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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위 가 오는 경우에는 앞말 받침을 대표음으로 바꾼 [다가페]와 [흐귀 에]가 올바른 발음이 [안자서], [할튼], [업쓰므로], [절믐] 풀이 자음으로 끝나는 말인 앉- 과 핥-, 없-, 젊- 에 각각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형태소인 -아서, -은, -으므로,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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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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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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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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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시험지 출제 양식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합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5. 우리 옷 한복의 특징 자료 3 참고 남자와 여자가 입는 한복의 종류 가 달랐다는 것을 알려 준다. 85쪽 문제 8, 9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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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사항이 없을 경우 무 표시하시기 바랍니다. 검토항목 검 토 여 부 ( 표시) 시 민 : 유 ( ) 무 시 민 참 여 고 려 사 항 이 해 당 사 자 : 유 ( ) 무 전 문 가 : 유 ( ) 무 옴 브 즈 만 : 유 ( ) 무 법 령 규 정 : 교통 환경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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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2016학년도 수시모집 전형별 면접질문(의예과포함)(최종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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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민락초신문4호


제1절 조선시대 이전의 교육

사진 24 _ 종루지 전경(서북에서) 사진 25 _ 종루지 남측기단(동에서) 사진 26 _ 종루지 북측기단(서에서) 사진 27 _ 종루지 1차 건물지 초석 적심석 사진 28 _ 종루지 중심 방형적심 유 사진 29 _ 종루지 동측 계단석 <경루지> 위 치 탑지의 남북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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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영화연구

96부산연주문화\(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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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국회 1 월 중 제 개정 법령 대통령령 7 건 ( 제정 -, 개정 7, 폐지 -) 1.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 1 2.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1 3.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 2 4.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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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답 과 해 설 1 (1)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생활 주요 지문 한 번 더 본문 10~12쪽 [예시 답]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한 사 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해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0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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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1. 개인정보보호 관계 법령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은행법 시행령 보험업법 시행령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자본시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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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 인물 강순( 康 純 1390(공양왕 2) 1468(예종 즉위년 ) 조선 초기의 명장.본관은 신천( 信 川 ).자는 태초( 太 初 ).시호는 장민( 莊 愍 ).보령현 지내리( 保 寧 縣 池 內 里,지금의 보령시 주포면 보령리)에서 출생하였다.아버지는 통훈대부 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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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은하 1 우리 은하 위 : 나선형 옆 : 볼록한 원반형 태양은 은하핵으로부터 3만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 2 은하의 분류 규칙적인 모양의 유무 타원은하, 나선은하와 타원은하 나선팔의 유무 타원은하와 나선 은하 막대 모양 구조의 유무 정상나선은하와 막대나선은하 4.

근대문화재분과 제4차 회의록(공개)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상해 등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의안 번호 179 제안연월일 : 제 안 자 :조례정비특별위원회위원장 제안이유 공무상재해인정기준 (총무처훈령 제153호)이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행정자치부령 제89호)으로 흡수 전면 개

교육실습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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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환경정책 형산강살리기 수중정화활동 지원 10,000,000원*90%<절감> 형산강살리기 환경정화 및 감시활동 5,000,000원*90%<절감> 9,000 4, 민간행사보조 9,000 10,000 1,000 자연보호기념식 및 백일장(사생,서예)대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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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오스본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 시장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에 대응 하여 노동당은 보수당과 극명히 반대되는 정강 정책을 내세웠다. 영국의 정치 상황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경제 민주화 와 무차별적 복지공약을 앞세우며 표를 구걸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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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운 체계상의 특징 음운이란 언어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때, 가장 작은 언어 단위이다. 즉 의미분화 를 가져오는 최소의 단위인데, 일반적으로 자음, 모음, 반모음 등의 분절음과 음장 (소리의 길이), 성조(소리의 높낮이) 등의 비분절음들이 있다. 금산방언에서는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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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의 이 달의 법문 성철 큰스님 기념관 불사를 회향하면서 20여 년 전 성철 큰스님 사리탑을 건립하려고 중국 석굴답사 연구팀을 따라 중국 불교성지를 탐방하였습 니다. 대동의 운강석굴, 용문석굴, 공의석굴, 맥적산석 굴, 대족석굴, 티벳 라싸의 포탈라궁과 주변의 큰

15강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106월 평가원] 1)심청이 수궁에 머물 적에 옥황상제의 명이니 거행이 오죽 하랴. 2) 사해 용왕이 다 각기 시녀를 보내어 아침저녁으로 문 안하고, 번갈아 당번을 서서 문안하고 호위하며, 금수능라 비

2 국어 영역(A 형). 다음 대화에서 석기 에게 해 줄 말로 적절한 것은? 세워 역도 꿈나무들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일을 할 예정 입니다. 주석 : 석기야, 너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인다. 무슨 좋은 일 있니? 석기 : 응, 드디어 내일 어머니께서 스마트폰 사라고 돈

Transcription:

헤이안 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 복수의 남성에게 사랑받는 미녀의 비극 ** 김 수 희 kshfolo417@hanmail.net <ABSTRACT> This paper is concerned with Life and death as it appeared in Japanese classical literature. In particular, it explores aspects of love and death that appeared in literature from the Heian era. The key issue is <the tragedy of beauties who love multiple men>. This view contrasts with the macroscopic view taken in many classical works, such as manyosyu yamato monogatari genji monogatari, amongst others. This is because the view of <Life and Death> that was the most appreciated was that of representation and judgment. The study specifically considered <sakurako><unahiotome><ukihune>, amongst others. Particularly, in the case of Ukihune, the problem is that in addition to <the two men>, there were many practical difficulties, such as the guilt about the half sister, or the mother Kaoru. As above Will decide to commit suicide at the end of a more serious psychological distress than. It is attainment of spiritual human drama genji monogatari, beyond the frame of the narrative. Key words: love, death, Man, Woman, tragedy, life and death 99)100) 1. 머리말 헤이안 시대의 사랑과 풍류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세 모노가타리 에는 다음 과 같은 저명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옛날, 한 남자가 어느 외진 시골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궁정에 출사한다고 여자와 의 이별을 애석해하며 가 버린 채 3년간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여자는 기다림에 지쳐 있 었다. 그런데 그 무렵 지극 정성으로 구혼해 오던 다른 남자가 있어 결국 여자는 오늘 밤 결 혼합시다 라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때마침 그날 전남편이었던 남자가 찾아온 것이다. 남자가 이 문을 열어 주시오 라고 말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여자는 문을 열지 않고 노래를 읊어 밖에 있는 남자에게 전했다. 어언 삼년을 기다림에 지쳐서 오늘 밤에는 새로 만난 사람과 베개를 함께 하오 あらたまのとしの三年を待ちわびて ただ今宵こそ新枕すれ * 본 논문은 2014년도 1학기 한양여자대학교의 교내연구비에 의하여 연구됨. ** 한양여자대학교 조교수

138 日本學報 第101輯(2014.11) 라고 읊어 보내니 남자가, 어찌 되었든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랑했듯이 새 낭군과 정답게 사랑하며 사시오 あづさ弓 ま弓つき弓 年を経て わがせしがごとうるはしみせよ 라고 말하며 가 버리려고 하자 여자가, 당신이 나를 사랑하든 안 하든 그 옛날부터 마음은 그대에게 향하고 있었는데 あづさ弓引けど引かねどむかしより 心は君によりにしものを 라고 말했지만 남자는 되돌아가 버렸다. 여자는 슬픔에 못 이겨 남자의 뒤를 쫓아가 보지만 따 라갈 수 없어 샘이 있는 곳에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바위에 손가락에 피를 내어 노래를 적었다. 사랑했는데 내 곁을 떠난 사람 잡지 못해서 이 몸은 여기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あひ思はで 離れぬる人を とどめかね わが身は今ぞ消えはてぬめる 라고 읊고는 그곳에서 허무하게 숨을 거둔 것이었다1). 1) 이세 모노가타리 본문 인용은 이세 모노가타리 민병훈 옮김,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4)에 의한다. 한편 고전원문은 다음과 같다(新潮日本古典集成 伊勢物語, 新潮社, 1996). むかし 男 かた田舎に住みけり 男 宮仕へしにとて 別れ惜しみてゆきにけるままに 三年こざりければ 待ちわび たりけるに いとねむごろにいひける人に こよひ逢はむとちぎりたりけるに この男 来たりけり この戸あけ給へ とたた きけれど あけで 歌をなむよみていだしたりける あらたまの年の三年を待ちわびて ただこよひこそ新枕すれ といひいだしたりければ 梓弓ま弓つき弓年を経て わがせしがごとうるはしみせよ といひて いなむとしければ 女 梓弓ひけどひかねどむかしより 心は君によりにしものを といひけれど 男 かへりにけり 女 いとかなしくて 後にたちて追ひゆけど え追ひつかで 清水のあるところにふしに けり そこなりける岩に およびの血して 書きつけける あひ思はでかれぬる人をとどめかね わが身はいまぞ消えはてぬめる と書きて そこにいたづらになりにけり

김수희 / 헤이안 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 139 あづさ弓) 의 이야기이다. 돌이켜 생 그 유명한 이세 모노가타리 제 24단의 아즈사 활( 각해 보면 예컨대 주인공 옛남자(昔男)와 니조 황후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 으로 인한 파멸, 혹은 이세사이구와의 금지된 사랑 에 대한 도전 등을 통해 엿보이듯, 이세 모노가타리 전 편에 걸쳐 주인공 옛남자는 목숨을 건 사랑에 도전하고, 혹은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옛남자가 주인공이 아닌 위의 24단이 지극히 강렬한 이미지로 독자에게 깊 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은, 권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순수한 애정에 근거한 남성과 여 성의 엇갈림, 특히 지독한 기다림과 치명적인 결말에 대한 인간적인 동정에 근거한다고 판 단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남자를 3년이나 외롭게 기다리다 가까스로 새로운 남자에게 마음을 허락하려 했던 여성.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찾아온 옛남자. 결국 외면당하고 말았던 여성이 선택한 것은 <죽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고통에 대해 그리도 깊은 이해를 담 고 있던 이세 모노가타리 였건만2), 유독 새로운 남자에게 마음을 허락하려 했던 여성에 대 해서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저명한 이야기도 상기되 지 않을 수 없다. 옛날, 한 남자가 있었다. 궁정 임무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처에게 제대로 애정을 쏟지 못할 무렵, 아내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따라 지방으로 떠나갔다. 宇佐)의 칙사로 파견되었을 때, 도중에 이전의 이후 궁정 일을 하던 남자가 도성을 떠나 우사( 처가 칙사를 접대하는 한 지방관의 아내가 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안주인에게 술을 따르게 해 주시오, 그리하지 않으면 마시지 않겠소 라고 말했다. 본디 아내였던 여자가 술을 따라 발 밖으로 잔을 올리니, 남자는 안주로 나와 있던 귤을 집어 들고, 오월 기다려 피는 귤꽃 향기를 맡고 있자니 친숙했던 옛 사람 소매 향기가 난다 さつき待つ 花たちばなの 香をかげば むかしの人の 袖の香ぞする 라고 노래를 읊었다. 그제야 여자는 예전의 남편인 것을 알고, 비구니가 되어 산사에 은거하며 여생을 보냈다. 2) 예를 들어 제 48단 나를 기다리는 곳(人待たむ里) 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는 좀처럼 와주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새로운 발견, 때문에 더더욱 다른 이를 기다리게 하지 않아야 한다 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다림>에 대한 이세 모노가타리 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옛날, 한 남자가 있었다. 교토를 떠나는 사람을 위해 송별회를 열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사람이 오 지 않아서 다음과 같은 노래를 읊어 보냈다. 지금 알았소 누굴 기다리는게 힘들다는 걸 날 기다리는 곳에 다녀야 했습니다 いまぞしるくるしきものと人待たむ 里をば離れずとふべかりけり

140 日本學報 第101輯(2014.11) 오늘날의 감각으로 본다면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안주인에게 술을 따르게 해 주시오, 그 리하지 않으면 마시지 않겠소 라고 말하는 전남편이 훨씬 인간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 모노가타리 에는 위에 인용한 제60단 뿐만 아니라 제 62단 등에서 <다른 남자에게 가 버린 여자의 비극>에 대해 매우 인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을 <애시당초 애정을 쏟지 못한 이전 남자의 옹졸한 행태>보다 <새로운 남자를 따라나선 여성의 상대적으로 영락한 모습과 비참한 최후>가 훨씬 지탄을 받 을 대상으로서 조금의 주저도 없이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헤이안 시대 남녀간의 애정 문제에 있어서 여성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였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라고 할 수 있다. 헤이안 문학 속 여성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종종 <죽음>과 맞바꾸어야 할 정도로 치명 적인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특히 이성애에 기반을 둔 삼각관계의 경우는 치명적인 결말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대부분의 경우 좀 더 치명적인 타격에 노출되어 버리는 쪽은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일본고전문학에 나타난 삶과 죽음>의 다양한 형태 중 하 나로서 <헤이안 모노가타리 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 중 특히 <두 남자에게 사랑받은 한 여자의 삶과 죽음>의 묘사 형태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2. <복수의 남성에게 사랑받는 미녀>의 계보 본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이세 모노가타리 의 여성들 이상으로 <복수의 남성>들에 의해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한 여성>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여성의 <삶과 죽음>에 있어 서 <사랑>이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예라고 판단 되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헤이안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에 보이는 <복수의 남 성에게 사랑받는 미녀>의 계보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조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수의 남성에게 사랑받는 미녀의 삶은 행복할까. 현대사회에서는 과연 어떨지 모르겠으 나, 적어도 일본 고대에 있어서 <복수의 남성에게 사랑받는 미녀>는 <죽음>을 통해 그 대가 를 지불해야 했다. 헤이안 시대 문학작품에서 종종 보이는 이러한 비극은 매우 그 뿌리가 깊어 예를 들어 만요슈(万葉集) 등 헤이안 시대 이전의 문헌에도 다수의 예가 존재하고 있다. 처녀 무덤 으로 상징되는 다양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처녀 무덤 이란 복수의 남성으로부터 구혼을 받은 여성이 결국 죽음을 택하고 그러한 처 녀의 무덤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설화 형식을 말한다. 만요슈 에는 제3권(431 433), 제9권(1807 1808) 등에 보이는 마마노 데코나(真間の手児奈), 제9권(1809 1811)과 제 19(4211 4212)권 등의 우나히오토메(菟原処女), 제 16권(3786 3790)의 사쿠라코(桜子), 가즈라 코(蘰児) 등의 이야기가 있다. 구혼하는 남성이 두 사람인지 세 사람인지, 혹은 자살의 형태 가 물에 빠지는 형태인지 목을 매어 죽는 것인지 등의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모두 복수의

김수희 / 헤이안 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 141 남성들에게 사랑받은 미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마마노 데코나의 경우 제 3권에 야마베노 아카히토(山部赤人)의 작품이 보인다. 자신을 원 하는 두 남성이 다투는 것을 보고 자신의 죄많음을 괴로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전 설이다. 남성이 여성을 방문하는 당시의 결혼 형태를 감안하면 다수의 남성에게 구애를 받 는 일이 결코 드문 일은 아니었겠으나 그러한 상황에 대해 자신의 죄를 느끼고 스스로 목숨 을 끊었다는 점에 주목된다. 마마노 데코나의 전설은 상당히 널리 유포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예를 들어 만요슈 제9권에도 다카하시노 무시마로(高橋虫麻呂)의 작품이 보인 다. 만요슈 를 대표하는 굴지의 가인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되지만 전설의 내용에 현 저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요컨대 마마노 데코나의 경우, 복수의 남성에게 구애를 받았 고 그러한 상황에 힘들어 하다 결국 자신의 목숨을 덧없이 여기고 스스로 물에 빠져 자살하 는 비극적인 여성이라는 것이다. 마마노 데코나 만큼이나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전설의 주인공은 우나이오토메(菟原処女) 이다. 우나이오토메는 많은 남성들로부터 구애를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같은 지역에 사는 우나이오토코(菟原壮士)와 이즈미노쿠니(和泉国)에서 온 치누오토코(茅渟壮士)가 깊이 사랑하며 서로가 앞다투어 아내로 맞이하겠노라며 격렬히 대치하게 되었다. 고민에 빠진 처 녀는 보잘 것 없는 나를 위해 훌륭한 남성들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면 계속 살아있다고 한 들 결혼 따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저 세상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라며 죽어버렸 다. 결국 남성들도 우나이오토메를 따라 죽고 여성의 무덤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의 무덤이 양쪽에 만들어졌다. 만요슈 제9권에 다카하시노 무시마로와 다나베노 사키마로(田辺福麻 呂)의 와카, 만요슈 제19권에 오토모노 야카모치(大伴家持)의 와카 등이 수록되어 있다. 다 수의 유명가인이 작품을 남기고 있는 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스토리가 매우 드라마틱 하여 많은 가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였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간단하게나마 살펴본 만요슈 의 <복수의 남성에게 사랑받는 미녀>의 비극은 헤이안 시대에 여러 문학 작품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야 마토 모노가타리 겐지 모노가타리 등의 작품 등을 통해 그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3. 삶과 죽음의 이쿠타 강 야마토 모노가타리 를 중심으로 10세기 중엽에 성립된 이른바 우타 모노가타리(歌物語) 계열의 야마토 모노가타리(大和物 語) 는 173단으로 구성된 작자 미상의 작품이다. 저명한 147단 이쿠타 강(生田川) 은 한 여 자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서로 아내로 맞이하려고 싸움을 벌인 끝에 여자가 이쿠타 강에 투신 자살을 하고 남자들도 그 뒤를 따라 강에 투신한 후 세 개의 무덤이 나란히 남겨졌다 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크게는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랑받게 된 여자의 이야기>와

142 日本學報 第101輯(2014.11)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세 남녀의 무덤에 대한 후일담>이 중요한 골자를 이루고 있다. 결 코 짧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랑받게 된 미녀의 이야기>로서 주요 한 내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3). 옛날 셋쓰 지방에 살던 한 여자가 같은 지역에 사는 남자와 이즈미 지방에 사는 남자에게 동시에 구혼을 받는다. 두 사람은 연령, 용모, 인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 전혀 뒤지지 않았고 모두 그녀를 지극히 사랑했다. 날이 저물면 두 사람 모두 여성을 찾아왔고 선물도 똑같은 선물을 보내오곤 했다. 시간은 흘렀고 여성은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의 걱정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고 결국 둘 중 한사람을 골라 결혼하도록 재촉한 여성의 부모는 두 남자에게 난제를 제시한다. 이 강에 떠 있는 물새를 화살로 쏘아서 맞추는 분에게 제 딸을 드리겠나이다. 기뻐하는 두 남자. 그러나 한사람은 물새의 머리를, 한 사람은 꼬리를 맞추고, 이를 본 여성은 괴로운 나머지 결국 이쿠타 강으 로 몸을 던지고 만다. 여기서도 <복수의 남성에게 사랑받는 미녀>는 <죽음>을 통해 그 대가 를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가 이른바 처녀 무덤 형 전설로서 향수되고 있는 이유는 죽음 후에도 이어지는 지독한 집착이 이른바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세 남녀의 무덤에 대한 후일담>의 형식으로 집요하게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여자가 이쿠타 강에 몸을 던지자 두 남자도 그 뒤를 따라 강에 투신을 했는데 한 사람은 여자의 다리를 붙잡고 다른 한명을 손을 붙잡아 버린 다. 이를 지켜본 여자의 부모는 울부짖으며 딸의 시신을 땅에 묻는데 두 남자들의 부모들은 3) 야마토 모노가타리 본문은 竹取物語伊勢物語大和物語平中物語 新編日本古典文学全集,小学館, 1994)에 의 한다. 고전원문은 다음과 같다. 百四十七生田川 むかし 津の国にすむ女ありけり それをよばふ男ふたりなむありける ひとりはその国にすむ男 姓はうばらになむありけ る いまひとりは和泉の国の人になむありける 姓はちぬとなむいひける かくてその男ども よしよはひ 顔かたち 人の ほど ただおなじばかりなむありける 心ざしのまさらむにこそはあはめ と思ふに 心ざしのほど ただおなじやうなり 暮 るればもろともに来あひ 物おこすればただおなじやうにおこす いづれまされりといふべくもあらず 女思ひわづらひぬ この人の心ざしのおろかならば いづれにもあふまじけれど これもかれも 月日を経て家の門に立ちて よろづに心ざし を見えければ しわびぬ これよりもかれよりも おなじやうにおこする物ども とりもいれねど いろいろにもちて立てり 親ありて かく見ぐるしく年月を経て 人の嘆きをいたづらにおふもいとほし ひとりひとりにあひなば いまひとりが思ひは 絶えなう といふに 女 ここにもさ思ふに 人の心ざしのおなじやうなるになむ 思ひわづらひぬる さらばいかがすべき といふに そのかみ 生田の川のつらに 女 平張をうちてゐにけり かかれば そのよばひ人どもを呼びにやりて 親 のいふやう たれもみ心ざしのおなじやうなれば このをさなき者なむ思ひわづらひにてはべる 今日いかにまれ このこ とを定めてむ あるは遠き所よりいまする人あり あるはここながらそのいたづきかぎりなし これもかれもいとほしきわざなり といふ時に いとかしこくよろこびあへり 申さむと思ひたまふるやうに この川に浮きてはべる水鳥を射たまへ それを射 あてたまへらむ人に奉らむ といふ時に いとよきことなり といひて射るほどに ひとりは頭のかたを射つ いまひとりは 尾のかたを射つ そのかみ いづれといふべくもあらぬに 思ひわづらひて すみわびぬわが身投げてむ津の国の生田の川は名のみなりけり とよみて この平張は川にのぞきてしたりければ づぶりとおち入りぬ 親 あわてさわぎののしるほどに このよばふ男ふ たり やがておなじ所におち入りぬ ひとりは足をとらへ いまひとりは手をとらへて死にけり そのかみ 親いみじくさわぎ て とりあげてなき ののしりてはぶりす 男どもの親も来にけり その女の塚のかたはらに また塚どもつくりてほりうづむ 時に 津の国の男の親いふやう おなじ国の男をこそ 同じ所にはせめ こと国の人の いかでかこの国の土をばをかす べき といひてさまたぐる時に 和泉の方の親 和泉の国の土を舟にはっこびて ここにもて来てなむ つひにうづみてけ る されば 女の墓をばなかにて 左右になむ 男の墓ども今もあなる

김수희 / 헤이안 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 143 서로 여자의 곁에 자신의 아들을 묻겠다고 싸움을 벌였고 종당에 가서는 한 여자의 무덤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의 무덤이 생겨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만요슈 의 우나이오토메 등의 전설가를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한편 각주3)의 인용부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147단의 후반부분은 처녀 무덤 형 전설의 후일담 형식이 수록되어 있다. 즉 훗날 한 나그네가 여행 중에 이 처녀 무덤 근처에서 머물 게 되었을 때 어디선가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이후 꿈 속에서 피범벅이 된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적을 죽이고 싶으니 허리에 찬 칼을 빌려달라고 청하는 꿈까지 꾸게 된다. 날이 밝아 주위를 살펴보니 무덤 주면에는 피가 흥건하게 흘러 있었고 자신의 칼에도 피가 묻어 있는 것이다. 즉 무덤에 묻힌 두 남자는 한 여자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후에까지 저승 에서 계속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싸움은 이승의 나그네의 칼을 빌릴 정도로 처절 했으며, 무덤 주변 주변을 피로 물들게 할 정도로 격렬한 것이었다. 사랑은 죽음에 이르게 했고 죽음 이후에까지 끊을 수 없는 집착으로 저승에서까지 피비린내를 풍기는 처절한 결과 를 낳는다. 본고가 일본고전문학에 나타난 삶과 죽음 에 대해 고민하며 특히 헤이안 모노가타리 문 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 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랑받게 된 미녀 의 비극>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성의 비극이 <삶과 죽음>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용 부분 중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여성의 마지막 노 래는 실로 인상적이다. 이 부분에 대한 김정희씨의 다음과 같은 지적도 매우 흥미롭다. 여자가 몸을 던진 이쿠타 강의 명칭 중 이쿠 生 는 일본어로 살다 라는 단어와 동일한 음을 가 지고 있다. 이 명칭대로 강은 인간에게 물을 공급하는 생명의 젖줄임에 틀림없지만, 그러나 여 자가 죽을 때 읊은 이 세상에서 살기가 싫어져 이 몸을 강물에 던져버립니다. 이제 보니 산다 라는 이름을 가진 이쿠타 강은 이름뿐이군요. 제가 이곳에서 죽어버리니까요 라는 노래에서 이 쿠타 강은 삶이 아니라 죽음을 의미하는 반전을 보이고 있다. 두 남자의 구애를 받고 자신이 남자들을 괴롭힌다는 자책감과 끝까지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괴로움에 죽음을 선택한 여자. 이 쿠타 강은 죽음을 선택한 여자에게는 참담한 이름의 강으로 각인되고 있다. 즉 삶을 나타내는 이쿠타 강은 여자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잔혹성을 아이러니하게 드러내 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이쿠타 강은 여자에 대한 사랑과 상대 남 자에 대한 승부욕으로 강물에 뛰어든 남자들의 목숨까지도 빼앗아가 버려, 그 이름과는 달리 삶의 강에서 죽음의 강으로 순식간에 변해버린 것이다 4). 위에서 김정희 씨는 열렬한 두 명의 구애자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스스로의 목숨을 버 리고야 마는 여성이 남긴 마지막 노래의 의미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즉 삶을 나타내는 이쿠타 강은 여자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잔혹성을 아 4) 김정희 전승지에 얽힌 비극적 사랑 이야기 ( 공간으로 읽는 일본고전문학 일본고전독회 편, 제이앤씨, 2013) pp.221 222

144 日本學報 第101輯(2014.11) 이러니하게 드러내는 이름 인 것을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김정희 씨 의 지적에는 깊이 공감하는 바이며 이에 대한 이론은 없다. 흥미로는 점은 만요슈 의 마마노 데코나나 우나히오토메, 사쿠라코, 가즈라코 등의 여성 들이 <복수의 남성들로부터의 구애>라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죽음을 선택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시적인 이미지보다는 보다 더 설화적인 이미지가 충만했음에 비해 야마토 모노가타리 에서는 와카적 세계를 통해 고양된 가케코토바의 효과를 다분히 살려 고도의 시 적 표현을 통해 설화적 세계를 뛰어넘은 문학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모노가타리에 보이는 내면적 서술을 반추해 볼 때 그 한계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요컨대 선행연구의 지적처럼, 여성이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는 삶의 마지막이라는 찰나에 그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러니를 한순간 송두리를 드러 내고 있지만, 그 이상의, 여성의 내면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을 우리들을 엿볼 수 없기 때문 이다. 우타 모노가타리라는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장면이지만 그 한계 역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삶과 죽음>에 있어서 <사랑>이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야마토 모노가타리 에서 미처 다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우리는 장 편 겐지 모노가티리 를 통해 일부나마 엿볼 수 있다. 4. 우키후네(浮舟) 겐지 모노가타리 의 비극 이상과 같이 살펴본 만요슈 의 마마노 데코나나 우나히오토메, 야마토 모노가타리 의 147단 이쿠타 강(生田川) 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이야기가 장편 겐지 모노가타리 의 대 미를 장식하는 우키후네의 이야기이다. 우키후네는 겐지 모노가타리 전체에 걸쳐 가장 드 라마틱한 인생을 살다간 매력적인 마지막 여주인공으로 겐지 모노가타리 의 수많은 주인공 가운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유일한 인물이다. の 우키후네는 우지(宇治)의 하치노미야(八 宮)의 세 번째 딸로서 겐지 모노가타리 제3부 の 의 여주인공인 오이기미(大君)나 나카노키미(中 君)와는 배다른 자매이지만, 상대적으로 낮 은 신분의 모친에게 태어난 탓에 태어나자마자 부친에게 버림을 받는다. 우키후네는 겐지 모노가타리 를 통틀어 그 부친에게 인정받지 못한 유일한 딸로서 시작부터 매우 불행한 여 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모친의 각별한 사랑 속에서 계부의 손에서 자란 우키후네는 최고 귀족과의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모친의 염원에 따라 배다른 자매 나카노키미를 만나게 된 匂宮), 다. 우키후네는 그 후 니오우미야( 가오루(薫)라는 두명의 귀공자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게 되는데 두 사람은 마치 만요슈 의 우나히오토메의 이야기나, 야마토 모노가타리 의 이쿠타 강(生田川) 이야기에서처럼 서로 우키후네를 차지하기 위해 격렬히 다투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던 우키후네는 마침내 우지 강(宇治川)에 몸을 던질 결심을 하게 된 다5). 우키후네가 죽음을 결심하게 되기까지에는 많은 우여곡절과 다수의 내면묘사가 있으나

김수희 / 헤이안 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 145 한정된 지면상 다음과 같은 두 장면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6). (A)右近が姉の 常陸にて人二人見はべりしを ほどほどにつけてはただかくぞかし これもかれも劣らぬ 心ざしにて 思ひまどひてはべりしほどに 女は 今の方にいますこし心寄せまさりてぞはべりける それ にねたみて つひに今のをば殺してしぞかし さて我も住みはべらずなりにき 国にもいみじきあたら兵 一人失ひつ また この過ちたるもよき郎等なれど かかる過ちしたるものを いかでかは使はんとて 国の内をも追ひ払はれ すべて女のたいだいしきぞとて 館の内にも置いたまへらざりしかば 東国の人 になりて ままも 今に 恋ひ泣きはべるは 罪深くこそ見たまふれ ゆゆしきついでのやうにはべれ ど 上も下も かかる筋のことは 思し乱るるはいとあしきわざなり 御命までにはあらずとも 人の御ほど ほどにつけてはべることなり 死ぬるにまさる恥なることも よき人の御身にはなかなかはべるなり (浮舟➅一七八 一七九) (B)君は げに ただ今 いとあしくなりぬべき身なめりと思すに 宮よりは いかにいかに と苔の乱るる わりなさをのたまふ いとわづらはしくてなん とてもかくても 一方一方につけて いとうたてあることは 出で来なん わが身ひとつの亡くなりなんのみこそめやすからめ 昔は 懸想ずる人のありさまのいづれ となきに思ひわづらひてだにこそ 身を投ぐるためしもありけれ ながらへばかならずうきこと見えぬべき身 の 亡くならんは何か惜しかるべき 親もしばしこそ嘆きまどひたまはめ あまたの子どもあつかひに お のづから忘れ草摘みてん ありながらもてそこなひ 人笑へなるさまにてさすらへむは まさるもの思ひな るべし など思ひなる (浮舟➅一八四 一八五) 右近)의친 (A)는 가오루와 니오우미야 사이에서 고민하던 우키후네가 우연히 시녀 우콘(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다. 열렬히 구애하는 두 남자와 관계를 맺어버린 우콘의 친언 니의 경우, 두 남자 중 나중에 알게 된 남성 쪽에 마음이 기우는 듯 했기에, 원래부터 알고 있던 남성이 새로운 남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결과 모두가 불행해졌다는 이야기 이다. (B)는 우콘의 이야기에 깊은 충격을 받은 우키후네가 더더욱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가오 루의 명령에 의해 우지 저택 주변의 경비가 강화되는 등, 가오루와 니오우미야와의 충돌이 더더욱 가시화 되며 우키후네가 마침내 죽음을 결심하게 되는 장면의 내면묘사이다. 여기서 우키후네는 직접적으로 만요슈 의 마마노 데코나나 우나히오토메, 야마토 모노가타리 의 설화 등을 떠올리고 있다. 앞서 살펴 본 다양한 설화 등이 바탕이 되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설화와의 차이점은 다수 발견된다. 예를 들어 스즈키 히데오(鈴木日出男)씨는 설화에서는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필연성이 없으며 오히려 죽음을 주체적으로 선택한 처녀의 마음이 가상한 것으로 부각되어 처녀의 기특한 죽음을 찬미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반해 우키후네의 경우는 이미 두 남성 5) 우키후네의 특이한 인생역정에 대해서는 졸고 우키후네(浮舟) ( 일본 문학 속의 여성, 제이앤씨, 2006)에 자 세하다. pp.38 53 6) 겐지 모노가타리 본문은 新編日本古典文学全集 (小学館)에 의한다.

146 日本學報 第101輯(2014.11) 과 관계를 가져 버렸다는 점에서 비극적인 구조가 확인되며 그 죽음도 결코 미화되지 못했 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승설화와 더불어 우콘의 언니와 관련된 사실담이 묘사 됨에 따라 현실세계의 혹독함이 더더욱 투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우키후네가 죽 음을 결심하는 근저에 전승설화의 틀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으나, 그와 동시에 이미 전승설 화 자체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되고 말았다고 할 정도로, 설화 그 이상의 혹독한 현실이 존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7). 사실 <남성들의 안위를 걱정해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채 스스로 자살한 처녀들>과 <설령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두 남성과 모두 이미 관계를 가져버린 후 고민 끝에 죽 음을 결심한 우키후네>에 대해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본고의 모두에서 살펴본 이세 모노가타리 의 여성관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본고의 도입부 에서는 이세 모노가타리 의 제24단, 제60, 제62단 등의 서술을 통해 <다른 남자에게 가 버 린 여자의 비극>에 대해 <애시당초 애정을 쏟지 못한 이전 남자의 옹졸한 행태>보다 <새로 운 남자를 따라나선 여성의 상대적으로 영락한 모습과 비참한 최후>가 훨씬 지탄을 받을 대 상으로서 조금의 주저도 없이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고, 헤이안 시대 남녀 간의 애정문제에 있어서 여성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였는지를 확인한 바 있다. 한편 겐지 모노가타리 의 경우는 좀 더 치밀하게 우키후네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겐지 모노가타리 의 우키후네는 그녀가 죽을 줄로 알고 시신도 수습 하지 못한 채 장례까지 치르지만 정작 그녀는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스님의 일행의 도움으 로 목숨을 구하고 스스로의 불행한 인생을 돌아보는 다수의 독영가를 남기고 있다. 앞서 살펴본 야마토 모노가타리 의 예에서 열렬한 두명의 구애자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 국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고야마는 여성이, 삶의 마지막이라는 찰라에 삶을 나타내는 이쿠타 강 을 통해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잔혹성 을 아이러니하게 드러내고 있었던 것처럼,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 돌아온 우키후네는 다수의 독영가를 통해 자신의 존재의 의미,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설 속의 미녀들과 달리 현실의 우키후네 는 단순히 <두 남자>라는 문제 이외에도 예를 들어 배다른 언니의 남편인 니오우미야에게 끌리는 마음과 가오루에 대한 죄의식, 이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의 모친의 슬픔 등, 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인 고민 끝에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이는 만요슈 야마토 모노가타리 등 의 문학적 토양으로부터 배양되어 온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랑받게 된 미녀의 비극>이 라는 설화적 틀을 하염없이 뛰어넘는, 매우 인간적인 드라마로서의 겐지 모노가티리 의 정 신적인 달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8). 7) 鈴木日出男 浮舟物語試論 ( 文学, 1976.4, pp.32 45) 및 졸고 자살 ( 겐지 모노가타리 문화론 도서출판 문, 2008) 등에 자세하다. p.286 287 8) 이에 대해서는 주5의 졸고에 자세하다.

김수희 / 헤이안 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 147 5. 맺음말 이상과 같이 본고는 일본고전문학에 나타난 삶과 죽음 에 대해 고민하며 특히 헤이안 모 노가타리 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 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랑 받게 된 미녀의 비극>에 주목하여 그 설화적인 틀의 다양한 양상에 대해 만요슈 야마토 모노가타리 겐지 모노가타리 를 중심으로 거시적으로 조망해 보았다. 이는 <복수의 남성 에게 동시에 사랑받게 된 미녀의 비극>이 여성에게 있어서의 <삶과 죽음>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고의 도입부에서는 이세 모 노가타리 의 제24단, 제60, 제62단 등의 서술을 통해 <다른 남자에게 가 버린 여자의 비극> 에 대해 <애시당초 애정을 쏟지 못한 이전 남자의 옹졸한 행태>보다 <새로운 남자를 따라 나선 여성의 상대적으로 영락한 모습과 비참한 최후>가 훨씬 지탄을 받을 대상으로서 조금 의 주저도 없이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고, 헤이안 시대 남녀 간의 애정문제에 있 어서 여성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였는지를 확인하였다. 만요슈 야마토 모노가타리 겐지 모노가타리 로 이어지는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랑받게 된 미녀의 비극>은 설화적인 틀에는 공통점이 존재하나 각 시대별로 흥미로는 양 상을 보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즉 만요슈 의 마마노 데코나나 우나히오토메, 사쿠라코, 가즈라코 등의 여성들은 남성들의 안위를 걱정해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채 스스로 자살한 갸륵한 처녀들로 칭송되고 있으며, 야마토 모노가타리 에서는 와카적 세계를 통해 고양된 가케코토바의 효과를 다분히 살려 고도의 시적 표현을 통해 설화적 세계를 뛰어넘은 문학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야마토 모노가타리 에서 자살을 결심한 여성이 마지막 으로 남긴 노래는 삶의 마지막이라는 찰나에 그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러니를 한순간 송두리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우타모노가타리라는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한편 그 한계 역시 드러내고 있었다. 여성의 삶과 죽음에 있어서 사랑이 어떠한 기능을 하 고 있는지에 대해, 야마토 모노가타리 에서 미처 다 듣지 못했던 내면적인 이야기들을 우 리는 장편 겐지 모노가티리 의 우키후네의 이야기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만요슈 야마토 모노가타리 등의 문학적 토양으로부터 배양되어 온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랑받게 된 미녀의 비극>이라는 설화적 틀을 하염없이 뛰어넘는, 매우 인 간적인 드라마로서의 겐지 모노가티리 의 정신적인 달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Reference) 김수희(2006) 우키후네(浮舟), 일본문학 속의 여성, 서울: 제이앤씨. Suhee, Kim(2006) ukihune, nihon bungaku soki yoson Seoul: J&C, pp.38 53. (2008) 겐지 모노가타리 문화론, 서울: 도서출판 문. Suhee, Kim(2008) Genji monogatari bunkaron Seoul: dosochulpan moon, pp.286 287. 김정희(2013) 전승지에 얽힌 비극적 사랑 이야기 공간으로 읽는 일본고전문학, 서울: 제이앤씨. Junhee, Kim

148 日本學報 第101輯(2014.11) (2013) zonsungzie olkin bigukzok saran iyagi, Kongganuro ilgun ilbongozonmunhak, Seoul: J&C, pp.221 222. 민병훈(2014) 이세 모노가타리,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Byonhun, Min(2014) Isemonogatari Jisikul mandunun jisik. 阿部秋生(1998) 源氏物語 新編日本古典文学全集, 東京 小学館. Akio, Abe(1998) Genji monogatari sinpennihonkote nbungakuzensyu, Tokyo:syogakkan. 片桐洋一(1994) 竹取物語伊勢物語大和物語平中物語 新編日本古典文学全集, 東京 小学館. Yoichi, Katagiri (1994) Taketorimonogatariyamatomonogatariheizyumonogatari sinpennihonkotenbungakuzensyu, Tokyo:syogakkan 鈴木日出男(1974) 浮舟物語試論, 文学, 東京 岩波書店. Hideo, Suzuki(1974) ukihunemonogatarisiron, bungaku, Tokyo Iwanamisyoten, pp.32 45. <要 旨> 본고는 일본고전문학에 나타난 삶과 죽음 에 대해 고민하며 특히 헤이안 모노가타리 문학에 나타난 사랑 과 죽음 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랑받게 된 미녀의 비극>에 주목하여 그 설화적인 틀의 다양한 양상에 대해 만요슈 야마토 모노가타리 겐지 모노가타리 를 중심으로 거시적으로 조망해 보았다. 이는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랑받게 된 미녀의 비극>이 여성에게 있어서의 <삶과 죽음>의 모습 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검토된 대상은 만요슈 에 수록된 마 마노 데코나, 우나히오토메 등의 여성과 야마토 모노가타리 147단의 이쿠타 강(生田川) 이야기에 보이는 여성, 겐지 모노가타리 우키후네 등이었다. 특히 우키후네의 경우는 전설 속의 미녀들과 달리 단순히 <두 남자>라는 문제 이외에도 예를 들어 배다른 언니의 남편인 니오우미야에게 끌리는 마음과 가오루에 대한 죄 의식, 이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의 모친의 슬픔 등, 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인 고민 끝에 자살을 결심하게 된 다. 이는 만요슈 야마토 모노가타리 등의 문학적 토양으로부터 배양되어 온 <복수의 남성에게 동시에 사 랑받게 된 미녀의 비극>이라는 설화적 틀을 하염없이 뛰어넘는, 매우 인간적인 드라마로서의 겐지 모노가티 리 의 정신적인 달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주제어: 사랑, 죽음, 남성, 여성, 비극, 삶과 죽음 투 고 : 2014. 08. 31. 심 사 : 2014. 09. 20. 심사완료 : 2014.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