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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집연구논문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홍성욱 * 본논문은 2016 년대학민국교육부와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임 (2016S1A5A2A ). 논문의초고에대해서도움이되는논평을해주신김종영편집장과세분의심사위원들, 그리고자료수집에도움을준김지수학생과가습기살균제와관련된법적인쟁점에대해서도움을준춘천지법류영재판사께감사드린다. * 서울대학교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과정 / 생명과학부전자우편 : comenius@snu.ac.kr

2 본논문은 1994 년에첫가습기살균제가만들어지고 2011 년에가습기살균제가원인미상의간질성폐질환의원인임이밝혀진시점까지, 어떻게이렇게유독한제품이촘촘한규제의법망을피해서만들어졌고유통되었는지를분석하고있다. 이를위해서본논문은가습기살균제에사용된화학물질들이어떻게허가를받았고, 이것이어떻게가습기살균제라는상품으로출시되었으며, 이런제품이어떻게회사와정부의독성검사를피해서오랫동안가정에서사용되게되었는가를법정문서와국회청문회자료등을이용해서미시적으로살펴볼것이다. 지금까지의연구들은살균제참사의원인이부도덕한기업이나무능한정부조직에서찾곤했는데, 본연구는이를제조한기업과이를심사한정부라는관료적조직의구조적비밀주의, 위험에대한 평가절하어림짐작 (disqualification heuristic), 칸막이문화, 피드백과소통의단절같은문제가가습기살균제재앙의중요한원인임을보일것이다. 즉, 부도덕함이나무능같은개인의문제보다관련기업의부처들, 그리고정부의부처같은조직들내부의소통의문제가더중요한변수였다는얘기다. 개인이아닌조직에대한분석은이런참사가되풀이되지않기위해서기업과국가조직에서개선할점이무엇인가에대한시사점을줄수있다. 주제어 가습기살균제, 옥시, PHMG, PGH, CMIT/MIT, 관료제 64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3 1. 서론 가습기살균제사건은 단군이래최대의환경병 으로불리는, 전례를찾기힘든바이오사이드 (biocide) 참사이다. 2018년 1월현재 <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 에의하면정부에신고된가습기살균제의피해자는 5,960명이고, 사망자는 1,296명이다. 정부가진행하는 5차피해접수에서는폐섬유화외에천식환자도가습기살균제의피해로인정함에따라서피해자수는더늘어날전망이다. 피해자의수도그렇지만, 많은피해가영유아, 임산부, 노인등가정과사회가가장보호해야할대상에집중되어있는것도이참사의비극적인면이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에처음만들어졌고, 2011년에그엄청난피해의일각이수면위로부상하면서가습기살균제가그원인으로지목됐고, 2016년에검찰조사와재판이열리면서다시사회적이슈가되었다. 그렇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피해자나유가족의심신상의상처는아직치유되지못했고, 보상이나처벌도만족스럽게진행되지못했다. 특히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은겨울철가족의건강을위해서가습기살균제를사서자기손으로이를물에탄것이사랑하는가족의생명을앗아갔다는사실에괴로워했다. 이들은 2011년에문제가밝혀진뒤에도 2016년에야책임자에대한형사재판이진행되었던것처럼, 그동안사회나국가가이문제에대해서적극적으로대응하지않았다는점을강하게비판하고있다. 문재인정부가들어서면서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65

4 대통령이유가족에게사과를했지만, 원료를공급한회사에대한수사가미진하고피해를입은사람중에서보상에서제외된사람이있는등, 가습기살균제참사는지금도현재진행형의문제로남아있다 ( 안종주, 2016; 이규연외, 2016). 지난몇년동안에가습기살균제참사에대한학문적인분석도여럿출판되었다. 이런연구에는보건학이나환경학분야에서가습기살균제참사의교훈을짚어보면서제도의개선을모색하는연구 ( 최예용, 2017) 와법학분야에서이번사태에대한법적인쟁점들, 특히국가의책임문제를분석한논문들이있다 ( 송정은, 정남순, 2016; 이상만, 2016; 박태현, 2016a). 이런연구나가습기살균제에대한지금까지의많은언론보도는주로이윤추구만을꾀하는무책임한기업의탐욕과국가의무능이무고한시민의생명을앗아가고건강을위협했다고비판하면서, 기업관계자에대한처벌, 기업과국가의배상을강조했다. 최예용은 옥시의기존제품을인수한레킷벤키저는 PHMG 안전실험을생략한채 옥시싹싹뉴가습기당번 이란이름의가습기살균제를판매했다. 레킷벤키저는유럽수준의안전기준을적용하기는커녕비용을절약한다는명목으로회사안팎에서제기된제품의안전점검도하지않은것이다. ( 최예용, 2017: 13) 고옥시를비판했다. 정부의책임을지적한논문들도정부에대해서비슷한태도를보이고있다. 이상만은이참사가 유해성심사를독점하는국가가관리자로서규제권한을제때이행하지못하여발행한것으로당시국가기관이조금만관심을기울였다면충분히예방할수있는사건이었다고보여진다... 국가는가습기살균업체와독립적으로국가의권한불행사에대하여책임을부담하여야할것이다 ( 이상만, 2016: 65-66) 라고평가한다. 66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5 자신들의이해관계만을추구하는악덕기업과위험을감추려는국가가낳는피해는현대과학기술이낳은참사에대한분석에서종종나타나는구도이다. 기업과관련해서잘알려진사례로, 포드사의핀토 (Pinto) 자동차의사례가있다. 포드사는자신들이야심차게개발한핀토의디자인에치명적인결함이있다는것을알았지만, 사망사고가이어짐에도불구하고차를리콜하는데드는비용보다사고가났을때이를배상하는돈이적다는것을알고문제의차를리콜하지않았다는것이다 (Dowie, 1977). 1) 엔지니어의경고를받았음에도불구하고챌린저호 (Challenger) 의발사를강행했다가비극적인폭발사고를낸미항공우주국 (NASA) 과티오콜사의고집과독선도잘알려진얘기다 ( 양해림외, 2006: ). 드리마일섬의핵발전소사고, 체르노빌사고, 후쿠시마원전사고가났을때사람들은미국과러시아, 일본정부가진실을감추고거짓보도를했다고믿었고, 지금도그렇다. 우리나라에서도정부에대한불신이심한데, 예를들어여러여론조사는천안함의침몰에대해서합조단과정부의발표를신뢰하지못한다는비율이그반대보다더높다는사실을보여준다 ( 오철우, 2016). 기업과정부에대한불신이시민은물론연구자들사이에서도널리퍼져있지만, 최근에재난에대한연구중에는위험의불확실성에근거해서이런관점과는조금다른관점에서문제를분석하는연구들도등장했다. 이런연구의공통된토대는재난이생긴뒤의조사를통해밝혀진원인을, 재난이전시기에투영하는 1) 사람의목숨을 20만달러로계산해서예상희생자의총손해배상비용이 4,950만달러였음에비해안전장치를다는데는훨씬더많은 13,700만달러의비용이든다고판단했다는것이다 (Dowie, 1977).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67

6 식의판단을유보하는것이다. 재난이후에참사의원인이밝혀진뒤에는, 기업이이익을위해서조금의주의를기울이지않았고, 위험의경고가있었는데에도이에대한적극적조치를취하지않았다고기업과정부를 ( 그리고종종언론까지도 ) 쉽게비난할수있다. 그렇지만문제의원인을악덕기업의고의적인위험방치와정부의무능에돌리는설명은종종실제재난이일어난과정에대한구체적분석과잘부합하지않을수있는데, 무엇보다재난의원인이밝혀진뒤에는명백한위험이었던것이, 그이전에는수용가능한일상적인위험으로간주된경우가많기때문이다. 핀토자동차에대해서상세한분석을했던리와어만은잘알려진결론과는다른결론을제시했다 (Lee and Ermann, 1999). 먼저이들은포드사엔지니어들이나정부규제관들이핀토가다른자동차와비교해볼때더위험하지않다고판단했다고주장했다. 포드사엔지니어들과규제관료들은핀토가가진결점인연료탱크폭발을회사의안전우선주의, 오랫동안지속되어온산업규범, 그리고법적인판단에비추어평가한뒤에이를 수용가능한위험 으로판단했던것이다. 당시자동차산업이처해있던사회적, 제도적환경을고려할때, 포드사의행동은오히려규범에서크게빗나가지않았다. 심지어포드사가작성했다고알려진손익대차대조표조차핀토를대상으로작성된것이아니었다. 챌린저호의경우에도최근연구들은 NASA 같은거대관료조직의독선이아니라, 부스터를고정시키는오링 (O-ring) 이추운날씨에도잘버텨주었다는이전의시험결과들이오링의오작동을 수용가능한위험 으로받아들이게했고, 이것이사고당일에발사를강행하는 근거가되었음을지적하고있다 (Vaughan, 1996; Lynch and Kline, 68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7 2000; Kline, 2001). 가습기살균제를조사한정치인들은 이번가습기살균제피해는이익에눈이먼부도덕한기업과무능력한정부가빚은참사이다 라고목소리를높였다. 2) 그런데기업이나정부는사악하거나무능한조직이아니라자신들의규칙과규범내에서, 제한적이지만나름대로합리적으로활동하는조직이다. 우리는종종기업과기업인이이윤추구에있어서영악할정도로현명하다고비판한다. 따라서기업이치명적으로위험하다는것을알면서도상품을안전하다고위장해서판매했을경우에는나중에큰손해배상과사법처리에직면할가능성이농후한데, 이를분명히알고서도판매하는 멍청한 기업은현실세상에서는찾아보기힘들것이다. 정부와공무원에대해서도비슷하게생각해볼수있다. 우리는종종정부의공무원들은규정을벗어남으로써문제가되어자신의지위에위협을가하는일을하지않는다고비판한다. 따라서국가가관리하는유독물과관련해서, 관련공무원이유독물이라는것을쉽게알수있거나유독물이라짐작했음에도불구하고, 이에대해허가를내주는것같은일은관료조직의합리성과잘부합하지않는다. 물론사악한기업가나타락한공무원이존재하지만, 3) 우리는이를전제하지않은채로개인보다는위험을인식하지못했던조직의특성을분석해볼필요가있다. 2) 성광일보 ( ) 참조. 3) 가습기살균제기업인의 사악함 을잘보여준사례는, 2016년 4월 26일에신현우전옥시대표가피해자와유가족들에게사과성명을발표하고뒤에서자신의변호사에게 내연기어땠어요? 라고했다는것이있다. 이일화는시간이한참지난 5월 12일에뉴시스가특종보도했다. 그렇지만당시여러정황을볼때신대표는 내얘기어땠어요? 라고말한것으로보이며, 신대표가한말이 연기 가아니었다는것은이일화를처음보도한뉴시스도나중에인정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 ) 참조.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69

8 가습기살균제를만들어서판매한기업과이를승인한정부가윤리적이라거나합리적이었다는얘기를하려거나, 이들을비호하려는것이아니다. 옥시와같은기업은분명히치명적인독성이있는제품을팔고, 문제의원인이밝혀진뒤에도조직을비호하기위해서실험데이터를자신들에게유리하게선별하는일에개입한 비윤리적인 정황이있다. 다만필자가다시한번강조하고싶은점은기업과정부에대한비판이, 원인미상폐질환의원인이가습기살균제임이드러난이후의판단, 즉 이들이가습기살균제의위험을충분히알수있었다 는전제에기초해서는안된다는것이다. 이들이가습기살균제의위험을충분히알수있었는지는전제가아니라, 실증적인분석의대상이되어야할명제이기때문이다. 이논문은왜치명적인유독성을가진제품이아무런규제없이출시가되었고, 10년이넘게시장에서잘판매될수있었는가라는문제에대한답을내려고하는데, 이때 기업과국가가가습기살균제참사를충분히예견할수있었는데그러지못했다 는판단을전제하지는않을것이다. 살균제참사의원인이부도덕한기업이나무능한정부조직에서찾았던기존의연구들과는달리, 본연구는기업과이를심사한정부라는관료적조직의구조적비밀주의, 위험에대한 평가절하어림짐작 (disqualification heuristic), 칸막이문화, 피드백과소통의단절같은문제가가습기살균제재앙의중요한원인임을보일것이다. 즉, 부도덕함이나무능같은개인의문제보다관련기업의부처들, 그리고정부의부처들내부의소통의문제가더중요한변수였다는것이다. 촘촘하게짜진시스템에서사고가발생하고나면그허점이보이듯이, 가습기살 70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9 균제참사는위험과관련해서기업과국가조직이가진문제와약점을찾아낼수있는계기가될수있다. 책임자에대한처벌과인명피해에대한보상도제대로이루어져야하지만, 이런참사가되풀이되지않기위해서기업과국가조직에서개선하고바꿀점이무엇인가를드러낼수있다는것이다. 2. 가습기살균제참사개요 첫가습기살균제는 1994년에대한석유공사의계열사인유공바이오텍 ( 이후유공 ) 에서만들었다. 당시유공은신상품으로출시한 팡이제로 곰팡이제거제가인기를끌면서가습기살균제쪽으로사업을확장했고, 언론보도에의하면 1년간 18억의연구비를들여서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 를개발해서출시했다. 가습기를세정하는세정제가아니라, 물에타서세균을죽이는살균제는당시이연구를주도했던노승권박사의아이디어였다. 그는여러후보물질을놓고고르다가농약과산업용살균제로사용되던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 메틸이소티아졸리논 (CMIT/MIT) 을원료로선택했다. 4) CMIT/MIT는독성을가진물질이었지만, 연구팀은농도를잘맞추면흡입독성없이이를가습기살균제로쓸수있다 4) 1992년 11월에선경인더스트리 (SK 케미칼의전신 ) 는매년 20% 씩성장하는산업용살균제시장을공략하기위해이소시아졸린계산업용살균제 스카이바이오 를개발했다 ( 매일경제, ). CMIT와 MIT 모두이소시아졸린계임을볼때, 이스카이바이오는 CMIT/MIT를원료로한것으로판단된다. 노승권은이재환과함께 1993년초에 소비자용살균조성물 특허를냈다. 이특허는 ( 출원번호 , 출원일자 ).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71

10 고생각했다. 노승권은제품을출시하기전에서울대학교수의대이영순교수에게흡입독성실험을의뢰했다. 그렇지만당시이영순은흡입독성을제대로실험할장비를갖고있지못했다. 그는한인터뷰에서실험쥐의코끝에살균제성분을떨어뜨리는식으로실험을한뒤에흡입독성이없다는결론을내리고이를유공에보고했다고했지만, 나중에 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과피해구제및재발방지대책마련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ʼ( 가습기특위 ) 에서는다시기억을더듬어서 1입방미터정도의챔버 (chamber) 를만들고그속에쥐를키우면서 2주일정도가습기살균제를쬐게하는흡입독성실험을했다고증언했다. 5) 이보고서는분실되었지만, 노승권과이영순모두당시실험에서흡입독성이나오지않았다고증언했다. 6) 이렇게해서 인체에전혀해가없는것으로조사 된유공의가습기살균제 < 가습기메이트 > 가시장에나왔다. 미국 EPA는 1998년에 CMIT/MIT의독성을다시조사해서 2등급흡입독성을가진것으로판정했지만, 7) EPA의공지를주목한연구원은아무도없었다. CMIT/MIT 가습기살균제는 2001년 애경이 SK주식회사 ( 당시유공의새이름 ) 로부터판권을넘겨받아 애경가습기메이트 라는이름으로판매했다. 이후이마트등에서도같은성분으로 PB(Private Brand) 상품을제조 판매했다. 당시애경은 SK에게원료를알려달 5) 제 345회국회제 7차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과피해구제및재발방지대책마련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회의록 ( ) 중이영순의증언 (25쪽) 참조, KBS와의인터뷰에대한언급은프레시안 ( ) 참조. 6) 노승권은이흡입독성연구를위해당시돈으로 1억원정도의 ( 지금돈으로 6-7억원 ) 연구비를지급했다고했지만, 이영순은이액수가터무니없다고이를부정했다 ( 프레시안, ). 7)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1998) 참조. 72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11 라고했지만, 영업비밀이어서알려줄수없다는답을들었을뿐이었다 ( 김신범, 2016: 19). 원료를몰랐기때문에, 애경도 PB 상품을만드는이마트등에원료를알려줄수없었다. 가습기살균제가대규모사망자를낸간질성폐질환의원인으로지목된 2011년에질병관리본부는동물실험을진행했고대부분의사망자를낸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HMG) 과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 (PGH) 에비해서 CMIT/MIT는이상소견이없는것으로판정했다. 이후 CMIT/MIT 가습기살균제를사용한사람들은비교적경미한 3, 4 등급의피해판정만을받았고, 이를사용해서가습기살균제를만든기업이나원료를공급한 SK케미칼은법적소송과윤리적논란에서비켜나있었다. 그렇지만이를사용한사람들도사망에이른경우가확인되었고, 최근에는이를제조한제조사들에대한사법처리문제가다시고개를들고있다. 가장널리사용되었고가장많은사망자를낸 옥시싹싹가습기당번 8) 은동양화학그룹계열사인옥시에의해 2000년가을에출시되었다. 이는 SK 케미칼이개발한 PHMG라는살균제를원료로사용했다. 옥시는원래유공의가습기메이트의성공을보고 1995년에독일에서가습기청소등에사용되던 프리벤톨R80 이라는물질을들여와서가습기살균제를만들었다. 그때옥시는프리벤톨R80에대한흡입독성실험을했는데, 이제품을사용한가습기에흰색침전물질이생긴다는민원을접하고이를대체할원료를찾다가 PHMG를알게되었다. 그런데 2000년에옥시싹싹 8) 1996년에처음나왔을때이름은 가습기당번 이었다. 2000년 10월경에원료를치명적인 PHMG로바꾼뒤에도그이름은계속가습기당번이었다가, 2003년에 옥시싹싹가습기당번 으로바뀌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73

12 가습기당번의원료를 PHMG로바꾸면서옥시는새로운원료인 PHMG의흡입독성실험을하지않았다. 9) PHMG는이후역시많은사망자를낸롯데마트의와이즐렉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의홈플러스가습기살균제의원료로도사용되었다. 또다른회사인버터플라이이펙트는 PGH를수입해서 세퓨 라는가습기살균제를만들어판매했다. 이역시많은사망자를냈다. 이렇게 2000년대 10년동안에여러제품들이나와서최대 20여종에달했던가습기살균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매년대략 60만통가량판매되었던것으로추정된다 ( 최예용, 2017). 가습기살균제피해자는 2000년대초반부터나오기시작했다 (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폐손상조사위원회, 2014). 2006년부터는매년몇명씩원인미상의치명적인폐질환을앓는소아환자들이나타났다. 이들의치사율은 47% 에달했으며 ( 보고된사례 15건중 7명이사망 ), 간질성폐질환에사용되는어떤약도듣지않았다. 당시소아과의사들은바이러스형감염병을염두에두고치료를하고있었다. 이러다 2011년봄에같은증세를보이는출산직전, 직후의젊은여성 6명과남성한명이서울아산병원에입원을했고, 이중 4명이숨지고 3명은폐이식을받아목숨을건졌다 ( 이중한명은나중에숨졌다 ). 아산병원의사들은미생물감염결과가음성으로나오자다른환경적인원인, 특히겨울철에환자들이주로생활한집안의주변환경과관련된요소에주목하기시작했다. 동 9) PreventolR80을주원료로하던가습기당번은 PreventolR80 0.2%, 크레아실 (FG-50, 후라보노이드성분의천연소취제 ) 0.5%, 이온수 (Deionized Water) 99.3% 를혼합하여제조했고, PHMG를주된원료물질로하는새로운옥시싹싹가습기당번은 PHMG 25% 와물 75% 로만들어진 SKYBIO %, 라벤더향을내는 Lavender %, 이온수 (Deionized Water) % 를혼합하여제조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0). 74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13 시에아산병원은이사례를질병관리본부에신고했고, 질병관리본부는아산병원과함께환자-대조군역학조사를실시했다. 이역학조사의결과폐질환의결정적인원인으로가습기살균제가지목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8월 31일에조사결과를발표했고, 이후동물실험을거쳐서 PHMG와 PGH의동물흡입독성이밝혀진뒤인 2011년 11월 11일이두물질을사용한가습기살균제 6 종인옥시싹싹가습기당번 (PHMG-인산염), 와이즐렉가습기살균제 (PHMG-인산염), 홈플러스가습기청정제 (PHMG-인산염), 가습기클린업 (PHMG-염산염), 세퓨가습기술균제 (PGH), 아토오가닉가습기살균제 (PGH) 의수거명령을발동했다. 당시 CMIT/MIT를이용한가습기살균제는동물실험에서이상소견이보이지않았고, 따라서 CMIT/MIT를사용한애경가습기메이트, 이마트가습기살균제, 함박웃음가습기살균제, 산도깨비가습기퍼니셔등에대해서는별다른조치가행해지지않았다. 이후민관합동으로폐손상조사위원회가꾸려졌고, 여기에서피해자판정기준을만들어서피해접수를받았다. 판정은건강영향평가, 환경노출평가, 역학평가의 3부분으로나뉘었고, 각각의분야는 3인이상의전문가가맡았다. 2014년 2월까지 361명이판정을받았으며, 이중확실한피해자 (1등급) 가 127명, 가능성높은피해자 (2등급) 가 41명, 가능성낮음 (3등급) 42명, 가능성거의없음 (4등급) 이 144명, 판단불가능이 7명이었다. 이런결과를담은 가습기살균제건강피해사건백서 : 사건인지부터피해 1차판정까지 ( 이하 백서 ) 가 2015년초에출판되었다 (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폐손상조사위원회, 2014). 옥시대표등에대해서는 2012년 8월부터피해자들에의한고발이이루어졌는데, 검찰은피해자가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75

14 확정되지않았다는이유로 2013년 2월에시한부기소중지결정을내렸다. 검찰이 2014년에사건을재개했지만, 본격적인수사는 2015년 9월부터이루어졌다. 옥시관계자등은 2016년 5월에사기와과실치사혐의로구속기소되었고, 옥시대표신현우는과실치사를인정받아 1심에서징역 7년, 2심에서 6년을선고받았다. 10) 가습기살균제에대해서문제제기를해오고있는시민환경보건센터의추산에의하면우리나라인구의 20% 정도에해당되는대략 1000만명의사람들이가습기살균제를사용했고, 이중 30만에서 230만명이고농도의가습기살균제를흡입했다 ( 최예용, 2017). 이숫자는지금까지의전체피해신고자의수십-수백배에달하는숫자이다. 11) 지금까지신고된피해자로만봐도가습기살균제참사는 단군이래최대의환경질환 으로간주하기에충분하지만, 이렇게숨겨진피해까지포함시킬경우그피해규모는상상할수없이커지게되는것이다. 숨겨진피해자들이많은이유는폐렴, 천식같은건강피해와가습기살균제를연결시키지못해서신고를하지않은사람이많아서이기도하지만, 가습기살균제를사용하고도특별한건강피해를입지않은사람이많기때문이기도하다. 가습기살균제를비슷하게사용했지만왜어떤사람은큰피 10) 최고 20년까지선고할수있는사기죄목은무죄판결을받았다. PHMG, PGH 가습기살균제를만든기업관계자들에대한재판외에옥시제품에대한독성실험을한서울대조명행교수, 호서대류일재교수에대한재판, 국가에대한소송, 전환경부장관등공무원 6인에대한고발, 원료공급자인 SK 케미컬에대한재판등도진행되었거나진행중이다. 필자의후속연구는이법정소송에서논의되었던다양한종류의증거와인과관계에대한쟁점을독립적으로다룰예정이다. 11) 2017년환경부가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에의뢰한연구에의하면가습기살균제사용자는 350만 ~500만명이고, 이중 10% 가량인 30만 ~50만명이제품사용후병원치료를받은피해자로추산된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 76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15 해를입었고어떤사람은별피해를입지않았는지는아직충분 히규명되지않은문제이다 (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폐손상조사위원 회, 2014: 58). 3. 어떻게규제의법망을피했는가? 살균제나살충제성분의물질을가습기속의물에섞어서에어로졸형태로공기중으로분사시키고, 주로겨울철의밀폐된방에서생활하는사람들이이를흡입할것임에분명한제품이왜규제대상이되어독성시험을받지않았을까? CMIT/MIT, PHMG, PGH 등은모두사람이공장에서만들어낸화학물질, 즉공산품이다. 한국에서공산품은 품질경영및공산품안전관리법 ( 이하품공법 ) 에의해서규제를받는다. 이중더엄격한관리가필요한의약품, 식품, 화장품은따로약사법, 식품위생법, 화장품법에의해서관리된다. 그렇지만가습기살균제가의약품, 식품, 화장품이아니기때문에, 이범주에포함되지는않는다. 품공법의대상이되는제품중에서는국가에의해서안전인증을받아야하는 안전인증제품 이있고, 자율적으로안전확인을하는 자율안전대상제품 이있다. 정부의안전점검이필요한안정인증제품에는가짜속눈썹, 재생타이어, 압력솥, 가스라이터, 어린이놀이기구, 에스컬레이터용제품등 4개분야 13개의제품이있다. 자율확인대상으로는등산용로프, 건전지를비롯해서 46개품목이있는데, 이중 생활화학가정용품 이라는범주가있고, 여기에세정제, 방향제, 접착제,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77

16 광택제, 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및섬유유연제등이있다. 가습기살균제는분명히생활화학가정용품인데, 이품목에포함되어있지않았던것이다 (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폐손상조사위원회, 2014: ). 이중가습기살균제에가장가까운것은세정제였다. 그렇지만가습기살균제제품중일부가세정제로분류된것은 2007년이었으며, 이렇게분류가되어규제의법망안에들어와도살균제의독성을규제하지는못했다. 12) 2007년전에는 ( 그리고그후에도 ) 가습기살균제는품공법상의사각지대에존재했던제품이었던것이다 ( 정남순, 2013: 38). 가장중요한부분은독성에대한것이다. 독성은유해화학물질관리법 ( 이후유해법 ) 에의해규정되었다. 유해법은 1990년에제정되어 1991년부터시행되었다. 그렇지만이법령이시행될때이미 3만종이상의화학물질이나와있었기때문에, 이미사용하던기존화학물질에대해서는리스트를작성하고이를유해성심사에서면제했다. 이리스트는환경부에의해서작성되었고, 1996년에환경부와노동부의협의하에합본이만들어졌다. 유공에의해 1994년첫가습기살균제의원료로사용됐던 CMIT/MIT는당시기존화학물질에포함되었고, 따라서유해성심사에서면제되었다 (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폐손상조사위원회, 2014: 173). 1992년에선경인더스트리 (SK케미칼의전신 ) 는 CMIT/MIT를만드는방법을개량해서이에특허를신청했다. 당시특허에는그용도로 냉각탑내의조류방지제, 도료방부제, 공업용금속가공유방부제, 화장품및샴푸첨가제, 제지용첨가제, 계면활성제및농약등일반산업용방부제로매우유용하고, 방곰팡이제및살균제로도매우유용하며, 12) 이문제는본논문의 5 절에서더자세히다를것이다. 78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17 특히방부제나살균제의바이오사이드로사용하기에매우적합하다 라고명시되어있었다. 13) CMIT/MIT는원래카톤시지 (Kathon CG) 라는제품으로 1960 년대후반에롬앤하스 (Rohm and Haas) 사에의해서개발되어, 살충제, 살균제, 방부제원료로널리쓰인물질이다. CMIT/MIT는 1977년미국환경청 (EPA) 에최초로등록이되었고, 1998년에 CMIT/MIT의물질안전보건자료 (Material Safety Data Sheet, MSDS) 14) 에서독성을비롯한세부항목이업데이트되었다. 당시업데이트된 MSDS에는흡입독성에대한정보가담겨있는데, EPA의테스트에의하면 CMIT/MIT의급성흡입독성은 0.33mg/L로 범주 2 (category 2) 에해당하는것이었다. 15) 13) 2-메틸-4-이소티아졸린-3-온염혼합물의제조방법 이특허는 ( 출원번호 , 출원일자 , 등록번호 , 등록일자 ). 선경인더스트리는이를이용해서 스카이바이오 라는산업용살균제를개발했다 ( 각주 4 참조 ). 14) 물질안전보건자료 (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 란물질에관한이름, 성분, 유해성, 위험성, 보관방법, 다룰때주의할점, 필요한보호구, 몸에묻거나먹었을때등의응급조치등여러가지정보가포함된다. MSDS는산업안전보건법에의해주로공장내에서화학물질을관리하기위한자료이며, 고용노동부가그주무부처이다. 비슷한것으로제품안전보건자료 (Product Safety Data Sheet, PSDS) 가있다.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1998) 참조. 15) 범주 2 는 흡입했을때치명적 (fatal if inhaled) 에해당되는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mg/L 이하인경우흡입독성이있는유독물로지정한다. 안전보건공단화학물질정보사이트 ( 참조. 유공과이마트에서 CMIT/MIT를이용해서가습기살균제를만들때 0.015% 로이를희석해서만들었고, 다시이를 200배희석해서 ( 가습기물 1 L 당제품 5 cc) 사용하는것을권장했기때문에실제농도는 % 가됐다. 이것이밀폐된방에전부뿌려진다고해도, 그농도는동물실험에서흡입독성이사라진다고간주되는최대무독성용량 (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 NOAEL) 0.34μg보다적다는것이었다. 나중에 SK 케미칼은자신들의농도가최대무독성량보다 155배안전해서안전역 (Margin of Exposure, MOE) 판단기준인 100배를상회했고, 따라서충분히안전했다고주장했다. 그렇지만다른계산 ( 이종현, 2016) 은이농도가최대무독성용량보다 33배만컸고, 따라서안전역판단기준인 100보다적은, 위험한영역에있었음을보이고있다. 2011년에질병관리본부가동물실험을하면서 CMIT/MIT 농도를 0.16μg /L로했는데, NOAEL 보다적은이농도에서는애초에흡입독성이나타날수없었다는비판도있다. 미디어오늘 ( ) 참조.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79

18 신규화학물질을제조하려는자는유해법제 6조에따라환경부장관의심사를받아야한다. 16) 이를위해회사는물질에대한급성독성, 변이원성및분해성등독성에대한자료와노출경로가경피및흡입에해당되는물질에대해서는경피독성과흡입독성자료를제출해야했다. 그외의독성과발암성이우려되는물질에대해서는추가자료를요구할수있다. 이자료들은국립환경연구원장이고시한시험기관이나 OECD 회원국의비슷한시험기관에서만들어진것이어야만했다. 그렇지만환경부고시제 4조제 2 항에의해서고분자화합물의경우독성자료대신에고분자화합물의수평균분자량, 단량체구성비, 잔류단량체함량및안정성등고분자구성및특성에대한자료를제출하면됐다. 17) 이시험자료가없다면급성독성, 유전독성중하나, 혹은분해성시험성적서를대신제출하면됐다 ( 김지영, 1997). PHMG는상대적으로독성이적다고알려져서병원, 수영장, 야외에서살균제로널리쓰이는염산폴리헥사메틸렌비구아니드 (PHMB) 와비슷한화합물로러시아에서처음만들었다고알려져있으며, 1990년대초반에 SK 케미칼이독립적으로개발했다. 그렇지만미국 FDA에의해서기구소독용도로승인받은 PHMB에대 16) 유해물질관리법 [ 시행 ] [ 법률제 4784호, ] 제 6조 1항참조. 특히유해물질관리법시행령 [ 시행 ] [ 대통령령제 14971호, ] 의제 3조는유해성심사의심사기준의첫번째기준으로 반복사용될경우사람의건강이나환경에해를끼칠우려가있는지의여부 를꼽고있다. 17) 이조항은 1992년말에신설되어 1993년 3월부터시행되었다. 당시우리나라는대부분의화학물질을수입했는데, 독성시험을안한고분자물질들에대해서자체적으로시험할수있는설비가부족했고, 유럽에서구성단량체가등재된고분자물질의독성시험을면제했기때문에이런면제조항이신설되었다.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국립환경과학원위해성평가연구과장김필제답변 (19쪽) 참조. 80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19 해서는인체에미치는영향에관해많은연구가있었음에비해, PHMG의독성에대해서는알려진바가적었다. 18) 우리나라에서유공 (1998년이후 SK 케미칼 ) 이 1996년 12월에카펫항균제의용도로이물질을제조하겠다고환경부에심사원을냈다. PHMG는신규화학물질이었지만고분자화학물에해당되었다 ( 김용화, 2016: 88). 환경부는유해성심사에서이물질이안전한고분자물질이며그구성단량체의유해성및잔류함량이낮게나온것을보고심사를통과시켰다. 환경부는 1997년 3월 15일에이 PHMG가속한화합물이 유독물에해당안된다 고고시했고 ( 관보 13559호, 물질번호 ), 2000년 5월 22일에 PHMG를 유독물등에해당하지아니하는화학물질 로관보에개정고시했다 ( 관보 14497호 ). 19) 2002년 SK는이물질을호주에수출하기위해서이를호주국가산업용화학물질등록및평가계획에 SKYBIO 1100으로등록했다. 20) 이물질은미국식품의약국 (FDA) 에도의료기구용살균제로인증 ( 등록번호 ) 되어있다. 18) 유공에서가습기살균제를처음만든노승권은 1993년에전세계살균제를전수조사하면서 PHMG 계열 의살균제가흡입독성을가지고있는것을알았고, 이이유때문에이를배제했다고증언했다. 제 345회국회제6차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과피해구제및재발방지대책마련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회의록 ( ) 중노승권증언 (25쪽) 참조. 19) 당시환경부는 PHMG의분자량, 잔류단량체의함량등에대한자료를제출하게해서이를살펴보고고분자화합물로반응성및휘발성이낮다고판단했다. 또신청서에명시된사용형태에 분무 가포함되어있지만흡입독성자료를요청하지않은것은항균카펫처리를하는곳이공장이거나세탁소라고생각하고, 카펫을소비하는소비자가이에접촉하거나이를흡입할위험은적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 환경부보도설명자료 ( ) 와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환경부장관윤성규답변 (19쪽) 참조. 20)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81

20 백서 는 PHMG는 2003년무렵부터, CMIT/MIT는 1991 년무렵부터우리나라유독물기준에해당하는정도의강한독성을가진물질이라는것이이미널리알려져있었음이밝혀졌다. 특히더놀라운것은 PHMG에대한독성자료는호주수출을위해한국기업이제출한자료였다는점이다. (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폐손상조사위원회, 2014: 186) 라고기술했다. 그렇지만이런평가는과장되었다고볼수있다. SK 케미컬이 PHMG를호주에수출하기위해서호주에제출한 Material Safety Data Sheet SKYBIO 1100 을보면 21) PHMG의흡입보다는피부나눈과접촉했을때의위해를더심각하게평가하고있음을알수있다. 이물질안전보건자료는 이물질은피부나눈에가려움증을유발하며, 직접오랫동안노출되었을때화상과돌이킬수없은상해를입힐수도있다 고하면서, 가루의흡입은유해할수도있다 고적고있다. 흡입의위해도가심각하지않다는사실은가루를흡입한경우에특별한응급조치가필요없으며, 발진이생길경우에만병원에가라는조치를보면짐작할수있다. 쥐를사용한독성실험값은경구독성의반수치사량이 857mg/kg, 경피독성의반수치사량이 2000mg/kg 으로, 각각의유독물기준인 300mg/kg, 1000mg/kg을상회해서유독물에해당되지않았다. 22) 흡입독성데이터는아예포함되어있지도않은데, 그이유는이제품이기체나기화성액체가아니라가루분말의형태이기때문이었다. 즉, 흡입하는경우가거의없을 21) 22) 경구 300mg/kg, 경피 1000mg/kg는우리나라의기준이다. 미국의경우경구독성 857mg/kg, 경피독성 2000mg/kg는 4가지독성분류중세번째인독성 Class III( slightly toxic and slightly irritating ) 에해당한다. 82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21 제품이었다는것이다. 다만 2003년에공개된 보고서전문 (Full Report) 에의하면가루분말이들어있는상자를열다가이를흡입할위험이있으니이를조심하라는표현이있다. 23) PGH는 1997년에오스트리아에서개발되었고, 유럽에서는 2002년에살생물제로등록되었다. 이제품을사용하는살균제들이제품으로만들어져서시장에나왔고, 이과정에서 PGH의안전성에대한여러테스트가이루어졌다. 유럽에서이물질이등록되고그다음해인 2003년에우리나라에서는선플러스라는수입회사에의해서이물질에대한유해성심사가신청되었고, 그결과환경부에의해서 2003년 6월 10일에 유독물등에해당되지않는물질 ( 관보제 15417호, 물질번호 ) 로등록되었다. 당시수입회사가제출한서류는 PGH의생산자인케톡스사가제공한 MSDS를의존했는데, 여기에서는 PGH가포함된살균제가농약, 서적과필름의보관재, 고무, 직물, 원유등의항균보존제로광범위하게사용되고있다고그용도가지정되어있으며, 독성에대해서는급성경구독성이 LD50(rat) > 2000mg/kg으로유독물질이아니라는정보가표시되어있었다. 24) PGH도독성자료를면제받는고분자화합물에해당되었다. 2005년에설립된중소기업버터플라이팩트는옥시싹싹가습기당번의성공을보면서가습기살균제를만들려했고, 인터넷을뒤져서 PGH 물질을찾아냈다. 이회사대표 23) SK 케미칼이호주의 NICNAS( 국가산업화학물질신고평가기관 ) 에제출한독성평가자료 보고서전문 은심상정의원실이입수해서공개했다. 24) 이는 KeTox 사가 PGH를사용해서제조한 Agrosept라는제품의 MSDS에서확인할수있다. ( ) 이문서는현재 (2018.1) 지워진상태이나구글이생성한 html 버전이위의주소에존재한다.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83

22 인오유진은이원료를덴마크의케톡스사에서수입해서, 독학으로얻은지식을이용해서적당한물을타서 2009년에 세퓨 가습기살균제를제조 판매했다. 세퓨 는옥시싹싹가습기당번에비해서 4배나독성이강했으며, 2009년에출시되어 2011년까지불과 3년동안판매되었지만옥시와롯데마트에이어서 3번째로많은사망피해를냈다. 2003년에이루어졌던 PGH의유해성심사통과는 2016년이후에언론에도많이보도가되었고, 학술적분석의대상이되기도했다. 박태현은가습기살균제에대한국가의책임을분석하는논문에서기업이제출한심사신청서에 배출경로 : 제품에첨가 (spray or aerosol 제품등 / 항균효과 ) 라는문구가있었다는사실에주목한다. PGH가에어로졸형태로사용된다면사람들이이를흡입할것이분명하기때문에, 환경부는유해법제 8조 2항 25) 에따라서신청자에게흡입독성자료를요구했어야만마땅했다는것이다. 따라서이흡입독성에대한자료가법적심사신청의구비서류가아니었다는국가의주장은법의바른해석이아니며, 국가는이부분에서법적인책임이있다는것이그의해석이다 ( 박태현, 2016a: 43). 그렇지만심사신청서에명시된 spray or aerosol이란표현이제품의특성만으로해석되지는않는다. 그바로옆에 배출경로 가있고, 이는 PGH를사용한제품이스프레이나에어로졸의형태로사용된다는것을명시한것이아니라, 이것이공장에서만들 25) 환경부장관은제1항의규정에의한심사를위하여필요한경우에는환경부령이정하는바에의하여유해성심사를신청한자또는당해화학물질을제조또는수입한자에대하여유해성심사에필요한서류기타관계자료의제출을요청하거나명할수있다. [ 유해법제 8 조 2항 ]. 84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23 어지거나사용되면서어떻게환경으로배출되는가를명시한부분으로도볼수있기때문이다. 즉, 목재나가죽제품에스프레이나에어로졸형태로뿌리고이것의일부가환경으로배출될수도있다는것이다. 바로그하단에는 세탁시하수로배출등 이란표현이있는데, 이역시환경배출경로를명시했다고보는것이더타당하다. 따라서이표현은제품을사용하는사용자들을염두에둔것이아니라고볼수있었다. 26) 비슷한논란을불러일으켰던표현이신청서에첨부된 MSDS에응급조치와관련해서흡입시 신선한공기를쐬라 는조항이명시되어있었던것이다. 언론에서는이를놓고흡입독성이명시되어있었는데환경부가이를무시했다고비판했지만, 27) 이표현은흡입독성에대한정보라기보다는물질의취급시일어나는흡입, 피부와안구접촉에대한일반적인응급조치의일환이었다. 화학물질의 MSDS를보면, 흡입시신선한공기를쐬라는표현이상대적으로무해한물질의 MSDS에도일반적으로명시되어있음을알수있다. 고분자화합물과관련해서논란이됐던주제는양이온성고분자화합물에대한조치였다. 미국의독성물질규제법에도고분자물질에대한면제조항이있는데, 양이온성고분자물질은이면제조항에서다시예외조항에해당되었다 ( 김용화, 2016: 90). 즉양이온성고분자물질은독성심사자료를제출해야했던것이다. 이 26) 여기서스프레이나에어로졸같은환경배출이라함은주로작업장에서, 스프레이형태로이제품을사용하는것을말한다. 이는스프레이나에어로졸형태로이를분무하는작업장은환기등에주의를기울이라는메시지로읽힐수있다. 작은농도지만, 몇달이라는장기간, 밀폐된방에서의사용에대한주의사항으로보기힘들다는것이다. 환경부보도설명자료 ( ) 참조. 27) The300( ) 및한국일보 ( ) 참조.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85

24 는양이온성고분자물질이물에잘녹고, 이것이환경으로흘러들어가서어류에게치명적인독성을낳는경우가발견되었기때문이다. 그런데우리나라에서는국립환경연구원고시 (1997) 에서 양이온성고분자화합물역시도환경생태독성시험성적서를요구할수있다 고제정했다. 그런데이고시는의무조항이아니라 요구할수있다 는조항이었다. 환경부는 2003년에 PGH에대한신청서를받고이것이생태독성자료를요구할수있는양이온성고분자화합물이라는것을알고있었지만, 따로추가로독성자료를요구하지않았다. 그이유는목재, 고무등의항균제로사용되는 PGH가대량으로강이나바다에풀어져서어류독성을가질가능성이적다고생각되었기때문이다. 그리고설령생태환경에대한독성자료를요구했다고해도, 이자료는환경생태독성시험성적서, 생물농축성시험성적서에한정되어있기때문에동물을대상으로한흡입독성자료를얻는것은가능하지않은상황이었다. 28) 이렇게해서 CMIT/MIT, PHMG, PGH라는세가지화학물질이 1994~2003년사이에우리의삶속에들어왔다. 기존물질로유해성심사를면제받은 CMIT/MIT는유공바이오텍의가습기메이트 (1994) 의원료로처음사용되었고, 유해성심사를간단히통과한 PHMG와 PGH는각각옥시싹싹가습기당번과세퓨가습기살균제의원료로사용되었다. 그런데이런물질들이심사를받은 ( 혹은면제받은 ) 처음용도는카펫항균제나고무 목재 직물항균제용도였다. 그렇다면이렇게유해성심사를통과했더라도소비자가흡입하는가습기살균제에이물질들을사용하려면흡입독성평가를 28)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이훈위원과환경부장관윤성규발언 (35쪽) 참조. 86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25 새로받아야하는게마땅했다. 2000년에이루어진신규화학물질에대한관리시스템개선에대한연구는 현재우리나라는신규화학물질의경우단한번의심사만으로모든사항이종료되고있어관찰물질로지정된경우를제외하고는추적및사용용도등에대한사후관리가미흡한상황 이라고지적하면서, 미국의경우에는 사용용도변경시 SNUR 29) 에의해중대신규사용신고 (SNUN) 를해야 한다는점을지적했다 ( 환경부, 2000: ). 박태현은미국의사례를들면서이런 용도및노출경로변경에따른유해성재심사제도를두지아니한국가는원고들에대한손해배상책임을면할수없다 고평가했다 ( 박태현, 2016a: 54). 그렇지만이런무사안일, 부주의가도덕적인비난의대상이될수는있지만, 손해배상같은사법적책임의근거가되기에는부족하다. 대법원의선고에서보듯이공무원과실이인정되기위해서는 담당공무원이... 객관적주의의무를결하여그행정처분이객관적정당성을상실하였다고인정될정도에이른경우 30) 가되어야하기때문이다. 용도를바꿀때심사를다시받거나새로운독성자료를제출하는제도자체가없었기때문에, 이에주의를기울이지않았다는것으로는법적인책임을지울수없기때문이다. 29) Significant New Use Rules, 즉중대신규사용규칙을의미한다. 30) 대법원 선고 2004 다 759 판결.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87

26 4. 옥시는위험을알수없었을까? 다시강조하지만이논문의목적은가습기살균제를제조한기업과이를승인한정부에면죄부를주려는것이아니다. 지금까지보이려고했던것은 2011년에가습기살균제가수십명의사망을낳은폐섬유화의원인이라는것이밝혀진이후에드러난인과관계를가지고그이전의위험을평가하는것이당시상황에대한이해를어렵게만들수도있다는것이다. CMIT/MIT, PHMG, PGH 같은물질은살충제, 살균제, 보존제등으로사용되는물질로, 당연히인체에도독성을가진것이었다. 세균을죽이는화학물질이인체에무해하다는것은어불성설이기때문이다. 그런데이는대부분의화학물질의특성이다. 문제는어느한도까지는이런물질에노출이되어도건강상에큰문제가발생하지않는다는것이다. 이런차이는보통유해성과위해성의차이로나타내지는데, 유해한화학물질일경우에도노출량이적을경우에사람에게위해하지않다는것이다. 31) CMIT/MIT는흡입독성이알려져있었지만이것이가습기살균제에희석되어포함되었을때에는이독성이극히적다고알려진범위내에서사용되었고, PHMG나 PGH는흡입독성이알려지지않은채로비교적안전하게살균제나보존제로사용되던물질이었다. 1998년에 EPA에의해업데이트된 CMIT/MIT의흡입독성자료의문제점은 4시간동안흡입했을때동물의반수치사량을보는급성흡입독성자료였다는것이 31) 조금더부연하자면위해성평가는 1. 유해성확인, 2. 노출량-반응평가 / 종민감도분포평가, 3. 노출평가, 4. 위해도결정의과정으로이루어진다. 화학물질위해성평가의구체적방법등에관한규정 ( 국립환경과학원고시제 호, ). 88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27 다. PHMG나 PGH의경우에는흡입독성에대한정보가전혀없었다. 32) 그렇지만독성학적인데이터가제한적이거나없었다고해도, 그리고아무리수백배로희석을했다고하더라도, 이런살균제성분의물질을겨울몇달동안, 매일매일, 밀폐된방속에서, 에어로졸형태로흡입했을때, 사람의건강에나쁜영향을줄수있다는생각을떠올리는것이전혀불가능한일이었을까? 기업이새로운원료를사용해서신제품을만들고, 이를등록하고출시할때에는이것이인체와환경에미치는영향에대해서분석을하고정당화를한다. 그렇지만일단신제품으로등록이되고시장에나가면제품은일상적인것 (routine) 이된다. 독성등에대해서더고민을하지않는다는것이다. 이제는다른메커니즘이작동한다. 시장의수요에따라서공급을조정하는것은물론이고, 소비자들의반응과민원을모니터링해서제품의개선이나광고전략을수정하는것이기업의또다른일상 (routine) 이된다. 33) 이중어떤피드백은기존에당연하게생각했던제품에대해서다른각도에서고민해보는계기가될수도있지만, 기업활 32) 2011년이후에밝혀진바에의하면 PHMG의무독성량은 30μg /m 3 이었다. 그렇다면실제로사람들이이를사용할때안전량은이 1/100로 0.3이된다. 그런데 KIT의실험결과옥시가습기살균제에대한노출농도는 100이었다. 영유아와산모가안전량의 333배의유해농도에바로노출되었던것이다. KCL에서의실험값은 800배였다. 세퓨는옥시보다 4배이상독성이강했다고평가되었다.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이만희위원질의 (68쪽) 참조. 33) 여기서의 일상적인것 혹은 routine은진화경제학에서강조하는기업의실행, 학습, 기억으로서의 routine과의유사성이있지만 (Becker et al. 2005), 그보다는경제학자라이벤스타인 (Leibenstein 1968) 의일상적경영활동 (routine entrepreneurship) 이나경영학자가레쓰모건 (Morgan 1986) 이개념화한단일루프학습 (single-loop learning) 과더흡사하다. 일상적경영활동은생산과정, 시장등이잘확립되어있을때이를조정하는형태의경영활동을의미하며, 단일루프학습은기업이시장을모니터해서이를기업의목표와비교하고이를근거로목표를수정하는일상적인활동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89

28 동의일상속에서이런일들은잘일어나지않는다. 옥시는 1996년부터프리벤톨R80을원료로옥시싹싹가습기당번을만들어서판매하고있었다. 이원료는독일멜리타 (Melitta) 사에서생산한가습기살균제의원료였고, 당시멜리타사를접촉하면서이를중재했던올프 (Heinrich Wolf) 박사로부터멜리타사의제품은초음파가습기를위한것이아니라저온증발식가습기를위한것이고후자에대해서는흡입독성시험자료가있지만한국에서사용하는초음파가습기에대해서는별도의흡입독성자료가필요하다는지적을받았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 옥시는 1997년 11월에미국소재셀시스레베코 (Celsis Leberco Division) 연구소에프리벤톨R80을사용한가습기당번에대한급성흡입독성동물실험을의뢰했고, 1998년 2월에이연구소로부터흡입독성이없다는결과를보고받았다. 즉, 옥시의연구소장이나대표는가습기살균제를만들때흡입독성실험이중요하며, 이를해야한다는것을충분히인지하고있었던것이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00). 1997년부터가습기당번을넣은가습기입구에흰가루가생긴다는민원이계속들어오자옥시는원료를바꾸는것을알아보기시작했다. 이러다 1998년 3월에 SK 케미칼을위해 PHMG( 제품명 SKYBIO ) ) 를만들던 CDI의대표이숭엽으로부터 PHMG 를추천받았다. 옥시는 SKYBIO1125로가정용, 차량용에어컨살균제를만들어서 2000년 4월에출시했다. 35) 그리고 2000년가을에옥시는 SKYBIO1125를가습기살균제의새원료로사용하기로결 34) 2000 년말, 처음옥시에게이를공급할때는제품명칭이 SkanB1125 였다. 35) 이는이숭엽이국정감사에서한증언에의해확인된다.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이숭엽발언 (14쪽) 참조. 90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29 정했다. 그런데이과정에서도흡입독성실험을생각했다는증거가있다. 당시옥시연구소장이었던김진구는 1999년 5월에유진사이언스대표노승권과가습기살균제개발과관련해서면담을했는데, 이때노승권은 가습기살균제의가장큰문제는흡입독성 Data의확보다 는지적을했다. 36) 또 2000년에김진구는 CDI 대표이숭엽에게흡입독성자료와국내에서실험을할수있는지를물어봤고, 흡입독성과관련된자료가없고국내에정식흡입독성실험을하는연구소가없다는회신을받았다. 옥시는원료를바꾼신제품을시장에내놓으면서, 37) 흡입독성실험을위해미국의셀시스레베코, 영국의세이프팜 (SafePharm) 같은연구소를접촉하다가이시도를중단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3). 이때조금만주의를더기울여서흡입독성실험을했으면가습기살균제참사를미연에방지할수있었을것이다. 당시옥시가왜흡입독성실험을중단했을까? 2016년이후에옥시에대한재판이진행되면서언론은 800만원독성실험생략이낳은 옥시참극 이라는제목의기사를보도했다. 고작 800만원에불과한흡입독성실험을생략해서 참극을낳았다는것이었다. 38) 그런데기업이원가를절감하기위해서여러가지노 36) 노승권은가습기살균제를개발하면서후보물질을찾다가 PHMG 계열의물질이흡입독성을갖고있는것을알게됐다고했다 ( 주 20 참조 ). 1994년첫가습기살균제의개발에대해서는안종주 (2016) 의책 쪽참조. 37) 당시옥시가습기살균제의이름은 가습기당번 으로동일하게유지되었기때문에소비자들은원료가바뀐지알수없었다. 38) 국민일보 ( ) 참조. 흡입독성시험비용이 800만원이라는것은 2000년당시로봐도납득하기힘들다. 2016년국정감사에서는그비용이 3억정도로언급되었다. 제 345회국회제6차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과피해구제및재발방지대책마련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회의록 ( ) 중송기석위원질문 (29쪽) 참조.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91

30 력을하는것은이윤을추구하는그속성상당연한것이지만, 800 만원절감이당시독성실험을중단한유일한이유였다고는판단하기어렵다. 프리벤톨R80의경우에도옥시는독성실험을했고, PHMG에대해서도 2000년 11월에미국레베코연구소에문의를했고, 2001년 1월에는영국세이프팜 (SafePharm) 연구소에흡입독성실험문의를했으며, 연구소에서는 실험을진행하겠다 는보고서를경영진에게올렸기때문이다. 당시실험이흐지부지된가장큰이유는 2001년 4월에옥시가영국계레킷벤키저 (Reckitt Benckiser, RB) 사에인수되면서, 이과정에서신현우대표가회사를몇달떠났다가돌아오고공장과계열사를매각하고연구소가통폐합되는등회사가어수선했기때문으로추정된다. 국정조사에서언급된바에따르면, RB는 26명이던연구소직원을 2명으로감축하라고요구했을정도였다. 39) 회사가다시안정된뒤에는이미제품이나간지 5-6개월이지난상태였고, 대표나직원들은자신들의가습기살균제에함유된 PHMG가 0.125% 정도로미량이며, 40) 이미잘판매되고있는제품에무슨문제가있겠는가생각해서이에신경을쓰지않았던것으로보인다. 41) 재난을유발한조직에대해서 39) 이만희는 2001년 2월 8일옥시호주연구소의대표패트리샤바로네 (Patricia Barone) 가신현우전대표에게 가습기당번의흡입독성시험을중단하고그모든자료를연구소로넘겨라 라고했다고발언했다. 그렇지만신대표의이런발언은검찰수사나법정에서는반복되지않았다. 제 345회국회제6차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과피해구제및재발방지대책마련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회의록 ( ) 중이만희위원발언 (7쪽) 참조. 40) SKYBIO1125는대략 75% 의물과 25% 의 PHMG로구성되어있는데, 옥시싹싹가습기당번에는 SKYBIO1125가약 0.5% 함유되어있다. 따라서 PHMG의농도는 0.125% 정도이다. 41) 이는검찰의판단이지만 ( 한겨레, ), 옥시에서 20년일을근무한직원이옥시사태이후에인터뷰에서도지적한사항이다. 2001년당시동양계열이던옥시를영국계레킷벤키저가인수하면서회사가정신이없었다. 계열사를정리하고공장도정리했다. 게다가가습기살균제는매출도낮고중요품목도아니었다. 안전성을제대로체크하지못했던것같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 ) 참조. 92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31 연구를했던사회학자클라크 (Clarke, 1993) 는 재난은일어날수있다. 그렇지만내게는안일어난다. 고믿는오류를 평가절하어림짐작 (disqualification heuristic) 이라고개념화했는데, 당시옥시의회사와연구소임원들은정확이이런 평가절하어림짐작 의덫에걸렸다고볼수있다. 42) PHMG를원료로한가습기살균제가시장에출시되고부작용에대한클레임이나유해가능성에대한소비자들의문의가인터넷홈페이지나고객만족센터를통해지속적으로접수되었다. 43) 제품이나가자마자고객만족센터에 자로 어제가습기당번을구입후사용하는데머리가아프고감기기운이생김. 사용전에는괜찮았음. 아이까지감기기운이있음. 라는클레임이올라왔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87). 연구소직원은이에대해원료공급자인이숭엽과상의를했다. 44) 이외에도 가습기당번을띄엄띄엄 2번을사용을할때에만아기가코감기가걸린다. 무서워서제품을더사용을못하겠다 ( ), 가습기당번 550ml 2팩구매 /4회정도이용했는데눈과목이따끔거림 ( ), 사용후부터눈이따갑고간지러운데인체에유해하지는않는 42) 클라크에따르면자신에게닥칠위험, 재난을어림짐작해서낮게평가절하는것이 평가절하어림짐작 이다. 이는개인, 조직, 사회전체차원에서일어날수있는데, 이런개인이나기관들이외부의영향에서유리되어있을때특히더일어나기쉽다. Clarke(1993) 참조. 43) 옥시는검찰수사를받는과정에서옥시소비자게시판의게시물들은전부삭제되었다. 국정감사시박인숙위원은이중일부를언급했는데, 소비자의문의중에는성분에대해서물어보는것, 가습기살균제가임산부와아이에게나쁜영향을주는것은아닌지에대한질문도있다. 제 345회국회제6차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과피해구제및재발방지대책마련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회의록 ( ) 중박인숙위원발언참조 (77쪽). 44) 이에대해어떤조치가내려졌는지는밝혀진것이없다. 법원은이클레임이원료를바꾼옥시싹싹가습기당번이출시된직후였다는점을고려했을때, 이것이과거에프리벤톨R80을원료로한것이었다고판단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87).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93

32 지 ( ), 얼마전부터이거를사서물에넣고나서계속기침을하고호흡기쪽에상당히이상해진거같습니다. 왜이런가요 ( ) 같은문의도있었다 ( 박태현, 2016b). 이런문의는 년검찰수사와 2016년의국정감사때확인되었다. 대부분의문의와항의는경영진에게간단히보고되고실제처리는고객만족센터내에서이루어진것으로보이며, 마지막클레임의경우는소비자가쓰던가습기살균제를수거해서미생물검사등을한뒤에이상이없다고통보한식으로해결되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 소비자들의클레임은심각하게받아들여지거나독성검사의필요성을상기시키기보다는, 불만을접수하고해결하는회사의일상적인업무처리사이클속에서해소되었다. 사내에서문제를제기한경우도있었다. 2003년당시옥시연구소의연구팀장조한석은가습기당번라벨에 인체에안전한성분 문구에 살균 99.9% - 아이에게도안심 이라는문구를덧붙였는데, 2005년에마케팅부서에서이라벨을그대로사용해도되는지에대해서문의를받았다. 이에대해조한석은 PHMG 가습기살균제를처음개발했던멤버인최은규의의견을물었는데, 최은규는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의경우인체안전성에관한자료가없다.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의경우, 사용량을지킬경우에만인체안전성을담보할수있을뿐사용량을초과하는경우인체에유해할수있고, 특히영유아의경우에는매우적은양을사용하더라도인체안전성을안심할수없다., 옥시싹싹가습기당번에는살균성분이들어있기때문에아이에게도안심이라는표현은맞지않다. 는취지의보고를했다. 그렇지만회사의경영진에의해서이런의견은무시되었고, 45)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은 살균 99.9% 94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33 - 아이에게도안심 이란광고문구를첨가해서판매되기시작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49). 가습기살균제의독성에대해서검토를해볼수있는기회가제품의안정성을과대광고하는쪽으로변질된것이었다. 2016년에옥시를수사하던검찰은이문구때문에피해자의 95% 가발생했다는논평을했다. 46) 2007년말에는옥시의규제 (Regulatory Affairs, RA) 부서담당자는옥시싹싹가습기당번의라벨문구의변경과관련해서연구소장에게 인체에안전한성분을사용하여안심하고사용할수있습니다 라는문구와 살균 99.9% - 아이에게도안심 이라는문구에대해서그근거와타당성을질문했다. 당시규제부서담당자는약학을전공하고제약회사에서근무하다가옥시에서일을하게됐는데, 그가관여했던약사법이나화장품법에서는인체에안전하다는내용의문구를함부로표시하지않는것이일반적이었기에이런문구를의아하게생각했던것이었다. 이질문에대해연구소장조한석은옥시싹싹가습기당번의반수치사량은소금보다조금높을정도로안정적이라고답했다. 그렇지만규제담당자는 2008년말에는연구소소장조한석과마케팅디렉터그라브제인 (Gaurav Jain) 에게메일을보내서옥시에서제조 판매하는제품의효능 (efficacy) 과안전 (safety) 에관한책임은옥시연구소에있고, 자신의 RA 부서는라벨이규제기준에부합하는지에관한책임만있다고서로의역할을확실히정의하자고제안했다. 규제부서는 인체에 45) 이부분은당시옥시의새대표였던리존청의유무죄여부와관련이있는부분이다. 검찰은이최종결정이대표인리존청에의해서내려졌다고보고그를기소했지만, 법원은조한석의진술에일관성이없고그외에이부분을입증하는증거도분명치않다고보았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 46) 연합뉴스 ( ) 참조.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95

34 안전한성분을사용하여안심하고사용할수있습니다 나 살균 99.9% - 아이에게도안심 같은문구에책임이없다는것이었다. 이사례는옥시내에서규제부서와연구소사이에갈등이있었음을보여주는데, 법령과인허가조건을검토하는부수적인역할을담당하는규제부서의문제제기는연구소소장이나회사임원에게제품의안전성을재고하도록만들지못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 2008년 1월에는회사외부에서문제제기가있었다. KBS TV 의고발프로그램 < 이영돈 PD의소비자고발 > 에서 온갖세균의온상, 가습기 라는주제에대한프로그램을만들면서옥시를접촉했다. 47) 이때 KBS는옥시의마케팅부서에가습기살균제의성분과안전성에대해서물어봤고, 마케팅부는연구소에이를다시문의했다. 연구소의담당연구원은옥시싹싹의주요성분은 양이온성항균제또는양이온성폴리머 라고알려주었다. 이답을들은 KBS는구두로두차례에걸쳐서, 정식공문으로한차례더안전성을검토할수있는자료를달라고요구했는데, 옥시에서는이를무시했다. 이당시옥시의마케팅부서는 KBS의요청을심각하게받아들인것으로보인다. KBS가공문을보내온뒤에마케팅부의담당자는연구소소장및담당연구원, 그리고마케팅부의관련매니저등에게동보메일을보내서, 이에대해서답을하지않으면불리한방송이나갈수도있음을지적했다. 원래 < 이영돈 PD 의소비자고발 > 은가습기편에이어서가습기살균제에대한방 47) 1월 18일에방송된내용의개요는아래주소에서볼수있다. 이프로그램에서는가습기대신에다른방법으로습도를조절하거나, 정가습기를사용해야할때에는청소를잘하라는점을강조했다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35 송을계획했지만, 구체적인자료를입수하지못해서계획을취소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 옥시가 PHMG 원료에대한자료를건네주고 KBS가이원료의흡입독성에대한데이터가없다는사실을알았다면어떻게되었을까? 혹은다른부서에서마케팅부서의경고를심각하게받아들여서가습기살균제의유해성에대한검토를했다면어떻게됐을까? 이렇게했다면피해가커지기전에문제를인식했을지도모른다. 그렇지만실제로이런일이일어났을가능성은거의없었다. 회사는언론사의요청을응해야할의무가없으며, 옥시는이전에도원료를알려달라는요청을받아들인적이한번도없었기때문이다. 문제를제기했던마케팅부서의담당자는가습기살균제가위험하다고생각하지않았고, 안전한데단지안전성을입증할자료가없다고만생각을했다. 48) 이런상황에서소비자들의클레임이나사내의문제제기와마찬가지로 KBS와같은외부기관의요청이옥시관계자들로하여금안전성을의심하게자극했거나, 혹은위험성을다시검토하는방향으로이들을유도하지는못했다. 5. 정부는위험을미리알수없었을까? 관료제에기초한정부의일처리는미리정해진규칙에따른역할 분담, 그리고위계체계에의한결정과심의를통해서이루어진 48) 실제로이담당자는옥시싹싹가습기당번을안전하다고생각하고이를본인이직접사용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99).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97

36 다. 살균제의일부는 ʻ감염병예방을위해살균 살충및이와유사한용도로사용되는제재ʼ로분류될때약사법의적용을받는다. 약사법과그적용을받는살충제는식품의약품안전처 ( 식약처 ) 의소관이다. 그렇지만가습기살균제가감염병예방을위한살균제가아님은분명하며, 49) 이럴경우품공법의적용을받는공산품에해당된다. 품공법에의하면공산품은 공업적으로생산된제품으로서소비자가별도의가공없이사용할수있는최종제품또는그부분품이나부속품 으로정의되며, 가습기살균제는이공산품의정의에잘들어맞는다. 품공법과공산품은산업통상자원부 (2008년이전산업자원부 ; 2008년부터 2013년까지지식경제부 ) 소관이며, 안전관리심사는이부처산하의국가기술표준원 (2013년이전기술표준원 ) 에서담당한다. 그런데앞서지적했지만품공법의적용대상이되는안정인증제품과자율안전확인제품은그세목이일일이정해져있다. 가습기살균제가속해야할 생활화학가정용품 범주에는오직세정제, 방향제, 접착제, 광택제, 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등 8가지품목만이존재했다. 가습기살균제는품공법의적용대상이아닌것이다. 마지막으로화학물질의유해성은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의해서관리되는데, 이법과유해화학물질은환경부소관이다. 유해성심사는환경부산하국립환경과학원 (2005년이전국립환경연구원 ) 에의해서수행된다. 49) 이외에도농축산목적의살균제, 수돗물살균제, 가축살균제를비롯한여러용도의살균제가있는데, 이각각의규제법안과소관부처도다르다. 1999년에바이오사이드관리방안을연구한환경부의보고서에의하면 biocide의 7개분류중.. 소독제 / 살균제의경우수의구역및가축소독제, 먹는물소독제를제외하고는일부만이관리되거나아예관리되지않고있다 고평가하고있다. 이보고서는먹는물소독제를제외한다른모든살균제 / 소독제를약사법에통합해서관리할것을제안하고있다. 박정규, 조영희 (1999) 참조. 98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37 가습기살균제에대한정부의대응중에서강한비판을받은부분은, 카펫, 고무, 목재등의항균제로허가를맡은원료들이, 처음에허가를받았던용도와는전혀다른가습기살균제의원료가되어사용되었지만이에대한제재가없었다는것이다. 마치한번허가를받으면그원료를어디에사용하건전혀규제를하지않는것같았는데, 이는제품을만드는사람이원료공급자에게제품에대해서설명을할의무가없다는사실과도연관되어있지만, 또다른한편으로정부관료조직내에서원료와제품에대한규정과관장부서가다르기때문이기도했다. 원료의독성등 화학적위해요인 의심사는환경부소관이었고, 제품의재질이나모양등 물리적위해요인 과관련된것은산업통상자원부소관이었다. 이두부서사이의관계는협력보다견제가주를이루었다 ( 박태현, 2016b). 환경부는 2000년에 신규화학물질유해성검사개선방안 이라는용역연구를진행했고, 보고서를만들었다. 앞서언급했지만, 이보고서에는한번심사를했던화학물질이라도새로운용도로사용하거나사용량의증가하면유해성이달라질수있기때문에, 이미신규화학물질로유해하지않다고판단했다하더라도다시심사해야한다는내용이담겨있었다. 50) 그렇지만실제로이런정책의전환이일어난것은 2011년에가습기살균제문제가터진이후였다. 환경부에대한국정감사에서홍익표위원은이 2000 년용역보고서를놓고 몇천만원, 심지어는몇억씩주고용역 50) 이보고서에는고분자화합물에대한면제조항도위해성에따라구분해서신고하도록하되, 제출할자료범위에차등을두어야하며, 면제기준설정에대한추가연구가필요하다는제안이담겨있기도하다 ( 환경부, 2000: 151).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99

38 보고서해놓고그걸그냥다쓰레기통에갖다가처박는거예요. 읽지않고있다는거지요. 진작이용역보고서를읽었으면그리고누구한명이라도, 과장급이상의공무원누구하나라도문제인식을했으면이것을일찍막을수있었다는거예요. 51) 라고환경부공무원들을질타했다. 그렇지만 2016년국정감사에서윤성규환경부장관은 2000년의이제안에대해서 제도화를시도했다가제대로성공하지못한 것같다는답변을했다. 정부의용역과제가공무원들이추진하는정책을정당화하는목적을가지고수행되는것이많음을감안할때, 환경부공무원들이이보고서를 그냥다쓰레기통에갖다가처박는 식으로처리했을것같지는않다. 52) 그렇지만, 확실히알려져있지않은이유때문에용도변경에대한정책연구의제안이실제정책으로구현되지는못했다. 환경부내에서의소통의문제는연구용역을수행하는교수나환경정책연구원소속의연구자들과공무원들사이에만있는것은아니었다. 유해성심사를담당하는공무원들도심사물질에대해서깊이분석을해볼시간적여유가충분치않았다. 국립환경연구원이운영하는 화학물질심사단 은 6명대부분이공무원 53) 으로구성된비정규조직이었는데, 이작은조직은매년쏟아지는 51)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윤성규장관의발언 (73쪽) 과홍익표위원의발언 (43쪽) 참조. 52) 2008년의한논문에따르면정부의정책용역연구는 과 차원에서발주되는경우가제일많고, 활용여부에대해서는발주자의 63% 가 그렇다, 33.7% 가 보통이다 고답했다. 결과물이활용되지않는이유에대해서는연구결과가정부방침에배치된다는답이 5.3%, 부실하기때문이라는답이 68.4%, 기타가 26.3% 였다. 반대로연구책임자들은정책연구가정부방침에배치될때활용되지않는다는답이가장높았는데, 이는정책연구가정부의방침이결정된뒤에이를사후합리화하는수단으로발주된다는생각을하고있음을보여준다. 문제풍 (2008) 참조. 53) 신규로신청한물질에대한보안을유지하기위해서심사위원을주로공무원에서충당했다. 100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39 300여종의신규화학물질을심사하는데에만해도역부족이었고기존화학물질까지평가하는것은더더욱무리였다 (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03: 7), 또 OECD에서인정하는 GLP기관이 4개에불과해서우선관리가필요한특정화학물질의위해성을평가하는것조차쉽지않았고, 신규화학물질의유해성심사는규정으로정해진급성독성위주의 3개항목에국한되었다. 만성독성및환경잔류성등에대한추가적인평가는사실상거의전무한실정이었다 (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03: 268) 이러다보니심사단에위해성심사가들어오면 1) 서류가그목적에맞도록제출돼있는가를검토하고, 2) 제출서류의신뢰성에대한사항을검토하고, 3) 이런검토의기준을가지고물질의위해성이적합한지를판단했다. 신청자가제출한서류에의거해서유해성판단을내리는것이었다. 54) 사실환경부가 2000년에냈던 신규화학물질유해성검사개선방안 보고서에나오는첫번째개선안도화학물질심사단에대한것이었다. 이보고서에는거의대부분공무원으로구성된이심사단의전문성을높이기위해서독성, 일반화학, 화학공학, 노출평가, 환경모델링, 위해성평가분야의전문가를충원해야한다고제안했다 ( 환경부, 2000: 150). 화학물질심사가신청자가제출한서류심사에국한되다보니, 새로운유해성평가가필요하다는인식이화학물질심사단에전달되지않았다. 2005년에환경부에서발행한용역보고서 가정용 biocide 관리방안 에서는가정에서사용하는다른살균제와함께 가습기살균제 를 살균제 범주에넣어서조사하고분석했다. 54)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한국환경산업기술원감사실장최성수의발언 (68쪽) 참조.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01

40 이보고서는가정에서사용되는살충제, 살균제, 소독제, 항균제등이제한적인관리를제외하고는별다른규제없이무방비하게사용되고있다는문제의식하에, 이에대한관리방안을모색한연구의결과물이었다. 여기에서는에어컨살균제, 살균제, 멸균제, 기타소독제같은다른살균제들와함께 가습기살균제 를묶었고, 이범주내에서는가습기당번, 가습기메이트, 가습기세정제, 닥터 OK안전가습, 옥시싹싹가습기당번, 119가습기세균제거제등 6개의제품에대한현장조사와기타다른제품에대한설문조사를수행했다. 그결과이보고서는가습기살균제에 MIT가원료로사용되고있으며, 현장조사에서수거된살균제에 PHMG가포함되어있다는사실을밝혀냈다. 특히 PHMG에대해서는이것이신규화학물질이고 유해화학물질관리법외타법에서관리현황을좀더심도있게조사를해보아야하겠지만현재로서는가정용제품내포함되어소비자에게직접적인노출이우려됨에도불구하고, 제조나수입이전에신규화학물질유해성심사를받지않은성분에해당한다 고그문제점을콕집어서적시했다 ( 환경부, 2005: 94). 이보고서는현장조사와설문조사를통해서국내가정용 biocide의원료물질로 28가지가사용되고있다고판단하고, 이각각의물질에대한특성을정리했다. 이중에는 MIT와 PHMG도포함되어있었다. 그렇지만이보고서의한계도뚜렷했다. 보고서는각각의물질에대해서발암성, 유전독성, 생식독성, 호흡과민성, 반복투여독성, 급성독성, 자극성, 피부과민성등을종합해서인체건강영향지수 (Human Health Effect, HEF) 를추정해서관리대상물질의우선순위를정했는데, 이렇게계산했을때기존에유통되는물질중에서포름알데히드의 HEF가 9로가장높았다. 반면에 102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41 MIT와 PHMG의 HEF는 0이었다 ( 환경부, 2005: 112의표참조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 민변 ) 소속송기호변호사는 2016년 6월 6 일에이자료를공개하면서, 환경부가보고서에서적시한 PHMG 의위험에주의를기울이지않았다고비판했지만, 55) 환경부는이보고서에서 PHMG와 MIT의 HEF가 0으로나와서다른독성물질에주의를집중하고무해하다고판단된물질들에는주의를집중하지않았다고해명했다. 56) PHMG나 MIT는보통공업용살균제로는큰해가없지만, 가습기살균제가되었을때치명적이었다. 그렇지만, 기존자료에근거해서산정한 HEF는이런차이를잡아내지못했다. 2005년에작성된 biocide에대한보고서가 2000년의화학물질의용도변경에대한문제제기를포함했다면살균제와가습기살균제의차이에주목했을수도있다. 그렇지만이런정책보고서들은보통부처의 과 에서필요로하는세분화된문제를분석하기때문에, 다른주제를다루는과거의보고서를분석하고인용하는노력을하는경우는드물다 ( 문제풍, 2008: 145). 환경부와산자부가물질과제품의영역을맡아서서로자신의소관영역을확장하려하지만, 이런시스템하에서는문제가생기면서로자기소관이아니었다고발뺌하기용이하다. 가습기살균제국정조사에서김성원위원은 이번가습기살균제때보면환경부에서는 공산품관련은산자부에서관리합니다. 질병관리는복지부에서하는겁니다 이렇게얘기하고, 또산자부에서는 유해화학물질은환경부이고질병관리는복지부입니다 딱이러고, 복 55) TheL( ) 참조. 56)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윤성규장관의발언 (73쪽) 참조.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03

42 지부에서는 유해환경관리는환경부이고공산품은산자부입니다, 소위우리가얘기하는핑퐁을칩니다 라고부처이기주의와칸막이문화를비판했다. 57) 이런책임떠넘기기식의태도는피해자들과그가족들, 그리고언론의지탄의대상이됐다. 그렇지만아주드물게부처간의칸막이문화를극복하려했던노력도있었다. 2005년에바이오사이드화학물질에대한보고서가나온뒤에, 환경부는산자부에게함께 화학제품위해성평가단 을구성해서화학제품의위해성을평가하자는제안을했다. 그렇지만산자부는위해물질과제품에대한각자의역할분담이필요하다고이를거절했다. 이러면서산자부는품공법을전부개정하고, 2007년 1월에공산품안전관리법상안전확인생활화학가정용품의규격등을새로고시했다. 그렇지만여기해당된제품은과거와마찬가지로세정제를포함한 8개제품이었고, 환경부에서주목한살균제는빠져있었다. 58) 2005년 12월에산자부산하기관인기술표준원의질의응답 (Q&A) 사이트에는가습기살균제에대한눈에띄는문의가있다. 2006년 6월 16일박래윤이라는사람이가습기살균제의안전검사및제품표시기준에대해서문의를했다. 그는자신의회사에서유독하지않은화학물질로분류된살균원료 을수입해서제품을만들었는데, 이것인안전기준에적합한지, 안전검사나점검을받아야하는지물어봤던것이다. 기술표준원생활용품안전 57) 이런떠넘기기는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을참조. 특히그중에서도중김성원위원발언 (49쪽) 참조. 58)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우원식위원장발언 (89쪽) 과이훈위원발언 (62쪽) 참조. 104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43 팀의고문규는이에대해서품공법제 9조, 16조에의해살균제는안전검사를의무적으로받아야하는안존검사대상공산품이나자율적으로안전점검을받을수있는안전검정대상공산품이아니라고답을하면서, 살균제는그용도에따라농림부나식품의약품안전청의관할일수도있으니관계부서에추가적으로문의하라는답변을했다. 59) 화학물질 은버터플라이이펙트사가수입해서세퓨가습기살균제를만든 PGH의고유번호이다. 위의문의가이루어진 2006년은세퓨가습기살균제가출시된 2009년과거리가있다. 그런데문의를한박래윤은당시버터플라이이펙트의마케팅직원이었음이확인된다. 60) 이회사는 2006년 11월에장난감과같은유야용품에뿌리는살균스프레이 세퓨 를출시했다. 버터플라이이펙트는가습기살균제를만들기위해 2009년에 PGH를수입했던것이아니라, 이미 2006년부터 PGH를이용해서살균제 ( 살균스프레이 ) 를만들어서판매하기시작했다. 당시광고를보면 세퓨는 EU의승인을받고덴마크를비롯한유럽환경국가들에서널리쓰이고있는실개념살균제 라는표현이있으며, 61) 또다른광고를보면 이제품은기존의살균제와달리, 물처럼투명하고냄새가전혀없어사용하기편리할뿐만아니라, 자극이나독성이없어아이들의손이닿는곳이라면어디나안전하게사용할수있다 고되어있다. 또같은선전에회사소개를하면서 버터플라 59) 이 Q&A는장하나, 가습기살균제건강피해사건에대한국가배상책임여부 : 산업통상자원부중심으로 ( 최종보고서 ) 에첨부된첨부자료 6에서볼수있다. 60) Neswire( ) 참조. 61)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05

44 이이펙트는감염예방전문기업이다. 나비온살균시스템과유럽에서온친환경살균성분 PGH, 를기반으로한살균제를생산, 유통하는회사이다 라고스스로를소개했다. 62) 이후가습기살균제광고에서나타난터무니없는선전문구들 ( 유럽연합 (EU) 인증을받은최고급친환경살균제 ) 이첫제품에도똑같은방식으로등장했던것이다. 2007년 1월 24일에는품공법에서규정하는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안전기준에대한부속서가개정되었다. 이때세정제를비롯한 8가지생활화학가정용품에대한안전기준도모두새로운세목들이만들어졌고, 이에옥시는자신들이판매하는 7가지제품들이개정된부속서의적용범위에맞지않는부분이있고또이제품들이자율안전제품으로시험및인증절차를진행해야하는지를기술표준원에문의했다. 이때문의한제품중하나가옥시싹싹가습기당번이었다. 이에대해기술표준원담당자는제품에대한정보가부족하니정보를더달라고했고, 옥시는메일로제품에대한상세한정보를제공한것으로보인다. 63) 이중가습기살균제에대해서담당자는이제품이 8가지생활화학가정용품이아니기때문에자율안전제품이아니라고답한것으로알려졌다. 64) 가습기살균제제조기업이, 자신의제품이자율안전제품인가를문의했지만, 담당공무원은규정에따라아니라는답변만을제공했던것이다. 62) NewsWire( ) 참조. 63) 옥시가보낸메일은남아있지않지만, 국정감사를통해사실여부가밝혀졌다. 64) 장하나, 가습기살균제건강피해사건에대한국가배상책임여부 : 산업통상자원부중심으로 ( 최종보고서 ) 에첨부된첨부자료 8 민원리스트, 답변사례 참조. 106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45 가습기살균제가품공법의적용대상이되었으면달라졌을까? 기존의세목을가지고는품공법의안전기준을통과해도차이가없었다. 2007년에가습기제품을생산하던몇개의기업은자신의제품이살균제가아니라세정제에해당한다고하면서, 세정제로서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으로지정해달라고요청했다. 주기능이살균제여도부가적으로세정기능을갖는제품은세정제로검사대상이될수있기때문이다. 그런데세정제안전기준에는경피독성에대한안전요건을규정하고는있지만, 경구독성과흡입독성에대한요구사항은없었다. 이렇게규정된세정제의유해성분안전기준은염산, 황산이 10% 이하, 수산화나트륨과수산화칼륨이 5% 이하,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0.1% 이하, 트리클로로에틸렌이 0.1% 이하가전부였다. 2007년에 6개의가습기살균제, 세정제제품이세정제로 KC 마크를받았는데, 이중에서 PHMG를원료로사용한 가습기클린업 과 CMIT를주성분으로한 가습기향균세정제 는사망피해자를낸제품이었다. 가습기클린업은코스트코 PB 제품으로그생산자인글로엔엠이라는회사가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으로신청해서 KC 마크를부여했으며, 가습기향균세정제는 GS 리테일 PB 상품이었다. 이에대해서국가가책임을져야한다는주장이있지만 ( 박태현, 2016b), 세정제로신청된제품에대한심사를규정에따라한것이기때문에국가책임이인정되기는힘들다. 문제는살균제에대한환경부의분석이부처를넘어공유되지않아서, 환경부에서는 2005년에분명히살균제로간주된제품이산자부에서세정제로 KC마크를받는것을산자부공무원들이인지하지못했다는것이다. 부분적으로정부관료조직의부처이기주의에의해강화된칸막이문화와이로인한소통의부재때문에, 기존의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07

46 품공법을가지고는가습기살균제가가진독성을규제하지못했다. 가습기살균제가어떤법률에도적용대상이아니기때문에, 이에대한문의는종종정부여러부처들을왔다갔다하는모습을보이기도했다. 2009년에는아토오가닉사가자신의가습기살균제아토오가닉제품의표기사항이적절한지를물어왔는데, 이질문은지식경제부에서접수되었지만자신들은세정제만을담당한다는이유로보건복지부로이관되었고, 보건복지부에서는다시식약청으로, 식약청에서는이것이인체에사용하는살균제가아니라는이유로다시품공법을관할하는지식경제부로이관했다. 지식경제부는이를다시식약청으로이관했고, 식약청은이를한번더지식경제부로넘겼다. 결국이질문은 다부처지정 되었고, 보건복지부식품정책과, 식약청소비자담당관, 지식경제부기술표준원제품안전정책국생활제품안전과에서답을하는것이되었다. 이생활제품안전과의답은살균제는관리품목이아니라는것, 그리고가습기살균제는자율안전확인대상이아니라는것, 그리고표시사항에대해서는공정거래위원회표시광고팀에문의하라는것이었다. 65) 2011년초에도가습기살균제제조시시험검사및표시사항에대한문의가있었는데, 이문의도지식경제부에서식약청으로, 식약청에서국민권익위원회로, 여기서다시지식경제부로, 또식약청으로, 또권익위로넘어가서다시지식경제부로넘어왔다. 지식경제부는몇바퀴돌다가온이질문에대해서 가습기살균제가살균, 소독의용도로사용되는제품인경우에는 품질경영및공산품안전관리법 에따른안전관리대상공산품에해당되지않 65) 장하나, 가습기살균제건강피해사건에대한국가배상책임여부 : 산업통상자원부중심으로 ( 최종보고서 ) 에첨부된첨부자료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47 습니다 라는짧은답변을제공했다. 66) 부처간의상충되는이해관계는국무총리실산하의국무조정실이정책적으로조정하는데, 2016년국정감사에서국무조정실장은화학제품의유행성과관련한환경부와산자부사이의갈등같은것은국무조정실에서개입하기힘들다는발언을했다. 유해성심사나물질에대한평가는 굉장히전문적인영역 이기때문에, 정책적으로아마관여를하기어렵다 는것이었다. 67) 소비자들의질문도비슷한방식으로처리되었다. 2011년 2 월에한여성은지식경제부에자신이쓰고있는세퓨제품의 PGH라는원료가무엇인지알수없다는문의를했다. EU에서인정받고인체에해가없다는데, 인터넷으로검색을해보고식약청에물어봐도정보를찾을수없기때문이라는것이었다. 이질문은지식경제부에서식약청으로이관되었고, 식약청에서국민권익위원회, 이후보건복지부, 다시국민권익위원회로이관되었다. 이번에는환경부로넘어갔는데, 소관사항이아니라고다시국민권익위원회로돌아왔다. 이렇게해서근한달만에다시지식경제부로이관되었다. 한달만에답변을한공무원은 살균제는품공법소관이아니지만세정제는품공법소관이다. PGH에대해서는소관부처인식약청에문의하라 는내용을골자로하는답변을했다. 68) 가습기살균제에대한문의는, 문의를한사람이기업이건 66) 장하나, 가습기살균제건강피해사건에대한국가배상책임여부 : 산업통상자원부중심으로 ( 최종보고서 ) 에첨부된첨부자료 )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이석준국무조정실장증언 (49쪽) 참조. 68) 장하나, 가습기살균제건강피해사건에대한국가배상책임여부 : 산업통상자원부중심으로 ( 최종보고서 ) 에첨부된첨부자료 13.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09

48 소비자이건, 여러부서를뺑뺑돌다가품공법에적용대상이아니라는답변만이제공되었다. 공무원누구도그원료에대해서알거나, 사람이흡입하는가습기살균제의원료가흡입독성이있을때이를장기적으로사용할경우이상이생길가능성이조금이라도있을것이라는생각을하지못했다. 무지하거나무책임해서가아니라, 이들이규정에의해돌아가는관료제라는거대한기계속의한부속품이었기때문이다 (Weber, [1921] 1968). 게다가가습기살균제라는새로운존재는이관료제가만들어놓은촘촘한규제의그물에걸리지않는 괴물 이었다. 6. 조직문화와가습기살균제참사 재난이나참사에대한최근의연구중에는조직내의의사소통에주목하는것들이많다. 미국의우주왕복선챌린저호의폭발을새로운시각에서연구한본은, 폭발을조사한조사위원회가지목했듯이폭발의원인이경영진들의비도덕적행동에있었던것이아니라, 이탈의정상화과정 (normalization of deviance) 이형성한문화, 조직문화에내재된생산압박의문화, 그리고의사소통과정에서나타난정보소통의한계인 구조적비밀주의 (structural secrecy) 에있었다는해석을제시했다 (Vaughan, 1996). 특히그녀는아래에서의다양한의견들이모아진뒤에경영상층부올라가면서점점단순해지고, 결국마지막에는아주단순한옵션으로환원되어처음에존재했던풍부한결정의경로들이소멸되는데에거대관료조직 110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49 의문제가있음을지적했다 (Vaughan, 1999a). 포드사가제작한핀토자동차사고를새롭게분석한리와어만 (Lee and Ermann, 1999) 도엔지니어나경영자만이아니라여러그룹들이핀토의안전성문제에관여했는데, 각그룹은핀토의안전성에대한제한된정보만을알수있었고, 따라서그룹들사이의커뮤니케이션이불완전하고문제가있었다는점을지적했다. 특히핀토의설계를담당했던 기술적코어 에있던엔지니어들과규제를담당하는규제관들사이에소통이충분치못했다는사실이핀토의기술적취약성을극복하지못한가장중요한원인이라고강조했다. 이러한연구들은재난이나참사가운이없어서일어나거나 시스템이무너져서 (system breakdown) 일어나는것이아니라, 조직내에서일상적으로용인된활동들이원인이되어일어나는 일상적인일탈 (routine nonconformity) 의연장선상에있음을보여준다. 끔찍한재난은경영을엉망으로하며위험에대한대비가전혀되어있지않은조직만이아니라잘운영되는조직에서도얼마든지발생할수있다는것이다. 여러요소들이이런위험성을키우는데, 특히관료제조직은부서사이의정보의흐름이부분적이며, 부서들사이의경계때문에규범에서어긋나는행위가잘판별되지않음으로써사고의위험이증폭될수있다 (Vaughan, 1999b). 사고의확률을더키우는것이조직을둘러싼환경이 고속환경 (high-velocity environment) 이될때이다. 고속환경이란수요, 경쟁, 기술, 규제등이급속하게바뀌어서기업내의정보가부정확하게되거나무용지물이되는상황을의미하는데 (Eisenhardt, 1993), 2001년에 RB에기업이매각되면서옥시의조직과경영방침등이급격하게바뀌면서회사에서진행하려고계획했던흡입독성시험이유야무야되면서이에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11

50 대한집단적기억이희미해진것이이에해당되었다. 69) CMIT/MIT도사망자를비롯한많은피해자를냈지만, 대부분의사망자와중증피해자들은 PHMG, PGH를원료로사용한가습기살균제에서나왔다. 결과적으로볼때옥시가상대적으로무해한프리벤톨R80을원료로쓰다가 PHMG로바꾼것이재앙의화근이었다. 다른회사들은옥시를따라서 PHMG를사용했고, 세퓨는역시옥시살균제를모방해서비슷한살균제인 PGH를원료로수입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의첫삽은 1994년에유공이 CMIT/MIT를사용한가습기메이트를출시한것이었지만, 제한적규모의재난을대규모참사로확대한계기는옥시가계획했던흡입독성실험을건너뛰고가습기 PHMG를원료로한가습기살균제를출시한것이었다. 옥시가원료를바꾸기전에는 300ml 가습기살균제의원재료비는 53원, 550ml 가습기살균제의원재료비는 95원이었는데, PHMG로원료를바꾼뒤에는같은제품의원재료비가 18원, 35원으로떨어졌다. 일년에 300,000개정도팔렸다면원료를바꿈으로써 1-2천만원정도의원가절감이이루어진셈이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7). 70) 69) 여기서자세히다루지는않지만사고가잘발생하지않았던고신뢰조직 (High Reliability Organization) 을연구한와익과로버츠 (Weick and Roberts, 1993) 는이런조직을구성하는개인들이조직이어떻게이루어져있는가에대한 큰그림 (big picture) 을이해하며, 자신을이큰그림안에어떻게위치시킬지이해하고, 이속에서자신의의무수행을자각한다는특성을지닌다고주장했다. 즉개개인이자신에게주어진일만을기계적으로수행하는것이아니라, 내일이내부서의다른사람의일, 타부서의일과어떻게연관되어있는가에항상주의를기울인다는것이다. 와익과로버츠는내업무를둘러싼유기적인연관들을총체적으로파악하려는태도와노력을 주의깊은관계맺음 (heedful interrelating) 이라고개념화했다. 챌린저호폭발사고를이런관점에서분석한글로는성한아 홍성욱 (2012) 참조. 70) 옥시가레킷벤키저에합병된후 2005년에원가절감을위한 스퀴즈프로젝트 가시행되었다. 이때는옥시싹싹가습기당번의뚜껑모양을바꾸었는데, 10ml만을따르게안전장치가되어있던뚜껑대신에이런안전장치가없는뚜껑으로교체되었다. 내일신문 ( ) 참조. 112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51 가습기살균제를만든기업중옥시는동양화학그룹의자회사로, 대표적인대기업으로평가되는기업이다. 그렇지만옥시연구소가삼성이나 SK의연구소같은대형연구센터는아니다. RB 에합병되기전에는직원이 20명정도됐지만, 합병후에는정규직원몇명에비정규직원들로구성되도록규모가축소되었다. 옥시는규제부서를따로두고자사의제품들이정부의규제를만족하는지를추적했지만, 규제부서의힘이강했거나안전성의기준을적극적으로모색한것같지는않다. 이들은한국규제기관의가이드라인에제품을맞추는작업은잘했지만, 옥시회사의기업문화자체가문제점을찾아내서적극적으로이를해결하려는문화가아니었다. 첫살균제원료인프리벤톨R80에대해서도 1996년에제품을출시하고 1년도더지난 1997년말에레베코연구소에흡입독성시험을의뢰해서실시했고, PHMG로원료를바꿀때에도원료를바꿔서제품을출시한뒤에흡입독성시험을해주는외국의연구소들과접촉했다. 독성실험을선결조건이아니라사후정당화하는정도로만생각했던것이다. 옥시가적극적이지않았던또다른이유는가습기살균제가옥시의주력상품이아니라는것이었다. 가습기살균제는 1년매출이수억원정도에불과한, 옥시전체매출의 1% 도되지않는제품이었다. 참사를불러일으켜서엄청난사회적주목의대상이되었지만, 회사의입장에서크게주목하지도, 중요하게생각하지도않았던제품이었던것이다. 이런상태에서 2001년초엽에회사가외국기업에합병이되면서부서가통폐합되었고, 어수선한가운데예정했던 PHMG에대한흡입독성시험은유야무야되었다. 당시는이미제품이팔린지수개월이지난뒤였다. 71)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13

52 본논문에서살펴보았던옥시의경우, 제품의안전성에대해서회사내부와외부에서문제제기를했던경우가몇번있었다. 그렇지만이런문제제기는 2001년에건너뛰었던흡입독성검사를다시하는결정을낳지못했다. 이런문제제기는확립된절차에근거한일상적인검사, 답변, 보고등의조치를통해서해소되었다. 고객만족센터에올라오는질문이나항의의대부분은이미과거에도비슷한질문들이올라왔던것들이었고, 따라서고객만족센터에전형적인답변내용이준비된것들이었다. 그중전문적인지식이필요한것들은연구소나마케팅부의직원에게문의를한뒤에답변을했다. 문의나항의내용은 Weekly Report, Monthly Report ( 나중에는 Call Center Report나 Consumer Contact Report등의이름으로바뀌었다 ) 등으로간략하게취합되어회사의임원들에게보고되었다. Monthly Report는대표이사에게도전달되었고, 300만원이상의보상이필요하던클레임들도대표이사에게따로전달되었다. 그런데이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가안전한가 에대한문의보다주로 분사불량, 용기파손, 용해도미흡, 부유물존재, 그리고 손가락찢어짐 같은피해내용들만이 claim case 라는표제하에대표이사에게전달되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 화학제품이안전한가에대한문의나제품을사용하고기침이나거나 71) 옥시와애경등을제외하고가습기살균제를제조했던다른기업들은모두중소기업이었다. 버터플라이이펙트가말이전문기업이었지, 세퓨의제조는국문학을전공한사장오유진이인터넷을찾아서살균제제조법을알아내서 PGH를수입하고희석해서만든제품이었다. 창고와같은공간에서공장과사무실을사용하면서이곳에서 가내수공업 수준으로세퓨를만들었다. 다른대형마트의 PB 제품들도제조는중소기업에서만들었다. 홈플러스가습기살균제와롯데마트의와이즐렉가습기살균제를만든회사는구두약을만드는용마산업이었고, 영문학을전공한용마산업대표김종군은역시인터넷을뒤져서 PHMG를이용한가습기살균제의희석비율등을알아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53 눈이따끔거리는등건강에이상이생긴것같다는문의는 인체에무해하다는것을옥시가보장하겠다 무해하니까안심하고사용하세요 수증기를모두흡입해도인체에무해합니다 와같은이미정해진답변에따라답해졌다. 72) 어찌보면더중요할수도있었던질문들은고객만족센터의직원들선에서답변이되고잊혀졌으며, 용기불량같은구체적인클레임은회사의임원들에게까지보고가되었고, 300만원이넘는클레임은대표이사까지보고되었다. 옥시의고객만족센터는오랫동안한사람의직원에의해서운영되었고, 회사내에서마케팅부서에소속되어마케팅부서매니저나소장 (director) 에게업무보고를했다. 일반적으로회사의마케팅부서에서는고객만족센터를고객과의관계를좋게유지함으로써고객을경쟁사로빼앗기지않으면서회사매출을신장시키는조직으로간주하고, 이에대한경영이나지원도소비자의문제를빠르고친절하게해결해주거나불량품을빨리교환해주는차원에서이루어진다 ( 정기주, 김재전, 1999). 따라서고객만족센터의상담원이회사전체의 큰그림 을이해하고이속에소비자의불만이나클레임을위치시키면서그속에위험에대한조기인식이숨어있다고생각하기힘들다. 이런문제제기를가장자연스럽게할수있던부서는규제부서인데, 고객만족센터와규제부서는업무를보고하는상하관계에있는부서가아니었고, 따라서고객의접수된클레임이규제부서로이관되지않았다. 흡입독성에대한시험을거치치않은가습기살균제는아무 72) 제 345회국회제6차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과피해구제및재발방지대책마련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회의록 ( ) 중박인숙위원발언 (18, 77쪽 ).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15

54 런규제없이시장에나왔고, 10년이넘게판매되었다. 정부는이것이 살균제 라는이유로이에대해서관심을갖지않았다. 식약청은이것이의외약품이아니라는이유로, 지식경제부기술표준원은이것이세정제가아니라는이유로, 환경부는이원료가유해물질이아니라는이유로가습기살균제에무관심했다. 그렇지만우리가보았듯이중요한문제제기가몇차례있었다. 2000년에나온환경부용역보고서는화학물질의용도나수량이바뀔때다시독성검사를해야한다는제안을담고있었다. 2005년에나온역시환경부의바이오사이드에대한보고서는살충제에들어있는 PHMG와가습기살균제에들어있는 MIT를찾아내고, 이중 PHMG 에대해서는정보가없는화학물질이살충제의형태로우리의생활속에들어왔고, 이에대해주의를기울여야한다고적시했다. 그런데보고서에서명시한건강영향지수 HEF는 MIT와 PHMG가모두 0이었다. 기존공업용항균제의데이터를그대로사용했기때문인데, 공업용살충제가가습기살균제로용도가바뀌면전혀다른데이터가중요해진다는것을고려하지못했기때문이다. 그렇지만 2005년연구를수행한연구책임자나연구원들이주제가다른 2000년보고서를참조했을가능성은없고, 실제참고문헌에도이보고서는들어있지않다. 다만환경부공무원들이이두보고서의문제의식을 융합 시켜서생각했다면, HEF가비록 0이어도가정용살충제로검출된 PHMG나가습기살균제에서나온 MIT의유해성에더주목했을수는있었다. 그렇지만부처사이는물론, 한부처내에서도부서사이의칸막이가높은한국의관료제에서이런 융합 은일어나지않았다. 2005년보고서가나온뒤에환경부와산자부의협력이성사 116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55 되었다면이두부처가협력해서가습기살균제를포함해마트에서팔리고있는가정용살생제제품들을수집한뒤에그제품들의위해성검사를할수도있었을것이다. 그렇지만협력은성사되지않았고, 산자부는품공법을개정했으며, 개정한품공법에의거해서공산품에대한안전관리전략을새롭게수립했다. 기술표준원과한국소비자원이함께작성한보고서에의하면 ( 기술표준원 한국소비자원, 2007), 품공법이개정되면서신종공산품및유해화학물질의위해여부를미리신속히확인하는조사를확대하고안전관리체계를정비해야한다고강조했다 ( 김신범, 2016: 18). 환경부와협력하는대신에환경부에서담당하는유해화학물질에대한조사와안전관리체계를자신의부서의소관으로가지고오겠다는것이었다. 이는유해법을바꾸지않는한불가능한것이었다. 2010년에 화학물질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률 ( 화평법 ) 초안을만들때, 환경부는산자부에게화학제품들을같이관리하자고했지만, 산자부는물질은환경부가맡고제품은산자부가맡자는얘기를반복해서되풀이했다 ( 박태현 2016a). 이런공방속에서유해화학물질을사용한공산품에대해관심을기울이는공무원은없었다. 한가지사건이나물질에대해서각부처는서로다른입장을보일수있다. 노동부는공장에서일하는노동자의건강, 환경부는환경과일반소비자, 산자부는주로생산자, 보건복지부는의료인과국민의건강을생각하기때문이다. 그래서이런상충되는입장을조정하기위해서국무총리실산하에국무조정실이있다. 국무총리실은정책의조정, 사회위험과갈등의관리등을관장한다. 그런데 2016년국정감사에서국무조정실장은화학제품의유행성과관련한환경부와산자부사이의갈등같은것은국무조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17

56 정실에서개입하기힘들다는발언을했다. 유해성심사나물질에대한평가는 굉장히전문적인영역 이기때문에, 정책적으로아마관여를하기어렵다 는것이었다. 73) 서로다른전문성과정책사이의소통이원활하게진행되지못하고조정이실패하면서, 가습기살균제라는 괴물 의위험성을파악할수있는여러잠재적기회들이사라졌다 년에옥시 RA 부서에서 아이에게도안심 이라는표현에대해서문제제기를한것이나, 2000년, 2005년의보고서에서환경부의기존방침과는다른정책제안을한것은관료제와전문가주의 (professionalism) 의긴장혹은대립으로도해석할수있다. 관료제를서구근대사회의가장중요한특징으로부상시킨막스베버는관료제가위계 (hierarchy) 와합리성 (rationality) 으로구성되어있다고주장했다. 위계는관료제의관료적특성이고, 합리성은전문성의특성이다. 이후관료성과전문성이베버가얘기한것처럼조화롭게공존할수없다는비판이이어졌고, 이런비판에대해서베버를옹호하면서관료성과전문성이대립하거나갈등하는관계가아니라는반론도나왔다 (Toren 1976; Evetts 2003). 이사례에서봤을때, 옥시의경우에는규제전문가의전문성이회사의관료적의사결정체계에침투하지못했고, 환경부의경우에는부서외부에서이루어진전문적인조언이부서내부에영향을미쳐서법규를제정하는실행을낳지못했다. 이두사례를가지고일반화하기는힘들지만, 전문성이나전문가로이루어진조직의판단은관료제의일상적작동에영향을주기힘들다. 73)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중이석준국무조정실장증언 (49쪽) 참조. 118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57 관료제라는거대한기계속에서고객만족센터에서소비자들의질문에답을하거나기술표준원의질의응답 (Q&A) 사이트기업의질문에대해답을하는사람들은, 자신이답하는제품이누구에의해, 어떻게만들어졌는지도잘모르는경우가많다. 철학자바우만은자신의행위와결과사이에거리가멀수록 도덕을잠재우기 (silencing of morality) 효과가크다 (Bauman, 1989: 98-99) 고했는데, 이경우를보면거의모든질문에대해서형식적이고틀에박힌답이제공되었다. 옥시가고객의질문과불만에형식적인대답만을했듯이, 산자부의기술표준원은가습기살균제가품공법의안전관리대상인가라는질문에대해서 아니다 는답변으로일관했다. 누군가살균제를새로운품목에넣어야겠다는생각을할수도있었고, 실제로산자부에서는가끔소비자나기업에서민원을넣은사안을자신들이관리하는제품의품목으로포함시킨경우가있지만, 74) 거의 1년에한번씩담당자가바뀐이경우는 75) 그런일이일어나지않았다. 가습기살균제의경우에연구소나마케팅부가규제부서에비해훨씬더큰힘을가진옥시의조직문화나외부의자극에대해서상대적으로유리된정부의관료적조직문화가 민원 에 74) 2016년가습기살균제국정감사에서송기석위원은당시국가기술표준원장에게살균제에대한민원이이렇게많았으면이를관리대상에포함시키는것이마땅하지않았는가를질문했고, 이에제대식국가기술표준원장은 그런점에대해서사실소관을떠나가지고좀적극적으로다른부처와더적극적으로협의를한다든지 사실소비자측이나여러기업이나이런문제제기에의해서저희들이관리품목으로넣고해왔기때문에그런부분에대해서좀아쉬운점이있다고생각합니다 는답변을했다. 국회가습기살균제사고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사록 ( ). 국가기술표준원장제대식증언 (81쪽) 참조. 75) 장하나, 가습기살균제건강피해사건에대한국가배상책임여부 : 산업통상자원부중심으로 ( 최종보고서 ) 에첨부된첨부자료에의하면 년까지국가기술표준원의민원담당자는다섯번바뀌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19

58 담긴 징후 (sign) 를읽는데실패했던요인이었다고볼수있다. 기업과규제기관의이런문화를어떻게바꿀수있을것인가? 더많은연구가필요하겠지만, 본연구가보여주는방향은관료적조직의구성원들이인접부서의역할과필요에더주의를기울이고, 이를자신의일과더적극적이고성찰적으로연관시키며, 가능한영역에서는조직외부에있는관련시민단체의모니터링과개입을긍정적으로수용하는태도가필요하다는것이다. 120 과학기술학연구제 18 권제 1 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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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아니라불법 ", TheL( ) 민변 환경부, PHMG 유해성알고도평가절차진행안해, 보도설명자료 환경부보도설명자료, , adfile.do;jsessionid=nrx9abj1aw4n9v4wewmeybhzt7bheh0r 4wQQtmo8DFv8e11o9y9tD5F1Fx6Hwkyi.meweb2vhost_servlet_e ngine1?fileid=127511&fileseq=1 환경부보도설명자료, , d.do;jsessionid=s1zwl7rwfytuazbxignnraibvq4hua3mvpn1 Deupe9f2fa10QZ7PHhImMrhTeLWj.meweb2vhost_servlet_engine 1?pagerOffset=30&maxPageItems=10&maxIndexPages=5&searchKe y=&searchvalue=&menuid=11&orgcd=&boardmasterid=1&boardi d= 논문투고일논문수정일논문게재확정일 2018년 1월 30일 2018년 2월 27일 2018년 3월 12일 가습기살균제참사와관료적조직문화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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