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서평 :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 도야와삶의방식으로서의철학 - 피에르아도,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이세진옮김, 도서출판이레, 2008. Pierre Hadot, Qu est-ce que la philosophie antique?, Paris: Editions Gallimard, 1995. 김유석 Ⅰ 한국에피에르아도 (Pierre Hadot, 1922~2010) 라는이름이알려진것은그리오래전일이아니다. 지금소개하려는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가처음출판된 2008년어간에들어서야그의이름이조금씩거론되기시작했으니말이다. 사실그의이름은서양철학에관심을갖고있는일반독자들은물론, 서양고대철학전공자들사이에서도적잖이낯선게사실이다. 우선그가프랑스학자로서영어권에는그렇게많이소개되지않았다는것이한가지이유라하겠지만, 무엇보다도그의주요업적들이플로티노스를중심으로하는신플라톤주의, 그리고초기기독교철학과신비주의등에집중되어있다는것도중요한이유가된다. 왜냐하면이분야들은한국은물론세계적으로도여전히소수자의영역에머물러있기때문이다. 이런조건들을감안한다면, 피에르아도의이름이조금씩이나마거론되고있다는것은현재우리가서양고대철학에대한관심의폭을조금씩넓혀가고있다는긍정적인신호가아닐까생각해볼수도있겠다. 사실그의작품을
382 서평 제대로평가하기위해서는피에르아도라는인물에좀더관심을기울여볼필요가있다. 피에르아도는프랑스의고전문헌학자이자철학사가이며, 또그자신철학자이기도하다. 그는 1922년파리에서태어났고, 철학사가인장발 (Jean Wahl) 과신학자이며플로티노스전문가인폴앙리 (Paul Henry) 에게서철학과문학, 신학등을배운다. 1949년에서 1964년까지국립과학연구소 (CNRS) 연구원으로재직한뒤에, 그는 1964년부터 1985년까지고등연구실무학교 (EPHE) 에서 헬레니즘과로마의신학과신비주의 의담당교수가되었다. 1982년에는미셸푸코의추천으로콜레쥬드프랑스교수로선출되었고그곳에서 1990년까지강의하였으며, 1991년에는은퇴와함께명예교수가되었다. 그는 2010년사망할때까지신플라톤주의와플로티노스, 스토아주의, 그리고초기기독교철학및동방신비주의와관련하여수많은저술과번역들을남겼다. 또철학자로서그는서양철학의본령을삶의방식 (le mode de vie) 으로파악하였고, 철학적삶을위한길로서정신수련 (exercice spirituel) 이라는주제에깊이천착하였다. 이제살펴보게될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의핵심내용역시아도의이러한지적편력과밀접하게이어져있다. 사실제목만놓고보면이책은서양고대철학에대한개론서라는인상을준다. 여느개론서들이대체로그렇듯이이책의저자역시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라는물음을던지고그의미를하나하나풀어나가리라고기대할수있을테니말이다. 실제로이책은매우쉽고평이하게서술되어있다. 또한철학사를그탄생에서부터시작하여소크라테스와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거쳐, 헬레니즘과고대후기, 그리고초기기독교철학까지시간순서에따라기술하고있으며, 저자가생각하는고대철학의정신이중세를거쳐르네상스와근대에이르기까지어떻게이어져왔는지에대해서도비교적상세하게설명해주고있다. 그러나쉽게읽힌다고해서이책이결코쉬운책은아니다. 무엇보다도이책은개론서의외양을하고있지만사실은매
피에르아도,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383 우강력한주장과철학사를바라보는관점에대한도발적인해석을담고있는논쟁적인글이기도하다. 피에르아도에따르면, 고대인들에게있어서철학은오늘날우리가생각하는철학과사뭇다른것이었다. 즉, 고대인들에게있어서철학함이란이론적담론이나논증체계의확립에있다기보다는, 오히려삶의방식에대한성찰과선택, 그리고자신이선택한생활양식의완성을향한수련에있다는것이다.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는아도가자신의이러한관점에따라고대철학사를재구성한것이라고봐도무방하다. Ⅱ 이책은크게 3부로나누어져있다. 제1부인 철학에대한플라톤의정의와그의선행자들 에서는철학이전의사유로부터어떻게해서소크라테스와플라톤에이르러철학이확립되었는가에관해기술하고있다. 여기서재미있는것은피에르아도가철학함의진정한의미를초기자연철학자들이나소피스트들의활동에서가아니라, 소크라테스, 특히플라톤의 향연 에묘사된소크라테스의말과행동에서찾으려한다는점이다. 왜냐하면소크라테스이전지식인들의활동속에는철학자체에대한물음과자각이없었기때문이다. 비록 지혜사랑 (philo-sophia) 이라는말이솔론과같은현인들의입을통해나왔다고는하나, 아직그들이자신의행위자체를성찰하고문제삼은것은아니었다. 아도에따르면, 법정에선소크라테스가대화를통해자신이무지하다는것조차모르던사람들을자극하는것이야말로신이자신에게내린임무였다고단언할때, 그리고플라톤이 향연 에서이미지혜로운신들은지혜를아쉬워하지않은반면, 지혜와무지사이에있는인간들만이지혜를갈구한다 (philsophein) 고주장할때, 그때비로소엄밀한의미에서의철학이시작되었다는것이다. 이렇듯철학을자기성찰과이를통한삶의방식과태도로규정한
384 서평 뒤에, 피에르아도는제2부인 생활양식으로서의철학 에서, 이제는이러한성찰이고대의모든철학자들에게있어서저마다의삶의양식을정하는바탕이되며, 다양한이론적담론들과논증들역시그자체로추구된것이아니라, 각자가삶의양식을선택하고그에따라자기수련을행하게되는계기내지는과정으로수렴된다고주장한다. 따라서플라톤의형상이론이나아리스토텔레스의실체론과같이고도로추상적인이론들은궁극적으로영혼의보살핌이나관조적인삶을이루어나가는계기혹은과정으로이해될수있다. 또한에피쿠로스주의자들의원자론이나스토아철학자들의우주론역시궁극적으로는영혼의질병에대한치료제이자처방으로기능할뿐이다. 이렇게보았을때, 철학의목적은이론이나논증체계의확립보다는오히려각자가선택한삶의방식을이루기위한교육과도야 ( 陶冶, formation) 에서찾아질수있는셈이다. 이렇듯철학의목적이교육과도야에있다고주장하면서아도는고대철학자들이이런저런학파들을형성해왔다는점에주목한다. 이미소크라테스의제자들이퀴레네학파와퀴니코스학파, 또메가라학파등다양한동아리를형성했지만, 무엇보다도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가각각세운아카데미아와뤼케이온이이러한경향을잘드러낸다. 그리고이전통은헬레니즘시대의에피쿠로스학파와스토아학파를거쳐고대후기의신플라톤주의와아리스토텔레스주의학파에이르기까지면면히이어진다. 요컨대, 철학은세계에대하여고립된개인의사색과이론적숙고에그치는것이아니라, 각자가선택한공동체안에서스승이영위했던삶의방식을전수하고전수받으며자신을완성해가는것이다. 도야와관련하여피에르아도가제시한또하나의중요한개념은바로정신수련 (exercice spirituel) 이다. 아도는다른책에서정신수련을 개인의변화, 구체적으로는자기전화 (transformation de soi) 를이룰목적으로수행하는개인적이고의지적인행위 라고정의한바있다. 고대철학에서정신수련은대개불행이나어려움을준비하고
피에르아도,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385 견디는일종의고행으로나타나며, 예컨대스토아철학자들은이러한고행을매우명예로운일로여겼다. 하지만아도에따르면, 스토아철학자들보다훨씬이전에이미아낙사고라스에게서이러한모습이언급되고있다. 아낙사고라스는자기자식이죽었다는소식을듣고서 나는내가가사자를낳았다는것을알고있었다 라고말했다고전해진다. 하지만무엇보다도가장유명한예는플라톤이 파이돈 에서 철학한다는것, 그것은곧죽음의연습 이라고말한사실이다. 요컨대, 고대의철학자들은신체단련을통하여건강에이를수있듯이, 영혼역시일정한수련을통해건강한상태에도달할수있다고생각한셈이다. 이렇게서양고대철학의역사를자기완성을위한도야와삶의방식으로재구성한뒤에, 아도는제3부에이르러삶의방식으로의철학이중세에이르러기독교철학으로전화하는과정을기술한다. 이제자기성찰과완성은신을통한구원으로전화되며, 이를위한정신수련은종교적영성훈련의의미를갖게된다. 그리고아도가보기에바로이전화야말로오늘날의철학이고대철학의전통과갈라지는원인이된다. 즉, 중세를거치면서철학의자기성찰적이고정신훈련적인측면을기독교가취하게된반면, 철학에는순수이론적담론만이남게되었다는것이다. 요컨대오늘날우리가철학에서기대하는엄밀하게정합적인논증들과사유의체계는바로근대의산물로서, 이제철학적담론은철학자의삶으로부터자유롭게자신의영역을구축하게된셈이다. 오늘날스토아학파의윤리학을전공한교수가부동산투자로부를쌓고평상시음주가무를즐긴다고해서, 그것이그렇게놀랄만한일은아닐것이다. 그의전공과그의삶이일치해야한다고생각하는사람은거의없을것이기때문이다. 그는스토아학파에대하여누구보다도좋은강의를할수도있고, 또훌륭한논문을쓸수도있을것이다. 그는자신이누리는삶의방식이철학적지식에장애가된다고는생각하지않을것이다. 그러나아도의관점대로라면, 그는스토아학파의철학을제대로이해했다고보기어렵다. 왜냐하면스토아
386 서평 철학자들이세계와인간에대한모든이론적고찰들은결국그들의삶에대한태도와성찰로수렴되기때문이다. 요컨대철학이곧삶의방식이라면, 삶과유리된이론은더이상철학이될수없는셈이다. 고대에는철학적담론과철학적삶이분리되지않았다는주장은피에르아도사상의가장독창적인면이라할수있다. 실제로이주장을정당화하기위하여아도는어마어마한양의고전문헌들을직접분석하고그로부터자신의전거를찾아내었다. 하지만서양고대철학사전체를삶의방식과태도, 자기완성을위한정신수련의관점으로재구성하려는시도를쉽게받아들일수있을것같지는않다. 아도는진정한의미에서철학의기원을소크라테스와플라톤에서찾고있지만, 그이전의자연철학자들의활동역시철학이라고보지않을아무런근거도없다. 논리학을배우지않고서도논리적인사람이있을수있듯이, 철학이꼭철학함에대한자기성찰을전제한다고볼필요는없기때문이다. 또한철학적담론이궁극적으로는철학적삶을지향한다고는해도, 그것이담론자체가지닌이론적자율성을훼손한다고보기는어려울듯하다. 예컨대아리스토텔레스의논리학이나자연학, 에피쿠로스학파의자연학등은다른어떤목적을전제할필요없이그자체만으로도충분히이론적자율성을갖는다고볼수있다. 또한정신훈련이라는개념이고대철학의중심적인용어로인정받기위해서는좀더많은논의가필요할것처럼보인다. 하지만이모든우려에도불구하고, 지금까지엄밀한이론체계라는그늘에가려진철학의또다른측면, 즉생활양식의측면을부각시킨점은피에르아도의가장큰업적이라할수있다. 그리고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는그의이러한관점을고대철학사속에서탁월하게재구성해낸고대철학의또다른안내서라하겠다. Ⅲ 이제번역에관해이야기할차례이다. 이책은 2008 년에 고대철학
피에르아도, 고대철학이란무엇인가 387 이란무엇인가 라는제목으로도서출판이레에서나왔다. 일단번역은비교적수월하게읽힌다. 피에르아도의프랑스어가문장이워낙깔끔하고명료하기도하지만, 역자역시번역문이위화감없이읽히도록곳곳에서신경을쓴흔적이엿보인다. 하지만매끄럽게잘읽힌다는것과번역이정확하다는것은별개의문제이다. 고대철학의용어들과인용문을번역하는데있어서몇군데아쉬운점들이눈에띈다. 예를들어이미고대에근본적이었던관념인담론의 심리인도적가치 (valeur psychagogique, 29쪽 ) 는 영혼을유혹하는가치 라고옮기는것이좀더정확할것이다. 이말은소피스트와같은달변가들이말로서청중의마음 (psyche) 을유혹하여이끌어내는 (agein) 것을말하며, 나중에플라톤은 파이드로스 에서변증술을영혼을이끄는기술 (psychagogia) 이라고규정하게된다. 이책의 1부 3장에서는플라톤이쓴 소크라테스의변론 이여러차례인용되는데 (43쪽, 48~50쪽, 52 56쪽 ), 법정에서배심원들을향해철학을권유하는소크라테스의연설을마치곁에있는친구에게충고하듯이 ~ 하게 투로번역한것은인용문을검토하지않은증거로보인다. 이것들은모두잘읽히지만맥락을고려한번역이라고보기는어렵다. 또역자는아도의핵심개념인 exercice spirituel 을 영성훈련 으로번역했는데, 기독교가아닌고대철학의맥락을고려한다면, 이개념은신체단련에대비된 정신수련 정도로옮기는것이정확할것이다.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이철학적삶을소개하는곳에서는소절의제목을 자연과종규에따르는삶 (158쪽) 이라고옮겼는데, 원문을보니 자연학과기준론 (la physique et la canonique) 이라고번역했어야맞다. 자연학은에피쿠로스주의자들의원자론에기반한자연철학을, 기준론은그들의인식론을뜻한다. 같은이름을다르게번역한경우도있다.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의것이라고전해지는 황금의시 (Les vers d or) 가어느곳에서는 황금의
388 서평 음률 로 (210쪽), 어느곳에서는 황금의시 (251쪽) 로소개되고있다. 철학의용어문제가아니라불어문장의번역에서도세심한주의가아쉬운부분이있었다. 예를들어조건문을번역할때, 어떤대목에서역자는일반조건문과반사실적조건문의차이를크게신경쓰지않는듯한모습을보이기도하는데 (36쪽), 경우에따라서는저자의의도를간과하는수가있으니주의해야할것이다. 그외에도아쉬운부분들이더있지만, 서평이정오표가아닌만큼여기서그치기로하자. 매끄러운번역에서오역이나부정확한번역이나오는것만큼이나사람을당황스럽게하는일도없다. 특히잘읽히면잘읽힐수록당혹감은더높아진다. 만일철학을전공하지않은일반독자나이제막철학에입문하려는대학생이그런책을읽는다면, 높은 가독성 이오히려더큰해로다가올수도있을것이다. 요컨대가독성이아무리중요하다고는해도정확성의자리를대신할수는없는것이다. *** 마지막으로맥빠지는반전하나. 이책은올해절판되었다. 현재시중서점과인터넷서점어디에서도구할수없다. 출판사에전화해보니재고가일부남아있을뿐이며, 재고를소진하게되면더찍어낼계획이없단다. 재고를원하는독자는서점을통해요청하면된다고한다. 이책이처음나온것이 2008년이니, 출판 3년만에도서시장에서사라진셈이다. 인문학의가치를전문경영인에게요구되는리더십정도로생각하는이사회의수준을감안하면별로놀랄일도아니지만, 서평이그대상을잃고과녁잃은화살처럼되어버린것같아조금허탈하다. 김유석인제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