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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한국민족문화 62, 2017. 2, 45~74 http://dx.doi.org/10.15299/jk.2017.02.62.45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1) 이지영 ** 1. 머리말 2. 감정의국제정치 3. 분석대상과분석방법 4. 한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 5. 한일원폭피해자의감정연대의균열 6. 맺음말 < 국문초록 > 본글은감정을설명변수로하여국제정치의현상을설명하고자하는시도의하나이다. 냉전의붕괴로이데올로기의대립이사라지자헌팅턴은국제사회의갈등의원인을문명의충돌에서찾았다. 그러나 9.11 이후의국제사회는문명이아닌감정의충돌로갈등이확산되고있다. 남북관계, 한일관계, 한중관계, 한미관계등한반도를둘러싼국제관계또한원한, 애정, 열등감, 수치심, 충성심, 배신감, 멸시등여러감정들이복잡하게얽혀있다. 공포와혐오, 불안의감정과동원은경계와정체성을재정렬하고이질적타자에대한부당한대우와불평등, 인권침해를정당화하고자는정치적의도의배후가되기도하지만애정, 고통, 충성심, 정의의감정과동원은국제관계의갈등해결의단초를제공하기도한다. 본글은이러한감정의국제정치에있어한일관계에초점을맞추었다. 그가운데에서 * 이논문은 2014 년정부 ( 교육부 ) 의재원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임 (NRF-2014S1A5A2A03065857). ** 연세대학교미래사회통합연구센터 / 연구교수 (saboten@hanmail.net) - 45 -

2 / 한국민족문화 62 도원폭피해자문제를대상으로한일의원폭피해자가어떻게고통의감정을매개로국경이라는물리적경계를초월하여한국인, 일본인이아닌 피폭자 ( 被爆者 ) 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새로운정체성을형성하며연대해나갔는지, 그러한연대가한일관계의화해의모색에있어서, 원폭의문제와평화의문제를제기하는데있어서어떠한의미와한계를갖고있는지설명하고자하였다. 피폭이라는경험과그경험에기인한심각한신체적손상, 감각적으로각인되어버린극심한고통의공유는한일의원폭피해자간의상호이해와인정, 그를바탕으로한정서적유대감과감정의연대를가능하게했으며 피폭자 라는새로운집합적, 초국적정체성을형성하게하였다. * 주요어 : 감정, 피폭자, 고통, 감정의연대, 정체성 1. 머리말냉전체제의붕괴와세계화의심화는우리의인식과일상의영위뿐만아니라국제사회와국제정치에있어많은변화를초래했다. 경계, 고정성, 내외, 주체와객체, 아군과적이명확하게구분되고구별되었던, 그러한명확한구분과구별위해형성된단일한정체성의세계에서경계는허물어지고, 불변의고정성에대한의문이제기되며내외, 주체와객체, 아군과적의구분과구별이모호해진, 나는누구이며우리는누구인지정체성이혼란해진세계가되었다. 1) 그러나그러한변화속에서도우리는끊임없이과도하게타자와관계를맺어야만하고그관계성과상호작용의영향은그어느때보다긴밀하고복잡하고결정적이다. 2) 이러한변화는자 1) Domonique MoΪsi, The geopolitics of Emotion, New York: Anchor Books. A Division of Random House, Inc, 2010, pp.9~29. 2) 박형신 정수남, 감정은사회를어떻게움직이는가. 공포감정의거시사회학, 한길사, 2015, 27~29 쪽. - 46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3 신의이익을최대한추구하기위해합리적선택을한다는개인과의인화된국가의합리성이라는것이행위자의행위와사회현상, 정치현상, 그리고국제관계를설명하는데있어얼마나제한적인것인지그빈약성을드러나게했다. 이제행위자의행위와정치사회현상, 국제관계는더이상행위자의합리성, 그것도무엇이이익인지, 그이익을최대한추구한결과가무엇을초래했는지, 그것이다음행위와선택에어떻게환류되고, 다른행위자의행위와선택에어떠한영향을미치는지묻지않는, 오로지개개행위자의이익을최대한실현가능하게하는수단의고려라는도구적합리성에만귀결되지않는다. 이변화된세계는매순간의합리적계산과선택을불가능하게하며합리적선택의결과라고보기어려운비합리적현상으로가득하다. 그렇다면우리는무엇을가지고합리성과합리적선택의설명의제한성을뛰어넘어인간행위와사회적관계, 국제관계에대한이해를심화시킬수있을것인가. 본글은그해답을감정에서찾고자한다. 3) 인간의행위에서감정이관여하지않는경우는없고그러한행위들간의상호작용의결과가바로우리사회를틀짓는다. 4) 감정은개인적일뿐만아니라집합적이다. 그리고감정은작업장, 이웃과지역사회네트워크, 정당, 운동, 국가뿐만아니라이들단위들간의상호작용에도침투한다. 5) 감정은개인적, 사회적관계를변화시킬뿐만아니라개인의사회운동에의참여, 운동의성공과실패에, 더나아가국가간의관계에서마저도감정은전쟁을하느냐마느냐하는수준에까지영향을미친다. 이제감정에주목함으로써사회질서와연대, 사회변화와갈등을분석할수있게되었다. 6) 냉전의붕괴로이데올로 3) J.M. Barbalet, Emotion, social theory, and social structure : a macrosociological approach, 박형신 정수남옮김, 감정의거시사회학 - 감정은사회를어떻게움직이는가, 일신사, 2007, 76~83 쪽. 4) 박형신 정수남, 앞의책, 14 쪽. 5) Jeff Goodwin James M. Jasper Francesca Polletta, Passionate politics: emotions and social movements, 박형신 이진희옮김, 열정적정치감정과사회운동, 한울, 2012, 33 쪽. 6) 신진욱은 5.18 광주항쟁에서의참여자들의연대형성과인지적프레이밍과정을도덕감정에천착하여연구하고있다. 그리고박형신과이진희는 2008 년의촛불집회의동원메커 - 47 -

4 / 한국민족문화 62 기의대립이사라지자헌팅턴은국제사회의갈등의원인을문명의충돌에서찾았다. 7) 그러나 9.11 이후의국제사회는문명이아닌감정의충돌로갈등이확산되고있다. 8) 남북관계, 한일관계, 한중관계, 한미관계등한반도를둘러싼국제관계또한원한, 애정, 열등감, 수치심, 충성심, 배신감, 멸시등여러감정들이복잡하게얽혀있으며, 이는인지적차원에서해소될수없는감정의지정학적접근을필요로한다. 9) 공포와혐오, 분노와증오는국제관계의갈등의원인일뿐아니라그감정의동원을통해우리는누구인가, 누구여야하는가, 적은누구인가의경계와정체성을재정렬하고이질적타자에대한부당한대우와불평등, 인권침해를정당화하고자는정치적의도의배후가되기도한다. 그러나이러한정치적의도를전복시키고국제관계의갈등을해소하기위한단서도감정이제공한다. 감정은성찰적이고실천적이다. 국제관계의갈등을해소하기위해서는타자의행위에대한인정과존중이필요하다. 인정과존중은인지적차원을넘어감각적차원에서구현되어야한다. 이는타자의경험, 이를테면고통, 행복, 기쁨, 슬픔, 원통함등으로채워진그의삶의과정을공감하고인정해주는일종의실천감각이필요함을의미한다. 그리고그러한감각의수준에서멈추는것이아니라고통을덜어내고갈등을해소할수있는국제관계는어떻게설정되어야하는가에대한정치적실천의문제로나아가야한다. 부당한권력관계에서비롯되는인권유린이나생존권박탈에대해분노하고피해자의감정에공감하는것, 정의롭지못한행위에대해부끄러워하는것, 타인에대한차별이나무시에민감해지는것등이성찰적감정에내재한가능성이다. 10) 니즘을국민의생명권과건강권을보장해야할국가가검역주권을포기한것에대한국민의분노에서찾았다. 신진욱, 사회운동의연대형성과프레이밍에서도덕감정의역할 : 5 18 광주항쟁팸플릿에대한내용분석, 경제와사회 73, 한울, 2007, 203~245 쪽. 박형신 이진희, 먹거리, 감정, 가족동원 : 미국산쇠고기수입반대촛불집회의경우, 사회와이론 13, 이학사, 2008, 147~183 쪽. 7) Samuel Huntington, 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 이희재옮김, 문명의충돌, 김영사, 1997. 8) Domonique MoΪsi, 앞의책, pp.1~8. 9) 박형신 정수남, 앞의책, 51 쪽. - 48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5 2. 감정의국제정치 이러한감정에대한연구는사회학이나역사학등에서는상당한축적이이루어져왔다. 사회심리학에서감정이개인의행위에어떠한영향을미치는지에대한연구가진행되다개인차원의감정이어떻게집단화되고집단감정이사회현상을일으키는원인이되는지, 더나아가사회구조를변화시키는지에대한거시사회학적연구가진행되고있다. 역사학에서는감정을요소로관념의역사, 제도의역사를이해하고자하는시도가이루어져특정한시대에특징적인감정적양상을밝히는감정사연구가추진되어왔다. 11) 그러나정치학이나국제관계분야에서감정에대해주목한것은얼마되지않는다. 감정은비합리적인것, 행위자를비이성적인일탈의상황으로몰고가는것, 부정적인것이라는것이주류인식이었다. 이와더불어과학주의와실증주의적방법론, 합리성을기본명제로하는현실주의의지배하에감정은설명하거나검증할수없는것, 조작하기어려운것으로서분석대상에서제외되어왔었다. 이러한학문적태도에대한비판과더불어정치학, 국제관계에서감정이설명요소로서중요하다는주장이제기된것은 2000 년대에접어들어서이다. 12) 주로구성주의자들로부터제기된것으로, 구성주의연구자들은국제정치의갈등과대립의원인을무정부상태인국제체제에서찾는현실주의자와는달리감정을중요한설명변수로다룬다. 즉국제정치의갈등은무정부상태라는국제체제의한계에서비롯된 10) 박형신 정수남, 앞의책, 52~54 쪽. 11) 초기의감정사연구는주로근대로의이행기에집중하여, 감정표현및그와연관된감정적사회화과정에대한탐구, 그리고감정표현의변화를통제하는사회체계에대한탐구가이루어졌다. 이러한탐구를바탕으로감정표현과젠더, 인종, 계급간의상호작용양상, 전쟁과혁명기에감정이미친영향등의주제가다루어졌고, 사랑과미움등기본적인감정을넘어서질투, 욕망, 탐욕, 질시, 두려움, 사랑, 신뢰, 역겨움등으로탐구의대상이확대되어왔다. 문수현, 감정으로의전환 (Emotional turn)?- 감정사연구성과와전망 -, 서양사론 96, 한국서양사학회, 2008, 259~281 쪽. 12) Neta C. Crawford, The Passion of World Politics: Propositions on Emotions and Emotional Relationships, International Security, Vol.24, No.4, 2000, pp.116~136. - 49 -

6 / 한국민족문화 62 것이아니라공포나화와같은감정이의사결정자들의인식을형성하는방식, 국가에가해진위협과국제체제에대한인식의형성에미치는영향에서비롯된다고간주한다. 13) 이와같이국제정치에서감정을주요변수로다루기시작하게된데에는사회학의집단감정이론의발달이있다. 사적인것으로, 개인의심리적차원의것으로만여겨지던감정이집단화되고, 그과정을통해사적이고심리적인차원과는별도의, 단순히개개인의감정의집적으로서가아닌독자적이고중요한사회적, 정치적역할을하는집단감정에대한연구가추진되면서정치학이나국제관계분야에서보다감정을수용할수있게된것이다. 물론국제정치에서다루는주요집단은국가이다. 국가의감정을국제정치와외교정책의주요분석대상으로하는연구가진행되고있다. 국가의감정을탐구하는방식은크게세가지로구분된다. 하나는지금까지의국제관계의분석에서와동일하게국가를의인화하여단일한행위자로취급하는방식이다. 다른하나는국가의대표이자의사결정자인정치리더개인에초점을맞추는방식이다. 이방식에서는정치리더들의감정이국가의행위에주요한영향을미친다고가정한다. 마지막은국가를집단으로이해하고그집단내부의구성원의인식과감정이국가의감정을대표하고형성하며국가가어떻게행위할지를결정한다고본다. 14) 이러한집단으로서의국가의감정이국제정치에미치는영향에대해서는특정감정에천착한사례연구의형태가주류를이룬다. 주요연구로는남성성 (masculinity) 에기인한굴욕감이 9.11 이후의미국의테러와의전쟁등외교정책에영향을미쳤으며, 폭력적인미국의대응에대해미국인들의수치심이충분히일지않게했다는분석이있다. 또한 2002 년의발리폭탄공격에대한호주의트라우마에주목하여직접경험한당사자들의트라우마나기억이어떻게경험하지않은사람들을연결하여집단감정 13) Roland Bleiker, Emma Hutchison, Fear no more: emotions and world politics,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 No.34, 2008, pp.115~135. 14) Brent E. Sasley, Theorizing States Emotions, International Studies Review, No.13, 2011, pp.452~454. - 50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7 화하는지, 그러한집단감정이어떻게호주의외교정책에영향을미치는지검토한연구가있다. 핵확산에관한연구에서는왜어떤국가는핵무기체계를수립하려고하는반면왜어떤국가는그렇지않은지를정치리더들의자국의집단감정과그에기반한정체성에대한인식과이해의차이에서밝힌것이있다. 15) 3. 분석대상과분석방법본글은이러한감정의국제정치에있어한일관계에초점을맞춘다. 본글에서는기존의연구와는달리집단으로서의국가를대상으로하기보다는국가내부의구성원들, 그구성원들로구성된하부집단, 그가운데에서도원폭피해자집단을대상으로한다. 그리고국가라는집단내부의하부집단인원폭피해자가어떻게국경이라는물리적경계를초월하여한국인, 일본인이아닌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새로운정체성을형성하며연대해나갔는지, 그러한연대가한일관계의화해의모색에있어서, 원폭의문제와평화의문제를제기하는데있어서어떠한의미와한계를갖고있는지설명하고자한다. 한일원폭피해자들의새로운정체성의형성과연대에있어중심감정으로본글은고통을상정한다. 일반적으로신체적감각으로표현되는고통, 심지어신체적손상을포함한즉각적인고통의느낌은종종사적인것으로, 때로는다른사람들은알수없는나만이갖는느낌으로, 혹은나자신은느낄수없는다른사람들만이갖는느낌으로서고독한경험으로표현되는고통은어떻게정치에들어오는가. 고통의경험은고독할수있으나결코사적이지않다. 고통은단순히개인의것이아니라타자의신체에도열려있는것이다. 우리는고통의경험을이야기할때그것이나의고통이라고가정한다. 타자의고통을느낄수없기때문이다. 그러나우리는타 15) Brent E. Sasley, ibid, p.455. - 51 -

8 / 한국민족문화 62 자가어떻게느끼는지느낄수있다고상상할뿐만아니라타자를위해타자의고통을느낄수있다고상상한다. 바로공감, 감정이입이라는윤리이다. 고통의사회성 (sociality) 은윤리를요구한다. 우리는상대방의고통에서시작해서상대를향해움직이며나의것이아니며내가느낄수없는것에대해행동해야한다. 16) 하물며피폭이라는공통의경험을공유하고있고심각한신체적손상과감각적으로각인되어버린극심한통증의공유는한일의원폭피해자간의상호이해와인정, 그를바탕으로한정서적유대감과감정의연대를가능하게했으며 피폭자 라는새로운집합적, 초국적정체성을형성하게하였다. 지금까지일본에서의원폭연구는다양하게이루어져상당한연구성과를축적해왔다. 이가운데한인원폭피해자에관한연구도학자, 언론인, 종교인, 일본인피해자, 시민단체에의해꾸준히추진되어왔다. 연구형태는시기와주제별로크게세가지로구분할수있다. 첫째는 1970 년대부터 1980 년대중반까지진행된것으로한인피해자의실태조사가주를이룬다. 둘째는 1980 년대후반의연구로 1981 년개시된한국인피해자도일치료가 1986 년에중단되면서일본정부의법적책임과정부의대응에대한분석이시작되었다. 셋째는 1990 년대이후현재까지의연구로개인소송에대한분석이중심이다. 피폭자원호법의한국인피폭자에대한적용과강제동원되어피폭된한국인피폭자의손해배상청구에대한지방법원, 고등법원, 최고법원의판결을소개하고그판결의의의와한계를지적하고있다. 17) 한국에서는최근에일본이히로시마, 나가사키의피폭을통해자신을어떻게피해자로서정체성을형성해나가는지에대한분석과 18) 영화, 소설속에나타나는피해자의식에대한설명이이루어졌는데, 19) 일본이 16) Sara Ahmed, The Cultural Politics of Emotion Second Edition,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2013, pp.20~31. 17) 이지영, 한인원폭피해자문제관련연구와자료현황, 일본공간 12, 국민대학교일본학연구소, 2012, 229~246 쪽. 18) 권혁태, 히로시마 / 나가사키의기억과 ' 유일피폭국 ' 의언설, 일본비평 1, 그린비, 2009, 60~89 쪽. 김상준, 기억의정치학 : 야스쿠니 vs. 히로시마, 國際政治論叢 39 5, 국제정치학회, 2005, 215~236 쪽. - 52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9 전쟁책임과가해자성을망각하고정치적인집단기억의동원을통해피해자정체성을형성해갔다는비판적인것이대부분이다. 그러나한일관계에있어서, 그리고원폭피해자문제에있어서감정을중심으로분석한연구는거의없다. 20) 그렇다면이러한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과감정의연대는어떻게분석될수있는가. 본글은문헌연구를기본으로한다. 그러나문헌을통해감정의표출과행위로의연결을인과적으로분석해내기란쉽지않다. 이러한방법론적난점은감정자체가갖고있는복합성때문이다. 감정은신체적표현형태를가지고있으면서도생물학적으로결정되지않고사회적으로구성되기도하며그표현형태역시사회적으로관리된다. 그렇기에감정은신체와사회모두의산물이면서도어느하나로환원될수없는하나의복합체이다. 이러한문제를넘어서기위한중요한방법론적기법이면접, 구술사, 생애사와같은질적연구방법이다. 방법론의핵심은당사자의입장에서문제를재구성한다는것이다. 개인의증언을통해삶의과정이사회구조와제도의변화와함께역동적으로펼쳐지면서개인이감정을어떻게경험해왔고, 이를통해자아정체성을어떻게형성해왔는지를생생하게파악할수있게해준다. 21) 본글은한국원폭피해자단체인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 이하협회 ) 와이를지원하기위해일본에서설립되어 40년이상활동해온 < 한국인피폭자를구원하는시민모임 (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 이하시민모임 ) 을대상으로하고있으며, 시민모임의회보 빨리원호를! ( 早く援護を!) 1호 ~145 호 (1972 년 ~2014 년 12월현재 ) 를분석했다. 또한문헌연 19) 홍진희, 오에겐자부로와히로시마 : 히로시마노트 ( ヒロシマㆍノ ト ) 에나타나는피해자의식에대하여, 日語日文學硏究 61 2, 日語日文學會, 2007, 229~243 쪽. 강태웅, 원폭영화와 ' 피해자 ' 로서의일본, 동북아역사논총 24, 동북아역사재단, 2009, 39~59 쪽. 20) 김학성은감정과관련된국제관계이론을바탕으로국가간화해의조건과실천방법을검토함으로써한일간화해의이론적탐색을시도한바있다. 김학성, 증오와화해의국제정치 : 한 일간화해의이론적탐색, 國際政治論叢 51 1, 국제정치학회, 2011, 7~31 쪽. 21) 박형신 정수남, 앞의책, 83~88 쪽. - 53 -

10 / 한국민족문화 62 구를보완하기위해시민모임의현회장과히로시마 ( 広島 ) 지부장, 나가사키 ( 長崎 ) 지부장에대해면접을실시했다. 22) 4. 한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 1951 년일본과연합국은전후처리를위해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조인했다. 그러나일본의구식민지였던국가들은특수지역으로분류되어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의대상에서제외되었으며, 연합국이일본에대한배상청구권을포기하면서전후처리는일본에게유리하게추진되었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상특수지역은일본과양자간합의를통해전후처리를하도록규정되었다. 이에따라한일간국교정상화와전후처리를위한양자회담은 1951 년부터 7차에걸쳐 14년간진행되었다. 1965 년 6월 22일, 한일기본조약 과 청구권및경제협력에관한협정, 어업협정, 재일한국인의법적지위및처우에관한협정, 문화재및문화협력에관한협정 등 4가지협정이조인되면서한일회담은종결되었었다. 그러나한일회담에서한국의원폭피해자문제는다뤄지지않은채양국간에배상청구권은포기되었다. 23) 이에한국의원폭피해자들은자조와권리획득을위해 1967 년협회를설립했으나군사정권과한국시민사회의무관심속에서목소리를내는것조차어려운상황에놓이게되자협회는일본의시민사회에호소하기시작했다. 일본정부는이미원폭의료법과원폭특별법 24) 으로일본인원폭피 22) 이치바준코 ( 市場淳子 ) 회장과는 2014 년 2 월 12 일, 오전 10 시 ~12 시까지오사카센리추오 ( 大阪千里中央 ) 에서, 도요나가게이자부로 ( 豊永惠三郞 ) 히로시마지부장과는 2014 년 2 월 13 일, 오전 10 시 ~12 시까지히로시마평화공원에서, 그리고히라노노부토 ( 平野信人 ) 나가사키지부장과는 2014 년 2 월 14 일, 오전 10 시 ~12 시까지나가사키지부사무실에서면접을각각실시했다. 23) 장박진, 미완의청산한일회담청구권교섭의세부과정, 역사공간, 2014. 24) 원폭의료법은 원자폭탄피폭자의의료등에관한법률 ( 原子爆弾被爆者の医療等に関する法律 ) 의약칭으로 1957 년제정되었으며, 원폭특별법은 원자폭탄피폭자에대한특별법조치에관한법률 ( 原子爆弾被爆者に対する特別措置に関する法律 ) 의약칭으로 1968-54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11 해자에대해연간 1,400 억엔의국가예산으로의료적지원과생활보장, 각종수당을지급하고있었다. 한편일본사회는베트남전쟁을계기로한반전평화운동과학생운동이활발했고, 냉전구조하에서태평양전쟁에대한책임을지지않고있는것에대해속죄의식이있었다. 25) 협회의호소에 1971 년시민모임이발족되어한국원폭피해자지원운동을벌여나갔다. 26) 시민모임과운동에참여하는사람들은크게세가지유형으로분류할수있다. 첫째는히로시마지부장과같은원폭피해당사자이다. 둘째는나가사키지부장과같이가족이원폭피해자이거나부모가원폭피해자인원폭피해 2세이다. 셋째는시민모임의현회장과같이기독교인, 불교인, 천리교인등종교인과교직자, 간호사, 경관, 주부, 학생등원폭피해의직접적경험과기억이없는매우광범위한일반인이다. 이들을시민모임과운동에참여하게한감정은서로다르다. 당시협회의곽귀훈호남지부장과초대신영수회장의호소와이에대한시민모임의초대모토키치요시히로 ( 本吉義宏 ) 회장의다음과같은촉구는서로다른감정을불러일으켰다. 1910 년한일합병으로나는나라를빼앗겼다. 혹독한토지조사가한국전토에서이루어졌다. 당시 여봐, 이거 ( おい, こら ) 라는일본어만알아도부자가될수있다는시절이다. 5전의수확에대해, 세금이 6, 7전이나되었다. 수확이끝나소작료빚을갚고찌꺼기라도남으면대풍년 이라는속담까지생겼다. 조선인약 200 만명이만주와일본본토로징용공이나징병으로연행되었다. 1945 년에는, 히로시마에 12, 3만명의조선인이있었다고당시의내무성경보국자료가전하고있다. 그렇다면히로시마의피폭조선인은반수라고해도 6, 7만명이나된다. 전후귀향 년에제정되었다. 25) 이치바회장면접내용. 26) 시민모임은 1971 년오사카 ( 大阪 ) 를중심으로결성되어 1972 년부터협회에송금을시작했으며, 1974 년에히로시마지부, 1975 년에도쿄 ( 東京 ) 지부, 1992 년에나가사키지부가결성되었다 (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 1972. 2. 25,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1, 1974. 11. 30,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79, 1992. 10. 19. 에서인용 ). - 55 -

12 / 한국민족문화 62 해도집도땅도잃고, 도회로돈벌러나가지않으면굶어죽는다. 한국의원호협회에등록된피폭자는 6천명정도로실제피해자수의절반이하지만, 피폭자는가난해서신문도살수없는사람이많아협회의존재도모른다. 호남지부에서등록피폭자에게통지해도 3분의 1이 주소불명 으로돌아온다. 처자식과헤어져, 사람들의눈을피해다리아래나산의동굴에서살고있는사람도있다. 피폭자구원이라고해도, 예를들어연간전체로 100 만엔을지급해도한사람한사람의피폭자의생활과의료지원까지는어려울것이다. 또한한국에원폭병원이생겨도, 환자의입원비나운영은어떻게하나. 결국일본정부가지금부터한국피폭자에게보상하고철저하게책임을지지않으면우리피폭자는진정구원되지않을것이다. 27) 피폭자의한사람으로서, 지금한국에서고통받고있는많은피폭자의비참한실정을언급하는것은, 자신의상처를건드리는것처럼괴롭다. 한국의피폭자는자신의주장을호소할기력도잃었다. 끓어오르는분함을누구에게말하면좋을까. 작년여름부터 1년간백명이상의한국의피폭자가지옥의괴로움속에서사망했다. 나의청춘도, 비록미국인이뉴욕시를통째로준다고해도영원히되돌릴수없다. 그러한한국피폭자에게, 일본의민간단체가다액의구호금을기부해주어도결국자선사업으로끝나버릴것이다. 잃어버린생명의흐름은돈으로살수없기에. 물론오늘의식량도걱정해야하는피폭자에게구원금은매우감사하다. 그러나시민모임의여러분이모금활동을통해다시원폭을지상에투하시키기않기위해어떻게하면좋을지를생각하기바란다. 그래야우리한국피폭자의희생이비로소의미가있는것이다. 거기에가해자와피해자의구별은없다. 한국인도중국인도, 남도북도, 정치의벽은없다. 모두평화를위해손을잡는다면... 이런나의호소를시민모임의여러분이지지해주기바란다. 28) 한국원폭피해자구원 이라는단어에 한국에도원폭이투하되었습니까? 라고묻는사람, 일본인원폭피해자조차충분한구원조치가취해지지않고있는데왜한국인? 동파키스탄에도베트남에도몇백, 몇천만 27)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4, 1972. 10. 7. 28)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4, 1972. 10. 7. - 56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13 명의전화 ( 戰火 ) 에쫓기는비참한사람들이구원을기다리고있는데당신들은왜한국원폭피해자를? 우리의운동에대해이와같은대답하기에도답답함을느끼는많은질문이있습니다. 그러나이러한질문하나하나에답하는동안에원폭을말하고일본과한반도와의 2천년의역사를말하고, 인권과종교와이데올로기의차이가, 그리고국경이초래하는상호무이해나독선에의해촉발된전쟁의과오를, 그비참한상흔을말할때, 우리의운동이한국원폭피해자를구원하는원점에서이미지상에진정한평화를희구하는인류의큰바람과강하게연결되어있는것을다시금깊이인식하지않을수없습니다. 일본, 미국, 한국의정치의계곡에방치되어이십수년의긴시간동안, 원폭후유증의고통에시달리며일할수없는몸으로가족을안고빈곤속에의료도식량도지원받지못한채죽어간많은한국인피폭자들, 그리고지금도괴로움속에살고있는사람들의존재를알았을때, 우리는각개인이 무엇을할수있는가 를자문하고그답으로이구원활동을일으키게되었습니다. 그리고그행동은비참한현실을역사에따라철저하게발굴해, 그기점까지찾아내어, 굳이이데올로기라고하지않고, 철학혹은종교를불문하고전쟁의어리석음을알고, 인간의생명의존엄을알고, 인간을사랑하는아름다움을알게된다. 그리고우리인간모두가희구하는평화의길에역행하는, 모순된현실은용서없이밝히고, 단결해서그것을막는 그결의로뒷받침되어야한다는것을거듭토론의장에서확인했습니다. 우리미력한자가모여시민운동으로무관심한사람의마음에관심을가지게하고, 방관하는사람을행동의중심에참여시키기위해서는큰에너지가끊임없이주입될필요가있습니다. 29) 원폭피해가없는일반인들은처참한상황에방치되어있는한국원폭피해자들에대해자선사업에참여하는대개의사람들이갖는동정심과일본의식민지배가초래한상황에대한미안함을느꼈을것이다. 일반인가운데당시의시대적상황에민감하게반응했던진보적그룹은정의감을느꼈다. 시민모임의이치바회장과의면접내용에서도나타나듯반전, 평화, 인권운동의연속선상에서한국인원폭피해자지원운동에참여한이들은 29)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 1972. 2. 25. - 57 -

14 / 한국민족문화 62 한국의원폭피해자를냉전의희생양으로간주했으며, 그들에게는바로이희생양을구원하는것이정의였다. 시민모임의활동은협회가존재하고, 협회의요구가있었기때문에가능했다. 일본은가해자로서사죄해야하고, 한국정부도이들을방치한것에사죄해야한다. 그리고책임을명확히하고그유족에게라도배상을해야할것이다. 이것이이루어져야미국과의관계가시작되고원폭투하에대한미국의책임을묻고사죄를받을수있다고생각한다. 그전제가되는한일관계에서이문제가해결되지않으면미국과의문제도풀수없다. 처음에는반전, 평화, 인권, 민주의이념과가치로시작했고, 냉전구조하에서가해책임을일본이지지않은것에대한속죄의식이있었다. 30) 원폭피해당사자인 1세와 2세의감정은고통이다. 그러나 1세의고통이원초적이고, 신체적인고통이그대로타자인한국인원폭피해자의신체에열려있는, 즉나의고통이너의고통이라는일차적감정이라면, 2세의고통은즉각적인신체의고통보다는한국의원폭피해자문제를해결하지않으면피폭 2세, 3세로이어지는피해의역사를방치하는것이며, 이들의명예와인간존엄의회복은이루어질수없다는학습된사회적고통이라고할수있다. 다음은원폭피해당사자인도요나가지부장과원폭피해 2세인히라노지부장의면접내용이다. 개인적으로나는피폭자이다. 가족 3명이히로시마에서피폭했고, 그들을찾으러갔다가폭심지에들어가피폭하게되었다. 그리고교육자이다. 1971 년에한국정부의초청으로교육시찰을가게되었다. 한국정부는일본인학교에서한국인, 조선인을교육하고있는교원들을초청했는데, 그때협회사람들과만나게되면서한국인원폭피해자문제에관심을갖게되었다. 한원폭피해자의가정을방문했는데원폭후유증을치료하는전문병원하나없이치료를받지못해육체적으로고통스럽고, 생활 30) 이치바회장면접내용. - 58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15 고로힘들어하는한국인원폭피해자의실태에매우놀랐다. 1974 년에시민모임의히로시마지부가결성되었는데, 결성이후지부가힘을기울인것은한국인원폭피해자가일본에와서전문치료를받게하는도일치료였다. 그리고히로시마평화공원으로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탑을이설하는것이었다. 같은원폭으로생명을잃었음에도불구하고일본인이아니라는이유로히로시마평화공원내에위령탑을세울수없다는것은납득하기어려웠다. 31) 개인적으로나는피폭자 2세이다. 일본에서는 1985, 6년경원폭투하 40년을맞아 1세대의고령화가진행되는속에서피폭자운동을계승할피폭자 2세모임결성활동이시작되었다. 나는 2세회전국조직의리더로서핵무기철폐운동과반원전운동을하고있던중 1987 년에 20명의방한단의일원으로서울을처음으로방문하게되었다. 그것이내가한국인원폭피해자문제를인식하게된, 그리고한국인원폭피해자지원을위해시민모임나가시키지부활동을하게된계기이다. 처음엔한국인피폭자수에놀랐고, 둘째는한국인원폭피해자에대해핵무기근절을호소하는연설을했을때, 그반응에놀랐다. 한국인원폭피해자는우리는같은피해자, 같은 2세가아니라며, 식민지인으로서히로시마, 나가사키에가야만했고피폭했음에도일본인이아니라고육체적고통과경제적어려움속에있는한국인피해자를일본정부는방치했다는것이다. 이문제를해결하지않고는원폭의문제를해결할수없다고생각했다. 나가사키지부의활동은피폭 1세의고령화가진행되는가운데우선은한일의피폭을포함해역사를기록으로남기는작업이중요하고, 다음은젊은세대, 2세간의교류를강화하고, 운동을계승해가는것에중점을두었다. 32) 이러한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에너지만큼시민모임과한국피폭자지원운동을견인한것은없을것이다. 원폭피해자의감정에너지는매년협회가개최하는한국원폭피해자위령제에의참석과시민모임이추진한한국원폭피해자의실태조사, 한국원폭피해자와의교류를통해강화되 31) 도요나가지부장면접내용. 32) 히라노지부장면접내용. - 59 -

16 / 한국민족문화 62 었다. 33) 집단감정을촉발하고강화하는데있어의례와직접적교류만큼강한작용을하는것은없다. 위령제는원폭의피해와고통의감정이공유되고강화되는장이며피폭자로서의정체성을인식하는장이기도하다. 시민모임은 1973 년부터협회가주최하는원폭피해자위령제에참석하고있으며같은해부터한국원폭피해자실태조사와교류를위해한국을방문하고있다. 히로시마에서피폭한한국인피해자에비해나가사키에서피폭자인정을받은사람은 79명에불과했다. 나가사키지부는우선왜나가사키의피폭자가이렇게적은지그원인을밝히기위해한국에 16차에걸쳐조사단을파견하였다. 그결과주로합천거주자가단체로히로시마에징용된것에비해나가사키는미쓰비시 ( 三菱 ) 조선소등에조선전국에서 23세징용공 이라는특정연령대의남성을지정하여징용한경우로피폭후한국전역으로피해자가흩어진데다, 고령이어서횡적연대가약한상황이었다. 그래서나가사키지부는 16차에걸친조사를통해 79명이었던나가사키피폭자를 200 명까지찾아내이들을지원하는활동을해오고있다. 34) 한국의원폭피해자들은방한하는일본원폭피해자들에대해 우리는당신들과는다르다. 우리는일본의식민지배로징용당했고, 징용간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피폭까지당하는이중의고통을겪어야했다 며, 교류초기에는분노와적대감을드러내기도했다. 그러나손진두재판의승소로재한피폭자에게도일본의원호법체계가적용되게되면서, 적용의전제인피폭자건강수첩교부를위해일본에있었을당시피폭했다는것을증명해줄 3명의증인찾기와수첩교부후도일치료에드는비용과수속, 치료병원찾기를지속적으로돕는일본인원폭피해자의행동에미움과적대감은점차신뢰로바뀌고같은피폭자로서감정적유대가형성되게되었다. 35) 일본에서태어나가족전원이히로시마에서피폭한뒤귀환한손진두가한국에서원폭후유증으로고통받다치료를위해 1971 년에일본으로밀입 33)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8, 1973. 10. 25. 34) 히라노지부장면접내용. 35) 도요나가히로시마지부장, 히라노나가사키지부장과의면접내용. - 60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17 국해재한피폭자에게도원폭의료법을적용할것을주장하는소송을제기하자손진두재판에대한지원이활발히전개되었던것이다. 36) 시민모임은 1974 년에최영순의건강수첩교부를처음지원했으며이후합천, 부산으로부터도일하는한국인피폭자들의건강수첩교부를위해지원했다. 손진두재판승소이후일본에서재한피폭자의치료가시작되었으나 1980 년부터 1986 년까지불과 349명만치료를받을수있었고, 치료기간도일본에체재할수있는 1개월에서 2개월밖에되지않았다. 그래서히로시마에서는히로시마시민이 1984 년민간도일치료위원회를결성하여가와무라 ( 河村 ) 병원을중심으로도일치료운동을추진했는데, 시민모임이그중심적역할을하게되었다. 결성 8년을맞아새로취임한마쓰이요시코 ( 松井義子 ) 회장은시민모임의한국인원폭피해자지원활동을회고하고그성과로서한일원폭피해자간의초국적감정의연대를들고있다. 돌위에서도 3년, 시민모임이발족된지벌써 8년 지금, 그전환점에서있다는생각을다시금하고있습니다. 그때그때의문제를시행착오를겪으면서도해결하며온지어느덧 8년이지났지만, 그동안묵묵히지원해주신회원여러분, 모금이나성원을보내주신분들에대한감사말씀드립니다. 실제로활동하실수있는분은소수이지만, 시민모임호 의운항의원동력이되어주신천명가까운분들의보이지않는곳에서의노고와마음이있었기때문에, 재한피폭자구원 이라는어려운문제에계속임할수있었습니다. 그착실한행보와악전고투의시간을떠올리면 시민모임은무엇을해왔는가 라는질문에, 이거라고내세울만한답은없지만, 전후 30 수년을악몽속에서방치돼온저땅의피해자와의사이에신뢰감이싹트고, 마음이통할수있었던것은사실이며, 지나는여행객으로서호소를듣거나원폭으로인한켈로이드화상사진을찍어간후아무연락도없는일본인과는다르다는기대를받게된것도확실합니다... 이제 30 수년이나과거의비참한일은, 그것이일본의국가책임이라고해도, 시간의흐름에풍화되기직전에있는것같습니다. 피폭자 36)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2, 1972. 5. 6. - 61 -

18 / 한국민족문화 62 는일반인보다더빨리노화된다고하는데, 이미모두젊지않고몸은약해질뿐으로, 그에따른생활의곤궁함은더욱가속되어갑니다. 협회창설당시부터같은피폭자의고난을함께하면서그자립을위해애써온... 귀중한역사의증인들이한사람또한사람, 그생명의불이꺼져가는모습을눈앞에보면서, 우리들의마음은피폭자들의마음과하나가되어고뇌하고있습니다. 37) 협회발족과협회의호소에응답하며설립된시민모임, 양국의원폭피해자의초국적감정연대는가해자와피해자, 한국인과일본인의경계를허물고성적정향, 민족성, 인종, 계급, 젠더와같은귀속적특성들에기초하지않는새로운집합적정체성을향해갔다.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 피폭자 정체성이다. 정체성은무엇보다도먼저유사성을암시한다. 정체성의사회적구성은자신을둘러싸고있는그리고개인들이자신들과타자를동일하게느끼게만드는사회적관계의망또는공동체에대한인지와그것에의참여를포함한다. 38) 피폭자 는사적으로는원폭의피해자개인을의미한다. 공적으로는 ⓵원폭투하시히로시마, 나가사키시등일정구역내에있던자, ⓶원폭투하 2주이내에일정구역내에입회한자, ⓷원폭투하시또는후에신체에방사능의영향을받을사정하에있던자, ⓸당시 ⓵~⓷ 에해당하는자의태아였던자로, 피폭자건강수첩을교부받은자이며, 39) 약 25만 5천명이상의피폭자원호법 40) 적용대상이다. 피폭자 정체성은사회적편견과차별의코드인동시에, 피폭자원호법체계에서는권리의주체이고, 인류가원폭을제조한이후전쟁에서유일하게투하된원폭에의한희생자이며, 손상된 피폭자 의신체그자체는왜원폭을사용하면안되는지, 나아가왜전쟁을하면안되는지 37)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30, 1980. 3. 20. 38) Jeff Goodwin James M. Jasper Francesca Polletta, 앞의책, 131 쪽. 39) 원자폭탄피폭자에대한원호에관한법률 ( 原子爆弾被爆者に対する援護に関する法律 ) 제 1 조, 제 2 조. 40) 피폭자원호법은 원자폭탄피폭자에대한원호에관한법률 의약칭으로 1994 년에원폭의료법과피폭자특별법을일원화해서제정되었다. - 62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19 를알리는실존하는평화의물리적상징이기도하다. 손진두재판이 1974 년후쿠오카 ( 福岡 ) 지방법원에서승소하자일본정부는피폭자건강수첩과피폭자원호법의적용조건으로일본국내에거주지가있어야한다는후생성의통달 ( 通達 ) 402 호를통해 거주지요건 의제한을두게된다. 41) 1978 년최고심에서의최종승소판결로해외거주원폭피해자도피폭자건강수첩을교부받을수있게되고피폭자원호법의적용대상이되었지만후생성통달로인해재일원폭피해자만이 피폭자 로인정되게되었다. 이것은 피폭자 의정체성과권리에국경이라는경계를구획하는것으로이경계밖의존재는타자로서같은원폭의피해를입었음에도 피폭자 정체성과권리의인정에서는배제시키는것이다. 이로써재일한인원폭피해자는 피폭자 로인정되지만일본에거주하지않는한국과중국, 미국, 영국의원폭피해자 42) 는 피폭자 로인정되지않는다. 마찬가지로해외거주일본인원폭피해자도 피폭자 로인정되지않는다. 누가피폭자인지피폭자의정체성과권리가국경에의해형성되고절단되는상황에서한일원폭피해자는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국경의경계허물기에도전했다. 이 피폭자 정체성의투쟁이가능했던것은 두꺼운 (thick), 강화된 (intensified) 한일원폭피해자간의초국적고통의감정연대가형성되었기때문이다. 이러한초국적감정연대의힘이집결되고피폭자정체성의투쟁의장이되었던것은곽귀훈재판이다. 1944 년징용령에의해일본육군에징용되어 1945 년 8월 6일히로시마에서피폭한곽귀훈은 1998 년치료를위해일본을방문하여, 오사카부로부터피폭자건강수첩을교부받고치료중에귀국했다. 이에오사카부는즉시후생성통달 402 호를적용하여곽귀훈에대한건강수당등의지급을정지하게되는데, 이에곽귀훈이오사카부지사와일본정부를상대로미지불수당의지급과손해배상을청구하는소송을제기한것이다. 재판에서일관되게곽귀훈은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 41) 이치바회장면접내용. 42) 히로시마원폭투하당시히로시마의포로수용소에수용되어있던미군과영국군등연합군군인이원폭피해를입었다. - 63 -

20 / 한국민족문화 62 피폭자 임을주장했다. 43) 피폭자정체성의투쟁이중요한의미를지니는것은이투쟁에한국과일본의원폭피해자뿐만아니라미국, 브라질등해외원폭피해자가적극적으로참여한것이다. 원폭피해자의초국적연대가한일양국을넘어세계적으로확대되게된것은 1995 년에일본의피폭자원호법체계가단일화되어새롭게실시되면서이다. 1997년최초로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미국원폭피해자협회, 브라질원폭피해자협회가재외원폭피해자에게도피폭자원호법의동등한적용을요구하며공동행동에나서기시작했다. 44) 이러한초국적연대가피폭자정체성투쟁으로나아가게한것이곽귀훈재판이다. 곽귀훈의주장에호응하여 1999 년의제8회구두변론에는재미원폭피해자구라모토간지 ( 倉元寛司 ) 와재브라질피폭자모리타다카시 ( 森田隆 ) 가증언에나서재외원폭피해자가가처한고난과국가의그들에대한자의적이고비인도적인대응을밝혔다. 특히일본국적을유지하고선거권까지보유하고있는모리타의증언은재외거주인에게피폭자원호법은적용되지않는다는국가의주장이모순임을명백하게한것이다. 45) 피폭자정체성의투쟁은성공했다. 2002 년 12월오사카고등법원에서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사실을직시하지않을수없다 며곽귀훈승소판결이나오고일본정부가항소를단념한것이다. 피고인오타후사에 ( 太田房江 ) 오사카부지사가같은피고인사카구치 ( 坂口 ) 후생노동성장관에게상고를단념할것을요청했고, 사카구치장관은 12월 18일기자회견을열어다음과같이항소단념의이유를밝혔다. 이번판결은재외피폭자분들이일본에서피폭자건강수첩을취득하고건강관리수당지급인정을받은경우에는나중에출국해도계속건강관리수당을수급할수있다는내용인데그전제가된피폭자원호법의성 43)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15, 2001. 8. 1. 44)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00, 1997. 10. 22. 45)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15, 2001. 8. 1. - 64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21 격의해석에대해서는정부와견해를달리하는부분도있다. 그러나원폭피해로부터 60년가까이경과한오늘피폭자분들의고령화는한층진행되고있고그평균연령은 70세를넘고있으며재외피폭자문제에대한관심도높아지고있는가운데국제화도진행되고있다. 이러한환경의변화를바탕으로원고곽귀훈씨를비롯해피폭자분들이원자폭탄의방사능에의한건강피해라는특수한피해를입고생애치유될수없는상처와후유증을짊어지고있는것과, 피폭자원호법이 인도적목적의입법 이라는측면을갖고있다는것에기초해이번결정을내리게된것이다. 46) 이로써 1974 년이후 29년간지속되어왔던후생성의통달 402 호가폐지되게된것이다. 이제원폭피해자는어디에있어도 피폭자 로서피폭자원호법의적용을받게되었고일본을출국해도피폭자원호법의효력은정지되지않는다. 재외피폭자는거주국에서피폭자건강수첩을신청해서교부받을수있고, 각종수당과생활보장을받을수있게되었다. 곽귀훈재판이후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정체성을기반으로한피폭자의권리획득운동이일본의사법의장에서지속되게된다. 1999 년시작된이강령재판, 2001 년에시작된이재석재판, 2004 년에시작된최계철재판등에이르기까지총 40건의재판과약 1,200 회나되는법정이열리는동안한일피폭자의감정의연대는계속되었다. 이와같이연대가지속될수있었던것에대해, 그성과에대해시민모임의이치바회장과도요나가지부장, 히라노지부장은각각다음과같이이야기하고있다. 피폭자원호법의평등한적용은원폭피해에대한최저수준인것이지근본적인해결은아니라고생각한다. 따라서전후보상문제로서피폭자문제를해결하지않으면피폭 2세, 3세로이어지는역사상의피해를방치하는것이다. 일본은가해자로서사죄해야하고, 한국정부도이들을방치한것에사죄해야한다. 그리고각각의책임을명확히하고피폭자의 46)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20, 2003. 5. 26. - 65 -

22 / 한국민족문화 62 유족에게라도배상을해야할것이다. 지금까지지원운동을지속할수있었던것은운동이생활화되었기때문이다. 처음에는이념과가치로운동을시작했으나운동이생활화되면어려움이있다고해서도중에그만둘수는없게된다. 47) 지원활동을해오면서한국인피폭자의일본인피폭자에대한경계심이약해지고한일피폭자간사이가좋아진것이가장기뻤다. 지금까지활동을지속할수있었던것은피폭자끼리의교류가즐거웠기때문이다. 이러한교류가이제는정부차원으로확대되기를바란다. 앞으로는수첩을교부받지못한고령의한국피폭자를지원하고, 한국뿐아니라미국, 브라질등재외피폭자로지원을확대해나가고싶다. 48) 피폭 2세로서의자신의가치관이변한것이가장좋았다. 국경을넘어인간에대해생각하기시작했고, 정의감이나사명감에대해서도알게되었다. 그럼으로써나의인생을풍요롭게할수있었고, 한국인피폭자와만나고교류하면서즐거웠다. 힘든상황도있었고, 지금은더어려운상황일수도있지만나에게주어진역할이라고생각했고, 그역할을포기하면지금까지해온것이무가돼버리기때문에, 나가사키지부활동자체가없어지는것이기때문에계속하고있다. 49) 5. 한일원폭피해자의감정연대의균열그러나시간의경과와사회의구조적환경의변화는감정의변화를일으킨다. 개인의경험과함께발생하는감정유형은관계와상황의변화에따라변형되고변화하며, 또다른감정을자극한다. 50) 한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은생생한피폭의경험을바탕으로신체에각인된 1차적감정이었던만큼몸과마음, 개인, 사회, 그리고정체성 47) 이치바회장면접내용. 48) 도요나가지부장면접내용. 49) 히라노지부장면접내용. 50) J.M. Barbalet, 앞의책, 51 쪽. - 66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23 을이어줄수있는하나의중요한연계고리를제공했고, 시민모임과지원운동에의참여를위한감정에너지로작용했다. 이러한고통의감정동학은함께있음을육체적으로인식하게하는사람들의물리적모임, 운동목표의공유, 목표를공유함으로써창출된집단의식으로구성되었다. 이러한구성요소들이집단연대감과도덕감정을산출한다. 내적호소에더하여감정동학은외부효과를갖는다. 이것은사회운동이양심적지지자에게호소할때특히중요하다. 양심적지지자의외부층은운동의지지세력중가장변덕스러운층이다. 사회운동이그사회의대다수가주목하는순간에도달할때, 이공유된의식의일시적으로넓혀진창으로부터이익을얻을수있는제한된시간이존재한다. 감정동원은집합적인감정적각성의성장과쇠퇴를포함한다. 핵심참여자들은소진되고, 양심적지지자를이루는주변구경꾼들사이에서일었던관심은흩어진다. 51)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정체성투쟁의성공은한일사회의주목과운동에의참여가절정을이룬시기에이루어졌다. 그러나투쟁의성공이후시간의경과와더불어 다이루었다 는달성감은운동목표를잃게했고각성되었던도덕감정은쇠퇴하기시작했다. 무엇보다피폭 1 세의사망으로생존자가감소하는물리적상황에서시간의경과는강렬했던고통의감정이얇아지게 (thin) 되는구속으로작용했다. 고통의감정의약화는감정연대에균열을가져왔다. 도덕감정의쇠퇴와고통의약화외에한국원폭피해자의사회적환경의변화도감정연대의균열을초래하는원인이되었다. 이제한국원폭피해자의경제적상황과정치적상황은시민모임발족당시나지원운동초기, 한일간원폭피해자의연대형성초기와같이열악하지않다. 한국의경제발전으로경제적어려움은해소되었고군사정권은사라졌으며한국의시민사회도원폭피해의문제를인식하게되어자체의지원운동을조직하게되었다. 이러한한국원폭피해자의사회구조적환경의변화는일본의지지자의도덕감정을쇠퇴하게했고, 피폭 2세의사회적고통도얇아지게했다. 51) Jeff Goodwin James M. Jasper Francesca Polletta, 앞의책, 49~56 쪽. - 67 -

24 / 한국민족문화 62 시간의경과와더불어한일관계는일본군 위안부 문제와역사인식문제에전유되어양국간감정의악화로냉각되었다. 이러한가운데고통과도덕감정에대체하는감정이형성되고새로운감정에너지로서힘을발휘하고있다. 바로내셔널리즘이다. 52) 내셔널리즘은인지적측면과감정적측면양면에서동시에정치적동원의대상이되고있다. 정치적으로동원된내셔널리즘은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새로운집합정체성의해체를의도하며이피폭자정체성에다시국경이라는경계를가지고구획짓기와틀짓기를시작하고있다. 아베 ( 安部 ) 수상은 2013 년 8월 6일히로시마, 8월 9일나가사키의평화기념식전에서다음과같이언급했다. 우리일본인은유일한전쟁피폭국민입니다. 그러한자로서우리에게는확실하게핵무기가없는세계를실현해가야할책무가있습니다. 그비인도성을후세에, 그리고세계에전해야하는의무가있습니다. 후생노동성의 2011 년 3월현재통계에따르면일본이외 37개국에 4,424 명의피폭자원호법에근거한피폭자가있고그중한국에 3,048 명이존재한다. 아베수상의 일본인은유일한전쟁피폭국민 이라는말이사실과반하며그동안의일본정부의 재외피폭자시책 과도모순되는것임을알수있다. 53) 내셔널리즘의정치적동원은성찰적감정과타자를인정하고존중하는타자의윤리학근본에대한도전이라고할수있다. 개인의경험과신체에고착된감정만이도덕감정이될수있는것이아니라물리적경험과신체의제한에서탈피해타자의고통과슬픔, 분노에민감하게반응하고공감할수있고행동할수있을지성찰적감정의사회화는큰과제라고할수있다. 이러한과제는다음과같은히라노지부장의우려에서도잘나타나고있다. 52) 이지영, 일본사회의일본군위안부문제에대한담론의고찰, 한국정치학회보 47 5, 한국정치학회, 2013, 407~429 쪽. 53)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42, 2013. 8. 31. - 68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25 일본에서인터넷우익이활개치는현상황이쉽지많은않고, 양국의정치상황에는위기감을느끼고있다. 민간에서오랫동안피폭자문제를해결하기위해노력해왔는데그것이현재좀처럼기여하지못하게된환경이아쉽다. 일본인을파트너로인정하고건설적인대응을하기바란다. 미래지향적인양국관계를위해서도과거를잊어서는안된다. 과거없는미래는있을수없기때문이다. 그러나위안부문제도그렇고양국정부의대응이최근 20년간별로변하지않았다는것은매우유감이다. 협회도지원을받게되면서자립하게되고여러가지로변화하고있다. 그러나지원받게되고곤궁한피폭자가없어지게된것은좋지만상호부조나피폭자운동자체는약화된것같아아쉽다. 수첩이없는피폭자나더욱어려운처지에놓여있는피폭자에대한세심한배려가잘이루어지지않고있는것같다. 그리고지원을요구하고운동하는것은좋으나, 직접적인지원요구의보다장기적이고거시적인차원의목표는무엇인지도생각해봐야한다. 피폭자지원의실현이반전이나, 반원전, 평화, 반핵등을실현을지향하는지, 그것을목표로하는지제고해야한다. 54) 6. 맺음말지금까지고통의감정을매개로한한일의원폭피해자의감정의연대와그를기반으로한 피폭자 정체성과권리의획득에대해살펴보았고, 감정이국제적갈등해결에하나의단초가될수있음을제기했다. 한일의원폭피해자는한국원폭피해자의실태조사, 협회의위령제참여, 피폭1세, 2세의교류회등물리적접촉과교류를통해피폭의경험을공유하고신체적고통에공감하고, 한국인원폭피해자의수첩교부와도일치료지원등지원운동을통해고통의감정연대를강화해갔다. 한일의원폭피해자는가해자와피해자, 한국인과일본인의구분을넘어연대하고지지자들의도덕감정을촉구하며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정체성투쟁에성공하였다. 그러나피폭후 70년이상경과하면서피폭 1세의사망으로연대당사자의수가급감하는상황에서고통의연대는약화되고한국의경제성장 54) 히라노지부장면접내용. - 69 -

26 / 한국민족문화 62 과민주화로도덕감정은후퇴하며지원운동의목표는상실되는위기에직면하게되었다. 여기에정치적으로동원된내셔널리즘으로인해국경을초월한성찰적감정과그사회화는새로운도전앞에놓인것도현실이다. 그러나이러한위기와새로운도전을극복하기위한수단역시감정이다. 이제한일의원폭피해자는한일을넘어감정의연대의폭을확대하고있다. 피폭자는어디에있어도피폭자 라는새로운정체성의확립과피폭자의권리획득은한일원폭피해자의연대만으로이루어진것은아니다. 한일간내셔널리즘의대두와강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한일관계독점이이어지는상황에서도한일의원폭피해자는미국과브라질의원폭피해자와새로운연대를모색해온것이다. 시민모임도연대의대상을한국인원폭피해자가아닌재외원폭피해자로확대하여활동하고있다. 55) 이때새로운연대를가능하게한것은고통의감정이전환된정의의감정이다. 한국, 일본, 미국, 브라질의원폭피해자의정의의감정연대가지향하는것은피폭자의정체성확립과권리획득을넘어비인도적무기인핵무기의근절과핵없는평화로운세계의실현이다. 2011 년의동일본대지진과쓰나미로인한후쿠시마 ( 福島 ) 원전사고는원폭투하와그로인한직접적인피폭과고통을경험하지않은모든사람들에게도핵이인류의생존에얼마나큰위협인지, 핵과인류가얼마나공존하기어려운지인식시켰다. 운동성과동원력을상실했다고평가받아온일본의시민사회는동일본대지진이후일본국회앞에서반핵, 평화운동을전개했으며, 이러한운동은일본전역으로확대되었고지속되었다. 2015 년전후 70주년을맞이해개최된히로시마와나가사키의원폭피해자위령제와평화기념식에는후쿠시마원전사고의피해자들이참석해후쿠시마의상황을알리며반원전, 반핵운동을함께전개했다. 향후한국과일본의원폭피해자가, 그리고시민사회가내셔널리즘을극복하고초국적정의의감정연대를강화해나갈수있을지주목된다. 55)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00, 1997. 10. 22. - 70 -

한 일원폭피해자의고통의감정연대와균열 / 27 참고문헌 1. 자료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 1972.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2, 1972.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4, 1972.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8, 1973.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1, 1974.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30, 1980.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79, 1992.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00, 1997.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15, 2001.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20, 2003. 韓国の原爆被害者を救援する市民の会, 早く援護を! 142, 2013. 2. 저서박형신 정수남, 감정은사회를어떻게움직이는가공포감정의거시사회학, 한길사, 2015. 장박진, 미완의청산한일회담청구권교섭의세부과정, 역사공간, 2014. Domonique MoΪsi, The geopolitics of Emotion, New York: Anchor Books. A Division of Random House, Inc, 2010. J.M. Barbalet, Emotion, social theory, and social structure: a macrosociological approach, 박형신 정수남옮김, 감정의거시사회학-감정은사회를어떻게움직이는가, 일신사, 2007. Jeff Goodwin James M. Jasper Francesca Polletta, Passionate politics : emotions and social movements, 박형신 이진희옮김, 열정적정치감정과사회운동, 한울, 2012. Samuel Huntington, 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 이희재옮김, 문명의충돌, 김영사, 1997. -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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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한국민족문화 62 <Abstract> The Emotional Solidarity and Cleavage between Korean and Japanese Atomic Bomb Victims Lee, Ji-Young The pourpose of this paper is to try to explain international political phenomena focusing on emotions. Samuel Huntington suggested a factor of conflict in Interntional society as the clash of civilizations. However since 9.11, international conflicts have circulated by not the clash of civilizations, but it of emotions. The international relationship of which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Korea and Japan, Korea and China, Korea and the United States, also have incorporated in various emotions: hatred, affection, inferiority, shame, loyalty, despise and so on. Fear, aversion and anxiety of emotion and the mobilization them that reconstruct borders and identities, moreover they become the background which justify unfair and inequitable treat against heterogeneous others. Meanwhile affection, pain, loyalty of emotion and the mobilization them that suggest a clue of solution against international conflicts. This paper is focused on the relationship between Korea and Japan, especially atomic bomb victims matter, explored how Korean and Japanese atomic bomb victims established solidarity through pain of emotion beyond territorial borders, and how they constructed new identity as Atomic Bomb victims, besides acquired rights of Atomic Bomb victims trans-border. *Key Words: Emotion, Atomic Bomb Victims, Pain, Emotional Solidarity, Identity ㆍ논문투고일 : 2017 년 1 월 16 일ㆍ심사완료일 : 2017 년 2 월 25 일ㆍ게재결정일 : 2017 년 2 월 25 일 - 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