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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원은 한반도 주변정세와 통일문제 및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매년 통일문제 이해 와 북한 이해 를 발간해 오고 있습니다. 이 책자가 각 급 교육기관 및 통일교육 현장에서 통일문제와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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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송승종길병옥, ' 군용무인기개발의역사와그전략적함의에대한연구,' 군사 제 97 호, ) 최근공개된자료에따르면주한미군은기간중 268 회의무인기비행을수행한것으로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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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과 분석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우리의 대응 - 러시아편>* 신범식 러시아 푸틴정부의 대외정책과 한 러관계 재도약 서동주 일대일로 전략과 한 중 협력방안 최수영 * 이번 12월호에는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이에 따른 우리의 대응에 대해 고찰한 세 편(러시아 2편, 중국 1편)의 논문이 특별 수록됨.

동향과 분석 러시아의 신( 新 )동방정책과 동북아 지역정치 신범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sbsrus@snu.ac.kr Ⅰ. 서론 동북아 지역은 다가오는 수년 동안 가장 역동적이며 많은 변화가 예고되어 있는 용광로와 같은 지역이다. 동북아시아 안보질서 재편의 핵심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시화되 기 시작한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미국의 영향력 저하 현상이 과연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지역질서를 변화시켜 새로운 동북아 질서의 창출로 귀결될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다. 2020년 대 어느 시점엔가 중국 국민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1) 미 중 간 경쟁과 협력 그리고 그에 따른 동북아 국가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동북아 지역의 세력망 구도를 바꾸고 역내 세력균형점을 바꾸어 가고 있다. 따라서 다가오는 향후 동북아 지역정치에서 는 미 중관계가 지역질서의 핵심적 축을 이루는 가운데, 초국가적 및 지역적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한 다자적 협력네트워크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역내 행위자들의 대응이 복잡하게 엮어지면서 복합적 양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 특히 아시아 지역을 향한 미국의 재균형화 정책과 중국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해양 및 유라시아 전략을 강화해 감에 따라 두 초강대국 간의 경쟁은 꾸준히 그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동북아 안정과 평화는 예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급변하는 세력관계의 예측 불가능한 특성들을 노정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평화란 세력균형에 근거한 안정화, 강대국 간의 타협과 공조의 제도화, 그리고 다자안보체제의 출현 등으로 나누어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 이 글은 김영호(편), 21세기 미 중 패권경쟁과 한반도 평화 에 실린 졸고 러시아의 신( 新 )동방정책과 한반도 평화 와 전략연구 제22집 제1호 (2015)에 게재된 통일한국 등장과 동북아 지역질서 변화: 역내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러시아의 가능성과 한국의 대응 을 본지의 취지에 맞게 편 집 및 수정한 글입니다. 1) 조선일보 (2011. 9. 25). 2) 이태환, 10년 후 한반도 정세 전망, Korea Policy, 2011. 7. 8. 3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최근의 국제 및 동북아 정세는 세력균형점의 변동과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인하여 이 지역의 평화가 얼마나 위태로운 구조 속에 놓여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 중 간 지구적 및 지역적 영향력 확대 및 유지를 향한 경쟁이 동북아 정세의 기본축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핵무기 개발을 통한 안보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위태로운 게임과 일본의 재무장화 시도와 우경화 지향은 동북아 정세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사태로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과 목표는 다양한 변수들로 인하여 반응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 중관계는 협력 대 견제/갈등 이라는 이중적 양태를 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여러 부문에서 복합적 상호의존 상태에 있으며, 특히 경제 영역에서는 자본의 상호의존관 계를 확대 및 심화하는 단계로 나아가겠지만, 역내 패권을 놓고 다투는 경쟁 과정에서 상호불신 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 군사력의 급속한 증강에 우려하고 있고, 중국은 중국위협론 의 확산을 획책하는 미국의 행위를 불편해하고 있다. 당분간 군사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가 지속되겠지만, 정치 경제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과 영향력 확대에 따른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미, 중, 러, 일, 남한, 북한 간 협력과 갈등의 상호작용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출현과 맞물리게 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세력전이의 중요한 원인과 결과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동북아 지역정치를 관망함에 있어서 미 중관계의 향배에 대한 관심에 못지않게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 바로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정치 구도 속에서 차지할 위상과 기능이다. 미 중 사이의 대립과 마찰이 가속화될수록 러시아의 전략적 모호성이 보다 가시화될 수 있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러시아가 기회주의적 편승전략으로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또한 동북아 불안정의 중요한 근원인 북한문제를 두고 벌일 수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과 경쟁 또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과정에 있어 미 중 러 3국 사이의 역학관계와 성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미 중 러 삼각관계는 주요 강대국 간의 관계로 세계질서 및 유라시아 지역질서와 연계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 세력균형 변동 및 지역질서의 재편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는 미 중관계의 경직성이 동북아 지역정치의 경쟁적 성격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아가는 가운데 남북한 교류와 통합 그리고 나아가 통일의 가능성이 멀어져 가는 것이 3) 이외에도 미 중 일 삼국관계는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는 사안, 중국과 일본 간의 역내 균형을 미국이 조정자로 나서 관리하는 것 등의 지정학 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한 중 일 삼국관계는 역내 안정과 평화 유지를 도모하는 기본적 협력 틀의 성격을 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삼각관 계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켜 볼 필요가 있다. 4

동향과 분석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한 대답으로 러시아의 동북아 지역정치에서의 건설적 역할과 기여의 가능성을 동북아 세력망 구도에서 틈새를 찾는 시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II. 러시아 신( 新 )동방정책과 국제질서의 변동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된 이후 1990년대 동북아에서 급속한 지위 하락과 영향력 상실을 경험하였고, 푸틴 대통령의 복귀 이후 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일정한 정도의 지역정치 내 위상을 회복 및 강화해 오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노력은 크게 세 측면에서 이루어졌는데, 첫째는 소련이 중소분쟁으로 상실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의 관계를 러시아가 2000년대 들어와 회복하게 된 측면, 둘째 1990년대 상실한 북한과의 협력의 고리를 2000년대 들어와 회복하게 된 측면, 그리고 남한 및 일본과의 관계 개선 및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측면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아태지역으로의 진입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2기 임기로부터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하여 2012년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유치하여 러시아가 태평양으로 낸 이 관문도시의 개발과 이를 통한 동북아 및 아태 국가들과의 교류 강화를 시도하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 시기에는 러시아를 유라시아 국가 라 부르기보다 유로-태평양 국가 로 규정하면서 러시아의 국가발전의 미래적 동력을 이 지역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심화시켜 갔다. 이 같은 정체성의 재규정은 러시아의 국가이익을 다층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과 관련된다. 지구 수준에서 지정학적 및 지경학적 압력의 수위가 증대되고 있는 세계 정치의 새로운 중심인 아태지역에서의 러시아의 위상을 강화하고, 지역 수준에서는 지리적으로 귀속되어 있지만 인식적으로는 소외되면서 심대한 영향력의 축소를 경험했던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위상을 재( 再 )확보하고, 국내정치 수준에서는 낙후된 러시아의 동시베리 아와 극동 지역의 개발을 통해 동북아 지역과의 안정적 연계성을 강화함으로써 안보적 및 경제적 안정과 발전을 꾀하려는 다층적 목표를 지닌 정책으로 신( 新 )동방정책이 추진되었다. 이 정책을 통하여 러시아는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편승을 보완하고 새로운 영향력의 통로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동아시아를 넘어 아태지역으로 진출해 가는 국내적 및 근린 지역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전략적인 이익까지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그에 따른 미 중 경쟁이 가시적으로 진행되면서 러시아가 동북아시아에서의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5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듯했다. 점차 양극화되어 가고 있는 이 지역정치의 재구조화 과정에서 러시아가 중간자로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주목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크게 러시아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여 대미 균형화의 기능을 강화하는 기능 이외에도 미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하거나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하여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는 기능을 모두 감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해 보인다. 이런 러시아의 역할과 새로운 지역정치 재구도화의 가능성이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악화되어 가는 미 러관계에 의해서 대단히 제한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결국 러시아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로서 미국에 대항하는 구도의 정책적 틀을 지속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지닌 동북아 지역정치에서의 구조적 제약은 미국과의 동아시아 수준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 같은 신동방정책의 한계를 거시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 국제정세의 맥락 속에서 그것을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미국의 우위 유지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지구적 세력 다극화를 위한 도전이 거세지면서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협력과 경쟁이 비균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국제적 환경변화는 한국외교의 전략적 딜레마를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하고 있다. 요동치는 국제정세의 변동을 이야기하는데 러시아의 전격적인 크림반도 병합과 그 이후 동남부 지역에서 계속된 내전상황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사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사태와 관련하여 미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적절했는가와 같은 질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전과 비교하여 미국의 정책에 달라진 부분이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이래 나토의 확장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으로 그 세력 축소를 꾸준히 실행해 왔으나 2008년 조지아 전쟁, 2013년 시리아 사태, 2014년 크림합병 및 우크라이나 동남부 내전 등에서 러시아가 보인 행동에 대해서 제한적 대응밖에 하지 못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는 국제적 개입을 줄여 가고 미국 내부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을 기조로 하는 오바마 정권의 특성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재정, 무역, 의료보험 개혁과 복지, 공공부문 개혁 등과 관련하여 기존에 산적한 국내 문제가 미국 외교정책의 발목을 잡으면서 대외적 무( 無 )전략 의 면모로까지 비쳐지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과의 관계가 무너지게 되었고 이것은 전( 全 ) 지구적 이슈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서방과 러시아의 협력의 상징이었던 G8에서 러시아는 6

동향과 분석 축출되었고, 군축 레짐이나 핵확산 방지체제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체제에서의 협력이 와해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유엔 및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이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 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제한함으로써 글로벌 거버넌스 관리에서도 난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조금 다른 양상이 드러났다. 유럽은 경제위기 이후 회복 탄력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하여 미국보다 더 복잡한 관계적 특성을 표출하였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유럽 국가들이 지닌 러시아와의 깊은 상호의존성이 드러났다. 제재로 인하여 러시아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서유럽 국가들이 받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개선하는 과제는 단기간에 높은 비용을 요구하며, 독일의 원전 포기 정책도 재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회복 잠재력과 탄력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러시아의 안보위협에 민감한 중부유럽 국가들의 대러 강경책 주문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서부유럽 국가들은 이에 동의할 수 없었다. 군사제재에 대한 요구도 있었지만, 미국도 이를 들어줄 여력은 없었다. 이 와중에 영국이 EU 탈퇴를 2018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하였고,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유럽의 재정적 문제와 시리아 난민문제로 인한 분열상이 노정되는 가운데 독일의 리더십이 유럽의 조율된 대러시아 정책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촉발한 장본인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사태를 통해 푸틴식 강대국 외교를 추구하는 대외전략의 전환을 확증했다. 2014년 3월 18에 발표한 신( 新 )푸틴독트 린을 통해 러시아는 서구의 질서에 순응하지만은 않을 것이며 자기주도적 질서를 구소련 지역 전역에 수립할 것을 천명하였다. 4) 사실 러시아는 2000년대 고유가 시기를 통해 축적된 국부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투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쿠바, 베트남,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해군기지 를 다시 운용하게 되었고, 미사일방어체계의 중유럽 배치에 반발하여 칼리닌그라드에 전술핵을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배치하기도 하였다. 푸틴 3기 들어 전략폭격기의 해외 순찰활동도 재개되었으며,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전군 동원태세를 점검하기도 하였다. 특히 핵잠수함 및 전략핵 전력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하였고, 태평양함대의 핵전력을 재가동함으로써 아태지역 에서의 러시아 군사력의 존재를 재확인하였다. 또한 러시아는 대외적 연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왔다. 지구적 수준에서 브릭스 (BRICS)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2014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IMF, IBRD를 대체하는 새로운 금융기구 창설을 협의하기도 했으며, 유라시아 수준에서는 9월 4) Vladimir Ryzkov, The New Putin Doctrine, Moscow Times, 2014. 4. 3. 7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타지키스탄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 이란, 몽골, 파키스탄 등을 상하이협력기구의 새 회원국으로 맞이하였다. 특히 중앙유라시아 지역에서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창설에 합의하여 2015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유라시아에서는 단일 에너지시장 및 루블존을 강화해 나가고 정책을 펴 나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반미적 지향이 강화되었다고 해서 서방 전반과의 관계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10월 G20 정상회담이나 ASEM 정상회담 등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유럽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사태 해결을 위한 회담을 비롯하여 유럽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하여 ISIS에 대한 집중적인 공습을 통하여 서방, 특히 미국과의 관계 복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저유가 시기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의 이같은 변화된 정책과 그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견제 사이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것은 아마 중국일 것이다. 중국은 국제적 제재에 압박당하고 있는 러시아를 포용하여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병합을 규탄하는 안보리 결의에 기권표를 던졌고, 중 러관계의 밀착화를 대미 견제의 자산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 브릭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한 미국 주도의 단극적 세계 운용를 반대하고 새로운 다극적 질서의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2014년 5월 20, 21일 중 러 가스협상의 타결을 통해 향후 30년간 38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2015년 알타이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 천연가스의 구매계약을 상당 부분 진전시킴으로써 1조 3천억달러의 가스를 수입하기로 하였 다. 5) 이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가스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정세의 변동은 동북아에서의 세력관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되면서 동북아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수준이 고양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러시아의 동북아전략이 지니는 유연성을 상당 부분 제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은 동북아에서 여러 측면에서 경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같은 러시아의 지전략적 위상으로 인하여 2000년대 이후 러시아가 미 중관계 중심의 동북아 세력구도에서 새로운 균형적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높아 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유럽에서 러시아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면서 동북아에서도 러시아가 유연한 균형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은 현저히 감소하였다. 5) ГазовыйдоговорРоссиисКитаем: экспертырассказалиподробности, (2014. 5. 21) (http://finance.bigmir.net/news/economics/48584 -Gazovyj-dogovor-Rossii-s-Kitaem eksperty-rasskazali-podrobnosti, 검색일: 2014. 11. 21); China, Russia to sign a host of cooperation deals during Xi s visit to Moscow, TASS (2015. 5.4)(http://tass.ru/en/world/792927). 8

동향과 분석 동북아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이 지역에서 독자적인 목소리 낼 수 있었던 가능성을 제약받게 된 것이다. 결국 러 중 장기 가스공급 계약 체결과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강화는 지구적 수준에서는 미국의 대러 압박이 지역적 수준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가 되었다. 미국이 러시아의 이해를 계속하여 압박하게 될 경우 러시아의 선택지는 중국과의 협력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사태는 1960~70년대 미국, 중국, 소련 간에 형성되었던 전략적 삼각관계 의 역전된 역내 세력구도의 조성이라는 연관된 결과를 가져왔다. 이 같은 중 러 관계의 밀착은 미국과 일본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재( 再 )균형화 추진을 위한 자산으로서 러시아의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거의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에게는 전통적 우방인 일본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 되었고, 일본도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가져오는 위협의 가능성에 미국과 함께 대응하여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일본은 미국, EU와 함께 비자발급 완화 협의 중단, 푸틴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 금융제재 등의 대러시아 제재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으며, 러 일 간 투자 협정, 우주 분야 협력, 위험한 군사행동 방지 협정 등과 관련된 협의를 중단하였다. 역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하여 우려해 오던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 간 협력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미국과의 제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노선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일 간에 역사문제와 관련된 불화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에 대하여 대일관계를 개선하도록 압박하려는 경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동북아에서 주목하여야 할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는 러 북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상항이다.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최근 러 북 간에는 경제, 정치, 군사안보 등 모든 측면에서 협력 긴밀화가 시도되고 있다. 일견 북한은 중국 영향력 상쇄 카드로서의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강화를 용인하고,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북한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할 듯하다. 김정은 정권에게 신냉전 회귀 경향의 국제정세 변화, 남북한 및 북 미관계의 교착 그리고 북 중관계의 소강상태 등과 같은 대외적 조건하에 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국제 환경의 변화는 북 러관계와 한 러관계의 가능성에 대한 심대한 구조적 제약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크림공화국 합병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지만, 6) 동시에 대러 제재에 참여하는 것이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9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환경, 한 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 필요성, 통일외교 강화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나진항 개발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협력은 경직되고 있는 한반도관계의 경색 국면을 풀어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강화될 수 있는 남 북 러 삼각협력은 한반도 안정화의 긍정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에 이 같은 가능성의 고리들을 경솔히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의 추진을 위한 러시아의 협조도 필요하며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도 중장기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미국의 대러 제재 동참 및 대일관계 개선 그리고 고고도미사일방 어체계(THAAD) 가입 등에 대한 요구의 수위가 높아갈 것이며, 푸틴 대통령도 한국의 고고도미 사일방어체계 가입 가능성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이 대러관계를 풀어가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은 동북아 구도 내에서 한국의 중견국 외교의 장과 그 입지를 현저히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한 미 동맹과 한 러 전략협력의 상충성을 확대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미 러 관계가 악화되고 탈냉전 이후 미국 주도하에 유지되어 온 국제정치의 기본틀이 도전 받고 있는 이 시점에 러시아는 한국에게 가능성이면서 도전이며 또한 근심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동북아의 중요한 행위자로 남을 것이며,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러시아를 탈냉전 초기 1990년대와 같이 과도한 기대나 신중치 못한 무시 등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대러시아 외교는 지구적, 지역적 및 한반도 수준에서 다층적인 도전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각 이슈 영역별, 국가별 경쟁 및 대립으로 발생하는 복합 딜레마는 한국의 북방경제 협력 및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단히 복합적이며 균형적인 정책추진의 기술 (art)을 요청하고 있다. 6) 2014년 3월 19일 대한민국 외교부 성명 참조. 10

동향과 분석 III. 러 북관계의 발전 북 러관계는 1990년대 초 소련이 남한과 수교한 이후 북한과의 동맹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된 이래로 거의 10여년 이상 소강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이 러시아의 동북아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 조건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였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이후 북 미 관계개선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북한이 2009년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2차 핵폭발실험을 감행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었다. 이러한 동북아의 불안정은 러 북 간 논의되고 있던 또는 러 북 남 삼각구도 속에서 구상되고 있던 다양한 실질 협력프로젝트들의 진전을 무위로 돌리면서 그 본격적 추진단계로의 진입을 방해하였다. 게다가 2010년 천안함폭침사건과 연평도포격사건 으로 한반도는 전쟁으로 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러시아의 대북관계가 가지는 딜레마는 심화되었다. 7)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았다. 북한이야말로 동북아에서 자국의 잃어버린 지위를 회복하는 핵심적 고리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2011년은 그런 의미에서 러 북관계의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다시 시도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이 표출되는 획기적인 해가 되었다. 필자는 이를 한반도에 서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러시아의 행보가 본격화되었다고 판단한다. 러시아 프라드코프 정보국장의 방북, 보로답킨 외무차관의 방북,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박의춘 대사의 고위급 접촉 등 러시아의 바쁜 행보는 결국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러-북 정상회담으 로 연결되었고, 북 러 경제협력위원회가 다시 가동되어 경제협력프로젝트 및 채무문제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었다. 그리고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러 북 남 가스관연결사업의 추진과 2013년 핫산-나진 철도개보수사업을 완성해 나감으로써 경색된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협력적 분위기를 진작하고 끊어졌던 2007~08년의 모티브를 되살려 왔다. 8) 많은 사람들이 2014년을 러 북관계의 발전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로 보고 있지만 2014년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2011년 8월 수년간 중단되었던 북-러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 협력 공동위원회 가 재가동된 점에 주목하여야 하며, 이 협의과정을 통하여 7) 북핵문제 및 한반도문제에 대해 러시아가 가지는 딜레마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Yongchool Ha, Beom-Shik Shin, Non-proliferation and Political Interests: Russia s Policy Dilemmas in the Six-Party Talks, Slavic Eurasian Studies 16-(2), Hokkaido University, 2007. 8) 러 북 남 가스관 건설사업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대북정책의 추진에 대한 평가는 다음을 참조. Beom-Shik Shin, Russia s Return to Asia: How should South Korea Respond? EAI Issue Briefing, No. MASI 2011-09, December 30, 2011. 11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2012년 6월 러시아가 북한이 소련/러시아에게 지고 있었던 110억달러 상당의 채무의 90%를 탕감해 주고, 10억달러는 20~40년에 나누어 무이자 상환하기로 합의한 점이 매우 중요하다. 9) 이로써 러시아가 그동안 미루어 왔던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와 협력의 촉진을 본격화할 자발적 장벽을 제거하고 적극적 대북 협력의 물꼬를 트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2014년 러시아 부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 외상이 10일간의 긴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하였으며, 최룡해가 김정은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양국 간 특별한 밀착 관계 형성이 시도되었다. 특히 러 극동개발부 장관이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여 극동 지역을 통한 러 북 간 협력 강화방안을 모색하였다. 양국은 기본적으로 상호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면서 상호 이익이 되는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여 빠른 시간 내에 무역 수준을 10억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발굴하고, 북한 측은 러시아 사업가들에게 복수비자를 발급하고 북한 내에서 인터넷 및 핸드폰 사용을 허용하며, 양국 간 루블화 결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도 대북 투자를 늘리면서 점진적으로 전략적 의미를 지니는 북한 내 철도 개보수, 금광 및 희귀자원에 대한 개발, 러 항공기 공장 투자 등과 같은 전략적 의미를 지니는 분야로의 협력까지 모색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항구 사용권과 영공 통과권을 러시아 측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철도(TSR-TKR) 연결, 가스관 건설 및 북한 산업시설 현대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 양국 간 협력이 남한과 연결되어 남 북 러 삼각협력으로 연결될 경우 북한은 철도연결로 연간 1억 5천만달러, 가스관 통과로 1억 달러 이상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기타 경제특구개발 등의 전망도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양국이 추진하고 있는 승리(Pobeda)프로젝트 는 양국 관계가 이전과는 다른 단계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동방정책의 밀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북 러 경협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추진하기로 한 이 경협 패키지의 개요는 이렇다. 10) 러시아가 북한의 철도를 개보수하고 희귀자원과 석탄광산을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하면 북한은 이에 희귀 광물로 대금을 지급하는 일차적 협력의 구도가 진행된다. 하지만 특이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 돈으로 러시아는 북한의 산업시설을 현대화하 는 사업에 재투자하고, 북한은 이 현대화 사업의 파트너로 러시아 기업이 참여하도록 초청하는 이차적 사업구도까지 합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협력 구도를 통하여 러시아는 자국 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북한은 자국 내 산업 시설의 현대화를 진행시키는 윈-윈 9) ABC News, April 20, 2014. 10) Georgy Blychev, Cooperation with Russia: What North Korea expects, NK News, May 8, 2015. 12

동향과 분석 협력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 승리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해 양국은 제동~동평양~남포 구간의 철도 개보수 사업에 착수하였다. 또한 러시아는 나진항 협력구도를 연장한다는 차원에서 청진 지역의 공업단지를 개보수하는 사업과 남포지구 및 가능하다면 개성공단 등에 대한 투자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러시아의 적극적 대북 접근에 대하여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11) 우선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기 서방과의 관계가 정리되면서 몰리게 된 상황에서 아시아방면으 로 눈을 돌리면서 발생한 러시아의 필요와 북 중관계가 소원해진 데 따른 북한의 필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양국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로 지배적이다. 물론 2014년에 북 러관계가 특기할 만큼 관계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우크라이나사태의 여파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미 푸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시작했고, 가깝게는 2010년대 들어 적극적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 바로 이런 노력의 성과가 이 시기에 나타나게 된 측면이 강하다. 최근 극동개발부 장관으로 임명된 갈루쉬카 장관의 적극적 활동이나 북-중 관계 변수가 러-북 관계 발전의 가속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런 변화에 모든 동인인 것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해석은 우크라이나사태로 인한 제재 국면 등이 마무리되고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다소나마 회복되거나 북 중 관계가 개선되면 러 북 관계는 다시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을 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가 있더라도 10여 년 이상 러시아의 노력과 북한의 이해 조율을 통해 형성된 양국 간 협력 모티브는 지속될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베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에 이르는 시기에 더욱 강화되어 온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그 적극성에 대한 북한의 화답이 만들어 내고 있는 중기적 지속성의 성격을 이해할 때에 수긍될 수 있을 것이다. 북 러 간 접근을 이렇게 해석할 경우 양국의 접근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촉발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러 북 협력 모티브가 곧 약화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 섣부른 예단으로 보인다. 도리어 러 북 간 협력의 강화는 러시아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한반도에서 추구해 온 중기적 노력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물론 러시아 재정상황 악화는 분명 극복해야 할 도전이지만, 상황이 호전됨에 따라서 양국 간 협력은 진전될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정리해 보면 상술한 러시아의 적극적 정책은 결국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나아가 동북아의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목표로 정리될 수 있다. 이는 단지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을 지향하는 정책으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11) The Guardian, Why Russia is Bolstering Ties with North Korea, June 4, 2014. 13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간략한 양국 관계사에서 잘 드러나듯이 푸틴 집권 이후 러 북 관계가 성공적으로 그 형식을 회복했지만, 한동안 실질협력이나 전략협력의 그 어떤 내용으로도 채워지지 못하였다. 그 결과 탈냉전 이후 현저히 약화된 러시아의 동북아에 대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였다. 즉, 러 북관계는 본격적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기에는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리고 점차 북핵문제를 포함한 북한문제 가 노정하는 한반도의 긴장이 양국 간 전략협력의 방해가 됐었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 러 북 정상회담과 부채문제의 해결은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회복하려는 러시아의 적극적 행보라고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2014년 드러난 양국 관계의 강화가 양자 간 전략 협력의 완전한 회복과 밀월관계의 단계로의 진입으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르다. 북핵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단호한 입장과 남 북 러 삼각협력을 통한 한반도와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 행사라는 과제가 여전히 러시아에게는 숙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러 북 관계를 좀 더 객관적으 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지역정치의 맥락 속에 이 문제를 위치 시켜야 한다. IV. 동북아 소다자협력과 러시아 러 북 관계의 발전은 베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에 이르는 동안 추진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그 적극성에 대한 북한의 조심스런 화답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결실이며, 따라서 이러한 협력의 추세는 중기적 지속성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사실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이라는 비우호 세력을 상대해야 하며, 국제정치적 고립을 탈피해야 하는 동일한 모티브를 가지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양국은 분명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은 이같이 공유하는 전략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군사적 방법에 의존하기보다 경제적 방법에 따른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메드베데프-김정일 시기 양국 간 군사훈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북한의 강력한 요구에 러시아가 북한을 다소 안심시키고 동북아 안보적 균형에 대한 러시아의 의사를 표시하는 선에서만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타국을 적대국으로 상정하는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으며, 그 이후 양국 간 군사훈련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의 경제력이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군비경쟁에 직접 대응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역내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표현한 것이다. 14

동향과 분석 하지만 이런 양국 간 협력에도 한계는 있어 보인다. 북한이 경제특구 중심의 개방정책을 펴는 것은 다분히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개방에 따른 체제 불안에 대한 우려를 북한이 완전히 떨쳐 버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양국 간 협력과 발전에 제약이 작동한다는 근본적 한계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러시아, 미국, 영국, 우크라이나가 공동으로 서명하여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보존하고 핵보유국 의 핵공격으로부터의 보호를 규정한 부다페스트양해각서 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 보유만이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문서를 통한 핵포기 보장을 북에 제안하기가 어려워졌으며, 한반도 비핵화가 상당히 긴 시간을 요하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북 러 관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하여 러시아는 소다자주의적 접근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과 연관된 소다자협력의 대상으로는 중국과 남한 그리고 일본을 들 수 있겠으나, 러시아는 중국과의 협력에 다소의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도리어 러시아는 북 러 협력의 모멘텀을 남한과의 협력으로 연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런 러시아의 입장을 잘 활용할 수 있다. 북 러 관계의 긴밀화 모멘텀을 남 북 러 삼각협력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승화시키는 대러 외교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재 추진 중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러시아가 이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의 삼각협력 의지에 대한 시험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남 북 러 가스관 협력의 사실상의 무산을 돌이켜 보건대 우리 정부는 특별히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남 북 러 삼각협력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는 나진항 개발과 관련된 협력이다. 러시아가 나진항 3번 부두의 사용권을 북한으로부터 얻어 이를 현대화하고 하산-나 진 구간의 철도를 개보수하는 작업을 마친 뒤 러시아와 북한이 만든 합작기업 라손 콘트라스 의 러시아 지분 절반을 철도공사, 포스코, 현대로 구성된 한국 측 컨소시움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이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검토도 끝나고 러시아의 석탄을 나진항으로 옮겨 배로 한국으로 가져오는 시험운항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2015년 본 계약의 체결을 남겨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삼각협력을 위한 본 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사태에 따른 서방의 제재와 세계 저유가 기조로 인해 러시아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다소 그 진행 속도가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을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추진되어 온 러시아의 북에 대한 접근과 그를 통한 15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역할 모색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 입장에서 나진 프로젝트는 일종의 한반도 진출의 파일럿 프로젝트로의 성격을 지니며,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북 영향력의 확대를 꾀하고자 하는데, 본 계약이 성사되고 사업이 추진될 경우 러시아는 확신을 가지고 대북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구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태 이후 취해진 5 24조치를 포함하여 대북 제재를 조정하고 대북관계 협력을 향한 전향적 구도로 만들어 가야하는데 현재 동북아 정세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주는 정부의 신호가 불명확하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이 사업을 추진해 감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은 러시아 측 사업 주체인 철도공사는 러시아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북한도 사실상 사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양자가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진행된 사업이기에 사실상 북 러 간 사업의 기초적 계약은 정부 간 계약에 가깝다. 실질적인 사적 기업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정부 수준에서 사업을 진행하여야 하고, 러시아로서도 이 같은 북한의 사업상대에 조응하는 주체로 러시아철도공사(RZD)의 참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우리 사기업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움을 대변하여 철도공사가 이 일을 잘 추진할 사업주체 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중국의 경우도 북한과의 사업주체를 지방정부나 사기업에 맡기고 있는데, 이 경우 북한과의 협상 및 추진 과정에서 현장에 진출한 사기업들이 북한 당국과의 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나 협상의 급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잡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무산 철광개발사업은 좌초위기설까지 나올 정도이다. 따라서 사업 주체의 비대칭성으로부터 나타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협력과 역할분담의 구도를 만들고, 분쟁을 조정하고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체제를 정부가 나서서 만들어 주는 것이 향후 남 북 러 삼각협력을 비롯한 대북 경제협력에서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와 같이 북 러 협력의 모멘텀을 남 북 러 삼각협력으로 연계시키려는 러시아의 의도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안정화와 나아가 동북아의 협력 촉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미 중 경쟁의 구도와 그 속에서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배경으로 중국과의 대립의 각을 예리하게 세워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러시아의 동북아에서의 입지도 제약되고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 같은 동북아에서의 북 중 러 대 한 미 일의 냉전적 대립구도를 재연시키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구도는 한국은 물론 지역 국가들의 미래지향적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16

동향과 분석 뿐더러 한국과 같은 중견국에게는 매우 불리한 조건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이 같은 경직적이며 경쟁적인 구도가 동북아에 출현하여 정착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역 외교를 펴나갈 필요가 있다. 더구나 지구적 수준에서 경쟁하고 있는 강대국들이 지역적 수준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 국가이익을 위하여 협력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동북아 및 한반도 상황을 대립구도 속에서만 파악하기보다 국가 안보의 본질적 속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창의적인 러시아 활용 외교를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견지에서 남 북 러 삼각협력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동북아의 안정화에도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임에 분명하다. 특히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한층 더 긴밀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남 북 러 삼각협력 이외에 북 중 러 삼각협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것이 한국에 대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가져올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북한을 포함하는 지역 소다자주의 협력에서 한국이 배제되어서는 안 되며 도리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나진항 개발 과정에서 북한의 태도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중국의 기업들과 동북지방 정부들은 러시아 극동 항만에 대한 투자와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중국에게 동북 지방의 발전을 위하여 물류 인프라의 구축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중국 동북지방도 성( 省 )에 따라서 상황이 다르다. 랴오닝 성은 해안을 따라 5점 1선 (five points one line) 개발 계획이 진행되어 이미 대련을 위시로 한 연해지역의 발달이 상당한 정도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대련항이 중요한 물류의 중심 항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헤이룽장 성은 내륙의 위치로 인하여 철도 및 도로로 통한 러시아와 대륙으로의 물류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린 성의 경우에는 대련항을 이용하기도 어렵고 북쪽의 내륙 물류 경유지로서의 이점도 없다. 따라서 지린 성은 개변출해( 改 邊 出 海 ), 즉 국경을 열어서 바다로 나가자! 라는 표어 아래 러시아나 북한의 가까운 항만을 출해통로로 이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나진항 개발과 러시아 극동의 항만, 특히 자루비노 항의 개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며, 이들을 개발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관심이 매우 높다. 지린성 정부는 중앙 정부의 도움을 받아 출해통로를 위한 경제적 전진기지의 역할을 하는 훈춘시를 투자개발하고 이로부터 북한의 나진에 이르는 50킬로 도로를 2011년에 포장하였으며, 신두만강대교의 건설과 철도 연결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나진에서의 부진을 계기로 중국 지린성 정부는 또 다른 출해 통로로 러시아의 자루비노 항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노력하였다. 지린성 정부와 러시아 숨마(Summa)그룹 간 합의를 바탕으로 중국 측 기업인 중국상회(China Merchant 17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Group)가 이 사업의 파트너로 참여하였다. 숨마그룹과 중국상회는 30~35억달러 투자 규모에 최대 연간 물동량 1억톤 처리가 가능한 항구를 개발하기로 합의하고, 2015년 2월 설계에 착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나진항 개발에 대하여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한국이 조심스레 타진하고 있는 남 북 러 삼각협력에 도전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한국 정부가 주저하는 사이에 북방의 소다자주의 협력이 한국을 배제하고 북 중 러 사이의 협력으로 진행되거나 이러한 움직임이 동북아에서 북방 대 남방의 대립구도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한국은 북방 소다자협력을 예의주시하면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광역두만강계획(GTI)의 국제기구화 및 이를 통한 동북아 소다자주의의 지역협력화 노력은 매우 중요하고 적절한 노력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북방경제협력에 대한 중장기적인 개입전략을 수립하고 안보와 경제의 관점에서 공히 균형 잡힌 전략을 수립하며 이러한 틀 속에서 러시아 및 러시아와 북한 및 중국 사이의 협력의 동학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V. 동북아 지역정치 세력망 구도 속에서 틈새 찾기 [그림 1~3]은 탈냉전 이후 동북아 국가들의 세력망(network of powers)을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중반, 그리고 2010년대 중반으로 나누어 시기별로 시각화해 본 것이다. 동맹이나 전략적 협력 그리고 우호협력관계 및 경쟁 갈등 적대 등을 기준으로 각 국가 행위자들의 관계를 링크로 표시해 보았다. 동북아에서 발견되는 가장 강한 권력링크는 동맹관계로 미 일, 한 미, 북 중 간에 발견된다. 그리고 21세기형 유연동맹이라 불리기도 하는 전략적 협력관계 는 한 일 그리고 중 러 간에 발견된다. 한 중 및 한 러 간에는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가 수립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전략협력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상호 의지는 확인되었지만 전략적 상호작용과 조율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2) 이러한 전략적 상호작용의 성격 규정이 비교적 용이하지는 않지만 이 지역 질서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가장 결정적인 관계는 역시 미 중 관계이다. 양국은 지구적 수준과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경쟁과 협력의 구도를 첨예하게 형성하고 있다. 지구적 수준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12) 신범식, 러 중관계로 본 전략적 동반자관계 : 개념과 현실 그리고 한계, 한국정치학회보, 제44집 제2호, 2010; 신범식(2012b). 18

동향과 분석 아직은 현존하는 지구적 거버넌스를 구축한 미국의 그것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상당한 쟁점영역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미국을 필적해 가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G2 시대가 도래했다는 관망과 함께 양국 간 경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정세가 동북아에서 전개되었다. 2011년 1월 정상회담과 2013년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과 중국은 양국 간 경쟁성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조율에 힘써 오고 있지만, 양국 관계는 언제라도 갈등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2011년의 한반도 상황이나 2012년 중 일 간 영토분쟁은 이런 미 중 간 갈등과 분쟁의 경향을 심화시킬 소지가 높다. 따라서 미 중관계는 전략적으로 상호작용할 수밖에 없는 관계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성격이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고 있는 이중성의 비정형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림 1] 1990년대 중반 동북아 세력망 US Russia NK KOR China Japan 19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그림 2] 2000년대 중반 동북아 세력망 US Russia NK KOR China Japan [그림 3] 2010년대 중반 동북아 세력망 구도 Russia Structural Hole U.S. Social Capital B NK KOR Social Capital A China Japan Social Capital C? 동맹 전략협력 긴밀 우호협력 선택협력 경쟁 갈등 적대 강 선택 최소협력 갈등 강화 유지 국면 높은 수준 조정 국면 중간 수준 중 약 낮은 수준 경쟁 높은 수준 경쟁 낮은 적대 강한 적대 20

동향과 분석 미 중 기본축 이외에 동북아 지역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관측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네 개의 지점이 있다. 13) 이 지점들의 의미와 중요성은 기존 (신)현실주의적 힘의 상관관계에 대한 설명만으로는 다 파악되기 어렵다. 도리어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과 구조적 공백 (structural hole)에 관한 네트워크론적 이해가 매우 유용하다. 14) 사회적 자본은 세 개 이상의 국가들이 공동의 전략을 형성해 낼 수 있는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특히 구조적 공백은 네트워크상에서 전략적인 목적으로 한두 개의 링크를 추가로 연결함으로써 채워질 수 있는 공백을 의미한다. 이 구조적 공백은 중개(brokerage)를 통해 정보확산 및 네트워크상의 상호작용을 통제하려는 전략의 대상으로 주목 받게 되는데, 구조적 공백을 연결하는 중개자는 많은 정보를 취득함으로써 사회적 자본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자신의 위치권력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5) 첫째, 동북아의 지역정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은 한 미 일 삼각관계 ([그림 3]의 사회적 자본 A)이다. 이 관계는 한 미 및 미 일 간 두 개의 동맹 링크와 한 일 간의 밀접한 협력링크가 튼튼히 결합된 사회적 자본임에 틀림없다. 물론 2012년 이후 한-일 간에 독도를 둘러싼 영토문제와 과거사문제로 인해 관계가 악화되었고, 이로써 양국 간 전략협력이 작동하지 않을 데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미 일 삼국 간 전략적 조율의 메커니즘이 마비된 정도는 아니며 미국의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이 사회적 자본을 중국과의 경쟁 내지 중국에 대한 견제의 용도로 사용하고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요한 통로로 사용하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등과의 양자 군사동맹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동맹상대국 사이의 네트워킹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연유로 미국은 한 일 간의 전략적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대한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한 일 간의 전략협력의 난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국 간 높은 경제적 의존성과 미국의 역할에 의해 이 삼각관계는 동북아에서 가장 잘 작동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둘째, 이와 더불어 주목받는 관계가 북 중 러 삼각관계([그림 3]의 사회적 자본 B?)이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북 중 러 소지역협력이 동북아 지역에 미칠 영향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 삼각관계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과연 이 삼각관계는 한 미 일 삼각관계와 13) 이하 논의는 다음을 참조. 동북아세력망에서의 사회적 자본과 구조적 공백에 대한 이하의 논의는 다음의 졸고를 참조함. 신범식, 통일한국 등장 과 동북아 지역질서 변화: 역내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러시아의 가능성과 한국의 대응, 전략연구, 제22집 제1호, 2015. 14) 버트(R. Burt)는 통합형 네트워크의 강점을 사회적 자본 으로, 분절형 네트워크의 균열을 구조적 공백 으로 파악하였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 는 다음을 참조, R. S. Burt, Structural Holes: The Social Structure of Competition,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2); R. S. Burt, Brokerage and Closure: An Introduction to Social Capital,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15) 김상배, 네트워크로 보는 중견국 외교전략: 구조적 공백과 위치권력 이론의 원용, 국제정치논총, 제51집 제3호, 2011. 21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같이 동북아 지역정치에서 사회적 자본의 기능하고 있는가? 물론 북 중 간 혈맹관계는 건재하고, 역사적으로 유례 없는 수준으로 발전한 중 러 간 전략적 동반자관계 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견 이 삼각관계를 사회적 자본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실상은 그리 간단치는 않다. 우선, 북 러 간의 연약한 고리가 문제였다. 사실 러시아는 소련 해체 이후 지구적 수준에서 급속한 영향력의 후퇴를 경험하였지만, 동북아에서는 그 정도가 특히 심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동맹 및 전략적 상호작용의 링크를 스스로 제거하는 탈( 脫 )링크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급속히 줄었고, 이것이 러시아의 동북아 전역에서의 영향력의 후퇴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16) 그 결과 러시아는 1차 북핵위기 해법구도인 4자회담으로부터 소외되었다. 이후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했지만, 계속되는 2차 북핵위기는 러시아의 노력을 상당 부분 퇴색시켰다. 따라서 대북 전략적 링크의 회복은 러시아 동북아 정책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 왔다. 따라서 적어도 2010년대 이전까지 러 북 간의 연약한 링크 때문에 북 중 러 삼각관계가 한 미 일에 대항할 만큼의 강력한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형태를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물론 이런 러시아의 노력과 관련하여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의 조짐도 있다. 2011년 8월 북 러 정상회담을 통하여 양자 간 전략적 협력의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이후 김정은에 의한 장성택 숙청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다소 소원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동 가운데 러시아가 2012년 북한의 대러 채무를 상당 부분 탕감해 주어 해결한 것은 일종의 러시아의 북한과의 포괄적인 관계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는 신호탄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이런 변화는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식량 및 연료 지원, 러 북 전력망 연결 검토, 러시아의 북한 철도현대화 협력 등을 포함하는 양국 간 포괄적 경제협력의 강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러시아에 의한 나진항 3호부두 개보수와 러 북 남 삼각협력의 실현 등으로 다방면에 걸친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7) 따라서 2014년 이후 북 러 간의 링크는 이제 전략적 성격의 링크로 변화해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링크가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북 중 러 삼각협력의 고리가 한 미 일 삼각협 력의 고리와 같은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되어 전략적 협력을 해나가기에는 넘어야 할 다른 도전이 있다. 그것은 러 중 관계에 내재하고 있는 경쟁적 속성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 16) P. F. Meyer, The Russian Far East's Economic Integration with Northeast Asia: Problems and Prospects, Pacific Affairs 72(2), Summer 1999; C. E. Ziegler, Russia in the Asia-Pacific: A Major Power or Minor Participant? Asian Survey 34(6), June 1994. 17) The Guardian, Why Russia is Bolstering Ties with North Korea, June 4, 2014. 22

동향과 분석 것이냐는 질문과 관련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못지 않게 주목하여야 할 부분은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미국이 주도하여 서방이 동조하고 있는 대러시아 제재 및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 회피 정책이 러시아로 하여금 아시아 방면의 에너지 시장을 개척하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오게 만들고, 나아가 새로운 활동의 무대로서 아태지역에 대한 정책을 강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압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중 러 간 전략적 협력은 수준(지구적 내지 지역적)과 지역에 따라 그 내용 상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서 양국이 가진 입장에는 분명한 경쟁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의 경쟁성은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한 조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국가이익은 중국의 부상과 함께 도전 받아 왔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2010년 이전까지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중국에 의존하여 역내 국가로서의 기반을 확보해 왔던 기존의 정책기조는 점차 중국과의 차별화 및 독자성을 강화하려는 새로운 아시아정책의 수립 노력으로 변화해 오고 있었다. 특히 중국의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러시아가 확실히 중국에 대해 열세에 처해 있던 가운데 러시아는 러 북 관계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한국과 분담하고 싶어 했다. 그만큼 러 중 사이에 내재하는 경쟁성이 완전히 정리되거나 해소되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이런 러 중 간 경쟁성은 한반도 문제를 두고 조금씩 가시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중국을 견제하면서 나진항 의 3호 부두 사용권을 얻어 낸 노력이나 2011년 18) 김정일을 다시 러시아 극동으로 초청하여 러 북 남 가스관 연결과 러 북 전력망 연계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러시아의 노력은 분명히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독자적 영향력의 기반을 강화하고 동북아의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미국과 서방의 압박은 이같은 러시아의 독자적인 노력을 약화시키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러-중 전략협력 링크를 아시아정책의 중심축으로 삼는 기존 노선으로 회귀하게 만들었다. 결국 러시아는 오랜 기간 미루어 왔던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나아가 알타이가스관 계획에 대한 합의까지 이루게 되었다. 19) 결국 북 러 간 연약한 링크가 강화되고 러 중 사이의 전략협력의 고리가 강화되는 것은 북 중 러 삼각협력의 고리가 사회적 자본으로 구조화될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임에 18) Beom-Shik Shin, Russia s Return to Asia: How Should South Korea Respond? EAI Issue Briefing No. MASI 2011-09, Seoul: East Asia Asia Institute, 2011. 19) 이성규 최영림 박준관, 중-러 가스협상 타결과 향후 전망, 세계 에너지 시장 인사이트 14-18, 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5. 23. 23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틀림없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한반도 전략에서의 차별성 내지 경쟁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며, 북한도 또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존의 균형(balance of dependence) 이란 전략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일정한 이 같은 북 중 러 삼각관계가 동북아 지역정치의 사회적 자본으로 작동하기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러 북 관계가 전략협력의 단계로 강화되고 우크라이나사태로 인한 러시아의 중국 접근은 그런 한계를 극복하게 만들 가능성 또한 증대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셋째, ([그림 3]의 사회적 자본 C?]로 표시되고 있는 한 중 일 간 삼각관계 또한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3](APT) 형태나 동북아 3국 정상회 담 등의 다양한 형태로 미국이 배제된 삼국 간 협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토야마 및 오자와가 주장한 미일관계의 재조정과 동아시아공동체 전략이 좌초된 가운데, 일 중 간 영토분쟁의 발발은 양국관계를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아베 정권의 등장 이후 일본의 보통국가화 및 평화헌법 수정 노선과 대중 견제 노선은 일 중관계 를 더욱 악화시키고 일본의 대미 경사를 강화시키고 있다. 또한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 이후 중국의 입장을 대북 편중외교로 인식하게 된 한국도 중국과 내심 불편한 관계가 진행되었으 나,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이후 시진핑 체제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변화시킴으로써 한 중관계를 상당히 안정화시키고 있지만,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개선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대미 경사와 일 중 갈등의 지속은 이 삼각관계를 사회적 자본으로 서 기능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2015년 중반 이후 중 일 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움직임이나 한 일 간의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게 될 경우 이미 설치되어 있는 한 미 일 삼국협력 사무국 등과 같은 기존 제도화의 성과가 탄력을 받으며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아직 잘 기능하는 사회적 자본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넷째, 동북아 세력망 구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바로 북한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구조적 공백이다. 북 미 및 북 일 관계는 물론이고 남 북 관계는 동북아의 세력망 구도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구조적 공백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 구조적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동북아 세력구도는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까지 중국이 경제력 중심의 물리력 이외에 동북아에서 행사해 온 중요한 구조적 권력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을 둘러싼 구조적 공백에서 중국만이 행사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으로 인한 네트워크 권력이었다. 이런 견지에서 러시아가 북 러 링크를 전략협력의 수준으로 24

동향과 분석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단순히 중국과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이익 다툼을 벌이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 동북아 세력망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러 북 간 에너지공급망(가스, 전력 등) 및 교통망을 연계하는 것은 그간 동북아 세력망 구도에서 가장 약한 고리, 즉 가장 깊은 구조적 공백 (structural hole)에 링크가 쳐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동북아의 전략적 협력과 경쟁의 관계로 구성되는 동북아 지정학적 네트워크의 구조적 변경을 야기할 수 있는 계기로 인식되어야 한다. 물론 북 미, 남 북, 일 북 사이의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이런 링크들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최근까지 동북아 정세의 전개를 보건대 북한을 둘러싼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가능성으로는 러 북 간 링크의 실현이 가장 앞서 가고 있으며, 남 북 간 링크도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 북관계는 특수한 경쟁의 논리로 인하여 변동의 폭이 매우 크며 안정적인 전략협력의 관계로 발전해 가는데 커다란 한계가 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시도는 한 일 간 과거사 문제로 인한 관계 악화와 한-중 간 유대의 강화에 대응하여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 20) 을 일본이 시도하였다는 점은 북한을 둘러싼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일이 동북아 지역정치에 대하여 얼마나 큰 변수가 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 북 사이에 협력의 링크가 구축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동북아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판단해 보건대, 미 북 링크의 구성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다섯째, 동북아 세력망의 구조적 공백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부분이 미 러 사이의 링크의 성격이다. 1990년대 동북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급격한 세력약화는 러시아의 경성권력이 약화된 것과 더불어 전략적 수준에서 러시아의 잘못된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포기한 탈링크(de-link) 정책과 미국이 추진해 온 소련 견제정책의 관성에 따른 미 러 간 지역정치 수준에서의 전략적 상호작용의 상실, 그리고 대안적 관계 구축의 실패에 따른 결과이다. 이는 탈냉전기 미국과 러시아는 지구적 수준에서의 협력을 논하면서도 동북아 지역 수준에서의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1990년대 소련/러시아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미국은 한시적인 북 미 링크의 가동을 통하여 1차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집중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총체적이며 네트워크적인 접근을 활용하지 못하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하였다. 사실 이 시기 미국은 세계 전략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동북아시아라는 지역적 차원 에서 러시아를 다룰 전략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러시아의 국가이익을 방치 20) J. Berkshire Miller, Abe s North Korean Advances: Why Japan Has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Worried, Foreign Affairs, August 10, 2014. 25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내지 무시 혹은 견제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동북아를 두고 나타난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전략적 협력의 부재는 역내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러시아의 입지를 현저히 약화시키고 제한해 온 중요한 원인이 되었으며, 그 공백을 부상하는 중국이 채우고 들어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정치 구도에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의 링크를 재구축하게 될 경우 이는 1970년대 미국이 중국과의 수교를 통하여 아시아에서 소련의 존재를 무력화시키고 이 지역은 물론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주도권을 쥐게 만든 사건에 비견될 수 있는 네트워크 권력을 미국으로 하여금 획득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사태로 인한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국면은 이 같은 동북아에서의 변동 가능성을 크게 제한하게 된 측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에 1990년대 러 북 및 러 미 사이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불능화시킨 탈( 脫 )링크 과정의 결과로 나타난 구조적 공백은 이후 20년간의 러시아가 역내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입지를 회복하지 못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왔다. 이에 러시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북한에 대한 전략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으며,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꾸준히 타진해 왔다. 하지만 국제정치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 러 간 경쟁과 국제정치 및 동아시아 지역정치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 중 간 경쟁은 동북아시아 의 안정적이며 협력적인 질서의 출현을 저해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2011년 북 러 정상회담 이후 가시화되기 시작한 러시아의 적극적 대북 정책은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지닌 열세의 구조적 원인은 능동적으로 제거하고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러시아의 새로운 외교, 즉 신( 新 )동방정책의 일환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러시아의 정책이 성과를 거둘 경우 러시아는 그간 지니고 있던 동북아에 서의 구조적 제약을 절반은 덜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더구나 역내 러시아의 영향력 강화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러시아의 대북관계 강화정책이 가져올 도전과 기회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도전 요인으로는 우선,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 중국이나 일본 및 미국으로부 터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강대국 간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과제가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러시아의 정책이 북 중 러 삼각협력 구도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한 미 일 삼각구도를 재( 再 )강화하여 동북아에서 신( 新 )북방삼각 과 신( 新 )남방삼각 이 대립하는 구도 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기회적 측면도 있다. 우선 러시아의 적극적 개입은 한반도 주변 세력균형의 변화를 26

동향과 분석 야기할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점이다. 또한 미 중 경쟁관계를 완화하고 한반도 주변 정세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남 북 간의 새로운 대화의 통로를 마련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기회적 요인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한 러 양국은 전략협력의 구체적 분야를 발굴하고, 전략적 협력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과 전략적 조율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VI. 러시아와 동북아 - 정책적 시사점 동북아 상황에서 러시아의 미래와 관련하여 우리가 예측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미국의 견제에 의해 역내 독자적 입지와 기반을 제약당하면서 중국에 의존하여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는 러시아이고, 둘째는 러 북 관계의 고리를 회복하고 이를 남 북 러 삼각관계의 발전으로 이어감으로써 자신의 독자적 영향력의 기반을 회복해 가는 러시아이다. 셋째는 남 북 러는 물론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여 동북아에서 자신의 독자적 입지를 상당히 안정화하게 된 러시아이고, 마지막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상호작용과 부분적 협력을 달성함으로써 온전히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게 된 러시아이다. 어떤 러시아가 동북아의 안정화 요인이 될 것인가? 첫째, 러시아는 동북아의 기본적 대립구도 인 미 중관계의 경쟁을 확대 재생산하는 러시아가 될 것이다. 둘째, 러시아는 한반도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러시아이며, 부분적으로는 동북아의 중간국가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는 러시아이다. 셋째, 러시아는 동북아의 중간국가들의 중요성을 미 중관계 만큼이나 영향력 있게 만들 수 있는 러시아이며, 넷째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지역적 수준에서의 미 중 러 전략적 삼각관계를 회복함으로써 동북아에서 균형추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역내 세력균형과 강대국협조체제 건설 그리고 나아가 그에 기반한 다자적 안보체제의 구축에 대한 기여를 해 나갈 수 있는 러시아이다. 불안정한 양극구도 보다는 3각구도가 전략적으로 더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이러한 네 번째 러시아를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관계적 자산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경제적 개혁 및 정치적 안정과 같은 내적역량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둘째 내지 셋째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존재하는 것만 해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극 사이에 위치한 중간국가들, 즉 러시아 자신은 27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물론 일본, 한국, 북한의 자율적 공간을 확대하고 양강 구도의 경직성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를 통해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 적지 않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상으로 가는 것은 중간국가들의 역할을 넘어 미국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한국은 러시아의 지역질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위와 같은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적 목표와 그 실천을 위한 정책의 마련에 대한 창의적 외교를 펼쳐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남 북 러 협력의 실현이다. 나진-선봉 프로젝트는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도 손해가 될 것이 없음이 판명되었고, 가시적 경제이익을 넘어서는 외교안보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한국이 칼자루를 쥐는 러시아의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의 고리를 담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삼각협력 모델을 발판으로 다양한 삼각협력을 확산시켜 갈 수 있다. 남 북 러 삼각협력의 모티브는 한반도 내부로는 하산~나진에서 시작되어 청진, 원산, 금강산으로 연결해 내려오면서 환동해 항만네트워크와 철도의 복합물류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확산될 수 있다. 물론 이는 한반도 종단 철도를 완성하는 과제를 푸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둘째, 이와 같은 성과는 중국 동북지방과 러시아 극동지방 그리고 일본 등을 아우르는 지역의 협력기재와 같이 연결되어 다시 동북아 소지역협력 구도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이와같은 협력의 확산은 구체적인 안보문제는 아니지만 안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경제-안보 복합적 과제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이미 살펴본 거시적이며 구조적인 미 중 간 경쟁구조를 미시적이며 상호실천으로 완화하고 풀어 나가는 데 소지역협력과 소다자주의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남 북 러 삼각협력 다음으로 러시아와 같이 할 수 있는 소다자협력으로 주목해야 할 대상으로 한 러 일협력을 제안하고 싶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일본은 동시에 년 내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궁지에 몰린 러시아로부터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북방 영토문제를 푸는 해법을 얻어 내거나 러시아와의 경제적 협력의 방안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러 일협력의 타결이 남 북 러협력보다 먼저 이루어질 경우 후자는 상당한 동력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러 일 간의 관계 강화가 한국과의 협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 일본 및 러시아와 환동해 협력프로젝트, 구체적으로는 항만 및 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을 논의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북극항로 개발과 발전으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소다자 협력의 모멘텀을 한 중 러 및 남 북 중 삼각협력으로 확산시키고 이를 28

동향과 분석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나진항에 대해 고전하고 있는 중국은 러시아의 자루비노 항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주안점을 틀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한국이나 북한에 모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남 북 러 나선항 프로젝트를 속히 매듭짓고, 나선 공단사업을 논의하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단동~신의주 거점을 중심으로 하는 남 북 중협력과 러시아 극동항만을 개발하는 사업에 대한 한 중 러 사업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한국을 배제하는 북 중 러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기에 앞서 한국이 참여하는 GTI 협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 같은 소지역 협력에서의 성과는 좀 더 거시적인 지역주의로 발전될 수도 있다. 특히 한, 러 양국은 동북아시아 내의 협력에 기반하여 최근 몇 년간 역동적인 경제적 및 지정학적 변화를 겪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협동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러시아와 동북아에서 연성안보 이슈에 대한 다자적 협력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양국은 지역 국가들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동북아시아는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지역 안보 아키텍처를 창출해 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반도 문제 와 더불어 지역 안보체제를 만드는 데 있어 핵심적인 장애물은 상호 신뢰가 부족한 데 있다. 신뢰가 바탕이 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공동의 이익을 위한 의제들에 대한 대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고려해 볼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에너지안보, 원자력안전, 교통물류안보, 식량안보, 사이버안보 등과 같이 연성적 협력과 안보 증진의 측면을 동시에 다루는 총체적 지역동반자관계 또는 공동체를 창설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분야에서의 동반자관계를 통해 더 포괄적인 역내 평화, 발전, 안보와 같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시아의 포괄적인 안보체제를 건설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지향하는 바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구상이다. 한 미동맹, 중요하다. 주변 외교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중국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와 대북 영향력의 통로로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두 축은 상호 경쟁적인 강대국 정치에 종속되어 상충적 측면을 지닌다. 이 양극 사이에서 소극적으로 보자면 한국의 운신의 폭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보면 양극성을 완화할 수 있는 중간국가들의 협력을 촉진하는 기제로서 러시아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창의적 외교도 한국이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목표가 되어야 한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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