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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철학논집제 36 집 2014 년 2 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36, Feb. 2014, pp. 9-40 9 공감 과철학상담 - 막스셸러의 공감 개념을중심으로 - 1) 박병준 ( 서강대 ) 주제분류 철학상담 주제어 공감, 사랑, 감정, 초월, 공감적대화, 철학상담 요약문 인간을정서적으로이해하는중심에 공감 이있다. 공감은철학상담의기본요소가운데하나이다. 공감에기초한철학상담의 공감적대화 는엄격한이성적판단보다정서적교감을중시하는 감정적성찰 의상담방법이다. 이논문은인간의삶과인간이해의기초개념중하나인공감개념을철학상담의관점에서문제의식을갖고심층적으로검토한다. 이연구의직접적동기는공감이상호이해를기반으로하는대화의핵심개념으로서기존의다양한상담분야에서매우폭넓게연구되고있음에도불구하고철학상담의관점에서그연구가상대적으로미비하다는사실에서출발한다. 본고는막스셸러 (Max Scheler) 의공감개념을토대로철학상담을위한 감정적성찰 로서의 공감적대화 를방법론적차원에서체계적으로모색한다. 공감적대화란내담자의감정을고려할뿐만아니라내담자를동등한인격체로수용함으로써인격적대화를가능케하는철학상담의고유한상담방법이다. 공감적대화의핵심은개별적이며고유한인격의중심에로들어가는자기헌신적이며자기증여적인사랑에기초한인격적대화에있다. I. 들어가기 아헨바흐 (G. B. Achenbach) 는 철학실천 에서철학적사유의분별력을 생각하는심장의분별력 (Vernünftigkeit) 이라하고, 철학실천이지향해야할이상 (Utopie) 은 분별력있는영혼 (die vernünftige Seele), 지각하는이성 (die empfindende Vernuft) 이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1) 기존의상식을뛰투고일 : 1월 16일, 심사완료일 : 2월 14일, 게재확정일 : 2월 17일

10 철학논집 ( 제 36 집 ) 어넘어낯설기까지한이주장이함의하는바는도대체무엇인가? 아헨바흐의철학실천에따르면철학의본모습은오늘날과같은형태의강단철학의사변적인이론철학보다오히려 기존의철학자에게는좀거칠게들릴지몰라도 - 인간의삶에밀착되어있으면서실질적인도움을주는 실천으로서의철학함 이되어야하는데, 그힘의원천이이성이아닌 감정, 더정확하게는 감정이주도하는분별력 에있다는것이다. 사실이성과감정은철학의오래된문제이기도하다. 철학사적으로자주대립된개념으로이해되어온이성과감정은철학적인간학적관점의인간본성차원에서보자면오히려서로를보완해주는상보적개념이다. 인간은이성적혼을지닌정신적존재로서기본적으로앎과의지, 지식과욕구의이중적작용을통해자기를실현한다. 이성과감정은바로이런정신의이중적작용의상이한두기능으로서개념과판단및추론등의인식작용이이성기능에해당된다면, 느낌과공감과사랑등의정서작용은감정기능에해당된다. 이두기능은모두정신의기본작용으로인간의자기실현과자기완성을이끄는원동력이된다. 인간의정신활동에서두기능의중요성에도불구하고철학사적으로감정보다이성이항상강조되어왔으며, 상대적으로감정은저평가되거나관심밖에있어왔다. 이런경향은특히근대이후사변적이며이론중심의강단철학으로고착되어철학을삶에대한관심으로부터격리시켜왔는데, 바로여기에반기를든철학운동이철학실천이다. 철학실천은강단철학에맞서인간삶과영혼에실질적인활력을불어넣는 철학하기 를지향한다. 강단으로부터벗어나삶에로직접투신해들어가는실천으로서의 철학하기 는이론이아닌삶을직접체험하고느낄수있을때만이가능하다. 직접삶을체험하고느끼는철학이되기위해서철학실천이요구하는것은지금까지의 사유하는이성 보다오히려 느끼는감정 이라할수있다. 사실 섬세한느낌 이결여된이성적사유만으로는인간이겪는실존적고통과아픔을온전히이해하고공감하기란요원한일이기때문이다. 라베 (Peter B. Raabe) 는 철학은정서적인괴로움을 1) G. B. Achenbach, Philosophie als Beruf, Philosophische Praxis: Vorträge und Aufsätze, Schriftenreihe zur Philosophischen Praxis, Band 1, Köln, 1987 2, 33.

공감 과철학상담 11 겪고있는사람이사태를철저하게사유하도록도와서그사람이훨씬더나은감정을느낄수있게해줄수있는훌륭한도구 2) 라고주장한다. 철학이현실문제와씨름하며인간의삶에더욱관심을보일때공감과사랑등의감정기능은더욱빛을발한다. 비교적역사가짧은철학실천이철학의한분야로성공적인정착을하기위해서는체계적인연구가절실히요구되고있으며, 특히인간의섬세한영혼을다루는철학상담에서방법론적으로공감과사랑등의정서적개념을철학적으로구명하는일이다. 오늘날이런저런이유로해서철학상담에대한관심이고조되고있다. 린셋 (Anders Lindseth) 은철학상담을일컬어 내담자의경험지대에서의성찰적여정 3) 이라한다. 누군가가기존의다른상담과구별되는철학상담만의본질적요소가무엇인지묻는다면, 우리는이물음의답을린셋의이정의에서찾을수있다. 왜냐하면이정의가무엇보다도내담자의고유한체험공간에서이루어지는 개방된철학적대화 로서의철학상담의특성을잘대변해주고있기때문이다. 철학상담은소크라테스의 산파술적대화 나하바머스의 의사소통행위 이론과같은어떤철학적진리나합의를추구하는철학담론의장이결코아니다. 4) 철학상담의대화주제는철학적정답과는무관한내담자의고유한체험과실존적상황에초점이맞추어진내담자자신이며, 이때대화의주체역시내담자자신이다. 철학상담에서상담자의역할은우선동반자로서내담자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는 경청하는자 요내담자의체험에동참하는 공감하는자 이다. 특히철학상담에서공감능력은내담자가자신의경험안으로상담자를초대하는결정적계기가 2) P. B. 라베, 철학상담의이론과실제, 김수배옮김, 시그마프레스, 2010, 288. 라베는철학상담과해석학의관계를언급하면서도 공감적시도 라는말을사용한다. 철학상담에서해석학은내담자가살아왔으며또현재살고있는텍스트를해석하거나이해하기위한공감적시도이다. ( 같은책 44) 3) A. Lindseth, Zur Sache der Philosophischen Praxis. Philosophieren in Gesprächen mit ratsuchenden Menschen, Freiburg/München 2005, 11 이하. 4) T. Polednitschek, Schöperische Grenzverletzung oder: Kunst und Philosophische Praxi, Beratung und Bildung, Hg. H. Gutknecht/B. Himmelmann/G. Stamer, Berlin, 2006, 108 참조.

12 철학논집 ( 제 36 집 ) 된다. 철학상담은대부분의상담과는달리치료행위자체를일차적목적으로삼지않는다. 물론그렇다고철학상담이애초부터치료행위자체를배제한다는것은아니다. 여기서치료행위가일차적목적이되지않는다는것은철학상담이내담자가당면한고통스러운현실상황이나고통의실체를객관적으로밝히는상담자중심의진단과치료행위가아니라는의미이다. 철학상담은처음부터내담자가스스로자기문제를발견하고해결할있도록돕는 자율성 에초점이맞추어져있다. 그래서철학상담의대화과정은그자체로철학상담의목적이기도하다. 이런이해는 인간은누구나스스로자기문제를해결할수있다 는철학상담의기본신념과도부합하며, 내담자의문제를무조건병리적현상으로취급하지않는철학상담의기본정신과도일치한다. 5) 철학상담의중심은내담자요, 그렇기때문에여타의상담처럼철학상담에서도상담자가내담자를이해하고공감하는일은매우중요한과제중하나이다. 공감적대화는상담자가내담자에게신뢰감을줌으로써내담자가자기자신을개방하도록돕는다. 또한공감적대화는상담자로하여금내담자가처한실존적상황을올바로인식하도록도와주는데, 이는매우중요한일로서내담자의실존적상황은곧내담자가안고있는문제의시작이요동시에내담자의문제해결을위한단초가되기때문이다. 철학상담에서자주내담자가처한정서적상태, 즉불안이나고통, 두려움과상실감등은내담자가자신이처한상황을올바로인식하는데방해요소가되곤한다. 이런방해물을제거하는일은상담자의몫이며이때상담자의공감능력은매우효과적인수단이된다. 따라서상담자가내담자의감정에적절히대응하는정서적반응은이성적반성만큼이나철학상담에서중요하다. 우리는이와같이감정을살피는대화를 이성적대화 에상응하여 공감적대화 라부르고자한다. 여기서공감적대화란내담자를그저치료받아야만하는 환자 나혹은상하관계의 갑에대한을 로취급하는대신에자기문제를스스로해결해가는대등한주체로수용함으로써인격 5) 박병준, 철학과철학실천 - 철학적인간학적관점에서바라본철학상담, 해 석학연구, 제 30 집, 한국해석학회, 2012, 10~15 참조.

공감 과철학상담 13 적대화를가능케하는철학상담의고유한대화방식을의미한다. 철학상담에서상담자와내담자사이에이루어지는철학적대화는 상호이해 와 상호소통 의과정이자 상호해석 의과정이다. 철학적대화는상담자와내담자의상이한이해지평이서로만나통합을이루는지평융합의장이기도하다. 상담자와내담자가서로이해하는공감은바로이와같은지평융합의장에서이루어진다. 물론그렇다고모든지평융합의장이이루어지는철학적대화가다철학상담일수는없다. 철학상담이곧해석학은아니기때문이다. 철학상담은사변적이며이론적인순수한철학적토론의장이아니라상담자와내담자와의대화를통해치유가이루어지는장이다. 철학상담이치유가이루어지는철학적대화의장이되기위해서는냉철한지성만이아닌심연과도같은영혼을읽는 섬세한느낌 이오고가는생동감있는대화가되어야한다. 이를위해내담자의처지를깊이공감하는 분별력있는영혼 은철학상담자가갖추어야할기본덕목가운데하나이다. 철학상담에서때론진리에입각한철학적조언이나충고가필요할수도있겠지만, 보다중요한것은내담자와함께하는 공감적사유 이다. 아헨바흐도그의철학실천에서비판한바있듯이철학상담에서의상담자의역할은내담자에게일방적으로답을제시해주는강단철학에서와같은그런철학교사의역할일수없다. 6) 그보다상담자는내담자와함께여정을떠나는 동행자 요이동행길에서내담자가스스로깨우칠수있도록도와주는 안내자 이다. 그럴때내담자는스스로올바른자기인식과자기이해의길로들어설수있게된다. 인간을정서적으로이해하는중심에 공감 이있다. 그만큼공감은철학상담에서반드시필요한기본요소이다. 공감에기초한이런 공감적대화 는엄격한이성적판단보다정서적교감을중시하는일종의 감정적성찰 7) 6) 박병준, 철학과철학실천 - 철학적인간학적관점에서바라본철학상담, 2012, 16 이하참조. 7) 혹자에게는 감정적성찰 이라는표현이어색하게들릴수도있을것이다. 이는주로성찰이이성의반성적활동에제한하여사용되었기때문이다. 그러나우리는무엇인가판단할때순수하게이성만을사용하는것은아니다. 우리는자주정서적인느낌이주도하는판단을내릴때가많다. 예로누군가처음대

14 철학논집 ( 제 36 집 ) 이다. 본고는인간의삶과인간이해의기초개념중하나인공감개념을철학상담의관점에서문제의식을갖고심층적으로검토하고자한다. 이연구의직접적동기는공감이상호이해를기반으로하는대화의핵심개념으로서기존의다양한상담분야에서매우폭넓게연구되고있음에도불구하고철학상담의관점에서의연구가상대적으로미비하다는사실에서출발한다. 공감에대한철학사전반에대한고찰은매우광범위한연구가될수있다. 본고는공감개념을검토함에있어서현대의현상학적방법을통해공감을심층적이며체계적으로분석한셸러 (Max Scheler 1874~1928) 의 공감 개념에초점을맞추고자하며, 특히철학상담의관점에서이를해명해보고자한다. 이를통해공감을토대로하는철학상담을위한 감정적성찰 로서의 공감적대화 를방법론적차원에서체계적으로모색해볼것이다. II. 막스셸러의공감개념 우리말로공감혹은동감혹은동정 ( 심 ) 등으로번역되는그리스어 sympatheia 는 로고스 (logos) 의대응개념인격정, 열정, 감정상태를뜻하는 파토스 (pathos) 에 함께, 동시에, 비슷한 의뜻을가진접두어 신 (syn) 이결합한합성어로서뜻을풀이하자면 타자와함께혹은동일하게느끼는감정의상태 를의미한다. 8) 인간의정신작용가운데감정영역 면할때우리는이성적판단보다는감정적판단이앞설때가많은데, 직관적으로인상에따라호감형과비호감형으로사람을구분하곤한다. 이런행동은심리분석에서는무의식적관점에서고찰되곤한다. 그러나인간에게는기본적으로감정작용을통해무엇인가이해하고판단하는본성적기능이내재되어있다. 이런감정적기능역시이성적기능처럼옳고그름이나참과거짓을분별하는성찰적기능을수행한다. 8) sympatheia 는우리말로공감, 동감, 동정 ( 심 ) 등으로번역되는데, 조정옥은셸러의저서 Wesen und Formen der Sympathie 의우리말번역본역자서문에서 Sympathie 혹은 Mitgefühl 을 공감 ( 共感 ) 대신 동감 ( 同感 ) 으로번역할것을

공감 과철학상담 15 에속하는 공감 (Mitgefühl, simpathy) 은 감정이입 (Einfühlung, empathy) 과함께여러상담영역에서고통받고상처받은인간을치유하는효과적인기재로사용되는실천적인철학개념이다. 공감 이인간학적으로뿐만아니라윤리학적이며심리학적인관점에서의미있는개념임에도불구하고많은오해때문에철학적으로주목을받은것은역사적으로그리오래되지않았다. 이는다분히이성중심의서구철학의영향으로보이는데, 사람들은오랫동안인간을 호모사피엔스, 즉이성적존재로규정하고, 인간의정신은이성외에다른것이아니라고간주했다. 이성에대한지나친확신과맹신이인간정신의또다른측면인감정의중요성을간과하게끔만들었을뿐만아니라감정에대한그릇된편견과오해를불러일으켰다. 그러나사실감정영역에속하는의지와열망, 감정이입과공감, 헌신과사랑등은우리의일상적인삶에서중요한부분을차지하는정신적활동으로서인간의자기이해및자기실현과관련하여이성과구별되는역할을수행한다. 철학사적으로현대철학자아도르노 (T. W. Adorno 1903~1969) 나호르크하이머 (M. Horkheimer 1895~1973) 의이성비판에앞서일찍이아우구스티누스 (A. Augustinus 354~430) 나파스칼 (B. Pascal 1623~1662) 그리고흄 (D. Hume 1711~1776) 같은철학자들이이성이아닌감정에특별한지위를부여한바있지만, 현대에들어와감정을인간의본질인정신의고유한부분으로고양 제안한다. 그의주장에따르면셸러의공감개념이 타인과함께느낌 을강조하는작용중심적개념이기보다오히려 타인과동일한느낌 을강조하는내용중심적개념이라는것이다. 그러나본고에서는우리에게보다더친숙한공감이라는말을사용하고자한다. 물론여기서말하는공감이심리학에서자주사용하는공감개념, 즉독일어 Einfühlung 이나영어 empathy 와혼동될수도있는데본고에서는이런혼란을막기위해 Einfühlung 를 감정이입 으로옮긴다. 사실타인과함께느낀다는공감개념에는이미타인의느낌과동일한느낌을공유한다는뜻이들어가있다. 그런데여기서보다중요한사실은철학상담에서상담자가내담자를공감할때그의미는내담자의체험과동일한체험을갖는다는것보다오히려내담자의체험에참여하여그체험을 함께 나눈다는의미가더강하다. 이는철학상담에서매우의미있는것으로앞으로더구체적으로해명될것이다.

16 철학논집 ( 제 36 집 ) 시킨철학자는단연코막스셸러이다. 셸러는인간을규정할때고전적인개념인영혼, 즉보다정확하게표현하자면 이성혼 대신이성과감정모두를통합하는포괄적의미의정신개념을사용한다. 셸러에따르면정신이란여타의생물에서관찰되는 감각충동 (Gefühlsdrang), 본능 (Instinkt), 연상적기억 (assoziatives Gedächtnis), 실천적지능 (praktische Intelligenz) 을넘어선형이상학적개념이다. 9) 셸러는전통적으로이성적이며지성적인작용으로이해된정신 (nous) 을보다광의적으로해석하여 인식하고직관하고사유할뿐만아니라감정과의지를가진것 으로이해한다. 10) 정신은 이념적사유 (Ideendenken) 와함께특정한종류의직관 (Anschauung) 을포괄 (SMK 32/63) 하는능력으로서여기서의미하는직관이란 근원현상들과본질내용들의직관, 나아가서선의, 사랑, 후회, 경외, 정신적경탄, 축복과절망, 자유로운결단을포괄하는특정한종류의의지적이고정서적인활동 (SMK 32/63) 일체를포괄하는능력을의미한다. 셸러는공감을논하는그의저서 공감의본질과형태들 의서문에서신체에의존된 감각지각 (Gefühlsempfindung) 이나 감정적삶 (emotionales Leben) 들과다른 보다높은감정적행위와기능에대한의미법칙들이있다는사실이오랫동안망각되어왔다고 (WFS 10/20) 고주장한다. 이는파스칼의 가슴의질서 (ordre du cœur), 가슴의논리 (logique du cœur), 가슴의 9) M. Scheler, Die Stellung des Menschen im Kosmos, Gesammelte Werke, Band 9, Hg. M. S. Frings, Bern/München, 1976, 11; 우주에서인간의지위, 진교훈옮김, 아카넷, 2001, 18~19 참조. 이하 SMK 로표기하며, 쪽수는원본 / 번역본의쪽수를표기함. 물론셸러가인간의본질로서형이상학적인개념인정신을제시할때이는더이상전통의방식대가아닌현상학적방법을통해서이다. 생물학적이며비교형태학적인관점에서인간은근본적으로동물과다른태도를보이는데그것이바로형이상학적개념인정신에근거한것이라셸러는주장한다. 10) M. Scheler, Wesen und Formen der Sympathie, Gesammelte Werke, Band 7, Hg. M. S. Frings, Bern/München, 1973, 85; 동감 ( 공감 ) 의본질과형태들, 조정옥옮김, 아카넷, 2008 2, 175. 이하 WFS 로표기하며, 쪽수는원본 / 번역본의쪽수를표기함. 박병준, 철학적인간학적물음 - 정신으로서의인간, 해석학연구, 한국해석학회, 제22권, 2008, 310 참조.

공감 과철학상담 17 이성 (rasion du cœur) 처럼인간의감정기재가인격의형성이나가치, 윤리, 및진리판단과인식에있어서중요한요소로작용하고있다는것을의미한다. 그런데셸러는인간에게있어서중요한이런감정을세분화하여분석할뿐만아니라이들사이에서로관계하면서기초를세워주는일정한 토대의법칙 (die Fundierungsgesetze) 이존재하고있음을강조한다.(WFS 105/215) 인간의여러감정가운데관계속에있는인간의본질적삶과관련하여가장중요한것이있다면그것은단연코 공감 과 사랑 이될것이다. 공감과사랑은고유한인격들상호간의관계안에서작용하는영혼과정신의본성적기능으로특히타인의존재, 자아, 체험, 느낌등에대한동질적유대를강조하는인간의주요한감정적기재들이다. 사랑이그어떤제한없이이루어지는정신의 자발적행위 (ein spontaner Akt) 인반면, 공감은느낄수있는대상에제한하여작용하는일종의 반응적태도 (ein reaktives Verhalten) 이다.(WFS 147/303) 개별인격과영혼에기초하는셸러의사랑과공감이론은특히내담자의고유한인격성을중시하는대화를강조하는철학상담을위해시사해주는바가크다. 이와관련하여현대심리학의공감이론에지대한영향을준바있는립스 (Theodor Lipps 1851~1914) 의 감정이입 (Einfühlung) 이론에비판적인 11) 셸러의공감이론은철학상담방법론의정립을위해의미하는바가크다. 셸러에있어서협의의공감개념은한자어 동고동락 처럼통상 함께기뻐함 (Mitfreude) 이나 함께슬퍼함 (Mitleid) 처럼 고통과기쁨을타인과함께나눔 이라는현상적의미의감정의공유과정을의미한다.(WFS 17/33) 11) WFS 20/43 이하참조. 원래미학에서출발한개념인 감정이입 (Einfühlung) 은독일철학자피셔 (Robert Vischer 1847~1933) 가그의저서 On the Optical Sense of Form: A Contribution to Aesthetics (1873) 에서처음사용하였고, 립스 (Theodor Lipps 1851~1914) 에의해서체계화된심리용어이다. 1909 년영국의심리학자티치너 (Edward Titchener 1867~1927) 가립스의 감정이입 개념을자신의심리학에빌려오면서 empathy ( 공감 ) 라번역한이후 공감 은상담및심리치료의전문용어로자리잡게되었다. D. 호우, 공감의힘 (Empathy), 이진경옮김, 지식의숲, 2013, 18~23; 박성희, 공감, 공감적이해, 원미사, 1996 2, 17~23 참조.

18 철학논집 ( 제 36 집 ) 공감현상이란기본적으로타인의내적체험에대한정서적반응을통해타자의체험에적극적으로참여하는과정이요, 그럼으로써타자의자아를체험하는과정이라할수있다. 공감의이런현상은이성의판단이나추론이그렇듯근본적으로정신이나혹은영혼에속하는감정의한기능 (Funktion) 에해당한다. 셸러는공감의기본적인구성요소를 이해, 뒤따라느낌 (Nachfühlen), 뒤따라삶 (Nachleben) 이라한다.(WFS 23/49) 사실정신적존재인인간에게이해없는공감은생각하기힘들다. 모든것이인간에게는정신의매개현상이기때문이다. 공감은타인의체험과느낌에대한이해로부터시작된다. 공감에서전제된것은공감의대상이되는타자요타자의체험이다. 공감은나의주관적체험에앞서먼저타자의체험이라는객관적실재성을전제하며, 이타자의체험이라는객관적실재성을이해와판단에기초하여나의체험으로생생하게뒤따라느낄수있을때비로소성립될수있다. 만약이런선행과정이생략되어있을경우공감의현상은실제로일어나기힘들다. 그런데이렇게공감과공감을구성하는기본요소사이의긴밀한관계에도불구하고셸러는공감을그것을구성하는기본요소와엄격히분리하고자한다.(WFS 19/39 이하 ) 그이유는간단하다. 공감의구성요소들이공감의현상적조건이되는것은분명하지만그렇다고구성요소자체가공감이거나당연히공감으로이어진다고볼수없기때문이다. 즉둘사이의관계는충분조건이성립될수있어도필요충분조건이성립되지는않는다는것이다. 실제로우리는경험가운데공감없이타자의체험을순수한이론의차원에서이해하기도하고, 그느낌을상대에대한공감없이도느낄수도있다. 나는추운겨울밤육교를지나면서추위에떠는거지를보는순간극심한가난의고통을느낄수있다. 이때내가느끼는가난의고통은분명거지가느끼는가난의고통과는다르다. 비록그것이같은종류의가난의고통이라하더라도마찬가지이다. 혹시내가예전에이거지처럼가난한순간이있었다면그런감정상태는더욱더육교위의거지의체험과흡사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우리는이경우를공감이라말하지않는다. 왜냐하면내가그때느끼는순간적인감정은거지의실제체험에참여하려는의지와는무관한것이기때문이다. 더구나이경우거지가겪는고유한체험과느낌에대한최소한의이해도전제되어있지

공감 과철학상담 19 않다. 물론나는이때도나의감정상태로인해거지에게적선을베풀수있다. 그렇다고그런적선이내가거지를진심으로공감한다는것을의미하지는않는다. 셸러는공감과그구성요소사이를엄격히분리할뿐아니라서로혼동하지말것을힘주어강조한다. ( 타인의체험의 ) 뒤따라느낌과뒤따라삶은공감과엄밀히구분되어야한다. (WFS 20/41) 다시말해 우리는타인의감정이우리안으로이전되거나혹은똑같은실제감정이우리안에일으켜짐이없이도뒤따라느낌속에서그런타인의감정의질을느끼며파악한다. 12) 이말은공감이단순한정서적인식행위가아니란사실도내포한다. 타인의감정을인식적으로아무리잘이해한다고하더라도타인의체험에참여하고자하는적극적인의지의발동이없다면진정한공감은이루어질수없기때문이다. 물론그렇다고공감이타자에대한이해와전적으로무관한일종의모방충동과같은 감정전염 (Gefühlsansteckung) 의현상이나혹은 감정합일 의현상이라보아서도안된다.(WFS 20/42 이하참조 ) 이런현상은인간의정신에서볼수있는반성과대상화를통한나와타자의사이를구별하지못한미성숙한유아나유인원이나동물에서볼수있는현상이기때문이다. 만약공감이이와같은현상이라면엄밀하게공감은인간의정신현상이라볼수없을것이다. 셸러의공감이론이기본적으로타인의체험의객관적실재성과개별적고유성을우선조건으로하고있는한, 립스의주관적인 투사적감정이입 (projektive Einfühlung) 이론이나 모방충동 (Nachanmungsimplus) 이론은공감이론에개입해들어올수없다. 셸러는타자의자아와타자의체험을이해하고공감하기위해서립스와같은감정이입이론이나모방충동이론을적용시켜서는안된다고주장한다. 13) 이주장의핵심은개별인격의고 12) WFS 20/41 이하. 우리는타인의고통에공감하지않고서도그고통의질을느끼며, 타인의기쁨에공감하지않고도그기쁨의질을느낀다. ( 같은곳각주참조 ) 13) 립스의감정이입이론의핵심은자아나대상을이해하는데있어서자기자신의감정을거기에이입시켜이해하는방식이다. 이은영, 립스감정이입론에대한에디트슈타인의논쟁, 철학과현상학연구, 제36권, 한국현상학회, 2008, 107 이하참조.

20 철학논집 ( 제 36 집 ) 유성만큼이나타인의자아와타인의체험이그자체로고유한것으로서다른주관에의해임의로매개될수없다는인격의불가해성에근거한것이다. 셸러는모든개별적자아는내밀한그곳에서일어나는체험일체와더불어그고유성으로인하여우리에게전혀주어질수없는은밀한 절대적인사적영역 (eine absolute Intimsphäre)(WFS 21/44) 을갖는다고주장한다. 이런고유한체험의사적영역은결코논리적추리를통해파악되고공감될수있는영역이아니다. 만약그렇다면우리는도대체어떻게타자의고유한영역에로파고들어가타자를공감할수있단말인가? 셸러는여기서타인의체험을파악하는 표현영역 (Ausdrucksfeld) 으로서의 육체 (Leib) 라는 몸의현상 에대해서언급한다.(WFS 21/44) 이는보통우리가얼굴을붉히는데서수치심을, 웃음에서기쁨을, 펼쳐진두손에서애원을지각하듯일상적인몸짓을통해표현하는바로그것이다. 이들몸의표현현상은단순한신체의물리적작용에로환원시킬수없는그이상의현상학적의미를담고있다. 셸러는몸의현상과체험사이에는 선험적직감 14) 을통해공감에로나갈수있게끔하는어떤필연적관계가성립해있다고주장한다. 즉표현현상들의 성질 / 본질 (die Qualitäten/das So-Sein) 과체험들의성질들이서로긴밀히결합하여관계를형성하는고유한형태의 본질연관 (Wesenszusammenhänge) 이있다는것이다.(WFS 21/45) 이런본질연관에입각해우리는타인의몸짓으로부터타인의체험의은밀한곳을 내적으로지각 (innerlich wahrnehmen)(wfs 21/44) 할수있게된다. 그렇다면여기서타자의체험을내적으로지각한다는것은구체적으로어떤의미를담고있는가? 셸러는내적지각을직접해명하기보다공감으로불리는다양한현상의분석을통해그의미를간접적으로제시한다. 셸러가분석한공감으로불릴수있는네가지유형의현상은다음과같다. 즉첫번째는 직접적공감 (das unmittelbare Mitfühlen), 두번째는타인의기쁨과아픔에대해함께기뻐하고아파하는진정한의미의공감인 무엇에대한공감 (das Mitgefühl an etwas), 세번째는 단순한감정전염 (die 14) 셸러는공감이인간정신의본질에속한것으로경험에앞서있는 선험적 행위 (apriorischer Akt) 에속한다고주장한다. 이와관련하여 WFS 71/147 참조.

공감 과철학상담 21 bloße Gefühlsansteckung), 네번째는 순전한감정합일 (die echte Einsfühlung) 이다.(WFS 23/49) 셸러는이분석을통해진정한의미의공감이무엇인지규명한다. 우리는앞서공감의기본적인전제조건을타인의체험의객관적실재성과그것의 뒤따라느낌 혹은 뒤따라체험 ( 삶 ) 이라했다. 한편이런전제조건과무관하게체험을함께느끼는데는다양한방식이있을수있다. 첫번째유형으로는사랑하는자식의시신을바라보며아픔과고통을느끼는부모의경우처럼타자의체험과느낌을매개하는일없이서로동일한감정을갖는공감의형태를셸러는 함께- 서로느낌 (ein Miteinanderfühlen)(WFS 23/50) 의 직접적공감 (das unmittelbare Mitfühlen)(WFS 23/49) 이라부른다. 그런데이런공감에는진정한형태의공감처럼상대의체험에참여하여교감하는본질적과정이원천적으로배제되어있다. 자식의시신앞에서슬퍼하는부모의체험과제3자가이들부모의체험에참여하여공감하는일은원칙적으로서로다르다. 여기서중요한사실은이들부모가아들의시신앞에서같은슬픔을느끼고있다하더라도그들이느끼는슬픔은아직타자에게대상화되어있지않은슬픔이라는점이다. 여기서는본래적인의미의공감이발생할수없다. 왜냐하면체험의실재성에도불구하고그것이어떤방식으로든타자에의해대상화되지못할때타인의체험에의참여또한실현불가능하기때문이다. 다시말해매개될수없거나매개되지못한타인의체험의느낌은엄밀하게공감이라할수없다. 두번째유형은셸러가말하는진정한의미의공감으로서타인의체험과느낌을뒤따라체험하고느낌과동시에무엇보다도바로거기에실제로 참여 (Teilnahme) 하고 반응 (Reaktion) 하는형태의공감이다.(WFS 24/52) 셸러는진정한공감의본질과관련하여 뒤따라느낌과함께느낌의기능이서로날카롭게분리되어있다 (WFS 24 이하 /52) 는사실을강조한다. 타인을괴롭히면서타인의고통을즐기는자도타인의체험에반응하는뒤따라느낌의일종이지만그렇다고이를두고아무도그가타인을공감한다하지않는다. 이경우엄밀히말하자면타인의체험에참여하는것이기보다자기감정속에침잠해있는것이라할수있다. 진정한공감은타인의기쁨에함께기뻐하고타인의슬픔에함께슬퍼하듯이타인의체험과느낌에실제로참여하고반응하는것이다.

22 철학논집 ( 제 36 집 ) 세번째유형은진정한의미에서공감이라할수없지만자주공감과혼동되는경우로단순히감정의전염상태를말한다. 슬픔에잠겼던사람이주위의분위기에휩쓸려자기도모르게기뻐하는경우가이에속한다. 이런단순한감정전염은공감의기본전제조건이라할수있는타인의체험에대한이해와판단그리고체험에의참여를처음부터배제하고있기때문에엄밀하게말하면공감이라할수없다. 감정전염은본래 지향적성격 (die intentionale Natur) 15) 을갖는공감과는다르게 비자의적 (unwillkürlich)(wfs 26/55) 이며 무의식적 (unbewußt)(wfs 27/57) 인특성을갖는다. 마지막으로네번째유형은감정전염의극단적형태로서감정뿐만아니라자아에있어서나와타자를동일시하는합일의감정상태를말한다. 이런순수한형태의감정전염은종종인격이충분히성숙하지못한어린이나혹은동물혹은원시인등에서발견되는데, 공감은애초부터타인의자아의실재성을무시하는이와같은감정합일상태를철저히배제한다.(WFS 44/91) 왜냐하면진정한동감은무엇보다도자립적으로존재하는인격들간의순수한본질적차이성을전제하기때문이다.(WFS 76/157) 진정한공감은완전한합일감정과같은 유아론적인기만 (solipsistische Täuschung) 의착각에서벗어나 타인으로서의타인의동가치적실재성 을파악하는데서성립한다.(WFS 76/157) III. 철학상담과공감 타인의체험을함께느낌으로써타인과정서적으로교감할수있게도와주는인간의본성작용인 공감 에대한이해로부터이제우리는철학상담에서어떻게상담자가내담자의고유한체험을이해하고공감할수있는지, 또어떻게이를통해서내담자의문제의핵심에들어가내담자스스로가자기문제를해결하도록도움을줄수있는지그가능성을 공감적대화 라 15) WFS 68(140). 공감의이런지향적성격은공감이본래윤리적이며인식적인 지각기능임을말해준다.

공감 과철학상담 23 는방법론적차원에서모색해볼차례이다. 그런데철학적방법을기본으로하는철학상담에서왜이성적반성이아닌감정적느낌으로서의공감이중요한가? 또한감정이입 (Einfühlung) 보다공감 (Mitgefühl) 이되어야하는이유는무엇인가? 관계적존재인인간에게바람직하고원활한인간관계를위해상대를공감하는능력이필요하다는것은굳이강조하지않아도누구나인지하는사실이다. 이런이유가아니더라도공감은인간의삶의다양한영역에서자주입에오르내리는우리에게너무나도익숙한단어이다. 윤리와도덕, 정신과심성, 인식과이해, 소통과관계, 사랑과애정, 배려와관심등실로다양한곳에서약방의감초처럼입에오르내리는단어가바로 공감 이다. 특히내담자의아픔과고통에주위를기울여야만하는상담영역에서공감은상담자와내담자사이의긴밀한교감을위해요구되는필수적인요소이다. 상담과정에서공감은상담자와내담자사이의상호이해를위한단순한교감의차원을넘어상처받은내담자의마음을효과적으로치료 / 치유하는적극적수단이되기도한다. 상담에서공감의이런역할수행이가능한것은기본적으로인간의마음의치유가공감처럼인간을긍정적으로바라보고이해하는정서적태도에기인하고있다는사실때문이기도하지만, 무엇보다도소외로인해고통받는인간의마음에용기와격려를줄수있는실질적인힘의원천이바로공감에있기때문이다. 오늘날내담자가겪고있는문제들중대부분은현대사회에만연되어있는소외현상에기인하는것으로서사람간의철저한 감정적단절 을불러일으키는공감의부재에서비롯된다고해도과언은아닐것이다. 현대사회의이런현상을잘반영하고있듯이심리상담의영역에서는이미오래전부터인간의공감능력과그효과에대해지대한관심을보여왔고, 또한실제로상담에서공감적치료효과에주목하여공감을바탕으로하는다양한상담기법을개발해왔다. 16) 공감은철학상담의핵심요소로서상담과정에서대화의원활한소통과 16) 심리상담분야에서공감의역할을강조한대표적인심리분석학자로서로저 (Carl Rosers 1902~1987) 와코헛 (Heinz Kohut 1913~1981) 등이있다. 김영란, Rogers 및 Kohut 가정의하는공감의비교, 상담및심리치료, 제16권, 제4 호, 한국심리학회, 553~569 참조.

24 철학논집 ( 제 36 집 ) 이해를위한기본적인토대를제공한다. 철학상담의대화는궁극적으로자기초월을통해의미발견에로나가는내담자의자기치유의과정이다. 이때내담자에게주어진첫과제는자기를벗어나타자와의관계를통한자기설정이다. 이일은먼저객관적으로 자기살피기 를위한자기초월적인반성에서출발해그런자기를타자와의관계를통해재정립하는과정으로이어진다. 내담자가자기안에서자기문제를인식하는순간이미자기안에서자기를넘어서는초월은행해진다. 자기를넘어타자에게다가서는이초월적행위를통해내담자는비로소타자를자기문제의중심에로끌어들일수있게된다. 여기서공감이무엇보다도중요한역할을수행하는데, 이때철학상담에서공감은철학적대화를이성중심적성찰보다감정과느낌이개입해들어오는체험적성찰이될수있도록돕는다. 즉철학상담은이런공감적행위를통해사변적인이성적활동에서벗어나내담자를직접체험하고느끼는철학실천의면모를비로소갖추게된다. 공감능력은 타인의경험에접근할수있게만드는중요한요소 17) 로서특히상담에서타인을이해하는데핵심적역할을수행하는훌륭한도구이다. 내담자의경험세계는단순한지식으로이루어진정태적세계가아니라고유한 인격- 중심 에서느낌이역동적으로요동치는체험의현장이다. 그만큼타인을이해하는데는상대에게로직접다가서는지식이상의공감능력이요구된다. 타인의체험을이해하는방식은다양할수있다. 순수한사변적인철학적반성이내담자의체험과느낌을본질적으로파악하기위해객관화시키려는시도라면, 철학상담에서의공감은일체의 판단중지 를통해내담자의고유한체험에직접참여하여함께느끼고체험하는정서적이해과정이다. 공감적대화에서상담자가먼저주의를기울여야할점은공감의본질에입각해내담자가자신의체험과느낌에보다솔직해질수있도록내담자에게적극적으로반응하는일이다. 공감은상대의체험과느낌에긍정적으로반응하는일에서부터시작된다. 이를위해상담자가먼저취해야할태도는내담자에대해일체의판단을중지하고그의이야기에주의깊게경청하는일이다. 상담자를처음찾아온내담자의대부분은일반 17) D. 호우, 공감의힘, 164.

공감 과철학상담 25 적으로자신의감정을주체하지못하는경우가많다. 내담자의주체하지못한감정상태는한편에서는내담자가스스로넘어서야할과제이지만또다른한편으로는문제해결을위한실마리를제공하는내담자의고유한실존적체험이기도하다. 슬픔과분노, 두려움과절망, 아픔과고통등어두운감정의기저에는내담자의실존적상황이배경으로자리잡고있으면서내담자의인격에지대한영향을끼친다. 다양한감정을드러내는내담자의체험은그자체가내담자의실존적상황을대변하는엄연한현실이요실재의세계이다. 철학상담이주목해야할부분은내담자가처한이런실존적상황이요, 내담자가그런상황에서체험하는느낌의실재성을파악하고이해하는일이다. 물론이런이해는단순한인식론적차원을넘어내담자의체험에함께느낌으로서참여하는정서적차원의공감적이해로나가야한다. 철학상담의공감적이해는내담자의고유한인격의실재성과그인격중심을둘러싸고있는체험들의고유성에대한인식을전제하고있어야한다. 아침에눈을뜨면언제나깊은허무와절망을체험하는청년이있다고하자. 이청년이자신의심정을상담할때상담자의반응은다양할수있다. 상담자는내담자와대화하면서생물학적, 의학적, 심리학적, 실존적인다양한관점에서나름대로분석하고진단을내릴수있을것이다. 그러나공감적대화에서중요한사실은고통의실체나내담자의정신및심리상태의정확한분석과진단이아니라이청년이아침마다겪고있는고통스러운체험의현실이요구체성이다. 철학상담의공감적대화는우선무엇보다도청년이겪고있는실존적고통의실재성과구체성에주목하여감정적차원에서긍정적으로반응할수있어야한다. 여기서감정적차원에서긍정적으로반응한다는것은다른뜻이아니라상담자가관찰자나안내자로서가아니라동반자로서내담자인청년이겪고있는고통에기꺼이참여하여함께느낌으로써그를전적으로이해한다는것이다. 그누구도대신해줄수없는실존적고통앞에서타인이해줄수있는최고의위로는그어떤것보다도곁에서함께느끼고체험하는일일수있다. 공감적이해는단순히타자의고통이내고통이되도록한다는의미가아니라타자의고통이내고통으로느껴질만큼타자의아픔에함께동참함으로써타자를이해한다는것을의미한다. 형이상학적이며인간학적인통찰에서보자면공감적이해는

26 철학논집 ( 제 36 집 ) 이성과지식의차원의아닌감정과열망의차원에서타자에게로자기를일치시키려는 감정적존재긍정 의사건과도같다. 18) 철학상담에서내담자의인격의고유성을인정하는일은공감과관련하여매우중요하다. 셸러는우리의지식이결코침투해들어갈수없는인식불가능한타인의인격, 즉 심연과도같은차이성 (Tiefenunterscheide) 이엄연히상존하는 절대적으로내적인내용공간 (die absolut intime Inhaltssphäre) 을가진개별적인격의고유성을특히강조한다.(WFS 215/436) 따라서인격깊은곳에서벌어지는은밀한사건역시엄격히말해타인의주체성의자유로운매개적행위를통해객관적으로주어질수있는것이라할수없다. 도대체인격의은밀성이공감과무슨관련이있다는말인가? 이는무엇보다철학상담에서상담자가내담자와공감적대화를시도할때내담자의체험을올바로이해하고진정으로공감하기위해서내담자의개별인격의고유성만큼이나그것을느낄수있는섬세한마음과주의깊은통찰력이요구된다는것이다. 실제로성급한예단없이내담자의언어와표정그리고몸짓으로부터서로를교감할수있는공감적단초를찾는일은말처럼쉬운일이아니다. 왜냐하면내적직관을통해이루어지는타자에대한공감은그에앞서항상공감의대상이되는타자의인격의고유성과내밀성을전제하고있어야만하기때문이다. 이는결국단순히 뒤따라느낌 으로대체될수없는타자의체험과그것의공감사이에엄연한간격이있음을인정하는것이기도하다. 설사내담자의경험이상담자의과거의경험과매우유사한경우라고하더라도그렇다. 경험의유사성이내담자의체험을상담자의체험이되게한다거나내담자의체험을상담자가함께느끼도록만들게하지는않는다. 철학상담에서상담자가내담자를공감하는행위는상담자가자신의과거의체험을바탕으로해서내담자의체험을이해하는그런것이되어서는안된다. 다시말해철학상담의공감적대화는자기체험으로부터비롯된주관적느낌을임의로내담자의체험에감정이입시켜 추체험 함으로써내담자를정서적으로이해하고자하는대화가아니다. 물론 18) 이감정적존재긍정에대해서는다음장에서사랑과관련하여보다자세히 살펴볼것이다.

공감 과철학상담 27 상담자의풍부한경험은내담자를이해하는데많은도움을줄수있다. 그러나그와는정반대일수도있다. 오히려상담자의풍부한경험이편견을가져와내담자를올바로이해하는데걸림돌이될수있기때문이다. 철학상담은내담자의체험을공감할때도자칫사변적인이론철학에서행하는것과같은정형화된 감정의도식화 를조심해야한다. 그런이해는공감의본질과무관할뿐만아니라철학상담의본연의정신과도맞지않는다. 그래서공감적대화에서내담자의체험을있는그대로바라보기위한판단중지의태도는그만큼중요하다하겠다. 공감이 이해 와 뒤따라느낌 에기반하고있다는사실은철학상담에서의공감적대화를위해의미하는바가매우크다. 공감적대화는상담자와내담자가상호감정을단순히교감한다는차원이아니다. 상담자가내담자의감정에완전히몰입하여감정합일을이루는것이공감적대화의목표일수는없다. 왜냐하면그런감정합일의 일치감 이내담자에게위로가될수있을지는몰라도궁극적인문제해결은될수가없기때문이다. 물론공감은철학상담의기본요소임과동시에그자체로치료행위이기도하다. 그러나공감이내담자가안고있는문제를궁극적으로해결함으로써내담자를완전한치유에로이끄는철학상담의끝 ( 완성 ) 은아니다. 왜냐하면철학상담에서공감은궁극적인치유를향해내담자가자기를초월해가는과정의한단계일뿐이기때문이다. 공감적대화를통해상담자가내담자와함께도모하는것은내담자가스스로자기삶의의미를발견하고, 그런의미를통해자기자신과자신의삶을재정립하는일이기때문이다. 이는분명상담자가공감할수있는범위를넘어선행위이다. 앞서언급했듯이본래적공감은 뒤따라느낌 을통해실제로주어지는내담자의체험에상담자가어떤지향적가치를가지고반응하는정서적태도 ( 느낌 ) 혹은기능이다. 따라서공감적대화에서상담자가내담자의감정을자신의공감과분리하여이해하는일은매우중요하다. 이는공감이한편으로는 몰입 이요다른한편으로는 거리두기 에있다는사실을암시한다. 공감이단순한감정의전이현상이아닌이상공감적대화를위해내담자의체험을뒤따라 함께느낌 도중요하지만동시에그런 공감하기 에앞서항상실재성으로놓여있는내담자의체험을이해하고그실재성에상응하여가치판단을내리는

28 철학논집 ( 제 36 집 ) 상담자의 반성적성찰 도그에못지않게중요하다. 19) 우리는여기서철학상담의공감적대화가도덕적가치판단이전적으로배제된막무가내식의비합리적인감정합일이나감정전이가아니라몰입과거리두기의공감적인조율을통해상대와의사소통하는장이요, 상담자와내담자가상호영향을주고받음으로서인격적관계를형성하는대화의장이라는사실을알게된다. 특히공감적대화가인격적관계의장이될때비로소내담자는상담자와의대화를통해자기자신의변화의가능성을갖게된다. 인격적관계가이루어지지않는형식적만남과소통에서인간의진정한내적변화란결코일어날수없기때문이다. IV. 공감의토대에서의사랑과철학상담 셸러에따르면공감의진정한활동은 타인 (alter) 으로서의타인 (alter) 의동가치적인실재성을파악할수있게하는것 (WFS 76/157) 이다. 이를철학상담에적용한다면일단공감적대화는내담자의인격의고유한개별성에초점이맞추어진 인격적대화 가되어야한다. 상담자는내담자의인격의은밀한곳까지들여다볼수있다는착각에서벗어나내담자를공감하는데한계가있음을인정할필요가있다. 상담자가갖는이런기본적태도는특히철학상담을 자유로운대화 로이끌어주는데, 이자유로운대화가바로내담자가자신의문제를스스로해결해야만하는 자율적존재 라는사실을깊이인식하도록내담자를북돋워주는진정한의미의공감적대화로만든다. 공감적대화가내담자의자율성을강조하는대화가되어야하는근본이유는다름아닌상담자가아무리내담자를공감한다하더라도둘 ( 두인격 ) 사이에놓인근원적인 간격 때문이다. 공감현상에주어진이러한 19) 철학상담에서는궁극적으로내담자가의미발견으로나가야하기때문에타자의체험에객관적실재성과그체험의 뒤따라느낌 과참여함을뜻하는셀러의공감개념만으로는목적달성을할수없다. 왜냐하면내담자가의미발견에로나갈수있기위해서상담자의반성적성찰의도움이요구되기때문이다.

공감 과철학상담 29 간격은인격과인격사이에놓인근본적 거리감 으로서 개별성 과 절대적인은밀함 의특성을지닌타인의인격의제거불가능한 이중적초월성 (Doppeltranszendenz)(WFS 77/158) 에근거한다. 인격의이런초월성으로인해유한한존재인우리가한인격의내밀한중심에로들어가타자를온전히이해하고공감하는일은결코쉽지않다. 셸러는공감만으로는 절대적으로은밀한인격 을결코이해할수없다고단언하다.(WFS 78/160) 여기서의문이생긴다. 만약이것이사실이라면과연철학상담에서공감이내담자를진정도울수있는치료수단이될수있다고말할수있는가? 철학상담은공감이가진한계를넘어어떻게인격의배타적인은밀한경계를허물고내담자의인격중심에로들어가온전히그를이해함으로써내담자의문제해결에도움을줄수있는것인가? 애당초타자의인격중심에온전히참여할수없는것이현실이라면공감을통해내담자를이해하고도우려는철학상담의공감적대화역시공염불에그치는것은아닌가? 공감은앞서언급했듯이순수한정신의자율적행위이기보다생명적이며이성적인영혼의기능, 즉 외부로부터받은상태 를뜻하는공감의어원적유래에서도알수있듯이무엇에기능적으로반응하는 반작용 (eine Reaktion)(78/160) 의수용적 감정기능 (WFS 146/301) 이다. 이는무엇을의미하는가? 공감은전적으로자율적행위인사랑과는달리애초에공감하는대상에의존되어있으며, 영향을받는다는것이다. 공감은사랑처럼전적인 자율적행위 (ein spontaner Akt) 가아니라타인의체험의 뒤따라느낌 위에세워진일종의밖으로부터오는 감염 이요 견딤 (ein Leiden) (WFS 78/160) 이다. 그런만큼공감은나의순수한역량에앞서우선상대의개방성에의존되어있다. 내담자가자신을개방한만큼상담자는내담자를공감할수있게된다. 물론내담자가자신을개방하도록돕는것도 공감의힘 이다. 문제는공감이수용적의미의감정기능인한, 공감만으로는철학상담자가내담자를온전히이해하는데는한계가따를수밖에없다는점이다. 공감만으로는상담자가내담자의심연과도같은인격의영역에로역동적으로침투해들어갈수없기때문에철학상담은이런공감의한계를넘어서내담자와 인격적으로 대화를가능케하는, 공감을보충할만한상담기재가요구될수밖에없다. 우리는여기서공감의능력을넘어서는인간의관

30 철학논집 ( 제 36 집 ) 계에근본이되는사랑을철학상담의한구체적방법론으로제시할필요가있게된다. 셸러에의하면 공감은오로지사랑의종류와깊이에의존한다. (WFS 78/161) 셸러의이진술이의미하는바는공감이감정의발전사적관점 20) 에서보자면사랑의토대로서작동하지만본질면에서오히려공감이사랑에의존되어있다는것이다.(WFS 147/302) 즉우리는공감하는만큼사랑하는것이아니라사랑하는만큼공감한다. 셸러는우리가공감의대상을 - 철학상담의측면에서보자면상담자가내담자를 - 사랑하지않고공감하려한다면그공감은지속될수도, 그리고인격의중심까지들어갈수없다고주장한다.(WFS 147/302) 물론의문이들수도있다. 철학상담에서모든상담자는내담자를공감하기위해서필히사랑해야만하는가? 셸러도지적한바있듯이한인간을불쌍히여기는것과그를사랑하는것사이에필연적관계가있는것은아니듯사실사랑없이도상대를공감할수는있다. 그러나만약철학상담이깊이상처받은내담자를근본적인치유에로이끌고자한다면자기헌신적인 연민 이나 사랑 이배제된채공감만으로가능한지묻지않을수없다. 왜냐하면셸러의주장처럼우리는사랑하는만큼더깊이공감할수있기때문이다. 철학상담이순수한사변적인 이성철학 이기를고집하지않고철학실천으로서의삶의철학이되려면철학상담자체가철학적대화의차원을넘어 - 비록철학상담에서의철학적대화자체가실천적인것을지향하고있지만 - 내담자자신을실제로치유의길로이끌수있어야만한다. 철학상담의철학적대화가직접적으로치유를지향하기보다내담자가스스로자기문제를해결할능력을배양하는데일차적인목적이있다하더라도철학상담자체는항상내담자를치유하는과정이되어야한다는것은철학실천의관점에서보자면자명한사실처럼보인다. 이것이사실이라면철학상담에서상담자가내담자를사랑하는마음으로보살 20) 셸러는공감의 토대의법칙 과 토대의관계 에대해서언급하는데다분히현상적인측면에서감정의발전사적관점에서보자면감정합일은 뒤따라느낌 의토대가되어야하며, 계속해서 뒤따라느낌 은공감의토대, 공감은인류애의토대, 인류애는 무우주적인인격사랑 과 신에대한사랑 의토대가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이와관련하여 WFS 105/215~111/227 참조.

공감 과철학상담 31 핌은비록그것이간단한일은아니지만가장효과적인치유의수단이될수있다. 그러면철학상담의방법론으로서사랑을토대로하는공감적대화란어떤것인가? 이는상담자가단지내담자에수동적으로반응하는공감의차원을넘어서자율적행위인사랑을통해보다적극적이며능동적으로내담자를긍정하는대화방식을의미한다. 셸러는사랑을 보다높은가치실현을지향하는 (WFS 156/320) 정신적행위 WFS 147/301) 요 감정의움직임 (Gemütsbewegungen)(WFS 146/301 주해 ) 이라정의한다. 여기서 보다높은가치의실현 이란사랑에앞서선행하는가치중더나은가치를추구한다는의미, 즉가치대상에대한 추구적인목표설정이나의지적인목적설정 (WFS 160/329) 이아니라 그때그때마다한대상혹은한인격의더높은가치가빛나듯출현하는 (WFS 155/319) 낮은가치에서보다더높은가치 에로의상승적운동을의미한다. 사랑에서항상문제가되는이런 보다높은가치 는결코사랑하기에앞서미리주어져있는어떤대상적가치가아니라바로 사랑의운동속에서 (WFS 161/331) 에서 그때그때마다 마치마지막처럼드러나는사랑의행위그자체를의미한다. 사랑은결코어떤대상에대한선별적인가치판단이나혹은그런판단을통해이루어지는특정한가치추구의행위가아니다. 사랑은그자체로모든가치의 담지자 로서그행위실행을통해자기과정안에서더높은가치실현을향해나가는인격의부단한 자기내적운동 이다. 21) 그렇다면도대체사랑의이런특성은철학상담과관련하여무슨의미를지닌것인가? 우선상담자가사랑을토대로내담자를공감한다는것은비교우위적인어떤특정의가치추구를목적혹은목표로삼는행위가아니라는것이다. 사랑에근거한공감적대화의본질은대화안에서 그때그때마다 내담자의인격의가치를더욱더고양시키는데있다. 이런인격가 21) 셸러는사랑이자기안에서보다높은가치를추구하는인격의운동임을강조한다. 사랑은가치를담지하고있는각각의구체적인개별적대상이그를위해그리고그의이상적인규정에따라가능한최고의가치에도달하는운동이거나혹은그에게고유한그의이상적인가치존재에도달하는운동이다. (WFS 164/337)

32 철학논집 ( 제 36 집 ) 치의고양은무엇보다도상담자에의한내담자의 존재긍정 을통해이루어진다. 존재긍정 으로서의사랑은그특성상무조건적이며절대적일수밖에없다. 왜냐하면존재긍정은근본적으로무조건적이며무제약적인절대적인존재자체로부터오기때문이다. 22) 원수와죄인마저사랑하라는그리스도교의사랑에대한가르침처럼사랑에는본래그어떤전제조건이나제약이따르지않는다. 그렇다면사랑은윤리나도덕적인가치와무관한것인가? 그렇지는않다. 왜냐하면사랑이대상적인선가치를판단하고추구하는행위는아니더라도이미행위자체안에도덕적가치를내포하고있기때문이다. 사랑은그자체로 가장탁월하고근원적인의미에서도덕적인선가치의담지자 이다.(WFS 165/339) 사랑이도덕적행위인것의근거는사랑이선가치를추구함에있는것이아니라그자체 선의가장근원적인담지자 (WFS 165/339) 로서인격의가치를지향함에있다. 셸러는인격의도덕적선함은인격이가진사랑의정도에의해규정된다고주장한다.(WFS 165/339) 즉선에대한사랑이도덕적사랑이아니라인격에대한사랑이도덕적사랑이다.(WFS 167/345) 사랑이인격자체에대한인격의사랑인한그사랑은 [ 도덕적인 ] 특별한가치를소유한다. (WFS 167/345) 인간이선하지못함은바로이런도덕적사랑, 즉인격적사랑의결핍에서비롯된것이다.(WFS 166/343) 철학상담이고유한인격의만남을지향하는한그대화는사랑에기초해야만한다. 철학상담에서상담자는어떤도덕적잣대를갖고내담자를판단해서는안된다. 철학상담에서상담자는자칫우월한지위에서도덕적잣대를갖고내담자를판단하기쉽다. 내담자는자기문제로인하여심리적으로불안하거나공포를느낄수도있는데, 이런심리적상태에서는내담자가자기주체성을상실하고수동적이되거나의존적이되기쉽다. 이런상태에서상담자의태도나말은내담자에게권위적으로다가올수있는데, 상담자는무엇보다도이를경계해야한다. 왜냐하면철학상담의궁극목적은내담자가자기문제해결에있어서주체적인존재가될수있도록하는일이기 22) 박병준, 사랑 에대한철학적성찰, 해석학연구, 제 14 권, 한국해석학회, 2004, 310~315 참조.

공감 과철학상담 33 때문이다. 그런데이렇게인간이주체적존재가되는길은우선자기를억압하는불안, 공포, 두려움을극복하고사태를직시하는안목과자기자신에대한긍정에서출발한다. 그리고이런일이바로공감과사랑에서비롯된다. 철학상담에서내담자는다른대부분의상담처럼단지치료받아야할병자나환자가아니다. 그보다는오히려인격적관계를통해서새롭게자기자신을정립해가야할상담자와대등한관계에있는고유한인격체이다. 그런만큼철학상담에서상담자가내담자에대해일체의도덕적가치판단을중지하고내담자의체험에공감하고, 나아가내담자를전적으로사랑하는일은내담자의 존재강화 를위해매우중요한일이다. 내담자의 존재강화 를위한첫단계로서내담자에대한공감은감정적으로동요되어있는내담자를정서적으로안정시키기위해매우훌륭한방법이다. 또한공감은상담자에대한신뢰를불러일으켜내담자가자유롭게자기자신을개방하는단초가될뿐만아니라내담자가자신의불안한감정을극복하고이성적으로판단할수있는계기가된다. 그러나내담자가자기자신의인격의고양을통해 존재강화 할수있는근본계기는 결코대상으로주어질수없는 (WFS 168/347) 인격에상응한사랑의행위를통해서이다. 이사랑에기초한공감적대화를우리는 인격적대화 라부른다. 인격은공감의대상처럼그렇게구체적으로대상화될수있는것이아니며, 다만사랑의 행위실행 (Aktvollzug) 안에서매우개별적으로우리에게체험되어올뿐이다. 인격적대화안에서상담자는내담자와특별한관계맺음을갖게되는데, 이관계맺음은다름아닌상호인격의주고받음을통해인격의변화가수반되는매우역동적이며개방적인그런인격적관계로서의사랑이다. 23) 자기를전적으로투신하는헌신적사랑을통해인간은긍정적으로변화될수있다. 이런변화의가능성이야말로사랑에기초한공감적대화, 즉인격적대화를통해철학상담이궁극적으로지향하는것이다. 23) 박병준, 사랑 에대한철학적성찰, 319~321 참조.

34 철학논집 ( 제 36 집 ) V. 나가는말 우리는지금까지일반적의미의공감 (Einfühlung, empathy) 개념대신셸러의공감 (Mitgefühl, sympathy) 개념으로부터그것이갖는차이와의미를철학상담의관점에서검토하였다. 이를검토하면서우리는상담과정에서공감만으로는부족한대화방법의새로운대안으로서사랑에기초한공감적대화, 즉 인격적대화 를제시하였다. 이미앞서설명하였듯이대화를통해내담자의인격변화가수반되는 물론상담자의인격또한변화가능한 역동적대화방식인인격적대화로서의 사랑에기초한공감적대화 는인격의가치를보다고양시키는데목적이있다. 그럼으로써위기상황속에내몰린내담자가사랑과격려받음을통해스스로자신의삶을전환시킬수있는자율적힘을얻도록함에있다. 이러한대화방법은상담에서내담자를단지치유를받아야할대상으로보지않고평등한관계의동등한인격체로서대화의상대로받아들인다는점에서다른상담과는근본적으로차별화되어있다. 이대화방법의핵심은내담자의인격이결코사물처럼대상화시켜내앞에세울수있는존재가아니라정신의 지향적인행위실행안에서만 (im Vollzug intentionaler Akte) 실존하고살아있는 24) 존재라는철학적인간학적통찰에있다. 이통찰에따르면인격은항상 행위실행의존재 (aktvollziehendes Wesen)(FEW 384/458) 로서모든구체적인행위안에서자기자신을 전체인격 (die ganze Person)(FEW 384/458) 으로내보일뿐이다. 25) 24) M. Scheler, Der Formalismus in der Ethik und die materiale Wertethik, Gesammelte Werke, Band 2, Hg. M. S. Frings, Bern/München, 1980 6, 389; 윤리학에있어서형식주의와실질적가치윤리학, 이을상 / 금교영옮김, 서광사, 1998, 464. 이하 FEW로표기하며, 쪽수는원본 / 번역본의쪽수를표기함. 25) 셸러는인격을거기서모든개별적존재로서의인간의상이한행위들이통일되고전체를이루는중심이요기초로이해한다. 인격은매우구체적이며자기본질적인상이한본질행위의존재통일성 (Seinsseinheit) 이다. 이존재통일성은그자체로모든본질적인행위의차이 ( 특히외적이며내적인지각과의욕과감정과사랑과증오등의차이 ) 를선행한다. 인격의존재는본질적으로

공감 과철학상담 35 그러나여기서우리가피해갈수없는문제가있는데, 그것은다름아닌찰학상담자의역량과관련된매우구체적이며실질적인물음이다. 모두가주지하다시피철학상담은기본적으로상담자와내담자의자유로운자율적 대화 에기반하고있다. 그런만큼사랑을기초로한인격중심의공감적대화에서도이런자율적대화가극대화될수있어야하는데, 이때철학상담은바로이런이유로인하여그어떤상담에서보다도대화가자율적대화가될수있도록상담자의역할이중시될뿐만아니라실제로그에상응한상담자의능력이요구된다. 이능력은내담자의인격가치를고양시키는능력이요, 내담자에대한헌신적사랑이요구되는능력이다. 그러나많은내담자를대하는철학상담자가특별한도움이나준비없이도매순간상담현장에이러한역량을발휘할수있을지매우미지수이다. 특히그누군가에게는 매순간사랑으로서내담자를대하라! 는구호가상담에전혀안어울리는구호처럼들릴수도있을것이다. 사실철학상담자에게풍부한철학적지식과경험외에도인격적으로모든내담자를사랑할수있는자질이요구되는점은어떻게보면매우비현실적으로보일수도있다. 실제로철학상담자가상담현장에서내담자를단지치료나교화의대상이아닌동등한대화의파트너로서인격적으로대우하며상담을진행하기란현실적으로결코쉽지않을것이다. 그러나이런현실적어려움에도불구하고인격적대화로서의사랑에기초한공감적대화를철학상담의기본방법으로고수하고자하는이유는무엇일까? 그이유는우선철학상담의기본정신과본질에서찾아야할듯싶다. 그것은다름아닌철학상담이처음출발부터내담자의고유한인격을신중히고려함없이내담자가안고있는문제를 평준화하는방식 26) 으로설명하려고하는기존의상담및심리치료방법을탈피하여왔다는사실이다. 철학상담은인격의고상하고긍정적인가치를높이평가한다. 즉인 상이한모든행위를정초한다. (FEW 382f/456) 26) 홍경자, 야스퍼스의실존해명과프랑클의실존분석적로고테라피와의관계 - 철학실천으로서의철학상담과관련하여, 인문치료학의모색 - 인문학의치유적활용, 강원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엮음, 인문치료총서, 제2권, 강원대학교출판부, 2009, 124 참조.

36 철학논집 ( 제 36 집 ) 간은그인격앞에서누구나가소중하고가치있다는것이다. 뿐만아니라인격안에서이루어지고있는 보다더높은 가치추구의자기운동능력을철학상담은무엇보다신뢰한다는점이다. 바로이점이철학상담이다른상담과전적으로구별되는차이성이다. 물론사랑에기초한공감적대화가철학상담의고유방법으로정착하기위해서선행되어야할과제가있다. 우선철학상담자각자가스스로사랑의역량을키우는일이다. 이는쉬운일이아니겠지만그러나인간의본성상자기안에서발견되는초월적특성을실제삶으로이끌어낼수있다면불가능한일도아니다. 즉사랑에대한깊은통찰에근거하여무조건적이며절대적인사랑에의초월, 즉 초월적사랑 에철학상담자가좀더귀를기울일수있다면가능한일이다. 다음은사랑에기초한공감적대화를위한철학상담의구체적인방법및적용과관련하여보다적극적으로그가능성을실제로상담을통해끊임없이모색할필요가있다. 왜냐하면사랑은앞서언급했듯이그어떤 기능 이아니라 행위실행 이요, 이행위실행안에서인격은자기가치를더욱높이고양시키기때문이다.

공감 과철학상담 37 참고문헌 김영란, Rogers 및 Kohut 가정의하는공감의비교, 상담및심리치료, 제16권, 제4호, 한국심리학회, 553~569. 박병준, 사랑 에대한철학적성찰, 해석학연구, 제14 권, 한국해석학회, 2004, 307~334., 철학적인간학적물음 - 정신으로서의인간, 해석학연구, 한국해석학회, 제22권, 2008, 305~334., 철학과철학실천 - 철학적인간학적관점에서바라본철학상담, 해석학연구, 제30 집, 한국해석학회, 2012, 1~30. 박성희, 공감, 공감적이해, 원미사, 1996 2. 이은영, 립스감정이입론에대한에디트슈타인의논쟁, 철학과현상학연구, 제36권, 한국현상학회, 2008, 101~129. 홍경자, 야스퍼스의실존해명과프랑클의실존분석적로고테라피와의관계 - 철학실천으로서의철학상담과관련하여, 인문치료학의모색 - 인문학의치유적활용, 강원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엮음, 인문치료총서, 제2권, 강원대학교출판부, 2009, 112~139. Achenbach, G. B., Philosophie als Beruf, Philosophische Praxis: Vorträge und Aufsätze, Schriftenreihe zur Philosophischen Praxis, Band 1, Köln, 1987 2. Howe, D., 공감의힘 (Empathy), 이진경옮김, 지식의숲, 2013. Lindseth, A., Zur Sache der Philosophischen Praxis. Philosophieren in Gesprächen mit ratsuchenden Menschen, Freiburg/München 2005. Polednitschek, T., Schöperische Grenzverletzung oder: Kunst und Philosophische Praxi, Beratung und Bildung, Hg. T. Gutknecht/B. Himmelmann/G. Stamer, Berlin, 2006. Raabe, P. B., 철학상담의이론과실제, 김수배옮김, 시그마프레스, 2010. Scheler, M., Der Formalismus in der Ethik und die materiale Wertethik, Gesammelte Werke, Band 2, Hg. M. S. Frings, Bern/München, 1980 6 ; 윤리학에있어서형식주의와실질적가치윤리학, 이을상 / 금교영

38 철학논집 ( 제 36 집 ) 옮김, 서광사, 1998. Scheler, M., Die Stellung des Menschen im Kosmos, Gesammelte Werke, Band 9, Hg. M. S. Frings, Bern/München, 1976; 우주에서인간의지위, 진교훈옮김, 아카넷, 2001., Wesen und Formen der Sympathie, Gesammelte Werke, Band 7, Hg. M. S. Frings, Bern/München, 1973; 동감 ( 공감 ) 의본질과형태들, 조정옥옮김, 아카넷, 2008 2.

공감 과철학상담 39 <Abstract> Sympathy and Philosophical Counseling in the light of Max Scheler s Concept of Sympathy Park Byoung-Jun (Sogang Univ.) Sympathy is present at the heart of the emotional understanding of people as a basic element of philosophical counseling. Based on sympathy, the sympathetic conversation of philosophical counseling is that counseling method of emotional introspection which emphasizes emotional dialect over strict rational judgment. From the point of view of philosophical counseling, this thesis critically examines the concept of sympathy as a foundation of human understanding and personal engagement. The purpose of this thesis is to establish the concept of sympathy, or mutual understanding, as the core philosophical foundation of human conversation and engagement. Such research has been widely carried out from the point of view of various fields of various counseling, but it has not been adequately pursued from the point of view of philosophical counseling. Based on Max Scheler s notion of sympathy as the foundation of philosophical counseling, this thesis systematically explores the methodological role of emotional introspection in sympathetic conversation. Sympathetic conversation is an inherent method of philosophical counseling in which not only are the client s emotions considered, but the client himself or herself is dealt with on an equal level so as to permit truly human engagement. The core of sympathetic conversation consists in an engagement in which the counselor s devoted and dedicated love gets centered on the client s indigenous, individual personality.

40 철학논집 ( 제 36 집 ) Key words: Sympathy, Love, Emotion, Transcendence, Sympathetic Conversation, Philosophical Counse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