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회사업 Journal of Church Social Work. Vol.26. 2014. 6. pp.7~49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유장춘 (한동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 초록 교회사회사업의 토대로서 인간의 본질은 하나님의 형상이다. 하나님 형상의 핵 심은 삼위일체로서 공동체 개념의 근거다. 교회는 공동체로서 나타나는 하나님 의 형상이다. 따라서 공동체는 인간의 복지를 위한 교회의 사명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교회사회사업의 모델로서 다일공동체를 분석하고 그 정신과 특성 을 설명함과 동시에 교회사회사업의 중요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다일공 동체는 다양성 가운데 일치 의 정신으로 포용에서 화해로, 화해에서 섬김으로, 섬김에서 순명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영성을 수도하며, 함께 생활 하고, 봉사로서 섬기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이루어가고 있다. 영성은 모든 섬김의 기반이고, 섬김은 영성의 꽃이다. 이는 교회사회사업과 기독교사회복지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한다. 주제어: 공동체, 교회사회사업, 다일공동체, 영성
8 교회사회사업 제26호 I. 서론: 인간의 본질과 복지의 기반으로서 공동체의 필요성 하나님은 사회적이며 참여적이고 관계적이시다. 따라서 기독교도 사회적이고 참여적이며 관계적이어야 한다. 1) 기독교사회복지 또는 교회사회사업도 역시 그러하다. 이러한 주장은 하나님께서 본질적으로 삼위일체 되신 분이라는 사 실에 기초한다. 2)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 인간은 개별적이며 동 시에 공동체적인 본질을 갖도록 지어졌다. 공동체는 복수의 사람들, 즉 개별 적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문제임과 동시에 그 관계로 형성된 그 사람, 즉 단수로 하나 된 집단과 관계된 것이기도 하다. 3) 인간의 개별성은 사 람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며 자립적인 존재로서, 자유 에 기초하여 자발성과 창조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이고 인간의 공동체성은 공생적이고 협력적이 1) 영성에 관한 중요한 저술들을 발표하고 있는 Kenneth Leech(2009: 24)는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순수한 개인적 복음 같은 것, 비참여적 신학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기독교 신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2) 삼위일체에 대한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설명은 Conrad Noel(1939)을 비롯해서 Urgen Moltman(1982), Mar Ostathios(1979) 등 많은 신학자들의 저서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바르 트는 삼위일체를 논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창조자와 피조자의 관계나 피조자들끼리 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관계의 표본(Kirchliche Dogmatick, 402; 김현진, 1998: 52 재인용) 이라고 말했다. 김현진(2010)도 역시 공동체는 하나님의 존재방식이다. 공동체의 기원은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다. 라고 말한다. 3) 창세기 1장 26절에서 하나님은 우리 라는 복수를 사용하셨는데 바로 다음 절인 27절에서는 자기 라는 단수를 사용하셨다. 하나님은 복수이시며 단수이시다. 예수님의 몸으로서 공동체 인 교회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기에 복수이며 동시에 단수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고린도전 서 12장에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라는 말씀과 맥을 같이한다. 본회퍼(2010)는 성도의 교제 에서 교회공동체로 존재하는 그리스도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로서 그는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를 동일시한다. 즉 교회는 그에게 있 어서 단수인 그 한 사람 이다.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9 며 상호의존적인 존재로서, 사랑 에 기초하여 집단성과 조화와 균형, 그리고 일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 개별성과 공동체성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간은 비극적 존재가 된 다. 근대사회의 전체주의는 인간의 공동체성을 강조하면서 개별성을 상실하였 고, 현대사회의 극단적 개인주의는 인간의 개별성을 강조하면서 공동체성을 상실하였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을 추락시키고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하였다. 현대사회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거리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즉 시 소통할 수 있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분열 과 소외, 차별, 관계의 상실이 개인과 개인 사이에, 집단과 집단 사이에, 계층 과 계층 사이에, 지역과 지역 사이에, 민족과 민족 사이에, 국가와 국가 사이에 전( 全 )방위로 전개되고 있다. 4)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깨알같이 부서진 공동체의 한 밀폐된 공간에서 고독한 존재로 불행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몰트만(1992: 68)은 산업사회가 초래한 인간의 고통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고립에 있다고 보고, 이러한 상호관계의 상실현상을 사회적 사망 이라고 말 한다. 그리고 이것은 구제나 사회복지사업을 통해서는 극복될 수 없고 새로운 공동체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회사회사 업의 나아갈 방향을 발견하게 된다. 공동체는 우리의 분명한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지만 오래된 미래 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창세기 1장 에서 설명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에 관한 것으로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공동체는 이렇게 하나님의 본질에 관한 것이고 동시에 인간의 본질에 관한 것이며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다. 사람에게 4) 장애인과 비장애인, 건강한 사람과 병자, 젊은이와 노인, 남자와 여자들 간의 생활공동체 건 설을 통해서만 현재 인간들 간에 상호분리된 사회의 사회적 고립이 극복될 수 있다(몰트만 1992: 68).
10 교회사회사업 제26호 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향한 엄청난 갈망이 있듯이 공동체를 향한 엄청난 갈망 도 있다. 사람들은 함께 모여 나누고 유대감을 느끼며 자신의 삶에 스며들어 있는 소외감을 완화하기를 원하는데 이러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형성되 는 새로운 공동체야말로 현대 교회사회사업에서 반드시 시도되어야 할 가장 오래된 것이면서도 가장 미래적인 형태의 모델이다(Wolpert, 2003; 엄성옥 역, 2005: 225). 공동체는 그리스도인의 영적 훈련소이고 동시에 야전군 전투부대와 같다. 공동체라는 환경은 현대사회라는 거칠고 완강한 세속사회 속에서 한 집단의 사람들이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고 진리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Wolpert, 2003). 그것은 이것은 인간의 복지를 위한 견고한 요새와 같은 것이다. 동시에 공동체의 삶은 교회사회사업 전문가로 하여금 하나님에 의해 형성되고 변화되게 하는 치열한 훈련장이다. 공동체 안에서 선다는 것 자체가 기도의 실천이며 신앙의 모험이다(Wolpert, 2003). 그곳은 교회사회 사업가의 한계와 이기심을 스스로 자각하게 만드는 곳이다. 우리는 공동체 안 에서 자신의 나약함과 부족함,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무능력, 정신적 장벽, 애정적 성적 불안, 도저히 채울 길 없어 보이는 욕망, 불만과 질투심, 증 오와 파괴적 충동을 밝히 노출하게 된다. 라르쉬 공동체의 설립자 장 바니에 (1979; 성찬성 역, 1985: 15)는 그것을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괴물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괴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그것들을 밖 으로 끌어내어 길들이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해방을 향한 성장 이다(Vanier, 1979). 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은 믿음으로 세상 앞에 직면해야 하는데 공동체는 적진 속에서 고독하게 홀로 싸우지 않고 생명을 걸고 함께 나가 싸울 수 있는 전투부대와 같은 것이다. 공동체로서 다일 은 다일영성이라는 속 알맹이와, 나눔과 섬김의 사역이 라는 외연적 껍데기를 연결하여 사람의 문제 를 다루는 동시에 교회사회사업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11 의 올바른 방향과 실천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어떤 생각과 정 신으로 어떻게 관계하며 어떻게 함께 일했는가? 이것이 본 연구의 중심 과제 이다. 다일의 공동체 정신과 그 특징을 통하여 교회사회사업적 의미를 제시하 고자 한다. 다일에 대한 사례연구는 그동안 축척되어 온 선행연구의 문헌적 자료와 영 성훈련과정의 참여, 구성원과의 개별적 만남 등을 통하여 정리되었다. II. 다일의 공동체 정신 다일의 공동체 정신을 간략하게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상당히 복잡하고 분산된 느낌을 주는데 한편으로는 단순하고 순수하다. 어떤 면에서는 매우 경직되어 있는 것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매우 보수 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진보적이다. 천박한 도시 빈민지역의 사회적 막장에서 사역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품격의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고, 한편 역동적 이고 활동적인데 또 다른 한편으로 정태적이고 사변적이다. 그야말로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개인적 성찰을 통하여 다일의 중요한 정신과 사상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1. 다일공동체 정신의 배경 세상의 어떤 생각이나 사상도 혼자서 생겨난 것은 없다. 최일도 목사는 매우 진보적인 부친과 아주 보수적인 모친의 영향을 받고 자라났다. 어린 시절에는 모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고 성장한 후에는 부친의 영향을 더 존중하게 되
12 교회사회사업 제26호 었다. 그러나 그 양쪽 모두 개신교의 영역에 속한 것이었다. 후에 최목사는 가 톨릭 수녀였던 김연수 사모와 결혼함으로써 개신교와 가톨릭, 기독교의 양대 산맥의 영향을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각자 그 배경의 종교적 영 향이 지대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의 열정으로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서로의 강점을 잘 활용하여 영향을 주 고받으면서 공동체를 세워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5) 이처럼 다일공동체는 어떤 한 교파나 사상가의 영향 아래만 있지 않고 매 우 폭넓은 영역에서 영향을 받아들였다. 김연수 사모는 다일공동체를 세워나 가는 가운데 가까이 다가가서 영향을 받았던 여러 정신적 주체들을 다음과 같 이 열거한 바가 있다. 여러 수도적 공동체들의 삶과 함께 영국의 브라더호프 공동체, 스위스의 라브 리 공동체, 프랑스의 떼제 공동체, 독일의 기독교마리아자매회와 그랑샹 공동 체 등의 앞선 삶을 본보기로 삼았다. 한국에서는 대천덕 신부님이 세우신 예수원과 김용기 장로님이 창립한 가나안 농군학교와 은성수도원 설립자 엄두섭 목사님과 평화원을 세우신 원경선 선생 님 등이 영적 멘토가 돼 주신 너무도 고마우신 분들이다. 나눔과 섬김의 삶에서는 성 프란체스코와 샤를르 드 후꼬와 인도에서 빈민구제 사역을 펼친 마더 테레사의 사랑의 선교회가 역시 모범이 되었다(강효숙 외, 2008: 150). 5) 최일도 목사는 많은 강연과 서적을 통하여 개신교의 종교적 경험들을 그 장점과 단점을 포함 해서 매우 소상히 밝히고 있으나 김연수 사모의 경우는 과거에 걸어온 종교적 경험들에 대하 여 꼭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최 목사를 통해서는 개신교의 약점이 많이 부각되는 한편 김 사모를 통해서는 가톨릭의 강점이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한국 기독교의 현실일 수도 있다.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13 여기에 기록된 인물 외에도 최 목사는 한국교회 최고의 존경받는 인물들과 직접적인 교분을 갖고 영향을 받을 수 있었는데 목회자로서 영락교회의 한경 직 목사, 경동교회의 강원용 목사, 동교동 교회의 음동선 목사, 사랑의 교회 옥 한음 목사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신학자로서는 안병무 박사와 이종성 교수 등 이라고 말한다. 6) 공동체적 측면에서 특별히 최일도 목사는 워싱턴의 세이비어 교회를 모델 교회로 꼽았다. 1957년에 시작된 레바 플레이스 공동체는 확대가족의 개념으 로 공동 소유의 공동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일반 교회의 형태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시카고의 고통당하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이다. 이들의 사역으 로 탁아소, 행려객을 위한 집, 에이즈 환자 돌보기, 가난한 자의 인권 함양 등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이 공동체는 세이비어 교회와 함께 미국에서 대 표적인 도시 공동체이다. 세이비어 교회는 고든 코스비의 영성적 영향 아래 세워진 공동체적 교회로서 신도가 150명이 넘어간 적이 없지만 미국에서 20 대 영향력 있는 교회로 존중되고 있다. 김현진 목사에 의하면 최일도 목사는 다일공동체의 힘든 초창기 사역을 감당하면서 과연 가난한 이웃을 섬기는 도 시 공동체가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확신이 서지 않아 했는데 레바 플레이스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 공동체를 접하면서 이제 다일공동체가 어떻게 사역해야 할지 그 전형을 찾았다. 다일공동체는 한국의 레바 플레이스가 될 것이다. 라 고 말했다(강효숙 외, 2008: 45-46). 다일공동체는 이제 최 목사가 고백한 그 대로 레바 플레이스나 세이비어 교회에 상당하는 여러 가지 사역들을 펼치고 있다. 다음 쪽의 <표 1>은 다일의 중심이념과 정신을 표로 정리한 것이다. 6) 2013년 8월 한국공동체협의회 수련회에서 최일도 목사는 자신의 공동체적 사상에 영향을 미 친 중요한 인물들에 대하여 일목요연하게 강의하였다.
14 교회사회사업 제26호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15 2. 영성으로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지향함 다일공동체는 그 이름의 의미와 같이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한다 는 키 워드를 설정하였다. 7) 이것은 다양한 사람들이 교파와 교리와 이념을 초월하 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고자 하는 것 이다. 이 중심이념은 창조신학으로부터 출발한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다양하 게 지으셨다.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동시에 필요 없는 것도 하나도 없다. 무 언가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다.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하나로 일치되게 하셨다. 이것은 한 가족이나 집단의 차원에 국한 된 것이 아 니라 전체 인간사회, 더 나아가서 생태계 전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진리다. 최일도 목사는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밥퍼운동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고 말한다. 다일은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고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연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하나님의 사 랑의 방식대로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지향하게 되었다. 정말 사람마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서로 그 맛 과 멋이 다르다는 사실에 새롭게 눈을 뜨면 더욱 주 안에서 사는 삶에 감격하고 감사하게 된다. 수도 셀 수 없이 찢겨지고 나뉜 채 서로 등을 돌린 우리 한국 교 회가 지금 이 시점에서라도 서로 다른 점을 일치할 수 없는 조건으로 삼는 잘못 을 이제는 포기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말없이 빛도 없이 봉사하는 현장에서는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서로가 뜨겁게 하나됨을 체험한다(최일도, 1997: 116). 7)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지향하는 것은 다일공동체의 중심이념이다.
16 교회사회사업 제26호 이러한 다일의 공동체 정신은 몰트만의 봉사신학과 일치한다. 몰트만 (1992: 68-69)은 이렇게 말한다. 기독교적인 공동체의 원칙은 더 이상 끼리끼리 모이는 것 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께서 너희들을 받아들이신 것같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너희도 서로 받아들이라(로마서 15:7) 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적인 공동체는 상이한 사 람들로 이루어졌으면서도 그 상이성이 서로에게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서로 를 풍요롭게 해 주는 그러한 공동체이다. 그러한 공동체는 은총에 의한 의인이 사회적으로 구현된 모습이다. 은총에 의한 의인( 義 認 )이 사회적으로 구현된 모습 의 공동체는 다양성을 오히려 풍성함으로 받아들이고 상이성이 갈등이나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성숙 과 관용과 풍요의 근거가 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다양성 가운데 일치를 추구하는 다일공동체의 중심이념은 앞의 <표 1>과 같이 크게 포용의 정신, 화해의 정신, 섬김의 정신, 그리고 순명의 정신 등 4개 의 정신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러한 분류는 연구자가 나름대로 다일의 정신 을 체계화하여 정리한 것이다. 3. 포용의 정신 다양성 가운데 일치의 공동체 정신은 첫째로 포용의 정신을 갖게 한다. 포용 의 정신은 관용의 정신으로서 서로 다름을 초월하는 너그러움이다. 이러한 초 월의 영성적 근거는 하나님께서 서로 다르게 지으셨으니 받아들이는 것 이다. 영성이 깊어져서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면 하나님이 하신 일에 대하여 감격과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포용의 정신은 타인에게 관대하고,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17 생각이 유연하며, 모든 생각과 판단에 자유로움이 있다. 그래서 상대방을 진심 으로 이해하고,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서로 다르다 는 이유로 경계선을 만들지 않고 오히려 있는 경계선도 허물게 된다. 늘 비심 판적 태도를 유지하고 부드럽게 직면함으로써 상대방의 방어벽을 허물고 자유 롭게 자신을 표출하게 하며 자신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자기수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최일도 목사에게 있어서 진보냐 보수냐의 이념적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 다. 그는 진보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보수적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진보적 월간지 말 지( 誌 )에 진보주의자로 소개되기도 하고,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월간지 복음과 상황 에 한국의 복음주의자로 소개되기도 한다(최일도, 2006: 22). 그러므로 동시에 양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기도 하다. 그에게 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피가 동시에 흐른다. 그는 스스로를 보수나 진 보로 정하지 않는다. 단지 영성의 길을 갈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관대함은 극 과 극의 만남을 가능케 한다. 그 한 예로, 그는 은사적 신비주의 신앙에 대하 여 알아들을 수 없는 일 만 마디 방언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라고 생각하면 서도 한편으로 50년을 엎드려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방언기도를 자신의 재산 목록 1호로 생각하며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다(최일도, 2006: 165). 실제로 다일공동체 안에서는 다양한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하나로 연대하 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최일도 목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경계선이 중요 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눔의 집에서 봉사자들끼리 가끔 주고받는 대화들을 들으며 거듭 놀라는 것은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자기가 소속된 교단이나 교파를 모르거나,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들은 장로교니, 감리교니, 성결교니 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더
18 교회사회사업 제26호 욱이 장로교 중에서 기장이냐, 예장이냐, 예장 중에서도 통합이냐, 합동이냐 하 고 캐고 따지는 일엔 정말 관심이 없어 보였다(최일도 1997: 91). 이러한 포용의 정신으로 다일공동체는 교파간 차이, 종교간 차이, 세대간 차이, 빈부의 차이, 신분 고하의 차이, 지식의 많고 적음의 차이, 민족간 차이, 성속의 차이 등,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588, 행 려자, 범죄자 등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밥상공동체 구성원들과 친밀하게 지낼 수가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라고 해서 고독한 성을 쌓고 외딴 곳으 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여러 교회들과 각종 학교들, 그리고 여 러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연계하고 또 다른 신앙공동체들과도 연계하여 거대 한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여러 민족사회의 사람들과 문화를 사랑하며 세대를 초월하여 청소년들의 진정한 멘토가 되었으며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여 선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교회사회사업은 다양성을 극복하여 하나가 될 수 있는 포용의 정신을 필요로 한다. 4. 화해의 정신 두 번째는 화해의 정신이다. 포용의 정신이 다름을 초월하고 받아들이는 관대 함이라면 화해의 정신은 포용의 정신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은혜, 용서, 화합을 실천하여,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고 회복시킴으로써 평화를 만들어 나 가는 정신이다. 이러한 화해의 정신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기에 화해하기 에 영성적인 토대를 둔다. 즉 그 갈등의 대상이 사랑스럽거나 선하거나 위대해서 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기뻐하시기 때문이라는 영적 동기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일도 목사는 스스로 다름으로 말미암아 조성된 장벽이나 경계선 안에 갇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19 혀있지 않았다. 그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장벽을 넘어서 결혼했고, 결혼 후에는 그 절충지대가 되는 성공회 교회에 만 3년 동안을 단 한주일도 거른 일 없이 다녔다(최일도, 1997: 27). 그는 교단만 뛰어 넘은 것이 아니라 종교의 장벽 도 허물었다. 스스럼없이 타종교인과 만나고 교제하였다. 그래서 그가 인도하 는 아름다운 세상찾기 에는 비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스님들도 찾고는 한다. K TV에서 방영하는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 <시대공감 Q.>라는 프로그램에 서 신부, 스님과 함께 목사로서 참여하여 즐겁게 활동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 라 그에게는 성( 聖 )과 속( 俗 )도 초월한다. 청순하고 고매한 수녀를 아내로 맞 아들인 그는 성매매 여성과 포주들을 언니 로 삼는다. 그에게 있어서는 신분 의 고하도 중요하지 않다. 다일 안에서는 부자, 빈자, 지식인, 무식꾼, 전문가 와 노숙자가 한 밥상에 앉을 뿐이다. 다일공동체의 규칙서는 공동체의 목적을 이렇게 진술하고 있다. 이 땅의 민중들과 더불어 함께 살면서 한국교회의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하여, 분열된 동서와 남북과 각 계층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 며 화해와 일치로 조화의 삶을 이루겠다는 것이 다일의 대명제요 다일의 사명 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화와 분노를 다스리고, 용서를 먼저 청하며, 평화로운 관 계를 만들고, 따듯하게 대면한다. 다일공동체는 이러한 태도와 행동을 실천함 으로 말미암아 영성훈련 8) 을 실시하여 가족이나 이웃과 만들어진 상처를 치유 8) 다일공동체의 영성훈련은 1단계 아름다운 세상찾기, 2단계 작은 예수살기, 3단계 하나님과 동행하기 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히 1단계에서 화와 분노의 문제, 상처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 며 생각과 느낌의 틈새를 갈라서 성숙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밥이 늦는다고 욕설을 퍼붓는 노숙인, 걸쭉한 가래를 이마에 뱉어버린 부랑자를 견디고 사랑하는 힘은 생각
20 교회사회사업 제26호 하고 회복시키며, 더 나아가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극복하고, 섬김의 사역을 통한 교회의 일치와 연합, 더 나아가 남북화해와 협력뿐 아니라 종교 간의 갈 등도 치유하여 협력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러한 화해의 정신은 교회사회사업 이 포용의 정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일치하고 연합하여 협력을 이루어가도록 요구한다. 5. 섬김의 정신 다일정신의 세 번째는 섬김을 통해 하나 되는 정신이다. 섬김은 화해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나아간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섬김의 정신은 하나 되게 하기 위하여 행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대신하는 영적 동기로부터 출발한다. 이 정신 은 이웃의 고통에 함께하는 참여정신이며 나눔과 돌봄을 중심 주제로 삼는다. 이 주제는 희생과 성실과 친절이라는 덕성을 요구한다. 그래서 희생하고, 노동 을 즐거워하며, 자발적으로 가난을 받아들이고, 약자를 중심에 우선으로 섬기 며 살아가는 태도를 갖게 할 뿐만 아니라 평화로운 방식으로 개혁을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다일공동체는 자원봉사하고, 소유를 나누며, 노동하고, 행려자, 노인, 청소년, 환자 등 약자를 보호하고 섬기며 살아가고 더 나아가 그 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최일도(2006: 39) 목사는 삶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삶은 라면입니다. 유머 같지만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그의 이론에는 정교하지 못한 부분도 있 과 느낌의 틈새를 가르며 분리시킬 수 있는 그의 영성적 성숙도에 있었다. 최목사는 이렇게 진 술한다. 이 세상에 화가 날 일은 없습니다. 단지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화를 내는 것은 이 세상에 속고 사는 것입니다. 왜 이 짧은 삶을 살면서 화 속에 갇혀서 불행한 나날을 보냅니까?(최일도, 2006: 204)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21 다. 그런데 매우 실제적이다. 실제적이어서 현실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이론보 다 강하다. 그는 이 밥 먹고 밥이 되어 바른 믿음, 바른 삶으로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며 살고 싶다 라는 기도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최일도, 2006: 42). 스스로 라면의 삶을 사는 것, 밥이 되는 것, 구체적으로 굶주리는 사람의 배를 채우는 것, 굶주린 영혼을 만족케 하는 구체적 행동이 이루어지게 하는 실천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보수적인 시선으로 볼 때 성경을 베개 삼아 잠을 잘 수 있는 불경건한 사람이지만 피를 토하고 쓰러진 결핵환자를 하루 종일 업고 다니면서 치료받을 곳을 찾아주는 행동적인 경건인이다(최일도 2006: 109). 다일공동체는 처음부터,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부터, 여기부터, 나부터 실천하는 사랑의 나눔을 통해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자 한 사람으로 오시 는 우리 주님을 섬기려고 노력해 왔다(강효숙 외, 2008: 150). 다일정신에 있어서 행동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최일도(2006: 234) 목사는 어떤 행위, 어떤 기적, 어떤 업적도 그 안에 사랑이 없으면 그것 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형제를 그냥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마 는 것과, 형제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받아들여서 함께 아파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기적은 형제의 고통을 나눌 때에 일어납니다 라고 말한다(최일도 1995: 217). 그는 사랑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사랑이 힘이 있다고 말한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힘 말이다. 그 의 사랑절대주의는 행동적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다일공동체의 규칙서에 설정된 공동체 설립목적에는 굶주린 사람을 향한 봉사, 하나님 사랑을 최우선 으로 하는 한사람의 헌신된 형제를 길러내는 것이 설정되어있다. 그들에게 가 장 큰 질문은 어떻게 예수처럼 사는가? 라는 것이다. 다일공동체는 합시
22 교회사회사업 제26호 다. 가 아닌 나부터 합니다. 였다. 누가 시켜서 될 일이라거나 의무 때문도 아 니었다. 사랑 때문에, 오직 사랑 때문에 스스로 원해 눈물과 정성과 애정을 기울이는 분들에게서 힘을 얻고 다시 내일을 기약했다 (최일도 1995: 217). 다일의 섬김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 노동의 정신이다. 다일공동체 는 기도가 노동이고 노동이 곧 기도라는 진리를 이 땅에서 자라고 이 땅에서 살아갈 젊은이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깨닫는 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듣고 배 우고 본 바를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또 가르친다(최일도 1997: 57). 공동체 규칙서에는 노동에 대하여 이렇게 강조하고 있다. 공동체 모든 가족들은 자기 형제들에게 불평 없이, 사심 없이 봉사할 것입니다. 봉사함으로써 우리의 사랑이 진실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기도를 위 함일 때를 제외한 한가함은 영혼의 원수입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은 정해진 시 간에 육체노동을 하고, 또 정해진 시간에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생활을 게을리 하지 말 것입니다. 다일에게 있어 봉사는 육체노동이고, 그것은 사랑의 진실한 증거이며, 동 시에 영적인 생활이기도 하다. 섬김의 정신에는 소유를 초월하는 자발적 가난의 정신도 포함된다. 다일의 규칙서에는 소유에 대한 정신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누구의 것도 아니라 하나님의 것인 삶은 그리스도적 사랑과, 개인의 이익을 찾 지 않고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헌신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사랑은 사욕을 품 지 않습니다(고린도전서 13:5). 사랑은 개인의 것을 공동의 것보다 더 중히 여 기지 않고, 오히려 공동의 것을 개인의 것보다 더 중히 여깁니다. 그렇다고 개 인소유를 공동소유로 만드는 것이 공동체 삶이 아닙니다. 공동소유도 소유이기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23 때문입니다. 가난의 정신은 또한 우리가 밖에서 가질 수 없었던 것을 공동체 안에서 얻으려 하지 않으며 범사에 감사하며 만족해야 하는 데서 드러납니다. 궁극적으로 하 나님은 사람이 얼마만큼 포기하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속적 인 것을 초월하는 마음에 관심이 있습니다. 베드로는 온 세상을 버렸지만, 그는 또한 온 세상을 얻었습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모든 것을 가지고 있 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고린도전서 6:10). 라르쉬 공동체의 설립자 장 바니에(1979: 299)는 공동체가 반드시 따라 주어야 하는 몇 가지 기본적인 법 이 있는데, 예산과 회계 구조를 언급하였다. 그러면서 물질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죽고 만다 고 경고하였다. 뿐 만 아니라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워 부자가 되어가는 공동체의 모습에 대하여 서도 경고하고 있다(Vanier, 1979; 성찬성 역, 1985: 300). 점점 부유해지고 부족한 것이 없어져서 완전히 자신만만해진 공동체는 이제 아무런 도움도 필 요치 않게 되어 결국 고립되고 말리라는 사실이다. 그 공동체는 갈수록 매력 을 상실한다 는 것이다(Vanier, 1979). 그런 공동체는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갖추고 있으며 얼마 안 가 지출이 심해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낭비와 남용이 발생하는 것이다(Vanier, 1979).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니에는 부유해지는 것 을 두려워하거나 포기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크고 부유한 공동체가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 공동체는 다른 종 류의 가난을 증명하면 된다. 그 공동체 역시 사치와 낭비를 피할 수는 없다. 예 를 들면 방이나 마당을 더 많은 사람을 환영하는 데 활용할 수가 있다. 공동체 의 부는 하느님의 선물이지 그 공동체에 귀속되는 소유물이 아니다. 그들은 다 만 청지기일 따름이다(Vanier, 1979).
24 교회사회사업 제26호 섬김의 정신을 따르는 가장 어려운 일은 개혁하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다 양성 안에서 추구하는 개혁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개혁이어야 한 다. 간디는 불의에 대하여 저항 하되 비폭력 이라는 평화로운 방식을 끝까지 고집하였다. 그리스도교의 공동체 운동이 갖는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개혁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박현준(2009: 220)은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원형이 갖는 공동체성은 공동체적이지 못한 사회질서나 기존의 교회질서 모 두를 부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신앙은 그리스도를 몸으로 믿고, 몸으로 따르기를 원하기 때문에, 공동체 신앙을 고백 하는 이들은 평화를 위해 애쓰며 정의를 위해 핍박을 받는 것이다(마태복음 5:9-10). 분명한 것은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신앙만이 고질적으로 병든 이 사회와 패역한 이 세대를 소생시키며 죽음에 이르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를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된다(강효숙 외, 2008: 328). 9) 다일의 이러 한 섬김의 정신은 교회사회사업으로 하여금 이웃의 고통에 참여하고 나눔과 돌봄을 이루기 위해 친절한 희생과 성실의 덕을 갖추도록 격려한다. 6. 순명의 정신 다양성 가운데 일치를 구하는 다일정신의 가장 심화된 정신은 순명하여 하나 되는 것 이다. 순명은 섬김보다 더 전진된 일치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영성적 차원에서 순명은 하나님께 복종하기 위하여 권위에 순종하는 영적인 결단이 9) 다일은 이러한 개혁적 역할을 운동권 이 아닌 생활권 방식으로 이루어 가고 있다(최일도, 1995: 216). 오랫동안 다일을 지켜본 공안의 직원들은 다일을 사회행동적인 성격의 운동권이 아니라 사회계몽적인 생활권 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최일도 목사 스스로도 다일공동체의 나 눔과 섬김은 운동이 아니었다. 운동이 되어서는 안 됨을 깨달았다 고 고백한다.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25 다. 순명은 절제의 문제로서 겸손과 자신에 대한 포기를 전제로 한다. 이 정신 은 순결을 지향하고, 인내하며, 자신의 운명을 내어맡기는 절대적인 신뢰의 덕 성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이런 덕성을 갖추게 되면 그는 결단하고 순결을 서 원하며, 순명하기 위해 자기를 포기하고, 순결하기 위해 절제하게 되는데 무엇 보다도 더 가장 중요한 영성적 태도는 성령님께 자신을 포기하고 맡겨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순명의 정신 안에 서 공동체는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기도의 생활을 지켜나가고, 성사에 참여하 며, 침묵기도와 피정, 노동기도를 실천하며, 공동체의 규칙을 지킨다. 그리고 공동체의 결정에 따라 이의 없이 파송되며 수도적 삶을 지켜나가게 되는 것이 다. 다일공동체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그리스도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고 순결, 청빈, 순명의 삶을 위해 헌신된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하고 예수님을 닮아 가려는 형제 자매들의 신앙공동체 라고 말하고 있다(다일공동체 규칙: 입회 및 탈퇴규정). 순명은 순결, 청빈과 함께 다일정신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 다. 원래 윗사람에 대한 순명은 신의 대리자 라는 사제직 개념을 갖고 있는 가 톨릭적 전통에 속한 것으로서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에서는 만인 사제론과 함 께 하나님에 대한 순명으로 수정되었다.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유교적 전통 안 에서 순종은 효와 충의 미덕이었는데 현대의 한국교회에서는 이단이나 대형교 회를 비롯한 일부 교회의 지도자들이 극단적인 권위주의를 행사하려는 것 때 문에 부정적 여론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권위나 순명은 인기 있는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비비어(Bevere, 2001; 윤종석 역, 2002: 14)는 이렇게 말한다. 권위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면 권위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놀라운 보호와 유익을 놓친다. 하나님의 시각으로 권위를 보지 않기 때문 에 우리는 권위를 두려워한다. 더 나아가서 그는 보호 아래 있는 사람은 하
26 교회사회사업 제26호 나님의 권위 아래 있는 사람이다. 라면서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하나 님의 덮으심 아래(under God s cover) 자유와 보호를 누렸다. 고 설명한다. 토마스 아켐피스(1984: 31)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제9장 복종과 예속에 대하여 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자신에 대한 심판자가 되지 않고, 윗사람의 수하에 들어가서 복종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지배하는 것보다 복종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 사랑해서라기보다도 오히려 필요성 때문에 복종하며 살아가는 사람 이 많다. 이러한 삶은 불만스럽고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기꺼 이 그리고 진심으로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위하여 복종하지 않는 한, 절대로 정 신적 자유를 얻지 못한다. 그대는 어디로 가든지, 윗사람의 수하에 들어가서 겸 손하게 복종하지 않는 한, 결코 평안을 찾을 수는 없으리라. 또한 베네딕도 수도규칙 의 제31장 순명에 대하여 에서는 이렇게 말하 고 있다. 겸손의 첫째 단계는 지체 없는 순명이다. 이것은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소 중히 여기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일이며, 그들은 서약한 거룩한 섬김 때문에, 또는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나 영원한 생명의 영광 때문에, 장상으로부 터 어떤 것을 명령받았을 때 즉시 하느님의 명령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실행함 에 지체할 줄을 모른다. 다일공동체의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헌약 및 형제자매의 (순결, 청빈, 순 명) 서약서>의 장상을 통하여 발표되는 공동체의 모든 결정에 순명할 것을 약속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응답하고 서명해야 한다. 다일공동체의 규칙서에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27 는 순명에 대하여 이렇게 적어 놓았다. 순명은 장상에게 뿐 아니라 형제들끼 리도 서로에게 온갖 사랑과 주의를 기울여 순명해야 합니다. 10) 그리고 나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붙였다. 1 하나님 아버지에게 순종하듯이 장상에게 순종하며 그에게 합당한 공경을 드 림으로써 그 분 안에 계시는 하나님께서 무례를 당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2 장상에게 잘 순종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장상에게도 자비를 베푸는 것이니,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그만큼 그 위험과 책임도 커지기 때문 입니다. 3 장상과 공동체의 명령과 명령에 따른 순종 사이에 질서 있는 조화는 공동체 안에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필요충분조건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4 중요한 것은 결코 순종이 하나의 무거운 멍에가 되어서는 안 되며 기쁨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동체 생활의 기초는 순종 이전에 애덕과 신뢰, 즉 그리스도적 사랑과 신뢰이 기 때문입니다. 장상의 지도 아래 있는 공동체 가족들은 법의 순종이 아닌 은총 의 지배 아래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나는 특별한 사람인 사실을 깨달았기에 진 정한 자유인임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이러한 순명의 정신은 지도자의 영성에 철저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리고 위계질서를 분명히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과의 일치를 경험한 기독교 영성가들은 그 삶이 예수님을 닮아갔다. 그들은 많은 신비를 체험하고 치유의 기적들도 일으켰지만, 더욱 스스로를 작다고 하며 겸손해졌다(이강학, 10) 다일공동체의 순명에 대한 규칙은 베네딕도의 수도규칙 제31장에 크게 의존된 것으로 보인다.
28 교회사회사업 제26호 2008: 148). 베네딕도 수도규칙에는 공동체의 차례에 대하여 정해 놓았다. 수도원 안에서 차례는 이렇게 정할 것이니, 즉 수도생활을 (시작한) 때와 생 활의 공적에 따를 것이며 또한 아빠스가 정하는 대로 할 것이다. 그리고 지도 자에게 엄격한 훈계를 하고 있다. 아빠스는 자기에게 맡겨진 양떼를 어지럽 게 하지 말고 권력을 마음대로 이용하여 불의하게 무슨 일을 처리하지도 말 것이며, 자신의 모든 판단과 행동에 대하여 하느님께 바치게 되리라는 것을 항상 생각할 것이다. 순명정신을 강조하는 공동체의 지도자는 모든 회원의 삶과 운명을 결정하는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하나님께 순 명하는 삶을 통하여 그 영성의 권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최일도(2006: 129) 목사는 리빙스턴의 묘비를 마음에 새겼다. 하나님 아 버지 앞에서 하나님 한 분만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 세상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은 이가 여기 잠들다.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는 영성으로 하나님께 절대 복 종으로 하나님과의 일치 (Union with God)를 추구하였다. 이러한 목표는 전 통적인 기독교 영성생활의 목표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이강학, 2008: 147). 다일공동체의 진행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의존한 것이었다. 밥퍼공동체의 시작도, 다일천사병원의 시작도 인간적 계획 이나 욕망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다. 청량리역에서 함경도 할아버지를 만난 사건으로 인해 나의 모든 계획과 진로가 하나님의 의도와 계획대로 변경되었다. - 중략 - 아내는 프랑스로, 나는 독일 로 가고 싶어 했지만 하나님은 유럽 유학을 보내는 대신에 우리 부부를 소외된 이들이 모여 사는 청량리 뒷골목으로 이끄셨던 것이다(최일도, 1995: 21-22). 다일교회의 출발처럼 천사병원의 시작도 뜻밖에 다가왔다. 교회는 평생 목회해온 분의 사모를 이런 식으로 대하나요? 라고 질문했던 천주교재단병원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29 수녀의 질문에 못 견딜 듯 괴로워하던 그에게 하나님은 일도야, 나의 대책은 바로 너다. 라고 말씀하셨다(최일도, 1995: 180). 이 음성은 천사병원을 촉발 시킨 발화점이었다. 다일공동체의 운영을 위한 물질적인 공급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전적으 로 의존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이 끝도 보이지 않 는 소모성 사역을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공급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를 계속 경험하고 있다(최일도, 2006: 114). 이러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지도자 의 영적 권위를 구성하는 근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추측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목사는 끊임없이 영적인 스승을 찾아다니며, 침묵기 도와 영성생활을 통하여 영성식별을 추구한다. 그는 회원들의 순명을 요구하 는 만큼 자신도 영적 스승의 권위 앞에 순명하는 자세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강학(2008: 149) 교수는 영성식별을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하나님께 로 가까이 가는 것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지혜 라고 말한다. 지도자의 이러 한 치열한 영성식별의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 순명의 규범은 매우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순명의 정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결과로부터 자유로움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영성의 길에 들어선 인물들의 삶에서 결과에 연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일공동체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라는 말과 지금 여기에 라는 말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작은 일 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이나 지금 여기 라는 현 재를 충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태도는 결과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가능한 것이다. 최일도 목사는 이렇게 고백한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때 큰 교회 작은 교회 가 있지 하나님 눈으로는 큰 교회, 작은 교회의 구분이 있을 수가 없다. 사람 의 기준은 크고 중요한 일과 작고 보잘 것 없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가른 다. 그것이 하나님의 시선은 아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는 이렇게 단호하
30 교회사회사업 제26호 게 주장한다. 참된 섬김은 결과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거짓 섬김의 특징 중에 하 나는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참 섬김은 결과보다는 동기 와 과정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 결과주의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과만 좋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일 이든 다 하려고 하는 사람, 이건 믿음에서 떠난 패역한 세대나 하는 짓입니다 (최일도, 2006: 92). 이러한 공동체 안에서 순명의 정신은 교회사회사업이 결과에 집착하지 않 고 영적인 진리와 원칙에 믿음으로 순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을 가 르쳐준다. III. 다일공동체의 공동체적 특징 김현진(2010: 2) 목사는 기독교 공동체를 크게 수도공동체, 생활공동체, 공동 체교회, 사역공동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하였다. 11) 수도공동체는 공동생 활, 영성수련, 독신의 삶을 특징으로 하고, 생활공동체는 공동생활, 재산공유, 가족정신, 단순한 생활을 그 특징으로 한다고 하였다. 공동체교회는 교회의 공 동체성이 보다 분명히 구현되는 교회로서 기성교회 내에 일부 공동생활 그룹 11) 김현진(2013: 31) 목사는 나중 자료에서 수도공동체, 생활공동체, 공동체교회 등 3개로 분 류하기도 하였다.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31 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일부 공동생활 그룹은 없지만 교회 지체 전체가 헌신 된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는 셀 교회의 형태가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역공동 체는 특정한 사역의 목적 실현을 위해 세워진 공동체로서 공동생활의 형태를 가진다고 설명하였다. 다일공동체를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 네 가지 형태가 모 두 혼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떤 공동체라도 이러한 특징 들을 선명하게 분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 연구자는 다일공 동체의 공동체적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김현진 목사의 분류 방식을 따라 정리 해 보았다. 최일도 목사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깨달아진 네 가지의 정신을 공동체로서 의 삶의 방향으로 정하였다. 즉 첫째는 나사렛 예수의 영성생활 이고, 둘째는 예전 갱신의 성사생활 이며, 셋째는 일하며 기도하는 공동생활 이고, 그리고 넷째는 나눔과 섬김의 봉사생활 이다(강효숙 외, 2008: 317). 정확하지는 않 지만 이 네 가지 공동체 삶의 방향은 위에서 설명한 네 가지 공동체 형태와 대 체적으로 일치된다고 본다. 즉 나사렛 예수의 영성생활은 수도적 공동체의 특 징을 나타내고, 예전을 갱신하는 성사생활은 교회적 공동체의 특징에 해당되 며, 일하고 기도하는 공동생활은 생활적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며, 나눔과 섬 김의 봉사생활은 사역적 공동체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1. 수도공동체로서 다일 김현진(2010: 3) 목사에 따르면 1942년에 시작된 전북 남원의 동광원( 東 光 園 )이 한국 개신교 수도공동체의 시초라고 한다. 강원 태백의 예수원 역시 수 도공동체의 형식을 띠고 있고, 충남 천안의 한국 디아코니아 자매회, 1979년 엄두섭 목사에 의해 세워진 은성수도원 정도를 수도공동체로 지목하였다. 다 일공동체는 순결, 청빈, 순명을 지키기 위하여 나사렛 예수의 영성생활을 추구
32 교회사회사업 제26호 하기로 다짐한 수도적 공동체의 특징을 갖고 있다. 김연수 사모는 이 영성생 활이 다일공동체 가족의 삶을 이끌어온 가장 큰 다짐 이었다고 고백한다(강 효숙 외, 2008: 151). 그러한 영성생활은 자신에게는 엄격하며 이웃에게는 부 드러움과 관대함으로 나타나는 수덕( 修 德 )적인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강효숙 외, 318). 다일의 수도공동체적 특성은 기도생활, 노동의 생활, 순명의 생활, 그리고 가난의 선택, 영성수련활동, 순결지향적 삶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1) 다일의 기도생활 수덕적 삶에는 규칙적인 리듬이 매우 중요하다. 헌신된 삶을 살아가면서 말씀 묵상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점검하고 성찰하며 매일 기도의 학교에서 하나님 의 은혜에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단순한 의도와 순결함을 가지고 죄와 악을 대항하여 투쟁함으로 유혹과 시험들을 이겨내면서 계명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이후정, 2013: 17). 몰트만(1992: 79)은 예수와 함께하는 공동체는 우리를 사랑과 기도에로 인도해 들이고, 사랑과 기도는 서로를 심화 시킨다 고 말하였다. 다일공동체 가족들은 하루에 세 번 정한 시간에 모여 함께 기도한다. 조도, 대도, 만도의 정한 기도를 통해 날마다 한걸음씩 주님께 나를 내어놓는 훈련 을 하는데 아침 조도에는 성 프란체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 를 항상 드리 고, 저녁 만도 때에는 샤를르 드 푸코의 스스로를 내어맡기는 기도 를 올려드 린다. 날마다 드리는 이 두 기도 속에 다일공동체가 나아가고자 하는 나사렛 예수의 영성을 추구하는 다일공동체 가족들의 다짐과 결단이 들어 있다. 그래 서 공동체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포기와 순명, 헌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 하시길 기도하는 것이다(강효숙 외, 2008: 154). 몰트만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십자가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하신 것(마태 복음 8:31)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육체에 따르게 되는 또한 그들의 생활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33 사에서 그들이 공동으로 감당하고 대처해야 할 고통을 의미 하는 것인데 그 고통은 봉사의 기초, 즉 기도와 명상 으로 말미암아 감당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12) 다일공동체가 십자가를 지는 것 같은 고난스러운 봉사와 노동 을 가능하게 하려면 보다 깊은 봉사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 2) 다일의 노동생활 또 하나의 다일의 수도생활은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 이다. 이것은 다일공동체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다일공동체 가족들은 종종 자동차 헤드라이 트를 켜놓고 새벽까지 노동기도를 드리곤 한다. 왜 심야기도, 철야기도는 드 릴 수 있으면서 노동기도는 왜 심야까지 철야로 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가? 왜, 육체노동은 정신노동만 못하며 힘들고 고달픈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매여 살아야 하는가? 라고 질문한다. 수도정신이 아니면 이겨내기 힘든 생활이 아 닐 수 없다. 3) 다일의 순명하는 삶 규칙적인 기도와 노동은 순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일공동체의 규칙 서언에 는 날마다 순명의 훈련을 한다 고 진술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강조하면서 보이는 지도자에 대한 순명을 하지 못할 때 진정한 신앙적 삶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순명의 관계는 상호신뢰와 형제 우애의 관계의 성숙한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일도 목사는 연구자와의 면담에서 순명은 자유를 위한 순명이지 순명을 위한 순명이 아니다 라고 설 명했다. 12) 나는 여기에서 봉사적 고통 그 자체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고, 오히려 봉사의 또 다른 요소 즉 봉사의 기초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 이러한 기초가 없다면 죽음을 잘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도와 명상이다(Moltmann, 1982; 김균진 역, 1992: 78).
34 교회사회사업 제26호 베네딕트는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겸손과 순종, 그리고 권한 부여 로 설정하였다고 한다(Wolpert, 2003; 엄성옥 역, 2005: 230). 공동체의 첫 째 덕성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이고 그 겸손의 첫째 단계는 순종 이며, 서로 순종하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권한 부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3) 그리고 수도원장은 공동체의 우두머리이지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고 규칙으로 정해 놓았다(베네딕트 수도규칙 90). 4) 다일의 자발적 가난의 선택 수도적 전통에서 수도사들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며 모든 것을 공동체와 함께 소유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서 가난과 무소유의 서원을 해야 한다. 물질로부터의 이탈은 베네딕트가 수도사를 위해 규정한 또 하나의 영적 수련 이었다(Wolpert, 2003; 엄성옥 역, 2005: 237). 다일의 규칙서는 재산에 대 하여 이렇게 진술하고 있다. 개인소유와 공동소유에 대한 공동체의 규칙은 이렇습니다. 정회원의회와 장상 의 명령 없이는 어떤 것도 개인소유로 가져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모든 이 에게 필요에 따라 나누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 중략 - 정회원, 준회원뿐만 아니라 정식 가입되었던 지원자, 청원자, 허원자, 준회원 또는 명예회원이 사퇴를 하는 경우에는 공동체에 일단 기부하였던 모든 재화 (집, 돈, 물자)를 되찾아갈 수 없습니다. - 중략 - 만에 하나 공동체 안에서 물질의 문제가 대두되어 정회원의회에서조차도 갈등 과 분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분쟁 시점에서 1년이 지난 후 에는 공동체의 모든 자산(일체의 부동산과 동산 포함)을 100% 사회로 환원시 13) 베네딕트 규칙의 순명은 하나님께 대한 순명이다. 따라서 지도자에 대한 순명의 전제는 하나 님께 대한 순명이다.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35 키는 뜻으로 사회복지법인 다일복지재단에 자동 귀속됩니다(다일공동체 규칙 서). 5) 다일의 순결지향적 삶 순결 은 청빈, 순명 과 함께 다일공동체의 3대 수련덕성이다. 순결은 하나 님께 온전히 드려지고자 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나타나는 섞임이 없는 청정 한 마음이다. 종교적 신앙인들은 하나님도 좋고 나도 좋은 길을 선택하면서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결정해 나가고 있다. 14) 예수님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15) 고 선언하셨고 뱀같이 지혜롭게, 비둘기같이 순결하게(마태복음 10:16) 살아갈 것을 명령하셨다. 이러한 원칙은 결혼에도 적용된다. 16) 다일 공동체는 개신교에서 최초로 남자 독신수도회를 시작하였다. 17) 동광원이나 디 아코니아 자매회와 같은 개신교의 독신수도회를 따르고자 한 것이다. 6) 다일의 영성수련활동 다일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관심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다. 다일은 규칙서의 설립목적에서 이웃사랑이 우선이 아니고 하나님 사랑이 우선이다 라고 천명 하였다. 이런 전제 위에서 다일은 영성의 뿌리를 종교개혁 훨씬 이전까지 거 14) 연구자는 종교적 신앙인을 영성적 신앙인들과 구별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15) 마태복음 6:24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16) 독신이었던 사도바울은 나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기를 원하노라 그러나 각각 하나님께 받은 자기 은사가 있으니 이 사람은 이러하고 저 사람은 저러 하니라(고린도전서 7:7) 고 말씀하였 다. 뿐만 아니라 결혼하는 자도 잘하거니와 결혼하지 아니하는 자는 더 잘하는 것(고린도전 서 7:38) 이라고 교훈하기도 하였다. 17) 세 명이 서원하고 출발하였으나 한 명은 세상을 떠났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결혼하여 한 명의 수사만 남아 명맥을 잇게 되었다. 최일도 목사는 사석에서 재가수도의 삶을 사모하는 마음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재가수도는 아내와의 합의하에 동료나 자매처럼 지냈던 간디, 이세종, 이 현필, 유영모 등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36 교회사회사업 제26호 슬러 올라가서 이어져 내려오는 침묵기도, 예수기도,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자연 안에서 드리는 기도(관상) 등 영성수련활동을 훈련하고 실천한 다. 이강학(2008)은 다일영성의 특징을 네 가지 즉, 첫째는 기도와 실천의 균 형이고, 둘째는 기도와 실천의 건전성이며, 셋째는 한국적 영성과 서양 기독교 영성의 적절한 통합이고, 마지막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영성이라 고 정리하였다. 이러한 통합적이고 균형 잡힌 영성훈련의 형성과정에는 김연수 사모의 역 할이 매우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연수 사모는 다일공동체가 형성되던 당 시 강원용 목사의 요청을 받고 크리스챤 아카데미의 교회 교육 프로그램의 한 분야로 영성수련 프로그램을 주도하였다(최일도, 1997: 41). 이 영성교육 프 로그램은 한국개신교의 영성운동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일공동체의 영성훈련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세상찾기, 작은 예수 살아 가기, 하나님과 동행하기 는 최일도 목사의 삶의 역정과 다양한 영성훈련 경 험을 통해서 개발되고 형성되었다. 다일공동체의 회원이나 다일복지재단의 직 원이 되려면 적어도 이 영성훈련을 받아야 하며, 거기에 더하여 다일 DTS(Discipleship Training School)의 과정을 마치도록 요구를 받는다. 케네스 리치(2009: 93)는 오늘날, 모든 위대한 관상가들이 사이비 관상 의 위험성을 이미 익히 알고 비난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경 고한다. 사이비 관상에 대한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관상은 허공이 아니라 깨지고 타락한 이 세계에 서 일어난다 고 주장했다. 그래서 혼돈과 위기 한가운데서 그는 하나님의 비 전을 추구하고, 관상적 추구의 핵심에 있는 투쟁을 경험한다 고 주장한다. 이 는 최일도 목사가 하루 종일 번잡한 청량리 광장에 누워 죽어가고 있는 함경 도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37 로 최 목사는 신학생들의 영성을 지도할 때 길거리에서 노숙을 경험하게 한다. DTS훈련 과정 중에도 노숙체험 훈련이 있다. 청량리 밥퍼에서 출발하여 서울 역까지 도보로 이동하고, 서울역에 있는 노숙자들에게 컵라면과 김밥 등 먹을 것을 나누고, 하룻밤을 서울역에서 노숙한다. 다음 날 점심은 밥퍼에서 노숙자 들과 함께 줄을 서서 그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다일DTS훈련 중에서도 노 숙체험은 중요한 훈련으로 여기고 있으며 훈련생들에게 노숙체험훈련에 대한 소감문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교회사회사업은 영성적 토대위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도적 관점 을 제거하면 안 된다. 교회사회사업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때 기도와 영성수련의 생활화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2. 생활공동체로서 다일 김현진(2010:2) 목사는 생활공동체에 대하여 결혼한 가정들로 이루어진 공 동체로서, 한 곳에 모여 살아가는 집단생활의 공동체 형태와 도시 내에서 각 가정별로 따로 살지만 보다 긴밀한 유대와 헌신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 가는 도시 공동체 형태가 있다 고 설명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서 김용기 장로에 의해 1962년에 시작된 가나안 농군학교, 1965년부터 원경선 선생이 주축이 되어 부천 소사에서 시작된 풀무원 공동체, 1971년 김진홍 목사가 중 심이 되어 서울 청계천에서 활빈운동으로 시작한 두레마을, 그리고 김인수 목 사에 의해서 세워진 민들레 공동체, 서울 강북의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 충남 공주의 열방 공동체, 보은 예수마을, 대구의 한결 공동체 등과 국제적인 기독 교 공동체 지부로서 한국 떼제 공동체(서울), 한국 라브리 공동체(양양) 등을 제시하였다.
38 교회사회사업 제26호 1) 공동생활의 장 <다일 평화의 마을> 다일공동체는 경기도 가평 아주 한적한 곳에 <다일 평화의 마을>을 삶의 자리 로 조성하여 함께 모이고 흩어지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18) 다일의 생활공동 체로서의 기능은 매우 일시적이고 유동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사역장들 때문에 그들은 정주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 육체적으로 휴식하고 영적으 로 충전을 할 수 있는 생활의 터전을 갖고 있다. 규칙서의 서론 부분에는 다일공동체가 복음을 몸으로 증언하며 살면서 제 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함께 사는 사람들 안에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바 른 신앙고백의 토대를 하나씩 둘씩 쌓아가는 일이라고 하였다. 이들은 서로 속마음을 투명하게 드러내 보이면서 혈연 공동체를 뛰어넘는 예수 안에서 성 령과 피로써 거듭난 한 가족 으로 살고자 모인 것이다. 그러기에 공동체 가족 들 안에서는 침묵과 함께 정직한 대화가 있어야 할 것을 처음부터 못박았다. 뿐만 아니라 다일공동체는 도시화, 문명화, 극단적 이기주의로 살아가는 현대 인의 삶에 대한 대조사회로서 정체성을 가진다고 하였다. 생태공동체적이며 자연친화적인 영성의 삶으로 미래의 희망 이 될 것을 소망한다는 것이다. 2) 공동 생활공동체의 의미 공동으로 생활하는 생활공동체의 삶은 고통이 동반한다. 그러나 고난과 어려 움은 새로운 성숙과 수련의 기회이기도 하다. 최일도(1995: 83) 목사는 공동 생활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그만 질식할 것만 같았다. 외롭기 18) http://www.dail.org/srcweb/dail/dail_02.aspx 다일 평화의 마을은 다일공동체의 모원으로서 다일가족들의 생활의 근거지가 되고 있고 설곡 산 영성수련원과 자연치유센터는 주로 영성훈련과 치유사역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39 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다일공동체의 정회원인 김지훈은 이렇게 고백 한다. 다일공동체의 삶 속에서 그 보통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세상과 다르게 살아가 는 것은 그 보통 사람들의 나약하고 연약한 모습, 이기적인 모습, 죄인 된 본래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거짓의 옷을 벗고 만난다는 것이다. 예수 의 사랑으로 옷을 벗고 나약함을, 부끄러움을, 성난 자기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사랑의 공간이라는 것이다(강효숙 외, 2008: 216). 이러한 생활공동체의 모델은 교회사회사업가의 지역사회의 이웃들과 일치 를 이루기 위한 삶의 전제가 될 수 있다. 3) 생활공동체로서 경제생활 공동생활의 재정과 관련하여 다일공동체의 규칙서는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정 해 놓고 있다. 다일공동체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모샤브 형태와 인정하지 않 는 키부츠 형태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래서 개인의 소유를 인정하 되 전적으로 스스로 자원하여 공동체의 재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다일 공동체는 키부츠 공동체보다도 모샤브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 기 때문입니다 라고 규칙서의 18조 <재산>에서 규정하고 있다. 다일공동체는 투명한 재정관리, 매달 모든 수입에서 십의 이조 이상의 헌금, 자신이 사용하 는 집과 물질에 대한 하나님의 소유권 인정 등을 물질에 대한 원칙으로 정하 고 있다. 교회사회사업가로서 자발적 가난은 필수적 요건이라고 볼 수 있다. 교회사회사업은 하나의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의 차원이 아니라 전문가의 삶의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교회사회사업에 헌신하는 사회복지사는 자 발적 가난을 선호하고,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면서 지역사회의 당사자들 과 공동생활의 장으로 참여해야 교회사회사업의 본질을 추구하는 실천이 될
40 교회사회사업 제26호 것이다. 19) 3. 사역공동체로서 다일 김현진(2010: 5) 목사는 사역공동체를 특정한 사역의 목적 실현을 위해 세워 진 공동체 라고 설명한다. 공동체마다 다르지만 영성훈련이나 장애인 사역, 비 행청소년 사역, 교정 사역, 알코올중독자 사역, 북한이탈주민 사역, 해외 분쟁 지역의 평화 사역 등, 전 멤버 혹은 일부가 공동체로 살면서 사역하는 경우를 사역공동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놓고 보면 다일공동체의 정체성은 사역공동체적인 성격이 가장 강한 것으로 보인다. 다일공동체는 나눔과 섬김 을 통해서 화해와 일치로 라는 다일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있다. 나눔과 섬김 의 사역을 공동체의 중심 사역으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사역공동체들 에는 양평의 개척자들, 포천의 그나라 공동체, 동두천의 하늘문 공동체, 대전 의 라파 공동체, 양평의 모새골 공동체, 여주의 새터마을, 밀양의 아름다운 공 동체, 의성의 안사 공동체, 합천의 오두막 공동체, 안동의 우리집 공동체, 서울 의 일본 비전공동체 등이 있다고 하였다. 장 바니에(1979)는 공동체에는 반드시 구성원 모두가 함께 바라볼 수 있 는 어떤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살기로 결의하 고서도 특수한 목표가 없거나 공동 생활의 이유 가 불명확한 경우, 조만간 갈 등이 생기고 모든 일이 붕괴되고 만다 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든지 그 구성원들이 왜 모여 생활하고 각자에게 요구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시해 주 는 헌장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또 브루노 베틀리하임이 공동체에 대 해 한 말을 들려주었다. 19) 사회복지정보원 홈페이지의 한덕연 선생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적 사회복지활동을 참고할 것.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41 공동생활이란 그 생활 자체 이외의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할 때 비로서 꽃피울 수 있다고 믿는다. 즉 공동체가 된다는 목표 이상의 목표, 그것을 초월하는 어 떤 목표에 깊이 투신하여 자연스럽게 발전할 때 존립이 가능해진다(Vanier, 1979). 영성적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사역의 장을 갖게 되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서 공동체인 교회가 갖는 본질적 소명이기도 하다. 1) 가난한 자를 위한 밥퍼사역 다일은 국내외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에 나눔과 섬김의 봉사 생활을 추구한다고 천명했다. 다일공동체는 청량리 밥퍼운동본부를 비롯한 세 계 여러 사역장에서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급식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임성빈은 다일설립 20주년에 다일의 사역을 한국교회 사회봉 사의 모델 이라고 평가하면서 기독교 문화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조명하였 다(강효숙 외, 2008: 108-117). 첫째, 긍휼사역을 통하여 교회사역의 균형점 을 확보했다. 둘째, 교회와 사회의 소통을 가능케 하였다. 셋째, 구제사역의 문 화화를 가져왔다. 넷째, 몸과 마음의 치유라는 통전적 긍휼 사역의 모델을 확 립하였다. 다섯째, 다양성 속의 일치라는 에큐메니칼 문화를 구현했다. 다일공 동체는 가난한 사람들을 밥상공동체로 끌어들여 인간으로 존중해 주었다. 다 일에게 있어서 공동체는 그 자체가 목적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 어가는 방법이요, 사역의 수단이며 도구이기도 하다. 이는 교회사회사업의 목 적이며 방법이요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몰트만(1992: 73-74)은 하나님의 나라는 가난한 자들 에게서 시작되고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가난한 자, 병든 자, 애통해 하는 자, 죄진
42 교회사회사업 제26호 자의 공동체로 들어가서, 그들을 하나님 나라의 성원으로 인정하고, 또한 그들 에 의해서 우리가 형제로서 받아들여질 때 우리들은 예수와 함께하는 하나님 의 나라를 찾을 수 있다. 다일공동체에게 있어서 가난한 자를 위한 밥퍼사역은 하나님 나라운동이 다. 다일은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밥퍼 사역에 멈추지 않고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주민들을 위한 지역사회개발 사역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 교회사회사업은 이러한 하나님 나라 운동의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2) 병든 자를 위한 치유사역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다일천사병원은 하루 100여명의 환자들에게 무료 검 진과 수술 등의 치료를 감당하고 있다. 또 평안한 임종을 맞이하도록 돕는 <다 일작은천국>이라는 호스피스 사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마음의 상처를 안고 고 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또 불치의 병을 얻어서 희망의 불씨가 꺼져 가는 이들에게 자연의 놀라운 치유력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설곡산에 자연 치유센터를 건립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최일도 목사는 바쁜 일 정 가운데에서도 방송과 강연에 적극 헌신하여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 들에 대하여 멘토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것은 구조적인 치유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3) 어린이를 위한 보호사역 행려자를 돕는 일로부터 시작한 다일의 사역은 환자를 돌보는 일로 전개되어 가다가 이제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사역으로 확대되었다. 사실 제3세계에 세워 20) 그 실례로 캄보디아 시엠립 지역에서 실시하는 고깃배 분양사업이나 가내수공업사업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43 진 사역장들은 대부분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을 먹이고 교육하며 키워내는 일을 주로 섬기고 있다. 중국 훈춘에는 고아들을 위한 시설을 세웠고 캄보디 아, 네팔, 필리핀, 베트남, 탄자니아 등지에서는 아동 급식사업과 유치원 및 초 등교육 시설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4) 영적 쇄신을 위한 영성훈련사역 다일공동체는 나눔의 사역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영성훈련을 위한 사역에 큰 역량을 쏟고 있다. 이는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 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 니하는 이것이니라(야고보서 1:27) 는 말씀은 다일 영성의 핵심요절이다. 김 현진은 다일공동체가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외향적인 사역과 내향적인 기도의 영성이 균형을 이루어 온전한 기독교를 지향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평가 하였다(강효숙 외, 2008: 49) 이러한 영성훈련 사역은 다일공동체가 사역위 주로 나가는 동안 경험한 실패를 통하여 세워지게 된 것이다. 다일의 가족회 원인 이명현은 이렇게 고백하였다. 솔직한 심정으로,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면서 날마다 기쁘고 날마다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험악한 욕설과 비난 을 받으면서(처음엔, 그럴 적마다 소화가 안 되어 참으로 힘들고 괴로웠지요.), 때로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면서, 또 때로는 좌절과 낙담에 사로 잡혀 모든 사역을 포기하고 주저앉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적 마다 영성수련을 통하여 다시금 회복되어 다시금 일어서곤 하였습니다(강효숙 외, 2008: 227). 늘 격심한 업무에 시달리는 교회사회사업가에게는 영성적 충전을 위하여
44 교회사회사업 제26호 휴식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를 가진 교회 사회사업 현장의 당사자들에게는 영성수련의 경험이 큰 치료와 회복 더 나아 가 해결의 과정으로 사용될 수 있다. 4. 교회공동체로서 다일 교회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인데 오늘의 교회가 공동체성이 퇴색하여 공동체 교 회라는 대안적 교회가 등장하였다. 그러나 공동체 교회는 대안( 代 案 )이 아니 라 원안( 原 案 ) 이라고 하였다. 21) 공동체야말로 사도행전의 원시 교회의 형태 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교회는 교회의 공동체성이 보다 분명히 구현되는 교회 다. 정철범은 다일공동체가 오늘의 교회를 새롭게 갱신하는 데 새 바람을 불 어 넣어 주었다 고 평가한다(강효숙 외, 2008: 162). 다일교회는 이미 주지한 바와 같이 워싱턴의 세이비어 교회와 시카고의 레바 플레이스 공동체를 모델 로 삼았다. 다일교회가 추구하는 성격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규칙서, 관련 기관). 첫째, 공동체의 영성과 정신의 토대 위에 세워진 공동체성을 추구하는 개 혁교회 둘째, 복음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살아있는 교회 셋째, 성도간의 친밀한 만남이 있는 살아 움직이는 교회 넷째,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생동하는 선교 교회 다섯째, 모두가 소중한 지체임을 고백하는 교회로서 누구든지 부담 없이 찾아오는 교회 21) 2013년 한공협(한국공동체협의회) 수련회에서 김현진 회장과 회원 사이에 나누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45 여섯째, 세상을 섬기는 구제와 봉사와 교육에 힘쓰는 교회로서 헌금의 20~51%를 우선 성별하여 사용하는 교회 일곱째, 지역사회 필요에 응답하는 교회 여덟째, 에큐메니칼 교회 교회사회사업은 건강한 교회를 통하여 실현되어야 한다. 메시지가 메신저 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Palmer, 2006). 건강한 교회는 영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로서 자라난다. IV. 결론: 다일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다일공동체는 그 존재하는 방식을 통하여 오늘 한 국교회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진리를 따르는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교회사회사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오늘의 상 황 속에서 다일공동체가 교회사회사업을 향하여 던지고 있는 시대적 의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오늘날 교회들에게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번영의 신학을 극복하여 나 눔과 섬김의 진정한 교회사회사업적 목표를 제시하였다. 둘째, 재정과 조직, 그리고 프로그램으로 사회복지실천을 주도하려는 왜곡 된 교회 현실 속에서 다일은 기도와 순종과 헌신적 삶으로 복음을 실현하고자 하는 복음적 교회사회사업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끊임없는 자리다툼과 기득권의 선점을 위하여 대결하고 갈라지는 현 실 기독교의 종교적 사회복지를 극복하고 화해와 일치를 부르짖으며 다양성
46 교회사회사업 제26호 안에서 하나를 이룰 수 있는 영성적 사회복지실천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매 우 의미 있는 일이다. 넷째, 종교개혁과 함께 단절된 기독교 영성의 맥을 되찾아 내면의 세계를 정화시키고 하나님과의 일치를 추구할 수 있는 수도적 전통을 회복하려는 다 일의 노력은 교회사회사업을 하나의 영성적 수도의 길로서 열어갈 수 있게 하 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온다. 다섯째, 좁은 한국의 경계를 넘어 세계의 가난한 나라를 향해 나아가서 교 리적이고 종교적인 전통적 선교방식을 떠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그들과 함께 밥상공동체를 형성하며 지역사회를 통전적으로 섬기는 새로운 국 제 NGO 활동 방식의 교회사회사업 모델도 신선하다. 여섯째, 다일공동체는 교회사회사업가들이 가난한 사람들, 병자들, 어린이 들, 죽어가는 사람들 등 이 사회의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에 적극 참여하 는 일과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 영성적 회복을 위하여 침묵하고 기도하는 일의 균형을 이룸으로써 지속적인 사역의 길을 가도록 돕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일곱째, 하나님의 임재와 주도하심을 그 사역 가운데 명료하게 드러나게 함으로써 인간주도형, 결과지향적 사역을 지양하고 영적인 교회사회사업의 모 범을 보였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다일공동체는 영성의 순수성을 지켜내며 십자가를 향한 소명을 따라 지속 적인 교회사회사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21세기 새로운 하나님 나라 운동의 기 수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해 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47 참고문헌 강병덕 유장춘. 2012. 다일영성수련 <아세찾기> 평가서. 서울: 다일복지재단. 강효숙 외. 2008. 내가 만난 다일공동체. 서울: 도서출판 다일. 김경호 외. 2008. 다일공동체 창립 20주년 기념 논문집-다일의 영성과 신학. 서울: 도서 출판 다일. 김균진 역. 1982. 삼위일체와 하나님의 나라. Jürgen Moltmann. 1982. Trinität und Reich Gottes. 서울: 대한기독교출판사. 김현진. 1991. 도시공동체: 미국 시카고 레바 플레이스. 빛과 소금 3월호. 김현진. 1998. 공동체 신학. 서울: 예영커뮤니케이션. 김현진. 2013. 공동체란 무엇인가?: 공동체의 성경적 의미. 공동체 영성과 한국교회. 제 17회 공동체연합수련회 자료집. 박현준. 2009. 그리스도교 영성과 공동체. 서울: 우리신학연구소. 성찬성 역. 1985. 공동체와 성장. Jean Vanier. 1979. La Communaute Lieu du Pardon et de la Fete. 서울: 성바오로. 신현기 역. 2009. 사회적 하나님. Kenneth Leech. 1981. The Social God. 서울: 청림출 판사. 엄성옥 역. 2005. 기독교 전통과 영성기도. Wolpert, Daniel. 2003. Creating a life with God. 서울: 도서출판 은성. 유석성 이신건 역. 2010. 성도의 교제. Bonhoeffer, Dietrich. 1954. Sanctorum Communio: Dogmatische Untersuchung zur Soziologie der Kirche. 서울: 대 한기독교서회. 윤종석 역. 2002. 순종. John Bevere. 2001. Under Cover. 서울: 두란노서원. 이삼열 편. 1992. 사회봉사의 신학과 실천. 서울 도서출판 한울. 이강학. 2008. 다일공동체의 영성. 다일의 영성과 신학. 다일공동체 창립 20주년 기념 논문집, 144-157. 서울: 도서출판 다일. 이형우 역. 1991. 성 베네딕도 수도규칙. Benedictus n.d. Regula Benedicti. 서울: 분도출 판사. 이후정. 2013. 이후정 교수가 쉽게 쓴 기독교 영성 이야기. 서울: 신앙과지성사. 임성빈. 2008. 다일공동체의 문화사적 의미. 다일의 영성과 신학. 다일공동체 창립 2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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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교회사회사업적 의미와 그 모델로서 다일공동체에 대한 소연구 49 ABSTRACT A Minor Study of the Meaning of Community as Church Social Work and Dail Community as its Model Yoo, Jang-Choon (Professor of Handong University)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clarify the meaning of happiness as aim of The essence of human being that the church social work accept as its foundation is the image of God. The Trinity, the core of the image of God is the foundation of the concept of community. For the church is the image of God shown in the form of community, it is its duty to proceed the welfare of human being. In this study, Dail Community is analysed as a model of church social work and its spirit and attribute is explained to suggest and indicate the tasks of church social work. Dail Community, in the spirit of Union in diversity, comes from tolerance to reconciliation, from reconciliation to devotion and from devotion to obedience. The community practices, lives and serves accordingly to its spirituality to form a church as the body of Jesus Christ. Spirituality is the foundation of all devotion and devotion is the essence of spirituality. This indicates the ideal model of church social work and Christian social welfare. Key Words: community, church social work, Dail Community, spirituality 투고일: 2014. 05. 09 / 심사완료일: 2014. 06. 13 / 게재확정일: 2014. 0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