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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사말 미래의 대안사회복지 모델을 찾는 대안사회복지학교 가 되길 김 규 원 (우리복지시민연합 공동대표,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가을빛이 단풍 속에 찾아드는 요즘입니다. 벌써 성질 급한 잎사귀들은 낙엽이 되어 대지를 감싸려고 덤벼들기도 합니다. 시골들판은 누런 벼들이 장관을 뿜어 대지만, 한편으로 미디어가 전하는 농심은 타들어가는 볏단의 재처럼 우수에 젖 게 합니다. 이처럼 결실( 結 實 )과 망실( 忘 失 )이 교차하는 요즘의 자연변화 때문 인지, 아니면 미디어들이 전하는 우울한 세상 소식들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 무튼 가을은 사색과 성찰의 계기를 자아내는 계절인가 봅니다. 지난 세월을 반 성하고 다가오는 새날들을 기약하기 위해서, 세상의 고민과 개인의 고뇌를 혼자 다하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나누고 다짐하는 자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과 일상생활에 대한 진지한 담론의 자리는 점점 사회복지 라는 주제어와 연관되어 마련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예전부터 사회복지대학 을 개설하여 지역민들의 복지의식 고양은 물론이거니와 복지 부문에서의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전파해왔습니다. 복지가 단순히 시혜와 동정의 차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모든 인간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점을 설파해왔던 것입 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 대해서 오해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기존 정책에 대한 비판에만 앞서고, 사후약방문처럼 복지비리 문제가 터지면 고발하기에 급급한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오해에도 불구하고, 우 리복지시민연합이 추구해온 것은 참복지 참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대안 모색을 대안사회복지학교 1

4 꾸준히 시도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않았기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복지시민연합이 추구해온 가치들에 대해서 동참하지 않은 주된 이유의 하나는, 우리복지시민연합이 너무 급진적인 단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작용하지 않았던가 하고 짐작합니다. 이것 역시 오해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현재 상태를 만족하지 못하고 바꾸려고 하는 것에 대하여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사람은 싫 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대체로 우리 지역사회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 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 바, 이는 현재 상태에 만족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일에 대해서 썩 내키지 않은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 은 것입니다. 이런 보수적인 풍토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 지역사회에 적 지 않은 것은 다행입니다. 아니, 점점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봅니 다. 이런 분들은 우리복지시민연합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고 더 나아가 서는 성원을 아끼시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의 관심과 성 원 덕택으로 우리 지역사회의 복지 부문은 조금씩 서서히 변모해올 수 있었습 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변화를 싫어하는 개인에 따라서는 조금 손해 보거나 또 는 많이 상처받은 경우도 있었겠지만, 지역사회 전체적으로는 분명히 나은 방향 으로 복지가 개선되어왔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당하신 개인의 손해 와 상처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미안함과 위로를 이 자리를 빌러 전하고 싶습니 다. 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낙오하고 만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하는 사람들 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는 각계각층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 향에 대해서 전망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아주 중요한 지점에 이른 것 같습니다. 따라서 현재 상태의 복지 수준이 우리 삶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계신다면, 사회복지의 미래와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자리의 중심에 서는 기회를 외면하시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구보건복지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우리복지시민연합과 민주노총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 대경지회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개설하는 대안사회복지학 교 는 이러한 주인공들이 함께 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사회로 향해가는 첫 걸음을 함께 내딛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할 것 2

5 입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안사회복지학교 가 우리 지역에 개설된다는 사 실만으로도 대구경북 지역민의 자부심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이러한 소중한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서 강좌를 기꺼이 맡아주신 정태인, 정세 은, 오건호, 이진석, 홍기빈 선생님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강좌 기획 및 섭외 등 갖가지 준비활동으로 수고해주신 은재식 처장님을 비롯한 사 무처 여러 분들과 운영위원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번 강좌를 수 강하시는 분들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참복지 참세상의 빛과 소금이 참담 한 복지의 척박한 사회를 구제할 줄로 믿습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3

6 인사말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보편적 복지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 재 강 (민주노총 공공노조 대경본부장, 사회연대연금대경지회장) 1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 정책, 규제완화, 부자감세, 친사반노로 대변되는 시장만능주의 정책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 상황을 불안정하고 불평등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또한 FTA의 비준, IT기술 등 신기술의 발전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킨다고 는 하지만, 우리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을 점차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부문을 비롯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이기는 커녕 4대강 살리기를 통해 자본의 이익만 챙겨주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800만명을 포함한 소득 불안정계층의 증가, 자본의 이익만 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악, 민중들의 삶의 질 향상을 외면하는 정치 상황은 향후 우리 사회를 극도로 혼란시킬 것이고, 절망적 양극화를 초래할 것임이 틀림없습 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어떠합니까? 선별적 복지제도인 기초 생활보장법, 보편적 복지라곤 하나 용돈에 불과한 기초노령연금, 기여가 전제된 사회보험만이 사회안전망의 전부입니다. 4 이제 노동자, 농민 그리고 서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것, 보편적 복지제도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것에

7 대해 우리가 함께 논의를 할 때입니다. 용산철거민으로 대변되는 주거의 권리, 돈이 없어도 의료나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실업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 구축, 여기에 저소득 층, 소득 불안정 계층의 소득 보장 체계 마련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우리들이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미 오래전 유럽의 선진사회는 성장의 결과물을 노동자 계층에게 돌려주는 소득 재분배 구조를 통하여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바 있습니다. 각 나라 복지제도의 역사와 만들어진 과정들은 상이하지만, 우리도 우리 실정 과 경제규모에 맞는 사회안전망의 설계는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노사정위원회의 상설화를 요구하여야 합 니다. 사회적합의를 이끌어내고 조세개혁을 통한 소득분배를 실현할 수 있는 방 법들을 고민하여야 합니다. 만약 사람이 문제라면 새로운 정치지형의 구축까지 도 고민하여야 할 때입니다. 꿈꾸지 않는 자에겐 미래가 없습니다. 시작은 미미하고 작은 물줄기에 불과할지 모르나, 우리가 얼마나 많이 학습하 고 고민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강좌가 지속 되면서 사회적 의식이 바뀌고 더 나아가 우리의 가치관이 세상의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아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대안사회복지학교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해주신 지역사회의 모든 분 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대안사회복지학교가 10년 미래를 준비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5

8 목 차 인 사 말 1강 / 10월 20일 김규원 (우리복지시민연합 공동대표) 1 이재강 (민주노총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 대경지회장) 4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보조자료 스웨덴모델, 붕괴와 부활 그리고 한국 7 정태인 (경제평론가, 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2강 / 10월 27일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41 3강 / 11월 3일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오건호 (민주노총 공공노조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87 4강 / 11월 10일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107 5강 / 11월 17일 칼 폴라니와 한국에서의 사회적 경제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153 대구보건복지단체협의회 소개 164 6

9 1강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1) 정 태 인 (경제평론가, 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1. 3중의 위기 1) 3중의 위기 현재의 위기는 약 10년마다 오는 산업순환 상의 위기에, 시장만능론이라는 30년짜리 지배 이데올로기의 위기, 그리고 100년에 한번쯤 오는 패권국가의 위 기가 겹쳐진 것이다 (정태인, 경향신문, 12월 3일자, 경제칼럼) 말하자면 3중의 위기 인 셈인데 1929년 즈음의 대공황기가 이에 해당하는 유일한 역사적 사건 이었을 만큼(물론 패권국가 위기의 위치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지만) 우리는 지 금 좀처럼 체험하기 힘든 역사의 고비에 서 있다. 밑의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는 1945년 이후 대체로 10년마다 찾아오는 6번째 산업순환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스캔들만 봐도 80년대 말에 터진 블랙먼 데이와 S&L사건, 90년대말의 LTCM사태, 2001년의 엔론사태가 있었고 이런 문제들이 그 때 그 때 미봉되다가 급기야 수습 불능의 시스템 위기로 발전한 것이 이번의 위기이다. * 이 글은 2009년 4월 일본 세카이지에 실린 3중의 위기와 이명박정부의 실정 과 또 하나의 원고(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민족경제론)를 합치고 대폭 수정, 보완한 것이다. 특히 2장 이명박 정부의 정책 부분 은 최근의 통계를 이용해서 거의 다시 썼다. 대안사회복지학교 7

10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60-70년 주기의 콘드라티에프 파동으로 본다면 45년부터 70년경까지의 호 황(A국면)에 이어 그 이후 전개된 하강(B국면)의 마지막 단계에 우리는 서 있 다. A국면은 주지하다시피 포드주의, 복지국가, 케인즈주의가 일궈낸 자본주의 의 황금기 였다. 오랜 호황과 재정확대정책이 불러온 인플레이션, 달러본위제에 따른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는 결국 71년 닉슨의 금태환 정지 선언, 그리고 73 년의 오일쇼크로 이어져 영광의 30년 은 끝을 맺었다. 공화당 후보 닉슨이 우 리는 모두 케인지언 이라고 선언한 바로 그 때 케인즈주의는 이미 막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 레이건과 대처가 등장하면서 금융자본 우위의 신자유주의 시대가 열렸 다. 이 흐름은 라틴 아메리카 외채위기를 겪으면서 90년대 초에 감세와 민영화, 그리고 규제완화라는, IMF-미재무성-월스트리트 3각동맹의 워싱턴 컨센서스 로 정식화되었다. 80년대부터 2007년까지 미국은 평균 2.9%의 경제성장을 거 뒀는데(50-60년대에는 평균 4.25%) 성장의 과실은 주로 최상위 계급에 집중되 었다. 69년대말 53%를 넘어섰던 노동분배율은 클린튼 집권 8년 동안 잠깐 반 등했던 것을 제외하곤 줄곧 떨어져서 현재 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상층의 금융자본은 결국 부동산, 주식 거품을 최대한 부풀리는 허구의 성장 을 꾀할 수 밖에 없었다. 스티글리츠의 말 그대로 30년간 우리를 지배한 시장만능의 논 리, 신자유주의는 이론적으로도, 또 실제로도 허구였다. 부족한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을 메운 것은 외채와 전쟁이었고 이것은 곧 세 번째의 장기 위기를 불러왔다. 월러스틴, 아리기 등의 세계체제론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패권이 발흥한 것은 1873년 경이며 패권이 확립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을 거치면서였다. 이후 70년대 말까지 안정적이던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90년대 IT붐 에 입각한 이른바 신경제 는 미국을 수퍼파워로 부활시킨 듯 했지만 이후 금융 화의 급진전과 이라크전은 결국 미국을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밀 어 넣었다. 2) 위기의 탈출구는? 가장 쉬워 보이는 10년짜리 위기의 탈출도 만만치 않다. 크루그먼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의 경험에 비춰 볼때 2년간 2조달러 이상의 재정을 쏟아 붓고 그 이후로도 마이너스 이자율 상황을 상당 기간 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8

11 루비니의 말대로 지금 미국 정부는 최후의 대부자 인 동시에 또한 최후의 소 비자 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가 모두 GDP의 6%에 이른 파산상태의 미국경제가 이런 대규모 지출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과연 오바마는 이미 여러번의 금융스캔들이 드러낸 잘못된 유인구조와 부적절한 규 제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칠 수 있을까? 예컨대 회계법인은 기업의 분식회 계를 도울 유인을 가지고 있고 신용평가회사는 실제보다 높은 평가를 내렸다가 문제가 생기면 한꺼번에 등급을 내려 위기를 촉진하며 경영자들 역시 단기 이 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제도, 그리고 그램-리치-브릴리 법을 비롯 해서 투자은행과 파생상품의 규제를 포기하게 만든 수많은 제도를 바로잡고 연 방은행에 시스템 위기의 관리라는 광범위한 목표를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을 까?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묶어 지주회사로 편입시키면 오히려 위기가 확대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비책은 마련하고 있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훨씬 규모가 큰 CDS, 회사채, 자동차 채권 등에서도 앞으로 1-2년 내에 추가로 문 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더 규모가 큰 상업용 부동산 의 값이 떨어진다면 이런 문제가 모두 드러날 가능성 또한 농후한데, 과연 현재 의 금융 대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스티글리츠의 비유대로 수혈을 아무리 해도 뇌출혈 환자가 건강해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근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위기의 진원인 동시에, 세계의 자본을 불러 들여 부 채를 보전하며 또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황금거위인데 오바마가 여기에 과연 칼을 댈 수 있을까? 스티글리츠나 크루그먼이 아닌, 서머스와 가이트너를 백악 관과 재무성에 포진시킨 것은 이 모든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어쨌든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로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조에 성공했다. 일단 금융위기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대공황 때와 같은 마 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으며 각국 소비가 급격하게 축소되는 사태를 막 았으며 따라서 일부 국가의 수출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양새를 낳고 있다. 전 세계가 유동성의 보호막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형국인데 과연 언제(어느 정도 의 버블이 형성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급격한 신용위축을 맞지 않는 방식으로) 출구전략 의 공조를 이뤄 내는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세계경제의 문제는 바로 이 글로벌 유동성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라는,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 지 못한 상황에 달려 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9

12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더 큰 장기적 문제는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과 국제통화체제이다. 1945년에서 71년까지는 금태환을 전제로 하는 달러 페그제로 이른바 트릴레마(자유로운 자 본이동, 고정환율제, 독립적인 금융정책 중 두가지 이상을 선택할 수 없다) 중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포기한 것이었고, 70년대 중반부터는 셋 중 고정환율제를 포기한 체제로 서로 다르지만 달러가 기축통화임에는 변함이 없다. 두 체제 모두 강한 달러를 배경으로 A국면에는 유럽의 수출주도성장을, B국 면에는 일본과 아시아 닉스, 그리고 이어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수출주도 성장을 부추겼다. 모든 기축통화국가는 강한 통화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국제질 서 유지의 비용을 국제수지 악화라는 형태로 치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의 경상수지가 적자를 넘어 80년대 이래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는 데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든, 아니면 인플레이션으로 대응하든 아 시아 국가들이 대외지불준비금(외환보유)을 달러로 보유할 유인은 점점 약해질 것이다. 이번의 금융위기는 이런 상황에 최후의 일격을 날린 셈이다. 이른바 포스트브레튼우즈 체제는 아마도 과거 EMS(유럽통화체제)의 복합바 스켓제도일테지만 이것이 공식 제도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켄 그린이 예측하는대로 달러와 유로가 사실상의 복수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다가 여기에 아시아 통화(위앤이나 엔, 또는 아쿠)가 추가되는 정도가 현실적인 경로 가 아닐까? 어느 경우든 미국의 달러 패권은 무너진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지만 이라크전에서 보듯이 한 나라를 완전히 제압하기에도 역부 족이다. 현재의 10년짜리 위기가 파국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꽤 오 랜 동안 우리는 지극히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기존 패권은 무너 지고 있지만 신흥 패권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 신자유주의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축적의 원리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1980년대 중반의 플라자협정, 그리고 미일반도 체협정을 떠올리며 만만한 나라에 비용을 치르게 하는 단기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이 다. 다만 이제 그 상대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이 미국의 고민일 테고 훨씬 만만한 상대로 한국이 자동차 등에서 먼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목숨을 건 환율전쟁, 금리전쟁, 통상마찰., 심지어 군사적 전쟁.. 그 한 복판에 한반도가 있다. 10

13 2. 이명박 정부의 위기대응책과 한국경제 1) 이명박 정부의 정책 - 위기대응책과 2009년 예산을 중심으로 유동성의 공급 이명박 정부의 정책의 주 항로는 747 이라는 그의 경제정책 지도에 이미 그 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끝난 시대 (스티글리츠)에 오히려 워싱턴 컨센서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2008년의 금융위기는 정부의 건설투자를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란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박정희식 토목건설정책을 덧씌운 것이다. 이미 흘러간 두 줄기 옛 노래를 리믹스한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 한국의 금융기관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 등 CDO를 거의 취급 하지 않았으므로(우리은행의 파워인컴펀드가 예외적일 정도이다) 직접 이번 금 융위기의 유탄을 맞지는 않았다. 위기는 원화 가치의 폭등과 폭락이라는, 외환 위기의 조짐을 보였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부채가 많은 데다 수출 증대를 위해 이른바 최강라인(강만수 당시 기재부장관과 최중경 당 시 기재부 차관)이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을 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 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08년 9월 12일)가 일어나자 부랴 부랴 유동성 공급 확대 에 나선 정부는 당시 5.25%에 이르던 금리를 현재 2.0%까지 낮추고 달러를 공 급하기 위해 미국(10월 30일), 일본 및 중국(12월 12일)과 900억 달러의 통화 스왑계약을 맺었다. 또한 은행 등의 외화차입에 대해서는 정부가 총 1000억 달 러규모의 지급보증을 했으며 국내적으로는 RP 재매각 및 매입(9.5조원), 국고채 매입(10.5조원), 통안증권 중도 환매(0.7조원) 등 11.2조원의 원화 유동성을 공 급했다. 그 결과 2009년 6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M1은 18.5%, M2는 9.6% 증가했다(<표1>). 아래 표는 현재 각 경제주체가 현금을 움켜쥐고 있는 한국경 제가 유동성 함정 에 빠져 있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그것은 곧 자산 버블의 연료가 차고도 넘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1

14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표1> 한국의 통화 및 유동성 지표 전년동월대비증감률(%) 08.12월 09.1월 2월 3월 월 5월 6월 M1(평잔) M2(평잔) Lf(평잔) p7.0 L(말잔) p9.9 * 한국은행, 2009년 6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 감세와 건설지출의 확대 감세는 신자유주의경제학의 고유 처방이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고 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시행한 정책이다. 다음은 지난 정기국 회에서 통과시킨 감세안을 정리한 표이다. <표2> 정기국회 통과 주요 감세 내용 구 분 여야 합의안 종부세 * 주택분 부과기준은 현행대로 6억원으로 하되 1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3억원의 기초공제를 허용 * 세율을 0.5~2%로 대폭 인하 * 고령자와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대한 세액공제 도입 소득세 8~35%의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여 2010년분 소득부터 6~33%로 각각 2%씩 인하 양 도 소득세 * 9~36%의 세율을 6~33%로 3%씩 인하 * 2주택 보유자에 대한 50%세율 부과를 폐지하여 6~33%의 일반적인 누진 세율만을 적용하고 3주택 보유자에 대한 60%의 세율도 45%로 인하 법인세 현행 13-25%세율을 인하하여 10년분 소득부터 10-20%의 세율적용 12 * 진보신당 미래상상연구소 정리,

15 나아가서 정부는 개인과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제도(각각 법인세 30%와 양도세 60%)를 폐지하고 3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양도세 기본세율만 적용하기로 했으며(기재부, 경제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 ) 국회는 법 인에 대한 감세만 2010년까지 적용하기로 수정하여 통과시켰다. 국회 예산처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감세안은 임기 중 96조원이 넘는 세수 를 줄인다.(<표3>) 내년부터 매년 GDP의 2.5% 가량의 적자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표3>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세수 규모 합계 감세규모(조) * 국회 예산정책처,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 측정에 관한 연구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재정지출 또한 증가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정부 는 위기 대응책으로 유가 환급금, 유가연동 보조금 등 10조원을 지출했으며(고 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2008.6)), 고유가 극복 추경 예산, 경제난국 극복 수정예 산을 통해 16조원을 추가로 지출한 바 있다. 2009년 지출은 4월의 추경예산까지 합쳐서 총 302.3조원으로 2008년에 비해 17.7%를 증가시켰다(<표4>). 2) <표4> 2009년 분야별 지출 예산 (단위:조원, %) 구분 05~08년 08년 09년 09년 평균 예산 당초예산안 수정예산안 증가율 확정 예산 R&D 12.5% (10.8) 12.3(10.8) 12.4(11.5) 산업 중소기 업 에너지 (5.0) 15.3(21.1) 16.2(28.5) SOC (7.9) 24.8(26.7) 24.7(26.0) 농림수산식품 (4.1) 17.1(7.1) 16.7(4.8) 보건복지 (9.0) 74.6(10.3) 74.7(10.4) 2) GDP 대비 자극정책의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재정지출의 효과도 세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 편에 속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3

16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교육 (8.8) 38.7(8.8) 38.3(7.7) 문화체육관광 (3.4) 3.4(3.7) 3.5(6.7) 환경 (5.6) 4.9(10.1) 5.1(14.1) 국방 (7.5) 28.7(7.8) 28.6(7.3) 통일외교 (2.2) 2.9(3.7) 3.0(5.1) 공공질서안전 (4.4) 12.3(5.1) 12.3(5.6) 일방공공행정 (3.5) 48.9(6.5) 48.7(6.1) 총지출 (6.5) 283.8(10.4) 284.5(10.6) *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 각년도. 05년-08년의 평균 증가율과 비교했을 때 2009년 확정 예산의 분야별 증가 율은 SOC(2.5% -> 26%)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1.9% -> 28.5%)로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사회분야인 보건복지, 교육 등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SOC 건설 분야의 급증은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도로와 철도 등의 교통시설 확충이 주도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도 저탄소 에너지 자립의 14

17 명목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들어가 있고 환경분야에는 4대강 정비사업이 포 함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급증한 부분은 전부 건설 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뿐만 아니라 2009년 6월에 발표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 은 2012년까 지 본사업 16.9조원 직접연계사업 5.3조원으로 22.2조원인데 그 대부분은 준설, 보설치, 농업용저수지 하구둑 건설에 들어가서 국토부의 예산이 15.3조원을 차 지하고 있다. 또 7월에 발표된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안) 은 2009 년부터 1013년까지 총107.4조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0대 사업 중 탈석유. 에너지 자립 강화는 원자력 발전을,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는 4대강 살리기, 녹색국토.교통의 조성 역시 각종 지역개발 및 SOC 정책을 포함하고 있 어서 상당 부분이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더구나 대형 토목 사업은 언제나 사 업과정에서 예산이 몇 배 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로도 천문학적이라 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 두 사업의 예산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규제완화와 민영화 2008년 12월 세기적 위기를 선진일류국가 도약의 기회로! 라는 장한 제목으 로 발표한 2009년 경제운용방향 의 3대 정책 방향(경기회복, 지속성장, 장기성 장) 중 지속성장 항목은 규제의 최소화, 세율의 최저화, 금융의 글로벌 스탠 더드화, 정부 효율 10% 제고, 그리고 공기업 선진화 이다. 사실 이런 기조는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 라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하에서도 재경부 주도로 꾸준히 추진해 오던 정책인데 경제위 기를 맞아 순풍(이명박 정부)에 돛을 단 셈이다. 한국의 재벌-재경부의 소원인 3대 규제완화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 리 완화, 수도권 규제완화였다. 이명박 정부는 이 소원을 대부분 들어 주었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 형해화했던 출자총액제한제는 확실하게 폐지됐고 산업자본 은 사모펀드를 통해서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험, 증권회사를 소유 한 비은행 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금융위기로 각 국, 그리고 국제기구마저 각종 금융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위기를 빌미로 모든 칸막이를 없애 버렸다. 이런 기조 위에서는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 인인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없애기 위해 금융기관 업무 영역간 장벽을 제거 하고 금융상품을 포괄 규정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5

18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2008년 촛불집회에 밀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전기-개스 민 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의료민영화는 괴담 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재정적자의 규모는 곧 자산이 30-40조원에 이르는 네트워크 산업(전기, 철도, 수도, 개스, 우편 등)의 민영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의 적자규모만 50조원이 넘는 데다, 내년부터 매년 25조원의 감세 규모를 유지하고 현재 예정돼 있는 재정지 출을 집행하기만 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담배세, 주세 인상을 죄악세라는 명목으로 들고 나올만큼 증세를 하기 어렵고 또한 유동성 홍수 속에서 인플레이션 정책을 쓰기도 어렵 다면 이 정부가 꺼내 들 카드는 공기업 선진화 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민영화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약간의 예측 금년 2/4분기부터 경제가 안정화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환율은 1200원 수준에서 안정되었고 주가는 7월말 현재 연초에 비해 40% 상승했고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도 들먹일 정도로 심리 상태가 호전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비심리를 보여 주는 각종 지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7월에는 제조업 생산 도 전기 대비 8% 증가하는 등 실물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과연 출구전 략 을 고민해야 할 만한 상황일까? 정부가 그릴 수 있는 어떤 시나리오도 실은 수출이 증가해야만 실현될 수 있 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사회경제의 양극화를 부추기므로 내수의 상당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은 별로 없 다. <표5>에서 보듯이 2009년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0% 수준이고 앞 으로 세계경제가 V자형으로 좋아질 전망은 거의 없으므로 앞으로도 이 수치가 <표5> 한국의 수출 수입 (통관기준, 억달러) 연간 7월 1/4 2/4 3/4 4/4 1/4 2/4 6월 7월 4, , , 수출 (13.6) (35.6) (17.4) (23.1) (27.0) (-9.9) (-25.0) (-20.4) (-12.4) (-20.1) 4, , , , 수입 (22.0) (47.0) (28.9) (30.5) (42.8) (-9.0) (-32.8) (-36.2) (-32.9) (-35.8) 주 : 1) ( ) 내는 전년동기대비 증감률(%) 자료 : 관세청 * 한국은행,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19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의 반 정도는 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니 수출이 이렇게 줄어든다는 것은 물량 기준으로 국내 생산, 따라서 고용이 작년 대비 10% 씩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표에서 보듯이 수입의 감소폭이 30%를 훨씬 넘기 때문에 GDP 통계의 대외부문(수출- 수입)은 상당한 폭의 플러스 요인(금년 상반기 중 210억 달러 흑자로 GDP 약 2.5%의 증가)이 되고 있지만 큰 폭의 생산감소, 그리고 뒤이은 고용 감소는 필 연적이다. 수입 감소 역시 국내 투자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미래의 성장 전 망 역시 어둡다. <표6>은 내수용 자본재 수입이 30% 가까이 감소했으며 그 결 과 설비투자지수도 -15%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표6> 한국의 내수지표 연간 6월 3/4 4/4 1/4 2/4 5월 6월 소비재판매액 (백화점 매출) (대형마트 매출) 설비투자지수 내수용자본재수입 국내기계수주 건설기성액1) 건설수주액1) * 한국은행,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따라서 현재 -2% 정도인 한국의 경제성장은 수요 측면에서 거의 전적으로 소 비와 정부지출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지출 규모는 이미 보았고 소비의 증가는 <표6>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백화점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상층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즉 현재의 성장이란 감세와 자 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로 상층의 소비가 늘어나는 데 의존하고 있는 것 이다. 정부로서는 자산가격이 서서히 상승해서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그 동안 세 계경제가 회복되어 수출도 증가하여 바야흐로 설비투자가 증가하기를 학수고대 할 것이다. 그러나 자산 가격은 투기 성향에 의해 떼거리(herding)의 움직임을 보이며 중국을 빼고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수요가 금방 늘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의 고민이 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7

20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2) 이명박식 성장주의의 귀결 - 공공성의 파괴와 생명의 위협 수도권 규제완화, 재건축 규제완화, 부실 건설사들에 대한 9조원 이상의 지 원, 5+2 정책(광역 클러스터 정책), SOC 건설, '4대강 정비사업'은 모두 전국 의 삽질 정책이다. 이는 정확히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정책을 답습하는 것이 다. 이러한 투기 정책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요는 이미 가계부채 에 시달리는 중산층이 이런 투기수요 유발 정책에 넘어가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성공하는 경우 우리는 미증유의 거품폭발을 거쳐 2010~11년경 -5~-10% 성장이라는 대위기를 맞을 수 있고, 다행히 중산층이 말려 들어가지 않는 경우 약간의 거품을 거친 후 3년 이상 지속되는 0~-2%의 장기침체를 맞 을 것이다 3). 더 큰 거품으로 거품을 덮는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상은 결국 그 폭발과 더불어 한국발 금융위기, 나아가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폭탄을 끌어안고 있다. 바다를 건너 튄 불똥은 한국 안의 폭탄에 옮겨 붙었다. 부동산과 자장면이 똑같다면서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한 노무현 정 권이 불러온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은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짓기만 하면 돈벼락을 맞는다던 주상복합 건설 사업에 저축은행(12조 2천억원), 은행(47조 9천억원+매입약정 10조원), 그리고 제2금융권이 파악도 되지 않는 돈을 쏟아 부었다. 도처에 널린 황량한 겨울 공사장은 아무 상관도 없는 국민에게 곧 천문학적 공적 자금을 내라고 강요할 것이다. 아주 낙관적으 로 20%만 망한다 해도 무려 20조원이 넘는다. 18 헛된 욕망은 일반 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빚을 내서라도 집을 못사면 평 생 이사만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리라는 초조함에 서민들까지 열심히 은행을 찾았고 위험한 기업대출보다는 안전한 고리대를 챙기자는 금융기관들은 그 욕 망을 부추겼다. 한국은행의 2008년 9월 발표로도 가계 빚이 660조 3000여억 원이고 이 중 부동산 대출을 약 30%로 치면 200조원 가량 될 것이다. 더구나 은행은 넘쳐나는 유동성을 부동산 담보 대출로만 풀고 있다. 만일 현재의 투기 정책이 실물경기의 침체와 맞물려 결국 부동산 값의 폭락을 가져 온다면 곧 대 규모 실업과 임금삭감이 닥칠텐데 제대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 3) 이미 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말 현재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모두 332조 8000억원. 올 들어서만 19조 4000억원이 늘었다. 이 정도라면 우리 국민들의 낙천성도 놀랄만 하다.

21 마나 될까? 수출과 부동산으로 불만 지피면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자동적으로 우리 경제 를 선진화할 것이라는 주문 역시 이미 실천되고 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이 명박 정부의 구미에 딱 맞는 정책이다. 첫째 국민들은 공기업에 대한 불만이 많 다. 우리의 공공서비스가 국제 수준과 비교할 때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에 관한 객관적 평가와는 무관하게,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며 철밥통 이라는 예단은 누구 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20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그 랬듯 개혁 의 이름으로 공공성 파괴가 자행되는 것이다. 둘째, 공기업 민영화는 단숨에 엄청난 수입을 보장한다. 철도나 우체국과 같은 네트워크 산업의 자산은 천문학적이다. 경기를 살리겠다고 약속한 임기 내 70조원 규모의 소득세 인하,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과 최근 편성한 대규모 건설투자가 초래할 엄청난 규 모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셋째, 이런 어마어 마한 기업을 인수할 능력은 재벌만 가지고 있다.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하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일일이 폐해를 거론할 것도 없이 이러한 민영화/규제완화는 현재 제공되는 최 소한의 필수적 공공서비스도 무너뜨릴 것이다. 예컨대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정보의 비대칭성), 교육(외부성이나 평등 지향) 등 가치재 산업 을 민영화하면 고급 서비스 시장이 발전하는 대신 공교육이나 공공의료에 투입 되는 자원과 인력이 줄어들어 사실상 공공성이 무너지게 된다. 일반 국민은 그 동안 누리던 공공서비스 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전기, 철도, 개스, 수도, 우편 등 네트워크 산업의 경우에는 자연독점과 교차 보조의 필요성 때문에 공기업이 담당해 왔다. 이런 산업을 민영화하면 일반적으 로 공공요금이 상승하는 가운데, 특히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 공급되는 서비스 가격은 급등하거나 서비스 자체가 끊어질 수 밖에 없다. 어떠한 민간기업도 교 차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이런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촛불의 기세에 눌려 건강보험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지만, 보험업법 을 개정해서 민간의보를 확대하고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병원당연지정제의 폐지로 이어져 곧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것이다. 공정택씨가 서울 교육감에 당선되자 마자 일사천리로 국제중학교를 세우는 것은 공교육 붕 괴의 신호탄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9

22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더구나 이제 비준만 남겨 놓은 한미 FTA는 한번 민영화되거나 규제가 완화 된 분야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라도 되돌아갈 길을 끊어 버린다. 서비스 분야 현재 유보에 적용되는 래칫 조항(역진불가능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권 (ISD)은 재국유화라든가 공적 규제의 강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건강과 생명이라는 생활 상의 원초적 요구는 신자유주의의 통상원리와 정면으로 맞부딪힌다.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환경과 건강 정책은 사전예방의 원칙을 최우선의 원리로 삼는다. 문제는 이 원칙이 미국 고유의 통상 논리에 의 해서 원천적으로 부정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쇠고기 수입의 예를 들자 면 미국은 한국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려면 그 과학적 증거를 내 놓으라고 요구했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주장은 '필요불가결 증명 '(necessity test=미국 통상의 원리)의 응용이다. 즉 30개월을 기준으로 수입규 제를 하려면 그 규제가 필요불가결함을 먼저 과학적으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사 후예방의 원칙에 대비해서 '사전증명의 원칙'이라고 부를 만하다. 쉽게 말해서 사전예방의 원칙이란 아직 확증할 수는 없지만 생명이나 자연에 치명적일 위험 이 존재한다면 우선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인 반면, 사전증명의 원칙은 그 위험 을 먼저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즉 생명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 이윤을 먼저 보호할 것인가의 대립인 것 이다. 3. 무엇을 할 것인가 1) 아래로, 또 아래로 - 자산재분배와 풀뿌리 공동체 투기를 불러 일으킨 15년 전의 공무원들이 장차관을 하고, 또 금융기관에 포 진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이제 또 다시 이 위기를 수습한다며 세금을 주무를 것이다. 금융기관의 경영진은 예외없이 갈아야 하고, 책임있는 국장급 이상 공 무원은 퇴출해야 한다. 건설 자본은 이 참에 세계의 평균 수준으로 줄여야 한 다. 국민의 돈이 들어간 금융기관은 자금중개와 안정된 금융시스템의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국민이 통제해야 한다. 국제적 투자은행이라는 헛된 꿈을 지닌 경영자와 공무원은 모두 쫓아내야 한다. 20

23 부자들 감세를 철회하고 그 돈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을 살려야 한 다. 도로에 투자할 돈이라면 군단위에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 사교육을 폐지하 고 등록금을 줄여서 30-40조원의 돈이 소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보험 의 보장율을 80%까지 높여서 민간보험에 들어간 돈이 풀려나야 한다(약 5조 원). 소규모 1가구 1주택의 가계 파산자의 집은 정부가 원가로 사들여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에 들어갈 돈을 전혀 쓰지 않고도 전국의 아름다운 숲과 오솔길 을 늘리고 이을 수 있다. 고통을 분담한다며 공기업의 노동자 10%를 해고하는 이 정부의 아둔함을 노동조합이 따라 해서는 안된다.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 를 나누고 비정규직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투기정책(수도권 규제완화, 종합부동산세 폐지, 재건축 규제완화 등)은 철회되어야 하고 반대로 자산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공동체의 자산소유를 늘려야 한다. 네트워크산업(전기,수도,개스,철도,우편등)과 가치재산업(의료, 교 육, 주거)의 민영화, 시장화를 중지하고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 모두를 풀뿌리 공동체 차원에서 실천하는 것이 30년짜리 위기에 대한 대응의 올바른 방향이다. 이러한 정책을 체계화 한다면 어느덧 케인즈의 소득재분배를 넘는 새로운 자산재분배의 경제학이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는 단순히 케인즈로 되돌아가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오로지 아래로, 또 아래로 돈이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부자들이 이길 수 밖 에 없는 게임에 스스로 뛰어 들면서(사교육, 부동산, 민간보험) 내 가족만은 살 수 있으리라는 헛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 우리 모두 살 길만 있지 나만 살 길은 없다. 2) 쓰나미를 막을 방파제 - 통화금융체제의 개혁과 아시아 금융협력 대외적으로는 금년에 또 닥칠 가능성이 높은 외국발 금융위기의 해일을 막을 방파제부터 쌓아야 한다.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경상수지, 만기불일치의 대용변 수 등으로 구성된 인계철선 (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신호)을 설치하고 외환시장 및 자본시장의 패닉을 진정시킬 수 있는 과속방지턱 (상황에 따라 자본유출입 을 조절하는 장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통화불일치의 정도에 따라 환율의 변동을 제한하고 포트폴리오의 유출입도 규제해야 한다. 또한 증권거래 세인 케인즈세와 외환거래세인 토빈세를 결합한 이중가변토빈세(자본유출입 및 경기상황에 따라 세율 조정)를 도입하고 유입자본의 일정 비율을 한국은행에 1 대안사회복지학교 21

24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년 단위로 예치하는 외환가변유치제도도 상황에 따라 발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65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로도 환율의 안정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그것 은 근본적으로 아이켄그린이 말하는 원죄 (original sin, 자국 통화, 예컨대 원 화로 해외에서 기채를 할 수 없는 것) 때문이므로 우선 한중일 세 나라의 이해 가 일치하는 아시아 채권시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통화스와프의 규모를 늘리 고 발동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등 아시아통화안정체제의 제도화도 더 빨 리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현재 64% 정도)을 점진적으로 줄여서 달러 패권의 약화라는 100년짜리 경향에 발맞 춰 나가야 한다. 버냉키 등 주류경제학의 주장인, 변동환율제와 통화안정정책의 결합은 한국과 같이 달러에 강하게 연동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금융마비를 가져 올 뿐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요컨대 달러와의 연계를 줄이고 아시아 통화와 결 합하는 것, 환율변동의 폭을 줄이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통 화금융체제 개혁의 방향이다. 한국의 기재부(구 재경부)는 지난 10여년간 오로지 자본시장의 완전 자유화와 투자은행 설립을 목표로 움직였다. 바로 그 모델인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영을 배우려면 물에 들어 가야 한다 (박병원 경제수석)는 해괴한 논리로 오히려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 본시장 통합법, 재벌의 은행 소유를 노리는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개정 등은 모두 중지해야 한다. 그 알량한 수영을 배우기 위해 모든 국민이 난파선을 탈 수는 없지 않은가. 거꾸로 투기를 불러 일으키는 잘못된 유인구조와 부실한 규 제를 한꺼번에 손봐야 국내발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통화 가치 안정이라는 한국은행의 협소한 목표를 금융시스템의 안정으로 확대하여 훨씬 많은 힘을 주어야 한다. 모든 문제가 참여정부의 탓이고 또한 외부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때문이라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강변도 금년을 거치면서 완전히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중도와 실용을 외치다가 슬그머니 진보의 껍데기를 뒤집어 쓰려는 민주당의 무 능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절망에 빠져 메시아를 갈구하는 대중은 자칫 잘못 하면 파시즘을 선택할 수도 있다. 꽃이 피면 반드시 같이 피어날 촛불과 함께 좀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진보가 그 희망이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역사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생명이 달려 있기에 더욱 절박하다. 22

25 <보론> 대안 - 글로벌 시대의 민족경제론 민족경제론의 확장(1) - 국내 산업연관과 중소기업론 ("자립적 재생산 구조")의 재해석 신자유주의의 종주국 영국의 고든 총리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시장만능의 정책기조는 이미 파산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위기를 빌미로 바로 그 난파선 에 올라타려 온갖 수를 다 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6-70년대의 박정희식 성장전략인 수출지상주의와 건설붐을 경 기대책으로, 그리고 전형적 신자유주의 정책인 감세,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를 구조적 대책으로 결합한다. 이것은 후술하듯 최악의 조합이다. 이명박정부의 이런 구조 정책은 2000년대 8년간 부시정부의 정책과 정확히 일치하며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금과옥조, 워싱턴 컨센서스이기도 하다. 과연 이 런 정책기조가 경제적 성공을 가져올 것인가. 지금 진행 중인 금융위기가 바로 그 답이다.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이름 붙인 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아닌 "서브 프라임 체제의 위기"(subprime system crisis)로 불려 마땅한 현재 의 금융위기는 80년대 이래 금융자유화를 축으로 한 신자유주의 체제의 근본적 위기이다. 즉 그것은 세계정부에 준하는 국제적 규제를 만들지 않고서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더 큰 규모로 재현될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내 정책은 도 대체 뭐가 있을까? 투자를 늘리는 방법 - 중소기업론의 중요성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 법인세 등을 낮추고 비지니스 프렌들 리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그래야 서민경제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물이 넘쳐야 아래쪽도 적신다는 적하효과(trickle down effect)요, 강물이 불어나면 모든 배가 솟아오른다는 박정희시대의 믿음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2006년 기준 1000대기업의 사내유보가 364조원이다. 법인세를 5%포인트 인하해서 8조원 가량 보태주면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날까? 기업들 의 해외직접투자까지 고려해 보면, 특히 대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한 속도로 증가 대안사회복지학교 23

26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하고 있다. 작년 국내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267억 달러(신고기준)를 넘어섰 으니 총고정자본형성의 10% 정도는 해외로 빠져 나간 셈이다. 이 수치를 줄이 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국내의 제조업 수익성을 높이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한 이 수치를 어떻게 하는 건 불가능하기도 하다. 문제는 사내유보이다. 금융화의 환경에서 이 돈은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 즉 고용을 늘리는 제조업보다 훨씬 단기 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 된다. 수도권 규제완화, 수도권 광역 클러스터 육성, 금산분리 완화, 한반도 대운하는 어마어마한 현금이 곧 부동산과 건설에 투입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부자들의 수입증가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2006년 개인의 대외거 래수지 적자규모가 180억 달러이다. 즉 GDP의 2%에 가까운 돈이 해외 여행경 비, 유행연수비, 조기유학 등을 위한 증여성 송금, 해외이주비로 쓰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 외국에서 수입한 사치재를 포함하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불어날 것 이다. 요컨대 대기업과 부자의 부를 늘리는 감세 및 규제완화정책은 국내의 일자리 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많은 부분이 해외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물이 넘쳐 도 외부로 빠져 나가버리고 강물이 불었는데 오히려 수많은 배들이 침몰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답은 확실하다. 투자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수익과 서민들의 소비를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의 투자와 영세자영업을 살리는 방법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고 기업들에게 핫라인 을 개설한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자 마자 중소기업인들이 데모를 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일자 리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투자가 늘어나야 일자리도 증가한다.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국제적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납품 단가에 반영해 주기 는 커녕, 해외공장이전 위협 등을 무기로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마당에 신규투 자는 언감생심이다. 불공정거래를 단속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노동자의 생산 성이 향상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의 상황은 기껏 현상유지에 머무를 것이기 때 문이다. 사회연대전략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관건이다. 저소득층 국민연 금 보험료 지원(복지소득연대), 고용보험기금 지원에 의한 최저임금 인상(임금 소득연대), 연 200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와 일자리 나누기(노동시간-일자리연 24

27 대)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생산성 향상에 획기적인 출발점이 될 것 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재교육이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98%에 이르는 50인 이하 기업은 사회연대전략의 도움을 받아 노동자 들의 삶을 안정시키더라도 재교육 등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어렵다. 지역 별, 산업별 재교육 프로그램에 지역대학이 참여하고 지역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또한 지역재투자법과 마이크로크레딧에 의해 형성된 지역의 서민금융이 자금 지원과 컨설팅의 핵심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요컨대 중소기업의 클러스터화 와 재교육에 의해서 네트워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야말로 산업공동화 문 제와 일자리 문제, 거시 투자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매년 50만개가 창업하고 40만개가 폐업하는 분야, 26.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3년부터는 임금노동자보다 실질소득이 낮아진 분야가 자영업이다.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의 활로 역시 규제로부터 찾아야 한다. 유럽이나 일본은 물론 월스트리트에서도 월마트를 규제한다. 월스트리트-월마트형 자본 주의는 소비자혜택을 늘린다고 하지만 중소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임시 비 정규직 노동을 통해 거시적으로는 일자리와 소비를 축소시켜서 결국 과소소비- 과소투자 사회를 만드는 주범이다. 자영업은 지역경제와 지역운동의 핵심 과제 이다. 민족경제론의 확장(2) - 국내 소비와 공공성의 연관 (민중의 생활 상의 요구의 확장) 1990년대 중반 이래 국내 소비 증가율은 답보상태이다. 그 이유는 시장만능 의 정책이 서민들의 삶을 규정하는 의교주( 醫 敎 住 )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 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교육시장화, 공급 위주의 주택 정책이 이런 경향을 극단으로 밀고나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5분위 소득통계에서 하위 1,2,3분위(즉 서민)의 소비가 줄어들거나 아주 미약 하게 증가하는 이유는 애초에 가처분소득 증가가 거북이 걸음이기도 했지만 그 소득도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어렵게 모은 돈 에 은행 대출을 보태서 집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대출이자 갚는 데 허덕일 것이 고 전세로 사는 사람은 전세값 인상에 전전긍긍해야 한다. 교육물가는 일반 물 대안사회복지학교 25

28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가의 두세배 올랐고 사교육비는 연 30조원을 넘나든다. 이 둘만으로도 소비의 증가는 커녕 갓난애를 가진 주부들도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직 건 강보험은 건재하지만 곧 민영보험이 확대되고, 영리법인화에 이어 병원당연지정 제가 폐지되거나 완화되면 의료비는 가계 파산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 다. 점점 더 서민들의 소비는 축소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믿을 수만 있다면 지 금 집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 대출을 다 갚고 열심히 일만 하면 시간이 지 날수록 집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야 소비도 증가할 수 있다. 공급이 아 무리 증가해도 한가구가 서너채, 심지어 수십, 수백채를 소유한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보유세(이명박 정부가 사망선고를 내 린 종부세)를 대폭강화해야 한다. 1가구 1주택 원칙을 법제화하고 영구 채권으 로 과다 보유분 택지를 사들인다면 훨씬 더 빨리 부동산 가격은 안정될 것이다. 보유세 수입으로 공공주택을 늘려야 한다. 이런 원칙 하에서 비로소 계층별 세 부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극심한 학력사회에서, 더구나 1-2점으로 당락을 가르는 입시제도로는 사교육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학부모들은 자신들 능 력 이상으로 사교육에 투자를 한다. 이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성격을 가졌는 데 결국 돈 많은 사람이 무조건 이기게 된다. 진보의 대안은 국공립대학 통폐합 부터 시작하는 사실상 대학입시철폐(자격고사)이며, 대학에서 아이들이 경쟁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수많은 과목과 전문적인 수준을 사교육이 대신할 수 는 없다. 거의 100% 공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세계수준인 핀란드나 노르웨이가 우리의 모델이다. 적어도 경제 위기 동안 사교육을 중지해야 하고 대학의 등록금을 법인세 증세로 충당해야 한다. 여기서 절약되는 40여조원 (사교육비 + 등록금) 중 30조원은 교사의 확충과 재교육 등에 쓰고 나머지 는 소비를 증가시키는 데 쓰이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공교육 강화를 넘어서 핀란드식 완전한 평준화를 이뤄내야 한다. 교육에 관한 한 적어도 기회의 평 등을 보장해야 한다. 의료비문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해결된다. 아이들의 진료, 암 등 가계의 파산을 불러오는 중병부터 보장성을 확대해서 전체적으로 90% 수준까 지 끌어올려야 한다. 적어도 위기 동안은 세금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 의료기 관의 영리법인화가 아니라 공공 의료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예컨대 맹 26

29 장수술을 할 수 있는 지역거점병원을 군단위마다 만들어야 한다. 공공의료의 효 율성은 이미 증명돼 있다. 오바마가 건강보험을 도입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것 이 그 증거이다. 민간보험과 영리병원이 확대되면 그만큼 의료공공성의 확립은 어렵다. 우리 삶의 필수재의 공공성을 강화할 때 비로소 서민들은 일반 재화를 소비 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 의료에 대한 효율적 투자가 사회의 생산 성을 가장 확실하게 높이는 수단이라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증명됐다. 그런 의미에서 의교주( 醫 敎 住 )의 공공성 강화는 사람에 대한 가장 중요한 투자이기도 하다. 바로 현재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이다. 특히 1,2분위의 서민에게는 공공요금도 큰 부담이다. 이명박 정부는 철도, 전 기, 개스, 수도, 우편등 네트워크산업의 민영화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나섰지만 이 역시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특히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감세로 인해 재정적자가 심각해지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요량으로 엄청난 자 산을 가진 공기업의 민영화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네트워크 산업 민영화는 독점으로 인한 전반적인 가격 상승, 교차보조 금 폐지에 의한 지역 서비스의 중단 등 부작용을 낳는다. 이 점은 이미 선진국 에서도 반복적으로 증명됐다. 공기업의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공기업 지배 구조에 노동자와 소비자가 참여하고 사회공공회계를 도입하는 것이 진보의 대 안이다. 요컨대 대기업과 부자들의 손에 쌓인채 경제의 거품을 늘리는 쪽으로만 사용 되는 돈을 공교육, 공공의료, 공공주거, 공공서비스로 돌릴 때 비로소 투자와 소비, 그리고 장기 생산성 향상의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다. 한미 FTA는 이런 전략에도 넘을 수 없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미 FTA는 한번 민영화되거나 규제가 완화된 분야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라도 되돌 아갈 길을 끊어 버린다. 서비스 분야 현재 유보에 적용되는 래칫 조항(역진불가 능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권은 재국유화라든가 공적 규제의 강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대안사회복지학교 27

30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민족경제론의 확장 (3) - 민족적 생활양식의 재해석과 풀뿌리 지역공동체의 복원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은 농업 정책에 관한 구상으로부터 출발했다. 물론 이것 은 60년대 한국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거의 모든 사회적 비용 을 농민이 부담했기 때문이다. 박현채는 협업농과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 는데, 농업이 GDP의 3%를 차지하는 현재에 이르러 이 주장은 새로운 차원에 서 귀기울일 만하다. 한마디로 지역의 풀뿌리 공동체야말로 경제성장과 복지, 일거리, 미래산업의 요람이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동시에 민주주의 의 토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시설, 요양시설, 공공도서관 등 지역 인프라의 구축은, 동시에 (얼굴을 마 주 봐야 하는)세심한 돌봄노동을 필요로 한다. 공공의료의 30%에 달하는 지역 거점 공공의료시설, 공공보육시설, 공공도서관 및 문화센터, 재래시장 공영개발, 소규모 도심지 공원 등의 설립과 운영을 주민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은 복지-교 육-문화 서비스의 수급을 맞추는 최선의 방법이다. 풀뿌리 공동체는 또한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의 근거지이다 년까지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한 20% 감축하고 에너지 공급을 생 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 시스템의 개혁, 환경규제의 강화로 재생 에너지산업과 친환경산업을 미래의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이다. 농촌의 풀뿌리 공동체는 안전한 먹을 거리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의 1차산업으로서의 농업 없애기에 맞서 대농, 기계농, 화학농 육성을 폐기하고 2020년까지 가족농의 협업에 의해 유기농업 비중을 40%까지 늘릴 것이다. 농 업생산, 농협과 생협에 의한 유통 개혁, 공공급식개혁으로 풀뿌리 공동체부터 먹을거리 지역체계(로컬푸드시스템)를 구축한다. 생태마을은 도시민의 농업 체 험과 지역 역사문화유적, 지역 자연환경의 보존을 통해서 정겨운 관광 을 가능 하게 한다. 이는 호텔, 골프장, 카지노라는 이명박 정부의 환경파괴적 관광과는 정반대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풀뿌리 공동체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풀뿌리 지역 공동체의 사회경제(social economy)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지역 주민이다. 농민과 28

31 노동자, 서민금융 대표, 지역 상인, 지역의 기업인 등이 지역공동체의 지배구조를 구성하여, 건설회사, 지역언론, 지역관료로 구성된 토호연합을 대체해야 한다. 지역 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지역의 여러 경제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여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복지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임을 증명할 것이다. 요컨대 글로벌 시대의 개방된 민족경제는 가장 밑의 층위에 풀뿌리 경제가 있다. 이 층위에서의 행동원리는 호혜성(reciprocity)이다. 군단위 지역경제의 각종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기타 시민사회단체들이 그 주체이다. 지역의 사회 적 서비스, 안전한 먹을 거리 생산, 재생에너지 생산등이 그 대상으로 현재 GDP 중 차지하는 비중 0%에서 앞으로 10년간 약 20%까지 늘려나갈 수 있다. 이 층위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성장과 생명복지(lifare)의 핵심이다. 그 위에는 공공성의 층위가 있다. 네트워크 산업, 그리고 국가 차원의 의료, 교육, 주거 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시스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 과 금융도 공공성 영역이다. 이 층위에서의 행동원리는 재분배(redistribution) 이다. 나라의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사람의 능력 이 만개할 기회를 제공한다. 조세부담율과 사회정책지출이 OECD 최하위에 속 하는 나라에서 이 층위는 앞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올라선다. 이 층위의 행동원리는 경쟁이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공정성(fairness)가 강조되어야 한다. 이 층위에서 국가의 역할은 경쟁의 규칙의 제정과 감독, R&D투자, 클러스터의 형성 등이다. 넓은 의미의 외부성이 국가 정책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들 세가지 층위가 고유의 행동원리와 함께 민주주의의 원칙에 의해 조화를 이룰 때 내수가 성장할 것이며 글로벌 시대에도 안정적인 민족경제 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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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보조자료 스웨덴 모델, 붕괴와 부활, 그리고 한국 정 태 인 1. 마이드너의 꿈 - 노동자 주도의 구조조정 (이번 호에 쓸 글은 상당한 경제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 습니다. 스웨덴 모델은 지금도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스 웨덴 모델은 신정완교수의 믿을만한 책 등으로 꽤 많이 소개돼 있으니 여유가 있으신 분은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는 복잡다단한 역사를 생략하고 렌- 마이드너 모델을 단순화한 논리로만 설명합니다. 가능한 쉽게 이야기하려고 하 겠지만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그건 오로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스웨덴에서 만난 모든 사람에게 내 마지막 질문은 똑같았다. 제2의 마이드너 라고 할 만한 사람은 누굴까요? 때론 렌-마이드너 모델 이후 스웨덴 특유의 독창적 거시모델이 만들어졌는지, 또는 그런 모색을 하고 있는지, 더 구체적으 로 묻기도 했다. 그러나 속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마이드너와 한 방을 쓸 정도로 절친했다는 스트리앙교수도 곤혹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LO(우리 의 민주노총에 해당하는 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의 연구책임자에겐 당신이 그 후계자가 되길 바란다 고 덕담을 했더니 그는 말도 안된다 며 얼굴을 붉혔다. (핀란드와 노르웨이에서는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평등교육과 성평등 정책에 관해 담당자에게 직접 들었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그런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전반적인 거시모델에 관해서 물었으니 답이 신통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그 답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면에서 지 금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스웨덴이 이번 여행기에서 뭔가 냉대를 받는 느 낌을 받는다면 그건 전적으로 이런 불평등한 질문 때문이다) 사실 이 질문은 마이드너 자신이 1998년 인터뷰에서 받은 것이기도 했다. 창조적인 사회민 주주적 개혁의 새로운 목소리를 들은 게 있나요? (실버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대안사회복지학교 31

34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있냐구요? 나는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건 (83살이나 먹은 늙은이라서) 내 잘못이겠죠 (마 이드너) 요스타 렌과 함께 1951년 저 유명한 렌-마이드너 모델을 만들었던 루돌프 마이드너는 1993년 왜 스웨덴 모델은 실패했는가? 라는 글을 썼다. 한 때 빠 른 성장과 동시에 최고의 복지를 누림으로써 온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스웨덴 모델. 그 설계자가 실패를 자인할 수 밖에 없는 비통함이 글 안에 절절하다. 평 등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했던 그 모델의 핵심은 무엇이었샀던옠 무너졌는가? (지면 때문에 다음 달에 얘기하겠지만 지금은 스웨덴 모델의 부활 을 논하고 있다. 여전히 스웨덴은 세계 최고이다. 최근의 금융위기 때도 미국 언론들은 스 웨덴에서 배우자 고 호들갑을 떨었다. 바로 1990년대 초 스웨덴의 정책을 따르 자는 얘기니 과연 역사는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마이드너 스스로도 자신이 쓴 LO의 제안서(1951)를 케인즈주의의 수정 이라 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들의 관심은 케인스의 실업 대책 이 아니라 정반대로 안정정책 이었다. 유럽의 북쪽 외진 곳에 있었던 덕에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피했고 더구나 전후 유럽의 부흥기를 맞아 스웨덴은 초호황을 누렸다. 따라서 스웨덴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인플레이션이었는데 문제는 동시에 완전고용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른바 필립스 커브 (최초로 필립스가 인플레이션과 실업율의 트레이드 오프 관계를 논문으로 쓴 해는 1957년이다)의 문제를 해결 해야 했다. LO의 경제학자로서 매번 중앙교섭에 참여한 경험은 독특한 인플레 이션 이론을 가지도록 했는데 그것은 초호황으로 숙련 노동자를 구하기 힘든 수출대기업이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그것이 다른 산업의 노동자에게도 연쇄적 으로 영향을 미쳐서 임금-물가 연쇄 상승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20여년 후에 효율임금이론 으로 알려지게 되는 뉴케인지언의 이론을 이들이 생생한 경 험 속에서 이미 깨닫고 있었다는 얘기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의 동시 달성이라는 꿈의 비법은 무엇일까? 물가안정을 위한 재정긴축정책과, 동시에 산업간 임금격차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연대임금정 책이 그 핵심이다. 물론 이것은 LO와 SAF(우리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기업가들 의 모임)가 중앙교섭으로 임금 수준을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수출대 기업으로서는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줘도 되니 대환영이고, LO는 평등과 연 대라는 사회주의의 이념을 실현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 다(<그림1> 참조). 32

35 렌-마이드너 모델 긴축재정정책 (재정흑자) 물가안정 공공저축+임노동자기금 (노동자투자기금) 연대임금정책 적극적노동시장정책 (재교육정책, 실업연금) 수출대기업 초과이윤 사회투자 완전고용 성장산업 재고용 한계기업 구조조정 성장과 평등 <그림 1> 렌-마이드너 모델 문제는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한계산업 또는 중소기업들이 파산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렌-마이드너 모델이 지닌, 또 하나의 독창성이 나오는데 바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이다. 노동자들에게 실업수당을 주는 동시에 (70년대 이후 스웨덴의 실업수당은 이전 월급의 80% 수준을 넘나든다) 성장산업으 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재교육/재훈련을 하는 것이다. 훗날 학자들이 일자리 보장 (job security, 즉 평생직장)이 아닌 고용보장 (employment security)이라고 부른 정책이며, 요즘 유행하는 유연안정성(flexecuity)의 원형인 셈이다. 여기서 유 연성(flexibility)이란 곧 노동자의 이동성(mobility)이며, 말하자면 노동자가 구조조 정 을 주도하는 것이다. 마이드너는 시장의 힘에 의해 구조조정을 당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자율조정 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출대기업 등 고생산성 산업부문이 초과이윤을 누리고 결국 권력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70년대 중반에 마이드너는 임노동자 기금안 (마이드너 플랜)을 내 놓는다. 원안은 대기업 이윤의 20%에 해당하는 신주 를 발행해서 노조가 관리하는 기금에 내 놓게 하는 것으로 이렇게 20-30년을 지나 면 노조는 웬만한 기업의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SAF 등 자본가들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 일으켰고 사민당도 세가지 의견으로 분열했으며 결국 LO와 사 대안사회복지학교 33

36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민당 관계는 서먹해지고 끝내 사민당의 패배로 이어져서 마이드너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결과가 그렇다 해도 임노동자기금안은 시장경제 틀 내에서 실제로 사회주의 를 달성하는 또 하나의 구체적인 정책이었으니 기금사회주의자(fund socialist) 인 블랙번이 2005년 마이드너가 세상을 떴을 때 조사에서 그를 끝없이 실천적 인 비전있는 사회주의자 라고 칭송할만 하다. 마이드너 스스로 말한대로 임노동 자기금은 렌-마이드너 모델의 원래 요소는 아니었지만 그림에서 보듯 논리적으 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정책이었다. 다만 왜 최악의 상황으로 접어든 70년대 말이 아니라 최상의 조건이었던 50년대 말부터 시행하려 하지 않았을까가 아쉬 울 뿐이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렌-마이드너 모델은 짧게는 노동자 주도의 독창적 구조조정 정책이고(사실 이들의 독창적인 임금-물가상승이론이나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되는 연대임금 모델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심지어 반노동자적 정책으로 비판받기 십 상일 것이다) 사회주의로의 장기전망을 가진 모델이었으며 실제로 약 20여년간 스 웨덴 경제가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만든 동력이었다. 물론 이런 성공은 80%에 이르는 노조 조직률과 평조합원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 했다. 이 점은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스웨덴 모델의 장기 위기를 설명 하는데도 필수적인 요인이며 동시에 최근의 부활 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다 음 호에 계속). 2. 스웨덴 모델의 붕괴와 부활, 그리고 한국 (저는 결코 스웨덴 전문가가 아닙니다. 일주일 갔다 오고 한두달 공부를 했다 해서 어떤 나라를 안다고 한다면 그건 선무당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글이 바로 그렇습니다.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스웨덴 논쟁에서 좌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그 또한 혹시 독자들을 호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 그러하듯 우리나라에 관한 생각을 스웨덴에 투사하는 오류를 저질렀을 가 능성도 높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신정완교수, 조영철박사의 글을 꼭 같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온갖 경제학 이론이 다 등장하기 때문에 어려우실 겁니다.) 34

37 스웨덴 모델은 왜 실패했는가? 마이드너가 비통한 마음으로 위 제목으로 글을 쓴 때는 1993년이었다 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내내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노정하던 스웨덴은 그예 1991년 통화위기를 맞았다. 1984년에서 94년까지 미국의 1인당 실질 GDP는 3.0% 증가한 반면 스웨덴은 1.4%에 머물렀다. 스웨덴 병 이라는 말이 유행하 고 미국과 스웨덴의 주류경제학자들은 앞다퉈 복지국가의 사망 을 선언했다. 그들에 따르면 스웨덴 등 북유럽의 평등주의와 그 결과물인 지나친 복지 가 노 동자들이 일할 유인을 없애고 도덕적 해이에 물들게 했으니 망할 수 밖에 없다. 공짜 점심(예컨대 월급의 80%에 해당하는 장기 실업수당)을 주는 데 왜 일을 할 것이며 병가를 내도 조사를 하지 않으니 툭하면 집에서 쉬는 게 당연하다 (도덕적 해이). 소련-동구가 그렇게 망했는데 북구사회주의 (미국이나 주류경제 학 쪽에서 보면 북구는 사회주의다)라고 어디 가겠는가? 미시논리(이기적 인간의 행동 원리)로 보면 그럴듯하고, 또 주위에서 흔히 관 찰할 수 있어서 바로 수긍할 수 있는 이런 주장은, 훗날 린더트에 의해서 철저 히 실증적으로 반박되었다. 현실에서도 스웨덴은 95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3.1%를 성장해서 미국의 2.8%보다 높은 성장률을 거둠으로써 부활 하게 된다. 물론 임금격차 등 각종 평등 지표에서 스웨덴은 여전히 수위를 달리는 반면 미 국은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다. 그렇다면 지난 번에 살펴본 렌-마이드너 모델은 왜 70년대 중반부터 작동하 지 않았을까? 또 90년대 중반 이후에 다시 효율과 평등의 균형을 찾은 것은 어 떻게 설명해야 할까? 첫 번째 원인에 대한 마이드너 스스로의 진단은 이렇다. 우선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네번에 걸친 대규모 평가절하 등)으로 이윤은 급 증했으나 투기에 의해 자산가격이 폭등하고 경쟁력이 저하해서 결국 성장이 정 체되었다. 반면 원래부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고안되었던 연대임금정책은 효 력을 상실했다. 그는 첫 번째 이유로 그 스스로 심혈을 기울였던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이라는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데 실패했다고 자책한다. 기업 가 집단이 중앙교섭을 거부하면서 기업의 이윤격차가 임금격차를 낳았고(효율 임금의 적용) 노동자의 연대는 훼손되어 임금부상(wage drift)과 와일드캣 파업 이 빈번해졌다. 마이드너의 확신대로 임금격차와 노동자 간의 경쟁은 자본가의 통제 능력을 극대화한다.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법 등을 법 대안사회복지학교 35

38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제화하고 임노동자기금을 강력하게 추진했는데 이것은 곧 사회적 합의 모델이 붕괴한 것을 의미했다. 마이드너는 애써 희망을 찾는다. 노동계급을 동원할 수 있는 역사와 전통, 이데올로기적 힘과 지도자의 능력, 그리고 다른 계급에서 동맹을 찾아내는 능력 이 사회민주당이 지도적 역할을 하도록 했다. 스웨덴 사회주의가 다시 일어서 려면 스웨덴 노동운동이 원래 모델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해 져야 하며 여전히 연대임금과 집합적 자본형성이 그 핵심이다. 무엇보다도 도덕적 가치에 기초한 사회라는 이상(notion)은 비인간적 시장의 힘에 의해서 절멸되기에는 너 무나 고귀하다 렌-마이드너 모델의 붕괴 비전문가로서 단언하건대 렌-마이드너 모델은 훗날 단순화된 케인스 모델이 아니다 년대의 케인스의 정책 처방만 놓고 본다면 70-80년대 스웨덴 좌 우파 정부의 정책이야말로 케인스주의에 가깝다. 예컨대 위기 시의 평가절하 정책이라든가(물론 케인스의 주장은 처칠 정부의 금본위제 집착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유효수요 부족을 메우기 위한 재정확대 정책이 그러하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금융세계화와 기술혁명이라는 조건에서 이 런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했으며 대내 적으로는 과거의 스웨덴 모델, 즉 노조나 기업가 등 주요 행위자들의 행동양식 과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점에서 70-80년대의 정책은 대위기를 낳았다. 분명 관대한 복지제도가 이미 70년대부터 노동규율을 약화시킨 것은 사실이 다. 더구나 국제분업의 측면에서 포드주의가 세계적으로 일반화하면서 스웨덴의 철강, 조선산업이 일본, 그리고 뒤이어 한국 등에 밀리기 시작했다. 장기적인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부르주아 연립정부나 사민당 정부가 모두 선택 한 것이 대규모 평가절하정책이다 년에 집권한 부르주아 연립정부는 사 양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고용유지지원금도 지급했다. 이 모두 인플레이션 억제 와 생산성 향상(즉 구조조정)을 통한 완전고용 달성이라는 렌-마이드너 모델과 는 정반대의 정책이다. 대규모 보조금이 가져온 재정적자는 공공저축의 증대라 는 또 하나의 축도 무너뜨렸다(<그림1> 참조). 36

39 인플레이션은, 어쩌면 당연하게 렌-마이드너 모델을 붕괴시켰다. 자본자유 화와 금융자유화(특히 85년의 대출상한규제 철폐), 조세개혁(특히 91년 이자 에 대한 조세감면)은 전반적 인플레이션을 넘어 폭발적인 거품경제를 불러 일으켰다. 평가절하로 인한 무역흑자에 대해 불태화정책(통화환수)을 쓴다면 수출-내수 부분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수출분야의 남아도는 돈이 부동산 과 주식시장으로 더 쏠리게 만든다. 이 상황에서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가면(투 기공격) 바로 외환위기이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외자를 붙잡기 위해 이자율을 무려 500%까지 올려도 이 상황을 막지는 못했다. 스웨덴 모델의 부활? 그렇다면 지난 10여년의 성장률 회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성장률 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없이 많고 더구나 인구 900만명의 소규모 수출경 제는 대외 조건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번의 금융위기가 스웨덴에 얼 마나 타격을 줄지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90년대 초반에 정립된 정책기조(신정완교수의 통화주의적 사민주의 )가 정 권에 관계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스웨덴의 부활 또는 성 장과 평등의 균형이란, 80년대의 혼란기를 거쳐 새로운 시스템이 스웨덴 고 유의 장점들을 흡수해서 제도적으로 안정적인 국면에 들어간 데서 비롯된 것 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내 가설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렌-마이드너 모델은 거시적으로 볼 때 안정정책이었으며 동시에 동학적으로 볼 때는 노동자 주도의 구조조정정책이었다. 물론 마이드 너의 기대와 달리 연대임금정책은 원래 모습대로 복원되지 않았다. 경제의 구 조변화와 함께 금속노조(주로 수출대기업 산하)의 영향력은 눈에 띠게 줄어들 었고 화이트칼라 노조와 공공노조 등이 하나의 중앙교섭으로 임금을 결정하 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으로 첨단 벤처기업이 늘어나게 되면 업종의 다양성을 "동일노동-동일임금 의 원리로 포괄하는 임금결정제도를 만드는 일 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자본 쪽에서도 기업별 분권교섭과 와일드캣 파업이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1997년 산업발전과 월급 형성을 위한 협약 을 맺었다. 산별, 지역별 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분권화된 중앙교섭이 복원되었고 부분적으로 금속 노조의 리더십도 회복되었다. 여전히 80%에 가까운 조직율은 노조가 언제든 대안사회복지학교 37

40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적극적으로 거시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이하 <그림2> 스웨덴 모델의 부활 참조). 스웨덴 모델의 부활(1990년대 중반이후) (대외제약) 자본이동과 변동환율제 금융긴축과 재정균형 (EU 가입, 연금개혁 등) 물가 및 환율안정 광범위한 사회연대 첨단산업클러스터 (사회투자) 분권화한 중앙교섭 성평등 정책 평등 교육 적극적노동시장정책 사회서비스 완전 고용 성장과 평등 산업의 다양화와 불확실성의 증대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유효성도 의심 을 받고 있지만(급변하는 환경에서 미래에 어떤 산업이 잘 나갈 것으로 알고 거기에 맞는 맞춤교육을 어떻게 하겠는가?) 지방분권형 노동시장정책이 클러 스터와 결합된다면 (네트워크의 정보효과로) 이 문제는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 될 것이다. 전통의 보편적 사회서비스(교육, 보육, 의료 등)도 과거처럼 증가 일변도는 아니지만 GDP의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스웨덴 국민의 복지와 고용을 동시에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성평등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 을 했다(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북구3국은 돌아가면서 성평등지수 1,2,3위 를 차지하고 있다). 스웨덴 특유의 개인 과세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이기 도 했지만 성평등정책(출산휴가와 육아제도 등)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 은 실업율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고용율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성평등이 더욱 진전되면 첨단산업이나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임에 틀림없다. 38

41 또 하나 주목할 것은 90년대를 거치면서 스웨덴이 산업구조 고도화에 성공 했다는 점이다. 에릭슨이 상징하는 IT산업이나 바이오산업, 그리고 사업지원 서비스 분야의 클러스터(기업-연구기관-지원서비스의 지역 네트워크)가 형성 되었는데 폰투손 등 일부 학자들은 이를 독일의 도제식 직업교육에 대비하여 스웨덴의 평등교육(특히 기초교육의 강화)에 연관시키고 있다. 협동을 체계적 으로 훈련하는 북구형 교육이 네트워크형 협동을 필수로 하는 클러스터 발전 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모델에 비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거시적 안정의 메커니즘이다. 자본 이동과 변동환율제 하에서 안정의 닻(앵커)을 과거처럼 노동부문이 떠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좌파나 케인지언 쪽에서 격렬하게 비판하는 지점이지만 내가 보기에 스웨덴의 EU가입과 중앙은행 강화는 환율과 금리의 안정에 필수불가결 하다고 할 수 있다(케인스 역시 인플레이션을 줄곧 경계했으며 물가는 중립적 위원회(잉글랜드 은행과는 다른)가 관리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결국 그림에서 보듯이 렌-마이드너 모델은 대폭 수정된 상태로 복원되었다 (또는 평등전략이 관철되는 새로운 스웨덴 모델이다). LO-사민당의 거시안정 정책은 EU의 안정협약과 중앙은행이 사전적으로 담당하게 되었다. 과거 산업 사회 시절에 연대임금정책이 담당하던 역할은 더 넓은 사회 제도/정책들, 즉 분권화된 임금교섭, 성평등정책, 평등교육정책 등이 나눠 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처럼 노동자 주도의 구조조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극 적 노동시장정책과 클러스터의 발전은 다수 시민의 참여 속에서 지속적인 구 조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감히 가설적으로 말하자면 스웨덴, 조금 더 넓혀서 북구의 사회경제를 지배하는 정신은 기본적으로 자제의 경제학 (economics of self-restraint)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변화에 적극적으로 자조의 대응 경 제학 (economics of self-help response)이다. 다만 마이드너가 시도했던 임노동자기금과 같은 장기적인 소유의 사회화 전략은 아직 찾을 수 없다. 금융자본주의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이 때, 노 르웨이 국부펀드의 역할(사회공헌 투자)은 분명 바람직해 보이지만 여기에서 길을 찾는 것은 아무래도 과장일 것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39

42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한국과 스웨덴 - 정반대 방법으로 유사한 성공을 거두다? 스웨덴모델을 공부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성장전략에 관해서 한국 과 스웨덴이 보인 유사성이다. 우선 수출경제라는 점이 그렇고 또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이뤘다는 점이 그렇다. 외환위기를 공통으로 겪었고 교육에 힘 입어 IT등 산업구조 고도화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는 점도 흥미 롭다. 그러나 그런 성장을 향해 밟은 길은 거의 정반대다. 스웨덴이 우여곡절 속에 서도 평등 전략을 고수했다면 한국은 줄곧 불평등 전략을 구사했다. 똑같이 임 금을 억제했지만 스웨덴에서는 노동자가 스스로 했다면 한국은 군화발과 제도 로 짓밟았다. 한쪽은 80-90% 조직된 노조가 거시 정책을 결정한다면 한쪽에서 는 10% 남짓의 노조가 극한의 생존 투쟁을 한다. 똑같이 교육 면에서 최고의 성과를 자랑하지만 한 쪽은 평등과 협력교육을, 다른 한 쪽은 극단적 경쟁교육을 시키고 있다. 결국 성장률은 한국이 조금 높 지만 평등에 관한 모든 지표는 극과 극을 보이고 있다. 내 이해가 맞다면 스 웨덴은 신자유주의의 압력을 평등의 성장 흐름 안에 외적 규제로 흡수했고 한국은 신자유주의를 전 사회의 운용원리로 받아 들여 모든 부문에서 극단적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사회 변화에 대한 개인의 마지막 대응은 출산인데, 한 쪽에서는 인구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출산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출산율이 1.13까지 떨어졌다.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가치를 떠나서 과연 어느 모델이 지속가능할 까? 내 원래 전공이 클러스터/산업정책이어서 그런지 나는 클러스터의 발전에 서 두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본다. 평등이 다양성을 낳는 사회, 자발적 협력이 이뤄지는 사회가 아니고선 아무리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도(결국 기업도시/혁신 도시로 변질된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클러스터였다) 클러스 터는 위에서부터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이 정책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는 생태의 지속가능성이 최우선의 가치로 주목받지만 건설업의 이해를 바탕으 로 정책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자연은 파괴될 수 밖에 없다. 스웨덴이 자제와 자 조의 모델이라면 한국은 강제와 타율의 모델이다. 한 쪽은 생명을 북돋우고 한 쪽은 생명을 죽인다.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 이 글은 월간 <작은책> /1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40

43 2강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정 세 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1. 서론 2009년 현재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갈 정도의 어려움 을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복지세력이 자, 해결책은 복지정책을 획기적으로, 예를 들어 지금보다 2배 정도 강화하는 것이요 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 응을 보일까? 물론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세금을 더욱 많이 내야 할 고소득층 이야 당연히 반대하기 쉽겠지만 이러한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될 서민들, 혹은 복지국가로의 지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획기적인 복지확 대에 다소 주저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유럽 많은 국가들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무상교육, 무상의료의 주장 을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기책임의 원칙 이 과도하게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그들이 게으르기 때문이므로 국가에게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는 것,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와 같이 실업자들이 실업수당을 달라고 국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복지정책이란 잘 사는 사람들이 못사는 사람들 을 구제하기 위해 베푸는 시혜정책으로서, 의무는 아니며 단지 여유가 있을 때 에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작은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복지국가에 대한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들이 강고하게 주입되어 있 기 때문이다. 국가가 복지지출을 늘리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봤자 적자만 심 각해질 뿐이고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럽 국가들이 과도한 재정지 출과 복지병 으로 망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감세와 작은 정부가 대세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41

44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우리나라 국민들은 현재 세금을 많이 내고 있으므로 더 이상 올릴 필요가 없다, 복지수혜가 늘어나면 오히려 일을 하던 사람도 일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 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부패하고 무능해서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한다는 인식 도 강하다. 역동적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복지지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재정조세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을 강화가 올 바른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며 그를 위한 우리의 구체적인 전략이 있어 야 한다. 본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우선 2절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감세와 작은정부 정책이 어떠한 논리에서 추진되고 있는지 이론적 배경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복지국가를 공격하는 대표적 이론인 재정정책 무력성 명제와 감세 정책이 그 이론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 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절에서는 주요 OECD 선진국들의 실제의 재정조 세정책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재정정책이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어떠한 성 과를 가져왔는지, 유럽 국가들이 과도한 재정지출과 복지병 으로 망했는지, 전 세계적으로 감세와 작은 정부가 대세이며 복지국가가 해체되고 있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선진국의 재정조세정책이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높 이는 방향으로의 수정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대세라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이후 4절과 5절에서는 유럽 복지국가들과 비교하여 특히 우리의 재정조세정책이 현 재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또한 향후 어떠한 전략을 펼쳐야 할지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2. 감세 및 작은 정부의 논리와 그에 대한 비판 한편 80년대 이후 정권을 잡게 된 우파정부들은 그동안의 지배적 기조였던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대한 반발로서 감세정책을 대표적 개혁정책으로 채택하 게 되었다. 감세정책이 본격 등장하게 된 것은 198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등장 한 우파정부, 레이건 정부와 대처정부 하에서였다. 그리고 이 두 국가에서 1980년대에 시작된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정책은 세계화로 인해 이 두 국가 와 경쟁해야 하는 모든 선진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즉 1980년대 이 후 법인세 및 소득세 세율 인하는 OECD 전체적으로 관찰되던 현상이었다. 1) 1) 이것은 감세가 실제로 효과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기업들의 해외이동이 이전보다 활발해짐에 의해 각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추진해야 했던 면이 있다. 42

45 사실 감세정책은 적자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에 케인즈 도 감세 정책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 당연히 인정했다. 대신 케인즈는 감세 를 통해 총수요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세금인하는 가계의 가처분소 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레이건 정부가 감세정책을 채택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공급경제학파 에 따르면 소득세 인하는 근로의 욕을 고취시켜 노동공급을 확대하고 법인세 인하는 투자를 증대하여 경제성장 을 이끌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세율인하는 단기적으로 조세수입을 감소키히고 재정을 적자로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투 자를 늘리고 노동공급이 확대돼 조세수입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세율이 적정 수준을 초과한 고세율 상황에서는 세율인하가 조세수입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고 보았다. 그러나 감세관련 주요 논점을 정리한 기획예산처 보고서(2001)과 재정경제부의 보고서(2005)에 따르면, 감세는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비해 경기 진작 효과도 크지 않고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 된 바 있다. 감세정책이 적극적으로 집행된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감세정책의 본격적 계기는 1981년 레이건 정부 하에서 시행된 조세법안(Economic Recovery Tax)이다. 이 법안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세금인하로 경제주체의 근로, 저축, 투자 유인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소득세율을 일률적으로 25% 인하하 는 것 외에 맞벌이 가족에게 추가적으로 세금감면을 해 주었고 장기보유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세도 줄였다. 개인은퇴계정(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을 창 설해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없애 주었고 과표구간을 인플레이션에 연동하는 정책(indexation of tax brackets)도 입안했다. 가속감가상각 제도를 도입해 기 업의 자본 비용을 감소시켰고 연구개발과 관련된 세액공제도 증가됐다. 정부지 출의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국방비지출과 각종 사회보장성 지출을 제외 한 일반지출은 1980년 경우 GNP의 9.4%에 달했는데 1984년에 이르면 7.4% 로 감소하였다. 반면 국방비 지출이 급증하였다. 이로 인해 재정수지는 악화되 었고 재정수지의 악화는 경상수지의 악화를 동반하여 미국의 1980년대는 쌍둥 이 적자의 시기였다. 2) 2) 재정적자 수준이 심각해지자 1985년에 GRH(Gramm-Rudman-Hollings)법이 통과되어 목표연도인 1991년(이후 GRH II법에서 목표연도서 1993년으로 연기)에 재정균형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이 법은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1990년에는 예산통제법(Budget Enforcement Act; BEA)을 제정하여 재정수지가 아닌 재정지출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재정을 관리하기 시작하였다(박형수). 대안사회복지학교 43

46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이후 1993년에 취임한 클린턴 정부는 증세 정책과 지출 삭감을 통해 재정건 전화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3) 2000년대 부시 정부가 집권하게 되자 다시 강력한 감세정책이 실행되었다. 부시 정부는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감세안 을 발표하였는데, 핵심내용은 주로 소득세 양도세 상속세율 인하였다. 2001년 감세법안에 따라 각종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한 데 이어 2003년에는 2006년 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되어있던 세율 인하 속도를 가속화했다. 부시정부 는 배당소득의 최고세율을 39.6%에서 15%로, 양도소득은 20%에서 15%로 인 하했다. 상속세 또한 대폭 삭감하여 공제한도는 200만 달러(2009년 350만 달 러)로 늘어났고, 최고세율은 55%에서 45%로 축소하였다. 4) 그런데 감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레이건과 부시 정부 시기 모두 경제성 장률은 좋기는 했다. 하지만, 정부가 감세와 더불어 재정지출을 증가시켰기 때 문에 경제성장이 꼭 감세의 효과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보다 감세와 지출 증가 가 동시에 행해지면 대규모적 경기부양 정책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매우 크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재정지출의 증가가 수 요의 버팀목이 되었지만 감세까지 시행됨으로써 재정수자 악화라는 문제를 낳 게 되었다. 정부의 재정수지는 1980년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가 1990년대 적 자폭이 줄어 1990년대 말에는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그림 2>). 그러나 부시 정부가 들어선 2000년부터 악화되기 시작해 2003년부터는 다시 적자로 떨어졌 다. 재정적자 악화는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하여 두 시기 모두 재정적자와 경상 적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3) 1993년 클린턴 정부는 예산통제법을 엄격하게 시행하여 지출통제에 기초한 재정건전화 정책을 계속적 으로 추진하였으며, 1997년에는 균형예산법(Balanced Budget Act)을 통과시켰다. 균형예산법은 지출감 축 규모가 감세규모를 상회하도록 함으로써 적자를 축소시키고자 한 것이었는데 다양한 자격 프로그램 (entitlement program)의 근본적인 변화를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 재정적자 폭은 점차 줄었으며 높은 경 제성장률에 힘입어 1998년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티글리츠는 2003년에 출간된 떠들석했던 90년대 에서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시도가 작은 정부 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산물이었으며 그 배후에 시장 근본 주의의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4) 감세안의 일몰 계획에 따라 추가적인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011년에 공제한도는 100만 달러, 최고세 율은 55%로 되돌아간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일몰 계획은 차질 없이 실행될 것으로 보인 다. 44

47 <그림 2>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현황 (1962~2008년) (단위: 대 GDP 비중) 출처: Congressional Budget Office, US Census Bureau, FTD(Foreign Trade Division) 한편 감세정책은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킨다. 부시행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한 연 구결과는 감세혜택이 고소득 계층에 집중되어 소득분배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 고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 보고서(2004년 8월)에 따르면 최상위 1% 가구의 감세혜택은 평균 40,990달러로 중간소득 계 층인 3분위 가구의 40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고소득 중에서도 최상위1%에만 감세혜택이 집중되었다. <표 1> 2001년, 2003년 감세안의 감세혜택 평균 감세액(달러) 평균감세액(달러) 1분위(하위20%) 19 상위 10% 8,495 2분위 330 상위 5% 13,303 3분위 652 상위1% 40,304 4분위 1,132 상위 0.1% 204,386 5분위(상위20%) 5,455 전체 평균 1,520 출처: Gale, Orszag and Shapiro(2004), Congressional Budget Office보고서. 즉 경기부양 정책에 감세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정부지출 증가보다 는 적고, 더욱이 소득양극화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 따라서 동일한 적 자재정 정책이라 하더라도 감세정책은 정부지출 증대보다 효율성 및 형평성에 대안사회복지학교 45

48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서 떨어지는 정책인 것이다. 또한 감세와 함께 균형재정을 실현하기 위해 지출 규모를 줄이게 되면 공공서비스가 축소되어 서민, 중산층의 혜택이 더욱 감소한 다. 이와 같이 직접세를 줄이는 감세정책은 조세측면에서 소득재분배를 악화시 킬 뿐 아니라 향후 복지지출을 줄임으로써 재정지출 측면에서도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킨다. 감세정책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감세의 최종 목적이 복지지출의 축 소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감세를 통해서 복지지출을 줄이려 하는 것인 가? 복지프로그램은 낭비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복지지출은 다음과 같 은 경로를 통해 경제 안정과 성장에 기여한다. 첫째, 사회안전망은 경기가 어려워질 때 자동적으로 경기가 부양하는 수단이 된다. 그 덕분에 경기침체를 가볍게 탈출할 수 있다. 경제위기 시에 재정수단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정책당국이 의 도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감세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책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재정이 일정 부문 자동 적으로 경기 부양 장치가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실업보험금 지급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이러한 장치는 경기침체 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저소득층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 5) 이러한 자동안정화 장치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국제금융위기 시에 잘 드러났 다. 독일, 프랑스 등의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중요 한 이유는 금융시스템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정도가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회안전망이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져 있으면 경기침체의 강도가 줄어듦으로 인해 사회전 체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사회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경기침체가 심각하게 되 면 성장의 기반 자체가 훼손되기 때문에 향후 이에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안전망은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성장과 고용 확대에도 기여한 다. 어떤 나라의 소득분배가 지나치게 불평등하면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이 클 것이고 그런 나라에서는 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수가 없고 그 결과 성장이 저해 된다(Alesina and Perotti, 1996). 사회적 불안정은 직접적으로 기업가들로 하 여금 투자를 꺼리게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에서 발생하 기 쉬운 범조의 예방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도록 만들어 간접적으로 투 5) 재정의 경기안정화 기능이 어느 정도 발휘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를 구분하여야 한다. 즉 실제의 재정수지는 사회안전망의 작동과 관련되어 자동적으로 변동하는 부분(경기적 재정수지)과 그 렇지 않은 부분(구조적 재정수지)으로 구분해야 한다. 46

49 자를 저해하게 되는데, 어느 경로이든 결국 지나친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불평등은 빈민들의 교육투자를 낮춤으로써 경제성장을 저 해하게 된다(Persson and Tabellini, 1994; Birdsall and Londono, 1997). 6) 복지지출 중에서 특히 투자적 지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투자적 성격의 사회지출은 보건(영유아 보육 포함),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실업 관련 지출, 보건 의료를 포함한다. 보육서비스는 여성의 일과 가족의 양립을 도 와 출산율을 제고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활성화해서 경제성장에 기여한 다. 아동복지는 아동인적자본 개발을 통해 차후 생산적 노동력으로서 경제성장 에 기여하고, 사회적 자본형성을 통해 사회 안정에 기여한다. 자활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인적자본개발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 형성에 도 기여한다. 노동시장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직업훈련 구직지원 재활서비스 임금 보조 등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근로소득보전제도(EITC)의 경우 고용을 촉진 한다. 한편 노동시장에서 정보제공, 구직, 재교육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불완전 성을 완화한다. 이 외의 복지지출을 보험적 성격의 사회지출이라 할 수 있는데, 노령, 유족, 무능력, 가족, 주거, 기타 등으로 공적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공적부조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보험적 성격의 사회지출은 통상 복지의존성을 유발하여 성장 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되지만 불확실성 완화, 사회통합 유도, 위험부담 비용 축소 등을 통해 총요소생산성 향상, 투자환경의 개선 측면 도 가지고 있다. 3. 선진국의 재정조세 정책 경험과 시사점 가. 일본 : 토목사업 중심 재정정책의 교훈 미국 이외의 다른 선진국들의 재정 및 조세 정책은 어떠했는가? 적극적인 재 정정책의 실패 사례로 자주 이야기되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의 재정은 6) 경제가 발전하는 초기에는 대체로 물량 투입 위주의 성장방식이 사용된다. 값싼 노동력을 투입해서 값싼 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팔고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공장을 확장해 간다. 그러나 성장이 일정단계에 이르고 자본이 많이 축적된 상태가 되면 이와 같은 성장방식은 한계에 봉착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는 양적인 확대뿐 아니라 기술혁신 및 인적자본의 축적을 통한 혁신주도형의 질적인 성장전략으로의 전 환이 필요하다. 대안사회복지학교 47

50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 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양호 한 상태였다 년 기간 중 평균 재정수지는 GDP대비 0.8%의 흑자였 다. 그러나 버블경제의 붕괴 과정에서 세수감소는 물론 경기회복을 위한 감세와 추경예산을 통한 경제대책을 지속적으로 펼친 결과 세입과 세출의 격차가 급증 하게 되었다. 12번의 경기부양책이 1992년 8월에서 2003년 사이에 시도되었고 어떤 경우에 그 규모는 GDP의 2% 정도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재정수지 는 2002년에는 GDP의 8%의 적자가 되었다. 정부부채는 1980년에는 GDP의 48.4%였지만 점차 증가하여 97년에는 100%를 넘게 되었고 2006년에는 179% 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전례 없는 이러한 재정정책의 효과는 일반적으로 크 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본경제가 쉽게 성장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재정정책이 효과 가 전혀 없었다고 보아야 하는가? Aglietta and Berrebi(2007)의 경우 당시 일 본에서는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자산 디플레가 발생하고 있었고 민 간부문의 수요가 생산능력에 비해 체계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정부지출 증가 의 재정정책이 그나마 일본경제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 다. 공공지출 증가가 세금감면보다 더 효율적이었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아글리에타에 따르면 조세를 줄이는 것보다 지출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평가했다. 왜냐하면 자산 디플레가 발생할 때에는 가계나 기 업이 가처분소득이 증가해도 지출을 늘리기 보다는 부채를 줄이거나 화폐보유 량만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자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정부지출이 생 산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다. 비용은 들이지 않으 면서 생산을 늘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그렇게 장기간 침체에서 벗 어나지 못했는가? 이것은 쉽지 않은 문제인데 우선 90년대 일본경제의 침체가 근본적인 성장 시스템의 균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면 단순히 재정지출을 증 가시킨다고 해결될 성질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오 히려 구조적인 어려움에 빠져 경제의 활력이 상실되었을 때에는 정부지출 증가 가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막는 지지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지 출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완전고용으로 회복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적극 적인 재정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지만 90년대 일본 의 재정정책에 대해 비판할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규모로 집행되었는가에 대해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48

51 우선 위기가 처음 발생했을 때의 대처가 느렸다. 1991년은 거품 붕괴로 인한 영향이 경제에 침투해 간 시기였다. 이 때 많은 민간 경제학자들이 일본 경제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제기 했지만 당시 경제 기획청은 불황에 돌입 할 위험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92년 2월이 되자 경기후퇴가 뚜렷해지게 되었는 데 일본 정부는 92년 3월말에 긴급 경제 대책을 수립하였으나 공공사업의 75% 를 미리 집행한다는 내용으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재정적자를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주가는 급락했고 그 후 일본경제는 불황에 돌입했다. 93년, 94년에 대규모의 종합경제대책을 시행하여 94년 중반에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으나 94년 후반 공정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표면화되었다. 이 움직임 이 마이너스로 작용하여 경기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와 같이 일본의 재정 정책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는 아주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후 재정지출계획은 아시아 위기가 터진 이후에야 적극적으로 실행되었지만, 이때는 일본은 이미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진 상태였다. 만일 적극적 인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황 초기에 실행되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지출 증가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식의 단순한 판단은 정부지출 증 가효과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아니다. 일본 재정정책이 효과가 없었던 더욱 중 요한 이유는 재정지출이 주로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투입되었다는 점이다. 사회 간접자본 건설이 민간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었던 것이다. 이러한 재정정책에 대한 반성으로서 고이즈미 내각은 공공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을 추진했다. 1990년대의 재정적자의 누증이 바로 경기대책으로서의 공공사업 비의 증가에 있었다는 반성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는 2002년도 예산에서 공공사업을 전년대비 10% 삭감한다는 방침을 결정하였으 며, 이후 공공사업 예산 규모는 1999년 13조 엔에서 2006년도 7.2조 엔으로 축소되었다. 이는 경기대책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이 마련되지 않았던 1990년도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공사업규모가 축소 된 것이었다(김종걸, 안현효, 정 세은, 2009). 한편 재정 및 조세정책과 관련하여 일본이 당면하고 있는 심가한 문제는 정 부부채의 규모가 대규모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2005년 이후에는 GDP대비 175%를 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 재정건전성이 일본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Broda and Weintein( 2004)은 막대한 재정적자로 곤경 에 처해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통념과 달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에 따르면 일본의 공공부채 수준은 유지가능한 수준이며 그들의 복 대안사회복지학교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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