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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신학과역사의경계 - 한스큉의 < 그리스도교본질과역사 > 의방법론적이해 - 박종구 ( 서강대, 조직신학 ) 시작하며 1. < 그리스도교본질과역사 > 의목표 2. 그리스도교의본질에대한비판-이성 3. 여섯단계의역사적패러다임 4. 앞으로다루어야할몇가지논제들결어 시작하며 이글은한스큉의 < 그리스도교본질과역사 > 1) 의신학적방법론을이해하고자텍스트분석을시도한다. < 그리스도교 > 가지향하는목표를전제로하고, 한스큉의신학적방법과그정당성을살펴보고자하는것이다. 따라서이글은크게두범주안에서분석의틀을유지한다. 1) < 그리스도교 > 의내용을말하기보다내용의전개방식과논리의진행에초점을맞춘다. 2) < 그리스도교 > 의방법론이신학의사유에어떤영향을주는지간단하게나마이해하고자한다. 논의의제한을두는첫번째까닭은이글이한스큉이분석한역사자료에대한판단을하고자하는것이아니라, 그가사용한역사자료의분석방법에주의를기울인다는점을명백히하고자하기때문이다. 두번째의제한은역사와신학의경계에대한성찰을통하여분명히역사가신학적성찰에영향을준다는사실을인정하기때문이다. 그러나문제는신학과역사가만나는맥점을어떻게분명하게찾아낼수있는지분명하지않다는점이다. 한스큉은 < 그리스도교 > 를통해서그리스도교의본질에대한 역사와조직신학두차원에서비판적종합 (24) 을시도하고있기때문이다. 우선신학을한다는것은무엇인가? 소박하게, 그렇지만근원적으로말하자면, 신학을한다는것은신학을 어떻게 할것인가에대한질문이다. 신학의방법론은수단이며신학함 1) Hans Kuüg, Das Christentum Wesen und Geschichte: Die religiöse Situation der Zeit, Piper, 1994( 그리스도교본질과역사, 이종한옮김, 분도, 2002). 이책은저자자신이말하듯이 3 부작이될 우리시대의종교상황 의두번째저작이며, 그첫번째인유대교 (Judentum) 는 1991 년에출판되었다. 다음부터 < 그리스도교본질과역사 > 를인용할때에 < 그리스도교 > 로표기하며, 강조할필요가없는한인용쪽수를표시하는것으로 < 그리스도교 > 의인용을대신한다. 참고로 Christsein(1974) 은 < 그리스도교 > 의전편이며, 왜그리스도인인가?, 분도, 1982(1980) 은 Christsein 의축소판이다. 필요한경우, Christsein 의영역본 On Being a Christian, Doubleday,1976 을참고한다. - 1 -

의의도를가장잘드러낼수있는도구이다. 일반적으로신학사를다루게되면, 역사의흐름안에서신학이어떻게전개되어왔는지연대기적방법을따라서기술된다. 말하자면신약성서안에서촉발된그리스도교신앙의여러모습들, 교회공동체의제도화, 주요교리의성립들을바탕으로가장최근에이르기까지여러주제들을차례대로서술하는것이보통이다 2). 이들은시간의순서에따라발생한신학의내용들을따라가는것으로신학적사유의발생과밀접한관계를가질수밖에없는역사의문맥에는세심한주의를기울이지는않는것이보통이다. 혹역사에관심을갖더라도관계의문제가아니라발생배경의역사적사실을언급할뿐이다. 따라서독자는논리의전개를따라가며서술의행간에주의할때에, 비로소신학논쟁의역사적문맥을짐작해볼수있을뿐이다. 한스큉의 < 그리스도교 > 는이점에서아주분명한차이를보여준다. 여타신학저서들과달리그는 < 그리스도교 > 안에그리스도교를역사적으로분석하고서술하기위하여패러다임이라는개념을도입한다. 물론이개념은한스큉의독창적인도구가아니고, 토마스쿤의자연과학적 패러다임 개념을차용한것이다 3). 한스큉의신학적적용을 < 그리스도교 > 에서보게된것으로이점이독창적이라할수있다. 그리스도교의본질을이해하기위하여큉은신학의틀안에서신학적의미를직접분석하지않고, 역사라는거시적틀안으로옮겨와 패러다임 개념을적용한것이다. 그렇다면한스큉은왜이개념을자연과학에서신학으로옮겨와그리스도교를이해하고자한것일까? 그의의도는무엇일까? 그는패러다임이란가설적개념도구를이렇게말한다. 패러다임들안에서사고함은역사를그지배적구조들안에서그꼴지은인물들과함께이해함을의미한다. 패러다임들안에서사고를전개함은다양한그리스도교의총체적상황들, 그발생성장경직화를분석함을뜻한다. 패러다임들안에서사고함은전통주의로경직된패러다임들이오늘날어떻게잔존하는지서술함을의미한다 (25). 패러다임분석은역사를총체적으로구분하고, 그안에서더불어이해하고자하는것이다. 과거를지향하지않으며현재를더잘이해하기위한시도로내일을염두에둔사고이다. 인용문에서알아들을수있듯이, 한패러다임에서다른패러다임으로진행한다고해서전패러다임이온전하게사라지는게아니기때문에, 인간은현시대에살면서전시대의패러다임의세계에속할수도있다. 동시대에살면서역사는낡은세계관과새로운세계관이교차하는이유를보여주며, 낡은패러다임은새로운패러다임안으로흡수되거나주류에 2) 예를들면, Jaroslav Pelikan, The Christian Tradition- A Jistory of the Development of Doctrine, 5Vols., Univ. Chjcago Press,1971; Histoire des Dogmes, sous la direction de Bernard Sesboüé, 4 Vols., Desclee, 1994(2e et 3e vol./1995.1996); Paul Tillich, A History of Christian Thought, Simin&Schuster, 1967; Ghislain Lafont, Histoire théologique de l'église catholique, Cerf, 1994. 앨리스터맥그래스, 신학의역사, 지와사랑, 2001. 3) Thomas S. Kuhn,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Univ. of Chicago Press, 1970 ( 과학혁명의구조, 김명자역, 두산동아, 1992). 쿤의과학적패러다임이해는다음과같다 : 어느일정한시기에전문가집단에게모형문제와풀이를제공하는보편적으로인식된과학적성취들 (13 쪽 ). 일반적으로말하면, 패러다임은 어떤공동체의구성원들이공유하는신념, 가치, 행동양식등의총체적상황이다. 따라서 패러다임전환은지금까지통용되던패러다임이새로운패러다임에의해대체됨을말한다 ( 그리스도교, 163). 패러다임을독창적으로차용하게된저자의적극적인해설을다음글에서읽을수있다. 한스큉, 신학의모형변경 - 기초적인해명을위한시도, in 현대신학은어디로가고있는가, 한국신학연구소, 1989. - 2 -

서밀려나는것을알려준다. 이점은 < 그리스도교 > 안에서자주지적되어역사와신학의비판적인언어로언급될것이다. 1. < 그리스도교본질과역사 > 의목표 < 그리스도교 > 의목표는책머리에실려있다시피, 우리시대의종교상황에대한비판적염려와이해에있다. 종교간평화없이국가간평화없고, 종교간대화없이종교간평화없으며, 종교간근본탐구없이종교간대화없다. 이목표는현대의종교상황에대한신학자의위기의식에서출발한다. 세계의위기의식은인류의역사를탐문하는과정에서논증되며, 책명에서알수있듯이한스큉은위기의식의근본원인이종교간갈등에있다는것을암시하고있다. 이갈등은다시금 그리스도교란무엇인가? 라는자기정체성에대한질문을낳는다. 도대체 2000년의나이를가진종교에대한질문은무엇을낳는가? 한스큉의주장의요점은다름아닌이것이다. 그리스도교적인것이역사안에서얼마나자주소홀히다루어지고낭비되고더나아가배반당했던가!(22) 한스큉의자기정체성에대한질문은 누구인가? 에대한답을듣기전에그리스도교의배반된현실, 왜곡된종교의자아에대한비판을선행시킨다. 이러한주장에도불구하고한스큉의주장을좀더분명히이해하고확대할필요가있다. < 그리스도교 > 가말하고있는것처럼종교간평화가세계평화를가져오는첩경일수있는가? 이런주장은지나치게외형적인질문이아닐까? 신학을역사주의안에서변질시킬위험은없는가? 종교간평화라는지상최대의목표를달성하기위하여종교자신의평화가이룩되어야하는것은아닌가? 역사를외연적으로만극대화하여관측하고분석할때놓치기쉬운점은역사의의미이다. 역사적사건을이해하고자할때, 분석자가지향하는것은역사내적의미일것이다. 그렇다면종교를역사적혹은역사주의적관점에서관측하고자할때, 이러한작업은필연적으로종교의자기정체성에대한이해를촉구하는일이될것이다. 최종적의미에서종교의의미를질문하지않을수없게된다는것이다. 물론이런질문은한스큉이말한 이천년그리스도교에대한일종의비평사적정산 (24) 이며 역사적체계적진단 (26) 이란점을염두에두어야한다. 더구나그는 최대한보편적지평 (27) 을유지하기위해서노력했다고고백하고있기때문이다. 우리는한스큉의역사에기초한신학적탐문이지극히풍성한의미를산출하리라는것을기대하지않을수없다. 방대한역사의흐름을일목요연하게정리하고있는그의능력은찬탄할만하다. 그가토마스쿤의패러다임개념을역사와신학에도입하여정식화하는노력은여러측면에서의문을자아낼수도있지만, 현재의그리스도교와앞날을정향시키는하나의시도로서아주훌륭한작업인것이다. 그가패러다임개념으로모든것을분류한 < 그리스도교 > 의신학적구도는놀랄만큼정치하다. 그는그리스도교역사를여섯단계의패러다임전환으로요약하면서그리스도교의본질과비본질적인것을가려낸다. 여섯단계는사회종교신학의거시모델로그리스도교역사를분석한결과이다. 물론거시모형의틀은다시그보다작은미시모형들로구성되며, 각모형들은소멸하고생성되는과정을통하여새로운주류모형관찰되게마련이다 4). 4) 현대신학은어디로가고있는가, 23 쪽. 한스큉은여기서패러다임의이해를위해서거대한시대적모형들또는기본모형들을거시적인모형으로부른다. 이에준하여중간모형, 혹은미시적모형이란표현도사용한다. - 3 -

한스큉이제시한거시모형의여섯단계는다음과같다. 1) 원그리스도교묵시문학패러다임 (P I), 2) 고대교회헬레니즘패러다임 (P II), 3) 중세로마가톨릭패러다임 (P III), 4) 종교개혁패러다임 (P IV), 5) 근대계몽주의패러다임 (P V), 6) 현대의일치운동패러다임 ( 포스트모던 )(P VI). 여기서한스큉의연구목표는현대의그리스도교일치운동으로귀결하는듯이보인다. 그의목표는미래의일로달성되어야하는당위성으로보이지만질문은피할수없어보인다. 그리스도교일치운동이종교간평화를위한최종목표로설정될수있는가? 질문자체가종교간평화란유대교와이슬람과그리스도교간대화의결과로지향된목표처럼보이기때문이다. 일치운동의목표는사실한스큉의세계윤리 5) 를대신한표현이다. 문제는세계평화를위한목표가더확대되고심화되어야한다는점이다. 세계평화의달성을위해서그리스도교의일치운동곧에큐메니즘으로가능할것인가? 다양한세계종교들의종교간대화를성취하기위하여, 그리고그일치를위하여일하는것이최종적목표가되수있는가? 그래서세계윤리를구체화할수있는가? 아니종교의자기정체성확립과, 그리스도교자신의화해가먼저필요한것은아닌가? 이과정은어떤식으로든짚어보고나가야할과제이다. 한편, 과학기술문명과종교의상호관계가분명해질수록종교의자기의식은전환의시대에적합한태도를취하기위해서더욱필요하다. 한스큉의분석은종교가변화의시대에변화를의식하지못하면과거의패러다임속에갇혀서화석화될우려가있다는것이다. 종교의자기의식은곧종교가처한시대의식을반영하는것이며, 진리를전하는방식인것이다. 종교는신화를창조하는것이아니다. 종교가신화가되면현실에서그역동적의미를갖지못한다. 종교는살아움직일때실존적정의를창조하는힘이될수있다. 따라서그리스도교가더그리스도교적이되려면현실에서힘이되지못하는신화의옷을깨고창조력을발휘할수있도록실존적전환이필요하다. 그러기위해서그리스도교는더욱그리스도적이어야한다. 한스큉의작업은앞에서말한것처럼그리스도교의본질과왜곡사항을밝혀내어그리스도교의변화와개혁을유도하고스스로쇄신될수있는종교로자리매김하도록하는것이다. 그리스도교는어떠한이상을가지고출발했는가? 숱한고난의역정에서도살아남아 21 세기에도막강한영향력을구가하는그리스도교는지구상의삼분지일이상의사람들에게정신의이상향을믿게하는힘을축적하고전통을수립해온종교이다. 한스큉의전제는그리스도교의힘이그창설자에게있다는것에서출발한다. 그렇다고해서 < 그리스도교 > 에서신약성서신학을전개하고자하는것이아니다. 그는무엇보다도현재의그리스도교가가지고있는맹점들에초점을맞추고, 어찌하여그리스도교의이상이이렇게변화되었는지를비판적으로분석하고자한다. 비판과분석은신학의내용을해부하고자하는것이아니라, 신학하기위한전제일뿐이다. 그리스도교의역사를되짚어보는 5) Hans Küng, Projekt Weltethos, Piper, 1990( 안명옥옮김, 세계윤리구상, 분도, 1992). - 4 -

이유가여기에있다. 역사안에서생성된그리스도교를발가벗김으로역사의비판을신학에그대로적용해보고자하는것이다. 이상적인교회는존재하는가? 아마도이질문이의미있으려면, 역사현상으로나타난그리스도교를해부해보는수밖에없다. 한스큉의희망은왜곡된역사의그리스도교에절망하지않고끊임없이대안을제안하고실현의첫걸음을시작하는것이다. 그의판단에따르면, 현실의교회는자신의이상과는너무나멀리떨어져있다. 우리는왜특정한종교공동체로서교회와종교자체를의미하는그리스도교를구분해야할까? 이유는간단하다. 교회를사랑한다는것은교회공동체의약점을포함하여-그것은주로사람들의약점이지만- 교회를사랑하는일이될것이며, 교회의이상을살아가려고하는노력을함축하기때문이다. 종교로써비판한다면, 그리스도교는역사적산물이기에역사의확실한비판대상이될수있다. 큉의질문은계속된다. 역사적실체로서그임무를부여받은교회와하나의역사적종교로서의그리스도교사이에개재하는동일성과차이를구분할필요가있는것은아닌지? 그래야그리스도교혹은교회에대한 찬미나중상대신, 정직성과공정성에터한역사비판적이해가요구된다 고말할수있는것이아닐까? 그래야만 교회의참모습을이해하기위해서는언제나두관점, 즉본질과형태의변증법과본질과왜곡의변증법에대한신중하게차별화된고찰이필요하다 (37) 고말할수있을것이기때문이다. 한스큉은특정상황에서발생한그리스도교적표상을 항구적이고불변적인것 으로지녀왔다는지적으로그리스도교가 자신이그린자화상의포로 (37) 가되었다는관찰을한다. 이말은인류역사안에서본질적인것은항상변화하는것안에서자신을드러냈다는사실이다. 신학에서말하는내용과형식의관계에대한이해와동일한방식의문제제기이다. 본질은형태와동일하지않다는것을누구나잘알고있다. 큉은이사실을수많은역사적예증을들어서우리에게가르쳐준다. 따라서그리스도교가역사적형태에집착하는경우그리스도교의본질을왜곡하는사태가발생한다는것은자명한사실이될것이다. 이러한논리에서그리스도교를역사안에서관찰할때두가지관점이생겨난다. 부정적관점과긍정적관점이그것인데모두그리스도교를살펴볼수있는표지이다. 어느한관점만을주장한다면다른한시각을놓칠수있다. 역사는이두시각을동시에보여주며, 어느한시각도경시할수없다. 그리스도교의긍정적표지나부정적표지모두가그리스도교쇄신을위한비판적통찰을제공할것이다. 사실상이러한비판적통찰은그리스도교의창시자가겪었던좌절과체념적통한의경험을잘드러낼것이며, 창시자의후계자들도그리스도교의본질을보장하기위한많은노력의과정에서똑같은체험을했다는것을수긍해야한다. 제도화된종교라도창시자의경험을부정할수는없기때문이다. 2. 그리스도교의본질에대한비판 - 이성 역사적으로이해된그리스도교는이성의비판으로위협을받아왔다. 한스큉은포이어바흐 (L.A. Feuerbach, 1804-1872) 의 < 그리스도교의본질 > 를소개하여이성에기초한그리스도교비판이부정적시각일변도였다는사실을지적한다. 포이어바흐는극도로인간학적으로경도된주장을폈고, 그래서 신학의비밀은인간학이다 (42) 라고주장할수있었다. 인간자신의투사에서신개념이생겨나고인간은그에종속된다. 인간은인간의신이되는 - 5 -

것이다. 이로부터사회주의와, 극단적으로는공산주의의무신론이발생한것으로보인다. 그러나이러한포이어바흐의주장은결국역사안에서설득력을잃어버리고만다. 역사적그리스도교의부정적측면을극대화했을때발생하지않을수없는결말이다. 그는종교가이성의인간에게유치한환상이기때문에마침내소멸될것이라주장했다. 그러나역사적종교가보여주는부정적인결과와그에대한비판에도불구하고그리스도교는여전히존재하고있고, 앞으로도존재하리라는것은어느누구도부인하지않는다. 그이유는무엇인가? 종교는궁극적가치와진리를선포하면서인간의실존을여러모로풍요롭게해줄뿐만아니라, 궁극적가치와진리에헌신하려는이들에게절대적인신념과용기를주기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도교도역사적실체로서인간을억압하고정신적미아로만들거나, 혹은사회를달래거나진정시키고, 또는억압하는도구로작용했다는한스큉의신학적역사적지적을무시할수없다는없다 (45). 그렇다면그리스도교의본질은되찾아질수있는것인가? 이점과관련해서근대에동일한서명 < 그리스도교의본질 > 로호응을불러일으킨저자가있으니그의이름은하르낙 (A. von Harnack, 1851-1930) 이다. 그의논지는그리스도교의본질을묻게된계기에역사적사고방식을도입하는것과관련이있다. 그리스도교의본질에대한질문은종교개혁과계몽주의시대부터있어왔다. 이는무엇을의미하는가? 이에대하여한스큉은두가지로그의미를추론한다 (47-48). 하나. 16세기의종교개혁은그리스도교의타락을막고복음으로돌아가려는시도였다는것이다. 종교개혁이복음을그리스도교의진수라고파악했다는해석이다. 둘. 그리스도교의본질을역사적으로파악하려했던 18세기의계몽주의는무엇보다도그리스도교의합리성을드러내려했다. 이과정에서그리스도교의모든역사적형태는원천적으로복음에대한예속성을의미한다는해석이다. 이렇게그리스도교의본질에대한질문이있은뒤에비로소 본질적인것 이무엇인가? 라는질문이가능해졌다. 이본질질문은두가지관점을배척한다. 하나, 그리스도교를이성종교와일치시키려는모든시도를배척한다. 둘, 그리스도교를가톨릭의본질과동일시하려는주장을배척한다 (48). 이러한논점은그리스도교의본질을역사적측면에서탐구할수있다는합리적결론을제공한다. 그러므로그리스도교가역사적으로보여준모든현상은계몽주의시대이건종교개혁시대이건어느시대를불문하고한시대의현상을그리스도교의본질과동일시할수없는것임이분명해졌다. 이는종교로서그리스도교를구원의소식과구원의길로이해한다는것을의미하며, 그어떠한영원한이념이나, 도그마, 혹은그어떤세계관을주장하는것이아니다. 다만, 구체적한인간예수그리스도를믿고, 그의의를선포하는것이다 (51). 이이외의모든형태는그것이그리스도교적인것으로불릴때조차상대적일뿐이며이차적인의미를지니는것이다. 이러한의미에서한스큉은 그리스도중심주의적협소화가아니라그리스도에의집중 (51.52) 이라고잘라말한다. 그러면그리스도교의핵심은무엇인가? 여기서한스큉이그리스도교의중심적인것들, 핵심적인요소들을밝히는이유는교의논쟁을벌이려는것이아니다. 그것은그리스도교의근본원리나개념혹은체계를의미하는것은더구나아니다. 복음을담고있는성서는오히려역설처럼들리는내용으로가득차있어서, 성서의독자들이혼란스럽게느낄정도로다양한견해를드러낸다. 서로모순처럼보이는성서의이러한다양성을하나로묶어주는요소는무엇일까? 이러한질문은큉의의도가비그리스도교적인것들을걸러내고그리스도교의본질이아닌것을명시함으로써본질적인것을강조하고분명히하고자함이다. 그는핵 - 6 -

심적요소들을간단하게소개하는것으로그리스도교의본질적인점들을이해하고자한다. 먼저그리스도교의중심에누가있는가? 하나, 예수라는한유대인이있다. 그이름은 예수그리스도 이다. 이이름은곧 예수는그리스도이다 를의미한다. 둘, 사회학적법칙에따라서, 그리스도교는작은집단에서거대한집단이되었고, 박해받던입장에서박해할수있는지배자들이되었다. 이리하여그리스도교의역사는순응의시기, 저항의시기, 암흑의시기, 계몽주의시기, 개혁의단계와복고의단계, 절망의시간과희망의시기 (58) 를지나왔다. 이긴자기모순의역사를하나로연결해주는것또한예수라는이름이다. 그리스도교의중심에관한질문에서다음과같은답을얻는다. 예수없이는신약성서의문집도공동체도무의미하다. 예수없이는그리스도교도교회도없다. 이를달리말하면, 그리스도교의종파적차이와역사적단절을넘어서는근본동인은무엇인가? 그것은예수의이름이다. 이러한주장을함에있어서한스큉은실로단호하다. 과연 : 예수는영원한이념들을선포하지않았다. 그러므로그리스도교의중심에는어떤영원한이념이아니라뚜렷한인물이자리하고있다. 이념, 원리, 규범체계는명료성, 확실성, 단순성, 안정성, 사유-표현가능성으로특징지어진다. 그러나그것들은구체적이고개별적인것으로부터떨어져나와추상화되었기에, 단색적이고현실과는거리가멀다. 추상화는거의필연적으로획일성, 경직성그리고상관적공허로귀결되며, 모든것을핏기없는사고를통해병들게한다. 간단히말해서 : 이념, 원리, 규범체계에는본질적으로생명의운동, 생생한인식, 경험적, 구체적실존의생각도할수없는무진장한풍요로움이결여되어있다 (60). 바로이어서, 예수는다르다-한구체적인인간! 그러므로그리스도인의실존은달라야한다. 신약성서뿐만아니라 2천년그리스도교역사또한뚜렷이보여주는것 : 구체적인물예수는사색과비판적이성적토론뿐만아니라상상, 감동, 자발성, 창의성, 개혁을거듭새삼촉발시켜왔다. 위격으로서의예수는사람들로하여금성령안에서당신과직접실존적관계를맺도록해주었다 : 사람들은그에관해추론, 논증, 토론신학을전개할수있었을뿐만아니라, 그를이야기할수있었다. 역사를추상적이념으로대체할수없듯이, 예수의경우역시이야기를선언과요구로, 그림을개념으로, 실존적감동을지성적이해로대체할수없다. 인격이어떤공식으로환원될수없다 (60). 원리가아닌살아있는인물과더불어실천하며사는인생이필요한것이다. 이필요성은하느님에대한신앙과전범적인물인예수그리스도와실천적삶을가능하게하는성령에대한항구한믿음을전제로할때그리스도인의삶이가능해진다는사실을의미한다. 3. 여섯단계의역사적패러다임 - 7 -

이자리에서 < 그리스도교 > 의내용을모두소개할수는없다. 다만그리스도교의역사적변천과흐름을여섯개의거시패러다임으로분류하고그리스도교의본질을역사안에서증거내지비판하고자하는한스큉의방법론적의도만을살펴보기로한다. 특별히우리시대에가까운근대이후의패러다임은우리들의주의를더받을필요가있다고여겨진다. 가 ) 원시그리스도교유다계묵시문학패러다임 : 먼저원시그리스도교유다계묵시문학패러다임은아주분명하게예수의사후유다인제자들중심의소공동체의성격을나타낸다. 이를원공동체라고부를수있다면, 이공동체는주로하층계급출신의유다인들로그구성원을채우고있다. 이들은멀리는후기유다이즘의영향권에들며, 절망스런이승에서새로운세계에대한종말적희망에겨우목숨을걸고살던사람들이었다. 이들의희망은일종의망아적성령체험 ( 사도 2,1-13) 과부활신앙으로유지되고있었고, 힘겹고절망적인삶을사는계층, 곧사회적주변인들을중심으로힘차게퍼져나가고있었다. 따라서이새로운공동체는새로운신앙으로자신들을구별하고, 교회공동체를창설하게되었다. 이점에서한스큉은제도적으로변해가는초기그리스도교의모습에주의하며, 본질적인것과비본질적인것의구별을시도한다. 이구별은그리스도교의존재이유가어떻게왜곡되어나타나게되었는지역사적으로살펴보는것과관련이있다. 한시기가지나면다른시기가오는것, 역사의흐름과공동체의성장속에서나타나는이러저러한작은제도들과구조들을큉은교권제도로보고자하지않으며 일시적구조들 (125) 이라이름한다. 복음서에서예수가교회를창설했다는기사가없다는것이다행인가? 그래도교회는예수의사후그분과깊이관련된유다계그리스도인들의사안임에틀림없다. 이패러다임에서한스큉이강조하는요소가하나있으니그것은예수와관련해서여성의중요성이다. 한스큉은실제로는여성의역할이신약성서의기록이보여주는것보다더중요했다고보면서 유다계그리스도교패러다임의교회를가장민주적이었다 (123). 고힘주어말한다. 이시점에서갈등과긴장으로얼룩진중요한신앙고백적사항이나타난다 6). 그것은하느님고백에관련된것으로유다계그리스도인들의신앙자세이다 7). 성서에기술되지않은삼위일체하느님고백을유다이즘의유일신신앙을토대로고백하지만 ( 마치예수님의기도처럼 ), 문제의발단은조그만차이들이드러나면서크게벌어지기시작한다. 삼위일체의하느님고백을성서의언어로표현한다면하느님아버지와그분의아들, 그리고성령의실재와활동에대한고백이다. 이고백은 4세기에이르면삼위일체형식으로정립된신앙고백으로나갈터이다. 이러한신앙의정립은고백의표현차이를낳고, 이차이는분열을발생시켰으며, 신앙공동체들의분열은갈등과논쟁으로발전하게마련이었다. 결국은역사안에서억 6) 고대교회에서신학적논쟁은주로그리스도론과신론을중심으로전개되었다. 예수그리스도는하느님과관계에서어떤분인가? 또그분은하느님아버지의아들로서신적동일성을지닌분인가? 그위에성령의존재는아버지와아들과어떤관계에있는가? 처음다섯세기동안의신학논쟁은언어와문화의차이에서발생하는오해가그원인을이루기일쑤였다. 참조, J.N.D. Kelly, Early Christian Doctrines; A. Grillmeier, Christ in Christian Tradition 등. 7) 이러한흔적은유다계그리스도교의복음서발견으로보다적극적으로이해할수있다. 곧히브리복음서, 나자렛복음서, 에비온복음서등. 이들복음서의초점은당시유다계그리스도인들이토라에비추어예수의존재를이해했다는점이다. 이후이단과정통시비가일어나자공동체는나뉘고, 분열되었고, 예수의메시지와는전혀다른방향으로진행되었다. - 8 -

압과박해로진행되었다. 나 ) 고대교회의보편적헬레니즘패러다임 : 두번째패러다임인고대교회의보편적헬레니즘패러다임의단계에들어서면, 원그리스도교의유다계묵시문학적패러다임에서볼수없었던요소들이등장한다. 전에는바리사이였던사도바울로가이방인들의사도가되어등장한다. 사도와함께새로운헬레니즘이방계그리스도교패러다임이형성된다. 고대그리스도교는로마제국의정치적영향권에서세계종교가되는길목에도달하게된것이다. 이즈음에비로소교회는교계중심의그리스도교가되었으며, 제도화의길을걷게된다. 한스큉의비판은패러다임의변화가즉시긍정적으로나타나지않고, 본래의정신과어긋나게나타나는것에맞추어진다. 복음서가알려주는예수의비판정신과자비가왜곡된형태로나타나는현상을역사적교회의제도에서관찰하고있는것이다. 부정적관점에서비판적분석을한후에한스큉은사도바울로와함께시작된고대교회패러다임의구조적특징을다음과같이요약한다 (184). (1) 유다계그리스도교에서유다인들과이방인들의교회공동체로 (2) 히브리어와아람어대신에그리스어가공용어로 (3) 토착화 : 팔레스티나에서헬레니즘로마문화로 (4) 머리교회 : 예루살렘에서로마로 (5) 장로들의교회에서사제-주교의교회조직으로 한스큉의비판은교계제도에초점이맞추어져있다. 이교회조직은서로섬김, 곧봉사정신이아니라바울로공동체들의카리스마에기초한구조를가지게되었으니, 이조직은결코절대적보편적의미를지닐수없다는것이다. 남자와사제중심의교회는결국여성모독, 성숙한공동체의퇴행, 교도권의독재성, 공동체안에서성직자와평신도의분열, 갈수록희석되어가는예언자적선포가전통으로대체되어갔다고보는것이다. 그의역사분석에따르면, 교리의정통성수호를위하여많은희생이발생한것도교회공동체의비관적분석을낳는요소임을지적하지않고넘어갈수없는사실이다. 그리스도교는제국안에서하나의체제를구축했고, 그어떤다른종교집단과도대결할수있을정도로성장했다. 처음 200여년간로마제국안에서그리스도교공동체는때로는평화, 때로는종교적핍박을받으면서성장했다. 시간이지나면서초기에박해받던소수집단이제국의종교로격상이되면서박해하는대집단으로변모한다. 이점을염두에두고한스큉은비관적인질문을던진다. 그리스도교는기존의종교와다른종교인가? 다르다고주장할근거가있는가? 한스큉은그리스도교의인본주의적감화력을채드윅의관점으로대변한다. 개인의양심과가치에대한강조, 하느님자녀로서의인간의동등성을보장하는정의로운사회건설노력, 가난한자, 고아, 과부그리고온갖못난이들을위한복지시설건립, 하느님의섭리와개인및사회의실제변화가능성에대한믿음등 (210). 이렇게해서그리스도교는부드러운혁명을통하여제국안에확고히자리잡았던것이다. 그러나이다른요소들이첫몇세기를지나면서제도화의과정을거치는데, 헬레니즘문화에적응하는것은피할수없는길이되었다. 오늘날우리가알고있는그리스도교전례전통의대부분이이시기에정립된것이다. 세례, 성찬례, 순교자와성물공경등이그것이다. 슬프게도인류의역사적불행이기도하거니와여성은다시헬레니즘사회의경우와마찬가지로그리스도 - 9 -

교안에서역사의패배자로돌아간다. 교회안에서예수와함께, 그리고예수사후초대공동체에서봉사하던여성의몫은사라지고그자리모두가남성으로채워졌던것이다. 여자들은그이후그리스도교안에서평등혹은정당한자리를찾을수없게되었고공동체안에서중심에서지못한다. 그렇다면예수가지향했던여성해방을초기교회에서가로막은것은무엇이었던가? 한스큉은이를세가지로요약하면서이요소들이헬레니즘패러다임의특성을강력하게규정한다고주장한다 (220). 첫째, 교권제도적구조의확립이다. 특히성사부분에서남성의지배권이관철되었다. 둘째, 성에대한적대의식이다. 당시의일반적인현상이교회안에서특별한모습으로전개되었다. 셋째, 교육경시. 여성교육은공공연히무시되었다. 21세기를살고있는우리의현실을직시할때, 이요소들을언급하는것만으로도어느정도우리시대의교회를이해할수있는자극들이되지않겠는가? 한걸음더나아가, 한스큉은신학, 특히그리스도론에서패러다임의전환이이루어진사실을밝혀낸다. 여기서신학논쟁에대한기술을길게소개할필요는없을것이다. 다만헬레니즘패러다임의성숙과성립의관점에서볼때, 신학은온전히헬레니즘형이상학으로전환되었고, 정통교리에대한논쟁으로진행되었다는역사적사실을지적할뿐이다. 콘스탄티누스대제가그리스도교를허용하고제국의종교로격상했을때까지교회는하느님의섭리로기뻐했다. 그러나제국의종교로관용을받자, 그리스도교자신은국가종교와국가권력의힘을이용하여정통교리에서밀려난이단자들과유대인들을박해하기시작했던것이다. 여기서비잔틴과정교의탄생, 이에얽힌숱한정치적종교적사건들을나열할필요는없을것같다. 다만그리스도교가정치와사회의와중에서문화의겉옷을입고복음의본질을왜곡시키거나화석화시켰다는한스큉의비판을듣는것으로만족하자. 다 ) 중세로마가톨릭패러다임 : 헬레니즘패러다임에서완성된그리스도교의꼴은이제중세로마가톨릭패러다임으로한층강화되어나타날것이다. 굳이로마를들먹이는것은지상의제국을나타냈던로마의이름이이제그리스도교권의이름으로바뀌게되었고, 로마가톨릭교회는신권과세속권에대해서막강한지배권을누리면서, 교권제도의완성을볼것이기때문이다. 사실상역사의복잡다단한시기를차지하고있는이중세로마가톨릭패러다임의연구는길고도그흐름은깊다. 그렇지만한스큉의비판을토대로본다면오히려더단순하게요약할수있는것도사실이다. 중세가톨릭패러다임의성격은그신학과정치의종합적산물로판단할수있기때문이다. 교회의위기는교회정치에서나타나고, 교회의신학도교회정치를낳는호교론적태도를취하지않을수없었다. 이러한점은원죄와이중예정설에대한아우구스티누스신학의영향과그의삼위일체론에서아주분명하게드러난다. 한스큉이심리적삼위일체론이라이름붙인아우구스티누스신론은헬레니즘신학에서논의했던삼위일체론과는다른방식으로진행되었던것이다. 헬레니즘의삼위일체론이하느님아버지에서출발했다면, 그의삼위일체론은하느님의신성에서출발한다. 하나인신성이하느님삼위의일치의원리였고, 성부, 성자, 성령은영원한관계로서구별될뿐, 그자체는대외적으로결코드러나지않는다. 성부, 성자, 성령은신적본성에기초하여존재하는관계들이다. 반면에이러한설명에앞서는헬레니즘패러다임에서삼위일체의일치의원리는신적본성이아니고하느님아버지이다. 심리적삼위일체론과는달리신성은세위격과독립되어규정되지않고, 오직세위격과그위격안에서규정된다 8). - 10 -

여기서한스큉의비판은집요하다. 그의주장의말하는바 : 헬레니즘이빚어만든삼위일체론을따를것도아니며, 아우구스티누스가설명하는어설픈삼위일체론을따라갈것도아니다. 그저성부, 성자, 성령을믿어야한다. 이유는두문화권에서주장하는삼위일체론에대한사변들이그리스도교의본질이아니기때문이다. 참으로필요한것은현재를위하여성부, 성자, 성령의관계를비판적으로차별화하여해설하는일이다 (393). 그렇다고한스큉의이러한주장을전적으로수긍할수는없다. 그의이러한주장은비판으로서는가능하지만, 신학으로서비판한다는것은다른문제가되기때문이다. 무엇보다도중세의교회구조와교권제도가한스큉의비판의대상이된다. 앞서잠깐언급했다시피, 신론에대한비판적언급은정치에서종교로, 종교에서정치로, 그활동영역을다른어느누구보다용이하게움직일수있게된로마교황들에대한비판과자연스럽게연결된다 9). 사실중세가톨릭의패러다임에대한그의분석에따르면, 이패러다임안에서정치와종교사이의경계는완전하게무너진것으로보인다. 종교적권위가교황의법률적수위권으로세속권력의최고형태로나타나기때문이다. 신학적진술이법률적으로확인받고보장받는다는것은가장효과적인방법이긴하지만, 결국종교의세속화를급속하게진행시킨결과로나타나지않을수없다. 더구나이러한변화는그리스도교가본래의복음메시지와는전혀다른방향으로진행될단서를만들게되었고, 후대의책임자들에게힘에겨운부담을남겨놓게되었던것이다. 이렇게해서신학과역사의경계는사라지고말것인가? 그리스도교가경험한역사적사실은사실상이경계를지키지못한점이다. 경계를넘어섰기때문에교회는부패의오류에빠졌고, 다음시대에종교개혁이란엄청난역사의소용돌이에휩쓸리게된것이다. 한스큉의지적은이점에서뼈아프게느껴지는바이지만, 동시에역사에서이경계를바로보존해야한다는교훈도얻는다. 교권주의는교황중심주의로진행하지않을수없게되었고, 권력의집중화는종교와정치영역을쉼없이넘나들수밖에없었던중세의교회구조를경직화시켰다. 이과정에서발생된또하나의문제는이런교회구조에서보편공의회는얼마나의미가있는가? 10) 그리고이런공의회가생산한교의적선언들또한보편성을획득했다고판단할수있을것인가? 역사상어지러울정도로복잡다단하게종교와정치사이의경계가사라진사건과사태들을모두읽어나갈필요는없다. 한스큉의이부분에대한서술은 < 그리스도교 > 의거의삼분의일에해당하는분량을차지할정도이며더많은예를제공할수있는것처럼보인다. 중세가톨릭패러다임의위기는로마체제의특징들을살펴보는것에서명료화시킬수있 8) 삼위일체론을받아들이는것은교리의긍정이다. 그러나성부, 성자, 성령을언급하고있는신약성서는이점에서단순하다. 성부는성자를통하여성령안에서활동하고있다고말할뿐이다. 이보다더복잡하게말해서믿는이들을혼란에빠뜨리는일은삼가야한다. 이것이한스큉의기본적인주장이다. 그이유는이로써 지배하는종교 가될위험성이커지기때문이다. 383-391 참조. 9) 이미아우구스티누스는자신의저서신국론을통하여세계역사에대한함축적인종합적조망을했다. 그러나그는적어도정치화된교회의담당자들과달리신국을정치적이고교권주의적으로해설하지는않았다는게한스큉의분석이다. 394-396. 10) 예를들면, 교황의무류권에대한해석에의문을가지는것이아니라, 교도권을강조하게된역사적배경이의문의대상이다. 왜냐하면무류권은본디이단으로치부하던이론이었던것이다 (578 이하 ). 한스큉이끊임없이제기하는문제는정치화한그리스도교의중심에교권주의가관련되기때문이며, 이를비판적으로이해하기위하여역사적사실에접근하는것이다. 더자세한무류권에대한한스큉의논쟁적저서 Unfehlbar? Eine Anfrage, Benziger Verlag,1970 을참조. - 11 -

다. 신학적으로교회를어머니라부르게되었지만, 정치적으로전제군주의교황교회라고비판하는한스큉의강한어조는그리스도교의중앙집권화를가리키는말이다. 권력의중앙집권화는법치교회의생성과토대가되었고 11), 정치의영역에서교회의권력화는세계를지배하는길로진행되었다. 더구나이길은가서는안되는길, 성전을선포하고-십자군전쟁- 앞장서서전쟁을독력하는등, 교회의창립자그리스도의복음에거스르는모순을범하게되었다. 극명하게나타난중세의현상중에서여성의지위가가장낮추어졌다면, 이것은남성중심의성직독점이란현상을가리킨다. 성직의독점은한걸음더나아가, 권력의신성화를위하여독신남자들의결혼금지와연결되었다는것이한스큉의주장이다. 이주장의설득력은교회권력의정치화에서찾아진다. 이점에서그의분석은아주예리하며, 이로인하여교회가안정된위치를얻었다면, 이후역설적으로교회체제가위험에빠지게될상황들이전개되었다는해석에도동감하지않을수없다. 이과정에서신학에관한한, 중세의뛰어난신학자토마스아퀴나스의신학이일정부분중세의패러다임에일조했다는한스큉의분석을지적하는것으로생략한다 12). 이후중세의패러다임의위기는역사적사건들로그징후를드러내기시작했고, 곧바로르네상스시대로이어진다. 그렇다고르네상스를패러다임의새로운형태로판단하지는않는다. 그이유는개념적으로, 시간적으로, 지리적으로명확하지않은르네상스는중세와구별되는요소보다그연속성을더잘드러내며, 일련의심미적사회적, 경제적, 정치적변화의과도기로볼수있다는것이한스큉의판단이다 (593). 르네상스는그리스도-로마의고대문화에열정적이었고, 중세생활의척도로여겨졌다. 중세그리스도교의사회적틀안에서르네상스는생성발전했던것이다. 이즈음에서비로소중세의패러다임은다른패러다임을낳는조건들 13) 을충족한것으로분석된다. 근대를위한준비를할수없었던중세가톨릭패러다임의교회는변화를능동적으로수용하지못한이유를단순히시대적불행으로돌릴수밖에없다. 충분히자정노력을하지않았던교회는결국역사적으로종교개혁패러다임을맞이할수밖에없게된것이다. 라 ) 종교개혁패러다임 : 한스큉은여기서종교개혁에대한역사적진단을하고자하지않는다. 그는중세가톨릭패러다임이놓쳤기때문에발생하지않을수밖에없던사건으로서종교개혁패러다임을소개한다. 따라서루터를중심으로하는개혁가들의신학을하나하나분석할필요는없다. 몇가지제한적요소들을먼저제시하면다음과같다. 루터는개혁가지만가톨릭신자였고, 시대는중세였다. 그가죽기까지가동시켰던개혁프로그램은패러다임의탄생과성장에결정적이었지만, 역사적으로보면그또한내적한계를지니지않을수없었다. 하여튼중세의패러다임이주도했던방향을질타했던루터의선 11) 그리스도교역사상가징부끄럽지만분명한사실은종교재판이다. 종교재판이가능했던것도교회의법치화에서그근거를찾을수있다. 12) 521-543 쪽에한스큉의신학대전분석이제시되어있다. 그의판단에따르면, 토마스아퀴나스의신학은 신학에있어서중세로마가톨릭패러다임의무르익은고전적완성태 (528) 이다. 토마스의신학이가진문제는자연이성이은총보다, 국가가교회보다, 철학이신학보다하위에있다는주장에있다. 이주장은, 한스큉의분석에따르면, 그리스도교역사, 특히중세의신학과교회정치와직접적인연관이있음을보여준다. 이러한주장을객관적역사적관점에서본다면신학적으로나정치적으로도반전되고있다는것도사실이다. 13) 교회를둘러싼정치경제사회문화의총체적상황이그러했다. 숱한갈등은전쟁을불러왔고, 교회와세속권력들사이의갈등은갈등의해소를전쟁으로자주표출하곤했다. - 12 -

택은새로운패러다임을낳게되었다. 이점에서한스큉은루터가옳았던신학적관점을세가지로요약한다 (663). (1) 의인관 : 루터를개인적으로괴롭혔던심리적의인관은하느님앞에서그분의자비에의해서의인으로인정받는다는깨달음에변화를가져왔다. (2) 은총 : 이러한의인관이가능하기위해서결정적인것은인간의힘이아니라, 그리스도안에나타난하느님의은총만으로충분하다. (3) 신앙 : 따라서이모든것을가능하게하는것은하느님신앙이다. 오직신앙안에서의롭다고인정받은인간이하느님의은총으로다시태어나는것이다. 이러한루터의깨달음과주장은달리말하면복음의원천으로돌아가자는것이다. 이로써그리스도교역사에서다시한번방향의역전이발생한것이다. 중세신학의패러다임에서종교개혁패러다임으로변화는결국창립자의정신으로돌아가자는주장이외의어느것도아니다. 그것은다시한번이성에서신앙으로, 자연에서은총으로, 자연법에서그리스도교윤리로, 세상에서교회로, 철학에서신학으로, 인간적인것에서그리스도교적인것으로방향을틀고자발생한것이다. 그러나주의할것이있다. 패러다임의전환이곧신앙의변화를의미하는것은아니다. 패러다임의신앙을드러내는시대적모습일뿐이다. 그리고복음은신앙본질의연속을의미하며, 패러다임전환의바탕일뿐이다. 종교개혁과더불어발생했던정치적갈등을전부풀어놓을필요는없을것같다. 다만에라스무스와같은인물이당시루터와로마가톨릭사이에서고민하고애썼지만, 하나의세력으로패러다임의형성에중간적역할을하지못한아쉬운역사적사실을기억해야하는것으로족하겠다. 그이면에우리가확인할수있는것은종교개혁이단순히신앙의본질들사이의싸움이아니고, 정치와종교가어우러진갈등이었다는점이다. 그후유럽의정치와종교의분포를보면당시의혼란을어느정도이해할수있을것이다. 종교개혁이진행되는과정에서다시불거진개신교정통성에대한갈등은가톨릭전통에서벌어진사건의재발처럼보인다. 종파주의와정통성확보의갈등이더욱세분화되고그골이더깊어졌다는사실이외에분열이가속화되었다는역사적사실이그리스도교의아픔을대변한다. 특히유럽대륙에서북미대륙으로옮겨가서벌어지는분열의가속도는유럽의개신교운동을넘어서미국만의특징을나타내기에부족함이없게되었다. 그중에서도특히각성운동은미국만의단적인예라고할수있다. 각성운동은개신교안에기원을둔내면화된신심의연장선상에서이해할수있다. 이운동은종교개혁의전통에서경건주의의근원에뿌리를두고있다. 경건주의는새로운인간의탄생을목적으로진행된다. 새롭게태어나기위하여제시된개혁안은성서연구, 모든신자의사제직의회복, 실천적삶, 일치운동 ( 갈라진종파들사이의 ), 설교를위한신학연구, 설교의개혁등이다. 종교개혁의전통에비추어볼때이해할수있는실천적항목들이다. 이같은경건주의는 17세기말과 18세기전반에독일의각사회계층을포섭하는결정적세력으로성장했다. 이와같이경건주의는경직된종교개혁패러다임을쇄신시키는목적으로발생한운동이었다. 그런데역사적으로경건주의가탄생한독일에서그지배적역할을하지못한것은이성이그자리를대신한까닭이었다. 또한이운동이북미에서각성운동으로피어나게된배경에는현실적인이유가있었다. 유럽에서억압받던이들이다수에의한억압을피해온땅이북미였다. 이념적으로이민자구성원들은서로에게관용을필요로하고있었고, 현실적으로 - 13 -

도제도적교육을받은목회자의부족으로혼란을겪고있었다. 말하자면이들에게거대한교회조직이없었고, 연합체성격의조직도없었다. 이운동은마침내대각성운동으로진행되었고, 북미의개신교성격을특성화하는기능으로작용했다. 이운동은성격상다시일치운동으로전향한다 14). 이러한운동은본성상근본주의를배격한다. 근본주의는모든종교안에서특정한보수적성향을나타내는표현인데, 그리스도교에서는종교개혁적그리고개신교적패러다임의테두리안에존재한다 (782). 한스큉은그의분석을통하여이패러다임이가톨릭의보수적성향과손을잡으려는시도에비판의목소리를드높여야한다고주장한다 15). 마지막으로정리하고넘어가야할것이하나있다. 이제세계종교로성장한개신교에대해서가톨릭교회가과거에지나온길을다시걷고있지나않은지우려의목소리를듣는것이다. 물론종교개혁을부르짖던역사적경험에서개신교회들이지닌장점들을무시할수없다. 한편, 복음에온힘을기울이게된사실은종교개혁패러다임의성격을이해하는첩경인데, 이영향력이중세가톨릭패러다임에서현대로넘어오는과정에서가톨릭교회에준영향은지대하다하지않을수없다. 반종교개혁과반근대주의에경직되었던가톨릭교회가 2 차바티칸공의회에서전면적전환을성취할수있게된것도종교개혁페러다임의덕택이다. 이공의회를통하여가톨릭교회는중세패러다임에서종교개혁패러다임으로나아간것이아니라, 가톨릭교회의성격을유지하면서개혁패러다임을자신안에통합시키고자노력할수있게된것이다 (793). 가톨릭교회는종교개혁이후의교회분열의공동책임을인정하게되었고개혁의필요성도긍정한다. 다른그리스도교공동체도교회로인정할수있게되었고, 20세기들어서시작된그리스도교일치운동의필요성도수용하고있다. 게다가성서에대한새로운존중과하느님백성의전례를더참되게실현하고있다. 평신도에대한재평가는물론이고각지역교회의문화적응에대해서도긍정적이다. 이러한변화는종교개혁프로그램의영향의긍정적측면이다. 그렇지만, 이패러다임역시위험한요소들을가지고있음을간과해서는아니될것이다. 세대를지나오면서경험한분열과분리주의, 그리고세기를거쳐오면서가톨릭교회에서확인할수있는종교의화석화고착화를개신교회역시경험하고있다. 이로부터근본주의의파생은그리스도교의배타주의적성격을더욱심화시키고있다. 이러한점에서우리는그리스도교의근본바탕을찾는일이근본주의가없이도가능함을알려주어야한다. 그위에그리스도교의정체성도타종교를배척하지않고도하느님께도달할수있고, 광신주의에빠지지않아도종교적진리에확실한열망을불어넣을수있음을알려야한다. 이처럼한스큉은개신교패러다임에서장점일수있지만동시에다른측면에서위험할수있다는사실을이렇게분석하는것이다. 마 ) 근대계몽주의패러다임 : 14) 대각성운동은오늘날감리교의창시로이어지는데, 미국그리스도교의전체특징을나타낸다 (778-782). 몇가지특징들 : 갑작스러운회심, 치열한삶, 종파적다원주의, 감성자발적예배, 민중에뿌리내린교회, 평신도의큰영향력, 종파적분열과경쟁등. 이러한성격은존모트와같은인물을시작으로일치운동이일어나 1948 년네델란드의빌렘비세르토프트와함께제네바에 WCC( 세계교회협의회 ) 를창설했다. 15) 이러한예들 : 성서의축자영감설과무류성에관한교리를함께차용한사실. 로마의라틴어번역본불가타본 (Vulgata) 의순정성을고집하는것과, 미국근본주의자들의제임스왕번역본 (KJV= King James Version) 을고집하여다른번역을거부하는일등이다 (787-788). - 14 -

앞에서기술한한스큉의분석에의하면종교개혁패러다임은완성되지않은패러다임이다. 이패러다임은근대이성주의패러다임으로진행되면서여러굴곡을겪게될것이다. 먼저간단하게나마현대세계에대한종교의관점을요약할필요가있다. 역사의전개는인간에게자신의위치를점검해야할필요를요청한다. 이미 19세기의역사는인류의역사가고립된개별적흐름으로진행되는것이아니라서로의영향을주고받으면서진행된다는것을알려주었다. 영국이주도한산업혁명은단순한기술문명의전파가아니라, 이로부터동시에사회와경제, 문화와종교전반에심대한변화를촉구하게하였다. 한스큉이말하듯이이미근대패러다임안에서교회의일관된통일적발전과정은더이상확인되지않는다 (900). 이는 20세기를갓지나서살고있는현재의시점에서한스큉이보는그리스도교에대한연역적관찰이기도하다. 중세가톨릭패러다임 (366) 에대한반동으로종교개혁패러다임 (652) 이발생했지만, 종교개혁패러다임이곧근대이성패러다임으로진입하지않을수없었다는것은역사의흐름에서자연스러운과정이라고하지않을수없다. 이점은종교개혁패러다임자체가중세가톨릭패러다임을넘어서기는했지만, 개혁패러다임은자연과학이제시하기시작한인간중심의문명을온전하게건설할수있는구조를가지지못한것으로설명된다. 인간중심문명은사회적제도가인간을억압하지않는문명현상을의미한다. 이와같은인간중심의문명을말하기위해서는 18세기프랑스혁명을거치면서민주주의가확립되기까지의시간을금세기까지기다려야했다는것을가리킨다. 여기서선행했던두패러다임을다시말하기위해서되돌아갈필요는없다. 다만중세가톨릭패러다임과종교개혁패러다임둘다근대이성패러다임앞에서수구적태도를지녔던역사적사실을지적해야한다. 가톨릭이나개신교를막론하고근대이성에대한그리스도교전체의반응은그만큼방어의자세를보여주었던것이다. 가톨릭신앙의정통성을확보하기위한가톨릭교회의태도는종교개혁당시나근대이성의시대를맞이해서도별로달라지지않았다. 근대이성이라는동일한상황에서개신교도마찬가지로신앙에있어서정통주의혹은신정통주의 (902) 를고집하지않을수없었다. 그이유는시대의흐름에민감하게반응하였지만, 중세가톨릭패러다임을깨고나왔던새로운창조적힘을개방적으로발휘하지못하고자신의기득권에매달려주저앉고말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역사의도도한흐름에자신을맡기지못했던그리스도교가가장두려워했던자연과학과그기술문명은역사에, 그리고그리스도교에어떻게작용했던가? 이점을지적하지않을수없는이유는자연과학과기술문명의발전이우리시대에도동일하게작용하고있는까닭이다. 한스큉의종교간대화와일치운동을더폭넓게이해해야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어쨌든자연과학이자연과역사, 그리고인간자신에대하여얼마나넓게인식의지평을확장했는지주시할필요가있다. 인류역사에서자연과학은인간에게자연현상의이해를돕고그배후에존재하리라생각되었던형이상학적초월자에대한환상에서깨어나도록했던것이다. 근대이성패러다임은비로소인간의역사에서인간자신이자신의이성에근거해서자기를볼수있는데까지오게된사실과관련이있다. 이점에있어서근대는자연과학의발달에감사해야할것이다. 계몽주의는물론이성을인간의최종적가치판단의기준으로제시할줄알았지만, 이에비롯된위기를동시에겪지않을수없게되었다. 이성과진보와국가 (934) 는근대전반의위기를나타내는중심개념들로역사의흐름을나타내는주제어 - 15 -

들이다. 그리고사실상가톨릭이나개신교를막론하고그리스도교의근거를위협하는힘으로나타난이성은그자체만으로는이율배반적인결과를가져왔던것이다. 합리성을경험의제일바탕으로여기는이성에기초한자연과학의발달은역사와문명의모든부문에심오한변화를가져왔다. 이변화는동시에그리스도교의변화를촉구하는힘으로작용했다. 그변화가어떤내용이될지아무도예측할수없다. 그러나 변화 해야한다는사실은피할수없는현실이되었다. 달리말하면근대패러다임이가져온 1) 이성, 진보, 국가의개념은 2) 자연과학의발달이필연적으로가져오지않을수없던현상들과함께인류의실존에위협으로다가섰던것이다. 계몽주의를떠받치던근본가정들은계몽주의자체에의해서흔들렸고그확신은증발할지경에도달한것이다 (935). 이두가지요인은한스큉의분석에서아주중요한결과이다. 한스큉은근대의위기를이렇게이성과진보와국가의세개념으로설명한다. 먼저인간의이성에근거한계몽주의는근대패러다임을가져온결정적힘임 (936) 을강조한다. 그의주장이아니라도그힘은 21세기가시작된지금도지속되고있다는것은확실하다. 그러나전반적으로볼때근대가절대화했던이성은그패러다임안에서신앙처럼여겨졌으나, 오히려그자체는붕괴된것으로보인다. 이미 18세기부터이성에대한절대신앙은자기비판으로진행되었으며, 칸트 (Immanuel Kant, 1724-1804) 의이성비판에서절정에도달했던것으로보인다. 이성비판의 3부작인순수이성비판 (1781년), 실천이성비판 (1788년), 판단력비판 (1790년) 이이러한시대적경향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 그렇다면이성비판의근저에무엇이있는가? 이와관련해서개신교전통의그리스도교역사는또한사람의큰이름을만나게되는데, 그이름은프리드리히슐라이어마허 (F.D.E. Schleiermacher, 1768-1834) 이다. 슐라이어마허의등장은시대적요청이기도하지만, 인간사유의모순에대한반동이기도하다. 다시말하면, 인간의이성을강조하게된것은역사의자연적인흐름이지만, 지나친이성의강조는앞에서지적한것처럼자기모순의결과를가져오지않을수없었다. 이성에대한데카르트 (R. Descartes, 1596-1650년 ) 의과대평가는파스칼 (B. Pascal, 1623-1662 년 ) 의경계를불러일으켰고, 인간의이성과짝을이루는감성에눈을돌리도록요청했다. 계몽주의가지배적이던당대역사의흐름속에서이점을신학사상안에서주장한신학자가슐라이어마허인것이다. 중교에대한그의정의 16) - 인간의절대의존감정-는이러한점에서중요하며, 오늘날도이주제는토론의대상으로남아있다. 이성은자기정당성을자기안에서찾다가무너졌고, 인간의통전적존재이해를위해서그도구성을수긍해야할이성은자연과학의자연관에있어서도새로운관점을요청하지않을수없게되었다. 계몽주의시대의기계론적세계관은더이상독점적자리를유지할수없게된것이다. 이성의배타적중요성은더이상유지될수없게되었고, 이로부터파생된기계론적세계관은 20세기에새롭게눈을뜨게된인간으로하여금생태적세계관으로전환되었고, 이요청은실존적위급함을의미하게되었다. 이와관련된질문은단순해보이지만논의주제는심각하다. 과연자연과학의발전은인류의진보를가져왔는가?(938) 인류는정말로더나은행복조건을채워가며진보하고있는가? 이성의참된기능이오해되었던시기에이질문은가장껄끄럽고날카로운침이되었 16) 슐라이어마허는 종교를인간의절대적의존감정 (Religion als dem Gefühl schlechthinniger Abhängigkeit des Menschen) 으로정의한다. - 16 -

다. 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적전환기에도이러한진보에대한질문은유효하다. 20세기말에전격적으로시작된세계화 (Globalization) 현상은그혜택을누려할국가들을위한것이아니라, 이미혜택을누리고있는나라들이전략으로채택한정책이어서세계화의위험성을역설적으로말해주고있다. 저개발국가들의생명을담보로앞선나라들이자연을수탈하는현상을우리는이미보아왔고, 또보고있다. 결국생태계의붕괴를가져올것으로보이는세계화와그것이표어로들고있는진보는내용상반대방향을지향하고있다. 진보의대가로치러야할희생은인류에게너무도심각한실존의위협이되고있다. 자원고갈, 교통난, 환경오염, 인구폭발, 삼림훼손, 온실효과, 오존층파괴, 기상이변, 쓰레기전쟁, 대량실업, 국제부채위기, 군비경쟁, 원자병, 에이즈질병, 유전자변형식품 (GMO) 17) 등이인류를위협하고있다. 자연재앙처럼보이는현상들도인간의욕망에의한자연의파괴나착취와무관하지않은것도주의해야할내용이다 18). 이처럼이성을기초로진보혹은발전을중심적가치로채택한이래로인류를더큰행복으로이끌어야할가치가역설적으로인간의실존을위협하는패러다임의내적모순으로나타났다. 그리고 18세기이후근대를수놓은개념중의하나로국가개념을들수있다 (939). 국가주의개념은 20세기까지강력한영향력을발휘하였으나세계전쟁으로그신뢰를잃어버렸다. 국가개념에덧붙여자유주의와사회주의개념이중요한이데올로기로작용했으나, 자유주의는사회정의를창출할수없었고, 사회주의는개인의자유를억압했다 19). 그렇다고이들에대립적이념을가지고진행된사회체제들, 곧자본주의와공산주의가성공했는가? 공산주의는소멸중이고자본주의는아직살아있다고해도역사적으로보면아직실험중이며, 현실적으로성공했다고주장하기어려운것이사실이다. 자유주의는 국가정치적으로는온갖절대군주제적국가권력에맞서개인자유권의수호와헌법에의한공권력제한을위해노력했고경제정책적으로는경제사회영역으로부터국가의후퇴와생업, 통상, 기업, 경쟁, 단결의자유에대한인정을얻어내고자애썼다 (910). 그리고자본주의는결과적이지만시장경제원칙을기초로하여윤리적원칙을완전히축출하였다. 사회주의는 1848년공산당선언을통하여변증법적이고역사적인유물론적세계관의선언으로모습을드러냈는데 20), 스스로세계역사의법칙들을과학적토대위에서분석해낼수있다고주장했다. 그 17)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 한생물의유전자중일부를잘라내다른유전자에붙여만든식품. 이기술은 1973 년미국의코언과보이어가포도상구균의유전자를대장균에도입하면서시작되었다. 미국농무부는 1987 년이후 48 종의농산물재배실험에들어가 94 년옥수수, 콩, 감자, 호밀등을상품화했다. 이 GMO 는생명체내의면역체계및생태계의균형을깨뜨릴수있기때문에논란이지속되고있다. 18) 2004 년 12 월 26 일인도네시아해저에서발생한츠나미 ( 津波, tsnami: 포구로밀려드는파도, 즉지구를구성하는지각판의충돌로발생한지진해일 ) 로인하여인도와스리랑카를포함하는인도양주변의해변이황폐화되었고인명손실은 15 만을넘고있다고공식발표되었다. 심지어수천킬로미터떨어진아프리카의소말리아도지진해일로인한해변침수로 100 여명이상의많은인명피해를보았다고인정하고있다. 그러나그피해규모는피해당사국들이통계를낼수없을정도로훨씬더심각하다는게일반적인견해이다. 19) 산업화의과정에서새로운사회계급이생겨났다. 본격적인의미에서무산계급 ( 프로레타리아 proletariat) 의출현은산업화의경제적사회적진행이과연긍정적이기만한가? 라는질문을촉발시킨계기를제공했다. 이말은세계화의진행을주도하는국가와지도자들에게도동일하게제기되어야할질문을의미한다. 이성주의시대에시도된민주혁명과산업혁명은전통적가치를뒤흔들었고, 이에대한반작용으로자유주의와사회주의운동을낳았다. 이로써그리스도교로정향되어있던서구사회는 1840 년대이후일반화된현상으로탈교회화와탈그리스도화로진행될것이었다 (908-912). 이현상은틀을조금바꾸어보면오늘날에도그대로적용된다. 20) 사회주의, 특별히과학적사회주의의창시자로우리는칼마르크스 (Karl Marx, 1818-1883) 와프리드리히엥엘스 (1820-1895) 의이름을들수있다. 이들은런던에서공산당선언 (1848) 을기초하였고그들의이름으 - 17 -

러나과학적사회주의를표방한이러한주장도 21세기초에서보면무산계급의사회를최종단계로본결말은틀리고말았다. 이렇게근대이성을발판으로진행된역사의흐름에서탈산업화의과정은새로운패러다임을낳았다. 이세상은후기자본주의, 후기사회주의패러다임, 그리고후기현대주의적생태-사회시장경제패러다임으로옮겨가고있다. 후기현대주의이건반현대주의이건이렇게변화하는세상을어떻게이름짓든간에, 종교도이러한흐름에서홀로무관심한척서있을수없다. 변화는새로운세계상을낳는틀이다. 전통으로무장한사회는이변화를방어적으로혹은적대적으로보려는경향을가진다. 변화를거부하려는사회일수록정적세계관을고수하려는움직임을강하게나타낸다. 자기를중심으로생각하고, 자기를가치의기준으로정립하고자기이외의것은모두종속적이차적의미로무시하거나경시하려한다. 따라서종교개혁의움직임이거세게몰아치던 16-17세기에그리스도교는교회의분열로대답을했고, 이성을무기로한계몽주의시대에는시대의요청에쉽게응답할수없는종교가되어방어적일수밖에없었던것이다. 이런시각에서 21세기의그리스도교는아직도계몽의현실을부정하고있지나않은지자문할일이다 21). 과학기술, 개인주의, 가치의다원성등은우리가살고있는, 그리고우리의후손이살아갈세계를계속해서세속화할것이다. 그리스도교는세속화를겁낼것이아니라, 세속화의배를타고세계와역사의흐름을위한방향타의구실을해야할일이다. 바 ) 현대의일치운동패러다임 : 한스큉의의도대라면이패러다임은내용상탈현대적패러다임 (Nach-Moderne) 22) 이라고부를수있다. 이는한스큉의 < 그리스도교 > 의마지막항목으로현대가부닥뜨리기시작한전지구적문제를요약하는표현이다. 이패러다임에서제기되는주요문제들로그는생태계와여성문제, 분배정의와종교의다원성등을언급한다. 현실의다양한차원을 1) 우주적차원 : 인간과자연, 2) 인간론적차원 : 남성과여성, 3) 사회정치적차원 : 빈자와부자, 4) 종교적차원 : 인간과하느님으로잡고, 미래를위한방향과좌표를얻기위한과제로삼는다 (947). 한스큉은최근역사에서새로운세계질서를위한세번의기회가있었다고판단하면서 23) 미래에우발적으로터질수있는문명전쟁에대한우려를표명한다. 전쟁과갈등의원인을파악하기위해서세계종교들로부터출발하는것을선호한다. 헌팅턴의문명들의충돌에대해서 24) 어느정도비판적인견해를가지고분석에임하지만, 그기저에문화 로선언했다. 나중에이데올로기화의과정을통해서정치적으로부르주아계급과정치적대립을하게되었다. 계급투쟁은결국자유주의의주관심사인개인의자유를보장하는선에서사회정의와정의사회의질서의확립에무게를두게되었던것이다 (908-919). 이점은그리스도교가사회에대하여어떤태도를취할것인가? 라는질문을요청하는계기로작용것이다. 21) 한스큉은이점에서가톨릭전통주의와개신교근본주의의맹점을이렇게지적한다 :" 가톨릭전통주의에해당하는말은개신교근본주의에도해당되거니와, 이것은코페르니쿠스, 다윈이전의종교개혁적패러다임안에언제까지나머물러있고자한다. 가톨릭전통주의자들이근대의습격에맞서오류없는목자인교황에게로피신하듯이, 개신교근본주의자들은오류없는책인성서로도피한다 (944)." 22) 큉은시대를구획짓는시도에서후현대 (Post-moderne) 혹은탈현대주의 (Nach-Moderne) 란용어중에서후자를선호한다. 용어가가리키는내용의분석에서중요한것은다양성의긍정적이해와수용이다 (945). 23) 1, 2 차세계대전과 1989 년철의장막이내린사건을의미. 24) 새무얼헌팅톤, 문명의충돌, 김영사, 1997(1996). 문명의충돌을세계멸망의가능성으로분석한이책은그이면에종교간갈등과이에대한부정적세계관, 혹은그리스도교를배경으로한서구우월주의의시각이숨겨져있다는비판을듣고있다. - 18 -

정치적혹은종교정치적원인들에대해서깊은주의를기울인다. 말하자면종교들사이의평화가문명들사이의갈등이나긴장을해소할수있는근원적대안이라판단하는것이다. 이자리에서우리는다시한번한스큉의출발점을기억해야한다. 종교간의평화없이는문명간의전쟁이다. 종교간의대화없이는종교간의평화없다. 종교들의바탕에대한연구없이는종교간의대화없다 (956). 큉의염려는세계의갈등이곧권력과도덕의세계사적싸움으로폭발하지않을까하는점이다. 이갈등의가운데에있는종교의자리를의식하면서그는구속력과결속력있는세계윤리를생각한다. 아니몽상한다고말하는게옳을지모르겠다! 하여튼한스큉은모든종교들의교리적상이점에도불구하고긍정할수있는윤리를생각하는것이다. 과연세계윤리 25) 는가능한것일까? 아니세계윤리는필요한것일까? 종교와관련해서그가던지는질문들은사실 < 그리스도교 > 가처음부터줄기차게제기해온주제들이다. 그주제들은현실적갈등을함축하고있으며, 그리스도교바탕위에서몇가지질문으로요약할수있겠다 26). ( 가 ) 누가정통적인가? ( 나 ) 누가가톨릭적인가? ( 다 ) 누가복음적인가? 누가정통인가? 이질문은어느교파가진리를대변하는지권위를따진다. 진리를배타적범주로알아듣고진리의유일성을강조한다. 누가가톨릭적인가? 신앙의연속성과보편성을주장하는문제이다. 여기엔그리스도교의전통과이전통의계승자가문제된다. 이런문제의식은전통을보편성의주제로연결시키게마련이다. 누가복음적인가? 비교우위에서고자그리스도교의원천에가까울수록자신을더힘있게주장할수있다. 교회의모든것을복음으로회귀시키는것과관련된다. 이질문들은그리스도교의새로운패러다임을상정하면서던져진그리스도교교파들의문제의식을드러낸다. 한스큉은미래에꼴지어질이새로운패러다임을탈교파적일치운동패러다임으로이해하고자한다. 그러나지나간역사를되돌아볼때, 이패러다임의성취여부는희망사항일뿐이다. 역사현상을분석해온그가방향을지정하고성취할수있는완전한대안을내놓을수는없는것이기에그렇다. 그렇다면앞으로전개될모든논의는가상적성격이될것이지만, 현실에서요구하는주제가될것이기에현실을반영하는내용이되지않을수없다. 이런관점에서한스큉은앞으로다루어야할주제들을아주폭넓게개진하고있다. 4. 앞으로다루어야할몇가지논제들 한스큉은앞으로성취되어야할주제들과미래의인류가갖추어야할신심의내용들을 25) 신학적으로이주제를다룬그의저서 세계윤리구상 ( 주 5) 을참고할수있고, 여기에서그의사색을짚어볼수있다. 26) 사실상일치운동의주제에오면, 교회자신의정체성에대한자문이발생하며, 이주제는다시그리스도교의분파적역사를되돌아보게한다. 이점에서한스큉은비판적이기는하지만, 더넓은시각을가질것을요청한다. 참고, 교회란무엇인가, 분도, 1978. 이작은소책자는대체로그에앞서발간된 The Church, Sheed and Wards, 1967 를요약하고있다. - 19 -

넓은지평에서보편적시각으로정리한다. 다음과같은주제들이그것이다. 새로운종합이성취되어야할주제들 (968): -종교와우주 : 신학과자연과학 -종교와정신 : 신학과정신요법학 -종교와정치 : 신학과정치학 -종교와문화 : 신학과미학 말하자면종교는자기안에서자기를볼것이아니라, 종교가처한시간적공간적범주를넓혀종교가대면해야할전차원에서자기를돌아봐야한다. 왜냐하면한스큉은바로이런시각에서그리스도교란종교를역사안에서분석하고자했기때문이다. 역사안에서그리스도교는하나의종교로서꼴을형성하고발전되어왔다고볼수있지만, 그것은결국역사와의관계에서이해되고정향되어야할문제로보아야하는것이다. 그는종합되어야할주제들로마감하지않고, 보편적의미에서인류를위한신앙내용이개별종교들이담아내야할주제들을제시함으로써우리들의사고유연성을요청하고있다. 종교가보편적성격을자기안에담아내려면, 문화적외피에싸여버린종교는내용상더보편적이어야한다. 인류를위한신심 (969): -인간과자연 : 우주적신심 -남성과여성 : 비차별적신심 -부자와빈자 : 해방적신심 -나의종교와남의종교 : 전세계적신심. 그이유는지상의어떤신학도역사의흐름에기초하고있고, 그가르침은보편성을지향하고있다고주장하기때문이다. 역사적인것은장점과단점을동시에보유한다. 종교가역사적실체라는점을긍정할때, < 그리스도교 > 의문제제기는역사적장점이나단점그자체를따지는것이아니라, 그적용의성취여부에있다할것이다. 따라서어느시대에서건역사적으로규정된그리스도교의보편적이상을이해하려면역사흐름의전체적관점을유지할수있어야한다. 한스큉의업적은이런점에서높이평가받아야할것이다. 그러기에한스큉의노고가가져온업적이완전하지않다하더라도, 신학과역사의균형잡힌시각을위하여비판적으로수긍되어야할필요가있다. 결어 < 그리스도교 > 를읽으면서잊어서는안될사항은적어도큉은교회를생각하면서그리스도교를비판하고있다는점이다. 그가강조하는교회의본질이어떠하든교회를염두에둔발언임을늘고려해야한다. 변화하는교회는본질에있어서그리스도를전제하고있는것이지만, 한시대에고정된것이아니라는점은늘그가주장하는바이다 27). 그러므로 < 그리 27) 그의저서 < 교회란무엇인가 > 의목차를한번보는것만으로이주장을충분히이해할수있다. 교회의본질은마침내현대세계의다종교상황을만나게된다. 교회는복음을증거해야하는실체로서소수요, 세상의 - 20 -

스도교 > 에서주장하고있는저자의모형분석은역사적해석의측면에서비판의여지가있지만객관성을기조로하고있다는점을존중해야한다. 또조직신학적이란측면에서심각한반대를불러일으킬수도있지만, 역사신학적비판의혜안을무시해서도안된다. 우리는 신학과교회의 ( 항상통일적인것으로이해된 ) 모형들이과거와마찬가지로오늘날에도서로다른학파, 사상노선, 신학들의다원성을내포 하고, 또한 이러한다원성은언제나갈등과논쟁의표현일뿐아니라창조성과활력의표현 28) 이라는사실을부정할수는없다. 본질을긍정하기위해서비판적논쟁을제기하는사고는그자체로의미와가치가있으며, 더나은미래의발전을도모하고자시도한다는점에서교회에관한신랄한비판조차긍정적인포용과숙고를유지해야할것이다. 우리가한스큉의분석과관찰을토대로그리스도교를이해하고사랑한다면, 세계종교를말하게된이후 ( 유다교, 이슬람, 불교, 힌두교등을포함하여 ) 29), 그리스도교는자신의정체성을더욱넓은의미에서하느님의종교로자신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현실은그렇지않다는데에문제가발생한다. 21세기를시작한이시점에서종교에게가장곤혹스러운주제는형이상학적으로자신을주장하던자세에서현대자연과학의발전과그영향을고려해야한다는점이다 30). 지난역사에서종교개혁이후이성주의와합리주의시대가도래하면서자연과학은자신의역량을힘껏발휘해왔다. 비록계몽주의이후의시대에서실패와오류를범하면서인류문명을이끌게된이성이지만, 오늘날종교의정체성에가장강력하고도까다로운문제를제기하고있는까닭이다. 이러한점에서그리스도교는한스큉의분석대로종교개혁이후분열의과정을거쳐현대에이르고있으나분열의치유는더악화하고있지나않은지자문해보아야한다. 말하자면, 근대이후의역사는인간자신의분열처럼인식되지는않았는가? 근대의합리주의와계몽주의는인류의정치와사회와문화를송두리째바꾸어놓고있지는않은가? 20세기후반부터통신혁명을겪게된역사의인간은시간과공간의의미를전시대와는아주다르게이해하기시작하지않았는가? 결국형이상학적시공간의이해는이제인간의삶속에하나의구성요인으로자리하게되었는데, 이러한변화를전통적종교는어떻게해석할수있겠는가? 이처럼인간의이성이그힘을발휘하고있는곳에서필연적으로따르는질문들이우리를엄습한다. 이와같이종교개혁패러다임의시대를지나서근대계몽주의패러다임을거치는동안, 인간의이성이직접적으로발휘되는자연세계는가장커다란변화의동력, 패러다임전환이관측되는곳이다. 인간의이성이발휘되는곳에서패러다임의변화가분명하게나타나는까닭이다. 이러한의미에서종교는인간이창조하는일체의문명전환적요소들에더심각한주의를기울여야하고, 깊은관찰을해야할것이다. 그단적인예가과학기술문명과종교 다수에게봉사하는실체라는사실을잊지말아야한다. 28) 한스큉, 모형을변경한다는것은무엇을의미하는가? in 현대신학은어디로가고있는가? 21 쪽. 29) 한스큉의삼부작은이미그가세계종교 (Weltreligionen) 와의대화를염두에두었을때이미시작된것이며, 이것이그리스도교의비판적분석작업의서론인셈이다. Christentum und Weltreligionen; Hinführung zum Dialog mit Islam, Hinduismus und Buddhismus, R. Piper, 1984. 30) 한스큉은자연과학패러다임을신학과역사분석에도입하면서자신있게자연과학의경험적성격의애매성을지적하기도한다. 이러한점은신학자로서통찰력을드러내는것이긴하지만, 세계가자연과학의패러다임과그영향력에커다란변화를보이고있다는사실을더깊이있게성찰할필요가있음을보여주는면이기도하다. 자연과학이열어주는세계관과인간관을아직우리는모두섭렵하고있지못한까닭이다. 자연과학과정신과학사이의상호관계에대하여, 현대신학은어디로가고있는가, 41-86 쪽참조. - 21 -

의상호관계인것이다. 다음과같이몇가지영역에우리의관심과주의가맞추어진다면, 역사안의실체인그리스도교가올바른방향정립을하는데일말의도움이되지않을까생각해본다. 교회가자기성찰없이이시대에복음의원천적메시지에다가설수있으리라고믿기어려운상황이반복되고있는것도같은공동체일원누구에게나안타깝기는마찬가지이기때문이다. 그러므로다음과같은주제는앞으로충분한시간을가지고숙고되어야할주제들이다. -역사와현실의차이와동질성 -그리스도교의현실과이상 -역사와신학의판단오류 -역사와신학의상호의존성 그렇다고 < 그리스도교 > 를읽은우리에게모든질문이정리된것은아니다. 한스큉의분석과주장이과연그의의지대로이해될수있는가? 근본적인질문은그의방법론이역사와신학의체계적종합을시도하는노력이기때문에, 이둘사이의연결이과연그가치를발휘할수있는가에있다. 즉, 객관적사실을주장하는역사와주관적신앙사이의연결고리는무엇일까? 그리스도교의비판적이해를위하여분석한역사의텍스트는과연종합적으로충분히고려된것인가? 한스큉의초점은아직분명하게주어지지않는다. 그러나역사와신학의경계를분리하기보다는오히려두영역사이의연결고리를찾아야할필요성과, 이고리가신학과역사의주관성과객관성을충분히조화시킬수있어야한다는점을강조하고있다는사실을긍정적으로이해해야할것이다. 어떤의미에서한스큉의 < 그리스도교 > 는처음부터시도했던적합한효과를충분히얻었다고말할수있겠다. 그것은단순히비판을위한비판이아니라, 그리스도교의미래를새롭게, 그리고복음적으로구축하기위한노력이었기때문이다. 저자의말대로역사와조직신학두차원에서시도한그의종합작업은역사적측면에서교회를긍정하기위해서부정적측면에서비판을진행시켰다면, 교회의본질이아닌것을부정하고부서뜨리기위해서는역사적자료에의존하여해석을진행시켰다. 이렇게역사와그리스도교를병립시키면서분석과해석을과감하고도통렬하게진행시켰다면, 역설적으로아직저자는그의신학적작업이역사적자료의분석차원을넘어설수있는위치까지가지못했다는사실을인정해야할것이다. 그까닭은아무래도세계종교를언급하고세계윤리를주장하는저자가세계와세계종교들이인정하는통합을이루지못했고, 긍정적의미에서아직진행중이기때문일것이다. 달리말하면, 한스큉은 < 그리스도교 > 의저자로서자신이넘어서고싶은그리스도교중심의신학을진행시키고있기때문이다 31). 이러한비판은일반적이기는하지만, 그의종교간평화신학이아직보편적관점을획득하지못하고있기때문이기도하다. 그러나한스큉의역사적방법론은그시기의적절성과함께그가치를충분히발휘했고, 앞으로도신학의보편성을넓히고그지평을심화시킬수있는방법론이란점에서폭넓은신학적지지를받아야할것이다. 31) 이러한비판은 20 세기후반의종교간대화, 혹은종교신학자들에서비롯된다. 아직도큉은가톨릭교회와그신학안에충실히머물러있으며, 그토대위에서신학하기를하고있기때문이다. - 22 -

마지막으로한스큉의역사모형방법론이우리에게가르쳐주고자하는것이궁극적으로무엇일까? 그것은한마디로어떻게하면기존의낡은인식 ( 모형 ) 이결국은새로운인식 ( 모형 ) 으로대체되어야하는지보여주고자했다는점이다. 큉의방법론은그리스도교자신의전통이라는기존의틀안에머물러있는한볼수없는진실을 새로운눈으로 볼수있기위한수단이었으며노력이었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 - 23 -

참고. 1. 그리스도교- 본질과역사 2. 세계윤리구상 3. Hans Kung: New Horizons For Faith And Thought, ed. by Karl-Joseph Kuschhel and Hermann Haring, 1993. 4. Women In Christianity, 5. 현대신학은어디로가고있는가? 박재순옮김, 한국신학연구소, 1989. 6. John Kiwiet, Hans Kung, 1985 7. Qu'est-ce que l'eglise?, DDB, 1972. 8. Strukturen der Kirche, Herder, 1967. 9. Christentum und Weltreligionen; Hinführung zum Dialog und Islam, Hinduismus und Buddhismus, R. Piper, 1984. -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