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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014 러시아는 어디로가는가?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 HK 연구사업단학술연구총서 12 시사칼럼집제 5 권 김현택 김선래 최우익편저

머리말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시리즈를출간한지벌써다섯해가되었다. 올해의책도연구자들의진지한시선으로바라본다양한러시아의모습을담고있다. 러시아에대한사회일반의편견을바로잡으려는노력, 러시아의역동적변화에대한냉정한분석, 여러분야에서전개중인한 러양국관계의평가와전망, 러시아문화예술에대한현대적조명등이그것이다. 2010년창간된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의이시리즈는매주인터넷저널형식으로발행되는 Russia CIS Focus 의기고문을 1년단위로정리하여단행본으로출간함으로써, 러시아의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분야주요이슈들에대한비판적, 포괄적조망을제시하고있다. 현재러시아를둘러싼여러이슈가뜨겁게달궈지고있다. 소연방이해체된지 20여년이지났지만, 과거의유산과소연방소속국가들사이의인연은아직도이어지고있다. 러시아와이나라를둘러싼주변국과의관계개선, 과거청산, 재결속같은문제들은각국가가처하고있는내부상황에따라, 그리고세계강국간의세력판도변화에따라다양한형태로전개되고있다. 과거소연방에속했던공화국중특히우크라이나와벨라루스는역사적, 문화적으로러시아의형제국가에해당한다. 하지만변화하는환경속에서형제국가관계마저갈등으로치달을수있다. 소연방해체이후이들세국가사이의관계는많은우여곡절을겪었다. 그리고현재러시아와우크라이나두나라사이의갈등은아주깊어져혼란의끝자락에와있다. 러시아는어디로 머리말 5

가는가? 이번시리즈는이혼란의기저에자리한역사문화적, 정치적, 경제적요인들이무엇인지를숙고하면서, 이사태의추이가장차어떤궤적을그려나갈것인지를다룬여러편의글을싣고있다. 이책은우크라이나사태에대해 2013년 9월부터 2014 년 6월현재각단계의사태진행과정과구체적상황, 그리고전망을논의하는 12편의글을포함하고있다. 이글들에서우리는이번사태의전개과정을파노라마처럼조망할수있다. 동 ( 러시아 ) 과서 (EU) 사이에서저울질하다가국민적저항에직면했고, 급기야유혈사태속에서우크라이나땅을떠날수밖에없었던전대통령야누코비치의파행적행보, 그자리를채운유로마이단의시위, 그리고지난 5월 25일시행된조기대통령선거를통해숨고르기에들어간우크라이나의현재상황에이르기까지전과정이전문가들의생생한분석을통해재조명되고있다. 마침내우크라이나의크림반도가러시아에병합되었다. 그리고앞으로얼마나더많은우크라이나영토가러시아로넘어갈지알수없는상황이다. 한나라의영토가순식간에다른나라에병합된이번사건은, 소연방붕괴이후냉전상황의종식과함께새로운시대를맞는것같았던국제질서의흐름을뒤흔드는중대한분기점으로주목받고있다. 과거러시아에속해있던크림반도를일순간에거머쥔푸틴이던진 신의한수 는유럽의동진에맞서는러시아의보루를확보하고남쪽의석유 가스지대에대한러시아의영향력을확대하는한편, 흑해함대의거점을공고히함으로써사라진러시아의영광재현을염원하는러시아국민으로부터전폭적지지를얻어내는데성공했다. 동시에러시아는지금이에상응하는만만치않은도전에직면해있다. 이책에실린여러글에서우리는러시아및우크라이나문제에정통한한국전문가들의통찰력있는분석과다양한관점을만날수있다. 지난시간을돌아볼때러시아와관련된또하나의선명한기억은소치동계올림픽일것이다. 우리에게널리알려진러시아의이미지와달리소치는러시아에서유일하게야자수를볼수있는아열대기후지역이며저멀리만년설로뒤덮인높은산들이우뚝우뚝솟아있는공간이다. 개최지선정과정에 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서우리의평창이패한씁쓸한기억때문인지우리에게는묘한감정이교차하는곳이기도하다. 대회개최전캅카스지역에서발생한몇몇테러사건과인접한우크라이나의소요사태로국제적인축제분위기는이전올림픽에미치지못했지만, 러시아문화예술의저력을한것뽐낸개막식과폐막식은우리모두에게강한인상을주기에충분했다. 소치올림픽을통해빅토르안이러시아인의국민적영웅으로떠오른것과함께우리국내에서들끓었던김연아선수연기에대한편파판정논란은한 러양국국민의상대방에대한인식의측면에서서로어긋나는쌍곡선을그리는결과를초래했다. 이로써비자면제협정을계기로민간교류의새장을열수있는시기를맞이했던양국국민은향후새로운협력모델을탐색해야할과제를안은셈이다. 동계올림픽기간중우리젊은이들사이에서 아시러 와 소치스럽다 라는신조어가유행한것이나, 앞뒤가리지않고자신들의역량과시에만몰두한러시아의순화되지않은민족주의는향후양국국민의균형잡힌상호이해를위해서는극복해야할요인들이다. 이같은문제를포함한소치동계올림픽이주는정치경제적함의도이책에서논의되고있다. 러시아관련주요현안들을다룬글들과함께, 러시아인의삶과정신세계를이해하는데도움이되는사회및문화관련기고문들도이책의내용을풍부하게하고있다. 종교축일과세속명절, 문화행사들이계절의특징그리고역사적기억과맞물리면서러시아인의삶에서어떤의미를가졌는지를읽어가면서, 우리는우리전통과의비교에서갖는차이점과함께흥미로운공통점과친밀감도감지할수있다. 최근들어러시아가아시아를향해활발하게전개하고있는적극적행보들은한반도를둘러싼국제관계환경에도큰변화를초래하고있다. 극동 시베리아지역은물론새로운물류통로로서북극해가갖는전략적잠재력도더이상우리가미룰수만은없는구체적현안으로부상한만큼이같은문제들에대한연구자들의견해도이책에담겨있다. 우리에게새로운화두로떠오르고있는유라시아대륙과의협력에서중요한위치를차지하는중앙아시아지역국가들에대한분석시각이포함된것은물론이다. 머리말 7

러시아인문공간의한국적재구성 이라는아젠다로총 10년계획의연구를현재수행중인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는, 연구자들사이의긴밀한네트워크구축을바탕으로학문적소통채널을강화하는한편, 연구성과를사회에확산하는일에도각별한노력을기울이고있다. 창간 5년을맞는우리연구소의온라인저널 Russia CIS Focus 는우수필진을초빙하여, 러시아관련현안에대한심층적분석과러시아사회문화의흥미로운양상들에대한독창적해석을제공하고또독자들과대화하는과정에기여하는중요한통로라고믿고있다. 따라서앞으로이온라인저널이국내의러시아연구에지속적활기를불어넣고, 우리사회의여론주도층과러시아관련업무종사자들에게도더욱가까이다가갈수있는매체로거듭날수있도록노력을아끼지않을것이다. Russia CIS Focus 의기획과운영을위해힘을아끼지않은연구소의라승도, 김선래, 최우익세교수의수고에깊은감사를표하며, 이단행본을준비하는과정에서꼼꼼하게교정을봐준한은영, 황윤희두 HK조교에게도고마운마음을전한다. 끝으로이책이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결과임 (NRF-2009-362-B00005) 을밝히며, 모쪼록여러독자께서러시아를이해하는데도움이되었으면하는바람이다. 2014 년 6 월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 소장김현택 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목차 머리말 / 5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 17 01 야누코비치의전략적선택 : 러시아 우크라이나관계의미래 _ 박정호 / 19 02 유로마이단의함성 : 우크라이나는유럽이다 _ 홍석우 / 24 03 오렌지혁명이후 잃어버린 10년 현장을가다 _ 김병호 / 30 04 러시아의급소, 우크라이나 _ 홍완석 / 33 05 우크라이나사태, 민심의향방은? _ 신동혁 / 36 06 크림주민투표에묻힌유로마이단정신 _ 홍석우 / 41 07 크리미아, 크림, 끄릠 병합과포스트소비에트시기의종언 _ 강봉구 / 44 08 우크라이나사태와우크라이나극우파 _ 구자정 /48 09 우크라이나동부의핵심변수, 올리가르히 _ 정영주 / 52 10 우크라이나의운명, 푸틴의속셈 _ 홍완석 / 57 11 세계가주목하는우크라이나新정부진로 _ 홍완석 / 60 12 우크라이나대선뒷이야기 _ 정영주 / 63 러시아와국내외정책 --------------------------------------------- 71 13 반정부시위에대한러시아정부의대응 _ 알렉산드르소콜로프 / 73 14 크렘린, 모스크바시장선거결과에당혹 _ 이홍섭 / 77 15 보스턴테러사건과체첸 _ 현승수 / 80 목차 9

16 러시아 독일관계악화 : 페테르부르크가다시페트로그라드로? _ 윤익중 / 86 17 중유럽의떠오르는별체코 _ 박진 / 90 러시아와한반도-------------------------------------------------- 95 18 오래된이슈와한반도긴장, 그리고미 러의전략적합의 _ 김석환 / 97 19 왜신북방정책인가? _ 홍완석 / 106 20 박근혜정부의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러시아 _ 고재남 / 109 21 한국과러시아, 빗장을열자 _ 박진 / 113 22 9월정상회담에비춰본한 러관계 _ 심경욱 / 117 23 한 러관계, 과연전략적인가? _ 홍완석 / 122 24 1991년러시아혁명, 한반도통일모델제공해 _ 셰퍼드이버슨 / 125 25 격동의한반도예고 : 2013-2014 러시아와중국의대규모군사연습 _ 최화식 / 129 26 러시아중앙정부는극동을어떻게바라보는가? _ 빅토르라린 / 134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41 27 변화하는러시아지역경제정책 _ 이리나코르군 / 143 28 제조업, 러시아의신경제성장동력 _ 김상원 / 147 29 러시아경제, 미국출구전략후폭풍으로부터안전한가? _ 이종문 / 151 30 북극개발을계기로극동개발협력의새로운패러다임을열자 _ 오영일 / 155 31 북극해항로와러시아조선산업 _ 이상준 / 159 32 러시아동시베리아 극동가스와동북아가스경쟁 _ 엄구호 / 163 1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중앙아시아와한국----------------------------------------------- 169 33 축산분야중앙아시아진출 : 축산기술플랜트 (Plant) 수출로가능 _ 이상덕 / 171 34 다름의이해 : 중앙아시아진출시고려해야할법률문제 _ 김영옥 / 174 35 중앙아시아한인, 인재양성지원이필요하다 _ 이순주 / 177 36 카자흐스탄경제다각화정책의성공배경 _ 다니야르쿠키타노프 / 180 37 우즈베키스탄정부의산업정책변화 : 자동차산업 _ 박지원 / 185 38 우즈베키스탄진출, 지금이기회다 _ 이욱헌 / 189 39 한국드라마에매료된우즈베키스탄 _ 이지은 / 192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 197 40 소치의스포츠야망, 그이상과현실 _ 김우빈 / 199 41 볼고그라드테러와소치올림픽의안전 _ 현승수 / 203 42 러시아를이해하는 33개의키워드 _ 김진규 / 208 43 소련스포츠의승리지상주의 : 역사적고찰 _ 박원용 / 212 사회 ------------------------------------------------------------ 219 44 러시아 비영리단체 개정법과 레바다센터 _ 신동혁 / 221 45 푸시라이엇, 석방되다 _ 한정숙 / 226 46 러시아 부패와의전쟁 과국가발전전략 _ 김선래 / 232 47 러시아연금제도개혁안에관하여 _ 조원호 / 236 48 시장개혁의용광로, 러시아중앙연방관구 _ 최우익 / 240 49 G20 정상회담동시통역을마치고 _ 방교영 / 244 목차 11

50 언어와국가권력 : 러시아정부의러시아어확산정책 _ 남혜현 / 248 51 수르지크, 우크라이나어와러시아어의사생아 _ 정영주 / 252 문화 ------------------------------------------------------------ 257 52 문화접점과러시아문화코드 _ 김상현 / 259 53 갑이활개치는나라 : 러시아와의문화교류확대해야 _ 박현봉 / 263 54 한 러무비자시대의함의 _ 박현봉 / 267 55 현대러시아인의 새해 와 성탄 _ 신동혁 / 272 56 마슬레니차 : 겨울은가고, 봄이어어서오소서 _ 김상현 / 276 57 러시아인에게부활절 (Пасха) 이란? _ 신동혁 / 281 58 제21회 백야의별들 음악제를되돌아보다 _ 박선영 / 284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291 59 극동시베리아신화와유화부인 ( 柳花婦人 ) _ 김민수 / 293 60 한 러관계의숨은이야기 : 소볼호사건 _ 황성우 / 296 61 연해주와독립운동가최재형 _ 김진만 / 300 62 1927년러시아여행자 나혜석 _ 권정임 / 304 63 한국전쟁과러시아문서자료 _ 기광서 / 309 64 1960년대소비에트문화운동으로서바르드 _ 장혜진 / 313 1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일러두기 러시아관련외래어는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의외래어표기법 ( 러시아어자모와한글대조표 ) 에따라작성되었지만, 러시아어의고유한맛을느끼도록의도된일부용어는저자의표기방식대로두었다. 대부분의글은그글이투고된시점을중심으로현안문제를다루고있다. 따라서독자는각글마다말미에표시된글작성시점을참조하여내용과시제를이해할필요가있다. 또한저자의소속과지위도글의투고시점대로기록하였다. 저자마다러시아정당에대한한글표기방식이다른데, 이책에서는다음과같이주요정당의표기를통일하였다. Единая Россия 통합러시아당 КПРФ 러시아공산당 ЛДПР 러시아자민당 Справедливая Россия 정의러시아당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01 야누코비치의전략적선택 : 러시아 우크라이나관계의미래 / 19 02 유로마이단의함성 : 우크라이나는유럽이다 / 24 03 오렌지혁명이후 잃어버린 10년 현장을가다 / 30 04 러시아의급소, 우크라이나 / 33 05 우크라이나사태, 민심의향방은? / 36 06 크림주민투표에묻힌유로마이단정신 / 41 07 크리미아, 크림, 끄릠 병합과포스트소비에트시기의종언 / 44 08 우크라이나사태와우크라이나극우파 / 48 09 우크라이나동부의핵심변수, 올리가르히 / 52 10 우크라이나의운명, 푸틴의속셈 / 57 11 세계가주목하는우크라이나新정부진로 / 60 12 우크라이나대선뒷이야기 / 63

01. 야누코비치의전략적선택 : 러시아 우크라이나관계의미래 박정호 한국외국어대학교우크라이나어과교수 푸틴집권 3기에들어서우크라이나의관세동맹가입문제가러시아 우크라이나관계의핵심이슈로급부상하고있다. 이것은러시아의유라시아강대국건설전략과포스트소비에트공간의재편성작업에중대한변수로작용할개연성이큰국제적이슈일뿐아니라, 우크라이나의미래국가발전방향을결정해줄수있는핵심적사안이기도하다. 현재야누코비치정부는러시아주도의관세동맹가입과 EU와의 FTA 체결문제사이에서타협및해결방안을마련하기위해고심하고있으며, 조만간 동 과 서 사이에서국가발전을위한전략적결단을해야하는상황에처해있다. 2010년집권이후야누코비치는정치적부담은최소화시키면서러시아와유럽으로부터경제적이익을확보하려는정책적노력을기울여왔다. 경제위기상황을타개하기위해그는러시아와 EU 사이에서교묘한균형을유지하려는 멀티-벡터 (Multi-Vector) 정책을추구하고있다. 2013 년 3월 4일러시아순방중에개최된공식기자회견에서야누코비치대통령은우크라이나의공식입장을천명했다. 그의견해에의하면, 우크라이나정부는러시아주도의통합과정에참여하는것을원칙적으로반대하지는않지만, 모스크바가원하는형태가아닌단순히옵서버지위를갖고관세동맹에참여하기를희망하고있었다. 이를통해볼때, 우크라이나지도부는 EU와의전략적협력작업을배제하지않으면서러시아와의관계협력을동시에모색하고있다고하겠다. 그러나우크라이나의경기침체가심화되어경제위기가해소될기미를보이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19

고있지않는상황에서멀티-벡터정책의추진동력은더욱더줄어들고있다. 우크라이나에는두가지전략옵션이모두다필요하지만, 관세동맹과 EU와의 FTA는사실상상호배타적인성격을갖고있다는점이중대한문제이다. 지난 2월유럽위원회의장인마누엘바로소 (Manuel Barroso) 는야누코비치대통령과의브뤼셀회동에서어떤국가도동방정향과서방정향을모두추구할수는없기에우크라이나도두가지길가운데서하나를조만간선택해야한다고지적했다. 또한, 2013년 7월 29일우크라이나순방중에푸틴대통령은러시아와우크라이나간경제통합의필요성을역설했다. 그는관세동맹국가들간에무역량이증대되고있는추세이지만, 러시아와우크라이나의무역량은오히려큰폭으로감소하고있다는통계수치를제시하면서양국간경제통합의미래와이점을설명해주었다. 푸틴의지속적인설득작업에도불구하고우크라이나측으로부터별다른반응이없자, 최근들어우크라이나에대한러시아의정치적, 경제적압박작전이강화되기시작했다. 2013년 7월 29일러시아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청장은우크라이나의대표적제과업체인 로셴 의제품수입을전면금지시켜버렸다. 7월 28일우크라이나를방문한푸틴대통령과빅토르야누코비치대통령간에진행된경제협력회담이아무런성과를내지못하고끝남에따라, 러시아측은회담다음날전격적으로우크라이나제과에대한수입금지조치를취했던것이다. 또한, 8월 14일부터러시아관세청은우크라이나의모든수입물품에대해엄격한통관규제를적용함으로써사실상의무역전쟁을선포했다. 러시아당국의제재조치는우크라이나에대한일종의정치적경고메시지나다름없었다. 조지아의사례에서유추해볼수있듯이, 러시아와밀접한유대관계를맺고있는우크라이나가러시아주도의관세동맹가입을거부함과동시에, EU와의경제권통합작업을시도한다면, 그에대한엄중한정치 경제적압박을가하겠다는분명한경고였다. 여기서우크라이나정부가직면한국가전략적선택과제, 즉관세동맹가입과 EU와의 FTA 체결문제의특징과장단점을우크라이나의국익측면에서비교분석해볼필요성이있다. 2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러시아와우크라이나 해군의날 공동기념행사에참석한푸틴러시아대통령과야누코비치우크라이나대통령 출처 : http://en.rian.ru 우크라이나의서방정향이갖는정치적함의는크게두가지측면에서정리가가능하다. 첫째, 유럽의길 (the European Path) 은우크라이나에게국익확보에필요한경제적실익을폭넓게가져다줄수있는전략방안이다. 유럽단일시장에대한직접적인접근기회허용, 발전된기술습득의기회제공, 다양한개혁정책실시를통한사회 경제적발전가능성부여, 미래유럽통합과유럽정체성회복에대한자신감획득등을통해우크라이나의미래국가발전에대한분명한동기부여를해줄수있다. 그렇지만서방옵션은본질상동방정향보다훨씬더도전적이고많은정책과제들을요구받을수밖에없다. 서방옵션은우크라이나측이 EU 기준에부합하는다양한정책적노력을기울인다는약속을대전제로하고있기에더욱그렇다. 정치적인측면에서, 우선적으로선별적정의적용중지와인권탄압종식, 티모셴코를위시한야당인사석방, 사법제도개혁, 선거법개정, 민주화조치등이반드시실행되어야한다. 게다가, 경제와사회분야에서도각종개혁정책들과개선조치들이추진될필요성이있다. 따라서상기의모든요구사항이현재우크라이나정부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21

와통치엘리트집단에게상당히큰정치적부담과고민을제기해주고있다는사실이가장중대한장애요인이다. 둘째, 서방정향은장기적인준비기간과그과정에서파생되는사회개혁을감수해야하는방안이다. 우크라이나의입장에서볼때, EU와의가입조약 (Association Agreement) 과자유무역협정 (FTA) 은자국의최우선적국정목표인 EU 회원국가입으로가는전초단계임에틀림없다. 하지만엄밀히말해서우크라이나가 EU와의 AA와 FTA를체결했다는사실자체가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대한확실한보장을의미하는것은아니다. 특히 EU의주도국가인독일과프랑스의경우우크라이나의 EU 가입문제에대해부정적인입장을표시하고있다. 따라서현재경제위기상황에처해있는우크라이나정부가단기적으로서방정향을통해기대하는만큼의경제적과실을확보하기에는다소간의어려움이존재한다. 서방정향과비교시우크라이나의동방정향이갖는정치적함의는다음과같다. 첫째, 러시아주도의관세동맹가입은상대적으로단순하고편리한선택이라는점이다. 동방정향은우크라이나에가입을위한특별한정치적요구사항이나경제개혁과관련된필수조건들을거의제시하고있지않다. 따라서유럽의엄격한가입조건들을맞추기위한다양한정책적노력과정치 경제적변혁을감수해야할의무와부담감은없다. 그러나동방옵션은러시아에대한우크라이나의정치적, 경제적의존성을더욱심화시킴으로써우크라이나의안보위협을증대시킬수있다는데에중대한결함이있다. 둘째, 관세동맹가입은우크라이나에단기적인측면에서경제적실익을확보하는데유용한도움을줄수있다고하겠다. 우크라이나의관세동맹가입을전제로러시아정부는저렴한가격의에너지공급, 산업현대화에필요한재정적지원, 완전한경제통합, 2015년에출범할유라시아연맹의정회원자격부여등을약속해주고있기때문이다. 하지만관세동맹가입과유라시아연맹참여는우크라이나의서방정향옵션에대한포기를의미하기에우크라이나의장기적이고최우선적국정과제인 EU 가입은자동적으로중단될수밖에없다. 결과적으로우크라이나정부가국가변혁과사회 경제적발전에대한중장기적비전을보유하는데서큰한계에직면하게될개연성이크다. 2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이상에서알수있듯이, 서방정향과동방정향은우크라이나지도부가국가의미래발전을위해선택할수있는핵심옵션들이다. 서방정향이장기적이고질적인성격의방안이라면, 동방정향은단기적이고양적인형태의옵션이다. 따라서우크라이나지도부는상기옵션들중에서미래국가발전전략을선택할것이다. 이를감안하여우크라이나의전략적행보에대한추론을시도해보고자한다. 이것은본질상세가지시나리오로구분하여설명할수있다. 첫째, 유럽통합과정으로의참여방안이다. 이는장기적으로최적의방안이지만, 권위주의적인우크라이나정부가 EU의요구를수용하여사회변혁을진행할수있는지여부가중대한변수로작용할것이다. 둘째, 러시아주도의유라시아통합프로젝트참여방안이다. 이는단기적측면에서가장효율적인방안이지만, 우크라이나의러시아의존도가더욱심화된다는치명적인문제점이발생한다. 셋째, 유럽과러시아사이에서현상유지전략을고수해나가는방안이다. 이는현상황에서우크라이나정부가선택하고싶은가장이상적인방안이지만, 러시아와유럽이결코원치않는해결책이라는사실이대단히중요하다. 게다가, 러시아와유럽사이에서멀티-벡터외교를지속해나갈수있는우크라이나의국가적역량도매우부족한실정이다. 이처럼세가지시나리오는모두분명한장단점을보유하고있기에현시점에서단정적인결론을내리기는힘들다. 그러나우크라이나의미래발전전략에대한대체적인윤곽은 2013년 11월빌니우스 (Vilnius) 에서개최되는 EU의동방동반자정상회담 (the Eastern Partnership Summit) 에서결정될가능성이있다고보인다. 특히이회담에서 EU와우크라이나가어떠한수준에서상호합의를도출해낼수있느냐가가장주요한관건이라고볼수있다. 양측의합의내용에따라우크라이나의미래행보가현재보다는훨씬더명확해질것이라고전망할수있다. (2013 년 9 월 23 일제 234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23

02. 유로마이단의함성 : 우크라이나는유럽이다 홍석우 한국외국어대학교우크라이나어과교수 유로마이단 (Євромайдан) 은우크라이나수도키예프 (Kyiv, Kиїв) 의중심거리인 흐레쉬차틱 (Хрещатик) 북동쪽에위치한유럽광장 (Європейська Площа) 에서벌어지고있는일련의저항운동을상징하는신조어이다. 유로마이단 의원뜻은유럽광장과같지만, 러시아어와유사한 플로쉬차 (площа, 광장 ) 를 마이단 (майдан) 으로바꾸어사용하고있다. 이는러시아와의차별된정체성을표현하려는의도로보이며, 저항운동에참여하는우크라이나인들의정치적주장이반영된것으로해석된다. 유로마이단의저항운동은 2013년 11월 21일우크라이나정부가유럽연합과의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 체결을연기하는법안을의회에서통과시키자, 이를반대하는시민들의시위로시작되었다. 저항운동세력은많은대학생들과우크라이나전역에서온시민들의합류로 24일 10만여명에이르렀으며, 11월 30일현재까지도지속되고있다. 정부건물에진입하려는시위대와경찰의충돌이발생하면서최루가스의사용과몸싸움이벌어지기도했으나, 전체적으로평화로운시위로진행되고있다. 2004년 50만명의시위대가참여하여오렌지색텐트를치고부정선거를규탄하며대통령선거의재시행을요구했던오렌지혁명이바로이곳에서있었다. 거의 10년의세월이지난지금아이러니하게도오렌지혁명당시규탄의대상이되었던야누코비치가다시한번악역을맡아우크라이나인들의 유럽행꿈 을앗아간인물로지탄받고있다. 2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그렇다면야누코비치는왜우크라이나 유럽의 FTA 체결의마지막순간에이를유보하는결정을내리게되었을까? 우크라이나는지난 4년동안유럽연합과 FTA 체결및정치적연합을위한노력을지속해서기울여왔다. 특히 FTA를체결하기위해우크라이나는경제 정치분야에서 EU의까다로운조건들을수용했으며경제구조와법률을수정하고수감된정치인들까지석방했다. 다만마지막조건으로율리야티모셴코의석방만을남겨두고있었다. 우크라이나의운명을결정하는중요한순간에시대의영웅혹은역적이되는선택의갈림길에서게된야누코비치는티모셴코를석방하는마지막결정에앞서자신의전략을조심스럽게평가하고득과실을고려했을것이다. 현실적으로야누코비치에게가장부담으로다가오는것은경제적압력과러시아의위협이었을것이다. 러시아의푸틴은우크라이나가유럽연합과경제적협상을맺을경우초유의경제적보복을가할것을공개적으로선언한바있다. 과거모스크바당국은우크라이나에대한가스공급을몇차례중단했으며, 실제로올해에는우크라이나초콜릿수입을금지한바있다. 현재러시아는우크라이나의수출 (27%) 과수입 (30.5%) 에서최대파트너인데, 만약러시아가우크라이나의수출입을규제할경우엄청난경제적손실이발생하며, 경제전반에큰혼란이발생할것으로예상된다. 특히우크라이나의주요기간산업들이동부지역에있으며, 이들기업에종사하는고용자들의수가수천만명에이른다. 따라서유럽과의 FTA 체결이실현된다면, 러시아의경제제재로우크라이나기업들의도산과노동자들의실직이발생하고, 이는결국야누코비치에대한비난으로이어져대선에서표심을잃게되는결과를낳을수도있을것이다. 야누코비치에게가장큰관심사는 2015년대통령선거일것이다. 유럽연합에서 FTA 협정체결의조건으로내세운티모셴코의석방이이루어지면, 그녀는앞으로 2년뒤에있을대선에서야누코비치를위협할경쟁자가될것이분명하다. 특히석방된티모셴코는 EU의지지를받는대선후보가될것으로예견되고있다. 지난수개월간러시아의압력과경제적위기가실제로다가오면서동부지역의경제인들은 EU와의협정체결연기를강력히주장했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25

고, 티모셴코의석방은이를위한도구로사용될조짐을보였다. 협정체결예정일인 2013년 11월 28~29일보다한달전에우크라이나의검찰청장빅토르프숀카 (Viktor Pshonka) 는티모셴코가스위스은행에 5억달러를은닉했다는의심을제기하며 새로운티모셴코사건 을들고나왔다. 현재스위스의한 NGO와협력하여은닉자금을우크라이나국가자산으로귀속시키기위해조치를취하고있다고발표했다. 이러한조치는티모셴코를석방할의지가없음을시사하는것이었으며, FTA 협정체결유보의암시이기도했다. 티모셴코를부정부패의상징으로몰아가려는야누코비치는실제로국민의믿음을잃고있었다. 지난 2년간야누코비치의공식월급은연간 757,000 흐리브냐였는데, 신고된소득은 2,000만흐리브냐를넘었다. 2년간월급과전체수입의차이가엄청난것으로알려져부정을통한부의축적이의심되었다. 또키예프외곽에위치한그의대저택인 메쥐히랴 (межігіря) 성은사냥터, 테니스코트, 스페인배등보기드문시설들을보유한것으로알려져부 유로마이단 출처 : CIPE Development Blog 2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정부패의상징으로인식됐다. 결국, 2015년대선을앞두고재선을노리는야누코비치에게티모셴코는협상의대상이될수없는부담스러운존재였으며, 야누코비치는티모셴코의도덕성에타격을가해야만했다. 2013년 11월 29일리투아니아의빌니우스 (Vilnius) 에서개최된 유럽연합의동부지역파트너십정상회의 (EU Eastern Partnership summit) 에서야누코비치는 EU와의 FTA 체결약속을끝내수행하지않았다. 그는이번협정의결렬원인을오히려 EU와 IMF에돌리며그들의경제원조액이너무적고조건이지나치게까다롭다고설명했다. 반면이번협상을위해야누코비치는 EU, 러시아, 우크라이나의삼자회담을제안했으나, 유럽연합을대표하는리투아니아대통령달리아그리바우스카이테 (Dalia Grybauskaite) 는 FTA는양자간체결되는협정 이라는원칙을들어단호히거절했다. 그러나그녀는 유럽연합은여전히유럽과가까워지려는우크라이나인들의견해를존중한다 고전하며협상의가능성이여전히있음을강조했다. 결과론적으로볼때야누코비치가과연진심으로유럽연합과 FTA를체결할계획이있었는지의문이제기된다. 자신의정치적성향이친러시아적이며, 또그기반이우크라이나동부지역에있음을고려할때야누코비치는처음부터우크라이나를러시아의영향권으로부터유럽으로이끌어내는데한계성을지니고있었다. 결국, 그는 EU와의 FTA 체결이라는카드를이용하여러시아의푸틴으로부터유리한협상안을얻고자하는의도를가지고있었다고보인다. 가스수입가격의인하와일정대출상환금의면제등경제적이득을요구할가능성이크다. 그렇다면과연우크라이나의국익을위해어떤선택이최선이었을까? 대다수우크라이나국민의희망은무엇이었는가? 지난 10월 GFK 우크라이나 라는회사에서시행한설문조사에따르면유럽연합과의협정체결을찬성하는우크라이나인들의비율이 45% 로급속히상승했지만, 러시아주도의관세동맹에참여해야한다는비율은 14% 로급속히떨어졌다고한다. 이와는반대로 2013년 11월 9일과 20일사이에키예프사회학국제연구소 (Kyiv International Institute of Sociology) 에서시행한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27

설문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가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과함께관세동맹에동참해야하는지를놓고국민투표를할경우, 이사안에대해찬성하는가혹은반대하는가? 의질문에 40.8% 가찬성이라고대답했고, 33.1% 가반대한다고대답했다. 지역별로보면동부지역에서 64.5%, 남부지역에서 54% 의지지율을보인반면, 중부와서부에서는각각 29.6% 와 16.4% 의지지율을보였다. 나이에따른분포를보면노년층에서찬성률이높았고그중절반이 70세이상이었다. 반면 18~29 세의나이층에서는 32.1% 가찬성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가유럽연합에합류해야하는가? 에대한질문에설문자의 39.7% 가찬성했으며, 35.1% 가반대했다. 서부지역과중부지역에서는설문자의 64.4% 와 54.5% 가찬성한반면, 동부지역에서는 18.4% 만이찬성했다. 나이별로보았을때찬성자의 50% 가 18~29 세였으며, 70세이상의나이층에서는 28% 의지지율만을보였다. 이설문조사를통해보았을때현재우크라이나는지역적으로분열되어있을뿐만아니라나이층에따라상이한견해를보이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위에서보듯이, 우크라이나는현재지역별, 나이별로팽팽한의견대립을보이는것으로판단된다. 비록텔레비전과뉴스를통해볼때대중의저항운동이거세보이지만, 실제로러시아와유럽연합의옵션중어느한쪽으로두드러지게쏠리는지지가보이지않는게사실이다. 이러한상황에서야누코비치는굳이모험을걸면서지금바로어느한쪽을선택할필요가없으며, 유럽연합과러시아양자로부터최대한많은이득을얻기위해도박을하려했을가능성이많다. 야누코비치의처지에서볼때, EU에게는 FTA 체결의연장을제안하고우크라이나가경제적으로좀더안정되고준비가되는대로다시협상테이블에올것이라는의지를보였으며, 러시아에는친러시아적입장을재차보여주어신뢰를구축했다고볼수있다. 그러나이러한도박이과연실효를거둘지는미지수다. 11월 29일협정체결실패이후유럽연합의대표들은여전히협상테이블은열려있다는가능성을내비쳤으나협정체결은개혁의의지를지닌우크라이나의차기정부에서가능할것이라는의사를전달했다. 우크라이나에대한러시아의입장도결코갑작스럽게유화적으로바 2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뀔가능성은보이지않으며, 러시아가우크라이나의경제적어려움을적극적으로해소해줄입장도아니다. 우크라이나의혼미한정국을보면서미래를예측하기란무척어렵다. 그러나 2004년오렌지혁명에이어 9년만에다시발생한유로마이단의저항운동에서새로운변화와희망을보게된다. 2004년오렌지혁명때는오렌지깃발아래야권의대표인유셴코를지지하며재선거를외쳤던반면, 이번유로마이단에서는깃발의색깔, 정당의슬로건, 특정인물에대한선호없이우크라이나와유럽의깃발아래하나가되어보편적시민의권리와복지, 인간적가치를외쳤다. 2013년유로마이단의저항운동에서는지난오렌지혁명때보다훨씬더성숙한우크라이나시민의자세와정치적주장을보게된다. 그리고참여자대부분이젊은세대라는사실에서좀더밝은우크라이나의미래를기대해본다. (2013 년 12 월 2 일제 244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29

03. 오렌지혁명이후 잃어버린 10 년 현장을가다 김병호매일경제신문차장 지난 2004년 12월우크라이나키예프에서 오렌지혁명 과정을지켜본필자는 10여년만에동일한주제로최근키예프현장을다녀왔다. 시민의힘으로부패정권을무너뜨리고친서방성향의새정부를세웠다는점에서두혁명은공통점이있다. 하지만이번사태는오렌지혁명때와는달리 100여명의사상자를내는등큰희생이뒤따랐고, 좀더장기화한경향을보이고있다. 키예프에서는정부군과의치열한교전끝에빅토르야누코비치전대통령을실각시키는성과를거두었지만, 유로마이단 ( 독립광장 ) 주변에는아직끝나지않았다는분위기가역력했다. 이로말미암아시민혁명의거점인유로마이단과그주변흐레샤칙거리에는대형텐트들, 방어용으로쌓아둔폐타이어, 쓰레기더미가가득했다. 신정부가제대로된개혁을하지않으면언제든지투쟁에나설수있다는일종의엄포인셈이다. 시민들은 3개월넘게텐트에서숙식을계속하면서신정부가국민을위한개혁성과를내놓을때까지유로마이단주변을떠나지않겠다는각오를다지고있다. 흐레샤칙거리에서만난한시민은 우크라이나에정경유착이나부패는오렌지혁명이후에도여야를가리지않고늘있었다 며 깨끗한정치개혁을위한시스템을만들어내는것이이번혁명의종착점 이라고강조했다. 유로마이단연단에서도광장을가득메운시민들을상대로새권력이어떻게변화를추진하는지지켜보자는메시지가울려퍼졌다. 정치인과시민단체지도자들은연단에올라 물러나지마라. 목표를이룰때까지유로마이단을지키자 며시민들을독려했다. 일부시민은자경단을구성해군복과헬멧, 쇠 3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파이프를들고다니며질서유지에나서고있다. 이러한분위기때문에신집권세력이개혁에대한국민기대치를충족시키지못하면추가적인소요사태가발생할가능성도점쳐지고있다. 이처럼시민들의반응이격화된데에는지난 2004년에도혁명자체는성공했지만, 이후정치경제의부진한성과로말미암아 잃어버린 10년 이계속된데따른것이다. 오렌지혁명으로 2005년 1월친서방성향의빅토르유셴코가집권했을때만해도우크라이나는독립국가연합 (CIS) 국가가운데국민을위한개혁을가장잘이루어낼것으로기대를모았다. 하지만티모셴코총리와갈등을겪는등권력층내분이커졌고자리싸움에진절머리가난국민은 2005년이후세차례나총선을치러그때마다총리를교체했다. 이와중에정치권은표심을얻기위해동서지역갈등을적절히이용했음은물론이다. 정치가흔들리니경제마저제대로돌아가지않았다. 서방은오렌지혁명에대한선물로우크라이나에시장경제국가지위를부여하고, 우크라이나는 2008년러시아에앞서세계무역기구 (WTO) 에도가입했지만, 정부무능, 정치권부패, 올리가르히 ( 과두재벌 ) 와정경유착이커지면서경제성장은한계를드러냈다. 러시아가 2006년이후천연가스가격인상으로보복을가하자우크라이나경제는추락속도를더했다. 2004년 12.1% 였던경제성장률은 2005년부터 3년간 2% 대로급락했고 2009년금융위기에는 석방후율리야티모셴코의연설모습출처 : www.gazeta.ru -14.8% 로떨어졌다. 재정수지와경상수지적자가누적되고외환보유액이바닥을드러내면서 2008년말에는국제통화기금 (IMF) 에 164억달러에달하는구제금융을요청하는지경에이르렀다. 그나마 IMF가요구한구조조정을제대로이행하지않아 IMF는추가적인자금집행을중단한상태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31

오렌지혁명이후벌어진이러한모습은지금우크라이나상황과정확한데자뷰를이루고있다. 실정과부정부패등으로야누코비치는퇴진했지만, 국가분리가논의될정도로동서갈등은확대되고있고, 혁명기간에경제가멈춰서면서올해성장률도마이너스가나지않으면그나마다행인상황이다. 러시아는전매특허인가스공급중단과자금지원동결등을내걸고대규모공세를가하고있다. IMF와서방국가들의자금지원은절대공짜가아니다. 이는가스대금보조금삭감등우크라이나인들의뼈를깎는구조조정노력이선행돼야한다는것이다. 궁극적인목표인유럽연합 (EU) 가입기준을맞추기위해서라도시민들은철저한내핍을각오해야한다. 하지만흐레샤칙거리에서투쟁중인시민들이변화는원하지만정작그것을달성하기위해자신들부터연금삭감등고생을감내할각오가되어있는지는미지수다. 일각에서는정부가긴축적인구조조정을강요한다면시민들은또다시거리를장악할것이라는우려섞인시각도있다. 키예프에서만난볼로디미르시덴코전대통령정치외교고문 ( 라줌코프연구소상임위원 ) 은 정부가국고를채우기위해외부자금을빌리려면긴축이불가피하다 며 지금유로마이단을지키는사람들이그것을받아들이고정부와협력할지의문이다 라고말했다. 유셴코-야누코비치정권이 10여년간진행한소득세인하, 연금및임금인상같은포퓰리즘정책으로는서구지원을받기는커녕국가존속자체도희망이없다. 이에따라정권퇴진으로혁명은성공한듯보이지만이제부터진정한성과를내려면정부와시민모두오렌지혁명이후 잃어버린 10년 을맞은요인을곱씹어볼필요가있다. (2014 년 3 월 3 일제 257 호 ) 3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04. 러시아의급소, 우크라이나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국제지역대학원교수 러시아연구소소장 일촉즉발의상황으로치닫던우크라이나사태가진정기미를보이고있다. 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대통령은자국민보호명목으로우크라이나크림반도를접수한군병력에대해원대복귀를명령했다. 우크라이나문제를논의하는특별회담을하자는북대서양조약기구 ( 나토 ) 의요청도수락했다. 대화채널을통해우크라이나위기의외교적해법이모색되고있지만여전히무력충돌위험은남아있다. 2004년 오렌지혁명 처럼친 ( 親 ) 서구로의권력변동을초래한이번우크라이나사태에푸틴이아주민첩하고, 치밀하게군사행동을취한데는그럴만한이유가있다. 무엇보다나토및유럽연합 (EU) 과의경계선에위치한우크라이나가러시아의국익수호와영토적안전보장, 위대한강대국러시아의재건을좌우하는사활적이해가걸린국가이기때문이다. 먼저 EU와나토의동진팽창을차단하는대항마로서러시아가야심차게추진하고있는유라시아연합 (EAU) 창설이수포로돌아갈수있다. 우크라이나는유럽최대의영토면적 (60만 3,700km2 ), 4,500만인구, 풍부한지하자원, 강한근육질의산업구조를갖추고있다. 독립국가연합 (CIS) 구성국가운데국력의총합에서러시아다음인우크라이나가서구에포섭될경우, CIS 국가들을규합해 EAU라는정치 경제 안보공동체를만들려는푸틴의구상은벽에부닥치고, 파편화된 CIS는적자만나는몇몇친러국가들만의친목단체수준으로전락하게된다. 우크라이나의탈 ( 脫 ) 러시아화는심각한안보위기도초래한다. 나토의동진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33

이중동부유럽에이어안보적완충지대인우크라이나마저가로지를경우러시아는나토와직접맞대면해야한다. 이는러시아의전략적방어 종심 ( 縱深 ) 을훨씬동쪽으로후퇴시켜안보적취약성을영속화한다. 전략적요충지흑해연안지역에대한독점적지배권종식도큰문제가된다. 18세기말예카테리나여제이래부동항흑해는지중해진출의유일한출구로서전통적으로러시아제국의성장과유럽열강으로의국제적지위확보에기여한중요한전략적통로였다. 그러나소련해체이후흑해함대는분할되었고, 그모항세바스토폴군사기지와크림반도는우크라이나에귀속되었다. 이런상황에서우크라이나의서방화는흑해에대한러시아의접근을제한하면서제해권장악을어렵게하고, 러시아해군력의대 ( 對 ) 유럽투사 ( 投射 ) 능력을저하한다. 또제2의황금바다로불리는카스피해연안지역에대한통제권을약화해에너지자원개발과파이프라인건설을둘러싼열강들간의경쟁에서러시아의경제적이권도현저히침식시킨다. 결론적으로모스크바에우크라이나상실은제국적부활의추동력상실을 지난 3 월 3 일상트페테르부르크인근군사훈련현장을찾은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대통령의모습 출처 : www.ria.ru 3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의미한다. 미국의대표적전략가즈비그뉴브레진스키의표현대로우크라이나없이는러시아가제국이될수없기때문에우크라이나는러시아의제국적야망을억제하는지정학적 급소 인것이다. 친러시아계인빅토르야누코비치대통령이친서방세력에의해권좌에서축출되자러시아가즉각군사적조치를취한이유가바로이것이다. 크림반도에대한러시아의군사력투입은이중의경고를담는다. 다가오는 5월조기대선에서우크라이나국민들이 잘못된 선택을할경우혹독한대가를치를것이라는경종과함께, 미국과 EU로대표되는서구가배후에서계속키예프의탈러시아화를사주한다면우크라이나본토에대한침공도불사하겠다는강력한신호다. 러시아의선제적군사행동에상황을반전시킬만한별다른뾰쪽한카드가없다는게서구의깊은고민이다. 미국 독일 영국등서구주요국들의대러시아제재방안에대한뚜렷한온도차도효율적대응을어렵게한다. 조지아 이란 시리아에이어이번우크라이나사태에서자기방식대로스스로의존재감을거칠게과시하는러시아의위상을새삼실감한다. * 이글은 2014 년 3 월 6 일중앙일보시론에실린것을전문재인용한것입 니다. (2014 년 3 월 7 일특별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35

05. 우크라이나사태, 민심의향방은? 신동혁 국민대학교유라시아연구소연구원 우크라이나사태로빅토르야누코비치대통령퇴진과러시아군의크림반도장악의정당성이국제적이슈가된현상황에서민심의향방은우크라이나와러시아양쪽모두에게중요하다. 특히선거때마다동부, 남부와중부일부 vs. 서부, 중부로확연히민심이나뉘었던우크라이나지역의정치적상황을고려할때, 우크라이나사태에대한민심의향방은어느한쪽에정치적정당성은물론사회적, 도덕적정당성까지부여해주는측면이있다. 최근 레바다센터 와 키예프국제관계사회학연구소 가우크라이나사태와관련러시아와우크라이나에서각각 2014년 2월 21~25 일과 2014년 2월 8~18일사이에여론조사를시행했다. 러시아 45개지방과 130개거주지에서 18세이상 1,603명과키예프를포함한우크라이나의모든주에서 18세이상 2,032명이조사대상이었다. 참고로, 러시아에서는우크라이나동부지역에서소요가시작되기전에, 우크라이나에서는유로마이단지지자들이권력을잡기전에조사가이뤄졌다. 키예프중심부로저항세력이모이게된원인은? 우크라이나시민다수 (43%) 는 대통령빅토르야누코비치정권의부패 를원인으로확신하고있다. 특히우크라이나서부거주시민들이그렇게생각하고있다 (68%). 이외에도 27% 의시민은저항을 다른유럽국가들처럼우크라이나를문명화된나라로만들려는 반대파들의의지라고보았다. 26% 3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는우크라이나내무부소속경찰특공대 베르쿠트 (Беркут) 의강경진압을이유로들고있으며, 25% 는 시민으로서의긍지 를들었는데, 이들은 권력의남용 을용납하지않기때문이라고말한다. 반대로우크라이나동부지역시민다수는저항에대해상당히다른입장을취하고있다. 도네츠크, 루간스크와하리코프주에거주하는시민의절반이상 (57%), 즉러시아계주민들은마이단시위와뒤이은대통령도주와권력교체는 자신들의정치적이익을위해우크라이나를이용하려는서방의영향 때문이라고확신하고있다. 이러한입장은우크라이나남부 ( 드네프르피트롭스크, 자포르지예, 니콜라예프, 헤르손, 오데사주와크림자치공화국 ) 거주시민 44% 의지지를받고있다. 한편, 러시아시민은키예프중심부에서일어난저항의원인을자신들의정치적이익을위해우크라이나를끌어들이려는서방의영향 (43%), 민족주의정서 (31%), 빅토르야누코비치정권의부패 (17%) 때문이라고보았다. 그런가하면 러시아의경제적, 정치적지배로부터우크라이나를독립시키기위함 이라는응답자가우크라이나에서는 12%, 러시아에서는 11% 인점을고려할때우크라이나인과러시아인모두에게이문제는주된갈등원인은아니었음을확인할수있다. 우크라이나사태격화의책임은누구에게있는가? 우크라이나와러시아양쪽에서다수응답자가갈등심화원인이빅토르야누코비치와그의정부에있다고보았는데, 우크라이나에서는 49%( 특히서부에서 80%, 동부에서 23%), 러시아에서는 44% 로나타났다. 즉우크라이나사태격화원인제공자에대해양국시민의견해가일치함을알수있다. 그리고우크라이나 (34%) 와러시아시민 (33%) 은반대파에게책임을묻는비율에서도유사하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반대파에게책임을돌리는견해는지역에따라차이를보인다. 서부지역에서는 10% 에불과하며대부분의동부지역에서 68% 였다. 누구의잘못인가? 라는질문에대해 러시아지도부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37

우크라이나동서갈등 출처 : 문화일보 를지목한응답자는우크라이나에서 7% 와러시아에서 4% 에불과했다. 양 국시민은우크라이나사태와러시아의연관성을아주낮게보고있는것으 로나타났다. 당신은누구를지지하는가? 우크라이나거주민 33% 는어느쪽도지지하지않으며, 러시아인대부분 (63%) 은중립적인태도를보였다. 우크라이나인다수 (40%) 는빅토르야누코비치 (23%) 보다저항세력을더지지했다. 러시아에서는반대현상이나타났는데, 응답자의 14% 가야누코비치정권을지지했으며, 9% 가저항세력을지지하고있다. 3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정권과저항세력에대한평가에나타난인구 지역적특징 저항세력에대한가장높은지지도는서부 (80%) 와중부 (51%- 비니차, 지토미르, 수미, 체르니고프, 폴타바, 키로보그라드, 체르카시, 키예프주 ) 지역이다. 저항세력은서부에서절대적인지지를받고있음이확인된다. 반대로남부지역과러시아계주민이다수를이루고있는동부지역에서는각각 20% 와 8% 에불과했다. 빅토르야누코비치에대한지지율은우크라이나사태와관계없이여전히동부지역 (51%) 에서높았다. 남부지역에서는 20% 였다. 반면서부와중부지역에서는각각 3% 와 11% 였다. 우크라이나사태와관련하여중립적인태도를보이는우크라이나인들은남부 42%, 동부 39%, 중부 33%, 서부 13% 였다. 한편성별분포에서는우크라이나여성들의빅토르야누코비치정부지지율 (26%) 이상대적으로높았으며, 우크라이나남성들의경우저항세력지지율 ( 남성-43%/ 여성-38%) 이상대적으로높았다. 러시아의경우는위의두가지사항에대해남녀별차이가별로없었다. 나이와교육수준에따른특징 빅토르야누코비치정권을지지하는우크라이나인비율은 50~59세에서 26%, 60~69세에서 28%, 70세이상에서 38% 로나타났다. 전체적으로젊은세대와중간연령층은저항세력을지지한다. 18~29 세와 30~39세, 40~49세에서각각 44% 와 42%, 43% 로나타났다. 우크라이나에서는나이가많을수록 (70대이상 38%) 빅토르야누코비치정부를지지하는가운데, 50세이상의시민들이대체로야누코비치정부를지지하고있다. 저항세력을지지하는연령층은 18세이상 49세까지의연령대로특히 18~29 세연령대의지지율 (44%) 이좀더높게나타났다. 젊은세대일수록반정부세력을지지하고있다. 러시아에서나이별분포를보면, 60~69세연령대 (19%) 가야누코비치지지에서좀더앞서고있는가운데나머지연령대에서는 12~15% 의고른분포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39

를보이는것이특징이다. 즉야누코비치지지와관련해서러시아에서는우크라이나에서와같은연령분포에따른큰차이를보이지않는다. 저항세력지지율은 50~59세연령대 (14%) 에서상대적으로높게나타났다. 나이가많을수록지지율이낮은데, 특히 70대이상 (1%) 은현저히낮은것이특징이다. 70 대이상은현재와같이러시아와우크라이나가별개의나라로되어있는상황보다하나의국가인상황에익숙한세대라할수있다. 연령대별고른분포 (60~67%) 는중립적인답변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교육수준별분포를보면, 초등 (29%) 과중등에좀못미치는응답자 (31%) 가주로야누코비치정부를지지했으며, 중등이상 (36%), 특히대학이상 (45%) 학력자들은저항세력을지지하는것으로나타났다. 이상에서살펴본바와같이우크라이나사태에대한우크라이나민심은지역과인구구성에따라큰차이를보이고있고나이에따른차이도보이고있는가운데, 러시아와우크라이나에서우크라이나사태에대해공동으로조사한결과도분명한차이를보였다. 러시아시민다수는서방이유로마이단에서의저항을선동했다고생각한다. 하지만당사자인우크라이나시민은대통령빅토르야누코비치정권에대한불만이시민들을유로마이단광장으로이끌었다고확신한다. 현재우크라이나응답자가운데다수가반대파를지지하고있는가운데, 1/3은중립적이며, 단지 23% 만이야누코비치를지지하고있는것으로밝혀졌다. (P.S.: 발레리표도로프브치옴 (ВЦИОМ) 대표는최근여론조사결과러시아시민중크림반도에서러시아인들의이익을적극적으로지켜야한다는의견은 71%, 갈등을피해야한다는의견은 17% 였다고밝혔다. 참고로 5년전조사에서도각각 73% 와 15% 였다.) (2014 년 3 월 10 일제 258 호 ) 4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06. 크림주민투표에묻힌유로마이단정신 홍석우 한국외국어대학교우크라이나어과교수 우크라이나와유럽의 FTA 체결을주장하며시작된유로마이단의저항운동은의도치않게어제크림반도의주민투표로이어졌으며, 결국크림의러시아귀속이라는결과를낳았다. 이로써지난 3개월여간지속하였던긴장된싸움의제1장이막을내렸다. 과연이싸움의승자는누구이며어떤의미가있을까? 선거의결과를두고봤을때결국승자는러시아의푸틴대통령으로보인다. 이번우크라이나사태를통해푸틴은고도의전략을펴며강대국으로서러시아의자존심을세우고전략적요충지인크림을획득함으로써국제관계와경제면에서서방에대해유리한고지를점령한것으로해석된다. 그러나이번사건을통해푸틴의숨은의도와러시아의제국주의적야심이여실히드러났다. 부패정권의타도와러시아세력과의단절을요구했던유로마이단의민주화운동에서백여명의사상자가발생하고잔인한피해상황이스마트폰을통해전세계에생중계되었다. 가히 디지털혁명 혹은 소셜미디어혁명 이라고할수있었던유로마이단의저항운동에서러시아는야누코비치카드를버리고현상황의관심을크림반도로돌려놓았다. 자칫비민주세력의배후조정자로오명을얻게될순간크림반도로관심을돌리며모든문제를민족감정과지역감정의대립으로바꿔놓았고, 크림이라는전력거점을거머쥐게되었다. 또이과정에서군사행위도서슴지않았다. 매우치밀하고교묘하며, 노골적인대처방법이었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41

세르게이악쇼노프 출처 : www.savecrimea.org 크림의신임총리가된세르게이악쇼노프 (Sergei Aksyonov) 는 1990년대중반 고블린 이라는별명으로살인과폭력을일삼던갱조직살렘 (Salem) 에가담했으며, 현재도그조직의일원인것으로알려져있다. 그가이끄는 러시아의통일 당은지난 2010년선거에서지지율 4% 에그쳤는데, 현재모스크바의전폭적지원을받으며러시아와의통합을진두지휘하게되었다. 유로마이단의시위를우크라이나의극우민족주의자들의테러로일관되게묘사하는러시아방송, 그리고세바스토폴과동부도시들에잠입한러시아극우민족주의자들의선동은현우크라이나사태를민족감정의대립과분열로보이게만들었다. 결국, 우크라이나시민들의희생위에만들어진유로마이단의민주주의혁명은포퓰리즘으로평가절하되었고, 모든관심은일촉즉발전쟁을벌일듯한열강들의힘겨루기에쏠리게되었다. 1654년페레야슬라브조약을통해우크라이나카자크들은모스크바의힘을빌려폴란드를우크라이나땅에서몰아내고독립을쟁취하려했다. 그러나이조약을빌미로모스크바는오히려우크라이나지역을복속하게되는 4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데, 이순간부터우크라이나와러시아민족사이의불행한관계가시작되었다. 1954년흐루쇼프가소비에트우크라이나에크림반도의소유권을준것도바로이페레야슬라브조약 300주년을기념하기위한것이었는데, 푸틴은다시 60년만에우크라이나로부터크림반도를빼앗아가려한다. 9세기최초의동슬라브민족국가였던키예프루시를함께건설한형제민족으로서러시아와의통일을강요당한우크라이나인들은 1654년이후역사속에서러시아차르와소련의권력자들에의해수없이많은탄압과죽임을당했지만, 독립을위한강한저항의불씨를잃지않고보존해왔다. 2004년오렌지혁명에이어 10년뒤또다시우크라이나에서혁명이일어날수있었던것도바로역사속에내재해온자유와독립을향한우크라이나인들의염원과저항정신때문이다. 이번크림반도의주민투표결과는우크라이나인들의자존심에크나큰상처를줬으며, 우크라이나의유럽행을더욱가속화할것으로보인다. 비록동부우크라이나에여전히친러시아세력이존재하고러시아가국지전을조성할가능성도있지만, 유럽으로향하는전체적인흐름은쉽게막지못할것이다. 우크라이나와러시아와의결별, 러시아에대한서방의외교 경제제재와압력, 그리고이에대한러시아의반격이앞으로이어질싸움의제2장이될것으로보인다. * 본칼럼은 2014 년 3 월 17 일자한국일보기사 우크라이나 러시아전면대 립의시작 을수정한것임. (2014 년 3 월 17 일제 259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43

07. 크리미아, 크림, 끄릠 병합과 포스트소비에트 시기의 종언 강봉구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HK교수 크리미아(Crimea), 크림, 끄릠 (Крым), 흑해 북단의 크림 반도를 부르는 이 름이다. 크렘린의 크림 병합은 자신이 가진 모든 이점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자 기편에 등 돌린 약자에겐 배려 없이, 국익 추구에 대한 지배 엘리트의 합의와 강력한 지지 위에서, 주도면밀하게, 서방에 대한 자신의 전략적 독자성을 과시 라도 하듯,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참으로 러시안 스타일. 그러니 이 경우만 은 한국에서도 끄릠 병합이라고 불러줄 만하다. 푸틴과 크렘린의 전략가들은 크림 병합과 관련하여 많은 국내외 변수를 고려하고 또 중장기적 여파와 세계 정치 전개의 향방까지도 숙고했을 것이다. 그 토론 과정과 잠정적 결론들을 알 수도 없고 모두 알 필요도 없다. 우아한 냉혹 으로 역사를 만드는 것은 지도자 의 일이고 연구자의 몫은 해석뿐이다. 그렇다면 크림 병합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가? 크림 병합은 귀환 한 차르 푸틴의 러시아가 힘의 정치 에 의존하여 이웃한 약소국의 영토를 침 탈하려는 야심의 이빨을 드러내고 제국주의 침략의 첫 시동을 건 사례가 아니 며, 그로 인한 신냉전의 도래와도 거리가 멀다. 크림 반도 병합을 둘러싼 지정 학적 대립과 대결은 외견상의 모습일 뿐이다. 이것은 소련 시대에 뿌리를 둔 해 묵은 유산을 정리한 재산권 분쟁 그리고 그 해결 과정의 분란에 불과하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외견상 지정학적 지전략적 충돌을 연상시키는 수사가 재현되 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본격적으로 부각된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재구성이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근본적이며 심원한 가치투쟁, 문화투쟁의 맥 락 속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44 2014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가?

크림반도에대한군사적장악과병합과정에실망하고좌절하여, 메르켈독일총리가묻는다. 푸틴은지금어느시대에살고있는가? 가장 문명적인 서유럽의시각이다. 푸틴을비롯한러시아의지도부는 21세기글로벌리티 (globality) 가지배하는시대에살고있음을잘알고있다. 그러나서유럽과탈소 ( 脫蘇 ) 국가들의처지와상황은다르다. 이점에대해서는메르켈과같은서유럽지도자들보다는유라시아지역에거주하는푸틴이더잘인식하고있다. 그것은포스트모던과모던의차이이다. 같은시대에살고있지만, 서유럽과유라시아국가들은국민 ( 민족 ) 국가발전의상이한단계에놓여있다. 서유럽은근대국가주권영역의핵심부분들을초국가단위에양도하는수준에진입한반면, 탈소국가들은근대국가의핵심구성요소인영토와국민이란문제마저도아직완전히해결하지못한단계에처해있다. EU의서유럽국가들은이미포스트모던의세계에있으며중 동유럽의 EU 신참국가들은포스트모던의입구에있는반면, 탈소국가들은근대영역의문제, 국민국가형성문제를안고씨름중이라는데에큰차이점이있다. 바로여기에 EU와탈소국가들의경제협력과지역통합문제를다루는데서부딪히는어려움이놓여있다. 우크라이나도예외라기보다는한전형이다. EU 통합을희망하는탈소국가들의 EU 협력협정체결은이들이러시아와헤어져다른길을가기로했음을, 모던의세계를떠나포스트모던의세계로향하는대외정치적정체성을선택했음을의미한다. 모던의세계를건설중인혹은모던의세계속에있는탈소공간을떠나는국가는근대국민국가의영역에있는문제를해결하고가야한다. 러시아와우크라이나는키예프의정치적격변과크림분리주의분출을계기로모던시대민족국가의해결되지못한묵은과제하나, 크림반도를둘러싼영토문제를해소한것이다. 반정부시위와야누코비치대통령축출을통해그계기를주도적으로제공한것은우크라이나측이었으며, 그기회를틈타영토문제를선제적으로정리한것은모스크바임은모두에게자명하다. 1991 년말의소련해체과정에서영토분쟁의소지가컸던지정학적요충지크림의영구귀속문제는양국간에정리되었어야할핵심사안이었다. 그러나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45

세바스토폴에서러시아국기를든남녀커플슬라브주요 3국의대통령이모여소련해체와 CIS 창설을최초로논의했던브레스트근교의 벨로베시스카야푸샤 (Беловежская пуща) 회담에서 3국정상은개별국가들의영토와국경문제, 이문제들이미래에미칠영향과결과에출처 : www.worldpress.com 대해고려하고논의할시간이나마음의여유는없었다. 이미근력과기력을상실한소연방중앙권력에마지막종지부를찍는일에급급했으며 예의를차린결별 (civilized divorce) 이선결사항이었다. 그후약 20년동안탈소국가들은소비에트체제의유산상속자이자장형이었던러시아와이혼은했으되, 러시아와경쟁하는다른상대방과결혼하지는않았다. 개별국가들이 이혼하고혼자살아왔지만재혼하려는의사를보이지않은상태, 이것이 2013 년경까지유지되어온포스트소비에트시대를국제지역경제블록의통합이라는관점에서표현한간명한비유이다. 포스트소비에트란종이집속에서좋든싫든동거하는것처럼보였던탈소국가중의일부 ( 조지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 는새로운동반자를만나려한다. 그는부유하고세련되며매력적이다. EU와의협력협정체결이대표적인사례이다. 새로운만남과행복한결합, 여기에는먼저해묵은계산을정리하고소비에트시기의유산을나누어야하는과정이포함된다. 계산이서로다른이복잡하고복합적인과정에 종족적민족주의 (ethnic nationalism) 가분출하고감정대립이생기지않는다면그것이참으로이상한일이다. 이런면에서본다면러시아와우크라이나가헤어지는과정에서크림사태는피할수없었다. 친서방정향의과도정부가수립된후모스크바가우크라이나전체를유라시아연합통합과정에합류하도록설득하기는어렵게되었다. 크림병합으로모 4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스크바는우크라이나의유라시아연합참여라는물건너간희망과기대를최종적으로접었다. 크렘린은우크라이나와관련하여소비에트시기의해묵은유산을정리하는과제, 즉 루스키의것을러시아로 재산권재분할을분명히하면서, 동시에친서방정향의서부우크라이나와관계를명료하게자동정리하는하나의방법으로크림병합을이용했다. 또향후우크라이나의헌법개정등국가체제재정비와국가적진로에관해서동남부지역에대한영향력을도구로삼아개입의지렛대를갖고있음을실증해주었다. 크렘린은한번의단호한조치로세가지어려운문제를동시에해결했다. 갈리시아 (Galicia, 서부우크라이나포함 ) 는유럽으로, 크림은러시아로 이렇게러시아와서부우크라이나의관계는고착되었지만, 우크라이나국가전체의진로선택은단순하지않다. 크렘린은우크라이나동남부지역의취약성을개입의지렛대로남겨두고있기때문이다. 크림병합은우크라이나가약 20년간헐겁고애매한관계속에서함께살아왔던탈소공간의동거생활을청산하고이제자기의이상형을찾아결합하기위해떠나는과정에서소비에트유산을정리한재산분할사건이다. 포스트모던으로진입할사회는먼저모던의영역에속하는문제를해결하고가야한다. 그러므로크림병합사태는신냉전도래의전령사도아니고, 러시아가군사력과강압으로이웃한국가에대해영토병합과세력진출을꾀하는제국주의시대의첫관문과도거리가멀다. 포스트소비에트시기가저물어가고탈소공간이새로운지역통합과세력관계재구성으로진입하는과도기에일어난예외적사건에더가깝다. 크림병합을포함한우크라이나사태의본질은여전히지역통합에서 EU와유라시아연합, 어느쪽이우위를점하느냐에놓여있다. 장기적여파와의미에서도이문제를크림병합과비교한다면, 후자는포스트소비에트황혼기의한에피소드일지도모른다. (2014 년 4 월 14 일제 263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47

08. 우크라이나사태와우크라이나극우파 구자정 대전대학교역사문화학과교수 우크라이나사태는바야흐로내전을향해치닫고있는것으로보인다. 그것도우크라이나남동부만의내전이아니라, 러시아의침공과이에대응하는미국주도하나토의개입가능성까지거론될정도의심각한국제적위기가이제우크라이나전역으로확산하고있는것으로보인다. 혹자는현사태의진행속에서엄청난인명피해를내며인종청소와학살과같은전쟁범죄로점철된 1990년대초반의유고식내전이우크라이나에재현될가능성을점치기도한다. 현사태는도대체왜해결될기미가없이점점파국으로만치닫고있는것일까? 따지고보면이번사태는현재와같은심각한위기로발전하기전에이미해결될가능성이없지않았다. 애초이사태의발단은축출된친러야누코비치정권의부패와경제적실정에실망한시민들의 EU 가입요구로시작된민생시위였기때문이다. 이러한시작만두고보면 2013년말까지만해도상황은 2004년의오렌지혁명과별반다르지않았다. 이러한사태를파국으로치닫게한요인은 2004년에는그세가미미했으나 2013년에는우크라이나정국의주역으로떠오른극우파시즘세력의참여에서찾을수있다. 독일나치의우크라이나판후예임을공공연하게자임하는 스보보다 (Svoboda) 당과테러와폭력사용을주저치않으며역시그구성과조직에서 1920년대독일나치의준군사조직과대단히유사한행태를보이는우크라이나판나치식돌격대 (Sturmabteilung), 프라비섹토르 (Pravi sektor) 가바로그들이다. 한때 4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우크라이나사회민족주의자당 이라는노골적인당명 ( 독일나치당의정식명칭은 독일민족사회주의노동자당 임을기억하자 ) 과악명높은나치즘의상징스바스티카 (Swastika, 갈고리십자가 ) 를당의공식엠블럼으로사용했으며, 당부설기관으로는 요제프괴벨스정치연구소 를설립하며당의이데올로기적지향을분명히했던이정당의현재명칭은 전우크라이나자유연합 이다. 하지만반유태주의와인종주의를기반으로한이들의이데올로기와과격한행태는분명 자유 와는거리가멀며, 예나지금이나자유연합은진성파시즘정당으로남은채현사태를파국으로몰아가고있다. 이러한 스보보다 보다더문제있는집단이바로 프라비섹토르 라할수있는데, 현우크라이나과도정부에충성하는우크라이나군조차무고한 민간인에서슴없이사격하는 이들의행태에분노하리만큼, 과격하고폭력행사에주저함이없는이들의행태가사태를악화시키는주요인이기때문이다. 1 돌이켜보면현사태가평화적으로해결될유일한기회는 2014 년 2월 21일야당지도부와축출된야누코비치정권간에이뤄진정치적합의였다. 인명희생을막기위해구정부측에서는조기대선시행을골자로야당측의요구를대폭수용하고야당측에서는시위중단을약속했던이합의는잉크가채마르기도전에깨졌고, 그날밤시위대에쫓긴야누코비치는키예프의관저에서빠져나와잠적했는데, 합의를깨고파국을야기한이사태의주역역시합의의수용을거부했던 스보보다 와 프라비섹토르 였다. 그다음날 스보보다 출신의원들의주도하에우크라이나라다 ( 의회 ) 는러시아어의공용어지위를 1 프라비섹토르 와의연합작전을거부하는우크라이나특수부대원의인터뷰가이를증명한다. 자세한내용은 http://www.youtube.com/watch?v=jrm PS4tl0-0 을참조하라. 또 프라비섹토르 는야누코비치가축출되는결정적계기가된 2 월 20 일유로마이단시위에대한유혈진압사태에서도, 반러친우크라이나시위참여민간인을 사태악화를위해고의적으로 사살한혐의를받고있다. 아이러니하게도이혐의는반러적이고친우크라이나적인에스토니아외무장관과 EU 외교대표간의전화통화에서제기되었다. 이전화통화는 ( 정황상이전화를도청한것으로보이는러시아측정보기관에의해 ) 인터넷으로만천하에공개됐는데, 이통화에서에스토니아외무장관은 반러시위참여시민을사살한저격수가 ( 축출된친러 ) 우크라이나정부측이아니라야권에서나왔다는믿을만한정보 를제시하고있으며, 그당시야권에서 프라비섹토르 는총기로중무장한채반 ( 反 ) 야누코비치시위에참여한유일한집단이었다. 전화통화내용은 http://www.youtube. com/watch?v=m1xvvklicbe 에서확인할수있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49

프라비 섹토르 출처: rusevik.ru 박탈하는 포고령을 선포했고, 이 포고령은 다수의 주민(러시아인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계 주민조차)이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던 동부와 남부 우크 라이나에서 엄청난 반발을 야기했다. 사태를 관망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 직접 개입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는 바로 이 포고령에 의해 마련되었다. 불행히도 우리 언론에서는 사태의 이러한 전모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특수한 역사적 관계에 대해 무지한 것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정치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우리 언론은 현 사태를 미국(및 EU)과 러시아 간 패권 경쟁의 측면에 서 바라보는 국제정치적 시각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묘사하는 현 사태의 구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하며 러시아의 패권을 재현하려는 러시아의 야심과 이를 저지하며 우크라이나를 돕는 미국과 EU 의 대응으로 짜여 있다.2 예컨대 이라크나, 그레나다, 쿠바, 이란 등 여러 사례 에서 기타 주권국가의 주권을 그다지 존중한 적이 없으며 필요시에는 주권 을 무시하고 군사적 침공을 마다치 않던 미국이 러시아의 유사한 행동을 비 2 이 설명은 또한 현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50 2014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가?

난하는것자체가어불성설이겠지만, 더큰문제는이러한국제정치적설명이우크라이나내부의상황과사태의역사적배경을완전히도외시하고있다는점에있다. 이글에서필자가너무도잘알려진러시아의행태보다는우크라이나내부의사정을주로소개하고자한것은바로이러한이유에서다. 그럼에도러시아가보여주는행태도정당화될수없는것은분명하다. 분명한사실은현사태가 착한자 (the Good) 와 나쁜자 (the Bad), 추악한자 (the Ugly) 간간단한도식으로치환되는단순한 마카로니서부극 은결코아니란점이다. 사태의진실은흑백이아니라회색에가깝다. 현사태는 나쁜자 ( 러시아 ) 와 추악한자 ( 현우크라이나과도정부내파시스트 ) 간의싸움으로진행되고있기때문이다. (2014 년 5 월 5 일제 266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51

09. 우크라이나동부의핵심변수, 올리가르히 정영주 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강사 우크라이나의올리가르히는 1990년대레오니드쿠치마대통령재임기에광범위한민영화가진행되던시기에형성되었다. 러시아의올리가르히가초창기에킹메이커로적극적으로활동하고때로부총리, 장관등의감투를쓰기도하면서정치에관여하다가푸틴대통령집권이후정치에미련을버려야했다면, 우크라이나의올리가르히는 1세대파블로라자렌코가총리직에오른이래로정치무대전면에등장하여권좌까지노리고있다. 당장오는 5월 25일로예정된조기대선에서유력한당선후보자로점쳐지고있는율리야티모셴코전총리, 페트로포로셴코전국가안전방위위원회의장, 2010년대선결선투표당시캐스팅보트역할을담당한세르히티힙코전부총리가올리가르히다. 포브스지선정 2014 년세계최고부자중추정자산 125억달러 (4월 30일현재 154억달러 ) 로 88위에이름을올린리나트아흐메토브는지역당소속으로두차례국회의원이되어불체포특권을누렸고, 에너지올리가르히로분류되는안드리클류예브는야누코비치전대통령밑에서국가요직을두루거쳐대통령행정실장을맡았다. 프라벡스은행대표였던레오니드체르노베츠키는두차례키이브 ( 키예프, Kyiv) 시장으로선출되었다. 최근빅토르야누코비치전대통령의장남올렉산드르야누코비치가신예올리가르히로급부상했으나, 만 32세에벌써세차례국회의원배지를단동생과는달리정치에는관심이없는것같다. 아버지의실각이후각종송사에휘말리고있어차후에그럴마음을품는다고해도올리가르히출 5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신정치가가되기는쉽지않아보인다. 어쨌거나동부올리가르히들의지지를등에업고대통령이된야누코비치가배은망덕하게 (?) 이권을독식하는것을지켜보았던올리가르히들은정치권력의필요성을한층더통감했을것이다. 우크라이나에혼란이지속되고있는이시점에조기대선을둘러싼중앙의사정에이목이쏠리는것은당연하다. 그러나우크라이나국내외에서는분리주의자들의무력행사나우크라이나를연방제국가로만들어동부에서의영향력을확대하겠다는러시아의의도처럼겉으로드러나는부분이외의지방사정에서도눈을떼지않고있다. 동부의각지방에서막대한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영향력을행사하고있는올리가르히들이대선정국은물론그이후에도핵심적인변수로작용할것이분명하기때문이다. 이를잘알고있는과도정부는각급지방자치단체장자리를제시하며이들을적극적으로포섭하고있고, 일부는이를수락했다. 이동맹관계가얼마나굳건할지는아직알수없다. 올리가르히들이기반지역의위치와산업유형, 자산규모, 경쟁자, 전임대통령및과도정부, 미래권력과의관계, 푸틴치하에서의생존가능성등다양한요인을고려하여극히신중하게행보를결정하는한편으로, 상황의변화에따라입장을달리할여지도충분하기때문이다. 실제로지난해겨울, 동부에사업기반을두고평소친러성향을보이는것으로분류되던올리가르히상당수가야누코비치체제가지속되는것에위기감을느끼고유럽연합과손잡는쪽을지지한바있다. 여기에는야누코비치의충실한후원자아흐메토브도포함되어있었다. 우크라이나언론에서는올리가르히들이지난 3월미국의요청으로오스트리아에서체포된드미트로피르타시의전철을밟게될까봐두려워하고있으며올리가르히들이정권의눈치를안보던호시절은끝났다고전한다. 그러나엄밀히말해서피르타시는야누코비치정권에서승승장구하기는했으되유로마이단시위가한창일때대통령에비판적인뉴스를내보냄으로써그와거리를두고있음을분명히드러내보였고, 과도정부가최우선적으로손을써야할대상으로보기어렵다. 무엇보다도그의체포가현정권의주도하에이루어진일이라기보다는미국과러시아의힘겨루기중일어난이벤트로해석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53

될수있다는점, 과도 정부와이후에새로구 성될정부가올리가르 히보다명확한우위에 설수있다고단언하기 어렵다는점도고려해 야한다. 비록야누코 비치가다른의미에서 올리가르히에게위협 이되기는했지만, 그 때보다지금동부의상 황이훨씬더불안정하 고복잡한만큼정부 가올리가르히를통제하기는어려울것이다. 대통령아버지덕에올리가르히대열에합류한아들올렉산드르야누코비치 사진출처 : http://durdom.in.ua 대표적인예가도네츠크주지사가된세르히타루타이다. 그는오렌지세력 을지지했다가야누코비치정권하에서 5 년만에 25 억달러상당의자산이 6 억으로줄어드는수난을겪은인물이다. 과도정부측에서는원래도네츠크 주지사자리를아흐메토브가맡아주기를기대하고여러차례운을뗐으나 아흐메토브가답을피하고대신타루타에게주지사를하라고조언했다는풍 문이다. 주지사자리에오른타루타는분리주의자들을진정시켜지역에안정 을가져오겠다며자신감을보였다. 그러나도네츠크주에서분리주의자들은 무력을지속해서사용하고있으며, 러시아편입의사를묻는국민투표를시행 하겠다고발표했다. 이에타루타는 5 월 25 일에대통령선거시행과더불어지 방분권화와러시아어의공식어지정, 지방경찰창설을놓고전국민투표를시 행하자고제안했으나중앙과의협의결과투표일은 6 월 15 일로, 지방경찰건 은채택하지않기로결정됐다. 지자체에자리를잡은올리가르히들은지방분 권을지속해서요구할것으로보이며, 아흐메토브도여러차례그필요성을 강조한바있다. 중앙과지방의기싸움이이어질것이예견되는대목이다. 5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이호르콜로모이스키도오렌지세력의믿음직한후원자였는데, 최근드니프로페트롭스크주지사자리에오른후분리주의와의전선에서가장적극적인움직임을보이고있다. 우크라이나남동부의상황을안정시키고소속지자체의재정문제를지원하기위하여남동부주지사 ( 하르키브, 드니프로페트롭스크,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미콜라이브, 오데사 ) 평의회를신설할것을제안했고, 4월 30일평의회가발족되었다. 청사에서물러날경우 20만달러, 리틀그린맨 ( 우크라이나민병대로위장한러시아특수부대원 ) 을잡아올경우 1만달러, 강탈당한자동소총과기관총을가져올경우각각 1,000달러, 1,500달러를지급하겠다고선언하여일부효과를거두었다. 사비로군대에무기를보급하기도했다. 분리주의에맞설사람들이각지에서드니프로페트롭스크로합류하는희망적인분위기도조성되고있다. 우크라이나언론은이를통해콜로모이스키가분리주의자뿐만아니라사태를관망하고있는경쟁자아흐메토브도압박하고있다고분석한다. 게다가콜로모이스키가의도했는지는알수없지만, 중앙정부의존재감과그의활약상이뚜렷하게대비되고있기도하다. 루한스크주는상황이다르다. 루한스크는우크라이나최대의석탄산업지대인돈바스의한축으로, 러시아국경과맞닿아있는주중에서도러시아경제종속도가매우높다. 쿠치마대통령시절부터이지역에서압도적인영향력을행사했던올렉산드르예프레모브는루한스크주지사, 지역당원내대표를거쳤고현재지역당대표를맡은인물로예전부터연방제를지지했다. 올초부터야누코비치와뚜렷하게거리를두었으며, 지금도야누코비치의복귀에반대한다. 루한스크주의러시아편입가능성에대해서는민심에달렸다고말하지만, 그가러시아와대화채널을유지하며분리주의자들에게자금을지원한다는사실은널리알려져있다. 예프레모브는공식적으로이를부인하는입장이며, 동부의민심을헌법개정용카드로활용하고있다. 그러나루한스크주에서는예프레모브이외에아흐메토브, 피르타시, 러시아의로스네프티등이각기영향력을행사하고있기때문에루한스크주의민심이어떻게흐를지는단언하기어렵다. 특히루한스크주북부의농업지대에서는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55

우크라이나정부를지지하며남부의공업지대와명백히다른분위기를연출하고있기때문에루한스크주의러시아편입도순탄하게이루어지기는어려울것이다. 가장핵심적인변수는리나트아흐메토브이다. 피르타시와마찬가지로그도유로마이단시위때부터야누코비치를지지하지않는다는분명한신호를보냈고, 대통령이피신한이후로분리주의에반대한다는입장을여러차례확실하게밝혔다. 그러면서도분리주의에반대하는행동을직접취하지않고몇달째사태를관망하고있다. 현재동부, 특히도네츠크에서일어나는분리주의움직임이작게는그의묵인, 크게는동조없이는이루어질수없으므로우크라이나에서는그의말과행동이다르다고비난하며분명한입장을취할것을요구한다. 그가현정부와아니면푸틴과합의에이르렀다는소문이끊임없이흘러나오지만, 사실이아니라는반박이곧뒤따른다. 아흐메토브는우크라이나를떠나거나사업을정리할생각이없으며투자도계속할것이라고공언하면서도정치에관해서는원론적인입장을반복하고있다. 우크라이나의올리가르히는막강한자본과영향력으로우크라이나사태의해결에중요한역할을담당할수있고또실제로하고있다. 이들중다수에게는국가나지역공동체, 공익보다는자신의사업과이익이우선이다. 애국심을보이는올리가르히도자신의권력과영향력을확대할기회를놓치지않고있다. 이들이어떠한선택을할지, 그선택이우크라이나동부의사태변화에어떠한역할을담당할지는앞으로도지켜보아야할것이다. (2014 년 5 월 12 일제 267 호 ) 5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10. 우크라이나의운명, 푸틴의속셈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국제지역대학학장 내전양상으로치닫던우크라이나사태가국가분리단계로진입하는듯하다. 국제사회와과도정부의불법규정에도아랑곳하지않고지난 11일동부도네츠크와루한스크 2개주에서친러분리주의세력들이독립여부를묻는주민투표를강행했고, 각각 89% 와 96.2% 의압도적찬성으로독립공화국창설을선포했다. 18일에는러시아와의합병을묻는찬반투표도시행할예정이라고한다. 문제는러시아계주민비율이높은여타동남부지역으로의분리독립움직임이도미노현상처럼확산조짐을보인다는점이다. 향후우크라이나의운명과관련해두가지궁금증이생긴다. 하나는러시아가과연분리독립을승인하고크림처럼병합할것인가이다. 그러나그럴가능성은낮다고본다. 도네츠크 루한스크주병합은크림경우와는전혀다른문제다. 1994년부다페스트합의당시러시아는우크라이나의핵포기대가로항구적인독립과영토적안전보장을국제사회에약속했다. 미국과유럽연합 (EU) 으로대표되는서구는러시아의크림합병을두고부다페스트각서위반이라고비난하지만, 모스크바는다른논리를내세워정당화한다. 원래크림반도가역사적으로러시아영토였는데 1954년흐루쇼프가행정구역을자의적으로우크라이나에편입시켰고, 1991년갑작스러운소련해체로러시아와우크라이나가경황없이 합의이혼 하느라해묵은유산정리가제대로안되었다는것이다. 따라서크림병합은우크라이나의영토주권을훼손한것이아니라재산권재분할이라는점을강조한다. 더욱이민족자결권존중논리, 즉크림주민이투표라는자발적 민주적의사결정을통해분리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57

러시아와함께하는돈바스 사진출처 : provokacia.net 독립과러시아귀속을결정했기에국제법적으로하자가없다는것이다. 하지만우크라이나동부 2개주를병합할경우정치 외교적으로러시아에큰부담이된다. 이것은서구가용인할수있는소위금지선 (Red Line) 을넘는것이다. 러시아의제국주의적야욕을만천하에드러내는부다페스트합의파기이고, 그동안미국의일방적무력행사와전횡을큰목소리로비판해왔던푸틴의정당성도훼손된다. 또하나의궁금증은향후러시아의대우크라이나정책에관한것이다. 크게세가지시나리오를상정할수있다. 첫째는지속적인배후개입을통해벨라루스처럼모스크바의지시에충실한친러국가로만드는것이다. 유로마이단이후우크라이나의전체민심이친서방적정향으로돌아섰기때문에이는현시점에서는물건너갔다. 둘째는서방과의전략적완충지대로남겨두는것이다. 우크라이나를중립지대화하려면러시아의영향력침투가용이한정치체제로의변동, 즉연방제가필요하다. 연방제는러시아에동남부지역에대한영향력을도구삼아 5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우크라이나의국가적진로에상시적인개입의지렛대확보를보장해준다. 지난 3월러시아가유로마이단사태해법으로서방에제안한우크라이나의정치ㆍ군사중립화, 자치연방제확립, 러시아어공용어지정요구속에그런의도가잘드러나있다. 셋째는우크라이나의중립화가실패될경우, 중서부와동남부를분리해신생국창설을유도하는것이다. 이를테면독립을선포한도네츠크 루한스크주외에하리키브, 오데사, 자포리자등동남부친러성향주들을사주해분리독립을유도하고이들을묶어새국가를수립하는것이다. 푸틴은지난 4 월국영TV 인터뷰도중 새로운러시아 라는의미의 노보로시야 를새국명으로제시한바있다. 이는푸틴이천명한유라시아강대국러시아의부활과맞닿아있다. 푸틴은탈소비에트공간에위치한, 타국에속해있지만사실상독립국지위를누리고있는친러성향의자치공화국인조지아의압하지야와남오세티야, 몰도바의트란스드니스트르등을크림병합처럼러시아연방의일원으로귀속시켜나갈것이다. 동시에신생국노보로시야를 EU와 NATO 에대한대항마로러시아가창설중인유라시아연합 (EAU) 에포함할가능성이높다. 그가능성과속도는러시아국력의회복과비례하고서구와의관계에반비례할것이다. 새롭게형성되고있는유럽의정치지형에서서구를향한러시아의지정학적반격이시작된것이다. * 이글은 5 월 14 일필자의 한국일보 기고문을전문재인용한것임. (2014 년 5 월 16 일특별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59

11. 세계가주목하는우크라이나新정부진로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국제지역대학학장 지난 25일유럽의운명을가르는두개의중요한선거가있었다. 유럽연합 (EU) 28개회원국을대표하는유럽의회선거와유라시아의지정학적추축 ( 樞軸 ) 국가인우크라이나조기대선이다. 우크라이나대선은제1차세계대전 100주년에즈음해다시유럽대륙을배회하고있는전쟁의유령때문에선거결과에더욱귀추가주목되었다. 출구조사예측대로기업가출신정치인 우크라이나대통령에당선된페트로포로셴코 사진출처 : ru.tsn.ua 6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인무소속의페트로포로셴코후보가압도적득표로대권을거머쥐었다. 백척간두의국난위기에구원투수로등장한포로셴코에게는시급히해결해야할국가적난제들이산적해있다. 분리주의와내전위기극복, 파탄일보직전의경제회생, 고질적인부패척결, 훼손된영토주권확보등이그것이다. 그렇지만국제사회의가장큰관심은향후그가어떤외교좌표를설정할것인가로모아진다. 전세계가키예프의권력변동에촉각을곤두세우는이유는 동 ( 러시아 ) 과 서 ( 미국ㆍ EU) 사이에위치한우크라이나의대외적선택이유라시아세력판도에커다란변동을초래할수있기때문이다. EU와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의동진확대와이에맞선러시아의유라시아연합 (EAU) 창설움직임으로새로이구축되는유럽의정치지형에서우크라이나가어디에속하는가가유럽을넘어유라시아의미래에매우중요한요소가된다. 그래서우크라이나는서구와러시아모두반드시포섭해야할핵심공략대상이다. 2004년오렌지혁명과 2013년유로마이단이사실상미국과러시아의대리전양상으로첨예하고격렬하게전개된이유다. 우크라이나는 선택 을강요하는지정학적현실속에서고민하지않을수없다. 친러노선을견지할경우이는세계정치경제자본을통제하고있는미국과의관계손상을수반하고, 절박하게요구되는서방의독점적투자역량과현대선진기술로부터의차단을초래한다. 러시아가주도하는 EAU 합류는벨라루스처럼우크라이나를장기적소외와후진적고립으로인도할가능성을높여준다. 거꾸로키예프가서구행을결행할경우예의주시하고있는러시아로부터국가의근본적안위를위협당할수있다. 크림반도침탈에이어동서우크라이나의분리도배제할수없다. 2006년과 2009년두차례의경고성가스공급중단사태에서알수있듯이에너지먹는 하마 인군산복합체가우크라이나산업의중추라는점을감안할때러시아가가스가격을인상또는중단함으로써우크라이나경제에치명타를입힐수있다. 우크라이나는항구적인주권확보와자유시장경제체제확충을위해서구세계로의편입을동경하지만지정학적현실은키예프의무분별한러시아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61

세력권이탈을제한한다. 양가위의날개에낀형국처럼러시아와서방사이에서독자적인외교적운신의폭을제약받는아주곤혹스러운입장에놓여있는것이다. 이런대외적환경이키예프로하여금 곡예외교 를강요한다. 레오니트쿠치마전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어디로향하는가 라는질문을받을때마다 우리는 동 이나 서 로가지않고세계로간다 고항상되풀이하곤했다. 포로셴코가 우크라이나의유럽화 를공약으로대통령에당선됐지만그의행보또한쿠치마의언술에서벗어날수없다고본다. 서구와러시아의이해를아우르는중도실용주의노선을걸을수밖에없는게냉엄한현실이다. 다수의우크라이나유권자들이친서방유셴코정권에서는외무장관, 야누코비치친러정권에서는경제장관을역임한포로셴코를선택한것도아마이런배경일것이다. 한국또한미국과중국사이에서점점더고민이깊어가고있다는점에서이번우크라이나대선이남의일같지않고무겁게다가온다. * 이글은 5 월 27 일필자의 매일경제 기고문을전문재인용한것임. (2014 년 5 월 28 일특별호 ) 6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12. 우크라이나대선뒷이야기 정영주 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강사 우크라이나대통령선거가무사히치러지고, 페트로포로셴코가대통령으 로선출되었다. 이글에서는몇가지키워드를뽑아서국내언론에서다루어 지지않은대선뒷이야기몇가지를풀어보고자한다. 러시아, 야누코비치와우크라이나대선 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대통령은선거직전인 23일상트페테르부르크국제경제포럼 (SPIEF) 에서도우크라이나국민의선택을존중하겠다고밝히면서도우크라이나의헌법상합법적대통령은야누코비치라고주장했다. 푸틴주장의요지는다음과같다. 우크라이나헌법에서대통령의사망, 직무수행이불가능한중병, 탄핵, 사퇴, 이렇게네가지경우에만대통령의해임이가능하다고인정하는데, 야누코비치의경우는이중어느것에도해당하지않는다는것이다. 이에포로셴코당선인은지난 5월 27일러시아일간지코메르산트와의인터뷰에서러시아대통령은우크라이나헌법을해석할권리가없다고지적하며야누코비치를합법적인대통령으로지칭하지말것을요구했다. 푸틴이인용한것은우크라이나헌법제108 조이고, 5월 25일시행된조기대선이이조항에서언급된날로부터 90일이후의첫일요일을대선일자로정한우크라이나대통령선거법 17조 4항에해당하지않는것은사실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야누코비치가지난 2월 21일프랑스, 폴란드, 독일외무장관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63

이증인으로참석하고대통령과야당대표 3인이서명한합의서의내용을이행하지않고비상시국에직무를유기했기때문에국회에서헌법에따라해임했다고주장한다. 이에우크라이나변호사미콜라흘로토브는국회에서확실히탄핵절차를밟든지, 그렇지않으면대통령이사퇴에합의할때까지탄핵하겠다고위협하며풀어주지말았어야위헌논란이불거지지않았을것이라고지적한다. 그러나법조인빅토르무시야카는위헌논란과관련하여당시국가에서합법적으로작용하는유일한기관이국회였기때문에국가유지와보호측면에서국회의결정이부득이했다고변호한다. 법리적공방에관해서는문외한인필자가잘모르기도하거니와, 지금에와서위헌여부를가리는것이유의미한일인것같지도않다. 위의인터뷰에서포로셴코가지적했듯이, 위헌소지가있다고생각하면정식으로헌법재판소에제소하면될일이다. 수시로위헌논란을불러일으키며각종법안을통과시켜헌법의가치와위상을훼손하고헌법재판관을매수하여공공연히스캔들을내는데야누코비치가크게일조했다는점을감안하면, 헌재의결정이미덥지못하다고하더라도그것은그가감내해야하는일일것도같다. 무엇보다도야누코비치스스로조기대선에합의했다는점, 야당이최소한가을까지보장해준임기를스스로단축했다는점을상기하면, 야누코비치도책임을면키어렵다. 조기대선이위에서말한네가지경우에만가능하다는것을알고서도서명했다면대통령이작정하고야당과타국의증인들을속이거나헌법을무시한셈이고, 모르고했다면무지로인해헌법에어긋나는문서에서명한것이기때문이다. 이합의서에서핵심이되는 1, 2, 3항의내용중에서도핵심부분만추려보자. 1. 이합의서에서명한뒤 48시간이내에 2004년헌법의효력을재개하는특별법을재가, 서명, 공표한다. 2. 대통령과내각, 의회의권한을균등화하는헌법개혁이즉각시행되어 2014 년 9월종료된다. 3. 대통령선거는새헌법이채택되고곧바로, 그러나늦어도 2014 년 12월이전에시행된다. 야누코비치는이합의서의 1항을위반했고, 야누코비치의도피이후에의회에서 2004년헌법을통과시켰으며, 새헌법이채택되었기때문에 2014년 6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에조기대선이치러지는것이가능하다. 개헌에는대통령의서명이필요한데대통령이아니라대통령직무대행인투르치노브가서명한것이또다른논란거리가되기는한다. 그러나어쨌거나, 조기대선날짜와관련하여야누코비치에게도책임이크다는사실자체는부인하기어렵다. 그리고조기대선이시행된이상대통령교체는돌이킬수없어졌다. 그리고이모든과정을다알고있고, 합의서서명이후야누코비치의행보도 코치 했을가능성이적지않은러시아가야누코비치이야기는빼고헌법만거론하는것이우크라이나입장에서달갑지않은것도당연하다. 글의주제와는거리가있지만, 야누코비치이야기가나온김에조금더이야기해보자. 우리나라언론에서는야누코비치가시위대에쫓겨도피하게된것으로전한모양인데, 수도를떠난것이나자국을벗어난것, 어느쪽이나직접적인동인은야누코비치본인의의사였다. 그리고그기저에는권력욕이있다. 취임후티모셴코를구속한것, 시위대를무력으로진압한것, 합의서에서명한잉크가채마르기도전에합의사항을위반하고자리를이탈함으로써더욱거센반발을부른것, 동남부로가서내전의불씨를지핀것, 영토적야욕이있는외국에무력개입명분을만들어준것, 이모든것의원인은재선에성공하는데그치지않고 1996년헌법체계를유지하여제왕적대통령의권한을누리겠다는그의개인적인야망이다. 당시마이단에시민, 야당이외에도극우파, 급진파, 티투시키 ( 정부의사주를받고시민들을무차별폭행한운동선수들 ) 등이직접가담했고, 러시아와 EU, 미국의입김도작용한것은사실이지만, 결정적인고비마다상황을최악으로몰고간것은바로야누코비치였다. 우크라이나언론 liga.net(http://news.liga.net/) 에실시간속보로올라온 21일과 22일의상황을시간순서대로따라가보자. 후에공개된야누코비치저택의 CCTV에서는이미 19일부터화물차가짐을실어나르기시작했으며, 마지막으로고가품이빠져나간것이 22일새벽 1 시 25분이고, 22일아침이되어서야언론인과시위대가찾아왔다. 21일밤에야누코비치가측근들과함께헬기를타고떠나는다른영상도공개되었다. 이상을보면야누코비치는야당과국제사회의압력을받아어쩔수없이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65

11:34 21 일 여야영수회담합의서초안공개. 12:00 서명예정. 마이단라다 ( 광장의회 ) 는합의에반대, 즉각하야주장 12:53 대통령, 2004 년헌법으로복귀하여의회공화국방향으로권한을재분배 14:11 국회앞경찰력철수 15:31 광장의회도내무부장관과검찰총장을해임한다는조건아래합의에동의 15:59 대통령, 야 3 당대표, 프랑스, 독일, 폴란드외무장관들, 합의서에서명완료 16:02 시위대에구금되어있던경찰병력풀려남 16:25 합의문공개 16:52 클리치코우다르당대표, 대선은의회에서정할것, 시기는 9~12 월 16:58 의회, 2004 년헌법부활시킴 19:39 대통령실장클류예브, 대선은 12 월예정 23:13 23:36 외교부장관, 야누코비치가수용하지않을것이므로즉각퇴진은요구하지도않았다고밝힘 야누코비치대통령이 22:40 에하르키브로떠났다는제보, 항로는수도 - 하르키브 - 마리우폴 - 러시아 22 일 02:36 하르키브에서시위가격렬해야누코비치가탄비행기가착륙하지못함 09:14 우다르당, 국회에서대통령을해임하고조기대선일시를정하자고주장 10:59 대통령이합의서에서정한헌법개정안에서명하지않았고, 이는조기해임사유가됨 12:42 투르치노브가새국회의장으로선출됨 16:35 대통령, 국회에서통과시킨법안에서명할의사도없고우크라이나를떠날생각도없다고하르키브에서인터뷰 17:11 국회에서야누코비치해임안통과, 조기대선은 5 월 25 일 합의서에서명했지만, 그후에변심하여국회에서통과시킨 2004년헌법에서명하는대신하르키브로떠나는것을선택했다. 마이단에서도의견대립이있기는했지만, 대체로타협을수용하여상황이안정화될수있었고, 내년 1 월중순에열릴대선을 1~4개월정도앞당기는선에서수습할수있었는데, 이모든것을뒤엎은사람이바로야누코비치였다. 동부와러시아의지지가있으면이미서명한합의서의내용을이행하지않아도되리라고생각했던것같은데, 이는지역당에서마저탈당행렬이이어지고있던때에범인의상식 6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러시아에서우크라이나대선에대해논평하는야누코비치 출처 : http://www.aptn.com 으로는이해하기어려운사고방식이틀림없다. 크렘린에서도야누코비치와의만남을피하는것을보면이미그의재기가불가능하다고판단하고, 다만때때로우크라이나와서방을압박하는카드로그의이름을거론하는정도로만활용하고있는것같다. 포로셴코는러시아와대화하지않고정국을풀어나갈수없다는점을잘인식하고있다. 러시아측에서는이에공감하면서도만남을서두르지는않는다. 당선인도선서이후에나만남이가능할것으로생각한다. 그러면서도테러진압작전을그만두지않을것이고, 러시아가스를 500달러에살생각은없으며, 크림문제도안건으로올리겠다고밝히는등러시아에끌려가지않겠다는의지를내비쳤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67

저울질만하다가시간을보낸아흐메토브 우크라이나최고의부자, 야누코비치의충실한후원자이자동업자, 돈바스의주인등리나트아흐메토브를수식하는어구는많다. 그는야누코비치에동조하지않으며분리주의에반대한다는뜻을여러차례밝혔으면서도행동은모호했다. 5월초까지만해도중앙정부가 소위 도네츠크 (DPR) 와루한스크인민공화국 (LPR) 에무력을투입해서는안된다고주장하며 인민공화국 수뇌들과협상을이어나가는한편으로, 지방분권의필요성을주장했다. 상황이바뀐것은 5월 20일이다. 분리주의자들은정부와선을긋는아흐메토브에게중앙정부가아닌 DPR에세금을낼것을요구한다. 아흐메토브는당연히이를거절했다. 분리주의자들이 19일에철도를점거하자물자수송에커다란차질이생겼다. 이들을제어할수없다는사실을깨달은아흐메토브는이들을적으로규정하고이들과싸워서돈바스에서몰아내겠다는의지를표명한다. 자사직원들에게평화시위에동참할것을호소하고사재를출연해기금을만들어피해자가족들을지원하겠다고밝혔다. 이에 DPR 측에서는아흐메토브를 인민의적 으로규정하고그의사업체를국유화하겠다고밝히는한편, 세금체납과정권전복기도혐의로소송을제기했다. 아흐메토브는당초에선거에참여할예정이었다고밝혔으나, 도네츠크의자택이점거당해참여하지못하고수도와런던으로피한것으로언론에알려졌다. 그러자지난 5월 27일경호원없이홀로자택앞에나타나서런던으로피한적이없다고밝히고돌아갔다. 지난 5월 30일에는신변의위협을느꼈는지, 정부에경호를요청하기도했다. 아흐메토브와 DPR 간에갈등이이어지고있는가운데 5월 31일에는 DPR이아흐메토브측과협상을진행하고있으며, 그의입장이최종적인것이아닌만큼국유화계획을중단하겠다고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는대체로아흐메토브가때를놓친것으로보고있으나, 30만명의직원과국내 1위의재력의활용방안에따라진행방향이달라질것이다. 6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드니프로페트롭스크의맹주콜로모이스키 이호르콜로모이스키는올리가르히출신으로임시정부와손잡고드니프로페트롭스크주지사가된이후분리주의자와의싸움에가장적극적으로임하고있다. 대통령선거도안정적으로잘치러내었고, 그간의경험을살려도네츠크와루한스크주의싸움도지원할예정이다. 사기도좋고, 국민들의지지와자원도이어지고있다. 도심곳곳에 드니프로를지켰다. 돈바스를지키자 는플래카드가걸려있다고한다. 언론에서는그의인기가대통령당선인보다높을것으로보고있다. 그가 3천여명의 사병 을꾸려가는데에만매달천만달러가드는것으로알려져있다. 정규군의평균월급이 272달러인것에반해, 콜로모이스키의자원군은최소 1,260달러를받는다. 이에자극을받은것인지는알수없지만, 포로셴코대통령당선인도후보시절에테러진압작전에는정규군이아니라자원군을투입할예정이며, 급여도월 600흐리브냐가아니라하루 1,000흐리브냐를주겠다고공언한바있다. 이것이실천으로이어질지, 이어진다면성과도낼수있을지는아직알수없다. 콜로모이스키의측근일부는그가전쟁이끝난뒤에아흐메토브의자산을차지할계산을하고있으며, 실제로당연히그렇게되어야한다고생각한다. 다른측근은사업적고려보다애국심이우선한것으로보고있다. 최근콜로모이스키는우크라이나어로대화하겠다는뜻을밝혔는데, 이것이애국심의표출인지포퓰리즘인지는시간이지나야알수있을것이다. 그러나그의동기가무엇이건, 그가분리주의와의전선에서이를효과적으로막기위해가장두드러지게활약하고있다는사실만은확실하다. 그리고포로셴코당선자는 5월 29일드니프로페트롭스크주지사를면담하고유임했다. (2014 년 6 월 2 일제 270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우크라이나 69

러시아와국내외정책 13 반정부시위에대한러시아정부의대응 / 73 14 크렘린, 모스크바시장선거결과에당혹 / 77 15 보스턴테러사건과체첸 / 80 16 러시아 독일관계악화 : 페테르부르크가다시페트로그라드로? / 86 17 중유럽의떠오르는별체코 / 90

13. 반정부시위에대한러시아정부의대응 알렉산드르소콜로프 야로슬라블국립대학교교수 현러시아통치시스템의문제점은사회적소통채널이닫혀있는것이다. 이때문에불균형성장의결과로나타나는여러사회적문제에대한논의가이루어지지않고있다. 또한, 러시아사회내산적한문제들때문에사회의불만과긴장이누적되고있다. 이러한상황에서대규모군중시위는현사회제도아래에서나타나는극심한불평등과불균형에대한분노의신호로볼수있다. 사회적불만에서나오는적극적의사표시에대한응답이실질적으로이루어지지않고있기때문이다. 시위행위조차도정부당국의조치로이어지는경우는매우드물다. 시민사회단체지도자들은대규모군중이거리로몰려나오지않고서는언론에서문제를다루는것이불가능하다고본다. 시위와저항은뉴스메이커로서역할을담당한다. 바로이런생각때문에집회, 데모, 행진등이시위의가장보편적인형태를이루고있다. 대규모거리시위가일어나고이를언론에서연속해서보도한이후에만당국의대응조치가이루어진다. 그외는문제에대한사회적신호가무시되고, 러시아정부당국은자체설정한정책우선순위와목표에따라움직인다. 지난몇년간러시아정부는언론에절대적영향력을행사했고실질적인지배자였다. 주요연방 TV 채널들을통제하는방식으로정보를독점해통제했다. 대다수러시아시민이 TV 시청을통해주요정보를얻기에 TV의영향력은절대적이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73

그러나최근들어이런상황이변하고있다. 많은사람이 TV보다는인터넷을통해정보를얻고있다. 인터넷은청장년층의주요정보원이다. 그러나유권자의주축을이루는노년층은여전히 TV를통해정보를얻는다. 반정부세력은그들이겨냥하는사회계층에접근하는매우효율적인수단을찾아내는데성공했다. TV 방송에나가기어려운야권세력들은인터넷상에서청년층을겨냥하여적극적보도활동을하는쪽으로방향을선회했다. 결과적으로정부는야권세력의의견표명을무시할수없게됐고, 모종의대응조치를강구해야만됐다. 2011 년말에서 2012년초에빈발한시위활동은현정부에정치활동억압을완화토록했다. 정당등록절차의간소화, 주지사직접선거제도입등이그것이다. 그러나 2012년봄에접어들면서시위세력의감소와야당세력의약화가나타나기시작했다. 이에정부는미국이 마그니츠키법안 을통과시킨데대한대응으로 디마야코블례프법 과비영리단체에대한법안 ( 국외에서재원을지원받는비영리단체를 외국에이전트 로부르는부분에는논쟁적여지는있지만 ) 을제정하고공공장소에서의불법시위행태에대한벌금을러시아반정부시위장면 출처 : www.ridus.ru 7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강화하는집회및시위에관한 NGO 법률안도수정해통과시켰다. 시위행위에대한정부조치는다음과같이몇가지유형으로나뉜다. 1. 무시 2. 맞대응 3. 정부차원의규제법률입법 4. 해커공격 5. 여론을통한야당지도자들에대한신뢰성공격 6. 야당과시위지도자들이주장하는의제를선점 2011~2012 년선거유세기간에알렉세이나발니가조직한반정부대회의일환으로 사기꾼과도둑들의당 에대항하여 와같은반정부영상물이쏟아져나왔다. 이에대응하여현정부도선거유세에필요한영상물을제작했다. 그중 푸틴, 결론 : 빈곤과의투쟁, 러시아는이제쓰러지지않는다, 때는왔다 등러시아유명인들이출연한영상물이인기를끌었다. 푸틴과통합러시아당에반대하는영상물 우리정신병원은푸틴을지지한다, 비니푸우는프집 (ПЖиВ) 을반대한다, 당신의자유의비밀은단순하다 등이대부분유머에기반을두고있는반면, 현정부의이름으로나온영상들은무거운묘사가특징이다. 이영상들은블라디미르푸틴이없는러시아는존립할수없다는것을직접언급하고있다. 영상은러시아가처한위험과적에관해, 또국가의정치 경제발전에관해서도이야기하며크레믈, 러시아의삼색, 어머니- 러시아 의전통이미지를사용했다. 또한, 반정부저항운동의배후세력으로미국의이미지도적극적으로활용했다. 현러시아정부는어떤의미있는비판도수용하지않는다. 현지배층은최소한의비판움직임조차도단호하고적극적으로인터넷상에서제거하려한다. 그러나반대의결과를불러오는경우도자주있다. 언론인블라디미르포즈네르가러시아의국가두마 ( 하원 ) 를자기식대로 고스두라 (госдура) 로줄여부른실언의결과가그예이다. 이표현이연이어보도되고빈번히입에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75

르내리면서정부와현러시아정치제도를가리키는독특한상징이되었다. 이는새로운정보 사회기술 ( 인터넷, 삽화, 사회적바이러스 ) 덕분에가능했다. 2011~2013 년반정부시위운동의중요한결과는러시아정치에서공공영역이확대된것이다. 연금개혁, 사업과세등의문제들이인터넷을비롯한언론에서더욱활발하게논의되었다. 그러자정부는국민의요구에더능동적으로대응하게되었다. 정부는반정부시위세력에추가적인명분을주지않도록가장시급한사회 경제현안들을해결하고자노력했다. 이러한대처는반정부세력들의정치적요구들도제압하는효과가있었다. 반정부세력과정부간의특수한소통에서는논쟁도중요하지만, 소통경로의다양성도중요하다. 실제정치가보여주듯지난 1년반동안소통의우선권은시위자들에게있었고정부는그들의요구에대응해야했다. 이에정부는반정부저항세력과의대화보다는국민과의소통으로문제를풀어나갔다. 정부는집회와시위관련법안을바꾸는등저항세력에대해꽤신속한행정적제재를가했다. (2013 년 5 월 27 일제 217 호 ) 7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14. 크렘린, 모스크바시장선거결과에당혹 이홍섭 국방대학원교수 지난 9월 8일러시아전역에서지방선거가시행되었다. 그중초미의관심을끈선거는모스크바시장선거였다. 애당초크렘린이지원하는후보인세르게이소뱌닌 (Sergey Sobyanin) 현시장대행의승리를의심하는사람은드물었다. 1 왜냐하면, 그는임기 (2010~2015, 5년 ) 가많이남았음에도불구하고재신임에대한자신감을바탕으로지난 6월자진해서시장직을사퇴하고조기선거를치르기로했기때문이다. 소뱌닌선거캠프는적어도 60% 이상의지지율을자신하였다. 그러나선거전을거치면서야권후보인알렉세이나발니 (Alexey Navalny) 의성가신추격을당하는입장이되었다. 개표결과소뱌닌은절반을겨우넘는 51.37% 의지지율로당선되었다. 나발니는 27.24% 를획득하였고, 그여세를몰아소뱌닌의과반지지율은부정투표의결과이며당연히결선투표가시행되어야한다고주장하였다. 변호사출신인나발니는반부패, 반푸틴블로거로유명하다. 그는이번선거를앞둔지난 7월, 2009년에국영목재회사로부터약 50만달러를착복했다는혐의로징역 5년과벌금 50만루블을선고받았다. 이에대해국제인권단체들은이사건이국영회사의부패를고발한나발니의행적에대한정치적보복이라고비판하였다. 그런데흥미로운사실은징역선고를받은나발니가시장선거에계속해서참여할수있었던것은소뱌닌캠프덕분이라는것이 1 시장직을사임한 6 월이후공식직책은시장대행임.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77

다. 선거 승리를 장담했던 소뱌닌 측은 이번 선거가 공정하고 경쟁적으로 진 행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고 했던지, 아니면 투표율을 높이려는 의도였던 지 나발니가 법정 구속된 당일 저녁 갑자기 그의 석방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소뱌닌은 부총리 (2005~2008)와 대통령실 행정실장(2008~2010)을 역임한 현 정권의 핵심 세 력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푸틴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으로 볼 수 있다. 둘째, 크렘린의 위험한 게임이 자충수로 돌아온 것이다. 그들은 제한된 선거, 즉 반대파의 정치참여는 허용하되 승리 가능성은 불허하는 선거를 통 해 신뢰회복을 모색하였지만, 이 전술이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나발니가 얻은 27%는 반정부 운동권에 기대치 않은 정당성과 권위를 제공하 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그동안 구심점이 없던 반푸틴 세력이 나발니를 중심 으로 규합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나발니를 구 속함으로써 그가 탄압받는 인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화된 블로 그 커뮤니티의 위력을 보여준 이번 선거전을 통해 러시아 정가는 향후 Social Network의 역량에 주목하게 되었다. 넷째, 소뱌닌은 겨우 51%의 지지율로 선거 유세 중인 알렉세이 나발니 출처: www.itar-tass.com 78 2014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가?

승리함으로써실질적인승리로보기어려워졌다. 또한, 야권후보들에대한탄압에도불구하고겨우 1% 를상회한과반을얻음으로써그간치러진선거결과에대해서도정부를의심하게되었다. 다섯째, 이번선거참여율이겨우 33.23% 에불과한데, 이는선거에대한국민의불신내지무용성을의미한다는것이다. 즉앞으로국민이자신들의목소리가정책적으로반영되지못한다고느끼고좌절하게될때선거참여가아닌거리시위로자신들의입장을표출하게되는사태로진화될수도있다는점을정부는염려하게된것이다. 애당초크렘린은이번지방선거, 특히모스크바시장선거를통해연방정부의신뢰를회복하려고하였지만, 결과적으로큰상처를안게되었다. 이번선거를통해크렘린은반대파에대한탄압은상대표의결집으로나올수있다는점, 그리고유망한야권지도자를선거에참여시켜서는예측할수없는결과가나올수있다는점을값비싼대가를치르고경험하게된것이다. 동시에 제한된선거 의성공여부는정부가자기후보를위해모든수단과방법을동원할수있을때만가능하다는것을깨닫게되었다. 이에따라푸틴정부는앞으로자신들의권력독점을해칠수있는 제한된경쟁 이라는시험을계속할것같지는않다. 즉향후정국전개방향은더욱강압적인방법으로지속될수밖에없는상황이되었다. 어느정도공정한선거를보장했다가는큰일이날수있다는것을실감했기때문이다. 그런데이번선거과정도이미반대세력에게는상당한압박감으로다가왔을것으로보인다. 개인적으로지난해미국에서연구년을보낼때올레그코즈롭스키라는방문학자를만났는데, 그는귀국후자원봉사자로나발니를지원했다가며칠동안감금되었다고들었다. 그가학위논문을준비하던젊은학자라는점에서그의체포는비판세력에대한현정부의강경한대응태도를읽는듯하다. 이런시기에푸틴대통령의 2018 년대선출마를시사하는발언은 2011 년 9월푸틴과메드베데프가역할교체를통해대선출마를선언한이후나타난민심이탈과정국불안을되풀이하게하는것은아닌지염려스럽다. (2013 년 10 월 14 일제 237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79

15. 보스턴테러사건과체첸 현승수 한양대학교아태지역연구센터 HK 연구교수 지난 4월 15일미국보스턴마라톤대회현장에서발생한폭탄테러사건의불똥이엉뚱하게러시아로튀었다. 용의자로지목된차르나예프형제의출신이러시아서남부에위치한체첸이며그들이체첸반군세력과공모한것이아닌가에전세계의이목이쏠리고있다. 더정확하게말하면이들형제는민족상체첸인이지만, 중앙아시아의키르기스스탄에서태어났고체첸공화국에인접한다게스탄공화국에서거주한경험이있다. 일찍이미국으로건너온이민세대로동생인조하르는미국국적을취득했고형인타메를란은국적은없지만, 미국내체류와취업이자유로운 그린카드 소지자로밝혀졌다. 무고한시민을희생시킨테러범으로서이들형제가죗값을치르는거야마땅하겠지만, 동시에이들이체첸민족의불행을표상하는것같아필자의마음속무거움은배가된다. 러시아의제국주의적야욕에맞서 150년을넘게싸워온불굴의땅체첸은오늘날국제이슬람테러리즘의온상처럼돼버렸다. 이비극은어디서시작된것일까? 또그끝은어디일까? 현단계에서이번테러사건을성급히알카에다나외부조직과연계시켜말하기는어려울것같다. 하지만그가능성은충분히열어두어야하고앞으로의수사결과가진실을밝혀줄것이라믿는다. 단지중요한것은오늘날 이슬람테러 라고불리는현상에대한인식에변화가있어야한다는점이다. 다시말해서테러리스트들의뒤에어떤확실한조직이나집단이없을수도있다는것이다. 예를들어알카에다라는이슬람극단주의조직이있고그안에서열과명령체계가확실해서상명하달식으로지령을받고테러를자행하는 8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이슬람 과격파 단체는 세포와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상호 간의 연계는 대단히 느슨하다. 이는 이슬람이라 는 종교 자체가 가진 네트워크성과 관련된다. 즉 이슬람은 기독교와 달리 교 회와 성직자 체계를 갖고 있지 않으며 이슬람 사원에 가도 그곳에 등록된 신 자들의 신상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사원은 단지 기도소의 역할만 할 뿐이라 서 신자들을 관리하거나 교구를 조직하지도 않으며 교황이나 목사들이 권위 를 갖고 신자 위에 군림하지도 않는다. 이슬람은 종교 자체가 하나의 네트워 크이며 이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도 어떤 본부나 조직을 갖추고 활동하기보다는 네트워크의 일부로 움직인다. 현대 테러리즘을 연구 하는 학자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나 테러 집단이 인터넷이라는 생태계에 가 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테러 사건에서도 인터넷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누구든 인터넷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유포하는 세계관에 공감하고 누 군가 세상을 바로잡아야겠다, 악의 세력을 제거해야겠다, 이슬람교도 형제 들이 억압받고 죽는 상황에서 신을 위해 싸우다 순교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테러 당시 현장 모습 출처: http://www.reuters.com/ 제1장 정치와 외교 러시아와 국내외 정책 81

면그사람이테러를자행할수있다. 최근테러리즘의중요한화두중하나는 외로운늑대 (lonely wolf) 현상이다. 그누구의지령도없이스스로폭탄테러를계획하고실행함으로써세상에대한, 사회에대한불만을표출하는것이다. 그동기는개인적인것에서부터종교적인것까지다양한데, 상당수의테러리스트가결국은종교로서자신의행위를정당화한다는데주목해야한다. 현재밝혀진바로는용의자형제가이슬람극단주의에심취했었다는정보가있다. 사이버지하드 (cyber jihad) 로불릴정도로인터넷상에는이슬람과격파사이트가대단히많다. 9.11 이후적발된테러혹은테러모의사건의주동자들가운데에는인터넷지하드사이트에올라온글과사진, 동영상등을통해이슬람극단주의자들의논리를체득하고 순교 를결심한사례가압도적이다. 바꿔말하면최근의테러는실행조직이나배후조직을지목하고소탕하기가매우어렵다. 이슬람적동기로테러를자행하는이들의상당수는특정조직의명령에따라테러공격을실행하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 그러므로현대테러는근절시키기가그만큼어렵고거의불가능에가깝다고할수있다. 이번사건으로한동안잠잠하던 체첸문제 가다시전세계의주목을끌게됐다. 체첸공화국은러시아로부터의분리독립을주장하면서두차례에걸친전쟁을경험한이후, 상황이많이안정된상태다. 하지만 2009년당시메드베데프러시아연방대통령이체첸에서의대테러작전종결을선언하면서현지의치안사정이악화하고있는것도사실이다. 특히체첸공화국의친러파대통령인람잔카디로프 (Ramzan Kadyrov) 는이슬람반군세력을소탕하는과정에서민간인의납치나불합리한고문을자행해악명이높다. 문제는절대적인권력을그에게쥐여준푸틴대통령이이를눈감고있다는사실이며, 선거때마다드러나는높은푸틴지지율은체첸상황에대한외부관측자들의판단을어렵게한다. 한편, 체첸반군세력은남부산악지대로거점을옮겨게릴라전과테러의방식으로저항을계속하고있다. 저항파 1~2세대가러시아와의전투에서거의사살된이후, 현재는도쿠우마로프 (Doku Umarov) 가이끄는 캅카스수 8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장국 (Caucasus Emirate) 세력이체첸반군의핵심조직이다. 이름이의미하는것처럼이조직은북캅카스무슬림지역을통합하는 신정 ( 神政 ) 국가 로자처하면서주변공화국은물론연방수도인모스크바까지위협하고있다. 1994년 12월에발발한 1차체첸전쟁당시와비교할때확연히구별되는점은두가지다. 하나는체첸반군의저항이데올로기가체첸민족주의에서범세계적이슬람주의로변질했다는점이다. 이제체첸반군은더는자민족의탈러시아독립만을지향하지않는다. 그보다는전세계무슬림을통합하는이슬람국가건설을목표로하며국제이슬람주의지하드네트워크의일부로스스로자리매김하고있다. 체첸저항운동의성격변화원인에대해서는전문가들이다양한견해를내놓고있지만, 알카에다나중동이슬람과격파단체가, 고립상태에빠진체첸반군을지원하면서영향력을확대한것이주된원인일터이다. 둘째는최근 5년동안이슬람과격파세력이체첸국경을넘어북캅카스주변공화국으로확대했고테러와암살, 게릴라전등총체적불안정이확산하고있는데도러시아연방정부가상황을개선하지못한채속수무책으로일관하고있다는점이다. 이미언급한대로북캅카스전역에서활동하는이슬람과격파는체첸에본부를둔 캅카스수장국 과긴밀히연계돼있으며, 국가와사회에불만을품고산으로들어온젊은이들을적극적으로포섭해이슬람전사혹은테러리스트로양성한다. 북캅카스정세를분석하는러시아 NGO의공식발표로는 2012년한해동안북캅카스전역에서무장이슬람반군과의무력충돌로 700명이사망하고 525명이부상한것으로알려졌다. 특히체첸과국경을맞대고있는다게스탄공화국의사정이심각한데이곳에서는여성들의자살폭탄테러와종교인암살, 국가및군기관에대한게릴라공격이가장극심하다. 이런이유로미수사당국은차르나예프형제와다게스탄의관련성에주목했을것이다. 이번사건의가장큰의문점은이것이다. 그렇다면왜이들형제는미국을상대로테러를자행했던것일까? 그해답은이슬람주의자들이가진미국에대한인식에있다. 오늘날국제이슬람주의과격파는전세계를아우르는이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83

슬람국가건설을목표로설정하며민족을부정하고모든이슬람교도의통합을주장한다. 모든이슬람주의자는미국을비롯한서방기독교세력과탄압받는무슬림과의투쟁으로세계를해석하는특징이있다. 서방의우두머리는미국이며미국으로표상되는자본주의와인본주의, 세속주의는모두타도해야할적이고 사탄 이다. 이슬람주의자들은체첸이나아프가니스탄, 이라크따위의국가나민족구분이모두신의뜻에어긋난다고생각한다. 그들이하는투쟁은신이명한이슬람성전 ( 지하드 ) 이며누구든신의전쟁에서싸우다죽으면순교자의반열에올라천국으로 직행 할수있다. 이슬람과테러를연결시키는것자체에대해서반론도만만치않지만,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종교교리나경전의특정문구를이용해테러를순교로정당화하고이를부추기는것이사실이다. 체첸이슬람반군의대표사이트인 캅카스센터 (Kavkaz-Center) 에접속해보면반러시아못지않게반미, 반서구, 반기독교적논리로가득차있는것을보고놀라게된다. 또이슬람과격파사이트에중독되면음모론적사고로무장당한다. 체르나예프형제의부모가두아들을옹호하면서 덫에걸렸다 고발언한데에는이런배경이작용했을것으로보인다. 일부언론에서는이번사건을계기로미국과러시아사이에어떤불편한외교전이재발하지않을까우려하는목소리도들린다. 그러나그런걱정은기우일것이다. 미국은원래체첸분쟁을민족문제내지는인권문제로봤으며러시아가체첸에서소수민족을탄압한다면서푸틴정권을비판했었다. 그러던것이 2001년미국에서발생한 9.11 사건이후로분위기는 180도바뀌었다. 미국도이제체첸반군을국제이슬람테러리스트집단으로규정했고체첸문제를테러와의전쟁이라는틀속에서본다. 이는체첸을무력으로장악하려는푸틴정권의이해와일치했고, 그결과체첸에서인권문제가더는거론되지않는국제적분위기가조성된지꽤된다. 이런상황이체첸반군을더욱고립시켜이슬람극단주의로경도 ( 傾倒 ) 시키는역할을했으며이를다시푸틴정권이이용하는악순환이심화되었다. 적어도국제이슬람테러리즘에관한한, 오바마와푸틴의이해가일치하기때문에이번테러문제로미 러양 8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국간에갈등이불거질가능성은없다. 그러고보니차르나예프형제의이름에유난히마음이쓰인다. 타메를란은인류사상최대의이슬람제국을건설했던중앙아시아의제왕티무르의별칭이아닌가? 또조하르는체첸공화국의독립을선언하며옐친의러시아와전쟁을불사했던초대대통령두다예프의이름이다. 이슬람제국의꿈도, 독립체첸의열망도간곳없이이들형제가그저잔인하고무도한테러리스트로전락해버린현실이착잡하기만하다. (2013 년 4 월 29 일제 213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85

16. 러시아 독일관계악화 : 페테르부르크가다시페트로그라드로? 윤익중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교수 최근국제사회에서푸틴러시아대통령의행보가적극적으로전개되고있다. 지난 3월말시진핑중국국가주석과의모스크바정상회의, 남아공브릭스 (BRICS) 정상회의, 4월초러시아 독일정상회담, 러시아 네덜란드정상회담, 그리고 4월중순우즈베키스탄카리모프대통령과의모스크바정상회담등최근푸틴대통령의국제사회행보가주목을끌고있다. 집권 3기대통령취임 1주년을눈앞에둔푸틴대통령의입장에서는러시아의국제지위강화와영향력확대라는외교목적의가시적성과를도출할절실한필요성이있음은물론이다. 푸틴과시진핑중국국가주석의정상회담, 그리고남아공브릭스정상회담은국내언론에서비교적많은주목을받았지만, 푸틴의독일과네덜란드순방에관한국내언론의관심은상대적으로미약했다. 그러나오늘날국제사회에서유럽연합의중요성이커지고있고그핵심국가인독일의역할은 특히경제적측면에서 국제사회에서여전히중요하다. 이러한맥락에서볼때, 독일하노버에서열린푸틴대통령과메르켈총리의정상회담은많은점을우리에게시사하고있어그중요성과결과에대한올바른이해가필요하다. 무엇보다도이번러 독정상회담은우호적이지않은분위기에서진행됐으며여러가지국제현안과양국간현안문제에대해서도양정상은이견을분명히했다. 심지어메르켈독일총리는러시아경제와정치에대해 지도또는훈수 (?) 하는발언을푸틴러시아대통령면전에서했다. 이와더불어외 8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국언론은메르켈총리의시선을피하는푸틴대통령의얼굴을카메라에잡으며양국정상간의불편한심기를극명하게보도했다. 또한, 러 독정상회담동안하노버산업박람회행사장밖에는수백명의시위대가모여반 ( 反 ) 푸틴시위를벌였다. 그렇다면도대체무슨문제가양국정상간의관계를그토록악화시켰을까? 언론에보도됐듯이, 양국의이슈인키프로스구제금융문제가핵심일까? 독일은지난달키프로스에구제금융을제공하면서약 10만유로 ( 약 1억 4,000만원 ) 이상계좌에최대약 60% 의손실분담금을안기는내용을관철시켰는데, 러시아거액예금주가주요타깃이되었다. 아니면, 러시아가상트페테르부르크의 콘라트아데나워재단 (KAS) 을포함해러시아내비정부기구 (NGO) 사무실을급습한사건이핵심사안일까? 아마도양국관계를악화시킨것은최근일련의상기사건들을통해양국정상이서로건드리면안되는부분 ( 자존심 ) 에대해서로감정을건드린것으로풀이될수있다. 특히, 해외언론에서보도하듯이, 친독일성향이매우강한푸틴이메르켈을바로응시하지않고시선을다른곳으로돌렸다는것 푸틴러시아대통령과독일메르켈총리 출처 : www.voicerussia.com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87

은푸틴의역린 ( 용의비늘 ) 을독일이건드린것이었고이에대해메르켈총리도아주예민한부분 (NGO 활동및민주화운동 ) 에대해러시아로부터역습을당한모양새가된것이었다. 메르켈총리는하노버산업박람회개막연설에서 혁신의동력인 NGO가러시아시민의삶을개선하는일을할기회를줘야한다 고역설했다. 푸틴정부가러시아내 NGO를억압하는것을비판한것이었다. 이에맞서푸틴은 최근 4개월동안러시아내 NGO 조직으로흘러들어온외국지원금이약 10억달러에이른다 며 ( 이돈을 ) 키프로스와같은어려움을겪는나라에보냈으면더좋았을것 이라고지적하기도했다. 잘알려져있듯이, 푸틴대통령이가장싫어하는것중의하나는서방세계가그들의잣대로러시아민주주의에대해운운하는것이다. 사실, 러시아에선지난 3월말부터 NGO들에대한대대적조사가이루어지고있다. 러시아당국의긴급조사대상에는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콘라드아데나워재단등현지에서활동중인독일 NGO들도포함됐다. 이사건과관련하여독일외무부는자국주재러시아대사관참사를불러항의한바있다. 하지만러시아정부는국내외의 NGO 탄압비판여론에대해 NGO들의활동이합법적인지를조사하기위한일상적점검일뿐이라고항변하고있다. 사실, 러시아내 NGO 활동은러시아민주주의의미래를결정할수있는최대변수가될수있다. 이러한맥락에서러시아내독일의 NGO 활동은푸틴에게는눈엣가시같은존재가된것이다. 푸틴은임기내내독일에대한그리움을직간접적으로자주언급했다. 예를들면, 2008년당시푸틴총리는 어떤그리움도이 ( 독일 ) 에비하면부차적인것 이라고언급할정도였다. 푸틴은 1989년베를린장벽이무너질때까지드레스덴에서약 5년간 KGB 요원으로활동했다. 2008년당시푸틴총리는당시독일지도자들을높이평가하면서헬무트콜전독일총리에대해 깊은인상 을받았다고밝혔다. 그는콜전총리는러시아와의좋은관계없이유럽의미래는없다고생각한사람이라고평했다. 푸틴총리는콜의후임인게르하르트슈뢰더전독일총리에대해서도 개인적으로친구사이 라고밝히고 8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메르켈현독일총리와는 매우좋은관계 라고말했다. 이러한친독일성향의푸틴과메르켈의관계가갑자기악화된것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메르켈총리는동독출신이다. 동독출신인메르켈은통일전동독의민주화운동단체에서활동하며정치에입문했다. 이때문에메르켈은러시아의 NGO 탄압과민주화문제에전임총리들보다더관심이많다는것이정설이다. 푸틴의고향페테르부르크는표트르대제가서구문물을받아들여러시아사회를근대화시키기위해건설한계획도시이다. 당시제정러시아는독일의지대한영향을받아건설된이도시명칭을독일식으로페테르부르크 ( 베드로의도시라는뜻 ) 로명명했다. 그러나양국관계가악화된제1차세계대전중에페테르부르크는러시아식이름인페트로그라드로개명되었다가혁명이후페트로그라드는다시레닌그라드 ( 레닌의도시 ) 로변경됐다. 그리고페테르부르크라는원래이름으로돌아오기까지는약 70여년의세월이필요했다. 만일러 독양국관계가계속악화된다면페테르부르크도시이름이다시러시아식이름인페트로그라드로개명되지않을까라고생각하는것은지나친기우일까? (2013 년 5 월 13 일제 215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89

17. 중유럽의떠오르는별체코 박진 한국외국어대학교석좌교수 아시아미래연구원상임대표 유럽의심장부에자리잡은체코의아름다운수도프라하의경제대학교를방문했다. 올해개교 60주년을맞는이대학은유럽에서도손꼽히는국제경제통상및경영분야의명문으로대학부설아시아연구센터에서주관하는 동아시아의미래와한국 체코협력 세미나에서기조연설을하기위해서였다. 체코측참석자들은이구동성으로최근한국의정치, 경제발전상을높이평가하고박근혜정부의정책방향과남북관계및통일전망에깊은관심을보였다. 세미나사회를맡은스테판뮐러국제관계학부학장은 21세기에유럽은아시아의경제성장과국력부상에주목할필요가있으며, 특히중유럽과동아시아의선진민주주의와지속가능한경제발전그리고지역협력을선도하는체코와한국은두나라간의전략적동반자관계를구축해야한다 고역설하였다. 한국과체코는역사적으로특별한인연이있다. 1917 년오스트리아제국의식민지배를받고있던체코슬로바키아의망명군대는 1차세계대전에서러시아군대의일원으로전투를벌였다. 그러나볼셰비키혁명으로제정러시아가붕괴하자망명군대는시베리아를거쳐극동의블라디보스토크로이동했고, 대한독립군은이때체코슬로바키아군으로부터총기를사들여김좌진장군이이끌었던 청산리대첩 에서일본관동군을무찌르며승리하는데이바지했다. 세월이흐르고 1960~70 년대동서냉전시대에는한국과체코는월남전에 9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서정치, 군사적으로반대편에서있기도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들어와냉전이종식되고양국간수교가이루어지면서한국과체코는빠른속도로관계발전을이루어지금은동아시아와중유럽사이에서정치, 경제, 외교, 문화적으로가장가까운나라가되었다. 두나라는모두선진경제를대표하는 OECD 회원국으로서아시아 유럽회의 (ASEM) 에서긴밀히협력하고있다. 한국은 G20을주최하고 UN사무총장을배출하였으며 EU와자유무역협정을맺고있는나라로서, 그리고체코는 EU와 NATO의회원국이며중유럽의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와함께 비제그라드그룹 의선두주자로서각기아시아와유럽에서새로운국제질서형성의견인차역할을하고있다. 경제분야에서두나라의약진은눈에띄게두드러진다. 한국은과거두차례에걸친금융위기를겪으면서뼈를깎는구조조정으로체력을강화하여최근유럽발재정위기에도다른아시아국가들보다흔들리지않는저력을보여주었으며, 체코역시유로존경제위기와내수부진에도불구하고경기침체에서탈출하여안정된회복세를보이고있다. 체코는폴란드와함께유럽연합에가입하면서재정적자와정부부채를줄이고시장자유화를통하여외국자본을유치하여빠른속도로성장하는중유럽의떠오르는 쌍둥이별 로평가되고있다. 체코의 1인당국민소득은한국에근접하는일인당 2만달러수준을넘어섰고, 두나라는모두전체산업에서제조업비율이 30% 를넘어세계에서제조업비중이높은나라에속한다. 체코의대외무역은독일이약 30% 를차지하고있고그다음이슬로바키아 (7.5%), 폴란드 (6.5%) 순이다. 비유럽국가중에서는한국과의무역도꾸준히확대추세에있고, 2011 년한 EU FTA 발효이후수출, 수입모두약 50% 씩증가하여작년에는 23.6억달러를기록하였다. 한국의대체코직접투자도크게늘어작년말현재 119 건 14억달러에가까운실적을보이고있다. 특히발전기터빈을생산하는두산스코다파워와대한항공의체코항공지분매입과함께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3국의접경지역인노소비체에자리잡은현대자동차공장은연간 30만대차량생산에 3천3백명이상의현지근로자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91

를 고용하고 있어 체코 경제에 적지 않게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체코 공장은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 16시간 미만으로, 30시간 이상 걸리는 국내 공장은 물론이고 중국과 미국공장에 비해서도 생산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체코의 현대자동차 공장은 인근 슬로바키아의 기아자동차 현지 공장과 함께 쌍끌이 역할을 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에 비해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와 녹색성장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의 잠재성은 크다. 체코는 원 유 및 가스의 65~7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대 러시아 관계도 중시하 고 있으나 한편으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 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과 체코는 녹색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원자력 분야에서도 체코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6기 외에 2020년 가동 목표로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지역인 테멜린(Temelin)에 원전 2 기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인 바 미국(일본의 도시바 등)과 러시아가 수주경쟁을 하고 있으나 장차 중장기적으로 양국 간 원자력기술협력의 추진이 가능할 것 으로 본다. 정치 분야에서 한국과 체코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촉진하는 선도적인 역할 을 하고 있다. 한국은 작년에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지수 (Democracy Index) 가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되고 현대자동차 체코 공장 모습 있고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르며 민주주의 선진국 궤도에 진입 하고 있다. 체코의 경우는 1989 년 벨벳혁명을 통한 자유민주정 부 탄생 이후 1993년 체코공화 국 탄생, 2004년 EU 가입, 2013 년 최초의 직선 대통령 선출 과 정을 거치며 대통령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를 꾸준히 발전시켜 출처: http://rpm9.etnews.com 92 2014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가? 왔고, 유럽에서 독일, 영국에 버

금가는선진민주주의국가로발돋움하고있다. 한국은박근혜정부출범으로최초의여성대통령탄생, 경제민주화추진등선진국형정치모델을보여주고있으며 SNS를통한 디지털민주주의 의활성화가이루어지고있다. 체코는지난 3월직선으로당선된밀로스제만대통령이취임한이후중도우파연립정부의총리가부정부패및공권력남용사건에대한책임을지고바뀌면서내각이총사퇴하고이어하원이해산되면서 10월말조기총선을통해사회민주당 (CSSD) 의집권이예상되고있다. 체코는외교분야에서비핵화를추구하며한반도문제의평화적해결, 남북대화, 북핵 6자회담등한국정부의정책을지지했으며, 작년 3월에는서울에서개최된핵안보정상회의에카렐슈바르첸버그부총리겸외교장관이참석하여글로벌핵무기의감축과핵테러방지및핵발전의안전성제고를위해한국과공동보조를취하기도했다. 또한, 체코에서는유럽통합을위한헬싱키프로세스의영향으로전체주의에항거하는바즐나프하벨이이끄는 77헌장운동이태동하였고이과정에서중부와동유럽의민주화, 자유화, 그리고인권존중이라는커다란물줄기가형성되었다는점에서볼때, 한반도를둘러싼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남북관계개선을위한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시사하는바가크다. 특히체코가과거공산주의통제경제에서민주주의와자유시장경제로전환하는과정에서겪은사회, 문화적인경험과심리적인갈등은앞으로남북통일과정에서북한의체제전환가능성과관련하여좋은교훈이될것이다. 한국과체코는과학기술과문화, 예술분야에서도이상적인파트너다. 한국은 창조경제 를통하여연구개발 (R&D) 과정보통신기술을결합하여새로운성장동력과일자리창출을위한시너지를추구하고있으며, 체코는 IT, 바이오, 나노기술, 에너지, 자동차등첨단분야의연구개발클러스터를체계적으로육성중이다. 양국은이러한우수한과학 기술력을바탕으로한높은성장잠재력을상호협력을통하여극대화할수있을것이다. 또양국간활발한문화, 예술교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국내외정책 93

류를통하여양국국민간에마음으로소통하는진정한파트너십을만들어나가야할것이다. 체코는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알폰스무하, 밀란쿤데라, 밀로시포르만등음악, 미술, 문학, 영화등다양한분야에서수준높은문화, 예술의나라이고, 한국은독특한매력을가진문화소프트파워국가로서체코에서한국문화에대한관심과 한류 의인기는특히젊은세대에매력을발산하고있다. 체코한류클럽 은현재회원수 1,200명을넘고있으며작년 K-POP 월드페스티벌에서체코팀이우승을차지하기도했다. 앞으로양국간문화예술교류는음악, 미술, 문학, 영화, 애니메이션, 사진등다양한분야에서쌍방향소통이이루어질것으로전망된다. 결론적으로한국과체코는새로운전략적동반자관계를형성하여양국의국익을도모함은물론국제평화와번영을위한아시아와유럽의협력범위를넓혀나가야한다. 그런의미에서중유럽의떠오르는별체코는한국의진정한미래동반자이다. (2013 년 9 월 26 일특별호 ) 9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러시아와한반도 18 오래된이슈와한반도긴장, 그리고미 러의전략적합의 / 97 19 왜신북방정책인가? / 106 20 박근혜정부의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러시아 / 109 21 한국과러시아, 빗장을열자 / 113 22 9월정상회담에비춰본한 러관계 / 117 23 한 러관계, 과연전략적인가? / 122 24 1991년러시아혁명, 한반도통일모델제공해 / 125 25 격동의한반도예고 : 2013-2014 러시아와중국의대규모군사연습 / 129 26 러시아중앙정부는극동을어떻게바라보는가? / 134

18. 오래된이슈와한반도긴장, 그리고미 러의전략적합의 김석환 한국외국어대학교초빙교수 한국유라시아연구소소장 복잡한정세설명과역사, 전략이복합적으로설명되어야만이해될수있는딱딱한안보및정치이슈는평상시엔별로주목을받지못한다. 사람들은대부분소프트한이슈에더매몰되는경향이있고상황이발생한후에는호들갑스러울정도로쏟아지는비슷비슷한정보에매몰된다. 그러다보면불안감이더증폭되기도하고반대로낙관론에빠지기도한다. 그들이내놓는피상적인설명과내가아닌그들의시각으로점철된, 관성적추론으로성급한결론을내리는경우가비일비재하다. 그러다보니국제적이슈, 특히위기와관련된이슈는항상긴박하다. 갑작스럽게상황이악화한것처럼느껴지기도하고반대로갑작스럽게위기가사라지기도한다. 그러나모든일은원인이있고면밀한관찰자에겐방향의추세를드러내게되어있다. 지난 3월 11일미국은유라시아의동쪽과서쪽에서두개의합동군사훈련을시행했다. 흑해연안의작은나라조지아 ( 옛소련의그루지야 ), 그리고동북아의한국과함께연례군사훈련을시행한것이다. 조지아는흑해연안국중친미성향이가장강한국가다. 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을공개적으로희망하고아프가니스탄전쟁에파병한나라다. 올해는미국이아프가니스탄전쟁의종결을선언한해이고흑해및아프가니스탄주변지역정세가조지아에그렇게유리하지않은상황이다. 또뒤에언급하겠지만, 미국의유럽배치미사일방어망 (MD) 계획의축소혹은연기가발표되고조지아, 폴란드, 루마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97

니아등신흥협력국들에대한군사지원등이줄어드는해이기도하다. 이런상황에서미국은조지아에해병대등을동원한군사훈련을시행했다. 조지아에대한강력한지지표명인동시에안보불안감에대한위무적고려도포함된것이다. 시기는공교롭게도한국에서키리졸브훈련을시행한 3월 11일부터였다. 하지만이두훈련은모두과거와다른심각한국제적파문을일으켰다. 관련국의강경한대응과항의가예년과는정도가달랐다. 조지아와의군사훈련엔 4백명의미국해병대가참가했다. 한국과의군사훈련 ( 키리졸브훈련 ) 엔핵잠수함을비롯한첨단전력들이대규모로참여했다. 조지아와미국의합동훈련은러시아와조지아가전쟁을벌인지 2년후인지난 2010년부터매년계속된훈련이다. 한국과의키리졸브훈련또한연례적인것이다. 갑작스러운것이아닌만큼수년간, 혹은십수년에걸친지역정세와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 당연히미래전략구상과도연관된다. 이때문에지역정세에관한심층적이고역사적인맥락을이해하고그속에서특정한시기의상대방반응을종합적으로평가해야한다. 미국과조지아의훈련 1차당사국은러시아다. 미국과한국의군사훈련 1 차대상국은당연히북한이다. 그리고그훈련의파장에따라중국이필연적으로반응을내놓을수밖에없다. 연례적으로진행된과거의훈련때도이들은반응을내놓았고훈련후엔이를평가하는나름의분석을진행했다. 하지만지난 3월 11일한반도와그주변에서시행된키리졸브훈련에북한은이례적으로강경하게대응했다. 미국또한이러한이례적강경에대해동맹국한국을반드시방어하겠다며 B-2, B-52, F-22를비롯한첨단억지전력 대응전력을투입하는등장군멍군식으로대응했다. 미국이같은날시작한흑해주변조지아와의훈련의 1차당사자인러시아도이례적으로강경하게대응했다. 세르게이라브로프외무장관이직접나서서항의한것은시작에불과했고푸틴대통령이직접나서서전례없는비상군사이동훈련을지시했다. 푸틴대통령은브릭스 (BRICS) 정상회담에서돌아오자마자긴급명령으로흑해연안의러시아군특수부대를포함한대규모병력이동을포함하는대응훈련을시행했다. 러시아군의전투대응태세를점검한다는것이겉 9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으로내건명분이었지만, 러시아군사전문가들은이를조지아와의군사훈련에대응하는성격도가진것으로분석했다. 러시아의대응훈련은크림반도의흑해함대주둔군을포함하는것이었다. 당연히크림반도의주권을행사하는우크라이나로부터즉각적으로사전통보의의무를저버렸다는비난과항의를받았다. 또한, 러시아의군사훈련은지역안정과평화를위협할수도있다는비난이우크라이나정부와야당등에게서나왔다. 우크라이나야당은러시아군주둔협정을수정하자는주장도내놓았다. 하지만러시아는미국과조지아의군사훈련이지역의안정과평화를해칠수있다고비난했지만, 자신들의행동은아무런문제가없는것처럼행동했다. 이후러시아는우크라이나와대화를진행했다. 유럽안보협력회의 (OSCE) 의장대행국인우크라이나와러시아의정례회담이예정되어있어대화가자연스럽게진행됐다. 당연히이자리에서지역정세와흑해문제가논의됐다. 강한반발과대립속에서남북한이만날수있는다자적, 제도적구도가존재하지않는것과는상황이다른것이다. 한편, 북한은 3월 6일한미합동훈련인키리졸브훈련에대한성명을발표하고키리졸브훈련시작일 (11 일 ) 과동시에정전협정은백지화된다고선언했다. 또남북한불가침선언의폐지, 군통신선의단절등도단계적으로진행했다. 이러한선언에대응해미국은나중에공개됐지만, 3월 8일핵무기탑재가가능한전략폭격기 B-52를괌에서한반도로발진시켰고북한의긴장고조조치에대응해 19일과 25일두차례더 B-52를출격시켰다. 20일에는핵잠수함 6,900t급샤이엔호가부산에입항했다. 외신과국제금융계, 투자펀드등의한반도에대한관심도급증했고여기저기서탐문의목소리들이다급하게들렸다. 26일엔상황이더긴박해졌다. 북한은전군에 1호전투근무태세를발령했다. 미국은 28일에미군의최첨단스텔스전략폭격기 B-2를미국본토에서발진시켜한반도에서폭격훈련을시행했다. 북한은 29일 0시 30분전략미사일부대에발사대기를명령했고, 30일엔남북은전시상황이라고선언했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99

그동안한반도관련외무차관및북핵담당관리급에서상황을정리하고반응하면서비교적조용히상황을관찰하던러시아가이날은세르게이라브로프장관이직접한반도문제를언급하고나섰다. 유럽안보협력회의 (OSCE) 의장대행인우크라이나의레오니트코자라 (Leonid Kozhara) 외무장관과의모스크바회담을끝낸후 ( 현지시각 3월 29일 ) 기자들과의질의응답과정을통해서였다. 드디어한반도주변 4강모두가긴급현안으로한반도이슈에대한관심을우려섞인눈으로바라보며양측의자제를촉구했다. 라브로프의발언시점은미묘했다. 미국이 31일세계최강이라는 F-22 스텔스전투기를일본가데나기지에서발진시켜한반도에서공대공, 공대지훈련을벌이기직전이었으며북한이영변핵시설재가동을선언 (2일) 하기직전에라브로프가나섰던것이다. 라브로프의발언시점을전후해미국은괌과하와이등미국서부를방어하기위한엑스밴드레이더및미사일방어망관련전력들이한반도주변및태평양지역으로파견되거나준비가진행되는상황을언론에흘렸다. 유럽및중동배치에투입되어야할시설과장비, 그리고예산이완전히아시아로이동하는상황이현실화되었다. 오바마의아시아중시정책 (Pivot to Asia) 선언후경제적으로일본아베총리가중국을배제하는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참여를선언한후군사적으로도아시아중시방어망이완료된것이다. 유럽배치 MD가러시아의반발을초래한것처럼아시아배치 MD는중국의반발을초래한다. 하지만북한의핵전쟁불사론이강화되는상황에서중국은별다른이견을내놓을수없다. 미국은현재북한의핵미사일위협에맞서아시아의미사일방어망구축작업을예정보다서두르고있다. 알래스카를비롯한서부지역미사일방어망강화선언은유럽배치미사일방어망계획의축소를의미한다. 미국의서부지역본토미사일방어망계획에투입되는예산은당연히유럽배치 MD 예산의삭감에서전용될가능성이높다. 척헤이글미국국방장관은 3월 15 일미국국방부기자회견에서미국이폴란드에배치할예정이던 SM-3 IIB 지대공미사일배치를포기하고대신알래스카에 14기의미사일 (GBIs) 을 2017 10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년까지배치할것임을밝혔다. 헤이글장관은또 4월 3일엔워싱턴국방대학에서특별강연을했다. 당시강연의제목은 국방부가직면한전략적 재정적도전 이었다. 헤이글은이자리에서 북한은핵능력과미사일운반능력을보유했다 며 최근몇주일동안미국을상대로분명하고호전적인위협을했다 고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이런위협들을심각하게받아들여야한다 고거듭강조했다. 특히 나는미국국방장관으로서잘못된판단을하고싶지않다 고말했다. 그로부터한시간뒤미국국방부는특별성명을발표했다북한의전쟁위협에대응하기위해미사일방어 (MD) 시스템인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를괌에배치한다는내용이었다. 이번북한의한반도긴장고조사태로미국은 MD 전략의수정을선언했다. 이란미사일위협에대비한다며러시아와갈등을빚었던동유럽배치전략은당분간현실화가능성에서멀어졌다. 이는미국국방부관계자의발언에서도읽을수있다. 미국국방부관계자는괌에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결정을발표한후당일언론에 이란의미사일위협에서이스라엘등우방을지키기위해중동에먼저배치하자는주장도있었으나, 최근북한의위협이고조되면서아시아지역에먼저배치키로한것 이라고설명했다. 잘알려진바와같이미국의유럽배치 MD 계획은이란의핵프로그램과관련된것이다. 하지만이는러시아의미사일망에도영향을미치기때문에러시아로부터격렬한반발을사왔다. 이러한양측의갈등은푸틴이대통령에재당선된후더욱격화돼, 오는 9월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담전에는반드시해결해야만하는과제였다. 2012년 5월푸틴은대통령에재당선된후미국에서열린 G8 정상회담에불참했고오바마대통령은같은해 9월블라디보스토크에서개최된 APEC 회담에역시불참했다. 당시여러의견이많았지만, 주요국제문제현안을둘러싸고미 러가아직합의에이르지못한상황이었고여기엔유럽배치 MD 취소등오바마의약속에어떠한진전도없는것이한이유였다는분석들이있었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01

2012 년 3 월핵안보정상회담당시오바마미국대통령과메드베데프러시아대통령의밀담관련장면 출처 : www.joinsmsn.com 유럽배치 MD 취소는오바마가푸틴에게한약속이기도했다. 이를이해하기위해서는지난 2012년 3월서울에서진행됐던핵안보정상회담당시메드베데프러시아대통령과오바마가 MD 관련밀담을나누던내용을잠시상기할필요가있다. ( 당시이내용은러시아의 러시아 TV 에의해녹음됐고미국의 ABC 등을통해공개됐다.) MD 문제는해결될수있다. 하지만내게여유를주는게그에게중요하다. ( 오바마 ) 이해한다. 당신을위한여유... ( 메드베데프 ) 올연말대선은내마지막선거다. 내가당선된이후에는더많은유연성을발휘할수있다. ( 오바마 ) 이얘기를블라디미르에게전하겠다. ( 메드베데프 ) 10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오는 9월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열릴 G20 회담을앞두고미국과러시아는이껄끄러운안보이슈를정리해야한다. 그런데북한의강경한핵전쟁불사론은미국에유럽 MD 구축보다본토방위에예산을돌려야하는명분을준다. 물론, 이는완전한 MD 폐기선언은아니다. 하지만북한의핵위협에맞서서둘러아시아 MD를구축하고 ( 예정보다 2년이상빨리 ), 알래스카등미서부방위를위해 MD 계획의우선지역을수정하는것은논리적이며미국내여론의지지를받는다. 지역정세의안정에도도움이된다는평가를받을수있다. 러시아로부터도적어도노력에대한평가를받을수있다. 또한, 중국의반발을효과적으로완화하면서오바마의아시아중시정책 (Pivot to Asia) 선언후일본의아베라는조력자를만나탄력을받아가는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과아시아 MD를조기에완료할수있다. 물론, 이는부수적인그리고결과론적인전략적고려일수있다. 기본적으로현재보이는긴장의고조는모두북한에의해촉발된것이며북한의핵과연관된것이다. 직접적으로는지난해 12월북한의로켓발사이후점차긴장이고조된것이다. 북한의행동은유엔및안보리상임이사국의국제리더십의근간인핵전략및핵거버넌스에대한도전이다. 그래서북한의핵위협및유엔안보리결의위반에대해러시아와중국은과거와는달리더강화된제재에적극적이었다. 북한은이에격렬히항의했지만, 글로벌핵레짐을위반하는시도에대응하는데서안보리상임이사국특히, 핵을가진이들의입장은차이가없다는점만을재확인했을뿐이다. 이번한반도위기고조와관련한러시아의반응은시종일관양측에대한자제와우발적충돌의방지그리고 6자회담틀의재가동등다자간협상틀의유용성을강조하는것으로모인다. 4월 2일그리고리로그비노프러시아 6자회담차석대사 ( 북핵담당특임대사 ) 는이렇게발언했다. 우리는어느한편이의도적으로전투행위를개시할것으로생각하지않지만, 상황을무너뜨릴수있는비의도적충돌위험은크다 ; 현상황에서가장좋지않은것은누가옳고그른가의논쟁속으로빠져드는것 ; 중요한것은한반도에서전쟁시나리오를허용하지않고사태를정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03

치 외교적틀안에유지하는것 (6자회담틀 ) 이다 그리고하루뒤인 4월 3일나온이고리모르굴로프러시아외무차관의다음과같은발언도모두이러한입장이강조되어있다. ( 남북한중 ) 어느쪽이든의도적으로군사행동을개시할것으로생각하지는않는다. 하지만지금과같은긴장된분위기에서는사람의아주사소한실수나기술적문제만으로도상황이통제를벗어나위기의정점으로치달을수있다. 대화를강조하는것이고다자틀을강조하는것이지만새로울것이없는러시아의전통적한반도정책노선이다. 즉소극적입장을견지하다상황의본질적변화가예고되거나러시아의입지가약화할상황이오면개입의당위성을강조하는방식이재현되고있다. 외교는국내정치의연속이다 는클라우제비츠의말은현재의시점에서도여러가지의미가있다. 북한의국내적이슈와연관지어위기의고조를설명할수도있다. 마찬가지로러시아와중국, 미국도여러국내적이유가있을수있다. 뉴욕타임스 는 4일사설에서 북한의언사는점점더공격적이되고, 미국은동북아에서군사력증강으로대응하고있다 며 이제는위기를진정시킬방안을찾아야할때 라고촉구했다. 이신문은그방안으로 존케리미국국무장관이북한과비핵화문제를놓고협상할수있다고밝힌것이도움이되겠지만, 더욱유용한것은박근혜대통령이주도권을쥐고대화와협상에나서도록하는것 이라고주장했다. 미국정부도북한에대한대응수위를조절하고있다. 빅토리아눌런드국무부대변인은 상황이더격화돼선안된다. 북한이국제사회의의무를준수하기시작한다면우리는방향을바꿀수있다 고말했다. 미국언론들도행정부관리들을인용해 미국이첨단무력과시전략을잠시중단하기로했다 고전했다. 대결구도속에서부수적목표를서로달성했다면이제는평화적대화를강조하는말들이나올수있다. 북한핵문제는이미오래된이슈다. 국제적핵이슈는북한외에이란도있다. 이것만으로는전면전시나리오가득세할이유가없다. 결국, 최근의위기고조는 오래된이슈 를둘러싼 전략적판단 의충돌이큰원인이다. 지난정 10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부 5년간엇갈렸던북한과미국, 북한과한국간의전략적판단의충돌을일거에해소하고자긴장을높이는과정일수도있다. 북한이최근경공업전진대회를열고주민생활에직결된경공업진흥정책을추진하겠다는것은핵전쟁 전면전으로협박하는것과는분명다른메시지다. 우리는북한의잘못된판단이이루어지지않도록노력해야한다. 강력한무장대응력과응징의각오도필요하지만, 동시에우발적충돌이일어나지않도록대화채널의확보등한반도긴장완화를위한다른옵션에대한고민도시작해야한다. 안보불감증과과도한안보비관주의는모두현실을제대로반영하는것이아니다. 안보불감증은도발의빌미가될빈틈을보여줄수도있다. 하지만비관주의또한협박범에대한공포심과그에대한반발로무력충돌을격화시킬수도있다. 현단계에서필요한것은한반도에서전쟁시나리오를허용하지않고사태를정치 외교적틀안에유지하는것이다. (2013 년 4 월 8 일제 210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05

19. 왜신북방정책인가?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국제지역대학원교수 러시아연구소소장 21일현오석경제부총리가주재한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북방국가, 특히러시아와의전면적인경제협력및정치외교관계강화를골자로한 신북방정책 이발표됐다. 박근혜정부가본격추진을천명한신북방정책은현재다양한대내외적도전에직면해있는한국에유용한출구를제공해준다. 새시장확보하고동북아평화기여 최근한국경제의구조적위기가심상치않다. 전문가들은심각한내수침체와투자위축에저출산ㆍ고령화현상이맞물리면서한국경제가장기저성장불황의늪에빠져들고있다고진단한다. 점차식어가는성장엔진을되살리는비상한처방이필요한시점에서 10년내세계 5위글로벌경제강국으로부상할것이전망되는러시아가새로운성장동력을제공해주는기회의공간으로다가오고있다. 러시아정부가넘쳐나는오일달러를경제현대화와국가기간산업개보수에최우선적으로배분함에따라최근각지에서투자ㆍ건설붐이일어나고있다. 고유가의호황을산업구조재편과더불어도로ㆍ주택ㆍ공항ㆍ항만ㆍ고속철도ㆍ석유화학단지ㆍ유전시추플랜트등사회간접자본 (SOC) 확충으로연결시키고있는러시아는, 중동의건설ㆍ플랜트특수가점차사라지는상황에서국내기업들에새로운기회의장을제공한다. 러시아는그영향권하에있는독립국가연합까지포함하면약 3억인구의거대상품시장이기도하다. 최근러 10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푸틴대통령의당선축하서신을전달하는브누코프주한러시아대사 출처 : http://onekorea.ru 시아ㆍ카자흐스탄ㆍ벨라루스 3국이구축한관세동맹에서확인할수있듯이탈소비에트공간에서새로운경제공동체인유라시아연합 (EAU) 이움트고있다. 유럽연합 (EU) 에버금가는 EAU의탄생은한국경제에새로운활로를열어주는블루오션이될수있다. 신북방정책은단순히성장동력을확보하기위한경제적기회공간확장에만머무르지않는다. 신북방정책은박근혜정부의대외정책핵심어젠다인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도맞닿아있다. 러시아가한반도에서의욕적으로추구하고있는 3대메가프로젝트, 즉 남 북 러가스관연결, 전력망연계, TKR-TSR 연결 사업은남북한관계개선과신뢰구축을전제로하기에궁극적으로한반도의평화와안정에크게기여한다. 아울러러시아가주도하는시베리아ㆍ극동지역의에너지개발과석유ㆍ가스관부설, 유라시아대륙횡단철도망구축, 북극항로의개척과이용등은역내이해당사국간다자적대화와협력을요구하기때문에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현재화할수있는최적의틀을제공하기도한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07

러신동진정책과도이해관계일치 1980년대후반동유럽공산권국가들과의관계개선을위해추진했던노태우정부의북방정책은자본주의국가들과의협력을모색하기위해펼쳤던미하일고르바초프의신사고정책과전면조응하면서큰성과를냈다. 1988년소련ㆍ동유럽제국의전격적인서울올림픽참가와 1990년한ㆍ소수교가적절한사례가될것이다. 박근혜정부의신북방정책도낙후된시베리아ㆍ극동지역의조속한개발을위해수백억달러의예산을투입하면서아시아ㆍ태평양세력으로서의지정학적ㆍ지경학적위상을공고히하려는블라디미르푸틴정부의이른바신동진정책과많은부분이해관계가수렴된다. 이렇게볼때양국정상이참여하는한ㆍ러대화지속, 자유무역협상 (FTA) 추진, 비자면제협정체결등러시아에대한다면적접근강화를추동력으로하는신북방정책은한국의경제영토확장과외교적자율성을증대시키는가운데한반도와동북아평화와공동번영에크게기여할것으로전망된다. * 이글은 2013 년 5 월 23 일서울경제신문오피니언에실렸던시론임. (2013 년 5 월 24 일특별호 ) 10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0. 박근혜정부의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러시아 고재남 국립외교원교수 지난 2월 25일출범한박근혜정부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과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를한반도를포함한동북아정책의양대축으로제시하면서이를구체화하기위한정치 외교적노력을기울여오고있다. 박근혜대통령의소위동북아판헬싱키프로세스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 ( 또는서울프로세스 ) 의추진필요성은 2011 년가을미국의저명한외교저널인 Foreign Affairs에기고된 A New Kind of Korea 에서처음으로언급되었다. 이후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은 2012년가을새누리당의대선공약으로그필요성이다시제시되었고, 대선승리후인수위의국정과제로채택되어외교부의핵심정책중의하나로추진되어오고있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은역내국가간 상호의존과협력, 그리고 대립과반목 이공존하는 Asia Paradox 를극복하기위해우선비전통안보분야 ( 환경, 에너지, 원전안전, 테러등 ) 로부터신뢰를구축하고궁극적으로전통안보분야 ( 정치, 군사등 ) 로까지협력을확대해역내평화체제를구축하겠다는야심찬구상이다. 실제로동북아는전세계 GDP의 20% 를차지하면서상호의존도가높고새로운세계중심이되는지역임에도불구하고역사와영토갈등, 군비경쟁, 핵위협, 신뢰부족으로인한갈등과진통을겪고있으며지역협력이정체되고있다. 따라서박근혜대통령은동북아역내국가간신뢰와평화협력의문화를정착시켜역내분쟁방지와동북아평화협력체구축, 그리고북한의국제사회참여와한반도통일기반조성이필요하다고인식하고있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09

미의회연설에서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밝히는박근혜대통령 출처 : http://www.dt.co.kr/ 우리정부의동북아지역내다자안보협력의필요성제기와이를구체화하기위한구상은고르바초프소련공산당서기장이 1986년 7월 전아시아안보회의 를제안한이래계속되어왔다. 노태우정부는 1988년 10월동북아내 6개국이참여하는 동북아평화협의회 구성을제안했으며, 김영삼정부는 1993년 5월 mini-csce형동북아다자안보대화 를제안하였다. 그리고김대중정부는 1999년 4월과 11월동북아 6개국이참여하는 동북아다자안보대화 를제안했으며, 2003년 2월출범한노무현정부는 평화와번영의동북아시대 구상을제시하면서이를실현하기위해 동북아시대위원회 를구성, 운영하였다. 이명박정부때는출범직후발생한금강산관광객박왕자씨피살, 천안함폭침및연평도포격사건발생, 북핵문제해결을위한 6자회담의중단지속등으로역내다자안보대화에관한관심이감소하면서동북아차원의다자안보대화에대한제안이부재했다. 또한, 노무현정부의 평화와번영의동북아시대구상 이주변국들의큰호응을받지못해공염불이된것도이명박정부의동북아다자협력구상제안부재에상당한영향을미쳤다. 11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역대정부의다양한동북아다자안보협력구상이성공적으로추진되지못한것은역내국가별이해관계차이, 추동력의미비, 그에따른주변강대국들의낮은지지때문이었다고볼수있다. 따라서박근혜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이성공적으로추진되기위해서는역내에산재한갈등과대립그리고불신이슈들을극복하면서주변국들의참여를유도하는것이급선무이다. 박근혜대통령은지난 5월과 6월개최된한 미, 한 중정상회담을통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의핵심국인미국과중국의이해기반을일정정도확보하는데성공하였다. 한 미동맹 60주년기념공동선언 은 동북아에서의평화 협력시대를구축하기위한방안을함께모색하기위해준비하고있다 고적고있으며, 오바마대통령도기자회견에서동북아지역에서도다자적노력이매우중요하다는점에공감을표시하였다. 한편, 한 중정상회담후채택한 한 중미래비전공동성명 은 동구상에대해적극적으로평가하고원칙적으로지지 한다고적고있다. 시진핑주석도정상회담시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을적극적으로평가하면서박근혜정부의지역평화 안정을위한노력을적극적으로평가하였다. 일본은현재소원한한 일관계및지난 7월참의원선거등의일정으로양국간고위급접촉이부재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에대한구체적인입장이알려지지않고있으나대체로미국과비슷한입장일것으로보인다. 러시아는소련시대부터다양한다자지역협력에적극적으로참여함은물론아태지역차원에서수차례다자안보협력체의창설을제안해왔다. 또한, 러시아는북한핵문제를해결하기위해 9.19 공동성명 을통해구성된 5개실무그룹중 동북아평화 안보체제실무그룹 의의장국을수임하였다. 러시아의이러한친다자주의는박근혜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에긍정적인반응을이끌어내고있다. 물론, 아직한 러정상회담이개최되지않아러시아정상차원의입장을알수없으나, 라브로프외무장관은지난 7월개최된한 러외무장관회담시 러시아는 6자회담동북아평화안보실무그룹의장국으로서동구상에관심을두고있으며, 금년개최될한 러정상회담준비과정에서구체적인협력방향을논의하길바란다 고관심을표명하였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11

현재우리정부는외교부차원또는청와대차원, 그리고관련연구소차원에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을실현하려는방안강구에힘을쏟고있다. 그동안다양한지역에서다양한국가들에의해제안되어성공적으로추진된다자지역협력들은핵심국가들의적극적인참여와주도덕분이었다고평가할수있다. 박근혜정부가추진하고있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의성공적인추진여부도핵심국가인미 중의확고하고명시적인지지확보가관건이라고볼수있다. 따라서우리정부는이들국가의적극적인지지와참여를유도하기위한분위기조성을위해 6자회담내동북아평화안보실무그룹의장국인러시아의친다자주의를적극적으로활용하는방안을강구할필요가있다. (2013 년 8 월 12 일제 228 호 ) 11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1. 한국과러시아, 빗장을열자 박진 한국외국어대학교석좌교수 아시아미래연구원상임대표 핀란드만의푸른바다가네바강너머로펼쳐지는상트페테르부르크는러시아의 유럽을향해열린창 이다. 과거표트르대제가스웨덴의침략을막기위해건설한요새로출발해서볼셰비키혁명까지 200여년간러시아제국의수도였던상트페테르부르크는지금도화려했던로마노프왕족역사의숨결이살아있는듯하다. 역대차르가잠들어있는페트로파블롭스크성당, 세계 3대박물관인에르미타시국립미술관, 러시아해군력의역사를한눈에볼수있는해군박물관이의연히자리잡고있다. 러시아국민이가장사랑하는시인알렉산드르푸시킨의젊은시절낭만과추억이서린곳이고, 현재러시아를이끌고있는블라디미르푸틴대통령이태어난고향이며정치적요람이기도하다. 그유서깊은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9월 5~6일이틀간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가열린다. 작년멕시코로스카보스정상회의에이어개최되는이번 8차회의는 세계경제성장과양질의고용창출 을주제로토론이이루어진다. 유럽의재정위기, 미국의양적완화축소, 중국의구조조정등글로벌경제의불확실성을해소하는방안도논의된다. 우리나라의박근혜대통령도지구촌의경제질서를다루는이회의에참석하여저성장, 고실업문제의해결을위한선도적제안과한국의창조경제에대한구상을밝히고푸틴대통령과한 러정상회의를비롯한양자회담도가질예정이다. 러시아는이번에글로벌 GDP의 90%, 세계무역의 80%, 그리고세계인구의 3분의 2를점하는 G20 국가들의정상회의를처음주최하는영광을가지게되었다. 작년 9월러시아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13

극동의블라디보스토크에서열린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에이어이제는유라시아대륙의서쪽끝에서초대형국제경제올림픽을치르게된것이다. 러시아는지금새로운변화를모색하고있다. 푸틴대통령이작년 5월에 6 년임기의대통령직에복귀하여 3기정부를출범시키고친정체제를구축한이후러시아는경제전략의방향전환을시도하고있다. 지난 10년간러시아의경제성장을주도해왔던석유, 천연가스중심의에너지의존정책이국제유가하락과유로존경제침체로인하여도전을받고있는상황에서이를극복하기위한안정적이고지속가능한성장동력개발을모색하고있는것이다. 러시아는작년 8월세계무역기구 (WTO) 에정식으로가입함으로써수출환경이개선되고외국기업들의러시아투자가활성화되는추세에있다. 특히 신동방정책 으로한국을비롯한아태지역과의경제협력에박차를가하고있다. 한국과러시아는수교 20여년이지난현재의시점에서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한차원높은동반관계를구축할절호의기회를맞고있다. 9 월 5~6 일 G20 정상회의앞둔상트페테르부르크 출처 : www.itar-tass.com 11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한국과러시아는, 이제서로빗장을열어야한다. 그동안형식상합의한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 를실제로가시화해야한다. 박근혜정부는알맹이있는 신북방정책 을통해한 러관계를새롭게획기적으로발전시키기위한의지와전략을보여주어야한다. 우선한국은러시아에대해 말바꾸기 로인한불신감을해소해야한다. 구체적실행방안없이러시아사람들에게말을먼저앞세우는것은금물이다. 아울러한국은러시아에대해장기전략을세워야한다. 한반도와동북아의미래는물론, 북한의비핵화와통일과정에서러시아의역할, 그리고통일이후한반도와유라시아대륙의평화공존과협력체제를구축하기위한그랜드디자인을마련해야한다. 러시아는남북통일에이바지할수있다. 2011 년세계경제및국제관계연구소 (IMEMO) 가발간한보고서 글로벌전망 2030 은한반도의경제통합과정이 2020년대에상당히진척되고 2030년경에는사실상통일이이루어질것으로보고있다. 특히동보고서는남한주도로이루어지는통일이러시아에이익을가져다줄것이라고지적하고있다. 러시아와국경을맞대고있는통일한국이한반도의국운융성은물론극동 시베리아지역의발전에크게이바지할것은자명한일이다. 특히극동 연해주지역과두만강하류지역은세계적물류중심지, 경제활동의중심지가될가능성이크다. 극동 시베리아지역은러시아경제부흥과에너지안보의중요한축이다. 한반도종단철도 (TKR) 와시베리아횡단철도 (TSR) 의연결, 남 북 러가스관연결사업은이를위한핵심적인과제이다. 광대한연해주의농업개발협력도식량안보를위해빼놓을수없는주요사업이다. 한국정부가추진하는창조경제를위해러시아가이바지할수있는여지는크다. 러시아의우수두뇌와과학기술의강점을한국의 IT 제품개발능력과결합한정보통신협력, 나로호로켓발사와같은우주항공과학기술분야의협력확대, 청년창업, 일자리창출을위한경험과전략공유, 중소기업육성과경제민주화를위한정책공유등이그것이다. 그리고지식공유사업 (KSP) 을통해한국의강점인전자정부, 교통, 물류, 항만, 공항운영시스템의러시아진출모색등한 러양국간실질협력을입체적으로강화해나가야한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15

박근혜대통령과푸틴대통령은앞으로약 5년간양국을같이이끌어갈동반자이다. 푸틴대통령은 강한러시아 건설을국정우선목표로두고있고부국강병을통해한국을발전시킨박정희대통령을높이평가하고있다. 박근혜대통령은원칙과신뢰를중요시하는지도자이고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유라시아협력확대를발표한바있다. 이번두정상의첫만남은양국의새로운미래를위한첫단추를끼우는것이다. 독일의앙겔라메르켈총리가푸틴대통령과자주만나머리를맞대고협상도하고유럽의미래를논의하고있는것처럼, 아시아의미래평화와번영을위해한 러두정상은앞으로긴밀히소통하고협력해나가야할것이다. 마지막으로공공외교를통한한 러대화의추진과민관합동포럼의지속적발전이중요하다. 러시아도 루스키미르 등을통한공공외교확대노력을지속하고있다. 또한, 한 러양국의미래를짊어질대학생과젊은차세대인재들이경제, 문화, 예술, 인문학분야에서마음이서로통하는활발한교류의장을펼치고인적네트워크를만들어야한다. 의지가있는민족의꿈은반드시이루어진다. 부산에서출발한 KTX열차가한반도와연해주를거쳐시베리아를가로질러상트페테르부르크로연결되는날이머지않아꼭올것이다. 그런의미에서이번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와한 러정상회담은글로벌경제회복에이바지하고유라시아대륙으로뻗어가는한민족의국운융성을위해또하나의주춧돌을쌓는중요한무대가될것이다. (2013 년 9 월 4 일특별호 ) 11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2. 9 월정상회담에비춰본한 러관계 심경욱 안보전략연구센터책임연구위원 9 월상트페테르부르크정상회담의의미와성과 지난 9월 5~6일러시아제2의도시인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가개최되었다. G20 국가정상들은공동선언문을통해지속가능하고균형잡힌경제성장과양질의일자리창출을위해공동의노력을기울여나갈것임을약속하였다. 정상들은 성장을촉진하고일자리를창출하는것이최대우선과제 라고강조하고 풍부한일자리와강하고지속가능하며균형잡힌성장의길로회귀하기위한단호한조치들을취하기위해전념 하고있음을밝혔다. 이는 2012년 9월의블라디보스토크 APEC에이어 G20 정상회의를성공적으로개최함으로써대내외적으로역량을입증하고자진력해온푸틴정부로서는흡족해할만한대목이다. 한국언론도이번 G20 정상회의에대한취재보도에특별한비중을부여하였다. 그배경에는다음과같은여러요인이자리한다. 첫째, 시리아사태를둘러싼미국과러 중간의이견이 G20 정상회의에서어떻게표출될것인가에대한관심이다. 왜냐하면, 그들강국간의공조나갈등은한반도안보논의에직접적인영향을끼칠것이기때문이다. 둘째, 박근혜정부출범이래처음다자외교현장에나선박대통령의행보였다. 실제로그는동아시아지역의첫여성대통령으로서한국의글로벌리더십을보이는동시에독일 이탈리아등여러정상과의양자회담을통해본격적인세일즈외교를펼쳤다. 또한, 선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17

진국과신흥국간의이해관계를절충하고합리적인해법을제시함으로써국제외교무대에데뷔하는데성공하였다. 동시에국내언론이집중적으로보도한것은 5월오바마미대통령과의방미회담과 6월시진핑주석과의회담에이어열린한 러정상회담이었다. 9 월 6일첫만남을가진한 러양국정상은제한된회담시간을주로실리우선의경제협력논의에할애하였다. 시베리아횡단철도나북한나진항현대화사업, 북극항로및항만개발, 러시아경협차관의상환, 한 러간자유무역협정등이논의되었다. 박대통령은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동북아평화협력구상등새정부의신뢰외교기조를설명하고북한의비핵화에대한러시아측의협조를당부하였다. 푸틴대통령도한국의극동개발참여를적극적으로요청하고지원할것을약속하는가하면, 향후한국기업들의역할에대한기대도표명하였다고한다. 한국의시각에서보더라도러시아극동개발에주안점을두는푸틴정부의동북아개발프로젝트는매우중요하다. 먼저지구촌의마지막자원보고 ( 寶庫 ) 인러시아극동개발에대한한국의참여는한반도의번영을위한전략적예비로서의가치를보더라도긴요하다. 한국의작전반경상최인접지역인러시아극동의군사전략적가치또한주목해야한다. 만약한반도유사시중국이나일본이군사적시위나압박을의도할경우, 양국은러시아의극동군사력의움직임에대한사전고려나견제도생각하지않을수없을것이다. 특히동해와길게연결된연해주해역과그이북의사할린해역은한국의안보전략가들이결코간과할수없는지역인것이다. 더욱이 21세기항공우주시대를맞아국지적우세를모색할수있도록군사적선택영역을확대해주는전략적회랑이라는의미에서도한국은러시아극동개발에한층더적극적으로임해야할것이다. 푸틴대통령은 2000년집권이래줄곧극동 시베리아개발을겨냥해공세적인 신 ( 新 ) 동방정책 을전개해왔다. 즉아시아 태평양국가들과의협력강화를기반으로사할린과시베리아등극동지역의개발을도모해왔던것이다. 심지어한반도정세불안을예방하기위해서지난해 6월에는북한의 110 억 11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지난 9 월 5 일 G20 정상회의에서처음만난한 러양국정상 출처 : www.ria.ru 불채무액중 90% 를탕감하면서까지김정은정권의연착륙을지원하였다. 특히집권 3기를맞아이른바신 ( 新 ) 동방정책을제대로추진하기위해극동개발부를신설했음에도 국토균형발전 의미흡한성과에조바심을내고있던터였다. 박근혜정부는 5월 21일 신북방정책 을추진할것임을이미공언함으로써한국의극동개발참여를희망하는러시아측에화답한바있다. 그런의미에서이번상트페테르부르크회동을기회로박대통령이러시아의동북아개발프로젝트와관련한참여의지를다시확인함으로써앞으로의양국협력전망은한층더밝아졌다고할것이다. 2013 년서울정상회담의성공적개최를위한제언 G20 상트페테르부르크정상회의에겸해이뤄진박근혜 푸틴회담의또다른성과는푸틴대통령의연내한국방문을논한것이다. 지난 2005년방한한이후 8년만에다시한국을찾을그는박대통령과 9월첫회동에서거론된양자현안들을심도있게다룰예정이다. 즉극동개발협력, 자유무역협정 (FTA) 의재추진이나북극항로의개척등경제이슈들이논의될모양이다.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19

그러나북한의핵무장으로남북한간의군사적균형이심하게흔들리고있는오늘, 한 러양국은서울정상회담을계기로안보공감대를넓히는것이무엇보다도중요하다. 왜냐하면, 한반도에평화와안정이보장되지않는한, 극동개발을둘러싼한 러협력은사상누각 ( 砂上樓閣 ) 일것이기때문이다. 더욱이우리사회일각에서는한국과러시아양국관계에대한우려가표출되고있다. 한 러관계가수교이후지난 22년동안큰폭으로발전하였음에도불구하고, 최근들어 4강외교에서러시아가보이지않는다 혹은 가시적성과는없이협력어젠다만반복되고있다 는지적이나오고있다. 무역 통상영역에서도양국교류는완만한성장을지속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교역의내역은개선되지않고있다. 1 이는러시아 IT시장의한국점유율하락이입증한다. 또한, 러시아인들의대 ( 對 ) 한국인식도개선되지않고있는듯하다. 최근의여론조사는북한에대한러시아인들의시각이갈수록온정적으로변하고있음을보여주고있다. 2 이러한상황을고려한다면한국정부는 9월상트페테르부르크회담에이어연내예정된서울정상회담의성과를극대화하도록그어느때보다도노력해야할것이다. 이러한맥락에서다음과사실을고려할것을제안하고자한다. 첫째, 푸틴이지난 2000년정상에오른이래동북아및한반도에서러시아의발언권은지속해서증대해왔다는사실이다. 그는 강한러시아 로의회귀와통치카리스마를지닌지도자에대한대중의향수에힘입어 2012년세번째로집권하였다. 더욱이헌법개정으로 2018 년까지임기를보장받음으로써실리를최우선시하는그의한반도정책은손에잡히는호혜적성과를내고자한층더공세적기조를띨것이다. 1 한국의 12 년도대 ( 對 ) 러시아투자는 1 억불규모로다소주춤한상태이며, 12 년말기준우리나라의대러투자누계치는 19 억 9 천만불로총해외투자액의 1% 수준 ( 투자실행기준 ) 에지나지않는다. 또한, 러시아의대한국투자누계액도 4 천 8 백만불로초보수준 ( 도착액기준 ) 이다. 2 북핵이다른나라에위협이되는가 라는질문에 2009 년에는답변자중 69% 가그렇다고대답했던반면, 2013 년에들어 53% 가, 또한 북한핵이러시아에위협인가? 하고묻는항목에서는 2009 년의 55% 보다 17% 가적은 38% 가 2013 년에는긍정적으로답변하였다. 또 북한에대한국제제재에찬성 하는러시아인들도 2009 년의 57% 에비해 2013 년에는 10% 가줄어든것으로나타났다. 2013 년 8 월 1 일외교부하태역유럽국장초청간담회녹취록중한양대학교엄구호교수의발언내용에서재인용함. 12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둘째, 미 중양강기를맞아러시아는 중국과함께 초일강의위치에있던미국에맞서는대신, 전략적균형자역할을선호하고있다는사실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러시아는시리아사태를둘러싸고중국과나란히미국과서유럽국가들의강경입장에맞섰다. 그러나다극화질서를겨냥한대중공조를가동하면서도러시아는중국의급부상이달갑지만은않을것이다. 심지어러시아국내일각에서는중국의군사강국화를우려해대중견제의필요성을제기하고있다. 또한, 러시아는미국의아 태회귀와아 태 MD 공고화에대중연대의강화로대응하고는있으나, 미국의아시아중시정책은중국의급부상을견제하고유럽 MD를축소할수있는반사적이익도기대할수있다. 만약한국이 중국딜레마 를둘러싼러시아의전략적고민을제대로이해하고균형자적위상과역할가능성을인정할경우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토대를둔박근혜정부의외교반경은더넓어질수있지않을까. 끝으로, 한반도의안전보장에대한러시아의기여도가미국과중국에비해높지않음을인정하는것이다. 사실 2010년천안함사태이래북한이 3차핵실험을감행하는등한반도의위기가고조되는가운데서도러시아의역할은상대적으로크지않았다. 그럼에도우리에게더중요한것은러시아의위상, 즉 반 ( 半 ) 역내반 ( 半 ) 역외국가 로서의러시아의낮은입지를제대로헤아리는우리의전략적시각이다. 김정은정권의대중의존과중국의대북영향력독점을고려할때, 한국은한반도안보와관련한러시아의발언을좀더경청할수는없을까. 미 중양강기가도래한지금, 박근혜정부는역내러시아의발언권제고의지를능동적으로수용함으로써한반도평화구현을위한실질적지원세력으로이끌어나갈시점은아닌가한다. (2013 년 10 월 7 일제 236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21

23. 한 러관계, 과연전략적인가?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국제지역대학원교수 러시아연구소소장 지난 13일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대통령이 8년만에한국을방문해박근혜대통령과두번째한 러정상회담을했다. 지난 9월상트페테르부르크주요 20개국 (G20) 회담에서상견례를해서인지양국정상의만남은시종화기애애한분위기였다. 정치 외교안보 경제통상 과학기술 문화등주요관심사에대해폭넓은대화를나눴고이를세부적으로반영한전문 34개항의서울공동성명을발표했다. 2건의협정서명과 15건의양해각서체결도했다. 이가운데박근혜정부의 3대대외정책핵심어젠다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 에대해러시아측의이해와지지를확보한게최대성과로보인다. 이번공동성명은과거에비해합의내용이풍성하고협력의방향성이좀더구체적이라는것이전문가들의중론이다. 뒤집어해석하면그동안양국간제반협력이 소문난잔치에먹을게없다 라는속담처럼썩원활하지못했다는분석이가능하다. 2008년 9월이명박대통령의모스크바방문을계기로양국은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맺었다. 하지만한 러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는아직까지외교적수사차원에머물러있다는게정확한진단일것이다. 2012년말기준한국의대러교역액이 225억달러로늘었지만대중무역액의 10분의 1 수준이다. 러시아가국내총생산 (GDP) 세계 9위규모의경제력을가졌음을감안하면경협성과는기대에못미친다. 인적교류도미 중 일에견주면미미한수준이다. 2010년 5월발생한천안함피격사건과같은해 11월북한의연평도포격사건에대해서도 전략적 관계인한 러양국은 전략 12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적 입장차이를드러냈다. 이처럼이상적목표와현실적불일치가온데는몇가지이유가있다. 예로양국간이익교환의불균형에서비롯한상호불신의축적, 한국은대북전략적우위확보에비중을뒀지만러시아는경제협력에주안점을두는양국간정책목표우선순위의비대칭성이꼽힌다. 경협에서시장주의적접근 ( 한국 ) 과국가주의적접근 ( 러시아 ) 의충돌, 러시아에서부패와관료주의에따른외국인투자유치제도의미비, 한국사회일각에서러시아를부정적으로인식하는냉전의타성등도양국관계의발전적도약을방해했다. 한 러전략적관계의내실화를더욱어렵게하는구조적요인은따로있다. 남북분단이라는지정학적현실과한 미동맹이다. 지리적으로중간에위치한북한은소위 알박기 처럼적절히긴장을조성해한 러의전략적협력을제한해왔다. 미국의동맹적위계질서아래에있는한국도대러정책에서외교적운신의폭을제한받아왔다. 지난 13 일한 러정상회담에서악수하고있는박근혜대통령과푸틴대통령 출처 : www.president.go.kr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23

한국과러시아가진정한전략적관계로진입하려면각기북한과미국요인을최소화하는외교적노력이요구된다. 러시아는남북분단에서오는기회적이익을극대화하려는유혹에서벗어나야하고평양의호전성을순치시키는가운데북한이시장개혁과남 북 러삼각경협에적극성을띠는데유익한환경을조성하는것이필요하다. 한국도한 러관계를한 미관계의종속변수로보는인식의틀에서벗어나한 미동맹과한 러의전략적관계를조화롭게발전시켜나가는창조적실용외교가필요하다고본다. 이것은러시아와미국이라는양자택일의이분법적도식을넘어선것으로한국외교의새로운혁신과도전을의미한다. 주변 4강정상중푸틴이박근혜정부출범이후방한한첫지도자이고두달새상호교차방문정상회담을한유일한인물이라는점에서이번한 러정상회담의의미가크다. 박근혜 푸틴시대한 러관계가전략적관계에걸맞은전면적협력관계로진입하는원년이되기를기대해본다. * 본칼럼은 11 월 15 일중앙일보에게재된필자의시론을전문재인용한것 임을밝힙니다. (2013 년 11 월 25 일제 243 호 ) 12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4. 1991 년러시아혁명, 한반도통일모델제공해 셰퍼드이버슨 인하대학교한국학센터교수 북한내부에경제침체가이어지고국경너머의더나은삶이차차알려지게되면서반체제정서도조금씩증가하고있다. 하지만다른한편으로왕조교체와함께신세대지도자들이권좌에오르면서변화를위한기회의문이열리고있을지도모른다. 흐루쇼프의탈스탈린시대를잇는소련 2세대개혁가들이그랬듯이김정일시대이후북한권력엘리트들도자신들이물려받은스탈린체제의실패에서벗어나안전하고도이익이되는출구전략을필요로하고있다. 이런점에서 1991년에일어난러시아혁명은북한내부의정치변화를이끌어내는데서주목할만한모델을제공해준다고할수있다. 옛소련엘리트들의인터뷰를보면 1991년혁명이러시아당 정지도부의친자본주의연합으로조직됐음을짐작할수있는데, 이들은사회주의체제가무너지고있어국제자본주의와의경쟁에서이길수없음을깨닫고나서사익을찾아나섰다. 이들은물질적특권을실리적으로추구하면서이데올로기를재빨리버리고자유시장체제에서권력을계속이어나갔다. 사유화가공식정책이되기몇해전이었던 1987년에이미당 정엘리트들은국영사업체를양도받고그들이일으키려던변화들에서이익을취하기위해입지를다졌다. 1991년마지막몇개월동안이들은군대철수를말했던데서알수있듯이대중봉기를제지하려하지않고뒤돌아앉아피를별로흘리지않은혁명이 CNN 방송에중계되는모습을전세계와함께지켜보고있었다. 사실미하일고르바초프와그의가족은그후내내모스크바에서안락한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25

삶을살았고소련정치엘리트중많은사람이새로운러시아경제엘리트의일원이되었다. 이처럼러시아엘리트들이구사한정치적책략은북한엘리트들이명예롭게퇴진할수있는모델을제공해준다. 다만이들에게는충분한물질적보상과개인적신변안전보장이뒤따라야한다. 러시아상황에서는엘리트들에게분배할만한국가재원이꽤충분했다. 하지만현재북한경제는 1991 년당시러시아경제보다 40배나작다. 따라서북한엘리트들이통일과정에나서도록고무하려면외부재원으로경제적보상을마련해줘야만한다. 하나의코리아 : 평화를위한제안 (One Korea: A Proposal for Peace) 에서필자는남한정치지도부주도의통일을대비해 3천억달러를모집하여북한주민에게분배하는일 (5년이상 ) 을맡으며국제자금으로운영되는코리아평화기금 (Korean Peace Fund) 설립을제안한바있다. 경제적보상외에도이기금은경제적통합과중대한인도주의원조에도투입된다. 거의 90% 가빈곤가정과결식아동에제공되기때문이다. 만약이기금이더증대된다면, 북한은통일을선택하는수밖에없을것이다. 북한대중에게안전한음식, 최신식건강관리, 재산소유권, 신뢰할만한에너지공급, 국제통신접속, 개인의빈계좌에수천달러입금을약속해준다면, 그들에게는통일을위한행동에나설동기를제공해줄것이며, 김정은정권에게는여전히기회가있을때명예와품위를갖추고어쩔수없이동의하도록압력을넣게될것이다. 평화기금약속은쿠데타발발동기를증대시킬수도있다. 이제안에따르면상위 1천명의장군과권력엘리트가백만장자가될수도있고, 장교 1,200명이 50만달러를받을수있으며, 준사관 3만명도적절한보상을받는다. 군서열고하에따른배당금은중간수준의준군사적시민사회도통일한국에서자신들에대한정당한보상을주장할수있는동기를제공해줄것이다. 김정은은 (1990년고르바초프와 2000년김대중대통령처럼 ) 노벨평화상을받고북한인민에게평화와번영, 통일을선사한영웅적인젊은지도자로환영받을것이기때문에동의할수밖에없을것이다. 김정은은자신의유산과개인적재산, 가족의안전을지키며엄청난개인적신용을쌓은국제적유명인사가될수도있다. 12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007 년루이뷔통모델로나서기도한미하일고르바초프전소련대통령의모습 출처 : http://www.polichicksonline.com 정부와기업, 민간재원이북한주민개인에게수백억달러를제공한다는것이터무니없을수도있지만, 이는특별한경제 안보상황을고려할때가장잘이해할수있다. 동아시아번영의중심지에서실패한전체주의국가로부터핵무기를제거하면 3천억달러의가치가있다. 지구촌경제를뒤흔들고수백만명의인명과생계를위협할수도있는열강들간충돌가능성이줄어들기때문이다. 통일은한반도산광물과항구, 러시아철도와에너지가자유시장에나올수있게해줄것이며동북아지역의경제발전에도박차를가해줄것이다. 현대적수준의자본축적을고려할때, 향후 5년마다투입되는 6백억달러는민간 기업기부금, 외부회수금, 군사비재조정에서쉽게충당할수있다. 전세계총자산의 2/3에해당하는 100조달러는기업엘리트천여명이효과적으로관리한다. 전세계억만장자는 1,500명으로, 동아시아에는 200여명, 러시아에는 100명, 한국에는 25명이있다. 엘리트들은기부금완전공개를약속함으로써기금을제도화해기금에정통성을부여할수있다. 여론의냄비근성에흔들리지않는권력엘리트들은사유재산과국제미디어, 은행, 비즈니스, 글로벌기관들사이의협력관계를가동시켜역내정치적 경제적인센티브구조를근본적으로바꿔놓을수도있다. 동북아국가들은 7조달러이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27

상의외환과국부펀드자산을보유하고있다 ( 그중 66% 는중국이보유하고있음 ). 이자금중에서 5% 도안되는돈으로코리아평화기금을지원할수있으며역내자본자산의지속성장에투자할수있을뿐만아니라, 인류역사상가장위대한인도주의행위와안보반전을이끌어낼수도있다. 유일한북한원조국인중국의정책변화는지속적인평화조성에결정적인요인이될수있을것이다. 마오쩌둥시대이후중국지도자들은변화하는환경에반응하며실용주의개혁을이끌어내는탁월한능력을보여주었다. 중국이한반도통일에이바지하게되면, 이는주한미군철수와함께태평양에서군사력주둔을줄일수있는협력메시지를미국에전하는셈이된다. 한반도통일과양안화해관계로논란거리들이줄어들고싸울명분도거의사라지기때문이다. 밝은경제적 지정학적결과를기대케하는코리아평화기금모델은중국과북한, 미국사이에윈 윈하며체면을살리는해결책과제도적기반, 새로운합의를위한자극제를제공해줄수있을것이다. 20세기의저명경제학자존케네스갤브레이스는한때 정치는가능성의예술이아니다. 정치는참혹한것과불쾌한것중에서선택하는것이다 라고말한바있다. 이제안이다른대안들보다더바람직하고성공할수도있다고해서이제안에꼭찬동할필요는없다. 다만약속과견제, 강요가되풀이된정책실패들과 6자회담의지지부진한결과들을고려할때이렇게새로운접근방식이정당성을얻을수있다. 1991년에평화적으로이뤄진러시아혁명은정치적타협을위한모델을제공한다. 돈이일단탁자위에놓인다면, 김정은정권은이평화패키지를받아들일수도있을것같다. 그러므로 30세의김정은에게그자신과주변사람들도지지할수있는매력적인옵션을제공하는것은신세계질서의지도자들에게의무가아닐수없다. 코리아평화기금은모든사람이피해를입지않게해줄뿐만아니라, 그들이원하는뭔가를선사해주기도한다. (2013 년 11 월 11 일제 241 호 ) 12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5. 격동의한반도예고 : 2013-2014 러시아와중국의대규모군사연습 최화식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초빙연구위원 육군준장 엄동설한인 2014 년벽두, 중국군이백두산일대와발해만해역에서대규모군사연습을하고있다. 이보다앞선 2013년 7월에는러시아군이극동지역에서소련및러시아역사상최대규모의군사연습을시행했다. 최근들어동북아지역에서벌어지고있는러시아와중국의대규모군사연습은어떤의미가있을까? 러시아군은 2013년 7월동부및중앙군관구소속 5개야전군, 태평양함대및공군소속병력 16만여명, 전차및장갑차 5,000여대, 장거리전략수송기와전투 / 폭격기및헬기를포함한항공기 130대, 해군함정 70척규모등이참가한가운데극동지역, 오호츠크해및동해에서군사연습을시행했다. 이육해공연합부대들은철로, 육로, 공중수송으로장거리를이동한후 17개훈련지역에서실사격이포함된전투훈련을전개했다. 연습에는해병부대의상륙훈련, 전략수송기에탑승한장갑공수부대의공정작전훈련, 공병이구축한부교를넘어기갑부대가적진으로투입되는도하훈련등이포함됐으며, 핵상황하전투훈련및오염지역제거훈련, 그리고신형핵탄두로무장된전략핵잠수함운용훈련도시행되었다. 푸틴대통령은이틀동안연습지역에체재하면서훈련과정을참관했다. 중국군은심양군구소속 10만명의병력과북해함대소속해군과해병으로백두산인근의한만국경선지역과발해만해역에서유례없는최대규모군사연습을감행하고있다. 이연습은작년 11월하순발해만에서의상륙훈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29

련으로시작되었고, 12월초순부터백두산일대의지상훈련으로훈련지역이확장되었으며, 2014 년 1월 10일부터는심양군구예하의기계화부대인 39집단군, 경장갑보병부대인 40집단군, 그리고전략핵미사일부대가포함된 16집단군등총병력 10만명규모가동원됨으로써이지역사상최대규모의군사연습으로확대되었다. 연습에참가하는전차, 장갑차와병력들은철로와육로를통해장거리를기동하여백두산일대와두만강건너편지역에집결한가운데전투훈련과사격훈련등을실시하고있다. 2개의집단군이동서로전개하여훈련하는형세는마치북한최대철광인무산일대로부터나진 / 선봉과청진등북한동해안방향을지향한공격준비대형처럼보이고있다. 한편발해만과서해북부해역에서는해군기동및사격훈련과해병상륙훈련이진행중에있다. 러시아와중국모두이번군사연습들이특정국가를적으로상정한훈련이아니며전투준비태세의향상이나검열차원의것이라고발표했다. 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대통령은 불시개시된이연습은현대화와재무장프로젝트를추진해온러시아군이현대적인전장환경에서임무를잘수행할수있는지를확인하는의미가있다 고설명했으며, 중국관영 CCTV는 이번중국군의훈련은장거리기동능력과 북한동북부를지향하고있는중국군훈련지역출처 : 조선일보, 2014년 1월 13일. 실전능력을향상하는데목적이있다 고보도한것이다. 그러나막대한예산, 대규모병력과장비를동원하는대규모군사연습은특정목적을설정한가운데정밀하게짜인시나리오에근거해시행되는것이일반적이다. 각국은이런연습을통해관련국또는잠재적적국들에자국의능력과의지를표출하게되는것이다. 13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그렇다면최근들어이러한대규모군사연습을감행하고있는러시아와중국은무엇들을보여주고요구하고싶은것일까? 우선러시아와중국군사분석가들의평가를눈여겨볼필요가있다. 러시아군사저널 National Defense 의편집장인알렉산더크람치킨 (Alexander Khramchikhin) 등은 러시아의이번대규모연습은중국과일본에재건된러시아군의강력한능력을과시한것으로훈련의지상부분은중국을, 해상훈련은일본을겨냥한것이다. 신형핵탄두를공개한훈련은러시아보다우세한재래식전력보유국들에러시아의핵억지력이강화됐음을과시하는것이며, 핵상황하전투훈련및오염제거훈련을한것은러시아군이이지역의특정국가가이무기들을사용할가능성이있다고판단했기때문이다. 결론적으로이연습은러시아가한반도에서대규모분쟁이발생할가능성에대해진지하게대비하고있음을의미한다 고평가했다. 한편중국의군사분석가들은 10만명의병력을한꺼번에동원한이번중국군연습은유례가드문특별한것이다. 북한의불안정한정세와관련이있다 고평가했다. 러시아와중국군의연습이시행된시점의시기적배경도살펴볼필요가있다. 2011 년말경러시아는북한의붕괴가능성을진지하게받아들이고그것이동북아정세에미칠영향을평가했던것으로보인다. 러시아의저명싱크탱크인세계경제및국제관계연구소 (IMEMO) 가 2011~2030 기간의한반도를전망하면서 북한의붕괴추세가가속화되고있다... 장차북한상황에대한통제력확보를놓고중국과대한민국이상호경쟁하게될것이다 라고기술한것이바로그것이다. 러시아군의연습시기인 2013년 7월은동년 2월에있었던북한 3차핵실험직후로서미국은물론이고과거북한정권의후원자로행동해왔던중국마저북한을강하게비난하고제재에참여하고있던시점이었다. 중국군이발해만의해병상륙훈련을개시했던 2013년 11월은중국이장성택의실각가능성을인지 ( 북한으로부터대중관계라인변경통보접수 ) 했던시점이었다. 백두산일대로훈련지역이확장되었던 12월초는장성택실각사실이공개되고있던시점이었고, 훈련이북한동북부지역으로집중되고유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31

례없이최대규모로확대된것은북한이 12월중순장성택을처형하면서그죄목으로 무산철광과나선항만을중국에헐값으로팔아먹었다 는내용을포함하여발표한이후였다. 이연습들이시행된시기적배경, 양국군사분석가들의평가, 훈련지역과내용, 투입부대등을종합하여검토해볼때러시아와중국의이번연습들이어떠한함의가있는지다음과같이정리해볼수있다. 첫째, 양국은북한상황변화또는급변사태에대비한자국의군사적대응계획과시행능력을검증했으며, 동시에자국의의지와능력을관련국들과국제사회에과시하는 무력시위 를한것으로보인다. 러시아와중국은북한의붕괴등상황변화시자국의이익 ( 특별히북한동북부에관한 ) 을보호또는확보하기위해군사력을운용하겠다는의지를서로과시한것으로보인다. 동시에러시아는한국과국제사회를향해북한붕괴시러시아군이개입할것임을시사했으며, 북한을향해서는자국이북한의붕괴가능성에대비하고있음을상기시키고북한이붕괴를피하려면자국과의관계개선이필요할것이라고암시한것으로보인다. 중국은국제사회를향해북한붕괴시중국군이북한핵심지역을한국군보다신속하게점령할수있음을과시하고북한급변사태문제에신중하게접근해야한다는메시지를전달한것으로보인다. 둘째, 중국과북한의관계가후원과의존관계에서긴장또는갈등관계로전환될가능성이보이고있다. 이번군사연습으로중국군은분명히북한을위협하였다. 위협의목적이북한내중국이권의보호인지, 한반도상황을긴장시킬수있는북한추가도발의억제인지, 중국영향권을벗어나지못하도록북한의행보를통제하기위한것인지아니면이것들이모두결합된종합적인것인지아직은단언할수없다. 이러한중국의위협에북한은지금까지두가지반응을보이고있다. 우선한만국경방어태세의강화로서, 북한군은 12 일부터북부의 3개군단예하부대들을한만국경지역으로전환배치하는움직임을보였다. 다른한편으로북한은불과며칠전까지계속해오던대남핵전쟁위협을거두어들이면서지난 16일밤부터갑자기한반도긴장완화와 13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상호비방중지등을 정중하게 요청하고이를행동으로실천해보이겠다고재강조하는모습을보이고있다. 북한의이러한태도변화가이번중국군군사연습과직접적인관련이있는것인지는알수없다. 다만, 중국은북한의행동과북한의상황을주도적으로통제하기위해대규모군사연습으로북한을위협한것이며, 북한은이를위협으로인식하고방어적인대응태세를강화해가고있다는것은분명하다. 이현상은향후양국의관계가긴장내지는갈등관계로전환될가능성을보여주고도남음이있다. 셋째, 지구적차원에서전략적협력관계에있는러시아와중국이한반도특히북한동북부와관련하여경쟁적이거나또는갈등하는관계에진입할것으로보인다. 이번연습에서양국모두북한지역에대한군사력투사능력을경쟁적으로과시하였다. 양국이현재의북한에대한영향력을놓고, 그리고장차북한붕괴시북한지역특히동북부지역을둘러싼이익을놓고서로경쟁하고있음을보여주었다. 북한과중국사이의관계가긴장관계로발전하게되면러시아와중국의경쟁관계가더욱심화될것으로보인다. 2013년중반과 2014 년초러시아와중국의대규모군사연습은북한상황에대한통제력을놓고벌어진러시아와중국사이의경쟁이었고, 북한을향한구애와위협이었으며, 한국과국제사회를향한권리선언이었다. 러시아가한반도국가와의직접적접경을중시하면서협력증대를모색하는몸짓이었으며, 중국이북한상황은이제중국이주도적으로통제하겠다고나서는주동작위 ( 主動作爲 ) 의깃발이었다. 러시아와중국의한반도인근대규모군사연습들은한반도와동북아시아에서 2014 년이 격동의한해 가될것임을예고하고있다. 2014 년 1월서울에서는통일논의가뜨겁다. 통일은대박이되어야한다. (2014 년 1 월 20 일제 251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33

26. 러시아중앙정부는극동을어떻게바라보는가? 빅토르라린 연해주러 중우호협회회장 역사학박사 지난 150년간태평양지역에대한러시아의태도는다음두가지로집약된다. 하나는태평양지역정치에적극적으로참여하고역내경제체제에통합되려는러시아당국의노력이며, 다른하나는태평양지역에서지배권을잃지않으려는것이다. 두경우에서는대외요인이결정적인역할을담당했다. 열강들에게서뒤처지지않으려는열망 으로 19세기중반과말기상트페테르부르크의팽창주의노력과 21세기초반모스크바의 통합계기 들이촉발되었지만, 18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극동지역에서여러차례발생한위협으로말미암아이지역에대한방어능력을강화하고동아시아에서러시아정책을활성화하는특별대책이강구되었다. 이러한과정에서국가적전략과극동의광대한공간이중앙정부와극동지역의관계를설정하는데서중요한요소가되었다. 중앙정부는군사적전략과정책에따라극동지역의식민지화를결정하였다. 주요수단은이민정책, 교통인프라건설, 군사용방어기지건설및산업투자였다. 중앙정부에의한식민화정책의주목적은지역의운명이나극동거주민에대한관심이아니었다. 태평양연안국경강화를통한러시아영토보전과러시아안보가우선고려대상이었다. 제정러시아와소련정부가바로이런논리로극동지역을통치했고현재러시아연방정부도크게다르지않다. 중앙정부의입장에서볼때극동지역에살고있는사람들은중앙정부의군사적, 정치적고려대상이며러시아중앙의경제발전을수행하기위한전략적자원을충원하는역할 13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을하고있다. 이처럼좀더나은삶을살고자하는극동지역주민과지정학적이고전략적인목표를수행하는국가의이익이서로충돌하고갈등하고있기때문에중앙정부가극동지역을장악하는데서근본적인어려움이발생할수밖에없다. 물론, 극동지역에대한러시아중앙정부의수단과정책을상황이다르고모순적인러시아의역사시기마다단순화하는것은잘못이다. 러시아중앙정부의극동지방에대한정책과접근방법은국가의발전, 정치체제, 세계와아태지역정치환경에따라결정되기때문이다. 지금까지극동지역에대한러시아중앙정부의시각은달라지지않았다. 제정러시아시대, 소련시대, 그리고러시아연방시대를통틀어극동지역에대한기본적인구도는중앙의거대도시와중앙권력유지 강화를위한자원공급지로바라보는것이었다. 극동지역은러시아중앙정부를유지 강화하는원 미하일로모노소프는 러시아의부는시베리아 ( 와극동 ) 에의해증대될것이다 고말한바있다. 출처 : klimov.blogspot.kr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35

자재와원료공급지역할을담당했다. 중앙정부는극동지역이살아갈수있는최소한의자원만배분해주었다. 러시아중앙정부와극동지방의관계는마치본토와식민지와도같았다. 가끔극동지역이외부침입으로영토가상실될위기가발생했을때나중앙권력이긴급히작동하여극동에대한관심과방어에나서곤했다. 하지만외부로부터의명백한위협이사라지면극동에대한중앙정부의관심도또다시사라지곤했다. 현재도예전과별반다르지않다. 20세기말 21세기초중국의정치, 경제, 군사적발전은러시아정치인과군인, 일반인들에게도러시아의극동지배권에대한위협으로간주되었다. 이러한안보위협은푸틴정권에오히려유리한입장을만들어주었다. 극동에서중국인들에의한실질적인안보위협내용은무시하고전통적인외부의위협에대한대응에만초점이맞춰졌다. 이러한안보정국은외부의위협이전제되어야하며이러한외부의위협에대응하는내부의정책결정에안보정국이영향을미쳤다. 이러한외부위협요인은오스트리아외교관인로 (В. Ло) 가 안보화 라고말한푸틴의대외정책특징을규정하는데필요하다. 극동러시아에대한러시아중앙정부의잘못된경제발전접근방법은아직도개선되지않고있다. 극동지역에사는많은러시아인이주거지를떠나고있으며극동지역의대외경제적종속이심화되고중국인과의삶의격차도벌어지고있다. 현재진행중인중국과러시아의전략적협력관계가붕괴되지않는한이지역에서대중국전선강화를위한대규모전력과자원을급박하게동원할필요는없다. 아마도러시아중앙권력은동북아와아시아지역에대한러시아에너지공급증가와아태지역에영향력있는열강으로인정받는것에만족하고전통적인관심사인유럽으로외교의축을돌릴것이다. 앞으로도극동지역은러시아중앙내부의정치적상황에의해단순히국가의자원을충당하는식민지와같은형태로남을것이고, 다음정책주기까지 신데렐라 의역할을담당할 13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것이다. 러시아중앙정부가극동지역의변화를진정으로원한다면, 이지역을유라시아경제 정치적공간으로보고경제플랫폼을변환해야한다. 그래야만러시아가진정으로아시아 태평양국가로거듭날수있으며진정한유라시아정치경제공동체의일원이될수있다. * 이글은빅토르라린 (Виктор Ларин) 박사의 2013 년 10 월모스크바카 네기재단기고문에서결론부분을발췌한것임. (2014 년 2 월 3 일제 253 호 ) 제 1 장정치와외교 러시아와한반도 137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27 변화하는러시아지역경제정책 / 143 28 제조업, 러시아의신경제성장동력 / 147 29 러시아경제, 미국출구전략후폭풍으로부터안전한가? / 151 30 북극개발을계기로극동개발협력의새로운패러다임을열자 / 155 31 북극해항로와러시아조선산업 / 159 32 러시아동시베리아 극동가스와동북아가스경쟁 / 163

27. 변화하는러시아지역경제정책 이리나코르군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 HK 연구교수 푸틴러시아대통령은 2012년 12월 12일러시아제헌절을맞이하여러시아국회인두마에서 2013년연두교서를발표했다. 이교서에서그는대통령임기내실현해야하는여러과제에대해언급했다. 러시아인구문제나사회발전, 부패척결노력등기존에추진하고있는여러중점사항을포함하여, 경제정책중지방과중앙관계에대한대통령의언급은특별한의미가있다. 가까운장래에발생할것으로예측할수있는변화들가운데하나가중앙과지방간경제적관계의재편이다. 역사적으로러시아의국가경제운영시스템은중앙집권적이어서크렘린이지방을포함한국가의모든중요한경제적결정을내렸으며, 2000년대들어서는대통령개인이모든결정을내렸다. 조만간그런구조가변하여지방도경제운영부분에서일정한독립성을가지게될것으로보인다. 지방행정지도부의업무수준이경제부흥의중요한요인 이라고한국가지도자의말이그점을입증해준다. 푸틴대통령은 현재특별세로분류되는중소기업세입의대부분이지방정부로귀속될것이다. 이뿐만아니라법인소유의동산과부동산에대한연방의많은세제혜택들도변경중이다. 이재원들또한지방정부예산으로돌아갈것이다 라고언급하고있어더많은재정적자율성이지방정부에귀속될예정이다. 이러한결정들이국가발전에서필수적인몇몇문제들을해결하기위한노력의일환임은분명하다. 특히정책결정권자들이러시아경제성장하락을우려한다는점을보여준다. 2000년대중반을주도했던자원중심성장모델은한계를드러내고있다. 유럽의경제위기, 새로운에너지절감기술및신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43

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연방대통령의 2013 년연두교서발표모습 출처 : www.kremlin.ru 에너지자원탐색 채굴기술의등장뿐만아니라러시아투자증가율의저하, 현대화정책의실패도경제성장한계요인으로작용했다. 성장의새로운동력을찾기위해서는지방정부들에게당장에라도제시할수있는대안이필요하다. 이는 모두알다시피우리에겐석유나가스없이도연간 10% 이상지역총생산 (GRP: Gross Regional Products) 의성장을보이는연방주체들도있다 는푸틴대통령의고민에도나타나있다. 지난 11월메드베데프총리는하바롭스크에서열린정부회의에서국가경제현대화에서지방정부의역할을강화할수있도록중앙정부와지방정부간권한배분을촉구했다. 연방중앙의각지방에서의가능성은제한적이다. 지방상황에대한좀더깊은지식이필요한데다가때때로극히복잡한문제로대두하는인력관리부분에서의능력도요구되기때문이다. 지방정부는몇몇사안들에관한결정권한과그실현자금을획득하게됨으로써새로운성장동력탐색에박차를가할수있을것이다. 여기에서 A. Smith가경제에적용한원리를적용할수 14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있다. 자신을이롭게하려는이기적인욕망은결과적으로사회적부의증대를가져온다. 지방정부로의권한위임이라는결정또한전적으로국제적관행의틀을벗어나지않는다. 지역경제운영에더효과적인지역분권화, 행정단위로의권한이양은지난 30~40년간의세계각국의발전에서하나의흐름으로번져나갔다. 세금일부를지방정부예산으로배정하는것은 가난한부자지역 이라는역설적문제를부분적으로해결하는데이바지할것이다. 풍부한천연자원을보유하고있으면서도러시아의지역간예산시스템아래만성적으로보조금을수혈받는극동지역과시베리아가그예이다. 이러한문제는광물채굴과관련된모든세금은먼저연방예산으로귀속된후국가정책의필요에따라재분배된다는데있다. 이것은사회주의계획경제의흔적이라할수있다. 그러나 1990년대과도기의그와같은재분배는사회적불안정과중앙정부접근을위한지역수장들간의싸움, 지역내올리가르히시스템의만연, 국가경제유지를위한재원부족이뒤따를수밖에없었다. 지방정부에재정적, 행정적자유를부여한다면전반적으로동요가발생할것이지만, 이는피할수없는선택이다. 지역간불균형발전이심각하여이를시급하게개선해결해야한다. 러시아내지역간총생산격차가 300배가넘는곳도있다. 예를들면모스크바와인구셰티야가그렇다. 또다른심각한문제는지역간평균소득의차이다. 지역간평균소득은 7배이상차이를보인다. 러시아정부로서는지방자율권을권장해야할또다른이유가있다. 물론, 지금현재관료주의가극으로치달은몇몇지방정부들에대한정책결정과정이개선되어야한다는것은반론의여지가없다. 그러나거의모든연방주체가항상모스크바의결정에따라왔기때문에그간많은시간과자원이낭비됐으며자율적인정책결정과정이제한됐다. 오늘날중앙정부에대한지방정부의재정보조요구는전러시아적인현상이다. 이때문에일부재원에대한권한을지역에부여하는것에는지역당국이중앙에재정적보조를요청하는요인을없애고자하는의도도포함되어있다.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45

구상중인방안들의많은긍정적인측면에도불구하고 과연연방정부가지방정부에어느정도의자율권을줄지 에대한대답은미지수다. 지역예산편성권한에대한형평성논쟁은 1990년대부터지속됐으며지금까지도이렇다할결과를내지못했다. 2000년대에형성된정부의수직구조는일방적으로한방향으로기능하여상부에의해결정된사안이각지역에서이행하게되어있었다. 이와달리지역에일정부분의자율성을부여하는것은분명정치적인타협으로볼수있다. 그러나분권은한계를가질것이다. 독자적인결정을내릴준비가된지방정부는자율권을부여받을것이며대규모국가프로젝트가진행중인지역들의결정권은여전히중앙정부의몫으로남을것이다. 또한, 자율권은특정분야에국한될것이며중앙정부와지방정부간권한분배도예외는아니다. (2013 년 4 월 1 일제 209 호 ) 14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8. 제조업, 러시아의신경제성장동력 김상원 국민대학교국제학부교수 러시아경제는지금까지자원에의존한성장을이룩했지만, 이제는제조업도점차성장의한축을담당하고있는상황이다. 제조업중에서가장높은성장을보이고있는산업은자동차생산이다. 러시아는자원의존적경제구조에서탈피하기위해국내제조업분야의기술혁신을달성하여국제소비시장으로의진출을도모하고있다. 사실, 러시아는부정하고있지만, 현재러시아는 1970년대네덜란드처럼자원생산으로인한높은성장과실질환율의상승에의한제조업의침체, 그리고 GDP 성장률정체라는네덜란드병징후가있는것도사실이다. 하지만지난 10여년동안러시아실질성장률, 광업실질생산, 제조업실질생산동향을국제유가추이와비교해서살펴보면원유와천연가스생산의급증이일어난가운데제조업과 GDP도함께높은성장을이루고있었다. 오히려광업부문의생산은꾸준히상승하는기조를유지한반면, 제조업과 GDP는국제유가의변동추이와맥을같이이루고있다. 또한, 2005년이후에는광업생산보다제조업생산이더급속히발전한것을알수있다. 글로벌금융위기가있었던 2008~2009년동안의제조업상황을보면 2008년하반기부터하락해서 2009년최저를기록했다. 이기간에광업부문은소폭감소에그치고있고, 문제로지적되었던것처럼성장정체현상이지속되고있다. 러시아 GDP와제조업의변화는다른시장경제국가들처럼경기순환이국제유가와상관관계가있으며, 이는 2012년러시아의회의비준으로 WTO에정식가입된것과마찬가지로러시아경제가세계경제에편입되었음을의미하기도한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47

다. 물론, 러시아는아직에너지자원이 GDP의 24%, 수출의 70%, 재정수입의 49% 를차지하고있는만큼에너지의존형경제라는것은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 하지만 GDP와제조업의성장부진이에너지산업과긴밀히연계되었던과거와는달리그연결고리가점차분리되고있는상황이다. 2012년기준으로러시아제조업의 GDP 비중은 15.2% 이지만, 그만큼더확대될수있는여지가있는것도사실이다. 제조업비중을산업별로살펴보면정유 20.5%, 철강 16.3%, 식품 16.2%, 자동차 11% 순이다. 이중에서 2000년대두드러진성장을보인산업이 2012년현재 5.9% 인전기 전자와 5.3% 인기계장비부문이다. 특히자동차산업의비약적인성장과더불어이두산업은높은성장률을보이고있다. 물론, 자동차산업의경우국산자동차생산보다는외제브랜드의러시아국내조립생산이대부분이지만, 현재러시아의제조업을이끌고있다고해도과언은아니다. 한가지아쉬운점은외국자동차업체들은간단한부품들만현지에서조달하고, 엔진, 전자부품과같은기술력이필요한제품들은수입해서생산하고있는상황이다. 에너지의존형경제를극복하고자경제현대화정책을추진하고있는상황에서자동차산업과부품산업은대표적인육성산업중하나이다. 따라서이를위해국내생산비율을높이고, 엔진및트랜스미션등핵심부문공장설립을요구하고있다. 무리한정책으로생각되는이러한정책은글로벌금융위기여파가지속되던 2008년과 2009년을제외하고 2006년부터 2012년까지매년 27~30% 이상의성장을보였던판매비율때문일것이다. 2013년에는경기침체로판매시장이부진한경향을보이고있지만, 2012년에는수입차 105만대, 국내생산 197만대로총 302만대가팔렸고, 이는같은해독일승용차시장규모 308만대에육박하는숫자이다. 그만큼제조업성장과더불어내수시장이활성화되었다는것을알수있다. 제조업성장의또다른축은루블화의안전성이다. 2000년대부터경상수지흑자유지와 5천억달러이상의외환보유고유지로환율이 1달러당 30루블대를꾸준히유지하고있다. 2012년의명목환율은 2005년수준보다약간낮아지고있지만, 인플레이션을감안한실질환율은 2005년수준보다 30% 14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러시아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과 외국산 브랜드 자동차는 수입 제품과 가격 경쟁은 있지만, 국외 시장에서 경 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이 러시아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러 한 상황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수출 구성 부문에 서 제조업의 비중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러시아 수출의 70%가 에너지 산업에서 이루어지지만, 수입은 절반 가까이가 기계 관련 제 품이고, 이 중 60% 이상이 EU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 기계류 수입은 대부분 이 생산재로서 제조업 생산에 필요한 부품들이다. 이는 러시아 제조업 분야 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제조업 육성과 소비시 장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 러시아의 제조업은 생산설비 노후화, 기술력 부재, 노동력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WTO 가입과 외국인 투자 확대로 발전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밀집된 서부 지역은 내수시장 활성화, 러시아 국산차 라다 공장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 출처: www.scoopweb.com 제2장 경제와 자원 러시아 경제 149

에너지자원이풍부한동부지역은자원개발과더불어태평양지역국가로의경제협력확대정책을펼치고있는러시아의상황을고려하면, 러시아정부가목표로하는경제체질개선이기대되고있다. 그리고기존의에너지의존형경제구조를제조업에기반한새로운구조로개편하는상황에서러시아는제조업경쟁력강화를위해외국과의협력강화에적극적일수밖에없다. 따라서한국은러시아와의새로운산업협력을구축하는계기로삼아야할것이다. (2013 년 8 월 5 일제 227 호 ) 15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9. 러시아경제, 미국출구전략후폭풍으로부터안전한가? 이종문 부산외대러시아인도통상학부교수 지난 8월 21일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가 7월 30~31 일양일간열린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정례회의회의록을공개했다. 핵심내용은대다수연준위원들이고용개선과실업률하락등경제상황개선이라는조건을달았지만, 올해중자산매입규모축소, 내년중반양적완화종료 를제시한벤버냉키의장의출구전략시간표에동의했다는것이었다. 이사실이알려진후신흥국금융시장에서의반응이세계경제의불확실성을키우는새로운쟁점이되고있다. 버냉키의장이빠르면금년내에양적완화축소로들어가는출구전략테이프를끊을것이라는관측이확산되면서과거신흥시장으로유입되었던대규모투자자본의선진시장회귀가시작되었다는전망이힘을얻었다. 그영향으로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공, 터키등신흥국외환시장과주식시장이출렁이며공황상태에빠져들었다. 미국의양적완화이후신흥국국공채및주식시장으로몰렸던글로벌투기자금의이탈이가시화되면서주요신흥국들이통화가치폭락을막고, 경상수지적자를충당하기위해금리인상과국외채발행까지검토하는등금융시장안정을위한필사적수습책을내놓았으나큰효과를보지못하고있다. 신흥국중앙은행과국제통화기금 (IMF) 이요구한신흥국배려양적완화속도조절론에미연준이미국경제우선이라는원칙을내세움으로써신흥국에서의신 ( 新 ) 외환위기공포가글로벌경제를다시짓누르고있다.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51

그렇다면러시아경제는미국출구전략의후폭풍으로부터비켜갈수있을것인가. 미국출구전략의후폭풍이찻잔속의태풍이될것인지, 거대한허리케인으로발달할것인지는러시아경제의펀드멘탈에달려있다.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등금융위기를겪고있는국가들은제조업기반이취약하고, 경상수지에서적자를내고있는데이를단기외채를통해메우는금융시스템을갖고있으며, 미국의양적완화기간에유입된자금을구조조정에활용하지못했다는공통점이있다. 지금까지러시아금융시장은미국출구전략의직접영향권에서벗어나안정세를유지하고있다. 지난 8월이후 2개월동안달러대비러시아루블환율은 2루블변동폭 (31.59~33.47 루블 ) 내에서움직이고있으며, 주가 (RTS Index) 도변동폭이 16% ( 최고 1500.3포인트, 최저 1292.0포인트 ) 에그치며상승하는양상을보이고있다. 자본유출도안정된패턴을유지하고있다. 향후러시아경제는미국의출구전략이본격화된다하더라도과거와같은위기상황으로치닫지는않으리라고판단된다. 먼저미국의출구전략이본격화된다는것은미국경제가불황에서벗어나노멀 (normal) 로전환된다는것을의미한다. 그리고지난 3~4년동안글로벌경제를억눌렀던유로존에서의재정위기가진정되고독일을중심으로경기회복이가시화되고있는점도러시아경제회복에힘을실어준다. 금년 2/4분기부터체코, 헝가리, 폴란드등경제의대유럽의존성이높은동유럽국가들이장기침체에서벗어나경기회복국면으로접어드는추세를보이고있다. 러시아도수출의 50% 이상, 외국인투자자본의 80% 이상을유럽연합 (EU) 에의존하고있어유럽연합의경기회복은러시아경제회복에청신호로작용할것이다. 유로존부채위기과정에서러시아기업과은행들은적지않은디레버리징 ( 자기자본대비차입비율을축소시키는것 ) 을겪은상태라자금유출로인한피해는상대적으로적을것이다. 그보다는미국과유로존에서의경기회복으로인한원자재수요증가가러시아핵심수출기업들의수익증가와투자수요확대를이끌어러시아경제에긍정적으로작용할것이다. 현재러시아경제의펀드멘탈은 2008년글로벌금융위기때와비교했을 15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때대단히강해졌다. 외환보유액은 3,338 억달러에서 5,226 억달러로 57% 가까이늘어났다. 총외채규모는 GDP 대비 31.5% 로아주낮은수준이며, 총 외채에서단기외채가차지하는비중은 13.0%, 금액으로는 912 억달러에불 과하다. 경상수지는 2000 년이후매년흑자기조를유지하고있는데, 2012 년 714 억달러, 2013 년상반기 284 억달러를기록했다. 재정건전성측면에서도 러시아는다른이머징마켓과비교해대단히양호하다. 1~9 월까지재정수지 는국내총생산 (GDP) 대비 1.2% 흑자를기록하고있다. 반면몇몇부문에서는부진상태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 상업은행의건 전성을나타내는지표인위험자산대비자기자본비율 (BIS 비율 ) 은 13.2% 로 다소하락했다. 민간부문의순자본유출은 2012 년 626 억, 2013 년상반기에 만 381 억달러를기록하는등매년지속해서증가하고있어효율적인외환 관리의필요성이대두되고있다. 그리고거시경제지표도부진한실적을내고 있다. 올해 2/4 분기러시아실질국내총생산 (GDP) 은 1.2% 증가에그치면서 2012 년 1/4 분기부터 6 분기연속성장률하락이라는초라한성적표를받았 다. 경기가장기저성장국면에서 벗어나지못하고있음을보여준 다. 소비자물가상승률 (1~9 월 ) 은 4.9% 를기록하며정부의연간목 표치 (5~6%) 달성에경고등이울 린상태다. 상기경제지표들을통 해판단할때러시아경제운영은 금융보다는실물부문에정책의 초점이맞춰져야한다. 물가상승 률도통화와관련되기보다는공공 및서비스요금인상등에서기인 하고있기때문에금리인하나통 화량증가조치가물가상승에미 치는영향력은크지않아보인다. 러시아경제가당면한가장시급한과제는장기저성장기조에서벗어나는것이다. 출처 : www.themoscowtimes.com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53

러시아경제가당면한가장시급한과제는장기저성장기조에서벗어나는것이다. 이를위해서는금융정책과재정정책간의정책조합이이루어져야한다. 금리인하와재정지출확대등을통한총수요진작과더불어세율인하및조세감면, 규제완화등을통해기업활동을활성화하는것이무엇보다우선되어야한다. 1998년모라토리엄과정에서겪은재정적자와외환부족에대한트라우마 (trauma) 에서벗어나성장중심정책조합을강구해야한다. 러시아경제는기초체력측면에서다른이머징마켓국가들보다비교우위를지니고있다. 경제의체질개선을위한구조개혁정책의선택과수행에서확실한대안을제시하고이를지속해서추진하는동력이요구된다. (2013 년 10 월 21 일제 238 호 ) 15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30. 북극개발을계기로극동개발협력의새로운패러다임을열자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소수석연구위원 러시아극동개발, 특히극동항만개발사업에관한한국정부와기업의관심은한 러수교이후현재까지꾸준히이어지고있다. 극동항만의부족한화물처리능력에따른화물적체문제가크기에러시아측도이에대한개선필요성을절감하고있고, 한국측은그런상황에따른항만개발사업기회를엿보기때문이다. 지금껏극동항만개발사업타당성을판단하는요소는크게두가지였다. 하나는항만개발또는현대화에투입되는투자비, 또하나는항만개발이후 TSR( 시베리아횡단철도 ) 로연결되는화물처리량증가에따른수익이었다. 그런데극동항만가치평가에커다란영향을줄새로운변수가등장하고있다. 북극빙하의빠른해빙에따라현실화되고있는북극항로의상업화가능성이바로그것이다. 북극항로개발 이글에서말하는북극항로는통상북동항로라불리는부산-러시아극동과유럽을오가는구간인데, 현재이북동항로는연간 50일가량운항할수있다. 하지만북극빙하해빙속도가예상외로빨라지며 2017 년경에는상업운항이가능한 100여일, 2020년에는약 6개월, 2030년에는연중운항이가능하다는전망이나오고있다. 그렇다면이런점이러시아극동항만개발과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55

북극항로와수에즈항로비교출처 : www.themoscowtimes.com 어떤관계가있고, 어떤영향을주는것일까? 현재한 중 일, 대만등동북아지역에서유럽으로가는화물대부분은홍콩, 싱가포르를거쳐수에즈운하를통과하여유럽으로가는노선 ( 통칭수에즈항로 ) 을이용하고있다. 홍콩, 싱가포르가국제화물의허브항으로자리를잡게된것도그두항구가수에즈항로의중심점에있다는지리적이점이있었기때문에가능했던것이다. 하지만북극항로가열릴때수에즈항로물량의 50~70% 가량은북극항로로이동하게될것으로예상되는데, 그때는싱가포르, 홍콩이담당하던허브항역할이환동해권으로옮겨갈수밖에없다. 북극항로허브항은북극항로물동량만연간최소 3천만 TEU 이상을처리하게될전망인데, 참고로컨테이너화물처리량세계 5위인부산항에서작년한해처리한화물이 1,704 만 TEU였음을고려할때이는엄청난화물량이다. 거대한화물처리뿐아니라허브항이되면수많은화물선에대한선박유와선박용품공급, 선박수리, 그리고선박금융등다양한산업의생산유발효과를일으킨다. 싱가포르, 홍콩도이러한산업효과를등에업고발전했다는것을알기에동북아국가들은북극항로의허브항이되기위해총성없는전쟁을벌일수밖에없을것이다. 어떤경우에도러시아극동항은수혜주 현재부산항, 동해항, 러시아극동항, 나진항등이허브항후보로거론되고 있는데, 어디가허브항이될지는조금더두고봐야한다. 하지만어디가허 15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브가되던그주변에는허브항의보조역할을하는서브항 (Sub-port) 도건설되기마련이다. 그럴때블라디보스토크항을비롯한러시아극동항만중어느하나는분명허브항또는서브항이될가능성이매우높다. 북극항로와관련해러시아항구가절대적으로유리한요소들이존재하기때문이다. 우선지도를펴보면알겠지만, 북극항로의대부분은러시아북부해안을따라형성되어있다. 그러므로북극항로입출항에대한실질적통제를러시아가맡게될가능성이크다. 또북극항로운항초기에는쇄빙선이반드시필요한데 ( 북극빙하가다녹는시점에는의미가사라지겠지만말이다 ), 쇄빙선을소유한곳이러시아이다보니운항도러시아가담당할수밖에없다. 이러한현실적상황속에서자국항만을이용하는선박에대해유리한요율을적용한다거나쇄빙선을우선배정하는등러시아가취할수있는카드의위력은생각보다클수있다. 실제지금도자국화물선과외국화물선에대한쇄빙선이용요율이차등적으로운영되고있다. 무엇을어떻게할것인가? 기업차원에서는러시아극동항만개발과관련한대부분항만의개보수와현대화를위한건설수주프로젝트정도로접근하는경우가많은듯하다. 물론, 이것도해당기업차원에서는중요한사업이다. 하지만정부차원에서는북극항로라는변수를집어넣고 5년, 10년을내다볼필요가있고, 그렇다면극동항만개발협력에관한접근전략도크게바뀌어야할것같다. 즉건설사의항만개보수사업차원이아니라, 항만주변도시개발, 산업개발, 수리조선, 금융, 급유, 용품, 물류, 항만운영참여까지폭넓은시각으로보는일종의마스터플랜을그려야한다. 그렇다면그마스터플랜은누가작성해야할까? 주관은정부주무부처가해도실제마스터플랜을작성할조직은상기언급된다양한분야의관심기업들, 전문컨설팅업체, 그리고정부주무부처가모두포함된민관 TFT를통해진행해야하지않을까생각된다. 그리고 TFT에서만들어진마스터플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57

랜을들고러시아극동개발부와극동항만개발에대한양국정부부처간포괄적협상을펼친다면이전과다른새로운레벨의한 러극동개발협상이진행될것으로보인다. 지난 5월 15일북극이사회에서우리나라도영구옵서버 (Permanent Observer) 자격을얻었고, 이를계기로정부차원에서도북극개발에대한정책적무게를크게싣고있는것으로알고있다. 북극개발정책에는북극항로뿐아니라자원개발, 환경보호, 신성장동력활용등다양한분야가있다. 이글에서언급한내용은북극항로와관련된의제중일부가될것이다. 모쪼록북극개발에따른러시아극동항만의가치가변할수있음을생각하고한 러극동개발협력관계에발전적논의가마련되기를기대한다. (2013 년 6 월 10 일제 219 호 ) 15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31. 북극해항로와러시아조선산업 이상준 국민대학교국제학부교수 강대국의흥망성쇠를결정하는요인들은많다. 바다도그중하나다. 러시아제국은바다로의진출을갈망하며영토를확장했지만, 유럽, 이슬람, 중국에막혀완전하고자유로운대양진출을이루지는못했다. 20세기후반까지러시아의극서와극동지역을바다로연결하는길은제한적이었다. 만일러시아가한방향으로라도대양으로진출했다면, 러일전쟁의결과는달라졌을것이다. 러일전쟁당시일본은발트해에서출발한러시아함대가블라디보스토크로들어가는것을대한해협에서막지못했다면승리를장담할수없었다. 일본과동맹을맺고있던영국은중립원칙을철저하게준수했다. 당시해양강국이었던영국은러시아함대가지나가는항로의주요항구를지배하고있었고러시아군함이식량과생필품을공급받고자기항했을때군수품적재를철저하게통제했다. 이러한영국의철저한중립덕분에일본함대는발트해에서출발한러시아함대보다무장력에서우위를점할수있었고대한해협에서러시아함대를제압할수있었다. 제정러시아에이어소련도해양진출을열망했다. 발트해, 흑해, 동해에함대를창설하고핵잠수함을건조하며전세계바다로진출했다. 그러나이미대서양을넘어대양을지배하고있었던미국에대항하기에는역부족이었다. 소련이붕괴한이후러시아는바다를두고경쟁을벌이기보다는자국의영토보전도버거운시기를보냈다. 21세기북극해항로가열리면서러시아는오랜기간꿈꿔왔던해양국가로발돋움할수있는기회를다시얻었다. 오늘날러시아는이러한기회를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59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티스키조선소 모습 출처 : www.dp.ru 실현할수있는능력을갖추고싶어한다. 그래서푸틴은조선산업에큰관심을두고있다. 푸틴집권 2기후반이었던 2007년에통합조선공사 (United Shipbuilding Corporation) 가설립되면서푸틴의의지는주목받기시작했다. 엄밀히말하자면이러한시도는이미푸틴집권 1기초반 2001년조선산업에대한재건노력에서보였다. 러시아연방해양독트린 2020에서는해양전략에관한포괄적인원칙, 국가의조선산업통제, 조선산업의재건에필요한부지, 인프라, 자금, 인력양성에관한기본적인내용들을제시했다. 그러나현실은녹록하지않았다. 러시아조선산업의건조능력은이러한해양전략을뒷받침해주기에는턱없이부족하다. 2011~12 년동안러시아조선소들은 190대의선박을건조했으며규모는 71만톤 ( 그중군사적인용도는약 56만톤 ) 으로세계건조점유율이 1% 에불과하다. 그나마이규모는러시아조선소가가진생산능력의 30~50% 밖에되지않는다. 이렇게선박건조가적어진이유는러시아조선산업의생산효율성과재정적안정성이낮은데있다. 이런이유로러시아조선산업의주요고객이자 3대해운선사인소브콤플 16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로트 (Sovcomflot), 프리모리예 (Primorie), 페스코 (FESCO) 는러시아조선소보다는해외조선소와계약을더많이했다. 실제 2013년해외건조계약규모는 130만톤을넘어섰다. 전체무역의 60% 가해상을통해이뤄지고북극해항로가열리고있는상황이지만, 현재러시아조선산업은이에대처할능력이부족한실정이다. 그래서러시아정부가조선산업육성을위해적극적인지원에나서게되었다. 2020년까지러시아정부는 4조 4천4백억루블 ( 약 1,430억달러 ) 을투입하여군수용선박, 쇄빙선, 예인선, 북극운행과관련된해양설비를주문할계획이다. 러시아정부는 2020년까지최소 25척의쇄빙선이필요하고 230척의탱커와 40척의가스선이필요할것으로예상한다. 소련시기 20척이넘었던쇄빙선들은이미조선산업침체기를거치면서거의사용하기불가능해졌다. 특히북극해연안지역에위치한탄소자원을개발하고이를북극항로를통해발트해와백해에서극동지역을연결하는활동을수행하기위해서는쇄빙선이절실하게필요하다. 결빙기에어둠을헤치고해상운송을안정적으로유지할수있는장치와장비, 운송시설은러시아조선산업육성의큰이유가되고있다. 군수용선박산업육성과북극해지역의자원개발및운송로유지에필요한특수선박을자체적으로건조할수있는능력을배양하기위하여러시아조선산업은국가적인차원에서육성되고있는것이다. 2007년설립된통합조선공사는이미민간조선소 80% 이상을통합했다. 이로써러시아정부는 2030년까지러시아조선산업의건조규모를총 2,000척까지늘려나갈계획이다. 러시아의조선산업육성계획은러시아를다시해양강국으로올려놓기위함이다. 현재러시아는권역별로조선산업발전에대한비전을다르게생각하고있다. 조선소가집중적으로위치하고있는북서지역은러시아국영기업의주도로발전되기를기대하는반면에, 극동지역에서는외국과의협력관계강화를통해조선산업을육성하고자한다. 러시아의이러한정책은세계금융위기이후침체된한국조선산업에기회가될수있다. 물론군사적목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61

적의선박건조에한국기업들의참여가다소제한적일수있지만, 특수목적의선박건조에서한국기업들이가진경쟁력은양국간조선산업협력을가능하게해줄것이다. 러시아의북극해개발과조선산업육성이성과를내게된다면, 2030년러시아는새로운바다북극해를기반으로해양강국으로거듭날것이다. 그렇기에우리나라의북방정책은가스관, 철도, 전력망연결등남 북 러 3각협력을넘어새로운해양으로의확장을포함하는광의의전략적개념으로재해석되어추진되어야할것이다. (2013 년 12 월 16 일제 246 호 ) 16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32. 러시아동시베리아 극동가스와동북아가스경쟁 엄구호 한양대학교아태지역연구센터소장 지난 3월 22일시진핑중국국가주석의러시아방문과지난 4월 28일아베일본총리의러시아방문이연이어있었다. 시진핑주석의러시아방문은지난정부에서의전략적협력을양국신정부에서더욱공고히할수있는새로운출발의장이됐다는점에서, 그리고 2003년고이즈미총리의방문이후 10년만에러시아를방문하여이루어진러 일정상회담은쿠릴열도 ( 북방영토 ) 문제의새로운실마리를모색할수있었다는점에서큰주목을받았다. 그러나이번러 중, 러 일정상회담에서우리가더주목해야할점은에너지협상의진전이었다. 셰일가스의등장과러 중가스가격협상난항등으로러시아의동시베리아 극동가스개발이동력을잃는것은아닌가하는의구심이팽배한상황에서이번두정상의러시아방문을통해러 중과러 일사이에서그동안많이논의된에너지협력프로젝트가탄력을받게됐다. 그러나 ESOP 개통이후활기를띠고있는석유협력에비해이르쿠츠크파이프라인프로젝트, 사하가스와파이프라인프로젝트, 사할린가스와파이프라인프로젝트, 서시베리아가스파이프라인프로젝트등많은논의가있었던가스협력은가격과파이프라인루트선택에대한이견으로지지부진했다. 중국은난항을겪었던러시아와의협상과병행하여중앙아시아, 미얀마와의협상을타결하면서러시아를궁지에몰아넣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시작하여우즈베키스탄과카자흐스탄을지나중국신장까지연결되는중앙아시아- 중국가스관은 2009년말완공되어 2013년까지완전히가동될예정이다. 투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63

르크메니스탄은 2030년까지연간 30bcm의가스를중국에공급하기로합의했는데, 이는중국의현재수요의절반에해당한다. 그동안중국과러시아간의가스가격에대한불일치는 1,000m3당대략 100달러정도로보인다. 이런상황에서이번시진핑주석의러시아방문은획기적인전기를마련했다고볼수있다. 가스프롬과 CNPC는 2018 년부터연간 30bcm의가스를 30년간공급하기로하고가격은연내에타결하기로한것이다. 특히중요한것은러시아산가스의중국공급에서우선방향은 시베리아의힘 (Сила Сибири) 가스관의동쪽루트라고합의한것이다. 올해말까지합의가능성이그리크지않다고보는전문가도많으나어쨌든 10년간난항을겪었던양국가스협력에새로운전기가마련된것은분명하다. 극우적성향으로말미암아한국과중국등인접국은물론세계적인압력에직면한일본의입장에서아베총리의이번러시아방문은북방영토해결이라는정치적의제가가장눈에띄는것이사실이나실제는에너지협상이가장중요한의제였다고할수있다. 에너지협력이영토협상의가장중요한지렛대이기도하거니와후쿠시마원전사고이후일본의가스수요가급증하고 러시아극동가스관 출처 : www.forexaw.com 16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있기때문이다. 후쿠시마사건으로인한추가 LNG 수량은연간 10Mt이다. 일본이우선관심을두고있는프로젝트는연간능력 10Mt로 2017 년에완공예정인블라디보스토크의 LNG터미널로, 2011 년말일본기업들 (ITOCHU, Japex, Marubeni, INPEX) 과가스프롬컨소시엄이타당성연구를수행했다. 가스는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파이프라인을통해블라디보스토크터미널까지올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 LNG터미널은연간 244Bcf 의능력을갖추게되며이것이완공되면일본 LNG 소비의 7.5% 정도를담당하게될것이다. 여기에기존공급을더하면일본수입에서러시아의비중은 17~20% 가된다. 한국은이명박정부에서남 북 러가스관사업을추진했다. 2017 년부터 25 년간북한경유가스관을통해러시아산천연가스를연간 750만톤도입하는것이다. 한국가스공급은야쿠츠크생산센터 (2020년연 250억m3 ) 와사할린생산센터 (2020년연 330억m3 ) 가주로맡게된다고알려졌다. 그러나양국정부가바뀌었고북한의 3차핵실험과개성공단사태등한반도의위협이제고되면서프로젝트진행이정치적으로불확실해졌고, 차얀다가스전개발의지연과러시아정부의블라디보스토크 LNG터미널우선정책으로러시아측추진동력도상당히약화했다. 그러나동시베리아 극동가스전과운송망개발의경제적실현가능성은동북아국가들의수요및가격적정성에의존하고있는현실을고려할때이번시진핑과아베의러시아방문은남 북 러가스관프로젝트의러시아측추진동력을되살릴가능성을만들었다. 문제는남북한관계의경색이다. 남 북 러가스관사업이남북한관계에긍정적영향을미칠것인가는북한의가스관경유가남 북 러가스관사업을결정하는데서고려해야할하나의위험요인인지아니면경색된남북한문제를푸는하나의수단으로생각하는지에따라판단이달라질수있을것이다. 박근혜정부는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동북아협력구상, 유라시아협력구상등을공약으로제시했다. 북한의 3차핵실험이후, 북한이가스관경유로얻게되는경제적수혜가남북한관계개선에도움이될것인가를둘러싸고부정적기류가커진것은사실이다. 그러나 3각협력과같은우회진출방식이 3자간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65

신뢰구축과이를토대로본격적인 3각협력추진여건조성에이바지하는방법이가장현실적인남북경색완화수단임도분명하다. 러시아의동시베리아지역과극동지역에는 54조m3의천연가스가매장돼있다. 이는러시아천연가스매장량의약 21% 를차지한다. 기존의 EU 가스시장의탈러시아현상에직면한상태에서러시아는가스수요가급증하고있는중국을비롯한아태지역국가와지리적으로인접해있는극동시베리아의가스전개발과수출의중요성을인식하게됐다. 러시아정부로서는동시베리아 극동의가스전개발이전략적으로매우중요하다. 이러한전략목표를달성하기위한러시아정부의가장기본적인프로그램은동부가스프로그램 (Восточная газовая программа) 이다. 크라스노야르스크변강주, 이르쿠츠크주, 사하 ( 야쿠티야 ) 공화국, 사할린주, 캄찻카변강주등다섯곳에가스생산센터를건설하고야쿠티야-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가스관과서시베리아의가스전을연결할 시베리아의힘 (Сила Сибири) 을기본운송망으로하여현재 PNG 수출비중 0% 를 2030년까지 20% 로끌어올리는것이기본내용이다. 한국의전문가들은북한위험외에도러시아정부의최근재정상태를볼때동부가스프로그램의완성을위한막대한재정을마련하기어렵고셰일가스등으로말미암아사업의경제적타당성을확보하기어렵다는것을근거로동부가스프로그램에대해회의적인태도를보이는경향이있다. 그러나중국과일본은에너지안보에서러시아가스가지정학적긍정성을모두갖고있어어느정도의경제적타당성이확보된다면러시아와의가스협력을지금보다는강화할가능성이높다는점을주목할필요가있을것이다. 미국에대항하기위해러시아의지지가필수적인중국, 쿠릴열도 ( 북방 4도 ) 의영토문제해결에도움이되고자함과아울러중국을견제하고자러시아와의가스협력을제고하고자하는일본등각국의지정학적이익은모두다르지만, 러시아와의가스협력은정치적이익을준다. 한국도남 북 러가스관사업을통해핵으로위협을가하는북한에게경제적유인을통해한반도평화신뢰프로세스를더현실화할수있는지정학적이익도고려해볼만한시 16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기가되었다. 따라서러시아와의가스협력에좀더전향적자세로중국과일본과의경쟁에서뒤지면안될것이다. 또한, 러시아정부는기존의경쟁유도적동북아가스정책을다자협력적동북아가스정책으로정책의기조를바꿀필요가있을것이다. 위에서언급한여러요인을고려하여전향적태도를보인다면동북아의가스협력은급물살을탈수도있을것이다. 최근합의된러시아와중국간가스공급루트가동부루트로정해졌고, 일본이블라디보스토크 LNG 터미널건설에참여하면서사할린및극동지역의가스를많이사용하게될것이기때문에어쩌면협력보다는경쟁이지배적인상황이될가능성은매우크다. 이런맥락에서현재정체상태에있는남 북 러가스관사업에새로운시각이필요하다는점을마지막으로다시강조해본다. (2013 년 6 월 24 일제 221 호 ) 제 2 장경제와자원 러시아경제 167

중앙아시아와한국 33 축산분야중앙아시아진출 : 축산기술플랜트 (Plant) 수출로가능 / 171 34 다름의이해 : 중앙아시아진출시고려해야할법률문제 / 174 35 중앙아시아한인, 인재양성지원이필요하다 / 177 36 카자흐스탄경제다각화정책의성공배경 / 180 37 우즈베키스탄정부의산업정책변화 : 자동차산업 / 185 38 우즈베키스탄진출, 지금이기회다 / 189 39 한국드라마에매료된우즈베키스탄 / 192

33. 축산분야중앙아시아진출 : 축산기술플랜트 (Plant) 수출로가능 이상덕 농촌진흥청국립축산과학원연구사 WTO 협정이후농산물시장이개방화된지 20여년이훌쩍지났고, 최근에는칠레를비롯한남미국가들, 미국, 캐나다, 중국을비롯한아세안국가들과 FTA가타결되었거나진행중이다. 20여년전그렇게절망했던우리농업의모습은오늘날어떠한가? 우리농업인들은세계각국농업인들과치열한경쟁을벌이며한국산농산물을외국시장에수출하고, 내수시장에서도수입농산물에비교우위를점하고있다. 우리농업을걱정하던 20년전부터농업분야의블루오션을찾는노력을게을리하지않은결과가아닌가싶다. 내부적으로는수출경쟁력을향상하고외부적으로는국외개발을통한시너지효과를낼때이다. 우리한국은원자재를수입하여이를가공하고수출하여먹고사는국가인데원자재를안정적으로확보할수가없다면어떻게되겠는가? 자원이풍부한저개발국가를대상으로농업기술을원조하거나개발경험을전수해농업자원을확보하는전략을적극적으로펴야할것이다. 이에중앙아시아는우리농업이진출하기에적절한조건을갖추었다. 농촌진흥청의해외거점센터가우즈베키스탄에자리잡고있으며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등에서협력투자의손길을기다리고있다. 중앙아시아에대한축산분야기술원조의후속조치로민간기업을통해조사료단지를조성하여값싼조사료및농후사료생산이가능하도록해야한다. 좁은땅에서사료원료를대부분수입하는우리로서는지속가능한축산을위해서어쩔수없는미래의선택이다. 또한, 축산분야는전후방산업에대한유치효과가크므로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71

개도국정부의한국형축산시설플랜트설치확대유도가절실하다. 플랜트는기계와장치를기술적으로복합화하여생산자가목적으로하는원료, 중간재, 최종제품을제조하는생산설비인데기술수출의대표적인수출방법이기도하다. 개도국은설비와장치가전무하기때문에우리나라의축산기술과함께수출되면그에따른연관산업이진출할수있는애그리비즈니스의결실을볼수있다. 저개발국은식량증산도문제지만, 축산기술의부재로국민의필수단백질공급에차질을빚고있다. 일반적으로육질향상및도체중증가를위한비육기술, 사양기술, 인공수정및발정동기화기술을통한계절번식시스템등의기술전수를요구하고있다. 특히, 농업및식품공장에서생기는부산물을활용할수있는 TMR(Total Mixed Ration: 부산물혼합사료 ) 이용법에관심이많다. 이스라엘에서시작했다는 TMR 기술은현재우리나라국립축산과학원이최고의기술수준을가지고있다. 중앙아시아에서흔하게찾을수있는면실박, 주스를가공하고버려지는체리박, 밀기울, 기름공장에서나오는해바라기박은 TMR을위한훌륭한재료들이다. 이를잘활용한다면육질향상뿐아니라쓰레기로버려지는농업부산물을효과적으로활용할수있도록배합사료공장플랜트수출도가능하다. 실제로한국농민이아프리카나이슬람권국가에서육계사업을성공한사 농촌진흥청산하해외농업기술센터출처 : 농촌진흥청 www.rda.go.kr 례가있고, 양, 소고기를주로먹는몽골에서양돈을성공적으로이끈농민도있다. 좁은한반도에서축산은한계가있다. 더넓은세계로축산과관련산업이진출할수있도록이끌어주는정부를그들은간절히원하고있다. 몸으로부딪히고시장을선도 17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하는농민이많아진다면축산분야국외기반구축은그리요원하지만은않은듯하다. 농촌진흥청은해외거점센터를활성화하여미래성장동력을창출하고개도국기술지원을통한국가브랜드가치도더욱높여나갈것이다. 이러한과정은새정부가지향하는창조경제를조기에실현하는밑거름이될것으로기대한다. (2013 년 4 월 22 일제 212 호 )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73

34. 다름의이해 : 중앙아시아진출시고려해야할법률문제 김영옥 법무법인 미르 러시아전문변호사 중앙아시아관련법률자문을하다보면중앙아시아국가마다상이한문화적, 상관습적특성이있음을발견하게된다. 최근들어투르크메니스탄이나우즈베키스탄에지사또는고정사업장 (Permanent Establishment) 등을개설하는업무를많이하고있는데, 일을하면서도같은이슬람국가여도일하는방식이참다르구나싶다. 예를들어투르크메니스탄로펌변호사들과우즈베키스탄변호사들을비교해보면일하는방식에차이가크게난다. 투르크메니스탄변호사들과협업하면서는어쩌면저렇게일처리가느릴까답답할때가종종있었다. 협업하는업무진행사항에관해제때답을주지않아속을태우다다른로펌으로변경도해보았으나일하는방식이기존에업무를같이하던변호사와별반다르지않았다. 반면우즈베키스탄변호사들과일하는것은훨씬수월하다. 한국기업들의 빨리빨리 를그나마이해해주는듯하다. 또한, 일처리를할때융통성도있어투르크메니스탄변호사들과일할때보다는가벼운마음으로임할수있다. 일례로투르크메니스탄에서지사를개설하는경우행정절차가빠르면 5 개월, 늦으면 12개월이상걸리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지사와유사한기능을하는고정사업장을개설하는데는영업일이닷새도채걸리지않는다. 그러나참아이러니하게도투르크메니스탄은일단지사를개설하고현지에서영업행위를본격적으로시작하게되면오히려진출한기업들의불평이 17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카자흐스탄비즈니스관련법률환경안내서 출처 : www.synergy-law.net 줄어든다. 법인세를비롯한각종세금부담이덜하고, 이익금에대해서본국으로과실송금하는것이상대적으로수월하기때문이다. 이와대조적으로우즈베키스탄에서는현지법인, PE 등을개설하는것은수월한편이나, 기진출기업들이이익금을본국으로송금하거나현지은행계좌등을개설하는것은상당히까다롭다. 또우즈베키스탄에서는역내기업의모든국외과실송금에대해 10% 의세금이부과될뿐만아니라배당금을한국으로송금할때 6개월이상이소요되는경우도있다. 카자흐스탄은중앙아시아국가중에서가장사업하기좋은나라에속한다. 외국인투자를적극적으로유치하고있으며, 현지에서법인을설립하거나지사등을개설하는절차도비교적간소화되어있어불필요한행정적소모가다른중앙아시아국가들보다덜하다. 또부가가치세부담도 12% 로우즈베키스탄의 20% 보다현저히낮을뿐더러과실송금등도자유로워우리기업들입장에서는중앙아시아진출교두보로활용하기에적합하다. 다만투르크메니스탄이나키르기스스탄등의국가와비교해서기진출외국기업들이많아경쟁이심한데다우즈베키스탄보다물가가높아서카자흐스탄국내시장을점유하기가쉽지않고자회사와지사등을유지하는데비용이많이든다는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75

단점이있다. 같은듯다른중앙아시아국가들의특성을이해하고이지역에성공적으로진출하려는우리기업들이고려해야할사항에관해몇가지제언하고자한다. 첫째, 중앙아시아국가들은러시아의영향을받아매우유사한법제도를가지고있으나국가마다법집행이다르므로이를고려하여 각국가의특성에맞는현지친화적접근방식 이필요하다. 또중앙아시아국가들에진출하면서현지의특성을고려하지않고우리기업문화만을강요하는것도바람직하지않다. 우리기업들이현지직원들을고용해서일을처리하다보면그들의일처리방식이마음에들지않을수있다. 그러나현지인들도우리기업들의빠른업무처리방식에적응하지못해서로오해를키우는일들이자주발생하곤한다. 따라서중앙아시아국가들이서로다르다는점을이해하고우리나라와다른그들의특성도열린마음으로이해하는자세가요구된다. 둘째, 중앙아시아지역에서는법을준수하며사업하기보다는본인들의인맥을활용하여사업하는것이유리하다고판단할수있으나, 무조건인맥에의존하여사업을진행하기보다는 법적으로정당한절차와규정을준수하면서동시에인맥을활용하는것이바람직 하다. 끝으로, 중앙아시아각국에본격적으로진출하기에앞서 사업하기에가장효율적인구조와법률적리스크를줄이는방안 을찾아내는것이선행되어야한다. 결국, 중앙아시아각국에진출할때진출구조, 조세, 법인운영, 현지인력운용, 청산등종합적인측면을고려하여가장합리적인현지진출형태를결정하는것이바람직할것이다. * 이글은코트라 (KOTRA) 기고문을일부수정보안한것임. (2014 년 2 월 17 일제 255 호 ) 17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35. 중앙아시아한인, 인재양성지원이필요하다 이순주 한밭대학교교양학부교수 소수민족중가장많은인구를차지했던한국인은고위행정관료는물론러시아인에이르기까지모든사람에게착취를당했다. 중략 생활의불안정함과정부의주민관리부실, 이와관련해한지역에한인거주를강제하는러시아의정책은온갖강압과전횡으로부터한인을완전한무방비상태로만들었다. (Anosov, 1928; 17) 당시옛소련당국이행했던민족정책은한인들의생활뿐아니라민족의식저변까지도변화를강요하게하였다. 강제이주시기만해도한인들은뒤처진민족중의하나였고정치적탄압으로민족적장점은억압당하고창의력과정신적발전가능성은구속당했다. ( 명드미트리, 1999) 다민족사회내에서 소수 로살아간다는것은무엇을의미하는것일까? 사회의한구성원으로서자신의 소수됨 (being a minority) 을안고살아가야만했던옛소련의한인들은과연어떠한자아를형성하여온것일까? 명드미트리의말처럼강제이주시기에만해도중앙아시아한인들은뒤처진민족중의하나였고, 정치적탄압으로민족적장점은억압당하고창의성과정신적발전가능성은구속당했다. 공포와폭정의시대, 특히나소수민족에대한억압정치가횡행하던스탈린시대를겪으며중앙아시아한인 1, 2세대는심리발달에서지체현상을경험할수밖에없었을것이다. 또한, 이들의양육아래자라난한인 3, 4세대조차이러한영향에서벗어날수는없었을것이다. 여기에서중요한것은중앙아시아한인 1, 2세대가겪어야만했던고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77

통과변화의시간이 1991년중앙아시아국가들의독립이후에도여전히계속되고있다는점이다. 특히 20세기후반옛소련의몰락과해체후중앙아시아에거세게불고있는종족민주주의는이들한인으로하여금여전히소수민족으로서의차별과배척의대상이되도록하고있다. 20세기의가장위대한사상가로손꼽히는에릭홉스봄 (Eric Hobsbawm) 은중앙아시아의종족민족주의가민족 ( 국가 ) 분리주의와인종차별주의 (racism) 그리고외국인혐오주의 (xenophobia) 형태로나타나고있다고지적하였다. 따라서옛소련해체이후태어나현재 10대청소년으로학교교육을받고있는한인 5세대조차도여전히소수민족으로서의차별과배척그리고그로인한정체성형성에서다양한저해요소들을그대로안고있는것이다. 한인간의의식과심리는청소년기에경험한중요한사건, 그중에서도청소년기에겪었던정치적사건에의해그기초가형성된다. 이러한측면에서보았을때, 옛소련으로의이주이후수많은정치적, 사회적격동의중심에서갖가지고난과역경들을겪으며오늘날까지도그혼란을여전히감내해야만하는중앙아시아한인들은이들만의고유한의식과자기정체성그리고독특한세대별특성을안고있을것이다. 이러한측면에서볼때, 중앙아시아한인연구나지원방향또한한인사회에대한현황파악이나이들의민족정체성파악수준에서벗어날 1937년 8월 21일중앙아시아강제이주한인여성들출처 : www.uznet.biz 필요가있는것이다. 따라서이제는중앙아시아한인에관한관심과연구방향도다양해질필요가있다. 인간이지니고있는많은심리적기능중 21세기우리사회의화두가되고있는창의성은인간이소유하고있는보편적능력이며동시에훈련을통해개발될 17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수있다. 이러한견지에서볼때, 인간의창의성은그를둘러싸고있는사회환경적인여러상황에의해충분히변화될수있는, 즉경우에따라서는발달할수도저해될수도있는능력이다. 이에소비에트억압체제하에서의집단적희생의상징적존재로평가받으며옛소련의해체이후에도여전히소수민족으로살아가고있는중앙아시아한인들에게이러한역사적 사회적상황들은이들의창의성에심대한영향을끼친것은자명한사실일것이다. 실제최근발표된한연구 ( 이순주, 2011) 에따르면, 우즈베키스탄거주민족중한인과우즈베크인의창의성수준은매우큰차이를보이는데, 우즈베키스탄내소수민족에속하는중앙아시아한인의창의성수준은다수민족인우즈베크인의창의성보다월등히낮다고한다. 21세기우리사회의교육목표는창의적인인재양성이다. 이러한교육목표는자국내국민만을대상으로할것이아니라역사의아픔을온몸으로겪으며살아온우리의재외동포들도교육의대상으로포용해야할것이며아울러이들을위한다양한교육정책과프로그램을마련할필요가있다. 러시아및중앙아시아한인에관한관심이본격화된지 20년이다되어가는현상황에서소수민족으로서의민족부흥과민족의생존전략그리고각개인의능력신장을꾀하는차원의정책적지원도반드시병행되어야할것이다. 이에중앙아시아곳곳에설립된한국어교육원을통해중앙아시아한인을위한창의성계발프로그램이나자아정체성형성교육혹은이민자들을위한사회적응프로그램을시행함으로써이들을위한교육지원활동의가능성을넓혀나가야할것이다. (2013 년 5 월 20 일제 216 호 )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79

36. 카자흐스탄경제다각화정책의성공배경 다니야르쿠키타노프 카자흐스탄 녹색발전 센터기후변화전문가 최근들어카자흐스탄이전세계의관심을한몸에받고있다. 지난 10년간카자흐스탄의평균경제성장률이 7% 나되었기때문이다. 또카자흐스탄은많은양의에너지보유국이면서에너지수출국이기도하기때문이다. 1990 년대카자흐스탄의독립초창기에어려운경제상황극복과경제발전에서주된원동력은자원개발과수출이었다. 이시기해외유입투자는주로석유가스등에너지분야에집중됐다. Chevron, British Petroleum, Shell과같은세계주요에너지그룹들은카자흐스탄가스 석유에너지개발과현대화에많은자본과기술을투자했다. 원유는 1995년도기준으로 2,500만톤이었던수출량이 2011 년도에 8,000만톤까지증가했다. 급등한원유가격 (1995년배럴당 17.5 달러에서 2011 년배럴당 125달러 ) 과마찬가지로석유채굴량도 28 배나증가했다. 급성장한석유수출은타분야에도영향을미쳐건설, 금융, 서비스산업으로확산되었다. 석유가스에너지수입은카자흐스탄 GDP를 1999년부터 2004년까지 1년에약 15% 씩상승시켜 1995년기준 210억달러였던카자흐스탄의 GDP가 2011 년기준 1,860억달러로증가했다. 2012년기준으로수출총액에서석유가스부문이차지하는비중은 433억달러로총수출의 65.7% 를차지했다. 이는카자흐스탄수출의 2/3를차지할정도로비중이크다. 2009년카자흐스탄의국민총생산량의 40.5% 는석유수출로벌어들였다. 한편, 2000년대석유가스에너지사업에의한경제성장성과는현정부에 18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카자흐스탄일인당 GDP 변화추이 출처 : http://ko.tradingeconomics.com 게국가발전의부담을줄여주었다. 카자흐스탄 2030 전략에경제다각화와석유가스부문에대한영역축소가나타나있지않지만, 경제다각화에대한몇가지조치는언급되어있다. 산업화지도, 30개의주요기업 등결론적으로 2030 전략에카자흐스탄의불균형발전에대한위기의식이나타나있지않았다. 2008~2009년세계금융위기때카자흐스탄의경제는심하게충격을받았으며이후이어진세계석유가격의하락은카자흐스탄경제의불안정과허약한체질을그대로노출시켰다. 2008년, 2009년에카자흐스탄의에너지관련광물수출량은 38.5% 까지줄어들었다. GDP의성장률은 2008년 2.4% 까지, 2009년 1.2% 까지추락하였다. 2008년도산업총생산량은 676억달러에서 2009년도 605억달러로 11% 나감소했다. 카자흐스탄정부는세계금융위기의충격으로자국경제의석유가스에너지산업종속성이외부의경제적충격에매우허약하다는점을깨달았다. 이일을계기로 2010년누르술탄나자르바예프카자흐스탄대통령은앞으로 10 년간정부가추진하는경제다각화가국가전략목표라고발표했다. 이목표를달성하기위해 2010년부터 2014 년까지 5년간생산혁신개발프로그램이승인, 추진되었다. 뒤이어 2019년까지두번째 5개년프로그램이추진된다.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81

이프로그램의목적은경제다각화를통해지속가능한균형잡힌경제성장보장및경쟁력상승을도모하는것이다. 이는국가의유일한경제전략계획서로, 2010년카자흐스탄정부가기획한프로그램의기본구도에는 2010~2014 년산업화에대한상세한내용의밑그림이담겨있다. 200개이상의정부, 민간인및합작투자산업으로프로젝트규모가총 7조텡게이며정기적으로연장된다. 이프로젝트들은모든보조금, 대출, 교부금, 세금감면및기타재정적, 비재정적지원을정부로부터받는다. 이프로젝트에가입을원하는프로젝트는점검을받고, 승인이날경우정해진지원을받게된다. 이프로젝트가도입됨으로써 240,000개이상의일자리가창출됐다. 카자흐스탄정부가추진하는강화된경제다각화 (ГПФИИР) 프로그램의지원아래대규모산업프로젝트가기획되었으며그중발하시화력발전소건설 (1320MVt, 23억달러 ), 잠블스키지역비료복합생산공장건설 (20억달러 ) 등이대표적사업이다. 이프로그램에의하면 2015년까지기본산업정책은전통적에너지자원개발부문인대규모투자사업에집중하고, 카자흐스탄의목표인중소기업육성기반을조성한다. 구체적인경제발전분야는다음과같은순위로정해졌다. 첫째, 전통적영역인석유가스분야, 광업금속단지, 하층토사용자, 국내기업및정부의요구에부응하는엔지니어링산업, 건설업, 공업단지로전환될핵및화학산업단지다. 둘째, 농업단지, 경공업, 관광등원료생산및수출목적이아닌산업이다. 셋째, 정보통신기술, 생물학기술, 대체에너지, 우주활동등앞으로 15~20년안에세계경제에서지배적인역할을할 미래경제 분야다. 카자흐스탄정부가추진하는강화된경제다각화프로그램은어느정도성과를보였으며, 무엇보다도이프로그램은이전과달리구체성및명시된목적을포함하고있다. 이러한결과는정부가추진하는본프로그램의성공적인면을보여주고있다. 농업, 제조업및노동생산성분야의성과는목표를거의달성했다. 그러나제조분야의경제및원료제품수출분석은아직목표를달성하기어려움을보여준다. 정부가추진하는강화된경제다각화 18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프로그램분석으로제조업부문에서의 GDP는 2015년까지 12.5% 까지상승할것이다 (2009-10.5%, 2010-11.3%, 2011-11.4%). 하지만 2010년부터시작해, 제조업생산분야가광물분야보다빨리발전한것은좋은징조이다. 카자흐스탄의상품수출구조를분석해볼때, 광산품이수출대부분을차지하는것을알수있다. 관련통계를보면, 2011년총수출량의 77.8% 는바로광물수출이차지했다. 또카자흐스탄의총수출에서주요원료의점유율이증가하고있다. 광산품수출은 2008년 73%, 2009년 74%, 2010 년 74.9%, 2011년 77.8% 를차지했다. 그러나 2012년광산품수출성과는 73.9% 로 3.9% 떨어졌다. 이러한성과는카자흐스탄정부가추진하는강화된경제다각화측면에서는긍정적인면을보여준다. 강화된경제다각화프로그램중총생산량의 40% 이상이비원자재부문의생산이기에목표를달성하는것은어렵다. 또프로그램도입이후몇몇분야는수출증가를보였다. 예를들어 2012년제조업생산분야중엔지니어링은 16.2%, 비금속광물제품은 10.6% 로성장했다. 2008년과비교할때 2011 년에는엔지니어링부가가치는 71% 로성장했다. 엔지니어링제품수출량은더높았다. 2012년수출량은 1,930억텡게를기록하여 2008년과비교하여 4배나증가했다. 석유화학부문생산증가속도도눈여겨볼만하다. 2009년과비교할때 2012년석유화학제품은높은부가가치세가매겨졌음에도불구하고 67.7% 로급성장했다. 2012년석유화학제품의수출량은전년도대비 12% 상승한 90억달러를돌파했다. 동시에부가가치는 3배, 석유화학제품생산노동력은 3.7배로증가했다. 2008년 110 억텡게였던제약생산수요는 2012년 294억텡게로 2.6배로성장했다. 농업도급성장하고있다 (2008년에서 2011까지 60% 성장 ). 따라서분야별생산량을따져보면정부가추진하는강화된경제다각화프로그램은어느정도의성과를보이고있다. 그러나일부분야에서는이러한경제다각화정책의결과를나타내지못할정도로미미한변화가있었다. 경제다각화정책을추진한이후에도제조분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83

야만큼이나석유분야도성장을보였다. 석유채굴의규모가커진만큼가격도성장했다. 2008년배럴당 45달러, 2011 년배럴당 100달러로올랐다. 따라서정부가추진한경제다각화정책이효과적이었다는수치는그늘에가려질수밖에없었다. 결론적으로카자흐스탄정부가추진하는강화된경제다각화프로그램은비원료생산분야들의성장에많은영향을미쳤다. GDP와수출에서제조업분야는작은성과를보여주었지만, 일정부분영향을주었다. 또제조업분야의성장보다는채광분야의급성장이먼저눈에띄는게사실이다. 이모든결과는카자흐스탄정부가추진하는경제다각화프로그램이자국경제에긍정적영향을미치고있다는점을보여준다. (2013 년 11 월 4 일제 240 호 ) 18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37. 우즈베키스탄정부의산업정책변화 : 자동차산업 박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중앙아시아연구소연구교수 석유, 가스, 광물등풍부한자원보유와이러한자원의채굴및개발로상징되는중앙아시아지역의산업가운데자동차산업이라는제조업분야는이지역에서다양한산업발전의가능성을보여주는예이다. 특히제조업기반이미약한가운데산업의꽃이라는자동차산업이갖는상징성은우즈베키스탄대내적으로매우크다고볼수있다. 우즈베키스탄자동차산업은 1994년 3월대통령령에따라 UzAvtoSanoat 라는자동차관련지주회사와상용차부문에서한국대우자동차와의합작공장설립으로시작되었다. 당시우즈베키스탄은사회주의에서시장경제로의이행기에접어든시기로이후자동차산업은정부의수입대체화 (import substitution) 와유치산업보호 (infant industry protection) 정책에의해정부로부터철저하게보호받아왔다. 그러나정부의기대와는달리우즈베키스탄의자동차산업은현재까지단순히부품을수입하여조립하는형태의저부가가치단순제조업 (low-value-added-production) 에그쳐왔다. 지주회사의중심이되는 UZ Daewooavto 의승용차생산에서부품대부분을한국산에의존하면서자동차생산과관련한전후방산업을연계하여발전시키지못했기때문이다. 지주회사는현재크게 3개부문으로구성되어있다. 첫째는승용차를생산하는 GM Uzbekistan 이다. 이기업은과거한국의대우자동차와우즈베키스탄의합작기업인 UZ Daewooavto 의대우자동차지분을 2008년 GM이인수하면서명칭이변경된것이다. 이기업의지분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85

은 UzAvtoSanoat 가 75%, GM 이 25% 를보유하고있으며주로 GM 의소 형및준중형라인업모델들을생산하고있다. 2010 년부터 2013 년까지 GM Uzbekistan 의승용차판매량은아래의표와같다. GM Uzbekistan 승용차의내수및수출판매대수 : 2010~2013년 ( 단위 : 대 ) 연도 2010 2011 2012 2013( 예상 ) 내수 137,000 145,000 150,000 150,000 수출 81,000 85,000 90,000 120,000 합계 218,000 230,000 240,000 270,000 출처 : 우즈베키스탄행정부 내수판매의경우 2010년 13만 7,000대, 2011 년 14만 5,000대, 2012년 15 만대로소폭의증가를계속하고있으나 2013년은정체를보일것으로예상된다. 수입되는자동차완제품에대한우즈베키스탄당국의고관세율정책으로인해 GM Uzbekistan 의내수시장점유율이매우높은점을감안할때, 내수판매가단기일내에많이늘어나기는어려운것으로판단된다. 다만, 지속적인경제성장을통해중산층이형성되고이들의소비여력이확장될것으로기대되어국내수요는꾸준할것으로예상된다. 수출대수는내수에는미치지못하고있으나 2013년에는 12만대까지늘면서내수판매대수에근접할수있을것으로보인다. 주요수출국은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몰도바등 CIS 국가들로, 근접한지리적환경덕분에물류운송루트의편의성과제품의가격대비성능의우수성등이주요강점으로부각되고있다. 우즈베키스탄정부는승용차의품질과성능개선등경쟁력강화를통해수출을크게확대해나갈계획이다. 두번째부문은상업용자동차부문으로우즈베키스탄정부는최근들어상용차부문의경쟁력강화를위해노력을기울여왔다. 여기에는 SamAuto, Samarkand Automobile Plant, Man Auto Uzbekistan, Mercedes Benz Central Asia 의 3개기업이포함되어있다. 특히상용차부문에서외국계기 18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업의기술력을적극적으로활용하여과거승용차부문에서의저가단순조립형태의생산이아닌고부가가치완성품생산 (high-value-added finished goods) 으로의산업정책전환에서중요한모델로제시되고있는것이상용차부문이다. 승용차생산공장이우즈베키스탄이외의카자흐스탄에도존재하는것과는달리, 상용차공장은중앙아시아에서는유일하게우즈베키스탄에서만존재한다는장점도있다. SamAuto 는주로소형트럭과버스, 특수운송차량등을생산하고있는데, 2010년 2,100대, 2011 년 2,300대, 2012년 3,000대, 2013년 3,300대 ( 예상 ) 등매년생산량이증가하고있다. Man Auto Uzbekistan 와 Mercedes Benz Central Asia 는각각 2010년도와 2011년도에처음으로생산을시작했는데, 전자의경우주로대형트럭을생산하고있으며 2010년 500대생산을시작으로 2011 년 800대, 2012년에는 2,000대생산등생산량이많이늘어나고있다. Mercedes Benz Central Asia 는대형고급버스를생산하고있는데, 역시매년높은성장이기대되고있다. 세번째부문은자동차부품관련분야로, 여기에는 GM과합작으로자동차엔진을생산하는 GM Powertrain Uzbekistan 과 16개의주요부품공급업체및약 160여개의기타공급업체들이포함되어있다. 특히우즈베키스탄정부는자동차부품의현지화에많은노력을기울이고있다. 부품현지화를통해외화절감, 생산시간절약, 일자리창출등다양한경제적효과를기대할수있고궁극적으로자동차산업이자립할수있는기반이조성되기때문이다. 이러한부품현지화프로그램에의해연료탱크, 유리, 배터리, 페인트등의각종부품을생산하는외국계합작기업들이생겨났고최근 5~6년간부품기업은초기 20여개에서약 200여개로크게증가했다. 2008년부터 2010 년까지약 40여개의현지화프로젝트에약 7억 7,000만달러의자금이투입되었고, 2차로 2011 년부터 2012년까지는 30개프로젝트에 4억 7,000만달러가투자되었다. 주요핵심부품은지금도한국으로부터수입이상당부분을차지하고있는등어려움이있으나부품조립생산형태의제조업에서벗어나기위해우즈베키스탄정부의노력이가장집중되고있는분야가부품산업육성부문이다.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87

부품생산현지화와함께우즈베키스탄정부는자동차산업관련전문인력의육성과교육에도힘을쓰고있다. 지난 2009년대통령령에따라타시켄트에엔지니어링기술, 디자인, 정보산업기술등의교육을위한전문학교 (Turin Polytechnic University in Tashkent) 가설립되었고많은젊은이가교육을받고있다. UZ Daewooavto 모습출처 : http://avtohata.net 이상살펴본바와같이우즈베키스탄에서자동차산업은정부의주요육성산업분야가운데하나로서승용차부터상업용트럭, 버스등을아우르는다양한라인업을전개하고있다. 그러나아직도부품의현지생산비율이낮고주요부품을수입하는등국내기술기반이미약하여일부모델에서는반제품형태 (SKD) 의제품수입과조립이계속되고있는실정이다. 그러나지난수년간우즈베키스탄정부는산업정책의패러다임전환을통해고부가가치제조업으로의정책적전환을시도하고있다. 이를위해자동차부품산업육성정책을통해많은투자를하였고, 향후이러한프로젝트들이성공적으로안착한다면부품국산화로인한긍정적인경제적효과가예상되며우즈베키스탄의자동차산업현대화에큰도움이될것으로기대된다. (2013 년 8 월 26 일제 230 호 ) 18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38. 우즈베키스탄진출, 지금이기회다 이욱헌 주우즈베키스탄대사 지난 9월시진핑중국국가주석의중앙아시아순방이국제여론의관심을받고있다. 시진핑주석은이번방문에서철도건설등을통한실크로드경제권형성을주창하고나섰다.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의대규모에너지협력프로젝트에합의하는등중국은중앙아시아의자원확보에열의를보이고있다. 우즈베키스탄도예외가아니다. 양국은 2017년까지무역액을 50억달러로확대키로합의하고, 에너지, 전자산업, 건설장비, 화학플랜트등다양한분야에서 150억달러의투자및차관계약을체결한것으로알려지고있다. 2012년카리모프대통령의중국방문을계기로양국관계가전략적동반자관계로격상된이후중국의진출이한층가속도를내고있는형국이다. 중국뿐만아니라미국이나유럽에서도우즈베키스탄에대한관심을높여가고있다. 지난 9월초워싱턴에서개최된미국 우즈베키스탄상공회의소창립 20주년기념비즈니스포럼에는미국정부관계자뿐만아니라보잉, GM, 코카콜라, 존슨 & 존슨등내로라하는미국대기업관계자들이참석했다. 동포럼에서 Carolyn Lamm 미국 우즈베키스탄상공회의소장은우즈베키스탄의풍부한천연자원및인적자원, 우호적투자환경조성노력등덕분에현재 40억달러에달하는공동투자사업들이추진되고있다고소개했고, 보잉사는타시켄트에항공기수리센터설립을계획하고있다고발표했으며, 코카콜라는음료수생산을위해 5천만달러를투자할계획임을밝혔다. 독일은최근완공된 Man 트럭공장을비롯하여 10억달러이상을투자했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89

우즈베키스탄은올해자동차 96,889 대를생산할예정이라고보도되고있다. 출처 : www.uzreport.uz 으며, 프랑스도 2005년안디잔사태이후중단됐던무상원조와차관제공을재개하면서우즈베키스탄진출을서두르고있다. 우즈베키스탄의경제정책운용은 IMF 등국제금융기구에서도매우건실한것으로평가받고있다. 연평균 8% 대의경제성장을달성하고있으며, GDP 대비 3% 정도의경상수지흑자를유지하고있을뿐아니라, 외환보유고도안정선을훨씬웃돌고있다. 여기에다국내산업보호와수입대체산업육성이라는경제발전전략을통하여중앙아시아어느국가보다튼튼한제조업기반을구축하고있는것도또하나의커다란장점이라고할수있다. 우리나라가우즈베키스탄독립초기부터구축해온입지는단단하다. 양국간무역규모는 20억달러를웃도는수준으로중앙아시아국가중최대교역상대국이며, 우리의대우즈베키스탄투자도 10억달러를넘어서고있다. 이뿐만아니라 400개이상의한국기업이섬유, 농업, 자동차, IT, 금융, 건설, 물류등다양한분야에진출하여활발히활동하고있다. 양국간깊은신뢰를 19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바탕으로정치, 경제, 문화등모든분야에서최상의관계를유지하고있으며, 양국국민간의친밀감도무시할수없는자산이되고있다. 그렇다고현재에안주할수는없는상황이다. 많은국가가우즈베키스탄의잠재력과지정학적가치를인지하기시작하면서진출을가속화하고있기때문이다. 일부분야에서는그동안다져온우리의입지가흔들리는상황을배제할수없다. 자국기업들이우즈베키스탄대문앞에서진출가능성을노크하고있다는어느외국대사의언급이귀에맴돈다. (2013 년 10 월 28 일제 239 호 ) 제 2 장경제와자원 중앙아시아와한국 191

39. 한국드라마에매료된우즈베키스탄 이지은 한국외국어대학교중앙아시아학과교수 최근세계곳곳으로확산된한류열풍을소개하면서중앙아시아지역이빠지지않고등장하는것을보면이지역에서도한국대중문화가매우적극적으로소비되고있음을짐작해볼수있다. 그중에서도우즈베키스탄은필자가박사과정을하면서한국드라마를비롯한한국대중문화에대한높은관심을피부로느낀곳이다. 몇가지에피소드를소개하면, 가끔택시를이용할때으레한국사람인지를확인하고, 그렇다고하면대부분이자신이본한국드라마이야기를꺼낸다. 이를테면 주몽 이, 한창방영중일때는 주몽의결과가어떻게되나, 당신도주몽을보았나, 또는 제빵왕 김탁구 가너무재밌다, 주인공이나중에어떻게되느냐 등등질문을끊임없이쏟아놓는경우가많았다. 드라마 OST를틀어주며드라마에대한감상평부터한국에대한찬사까지쉼없이늘어놓기도한다. 집으로돌아와저녁에 TV를틀면주요방송채널에서는저녁 5시부터 10시까지우즈베크어로더빙된한국드라마가연이어방영되어한국에서도보지못했던드라마를우즈베키스탄에서보기도했다. 대학교에서도한국드라마열풍을쉽게목격할수있었는데, 4, 50대여자선생님들은오후 4~5시가되면드라마를보기위해서둘러퇴근하기도하고, 구내문구점에는드라마주인공이표지로장식된공책, 책받침, 양말등캐릭터상품들이가장잘보이는곳에진열되어학생들을끌고있다. 한국역사드라마를즐겨보는한남자선생님은 나는우즈베키스탄역사보다한국역사를더잘안다 라고드라마속줄거리를줄줄늘어놓기도한다. 19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우크베키스탄에서 판매되는 한국 드라마 CD 우즈베키스탄이 속해 있 는 중앙아시아 지역은 인 구의 절반 이상이 청장년층 으로 구성된 매우 젊은 국 가이며, 최근 인터넷과 위 성 안테나의 빠른 보급으 로 세계의 다양한 대중문 화에 대한 접근도도 빨라 지고 있다. 이 지역 젊은이 들은 이슬람과 소비에트 체 제에 길들어 있던 기성세 대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덜 가부장적이며, 세계 문화 소비에 매우 적극적이다. 새로운 문화 유입 중 단연 출처: 필자 제공 돋보이는 것은 한국 대중 문화이다. 2000년대 초반 을 기점으로 한국 드라마가 급속히 확산되자 현지 젊은이들은 드라마 속 스 타들의 행동, 패션을 모방하기도 하면서 한국에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이 한국과 한국의 대중문화를 어떤 경로로 접하게 되었 는지 묻는 한 국내 연구에서 응답자의 54%가 한국 드라마 를 통해서라고 했으며, 한국 드라마 시청 경험은 여성(80.9%), 남성(66.3%) 순으로 매우 높 게 나타났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열기는 한국의 다양한 영역에 관한 관심으 로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 학습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아 수도 타시켄트에 있는 한국어교육원 강좌 대기자 명단에는 늘 100 명 이상의 학생들로 꽉 차 있다고 한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국 민 사이에는 한국 의술에 대한 인기도 높아 의료봉사하고 있는 한의원에 치 료를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는 수고도 마다치 않는다. 제2장 경제와 자원 중앙아시아와 한국 193

우즈베키스탄국민에게한국드라마의인기가좋은이유는과연무엇일까? 여러이유가있겠지만, 우선드라마소재가생활속평범한소재, 즉가족이야기, 남녀의사랑, 성공담등이주를이루고있어우즈베키스탄국민이좋아하고가족과함께시청하기에부담스럽지않는다는데있다. 소련시절음성적으로유지되던가부장적가치관이나전통적가족관계, 고부간갈등등의소재가한국드라마에서나타나는것을보면서공감대를형성하는것이다. 대가족형태가대부분인우즈베키스탄에서저녁시간 TV 시청은대부분온가족과함께이루어지는데, 모든연령대가공감할수있는생활속소재를주요테마로삼는한국드라마는우즈베키스탄시청자들과지리적거리와언어의차이에도불구하고충분한교감포인트를만들어낸다. 우즈베키스탄에서방영되는다른국가 ( 러시아, 터키등 ) 드라마는선호하는연령대가분명히구분, 한정되는반면, 가족일상사, 사랑을주소재로한한국드라마는전연령대, 전성별에서골고루인기를얻고있다. 이러한점이우즈베키스탄에서한국드라마가큰홍보효과없이도단기간내에급성장할수있었던가장큰이유가아닐까싶다. 이제는문화경쟁력도한나라의국력을가늠하는중요한척도라는것을우즈베키스탄을휩쓰는한국드라마의힘에서충분히느낄수있을것이다. 중요한것은한번형성된국가, 국민에대한이미지는좀처럼바뀌지않는다는점이다. 이제한국드라마가우즈베키스탄에입성한지 10년이지난만큼한류가중앙아시아지역에서더큰파급력과지속력을갖출수있도록다양한문화콘텐츠개발을체계적으로진행해야할것이다. 지금한국드라마를보며자라난중앙아시아젊은이들이앞으로친 ( 親 ) 한파로성장하여한국과중앙아시아국가간협력을주도하길기대해본다. (2014 년 2 월 24 일제 256 호 ) 19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40 소치의스포츠야망, 그이상과현실 / 199 41 볼고그라드테러와소치올림픽의안전 / 203 42 러시아를이해하는 33개의키워드 / 208 43 소련스포츠의승리지상주의 : 역사적고찰 / 212

40. 소치의스포츠야망, 그이상과현실 김우빈 제일기획프로 러시아에서유일하게야자수를볼수있는곳, 이와동시에 산정상엔 1년내내눈이녹지않는곳, 유럽에서가장긴도시, 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대통령이가장사랑하는휴양지, 이제 150여일후면전세계의이목이쏠릴 2014 동계올림픽개최지소치 (Сочи) 를가리키는말들이다. 지금러시아는소치를국운융성의상징으로삼고자분주하다. 2014 년소치에서는동계올림픽외에도포뮬러 1(Formula 1) 자동차경주대회가러시아최초로열리며, 2018 년러시아월드컵경기개최도시 11곳중한곳이기도하다. 인구 35만변방의소도시가어떻게 글로벌 3대스포츠이벤트 를한꺼번에치르게되었을까? 이를두고미국과서유럽등서방언론에서는연일무리한투자와부정부패가능성을거론하며날카로운시선으로푸틴의사랑을듬뿍받는도시를주시하고있다. 이런가운데필자는실상을직접보고싶어현장을찾았다. 소치의아이러니, 가장따뜻한곳에서열리는동계올림픽 소치는혹한의러시아에서가장따뜻한도시중하나이다. 한겨울에도웬만해선영하로내려가지않으며, 아무리추워도영하 5도이하를기록하는일은거의없다고한다. 그러다보니시내곳곳에선야자수를볼수있었으며, 흑해의피서객들을보고있노라니흡사아열대지방의휴양도시가따로없었다.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199

소치의여름을흑해가책임진다면소치의겨울은러시아최고의활강코스가있는만년설의 크라스나야폴랴나 (Красная Поляна) 가맡는다. 소치동계올림픽산악단지는바로여기에위치한다. 총 5코스로구성된산악단지에서활강스키장과스노보드파크두곳의경기장이있는 로자후토르 (Роза Хутор) 를다녀왔다. 로자후토르는우리로치면평창의휘닉스파크쯤되는곳이다. 주요활강코스건설도이회사가맡고있다 ( 모기업은억만장자블라디미르포타닌이회장으로있는러시아니켈생산회사 인테로스 다 ). 로자후토르는이미세계적인호텔들이입주를완료한호화휴양단지로올림픽분위기를물씬풍기고있었다. 이곳의백미는해발 2,300m 고지를오로지리프트만으로올라가며볼수있는믿을수없는풍광이다. 리프트로정상까지약 1시간 30분동안감탄사만몇번을날렸는지모른다. 정상부근엔녹지않은눈도볼수있다. 솔직히소치시내의야자수사이를땀을뻘뻘흘리며걸을때에는 과연이곳이동계올림픽개최지가맞나? 라는의구심을지울수없었다. 하지만이곳에직접와서보니소치가왜 동계 올림픽개최지가됐는지그이유를확실히알수있었다. 소치는공사중 소치는경기장은물론이고도시전체도공사중이었다. 많은도로가파헤쳐져있고, 시내는고층건물들이한창건설되고있다. 현지인에물어보니 아직이렇게미비한데내년에올림픽을치른다니믿기지않는다. 물가만오르는가운데정작이곳주민들은별로안좋아한다 는답변이돌아왔다. 소치는인구 35만명의소도시이다. 이때문에여태까지는도로와교통등이정교하게갖춰질필요가없었다. 하지만올림픽과월드컵등세계적인이벤트를치르기엔인프라가턱없이부족한게현실이다. 이로인한문제는당장체감할수있었다. 소치시내에서올림픽타운과공항을잇는도로는왕복 4 차선도로하나뿐이다. 러시아워의교통체증은일상이다. 대중교통수단이라고는기사가잔돈까지바꿔주는원시적 (?) 인시스템을유지하고있는시내버 20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건설공사중인소치전경 출처 : www.wikimapia.org 스가전부이다. 이대로올림픽을치른다면교통대란은불보듯뻔한일이다. 당연히대안은마련중이다. 소치시정부는교통인프라에 209억달러를쓰고있다. 2014 년까지총 260km의도로가소치에추가건설될예정이며, 철도인프라도신설해교통문제를해결할계획이다. 철도플랫폼 30개가건설되고있고, 전차는사실상주거지모든지점에정차하게된다. 이뿐만아니라신공항터미널도내년에완공될예정이라고한다. 소치, 글로벌도시로성장할수있을까? 이렇듯거의도시전체를개조하는프로젝트가펼쳐지고있다보니천문학적인돈 ( 올림픽준비 8년간 510억달러 ) 이투입됐다. 그래서소치올림픽은역사상가장비싼올림픽이될전망이다. 정부는이자금이소치를경쟁력있는글로벌휴양지로탈바꿈하는데일조할것이라확신하지만, 러시아의일부지식인계층과서방언론은곱지않은시선을보내고있는것도사실이다.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201

하지만내년올림픽전까지경기장을비롯한인프라는완공될것이며, 이는분명히소치를하드웨어면에서한단계성장시킬것이다. 또한, 국제스포츠유치도시로서의자부심과추억은소치시민들에게금전으로환산할수없는소중한자산이될것이다. (2013 년 9 월 2 일제 231 호 ) 20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41. 볼고그라드테러와소치올림픽의안전 현승수 한양대학교아태지역연구센터 HK 연구교수 러시아의 2013년세밑을장식한사건이볼고그라드의자살폭탄테러였다는사실은필자를한없이우울하게한다. 한때스탈린그라드로불렸던볼가강변의아름다운도시볼고그라드가 2013년에만두번언론에오르내린이유가악명높은자폭테러때문이라니... 이미 10월 21일발생한버스폭탄테러로 7명이목숨을잃었던곳이볼고그라드다. 이곳에서 12월 29일과 30일연이어두번폭탄테러가발생했다. 볼고그라드역사와트롤리버스가폭발하면서모두 34명이목숨을잃었다. 이제볼고그라드라는이름은우리에게테러의도시로알려질판국이다. 한편국내언론은크게다루지않았지만 12월 27일스타브로폴지방의퍄티고르스크에서도노상폭탄테러가발생해행인세명이숨졌다. 러시아당국은처음에이사건을테러사건이아닌단순폭발사건으로처리했다가이후사건의일단이밝혀지면서기존의입장을바꿨다. TNT 폭탄 50kg을실은자동차가도로경찰국건물앞에서폭발한이사건의용의자로다게스탄공화국출신여섯명이검거됐다. 다게스탄은러시아연방북캅카스지역에위치한이슬람계공화국으로서체첸, 인구셰티야와더불어이슬람반군세력이활발히활동하고있는곳으로알려져있다. 흉흉한소식은여기서그치지않았다. 1월 8일스타브로폴지방의프레드고르니지구에서는살해된시신여섯구가담긴차량넉대가발견됐다. 경찰이현장에도착했을때수제폭탄이폭발했으나다행히인명피해는없었다.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203

스타브로폴지방은카라차예보- 체르케시야공화국과카바르디노 -발카리야공화국에인접해있으며러시아내륙에서북캅카스지역으로들어가는관문에해당한다. 사태의심각성을깨달은러시아당국은 1월 9일스타브로폴지역남부의두개지구 ( 프레드고르니, 키롭스키 ) 에서전면적인대테러작전을개시했다. 이사건이악명높은북캅카스반군조직과관련이있을것으로보기때문이다. 러시아당국이지목하고있는용의자세명은카바르디노 -발카리야공화국출신으로 2013년 10월스타브로폴과카바르디노 -발카리야사이의접경지대에서발생한사냥꾼피살사건과도관련이있는것으로경찰은보고있다. 하지만북캅카스지역에서발생한테러와범죄가늘그랬듯, 위의사건들을둘러싼진실도안갯속에파묻힐가능성이짙다. 러시아경찰이성과를내기에급급한나머지사건과직접관련이없는이들을테러리스트로몰아처벌한다고보는현지주민들이적지않다. 북캅카스문제를다루는전문가들조차도러시아당국의발표와언론의보도만으로이지역에서발생하는사건들의진상을파악하기는불가능하다고토로한다. 이번사건에서도러시아당국은북캅카스반군조직이이지역택시기사들에게통행세명목으로돈을강탈해왔으며살인도그과정에서빚어진참사인것으로발표했다. 그러나북캅카스지역정세를전문적으로분석하는인터넷웹사이트 캅카스의매듭 (Кавказский узел) 은현지택시기사들과의인터뷰를통해반군조직이돈을상습적으로강탈한사실은없었다고전하면서당국의발표에회의적인반응을보였다. 그뿐만아니라테러사건이발생하면러시아군경이대테러작전을벌여용의자들을사살하는경우가다반사여서테러용의자가체포되어재판에부쳐지는일이거의없다. 따라서테러의실행자는물론그배후에누가있는지추측만난무할뿐진실을밝혀내기가쉽지않다. 필자가볼고그라드테러에못지않게이사건에주목하는이유는스타브로폴지방이소치 ( 크라스노다르지방소재 ) 와근거리에있기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소치는푸틴의러시아가야심차게홍보하고있는동계올림픽개최지다. 올림픽개최를한달앞두고발생한스타브로폴사건이러시아당국을특 20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별히긴장시켰던것도바로그런이유에서였다. 북캅카스에서는지난 20년동안이슬람반군에의한크고작은테러가끊이지않았지만, 스타브로폴과크라스노다르지방은비교적평온을유지해왔다. 이곳은북캅카스지역에근접해있지만, 주민대다수가러시아인이기때문이다. 더구나소치올림픽을앞두고러시아당국은이지역의안전에신경을써왔다. 테러가빈발하는북캅카스계공화국, 즉인구셰티야나체첸, 다게스탄출신자들이크라스노다르지방에들어오려면당국의특별한감시를각오해야하며이러한통제는올림픽을앞두고더욱강화되는추세다. 인구셰티야공화국대통령실대변인을역임한칼로이아힐고프 (Калой Ахилгов) 가인정했듯이, 북캅카스거주자들이크라스노다르를방문하기위해서는우선자신의거주공화국에있는안보회의로부터허가를받아야한다. 또그곳에서허가가떨어진방문희망자들은관련서류를갖추고크라스노다르접경구역으로가서크라스노다르지방당국의허가를받는수고를해야한다. 만일크라스노다르당국이어떤이유에서건입경을불허하게되면방문희망자들은아무런원인설명도듣지못한채되돌아가야한다. 국경이아닌행정구역상의경계를넘는일이결코쉬운게아니다. 그래서인구셰티야공화국안보회의는자기공화국주민들에게올림픽전후기간에는될수있으면크라스노다르지방을방문하지말도록권유하고있는실정이다. 이러한사정은체첸이나다게스탄등여타북캅 러시아당국이소치철통보안에나섰다. 출처 : www.kqed.org 카스계공화국주민들에게도마찬가지일것이다. 지금소치는하나의요새를방불케할정도의철통보안속에있다. 푸틴정권은볼고그라드테러이후불안해하는국내외여론을의식하여, 그렇지않아도엄중했던소치주변의경계태세를 1월 7 일한층더강화하는초강경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205

안보조치를취했다. 막대한인원의군경과코사크기병대까지속속소치로투입되고있다는기사가연일러시아언론을장식한다. 여기에미국까지가세해 FBI 요원 30여명을모스크바와소치에파견해주겠다는약조를해왔다. 소치로드나드는모든교통편의보안검색이상상을초월한다는소식도들려온다. 이쯤되면올림픽기간소치에서테러사건이발생할가능성은거의없다고봐도무방할듯싶다. 하지만러시아의모든안보병력이소치와모스크바에집중될수록소치인접지역인북캅카스의안보는점점더취약해질수밖에없다. 사실푸틴이소치올림픽의성공적개최를통해얻고자하는것중하나는악명높은북캅카스지역의테러와반군활동이더는걱정할바가못된다는점을대외적으로보여주는일이다. 그러나현재까지북캅카스지역곳곳에서 대테러작전 이전개되고있으며반군측과의전투나폭탄테러사건으로매주 15명꼴로사상자가발생한다는통계가나와있다. 더욱이이번볼고그라드역테러의주범이러시아인이라는사실이알려지면서충격은가중되었다. 단순히체첸인, 인구시인, 다게스탄인의출입을통제하는것만으로는소치의안전을보장할수없겠기때문이다. 이미 2004년부터러시아인들이북캅카스반군에합류해테러를자행하는현상이목격되고있으며그주요활동무대는이번테러의현장인크라스노다르와스타브로폴, 연방수도모스크바등지였다. 북캅카스최대이슬람반군조직인 캅카스수장국 (Кавказский Эмират) 의핵심이론가인사이드부랴츠키 (Саид Буряцкий) 는알렉산드르티호미로프 (Александр Тихомиров) 라는본명의러시아인이었으며 2010년사살될때까지북캅카스이슬람반군최고지도자중한명이었다. 반군측은개종한러시아인을자기세력에끌어들이고그들을테러리스트 ( 반군측표현으로는순교자 ) 로기용함으로써두가지효과를얻는다. 한가지는러시아인테러리스트가러시아당국의감시를쉽게피할수있다는점, 또한가지는러시아인들사이에서반군에대한지지가증가하고있다는사실을대외적으로선전할수있다는점이다. 그동안캅카스수장국의수괴인도쿠우마로프 (Доку Умаров) 는자신들 20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의성전 ( 지하드 ) 이북캅카스의경계를넘어볼가우랄지역으로확대될것이라고여러번경고했다. 그들은비록소치의철통보안을뚫고들어가지는못할지언정, 그주변지역들에서크고작은테러를일으켜대내외적으로자신들의존재감을드높이고러시아의이미지를실추시키는데성공했다. 테러는그물리적성공여부가중요한것이아니라대중공포가목적인만큼반군의목적은훌륭하게달성되고있다할것이다. 또단한명의테러리스트가자살폭탄을터뜨릴지라도많은인명과시설에피해를줄수있다는현대테러의법칙도입증된셈이다. 소치올림픽은세계인의축제다. 하지만미국과러시아, 세속주의와국제정치를모조리부정하는북캅카스이슬람반군들이올림픽정신을존중해주리라고기대하기는어렵다. 그들은올림픽을사탄의게임으로간주하므로이를방해하는것이종교적으로용인된다고생각한다. 신을위한성전 ( 지하드 ) 에서자신의몸을스스로희생할경우신으로부터의보상, 즉천국으로직행하는표가주어진다는게이슬람근본주의자들의생각이다. 북캅카스의테러가모두종교적으로만해석될수는없다. 하지만테러리스트들의동기가정치적이건경제적이건, 아니면개인의취향때문이건간에그것이종교적으로정당화될경우대단히강력해질수있다는사실을잊으면안된다. 따라서소치올림픽이성공적으로개최되느냐는여부와상관없이북캅카스의불안정한정세는끝이보이지않으리라는것이필자의안타까운전망이다. (2014 년 1 월 27 일제 252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207

42. 러시아를이해하는 33 개의키워드 김진규 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교수 2014 년동계올림픽이러시아흑해연안의휴양도시소치에서여러가지논란과우려속에서도비교적성공적으로잘마무리되었다. 우리나라국민에게는안현수혹은빅토르안, 김연아선수의이름과함께매우복잡미묘한감정의후폭풍을남긴채네티즌들이만들어낸 아시러 와 소치스럽다 라는신조어까지등장하면서전례없는러시아에대한관심을촉발한계기가되기도했다. 여기에더하여인접국가인우크라이나에서일어난제2의오렌지혁명은러시아와동슬라브지역에대한높은관심과궁금증을증폭시키고있기도하다. 긍정적인측면에서건부정적인노이즈마케팅의효과라는관점에서건러시아를전공하는전문가의입장에서이런유례없는높은관심은다소간부담스러우면서도한편으로는이런계기를잘살려서더객관적이고균형잡힌러시아에대한여론형성에한몫해야한다는생각을하게한다. 이러한측면에서이번소치올림픽의개막식과폐막식행사에서선보인문화행사와공연을통해러시아가전세계에알리고자한핵심이무엇일까를살펴보다가개막식에서의 러시안알파벳 동영상과폐막식에서의 12명의작가 에관심을두지않을수없었다. 러시아어알파벳순서대로참가국선수단을입장시킨것에서부터알수있듯이, 러시아가자랑하는예술과문화, 과학과문학의성취를압축적으로보여주려한시도는개막식의오프닝동영상에서매우강렬한인상을남겨주었다. 키릴문자로알려진러시아어알파벳을뜻하는아즈부카 (Азбука), 러시아가자랑하는세계에서가장깊고큰담수호인바이칼 (Байкал), 러시아 20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계미국항공기술자이고리시코르스키 (Игорь Сикорский) 가개발한헬리콥터 (Вертолёт), 인류최초의러시아인우주비행사유리가가린 (Гагарин) 과러시아민중이사용하는대표적인도자기그젤 (Гжель), 19세기러시아사실주의문학의대문호표도르도스토옙스키 (Достоевский), 18세기제정러시아시기로마노프황실의대표적인계몽전제군주예카테리나 2세 (Екатерина II), 러시아인이사랑하는애니메이션의주인공 안갯속의고슴도치 (Ёжик в тумане), 러시아항공술을발전시킨대표적인물리학자니콜라이주콥스키 (Жуковский), 대량생산농업에적합한곡물추수기 (Зерноуборочная машина), 표트르대제로대표되는러시아제국 (Империя), 러시아인이사랑하는제일의작곡가표트르차이콥스키 (Чайковский), 러시아추상미술의창시자바실리칸딘스키 (Кандинский), 러시아의무인우주탐사로봇 (Луноход), 절대주의회화의대가카지미르말레비치 (Малевич), 러시아출신의미국소설가로소설 롤리타 의저자인블라디미르나보코프 (Набоков), 러시아의우주정거장 (Орбитальная станция), 러시아화학자드미트리멘델레예프의화학원소주기율표 (Периодическая таблица), 러시아공연예술의자랑인발레 (Русский балет), 세계최초의러시아인공위성스푸트니크 (Спутник), 19세기러시아사실주의문학의대문호레프톨스토이 (Толстой) 와 20세기기계문명의대표인텔레비데니예 (Телевидение), 러시아인의겨울필수품인털모자우샨카 (Ушанка), 하얀머리 라는뜻의 2014 동계올림픽주경기장의명칭인피시트 (Фишт), 자작나무로만든러시아민속공예품호흘로마 (Хохлома), 우주비행이론과로켓과학개척자인러시아의물리학자치올콥스키 (Циолковский), 러시아의대표적극작가이자단편작가인안톤체호프 (Чехов), 러시아출신의프랑스화가이자판화가인마르크샤갈 (Шагал), 붉은광장의레닌묘설계자로유명한러시아의대표적건축가알렉세이슈세프 (Щусев), 러시아가사랑하는대표적인시인알렉산드르푸시킨 (Пушкинъ), 러시아적공동체성을상징하는대명사 우리 (Мы), 러시아정교로대표되는기독교사상의핵심이자동영상의주인공이름인 사랑 (Любовь), 영화 전함포템킨 을통한몽타주이론으로유명한러시아의영화감독세르게이에이젠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209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개막식의 한 장면 출처: www.gazeta.ru 시테인(Эйзенштейн), 낙하산(Парашют), 그리고 러시아(Россия)에 이르 는 목록을 보면 21세기 현재 러시아인이 공통으로 인식하는 자국문화의 최 대공약수가 잘 정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폐막식에서도 다시 한 번 러시아 문화의 진수를 모든 분야에 걸쳐 소개함 으로써 하나의 거대한 야외공연을 펼쳐 보였다. 샤갈, 말레비치, 칸딘스키 미 술작품의 형상화를 시작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의 연주와 볼쇼 이와 마린스키 극장을 재현하는 발레공연에 이어 12명의 대표적인 러시아 작 가의 등장과 대중적인 서커스 공연으로 마무리하기까지 러시아는 특유의 웅 장함과 예술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개막식에서 미처 다 언급하지 못한 작가들을 다시 폐막식에 초대하여 선보임으로써 러시아는 문학과 작가에 대 한 사랑과 존경을 확실하게 강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푸시킨-고골-투르게 네프-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체호프-마야콥스키-불가코프-아흐마토바-츠베 타예바-브로츠키-솔제니친으로 다 아우를 수는 없는 방대한 러시아 문학의 세계이지만, 12라는 숫자의 상징성을 최대한 부각하여 19세기와 20세기 최 고의 작가들을 엄선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추측하니 공연을 기 210 2014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가?

획하고준비한관계자들의심정에깊이공감하게된다. 이번올림픽기간에마침라디오방송대담프로그램을통해 소치올림픽이열리는나라 러시아 에대하여 3주간주말에걸쳐이런저런이야기를나눈경험이있었다. 방송국프로듀서와작가, 진행자들조차막연한이해와느낌으로러시아에대해고정관념에근거한평가를하는걸보면서아직도우리나라에서러시아는중국이나일본과는달리지리적으로도정서적으로도먼나라임이느껴졌다. 비슷한수준의갈등이나문제에도중 일과는이미너무익숙해져서인지무심하게대하던국민여론이이번러시아에대해서는비정상적으로격하게비등하는현상을보면서더많은교류와접촉이선행되고좀더많은사건을겪으면서한 러관계가조금은더냉정하게객관적으로보여야할것같다는느낌이들었다. 빅토르안을계기로분위기좋게출발한상승하던한 러관계의 청룡열차 가김연아의편파판정논란으로급속히하강하며바닥을친지금, 다음번만남인브라질월드컵에서는조별예선첫경기에서만나선의의경쟁을통해멋진화합의장면을연출해내길기대한다. (2014 년 3 월 31 일제 261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211

43. 소련스포츠의승리지상주의 : 역사적고찰 박원용부경대학교사학과교수 시작전부터기대와우려를동시에자아내던소치동계올림픽이끝났다. 올림픽에서메달획득에대한기대는어느나라든지우리나라에못하지않겠지만, 우리의경우피겨여왕김연아선수와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2연패를노리는이상화선수가있었기에남달랐다고얘기할수있었다. 이상화선수는기대대로 2연패를달성했지만, 김연아선수는심판들의편파적점수부여라는논란을남기면서은메달에그쳤다. 러시아가이처럼판정논란을일으켜가면서도자국의메달획득수를최대로끌어올리려는것은동계올림픽의최강자라는인식을통해 3기집권체제를구축한푸틴체제의안정성을확보하려는의도와무관하지않을것이다. 러시아의역사에서스포츠가체제의안정성을증대시키는하나의수단으로활용되었던사례는사실어제오늘의일이아니다. 소련과미국의냉전체제가세계정세를좌우할당시올림픽에서메달획득경쟁은가히전쟁터의격전이상으로치열했다. 당시소련은미국을상대로하는군비경쟁에막대한예산을투여한것못지않게올림픽에서의승리를가능케하는 전사 들을양성하기위해많은돈을쏟아부었다. 올림픽종목에서우수한기량을보이는선수를어린나이부터발굴하여세계최고의선수로키워내는 선수양성공장 의역할을국가가담당했던것이다. 다양한이념과사상을가진각나라의대표선수들을소련의국가대표선수가 격파 한다면소련사회주의체제의우수성은올림픽무대에서자연스럽게증명되는것이었다. 그렇다면사회주의체제의러시아에서스포츠는처음부터체제의선전도 21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구로서역할을부여받았을까? 사회주의의이념은기본적으로자본주의의가치를부정하는데서출발했다. 소비에트러시아를출범시킨체제지도자들이보건대자본주의체제의스포츠는개인간의경쟁을극대화해집단정신의함양에는아무런도움도주지않으며소수뛰어난자질을가진선수들만을위한 그들만의리그 에불과하다. 다수의민중은스포츠에참여함으로써즐거움을얻는것이아니라선수들의경기를수동적으로바라보는관중으로머물러있을뿐이다. 따라서사회주의체제의스포츠는뛰어난자질을갖춘선수들을위한제전이아닌다수의민중이참여할수있고이러한참여를통해사회주의의식함양에도이바지할수있는문화활동이되어야한다. 신체문화 (физическая культура) 라는다소어색한용어를동원하여스포츠를신체문화의이념에부응하는활동중의하나로정립하려는시도도이런맥락에서등장한것이었다. 즉신체문화는사회주의체제의발전에이바지하는투철한의식과강인한육체를지닌인민양성을위한삶의포괄적지침이라고얘기할수있는데신체문화의하위범주중의하나인스포츠는당연히이러한이념에부응할수있는양태로재정비되어야했다. 개인의뛰어난자질을과시하기위한스포츠종목은지양되어야하고승패를다투는경기를관전하면서흥분감과재미를느끼기보다는다수의인민이참여하면서의식을공유할수있는스포츠가활성화되어야하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었다. 1920년대는그리하여소비에트스포츠역사연구에서선구적업적을구축한제임스리오르단 (James Riordan) 의지적대로 신체문화의시대 였다. 이시기는혁명이전부터대중들의주요한여가활동중의하나로성장하고있었던축구가여전히허용되고있었지만, 자본주의체제의스포츠문화에서는상상하기힘든 혁명적문헌의해외반출하기, 제국주의자로부터의구출 과같은새로운놀이문화또한개발되고장려되던시기였다. 국제무대에소비에트러시아의대표선수를파견하여승패를겨루는스포츠문화가이시대에주도적인형태로정착할수없었던이유도이러한배경과무관하지않다. 1차 5개년계획의채택과겹치는 1928~29 년스탈린의 문화혁명 은체제의개혁을급진적으로가속화하고사회주의가치체계를공격적으로확산하려는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213

소련 신체문화 를보여주는포스터 (1947). 출처 : www.nnm.me 위로부터의혁명 이었다. 부르주아적생활태도를경멸하고노동계급의선도적역할을강조하는상황에서소수의기득권층을위한배타적인문화형태는당연히터부시되었다. 뛰어난자질을보유한선수들의시합을관람하는행위는 1920년대보다도더욱강하게부정되었다. 전투적이고급진적인개혁의추진과정에서발생하는많은부작용은피할수없었다. 급진적농업집단화과정에서발생했던농민들의저항을목도한스탈린은 1930년 프라브다 에발표한 성공에도취되어 라는사설을통해집단화의과도한추진에대한책임을지방관리들에게돌렸다. 그렇다고 1차 5개년경제개발계획의급속한산업화달성을통해사회주의러시아의생산력을자본주의국가의그것을능가하도록만들자는궁극적목적을포기한다는의미는아니었다. 자본주의체제를앞지르는경제개발을조기에성취하기위해문화혁명시기에표방되었던노동자들사이의평등주의원칙은비판의대상이었다. 생산성에따른차등성과급을지급함으로써노동계급사이의경쟁심을유 21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발하는정책이산업화를더앞당길수있는유인을제공하기때문이었다. 생산력의비약적신장을통한산업화의조기달성은결국체제경쟁의시합에서사회주의체제가승리해야한다는지상명령과도같았다. 사회주의체제가이렇게생산력의분야에서자본주의체제를능가할뿐만아니라더구체적인경쟁의장에서자본주의체제에승리를거둔다면체제의우수성은더욱분명하게부각될수있었다. 국제스포츠무대에서의승리는체제의우수성을더구체적으로증명할수있는수단이었다. 스포츠정책의방향도오랜시간을요구하는새로운인간형창출에이바지하는데중점을둘것이아니라단기간에체제의우월성을과시할수있는성과를드러낼수있도록전환되어야한다는주장이등장했다. 1934년에와서는 스포츠분야의부르주아기록을따라잡고이를추월하자 는구호가공식적으로채택되었다. 소비에트러시아의스포츠가세계무대에서최고의지위를차지하자는의미였다. 1934년은이런맥락에서소비에트러시아의스포츠가국제스포츠무대에본격적으로데뷔한해였다. 그해 10월소비에트권투와육상, 축구선수들이체코슬로바키아선수들과시합을했다. 특히두나라의비상한관심을불러일으킨축구경기에서소비에트러시아가승리함으로써체제의우수성을확실하게증명하는듯보였다. 국제경험이많지않은소비에트의축구팀이체코의프로팀을이겼다는것은유럽최고팀의대열에소비에트선수들이합류했다는의미일수도있기때문이었다. 스탈린체제가정착한 1930년대에스포츠에서의승패는체제내에서도한층중요한의미를띠게되었다. 일반노동자들보다높은생산성을달성한노동자에게주택과급료면에서많은혜택을제공하는정책이합리화되었듯이승리를달성하는데결정적으로이바지한운동선수들에대한물질적혜택도정당화되었다. 이러한선수를확보하기위한팀간의경쟁도한층가열되어더많은물질적혜택을제공하는팀들을수시로옮겨다니는철새와도같은 직업운동선수 의사례도등장했다. 또한, 국가기관의지원을받는팀간의경쟁도치열해져서경기결과에따라선수진의구성과코치진이권력에의해교체되는상황도발생했다. 비밀경찰국이지원하는디나모축구팀이콤소몰 제 3 장사회와문화 소치동계올림픽 215

의지원을받는스파르타크에번번이패배하자스파르타크의코치진과대표선수들이정치권력에의해희생된사례가바로그것이다. 스탈린개인의만족을위해스포츠의결과가조작되는사례도있었다. 1936년콤소몰의지도자코사레프는크렘린광장에서스탈린이관전하는클럽팀간의경기를계획했다. 석재의크렘린광장을선수보호를위해특별히제작한인조잔디로덮은다음경기는열리게되었다. 경기를계획한코사레프의입장에서 신체문화의가장위대한친구이자친애하는지도자 가최초로참관하는축구경기가지루하게비친다면자신에게는커다란재앙이었다. 그래서코사레프는경기의활력을높이려고스탈린옆에서서스탈린이지루해보일때하얀손수건을흔들어득점이나도록유도했다. 총일곱골이나도록사전각본이짜인경기는승패를공정하게다투는스포츠정신과는거리가먼절대권력자를위한하나의쇼무대와다름이없었다. 체제의우수성을과시하기위한수단이자스탈린의개인적즐거움을위해이용되기도했던소련스포츠는 1952년헬싱키올림픽을통해올림픽무대에데뷔했다. 1946년소련이국제육상연맹에가입하면서국제무대에조금씩모습을드러내긴했지만, 제한적인종목만이아니라다양한스포츠종목이망라된올림픽과같은국제적스포츠제전에참여한것은이때가처음이었다. 결과는놀라웠다. 당시미국에비교하여훨씬가난했고이제막전쟁의상흔에서벗어난소련은미국다음가는종합 2위의성적을헬싱키올림픽에서이뤄냈다. 이후본격적인냉전의시기가전개되면서미국과소련의올림픽메달경쟁은더욱가속화되었다. 1952년부터 1988년까지하계올림픽에참여한총 9회가운데소련은전체메달획득수에서 1위를 6번이나차지했고나머지 3회는 2위자리를지켰다. 이기간전체메달획득수를보면소련은 2위를차지하긴했지만, 올림픽에서소련의위치는막강했다. 소련의스포츠는출발부터승리지상주의에젖어있지는않았다. 그것은사회주의체제의수호에필요한강인한육체와의식을가진인민을양성하기위한더포괄적인신체문화의이념에이바지해야했다. 그렇지만스탈린체제의출범과더불어대외적위상강화의필요성과체제내경쟁을용인하는분 21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위기가확산하면서스포츠에서승리지상주의도확산하기시작했다. 이런맥락에서볼때냉전체제에서스포츠를통한체제경쟁의맹아는냉전과더불어갑자기자라난것이아니라이전시대의토양에서이미성장하고있었다. 이렇게자라나고있었던승리지상주의의맹아는냉전시대의스포츠무대에서소련을미국의가장강력한적수로만드는데에도이바지했다. (2014 년 4 월 7 일제 262 호 )

사회 44 러시아 비영리단체 개정법과 레바다센터 / 221 45 푸시라이엇, 석방되다 / 226 46 러시아 부패와의전쟁 과국가발전전략 / 232 47 러시아연금제도개혁안에관하여 / 236 48 시장개혁의용광로, 러시아중앙연방관구 / 240 49 G20 정상회담동시통역을마치고 / 244 50 언어와국가권력 : 러시아정부의러시아어확산정책 / 248 51 수르지크, 우크라이나어와러시아어의사생아 / 252

44. 러시아 비영리단체 개정법과 레바다센터 신동혁 국민대학교유라시아연구소연구원 사회학적연구자료는연구방법자체가가진한계에도불구하고한나라의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을이해하는데중요한역할을하고있다. 인터넷시대지역학연구자들이수천킬로미터떨어진곳에있는국가의다양한주제에관한사회학적여론조사결과를정기적으로, 그것도상당부분무료로접할수있다는것은실로고마운일이다. 러시아에있는레바다센터 (Левада- Центр), 브치옴 (ВЦИОМ), 폼 (ФОМ) 등이그런대표적인여론조사기관들이다. 그중에서레바다센터는국내연구자들이종종연구과제수행을위해이용하는여론조사기관이다. 그런데레바다센터를비롯하여다른비영리단체 (НКО) 에게 2012년 7월개정된비영리단체법이적용되면서, 특히지난 2013 년 5월모스크바사뵬로프지방검찰청으로부터레바다센터가 외국에이전트 라고인정된내용이포함된 경고장 을받으면서, 개정된비영리단체법이러시아대내외적으로주목을받게되었다. 러시아어에서도 외국에이전트 (иностранный агент) 라는용어는 스파이 라는부정적의미를내포하고있다 ( 비슷한의미를띠는 зарубежный представитель 라는용어에부정적의미는없다 ). 참고로개정된비영리단체법에추가된내용은사회를대상으로활동하는 НКО에게중앙과지방자치정부의지원이명시되었으며지원대상이되는주요활동내용으로는부정부패에대한불관용, 민족간협력발전, 자주성, 문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21

화, 언어와 러시아 내 민족들의 전통 보존과 수호 등이다. 개정법에서 주목해 야 할 내용은 해외로부터 재원을 받고 정치 활동을 하는 모든 러시아 비영리 단체는 반드시 외국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로 등록되어야 하 고, 이러한 비영리단체는 특별히 분류되어 일반적인 비영리단체와는 달리 엄 격한 회계 보고와 감사를 받게 되는 등 다른 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 에이전트 구분 기준인 정치 활동 개념에 학문, 문화, 예술, 보건, 시민 의 질병 예방, 대시민사회(지원 및 보호) 활동, 건강한 삶 선전, 신체운동과 스 포츠의 중요성 선전, 동식물보호(자연보호) 선전, 자선활동 등은 포함되지 않 는다 고 되어 있다.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진 법 개정은 미국에서 마그니츠키 법안 통과와도 관련이 있다. 레바다 센터는 2013년 4월 24일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개정법에 따라 외 국 에이전트 로 인정되었고,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외국 에이전트 로 다시 등록해야 한다는 경고장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레바다 센터의 사회 학적 연구 결과의 출판 활동이 정치 활동 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연구 결 과가 사회 여론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구체적인 근거로 레바다 센터가 해외에서 재원을 받았다고 명시하였으며, 포드 펀드와 소로스 외국 에이전트는 미국을 좋아한다. 출처: http://www.hrw.org/ 222 2014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가?

펀드등에서 800,000달러를받았다고한다. 경고장 에따르면, 앞으로도정치활동을하고해외에서재원을받으면서도 외국에이전트 로등록하지않는다면, 레바다센터는행정적책임을져야한다는것이다. 일례로, 외국에이전트 에관한개정법위반시 30만 ~50만루블 ($10,000~$16,666) 의벌금을부과하게되어있다. 통합러시아당두마의원인예브게니표도로프는 만약누군가연구를주문하고, 돈을지급하게되면, 그는일정한형태의연구를주문할것이며일정한질문을하게될것이다 라고검찰의결정을옹호했다. 레바다센터가경고장을받은사실이레바다센터홈페이지를통해알려지면서, 국내외관련비영리단체들이나연구자들, 특히사회학자들이레바다센터홈페이지를통해부당성에대해 공개서한 을올리는등레바다센터는자신들이받은경고의부당성을알리기시작했다. 레바다센터대표인레프구드코프는검찰의 경고장 이레바다센터의폐쇄를초래할수있다고밝혔다. 경고장 은러시아에서그동안체계적으로여론조사를해온레바다센터를곤경에빠뜨릴것이며, 궁극적으로독립적인사회학연구센터의활동을불가능하게할것이라고주장했다. 부당성의근거로구드코프는레바다센터가받은해외펀드는레바다센터전체예산의 1.5%~3% 에불과하다고주장하였다. 그러면서도구드코프는레바다센터가받은경고수위는다른비영리단체에비교하면약한것이라고말했다. 또레바다센터가직면한문제에대해법률가와논의할것이라고도밝혔다. 레바다센터사태 와관련유사기관대표들의입장은사건의본질과전개방향을짐작하게한다. 브치옴대표인발레리표도로프는 이모든일은매우유감스러운일이다. 지금은폐쇄에관한이야기가없고경고차원에머물고있다. 하지만레바다센터가해외로부터새로이재원을받으면서도외국에이전트로등록하지않는다면소송을당하게될것이다.... 이러한문제를원하지않는다면, 레바다센터는정치적내용이담긴조사를위해해외로부터재원을받지않으면된다. 혹은레바다센터는계약서에정치연구와관련되지않은주제만조사한다고명시해야만한다 고논평했다. 폼의대표인알렉산드르오슬란은 사회학적활동은심지어권력의조각이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23

라도차지하려는시도와도무관하다 고말했다. 그러나넓은의미에서사회학적연구는일부정치인이나권력을도모하려는사람들에게이용될수있다. 이들이사회학적여론조사에주목하는이유는유권자의기대치를알기위해서다. 하지만이들은국가통계청의자료에도주목하여심각한상황에부닥친지방들을폭로한다. 그렇게되면국가통계청도정치적활동에관한책임을질수있다. 그런데웬일인지정치활동과사회학적연구와의상관성에대해서는지난 25년동안문제가된적이없다가지금문제가된것이다 고논평했다. 한편, 갑작스러운레바다센터검찰조사와개정된비영리단체법적용에대해정치적의미를부여하는견해도있다. 그것은레바다센터가 2013년 4 월시행한여론조사 문항 과그 결과 에주목한것이다. 레바다센터여론조사결과에따르면, 러시아인 51% 는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을협잡꾼들과도둑들의당 (Партия жуликов и воров) 으로간주했다. 또다른여론조사센터 (ФОМ) 사회학자의조사결과에서는 2012년 2/4분기부터집권당지지율이 45% 에서 39% 로감소했으며, 집권당을불신하는사람도 36% 에서 46% 로증가했다. 이외에도대선이후푸틴대통령관련여론조사결과, 2012년 5월 26일모스크바볼로트나야광장에서있었던대규모시위사건 (болотное дело) 에대한레바다센터의여론조사와관련짓기도한다. 그렇다면러시아인들은정부의비영리단체정책에대해어떤태도일까? 최근조사를보면, 러시아인들은비영리단체에대한정부의엄격한조치를지지 하는것으로밝혀졌다 (< 이즈베스티야 > 2013년 7월 11일 ). 특히비영리단체대상법강화와 외국에이전트 로의등록을지지한응답자가 49%(2012 년 7월 45%) 였다. 반대자도소폭늘었다 (2012 년 18%, 2013년 20%). < 이즈베스티야 > 는 지난 1년동안비영리단체법강화속에서러시아인들은비영리단체에대해더부정적인시각을갖게됐다 고분석했다. 참고로, 러시아인 52% 는비영리단체가어떤일을하는단체인지잘모른다고응답했다. 레바다센터사태 는 2013년 5월 30일레바다센터가해외로부터재원을받지않기로결정함으로써일단락된듯보인다. 이와관련레바다센터의한 22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전문가 ( 사회학자 ) 는해외로부터재원을받지않기로함으로써, 최근까지레바다센터가수행해온중요한두가지프로젝트 시민사회와저항운동연구, 그리고 수도에거주하는시민의정치적기호모니터링 을더는할수없게됐다고밝혔다. 앞으로레바다센터는 외국에이전트 로분류되지않기위해서는개정된비영리단체법이정한재원사용규정준수와 정치활동 의범주에서벗어나는사회학적연구만해야한다. 그리고이러한상황은러시아내관련비영리단체 (НКО) 에게도해당할것으로보인다. (2013 년 7 월 22 일제 225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25

45. 푸시라이엇, 석방되다 한정숙 서울대학교서양사학과교수 푸시라이엇 (Pussy Riot) 의계속되는고난 이라는제목의칼럼을써놓고전송하기직전, 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대통령이이들을사면하기로했다는기사를읽었다. 이들의석방을고대하던수많은사람의마음이전해졌구나하는반가운마음이들었다. 이제는꽤많은사람이알고있지만, 다소생소한영어식이름을가진이러시아여성록그룹이국제뉴스의초점으로떠오른것은 2012년 3월의일이었다. 20~30대전반의젊은여성들 ( 정확한구성원수는자료마다다소차이가나지만적어도열명이넘는다고한다 ) 로이루어진이그룹은그리명품같아보이지않는색색의원피스차림에얼굴에는갖가지색깔의복면을한것이특징인데, 기타를치고팔다리를큰동작으로휘두르며때로는다소요란하게절규하는듯한창법으로 이런것을이른바샤우팅창법이라고한다던가 노래해왔고, 여성주의 ( 페미니스트 ) 적저항적펑크록그룹 이라고소개되었다. 2011 년봄에창단되었으며핵심멤버들은과거에행위예술가그룹인 보이나 (Война) 에서활동했다고한다. 이들은푸틴대통령이권좌에복귀한직후인 2012년 2월 21일그유명한모스크바의구세주그리스도사원 (Храм Христа Спасителя) 제단에올라 펑크식기도 : 성모시여푸틴을몰아내주소서 (Панк-молебен: Богородица, Путина прогони) 라는노래를부르기시작했다. 그룹구성원중다섯명이공연에참여했다. 그러나연주를시작한지불과 40초에서 1분사이에경호원들이이들을덮쳤고 3월초와중순사이에구성원가운데세명이체포되 22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어재판을받았다. 1989년생인나데즈다 ( 나댜 ) 톨로콘니코바, 1988년생인마리야 ( 마샤 ) 알료히나, 1982년생인예카테리나 ( 카탸 ) 사무체비치, 이세젊은여성록가수에게적용된죄목은 종교적증오에서비롯된난동 ( 훌리건 ) 행위 라는것이었다. 2012년 8월에열린 1심재판에서세사람은모두징역 2년을선고받았으나 10월의항소심에서카탸만집행유예로풀려났다. 카탸는경호원들이다가와이들을체포할때까지악기를어깨에메면서연주준비를하느라노래는단한마디도부르지않았는데 ( 못했는데 ), 항소심에서그녀의이러한주장이받아들여져서집행유예로감형되었다. 나댜와마샤두사람은징역 2년형이확정되어교도소에수감되었다. 푸시라이엇의공연과활동은예술적으로도정치적으로도저항적이었다. 이들은 개념예술 의계보를잇는공연예술가로서자신들의주장을담아노래해왔는데, 모스크바의지하철역광장에서처음으로공연을펼쳤고그후에도붉은광장, 교도소주차장, 건물옥상등예상치못했던곳에출몰하여 게릴라식공연 을펼쳤다. 또한, 자신들의얼굴과이름을드러내지않기위해항상복면을착용한채집단으로만공연하고다른사람들앞에서는서로간에도본명이아닌별명만을사용했으며일반적인방식대로음반을내지않고비디오를통해노래를알려왔다. 상업주의를거부하는그들에게유튜브는자주애용되는매체였다. 기성사회와이들의결정적충돌을초래한것은예술형식에서의새로움에대한그들의추구와는별개의, 사회적으로좀더민감한지점에있었다. 이들에관한기록영화 푸시라이엇 : 펑크식기도 (Pussy Riot: Punk Prayer, 2013) 1 는영화가시작하기전검은화면에 예술은세상을비추는거울이아니라세상을형성하는망치이다 는베르톨드브레히트의구절을자막으로보여준다. 푸시라이엇의구성원들은권위주의에저항하며예술로사회를바꾸고 1 감독은마이크러너 (Mike Lerner), 막심포즈도롭킨 (Maksim Pozdorovkin), 두사람이고 2013 년 1 월에처음으로공개되었다. 원래제목은전시재판 ( 展示裁判 ): 푸시라이엇이야기 (Show Trial: The Story of Pussy Riot) 였다. 전시재판 이라는것은 1930 년대구 ( 舊 ) 볼셰비키재판을염두에둔것이리라. 그러나이제목은그후수정되었다. 이영화는 2013 년선댄스영화제에서세계기록영화심사위원특별상을받았다.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27

싶어 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그동안 불렀던 감옥은 없애고 저항은 자유롭 게, 짱돌을 풀어줘라 같은 노래가 이들의 지향성의 일단을 보여준다.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나댜 톨로콘니코바는 취조자의 질문에 라이엇이란 억압받는 사람들의 반란, 봉기를 의미한다 고 답했다. 이들의 노래 속에는 특히 급진적 여성주의, 성평등주의, 반권위주의의 기치가 새겨져 있다. 펑크식 기도 의 가사 에는 성모시여 여성주의자가 되소서 라는 구절도 들어 있다. 이들은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교회의 제단에는 여성도 오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여성주의는 한편으로는 러시아 혁명기 여성운동의 맥을 이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서방의 급진적 여성주의의 영향을 크게 반영하고 있는 것으 로 보인다. 모스크바에 있는 로첸코 사진-멀티미디어 대학 출신인 카탸 사무 체비치는 보부아르를 비롯한 프랑스 진보 철학자들의 저작에서 큰 영향을 받 았다고 한다. 러시아 혁명운동사는 수많은 열혈 여성 혁명가의 참여로 수놓 아졌고, 이와는 별개로 여성운동 자체의 맹장들도 이 과정에서 배출되었다. 이러한 대찬 여성들의 활동은 1917년 혁명 후 소비에트 러시아에서 여성의 사면으로 석방된 후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예멜리야노보 공항에 나타난 나데즈다 톨로콘니코바와 마리야 알료히나 출처: www.telegraph.co.uk 228 2014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가?

법적지위를당시전세계최고수준으로높이는데이바지했다. 그러나여성의공적활동참여와여성노동자의모성보호를위한사회적지원등에주된초점을맞추었던소비에트정부의여성정책은그후전세계적차원의여성운동성과를담을그릇을마련하지않았고, 여성문제를해결했다고자처하던소련에서여성주의라는말은비난의의미를담게되었다. 그때문에소련해체전후의러시아는여성의공적노동참여율은높지만, 일상적, 문화적, 의식적영역에서는가부장적인성격이매우강한사회가되어있었다. 푸시라이엇은행위예술의형태를빌어 여성은왜사제가될수없는가 라는여성주의의가장고전적인질문을던지면서더나아가가장급진적인 LGBT적입장까지담아냄으로써, 러시아에서도적어도감수성이강한젊은세대여성들에게서는새로운여성주의와성정체성의식이받아들여지고있음을보여주었다. 그러나이들이징역 2년을선고받은것은단순히여성주의적이슈때문만은아니었다. 이들은러시아정교회가대통령선거과정에서푸틴대통령을지원한것에항의하는뜻을노래에담았다고말한바있다. 바로이러한푸시라이엇의비판에대해세속적, 종교적권력이모두분노했던것같다. 사실모스크바의구세주그리스도사원은러시아정교회입장에서상징성이매우높은공간임이분명하다. 1812 년나폴레옹침공을물리친것을기념하여건립되었으나 2 스탈린시대에파괴되어공공수영장으로전환되는비극을겪었고소련해체후정교회의대대적모금운동과사회적호소끝에 2000년에다시완공봉헌된사원이니만큼정교회인사들과신도들에게는아주소중한종교적공간이다. 보수적인정교회인사들은젊은이들이이사원안에서교회의남성중심성, 정치권력과종교권력의연합등을직설적으로비판했다는사실에충격을받았을것이다. 러시아정교회의키릴총대주교는이들의공연에항의하는신도들의항의집회를직접소집하기도했다. 그렇기는하지만예배시간도아니고일반인들에게사원내부가공개되어있던시간에젊은예술가들이다소생뚱맞아보이는가사와몸짓으로노래 2 오랜설계과정과논의를거친끝에준공은 1883 년에가서야이루어졌다.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29

를불렀다고해서 2년의실형을선고한것은크게놀라운일이었다. 그들은자신들이철저히평화적인방식으로, 오직예술과은유로써의사를표현한다고강조했고, 자신들은누구에게도해를끼치지않으며세상에기쁨을가져오는 성스러운바보들 이라고자칭하기도했다. 이들의재판에는국제사회가큰관심을보였고국제사면위원회 (Amnesty International) 를비롯한많은단체, 아웅산수치, 오노요코, 폴매카트니, 마돈나를비롯한많은저명인사가이들의석방을촉구했으며러시아내에서도이들의지지자들이격렬한항의시위를벌였다. 그러나상당수러시아인은이들을처벌하는데동의했는데, 이에대해서는대부분러시아인이보수적인언론을통해사건을접하기때문에그렇다는비판적인지적도있었다. 이들의항소가기각된이후많은사람이이들을잊어버렸다. 기록영화 푸시라이엇 : 펑크식기도 에는이들의재판과정에서이들을 시베리아에보내죽일것 이라고한다는누군가의위협적인발언도흘러나왔는데, 실제로이들은각기어린딸과아들을다른사람들에게맡긴채수감생활을하는과정에서적지않은정신적, 신체적고통을겪은것같다. 결국, 국제사회도일반러시아인들도그들을거의잊어버리고있던 2013 년이들은단식투쟁으로수감조건개선을요구했다. 따로수감된마샤와나댜는각기여러주에걸친단식투쟁을전개했다. 모르도비야공화국내에있는여성교도소에서수감생활을하면서, 수감자들이아무권리도가지지못한채하루에열대여섯시간에이르는장시간노동을하며가혹한처우를받는다 는공개편지를세상에내보내그개선을요구했던나댜는한동안행방이알려지지않아여러가지의문을낳기도했다. 결국, 나댜가탈진한끝에크라스노야르스크부근의병원에입원해있다는사실이 11월에가서야밝혀지기는했다. 모스크바대학철학부학생이며, 작가인아버지에게서비판적인텔리겐치아의핏줄을물려받은것으로보이는나댜는푸시라이엇의지적, 예술적핵심리더라는평을받고있는데, 체포후심문과정, 재판과정에서도쏘는듯한눈빛과냉소적인미소를담은거침없고도전적인표정으로큰주목을받았다. 그녀가체포되어심문을받을때입은티셔츠에는스페인내전당시반파 23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시스트세력의구호이기도했고 20세기후반라틴아메리카군부에대한저항세력의구호로더욱유명해진 그들은통과할수없어 ( NO PASARÁN!) 라는구절이새겨져있었다. 재판과정내내그녀의표정에서는차르정부에거침없이도전하던여성혁명가들의표정이고스란히되살아난듯, 어마어마한기가느껴졌다. 그러나그러한그녀도수감생활에서지친듯, 최근의사진에서는초췌하고힘들어보이는모습을보였다. 그런가하면마샤는긴머리에헤어밴드를두른모습이마치라파엘로의그림에나오는여성같은우아하고고전적인느낌을주는데, 대학에서신문방송학과문예창작을전공한시인이기도하며주변에서벌어지는환경파괴에격분하여정치에관심을가지게되었다고한다. 부드러운얼굴이면서도재판과정에서단호하고당당한표정을잃지않았던그녀이지만어린아들과떨어져있어야한다는사실에거의무너질듯한모습을보이기도했었다. 1980~90년대한국의운동권여학생들의차림이나표정을빼다박은듯한느낌을주는카탸는새로운예술에대한갈망이아주컸던것으로보인다. 그녀는러시아혁명사에관한서적을탐독했다는데, 나댜못지않게그녀에게서도과거러시아여성혁명가들의전통이새로운구호로되살아나고있다는느낌을주었다. 나댜와마샤는내년 3월로형기가만료되는데그동안주변사람들은당국이그들을형기만료와무관하게계속억류시킬수도있지않을까크게우려해왔었다. 이번에푸틴대통령이이들을사면하기로한것은소치동계올림픽을앞두고이러한우려를불식시키려는조치였을것으로생각된다. 포브스 지는푸틴러시아대통령을 2013년세계에서가장영향력있는사람으로선정했다. 외교를통해시리아공습을막아낸공을인정받은것이다. 국제무대에러시아외교의화려한복귀를알린그러한강력한인물이젊디젊은여성가수들을괘씸하다는이유로가두어두는것은참으로어울리지않는일일것으로생각했는데, 그가국제사회와러시아내비판세력의우려에귀를기울인것은참으로다행스러운일이다. 러시아의젊은여성행위예술가들이자유의몸이된후어떤활동을펼칠지주목된다. (2013 년 12 월 20 일제 248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31

46. 러시아 부패와의전쟁 과국가발전전략 김선래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 HK 연구교수 2012년미스어스 (Miss Earth) 에참가한러시아대표나탈리아페레베르제바 (Natalia Pereverzeva) 는 내조국은탐욕스럽고거짓말하는몇몇에의해국가재산이유출되고결딴났다 고일갈했다. 2011 년미스러시아출신인이여인의말에러시아네티즌 90% 가동의한다고대답하였다. 2013년 7월러시아재야지도자알렉세이나발니가횡령혐의로 5년형을선고받았다. 알렉세이나발니는 2011 년러시아총선당시수만명의반푸틴세력의중심에서시위를주도한재야지도자중한명이다. 변호사인그는자신의블로그에정권부패에대한글을올리면서주목을받았다. 고위공직자들의해외재산이나이중국적, 정부조달사업관련계약을감시하며, 속임수가발견되면그계약에대한무효청원을넣었다. 그의반부패운동은모스크바와같은대도시를중심으로커다란반향을불러일으켰다. 한편, 나발니재판에대하여모스크바카네기센터릴리아솁초바는 분명한정치적탄압이고젊은층의분노로이어질것이다. 그는순교자며러시아의만델라가될것 이라고언급했다. 그는 2011 년총선기간중통합러시아당을 사기꾼과도둑들의당 이라는거친표현을쓰면서반정부 반부패투쟁에앞장섰다. 이처럼젊은러시아인들은조국러시아가부정과부패로말미암아세계 133위의부패국가로추락한사실에분노하고사회변화를위해움직이고있다. 모스크바싱크탱크인인뎀에따르면러시아가부패로인하여발생하는손실비용이연간최대 5,000억달러에이른다고말하고있다. 키프로스에흘 23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나탈리아 페레베르제바 출처: www.vmdaily.ru 러들어 간 러시아 돈은 2011년에 2,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키프로스 시중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자금도 330억 달러에 이른다. 소련이 붕괴한 직후인 1990년대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인 소위 약탈경제 시기를 통하여 신흥 경제 엘리트인 올리가르히와 러시아 관료의 유착관계로 막대한 국가 재산이 약탈당하며 사유화되었다. 이때 빼돌려진 국가 자산은 키프로스와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로 유출되었다. 이처럼 해외로 유출 된 자산 이외에도 러시아 지하경제의 규모가 GDP 대비 35%인 6,320억 달러 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2013년에 들어오면서 러시아 정부는 부정부패 문제를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는 큰 장애요인으로 보고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반부패법안을 제정하여 부패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국가 존망 차원 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2013년 4월 19일과 27일 러시아의 하원과 상원에서는 각각 반부패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내용은 정부 공직자와 그 배 제3장 사회와 문화 사회 233

우자및미성년자녀가해외에계좌를유지하는것을금하고이를어기는자는 500만에서 1,000만루블의벌금형을받거나 5년이하의유기징역을살고 3년내공직을맡을수없게하였다. 푸틴대통령은지난 2월반부패정책의기조가높아지는가운데이법안을도입했으며, 고위관료들이주요자산에대한정보와수입을공개해야한다는법안이발표되었다. 이안건은 반부패국가전략 의일환으로메드베데프정권하에서부터꾸준히시행해온정책이다. 이법안이통과된이후 2013년 7월 1일까지고위공직자와그가족에대한재산등록과해외계좌등록을의무화했다. 이때문에하원의원 30여명이이혼을가장하여재산을숨기는해프닝이발생하기도했다. 갑자기골드 돌싱 들이탄생한것이다. 지난 10월 30일대통령산하반부패위원회회의가끝난후세르게이이바노프대통령행정실장은공직자소득을신고한 150만명의공직자중소득을빠뜨리거나허위신고를한 200명을해임했다고밝혔다. 이처럼러시아는국가적차원에서부패와의전쟁을선포하고부패가러시아경제와사회를좀먹는병인이아니라국가존망에영향을미치는중차대한일로보고국가전략이라는이름으로배수진을치고형사처분을하고있다. 부정부패를근절하기위해서는최고권력자의의지도중요하다. 푸틴대통령자신이석유수출과이권개입에서부정축재의혹의중심에서있다는평가를받는이상러시아정부의부패척결의지는의심스러울수밖에없다. 2011 년대선이후집권층의부패에실망한러시아인들의대규모시위에직면한푸틴정부는지지율회복을위해대대적인반부패캠페인을시행하고있다. 그러나러시아에만연한부패사슬구조가한번에정리될것이라고는누구도믿지않는다. 지난 7월 1일이후지금까지중앙권력과상관없는하위공직자들만처벌되었고고위공직자중에는겨우차관한명만옷을벗었다. 2014 년소치동계올림픽을앞두고동계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건설과정에서대규모권력형추문이흘러나오는상황을두고현푸틴정부의반부패전략이무엇을대상으로했는지의심의소리가들린다. 러시아야당지도자넴초프는소치동계올림픽준비기금중 250~300억달러가횡령당했다고주장했다. 올림픽준비자금이 510억달러로예상보다 5배더많게책정되어시행 23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된것도문제였지만, 동계올림픽주경기장을비롯하여주변인프라건설이경쟁이나공개입찰없이수의계약으로이뤄졌다는것이다. 이처럼국가주도형산업화과정에서발생하는관계와재계의부패고리형성이일정부분이해된다고하더라도러시아의부패구조는심각함을넘어서국가적재앙이다. 국가발전방향을설정하고추진하는전략에서국가주도형경제성장정책은공무원들의부패현상으로나타나기쉽다. 공직자들의지대추구행위와부패는정부가경제영역에관여하거나개입하는정도에정비례한다. 러시아가앞으로의발전방향을국가주도형관리체제를강화할것인지아니면시장주도형개방정책을추진할것인지가부패와의전쟁이라는러시아국가전략의성패를가늠하는잣대가될것이다. 더불어최고지도자의솔선수범과의지, 법적인장치가뒷받침된다면현재러시아가치르고있는부패와의전쟁에서승리할가능성이높아질것이다. 그러나푸틴이원하는경제정책의근간은정부주도형국가발전정책이다. 그때문에근본적으로부패의온상이유지될수밖에없다는약점을지니고있다. 또이러한부패와의전쟁을푸틴정부가러시아경제의외국의존도를줄이기위한한방편으로보고있다는점도러시아가치르고있는부패와의전쟁의한계를드러내고있다. 결론적으로정부주도형발전전략과시장주도형발전전략을적절히조절함과동시에최고책임자의부패에대한단호한의지가이번전쟁에서러시아에승리의기회를제공할것이다. (2013 년 11 월 18 일제 242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35

47. 러시아연금제도개혁안에관하여 조원호 경상대학교러시아학과교수 전세계적으로인구노령화현상이심각한사회문제로부각되고있다. 우리나라도예외는아니어서 0세부터 14세인구대비 65세이상인구비중을나타내는노령화지수가지난 1990년 20.2% 수준에서 2013년 83.3%, 2015 년에는 94.1% 까지상승할것으로추정되고있다. 또한, UN은국가의총인구대비 65세이상인구비율이 7% 가넘는사회를고령화사회, 14% 가넘는사회를고령사회, 그리고 20% 가넘는사회를초고령사회로규정하고있다. 우리나라의경우지난 2000년 65세이상인구가 7.2% 로처음으로고령화사회로진입했으며 2013년그비율이 12.2% 에이르러현추세를유지한다면 2017 년에는고령사회로진입할것으로예상하고있다. 이러한인구고령화현상은인구가급격히감소하고있는러시아에서도매우심각한사회문제가될수있다. 러시아는 65세이상인구비율이총인구의 13% 에이르러 UN 기준에따르면러시아는이미고령화사회를넘어고령사회에가깝다고할수있다. 이에따라러시아의연금수령자도급격히증가할것으로예상되고있다. 2010년인구센서스에따르면러시아인구는 2002년이후약 230만명이감소하여 1억 4천2백9 십만명으로인구 3명당 1명이퇴직연령에있다. 러시아연방연금기금 (ПФР) 보고서에따르면 2011 년처음으로연금수령자가 4,000만명을초과하여 4,016 만여명에이르렀다. 러시아국가통계청자료에따르면연금수령자는 2006년 3,832만 5천명에서 2011 년 4,016 만여명으로증가하여인구천명당 2006년 268.3명에서 2011 년 280.7 명으로증가하고있을뿐만아니라연금수령자 1명에대한고용노동자수가 23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006년 1.75 명에서 2011 년 1.7 명으로지속해서감소하고있다. 더욱이 2035년이되면연금수령자와고용노동자의숫자가같아질것이라고예상되고있다. 고령사회로의급속한진입과이에따른연금수령자의급증은러시아연금제도에여러문제점을일으켰다. 특히연금적자의급격한확대는연방정부의재정에심각한문제이다. 2004년까지연방예산에서연금기금으로이전되는비중이국내총생산 (GDP) 의 1% 미만이었다가 2005년부터 3% 이상으로급등하여 2010년에는약 5% 까지급등했다. 2013년연금기금의적자는약 1 조루블이상이될것으로예상하고있다. 또다른보고서에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연금기금적자가약 3조루블에이를것으로예상하고있다. 2013년 1조 99억루블, 2014 년 8,616 억루블, 2015년 8,975억루블의연방예산이연금기금의적자를보전하는데필요할것으로추산되었다. 연금기금이외의다른연방기금의용도를모두고려한연방예산이전규모는 2013 년 1조 9,130 억루블, 2014 년 2조 1,236억루블, 2015년 2조 2,637억루블등이예상되었다. 안드레이푸도프러시아노동 사회복지부차관의견해에따르면 2020년까지러시아연금기금의예산적자는약 3조루블에이를것이라고한다. 이처럼급증하고있는연금기금의적자문제를해결하기위해러시아정부는연금제도를여러차례개혁해오고있다. 특히여기서지적하고싶은부분은민간연금기관의법적지위변경에대한최근러시아정부의조치이다. 러시아정부는 2013년 10월 3일러시아연금제도개혁안을채택했는데, 이개혁안의핵심은개인연금에대한정부의통제를강화하고연방재정에대한부담을줄이는것이다. 러시아연금은크게세부분으로구성되어있다. 먼저기초연금으로, 이는정액연금이며 5년이상보험료를납부한사람에게수급자격을주며보험료율은 6% 로모두기업이부담한다. 이기초연금은보편주의연금의성격을띠고있다. 다음, 명목확정기여연금으로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으로구성되며국가연금이다. 보험료율은 1967년이전출생자는임금의 16%, 1967년이후출생자는임금의 10% 이다. 보험료는주식등자산에투자되는게아니라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37

2013년러시아연금제도포스터연금공단이관리하는개인계정에명목적으로만적립되며수익률은평균임금상승률로정해진다. 연금액수는적립총액 ( 적립금 + 수익 ) 을 216 개월 (18 년 ), 2013년부터 228개월 (19년 ) 로나눈것으로산정한다. 마지막으로, 출처 : dvtornik.ru 완전적립방식의개인계정연금저축이다. 1967년이후출생자만가입할수있으며보험료율은임금의 6% 이다. 보험료는개인계정에적립되며적립금은국채또는주식에투자된다. 가입자는러시아연금기금 (ПФР) 과민간연금기금 (негосударственные пенсионные фонды(нпф)) 둘중하나를선택할수있다. 민간연금기금에현재 2조또는 3조루블정도가적립되어있다고알려져있다. 현재민간연금기금은상법상비영리기구로소유구조가불분명하다는문제를들어러시아정부는민간연금기금조직의소유구조를더욱투명하게하는데주요목적이있다고주장하면서민간연금기금을상법상주식회사로전환하려고하고있다. 법률이개정되면민간연금기금은법적지위를주식회사로변경해야만하고, 중앙은행의심사를받을때까지급여에서보험료를징수할수없게된다. 이렇게되면러시아연방기금은매년약 1,000억루블씩, 2014 년부터 2016 년 3년간약 3,500억루블을절약할것으로추정되었다. 이뿐만아니라민간연금기금에적립된부분은일시적으로대외경제은행 (ВЭБ) 에이관될것이다. 따라서 2013년 10월 3일러시아정부의연금제도개혁안의핵심은민간연금기금에적립된 2조또는 3조루블을국가의통제하에직접둘수있게되어재정형편이열악한정부가방만한연금제도를이용할수있게된다. 그러나더욱큰문제는민간연금기금의주식회사화를의무사항으로만들면서반드시러시아중앙은행의심사를받게한부분으로, 이는러시아정부의강 23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력한중앙집권적성향에비추어볼때연금저축의국유화를우려하게한다. 물론, 러시아정부가러시아연방기금의적자를해소하기위해 2013년부터근로형태에따라부가적으로연금보험기여금을부과하고있는등여러방안을강구하고있으나사회적으로민감한부분인근로자의정년연장관련문제등은여러차례제기되었지만, 푸틴을비롯한러시아지도부는이문제를논의하기를꺼리고있다. 대신이미위에서지적한바와같이, 러시아연금제도를국유화하여연금기금에대한국가의통제를강화하고, 이를통하여부족한연금기금의재원을충당하려는러시아정부의시도는장기적으로볼때오히려연금제도의문제점을더욱악화시키는우를범할수있을것으로보인다. (2014 년 1 월 13 일제 250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39

48. 시장개혁의용광로, 러시아중앙연방관구 최우익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 HK 교수 현재러시아연방은광역단위인 8개연방관구 (федеральный округ) 로나뉘어있고, 이연방관구들에 83개연방주체 (субъект федерации) 가분산돼포함되어있다. 17개주와 1개연방시등모두 18개연방주체가포함된중앙연방관구 (Центральный федеральный округ) 는사실러시아의중심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 수도인모스크바가이곳에있을뿐만아니라, 역사적, 사회 문화적, 그리고정치적, 경제적으로도중앙연방관구는러시아의중추를이루는지역이다. 동유럽평원중심부에있는중앙연방관구의경계는러시아의북서, 남부, 볼가연방관구뿐아니라우크라이나와벨라루스와도접해있다. 면적은 65만km2로러시아영토의 3.8% 에불과하지만, 인구는약 3,900만명 ( 전인구의 27%) 으로 8개연방관구중가장많다. 특히모스크바시와모스크바주인구는공식통계상약 1,900만명으로중앙연방관구인구의절반가량을차지한다. 경제적인측면에서보았을때중앙연방관구는또한두개의경제지구, 즉중앙경제지구 (Центральный экономический район) 와중앙-흑토경제지구 (Центрально-Черноземный экономический район) 로나뉘어있다. 중앙경제지구에속한주들의사회 경제적발전방향은기본적으로유사하지만, 지리, 인구, 생산력, 과학기술등의측면에서다소차이가있다. 이지역의산업화는사회주의적근대화시기에이루어졌는데, 무엇보다도모스크바는가장핵심적이고강력한산업근거지이다. 바로모스크바근방에그리고 24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그주위로수많은산업거점과도시가새롭게형성되었는데, 그것은다음과같은원형형태로이루어졌다. 1) 모스크바와그에인접한도시나주거지, 2) 모스크바교외의삼림공원지대, 3) 모스크바근거리위성도시 ( 반경 40~60 km ), 4) 모스크바원거리위성도시 ( 반경 90~100km ), 5) 각주의수도 ( 반경 150~250 km ), 6) 주변부도시. 중앙연방관구내 5개주가속해있는중앙-흑토경제지구에는또다른특징이있다. 이곳은농업이발달했지만, 공업발달수준은낮은편이다. 하지만산업자원이나노동력은풍부한편인데, 이양자가결합한철광석채굴산업이발달했다. 이지역에서는농업에대한투자를확대하고금속산업을근대화시키는발전방안이계속강구됐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러시아가계획경제에서시장경제로바뀌면서중앙연방관구에도많은변화가일어났다. 소비에트시대에중앙연방관구는무엇보다도군수산업과기계제작산업의근거지였는데, 국가차원의지원과수요가감소하면서산업생산량이급속히감소했으며취업자수도현격히줄었다. 그이후중앙연방관구의경제성격은국가가아닌국민소비의수요를충족시키는산업중심으로변화되었다. 후기산업사회에서나타나는한현상으로상업, 금융업이활성화되고, 전체적으로서비스업분야가발전했다. 특히모스크바는상업과금융의중심지가되었다. 그러나주로모스크바와그주변지역의군수산업종사자였던과학, 설계, 엔지니어계통의전문가수가급속히줄고기술수준이저하되는현상이나타났다. 러시아중앙연방관구하지만중앙연방관구는러시아경제에서여전히중추적역할을담당하고있다. 생산력, 고정자산, 노동력, 과학기술, 경제및사회인프라면에서중앙연방관구는다른연방관구들을압도하고있으출처 : http://images.yandex.ru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41

며, 2011 년시점국내총생산량의 36%, 농업생산의 23%, 제조업의 30%, 수출과수입의각각 44% 와 61% 를담당하고있다. 또한, 시장관계와경제하부구조가짜임새있게갖추어져있고, 금융및신용체계, 운송및정보서비스, 외국투자, 외국합작기업등이높은수준으로발달했다. 끝으로제조업과농업을아우르는산업복합단지들도잘조성돼있다. 이처럼중앙연방관구는내부적으로짜임새있게역할분담되어있으며, 러시아의사회적, 경제적중심지로서위상을차지하고있다. 당연히이곳에거주하는주민은시장개혁기러시아의가장역동적인현장에서살아가는주인공들이라할수있다. 그런데시장개혁기중앙연방관구의인구학적상황은러시아에서가장복잡한상태이다. 1990년대부터인구의자연감소세가지속되었지만외부로부터이주민이꾸준히유입되어, 중앙연방관구전체적으로인구규모는소폭하락했다가최근에는증가세로돌아섰다. 그러나내부적으로볼때막상인구가크게늘어난곳은모스크바시와모스크바주정도이다. 즉, 이들이중앙연방관구인구증가의주요근거지였다. 또한, 러시아전체적으로나타난노령화와유년층의감소역시중앙연방관구에서도나타나는현상인데, 모스크바시와모스크바주는예외이다. 더나아가국내및국제이주민이집중되어모스크바시와모스크바주는노동연령층이두터운경제적으로가장역동적인지역이라고할수있다. 반면탐보프주, 트베리주, 툴라주의경우에는 2011 년시점에도인구의자연증가율이여전히마이너스 7~8 일정도로인구학적상황이좋지않다. 경제활동인구와취업자가다수집중되어있다는점에서중앙연방관구주민의경제활동은러시아에서커다란비중을차지하고있다. 하지만이러한점역시모스크바시와모스크바주주민에의한것임을확인할수있다. 이두곳주민의임금수준, 취업률과실업률, 교육수준의지표상순위는 83개연방주체중에서최상위권이지만, 나머지주들주민의사회 경제적여건은매우열악한상태이다. 따라서중앙연방관구내부적으로주민의취업및경제활동상황은매우대조적이며상반된양상을띠고있다. 24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또한, 모스크바시 (2위) 와모스크바주 (12위 ) 주민의소득수준은 2011 년시점러시아 83개연방주체중에서최상위권이다. 반면에랴잔주 (58위), 블라디미르주 (64위), 이바노보주 (74위) 등을비롯하여많은주가하위권에머물러있다. 그리고모스크바시 (34,585루블) 와모스크바주 (18,209루블) 주민의 1인당월평균소비비용은높은반면, 나머지주들주민의소비비용 ( 대략 9,600~12,900 루블 ) 은연방관구중에서최하위권인북캅카스 (10,966루블 ) 나시베리아 (11,825루블) 연방관구수준에해당할정도로낮다. 이러한점들을고려할때모스크바시와모스크바주주민의사회 경제적상황은중앙연방관구안의다른주민과현격한차이를보여사실상양자는거의다른지역주민이라해도과언이아닐정도이다. 하지만모스크바시나모스크바주주민의사회 경제적상황도모두양호한것이아니다. 예를들어모스크바시주민의계층간소득격차는러시아전체에서가장심각한상태여서, 소득격차율이전국평균인 16.2배보다거의두배수준인 27.3배에달하고있으며, 지니계수도 0.503으로상당한빈부격차현상을보이고있다. 그렇지만이것이바로오늘날러시아의현실이라고할수있다. 1990년대와비교할때 2000년대에는러시아의인구학적상태가호전되고, 국민의소득이증가하여사회 경제적상황이개선되고있지만, 동시에빈부격차현상이심화하고있다. 중앙연방관구는바로이러한러시아의현주소를마치미니어처처럼보여주고있다. 균등한지역발전과소득분배문제가시장경제러시아의가장긴요한과제중하나임을바로중앙연방관구주민의사례에서잘알수있다. 중앙연방관구는러시아의시장경제를주도하는견인차구실을하고있지만, 동시에너무달아올라금세깨지기라도할것처럼부글부글끓는용광로처럼보인다. (2013 년 12 월 23 일제 247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43

49. G20 정상회담동시통역을마치고 방교영 러시아어국제회의통역사 한국외국어대학교통번역대학원원장 지난 9월 5일부터 6일까지열린 2013년 G20 정상회담이끝났다. 성남에서특별기를타고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착하여서울로귀환하기전까지긴장을놓을수가없었다. 회의를둘러싼통역언어의수때문이다. UN 총회의공식및실무언어가 6개인데반해 G20에서는 13개언어가동시통역되었다. 서울 G20 정상회담에서는 14개였다. 아무리베테랑통역사라하더라도현장의통역언어가얼마나많으냐에따라긴장감을누적시키는버릇은어쩔수없다. G20 정상회담은 UN보다두배이상더많은국가간갈등과협력이이루어지는장으로내게다가왔기때문이다. 통역사의긴장감은외교적감수성혹은사명감때문에생긴다. 이번회의주최측러시아는예전과같이자국민을통역사로쓰도록원칙을정했다. 즉다른나라정상사절단의통역을러시아인이하도록하는것이다. 그러나한국정부는나를포함한두명의한국통역사를따로초빙, 대동하였다. 일본과중국도그랬던것으로알고있다. 한국정부는프랑스칸 G20 정상회담당시주최측이제공한외국통역사들에게불만이있어이를문제삼아어렵사리한국통역사가정상회담의동시통역을할수있도록일을성사시켰던것이다. G20 회의장의외부출입인원이매우제한적이어서출입 ID를받은한국대표단원은고작 25명에불과했다. 그럼에도정부는외교관도아닌통역사 2 인을수행에포함했던것이다. 한국정부가외교적무리수를둔것인가? 아니다. 정반대이다. 통역이라는것은외국어를할줄안다해서가능한것도아니고, 한국어와 24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푸틴 대통령의 안내를 받는 박근혜 대통령 출처: http://www.etnews.com 외국어 단어를 맞추어 문법을 배열하는 일도 아니다. 통역은 단순한 외국어 말하기가 아니라, 타자를 설득하고 자아를 방어하는 외교술이다. 그렇지 않 다면 그냥 외국어 소통이라 부르고 말 것이다. 통역에는 항상 의뢰인이 있고 상대(청중)가 있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모든 통역에 목적이 따라 붙는다. 통 역사는 이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뢰인과 협력, 표현을 선택한다. 물론, 통역을 왜곡한다는 것이 아니다. 언어, 문화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의뢰인의 목 적을 염두에 두고 통역 기술을 조절한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는 의도했든 아 니든 한국의 통역사를 직접 대동함으로써 통역의 대원칙을 지켰다. 다시 말하 면, 한국의 입장을 방어하고 타국을 설득하는 국가적 주체성을 지킨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G20 러시아 회담의 제2세션의 대의제는 일자리 창출과 투 자 였다. 이는 한국 정부도 공유해왔던 정책의제였다. 6일 선도 발언을 통해 박 근혜 대통령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면서 창조경제를 강조하였다. 우리 동시통역사들은 모두 이를 다른 용어로 바꾸지 않고 창조경제 (креативная экономика) 그대로 전달했다.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의 발 표가 끝나자마자 의장인 푸틴 대통령은 시간이 무척 촉박했음에도, 지금 러 시아 경제에 필요한 것이 혁신인데 바로 그것이 창조경제 라고 언급한 것이 제3장 사회와 문화 사회 245

다. 세션을마무리하면서도그는창조경제를재차언급했다. 만약회담의원칙대로한국통역사가배제되었더라면어찌했을까? 창조경제를과연 креативная экономика 라통역했을까? 물론, 그랬을수도있겠지만, 이용어는한국정부가강력히내세운정책조합용어인만큼다른식으로통역했을가능성이농후하다. 혁신경제, 개혁경제, 신경제, 창의경제더나아가영국식으로문화산업경제로통역했을것이다. 국제회의언어란한번그리통역되면외교적소통도그렇게끝을맺고마는것이다. 번역이아니라서고민하여다시주워담을수도없다. 창조경제는결국그들이이해하는뜻으로회자하였을것이고, 그들의경험과지식속에서한국의정책개념이종속되고말았을것이다. 그러나이번에는달랐다. 푸틴대통령이두번이나창조경제의용어를그대로사용하여경제를둘러싼그들의뜻과지식을한국의용어에맞추는외교적성과를만들어냈다. 창조경제에대한정책, 정치논의에끼어들권리가통역사에게는없다. 단지한국의외교적사안을한국의목적에맞추어언어학적협상력을높이는역할에충실했던것이다. 모든통역내용이이처럼설득과방어의외교적원칙에충실하게이루어졌다. 이로써한국정부는한국통역사들과함께 G20 정상회담을주체성있게이끌어갈수있었다. 한국정부는통역이단순한외국어소통기술이아니라는점, 아울러국제외교의장에서얼마나중요한역할을하는지를재삼확인했을것이다. 그리고통역사의자질중국가적사명감이얼마나중요한지우리두통역사또한재다짐할수있었다. 어떤일이든동기가있어야일이시작되고결과를내기마련인데, 현실적인이익이동기가될수도있고기대감이나강요도일의동기가될수있다. 그러나이익, 기대감, 강요의동기는다분히개인적이다. 따라서일이야성사되더라도높은차원의가치를가질수는없다. 일을빛나게만드는동기는사명감이다. 사명감은일의결과가일을처리한사람의동기보다더크고넓은가치를향하는윤리적감수성이기때문이다. G20 정상회담처럼큰규모의통역업무는그리흔하지않다. 그러나규모가크든작든국가간, 기업간모든통역은외교적전략과협상그자체이다. 24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외국어를습득하는동기는개인적이지만, 통역을습득하는동기는일종의외교적사명감에따른다. 바로이런이유로수없이많은교육자가통역교육및관리의큰부분을국가가맡는것이옳다고주장해왔던것이다. 외국어교육이야시장에서행하고이끌어도문제가없다. 관리기관또한시장의논리에맡기는것도무리가없을것이다. 그러나이와는질적으로다른통역교육을시장에버려두면통역사의외교적감수성, 그국가적사명감은결국사라지고만다. 개인적동기만남아국가와기업에해를끼칠수있다. 국가문서, 역사자료, 문화문서와같이국가의존립과번영에이바지하는국가차원의번역처럼, 통역도국가의존립과번영에이바지하는분야이다. 더나아가통역은번역보다더직접적이고구체적인외교적효과혹은역효과를산출하는민감한분야이다. G20 정상회담동시통역을마치며, 이사실을다시한번절감한다. 우리정부에게권하고싶다. 통역교육과관리를국가의차원에서어찌바라보아야할지고민해보라고말이다. (2013 년 9 월 30 일제 235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47

50. 언어와국가권력 : 러시아정부의러시아어확산정책 남혜현 연세대학교노어노문학과강사 20세기말소련해체에이어 21세기초러시아의개혁과개방을거치며, 러시아어는언어내적, 외적으로큰변화를겪었다. 내적면에서보면, 국가차원의강력한검열이사라지자은어, 신조어, 외래어가범람하는등언어규범이크게완화되는양상을보였다. 언어외적면에서는급격한위상변화가두드러졌다. 소련이미국과더불어세계양대강국으로군림하던냉전시대에러시아어는소련소속모든공화국의공식어였다. 동유럽은물론다수의서유럽국가에서도러시아어를배우는인구가많았다. 그리하여 1990년대초까지만해도러시아어는사용인구가 3억 5천만명이넘는거대언어였다. 그러나소련해체이후슈퍼파워로서러시아의지정학적영향력은사라졌고, 이는곧해외에서러시아어의위상하락으로이어졌으며, 전세계적으로러시아어사용인구와사용영역또한급감했다. 특히전통적으로러시아의영향권으로인식되던구소련공화국, 즉오늘날의 CIS 국가들은공공영역에서러시아어사용철폐및명목민족어위상강화를골자로하는언어전환 (language shift) 을시행했다. 러시아연구자들의조사를보면, 오늘날전세계에서러시아어사용자는 2억 6천만명으로감소했으며, 이러한추세대로간다면, 2025년무렵러시아어사용인구는포르투갈어와벵골어에도미치지못하리라는우려를표하는실정이다. 이에대해러시아정부는상당히민감한반응을보인다. 2007년세르게이라브로프 (Sergei Lavrov) 러시아외무장관은러시아어와문화의확산이러 24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시아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푸틴 집권 이후, 내부 결속 정책 의 성공과 경제 성장으로 러시아의 국제적 지위가 다시 향상되면서, 러시아 정부는 국제어로서 러시아어의 위상을 강화화고 러시아어를 보급하는 데 전 력을 기울인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전통적인 러시아 영향권이던 중앙아시아 거주 지역의 러시아인과 러시아어 사용 인구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 을 펼친다. 이와 관련하여 러시아 정부는 2007년 해외 러시아 언어 및 문화 보급을 담 당하는 루스키 미르 (Russkiy mir) 재단을 신설했다. 재단의 주요 기능은 긍 정적 국가 이미지 창출, 러시아에 관한 지식 전파, 해외 러시아어 교육기관과 단체 지원, 해외 러시아어 대중매체 지원, 러시아 센터의 해외 개설 등 다양 한 사업을 맡아 한다. 루스키 미르 재단 외에 러시아 공공외교 정책의 또 다 른 집행 기관으로 국제인도적협력청 이 있다. 국제인도적협력청 은 해외에서 러시아의 긍정적 이미지 구축 및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 증진을 목표로 각 종 행사를 통해 러시아 문화 자산을 전파하는 등 문화 보급 진지 역할을 맡 아 한다. 특히 국제인도적협력청 은 연방 프로그램 러시아어 2006년~2010년 구소련 지역 내 러시아어 사용 현황 출처: www.wikitravel.org 제3장 사회와 문화 사회 249

과 러시아어 2011 년 ~2015 년 의기획과실행에적극적으로관여했다. 최근러시아정부는러시아어의위상강화를위해미디어의영향력에점차주목하고있다. 러시아어로된인터넷을가리켜통칭루넷 (Runet) 이라고한다. 러시아에서인터넷의시작은서유럽보다한참늦었지만, 양적인성장은가히폭발적이다. 루넷의영역은러시아연방을뛰어넘어서 CIS 지역까지아우른다.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등다수의포스트소비에트공화국정부홈페이지등대표적인인터넷사이트들이러시아어와자국어의 2중언어페이지를구축하면서루넷공간의적극적인참여자가되고있다. 특히소련향수를갖는중년층이상의인구가아니라, 젊은층이루넷의주요사용자라는점은주목할만하다. 이러한측면에서 유라시아재단 (Наследие Евразии) 이사장야첸코는루넷을가리켜매우효과적인무생물러시아어사용자라고지칭하는가하면, 루넷을통해사용자들이국적을불문하고러시아어로정보를교환하고소통하므로러시아어의사용영역을확장하는좋은수단이된다고강조했다. 인터넷뿐아니라, 신문, 방송도러시아어의사용영역을유지하는중요한수단이다. 조사에따르면, 2007년기준포스트소비에트국가들은대부분성인인구절반이상이러시아방송을정기적으로혹은때때로시청하는것으로드러났다. 심지어러시아어구사력이상대적으로낮은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리투아니아도유사한상황을보인다. 러시아위성방송이송출하는러시아현대음악, 영화등러시아대중문화는이들지역에서매우큰인기를누린다. 러시아미디어가그언어적대표성으로인해구소련국가국민사이에일종의문화공동체를만들어낸다고하겠다. 러시아정부는이러한상황에서미디어야말로러시아어위상을지켜낼구원타자가될것으로기대하며, 루넷의확장을위해다양한노력을펼친다. 예를들어, 러시아정부는키릴도메인등록을적극적으로장려하며, 해마다 러시아인터넷주간 (Неделя русского интернета) 에는국영라디오방송사 Voice of Russia 가주관하여, 인터넷은러시아어의영토다 (Интернет территория русского языка) 라는상징적구호아래해외러시아어인터넷 25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사이트를주제로학회를개최한다. 2004년에는러시아어인터넷발전에공헌한이들에게수여하는루넷상 (Премия Рунета) 이제정되었다. 이처럼러시아정부가펼치는정책적노력의결과와효과에대해서는전문가사이에서전망이엇갈린다. 많은이가루넷사용자수가최근들어급격히증가한점에주목해, 러시아어는앞으로도상당히오랜세월동안포스트소비에트국가들내에서국제어로기능할것이고, 따라서루넷이 CIS 공간에서효율적인소통수단의지위를계속유지할것으로예측한다. 반면회의적인시각도존재한다. 무엇보다도미디어를통해러시아어를확산하려는러시아정부의공공외교는포스트소비에트지역국민에게과거소비에트대중매체의선전, 선동과연관된제국주의적이미지를부각할수있으며, 그결과사이버제국 (cyber imperialism) 으로서루넷에대한경계심이더욱확대되리라는우려를표한다. 어떠한경우에서든오늘날러시아정부의언어정책과언어상황은언어가국가의힘을나타내는지표이기도하고, 반대로언어를통해국가의힘을확장할수도있다는진리를다시한번확인시켜주고있다. (2013 년 8 월 19 일제 229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51

51. 수르지크, 우크라이나어와러시아어의사생아 정영주 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강사 수르지크 (суржик) 는일반적으로우크라이나어와러시아어가혼합된언어를가리킨다. 수르지크화자는단순히어휘를차용하는수준에서그치지않고, 문법과발음까지두언어를섞어서사용한다. 역사적으로모스크바대공국과러시아제국의지배를오랫동안받은우크라이나중북부지역에서널리쓰이고, 소련시대를거치면서우크라이나서부지역에서도그화자를볼수있다. 우크라이나어가기본이되고, 러시아어의어휘, 문법, 발음요소가첨가되는식이다. 최근에는러시아어를모어 ( 母語 ) 로쓰는엘리트들이우크라이나의고위직에진출하기위해우크라이나어를배우면서두언어를섞어서쓰는데, 이때는러시아어가기본이되고우크라이나어요소가추가된다. 우크라이나와국경을맞댄러시아남부지역에서도방언적요소를찾아볼수있다고한다. 신빙성있는통계자료는없지만, 연구자들은대략우크라이나전체인구의 11% 가량이수르지크를구사하는것으로보고있다. 실제사용자는이보다훨씬많을것으로추정된다. 처음에수르지크를쓰기시작한것은러시아제국의지방하위관료, 서기, 신학교교사등이었다. 이들은러시아의행정언어를반드시배워야하는처지이기도했지만, 한편으로는중앙의언어를구사한다는자부심을느끼며우크라이나어로이야기할때에도러시아어요소를섞어서썼다. 이후러시아제국과소련정부가우크라이나어억압정책과러시아어장려정책을펼치면서러시아어요소가우크라이나어에깊이파고들었다. 산업화가진행되면서부터는 25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수르지크사용을비판하는캐리커처농촌인구가도시로대량으로유입되는데, 새로운환경과업무에필요한어휘등을러시아어에서그대로가져다썼다. 최근에는 TV 드라마나쇼프로그램과같은러시아어방송콘텐츠를통해우크라이나전지역이저도모르게러시아어의영향을받고있다. 수르지크는우크라이나어와러시아어가같은계통에속한이른출처 : http://uk.wikipedia.org 바형제언어여서생겨났다. 형제언어가아니었다면아마도러시아어어휘가우크라이나어어휘에편입되는정도에머물렀거나, 아니면터키어의영향을받은불가리아어가슬라브어의가장큰특징이라할수있는격체계를포기한것처럼우크라이나어에문법상의변화가일어났을수도있다. 어느쪽이든, 전반적인변화가일어났을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이러시아어를집단적으로비체계적으로학습한것도수르지크형성에필수적인요인이되었다. 수르지크를쓰는사람들은의사소통을위해굳이두가지언어를각각완벽하게구사하기보다는우선적으로머리에떠오르는것을무의식적으로꺼내서쓴다. 그래도다들러시아어를써야하는같은환경에있었기때문에듣는사람들이내용을이해하는데에큰무리가없다. 두언어가형제언어이기는하지만, 기초어휘는상당히달라서따로배우지않으면자연스럽게의사소통이되기어려운데, 말하는사람과듣는사람이같은배경지식을공유하는것이다. 러시아로이주한우크라이나인이수르지크가아닌러시아어를쓰는것과비교해보면, 두언어가계통적으로유사하다는이유만으로수르지크가생겨나기는어렵다는것을알수있다. 언어학적인관점에서수르지크를우크라이나어나러시아어와다른별개의언어로볼수있는가는쉽게말하기어렵다. 예를들어방언은일정한지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53

역에서같은발음, 어휘, 문법을공유한다. 그런데수르지크는우크라이나어와러시아어를섞는다는대전제는공유하면서화자개개인에따라섞는정도가다르기때문에, 그실체를파악하기가매우어렵고문법을체계화하기도어렵다. 양상이매우다양하기때문에우크라이나어나러시아어가모어가아닌제삼자에게수르지크를교육하는것도불가능에가깝다. 반면제삼자가두언어중한언어를먼저배우고나중에다른언어를마저배운다면의도하지않더라도수르지크를구사하게될가능성이높다. 독립이후의우크라이나에서는민족주의가부흥하면서러시아어의강압적사용에의해생겨난수르지크를규탄하는목소리가높다. 우크라이나민족주의자들의입장에서볼때수르지크는, 우크라이나언어학자스타비츠카의말을빌리자면, 이민족인근친이혼외관계에서낳은혼혈아 이다. 수르지크는그태생이불순하기때문에그화자도적절한교정및교화과정을거쳐순수한우크라이나어나순수한러시아어사용자로거듭나야한다는것이우크라이나민족주의자들의주장이다. 사실이들은사람들이수르지크대신러시아어를쓴다면헌법이국어로인정하는유일한언어인우크라이나어만을써야한다고주장할가능성이높다. 러시아어만큼공개적, 적극적으로그사용을옹호하는세력이없기때문에수르지크사용자는더큰비판과비난을고스란히당하고있다. 수르지크사용자가스스로부끄러워하는경우도적지않다. 문제는수르지크가상당수우크라이나인에게모어가되었다는데에있다. 농민들이도시로대량으로유입되던시기에러시아어를체계적으로교육했다면수르지크를사전에예방할수있었을지도모른다. 하지만그러한기회는처음부터주어지지않았고, 세대를거듭하면서많은우크라이나인이집에서자연스럽게수르지크를쓰게되었다. 수르지크가모어인사람들에게우크라이나어와러시아어를강요하는것은이들에게서모어를빼앗는또다른강압이될것이다. 얼마전지역당국회의원인차료브는수르지크를제2의국어로채택하자고주장했다. 수르지크가실제로널리관찰되는언어현상이지만, 그실체를파 25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악하고규정하고체계화하기가매우어렵다는점을굳이감안하지않더라도그의주장은돌발적인포퓰리즘으로보이기쉽다. 그러나한편으로는역사적인상황때문에우크라이나어가아닌수르지크를모어로삼을수밖에없었던사람들도비난받지않고모어를구사할자유가있음은분명하다. 그들에게불순하고병든언어의사용자라는비난을가하기보다는몇세대에걸쳐서라도천천히우크라이나어나러시아어를제대로교육하고가정에서도수르지크대신그언어를사용하도록장려하는것이정도일것이다. (2013 년 9 월 16 일제 233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사회 255

문화 52 문화접점과러시아문화코드 / 259 53 갑이활개치는나라 : 러시아와의문화교류확대해야 / 263 54 한 러무비자시대의함의 / 267 55 현대러시아인의 새해 와 성탄 / 272 56 마슬레니차 : 겨울은가고, 봄이어어서오소서 / 276 57 러시아인에게부활절 (Пасха) 이란? / 281 58 제21회 백야의별들 음악제를되돌아보다 / 284

52. 문화접점과러시아문화코드 김상현 성균관대학교러시아어문학과교수 우리가입는한복! 외국인들에게우리의전통의복으로자랑삼아이야기하는한복이그발생적기원에서상층양반의것이었을까, 아니면하층평민들이입던것이었을까? 결론부터이야기하면, 오늘날우리가입는한복은과거에양반이일상복으로입던옷에서기원했다. 반대로하층의농민들이입던옷은우리의전통한복으로격상되지는못했다. 그렇다면하층농민이누리며즐겼던문화의일부요소가상류귀족계층으로전이되어유행을이끈예는없을까? 문화의흐름은어떻게, 어떤맥락에서뒤섞여전개되고, 생멸할까? 오랜시간에걸친문화의접점과흐름은한문화권에서코드역할을담당하게된다. 그럼러시아에서우리가발견할수있는문화코드의단면은어떻게나타날까? 다음의초상화는푸시킨을그린것으로가장널리알려진그림이다. 좌측그림은바실리트로피닌 (Василий Тропинин, 1776~1857) 이, 우측그림은오레스트키프렌스키 (Орест Кипренский, 1782~1836) 가그린푸시킨초상화다. 두그림중에서우리의시선을끄는것은단연옷, 즉시인푸시킨이입고있는의복양식이다. 우측그림에서검은상의는누가봐도귀족의신사복양식임을한눈에알아볼수있다. 반면좌측그림에서다소헐렁해보이는옷은궁금증을유발한다. 상류귀족이흔히입는양식의옷이아니기때문이다. 좌측그림에서푸시킨이입고있는옷은농민층에서쉽게찾아볼수있는것으로, 평민들이일반적으로입는 할라트 (халат) 라고하는옷이다. 하층신분이아닌푸시킨이유독이옷을입고그림의모델이된이유는무엇일까? 의복양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59

출처 : 필자제공 푸시킨식하나를놓고문화와의복코드를말할수있을까? 그렇다. 19세기초는러시아문화사에서대전환의시기이자러시아농민문화에관한관심과사랑, 애국적낭만주의의물결이휘몰아치기시작 한때라고할수있다. 그중심에는일명조국전쟁이라고하는분수령이존재한다. 1812 년조국전쟁을기점으로당대러시아에서불기시작한의복의반란, 즉평민의복의급부상현상은우리로하여금매우중요한점을생각하게한다. 귀족여성들사이에서도유사한바람이불기시작했는데, 이는농민들이입던사라판, 숄, 특히결혼에사용되던머리장식코코시니크 (кокошник) 가대단히유행했다는점이다. 프랑스에맞서벌인조국전쟁을계기로본격화된낭만주의운동과러시아역사와문화, 농민민속에관한러시아지식인들의관심에서시작된현상이긴하지만, 이내면에서우리가짚어볼것은바로 이질적문화사이의만남, 즉 문화접점을통해본러시아문화코드의발견 이다. 러시아문화의전형적요소와특징을이해하는방편으로우리가점검해볼필요가있는것은첫째, 문화접점이어떤맥락에서발생했으며, 둘째, 실제로그접촉이삶의어떤부분에서이루어졌느냐는것이다. 이질적인두문화의만남과수용, 상호접점은실제로일상생활에서고상한문학, 예술적표현에이르기까지다양한영역에서발견된다. 쉬운예로, 그첫가능태를우리는푸시킨의운문소설 예브게니오네긴 에서목격한다. 나아가유년시절의귀족계층이하층농민문화에눈을뜨게되는경우는대부분유모와집안의하인에게서비롯된다. 한마디로, 귀족의문화속으로농민의민속과문화가스며들어갈수있었던기회는그반대의경우보다훨씬더 26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빈번하고자연스러울수밖에없었다. 귀족의유년시절과이들이흡수한유아시절의자양분은농민의문화였으며, 이맥락을확대한올란도파이지스 (Orlando Figes) 의언급은우리의역사적상상력을자극한다. 귀족들의 어린시절의예찬에대한본질은비정상적으로비대해진상실감이었다. 따라서문화적엘리트들이민속학에병적으로애착을갖는것은당연한일이었다. 하지만순수하게문화접점의기원적입장에서우리는더본질적인접촉, 이른바아래로부터의문화수용을알게된다. 이중요한근거와접점의장은이미 16세기중반에마련되었다. 16세기러시아문화의중심에서귀족계층의가정규율과사회기강확립의중요한지침으로활용되었던 도모스트로이 (Домострой) 를읽는작업은당대문화해독의기본출발점을이룬다. 도모스트로이 가만들어진시대의배경에는교회의권위가실추되고, 이교적잔재가여전히강하게잔존해있을뿐만아니라, 일반평민들사이에서기독교혼례문화가무시되던세태가자리하고있다. 이보다다소이른시기인 1551 년에만들어진것으로 스토글라프 (Стоглав) 가있다. 이문집은러시아정교회신성종무원이편찬해놓은 100항목규정집으로, 당대의혼례풍속이극도로문란하고, 성적으로도방종하며, 비기독교적인요소들이과도하여혼례관련교회규범제정의필요성을처음으로제시한흔적을보여준다. 그럼에도한가지흥미롭고본질적인문제가여기에들어있다. 귀족문화와근본적으로상이하고상호교차가이루어질법하지않은영역에서두문화의혼종과접촉이다반사로이루어지고있다는점이다. 이교적잔재와농민문화의뿌리를억제하고, 귀족문화의모범적규례를제정하여치국과귀족문화의유지를그바탕에깔고있던가정생활규례집안에는그와정반대되는농민문화가너무도깊숙하게뿌리박고있다. 특히미신과고대이교적바탕의오랜관습과민속의형태들이수도없이드러나있다. 도모스트로이 의마지막부분에삽입되어있는 혼례 관련기술이가장대표적인예가된다. 가택신도모보이 (домовой) 를염두에두고있음을명백하게보여주는것으로크라스니우골 (красный угол, 성소 ) 에절을하지않고방의사방에절을하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61

20세기초러시아남성의전통의상는풍습이나다분히미신적이고비기독교적인바탕에근거한복대포야스 (пояс) 착용, 바냐 (баня) 에서의목욕의례등은하층의농민문화가상부로전해져서형성된러시아문화의원형을이루는것들이다. 신생아의세례식에서아기에게출처 : 필자제공주어졌던선물이자신부가혼례품으로돌리기도했던포야스는남자들이허리춤에반드시차야했던의복의일부분이다. 악귀를물리치는축사의상징적역할을한다고믿어졌던물건포야스는남자를보호해주는가장기초적인일상생활용품이었다. 동일한마술적기능과상징적모티프를우리는농민의아낙들이사용했던머릿수건플라토크 (платок) 와혼례시선물로이용됐던폴로텐체 (полотенце) 에서발견한다. 이물건들에대한의례적의미와그속에담긴농민문화의정신문화적중요성에관한내용은 도모스트로이 전체에서중요한바탕을이룬다. 문화는이렇게상층의것이건, 하층의것이건어느한쪽만의것으로독존하지못한다. 시간이흐르면서, 문화도같이흘러섞이고혼종을이루고때로는어느한쪽이더강한영향을주어상대의것이상실되도록하기도한다. 위에서개략적으로살펴본의복문화는하층농민문화의것이어떻게상층의귀족문화로스며들어이후러시아의전통문화로자리매김할수있었는지를보여주는단적인예들이다. 위의두사진은 20세기초남성의전통의상을보여주는것으로, 허리춤에포야스라고하는복대 ( 붉은점선가운데 ) 를차고있음이선명하게드러나있다. 우측의사진은스몰렌스크주향토박물관에서찍은필자의모습으로역시허리에붉은색복대포야스를차고있다. (2013 년 7 월 8 일제 223 호 ) 26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53. 갑이활개치는나라 : 러시아와의문화교류확대해야 박현봉 한국관광공사블라디보스토크지사장 최근국내에서가장뜨거운화두중하나는 갑을논쟁 이었다. 그동안 갑 의횡포를묵묵히감내했던 을 의역공이라는뜻밖의상황이빗어낸사회적현상이었다. 요컨대, 갑이일방적으로큰목소리를내다가는곤경을당하기에십상인세상이이제도래한것이다. 그러나여전히갑이제목소리를내고활개치는나라가있다. 바로러시아다. 가장쉬운예로, 생필품을파는상점한구석에서판매자갑이뻣뻣한자세로소비자을에군림하는모습이흔한나라가바로러시아다. 혹여퇴근시간이나점심휴식시간이임박해물건을사러허겁지겁들어갔다간의례갑에게혼나기일쑤다. 관공서의세계는더말할나위없다. 여전히모든관공서에서갑인공무원앞에서을인시민이죄인같은자세로갑의선처를기다려야한다. 너무나냉소적이고비관적인관찰인지도모른다. 근래에들어모스크바나상트페테르부르크등대도시를중심으로이러한상황이많이개선되고있는것도사실이다. 하지만이곳극동러시아에서는앞서언급한갑을관계가여전히유효하다. 예컨대, 투자를보자. 최근러시아정부는극동개발 2025 발전계획등의거창한구호아래극동러시아개발을천명하고외자유치에강력한드라이브를걸고있다. 투자진출만하라, 그러면정부가적극적으로나서서기업친화적환경을조성하리라는것이기본골자다. 듣고만있자면, 극동은모든투자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63

프로젝트가정부덕택에손쉽게이뤄질것만같은블루오션이다. 그러나실상은그렇지못하여많은이가실패를겪어왔다. 그이유에대한설명은많이있다. 언어가잘통하지않아서거나경제시스템이우리와너무달라서라는것등이다. 그러나이런설명은지엽적인요인들에불과하다. 무엇이근본적인장애요인인가? 답은바로갑의횡포가자연스레공인되고있는정치 사회전반의분위기에있다. 다시말해러시아의경제시스템과정부의태도는외국계자본의단순유입만원하는것이지그안에서활동을영위할사용자을의편의는전혀고려하지않고있다는점이다. 그렇다면이런꿋꿋한갑의나라러시아를어떻게대할것인가? 러시아는우리에게필요한미래의파트너이므로아무리변하지않는갑이라고해도이를그냥무시하고넘어가서는안된다. 이에두가지대안을제시코자한다. 우선단기적관점에서갑의권위를인정하고오히려갑의대우를잘해주는방향으로관계를맺는다면이갑은우쭐하여우리에게다가올것이다. 이것이바로 VIP 마케팅의핵심기법이다. 관광분야의예를보면, 러시아관광객은중국못지않은대표적큰손으로꼽힌다. 러시아관광객은전형적인갑부휴양스타일의관광, 즉될수있으면오랫동안 5성급호텔과같은한곳에서세끼식사하며자고즐기는여행패턴을선호한다. 쇼핑도마찬가지다. 짧은대기시간동안가뿐히천만원이상의상품을구매하는고객이러시아관광객이다. 또의료관광은어떤가? 러시아국내의료가아직낙후한부분도있지만, 이를이유로러시아대상의료관광이잘될것이라는평가는한국관광공사가지난 2009년이후극동러시아를중심으로의료관광마케팅을추진하던초기에있었다. 그러나최근러시아의료관광객의유인동기를잘관찰하면굳이자국에서치료나검진이가능한경우에도 VIP 대접을받는싱가포르나한국을선호하는것이대세다. 해외진료비는더비싸지만, 합당한대우만받는다면이를선호하는게러시아인이다. 따라서답은하나다. 갑을더욱 갑 답게대하는것이다. 그러나진정한투자진출을이뤄내고우리가필요한에너지자원과미래의식량기지확보구축및기타장기적프로젝트개발등중장기비전을실현하 26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러시아의한국의료관광 출처 : 충청타임즈 기위해서는갑이더완강하게나오면우리가얻을것은별로없다. 자칫다른을인경쟁국들과줄만서다가시간과노력, 재원만낭비할따름이다. 여기서우리는그답을문화에서찾고자한다. 우선러시아는문화대국이라는자부심이강한나라이다. 따라서러시아를문화가있는, 문화를사랑하는갑으로서인정하고대할필요가있다. 상대가자신의문화적수준을진정으로존중한다고느낄때상용세계에서막혀있던관계들이하나씩풀리는사례가종종있다. 러시아진출초기에국내대표전자업체들이러시아시장진출과정에서보여준성공과실패가단적인사례다. 일방적시장경제형마케팅공략이실패를거듭하는와중에서한한국기업은도시의상징이자대표적인문화유산인동상청소와관리예산지원을통해간접적으로기업이미지를각인시켰다. 결국, 현재이기업은러시아에서는물론 CIS 전지역에서도전자업계 1위의자리를굳건히지키고있다. 이와함께우리도역시나름의문화를보유하고있으므로문화강국으로서격이맞는교섭상대임을꾸준히보여주는작업이필요하다. 그러나방법면에서공격적문화강요의형태를취한다면슈퍼갑러시아의문화자긍심에밀려제1라운드에서배척당할뿐이다. 마지막최종라운드에서결정적으로상대를우리쪽으로끌어들인다는생각으로단계적으로끊임없이우리와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65

우리문화의콘텐츠를이해시키기위한다각적이고부단한노력이절실하다. 외교역량의발휘에서도과거구소련을대하듯순전히정무적인접근으로는한계가있다. 우리가현지문화에적극적으로동참하는동시에러시아국민도우리문화에적극참여시키는등의문화교류확대에집중하면서문화공공외교로외교역량을총체적으로집중하는것이바람직하다. 러시아는방대한나라이다. 당장은예산등여러사유로쉽지않겠지만, 될수있으면주요거점마다외교공관이나문화업무전담기관이설치되어야한다. 문화적접근을통하면러시아에서얻고자하는것을쉽게얻을수있다. 이를테면, 관광분야의경우안정적관광시장으로평가되는 30만러시아관광객방문시대진입도가능할것이다. 또한, 식량기지구축, 대러자원외교상난관, 투자장벽해소문제등에서도그간보이지않던틈이보이기시작할것이다. 21세기세계는총성없는전쟁, 문화전쟁의시대이다. 우리모두문화라는총알을지고저광활한러시아서유럽지역평원과시베리아 극동일대교전지를누비는소대원들이라는심정으로자신의업무를추진한다면, 그때야말로러시아는우리에게진정한블루오션으로다가올것이다. (2013 년 7 월 1 일제 222 호 ) 26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54. 한 러무비자시대의함의 박현봉 한국관광공사블라디보스토크지사장 지난 11월 13일한 러정상회담결과내년 1월 1일부터양국국민은근로, 거주, 유학목적외의일반관광과기타목적으로출입할경우비자없이상대국을방문할수있게되었다. 일찍이대한제국시절우리나라가처음으로러시아와교류를시작하고이후세계가이념대결로양분되면서 20세기 70 여년간단절되었던관계가회복된지 23년만의일이다. 이러한단절의역사, 냉전의역사가없었다면한국과러시아는일찌감치무비자시대를맞을수도있었던일이다. 이제한국과러시아양국관계역사에새로운장이열리게되었다. 새로이열리는양국간무비자시대는어떤그림일까? 혹자는 비자 라는형식규제가없는상황때문에양국간불법체류증가등여러가지부작용을우려할지도모른다. 하지만실보다는득이더많은것은분명하다. 당장우리국민은러시아를방문하기위해내야만했던비자발급급행수수료를절감할수있게되었다. 하루에도수백건씩비자발급업무로고생해왔던영사과직원들에게이제한숨돌리게되었다고일종의축하메시지를전하고, 반면국내출입국사무소가적어도초기에는좀더힘들게되겠다고생각도해본다. 그렇다면무비자시대가주는함의는무엇일까? 가장먼저인적교류와관광분야에서의의미를떠올릴수있겠다. 우선한 러간관광교류의기존패러다임이근본적으로달라질것이다. 지금까지여행은상대국여행, 즉국외여행이었다. 따라서비자발급은필수적인절차였다. 하지만비자가없어지면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67

양국국민은마치자국의이웃지방으로여행을떠나듯한국과러시아를왕래하게된다. 다만필요한것은시간과여행을떠나고자하는희망, 교통수단일뿐이다. 이렇게국내여행식의패러다임이한국과러시아간의국제관광에적용되게되었다. 패러다임의전환은그에합당한행동방식의변화를요구한다. 그변화는마케팅전술의새로운수정을의미하는것이다. 이를테면기존관광패턴은아웃바운드모객업체와여행지인바운드업체간의파트너십에의해관광프로그램이진행되던전형적인 깃발부대 식의관광이주종을이뤘다. 이시기소비자는자신만의고유프로그램을구성해한국과러시아로떠나려면우선비자발급과정에서부터많은시간과노력이소요되므로통상여행사제공프로그램을구매하여이모든서비스를일임하는방식으로여행을계획했다. 반면여행사입장에서도소비자기호에맞는맞춤형상품을굳이내놓지않고도단지인바운드관광환경에적합하고또프로그램구성이편리한방식으로상품을출시해도다른대안이없는한소비자의구매가이루어졌다. 이처럼기존여행상품은공급자위주의상품이대부분이었다. 그러나이제상황은달라졌다. 비자가없어지면지금같은온라인세상에서사전에여행지정보를수집하고, 필요하면온라인으로현지호텔등관광기본인프라를예약하여여행사의도움없이당장내일, 모레라도떠날수있게된다. 바야흐로 FIT( 개별자유관광객 ) 시장의무한확대가예상된다. 그렇다면무비자시대에는한국과러시아양국에서여행사들이설곳은없다는말일까? 새로운시대에서업계는신규패러다임에걸맞은, 다시말해 FIT를겨냥한다양한현지관광메뉴를미리갖추고있어야만할것이다. 상품공급과소비패턴은무형의관광상품일지라도유형의상품유통방식처럼운용되어야한다. 마치우리핸드폰시장이현지공급자와딜러망을통해일반소비자에게판매되고우리업체는현지에상품이미지를제고하는홍보전으로이를뒷받침하고있듯이각국인바운드관광상품도유사한방식으로판매가이루어지게된다. 이경우일부에서는소비자가아웃바운드업체를경유하여바로인바운드업체에서상품을사게되면해외여행판매업체는 26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역할이없지않겠냐는우려를할수도있다. 그러나핸드폰을사기위해한국을직접방문하는소비자가없듯이관광상품도시간이지나면서현지에서유통되는것이일반적인경향으로자리잡을것이다. 물론, 온라인구매도가능하겠지만, 이것도자국에온라인시장이있다면그곳에서산다. 그러나이러한유통구도는아무런노력없이자연스럽게형성될성질의것은아니어서각국인바운드업체의부단한노력과연구가요구된다. 중요한것은변화된무비자시대에맞는상품콘텐츠를꾸준히개발해야한다는점이다. 이를테면, 주말관광, 비즈니스방문객을위한특별프로그램, 제3국여행자겨냥단기간스톱오버상품, 국내리조트및지자체프로그램등과결합한특별서비스를제공하는고급고객겨냥전용상품, 가족휴양객대상옵션완비상품및도착지별정규적탐방관광프로그램등개발영역은다양하다. 각국인바운드업체는이처럼다양한상품을출시하여상대국도매상에게제공하며현지딜러망을이용한판매를촉진하는홍보에주력하는식의방법이무비자시대의마케팅으로자리잡게될것이다. 이때중요한점은소비자가독자적으로이미출시된상품코스를따라개별자유여행을하는경우보 한 러무비자협정체결은양국정상회담의주요성과중하나로꼽힌다. 출처 : yonhapnews.co.kr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69

다준비된상품을구매할때비용, 시간, 내용면에서더욱유리하다고판단되도록상품이구성되어야한다. 이경우에만무비자시대에더욱확대될양국간 FIT 여행객을 상품 이라는틀로묶어낼수있고, 그럼으로써양국관광업계는발전의새로운도약을맞이하게될것이다. 한편, 일반관광외의비즈니스성격의관광교류도무사증혜택에힘입어대폭증가할것으로예상된다. 이번에동시에합의된경제분야협력사업들의효과를별도로고려하더라도늘어나는비즈니스성격의관광객수에따라그만큼양국간경제협력의양과질도향상될것이분명하다. 그와함께의료관광을예로들면, 치료와건강검진목적으로방한하는러시아인이대폭증가할것으로전망된다. 특히, 검진프로그램의경우에는굳이의료비자를발급받지않고서도입국가능함으로써방문객수치는증폭할것으로전망된다. 따라서향후무비자시대에의료관광발전의핵심관건은국내의료기관, 유치업체들이어떤검진과관광프로그램으로지금보다도더수용태세를잘갖추느냐는것이다. 그리고교육분야도교류의양과내용면에서더폭넓게증가할것으로예상되는데, 이를테면교육분야교류도유학비자발급에해당하는경우를제외한일반초단기언어연수를포함한 교육관광 형태의교류가확산될가능성이있다. 또배낭여행형태의청소년견문넓히기여행이양국간에더욱증가할것으로보인다. 문화분야를보면, 한국과러시아는이번에사증면제협정체결과병행하여양국간문화원설립협정을체결하고 2014~2015 년을상호방문의해로지정했는데, 이는단순한관광교류이상의의미를띤다고평가할수있다. 문화원의공식지위를인정함으로써양국내각국문화를전방위적으로홍보하고전파할수있는기틀이마련되었기때문이다. 그간순수민간부분에서의문화교류가없었던것은아니지만, 대부분은국가대국가차원에서이루어진단편적, 형식적형태의교류였다. 반면이제는민간영역또는지방정부간중소규모단위등복합적이고중층구조를가진공공외교와문화 외교적차원에서의교류협력강화로이어질전망이다. 또무비자시대의문화교류는내용면에서도더욱발전되는양상을띠게될것이다. 예를들면, 양국간의단 27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순한문화소개를넘어서문화인의폭넓은교류와문화 정보콘텐츠의활발한교류 유통이기대되는바, 이로써한국과러시아양국은문화융합을통한상생의문화융성기반을마련하게될것이다. 마지막으로중장기적전망에서볼때한 러무비자시대가가져다주는또하나의결정적의의는이조치가역설적이게도남북한교류협력진전에주요동인으로작용할수있다는점이다. 러시아를전통우방으로여겨온북한으로선러시아가우리나라와먼저무비자협정을체결했다는점이가히기분좋은조치는아니었을것이다. 그러나현실은이조치를계기로양국간인적교류가확대될추세에있는데, 북한으로서도이런환경을이용하지못하란법도없다. 따라서이를테면러시아인의 ( 북한특정지역만이라도 ) 북한무비자입국을통한일종의남북한동시방문프로그램등의개발소지가있으며, 이추세가이어지면남북한사이에순수관광목적외에도더나아가건별로단순경제협력같은민간분야의인적, 물적교류확대를기대해볼수있다. 이과정에서남북한상호간에는조금씩신뢰가쌓아질것이고, 이로써정치적으로첨예한주제에대한서로의의견차이를좁혀나가는데일정한진전이이루어질것으로기대해본다. 어쩌면이런점에서바로한 러무비자시대도래는종국적으로현정부가기치로내걸고있는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기본초석으로작용할수도있을것이다. 또는역으로남북한신뢰를더욱확보하기위해서라도한 러무비자시대도래와함께우선은한국과러시아간에, 그다음으로는북한을포함한러시아와한반도간의지속적인문화, 관광교류확대가이어지도록해야할것이다. (2013 년 12 월 9 일제 245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71

55. 현대러시아인의 새해 와 성탄 신동혁 국민대학교유라시아연구소연구원 1월 1일, 3월 1일, 9월 1일, 11월 7일은역사속러시아의새해 (новый год) 와관련된날이다. 그리고 1월 7일성탄절을지난이후 1월 14일 ( 오래된새해, старый Новый год) 도새해와연관된다. 2014 년 1월 4일기준러시아인에게는 성탄절 도 오래된새해 도아직오지않았다. 앞서언급한날들의변화과정과의미를통해러시아의새해맞이, 성탄절에대해알아볼수있다. 잠시 1991년 12월로돌아가보자. 당시모스크바시민들은상점에서생활용품은물론우유, 버터, 소시지등주요식품도사기어려울정도로극심한빈곤상태였다. 그런데도 12월이되자상점마다진열대는텅비어있어도유리창주변에는빵을이용한다양한장식이등장했다. 그때든생각은 먹을빵도부족한데도대체어디에서저런여유가생기는것일까 였다. 소련사회특성상성탄절준비는아닐것이고, 그렇다면새해맞이일텐데생각하면서사회주의국가에서 새해 란어떤의미일까궁금해했던기억이난다. 현재러시아에서새해는 1월 1일이다. 하지만 1월 1일이새해가된것은 1700년표트르대제때부터다. 고대루시때에는 3월 1일이새해였으며, 13 세기부터는 3월 1일과 9월 1일 ( 교회력 ) 이새해였다. 9월 1일이새해가된것은러시아가비잔티움제국에서정교를수용하면서함께들어온전통이었다. 새해가 3월 1일에서 9월 1일로바뀐데에는세계종말 (1492 년세계창조 6천년혹은 7천년이되던해 ) 이현실이되지않은것과관련이있다. 즉 1492년에아무일도일어나지않자이반 3세는 9월 1일을세속력, 교회력공통의새해로법제화했다. 표트르대제때인 1699년을마지막 (7208년 12월 31일이 27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소련 영화 오래된 새해 (Старый новый год, 1980)의 한 장면. 후)으로 1700년 1월 1일이 새해가 되었다. 이후 300여 년 동안 새해는 1월 1일었 다. 하지만 볼셰비키가 정 권을 잡은 직후 11월 7일이 잠시 새해가 되었다가 1919 년부터 서구와 같은 그레고 리우스력을 채택하여 오늘 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러 출처: 필자 제공 시아 정교회는 계속해서 율 리우스력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은 매년 1월 7일(22세기부터는 1월 8일)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러시아의 새해는 1월 14일이다. 하지만 1월 14일은 현 대 러시아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러시아인의 새해와 성탄 맞이를 좀 더 잘 이해하려면 소련 시절 새해 와 성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두 기념일의 특징과 상호 연관성을 함께 알아보는 방법은 러시아(소련)의 욜카 (ёлка, 크리스마스트리) 수용, 확산, 박 해, 복권 (부활)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표트르 대제 시절 욜카가 수용된 이후 성탄 욜카가 황궁에 처음으로 설치 된 것은 차르 니콜라이 1세 때였으며, 공공장소에 대규모 성탄 욜카가 설치된 때는 1852년이었다. 즉 러시아에서 욜카는 19세기 중반에 와서야 비로소 일 반인들 사이에 확산되었다. 하지만 볼셰비키 정권이 들어서고 종교탄압이 벌 어지던 과정에서 욜카도 종교 선전, 부르주아들의 잔재 로 간주되어 박해를 받았다. 일례로 기독교 주일 대신에 4일 일하고 5일째 쉬도록 했다. 이는 사 실상 종교 기념일이 설 자리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1935년까 지 계속되었다. 1935년 스탈린은 욜카를 복권(부활)시켰다. 소련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주 는 데 필요하다는 포스티셰프(П. Постышев)의 제안을 스탈린이 받아들인 제3장 사회와 문화 문화 273

것이다. 스탈린은어린이들의최고친구 라는선전에부합하는것이기도했다. 이후욜카는소련전역으로퍼져나갔다. 이전에중단시켰던욜카장식용장난감도다시생산하도록했다. 과거장난감들이종교적특징을띠었다거나천사들이나성경내용, 다양한동물들을표현했다면, 소련시절다시허용된욜카장식용장난감에는새로운이데올로기가반영되었다. 체조선수, 서커스, 적군, 낫과망치가새겨진장식품등이생산되었다. 특히원형으로된장식품에는레닌, 스탈린, 엥겔스가묘사되었는데, 1937년 레닌을욜카에매달아놓는 것이이상하게보일수있다고하여갑작스럽게생산이금지되기도했다. 한마디로요약하면, 성탄욜카가새해맞이욜카로변한것이다. 즉욜카에서예수탄생과관련된종교적의미가탈색되고소비에트화한욜카가출현한것이다. 이런식으로성탄절은소련인들에게서사라져갔다. 따라서소련시절가정에놓여있던욜카, 심지어소련해체이후러시아인가정에만들어지는욜카에도종교적의미가부재하는경우가있다고볼수있다. 한편, 소련시절새해맞이욜카장식용장난감을통해서도소련의역사를들여다볼수있다. 1935년에는욜카꼭대기를장식하는동방박사들을베들레헴으로인도한 8각형의별이 5각형의붉은별 ( 별안에는어린시절레닌얼굴이묘사됨 ) 로바뀌었다. 즉소나무에장식하는장식품이나장식하는방법은크리스마스트리와같지만, 성탄절과는전혀관계가없었다. 최초의소련형욜카는 1936년크렘린에설치되었다. 욜카는새해희망과기쁨을상징했다. 이뿐만아니라 1937년에는전국민적새해맞이용음료인 소비에트샴페인 (Советское шампанское) 을대량생산 (30만병 ) 했다. 이샴페인은지금도러시아인들이좋아하고자랑하는것으로, 러시아에거주한사람이라면누구나한번쯤접해봤을터이다. 1935년이후소련에서욜카는의미가바뀌기는했지만, 어린이집의욜카 라는교본이나왔을정도로화려하게부활했다. 교본에는 새해맞이욜카는어린시절의즐겁고행복한추억이되어야한다. 즐겁고행복한어린시절이되도록하는것이당과정부, 그리고스탈린동지의가장큰관심사이다.... 는내용이들어있었다. 당시어린이들을위한새해선물에는조그마한카드 27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가포함되었는데, 주요내용은 우리의행복한어린시절을만들어주신스탈린동지께감사합니다 였다. 이처럼 성탄욜카에서새해맞이욜카 로의변화와 새해 기념일의국가적장려는신도들이교회에서멀어지도록했고기념일을통한집단단결의식고취에유용한수단이되었다. 하지만 1월 1일이휴일이된것은 2차대전이후인 1948년이었다. 서구에서는성탄절하면떠올리게되는인물이산타클로스다. 러시아에서는데드모로스 (Дед Мороз, 서리할아버지 ) 인데, 그도역시 1937년에복권되어스네구로치카 (Снегурочка, 눈아가씨 ) 와함께활동하게되었다. 이렇게둘이다니는경우는러시아가유일한듯하다. 흥미로운것은현재러시아에서데드모로스와스네구로치카를만날수있는날은성탄절 (1월 7일 ) 이아니라 12월세번째와네번째주이다. 소련시절변질된성탄절축하행사의전형적인모습이라할수있는데, 이때쯤에대부분유치원에서는발표회 ( 욜카 ) 가열린다. 12월 25일직전에어린이집에서진행되는 욜카 ( 발표회 ) 는 1년동안배운음악과무용, 시낭송등을교사와학부모, 초대손님들에게발표하고평가받는학예회성격이짙다. 행사중에데드모로스와스네구로치카가와서유치원에서미리준비한선물을유치원생들에게나누어준다. 또이들은레크레이션을주관하기도한다. 발표회가끝나면유치원은방학에들어간다 ( 현재러시아에서는데드모로스와스네구로치카를유치원, 학교, 가정, 회사행사에부를수있다. 시간별, 날짜별로요금이다른데, 12월 30일, 31일요금이가장높다. 부유한가정에서는자녀를위해집으로부르기도한다 ). 아울러이런행사는희망의새해를맞이하자는신년축하행사이기도하다. 소련정부는교회의성탄절행사자체를하지못하도록방해하거나사실상금지한가운데 ( 시기에따라다름 ), 성탄절을예수그리스도의탄생축하가아닌신년축하행사로변질시켰다. 즉, 형식은그대로두고내용을변질시켰던것이다. 지금도러시아에서는 성탄욜카 (Рождественская ёлка) 보다 새해욜카 (новогодняя ёлка) 라는표현이더자주사용된다. (2014 년 1 월 6 일제 249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75

56. 마슬레니차 : 겨울은가고, 봄이어어서오소서 김상현 성균관대학교러시아어문학과교수 마슬레니차 (масленица) 는 2월 24일 ( 월 ) 부터시작되어 3월 2일 ( 일 ) 까지 1 주일간계속된다. 3월 3일 ( 월 ) 부터 4월 19일 ( 토 ) 까지 7주간은흔히대재계기 ( 大齋戒期 Великий Пост: 마슬레니차주간다음날로부터 2014 년부활절인 4월 20일까지의 7주간 ) 로불린다. 마슬레니차는봄의초입으로들어서는입춘에겨울을보내버리는러시아의세시풍속이다. 사육제라고도불리는이풍속은본래고대슬라브인들사이에서춘분기에기리던농월력에기초한농경축제로서, 농사와씨족숭배의요소를강하게띠고있었다. 고대루시에서기원하는이민속풍습은일년의세시풍속가운데가장유쾌하고즐겁게놀기회였다. 988년블라디미르의기독교도입이전부터전해내려왔던유서깊은전통으로서마슬레니차는기독교문화의영향을사실거의받지않은러시아민중토속신앙과관련이매우많은풍속으로도잘알려져있다. 기층민중사이에서는예전부터마슬레니차를일컬어다음과같이말하곤했다 : 하늘보다높은것이무엇이며, 마슬레니차보다긴날이무엇이뇨? (Что выше неба, что шире Масленицы?), 마슬레니차와같은삶은없을지어다 (Не житье, а Масленицы), 자신은잡아두어도, 마슬레니차는보내주어라 (Хоть с себя что заложить, а Масленицу проводить). 그러다가기독교가들어오면서부터는러시아정교력에따라사순절 ( 四旬節 ) 전야로맞춰졌고, 교회력으로치면대재계기시작전의 1주일기간에해당하는날을일컫는것으로지정되었다. 이른바부활절이오기까지 7주간계속되는사순 27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2014 년올해의대재계기를알려주는달력그림. 3 월 3 일에서 4 월 19 일에이른다. 출처 : 필자제공 절대금식 벨리키포스트 (Великий пост) 동안엄격 하게지켜지던금욕과절제 의금식시간을앞두고가장 향락적이고유쾌하게놀던 민속문화가바로마슬레니 차인것이다. 단어의여성형어미 (-a) 에 서도나타나듯이, 마슬레니 차는여성으로의인화된겨 울의신이었다. 축제의기원상겨울의여성신을봄이오면서떠나보내는민중 의축일이었기때문에, 사람들은축일이시작되는첫날가장먼저짚으로만 든허수아비여자인형을만들어놓는다. 농민들의전통의상이었던카프탄 을인형에입히고발에는자작나무가지로만든전통나무신발랍티 (лапти) 를신겼다. 사람처럼성장시킨짚인형을가지고사람들은본격적인놀이를 시작한다. 동네구석구석을인형을태운썰매를타고돌아다니며왁자지껄하 게놀던풍습이마슬레니차의진풍경가운데하나였다. 이축제기간에꼭들어가게마련인음식이있었는데, 이것이바로블린 (блин) 이라고하는러시아식팬케이크이다. 마슬레니차라고하는축일의이 름과관련하여블린을먹는배경에는매우재미있는문화적의미가담겨있 다. 부활절이전무려 7 주동안이나지속하였던대재계기뿐만아니라, 육류섭 취를금했던교회령에비추어볼때, 마슬레니차란이름의풍속에는버터를 뜻하는 마슬로 를블린에듬뿍발라먹음으로써부활절부터본격적으로시작 되는금욕과절제로부터한시적으로해방되는탐식문화였던것이다. 그렇기 때문에일명 버터주간 혹은 치즈주간 (сырная неделя) 이라하여이기간에 교회는육류대신유제품과물고기, 달걀을한시적으로허용했다. 마슬레니차기간은요일마다특징적인풍습과놀이로인해각기다른이 름으로불렸다. 월요일은 만나는날 (встреча), 화요일은 신나게노는날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77

(заигрыш), 수요일과목요일은 꺾어지는날 (перелом) 과 하루가긴날 (широкий), 금요일은 장모의날 (тещины вечера), 토요일은 보내는날 (проводы), 마지막일요일은 용서의날 (прощёное) 이란이름으로불렸다. 그러나본격적인축제로서의성격이잘드러나는마슬레니차는보통목요일부터시작되었다. 그리하여목, 금, 토, 일요일을일컬어 기나긴마슬레니차의날 이라고사람들은불렀다. 남녀노소할것없이사람들은명절분위기를한껏내기위해새옷으로갈아입고, 저마다길거리로쏟아져나온다. 끼리끼리노래를부르며오래된민요에서부터당시길거리에서유행하던속요, 차스투시카 (частушка) 를흥얼대면서 길거리쏘다니기 라고불리는굴랴네 (гуляне) 를시작한다. 길거리를떼지어다니면서노래도부르고놀이분위기를고조시키는굴랴네는또다른의미가담겨있었다. 커다란바구니모양의그네가여러개달려서둥그런원을그리며크게회전하는대형놀이기구를뜻하기도했다. 주로시골마을의커다란장터인야르마르카 (ярмарка) 혹은대도시등지의공터에서이런놀이가벌어지곤했는데, 이러한풍속화를그린그림은이미 18 세기말부터많이전해져내려오고있다 ( 사진참조 ). 이기간에사람들이즐겨하던풍속놀이에는마지막토요일에행하던일명 주먹싸움 (кулачные бои) 문화가있었다. 남정네들이하는맨주먹싸움으로발을사용하지않은나무로만든풍차놀이기구굴랴네모습채, 순전히손만가지고서주먹질을하여상대를때려눕히는남성적인놀이이다. 일견마구잡이식완력으로싸우는듯해보여도이문화에는엄격한규칙이있었는데, 누운자때리지않기, 아픈부출처 : 필자제공위건드리지않기, 곤봉 27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등으로때리지않기 를따라야했고, 싸움은한쪽에서피를흘리는것과동시에종결되었다. 주먹싸움은그역사적유래가상당히오래된것으로이미 16~17 세기러시아를방문하여남긴외국인들의기록에나올정도였다. 한편마지막일요일에는떠나보내는축일이아쉬워길거리로나가하는독특한풍습이있었다. 마슬레니차주간의맨마지막날인일요일에는 용서의일요일 (Прощёное воскресение) 이라고해서길가던행인을아무나붙잡고 나를용서해주세요 (прости меня) 라고말한다. 붙잡힌자는이에 하나님께서당신을용서하실겁니다 (Бог простит) 라고화답한다. 이러한풍습으로말미암아마슬레니차란말앞에는 솔직한, 하루가무척긴, 술에취한, 폭식하는, 신나게놀고마시는 등의다양한수식어가따라붙었다. 용서해야할대상은비단살아있는자들뿐만아니라, 이미돌아가신부모님들도포함했다. 따라서마지막일요일에는고인이된부모님의산소를찾아가읍소하며참회하거나부모와의갈등을푸는일종의회개와화해의기회를얻기도했다. ( 좌 ) 18 세기목판화루복 (Лубок) 의한장면으로주먹싸움놀이를묘사하고있다. ( 우 ) 20 세기초길거리에서벌어진실제주먹싸움장면. 출처 : 필자제공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79

(좌) 보리스 쿠스토디예프의 <마슬레니차>(1919). (우) 마슬레니차의 마지막 일요일에 마슬레니차 모닥불을 피워 인형을 불태우며 쥐불놀이를 하는 장면. 출처: 필자 제공 대재기 전 마지막 일요일이 다가오기 전에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저지 른 온갖 죄와 불경한 마음을 청소해야 한다고 믿었다. 아울러 마지막 일요일 이후부터는 흥겹게 노는 길거리 쏘다니기나 오락, 유흥, 혼례, 손님맞이 등의 일이 금기되었기 때문에 이날에 모든 열정과 유흥의 놀이를 집중하여 하곤 했 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이제 마당에 놓여 있던 짚 인형을 동구 밖으로 끌고 나 가 찢거나 불에 태워 재를 날려버린다. 태워 날린 재를 사람들은 들판에 가져 다가 뿌리기도 했는데, 이는 씨앗의 풍작을 염원하는 유사 마술 행위로서 자 연에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는 겨울 혹한의 사악한 기운과 한기를 불로 없애버 리는 토속신앙과 생활의 지혜가 어울린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민속적으로 인 형을 없애버리고자 하는 행위는 인형에게 장례 를 치러주는 것으로 이해되었 다. 따라서 마슬레니차 떠나 보내기 (проводы Масленицы)는 마슬레니차 장례 지내기 (похороны Масленицы)와 동일하게 인식되곤 했다. 불과 관련된 놀이의 일종으로서 사람들은 인형뿐만 아니라, 우리의 쥐불놀 이를 연상시키는 장난을 즐겁게 하곤 했다(사진 참조). 겨우내 마음과 몸을 움츠리게 했던 겨울의 화신을 봄기운의 힘으로 상징적으로 죽여 본래의 자연 으로 되돌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2014년 3월 24일 제260호) 280 2014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가?

57. 러시아인에게부활절 (Пасха) 이란? 신동혁 국민대학교유라시아연구소연구원 동방교회의전통에따라올해러시아정교회의부활절은 5월 5일 ( 올해서방교회는 3월 31일 ) 이다. 일반적으로교회에자주가지않는러시아인들은부활절이임박했음을언론이나상점을통해서먼저알게된다. 부활전야에빵종류를파는대부분의식품상점에서부활빵 ( 쿨리치 ) 을발견할수있기때문이다. 이는러시아에서부활절이종교기념일이상의의미가있다는것을말해준다. 러시아인이라면누구에게나해마다돌아오는기념일인셈이다. 그렇다면실제로부활절을준비하는러시아인들의모습은어떨까? 2012년조사에의하면부활절을준비하는사순절 (Великий пост, 대재기간 ) 을지켜야한다는응답자가 17% 였다. 2011 년 11% 보다증가한수치이지만, 러시아종교기념일가운데가장중요시하는날이라는점을고려한다면결코높은수치가될수없다. 반면에최근조사에의하면, 85% 가넘는러시아인들이부활절을기념할것이라응답했다고한다. 이와관련러시아에는세가지유형의기독교인이있다고한다. 하나는전통적기독교인으로그들은부활절을지내며소비에트시기에도신앙생활을유지하였다. 둘째는 1980년대말부터교회에다니기시작한사람들이다. 셋째는소위정교무신론자이다. 이들은 러시아인 은곧 정교도 라고여기는사람들로정교문화와정교전통을갖고있다고생각한다. 그러나이들에게는이러한전통이지닌종교적내용은중요하지않다. 혹은이들은그냥종교적내용자체에무관심하거나그것을받아들이지않는다. 부활절은항상그래왔듯이달걀에색칠하고부활빵쿨리치를직접굽거나상점에서사는날이다.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81

러시아 부활절 출처: http://images.yandex.ru 심지어 한 사람이 예수께서 부활하셨네 라고 말하면, 그에 답하여 참으로 부 활하셨네 라고 대답하면서 서로에게 세 번 키스하는 날이다. 종교적 의미보 다는 일종의 관습이나 풍습처럼 인식되는 경우다. 오늘날 러시아인들이 부활절을 대하는 태도나 인식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비에트 시기 러시아인들이 부활절을 지냈던 모습을 살펴볼 필요 가 있다. 시기나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소비에트 시기 대부분 종교 생활은 금지나 감시 혹은 멸시의 대상이었다. 일례로, 1932년 5월 스탈린은 소련에서 종교를 제거하기 위한 5개년 계획 법령에 서명하였다. 1937년 5월 1 일까지 소련 인민의 기억 속에서 신은 제거되어야만 했다. 1930년대 말 거의 모든 교회는 폐쇄되었으며, 종교 행사나 활동 역시 금지되었다. 이러한 종교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 시기에 비밀리에 유아세례가 이루 어진 것처럼, 부활절 역시 여러 형태로 기념되었다. 부활절도 주로 할머니들 이 주도하여 가정에서 비밀리에 지냈다. 소비에트 시기 할머니(장년 여성)들 은 종교생활 측면에서 교회와 성직자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소비에트 시기에는 부활절 일요일에 묘지에 가는 풍습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부활절을 맞아 어떤 종교적 의미가 있는 의식을 행하기를 원했지 만, 감시와 비난이 두려웠다. 그래서 간 곳이 묘지였고, 묘지는 지상(소비에트 권력)과 천상(하늘나라)의 중간지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82 2014 러시아는 어디로 가는가?

부활절에묘지에가는일은정교회전통과다른것이었다. 부활절은기쁜날이기때문에조상에대한기도나기념을이때해서는안되는일이었다. 단, 교회전통에따라부활절시작후 9일째목요일에조상에대한기도를다시시작할수있었다. 부활절일요일에조상의묘를찾는일은소련해체이후에도계속되고있다. 이와관련정교회에서는 부활절날에묘지에가는것은소련시기에생긴풍습으로, 이는정교전통에대한무지에서일어난일이다 고설명한다. 그러면서도 묘지에가는것은죄가될수없지만, 사람들이부활절일요일에묘지에가기위한체력안배차원에서부활전야예배를거르면죄가될수있다 는입장을보인다. 2012년 4월조사를보면, 러시아인절반이상 (63%, 2001년조사에서는 74%) 은정치인들이부활절예배에참석하는것은종교적인이유에서가아닌다른목적때문이라고여긴다. 단지 18% 이하의러시아인만이정치인들이종교적이유로부활절예배에간다고생각하는것으로나타났다. 이처럼부활절에러시아인들이부활절예배에참석하거나부활절음식을나누는일외에도, 묘지를찾는일과정치인들이부활절에교회를찾는일도하나의전통과정치문화로자리잡은듯하다. 러시아에서부활절은종교기념일이면서도, 다른한편으로는풍습이자문화인것이다. 통계를보면, 교회에거의가지않는사람들도나름대로부활절전통을지켜오고있다고한다. 이처럼러시아에서부활절은종교기념일이면서도러시아민족문화의일부라할수있다. (2013 년 5 월 6 일제 214 호 )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83

58. 제 21 회 백야의별들 음악제를되돌아보다 박선영 충북대학교러시아 알타이지역연구소박사후과정연구원 페테르부르크의백야가저물어가고있던지난 7월 28일러시아의대표적인음악축제가운데하나인 백야의별들 (Звёзды белых ночей) 이막을내렸다. 1988년유리테미르카노프의뒤를이어마린스키극장예술감독직을맡게된발레리게르기예프가 1993년처음기획한이후올해로 21돌을맞이한이축제는해를거듭할수록질적으로나양적으로괄목할만한성과를이루어내며러시아의음악축제가운데서는유일하게오스트리아의음악전문잡지 Festspiele Magazin 이선정한세계 10대음악축제에뽑히기도했다. 애초에마린스키극장의솔리스트들이페테르부르크에선사하는열흘간의 음악선물 정도로기획되었던것이지난 21년간꾸준히성장해오면서현재는페테르부르크의시민뿐만아니라전세계음악및발레팬들에게도매해 2~3달간의잊지못할감동을선사하고있다. 백야의별들 은기악, 오페라, 발레공연을오밀조밀모여있는마린스키의세공연장에서고루감상할수있다는큰장점을지니고있다. 올해치러진제21회 백야의별들 은 5월 24일개막이후총 10주간 120편이넘는공연을마린스키극장의본관과신관, 콘서트홀에서동시에선보이며백야시즌에페테르부르크를찾은방문객들을예술적정취에흠뻑젖어들도록해주었다. 오페라와발레는본관과신관무대에, 음악회는주로콘서트홀무대에올랐는데, 특히올해 5월 2일공식개관한신관에서의공연은새극장에대한관객들의관심과게르기예프의노력에힘입어거의매공연 2,000여석의공연장 28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제21회 백야의별들 포스터을가득채우며성공적으로끝마쳤다는평가를얻어냈다. 5월 24일개막일에는본관에서는발레 백조의호수 가, 신관에서는오페라 루살카 ( 드보르작이아닌다르고므이시스키의작품 ) 가올랐는데, 게르기예프는본관이아닌신관의오케스트라피트에모습을보인것을시작으로주목받을만한공연들을주로신관무대에서지휘하면서세간의관심을출처 : 마린스키극장공식홈페이지신관무대로이끌기위해애를쓰고있었다. 필자역시지난 7월한달이채못되는일정으로페테르부르크를방문하면서가장많이기대한것이마린스키극장신관에서의공연관람이었고몇편의오페라와발레작품감상을통해신관이라는건물자체에대한궁금증을해소할수있었다. 현대의우수한음향공학적기술에기반을두어설계된신관은훌륭한음향상태덕에 쇼핑몰, 220억루블짜리흉물 이라는혹평까지얻은극장외관의결점이상당부분상쇄되고있는듯한인상을받기도했다. 이번축제는첫째, 10여주라는짧지않은기간에세개의공연장에서동시다발적으로이루어졌다는점, 둘째, 기념기획공연이다소산만하게여러갈래로나뉘었다는점에서축제자체에대한집중도가다소떨어졌던것도사실이다. 공연장하나가더생겨났기에예년보다더많은수의공연을무대에올려야한다는부담감과바그너및베르디탄생 200주년을기념해야한다거나발레 봄의제전 탄생 100주년을기념해야한다는등의부담감으로인해이번축제에서는마린스키극장의기존레퍼토리를반복하는경우가많았다. 그러나다소간무성의한것으로도비칠수있었던이공연들에게르기예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85

프나안나네트렙코, 올가보로디나, 마리야굴레기나, 예브게니니키틴, 디나아비시뇨바, 율리아나로팟키나등지명도가높은연주자와발레리나들을배치함으로써관객들에게식상하다고느낄틈을주지않았다. 참고로이번축제기간에오른바그너와베르디의작품을살펴보는것도의미가있을듯하다. 바그너작품의경우, 게르기예프지휘로 니벨룽겐의반지 전편 ( 라인의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황혼 ) 과 방랑하는화란인 ( 예브게니니키틴출연 ) 이연주되었다. 베르디작품의경우 가면무도, 회 돈, 카를로 ( 게르기예프지휘 ),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가주로본관무대에올랐고, 게르기예프의지휘로 레퀴엠 ( 올가보로디나출연 ) 과콘체르탄테의 맥베스 ( 마리야굴레기나, 예브게니니키틴출연 ) 그리고베르디갈라콘서트 ( 안나네트렙코출연 ) 가신관무대에서올랐다. 이번축제에서무대에오른발레및오페라공연가운데주목해볼만한점은러시아에서현재가장활발하게활동하고있는원로작곡가인로디온셰드린의작품이몇편씩이나올랐다는사실이다. 발레작품으로는 곱사등이망아지, 카르멘조곡, 안나카레니나 가로팟키나나 2011 년황금마스크상수상이후급부상하고있는예카테리나콘다우로바같은마린스키의프리마발레리나들에의해무대에올랐고, 오페라작품으로는올해회갑을맞이한게르기예프를위해마린스키극장이작곡가에게위촉하여작곡된 왼손잡이 가무대가올랐다. 이가운데이번축제의폐막작이었던오페라 왼손잡이 는 6월말에는콘체르탄테로무대에올랐지만, 7월말에는이미완전한오페라공연형식으로무대에올라관객들로부터큰호응을이끌어내기도했다. 필자가꼭의도했던것은아니었지만, 이번페테르부르크방문중에가졌던필자의마린스키일정역시셰드린으로시작해 ( 발레 안나카레니나, 알렉세이라트만스키안무 ) 셰드린으로끝을맺었을정도로 ( 오페라 왼손잡이 ) 셰드린의작품이마린스키무대에많이오르고또주목받고있는상황이었다. 마린스키와셰드린의인연은축제가끝난이후에도계속이어질것으로보인다. 마린스키극장은 2013~2014 년시즌 ( 제231시즌 ) 신관개막작으로 28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왼손잡이 를선택했을뿐아니라전략적으로패키지티켓판매를점차확대해가고있는와중에위에서언급한작품들이외에오페라두편 ( 레스코프원작의 매혹당한편력자 ) 와고골원작의 죽은혼 ) 을추가하여총 28개의패키지속에셰드린패키지를포함하기도했다. 한편, 발레부문에서보여준혁신적인공연기획에도눈길을줄만하다. 지난 6월 6일에는클래식발레의대명사라고할수있는 백조의호수 를 3D 로찍어전세계 50여개국 1,200여극장에서생중계로볼수있게했던것이다. 게르기예프지휘와콘다우로바주연으로본관무대에오른이날공연은신관건물에서스크린을통해실시간감상할수있도록하는파격을시도하기도했다. 마린스키극장은이번축제를맞아다른지역과국가출신연주자들을초대하는것에도인색하지않았다. 먼저신관개관축하음악회에초대되었던그리스의바이올리니스트레오니다스카바코스, 이르쿠츠크태생으로모스크바음악원을졸업한뒤현재그세대연주자중에서러시아국내외에서가장정력적으로활동하고있는마추예프, 세계최고라는말이전혀어색하지않은비올리스트유리바시메트 ( 체임버오케스트라 모스크바의솔리스트들 ) 가다시초청되었다. 게다가게르기예프가수석지휘자로있는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신관에서쇼스타코비치피아노협주곡 2번 ( 알렉산드르토라제협연 ) 과베를리오즈를연주하였고, 페테르부르크림스키-코르사코프음악원출신으로구성된현악사중주단 아트리움 이쇼스타코비치현악사중주 15곡전곡을연주하기도했다. 이밖에도블라디미르페도세예프지휘로볼쇼이심포니오케스트라가러시아에서는상대적으로많이연주되지않는모차르트의 주피터 교향곡과차이콥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을연주하였다. 보로딘현악사중주단과베네치아바로크오케스트라, 아메리카내셔널유스오케스트라 ( 게르기예프지휘, 조슈아벨협연 ) 까지이번축제기간에초대되었다. 기악부문이외에무용부문에서도이런경향은이어졌는데, 이스라엘텔아비브의바트셰바댄스컴퍼니 데카댄스 와네덜란드 댄스시어터, 그리고이미마린스키와수년전 제 3 장사회와문화 문화 287

부터인연을맺어오고있는안무가윌리엄포사이드의 포사이드컴퍼니 가다시축제에초대되어유럽현대무용의흐름까지관객들에게선보이고자기획했다. 마지막으로한가지더, 게르기예프와마추예프가공동기획한제21회 백야의별들 음악제의젊은피아니스트들이이번축제에포함되었다는점도언급해야겠다. 지난 6월콘서트홀에서는피아노독주회및오케스트라협연으로구성된다섯개의음악회가펼쳐졌다. 알렉산드르루뱐체프, 필립코파체프스키, 알렉산드르로마노프스키, 알렉산드르쿠투조프, 알렉산드르말로페예프, 다니일하리토노프같은러시아의젊은피아니스트들사이에서발견한조성진의이름은반가웠다. 조성진은지난 2011 년에있었던제14 회차이콥스키콩쿠르에서피아노부문 3위를차지한이후기량은물론이고음악을대하는순수하고도진지한태도와새로운곡해석력을통해한국뿐아니라러시아에서도자신의팬을확보해나가며성장해가는중이다. 이번연주회에서는슈베르트, 프로코피예프, 쇼팽의피아노소나타와라벨의왈츠를연주했다. 지금까지살펴본바와같이 10여주간펼쳐졌던 백야의별들 은무척이나다채로웠다. 마린스키극장의위상을단적으로보여주는것이 백야의별들 의질적 양적성장이라고도할수있을정도로이음악축제는해가거듭될수록더욱풍성해지고있다. 또한, 초연작으로개막해서 ( 오페라 루살카 ) 초연작으로폐막할 ( 오페라 왼손잡이 ) 정도로마린스키극장은새로운작품을무대에올리는일에아주적극적이다. 내년백야가시작될즈음개막될제22회 백야의별들 이벌써기다려지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2013 년 9 월 9 일제 232 호 ) 28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59 극동시베리아신화와유화부인 ( 柳花婦人 ) / 293 60 한 러관계의숨은이야기 : 소볼호사건 / 296 61 연해주와독립운동가최재형 / 300 62 1927년러시아여행자 나혜석 / 304 63 한국전쟁과러시아문서자료 / 309 64 1960년대소비에트문화운동으로서바르드 / 313

59. 극동시베리아신화와유화부인 ( 柳花婦人 ) 김민수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 HK 교수 유화부인은부여출신으로고구려를건국한동명성왕, 즉고주몽의어머니이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동국이상국집 등에제시된동명왕신화의주인공은주몽이지만, 유화부인과관련된여러가지신화적상징요소들이극동시베리아원주민족들의다양한신화적요소들과관련이있다는점에서주목할만하다. 먼저 유화 라는이름이의미하는버드나무는만주족의창세여신을상징하며, 몽골계제민족에게도버드나무는신성한나무였다. 신이라는의미의몽골어 부르한 이버드나무를뜻하는 부르간 에서기원했다는설도있다. 유화는물의신인하백 ( 河伯 ) 의딸로웅심연 ( 雄心淵 ) 에서목욕을하다가해모수를만난다. 웅심연은곧곰을상징하며, 곰은극동시베리아대부분의원주민족이조상으로여기거나숭배하는동물이다. 게다가곰은물을상징하기도하니하백의딸인유화부인은곧물과나무그리고곰과연관된다. 해모수로인해태기가생기자하백은유화의입을잡아늘여우발수 ( 優渤水 ) 로쫓아버리는데, 우발수는곧압록 ( 鴨祿 ) 이다. 따라서유화는오리상징과연관된다. 오리는만주 퉁구스계제민족뿐아니라핀-위구르계민족들의창세신화에서물속에서흙을물고나오거나알을낳아이세상을창조하는존재이다. 또한, 오리는우리민족을비롯한다양한민족의솟대위에모셔지는새이다. 유화는동부여금와왕의궁궐로가서왼쪽겨드랑이로알을낳는데, 이알은사람의힘으로부술수없을뿐아니라햇빛과돼지, 개, 말등각종동물이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293

유목민과사슴이알이부화되도록보호해준다. 여기서햇빛곧태양은극동의고아시아족과투르크계제민족이숭배하는대상이다. 그리고돼지, 개, 말등의동물은극동시베리아여러민족의종족토템또는산업적토템동물이다. 고아시아족은개를죽음과연관시키출처 : www.etnoshop.net 며, 투르크계민족들은말을태양과연관시킨다. 주몽이탄생한이후유화부인은동부여를탈출하는주몽을위해뛰어난말을준비하는방법을알려주며, 주몽에게여러가지곡식을준비해줄뿐아니라비둘기를통해주몽이두고간보리씨앗을전해주는신이한능력을발휘한다. 이처럼유화부인은물, 나무, 곰, 오리의상징을내포하고있으며, 태양과말을비롯한각종동물, 그리고곡식과의연관성을보여준다. 그리고유화부인을중심으로해모수, 금와왕, 주몽은다음과같은상징성을보여준다. 먼저해모수는하늘의아들이므로하늘및태양과의연관성을내포한다. 그리고그가타고왔다는 오룡거 를 다섯마리의용 이끄는마차가아니라퉁구스어에서순록을뜻하는 오론 이라는말과북방민족들에게순록이태양을상징하는동물이라는점을기반으로해모수가북쪽으로부터순록을타고온것으로해석할가능성도있다. 그리고우발수에서유화를발견한금와왕 ( 金蛙王 ) 은후사가없던동부여의왕해부루가바위아래서금개구리형상의아이를발견하여서자로맞아들여성장하여왕이된것이다. 그런데개구리는극동시베리아여러민족의신화에서샤먼의능력을상징하는동물로, 샤먼의의복이나북에개구리를그려넣기도한다. 또주몽이동부여군사의추격을받던중압록강동북쪽에위치한엄수 ( 淹 29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水 ) 에이르러하백의자손임을밝히자물고기와자라들이다리를놓아주어무사히건넌다. 이처럼유화부인은기본적으로물과나무의상징으로서해모수로상징되는불의기운을받아주몽을낳으며, 주몽에게곡식을전해주는모습을통해지모신으로서의상징성도보여준다. 따라서주몽신화에서유화부인은극동시베리아제민족의여러가지신화적상징을매개하는중심적역할을한다고할수있다. 유화부인또는유화부인을중심으로한여러가지상징을극동시베리아원주민족들의신화및신화적상징체계와비교분석하면, 유화부인의더큰신화적의미가발견될것으로생각한다. (2013 년 6 월 17 일제 220 호 )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295

60. 한 러관계의숨은이야기 : 소볼호사건 황성우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 HK 교수 1990년 9월 30일한국과소련이수교한이후한국과러시아의시 공간적관계는이제겨우 20년이넘었지만, 1884년 조러수호통상조약 을체결한이후로는약 130년이지났고, 나선정벌 로알려진 17세기중반알바진전투의두번째 (1654년 ), 다섯번째 (1658 년 ) 교전에서양측이충돌한이후로는약 360년이지났다. 더확대하자면 13세기중반인 1246년수도카라코룸에서거행된몽골 3대황제의즉위식에조선의왕자와러시아의대공이참석해서로만났을개연성까지포함하면약 870년이경과했다. 이렇듯오랜시간이흐르는동안한국과러시아는상대방의존재를인지하지도못한채그저접촉한사실만기록한경우도있고, 상황에따라서는접촉한사실조차모르는경우도있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한국과소련이수교해러시아어자료에접근할수있는길이열린후, 많은국내연구자에의해한국과러시아에관련된사건들이재조명되고, 새롭게발굴돼소개되고있는사실역시부인할수없다. 그러나아직도한 러관계의역사적궤적을추적할수있는중요한사실이나사건들이국내에알려지지않은경우가많다. 그대표적인예가 소볼호사건 이다. 소볼 (Соболь) 호사건은병인양요가일어나고얼마지나지않은 1869년 4월 17일강화도에상륙한러시아군과조선군사이에벌어진무력충돌사건을지칭한다. 우리나라그어떤곳에도소볼호사건을기록한문헌이없으므로, 소볼호사건은러시아문서보관소의자료들을통해우리에게알려 29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졌다. 이르쿠츠크 주 국립문서보관소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архив Иркутской 소볼 호 함장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우소프 사진 области, ГАИО), 러시아 국립해군함 대문서보관소(Россий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архив военно-морского флота, РГАВМФ), 러시아 극동국립역사문서 보관소(Россий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исторический архив Дальнего Востока, РГИАДВ) 등 러시아 문서보관소에 보 관된 자료를 보면, 소볼 호 사건은 강화 도에 정박한 러시아군에 조선군이 선 제공격을 가해 러시아군이 자국 병사 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 차원에서 출처: www.etnoshop.net 불가피하게 응사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러시아 자료에는 조선 병사들이 선제공격을 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방어 차원에서 응사했다고 기록돼 있지 만, 실제로 조선 병사가 먼저 사격했는지, 아니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보고 서를 최초로 제출한 소볼 호 함장 우소프(Усов)가 자의적으로 내용을 조작 해 조선 병사가 선제공격했다고 보고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증명할 방법이 없 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사실관계의 객관적 증명을 떠나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1868년 7월 러시아 동시베리아 총독 카르사코프(М. С. Карсаков)는 프랑 스군이 조선의 강화도를 점령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소문이 남우수리 변강 주(Южно-Уссрийский Край)에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육군 소장 블랑 갈리(А. Е. Влангали)에게 전달했다. 1868년 9월 블랑갈리 소장은 동시베리 아 총독이 전달한 소문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자신의 지휘체계 하에 있던 포 함(砲艦) 소볼 호에 조선의 서부 해안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하달했다. 명령에 따라 1869년 4월 소볼 호는 상하이에서 천진(天津)으로 항행하는 도중 조선의 강화도에 정박했다. 자료에는 정박한 소볼 호 소속 장교와 병사 제4장 역사와 기억 역사 연구 297

한명이사냥을위해섬에상륙했고, 그때조선병사들이공격해러시아군이대응사격했으며, 상륙한장교와병사가함선으로귀환한후소볼호가 65발의포탄을발사했다고기록돼있다. 러시아문헌에는함포사격후조선군의대응은없었다. 강화도요새안의건물이불에타고있었다는내용은있지만, 조선측에서사상자가몇명이나발생했는지에대한구체적인상황보고는없었고, 더욱이민가에는전혀피해를주지않았다고나와있다. 두시간에걸친함포사격후소볼호는강화도를빠져나갔다. 조선군이적절하게대응하지못한이유는갑작스러운포격으로준비를하지못했고, 간접사격으로진행된함포사격의발사지점을정확히파악하지못했기때문이라고할수있다. 실제로병인양요때프랑스군이철수하면서자행한약탈과방화로강화도가무참히파괴됐기때문에복구할시간적여유도예산도없어조선군의장비는열악했다. 그리고소볼호관련자료들이조선측에전혀남아있지않은이유는첫째, 현지책임자가고의로상부에보고하지않았거나, 둘째, 생각보다피해가작아보고하지않았거나, 셋째, 프랑스군과다르게러시아군은강화도를점령하고자온것도아니었고, 천주교를전파할목적도아니었기에전후사정을정확히파악하지못한조선군의실수로사건이발생한것으로보고우발적으로발발한사건을조기에마무리하려고기록자체를남기지않았다고볼수있다. 당시조선정부는일방적으로쇄국정책을취했던것이아니라, 무력도발과천주교를전파하는서양세력에대해서는철저하게보복응징하는 쇄국양이 ( 鎖國洋夷 ) 정책을취했지만, 난파선의선원들을따뜻하게맞이했던것처럼 먼곳으로부터온손님에대한예의 라는의미의 유원지의 ( 柔遠之義 ) 정책을동시에적용하는이원론적대외정책을추진했기때문이다. 러시아역시소볼호사건을빌미로확전을원하지않았고, 이를계기로조선을공격할구실을찾지도않았다. 오히려이사건을계기로양국사이에불신과적대감이커지는것을우려했고, 우발적사고였음을강조하면서사건을조기에마무리하려고했다. 러시아입장에서볼때, 당시육로를통해러시아와조선이국경무역을시작한시점에쇄국정책을실행하고있던조선을굳이 29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자극할필요가없었고, 조선이개방될가능성을염두에두면서러시아가취할수있는경제적이득을고려하는상황에서조선을적으로만들필요는없었다. 사건발생직후러시아외교부와해양부가사건당사자의문책가능성까지염두에두면서사태를조기에마무리하려고노력했던모습들도이를뒷받침하고있다. 그리고소볼호사건을해결하려는러시아의입장을통해거시적안목에서당시러시아의대한반도정책을알수있다. 즉 1860년북경조약으로러시아가연해주를획득한이후, 러시아의극동정책은 관망정책 (выжидательная политика) 이주된흐름이었고, 조선의개항과관련된사안이어떻게진행되는지를살펴보다가상황에따라적절한행동을취하자는것이바로러시아관망정책의본질이었다. 즉관망정책과현상유지정책이라는큰틀아래향후부동항확보를위해조선에관심을갖고우호적인관계를유지하고자하는의도와더불어당시러시아는서유럽과중앙아시아에더많은관심을갖고있었기때문에소규모충돌이야기한소볼호사건에커다란관심을가질만한여력이없었다는사실에도주목해야한다. 이렇듯어찌보면우발적인해프닝으로볼수도있는소볼호사건이시사하는바는크다고하겠다. (2013 년 4 월 15 일제 211 호 )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299

61. 연해주와독립운동가최재형 김진만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학과강사 러시아의연해주는우리한민족과는깊은역사를가진땅이다. 과거천년전까지만해도발해 (698~926) 의땅으로, 지금도발해의흔적을확인할수있는여러성터가남아있다. 러시아극동과학원 역사고고민족역사연구소 에따르면연해주지역에는현재발해이후요, 금시대를거쳐 동하국 ( 東夏國 : 1217~1234) 시기에이르는중세시대성곽이 40여곳에이르며, 발해의것으로는 10여곳에이른다. 그중에서최근에발굴되어우리역사의일부로확인된성으로는현재고려인들이 2만명정도거주하는우수리스크에 크라스노야르성 이라는발해의옛성터로우수리스크시내에서 4~5km 떨어진이성은내성, 외성, 동암성등세구역으로구성됐으며, 외성은전체길이가 8km 가넘고성벽은 3~5m에이르며, 산의낭떠러지는자연방어시설로, 그리고낭떠러지아래강 ( 수이푼 강 ) 은자연의해자로이용되도록축조됐다. 이성은발굴당시주거지에서온돌구조가발견됐고, 9세기당백자편 ( 唐白磁片 ) 이출토되어, 발해의여러성중하나로확인된곳이다. 이곳이바로발해의 솔빈성 이다. 또한, 근대에와서는독립운동의요충지이며, 우리민족의거주지였다. 19세기중반까지만해도국경개념이모호한이곳두만강변한인들은수시로아침에강을건너농사일을하고저녁에돌아가곤했다. 아예봄에와서모를심고가을걷이까지머물다돌아가는계절이민자들도있었다. 러시아에병합된이후에도혹독한기후와척박한토지를감당할노동력이없어버려지다시피한이땅에조선인들은러시아인들을대신해개간을맡았고그인구는차 30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츰늘어났다. 그러던중 1869 년가을조선북부지 역에큰홍수가지고이어서리가내리는 기상재해로수확이불가능해지자, 수천 명의조선인이국경을넘어이주가폭증 하는이변이일어났다. 러시아정부와조 선정부모두당혹스러웠지만, 마땅히통 제할방안이없었다. 두만강접경에서부 터 항카 호수이남까지해안과내륙을 따라이주민이급증하고, 마침내한인정 착마을이본격적으로생겨났다. 이런월 경유민들중에최재형 (1860~1920) 선생 가족도포함돼있었다. 1860 년 8 월함경북도경원에서가난한소작농의아들로태어난선생은어 려서부친을따라만주를거쳐러시아로이주하였다. 이주후선생은 11 살의 나이에무단가출하여선원생활과여러상업활동에종사하며생활기반을 마련하면서, 러시아어와러시아풍습도체득하였다. 이후러시아어를자유롭 게구사할수있게된선생은러시아관리와한인노동자들간에중재자역 할을하면서, 군용도로를비롯한관급사업을맡아상당한경제적성장을이 루고, 주변한인들로부터는인심을얻어한인지도자로부상하였다. 마침내 1893 년에는읍장에해당하는연추도헌으로선출되기까지했다. 이렇게쌓 은경제적부와지역주민과의인적관계를독립운동과한인동포들의생활 안정과교육을위한일에쏟았다. ( 사 ) 동북아평화연대최재형장학회포스터 출처 : 최재형장학회 선생은러일전쟁이후일제의한국식민지화정책이본격화되자 1908 년이 범윤, 이위종, 안중근등과함께동의회를조직하여의병부대의무장투쟁을 지원하고, 대동공보 ( 大東共報 ) 사장에취임하여항일언론활동을전개하였 으며, 1910 년에는국민회를설립하여회장으로활동하고, 1911 년에는권업회 를조직하여표면적으로는한인들의실업진흥과교육장려를내세우고, 내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301

면적으로는항일민족운동의역량을강화하였다. 1917 년러시아혁명후에는전러시아한족중앙총회의의원으로활약하며, 1919 년 4월상해에설립된대한민국임시정부재무총장으로선임되기도했다. 특히최재형선생은안중근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저격사건의실제적숨은공로자이다. 1909년 노보키옙스크 의시골에서새해를맞이하고, 1월 31 일김기룡, 강기순, 박봉석등동지 12명과은밀히회합을한후이를중심으로독립운동을위한비밀결사를조직하여활동하였다. 이때비밀결사의활동을염탐하던일본헌병을체포하게된다. 일본헌병은자신은상부의지시만따른것이라며목숨만은살려달라고구걸한다. 이에비밀결사의다른동료들은처형을주장했으나안중근은목숨을구걸하는일본헌병을불쌍히여겨방면해준다. 그러나일본헌병은안중근의인간애를배신하고헌병대에비밀결사의위치를알려주게되고, 비밀결사는참담한사태를맞이한다. 이때문에비밀결사내부의상호신뢰가무너지고, 비밀결사는와해의위기를맞이하게된다. 이때안중근은자신의실수에대한책임과비밀결사의대동단결을위하여자신의넷째손가락첫마디관절을잘라혈서로대한독립 ( 大韓獨立 ) 이라쓰며대한독립에헌신을다짐하고, 이에동참한항일투사 11명과함께동의단지회 ( 同義斷指會 ) 를결성하고이런모든활동의후원은최재형선생의몫이었다. 또한, 안중근의사는그당시연해주지방독립운동의구심점인대동공보에애국심을고취하는기사를기고하곤했는데, 이를계기로대동공보사사장인최재형선생은안중근에게기자신분을부여하였고, 신문기자로위장한안중근은 이토히로부미 에더가깝게접근할수있게된다. 1909년 10월러시아제국재무장관 코콥체프 와회담을하기위해 이토히로부미 는하얼빈역에도착한다. 사전계획에는 이토히로부미 를저격하기위해하얼빈역전역인채가구역과창춘역에도우덕순과조도선, 유동하를은닉시켰으나철통같은수색과역장의의심으로실패하고, 하얼빈역에기자신분으로잠입한안중근의사만기차에서내린 이토히로부미 를 브라우닝 제반자동권총 M1900으로저격에성공한다. 안중근은저격후러시아어로 꼬레야우 30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라 라고크게외친다. 의사안중근이이런거사에성공한이면에는최재형선생이있었다. 다음해인 1920년 4월연해주지역의한인독립운동을무력화시키기위해러시아혁명세력과일본군의대대적인체포, 방화, 학살만행에우리의숨은영웅최재형선생도 4월 5일피살순국하였다. (2013 년 6 월 3 일제 218 호 )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303

62. 1927 년러시아여행자 나혜석 권정임 선문대학교노어러시아학과교수 바야흐로대학가는여름방학을맞았고, 사람들은여름휴가를기다린다. 한낮의폭염을식혀줄속시원한빗줄기대신흐릿한연무속더위만을던져주는 마른장마 라는모순형용의일기예보는어딘가로떠나고싶은사람들의충동만을더욱명확히불러일으키는듯하다. 누군가는중세의순례자처럼스페인의산티아고길을걷고싶을지도모른다. 안되면제주올레길이라도좋겠다. 누군가는근대의지식인처럼견문을넓히려그랑투르를위해지도를펼칠지도모른다. 안되면가까운명승고적이라도탐방하면좋겠다. 이도저도여의치않을땐가장저렴한방법으로현대의 프루스트여행법 을제안한다. 마들렌을먹으며자신의 잃어버린시간 을찾는여행을한마르셀프루스트처럼, 필자는이번방학에는프루스트여행법을실천할공산이크다. 그러나약 90여년전근대최초의여류화가였던나혜석은조선판그랑투르인세계일주에나섰다. 나혜석이필자의관심을끈것은그녀가모스크바미술관등을관람하며남긴여행기 쏘비엣露西亞行 과 СССР 때문이었다. 일제치하외교관이었던남편김우영을따라나선그녀의세계일주는부산에서출발하여시베리아횡단철도를타고프랑스파리로, 이어대서양을넘어미국을여행하고태평양을통해고국으로돌아오는 1년 6개월에이르는긴여정이었다. 그녀의여행경로를머릿속에그리는것만으로도, 필자는 TKR( 한반도종단철도 ) 과 TSR( 시베리아횡단철도 ) 을차례로타고프랑스파리까지간통일한국시대의여행자가된것처럼들떴다. 30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나혜석이 부산을 출발했던 나혜석 (1896~1948) 1927년 6월 중순의 날씨는 지 금과 비슷했다. 비는 오지 않고 뜨거운 볕 아래 숨이 막히는 날씨 속에 나혜석은 세계일주 여행에 오른다. 경성을 지나 오 늘날의 중국 단동인 안동현과 봉천, 장춘, 하얼빈을 통과하고 나서 드디어 러시아 시베리아 에 들어선 것은 7월 초였다. 경 출처: http://www.kyeonggi.com/ 성 9, 10월의 기후를 보이는 망막한 대평야의 바이칼 호수의 경색에 찬탄 하 기도 하며, 옴스크를 지나며 쓰러진 소옥(小屋)과 차륜(車輪)이 많아 혁명 당 시 참극의 흔적 을 보았으며, 현재의 예카테린부르크인 스베르들롭스크를 지 나며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일가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사실을 떠올렸 던 그녀가 시베리아에서 느낀 전체적인 인상은 혈성(血腥)의 공기 였다. 나혜석이 통과한 시베리아와 모스크바는 10월 혁명 10주년이 되는 1927년 의 공간이었다. 혁명과 내전, 네프(НЭП: 신경제정책) 시기를 막 통과하고 있 었던 시점의 소련은 전쟁과 기아, 적색 및 백색 테러 등으로 막대한 인적 물적 손실을 본 상태에서 네프 경제의 힘겨운 성공을 이야기하기엔 역부족 상태였 다. 붉은 혁명을 받아들인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혁명은 과도기적 다양성과 흥분을 여전히 간직하면서도, 다가올 1930년대 계획과 통제의 획일화 기미 를 희미하게 내비치던 시기이기도 했다. 가장 격렬하고도 열정적인 혁명시인 이었던 마야콥스키가 혁명의 위대한 백일몽에서 막 벗어나 풍자극 빈대 와 목욕탕 을 쓰던 시점이 바로 혁명 10주년을 맞이하던 1927년의 시공간이었 던 것이다. 나혜석이 느꼈던 혁명의 잔재인 피비린내의 공기 는 역시나 같은 해, 혁명 10주년을 맞아 소련 정부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인상과 일맥상통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로 유명한 이 그리스 작가는 러시 제4장 역사와 기억 역사 연구 305

아여행기 에서자신이본혁명 10주년모스크바의첫인상을 혼돈 이라고적었다. 모스크바에대한그의두번째인상은 종합에도달하기위한투쟁, 그리고세번째인상은 사람들내면속의획일성 이었다. 나혜석과카잔차키스는 1927년이라는같은시간대의소련을여행하면서혁명 10주년의끝나지않은혼란과불안을느꼈던것이다. 7월 14일경도착한모스크바에서 3일간체류하며, 화가나혜석은크렘린궁전과레닌묘관광보다먼저미술관들을찾는다. 푸시킨미술관, 트레챠코프미술관, 근대프랑스미술관, 모로조프박물관및혁명박물관을언뜻언뜻본 나혜석은 1920년대소련미술의흐름을보수파, 진보파, 구성파예술로삼분했다. 혁명전의전통을고수하려는보수파와동서양미술의장점을취한진보파, 그리고구성파예술을민중화하려는소수파가그것이었다. 1920년대소련문학이 은세기 의영광을이어받아다양성의실험무대가되었던것과마찬가지로, 1920년대소련미술은 은세기 의경향과서방의현대적미술경향과밀접히연결되어있던시기였다. 1930년대소련의문학및예술전체가 사회주의리얼리즘 의단일한공식교리속으로빨려들어가기직전의마지막활기를나혜석은느꼈던것이다. 실제로나혜석이방문한 1927 년한해에만열렸던미술전람회들의면면을잠시살펴보기만해도이러한사실은금세증명된다. 모스크바의트레챠코프미술관에서는그해 3월곤차로바, 콘찰롭스키, 라리오노프, 렌툴로프, 마시코프, 팔크등이소속된 다이아몬드잭 그룹화가전 (Выставка произведений художников группы Бубновый валет ) 이열렸으며, 레닌그라드의러시아미술관에서는그해 11 월칸딘스키, 샤갈, 콘찰롭스키, 라리오노프, 곤차로바, 마시코프등의작품이선보인 예술에서의새로운경향전 (Выставка новейших течений в искусстве) 이열렸던것이다. 나혜석이미술관들을관람한후, 푸시킨과트레챠코프미술관은푸시킨과트레챠코프개인이수집한유럽각국그림인데유명한것이많으며, 근대프랑스미술관에는근대프랑스화계의유명한그림이거의다있었다 는소감을피력하고있는데, 여기에는약간의오류가존재한다. 우선, 나혜석이관람 306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한푸시킨미술관은작가푸시킨이수집한그림이보관 전시되는곳이아니었다. 푸시킨미술관의전신은흔히 알렉산드르 3세미술관 으로약칭되는 모스크바대학산하황제알렉산드르 3세미술관 (Музей изящных искусств им. Императора Александра III при Московском университете) 이었다. 1912 년에서 1917 년까지이이름으로불리다가, 나혜석이방문한 1927년에는 국립미술관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музей изящных искусств) 으로불렸으며, 이후 1937 년푸시킨서거 100주년을기념하여 국립푸시킨미술관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музей изобразительных искусств им. А.С. Пушкина) 으로명명된다. 결국, 이미술관은 19세기중반모스크바대학고대역사및예술교수였던츠베타예프 (И.В. Цветаев) 에의해발의된모스크바대학산하미술관으로출발한것으로, 작가푸시킨개인과는별상관이없는미술관이다. 두번째오류는 근대프랑스미술관 과 모로조프박물관 에해당한다. 근대프랑스미술관 은모스크바의거부이자예술후원자였던슈킨 (С.И. Щукин) 의컬렉션이 10월혁명이후국유화되면서 1918 년에명명된 제1 근대서구회화 제 2 근대서구회화미술관 ( 옛모로조프저택 ) 출처 : http://www.snob.ru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307

미술관 (1-ый Музей новой западной живописи) 이다. 나혜석이방문한또다른미술관이었던 모로조프박물관 은모스크바의또다른거부이자예술후원자였던모로조프 (И.А. Морозов) 의컬렉션을국유화해서세운 제2 근대서구회화미술관 (2-ой Музей новой западной живописи) 이다. 이두미술관은 1923년부터 국립근대서구미술관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музей нового западного искусства) 으로통합된다. 나혜석이방문했을때의 근대프랑스미술관 과 모로조프박물관 은 국립근대서구미술관 으로이미통합되었던시점이다. 국립근대서구미술관 에서는슈킨의유명한컬렉션중하나인마티스의 춤 과 음악, 모로조프의유명한컬렉션중하나인피카소의 공위의소녀 와반고흐의 붉은포도 등이전시되어있었다. 소련의노동자와농민들은이미술관이소장하고있는세계적걸작들앞에서 부르주아예술의퇴폐성 을확인했다고한다. 이후이미술관은 1948년에폐쇄되는운명을맞게되는데, 형식주의적시각의온상이자제국주의시대퇴폐적인부르주아문화에대한저급한추종 이폐쇄이유였다. 화가나혜석은프랑스와이탈리아미술에특히관심이많았기때문에, 이 근대프랑스미술관 과 모로조프박물관 에전시되어있던프랑스화단의유명한그림들에꽤흡족했을것이다. 그녀의그랑투르목적지가프랑스파리였기때문에더욱그러하다. 그녀가본 모스크바시가는너절 했으며, 사람들은모두실컷매맞은것같이늘씬하고아무려면어떠랴하는염세적기분 을드러내고있었지만, 그녀의모스크바미술관기행은짧았지만강력했다. 1927년나혜석의러시아여행은세계일주의편린이었지만, 그녀의여행을잠시복기해본필자로서는나름 프루스트여행법 을실천해보았다하겠다. 이더위를잠시식혀줄장마다운비도내린다니다행스럽다. (2013 년 7 월 15 일제 224 호 ) 308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63. 한국전쟁과러시아문서자료 기광서 조선대학교정치외교학과교수 한국전쟁휴전 60주년이막지나갔다. 속담대로라면강산이여섯번이나변했지만, 이전쟁이남긴분단체제는여전히우리삶의중심에자리하고있다. 필자는소련국가가막와해한 1991년겨울모스크바에첫발을내디뎠다. 북한과러시아의관계를공부할목적이었는데, 이듬해봄대학원에입학하면서러시아대외정책문서보관소 (АВПР), 국방성중앙문서보관소 (ЦАМО), 국립사회정치사문서보관소 (РГАСПИ) 등관련자료들이소장된문서고에출입하기시작했다. 체제가전환되면서옐친정부가과거소련시절문서를개방한 혜택 을입은셈이었다. 당시문서를찾으면서새로운역사적사실을인지하고느낀충격과흥분은지금도생생히간직하고있다. 러시아유학시절획득한이들문서자료는지금도연구의기본자료로활용하고있음은물론이다. 필자의연구주제는해방후 3년간북 러관계였던까닭에한국전쟁에관해크게관심을둘여유가없었다. 그러던차에 1994년 6월김영삼대통령의방러시러시아측은약 500매에달하는한국전쟁관련 스탈린문서 를한국측에전달했다. 한국전에관한공산진영의입장과조치등을파악할수있는중요한문서들이었다. 그러나여기에는개전전후문서등핵심내용이빠져있었다. 얼마후이들문서중상당수가러시아대통령문서보관소 (АПРФ) 에소장된러시아의이른바 힘있는 학자들에게공개되었다. 그후중국학자션즈화 ( 沈志華 ) 는모스크바의영향력있는 인맥 을활용하여해방후부터한국전종전에이르는주요문서수천매를발굴했다. 냉전사연구로유명한미국의우드로윌슨센터 (Woodrow Wilson Center) 가이들자료를영역하면서한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309

국전연구도다시금활성화되었다. 아쉽게도한국전쟁자료공개와활용, 연구주도권을외국학자들이쥐고있던상황에서우리연구자들은그뒤를쫓을수밖에없었다. 우리문제를스스로이끌어가지못한점에서학문적자존심이상할만했다. 시간이어느정도흐른뒤자료수집과활용면에서그들을따라잡게되면서우리학계에서도본격적인연구성과를내놓기시작했다. 문서자료로본공산측지도부의입장 소련자료의공개는한국전발발과정과주체, 전쟁과정과휴전에대한북 중 소지도부의입장, 소련의군사지원, 중국의참전과정등과거에는불확실했던많은사실을확인시켜주었다. 러시아문서자료를통해밝혀진새로운사실은방대하지만, 전쟁발발및휴전에대한공산권 3국의입장을살펴보면다음과같다. 물론, 이견해는순전히필자의시각에서살펴본것이며, 연구자마다생각이다를수있다. 전쟁은김일성이이끈북한지도부가주도했고, 그것은조선로동당의국토완정에대한열망을반영한것이었다. 하지만미국과중국의개입으로전쟁이내전에서국제전으로변모하면서김일성지도부는전쟁의주도권을상실했다. 개전의주도권은김일성이쥐고있었지만, 지도적역할은스탈린이수행했다. 스탈린이전쟁을전체적으로지도할수있었던것은해방후부터북한에대해큰영향력을유지한것과그자신이사회주의진영의 수령 으로서입지덕분이었다. 물론, 공산권측의전쟁수행이소련의군수지원으로가능했다는점을빼놓을수는없다. 더구나 1950년 11월이후에는소련은자국공군을비밀리에참전시켰다. 그럼에도스탈린은미국과의충돌을우려하여이전쟁이자국과는관련이없는것처럼보이게했다. 다른한편으로그는유럽에서미국의움직임을억제하기위해한국전쟁을활용했다. 개전이전중국은북한에전쟁지원을약속했으나막상유엔군이 38선을넘자미국과의전면전에대한우려가컸던까닭에참전을주저했다. 하지만 310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모택동은 결정적으로 자국 군대 파병 결정을 내렸고, 이것은 북한을 구원했 을 뿐 아니라 다시금 국토완정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 측 희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그럴 의사도 별로 없었다. 휴전에 대한 공산권 3국의 입장은 다소간에 차이가 있었다. 김일성은 미국 공군의 폭격으로 북한 측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에서 조속한 휴전협 정 체결을 원했다. 그는 1952년 7월 이후 중국과 소련이 전쟁 지속 방향을 취 할 때도 여기에 따르는 듯이 보였지만, 계속해서 휴전을 갈구했다. 다만 그의 입장은 중 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웠다. 모택동은 처음에 협정 체결을 낙관적으로 전망했으며, 미국의 의도를 오판 하는 등 상황을 자주 오판했다. 그는 1952년 중반 이후 중국군 포로 문제에 대한 미국 측 입장에 반발하면서 강력한 대미 결전 태세를 보이기도 했다. 스 탈린은 휴전협상의 실무 과정을 지휘한 모택동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대미 협상에서의 용의주도함과 공산권 측의 명분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했 다. 포로 문제로 휴전이 지연되었을 때 그는 실익이 확보되지 않은 휴전보다 는 전쟁 지속을 택했다. 휴전은 스탈린 사망 후 공산권 측이 유엔의 요구 사 정전협정에 서명하는 김일성 모습 출처: http://www.itar-tass.com 제4장 역사와 기억 역사 연구 311

항들을수용함으로써이뤄지게됐는데, 새로운소련지도부는전쟁지속에 대해이해관계가없었다. 한국전쟁연구의심화를위하여 이제까지한국전쟁연구의흐름은이전쟁이낳은분단과냉전체제의틀에서크게벗어나지못하는것이현실이다. 아직도정치가학문의영역을침범하여그에영향을미치고있다고볼수있다. 러시아문서자료공개후한국전쟁연구는이자료들에대한분석과해석을위주로하는연구성과가양산되었다. 하지만한국전쟁연구의완결성을이루기위해서는공산권측연구뿐아니라미국을위시한유엔측에대한연구로범위를더확장하여양진영의상호성을고찰할필요가있다. 한국전쟁은단순히 3년간의한반도전쟁사가아니라남북한, 미국, 중국, 소련등많은나라의이해관계가복잡하게얽힌매우응축되고집약된역사이기때문이다. 또한, 각관련당사국의수준높은자료를발굴하여분석하여연구해야만한다. 현재로선러시아만이가장핵심적인자료를공개했다고보기에연구자들이여기에크게의존하는것은이해할만하다. 중국의당안관은접근이쉽지않고, 우리의경우자료소재조차도불분명한상황이다. 그러나수량면에서엄청난자료를공개한미국자료는충분히활용되지않고있으며, 여전히베일에싸여있는문서들도많다. 마찬가지로 2000년대중반이후새로운자료를공개하지않고있는러시아에대한관심도지속해야한다. 한국전쟁연구의갈길이먼이유가여기에있다. (2013 년 7 월 29 일제 226 호 ) 312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

64. 1960 년대소비에트문화운동으로서바르드 장혜진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학과강사 이제는한국에서도블라디미르비소츠키 (Владимир Высоцкий) 와율리김 (Юлий Ким) 으로잘알려져있는러시아음유시인의음악인바르드는그명칭이다양하다. 러시아에서는 작가의노래 (авторская песня), 바르드음악 (бардовская музыка) 으로, 미국에서는 기타시 (guitar poetry) 라고도불린다. 지난 1월 25일은비소츠키탄생 76주년되는날이다. 올해보다작년 75주년에러시아텔레비전에서는 1월 18일부터그에관한특집방송을대대적으로내보냈다. TV 프로그램 Доброе утро 에그의아들이자감독겸작가인니키타비소츠키 (Никита Высоцкий) 와작가발레리졸로투힌 (Валерий Золотухин) 이출연해비소츠키와관련한인터뷰를했고, 19일에는그가 1980년 1월마지막공연을했던크로커스시티홀 (Крокус Сити Холл) 공연을제1채널 ( Первый канал) 에서다시방송했으며, 25일에는같은장소에서후배가수들의 75주년기념공연도방송했다. 러시아속담에는 노래하듯그렇게산다 (Что поём так и живём) 는말이있다. 러시아에서노래를부르는것은살아있는것을느끼며, 삶을영유한다는것이리라. 삶의노래, 대중에게다가가는시인인비소츠키라는아이콘으로대표되는바르드 (Бард) 문화는이렇게러시아의삶과노래를통해 1950~60년대소비에트의일상생활과정서를진솔하게보여준다. 이제까지우리는사회주의리얼리즘이소련을대표하는정치이자문학이론이며, 문화라고생각해왔다. 지금은공산주의국가이상의문화적아이콘을 제 4 장역사와기억 역사연구 313

음유시인블라디미르비소츠키 출처 : www.ria.ru 기억속에떠올리는사람은드물다. 소비에트의일상생활과사람들의감성, 그들의솔직한내면이반영되는풍자적인출판물들은자가출판을뜻하는사미즈다트 (самиздат) 나해외출판을뜻하는타미즈타트 (тамиздат) 로먼저출판되곤했다. 국가통제체제가철저했던소비에트에서자유와낭만에관한개인의노래는이러한 비공식 (unofficial) 경로로발표된다. 음악도이와유사하다. 소련국영음반사였던 멜로디야 (мелодия) 에서발표되는곡만이공식적으로판매될수있었던반면, 마그니티즈다트 (магнитиздат) 로불리는비공식의테이프녹음형태만이시인의노래와녹음을비공식적으로발표할수있었다. 관변문화 (казённая культура) 로불리는공식문화와는달리대중의사랑을받은비공식문화가바르드라고할수있다. 바르드는원래켈트족의가수와시인을가리키는 15세기말이며, 유랑하는음악가 (бродячий музыкант) 를뜻하는스코틀랜드방언에서나온말이다. 이와같이유랑하는삶을영유하며자유와개성이강조되는가수와시인의음악은현대소비에트에서비공식문화, 즉언더그라운드문화로탈바꿈된다. 그대표적인경우가 아마추어음악클럽 (Клуб самодеятельной песни, 314 2014 러시아는어디로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