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강성숙한죽음문화의모색 ( 첫번째시간 ) 소극적안락사의대안 1) 현재한림대철학과교수, 저서 < 마지막선물 > ( 세종서적 ) 생사학연구소홈페이지 www.lifendeath.or. 를통해 2006 년부터사이버로 웰다잉 ( 자살예방 ) 전문과정운영, 1 년 30 주 60 시간, 매주 4 가지관련동영상자료제공. 2008 년에도 3 월 17 일개강.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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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해와개념규정의방향에따라죽음에대한거부감이나타부등을야기하기도하고, 삶과죽음의방식까지제한하는결과를초래하기도하므로, 죽음에대한개념정의는중요한의미를지닌다. 5) 의학기술의발달로뇌의기능이더이상회복이불가능한이후에도호흡과심장박동을일정기간유지시켜주는일이가능해짐에따라죽음정의문제는이론적차원에서나실용적차원에서나한층복잡한양상을띄게되었다. 전통적으로심장의기능여부가사망판단의기준으로받아들여졌는데, 심폐사에서뇌사로죽음정의가바뀐다면, 뇌의모든기능이회복불가능하지만생명보조장치에의해심장박동을유지하고있는혼수상태에빠져있는환자의경우이미사망한것으로보아야한다. 죽음정의가심폐사에서뇌사로의전환은또장기이식문제와관련해중요한의미를지닌다. 그런환자로부터장기를적출하는행위는정당화될수있기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뇌사자가장기이식에동의한경우, 장기척출이법적으로허용되고있다. 또뇌의기능이회복불가능한환자의경우, 생명보조장치사용여부안락사에대한논란도필요없어진다. 그러나실용적측면에서의이와같은이점에도불구하고뇌사에대한공감대는아직충분하 지않은상황이다. 6) 죽음의결정과정에서뇌의중요성은인정되지만, 뇌사가바로죽음을 의미한다는주장에는동의할수없다는주장이여전히제기되고있다. 죽음을그자체로정 의해야지실용적관점에서규정하는것은이치에도맞지않다. 뇌가작동하지않는다는것 은단지신체기관의일부가손상받은것일뿐으로귀나눈의손상이나다름없기때문이다. 뇌가신체기관을조정하는기능을지녔지만, 인간존재가뇌로환원되거나뇌와동일시될수 는없다. 인간존재의죽음이란그일부의죽음이아니라전체적유기체의죽음이어야한다 는주장이계속제기되는등논란이계속되고있다. 5) 죽음에해당되는한자어는 死, 영어는 Death, 희랍어로는 Thanatos, 라틴어로는 (Mors 이다. 한자死의경우왼쪽부분은 앙상한뼈알자 로, 갑골문의자형을보면살이깎여없어진사람백골 ( 白骨 ) 시체의상형으로앙상한뼈를상징한다. 死 자는백골이드러난시체앞에무릎을꿇고앉아있는사람을형상한글자이다. 이로부터 죽다 는의미가형성된것으로보인다. 산스크리트어 Marana 는수명, 체온, 의식의상실을뜻한다. 불교에서는분단생사와변역생사두가지를말하는데, 분단생사 ( 分段生死 ) 란육도 ( 六道 ) 세계에서각각의업에따라신체의크기와수명의길이가정해지는범부 ( 凡夫 ) 의생사를말하고, 변역생사 ( 變易生死 ) 는삼계 ( 三界 ) 에서벗어나거칠은육신을바꿔미묘한몸을받은성자들의생사를뜻한다. Nirvana 는무생 ( 無生 ), 적멸 ( 寂滅 ) 의뜻으로생사를초월해불생불멸의진리를체득했음을의미한다. 희랍어에서는죽음을 Thanatos 라했는데, 타나토스의부정어 Athanatos 는죽지않는신을가리켰다. 인간은죽는존재라면, 신은불멸의존재를의미했다. 인간은죽은뒤그영혼이 'Hades' ( 지하세계 ) 에서심판을받는다고하여영혼의존재를희랍에서는인정했다. 죽다 를뜻하는동사 Thanesko' 의형용사 Thanetos' 로부터 'Thanatos' 가유래되었다. Thanatology' ( 죽음학, 생사학 ) 도타나토스와 'Logos ( 이성혹은학문 ) 가합쳐져생긴용어이다. 라틴어 (Mors 는죽다는동사 Morior 로부터유래되었고영어단어 'Mortality' 도여기에서연원된단어이다. 서양중세에서는 Ars moriendi ( 죽음의예술 ) 이라해서죽음을타부시여기는게아니라일생동안배우는하나의예술로받아들여 Memento mori ( 죽음을기억하라 ) 라는말이유행하기도했다. 6) 비가역적혼수상태에있는환자들에게들어가는엄청난부담으로인해미국에서는죽음에대한새로운정의가필요했다, 1968 년미국하버드대학뇌사위원회는비록뇌는죽었지만, 다른장기는유용한상태인한시점을선택하는것이최선이므로죽음에대한새로운정의로뇌사를제시했다. 이이후다른선진국에서는뇌사를죽음판정기준으로수용했지만, 일본은뇌사를기준으로받아들이지않고있다. [ 피터싱어 < 삶과죽음 > 장동익역 ( 철학과현실사, 2003 년 ) 37-57 쪽참조.] - 6 -
심폐사든지뇌사든지이런논의는죽음판정기준과관련되는문제임에도불구하고, 마치죽음정의문제인양논의되고있는상황이다. 9) 그래서죽음정의문제는인간의육신에초점을맞추어 7) 현직간호사들을대상으로죽음준비교육을가르치기전에죽음과자살에대해의식조사를한번했다. 죽으면아무것도없는끝이므로, 자살하면고통으로부터벗어날수있다고생각하는가? 라고물었더니, 그렇다고단정적으로답하면서죽으면무미, 무취, 무감각, 무통해진다는답이많이나왔다. 의과대학에서죽음정의를심폐사혹은뇌사중심으로가르치고있으니까, 죽어가는환자들을보살피는의사와간호사들은역시육체에만초점을맞추고있는것이다. 8) 임종식 < 생명의시작과끝 > ( 로뎀나무, 1999 년 ) 247, 248 쪽 9) 죽음정의문제를다루는생명윤리, 의료윤리관련문헌을조사했더니심폐사와뇌사등죽음판정기준만을논의하고있었다. 우리사회성숙한죽음문화부재현상과죽음에대한오해, 그리고자살사망률급증은육체중심의죽음정의와관계된다. 죽음판정기준제시와죽음판정기준충족검사문제에만초점을맞추기보다, 보다큰틀에서죽음정의문제를원점에서부터다시차분히논의를시작할필요가있다. 모두가동의할수있는죽음정의가도출될수있으면좋겠지만, 영혼의존재여부같은문제는현실적으로의견차이로인해결론을도출하기어려울수있으므로, 의견차이를있는그대로드러내놓고다양한의견을폭넓게제시하기만하는것도한가지방법이될것이다. - 7 -
그러므로인간의죽음은뇌사나심폐사처럼육체적죽음판정기준만으로정의될수없고그렇게되어서도안된다. 육체중심의죽음판정기준이죽음정의를대신하는그런사회는결코죽음문화가성숙될수없고자살처럼불행한죽음만양산될뿐이다. 사후의삶에대한연구결과, 인간에게는영혼이있고단순히이세상에서의생존그이상의이유가있다고퀴블러로스는말한다. 우리가지금까지정의한것과같은그런죽음은존재하지않는다는결론에그는이르렀다. 이제죽음정의는물질적이며육체적인것을넘어영혼, 정신, 삶의의미같이순전히물질적인삶과생존이상의무언가지속되는것이있음을고려해야한다는 10) 최근들어우리사회가관심을갖기시작한호스피스는죽어가는사람의정신적, 영적인고통을보살피는일을하지만, 우리사회에서죽어가는사람중호스피스의도움을받는사람은얼마되지않는다. 그리고성숙한죽음문화의형성을위해서는죽음정의와그이해가획기적으로바뀌어야할것이다. 11) 퀴블러로스 < 삶과죽음에대한기억 > 201 쪽원래죽어가는사람을보살피면서어떤심리적반응을보이면서죽는가에관심을지녔던그는죽어가는사람들과함께접촉하면서죽음과관련된다양한증언을접하게되면서임사체험과사후세계에관심을가지게되었다. 그는자서전앞머리에서다음같이말했다. 나는일찍이스위스의한작은소녀로큰꿈을갖고는있었지만, < 인간의죽음 > 으로세계적인작가가되리라고는에상하지못했다. 우리삶의마지막을연구한이책은나를의학적, 신학적논쟁의중심에서게했다. 또한내가나의남은생동안 죽음이존재하지않는다 는사실을사람들에게설명하게될줄도몰랐다. [ 퀴블러로스 < 삶과죽음에대한기억 > 박충구역 ( 가치창조, 2001 년 ) 13-14 쪽 ] 12) 퀴블러로스 < 자서전 > 201쪽, 225-226 쪽. 퀴블러로스 < 13) 다찌바나다까시 < 임사체험 > 상, 411쪽 - 8 -
것이다. 14) 한가지죽음판정기준에국한시킨다면삶과죽음에대한폭넓은가능성을제한하는일도야기될수있으므로, 죽음을폭넓게또깊이있게이해하기위해서는육체의죽음에만국한시키기보다다양하게접근해야만우리의삶과죽음에새로운지평이열릴수있다. 또한죽음이끝이냐아니냐, 혹은죽은뒤영혼은유지되느냐여부문제역시죽음정의문제와밀접하게연관된다. 죽음정의문제는죽음이후문제와아무관련없이논의되어서는곤란하다. 죽음은우리의삶과죽음이후를 15) 연결시켜주는매듭의역할을하므로, 삶과죽음그리고죽음이후 3가지는함께심사숙고되지않으면안된다. 퀴블러로스는죽음이끝이아니라는것은단지지식의문제, 사실의문제라고말했다. 16) 소아암등으로죽음에직면한어린아이들을향해그는 우리몸은헝겊으로만든번데기와마찬가지여서죽으면영혼은육신으로부터벗어나나비처럼하늘을향해날아올라간다 고말했다. 티베트의달라이라마도 죽음이란육신의옷을벗는행위 라고규정했다. 17) 죽는다고해서모든게끝이아니므로, 죽음의정의역시육신에만초점을맞추는것은바람직하지않다. 그결과사람들은육체에만국한되는그런삶, 지나치게세속적인삶만을추구하게되기때문이다. 죽음을육체로부터영혼의분리과정으로본다면, 죽음에대한거부감이어느정도바뀔수있을것으로기대된다. 죽음을육체적관점으로만보지말고보다깊이영혼, 영성의문제로바라볼수있고죽음방식이보다성숙되지않는다면, 우리삶의질 (Quality of Life) 과죽음의질 (Quality of Death) 은결코올라갈수없다. 18) 삶과죽음을통한여행으로자기존재를이해할경우, 우리사회에팽배해있는세속주의나물신주의를치유할수있는계기도마련될수있을것으로기대된다. 14) 퀴블러로스 < 삶과죽음에대한기억 > 225, 226 쪽 15) 죽음이후사후세계에대한구체적논의는이글에서는논의하지않고다음기회로남겨두고자한다. 다만, 사후세계논의와관련해엄밀한과학주의와사후세계에대한지나친몰입, 모두를비판하는무디의합리적인태도는귀기울여경청할만하다. 극단적으로회의적이되어과학적으로엄격하게증명되지않은것은일체믿지않는사람도곤란하지만, 반대로아무것이나다믿어버리는사람도곤란하다. 나는진리에가장가까이다가가기위한건전한태도는양쪽의중간지점에있다고생각한다... 현대사회는세계어느분야라도과학주의의기반위에있다. 그러나엄밀한과학주의는세계를너무작게축소해버린다. 이세계에는엄밀한과학적방법론을적용할수없는현상이아직많다. 그런현상을무시할수는없다. 무시하면그만큼그것역시잘못된세계인식이된다. 그러나동시에과학적방법론을적용할수없는대상에대해말할때에는, 자기가아직은확실하게는무엇하나말할수없다는것을항상인식해둘필요가있다. [ 다찌바나다까시 < 임사체험 > 하, 50-58 쪽 ] 16) 죽음이끝이아닌근거로다음 5 가지를들수있다. 첫째성경과불경의가르침, 둘째임사체험자의증언, 셋째빙의현상, 넷째 < 티베트사자의서 >, 다섯째호스피스봉사자의증언. [ 오진탁 < 죽음, 삶이존재하는방식 > ( 청림, 2004 년 ) 참조.] 17) 소걀린포체 < 티베트의지혜 > 오진탁역 ( 민음사, 1999 년 ) 7-9 쪽 18) 생사학전문가들은죽음문제를영혼이나영성과결부시켜연구하고있다. Kenneth J. Doka 와 John D. Morgan 은 <Death and Spirituality> (Baywood, 1993) 을펴낸바있고, 영성적관심, 사별과영성적위기, 영성적보살핌, 영성과상담등등에관해연구가계속나오고있다. - 9 -
죽음을육체의측면에서본다면, 육체의죽음은분명있는것이다. 그러나영적인차원에서죽음을바라보면죽음은육체의죽음일뿐이고육체로부터영혼이떠나는것이다. 죽음은단지육체의죽음일뿐끝이아님을분명히안다면, 죽음은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고말할수있다. 사실, 퀴블러로스가생사학의연구가치를인정하지않는남편과이혼하면서까지생사학연구에몰두한것도, 또생사학이존재하는이유역시죽음은끝이아니므로죽음은사실존재하지않는다는메시지전달에있는것이다. 19) 죽음이란존재하지않는다는것, 죽음이끝이아니라는것을아는것은매우중요한일이다. 죽음에대한바른이해는우리자신의삶의방식과죽음의방식에결정적인영향을미치기때문이다. 임사체험자들은죽음의순간마치허물벗듯이육체의옷을벗어버렸다. 죽음은흡사나비가고치를벗어던지는것처럼육신을벗는것에불과하다. 죽음은보다높은의식상태로의변화일뿐이다. 죽음의순간에유일하게잃어버린것이있다면육신이란허물이다. 죽은뒤우리는더이상육신을필요로하지않는다. 봄이와서겨울코트를벗어버리는것과같다. 따라서죽음이라일컬을수있는것은실제로존재하지않는다. 20) 그러므로죽음은두가지이유에서존재하지않는다. 첫째죽음정의에대한논의를심폐사나뇌사같은죽음판정기준이대신하고있으므로, 우리사회에죽음판정기준에대한논의만있을뿐죽음 ( 죽음정의, 죽음에대한바른이해 ) 는존재하지않는다. 둘째죽음이란육체의죽음에불과하고, 죽음의순간육체로부터영혼이분리되어다른세상으로여행을떠나므로, 영혼은죽는것이아니다. 육체의차원에서보면죽음은존재하지만, 영혼의차원에서보면죽음은존재하지않는다. 죽음은육체의죽음일뿐끝이아니므로, 죽음은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 따라서죽음정의대신죽음판정의육체적기준만논의하는사회에는육체의죽음이전부라고착각하는사람이많을수밖에없고, 그런사회에자살사례가급증하는등불행한죽음만양산되는것은당연한귀결이아닐수없다. 21) 19) < 티베트의지혜 > 의저자, 소걀린포체는죽은뒤에영혼이있느냐하는문제는증명이나논증여부의문제라기보다지금이삶에서자기자신을얼마나깊이이해하느냐여부에달려있다고말한것은시사하는바가있다. Gary Doore ed. <What survives?> (Tarcher Putnam Book, 1990) 203 쪽참조. 20) 퀴블러로스 < 사후생 > 39 쪽 21)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가운데자살사망률이 1 위, 자살사망률증가는다른나라와비교가되지않는다. 자살률높은일본을몇년전부터추월했다. 더구나자살충동비율을여러차례조사한결과약 50% 가충동을느끼고있고노인자살충동률은 80% 가넘는다. 또한자살권을주장하는사람이 10 명중 4 명이나된다는조사결과가발표되기도했다. 그러나자살예방을위한대책은크게부족하거나혹은거의없다고말해도되는상황이다.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