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링턴의 이콘과도끼 의한국어번역본출간에즈음한러시아문화사 다시보기 최정현 * - 개요 - 이서평논문은제임스빌링턴의명저 이콘과도끼 의우리말번역본출간을계기로빌링턴의러시아문화사에대한이해를재검토해보는기회로삼고자한다. 1966 년에간행된빌링턴의이책은책이나온지반세기가다되어가지만여전히러시아문화사연구에있어많은영감을주고있는것이사실이며, 이는한글번역본에서도여실히확인되고있다. 종교에대한강조, 지리적한정, 역사시대의제한, 서방의개념부재, 러시아자체에대한규정모호등빌링턴의생각은미처예상치못한면에서조금은우리를당혹하게한다. 다른한편으로미국인인그의이 원론적인 연구는역사적문화공동체로서 20 세기중반미국인학자의개념에포착된 러시아 의자기정체성을 14 세기중반이래의모스크바공국을중심으로한동슬라브의공동체로상정할수있도록해, 시베리아와카프카즈, 중앙아시아와크림등은제외하고있다. 또한, 영국과포르투갈에이르는넓은유럽세력전체를 서방 으로제시할뿐아니라매우종종라틴화된폴란드마저서방으로개념화하는흥미로운면도보여주고있다. 또한종래의세기별시대구분에서벗어나 18 세기중엽부터 19 세기중엽을 귀족문화의세기 로대별하는등, 21 세기오늘날의우리들에게러시아문화사연구에대한새로운관심을일깨워주는좋은기폭제이지생산적인 다시보기 의출발점이되리라생각된다. 주제어 : 빌링턴, 이콘과도끼, 러시아문화, 러시아문화사, 이콘, 정교, 도끼 * 대구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학술연구교수.
1. 들어가며 내년이면책이나온지도벌써 50년, 반세기가되는제임스 H. 빌링턴 (James H. Billington) 의저명한노작 이콘과도끼 : 해석위주의러시아문화사 (The Icon and the Axe: An Interpretive History of Russian Culture) 의우리말번역이올해봄, 드디어세상의빛을보게되었다. 1) 그간러시아혁명과대조국전쟁에관한굵직한번역서를쉼없이국내에소개해온상명대류한수교수의노고와헌신덕분에, 러시아문화에관심을갖고있는사람이라면누구나우리말로이책을접할수있게되었다. 책이출판된지가언제인데이제겨우한국어번역본이나왔냐고타박할성질은조금아닌것이, 러시아에서도 2001년에야겨우러시아어번역본이나왔다. 그나마여러사람들이나누어번역한탓에러시아번역본마저고르지못하다는느낌이있었던것또한사실이다. 불과 4년전인 2011년에야 10년전최초의번역작업에전체감수자로참여한블라디미르스코로덴코 (Владимир Скороденко) 가혼자전권을재번역해, 결국번역다운번역의모습을갖추게되었다. 2) 러시아문화에대한해설사 라는부제답게 이콘과도끼 는러시아천년의문화를부지런하고도매우꼼꼼하게해설하고훑어낸다. 그러나머리말에서저자가밝히고있듯이, 러시아의사상과문화라는거대한주제를통사적으로 망라 하겠다는욕심보다는터놓고얘기하기위한화두로서의 선별적서술 이라는책의기획의도답게 (I: ix), 3) 저자의주된관심은대략타 1) 제임스빌링턴 (2015) 이콘과도끼 : 해석위주의러시아문화사 1, 2, 3, 류한수옮김, 한국학술재단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749, 한국문화사. 2) http://www.ozon.ru/context/detail/id/8235825/( 검색일 : 2015.09.10). 2011년에나온두번째번역에는단행본 이콘과도끼 외에도빌링턴의또다른저서인 러시아의자아정체성찾기 (Russia in Search of Itself; Россия в поисках себя) 와개별논문과각종강연과연설문원고등이함께번역되어두권의세트로묶여간행되었다. 소비에트시대모스크바의저명한이노스트란카 (Иностранка), 즉 루도미노기념전러시아국립외국문학도서관 (Всероссийская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библиотека иностранной литературы им. М. И. Рудомино) 의출판부에서순수문예작품이아닌연구서인이책을출간한것또한조금은이례적인사항으로언급할수있을것이다. 3) 앞으로이글에서 이콘과도끼 번역본의내용을직접인용해오는경우로마
타르의지배가위력을잃어가며모스크바가성장하기시작한 14세기중반부터의약 600년간에대한러시아사상과문화에집중된다. 저자는책제목인이콘과도끼, 이두가지를끌어와러시아의영적문화와숲이라는자연조건을해결해온삶의도구로제시함과동시에문명과야만, 천상과지상, 정신과육체라는보편적인이분법적상징을씨줄과날줄로엮어러시아문화를설명하고있다. 4) 저자의이 선별적서술 이사실, 러시아문화와문화사에대한 일반적 인 만약그렇게말할수있을만한것이무엇이라도있다면 지점들과대비되는면이크고또렷하기에, 우리의일반적인인식에부딪히는지점과그로인해또다른새로운아이디어를끌어내주는지점들이매우풍부하고두텁다. 여름방학을이용해 2000페이지가넘는번역본을허위허위읽은연유로많은전공자들에게보다효과적이며생산적인독서가되었으면하는마음에서평논문이란이름으로역시나많은부분에서부딪힐수밖에없을, 러시아문화사와러시아연구에대한 다시보기 의글을, 문화사연구에대한점검부터시작해보도록하겠다. 숫자로권을, 아라비아숫자로쪽수를표시하겠다. 여기서인용하는것은책전체의머리말로서, 우리말번역본에로마자소문자로쪽수가매겨져있다. 4) 한가지첨언하고싶은것은책을읽기전이라면, 이콘과도끼라는쌍을보며적잖은경우성스러움과 ( 그성스러움을배경으로더욱두드러지는 ) 러시아의야만성과폭력성, 그스산한날것스러움을더욱뚜렷하게대비시키는것아닌가하는생각이품어진다는것이다. 그렇지않다. 도끼는, 벚꽃동산 의마지막의도끼패는소리에서등장하건, 네차예프의비밀단체 도끼회 의이름이되었건, 라스콜리니코프의손도끼가되었건, 클리모프 (Э. Г. Климов) 의영화 «와서보라 (Иди и смотри)» (1985) 에서건, 도끼는러시아에서가장흔한도구중의하나였다. 부엌과주방, 푸줏간에서고기를자르기위해서쓰였고 ( 에이젠슈타인의영화 «전함포템킨» 에서도구더기가끓는썩은고기를요리해내는주방에서도여지없이도끼로고기를자른다 ) 숲이가까운곳에선필수적인생존을위한도구였지, 부박한이콘화를치워내면여지없이드러나는러시아사람들의성정에 DNA로깊이침착된끔찍한잔혹함의메타퍼가아닌것이다. 이처럼러시아인들에겐너무나자연스런삶의조건과그조건에적응하던생활방식이, 외부인들에겐러시아의또다른이면을더없이잘포착해낸것이라는착각과함께편견으로수렴된다는것이그런편견을예방하기위해서라도이책을더욱정독해야하는이유인지모른다.
2. 러시아문화사연구에대하여 20세기에접어들며, 러시아문화사에대한통사론적연구는사실언제나이른바공동연구였다. 소비에트시대전체를총괄해가장의미있는러시아문화사에대한집약적이면서도포괄적인연구결과물은 1970년대모스크바국립대학교수진의협업프로젝트로발간되어나오고있는 러시아문화개설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시리즈이다. 5) 이집체작업은몽고-타타르의키예프루시침입과멸망이후인 13세기부터시작해 20세기초, 혁명직전까지기술되고있다. 13~15세기까지가두권으로, 16세기또한두권, 17세기역시두권, 그리고 18세기는네권으로나뉘어출판되었으며, 19세기는여섯권으로기획, 간행되었다. 최근 2011년과 `12년에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까지의세기전환기를다룬내용이두권으로나뉘어출판되며소비에트시대를담은 20세기의문화사출판에대한기대를부쩍높여주고있는중이다. 가장마지막에나온 19세기말 ~20세기초를제외하고나머지는사실꽤소비에트적인구성과작업방식을보여주고있으니, 17세기까지두권으로구성된각세기는첫권이이른바 물질문화(Материальная культура) 라는큰제목으로당대의경제및생산과군사, 외교, 법률, 행정말그대로의물 5) 지금까지출판된모든이 개설 시리즈는다음과같다.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III XV веков, Часть 1: Материальная культура, 1969; Часть 2: Духовная культура, 1970,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VI века, Часть 1: Материальная культура, 1977; Часть 2: Духовная культура, 1977,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VII века, Часть 1: Материальная культура, 1979; Часть 2: Духовная культура, 1979,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VIII века, Часть 1, 1985; Часть 2, 1987; Часть 3, 1988; Часть 4, 1990,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IX века, Т. 1: Общественно-культурная среда, 1998; Т. 2: Власть и культура, 2000; Т. 3: Культурный потенциал общества, 2001; Т. 4: Общественная мысль, 2003; Т. 5: Художественная литература. Русский язык, 2005; Т. 6: Художественная культура, 2002,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Конец XIX начало XX века, Т. 1: Общественнокультурная среда, 2011; Т. 2: Власть. Общество. Культура, 2012,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사실그기획의도와편집과서술의깊이라는측면에선이 개설 시리즈가가장방대하다고할수있을것이다.
질문화를기술하고있으며, 두번째권은상대적개념인 정신문화(Духовная культура) 라는이름으로통상의보다좁은문화개념에부합하는 도덕과풍습, 종교와교회, 사회시평과여론, 역사적지식, 문학, 민중시가, 러시아어, 지리적지식, 자연과학지식, 학교와계몽, 서적인쇄의출현과발전, 건축, 회화, 장식과실용예술, 음악 등여러내용들이분야별로나뉘어각해당전공의당시최고권위자에의해집필되고있다. 세기별로나뉘고소분야별로세분되는이런백과사전식구성은가장보편적이며필수적이라여겨질수있는내용을효과적으로전달하며시대와상황의외곽선을빠르게잡을때분명강점이있다. 다른한편으론, 사전기획이아무리철저하다고해도이런공동저작의경우논의의폭과방향에는조금씩차이가있을수있으며무엇보다전체적인지향점을저작전체에서선명하게제시하는데에는일정부분약점을드러낼수밖에없을것이다. 이런부분에대해일종의보완책처럼역시모스크바국립대학의해당전공교수 3명의또다른교재성격의저술이있으니, 9~20세기러시아문화 (История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IX XX вв.) 이다. 이책은사실앞에서언급한 6권짜리 19세기러시아문화개설의책임편집자였던리디아코쉬만 (Л. В. Кошман) 교수가핵심이되어 1990년첫집필된이래 `96년재판을거쳐작년에는 21 세기초까지범위를넓힌 3판이개정증보판의형식으로간행되기도하는등, 현재러시아고둥교육기관에서단권으로된러시아문화사통사로는가장많이활용되는책이기도하다. 6) 영어권에서도모스크바대학의공동연구에준하는시도를게을리하지않았으니 20세기가저물어가던마지막무렵인 1998년, 아마현재단권으로가장용이하게활용할수있는집체적인통사론적장르별문화사서술의시도인 러시아문화사강의 (Cambridge Companion to Russian Culture) 를대표적으로떠올릴수있을것이다. 2011년역시우리말번역본으로도출판된이책 6) В. С. Шульгин, М. Р. Зезина, и Л. В. Кошман(1990) История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IX XX вв.,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17 세기까지의중세, 18 세기, 19 세기그리고 20 세기의 4 부로나뉘어구성된이책은세기가진행될수록그내용이조금부실하고산만한느낌이확연하다. 슐긴교수에의해집필된중세부분이가장충실하다. 개정증보판이라는 3 판에서는어떻게내용이보강되었는지, 아직글쓴이도알지못한다. 한편, 이책은우리말로도번역되었다. 슐긴ㆍ꼬쉬만ㆍ제지나 (2002) 러시아문화사, 김정훈ㆍ남석주ㆍ민경현옮김, 후마니타스를참고할수있다.
은 7) 번역본에선조금특이하게도 키예프루시로부터포스트소비에트까지 라는부제를달고있다. 1부에서의문화적정체성, 그리고 2부의문학과예술이라는구분을통해이라는 언어 와 종교 및 아시아, 그리고 문학 의일부분에서근대이전의중세키예프루시및모스크바 ( 대 ) 공국에대한상황을담으려는매우의식적인노력이엿보이는점을충분히감안한부제선택이라고여겨진다. 어쩌면이러한부제가일부러라도채택되는점은, 편집자인르제프스키가서문에서밝히고있듯이, 러시아문화의 기원 이라선택되고있는두요소인 언어 와 종교 그리고 경계 에속하는장인 아시아 라는키워드이자러시아문화의가장큰항수를통해 문화-교차적조건 (cross-) 들에대한강조를우리말번역본편집자가살려낸것이라할수있을것이다. 환언하면, 그만큼러시아문화사에있어표트르대제이후의근대러시아문화만이러시아문화의전부는아님을애써강조하기위한방증이아닌가여겨질정도로, 20세기를마무리하는시점까지러시아문화사는 1703년이후의문화사로환원되는느낌이강한것또한사실이다. 8) 단수의연구가에의한단권연구로 이콘과도끼 와보다직접적으로비교될수있는책은러시아역사시대전반을통괄하는문화사에대한단수의러시아연구가의서술은, 파벨밀류코프 (П. Н. Милюков) 의역작 러시아문화사개설 (Очерки по истори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1896~1903) 이후로 20세기가본격적으로시작되면서는사실상더이상은보이질않는다. 무엇보다학문의분화등으로인해대학등의교과서로쓰이기위한교재용이아니고서는한명의연구가에의한러시아문화사전체의통사적분석과해설은러시아학계에서는더이상진지한시도로는받아들여지고있지않기때문일것이다. 구조주의적인관점에서중세와근세, 근대의시대를포괄하며기호학적인설명을제시하고있는로트만 (М. Ю. Лотман) 과우스펜스키 (Б. А. Успенский) 정도가극소수의예외가될수있겠지만, 그들또한 소비에트 라는동시대의문화에대해서는우회하고있었음을떠올려본다면, 20세기에접어들며천년의러시아문화와역사, 사회를단수의연구가에의한단일한관점에서접근 7) 니콜라스르제프스키엮음 (2011) 러시아문화사강의 : 키예프루시로부터포스트소비에트까지, 최진석외옮김, 그린비. 8) 그럼에도불구하고이책말미에 9세기경부터시작해통사적으로제시된역사, 문학, 공연예술ㆍ미술ㆍ건축연표는이런류의많은시도에도불구하고러시아문화사를대하는필진의기본적인태도를짐작하게해준다.
하려는시도는사실상사라졌다고봐야할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하나정도언급할수있을만한사례로는, 체코태생의가톨릭신부이자연구가인프란티쉐크드보르닉 (František Dvorník, 영문으로는대체로 Francis Dvornik 으로표기, 소개됨 : 1893~1975) 의러시아를비롯한슬라브세계의역사와문명에대한통사론적인설명이다. 유럽역사와문명에서의슬라브인들 (The Slavs in European History and Civilization) (New Brunswick, N.J.: Rutgers University Press, 1962) 이란이책은슬라브인들의역사시대첫페이지인 8세기부터 20세기전반기까지의광범위한역사와문화, 문명을다루고있는현대의거의유일한비영어권연구가의저술일것이다. 9) 러시아문화에대한통사론적인해설사로서빌링턴의저작이후나온가장대표적인영어권의저술은, 역시우리말로도번역된올란도파이지스 (Orlando Figes) 의 나타샤댄스 (Natasha's Dance: A Cultural History of Russia) (New York: Picador, 2002) 가있을것이다. 이외에도파이지스의책만큼훌륭한수잔마시 (Suzanne Massie) 의 불새의땅 : 옛러시아의아름다움 (Land of the Firebird: The Beauty of Old Russia) (New York: Hearttree Press, 1980) 이란책이있다. 우리에게상대적으로덜알려진두번째책은스위스외교관의딸로프랑스와미국에서공부한저자의어렸을때부터의오랜러시아에대한애정에서비롯한결실이다. 옛러시아 라는말에서어느정도힌트를주듯이책은그러나, 소비에트시대까지서술이내려오진않고 20세기초, 세르게이댜길레프와아방가르드에서설명이멈추고있다. 하지만 1980년에나온이책은냉전의마지막무렵고르바쵸프와레이건의회담과미소냉전종식, 그리고무엇보다미국에서의러시아에대한이해를넓히는데큰도움을주었고, 마시의책은이후미국의사관학교그리고심지어정보기관에서러시아문화사에대한주교재로선택, 필수도서로읽혀질정도였다. 10) 개별시대, 개별문화에대한연구의시도는헤아릴수없이많지만, 러시아문화전체에대한통사론적해설의시도와결과는단수의연구가이든복 9) 2001년, 이책의러시아어번역본또한 Славяне в европейской истории и цивилизации 라는제목으로출판되었다. 10) 한편, 마시의이책또한 Земля Жар-птицы. Краса былой России 라는제목으로 2000년러시아어번역본이출간되었다. http://www.ozon.ru/context/detail/id/ 2186657/( 검색일 : 2015.09.10).
수의연구가이든사실그리많지않으며또어느정도분명한성과를보여준다말하기가사실약간힘든실정이다. 그런상황일진대, 비록 50여년전에쓰여진책이기는하나 이콘과도끼 와같은 근본적인 연구는다시금러시아문화사에대한관심을되살릴수있는하나의계기로충분히작용하리라본다. 이를통해우리는또한 1990년의수교를통해국내에서의본격적인러시아어문학연구 25주년을기념하는충분한이정표로삼을수있을것이며, 그간의연구의관점또한다시한번비판적으로재점검해볼기회를가질수있을것이다. 3. Pro et contra 결론부터말하자면, 이콘과도끼 는매우 복잡한 책이다. 엄청나고방대한참고문헌과수많은역사적사실과혜안, 통찰이몇몇원론적인부분에서납득할만큼의충분한설명없이논의가계속진행되기때문이다. 분명한것은, 이콘과도끼 는균형잡힌올바른 교과서 는결코아니다는점이다. 종교적신심이매우깊은한소년이우연한계기로러시아에매료되어젊은시절러시아를진지하게연구하게되고, 해빙이라는절묘한시대의틈을비집고들어가운좋게도러시아문화의정수와직접맞닿으며자신의이론적탐색을완성한독특한작품이다. 동시에빌링턴의종교적배경과정향성이저술내내짙게드리워져있는 자기주장 이매우강한연구서이다. 동방그리스도교의영향이러시아문화형성에있어가장중요한세요소중의하나라고주장하면서도키예프루시시대에대해선통편집으로잘라내고, 서방의충격이또한러시아문화의큰조건중의하나였다며 17세기크렘린성벽종루위의서구식 ( 폴란드식 ) 풍향계에서러시아적인것과서구적인영향의섞임을바라보는빌링턴은, 그러나번역자도지적하고있듯, 러시아에게상정되는 서구 는누구며어디인지명확히설명하지않는다. 몽고와타타르에대해선파이지스의 나타샤댄스 에서보다그설명을찾아보기가힘들고, 은세기의종교적, 사상적배경에도무척의연하게넘어가고있다. 게다가무엇보다아쉬운것은저술이완성된물리적한계로인해우리는오늘의러시아와가장강하게맞닿아있는 `60년대이후의소비에트문화에대해
서는빌링턴의해석을알수가없다는점일것이다. 동시에역사학자로서빌링턴의시대와흐름을보는눈과새로운맥락을발견해내는탁월한능력에는감탄을금할수없다. 무엇보다우리말번역서 2권전체를차지하는 III장과 IV장의 분열의세기 와 귀족문화의세기 라는부분이다. 러시아에서전통적으로 ( 라고쓰고무비판적으로라고읽는것이좀더타당하겠다싶을정도로 ) 17세기까지, 18세기, 19세기, 그리고세기전환기와혁명이후소비에트시대등으로세기별 100년을주기로끊어서술하는것과달리, 빌링턴은분열의세기에선 17세기알렉세이미하일로비치의치세부터시작해 18세기표트르대제사후어지러웠지만그의개혁의영향이잔존했던 18세기중엽까지를종교와종교의분열, 전통적성스런러시아와서구적근대러시아의분열, 황제와귀족의분열, 사회와사회의분열, 민중과민중의분열등, 이른바분열의세기로매우폭넓게잡고있다. 이런관점은 1703년표트르대제의상트-페테르부르크건설명령을기점으로, 이른바 before/after 1703 으로러시아역사ㆍ사회ㆍ문화를매우손쉽게이해하는만연한태도에대해하나의큰생각할거리를던져주는셈이다. 게다가더욱압권인것은, 18세기이른바서구근대화의세기와 19세기러시아제정의황금기로세기별로분류하지않고 18세기중반부터 19세기중반까지를묶어 귀족문화의세기 라는주제론적분류를시도하고있는셈이다. 18세기후반의러시아귀족문화와 19세기전반의귀족문화가사실크게다르지않다는빌링턴의논의라면단순한연도별분류보다그내적흐름을중시해야한다는그의생각이충분히이해가되는대목이다. 후자의경우 1755~56년러시아와루이 14세의동맹으로러시아에본격적으로인입된서구귀족문화의시대로부터 1855~56년크림전쟁에서의패배와해방자차르알렉산드르 2세의즉위로드디어내적으로는종식되기시작한러시아귀족의황금세기를하나로묶어다루고있다. 11) 11) 또한다음소절에서좀더자세히다루게될내용이지만, 1725 년표트르대제가사망하던날상트 - 페테르부르크에밀어닥친대홍수는파괴와심판의이미지를종전의중세적불에더해역시기독교적상징의하나인 물 이담당함을보여주고있다. 이후 1825 년알렉산드르 1 세의죽음과 1924 년레닌의죽음이후전임자보다더욱광포한통치자가자리를대신하는진정한파괴적결과는언제나두수도에대홍수와동반했음을지적하며빌링턴은 물 의종말론적의미장을지적하고있다 (III: 16). 물론, 이런물의묵시록적이미지는번역본 3 권을차지하는세기전환기와 20 세기소비에트시대, 이른바빌링턴의생각에따르면지금의종말과다
이처럼논쟁적인논의가무수히서로부딪힐수있는여지를오히려적극적으로생산해내는 이콘과도끼 는, 그러나, 자신의책에서숨길수없는뚜렷한방향성하나를제시하고있으니그것은다름아닌역사의흐름과함께변위하는러시아문화와러시아사회의흐름이다. 그흐름은빌링턴에의해 새로운해안으로 라는슬로건과함께더욱구체화된다. 4. 새로운해안으로 역사학전공자로서빌링턴은러시아문화의흐름을큰맥락에선, 또다른새로운해안으로가닿으려는거대하지만종종그흐름을놓치게되는움직임으로그려낸다. 하지만이의도는묘한진술로자신의책에함축적으로제시되어있어사실알아차리기쉽지는않다. 통상저자는한장이시작하는부분에해당장의내용들을짤막하게요약하여주제어로제시하고있다. 우리말번역본에선그짧은장의요약이회색간지로구별되어있다. 조금은의아하고뜬금없다싶은긴요약이등장하는것은 3권이자리잡은전체 V장, 새로운해안으로 라는장의요약에서이다 (2-18쪽). 일반적인, 5장의전체요약이짧게끝나고난뒤, 저자는크림전쟁의패배뒤농민해방을예비하며 러시아가심원한변화를향해나아가고있다는인식이 1850 년대말엽에빠르게자라나고 있다고쓴다. 크림전쟁기간영국과프랑스함선이 바다너머에서 ( 가져 ) 온잔재주 만큼 돌이킬수없는도도한근대화과정이알렉산드르 2세통치기에시작되었다 고시작하는이부분에서, 빌링턴은다름아닌변화의물결과 19세기후반부터특정소수가아닌나라전체가방향을찾아그위에서떠도는현상을, 은유적이지만적절하게도바다위를떠도는한척의큰배, 보다구체적으로는 방주 에러시아를비유하고있다. 17세기주사제아바쿰의생애전에서본격적인비유로등장하는 키잡이책 (кормчая), 즉거친파도가일렁이는바다를항해할때배의방향을잡는키잡이를, 12) 빌링턴은고통과시련그리고유혹이넘실대는세 른저해안으로건너가기를강력하게뒷받침한다. 12) 아바쿰의텍스트에서등장하는이키잡이꾼 (кормчий) 에대해서는이인영교수의번역본인 아바쿰, 러시아문화사적측면에서본 생애전 ( 서울대출판부, 1991) 중본문 191-192쪽, 각주 371, 399쪽을볼수있을것이다.
상을살아갈때의지침으로삼을수있는성서라는책에비유함과동시에배라는초기그리스도교상징체계에뿌리를둔 13) 대중적이미지에러시아를비유하고있다. 한발더나아가그는이바다와배의이미지를 19세기초, 대륙세력이었던러시아가드디어바다를의식하는제국이되었다는사실과결부시키며바다의의미론을더욱확장시키고있다. 그러면서 말없는낯선이 로서의농민대중에대한알수없는신비로움을바다의초자연적인힘과병치시키며, 증폭되기시작한바다와물의자멸과파괴의이미지, 특히재앙으로서의홍수를언급하며바다와물에대한심판자적역할또한지적한다. 흥미로운것은, 표트르대제가죽던 1725년상트-페테르부르크에처음으로큰홍수가있었음을지적하며이후백년마다, 좀더정확하게는알렉산드르 1세와레닌이사망한해 (1825, 1924) 마다역시큰홍수가진사실을언급한다. 이는진노에찬하느님의심판이라는믿음을불러일으켰을뿐아니라선대지도자의죽음이후더욱억압적인세력이권좌에오르게됨에대한상서롭지못한전주곡으로해석될수있다고그는풀이한다. 평생토록바다를그린유명한화가이반아이바좁스키 (И. Айвазовский) 까지동원되며결국 20세기초, 러시아라는배는두척의또다른배인 «포템킨» 호와 «아브로라» 호에의해소비에트라는새로운해안으로이끌리게되는러시아라는운명공동체를제시한다. 그것이빌링턴이해석하는러시아문화의 새로운해안으로 의접안인것이다. 조금은길게설명한내용이지만, 글쓴이는이부분이빌링턴의저서 이콘과도끼 에서가장핵심적인부분이라고여겨진다. 즉, 그는러시아문화사라는맥락으로포함될수있는러시아민족전체의부 ( 否 ) 정향적이지만뚜렷한움직임의방향성을다름아닌새로운건너저편으로향한분명한움직임으로규정하고있는것이다. 그 새로운건너저편 이, 책이쓰여진 1966년이라는 해빙 의분위기마저결국실패로돌아간흐루시쵸프실각 (1964) 직후이며 소비에트 라는사회주의혁명을직접겨냥한어딘가로좌표설정되고있음또한매우의미심장하다. 냉전시대미국인학자이라는저자의정체성상, 빌 13) 저자도각주에서지적하듯, 정교회사원에서 본당 (неф) 이라는용어는배의 (naval) 라는말과같은뿌리에서나왔음은이미알려진사실이다. 게다가, 교회건물은십자가와같은직각교차구조를가지지만, 배와같은길쭉한모양을따랐음또한주지의내용이다. 배 - 교회 의상징과구체적인이미지에대해선앞에서언급한아바쿰번역본의본문 159 쪽의그림 29 를참고할수있다.
링턴에게냉전의본바탕이되고있는러시아혁명이러시아전체문화사에서전무후무한하나의큰도전이자전환점이되고있는것은감안해야할사실일것이다. 게다가역사학자로서그에겐자기자신스스로에게설명해야할가장중요한질문중의하나가바로러시아혁명의문화사적위치일것이다. 그문화사적의의를빌링턴은이처럼한쪽해안에서다른쪽해안으로 건너가는 과정으로이해하고있는것이다. 물론, 소비에트해체라는역사적파고를지나쳐온 2015년의현대의독자인우리들에게는소비에트체제의종식으로사회주의혁명을이젠달리해석할수있는여러열쇠를얻은셈이나, 1966년의빌링턴에겐보즈네센스키의시를마지막으로인용하며설파하듯, 마치컬럼버스가대서양을건너신대륙의해안가에도착한것처럼풀이되고있다. 14) 황금과향신료를찾아나선콜럼버스가인도대신아메리카에도착한항해가 포물선의경로 일지모른다며아래의문단으로빌링턴은자신의길고긴 600년의러시아문화사 15) 항해의 600페이지원서를끝맺고있다. 그러나심지어여기에도저편기슭의이미지가있다. [...] 오히려러시아내륙에있는저긴강들가운데어느한강의한복판에남겨졌다는느낌이든다. 강을가로지르는다리도, 장래의항행자를위한확실한수로도 ( 水路圖 ) 도없다. 멀찍이떨어져서지켜보는이들에게원주민은종종어리석어보이는갈지자로강을따라아직도움직인다. 그러나더가까워질수록, 어떤내적인힘, 즉 숨은모래톱과바위사이로강의구불구불한하상을따라가는움직임으로삶을보는이들의고유한특성인온화한평정 16) 이눈에많이띈다. 깊은곳의흐름이이강위에있는사람들을강굽이와모래톱에서천천히끌어내드넓은바다로보내고있을지모른다는느낌이든다. 최근, 시대의 험난한항행 도, 눈에보이지는않지만앞에놓여있는게틀림없는암초도, 그들이오랫동안찾았지만아직찾아내지못한목적지, 즉 다른해안 에가닿지못하도록막지못하리라는느낌이든다.(III: 413) 14) 퍼뜩감이떠올라 / 나는그해안으로향한다, [...] / 그대는인도를 / 찾으려다 / 아메리카를 / 찾으리라! (III: 412) 15) 고찰대상이되는시대는러시아가강력하고독특하고창조적인문명으로떠올랐던시기인최근 600년이다. (I: ix) 16) 작가블라디미르코롤렌코 (В. Г. Короленко) 에대한막심고리키의묘사라고원주에서밝히고있다 (III: 512).
빌링턴은지금은소비에트라는해안에정박해있는러시아라는배가, 멀찍이서바라보는자신같은사람들에겐어리석다싶을정도로갈지자로움직이겠지만숨은모래톱과바위사이로구불구불따라온갖장애가펼쳐진여정에도평정을유지한채, 결국다른해안즉소비에트가아닌 다른 해안으로도끊임없이가닿을것을점치고있는셈이다. 실로역사학자다운러시아문화에대한해설이지않을수없다. 이처럼빌링턴의러시아문화사해설과해석에동의하며언급하지않을수없는것은, 빌링턴의 이콘과도끼 의 신화화 는경계해야하지않을까하는점이다. 굳이반세기전에쓰여진오래된, 물리적한계도가진책이라는말을하기에앞서위에서도지적했듯빌링턴의저술은자체에도적지않은모순과문제, 편향된관점을안고있는상태이다. 5. 이콘과도끼 의신화화에대한경계와 다시보기 (re-view) 빌링턴의 이콘과도끼 가지니고있는문제점에대해서는, 번역자인류한수교수의해제에서도언급되듯러시아에게끊임없는하나의 축 으로지적된서방에대한명료한규정이없다는점이다. 서방이라는뚜렷한한축을설정하지않는상태에서복잡다단한 러시아 자체에대한어느정도납득할만한규정도사실은없다. 이콘과도끼 에서시베리아의러시아는저자에의해본격적으로언급, 연구되지않으며카프카즈는 19세기초, 낭만주의를다루는장에서도완벽하다싶을정도로우회된다. 중앙아시아는아예저자의관심밖이다. 당연히이들을제외할수있겠지만, 과연이들을제외하고남겨진모스크바와그반경 800km 정도에드는유럽부러시아가과연러시아의전부인가하는질문에는긍정적대답이망설여지는것또한사실이다. 당연히, 빌링턴의입장에서는모스크바공국과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소비에트연합의모스크바에집중한러시아의 고갱이 를파헤치고싶었을것이고또그러고있다. 강력한구심적성향에도불구하고이미 16세기의모스크바공국때부터러시아는팽창의원심적성향을보여주며오늘날에까지 내부 를지키기위해끊임없이외연을확대하는아이러니한행보를보여주
고있다. 17) 물론이는어쩌면 이콘 과 도끼 라는두기호로제시하는러시아라는문화적복합체에가장부합하는부분이바로우랄산맥서쪽북부삼림지대, 즉동슬라브인들의원래정주지역에해당하는영역으로, 볼가강과돈강하류지역과흑해연안의스텝지대, 그리고중앙아시아북부사막지역및우랄산맥동쪽지역을제외하는것이오히려더적절해보이기도한다. 그러나위에언급한지역은시기에따라선매우이른시대에오늘날대러시아인의핵심적인거주지역및나치독일의표현을빌려온다해도러시아의 생활공간 (Lebensraum) 의영역으로변모하였던곳이다. 게다가이들지역에선특히나러시아의문화 / 역사적정체성형성에있어 가장동질적인외부집단 으로기능한카자크의핵심적인거주지역이기도할정도로러시아에겐매우긴밀한지역이다. 18) 17) 빌링턴스스로지적하고있는것처럼, ( 서유럽여느제국처럼 ) 러시아는바다를향해나아가기시작하며명실상부한제국의완성을이뤄나갔음을잊지말아야할것이다 (III: 2-18). 1944년, 대조국전쟁중에만들어진세르게이에이젠슈타인 (С. М. Эйзенштейн) 의영화 «이반뇌제 (Иван Грозный)» 1부에서도꽤의미심장한에피소드를만날수있다. 영화에서, 이반뇌제는리보니아 (Livonia) 로인해러시아와의해상교역로를차단당했다는이유로모스크바와교역에소극적인영국의엘리자베스 II세에게발트해가아닌스칸디나비아반도를지나백해로우회해러시아의땅으로들어올것을알려준다. 이반 IV세는특사에게거대하고화려한상아로만든체스판을엘리자베스여왕에게선물로전하라명령하며, 체스판위의나이트 (knight) 의움직임을통해이묘책을알려줄것또한지시한다. 실제로뇌제의이런의지가반영되듯그의치세말엽, 영국을비롯한서구와의교역을위해오늘날의아르한겔스크항구가개척된다 (1584). 한편이에피소드는영화가제작된전쟁당시에도충분한함의를읽어낼수있던것이었으니, 독일군의잠수함 U-보트에의해대조국전쟁중소비에트로의물자및군수지원에어려움을겪던미국와영국의연합군선단에게발트해의독일해군을피해백해로우회해소비에트로들어오라는뜻으로도충분히읽힐수있는대목이기도하다. 18) 가외로언급할수있는또다른지역의한곳으로크림반도를생각할수있다. 작년부터의크림의러시아영유를둘러싼여러논의가있어오지만, 크림은러시아의고유한역사적, 문화적영토가맞다고필자는생각한다. 예카테리나여제가크림을완전히정복, 러시아제정에복속 (1783) 시킬때까지오로지모스크바 ( 대 ) 공국의정규군만이크림반도의크림타타르인및다른세력에지속적이며조직적으로맞서왔다. 오스만투르크도, 14세기폴란드-리투아니아이중왕국이키예프및드네프르강우안지역, 즉서부우크라이나지역을본격적으로통치한이후오늘날의우크라이나의세력중그누구도크림에대한지배권을주장한세력은없다. 카잔을점령 (1552) 한뒤그긍정적파토스에휩싸인이반뇌제가크림의타
종교가러시아에게매우중요하면서도큰부분을차지하긴하나종교라는요소에대한조금은과한강조, 19) 그리고 이콘과도끼 에서빌링턴은러시아인들에게있어종교는매우중요한그무엇이다는메시지를일관되게바탕에깔고있으면서도몽고-타타르의침략과지배전후의키예프루시와모스크바공국의상호관계에대해서는짐짓눈을감는다. 해묵은역사논쟁으로서키예프루시와모스크바공국의상관관계가아니 타르인이중심이된크림한국을정복하기위해처음으로원정 (1556~59) 에오른이후, 오로지모크스바공국과러시아제정만이크림에대한강한영유권을주장하며크림을적대적세력으로규정, 결국정복에성공해통치했다. 20세기까지이크림에대한모스크바의경계는늦춰지질않았으니스탈린에의한크림타타르인들의강제이주는, 여전히크림정주민들의가장강력한상대는다름아닌중앙의모스크바였음을확인시키는것이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1954년흐루시쵸프에의해크림이러시아사회주의소비에트공화국연방 (РСФСР) 에서우크라이나사회주의소비에트공화국 (УССР) 으로전격적으로할양될때거명된이유는 우크라이나사회주의소비에트공화국과크림주 [ 당시행정구역은 Крымская область 였다 최정현 ] 와의경제적통합, 지리적인접성과긴밀한산업ㆍ문화적상호관계등을감안한 결정이었다고밝혀지고있다 ( 소비에트연방최고회의통보 (Ведомости верховного совета СССР) 3월 9일자 ). 하필 1954년이었던것은주지하듯 17세기, 폴란드에대한모스크바의우크라이나보호제의를헤트만보그단흐멜니츠키 (Богдан Хмельницкий) 가받아들인이른바페레야슬라블라다 (Переяславская рада) 300주년에대한흐루시쵸프적 기념 의표시였다. 우크라이나와함께페레야슬라블라다를맺은러시아는 1654년부터타협하지않으려는폴란드를상대로전쟁을펼치게되고결국 1667년맺어진안드루소보조약을통해러시아에가까운드네프르강좌안 [Левобережная Украина; 드네프르강의하류인흑해를바라보고서서러시아에가까운강왼쪽을좌안, 폴란드에가까운강오른쪽을우안이라고부른다 최정현 ] 과강건너에있지만상징적의미로키예프까지함께손에넣게된다. 이럼으로써우크라이나의절반은모스크바대공국과결합할수있었으며, 13세기초몽고의침략과타타르의지배로절연되었던동슬라브의정치적통일도어느정도이루어지는셈이된다. 모스크바대공국으로선 17세기후반드디어키예프와결합하게됨으로서, 400년이넘는오랜폴란드의영향하에서역시동슬라브인들에게 필터링 되고체화된서구문명을받아들일수있게된다. 모스크바대공국으로전해진 17세기후반의바로크가바로이폴란드지배하의키예프및드네프르강좌안의문화이다. 19) 앞에서도밝혔듯, 18세기중반부터 19세기중반까지의러시아귀족문화의번영을다루고있는 IV장에서저자는아이러니하게도, 다분히의도적이고도발적이긴하지만 반 ( ) 계몽 이란절에 가톨릭, 경건주의, 정교 와그 유산 이라는종교적영역을따로배치하고있다.
라종교를중심에두는문화적계승과상호관계에대한자연스런질문과빌링턴의설명에대한갈증이생겨나나그는답하지않는다. 오늘날소비에트의중핵을형성해간발생학적기원을모스크바공국이본격적으로성장한 14세기중반부터찾는다고자신의연구의테두리를설정하고있음을글쓴이역시몇번언급했지만, 적어도종교라는관점에연구의양보할수없는비중을두고있다면키예프루시로부터몽고의침략과타타르의지배하모스크바공국으로의정교의 이동 에대한문화사적인의미에서의해설은필수적이라여겨진다. 20) 게다가저자는역사학자이면서통사론적인관점에서러시아문화를해설하겠다고주장하고있지않은가? 21) 이처럼빌링턴의 이콘과도끼 는매우개성적인, 터놓고이야기해보려는선별적서술 임을다시한번증명하고있다. 그러니여지껏글쓴이의지적과비판은어쩌면당연한것일수밖에없는것을새삼언급한것일수있다. 빌링턴의 이콘과도끼 는저자의공력에대한깊은존경을불러일으키고, 이책은우리모두각자얻어갈수있는수많은영감을던져주며그리고는 언젠가는나도이런책다운책을한번꼭써보고는싶다 는대체로, 가망없는희구와분발심을아스라이피어오르게끔한다. 보리스고두노프치세끝무렵미래의지도자가되라는, 미하일로모노소프의선구자격으로서구로보내진유학생서른명가운데두명을뺀 28명이그곳에남아, 러시아최초의공식적인두뇌유출이자집단망명이된사건이있다고한다. 이런사건의존재자체를 모스크바대학역사 & 고적협회지 (Чтения общества истории и древностей Московского университета) 라는, 이분야가세부전공인필자도처음제목을들어보는잡지의 1898년논문의부록 (!) 까지살펴그기록을서구인들에게발굴해주는역사가이자 광부 는빌링턴말고는또없을것이다. 22) 20) 종교는 문화의격리된한양상이아니라문화안에서모든것에스며들어가는하나의힘으로서 중심역할을할것이다 (I: xiv-xv) 라고빌링턴스스로가책의첫머리에밝히고있다. 21) 비슷한맥락에서, 저서곳곳에서러시아사회가 은비학 (Occult) 에상당히탐닉해있었다는빌링턴의지속적인강조는균형감을잃은대표적인사례중의하나로여겨진다. 22) Н. Голицын(1898) Научно-образовательныя сношения России с Западом в начале XVII в., Чтения общества истории и древностей Московского университета, IV, Ч. III, С. 1-34, Приложения 1, 2. 이런문헌에까지빌링턴의눈이닿은것은
동란의시기를위시해라틴화된폴란드를러시아에대한타자화된 서구 로줄곧지칭하는빌링턴의분명조금은덜정치한설명은, 아이러니하지만이탈리아출신으로폴란드에서도연구했으며이후미국에서슬라브문학을강의하던리카르도피키오 (Ricardo Picchio, 1923~2011) 에의해슬라브세계의문화적구분과연구에도움이되는기준이생겨나도록했다. 분명빌링턴에게서단초를찾을것으로보이는피키오는 1973년미국및영어권학자들의국제슬라브학학술대회에서슬라브권역을로마가톨릭을믿으며라틴알파벳을쓰는문화권 (Slavia Romana) 과, 정교를믿으며키릴알파벳을쓰는문화권 (Slavia Orthodoxa) 으로나누어접근할수있다는아이디어를제시했다. 23) 이는또한소비에트학계에서도리하쵸프등을위시한학자들에의해충분히검토하고수용할수있을만한생산적인대안으로받아들여졌다. 러시아뿐아니라인문학연구의한분야에서타자로서의낯선나라와대상을연구하는것은쉬운일은아닐것이다. 역사학자로서빌링턴은그럼에도불구하고가공할만한사료파악과연구자료분석과이해는물론이요, 해빙이라는절묘한시기금단의벽에가까웠던소비에트에직접 1년을머무르며파스테르나크와만델슈탐의미망인을비롯한러시아문화의핵심을이루던계층과맞닿으며자신의이론을직접확인할수있었던행운을누리기도했다. 이러한본인의노력과주어진좋은기회를통해그는러시아문화사에 17세기말 18세기초러시아에서언급하지않을수없는 골리츠인 이라는성 ( ) 때문에저자의관심을끌었으리라애써추정은해볼수있을것이다. 혁명이전제정시대의학술지로 러시아민중계몽부잡지 (Журнал министерства народного просвещения) 나 키예프의과거 (Киевская старина) 등그내용이심히방대한경우도빌링턴은최소목차는모두일별한듯싶을정도이다. 23) Ricardo Picchio(1973) Models and Patterns in Literary Tradition of Medieval Orthodox Slavdom, American Contributions to the Seventh International Congress of Slavists, Warsaw, August 21-27, Vol. 2, Literature and Folklore, The Hague: Mouton Co., pp. 439-467에서처음제시된개념이고, 이후 1991년이탈리아어로발간된중세동슬라브문학에대한아래자신의연구서첫장에서본격적으로개진되었다. Ricardo Picchio(1991) Letteratura della Slavia ortodossa, Cap. I, Slavia ortodossa e Slavia romana, Bari. 가장확장되고정리된논의로서피키오의주장을담은이이탈리아어연구는중세초기연구에서는가장성가 ( ) 가높은블라디미르페트루힌 (В. Я. Петрухин) 에의해러시아어로도번역되어있다. Риккардо Пиккио (2003) Slavia orthodoxa и Slavia romana, Slavia orthodoxa, Литература и язык, отв. ред. Н. Н. Запольская и В. В. Калугин, М.: Знак, С. 3-82.
대한확고한업적을남겼다. 그러나, 역시러시아에타자로접근하는 21세기한국의우리는빌링턴이라는인물과 이콘과도끼 라는저작에대해신화화된접근을경계해야할것이다. 감정이입 이라기보다는독일인이아인퓔룽 (Einfuhlung) 이라고부르는것, 즉 안에서느끼기, 그리고러시아인스스로는잉크가빨종이에, 또는열이쇠에스며든다는의미로 침투나침윤을뜻하는 프로니크노베니예 (проникновение) 라고부르는것이다. 연루되어있다는이런감정만이외부의관찰자가일관성없는인상을넘어서서불가피한일반화에서헤어나업신여기기와치켜세우기, 공포와이상화, 칭기즈한과프레스터요한사이를이리저리어지럽게왔다갔다하지않도록막아줄수있다.(I: xvii) 빌링턴스스로이렇게밝히듯러시아와러시아문화에대해냉정하면서도내부에유기적으로포합 ( 抱合 ) 된관점을체화한연구가는드물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위에서살펴보았듯 이콘과도끼 는독서과정자체에서오늘의우리들에겐여러모로창조적이며비판적인 다시보기 (re-view) 를거부할수없는유혹으로제시하는저술이다. 훌륭한책한권을읽었다는자기만족에서끝나는것이아니라매우도전적인, 영감을던져주는무엇으로인가꽉찬책한권을읽으며러시아문화사라는치명적인저매력덩어리를나도이젠나의관점으로진지하게풀어내보고싶다는뭔가뭉클한것을, 빌링턴은독자들에게서끌어내고있다. 새로운해안 으로가닿은것에만족할것이아니라새로운해안으로끊임없이저어가야겠다는생각, 그리고내가지금위치한이곳이진정새로운해안이맞는가라는것을다시한번배의후미에서짚어보게끔해주는키잡이꾼 (кормчий) 24) 으로서의역할이어쩌면 이콘과도끼 의진정한의미일지모른다. 24) 이단어는 먹이 라는 корм 이라는말에서나온것이아니라 배의고물 이라는 корма 에서비롯한것이다.
6. 에필로그 옆의이사진은 1967년, 그러니까 이콘과도끼 가출판되고난이듬해 라이프 지 11월호에실린유명한사진작가빌에프리지 (Bill Eppridge; 1938~ 2013) 의사진이다. 소비에트의청춘 (Soviet Youth) 이란연재를기획, `60년대소비에트젊은이들의초상, 패션, 삶과정신을잘포착해냈다라고평가받는에프리지의이사진또한매우인상적이다. 여름휴가철, 숲속에서의휴식중 자작나무아래술집 (Бар подберезовик) 이란익살스런팻말 ( 이는또한에프리지의 25장의사진중하나인이사진의제목이기도하다 ) 을걸고맥주를비롯한술과소시지등을진열해놓는젊은이들의모습을찍은사진이다. 자작나무숲속, 나무등걸에박혀있는 소도구 로서소비에트적정체성을선명하게보여준다고판단된피사체로서도끼한자루의아이디어가, 한해전뉴욕에서발간되어러시아와소비에트에대한관심을제고한 이콘과도끼 의영향에서마냥자유로웠다고추정하기는사실상그리쉽지않을것이다. 어렸을때부터러시아에대한막연하지만깊은관심을갖고자라난한청년이자신의열정과정력을쏟아탄생시킨노작에서구현되고설파된아이디어가당대사회에서받아들여진흥미로운반응의한장면이라생각되어애써이사진을언급하며조금은어수선한글을마무리짓는다.
참고문헌 르제프스키, 니콜라스엮음 (2011) 러시아문화사강의 : 키예프루시로부터포스트소비에트까지, 최진석외옮김, 그린비. 빌링턴, 제임스 (2015) 이콘과도끼 : 해석위주의러시아문화사 1, 2, 3, 류한수옮김, 한국학술재단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749, 한국문화사. 아바쿰, 러시아문화사적측면에서본 생애전, 이인영옮김, 서울대출판부, 1991. 슐긴ㆍ꼬쉬만ㆍ제지나 (2002) 러시아문화사, 김정훈ㆍ남석주ㆍ민경현옮김, 후마니타스. 파이지스, 올랜도 (2005) 나타샤댄스, 채계병옮김, 이카루스미디어. Биллингтон, Дж.(2011) Икона и топор. Опыт истолкования истори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Россия в поисках себя. Статьи и выступления, Всероссийская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библиотека иностранной литературы им. М. И. Рудомино. Дворник, Ф.(2001) Славяне в европейской истории и цивилизации, М.: Языки славянской культуры. Масси, С.(2000) Земля Жар-птицы. Краса былой России, M.: Лики России. Милюков, П.(1896~1903) Очерки по истори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в 3-х частях, СПб.: Издание журнала «Мир Божий».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III XV веков, Часть 1: Материальная культура, 1969; Часть 2: Духовная культура, 1970,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VI века, Часть 1: Материальная культура, 1977; Часть 2: Духовная культура, 1977,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VII века, Часть 1: Материальная культура, 1979; Часть 2: Духовная культура, 1979,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VIII века, Часть 1, 1985; Часть 2, 1987; Часть 3, 1988; Часть 4, 1990, М.: Издательство МГУ. Очерк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XIX века, Т. 1: Общественно-культурная среда, 1998; Т. 2: Власть и культура, 2000; Т. 3: Культурный потенциал обществ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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Резюме Критическое пересмотрение изучения по истори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и «Икона и топор» (Critical Re-View on the Studies of Russian Cultural History and The Icon and the Axe) Чой, Чжун Хюн * Данная статья ставит цели ознакомить с содержанием и критически рассмотреть монументальную работу Джеймса Х. Биллингтона «Икона и топор: опыты истолкования истори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пользуясь случаем выхода его корейского перевода. Правда, анализируемый нами труд был написан и опубликован полвека тому назад, впрочем до сегодня не теряет свою актуальность и все еще вдохновляет многих русистов. Отдавая дань удивительной совокупности всех разных знаний и размышлений в середине прошлого века, нам необходимо признать, что сама книга «Икона и топор» обнаруживает много любопытных моментов, что позволяет подвергать работу к критическому пересмотрению. К нашему удивлению, в монографии есть такие недостатки, как перевес на стороне религии, географическое ограничение, снижение нижней границы в историческом плане, отсутствие четкого определения концепции Запад, тем не менее данный фундаментальный подвиг в изучении по истории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представляет собой огромный толчок и зоркий кормчий в плавании к другому, новому берегу. Ключевые слова: Дж. Биллингтон, «Икона и топор», русская культура, история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ы, икона, православие, топор (J. Billington, The Icon and the Axe, Russian Culture, History of Russian Culture, Icon, Pravoslavie, Axe) * Research Professor in the Institute for the Humanities at Daegu University.
최정현대구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학술연구교수. 고려대ㆍ성균관대강사. 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에서학사와석사를하고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교에서키예프루시시대문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 중세동슬라브문학과문화, 역사등에관심이많으며지금은 17세기러시아의사회와문학, 문화에대한연구를진행하고있다. 주요논문은 키예프루시의통일성에대하여, «이고리원정기» 의시학적공간 그리고 범슬라브주의의프리즘으로본 «안나카레니나» 등이있다. Choi, Jung Hyun Research professor in the Institute for the Humanities of Daegu University. He received Ph.D at St.-Petersburg University for a dissertation on Literature of Kievan Rus period. His main research interests are History of East Slavic literature, culture and history of Russia from the beginning to the present days. Recently his academic work is going on the 17 th century literature, society and culture in Moscovite kingdom. Among his main articles, On the Unity of Kievan Rus', Poetic Space of Igor's Tals and Anna Karenina through the prism of Panslavism. 논문투고일 : 2015. 9. 30 논문심사일 : 2015. 10. 16 ~ 2015. 11. 9 심사완료일 : 2015. 11. 10 논문심사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