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초청과학정책대화발제원고 2017. 4. 25. 카이스트 KI 빌딩퓨전홀 발제 : 전치형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 안녕하십니까? 오늘이뜻깊은대화의자리를마련하기위해애쓰신대덕넷과여러기관, 단체에 감사드립니다. 하나하나다언급하기어려울정도로많은곳에서오늘행사를함께주최하고 지원했다는사실이최근한국사회에서과학기술이슈의중요성을잘보여준다고생각합니다. 저는오늘저희과학기술정책대학원석 박사과정학생들과교수들이함께토론한대통령후보과학기술분야공약과비전을정리해서말씀드리고자합니다. 특수한상황에서급하게치러지는대통령선거이다보니관련공약자료를모으고정리하는일이쉽지않았습니다만, 그래도저희나름대로경향을파악하고정당간차이를분별해보려애를썼습니다. 제발제는몇가지키워드를가지고 19 대대선공약에서보이는과학기술정책에대한관점들을정리한후두어가지제안을덧붙이는형식으로진행하겠습니다. 구체적인정책내용을비교, 정리한것은들어오실때받으신자료를참고해주시기바랍니다. 보통안보, 경제, 교육, 복지분야에비해과학기술분야에서는좋은공약이무엇인지, 정책은어디를향해야하는지비교적쉽게합의할수있다고생각하곤합니다. 그래서정당간과학기술정책에서큰차이를발견하기어려울수도있습니다. 하지만과학기술정책에서도알게모르게각정당의이념적지향이반영될수있고강조하는것과그렇지않은것을발견할수있습니다. 과학기술공약키워드 지금보시는슬라이드는 19 대대선과학기술분야공약자료에서많이볼수있는단어들을뽑아서늘어놓은것입니다. 4 차산업혁명대응 과학기술부부활 출연연정년보장 청년과여성과학자지원 등여러가지약속을볼수있습니다. 대체로과학기술계의다양한요구를수용하여마련된공약인만큼, 이것들이잘지켜진다면과학기술계에긍정적인변화가있으리라는기대를품게합니다. 다만, 모두좋은약속들이라정당간차이를분별하기어렵기도합니다. 함께하는과학행진 그런가하면지난 22 일토요일서울광화문에서는과학기술인과시민들이직접이야기하는 과학기술정책에대한선명한요구를들을자리가있었습니다. 전세계 500 여곳에서펼쳐진 과학을위한행진 의일환으로서울에서도과학자와시민의행진이열린것입니다. 1
이행진중에제창되었던구호하나는이런것이었습니다. 연구는자율적으로, 국정운영은과학적으로. 앞서보여드린각정당의복잡한과학기술분야공약을모두종합하여압축한듯이보이는구호입니다. 그러면서도각정당에서내놓은공약에미처담겨있지않은요구까지도포함하고있는것으로보입니다. 무엇보다서울한복판길거리에서이런구호가울려퍼졌다는사실이의미심장합니다. 연구는자율적으로, 국정운영은과학적으로. 그래서저희가오늘말씀드리려는것도각정당의약속이이와같은과학기술인의요구, 현장의목소리를어떻게반영하고있는지생각해보는내용입니다. 저희는과학기술정책을두가지방향으로나눠서생각해보았습니다. 하나는 policy for science, 즉과학을위한, 과학을지원하기위한정책입니다. 앞서소개해드린구호중 연구는자율적으로 가여기에해당하겠습니다. 두번째는 science in policy, 즉정부의각종정책수립에과학이제대로기여하도록하기위한시스템을뜻합니다. 국정운영은과학적으로 라는구호가여기에해당합니다. 각정당의과학기술정책을이렇게두가지영역으로나누어서생각해보겠습니다. 뒤에서다시말씀드리겠지만, 대체로각정당의과학기술정책은두번째보다는첫번째영역에초점을맞추고있습니다. 과학을위한정책 우선과학을위한정책, 과학지원정책분야에서는각정당이세가지중요한질문에대해나름대로답을내놓고있다고파악할수있었습니다. 각정당이내놓은과학지원정책분야공약은 4 차산업혁명은얼마나? 연구지원은어떻게? 과학자는누구? 라는세질문으로정리할수있습니다. 4 차산업혁명은얼마나? 지금한국에서 4 차산업혁명 이라는개념은과학기술분야만이아니라경제, 산업, 노동등국정운영전반에걸쳐중요한키워드가된상황입니다. 물론 4 차산업혁명이정말오느냐, 그의미가무엇이냐에대해서는긴논쟁이필요하겠습니다만, 적어도이번대선에서가장중요한키워드중하나인것은분명합니다. 대부분의정당들이 4 차산업혁명에어떻게대응할지언급하고있지만, 정당에따라그에대한해석과처방은조금씩다릅니다. 4 차산업혁명에대응하는 10 만인재를양성하거나, 4 차산업혁명특구 / 전진기지를만들겠다는처방이있는가하면, 이것을노동시간단축과생태사회전환의기회로삼아야한다는주장도있습니다. 각당의정치경제적이념에따라 4 차산업혁명은다른의미로해석됩니다. 어떻게보면동상이몽인상황이라고할수있는데, 4 차산업혁명 이라는화두에각정당이가지고있던어젠다를최대한연결시켜추진해보고자하는의지를보여주는것이라고도할수있습니다. 2
연구지원은어떻게? 두번째질문은 국가가과학기술연구를어떻게지원해야하는가 라는전통적이고, 또대덕지역에서가장관심이많은과학기술정책문제입니다. 최근과학계에서요구해온 1) 정부주도가아닌연구자주도의상향식연구기획, 2) 기초과학에대한지원, 3) 여성, 청년등불안정한지위에있는과학자들에대한지원에여러정당에서적극적인태도를보이고있습니다. 연구현장에서지속적으로제기해온이슈들이넓게확산되고수용되었다는점에서고무적인변화라고생각합니다. 과학자는누구? 그런데과학기술지원의중요성에대해서는모든정당이인식을같이하지만, 그과정에서과학자와공학자를어떤존재로파악하는지에있어서는다양한관점들이존재합니다. 과학자를 4 차산업혁명을이끌혁명가로보거나, 국가발전에헌신할역군으로상정하는정책이있는가하면, 과학자도노동자라는전제를가지고과학계내의비정규직, 학생연구원문제와 2 대혹은 4 대보험마련등을중시하는정책도있습니다. 과학자는누구인가 는매우간단한질문이지만, 이에대한암묵적인답은정당에따라다른것으로보입니다. 결국이질문에대한답은각정당의이념적지향을담고있을수밖에없고, 여러구체적인정책들이이질문에대한답으로부터순차적으로도출된다고할수있을것입니다. 정책을위한과학 이제저희가보는과학기술정책의두번째영역인 정책을위한과학기술 문제를말씀 드리겠습니다. 과학기술은해결사? 과학기술은해결사인가? 이질문은한국사회가당면한큰문제에대응함에있어서과학기술의역할을어떻게보는가에대한것입니다. 여기에도각정당의과학기술에대한관점의차이가조금씩드러납니다. 가령미세먼지문제를보면, 미세먼지문제해결에있어서측정소설치와확대, 스모그프리타워, 공기청정기설치등눈앞에닥친현상을제거하는데에과학기술의힘을빠르게빌리자는제안들이있습니다. 반면과학기술로이문제를빠르게해결하는것보다는더느리고복잡한법적, 제도적대응을중시하는입장도있습니다. 저희의토론과정에서지적된것하나는, 과학기술을해결사로쓰려는의지가강한반면, 정작미세먼지문제의정확한실태와근본적원인을밝히려는과학연구에대한논의는부족하다는것입니다. 기본적인실태파악에도미국의 NASA 등에의존하지않을수없는상황에대한문제인식이희박하다고할수있겠습니다. 3
미세먼지뿐만아니라다른중요한사회적이슈에서도이와비슷한시각으로각정당의입장을 비교해볼수있을것입니다. 과학적국정운영이란? 다음질문은 과학적국정운영이란무엇인가 입니다. 이는지난 22 일과학행진에서도제기된질문인데, 사실이에대해서는모든정당의입장이뚜렷하게드러나있지는않습니다. 각정당에서이문제는 과학기술정책 의영역이아니라고판단한다고볼수도있겠습니다. 일부살펴볼수있었던공약들가운데에서는, 과학계전문가가정부부처에직접들어가는것이과학적국정운영이라는생각도있고, 원자력이나화학물질관리에서지역주민의참여를더보장하는것이필요하다는관점도있었습니다. 각정당이내놓은공약에드러나지는않지만, 과학행진 에참여했던과학자들이 과학적국정운영 에서기대하는것중하나는정보의투명한공개, 정책설계와실행결과에대한객관적인토론과검증등과학기술연구과정에서사용되는합리적절차들을국정운영에도도입하는것이라고할수있습니다. 몇가지원칙들 지금까지 과학을위한정책, 정책을위한과학 이라는두가지관점에서각후보들의공약을평가할수있는몇가지질문과키워드를말씀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저희가생각하기에, 어느당이선거에서승리하고국정을운영하는지에관계없이, 과학정책논의에서기본바탕이되었으면하는가치, 혹은원칙을몇가지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들은 사실을존중하는정책, 과학과민주주의, 인류에기여하는과학 이라는문구로요약할수있습니다. 사실을밝혀내는과학, 과학을존중하는정책 사실, 지난 22 일전세계적으로 과학을위한행진 이열린가장큰동기중하나는미국의도널드트럼프대통령과그행정부가최근보여준 과학적사실 (scientific fact) 에대한심각한불신과무시라고할수있습니다. 수십년간축적된기후변화연구성과를손쉽게거부하고, 그러한연구에기반한각종정책, 제도, 협약을무효화시키려는트럼프행정부의반과학적인태도가전세계과학자들에게큰걱정거리가되었습니다. 지난 22 일광화문에서찍힌이사진에도나오듯힘겹게얻은과학적사실을수용하는대신대안적 / 대체사실 (alternative fact) 이라는것을들고나온것도과학자들을절망시켰습니다. 그래서, 반과학주의에기반한정책들이속속등장하고있는트럼프시대를맞아, 새로꾸려질한국정부는 과학적사실 에대한입장을정리하고밝힐필요가있습니다. 이는한국정부만이아니라모든정부에게요구되는일입니다. 너무나당연해서생각할필요도없었던질문이지만, 자연과인간에대한최선의 사실 을밝혀내는활동으로서과학의역할을얼마나인정하는지, 그렇게 4
밝혀낸과학적사실을정책수립과집행에서얼마나진지하게받아들일것인지를다시묻게된것입니다. 지금까지과학기술정책논의에서거의다루어진바가없었던중요한질문입니다. 정부와각정당도 과학 과 사실 에대한입장을점검할필요가있습니다. 이는과학철학적입장이기도하지만동시에정치적입장이된다는것을트럼프행정부의사례가잘보여주고있습니다. 과학이있는민주주의, 민주주의가있는과학 이것을조금더확장하면과학과민주주의의관계설정이라는문제가있습니다. 각정당의과학기술공약에서는 민주주의 라는단어를찾아보기쉽지않습니다. 하지만현재미국의사례에서보듯이과학과민주주의는그운명을같이하는경향이있습니다. 민주주의의위기는곧과학의위기가됩니다. 대통령탄핵을거쳐조기대선을치르고있는한국에서도이제과학을민주주의와연결시켜생각하고그로부터과학정책의중요한방향을도출해야할것입니다. 견고한사실의생산자로서과학이민주주의사회를구성하는핵심제도라는점을인식하고, 과학이민주주의에기여하고, 또민주주의가과학에기여할수있는방식을찾아볼수있겠습니다. 과학이없는민주주의는취약하고, 민주주의가없는과학은위험하기때문입니다. 이러한생각을 과학이있는민주주의 와 민주주의가있는과학 이라는표현으로요약할수있습니다. 국경에갇힌과학에서인류에기여하는과학으로 마지막으로과학의국제적, 세계적성격에대한인식입니다. 기후변화문제에서볼수있듯이과학은전지구적인문제에국제적으로대응하려는시도의핵심적인부분입니다. 한국의과학은국내의여러현안과경제발전에도기여해야하겠지만, 인류에게공동으로닥친문제를해결하려는국제적인노력에도기여할의무가있습니다. 현재과학기술분야공약에는한국과학이국제과학계의일원으로서지구적인문제에대한공공적연구와개발에어떻게참여할수있을지에대한논의가빠져있습니다. 그렇지만이것은정부가입장을밝히고지원해야할중요한과학정책의제입니다. 새로운연결 최근많은연구자들이한국사회에서과학의역할과의미를새롭게설정해야한다는주장을펼쳤습니다. 그동안굳게자리를잡아온, 그리고매우효과적으로작동해온, 과학기술에대한인식, 즉과학기술은경제성장이라는국가적인목표를위해봉사하는도구라는생각을이제재검토하고수정해야할때가되었다는것입니다. 이를위해헌법의과학기술관련조항을수정하자는제안도있었습니다. 간단히말해과학과경제발전사이의연결고리를조금유연하게 5
풀어주자는것입니다. 그렇다면한국사회에서과학은이제어떤새로운연결고리를만들어가야 하는가. 이것이향후과학정책의기본질문이되어야한다고할수있습니다. 지금까지저희가과학과더많이연결시키면좋을몇가지개념들을말씀드렸습니다만, 오늘이자리를통해서새로운시대를맞는과학기술정책에대한진지하고생산적인논의가풍부하게펼쳐지기를기대합니다. 이상으로카이스트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준비한발제를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