가운데의한여인의모습은어머니가아닌것으로판명이되기때문이다. 결국그는프라하연극문헌소자료더미에서어머니의사진을발견해낸다. 그의과거추적은역시마찬가지로이사진에서끝나지않고이장면은소설의절정을이루거나아우스터리츠의성취감이나격한감정적반응을보여주지않는다. 그는어머니의사진을화자에게기념으로넘겨주고다음에는아버지의흔적을찾으러파리로떠난다. III.2. 과거를찾아서, 자신의정체를찾아서 소설에서가장중요한사건은나치시대의 어린이수송 으로어린나이에프라하의한행복했던가정에서영국의한삭막한목사가정으로입양된아우스터리츠가그의잃어버린과거와부모를찾는과정이다. 아우스터리츠는웨일즈의일라이어스라는한칼빈파영국인목회자가정에서성장하게되는데그가떠나온체코의가정과는정반대의분위기를가지고있다. 역동적이고사회개혁적인인물인아버지와무대에서는오페라가수인, 마찬가지로정열적인아름다운어머니를둔아우스터리츠는활기차고정이많은따뜻한가정에서자라고옆집에사는대학생유모베라의헌신적인배려로프라하의가정에서행복한유년시절을보낸다. 베라는그에게체코어뿐만아니라프랑스어를가르치고여기저기데리고다니면서다양한경험의기회를준다. 그러나나치의프라하침공으로인하여부모가모두유대인인아우스터리츠의가정은초토화된다. 아버지는먼저파리로도피하고미처피신하지못한어머니아가타는아들만이라도구하고자쓰디쓴이별의고통을감수하고어린이수송으로하나밖에없는아들을영국에홀로보낸다. 그러나주인공은너무어려서이러한역사적, 가정사적배경을알수없고정반대의분위기의목사가정에입양되어과거를모두잊어버린다. 그의과거의망각과이후기억에대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15 한의식적이고지속적인거부는자신을보호하려는자기방어의차원에서이해할수있고그의내부에가라앉아의식화되지도않고언어화되지도않고꿈등을통해막연하게떠오를뿐이다. 프라하의집과달리이영국목사집은종교적측면만강조하는, 매우메마르고정이없는가정이었다. 이러한황량함은추위와침묵이지배하는집이라는묘사나라디오나신문도없고사진이나그림조차없었던집이라는설명에서도드러난다. 이러한가정에서주인공은감성이메마른채로성장하게되는데달랐던그의과거를암시하는듯한장면들이종종등장한다. 예를들어그는양어머니가관속에누워있을때끼고있는긴손장갑의화려한진주장식을보고자기도모르게눈물을흘리게되는데이대조는독자의호기심을자아낸다. 20) 그러던어느날갑자기아우스터리츠는학교에서교사로부터이제까지사용하던데이비드일리어스라는이름이아니라자크아우스터리츠라는본명을사용하라는말을듣게된다. 그는자신이이제까지알고있었던정체성에큰혼란을겪게되는데더군다나이낯설고흔치않은, 현실과접맥시키기어려운이름이외에는과거로가는실마리가아무것도주어지지않은상황은그를심리적으로혼란에빠뜨린다. 처음에는내가아우스터리츠라는이름에대해전혀아무것도상상할수없는것이나를가장불안하게만들었지요. (S. 102) 그의영국인양부모는그의출신에대한모든참고사항을삭제했고부인이사망하면서목사인남편은심리적정신적공황상태에빠져수용시설로가고아무도알아보지못한다. 자신의입양기록을기록관리소에서찾아보려했지만런던공습으로인하여관련자료는모두분실된다. 그는그의일상적삶의궤도에서이탈해나와불안한상태에있고자신의정체를찾아나서야하지만아무런실마리가없다. 20) 그이유는프라하의옛집에돌아간후어린시절에즐겨방문했던재단사모라비츠의작업장때문이었음이소설의후반부에서설명이된다. 그녀는오랜세월동안위층의한궤짝에간직해왔었던결혼식복장을하고한번도본적없는작은진주단추가많이달린흰장갑을끼고있었는데, 그모습을보자나는설교자의집에서처음으로눈물이났어요. (S. 99) 이뿐만아니라항상닫혀있었던영국집의창문은그를갑갑하게만드는데이는프라하에서항상열린창문으로남다른관찰력과호기심으로세상을보았던과거가있었음을둔중하게암시한다.

116 최윤영 이소설은과거를찾기위한두가지방식을제시한다. 하나는스투디움적조사이고다른하나는풍크툼적인식이다. 바르트가스투디움을열정을가지고대상에몰두하는것과연관시키듯고등학생이었던아우스터리츠는이름이외에는아무것도주어지지않은상황에서과거를찾기위해 조사 를시작한다. 마침학교역사시간에나폴레옹의아우스터리츠전투에관한주제를다루게되자그는이동명의나폴레옹이거둔최대의승리로평가되는전투의조사에열성적으로몰두하게된다. 주인공은교사를놀라게하는훌륭한역사학보고서를쓰지만정작개인적과거에대해서는아무것도알아내지못한다. 그는대학에진학하고오랫동안자신의과거를찾고자하지만여전히실마리를찾지못한다. 즉다시말해서그가의도적으로혹은전문적으로행하는조사작업은그에게언급할만한성과를가져다주지않는다. 이와반대로과거로의수수께끼를푸는실마리를주는것은바로풍크툼적인 찌름 이며이는몸의억압된기억을되살리고이기억을재생시킨다. 그는고통스러운과거로인하여과거를의도적으로 / 비의도적으로잊어버리고근원의문제를피해간다. 그러다가리버풀스트리트역의체험이후우연히자주가는골동품가게에서그는라디오에서들려나오는나치시대의어린이수송에관한이야기를듣고직감적으로 나는이기억의조각들이의심할바없이나자신의삶과도관련이된다는것을 (S. 208) 알게된다. 여기에서청각적인자극을통해주인공은개인적과거로가는문을열게된다. 바르트가풍크툼을설명하면서자주사용한단어가바로 화살로쏜것처럼자기에게맞는다, 당사가자되다 betreffen 이라는단어인데즉주인공이의식적으로의도적으로접근을하는것이아니라바로대상이관찰자를의도치않은순간에사로잡게되는경험을한것이다. 여기에서출발하여그는과거를찾는실마리를긴세월에걸쳐하나하나찾아확인하게된다.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17 III.3. 풍크툼과기억그리고인식 소설에서는스투디움과풍크툼의관계에있어서바르트와편차를보여준다. 즉바르트는시각매체인사진을대상으로풍크툼을논의하지만이에반해서제발트의소설에서사진보다는다른방식을통하여풍크툼적인인식이일어나기때문이다. 이러한점에서이소설에서자주등장하는 조사작업 과 추체험 의관계는흥미롭다고할수있다. 이는스투디움과풍크툼의관계로유비시킬수있다. 주인공은직업상과거를추적하는역사연구자이다. 특히그는세부사항에관심이많고스스로말하듯공간적지리적조사와추적에남다른재능을가지고있다. 이작품에서이러한열성적인조사는주인공스스로밝히듯 대체적혹은보상적기억으로작용해온수십년동안계속해온지식축적 (S. 206) 이라는맥락에서해석할수있다. 즉그의남다른노력은잃어버린과거에대한보상적기능을행한다. 그러나그의이러한철저하고세부적인조사는정작자신의과거를추적하는데큰도움을주지못한다. 바르트가설명하는스투디움은독일어의 슈투디움 Studium, 즉학업이나연구를뜻하기보다는전통적인정보, 즉사진이가지고있는문화적요소들을뜻하지만사진의코드화된정보이든, 현대적의미로조사이든간에이러한의도적연구는자신의과거추적을적극적으로밀고나가지못한다. 과거로들어가는결정적인실마리는항상불시에우연적으로예기치못하게일어나고주로육체적재기억, 정확하게말하면과거의공간적장소에다시들어서면서시간의흐름을중단시킬때일어난다. 이미프루스트는바르트의풍크툼체험매체를확장하고있다. 스스로의도한것이아니라매체 ( 대상 ) 에서화살처럼날아와그의가슴을찌르는풍크툼은사진뿐아니라소설장르를대상으로도논할수있다. 또한소설안에서도시각적매체뿐아니라다양한신체적매체를통해일어나는데바르트자신도인용하듯프루스트가신발을벗으려고몸을숙이는순간갑자기할머니의진정한얼굴을갑자기보았던것처럼, 21) 소설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에서는오후차시간의마 21) R. Bartes, a.a.o., S. 80.

118 최윤영 들렌의맛이라는우연한계기에서어린시절을줄줄이이끌어낸다. 22) 즉전자에서는몸의동작의반복을통한추체험이, 후자에서는미각이풍크툼의매체로작용한다. 매체는어원적의미그대로 중간자, 즉사이에놓여있는것 으로서매개자, 전달자를뜻하는데제발트에게는기억작업의작동은풍크툼적인인식을통해바로과거의공간을다시회상할때일어난다. 이때몸에저장된기억은이러한추체험에서활성화되고다시과거를찾아가는데중요한역할을한다. III.4. 공간적기억과개인의정체성 가장결정적인풍크툼의경험장면은바로그가어린시절프라하에서육로와해로를거쳐기차로영국에도착했을때그를데리러온양부모를처음만난리버풀스트리트정거장의여자대합실에서일어난다. 아우스터리츠는풀리지않는자신의과거의수수께끼를찾아밤마다거리를헤매다가우연한계기로평소에자주갔었던역의대합실안으로들어가본다. 거기에서그는자신의과거를데자뷰처럼다시보게된다. 기차역사는이소설에서자주등장한다. 소설의첫시작장면도, 주인공아우스터리츠와화자가처음만난장소도안트베르펜의기차역이다. 이기차역에서두인물은이기차역의과거사를이야기하면서이기차역의공간적건축양식의의미뿐아니라시간적, 역사적과거의의미에도주목한다. 즉벨기에왕조의과거의화려했던전성기부터현재의쇠락을이야기하면서문명의몰락을주제화한다. 정거장마니아 인아우스터리츠로서는기차역사는그의직업적조사작업의대상이기도하고또한개인의과거를찾아밤마다돌아다는장소이기도하고정착할수없는주인공이항상다시금떠나는운명을상징하는장소이다. 22) 벤야민은의지적기억과무의식적기억을구분하고보들레르의이작품을무의식적기억의측면에서해석을하고있다. W. Benjamin: Über einige Motive bei Baudelaire, a.a.o., S. 187f.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19 무엇보다도기차역은풍크툼의장소, 개인적과거의재현의장소로등장하는데여기에서그는그렇게찾아헤매던반세기도더지난자신의과거를유령처럼보게되기때문이다. 이체험은그의미래를향한평범한개인적삶을포기하고그만의과거를찾아, 자신의정체를찾아헤매게만든다. 그이전에도그는이정거장에오면 지속적인당김, 혹은일종의심장의고통을느꼈는데그것은흘러간시간의소용돌이에서나온것임을예감하기 시작하지만그는어느날그의 확실치않은내적인움직임에따라생애의결정적인걸음 을내딛게된다. 이때배낭은풍크툼을일으킨주요소품으로등장하는데주인공은이환영속에서삶의스투디움을분절시키는풍크툼의순간을체험하는것이다. 배낭은소설의후반부에서프라하를떠날때그가어머니아가타에게받은유일한흔적으로 기억의바닥에가라앉은 어린시절과그이별을상징하는물건임이판명된다. 아마도그래서나는이홀의반쯤침침한빛속에서 1930년대스타일의옷차림새를한중년부부를보았는데, 부인은손질한머리위에비스듬히모자를쓰고가벼운개버딘외투를입었으며그녀옆에는검은양복과목주변에로만칼라를한말라보이는신사가있었어요. 나는그사제와부인뿐아니라그들이데리러온남자아이도보았어요라고아우스터리츠는말했다. 그아이는혼자옆쪽을쳐다보면서벤치에앉아있었어요. 무릎까지오는흰양말을신은그의다리는바닥에닿지않았고가슴에안고있는배낭이없었다면나는그를알아보지못했을것이라고생각해요라고아우스터리츠는말했다. 그러나바로그작은배낭때문에나는그를알아보았고내가회상할수있는한처음으로그순간에나자신을, 반세기도더전에영국에도착해서내가이대합실에분명히와본적이있었다는사실을기억해낼수있었어요. 이것을통해내가빠진상황이란많은다른것들과마찬가지로정확히기술할수없는내속에서느끼는일종의강탈이고수치와염려혹은당시그낯선두사람이내가이해하지못하는말로다가왔기때문에말문이막혔던것처럼그것에대한말이존재하지않기때문에말로할수없는완전히다른무엇이있어요라고아우스터리츠는말했다. 나는단지벤치에앉아있는소년을보았고뻣뻣하게마비된채내버려진상태가과거의많은세월이흐르는동안내속에가져온파괴를그리고한번도진짜로살지않았거나그렇지않으면이제처음으로태어난것같은생각속에서어떤의미에서는죽기전날같

120 최윤영 은엄청난피로감이몰려오는것을알게되었지요. (S. 201-202) 이장면은아우스터리츠에게자신의과거의일회적현전성을확인하는최초의결정적인장면이다. 동일장소에다시들어서게됨으로써그어떤공식적역사적자료도기억하지못하는자신의과거를불시에다시보게되는데이체험은단지 50년만에자신의과거를반복적으로체험하는것이아니라그결정적의미로인하여그에게는기존삶의 죽기전날의피로 와앞으로삶의 처음태어난것 같은극단의경험을하게만든다. 아우스터리츠가찾은어머니의사진의관계도마찬가지맥락에서분석할수있다. 소설의주인공이잃어버린과거를찾는다고해서그의어머니사진을찾은것이그의과거찾기의종착점이되지못한다. 오히려그에게과거를찾는노력에서더결정적인중요성을지니는것은과거를찾겠다는일념에서자신이어린시절에자주갔다고이야기되는세레나데극장을다시찾았다가객석에서환영속에서보게되는, 공연하는무대위의어머니이다. 이때당시의어머니가신었던, 자신이모르고있었던하늘색신발은조사나전해들은이야기를통해서가아니라과거의현장그자리에서불현듯다시보게된작은찌르기이자, 베임이다. 그광경에서내속에서적어도한가지예감이라도발견하려고애를쓰면쓸수록극장공간은점점더좁아지는것처럼보였고마치나자신이쪼그라들어서커버나우단으로속을채운주머니한가운데있는골무처럼갇힌채앉아있는것같았어요. [...] 연주자들가운데한사람의머리와베이스바이올린주자의목사이로무대의나무바닥과커튼에달린술사이의밝은빛줄기에서하늘색장식을넣어짠신발을언뜻보았다고생각했어요. (S. 236) 세번째흥미로운공간적기억은그가유년시절에살던집으로돌아갔을때있었던몸의기억이다. 그는자신이어린이수송으로영국에왔다는확신하에그의이름을가지고영사관에가서프라하에거주하였던당시의유대인들의주소록을얻게된다. 프라하로간그는그중한주소로부터뒤져가는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21 데그길에서그는이제고통과예감속에서오랫동안억눌렀던기억의문이열리는체험을하게된다. 그의공간적기억은그의과거를다시체험하게해준다. 이렇게해서프라하에도착하자마자생각해볼수있는범위내에서는기억속의모든흔적이깡그리지워져버린내첫번째유년시절의장소를다시찾게되었어요. [...] 언젠가내발밑에서이길을걸어본적이있는것같은, 생각해내려고애쓸필요도없이그렇게오랫동안마비되었다가이제야다시깨어나는감각들을통해내게기억이열리는것같았어요. (S. 220) 그는어린시절자신이살았던집의계단을올라가게되고여전히거기남아서그를기다리는어린시절의유모베라리샤노바를다시만나게된다. 이유모는 60년전에열정적인체코사회민주당원막시밀리안아이헨발트과아름답고활기찬오페라가수아가타사이에서태어난아이자크아우스터리츠를애정을가지고돌보았고이가족의행복의역사뿐만아니라불행의역사, 몰락사를기억하는증인이다. 나치입성이전에간신히파리로도피한막시밀리안과떠나는시기를놓친어머니와아들은프라하에서나날이더해가는치욕과공포속에서모든시민생활에서배제되어나간다. 점차유대인의목을조이는점령군나치치하에서아이만이라도살리고자아가타는외동아들을어린이수송으로영국으로보냈고어머니는육체적, 경제적, 사회적몰락을바닥까지경험하다가썩은감자한알까지전재산을다차압당하고강제로유대인수용소테레진으로수송된다. 23) 수송당일베라는아가타의가방을싸주고역까지배웅하면서그녀의프라하에서의마지막날을보고기억하고있었다. 이가족의불행과프라하의과거역사는베라에게도큰충격을주었기때문에언젠가아우스터리츠를다시보게될것이라는일념으로프라하시내 23) 테레진 ( 테레지엔슈타트 ) 은유대인강제수용소중특별한위상을차지한다. 즉다른수용소처럼강제노동이나유대인절멸을위한수용소가아니라외부세계에선전용으로지어진수용소였기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여기에수용된유대인의운명은다르지않았는데서방세계의검열단이돌아가면이들은다른강제수용소로보내져살해당했기때문이다.

122 최윤영 의같은집, 같은방에서살고있었고그가족의집을예전과똑같은상태로보존하고있었다. 실제로아우스터리츠가다시찾아와문을두드렸을때이미 60여년의세월이흘렀어도바로그를알아보고 자코야, 네가정말맞아 라고둘의어린시절의언어, 프랑스어로묻는다. 이제아우스터리츠가족의역사는복잡한인용의구술사로구성된다. 베라는가족의과거사를말로전달하고이를들은아우스터리츠는다시화자에게전달을하고독자는이화자를통해이가족의이야기를듣게되기때문이다. 때문에문장은인용을삼중, 사중으로거듭하는상자속의상자식의복잡한구조를띄게된다. 공식적기록의역사가아닌구술의역사, 회상의역사, 몸의체험의역사, 사물의역사를통해아우스터리츠의개인의역사는고통스럽고힘겹게재구성되는것이다. 어머니의프라하에서의마지막날은다음과같이인용된다. 매일매일제한목록이길어졌다. 곧공원쪽포장도로를가는것이금지되고, 빨래방이나세탁소에들어가는것, 공중전화를사용하는것도금지되자, 아가타는곧절망의언저리까지갔다고베라가말한것을들었지요라고아우스터리츠는말했다. 나는지금그녀가방안을오락가락하면서손을펴이미를치면서음절하나하나에떨어뜨려발음하면서난이해할수없어, 난이해할수없다고! 난절대로그걸이해하지않을거야!! 라고소리지르는모습을보는것같아라고베라는말했지요. (S. 252) III.5. 시간과개인의정체성 주인공의역사관은시공간관과밀접하게연결이되어있다. 바르트와마찬가지로제발트도근대사회가가져온전진적, 균질적, 낙관적시간관에대한비판적태도를보인다. 24) 근대의시간의특색이그이전까지의다양했던복 24) 안미현의경우아우스터리츠에서비판되는직선적시간관과역사관을기독교적, 서구적시간관이라고특징짓는다. 또한이소설에서나타나는공간을 근대적도시공간 이라는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23 수로존재했던시간적관념을통일시키고균질화시키는데있고그러한근대적시간의권력과폭력은이작품에서는기차역의시계를통해상징화된다. 전근대에서근대로의이행과근대의힘은안트베르펜역에당시번영하던벨기에왕조의상징문양보다시계가더높이걸려있는데에서도드러난다. 시간관은공간관과맥을같이한다. 근대가대량생산된상품과이제자본주의의개개인으로헤쳐진인력을모두이동가능한재화로보고수송도대량으로, 탈개인화하여수행했을때기차역은이러한근대적이동과교통수단의상징으로서기능했고때문에모든도시는자신의근대적구조로의성공적이행을자랑하고자화려한기차역을만드는데노력을경주했기때문이다. 기차역은 자본주의시대의건축양식 으로 질서에대한강박과기념비적인특징 (S. 52) 을지니고있는것이다. 오늘날로말하자면항공공항이가지는기능을담당했던것이다. 전근대적세계에서는아직교통이나통신수단을통해서용이하게연결되지않는여러고립된지역에서서로다른복수의시간 ( 개념 ) 들을가지고살았다면이제는하나의단일한시간에따라움직여야한다. 이시간은근대물리학의개념을빌어절대적이고객관적인시간임을주장한다. 이러한근대적뉴튼적, 혹은유클리드적시간은그러나세기전환기에가서결정적인비판을받게되는데아우스터리츠스스로도이러한주관적시간관을가지고있고스스로명확하게이야기하듯바로근대의시간이야말로가장인위적이고자의적인시간으로생각한다. 25) 통일된시간의권위에저항하는주인공은때문에시계를가져본적도없고가지려고도하지않으며오히려시간의뒤로돌아가, 흐르지않는시간의공간에존재하고자한다. 개인의삶을가진다는것은개인의시간을찾는것이다. 아마도내가스스로도전혀이해할수없는내면의충동에서시간의권위에항상 화두아래, 메트로폴리스, 정거장, 동물원과호텔과온천등의문화공간, 감시와처벌의공간으로나누어고찰하고있다. 자세한것은안미현 : W. G. 제발트의아우스터리츠에나타난근대도시의표상, 실린곳 : 독일어문학, 제 50 집 (2010), 47-70 쪽참조. 25) 시간이란인간의모든발명들중에서단연가장인위적인것이며자신의축을자전하는행성들과의연관성에서어떤계산보다도훨씬더자의적인것이다 [...]. (S. 149-150)

124 최윤영 저항하고, 오늘날생각하는것처럼시간이흐르지않고, 흘러가지않아서내가그뒤로돌아갈수있다면거기에모든것이과거처럼그렇게될수있다면좀더정확히말해모든시간의순간들이동시에나란히존재하거나혹은역사가이야기하는것중그어느것도옳지않았으면일어난것이아직일어나지않고우리가생각할수있는다른순간에비로소일어났으면하는바람으로이른바시대적사건에서나를배제시킨때문일테지만다른한편으로는계속되는비참함과결코끝나지않은고통의절망적인미래를열어주기때문이에요라고아우스터리츠는말했다. (S. 152) 소설속의시간구성도소설의서술시간과서술된시간과관련하여흥미로운전개를보여준다. 아우스터리츠는소설의시작장면에서보듯우연히벨기에의중앙역에서 1967년화자를만나게된다. 그이후 - 중간의 20년간의단절된기간을포함하여 - 30여년간화자와우연히혹은연락을통하여만나게되는데, 뒤늦게야자신의과거를추적하기시작하여 1990년초에야유년시절에살았던프라하에다시돌아가게된다. 이는네살반인 1939년에출발하여즉실제사건이있은후반세기가넘은후에야자신의출생지로, 자신의유년시절의장소로돌아감을뜻한다. 이러한개인의연대기적인이력은그러나시간의연대기적순서대로소설에서점진적으로전개되는것이아니고또한과거로도지속적으로연속적으로되돌아가지도않는다. 화자와주인공의만남이단속적이듯아우스터리츠의과거찾기도풍크툼적인우연적, 순간적계기에의해촉발되고주인공의집요한과거추적에의해힘겹게중간의빈공간들이기억된다. 어머니아가타또한 1939년아들을떠나보낸후 1942 년테레진으로수송되고또 2년후에아우슈비츠로끌려가고거기에서종적이사라진다. 이개인적사건의흔적은때문에소설의부분적, 단속적으로채워나가고소설은시간사이의단절을아우스터리츠와화자가관찰한유럽의몰락사로채워나간다. 소설의전반부에서는아우스터리츠는유럽의몰락사를연구하고개인의과거사는기억하기를거부하지만소설의후반부에서는이개인의몰락사와결국유럽의몰락사와얽혀있음이드러나면서이둘은전혀다른것이아니고구조상, 본질상유사한것이고문명사는개인사에깊숙이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25 개입하고있음이드러난다. 새로이찾아낸개인의시간은또한그어느곳에서도연속성이나지속성을주장하지도못하고또한주인공의추적과정에마침표를찍지도못한다. 어머니의흔적을찾은후아우스터리츠는집단수용소에서소식이끊겨진파리로간유대인아버지의흔적을찾아새로운추적에나서기때문이다. 새로운시간개념은비연속적이고균질적이지않고경계가모호하게흐르는시간인데과거로향한시간은결국은소멸과죽음이라는역을지나간다. 우리는과거로의회귀가일어나는법칙을알고있는것같지는않지만, 더이상시간은존재하지않고, 단지좀더높은구적법에따라안에차곡차곡들어있는공간들만존재하며그공간들사이에서살아있는사람들과죽은사람들이자신의기분에따라여기저기다닐수있다는생각을점점더많이하게되고, 내가그런생각을오래하면할수록, 아직살아있는우리는죽은사람의눈에는비현실적이고단지이따금씩빛의특정한상황과대기조건에서만중요해지는존재처럼생각되었지요. (S. 269) Ⅳ. 나가는말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소설은몰락과망각, 고독을개인적차원과사회적, 역사적차원에서주제화하고있다. 작가는근대의시간적공간적연속성과발전사상에회의를표명하면서과거로향하는기억과인식의방식을공간적추체험에근거한풍크툼적인방식으로형상화하고있다. 바르트가사진이라는특정매체에초점을두고있다면제발트는소설속에서상이한매체들을통하여풍크툼을다양하게실현하고있다. 풍크툼적인인식은인물들의현재적현실을동요시키고그가잊고있었던불안을상기시키는데그인식내용인몰락은주인공의직업상의연구주제일뿐만아니라그의개인적운명이고또한시대적주제로서주인공이개입된제3제국의문화적, 정치적몰락을말한다.

126 최윤영 참고문헌 일차문헌 Sebald, W. G.: Austerlitz, Frankfurt a.m. 2001. Bartes, Roland: Die helle Kammer. Bemerkungen zur Photographie, Frankfurt a. M. 1989. 제발트, W. G.: 아우스터리츠, 안미현역, 을유문화사 2009. 이차문헌 Arnold, Heinz L. (Hg.): W. G. Sebald. Text + Kritik, Heft 158, München 2003. Benjamin, Walter: 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 in: Benjamin, Walter: Illuminationen, Frankfurt a. M. 1977, S. 136-169. Ders.: Über einige Motive bei Baudelaire, in: Benjamin, Walter: Illuminationen, Frankfurt a.m. 1977, S. 230-250. Denham, Scott / Mark McCulloh: W. G. Sebald. History-Memory-Trauma, Berlin / New York 2006. Diecks, Thomas: W. G. Sebald, in: Neue Deutsche Biographie (NDB), Band 24, Berlin 2010. Fuchs, Anne: Die Schmerzensspuren der Geschichte. Zur Poetik der Erinnerung in W. G. Sebalds Prosa, Köln 2004. Gnam, Andrea: Fotografie und Film in W. G. Sebalds Erzählung Anbros Adelwarth und seinem Roman Austerlitz, in: Martin, Sigurd / Wintermeyer, Ingo (Hgg.): Verschiebebahnhöfe der Erinnerung. Zum Werk W. G. Sebalds, Würzburg 2007, S. 27-43. Görner, Rüdiger: W. G. Sebald - Gespräch mit Lebenden und Toten, Bogen 48, München / Wien 2001. Harris, Mark Jonathan: Kindertransport in eine fremde Welt, München 2001. Loquai, Franz: W. G. Sebald, Eggingen 1997.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27 Martin, Sigurd/Wintermeyer, Ingo (Hgg.): Verschiebebahnhöfe der Erinnerung. Zum Werk W. G. Sebalds, Würzburg 2007. Mosbach, Betinna: Figurationen der Katastrophe. Ästhetische Verfahren in W. G. Sebalds Die Ringe des Saturn und Austerlitz, Bielefeld 2008. Niehaus, Michael/ Öhlschläger, Claudia (Hgg.): W. G. Sebald. Politische Archäologie und melancholische Bastele, Berlin 2006. Tawada Yoko: Überseezungen, Tübingen 2002. Trennstdedt, Antje: Annährungen an die Vergangenheit bei Claude Simmon und W. G. Sebald, Freiburg I. Br 2007. 안미현 : 탈 ( 근대 ) 문학에나타난도시공간과건축, 실린곳 : 한국독일어문학회제 47집 (2009), 39-56쪽. 안미현 : W. G. 제발트의아우스터리츠에나타난근대도시의표상, 실린곳 : 독일어문학, 제 50집 (2010), 47-70쪽. 이경진 : 제발트문학에나타난멜랑콜리연구 : 발터벤야민의멜랑콜리적역사철학을중심으로, 2008년서울대학교석사학위논문.

128 최윤영 Zusammenfassung Die punctumartige Erinnerung und die Rettung des Individuellen im Roman Austerlitz Choi, Yun-Young (SNU) In dem vorligenden Aufsatz wird anhand des Romans Austerlitz von W. G. Sebald (2001) die Rettung des Individuums thematisiert, die auf den vom Medium ausgelösten, spezifischen Erinnerungs- und Erkenntnisarten basiert. Ausgehend von der Analyse der Punctumausführung in der Helle[n] Kammer (1980) von Roland Barthes, ein ontologisch und phänomenologisch orientierter Photographiediskurs, wird in Sebalds Roman die Suche der Hauptfigur nach der verlorenen Zeit der Kindheit konkret interpretiert und charakterisiert. Der Roman gewinnt nicht nur dadurch an Bedeutung, dass er den Kindertransport der Juden im dritten Reich behandelt und ein zwar neuartiges, jedoch anhaltendes Interesse an der Vergangenheitsbewältigung aufzeigt, sondern auch in formaler Hinsicht durch Einsatz vieler visueller Medien wie Photograhien, Entwürfen oder Dokumenten etc., die verschiedenartig die Wahrnehmungen der Leser anregen. Relevanter ist, dass der Autor zu zeigen versucht, wie die Hauptfigur durch punctumartige Erinnerungen auf die Suche nach der eignen vergessenen und verdrängten Vergangenheit geht. Erinnert werden wie bei Barthes sowohl der schmerzvolle Untergang einer Person, der Mutter, als auch die Katastrophe der Geschichte, der Kultur und der Zivilisation. Anders als bei Barthes entsteht die punctumartige Wirkung nicht durch das Medium der Photographie, sondern durch eine raumzeitlich motivierte körperliche (Wieder)wahrnehmung. Dies geschieht etwa, als Austerlitz wieder den Wartesaal des Liverpooler Bahnhofes betritt und sich selbst in

풍크툼, 기억그리고개인의정체성 129 Form eines Phantombildes, als ein kleines Kind, das ängstlich auf die Abholung durch die Pflegeeltern wartet, sieht. Ebenso wie Bartes an einem Photo seiner verstorbenen Mutter im Wintergarten das Wesen der Mutter wiedererkennt und ihr Einst-da-Gewesen und Nicht-mehr-da-sein gleichzeitig feststellt, ruft die Suche nach der eigenen Identität im vorliegenden Text immer den Tod von geliebten Personen und letzten Endes den des eigenen Ichs zurück. Punctumartige Erkenntnis und mediale Reflexion führen das Individuum im zeitlichen Stillstand aus dem modernen homogenisierten Zeitund Alltagsdruck heraus und geben ihm verdrängte, schmerzvolle Nähe und vergessenen Ursprung wieder. Das punctum durchbricht (oder skandiert) das studium. Der zurückgebende Blick der auratischen Kunst im Benjaminschen Sinne wird durch das punctum wieder realisiert und die Identität des Individuums medial bedingt mühsam wieder rekonstruiert. 주제어 : 풍크툼, 기억, 개인적과거, 어린이수송, 아우스터리츠 Schlüsselbegriffe: punctum, Erinnerung, individuelle Vergangenheit, Kindertransport, Austerlitz 필자 E-Mail: melusine@snu.ac.kr 논문투고일 : 2010. 9. 25, 논문심사일 : 2010. 10. 15, 게재확정일 : 2010.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