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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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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김성실 ( 성균관대학교 ) 국문요약 본논문은퇴계의평화사상을고찰한논문이다. 그동안한반도를둘러싼북핵위기와강대국들의힘대힘의논리속에서평화는요원하였다. 역사이래로정치, 경제, 사회, 문화다방면으로평화를실현하기위해노력해왔지만오히려냉전시대이후전쟁과무력의위협이증가되었다. 어쩌면우리는평화라는개념이너무추상적이지않는가생각해볼필요가있다. 평화를단순히전쟁이일어나지않는상태라고정의내린다면냉전시대는과연평화의시대였을까반문해보아야할것이다. 오히려평화를국가대국가간의개념으로추상적으로이해하지말고개인과개인의문제로범위를축소해본다면상호간의신뢰와믿음이중요함을알수있다. 타자에대한무관심이나개인이기주의는결코상호간의신뢰와믿음이있는상태가아니기때문이다. 다시확장해서본다면싸움을하지않는개인과전쟁을하지않는나라가평화로운상태라고볼수는없을것이다. 퇴계는평화가남과남과의투쟁과전쟁이아닌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과인간이함께사는공동체속에서 함께살아감 을강조하였다. 더나아가 나 와다른 너 가아닌 우리 를강조하였다. 퇴계는사화의시대를묵묵히걸어간철학자이다. 그의시대역시오늘날못지않게복잡다난했던시대였지만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과그런인간과인간이함께살아가는공동체를꿈꾸었던퇴계의평화사상이오늘날시대에어떤의의가있는지퇴계의천 ( 天 ) 과인 ( 人 ), 리기 ( 理氣 ) 등의개념과상소문, 성학십도 등을통해살펴보고자한다. 주제어 : 퇴계 ( 退溪 ), 평화 ( 平和 ), 천 ( 天 ), 공생 ( 共生 ), 사해동포주의 ( 四海同胞主義 )

34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Ⅰ. 들어가는말 평화보다좋은말이어디있을까? 그러나평화를외치는자는역설적이다. 역사를통해보아도평화를외치던자들이전쟁준비에가장열을올린사람들이많았다. 오늘날도역시마찬가지이다. 평화를외치려거든전쟁에대비하라 1) 는자극적문구가굳이아니더라도현실의정치세계속에는힘이곧평화인시대가되어버렸다. 오늘날한반도를둘러싼강대국들의외교각축장에서겉으로는대화와평화를원하지만실제로는힘대힘의보이지않는치열한싸움이벌어지고있다. 2) 왜우리는평화를원하지만평화가찾아오지않는것일까? 어쩌면우리가말하는평화의개념과실제현실외교정치에서적용되는평화의개념은다른것이아닐까? 그렇다면우리는평화라는개념이정확히무엇인지를검토한후에야평화가무엇인지를알수있을것이다. 평화 ( 平和 ) 의사전적정의는 인간집단 ( 종족 씨족 국가 국가군 ) 상호간에무력충돌이일어나지않은상태 3) 를일컫는다. 물론광의의의미에서 서로이해하고우호적이며조화를이루는상태 로이해하기는하지만일반적으로 평화 란전쟁의반대말이라고이해되고있다. 전쟁이없기만하면평화일까? 한통계에따르면세계대전과 6.25, 베트남전쟁등전면전으로치달은시대보다냉전종식이후크고작은국지전과테러등으로인한인명피해가더크다고한다. 냉전시대이후오히려더많 1) 베게티우스 (Publius Flavius Vegetius Renatus) : Si vis pacem para bellum 2) 본고를썼던지난시간이후최근에급격히진전된납북대화무드는지난 2018 년 4 월 27 일판문점에서열린제 3 차남북정상회담에서공동발표한 판문점선언 을통해구체화되었는데, 그러한변화의과정을목도하면서평화는전쟁이아닌대화로써출발한다는점을다시한번상기시켜주었다. 3) 두산백과 ; <http://www.doopedia.co.kr>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35 은국지전, 테러등이일어난셈이다. 탈냉전의시대라면마땅히평화가와야할텐데도왜냉전보다더갈등과긴장이높아진것일까? 진정으로평화를원한다면정치, 경제, 외교, 문화등다양한해법이필요하겠지만보다근본적으로는우리가생각하는평화의개념에대한재검토가선행되어야할것이다. 평화가단순히 전쟁이나갈등이없이세상이평온한상태 가아니라 서로이해하고우호적이고조화를이루는상태 로한단계더나아가야하며모두가함께사는공동체를이루어야할것이다. 사람과사람이싸우지않는상태가평화라고여긴다면, 타자에대한무관심, 개인이기주의같이싸우지는않고피해도남에게피해도입히지도않는형태역시도평화로운상태가되어버린다. 하지만우리는타자에대한무관심이나개인이기주의를평화로운상태라고한다면동의하지않을것이다. 그것보다사람과사람이싸우지않는것은물론이거니와사람과사람이사람으로서대화와소통, 협력, 이해, 믿음, 신뢰를쌓아가는상태가평화로운상태일것이다. 그리고그것을그대로세계로확대해서본다면진정으로 평화 라는개념으로사용하기적절할것이다. 그렇다면하나의개인의마음의조화로운상태와전세계의평화로운상태는결코무관하지않을것이다. 평화를위한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적해법뿐만아니라개인과공동체를이루는사상적토대에대한검토와이해역시그러한해법못지않게중요한것이다. 세계는개인이모여이루는것이자개인의위상과가치역시하나의세계와같은것이기에개인에있어서의마음과몸의평화로운상태는나와너의평화로운만남을이루고그것이사회, 국가, 세계로확장되어나가게된다. 수기 ( 修己 ) 면치인 ( 治人 ) 이라는것역시도수기 ( 修己 ) 이후에치인 ( 治人 ) 이라는단계나과정이연결되는것이아닌수기치인 ( 修己治人 ) 이함께있는것처럼평화역시개인에게서세계로까지하나로이어져있다.

36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퇴계는사화 ( 士禍 ) 의시대를살았다. 무고한선비들이바른말을하다가정치적으로탄압받던시대의한가운데퇴계는살았던것이다. 그의생애속에서관직으로나아가입신양명 ( 立身揚名 ) 하는것보다오히려병을핑계로사직소 ( 辭職疏 ) 를냈던것이더많을정도로암울한시대의한가운데있었던것이다. 그러한시대속에서퇴계가느끼고이해했던올바름이오늘날평화를논하는현대사회의역학관계속에서많은시사점을제시한다. 몸마음의수양에서성군이되기를희망하며올린성학십도에이르기까지퇴계사상은평화와밀접히연결되어있다. 퇴계평화사상에관한선행연구는그리많은편이아니다. 김병욱의 퇴계평화개념에관한검토, 성해준의 퇴계( 退溪 ) 의인애관 ( 仁愛觀 ) 에담긴평화사상 ( 平和思想 ), 退溪의對日觀에含意된平和思想, 퇴계의화친유화의대일관에보이는평화 등이있으나대부분퇴계의상소문에보인대일관에대한분석등정치학측면에서검토한경우가많으며평화사상의토대로서퇴계사상의핵심이무엇인지그연관성을분석한연구는많지않은실정이다. 본고에서는퇴계사상의핵심이라고할수있는천 ( 天 ) 과인 ( 人 ) 의관계와리기론 ( 理氣論 ) 등을중심으로평화사상의토대를분석하고왜구와의교역중단과재개문제를다룬상소문과 성학십도 ( 聖學十圖 ) 등을중심으로평화사상의내용을살펴볼것이다. 이를통해퇴계의평화사상이가지는의의에대해고찰해볼것이다. Ⅱ. 퇴계평화사상의토대 퇴계는일찍이동방의주자 ( 朱子 ) 라고불릴정도로주자학을계승하였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37 고, 퇴계스스로도주자를존경하였음을여러문헌에서알수있다. 주자학은성 ( 性 ) 이곧이치 [ 理 ] 임을말하는성리학 ( 性理學 ) 이다. 조선시대들어온유학은성리학, 곧주자학이지만한국전통사상으로변모되는과정을거치게된다. 가령주자당시의송대 ( 宋代 ) 유학의특징은우주론을중심으로한세계와인간에대한형이상학적이해에천착하였다면, 조선시대유학은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과그러한인간과인간이부대껴살아가는데있어중요한인간마음깊은내면에대한탐구로이어졌다. 이러한기본적차이는인간에대한심성론적 ( 心性論的 ) 이해에대한초점을맞춘한국철학사상의특색이되었다. 그러한토대위에서퇴계는하늘과사람 ( 天人 ), 사람마음의이치 ( 理, 情 ) 에관한심도있는이해를전개하였다. 1. 천인 ( 天人 ) ; 하늘적가치의인간 퇴계에게있어천 ( 天 ) 은특별한의미를지닌다. 주자학적전통속에서하늘은 태극 ( 太極 ), 완전함, 이치의극치 인것으로이해되지만거기에더해특별한가치를부여한다. 퇴계는 천지의태극이인간에서는성이요, 천지의동정 음양이인간에서는심이요, 천지의오행이인간에서는오상이요, 천지가화생하는만물은인간에서만사이다 4) 라고하여인간이라는존재는하늘적가치를지니고있다고보았다. 우주만물의이법 ( 理法 ) 적천 ( 天 ) 으로여기는성리학의천 ( 天 ) 개념에반드시인간을항상함께놓고그가치를논하는것이다. 또하늘과인간의합일 ( 合一 ) 을말 4) 退溪先生文集 卷 22, 書, < 答李剛而 >, 天地之太極. 在人便是性, 天地之動靜陰陽, 在人便是心, 天地之金木水火土, 在人便是仁義禮智信, 天地之化生萬物, 在人便是萬事. ( 이하한국문집은한국고전종합 DB; <http://db.itkc.or.kr/>) 참조.

38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하는중국철학과달리한국은목은이색 ( 牧隱李穡 ) 을필두로하늘과인간사이에간극이없다는천인무간 ( 天人無間 ) 의전통역시퇴계를비롯한많은학자들에게영향을미쳤다. 하늘과사람사이에는간격이없으며서로어긋남이없이감응한다. 그러므로이륜 ( 彝倫 ) 이베풀어지고정치와교육이밝아지면, 해와달이궤도를따라순행하고바람과비가제때에맞으며, 경성 ( 景星 ) 과경운 ( 慶雲 ) 과예초 ( 醴泉 ) 과주초 ( 朱草 ) 등의상서로운조짐이이르게마련이다. 5) 목은이색은 하늘이곧이치이므로사람의일 [ 人事 ] 이하늘아님이없고, 인간을비롯한우주만물에성 ( 性 ) 이라는것을놓고볼때에이성 ( 性 ) 을동일하게가지고있으면천 ( 天 ) 을동일하게가지는것을의심할수없다 6) 고보았다. 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을천명한것이다. 양촌권근역시 천인심성합일지도 를통해하늘과인간, 그리고하늘이명한성을품부한인간의마음에관한이치를상세히설명하였으며, 인간심성에관한세밀한분석을시도하였다. 이처럼하늘과인간에대한독특한이해를담고있는조선유학의특징은성리학우주론의대표적개념인태극 ( 太極 ) 에대한이해에서도잘나타난다. 송대신유학은북송오자 ( 北宋五子 ) 라불리는주돈이, 장횡거, 정호, 정이, 소강절이다섯명의사상을주자가종합 집대성한것인데, 특히주돈이의 태극도 는송대신유학의우주론으로가장중요한위치를차지하고있다. 그래서성리학해설서라할수있는 근사록 에서 태극도설 5) 牧隱文藁 卷 1, 記, < 西京風月樓記 >, 天人無間, 感應不惑. 故彝倫敍而政敎明, 則日月順軌, 風雨以時, 而景星慶雲醴泉朱草之瑞至焉. 6) 牧隱文藁 卷 10, 說, < 直說三篇 >, 天則理也, 然後人始知人事之無非天矣. 夫性也在人物, 指人物而名之曰人也物也, 是跡也. 求其所以然而辯之, 則在人者性也, 在物者亦性也. 同一性也, 則同一天也.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39 이가장먼저나온것이며, 태극이라는개념을통해우주의생성과만물화생의원리를밝히려는것이주자학의시작이었다. 퇴계역시그러한전통위에서태극의중요성을알고 성학십도 첫번째도 ( 圖 ) 로배치하지만최초에는 천명도 라는그림을통해태극도의 5단계의동그라미그림을하나의동그라미로써하늘과인간의관계를설명하였다. 태극 이우주의조화질서를내포하는 천리 의차원이라면, 천명 은인간과사물이부여받는성품을수양하는인도의차원 7) 으로본것이다. 태극 ( 太極 ) 이인간과만물을생성하는근원이라고보고그과정을 5단계의원형태로그내용을전개하는태극도와달리하나의원의형태로그린 천명도 는사람이하늘이명한바를알고깨닫는인식의과정이라는점에서퇴계는태극 ( 太極 ) 과천명 ( 天命 ) 의관계가하늘과인간이서로상응하는것을보여주고있다. 이도식은사람과물건의타고난것으로인하고이와기의화생 ( 化生 ) 을근원하였으니, 합하여하나로만들지않으면그위치가제대로되지않기때문입니다. 이는모두부득이하게그렇게만든것입니다. 더구나사람의위치에서본다면이른바 하나를나누어다섯으로만들었다. 는것이완연히다갖추어져있으니, 그뜻은이미염계의도설에전부갖추어져있습니다. 따라서이것은태극도설을기반으로그려놓은것에불과할뿐다른뜻이있는것은아닙니다. 8) 퇴계는 태극도설 을기반으로 천명도 를수정하면서도본래의뜻을해치는내용이아니라기존의 태극도설 내용전반을포함하되, 사람과물건의타고난것으로인하고이와기의화생에근원 하여수정하였 7) 금장태, 퇴계의삶과철학 ( 서울 : 서울대학교출판부, 1998), p.80. 8) 退溪先生文集 卷 41, 雜著, < 天命圖說後叙 > 是圖, 因人物之稟賦, 原理氣之化生, 不合爲一, 不成位置, 皆不得已而爲之者也. 而況就人位而觀之, 所謂分一爲五者, 宛然畢具, 其義已備於濂溪圖說, 此不過卽圖說而畫出之耳, 非有異也.

40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다. 사람의위치에서하늘과인간, 인간과인간의관계를말하고있는것이다. 맹자에따르면인간은측은한마음을비롯한사단의마음을가지고있는데그마음을따라가보면인간본연의성품이선하다는것을알수있다고보았다. 또하늘적가치를지닌우리인간은천명 ( 天命 ) 에따라하늘의성품을품부받는데그것을성 ( 性 ) 이라하고그성이곧이치라고하는것이성리학의핵심이다. 그렇다면인간은선한성품그대로를품부받았기에악한성품이나행위가나타나지않아야하는데현실속에서일어나는여러가지문제는어떻게설명해야할까. 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이라면평화역시우리가살아가는세상자체가평화일텐데그렇지못한현실을어떻게설명해야할까. 주자는인간본성이이치인데현실세계속에서그렇지못한까닭을하늘의이치를품부함에있어기질 ( 氣質 ) 의청탁수박 ( 淸濁粹駁 ) 에따라편벽되고치우칠수있기때문에선한본성이온전히발휘되지못한다고보았다. 사람은본래최령 ( 最靈 ) 한존재로온전히빼어난기질을품부해야하지만청탁수박에따라편벽되고치우칠수있다는것이다. 그것이악한행위의원인으로지목하고있다. 주렴계가 태극도설 에서 오성이감하고동하여선악이나누어진다 ( 五性感動而善惡分 ) 에대한내용에대해주자는 오성 ( 五性 ) 이느껴움직인다는것은양이변하고음이합하여물, 불, 나무, 쇠, 흙의성질이생겨난다는것이며, 선과악이나누어진다는것은마치남성의요소와여성의요소가이루어지는현상과같은것이고, 인간만사가생겨나고변화하는것은만물이생겨나고변화하는모습과같다는것이다 라고이해하였다. 그러나퇴계는기본적으로주자의입장을계승하지만선악 ( 善惡 ) 의문제에관해다음과같이풀어내고있다. 손님이말하기를, 그렇다면천명 ( 天命 ) 에서부터심 ( 心 ) 성 ( 性 ) 정 ( 情 )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41 의 ( 意 ) 에대한선 ( 善 ) 악 ( 惡 ) 의구분과또사단 칠정의발 ( 發 ) 함이자사 ( 子思 ) 와주자 ( 周子 ) 에부합한다는것에대한그대략을들어볼수있겠습니까? 하여, 대답하기를, 천명의원 ( 圓 ) 은곧주자 ( 周子 ) 가이른바 무극의진 ( 眞 ) 과음양 오행의정기 ( 精氣 ) 가묘하게합하여응결한다. 는것인데, 자사는이 ( 理 ) 와기 ( 氣 ) 가묘하게합한가운데서홀로무극의이 ( 理 ) 만가리켜말하였습니다. 그러므로곧바로이것을성 ( 性 ) 이라고하였을뿐입니다. 사람과물건을갈라놓고 물건마다각각하나의태극을가지고있다. 는것은주자 ( 周子 ) 의도설 ( 圖說 ) 에근본한것으로자사의이른바성 ( 性 ) 이란것이고, 심 ( 心 ) 성 ( 性 ) 의원은곧주자 ( 周子 ) 가말한 오직사람만이그빼어난것을얻어가장영특하다. 는것이며, 그영특한것은심 ( 心 ) 으로서성 ( 性 ) 이그가운데갖추어져있으니인 ( 仁 ) 의 ( 義 ) 예 ( 禮 ) 지 ( 智 ) 신 ( 信 ) 의다섯가지가바로이것이며, 빼어나다는것은기 ( 氣 ) 와질 ( 質 ) 입니다. 오른쪽의질 ( 質 ) 은음 ( 陰 ) 이하는것이니, 곧이른바 형체가이미생겼다. 는것이고, 왼쪽의기 ( 氣 ) 는양 ( 陽 ) 이하는것이니, 곧이른바 신 ( 神 ) 이지 ( 知 ) 를발한다. 는것입니다. 성이발하여정 ( 情 ) 이되고심이발하여의 ( 意 ) 가된다. 는것은곧오성 ( 五性 ) 이감동함을이르는것이고, 선기 ( 善幾 ) 와악기 ( 惡幾 ) 는 선과악이나누어진다. 는것이고, 사단 ( 四端 ) 과칠정 ( 七情 ) 은 온갖일이여기에서나온다. 는것입니다. 9) 퇴계는 성발위정 ( 性發爲情 ), 심발위의 ( 心發爲意 ) 의개념을통해인간본성의감 ( 感 ) 하고동 ( 動 ) 하게되면정 ( 情 ) 과의 ( 意 ) 라는것이나타나게되는데온갖일이나오는정 ( 情 ) 은성 ( 性 ) 의발하는것이므로본래선하지않을수없지만악이라고여긴다고보았다. 다시말하면통괄한심 9) 退溪先生文集 卷 41, 雜著, < 天命圖說後叙 >, 曰然則自天命而下, 心性情意善惡之分與夫四端七情之發合於子思周子者, 可得聞其略歟. 曰天命之圈, 卽周子所謂無極二五妙合而凝者也, 而子思則就理氣妙合之中, 獨指無極之理而言. 故直以是爲性焉耳. 分人分物, 物物各具一太極者, 本周子圖說之意, 而子思之所謂性也. 心性之圈, 卽周子所謂惟人也得其秀而最靈者也, 靈者, 心也, 而性具其中, 仁義禮智信五者是也, 秀者, 氣與質也, 右質, 陰之爲, 卽所謂形旣生矣者也, 左氣, 陽之爲, 卽所謂神發知矣者也, 性發爲情, 心發爲意, 卽五性感動之謂也, 善幾惡幾, 善惡分者也, 四端七情, 萬事出焉者也, 由是言之.

42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 心 ) 이발하면의 ( 意 ) 가되기에성 ( 性 ) 과정 ( 情 ), 심 ( 心 ) 과의 ( 意 ) 의관계속에서선 ( 善 ) 과악 ( 惡 ) 의개념을복합적으로이해하지않으면안된다고본것이다. 퇴계는 의 ( 意 ) 가심 ( 心 ) 의발함이되고, 또정 ( 情 ) 을끼고좌지우지하기때문에, 혹은천리의공 ( 公 ) 을따르기도하고, 혹은인욕의사 ( 私 ) 를따르기도하여선과악의구분이이로말미암아결정나니, 이것이이른바의의선기 ( 善幾 ) 와악기 ( 惡幾 ) 라는것 10) 이라고보고정 ( 情 ) 의발함에선과악의다름이있는것에대한단서보다는의 ( 意 ) 의발함에마음을좌지우지하여선악의구분을일으킨다고보았던것이다. 또퇴계에게있어사람은기질 ( 氣質 ) 의빼어난것을품부한존재로청탁수박 ( 淸濁粹駁 ) 이있을뿐기질자체가나쁜것이아니라고보았다. 그러나온갖일이벌어지는감정에는사단 ( 四端 ) 과칠정 ( 七情 ) 으로구분해서보아야하는데그것은좋은감정과나쁜감정을구분해서보라는것이아닌, 온갖일이나오는감정이결국인간마음의사유속에서의지를형성하기에그것이타당한지그렇지않은지에대한판단의문제가결국선악의이해를대신하게되는것이다. 즉퇴계에있어선과악의문제는존재론이아닌가치론으로서선천적으로악한것이있는것이아닌선한성품을품부받은하늘적가치의인간에게그렇지않다고여기는사유 ( 思惟 ) 의부재 ( 不在 ) 와착각 ( 錯覺 ) 을의미한다. 11) 퇴계는이것을리기 ( 理氣 ) 10) 退溪先生續集 卷 8, 雜著, < 天命圖說 >, 故其情之發, 不能無善惡之殊, 而其端甚微, 於是意爲心發, 而又挾其情而左右之. 或循天理之公, 或循人欲之私, 善惡之分, 由玆而決焉. 此所謂意幾善惡者也. 11) 퇴계의사칠논변 ( 四七論辯 ) 의핵심은감정에좋은것과나쁜것이있는것이아니라잘못된사유, 착각을경계하고올바른앎으로서바로잡을것을말하고있다. 사단 ( 四端 ) 과칠정 ( 七情 ) 에대해리 ( 理 ) 가발하여기 ( 氣 ) 가따르는것 [ 理發氣隨 ] 은사단, 기 ( 氣 ) 가발하여리 ( 理 ) 가타는것 [ 氣發理乘 ] 은칠정이라는퇴계의사칠이해는기존의호발론 ( 互發論 ) 으로리도발하고기도발하는것으로이해되어사단은선한감정, 칠정은선악이뒤섞여있는감정으로이해되지만, 칠정이라고하면서나쁜감정이아니라감정그자체로는좋은것이지만그렇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43 의문제로풀면서본성 ( 本性 ) 과감정 ( 感情 ) 의문제로넘어온다. 12) 선한본성에서발휘한우리의감정이어떻게악 ( 惡 ) 하게될수있냐는문제로풀어나간것이다. 맹자 ( 孟子 ) 는 4가지선한감정의실마리 [ 四端 ] 를따라그근원을찾아보면인간본성의선함을알수있다고보았는데퇴계역시그렇다고보았다. 더나아가인간본성과감정을통솔하는마음을어떻게갈고닦을것인가에대한인간내면의수양 ( 修養 ) 문제로까지연결되었다. 퇴계는 태극에동정이있는것은태극스스로가동정하는것이요, 천명이유행하는것은천명스스로가유행하는것이니어찌다시시키는자가있겠느냐 13) 고하며태극 ( 太極 ) 과천명 ( 天命 ) 의유행이수동적인것이아닌능동적이고자발적인것임을말하고있다. 이는태극은리 ( 理 ) 이 지않다고여기는사유에대해분별하는태도가중요함을역설하였다. 올바른생각과배움에대해서는이미공맹의전통을따르고있는데, 공자는 배우되생각하지않으면어둡고생각하되배우지않으면위태롭다 ( 學而不思則罔思而不學則殆 ) 라고하였고, 맹자는 생각하면얻고그렇지않으면잃는다 ( 心之官則思思則得之不思則不得也 ) 고하여사유의부재, 착각, 배움의중요성을강조하였다. 12) 퇴계는고봉과의사칠논변을통해인간감정에대한이해를리기로이해해볼수있다고생각하고이러한시도가자신이최초임을밝힌다. 성정 ( 性情 ) 에대한변론은선유 ( 先儒 ) 들이상세하게밝혔습니다. 다만사단 칠정을말한데서는모두그것을정 ( 情 ) 이라고하고이 ( 理 ) 기 ( 氣 ) 로나누어말한것은보지못하였습니다. 그런데지난해에정생 ( 鄭生정지운 ( 鄭之雲 )) 이천명도 ( 天命圖 ) 를만들면서사단은이 ( 理 ) 에서발하고칠정은기 ( 氣 ) 에서발한다는설 ( 說 ) 이있었는데, 나의뜻에도역시그분별이너무심하여혹분쟁의실마리가되지않을까염려되었습니다. 그래서 순선 ( 純善 ) 겸기 ( 兼氣 ) 등의말로고쳤습니다. ( 退溪先生文集 卷 16, 書, < 答奇明彦 >, < 論四端七情第二書 >, 性情之辯, 先儒發明詳矣. 惟四端七情之云, 但俱謂之情, 而未見有以理氣分說者焉, 往年鄭生之作圖也, 有四端發於理, 七情發於氣之說, 愚意亦恐其分別太甚, 或致爭端, 故改下純善兼氣等語.) 13) 退溪先生文集 卷 13, 書, < 答李達李天機 >, 太極之有動靜, 太極自動靜也, 天命之流行, 天命之自流行也, 豈復有使之者歟.

44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기에움직이는것이기이며동정과유행은기를통해서만이가능하므로태극그자체가동정하고유행하는것이어찌가능하겠냐는기존의이해를넘어리 ( 理 ) 의능동성을말하는것이었다. 리가단순히이치, 이법으로서기에부속되어올라타는리승 ( 理乘 ) 의리가아닌리발 ( 理發 ) 의리이며, 이를인간의성품즉 성이곧이치 [ 性卽理 ] 라는주자학적사유속에서인간존재의가치가그누구의강요나타율에의해강제될수없다는것을의미하는것이다. 그래서퇴계의천 ( 天 ) 은인간과분리된이법적 ( 理法的 ) 천 ( 天 ) 만이아닌나와함께하는천 ( 天 ) 이자상생하는천 ( 天 ) 이며능동하고자발적인천 ( 天 ) 이다. 그러한천 ( 天 ) 은명 ( 命 ) 함으로서인간에게품부되어모든사람이그천 ( 天 ) 을품부한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이되는것이다. 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이라는이해가바로서게되면사람을미워하거나때리거나죽이는행위라는것은상상할수없으며하늘적가치를지닌 나 와같이동일한가치를지닌 너 를마주대하게됨으로서그것이사회, 국가, 공동체로확산되어평화를말할수있는기반이되는것이다. 2. 주리 ( 主理 ) ; 차별없는세상 리 ( 理 ) 라는것은본래옥에있는무늬, 물결을따라다듬는것을그어원으로하여 다스리다, 다스려지다 등의의미를지니고있는데, 오늘날에는 이치, 이법 등의의미로통용된다. 리 라는개념은주역등경서에서다양한용례로사용되어오다가송대신유학적체계속에서 성은곧이치 ( 性卽理 ) 라는개념으로자리매김하게된다. 하늘로부터품부받은인간의본성은곧이치라는의미를지니게된것이다. 유학적체계속에서 리 는곧세상만사의이치이자인간도리의법칙으로서자리매김하게되었다. 그래서주자는태극과이치를다음과같이말한다.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45 천지가생기기이전에는틀림없이이치뿐이었다. 이치가있기때문에곧천지가있는것이다. 만약이치가없었다면마찬가지로천지도없었을것이고사람이나외물도없었을것이니, 아무것도싣지못했을것이다. 이치가있으면곧기운이유행하여만물을기른다. 14) 태극은단지천지만물의이치일뿐이다. 천지에대하여말하면천지속에태극이있고, 만물에대하여말하면만물속에각각태극이있다. 천지가생기기이전에틀림없이이치가먼저있었다. 움직여서양의기운을낳는것 도역시이치일뿐이고, 멈추어서음의기운을낳는것 도역시이치일뿐이다. 15) 퇴계역시도주자학적전통위에서리 ( 理 ) 를이해한다. 주자의말에 모든사물이마땅히그러하여그만둘수없고, 본래그러하여바꿀수없는것이이치이다. 라고하였다. 대개 마땅히그러해야할것 이라는말은, 곧임금은마땅히어질어야하고자식은마땅히효도해야한다는따위가그것이요, 본래그러한것 이라는것은, 곧어진까닭이나효도하는까닭을말하는것이다 하였다. 16) 하늘은즉리 ( 理 ) 이다. 그런데그덕이네가지가있으니, 원 ( 元 ) 형 ( 亨 ) 리 ( 利 ) 정 ( 貞 ) 이다. 대개원이란것은시작의이치요, 형은형통의이치이며, 리는수행의이치요, 정은성공의이치다. 그것이순환하여쉬지않음이모두진실하여거짓이없는묘함이, 이른바성 ( 誠 ) 이라한다. 그러므로음양과 14) 朱子語類 卷 1, 未有天地之先, 畢竟也只是理. 有此理, 便有此天地. 若無此理, 便亦無天地, 無人無物, 都無該載了. 有理, 便有氣流行, 15) 朱子語類 卷 1, 太極只是天地萬物之理. 在天地言, 則天地中有太極, 在萬物言, 則萬物中各有太極. 未有天地之先, 畢竟是先有此理. 動而生陽, 亦只是理, 靜而生陰, 亦只是理. 16) 退溪先生言行錄 卷 4, 類編, < 論理氣 > 朱子曰, 凡事物之當然而不容已. 所以然而不可易者, 是理, 盖所當然, 卽君當仁, 子當孝之類, 所以然, 卽所以仁, 所以塐者, 便是.

46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오행이유행할때이네가지가항상그중에있어서만물을명하는근원이되었다. 17) 하지만 리 ( 理 ) 만을강조하는것이아닌우리가살아가는기 ( 氣 ) 의세계, 현상의세계에대해서도이기 ( 理氣 ) 의조화로서설명한다. 다만리 ( 理 ) 와기 ( 氣 ) 중어떤것을주로얘기하느냐에따라달라지는문제라고보았다. 내생각에, 천지의성은오로지리만을가리켰다하니여기에는리만있고기는없는것입니까? 천하에기가없는이가없으니, 이만있는것도아닙니다. 그런데도이만을가리켜서말할수있다면기질의성이비록이 기가섞여있다하더라도어찌기를가리켜말하지못하겠습니까. 하나는이가주가되기때문에이에나아가말한것이고, 하나는기가주가되기때문에기에나아가서말한것뿐입니다. 사단에기가없는것은아닌데도, 리의발 이라고만하고, 칠정에이가없는것은아닌데도 기의발 이라고만하는것도이런뜻에서입니다. 18) 퇴계사상의주리 ( 主理 ) 적특성은단순히리 ( 理 ) 만귀하게여기고기 ( 氣 ) 를천하게여기는것이아니라리기의조화 ( 調和 ) 와묘응 ( 妙應 ) 을얘기하고있다는점에서일반적으로이해하는리기의이분법적주장과는다르다. 누구보다도 리 의소중한가치를알기에그런 리 로부터나온 17) 退溪先生續集 卷 8, 雜著, < 天命圖說 >, 天卽理也. 而其德有四, 曰元亨利貞是也.( 四者之實曰誠 ) 蓋元者, 始之理, 亨者, 通之理, 利者, 遂之理, 貞者, 成之理, 而其所以循環不息者, 莫非眞實無妄之妙, 乃所謂誠也. 故當二五流行之際, 此四者常寓於其中, 而爲命物之源. 18) 退溪先生文集 卷 16, 書, < 答奇明彦 >, < 論四端七情第二書 >, 滉謂天地之性, 固專指理, 不知此際只有理, 還無氣乎. 天下未有無氣之理, 則非只有理. 然猶可以專指理言, 則氣質之性, 雖雜理氣, 寧不可指氣而言之乎. 一則理爲主, 故就理言. 一則氣爲主, 故就氣言耳. 四端非無氣, 而但云理之發, 七情非無理, 而但云氣之發, 其義亦猶是也.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47 기 역시도 리 만큼이나중요하다는것을말하고있는것이다. 다만 리 를주로해서말하는까닭은천리 ( 天理 ) 에서성리 ( 性理 ) 로하늘에서인간으로품부되는이치가동일한가치를지니고있음을말하고자한것이다. 또퇴계는기질 ( 氣質 ) 의다름에대한제자의질문에다음과같이답변하면서기 ( 氣 ) 에대한인식을보여준다. 사람이태어날때다같이일원지기 ( 一元之氣 ) 를받았다고하나, 그일원지기라는것또한그자체가같지않은것이다. 그일원에서음과양이나뉘어지니, 그기는본래청탁 ( 淸濁 ) 의구분이있었던것이고, 음과양이다시오행으로나누어지니그기가생하기도하고극 ( 克 ) 하기도하며, 순응하기도하고거스르기도하며, 올라가기도하고내려가기도하며, 혹은갔다가돌아오기도하며, 오기도하고가기도하며, 열리기도하고닫히기도하며, 왕성하기도하고쇠퇴하기도해서, 어지럽게서로부딪치면서뒤집어지고뒤섞여지며, 진하기도묽기도맑기도탁하기도하여만가지로서로같지않은것이다. 사람이이러한기를받아태어났으니그기질이같지않다는것이이상할게무엇인가. 옛날선비들이이른바 솟아오르고가라앉고하면서오늘에이르렀다 라고한것이바로음양오행이같지않음을지적하여말한것이다. 19) 퇴계에게있어하늘적가치를품부한인간은그자체로소중하고귀하지만일률적으로다같은것이아니라청탁수박의기질의특성에따라품부한대로그나름의개성을지니고있기에각기다름을인정해야한다고보았다. 그러나그것이다르다는것을인정하는것이지하늘로품부받은리 ( 理 ) 가다르다는의미가아니었다. 하늘의도는지극히공정하지 19) 退溪先生言行錄 卷 4, 類編, < 論理氣 >, 先生曰, 人之生也, 雖曰同稟一元之氣, 而一元之氣, 亦自不齊. 盖自一元而分為陰陽, 則其氣固有淸濁之分, 陰陽又分為五行, 則其為氣也. 或生或克, 或順或逆, 或升或降, 或往或復, 或來或去, 或闢, 或闔或旺或衰, 紛綸交盪顚倒錯綜, 淳漓淸濁有萬不齊人稟是氣而生, 則其氣質之不同. 何足恠乎. 先儒所謂, 騰倒到今日者, 正指二五不齊處, 言也.

48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만그기를부여하는데있어서순수하고박잡함이일정하지않은것은사사로운뜻이있는게아니라고보았던것이다. 20) 또기질이라고할때 질 의뜻에대해묻자퇴계가말하기를 질 ( 質 ) 자의뜻은나역시깨닫기어렵지만이것은형질 ( 形質 ) 을말한것으로주자가말한 어떤모양을이루는것 과같은것인데, 그러나이러한뜻뿐이라면사람들중에는체질과생김새는매우아름다우나심성은악한자가있는가하면또못생겼지만성품이나행실은아름다운자도있으니, 형질만으로이글자의뜻을단정할수없다는것은분명하다 21) 고하면서주자가이해하는질의개념에대해서도비판적으로계승하고있다. 퇴계는아름답거나악한것은형체로단정할수없다고본것이다. 그것은리기지합 ( 理氣之合 ) 의인간존재의가치에기의다름으로그가치를판별하는것이아니라천명지위성 ( 天命之謂性 ) 의성 ( 性 ) 과성즉리 ( 性卽理 ) 의리 ( 理 ) 가만난성리 ( 性理 ) 의담지자인우리의주리 ( 主理 ) 적특성을강조한퇴계의의도가잘드러난것이다. 다름을차별로보지않고다름을강조함으로써동일한가치를잃지않고자한퇴계의인간이해를살펴볼수있는것이다. 이처럼하늘과인간, 리기의이해방식의지평속에퇴계는자신만의평화사상토대를구축한것이다. 그렇다면이러한퇴계의사상이 평화 ( 平和 ) 라는주제를놓고실제의외교무대에서현실정치속에서혹은삶속에서어떻게작동하는지에대해살펴보고자한다. 20) 退溪先生文集 卷 38, 書, 天道至公, 而賦予純駁之不一, 非有私意於其間. 21) 退溪先生文集 卷 39, 書, < 答李公浩 >, 質字之義, 滉亦難曉. 嘗思之, 固是以形質言, 如朱子所謂成這模樣子底也. 然若止此而已, 則人有體質形貌甚美而心性惡者, 如韓子所謂平脅曼膚. 顔如渥丹美而狠者, 又有體貌寢陋如鬷明, 澹臺滅明之倫而性行美者, 則不可以形質而斷此字之義, 明矣.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49 Ⅲ. 퇴계평화사상의내용 1. 공생 ( 共生 ) 퇴계는갑진 ( 甲辰 ) 년 (1554년, 중종39년 ) 에올린상소를통해이웃나라와어떻게지내야하는지어떻게외교정책을펼쳐야하는지에대해다음과같이말한다. 신이황은진실로황공하옵게삼가주상전하께아룁니다. 신은삼가생각건대, 사람들이보통모두들 이적은짐승 이라고합니다만저이적역시사람일뿐입니다. 그런데도짐승에비교하는것은일부러심하게말한것이아니라, 그들이예의를알지못해서군신과상하의분별이없고, 그들의생활이무지하고미련하며어리석고지각이없어서거의짐승과다를것이없으므로그들을짐승과같은종류로병칭하는것뿐입니다. 그러므로짐승을짐승으로기른다면짐승들은그본성대로살고, 이적을이적으로대하면이적들은자신의분수에편안할것입니다. 그러므로왕자는이적을다스리지않습니다. 춘추 에이적에대해기록하기를 오는자는막지않고, 가는자는붙잡지않는다. 하였으니다스리지않는것으로다스리는것이바로잘다스리는것입니다. 만일군신상하의분별함을가지고그들에게예의와명교의도로써책망하며, 반드시그들과시비를가리고곡직을다투며역과순을밝힌뒤에라야마음이풀린다고한다면그것은짐승에게예악을행하는일로독려하는것이니, 그마음을길들이자는것이결과적으로그본성만거슬릴뿐이어서치거나물어뜯거나할것입니다. 옛날묘족이반역할적에우가정벌했는데도오히려굴복하지않았으니, 그완악함이또한심하였습니다. 그러다가순이간우의춤을추자곧와서항복하니, 순이곧받아들였고구악을기억하고그들을거절하였다는말은듣지못하였습니다. 또주나라때에는험윤이국내에침입하여기내에까지가까이쳐들어왔으니그반역이대단했다할수있습니다. 그러나장수에게명하여가볍게쳐서국경밖으로몰아냈을뿐, 역 ( 逆 ) 과순 ( 順 ) 을가려서영원히절교했다는말은듣지못하였습니다. 22)

50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퇴계는당시왜구라고여긴일본을금수, 이적과같이보는당시견해에대해비록금수, 이적이라할지라도그들역시사람이라는생각을밑바탕에깔고있다. 또한그들을대할때우리는예의와분별을알지만그들은모르기때문에가르쳐주어야한다는우월의식속에서그들을대하는것이아닌그들의입장 ( 분수 ) 에맞는대접을해야한다고보았다. 퇴계는의리 ( 義理 ) 명분 ( 名分 ) 의역사를다룬 춘추 ( 春秋 ) 의사례를들며이적 ( 夷狄 ) 이침입했을때국경밖으로몰아낼뿐영원히절교하지는않았다고말한다. 이는평화의기반이힘이아닌신뢰와믿음이라는것을알수있다. 힘으로서상대를굴복시키면당장은굴복한듯하지만실제로는그렇지않다. 그러나믿음과신뢰로서굴복시킨다면그것은서로가함께살아갈수있는공동체의토대를마련할수있는것이다. 평화는 나는살고너는죽는것 이아닌함께살아가는공생 ( 共生 ) 의기반에토대를두고있음을말하고있다. 지난번섬나라오랑캐의사량 ( 蛇梁 ) 의변은개나쥐새끼들의도적질에불과할뿐입니다. 이미도적의무리를죽여물리쳤고, 또왜관 ( 倭館 ) 에머물던자들까지모조리쫓아버렸으니, 국위는이미떨쳤고왕법 ( 王法 ) 도바로잡혔습니다. 저들도위엄을두려워하고은덕에부끄러워하며, 마음을바꾸고허물을고쳐서다른왜인 ( 倭人 ) 들을핑계대고대국 ( 大國 ) 에호소하며스스로해명하여머리를숙여애걸해오고꼬리를흔들며불쌍히여겨줄것을청해 22) 退溪先生文集 卷 6, 疏, < 甲辰乞勿絶倭使疏 >, 臣伏以. 人有恆言, 皆曰夷狄禽獸, 夫夷狄亦人耳. 乃比於禽獸者, 非固甚言之也, 爲其不知禮義, 無君臣上下之分, 而其爲生也蚩蚩蠢蠢, 冥頑不靈, 殆與禽獸無異, 故取類而竝稱之爾. 故以禽獸畜禽獸, 則物得其性, 以夷狄待夷狄, 則夷安其分. 故王者不治夷狄. 春秋錄戎, 來者不拒, 去者不追, 治之以不治者, 乃所以深治之也. 若乃執君臣上下之分, 而責禮義名敎之道, 必欲與之辨是非, 爭曲直, 正逆順, 而後爲快, 則是所謂督禽獸以行禮樂之事, 求以擾其心, 適以逆其性, 不搏則噬矣. 苗民叛悖, 大禹征之而猶不服, 頑亦甚矣. 至其舞干羽而來格則受之, 未聞念舊惡而猶拒之也. 玁狁內侵, 逼近京邑, 逆已大矣. 及其命將薄伐, 逐出境而已. 未聞較逆順而永絶之也.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51 왔습니다. 왕도 ( 王道 ) 는넓고넓어속일것이라고미리단정하지않으며, 불신 ( 不信 ) 할것이라고미리억측 ( 億測 ) 하지않습니다. 지극한마음으로온것이라면이를받아들일뿐입니다. 지금왜노 ( 倭奴 ) 가청하는것은허락할만한데도허락하지않으시니, 어느때에허락해주시려는지모르겠습니다. 23) 함께살아가는방법을찾는것은서로가함께살아가는존재임을인정한바탕위에서이다. 퇴계는당시왜구침탈로피폐해진연안내륙일대를토벌하고그뒤에다시금화친을요청하는왜구에게비록분노와불신이가득하지만섣불리편견을가지고대하는것이아닌왕도 ( 王道 ) 의자세로너그럽게받아들일것을임금께호소하였다. 함께살아가자는것이었다. 24) 하늘아래 함께살아가는 같은 사람 으로이해하자는것이었다. 25) 강대강의힘으로써굴복시키는것이아닌함께살아갈수있는방도를찾는것그것이퇴계가말하는평화인것이다. 23) 退溪先生文集 卷 6, 疏, < 甲辰乞勿絶倭使疏 >, 往者, 島夷蛇梁之變, 不過狗鼠之偸耳. 旣殺賊徒而卻之, 又掃留館而逐之, 國威旣震, 王法亦正. 彼乃怛威赧德, 革心改過, 指他倭而爲辭, 控大邦而自解, 俛首而祈哀, 搖尾而乞憐, 王道蕩蕩, 不逆詐, 不億不信. 苟以是心至, 斯受之而已, 則今之倭奴之請. 若在可許而猶不許, 然則未知何時而可許乎. 24) 퇴계의이러한주장에대해정치학계에서는화친론이라규정짓고유화책을펼친다고본다.( 김병욱, 퇴계평화개념에관한검토, 국제정치논총, 43 권 3 호 (2003); 성해준, 퇴계의화친유화의대일관에보이는평화, 대한일어일문학회학술대회발표논문요지집 (2016)) 물론화친론이라고규정지을수있지만퇴계가말하는평화는단순히정치외교적수단으로서화친만이아니라사람이라면누구나함께살아가는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이라는보편성에기반한것이라는점에서미묘한차이가있다. 25) 사람을사람으로대하는태도는아무것도아닌것같지만매우중요한의미를지니고있다. 오늘날인공지능시대로접어든 4 차산업혁명시기에드론과같은기기는인간의삶을매우편리하게이끌기계로각광받지만이것이 전쟁정신 에의해전쟁무기로둔갑하게되었을때에는사람을사람으로마주대하지않고특정한목적에따라소비될뿐이다. 퇴계가말하는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과인간으로서대하는태도는이러한점에서중요하다고볼수있다.

52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이러한점은오늘날강대국들이외치는평화에대해다시금생각해보게끔한다. 평화를외치면서도자신들의기준에서상대방의입장을재단하려는태도가아닌진정으로함께살아갈수있는해법을찾기위해서로노력해야하는것이다. 2. 사해동포주의 ( 四海同胞主義 ) 우리가평화를말하는기본적인전제는사람은누구나함께살아가는존재라는것이다. 우리가함께살아가기때문에그안에서사랑이혹은대립과갈등이일어나기마련이다. 평화는그러한대립과갈등을단순히없는상태만이아닌사람과사람이함께어울려살아가는상태를말한다. 그런의미에서 나 라는존재는 너 와더불어함께살아가는존재임을깨닫는것이중요하다. 맹자 ( 孟子 ) 는사람이라면누구나선한마음을가지고있고그마음의실마리를따라가보면인간의본성이선함을알수있다고보았다. 그러한선한마음을확장하여천하에이르면사해 ( 四海 ) 를보존하기에충분하다고보았다. 사람이네가지단서 ( 四端 ) 를가지고있는것은사람에게있어사지 ( 四肢 ) 가있는것과같다. 이사단을지니고있으면서도스스로인의 ( 仁義 ) 를행할수없다고말하는자는스스로를해치는자이며, 또자기임금더러인의를행할수없다고말하는자는자기임금을해치는자이다. 무릇나에게있는이사단을모두미루어넓혀채울줄안다면, 불이처음타오르고, 샘물이처음솟아오르는것과같을것이다. 만일채울수있다면온천하를편안하게하기에충분하고, 그것을채우지못한다면제부모조차도섬기지못할것이다. 26) 26) 孟子 公孫丑上 6, 人之有是四端也, 猶其有四體也. 有是四端而自謂不能者, 自賊者也, 謂其君不能者, 賊其君者也. 凡有四端於我者, 知皆擴而充之矣, 若火之始然, 泉之始達. 苟能充之, 足以保四海, 苟不充之, 不足以事父母.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53 또 내어버이를모시는마음을미루어남의어버이에게까지미치고, 나의어린애들을아끼고사랑하는마음을미루어남의어린애에게까지미치면, 천하 ( 天下 ) 를손바닥에서움직일수있을것 27) 이라고하여사단을미루어확충하는것과나의가족을사랑하는마음을미루어사해로확장하는것, 이것이맹자에게있어서평화의논리였다. 퇴계역시 성학십도 ( 聖學十圖 ) 제2도 서명도( 西銘圖 ) 에서나와너의관계, 그리고나와더불어살아가는우리를말하고있다. 건 ( 乾 ) 을아버지라일컫고, 곤 ( 坤 ) 을어머니라일컬으니, 나는여기에미소한존재로그가운데섞여있다. 그러므로천지에가득차있는것은나의몸이되었고천지를이끄는것은나의성 ( 性 ) 이되었다. 백성은나의동포요, 만물은나와함께있는것이며, 대군 ( 大君 ) 은내부모의종자 ( 宗子 ) 요, 대신 ( 大臣 ) 은종자의가상 ( 家相 ) 이다. 나이많은이를높이는것은어른을어른으로모시는것이요, 외롭고약한이를사랑으로대하는것은어린이를어린이로대하는것이다. 성인은천지와덕을합한자요, 현인은빼어난자이며, 무릇천하의병들고잔약한사람들과아비없는자식, 자식없는아비, 그리고홀아비와과부들은모두나의형제가운데심한환난을당하여도하소연할곳이없는자이다. 이것을보존하는것은자식으로서공경함이요, 즐거워하고근심하지않는것은효 ( 孝 ) 에순 ( 純 ) 한것이다. 어기는것을패덕 ( 悖德 ) 이라하고, 인 ( 仁 ) 을해치는것을적 ( 賊 ) 이라하며, 악한일을하는자는못난사람이요, 형체가생긴대로올바르게행동하는자가오로지부모를닮은자이다. 조화를알면그일을잘계승하고신묘한이치를궁구하면그뜻을잘계승할것이다. 사람이잘보이지않는곳에서도부끄럽지않은것이부모에게욕됨이없는것이며, 마음을보존하고본성을기르는것이부모를섬기는데게으르지않는것이다...( 중략 ) 28) 27) 孟子 公孫丑上 6, 老吾老, 以及人之老. 幼吾幼, 以及人之幼. 天下可運於掌. 28) 退溪先生文集 卷 7, 箚子, 進聖學十圖箚, < 第二西銘圖 >, 乾稱父, 坤稱母, 予玆藐焉, 乃混然中處. 故天地之塞吾其體, 天地之帥吾其性. 民吾同胞物吾與也. 大君者吾父母宗子, 其大臣宗子之家相也. 尊高年所以長其長, 慈孤弱所以幼其幼, 聖其合德賢其秀也. 凡天下疲癃殘疾惸獨鰥寡, 皆吾兄弟之顚連而無告者也.

54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서명 은본래북송시대장횡거의글로써본래 어리석음을고치다 는뜻으로정완 ( 訂頑 ) 이라고이름붙였었는데, 정 ( 訂 ) 은 그릇되고어긋난것을바로잡는다 는뜻이고 완 ( 頑 ) 은 어질지못하다 는뜻이다. 즉, 어질지못한것을바로잡는다 는뜻을가지고있다. 나와천지만물의이치가본래하나인것처럼남의아픔을내몸의아픔과같이여길수있는사람이되어야함을말한것이다. 성리학에서는이것을리일분수 ( 理一分殊 ) 라고하는데정이천은 하나로통합되었으면서도만가지로다르니천하가한집이고중국이한사람과같다하더라도겸애 ( 兼愛 ) 하는폐단에흐르지않고, 만가지가다른데도하나로관통하였으니친근하고소원 ( 疎遠 ) 한정 ( 情 ) 이다르고귀하고천한등급이다르다하더라도자기만을위하는사사로움에국한되지않으니, 이것이 서명 의대강의뜻 29) 이라고말한다. 어버이를친근하게여기는두터운정을미루어서무아 ( 無我 ) 의공심 [ 公 ] 을기르고, 어버이를섬기는정성으로하늘을섬기는도를밝힌것을보면, 어디를가도이른바분수가서있고 리일 ( 理一 ) 을유추하지않는것이없다 30) 는것이다. 리일분수 의원리는자기자신의개체성을해치지않고서도전체의보편성으로나아갈수있는원리를제시한다. 퇴계는대소변수발을자기부모에게는할수있지만다른사람에게는현실적으로하기힘들지만그래도존경하는예가없을수는없겠다는생 于時保之, 子之翼也, 樂且不憂, 純乎孝者也, 違曰悖德, 害仁曰賊, 濟惡者, 不才, 其踐形, 惟肖者也, 知化則善述其事, 窮神則善繼其志, 不愧屋漏爲無忝, 存心養性爲匪懈. 29) 退溪先生文集 卷 7, 箚子, 進聖學十圖箚, < 第二西銘圖 >, 一統而萬殊, 則雖天下一家, 中國一人, 而不流於兼愛之蔽, 萬殊而一貫, 則雖親疎異情, 貴賤異等, 而不梏於爲我之私, 此西銘之大旨也. 30) 退溪先生文集 卷 7, 箚子, 進聖學十圖箚, 第二西銘圖 : 觀其推親親之厚, 以大無我之公, 因事親之誠, 以明事天之道, 蓋無適而非所謂分立而推理一也.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55 각에대한질문에대해 무릇군자는내부형에게효제 ( 孝悌 ) 의도리를돈독히해야하는것이니, 내어버이를높이어남의어버이에게까지미치게하고, 내어른을공경하여남의어른에게까지미치게해야하는것이다. 그나이가배가되면어버이로서섬기고, 열살이위이면형으로섬기고, 다섯살이면견수 ( 肩隨 ) 하는것이니, 이것을허례로서억지로하는것이아니라, 모두내어버이를높이고내어른을공경함으로써그것으로미루어남에게미치도록하는것이다. 다만그공경하는예가혹그사람에따라차별이있을수있을뿐이다 31) 라고하여내어른을공경하는마음으로모든어른을공경하는마음으로확장시켜나가는예를말하였다. 이는무조건적인사랑이아닌차등적사랑이지만궁극에있어서는모두가한가족이라는인식에기반한것이라고볼수있다. 어른을공경해야한다는보편적명제속에서내어른 ( 부모 ) 을먼저공경한후에내어른을공경하듯이다른어른들도그와같이공경해야한다는개체성과보편성을아우를수있다. 보편성을포섭하기위해서개체성을해치는전체주의나개체성만을강조하여보편성을해치는개인 ( 個人 ) 이기주의 ( 利己主義 ) 와는다른것이다. 평화역시도최근미국우선주의를외치는자기나라중심의이기주의나혹은글로벌스탠다드 (Global Standard) 라고하면서타국가의고유성 ( 종교, 정치, 문화등 ) 을해치거나일방적으로강요하는사태에대해다시한번생각해보게끔하는것이다. 서명 에나타난리일분수의이야기는사람이라면누구나자신의부모를사랑하고형제를사랑하고자녀를사랑하는마음을가지고있다는것을상기하는데서부터출발한다. 맹자에게서성선을논증할때에어린 31) 退溪先生言行錄 卷 2, 類編, < 處鄕 >, 先生曰所論事長之禮, 大槩得之, 大抵君子於吾父兄篤盡孝悌之道, 先吾親以, 及人之親, 敬其長以及人之長年長以倍則父事之, 十年以長則兄事之, 五年以長則肩隨之, 非假設而疆爲之, 皆自尊吾親敬吾長而推其餘以及之, 但其敬之之禮或隨其人而有差等耳.

56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아이가우물에빠지려는것을본다면누구나측은한마음이저절로생긴다 32) 는감정의발현이야기가 서명 에서도그대로관통하고있는것이다. 흔히 도덕감정 이라고불리우는이감정을통해선한본성이있다고논증하는맹자의입장처럼사람이라면누구나자기자신을우선시하고자기가족을우선시하는개별성과차등성을가지고있지만, 한발짝더나아가면주변의이웃과어려운사람을돌아보게된다는것이다. 그럴때에자기자신과가족을사랑하는마음처럼주변의이웃과어려운사람역시사랑하라는것이 서명 에서말하는리일분수의핵심인것이다. 무조건적인이웃사랑이나다같이평등하자는양적평등이나개인만을생각하자는개인이기주의가아니다. 퇴계역시도그러한질문에동일한논리로답변함을알수있다. 그래서퇴계는 동포 라는말을풀이하면서 포 라는것이태아를싸고있다는뜻 33) 으로모든사람이각자의개체는다르지만넓게보면한형제임을의미한다고본것이다. 퇴계는 서명도 를마무리하면서도성학 ( 聖學 ) 의중요성을언급하는데성학은곧자기자신을위한학문을해야한다는것이요지이다. 퇴계는 대개성학 ( 聖學 ) 은인 ( 仁 ) 을구하는데있고, 모름지기이뜻을깊이체득하여야바야흐로천지만물과더불어일체가됨이진실로이러하다는경지를볼수가있으며, 그렇게되면인을실현하는공부가비로소친절하고맛이있어서망망 ( 茫茫 ) 하여손댈수없는걱정을면할것이요, 또물 ( 物 ) 을자기로아는병통도없어져서심덕 ( 心德 ) 이온전할것이다 34) 라고하여자기만을챙기거나혹은남의것을자기것으로여기는 32) 孟子, 公孫丑上 6, 所以謂人皆有不忍人之心者, 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 皆有怵惕惻隱之心. 非所以內交於孺子之父母也, 非所以要譽於鄕黨朋友也, 非惡其聲而然也. 由是觀之, 無惻隱之心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非人也, 無是非之心非人也. 33) 退溪先生文集 卷 7, 經筵講義, < 西銘考證講義 >, 胞, 生兒裹也. 詩小弁註, 獨不處母之胞胎乎, 故謂兄弟爲同胞.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57 병통을경계하였는데, 이는평화를외치면서도자기만을우선시하는경우나모두가함께평화를외치면서도정작자기것을잃어버리는경우를경계한것이라고볼수있다. 이처럼퇴계에게있어세상은하늘적가치를지닌개인이단순히같이모여있는집합체가아닌함께더불어살아가는존재이며, 그존재는무작위의집합개념이아닌내가족처럼여기는마음에서부터확장되고있음을알수있다. 퇴계의평화는나와네가다른남남의관계로보는것이아니며, 단순히싸움이없는상태를의미하는것도아니다. 함께살아가는동포라는인식의토대위에서함께살아가고자하는논의가평화의핵심개념으로확장되어나오는것이다. 35) 나와너를 적 ( 敵 ) 으로혹은 경쟁상대 로 무관심 으로대하는것이아닌 지구 라는공동체속에서함께살아가는형제로이해하고대하는것, 그것이평화의핵심임을밝힌것이다. Ⅳ. 나가는말 ; 퇴계평화사상의현대적의의 평화 ( 平和 ) 는여전히중요한화두이다. 북핵위기와한반도를둘러싼강대국들의치열한이권다툼과힘의논리앞에전쟁에대한불안감을떨 34) 退溪先生文集 卷 7, 箚子, 進聖學十圖箚, 第二西銘圖 : 蓋聖學在於求仁, 須深體此意, 方見得與天地萬物爲一體, 眞實如此處, 爲仁之功, 始親切有味, 免於莽蕩無交涉之患, 又無認物爲己之病, 而心德全矣. 35) 사실이러한이야기는이미아는단순한이야기인것같지만실제로상대방을 함께살아가는동포 로여기는것은쉽지않다. 하지만여전히분쟁이발발하고테러가일어나는상황속에서보다근본적으로는소통과대화를통해생각을바꾸는것이중요하다.

58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쳐버릴수없는우리에게있어평화는중요한문제이다. 최근맨부커상을수상한바있는작가한강이뉴욕타임즈에기고한 미국이전쟁을말할때한국은몸서리친다. 승리를위한전쟁시나리오는없다 36) 는글을보면평화가얼마나간절한문제인가를여실히보여주고있다. 37) 평화는전쟁으로얻어질수도없을뿐더러그렇게해서도안되지만오늘날의한반도를둘러싼평화의논의는항상전쟁이마치최후의수단처럼언급되고있다. 하지만한국의역사를통해서도알수있듯이평화는전쟁과는아무런상관이없었다. 오히려개인의수양과사회공동체의믿음과신뢰를쌓기위한선정 ( 善政 ) 의시도와교육 ( 敎育 ) 만이있었다. 사람이라면사람답게살아가는이치를깨닫고그것을실천하는것이사회공동체를평안하게하는것이자국가를평안하게하는것이라고여겨왔다. 퇴계는사화 ( 士禍 ) 의시대한가운데를걸어왔다. 그런그의사상속에서평화는중요한문제였다. 단지개인의수양 ( 修養 ) 과은거 ( 隱居 ) 의삶만으로평화에대한구체적인노력이나실천을결코등한시하지않았다. 오히려적극적으로평화를말해왔다. 하늘적가치를지닌인간을말하면서사람이라면누구나동일한가치를지닌존재로함께살아야함을말하였다. 왜구 ( 倭寇 ) 퇴치이후화친 ( 和親 ) 요청을하는왜구에대한조정의태도를비판하며오히려함께살아갈수있도록도와주어야한다고보았다. 퇴계는지속적인왜구침입으로피폐해진나라와백성을위해왜구를퇴치하였지만그들이잘못을뉘우치고화친을요청할때에는있는 36) 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 뉴욕타임즈 ( 온라인 ), 2017 년 10 월 7 일 ; <https://www.nytimes.com/2017/10/07/opinion/sunday/south-korea-trump -war.html> 37) 기고칼럼내용의호불호를떠나북핵위기를둘러싼한반도의긴장상태를원하는한국사람은아무도없을것이다. 그리고대부분의한국사람은평화를원한다.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59 그대로받아들이고함께살아갈수있도록손을내미는것, 그것이진정한평화임을알았기때문이었다. 백성은나의동포요만물은나와함께 라고여기는퇴계의사상속에는평화를위한전쟁시나리오도없으며나와너의편가르기를통해불신 ( 不信 ) 의경계를세우지도않았다. 오직사람이라면누구나하늘적가치를지닌고귀한존재임을알고그것으로서모든평화의기초를세우고자하였던것이다. 남이나를죽일까를염려하여총기를소지하고전쟁을준비하고얻어맞기전에선제공격을하겠다는전쟁정신에기반한평화의주장들은특정한사람과집단에서만통용되는평화일것이며모두가원하는평화는아닐것이다. 그런의미에서퇴계의평화사상은오늘날복잡다난한현대사회속에서여전히유의미하다. 어쩌면퇴계는오늘날평화를말할때선 ( 善 ) 과악 ( 惡 ) 의이분법적인논의나힘으로써돈으로써무력으로써해결하려는모든태도를배척하고, 하늘이천지만물을낳아기르는마음처럼우리역시도그마음을닮아사랑으로서모든것을시작하는것이평화의기초임을우리에게알려주고있다. 그러한마음은함께살고자하는마음, 그러한마음을가지고함께살아가는우리가가족같이동포와같이모인곳이바로이세계임을그것이평화임을퇴계는오늘날복잡다난한세계속을살아가는우리에게말하고있는것이다. 어쩌면그러한인식의토대위에서라야전쟁이아닌평화가우리에게성큼다가올수있을것이다. 접수 : 2018 년 4 월 30 일 / 게재확정 : 2018 년 5 월 23 일

60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참고문헌 論語. 서울 : 보경문화사, 1984. 孟子. 서울 : 보경문화사, 1984. 朱子語類. 허탁역. 주자어류. 서울 : 청계, 1998. 退溪先生文集. (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牧隱文藁. (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금장태. 퇴계의삶과철학. 서울 : 서울대학교출판부, 1998. 금장태. 성학십도와퇴계철학의구조. 서울 : 서울대학교출판부, 2001. 김병욱. 퇴계평화개념에관한검토. 국제정치논총, 43권 3호 (2003). 성해준. 退溪의對日觀에含意된平和思想. 동북아시아문화학회국제학술대회발표자료집, 11 (2015). 성해준. 退溪의仁愛觀에담긴平和思想. 퇴계학논집, 26권 26호 (2015). 성해준. 퇴계의화친유화의대일관에보이는평화. 대한일어일문학회학술대회발표논문요지집 (2016). 이기동. 이색. 서울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5. 이상은. 퇴계의생애와학문. 서울 : 예문서원, 1999.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두산백과사전 <http://www.doopedia.co.kr/doopedia/> 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 뉴욕타임즈 ( 온라인 ), 2014년 11월16일 ; <https://www.nytimes.com/2017/10/07/opinion/sunday/south-korea-trump-war.html>

퇴계평화사상에관한일고찰 61 A Study on the Toegye s Peace Thought Kim, Sung-Sil (University of SungKyunKwan) Abstract This paper is a review of Toegye s idea of peace. Peace is an agent in the logic of the nuclear crisis surrounding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power of the great powers. Ever since its history, it has tried to realize peace in various aspects of politics, economy, society and culture, but the threat of war and armed forces has increased since the Cold War. Perhaps we need to think about whether the notion of peace is too abstract. If we define peace as simply a state in which war does not take place, we must ask whether the Cold War era was an era of peace. Rather, do not understand the concept of peace as a nation - state concept abstractly. If you narrow down the scope to individual and individual problems, you can see that mutual trust and faith are important. Indifference or individual selfishness toward others is not a state of mutual trust and faith. If you look again, you will not see a peaceful state that does not fight with individuals who do not fight In this sense, we will examine the concept of peace that Toegye refers to and examine the characteristics of Toegye s idea of peace through the letter for king and Diagram of the Wesern Inscription. Toegye is a philosopher who walked quietly through the age of socialization. Though

62 통일과평화 (10 집 1 호 2018) his era was as complicated as it is today, I would like to examine what significance is in today s era through the philosophy of Toegye who dreamed of human beings with heavenly values and a community in which such human beings and humans live together. Key words : Toegye, Peace, Heaven, Coexistence, Cosmopolitanism 김성실 (Kim, Sung-Sil) 성균관대학교대학원에서유교철학을전공하고맹자와공동체로석사학위를, 퇴계와감정에대한연구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 현재국민대학교문화교차연구소연구원으로 철학, 문화, 감정 등을주제로강의하고연구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