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T 산업경제분석 필리핀 조선산업과 한국 조선산업의 비교 요 약 필리핀은 최근 한국, 중국 및 일본의 뒤를 잇는 조선 강국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 는 국가이다. 섬이 많은 지리적 특성상 선박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편이며 국가 기 간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더해져 조선산업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성장하는 필리핀 조선산업의 외형 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자국의 조선소와 외자계 조선소 간의 기술적 격차 및 생 산성 문제 등으로 인해 한쪽에 치우친 발전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실제 연관 산업을 통한 수요 창출, 금융 지원, 세제 혜택 등 필리핀 정부가 그동안 실행한 지원 정책은 국내 조선산업 발전기에 한국 정부가 행하였던 지원책과 비슷 한 부분이 있지만 현재 양국의 현실은 한국의 경우 자국 대표 조선소가 글로벌 빅 3로 통칭되는 반면, 필리핀 대표 조선소는 모두 외자계 조선소로 구성될 만큼 다 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국은 초기 조선산업 지원정책에서 보조금 지급 및 대출과 같은 재정지원에 집중 한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민간 주도의 경쟁력 확보를 지 원하고 선박 경기 침체 시에 계획 조선을 통한 내수 진작을 실시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산업 합리화 등을 통해 적시에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필리핀은 생산성 향상 및 기술력 제고보다는 외부 자원에 대한 장벽 제거에 치중하였으며 침체기의 수요 창출 면에서도 해운업에 대한 지원에 따른 국내 조선 업 위축을 초래하는 등 상당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2 0 1 3 1 0 75
필리핀 조선산업과 한국 조선산업의 비교 1. 머리말 필리핀은 클락슨이 집계하는 수 주잔량 기준으로 글로벌 5위 1) 의 조선업 국가이다. 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내부 적으로 섬들 간의 물자 이동을 위 해 많은 선박이 필요할 수밖에 없 는 환경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 상 조선산업 발전은 자연적인 흐 름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도 한국과 비슷한 1970년대부터 조선업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하 여 현재까지도 국가적인 기간산업으로 지원을 하 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필리핀에서 조선업이 갖 는 중요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 글로벌 조선산업의 가장 선두에 있 는 국가이다. 전 세계 약 500개의 조선소 가운데 수주잔량 기준 상위 6개사가 한국 조선소이며 특 히 빅3의 규모는 월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 대내적으로도 조선산업은 1990년대부터 국내 대 표적인 수출 품목으로 부각된 후 줄곧 상위권 자 리를 유지해 왔다. 특히 조선업이 최대 호황기를 보였던 2011년에는 566억 달러의 수출 규모를 보 이며 국내 수출액 점유율에서 10% 이상을 차지하 여 수출 품목 1위로서 국내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해 왔다. 최근 들어 미국발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 1) 수주잔량(m.cgt) 기준:중국(33.1)-한국(28.3)-일본(14.4)-브라질(2.7)- 필리핀(1.7). 2) Clarkson, World shipyard monitor(2013. 8). 기로 인한 금융경색 등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출을 통한 외화 가득 및 고용 효과 등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감안할 경 우, 조선산업은 향후에도 국내 경제를 이끌어야 할 기간산업이자 최우선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 는 조선 강국이 되었지만 국가별 실상을 들여다보 면 한국이 속해 있는 선두 그룹과 필리핀은 산업 경쟁력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본고에서는 비슷한 환경적 조건을 가지고 비슷 한 시기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에 현재와 같은 격차가 발생한 원인을 정책의 실효성에서 찾 고자 한다. 그리고 한국 조선업 발전에 정부 정책 이 끼친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필리핀 정부의 조 선산업 지원 정책과 비교함으로써 정부 지원책과 조선산업 발전과의 연관성에 대해 시사점을 도출 하고자 한다. 76 KIET 산업경제
2. 필리핀의 조선산업 현황과 지원 정책 (1) 필리핀의 조선산업 현황 현재 필리핀에는 400여 개 이상의 조선소가 존 재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형 조선소나 수리 조선 소이며 5,000톤 이상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대 형 조선소는 10개사 정도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필리핀 조선산업은 한국이 투자한 한진중공업 수 빅조선소, 싱가포르의 투자 법인인 Keppel Philippines Marine Inc.(KPMI), 일본이 투자한 Tsuneishi 조선소, 이렇게 외국인 소유의 3개 대형 조선 소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진중공 업 수빅조선소가 CGT 잔량 기준으로 유일하게 글 로벌 20위권 3)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현재 필리 핀을 대표하는 조선소라고 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 내 70만평 부지에 2006년부터 조선소 투자를 시작하 였으며 당시 공장이 착공되기도 전에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해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2000년대 초 반까지 필리핀에서 생산능력 기준으로 Keppel 수 빅조선소 4) 가 가장 큰 규모의 조선소였지만, 2000 년대 중반 신조 및 수리 조선소에 대한 정부 차원 의 종합적인 지원 정책으로 한진중공업의 수빅조 선소 투자라는 결과를 이끌었고, 2007년 12월 한 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 1단계 완공에 성공, 건조 를 시작하면서 1위 자리를 차지하였다. 수빅조선 소는 전통적으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과 같은 범 <그림 1> 필리핀 주요 조선소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Keppel Subic Keppel Batangas Tsuneishi Cebu 자료 : Philippine Board of Investment(www.boi.gov.ph). 3) 한진 수빅조선소(17위), Tsuneishi Cebu(28위) Clarkson, World shipyard monitor(2013. 8). 4) 2002년 생산능력 1,012,500DWT(필리핀 1,544,787DWT의 65%), Maritime Industry Authority. 2 0 1 3 1 0 77
필리핀 조선산업과 한국 조선산업의 비교 <그림 2> 신흥국 수주잔량 시장 점유율(좌) 및 신규 수주 점유율(우) (%) 2.5 2 1.5 1 0.5 (%) 3 2.5 2 1.5 1 0.5 0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0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베트남 인도 브라질 러시아 터키 필리핀 자료 : Rima Mickeviciene(2011), Global Shipbuilding Competition: Trends and Challenges for Europe, The Economic Geography of Globalization, Prof. Piotr Pachura (Ed.), InTech. 용 선박에 집중해 왔으며 인도 척수 기준으로도 각각 54.2%, 33.3% 5) 를 차지할 만큼 두 선종이 높 은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LPG선 수 주 6) 를 통해 가스선 부문에 진출함으로써 향후 선 종 구성에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 로 보인다. 싱가포르 Keppel의 필리핀 법인인 KPMI는 Keppel Batangas Shipyard와 Keppel Subic Shipyard 두 곳의 조선소를 운영 중에 있다. Batangas 조선소의 경우 신조에도 일부 참여하고 있지만 기 존 선박의 수리 및 개조 영역에 특화되어 있으며 한진중공업과 같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위치한 수 빅조선소 역시 해양구조물 조립이나 수리, 개조 등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 Tsuneishi 조선소는 필리핀 세부지역에 위 치에 있으며 최대 18만 DWT 선박까지 건조가 가 5) Clarkson, World shipyard monitor(2013.5). 6) Exmar 社 LPG 38,000 CBM 8척. 능하다. 8월 기준으로 보유한 수주잔량 35척이 모 두 벌크선일 만큼 벌크선 건조에 특화되었으며 해 당 선종 가운데에서도 효율성 차원에서 특정 선형 만을 필리핀에서 건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필리핀 조선소는 수출용 강선에 집중 하고 있는 외자계 빅3와 필리핀 자국 조선소로 구 분할 수 있다. 자국 조선소들은 영세한 규모로, 필 리핀 내수용 선박을 위주로 건조하고 있다. 이렇 다 보니 수치상으로 확인되는 필리핀 조선산업의 발전은 신흥국 가운데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해외 투자 조선소 물량을 제외한다면 필리핀 국 내 조선소가 건조 중인 수출용 강선 물량은 전무 하다고 할 정도로 일부 조선소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 빅3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수주 활동을 지원하거나 수주된 물량을 배분하는 경우가 있어 필리핀 국내 조선소가 겪는 수요 문제는 크게 부 78 KIET 산업경제
각되지 않고 있다. 실제 Tsuneishi 조선소는 수주 잔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본 선사 발주 물량으 로 필리핀 내수와는 큰 상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자국 내 조선소는 건조 가능한 선종 및 규 모 등의 영향으로 내수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 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부로 보이는 것 과 달리 외국계 자본유치 및 기술 도입에도 불구 하고 값싼 노동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찾 아 필리핀에 투자한 일부 기업들만이 점차 규모와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으며, 반대로 필리핀 자 국 조선소는 낮은 생산성과 뒤떨어진 기술력 등으 로 자국의 선박 발주자들에게조차 외면을 받으며 낮은 생산 비용과 빠른 납기를 이유로 해외 조선 소들에 물량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2) 필리핀 조선산업 지원 정책 1960년대 후반 필리핀 정부는 조선산업을 포함 한 15개의 전략적 지원 산업을 선정하여 세금 및 관세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재정적 지원(장 기대출, 보증 등)을 시작하였다. 지원 범위는 국 영 해운 및 조선소로 점차 범위를 확대하였으며 이를 통해 1,700GT까지 건조 능력을 키울 수 있 었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 고 1970년까지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하였는 데, 이러한 배경에는 선박에 대한 수요가 신조보 다는 기존 중고 선박의 매수 및 수리를 통한 운영 에 집중되어 있었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당 시 필리핀 운영 선박의 대부분은 전후 미군 관련 선박이나 노후된 일본 선박이 대다수를 차지하였 는데 이 가운데 60% 이상이 선령 30년 이상의 노 후 선박이어서 신조보다는 수리 조선에 대한 수요 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필리핀 조 선소의 건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기 때문 에 필리핀 해운사들조차 자국 조선소보다는 경험 이 풍부한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된 중고 선박 매 매를 더욱 선호하였다. 7) 필리핀 정부는 1974년 10년 계획의 장기 프로그 램인 MIDP (Maritime Industry Development Program)를 시작으로 해운업과 조선산업의 동반 발 전을 도모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해운업의 경우에 는 해운사 항로 조정 및 경제성이 부족한 선박의 점진적 퇴출, 중소해운사의 무분별한 확산 조절 등 을 통해 운영 합리화를 시도하였다. 조선소의 경우 1 선박 설계표준화, 2 내륙 간 운송 선박의 자 국 건조, 3 구매자의 신용을 통한 금융지원, 4 해 외기업과 자국 기업 간 Joint Venture를 통한 필리 핀 조선소 투자 촉진 등을 통해 조선업 발전을 지 원하였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실행 을 지원하기 위해 MARINA(Maritime Industry Authority)를 설립함으로써 해운 및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를 보여주었다. 다음해 인 1975년 프로그램의 첫 번째 지원 정책으로 발 표된 것은 선박 건조와 관련하여 수입하는 원자재 에 대한 수입관세 면제 및 수입 기계에 대한 가속 상각 허용 등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지원책은 그동안 국유 자산 으로 분류되어 해외투자 유치에 제한이 있던 자국 조선소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것이다. 이를 통해 7) 수입선박에 대한 관세는 면제인 반면 필리핀 내 선박 건조를 위해 수입 하는 원자재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제도적으로도 수입선박 을 유인하는 효과 발생. 2 0 1 3 1 0 79
필리핀 조선산업과 한국 조선산업의 비교 외국 기업의 필리핀 조선소(지분)투자 규제가 풀 (20년 만기, 12% 금리)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전 리게 되었으며 실제 시행 후 3년 동안 등록된 조선 히 낮은 수입 중고선 가격으로 인해 시장의 관심 소(수리 조선소 포함)의 수가 2배 이상 증가하는 을 얻는 데 실패하였다. 여기에 일부 해운사의 경 결과를 가져왔다. 8) 우 국영금융기관이나 PNLLC로부터 조달한 자금 한편으로는 자국 건조 선박 대비 1/3 수준의 가 을 이용하여 고의적으로 높게 책정된 선가로 해외 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해외 중고선박의 수입 조선소와 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 선가와의 차액을 이 감소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착복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해운사 입 라도 수입 중고선박에 대한 제재를 통해 자국 조 장에서는 해외 선박 구매가 더욱 매력적일 수밖 선소의 건조 물량을 확보할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MARINA는 선박 수입과 관련하 1990년대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을 아-태 지역 여 선령 및 크기 기준을 도입, 특정 선령 이상의 해운 허브로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MIDP 프로 선박 및 특정 크기 이하의 선박 수입에 대한 제 그램 이후 대부분의 지원 정책 철회를 결정하였던 재를 가하였지만 현실적인 기준과 부합하지 않은 조선산업에 대해 재차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탓에 이를 통해 얻고자 했던 정책적 효과 획득에 이에 따라 1970년대 주요 지원 정책이었던 관세 는 실패하였다. 9) 게다가 해운과 조선의 동반 발전 및 세금 면제 정책을 다시 시행하였으며 결과적으 을 의도로 시작된 MIPD 프로그램은 자국 건조보 로 일본 Tsuneishi 조선소의 투자 유치(1997)에 성 다 수입 중고선박 매수에 유리한 금융 프로그램 공함으로써 Cebu 조선소에서 필리핀 최초로 벌크 (PNLLC 10) ) 및 외환제도 등으로 선박 수입이 더 수 선 건조에 성공하였다. 월해짐에 따라 대부분의 프로그램 혜택을 해운업 2004년 필리핀 국회는 자국 해운 및 조선산업 에서 가져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영구적인 투자 인 1978년 DBP(Development Bank of the Philippines), NDC(National Development of Council) Domestic Shipping Development Act 2004 11) 를 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와 같은 필리핀 정책 금융 기관들은 이를 개선함 통과시킴으로써 해외 해운^조선 기업 유치에 적 과 동시에 자국 조선소 건조 지원을 위해 자국 조 극 나섰다. RA no.9295는 신조 및 수리 조선소에 선소에 발주할 경우에 대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 대한 외국 기업 투자 인센티브 제공 12) 과 필리핀 8) 1975년 46개(90,090GT) 등록 조선소에서 1978년 116개 조선소(190,080 GT)로 2배 이상 증가. 9) 선령 15년 이상 또는 250GT 이하 선박에 대한 수입금지 제재를 하였 지만 수입규제 선령 자체가 높아 수입 억제 효과가 없었으며 크기 제한 역시 당시 필리핀 조선소들이 이미 500GT 이상의 선박 건조를 하고 있 었기 때문에 보호 효과가 낮았다. 10) Philippine National Lines Leasing Co. : 필리핀 해운사가 해외 건조 선 박 매수를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이에 대한 보증을 제공. 11) Republic Act No. 9295. 12) 1 수입부가세 면제(Valued-Added Tax Exemption) : 조선소 시설에 대 한 확장, 보수, 현대화와 관련된 자재 등을 수입할 경우 이에 대한 부 가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 2 이월결손금(Net Operating Loss Carry Over) : 해당 과세 기간 내에 발생한 결손금에 대해 향후 과세기간 동안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필리핀의 경우 3년까지 인정. 3 가속상각(Accelerated Depreciation) : 자산의 내용 연수 초기에 대규 모 감가상각 비용처리를 허용. 80 KIET 산업경제
자국 조선소 보호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을 통해 조 선산업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는 상 황이다. 이외에도 필리핀은 정부 산하 기관인 BOI(Board of Investment)를 통해 대통령 승인하에 매년 투 자 우선대상을 지정하는 List of Investment Priorities Plan을 발표하고 명단에 포함된 산업의 기업 들에는 세제 혜택은 물론 비세제 혜택 역시 제공 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에도 명단에 포함됨 에 따라 해당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3. 한국과의 비교 (1) 한국 조선산업 현황 한국에는 중소형과 대형 조선소를 합쳐 약 50 여 개의 조선소가 있으며 CGT 수주잔량 기준으로 는 중국에 이어 2위, 금액 기준으로는 전 세계 1위 인 조선 강국 13) 이다. 특히 국내 빅3(현대, 삼성, 대 우)의 경우 글로벌 1~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20개 조선소에 국내 조선소 8개사가 속해 있다. 이 는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과의 움직임은 큰 상 관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조선시장의 주도권은 과거 유럽에서 일 본 그리고 2000년대부터는 한국으로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급성 장 중인 중국과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려는 일본이 강력한 도전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글 로벌 시장에서 조선 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입 <그림 3> 한국 조선산업의 수출 성과 600,000 (백만 달러) 14 500,000 400,000 300,000 200,000 100,000 0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12 10 8 6 4 2 0 조선산업 총수출 수출비중 자료 : 한국무역협회(MTI 746 기준). 13) Clarkson World Shipyard Monitor(2013.7). 2 0 1 3 1 0 81
필리핀 조선산업과 한국 조선산업의 비교 지는 굳건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조선업체 들은 범용선박의 건조에만 치우치지 않고 대형 조 선소들의 경우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종뿐만 아니라 나아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도 중국, 일본 등과 차별화에 성공함으로써 경쟁우위 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내적으로도 조선산업은 2000년대 이후 지속 적인 수출 증가로 국내 경제성장을 주도하였다. 특히 2008년도 430억 달러 수출을 시작으로 2009 년 450억 달러, 2011년 560억 달러로 국내 수출 품 목 1위를 달성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 었다. 또한 제조업 중에서도 자동차나 반도체 등 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유발계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울산이나 거제도, 전남 지역의 경우 지 역 내 위치한 조선소가 고용 및 세수 등에서 큰 비 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고용 유발이나 지역경제 활 성화 부문에서도 높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한국 조선산업 지원 정책 한국은 필리핀보다 앞선 1950~60년대를 기점 으로 조선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비록 예산 부족으로 성공은 하지 못하였지만 1958년 조선산업 육성 및 해운^수산 업 진흥을 위한 조선장려법 제정으로 정부는 계 획 조선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고 해외 차관을 통 한 자금 조달을 기획했다. 1965년에는 당시 상공부가 대한조선학회에 표 준선형의 설계를 의뢰함으로써 자재와 공정표준 화^단순화를 통해 선박의 질적 향상과 공기 단축, 선가 절감을 꾀하였다. 정부 입장에서는 표준화된 도면에 의거하여 설계기술이 부족한 조선소도 단 기간 내 기술 향상 및 조업도의 향상을 이루기 위 한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제2차 경제개 발 5개년 계획(1967~1971)을 지나며 점차 수출산 업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 아래 선박 자급기반을 확립 14) 하려 하였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1970년 수립된 조선공업진흥계획 은 선박의 국내자급률 향상과 국산화율 제고, 선박수출 촉진 등이 목표 였으며 기자재 국산화율 증대(23% 이상), 대한조 선공사 건조능력 확대 및 중소조선소 국제 경쟁력 배양, 대한조선학회 10개 표준선 설계도 제정 보 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였다. 이어서 1973년 확정된 장기조선공업진흥계획 에 따르면 1980년을 조선산업의 수출산업화 완성 시기로 설정하고 1976년까지 현대조선소 외에도 세계 최상위급의 초대형 조선소 2개소를 중심으 로 군소조선소를 대폭 통합^계열화하여 수준급 의 중형 전문조선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수립 하였다. 선박 수요 측면에서는 계획 조선을 통해 국내 조선소의 생산성 향상과 설계능력 제고, 각 조선소의 안정적인 가동률 유지를 통한 업무량 확 보라는 목표를 이루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1978 년 해운진흥법 개정을 통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 해 제도화하였다. 이외에도 조선소 집단화를 통해 정부지원시설, 훈련기관의 공동이용에 따른 투자 절감과 효율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 집 중, 입지조건이 양호한 거제도를 중심으로 충무지 14) 선진국과의 선가차액 보조 폐지, 상환기간 단축(20년 15년)을 통한 수혜범위 확대, 금리 상향 조정. 82 KIET 산업경제
구를 조선산업 지구로 결정하였다. 조선산업의 후방 산업인 기자재 공업 육성을 위 해서 1986년 58개의 조선용 기자재를 국산개발 대 상품목으로 선정해 개발을 추진하였으며 개발된 기자재는 대형 조선소들이 상호 구매토록 유도함 으로써 국산화를 촉진시켰다. 비단 조선산업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함께 키워 외 향적인 성장과 동시에 내실을 추구한 것이다. 선박금융 측면에서는 1973년 석유파동 여파로 조선불황이 심각해지자 그동안 일람수출 형태를 취해 왔던 선박수출은 점차 연불수출 형태로 변화 하였으며 정부는 1976년 수출입은행 설립을 통해 국내 조선소의 연불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하 였다. 이후 수출입은행은 조선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지금까지도 직접 대출이나 보증 등 세 계 선박금융 시장에서 높은 명성을 쌓아가고 있 다. 1986년에는 그동안 조선산업을 보호해온 조 선공업진흥법을 폐지하고 시장원리에 기반을 둔 산업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공업발전법이 시행되 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자율화가 강조되면서 국 내 조선산업도 자율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1980년대 장기불황 여파로 일부 조선소 들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었 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쇄 도산 및 대량 실업사태 를 초래하여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는 점을 고려하여 1989년 조선산업 합리화조치 를 시행하였다. 이를 위해 업계는 계열사 처분, 자 산 매각, 통폐합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합리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시행하였고 이러한 움 직임은 1993년 7월 시설의 신^증설 억제조치가 해 제됨에 따라 막을 내렸다. 2000년대 이후 조선산업 정책은 선박 개발을 위한 R&D 지원에 집중하였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소들의 자력 R&D 능력 보유로 정부 지원의 기초연구 사업이 타 산업에 비해 부 족다고 볼 수 있지만 대형^장기^기초^공공 기술 개발은 정책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 이다. 이에 따라 기술^디자인, 선박금융(수출보 험), 인력지원(기술^생산 인력) 등 유관 분야에 대 해서는 정부 재정부담 등을 통해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4. 시사점 국내 조선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높은 위 상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에는 민간 부문의 적극 적인 투자도 있었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산업의 경우 민간 투자로 시작하기 에는 재정적으로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 다. 대부분의 국가 기간산업이 그렇듯이 조선산 업 역시 조선소 설립 및 관련 설비 구입으로 인해 초기 대규모의 자본 투자가 수반되며 선박 건조 가 수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자 회수 기 간 역시 장기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2 0 1 3 1 0 83
필리핀 조선산업과 한국 조선산업의 비교 민간 자본으로 충당하기에는 상당한 위험이 수반 된다. 이 밖에도 수주산업의 특성상 수요자 15) 가 요 구하는 품질 조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조선소들의 경우 건조 경험 및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품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 뿐 아니라 가격 차별화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이유로 조선산업이 발 전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정부 지원 정책의 뒷받 침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양국이 시행한 정책 을 비교해 보면 초기에는 유사점이 더 많음을 발 견할 수 있다. 주로 보조금 지급 및 대출과 같은 재 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산업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양국 모두 초기 산업 경쟁력에 대한 분석 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이루어진 자금 투 입은 자국 신조보다 해외 중고선 도입 선호로 이 어져 결국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시행 착오보다 중요한 것은 그 후에 이루어진 후속 정 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과 다른 한국의 지원정책의 특징은 첫 째, 민간 주도의 경쟁력 확보 지원에 있다. 실제로 1960년대까지 이루어진 보조금 지급 및 선가 차액 보조와 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정책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자 정부는 융자 확대, 지원금리 현실화, 수혜범위 확대 등과 같은 간접적인 지원 책을 통해 정책적인 부담은 줄이고 효과는 확대하 는 방향으로 지원을 선회하였다. 이를 통해서 정 부 주도의 투자에 편중되는 것이 아닌 민간 부문 이 조선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제공 15) 조선산업의 경우 해운사, 글로벌 에너지 기업 등이 주요 수요처가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정부나 재무적 투자자 등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함으로써 민간 조선소들이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 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현재 국내 대 형 조선소들의 경우 자체적인 설계 능력과 R&D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중심에 서지 않고 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옆에서 지원 했던 것이 실제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정부의 적시성을 가진 대응 정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수출입은행 설립 을 통한 금융 지원과 선박 경기 침체기에 계획 조 선을 통한 내수 진작, 그리고 1980년대 말 정부 개 입으로 이루어진 조선산업 합리화는 시장의 힘으 로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적시성을 가지고 정 부가 시장에 개입한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기자 재 국산화 추진 및 설계 지원, 합리화 조치를 통한 기업 간 통합 과정은 시장에 맡길 경우 이해 상충 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해결에 어 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사전에 정부 차원의 지원 책을 통해서 조율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부 지 원이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필리핀의 경우 MIPD와 같은 장기 프로그 램을 계획하고 전담 기관인 MARINA를 설립하였 지만 정부 정책이 필리핀의 낮은 생산성 및 기술 력을 보완하는 데 집중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데 더욱 집중하였던 것 이 문제가 되었다. 낮은 인건비와 지형적인 이점 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글로 벌 수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조건이지만 필리핀 정부의 지원책은 수입 관 세 인하 및 외국인 지분 제한 철폐와 같은 외부 자 원의 유입에 대한 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하 84 KIET 산업경제
였다. 하지만 훌륭한 자원이 있더라도 이를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선박을 만들 만 한 기술력이 부족했기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 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기 초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것과 별개로 민 간 부문인 현대중공업이 1970~1980년대 설계기 술 획득을 위해 유럽 인력을 고용하고 생산기술 을 일본으로부터 전수받으려고 노력한 것은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용에 머물던 조선산업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향상하려던 의미 있는 활동이 다. 하지만 필리핀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연구개 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부족하였던 것은 장기적 인 안목에서 산업 효과에 대비하지 않았으며 자국 내 조선소에 대한 역량 분석이 미흡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의 효용성 측면에서도 산업 간 연관 관계를 고려한 한국이 계획 조선을 통해 침체기에 인위적 인 수요 창출로 조선업과 해운업 상생 발전에 기 여한 것과 대조적으로, 비슷한 취지로 시작한 필 리핀의 MIPD 프로그램은 상생 발전을 도모한 초 기 목적과 달리 해운업에 수혜가 집중됨으로써 오 히려 조선산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책 의 파급 효과를 사전에 예상하고 수혜자인 조선소 입장에서 고려하였다면 불균형적인 수혜에 대한 부작용을 감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국내 조선산업은 자체 경쟁력을 이미 확 보한 선두 그룹에 대한 지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시 장리스크에 민감한 중소형 조선소 관련 금융 및 기술 확보 지원 정책을 통해 산업의 균형적인 발 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필리핀은 외자 조선소 3개를 제외하고 글로 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얘기할 수 있는 자국 조선 소가 없다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향후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의 지원을 고민 해야 할 상황이다. 조선산업과 관련하여 2009년 발표된 RA No.9295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조선업 관련 지원 책은 기존 세제 인센티브에 대한 내용 이외에 기 술적인 분야에 대한 지원책은 크게 눈에 띄지 않 는다. 필리핀이 IPP(Investment Priorities Plan)에 조선산업을 지속적으로 포함하며 국가 기간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국제 시장에서의 경 쟁력이 지난 수십 년간 저임금 노동력이라는 사실 은 장기적인 산업발전 계획 관점에서 필리핀 정부 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최용준 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 cyj0121@kiet.re.kr 2 0 1 3 1 0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