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72D28BCADC6F229C0B1B9CEBFEC D E687770>

Similar documents
- 4 -

<4D F736F F F696E74202D20BCADBEE7C3B6C7D0C0D4B9AE2034C1D6C2F75FC3B6C7D0B0FA20C1B8C0E7>

쌍백합23호3

10월추천dvd

내지-교회에관한교리

금강인쇄-내지-세대주의재고찰

Ι

178È£pdf

* pb61۲õðÀÚÀ̳ʸ

<B3EDB9AEC0DBBCBAB9FD2E687770>

152*220

- 89 -

<3032BFF9C8A35FBABBB9AE5FC7A5C1F6C7D5C4A32E696E6464>

~

hwp




다음웹툰광고상품소개_ _v1.2

2 단계 : 추상화 class 오리 { class 청둥오리 extends 오리 { class 물오리 extends 오리 { 청둥오리 mallardduck = new 청둥오리 (); 물오리 redheadduck = new 물오리 (); mallardduck.swim();

문화재이야기part2

현장에서 만난 문화재 이야기 2

<B1B9C8B8C0D4B9FDC1B6BBE7C3B3BAB85F BB0DCBFEFC8A35B315D2E706466>

120~151역사지도서3

완벽한개념정립 _ 행렬의참, 거짓 수학전문가 NAMU 선생 1. 행렬의참, 거짓개념정리 1. 교환법칙과관련한내용, 는항상성립하지만 는항상성립하지는않는다. < 참인명제 > (1),, (2) ( ) 인경우에는 가성립한다.,,, (3) 다음과같은관계식을만족하는두행렬 A,B에

Jkafm093.hwp

4) 5) 6) 7)

아침 송(頌) 유자효 자작나무 잎은 푸른 숨을 내뿜으며 달리는 마차를 휘감는다 보라 젊음은 넘쳐나는 생명으로 용솟음치고 오솔길은 긴 미래를 향하여 굽어 있다 아무도 모른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길의 끝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여행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3635B1E8C1F8C7D02E485750>

<B3EDB4DC28B1E8BCAEC7F6292E687770>

<52452D30342DB3F3C3CCB0E6B0FCB0A1C4A1C6F2B0A1BFCDB0FCB8AEB9E6BEC B1E8B1A4C0D32E687770>


2014학년도 수시 면접 문항

<3235B0AD20BCF6BFADC0C720B1D8C7D120C2FC20B0C5C1FE20322E687770>

CSG_keynote_KO copy.key

슬라이드 1

레이아웃 1

전체 / 읷본문학의이해 3 3 읶문과학부 1/ 한국현대문학의이해 3 3 국어국문학 1/ 영문학입문 3 3 영어영문학 1/ 프랑스언어와문화Ⅰ 3 3 불어불문학 1/ 서양의역사와문화 3 3 사학 1/1 3682

Microsoft PowerPoint - chap02-C프로그램시작하기.pptx

#7단원 1(252~269)교

글청봉3기 PDF용

<C1DF29B1E2BCFAA1A4B0A1C1A420A8E85FB1B3BBE7BFEB20C1F6B5B5BCAD2E706466>


1-1) 아직까지도우리나라는 resilience' 이라는용어가적응유연성 ( 권태철, 2002; 김미승, 2002; 박현선, 1998, 1999a, 1999b; 양국선, 2001; 유성경, 2000; 이선아, 2004; 윤미경, 2002; 조혜정, 2002; 장순정, 2

저작자표시 - 비영리 - 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아래의조건을따르는경우에한하여자유롭게 이저작물을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및방송할수있습니다. 다음과같은조건을따라야합니다 : 저작자표시. 귀하는원저작자를표시하여야합니다. 비영리. 귀하는이저작물을영리목적으로이용할

ITFGc03ÖÁ¾š

= " (2014), `` ,'' .." " (2011), `` ,'' (.)"

2 Verse 2C E 전능 하신나의주하나님은?? j r j 2 0 r. fij fi j R = E2G 능치 Fm9 Cm M9 2C 못하실일전혀없네우리?? r. o R

82-대한신경학0201

2015년9월도서관웹용

The mission minded church - Strategies in building a multicultural ministry – Die missions-bereite Kirche - Strategien zum Aufbau multikultureller Ge

기본소득문답2

어린이 비만예방 동화 연극놀이 글 김은재 그림 이 석

병원이왜내지최종본1

캐비노티에 임페리얼 타이거 캐비노티에 머제스틱 타이거 캐비노티에 와일드 팬더 개요 두 가지의 특별한 기법 야생 동물을 향한 찬사, 메종의 유서 깊은 기술로 완성 워치메이킹 기술과 예술 공예의 조화를 통해 완성된 탁월한 타임피스 파운싱 장식의 인그레이빙과 마르퀘트리 기법

ok.

Untitled-1

What is the judgement like

041~084 ¹®È�Çö»óÀбâ

2013 년 11 월관광객입출국 / 관광수입 지출분석

DocHdl2OnPREPRESStmpTarget

<C7D1B1B9C1B6C1F7BDC5C7D0B3EDC3D12D3436C1FD2DC0CEBCE2BABB2E687770>

5 291

* 이논문은제 1 저자의진주교육대학교교육대학원초등특수교육전공석사학위논문임. ** 주저자 : 진주장재초등학교교사 *** 교신저자 : 진주교육대학교교수

2016년 신호등 10월호 내지.indd

0.筌≪럩??袁ⓓ?紐껋젾 筌

ÃʵîÇлý¿ë1021

제 1 절 복습 \usepackage{ g r a p h i c x }... \ i n c l u d e g r a p h i c s [ width =0.9\ textwidth ] { b e a r. j p g } (a) includegraphics 사용의일반적인유형

장깨표지65

내지 뒷

A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98 년 한국사회과학자료원 2008년 2008년

2 인구절벽에대비한해외정책및사례연구

(......).hwp

평생교육원 모집안내-2013학년도

국어 순화의 역사와 전망

2002report hwp


Slide 1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3033C6AFC1FD5FC0CCB3B2C0CE2E687770>

<BACFC7D1B3F3BEF7B5BFC7E22D3133B1C733C8A BFEB2E687770>


#편집인협회보381호_0422

141018_m

<5BB0EDB3ADB5B55D B3E2B4EBBAF12DB0ED312D312DC1DFB0A32DC0B6C7D5B0FAC7D02D28312E BAF2B9F0B0FA20BFF8C0DAC0C720C7FCBCBA2D D3135B9AEC7D72E687770>

과제번호 RR [ 연구결과보고서 ] 대학교양기초교육에대한 종합적분석연구 연구책임자 : 손동현 ( 한국교양기초교육원 )

<34BFF9C8A320B4DCB8E9B0EDC7D8BBF32E706466>

? !


.. (Jane Jacobs) 1961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1 (William Whyte) 1969 Street Life Project ,. 2.,.. (microclimate) (thermal

베이비붐세대의근로생애와은퇴과정연구

126b72»¹®š

1960 년 년 3 월 31 일, 서울신문 조간 4 면,, 30


Á¤Ã¥¹é¼Ł_Ç¥Áö

win8_1±³

2013 년 10 월관광객입출국 / 관광수입 지출분석

(012~031)223교과(교)2-1

** ¿ùÈ£

<BFA9C8A3BFCDB4C2C0A7B4EBC7CFB4D9284A2E522E >

Transcription:

인문논총제 72 권제 1 호 (2015.02.28), pp. 493~505 근대전공문학자가본죽음의역사 근대전공문학자가본죽음의역사 [ 서평 ] 황훈성 (2013), 서양문학에나타난죽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508 쪽. 윤민우 * 1) 영문학자황훈성교수의 서양문학에나타난죽음 은플라톤의 파이돈 으로부터 20세기말까지의서양문학에나타나는죽음의다양한면모를추적하였다. 지성사의시작부터끝에달하는장구한세월의모든주요한생각들을다룰수는없으나, 대체로영혼과육체의관계, 내세의모습, 구원과은총의의미, 죽음의공포및상기가주요관심분야이다. 영혼과육체의관계는플라톤, 에피쿠로스, 에픽테토스, 루크레티우스등고대사유에의존하였다. 구원과은총및죽음의공포는단테, 플래너리오코너, 사무엘베케트, 크리스티나로제티, 셰익스피어, 톨스토이의저작들에서흥미로운양상을추출하였다. 마지막으로죽음의상기를이해하기위해홀바인 2세, 콤브, 그리고코키스가공유하는 죽음의무도 모티프를각각분석하였다. 죽음은중세이래낫이나모래시계로상징되기도하고, 육체의감옥에서벗어나는영혼의여행, 고치에서벗어나얇은껍질에서나비로태어 * 연세대학교영어영문학과교수

494 인문논총제 72 권제 1 호 (2015.02.28) 남, 얼마동안의잠이후에본향에서의영원한안식등의이미지로나타나기도한다. 이러한 죽음의얼굴, 죽음의메타포 의풍부한예들을본저서에서만날수있다. 저자가채택한작품들은보기에따라서좀혼란스러울수있지만, 이들은저자의재기발랄한선정기준을반영하고있으며, 그런만큼제각기독특한죽음의양상을드러내고있다. 아래에서본저서의내용을간간히소개하면서, 저자의해설및본저서의의의에관하여몇가지큰주제로나눠토론해본다. 1. 영혼의소멸과불멸 : 고대사상 영혼과내세의문제를생각하며, 독자는패트릭스웨이지와데미무어가주연한 사랑과영혼 (Ghost) 이라는영화를떠올릴수있다. 주인공은살해당해영혼으로떠돌다가살해자가죽은후에야비로소밝은빛에싸여하늘로올라가는데, 본저서와연관하여우리는비열한살해자의죽음장면에더관심이있다. 그가죽을때악령들이대기하고있다가곧바로그를데려간다. 여기서영혼이육체를이탈하므로, 이장면은영혼불멸설에의거한다고볼수있다. 그리고그는곧바로지옥으로불려가심판을받을것인데, 이와더불어기독교사상에는육체가죽음후에편안한잠을자고예수의재림시에영혼과육체가재결합하여하늘나라로올라가심판을받는다는견해도강력하였다. 더욱이, 이영화에서확인되지는않지만, 죽은영혼들이차별적상벌을받을것인가, 아니면모두같은상벌을받을것인가하는것도사실은역사적으로논쟁거리였다. 이런관점의차이들은고대및중세기의어느기점에서확립을본것이고, 그근원을여러각도에서조명하려는시도도있어왔다. 본저서는영혼은불멸하는가, 아니면육체와함께소멸하는가라는물음과, 영혼이불멸하다면사후세계의모습은어떠할것이며, 영혼이소

윤민우 / 근대전공문학자가본죽음의역사 495 멸한다면사후세계에대한공포는필요없지않은가라는물음으로시작한다. 저자는이문제에다가가기위하여그리스로마의고대사유를선택하였다. 물론그리스로마가일반적으로사유의시작점으로인식되기때문이기도하다. 플라톤 ( 소크라테스 ) 과에픽테토스는영혼불멸론을, 원자론의대가인에피쿠로스와루크레티우스는영혼필멸론을주창하였다. 플라톤처럼영혼의불멸을믿은에픽테토스는유신론적금욕주의자 ( 스토아학파 ) 이다. 그에의하면영혼은불멸하며육체는비아속체이므로, 그는나자신의통제권한안에존재하는아속체인도덕, 이성기능에만관심이있는것이다. 반면, 에피쿠로스는죽음후육체와함께영혼도소멸하여지각작용이없어지므로고통도없고, 그러므로죽음을두려워할이유가없다고주장한다. 그는무신론자이며유물론자이다. 뇌신경학이라는흥미로운부제가붙은루크레티우스에대한본저자의소개는영혼을신경이라는물질적존재로환원시킨다. 루크레티우스는영혼도육체처럼성장하고쇠퇴한다고보아, 사후에영혼이겪을고통의공포를제거하였다. 물론중세기독교문화를거쳐근대에이르기까지는영혼불멸설이압도적으로우세하였는데, 이런사유의갈래를중요시해야한다면, 본저서에는대체로이러한중세라틴전통이제외되어있어아쉽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 중세신학과가톨릭문화, 그리고종교개혁후의프로테스탄트전통에도영혼과죽음에관한흥미로운해석이있을것이다. 오거스틴, 아퀴나스, 캘빈등에게서도배울만한영혼과내세관이있을텐데라는생각이드는것이다. 물론본저서도 에브리맨, 단테, 홀바인, 셰익스피어를다루기는하지만, 고대그레코로망전통의영혼관에비하면체계적이거나상세한토론이아님은확실하다. 그러나바로이점이본저서의성격을정의하는데에도움이된다. 즉오늘날의죽음의식을설명하기위해서기독교신앙만으로는부족할것이기때문이다. 이와관련하여근대초엽에재발굴된이교원자설및영혼필멸설의시의성을강

496 인문논총제 72 권제 1 호 (2015.02.28) 조할수있는데, 본저서는시작에서그러한사유로의문을열어두고있는셈이다. 1) 사실상, 이저서가다루는마지막작품에서도이그레코로망사유의두갈래가다시적용된다. 이저서는이런관점에서도수미일관하지만, 다루는작품의수를헤아려보더라도중세라틴전통보다는근대이후에죽음관에더중점을두고있다고말할수있다. 2. 죽음에관한태도 : 아리에의구분 황교수가의존하는시대구분의틀중의하나는아날파역사학자필리페아리에 (Philippe Ariès) 의연구이다. 그의연구는중세의순화된죽음과근대의수치스런죽음을나누는데우선크게기여한다. 그런데, 아리에의연구로부터황교수가 순치된죽음 이라번역한 tamed death 는엄격하게말하면중세안에서도 12세기이전의죽음관이다. 아리에의프레임에있어, 12세기를기점으로죽음에대한태도와인식의큰차이가발생한다. 12세기이전에죽음이순화된인식을받았던것은모든이가저승으로옮겨간다는의식, 그리고그곳에서동등한대접을누린다는의식때문이었다. 누구나가는곳이고, 가는곳또한한가지성격으로분명했으므로, 장례는공동체가치러야할작별의의례이상이아니었다. 황교수의저서는이러한 12세기이전의죽음은다루지않는다. 아리에는 12세기이후부터 18세기까지의죽음에대해서는공동체의례의대상이아니라, 나자신의죽음 (One s Own Death) 이라칭했다. 자크르고프의 연옥의탄생 을보더라도, 서유럽의 12세기는연옥이생겨나고부르주아계층이태동한것으로알려진시기이다. 2) 이시기에는 1) 스티븐그린블랫은최근저술 Swerve 에서 1417 년루크레티우스필사본의발굴이세상을바꿔놓았다고말한다. 이는근대의시작을알린다는것이다. Stephen Greenblatt (2011), The Swerve: How the World Became Modern, New York: Norton.

윤민우 / 근대전공문학자가본죽음의역사 497 사후세계에관한불확실성은아직나타나지않았으나, 상인의시간의식의중요성과함께교역의계산법등이생겨나, 개인이생전에지은죄에상응하여사후에겪을벌의종류와기간이정해진다는인식을가능케했다. 이시기로부터개인의선행을종합하는삶의결산서라는개념이나, 천사와악마가개인의죽음의침상가에서기다리는그림이나타나기시작한다. 이는바로개별적인 나자신의죽음 이다. 그리고르네상스에오면, 죽음의식은또한달라지지않는가? 대표적으로해골을메멘토모리 (memeton mori) 로지니며번민하는햄릿의독백을살펴볼수있다. 죽음은잠 이라일컬어지는데, 이는중세기독교믿음의일부이다. 부활까지는잠자는상태인것이다. 그런데, 이제새로운요소가도입된다. 혹시 악몽이오면 이라는물음이의미심장하다. 신의예정에의해선택된자와그렇지못한자가있다고주장하는캘빈주의가나온이래로, 사후세계에대한불확실성이생긴것이며, 더불어막스베버도말하듯이, 현세에서이룬물질적축적에동반되는축복의식이종교개혁후부터생겨나현세에대한일반인의가치의식이증대하였기때문이다. 16-17세기사람들이시간, 무상함, 유한성에유달리예민한감수성을가지고다가갔던것이바로이때문이랄수있다. 그러므로, 황교수가토론하듯이, 13-4세기의단테는지옥과연옥, 그리고천국을정교하게차별적인대우를받는장소로만들었고, 특히지옥에서의처벌은지상에서의과오에정확히반대되는형태의벌을받는다는콘트라파소 (contrapasso) 의원리에의존하는것으로재현하였다. 이는매우흥미있는관측이다. 그런반면, 셰익스피어의 소넷 을시의불멸성에의호소때문에플라톤주의로몰아간해석은미흡한결론짓기일것이다. 소넷 이진행되면서시의불멸성에관한시인의자신감의쇠퇴가나타나고있지않은가? 검은여인 (dark lady) 에이르면, 대상을칭송하 2) Jacques Le Goff (1984), The Birth of Purgatory, trans. Arthur Goldhammer, Chicago: U of Chicago P.

498 인문논총제 72 권제 1 호 (2015.02.28) 는시적의미형성이 위증 혹은허위임을말하지않은가? 이시기는신플라톤주의적진실과아름다움에대한회의가생겨난시기였으며, 스펜서에게서셰익스피어를거쳐존던으로오면서그러한분위기가점차주도적이된다. 3. 근대의죽음과구원의문제 죽음의관념은 18세기계몽주의이후에급속하게달라진다. 죽음은진보, 생산, 합리성에상반되는비이성의영역이었으므로가혹한냉대를받게된다. 그런데, 계몽시대말경에는토마스그레이등의일군의시인들이무덤과밤을기리는송가를불렀으며, 낭만주의에는죽음의유혹과에로티시즘을즐기는병적인심리상태도등장한다. 그러나본저서가지적하듯, 19세기중후반에이르면죽음의공포 (timor mortis) 가재등장한다 (399쪽). 물론이는중세말에크게부각되었던죽음의공포와같은성격일수는없다. 아리에에의하면, 이제 너의죽음 (Thy Death) 은나의죽음의상응으로받아들여질수없으며, 무덤은교회뜰공동묘지에서개인사유지로옮겨가야만했다. 특히 20세기이후의죽음은 금제된죽음 (Forbidden Death) 이라불린다. 생산과축적, 텔로스적진보가삶의이상 ( 理想 ) 이된시기적분위기에서쇠퇴와해체를가리키는죽음은결코밖으로내놓을의식 ( 儀式 ) 의대상이못된다. 본저서가강조하는것중하나가바로이근대이후의수치스럽고금제된죽음이다. 이것은오늘날우리가죽음을대하는모습이기도하다. 죽음은더이상공동체적이지않아, 친구나친지들이마지막인사를위해방문하는것을사양하며, 병원이나요양소에서외로이마지막순간을맞이하는것을마지않는다. 아리에가말하듯이, 빅토리아시대의병원은죽음을막는곳이아니라, 죽음을관리하는곳이되었다. 본저서의 죽음의공포와인간적극복 에

윤민우 / 근대전공문학자가본죽음의역사 499 서다뤄지는작품들은대체로근대이후의것들이며, 따라서이러한배경에서토론된다고말할수있다.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죽음 에서이반은죽음을선고받았을때, 동반자를잃고죽음에저항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죽음을받아들이고이웃에게공감과동정을느끼는편안한죽음을맞는다. 저자가해설하듯이이웃의회피는중세도덕극 에브리맨 의그것과비슷한현상이지만, 다른측면에서고찰될만하다. 에브리맨 에서죽음은바로하나님의메신저이고, 어느누구도죽음을인정치않는것은아니다. 죽음은모든이에게당연하고저승으로가는것이지만, 누가그와함께죽음의세계로갈것인지가준비되지않았다는것뿐이다. 오로지 지식 의안내로 선행 만이그를동행하는데, 이는특정적으로기독교신학에바탕을둔죽음과정의재현이다. 그에게는신에대한지식이불가결하며, 동시에생전에베푼선행의정도에따라합당한상벌이주어질것이다. 이와는많이다르게, 톨스토이의소설에서이웃들이이반을회피하는것은죽음을수치나더러운것으로여기기때문이며, 더불어, 저자가최초의현재적죽음에의통찰이라고칭하는바, 검은자루에휩쓸려가는영혼에관한묘사 (365쪽이하 ) 는삶의단절을가리키는죽음현상을말하는것이므로, 신학적죽음과는크게다른것이다. 이반일리치의죽음 은이런측면에서근대적이다. 구원의문제에있어, 플래너리오코너의경우는매우독특하다. 오코너의작품에서은총과구원에관해주제넘게확신하는무명 ( 無明 ) 과위선적이고자아만족적인경건성이가장큰문제거리이다. 황교수는 17세기사상가맬리브란쉬 (Malebranche) 를원용하여이작품을해석하는데, 그에의하면은총은사적이지않고자연법칙처럼객관적으로닥친다는것이다. 맬리브란쉬의우인설 (occasionalism) 은은총이신의개별적역사가아니고신의일반의지라고주장한다. 본서평자가영문학입문수업에서 선한사람을찾기힘들어 (A Good Man is Hard to Find) 를가르칠때,

500 인문논총제 72 권제 1 호 (2015.02.28) 이해석이학생들에게유용하게받아들여짐을확인할수있었다. 이소설에등장하는배교 ( 背敎 ) 적범죄자미스핏 (Misfit) 은자만하고위선적인할머니를총으로쏘아죽이면서, 그녀의삶의매순간누군가가그녀에게총을쏘아주었다면, 그녀가선한사람이되었을텐데 라고말한다. 충격요법으로신의의지를현재화하여, 폭력적이고그로테스크하게전달하는것, 이것이은총의세례이다. 그러므로오코너에게현세는연옥이고, 따라서현세는내세에자동이월된다. 오코너만큼이나특이하고흥미로운것이크리스티나로제티이다. 로제티의시적화자는현세를부정하고내세를희구하기도하지만, 자신의영혼이사후에귀환하여살아있는자신을바라보는장면을상상해본다. 죽음후의내가현세의나를바라보면서, 떨쳐버릴수없는현세에의미련과애착을드러내는것이다. 이시적화자는삶과죽음사이를부유하여, 죽음과삶을모두인지하는특이한존재로묘사된다. 궁극적으로내세를인정하게된다하더라도, 근대의죽음은어쩔수없이남아있는삶의애착과내세의불확실성에서오는불안심리를표출한다. 4. 죽음의무도 와죽음의상기 전근대, 근대, 근대후의죽음의식을각기대표하는 죽음의무도 (danse macabre) 작품들을찾아낸것은확실히황교수의연구성과이다. 홀바인 (Holbein) 2세의목판화, 콤브 (Combe) 의 영국식죽음의무도, 코키스 (Kokis) 의 퀘벡의죽음의무도 가그것이다. 드물게인용되는 퀘벡의죽음의무도 등의텍스트는저자가해외도서관에서어렵게구한것인데 ( 서문참조 ), 그때가생상스의 죽음의무도 음악에안무를맞춘김연아의피겨스케이팅이최고로빛을발할때쯤이아닌가싶다. 물론연아의사치스런의상이나높은점프와는반대로, 저자도소개하고있듯

윤민우 / 근대전공문학자가본죽음의역사 501 이, 죽음의무도 는중세전통이며죽음의처절한상기 ( 想起 ) 와밀접한연관이있다. 위에서토론한 12세기이전의 순치된죽음 의보완으로서피터브라운의저서 (The Cult of the Saints) 를참조하면, 3) 이른중세에순례자나신자들이성인의뼈등을보관한것은질병을낫게하는기적을행하는성유물로서이지, 죽음에대한상기를위한메멘토모리로서가아니었다. 또한, 그들은육체의부활을굳게믿었으므로육체보존의필요성을강하게인식했으며, 그런의미에서신체부위의보존은죽음의기억이아니라, 죽음에의의식을억압하려는신앙에서비롯되었다는것이다. 그런데, 중세말에는죽음을두려워하는의식이강하게대두하였다. 그중의하나가황교수가천착하는죽음의무도인데, 주지하듯이이는흑사병의무차별적학살, 그리고호이징하 (Huizinga) 가지적하듯이중세말에대두된재물의축적및삶의자만 (the pride of life), 그리고사체취미등과밀접한관계가있을것이다. 4) 홀바인 2세의목판화 (1538) 는이런배경에서나온것으로서, 저자는죽음의무도의탄생과정에관련하여무차별적이고집단적인중세운명관, 메멘토모리, 흑사병, 세속애, 데카당스취미를열거하며유용한해설을제공한다고볼수있다. 콤브의 영국식죽음의무도 (1815) 는계몽시대의 점잖은 죽음이어떤것이었는지를보여준다. 청빈과근면, 절제와중용, 초탈과수용의삶을청교도적으로살아온인물은죽음을이미준비된의식으로맞이할수있었다. 절제와극기의삶을다하고내세및섭리를수용하는편안한죽음이다. 더불어, 황교수의설명에서주목할만한것은홀바인의목판화에새겨진아이콘적인물과콤브의인물들이시사하는초기소설내러티브의차이이다. 콤브의 죽음의무도 에초대되어끌려가는초기부르 3) Peter Brown (1981), The Cult of the Saints: Its Rise and Function in Latin Christianity,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p. 3-11, 75-77. 4) Johan Huizinga (1954), The Waning of the Middle Ages, Garden City, NY: Doubleday Anchor.

502 인문논총제 72 권제 1 호 (2015.02.28) 주아직업군 (397쪽) 은홀바인의알레고리적인물군 (390쪽), 즉 죽음의무도 의중세아이콘적인물유형과다르게묘사되었다는점이다. 마치존번연이지은 천로역정 의 17세기후반프로테스탄트알레고리내러티브가그러하듯, 현세의일상생활을사는개별적이고구체적인인간상을반영하는모방적내러티브로나아가고있었다는점이흥미를끈다. 코키스의 퀘벡의죽음의무도 (1999) 에는방종과무질서, 상품소비, 육체찬미주의, 식탐욕등으로인한비만자, 자살자, 군중적자아, 정신착란자, 일중독자등오늘날의인간형이총망라된다. 그리고황교수는쾌락중독증세등에서오는자아실종, 바로이것이중세적죽음의사자 ( 使者 ) 를대체한다는통찰을제공한다. 황교수는이들의삶에서삶의 원점에대한인식자체가부재한다 는점을지적하면서이를포스트모던죽음의식이라고정의한다. 이는옳은지적이기는하지만, 코키스의작품에관한저자의해설에서모던시대를설명하는 외설적, 추악한 죽음이라는용어들이그대로사용된다는점은근대와근대후를나누는기준점을모호하게한다. 즉그저근대의심화가포스트모던인가라는의문을남기는것이다. 오히려, 저자가제공하는사무엘베케트에관한해석 (252쪽등 ) 이포스트모던적죽음이나 끝 의정서를더잘설명하지않는가하는생각이드는것이다. 베케트에게는삶속에죽음이있고, 그리하여삶은죽음의유희이고살아감은죽어감과꼭같은것인데, 단지그끝이언제닥치느냐만이문제인것이다. 삶은무의미한데, 그렇다고기독교사유처럼내세로가는여행이아니므로, 황교수는베케트가영혼과내세에관한불가지론적인입장을견지하며, 유물론적무신론자에기운다고파악한다. 서평자가보기에는베케트를통하여저자가애초에던진질문, 즉죽음은끝인가, 아니면새로운시작인가라는것에, 삶은이미시작된죽음이지만쉽사리끝나지않는연장된끝일지모른다는물음이첨가되는듯하여, 죽음과끝에관한새로운인식의지평으로분류될수있지않을까하는생각이들었다.

윤민우 / 근대전공문학자가본죽음의역사 503 그리고, 죽음은불확실의영역이고진보와생산에위배되는수치의영역이지만, 포스트모던죽음과전 ( 前 ) 근대죽음이공유하는점이있다면, 삶과죽음의연속성이나친밀성일수도있다는생각도해봄직하다. 오늘날의죽음은하이퍼리얼에서의죽음의팽배로서나타나는경우가현저하다. 장보드리야르에따르면, 오늘날에는기호로서의죽음이만연하여우리는이 하이퍼리얼 을 리얼 보다더현실이라고믿게된다는것이다. 5) 그리하여우리주위에자살사이트가버젓이존재하며, 서사시나로만스의마법적죽음과재생을닮은컴퓨터게임이유행하며, 현실과게임을혼동하는마비현상마저도빚어지는것이아닐까? 요컨대, 죽음에관한놀이적양상이포스트모던죽음의한부분으로지적될만하다고생각하는것이다. 본저서의 에필로그 에해당하는에드슨 (Edson) 의 위트 (W;t, 1995) 에는영혼이아니라무한증식하는암세포가불멸한다는패러독스가등장한다. 바로추악한죽음인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등장하는두인물, 즉영혼과육체의생존을마지막순간까지끈질기게추구하였던주인공인문주의자비비안과그녀의암을치료하는의사제이슨이각각영혼불멸론과영혼필멸론의경향을대변하는것으로보인다. 황교수는이를에픽테토스와루크레티우스의두모델의대립이재등장한다고해석한다 (469-81쪽). 이로써이책의끝은처음과만난다. 그런데, 독자가어느편을취하더라도양편은모두이교도이론이며내세의모습이나상벌에대해서말하는종교론은아니다. 더욱이, 오늘날죽음의태도는후자인유물론, 영혼필멸, 원자론을암묵간에따르는경향이많다는것을부인하기어렵다. 그래서사후세계를염려한햄릿과달리, 오늘날의인간들은 현세의고통을이기지못하여곧잘자살을택한다. 교회에서도, 죽음후의영혼의거취나그징벌에관한 아마도순결에관해서와마찬가지로 5) Jean Baudrillard (1993), Symbolic Exchange and Death, trans. Iain Hamilton Grant, London: Sage.

504 인문논총제 72 권제 1 호 (2015.02.28) 설교는현저하게줄어들었다. 그렇게하면신도들이모두다른교회로옮겨간다는것이다. 코키스의 퀘벡의죽음의무도, 에드슨의 위트 등, 포스트모던죽음으로끝나는 서양문학에나타난죽음 은암울하다. 아리에가말하듯, 오늘날죽음을사유하는것자체가유쾌할리가없다. 저자의포스트모던문화에대한시각에돌파구나카타르시스가없다면, 잉마르베르히만이연출한영화 제칠의봉인 (The Seventh Seal) 의일견을권할수있다. 이영화에서는십자군원정에서돌아온기사가겪는흑사병, 죽음의무도, 죽음과의체스게임, 그리고죽음에관한실존적물음이한꺼번에주어진다. 그리고이영화는요셉과마리아를연상케하는요프와미아의단순성의신앙이있다. 한모금의청량음료같이구원을암시하는요소가있다. 황훈성교수의 서양문학에나타난죽음 은한두가지 옥의티 는존재할지모르나, 많이칭찬해주어도좋을저작이다. 인쇄상의오류가없는저술이며 ( 본서평자는두어개밖에찾지못했다 ), 원문번역은정확하고유연하다고평가할수있다. 저자는가능한몇가지해석을분류하여소개하고, 그각각의소개에또분류를도입하는논지전개스타일을사용하는데, 이러한해설의분류와판별은대체로합리적이고정돈되어혼란을야기치않는다. 그리고이저서는논문쓰기이상의글솜씨를자랑한다고말할수있다. 저자의문체는분명하면서도유려하여, 단조로움을느끼게하지않는다. 저자본인의시도한편소개되고 (34-35쪽), 동양철학의조예도간간이비친다. 그리고흔한기독교영혼관이나내세신앙을너머, 오늘날의독자가쉽게접하지못할독특한죽음현상과이론들이소개된다. 마지막으로저자는왜죽음의역사를이시점에말하려하는지, 저술의의의를따져볼수있다. 죽음의무도 삼부작 과더불어, 이저서의백미는그레코로망모델의소개및적용이아닌가생각하는데, 이런측

윤민우 / 근대전공문학자가본죽음의역사 505 면에서본저서가오늘날의죽음의식을사유하는데이바지한다고볼수있을것이다. 수치스런죽음 이라든가, 원자론에입각한죽음및영혼의해석, 포스트모던적끝의해설등이특히그러하다. 이런측면에서현대영미희곡전공자인황훈성교수가지은본저서를 근대전공문학자가본죽음의역사 라부른다면좀지나친판단일까? 이판단은중세르네상스문학전공자인본서평자의편견이들어간해석일것이다. 더불어, 본서평이전 ( 前 ) 근대의죽음현상에관해불필요하게수다스러웠다면, 서평자의전공영역이가진한계때문이라고이해해주기바란다. 동서고금을막론하고보편적주제가되어온죽음의역사를다루는어떤저서들에서그범위나강조점이서로다를것은매우자연스러우며, 응당그래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