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하 는 만큼 꿈 꾸 는 만 큼 꿈을 실현합니다. 미래를 열어갑니다 교육현장체험수기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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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 랑 하 는 만큼 꿈 꾸 는 만 큼

2 사 랑 하 는 만큼 꿈 꾸 는 만 큼 꿈을 실현합니다. 미래를 열어갑니다 교육현장체험수기 수상작품집

3 축사 이 책에 담긴 이웃들의 소박한 일상과 열정을 통해 더욱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밝은 미래를 향한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와 EBS는 우리 사회 교육현장 곳곳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전 국민들과 공유하고자 교육현장체험수기를 공모하여 왔으며,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금년에도 교단, 자녀교육, 자기능력개발의 세 분 야에 걸쳐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꿈을 향한 열정과 도전, 그리고 성취의 기쁨을 맛 본 사례 중 함께 나누면 감동이 배가 되는 사례 총 25건을 엄선하였습니다 교육현장체험수기 수상작품집 은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이웃의 소박한 교육은 과정이다, 결코 끝이 없는 과정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태어 나서 죽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필수적인 행위 중 하나가 바로 교육입니다. 어렸을 적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교육에서부터 학령기의 학교 교육, 사회 속의 다양한 위치 와 관계 속에서 받게 되는 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떠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평생교육 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직업과 연령을 막론하고 끊임없 이 자기개발에 힘쓰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 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많은 이들이 평생교육원,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참여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가운데, 교육의 목표나 수단이 과정에 앞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름 있는 교 육기관, 뛰어난 교수법 또는 훌륭한 성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배우고 몰두하는 과정 자체입니다. 일상 속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책 속의 뛰어난 지식이 삶 속에 녹아들어 일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일상이자 열정적인 꿈의 실현 과정입니다. 아무쪼록 본 작품집을 통해 더욱 많은 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미래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힘을 얻는 선생님, 소중한 자녀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시는 부모님, 그리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학업에 몰두하고 계신 직장인과 주부, 여러분 모두의 꿈과 희망을 향한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2008년 11월 28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4 축사 5

4 발간사 교육은 대한민국의 감동이며 미래입니다.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우리 교육의 내일을 다져 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구관서 교육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교육은 대한민국의 감동입니다. 교육 현장의 소중한 체험과 감동적인 모습들은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슬기롭 게 다져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올해 교육현장체험수기 공모전에 보여준 여러분들의 뜨거운 열정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그 열정을 이 작품집에 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 수상작 EBS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공동 주최한 2008 교육현장체험수기 공모 를통해모아 진 교단, 자녀교육, 자기능력개발 부문의 진솔하고 소중한 현장 체험들을 이 작품 집 속에 소중하게 담았습니다. 품집의 발간과 보급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 현장이 더욱 더 건강해지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전 현직 교원으로서 교육현장에서의 생생한 체험을 그린 교단 부문, 부모의 입 장에서 헌신하며 효율적으로 자녀들을 교육의 장으로 이끈 사연이 그려진 자녀교 육 부문, 그리고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이루어낸 성 과를 담은 자기능력개발 부문, 이 세 분야는 모두 이번 공모전 홈페이지 조회 수에 서도 볼 수 있듯이 처음부터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2008년 11월 28일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구관서 특히 미국, 스페인,아르헨티나,일본, 중국, 홍콩 등 해외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이 참여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응모 작품 수가 늘어난 만큼 내용 역시 해를 거 듭할수록 더욱 솔직 담백하고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6 발간사 7

5 심사평 교단 부문에서는 한국 교육 현장의 어려움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의욕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도 선생님들은 눈부신 노력과 사랑으 로 교육 현장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자녀교육 부문에서는 부모의 힘을 모으면 나라 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 같은 인간의 힘을 보았으며 자기능력개발 부문에서는 한 국의 미래를 밝히는 긍정의 힘을 볼 수 있었다. 다만 글에 대한 욕심을 조금 줄이고 성심을 다하는 자세가 조금은 아쉬웠다. 소설가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 신달자 2008 교육현장체험수기 공모전 에 응모한 작품들을 정성껏 읽었다. 교육애와 열 정이 넘치는 작품이 많아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교단 부문은 예년에 비해 우수한 작품이 많았던 데 비해 자기능력개발 부문과 자녀교육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예년과 변함없는 지도 대상 및 방법의 나열로 새로운 시도가 적었던 점 이 특히 아쉬웠다. 자기만의 노하우를 좀더 부각시켜 일반화시키는 노력이 요구된 다. 이번 공모에서 두드러진 점은 해외에서 보내온 교육활동 수기가 여러 편이었 고, 운동부, 특수아, 유아 등 다양한 대상을 소재로 한 실천 수기가 많았다는 점이 다. 한결같이 교육애를 발휘하고, 또한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웠 다. 다음 공모에는 더욱 훌륭한 작품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작품이 많았습니다. 공교육 내실화, 자녀 교육, 학벌 타파 의지 와 비전 제시, 참신하고 실용적이며 교육적인 내용, 사실적인 문장 표현, 구성의 세 련미, 대중의 공감대 확보 및 유사 작품 존재 여부 등에 기준을 두고 심사하였습니 다. 교단 부문에서는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노력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새로운 변화와 개선을 이룬 내용의 작품에, 자기능력개발과 자녀교육 부 문에서는 어렵고 힘든 상황을 극복하여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경험으로 보여준 작품이 수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한 편 한 편의 수기가 모두 상을 받아 마땅했지만 심사 기준에 따라 한정된 작품 만을 선정하다 보니 더 많은 작품에 상을 주지 못해 심사위원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감출 길 없습니다. 수기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이 수상집에 실린 작품들이 교 사,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꿈을 주고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EBS 시사교양팀장 심효무 대구 학남초등학교 교장 심후섭 8 심사평 9

6 심사평 2008년도 교육현장체험수기 공모에 모인 글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특수한 사례 나 뜨거운 열정이 넘치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수기 공모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 교육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볼 때, 교육에 대한 적절한 관점 혹은 교육적인 이론 이 뒷받침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어떤 교육이든 그 목표 를 분명히 인식한다면 피교육자에 대한 이해가 빨라지고, 갈등도 최소화할 것이 며, 불필요한 정신적 물질적 소모가 줄어들 터이니 더욱 세련되고 역동적인 교육 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수기를 보내오신 많은 분 중에서는 특수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저절로 그 분야 의 전문가가 된 어머니도 있고, 교육자가 아님에도 훌륭한 관점으로 감동적인 교 육 사례를 만들어낸 분도 있었습니다. 교사들의 경우 뜨거운 열정이나 노력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학생 지도를 위한 연수나 체계적인 연구의 성과물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과정의 노력은 다소 미흡한 점 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아도 체계적인 시스템의 뒷받침 없이 스스 로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도 발생하기 마련인지라 오늘날 같은 정보지식 사회에서는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 심 사를 하면서 현장 교육의 체계화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동덕여자고등학교 교장 전상룡 글은 곧 그 사람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에는 지은이의 전인격이 내재할 수밖 에 없음을 말한 것입니다. 수기는 지은이가 경험한 삶의 체험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특히 이번 공모 당선작들은 책으로 출판되어 전국의 교육 관계자, 선생 님, 학부모, 학생들에게 널리 읽힐 것이므로 그 영향력이 클 것입니다. 많은 응모작들을 심사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이토록 치열하게 사랑 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아직도 특별하게 따스한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도처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들은 선생님들의 지도와 동행이 필요하며, 가슴으로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보다 효과적임을 이번 수기 심사를 통해 다시 알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맹 목적 사랑이 아니라 문제점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대안을 꾸준히 실천하는 전인격 적 노력이 많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모두가 당선작이지만, 그 중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훈훈한 가슴을 함께 나 누고 싶어지는 작품, 산만하게 나열된 업적형보다는 하나의 사례일지라도 전 과정 에 걸쳐 감동을 전달해주는 작품, 모범이 되어 함께 도전해 보고 싶도록 동기 부여 를 해주는 작품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내용은 좋으나 자기 자랑 위주여서 저항감 이 생기는 글, 수기가 아닌 보고서형, 가슴보다는 머리로 실천한 사례형 등은 감점 을 주었습니다. 우리 교육 현장에 더 많은 사랑의 마음이 퍼지고 실천되는 아름다운 교실이 늘 어나고 있음을 믿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서울 대치중학교 교감 함정식 10 심사평 11

7 목차 대상( 大 賞 ) 자녀교육 수범사례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노영남 017 교단 수범사례 걸음이 빠르다고 빨리 가는 것은 아니다 신은선 자녀교육을 가족 모두의 화목한 시간으로 허동규 하루 15분의 투자가 가져온 수백 배의 행복 이향선 멋진 아들의 비밀 통장 김정희 얘들아, 대왕고래가 되어라 한숙자 039 희망을 찾아가는 우리 가족 황현숙 209 꿈꾸는 외인구단 유상용 053 꿈은 이루어졌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진규 221 오늘을 넘어서 내일로 정현주 067 우리집에 도서관이 생겼어요 백승철 237 무조건적 수용으로 분리불안 장애를 극복하다 허만영 083 미안하다 김정례 247 마음으로 함께 안는 6학년, 네가 참 좋다 이명숙 101 학급문집 활동으로 피워낸 금란지교( 蘭 之 交 )의 꽃 정해균 방학에도 신나는 우리 학교 신서영 자기능력개발 수범사례 큰 동그라미의 의미를 가르쳐준 아이들 조을혜 141 자기능력 개발의 실천 모델이 되리라 김임태 265 테마가 있는 시내버스 최병윤 275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서상문 288 나는 알비니즘(albinism)인이다 이동일 297 知 天 命, 새로운 시작이다 허종구 309 꿈을 찾는 자율적인 인간이 되자 박형옥 323 비전이 이끌어준 삶 김지환 335 인생은 짧고 배울 것은 많다 박준수 목차 13

8 대상( 大 賞 )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노영남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15

9 대상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노영남 충청북도 청주시 동주초등학교 교사 XXXXXXXXXXXX 작은 불씨 떨어져 저마다 불붙은 나뭇가지는 차마 참지 못하여 불덩이만 뚝뚝 떨어지고, 높디 높은 감나무 끝자락 까치밥 서너알이 새색시 볼마냥 하루가 다르게 가을 햇살에 타 오르는 계절! 수줍게 내어놓은 한 편의 글에 날아온 너무나도 커다란 답장에 대한 감사와 감격이 푸 르고 깊은 가을 하늘을 채우고도 남아 저의 작은 몸을 전율로 타오르게 합니다. 넘치는 감 사함을 서성이는 가을 바람에 살포시 띄워 보내 봅니다. 수업의 맛을 찾아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질을 높이고자 부단히 애쓰시는 모든 선생님 들과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한 시간 한 시간이 더욱 소중한 꿈으로 영글어 가도록 정성으로 수업을 가꾸는 순박한 교사가 되렵니다.

10 2005년. 흙내 가득한 논과 텃밭 사이에 오붓이 들어 앉아 문을 연 새 학교. 학교 담 장 옆 고추밭고랑을 연신 뛰어다니는 닭들의 분주한 몸놀림이 정겹다. 그동안의 타성과 교직의 습성에 젖어 있는 나를 다시금 일깨워보리란 다짐으로 오게 된 사 천초등학교. 아담하고 정갈하기 그지없는 이 학교에 환경을 하나하나 만들어 채워 가듯 아이들과 만들어갈 세상에 대한 설레임은 그동안의 교직생활에 대한 점검이 자 자신에 대한 도전, 새로운 환경에 대한 모험심과 더해져 의욕을 불태우기에 충 분했다. 히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내 목소리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온 교실 안을 떠돌 줄 이야! 수업이 끝나면 마치 중노동에 시달리다 온 사람처럼 젖은 솜이 되어 축 쳐지 기 일쑤였다. 그러나 육체적인 힘듦보다 만족 없이 반복되는 좌절감에 헤어날 길 없는 마음은 천근만근 더욱 무겁기만 했다. 힘빠진 아이들, 의욕을 잃다 김빠진 사이다? 수업, 맛을 잃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시작된 수업. 그래도 명색이 예전에 두 번이나 수업연구대회 에 나가서 상을 받았고 매년 대표수업은 도맡아 하는 터라 다른 학급활동보다 아 이들과 수업에서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교사로서 가 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때는 역시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보여 주는 흥미로움 과 즐거운 수업이었음을 인정하는 환하고 생기 있는 눈빛, 내 깊은 맘 속에서 울려 주는 찡한 전율이 있을 때다. 이 시를 듣고 어떤 장면을 신체로 표현해 볼까요?, 누가 자신의 경험을 실감 나게 이야기해 줄까?,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시연해 볼까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서 이야기해 줄 친구?, 사회자가 되어 진행을 해 볼 사람 있나 요?, 우리 다함께 일어나서 이 상황을 춤으로 표현해 봐요. 묵묵부답. 쭈삣쭈 삣. 단답형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몇 녀석이 대답을 하긴 한다. 자신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나 친구들 앞에서 활동을 해 주길 바랄 때는 도리도리를 치거나 아예 고개를 떨구어 버린다. 눈이라도 마주칠까 눈빛들을 애써 다른 곳으로 옮기느라 분주하다. 며칠동안 이런 주문들이 지속되자 몇몇 숫기없고 내성적인 녀석들은 수 업시간만 되면 한숨을 내쉬며 이미 눈빛으로 하얀 백기를 흔들어 보이고 있는 것 이 아닌가! 재미있고 신나는 수업의 맛을 보여주리란 하늘을 찌르던 의욕이 무참 아이들은 참 말을 잘 한다. 또 할 말도 많은 듯하다. 우스개 소리의 달인이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참견하고,받아치기도 잘한다. 달변가도 그런 달변가들이 없다. 말 잘하 고 말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이들인데 수업시간만 되면 몸은 그야말로 꽈 배기처럼 배배 꼬인다. 이런 헛똑똑이들! 그래서 미래의 리더로서 우뚝 서겠니? 학업과 관련된 학원도 적게는 1~2개, 많게는 일주일에 5개 이상을 다니는 아이 들이다. 그렇게 공부에 들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취는 중 하위 수준. 들인 노력이나 시간, 비용에 비해 수익도 볼품 없고, 결과도 터무니 없 는 비효율의 극치다. 수업시간에 듣는 내용은 이전에 몇 번씩이나 들었던 내용들 이기에 당연히 따분하고 지루할 수밖에! 흥미가 있을 리 만무하다. 참 바쁜 아이들이다. 아침 등교하자마자 시작되는 컴퓨터 시간에 수업시간이 끝 나고 나면 특기적성에, 학원 두 서너 개 쯤 돌고, 해가 뉘엿뉘엿 질 녘 부모님이 퇴 근하고 들어오실 시간에 맞추어 귀가한다. 그러면 식사하고 가족과 대화할 시간도 없이 학교 숙제와 학원숙제와 씨름! 이런저런 이유로 늦게 잠들고 또 하루가 시작 되면 딱딱한 책상에서 하루를 견디어낸다. 선생님! 그냥 컴퓨터로 수업해요. 그게 편해요. 선생님은 왜 컴퓨터로 수업 안 하세요? 특별한 때 이외에 거의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는 내가 순간적으로 이상하 게 여겨질 만큼 의아함과 부당함을 한껏 담은 아이의 눈은 당돌하게 반짝였다. 아 이에게 컴퓨터로 수업하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너희가 컴퓨터에 길들여져 있는 거라고 대답은 했지만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아이의 표정은 내 자신이 옹색 18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19

11 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당혹스러웠다. 그랬구나! 시각적인 영상, 바라보기만 하면 진행되는 수업에 너희들이 길들여져 있었구나! 한 가지 방법밖에 모르는 중 병에 걸려 있었어! 바로, 수업 편식증. 세상, 변화를 요구하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관심집중의 노하우, 게임과 손유희를 경험하고 아이들은 구식이라고, 재미없다고 내 가슴에 비수를 꼽는다. 아이들이 접하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고 있다. 초임시절 아이들과 함 께 같은 가요를 부르고,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책을 읽고 공감할 만큼 마음의 거 리가 가까웠었는데, 해가 갈수록 접하는 아이들의 세상과 문화는 낯설기만 하다. 아이들의 성향도 달라져서 외적으로는 자극적인 것에 반응하고, 빠른 것을 즐기 며, 다감각적인 것을 선호할 뿐 아니라 집중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반면 내적으 로는 자신감이 없고, 도전정신이 부족하며, 인내심이 적고 애정에 대한 갈급함이 깊다. 모든 게 변해간다.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이 나를 비롯한 교사들인 것 같다. 나 자 신만 해도 아이들과 세상에 발맞추어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수업기 술을 확보해서 업그레이드시켜도 아이들의 요구수준을 따라가기 힘들텐데 익숙한 활동들과 몇 개의 아이템으로 몇 년씩 우려 먹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부끄럽기 그 지없다. 그래도 초임 때는 학습자료 만들기에 열심이라 만든 자료가 어림잡아 한 리어카 정도는 되었었다. 그것으로 자료전에서 1등급도 했었는데, 지금은 학습안 내가 잘 되어있는 사이트를 찾기에 바쁘지 흥미롭고 재미있을 자료를 찾거나 만들 기에 소홀한 면이 적지 않다.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 세상은 지금 변화하라고 함성을 질러대고 있다. 예전의 틀을 깨라고,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지 금의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라고. 구태의연한 수업방식을 탈피하라고 말 이다. 교사가 변하고, 수업이 변해야 교육이 산다고 말이다. 수업, 달라져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하고, 교사의 수준은 수업에 의해 판 단된다. 그렇다면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교사라 할 수 있다. 요 즘 공교육의 정상화에 대해서 언론에서는 물론, 교육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 다. 지나친 사교육의 팽창으로 인해 붕괴되어 가는 공교육을 다시 돌이키자는 것인 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교사의 능력을 신장시키고, 학교의 교육력을 높여서 학 교에서 공부하더라도 좋은 학습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이면 되는 것이다.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교사는 최적의 학습자료와 방법으로 아이들의 수준 에 적합한 교육내용을 흥미롭게 이끌고, 학생들은 즐겁게 학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수업이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 수업 목표에 부합한 흥미있고 재 미있는 수업이어야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고 학습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 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재미있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고 재미있게 수업하는 교사가 잘 가르치는 교사는 아니다.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수업 전문가로서의 교사는 수 업에 관한 제반 이론들을 종합하여 수업에 적용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교사 의 수준에서 이끌어가고 제시되는 활동을 통한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수준을 파 20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21

12 악해서 그 수준에 맞는 활동을 하나하나 해 나아가되 아이들이 주도할 수 있는 요 소들을 통해 수업목표에 도달하도록 말이다. 흔히 말을 물가에는 데려갈 수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란말을한다. 교사는 아이들을 물가에 데려가서 물을 마시는 방법, 마실 물, 마시지 말아야 할 물을 구별할 수 있게 가르쳐 주면 된다. 억지로 마시게 할 수는 없지만 맛깔나는 홍 보와 안내로 마시고 싶어 안달나게 그래서 꼭 마시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인 것 이다. 실낱같은 희망의 서광이 비춰오는 듯 가슴은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기다려 라! 우리 행복한 수업이 훨훨 날개를 펼칠 날이 오리라. 시간마다 다른 맛을 만들어요 재미있는 수업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가장 먼저 변화된 것은 바로 교사인 나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교재 연구 없이 즉흥적으로 수 업에 임하거나 그 수업에 쓸 학습지나 동영상 정도만 찾아놓고 진행하던 안일하고 나태한 나를 버려야했다. 교과와 수업의 내용에 맞는 학습모형에 대한 탐색과 연 구를 부지런히 했고, 하나의 수업에 하나의 모형을 적용하기도 하고, 두개의 모형 을 필요한 부분만 삽입하여 새롭게 모형을 구상하기도 했다. 이전에 사용했던 자 료와는 다른 새로운 동기유발 자료를 찾아야 했고, 수업에 대한 다양한 테크닉을 익히기 위해 수업기술에 관한 연수를 받고 책을 읽고, 인터넷 정보를 찾으며 다양 하게 진행되는 공개수업을 참관하였다. 아무리 바쁜 일들이 있어도 1시간씩은 꼭 교재 연구를 하여, 그 수업목표에 가장 적합한 활동이 무엇일지 선정하되 그 활동들도 아이들의 흥미와 수준을 충분히 고 려했다. 한 차시 수업에 신선함과 참여를 유도하는 즐거운 활동 하나씩은 꼭 넣도 록 하였다. 또 각 시간마다 맛과 색깔이 시간으로 확실히 느껴지도록 구상하고자 했다. 이렇게 하니 미리 준비된 자료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수업에 대한 그림들로 출근길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색깔을 찾아요 하루하루 자라나는 내 마음. 아이들은 아침에 등교하면 아침활동으로 독서를 하 되 매주 금요일에는 자신이 선택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 졌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잠재되어 있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드러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 뿐 아니라 발표하고,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했다. 내 마음의 일기예보 라는 교사와 아동간의 비밀 교환일기도 사용했다. 오늘 이 런저런 일로 마음이 안 좋다거나 가정에 무슨 일이 있다거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선생님에게만 살짝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즐겁고 신나는 일들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마음이 어둡고 힘들면 그것이 들어올 리 없다. 마음이 슬프고 괴로운 아이에게 왜 수업에 참여하지 않냐고, 왜 공부하지 않냐고 독촉하지 않고 배려하기 위한 한 방법이었다. 아이들이 적어놓은 마음의 상태를 읽고, 아이의 마음상태를 공감하고 어루만지는 스쿨맘(교사의 애칭)의 답장을 통 해 아이가 조금은 힘을 얻고 자신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위로받길 바 랬다. 교사는 공부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까지 이해하고 헤아리고 보듬는 사람으로 여기길 바랬다. 22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23

13 오늘의 상황표. 하교할 때 아이들의 알림장에는 오늘의 상황표라는 딱지가 하 나씩 붙었다. 하루 동안의 아이들의 발표도, 학습태도, 교우관계, 과제수행에 관해 짤막하게 써 넣도록 되어있고, 맨 아래 칸에는 교사가 가정에 보내는 메시지를 넣 었다. 아이들의 수업과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서 가정과 함께 하고 싶었고, 학부모 들이 학교생활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싶었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학교생활 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기뻐했고, 아이들도 학교와 관련해서 가정에서도 다시 한번 칭찬받고 격려받고 위로받을 수 있어서 좋아했다. 내가 발표왕. 21세기를 주도해나갈 글로벌 리더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의견 을 당당하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학습활동 가운데 발표를 3 번이상 한 친구들에게 스티커를 주었고, 한달에 한번 스티커 수에 따라 큰 선물과 함께 시상을 하였다. 발표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하고 수줍어서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수업 시간을 통해서 반복적으 로 아이들에게 발표훈련을 해야만 했다. 또 다른 나를 찾아라!. 아이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개성과 능력이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것을 수업에 활용하기로 했고 걸맞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특유의 재치와 익살 넘치는 재민이와 성규는 우리반 영화배우, 웃기 는 행동을 많이 하는 승희와 무강이는 우리반 개그맨, 늘 논리적이고 진지하게 말 을 잘하는 예림이와 승원이는 우리반 변호사 등등. 알록달록 발표회. 한 달의 끝자락 즈음 교실에서 우리반 만의 발표회가 열렸다.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도 있고, 노래를 부르는 친구, 동시를 낭송하는 친구, 사회 시간에 배운 주제에 대해서 자신이 조사한 내용들을 더 발표하는 친구, 자신이 읽 은 책에 대한 감동을 전하는 친구까지. 처음에는 장기자랑 정도로만 여겨서 익살 꾸러기들만 참여하던 발표회 횟수가 거듭될수록 정착되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참 가하게 되었다. 열려라 쿠폰잔치. 매일매일 상황표에 발표도 잘하고 수업에 재미있게 참여한 친구들에게 참 잘했어요 쿠폰이 발행되었다. 이것은 학급을 위해 스스로 봉사활 동을 하였거나 희생정신을 발휘한 멋진 일이 있을 때와 수업활동 중 남다르게 적 극성을 보였다거나 참여를 잘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주어졌다. 이렇게 한 장, 두 장 모아진 쿠폰을 가지고 매월 마지막 날을 학급에 차려진 각종 문구와 학용품 류, 과자류, 장난감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잔칫날이 었다. 수업, 이런 맛 처음이야! 우리 반 아이들이 수업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사회 단원 첫 시간에 단원학습에 대한 개요와 진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것은 전문가 학습을 해보자, 이것 은 조별로 조사학습을 해서 발표하자, 이 주제는 다시 소주제로 나누어서 분단 끼리 발표하자, 단원 마지막에서는 골든벨을 하자 는둥 나름대로 학습방법을 구 상하기까지 했다. 국어 수업에서도 글의 종류만 접하면 역할극을 하자, 인터뷰해 보자, 동영상을 찍어보자고 먼저 자신들이 흥미있어 하는 수업활동을 제시했다. 교사로서의 무색함도 잠시, 학습에 대해 스스로 구상하고 의욕을 갖는다는 큰 변 화가 기특하고 대견하기 이를 데 없었다. 24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25

14 역할극 수업.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이다. 처음에는 다들 고개를 도리질 쳤지 만 나중에는 얌전이 민경이까지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함께했다. 잘하는 아이들 은 잘하는 대로 능청스러워서 웃음을 선사하고, 못하는 아이들은 못하는 아이들대 로 흥미있고 나름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짧지만 앞에서 내가 누군가 다른 인물이 되어 역할을 소화해 낸다는 것이 자신감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인터뷰활동과 동영상 만들기, 프리젠테이션. 도덕 수업을 위해 뉴스형식으로 앵 커와 기자를 만들어 올바로 지켜지지 못하는 사례나 잘되는 사례에 대해 인터뷰해 서 소개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아이들의 흥미도 유발할 뿐 아니라 앵커와 기자, 사례자로서 즉흥적으로 말을 주고 받아야 하므로 말하는 훈련과 어휘사용의 폭도 넓혀주고 자신의 판단력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가치 판단에 대한 분별력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 여겨졌다. 아이들은 동영상을 파일로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거나, 학 교 선생님들 또는 친구들의 UCC를 수업자료로 활용하면서 아이들의 흥미는 더해 졌고, 직접 제작하였거나 참여하였기에 더 즐거운 수업이 될 수 있었다. 또 재량시 간을 활용한 파워포인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습득했고, 이것은 사회 과학 수업에서 조사학습 결과를 발표하거나 과학 실험 준비물이나 과정을 설명할 때, 결과를 발표할 때 이용되었다. 아이들은 스스 로 자료를 만들어서 발표하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느꼈다. 다감각적 수업활동. 독창적인 우리만의 수업방식이고 아이들이 가장 흥미로워 했던 활동이다. 교과서에 우리나라의 음식에 대해 나오면 조사발표나 신문, 큰 책 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알아보기도 하지만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먹어보기도 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비눗방울이 나오는 동시를 배울 때는 교실 한가득 비눗방 울을 띄워놓고 배우고, 은행잎 편지를 배울 땐 노란 은행잎에 직접 편지를 써서 냇 가에 띄워 보냈다. 학교 내에서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이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이들이 훨씬 흥미로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학습 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추억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이외에 흔히 사용하는 전문가 학습활동과 물레방아 학습활동,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 위해 협동과 경쟁심 유발을 위한 요소들도 많이 가미했다. 학습 정리 단계에 서는 골든벨이나 OX퀴즈, 함께하는 낱말퍼즐, 꼬마박사 선발대회 등을 통해 자칫 흥미위주로 지나쳐서 학습의 목표나 중요한 사항을 빠뜨리지 않도록 매시간 반복 학습시켰다. 수업분위기 조성과 정리를 위해서는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 소지자 로서의 자질도 마음껏 발휘했다. 우리 반 수업, 짱 재미있어요! Open mind. 마음이 서로 통하는 기분이 이럴까? 처음에는 마음의 벽과 경계심으 로 교실이라는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아이들과 나는 점차 서로 눈빛만 보아도 무얼 원하는지 아는 사이가 되었다.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지, 얼마 나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 나를 얼마나 신뢰하고 따라주는지, 나를 좇는 까 만 눈동자들에서 확연히 읽을 수 있어 참 행복했다. 아이들도 자신들과 즐겁게 수 업하는 선생님, 자신들을 함께 수업을 이끌어가는 인격체로 존중하는 선생님이 자 신의 마음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보듬어 준다는 것을 느끼고 강한 친밀감 과 존경의 마음 그리고 사랑을 적은 작은 쪽지나 편지, 일기로 나를 늘 행복감에 젖 게 해 주었다. 교사로서의 보람이 이런 데 있었구나! 가슴부터 소용돌이 쳐 온몸을 감싸는 찡한 전율에 가슴이 벅차는 경험이었다. 신나고 재미있는 수업으로 활기찬 교실분위기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에 충분했다. 5월에 열리는 운동회에서의 이어달리기, 줄다리기, 남녀 단체경기 모두 동학년 학급에서 최하위였었는데, 2학기에 개최된 동학년 체육대회에서는 2 위를 한 이어달리기를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하였다. 특히 반 대항 줄다리기에서 우승하였을 때 서로 부등켜 안고 좋아라 운동장을 펄쩍펄쩍 뛰며 아이들과 하나가 되었을 때의 기쁨과 환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늘 알림장에 붙여 가던 상황표에도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된 더위가 시작 될 무렵부터는 부모님들의 답장이 한 줄, 두 줄 기록되기 시작했다. 아이가 학교 26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27

15 가길 너무 좋아한다고, 수업이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우리 선생님이 짱이 라고 한다고. 그리고 독특하고 섬세한 교육활동과 학급운영에 대해서도 감사하다 는 말들이 가득했다. 부모님께도 아이들을 통해 신뢰받고 만족을 주었다는 생각 에 기뻤다. 골라골라, 생동감 넘치는 학부모 공개수업 일찌감치 뜨겁게 달아오른 햇살에 달궈진 운동장 모래 알알이 반짝거리던 6월, 교 실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 결과를 중간 점검하듯 드러내 보일 생각을 하 니 불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만들어 온 학급과 수업에 대해 받게 될 평가가 두렵기까지 했다. 처음이라는 부담감과 함께 과연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 을까 하는 걱정에 수업 참관자들인 학부모들 앞에서 수업공개를 한다는 것이 부담 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부모들이 와 있다는 새로운 환경에 답답함과 침묵이 맴돌 던 그 때로 아이들이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닐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시장의 종류와 하는 일에 대해서 알아 보는 사회 수업이었다. 시장에서 집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하는 똘이의 시장탐험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어느새 우리반은 다양한 시장을 옮겨 놓은 것처럼 활기와 생 기가 가득했다. 재래시장에 대해 알아보았다는 성규네 모둠은 다리까지 떨며 골라골라 를외 쳐대는 성규와 몸빼바지 안에 손을 넣어 거스름돈을 주던 나물장사 무강이 할머니, 값을 깎아 달라는 지현아줌마와 덤을 더 주겠다는 홍상이의 실랑이, 수업을 보러온 경은엄마에게 수박 맛보고 사라며 수박을 커다랗게 잘라주던 재민이 때문에 온통 배꼽을 부여잡고 웃어대느라 온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재래시장이 하는 일을 또박또박 전해주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요즘 새롭게 형성된 시장인 홈쇼핑에 관심을 가졌다는 유민이네 모둠은 말 잘하 는 쇼호스트 다정이와 보기만해도 군침돌게 먹어대던 현우와 송하 때문에 동해바 다에서 갓 잡아 올려 신선하게 건조시킨 오징어를 모두 판매해서 감탄을 자아냈고, 홈쇼핑의 하는 일과 장단점까지 친구들과 토의해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백화점 직원으로 우아하게 핸드백을 팔고 백화점의 하는 일을 알려준 주희네 모 둠, 대형 할인매장의 시식코너로 불고기와 참외 한 조각을 맛보게 해 준 수정이네 모둠까지 자신의 경험과 견학, 사전 조사학습으로 인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잘 발 표하였다. 몸으로 행동했기에 자신의 모둠에서 발표한 내용은 확실히 알 수 있었 고, 다른 모둠에서 발표한 내용은 이런 시장, 저런 시장 학습지에 기록하며 다시 정리할 시간을 갖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자신의 모둠보다 다른 모둠의 내용에 더욱 흥미로워했으며, 학부모들 은 이런 수업도 있느냐고, 너무 재미있다고, 수업 같지 않다며 아이들의 수업준비 와 능청스러움, 발표력과 학습태도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칭찬했다. 우리 모 두 처음으로 어깨가 으쓱한 날이었다. 감동이 물결치는 장학 공개수업 푸르던 들녘이 노란 풍요로움에 고개를 숙인 가을, 개교하고 처음 맞는 장학지도 가 있었다. 주제는 알맞은 말을 사용하여 내 마음이 드러나는 편지쓰기 로정했 다. 동기유발을 위해 우리 반을 방문한 짱구에 넋을 빼앗기며 아이들은 그렇게 수 업에 빠져 들어갔다. 뿡뿡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것 같은 기차모양에 적힌 학습안 내에 와~! 하는 감탄사로 교실이 술렁였다. 알맞지 않은 말을 사용하는 모습을 역할극으로 시연한 친구들의 넉살좋은 입담과 연기력에 모두 배꼽을 잡았고, 눈 동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바라본 결과 알맞은 말이 어떤 것인지도 다 찾을 수 있었 다. 그리고 알맞은 말을 사용하여 내 마음이 드러나는 편지쓰기를 했고 발표도 했 다. 이런 마음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어른스러움이 묻어나는 시간 이었다. 공개 수업을 보러 오신 학부모들을 위해 미리 찍어 두었던 부모님께 드리는 내 28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29

16 마음. 그동안 부모님께 하지 못했던 마음 속 말들을 간단하게 영상으로 담았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시며 어떤 학부모님은 눈물을 훔치셨다. 즉흥적으로 아이들의 편지를 듣고 몇 분 어머니의 소감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그렇게 감탄과 웃음과 감동이 있는 우리의 공개 수업은 막을 내렸다. 스스로들 뿌듯했는지 아이들은 연신 싱글 벙글이었다. 늘 철부지인줄 알았지 부모님을 저렇 게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님들도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수업이었다고, 아이들이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하느냐고, 아역 탤런트가 온 줄 알았 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주셨다. 그 어떤 것보다 내 스스로 마음속에서 느껴지 는 희열,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신나고 즐거운 수업을 하고 비로소 느껴지는 감동 의 용솟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맛있는 수업, 그 빛을 발하다 ICT 국제교류 협력 연구학교 대표 공개수업을 하고 2006년 11월. APEC에서 베트남과 on-line 협력 프로젝트를 통한 ICT 국제 교류 학습 방안에 관한 교육부지정 연구발표에서 대표 공개수업을 맡았다. APEC이 ICT 분야의 후진국을 이끌기 위해 ICT 강국인 우리 나라와 베트남을 교류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한 것으로, 우리 학교는 베트남의 영재고등학교와 결연을 맺고, 다 양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온라인 학습을 추진해갔다. 우리 반이 맡게 된 프로젝트는 음식이었다. on -line 프로젝트 학습인 만큼 상호 협력하는 협동 학습의 장점과 하이퍼미디어 및 상호 작용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 의 특징을 결합하여 보다 높은 학습 효과를 꾀할 필요가 있었다. 아이들과 의논 끝 에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과 베트남의 대표적인 음식들에 대하여 on-line을통 해 상호작용하며 학습해 보기로 했다. 새로운 수업에 대한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아이들의 경험과 지식, 우리 나라 대표적인 음식과 베트남의 대표적인 음식이라 는 주제망을 토대로 우리 나라의 떡과 베트남의 떡(반쯩), 우리나라의 국수와 베 트남의 쌀국수, 우리나라의 쌈과 베트남의 쌈이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탐구, 협의 해 나갔다. 드디어 공개 수업. 흰색의 천으로 덮혀 식탁으로 변신한 책상 위에는 향 짙은 국 화꽃 병이 놓여졌다. 근사한 식당이 되어 있는 교실에서 우리의 국제적인 수업은 시작되었다. 화상카메라가 연결된 컴퓨터를 설치하여 서로의 모습을 실시간 지켜 볼 수 있게 하였으며 그때 그때 채팅을 통해 대화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즉 우리 교실과 베트남 학급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우리 교실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승원이와 경은이가 나와서 영어로 우리반 소개와 인사를 했고, 베트남에서는 아오자이를 입은 학생이 뜻깊은 수업을 하게 된 것에 대한 기 쁨과 함께 한국 아이들에게 인사의 말을 전했다. 아이들은 신기함에 눈이 반짝였 고, 수업을 보러오신 모든 분들이 색다른 수업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수업은 필요 에 의해 영어와 한국어를 사용하였다. 며칠 전 게시판과 메일로 주고받은 반쯩과 인절미 만드는 법을 토대로 우리 반 에서는 반쯩과 쌀국수, 월남쌈을, 베트남에서는 인절미와 잔치국수, 보쌈을 만드 는 활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반 재림이 모둠은 찐 찹쌀덩이 속에 야채와 고기를 볶 아 넣어 사각형 모양으로 빚고 호박잎으로 싸서 다시 찜통에 쪄서 반쯩을 만들었 다. 다정이네 모둠은 쌀국수를 만들어서 따뜻한 국물과 함께 모두 맛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쌈을 주제로 다룬 현우네 모둠은 요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인근 식당에서 주문한 월남쌈을 들고 와서 아주 구슬프고 애처로운 표정으로 sorry 를외쳐모든 사람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베트남 친구들은 쪄낸 찹쌀을 커다란 그릇에 넣고 뭉툭한 나뭇대기로 쳐서 인절 미를 만들고, 국수를 삶아 고명을 얹어 잔치국수를, 김치와 무절임등 구하기 어려 운 재료들로 인해 보쌈은 직접 할 수 없어서 몹시 미안하고 아쉬워했다. 음식이 완성되고 우리는 서로의 음식을 시식하며 직접 외국의 음식을 만들어 먹 어 보았다는 감격스러움과 문화사절단이라도 된듯한 의기양양함으로 서로 고마움 을 채팅방 가득 나누었다. 레스토랑 분위기의 교실분위기도 그랬지만 음식이라는 자료덕분에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을 수 있었고, 이전에 접해 보지 못한 색다른 수 30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31

17 업으로 호기심과 흥미가 고조되었으며, 영어가 두 나라 학생들 모두 능통하지 않 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 온라인상이긴 하지만 교실을 넘어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상대 나라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알아가려고 노력했다는 것에 가슴 뿌듯했다. 아이들도 직접 같은 시간에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직접 상대 문화를 체험하면서 공유해갔다는 것 을 자랑스럽게 여긴 맛있고 배부른 수업 그 자체였다. 이런 수업 처음이야 수업 스타 으뜸 수업 공개를 하고 2007년 11월. 동주초등학교로 옮겨왔다. 수업에 대한 열정만으로 달려온 내게 2001년 이후로 줄곧 수업 스타 라는 이름이 따라다녔는데, 이번에는 시에 근무 하는 저경력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위한 으뜸 수업을 공개하라는 막중한 책임이 맡 겨졌다. 주제는 옛날의 결혼식과 오늘날 결혼식의 공통점과 차이점 알기. 교사를 상대로 하는 만큼 활동도 활동이지만, 아이들에게 인상적이고 특이할 만한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주는 특별한 수업을 위한 자료준비의 열정도 보여 주고 싶었다. 하나의 퍼 포먼스처럼 전통혼례식과 현대 결혼식을 거행하되 신랑의 관복, 사모, 관대, 목화 와 신부의 옷인 활옷과 족두리를 손수 천을 끊어다가 바느질을 하여 아이들의 신 체 사이즈에 맞게 만들었다. 동기유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커다란 비치 볼에 수 십 겹의 신문지를 잘라 붙이고 말려서 은빛 스프레이를 뿌려 만든 타임캡슐에 신 부가 타고 가던 가마, 족두리, 홍청색 보자기로 싼 기러기, 청사초롱을 미니어쳐로 만들어서 넣어 두었다. 수업의 클라이막스. 대추, 밤, 떡, 고기, 암탉과 수탉 등으로 직접 차린 혼례상을 놓고, 은은한 국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전통혼례식을 거행하였다. 교배례, 근배 례. 전통혼례식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하는 우리 반 아이들은 연신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고, 꽃으로 화사하게 만들어진 활옷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 다. 폐백도 드리고, 신랑이 신부를 업고 신방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참관하는 교사들, 학부모들 모두들 진짜 혼례식에라도 온 듯이 펼쳐지는 전통혼례식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씩씩한 신랑입장에 이어 음악에 맞춰 입장하는 신부. 멋진 나비 넥타이의 영준 이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수줍은 다인이가 윤중이의 사회와 카리스마 있는 지영이 의 주례로 현대식 결혼식을 올렸다. 짓궂은 사회자의 장난이며 근엄한 주례사까지 많이 보았던 결혼식이었는데도 굉장히 다르게 느껴졌다. 마지막 신랑과 신부의 함 께 퇴장할 때는 친구들이 행복할 것을 다함께 폭죽으로 축하해 주었고, 멋진 기념 촬영도 이어졌다. 아들과 딸이 부모님 승낙도 없이 결혼을 해버린 어머님들은 얼 떨결에 사돈이 되어 기념촬영도 하고, 폐백도 받아야 해서 더욱 감칠맛 나는 시간 이었다. 전통혼례식과 결혼식을 직접 거행하여, 바로 앞에서 본 친구들은 전통혼례 식과 결혼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활기차게 찾아내며 수업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32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33

18 이 수업으로 으뜸 수업 공개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교육청으로부터 기념패를 받 았다.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그런 수업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질문을 받았다. 나 는 한 것이 없으니 부끄럽다고 말은 했지만 내 마음은 말한다. 아이들은 다이너마 이트와 같다고. 불만 당겨주면 저절로 터진다. 조금의 자극만 주면 스스로 탐색하 고 발견하고 터득해간다. 난 단지 작은 불씨 하나 당겨주었을 뿐이고 나머지는 아 이들이 스스로 일구어 가는 것이라고! 끝없는 도전, 나는 찾아가리라 수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쏟아 내는 열정과 의욕, 함께 하는 사랑과 배 려가 단지 한 차시의 수업이 아닌 장래의 아이들 꿈과 미래를 그려 내게 하고, 도전 하게 하는 에너지를 충전시켜 준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꿈꾸는 학생들 과 신나는 교실,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수업에 대한 끝없는 도전을 하고 있 다. 더불어 수업은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첫째 관문이 될 것임을 알기에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두 꽃봉오리 기지개 켠 화분에 살포시 코를 갖다 댄다. 아직 작은 꽃봉오리에서 새어 나온 여린 국화 향을 한껏 가슴 속 깊숙이 숨겨놓는다. 아이들아! 오늘도 국 화 향 묻어나는 맛있는 수업 한번 해볼까? 9월 중순 작은 화분 하나에 국화 묘종을 심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노란 꽃수술에 하얀 꽃잎을 소박하게 가지고, 작게 피어나서 화분 가득 탐스럽게 채워줄 하얀 마 가렛 소국이다. 변함없이 봄에는 나팔꽃을, 가을에는 소국을 심지만 햇빛 하나, 물 한 모금, 잠깐의 망각이 같은 식물을 전혀 다른 느낌, 전혀 다른 외형의 식물체로 자라있게 한다. 며칠 바쁘다는 핑계로 돌보지 못했더니 잎사귀도 힘없이 쳐져있고 줄기에도 생기가 없어 보기 흉하게 벌어져 있다. 생명을 다룬다는 건 한 순간도 관 심을 놓을 수 없는 일임을 새삼 느낀다. 물을 흠뻑 주어 햇살 가득한 창가에 고이 두고 눈길을 자주 준다. 그랬더니 하루 만에 잎사귀에 물이 오르고 줄기도 다시 탱 탱하게 힘을 실었다. 34 맛있는 수업, 이것이 살 길이다! 35

19 교단 수범사례 얘들아, 대왕고래가 되어라 한숙자 039 꿈꾸는 외인구단 유상용 053 오늘을 넘어서 내일로 정현주 067 무조건적 수용으로 분리불안 장애를 극복하다 허만영 083 마음으로 함께 안는 6학년, 네가 참 좋다 이명숙 101 학급문집 활동으로 피워낸 금란지교( 蘭 之 交 )의 꽃 정해균 115 방학에도 신나는 우리 학교 신서영 129 큰 동그라미의 의미를 가르쳐준 아이들 조을혜 141

20 교단 수범사례 얘들아, 대왕고래가 되어라 한숙자 울산광역시 장생포초등학교 교장 XXXXXXXXXXXXXX 장생포초등학교에 초임 교장으로 부임하였을 때는 승진의 기쁨보다 황량한 학교 분위기 에 막막함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울산교육청에서 슬로건으로 내건 기업사랑 학교사 랑 에 힘입어 지역 기업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저의 소박한 교육철학을 학교에 실 현할 수 있었고, 변화된 학생들의 모습에서 하루하루의 보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후원해 주신 기업 기관들과 울산교육청, 장생포초등학교 교직원, 학생, 학부 모님들과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대왕고래가 태어나기를 바라며, 부족한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21 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던 날 3월 2일, 결혼식을 앞둔 그 날 아침처럼 선잠을 깨었다. 오늘은 교장 승진 발령을 받고 장생포초등학교로 부임하는 날이다. 전임지 교장선생님과 함께 출발하였다. 부푼 가슴과는 달리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석유화학단지, Mobis, SK, S-Oil, 효성 기업 등 길가에 즐비한 공장들 뿐 고래잡이로 유명한 장생포의 그림 같은 풍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울산공업단지에서 흘러나온 폐수로 황폐화되고 있는 장생포의 현실이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1시간쯤 달렸을까? 처녀림을 밟듯 장생포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한숙자 교장선생님의 부임을 축하드립니다. 라는 현수막을 보며, 다사다난했던 38년간의 교직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한 번 멋지게 해보자 는 생각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폐가처럼 풀이 자라난 운 동장과 별관의 텅 빈 교실들 그리고 퇴색된 놀이 기구를 보곤 마음이 무거워졌다. 호황 시절엔 2,300여명이나 되던 전교 학생 수가 지금은 71명으로 겨우 명맥만 유 지하고 있다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존폐 위기에 시달리는 소규모 의 학교, 학교 주변에는 학원도 문방구도 없고, 버스도 30분에한대씩오는도심 속의 오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맑은 눈을 읽는 순간, 이내 마음이 밝아지기 시작 하였다. 케네디의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 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 自 問 )해 보십시오. 라는 말처럼 학 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내가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 해보기 시작하였다. 꿈과 희망이 샘솟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교장으로서 어떻 게 하면 좋을까? 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그날 밤 장생포 바다에 무 시로 드나들던 대왕고래의 꿈을 꾸었다. 3월 4일 입학식.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과의 대화 채널을 항상 열어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래서 1학년 학부모들을 모시고 차를 대접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밝은 분위기를 위한 몇 마디의 농담이 오고 간 후 건의사항을 이야기하라는 말에 학부모들은 한숨을 쉬면 서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거리들을 하나 둘씩 털어 놓았다. 교장선생님, 다른 학교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영어공부를 시키기 위해 학원에 보내는 등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 근처에는 학원도 없고, 또 보낼 돈도 없어 답답합니다. 이러다가는 우리 아이들의 영어공부가 뒤떨어지는 것은 아 닐까? 하는 걱정에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운동장 놀이터에 잡초가 너무 많아 뱀이 나올까 봐 아이들이 무서워합니다. 뿐 만 아니라 놀이기구는 녹이 슬어 아이들이 놀이기구 이용을 꺼려합니다. 우리가 공해 지역에 산다고 아이들까지 환경이 좋지 않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 는 생각 때문에 부모로서 속이 많이 상하고, 형편이 나아지면 여건이 좋은 야음동 으로 곧 이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하소연의 대부분은 학교 교육환경이 부실하다는 점, 대도 시에서 살면서도 교육 문화적인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요약되 었다.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다짐을 겸해 다음과 같이 굳게 약속하였다. 학생들을 위해 영어 공부뿐만 아니라 학력향상을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 이겠습니다. 시내 중심 학교에 못지 않은 쾌적한 학교 교육환경을 만들어 아이들의 꿈의 요람으로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학교를 믿어주시 고, 지켜 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40 얘들아, 대왕고래가 되어라 41

22 학교 환경을 정비하다 3월둘째주. 1학년 학부모와의 면담 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심 을 하였다. 먼저 학교 교육환경을 정비하여 학력향상을 위한 면학분위기를 조성하 는 데 중점을 두기로 하였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는 별관 건물 및 넓은 운동장을 관 리하는 일은 6학급 규모의 적은 교직원과 학생, 그리고 학교 자체의 적은 예산으로 는 해결이 어려운 과제였다. 생각다 못해 본교 주위에 있는 기업과 기관을 방문하 여 협조를 요청하기로 하였다. 영남화력발전소와 해양경찰서, 해양수산청, 재331 편대를 방문하여,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말씀드리고 협조를 구하기로 하였다. 처 음에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어촌의 소규모학교이긴 하지만 울산에서 제일가는 학교로 만들겠다. 소외 계층의 학생들이 올바르게 자라 날 수 있도록 지 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부적응 행동과 청소년비행 등은 사전 예방교육이 중요한데, 이것은 지역사회와 학교가 공동 노력을 기울일 때 큰 성과 를 거둘 수 있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로 환원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등 평소에 갖고 있는 나의 경영철학과 방침을 토대로 꾸준히 설득하였다. 그 결과 소장님과 서장님, 청장님과 편대장님 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으며, 지역사회와 학교의 공조 체제를 위해 협의회 를 결성하여 문제점을 공동으로 토의 해결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협 조해주신 기관장, 기업 책임자들이 고마웠다. 그 후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학교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때마다 기관장과 자매 기업에 홍보를 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3월 셋째 주. 지역사회의 자랑거리를 본교 학생들에게 알려줌으로써 학생들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본교 주위에 있는 고래박물관 과 고래연구소를 방문했다. 고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지금 멸종 위기에 있는 대왕고래의 처지가 자칫 폐교로 이어질 수도 있는 본교의 처지와 흡사하다는 생각 이 들었다. 방문한 취지를 들은 관장님과 소장님은 고맙게도 아이들을 위해 고래 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본교에 제공해주겠다고 하셨다. 지역사회와 학교의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잘 활용하다면 낙후된 본교를 선진학교로 변화시킬 수 있겠 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3월 넷째 주. 장생포 기관장 협의회 멤버 중 한 분이신 해양경찰서장님의 주선으 로 협의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지역 기업가들과 모임을 갖게 되었다. 학교와 지 역사회의 공통관심사를 나누다가 내가 사교육의 경감과 아이들의 특기 능력 신장 과 학력 향상을 위해 알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실천하고 싶은데, 어 촌의 조그만 학교라서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더니, (주)해성개발대표 손효태이사, 금호석유화학 울산합성고무 노상득 공장장, 이규 호사장, 도선사협회 백명수회장이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하였다. 또, 효성그룹에서 는 학교 조경을 자기 회사처럼 관리해 줄 것을 약속하였고, 방과후학교 운영비도 지원해 주었다. 지역공동체와 주변 기업들의 학교 사랑에 감동을 받은 3월이었지만 본의 아니 게 장생포에 있는 회사 사장들, 기관장들과 어울리며 밤늦게 다닌다는 일부 관리 자들의 오해와 비난의 소리를 전해 들었을 때는 가슴이 아팠고, 전후사정을 알지 못하고 떠도는 이야기에 힘들고 외롭기도 했다. 4월 첫째 주. 본교를 울산에서 제일가는 학교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이렇게 시 작되었지만 학생들의 정서 순화와 면학분위기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의 정서 순화와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학교 환경 개선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하였다. 먼저 공장과 바다만 보고 자란 아이들이라 예쁜 꽃을 심고 화단 을 정비하여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면 학생들의 심성도 부드러워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4H에서 계절마다 다양하게 꽃 피울 수 있는 꽃모종을 얻어 와 본 교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모두 참여하여 화단에 심고 가꾸게 하였다. 또 비만 오 면 운동장이 질퍽하여 무거운 장화를 신고 학생들이 등교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운동장을 고르는 작업을 울산중장비 직업전문학교장에게 부탁하여 그 불편 함을 해소하였으며, 331 해군편대장님께 학교 놀이기구 도색과 하수도 정비를 부 탁하여 해군들이 바쁜 일과 생활에도 불구하고 한 달 동안 틈틈이 도색 작업과 하 수도 정비를 하여 말끔한 환경으로 새 단장을 하게 되었다. 예술을 알면 학생들의 42 얘들아, 대왕고래가 되어라 43

23 정서가 더욱 안정되고, 아름다운 심성도 자연스럽게 길러질 것 같아 30여년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배워온 문인화를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길러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1학년 학부모들과 약속한 영어 학력 향상을 위해, 나와 영어 전담교사가 장시간 에걸쳐 English Time 프로그램 을 개발하여 아침자습 시간을 통해 운영하기로 하였다. 또 2004년 이전에는 해양경찰서에서 운영을 해 왔고, 2004년부터 본교에 서 운영해왔지만, 학부모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해 학원으로 갈 수 없는 소수의 학생들만 남아 그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방과후학교의 내실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설과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해양경찰서와 1서 1교 학습도우 미 자매결연 등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실천하기 시작하였다. 4월 둘째 주~마지막 주. 오전 8시 20분부터 시작되는 English Time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교과서 중심으로 급수자료를 제작했음에도 불구하 고,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쓰기 점수가 낮아 성취감을 느낄 수 없고 부담만 주니 다 시 학원에 보내야겠다는 분위기로 술렁댔다. 나는 학부모들께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좀 더 지켜보자고 설득했다. 보육교사와 내가 직접 조손 결손 가정 아 이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English Time프로그램에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참여만 하면 가지고 있는 영어 공책에 도장을 찍어 주고, 학생은 그 개수를 모 아 자기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아이스크림, 도서상품권을 선물로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English Time에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니 이렇게 바쁜 날을 보내는 와중, 방과후학교 해경 공부시간에, 공부는 하지 않고 물 총을 쏘고, 인체 모형을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1학년생들을 보았다. 관리하는 교사도 없고, 잘 운영된다는 보고만 들었기 때문에 화도 났다. 그래서 고 심을 하다가 교장인 내가 전적으로 해경 수업을 맡기로 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 과 집안 형편이 조금 나은 학생들은 다 학원으로 가고, 결손 가정과 생활 형편이 어 려운 가정의 학생들뿐이라서 그런지 학생들은 아예 공부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문제 해결은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으로 출장도 삼가고, 방과후학교 관리 및 지도 를 철저히 했다. 학습도우미인 해경에게는 학습지도 방법에 대한 연수를 지속적으 로 병행해 나갔다. 방과후학교의 출석률을 높이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찾 던 중 성공한 선배와의 만남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학력향상에 대한 동기를 부여 해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 교사가 제안을 해 왔다. 참 좋은 의견이었다. 성공한 본교 출신의 선배를 찾았다. 본교 학교 운영 위원회 지역 위원이자 위캔주식회사 김복열사장이 본교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시 학생들의 학력향상을 위 한성취동기부여를해줄수있는자랑스러운 선배 역할을 해달라고 정중한 부탁 을 드렸다. 쾌히 수락해 주셨다. 김복열사장이 주선하여 본교에서 치룬 중간고사 에서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롯데호텔 뷔페에 초대하여 만남의 시간을 가지 게 되었다. 학생들은 특별한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해했고, 김복열사장은 우리 학 생들에게 가수 윤수일, 야구선수 김학길, 육군대장 김인태, 약사 이종진선배 등에 관해 들려주었다.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은 친구들의 자랑을 들으면서 다음에는 꼭 내가 그 자리에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5월~6월. 학생들의 영어 학력이 점차 향상 되어가자 원어민교사 채용과 어학실 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어학실의 경우는 학교 여건상 외부 협조 없이 추 진하기에는 애로 사항이 많아 한국 남부 발전(주) 소장님께 협조를 부탁하기로 하 였다. 다행스럽게도 최성균소장님은 학교 교육에 관심이 많고, 나의 교육 철학에 44 얘들아, 대왕고래가 되어라 45

24 도 동조하는 바가 많아 대화가 잘 되었다. 그러나 워낙 비용이 많이 드는 공사인지 라 망설이는 눈치여서 방문할 때마다 어학실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섯 번 방문 끝에 확답을 받게 되었고 5,000만원의 경비를 들여 어학실을 만들어 주었다. 완공된 어학실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학교 교육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던 (주)효성과도 1교 1사 자매결 연을 맺게 되었다. 이처럼 학교를 후원해 주는 분들 덕분에 학교 외관도 점점 아름 답게 변했다. 방과후학교 해경 수업도 점점 안정을 찾아 가고 있었다. 7월첫째주~7월 셋째 주. 좋은 소식이 왔다. 전에부터 1교 1사 자매결연을 맺 은 글로벌 마린(주) 노종호 대표이사가 본교의 수학여행 경비 일체를 책임진다고 하였다. 나는 이 기회를 영어 공부에 대한 강화물로 활용했다. 즉 영어 급수 32급 까지 통과한 학생만 수학여행에 데리고 간다고 엄포를 놓았다. 학생들은 쉬는 시 간, 점심시간 할 것 없이 나와 영어 전담 교사를 찾아와 제발 평가해 달라고 애원하 였다.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영어 급수를 금방 통과했고, 우리는 English Time이 성공했음을 알았다. 이제는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가정에서 스스로 영어 공부를 한 다고 기뻐했다.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이 길러진 것 같아 더욱 큰 보람을 느꼈다. 7월넷째주~8월 말. 혼자서 여름방학 방과후학교 관리와 영어 노래와 영어 급 수, 수묵화 지도를 겸해서 하니 현기증도 나고, 무척 피로했다. 교사들에게는 방학 때 직무 연수를 충실히 하여 2학기 수업 시간에 더 이상 부진 요인을 발생시키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방과후학교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왕복 1시간의 거리와 후덥지근한 날씨, 맞벌이 직장생활로 낮에 부모들이 없는 가정이 많아 아이들의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고, 학생들의 게으름도 한 몫 하 여 개설된 강좌 수에 비해 그 성과는 미미했다. 그렇지만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최 선의 노력을 경주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끝내 과로로 인해 생긴 병으로 1주 일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울산광역신문에 학교운영위원회와 지역 인근 기업체, 사회봉사단체, 졸업생 등 학교존속을 위하는 마음으로 뭉친 장생포 에서 다시 학교가 살아나고 있었다. 는 기사를 읽고 얼마나 가슴 뭉클하고 보람을 느꼈는지. 즐거운 소식들이 날아들고 9월~12월 셋째 주. English Time프로그램으로 영어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는 다 소 높아졌으나 아직도 썩 만족할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방과후학교 해경 수 업 또한 학생들의 참여율이 낮아 그 목표 달성이 미미하였다. 그러나 이 고비만 넘 기면 진일보한 선진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으로 그 운영에 더욱 박차 를 가하였다. 학교가 조금씩 바람직한 방향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즐거운 소식 도 잇달았다. 6학년 박수현이가 방과후학교 수기 공모 대회에서 I can t speak English well, but I like English. 로 금상을 받아, 장생포초등학교의 영어프로그램 의 타당성을 확인 할 수 있었고, 대외적으로도 본교가 100대교육과정우수학교 로 선정되었으며, 그 외 시교육청에서 주관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공모전 입선, 울산 방과후학교 우수사례 경진대회 금상 수상, 1사 1교 자매결연 우수학교에 선 정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되었음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12월넷째주~2008년 2월.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학교 배치고사를 대비 한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 동안 해경도우미를 대상으로 한 연수 결과로 해경 도우 미들이 그 역할을 다 하게 되었고, 나도 함께 4명의 학생들을 지도했다. 방학 중에 는 박수현이라는 학생만 남아서 공부를 했다. 수학은 잘하지만 국어와 사회가 떨 어지는 수현이를 위해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으로 지도했다. 역사 연대표를 만들고, 역사적 사건을 하향식으로 정리하여 지도했으며, 인터넷을 검색하여 요약이 잘 되 어 있는 내용을 발췌하여 이해를 도왔다. 배경 지식을 든든하게 하기 위해 도서실 에 있는 역사에 관한 책을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읽게 했 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은 물론 국어공부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다. 다양한 문제 집 풀기와 강화물인 도서상품권 제공 등 학습 성취의욕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학교에도 대왕고래가 있다는 것을 다른 학교에도 알리고 싶었고, 그로인해 우리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모두가 노력할 수 있게 되었으 면 했다. 결국 수현이가 중학교 배치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게 되었고, 학교 교 육을 불신하던 학부모들도 학교 교육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게 된 46 얘들아, 대왕고래가 되어라 47

25 계기가 되었다. 여태까지 쌓였던 피로와 속상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방과후학교 운영 최우수학교로 선정되어 겨울방학 때는 교육청에 서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해주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축구와 점핑 클레이, 학부 모들이 좋아하는 논술, 원어민 영어강좌를 개설했고, 학교에서 점심도 제공했다. 방과후학교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이 학원에 다니는 학생보다 성적도 우수하여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2007년 12월 27일자 조선일보에 실 린 활기 넘치는 학교로 되살아나다 는 기사는 이런 믿음을 갖는 데 힘이 되었다. 대왕고래가 나타나다 2008년 3월, 새로운 교사 5명이 부임을 했다. 신임교사들과 오리엔테이션을 통한 대화를 나누다가 학교 근처에 문구점이 없으니 본교 평생학습실에 드림샵이란 문 구점을 개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건의를 받았다. 바로 실천에 옮겼다. 드림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여 고민하고 있던 차 강남교육청에 서 준비물 지원센터 설치 희망조사 라는 공문이 왔다. 희망 신청을 한 후 3월중 순이 되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일단 학생들을 위해 일부터 시작해 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3월말에 필요한 가구를 외상으로 들여놓았다. 문제는 드림샵에 진열해 두어야 할 문구들이 없다는 점이었다. 평소 친분이 두텁고 나의 교육철학에 아낌 없는 지지를 보내주었던 구암문구사 박봉준사장님께 부탁을 하기로 하였다. 3차 례에 걸쳐 드립샵 설치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도와달라는 나의 요청에 감복한 탓인 지 적극적으로 도와 주셨다. 드림샵을 개장하는 날, 멋지게 자라날 대왕고래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벅차 올랐다. 드림샵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강화 기재로써 돌고래 멘토링북을 제작하 했다. 이 돌고래 멘토링북에 받은 포인트로 드림샵에서 자기가 원하는 학습 준비 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고, 드림샵에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다양 한 상품을 진열하였다. 학생들은 필기도구와 준비물이 없으면 즉시 자기가 갖고 있는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물 구매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어 졌고, 필기구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드림샵을 영어존으로 설 정하여 영어로만 물건을 사도록 정해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게 하였다. 이것은 2008년 4월 1일자 연합뉴스에서 울산 장생포초등학교에 학습준 비물센터 설치 로 기사화가 되었다. 타 학교에서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갔다. 2008년 3월 말, 국가 수준의 평가에서 본교는 중하위권의 성적에 머물러, 학부 모의 불신을 샀다. 학력향상을 위해 전 교사가 노력을 했다고 믿었었는데, 결과를 보니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짧은 시간 내에 그 동안 누적된 극심한 학습 결손을 극 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8학년도의 최우선과제로 서 학력 향상을 위한 방과후학교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기본 방침을 정해 실천하기 로 하였다. 교사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장학활동을 시도하면서 학생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도록 지시했고 교사들도 적극 동참해 주었다. 4월 초, 즐거운 소식이 전해졌다. 4학년 이인희와 박소담학생이 365영어 문장을 불과 이틀 만에 책보다 더 예쁜 글씨로 공책에 써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1년전만 하더라도 영어 단어 하나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꼭 안아 주었다. 가르침이 보람으로 돌아온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여전히 학원으로 간 학생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학부모들은 이사를 간다, 전학 을 간다 하면서 여전히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 었다. 부진 학생은 1교사와 자매결연을 맺어 집중적으로 부진요인을 제거하게 했 다. 부진 학생이 많은 학년은 전담 교사와 특수 교사가 도와 정상교육이 가능하게 48 얘들아, 대왕고래가 되어라 49

26 했다. 나도 6학년 2명, 2학년 1명을 맡았다. 그리고 담임교사에게 부진요인이 발 생하지 않도록 예방교육에 힘써 달라고 부탁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요청 하라고 했다. 학생들의 심성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내가 직접 지도한 문인화에서 좋은 성과 가 나타났다. 본교 63명중39명이 수묵화 공모전에 입상하였고, 각종 그림그리기 대회에서도 다수의 아동이 입상을 하였다. 성취감으로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볼 수 있어 기뻤다. 이것은 울산 뉴시스 폐교위기 학교 참살이학교 만든 한숙자교장 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되었다. 대왕고래의 출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즐거운 소식으로 인해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더욱 박차를 가 하기로 하였다. 부수적인 효과로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려는 전략도 염두에 두었다. 우선 학업이 우수한 학생과 부진한 학생을 서로 도와준다는 취지로 으뜸 두레반 강좌를 개설하여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 운 영하였다. 학생들은 선의의 경쟁 속에서 학력이 향상되었고, 학습 태도도 점점 정 착되어 갔다. 객관성과 신뢰성 및 타당성을 인정받은 평가지를 가져와 학생들의 학력을 진단하여 공개한 것도 학부모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학원으로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이 교장실로 찾아와 면담을 요청해 교육철학과 학교방침을 설명하여 학 력향상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다. 교장선생님 우리아이들 책임지셔야 합니다 하 고 신신당부를 했다. 결국 이런 전략이 성공하여 공교육이 사교육을 흡수하게 되 어 우리 학교는 사교육 - zero 가 되었다. 이 학교에 부임한 지 1년 4개월 만에 기 적이 일어난 것이다. 기말고사에서 학부모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공휴일도 없이 신나게 으뜸 두 레반을 운영하였다. 으뜸 두레반 학생들이 학년별로 1등을 차지하여, 여기저기서 대왕고래가 나타나는 쾌거를 보여주었다. 이사를 가겠다던 학부모들도 이제는 학 교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교육청에서도 본교를 모범 방과후학교로 지정하 여 180여 명의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을 대상으로 우수사례도 발표하였다. 많 은 격려와 부러움 속에서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또 다른 곳에서 태어날 대왕고래를 위하여 본교는 시교육청이 주최하는 2008, 학력향상 선도학교 선정을 위한 계획서 제출 에 공모하여, 학력향상 선도학교 모델 구현 이라는 제목으로 1등의 영예도 안았 다. 투입의 양과 산출의 결과를 수치로 볼 수 있어, 교육의 틈을 쉽게 찾고 예방할 수 있도록 구현하였다. 본교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울산 북구 상안 초등학교에서 본교를 방문했다. 학생들의 활동과 본교 교사들의 노력을 보면서 공 교육의 성공은 정말 힘든 길인데 대단하다고 하였다. 수업 준비를 해놓고 먼저 와 서 학생을 기다리는 것과 학생의 정확한 진단으로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교 육과 학생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교육에 그 비결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2008년 8월 6일, 울산교육청홈페이지 교육청에 바란다 에 실린 우리 장생포 초등학교는 한숙자교장선생님이 꼭 필요합니다. 간절히 원합니다. 라는 김향미 어머니회장의 글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과로에 지친 몸에 큰 활력소가 되었다. 교육은 한 번 변화하면 그 속도는 엄청나다. 교사와 학생, 관리자, 지역 사회가 늘 한마음이 되어 참교육을 위해 움직일 때 기적은 일어난다. 혼자의 힘으로 모두 를 변화시키려고 했을 때는 참 힘들었다. 그러나 교육을 위해 학교 가정 지역사 회 모두가 함께 고민했을 때, 우리 자신도 변화하고, 학교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 화할 수 있었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따뜻한 손길을 더 필요로 했고, 그 학생들이 소 외감을 느끼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 육자로서의 내 사명과 의무요 철학이었다. 나의 소박한 철학이 장생포초등학교에 도 구현되어 흐뭇하다. 대왕고래가 오대양 육대주를 마음껏 활기차게 헤엄쳐 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찬 기대로 오늘도 내 맡은 일에 열심히 매진하고자 한다. 영원 한 대왕고래를 위해, 축배를! 50 얘들아, 대왕고래가 되어라 51

27 교단 수범사례 꿈꾸는 외인구단 유상용 서울특별시 문백초등학교 교사 XXXXXXXXXXXXXX 아이들이 성장기에 스포츠를 꾸준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어려움과 편견이 있었지만 기꺼이 동참해 준 제자들과 학부모님께 진심 으로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6학년을 21년더맡아 큰빛 30기 제자를 만들 때까지 초심 을 잃지 않고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8 2007년 1월! 한 학부형님으로부터 핸드폰 메시지를 여섯 차례 받았다. 시간이 지 날수록 메시지의 내용은 다급하였고 길이도 길어지고 있었다. 나는 메시지가 도 착할 때마다 먼 산을 보며 기도를 하였고 떨리는 손과 마음으로 핸드폰 폴더를 열 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매주 한 두 차례 보내던 메시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고 이 내 나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왜 메시지가 더 이상 오지 않는 걸 까? 결국 올 때가 오고 만 걸까? 윤정이 아버님의 유언 2006년 10월 7일! 우리 반은 장충동 국제 리틀야구장에서 제18회 BMC컵 어린이 야구대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는 서울학동초등학교 야구부와 결승전을 치르고 있었다. 클럽 팀에 지나지 않던 우리 학급 야구부가 선수로 등록된 학동초 야구부를 6회까지 앞서고 있었다. 스코어는 16대15. 모두가 숨죽이는 가운데 학 동의 마지막 공격이 펼쳐졌다. 6회말 투아웃에 주자는 1루와 2루. 딱! 하는 순간 공이 우중간 펜스로 굴러갔고 16대17, 아쉬운 한 점차 역전패였다. 관중석에 앉아 목이 터져라 응원하시던 많은 학부형님들 중에 윤정이 아버님이 계셨다. 2006년 10월 26일. 2년 만에 한 번 열리는 우리 학교 대운동회 날이었다. 여느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윤정이 아버님도 스탠드에 앉아 운동회를 즐기고 계셨다. 운 동장이 정리가 다된 후 아버님께서 조용히 다가와 몇 가지를 물어오셨다. 운동회 를 통해 상처를 받는 아이는 없나요? 굳이 보여주기 위한 일제식 프로그램을 넣 을 필요가 있나요? 그리 길게 나누지 않은 대화였지만 적당히 타협해 가며 가르 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그 분은 그 이후로도 우리 학급의 발전 을 위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올곧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윤정 이 아버님께서 하늘나라에 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은 운동회가 치러진 3개월 후였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얼마나 많 이 기도를 하였던가! 유족을 만나고서야 그동안 윤정이 아버님께서 보내신 여섯 개의 메시지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었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폐암으로 숨지기 전 날,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아버님은 마지막 메시지 보내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마 지막 유언의 말씀을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부족한 나에게 남기셨던 것이다. 앞으 로 선생님의 넓은 마음으로 윤정이와 아이들을 보듬어 주세요. 하늘나라에 가서도 항상 선생님과 아이들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염치 없는 부탁하나 더 드리겠습니 다. 우리 윤정이를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2000년 초임 발령이후 나는 제자를 만드는 교육 을하고싶어줄곧6학년을 맡아 지도해 왔다. 지금까지 여섯 기수를 졸업시켰고 올해도 변함없이 6학년을 맡아 지 도하고 있다. 우리 반은 앞에 큰빛 9기 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선후배 기수를 구 분하기 위한 뜻도 있지만 세상에 나가 커다란 빛 이 되라는 의미에서 큰빛 이라 는 명칭을 써왔고 이제는 졸업생들이나 재학생들 모두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나의 교육에 대한 가장 꿈은 제자 만드는 교육을 큰빛 30기 까지 하는 것이다. 앞 으로 21년을 더 6학년을 맡아 지도해야 한다. 해가 가면 갈수록 교육에 대한 나의 꿈은 다양해지고 구체화되는 것 같다. 초임 때는 제자 만드는 교육 이 유일한 목 적이었지만 지금은 큰빛 30기 까지 제자 교육하는 것 이외에도 초등학교 티볼 야구 클럽 활성화, 초등 봉사활동 지원 시스템 구축, 학부형님들과 함께 꾸려 나가는 화목한 가정과 같은 학급 등 앞으로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이루어 나가고 싶은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열정을 쏟아 지도해 왔던 분야는 티볼 야구 다. 티볼 야 구는 서양에서 초등학교 클럽스포츠로 정착된 운동으로 기존의 야구보다는 빠르 게 진행이 되며 장비도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와 가장 큰 차 이는 투수가 공을 타자에게 던지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타격대에 공을 올려 54 꿈꾸는 외인구단 55

29 놓고 시작한다는 점이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정부가 학생들에게 가장 중점적으로 지도 한 것이 스포츠 활동이다. 스포츠 활동을 통해 건전한 정신과 체력, 협동심을 키워 주기 위함이다. 지금 대부분의 교육 선진국들은 방과 후 활동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한국에서 체육수업이라 함은 다양 한 분야에 대해 한 번 경험해 보고 평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협동심을 키워주기 보다는 개인의 능력차에서 오는 심리적인 불안을 계속 가중시키는 불평등한 수업 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사회체육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현재 우리 학급은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자 선수가 16명이고, 여자 선수는 12명이다. 학기 초 공을 주고 받는 것조차 힘들어했지만 매일 2시간 이상씩 연습하다 보니 실력이 작년 선배들 못지않게 늘었다. 이렇게 큰빛 9기 야 구부는 지난 시간 선배들이 해왔던 것처럼 방과 후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 운동장 에서 화이팅 을 외쳐가며 오후 5까지 1학기 내내 즐겁게 연습을 해왔다. 요즘은 얼굴이 검게 그을려 진짜 운동선수처럼 보이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아이들은 없 다. 지금은 편하게 야구를 즐기고 있지만 티볼 야구 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힘든 시간이 많았다. 위험한 운동이라고 하여 교장선생님의 반대가 무척 심했었고 연습 을 하다가 부상을 당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게 나와 마음고생이 많았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 속에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었고 교육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오히려 티볼 야구 활성화를 위해 앞장 서고 있다. 내가 현장에서 야구를 지도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적 추억 때문이다. 가난한 시 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학교에서나 집에서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아 이였다. 한글을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깨우친 탓에 학교생활은 늘 재미가 없었고 심지어 교실을 제대로 찾지 못해 선생님께 많은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 생하다. 집에서는 항상 나에게 주어지는 그날의 농사일이 있었다. 논과 밭에 풀매 기, 산에서 나무해오기, 동물 밥 주기 등 하루 일과 중 재미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 던 것 같다. 아울러 농사일과 가난에 찌든 부모님의 얼굴은 항상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잦은 싸움과 빚 독촉은 정말 참기 힘든 상황들이었다. 이런 나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부모님의 눈을 피해 논이나 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했던 야구였 다. 당시 장비가 없어 방망이 대신 참나무를 깎아서 사용했고, 글러브 대신 비료푸 대를 접어서 이용했다. 여러모로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친구들과 선후배가 어울려 마음을 나누고 함께 즐겁게 놀았던 기억은 어렸을 적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순수했지만 불안했던 어린 시절 훌륭한 야구선수를 꿈꾸며 미래를 희망적으 로 볼 수 있도록 해준 것 역시 야구였다. 2000년 초임발령 후 학교 현장에서 야구를 지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 었다. 장비도 위험했지만 주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야구 라는 운동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배우는 아이들은 너무나 즐거워하는데 여러 가지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그해 겨울 초등학교 스포츠 교육이 활성화 된 호주와 뉴질 랜드를 방문하였고 그곳에서 티볼 야구 라는 종목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주 말이면 이웃학교와 넓은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친선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스탠드에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찾아와 열렬히 응원을 하였고 경기가 끝난 후에 승패와는 관계없이 모두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이 너무나 가족 같아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56 꿈꾸는 외인구단 57

30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부모님과 친구들의 격려를 받으며 즐겁게 운동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실컷 뛰어놀아야 하는 나이에 학업에 찌들 어 학교다 학원이다 좀처럼 편하게 놀 시간이 없는 우리 아이들과는 대조적이었 다. 삶은 정말 살만한 가치가 있고 행복한 것이라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심어 주어 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만을 강요하 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들도 저들과 같이 즐겁게 운동하고 부모님들 과 친구들에게 격려를 받으면서 공부를 할 수는 없는 걸까? 견학하는 한 달여 동안 은 삶을 즐기는 그들의 문화와 가족을 가장 우선시 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깊이 배 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티볼 야구부를 만들다 2002년 봄,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와 함께 학교 오는 것이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학급에 티볼 야구부 를 만드는 것에 합의를 하였다. 그러나 한 가지 커다란 걸림 돌이 있었다. 야구장비와 유니폼은 학부형님들의 동의를 얻어서 구입할 수 있지만 함께 모여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수업시간 중에 연습할 수도 없고, 결국은 방과 후에 연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학원에 보내지 않고 학교에 남아 아이들이 즐겁게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학부형님들께서 허락을 해주실까? 어렵게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학부형님들의 의사를 물어 보았다. 하지만 의외로 학부형님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90% 이상의 학부형님들께 서 찬성해주셨다. 그러면서도 학원에 가지 않으면 학업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하겠다 는 말씀 이외에 드릴 말씀이 없었다. 이렇게 하여 초등학교 클럽 야구팀이 우리나 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당시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후에 엄청난 교육적인 효과가 나올 거라고는 나조차 확신하지 못했었다. 2시 30분!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학원에 가지 않는 몇 명의 아이들만이 운동장 구석에서 축구를 하며 놀고 있었다. 이때 우리 아이들은 야구 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에 모여 오늘 배울 부분에 대하여 논의를 하고 있다. 이제 부터 나는 여러분의 담임선생님이자 큰빛 야구부 의 감독입니다. 앞으로 여러분 이 야구를 하면서 3가지를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야구를 즐겁게 즐기면서 할 것. 둘째, 전에 배웠던 기술들을 실전에 이용할 것. 셋째, 열심히 할 것! 아이들 의 우렁찬 함성 소리와 함께 하루의 훈련이 시작된다. 여학생들이 잘 참여하지 못하 면 어떨까? 잠시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남학생보다도 성실하게 훈련에 참여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훈련 속에 아이들은 야구에 대해 자신감을 키워갔고 이제는 야구를 하지 않고서는 집에 가려하지 않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연습 은 계속되었고 최초의 티볼 야구팀 이라는 자부심은 정말 대단했다. 하나의 훌륭 한 팀이 되기 위해서 아이들은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 도와가면서 훈련을 하였고 금녀의 벽처럼 여겨졌던 야구가 어느새 남녀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매개 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너무나 가까워져 갔고 협동심은 날로 발전 하였다. 아이들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을 더 즐거워했고 얼굴은 항상 자 신감이 넘쳐 보였다. 2002년 5월! 그렇게도 갈망했던 교류전이 추진되었다. 서울문백초 대 경기장자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삼삼오오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경기가 시 작된 후 스탠드에서는 시합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100여명이 힘차게 응원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도 격려를 하고 상대편이지만 멋진 경기를 펼 치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었다. 경기가 끝난 후 부모님들께서 준비해 오신 김 밥을 먹으며 서로의 우정을 다지는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날의 그 기억은 내 가 야구를 지도하며 힘들 때마다 가장 의지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나 됨! 사랑 과 격려! 이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했음을 나뿐만 아니라 그곳에 모였던 학부 형님들은 크게 공감하였다. 58 꿈꾸는 외인구단 59

31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해지며 점점 아이들은 학교 오는 것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자연적으로 등교시간도 빨라지 게 되었고 수업시작 전 40분을 독서를 하며 보낼 수 있었다. 독서를 통해 아이들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여 수업의 효과를 높이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동안 공부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함께 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결과도 더 좋게 나왔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수학문 제를 풀더라도 친구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쉬는 시간도 아끼지 않고 도움 주기를 즐거워하였다. 학업 성적이 부족한 아이들도 물어보며 익히는 것을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새 아이들은 수업시간은 열심히 배우고 쉬는 시간은 모르는 것을 서로가 도 움을 주고 받는 시간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수업시간 중에도 자기의 학습 분량이 끝나면 너나할 것 없이 일어나 부족한 아이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적 으로 우리 반은 쉬는 시간이 사라졌다. 화장실은 자율적으로 다녔고, 아침 8시 30 분에 시작한 수업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끝났지만 어느 하나 쉬는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성적이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나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아 점수를 여러 번 확인하고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무엇이 아이들을 변하게 하 였을까? 학원교육을 맹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이뤄 낸 결과들은 작은 기 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내 자신이 가장 행복해 할 때가 언제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여행을 할 때, 돈을 많이 벌 때 등은 진정한 행복을 주지는 못했다. 그 욕망이 채워지고 나면 항상 공허함과 허전함이 마음속에 자리 잡곤 했다. 내가 가장 행복 할 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풍성함을 누릴 때였던 것 같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친 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며 사랑하는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할 때 진정한 행 복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런 관계가 깨지게 되면 다른 모든 것이 채워진다 하더라 도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 역시 야구를 통해 풍성한 교우관계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 성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함께 운동하는 즐거 움 못지않게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아이들도 깨달아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 들이 혼자 공부하면 하나를 배우지만, 10명이 함께 힘을 합쳐 공부하면 하나가 열 을 배운다. 라는 평범한 진리를 나 역시도 깨달을 수 있었다. 야구를 통해 가족이 된 아이들 야구를 통한 협동심과 배려하는 마음은 학업 성적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커다 란 영향을 주었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적극적이며 도전적인 자세로 어려움을 극 복하려는 아이들이 많이 나왔다. 2003년 큰빛 4기 때 강선영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선영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많이 달랐다. 딱딱한 야구공을 글러브로 주고 받는 아이들과는 달리 선영이는 자 주 가슴으로 공을 받았다. 볼 때마다 아찔한 순간이한두번이아니었다. 그래서 선영이의 포지션은 비교적 공이 적게 가는 우익수로 정했다. 한 학기가 지나가도 록 선영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담임인 나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교정 시력이 0.2! 지나가는 버스의 번호도 식별하기 곤란한 눈을 가지고 선영이는 빠른 야구공을 자신의 몸으로 잡고 있었다. 그동안 친구들로부터 보이지 않게 핀잔을 많이 받았던 터라 선영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반은 가끔씩 교실을 어둡게 하고 촛불을 켜놓고 진실게임을 한다. 이 자리 에서 선영이가 그동안 숨겼던 비밀을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공개했고 장애를 가지 고 있으면서도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했던 모습을 생각 하며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였다. 그날 이후 남학생들은 선영이의 마음에 감사하며 서로가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선영이의 학교생활도 몰 라보게 변해가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학업성적이 올라가고 있 었고 학급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학기에는 학업성적이 하위권이었는데 졸업할 때는 수석을 차지했다. 믿겨지지 않는 선영이의 변화에 많은 사람들이 놀 라움을 표했다. 졸업을 이틀 앞두고 선영이가 밤늦게 우리 집에 찾아와 편지와 꽃 60 꿈꾸는 외인구단 61

32 다발을 주며 수줍게 몇 마디를 건넸다. 선생님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꿈을 찾아 노력하다 보니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할 께요. 선영아! 장애는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란다. 야구할 때처럼 삶을 도전적으 로 산다면 아마 15년쯤 뒤에는 훌륭한 드라마 작가가 될거야. 나는 우리 학급을 부를 때면 큰빛 가족 이라고 부른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 누며 수업에도 학부형님들이 참여하여 더욱 풍성하게 꾸려 가고 있다. 순수한 열 정을 가진 학부형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아이들은 안정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 학급은 봉사활동과 각종 대회 참가와 교류전, 체험학습 등 1년에 80여차례 행사를 치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학부형님들은 도우미의 역할 뿐만 아니라 교육 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 은 만큼 아이들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1년에 정해진 상담은 두 차례이지만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야구대회 등 각종 행사 틈틈이 이루어지는 대화 가 더욱 효과적일 때가 많다. 함께 진행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더욱더 가 족과 같은 분위기다. 지난 7월 15일 학급 연극제 때 학부형님들과 졸업생 150여명 이 모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비록 피가 섞이지 않은 사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즐기는 법을 배우다 그 이후에도 자폐아, 학습장애, 정서장애 등 학교생활 부적응아들이 우리 반에 많이 배속이 되었고, 야구라는 운동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가꿔갈 수 있고 새 출발 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들은 얻게 되었다.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변화해가 는 모습을 볼 때면 교사로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그동안 아이들의 삶이 티볼 야구 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만큼 티볼 야구 의발 전도 눈부셨다. 프로야구 선수 협의회 에서는 매년 두 차례씩 대회를 후원해 주 시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매년 3억의 예산지원으로 대회와 장비지원, 공개강습회를 통해 도움을 주시고 있다. 9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불과 5년만에 100여개 학교에서 티볼 야구 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앞으로 우리 학급에서 티볼 야구 를 통해 얻은 교육적인 효과를 함께 공유해 나가고 클럽스포 츠 활성화를 위해 도움을 드리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램이다. 학부형님들의 참여가 아이들이 안정감 있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면, 졸업선배들의 역할은 보다 실질적인 효고를 준다. 3월 초가 되면 졸업생들은 운동장에 찾아와 후배들에게 기술을 개별적으로 전수해 준다. 내가 지도할 때보다 도 더 긴장하는 것을 보면 선배들이 다소 무서운가보다. 연습이 끝나갈 무렵 어머 님들께서 찐 고구마와 미숫가루를 타가지고 오시기도 한다. 해가 서산 넘어 갈 때 쯤 선후배와 더불어 학부형님들이 어우러져 함박 웃음꽃이 핀다. 2006년 5월 5일! 장충동 리틀 야구장에서는 제 19회 BMC컵 어린이 야구대회 가 열렸다. 우리 학급에서는 두개 팀이 출전하였다. 첫 경기는 이수초등학교 야구 부와의 경기였다. 45 대 3! 4회 콜드게임으로 졌다. 선수로 등록된 아이들이라 실 력이 역시 대단했다. 아이들 역시 실망하는 눈빛이다. 졸업선배들이 살며시 다가 와 후배들을 다독이며 여러 가지 조언을 주는 것 같았다. 다음은 우리의 교류전 파 62 꿈꾸는 외인구단 63

33 트너인 서울금동초등학교 야구부다. 3월과 4월 두 차례 교류전에서 1승 1패!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기였다. 양 팀의 학부형님들과 졸업선배들은 목이 터 져라 응원을 하고 있었고 수준에 맞는 팀을 만나서 그런지 아이들의 발걸음은 매 우 가벼워 보였다. 결과는 37 대 36! 1점차 승리였다.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야구장 은 떠나갈 듯 했다. 남녀 혼성팀인 우리와 금동초등학교 야구부는 다른 팀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한 다. 대회에 나가면 여자 아이들이 야구한다며 놀림을 자주 받지만 우리 여자 선수 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경기가 모두 끝난 후 우리 모두는 마운드 정상에 올라서서 아이들과 다짐을 해본다. 얘들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큰빛 7기 야구부는 역대 최고의 야구부다. 아이들의 눈빛이 오늘 따라 초롱초롱 빛이 난다. 스탠드에 앉아 있던 학부형님들과 졸업생들도 일어서서 아이들에게 기립박 수를 보내 주셨다. 경기결과보다는 아이들의 도전이 대견스러웠는지 평소 같지 않 게 아이들을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셨다. 일상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아마도 어떻게 해야만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지 아이들은 깨달은 바가 큰 것 같다. 야 구를 통해 협동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학교생활 또한 즐거워질 것 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고, 나는 놈 위에 즐기는 놈이 있다. 는 말이 있다. 우 리 아이들은 야구를 즐기는 것처럼 공부도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야 구에서 훌륭한 팀이 되기 위해서 협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재미있는 것인지 를 아이들은 배웠을 것이다. 공부 역시 혼자서 점수 잘 받겠다고 외롭게 하는 것보 다 친구들과 함께 모르는 것을 물어가며 격이 없이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유익하 고 즐거운지 아이들은 서서히 느껴가고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에 가지 않고 야구 연습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울러 스스로 공부하는 것에도 익숙해져가는 것 같다. 무조건 학원에 의지하는 것보다 내 자신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다. 아울러 어느 곳에 있든지 삶을 자생( 自 生 )적으로 살아가도록 지도하고 싶 다. 더 나아가 주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커다란 빛으로 자랄 수 있도록 좋은 영 향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 윤정이 아버님 편하게 하늘나라에서 잠드세요. 제가 교직에 있는 한 순수한 열 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물론 윤정이도 훌륭한 교사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64 꿈꾸는 외인구단 65

34 교단 수범사례 오늘을 넘어서 내일로 뇌성마비 1급인 제자 홍성훈과 함께 한 5년 정현주 서울특별시 연가초등학교 교사 XXXXXXXXXXXXXXX 당선 소식을 들으니 하늘을 나는 기분입니다. 그동안 수고하신 심사위원님들과 여러 가지 로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몸이 불편한 제자 성훈이와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에 4남매를 키우느라 힘들어하는 성훈이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배려하면서 넉넉한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사 회를 꿈꾸며 통합교육이 제대로 뿌리 내리는 데 한 몫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35 홍성훈과 만나다 새로운 제자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가득했던 2003년 2월, 봄방학 중 소집일에 새 학년 명단을 받았다. 내가 맡은 학급은 서울성원초등학교 5학년 화목반이었고 그 중에 홍성훈 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성훈이는 뇌성마비 1급으로 지체장애와 언 어장애가 있는 아동이다. 성훈이 엄마가 늘 업거나 안고 다녀서 교내에서 성훈이 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전학년도에 연세재활학교에 다니던 문 를 지도 해 봐서 지체부자유아에 대한 약간의 경험은 갖고 있었다. 은 자주 넘어지기 는 했지만 혼자서 걷기도 하고 말도 했으며 밥도 스스로 먹을 수 있었는데 성훈이 는 이 모든 것을 타인의 손을 빌려야 하는 상태였다. 남은 봄방학 기간 동안 줄곧 성훈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특수교육이나 통 합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나는 우선 성훈이가 학급의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 리도록 해 주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드디어 3월 2일, 귀여운 제자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일찍 출근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교실에서 성훈이 엄마와 성훈이가 벌써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 이 좀 되어서인지 안타까운 표정으로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네는 나에게 성훈이는 오히려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학급 회장이 된 성훈이 첫 날 일기 제목은 자기소개 였다. 다음 날 한 사람씩 나와서 일기장을 보기도 하 고 그냥 자연스럽게 자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성훈이 차례가 되었을 때, 성훈이 엄 마가 주고 간 일기장을 보고 성훈이 소개를 내가 대신해줬다. 성훈이는 손에 힘이 부족해서 보조기구 없이는 연필을 쥘 수가 없다. 그래서 불편한 손으로 어렵게 키 보드를 눌러 컴퓨터로 친 글을 인쇄해서 일기장에 붙여 오곤 했다. 성훈이의 일기 는 나의 상상과는 달리 5학년 아이답지 않게 깊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나는 읽어 주는 내내 가슴이 찡했다. 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들의 일기지도를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지금 도 일기지도를 통해서 글쓰기와 맞춤법, 생활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우리 반 아이 들에게 부연 설명을 해 가면서 성훈이의 일기를 매일 읽어 주었다. 그리고 성훈이 와는 말로 대화를 나눌 수 없었으므로 다른 아이들에게 써 주는 양의 두 세배 정도 로 소감을 길게 써 주었다. 성훈이는 신이 났는지 일기를 더 열심히 써왔다. 아이 들은 말도 못하고 침을 흘리며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성훈이의 보배같은 생각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넉넉한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는 나의 훈화에 조금씩 감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 다. 그 때만 해도 학급 홈페이지가 활성화 되지 않아서 이메일을 이용하여 서로 소 식을 주고 받도록 하였다. 특히, 성훈이 메일로 우리 반 아이들의 생각을 전하도록 해서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명랑한 성격의 성훈이와 하얀 도화지 같이 순수한 아이들은 무척 잘 어울렸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아이들로 변해가고 있었다. 일주일 후, 학급 회장 선거가 있었다. 어떤 아이가 학급 임원으로 홍성훈을 추천 했다. 투표 결과, 예상을 깨고 성훈이가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그 당시에는 성원초 등학교와 마포구 성산동 전체가 술렁거릴 만큼 화제가 되었다. 그 때 쓴 성훈이의 일기를 소개해 보겠다. 68 오늘을 넘어서 내일로 69

36 2003년 3월 11일 (화) 축하 인사 학급 회장이 된 것이 무척 신기하다.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축하를 한다. 내가 입 어서는 안 되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 든다. 우리 엄마는 인사 받느라고 전화통에 불이 난다. 비록 내가 몸은 불편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 여줄 것이다. 느리지만 앞으로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학급 회장 역할에 열심인 성훈이 성원초등학교 2학년 이인규 어머니가 눈물나게 멋진 정현주 선생님께 라는 글을 나에게 보내면서 성훈이에 관한 내용을 소년한국일보에 미담사례로 추천했다. 그 일로 뇌성마비 친구를 학급 회장으로 선출, 5학년 화목반의 편견없는 우정에 감 동 이라는 제목의 톱기사로 2003년 3월 31일자 신문 1면을 크게 장식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장애를 가진 친구가 어떻게 회장을 할 수 있다고 뽑았나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들은 너무도 멋지게 대답을 했다. 성훈이도 힘들게 말하는데 우리도 생각하면서 들으면 알아들을 수 있어요. 성훈이가 칭찬카드 같은 걸 전해줄 때 천천히 줘도 된다고 하면서 좀 기다리면 되고요. 성훈이는 우리처럼 빨리 말하고 행동을 신속하게 하지는 못해도 생각이 멋 져요. 소년한국일보 기사를 본 KBS 방송국에서는 TV에 출연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 학급 어린이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다양한 활동을 보여 주며 즐겁게 촬영을 했다. 그것은 2003년 4월 15일 KBS 1 TV 모여라 5시 에 방영되었고 성훈이와 우리 반 아이들은 무척 신나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주변에서 자기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데 어떻게 학급의 리더인 회장직을 제대 로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염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리더십은 신체적 인 능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우리 반 아이들은 성훈이의 서 툰 동작에 조급해 하지도 다그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끈기있게 시도하는 그의 노 력에 갈채를 보내며 안일한 자신들의 한 부분을 반성하기도 했다. 이동수업을 시작한 성훈이 성훈이는 4학년 까지 이동수업이 있을 때에 항상 교실에 혼자 있었다고 했다. 나는 학습 능력이 충분한 성훈이를 그냥 교실에 두고 갈 수가 없었다. 성훈이 엄마는 그 해 1월에 막내 성태를 낳아서 갓 백일이 지난 애기를 업고 성훈이를 안고 4층으로 힘들게 등 하교를 시키곤 했다. 또 점심시간에는 내가 밥을 빨리 먹고 성태를 안 고 있으면 성훈이 엄마는 성훈이 밥을 먹이고 바쁘게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러니 성훈이 엄마한테 이동수업 때마다 오라고 할 수가 없어서 여러모로 궁리를 하다가 내가 업고 다니기로 했다. 2003년 3월 14일(금) 전교 회장 선거 학교에서 전교회장 선거를 했다. 나는 참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 생님이 투표하러 가자며 나를 업으셨다. 우리 선생님 등이 무척 아프셨을 것이다. 선생님등에업혀서투표를하고나는참행운의어린이다. 누가그럴수있을까? 엄마 아닌 선생님이 나를 업어 주다니. 우리 가족 중에 엄마, 아빠 말고 나를 업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언제나 기억할게요. 이동수업을 해야 하는 때는 1층에 있는 과학실, 컴퓨터실, 체육시간이었다. 내 가 성훈이를 업고 앞장서서 가면 아이들은 줄을 서서 내 뒤를 잘 따라왔다. 뛰지 말 70 오늘을 넘어서 내일로 71

37 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천천히, 그리고 더 조심조심 걸었다. 아마 내가 넘어질까 봐 그런 것 같았다. 우리 반 아이들이 매우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성훈이는 실험을 할 때는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쳐다봤고, 컴퓨터 시간에는 모처럼 자신의 생각을 맘대로 표현하였으며 체육 시간엔 휠체어에 앉아서 눈으로 마음으로 힘차게 뛰고 달렸다. 를 목에 걸어 주었다. 그러면 카드를 반납할 때 까지 한 마디도 해서는 안 되는 것 으로 학급규칙을 정했다. 그 규칙을 어기면 카드를 갖고 있는 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조용하던 성훈이가 시끄럽게 떠들기에 다른 아이와 똑같이 묵언카드를 주었 다. 그 다음 날 일기를 보니 자기도 친구들처럼 떠들다가 걸려 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랬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지만 성훈이가 자신감을 갖고 소 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기특했다.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신청 받아서 틀어 주었다. 성훈이는 입 을 크게 벌리고 고개를 흔들어 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 연스럽게 언어치료에 접근하게 해 주었다. 성훈이에게 보조교사가 생기다 서울서부교육청에 특수교육 보조원 6명이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학 교에서 신청을 했는데 심사를 거쳐서 선정한다고 했다. 나는 그 동안 모은 신문 수다쟁이가 된 성훈이 성훈이는 말을 하지 못해서 그 동안 조용히 지냈다고 했다. 그러나 차츰 수다쟁이 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실 나는 성훈이가 내는 소리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용하게도 아이들은 의사소통이 꽤 된다는 것이었다. 또래끼리는 뭔가 통하 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성훈이를 내 앞에 앉혀놓고 공부하다가 침을 흘리면 닦아 주고 책장을 넘겨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훈이가 우리 반 아이들과 어느 정 도 친해졌다고 생각되었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한달 동안 성 훈이와 짝을 하면서 도와주면 다음 달에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너 도나도 짝을 하겠다고 나서서 순번을 정해 주어야만 했다. 우리 반에는 묵언카드 라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너무 떠든다 싶으면 그 카드 방송 자료와 성훈이의 일기 그리고 추천서를 써서 서류 봉투가 두툼해지도록 심혈 을 기울였다. 서류를 제출하는 날에 교감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다. 이 자료를 기사 님 편에 보내지 말고 교감 선생님께서 담당 장학사님께 직접 전달해 달라고 하였 다. 빙그레 웃으시며 그렇게 하겠다고 해주셨다. 우리의 정성이 통했는지 심사 결과 성훈이에게 보조교사가 오기로 했다는 연락 을 받았다. 아이들과 나는 보조교사가 하루 종일 수업을 참관하는 것이 좀 불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트럭을 운전하던 성훈이 아빠가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있던 때라 성훈이 엄마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불편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도 차분한 성격의 최미환 보조교사는 수업의 흐름을 잘 따 라 주었고 아이들과도 무난하게 지냈다. 72 오늘을 넘어서 내일로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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