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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논문연구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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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임진왜란으로 권위가 실추되었던 선조는 명군의 존재를 구세 주 이자 王權을 지켜주는 보호자 로 인식했다. 선조는 그 같은 인 식을 바탕으로 扈聖功臣들을 높이 평가하고 宣武功臣들을 평가 절하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려고 했다. 이제 명에 대한 숭 앙과 충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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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논문은 2009 년도성신여자대학교학술연구조성비지원에의하여연구되었음. 2) Francis Fukuyama, "The End of History," National Interest, No. 16 (Summer 1989), p. 4. 3) 이러한구분에관해서는존베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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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의 정책갈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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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이 영 심 차 례 Ⅰ. 들어가며 Ⅱ. 식민지적 억압과 가부장적 가치관하에서 고통 받는 아일랜드 여성들과 구한말 여성들 III.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암울한 아이들 IV. 현실 전복적 비전 제시: 새로운 여성상과 동등한 부부 관계 그리기 V. 나가며 I. 들어가며 제임스 조이스는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지하에서 이데올로기적, 민족적, 그 리고 식민지적 박탈감 (Cheng 4)을 의식하고 있었으며, 이는 당대의 다양한 계층의 삶의 편린을 드러내는 더블린 사람들 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 다. 더블린 사람들 이 출간된 1914년 아일랜드는 억압적인 영국 제국주 의 (Cheng 3)하에서 기근, 가난, 그리고 영국 지주들에 의한 황폐화 (Cheng 2)를 경험하고 있었다. 박태원 역시 1910년 한일 합방 이후 일제 강점 하에서 민초들의 피폐화된 삶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드러낸다. 박태원의 천변풍경 이 나온 1930년대는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수탈이 극에 치닫고 있는

224 영미연구 제33집 시점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더블린 사람들 의 배경이 되는 더블린은 식 민지이자 대도시 (Valente 1998, 327)로서 특징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고, 천 변풍경 의 중심 배경인 경성 역시 근대의 양가성과 식민지의 양가성 (정하 늬 208)을 드러내었다. 더블린과 마찬가지로 경성 역시 근대화 과정의 전반적 인 사회 변화와 함께, 식민 도시의 억압성이 발현되는 식민지 권력과 전/근대 가 복합적으로 구현되어 있는 생활의 장 (정소영 396)이었다. 또한 천변풍 경 이 식민지 도시 공간 (오현숙 116)속에서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가 장 소외된 삶 즉, 변두리 인생 (안숙원 205)을 중심적으로 다루는 것과 마찬 가지로 더블린 사람들 역시 당대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인 여성들과 아 이들의 삶에 보다 더 중심을 두고 있다. 두 텍스트에서 공통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변두리 인생, 즉, 여성들과 아이들의 삶이 피폐화되는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째는 당대 아일랜드와 조선이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피식민지 상황 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즉, 아일랜드 인들은 영국의 경제적, 군사 적 침탈 로 인해 삶이 굴절 (임경규 30-31)되었고, 제국주의 지배계층에 의 해 소외되고 남성성은 억압 (민태운 2014, 18)받았다. 당대의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상황은 아일랜드 남성들의 삶을 피폐화시켰고, 이 지배와 예속 관계는 여러 층위에서 사회적 피라미드 구조를 재생산 (Gibson 72)했다. 궁지에 몰 린 아일랜드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더 약자인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당한 것을 고스란히 전가시켰던 것이다. 대응 ( Counterparts )에 등장하는 패링턴(Farrington)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식민지 아일랜드에서 아일 랜드 남성들의 마비 (Lloyd 129)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인물로, 회사에서 영 국계 사장인 알레인( Mr. Alleyne)에게 예속되어 있으며, 자신의 분노를 아들 을 야만스럽게 구타 (Lloyd 129)하는 것으로 푼다. 결국, 이 과정에서 가정은 남성들이 제국주의 에서 받은 억압을 앙갚음 (민태운 2014, 33)하는 장소이 자, 안식처가 아니라 활기 없는 잔혹한 (Gibbons 164) 공간으로 전락한다. 또 한 가정은 식민지 지배 하에서 남성성과 야수성이 서로 호환 가능한 (Valente 2000, 107) 상태로까지 전락하며, 그 고통은 고스란히 여성들과 아이들의 몫 이 된다.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25 이러한 상황은 천변풍경 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천변풍경 에서 대다수 의 남성 인물들이 주로 등장하는 공간은 술집이나 노름판이다. 특히 노름판은 천변풍경 의 첫 이야기인 청계천 빨래터 에서부터 등장한다. 동네 여자들 이 수다와 함께 빨래를 하는 빨래터 옆 모래판에서 스물 안팎으로 대여섯까지 의 젊은이들이 칠팔 명이나 동저고리 바람으로 모여들 앉아, 모래판에 깔아 놓 은 한 장 거적 위에서 윷놀기에 ( 천변풍경 38-39) 여념이 없다.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들이 노름으로 소일하고 있는 모습은 이들이 곧은 일을 해서 ( 천변풍경 39) 돈을 벌수 있는 기회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천하 에 고약하고 패가망신하기 ( 천변풍경 40) 딱 좋은 노름에 젊은이들이 푹 빠져 있는 모습은 일제 식민지하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남성들의 상황을 암시하는 것이다. 더 나이가 많은 남성들은 외부에서 받은 억압과 울분을, 아 내와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통해 해소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인 다. 만돌 아범은 밤낮으로 만돌 어멈을 때리고 구박하며, 딴 기집을 꿰차고서 만돌 어미를 정신적으로까지 학대할 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부양의 의무 마저 내팽개쳐버린 무책임한 인물이다. 만돌 아범은 당대 남성들의 부정적인 면을 총화 시켜 놓은 모습이지만, 다른 남성인물들 역시 만돌 아범과 크게 다 르지 않다는 점에서 당대 여성들이 남성들로 인해서 얼마나 피폐화된 삶을 살 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은 당대의 아일랜드와 조선 모두, 사회가 외적으로 급격한 변 화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남성인물들이 가부장적 가치관에 함몰되 어 있는데서 연유한다. 남성들은 여성과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소유 물로 여겼고, 자신들의 욕망이나 울분을 해소하는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더블 린 사람들 의 전반적 서술 구조는 당대 아일랜드 사회가 철저하게 남성 중심 적으로 편재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즉, 텍스트 전반에서 대부분 여성들의 목소 리는 억압되고 남성들의 목소리와 욕망만이 전면에 부각된다. 이를 통해 더 블린 사람들 에서 남성의 시선에 의해서 여성의 몸은 대상화되고 신비 화 (Conboy 406)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망간(Mangan)의 누나를 쳐다보는 애러비 Araby 의 소년의 엿보기에서부터 아내인 그레타(Gretta) 를 바라보는 죽은 사람들 ( The Dead )의 가브리엘(Gabriel)의 시선에서

226 영미연구 제33집 이르기까지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아일랜드 남성들이 자신의 패배의식을 가부장적 언어, 술주정, 그리고 육체적 폭력을 통해서 해소 하였고, 그로 인한 해악과 피해는 고스란히 소년과 여성들의 몫 (박윤기 2008, 68)이 되었던 양 상은 일제 강점기하의 구한말 우리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측면이었던 것이다. 한편으로 천변풍경 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첩의 존재는 당대 사회 가 남성중심으로 불평등하게 편재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치이다. 천 변풍경 은 이처럼 돈과 정욕, 도박에 빠져 있는 가부장적 가치관으로 무장 한 남성들로 인한 여인들의 수난 (박상준 358)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결혼을 시집간다 로 표현하는 것에서 드러나듯이, 당대 결혼제도 자체가 여성들이 남 편과 시댁에 예속당하는 것을 전제하였고, 여성들의 시집살이 는 남편들의 혼 외정사를 당연하게 묵인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박태원이 전통과 근대, 자본과 착취, 제국과 식민이 중층적으로 공 존 (임미주 28)하는 천변을 중심 공간으로 그 곳에서 가장 비참한 삶을 살아 가는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것처럼 제 임스 조이스 역시 영국의 제국주의 지배로 인해서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죽 은 사람들 처럼 살아가는 더블린을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여성들과 아이들의 소외된 삶을 현실적으로 투사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즉, 박태원은 당대 현실에 대한 묘파 (정하늬 205)로만 끝 나지 않고, 당대의 가치관을 뛰어넘는 여성상과 기존과는 새로운 남녀 관계를 통해서 현실에 대한 전복적 비전을 제시한다. 제임스 조이스 역시 남성들의 욕 망과 착취의 대상으로 머무는 수동적인 여성이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문제나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 주체적인 목소리를 당당히 내고, 남성들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제시한다. 이처럼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보다 평등한 남녀관계의 양상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서 불평등하 고 부정적이며 모순에 찬 당대 현실에 대한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먼저, 더블린 사람들 에서 자신들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거나 목소리를 내 는 여성인물로, 무니 부인(Mrs. Moony), 시니코 부인(Mrs. Sinico), 릴리 (Lily), 아이보스(Miss Ivors), 그레타 등을 들 수 있다. 무니 부인과 시니코 부인 그리고 그레타는 기혼 여성들로 남편인 남성인물들에게 신체적 폭력이나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27 언어적 학대를 당하고,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하지만, 수동적 인 위치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여성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확 보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천변풍경 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난무하는 당대 사회에서 사회의 하층에 위치하는 소수의 여성들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남성들의 도 움 없이 만족하는 삶을 사는 모습을 통해서 당대의 결혼제도나, 여성들이 남성 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된 삶의 가능성을 제시 하는 부분에서 기존의 여성관과는 다른 가치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불 어 신식 연애결혼을 한 약국집 큰 아들 내외의 결혼 생활의 모습을 통해서 기 존의 결혼 양상과는 다른 새로운 부분관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역시 중요 하다고 할 수 것이다. 이 글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의 모티브의 상동성 (오현숙 118) 가운데 하나인, 근대 도시의 소외된 계층 특히 그 중에서도 아무런 힘이 없는 아이들과 여성들의 피폐화된 삶의 현실에 대한 사실주의적 투사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비교해 볼 것이다. 아울러 두 작가가 그러한 현실에 대한 전복적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여성상과 기존과 는 변화된 남녀관계 제시의 측면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Ⅱ. 식민지적 억압과 가부장적 가치관하에서 고통 받는 아일랜드 여성들과 구한말 여성들 아일랜드와 구한말의 여성들은 당대 사회에서 식민지적 정치사회적 상황과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남성 중심주의로 인해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았고, 이 는 더블린 사람들 과 천변풍경 의 중심적인 모티프를 형성하고 있다. 특 히 식민지배와 가부장제적 남성중심주의가 결합되었을 때, 정치적 권력 관계 는 제국주의 정책, 인종정책, 문화정책, 가족 정책, 그리고 성 정책 (Cheng 134)과 결합되어 남성중심주의자이면서 제국주의자적인 이데올로기 (Spivak 296)가 강력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로 인해서 더블린 사람들 에서 정치

228 영미연구 제33집 적, 사회적 권력관계의 하층에 위치하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삶은 더욱 더 피폐 화되고, 천변풍경 의 중심공간인 천변은 일본의 식민지인 조선사회에서 정 치적 사회적으로 소외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gender)적으로 소외된 여성들과 아무런 힘이 없는 무력한 아이들의 피폐화된 삶의 편린을 포착한다. 더블린 사람들 에서 당대 여성들의 삶의 현실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이 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모두 소외를 겪는다.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다가 병들어 죽은 이블린(Eveline)의 어머니, 집에서는 아버지의 언어적, 신체적 폭 력에 시달리고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무시당하는 이블린, 술 취한 남편에게 정 육점용 칼로 위협받는 무니부인, 결혼 생활 동안 남편에게 철저하게 방치되는 시니코 부인, 남의 집에서 일하다가 공동 세탁소에서 죄수처럼 일하고 있는 마 리아(Maria)의 모습에서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가정에서는 남편, 혹 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고, 무시당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제대로 존중 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특히 더블린 사람들 의 서술구조는 당대사회가 남성중심으로 편재되어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강력한 지표중의 하나이다. 더블린 사람들 을 구성하는 총 15편을 젠더적 측면에서 서술의 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는 지를 살펴보면 이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년기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 가운데 서 자매들 ( The Sisters ), 우연한 만남 ( An Encounter ), 그리고 애 러비 는 모두 소년이 1인칭 서술자로 등장하여 외부의 삶의 모습을 전달하거 나, 아니면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이 진행된다. 청소년기를 다루는 이야 기 중에서, 경주 후에 ( After the Race )와 두 건달 ( Two Gallants )은 3인칭 시점이기는 하지만 남성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여성 인물들의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장년기를 다루는 작은 구름 ( A Little Cloud ), 짝 패들, 한 가지 가슴 아픈 사건 ( A Painful Case ) 역시 남성 인물 중심 으로 전개된다. 마지막 이야기인 죽은 사람들 역시 가브리엘이라는 남성 인 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러한 서술방식과 서술 구조를 통해서 남성 인물들은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출한다. 특히 각기 연령대가 다른 애러비 의 소년, 한 가지 가슴 아픈 사건 의 더피(Duffy), 그리고 죽은 사람들 의 가브리엘(Gabriel), 이 세 남성 인물들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29 은 일관되게 자기중심적 가치관을 드러낸다. 애러비 의 소년은 나이가 어림 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망간의 누나를 이상화시키고 신격화 시 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타자화 (Cheng 90)시킨다. 이 는 소년의 의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 방식과 맞물려 소년의 의식만이 투 영될 뿐, 여성인 망간의 누나는 결코 직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와 욕망을 드 러내지 않는 (Conboy 408)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우리 집 현관 맞은편 가로등 불빛이 그녀의 새하얀 목선에 떨어졌 고, 목덜미를 덮은 머리카락을 비추었고, 그리고 난간을 잡고 있는 손을 비추었다. 가로등 불빛은 이어서 그녀의 치맛자락을 비추었 고 그녀가 편한 자제로 서있을 때면 드러나는 하얀 페티코트의 경 계선을 비추었다.... 상상력을 통해서 둥근 목선과 난간을 잡고 있는 손, 그리고 드레스 밑자락의 경계선에 조심스럽게 떨어지는 가로등 불빛에 비춰지는 갈색 옷을 입은 형상을 떠올리면서, 나는 아마도 그 곳에 한 시간 정도 서 있었을 것이다. (Dubliners 23-4) 1) 여기서 보는 것처럼, 가로등 불빛에 드러나는 하얀 목선이나 하얀 속옷 은 소년의 성적인 욕망을 환기시키며 이러한 소년의 욕망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서 그 의미를 강조한다. 이처럼 강력하게 드러나는 소년의 성적 욕망과는 대조 적으로 망간 누나의 목소리와 욕망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이러한 구조는 나르시시즘으로 가득 차 있는 (DeVault 89) 더피가 등장하 는 한 가지 가슴 아픈 사건 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3인칭 시점이지만 서술 자는 더피의 내면까지도 상세하게 드러내지만, 시니코 부인의 모습은 더피를 통해서, 그리고 신문기사를 통해서 매우 파편적으로 그려진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는 동등한 대화의 관계가 아니라 더피는 연설가로 그리고 시니 코 부인은 청자 (DeVault 84)인 일방적인 관계로 변질된다. 이 과정에서 시니 코 부인은 더피의 결핍된 욕망을 채워주는 대상으로 전락하며, 그녀가 자신의 욕망을 주체적으로 드러내면서, 성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시도할 때, 그녀와의 1) 필자 번역 (이하도 동일함)

230 영미연구 제33집 관계를 단절 (Ehrlich 94)한다. 그는 그녀의 눈 속에서 천상의 상태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그녀의 열렬한 본성이 자신에게 더 가까워 지는 것을 허용했을 때, 그는 영혼의 치유 불가능한 외로움을 주장 하는 낯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우리자신을 내어 줄 수 없어 라고 그 목소리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자신의 것 이라고.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어느 날 밤 그녀가 평상시와는 다 른 흥분된 기미를 여러 번 드러내던 날, 끝나고 말았다. 그날 밤 그 녀는 그의 손을 열정적으로 잡아서는 그녀의 뺨으로 가져갔던 것 이다. 더피는 너무나 놀랐다.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 했던 말을 그 녀가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만남을 단절하는데 동의했다. 그는 모든 유대는 슬픈 관계라고 말했다. (Dubliners 98) 여기서 더피는 자기 충족감의 망상 (Freidman 475)속에서 나르시시즘적 인 욕망 (박윤기 2009, 9)에 빠져 있으며,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면모를 드 러낸다. 그는 시니코 부인과의 교류를 통해서 자신이 천상의 상태 에 도달하 는 것 같은 만족감을 맛보지만, 시니코 부인이 원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 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시니코 부인의 사랑을 독립적인 주체의 감정이 아니 라, "모성적인 염려 로 간주하면서 그녀를 화자가 아닌 청자 나 고해 신부 (Dubliners 97)로 치부하고 만다. 때문에 더피는 시니코 부인이 자신의 욕망 을 드러내자마자 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하고 만다. 여기에서 동의했다 라는 표현은 아이러니적이다. 왜냐하면 시니코 부인은 성적인 사랑의 가능성을 거 부하는 (Deane 27) 더피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관계 단절을 통보받는 것에 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남성화자 중심의 플롯 전개는 더블린 사람들 의 마지막 단편인 죽은 사 람들 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는 아이들의 생활 방식을 일일이 통제할 뿐만 아니라, 아내인 그레타의 낯선 감정까지도 지배하고 싶어 (Dubliners 192) 한다. 가브리엘은 그레타의 정복자 가 되고 싶어 하며, 그녀의 독립성을 인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보고자 한다. 가브리엘의 이러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31 한 태도는 죽은 사람들 의 초반부에서 문학적 담론으로 감싸고 있는 그의 권 위적인 목소리 (Manista 60) 와 함께 그레타를 바라보던 그의 시선에서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한 여자가 첫 번째 계단참 꼭대기, 그림자 속에 또한 서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림자 때문에 흑백으로 보 이는 갈색과 살색 스커트의 옆선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아내였다. 그는 난간에 기대어 무엇인가를 듣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무엇인가의 상징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태도에는 우아 함과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Dubliners 186) 이 장면에서 가브리엘은 여성을 시각적으로 대상화시키고 신비화시키는 충 동 을 다시 한 번 드러내면서 자신의 아내인 그레타를 수수께끼로서 여성의 일반적 이미지 (Valente 1996, 70)로 제시함으로써, 무자비하게 남성의 응시 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여성의 몸을 재현 (Conboy 407)하고 있다. 결국, 가브리 엘은 그레타를 자신과 동등한 동반자가 아닌,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켜줄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여기서 우아함 이나 신비로움 은 그레타의 본 모습을 지우고, 가브리엘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여인상을 덧씌우는 장치이다. 이처 럼 가브리엘의 내면은 그레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그녀를 통해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며, 거의 몇 마디 말을 건네지 않고 잠에 빠져드는 (Nolan 33) 그레 타를 수동적 위치로 전락시킨다. 더 나아가 더블린 사람들 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행하는 신체적 폭력이 나 폭언 그리고 여성들에 대한 경제적 착취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숙 집 의 무니는 장인에게서 물려받은 정육점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도박으 로 돈을 탕진할 뿐 아니라, 술을 먹으면 정육용 칼로 무니 부인을 위협하는 행 위를 일삼는다. 그는 술을 마셨고, 금고를 약탈했고, 빚을 지기 시작했다. 다시는 안하겠다는 맹세를 시켜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며칠 후에는

232 영미연구 제33집 또다시 맹세를 깨기 일쑤였다. 손님이 있는 앞에서 아내와 다투고 상한 고기를 구입함으로써 정육점 사업을 망치고 말았다. 어느 날 밤 무니가 정육점용 칼을 들고 아내에게 달려드는 바람에 무니 부 인은 이웃집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Dubliners 53) 여기서 무니는 당대의 아일랜드 남성들의 부정적인 면인, 음주와 무책임성, 그리고 폭력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또한 두 건달들 에서 래너핸 (Lenehan)과 콜리(Corley)에게는 애러비 의 소년에게 나타났던 여성에 대 한 이상화나 낭만적 동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일정한 직업이 없는 그 들에게 오직 여성은 섹스나 돈을 위한 거래 (Cheng 114)의 대상으로 전락하 고 만다. 특히 하녀-콜리-래너핸 의 경제적 먹이사슬에서의 아일랜드의 이 중적 착취구조 (남기헌 14)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콜리와 래너핸이 행하는 여성에 대한 착취와 성적 잔인성 은 폭압적인 영국의 아일랜드 정 복 (Ehrlich 90)의 은유이면서 이러한 착취의 가장 밑바닥 층에 아일랜드 여성 들이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콜리와 래너한은 이러한 약탈적 남성적 욕 망 (Mickalites 129)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상황은 천변풍경 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의 삶에서도 크게 다르 지 않다. 조선 시대 유교문화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제국주 의 식민지하에서 도덕적으로 더욱 더 타락한 남성들로 인해서 여성들의 삶의 고통은 더블린 사람들 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을 드러낸다. 남편의 무능과 신체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만돌 어멈, 고된 시집살이와 남편의 외도 때문 에 쫓겨나거나 집을 도망쳐 나오는 세 명의 여인들 이쁜이, 금순이, 와 하나 꼬(혹은 영이) 의 모습을 통해서 당대의 현실에서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남성 들의 무능력과 부도덕성을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남성들의 성적 타락과 폭 행 (안숙원 207)으로 인해서 결혼 자체가 여성들의 삶을 피폐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천변풍경 에서 가정은 여 전히 전근대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관습에 얽매어"(방경태 109)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남성 인물들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두는 것에 대해서 어떠한 죄 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민주사가 관철동에 살림을 시키고 있는 그의 작은 마 누라는, 꼭, 그 절반인 스물다섯 살 ( 천변풍경 43)이며, 그는 돈으로 젊은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33 계집을 사서 자신의 욕정을 채우는데 있어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남성 인물들 역시 아내 이외의 다른 계집 을 예사로 취하고 있으며, 아내들에게 가하는 신체적인 폭력과 정신적인 학대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 한약국에서 행랑어멈으로 등장하는 귀돌 어멈은 시 앗 을 보고, 남편의 학대를 ( 천변풍경 54) 받았고, 그 댁에 행랑어멈으로 들어오는 젊은 만돌 어미 역시 귀돌 어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생은 날 적부터 타고 나온 제 팔자다. 가난한 것은 이미 아무렇 게도 하는 수 없는 것이었고, 잘못 만난 서방 탓으로, 밤낮 속을 썩 이는 것에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하였다. 그러나 그래도 내 사내 라고 받들어 왔던 남편이, 드디어 딴 계집을 얻어 가지고, 그대로 차고, 때리며, 나가라 구박이 자심할 때, 한 때는 죽어버릴까 하고, 그렇게 모진 마음조차 먹어보았던 것이나, 아직 철이 나기도 먼, 만돌이, 수돌이, 두 어린 것을 생각하고는, 도저히 결심이 서지 않 았다. ( 천변풍경 68-69) 만돌 어멈은 가난이라는 힘든 현실과 함께, 남편의 혼외정사, 차고 때리는 남편의 신체적 폭력, 구박 과 같은 언어적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 처럼 박태원은 만돌 어미가 겪는 절망을 통해, 당시의 대다수의 여성들이 가난 속에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관습에 따라 결혼하지만, 여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대신에 자신의 소유물로 여길 뿐만 아니라 신체적 폭력까지 휘두르고 첩까지 두는 남성들로 인해 고통 받는 여성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 러낸다. 만돌 어미는 지족한 매를 맞으며, 방 안에 가득한 어린것들의 울 음소리에 흥분할 대로 그는 흥분하여가지고, 모두들 나중에 어떻 게 되든지, 자기는 이대로 얻어맞아 죽기나 했으며, 참말이지 그것 이 얼마나 나을지 모르겠다고 불행한 여인은 이를 꽉 악물고, 정 말이지 쥐기려거든, 제발 나 좀 쥐겨다우, 쥐겨다우. 몸은 그곳에 그대로 내어던져 둔 채, 그는 쉴 새 없이 그러한 것들을 마음속으

234 영미연구 제33집 로 외치고 있었다. ( 천변풍경 72) 여기서 만돌 어미의 제발 쥐겨 달라 는 절규는 그녀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 삶인지를 드러낸다. 이처럼 경제적으로도 무능할 뿐만 아니라, 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그 분풀이를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아내에게 마구 행하는 당대의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남자들은 당대 여성들의 삶을 피폐화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인 것이다. 즉,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대 여성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당하고 희생당하는 삶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음을 박태원 은 날카롭게 포착한다. 어머니. 왜, 왜, 날, 여자루 나놨수? 그대로 몸을 어머니의 가슴에 내어던져, 흑, 흑, 느꼈다. 그러한 딸을 어떻게 달래볼 도리가 있을 턱 없이 어머니는 또 어머니대로, 그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였다. ( 천변풍경 190) 온갖 시집살이에 시달리다가 몰래 친정으로 도망쳐 온 이쁜이가 시집으로 다시 돌아 가야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내뱉는 어머니. 왜, 왜, 날, 여자루 나놨 수? 라는 말은 당대 사회의 "성적 불평등 양상"을 핵심적으로 찌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이쁜이가 지적인 언어나 이론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불평등을 지적한 것이 아니지만, 이 짧은 한 문장 속에는 자신이 당해야하는 온갖 고통의 근원이 바로 자신이 당시 사회에서 남자가 아닌 여 자 로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애끓는 절규가 담겨 있다. 결국 만돌 애비가 만돌 어멈에게 가하는 폭력과 이쁜이의 시부모와 남편이 가 하는 폭력은 이미 제도화된 형태 (이은선 343)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구한말 의 조선사회에 남아 있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남성중심주의에 의해서 희생당 하는 여성들의 모습과 그 근본적 원인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것이다.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35 III.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암울한 아이들 영국과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당대의 아일랜드에서 힘없는 아이들 의 삶 역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더블린에서 아이들에게 삶은 막다른 골 목 (Dubliners 21)이며 먼지가 있는 (Dubliners 29) 정체된 공간이다. 애러 비 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삼촌으로 인해 소녀에 대한 사랑의 좌 절을 경험하는 소년, 그리고 두 자매들 에서 신부의 죽음을 통해서 아일랜 드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어렴풋이 자각하는 소년, 그리고 이블린 에서는 아버지의 신체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이블린, 대응 에서는 회사에서 상사에 게 당한 울분으로 인해 매질을 당해야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애 러비 의 다음 장면은 삼촌이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소년이 경험하 는 절망을 잘 드러난다. 삼촌이 저녁 식사를 반 정도 했을 때, 나는 바자에 갈 돈을 달라고 했다. 삼촌은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모든 가판대가 거의 닫혀져 있었고, 홀의 대부분은 어둠 에 쌓여 있었다. 나는 예배가 끝난 후에 교회를 감싸는 적막감을 느꼈다. 나는 바자 중앙 쪽으로 힘없이 걸어갔다.... 어둠 속을 응시하면서 허영에 이끌리고 조롱 받은 내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내 눈은 고통과 분노로 타올랐다. (Dubliners 24) 소년은 아침에 분명 여러 번 삼촌에게서 다짐을 받았지만, 삼촌은 소년과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술을 마시고 아홉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다. 여기서 술에 취한 어른의 모습은 더블린 사람들 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술은 아일랜드 남성들이 처한 절망감을 술로 풀면서 그들의 무책임성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결국 애러비 바자에 도착한 소년은 이상화된 낭만적 꿈과는 대조적인 속물적인 현실을 발견 (Cheng 99)한다. 이는 애러비 바자에 만연한 영국식 억양이 상징하듯이, 영국의 식민지배하에 놓인 억압되고 정체된 아일 랜드의 현실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소년이 낭만적 꿈의 좌절이라는 정신적인 절망을 경험한다면, 대응 에서

236 영미연구 제33집 패링턴의 아들이 겪는 고통은 훨씬 더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다. 그는 문 쪽으로 한 발 다가가서 문 옆에 세워두었던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내가 불을 꺼뜨리는 것에 대해서 본때를 보여주마! 그는 이렇 게 말하면서 팔을 자유롭게 휘두를 수 있도록 소매를 걷어붙였다. 작은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제발, 아빠! 그리고는 흐느 끼면서 탁자를 돌면서 도망쳤다지만, 그 남자는 아이를 쫓아가서 옷자락을 붙잡았다. 작은 아이는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도망칠 방 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무릎은 꿇었다. 이제, 또 한 번 불을 꺼 뜨렸단 봐라! 남자는 지팡이로 아이를 세게 매질하면서 말했다. 내 말 알아들어, 이 새끼야! 아이는 막대기가 자신의 넓적다리를 후려칠 때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 (Dubliners 85) 여기서 회사에서 사장에게 당하고 시계를 전당포에 맡긴 돈으로 술집에서 진탕 마시다가 팔씨름에서 자신보다 나이 어린 영국 젊은이에게 져서 분노와 복수심과 굴욕감에 들 끊는 (Gibson 71) 상태로 집에 돌아온 패링턴은 자신의 울분을 어린 자식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함으로써 푼다. 패링턴은 회사에서 한 순간은 재치 있는 말대꾸를 통해서 사장인 알레인을 궁지에 몰아넣지만 결국 은 사장에게 굴욕적인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 전당포에 시계를 맡긴 돈으로 간 술집에서 그는 호기롭게 팔씨름을 통해서 자신의 구겨 진 남성성을 회복하려 하지만, 영국 젊은이인 웨더스(Weathers)에게 무참하 게 패배할 뿐이다. 여기서 영국계 사장에게 종속된 패링턴의 모습은 아일랜드 의 경제구조가 식민지 경제체제로 영속에 종속 (남기헌 28)되어 간접적으로 드 러내며, 영국인에게 팔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은 무기력해진 아일랜드 남성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패링턴은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술 에 의존 (Cheng 121)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술에 취했을 때에만 현실의 억 압과 압박감을 잊을 수 있지만, 술에서 깨어나면 이성을 잃고 영국인들로 인해서 얻는 좌절감 과 축적된 분노 (민태운 2012, 29)를 결국 자신보다 더 약자인 아 들에게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패링턴은 식민지 아일랜드 사회에서 자존감을 상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37 실한 (Manista 46) 대다수의 남자들의 무기력하고 부정적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그의 폭력에 시달리는 그의 아들은 아일랜드 아이들의 비참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상황은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든 이블린에게도 마찬가지이 다. 지금까지도 비록 그녀는 열아홉 살이 넘었음에도 때때로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위험을 느끼곤 했다. 이블린은 심장 벌렁증이 이 때문 에 기인한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토요일 저녁이면 한결같이 돈 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것 때문에 그녀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함을 느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번 돈 7실링은 한 푼 도 빠짐없이 아버지에게 드렸고, 해리도 늘상 자신이 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을 보냈지만, 아버지에게서 돈을 타내는 것은 항상 골 칫거리였다. 아버지는 이블린이 돈을 낭비하며, 생각이 없어서 길 거리에 내버리라고 자신이 힘들게 번 돈을 그녀에게 줄 수는 없다 고 말하곤 했으며, 더 심한 말도 하곤 했다. 왜냐하면 토요일 밤에 아버지는 보통 상태가 더 심각했기 때문이다. (Dubliners 30) 여기서 보는 것처럼, 열아홉 살이나 되는 딸에게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 고 번 돈을 갈취해서 토요일 밤이면 술을 먹고, 언어적으로 학대를 하는 이블 린의 아버지의 모습은 부정적인 아버지상의 전형이다. 앞서서 삼촌이 무책임 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면 이블린의 아버지는 거기서 더 나아가 신 체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이블린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있다. 천변풍경 역시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아직 힘이 없는 어린아이들이 가 난과 어른들의 폭력과 학대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 책임한 아버지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어머니 밑에서 배부르게 밥 을 먹어 본 적이 없는 만돌이는 다리 밑 거지들이 어쩌다가 마음껏 배를 채우 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본다. ( 천변풍경 105) 이처럼 만돌이는 궁핍한 상황 에 처해 있을 뿐만 아니라, 걸핏하면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만돌이 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동생 수돌이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238 영미연구 제33집 주먹으로 쥐어 박힌 볼따구니가 딴 때 없이 아파서, 원망스러이 그의 얼굴을 흘겨보았으나, 다시 주먹이 번쩍 들리는 것을 보자, 만돌이는 질겁을 하여 문밖으로 뺑소니를 칠 수 밖에 없었다.... 볼따구니를 쥐어 박힌 기억은, 엄마보다도, 아빠에게 훨씬 더 많았 던 것도 틀림없었다.... 만돌이는, 먼저, 술집 옆 골목에서 수돌이 가 훌쩍 훌쩍 눈을 비비고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그리로 다가가서, 왜 울어? 누가 때렸니? 바로 형답게 그 어깨에다 손을 얹으려니까, 수돌이는, 갑자기, 더 소리를 내어 느껴 울며, 응.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이, 얻어맞아도 누구에게 한 번쯤 볼따 구니를 쥐어박힌 정도가 아닌 것 같아, 만돌이는 눈을 둥그렇게 뜨 고, 누가? 어느 자식이? 그 조그만 주먹을 은근히 쥐어도 보았으 나, 수돌이의 대답은, 뜻밖에도, 형 되는 자기로서도 아무렇게 할 수 없는 아빠! 라. ( 천변풍경 106-107) 항상 술집에서 살다시피 하는 만돌 아비의 모습은 술에 취해서 행패를 부리 거나 무책임함을 드러내는 더블린 사람들 의 남성들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 는 자신의 울분을 어린 자식인 만돌이나 수돌을 패는 것으로 푼다. 자신의 아 버지가 행사하는 폭력에 대해서 만돌이는 어떻게 저항할 수도 없음을 느낀다. 이는 물론 신체적으로 힘이 센 아버지를 당할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타인이 아닌 자신의 아버지이기에 더욱 더 큰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당대 식민지 조선 사회에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가난과 배고픔, 신체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폐화를 드러낸다. 시골서 온 아 이 에서 가평 에서 서울로 돈 벌러 온 창수가 주인이 처음 시킨 심부름으로 담배를 사러갔다가 거스름돈을 사기당하는 일을 경험하면서, 그는 서울에 대 한 온갖 낭만적 기대가 암울한 현실에 각성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그렇게도 오고 싶어 마지않았던 서울에 기어코 오고야 말았 다. -이 생각이 소년의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그 모든 것에 감격을 주었다.... 창수는 비애와, 애원과, 원망과.... 그러한 온각 감정이 뒤범벅을 한 눈을 들어, 얼마 동안 가게 주인의 얼굴 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러한 것이 이 경우에 아무런 보람도 있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39 을 턱 없이, 그대로 하는 수 없는 발길을 옮겨 다시 약국 앞까지 왔 던 것이다. 그냥 문 안으로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는 채, 담에게 시 름없이 몸을 기대서려니까, 이제까지 목구멍 너머에 눌러두었던 울음이, 바로 제때나 만난 듯이 복받쳐 올랐다. ( 천변풍경 60-64) 온갖 기대를 안고 도착한 서울에서 창수는 첫 심부름을 하러 갔다가 가게 주인에게 거스름돈을 사기당하는 경험을 하면서 어른들의 세계가 거짓과 기만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으며, 그러한 세상에서 자신이 희생자가 된 것을 깨닫는다. 결국, 서울에 올라 온 지 반년이 채 다 못 되어, 그렇게도 어리고 또 순진하던 열네 살짜리 소년 창수는 이미 이만큼이나 자라고, 또 영리 ( 천변 풍경 223)하게 변하게 된다. 한약국 점원으로 일하던 창수가 고향으로 내려 가면서 가방 속에 값나가는 약재를 주인 몰래 훔쳐 떠날 정도로 그는 부도덕한 인간으로 변모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수를 통해서 박태원은 근대 자본 주의 도시의 병폐에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으며 그것에 쉽게 함몰되 기 쉬운 환경 (정하늬 219)임을 강조한다. 당대 사회에서 남성들과 여성들뿐 만 아니라, 아이들은 경제적인 궁핍과 신체적인 폭력을 당할 뿐만 아니라, 정 신적으로도 온갖 부정적인 것을 경험함으로써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상황 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IV. 현실 전복적 비전 제시: 새로운 여성상과 동등한 부부 관계 그리기 더블린 사람들 과 천변풍경 두 텍스트에서 각각 영국과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암울한 정치적 현실과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 하에서 이중 삼 중으로 고통을 강요받는 여러 여성들을 보여준 제임스 조이스와 박태원은 동 시에 당대의 시대를 극복한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공 통점을 드러낸다. 더블린 사람들 의 경우에는 텍스트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240 영미연구 제33집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의 변화를 통해서 이를 보여준다. 즉, 애러비 에서 소년의 욕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하던 망간 의 누이나 아버지의 폭력 앞에 무방비상태로 놓여 있는 이블린과는 다른 여성 인물들이 등장한다. 먼저, 남편의 폭력에 그대로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남편과의 별거 허락을 당당히 받아내고 남편에게서 독립해서 하숙집 을 혼자서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무니부인을 들 수 있다. 그녀는 남편이 정육점용 식칼로 자신을 위협 하는 일이 일어나자 신부님께 가서 별거허락을 받아내고, 아이들에 대한 양육 권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남편인 무니에게 돈이나 집의 방을 내주지 않는 (Dubliners 53) 단호함과 결단력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남편의 무능함 때문 에 자신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녀는 자신의 딸 인 폴리(Polly)가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남편인 무 니와는 달리 착실하고 직업도 안정적인 남자인 도란(Doran)과 결혼시키는 데 에 있어서 여느 남자 못지않은 배짱을 보여준다. 그녀는 도란에게 만나자는 말을 전하러 메리를 도란의 방에 보내 기 전에 모든 패를 다 헤아려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확실히 이길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13년 동안이나 가톨릭교도가 운영 하는 커다란 와인 상점의 사무실에서 일해 왔고 만약 이일이 세상 에 알려진다면 아마도 그는 직장을 잃게 될 터였다. 만약 그가 동 의하기만 한다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그녀는 그가 첫째로 상 당한 월급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고, 또 저축한 돈도 꽤 된다는 것 을 알고 있었다. (Dubliners 56) 즉, 무니 부인은 남성인물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끌고 가는 계략을 지 닌 여성인물이다. 그녀는 이블린이나 망간의 누나와는 달리 남성들에게 자신 의 행복을 맡기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외부적 요인 때문에 포기하는 여성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쟁취해내는 당찬 여성이다. 특히 남편인 무니와의 별거를 선택하는 모습에서, 그녀가 남성의 보호받는 여성 이라는 당시의 통념을 깰 뿐만 아니라, 두 아이들의 양육을 책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41 임지고, 자신의 불행한 삶의 전철을 밟게 될 폴리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 속에서 무니 부인의 진취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비록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는 하지만, 더피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한 가지 가슴 아픈 사건 의 시니코 부인 역시 기존의 수동적 여성의 이미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그 옆에 앉은 부인이 황량한 극장을 한두 번 둘러보고 나서 말했 다. 오늘밤 이처럼 텅 비어 있는 극장에서 비어 있는 의자를 보면 서 노래를 해야만 하다니 정말 너무 힘들겠어요. 그는 그 말을 대 화로의 초대로 받아들였다. 그는 그녀가 전혀 어색해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여서 놀랐다.... 이러한 대화가 끝나게 된 것은 어느 날 밤 그녀가 모든 면에서 평상시와는 달리 흥분된 모습을 보여주다 가 그의 손을 열렬히 잡아서는 자신의 뺨에다 대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Dubliners 96-98) 이처럼 시니코 부인은 남성인 더피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 전혀 수줍어하거 나 어색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먼저 드러내는 여성인물이다. 이러한 시니코 부인의 모습은 수동적인 당대의 여성의 이미지 와는 차별 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린 소년의 욕망의 대상으로만 머물렀던 망간 의 누나와도 확실한 차이점을 드러낸다. 시니코 부인의 이러한 행위를 더피가 절대로 용인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여성 역시 남자에게 말을 먼 저 걸을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내적 욕망을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특히 더블린 사람들 의 마지막 이야기인 죽은 사람들 에는 앞에서 등 장한 여성인물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여성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먼저 하녀 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인 가브리엘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드러내는 어쭙잖은 이야기에 당당히 반박을 하는 릴리 역시 당대 가부장제하의 여성상 과는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릴리양, 말해 봐요, 그가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아직도 학교

242 영미연구 제33집 에 다녀요? 오, 아니에요, 교수님, 그녀가 대답했다. 올해에 이미 졸업했 어요. 오, 그렇다면, 가브리엘이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조만간 화창 한 날에 릴리양의 결혼식에 갈 일이 생기겠네요. 그녀는 그를 어깨너머로 힐끗 쳐다보더니 매우 신랄하게 말했 다. 남자들이란 족속은 여자들에게 감언이설이나 늘어놓고는 원하 는 것을 빼가기 일쑤인걸요. (Dubliners 160) 대학교 교수인 가브리엘과 하녀인 릴리사이에는 사회적 신분상 격차가 존재 함에도 불구하고, 릴리는 가브리엘의 질문에 단 한 번도 수긍하거나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는 가브리엘이 자신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지 는 못한 것을 바로잡으며,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그에게 당대 남성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당차게 쏟아낸다. 이처럼 릴리는 자신이 하녀이고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이자 자신보다 사회적 계층이 우위인 가브리엘에게 자신의 생각 이나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릴리의 이런 모습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브리엘의 친영적인 성향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아이보스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다. 당신에 따질 일이 좀 있어요. 나에게요? 가브리엘이 말했다. 그녀는 엄숙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무엇을 따진다는 건가요? 가브리엘이 진지한 태도로 미소를 띠며 물었다. G. C가 누구죠? 아이보스양이 가브리엘을 빤히 쳐다보면서 대 답했다. 그녀가 퉁명스럽게 말했을 때, 가브리엘이 얼굴을 붉혔고 마치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눈꼬리를 치켜떴다.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군요. 당신이 데일리 익스프레스에 글 을 투고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부끄럽지도 않으신가요? 도대체 내가 왜 부끄러워해야하는 건가요? 가브리엘이 눈을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43 껌벅이면서 그리고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글쎄요, 나는 당신이 부끄럽군요! 아이보스양이 솔직하게 말 했다. 그런 신문에 당신이 글을 썼다고 말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 워요. 당신이 친영파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Dubliners 168) 가브리엘과 릴리의 대화와는 달리 여성인 아이보스는 감정적인 활력과 자 유로움 으로 남성인 가브리엘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가차 없이 문화적 권위에 대한 남성적 특권 ((Froula 189)을 공격한다. 이에 가브리엘은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브리엘이 릴리에게는 먼저 질문을 하고 릴리는 답변을 해야만 하는 위치였다면, 이 장면에서는 그것 이 역전되어 아이보스가 먼저 질문하고 가브리엘은 답변을 해야만 하는 위치 에 놓여 있다. 이처럼 젠더의 규칙에 조금도 복종하지 않는 (Froula 189) 아 이보스는 가브리엘에게 따질 수 있는 동등한 사회적 위치와 발언권을 확보하 고 있는 여성 인물이다. 이렇게 남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당당 히 표현할 수 있는 아이보스는 망간의 누나나 이블린, 그리고 시니코 부인과는 분명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새로운 여성상을 구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레타 역시 죽은 사람들 의 종반부에서는 가브리엘의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역할대 신에 자신을 위해 죽은 마이클 퓨리만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감정의 주 체 (Cheng 146)의 자리를 확보한다. 이 과정은 동시에 가브리엘로 하여금 이 모의 신년파티에서 자신이 떠맡으려고 그렇게 애썼던 남성적 역할이 가 짜 (Brivic 457)이고 허위의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면서 그가 자신의 실 체를 마주하도록 하는 가장 강력한 역할을 그레타가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죽었어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그는 단지 열일곱 살 에 죽었어요. 그처럼 어린 나이에 죽다니 정말 끔찍한 일 아니에 요? 그의 직업은 뭐였소? 여전히 모호한 어조로 가브리엘이 물었 다. 주유소에서 일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스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숙모들을 위해서 심부름이나 하고... 속물들에게 잘난 척 연설이나 하고... 자신의 광대 같은 욕정

244 영미연구 제33집 이나 이상화시키는 우스꽝스러운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가엷고 얼빠 진 거울 속에서 힐끗 보았다. (Dubliners 194-195) 지금까지 나르시시즘과 독단, 그리고 남성 중심적 의식으로 가득 차 있던 남성이었던 가브리엘에게 정신적 각성을 가져오게 하며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 는 가장 강력한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여성인물인 그레타라는 사실에서 일시적으로나마 기존의 젠더 권력관계의 전복이 일어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박태원의 천변풍경 에서도 역시 신체적으로 폭력을 가할 뿐만 아니라, ' 계집질 을 함으로서 정신적인 폭력까지 서슴없이 가하는 남성들로 인해서 고 통 받는 대다수의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아울러, 이러한 당대의 일반 적인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새로운 여성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기미꼬-금순- 하나꼬 이 세 명의 여성들로 이루어진 독립된 소규모 공 동체는 여성들이 남성에 의존하지 않고, 결혼제도에 편입되지 않고서도 충분 히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 어내고, 각자의 역할분담을 통해서 공동체를 유지시키며 그 공동체 안에서 충 분한 행복감을 느낀다. 이 지구 위에 부모 형제는 이를 것도 없고, 소위 일가친척이라 할 아무 하나 가지고 있지 않다고 스스로 말하는 그는, 자기 자신, 어 렸을 적부터 그렇게도 고단한 생애만을 살아오지 않으면 안 되었 으므로, 그래 그 까닭으로 하여 그러한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나, 하여튼 누구에 대하여서나, 그들의 참말 어려운 경우에 진정으로 애쓰고 생각하여 주는 것만은, 사실, 무던하였다. ( 천변풍경 51) 오직 혼자서 외롭게 걸어온 길-. 그것은 어쩌면 죽는 날까지 글 대로 통할 것인지도 몰랐고, 또 그렇다라도 자기는 아직 역시 애달 프고 고개 숙여 걸음을 내딛는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그러한 것을 혼자 슬퍼하지 않아도 좋았다. 한 가지 불행한 동무들과 함께, 서로 믿고, 의지하고, 깊은 사랑과 따뜻한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45 것을 가져갈 때, 참말 삶 의 기쁨은 샘과 같이 서로서로의 가슴속 에 용솟음 칠 것이다. ( 천변풍경 202-203) 일가친척 하나 없이 고생만 한 기미꼬이지만 금순과 하나꼬와의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서로 믿고, 의지하고, 깊은 사랑과 따뜻한 것 을 나눔으로써 삶 의 기쁨을 느낀다. 이 장면에서 가난과 차별, 그리고 학대로 얼룩진 불행한 과 거를 지닌 세 여인으로 구성된 이 새로운 가족은, 혈연으로 이루어진 많은 가 정에서 일어난 파국적 비극으로부터 해방된 유일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손유 경 264) 즉, 이들의 공동체는 결혼제도에 묶여서 남성들에게 온갖 학대로 고 통 받던 여성들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시사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박태원이 천변풍경 제시하는 새로운 남녀 관계의 비전은 동경 어느 사립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한약국 큰 아들 과 이화 를 나온 신식여자 가 보여주는 새로운 부부관계의 모습이다. 이는 대단히 상징적이다. 즉, 대다 수의 다른 남성들이 아내를 학대하고 다른 여자를 취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 게 받아들이는 당대의 상황 속에서 신식 교육 을 받은 두 남녀가 서로를 진정 으로 아끼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의 남녀 관계의 발전적 지 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동경 어느 사립 영문과를 졸업한 한약국 집 큰 아들이, 현재의 아 내와 결혼한 것은 지금부터 햇수로 삼 년 전의 일이요, 그들이 서 로 안 것은 그보다도 일 년이 일러, 같이 어깨를 가지런히 하여 거 리를 산책하는 풍습은 이미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동경서 갓 나 온 한약국 집 아들이, 역시 그해 봄에 이화 를 나온 신식여자 와 연애 를 한다는 소문은, 우선 빨래터에 굉장하였고.... ( 천변풍 경 52) 이들 부부의 모습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같이 어깨를 가지런히 하 여 거리를 산책하는 부분으로 이것은 남녀의 동등한 위치를 강조하는 것이라 고 할 수 있다. 즉,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여성이 남성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

246 영미연구 제33집 라, 서로 동등하게 배려하는 남녀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때문에 신 식여자 는 기존의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있는 여자를 뜻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남성들 자체의 의식변화의 당위성을 희화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술집에 와서 죽은 아내에 대해서 사죄를 하는 남자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 면이다. 그리고 이 딱하게도 술이 취한 사나이는 걷잡을 새 없이 또 한례 를 울고 나서, 한숨과 함께 술기운은 토하고 나서, 우리 마누나가 참 좋은 마누라지. 착한 마누라지... 저는, 내가 조끔두 위해주질 않 으니까, 그걸 모르는 줄만 알았겠지만... 허지만, 내가 속으로야 얼 마나, 저한테 감사해허구, 저 고생시키는 걸 미안해허구 했다구... 참 마누라가 가난헌 살림에 고생을 무진 했지. 고생을 허다 허다 병이 들었지. 그래 죽게 됐는데, 허지만, 내가 바루 마누라 병구완 헌다고 옆에가 붙어 있진 않었거든... 그러기커녕은, 흥! 간밤엔 집 을 비여놓구 친구허구서 색주가엘 가설랑, 술 먹구 기집 끼구 놀 구, 그랬으미깐, 나는 우리 마누나가 죽는 것도 전연 모르고 있었 지. 흐, 흐, 흐... ( 천변풍경 128-29) 아내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면서 내뱉는 남자의 독백 속에는 자신의 마누라 를 제대로 존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 의식, 아내에게 충실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 아내에 대한 무책임한 자신 의 행위에 대한 고해성사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이 독백은 당시의 남성들 이 저지르는 잘못을 전형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들의 무 의식 속에는 자신들의 이러한 잘못에 대한 반성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의식적으 로 외화 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태원와 제임스 조이스가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는 내용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바로 여성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천변 풍경 에서 금순의 내적 독백에 가까운 다음부분은 현모양처를 강조한 기존의 조선의 여성상과는 분명한 거리를 두는 여성의 모습이 나타난다.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47 그러나, 마침내 어느 날 밤, 그는 이내 더 참지 못하고, 요사이 또 며칠 동안에 자기 곁에서 곤히 잠자는 열 네 살짜리 남편에게 달려 들어 그 입술을 빼앗는 것에 성공하였다... 망연히 밖의 어둠을 바라고 있었을 때, 문득 뜻하지 않고 불어드는 천변 바람에, 강렬 하게도 풍겨지는 바로 들창 옆, 못에 걸린 남자 속옷의 냄새 가 그 의 코를 놀래었다. 사내 와 때와 땀과 기름이 한데 뒤범벅이 되어 풍기는 냄새, 그것만으로도 금순이는 거의 머리가 어찔하여지는 것을 느끼며, 어느 틈엔가 호흡은 급하고 가슴은 뛰는 것에 스스로 놀라, 그는 순간에 얼굴을 붉혔다. ( 천변풍경 156-65) 남편들의 계집질과 신체적 학대 속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여성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다소 갑작스럽게 금순의 성적인 욕망을 제시하는 이 부분은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곱씹어본다면 남성들 의 성적 욕망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여성의 성적 욕망 역시 음란한 것이 아 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여성 인물의 직접적인 목소리 를 통해서 내면의 성적 욕망을 외화 시킨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진다. 즉, 기존의 성적 욕망과 그 욕망 담론을 독점해온 남성들과 동등하게 금순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당당하게 발화하는 여성 인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 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주사의 첩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히 있 다고 할 것이다. 즉, 민주사가 금전적인 수단으로 자신보다 나이어린 첩을 두 고서 성적 욕망을 채우는 것과 똑같이, 민주사의 첩 역시 민주사에게 자신의 몸을 제공해서 받은 그 돈으로 자신보다 훨씬 젊은 남자를 통해서 성적인 욕망 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는 자신의 첩이 단속곳 바람으로 어떤 노상 젊은 전문학교 학생놈과 바로 유성기를 틀어놓고 마루에 가들 자빠져서 히히 거리고 ( 천변풍경 187)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분노하지만, 쉰 살인 자신이 자신의 나이의 절반인 어린 첩을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나, 그 젊 은 첩이 자신이 준 돈으로 운동깨나 하는 젊은 놈과 놀아나는 것이나 똑같이 성적인 욕망을 추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천변풍경 에서 이 나이 어린 첩 은 그리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 인물이지만, 단지 늙은 남자의 성적 놀이개

248 영미연구 제33집 로 전락한 것이 아니라 그 와중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여성인물이라 는 점에서는 충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녀의 도덕성을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도덕성의 측면에서는 자신의 아내를 둔 채, 버젓이 첩질을 일삼는 민주사 역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 다. V. 나가며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 변풍경 은 먼저 공통적으로 식민 지배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남 성중심주의가 팽배한 더블린과 경성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는 여성인물들과 아이들의 비참한 삶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이를 현 실적으로 보여주었다. 더블린 사람들 의 짝패들 에서 직장에서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아들을 패는 것으로 푸는 패링턴이나, 여성들을 등쳐먹을 궁 리만 하는 두 건달들 의 콜리와 래너헌, 아내를 정육점 칼로 위협하는 하 숙집 의 무니, 나르시시즘적 자기애로 가득차서 친교를 맺었던 시니코 부인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한 가지 가슴 아픈 사건 의 더피, 그리고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욕망에만 집착할 뿐 아내인 그 레타의 생각이나 욕망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죽은 사람들 의 가브리엘 등 이 그 예라고 할 것이다. 천변풍경 역시 가부장제하의 남성중심적 가치관을 드러내는 부정적인 남성인물들이 대다수 등장한다. 이들은 아내를 마구 패고, 계집질을 할 뿐만 아니라, 공공연하게 첩을 취한다. 관철동에 첩을 두고 그녀에게 온갖 구실로 돈을 퍼주는 민주사, 이쁜이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람을 피우고 그녀 를 구박하는 강석주, 카페 여급인 하나꼬에게 절대 순정을 바칠 것처럼 굴면서 아내를 버리고 그녀와 결혼하지만, 다른 여자에게 정신 팔려서 아내인 하나꼬 (영이)의 삶을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사이상 최약사, 가장으로서의 책임은 내 팽개치고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 아내인 만돌 엄마를 개 패듯 패는 만돌 아범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49 등이 그러한 부정적 남성인물들의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한편으로 두 텍스트에서 식민지사회에서 남성들이 처한 척박한 현실은 공통 적으로 술 과 술집 을 빈번하게 등장시켜 보여준다. 남성 인물들은 술에 취해 서 아내와 자식에게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이들이 당시의 사회에서 느끼는 일종의 자포자기상태를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 국,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 역시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원래는 순박 하던 창수라는 청년이 얼마 안 되는 경성 생활 후에 약삭빠르게 변하는 모습이 나, 술에 취해서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삼촌 때문에 애러비 의 소년이 현실 을 깨닫고 절망하는 모습에서도 이러한 측면이 드러난다. 그러나 두 텍스트는 당대의 이러한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등장시켜 현실의 상황에 대한 전 복을 시도한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공통된 측면이다. 즉, 더블린 사람들 에서는 남편인 무니없이도 아이들을 부양하고 마치 가장처 럼 어떤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하는 무니부인, 더피에 대한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시니코 부인, 하녀 신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인 가브리엘에게 당당하게 말대답을 하는 릴리, 가브리엘과의 대화에서 시종일관 주도권을 행사하는 아이보스의 모습에서 기존의 여성들의 모습과는 달리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또한 천변 풍경 에서도 남성들의 도움 없이 작은 여성 공동체를 만든 기미꼬, 금순, 하 나코의 모습과 동경 유학생인 한약국 큰 아들과 이화에서 신식교육을 받은 신 여성이 보여주는 새로운 남녀관계의 모습, 그리고 과감하게 자신의 성적 욕망 을 드러내는 금순의 모습에서 기존의 수동적인 여성상과는 다른 여성의 모습 을 보다 여성주체적 관점에서 부각시키고 있는 점 역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물론 두 텍스트에서 보여주는 새로운 여성상의 비전이 한계를 지니 고 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블린 사람들 에서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시니코 부인은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며, 그 레타는 자신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통해서 가브리엘과 동등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천변풍경 의 경우에도, 세 명의 여성들이 만든 공동체의 구성 원들의 직업 자체가 술집 여급 이라는 점은 당대 사회에서 여성들의 위치가

250 영미연구 제33집 여전히 자신의 몸을 파는, 즉,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팔아 야만 하는 당대 여성들의 위치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신식부 부의 모습을 드러내는 약국집 큰 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아내는 여전히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대를 이를 아들을 낳은 위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이것은 두 작가가 여성들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다기보다는, 여 성인물들이 자신들이 속한 사회 속에서 남성들과 동등한 주체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지 개인 주체의 의식만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의식의 변화, 더 나아가 사회구조의 변화가 동반되어야함을 제임스 조이스나 박태원이 날카롭게 의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망을 당당히 드러내고 남성들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당당히 피력하는 더블린 사람들 의 여러 여성인물들과, 천변풍 경 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세 명의 여성들이 만든 작은 공동체가 시 사 하는 바는 그 자체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여자는 반드시 시집 을 가야만 한다"라는 당대의 일반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남편 이나 남자의 도움 없이도 서로를 의지하면서 독립적이고 만족할만한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 다. 신식 부부의 모습 역시 당대의 대부분의 부부가 드러내는 가부장적 가치관 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51 인 용 문 헌 남기헌, 더블린 사람들에 나타난 경제적 종속. 제임스 조이스 저널 8.2 (2002): 5-32. 민태운. 조이스 젠더, 그리고 미학. 광주: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민태운. 더블린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일상 속의 전쟁. 제임스 조이스 저 널 18.1 (2012): 23-41. 박상준. 천변풍경의 작품 세계 -객관적 재현과 주관적 변형의 대위법. 泮 矯 語 文 硏 究 32 (2012): 323-61. 박윤기. 더블린 사람들의 가톨릭교/교리와 이름 없는 소년 과 여성들의 성 적 불안. 제임스 조이스 저널 14.1 (2008년 6월): 67-84. 민태운. 가슴 아픈 사건 에서의 사랑의 부재와 제임스 더피의 좌절. 제 임스 조이스 저널 15.2 (2009년 12월): 5-20. 방경태. 1930년대 한국 도시소설의 시간과 공간연구. 대전: 대전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2003. 손유경, 소문 으로 다시 쓰는 박태원의 천변풍경 론. 박태원 문학 연 구의 재인식 김흥식 외 공저. 서울: 예옥, 2010. 201-33. 안숙원, 천변풍경의 비교문학적 연구. 박태원과 모더니즘. 구보학회, 서울: 깊은샘, 2007: 191-215. 오현숙. 1930년대 식민지와 미구의 심상지리 -박태원과 이효석을 중심으 로,. 박태원 문학 연구의 재인식. 김흥식 외 공저. 서울: 예옥, 2010: 114-40. 이은선. 천변풍경 에 나타난 주체-타자 연구. 한국근대문학회 21 (2010): 325-50. 임경규. 에블린은 움직일 수 있는가. 제임스 조이스 저널 17.1 (2011 년 6월): 27-46. 임미주, 천변풍경 의 정치성 연구. 서울: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정소영, 박태원과 제임스 조이스의 식민도시 형상화 방식 고찰-천변풍경과 더블린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문예비평연구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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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53 nationalism. Semi-colonial Joyce. Ed. Derrick Attridge and Marjorie Howes. Cambridge: Cambridge UP, 2000. 128-49. Manista, Frank C. Voice Boundary, and Identity. New York: Edwin Mellen, 2006. Mickalites, Carey. Dubliners IOU: The Aesthetics of Exchange in After the Race and Two Gallants. Journal of Modern Literature 30.2 (Winter 2007): 121-38. Nolan, Emer. James Joyce and Nationalism. London: Routledge, 1995. Valente, Joseph. Between Resistance and Complicity: Metro-Colonial Tactics in Joyce s Dubliners. Narrative 6.3 (Oct. 1998): 325-40. 민태운. Neither fish nor flesh ; or how Cyclops stages the double bind of Irish manhood. Semi-colonial Joyce. Ed. Derrick Attridge and Marjorie Howes. Cambridge: Cambridge UP, 2000. 96-127. 민태운. James Joyce and the Cosmopolitan Sublime. Joyce and the Subject of History. Ed. Mark A. Wollaeger, Victor Luftig and Robert Spoo. Michigan: Michigan UP, 1996. 59-82.

254 영미연구 제33집 Abstract The Realistic Projection and the Subversive vision of the miserable lives in the Modern Colonized City: James Joyce's Dubliners and Park Taewon's Chyonbyen Pung Kyoung Lee, Youngshim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James Joyce and Park Taewon were deeply conscious of the sense of deprivation derived from the fact that their own country was controled both politically and economically by the imperial states such as Britain and Japan. This aspect was scrupulously reflected in James Joyce's Dubliners and Park Taewon's the Chyonbyen Pung Kyoung (or the Sketch of Chyonbyen). In those days, both Dublin and Kyung Seung were the center of Colonialism and Modernism, the realistic and dismal aspect of which the two writers sharply captured in the two texts. Under the colonial oppression, most of the people of Ireland and Korea experienced the very devastated life. And the reason women and children led the most suffering lives in those days derives from the fact that they had to take the two folded burdens. The first one is that their country was colonialized one, which made the men frustrated and this caused them to vent their resentment and frustration on the women and the children. The second one is that the male dominant patriarchal system was deeply rooted in both Ireland and Korea in those days, which brought about the miserable lives to women and the children. And both Dubliners and the Chyonbyen Pung Kyoung reveal the pathetic lives of them realistically. However, the two texts do not satisfy in just making the realistic descriptions of women's

식민지 근대 도시의 소외 계층에 대한 현실적 투사와 그 전복적 비전 제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과 박태원의 천변풍경 255 miserable lives in those days but offer the vision of the subversion of that reality. In other words, Dubliners and the Chyonbyen Pung Kyoung suggest the new women who express their own voice regarding the various issues, articulate their own sexual desire, and manage to their lives without men's economical support. Regarding those two aspects I compared and analyzed James Joyce's Dubliners and Park Taewon's the Chyonbyen Pung Kyoung. Key Words: Dubliners, Chyonbyen Pung Kyoung, Feminism, Post-colonialism, Sexual Desire 더블린 사람들, 천변 풍경,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성적 욕망 논문접수일: 2015.01.20 심사완료일: 2015.02.13 게재확정일: 2015.02.24 이름: 이영심 소속: 한국외국어대학교 주소: (136-150) 서울특별시 성북구 석관동 돌곶이로 3길 15-27 이메일: young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