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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숙 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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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철학텍스트들의내용분석에의거한디지털지식자원구축을위한기초적연구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진병운 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 2003
3 편집위원 : 백종현 ( 위원장 ) 심재룡김남두김영정허남진윤선구 ( 주간 )
4 발간사 2002년 8월부터한국학술진흥재단의기초학문육성지원아래우리연구소의전임연구팀이수행하고있는 < 철학텍스트들의내용분석에의거한디지털지식자원구축을위한기초적연구 > 의 1차년도연구결과총서를 ꡔ철학사상ꡕ 별책제2권으로엮어낸다. 박사전임연구원들이주축을이루고있는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의특별연구팀은우리사회문화형성에크게영향을미친동서양주요철학문헌들의내용을근간개념들과그개념들사이의관계를중심으로분석하고있다. 우리연구팀은이작업의일차적성과물로서이연구총서를펴냄과아울러, 이것을바탕으로궁극적으로는여러서양어또는한문으로쓰여진철학고전의텍스트들을한국어표준판본이확보되는대로디지털화하여상식인에서부터전문가에이르기까지누구나이를쉽게활용할수있도록하고자한다. 이와같은연구작업은오늘날의지식정보사회에서철학이지식산업과지식경제의토대가되는디지털지식자원을생산하는데있어중요한역할을수행하기위한필수적인기초연구라할것이다. 우리연구팀은장시간의논의과정을거쳐중요한동서양의철학고전들을선정하고이를전문연구가가나누어맡아, 우선각자가분담한저작의개요를작성하고이어서중심개념들과연관개념들의관계를밝혀개념지도를만들고, 그틀에맞춰주요개념들의의미를상술했다. 이같은문헌분석작업만으로써도대표적인철학저술의독해작업은완료되었다고볼수있다. 그러나이기획사업은이에서더나아가이작업의성과물을디지털화된철학텍스트들에접목시켜누구나각자의수준과필요에따라철학고전의텍스트에접근이해할수있도록하려는것이다. 우리가대표적인것으로꼽는철학고전들은모두외국어나한문으로쓰여져있기때문에, 이를지식자원으로서누구나활용할수있도록하기위해서는디지털화에앞서현대한국어로의번역이절실히요구된다. 그러나적절한한국어번역이아직없는경우에도원전의사상을이루는개념체계를소상히안다면원전에대한접근과이용이한결수월해질것
5 이다. 우리연구작업의성과는우선은이를위해활용될수있을것이고, 더욱이는장차한국어철학텍스트들이확보되면이를효율적으로활용하기위한기초가될것이다. 아무쪼록우리공동연구사업의성과물이인류사회문화의교류를증진시키고한국사회철학문화향상에작으나마이바지하는바있기를바란다. 2003년 5월 15일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소장 철학텍스트들의내용분석에의거한디지털지식자원구축을위한기초적연구 연구책임자백종현
6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진병운 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 2003
7 머리말 민주주의이상때문에절망의학창시절을보낸필자가 20년만에조국에돌아온것은국민의정부가출범한지일년째되던해였다. 나라는온통민주주의잔치와축제분위기였고, 수많은시민단체가온갖정치프로세스에적극적으로개입하고있었으며, 그이듬해남북정상회담에뒤이어동아시아와한국의인권과민주주의신장에공헌한것을인정받아김대중대통령이노벨평화상을받았다. 그리고올해들어국민의정부를계승하여출범한신정부가스스로를참여정부로명명하기로결정한것을보면, 건국과더불어시작된한국의민주화운동도이제그뿌리에까지이르렀다는것이필자의감회이기도하다. 다만이뿌리에까지다다른민주화운동이북한의 2,500만동포를배제한것같이보이는것은억장이무너지는일이지만말이다. 지금우리가살고있는현실은민주주의이념을땅끝까지실현해낸세계사의최종적결과이다. 이민주주의역사의사상적시조가다름아닌존로크와장자크루소이다. 양자공히천부인권과주권재민원칙을토대로정치사회 [ 국가 ] 이론을세웠다. 특히루소는그의사후그의소책자 ꡔ사회계약론ꡕ을가지고 1789년프랑스대혁명의정신적사부가됨으로써그의주권재민사상의과격한역사추진력을입증하였다. 이런까닭에프랑스대혁명을뿌리로해서출발한근대사상과사회운동일반에는대체로루소의영감과정신이어려있다해도과언은아니다. 특히그의법치국가사상과주권이론은독일관념론철학자들에의해계승되어헤겔의법과권리의철학에서완성을보게된다. 그러나루소의정신과저작은다양하여법과주권이라는이성의영역을넘어 19세기낭만주의운동을위한영감의원천이되기도한다. 머리로알기전에가슴으로느끼는인간을아마도루소보다강력히주장하고입증한사람은일찍이없었을것이다. 그러나느낄줄아는, 특히동정이라는본능을가진인간이오직인민이주권자인법치국가에서만이구원받을수있다는것이이다재다능한저술가의결론이다. 이방인처럼고향에돌아와민주주의가정녕꿈이아니고현실이된것
8 을목격하게된내가민주주의의사상적시조중하나인루소의국가구상의골자를담은 ꡔ사회계약론ꡕ 을해제하는기회를부여받은것은개인의영광이요커다란복이아닐수없다. 이현실을뒷받침한이론을재조명함으로써이현실이그개념에충실해지기를간절히바라는마음에서, 나는나자신이모든점에서부족함을알면서도감히하늘이내린이행운을부둥켜안고말았다. 나에게이행운의기회를마련해주신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소장백종현교수, 한국학술진흥재단, 대한민국에감사를드린다. 2003년 5월 15일관악산기슭에서진병운
9 목차 제1부 ꡔ사회계약론ꡕ 개관 1 제1편 1 제2편 3 제3편 5 제4편 7 루소연보 8 제2부사회계약론의개념적체계도 11 Ⅰ. 루소와정치철학주요개념들과세계사 11 Ⅱ. 각장별개념체계도 23 제3부 ꡔ사회계약론ꡕ 분석 25 Ⅰ. 자연상태 자연상태의정의 ( 定意 ) 전쟁으로서의자연상태 32 1) 루소의방법론 32 2) 루소의홉스비평 : 전쟁상태 자연적사회성 자연법 52 Ⅱ. 계약설 정치사회의기원과권위의정초 72 1) 정치사회의기원 74 2) 정치권위의근거 정치권과부권 사회계약 91 1) 이중계약설 : 푸휀도르프 93
10 2) 사회계약설 : 홉스 100 3) 사회계약설 : 루소 104 에필로그 123 참고문헌 125
11 일러두기 본작업에서연구대상으로삼고있는 ꡔ사회계약론ꡕ과 ꡔ인간불평등기원론ꡕ을비롯한루소의여타정치학저술의판본은다음과같다. 원문을인용할경우, 책제명은그대로옮기고단지편집자와출판사의이름만약칭을사용하였다. ꡔ사회계약론ꡕ 판본 J.J Rousseau, Du contrat social, Pléiade, Paris, 1964 [PLE] ꡔ불평등기원론ꡕ, ꡔ정치경제학ꡕ 등루소의정치학저술일체 C.E. Vaughan, The Political writings of Jean Jacques Rousseau, Oxford, Blackwell, New York, 1962, 2 vol. [VPW] 푸휀도르프, 쥬리외등자연법학파의저술인용은다음책에의거하였다. R. Derathé, J.-J Rousseau et La Science Politique de son Temps, Vrin, Paris, 1979.
12 제 1 부 ꡔ 사회계약론 ꡕ 개관 1762년처음출판된루소의 ꡔ사회계약론ꡕ(Du Contrat Social) 은 ꡔ정치적권리의제원리ꡕ(Principes du droit politique) 라는또하나의제명을수반하고있다. 이저서가사실소론의형태를취하게된연유는그것이저자가베니스주재대사관에근무하던 1741년경부터구상했던좀더방대한 ꡔ정치제도론ꡕ(Les institutions politiques) 의작업결과에서가장중요하다고생각되는단편들을발췌하여제시한것이기때문이다. 그래서이책은모든정치제도의기초원리들만을집약적으로제시하는고도의추상작업의성과이기도하다. 제 1 편 사회계약론은 4편으로구성되어있으며, 제1편은제사회의형성과사회계약을다루고있다. 사회질서라는것은그자체가여타모든권리의기초가되는신성한권리이다. 이것은그러나자연으로부터나온것은아니다. 모든종류의사회중에서가장원시적이며가장자연적인사회가가족이라는사회다. 그러나부모와자녀의가장자연적인이결합체역시, 물론후자가독자적으로삶을꾸려나갈수없는기간중에는필연적이지만, 그이후에는약속에의해유지된다. 인간중어떤사람들은노예가되기위해서, 어떤사람들은지배를위해서태어났다고주장하는철학자들이있는데, 이들은실은원인과결과를혼동하고있는것이다. 인간중일부가현재노예라는사실이만일자연에의한것이라면그것은과거에자연에반하여인간중일부가노예로존재했었기때문이다. 사회질서라는것이결코힘에근거할수없음이명백한것은, 아무리강한자라도그의힘을권리로, 또타인의복종을의무로변경시키지않는한, 언제까지나그의주인의자리를보지할수있을만큼강할수가없기때문이다. 그러나이런경우, 권리는힘과함께자리를옮긴다. 만일힘때문에복종하는것이필요하다면의무때문에복종할필요는없는것이고, 또힘에의해복종하도록강제당하지않는다면더이상의무는존재하지않는
1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다. 사람들간에존재하는모든정당한권위는동의에근거한다. 이사상의논거를그로티우스는한인민이자신의자유를양도할수있는권리에서발견하고있는것이다. 양도행위는주거나또는파는행위이다. 그런데사람이자기자신을주어버린다는것은있을수없고, 기껏해야삶을꾸려나가기위해자신을팔뿐이다. 그러나한인민이자신을판다면이것은도대체무엇을보상으로받기위한행위라는말인가? 대가없이자기자신을준다고하는것은미친짓이며, 고로법적효력이없다. 더욱이, 설사한인간이자신을주어버릴권리를갖고있다고하더라도, 인간으로태어나자유존재인자신의아이들을타인에게주어버릴권리는결코없는것이다. 그런데그로티우스는노예제도를정당화하기위해, 피정복자를살해하거나또는살려주되그의자유를탈취하는정복자의권리를원용하고있는것이다. 그러나전쟁이라는것은어디까지나국가와국가간의관계이지인간과인간의관계는아니다. 그러니까전쟁은군인이무장을하고있는한에서만군인을살해할수있는권리를부여하지, 그들이일단무기를내려놓으면그들은더이상군인이아니고사람일뿐이며어느누구도그들을죽일권리는없는것이다. 게다가그들을노예로만들권리역시아무도갖고있지않은것이다. 노예와권리라는두단어는양립할수없는뜻을갖고있기때문이다. 무릇사회질서라는것의근원을찾는다면최초의약속, 곧만장일치의원시적합의로거슬러올라가야할것이다. 자연상태에살던인간들이각자가혼자서삶의역경을처리해나갈수없는단계에도달했을때, 그들은어쩔수없이그때까지의생활방식을바꾸지않을수가없게된다. 그렇다고해서그때까지없던새로운힘과능력을창조해낼수있는것도아닌이상, 그들은각개인의힘과능력을결합하여삶에대한장애를극복할수밖에없는것이다. 이때제기되는근본적인문제는바로개별구성원의재산과신체를전체의공동힘으로보호하고유지할수있는형태의결합체를찾아내는것이다. 또개인구성원은이러한형태의결합체를통하여자신을전체에결합시키면서도오직자기자신에게만복종하고결합이전과마찬가지로여전히자유상태로남아있을수있는것이
1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다. 이문제의해결이다름아닌사회계약이다. 사회계약에의해서각자는자신의모든힘과존재를일반의지의절대적지도하에전체의공유물이되도록양도한다. 이계약행위로부터하나의정신적집단이결과하고, 이집단은공동체안에있는사람수만큼의구성원으로구성되어있다. 여기서각자는자신을유보없이, 송두리째양도하였기하였기때문에, 모든구성원이조건에있어서평등하며, 따라서결합자체가완벽하다. 또각자는구성원전체에게자신을양도하였기때문에구성원중어떠한누구에게도자신을양도한것은아닌것이다. 이집단을국가또는주권자라고명명한다. 구성원들은하나의전체로서인민이라고부르며, 또한이와동시에주권에참여한다는의미에서시민이며, 법에종속되어있다는의미에서신민이다. 바로이사회계약에의해서인간은자연상태에서시민사회로이행하며, 본능으로부터풀려나도덕성과정의의단계로진입하는것이다. 물론이이행과정에서인간은자연적자유와그의손이닿는한의모든것에대한무제한의자연적권리를상실하게되는것또한사실이지만, 대신에공공재산의일부를위탁받은자가됨으로써그가갖고있던모든것에대한공인된소유권과시민적자유를획득하게된다. 제 2 편 주권과입법을제2편은주제로서다루게된다. 주권, 곧일반의지는양도할수없는것이다. 무릇의지라는것이넘길수없는것이기때문이다. 주권은또한불가분의것이다. 왜냐하면그것은본질상일반적이기때문이다. 여기서의지가일반적이다라고할때그것은인민전체의의지를지시하며, 의지가일반적이아니다라고할경우그것은전체중한분파의의지를지시한다. 전자의의지를말과힘으로옮기는것이주권행위이며, 이때의지는법이된다. 후자의경우, 의지는하나의특수의지이거나일개행정조치다. 또는기껏해야그것은일개행정법령에지나지않는다. 그러나전통적으로정치이론가들은주권의원천을분해할수없는나머
1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지, 주권을주권이적용되는제방식으로분해하여왔다. 즉, 주권을힘과의지로, 입법권과집행권, 조세권과사법권과교전권, 내치와외치등으로분해하여왔던것이다. 이렇게해서결국이론가들은주권자를별개의부품들로구성된공상적존재로만들었다. 마치한신체에선두눈을떼어내고또다른한신체에서양팔을, 또다른신체에선발을취하여, 이것모두를함께모아한사람을만든것처럼. 일본에선요술사들이어린아이한명을관객들이보는앞에서여러조각들로잘라낸다음, 그조각들을한개씩공중으로던지면, 이것들이떨어지면서조립되어그어린아이가살아온다고하는데, 우리이론가들이하는일이미상불이런종류의요술이다. 그러나이때까지정치이론가들이했던방식에따라, 주권의여러부분들에의해행사된다고생각되었던권한들은실재에선하나의나눌수없는주권에종속되어있는것이다. 그것들은모두예외없이최고의지를예상하고있으며, 단지이의지를할당된관할구역안에서집행할따름이다. 이상에서증명된주권의성질로부터일반의지에관한세번째명제가자명하게도출된다. 즉일반의지는언제나올바르며, 공공의선을지향한다는것이다. 그렇지만이와동시에인민의의결들역시언제나바르게행하여진다고단정할수없는것또한진실이다. 인민은언제나선이라는것을바라지만, 그렇다고해서무엇이선인가를언제나알고있는것은아니다. 인민은결코타락시킬수없으나종종속일수는있는법이다. 그리고바로이러할때에만인민은무엇인가옳지않은것을원하는것처럼보인다. 의결이공공의선에따라행하여지기위해선일반의지가결정되어지는과정에유의해야할것이다. 시민들이의결의안건에대해충분히숙지하고있으면서도, 이에대해그들간에서로의사소통을하지않으면, 일반의지는결국다수의사소한차이 ( 의합계 ) 로부터결정된다. 그러나단체들, 곧전체를희생시키는부분들의결합체들이생성되기시작하면, 이결합체들각자의의지는그구성원에대해일반적이나, 국가에대해선특수의지일뿐이다. 이런지경에이르면의결에참석한시민수만큼투표자가있는것이아니고결합체들의수가바로투표자의수인것이다. 의견차이의수는따라서적어질것이며, 결과는그만큼덜일반적이
1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게된다. 게다가이런단체들중하나가매우강해져서여타단체들을지배하게되면, 결과는사소한차이들의합계가아니고오직하나의차이에지나지않는다. 이는일반의지는더이상존재하지않을뿐아니라, 지배적인견해는다름아닌단독의특수의지라는것을의미한다. 이상의입증으로부터공중을구성하는사인 ( 私人 ) 들을하나의인격체인공공과는별개로고찰해야만하는필요성이확연해진다. 왜냐하면이사인들각각은공공인격체와는별개의자신의독립적자유와생명을갖고있기때문이다. 주권자와시민각각의권리를판별하고, 또인간으로서향수해야할자연권과, 신민으로서다해야할의무를구별해야만하는것도같은이유에서다. 사회계약하에서각개인은자신의힘, 소유, 자유를양도하는데, 이양도는공동체에필요한분량에한한다. 그러나공동체에필요한분량을판단하는주체는어디까지나주권자밖에없다. 한시민이국가에대해지고있는모든의무는주권자가요구하면즉시수행하여야하나, 주권자는그렇다고해서공동체에불필요한의무를신민에게부과할수는없다. 그러나사실, 주권자는이런일을하기를바랄수조차없다. 자연법칙이나이성의법칙에의하면원인없이아무것도발생할수없는만큼, 공동체인주권자가공동체의필요를넘어선그무엇을요구할원인을가질수없기때문이다. 제 3 편 정부와그운영이본편의주제다. 국가존재에있어서무엇보다도먼저법을제정하여야하나, 이로충분치않고제정된법을집행하는것이또한필수적이다. 입법권은주권자, 곧일반의지에속하나, 그렇다고해서주권자자신이집행권을행사할수는없다. 이를위해선주권자는별도의대행자를필요로한다. 따라서이대행자는주권자와신민의사이에서는매개자로서일반의지의지도하에법을적용하는역할을한다. 이것이바로정부의기능이며, 정부는그러니까주권자의관리이지, 주권자자신은아닌것이다. 정부를구성하는한명또는수명의행정관은집행권의수탁자에지나지않는다. 그들은주권자의공무원이며, 그들의직책은사회
1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계약의결과가아니고, 위탁된책임이다. 행정관은주권자로부터명령을받아이를인민에게전달하며, 주권자는이들의권한을자기뜻대로제한, 수정, 취소할수있다. 정부의세기본형태가있는데, 이는인민의전체내지최대다수에의한정부인민주정체, 소수에의한정부인귀족정체, 한사람에의한정부인군주정체이다. 민주정체는실천불가능한정부형태이다. 이정체는전인민에게너무나힘든덕목과조건들을요구하기때문에, 신들로구성된인민에게나걸맞을, 따라서실제로는불가능한정체이다. 귀족정체에는자연적인것, 세습적인것, 선거에의한것, 이세종류가있다. 첫번째것은단순소박한원시민족에서나찾아볼수있다. 두번째것은모든정부형태중최악의것이다. 세번째것은통치권이가장현명하고공사를위한시간여유를여느사람보다더많이갖고있는자들에게주어지는만큼, 권력을행사하는자들이자신들의이익을위해서가아니고공공의행복을위해권력을사용한다는것만확실하다면모든정부의형태중에가장자연적이며최선의것이다. 군주정에관해말한다면, 이보다더강력한정부형태는없다. 그러나이장점에는막대한위험이수반된다. 목적이공공의행복이아니면, 행정의전에너지의집중은국가에손실을초래하는법이다. 그런데왕이란자들은통상절대자로군림하기를꾀하며, 관리들은음모와술책으로치닫는성향이있다. 이론상으로는, 정부는그형태가단순하고순수한것이최선의정부이나, 실제로는여타형태에서빌려온요소들과조합되고, 이요소들에의해조정되어야한다. 사실모든나라에한결같이적합한정부형태는없으며, 각나라의정부형태는그인민의성격에맞추어결정되어야한다. 그러나모든조건이동일한경우, 어떤나라에가장적절한최선의정부형태라하면, 그것은이민이나귀화등외적원인개입없이시민이증가하고번성하는정부인것이다. 정부가월권내지주권자의권리찬탈을시도하는것을방지하기위해선, 인민의정기회합을법으로정해야하며, 이회합기간중에는모든집행권은중지되며, 모든권력은인민의
1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수중에있도록하여야한다. 이회합에서인민이결정해야할안건은다음두가지이다. 첫째, 주권자는현재의정부형태를유지할것인가의문제, 둘째, 인민은현재행정을담당하고있는자들을유임시킬것인가의문제이다. 정부와주권자사이에중계자로서또하나의권력이있을수있는바, 곧대의원내지대표자의권력이다. 그런데여기서유념해야할사항은일반의지는양도불가능한것처럼대표불가능하다는사실이다. 대의원은인민을대표하는것이아니고인민의사용인에지나지않는다. 이들이최종결정권자가아니기때문에어떠한법도인민이비준하지않은법은무효이다. 정부조직역시인민과행정관사이에체결된계약의산물이아니고, 그자체가하나의법이다. 권력을장악한자들은인민의공복이지인민의주인은아닌것이다. 그러니까그들이해야할것은인민을상대로계약을체결하는것이아니고, 인민에복종하는것이다. 사실행정관들은그들의직책을완수함으로써단지시민으로서의의무를다할따름이다. 제 4 편 본편에선계속하여정치에관한법과제도를다루면서, 국가체제를공고히하는방법이진술되고있다. 일반의지는파괴할수없는것이고, 선거를통하여표현된다. 다양한선거양식이나호민관, 독재, 감찰등과같은제도의가치에관해서는그리스, 로마, 특히스파르타같은고대의공화국들의역사가우리에게많은교훈을남기고있다. 종교는국가창건의기초였다. 또종교는언제나인민의삶에중대한자리를차지하여왔던것역시사실이다. 그러나복음서상의기독교는거룩한종교이기는하지만, 기독교는세상사에매이지않고초연할것을가르침으로써사회적결합체의정신과갈등을일으키지않을수없다. 기독교는자신의의무를열정없이완수하는인간들을배출하고, 또이런기독교인들은전쟁에서는어떻게승리할것인가보다는어떻게죽을것인가를잘아는군인들이기도하다. 각시민이어떤특정종교를믿고그종교의영향으로자신의의무를사랑하는것은국가의중대사가아닐수없다. 그러나기독
1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교의교리는타인에대한의무나도덕성에관한경우를제외하면국가생활에대해선아무런배려도하지않고있다. 그러므로국가에는종교가있기는있어야만하나, 주권자가그것의기본신조를종교의교리로서가아니라사회성의기본감정으로서규정해야할것이다. 이를받아들이지않는자는누구나국가로부터추방되어야할것이되, 그죄명은신앙심의결여가아니고비사회성이다. 또주권자가결정한이신조를수락하고서도이에따라행동하지않는자는누구나사형에처하도록해야할것이다. 이신조는소수의명확한조목들로짜여져있어야할것이다. 즉신의존재, 그의권능, 지혜, 선견지명의섭리등과내세, 의로운자의행복과사악한자의징벌, 사회계약과법의신성함등의적극적인교리들이다. 소극적인교리는단지하나뿐으로서, 교회를떠나서는구원은없다고주장하는자는누구나국가로부터추방되어야한다는것이바로그것이다. 사실불관용이야말로우리가배제해야할종교적종파들의특징을이루고있다. 루소연보 1712 스위스제네바에서시계공이작루소의아들로태어남. 같은해어머니사망 아버지는제네바를떠나리용에정착하고루소는보셰의랑베르시목사에게위탁됨 제네바로돌아와견습서기로서근무함 조각사아벨뒤코맹의수하에서 5년간견습공으로일할것을계약 안느시로이주. 드바랑스부인과만남. 튀랭의카톨릭교리문답학교에보내졌고, 카톨릭교로개종. 베르셀리부인및구봉자작의종복으로일함 안느시로되돌아와드바랑스부인집에유숙. 그후뇌샤텔에서음악교사를지냄. 1731~1737 샹베리와샤르메트에서드바랑스부인과행복한나날을보냄 리용에서드마브리가 ( 家 ) 의가정교사를함.
2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1742 파리로되돌아와디드로 (Diderot) 와사귐. 레오뮈르의소개로 과학원에서 < 음악의새기호 ( 記號 ) 에관한계획 > 을발표 몽테뉴대사의비서로베니스에동행 몽테뉴와의불화로파리로돌아옴 젊은하녀테레즈르바쇠르와만남. 오페라 ꡔ우아한시의여신 (Muses galantes)ꡕ을완성 뒤팽부인의비서. 테레즈와의첫아들얻음 ( 고아원에위탁 ) 1749 달랑베르의요청으로 ꡔ백과사전ꡕ 안의음악부분을담당 1750 디종한림원의현상응모에당선 (ꡔ학문및예술에관한논고ꡕ) 1752 오페라간막극 ꡔ마을의점장이ꡕ 가퐁텐느블로에서공연되어대 성공을거둠. 단막극 ꡔ나르시스, 자신의애인ꡕ 공연 테레즈를동반하고제네바로돌아감. 그곳에서다시신교 ( 캘비 니즘 ) 로개종 1755 ꡔ불평등기원론ꡕ 발표 1756 ꡔ신엘로이즈ꡕ 집필시작 1757 두드토부인과의사랑으로에피네부인과결별. 몽모랑시의몽 루이에정착 1761 ꡔ신엘로이즈ꡕ출간. 결석 ( 結石 ) 으로인한극심한육체적고통과 정신적위기. 한때자살의충동을느낌 월 ꡔ사회계약론ꡕ, 5월 ꡔ에밀ꡕ을발간. 두권다판금조치됨. 체포령이내리자스위스로피신 흄 (David Hume) 의초청으로영국으로건너감. 흄과의불화 월영국의우튼을떠나프랑스의아미엥으로돌아온후여러 곳을전전 ꡔ음악사전ꡕ 발간 1767 리용, 그르노블, 샹베리를거쳐부르구엥에이름. 이곳에서테 레즈와정식결혼함 리용을거쳐파리로돌아와프라트리에르가 ( 街 )( 현재의장자 크루소가 ) 에정착. 이무렵 ꡔ고백록ꡕ을완성한것으로보임 베르나르댕드생피에르와교우 1772 ꡔ폴란드정부에관한고찰ꡕ(1782년출간 )
2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1774 독일의작곡가그룩크와의교우로 ꡔ마을의점장이ꡕ를위한새음악의작곡 ꡔ대화 루소의장자크심판ꡕ의완성. ꡔ고독한산책자의몽상ꡕ 의집필시작 지라르댕후작의호의로에르므농빌에정착. 7월 2일뇌일혈로타계. 일드푀프리에묻힘. 그후유해는 1794년팡테옹으로이장됨 ꡔ대화ꡕ첫권출간 ꡔ고백록ꡕ 1~6권. ꡔ고독한산책자의몽상ꡕ, ꡔ대화ꡕ 3권의출간 ꡔ고백록ꡕ 7~12권의출간.
2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제 2 부사회계약론의개념적체계도 Ⅰ. 루소와정치철학주요개념들과세계사 본저서의대강은자연상태, 계약론, 주권론및정부론, 이네가지의주제로구성되어있다. 우리는각주제를그것을구성하는개념들로분해하여, 이개념들이다른주제들의구성개념들과서로연관을지어가며저자가의도한전체의미를형성해가는모양, 곧개념적도면을그리기전에, 이주요주제들이모두루소자신의저술을넘어서서양근대정치철학의핵심과제들이었다는사실을염두에두어야할것이다. 이사실을간과할때, 또는루소자신처럼이사실을의도적으로사상해버릴때, ꡔ 사회계약론ꡕ은출판업계에서당대나오늘날이나공전의인기를누린책임에도불구하고이해하기에지극히어려운책이아닐수없다. 이저작이제대로이해되기어려운이유는, 그것이저자가 20여년간작업해오던방대한과제, 이른바 정치제도론 에서가장중요하고일반공중에제공될가치가있다고생각되는부분들만을추상하여저술한 ꡔ정치적권리의제원리ꡕ인만큼, 책자체는결국정치에관한일반원리들만을다루는순수이론적사유의결정 ( 結晶 ) 으로나타났기때문이다. 그러면기하학적논증체계를갖춘이고도의이론적추상적작품이어떻게사변철학의영역을넘어유럽전역에걸친광범위한독자층을발견하고, 급기야세계를바꾸는프랑스대혁명의 철학자헤겔에의하면 사상적사부의저술이되었을까? 오늘날정치사상사를연구하는학자들사이에선루소의이저술이 1762년암스테르담에서처음출판된이후프랑스혁명이일어난 1789년까지 20여판을거듭했고, 혁명전야의이데올로기에폭넓게배어들어가있었다는것이정설이다. 1) 사실, 루소자신이정치적권리의원리들에관한 소론 ( 작은논문, petit traité) 이라고부른이
2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저술은광범위한일반독자층을통하여결국 ꡔ공산당선언ꡕ처럼역사의흐름을바꾸려는혁명가들의소책자내지입문서, 심지언정치팸플릿이되었던것이다. 그러나마르크스, 헤겔, 셸링, 피히테, 칸트가프랑스대혁명을인류사에새로운기원을이룩한대사건으로기념하고그것의사상적바탕을조성하는데루소가결정적역할을하였다는것을인정하였다하더라도, ꡔ사회계약론ꡕ 이란제명을단이소책자의역사적사명은이혁명과함께끝나지않았다. ꡔ 사회계약론 ꡕ 은 1949 년까지프랑스에선 81 종류의판본이나와있으며, 스페인에선 41 종류, 이탈리아에선 22 종류, 독일에선 15 종류, 영국에선 14 종류, 미국에선 7 종류, 러시아에선 5 종류의판본숫자를꼽을수있다. 이외에도세계의주요국대부분이하나내지세종류의판본을가지고있다고보아도좋을것이다. 2) 이소책자의이러한세계적보급때문인지, 일본이와나미 [ 岩波書店 ] 1954년초판발행머리말에서 13인의공동역자대표구와바라다게오씨는 유사이래, 인간정신에가장큰영향을미친책으로서영국노동당의학자킹크스레이마틴은 ꡔ성서ꡕ, ꡔ자본론ꡕ, 그리고 ꡔ사회계약론ꡕ, 이셋을꼽고있다 3) 고소개하고있다. 여기서우리가짚고넘어가지않으면안되는점은, 자본론 은그이름은비록지난한세기반동안전세계를풍미한책이지만, 그책을독파하는일은전문학자조차도수월한일이아니다, 라는사실이다. 경제학에새로운기원을이룩하였다는이책의입증절차의기술적난해성을차치하고서라도, 그방대한분량을제대로소화해내려면 4), 프롤레타리아같이물적생산에참여하지않아도, 생계를보장받아, 오직책읽는일을업으로삼는학자가되지않으면안
2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되니까말이다. 그러니까 자본론 은그저자의뜻이무엇이었던지, 그가혹평해마지않던독일관념주의철학처럼세계를바꾸는방향에서작용하지않고, 이관념철학이인류문화유산으로남긴위대한정신적업적들, 예를들면칸트의 ꡔ순수이성비판ꡕ, ꡔ실천이성비판ꡕ이나헤겔의 ꡔ정신현상학ꡕ, ꡔ논리학ꡕ, ꡔ철학요강ꡕ, ꡔ법철학요강ꡕ 처럼관념적이상세계의전문가들의전유물이었든지, 그렇지않으면공산당간부양성아카데미의필수교과서에지나지않았던것이그역사적사명의전부였다. 게다가이절대권위를누렸던경제학서가현실사회주의경제에무용지물이었다는사실은한세기에걸친사회주의역사와현북한경제의참상이여실히증명하고있다. 자본론 이소수전문학자들의연구대상으로남아있으면서도 인간정신 에지대한영향을미칠수있었다면, 이는무엇보다도먼저인간정신이살고있는 세계 를바꾼 ꡔ공산당선언ꡕ이라는소책자가선행하였기때문이다. 더욱이세계를바꾸지않고인간정신을바꿀수없다는것이마르크스의지론이었다면, 루소의 ꡔ사회계약론ꡕ에필적할수있는책은따라서 자본론 이아니고 공산당선언 이다. 그도그럴것이세계의운행을바꾸는것이, 관조가업인선비나학자의일일수없고, 활동가내지혁명가의사명일진대, 이들에게필요한것은방대한이론서적이결코아니고 일반대중 이이미자각하고있는 정치적권리의제원리 를실천에옮기는간략한전략지도이기때문이다. 이런연고로 사회계약론 과 공산당선언 이세계의진로를바꿈으로써, 인간정신에심대한변화를초래하는운동의단초가되었다고할때, 우리는왜마르크스뿐아니라헤겔, 셸링, 피히테, 칸트등독일이상주의자들까지도한결같이 인간의진정한역사 는프랑스대혁명과함께시작되었다고믿었던가를이해할수있게된다. 그이유인즉 인간의역사 에서처음으로이혁명을통하여 인간개념의외연 이기성의틀을깨고공전의지경까지확대되었다는것이었다. 인간개념외연의이와같은혁명적확대란다름아닌루소 사회계약론 의중심사상인주권재민 ( 主權在民 ) 을자각한혁명가들과인민 (People, Peuple, 일반대중, 평민일반, 일반백성 ) 이이를 정치적 으로실현한결과로서성취되었
2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던것이다. 구와바라다게오나킹크스레이마틴이주장하는것처럼 인간정신 이영향을받는다는것은, 그것이한층높은단계로이행한다는것을함축하는데, 이이행이가능하려면먼저인간이인간에대해갖고있는개념의변천이선행되지않으면안된다. 실제로, 인민이주권자 (The Sovereign, Le Souverain) 라는사상을정치적 (political, politic, 국가적 ) 으로현실화한시도인프랑스대혁명이전의역사란, 주인-노예, 귀족-평민, 양반-상놈의사회역사로서후자가전자를죽이면살인자가되지만그반대의경우는그렇지않았으며, 후자가전자를모독하면엄한벌을받았으나전자는후자를능멸해도무탈했던 인간의비인간적역사 에지나지않았던것또한마르크스뿐아니라, 헤겔을필두로독일이상주의철학자대부분이지목했던사실이기도하다. 그런즉동서고금을막론하고유사이래로지속되어온이런신분사회, 계급사회가프랑스혁명에의하여정치적으로, 즉국가적으로부정되지않았다면, 인간정신 을이성에의하여현상계로부터예지계로고양하는저숭고한칸트의 이성의자율로서단정적인정언적명령 이가능이나하였을까말이다. 실제로 너의의지의준칙이항상동시에보편적법칙수립의원리로서타당할수있도록, 그렇게행위하라 고하는이정언적명령을납득할수있기위해선, 이명령을듣는자가이성적존재자로서인간이면족한것이지, 그가왕이나주인, 노예나평민또는기독교인이거나대통령일필요는전혀없는것이다. 만일칸트의이정언적명령이숭고한공염불로끝나지않았다면, 그것은이명령을들은 인간정신 이인민이주권자가되어통치자 (Prince, 군주, 루소에있어선행정부수반 ) 를갈아치운프랑스대혁명을기억하고있기때문이아닐까? 다시말하면양반- 상놈, 주인-노예, 대통령-가신의사회에서과연어떻게 너와나 뿐아니라언제누구에게나무조건적으로타당한 ( 도덕적 ) 명령이가능하였겠는가말이다. 바로이런역사적배경때문에, 우리는프랑스혁명과같은 정치혁명 을체험하지못한모든철학과프랑스혁명을기억하고그것에대한철학적반성을자신의출발점으로삼은독일이상주의철학은, 인간정신을정의하는데에있어서나그것에영향을미치는데에있어서방법과효과를달리할수밖에없음을추론할수있다. 전자에대해후자
2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의특징은이미칸트에서예시되고있듯이, 인간정신의보편능력, 곧이성이 오직이성만이 보편성과필연성을가진실천법칙및국법을제정할수있음을입증한데에있다. 하지만세계사를돌이켜보는우리눈에는, 칸트에서헤겔에이르는이른바독일관념론의 정치철학 은본질적으로 도덕철학 이나 법철학 내지 국가철학 으로서, 루소 사회계약론 의중심사상인 인민주권론 을정치적으로 국가적으로 실현한프랑스대혁명의민주주의정열과역동성을결핍하고있는듯이보이는것또한사실이다. 서양에서정치 (politics, politique) 란말이우리는도시국가, 루소는 cité라고번역하고있는고대그리스의 Polis에서연유하며, 이말은 자기자신을지배하는상태 를일반적으로지시함과동시에그리스고유의국가형태를지칭하였다. 그리고서양최초의정치학 (science politique, political science) 은이그리스의도시국가에서, 더정확히말하면수백개에달하던도시국가중에서오로지가장번영하고강성했던민주국가아테네에서그곳의철학자들에의해시작되었다. 이런정치학의발생조건으로인하여, 정치학본래의과제및목표는다름아닌인민이정치에참여하는민주국가 (polis) 가자기자신을성공적으로지배해나갈수있을것인가의문제제기와이에대한답을가져오려는시도로부터성립되었음을알수있다. 따라서루소는서양근대사에서이고전정치학의본질적인과제와목표를가장완벽하게부활시킨철학자라고할수있다. 루소에있어서인민주권은국가의최고권위일뿐아니라, 동시에국가구성원리로서모든정치적권리의유일한원천이다. 루소정치학에서는따라서인민의, 인민에의한, 인민을위한국가만이 참된 국가인것이사실이지만, 그렇다고해서인민이자기자신을직접지배, 통치하는것은아니다. 주권자인인민은자신의일반의지 (volonté générale, general will) 의표현인법의제정과자신의고유한이입법권에종속시킨행정부의집행권을통하여서만이신민 ( 臣民 ; sujet, subject) 인자신과국가를통치하지않으면안된다. 그러니까루소에게있어선겉보기와는달리직접민주주의는사실상존재하지않는다. 법이란일반의지의표
2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현인만큼개별적인대상을그내용이나목적으로할수없을뿐아니라, 법의집행도입법권자인인민총회와는별도의행정부 (gouvernement, government, 정부 ) 의권한이기때문이다. 인민은주권자로서법을제정하지만, 동시에자신이제정한법에절대적으로복종하는신민인것이다. 이렇게국가생활에서법의보편적지배원칙에대한신념과이원칙에의해서만이시민 (citoyen, citizen, 그리스정치공동체의구성원 ) 의자유가보장된다는사상에주목할때, 우리는루소를고대그리스인들의정치사상의후계자이면서동시에칸트와헤겔의법철학선구자로서생각할수있다. 우선고전문명사에관한세계적권위인모제즈휜리의저서 ꡔ 고대그리스인ꡕ 에서인용하여보기로하자. 그리스인들은어떤경우에도정치공동체인폴리스를떠나살수있다고생각할수없었다. 이런숙명적삶의조건에서필히제기되는문제는다음과같다. 폴리스가만일인간삶에대해이런절대적인권위를갖고있다면, 과연어떤의미에서그리스인들은그들이스스로믿고있는것처럼자유인들이란말인가? 이에대한답은 법이왕이다 (nomos basileus) 라는간결한언표속에담겨져있다. 그들에게자유란통치부재의무질서가아니고, 모두가존중하는법전에의해통치되는공동체안에서의정돈된삶인것이다. 이목적에도달하기위해그리스인들은상고시대이래로, 권력과명예를독점한귀족계급이나무제한으로권력을휘두르는폭군들에대항하여투쟁해왔다. 공동체가법의유일한원천이라는사실, 그것이바로자유의보증이었다. 이점은그리스인들사이에이론의여지가없는원칙으로받아들여졌다. 하지만이를실천에옮기는것은별개의문제가아닐수없었다. 이문제는실제로고전시대에들어와정치철학이맞붙어해결해야할난제중의난제가되었을뿐아니라, 그이후로도결정적해결을보지못한문제로남고말았다. 공동체는기존의법체계를변질시킬자유가있는가의문제가바로이고전시대의정치철학에제기된채, 해결을보지못하고역사적으로계승된문제인것이다. 만일국가의법이어떤순간에국가운영의조종간을잡고있는일개파당이나소집단에의해임의로변경될수있다면, 이는법이왕이다, 라는대원칙에함축되어있는보장과안정을파괴하여결국무질서로귀착하는것이아니겠는가, 하는말이다. 5)
2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루소정치학설의요약을방불케하는위의인용은, 동시에어떻게루소가고전정치학과독일이상주의법철학의연결고리가되고있는가를추정케하는단서를제공하고있다. 루소에게있어서법은인민전체에 고유한 공통된 일반의지 의표현인만큼, 제정된법이주어진국가안에서아무리보편 ( 普遍 ) 타당 ( 妥當 ) 하고, 무편무당 ( 無偏無黨 ) 하더라도, 그것은결코 살아있는육체의필연적작용인 감성과주관성의제약으로부터자유로울수없는것이다. 법을만드는자의 이성적능력 에관한이문제는이미그리스고전시대에플라톤을필두로하여아테네민주정치를비판한모든정치이론가들의핵심논거로등장하였을뿐아니라, 오늘날에도루소정치학설을비평하는학자들사이에서는이학설의한계로서, 또는루소적국가의존재론적취약성의원인으로서지적되는경우가적지않다. 그도그럴것이감성과주관성이란육체적요인이섞인기초와골조로세워진국가가영원할수가없을터이니까말이다. 따라서서양정치철학의이고전적인문제를물려받은독일이상주의철학자들이해야할일은무엇보다도먼저, 이성의활동을감성적의지와경험적주관성으로부터해방시켜이성의자율성 (autonomie) 과이성본래의권능인보편타당한입법능력을정립하는것이었다. 칸트에의해정초되고헤겔에의해완성되는이 이성의재림 이라고불러마땅한철학적위업에는, 그러나플라톤의이상주의철학이나중세기독교철학에서는찾아볼수없었던새로운원리가그중심에자리잡고있는것또한사실이다. 서양근대철학을중세, 고대철학과구별하게하는이새로운원리는독일이상주의철학에는칸트가이룩한 코페르니쿠스적전환 에의해도입되었다. 이전환이란인식의중심축이바뀌었다는것을의미하는데, 이로인하여이성의인식과실천에이전의철학에없었던새로운개념들이수반할수밖에없었다. 다음에인용할백종현지음 ꡔ서양근대철학ꡕ 의서술은과연무엇이이새로운개념들인가를밝혀줄것이다. 칸트의사고의전환, 다시말해, 인식이란대상을인식주관이모사적으로수용하는것이라기보다는인식주관이자신의선험적원리에따라대상을규정하는것이라는칸트의견해,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적전환 [ ]. 6) 이렇게
2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인식에있어서, 대상이아니고주관 [ 주체 ] 가결정적인역할을하게되었기에, 칸트철학을플라톤철학과대비하여 주관적관념론 후자는 객관적관념론 으로대별하게되었을뿐아니라, 전자는후에헤겔의주체 (Subject) 일원론 (monism) 및주체 = 실체 (substance) 라는대명제에이르는초석이기도하다. 그런데칸트의 ꡔ순수이성비판ꡕ에의해철학의중심에자리잡게된주관 [ 주체 ] 는그것의담지자가인간인한에있어서인식하는주관으로서만남아있을수는없었다. 그것은필연적으로또한의지의주체인것이다. 철학사에서가장단적으로이를확인해주는것이다름아닌칸트의업적을직접계승한쇼펜하우어의 ꡔ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ꡕ(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 이며, 이대저자체가 세계는나의의지다 와 세계는나의표상이다, 이두명제로부터출발한다는사실이다. 게다가쇼펜하우어철학을계승한니체의주저중하나가 ꡔ권력에의의지ꡕ(Der Wille zur Macht) 라는사실을염두에둘때, 우리는의지의문제가넓게는서양근대철학, 좁게는독일관념론에서차지한비중을십분이해할수있다. 이런관점에서루소정치학설의중심사상인일반의지는칸트와독일관념론전통이전에서양근대사를일반의지의 정치사 로규정하는데금자탑을세웠다고할수있다. 그런데칸트이후의 주체 [ 나 ] 와의지 의철학이라고부를수있는독일철학에서는, 루소에서국가구성원리로서의정치적의미를담고있던의지가쇼펜하우어와니체의경우처럼아예정치부정적의미를갖게된다거나, 또는헤겔의예와같이국가자체에서나오는것으로서국가구성적의미는물론 정치적 역할역시상실하게된다. 하기야이후자에서주권은인민에있는것이아니고입헌군주국의 의지주체임을스스로단수일인칭주어로지시하는 군주에있으니까말이다. 그러나루소에있어서주권이양도될수없고그행사가오로지인민에귀속할수밖에없는이유는, 주권이란본질적으로일반의지이며, 인민이자유롭다함은다름아닌인민이, 개인의경우와꼭마찬가지로, 타자의의지가아니고자기자신의의지를따르는데에있기때문이다. 바로이
3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러한자유의정의때문에루소에게있어서, 자신의자유를포기하는자는곧인간의자격을포기하는자며, 인민이자기자신의의지인주권을양도하는행위는곧인민이스스로를파괴하는행위일뿐아니라동시에정치통일체 (corps politique, body politic, 국가 ) 의해체를초래하는행위에다름아니다. 이렇게자유는자신의의지의행사에있기때문에, 의지의행사는양도할수없을뿐아니라, 나자신말고타인에게대행 (represent) 시킬수도없는것이다. 그런데만일우리가헤겔의판단에따라인류에나타난모든종교, 철학, 이데올로기, 사회이론, 풍습, 문화전통, 가치관등의최종심판은세계사의심판이라는것을받아드린다면, 우리에게가장이성적이지는않더라도가장현실적인정치철학자중하나가루소인것은틀림없다고하겠다. 우리가우리사회의현대사를돌이켜볼때, 그것은다름아닌대한민국의국가이념인자유민주주의가점진적으로실현되어온역사과정이었다. 이역사는민주주의이념의핵심인주권재민사상이어떻게헌법이정한선거절차에따라우리의 현실 이되었는가를여실히보여주고있다. 우리는벌써세번의대통령선거를통하여대한민국국민이자기자신이주권자임을확인하는것을지켜보았다. 또민주주의이상의잣대로재어보면용인될수없는선거운동전략에도불구하고, 국민과선거의패자가다수결의원칙에의해결정된선거결과에만장일치로승복하는것도우리역사는기록하게되었다. 이렇게국민모두가선거의결과에승복한다는것자체가대한민국에서민주주의가 ( 이상에서 ) 현실이되었다는살아있는증거이다. 바로이주권재민의관점에서루소는독일관념론전통을넘어서우리현실에가장가까운정치철학자이다. 따라서우리사회에서국민이주권자임을확신하는지성인은누구나루소의 ꡔ 사회계약론ꡕ을읽어보지않아도뻔한 [ 자명한 ] 원칙론으로여길수도있다. 사실이소책자는주권재민원칙에서출발한연역체계인만큼이론적추론에밝은지성인은아마도단숨에읽어낼수있는지도모른다. 그러나우리연구자들이볼때, 이소책자가프랑스대혁명을거쳐오늘에이르기까지쉬지않고그독자를범세계적으로확대해온것은그이유가그구조의논리적투명성에있는것이아니고그원칙을범세계적으로실
3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현해온세계사그자체에있다. 이런관점에서 ꡔ사회계약론ꡕ 은역사와의관계에서 ꡔ공산당선언ꡕ과유를같이하는책자이나, 주권재민의범세계적실현으로서세계사의관점에선이를훨씬능가하는정치철학서가아닐수없다. 그런데대한민국의국가이념이실현됨에따라루소만이우리에게현실적으로가까워진정치철학자는아니다. 우리의자유민주주의이념이대한민국단독으로우리의자력만으로실현된것이아니고, 그자체가자유민주주의의법세계화운동의일환으로서시작되었고성취되었다. 실제로우리가현재살고있는세계질서는자유민주주의의법세계화운동이이차세계대전이후세계질서를규정해온냉전에서현실사회주의진영에대하여승리한결과이고, 따라서만일한국의실현된민주주의를이자유민주주의가최종적세계질서가된역사로부터분리하면, 우리의현실은인식불가능하게된다. 그러나이와반대로우리가한국을포함한세계현실을자유민주주의이념의세계사적실현의결과로서직시한다면, 루소의주권재민사상만가지고는이세계화된민주주의현실을기술하고설명할수없음을알게된다. 현재의세계정치질서를단순한민주주의가아니고자유민주주의로서정의한다면영국경험론의시조로크는루소보다우리에게현실적으로더가까운철학자임에틀림없다. 왜냐하면오늘날민주주의국가치고대의정치제 (representative system) 를채택하지않은나라가없는데, 이는바로로크가세운정치이론의중추이기때문이다. 이에반해루소는자신의주권재민원칙과대의정치제가양립할수없는것으로보고이를철저히배격하였기때문이다. 루소에게서인민 [ 국민 ] 이주권자이고이주권자의고유 [ 양도불가의 ] 권리가입법권인데, 로크에게선입법권이주권의배타적행사인점은루소와같으나이입법권이대의원들에의해행사된다. 물론로크에게서도대의원들이주권자는아닌것이국민들에의해 선출되어 일정기간동안입법권을행사하기때문이다. 이렇게루소는영국식의회제도, 곧대의원으로입법부를구성하는방식을거부하였기때문에혹자는고대그리스도시국가의직접민주주의가루소국가구상의모델 [ 이상 ] 이었다고주장하고, 혹자는영국식의회민주
3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주의를형식적민주주의라고조롱한마르크스주의전통의대중 [ 인민 ] 민주주의에루소의주권재민사상을접근시키기도한다. 우리가전자의주장에일리가있음을인정하지않을수없는것은루소자신이그의원칙을현실에적용해야할때는, 예를들면 ꡔ폴란드정부에관한고찰ꡕ같은저술에서는이문제에관한고심의흔적을도처에남기고있으니까말이다. 그러나후자의파악에관해선이론적으로피상적이고역사적근거가없는주관적투사, 즉이데올로기에지나지않는다는비평을피하기어렵다는것이우리의판단이다. 루소의국가구상에서인민주권원칙에못지않게중요한것이입법권과행정권 [ 집행권 ] 의엄격한구별인데, 이는마르크스주의이론과역사에새겨있는프롤레타리아독재및일당독재와는양립은커녕서로상충한다. 더구나마르크스주의이론의궁극적목표는프롤레타리아독재를통해 ( 국민 ) 국가의소멸에있는데반해루소정치학의목표는국가 (civitas, polis, civil society, state) 의완성에있는것이다. 지난한세기에걸친마르크스주의이론의세계사적실험이끝난지어언간 10여년이된오늘날, 우리는마르크스주의가근대정치철학의주요주제개념들인천부인권 [ 자연권 ], 행복 [ 물질적번영 ], 주권재민 [ 민주주의 ], 국가 [ 정치 ] 등의모든분야에서완전히실패한이데올로기에지나지않음을마르크스자신이과거의사변철학에맞서서자신의방법론으로표방해마지않았던바로그경험과학에의거하여확인할수있게되었다. 이렇게마르크스주의가역사에의해역사의쓰레기통에폐기처분된것이더욱확실한것은현실사회주의국가진영의붕괴와더불어부활한세계질서는다름아닌마르크스자신이부르주아문명의정치적완성이라고규정한국민- 국가세계체제 (universal system of nation-states) 이기때문이다. 따라서우리는부르주아문명의정치적완성기로회귀하고있는것이며, 이와동시에서양근대정치철학의소생 ( 蘇生 ) 역시역사필연이아닐수없다. 만일서양근대정치철학사의완성을마르크스가시사하는것처럼, 국민국가의이론적구상에서찾는다면, 우리에게부활해오는철학자의순서는아마도헤겔, 홉스, 루소, 로크의순이될것이다. 그러나이철학사의완성을주권재민 [ 민주주의 ] 의관점에서고찰할때는이는루소, 로크, 헤
3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겔, 홉스의순서가될것이다. 다시더나아가이철학사를민주주의와자본주의의이중관점에서고찰할때, 로크가전면에나타나는것은확실하나, 루소의위치가불확실한것은그의부르주아생활방식에대한경계심과더불어스파르타적공민정신 (civisme) 에대한애착때문이다. 헤겔의경우는자본주의, 주관적 [ 개인의 ] 권리, 법치는그의국가철학의골조를이루고있지만민주주의는그의관심사가아니었다고할수있다. 그러나오늘날세계현실을이해하고설명하는데로크가가장적절한개념적틀을제공한다고해서간과해서는안되는점이있다. 국가는무엇보다도먼저권력, 힘그자체다. 아무리정당한권리, 아무리이성적인법도이레비아단의권력에뒷받침되지않으면빈소리, 공허한형식에지나지않는다. 이점에서헤겔과홉스는로크및루소와함께현자유민주주의세계질서를이해하고설명하는데불가결한철학자들이아닐수없다.
3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Ⅱ. 각장별개념체계도 1. 자연상태자연상태 > 근대정치철학 ( 계몽주의 ) > 개인주의국가론 > 평등 > 자족 > 사회 > 시민사회 = 정치사회 > 전쟁상태 > 홉스 > 로크 > 법적관점 > 심리학적관점 > 자연적사회성 > 로크 > 푸휀도르프 > 자연법 > 고대 > 18세기 > 자연법학파 > 이성 > 본능 2. 계약설계약설 > 정치권위의정초 > 정치사회의기원 > ꡔ불평등기원론ꡕ > 개인주의해석
3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 자연법학파 > 정치권 > 부권 > 절대주의테제 > 보스웨 > 람세 > 자연법학파 > 푸휀도르프 > 쥬리외 > 루소 > 사회계약설 > 결합계약 > 종속계약 > 이중계약설 > 푸휀도르프 > 홉스사회계약 > 루소사회계약 > 자유 > 평등 > 법 > 주권자 > 인민 > 일반의지 > 입법권 > 행정권
3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제 3 부 ꡔ 사회계약론 ꡕ 분석 Ⅰ. 자연상태 1. 자연상태의정의 ( 定意 ) 자연으로돌아가자 라는표어는오래전부터교양인일반에게루소사상을대변하는이미지나표상으로서통용되어왔다. 실제로 ꡔ에밀ꡕ, ꡔ 누벨엘로이즈ꡕ, ꡔ고독한산책자의수상ꡕ 등을읽은독자중에루소에대한이오래된통념이마뜩찮은독자는거의없을것이다. 그런데이상식이된듯싶은루소의자연예찬이나자연회귀 ( 自然回歸 ) 사상으로부터그의정치학설의골자가담긴 ꡔ사회계약론ꡕ 에접근하게되면, 루소사상체계의일관성 [ 통일성 ] 부재를탓하거나이책자체를아예독해불가능한책으로치부해버리기십상이다. 그도그럴것이이소책자에는독자의영혼에깊은공명을일으키는그유명한자연묘사가전무한것은말할것도없고, 자연상태에관한내용적언급조차거의눈에띄지않으니까말이다. 이문제가그렇다고해서일반독자에만국한된것이아닌것이, 루소연구가들사이에서도이는루소사상체계내에서국가에대한이론과자연상태에대한생각 [ 구상 ] 을분리시켜후자를전자를위한전식 [ 오르되브르 ] 이나권두 ( 卷頭 ) 화 ( 畵 ) 정도로하찮게여기는데에단서가되고있기때문이다. 국가와자연이이렇게루소에서각각별개의독립적사상체계를이루고있는듯이보이는것은실은루소방법론의독창성에그까닭이있는데, 이는다름아닌 ꡔ인간불평등기원론ꡕ을통해서만이비로소그정체를확연히드러낸다. 나의 ꡔ사회계약론ꡕ 안의모든대담하고독창적인것은이미벌써 ꡔ불평등기원론ꡕ에실려있었다. 루소가그의 ꡔ참회록ꡕ 제9편에서한이말은그의국가론의원천이어디에있는지를지시함으로써앞의두저술을하나로묶고있다. 이제까지정치사회의기초를연구한철학자들은모두자연상태로거슬러올라갈필요를느껴왔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40)
3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자연으로돌아가자 라는생각이적어도정치학에있어선루소의전속물이아니고, 루소가그의정치학저술에서언급한모든학자들에공통된기본방법이었다. 사실자연상태라고하는가설은 17세기중반이후로정치철학의일상적주제가되어있어, 이주제하에홉스, 로크는말할것도없고푸휀도르프 (Pufendorf), 뷔르라마키 (Buramaqui), 볼프 (Wolf) 그리고자연법학파의전법학자를망라할수있는실정이다. 그래서루소의독창성이라는것도이들학자들과의비평적대화를통해변증법적으로드러나기마련이다. 자연상태를상정하는방식을대별하면둘로나눌수있다. 우선문명화된삶과대조되는자연상태란인간이그의동포와떨어져홀로사는상태를말한다. 이문명이전의상태에선, 협업, 분업, 교역, 산업없이인간이홀로삶을꾸려가는만큼, 그의삶의조건은비참하기짝이없다. 다음은정치학에서가장일반적인방식으로자연상태를시민상태 (état civil), 곧정치사회 (société civile, civil society, 시민사회 ) 에대립시킨다. 시민사회와상반된이상태에선사람들은자연적동종이라는사실에서기인하는단순하고보편적인연관이외의그어떠한도덕적정신적유대도맺고있지않으며, 사람을사람에매는모든종류의협약역시부재하는상태에서살고있는것으로상정된다. 따라서이상태에선지배관계, 주종관계, 종속관계따위가존재할리가없을뿐아니라, 사람들사이에해를입히거나선을베푸는일도있을수없는것이다. 이런자연상태의특징은그러므로 고립 이나 고독 이라기보다는 독립 [ 자립 ] 이다. 이특징은창조주하나님이외의모든존재로부터의완벽한독립이기때문에자연상태의 으뜸권리 또는 천부의 [ 자연적인 ] 자유 로일컬어지기도한다. 사람은누구나이렇게자연으로부터자유를부여받은이상, 어느누구도타인에대하여주인이나종, 통치자나신민의자리에있지않으며, 그래서사람은서로간에 평등 하다. 이렇게자연상태를시민상태에대비시키는것은, 결국홉스를제외한당대의모든철학자와모든자연법학자들에게 자연사회 와협약에그기원과근거를두고있는 시민사회 를대립시키는일에다름아니었다. 자연사회와시민사회의차이는한편의평등성내지독립성과다른한편의
3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최고권위에대한복종 의대비에서드러나는데, 로크는전자에서후자에로의이행이결국정치공동체를형성한다고말한다. 인간들사이의자연상태를끝내기위해선협약이필요한데, 그렇다고해서어떠한종류의협약이나이역할을할수있는것이아니고, 오직그것에의해서인간들이공동체에들어가정치체를형성하기로서로함께약속하는협약뿐이다. (ꡔ 시민통치론 ꡕ, 14 절 ) 자연상태로거슬러올라가려는철학자모두에게공통된시도 는, 위에인용한로크의경우가보여주는것처럼, 이렇게국가의역사적기원문제뿐만아니라동시에국가존재의이론적근거 [ 정초 ] 문제를함축하고있다. 따라서우리는철학자가자연상태를어떻게정의하는가의문제는그가어떻게국가를구상할것인가의문제와상관관계에있음을알수있다. 루소자신도그의국가구상, 곧 ꡔ사회계약론ꡕ의독창성은이미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연원한다고말한만큼, 그가여기에서부터자연상태에대한정의문제를놓고다른철학자들과의차별화를시도하는것은당연한일이아닐수없다. 우리철학자들의대부분은자연상태가실제로존재했었는지안했었는지의문을품어볼생각조차하지않았다. 루소의이지적이틀리지않은것은, 사실그를제외한모든사상가들의일반적인경향은자연상태라고하는것이순수한허구가아니라실제로존재하거나했었다고믿는것이었으니까말이다. 물론이들역시과거어떤시점에인류전체가자연상태라고부르는상황안에서살았던적이있었다고주장하는것은아니었다. 이들이인정하고자하는것은, 다만지구상에는아직도사람들이법도정부도없이야만의삶을살아가고있는지역들이남아있다는사실과, 국가 [ 시민사회, 정치사회 ] 들은각각자신의독립을보존하려는데다가서로간의분쟁을심판해줄공동상위자가없기때문에일종의자연상태에처해있다는사실이다. 자연상태는순전한허구가아니고시공의어떤지점에존재한다는이생각을로크는다음과같이서술하고있다. 현재전세계에걸쳐있는다수의독립적통치체제의수장과군주들
3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이자연상태에머무르고있는것으로보아, 지구상에는과거에나미래에나항상자연상태속에사는일정한수의인간이있다는것은확실하다. (ꡔ 시민통치론 ꡕ, 14 절 ) 그런데자연상태의실재성또는허구성의문제에못지않게중요한문제는왜루소를포함한모든철학자들에있어서이자연상태라는가설이국가존재의정초를위한계약이론으로예외없이이어지는가이다. 자연상태에대한개념규정에있어서철학자들간의상이는그들각자국가이론의특수성과연관이있으나, 람세 (Ramsay), 보스웨 (Bossuet) 같은가톨릭계사상가들은아예자연상태가설자체를인정하지않았다. 즉인간은그존재의어떤시점에서도독립 [ 자립 ] 상태에있지않으며, 상하관계, 종속관계가인간의자연스러운 [ 자연적인 ] 상태라는것이이들의신조였다. 철학자들의자연상태를전도내지부정한것이가톨릭계사상가들의 자연적인상태 인만큼, 이들에게는인간중몇몇은통치하도록태어난반면에대다수는순종하도록태어났다는것이당연지사가아닐수없었다. 이들이이런통치질서가자연적인 [ 하늘의 ] 질서라고강변하는이유는, 이들자신이홉스로부터루소에이르는모든근대정치철학이공유하는계약설의근거가다름아닌자연상태라는가설에있다는사실과따라서이가설이결국은통치권의신적기원을지지하는기독교이론을붕괴시키는데에이를것을잘알고있었기때문이다. 앞에서우리가주목한대로, 자연상태는본질적으로각자의독립상태이다. 이를납득하면곧어느누구도타자의권위에종속되어있지않은것이자연의섭리인것을시인할뿐아니라인간은누구나 자유롭고평등하게 태어났다는것을원칙으로설정하게된다. 왕권신수설지지자의대부분이부인한이원칙은그러나자연법학파의모든철학자에게는공통된원칙이었다. 그래서루소자신이인간은본래 [ 자연적으로 ] 평등하다고언명했을때, 이는어떤새로운진리가아니고철학자들사이에상식으로통하는진리를말하고있음을그자신이의식하고있는듯이보인다. 인간을구별하게하는차이점들이있는데, 이의일차적원인내지기
4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원은체질의연속적인변화에서찾아보아야한다는것은쉽사리알수있다. 왜냐하면각종의동물들이어떤물리적인원인으로인하여현재우리가관찰할수있는바의다양성이그들사이에나타나기전에는평등했던것처럼사람들역시본래는서로간에평등하다는것이일반적으로인정되고있기때문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1, 135) 그런데 자연적평등 이라는이원칙의의미를오해하는경우가빈번한데, 이는인간들이재능과힘에있어서평등하게태어났다는것을의미하는것은결코아니다. 단지인간은각자자연으로부터자기자신을인도하기에충분한이성을부여받은만큼, 누가지적, 신체적, 정신적우월성을갖고있다하더라도이사실이그에게타인을자신의권위에복종시킨다든가, 또는자신의의지를타인에게강제할수있는권리를부여하지않는다는것을의미할뿐이다. 우리가천부인권이라고번역하게될이자연상태에서의자유와평등이철학자들에의해사회질서의원칙으로서천명되었을때, 이미시민혁명이나프랑스혁명은시작되었다고말할수있다. 당신의이성이우리의이성보다우월할수도있습니다. 하지만이는당신의이성이우리들의법이되어야된다는것을말하는것은결코아닙니다. (ꡔ 산에서보낸편지 ꡕ, VPW, 3, 126) 그러면이천부인권을침해하지않고어떻게정당한사회질서를세울수있을것인가. 이문제에대한해답이다름아닌확립될권위에복종해야할사람의동의를전제하는 계약론 이다. 모든인간은자기자신의주인으로서자유롭게태어났기때문에, 어느누구도그어떠한이유하에서도다른사람을그의승인없이복종시킬수없다. 그래서노예의자식은노예로태어났다고결정하는것은그가사람으로태어나지않았다고결정하는것과매일반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4 편 2 장, PLE, p.440) 이상의인용문은 ꡔ 사회계약론 ꡕ 의문체상의특징인간결한문장과단호
4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한어조때문에저자가무엇인가새롭고독창적인것을천명하고있다는인상을줄수도있지만, 사실루소는여기서그보다먼저 자연권과정치권 을연구한학자들, 즉로크, 푸휀도르프, 뷔르라마르키등의사상을답습하고있는것에지나지않는다. 군주며백성, 주인이나노예, 이런명칭을자연은전혀모르고있다는것은확실하다. 자연이만든우리는단지사람일뿐, 그이상그이하도아닌존재들인만큼, 그러니까사람은모두평등하며동등하게자유롭고독립적이다. 자연이우리모두에게마찬가지의능력을부여한이상, 우리모두가동등한권리를가지는것역시자연의섭리이다. 따라서이최초의자연상태에선어느누구라도타인을명령하거나스스로를군주로임명하는천부의권리를갖고있다고자처할수없는것은이론의여지가없다. 7) 만일이렇게자연 [ 본성 ] 에의해서사람이타인의권위에복종하는것이아니라면, 명령하는권리, 통치권또는지배권은협정 (convention) 내지계약 (contrat) 으로부터밖에생겨날수가없다. 이계약에의해서개인들은그들의자유와힘을마음껏처분할수있던 자연권 을포기하여이를한인간이나한집회에위탁내지양도한다는말이다. 요컨대, 온갖권위중에서오직그권위에복종할자의동의에기초한권위만이정당하고합법적인권위이다. 이러한동의에의거하지않는모든권위는악행이나강제에지나지않으며, 본질적으로강자의권리아니강자의법에다름아니다. 이상의논구로부터우리는무릇계약설은자연상태라는가설과불가분의관계에있으며그리고후자는전자에필연적으로귀착한다는것이자명한사실임을알수있다. 그런데이제모든철학자가자연적평등이라는원칙에대해서는이렇게의견의일치를보고있지만, 인간의자연적조건에관해선제가끔개념을달리하고있고, 또이것이이유가되어제각기계약조항 [ 조건 ] 을설정하는방식도달리하고있는사실에주목할차례가되었다. 실제로철학자각자의계약이론내용은그의자연상태에대한구상과밀접한연관속에서규정되고있으니까말이다.
4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우선홉스의경우에서도, 그의사회계약조항들이자연상태에있는인간들의비참한정황에서불가피하게도출되었음은자명하다. 그에게서자연상태는다름아닌전면적전쟁과광폭한혼돈의상태이기때문에사람들은예외없이그들의자연적자유를유보없이양도하여절대적권력에순종할것을약속하는것이다. 이런계약조건은누가보더라도만인의만인에대한전쟁보다는유리할것이고, 그러니까삶의본능, 곧죽음의공포뿐아니라, 이성역시모든수단을다하여이상태에종지부를찍을것을촉구하는것이다. 또한같은논리에의해, 로크의자유주의적계약론역시자연상태에관한그의사상에의해설명된다. 로크에있어서자연상태에살고있는인간들에게는이미자연법에따른의무사항들이있으며, 이로인해이원시적인간조건은벌써상호원조와평화의상태인것이다. 바로이런배경때문에시민사회에들어와제정되는법의목적도자연법을비준하고자연법에따른의무사항들을공고히하는데에지나지않는다. 그러므로로크에있어서국가의제기능이극단적으로제한되고그역할이자연법에의해인정된개인적제권리의보호에한정되는것이다. 또무릇도덕성자체가시민사회형성에선행하는만큼, 국가는달리수행할도덕적사명이없으며, 그활동은구성원의재산, 자유, 생명의보호에한한다. 사실자연상태에대한로크의기술이거부되면그의전시스템은그자리에서주저앉고만다. 그러면루소의계약론과자연상태에대한그의구상은어떠한상호관계에있는가. ꡔ사회계약론ꡕ 의서설에해당한다고보아야만하는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루소는자신의입장을다음과같이밝히고있다. 만일내가여기서자연상태라고하는이가설에대해너무상세히지루할정도로논하였다면, 그까닭은고질적인선입견들이나오래된착오들을일소할필요를절감한나머지, 문제의뿌리까지파고들어가참된자연상태의그림을통하여불평등이라는것조차이상태에서는우리저술가들이주장하는만큼의실재성이나영향력을갖고있지않은것을보여주어야만한다고믿었기때문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66)
4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이원문을통하여우리는루소가자연상태에대한자신의묘사에부여하는가치와중요성을알아볼수있다. 또루소자신의자연상태에대한 ( 최종적 ) 정의는여타철학자들의착오와편견을지적하고교정하는과정을거치면서드러날것이다. 사실루소에게있어서도, 홉스나로크의경우와마찬가지로, 자연상태에대한사상은그의국가론전체를조감하고있다고해도과언은아니다. 그의경우이성과도덕성은국가생활덕분에비로소개발되고실제성을갖게되는데, 이는그자신이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주장한바대로, 자연인은이성을오직 가능태 로서밖에갖고있지않으며, 그의동류와는어떠한도덕적관계도맺지않고살아가기때문이다. 이런의미에서 ꡔ불평등기원론ꡕ 은 ꡔ사회계약론ꡕ의서론구실을하고있고그래서이것과는불가분의일체를이루고있다는말이다. 2. 전쟁으로서의자연상태 1) 루소의방법론자연적평등이라는원칙자체에대해서는철학자모두가찬성이라면, 반면자연상태를평화상태와전쟁상태양자중어느쪽으로규정할것인가의문제를놓고서는이들은서로갈라진다. 홉스에게는, 자연상태에서인간들은제각각의독립을누리고있는데, 이독립상태가모두가모두에대한전면전 ( 全面戰 ) 으로전락하는것은불가피하다. 이에반해로크, 푸펜도르프그리고법학자들대부분은자연상태는 평화와상호원조 의상태임을주장하고있는것이다. 자연상태에대한이런긍정적인견해는사실 자연인 에게 정당과부당의관념 이나 사회적애착 이있다고상정하는데 에서기인한다고지적하는것이또한 ꡔ불평등기원론ꡕ서문에나타나는루소의입장이다. 만인은만인의적으로태어났다고주장하는홉스에반해서, 인간은선천적으로나본성상사회적 [ 사교적 ] 이고자연법에따라산다고주장하는로크는양자의차이를다음과같이강조하고있다. 자연상태와전쟁상태는평화, 상호보존, 원조, 호의의상태와상
4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호파괴, 폭력, 악의, 적개심의상태의경우와마찬가지로서로다르고, 관계가멀다. (ꡔ 시민통치론 ꡕ, 14 절 ) 그런데한편자연상태가평화상태인것은인정하면서도, 다른한편홉스이론이나로크이론모두반박하는것이다름아닌루소의입장인것이다. 비록이들의견해가상반된것이기는하지만, 이들은 방법상 의 동일한오류 를범하고있다는것이루소의지적이다. 그보다앞서모든철학자들이자연상태까지거슬러올라갔지만그들중어느누구도완벽가능성 (perfectibilité) 이나사회에서의삶이인간본성 (la nature de l'homme) 에초래한심오한변모를고려하지못했다는것이루소방법론비평의핵심이다. 만일인간연구에있어서그들이발생적 (génétique) 방법을따랐다면, 복잡하게엉킨인간의심성이여러단계의변화를거친결과임을풀어보일수가있었을것인데, 그들의연구방법은분석적 (analytique) 이었다. 또자연이만든그대로의인간을연구하는대신에그들은그들의눈앞에있는인간을관찰하였을뿐인데, 이는그들이그들의연구대상인인간이수세기에걸친문명과사회적삶에의해형성되고변형되어왔다는것을자각하지못하였기때문이다. 따라서철학자들이자신처럼발생적방법을따르지않고분석적방법을취한결과범한오류를루소는다음과같이비평하고있다. 홉스를비롯한철학자들의잘못은자연인을그들의눈앞에있는인간들과혼동하고한시스템에서나존속할수있는존재를다른시스템으로이전시킨데에있다. (ꡔ 전쟁상태 ꡕ, VPW, I, P306) 로크의추론체계는와해될수밖에없다. 이철학자의전변증법조차그가홉스와여타철학자들이범한오류를다시범하지않도록하는데아무런보장이되지못했다. 그들이설명해야할사태는다름아닌자연상태인데, 이상태는인간들이 저마다따로따로떨어져 살았던, 그러니까누가누구곁에남아있어야할동기가없고인간들이함께모여서로가이웃이되어살이유가없었던상태인것이다. 더욱이그들은장구한세월이자연상태와그들사이에서흘러갔다는것은상상치도못했는데, 사실이흘러간세월동안인간들은항상서로가까이머물러야할이유가있었고, 한남자가한여자곁에거주해야할까닭이있었던것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216)
4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결국발생적방법이아니고분석적방법을따른철학자들은모두문명인을야만인으로부터갈라놓는역사작용을제대로알아볼수가없는것이다. 그러니만치이들은원시적충동과인위적정욕, 천부의것과사회적획득형질내지문명의산물, 자연으로부터받은것과사회에서유래하는것등의차이를식별하지못하기마련이다. 모두가끊임없이욕구, 필요, 탐욕, 억압, 욕망, 자만심등에관해서논하면서실은그들이사회상태에서채취한관념들을자연상태에다옮겨놓았던것이다. 야만인, 원시인을말하면서실은문명사회의인간을그리고있다는말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41) 이렇게그이전의학설들을비평하면서루소는자연상태에서의인간에대한자신의생각을전개시킨다. 자연인또는원시인의삶의방식과사고방식을규정하는데에있어서여타철학자와이렇게차별화된루소의추론원칙은자연인은홀로떨어져생을살아간다는것이다. 물론이렇게제각기하늘과땅사이에흩어져 (en dispersion) 사는자연인은동류인 [ 그와유사한 ] 타인간들과아무런교류도없고서로간의개인적인인지도없으며, 심지어는타인들이그와같은종 ( 種 ) 에속한다는사실조차의식하지않고살아간다. 각자가다른사람들보기를마치다른종의동물들을보는듯하다 는 ꡔ불평등기원론ꡕ 의표현은자연인은동종의식, 인류의식, 연대의식이없는, 자연과의관계이외에는아무런인연이없는, 안팎으로고립된동물과같다는것을시사한다. 루소또한계몽시대의대부분의학자들처럼 야만인 에관한이론을세웠으나, 이런경우에도 자연인 연구에있어서의그의추론원칙을떠나지않았다. 그역시탐험가들의진술, 여행가들의이야기등을읽고이에실린 사실과관찰들 을참조하였는데, 이는어디까지나이차적인중요성밖에없었으며그것도오직그가거기서자신의추론원칙을확인하고또이로부터출발한자신의연역을검증하기위한수단을발견할수있는경우에한하였다. 그도그럴것이루소의방법론에선 어떤문제에대해성찰 [ 이론적사유, réflexion] 이우리에게알려준것은관찰이뒤따라와서이를확증하기 때문이다. 루소의사유는 사실과관찰 로부터출발하는귀납
4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적사유가아닌만큼, 관찰은언제나사유가이미 이론적 으로 상정 해놓은것의검증 확인으로서만개입하게된다. 그러므로루소의자연인은야만인에대한경험과관찰에앞서는이론적가설이요논리적허구라할수있다. 자연인과경험적사실의관계에서전자가후자에선행하기때문에루소는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 자연인의진정한모습을찾으려면우선사실들을제쳐놓는것으로시작하자 고말하고있다. 그런데하늘과땅사이에아무런연고없이저홀로사는자연인, 이논리적허구의목적은흔히잘못생각하고있는것처럼자연예찬이나자연회귀에있지않고, 사회적사실, 역사적사실의총체인문명사회의비판에있는것이다. 이논리적허구에의한문명사회비판의결과가다름아닌루소의국가론이다. 다시말하면 ꡔ사회계약론ꡕ에서제시된대담하고독창적인모든것은이미 ꡔ불평등기원론ꡕ 에서시작되고있었다. 2) 루소의홉스비평 : 전쟁상태홉스는자연상태를전쟁상태로규정하는대표적인철학자로서, 그에대한루소의비평은 ꡔ불평등기원론ꡕ 제일부, ꡔ사회계약론ꡕ 일편 5장의한대목, 단편 ꡔ전쟁상태ꡕ에서행해지고있다. 홉스의 각자의모두에대한전쟁 이론을공격할때, 루소는 부조리하고도역겨운사상체계, 끔직하고소름끼치는사상, 터무니없는학설, 해괴한이론 등의과격한언사를가차없이사용하고있다. 하지만이런극단적인어법에도불구하고루소가홉스논증법의가치를모르고있지않았던것이분명한것은, 그가 ꡔ제네바초고ꡕ에서홉스이론과상반되는 자연인의사교성 이론을반박할때홉스논증법으로부터착상을얻은바가적지않기때문이다. 게다가루소자신도인간들이일단사교적이고영악하게되면전쟁내지적대상태가발생할수있다는것을인정하고있으니까말이다. 그가홉스에서부정하는것은전쟁상태가종 ( 種 ) 으로서인간의천부의자연상태라는주장이다. 홉스의잘못은전쟁상태를독립적이고사교적으로된인간들사이에확정하지않고오히려이상태를인류의자연적인상태로서상정하고모든
4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악폐의원인으로서설명한데에있다. 사실전쟁상태는모든악폐의원인이아니고결과인데도불구하고말이다. (ꡔ 제네바초고 ꡕ 1 편 2 장, VPW, I, 453) 전쟁상태가인간의자연상태라는주장은진실로부터거리가먼이야기다. 전쟁은사실평화에서생겨나거나, 인간들이지속적인평화를확보하려고취하는예비조치에서비롯되기때문이다. (ꡔ 전쟁상태 ꡕ, VPW, I, 305) 이렇게루소와홉스의기본입장이상반되는것은, 후자가이중의오류를범하였기때문이라는것이전자의지적이다. 즉홉스는전쟁상태에대한틀린관념에더하여자만심내지오만의성질에대한착오를범하였다는것이루소의이중비평이다. 따라서루소의전쟁상태에대한비평은 법적관점 과 심리학적관점, 이두단계를거쳐진행되게된다. (1) 법적관점 만일전쟁이있다면, 그것은결코사람들사이에서아니고오직국가들간에서만발생한다. 8) 전쟁에대한루소의이런규범적인사고는한편국가와법에대한루소의사상을함축하고있으며, 다른한편전쟁에대한홉스사상의모호함을지적하고있다. 사실홉스가인간의인간에대한전면적전쟁을논할때, 그는이말을통속적인의미로그냥사용하고있는데, 만일이말을법적인의미로취할경우개인들간에진짜전쟁은자연상태에서든정치사회에서든일어날수없는것이분명하다. 자연상태는 독립 상태, 곧공동상위자도심판관도없는상태이기때문에, 누구든다른사람의생명, 자유또는재산을탈취하려고폭력을사용하는자는그상대방과전쟁상태에돌입하게된다는것은루소이전의모든철학자가인정했던점이다. 그런데자연상태에선개인들간에전쟁이있을수없다고주장함으로써루소는이전통에대해서하나의역설을제기하고있는셈이다. 도대체이역설의참뜻이무엇인가를이제알아보기로하자. 두사람이다투고, 치고받고, 심지어서로죽이는일이있다고해서,
4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이를가지고양자사이에전쟁이일어났고, 둘은서로적이다, 라고단정할수는없다. 전쟁다운전쟁이있으려면, 첫째적대관계가일정한기간동안지속되어야하고, 둘째서로가피해에대한보상을얻을목적으로싸워야한다. 그런데이두조건중의어떤하나도자연상태에서는충족될수없는것이다. 사실누가보더라도, 한나절안에끝나는양자또는다자간의격투가진짜전쟁의특징을이루는장기간의적대관계와는다른것이자명하다. 전쟁이란확고부동한관계를전제하는지속적인상태다. 이런관계가사람과사람사이에성립되기가거의불가능할수밖에없는것은자연상태에선만물이유전 ( 流轉 ) 하고있기때문이다. 그러니만큼어떤다툼거리가생겨나도그즉시사라지게마련이고, 분쟁은시작되면한나절이상갈수가없기마련이다. 따라서자연상태에서격투와살인은있을수는있으나, 장기적인적대관계나전쟁이존재한다는것은거의불가능에가깝다. 9) 이상의구별은그러나어디까지나외적차이에의거한구별이다. 루소는이문제를 ꡔ사회계약론ꡕ에서심층적으로다루어이번에는논거를더이상전쟁의지속기간에서가아니라그대상 [ 목적, objet] 에서끌어낸다. 사실전쟁을아무분쟁이나또는단순한일개의복수와혼동해서는안될일이다. 왜냐하면거기서의목적은결코상대방을죽이는것이아니고, 그로부터피해에대한보상을강제로얻어내는것이기때문이다. 그런데만인이만물을공유하는, 그러니까소유 [ 재산 ] 의경계가없는자연상태에선침해 ( 侵害 ) 라는것자체, 월권 ( 越權 ) 이라는것자체가있을수없는것이다. 그러므로전쟁상태는소유의제도화, 곧정치사회의수립이전에는개인들간에있을수없는것이다. 이점에관해서루소는홉스뿐아니라로크와도견해를달리한다. 로크나푸휀도르프가자연상태에서도전쟁상태가존재할수있음을인정한것은, 그들은소유를정치사회설립에선행하는 자연권 으로생각하고있었기때문이다. 이와는반대로루소에게는 소유권 은어디까지나그기초 [ 존재근거 ] 가 사회질서 에
4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있는까닭에, 자연상태에선피해, 침해, 전쟁따위는있을수없는것이다. 루소는이점을 ꡔ사회계약론ꡕ의한대목에서지나치게간결해서일종의수수께끼같이여겨질수있는문장으로재차주장하고있다. 사람관계가아니고사물관계가전쟁을성립시킨다. 다시말하면전쟁상태는단순한개인적관계로부터는발생할수없고오직실재적관계에서만생겨날수있는만큼, 사적전쟁또는개인대개인의전쟁이란, 불변의소유권이존재하지않는자연상태에서든, 만인이법의통치하에있는시민상태에서든있을수없는것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4 장, PLE, 357) 물론 ꡔ사회계약론ꡕ이간결하면서극히압축된문장으로짜여진 소논문 이라는사실을참작한다하더라도, 루소가위에인용한대목이상으로전쟁에관한그의논증을전개하지않은것은, 이문제가철학자누구에게나자명한원칙으로인정되고있다는것을그스스로가알고있었기때문이다. 실제로루소이전에로크나푸휀도르프같은학자들은개인들이일단국가의구성원이되면그들자신의분쟁사안에대해서나침해자의징벌에관해서더이상심판권이없으며그들의분쟁을재판관의중재에맡겨야한다는것을증명한바있다. 자연상태에서발생할수있는전쟁의경우, 분쟁당사자들사이에서사안을결단해줄공동의권위가존재하지않는까닭에하늘밖에호소할길이없거나, 사소한분쟁이라도타협없이일방적으로단숨에종료될수있다. 그래서사람들은그들나름대로사회를형성하고자연상태를떠났던것이다. 사실지상에하나의권위, 하나의권력이있다면, 사람들은이것에호소할수있어전쟁상태는더이상존재하지않고분쟁역시이권력을부여받은자에의해서해결될것이다. (ꡔ 시민통치론 ꡕ 21 절 ) 이렇게루소이전의철학자들에게는시민사회에서는개인들간에전쟁은있을수없다는것이주지의사실이었던만큼, 루소의독창적기여라고할수있는것은, 그것도철학자들의만장일치에반하여, 개인들간의전쟁은자연상태에서도있을수없다고입증한점이다. 그러면이두종
5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류의상태중그어느쪽에도전쟁이있을수없다면, 전쟁은결국 공적인격체 (personne publique) 곧 국가 간에만일어날수있다는것이루소의결론이다. 전쟁은인간대인간의관계가아니고국가대국가의관계이기때문에, 그상태에서개인들이서로적이되는것은오직우연적인일이며, 그것도인간이나 시민 [ 국민 ] 으로서가아니고병사로서뿐이다. 즉개인들은조국의구성원으로서가아니고그방어자로서만서로적이되는법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4 장, PLE, 357) (2) 심리학적관점 인간대인간의보편적전쟁은결코없으며, 그리고인간종은서로파괴한끝에멸종 ( 滅種 ) 하려고생겨난피조물이아니다. 10) 루소의이말이틀리지않은것은각개인의생명보존이종의희생을대가로하여이루어진다는주장이이치에맞지않기때문이다. 만일인간의자연본성이홉스가기술한바대로라면인류는존속해나갈수가없을것이다. 자신의안녕이자신이속한종의파멸에결부되어있다고믿을동물이천지간에있을수있을까. 또이렇게해괴하고가증스러운종이과연두세대동안이나마존속할수있다고상상할수있을까. 11) 우리가루소의이통렬한비평을수긍할수밖에없는것은, 종의창조목적이종의자기파괴를내포하고있다고생각할수없기때문이다. 자연은개인의보존을위해서와마찬가지로종의보존을위해서도필요한모든것을마련해주고있다. 즉생의본능이전자와후자의보존을동시에확보해주는역할을하고있다는말이다. 그러면어째서홉스는이와상반되는견해를주장하는것인가? 그자신이설정한제원칙에입각하여추론했다면홉스는의당자연상태는우리의생명보존을위한배려가타인의생명보존을위한배려에해를끼칠가능성이거의없는상태인만큼, 따라서평화에가장알맞고인
5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간종의번식에가장유리한상태라고말했어야했다. 그러나홉스가말한것이이와는정반대의것이었던것은, 야만인의자기보존본능에사회생활의산물인잡다한정욕을개입시켰으니까말이다. 더욱이야만인의보존본능은자연적으로충족될수있는반면, 사회인의다양한정욕은그자체가법제정을필수불가결하게만들고있는데도말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 여기서우리는루소심리학의핵심사상중하나를만나게되는바, 이는루소사상체계자체의근간을이룰뿐아니라더나아가현대사회심리학이나마르크스-엥겔스이데올로기비평에관해서는선구자적역할도한다. 즉이사상에의하면, 대부분의욕망 [ 욕심, 정념, 정욕, passions] 은그기원이 사회적삶 에있을뿐아니라, 또그것은인간이그의동류와의계속적인교류를통해서만이획득할수있는지식과지혜의덕분으로발전하게된다는것이다. 그런즉루소는스토아철학자처럼한편의원시적충동내지자연적성향과다른편의여론 [ 세론, opnion] 에기인하는욕망을구별하고있고, 또같은이유로 원시인또는야만인은이렇다할욕망에노출되는일이거의없다 고설파하는것이다. 그기원이스토아철학에있는이근본적인구별로부터루소는다종다양의사회 문화현상에대한판단을도출하고있다. 우선몇가지사례를들어보자. 사랑조차도다른모든정욕과마찬가지로사회적삶에들어와서야비로소흔히인간에게치명적인타격을가하는그격렬성을획득하게되었다는것은이론의여지가없는사실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64) 사회적인간이란언제나자기자신으로부터나와서세인의여론속에서살줄밖에모른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95). 내가보니까잡다한욕심가운데서세론이자신을높여요지부동의왕좌에오르고, 어리석은인간들은이렇게세론의왕국의신민이된나머지타인의판단위에자신들의인생을세우는구나. (ꡔ 에밀 ꡕ, VPW, Ⅱ, 185) 그러면이런 사회적동물 의심리와대조되는 떨어져홀로사는 자연인의심리는과연어떠한것인가? 원시인 [ 자연인 ] 심리의특성
5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을나타내는것은결국정욕의고요, 영혼의평온, 스토아적현자의아타락시아와유사한무위자연 ( 無爲自然 ) 이아닐수없다. 그의영혼을동요시키는것이전무한만큼, 원시인이숨쉬며발산하는것이라곤안온과자유뿐이다. 즉그가원하는것이라곤그저살고무위 ( 無爲 ) 상태로남아있는것뿐이다. 그래서그이외의다른모든대상, 목적에대한그의무관심에는스토아철인의아타락시아조차접근할수없는바가있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95) 게다가그러면루소의자연인은동양의은자나도가의신선과도같은심성을갖고있단말인가? 이런질문은물론우리가 ꡔ불평등기원론ꡕ을 ꡔ 정치적권리의제원리ꡕ로부터독립시켜그것만을읽는다면그나름대로타당성이있을수도있겠으나, 루소방법론의기본사항중하나를간과하고있는것또한사실이다. 루소의자연인은어디까지나사유하는이성의산물, 즉논리적허구요실험적가설이니만큼, 사유하는이성으로서루소는자연인이그자체로서존재하는실체인지아닌지단정할수있는입장에있지않은것이다. 다시말하면루소에게 그것은현재존재하지도않고지금까지존재한적도없으며앞으로도존재할것같지않은그무엇인것이다. ( 사유하는 ) 주체와대상, ( 사유내용인 ) 관념과 ( 대상의 ) 실재성, 이런인식론상의기본적구별이동양고대사상에는없었다는것이필자의생각이다. 만일루소가상정한자연인이천하태평의성질이라면, 홉스의자연인은그의자만심 [ 허영심, pride] 으로인해만인에대한만인의전쟁상태에서살아가고있는것이다. 그의동류들과함께살면서사람은필히그의처지를그의동류들의것과비교하게되며, 또그가행복할수있는것은이비교가그에게유리하게돌아갈때만이다. 사실, 그의행복의실체는이비교에서오는우월감의소치다. 그러니까행복은절대적인것이아니고상대적이라는말이다. 결국자연상태에서전쟁상태가불가피한까닭은인간은누구나자신이타인보다우월하다는환상을갖고있고타인보다더많은것을소유하기를원하기때문이다. 그러니만치타인이소유하고있는것이자신에게는없으면, 자신이왜소하게보이며허영심이상처
5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를받기마련이다. 이래서누구나행복의추구에있어서모든사람의경쟁자요, 적수요, 방해꾼이될수밖에없는것이다. 이런기초적인심리적사실이바탕이되어 명예, 부, 권위 를쟁취하려는영구적인경쟁과끊임없는투쟁이일반화되는것이다. 이런홉스이론에대해루소가비평하고자하는것은홉스의심리학적통찰그자체가아니고, 단지그것이자연상태에적용될수없다는점이다. 전쟁상태의원인을 자만심 에서찾아냄으로써홉스는사실심오한심리학자의모습을보여주고있으니, 그의유일한잘못이라고한다면그것은다만인위적인정욕, 즉사회적삶에서유래하여반성적사고 (réflexion) 에의해생산된이차적정욕을 자연적인감정 으로간주한점에있다. 홉스가그파괴적인결과를적절히기술하고있는자만심또는허영심은사실그가믿고있는것처럼원시적정욕이나욕망이아니며, 또어떠한경우에도 자기애 내지 보존본능 과혼동되어서는안된다. 이구별은루소심리학의관건을이루고있으며, 루소는 ꡔ불평등기원론ꡕ의홉스를겨냥하는것이틀림없어보이는한주석에서이점을재차강조하고있다. 자기애와자만심을혼동해서는안되는것은, 이두욕망은그성질에의해서나그영향에있어서매우다르기때문이다. 자기애는자연적인감정으로서모든동물로하여금자기보존에주의를집중케하며, 게다가이성에의해인도되고동정 [ 연민 ] 에의해조율되면인류애 (humanité) 와덕성을만들어낸다. 이에반해, 자만심은사회안에서생겨난인위적이며상대적인감정에지나지않는것으로서각개인으로하여금다른누구보다도자기자신을존중케하며, 또이것은명예심의진정한원천이면서도동시에인간들마음에서로간에행할악의생각을불러일으키는영감의원천이기도하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217) 만일홉스가자만심의 결과 만을기술하는데에만족하지않고자만심의 기원 내지발생과정을추적했다면, 비교에기초하는이런상대적감정이인류진화가어떤특정한단계에도달하였을때만나타날수있었던것을인지하였을것이다. 사실이상대적감정의전개와발전은인간관계의정착과반성적사고의사용을전제조건으로하고있으니까말
5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이다. 우리인간에게있어서자만심내지허영심이반성적사고에선행할수없는것은, 그자체가인간들간의상호비교능력과동류로서의동일 [ 같다는 ] 의식을전제하고있기때문이다. 이에반해, 홀로살아가는존재는본능이외에다른길잡이가있을수없으며, 그러니까 그의동류도타류의동물들보는듯이 하는것이다. 이런존재가자만심이나허영심의기원이되는비교를자기자신과동류에대해서한다는것은말이안된다. 그러므로자만심이란자연상태에서실존하지않는다. 나는우리들의원시상태, 곧진정한자연상태에서는자만심은존재하지않음을천명하는바이다. 왜냐하면각개인은자기자신을지켜보는유일한관찰자며, 천지간에자신에관심을갖는유일한존재며, 자신의행위에대한유일한심판자인만큼, 동류와의비교에서발원하는자만심이그에게생겨날리가없기때문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217) 그리하여자만심을자연적감정의일종이라고결코말할수없는것이다. 자만심은사교성의발전및이로부터결과하는반성적사고와결부되어서만이나타나니까말이다. 여기서우리는앞서 법적관점 에서다루었던논증법이이번의 심리학적관점 에서도다시적용되는것을알아볼수가있다. 지속적인인간관계의항구적정착은그자체가전쟁상태의기원이되면서, 동시에전쟁상태의원인이라고할수있는감정의원천이기도한것이다. 이와는반대로자연상태가평화상태일수밖에없는것은그것이고립 (isolement) 상태이기때문이다. 반려자도동반자도없을뿐아니라그의동류와아무런도덕적관계가없는자연인에게그의처지를그들의것과비교할성향이나적성이있을리가만무한것이다. 그러니만치자연인은타자보다우월하지못하든가또는타자로부터평가를받지못하든가하는이유로번민할일이있을수없으며, 하기야그는애당초무엇이세론의멍에인지무엇이자만의욕정이니아예모르니까말이다. 이렇게자신을만족시키는데자신으로충분한 (autarachie) 자연존재에게우세 압도에대한흥미나근심이있을수없다. 오직자만심이개입할때만이인간들은서로경쟁자, 원수가되는것이지물리적안녕이외의행복을모르는자연인에게는정녕코투쟁이란있을수없다.
5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그의욕구는그의육체적필요를넘어가는법이없다. 이우주에서그가알고있는유일한재화 [ 선 ] 란음식물과하나의암컷과평안뿐이다. 또그가두려워하는유일한악이란고통과배고픔뿐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51) 원시인은배불리먹고나면온자연과자신을아우르는평화속에거하며그의동류들의친구가된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62) 이러한루소비평을통해홉스심리학이이중오류를범하고있음이드러난다. 홉스는사회에서만발생하는인위적이고상대적인감정을자연인에게부여하는오류에다가, 개개인에있어서자기애의작용을완화시키면서종전체의상호보존에기여하는자비심의실존을인정하지않는오류를범하고있었던것이다. 그래서홉스는사회적삶에서만나타날수있는이차적감정을원시적충동으로착각하였으며, 자연상태에서이미인간에게존재하는자비심의완화작용을고려하지못했던것이다. 이같은두잘못이루소가심리학적관점에서 ꡔ레비아탄ꡕ의저자를비난한점이다. 물론루소가홉스의사상체계를비판한첫번째학자는아니었으나, 그의논법은그러나그시대에학자들이보통홉스의역설에반론으로내세우는논법이아니었다. 이런의미에서 ꡔ사회계약론ꡕ 저자의독창성은, 저자스스로가주지시키려한것처럼, 이미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부터시작되고있는것이다. 3. 자연적사회성자연상태에관한홉스이론에대해루소가한논박은사실선량함을인간의자연적본성으로주장하는이론의부정적측면이다. 루소의홉스논박은일찍부터학자들사이에주지의사실이었지만, 반면루소가홉스의것과상반된이론역시거부하고있다는사실은오랫동안간과되어왔다. 그것도그럴것이, 루소자신이자연적사회성 [ 사교성 ] 이론의 체계적논파 를시도한것은 ꡔ사회계약론초고ꡕ 에서뿐이었으며, 더욱이후에 ꡔ 제네바원고ꡕ라고명명될이초고자체도 1887년이나되서야간행되었으니까말이다. 12) 그러나이런체계적인논박의부재에도불구하고, 우리는이미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저자의진정한생각을의심할여지없이보여주
5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는상당수의상술된비평대목들을발견할수있다. 그런데인간의자연본성으로서사회성에대한루소의독특한비판에도불구하고, 이사상자체는이미고대부터모든철학자에의해인정된원리중하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이원리를 도덕과정치 에관한그의저술어디에서나확립하고있다. 인간은그와자연적유사성을갖고있는자들과의관계에서사교적인동물이다. 그래서정치사회 (polis) 밖에도사회와정의같은것이있게마련이다. 또한스토아철학의원리에따라사유한키케로역시완벽한고립속에서살기를원하는인간이란있을수없다는것을공리적사실로서정립하였다. 그래서근대에들어와이번에는그로티우스, 푸휀도르프, 쿰베르란트 (Cumberland) 등이인간의자연적사회성을논했을때, 이는사실고대철학, 특히아리스토텔레스나스토아학파에의해정립된이론을다시계속한것에지나지않는다. 그러나이들중푸휀도르프는이이론의창안자는아니면서도그의저서 ꡔ자연법과국제법ꡕ의제2편에서이이론을매우명료하게진술한장점이있을뿐아니라, 이제2편이또한루소자신이가장주의깊게읽은책중하나이기때문에, 우리에게는여기서그의진술을살펴보는것이긴요하다. 푸휀도르프에있어서인간의자연적사회성은두종류의양상으로대별되어기술되고있다. 우선자연적사회성은우리를다른사람들과결합시키는자연적동일성을의식하고그들이우리와함께같은종 ( 種 ) 에속하는동류라는이유만으로그들을돕는것에서드러난다. 이런경우의사회성은따라서비이기적인감정이요, 일반적인우정이며, 우리와온인류를잇는보편적인온정이다. 자연은틀림없이모든인간간에우정일반을법으로제정하였으니, 인간은누구든지엄청난죄악으로인해그자격을상실하지않는한이우정으로부터배제되어서는안된다. 창조자의섭리에따라자연법은인간본성과완벽한조화를이루고있어전자의준수는언제나인간에게유익하고따라서이일반적인우정역시그것을존중하는모든자에게득이될것은분명하다. 그러나이의근거를규명하는문제에
5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있어서, 그해답은이로부터끌어내는 유용성 에서가아니고동일한자연본성의일치에서찾아야할것이다. 이런비타산적인인정 [ 온정 ] 은사회성중상급의형태를대변한다고할수있으나, 사회성중이해타산적인형태의것도있다. 우리가우리의자연본성의명령에따라사교적이라고해서, 이것이우리는우리자신을망각해야한다는것을의미하는것은아니다. 사회성의목적은오히려이와반대로교제를통한도움과봉사의교환에의해각자가자신의이익을더욱잘챙길수있는데에있다. 13) 이렇게정의된사회성이란결국상호이해증진, 서비스의교환, 즉이기심이언제나무엇인가이득이될것을꾀하는교역에다름아닌것이다. 푸휀도르프가이렇게사회성의두번째양상을강조하는것이기이하게생각될수도있겠지만, 실은그가여기서목적하는바는홉스를논박하는것이고또이런목적에서사회성이이기심 [ 자만심 ] 과일치함을제시하는것은매우훌륭한논법이아닐수없다. 그것도그럴것이자연으로부터이성을부여받은존재들이자기자신들의생명보존을위해서라도서로가서로를필요로한다는것을자각한이상, 서로해를끼치는일보다는오히려상부상조를꾀한다는것이당연한생각이니까말이다. 좀더고상한감정이부재한다해도, 이기심이우리를사회적인존재로서처신하도록강요하는바이다. 게다가우리가설사인간은본래자기자신의이득만을꾀한다는것을용인한다할지라도, 자연상태 와 사회적삶 이서로상반되는것은아니라는점은인정해야할것이다.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루소가한일은자연법의근거는이성에선행하는두원리, 즉자기애와자비심 [ 동정심 ] 에있다고주창함으로써사회성을자연법에서배제하는것으로그친다. 자연법의모든법칙은사회성원리를개입시킬필요없이우리정신이자기애와자비심, 이두원리를조합하고결합시킬수있는데서기원한다는것이나의생각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서문, VPW, I, 138)
5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루소가이문제를좀더철저히다루게되는것은 ꡔ제네바초고ꡕ의제2 장 인류의일반사회에관하여 에서다. 이곳에서루소가내리는결론이다름아닌인류의원시상태에서인간일반을아우르는 자연사회 란있을수없다는것인만큼, 우리는이를통하여자연적사회성이론에대한루소의논박을발견하게된다. 실제로루소는여기서일찍이푸휀도르프가구별했던두형태의사회성에의거하여그의논증을진행시키고있는바, 이는결국사회성의첫번째형태는거부하고오직두번째형태만유보할작정에서였다. 루소에따르면우리를우리의동류 (nos semblables) 에접근시키는것은결코푸휀도르프가믿는것처럼동일한자연본성의일치가아니고, 우리가그들로부터끌어낼수있다고기대하는이득이다. 사실우리는타인의도움없이는살수없게되었을때만비로소사회적, 사교적동물이되는법이다. 이러한타인의필수적도움때문에사회일반의형성을위한최초의인연이맺어지며, 또그것이보편적온정의토대이기도하다. 물론이보편적온정은각자가그것을함양할의무는지지않고단지그것의열매만을따먹으려고하기는하지만말이다. 이맥락에서자연적본성의동일성은아무런영향도미치지않는다. 왜냐하면자연적동일성은인간들에게결합만큼이나다툼의소지가될뿐아니라, 그들사이에이해와합의못지않게질투와경쟁심을일으키는원인이기때문이다. 14) 루소의이고찰에는한편그의홉스에대한이해가반영되어있고, 다른한편푸휀도르프의이틀에박힌생각을반박하려는명백한의도가실려있다. 인류보편적온정이라는것은동일한자연적본성의일치, 즉인류라는동일사실이외의그어떤동기도그어떤근거도전제하지않는다. 15) 이상으로부터우리는루소에게는사회성의형태는둘이아니고단하나인것을알수있다. 즉그것은사회적유대는개인적이해득실계산에좌우된다는형태의사회성이다. 그러나여기서문제가되는것은 자연적사회성 은아니라는점에주의해야할것이다. 그도그럴것이문제의장 ( 場 ) 에서는인간들이수고, 알선, 조력따위를교환하여수많은욕
5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구를만족시키는데, 이런욕구들자체가오직 사회적삶 에서나생겨날수있기때문이며, 따라서인간들이자연상태에서도이와같은방식으로살았다고결론내리는것이불가능하기도하니까말이다. 그러나굳이이런결론을내린다면, 이는 자연인 을 우리눈앞에있는인간들 과혼동하고, 사회의기원 을설명하기위해 사회내부에서나 발생할수있는제필요를원용하는오류를범하는것과다르지않다. 이런식으로현재우리들의헛된욕망과육체적인필요를혼동하면서, 이후자를인간사회의근거요기초로생각한학자들은사실언제나결과를원인으로착각한셈이며, 그러니까그들은그들의추론에서길을잃을수밖에없었던것이다. 루소에따르면, 푸휀도르프, 헬베티우스 (Helvetius), 백과사전파학자들의공통된오류는단적으로말하면육체적필요는사실인간들을제각기따로따로흩어지게하는결과를초래함에도불구하고그것이오히려인간들을서로접근시키는방향으로작용한다고믿은데에있었다. 이지적은동시에루소독창성의관건을이루는아이디어를함축하고있고, 그래서또한루소자신이지칠줄모르고강조하고있는점이기도하다. 루소의이아이디어가가장강렬하게표명된것은이때까지공중에게별로알려지지않은저작, ꡔ제언어의기원에관한시론ꡕ 에서찾아볼수있다. 사람들은흔히인간이말을발명한것은욕구와필요를표현하기위해서라는주장을하는데, 내가보기에는이주장은근거가없어방어불가능이다. 최초의욕구의자연적결과는인간들을갈라놓는것이지접근시키는것이아니다. 문명이전의이야만시대야말로황금시대라고말할수있는데, 이는인간들이통합되어서가아니라서로분리되어떨어져살았기때문이다. 그래서혹자는이태초의상태에선각자가스스로를천하의주인으로여겼다고말한다. 물론가능한이야기다. 그러나문제의사태를좀더면밀히고찰한다면, 더정확한이야기는아무도자기수중에있는것이외의것은알지도못하고바라지도않는다는것이다. 욕구가그를그의동류들에게가까워지게하기는커녕, 오히려그를동류들로부터유리시킨다. 사람들은조우하게되면하기야서로공격하는일이발생하였으나, 이런조우자체가매우드물게일어났다. 그래서전쟁상태는어디에나존재했으며동시에온땅은평화로웠다. 16)
6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이원문이우리에게특별한의미를갖는것은우리가여기서루소독창성의원천이되는그의고유한변증법의정체를확인할수있기때문이다. 홉스와푸휀도르프를동시에겨냥하고있는이원문은루소가하나의동일논법을사용하여만인의만인에대한자연적전쟁이론과이와상반된자연적사회성이론을일시에논파하고있는것을역력히드러내보이고있다. 생명에필수적인욕구, 즉육체적인욕구는푸휀도르프가주장하는것처럼인간들을서로가까워지게하거나, 또는홉스가주장하는것처럼인간들을서로원수가되게하는것을초래하지않으며, 오히려이생명보존의필요성에몰린인간들은서로멀리떨어지려고하는것이다. 자연상태는따라서전쟁이일반화된상태도사람들이서로어울리는사교적상태도아니고 분산 과 고립 의상태인것이다. 원시상태에서인간이자급자족하는독자적 [ 홀로사는 ] 존재인것은그의욕구란그의육체적필요에지나지않고, 그의힘은그의욕구에비례하는만큼동류가가까이없어도살아가는데아무런지장이없기때문이다. 그가필요로하는것은다른사람의배려가아니고대지의과실들이다. 숲속을떠돌아다니며, 일도언어도거처도없는, 전쟁도인연도없는, 동류에대한필요성을느끼지않는것처럼어느누구도해칠마음이없는, 아마도평생에어느누구도개인적으로알아본적이없는원시인은그의고독속에서행복하지, 그로티우스나스토아철학자들이원시인의속성이라고주장한사회에대한욕구따위는있을리가없다. 17) 그러므로사회성은자연적성향이아니고, 인간들에의해서제도로서설립된것이다. 이것이또한루소가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도달한결론이기도하다. 이제우리들에게인간들이상호간의필요로인해서로교제하고언어를사용하게된데에자연이한일이라곤거의없는것이명백해진이상, 그들의사회성이자리를잡게된일이나그들이사회적유대를확립하는일에자연이관여하지않았다는것또한확실하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58)
6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그런데자연은인간의사회성이나언어사용과는무관하다는이결론은마치루소사상에전환이라도있었던것처럼 ꡔ사브야아르사제의신앙고백ꡕ의한대목에서부인되는것처럼보인다 : 만일인간이그자연본성에의해사회적이거나, 또는부여받은본성에의해그렇게되었다는것이아무도의심할수없는사실이라면, 이는그의종 ( 種 ) 과연관된다른선천적감정들때문이다. 왜냐하면오직육체적욕구만을고려한다면, 그것은인간들을접근시키기는커녕, 분산시키니까말이다. 이대목의난점은육체적욕구에관해선일관성이유지되고있는반면, 자연적사회성에관해선종전의입장과상충되는듯보인다는데에있다. 그러나이모순이어디까지나 표면적인인상 에지나지않는것은루소의사유가 완벽가능성 내지 잠재적능력 이란개념을매개로하여전개되기때문이다. 루소에게있어서이성이선천적 [ 천부의 ] 능력인것처럼, 사회성역시선천적감정 (sentiment inné) 이다. 그러나이두가지모두자연인에게있어선오직 가능태 (en puisance) 로서만이존재하는까닭에이것들이개발되기위한조건들은결국사회라고하는환경만이제공하고충족시킨다는것이다. 인간이사회적인존재가되기위해선 지식 은필수불가결하며, 인간은이지식을오직그의동류와의지속적인교류를통해서만이획득할수있는것이다. 따라서사회성이란홀로떨어져살기때문에아무런지식도획득한바없는존재에게는그발전정도가제로일수밖에없다. 자연의품에서막태어난인간은사회적존재가될수있는가능성만을갖고있으며, 이가능성은, 역설적으로들리겠지만인간자신이사회안에서삶을영위한다음에나실제 [ 현실 ] 로변환된다. 그러니만치사회성이인간을자연상태에서끌어낸동인이라고말할수없는것은사회가설립된이후에나사회성이발전하였으니까말이다. 따라서사회성이사회적삶의기원이라고주장하는학자들은요컨대결과를원인으로착각하고있는셈이다. 이모든착각의중심에는사회성의본질에대한오판이자리잡고있다. 원시인은자급자족하는존재로서타인의도움없이도살아가는데아무런지장이없는만큼, 사회적삶에대한욕구를체험할리도없으려니와그런삶을 생각해볼 능력조차없는것이다. 그래서루소의 원시
6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적형태 의사회성은자비 [ 동정 ] 의마음으로귀착된다. 사실 ꡔ에밀ꡕ 제4 편을참조해보면우리는의외에도루소가 ꡔ불평등기원론ꡕ 제1편에서는 사회성 에대립시켰던동정심이여기에서는사회성을대신하든가또는사회성의기초가되든가하는것을알아차리게된다 : 인간은약하기때문에타인과어울리는사회적존재가된다. 우리의공통된비참함으로인해우리의가슴은인정이라는성향을갖게되고 [ ]. 따라서우리가우리의동포들에게애착을갖게되는것은그들의쾌락이아니고그들의고통을함께느끼는데서기인한다. 왜냐하면고통의동감에서우리는좀더잘우리의 자연본성의동일성 과함께그들의우리에대한애착의확실성을직관할수있기때문이다. 만일우리의공통된욕구가우리를이기심으로써결합시킨다면, 우리의공통된비참함은우리를정으로써결합시킨다. 이원문에서루소가동정심의인간적성격을역설하고있는것은이동정심을통하여우리인간은자연본성의동일성을의식하게되고, 이의식된동일성이우리를다른인간들과결합시키기때문이다. 따라서우리는루소자신도결국은자연본성의동일성을사회성의참된기초로만들고있음을알수있다. 하지만이는루소가 ꡔ에밀ꡕ에와서는그가이전에부정했던사상에다시가세한다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 왜냐하면루소에게서우리의동일한자연본성 (notre nature) 이란감성, 곧짐승이나인간에게공통된 느낄수있는성질 을의미하기때문이다. 바로이런이유로루소는 ꡔ불평등기원론ꡕ 제1편에서우리인간과마찬가지로감성을부여받은동물역시자연법에그몫이있으며따라서우리연민의대상에서제외될수없다고주장하는바다. 이와는달리푸휀도르프가 동일한자연본성의일치 를말할때, 이용어는단지인간의이성적인성질또는스토아철학자들이역설한바있는이성의공동체를지시할뿐이다. 결국루소가수용한형태의사회성은오로지감성이란동일한자연본성에기초하고있는사회성뿐이다. 그러니까상부상조없이는충족시킬수없는인위적인욕구에서결과하는사회성에대해선루소는그것이결합과단결의원인이되기보다는오히려혼돈과무질서의원천이라고생각하였다. 푸휀도르프나여타학자들이이두번째종류의사회성이사적이익
6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추구를매개로하여사회적유대를공고히하는효험을갖고있다고주장한반면, 루소는이런사회성이란 상호의존 에지나지않으며, 이런상호의존상태야말로모든악덕의원천이며자유를억압하는것이라고주장하였다. 개개인이반드시알아야할것은, 주종관계란인간들을한울타리안에집결시키는상호간의필요와의존으로부터생겨날수밖에없는만큼, 한인간을미리타인없이는살수없는상황에넣지않고는그를종속시킨다는것이불가능하다는점이다. 이런상황이존재할수없는자연상태에선인간은누구나굴레로부터자유로울뿐아니라, 강자의법이라는것도있을자리가없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67/8) 사회적삶의결과요원인인이인간간의의존과대칭을이루는것이다름아닌사회이전의상태, 곧자연상태에서의사물에대한의존이다. 이후자는도덕성이라곤일절함유하고있지않는만큼자유를손상하거나악덕을야기하는일이결코없는반면, 전자는무질서와모든악덕의모태일뿐만아니라, 주인과종이서로를인간이하로타락시키는바탕이기도하다. 만일사회가인간들을변질시키고타락시킨다면이는사회가자연적 [ 천부의 ] 독립성을인간상호간의의존으로대체하여결국모든사람의자유를박탈하였기때문이다. 바로이근본적인이유때문에루소는자신의모든노력을그안에선인간의인간에대한의존이용납되지않는정치체제를구상하는데에경주하는것이다. 그래서 ꡔ사회계약론ꡕ이 총체적양도 를요구하는것도, 이것만이각시민을개인적사적의존으로부터보호할수있는유일한방책이기때문이다. 오로지이조건하에서만이인간은시민사회안에서도자연상태에서만큼자유롭고, 또한시민적자유의형태하에서그의자연적독립성과대등한가치도재발견할수있을것이다. 4. 자연법 앞장에서우리는루소는자연적사회성원리를배격함을확인하였다. 이는곧루소가자연법학파의공통된사상과대치되는입장을취하는것
6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을의미하는데, 근대정치철학에서이사상을반박한최초의철학자는홉스이다. 물론홉스자신도그로티우스와마찬가지로인간이사회에대한욕구를갖고있다는것은인정하지만, 그가반박하는것은인간이사회적삶을영위할수있는천부의 [ 자연적 ] 적성을갖고있다는주장이다. 그러한즉홉스는인간은사회에대한자연적성향을갖고태어난정치적동물이라는아리스토텔레스의정의에동의하지않고, DeCive 1장 2절에서다음과같이설파하고있는것이다. 그것은자연이아니고규율에입각한훈련이인간을사회에적합한존재로만드는것이다. 설사인간이사회에대한자연적인욕구를갖고있다손치더라도, 이로부터인간은사회 ( 계약체결 ) 에요구되는모든조건을갖춘사회적동물로태어났다는결론은도출되지않는다. 따라서우리가본장에서해야할일은루소역시보강 (Vaughan) 을위시해많은루소연구가들이주장하는것처럼 자연법이념 을거부하고있는가의여부를고찰하는것이다. 자연법학설전체는국법일반에대해선독립적인, 그리고모든종류의인간협약에선행하는하나의보편적도덕질서, 정의에관한불변의규칙, 곧자연법이존재하고, 모든인간은그의동종 ( 同種 ) 과의관계에서이법에따라야한다는믿음을토대로하여구축되어있다. 그자체가인간의자연본성에기초하고있는이법은영원한진리중하나로서영구불변이며, 그것의권위자체가올곧은이성 (droite raison) 에서기인되는만큼, 모든인간에게똑같이의무로서부과된다. 바로이보편적구속력에의해서자연법은실정법일반과구별되고, 또전자가후자보다우월한이유가성립되는것이다. 왜냐하면특정사회의복리추구를위해제정된실정법은오직그사회의구성원만을구속하기때문이다. 그뿐아니라실정법은그것을제정한입법자의의지에따라변경내지폐기될수있기때문이다. 그러므로실정법은영구불변하지도않고보편적이지도않다. 따라서실정법은자연법에대해주절에대한종속절의, 상위개념에대한하위개념의관계에놓이게되는데, 이는다시말하면실정법은자연법을언제나그착상의근원으로삼아야한다는것을의미한다. 인간은국법에순종해야한다는규범에는그러므로묵시적으로나마국법이자연법에역행하는어떠한명령도포함하지않고있다는단서가붙
6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어있는셈이다. 어느누구도범죄적행위또는자신의양심에반하는행위를지시하는명령에따를의무는없다는말이다. 모든인간은불의를행하도록명령을받았을때이를거부할권리뿐만아니라의무마저갖고있다. 사람이국법이나그의상위자에대해마땅히지녀야할순종의의무는따라서조건부의의무인반면, 자연법의제원칙을준수해야하는것은절대적의무이다. 어느누구도이의무로부터면제될수없는것은, 자연법의권위, 즉인간과신에공통된올곧은이성의권위보다더높은권위는있을수없기때문이다. 서양문명과그역사를함께하는이자연법사상과그권위에후세까지길이남을전범적 (paradigmatic) 표현을부여한인물은로마의정치가요철학자인키케로다. 키케로의 De Republica 제3편 22절을인용해보자. 온천하에하나의참된법이실존하는바, 즉올곧은이성으로서이는자연과일치하며, 모든존재에내재하며, 자기와영원히동일하다. 바로이법이그명령을통하여우리에게우리의의무를다하게하며, 그금지를통해우리에게악행에등을돌리도록하는것이다. 이법의명령과금지는선한자에게는결코공허한적이없으나악한자에게는소귀에경읽기다. 이법은예외나수정을수용할길이없으며, 그것을폐기한다는것은더더욱불가능하다. 그러므로원로원이든, 인민이든그어느누구도이법에대한복종의무로부터우리를면제시킬수있는권능이없을뿐아니라, 이법을설명하거나해석하기위해서섹스투스아엘리우스와같은현자의지식에호소할필요도전혀없는것이다. 더욱이이것은아테네에서다르고, 로마에서다르며, 오늘다르고, 내일다른법이전혀없으니까말이다. 아니이것이단일하고자기동일한영구불변의법으로서태초부터모든시대에모든민족에게서시행되고있는현행법인것은, 모든존재자의최고통치자인자기동일한유일신이이것을만들어공포하였기때문이다. 따라서이법에순종하지않는자가있다면그자는자기자신을회피하는자이고, 또이렇게인간으로서의자신의자연본성을능멸한이상그가설령지상에서의극형은피할수있다손치더라도영원한징벌은면할수없는것이다. 이상의인용문은근대에들어와대부분의자연법학자들이즐겨원용하는고전적문장인바, 여기서키케로는로마법률가들사이에일반적으로
6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이미뿌리박고있던스토아학설을진술하고있다. 그러나서양사에서스토아철인들이다양한실정법에이성과신으로부터유래하는단하나의법을대칭시킨최초의철인들은아니었다. 그리스의시인들은말할것도없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역시프로타고라스와소피스트에대항해서자연법사상의옹호자들이었다. 고대세계의도덕을지배했던이사상은중세에들어와선성아우구스티누스와성토마스에의해계승되었다. 특히후자는이사상을기독교교리와조화시킴과동시에신적기원의성격을강조함으로써, 이사상에새로운권위를부여할수있었다. 따라서우리는서양문명과함께시작한이오래된자연법사상이기독교철학자들의중계에의해고대로부터근대자연법학파의법이론일반에전수된것을알수있다. 그자체가유구한역사를지니고있는이문화유산은따라서 17세기, 18세기에는가장위대한고대철학자들의권위와가장저명한교부신학자들의권위가합쳐져부여되는대단한위신을누리고있었다. 바로이런역사적배경이왜자연법사상이람세 (Ramsay) 같은가톨릭계학자뿐아니라달랑베르같은반교회적학자의지지를얻을수있었던가를설명하고있다. 사실자연법사상은계몽시대에들어와서는어는누구도그자명성을부인할수없는정치철학의공리요신조며일상적주제가되어있었다. 따라서 ꡔ불평등기원론ꡕ이세상에나오는데산파역할을디종아카데미의현상공모 (concours) 논문주제가자연법사상으로각인되어있음은놀라운일이아니다. 즉내건주제는 ꡔ과연무엇이인간불평등의기원이며, 또이는자연법이허용하고있는것인가?ꡕ이다. 바로이제기된질문때문에라도루소가자연법사상을숙고하게된것은불가피한일이었다. 그런데루소가자연법사상에대해취한태도및이것이그의국가론내지 ꡔ사회계약론ꡕ에미친영향에관해선후세루소연구가들의평가와해석이일치를보기는커녕분분하기짝이없다. 이중에서최초로루소의정치학저술만을모아편찬하여루소연구에지대한공헌을한보강 (Vaughan) 의해석은가장두드러진본보기중하나이다. 루소는여기서그의사변적천재성과지적강직성의역량을발휘하여자연법사상을결정적으로기각하였다. 즉자연법사상을백지화하였던것이다. ꡔ불평등기원론ꡕ 에선이
6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사상의탈락이눈에띄는특징인가하면, ꡔ사회계약론초고ꡕ에선이사상은완전히제쳐놓았다. [ ] 정치철학사에루소가기여한공헌중의하나는그의두번째담론인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디종아카데미에는그렇게나소중했던자연법사상을송두리째집어던지고원시인을순전히충동적이고본능적인피조물로만들어버린데에있다. [ ] 이중차대한점에서루소의이저작은정치철학사에새로운시대를열고있는것이다. 18) 저자에게이이상의찬사가있을수없겠지만문제는루소가과연 이런 찬사를받아마땅한가하는것이다. 물론루소가그의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자연법사상을비판하고있음을부인할사람은없다. 왜냐하면서문을시작하자마자저자는자연법에대한종래의정의중그어떤것도그가수용하기에마땅치않다고명백히지적하고있으니까말이다. 자연법에대해우리가 서적 에서발견할수있는모든정의는그것들이한결같지않은결함이외에도, 인간이 자연스럽게 획득한것이아닌지식들과자연상태에서떠난이후에나생각해볼수있는이점들로부터추론해낸결함을갖고있다. 따라서이정의들이그통일성의결여에도불구하고일치하는점은대단한이론가나심오한형이상학자가아니면자연법을이해하고이에순종하는것이불가능하다는사실이다. 그런즉이것은다름아니라인간들은사회건립이후에나극소수의사람들에게만그것도상당한노력을경주해야만개발되는지식을사회건립을위해적용해야만한다는것을의미한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서문에서발췌, VPW, I, 137) 이상의원문에서루소가지적하고자하는것은철학자나법률가들이생각한바의자연법, 키케로나푸휀도르프가말하는바의올곧은이성은자연상태에적용될수없다는것에한한다. 그런데이런비평후에독자나디종아카데미위원들은당연히루소자신이이번엔자연법에대한정의를내릴것을기대하겠지만, 루소가취한수순은이런기대와는거리가먼것이었다. 바로여기가루소의천재성이그자태를드러내는대목인데우리는이를정치학에서, 후에철학에서칸트에의해이룩된 코페르니
6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쿠스적전환 에해당하는것으로평가할수있다. 루소는자신이그럴권한이없음을인정하면서자연법이념으로부터출발하는대신에자신이그려볼 최초의인간 에대한연구부터시작해야할것을선언한다. 우리가자연인에관해아무런지식이없는한, 자연인이받아들인법이나또는그의본성에가장합당한법에대해정의를내리는모든시도는헛된것이아닐수없다. 19) 이선언은철학자들과법률가들의사고대상인자연법에관해논하기위해선이대상과켤레를이루는자연인을우선알아야한다는 사고의전환 을함축함으로써디종아카데미위원들에게정중히그들의문제가잘못제기되었음을말하고있다. 사실루소의이선언은예민한심사위원들이알아보지못하기에는너무나그뜻이분명하였으며아마도이때문에루소가아카데미현상응모에당선되지못했을가능성또한무시할수없다. 게다가루소는여기서자연법에대한고전적인정의일체를거부하는것에그치지않고한걸음더나아가이저술가들을빈정거리기까지한다. 자연상태를연구한이저자들은모두이상태에있는인간이정의와불의의관념을갖고있는것으로상상하는데조금도주저하지않았을뿐아니라, 자연인이이런관념을실제로가질수있겠는가또는이런관념이도대체자연인에게무슨소용이있을것인가따위의문제는꿈에도생각지않았다. 20) 루소는이렇게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선자연인과자연법의인식관계상정에대한회의주의를천명하면서, 이논문의직전또는직후에집필된것으로추정되는논문 ꡔ정치경제학ꡕ 에선자연법대신에 일반의지가국가의모든구성원에게정의와불의의잣대임 21) 을설파하고있다. 이두원문의비교로부터우리가명백히끌어낼수있는결론은인간은자연상태에머물고있는한정의와불의의관념은없고, 시민이되고나서는정의와불의의척도라고는오직일반의지, 곧국가의의지뿐이다, 라는점이다. 이는다시말하면도덕성이정치사회설립에선행하여존재할수없는것이고, 정치사회 [ 국가 ] 내에서는모든법의원천
6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인일반의지보다더높은권위는존재하지않는다는것을의미한다. 이런사상체계안에서는따라서국법과자연법의전통적인구별이더이상존속할이유가없게된다. 그도그럴것이오직자연상태를떠난후에야비로소인간은법에종속하게되고이법은다름아닌자신이그구성원인국가의법이니까말이다. 이상의해석은루소의정치학설을자연법사상으로부터분리시키면서이를홉스나헤겔에서와같이일종의국가주의로환원시키고있다. 하지만이런해석은우선루소사상체계의구성요인중하나인양심 (conscience) 에관한이론과대립될뿐아니라, 루소스스로가자신의입장을해명한발언과도상충되는결함을내포하고있다. 보강에의해대표되는이방향의해석을반박하기위해루소연구가들이흔히원용하는문구들을인용해보자. 우리가보기에는루소씨는한특정국가내에주권 [ 최고통치권 ] 보다상위에있는권위또는이최고권으로부터독립된권위가존재한다고인정하는한에서정치학의범위내에서사유하고있는것이아니다. 이구절은한익명의법률가가프랑스마레쇼법정에관해루소가달랑베르에게보낸공개서한의한대목을집어비평한것인데, 우리가만일보강의해석을따른다면, 루소의이비평에대한응답은마땅히그는주권이외의어떠한권위도인정하지않는다는것이어야할것이다. 그러나 ꡔ루소서한집ꡕ 제4권에서우리는보강의이런해석과는전혀방향이다른루소의항변을발견하는바이다. 그렇다, 나는국가내에주권말고도지고의권위가있음을인정하는바이다. 그러나오로지세가지권위만을인정한다. 첫째는신의권위요, 둘째는사람본래의체질에서연유하는자연법의권위, 셋째는정직한마음에는지상의모든왕보다위력이있는명예심의권위, 이세가지다. 더욱이이세가지권위는국가의최고권인주권에대해독립적일뿐아니라, 상위에있기때문에, 양자간에충돌이있을경우양보해야할쪽은당연히후자쪽이아닐수없다. 이것이나의기본입장이기때문에, 이와정반대되는입장을취한홉스는내가볼때신을모독한자일뿐아니라소름끼치는사상가이다. 22) 이상에인용한루소자신의해명이만일루소의정치학저술일반과아무런연관
7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이없는고립된발언이라면, 이는우리가보강의해석을반박하기에는너무나부족한반증임에틀림없다. 그러나이해명이고립되기는커녕루소자신의 ꡔ사회계약론ꡕ의기본원리에대한설명및이에관한일련의해설과함께하나의건실한맥락을형성하고있는것이다. 루소는 ꡔ산에서보낸편지들ꡕ 중여섯번째편지에서자신의정치학설의기조를이루는이일련의생각을다음과같이진술하고있다. [1] 나는정치통일체 [ 국가 ] 의기초는그구성원들의합의약속이라는원칙을설정하였다. 그리고나의원칙과다른원칙들은논박하였다. [2] 나의원칙은그것의진실성을별도로하더라도, 그것에의해확립된기초의건실함으로여타원칙을능가한다. 왜냐하면인간간의의무가근거해야하는기초중에서과연어떠한기초가의무를지게되는당사자자신의 자유로운약속 보다더확실한기초가있을수있겠는가말이다. 여타모든원칙에대해서는왈가왈부할수있겠으나내가세운원칙의이점에관해서만은이론의여지가없다고확언할수있다. [3] 사실모든종류의약속은이자유라는조건이전제되지않고서는인간의법정에서조차구속력을가질수없는것이다. 따라서국가의기초를성립시킬협약의경우에도그것을확정하기위해선그것의성질뿐아니라용도와목적을당사자모두에게설명해야하고당사자모두가이를납득하지않으면안된다. 다시말하면이협약이사람들에게적합하고자연법에위배되는어떠한점도없다는것을증명하지않으면안된다. 그도그럴것이개인간의계약에의해실정법을훼손할수없는것처럼, 사회계약 에의해자연법을위배할수는없으니까말이다. 모든약속에효력을부여하는자유는다름아닌이자연법에의해존재하니까말이다. (ꡔ 산에서보낸편지들 ꡕ 중여섯번째편지, VPW, Ⅱ, 200) 결국우리는보강의해석과는상이하게루소에게있어서도자연법학파의모든학자들에의해수용되었던바의실정법과자연법의구별이유지되고있을뿐아니라그에게도키케로나푸휀도르프에못지않게자연법은여전히국법위에있는권위였다는것을알수있다. 그러니만치루소는 ꡔ누벨엘로이즈ꡕ에서 자연법은인간이그것을범하면반드시벌을받게
7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되는신성한법 이라고말하고있고, ꡔ에밀ꡕ 제4편에선 자연과질서의영원한법이실제로존재하며현자에게는이법이실정법을대신하는데현자의마음에이법은이성과양심에의해아로새겨져있으며무릇자유롭기위해선현자도이법에순종하지않으면안된다 고설파하고있는바이다. 더욱이루소에게자연법이념의유지가필수불가결한것은만일자연법이념을거부하게되면이와동시에 사회계약 으로부터 도덕적비준 자체를박탈하는것이기때문이다. 무릇협약이란그것을체결한당사자들이자신들이한약속에매어있다고느끼는한에서만의미를갖는다. 협약이이런도덕적기초를지니기위해선협약이강제로체결되지않았을뿐아니라당사자들이자신들의언약에대한경의심을갖고있을것이전제되지않을수없다. 사실푸훼도르프가지적한대로, 협약이야말로모든정치사회의정초인것은홉스조차도인정한사실이지만, 문제는만일사람들이약속을지키는것은옳고약속을지키지않는것은그르다는것을선험적으로믿지않았다면과연어떻게정치사회가유지될수있겠는가하는것이다. 따라서협약을존중해야할의무의유일한근거는자연법과사람은자신의약속을지켜야한다는도리에있는것이다. 그런즉자연법을폐기하면 사회계약 은도덕적비준을상실하면서물리적힘이외에는다른어떠한보증도지닐수없게된다. 즉사회계약은약속을지키는것이사람의도리라는것을모르는자에게는공허한형식에지나지않는것이다. 그러므로사회계약론은자연법이념의부정과는양립할수없는것이이후자야말로사회일반을탄생시키는협약일반에도덕적기초를제공하기때문이다. 그런데보강에따르면루소는자연법의논파와사회계약이념의수용, 양자사이에하나를선택해야만하는딜레마에봉착했다는것이다. 보강은이딜레마의발생계기로서 ꡔ제네바초고ꡕ 제1편 2장 인류의일반사회에관해서 가최종판인 ꡔ사회계약론ꡕ 에선완전히삭제된사실을지목하면서이에대해다음과같은설명을하고있다. 우리는루소가이장을철회해버린이유가그것이주제에서벗어나서가아니고오히려그의논증에너무나잘적용되기때문임을추정하지않을수가없다. 즉
7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루소는자연법사상을반박하면서자신이부지불식간에협약을존중해야할의무에치명타를가한것을자각하였기때문이고, 또정치사회의정초로서의사회계약을대체할어떠한다른원리도찾아낼수없는이상그로선어쩔수없이앞서서의자연법에대한모든반론은불문에부치고사회계약론을보존할수밖에없었기때문이다. 우리의이설명이확실한것이라고는단언할수없다하더라도이제까지이문제에대해시도된어떠한설명보다는개연성이높다는것은확실하다. 23) 그러나루소의이러한선택은보강의판단으로는최악의선택이되어버리고말았는데, 그이유는루소가자신의정치학설체계내에 교란요소로자리잡을사회계약개념 을제거할기회를상실하였기때문이다. 사실보강생각으로는, 루소는이위태로운가설을절약하고정치통일체의정초로서더이상그구성원들의협약이아니고자신이 ꡔ제네바초고ꡕ 제1편 5장에서말한대로 공동이익 [ 공리 ] 를제시할수있었는데그렇게하지않았던것이다. 결국보강은현대사에서지배적인국가론이된자유주의관점에서루소정치학설의약점을지적하고있는듯이보인다. 그러나우리는보강의논증의강건함을부인하지않더라도그의논증이정확하다고생각할수없을뿐아니라루소를설명하기위해서루소의자기모순을드러내는것이반드시필요하다고생각지도않는다. 이를납득하기위해선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루소가자연상태에대한철학자들의견해를비평한대목으로다시돌아가저자의참뜻을밝히고과연이것이보강의주장처럼자연법이념을와해시키고있는지조사해볼필요가있다. 루소는 ꡔ불평등기원론ꡕ서문에서자연상태에대한철학자들의개념을대충훑어본후다음과같이진술하고있다 : 어떤인물들은자연상태에있는인간이정의와불의의관념을갖고있다고조금도주저치않고상정할뿐아니라이런관념을그가가져야만하는지또는이런관념이도대체그에게무슨소용이있는지따위의문제를해명해볼생각조차하지않았다. 여기서루소가암시하는것은홉스의만인의만인에대한전쟁론에대해자연법사상을대립시키는로크나푸휀도르프같은철학자들이다.
7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푸휀도르프만하더라도인간은자연본성상이성을갖춘존재인만큼, 인간들이이성의준칙을고려치않고금수처럼처신하는상태를자연상태로간주할수가없는것이다 : 특히주의하지않으면안되는사항은, 여기서문제가되는것은맹목적으로오직감각적인상에따라서만움직이는동물의상태가결코아니고이성이라는중심기관이여타기능을지도하는동물의상태인것이다. 사실이성은자연상태에서조차만물의본성으로서확고한일반규칙을갖고있어주의하는모든정신에게인간삶의일반적제원칙과자연법의근본적제준칙을발견하게한다. [ ] 이성의활용은이렇게자연상태와불가분의관계에있기때문에이성이때때로우리에게명하는제의무를그것으로부터분리할수도없고분리해서도안된다. 따라서인간이, 적어도대다수의인간이자연이모든행위의지도자로서인간에게부여한이성, 이고귀한기능의제준칙을무시한다고주장하는것은자연상태에대한잘못된기술이아닐수없다. 24) 홉스에대한푸휀도르프의이런반박이심대한성공과호응을거두었으며, 이주제에관한로크의견해또한매일반이다. 이미앞에서인용한바있듯이, 로크에게는 자연상태란상호보존, 원조, 호의, 평화로특징지어진상태이다. 자연상태는이상태에질서를세우는자연의법이라는것을갖고있어, 각개인은이법에순종할의무를지고있다. 이법은다름아닌이성인데, 이성은이성과상담할의향이있는모든인간에게인간은누구나평등하고독립적인만큼어는누구도타인의생명, 건강, 자유, 재산을해쳐서는안된다는도리를가르치고있다. (ꡔ 시민통치론 ꡕ 제 6 절 ) 결국로크나푸휀도르프에게서전통적자연법이념이유지되고있어자연상태에적용되고있음을알수있다. 이두저자는자연법이실정법에우선하고실정법의모델내지척도가되어야한다고주장하는데그치지않고, 한걸음더나아가자연법의제원칙, 곧 올곧은이성 의제준칙은자연상태에서도효력을발생할수밖에없는것이인간은아무리단
7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순하더라도올곧은이성의가르침을받을수있기때문이라고설파하고있다. 그러므로이철학자들에게만일자연법이자연상태에서도유효하다면, 이는이성을부여받은모든피조물에게는자연법은분명하고이해할수있는것이기때문이고, 따라서자연상태에대한올바른개념을제시하기위해선 올곧은이성 의사용을배제해서는안되기때문이다. 루소의논박은바로이두번째점을그대상으로하고있다. 루소에따르면자연상태를제대로기술하기위해선다름아닌올곧은이성의사용을배제하지않으면안되는것이원시인은자연에의해오로지본능의손에만넘겨진채아무런지식도없이맹목적으로그의충동을따르니까말이다. 반성할줄도숙고할줄도모르는원시인은언어뿐아니라이성도사용하지않는것이다. 그의정신속에있는것이라곤우둔함과멍청함뿐이다. 루소는원시인의인식능력에대한그의사변을 ꡔ보몽씨에게보내는편지 ꡕ에서다음과같이개진하고있다. 아무것도비교한적이없고어떠한인간관계도알지못하는인간에게있어서의식이란없음이나진배없다. 이상태에서인간이알고있는것이란자기밖에없는것이다. 즉그는자신의안녕이어느누구의안녕과대치되거나일치되는것을생각해본적이없고생각할줄도모른다. 사랑하는것도미워하는것도없다는말이다. 오로지육체적본능에한정된그는아무것도아니고그냥짐승일따름이다. 이것이내가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그려보여준바의자연인이다. 그러나이상의진술이인간과여타동물사이에아무런차이가없다는것을의미하는것은아니다. 인간은분명히이성을부여받은피조물이며, 이성은그의선천적인기능인것이다. 그러나인간은이렇게자연으로부터부여받은이성을단지 가능태 로서만이소유하고있는데, 이가능태는인간이사회적동물이되기전에는현실태로발전할수가없는것이다. 그도그럴것이우리의가능적능력은그것을구사할기회, 즉살기위해선그것을사용해야만하는계기가주어진경우만이발전할수있기때문이다. 모든천부의능력은그것이쓸데가없는한, 잠재적인능력으로남을수밖에없다. 원시인에게는그의이성이쓸모가없는것이본능이외에는다른길잡이가필요하지않으니까말이다. 그러나사회적삶은
7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인간의생존조건을바꿈으로서인간에게다른원칙에따라행동하고그의자연적성향을따르기에앞서그의이성과상의하도록강요하였다. 인간이자연상태에서살기위해필요한모든것은오로지본능하나에있었으며, 사회에서살기위해필요한모든것은개발된이성에있을뿐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59) 우리가이주제에대해성찰하면성찰할수록, 순수한감각작용으로부터가장단순한지식에이르는거리는확대되어갈뿐이다. 실제로한인간이과연어떻게의사소통의조력없이, 필요성에의해내몰리지않고혼자만의힘으로이멀고먼거리를뛰어넘을수있었을까생각조차할수없는일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59) 결국루소에게있어서인간은사회라고하는삶의틀안에만이지식을획득하고이성을함양할수있어, 이성과사회성은밀접한상관관계속에서만발전해나아갈수밖에없다. 이에반해인간은홀로사는한, 그의이성은잠자고있으며그의유일한인도자는본능이다. 따라서이런자연상태에살고있는인간이자신의이성에내재하는지식의인도만으로자연법의제원칙을발견해낼수있다고믿는것은, 무지한원시인을대단한이론가요심오한형이상학자로만들고태초의인류에게인류가수세기의사회적삶을살고난후에나획득한지식을부여하는것에다름아니다. 루소의이논증이그렇다고해서전통적자연법사상의부정을지향하고있는것은아니다. 루소가증명하고자하는것은, 자연법은올곧은이성의제준칙에담겨져있다는주장이틀렸다는것이아니고, 다만자연법은이런형태로는자연상태에적용될수없다는것에한한다. 왜냐하면이성의제준칙이라는것도인간이자신의이성을구사할줄알기이전에는인식될수없으니까말이다. 자연법의 인식 은따라서후천적으로획득된것이며, 이를위해선사회성의발전이선행되어야한다. 물론인간에게는정의에대한 천부의감정, 즉양심이있기는있지만, 정의와불의에대한최초의 분명한관념 은정치사회 [ 국가 ] 의수립이전에는인간정신안에형성될수없는법이다. 이런까닭에루소는
7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ꡔ제네바초고ꡕ에서 법이정의에선행하는것이지정의가법에선행하는것은아니다 라고선언하고있는것이다. 그도그럴것이사람들은사회적훈련과교육을받기전에자연적독립상태에서는법이란무엇인지알까닭이없기때문이다. 인간들이인지하는최초의법은정치사회의법 (Loi civile) 일수밖에없는만큼, 결국인간들은이국법의이미지를바탕으로하여자연법을구상할수있게되는것이다. 이상에서우리는자연법과실정법, 자연상태와정치사회 (société civile) 의관계에대한루소의생각을조사하였는데, 이제는루소자신의말을통해이를요약해보기로하자. 우리는우리가 상상하는 사회질서에대한제관념을우리사이에확립된사회질서이외의다른어떠한곳에서도끌어낼수는없다. 우리는우리들의개별적사회들로부터출발하여일반적사회를구상한다. 소 ( 小 ) 공화국들이수립된사실은우리로하여금대 ( 大 ) 공화국을꿈꾸게만든다. 게다가우리는시민이되고나서부터야비로소진정한의미의인간이되기시작하는것이다. (ꡔ 제네바초고 ꡕ 제 2 편 4 장, VPW, I, 494) 이상으로부터우리는루소에게서자연법또는이성법이국법또는시민사회의법보다시간적으로선행할수없음을알수있다. 그렇다고해서이사실이자연법이국법보다위에있다는것을부정하는것도아닌것이다. 사실우리는보강을따라인간은국가의틀안에서만이그의지성, 권리와의무의의식, 곧그의인간성을이루는모든것을획득한다는주장에동의하지만, 이주장으로부터루소에게서국가는도덕에관해서도최고의권위라는결론을끌어내는것에는동의할수없는것이다. 왜냐하면루소자신이 ꡔ사회계약론ꡕ 제2편 4장의제명을 국가의최고권 [ 주권 ] 의한계에관하여 로정하고이에대해논하고있기때문이다. 공공인격 (personne publique) 말고도이제우리는공공인격을구성하면서그생명과자유가자연에의해서공공인격에달려있지않은사적 ( 私的 ) 인격들을고려하지않으면안된다. 그런즉다수시민과단일주권자, 각자의제권리를구별하고또시민이신민으로서완수하지않으면안되는의무를시민이인간으로서향유하지않으면안되는자연권과구
7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별해야할것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2 편 4 장, PLE, 373) 따라서우리는루소가말하고있는국가최고권의한계에, 자연권에대한존중이필연적으로최고권인주권에부과하는한계가포함되어있음을알수있다. 사실이점에관해서루소의결론은자연법학파의결론과동일선상에있을뿐아니라, 로크나푸휀도르프와마찬가지로그에게서도역시국법은자연법에위배되는것은명령할수없는것이다. 만일지금까지사람들이루소의학설을이와는달리해석해왔다면그이유는첫째사람들은루소가연속해서두개의상이한관점에입각하는것을간파하지못했고, 둘째기원의문제를가치의문제와혼동하였기때문이다. 사실, 루소는자연법이념을포기하기는커녕, 그것을자연상태로부터분리하였다가시민상태에다시도입하였을따름이다. 그렇다고해서자연법이사회계약체결뒤에생겨났다고하면전자가후자의기초가될수없는것또한부인할수없는진실이다. 이렇게되면루소의정치학설역시국가주의에속한다는보강의주장이여전히건재하게되거나, 또는이딜레마를해소하기위해선정의에대한최초의생각들이루소자신이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기술하면서태어나는사회 (société naissante) 라고명명했던오랜세월의족장제도 (patriarche) 에서형성되었다는것을인정해야할것이다. 실제로루소는 ꡔ불평등기원론ꡕ 에서사회계약체결시점과순수자연상태사이에중간기간을두고서, 이기간동안인간이조금씩 짐승의어리석음 을잃어가면서 상호약속과이를지키는데서오는이득에대한투박한관념을시나브로획득해가는과정 을기술하고있다. 따라서궁극적으로모든인간협약에유일하게의미를줄수있는것으로서약속을지켜야된다는의무감은사회계약체결에앞서생겨났다고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다른한편, 자연상태에선어떠한척도도없고, 올곧은이성의사용도배제되어있다고해서자연법일체를배제해야만옳다는말인가? 만일자연법이란것이오로지이성의법이라면이런결론은불가피할것이다. 그러나루소에게문제가이런방식으로제기될수없는까닭은모든대상을분석적방법이아니고발생과정을따라파악하는루소의독특한방
7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법론 (méthode génétique) 때문이다. 즉자연법에관해서도루소는그것이자연상태또는정치사회에적용되는상이한두단계에따른두각도에서논구하려고하는것이다. 자연상태에서자연법의제법칙은 이성에선행하는원리들 에기초하고있다가시민상태에들어와서야올곧은이성의제준칙이되는것이다. 바꿔말하면자연법은두종류가있다고할수있는데, 첫번째는본래의의미의자연법, 즉자연상태에적합한법이고, 두번째는추론된자연법으로정치사회의확립이후에나나타날수있다. 첫번째는감성적존재로서동물들도참여하는자연법이며, 인간의원시적충동, 즉동정과보존의본능에근거하고있다. 루소는이자연상태의자연법에관해 ꡔ불평등기원론ꡕ 서문에서다음과같이상술하고있다. 인간영혼의최초의가장단순한작용에관해숙고해본결과, 나는영혼의이단계에서이성에선행하는두원리가작용하고있음을포착하였다. 이원리중하나는우리들자신의안녕과보존에대한치열한관심이며, 또다른하나는모든감성적존재, 특히우리의동류들이고통을당하거나죽어가는것을차마볼수없는본능적감정이다. 우리정신이이두원리로부터, 사회성 [ 사교성 ] 의원리를개입시킬필요없이, 만들어내는조합과결합에서자연법의모든법칙은연유한다고나는생각한다. 이렇게생겨난자연법의모든법칙은, 계속하여발전한나머지자연을덮어끄게되는단계에도달한이성이어쩔수없이개입하여또다른토대위에새로이정립하게된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서문, VPW, I, 138) 그러므로우리내부에는모든반성적사고에선행하는자연법이있다고말할수있으며, 그래서이자연법은또인간의자연적선함이라일컬어지기도한다. 그러나사회는그것이필연적으로산출해내는욕망들과함께선함또는동정으로된이자연적도덕을불충분한것으로만들어버리기때문에이자연적도덕을합리적도덕내지법의도덕으로대체하거나적어도이것을자연적도덕에첨가하지않으면안된다. 이제 2의도덕, 곧법의도덕에대해루소는 ꡔ제네바초고ꡕ에서다음과같이상술하고있다.
7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이개념에서결과하는가장큰이점은이개념으로인하여우리가자연법과정의의참된기초를분명히알아보게된것이다. 사실최초의법, 즉사회계약으로부터직접유래하는유일하고진정한기본법은각자가만사에있어서모두의최대행복을선호한다는것이다. [ ] 이준칙의적용범위를일반적사회와또이에대해우리에게적절한관념을주는국가에까지넓혀봅시다. 우리가그구성원인국가또는우리가그안에살고있는사회에의해보호를받게되면, 남에게해악을가하는것에대한우리의자연적혐오감은남에게해를당하지나않을까하는우리의두려움에의해더이상상쇄되지않기때문에, 자연과습관과이성에의해우리는우리와같은국가에속하는사람에대해서와마찬가지로다른사람들에대해서도착한마음을갖고대하는성향을지니게된다. 추론된자연법의원칙은바로이성향에서태어난것이며, 이자연법이본래의의미의자연법과다른것은이후자는진정한감정에근거하고있으나이감정이매우막연하면서흔히우리들의자기애 [ 자기사랑 ] 에의해진압된다는점이다. (ꡔ 제네바초고 ꡕ 제 2 편 4 장, VPW, I, 493/494) 이상의원문에의하면 추론된자연법 은일반적인견해와는반대로정치사회의확립과법의제도화에시간적으로앞설수없음이자명하다. 그도그럴것이사회적삶이이성의발전에필수조건일뿐아니라정의란것이한갓속임수에지나지않아사악한인간에게만득이되는것이아니라면반드시상호적이지않으면안되기때문이다. 물론인간에게는이성으로부터발현하고인간성의단순한권리에기초하는보편적정의라는것이있다. 그러나이정의가수용되기위해선상호적이지않으면안된다. 정의의법규라는것도자연적제재가없는한, 인간들사이에서아무런효력이있을수없는것또한인지상정이아닐수없다. 왜냐하면정의의법규는이런경우사악한자의이득이되고선량한자의손해만되는것이후자는정의의법규를다른모든사람과함께지키려고하나이들중어느누구도그와함께이법규를준수하려는사람은없기때문이다. (ꡔ 제네바초고 ꡕ 제 2 편 4 장, VPW, 491) 따라서자연상태에선인류전체를아우르는일반사회란있을수없는것이누가정의또는올곧은이성의준칙을실천한다고해서다른사람역시이에응답하여행동한다는보장이없기때문이다. 결국자연법의제
8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준칙을비준하여이것에실제적효력을부여하는정치사회의법만이인간들에게상호성의보장을할수있는것은, 이보장없이는인간들은결코정의를실천하려는확고한결심을하지않기때문이다. 루소는자연법을포기하지않았다. 그는오히려자연법은자연상태에선실존하고 (exister) 정치사회에선존속하는 (subsister) 것을증명하려고노력을경주했던것이다. 다만루소이전의학자들은자연법을단일개념으로파악하고 자연의법 과 이성의법 이동일한것으로간주한반면, 루소는이성에선행하는원시적자연법과이성에의해재정립된자연법을구별하였던것이다. 즉자연법은자연상태에서시민상태로넘어가면서그것이적용되는인간과마찬가지로탈바꿈을하게되는것이다. 자연상태에선선량함과본능에지나지않았던자연법이시민상태에선정의와이성이되는것이다. 루소연구가들이루소의이근본적인구별을염두에두지않을때, 루소의정치학설내에서자연상태와시민상태의관계의참뜻을오해하는위험이불가피하다. 자연법학파의대부분의사상가들에게는사회계약은자연상태의독립에종지부를찍기는하지만그렇다고해서그것의모든권리를폐기하는것은아니다. 자연상태에서의제권리가시민사회에서도존속하게된다는것은인간들이후자에서도전자와마찬가지의조건하에있다는것을의미하는데, 그럼에도불구하고양자사이의차이는제권리가이제는공동권위하에놓이게됐다는것이다. 이공동권위의목적은무엇보다도먼저자연법의권리에실정법의힘을부여함으로써인간들에게이를실천하는의무를과하는것이다. 주권 [ 최고권 ] 은따라서자연법의제규칙에위배되는어떠한사항도명해서는안될뿐아니라, 사람들이이주권에복종하는것도오로지자연상태에서이미지니고있던그들의개인적권리의평화로운향유를좀더잘확보하기위한목적때문이다. 그러므로국가는이목적달성을위해필요한정도이상의권력을소유해서는안되며, 인간의자연권 [ 천부인권 ] 은국가주권의한계를성립시키게된다. 이사상체계에있어서개인의권리, 즉사권 ( 私權 ) 은공권에선행하는만큼, 공권은사권을존중하고개개인에게이것의자유로운행사를법의보호에의해보장하게된다. 요컨대자연상태에서자연법에결여되었던비준
8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sanction) 을사회계약이부여하게되는것이며, 따라서사람들이이렇게사회계약에의해형성된정치사회로부터끌어낼수있는주요한이득은그들의 생명과재산과자유 의보호다. 그리고자연상태와시민상태의차이역시될수있는한작을수밖에없는것이, 인간은사회생활에대한자연적적성을갖고태어났고인간의이성이인간에게그의동류와함께평화롭고정직한삶을살도록명하고있다고가정하고있기때문이다. 이런구상에가장명료한표현을부여한것은로크이며, 그상당한부분에있어서그로티우스나푸휀도르프의학설이기도하다. 이상의학설에대립되는학설이홉스의것이다. 홉스에있어서시민상태가성립되면서자연상태와그것의모든권리를소멸시키는것은전자는후자의정반대이기때문이다. 자연상태는우리가앞에서살펴보았듯이만인의만인에대한전쟁이고또자연권, 곧만물에대한권리이다. 전쟁상태를끝내는유일한수단은각자가이가공할권리, 곧만물에대한권리를단념하고이를한사람또는한회합에의해대표되는공적인격체에양도하는것이다. 사회계약의효력은홉스에게있어서자연권을폐지하고군주나의회에전시민에대한절대권을부여함으로써전쟁상태를평화상태로대체하는것이다. 이정치학설에있어선사권은로크의경우와는달리주권 [ 최고권 ] 의한계를성립시키지않는데, 왜냐하면사권을확정하는일자체가오직주권자의권한에속할뿐아니라주권자는자신이적절하다고판단하면사권을제한내지폐지할수있기때문이다. 따라서홉스에게있어선자연상태와시민상태사이에최소한의유추 (analogie) 조차있을수없다. 그도그럴것이인간본성에대한홉스의구상은로크나푸휀도르프의것과는전혀다르니까말이다. 홉스에게있어서인간은, 일찍이아리스토텔레스가말한것처럼, 정치적동물이기는커녕, 인간은그의욕망과본능으로인하여사회적삶에부적격자가아닐수없으며, 따라서국가가강제하는철의훈련을받지않고서는인간은결코타인과평화롭게살수있는능력을획득할수없는것이다. 홉스의주장과로크의주장의대립보다더근본적으로대립되는이론체계는상상해보려야할수가없을것이다. 그러면이극단적두태도에견
8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주어볼때루소의태도는과연어떠한것인가? 첫눈에루소는로크보다홉스에가까운것처럼생각되는데, 그도그럴것이 ꡔ사회계약론ꡕ에서시민상태를순수한자연상태로부터떼어놓는거리는 ꡔ레비아탄ꡕ에서만큼이나크기때문이다. 물론루소에게선홉스에서같이적대적상황에서화합을창출하는것이문제는아님에틀림없으나, 어쨌든홀로살게끔창조된존재를사회적삶의제조건에적응시키지않으면안되는것또한사실이다. 이새로운삶의조건에자연인을적응시키는일은실로어려운일이아닐수없기에기적이라불릴만한이유는자연상태로부터시민상태로의이행이생산해낸변화가진정한변신이나완전한변형에상당하기때문이다. 루소자신은인간의이변신을 ꡔ사회계약론ꡕ중 입법자에관한 장에서다음과같이묘사하고있다. 한민족에게정치제도를창립하려고시도하는자는자신이인간본성을바꿀수있는상태에임하고있다는것을스스로느껴야만한다. 즉그자체로서하나의고립된완전한전체인개개인을하나의더욱큰전체의부분으로변형시켜서, 이개인은이커다란전체로부터자신의존재와생명을부여받도록할수있어야한다. 인간체질을강화시킬목적으로이를변질시키는것이고, 우리모두가자연으로부터받은독립적이고물리적인삶을부분으로서의정신적삶으로대체하는것이다. 간단히말하면입법자는인간에게서그의본래의힘을빼앗은다음그에게그의것이아닌, 타인의도움없이는사용할수없는힘을부여하지않으면안된다. 이선천적인힘이소멸되면될수록획득하게되는힘은그만큼더커지면서또한정치제도역시그만큼더굳건하고완벽하게된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2 편 7 장, PLE, 381/382) 그러므로인간은새로운삶, 즉사회적삶에적응하기위해선그의처신의제원칙을바꾸어야만하고, 오로지본능에따라움직이는대신에이성에호소해야만하고, 그리고자연적선량함에만족하는대신에 추론된정의 의제준칙에따르는의무를스스로에게강요하지않으면안되는것이다. 그러나정치사회의형성이요구하는것은이것이상이다. 즉 각결성원은전공동체에자신과함께자신의모든권리를양도하는것이다. 이조건을채울때만이결합은완벽할수있는것이다. 따라서
8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루소에게서는사회계약을통하여자연상태는더이상존속하지않게되고모든자연권은이와더불어소멸되는듯이보이기도한다. 그래서실제로많은역사가들은루소는오로지국가의그구성원에대한절대권을확립하는일에만전념한나머지정치적일체성 (unité politique) 을위해개인의제권리를희생시키는데주저치않았다고주장하고있다. 하지만이는루소의진실을멀리비켜가는주장이아닐수없다. 이미루소는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증명해보인것처럼, 흔히노예소유를정당화시킬수있다고주장되는종류의계약이원천적으로무효인것은인간은자신의자유를양도할수있는권리는가지고있지않기때문이다. 그런데 ꡔ사회계약론ꡕ 의실질적내용이 ꡔ불평등기원론ꡕ을부정하고있다는것을인정하지않는한, 전자에서의총체적양도 (aliénatin totale) 는보강을비롯해많은학자들이이용어에부여하는그런뜻을가질수는없다. 이용어가어떠한경우에도개인적자유의양도일수없는것은 사회계약이후의인간은사회계약이전과마찬가지로자유롭거나심지언이전보다더자유롭기 때문이다. 또루소는 ꡔ사회계약론ꡕ 제2편 4장에서국가의절대권을확언하면서이와동시에시민은그가인간으로서향유할수밖에없는자연권을포기할수없는것과사회계약체결시에행하여진양도는진정한양도라기보다는 유익한교환 이었음을선언하고있다. 사실사회계약에의해행하여진변형은시민에게그가자연상태에서향유했던것을 또다른형태 로복원시켜주는것에다름아니다. 결국 총체적양도 란사회안에서사는인간을모든개인적종속으로부터보호하고그에게자연상태에못지않은자유를보장하기위한고안된장치 (artifice) 에지나지않는다. 루소에게서자연인을시민으로전환시키는 사회계약 의요체를데라떼 (Derathé) 는다음과같이밝히고있다. 각구성원이자신의존재와자신의모든권리를공동체전체에게양도함은하나의방법적가정에지나지않는 ( 국가 ) 건축학적규칙이다. 이것의목적과필요성은개인의제권리가그의자연본성과분리할수없으면서, 동시에그가국가의한구성원인한, 어떻게국가로부터형식적으로다시부여받아야할것인가를증명하는데에있다. 개인의국가구성에의참여가지니는근본적인의의가바로이런종류의갱신으로성립되는것
8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은, 이갱신에의해자연권은그실질적내용은온전히보존되면서시민적권리로전환되기때문이다. 그리고사회계약은이이상적전환 (conversion idéale) 의명확한형식에다름아니다. 25) 루소에게서개인의제권리, 즉자연법은사회계약에의해폐지되는것이아니라국가안에서이성에의해재정립내지변형되어다시존재한다. 물론자연적독립과시민적자유사이에는상당한차이가있지만, 후자가전자와대등한가치인것도부인할수없는사실이며, 그리고루소의모든노력은자연법의이상에상응하는정치체제를발견하는데로경주되고있다. Ⅱ. 계약설 1. 정치사회의기원과권위의정초 자연상태란정치사회가설립되기전에인간이처한상태를말한다. 따라서이가설을수용한학자들모두가국가의기원문제와국가의건립기초문제를분리하지않았던것은지극히당연한일이었다. 자연법학파의사상가들에게는이두문제는사실한문제의양면에지나지않았으며, 루소자신도신중을다하여 ( 정치적 ) 권리문제를사실영역과구별하였음에도불구하고적어도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만큼은정치문제를역사적관점에서제기하기는하였다. 정치사회를탄생시키고동시에정치적권위에정당성을부여하는것이다름아닌사회계약이다. 그러므로권위의근거 [ 기초 ] 문제와국가의기원문제는사실상합쳐진다. 그런만큼오늘날계약설에대한비평이론들의일반적경향이계약설을정치사회기원의역사적설명으로서수용할수없음을증명하는데에있다는사실은놀라운일이아니다. 계약설의반대자들을대충두부류로나누면, 한편은뒤르케임 (Durkeim) 처럼역사상계약을그기원으로하는국가의실례는한건도찾아볼수없는만큼, 계약설은사실과아무런관계가없다고주장하고있다. 다른한편은계약이란그것의이행을보증할수있는권위 [ 권
8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력 ] 이실제로존재하는경우에만의미가있는만큼국가의기원을설명하기위해서국가가이미수립되어있는것을전제하는제도로서의계약을원용할수없음을지적하고있다. 그렇지만한편계약설의지지자들에게사실과권리 (le driot, 법 ), 국가의기원과근거 [ 기초 ] 를혼동하였다고나무랄수있지만, 다른한편그들의공적으로서인정해야할점도있다. 이들의공적은다름아닌, 인간들로하여금그들의자연적독립을포기하고공동권위에복종하게한 동기 로부터이권위에정당성을부여하는 협약행위 를세심한주의를기울여구별해낸일이다. 사회계약설에선문제의심리학적측면과법적측면을결코혼동하지않는것이원칙이다. 그렇기때문에푸휀도르프는그의저서 ꡔ자연법과국제법ꡕ 제7편에서한장은 사람들로하여금정치사회를형성하게한동기들 에관한연구에, 또한장은사회계약에관한그의구상에할당하고있다. 홉스의경우, 인간들로하여금결합하게하는동기는횡사에대한공포인반면, 그들의결합을성취하는행위는협약 [ 조약 ] 이다. 이러한관점의이원성은루소에게서도계속되고있는것이루소역시결합의동기와, 결합을법적차원에서실현하는계약을구별하고있으니까말이다. 또한같은이유로루소는자기모순에빠지지않고정치적통일체의기초로서 공동이익 과 사회계약 을번갈아가며제시할수있었던것이다. 물론전자는합일을가능하게하는심리학적기초인반면, 후자는정치적권위에정당성을부여하는 ( 이권위의 ) 법적기초인것이다. 따라서 나는그구성원들의협약을정치적통일체 [ 국가 ] 의기초로서설정하였다 고했을때, 루소는법적관점에서서말하고있는것이다. 하지만이런공식의표명이루소가이번에는문제의심리학적측면, 즉사람들로하여금정치사회를형성하게한동기를표명하고있는문장과모순되는것은아니다 : 그것이그들의공동이익이아니라면과연무엇이사람들로하여금자발적으로결합하여정치사회를형성하도록하였겠는가? 고로정치사회의기초는공동이익이다. ꡔ제네바초고ꡕ 제1편 5장의이문장은다시 ꡔ사회계약론ꡕ 에서확인되고완결된다.
8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개별적이해의대립이정치사회의설립을필요하게한다면이이해의일치가정치사회의설립을가능하게한다. 다수의상이한이해안에공동의것, 그것이사회적유대를형성하기에, 만일이모든이해가일치하는점이없다면어떠한사회도존립할수없을것이다. 그러니만치오로지이공동이해에근거해서만이사회는통치되지않으면안된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2 편 1 장, PLE, 368) 그러므로정치사회문제는실제로사실차원의문제와법차원의문제를내포하고있다. 다시말하면전자는심리학적문제즉정치사회의기원에관한문제요, 후자는법적문제즉권위의근거에관한문제이다. 1) 정치사회의기원자연법학파의철학자들이국가를인위적으로구축하려고했다는비난이비록정당할지라도, 그들모두가정치사회의형성은인간이존속하기위해선부득이한일이었으며자연상태의불편과장애가실제로이것의설립을불가피하게만들었다고믿고있었음을인정하기않으면안된다. 예를들어홉스에있어선인간종이살아남으려면그의자연조건을단념하고만인의만인에대한전쟁을끝내기위한인위적장치를발견해내지않으면안되었다. 그런데홉스의계승자들은말할것도없고그의반대자들까지도종국엔정치사회의기원문제를그와거의유사한관점에서제기할수밖에없게되었으며, 이점에선홉스의영향력은아무리강조해도지나치지않을것이다. 심지언로크나푸휀도르프같이홉스의기초가설을거부하고자연상태를평화상태로간주한학자들조차도분쟁, 알력을중재할공동심판관이없고만인에게자연법의준수를강제할수있는권위가부재하는상황에선자연상태의평화는확실한것이아닐뿐아니라인간들의자연적독립도불가피하게인간들사이에전쟁상태를초래하고만다는것을어쩔수없이인정하게되었다. 결국홉스의논적들에게도이전쟁상태를끝낼목적으로정치사회는창설되었던것이다. 자연상태에선하늘밖에호소할길이없고분쟁을중재할공동권위가부재하는만큼사소한알력만있어도전쟁상태가쉽사리생겨나기마련이
8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다. 따라서이전쟁상태를피해보려는욕구야말로사람들로하여금시민사회를형성하고자연상태를포기하도록하는가장큰동기가아닐수없다. ( 로크, ꡔ 시민통치론 ꡕ 21 절 ) 루소에게서도사정은마찬가지이다. ꡔ불평등기원론ꡕ 제2부에서루소는인류의진화와인류를자연상태로부터정치사회설립에까지끌어온암울한진보를간략하게서술하고있다. 순수한자연상태와정치사회의성립시기사이에수많은세기가흘러갔으며, 두중간단계가이기간안에자리잡고있다. 첫번째단계는인류에게서가장행복한시기로서루소는 탄생하는사회 라고부르고있다. 이시기엔정치사회는아직성립되지않았고법의지배도없었으나사람들은더이상흩어져살지않고무리를지어살면서상호약속에대한투박한관념을획득하고예의범절의도리를알게되었다. 이것이또 ( 현재 ) 야만민족들이사는방식인것이다. 그러나불평등의진전과욕망들의발전과더불어이황금시대는사라지고가장끔직한전쟁상태가임하게된다. 이렇게해서부자들의강점, 빈자들의강도질, 만인의광폭한욕망은천부의동정심이나아직까지약한정의의음성을질식시켜버리고끝내는사람들을탐욕적이고야심에불타는사악한존재들로만들어버린것이다. 이렇게되면최강자의권리와최초점유자의권리사이에끊임없는갈등이일어나게되고, 이갈등은오직전투와살인에의해서만끝장을보게된다. 그래서탄생하는사회는가장끔직한전쟁상태에자리를내주게된다. 인간종은이렇게황폐와비참의지경까지전락하였으나더이상온길을되돌아갈수도없고그동안획득했던자질도포기할수도없게되어자신의파멸의문턱까지치달아온것이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80) 내가인간들이도달했다고가정하는단계에선인간의자기보존을해치는장애들이자연상태에서개개인이자기보존을위해사용할수있는힘을압도하게되었다. 이렇게된상황에선인간의자연상태는더이상존속할수없게되어, 인간종은자신의존재방식을바꾸지않으면멸망할수밖에없게되었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6 장, PLE, 360) 결국루소에게있어서도이전쟁상태가정치사회의설립을불가피하게
8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하고그것의이점을실감하게하는것이다. 부자들의발의와주도에따라사람들은협약에의해결합하여공동권위에순종하기로결정한것이다. 바로이런것이정치사회와법의기원이고기원일수밖에없다 고루소는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설파하고있다. 이상에서우리는루소가어떤우회적경로를거쳐결국엔홉스의최초입장으로돌아와서이번엔그자신이만인의만인에대한전쟁상태를긍정하는가를보았다. 바로이우회적경로덕분으로루소는푸휀도르프나로크에서와같은모순에빠지는것을피할수있었다. 그도그럴것이사실이들은우선자연상태는평화와상호원조의상태라고주장하고나서는이를일종의전쟁상태로규정하는결론에이르렀으니까말이다. 이에반해루소에있어선, 자연상태에서인간의존재방식은어디까지나고립인만큼인간이타인과충돌하게될까닭이없을뿐만아니라, 전쟁상태가나타나고또이전쟁상태를끝내기위해정치사회가창설되기위해선먼저인간들은고립을떠나서로가까워지고자연으로부터부여받은고독하고단순한삶의방식을포기하지않으면안되는것이다. 사람들이서로적이되는것은 사회적동물 이되고난이후의일인것이사회성의발전과욕정의발전은쌍을이루어진행되기때문이다. 바로이러한때만이홉스가말한전쟁이일반적인상태로서생겨나는데, 홉스가이런전쟁을자연상태로간주한까닭은전쟁이인간의자연적성향에기인하는것이아니고사회의내부에서만발전할수있는욕정에기인하는것을이해하지못하였기때문이다. 실제로자연적독립이인간들사이에전쟁상태를빚어내기위해선인간들이서로가까워지고그들의욕정이잠에서깨어나활동하지않으면안된다. 따라서우리는홉스이론은루소에게있어서도계속되나, 이번엔순서가도치되어있다고말할수있다. 즉루소에게는홉스에서와마찬가지로모든악은인간들이함께모여사회적삶을살게된데에서기인하지만, 전자는그렇다고해서사회적삶이인간의자연본성이라고전제하지는않았다. 인간들이사회적삶을살기시작하고나서야비로소그들의정욕은끊임없는갈등과알력의원천이되는까닭에, 만일인간들이적당한시기에그들의자연적독립을포기해야만할필요성을절감하여평화롭게살
8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기위한인위적장치를상상해내지못했다면인간종은이일반화된전쟁으로멸종하고말았을것이다. 이인위적장치란다름아닌정치사회를탄생시킨사회계약이다. 여기서우리는루소의사회계약개념을명확히한정할필요에당면하였다. 루소에게서의계약이다수의특수사회설립보다는인류차원에서의일반사회창설을지향하며, 그러므로계약은사회와동시에국가를정초하게된다는해석이있다. 그러나실제의루소사상은정치사상사연구자들사이에널리통용되는이런해석보다는훨씬복잡하다. 왜냐하면무엇보다먼저, 루소에의하면최초의사회적관계는계약에서유래하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 오히려이와반대되는순서가루소의진실인것은, 인간들이정치사회와법의필요성을절박하게느끼기위해선먼저그들의원시적고립상태에서벗어나지않으면안되기때문이다. 전쟁상태가없었다면인간들은결코협약에의한결합의필요성을느끼지못했을뿐아니라그렇게할생각조차없었을터인데, 이전쟁상태는다름아닌최초의사회적관계에서연원한다. 그러므로정치사회의수립을불가피하게만든것은사실사회성의발전이며, 또이절대필요성때문에동시에가능하게된것이다. 루소에게선홉스의경우와같이사회계약은이성의작품이다. 다시말하면사회성이이성을작동하게해서사회성이초래한악에대한구제책을제공할수있는결과를가져올때에한해서사회계약은가능한것이다. 그렇지않다면, 오로지육체적본능에국한되어언어와이성의사용이결여된원시인들이과연어떻게이런사회계약을생각해내고체결할수있었다는말인가? 그러므로사회계약은어떠한경우에도언어의발명과이성의개발에선행할수없음은자명한사실이아닐수없다. 게다가언어의발명이나이성의개발도사회적관계의확립이선행되었을때만이가능한일이다. 사실루소자신도강조하고있듯이언어의발명이라는것도 일종의사회가발명가들사이에이미확립되어있음을상정 할때만이설명될수있는것은산림과숲에흩어져사는인간들에게의사소통 (communiquer) 을해야할필요나기회가있을수가없기때문이다. 이와마찬가지로원시적고립상태에서벗어나지않은인간은그의이성을함양
9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할가능성이나기회가있을리가만무한만큼, 그의이성은 잠재적능력 으로서남을수밖에없다. 고립된인간이란실제로본능이외에다른어떠한안내자도필요로하지않기때문에그가자력으로만, 즉타인의도움없이자신의이성을사용한다는것은애당초불가능한일이아닐수없다. 따라서루소에게있어서사회성과이성은밀접한상관관계속에서발전하기때문에사회계약을생각해내고체결하기위해선인간들은먼저사회적존재가되어있어야한다. 그러면인간들은어떻게사회적존재가되었으며, 특히자연상태로부터최초의사회로의이행은어떻게실현되었던가? 후에있을모든발전의조건이될이최초의발전에대해서루소는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매우간략히취급하고는있으나, 이최초의발전은그자체가인간의자연본성으로부터는전혀예상할수없었던것이었기에그만큼더뜻밖이다. 자연인은자족하는존재이며, 그와타인을결합시켜줄자연적동일성조차의식하지못하고또타인의도움을조금도필요로하지않는다. 이런조건하에서어떻게자연인이타인에게접근해가까워질수있겠는가? 결국자연인을그의자족하는고립상태로부터나가게한원인은루소에의하면 여러외적원인의우연한일치 에서찾을수밖에없다. 태초의자연조화가깨어지는, 말하자면인류진화의첫걸음에대해루소는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선이렇게간략한지적을했다가, 후에 ꡔ제언어의기원에관한시론ꡕ 제9장에서이를다시보완하고있다. 이장은사실제언어의기원뿐만아니라제사회의기원도주제로하고있는데, 루소의문제제기방식때문에문제해결역시매우미묘하게된다. 루소의이론에의하면, 자연상태를떠나기전에인간들은산재 ( 散在 ) 상태에서살고있었으며, 게다가어떠한사회적성향도없었을뿐아니라서로를필요로하지않았기때문에서로접근하여가까워질수가없었다. 영원한봄이지구상에있었던것을상상해보시오, 도처에풍부한물과가축과목초가있었던봄을. 이런자연상태에서태어나살던인간들이도대체무슨이유로그들의원시적자유를포기하고그들의무사태평의목가적이며고적한삶을떠나근로와노예적굴욕과빈궁의사회상태를등에지게되었는가는나의상상력이도저히미칠수없는일이다. 26)
9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결국인간들이고립을떠나서로다가가기위해선일련의외적상황에의해서강요당할수밖에없었으니, 인간들이사회적동물이된것은먼저함께살도록강제당한이후의일인것이다. 인간들이집결하기시작한것은가혹한기후와척박한토지때문에어쩔수없이고향을떠나좀더유리한지역으로이주하지않으면안되었기때문이었다. 게다가상부상조의삶에도달하기위해선대홍수나지진같은일련의재난이발생하지않으면안되었다. 최초의인간들의연합은그대부분일련의자연적재난의작품이다. 특별한대홍수들, 해일들, 화산의폭발들, 엄청난지진들, 번개에의해점화되어거대한산림을파괴하는화재들, 이런모든재난들은한땅의원시주민들을경악케하고뿔뿔이흩어지게하면, 다음에는이흩어진주민들로하여금집결해서공동피해를협력하여복원하도록한다. 고대세계에흔히있었던이런대재앙에관한전승들은신 [ 자연 ] 의섭리가어떤도구들을사용하여인간들을강제적으로서로가까워지도록하였는가를잘보여주고있다. 27) 결국루소는자연인을그의고립상태에서나오게하기위해서신의섭리 (Providence) 를개입시킬수밖에없었다. 물론이런설명은그아이디어가기발한것은용인할지라도어디까지나임의적인것이지만, 이로부터우리가유념할것은요컨대인간들은주위상황의압력에의해어쩔수없이함께모여살게되었다는것이다. 따라서최초의사회란 ( 외부의강요에의해 ) 어쩔수없이모인무리에지나지않았다. 그러나이러한 사실상태 를법적질서로변형시키고, 또사회계약이란수단에의해정치사회를탄생시키는일은인간에귀속한다. 2) 정치권위의근거 이제 ꡔ사회계약론ꡕ 의유일한주제인정치권위의근거를상론할차례이다. 루소에게서이권위는그근거를자연이아니고합의 (convention) 에
9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두고있다. 사회질서는신성한권리로서다른모든권리의기초가된다. 그러나이권리는자연에서오는것이아니기때문에합의에근거하지않으면안된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1 장, PLE, 352) 자연은어떠한인간에게도타인에대한권위를부여한적이없고또힘으로부터어떠한권리도생겨나지않기때문에결국합의만이모든정당한권위의기초로서남는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4 장, PLE, 355) 이상의두원문은국가의계약설과천부의평등원리를결합시키는연결고리를명백히보여주고있다. 만일인간은타고나기를평등하고자유롭다면, 어느누구도타인을지배하는천부의권리는가지고있지않다. 천부의재능, 육체적강건, 지적우월, 그어떠한것도한인간에타인에대한권위를부여하지않는다. 인간은힘과지력에서불평등하다는사실로부터어떤인간은명령하는권리, 어떤인간은복종할의무를가진다는결론은결코도출될수없다. 이복종의의무역시그근거는의무주체의자유로운약속에있을수밖에없다. 이런조건하에서결국자연법에어긋나지않고참주 ( 僭主 ) 적이아닌모든권위는오로지그권위에복종할사람들의동의에근거할뿐이다. 시민적결합이야말로이세상에서그보다더자발적인행위가있을수없는최고의자발적인행위이다. 그도그럴것이인간이라면누구나본래자유롭고자기자신의주인으로태어났기때문에어느누구도그어떠한구실로도인간을그의동의없이예속시킬수는없으니까말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4 편 2 장, PLE, 440) 따라서루소의국가론은개인주의원리에입각한국가론인데, 이점에서루소는로크나푸휀도르프, 뷔르라마르키를계승하고있으며자연법전통에서있다. 로크의글을인용해보기로하자. 자연에의해서인간은누구나자유롭고평등하고독립적인존재인고로, 어느누구도그의동의없이이자연상태로부터끌어내거나타인의정치권력에예속시킬수없다. [ ] 한정치사회의기원이되는즉정치
9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사회성립의진정한기초가되는것은오로지결합하여이런정치사회를구성해내기위한과반수를형성할수있는일정한수의자유인들의합의뿐이다. 바로이것만이지상에합법적정부를탄생시키고시킬수있다. (ꡔ 시민정부론 ꡕ 95 절, 99 절 ) 푸휀도르프역시개인주의적국가구상에서토대역할을하는이원리를로크에못지않게명확히천명하고있다 : 모든인간은천부의동등한자유를갖고있기때문에명시적이든묵시적이든사전에당사자의동의없이인간을예속시키려는그어떠한시도도부당하지않을수없다. 28) 이원리로부터직접결과하는명제는주권자 [ 군주 ] 는그의권력을오직협약에의해서만소지 ( 所持 ) 할수있다는것이다. 또다시푸휀도르프를인용해보자. 군주에게정당한권리와진정한자격을부여하는것이다름아닌이협약인것은협약은그의권위를그의폭력이아니고신민의자발적인동의와순종에세우기때문이다. 29) 결국이상의인용문은루소자신이정치적권위는자연이아니라협약에근거하고있다고주장함으로써자연법전통으로부터이탈하지않고있다는것을보여주고있다. 게다가그자신이이를완벽히의식하고있었던것은그가다음과같이언표하고있으니까말이다. 이문제를토론해온학자들중가장건전한편의뒤를이어나자신도정치통일체의정초로그구성원들의협약을원칙으로설정하였다. (ꡔ 산에서보낸편지들 ꡕ 여섯번째편지, VPW, Ⅱ, 200) 그러므로루소에서독창적인것은국가의정초는협약에있다는사상이아니고이협약의본성에관한루소의구상에있다. 사실루소이전에사회계약을정치권위의정초행위로서제시한학자들대부분은사회계약을일종의복종협약으로생각하였다. 즉이들에게는사회계약은어떤인민 [ 백성 ] 이자발적이든, 필요에의해강제되었든군주의권위에복종하기로수락한협약에다름아니었다. 모든왕들의합법적인권력은예외없이
9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그들이다스리는백성의동의를전제한다. 그러나이동의는자발적인것일수도있고강요된것일수도있다. 30) 후자의경우, 복종은정복과전쟁의권리에서결과한다. 전자의경우, 복종의동의가자발적인것은한민족이무정부적자연상태에종지부를찍기위해서왕에게자신을양도한다는것을의미한다. 그러나두경우모두, 협약은노예계약을모델로하여구상되었다. 왜냐하면한백성이왕에게자신을주는 (se donner) 행위는노예가자신을주인에게주는행위와마찬가지이기때문이다. 바로이런이유때문에자연법법률가들에게는군주의신민에대한권력은주인의노예에대한권력과동일한기원과동일한근거를갖는것으로생각되었다. 그런데바로이점에서루소의자연법전통으로부터의이탈이부각되기시작하는것은루소가볼때계약당사자중일방에만이익이되는협약은결코참된계약으로간주할수없고따라서정당한권위를위한정초가될수없기때문이었다. 복종협약은소위노예협약과마찬가지로자연법에어긋날뿐아니라 ( 법적으로 ) 유효하지않다. 이상이루소가 ꡔ사회계약론ꡕ의 노예소유권에관한장 에서힘을경주하여입증하려는점인데, 이장에서그가실제로하고있는것은다름아닌복종협약에대한비평이다. 그러나 ꡔ사회계약론ꡕ에선저자는노예소유권에관한비평에들어가기전에부권 ( 父權 ) 에관한비평을선행시키고있다. 사실여기서루소의주관심사는국가계약설이나인민주권에적대적이던 17, 18세기의왕정주의사상가들의주장을검토해보는것이다. 이사상가들에게정치권위, 곧군주의신민에대한권위가그근거를자연에갖고있는것으로생각되었던것은군주의권위가부권에서파생되었다고생각했기때문이었다. 이사상의주목적이왕정의여타통치형태에대한우월성을입증하는것이었다면, 이에병행하여계약설자체를완전히침몰시키지는못한다하더라도특히그것의적용범위를제한하려는의도를가지고있었다. 왜냐하면만일왕권이부권에서나왔고부권은자연에근거하고있다면, 협약이합법적권위의유일한근거도아닐뿐아니라원칙적토대도될수없는것
9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이자명하기때문이다. 이렇게해서의문시되는것이다름아닌계약설의기초원리이다. 이상의이유를배경으로루소의정치학저술중에서부권에대한비평이차지하는중요성과위상이부각된다. 2. 정치권과부권정치철학사에서왕권을부권으로부터도출한가장대표적인사상가는 1680년에출판된 ꡔ족장론ꡕ(Patriarca) 의저자로버트필머로서, 로크는필머의사상을논파하기위해그의저서 ꡔ시민통치론ꡕ 의제1론 (The First Treatise of Gorvernment) 에 로버트필머경및그추종자들의그릇된원칙과근거에대한지적과반박 이라는부제를달고있다. 다른한편대륙에선보스웨 (Bossuet) 가그의저서 ꡔ정치학ꡕ(1709) 에서, 람세 (Ramsay) 가그의저서 ꡔ시민통치에대한철학적시론ꡕ(1719) 에서영국인필머를언급함이없이동일한사상을주장하였던것을염두에두어야할것이다. 이상에언급한세학자가추구한목적은사실홉스의것과마찬가지여서, 이들역시왕들은신민에대해합법적인지배권을가지고있고어떠한약속에의해서도왕은신민에억매일수없으며, 또어떠한상호간의협약도그들의권한을제한한다든가그들에게의무를강제하는계기가될수없다는것을확립하려고노력하였다. 게다가만일절대통치가부권에서직접연유한다면이는다른모든통치형태에대해그근거를자연에갖고있다는장점을주장할수있어, 그제도에는임의적 (arbitraire) 성격이전무하게된다. 학자들은대충이런방식으로절대군주제의여타통치형태에대한우월성을증명하려고하였다. 이런구상에서무엇보다먼저해결해야할문제는인간은태어나면서평등하고독립적인존재가아니라그를세상에태어나게한자의권위에태어나면서예속되어있다는것을확립하는일이다. 천부의평등을설파하는자들은이들이보기에태생이라는자연질서에서연유하는우월성을고려하지않고있는데, 실은모든협약이전에이미자녀를부모의권위에예속시키는필연적인의존관계, 자연적인종속관계가실재한다. 이아이디어를람세는다음과같이서술하고있다. 그차이가크든작든인간은
9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태어나면서불평등하다. [ ] 평등과독립의상태, 즉모든인간이심판과명령에있어서동등한권리를갖는다고주장하는상태는생식의자연질서에반 ( 反 ) 할뿐아니라상상조차할수없는것이다. 하기야시인들처럼인간이개구리처럼진흙에서태어난다거나까드뮤의동료들처럼모두동시에동일한키에동일한힘을갖고땅에서태어난다고상상하지않는다면말이다. [ ] 신의섭리와국가에의해확립된질서에따라서모든아버지는그들의자녀가이성의나이에도달하기전에행한모든일에대해책임이있다. 따라서각가정의가장은모든계약이전에그의자녀를다스릴권리가있으며, 자녀들은이성의나이가지나고서도그들의부친을그들태생의원작자요그들교육의원인자로서존경해야할의무가있다. 31) 이렇게일단일체의계약과는무관하게자연적권위, 즉아버지의자녀에대한권위가실제로존재한다는것을증명하면, 다음순서는부권이부지불식간에군주의권리로변형되었다는테제를내세우는것이다. 이렇게해서부권은처음부터군주의권위로전환되었다. 인간들사이에우두머리권력이있는것이절대로필요하기때문에자신들의자녀를어려서부터다스린가장이경험도없고천부의권위도없는젊은이보다는최고권위의수탁자가되는것이지극히당연하다고생각된다. 32) 그리고보스웨역시이와같은생각을표명하고있다 : 인간의권위와지배에대한최초의생각은부권에서유래한다. 결국이사상가들에게는정치권위는부권을모델로하여설립되었고또이런이유로군주제는여타통치형태보다먼저출현하였던것이다. 왕권은제도로서설립되어도그기원의특징을보존하려본질적으로부권의성격을띠고있다. 그래서왕의그백성에대한의무는부친이그자녀에대해지니고있는의무와마찬가지다. 이것이바로루이 14세시대의왕정주의자들이애호한주제들중하나로서특히보스웨가이를발전시키는데선두역할을하였다. 몇가지예를들어보기로하자 : 왕권은일종의부권이며, 그것의고유한성격은인자함이다. [ ] 왕들은
9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인류의진정한부친인신을대신한다. 또권력에대해인간들이갖게된최초의관념은부권에대한관념이며따라서부친의모델에따라왕들을생각하게되었다. 그러므로왕을백성의어버이라고일컫는것은찬사라기보다는그를그의이름으로부르는것이거나그를정의 ( 定義 ) 하는행위이며, 이런까닭에인자함이야말로왕들의천성이아닐수없다. 33) 이런절대군주제옹호자들을논파하기위해루소가취할전략은두가지중하나이다. 우리가곧보게되듯이루소논증의요체는왕권이부권에서유래하고따라서그기초를자연에갖고있다고주장하기에는양자사이에너무나큰차이가있다는것을증명하는데에있다. 그러나루소는이와는달리푸휀도르프나쥬리외 (Jurieu) 의논법을따를수도있었는데그렇게하지않았다. 왜냐하면이사상가들은이미루소에앞서절대군주제사상에대한논파를시도하고있으니까말이다. 실제로이들은후에이사상의토대가되는원리를반박하고부권이자연에의해확립되었다는것을부정하였다. 이들에게는부권은일반원칙에대한예외가되는것이아니었다. 즉부권역시다른모든권력처럼그기원은계약이었다. 우선쥬리외의말을인용하여보자 : 이세상에그것이묵시적이든명시적이든상호간의협약에근거하지않은관계라는것은결코있을수없다. 따라서상호간의협약과쌍무적의무를토대로하지않는주종관계, 부부관계, 부자관계따위가있을수없는것은확실하다. 그런즉계약당사자일방이이의무를폐기하면타방의의무역시폐기된다. 이쌍무원칙은아버지와아들, 남편과아내같은필연적 [ 자연적 ] 관계에도예외없이적용된다. 실제로부친의자식에대한권리보다더신성불가침한권리는있을수없으나, 부친이만일이권리의행사에있어서지나쳐도를넘게되면그자신도이권리를상실하게된다. 이런까닭에기독교의법은만일부친이자식의재산, 명예, 생명을박탈하려고하면후자에게전자에대한불복종뿐만아니라저항까지도허가하고있는것이다. 34) 여기서쥬리외
9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가부권을상호간의협약에근거시키고있다면, 그것은부친은그자녀에대해무제한의권한을소유하고있는것은아니라는것과자녀는그들대로부모에대한복종의의무에무조건적으로매여있는것이아니고정당한경우엔그들에저항할수있는권리가있다는것을입증하기위함이다. 그러나이런형식으로주장되는계약설이수용될수없는것은자명한이치로서, 아이들은이런상호간의협약을체결하기전에이미부모의권위에예속되어있음에도불구하고쥬리외는이런협약의가능성이나불가피성은증명하지않은채단지전제만하고있기때문이다. 쥬리외보다노련한푸휀도르프는이논리적난점을우회할목적으로, 부권의토대가되는협약은실제로체결된협약이아니고단지추정된협약또는오늘날의어법을빌린다면 준계약 이라는것을증명하려고시도하였다. 부모의권위역시자녀로부터있었다고추정되는동의, 즉일종의묵시적협약에근거하고있다. 한편아버지와어머니는그들의자녀를간직하기를원한다는사실자체만으로도자녀들이그들의보호하에있는기간동안제대로양육하고자연이요구하는제의무를다할것을약속하며, 다른한편자녀는비록아직까지이성을사용할줄모르고따라서명시적으로자신을매는약속을할수는없지만, 그들의부모가그들의의무를다한다는사실자체만으로도그들자신도명시적인동의를한경우에못지않은쌍무적의무를지게된다. 물론부모에대한이묵시적약속은부모가그를위해행한모든것을이해할수있는나이에도달해서야비로소실제로효력을발휘하기는하지만말이다. 왜냐하면만일사람이태어나면서부터이성을사용할수가있어부모의배려없이는자신을보존할수없다는것을생각할수있다면, 이어린인간역시부모가자신을잘길러주기만한다면자발적으로부모의배려와권위에복종하기로동의할것이라고합리적으로 추정 할수있기때문이다. 여기서동의는합리적근거위에서추정된만큼형식을구비한동의에못지않게유효하다. 이와유사한구체적인법례를들어본다면, 만일누군가어떤사람을위하여그의부재중 ( 따라서그가모르는사이에 ) 그의사업을대신처리해준경우후자는전자가그의일을위해지출한경비를보상해줄것을묵시적으로약속한것으로간주한다. 35)
9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그러나이런푸휀도르프의논법이매우기발한것은사실이었으나루소의관심을끌지못했던것처럼보이는까닭은후자는부권의근거를결코계약에두지않았을뿐아니라자연법학파가일반적으로수용하던이론을배제하고나아갔기때문이다. 루소에게가정은협약에의해설립된제도가아니고일종의자연적사회이다. 즉 ꡔ사회계약론ꡕ 제1편 2장에서말하고있는것처럼, 가정은온갖사회중에서가장오래되었을뿐아니라유일한자연적사회이다. 따라서루소에게서도보스웨나람세의경우와마찬가지로부권은그근거 [ 기초 ] 를자연에갖고있다. 다만정치권은어디까지나협약에근거하고있기때문에부권과종류를달리한다는것이루소의지적이다. 과연어떻게국가의통치가그기초가전혀다른가정의통치와비슷할수있단말인가? 아버지는자식들보다신체적으로강하기때문에그의보호와도움이이들에게필요한기간동안엔부권은자연에의해설정된것으로간주하는것이당연하다. 그러나그구성원이본래평등한대가족에서순전히비자연적제도인정치권위는협약에기초할수밖에없을뿐아니라행정관도오로지법에의해서만이남을명령할수있는것이다. (ꡔ 정치경제학 ꡕ, VPW, 238) 이상의원문에서보다시피어떤면에선루소는쥬리외와보스웨간의논쟁에서후자의편을들고있는것이그자신이부권은자연에의해설립되었다는점을인정하고있기때문이다. 그러나이점은루소가절대군주제옹호자들에게허용한유일한양보로서이들주장의다른두측면은가차없이논박하고있다. 우선루소가보기엔전제주의의방조자들이전제주의를정당화하려고이를부권에비유하는것은헛된시도일따름이다. 왜냐하면루소자신이 ꡔ불평등기원론ꡕ에서지적하고있듯이, 명령하는자의유익보다복종하는자의이득을고려하는이자애로운부권보다전제주의의광폭한정신과거리가먼것은있을수가없으니까말이다. 이대목은한편 왕의권위는부친의권위와같으며자애로움이야말로그것의고유한성격이다 라는보스웨의언표에대한공개적인반박
10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이며, 다른한편같은주제에대한로크의생각에접근한다. 자녀를기르고교육하는일은자녀의행복을위해부모가마땅히지어야할책임으로서어떠한경우에도부모는이책임을완수해야하는의무로부터이탈할수없다. 비록명령하고벌주는권한이이책임과켤레를이루고있는것이사실이지만신은인간본성의제원리가운데에우리가세상에태어나게한자식들에대한자애로움을심어놓았기때문에부모가그들의권한을너무엄격하게행사할것을두려워할필요는없다. 지나치는일이있다면그것은엄격쪽이아니고오히려자연적성향에따라그반대쪽일가능성이훨씬높다. (ꡔ 시민통치론 ꡕ 67 절 ) 루소에게아버지라는호칭이상으로전제군주에부적절한호칭은있을수없었던것은절대군주는자신의지배하에있는백성에대해서, 한아버지가그의자녀들에게기울이는사랑을결코가지고있지않기때문이다. 따라서왕권은그것이행사되는방식과그것의존재근거에의해부권과판이하게다른것이다. 그리고왕권은부권에서나왔고, 후자는람세가강변하듯이, 성질상의아무런변화없이전자로전환될수있고따라서제반정치사회설립의원리가될수있다는주장은틀렸다는것이루소의두번째지적이다. 비록부권은자연에의해확립된것은사실이지만이와동시에자연은부권에그한계를명하고있는것또한사실이다. 여기서루소는다시로크의선례를따라부권의잠정적성격을부각시키고있다. 우선로크를살펴보기로하자. 아버지의자식에대한권위는단지잠정적인것으로서그들의인생과재산에까지미치지않는다. 즉그것은아이들의어린나이에기인하는약함과불완전성에대한구제수단에지나지않는것이며아이들의교육을위해필수적인훈련이기도하다. 물론아버지는자식들이굶주릴위험이없는한에서자신의재산을자신이원하는대로처분할수있는권한이있지만, 그렇다고해서이권한이자식들의생명이나재산을 그들이스스로의노동으로획득한재산이든또는타인의증여로손에넣게된재산이든 자기마음대로처분할수있는권리까지부여하는것은아니다. 그리고아버지는자녀들이자유롭게처신할수있는나이에도달하면그들의
10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자유에간섭할권한은없다. 이때가되면아버지의지배는그치기때문에아버지는타인의자유에대한것과마찬가지로자식의자유를더이상좌우할수없다. 어쨌든부권은항구적이고절대적인권한과는거리가먼것이고, 신은자식에게부모를떠나자신의아내와결합하도록명령하는만큼, 자식은때가되면부권으로부터벗어날권리가있다. (ꡔ 시민통치론 ꡕ 65 절 ) 실제로부권을불가피하게만드는것은아이의약함이며, 부권에정당성 [ 합법성 ] 을부여하는것은부친이자녀의교육과생명보존을위해행하는봉사이다. 그러나교육이일단끝나면부권은더이상존재이유가없다. 자식이혼자서처신하기에충분한이성과힘을획득하게되면그는자기자신의주인이되고무엇이자신의보존에적합한가를판단하는유일한심판관이된다. 따라서만일자식이부친으로부터받은배려와양육에대해언제까지나감사와존경을표현해야하는것이도리라면, 그는부친에대해복종의의무는없다. 아버지와아들은그들을결합시킨자연적유대가풀리게되면서로독립적이고대등한존재가된다. 이점에있어서도루소의생각은로크와다르지않다. 공경하고부양하고존경과감사를표시하는것은복종과절대종속의의무를지는것과는전혀다르다. 부모를공경하는것은도리이기때문에군주도그의모친을공경하지않으면안되며, 그렇다고해서이의무가그의권위를조금도감소시키지않을뿐아니라그의모친의통치에복종해야만하는의무를부과하지도않는다. (ꡔ 시민통치론 ꡕ 66 절 ) 미성년자의복종과더불어아버지가갖게되는잠정적인지배권은물론아이가성년이되면서종식된다. 부모를공경해야하는자식의의무는부모에게존경과효도와정신적지지에대한영구적인권리를부여하는것은사실이나 [ ] 사람들이만일이두종류의권한을 즉보호자로서의아버지가자식이미성년인동안행사하는권한과다른한편평생자식으로부터존경받을수있는권한 제대로구별했다면이주제에대해그렇게나많은오류를범하지않을수도있었을것이다. (ꡔ 시민통치론 ꡕ 67 절 ) 자연법에따라, 아버지는그의도움이아이에게필요한기간동안에만아이의주인이다. 이기간을넘으면양자는서로동등해지고자식은아버지로부터완전히독립하는만큼아버지에대한그의의무는복종이아니
10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고오로지존경뿐이다. 왜냐하면은혜의인정은자식의의무임에틀림없으나타인이그것을요구할권리는없다. (ꡔ 불평등기원론 ꡕ, VPW, I, 185) 그러므로자녀의부친에대한의존과자연적평등, 이양자사이에는보스웨나람세가즐겨강조한대립은존재하지않는다. 이사상가들의공통된오류는성인을미성년자에나알맞은의존상태에계속잡아두려고한것이다. 물론이의존상태는필연적이나, 그것도자연질서에의해어디까지나잠정적일뿐이다. 흔히말하는보호적불평등이라는것도아이가부친의보호를필요로하는기간을넘어서까지연장되지않으며피보호자도어느날에는그자신이자유인이되어그의보호자와동격이된다. 만일가정이이보호기간을넘어서까지분리되지않고결합되어있으면이결합은그근거가더이상자연에있는것이아니고오직협약에의해서유지되고있는것이다. 사실자녀들이자력으로생존하고자신을운영할수있게되었는데도부모의권위하에남아있는경우, 이는필연성이아니고선택에의한것이다. 이런경우, 아버지는모든정치수장들처럼그의권력을 묵시적이든명시적이든 협약으로부터획득하였으며따라서자녀의동의하에통치하고있는것이다. 이순간부터는가정은더이상자연적사회로서간주될수없으며, 자발적인자유연합이되어협약에근거하는일반정치사회와다를바가없게된다. 이상에서소개한루소의논법은, 우리가이미누차로크를인용하여시사하였듯이, 로크 ꡔ시민통치론ꡕ 의부권에관한비평에서착상을얻은것이확실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논법이의미심장한것은루소의독특한방법론이여기서도변함없이적용되고있기때문이다. 이미자연상태에관한연구에서그랬던것처럼, 여기에서도루소는이전의이론들을자신의숙고 [ 반성적사유 ] 의출발점으로삼음으로써근본적으로서로대립된두종류의구상을앞에놓게된다. 그런데이대립된구상중하나를택하는대신에루소가제시하는것은이양자의비평에서결과하는제 3 의길이다. 절대군주제옹호자의테제와자연법학파의테제는서로대립되면서도공통점을갖고있는데, 그것은양자모두하나의동일한기초가정치권과동시에부권의적합한근거가될수있다고인정한점이다. 바
10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로이공통점에서양자모두틀렸던것이다. 국가와가정은완전히다른두종류의사회로서하나의동일범주로환원시키는것은불가능하다. 즉전자는그근거를협약에두고있고후자는그근거를자연에갖고있다. 보스웨의주장처럼가정이일종의자연적사회라는것이진실이라면, 이자연적사회는계약의개입없이는정치사회로전환될수도없고왕정으로변형될수도없다. 이점에서푸휀도르프와쥬리에는옳고보스웨는틀렸다. 전자들의잘못은자녀가미성년일동안에도부권을정당화하기위해선계약이필요하다고추정한것이었다. 하지만아이가자신을보존하고통치하기에는지성과육체가허약한상태에있는한, 그를부친의보호와따라서부친의권위밑에두는것은자연의이치가아닐수없다. 그러나자녀가부모의보호없이도생활할수있게되면부모로부터독립해나가는것역시자연의섭리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만일이기간을넘어서자녀가계속해서부모와합쳐있고부모의권위에종속되어있으면, 이는더이상자연적인현상이아니고자유의지의결과이다. 바로이러할때만이쥬리외와푸휀도르프가말하고있는상호간의약속내지묵시적협약이개입하는것이다. 사실이들이말했어야만했던것은부권은자연에의해규정된한계를넘어선오로지협약에의해서만유지된다는사실이다. 요컨대부권은자녀가생명보존을위해아버지의보호를필요로하는한자연에근거하고, 이기간을넘어자녀가성인이되었을때는이들의동의와협약이있어야만존속한다. 따라서부권은성질을바꾸어야만정치권으로변형될수있으며, 이런한에선일반원칙에대한예외는아니다. 3. 사회계약모든계약은그내용을채우는조항이어떤것이든무엇보다도먼저상호간의약속으로서쌍방의의무를내포한다. 사회계약역시이원칙에대한예외가될수없으며실제로이점에관해선모든학자가찬성이다. 그러나이상호간의약속을하여상대방에대해의무를지는주체가, 즉계약당사자가누구인가를명확히규정하는문제에대해선학자들사이에
10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의견은각양각색이다. 우선홉스의구상을따라우리는정치사회는그것의구성원이되기로동의한자들간의상호협약에의해성립됨을인정할수있다. 이경우각인은다른모든사람도그와마찬가지로한다는조건하에한사람또는한집단의권위에자신을예속시킬것을결정한다. 그리고주권자는 그것이하나의인간이든하나의회중이든관계없이 시민들이그들간에체결한협약에의하여그의권력을수령하게된다. 그러나주권자는그의신민에대해어떠한약속에의해서도구속받는일이없는것은그자신이신민들과협약을체결한것도아니고따라서그들에게아무것도약속한바가없기때문이다. 그러니만치주권자는국가구성원전부에대해절대적권력을보유하고있는것이다. 홉스가구상한바의협약은본질적으로 ( 수평적 ) 결합협약이며목적은모두가하나의몸 (body,corps) 또는단일한인격 (une seule personne) 으로합일 ( 合一 ) 하는것이다. 그리고협약에포함된예속조항은이합일을실현하는수단에지나지않는다. 그러나홉스와달리사회협약을구상한학자들은임의의국가에서주권을부여받은자는그주권을그가신민과체결한협약으로부터받은것이고이협약은양쪽모두에게상대방에대한의무를부과한다고주장한다. 여기서협약은주권자 [ 군주 ] 의신민에대한관계를규정하는데전자에게공동체를통치하는권리를부여하면서동시에그의권력을오로지백성의복지와전체의행복을위해서만행사해야한다는의무를부과한다. 이형태의계약설은통치자와피치자의관계규정에적용되는것으로서그목적은상호간의약속을토대로각각의권리와상호의무를확립하는것이다. 여기서문제는더이상 ( 수평적 ) 결합협약이아니고종속협약또는루소의고유한용어법에의하면 통치계약 이다. 루소가활동하던시대에종속협약이론이전통적이며대중적인사상으로통하고있었던것은적어도 2세기동안이이론은정치와종교투쟁에서온갖당파의무기로사용되었기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것은하나의 학설 이었으며, 그러니만큼보강처럼이것이철학적사변의영역에서아무런역할도하지못했다고주장하는것은그릇된주장이다. 실제로이학설이누린명성과위세는자연법학파의법률가들이누린권위
10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에서온것이다. 17세기에는그로티우스와푸휀도르프, 18세기에는토마지우스와볼프의덕분으로이학설은논쟁의영역을넘어대학의공법교육에확고히뿌리를박았다. 1) 이중계약설 : 푸휀도르프홉스의 ( 수평적 ) 협약에반대해서종속협약의필요성을증명하는데커다란공헌을한학자가푸휀도르프이다. 물론푸휀도르프는종속협약이제반정치사회의기원을설명하는데충분하다고는생각하지않았다. 일세기이상동안대학공법 (droit public) 교육의권위로서군림하던그의학설은국가의정초로서두개의계약과하나의법령을제시한다. 푸휀도르프에의하면, 대저정치사회가성립되기위해선무엇보다도먼저하나의협약이선행해야하고, 이협약에의해서국가에속하기를원하는자는모두차후로는단하나의몸 [ 정치체 ] 를형성하고그들의생명보존과안전에관한모든문제는합의에의해해결한다는상호간의약속을한다는것이다. 이때어느누구도이합일을위한협약에서명토록강제당하지않는다는것이다. 즉동의하기를거부하는자는누구나이렇게성립되는정치사회의외부에남아서자신의자연적자유를유지할수있는것이다. 그런데이와동일한착상은루소에게서도찾아볼수있다. 전원일치를요구하는법이딱하나있다. 사회협약이바로그것이다. 시민적합일이란지상에서가장자발적인행위이기때문이다. 사람은누구나타고나기를자유인이고자신의주인이기때문에, 아무도그어떤구실로서도사람을그의동의없이종속시킬수는없는것이다. [ ] 그러므로사회계약체결시반대자가있다고해서이반대의존재가사회계약을무효화시키는것이아니고단지반대자들을계약에포함시키는것을저지할뿐이다. 이반대자들은이를테면시민들사이에있는외국인들이다. 국가가설립되어있을때, 동의는거주에있다. 즉국가의영토에거주한다는사실은주권에복종한다는것을의미한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4 편 2 장, PLE, 440) 그러나전원일치가요구되는푸휀도르프의첫번째협약에서생겨나는사회는아직국가의스케치 [ 초벌그림 ] 에지나지않는다. 왜냐하면이일
10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차협약에하나의법령 (décret) 과또하나의협약이뒤따라국가설계도를완성하지않으면안되니까말이다 ; 이법령에의해다수결로정부의형태를결정하고, 두번째협약에의해한사람이나여러사람을선택하여통치권을부여한후에주권을부여받은쪽은공공의선 [ 행복 ] 을지키고돌볼것을약속하고다른한쪽은이들에게충성과복종을약속하는것이다. 이상의절차에서바로다수의지의합일과복종이산출되어국가형태를완성하고국가를한사람 [ 인격 ] 으로간주해도좋은하나의몸 [ 통일체 ] 로만드는것이다. 따라서푸휀도르프는국가형성을두개의협약과이둘사이에개입하는 정부의형태에관한 하나의법령으로설명하고있는것이다. 그런데여기서이두협약을명료히구별할필요가있다. 첫번째협약은각인이모두에대해서또모두가각인에대해약속하는일종의 ( 수평적 ) 결합협약인것이시민들을결합시키면서그들에게상호의무를과하기때문이다. 두번째협약이일종의종속협약인것은그것에의해시민들은그들이선택한수장들의권위에자신들을종속시킬것과이들에게몇몇조건하에서충성과복종을약속하기때문이다. 그런데푸휀도르프에서의계약설을좀더자세히살펴보면, 결합협약이그의학설에선단지부차적역할밖에하지못하는것을발견하게된다. 사실이협약에근거해서그가실제로할수있는것은, 후에로크가하는것과마찬가지로정부의해체가반드시정치사회의해체를야기하는것은아니라는것과시민들의단일통일체로의결합이홉스가주장하는것처럼유일수장에대한복종에서만오는것은아니라는것을주장하는데에한한다. 어떤자유인민이왕을선택했을때, ( 왕의 ) 자연사로인해그인민이멸종하는일은없다. 일단왕의대관식이행해지고나면, 주권은더이상모든인민으로구성된총회의수중에있는것이아니다. 하지만인민이그렇다고해서서로간에아무런유대가없는군중이되는것은아니고, 최초에정치사회를형성한협약과하나의동일한수장에대한종속 ( 약속 ) 에의해결합된단일통일체로서존속한다. 36) 그런데이상의서술에서드러나듯이만일결합협약에의해시민전체가단일통일체
10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또는단일인민을형성하고, 종속협약에의해이자격 [ 성질 ] 을유지한다면, 푸휀도르프의이론은필연적으로이원론에귀착하고만다. 그것도그럴것이국가의인격이결국인민과주권자 [ 군주 ] 사이에분할되어있으니까말이다. 물론푸휀도르프는국가안에주권자가둘있을수없다고누차확언하고는있지만그는결국자신의출발원칙들로부터이탈함으로써만왕일인 ( 一人 ) 안에국가의단일성 (unité) 을유지하는데성공하였다. 푸휀도르프정치학설의비일관성은그의주저 ꡔ자연법과국제법ꡕ 제7편에서가장선명하게드러나는데, 여기서그는종속협약의필연성을강변하고있다. 여기서푸휀도르프의주관심사는홉스에대항해서, 주권자 [ 군주 ] 와그의신민이상호간의약속에의해결합되어있는것은이상호성이없으면합법적인권위의문제나진정한의무의문제는제기조차될수없기때문이라는것을증명하는데에있다. 이제저자자신의말을인용하여그뜻을살펴보자. 홉스는일찍이제반시민은증여의형식으로그들의권리를왕에게이전한다고말했는데, 이는그자신의원칙들과일치하지않는다. 왜냐하면모든증여에서증여자만타방에그의권리를넘기기때문이다. 그러기는커녕, 왕에게주권을부여할시권리의상호적이양이나쌍무약속이행해지는것이진실이다. 시민은왕에게복종할것을약속하고이와동시에왕은국가를돌볼것을약속한다. 만일이런약속이없다면쌍방중어느쪽도상대방에대한의무는없다. [ ] 따라서왕의합법적인권능과신민의의무는정확히서로화답하는것이기에왕이합법적으로명령할수없는것은신민이합법적으로복종하기를거부할수있는것이다. 왜냐하면왕은정치사회의목적에부합하지않는어떠한것도합법적으로명할수없기때문이다. 고로만일왕이악의적으로나부지불식간에이목적에반하는것을명령하면, 그는이를권리없이하는것이다. 37) 이상과같이푸휀도르프가구상한바의종속협약은주권자 [ 군주 ] 에게그의권력을오직국가의이익과공공의행복을위해서만행사해야하는의무를부과한다. 그러나이를원칙으로세웠다해서
10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정치권위의문제가해결되는것이아닌것이, 정확히말해서취한조처가공공의행복이라는목적에부합하는지아닌지를심판하는권한이누구에게속하는가의문제가남기때문이다. 만일군주혼자가이를심판한다고인정하게되면, 이는군주에게절대권력을부여하는것이된다. 그러나이와반대로신민은종속협약이후에도주권자가그의권력을공공목적에맞추어행사하는지아닌지심판할권리를유지한다고주장하게되면, 주권자 [ 군주 ] 는이름만주권자이게된다. 그런데푸휀도르프는이두해결책중어떤것도선택하지못하고있다. 하지만다음에인용하는문장에선푸휀도르프는두번째해결책으로방향을잡고있는듯이보이기도한다. 시민들이그들의의지와힘을군주의의지에종속시키지만그렇다고해서움직이지않는둥치처럼되는것은아니다. 그들이군주의수중에권력을넘긴것은그가제반정치사회의목적인공공의행복을위해서만이그의권력을행사한다는조건하에서다. 그가그의의무를다했는지아닌지를심판하는것은바로그들시민들이며, 그가이조건을충족시키지못한경우시민들은그들이주었던권력을도로빼앗는다. 38) 인용한원문의마지막구절은그표현의단호함과과격성으로루소의 ꡔ 제네바초고ꡕ의한대목을연상시키지않을수없다. 내가여기서추가하지않으면안되는것은인민쪽에서있었다고추정되는자발적인종속약속은언제나조건부라는사실이다. 인민이자신을주는행위는군주 (PRINCE) 의이득을위해서가아니라자신의이익을위해서다. 개개인이유보없이복종하기로약속하는경우, 이는오로지전부의선 [ 행복 ] 을위해서다. 이와같은경우군주역시인민이하는약속과같은종류의약속을한다. 따라서군주가자신의선서를파기하는순간신민역시그들이약속한의무로부터벗어난다. 어떤인민이매우어리석어서그의복종의대가로그를지배하는권리이외에어떠한계약조건도요구하지않았다할지라도이권리는여전히조건부의권리가아닐수없다. [ ] 그러므로항상제조건이충족되었는지또군주의의지가정말로일반의지인지언제나확인하지않으면안된다. 이문제에관해유일한심판자는인민이다. (ꡔ 제네바초고 ꡕ 제 2 편 2 장, VPW, p479/480)
10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루소의이사상에동의하는것은인민은그가적절하다고판단할때는하시라도군주를폐위시킬수있고왕을인민의의지를집행하는인민의일개수임자로만들수있다는것을시인하는것과매일반이다. 다시말하면이런구상은필연적으로인민주권에이르게된다. 그런데푸휀도르프는이번에는제한군주제에있어서조차왕은주권의유일한수탁자며국가의지의유일한대표자라고확언하고있는것이다 : 군주권의이러한제한이군주권에결함을초래하는것은아니다. 왜냐하면이런상황에서군주권을부여받은왕은절대군주제에서와조금도다름없이주권에속하는모든권한을집행할수있기때문이다. 양자사이에차이가있다면, 후자에선군주단독으로자신의판단을공포하는반면, 전자에선의회가있어이의회가어떤국사는왕과공동으로심의하고또의회의동의가왕이이공동심의한국사에대해합법적인결정을내릴수있는필요조건인것이다. 하기야이런차이에도불구하고의회의심의결과로서신민에게지시된법규도오로지왕단독으로부터그힘과권위를끌어내는것이지의회로부터끌어내는것은아니지만말이다. 그리고또통치권이제한되어있는국가라고해서별개의두의지가있는것은아니다. 왜냐하면국가의의지는오직왕의의지에의해서만작용하기때문이다. 다만약정된조건이채워지지않게되었을때왕은의지행사를할수없거나혹은공허한의지행사를할뿐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왕은여전히주권자 [ 군주 ] 이고, 의회는왕이그것의동의를필요로하지만그렇다고해서왕위에있는것은아니다. 왜냐하면군주가모든것을자기기분대로만할수없다는사실에서그가주권자가아니라는결론이나오지않기때문이다. 이와마찬가지로, 우리가어떤사람에게만사에있어서복종해야할의무는없다고해서우리가그보다높다든가또는그와대등하다고말할수는없다. 39) 그러면푸휀도르프는이러한제조건하에서과연어떻게군주가자신의의무들을제대로완수하고국가의이익에따라통치하고있는가를심판할권리를신민에게부여할것인가의의문이제기되지않을수없다. 바로이
11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대목에서푸휀도르프학설의비일관성이확연히드러난다. 사실푸휀도르프는, 우리가이미앞에서인용하여보였듯이, 군주의권력남용은신민을복종의의무로부터해방시킨다는것을인정해놓고나서는, 결국에는신민에게군주를퇴위시키는권리만이아니고군주에게저항하는권리마저부정한다. 게다가저항권을부인하기위해푸휀도르프가내세우는논거는그의이중계약설자체를와해시키기에이른다. 그리고루소의자연법학파에대한반박이첨예화되는대목도바로여기이다. 먼저푸훼도르프가어떻게자가당착에빠지는가를살펴보자 : 군주가그의신민중누구에게불의를저질렀다해도이것이여타신민들을그에대한의무로부터해방시키지는않는다. 왜냐하면 ( 협약체결시 ) 개개시민은오로지자기자신만을위해군주의보호와배려를약정하였을뿐이고, 군주가시민일반과동시에시민하나하나를보편적정의와공정에부합하는동일한방식으로취급한다는조건하에군주의지배에자신을종속시키기로약속한것은아니기때문이다. 그리고군주가우리시민들에대해차별적인방식으로그의권력을행사할수도있다는우려또한우리를복종의의무로부터해방시키기에는충분하지않다. 왜냐하면이런일이실제로일어난다고장담할수없는것은말할것도없고, 군주로하여금그의신민들중한사람에게는다른사람들과는차별적으로불리한조처를취하게하는특별한이유가항상있을수있기때문이다. 고로신민의군주에대한의무가존속하는한, 신민은어떠한구실하에서도군주에게무력으로저항할수없다. 40) 그러면조만간인민주권을유일한국가구성원리로서주창하고군주를주권자의위치로부터일반의지의단순한 집행자 로격하시킬루소가형식적으론인민에게정치적권리를인정하는것처럼하면서실질적으론거부하는자연법학파의이이중계약설을어떻게공격하는지살펴보자. 팔을하나자르거나사지중하나에심각한상처를주면서그고통이머리에까지전달되지않는다고믿어서는안된다. 그런즉슨일반의지가국가의한구성원 [ 수족중하나 ] 이다른구성원을죽이든가해치는것에동의하리라고믿을수없는이유는머리 [ 이성 ] 을사용하는인간의손가락
11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이그의눈을후벼파내리라고믿을수없는이유와마찬가지이다. 개개인의안전은공적결합체의존재와밀접한연관이있는만큼, 단한명의시민이라도구출하려면구출할수도있었는데국가안에서죽은경우, 단한명의시민이라도부당하게감옥에구금된경우, 한시민이명백한불의로인해송사에패했을경우등에는이공적결합체를탄생시킨협약은당연히해제된다. [ ] 실제로한몸 (Corps) 으로서국민 - 국가의의무가그구성원의마지막자의보존을위해여타구성원모두의보존을위한만큼이나배려를하는것말고무엇이겠는가? 또한시민의복지는국가전체의복지처럼공동관심사가될수없다는말인가? 흔히사람들은단한명이모두를위해서죽는것은좋은일이라고말한다. 하기야만일내가이격언을조국을구원하기위해자발적으로자기생명을희생하는덕과위엄을갖춘애국자의입에서직접듣는다면나로서는찬탄을금할수없을것이다. 그러나통치자는다수의행복을위해한명의천진한사람을희생시킬수있다는말을듣게되면, 나로선이준칙이야말로폭군이이제까지꾸며낸가장추악한준칙중하나이고, 인간이내세울수있는가장거짓되고인간이수용할수있는가장위험한, 인간사회의기본법에가장직접적으로배치되는준칙이라고간주한다. 한사람이모두를위해죽어야되기는커녕, 모두가그들의생명과재산을걸어구성원하나하나를보호하기로약속한것은개별적인약함은항상공공의힘에의해보호받고각구성원은국가전체에의해보호받는것을실현하기위함이다. (ꡔ 정치경제학 ꡕ VPW, I, 252/253) 이상의루소와푸휀도르프의대비에서드러나듯이종속협약은사실인민과그수장들사이의계약이아니고신민개개인과왕사이의계약인것이다. 그런데이렇게인민이단일집단으로서왕과협상을하는것이아니고각자가자기자신을위해왕과개별협약을체결한다면, 결합협약이과연무슨쓸모가있는지묻지않을수없다. 게다가군주의권세앞에서개인적저항이란실패하기마련이며, 인민에게그구성원중하나가당한불의에대해항의하기위해들고일어날권리를부정한다는것은사실군주에게절대권력을주는것에다름아니다. 요컨대, 푸휀도르프는그의자유주의적어투나제한군주제에대한변호에도불구하고여전히절대주의자였다. 하지만그는자가당착적절대주의자였던것이그의제결론은그의학설의출발원리들과일치하지않았기때문이다. 그는한때는상호성이며쌍무적의무를말해놓고서는, 결
11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국은왕의명령이명백히부당하고자신이이미한약속과모순되는경우에라도신민에게는저항할수있는권리는부정하면서왕에게는신민에게복종을강제할수있는권한을부여하고야만다. 따라서우리는푸휀도르프에게선종속협약에대해두가지구상이있음을알수있다. 우선협약을상호의무의원천으로서제시한그가종국에는모든논리를무시하고이협약을인민으로부터그의모든권리를실제로박탈하는무조건의양도, 절대적종속협약으로간주하고있는것이다. 물론푸휀도르프는홉스에반대해서군주의권력이반드시절대권력은아님을증명하기위해수많은논거를들이대고있지만, 그렇다고해서절대권력이합법적임을주장하는데도하등의지장을느끼지않았다. 2) 사회계약설 : 홉스사실, 종속협약은국가안에두권력을제정하고또이때문에주권의분할내지제한에이르는필연적인경향이있었다. 이런결과정부는상호간의약속이나쌍무적의무를토대로수립된다는점이수용된다해도, 누가과연이계약의이행에대한심판관이될것인가의문제가제기되지않을수없다. 다시말하면왕은자신은약속을지켰다고주장하는데그의신민들은이에대해항변하는경우, 과연누가이분쟁을심판할것인가? 이런종류의갈등을판정하는공동의심판또는상위자가없는사회는매순간해체될위험에직면할수밖에없다. 그래서지배자와피지배자사이에서심판역할을하도록의회를제도로서설립하게되면, 이의회가최종심급으로서심판하게되고따라서최고권력을보유하게된다. 실제의주권자는의회가되고통치자는이의회의의지를집행하는책임을맡은대리인이된다. 이렇게되면통치 [ 종속 ] 계약은더이상있을수없는일이다. 그러나이와반대로각자가자기를위한심판관이게되면, 정치사회는더이상존재하지않으며각자는자연상태로돌아가독립적인존재가된다. 홉스는바로이위기상황을그의학설의출발점으로삼고있다. 신민중하나나여럿이나와군주가그의선출시맺은협약을어겼
11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다고주장하는상황을가정해봅시다. 또이에맞서서군주는군주대로, 그의신민중하나나여럿의지지를받거나단독으로, 협약을어긴일이없다고주장하면, 아무도이분쟁을해결할심판이될수없다. 즉전쟁에호소할수밖에없는지경에이른다는말이다. 또각자는자신의힘으로자신을보호하는권리를되찾게되는데, 이는결국정치사회설립목적을부정하는것과다르지않다. 그러므로협약을매개로하여주권을부여하는행위는헛된시도가아닐수없다. 사실사람들이군주는협약을통하여, 즉조건부로그의권력을얻는다고주장할수있는것은, 그들이제반협약은그자체로선빈말이요허풍에지나지않는것이기에강요하고강제하고억제하고보호하는데필요한힘은결국공권력 [ 공공의검 ] 으로부터차용할수밖에없는이자명한진실을모르기때문이다. 모든협약이실효를갖기위해그로부터힘을빌려오지않으면안되는공공의검이란다름아닌주권을소지하고있는의회내지개인의무제약적위력이며, 이주권자의의지는군주나의회의단일인격으로통일된시민전원의힘에의해집행된다. ( 홉스, ꡔ 레비아단 ꡕ 제 18 장 ) 공공의평화가확보되고정치사회가매순간해체의위험을당하는일없이생존하기위해선결국주권자의제반행위는모든항변보다상위에있고그자체가국가의법으로서작용하지않으면안된다. 이는주권자가신민에대해서약속이나계약에의해구속되는일이없을것을전제한다. 그러므로홉스에따르면정치사회는주권자와신민간의협약의매개없이수립되어야하는것이다. 물론자연법학파의기본원칙에충실했던홉스가정치권위는협약에근거하고그것에복종하는자의동의에의해서만이존속할수있다는것을부인하는것은아니었다. 하지만그에게서정치사회를정초하는협약은주권자와그의신민간의협약은아니었고개개인이그들사이에맺는일련의 [ 연속적 ] 상호협약 mutual covenant one with another 이었다. 만인의만인에대한전쟁을끝내기를원할수밖에없게되자, 사람들은개별적인상호간의합의에의해그들이자연으로부터부여받은자기통치권을포기하여한개인 ( 또는의회 ) 에게양도할것을약속하는것이다. 제3의수혜자를위해자연권의상호적포기, 이것이홉스의사회계약의특징이다. ꡔ레비아단ꡕ에서홉스는각별한배려를하여이계약의특수성을다음과같이강조하고있다.
11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이것은단순한합의나협약그이상의무엇이다. 개개인들이서로간에맺은일련의개별적협약에서생겨난이결합은실제로그들모두를한인간 [ 인격 ] 으로통일시킨다. 마치개별적협약시개개인이그상대방에게 : 나는네가너의자기통치권을이사람또는이의회에이양한다는조건하에서, 나도나의자기통치권을이사람또는이의회에양도한다고말한것처럼. (ꡔ 레비아단 ꡕ 제 17 장 ) 이협약은그정치사회가포함하게될구성원의수만큼반복됨으로종국에는시민전원이모두그들의자연권일체를동일한사람 ( 또는동일한의회 ) 에게양도하게된다. 그들의권리일체의이러한포기와양도의결과시민들은그들의협약의당사자는아니면서수혜자인군주 ( 나의회 ) 에대해의무를지게되는반면, 이수혜자는주권의소지자가된다. 따라서주권자와협약을체결한것은아님에도불구하고시민들은그들사이에개별적으로맺은협약의결과로서주권자에게주권자가원하는한복종해야할의무를지게된다. 사실협약은시민들에게이중의무를부과하고있다. 시민들은서로에대해서뿐만아니라주권의소유자에대해서도의무를지고있는것이다. 그러나전자는상호적의무인반면, 후자는일방적인의무이다. 이런방식으로결국주권자는그자신이신민과협약을체결하지도않고따라서어떠한상호적의무도맺은일없이수립되었다. 주권자는이렇게시민에대해어떠한약속도한바가없기에그들에대해지켜야할약속도없고위반할계약도없다. 그는주권을 조건없이 증여 받았다. 그는전시민의의지행위결과로그들의생명과모든재산에대해무제한의권리를소지한다. 한마디로주권자의권력은절대적이다. 그런데인간들이무조건적으로그들의천부의권리를포기하여이를한개인이나의회에증여하기로동의하고유일한절대권력에자신들을종속시킬목적으로자신들의자연적독립을단념한다는것이과연가능이라도한이야기인가? 하지만홉스에게서사회계약의조항들은전면전의위험을공공의평화로대체할능력이있는결합체를수립해야할절박한필요성에의해결정되었다. 개개인들의개별적인힘들을결합시킬수있는길은이힘들을한사람 [ 인격 ] 의수중에통합시키는길이외에는없었다. 즉
11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홉스자신의표현대로, 결합체에선모두의권리는단한사람에게이양되었다. 다수의인간이결합하기위해선그들중하나하나가자신의의지를한인간또는단일적의회의의지에종속시킨결과모두에게오직하나의의지만이존재하지않으면안된다. 이렇게단일의지의통솔에종속됨으로써시민들의개별적인힘들은통합되어, 과거처럼끊임없는쟁투로소진되는대신에, 이제부터는공동체의평화와방위에종사하게된다. 자신의의지를다른사람의의지에종속시키는자는자신이자신의힘과능력에대해갖고있던권리를이타인에게양도하는것이다. 다른모든자도그와마찬가지로행하는만큼, 이모든권리들을증여받은자는가공할힘을소유하게되어모든자에게두려움을불러일으킴으로써수많은개인의개별적의지들로부터단일성과화합을만들어낼수있게된다. 41) 그러므로본래서로경쟁자요적이었던인간들에게결합이실현되기위해선반드시단하나의주권자를세워이주권자는모두의힘을자신의의지대로통솔하는권리와시민전원의통합된힘에상당하는권세를갖지않으면안된다. 오로지이조건하에서만이갈라져있던다수의인간이결합하여정치사회로서성립되어단하나의인격 [ 사람 ] 이될수있다. 홉스자신의말을들어보자. 우리에게국가 (CIVITAS) 란단일적인격 ( 인간 ) 을의미한다. 그런즉슨이단일적인격의의지는수많은인간의협약에서생겨난만큼이모든인간의고유한의지로서간주되어야하고따라서이모든개별자들의재원과힘을공동체의방위와평화유지를위해사용할수있다. 42) 고로홉스에따르면결합은종속의수단을통하여실현된다. 전원의한인간또는단일적의회에대한자발적인종속, 각자의자신과함께자신의모든권리의양도, 유일한절대적권력의수립등이시민들이정치사
11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회를성립시켜만인의만인에대한전쟁대신에항구적인평화의혜택을확보하기위해서받아들이지않으면안되는조건들이다. 만일인간무리가그들각자가자신에대해갖고있는권능에의해스스로를통치할줄알았다면, 다시말하면그들이자연법에따라아울러살줄알았다면, 그들은정치사회를형성할필요도없었을것이고공동의권위에종속될필요도없었을것이다. 43) 3) 사회계약설 : 루소이상에서살펴본듯이홉스와푸휀도르프는서로대립되는학설을제시하고있는데, 그러면루소의이론은이두학설에대해어떠한자리매김이가능할것인가? 우선, 루소는이중계약설을부인하고있다. ꡔ사회계약론ꡕ 제3편 16장의제목 정부 [ 통치부 ] 의수립은결코계약이아니다 자체가이미그의기본자세를시사하고있다. 단한번의협약이정치사회를탄생시킨다. 즉 ꡔ사회계약론ꡕ의같은장에서천명하고있는것처럼, 국가라는범주에선단하나의계약이있을뿐이다. 그것은 ( 동등한자들간의 ) 결합계약인바, 그이외의다른모든종류는이범주에서배제된다. 따라서루소에게선종속협약이나통치계약따위는없고다만결합협약이있을뿐이다. 이점에선루소는홉스에찬성이다. 그러나이유일한협약의성질에대해선루소의생각은홉스의것과본질적으로다르다. 홉스에게선, 우리가앞절에서이미밝힌바대로, 다수의인간이일단결합해서국가를형성하기로결정하고나면, 각인은나머지모든인간들과개별적으로협약을체결하는것이다. 결합은모든개개인이모든개개인을상대로한협약에의해 (by covenant of every man with every man), 그러므로일련의연속적인상호협약에의해성립된다. 그러나루소의경우개인들이서로서로자기들사이에협약을체결하는것이아닌것이, ꡔ사회계약론ꡕ 제1편 7장에서규정하고있는것처럼, 결합행위는공적존재 [ 공중, le public] 이개개인들을상대로맺는
11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상호계약을함축하고있기때문이다. 따라서이개개인들은그들이그구성원이될단체와상호계약을맺고있는것이다. 사실은성립중에있는이인민단체 (corps, 몸 ) 가계약당사자의일방이라는이야기인데이는어디까지나이단체가이미성립되어있는것으로상정하는것에지나지않는다. 한편에는하나의정신적인격체 (une personne morale) 로서생각되는인민단체, 즉주권자와다른한편에는다수의개개인, 즉신민들이계약당사자가되어쌍무계약을체결하는것이다. 그런데주권자로서인민이사회계약당사자로서이미존재하고있다는것은어디까지나상정된것, 즉방법적허구인데, 이점에서홉스는루소와결정적으로다르다. 민주정은다수의개개인과인민, 이쌍방간에체결된협약에의해창설되는것이아니고개개인들이그들사이에개별적으로맺는다수의상호협약에의해수립된다. 협약을체결할수있는자격과능력을갖춘인격체가사전에존재하지않으면실제로어떠한협약도체결될수없는것은분명하다. 그러나정치사회수립이전에는인민이라는것이존재하지않았던것은인민이라는것은그당시정확히말하면, 하나의인격체가아니고개개인들의집산인군중에지나지않았다. 그러므로인민과시민들, 이양자간에는어떠한협약도맺어질수없었던것이다. 44) 그러나루소가홉스의이런통찰을간과했던것은아닌듯싶다. 사실루소자신도주권자인단일적공중과다수의개개인, 이양자의상호계약이약속이행을강제할수있는공동권위가없으면영속적인분쟁과더나아가서정치통일체의해체까지도야기할수있는위험을지니고있다는것을잘알고있었다. 따라서문제는어떻게계약이행을보장하여계약이 공허한형식 으로끝나지않도록하는데에있다. 루소는실제로이문제를 ꡔ에밀ꡕ에서다음과같이명료하게제기하고있다. 계약당사자쌍방, 곧개개인과단일적공중은그들사이에일어날수있는분쟁을심판할공동권위가없기때문에, 우리는일방이제마음대로자기의유불리에따라계약을파기또는포기할수있는가를조사해보아야할것이다. (ꡔ 에밀 ꡕ, VPW, Ⅱ, 151)
11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하기는이러한일방의임의적파기조항이실려있는협약이있다면, 그런협약은지속적인정치사회를탄생시킬수도없을뿐아니라체결되자마자파기될것이뻔하다. 사실결합체의명운을구성원각자의심판에종속시킨다는것은결합체를약간의항의만있어도해체될수있는위협아래에두는것이나다름없다. 그러므로개개인들에게그들이계약상의권리가침해당했다고믿는순간그들의자유를되찾을수있는권리를허용한다는것도생각할수없는일이다. 그러니만치루소로서도국가를매순간존망의위기에처하게하는이런가공할권리를개개인에게허용한다는것은생각할수없는일이었기에결국주권자만을계약이행여부의유일한심판으로할수밖에없었다. 사실누가보더라도국가는오직이런조건하에서만이생존가능하다는것은자명한일이었다. 앞절에서살펴보았듯이홉스는이문제를주권자와그신민양자간의계약을일련의개개인들이그들간에맺는일련의상호협약으로대체함으로써비교적쉽사리해결하였다. 협약당사자가아닌주권자는다수의개개인이그를위해그들의모든권리를포기할것을상호협약한결과그의권력을증여받았기때문에이모든권리의상속자이면서동시에그가어떠한약속도계약도맺은일이없는모든시민의심판이며군주인것이다. 루소에게서의문제는따라서홉스와는다른길을통해홉스와같은결론에도달하는것이다. 그러나루소의출발원리자체가이같은결론에도달하는과정을지난하게만들고있다. 실제로루소는단일적공중과다수의개개인, 이쌍방간의상호계약이념을수용함으로써자신의과제를별나게복잡하게만들어버린나머지과제의성공적수행을위해선정묘한변증법의모든방책을강구하지않으면안되었다. 올바른재판에선어느누구도심판이면서동시에소송당사자일수는없는법이다. 이것이진실이라면루소는과연어떻게주권자를계약당자사로간주해놓고서는다시이를계약이행여부의유일한심판관으로만들수있었다는말인가? 이난제에대한해답은다른모든종류의계약과는비교할수없는사회계약의특성에서찾아야할것이다. 루소의절묘한변증법적착상의첫걸음은이렇게시작되었다.
11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이와유사한제반문제에확고한결말을짓기위해선우리는각별한주의를기울여사회계약은인민이자기자신과계약을체결한다는점에서그유가없는특수한성질의계약이라는것을상기해야할것이다. 즉주권자로서의인민단체가신민으로서의개개인들과협약을체결하는것이다. 이것은정치기구의모든지능과작동을만들어내는조건이고동시에제협약을정당하고사리에맞게하는유일한조건이기에이것이누락되면제협약은부조리하고전제적이며또온갖남용의소지를갖게될것이다. (ꡔ 제네바초고 ꡕ 제 1 편 3 장, VPW, I, 457) 요컨대루소가구상한사회계약의예외적인성격은단일인격으로서의집단이그구성원하나하나와상호계약을체결한다는데에있다. 이런계약구조로인하여결국계약당사자중오직한쪽만이, 즉다수의개개인만이그가타방에한약속을어길수있다는결론이도출된다. 하기야단일인격으로서구상된집단이그의구성원전부를해칠수있다고생각할수없는것은, 이는집단이자기자신을해치는셈이되니까말이다. 그래서단일체인국가가그구성원중임의의하나를해칠수없는이유는구성원전부를해칠수없는이유와동일하다. 이런역설에가까운루소의사회계약구상은사실그의일반의지와법에관한이론과의연관속에서고찰될때그논리적일관성이확인된다. 여기서는일단주권자의의지는일반의지로서본래평등 [ 동등 ] 을지향하는성질을갖고있고이의지의행위인제반법은시민전원에게무차별하게, 즉누가누구보다혜택을더받거나덜받는일없이적용된다는점만을강조하기로하자. 이러한보편적적용의성질때문에법은시민중한명을해치면반드시시민전원을해치게된다. 하지만이런사태가있을수없는것은국가란다름아닌시민전원으로구성된단일체이기때문이다. 우리가주목해야할것은사회계약에따라주권자는오로지공동의일반적의지에의해서만이움직일수있는만큼, 주권자의제반행위는오로지공동의일반적인것만을대상으로하지않으면안된다는점이다. 그러므로시민개인이주권자에의해해를당할수없는것은시민전원이해를당할수없는것과마찬가지이유에서다. 이런일이일어날수없는것은이는주권자가자기자신을해하기를원한다는것을의미할것이기때문이다. (ꡔ 에밀 ꡕ, VPW, Ⅱ, 151)
12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이상의입론이가능하기위해선주권자는일개인이아니고다수의신민을그구성원으로하는하나의정신적단체이다, 라는판단이전제되고있다. 그러므로그것은결국그의주권자에대한구상과법이론을근거로하여루소는 사회계약은, 계약위반은개개인들쪽에서밖에올수없기때문에, 결코공권력이외의다른어떠한보증도필요로하지않는다 고주장할수있었던것이다. 주권자는그를구성하는다수의개개인에의해형성된단일체이니까그들의이해에반하는이해를가지고있지도않고가질수도없다. 따라서주권자의권력에대한신민의보장이전혀필요하지않은것은단일체가자신의전구성원 [ 기관 ] 에해를가하기를원한다는것은불가능한일이기때문이다. 그가구성원중하나를개별적으로해치는것또한불가능한일인것을우리는곧 제 2 편 4 장에서 입증할것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7 장, PLE, 363) 실제로사회계약의훼손이계약당사자중주권자쪽이아니고개개인들쪽에서올수밖에없는것은이들은시민이되면서도여전히공공의행복보다그들의사적이익에집착하는성질이있기때문이다. 이런까닭에주권자는그들이시민의의무를다하고일반의지의명령에복종하도록강제할수있는권력을갖지않으면안된다. 그도그럴것이공동상위자가없는상태에서시민들이공동체에대해맺은약속의이행을보장할수있는것은공동체의힘이외에는없기때문이다. 그러므로사회계약이공허한형식으로끝나지않기위해, 이계약은누구라도일반의지에복종하기를거부하는자는전공동체에의해복종하도록강제당할것이라는조항을묵시적으로포함하고있다. 또이조항만이다른모든약속조항의이행에대한유일한보증이기도하다. 여기서강제한다는의미는다름아닌대상을강제로자유롭게한다는것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7 장, PLE, 364) 그것은공공의힘을어느누구도저항할수없는권력으로만들고개개인들이일반의지에반기를들수있는동기일체를제거하기위해루소가사
12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회계약의유일한명시적조항으로서요구한것이바로 각구성원은자신의모든천부의권리와함께자신을전공동체에총체적으로양도하기다. 왜냐하면개개인들에게이런저런권리가남아있게되면그들과공중사이에분쟁이일어날것이지만이를심판할공동의상위자가없는만큼, 각자는자기의이해가걸려있는사안에있어서심판이고조만간만사에있어서도심판이라고주장하게된다. 즉자연상태는여전히존속할것이고결합체는필연적으로폭력이난무하거나빈껍데기에지나지않게될것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6 장, PLE, 361) 이상의진술들로부터우리가확인할수있는사실은루소역시홉스와동일한결론에도달했다는점이다 : 주권자는여전히계약이행여부의유일한심판으로서공동체의구성원전원에대해절대적권력을소지하고있다는것이다. 하지만, 홉스의학설과루소의학설이주권자의역할과권능에관해일치를보고있다면양자가추구하는이상내지목적은상이하다. 한편, ꡔ 레비아단ꡕ의저자는 만인의만인에대한전쟁 이라는가설에서출발하기에, 그의주관심사는모든시민들에게안전을보장하는것이고협약은본질적으로시민적평화 (paix civile) 를목적으로한다. 다른한편, 루소가무엇보다도염두에두고있는것은자유다. 그러므로그의주목적은각인이모두와결합하면서그럼에도불구하고자기자신에만복종하여이전과같이자유로운상태에남아있을수있는결합형식을발견하는것이다. 우리가루소의독창성이라고말할수있는것은바로이렇게문제를자유의관점에서제기하였다는점이다. 사실루소이전의모든학자들이한결같이제기한질문은어떠한조건에서정치권위는수립될수있을것인가하는것이었고또이에대한해답도한결같이자연권으로서의자유의양도였다. 이들에게서시민정부 [ 통치 ] 의창설은자유를대가로지불할것을필요조건으로하였기에, 이는마치각개인이자신의자유의일부를희생하여다른모든인간과힘과의지의결합체를형성함으로써자신의안전을좀더잘확보하려는성향이있는것처럼전제하는것이었다. 그러나루소에게는공동안전이종속관계를초래해서는안되었기에,
12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그에게문제는정확히말해서어떻게인간들이그들의양도불가의권리인자유를포기하지않고서로결합하여정치통일체를형성할수있을것인가였다. 그런데문제는이렇게명료한관점에서제기되고있지만그해답은기상천외한그무엇이아닐수없다. 사회협약이본질적이고유일한조항으로요구하는것이다름아닌 각구성원은자신의모든권리와함께자신을전공동체에총체적으로양도하는것 이니까말이다. 이러한양도야말로국가에그구성원전부에대한절대적권력을부여하는것과다름아니었기에, 실제로많은루소해설가들이이를빌미로루소는자신이주장했던것과는반대로국가의전권에개인의자유를희생시켜결국은 ꡔ레비아단ꡕ에조금도뒤질것이없는전제주의를확립하였다고비난하였다. 그러나우리가앞에서이미지적한바있듯이, 루소에게서총체적 (total) 양도는개인의자연권을폐지하는데귀착되지않고, 자연권을시민의권리로환원시키기위한인위적장치로서작용하는데에그목적이있다는것은분명하다. 다시말하면, 각구성원은그의천부의자유를시민적자유와바꾸고, 만물에대한무한하지만불확실한권리를그가갖고있는모든것에대한소유권과교환하는것이다. 그러니만치개개인은사회계약이후에도여전히자연상태에서같이자유롭다고루소가강변할수있는것은개개인은 사회적삶 을살면서도더이상타인의지배를당할위험이없기때문이다. 즉개개인을모든종속관계로부터보호하는것이바로사회계약의목적인것이다. 시민적결합의본질적목적은한구성원이다른구성원을자신의의지에종속시키려는기도를저지하는것으로서사회적불평등의작용을제거함으로써모든시민에게그들이자연상태에서누렸던독립에대등한가치를확보하는데있다. 물론자연상태에서도일정한불평등은존재하나그것의영향력은거의영 [ 제로 ] 에가깝다고말할수있는것은이상태에선사람들이서로간에관계를맺고있지않기때문이다. 앞장에서누차밝혔듯이원시상태에서사는인간은자족적인존재라는것이자연상태에대한루소성찰의핵심이다. 따라서그의동류의도움없이살아갈수있던원시인이일단사회적동물이되자그들이그를필요로하는것처럼
12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그들을필요로하게되었던것이다. 사회라고하는시스템의모든악과모든모순은바로이상호의존관계에서연유한다. 왜냐하면여기에선각자가부단히타인을희생시켜서까지자신의최대이익을추구하는데다가모두가존중해야할규칙이없는까닭에, 결국제반인간관계를지배하는것은 자의 밖에없게된다. 이무정부상태를치유할수있는유일한방책이제반인간관계가개인들의자의적의지에좌우되지않는정치사회형태를발견하는것이다. 달리말해서이 정치적문제 에대한해법은직접적인사람대사람의관계를시민과법의관계로대체하는것말고는없다는것이다. 정의와불의의제원칙을찾아야할곳은모두의최대행복을대상으로하는보편적인기본법이지사람대사람의개별적관계는아니다. (ꡔ 제네바초고 ꡕ 제 2 편 4 장, PLE, I, 495) 모든입법체계의목적이지않으면안되는전원의최대행복이무엇으로성립되어있는지의문제를우리가규명하려고할때, 우리는전원의최대행복이자유와평등을기본대상으로하는입법체계로성립됨을발견하게된다. 자유가입법의기본대상이되어야하는것은개인적 [ 사적 ] 의존관계는단일체인국가의힘을그만큼빼앗는일이기때문이다. 또평등에관해서말할것같으면자유는평등없이존속할수없기때문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2 편 11 장, PLE, 391) 자연상태에서개인의자유를보장했던것은사회적관계의부재, 곧원시인의고립된삶이었다. 그러나사회상태에들어와서는, 오로지국가의힘, 주권자의그구성원전원에대한절대적권위, 개별의지의일반의지에로의종속에서만이보장을찾을수밖에없었다. 서로가서로에대해독립적인상태에남아있기위해시민들은반드시주권자에대한의존상태에자신을맡기지않으면안되는것은주권자는그들사이에어떠한차별도하지않고그들을엄정한평등안에존속시키기때문이다. 그러므로사회안에선보편적자유의조건인평등은주권자에게구성원전부에대한절대적권위를부여함으로써만실현될수있다. 이를가능케하는것이다름아닌사회계약에기재된 각구성원은자신의모든권리와함께자신을전공동체에총체적으로양도한다 는핵심조항이다. 하
12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기야개개인들에게이런저런권리가남아있어서주권자의허가없이이를향유할수있게되면일반의지는개별의지들에게굴복하거나이와타협하게될것이고끝내는자신의법을상위자로서강제할수없게될것이다. 이렇게되면개별의지들의대립이처음의의도대로제거되지않고계속해서횡행하고있는것을의미한다. 따라서제반사회적불평등에의해야기된이런무질서를치유할수있는유일한방법은모든인간이한결같이절대적으로복종해야할권위를수립하고자연적평등을법에재확립하는것이다. 그러나이런방법에의해모든시민을사적 [ 개인적 ] 종속으로부터보호한다는것은그들모두를주권자의지배하에두는것을의미한다. 이런조건하에서라면결국사회계약은한형태의지배를다른형태의지배로대체하는데에불과하지않은가? 다시말하면, 온갖개별적종속에서해방된시민이이번에는공동체에의한종속에사로잡혀신음해야하는것이아닌가? 그도그럴것이모두가종속상태에있다는것은아무도자유롭지않다는것을의미하니까말이다. 사실이대목에서벵자멩꽁스땅이나에밀화게같은자유주의옹호자들이거르지않고루소를공격하고있다. 그런데만일루소가사회계약의목적을누구나동등한종속을제도화하고복종에서평등을재확립하는데한정했다면, 루소는결국홉스의관점으로다시돌아온것이고그에게서도개개인의자유는모두의안전을위해지불해야할값인것이다. 그러나여기서우리가주의해야할점은, 루소에게서양도는그것이오로지 공동체전체 를상대로행하여지기때문에정당하고합법적인것이다. 자신을전부에게양도하는개개인은자신을어느누구에게도넘겨주지않는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6 장, PLE, 361) 개개시민을조국에양도하면서그를제반사적종속으로부터지켜주는조건이란이러한것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7 장, PLE, 364) 하지만이상의언표가목표로하는것은각자는사회계약이후에는여타개인에종속되지않음을보장받는다는것을증명하는것이상은아닌
12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듯이보인다. 그러면과연이것만이루소가뜻한바였다면, 그가 각자는계약이전이나마찬가지로자유롭다 고주장하면서말하고자한것은무엇인가? 이미묘한대목에서우리는열렬한자유주의자 (liberal) 에밀화게의예리한비평을참조해보자 : 한마디로말해서루소는자유가무엇인지알지못한다. [ ] 잘알다시피, 그가자유라는말로뜻하는바, 그것은누구엔가어떤개인에종속되어있지않다는사실이다. 곧개별적종속상태에있지않다는사실을말한다. 이에반해전체에의종속은그것이아무리밀접하고고통스러운종속일지라도결코자유롭지않은것은아니고자유가결여된것도아니다. 환언하면자유그것은평등이다. 즉어느누구가나보다강하고부유하고능력이뛰어나도나를그에게종속시킬수없을때나는자유롭다, 바로이말이다. 온갖개인적종속이제거되어있으면나는자유롭다, 바로이것이다. 45) 물론위에서인용한구절은루소가생각했던바의자유의본질적측면을명료히부각시키고있다. 사실어느누구도타인의의지에종속되어있는한자유로울수는없는법이다. 그러나이것이자유롭게존재하기위해충분한조건인가? 루소자신이이렇게생각하지않은것은분명하다. 그에게서자유인은자신의의지이외의다른의지에는복종하지않는것이다. 국가는어디까지나자유인들의사회이어야만하기때문에사회계약의문제는본질적으로 루소자신이말하는대로 각자가모두와결합하면서도자기자신에게만복종하고이전과다름없이자유로운결합형태를발견하는데있다. 따라서그행위가국가의법을이루는일반의지는개개시민에게타자의의지가아니고자기자신의의지이지않으면안된다. 일반의지는단일체인인민전체의의지인것은틀림없으나, 그것은또한 개인 으로서가아니고주권자의일원으로서각구성원이갖고있는의지이기도하다. 주권자는그를구성하는다수의개개인으로형성되어있는만큼, 사회계약은사실인민의자기자신과의약속으로귀착된다. 계약을체결하면서구성원들은자신의모든권리와함께자기를전공동체에양도하는데, 이총체적양도로그들은신민이되면서동
12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시에주권자의일원이된다.
12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각개인은이를테면자기자신과계약을맺음으로써이중관계에서약속을맺고있는것이다 : 첫째주권자의일원으로서다수의개별자에대한약속, 둘째국가구성원으로서주권자에대한약속. (ꡔ 사회계약론 ꡕ 제 1 편 7 장, PLE, 362) 신민들과주권자는동일한인간들이나상이한연관에서고려되었을뿐이다. 이동일한인간들이신민으로서복종하고, 이복종은모두에게한결같은조건인만큼이들을온갖개인적사적종속으로부터보호한다. 이동일한인간들이주권자의일원으로서입법자가된다. 즉그들자신으로부터그들이복종할권위가연유한다는말이다. 각개인은결합체의구성원이되면서천부의자유를희생하였지만, 이제주권자의일원이된그는이자연적자유에상당한시민적자유를재발견하게된다. 그는자유인이다. 이는제반법이그를자의적인개별의지들로부터보호해서뿐만이아니라무엇보다도그자신이입법자요, 주권자의의지가다름아닌자기의의지이기때문이다. 그래서사회계약은구성원모두에게그들이인간으로서갖고있는개별의지를그들이시민으로서지녀할일반의지에종속시켜야할의무 ( 조항 ) 을포함하고있는것이다. 그러나이런의무는자유를파괴하거나제약하기는커녕, 사실자유의조건인것이다. 왜냐하면 ꡔ 사회계약론ꡕ 제1편 8장에서천명하고있는것처럼, 사람이스스로에게부과한법에복종하는것이자유인까닭이다. 이상에서우리가시도한해석에는일반의지는다수의개별의지의합성이아닐뿐아니라이들간의타협의결과도아니라는점이함축되어있다. 그것은주권자의일원인시민전부의의지인것이다. 이런일반의지는시민들이공동의지를갖고있다는것을전제하는데, 만일시민들이만사에있어서의견을달리하고결합의심리적토대인공동유익도없다면이런공동의지조차가능하지않을것이다. 의지를일반화하는것은투표자의수라기보다는이들을결합시키는공동이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2 편 4 장, PLE, 373) 흔히모두의의지와일반의지사이에는상당한차이가있다. 후자가
12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대상으로주의하는것은공동이해인반면, 전자는사적이해를대상으로하는데이는사실개별의지들의합계에지나지않는다. 그러나이개별의지들에서서로상쇄하는상대적차이들을제하면, 이차이들의합산의결과로서남는것이일반의지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2 편 3 장, PLE, 371) 사실, 인민총회처럼수많은사람이모인집회에서전원일치는좀처럼이루어질수없는법이다. 그래서전원일치대신에다수결에만족해야하는것이현실이기도하다. 그성질상전원의동의를요구하는법이단하나있으니그것은다름아닌사회계약이다. [ ] 이최초의계약이외에는다수결에의한결정에나머지모두가따라야한다. 그러나이다수결의원칙역시사회계약의산물 [ 결과 ] 이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4 편 2 장, PLE,439/440) 그러나이런형식을절대규칙으로받아들일수없는것은루소자신도대다수에의한결정이언제나그리고모든경우에일반의지의선언이라고주장하는것을삼가하고있으니까말이다. 실제로그가생각한것은일정한조건들이갖추어지면과반수의견해를일반의지의표현으로간주할수있다는것이었지, 그자신은결코소수는다수의의지에따라야만한다고말하지않았다. 따라서그의정확한뜻은시민은그가반대했던법에복종하면서도자유로운데, 이는오로지이법이일반의지의표현인경우에한해서인것이다. 루소자신의말을들어보자. 이는일반의지의모든성격이아직대다수안에있다는것을전제한다. 그러나그것이대다수안에없다고하면, 어느쪽으로결정하든거기에는더이상자유는없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4 편 2 장, PLE, 441) 따라서루소는다수에의한소수의억압가능성을배제하지는않았다. 오히려이런남용을예방하기위해루소가제안하고있는바는법안을투표할때마다가능한전원일치에접근토록노력하라는것이다. 예를들어보면기본법들에대해선삼분의이또는사분의삼의다수결을규정할수도있다. 더욱이루소의국가론은입법과행정, 법과일반국사를엄밀히
12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구별하고있는만큼, 양자의결정과정으로서투표방식이다를수밖에없다. 일반국사는보통급속히결정되어야하는데, 이런경우한표차의과반수조차충분할수있다. 이와는달리법에관해서는투표에서이길안건은전원일치에접근하지않으면안된다. 그러므로루소는몇표차로표결된조처가일반의지의표현이될수있다는것을결코인정하지않았다. 오히려이와는반대로제대로체제를갖춘강건한국가에서는표결에서이기는안건은반드시전원일치에근사해야한다는것이루소의확신이었다. 사정이이렇지않아서인민총회에서약한과반수를얻는데도장시간의토론이필요하면그것은국가가이미사양길에들어섰다는증거이다. 여기서우리는루소의민주주의가얼마나현대의의회민주주의와거리가멀면서동시에고대그리스도시국가 (polis) 민주주의를생생하게표상하고있는가를알아볼수있다. 사회적유대가풀어지기시작하고국가가약해지기시작할때, 개별적이해들이소리를내기시작하고다수의작은사회들이정치사회에영향력을행사하기시작할때는공동이익은변질되고반대자들을만나게된다. 즉전원일치는더이상투표자들을지배하지못하며일반의지는더이상모두의의지는아니다. 반박과토론은성행하는한편, 최선의안건도언쟁없이는통과되지않는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4 편 1 장, PLE, 438) 이상으로부터우리는루소가구상한민주주의는언쟁이없는고요한만장일치가군림하는민주주의라는것을알수있다. 다수의개별의지의통일이말로서되지않는민주주의는과연어떤종류의민주주의라는말인가? 사실루소는한번도고대의민주주의본가인아테네의직접민주주의나근대의민주주의발원지인영국의의회민주주의를찬양한적도없을뿐아니라자기의모델로생각하지도않았다. 그의모델은처음부터끝까지스파르타였다. 그러면과연고대철학자들을포함해누가스파르타를민주주의국가로생각한다는말인가? 여기에바로루소정치학설의본질적특성이있다. 루소자신이말한대로 ꡔ사회계약론ꡕ은 추상 의결과이다. 실제로이저서는 주권자는인민이다 를대원칙으로하여세워진연역체계로되어있다. 그래서루소의민주주의국가는이상국가
13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ideal state) 인것이다. 바로이이상국가의잣대로루소가영국의대의민주주의와수사학과변증론을꽃피게한아테네민주주의를심판한것처럼, 루소의이상국가는프랑스혁명부터오늘날까지의모든현실민주주의를비평할수있는잣대를제공한다. 하여튼루소에게서전원일치는어떠한경우에도벗어나서는안되는원칙이기보다는가능한접근해야할이상인것은확실하다. 국가가건강한상태에있는한시민들간의의견의다양한상이는별로느껴지지도않을뿐더러또쉽게서로상쇄되기도한다. 어째든다양한의견의존재가일반의지가본질적으로전원의의지가되는것에지장이되지는않는다. 루소가말한대로, 일반의지는모두에서출발하여모두에적용되어야한다. 또 국가구성원모두의지속적인의지가일반의지인것은왜냐하면그것에의해그들은시민이고자유롭기때문이다. 이상적인것은일반의지가전원의의지인것이나루소에따르면제대로세워진국가는실제로그렇다. 따라서일반의지는시민아무나의의지라고말해도루소의생각에서그다지벗어나지않는것은시민은누구라도공동체전체에관계되는문제를심의하게되면자신의개인적인기호나선입견을사상하고시민전원의찬성을의당히받을수있어보편타당한법으로세울수있는견해를제시할수있을것이기때문이다. 여기서우리는루소에서칸트에이르는길이그리멀지않은것을알수있다. 이발전과정은도덕철학과법철학에서가장심각한대목중하나이겠으나여기서는칸트의도덕법칙들의최고원칙을음미해보는것으로만족하기로하자. 너의의지의준칙이항상동시에보편적법칙수립의원리로서타당할수있도록, 그렇게행위하라. (ꡔ 실천이성비판 ꡕ 7) 46) 그러나여기서우리가밝혀두어야할것은몇몇사상사연구가들의시도에도불구하고루소자신은일반의지와양심간의유추에관해결코강조한적이없었다는사실이다.
13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또다른한편사상사연구가들사이에는일반의지를일종의집단의식으로간주하는경향도있다. 이런경우, 개인은그때문에외부로부터압력을받는처지에놓이게되고그자체의목적은무엇보다도먼저사회적결속을확보하는데있다. 이련경향의대표적인연구가인보강을예로들어보자. 일반의지는루소에게서단순히자아를가진단체 (the corpoate self) 의표현이다. 일반의지가바로이단체인것은이단체가행동을지향하고행동하는까닭이다. 이는실재하는국가가단체로서그를구성하는개인들의생명과는별도의고유한생명을갖고있다는것을함축한다. 47) 그러나보강이해석하는것과는달리루소는누누이국가는인위적인단체요정신적존재이며오직사회계약에의해서만실존할수있다고말하고있다. 그에게는어떠한집단이라도그것은협약에의해결합된 개인들의합계 인것이다. 국가또는도시국가 (cité) 는오로지정신적인격체 (personne morale) 로서그생명은그구성원들의합일에있다. (ꡔ 사회계약론 ꡕ 제 2 편 4 장, PLE, 375) 무엇이국가를하나로만드는것인가? 그것은그구성원들의결합이다. 그러면이결합은어디서생겨났는가? 그들을구속하는의무에서. 모든사람이이에대해선찬성이다. (ꡔ 산에서보낸편지 ꡕ 여섯번째편지, VPW, Ⅱ, 199) 루소사회계약의관건은어떠한조건하에서국가권위에대한개인의복종을 강제 에의해서만이아니라 의무 로서확보할것인가이다. 환언하면어떤까닭에일반의지는모든시민을의무의주체로만들고왜이들이그권위에반항하는것은부당한것인가의문제다. 그런데이점에관해루소의생각은오해의여지없이단호하다. 시민이일반의지에복종해야할의무가있는것은일반의지가공동이익내지초개인적이익을대변해서가아니라그자신이사회계약의당사자로서이에대한약속을하였기때문이다.
132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이미우리가앞에서말한대로 법 은일반의지의엄숙한공적행위이다. 그리고각자는근본적인 ( 사회 ) 계약을통하여이의지에복종하기로약속하였기에모든법의힘은바로이계약에서유래한다. (ꡔ 제네바초고 ꡕ 제 2 편 4 장, VPW, I, 492) 따라서일반의지에의복종은그근거가사회계약, 곧전원의약속에있다. 주권자의권위가정당할수있는것은그것이자발적으로수용되었고시민들이사회계약을통하여일반의지의통수권밑에서행동하기로약속하였기때문이다. 이상의내용으로부터우리는의무의근거에대해루소는현대사회학자대부분과는생각을달리하는것을알수있다. 그에게서의무는결코개인들의외부에객관적으로존재하는권위가이들에게존경을강제한다는뜻을함축하고있지않다. 권위는그근거가개인그자신에즉그가맺은약소자체에있는것이다 : 자유로운약속에의해스스로의무를지는것보다더확실한의무의근거가있을수있을까? 루소의의무에대한구상은이렇게철저히개인주의적인의무관이다. 그래서정치권위역시개인이일반의지에의복종을약속한행위곧사회계약에그근거가있는것이다. 주권의일차적근원은개인그자신이다. 물론우리가앞에서지적한바있듯이일반의지가가능하기위해선공동이익이실제로있어구성원들간에유대를맺게하고결합의심리적토대를성립시켜야만한다. 그러나이공동이익을개인적이익과는본질적으로다른사회적집단특유의이익으로해석해서는안될것이다. 그러므로일반의지를개인의이익과구별되는집단이익의집단적표상내지표현으로해석하는것은루소학설의본래의의미를왜곡하는것이아닐수없다. 그도그럴것이루소에게선일반의지는어디까지나 정의의척도 로서, 사회적삶의제조건을의식하는개인은자신의행복, 자신의안전, 자기자유의보전을위해서이를수용하니까말이다. 이것이바로루소가말하고있는 이익과정의의놀라운일치 인것이다. 또이일치에서모두를위한자유가결과하는것은자연상태에서와는달리시민상태에선자유는정의로부터분리할수없기때문이다. 게다가이점
133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은루소자신이줄기차게강조하고있는바로서여기서확실하게해두는것이중요하다. 내가아는진정자유로운의지는어느누구도그것을저지할권리가없는의지밖에없다. 공동의자유에서아무도타인의자유가그에게금지하는것을행할권리를갖고있지않다. 참자유란결코자신을파괴하지않는법이다. 그러므로정의없는자유란진정한자가모순이아닐수없다. 왜냐하면무질서한의지의집행에는모두가자유를잃는다. (ꡔ 산에서보낸편지 ꡕ, 여덟번째편지, VPW, II, 235) 그러니만치시민의자유는자연인의독립과아무런공통점이없는것이다. 루소는결국몽테스키외처럼자유를독립에대립시키는데이른다. 루소가찬탄해마지않으면서도경쟁자로생각했던 ꡔ법의정신ꡕ 저자의말을먼저들어보고이를루소자신의말과비교해보자. 독립이란무엇이고자유란무엇인가를항상염두에두어야할것이다. 자유란법이허용하는모든것을행할수있는권리이다. 만일어떤시민이법이금하는것을할수있다면그는더이상자유의권리의소지자가아닌것이다른시민들역시그와같은권리를갖게될것이기때문이다. (ꡔ 법의정신 ꡕ 제 11 편 3 장 ) 사람들은흔히독립과자유를혼용하고있는데이는근거없는짓이다. 이두사태는너무나상이해서서로배제하는관계에있다고까지말할수있다. 각자가제마음에드는대로행동하면이는언제나타인의마음에들지않는것을행하는법이다. 이런것을자유라고일컬을수없는것은자명하다. (ꡔ 산에서보낸편지 ꡕ 여덟번째편지, VPW, Ⅱ, 234) 이런고찰의대상이시민상태일수밖에없는것은시민상태에서만이제반사회적관계때문에법에의한정의가자유의조건이되기때문이다. 이에반해자연상태가자유로운상태인것은정확히말해서사람들은공동규칙이개입할필요없이그들의독립을향유하기때문이다. 그러므로자연상태에선불필요할뿐아니라인식할수도없는정의의관념은인간들의제반상호관계의문제가제기되기시작하는시점부터필요하
134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게된것이다. 그도그럴것이고립되어사는원시인은그의힘과욕구의균형으로인하여독립적인존재, 곧자급자족하는절대자이니까말이다. 우리가앞장에서누차지적한바있듯이, 자연인은여타자연인과관계를맺어야할어떠한이유도없는것이다. 이렇게인간상호관계가발생할수없는상태에서는전제군주권이나압제정치따위를겁내야할이유도전무한것이다. 그러나사회적관계가시작되면모든것이달라진다. 자연상태에선절대적감정이었던자기애는상대적감정, 즉그것으로사람들이서로비교하는감정이되고자만심 [ 허영심 ] 으로변형되어인간들내부에만족을모르는지배욕을낳는다. 자연상태에선그영향이별로느껴지지않던불평등도지배적인성격을띠게되어인간대인간관계에치명적인영향을끼치게된다. 그런결과한편의독립은다른한편의위험이되며, 약자는강자에의해지배당할위험에노출되고, 가난한자는부자의먹이가될위험에처하게된다. 이런상태에서자연적자유의존속은최대다수의피해를초래하기마련이고. 각자의개별의지가자기를주장할수있었던자연적독립도혼돈의원천이되기마련이다. 그러므로사회계약의목적은일반의지를정의의척도, 즉이성의법으로서제정하여인간의자연적평등을법안에서재확립하고모두에게자유를보장하는데있다. 그러므로오로지자연적독립을포기하고자신을법에종속시킴으로써만이사회적삶을사는인간은자신을폭정으로부터지킬수있다. 그래서루소는 정치통일체의본질은자유와복종의일치에있다 고말하고있고이일치를실현하는것이법제정이다. 어떤놀라운기술을가지고있었기에인간을종속시켜서자유롭게하는수단을발견할수있었을까? [ ] 복종하는자들은있지만아무도지배하지않고섬기는자들은있건만주인은없는상태가도대체어떻게가능하다는말인가? 게다가이상태는겉보기에는종속되어있지만실은각자가자신의자유에서타자의자유에폐를끼칠부분이외에는상실하는바가없기에그만큼더자유롭다고말할수있으니까말이다. 이런기적이야말로다름아닌 법의작품 인것이다. 오로지법에의해서만이인간은정의와자유에접근할수있는것이다. 그리고바로이전원의지의기관 (organe) 이인간의자연적평등을법안에재정립하는것이다. 또이천
135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상의소리가시민하나하나에게공적이성의원칙을명하면서자기자신의판단준칙에따라행동하고자기자신과일치하도록가르친다. (ꡔ 정치경제학 ꡕ, VPW, I, 245) 시민들이자유그리고자연상태에서의인간들처럼독립을누릴수있는것은법에의복종을통해서이다. 그러나사회계약이후의인간이시민적자유의형태하에그의자연적독립과대등한가치만을재발견한것이아니다. 이것이외에도정의, 도덕성, 덕성이시민적상태의자산에속한다. 도덕적삶은오직사회적삶과함께시작하며, 인간의법에대한복종은그를온갖사적개인적종속으로부터지켜주고더나아가서자신의이성과상의하고자기의욕정을지배하고자신의성향에저항하는권능을부여한다. 다시말하면사회계약에의해자연상태에서시민상태로이행함으로써인간은자신의지적도덕적진보를위한제조건을창조하는것이다. 그리하여그가홀로떨어져살았을때는단지가능태로서밖에존재하지않던그의가장고귀한기능들, 곧이성과양심은훈련되고발휘되는과정을거쳐발전하고, 그의존재는좀더높은단계의자유에오르는것이다. 이것이바로루소가설파한사회계약의참된존재이유이고그정당성의근거이다.
136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에필로그 본저작은루소 ꡔ사회계약론ꡕ의토대가되는자연상태와사회계약이론을규명하였다. 루소의이소논문을읽어본독자는이미알고있겠지만, ꡔ사회계약론ꡕ은사회계약을토대로서전제한루소의정치학설 [ 국가론 ] 요강이지사회계약자체를그논구의대상으로하고있지않다. 바로이점이이소책자의역사적호소력과동시에이론적난해성의근원이라는것이필자의생각이었다. 물론루소자신이 ꡔ사회계약론ꡕ의일러두기와결어에서특기하고있는바대로고도의추상결과인이소논문에선사회계약개념이서술되지않고간략히형식적으로정의된후그의국가론의출발원칙으로서함축되어있는것은당연지사라고생각할수있다. 그러나이당연한사정이이소논문의난해성을설명할수있을지는몰라도그역사적웅변력을설명할수는없는것이다. 실제로 ꡔ정치적권리의제원리ꡕ에선사회계약개념은있어야할 언제나소급해야할 최초의협약 으로서상정된후이대원칙으로부터연역적으로끌어낸명제들뿐으로, 이개념에대한언급은루소전작품에산재해있는실정이다. 이소책자의양립할수없는두성질, 즉내적으로는추상적이고어려우나외적으로는광범위한독자의호응을불러일으켰다는사실은오로지 시대정신 이라는개념에의해서만이설명될수있다는것이필자가루소연구로부터끌어낸결론이었다. 엄밀히말해서루소가 ꡔ사회계약론또는정치적권리의제원리ꡕ라고명명할그의소논문을집필하면서전제하였거나염두에둔것은자신이사전에정립한사회계약개념이라기보다는이개념이일반화된시대정신이었다. 이시대정신은넓게는계몽주의라고부를수있겠으나정치철학에선그자신이직간접적으로영국의명예혁명 ( ) 에참여했던 ꡔ시민통치론ꡕ의저자로크가이시대정신의이론적창시자이다. 로크로부터루소에이르는이시대정신의특징은양자의정치학설이자연상태 [ 천부인권론 ] 와사회계약이론을토대로세워졌다는사실에있다. 다른한편양자의정치학설에서의차이는영국경험론과대륙이성론의차이에기인한다고볼수도있겠지만이에못지않게중요한요인은양자
137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가처한역사적현실의차이다. 영국에선이미 17세기에절대군주제가기울면서시민의정치적권리가인정되기시작했으나프랑스에선 18세기중반까지절대왕정은요지부동이었다. 프랑스의이러한정치적후진성에도불구하고로크의정치학설과영국의정치현실, 즉시민들의정치참여는몽테스키외, 볼테르등프랑스계몽주의철학자들사이에널리알려져있었을뿐아니라이들에게지대한영향력을행사하고있었다. 따라서로크의 ꡔ시민통치론ꡕ은경험론자인저자가변하고있는정치현실을안중에두고쓴책인반면, ꡔ사회계약론또는정치적권리의제원리ꡕ의저자는대륙이성론전통에서이 시대정신 을현실로서가아니고관념 [ 이상 ] 으로서밖에상대할수없었다. 그래서루소의이소논문이고도의추상과연역체계로된것은어떤의미에선필연이고동시에자명한시대정신이된정치적권리의제원리, 즉자연권 [ 천부인권 ] 과사회계약이상 [ 관념 ] 을자신의국가구상의토대로전제함으로써프랑스대혁명의도화선이될광대한호응을불러일으킨것또한필연이다. 본저서의본래의목표는 ꡔ사회계약론ꡕ 을그것을구성하는자연상태, 사회계약설, 주권론, 정부론네개의주제로나누어분석하는것이었나, 필자의역부족과미숙함으로전반두주제의분석에그치고말았다. 따라서본작업은홉스, 로크로부터자연법학파를거쳐루소에이르는서양근대정치철학의공통토대로서의시대정신을루소국가론의관점에서분석, 정리하는데서그치고말은셈이다. 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가주관하는공동프로젝트의일환으로본작업은착수되었던바, 연구원전원에게일괄적으로부과된원고마감기일을준수하느라고필자는죄송한마음과안타까운마음으로작업결과를이렇게미완성상태로제출하게되었다. 나머지작업부분을조만간완성하여발표할것을동프로젝트주관자와책임자, 공중에약속드리며, 루소에서파악된그시대정신이인권과민주주의의개선을환호하는우리의정치현실을분석하는데기여할것을진심으로바란다.
138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참고문헌 < 루소저서 > Rousseau, J.-J., Essai sur l'origine des langues, Gallimard, Paris, 1990 (folio / essais), Discours sur les sciences et les arts, Gallimard, Paris, 1990 (folio / essais), Emile ou De l'éducation, Gallimard, Paris, 1990 (folio / essais), Les Confessions, Gallimard, Paris, 1964 (Biblotuèque de la pléiade), Discours sur l'origine et leo fondements de l'inégalité, Discours sur l'économie politique, Première version du Contrat social: Manuscrit de Genève, Lettres écrites de la montagne, Conridératrins sur le Gouveinement de Pologne. (The political writings of Jean Jacques Rousseau, edited from the original manuscripts and authentic editions with introduction and notes by C. E. Vaughan Oxford, Blackwell, New York, Vol.) < 기타저서 > Hobbes. T., De Cive: (Traduction frangaise) Les Elements de la politique de M. Hobbes, l'homme Laval, paris, 1960., Leviathan or the matter, form and power of a commonwealth ecllesiatical and civil, Oxford, Blackwell, New York, Locks, J., Second Treaties of Civil Government and a Letters Concerning Toleration, Oxford, Blackwell, Montesquieu, L' Esprit des lois, Seuil, paris, 1964.
139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Bourgeois, B., Le Droit naturel de Hegel, Vrin, paris, 백종현, ꡔ서양근대철학, 철학과현실사ꡕ, Derathé, R., J,-J. Rousseau et la science politique de son temps, paris, Strauss, L., Natural right and History, University of Chicago Press, (Droit naturel et Histoire, Flammarion paris, 1986) Goldschmidt, V., Les principes du système de Rousseau, Vrin, paris, Burgelin, P., La philosophie de l'existence de Jean-Jacques Rousseau, Vrin, paris, Leduc-Fayette, D., J,-J. Rousseau et le mythe de l'autiquité, Vrin, paris, De Lacharrière, R., Etude sur la théorie démocratiques : spinoza, Rousseau, Hegel, Marx, Aubier, paris, Lakoff, S.A., Equality in Political Philosophy, Cambridge, Mass, 1964 Masters, R.-D., The Political Philosophy of Rousseau, Princeton, Shklar, J.-N., Men and Citizens. A study of Rousseau's social Theory, Londres, Cambridge, Cassier, E., Rousseau, Kant, Goetthe, Belin, paris, 1991., Le problème de J.-J. Rousseau, Hachette, paris, 1991., La philosophie des Lumières, Fayard, paris, Groethuysen, B., Philosophie de la Révolution française, Gallimard, paris, 1956., J,-J. Rousseau, Gallimard, paris, Weil, E., Essai et conférences, Aubier, paris, Millet, L., La pensée de Jean-Jacques Rousseau, Fayard, paris,
140 루소 ꡔ 사회계약론 ꡕ Strarobinski, J,. J,-J. Rousseau Rousseau La transparence et l'obstacle Gallimard, paris, 1971.
141 ꡔ 철학사상 ꡕ 별책제 2 권제 5 호 발행일 2003년 5월 25일발행인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소장백종현 , 서울시관악구신림동산 philinst@plaza.snu.ac.kr 전화 : 02) 팩스 : 02) 인쇄관악사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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