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제1발표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변 성 영 1 토론문 박 은 정 33 제2발표 공무원의 근무조건과 단체교섭 오 세 웅 41 토론문 김 동 욱 73 제3발표 일본노동기준법 제19조1항의 해고제한위반과 임금청구권, 휴가보상의 귀추 홍 성 민 75 토론문 정 영 훈(별첨) 노동판례백선 출판보고 개요 101
1)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변 성 영 * Ⅰ. 갱신기대권 법리의 형성과 전개 Ⅱ. 기간제법의 시행과 갱신기대권 법리 1. 기간제법과 갱신기대권 법리의 중첩적용 여부에 관한 학설의 입장 2. 기간제법과 갱신기대권 법리의 중첩적용 여부에 관한 판례의 입장 3. 소결 Ⅲ.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1. 갱신기대권 법리의 새로운 흐름(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사건) 2. 갱신기대권 법리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평가와 과제 Ⅳ. 결론에 갈음하여 Ⅰ. 갱신기대권 법리의 형성과 전개 기간제 근로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 즉 근로계약의 기간이 일정한 기간으로 정해져 있는 근로형태를 말한다. 1) 기간제 근로는 약정된 기간의 만료로 인해 근로관 계가 종료되는 특성을 가진다. 기간제 근로는 기업이 경기변동 상황이나, 일시적 사 업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유연화를 도모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난 고용형태이 다. 2) 기간제 근로라는 고용형태는 고유의 필요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절대적으로 * 부산외대 1)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참조. 2) 최은배, 기간제 근로계약, 노동법실무연구 제1권(김지형대법관퇴임기념), 노동법실무연구 회, 2011, 206면.
2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3) 다만 기존의 선행연구들에서 끊임없이 지적된 바와 같이 근로계약에 있어서 기간의 문제는 그것이 남용되어 설정 될 경우, 해고제한규정의 형해화( 形 骸 化 )와 해당 기간제 근로자의 과도한 종속화라는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4) 과거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이하 기간제법 으로 약칭)이 시행되기 이 전의 기간제 근로에 대한 제정법상의 규율은 근로기준법 제16조 5) 의 해석을 통해 이 루어졌다. 근로기준법 제16조는 계약기간 이라는 제목 하에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 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 하지 못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상 근로기준법 제16조 규정은 그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기간제 근로 자가 더 좋은 직장으로 떠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마 련된 것으로, 6) 기간제 근로의 보호를 위한 취지의 규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근로존속 3) 최은배, 기간제 근로계약의 규제, 대법원판례해설 제72호, 법원도서관, 2008, 340면. 4) 강성태, 비전형근로와 노동법, 대구대학교 출판부, 2000, 15면, 강희원 교수는 계약기간의 약정을 당사자에게 일임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신분적 종속이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노동 법상의 해고제한을 회피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를 마련해주는 셈이 되기 때문에 해고제한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강희원, 근로계약의 기간에 대한 일고찰, 노동법연구 제32호,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 2012, 3면); 신권철 교수 또 한 기간제 근로는 해고제한의 법리를 봉쇄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신권철, 기간 제 근로계약의 무기근로계약으로의 전환, 노동법연구 제30호, 서울대학교노동법연구회, 2011, 198-199면). 기간제 근로계약은 고용의 유연화 및 경비절감이라는 그 고유의 필요성 을 부인할 수 없으나, 본질적으로 고용의 불안정과 근로조건의 차별이라는 문제점을 내포 하고 있다고 한다(이미선, 기간제 근로계약에 있어서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기 대권의 인정 문제, 대법원판례해설 제87호, 법원도서관, 2012, 482면). 근로관계의 존속기 간을 정해둠으로써 별도의 해고통지 없이도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있게 되며, 근로자는 고 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권혁, 기간제 상한 제한 규정(제4조)의 근로의 권리 침 해 여부, 부산대학교 법학연구 제54권 제3호,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2013, 166면). 5) 법률 제8372호(2007. 4.11) 부칙 제3조의 규정에 의해 근로기준법 제16조 규정은 2007년 7월 1일자로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6) 대법원 또한 동 규정에 대해 그 입법취지가 장기의 근로기간을 정함으로 인해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당하게 됨으로써 장기간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 로 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기간 부분의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 에게 퇴직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에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 8. 29. 선고, 95다 5783 판결).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3 의 보호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약기간은 근로조건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존속기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당사자가 1년을 초과하는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도 그 정한 바대 로 허용이 되며(다만 1년이 지난 후에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가 보장될 뿐이라고 한다), 기간의 정 함이 있는 근로계약은 기간의 경과로 자동적으로 소멸한다는 취지의 1996년 전원합 의체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16조의 해석을 통한 기간제 근로의 보호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기간제 근로의 보호는 제정법이 아닌 판례법리에 맡겨질 수 밖에 없었고, 기간제 근로의 남용을 방지하고 근로존속 보호를 위한 판례법리가 보다 세분화ㆍ구체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7) 기간제 근로의 보호를 위한 판례법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형성되었는데, 첫째 해당 기간제 근로계약의 형식(기간의 정함이 있는지 여부)이 아닌 그 실질을 보아 기간제 근로계약인지를 판단하겠다는 것과, 둘째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가 바로 그것이다. 8)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 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근로자보호법규 등의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근로계약의 기간제 근로계약성 자체를 심사 하는, 즉 근로 계약의 해석 을 통해 해당 계약의 실체(실질적 내용) 를 규명하여 해당 근로계약이 기간제법이 적용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인지, 그렇지 않으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인지를 판단하는 앞의 판례법리와는 달리 갱신기대권 법리는 해당 근로 계약이 일단 기간제 근로계약임을 전제로 한다. 갱신기대권 법리에 대한 대법원의 태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갱신기대권 법리에 대해 종전의 대법원은 계약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근로자의 경우 임용의 근거가 된 법령 등의 규정이나 계약 등에서 임용권자에게 임용기간이 만료된 7) 이병희, 기간제 근로에서의 계약기간과 사용기간, 사법논집 제45집, 법원도서관, 2007, 670면 이하. 8) 유성재 교수도 이와 같은 분류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성재 교수는 전자를 사실상 무기계 약 법리 라고 하고, 후자를 순수 기간제 근로계약 법리 라고 칭하고 있다(유성재, 기간제 법 의 제정과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거부, 중앙법학 제12집 제2호, 중앙법학회, 2010, 358-359ㆍ367면).
4 근로자를 재임용할 의무를 지우거나 재임용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어 근로자에게 소정의 절차에 따라 재임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 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그 절차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자를 재임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와 동일시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9)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분설하면 1 해당 근로계약이 일단 기간제 근로계약이라는 전제하에, 2 법령 또는 계약의 내용에 있어 해당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에 대한 근거규정이 존재해야 하며, 3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라는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계약의 해석에 따라 그러한 법 령 또는 계약상의 근거규정에 의해 재계약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고, 그러한 근거규정의 재계약 절차를 위반한 계약의 갱신 거절은 해고와 동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사건에서 대법원은 임용의 근거가 된 법령 등의 규정이나 계약 등에서 임용권자에게 임용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를 재임용할 의무 를 지우거나 재임용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 한해 갱신 기대권의 형성을 인정해왔던 종전의 태도에서 벗어나 법령 등의 규정이나 계약 등에 재임용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 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의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제반 사정 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의 형성을 인정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일반 기간제 근로의 경우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10) Ⅱ. 기간제법의 시행과 갱신기대권 법리 근로기준법 제16조 규정은 기간제 근로의 보호를 위한 취지의 규정이 아니었기 때 9)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2두8640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다52647 판결 등. 10) 김홍영, 사회통합과 비정규직 노동법의 변화, 저스티스 134-3호, 한국법학원, 2013, 87 면; 김재훈, 기간제 고용과 갱신기대권, 기간제고용의 규율방식 전환, 노동법률 2012. 1, 중앙경제사, 2012, 78-79면..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5 문에 기간제법 시행 이전 기간제 근로에 대한 법률상의 보호는 사실상 전혀 이루어 지지 않다시피 하였고, 사법부는 기간제 근로의 보호에 관한 판례법리를 전개함으로 써 당시 법 규정의 흠결을 보충하려 했음은 앞에서 살펴본바와 같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들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와 남용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됨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 및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사용 자의 남용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이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노동시장의 건전 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2007년 7월 1일부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기간제법 으로 약칭)이 시행되고 있다. 11)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기간제 근로에 관한 종전 판례법리의 전개를 통해 적용해왔던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중첩 적용될 수 있 는지의 문제이다. 이미 기간제법 시행이후 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종전의 판례법리가 기간제법 과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불분명하다. 기간제법 시행이후에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에 있어서의 갱신기대권에 대해서도 하급심 판결 의 사례는 있으나, 대법원이 판시한 사안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급심 판 결마저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4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에는 기간제법상의 기간제 근로에 대한 사용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12) 종전의 판례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 이론( 異 論 )이 없을 것이 다. 1. 기간제법과 갱신기대권 법리의 중첩적용 여부에 관한 학설의 입장 (1) 중첩적용 부정설 11) 법률 제8074호(2006. 12. 21.)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ㆍ개정문. 12) 기간제법 제3조(적용범위) 1 이 법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의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 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2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 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3 국가 및 지 방자치단체의 기관에 대하여는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의 수에 관계없이 이 법을 적용한다.
6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이른바 순수 기간제 근로계약 법리 로 분류하면서 이러한 순수 기간제 근로계약 법리 는 법관에 의한 법형성으로 법률의 흠결이 전제되는 경 우에 한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간제법의 제정으로 이제 기간제 근로계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더 이상 법률의 흠결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간제법이 시행되고 있는 한) 이러한 법리가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다고 하는 견해이다. 13) (2) 중첩적용 긍정설 기간제 근로자가 재계약 기대권을 가지는 것은 단지 그 반복ㆍ갱신의 횟수나 근속 기간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고 그 계약기간의 성격과 체결경위 등 여러 가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하므로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일자리 상실과 관련하여 적정 한 절차를 거칠 권리를 해석론을 통해 부여하는 종전의 판례법리는 현행 기간제법 하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14) 13) 유성재, 전게논문, 373-374면; 같은 입장에 있으면서 제3ㆍ4유형의 판례법리가 현행 기간 제법 하에서 유지ㆍ적용될 수 없는 근거를 기간제법상으로 기간제 근로자는 2년을 초과하 여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통상적으로 2년 이후에도 계속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고, 2년 후 에는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되든지 그렇지 않으면 근로계약이 종료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 므로 구체적인 사례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2년 후에도 근로계약이 갱신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합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실제로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다. 다만, 이 견해에 있어서도 만일 사용자가 해당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근무성적이 우수하면 2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 다는 약속을 하였다면, 그 후 사용자가 그 근로자에 대한 업무수행능력 등의 평가를 전혀 하지 않고 단지 기간의 만료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간제 근로자의 합리적 기대를 깨뜨리는 것이 되어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하며, 이러한 사례에서는 종전 제3ㆍ4유형의 판례법리를 현행 기간제법 하에서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편저, 변호사가 풀어주는 노동법 Ⅲ,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2007, 52-53면). 14) 도재형,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거절권의 제한, 노동법연구 제24호, 서울대학교노동법연구 회, 2008, 182-184면; 최은배, 기간제 근로계약, 노동법실무연구 제1권(김지형대법관퇴임 기념), 노동법실무연구회, 2011, 218-219면; 신권철, 전게논문, 222-224면; 이병희, 전게논 문, 701면; 박지순, 기간제 근로의 노동법적 문제와 입법적 과제, 노동법학 제19호, 한국 노동법학회, 2004, 175-176면; 노동법실무연구회, 근로기준법주해 Ⅱ, 박영사, 2012, 31면.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7 2. 기간제법과 갱신기대권 법리의 중첩적용 여부에 관한 판례의 입장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제결된 기간제 근로계약 의 경우에 대해서도 종전의 갱신기대권 법리가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관한 법원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 다. 최근의 하급심판결들의 경향을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중첩적용을 부정한 사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갱신기대권 법리의 중첩적용을 부정한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 과 같다. 해당 하급심 판결 15) 은 2008. 6. 19. 사용자와 계약기간을 2008. 12. 31.까지로 하 여 근무하다가 2008. 12.경 다시 계약기간을 2009. 1. 1.부터 2009. 12. 31.까지 로 하여 재계약을 체결한 후 2009. 12. 31.까지 근무하다가 2009. 12. 31. 계약기간 만 료로 퇴직당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인정과 관련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 다는 이유로 갱신기대권의 형성을 부정하였는데,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간제법 제4조는 제1항ㆍ제2항의 입법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 지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 지위의 안정화라는 목표와 사용자가 경기 변동에 따라 고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함 이고, 이러한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동법 제4조 제2항은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 당하다. 둘째, (기간제법이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을 원칙적으로 2년으로 제한할 뿐 다른 나라의 입법 례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재체결에 정당한 객관적 사유의 존재를 요구하거나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 적 체결이 가능한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 않는 입법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법 시행 이후에는 사 용자는 원칙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2년의 기간 내에서 계약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음은 물론 동일한 내용으로 반복하여 체결할 수도 있지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때에는 해당 기간제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 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므로, 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 15) 서울고등법원 2011. 08. 18.선고, 2011누9821 판결.
8 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 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셋째,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이 기간제법이 시행된 지 약 1년 정도 경과된 후에 사 용자와 최초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등의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들 또한 사용자가 자신들을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함으로써 기간제법에 따른 무기한 고용의 부 담을 안으리라고 기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중첩적용을 긍정한 사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갱신기대권 법리의 중첩적용을 긍정한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 과 같다. 해당 하급심 판결 16) 은 사용자와 계약기간을 2010. 10. 26.부터 2012. 10. 25. 까지 인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계약기간 만료로 퇴직당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인정 과 관련하여 기간제법 시행이 곧 재계약의 정당한 기대권의 형성을 막는다거나 이미 형성된 재계약의 기대권을 소멸시키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갱신기대권 의 형성을 긍정하였는데,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사용자가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그 기 간제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더라도,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 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제법의 시행이 곧 재계약의 정당한 기대권의 형성을 막 는다거나 이미 형성된 재계약의 기대권을 소멸시키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그 논거로 들고 있다. 3. 소결 기간제법과 갱신기대권 법리의 중첩적용 여부와 관련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갱신 기대권 법리는 계약의 해석 을 통해 계약의 실질적 내용, 즉 진정한 계약당사자의 16) 서울고법 2014.11.06.선고, 2013누53679 판결.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9 의사 를 규명함으로써 해당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형성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갱신기대권의 판례법리가 현행 기간제법 하에서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근거로 기간제법상으로 기간제 근로자는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통상적으로 2년 이후에도 계속 근 로계약이 갱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고, 2년 후에는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 환되든지 그렇지 않으면 근로계약이 종료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므로 구체적인 사례에 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2년 후에도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기 대를 합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실제로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다. 17)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있어서의 갱신기대권의 인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하급심 판결 또 한 동일한 전제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에 대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기 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것이지 해당 기간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계약갱신의 의 사를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즉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이라는 강행규정의 수범자는 사용자이고, 그 내용은 사용자에 대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해당 근로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게 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해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18) 따라서 이와 같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의 내용을 들어 근로계약ㆍ취업규칙ㆍ단체 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해당 근로계약이 갱신된 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 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ㆍ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 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ㆍ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 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즉 해당 계약의 해석 을 통해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됨을 근거로 기간제 근 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가지게 되는 계약갱신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방해하는 것 1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편저, 전게서, 52-53면. 18) 김홍영, 기간제법의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노동판례리뷰 2012-2013, 한국 노동연구원, 2014, 546면.
10 으로 쉽게 단정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법문상 명확하게 그 수범자가 사용자로 설정되어 있고, 그 내용 또한 2년 을 초과하여 해당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려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해 서 사용하라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의 내용은 실질적인 계약의 해석 을 통해 해당 기간제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는 갱신기대권 법리의 중첩적용 을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있어서의 갱신기대 권의 인정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하급심 판결 19) 이 들고 있는 논거를 하나씩 검토해보 면 다음과 같다. 1 해당 판결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ㆍ제2항의 입법취지를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 지위의 안정화라는 목표와 사용자가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 기 위함 이라고 보았고, 이러한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동법 제4조 제2항 20) 은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고 하였다. 그러나 기간제법 제1조는 이 법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 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기간제법의 제정문에서도 잘 나타나 있는데, 기간제법은 그 제정이유 를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들 근로 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와 남용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 및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사용자의 남용행위를 규제함으로 써 이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 이 라고 설명하고 있다. 21) 헌법재판소 또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본문(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2년을 초과하여서는 원 19) 서울고등법원 2011. 08. 18.선고, 2011누9821 판결. 20) 기간제법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2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 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 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21) 법률 제8074호(2006. 12. 21.)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ㆍ개정문.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11 칙적으로 다시 기간제 근로자로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의 입법취지를 기간제 근 로자로 2년을 근무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도록 하여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근로자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이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그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 즉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불안 해소 및 근로조건 개선으로 파악하고 있다. 22) 그런데 해당 판결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ㆍ제2항의 입법취지에 사용자가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 를 슬그머니 끼워놓고 있다. 기간제법의 입법취지에 대한 사법부의 이러한 오해는 자칫 사법부에 의한 법해석의 실패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법원은 기간제법의 입법취지에 대한 이러한 오해를 전제로 다시 이러한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동법 제4조 제2항은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고 하고, 법 시 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 고 한다.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는 사용자의 기간제 남용을 방지하고 (사용자에 의한) 차별행위를 시정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간제법 제4조 제1ㆍ2항 은 기간제 근로의 사용을 제한하고 사용자에 의해 기간제 근로의 남용이 행해지면 그 법률효과로서 해당 기간제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 자로 간주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간제법의 이러한 법 취지에서 보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강행규정성은 사용자가 기간제법의 회피를 목적으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할 것을 해당 기간제 근로자와 약정을 하여도 그러한 약정은 효 력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기간제법의 취지를 오해한 결과,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강행규정 성을 부적절하게 원용하고 있다. 즉 기간제법의 취지, 보다 구체적으로 기간제법 제4 조 제1ㆍ2항의 취지를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 지위 의 안정화라는 목표와 사용자가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 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의 조화 로 파악함으로써 2년이라는 사용기간의 제한 규정 의 제한을 받는 인적 범위에 해당 기간제 근로자 를 포함시키는 우( 愚 )를 범하고 있 22) 헌법재판소 2013. 10. 24. 선고, 2010헌마219ㆍ2010헌마265 결정.
12 는 것이다. 결국 기간제법의 입법취지, 기간제법 제4조 제1ㆍ2항의 입법취지를 오해한 법원이 하고 싶은 말은 결국 1 기간제법과 기간제법 제4조 제1ㆍ2항의 입법(규정)취지는 사용자가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라는 사용자의 이익 도 포함하는 것이므로, 강행규정인 동 규정의 제한을 받는 인적 범위 에는 해당 기간제 근로자 도 포함된다. 2 따라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 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해당 기간제 근로 자의 갱신에 대한 기대권 과는 상관없이 사용자와 근로자 서로에게) 예정되어 있어 근로자들 또 한 사용자가 자신들을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함으로써 기간제법에 따른 무기한 고용의 부담을 안으리라고 기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 울 수가 없다. 하급심 판결의 이와 같은 잘못된 결론은 기간제법의 취지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를 전제로 기간제법 제4조 제1ㆍ2항의 강행규정성 에 대한 해석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버렸다. 법원의 이러한 자의적인 해석은 마치 근로기준법 제16조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근로조건 이라는 개념의 충분한 고찰을 통한 근로계약기간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정 석적인 노력대신에 (이미 결론을 의도한 후) 새로운 법리형성을 위한 전제로서의 개념정립 을 위해 근로계약기간 을 단지 근로계약의 존속기간 에 불과할 뿐이라고 하면서, 근 로계약 당사자들이 근로기준법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임의로 그 기간을 설정하는 것을 용인하고, 당사자가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하 더라도 그 기간의 정함 자체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한 과거 전원합의체 판결 23) 을 떠 올리게 한다. 24) 기간제법 하에서의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판례가 있다. 25) 이 판결은 1 갱신의 정당한 기대권은 채용의 근거가 된 계약이나 취업규칙의 재 23) 대법원ᅠ1996. 8. 29.ᅠ선고,ᅠ95다5783ᅠ전원합의체 판결.ᅠ 24) 대법원ᅠ1996. 8. 29.ᅠ선고,ᅠ95다5783ᅠ전원합의체 판결의 독소와 같은 영향력 의 폐해( 弊 害 )에 관해서는 정인섭, 기간제근로에서 재고용의 정당한 기대권, 노동법연구 제33호, 서 울대학교노동법연구회, 2012, 170면 이하 참조. 25) 서울고등법원 2012. 09. 21. 선고, 2011나105241 판결.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13 계약 관련 규정에서 발생하는 권리이고, 기간제보호법 제4조가 그와 같은 재계약 관 련 규정을 특별히 제한하는 규정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므로 기간제 근로자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 근로자 등의 근로조건 보호 강화에 입법취지가 있 는 기간제 근로자보호법의 시행을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갱신 기대권의 법리를 제한하여야 하는 사정으로 볼 수는 없다고 전제하였다. 앞의 하급심 판결 26) 과 는 달리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2 동 판결은 이와 같이 해석할 경우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 기간제보호법 공 포일 이전에 체결되어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그와 같은 법의 시행에 따라 사용기간 2년 초과시 무기계 약으로 전환되리라는 점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경우에 그 계약이 법 시행일 이후에 만료되고, 이어 계약 의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 결과 재계약이 체결되고 여기에 기간제보호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어 결국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시점에서 위 재계약이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계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계약을 강제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으나, 무 기계약 전환이라는 결과는 갱신기대권 법리의 직접적 귀결이 아니라 기간제보호법 제 4조에 따른 것이므로, 27)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미 발생한 갱신 기대권을 부정하 거나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계약의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는 기간 제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다. 물론 앞의 판결 28) 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례이고 뒤 의 판결 29) 은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례라는 사실관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러한 사실관계의 차이보다는 오히려 기간제법의 입법취지와 기간제 법 사용제한 규정의 취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두 판결의 결론이 달라졌다고 생 각한다. 30) 앞에서 소개한 가장 최근의 판결 31) 또한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기간제 26) 서울고등법원 2011. 08. 18.선고, 2011누9821 판결. 27) 이러한 불합리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또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리해고, 근로계약 의 합의해지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서울고등법원 2012. 09. 21. 선고, 2011나105241 판결). 28) 서울고등법원 2011. 08. 18.선고, 2011누9821 판결. 29) 서울고등법원 2012. 09. 21. 선고, 2011나105241 판결. 30) 뒤의 판례가 갱신의 정당한 기대권은 채용의 근거가 된 계약이나 취업규칙의 재계약 관련 규정에서 발생하는 권리이고, 기간제보호법 제4조가 그와 같은 재계약 관련 규정을 특별히 제한하는 규정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기간제근로자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 하고 기간제근로자 등의 근로조건 보호 강화에 입법취지가 있는 기간제근로자보호법의 시 행을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오히려 기간제근로자에게 불리하게 갱신 기대권의 법리를
14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는 것으로 이 해하면서 기간제법의 시행이 곧 재계약의 정당한 기대권의 형성을 막는다거나 이미 형성된 재계약의 기대권을 소멸시키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은 이와 같은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갱신기대권 법리는 계약의 해석 을 통해 계약의 실질적 내용 을 규명 함으로써 해당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형성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간제 법의 취지가 이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갱신기대권 법리와 기간제법 은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Ⅲ.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사건은 앞으로 전개될 갱신기대권 법리의 방향성 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다. 32) 이하에서는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사건에 대한 판시사항을 분석함으로써 향후 전개될 갱신기대권 법리의 흐름을 짚어보고, 개선해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33) 1. 갱신기대권 법리의 새로운 흐름(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사건) (1) 사건의 개요 제한하여야 하는 사정으로 볼 수는 없다 라고 설시한 뒤, 특히 원고들에게는 기간제법 시 행 이전에 피고와의 근로계약에 의해 재계약 체결이라는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어 있었음에 도... 라고 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이미 갱신기대권이 형 성된 사실을 기간제법 하에서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앞의 설시내용을 강화 하는 요 소로 보는 해당 하급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2. 09. 21. 선고, 2011나105241 판결)의 태 도는 앞의 하급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1. 08. 18.선고, 2011누9821 판결)과의 결론의 차 이가 단지 사실관계의 차이에서만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31) 서울고법 2014.11.06.선고, 2013누53679 판결. 32) 대법원ᅠ2011.4.14.ᅠ선고ᅠ2007두1729ᅠ판결. 33) 이후 대법원ᅠ2011. 7. 28.ᅠ선고,ᅠ2009두2665ᅠ판결; 대법원ᅠ2012. 6. 14.ᅠ선고,ᅠ2010두8225 ᅠ판결 등 다수의 판결들이 이 판결을 따르고 있다.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15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은 2002. 12.경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과 장애인콜택시 운 행에 관한 위ㆍ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장애인콜택시 운영업무를 수행해왔다. 한편 서울 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은 2003. 12. 29.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2003. 12. 31.자로 해당 위ㆍ수탁계약이 종료되고 갱신계약 체결대상자 선정을 위한 심사에서 탈락했다 는 취지의 통지를 했고,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은 이러한 갱신거절이 부당해고 및 부 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사건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해당 위ㆍ수탁계약서에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은 위탁기간 동안 원고들의 운행실적 등을 감안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위탁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계약 기간 만료 30일전까지 상호 서면으로 이의가 없을 때에는 본 계약은 동일한 조건으 로 자동연장이 된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는 점, 실제로 2003. 12.경 서울특별시 시 설관리공단은 기존의 운전자 100명 중 이 사건 심사 결과 부적격자로 판정하여 이 사건 갱신거절을 한 원고들을 포함한 11명을 제외한 나머지 89명의 운전자와의 사이 에 연장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으로 위 계약을 갱신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1 서울특별 시 시설관리공단에게 해당 위ㆍ수탁계약서 및 관련 법령 등에 위 계약기간이 만료된 원고들 등에 대해 재계약(재임용)을 체결할 의무를 지우거나 구체적인 재계약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사정, 2 서울특별시의 장애인콜택 시 관련 조례에 의하면 서울특별시가 장애인콜택시의 관리 등에 관하여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 이외에 법인 또는 단체에 위탁할 수 있고 수탁기관이 제3자에게 재위 탁하는 경우 계약기간은 1년 단위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해당 위ㆍ수탁계 약서에 의하면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이 서울특별시와의 사이에 체결된 위 위탁계 약이 중도해지 등의 사유로 종료되는 경우 해당 위ㆍ수탁계약 역시 중도해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해당 위ㆍ수탁계약의 계속적 유지가 보장되어 있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 3 원고들의 경우에는 계약갱신이 단 한차례도 이루진 바 없는 사정 등을 들어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에 대해 해당 위ㆍ수탁계약의 만료시점에 해당 위ㆍ수탁계약을 연장하거나 갱신하는 방법으로 재임용될 수 있으리 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아울러 원
16 심은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과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 사이의 해당 위ㆍ수탁계약은 2003. 12. 31. 기간만료로써 종료되었다고 하며, 해당 위ㆍ수탁계약을 연장하거나 갱 신하는 방법으로 재임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해당 기간 제 근로자들에 대해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이 총점 70점 미만자인 해당 기간제 근 로자들과 사이에 해당 위ㆍ수탁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인 사유도 갖추었다고 보 아야 할 것이므로,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이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에 대해 해당 위 ㆍ수탁계약의 갱신거부를 한 것은 부당한 해고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34) (3) 대법원의 판단 A. 갱신기대권 일반론 대법원은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도 근로계약ㆍ 취업규칙ㆍ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 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 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ㆍ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 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ㆍ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 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 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 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 과 동일하다고 하였다. 35) B. 해당 사안에서의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 대법원은 1 해당 조례는 서울특별시로부터 장애인콜택시의 관리 등을 위탁받은 수 34) 서울고등법원ᅠ2006. 12. 19.ᅠ선고,ᅠ2005누17722ᅠ판결. 35) 대법원ᅠ2011.4.14.ᅠ선고ᅠ2007두1729ᅠ판결.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17 탁자가 다시 이를 제3자에게 재위탁하는 경우 그 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하도록 규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해당 위ㆍ수탁계약도 그 기간을 1년으로 정하였으나, 서울특 별시의 장애인콜택시 운영계획에는 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갱신하도록 하면서 그 취 지가 부적격자의 교체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점, 2 해당 장애인콜택시 사업은 중 증장애인의 이동수단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어 위 사업을 한시적 ㆍ일시적 사업이라고 볼 수 없으며, 서울특별시 역시 위 운영계획에서 사업의 확대운 영을 검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점, 3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은 해당 위ㆍ수탁 계약을 포함한 운전자들과의 위ㆍ수탁계약에서 계약기간 동안 운전자들의 운행실적 등을 감안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위탁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계약기간 만료 30일 전까지 상호 서면으로 이의가 없을 때에는 계약은 동일한 조건으로 자동 연장 된다는 규정을 둔 점, 4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은 이에 따라 그 소속 운전자들에 대한 위탁기간이 만료될 무렵인 2003년 11월경 심사항목 및 배점, 갱신 기준 점수 등 이 사건 심사기준표를 정하여 운전자들을 심사하여 갱신 기준 점수인 총점 70점 이상인 자들에 대해서 전원 계약기간을 연장하였는데,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이 정 한 심사기준은 1일 콜 횟수, 교통법규 위반 등 평가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 지가 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 소속 운전자들 사이에 위 심사기준에 따른 심사 결과 갱신 기준 점수 이상의 점수를 얻게 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 는 점 등을 종합하면,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과 그 소속 운전자들 사이에는 소정의 심사절차를 거쳐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을 얻게 되면 계약이 갱신되는 것으로 하기 로 하는 약정이 성립하였거나, 적어도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을 비롯한 서울특별시 시 설관리공단 소속 운전자들에게 기간제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 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C. 갱신 거절의 정당성 여부 대법원은 갱신 거절의 정당성 여부에 관해 1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이 해당 기 간제 근로자들을 포함한 운전자들에 대해 갱신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심사 자료로 활용한 장애인콜택시 상황일지 는 운전자들의 운행실적 및 콜 중계 위반행위, 민원제
18 기사항 등 운행현황 전반에 관한 내용을 기재한 것인데, 위 상황일지 중 상당 기간의 기록이 누락되어 있고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은 이와 같이 누락된 상황일지를 토대 로 심사를 한 점, 2 해당 심사항목 중 콜 중계 위반 항목에 대해 서울특별시 시설관 리공단은 임의운행을 위해 고의로 콜을 거부하는 행위만을 콜 중계 위반행위에 포함 시켰고 단순 콜 거부는 이를 제외하였다고 주장하나, 해당 상황일지 등의 기재만으로 는 단순 콜 거부와 고의적인 콜 거부를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 상황일지의 기재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어 콜 중계 위반행위에 관한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의 심사 과정을 전적으로 신 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 3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은 해당 심사항목 중 민 원유발과 관련하여 위 상황일지에 기재된 민원은 그 증빙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일률 적으로 심사대상으로 삼지 않고 인터넷으로 접수된 민원만을 심사대상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나, 위 상황일지에는 승객으로부터 제기된 민원 내용과 운전자의 변명, 그 당 시의 주변 상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등 인터넷으로 접수된 민원의 처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여, 양자를 다르게 취급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고 볼 수 없는 점, 4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은 해당 심사항목 중 교통법규 위반 및 본인귀책 차량 사고 와 콜택시 운행 및 관리 태만 항목을 적용함에 있어 일부 운전자들에 대해 그 위반사실을 누락한 점 등을 들어 해당 심사가 객관적이고 정확 한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해당 심사항목 중 일부는 평가자의 자의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있어 그 객관성 및 공정성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일부 심사항목은 심사 대상자 전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 아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공정성 및 객관성이 결여 된 심사 과정을 거쳐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에 대해 갱신 기준 점수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갱신 거절을 한 것은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 시하였다. D. 부당한 갱신거절의 효과 대법원은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19 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 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에 대한 법 률효과에 대해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설시하고 있다. 2. 갱신기대권 법리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평가와 과제 (1) 갱신기대권의 형성여부에 관한 판단 A. 갱신기대권 인정기준의 완화 갱신기대권이 형성과 관련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결 36) 은 갱신기대권의 형성에 있어 서 임용의 근거가 되는 법령 등의 규정이나 계약 등 명시적ㆍ규범적인 바탕을 요구 하였다. 즉 임용의 근거가 된 법령 등의 규정이나 계약 등에서 임용권자에게 임용기 간이 만료된 근로자를 재임용할 의무를 지우거나 재임용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한 근 거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 한해 갱신기대권의 형성을 인정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계약 등의 명시적ㆍ규범적인 바탕은 사용자에 의해 임의적으로 변경이 가능 한 것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그러한 근거규정의 존부로 갱신기대권의 형성여부를 판 단하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영역이 매우 협소할 수밖에 없다. 37) 따라서 종전의 갱신기대권 법리는 사용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경우, 즉 관련 법령에 재임용의 근거가 있은 경우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 또는 인사규정 등의 특수 한 경우에만 갱신기대권의 형성이 인정될 소지가 컸다. 38) 이러한 점이 종전 갱신기대 권 법리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고, 실제로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대부분 사립학교법이 나 학교법인의 정관 또는 인사규정 등에 재임용에 대한 근거규정이 사립학교법 등 의 교육관계법령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 또는 인사규정에 존재하는 대학교원 또는 연 구원과 관련된 사례에 국한해서 적용되어온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은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 법령 등의 36)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2두8640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다52647 판결 등. 37) 전형배, 노동판례연구Ⅲ, 노사신문사, 2013, 152면. 38) 정인섭, 전게논문, 178면.
20 규정이나 계약 등에 재임용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 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 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의 해당 근로 관계를 둘러싼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의 형성을 인정함으로써 그 적용범위 를 일반 기간제 근로의 경우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39) B. 해당 업무가 상시 업무 인 경우를 갱신기대권 형성의 적극적인 표지( 標 識 )로 활용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은 갱신기대권의 형성에 대한 제반사정을 판 단함에 있어서 해당 기간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구체적으로 장애인콜택 시 사업을 한시적ㆍ일시적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갱신기대권 형성의 하나의 판단기준으로 삼음으로써 해당 업무가 상시적인 경우를 갱신기대권의 형성에 있어서 의 적극적인 표지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업무의 상시성 을 갱신기대권 형성의 적극적인 징표로 파악하고자 하는 대법 원의 이러한 태도는 현행 기간제법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보완하는 측면이 있으며, 해당 계약의 실질적인 규명을 통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규명하는데 있어 유의미 한 판단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40) C. 갱신기대권의 형성여부에 관한 판단과 관련하여 보완해야 할 과제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은 재임용에 대한 법령 ㆍ계약 등의 근거규정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재임용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는 경우에 도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의 형성을 인정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39) 김홍영, 사회통합과 비정규직 노동법의 변화, 저스티스 134-3호, 한국법학원, 2013, 87 면; 김재훈, 기간제 고용과 갱신기대권, 기간제고용의 규율방식 전환, 노동법률 2012. 1, 중앙경제사, 2012, 78-79면. 40) 이후의 판결에서도 해당 기간제 근로자가 담당하고 있는 물리치료 업무는 이 사건 복지관 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이고, 노인복지법령에도 노인종합복지관의 필수적 업무로 규정되어 있어 상시적, 계속적 사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정 을 갱신기대권의 형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제반사정의 하나로 들고 있다(대법원ᅠ2012. 6. 14.ᅠ선고,ᅠ2010두8225ᅠ판결).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21 그리고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제반 사정의 하나로 해당 업무의 상시성 을 갱신 기대권 형성의 적극적인 징표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재임용에 대한 내용들이 계약 등의 근거규정에서 빠르게 삭제되어 버 릴 것으로 판단되는 점, 더 나아가 사용자가 이러한 갱신기대권의 형성을 막으려는 의도로 오히려 재임용을 부정하는 취지의 근거규정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 을 고려할 때, 41) 해당 업무의 상시성 을 다른 제반사정들과 동일한 레벨의 표지로 이해한다면 현행 기간제법의 흠결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 이 크다. 따라서 갱신기대권의 형성에 있어서 해당 업무의 상시성 이라는 표지를 다른 제반 사정에 비해 보다 우월한 지위의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 가 있다. 42) 갱신기대권의 형성에 있어서 해당 업무의 상시성 을 보다 비중 있는 판 단기준으로 삼는다면 현행 기간제법의 최대 약점인 이른바 회전문 고용의 남용 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해당 기간제 근로의 기간의 장단에 따라 갱신기대권의 형성여부를 달리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당 기간제 근로자가 2년이라는 기간에 보다 가깝게 무탈하게 사용되었다면 이러한 사실은 해당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의 형성에 긍 정적인 사정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현행 기간제법이 2년이라는 기간 동안에는 기 간제 근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이 법해석의 한계 를 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장기간 무탈하게 근 로해온 사실을 갱신기대권의 형성에 있어서의 충분조건이 아닌 하나의 적극적인 표지 로 활용할 뿐이라는 점, 그리고 갱신기대권의 형성이 곧바로 갱신거절의 부당성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행 기간제법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한 적극 적인 해석의 방법이지 법해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 갱신거절의 정당성 여부의 판단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은 정당한 기대권을 구성하는 요소의 하나로 41) 김홍영, 사회통합과 비정규직 노동법의 변화, 저스티스 134-3호, 한국법학원, 2013, 89면. 42) 전형배, 노동판례연구Ⅲ, 노사신문사, 2013, 152-153면.
22 심사기준에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관계를 들고 있으며, 이러한 신뢰관계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을 부 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해당 심사의 객관성ㆍ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제반 사정들을 갱신 거절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는 대법원의 입장을 요약하면 사용자의 주관적인 판단 또는 의사표시가 개입되지 않는다면 고용의 계속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객관 적인 상황인 경우에 있어서의 갱신의 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를 해고 라고 한 다. 대법원은 이와 동일한 틀에서 객관성ㆍ공정성 43) 이 담보된 상태에서라면 자연스럽 게 갱신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재임용 심사의 룰을 깨뜨리는, 다시 말해 심사의 객관성ㆍ공정성을 깨뜨리는 어떠한 작위( 作 爲 )적인 행위(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 리공단판결에서는 사용자가 온전한 상황일지가 아닌 누락된 상황일지를 토대로 심사를 하였으며, 상황일 지에 기재된 민원과 인터넷으로 접수된 민원을 임의대로 다르게 취급하는 등의 작위적인 행위를 하였다) 를 하는 경우, 이를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와 다름없는 것으로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즉, 심사의 객관성ㆍ공정성을 깨뜨리는 사 용자의 어떠한 작위( 作 爲 )적인 행위 를 해고에 있어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사용자 의 일방적인 의사표시 와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법원이 갱신거절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심사에 있어서 심사기준의 공정성을 왜 그리도 강조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갱신거절의 심사 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면 해당 갱신거절은 사용자의 작위 가 개입되지 않아 (사용자 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해고가 아닌 자연스러운 기간만료이지만, 해당 심사의 공정성을 깨뜨리는 사용자의 어떠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이것을 자연스러운 기간만료가 아닌 해고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갱신심사의 공정성을 깨뜨림으로 써 해고에 있어서의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 와 동일시되는 사용자의 작위 는 이미 공정성 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부당해고와 동일시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44) 43)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대법원ᅠ2011. 7. 28.ᅠ선고,ᅠ 2009두2665ᅠ판결에서는 공정성ㆍ합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44)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대법원ᅠ2011. 7. 28.ᅠ선고,ᅠ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23 (3) 부당한 갱신거절의 효과 A. 문제의 소재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에서 대법원은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 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에 대한 법률효과에 대해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설시하고 있다.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의 판시내용에 있어서의 첫 번째 문제는 사용 자의 부당한 갱신거절행위에 대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 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사용자의 갱신거절 행위의 법적성격이 정확하게 무엇인지가 애매하게 되었다는 점이 다. 해당판결의 두 번째 문제는 사용자의 갱신거절 행위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 로 평 가되어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 있어서의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에 대해서 종전의 근로계약과 동일한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B. 사용자의 부당한 갱신거절행위의 법적성격 먼저 2011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은 갱신기대권이 형성된 경우 사용자가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는 행위를 부당해고와 마찬가지 라고 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형성되고, 객관성ㆍ공정 성이 담보된 재임용 심사라면 응당 재임용되었을 해당 기간제 근로자가 사용자의 부 당한 작위 가 개입됨으로써 갱신을 거절당한 것이라면 그러한 사용자의 부당한 작위 가 개입된 갱신의 거절은 해당 근로관계를 부당하게 종료시키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 즉 부당해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굳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 라는 애매 2009두2665ᅠ판결에서는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심사 과정을 거쳐 도출된 점수가 재계 약기준 점수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재계약 거절을 한 것은 그 실질에 있어 부당해고에 해당 하므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고 하여 부당해고와 동일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부당 해고에 해당 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24 한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사용자의 부당한 갱신거절행위는 곧 부당해고에 해 당한다. 실제로 이후의 대법원 판결들은 사용자가 공정성ㆍ합리성이 담보되지 않은 형식적 인 근무성적평정을 통해 부당하게 갱신거절을 한 유사한 사례에서 그러한 사용자의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45) C. 사용자의 갱신거절 행위가 무효인 경우의 법적효과 사용자의 갱신거절 행위가 무효인 경우의 법적 효과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입장이 나누어진다. 먼저 사용자의 부당한 갱신거절 행위를 부당해고로 간주하여 그 이후의 근로관계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46) 갱신기대권에서의 갱신 이 아닌 기간의 만료에 의해 종료되어야 하는 기간 제 근로계약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갱신기대권이 발생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다는 정 황 자체가 이미 갱신기대권이 발생함으로써 해당 기간제 근로계약에서의 기간의 정 함 은 그 효력을 상실하였고, 이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새롭게 체결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다음은 기간이 갱신되어 2년 이상 사용되는 경우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효과는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기간제법 제4조의 적용에 따른 결과 라고 하면서 사용자의 갱신거절의 행위가 무효인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에 대 해서 종전과 동일한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47) 2011년 서울특 45) 대법원ᅠ2011.7.28.ᅠ선고,ᅠ2009두2665ᅠ판결; 대법원ᅠ2012. 6. 14.ᅠ선고,ᅠ2010두8225ᅠ판결. 46) 박제성, 기간제 근로계약과 갱신 기대권, 노동법학 제38호, 한국노동법학회, 2011, 221-222면; 박은정,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 노동법학 제44호, 한국노동법학 회, 2012, 352면. 47) 김홍영, 사회통합과 비정규직 노동법의 변화, 저스티스 134-3호, 한국법학원, 2013, 89면. 신권철 교수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대법원이 갱신기대권의 인정범위를 축소하려는 경 향을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갱신기대권의 개념을 기간제근로자가 근로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갱신이나 무기근로계약으로의 전환시 공정한 절차와 심사 및 그 심사에 따른 결과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로 이해하고, 갱신거절의 합당한 이유가 없을 경우 갱신거절 을 무효로 보아 근로관계를 유지(복구)시키는 힘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부당한 갱신거절의 경우 해당 갱신거절이 무효가 되고, 해당 근로관계는 복구ㆍ유지(갱신)된다는 점, 그리고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25 별시 시설관리공단판결 또한 사용자의 갱신거절의 행위가 무효인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에 대해서 종전의 근로계약과 동일한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이라고 하여 동일 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해당판결은 사용자의 부당한 갱신거절의 행위가 무효 인 경우 단순한 손해배상의 문제가 아니라, 종전과 동일한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보아 근로자들의 원직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데 치우쳐 종전과 동일한 근로계약이 갱신된 경우 해당 기간제 근로자가 근로한 기간의 총합이 2년을 넘은 경 우에는 기간제법 제4조의 적용을 받아서 해당 기간제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갱신기대권의 법리는 원칙적으로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지만, 법령이나 근로계약ㆍ취업규칙ㆍ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 면 해당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 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 는 경우에 갱신기대권의 형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기간제 근로자에게 이와 같은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48) 그렇다면 계약을 둘러싼 특수한 제반사정으로 인한 신뢰관계의 형성으로 해당 근로 자에게 갱신기대권의 형성이 인정되고, 사용자가 객관성ㆍ공정성이 담보된 심사를 통 해 해당 계약을 갱신했다면 비록 그 용어는 갱신 이라고 하더라도 새롭게 체결된 근 로계약을 반드시 종전과 동일한 근로계약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기간제 근로의 고유의 필요성에 따라 기간제 근로를 사용한다면, 다시 말해 한시적인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한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근로자에게 한시적인 사정이 있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이와 같은 재임용ㆍ재계약 등의 갱 결국은 해당 기간제 근로자의 총 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게 되면 기간제법 제4조의 적용 을 받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김홍영 교수와 동일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신권철,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 조정과 심판 2013 가을호, 중앙노동위원회, 2013, 50-52면). 48) 신권철, 전게논문, 51면.
26 신이라는 것 자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49) 법령이나 계약 등의 규정에 명시적으로든지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둘러싼 제반사정 으로부터 인정되는 것이든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재임용ㆍ재계 약 등의 갱신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계약은 이미 한시적인 업무 가 아니라 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건 충족이라는 기준으로 재임용ㆍ재계약 등의 갱 신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사용자의 이익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근로자측의 한 시적인 사정 에 의한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국 특정한 요건 충족이라는 기준으로 재임용ㆍ재계약 등의 갱신이 결정되는 기간 제 근로계약은 기간제 근로 고유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용의 유연성이라 는 측면에서 좀 더 부담 없이, 상대적으로 좀 더 오랫동안 실질적으로 시용 이라는 근로관계로부터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50) 그렇다면 첫 번째 기간제 근로계약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힘들게 충족 함으로써 근로자가 기회를 얻게 되는 갱신된 근로계약까지도 장기간의 시용 으로서 의 성격을 가진 근로계약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해석인지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갱신을 약속하는 1년의 기간제 근로계약 을 체결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리고 해당 기간제 근로자가 어렵게 해당 요건을 충족 함으로써 계약의 갱신이 된 경우, 이를 종전과 동일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 으로 간주한다면 해당 기간제 근로자는 첫 번째 기간제 근로계약에서의 1년과 종전 과 동일하게 체결된 두 번째 근로계약에서의 1년을 더해서 총2년의 실질적인 시용기 49) 예를 들어 기간제 근로의 고유의 필요성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해당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는데도 한시성 을 가진 해당 업무가 여전히 종료되지 않은 경 우에나 계약의 갱신이 필요한 것이지 일정한 요건의 충족을 기준으로 계약의 갱신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기간제 근로의 고유의 필요성과는 무관하다. 50) 시용관계 또한 근로계약이 이미 성립된 근로관계이고 이러한 근로관례를 사용자가 일방적 으로 종료시키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상의 정당한 이유 가 필요하다. 그리 고 시용기간은 시용 이라는 의미를 퇴색시킬만큼 지나치게 장기간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일정한 요건 충족시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이라는 근로관계는 사용자에게 진정한 시용관 계에서의 장점은 모두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진정한 시용관계에 있어서 사용자가 부 담하는 위와 같은 제약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러한 이유가 사용자가 일정한 요건 충족시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이라는 근로관계를 선호 하는 본질적인 동기라고 생각한다.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27 간 을 보내고 또다시 갱신을 기대해야 하는 열악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시용 이라는 것은 정식발령 직전의 일정기간 동안 정규 종업원으로서의 적격성 유 무 및 본채용 가부를 판정하기 위해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기간 제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갱신)하기 위해서 활용될 성질의 근로관계가 아니다. 51) 갱신기대권이 형성되어 갱신이 이루어진 경우 새롭게 체결되는 근로계약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보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해당 갱신 의 성격이 일반 적인 갱신 의 성격과 다르다는 점이다. 법령이나 계약 등에 아무런 근거규정이 없고 계약을 둘러싼 제반사정을 검토해보아 도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도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해당 기간제 근로자와 계 약을 갱신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경우와 특정한 요건 충족이라는 기준으로 재임용ㆍ재계약 등의 갱신이 결정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에서의 갱신 을 동일하게 취 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자가 문언적 의미에서의 진정한 계약의 갱신 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원칙적으 로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 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는 기간제 근로계약 만료의 법적 효과를 무력화시킬 정도의 법률요건이 성립된 경우, 즉 근거규정이나 계약을 둘러싼 제반 사정을 근거로 갱신기대권이 형성되고 아울러 객관성ㆍ공정성이 담보된 심사를 거쳐 갱신 이 된 경 우에서의 새로운 근로계약의 체결은 문언적 의미의 갱신 이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새롭게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에 있어 서의 해당 근로자가 통과한 객관성ㆍ공정성이 담보된 심사는 무기근로계약 전환심사 51) 권혁교수는 시용근로관계는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시용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한도에서 최소한의 기간을 정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행 기 간제법은 얼마든지 아무런 사유가 없이도 최대 2년간을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기 때문에 현행 기간제법의 사용제한 규정은 시용근로법리를 사실상 형해화시키고 있 다고 한다(권혁, 기간제 상한 제한 규정(제4조)의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 부산대학교 법 학연구 제54권 제3호,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2013, 184면). 갱신기대권 법리에서의 갱 신 의 의미를 일반적인(문언적) 의미에서의 그것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종전과 동일한 기간 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한정해서 해석한다면 이러한 해석 또한 시용근로법리를 형해 화시키는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8 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즉 양자를 달리 취급해야 한다. 52) 이와 같이 해석했을 때 계약 당사자의 의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에 대한 우려 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기간제 근로의 고유의 필요성과는 무관 하게 기간제 근로계약을 해고제한의 부담이 없는 장기간의 실질적인 시용 의 반복으 로 활용하려는 사용자의 의도를 방치하는 것이 고용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법 잠 탈의 시도를 묵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기간제 근로의 규율은 당사자의 타협이나 합의에 전적으 로 맡길 것이 아니라 규범적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영역이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의 계약에서 비록 갱신 이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우리는 규범적 판단을 통해 그 의미를 구별하여 경우에 따라 각각 상이한 법률효과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Ⅳ. 결론에 갈음하여 본 논문에서는 갱신기대권의 형성과 전개과정, 그리고 기간제법의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갱신기대권 법리가 좀 더 진화되어 가는 모습과 아울러 개선되어야 할 방향성도 고민해보았다. 인간에게 있어서 일, 즉 업무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과 가치의 실현을 통해 인간 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일, 업무는 사용자(자본가)의 자본에 의해 창출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근로의 의사가 있는 국민의 인격의 발현과 자아의 실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기 위해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장( 場 )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 업무라는 것이 자본가에 의해 창출되었다고 해서 그의 전유물( 專 有 物 )은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인류역사에 있어 기업은 끊임없이 흥망성쇠를 거듭했지만, 인간은 그에게 주어 52) 갱신기대권의 형성과 그에 따른 계약의 갱신이 쉽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했 을 때, 이와 같은 경우를 그 어떠한 갱신기대권 형성의 요건(요소)도 없이 단순히 사용자측 의 필요에 의해 기간만료 시점에서 해당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 하는 경우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 변성영 29 진 일, 업무를 통해서 인격이 발현되고, 자아가 실현되고, 최소한의 생활수단이 확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상시적인 업무 임에도 힘의 불균형을 이용한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기간제 근로계 약을 체결하는 기간제 근로자에게 과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근로의 권리, 직업의 자유, 행복추구권, 그리고 실질적인 계약의 자유 가 부여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현재의 기간제 근로의 규율에 관한 법률은 사실상 무( 無 )에서부터 출발하여 결국은 헌법상의 기본원리ㆍ기본권에서 도출되는 상시 업무에 대한 상시 고용의 원칙 이 관 철되는 완전한 규율로 가는 기나긴 여정( 旅 程 )의 어느 한 지점( 地 點 )에 머물러있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이 기간제 근로에 대해 가리키고 있는 지향점과 현행 기간제법이 머무르고 있 는 지점(현실)사이의 간극이 있다면 가능한 범위내에서 그러한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 여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현행법 이라는 해석상의 한 계 내에서 기간제 근로에 관한 헌법적 가치에 최대한 근접한 해석론의 제시와 관련 된 문제이다. 여기서의 해석론에 있어서는 사법해석, 즉 판례법리의 전개와 활용의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소위 쪼개기 계약 과 회전문 사용 이라는 사용자의 기간제 근로 남용행위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기간제법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현실적 대 응과정에서 스스로 진화ㆍ전개되어왔던 갱신기대권 법리를 좀 더 세밀하고 폭넓게 활 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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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에 대한 토론문 박 은 정 * 한달여 전인 11월 6일, 서울고등법원은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됐다 해도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다면 일방적 해고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0년 10월 25일 H재단법인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근로자가 2년 후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이 해지된 것에 대한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던 사건이었고, 지노위는 근로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근로계약의 종료라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중노위는 이 근로자의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 만료 1개월 전에 재계약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여 계약 만료시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고 이 사건 근 로자가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중노위의 판 단을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인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H재단법인은 공익법인으로서 실업 극복 이라는 사명감을 안고 첫 발을 내디뎠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오직 함께 일하는 사회 만들기에 전념해 온 H재단의 비전은 사회 적 양극화 해소와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 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7일, 공익재단 최초로 노조활동 보 장과 근로조건 및 제도 개선 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 사례를 만들어냈다고도 합니다. 이 사건은 기간제법 제정 이후의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해서도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2014년 2월 대법원이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 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 * 인제대 법학과
34 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실태, 근로자가 수행 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 라고 판단한 바 있기는 합니다만, 이 사건의 최초 근로계약도 기간제법 시 행 전에 체결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H재단사건의 의미에 대하여 주목을 하고 있던 중 이번 동계학회 토론자로 서 변성영 박사님의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라는 글을 읽고 토론자로까지 나서게 되었습니다. 변성영 박사님의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글은 근로계약상 기간 설정의 한계를 갱신기대권 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하고 근로계약상 기간 설정의 효과를 제한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입니다. 특히 2007년 7월 1일 기간제법 제정 이전의 갱 신기대권과 이후의 갱신기대권을 구분하여 논하면서, 기간제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기 간제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주장을 해 주셨 습니다. 특히 기간제법에 대한 목적적 해석을 통해 기간제 근로계약의 한계를 보여주 고자 하셨던 점은 인상깊었습니다. 전체적인 논의의 흐름이나 결론 부분에 대한 특별한 이견은 없습니다. 저도 기간제 근로계약에서 기간 의 의미 및 효력에 대한 관심을 크게 두고 있었는데, 변성영 박 사님의 이 글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의 의미를 보다 체계 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중첩적용을 부정한 사례와 긍정한 사례의 본질적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기간 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사안(서울고법 2011. 8. 18. 선고 2011누9821 판결)에서 검토된 취업규칙에서는 1년 이상의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고도의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하다 는 등 (복무규정에) 정한 사유가 없는 이상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 하고 있었습니다. 즉 근로계약의 갱신 가능성을 명백히 제한하고 있
토론문 35 었던 것입니다. 반면 갱신기대권 법리를 적용한 사안(서울고법 2014. 11. 6. 선고 2013누53679 판결)에서 검토된 근로계약에서는 근로계약 만료 1개월 전에 재계약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이외 별달리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 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의 절차와 요건을 정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 었습니다. 물론 후자의 사건에서 기간제법의 의미를 전자의 사건과 다른 관점으로 바 라보고 있는 듯 보이고, 이 점을 변성영 박사님의 글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글의 각주 25번 판례를 검토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말씀하셨듯, 갱신 기대권을 이해하는 법원의 배경은 기간제법의 목적에 있다기 보다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 등의 규정과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을 여러 가지 정황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첫 번째 사안에서 법원은 예외적이지 않는 한 기간제 근로계약이 2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취업규칙 규정의 근거를 밝 히기 위해 기간제법의 목적을 거론하였고, 두 번째 사안에서 법원은 갱신기대권을 인 정할 수 있는 정황적 판단의 근거를 밝히기 위해 또한 기간제법의 목적을 거론한 것 입니다. 기간제법의 목적을 두 번째 사안과 같이 이해하더라도 과연 첫 번째 사안에 서의 근로계약이 2년을 초과하여 갱신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 생기는 것은, 결국 기간 제법의 목적이라는 것이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데 확정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 변성영 박사님께서는 2011년 대법원 판례가 갱신기대권 법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갱신기대권 인정 기준을 완화하였다는 점, 해당 업무의 상시성을 갱신기대권 형성의 적극적 표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주요하게 보신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근로계약의 기간에 대한 효력이 문제되는 것은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는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 다 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이고, 둘째는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 다 고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갱신기대가능성의 문제는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 는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이후의 문제입니다. 즉 1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 은 기간의 만료와 함께 종료되기 때문에, 우선 근로계약의 기간이 실질적 의미를 갖 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 한 경우에는 해
36 당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 아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 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계약서의 내용 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 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합니다. 2 이에 따라 근로계약의 기간이 그 정한 대로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판단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의 반복 갱신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반복 갱신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기간의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계약의 기간 만료의 성격을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근로자에 게 기간의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는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 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 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 하게 되는 것입니다. 1과 같은 경우가 인정될 때는 계약의 갱신이 아닌, 기간의 효력 자체를 부정해야 할 것입니다. 갱신 이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새롭게 반복하여 쓰는 것 일 뿐이므로 기간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기간제법에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업무의 상시성이 근로계약 기간의 효력을 부정하는 직접적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임에도, 몇몇 판례는 업무의 상시성을 이유 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1두24361,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8225판결 등). 이것은 곧 상시적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고, 근로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것에는 뭔가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갱신기대권이 아닌, 근로계약 기간 설정의 제한이라는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 닌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저의 의문은 갱신기대권이라는 용어 사용으로도 이어집니다. 법전을 펼쳐 기대 라는 용어가 나오는 경우를 살펴봅니다. 이것은 주로 절차와 관련되어 있습니 다. 예를 들어, 민사소송법 제43조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
토론문 37 이 있는 때 소송의 당사자가 법관기피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행정심판 법 제10조에서도 위원에게 공정한 심리ㆍ의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행정심판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고용 보험법, 교원소청에 관한 규정, 국가공무원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노동위원회법,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소비자기본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의료사 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 법, 특허법, 헌법재판소법 등에서도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기대 는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것입니다. 위와 같은 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대 가 권리일까요?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예로 들 어 보면, 소송의 당사자는 법관으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 데 일정한 사정에 의하여 공정한 재판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기대)을 할 수 있 습니다. 공정한 재판의 권리가 침해당할 것이라는 합리적 예측(기대)으로부터, 소송의 당사자는 법관기피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다시 발생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기대 는 권리가 아니라 권리의 실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실일 뿐입니다. 권리의 침해 가 능성에 대한 예측(기대)인 것이고,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하여 그 예측(기대)이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이 될 때 다시 기피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기대는, 권리라기 보다는, 권리의 침해 또는 존재를 확인하는 가교로서 역할합니다. 판례나 학설은 기대권이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 가 지금 다루고 있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일 것입니다. 근로자에게 근로계 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 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 이 없다는 것입니다. 계약연장기대권 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년연장과 관련된 한 사건에서 법원은 정년연장과 관련하여, 원래 정년을 연장할 것인지의 여부는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근로자에게 정년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정년연장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근로자 에게 가혹하다든가 혹은 다른 근로자의 경우에 비추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사정이 있 는 경우 등에는 정년연장을 기대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38 기대권을 인정하고, 그 기대권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 사안을 판단하는데 용이한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권의 논리는 사실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근로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되지 않을 법적 권리를 갖습니다. 다만 정년은 근로관계를 종 료시키는 정당한 이유라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정년에 기초한 근로관계의 종료는 부 당해고가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일정한 사정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계약기간의 만료 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발생한다면(물론 여기에서의 기대 는 근로자의 주관적 기대가 아닌, 계약의 반복갱신에 대한 객관적 합리적 기대일 것 입니다), 이것은 근로자에게 계약갱신의 기대의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기간의 효력이 상실됨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해고되지 않고 계속 일할 권리가 확인되 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근로자에게 계약기간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 종료가 발생할 경우,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라는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 존재하고 있던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되지 않을 법적 권리 로부터 부당한 해고(근로관계의 종료)임 을 다툴 여지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갱신기대권이 존재하느냐 여부 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계약의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침 해한 것인가 아닌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기간제 근로계약은 기간의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 다. 그렇다면 사실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자신의 근로계약의 기간이 반복갱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발생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에 대한 기대가 발생한다는 것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기간의 정함의 효력에 무엇인가 흠결이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물론 여기에서의 기대 도 근로자의 주관적 기대가 아닌, 계약의 반복갱신에 대한 객관적 합리적 기대일 것 입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의 기간의 효력에 흠결이 발생했다면, 근로자는 그 기간의 구속을 벗어날 수 있게 되어 기간의 만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할 수 있을 권리를 갖습니다. 이것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 계약갱신의 기대 를 위해 요구되는 제반 조건들일 것입 니다. 그렇다면 계속 일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권리가 침해당한 경우, 법원
토론문 39 은 반복갱신에 대한 기대의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의 효력이 상실 되었으므로 근로자는 계속 일할 권리를 갖는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기대 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을 줍니다. 물론 판례나 법이 말하 는 기대라는 것이 소송의 당사자 개인의 주관적 기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대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마땅히 존재하고 있어야 할 권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기대의 권리를 발생시키는 것처럼 보이게 판결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로부터 빗겨나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봅 니다. 변성영 박사께서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한 결과로서의 연구물에 대하여, 기존에 제가 갖고 있던 몇 가지 의문을 덮어 씌우며 글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듭니다. 다만 갱신기대권이라는 것에 대하여 오래 동안 고민하신 만큼, 저의 몇 가지 짧은 생각들에 대한 좋은 의견도 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1) 공무원의 근무조건과 단체교섭 오 세 웅 * Ⅰ. 서론 Ⅱ. 공무원 근무조건 법정주의 Ⅲ. 공무원의 근무조건과 단체협약 Ⅳ. 실효적인 공무원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법제 구축 Ⅴ. 결론 Ⅰ. 서론 전통적으로 공무원이라고 하면 공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 인의 권리가 제한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국민의 공복( 公 僕 )이었다. 그리고 직업 적 측면에서 보면 여타 직업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의 급여가 제공되지만 그에 대 한 보상으로 안정적인 정년과 연금이 보장되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높은 실업율과 고용불안으로 고용시장이 악화되면서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근무조건과 복지혜택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정년과 연금의 보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택가치로 작용하여 공무원은 어느새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도 개인의 권리 신장보장에 대한 욕구가 중가하면서 공복으로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적인 자세보다 일반 직업인과 동일한 자세로 업무를 대하고 자신의 권리에 대한 주장도 강조하게 되었다. 이러한 공무원에 대한 인식과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법제는 여전히 과거 법제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공무원의 신분 및 근무조건에 대한 보장 *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
42 은 예전보다 약해졌고 공무원들의 권리신장에 관한 목소리는 커졌지만, 국가는 여전 히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며 기존의 공무원 관련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현행 공무원 제도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공무원의 근무조건이 일반 근로자보다 상대적 으로 낮은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소중한 근로를 제공하는 공무원이 근무조건 결정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는 허약한 상태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공무원의 근무조건과 관련하여 중 요한 논의는 단순히 공무원 법제의 내용이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는 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의 근무조건에 관한 논의는 그 내용 보다 절차로서 어떠한 결정구조 를 형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공무원 근무조건 결정 구조 논 의의 핵심은 정당성과 민주성이 확보된 구조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 결된다. 공무원도 자신의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자이므로 공무원이 근로자 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근로관계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근로계약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하거나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등을 통해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 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별적이나 집단적 결정 형태 모두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의 합의를 기초로 한다는 동일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근로자는 근로조건 결정 과정에서 하나의 결정 주체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근 로자는 근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인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서 근로조건은 자신의 근로에 대한 대가와 처우를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당연히 그 결정에도 일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통적 공무원 법제에서 공무원 은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제공하는 근로가 어느 수준의 대가를 지급받고 어 떠한 처우를 받게 되는지에 대해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공무원은 단지 법령 등을 통해 결정된 근무조건에 이의 제기 없이 그대로 적용받는 것을 당연 한 것으로 여겨야 하는 존재로 취급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국가 주도의 근무조건 결 정 구조는 분명 보완이 필요한 것이지만, 그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공무원노조법의 시행으로 공무원이 근무조건에 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근무조건 결정 과정
공무원의 근무조건과 단체교섭 / 오세웅 43 참여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행 공무원노조법 내용에 일부 보완이 필요 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공무원의 노동3권에 관한 연구는 근무조건의 결정 구조에서의 역할 보다 원론적 담론인 공무원에 대한 노동3권 제한에 관한 연구에 상당히 치우쳐 진행되어 왔다. 공무원의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근거는 근로자 이기 때문이고, 제한되어 야 하는 이유는 공무원 이기 때문이라는 원론적인 주장만이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공무원노조법 시행 시기를 즈음하여 노동3권 실현의 구체적인 형태와 제한에 대한 타당성 논의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었지만 이 또한 일반 근로자와 공무원인 근 로자 비교를 통해 제한의 정당성을 인정하거나 이를 부정하는 주장이 주를 이루었 을 뿐, 실제 노동3권의 보장이 근무조건 결정 구조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 한 논의는 부족했다. 단순히 공무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이 공무원이 일반 근로자와 다른 형태의 근무조건 결정 법리를 갖게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구조 속에서 노동3권 보장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어떠한 형태로 실현되 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Ⅱ. 공무원 근무조건 법정주의 1. 의의 (1) 개념 공무원의 근무관계는 일반 근로자의 근로관계와 상이하기 때문에 근무관계의 내용 중 하나인 근무조건의 결정체계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 근로계약을 기초로 형성되는 근로관계에서는 계약이 가지는 특성에 따라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한 자율적인 결정 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반면, 공직을 담당하는 자로서 국가로부터 임명되어 국가와 충성관계를 형성하는 공무원은 공익( 公 益 )에 대한 고려와 국민과의 관계가 중요시되 는 근무관계이기 때문에 당사자 간의 의사보다는 공직의 완전한 수행을 통한 국가 기능의 정상적 작동과 공직 수행의 수혜자이자 공무원의 근무조건 형성에 필요한
44 재원을 부담하는 국민으로부터의 감시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때문에 공무원의 근무관계의 내용인 근무조건의 형성은 근무관계 당사자의 의사보다도 전체 국민으 로부터 담보되는 민주성과 공공성이 보다 높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민주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도입된 근무조건 결정의 기본원칙이 바로 공무 원 근무조건 법정주의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 근무조건 법정주의라는 용어는 법률용어로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헌 법재판소가 교원의 지위(근무조건)를 법률로서 보장하는 것에 대해 교원지위 법정주 의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1) 있고, 공무원의 근무조건이 법률을 통해 형성된다는 원리 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용어라고 판단된다. 행정법 영역에서는 공무원법 관 계가 법률을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설명하며 이를 법정주의라고 표 현하는 경우가 있으며, 2) 우리와 유사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는 공무원 근무 조건 법정주의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3) (2) 근로조건 법정주의와의 구분 헌법 제32조 제3항에서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노동법에서 이는 개별적 노동관계의 법적 규율에 관한 기본원칙인 근로조건 법정주의 를 밝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4) 공무원 근무조 건 법정주의는 여기서 말하는 근로조건 법정주의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일반 사용 자와 근로자 간의 근로관계는 계약을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근로조건 결정의 가 장 기본적인 원칙은 당사자 간의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조건의 결정은 국 가가 개입하여 규율하고 강제하는 것보다 관계 당사자에게 맡기는 것이 더 바람직하 다는 판단 하에 헌법 및 실정법에서는 근로조건의 내용을 직접 규율하기보다 자율적 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법제를 마련하고 있다. 헌법은 근로조건에 1) 헌재 1991. 07. 22. 89헌가106 2) 홍정선, 행정법원론(하) 제21판, 박영사, 2013, 295쪽 3) 全 農 林 警 職 法 ㆍ 事 件 最 大 判 昭 和 48ㆍ4ㆍ25 刑 集 27 巻 4 号 547 頁 ; 菅 野 和 夫, 勞 働 法 第 十 版, 弘 文 堂, 2012, 25쪽; 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근로조건결정의 법적 쟁점, 제6회 한일노동법 FORUM 자료집, 2012, 80쪽 4) 임종률, 노동법 제11판, 박영사, 2013, 14쪽
공무원의 근무조건과 단체교섭 / 오세웅 45 관한 노사의 자율결정 원칙을 보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수정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노사 자율결정의 원칙을 보충하고 있다. 다 시 말해 헌법 제32조 제3항의 의미는 근로조건에 관한 규율을 전적으로 근로관계 당 사자나 노사 간의 집단적 자치에 맡겨두는 것이 헌법이 상정한 근로조건 결정의 정 의를 실현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근로조건을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규율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권한을 입법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5)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헌법 제32조 제3항에서 정하고 있는 이른 바 근로조건 법정주의는 그 자체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려는 것이 아닌 노사 간의 자율적 인 근로조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헌법적 안전망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게 되며, 근로조건 법정주의를 통해 입법화된 근로조건에 관한 법률은 근로조건의 최저한의 제한을 설정한다는 의미로 해석 6) 된다. 이러한 의미의 근로조건 법정주의는 근무조건 결정권한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에 부여하는 것을 근무조건 결정 구조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공무원 근무조건 법정 주의와는 그 출발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의 근무조건 법정주의는 그 취지 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근무조건의 최저한의 제한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기는 어렵고 실제 공무원에게 적용할 적정 수준을 규율한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 법정주의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3) 필요성 공무원의 근무조건이 법정화 된다는 것은 공무원의 근무조건을 결정하는 권한을 근 무관계당사자가 아닌 입법권자가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근로자의 근로조건 결정과 달리 공무원의 근무조건을 근무관계 당사자가 아닌 입법권자에 의해 결정되도 록 하고 있는 이유는 공무원 제도의 일부를 구성하는 공무원 근무조건의 내용 결정 과 공무원 근무조건 형성에 소용되는 예산인 조세의 사용에 있어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공무원제도라는 것은 국가 체계 및 질서에 굉장히 중요 한 요소이기 때문에 공무원제도에 관한 사항은 당연히 헌법 체계 내에서 기본 원칙 5) 헌재 1998. 10. 29. 97헌마345 6) 헌재 2011. 7. 28. 2009헌마408
46 과 기준이 잡혀져 있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법률을 통해 규율될 필 요가 있게 되고 한편으로는 국가운영에 관한 직무를 직접 담당하고 국민에 대한 행 정을 펼칠 공무원에 관한 사항이므로 공무원제도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민주적 정 당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7) 공무원의 근무조건은 공무원의 근무와 관련한 것으 로 보수, 근무시간, 휴게, 후생복지, 재해보상 등이 그 주요 내용이 되는데, 이는 국가 가 국정운영을 위해 설정하는 공무원제도에 있어 중요한 내용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이 어떠한 처우와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가는 공무원이 담당하는 공무가 국민에게 어떻게 제공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무원 근무조건 형성의 주요 재원인 예산의 사용은 당연히 국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때문에 근무조건은 공무원제도의 주요요소로서 법률을 통해 기본적으로 규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에 대하여는 그 직무의 성질이 고도의 공공성ㆍ공정성ㆍ성실성 및 중 립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사용자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은 바람직한 공무 원제도의 승계ㆍ유지ㆍ향상 및 발전을 공동의 목적으로 하여 상호 협력ㆍ존중의 관계 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의 근무관계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이원적 구조 아래서 서로 투쟁과 타협에 의하여 발전되어 온 일반 노동법관계에 의하여 규율하는 것보다 공무원의 지위와 직무의 공공성에 적합하게 형성ㆍ발전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 이고 합목적적일 수 있다. 8) 근무조건의 결정을 공무원 근무관계 당사자에게 맡겨 근 무조건 결정과정에서 상호 간의 대립구도를 형성하게 하고 그로 인해 공무의 운영이 정지되는 사태를 발생케 하는 것은 공무원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으므로 공무원의 근무조건은 법률 등을 통해 직접 규율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 헌법적 근거 (1) 헌법 제7조 7) 장영수, 헌법학 제5판, 홍문사, 2010, 356쪽 8) 헌재 2005. 10. 27. 2003헌바50
공무원의 근무조건과 단체교섭 / 오세웅 47 헌법 제7조는 제1항에서 공무원의 지위와 책임을, 제2항에서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 치적 중립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 내에 규정되고 있는 공무원 관련 규정 중 가장 기본적인 규정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의 근무조건 법정주의의 헌법적 기초에 관한 가장 중요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 근무조건 법정주의의 헌법적 기초를 헌법 제7조에서 찾는 견해는 다시 제1 항에서 찾는 견해와 제2항에서 찾는 견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공무원의 근무 조건법정주의 기초를 헌법 제7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성 에서 구하는 견해 9) 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므로 공무원제도의 내 용에 대해서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의회제민주주의와 재정민주주의에 기초한 민주 적 통제가 요구되게 되고,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제도와 관련한 내용을 법률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며, 공무원의 근무조건 역시 공무원 제 도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므로 마찬가지로 법률에서 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반 면,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근무조건 법정주의의 기초를 찾는 견해 10) 는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신분보장 을 그 근거로 본다. 헌법 제7조 제2항 을 이른 바 제도적 보장으로서의 직업공무무원 제도에 관한 근거 규정으로 이해하 면서 직업공무원제도 하의 공무원 근무관계에서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충성의무 (Treuepflicht) 와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보호 배려의무는 직업공무원제도의 주요 내용 이자 헌법적 요구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국가의 보호 배려의무의 주된 내용은 공무원에 대한 신분보장과 함께 경제적 보장이라고 설명하며 공무원 근무조건 의 법정주의는 직업공무원제도에서 도출되는 공무원의 신분 및 경제적 보장의 실현으 로 이해한다. 그리고 공무원의 경제적 보장은 직업공무원제도의 요소인 직무수행의 독립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공무원의 생활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 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주장된다. 11) 즉, 공무원과 그 가족의 생계와 9) 下 井 康 史, 公 務 員 の 團 體 交 涉 權 協 約 締 結 權, 季 刊 勞 働 法 221 号, 2008, 92 頁 ; 반면, 일본 의 공무원 근무조건 법정주의 근거에 관한 지배적인 견해는 일본국헌법 제73조에서 정하 고 있는 내각의 업무 내용 중 제4호의 법률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관리에 관한 사무를 맡 아서 처리할 것 으로부터 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일본최고 재판소도 마찬가지 견해이 다. 10) 한수웅, 헌법학 제3판, 법문사, 2013, 1259쪽; 류지태 박종수, 행정법 신론 제15판, 박영사, 2011, 7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