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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순화의 역사와 전망

Transcription:

인사말 미래의 대안사회복지 모델을 찾는 대안사회복지학교 가 되길 김 규 원 (우리복지시민연합 공동대표,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가을빛이 단풍 속에 찾아드는 요즘입니다. 벌써 성질 급한 잎사귀들은 낙엽이 되어 대지를 감싸려고 덤벼들기도 합니다. 시골들판은 누런 벼들이 장관을 뿜어 대지만, 한편으로 미디어가 전하는 농심은 타들어가는 볏단의 재처럼 우수에 젖 게 합니다. 이처럼 결실( 結 實 )과 망실( 忘 失 )이 교차하는 요즘의 자연변화 때문 인지, 아니면 미디어들이 전하는 우울한 세상 소식들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 무튼 가을은 사색과 성찰의 계기를 자아내는 계절인가 봅니다. 지난 세월을 반 성하고 다가오는 새날들을 기약하기 위해서, 세상의 고민과 개인의 고뇌를 혼자 다하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나누고 다짐하는 자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과 일상생활에 대한 진지한 담론의 자리는 점점 사회복지 라는 주제어와 연관되어 마련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예전부터 사회복지대학 을 개설하여 지역민들의 복지의식 고양은 물론이거니와 복지 부문에서의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전파해왔습니다. 복지가 단순히 시혜와 동정의 차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모든 인간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점을 설파해왔던 것입 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 대해서 오해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기존 정책에 대한 비판에만 앞서고, 사후약방문처럼 복지비리 문제가 터지면 고발하기에 급급한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오해에도 불구하고, 우 리복지시민연합이 추구해온 것은 참복지 참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대안 모색을 대안사회복지학교 1

꾸준히 시도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않았기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복지시민연합이 추구해온 가치들에 대해서 동참하지 않은 주된 이유의 하나는, 우리복지시민연합이 너무 급진적인 단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작용하지 않았던가 하고 짐작합니다. 이것 역시 오해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현재 상태를 만족하지 못하고 바꾸려고 하는 것에 대하여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사람은 싫 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대체로 우리 지역사회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 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 바, 이는 현재 상태에 만족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일에 대해서 썩 내키지 않은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 은 것입니다. 이런 보수적인 풍토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 지역사회에 적 지 않은 것은 다행입니다. 아니, 점점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봅니 다. 이런 분들은 우리복지시민연합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고 더 나아가 서는 성원을 아끼시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의 관심과 성 원 덕택으로 우리 지역사회의 복지 부문은 조금씩 서서히 변모해올 수 있었습 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변화를 싫어하는 개인에 따라서는 조금 손해 보거나 또 는 많이 상처받은 경우도 있었겠지만, 지역사회 전체적으로는 분명히 나은 방향 으로 복지가 개선되어왔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당하신 개인의 손해 와 상처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미안함과 위로를 이 자리를 빌러 전하고 싶습니 다. 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낙오하고 만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하는 사람들 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는 각계각층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 향에 대해서 전망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아주 중요한 지점에 이른 것 같습니다. 따라서 현재 상태의 복지 수준이 우리 삶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계신다면, 사회복지의 미래와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자리의 중심에 서는 기회를 외면하시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구보건복지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우리복지시민연합과 민주노총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 대경지회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개설하는 대안사회복지학 교 는 이러한 주인공들이 함께 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사회로 향해가는 첫 걸음을 함께 내딛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할 것 2

입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안사회복지학교 가 우리 지역에 개설된다는 사 실만으로도 대구경북 지역민의 자부심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이러한 소중한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서 강좌를 기꺼이 맡아주신 정태인, 정세 은, 오건호, 이진석, 홍기빈 선생님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강좌 기획 및 섭외 등 갖가지 준비활동으로 수고해주신 은재식 처장님을 비롯한 사 무처 여러 분들과 운영위원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번 강좌를 수 강하시는 분들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참복지 참세상의 빛과 소금이 참담 한 복지의 척박한 사회를 구제할 줄로 믿습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3

인사말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보편적 복지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 재 강 (민주노총 공공노조 대경본부장, 사회연대연금대경지회장) 1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 정책, 규제완화, 부자감세, 친사반노로 대변되는 시장만능주의 정책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 상황을 불안정하고 불평등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또한 FTA의 비준, IT기술 등 신기술의 발전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킨다고 는 하지만, 우리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을 점차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부문을 비롯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이기는 커녕 4대강 살리기를 통해 자본의 이익만 챙겨주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800만명을 포함한 소득 불안정계층의 증가, 자본의 이익만 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악, 민중들의 삶의 질 향상을 외면하는 정치 상황은 향후 우리 사회를 극도로 혼란시킬 것이고, 절망적 양극화를 초래할 것임이 틀림없습 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어떠합니까? 선별적 복지제도인 기초 생활보장법, 보편적 복지라곤 하나 용돈에 불과한 기초노령연금, 기여가 전제된 사회보험만이 사회안전망의 전부입니다. 4 이제 노동자, 농민 그리고 서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것, 보편적 복지제도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것에

대해 우리가 함께 논의를 할 때입니다. 용산철거민으로 대변되는 주거의 권리, 돈이 없어도 의료나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실업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 구축, 여기에 저소득 층, 소득 불안정 계층의 소득 보장 체계 마련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우리들이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미 오래전 유럽의 선진사회는 성장의 결과물을 노동자 계층에게 돌려주는 소득 재분배 구조를 통하여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바 있습니다. 각 나라 복지제도의 역사와 만들어진 과정들은 상이하지만, 우리도 우리 실정 과 경제규모에 맞는 사회안전망의 설계는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노사정위원회의 상설화를 요구하여야 합 니다. 사회적합의를 이끌어내고 조세개혁을 통한 소득분배를 실현할 수 있는 방 법들을 고민하여야 합니다. 만약 사람이 문제라면 새로운 정치지형의 구축까지 도 고민하여야 할 때입니다. 꿈꾸지 않는 자에겐 미래가 없습니다. 시작은 미미하고 작은 물줄기에 불과할지 모르나, 우리가 얼마나 많이 학습하 고 고민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강좌가 지속 되면서 사회적 의식이 바뀌고 더 나아가 우리의 가치관이 세상의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아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대안사회복지학교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해주신 지역사회의 모든 분 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대안사회복지학교가 10년 미래를 준비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5

목 차 인 사 말 1강 / 10월 20일 김규원 (우리복지시민연합 공동대표) 1 이재강 (민주노총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 대경지회장) 4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보조자료 스웨덴모델, 붕괴와 부활 그리고 한국 7 정태인 (경제평론가, 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2강 / 10월 27일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41 3강 / 11월 3일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오건호 (민주노총 공공노조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87 4강 / 11월 10일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107 5강 / 11월 17일 칼 폴라니와 한국에서의 사회적 경제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153 대구보건복지단체협의회 소개 164 6

1강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1) 정 태 인 (경제평론가, 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1. 3중의 위기 1) 3중의 위기 현재의 위기는 약 10년마다 오는 산업순환 상의 위기에, 시장만능론이라는 30년짜리 지배 이데올로기의 위기, 그리고 100년에 한번쯤 오는 패권국가의 위 기가 겹쳐진 것이다 (정태인, 경향신문, 12월 3일자, 경제칼럼) 말하자면 3중의 위기 인 셈인데 1929년 즈음의 대공황기가 이에 해당하는 유일한 역사적 사건 이었을 만큼(물론 패권국가 위기의 위치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지만) 우리는 지 금 좀처럼 체험하기 힘든 역사의 고비에 서 있다. 밑의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는 1945년 이후 대체로 10년마다 찾아오는 6번째 산업순환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스캔들만 봐도 80년대 말에 터진 블랙먼 데이와 S&L사건, 90년대말의 LTCM사태, 2001년의 엔론사태가 있었고 이런 문제들이 그 때 그 때 미봉되다가 급기야 수습 불능의 시스템 위기로 발전한 것이 이번의 위기이다. * 이 글은 2009년 4월 일본 세카이지에 실린 3중의 위기와 이명박정부의 실정 과 또 하나의 원고(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민족경제론)를 합치고 대폭 수정, 보완한 것이다. 특히 2장 이명박 정부의 정책 부분 은 최근의 통계를 이용해서 거의 다시 썼다. 대안사회복지학교 7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60-70년 주기의 콘드라티에프 파동으로 본다면 45년부터 70년경까지의 호 황(A국면)에 이어 그 이후 전개된 하강(B국면)의 마지막 단계에 우리는 서 있 다. A국면은 주지하다시피 포드주의, 복지국가, 케인즈주의가 일궈낸 자본주의 의 황금기 였다. 오랜 호황과 재정확대정책이 불러온 인플레이션, 달러본위제에 따른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는 결국 71년 닉슨의 금태환 정지 선언, 그리고 73 년의 오일쇼크로 이어져 영광의 30년 은 끝을 맺었다. 공화당 후보 닉슨이 우 리는 모두 케인지언 이라고 선언한 바로 그 때 케인즈주의는 이미 막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 레이건과 대처가 등장하면서 금융자본 우위의 신자유주의 시대가 열렸 다. 이 흐름은 라틴 아메리카 외채위기를 겪으면서 90년대 초에 감세와 민영화, 그리고 규제완화라는, IMF-미재무성-월스트리트 3각동맹의 워싱턴 컨센서스 로 정식화되었다. 80년대부터 2007년까지 미국은 평균 2.9%의 경제성장을 거 뒀는데(50-60년대에는 평균 4.25%) 성장의 과실은 주로 최상위 계급에 집중되 었다. 69년대말 53%를 넘어섰던 노동분배율은 클린튼 집권 8년 동안 잠깐 반 등했던 것을 제외하곤 줄곧 떨어져서 현재 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상층의 금융자본은 결국 부동산, 주식 거품을 최대한 부풀리는 허구의 성장 을 꾀할 수 밖에 없었다. 스티글리츠의 말 그대로 30년간 우리를 지배한 시장만능의 논 리, 신자유주의는 이론적으로도, 또 실제로도 허구였다. 부족한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을 메운 것은 외채와 전쟁이었고 이것은 곧 세 번째의 장기 위기를 불러왔다. 월러스틴, 아리기 등의 세계체제론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패권이 발흥한 것은 1873년 경이며 패권이 확립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을 거치면서였다. 이후 70년대 말까지 안정적이던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90년대 IT붐 에 입각한 이른바 신경제 는 미국을 수퍼파워로 부활시킨 듯 했지만 이후 금융 화의 급진전과 이라크전은 결국 미국을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밀 어 넣었다. 2) 위기의 탈출구는? 가장 쉬워 보이는 10년짜리 위기의 탈출도 만만치 않다. 크루그먼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의 경험에 비춰 볼때 2년간 2조달러 이상의 재정을 쏟아 붓고 그 이후로도 마이너스 이자율 상황을 상당 기간 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8

루비니의 말대로 지금 미국 정부는 최후의 대부자 인 동시에 또한 최후의 소 비자 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가 모두 GDP의 6%에 이른 파산상태의 미국경제가 이런 대규모 지출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과연 오바마는 이미 여러번의 금융스캔들이 드러낸 잘못된 유인구조와 부적절한 규 제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칠 수 있을까? 예컨대 회계법인은 기업의 분식회 계를 도울 유인을 가지고 있고 신용평가회사는 실제보다 높은 평가를 내렸다가 문제가 생기면 한꺼번에 등급을 내려 위기를 촉진하며 경영자들 역시 단기 이 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제도, 그리고 그램-리치-브릴리 법을 비롯 해서 투자은행과 파생상품의 규제를 포기하게 만든 수많은 제도를 바로잡고 연 방은행에 시스템 위기의 관리라는 광범위한 목표를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을 까?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묶어 지주회사로 편입시키면 오히려 위기가 확대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비책은 마련하고 있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훨씬 규모가 큰 CDS, 회사채, 자동차 채권 등에서도 앞으로 1-2년 내에 추가로 문 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더 규모가 큰 상업용 부동산 의 값이 떨어진다면 이런 문제가 모두 드러날 가능성 또한 농후한데, 과연 현재 의 금융 대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스티글리츠의 비유대로 수혈을 아무리 해도 뇌출혈 환자가 건강해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근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위기의 진원인 동시에, 세계의 자본을 불러 들여 부 채를 보전하며 또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황금거위인데 오바마가 여기에 과연 칼을 댈 수 있을까? 스티글리츠나 크루그먼이 아닌, 서머스와 가이트너를 백악 관과 재무성에 포진시킨 것은 이 모든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어쨌든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로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조에 성공했다. 일단 금융위기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대공황 때와 같은 마 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으며 각국 소비가 급격하게 축소되는 사태를 막 았으며 따라서 일부 국가의 수출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양새를 낳고 있다. 전 세계가 유동성의 보호막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형국인데 과연 언제(어느 정도 의 버블이 형성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급격한 신용위축을 맞지 않는 방식으로) 출구전략 의 공조를 이뤄 내는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세계경제의 문제는 바로 이 글로벌 유동성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라는,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 지 못한 상황에 달려 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9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더 큰 장기적 문제는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과 국제통화체제이다. 1945년에서 71년까지는 금태환을 전제로 하는 달러 페그제로 이른바 트릴레마(자유로운 자 본이동, 고정환율제, 독립적인 금융정책 중 두가지 이상을 선택할 수 없다) 중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포기한 것이었고, 70년대 중반부터는 셋 중 고정환율제를 포기한 체제로 서로 다르지만 달러가 기축통화임에는 변함이 없다. 두 체제 모두 강한 달러를 배경으로 A국면에는 유럽의 수출주도성장을, B국 면에는 일본과 아시아 닉스, 그리고 이어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수출주도 성장을 부추겼다. 모든 기축통화국가는 강한 통화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국제질 서 유지의 비용을 국제수지 악화라는 형태로 치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의 경상수지가 적자를 넘어 80년대 이래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는 데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든, 아니면 인플레이션으로 대응하든 아 시아 국가들이 대외지불준비금(외환보유)을 달러로 보유할 유인은 점점 약해질 것이다. 이번의 금융위기는 이런 상황에 최후의 일격을 날린 셈이다. 이른바 포스트브레튼우즈 체제는 아마도 과거 EMS(유럽통화체제)의 복합바 스켓제도일테지만 이것이 공식 제도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켄 그린이 예측하는대로 달러와 유로가 사실상의 복수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다가 여기에 아시아 통화(위앤이나 엔, 또는 아쿠)가 추가되는 정도가 현실적인 경로 가 아닐까? 어느 경우든 미국의 달러 패권은 무너진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지만 이라크전에서 보듯이 한 나라를 완전히 제압하기에도 역부 족이다. 현재의 10년짜리 위기가 파국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꽤 오 랜 동안 우리는 지극히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기존 패권은 무너 지고 있지만 신흥 패권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 신자유주의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축적의 원리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1980년대 중반의 플라자협정, 그리고 미일반도 체협정을 떠올리며 만만한 나라에 비용을 치르게 하는 단기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이 다. 다만 이제 그 상대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이 미국의 고민일 테고 훨씬 만만한 상대로 한국이 자동차 등에서 먼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목숨을 건 환율전쟁, 금리전쟁, 통상마찰., 심지어 군사적 전쟁.. 그 한 복판에 한반도가 있다. 10

2. 이명박 정부의 위기대응책과 한국경제 1) 이명박 정부의 정책 - 위기대응책과 2009년 예산을 중심으로 유동성의 공급 이명박 정부의 정책의 주 항로는 747 이라는 그의 경제정책 지도에 이미 그 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끝난 시대 (스티글리츠)에 오히려 워싱턴 컨센서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2008년의 금융위기는 정부의 건설투자를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란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박정희식 토목건설정책을 덧씌운 것이다. 이미 흘러간 두 줄기 옛 노래를 리믹스한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 한국의 금융기관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 등 CDO를 거의 취급 하지 않았으므로(우리은행의 파워인컴펀드가 예외적일 정도이다) 직접 이번 금 융위기의 유탄을 맞지는 않았다. 위기는 원화 가치의 폭등과 폭락이라는, 외환 위기의 조짐을 보였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부채가 많은 데다 수출 증대를 위해 이른바 최강라인(강만수 당시 기재부장관과 최중경 당 시 기재부 차관)이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을 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 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08년 9월 12일)가 일어나자 부랴 부랴 유동성 공급 확대 에 나선 정부는 당시 5.25%에 이르던 금리를 현재 2.0%까지 낮추고 달러를 공 급하기 위해 미국(10월 30일), 일본 및 중국(12월 12일)과 900억 달러의 통화 스왑계약을 맺었다. 또한 은행 등의 외화차입에 대해서는 정부가 총 1000억 달 러규모의 지급보증을 했으며 국내적으로는 RP 재매각 및 매입(9.5조원), 국고채 매입(10.5조원), 통안증권 중도 환매(0.7조원) 등 11.2조원의 원화 유동성을 공 급했다. 그 결과 2009년 6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M1은 18.5%, M2는 9.6% 증가했다(<표1>). 아래 표는 현재 각 경제주체가 현금을 움켜쥐고 있는 한국경 제가 유동성 함정 에 빠져 있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그것은 곧 자산 버블의 연료가 차고도 넘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1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표1> 한국의 통화 및 유동성 지표 전년동월대비증감률(%) 08.12월 09.1월 2월 3월 월 5월 6월 M1(평잔) 5.2 8.3 9.8 14.3 17.4 17.0 18.5 M2(평잔) 13.1 12.0 11.4 11.1 10.6 9.9 9.6 Lf(평잔) 10.4 9.2 8.8 8.4 7.7 7.3 p7.0 L(말잔) 10.6 10.9 10.8 10.6 9.5 9.5 p9.9 * 한국은행, 2009년 6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 감세와 건설지출의 확대 감세는 신자유주의경제학의 고유 처방이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고 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시행한 정책이다. 다음은 지난 정기국 회에서 통과시킨 감세안을 정리한 표이다. <표2> 정기국회 통과 주요 감세 내용 구 분 여야 합의안 종부세 * 주택분 부과기준은 현행대로 6억원으로 하되 1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3억원의 기초공제를 허용 * 세율을 0.5~2%로 대폭 인하 * 고령자와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대한 세액공제 도입 소득세 8~35%의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여 2010년분 소득부터 6~33%로 각각 2%씩 인하 양 도 소득세 * 9~36%의 세율을 6~33%로 3%씩 인하 * 2주택 보유자에 대한 50%세율 부과를 폐지하여 6~33%의 일반적인 누진 세율만을 적용하고 3주택 보유자에 대한 60%의 세율도 45%로 인하 법인세 현행 13-25%세율을 인하하여 10년분 소득부터 10-20%의 세율적용 12 * 진보신당 미래상상연구소 정리, 2009.4.

나아가서 정부는 개인과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제도(각각 법인세 30%와 양도세 60%)를 폐지하고 3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양도세 기본세율만 적용하기로 했으며(기재부, 경제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 2009. 3) 국회는 법 인에 대한 감세만 2010년까지 적용하기로 수정하여 통과시켰다. 국회 예산처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감세안은 임기 중 96조원이 넘는 세수 를 줄인다.(<표3>) 내년부터 매년 GDP의 2.5% 가량의 적자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표3>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세수 규모 2008 2009 2010 2011 2012 합계 감세규모(조) 6.2 13.5 24.6 26.0 25.8 96.1 * 국회 예산정책처,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 측정에 관한 연구. 2009.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재정지출 또한 증가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정부 는 위기 대응책으로 유가 환급금, 유가연동 보조금 등 10조원을 지출했으며(고 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2008.6)), 고유가 극복 추경 예산, 경제난국 극복 수정예 산을 통해 16조원을 추가로 지출한 바 있다. 2009년 지출은 4월의 추경예산까지 합쳐서 총 302.3조원으로 2008년에 비해 17.7%를 증가시켰다(<표4>). 2) <표4> 2009년 분야별 지출 예산 (단위:조원, %) 구분 05~08년 08년 09년 09년 평균 예산 당초예산안 수정예산안 증가율 확정 예산 R&D 12.5% 11.1 12.3(10.8) 12.3(10.8) 12.4(11.5) 산업 중소기 업 에너지 1.9 12.6 13.2(5.0) 15.3(21.1) 16.2(28.5) SOC 2.3 19.6 21.1(7.9) 24.8(26.7) 24.7(26.0) 농림수산식품 4.4 16.0 16.6(4.1) 17.1(7.1) 16.7(4.8) 보건복지 11.3 67.7 73.7(9.0) 74.6(10.3) 74.7(10.4) 2) GDP 대비 자극정책의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재정지출의 효과도 세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 편에 속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3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교육 8.9 35.6 38.7(8.8) 38.7(8.8) 38.3(7.7) 문화체육관광 8.4 3.3 3.4(3.4) 3.4(3.7) 3.5(6.7) 환경 7.8 4.5 4.7(5.6) 4.9(10.1) 5.1(14.1) 국방 8.0 26.6 28.6(7.5) 28.7(7.8) 28.6(7.3) 통일외교 13 2.8 2.9(2.2) 2.9(3.7) 3.0(5.1) 공공질서안전 7.8 11.7 12.2(4.4) 12.3(5.1) 12.3(5.6) 일방공공행정 - 45.9 47.5(3.5) 48.9(6.5) 48.7(6.1) 총지출 7.2 257.2 273.8(6.5) 283.8(10.4) 284.5(10.6) *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 각년도. 05년-08년의 평균 증가율과 비교했을 때 2009년 확정 예산의 분야별 증가 율은 SOC(2.5% -> 26%)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1.9% -> 28.5%)로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사회분야인 보건복지, 교육 등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SOC 건설 분야의 급증은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도로와 철도 등의 교통시설 확충이 주도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도 저탄소 에너지 자립의 14

명목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들어가 있고 환경분야에는 4대강 정비사업이 포 함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급증한 부분은 전부 건설 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뿐만 아니라 2009년 6월에 발표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 은 2012년까 지 본사업 16.9조원 직접연계사업 5.3조원으로 22.2조원인데 그 대부분은 준설, 보설치, 농업용저수지 하구둑 건설에 들어가서 국토부의 예산이 15.3조원을 차 지하고 있다. 또 7월에 발표된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안) 은 2009 년부터 1013년까지 총107.4조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0대 사업 중 탈석유. 에너지 자립 강화는 원자력 발전을,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는 4대강 살리기, 녹색국토.교통의 조성 역시 각종 지역개발 및 SOC 정책을 포함하고 있 어서 상당 부분이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더구나 대형 토목 사업은 언제나 사 업과정에서 예산이 몇 배 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로도 천문학적이라 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 두 사업의 예산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규제완화와 민영화 2008년 12월 세기적 위기를 선진일류국가 도약의 기회로! 라는 장한 제목으 로 발표한 2009년 경제운용방향 의 3대 정책 방향(경기회복, 지속성장, 장기성 장) 중 지속성장 항목은 규제의 최소화, 세율의 최저화, 금융의 글로벌 스탠 더드화, 정부 효율 10% 제고, 그리고 공기업 선진화 이다. 사실 이런 기조는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 라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하에서도 재경부 주도로 꾸준히 추진해 오던 정책인데 경제위 기를 맞아 순풍(이명박 정부)에 돛을 단 셈이다. 한국의 재벌-재경부의 소원인 3대 규제완화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 리 완화, 수도권 규제완화였다. 이명박 정부는 이 소원을 대부분 들어 주었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 형해화했던 출자총액제한제는 확실하게 폐지됐고 산업자본 은 사모펀드를 통해서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험, 증권회사를 소유 한 비은행 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금융위기로 각 국, 그리고 국제기구마저 각종 금융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위기를 빌미로 모든 칸막이를 없애 버렸다. 이런 기조 위에서는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 인인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없애기 위해 금융기관 업무 영역간 장벽을 제거 하고 금융상품을 포괄 규정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5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2008년 촛불집회에 밀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전기-개스 민 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의료민영화는 괴담 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재정적자의 규모는 곧 자산이 30-40조원에 이르는 네트워크 산업(전기, 철도, 수도, 개스, 우편 등)의 민영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의 적자규모만 50조원이 넘는 데다, 내년부터 매년 25조원의 감세 규모를 유지하고 현재 예정돼 있는 재정지 출을 집행하기만 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담배세, 주세 인상을 죄악세라는 명목으로 들고 나올만큼 증세를 하기 어렵고 또한 유동성 홍수 속에서 인플레이션 정책을 쓰기도 어렵 다면 이 정부가 꺼내 들 카드는 공기업 선진화 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민영화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약간의 예측 금년 2/4분기부터 경제가 안정화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환율은 1200원 수준에서 안정되었고 주가는 7월말 현재 연초에 비해 40% 상승했고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도 들먹일 정도로 심리 상태가 호전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비심리를 보여 주는 각종 지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7월에는 제조업 생산 도 전기 대비 8% 증가하는 등 실물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과연 출구전 략 을 고민해야 할 만한 상황일까? 정부가 그릴 수 있는 어떤 시나리오도 실은 수출이 증가해야만 실현될 수 있 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사회경제의 양극화를 부추기므로 내수의 상당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은 별로 없 다. <표5>에서 보듯이 2009년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0% 수준이고 앞 으로 세계경제가 V자형으로 좋아질 전망은 거의 없으므로 앞으로도 이 수치가 <표5> 한국의 수출 수입 (통관기준, 억달러) 2008 2009 연간 7월 1/4 2/4 3/4 4/4 1/4 2/4 6월 7월 4,220.1 409.6 994.4 1,144.9 1,150.0 930.7 745.6 911.0 326.3 327.2 수출 (13.6) (35.6) (17.4) (23.1) (27.0) (-9.9) (-25.0) (-20.4) (-12.4) (-20.1) 4,352.7 429.5 1,060.5 1,147.9 1,229.0 915.3 712.9 732.8 253.6 275.9 수입 (22.0) (47.0) (28.9) (30.5) (42.8) (-9.0) (-32.8) (-36.2) (-32.9) (-35.8) 주 : 1) ( ) 내는 전년동기대비 증감률(%) 자료 : 관세청 * 한국은행,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2009. 8. 16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의 반 정도는 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니 수출이 이렇게 줄어든다는 것은 물량 기준으로 국내 생산, 따라서 고용이 작년 대비 10% 씩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표에서 보듯이 수입의 감소폭이 30%를 훨씬 넘기 때문에 GDP 통계의 대외부문(수출- 수입)은 상당한 폭의 플러스 요인(금년 상반기 중 210억 달러 흑자로 GDP 약 2.5%의 증가)이 되고 있지만 큰 폭의 생산감소, 그리고 뒤이은 고용 감소는 필 연적이다. 수입 감소 역시 국내 투자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미래의 성장 전 망 역시 어둡다. <표6>은 내수용 자본재 수입이 30% 가까이 감소했으며 그 결 과 설비투자지수도 -15%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표6> 한국의 내수지표 2008 2009 연간 6월 3/4 4/4 1/4 2/4 5월 6월 소비재판매액 1.0-0.7 1.4-4.2-4.9 1.5 1.6 7.3 (백화점 매출) 0.5 5.7 0.2-5.0 1.4 3.0 4.6 3.3 (대형마트 매출) 2.2 2.7-0.2-1.2-5.0-2.8 0.2-4.5 설비투자지수 -4.3-2.7 3.0-13.4-17.7-13.7-16.2-5.6 내수용자본재수입 6.1 8.2 17.4-11.9-29.6-27.9-29.1-22.4 국내기계수주 -5.5 5.6-7.6-39.5-36.0-11.2-16.1 7.8 건설기성액1) 4.7 6.6 10.6-2.2 4.5 6.6-0.7 14.0 건설수주액1) -9.0-23.0-22.7-6.5-16.5-2.0-18.5 17.9 * 한국은행,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2009. 8. 따라서 현재 -2% 정도인 한국의 경제성장은 수요 측면에서 거의 전적으로 소 비와 정부지출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지출 규모는 이미 보았고 소비의 증가는 <표6>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백화점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상층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즉 현재의 성장이란 감세와 자 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로 상층의 소비가 늘어나는 데 의존하고 있는 것 이다. 정부로서는 자산가격이 서서히 상승해서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그 동안 세 계경제가 회복되어 수출도 증가하여 바야흐로 설비투자가 증가하기를 학수고대 할 것이다. 그러나 자산 가격은 투기 성향에 의해 떼거리(herding)의 움직임을 보이며 중국을 빼고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수요가 금방 늘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의 고민이 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7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2) 이명박식 성장주의의 귀결 - 공공성의 파괴와 생명의 위협 수도권 규제완화, 재건축 규제완화, 부실 건설사들에 대한 9조원 이상의 지 원, 5+2 정책(광역 클러스터 정책), SOC 건설, '4대강 정비사업'은 모두 전국 의 삽질 정책이다. 이는 정확히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정책을 답습하는 것이 다. 이러한 투기 정책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요는 이미 가계부채 에 시달리는 중산층이 이런 투기수요 유발 정책에 넘어가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성공하는 경우 우리는 미증유의 거품폭발을 거쳐 2010~11년경 -5~-10% 성장이라는 대위기를 맞을 수 있고, 다행히 중산층이 말려 들어가지 않는 경우 약간의 거품을 거친 후 3년 이상 지속되는 0~-2%의 장기침체를 맞 을 것이다 3). 더 큰 거품으로 거품을 덮는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상은 결국 그 폭발과 더불어 한국발 금융위기, 나아가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폭탄을 끌어안고 있다. 바다를 건너 튄 불똥은 한국 안의 폭탄에 옮겨 붙었다. 부동산과 자장면이 똑같다면서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한 노무현 정 권이 불러온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은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짓기만 하면 돈벼락을 맞는다던 주상복합 건설 사업에 저축은행(12조 2천억원), 은행(47조 9천억원+매입약정 10조원), 그리고 제2금융권이 파악도 되지 않는 돈을 쏟아 부었다. 도처에 널린 황량한 겨울 공사장은 아무 상관도 없는 국민에게 곧 천문학적 공적 자금을 내라고 강요할 것이다. 아주 낙관적으 로 20%만 망한다 해도 무려 20조원이 넘는다. 18 헛된 욕망은 일반 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빚을 내서라도 집을 못사면 평 생 이사만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리라는 초조함에 서민들까지 열심히 은행을 찾았고 위험한 기업대출보다는 안전한 고리대를 챙기자는 금융기관들은 그 욕 망을 부추겼다. 한국은행의 2008년 9월 발표로도 가계 빚이 660조 3000여억 원이고 이 중 부동산 대출을 약 30%로 치면 200조원 가량 될 것이다. 더구나 은행은 넘쳐나는 유동성을 부동산 담보 대출로만 풀고 있다. 만일 현재의 투기 정책이 실물경기의 침체와 맞물려 결국 부동산 값의 폭락을 가져 온다면 곧 대 규모 실업과 임금삭감이 닥칠텐데 제대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 3) 이미 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말 현재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모두 332조 8000억원. 올 들어서만 19조 4000억원이 늘었다. 이 정도라면 우리 국민들의 낙천성도 놀랄만 하다.

마나 될까? 수출과 부동산으로 불만 지피면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자동적으로 우리 경제 를 선진화할 것이라는 주문 역시 이미 실천되고 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이 명박 정부의 구미에 딱 맞는 정책이다. 첫째 국민들은 공기업에 대한 불만이 많 다. 우리의 공공서비스가 국제 수준과 비교할 때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에 관한 객관적 평가와는 무관하게,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며 철밥통 이라는 예단은 누구 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20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그 랬듯 개혁 의 이름으로 공공성 파괴가 자행되는 것이다. 둘째, 공기업 민영화는 단숨에 엄청난 수입을 보장한다. 철도나 우체국과 같은 네트워크 산업의 자산은 천문학적이다. 경기를 살리겠다고 약속한 임기 내 70조원 규모의 소득세 인하,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과 최근 편성한 대규모 건설투자가 초래할 엄청난 규 모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셋째, 이런 어마어 마한 기업을 인수할 능력은 재벌만 가지고 있다.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하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일일이 폐해를 거론할 것도 없이 이러한 민영화/규제완화는 현재 제공되는 최 소한의 필수적 공공서비스도 무너뜨릴 것이다. 예컨대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정보의 비대칭성), 교육(외부성이나 평등 지향) 등 가치재 산업 을 민영화하면 고급 서비스 시장이 발전하는 대신 공교육이나 공공의료에 투입 되는 자원과 인력이 줄어들어 사실상 공공성이 무너지게 된다. 일반 국민은 그 동안 누리던 공공서비스 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전기, 철도, 개스, 수도, 우편 등 네트워크 산업의 경우에는 자연독점과 교차 보조의 필요성 때문에 공기업이 담당해 왔다. 이런 산업을 민영화하면 일반적으 로 공공요금이 상승하는 가운데, 특히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 공급되는 서비스 가격은 급등하거나 서비스 자체가 끊어질 수 밖에 없다. 어떠한 민간기업도 교 차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이런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촛불의 기세에 눌려 건강보험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지만, 보험업법 을 개정해서 민간의보를 확대하고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병원당연지정제의 폐지로 이어져 곧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것이다. 공정택씨가 서울 교육감에 당선되자 마자 일사천리로 국제중학교를 세우는 것은 공교육 붕 괴의 신호탄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9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더구나 이제 비준만 남겨 놓은 한미 FTA는 한번 민영화되거나 규제가 완화 된 분야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라도 되돌아갈 길을 끊어 버린다. 서비스 분야 현재 유보에 적용되는 래칫 조항(역진불가능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권 (ISD)은 재국유화라든가 공적 규제의 강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건강과 생명이라는 생활 상의 원초적 요구는 신자유주의의 통상원리와 정면으로 맞부딪힌다.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환경과 건강 정책은 사전예방의 원칙을 최우선의 원리로 삼는다. 문제는 이 원칙이 미국 고유의 통상 논리에 의 해서 원천적으로 부정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쇠고기 수입의 예를 들자 면 미국은 한국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려면 그 과학적 증거를 내 놓으라고 요구했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주장은 '필요불가결 증명 '(necessity test=미국 통상의 원리)의 응용이다. 즉 30개월을 기준으로 수입규 제를 하려면 그 규제가 필요불가결함을 먼저 과학적으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사 후예방의 원칙에 대비해서 '사전증명의 원칙'이라고 부를 만하다. 쉽게 말해서 사전예방의 원칙이란 아직 확증할 수는 없지만 생명이나 자연에 치명적일 위험 이 존재한다면 우선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인 반면, 사전증명의 원칙은 그 위험 을 먼저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즉 생명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 이윤을 먼저 보호할 것인가의 대립인 것 이다. 3. 무엇을 할 것인가 1) 아래로, 또 아래로 - 자산재분배와 풀뿌리 공동체 투기를 불러 일으킨 15년 전의 공무원들이 장차관을 하고, 또 금융기관에 포 진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이제 또 다시 이 위기를 수습한다며 세금을 주무를 것이다. 금융기관의 경영진은 예외없이 갈아야 하고, 책임있는 국장급 이상 공 무원은 퇴출해야 한다. 건설 자본은 이 참에 세계의 평균 수준으로 줄여야 한 다. 국민의 돈이 들어간 금융기관은 자금중개와 안정된 금융시스템의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국민이 통제해야 한다. 국제적 투자은행이라는 헛된 꿈을 지닌 경영자와 공무원은 모두 쫓아내야 한다. 20

부자들 감세를 철회하고 그 돈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을 살려야 한 다. 도로에 투자할 돈이라면 군단위에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 사교육을 폐지하 고 등록금을 줄여서 30-40조원의 돈이 소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보험 의 보장율을 80%까지 높여서 민간보험에 들어간 돈이 풀려나야 한다(약 5조 원). 소규모 1가구 1주택의 가계 파산자의 집은 정부가 원가로 사들여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에 들어갈 돈을 전혀 쓰지 않고도 전국의 아름다운 숲과 오솔길 을 늘리고 이을 수 있다. 고통을 분담한다며 공기업의 노동자 10%를 해고하는 이 정부의 아둔함을 노동조합이 따라 해서는 안된다.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 를 나누고 비정규직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투기정책(수도권 규제완화, 종합부동산세 폐지, 재건축 규제완화 등)은 철회되어야 하고 반대로 자산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공동체의 자산소유를 늘려야 한다. 네트워크산업(전기,수도,개스,철도,우편등)과 가치재산업(의료, 교 육, 주거)의 민영화, 시장화를 중지하고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 모두를 풀뿌리 공동체 차원에서 실천하는 것이 30년짜리 위기에 대한 대응의 올바른 방향이다. 이러한 정책을 체계화 한다면 어느덧 케인즈의 소득재분배를 넘는 새로운 자산재분배의 경제학이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는 단순히 케인즈로 되돌아가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오로지 아래로, 또 아래로 돈이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부자들이 이길 수 밖 에 없는 게임에 스스로 뛰어 들면서(사교육, 부동산, 민간보험) 내 가족만은 살 수 있으리라는 헛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 우리 모두 살 길만 있지 나만 살 길은 없다. 2) 쓰나미를 막을 방파제 - 통화금융체제의 개혁과 아시아 금융협력 대외적으로는 금년에 또 닥칠 가능성이 높은 외국발 금융위기의 해일을 막을 방파제부터 쌓아야 한다.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경상수지, 만기불일치의 대용변 수 등으로 구성된 인계철선 (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신호)을 설치하고 외환시장 및 자본시장의 패닉을 진정시킬 수 있는 과속방지턱 (상황에 따라 자본유출입 을 조절하는 장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통화불일치의 정도에 따라 환율의 변동을 제한하고 포트폴리오의 유출입도 규제해야 한다. 또한 증권거래 세인 케인즈세와 외환거래세인 토빈세를 결합한 이중가변토빈세(자본유출입 및 경기상황에 따라 세율 조정)를 도입하고 유입자본의 일정 비율을 한국은행에 1 대안사회복지학교 21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년 단위로 예치하는 외환가변유치제도도 상황에 따라 발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65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로도 환율의 안정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그것 은 근본적으로 아이켄그린이 말하는 원죄 (original sin, 자국 통화, 예컨대 원 화로 해외에서 기채를 할 수 없는 것) 때문이므로 우선 한중일 세 나라의 이해 가 일치하는 아시아 채권시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통화스와프의 규모를 늘리 고 발동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등 아시아통화안정체제의 제도화도 더 빨 리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현재 64% 정도)을 점진적으로 줄여서 달러 패권의 약화라는 100년짜리 경향에 발맞 춰 나가야 한다. 버냉키 등 주류경제학의 주장인, 변동환율제와 통화안정정책의 결합은 한국과 같이 달러에 강하게 연동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금융마비를 가져 올 뿐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요컨대 달러와의 연계를 줄이고 아시아 통화와 결 합하는 것, 환율변동의 폭을 줄이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통 화금융체제 개혁의 방향이다. 한국의 기재부(구 재경부)는 지난 10여년간 오로지 자본시장의 완전 자유화와 투자은행 설립을 목표로 움직였다. 바로 그 모델인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영을 배우려면 물에 들어 가야 한다 (박병원 경제수석)는 해괴한 논리로 오히려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 본시장 통합법, 재벌의 은행 소유를 노리는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개정 등은 모두 중지해야 한다. 그 알량한 수영을 배우기 위해 모든 국민이 난파선을 탈 수는 없지 않은가. 거꾸로 투기를 불러 일으키는 잘못된 유인구조와 부실한 규 제를 한꺼번에 손봐야 국내발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통화 가치 안정이라는 한국은행의 협소한 목표를 금융시스템의 안정으로 확대하여 훨씬 많은 힘을 주어야 한다. 모든 문제가 참여정부의 탓이고 또한 외부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때문이라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강변도 금년을 거치면서 완전히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중도와 실용을 외치다가 슬그머니 진보의 껍데기를 뒤집어 쓰려는 민주당의 무 능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절망에 빠져 메시아를 갈구하는 대중은 자칫 잘못 하면 파시즘을 선택할 수도 있다. 꽃이 피면 반드시 같이 피어날 촛불과 함께 좀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진보가 그 희망이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역사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생명이 달려 있기에 더욱 절박하다. 22

<보론> 대안 - 글로벌 시대의 민족경제론 민족경제론의 확장(1) - 국내 산업연관과 중소기업론 ("자립적 재생산 구조")의 재해석 신자유주의의 종주국 영국의 고든 총리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시장만능의 정책기조는 이미 파산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위기를 빌미로 바로 그 난파선 에 올라타려 온갖 수를 다 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6-70년대의 박정희식 성장전략인 수출지상주의와 건설붐을 경 기대책으로, 그리고 전형적 신자유주의 정책인 감세,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를 구조적 대책으로 결합한다. 이것은 후술하듯 최악의 조합이다. 이명박정부의 이런 구조 정책은 2000년대 8년간 부시정부의 정책과 정확히 일치하며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금과옥조, 워싱턴 컨센서스이기도 하다. 과연 이 런 정책기조가 경제적 성공을 가져올 것인가. 지금 진행 중인 금융위기가 바로 그 답이다.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이름 붙인 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아닌 "서브 프라임 체제의 위기"(subprime system crisis)로 불려 마땅한 현재 의 금융위기는 80년대 이래 금융자유화를 축으로 한 신자유주의 체제의 근본적 위기이다. 즉 그것은 세계정부에 준하는 국제적 규제를 만들지 않고서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더 큰 규모로 재현될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내 정책은 도 대체 뭐가 있을까? 투자를 늘리는 방법 - 중소기업론의 중요성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 법인세 등을 낮추고 비지니스 프렌들 리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그래야 서민경제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물이 넘쳐야 아래쪽도 적신다는 적하효과(trickle down effect)요, 강물이 불어나면 모든 배가 솟아오른다는 박정희시대의 믿음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2006년 기준 1000대기업의 사내유보가 364조원이다. 법인세를 5%포인트 인하해서 8조원 가량 보태주면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날까? 기업들 의 해외직접투자까지 고려해 보면, 특히 대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한 속도로 증가 대안사회복지학교 23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하고 있다. 작년 국내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267억 달러(신고기준)를 넘어섰 으니 총고정자본형성의 10% 정도는 해외로 빠져 나간 셈이다. 이 수치를 줄이 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국내의 제조업 수익성을 높이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한 이 수치를 어떻게 하는 건 불가능하기도 하다. 문제는 사내유보이다. 금융화의 환경에서 이 돈은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 즉 고용을 늘리는 제조업보다 훨씬 단기 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 된다. 수도권 규제완화, 수도권 광역 클러스터 육성, 금산분리 완화, 한반도 대운하는 어마어마한 현금이 곧 부동산과 건설에 투입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부자들의 수입증가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2006년 개인의 대외거 래수지 적자규모가 180억 달러이다. 즉 GDP의 2%에 가까운 돈이 해외 여행경 비, 유행연수비, 조기유학 등을 위한 증여성 송금, 해외이주비로 쓰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 외국에서 수입한 사치재를 포함하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불어날 것 이다. 요컨대 대기업과 부자의 부를 늘리는 감세 및 규제완화정책은 국내의 일자리 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많은 부분이 해외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물이 넘쳐 도 외부로 빠져 나가버리고 강물이 불었는데 오히려 수많은 배들이 침몰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답은 확실하다. 투자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수익과 서민들의 소비를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의 투자와 영세자영업을 살리는 방법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고 기업들에게 핫라인 을 개설한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자 마자 중소기업인들이 데모를 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일자 리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투자가 늘어나야 일자리도 증가한다.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국제적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납품 단가에 반영해 주기 는 커녕, 해외공장이전 위협 등을 무기로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마당에 신규투 자는 언감생심이다. 불공정거래를 단속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노동자의 생산 성이 향상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의 상황은 기껏 현상유지에 머무를 것이기 때 문이다. 사회연대전략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관건이다. 저소득층 국민연 금 보험료 지원(복지소득연대), 고용보험기금 지원에 의한 최저임금 인상(임금 소득연대), 연 200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와 일자리 나누기(노동시간-일자리연 24

대)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생산성 향상에 획기적인 출발점이 될 것 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재교육이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98%에 이르는 50인 이하 기업은 사회연대전략의 도움을 받아 노동자 들의 삶을 안정시키더라도 재교육 등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어렵다. 지역 별, 산업별 재교육 프로그램에 지역대학이 참여하고 지역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또한 지역재투자법과 마이크로크레딧에 의해 형성된 지역의 서민금융이 자금 지원과 컨설팅의 핵심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요컨대 중소기업의 클러스터화 와 재교육에 의해서 네트워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야말로 산업공동화 문 제와 일자리 문제, 거시 투자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매년 50만개가 창업하고 40만개가 폐업하는 분야, 26.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3년부터는 임금노동자보다 실질소득이 낮아진 분야가 자영업이다.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의 활로 역시 규제로부터 찾아야 한다. 유럽이나 일본은 물론 월스트리트에서도 월마트를 규제한다. 월스트리트-월마트형 자본 주의는 소비자혜택을 늘린다고 하지만 중소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임시 비 정규직 노동을 통해 거시적으로는 일자리와 소비를 축소시켜서 결국 과소소비- 과소투자 사회를 만드는 주범이다. 자영업은 지역경제와 지역운동의 핵심 과제 이다. 민족경제론의 확장(2) - 국내 소비와 공공성의 연관 (민중의 생활 상의 요구의 확장) 1990년대 중반 이래 국내 소비 증가율은 답보상태이다. 그 이유는 시장만능 의 정책이 서민들의 삶을 규정하는 의교주( 醫 敎 住 )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 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교육시장화, 공급 위주의 주택 정책이 이런 경향을 극단으로 밀고나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5분위 소득통계에서 하위 1,2,3분위(즉 서민)의 소비가 줄어들거나 아주 미약 하게 증가하는 이유는 애초에 가처분소득 증가가 거북이 걸음이기도 했지만 그 소득도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어렵게 모은 돈 에 은행 대출을 보태서 집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대출이자 갚는 데 허덕일 것이 고 전세로 사는 사람은 전세값 인상에 전전긍긍해야 한다. 교육물가는 일반 물 대안사회복지학교 25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가의 두세배 올랐고 사교육비는 연 30조원을 넘나든다. 이 둘만으로도 소비의 증가는 커녕 갓난애를 가진 주부들도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직 건 강보험은 건재하지만 곧 민영보험이 확대되고, 영리법인화에 이어 병원당연지정 제가 폐지되거나 완화되면 의료비는 가계 파산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 다. 점점 더 서민들의 소비는 축소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믿을 수만 있다면 지 금 집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 대출을 다 갚고 열심히 일만 하면 시간이 지 날수록 집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야 소비도 증가할 수 있다. 공급이 아 무리 증가해도 한가구가 서너채, 심지어 수십, 수백채를 소유한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보유세(이명박 정부가 사망선고를 내 린 종부세)를 대폭강화해야 한다. 1가구 1주택 원칙을 법제화하고 영구 채권으 로 과다 보유분 택지를 사들인다면 훨씬 더 빨리 부동산 가격은 안정될 것이다. 보유세 수입으로 공공주택을 늘려야 한다. 이런 원칙 하에서 비로소 계층별 세 부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극심한 학력사회에서, 더구나 1-2점으로 당락을 가르는 입시제도로는 사교육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학부모들은 자신들 능 력 이상으로 사교육에 투자를 한다. 이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성격을 가졌는 데 결국 돈 많은 사람이 무조건 이기게 된다. 진보의 대안은 국공립대학 통폐합 부터 시작하는 사실상 대학입시철폐(자격고사)이며, 대학에서 아이들이 경쟁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수많은 과목과 전문적인 수준을 사교육이 대신할 수 는 없다. 거의 100% 공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세계수준인 핀란드나 노르웨이가 우리의 모델이다. 적어도 경제 위기 동안 사교육을 중지해야 하고 대학의 등록금을 법인세 증세로 충당해야 한다. 여기서 절약되는 40여조원 (사교육비 + 등록금) 중 30조원은 교사의 확충과 재교육 등에 쓰고 나머지 는 소비를 증가시키는 데 쓰이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공교육 강화를 넘어서 핀란드식 완전한 평준화를 이뤄내야 한다. 교육에 관한 한 적어도 기회의 평 등을 보장해야 한다. 의료비문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해결된다. 아이들의 진료, 암 등 가계의 파산을 불러오는 중병부터 보장성을 확대해서 전체적으로 90% 수준까 지 끌어올려야 한다. 적어도 위기 동안은 세금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 의료기 관의 영리법인화가 아니라 공공 의료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예컨대 맹 26

장수술을 할 수 있는 지역거점병원을 군단위마다 만들어야 한다. 공공의료의 효 율성은 이미 증명돼 있다. 오바마가 건강보험을 도입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것 이 그 증거이다. 민간보험과 영리병원이 확대되면 그만큼 의료공공성의 확립은 어렵다. 우리 삶의 필수재의 공공성을 강화할 때 비로소 서민들은 일반 재화를 소비 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 의료에 대한 효율적 투자가 사회의 생산 성을 가장 확실하게 높이는 수단이라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증명됐다. 그런 의미에서 의교주( 醫 敎 住 )의 공공성 강화는 사람에 대한 가장 중요한 투자이기도 하다. 바로 현재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이다. 특히 1,2분위의 서민에게는 공공요금도 큰 부담이다. 이명박 정부는 철도, 전 기, 개스, 수도, 우편등 네트워크산업의 민영화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나섰지만 이 역시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특히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감세로 인해 재정적자가 심각해지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요량으로 엄청난 자 산을 가진 공기업의 민영화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네트워크 산업 민영화는 독점으로 인한 전반적인 가격 상승, 교차보조 금 폐지에 의한 지역 서비스의 중단 등 부작용을 낳는다. 이 점은 이미 선진국 에서도 반복적으로 증명됐다. 공기업의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공기업 지배 구조에 노동자와 소비자가 참여하고 사회공공회계를 도입하는 것이 진보의 대 안이다. 요컨대 대기업과 부자들의 손에 쌓인채 경제의 거품을 늘리는 쪽으로만 사용 되는 돈을 공교육, 공공의료, 공공주거, 공공서비스로 돌릴 때 비로소 투자와 소비, 그리고 장기 생산성 향상의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다. 한미 FTA는 이런 전략에도 넘을 수 없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미 FTA는 한번 민영화되거나 규제가 완화된 분야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라도 되돌 아갈 길을 끊어 버린다. 서비스 분야 현재 유보에 적용되는 래칫 조항(역진불가 능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권은 재국유화라든가 공적 규제의 강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대안사회복지학교 27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민족경제론의 확장 (3) - 민족적 생활양식의 재해석과 풀뿌리 지역공동체의 복원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은 농업 정책에 관한 구상으로부터 출발했다. 물론 이것 은 60년대 한국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거의 모든 사회적 비용 을 농민이 부담했기 때문이다. 박현채는 협업농과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 는데, 농업이 GDP의 3%를 차지하는 현재에 이르러 이 주장은 새로운 차원에 서 귀기울일 만하다. 한마디로 지역의 풀뿌리 공동체야말로 경제성장과 복지, 일거리, 미래산업의 요람이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동시에 민주주의 의 토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시설, 요양시설, 공공도서관 등 지역 인프라의 구축은, 동시에 (얼굴을 마 주 봐야 하는)세심한 돌봄노동을 필요로 한다. 공공의료의 30%에 달하는 지역 거점 공공의료시설, 공공보육시설, 공공도서관 및 문화센터, 재래시장 공영개발, 소규모 도심지 공원 등의 설립과 운영을 주민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은 복지-교 육-문화 서비스의 수급을 맞추는 최선의 방법이다. 풀뿌리 공동체는 또한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의 근거지이다. 2020 년까지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한 20% 감축하고 에너지 공급을 생 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 시스템의 개혁, 환경규제의 강화로 재생 에너지산업과 친환경산업을 미래의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이다. 농촌의 풀뿌리 공동체는 안전한 먹을 거리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의 1차산업으로서의 농업 없애기에 맞서 대농, 기계농, 화학농 육성을 폐기하고 2020년까지 가족농의 협업에 의해 유기농업 비중을 40%까지 늘릴 것이다. 농 업생산, 농협과 생협에 의한 유통 개혁, 공공급식개혁으로 풀뿌리 공동체부터 먹을거리 지역체계(로컬푸드시스템)를 구축한다. 생태마을은 도시민의 농업 체 험과 지역 역사문화유적, 지역 자연환경의 보존을 통해서 정겨운 관광 을 가능 하게 한다. 이는 호텔, 골프장, 카지노라는 이명박 정부의 환경파괴적 관광과는 정반대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풀뿌리 공동체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풀뿌리 지역 공동체의 사회경제(social economy)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지역 주민이다. 농민과 28

노동자, 서민금융 대표, 지역 상인, 지역의 기업인 등이 지역공동체의 지배구조를 구성하여, 건설회사, 지역언론, 지역관료로 구성된 토호연합을 대체해야 한다. 지역 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지역의 여러 경제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여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복지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임을 증명할 것이다. 요컨대 글로벌 시대의 개방된 민족경제는 가장 밑의 층위에 풀뿌리 경제가 있다. 이 층위에서의 행동원리는 호혜성(reciprocity)이다. 군단위 지역경제의 각종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기타 시민사회단체들이 그 주체이다. 지역의 사회 적 서비스, 안전한 먹을 거리 생산, 재생에너지 생산등이 그 대상으로 현재 GDP 중 차지하는 비중 0%에서 앞으로 10년간 약 20%까지 늘려나갈 수 있다. 이 층위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성장과 생명복지(lifare)의 핵심이다. 그 위에는 공공성의 층위가 있다. 네트워크 산업, 그리고 국가 차원의 의료, 교육, 주거 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시스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 과 금융도 공공성 영역이다. 이 층위에서의 행동원리는 재분배(redistribution) 이다. 나라의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사람의 능력 이 만개할 기회를 제공한다. 조세부담율과 사회정책지출이 OECD 최하위에 속 하는 나라에서 이 층위는 앞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올라선다. 이 층위의 행동원리는 경쟁이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공정성(fairness)가 강조되어야 한다. 이 층위에서 국가의 역할은 경쟁의 규칙의 제정과 감독, R&D투자, 클러스터의 형성 등이다. 넓은 의미의 외부성이 국가 정책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들 세가지 층위가 고유의 행동원리와 함께 민주주의의 원칙에 의해 조화를 이룰 때 내수가 성장할 것이며 글로벌 시대에도 안정적인 민족경제 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29

보조자료 스웨덴 모델, 붕괴와 부활, 그리고 한국 정 태 인 1. 마이드너의 꿈 - 노동자 주도의 구조조정 (이번 호에 쓸 글은 상당한 경제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 습니다. 스웨덴 모델은 지금도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스 웨덴 모델은 신정완교수의 믿을만한 책 등으로 꽤 많이 소개돼 있으니 여유가 있으신 분은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는 복잡다단한 역사를 생략하고 렌- 마이드너 모델을 단순화한 논리로만 설명합니다. 가능한 쉽게 이야기하려고 하 겠지만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그건 오로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스웨덴에서 만난 모든 사람에게 내 마지막 질문은 똑같았다. 제2의 마이드너 라고 할 만한 사람은 누굴까요? 때론 렌-마이드너 모델 이후 스웨덴 특유의 독창적 거시모델이 만들어졌는지, 또는 그런 모색을 하고 있는지, 더 구체적으 로 묻기도 했다. 그러나 속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마이드너와 한 방을 쓸 정도로 절친했다는 스트리앙교수도 곤혹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LO(우리 의 민주노총에 해당하는 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의 연구책임자에겐 당신이 그 후계자가 되길 바란다 고 덕담을 했더니 그는 말도 안된다 며 얼굴을 붉혔다. (핀란드와 노르웨이에서는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평등교육과 성평등 정책에 관해 담당자에게 직접 들었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그런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전반적인 거시모델에 관해서 물었으니 답이 신통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그 답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면에서 지 금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스웨덴이 이번 여행기에서 뭔가 냉대를 받는 느 낌을 받는다면 그건 전적으로 이런 불평등한 질문 때문이다) 사실 이 질문은 마이드너 자신이 1998년 인터뷰에서 받은 것이기도 했다. 창조적인 사회민 주주적 개혁의 새로운 목소리를 들은 게 있나요? (실버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대안사회복지학교 31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있냐구요? 나는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건 (83살이나 먹은 늙은이라서) 내 잘못이겠죠 (마 이드너) 요스타 렌과 함께 1951년 저 유명한 렌-마이드너 모델을 만들었던 루돌프 마이드너는 1993년 왜 스웨덴 모델은 실패했는가? 라는 글을 썼다. 한 때 빠 른 성장과 동시에 최고의 복지를 누림으로써 온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스웨덴 모델. 그 설계자가 실패를 자인할 수 밖에 없는 비통함이 글 안에 절절하다. 평 등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했던 그 모델의 핵심은 무엇이었샀던옠 무너졌는가? (지면 때문에 다음 달에 얘기하겠지만 지금은 스웨덴 모델의 부활 을 논하고 있다. 여전히 스웨덴은 세계 최고이다. 최근의 금융위기 때도 미국 언론들은 스 웨덴에서 배우자 고 호들갑을 떨었다. 바로 1990년대 초 스웨덴의 정책을 따르 자는 얘기니 과연 역사는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마이드너 스스로도 자신이 쓴 LO의 제안서(1951)를 케인즈주의의 수정 이라 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들의 관심은 케인스의 실업 대책 이 아니라 정반대로 안정정책 이었다. 유럽의 북쪽 외진 곳에 있었던 덕에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피했고 더구나 전후 유럽의 부흥기를 맞아 스웨덴은 초호황을 누렸다. 따라서 스웨덴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인플레이션이었는데 문제는 동시에 완전고용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른바 필립스 커브 (최초로 필립스가 인플레이션과 실업율의 트레이드 오프 관계를 논문으로 쓴 해는 1957년이다)의 문제를 해결 해야 했다. LO의 경제학자로서 매번 중앙교섭에 참여한 경험은 독특한 인플레 이션 이론을 가지도록 했는데 그것은 초호황으로 숙련 노동자를 구하기 힘든 수출대기업이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그것이 다른 산업의 노동자에게도 연쇄적 으로 영향을 미쳐서 임금-물가 연쇄 상승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20여년 후에 효율임금이론 으로 알려지게 되는 뉴케인지언의 이론을 이들이 생생한 경 험 속에서 이미 깨닫고 있었다는 얘기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의 동시 달성이라는 꿈의 비법은 무엇일까? 물가안정을 위한 재정긴축정책과, 동시에 산업간 임금격차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연대임금정 책이 그 핵심이다. 물론 이것은 LO와 SAF(우리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기업가들 의 모임)가 중앙교섭으로 임금 수준을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수출대 기업으로서는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줘도 되니 대환영이고, LO는 평등과 연 대라는 사회주의의 이념을 실현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 다(<그림1> 참조). 32

렌-마이드너 모델 긴축재정정책 (재정흑자) 물가안정 공공저축+임노동자기금 (노동자투자기금) 연대임금정책 적극적노동시장정책 (재교육정책, 실업연금) 수출대기업 초과이윤 사회투자 완전고용 성장산업 재고용 한계기업 구조조정 성장과 평등 <그림 1> 렌-마이드너 모델 문제는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한계산업 또는 중소기업들이 파산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렌-마이드너 모델이 지닌, 또 하나의 독창성이 나오는데 바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이다. 노동자들에게 실업수당을 주는 동시에 (70년대 이후 스웨덴의 실업수당은 이전 월급의 80% 수준을 넘나든다) 성장산업으 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재교육/재훈련을 하는 것이다. 훗날 학자들이 일자리 보장 (job security, 즉 평생직장)이 아닌 고용보장 (employment security)이라고 부른 정책이며, 요즘 유행하는 유연안정성(flexecuity)의 원형인 셈이다. 여기서 유 연성(flexibility)이란 곧 노동자의 이동성(mobility)이며, 말하자면 노동자가 구조조 정 을 주도하는 것이다. 마이드너는 시장의 힘에 의해 구조조정을 당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자율조정 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출대기업 등 고생산성 산업부문이 초과이윤을 누리고 결국 권력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70년대 중반에 마이드너는 임노동자 기금안 (마이드너 플랜)을 내 놓는다. 원안은 대기업 이윤의 20%에 해당하는 신주 를 발행해서 노조가 관리하는 기금에 내 놓게 하는 것으로 이렇게 20-30년을 지나 면 노조는 웬만한 기업의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SAF 등 자본가들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 일으켰고 사민당도 세가지 의견으로 분열했으며 결국 LO와 사 대안사회복지학교 33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민당 관계는 서먹해지고 끝내 사민당의 패배로 이어져서 마이드너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결과가 그렇다 해도 임노동자기금안은 시장경제 틀 내에서 실제로 사회주의 를 달성하는 또 하나의 구체적인 정책이었으니 기금사회주의자(fund socialist) 인 블랙번이 2005년 마이드너가 세상을 떴을 때 조사에서 그를 끝없이 실천적 인 비전있는 사회주의자 라고 칭송할만 하다. 마이드너 스스로 말한대로 임노동 자기금은 렌-마이드너 모델의 원래 요소는 아니었지만 그림에서 보듯 논리적으 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정책이었다. 다만 왜 최악의 상황으로 접어든 70년대 말이 아니라 최상의 조건이었던 50년대 말부터 시행하려 하지 않았을까가 아쉬 울 뿐이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렌-마이드너 모델은 짧게는 노동자 주도의 독창적 구조조정 정책이고(사실 이들의 독창적인 임금-물가상승이론이나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되는 연대임금 모델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심지어 반노동자적 정책으로 비판받기 십 상일 것이다) 사회주의로의 장기전망을 가진 모델이었으며 실제로 약 20여년간 스 웨덴 경제가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만든 동력이었다. 물론 이런 성공은 80%에 이르는 노조 조직률과 평조합원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 했다. 이 점은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스웨덴 모델의 장기 위기를 설명 하는데도 필수적인 요인이며 동시에 최근의 부활 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다 음 호에 계속). 2. 스웨덴 모델의 붕괴와 부활, 그리고 한국 (저는 결코 스웨덴 전문가가 아닙니다. 일주일 갔다 오고 한두달 공부를 했다 해서 어떤 나라를 안다고 한다면 그건 선무당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글이 바로 그렇습니다.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스웨덴 논쟁에서 좌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그 또한 혹시 독자들을 호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 그러하듯 우리나라에 관한 생각을 스웨덴에 투사하는 오류를 저질렀을 가 능성도 높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신정완교수, 조영철박사의 글을 꼭 같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온갖 경제학 이론이 다 등장하기 때문에 어려우실 겁니다.) 34

스웨덴 모델은 왜 실패했는가? 마이드너가 비통한 마음으로 위 제목으로 글을 쓴 때는 1993년이었다. 1970 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내내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노정하던 스웨덴은 그예 1991년 통화위기를 맞았다. 1984년에서 94년까지 미국의 1인당 실질 GDP는 3.0% 증가한 반면 스웨덴은 1.4%에 머물렀다. 스웨덴 병 이라는 말이 유행하 고 미국과 스웨덴의 주류경제학자들은 앞다퉈 복지국가의 사망 을 선언했다. 그들에 따르면 스웨덴 등 북유럽의 평등주의와 그 결과물인 지나친 복지 가 노 동자들이 일할 유인을 없애고 도덕적 해이에 물들게 했으니 망할 수 밖에 없다. 공짜 점심(예컨대 월급의 80%에 해당하는 장기 실업수당)을 주는 데 왜 일을 할 것이며 병가를 내도 조사를 하지 않으니 툭하면 집에서 쉬는 게 당연하다 (도덕적 해이). 소련-동구가 그렇게 망했는데 북구사회주의 (미국이나 주류경제 학 쪽에서 보면 북구는 사회주의다)라고 어디 가겠는가? 미시논리(이기적 인간의 행동 원리)로 보면 그럴듯하고, 또 주위에서 흔히 관 찰할 수 있어서 바로 수긍할 수 있는 이런 주장은, 훗날 린더트에 의해서 철저 히 실증적으로 반박되었다. 현실에서도 스웨덴은 95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3.1%를 성장해서 미국의 2.8%보다 높은 성장률을 거둠으로써 부활 하게 된다. 물론 임금격차 등 각종 평등 지표에서 스웨덴은 여전히 수위를 달리는 반면 미 국은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다. 그렇다면 지난 번에 살펴본 렌-마이드너 모델은 왜 70년대 중반부터 작동하 지 않았을까? 또 90년대 중반 이후에 다시 효율과 평등의 균형을 찾은 것은 어 떻게 설명해야 할까? 첫 번째 원인에 대한 마이드너 스스로의 진단은 이렇다. 우선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네번에 걸친 대규모 평가절하 등)으로 이윤은 급 증했으나 투기에 의해 자산가격이 폭등하고 경쟁력이 저하해서 결국 성장이 정 체되었다. 반면 원래부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고안되었던 연대임금정책은 효 력을 상실했다. 그는 첫 번째 이유로 그 스스로 심혈을 기울였던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이라는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데 실패했다고 자책한다. 기업 가 집단이 중앙교섭을 거부하면서 기업의 이윤격차가 임금격차를 낳았고(효율 임금의 적용) 노동자의 연대는 훼손되어 임금부상(wage drift)과 와일드캣 파업 이 빈번해졌다. 마이드너의 확신대로 임금격차와 노동자 간의 경쟁은 자본가의 통제 능력을 극대화한다.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법 등을 법 대안사회복지학교 35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제화하고 임노동자기금을 강력하게 추진했는데 이것은 곧 사회적 합의 모델이 붕괴한 것을 의미했다. 마이드너는 애써 희망을 찾는다. 노동계급을 동원할 수 있는 역사와 전통, 이데올로기적 힘과 지도자의 능력, 그리고 다른 계급에서 동맹을 찾아내는 능력 이 사회민주당이 지도적 역할을 하도록 했다. 스웨덴 사회주의가 다시 일어서 려면 스웨덴 노동운동이 원래 모델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해 져야 하며 여전히 연대임금과 집합적 자본형성이 그 핵심이다. 무엇보다도 도덕적 가치에 기초한 사회라는 이상(notion)은 비인간적 시장의 힘에 의해서 절멸되기에는 너 무나 고귀하다 렌-마이드너 모델의 붕괴 비전문가로서 단언하건대 렌-마이드너 모델은 훗날 단순화된 케인스 모델이 아니다. 20-30년대의 케인스의 정책 처방만 놓고 본다면 70-80년대 스웨덴 좌 우파 정부의 정책이야말로 케인스주의에 가깝다. 예컨대 위기 시의 평가절하 정책이라든가(물론 케인스의 주장은 처칠 정부의 금본위제 집착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유효수요 부족을 메우기 위한 재정확대 정책이 그러하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금융세계화와 기술혁명이라는 조건에서 이 런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했으며 대내 적으로는 과거의 스웨덴 모델, 즉 노조나 기업가 등 주요 행위자들의 행동양식 과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점에서 70-80년대의 정책은 대위기를 낳았다. 분명 관대한 복지제도가 이미 70년대부터 노동규율을 약화시킨 것은 사실이 다. 더구나 국제분업의 측면에서 포드주의가 세계적으로 일반화하면서 스웨덴의 철강, 조선산업이 일본, 그리고 뒤이어 한국 등에 밀리기 시작했다. 장기적인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부르주아 연립정부나 사민당 정부가 모두 선택 한 것이 대규모 평가절하정책이다. 76-82년에 집권한 부르주아 연립정부는 사 양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고용유지지원금도 지급했다. 이 모두 인플레이션 억제 와 생산성 향상(즉 구조조정)을 통한 완전고용 달성이라는 렌-마이드너 모델과 는 정반대의 정책이다. 대규모 보조금이 가져온 재정적자는 공공저축의 증대라 는 또 하나의 축도 무너뜨렸다(<그림1> 참조). 36

인플레이션은, 어쩌면 당연하게 렌-마이드너 모델을 붕괴시켰다. 자본자유 화와 금융자유화(특히 85년의 대출상한규제 철폐), 조세개혁(특히 91년 이자 에 대한 조세감면)은 전반적 인플레이션을 넘어 폭발적인 거품경제를 불러 일으켰다. 평가절하로 인한 무역흑자에 대해 불태화정책(통화환수)을 쓴다면 수출-내수 부분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수출분야의 남아도는 돈이 부동산 과 주식시장으로 더 쏠리게 만든다. 이 상황에서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가면(투 기공격) 바로 외환위기이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외자를 붙잡기 위해 이자율을 무려 500%까지 올려도 이 상황을 막지는 못했다. 스웨덴 모델의 부활? 그렇다면 지난 10여년의 성장률 회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성장률 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없이 많고 더구나 인구 900만명의 소규모 수출경 제는 대외 조건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번의 금융위기가 스웨덴에 얼 마나 타격을 줄지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90년대 초반에 정립된 정책기조(신정완교수의 통화주의적 사민주의 )가 정 권에 관계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스웨덴의 부활 또는 성 장과 평등의 균형이란, 80년대의 혼란기를 거쳐 새로운 시스템이 스웨덴 고 유의 장점들을 흡수해서 제도적으로 안정적인 국면에 들어간 데서 비롯된 것 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내 가설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렌-마이드너 모델은 거시적으로 볼 때 안정정책이었으며 동시에 동학적으로 볼 때는 노동자 주도의 구조조정정책이었다. 물론 마이드 너의 기대와 달리 연대임금정책은 원래 모습대로 복원되지 않았다. 경제의 구 조변화와 함께 금속노조(주로 수출대기업 산하)의 영향력은 눈에 띠게 줄어들 었고 화이트칼라 노조와 공공노조 등이 하나의 중앙교섭으로 임금을 결정하 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으로 첨단 벤처기업이 늘어나게 되면 업종의 다양성을 "동일노동-동일임금 의 원리로 포괄하는 임금결정제도를 만드는 일 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자본 쪽에서도 기업별 분권교섭과 와일드캣 파업이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1997년 산업발전과 월급 형성을 위한 협약 을 맺었다. 산별, 지역별 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분권화된 중앙교섭이 복원되었고 부분적으로 금속 노조의 리더십도 회복되었다. 여전히 80%에 가까운 조직율은 노조가 언제든 대안사회복지학교 37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적극적으로 거시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이하 <그림2> 스웨덴 모델의 부활 참조). 스웨덴 모델의 부활(1990년대 중반이후) (대외제약) 자본이동과 변동환율제 금융긴축과 재정균형 (EU 가입, 연금개혁 등) 물가 및 환율안정 광범위한 사회연대 첨단산업클러스터 (사회투자) 분권화한 중앙교섭 성평등 정책 평등 교육 적극적노동시장정책 사회서비스 완전 고용 성장과 평등 산업의 다양화와 불확실성의 증대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유효성도 의심 을 받고 있지만(급변하는 환경에서 미래에 어떤 산업이 잘 나갈 것으로 알고 거기에 맞는 맞춤교육을 어떻게 하겠는가?) 지방분권형 노동시장정책이 클러 스터와 결합된다면 (네트워크의 정보효과로) 이 문제는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 될 것이다. 전통의 보편적 사회서비스(교육, 보육, 의료 등)도 과거처럼 증가 일변도는 아니지만 GDP의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스웨덴 국민의 복지와 고용을 동시에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성평등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 을 했다(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북구3국은 돌아가면서 성평등지수 1,2,3위 를 차지하고 있다). 스웨덴 특유의 개인 과세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이기 도 했지만 성평등정책(출산휴가와 육아제도 등)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 은 실업율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고용율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성평등이 더욱 진전되면 첨단산업이나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임에 틀림없다. 38

또 하나 주목할 것은 90년대를 거치면서 스웨덴이 산업구조 고도화에 성공 했다는 점이다. 에릭슨이 상징하는 IT산업이나 바이오산업, 그리고 사업지원 서비스 분야의 클러스터(기업-연구기관-지원서비스의 지역 네트워크)가 형성 되었는데 폰투손 등 일부 학자들은 이를 독일의 도제식 직업교육에 대비하여 스웨덴의 평등교육(특히 기초교육의 강화)에 연관시키고 있다. 협동을 체계적 으로 훈련하는 북구형 교육이 네트워크형 협동을 필수로 하는 클러스터 발전 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모델에 비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거시적 안정의 메커니즘이다. 자본 이동과 변동환율제 하에서 안정의 닻(앵커)을 과거처럼 노동부문이 떠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좌파나 케인지언 쪽에서 격렬하게 비판하는 지점이지만 내가 보기에 스웨덴의 EU가입과 중앙은행 강화는 환율과 금리의 안정에 필수불가결 하다고 할 수 있다(케인스 역시 인플레이션을 줄곧 경계했으며 물가는 중립적 위원회(잉글랜드 은행과는 다른)가 관리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결국 그림에서 보듯이 렌-마이드너 모델은 대폭 수정된 상태로 복원되었다 (또는 평등전략이 관철되는 새로운 스웨덴 모델이다). LO-사민당의 거시안정 정책은 EU의 안정협약과 중앙은행이 사전적으로 담당하게 되었다. 과거 산업 사회 시절에 연대임금정책이 담당하던 역할은 더 넓은 사회 제도/정책들, 즉 분권화된 임금교섭, 성평등정책, 평등교육정책 등이 나눠 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처럼 노동자 주도의 구조조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극 적 노동시장정책과 클러스터의 발전은 다수 시민의 참여 속에서 지속적인 구 조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감히 가설적으로 말하자면 스웨덴, 조금 더 넓혀서 북구의 사회경제를 지배하는 정신은 기본적으로 자제의 경제학 (economics of self-restraint)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변화에 적극적으로 자조의 대응 경 제학 (economics of self-help response)이다. 다만 마이드너가 시도했던 임노동자기금과 같은 장기적인 소유의 사회화 전략은 아직 찾을 수 없다. 금융자본주의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이 때, 노 르웨이 국부펀드의 역할(사회공헌 투자)은 분명 바람직해 보이지만 여기에서 길을 찾는 것은 아무래도 과장일 것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39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한국과 스웨덴 - 정반대 방법으로 유사한 성공을 거두다? 스웨덴모델을 공부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성장전략에 관해서 한국 과 스웨덴이 보인 유사성이다. 우선 수출경제라는 점이 그렇고 또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이뤘다는 점이 그렇다. 외환위기를 공통으로 겪었고 교육에 힘 입어 IT등 산업구조 고도화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는 점도 흥미 롭다. 그러나 그런 성장을 향해 밟은 길은 거의 정반대다. 스웨덴이 우여곡절 속에 서도 평등 전략을 고수했다면 한국은 줄곧 불평등 전략을 구사했다. 똑같이 임 금을 억제했지만 스웨덴에서는 노동자가 스스로 했다면 한국은 군화발과 제도 로 짓밟았다. 한쪽은 80-90% 조직된 노조가 거시 정책을 결정한다면 한쪽에서 는 10% 남짓의 노조가 극한의 생존 투쟁을 한다. 똑같이 교육 면에서 최고의 성과를 자랑하지만 한 쪽은 평등과 협력교육을, 다른 한 쪽은 극단적 경쟁교육을 시키고 있다. 결국 성장률은 한국이 조금 높 지만 평등에 관한 모든 지표는 극과 극을 보이고 있다. 내 이해가 맞다면 스 웨덴은 신자유주의의 압력을 평등의 성장 흐름 안에 외적 규제로 흡수했고 한국은 신자유주의를 전 사회의 운용원리로 받아 들여 모든 부문에서 극단적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사회 변화에 대한 개인의 마지막 대응은 출산인데, 한 쪽에서는 인구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출산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출산율이 1.13까지 떨어졌다.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가치를 떠나서 과연 어느 모델이 지속가능할 까? 내 원래 전공이 클러스터/산업정책이어서 그런지 나는 클러스터의 발전에 서 두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본다. 평등이 다양성을 낳는 사회, 자발적 협력이 이뤄지는 사회가 아니고선 아무리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도(결국 기업도시/혁신 도시로 변질된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클러스터였다) 클러스 터는 위에서부터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이 정책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는 생태의 지속가능성이 최우선의 가치로 주목받지만 건설업의 이해를 바탕으 로 정책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자연은 파괴될 수 밖에 없다. 스웨덴이 자제와 자 조의 모델이라면 한국은 강제와 타율의 모델이다. 한 쪽은 생명을 북돋우고 한 쪽은 생명을 죽인다.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 이 글은 월간 <작은책> 2009. 11/1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40

2강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정 세 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1. 서론 2009년 현재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갈 정도의 어려움 을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복지세력이 자, 해결책은 복지정책을 획기적으로, 예를 들어 지금보다 2배 정도 강화하는 것이요 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 응을 보일까? 물론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세금을 더욱 많이 내야 할 고소득층 이야 당연히 반대하기 쉽겠지만 이러한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될 서민들, 혹은 복지국가로의 지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획기적인 복지확 대에 다소 주저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유럽 많은 국가들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무상교육, 무상의료의 주장 을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기책임의 원칙 이 과도하게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그들이 게으르기 때문이므로 국가에게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는 것,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와 같이 실업자들이 실업수당을 달라고 국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복지정책이란 잘 사는 사람들이 못사는 사람들 을 구제하기 위해 베푸는 시혜정책으로서, 의무는 아니며 단지 여유가 있을 때 에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작은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복지국가에 대한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들이 강고하게 주입되어 있 기 때문이다. 국가가 복지지출을 늘리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봤자 적자만 심 각해질 뿐이고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럽 국가들이 과도한 재정지 출과 복지병 으로 망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감세와 작은 정부가 대세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41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우리나라 국민들은 현재 세금을 많이 내고 있으므로 더 이상 올릴 필요가 없다, 복지수혜가 늘어나면 오히려 일을 하던 사람도 일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 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부패하고 무능해서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한다는 인식 도 강하다. 역동적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복지지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재정조세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을 강화가 올 바른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며 그를 위한 우리의 구체적인 전략이 있어 야 한다. 본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우선 2절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감세와 작은정부 정책이 어떠한 논리에서 추진되고 있는지 이론적 배경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복지국가를 공격하는 대표적 이론인 재정정책 무력성 명제와 감세 정책이 그 이론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 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절에서는 주요 OECD 선진국들의 실제의 재정조 세정책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재정정책이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어떠한 성 과를 가져왔는지, 유럽 국가들이 과도한 재정지출과 복지병 으로 망했는지, 전 세계적으로 감세와 작은 정부가 대세이며 복지국가가 해체되고 있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선진국의 재정조세정책이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높 이는 방향으로의 수정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대세라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이후 4절과 5절에서는 유럽 복지국가들과 비교하여 특히 우리의 재정조세정책이 현 재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또한 향후 어떠한 전략을 펼쳐야 할지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2. 감세 및 작은 정부의 논리와 그에 대한 비판 한편 80년대 이후 정권을 잡게 된 우파정부들은 그동안의 지배적 기조였던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대한 반발로서 감세정책을 대표적 개혁정책으로 채택하 게 되었다. 감세정책이 본격 등장하게 된 것은 198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등장 한 우파정부, 레이건 정부와 대처정부 하에서였다. 그리고 이 두 국가에서 1980년대에 시작된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정책은 세계화로 인해 이 두 국가 와 경쟁해야 하는 모든 선진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즉 1980년대 이 후 법인세 및 소득세 세율 인하는 OECD 전체적으로 관찰되던 현상이었다. 1) 1) 이것은 감세가 실제로 효과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기업들의 해외이동이 이전보다 활발해짐에 의해 각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추진해야 했던 면이 있다. 42

사실 감세정책은 적자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에 케인즈 도 감세 정책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 당연히 인정했다. 대신 케인즈는 감세 를 통해 총수요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세금인하는 가계의 가처분소 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레이건 정부가 감세정책을 채택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공급경제학파 에 따르면 소득세 인하는 근로의 욕을 고취시켜 노동공급을 확대하고 법인세 인하는 투자를 증대하여 경제성장 을 이끌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세율인하는 단기적으로 조세수입을 감소키히고 재정을 적자로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투 자를 늘리고 노동공급이 확대돼 조세수입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세율이 적정 수준을 초과한 고세율 상황에서는 세율인하가 조세수입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고 보았다. 그러나 감세관련 주요 논점을 정리한 기획예산처 보고서(2001)과 재정경제부의 보고서(2005)에 따르면, 감세는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비해 경기 진작 효과도 크지 않고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 된 바 있다. 감세정책이 적극적으로 집행된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감세정책의 본격적 계기는 1981년 레이건 정부 하에서 시행된 조세법안(Economic Recovery Tax)이다. 이 법안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세금인하로 경제주체의 근로, 저축, 투자 유인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소득세율을 일률적으로 25% 인하하 는 것 외에 맞벌이 가족에게 추가적으로 세금감면을 해 주었고 장기보유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세도 줄였다. 개인은퇴계정(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을 창 설해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없애 주었고 과표구간을 인플레이션에 연동하는 정책(indexation of tax brackets)도 입안했다. 가속감가상각 제도를 도입해 기 업의 자본 비용을 감소시켰고 연구개발과 관련된 세액공제도 증가됐다. 정부지 출의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국방비지출과 각종 사회보장성 지출을 제외 한 일반지출은 1980년 경우 GNP의 9.4%에 달했는데 1984년에 이르면 7.4% 로 감소하였다. 반면 국방비 지출이 급증하였다. 이로 인해 재정수지는 악화되 었고 재정수지의 악화는 경상수지의 악화를 동반하여 미국의 1980년대는 쌍둥 이 적자의 시기였다. 2) 2) 재정적자 수준이 심각해지자 1985년에 GRH(Gramm-Rudman-Hollings)법이 통과되어 목표연도인 1991년(이후 GRH II법에서 목표연도서 1993년으로 연기)에 재정균형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이 법은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1990년에는 예산통제법(Budget Enforcement Act; BEA)을 제정하여 재정수지가 아닌 재정지출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재정을 관리하기 시작하였다(박형수). 대안사회복지학교 43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이후 1993년에 취임한 클린턴 정부는 증세 정책과 지출 삭감을 통해 재정건 전화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3) 2000년대 부시 정부가 집권하게 되자 다시 강력한 감세정책이 실행되었다. 부시 정부는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감세안 을 발표하였는데, 핵심내용은 주로 소득세 양도세 상속세율 인하였다. 2001년 감세법안에 따라 각종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한 데 이어 2003년에는 2006년 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되어있던 세율 인하 속도를 가속화했다. 부시정부 는 배당소득의 최고세율을 39.6%에서 15%로, 양도소득은 20%에서 15%로 인 하했다. 상속세 또한 대폭 삭감하여 공제한도는 200만 달러(2009년 350만 달 러)로 늘어났고, 최고세율은 55%에서 45%로 축소하였다. 4) 그런데 감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레이건과 부시 정부 시기 모두 경제성 장률은 좋기는 했다. 하지만, 정부가 감세와 더불어 재정지출을 증가시켰기 때 문에 경제성장이 꼭 감세의 효과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보다 감세와 지출 증가 가 동시에 행해지면 대규모적 경기부양 정책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매우 크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재정지출의 증가가 수 요의 버팀목이 되었지만 감세까지 시행됨으로써 재정수자 악화라는 문제를 낳 게 되었다. 정부의 재정수지는 1980년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가 1990년대 적 자폭이 줄어 1990년대 말에는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그림 2>). 그러나 부시 정부가 들어선 2000년부터 악화되기 시작해 2003년부터는 다시 적자로 떨어졌 다. 재정적자 악화는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하여 두 시기 모두 재정적자와 경상 적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3) 1993년 클린턴 정부는 예산통제법을 엄격하게 시행하여 지출통제에 기초한 재정건전화 정책을 계속적 으로 추진하였으며, 1997년에는 균형예산법(Balanced Budget Act)을 통과시켰다. 균형예산법은 지출감 축 규모가 감세규모를 상회하도록 함으로써 적자를 축소시키고자 한 것이었는데 다양한 자격 프로그램 (entitlement program)의 근본적인 변화를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 재정적자 폭은 점차 줄었으며 높은 경 제성장률에 힘입어 1998년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티글리츠는 2003년에 출간된 떠들석했던 90년대 에서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시도가 작은 정부 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산물이었으며 그 배후에 시장 근본 주의의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4) 감세안의 일몰 계획에 따라 추가적인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011년에 공제한도는 100만 달러, 최고세 율은 55%로 되돌아간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일몰 계획은 차질 없이 실행될 것으로 보인 다. 44

<그림 2>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현황 (1962~2008년) (단위: 대 GDP 비중) 출처: Congressional Budget Office, US Census Bureau, FTD(Foreign Trade Division) 한편 감세정책은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킨다. 부시행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한 연 구결과는 감세혜택이 고소득 계층에 집중되어 소득분배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 고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 보고서(2004년 8월)에 따르면 최상위 1% 가구의 감세혜택은 평균 40,990달러로 중간소득 계 층인 3분위 가구의 40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고소득 중에서도 최상위1%에만 감세혜택이 집중되었다. <표 1> 2001년, 2003년 감세안의 감세혜택 평균 감세액(달러) 평균감세액(달러) 1분위(하위20%) 19 상위 10% 8,495 2분위 330 상위 5% 13,303 3분위 652 상위1% 40,304 4분위 1,132 상위 0.1% 204,386 5분위(상위20%) 5,455 전체 평균 1,520 출처: Gale, Orszag and Shapiro(2004), Congressional Budget Office보고서. 즉 경기부양 정책에 감세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정부지출 증가보다 는 적고, 더욱이 소득양극화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 따라서 동일한 적 자재정 정책이라 하더라도 감세정책은 정부지출 증대보다 효율성 및 형평성에 대안사회복지학교 45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서 떨어지는 정책인 것이다. 또한 감세와 함께 균형재정을 실현하기 위해 지출 규모를 줄이게 되면 공공서비스가 축소되어 서민, 중산층의 혜택이 더욱 감소한 다. 이와 같이 직접세를 줄이는 감세정책은 조세측면에서 소득재분배를 악화시 킬 뿐 아니라 향후 복지지출을 줄임으로써 재정지출 측면에서도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킨다. 감세정책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감세의 최종 목적이 복지지출의 축 소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감세를 통해서 복지지출을 줄이려 하는 것인 가? 복지프로그램은 낭비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복지지출은 다음과 같 은 경로를 통해 경제 안정과 성장에 기여한다. 첫째, 사회안전망은 경기가 어려워질 때 자동적으로 경기가 부양하는 수단이 된다. 그 덕분에 경기침체를 가볍게 탈출할 수 있다. 경제위기 시에 재정수단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정책당국이 의 도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감세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책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재정이 일정 부문 자동 적으로 경기 부양 장치가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실업보험금 지급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이러한 장치는 경기침체 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저소득층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 5) 이러한 자동안정화 장치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국제금융위기 시에 잘 드러났 다. 독일, 프랑스 등의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중요 한 이유는 금융시스템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정도가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회안전망이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져 있으면 경기침체의 강도가 줄어듦으로 인해 사회전 체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사회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경기침체가 심각하게 되 면 성장의 기반 자체가 훼손되기 때문에 향후 이에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안전망은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성장과 고용 확대에도 기여한 다. 어떤 나라의 소득분배가 지나치게 불평등하면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이 클 것이고 그런 나라에서는 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수가 없고 그 결과 성장이 저해 된다(Alesina and Perotti, 1996). 사회적 불안정은 직접적으로 기업가들로 하 여금 투자를 꺼리게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에서 발생하 기 쉬운 범조의 예방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도록 만들어 간접적으로 투 5) 재정의 경기안정화 기능이 어느 정도 발휘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를 구분하여야 한다. 즉 실제의 재정수지는 사회안전망의 작동과 관련되어 자동적으로 변동하는 부분(경기적 재정수지)과 그 렇지 않은 부분(구조적 재정수지)으로 구분해야 한다. 46

자를 저해하게 되는데, 어느 경로이든 결국 지나친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불평등은 빈민들의 교육투자를 낮춤으로써 경제성장을 저 해하게 된다(Persson and Tabellini, 1994; Birdsall and Londono, 1997). 6) 복지지출 중에서 특히 투자적 지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투자적 성격의 사회지출은 보건(영유아 보육 포함),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실업 관련 지출, 보건 의료를 포함한다. 보육서비스는 여성의 일과 가족의 양립을 도 와 출산율을 제고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활성화해서 경제성장에 기여한 다. 아동복지는 아동인적자본 개발을 통해 차후 생산적 노동력으로서 경제성장 에 기여하고, 사회적 자본형성을 통해 사회 안정에 기여한다. 자활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인적자본개발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 형성에 도 기여한다. 노동시장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직업훈련 구직지원 재활서비스 임금 보조 등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근로소득보전제도(EITC)의 경우 고용을 촉진 한다. 한편 노동시장에서 정보제공, 구직, 재교육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불완전 성을 완화한다. 이 외의 복지지출을 보험적 성격의 사회지출이라 할 수 있는데, 노령, 유족, 무능력, 가족, 주거, 기타 등으로 공적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공적부조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보험적 성격의 사회지출은 통상 복지의존성을 유발하여 성장 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되지만 불확실성 완화, 사회통합 유도, 위험부담 비용 축소 등을 통해 총요소생산성 향상, 투자환경의 개선 측면 도 가지고 있다. 3. 선진국의 재정조세 정책 경험과 시사점 가. 일본 : 토목사업 중심 재정정책의 교훈 미국 이외의 다른 선진국들의 재정 및 조세 정책은 어떠했는가? 적극적인 재 정정책의 실패 사례로 자주 이야기되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의 재정은 6) 경제가 발전하는 초기에는 대체로 물량 투입 위주의 성장방식이 사용된다. 값싼 노동력을 투입해서 값싼 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팔고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공장을 확장해 간다. 그러나 성장이 일정단계에 이르고 자본이 많이 축적된 상태가 되면 이와 같은 성장방식은 한계에 봉착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는 양적인 확대뿐 아니라 기술혁신 및 인적자본의 축적을 통한 혁신주도형의 질적인 성장전략으로의 전 환이 필요하다. 대안사회복지학교 47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 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양호 한 상태였다. 1985-1992년 기간 중 평균 재정수지는 GDP대비 0.8%의 흑자였 다. 그러나 버블경제의 붕괴 과정에서 세수감소는 물론 경기회복을 위한 감세와 추경예산을 통한 경제대책을 지속적으로 펼친 결과 세입과 세출의 격차가 급증 하게 되었다. 12번의 경기부양책이 1992년 8월에서 2003년 사이에 시도되었고 어떤 경우에 그 규모는 GDP의 2% 정도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재정수지 는 2002년에는 GDP의 8%의 적자가 되었다. 정부부채는 1980년에는 GDP의 48.4%였지만 점차 증가하여 97년에는 100%를 넘게 되었고 2006년에는 179% 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전례 없는 이러한 재정정책의 효과는 일반적으로 크 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본경제가 쉽게 성장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재정정책이 효과 가 전혀 없었다고 보아야 하는가? Aglietta and Berrebi(2007)의 경우 당시 일 본에서는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자산 디플레가 발생하고 있었고 민 간부문의 수요가 생산능력에 비해 체계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정부지출 증가 의 재정정책이 그나마 일본경제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 다. 공공지출 증가가 세금감면보다 더 효율적이었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아글리에타에 따르면 조세를 줄이는 것보다 지출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평가했다. 왜냐하면 자산 디플레가 발생할 때에는 가계나 기 업이 가처분소득이 증가해도 지출을 늘리기 보다는 부채를 줄이거나 화폐보유 량만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자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정부지출이 생 산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다. 비용은 들이지 않으 면서 생산을 늘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그렇게 장기간 침체에서 벗 어나지 못했는가? 이것은 쉽지 않은 문제인데 우선 90년대 일본경제의 침체가 근본적인 성장 시스템의 균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면 단순히 재정지출을 증 가시킨다고 해결될 성질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오 히려 구조적인 어려움에 빠져 경제의 활력이 상실되었을 때에는 정부지출 증가 가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막는 지지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지 출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완전고용으로 회복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적극 적인 재정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지만 90년대 일본 의 재정정책에 대해 비판할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규모로 집행되었는가에 대해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48

우선 위기가 처음 발생했을 때의 대처가 느렸다. 1991년은 거품 붕괴로 인한 영향이 경제에 침투해 간 시기였다. 이 때 많은 민간 경제학자들이 일본 경제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제기 했지만 당시 경제 기획청은 불황에 돌입 할 위험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92년 2월이 되자 경기후퇴가 뚜렷해지게 되었는 데 일본 정부는 92년 3월말에 긴급 경제 대책을 수립하였으나 공공사업의 75% 를 미리 집행한다는 내용으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재정적자를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주가는 급락했고 그 후 일본경제는 불황에 돌입했다. 93년, 94년에 대규모의 종합경제대책을 시행하여 94년 중반에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으나 94년 후반 공정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표면화되었다. 이 움직임 이 마이너스로 작용하여 경기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와 같이 일본의 재정 정책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는 아주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후 재정지출계획은 아시아 위기가 터진 이후에야 적극적으로 실행되었지만, 이때는 일본은 이미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진 상태였다. 만일 적극적 인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황 초기에 실행되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지출 증가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식의 단순한 판단은 정부지출 증 가효과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아니다. 일본 재정정책이 효과가 없었던 더욱 중 요한 이유는 재정지출이 주로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투입되었다는 점이다. 사회 간접자본 건설이 민간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었던 것이다. 이러한 재정정책에 대한 반성으로서 고이즈미 내각은 공공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을 추진했다. 1990년대의 재정적자의 누증이 바로 경기대책으로서의 공공사업 비의 증가에 있었다는 반성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는 2002년도 예산에서 공공사업을 전년대비 10% 삭감한다는 방침을 결정하였으 며, 이후 공공사업 예산 규모는 1999년 13조 엔에서 2006년도 7.2조 엔으로 축소되었다. 이는 경기대책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이 마련되지 않았던 1990년도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공사업규모가 축소 된 것이었다(김종걸, 안현효, 정 세은, 2009). 한편 재정 및 조세정책과 관련하여 일본이 당면하고 있는 심가한 문제는 정 부부채의 규모가 대규모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2005년 이후에는 GDP대비 175%를 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 재정건전성이 일본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Broda and Weintein( 2004)은 막대한 재정적자로 곤경 에 처해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통념과 달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에 따르면 일본의 공공부채 수준은 유지가능한 수준이며 그들의 복 대안사회복지학교 49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지국가를 유권자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이끌 여력 또한 남아 있다는 것이다. 2003년 현재 공공부문 채무는 전체 GDP의 160% 정도에 달하지만 이 숫자는 과장된 것이라고 한다. 첫째, 여기에는 특정 정부 부문이 다른 정부 부문을 상 대로 소유한 부채도 포함되어 있다. 중앙은행이나 여타 정부부문이 소유한 채권 은 이들 부서의 자산이므로 이들 채무관련 순부채는 0 이 되어야 한다. 이들 정부 내 보유 채무를 소거하면 일본정부가 여타 주체에게 실재로 진 채무는 전 체 GDP의 46%로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다시 민간대출 중 정부보증 부분을 포함하면 일본의 전체 공공부문 통합 순채무는 전체 GDP의 62%라고 한다. 이 는 미국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OECD평균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이들은 공공지출이 통제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예산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GDP에서 정부지출 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고령화로 인한 부득이한 결 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1986년 이후 일본은 감세정책을 취해 왔으며, 그 결 과 OECD 국가 중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평균세율이 낮은 나라가 되었다. 따 라서 재정을 뒷받침할 충분한 여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재정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얼마만큼의 증세가 필요한지를 계산하려면 경제성장률, 금리, 복지 국가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가정이 필요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하에서도 일 본은 현행 유럽연합 정도의 세율로 증세를 단행하는 것만으로도 공공부문의 파 산을 막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므 로 불편한 일이겠지만, 나라가 망할 정도의 파국은 아니라는 것이다. 1인당 출 산율이 1.3%라는 숫자도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계산대로라면 8백년 후 에는 일본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데, 실제로는 그런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출산율이 다시 반등하리라는 것이다. 50

<그림 3> 일본의 일반회계 세수, 세출 및 공채발행액 추이 조엔 100 90 80 70 60 50 40 30 20 10 0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00 01 02 03 04 05 06 07 08 09 연도 세출액 세수액 공채발행액 이러한 옹호에도 불구하고 GDP의 170% 정도에 달하는 정부부채 규모는 우 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향후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면 이자비용만도 매우 클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집권한 민주당 정부는 재정지출 차원에서는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바람직한 방향을 정했지만 이제 이에 대한 재원 마련에 더욱 적극적 으로 나서야 하는 어려운 과제 앞에 놓여 있다. 나. 유로존 : 재정준칙에도 불구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응 80년대에도 유로권 국가들은 여전히 확장적인 재정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가별로 차이는 있었다. 이탈리아는 80년대에 평균 GDP의 11%, 스페인은 평 균 4.4%, 프랑스와 독일은 평균 2.1%의 재정적자를 보았다. 물론 이러한 확장 적인 재정정책 기조하에서도 유로권 국가들은 70년대 이후 성장률 저하를 겪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정부지출 확대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게 되었다. 그러나 경제부진이 재정정책이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유 럽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중요한 이유는 유로존 국가들이 인플레를 잡 기 위한 고이자율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어 경제가 제대로 부양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EMU의 비대칭적 메커니즘으로 인해 회원국들은 독일의 통화 및 외환정책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는데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독일의 고금리 정 책으로 유로권 국가들의 경제가 위축되었던 것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51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90년대 이후에는 거시경제정책에 더욱 큰 제약이 가해졌다. 유로화를 도입하 기 위한 조건으로서 재정정책에 긴축적 기조가 강제되었던 것이다. 유로화를 도 입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지 않아야 하고 정부부채 는 6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성장과 안정 협약 을 준수해야 했다. 이것은 미 국과 일본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자주 3%보다 더 심각한 적자재정정책을 감행했던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재정건전화가 왜 유로도입을 위한 전제조건이 되었는가? 정부부채/GDP 비율의 계속적인 증가를 용인하는 국가는 계속해서 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고 이는 그 나라 뿐 아니라 향후 통화동맹국 전체의 이자율을 상승시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자율 상승은 건전하게 재정을 유지해 온 국가들의 이자율 비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 는 정부재정수지와 부채에 대한 준칙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성장과 안정 협약, 즉 재정건전화 정책은 유럽경제를 지나치게 억 압했다. 미국은 감세정책을 펴는 동시에 경제가 침체에 빠질 때에는 저금리 정 책과 정부 지출을 확대함으로써 쉽게 경기를 부양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유 럽은 통화정책도 긴축적인 데다 재정정책도 경기를 부양하는 것과는 동떨어지 게 긴축적으로 집행했다. 이로 인해 유로존 국가들의 경우 경기가 침체하기 시 작할 때 적극적으로 복지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사용하지 못했다. 물론 이미 사 회안전망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경기를 부양시켜주는 효과가 작용하지만 경기가 악화될 때에는 단기적인 재정정책도 구사되었어야 하는데 재정건전성에 과도하게 집착함으로써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것은 재정건전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재정건전성은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려면 어느 나라든지 지켜야 할 원칙이다. 문제는 금리 정책도 유로 전체 차원에서 제약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재정정책조차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족쇄가 채워져 버렸다는 점이다. 이것은 재정건전성을 무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더라도 경기침체일 때는 과감하게 확장 적으로, 경기호황일 때는 긴축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중기적으로 균형을 이루면 되기 때문이다. 7) Fitoussi and Creel(2002)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과 안정 협 약 의 재정준칙 규정 이 경기순환 전체에 대해 설정되도록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경기가 침체일 때에는 재정수지 적자 수준이 3% 이상 될 수 있게 7) 또한 다소 재정적자 기조가 재정흑자 기조보다 우세하더라도 경제가 성장하면 GDP 대비 정부 부채 수준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52

하고, 경기가 좋을 때에는 흑자가 되게 함으로써 하나의 경기순환 전체에 대해 평균적으로 균형재정을 달성하도록 원칙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국 정부는 불황에 보다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재정 균형에 대한 강조가 정부부채의 지나친 확대를 우려한 결과라면, 제도적 제약의 대상을 재정적자 대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로 수정하자고 제안하였다. 이 경우 정부부채 비율이 60%에 불과한 독일과 같은 나라는 정부부채 비율이 100%를 상회하는 이탈리아에 비해 재정정책을 보다 자유롭게 구사할 여분을 확보하게 된다. Aghion and Howitt(2005)은 재정정책이 소극적으로 집행되면 단기적으로 경 기침체의 기간이 길고 정도가 심각할 뿐 아니라 이것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성장의 기반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경기침체 기간이 길어지면 괜찮은 기업도 불황의 와중에 파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리고 한번 파산하면 다시 일어서 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순환의 진폭을 줄임으로써 경제 성장에 기여할 건실한 기업의 생존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8) 이러한 재정준칙 정책으로 인해 경기악화 시에 단기적으로 집중적 경기부양 책을 쓰지 못한 것은 문제이지만 그나마 사회안전망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 로 확충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제가 심각하게 침체하는 것을 막고 양극화, 빈곤 화를 어느 정도 봉쇄할 수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유럽국가들이 복 지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고실업으로 새롭게 대두된 사회 문제에 유럽국가들은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프랑스 의 경우 1988년에 청년실업자와 장기실업자 등 새로운 배제계층에게 최소한의 생활보장 수단을 지급함으로써 이들을 빈곤으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직업훈련 을 통해 사회로의 재통합시키려는 목적에서 최소적응수당(Revenu Minimum d'insertion; RMI)을 만들어 복지제도를 강화했다. 9) 그리고 복지프로그램을 위 한 재원 마련을 위해 1990년 11월에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보편적 사회보장기 여세(CSG)를 도입했다. 8) 감세의 압력과 재정건전성의 압력은 당연히 지출 면에서의 압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출 면 에서 가장 큰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은 복지지출, 특히 연금과 보건 분야 지출이 된다. 이로 인해 90년대 와 2000년대에 연금을 둘러싼 개혁이 고통스럽게 진행되어 왔다. 9) 최소적응수당이 도입된 것은 프랑스의 복지목표가 일하는 노동자의 소득보장 뿐만 아니라 실업자와 같은 새로운 배제계층을 사회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베버리지 복지모형의 목표인 빈곤해소를 동시에 추구하 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53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다. 스웨덴 : 고복지-고성장 정책의 교훈 선진국들의 복지수준이 개도국들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선진국들 중에 서도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900만의 작은 나라인 스웨덴의 경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보편적 복지 시스템 덕분에 스웨덴 국민은 가장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 그런데도 이러 한 고복지 체제가 기업의 경쟁력을 위축시키지 않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는 5만 달러를 넘어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생산성 도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높았다. 이러한 스웨덴의 경험은 복지가 성장을 촉 진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오랫동안 인적 자본 투자, 공공보건 확대, 적극적노동시장 정책, 가족지원 정책을 통해 경제성 장에 큰 기여를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체제가 아무런 변화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와 80년대까지 스웨덴 경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1980년대 있었던 금융개방 으로 80년대 말 90년대 초 경제위기가 찾아왔고 스 웨덴 경제는 급격히 침체하여 1993년에는 실업률은 역사상 최고 수준인 8%까 지 상승하였고 경제성장률은 -1.8%를 기록하였다. 이 때 많은 은행들이 파산했 고 이로 인해 스웨덴은 오랫동안 사민당 정부가 집권해 오다가 1991년~1994 년에 잠시 중도우파 연합정부가 집권하기도 했다. 칼 빌트의 우파정부는 은행을 국유화하여 소생시킨 다음 다시 매각하여 이익을 얻었다. 이와 같은 위기를 겪 으면서 스웨덴 모델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먼저 조세제도의 변화가 발생 했다. 1991년 우파 정부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대폭 낮춘 반면에 간 접세인 부가가치세를 25% 수준으로 대폭 올렸다. 11) 그런데 이와 같은 신자유 주의적 방향의 개혁으로 인하여 조세수입은 감소하고 재정지출은 오히려 증가 10) 탁아소와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의 모든 학비가 무료이며 병원의 진료비도 모두 무료이다. 이로 인해 당연하게도 교육수준도 높고 평균수명도 매우 길다. 또한 휴가 일수도 가장 많으며 실업수당이 관대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발달되었다. 이러한 스웨덴 모델의 기초는 대기업과 보편적 복지제도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1930년대 이래 사민당이 대기업과 협력하여 복지를 확대하 는 전략을 선택한 결과이다(김인춘, 2007). 11)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집권한 중도우파 정부는 소득대체율의 삭감, 질병급여의 대기기간 도입, 연금 급여의 인하, 자격원칙의 변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확대 등을 실시함으로써 전통적으로 관대한 스웨 덴의 복지제도를 개혁하고자 하였다. 스웨덴 복지국가의 관대성을 대표하던 질병급여가 이 기간에 많은 제도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1991년 질병급여의 보상수준은 첫 3일 동안 90%에서 65%로 삭감되었고 4일 이후에도 급여의 수준은 80%로 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1993년에는 질병수당에 대기기간이 도 입되었고 1년 이상 질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급여의 수준을 80%에서 70%로 인하했다. 또한 실업보 험에 있어서도 5일 간의 대기기간을 도입하고 소득대체율도 90%에서 80%로 낮추었다. 54

함에 따라 재정적자가 큰 규모로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1994년 겨울, 재집권한 사민당 정부는 1995~98년 기간 중 재정지출 감축 등을 통해 1998년까지 재정균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재정건전화 프로 그램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를 위한 방법은 세율을 올리고 지출은 억제하는 것 이었다. 따라서 재집권한 사민당 정부는 1991년에 72%에서 51%까지 감소되었 던 소득세의 최고한계세율을 다시 60%까지 증가시켰다. 지출을 억제해야 하므 로 1991년~94년 동안에 행해진 복지제도의 재편을 완전히 무효화하지는 않았 다. 이것은 사민당 정부가 세계화로 인해 스웨덴의 사민주의 복지모델한계를 인 식하고 세계화 논리를 일부 수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2004년 스웨덴 정부는 상속세, 증여세, 부유세까지 폐지했다. 그것도 우파 정부가 아니라 사민당의 고 란 페르손 정부(1996-2006)가 결정한 조치이다. 선거에서 중간층의 지지를 얻 기 위한 정책이었다. 2006년 우파 정부가 다시 집권한 후 신자유의적 요소들이 도입되고 있다. 아 직도 스웨덴 노동조합의 조직율은 80%가 넘으며 노조의 교섭력도 막강하다. 하 지만 기술의 변화로 인해 각 산업별, 기업별 생산성과 수익률에 따라 차이가 있 기 때문에 전국단위의 임금교섭은 현실적으로 점점 어렵게 되었다. 사회서비스 를 제공하는 전달체계도 큰 변화를 겪었다. 1990년대 우파 정부가 등장한 이래 사회서비스 기관과 학교의 선택의 자유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교육개혁의 속도 가 빠르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자립학교(independent school)가 증가하면 서 학생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우파정부를 이끄는 라이펠트 총리는 학 교와 병원에도 경쟁 원리를 도입하고 독점체제를 종식시키겠다고 역설했다. 많 은 스웨덴 중산층이 자유로운 선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림 4> OECD 국가들의 순사회지출규모(GDP대비 비중) 대안사회복지학교 55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복지국가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그 림 4>은 스웨덴의 순사회지출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1990년대 초반 급증 했다가 중반에 다시 줄어들었지만 2000년에 여전히 1990년대 초와 비슷한 수 준을 보이고 있다. 결국 스웨덴의 사례를 살펴보면 복지국가의 재편은 있었을지 라도 효율성을 높이려는 차원에서의 개혁일 뿐 폐기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직 접 스웨덴 모델을 이식할 수는 없겠지만 스웨덴 복지국가는 우리에 중요한 영 감과 교훈을 준다. 무엇보다도 스웨덴에서 볼 수 있듯이 성장친화적 복지제도가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교육, 고용, 직업훈련을 강조하 는 스웨덴의 교육제도는 지식기반경제를 선도하는 우수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 는 지속가능한 발전모델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라. 복지국가가 여전히 대세 감세와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선진국들이 모두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고 있고 복지정책을 줄이는 개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세율 을 인하하고 복지지출이 더 이상 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과 도한 복지정책은 재정적자를 유발해 정부채무를 증가시키는 반면 복지병을 야 기해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기 때문에 현재 거의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재정건전 화를 위해 복지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 것은 맞지만 상당히 높 은 수준에서 점차 줄어드는 것이고 이러한 세율인하에도 불구하고 조세부담률 은 오히려 늘어났다. OECD국가들의 조세부담률의 장기적 추이를 비교해보자. <그림 5>는 OECD국가를 미주, 태평양연안, 유럽으로 3분하여 나누어 조세부 담률 추이(GDP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OECD 전체적으로는 조세 부담률이 2000년대 들어 다소 하락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증가추세를 보 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 수준을 비교해 보면, 유럽, 태평양, 미주 순으 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주의 경우 80년대 초에 크게 하락한 채 일정 한 수준에서 유지되다가 다시 2000년대 초에 크게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캐나다, 미국, 멕시코가 포함되는데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부시정부의 감세정책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2) 결국 감세로 인해 조세부담률이 하 락하고 있는 국가는 대표적으로 미국인데 미국이 선진국 전체라고 할 수 없으 12)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을 이와 비교한다면, 1970년대 초부터 OECD국가 평균보다 10%p적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99년 17.8% 수준에서 19.6%로 1.8%p 증가한 이후 격차가 다소 작아지고 있다. 56

므로 감세가 대세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림 5> OECD국가들의 조세부담률 추이(GDP대비 비중) 30 25 20 15 유럽 OECD Pacific 미주 한국 10 5 72 77 82 87 92 97 02 자료: OECD 이렇게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세수가 증가하는 것은 한 편으로는 경제성장으로 GDP가 늘어나 소득세, 법인세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부문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인세, 소득세 세율은 하락시키면서 동시에 다른 세원을 발굴하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 다. 다른 세원에는 비과세, 감면 제도의 정비, 부가가치세 세율의 인상 등의 정 책이 있다. 결국 소득세, 법인세를 포함해 보다 넓게 이야기한다면 조세부담이 줄어든다고 할 수 없다. 부가가치세율 인상의 경우 세계화에 대한 복지국가로서 의 고육지책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감세가 대세가 아니라 선진국들은 여전히 적극적으로 조세를 거두어 적 극적으로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선진국들이 소득재분배를 위해 조세와 이전지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데에서 드러난다. <표 2>는 말러와 제주이트(Mahler and Jesuit, 2004)가 시장 소득, 재분배 소 득에 대해서 지니계수를 계산하여 소득재분배의 규모를 분석한 결과이다. 재분 배 소득은 각 시장소득에서 조세를 제하고 공적이전을 더한 소득을 의미한다. 지니계수가 낮을수록 공평한 소득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므로 재분배 소득 의 지니계수가 크게 낮을수록 소득재분배 규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첫째, OECD 12개국 평균적으로 조세와 공적이전을 통해 지니계수가 0.44에서 0.28로 형평성이 상당히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00 년대 초에도 여전히 조세 및 재정지출을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이 큰 규모로 이 대안사회복지학교 57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자세히 살펴보면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영 미계 국가들의 재분배 규모가 작고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유럽 국가들의 재분배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이 복지선진국이라고 하는 근거가 드러나 고 있다. 셋째, 조세를 통한 소득분배개선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세제 를 통한 형평성 제고는 미국, 영국, 캐나다와 같은 영미식 제도를 지닌 국가들 에서 강하게 관찰된다. 이에 비해 재분배 규모가 큰 국가들은 조세뿐 아니라 공 적이전을 통한 재분배가 크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서 <표 2> OECD 국가들의 조세와 공적이전을 통한 소득재분배 규모 연도 재분배 크기 지니계수 (지니계수 개선율, %) 사적소득 재분배 전체 조세 공적이전 소득 벨기에 1997 0.481 0.260 45.9 13.1 32.8 덴마크 1992 0.426 0.236 44.6 10.6 34.0 네덜란드 1999 0.440 0.248 43.6 15.3 28.3 스웨덴 2000 0.447 0.252 43.6 8.3 35.3 핀란드 2000 0.430 0.247 42.6 9.8 32.8 독일 2000 0.459 0.264 42.5 12.0 30.5 프랑스 1994 0.485 0.288 40.6 3.5 37.1 노르웨이 2000 0.406 0.251 38.2 9.9 28.3 오스트리아 1994 0.452 0.311 31.2 10.8 20.4 영국 1999 0.500 0.345 31.0 5.8 25.2 캐나다 2000 0.413 0.302 26.9 9.7 17.2 미국 2000 0.469 0.368 21.5 10.7 10.9 12개국 평균 0.444 0.281 36.6 9.8 26.8 한국 1996 0.302 0.298 1.3 한국 2000 0.374 0.358 4.3 주: 재분배소득은 사적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연금+기타 사적소득)에 조세를 제외하고 공적이전을 더한 것임. 공적이전=공적퇴직연금+실업수당+일반가족 지원금+질환보조금+상해보조금+장애보조금+산후보조금+군인보조금+기타 금. 조세=소득세+강제사회보장세. 소득보전보전 출처: Malher and Jesuit(2004)는 엄밀한 국제비교가 가능한 LIS(Luxembourg Income Study) 데이터를 이용하여 계산함. 한국에 대한 수치는 유경준(2003)에서 인용. 이영 (2008)에서 재인용.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외환위기 전에도 소득재분배 규모가 크지 않 았는데, 외환위기 이후에는 소득불평등도가 상당히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조세 58

와 공적이전을 통한 소득재분배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재정 및 조세정책은 양쪽 모두에서 분배보다는 성장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87년 민주화 이후 사회경제적 민주화에 힘입어 불평등이 점차 완화되었던 점을 반영하여 그래도 외환위기 이전에는 유럽 선진국에 비해 서는 소득분배가 다소 평등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소득불평등 도가 매우 높아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배분배 정도는 매우 소폭 증가하 는 데 그쳤다. 4.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복지지출 확대 전략 가. 선진국 평균에 못 미치는 사회안전망 우리나라는 조세와 공적이전 측면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이 매우 미약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선 재정지출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재정지출 면에서 소득재분배 기능 이 미약한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한국은 일반정부의 지출규모가 다른 OECD국가보다 매우 적다. 다음 표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지출규모(일반정부 수 준)를 보여준다. OECD전체가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30% 정도를 차지한다. 일본과 미국이 37%정도이며, 유럽 국가들은 40%대 후반, 50%대 초반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함께 영미식 시스템을 대표한다고 하는 영 국이 45%정도로 정부의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즉 영미식 시스템이라고 해도 영국과 미국은 정부의 역할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표 3> 일반정부 지출규모 (단위: GDP 대비 %) 국 가 1990 2000 2003 2004 2005 2006 2007 프랑스 49.3 51.6 53.6 53.5 53.9 53.6 53.0 독일 44.5 45.1 48.3 47.0 46.8 45.7 45.0 일본 31.8 38.3 37.6 37.5 37.4 37.6 37.8 한국 20.0 23.9 30.9 30.9 30.9 30.9 31.1 네덜란드 52.5 43.4 47.1 46.6 47.7 48.1 46.6 스웨덴 61.9 57.4 58.7 57.3 57.2 57.1 56.3 영국 42.2 37.5 43.3 43.9 44.9 45.4 45.7 미국 37.1 34.2 36.7 36.4 36.6 36.9 36.6 유로권 48.0 46.4 48.3 47.7 47.9 47.3 46.9 OECD 전체 40.2 39.1 41.3 40.8 40.9 40.9 40.7 자료: OECD Economic Outlook 81 database, 2007. 대안사회복지학교 59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이렇게 우리나라의 재정지출 규모가 작은 것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 리 정부의 고도성장 전략과 일정부분 관련을 지닌다. 우리나라는 정부주도형 성 장전략을 채택했다고는 하지만 개발초기에는 당시의 소득수준이나 납세의식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재정수입만으로 필요한 정부기능을 수행하기 힘들었다. 이 에 정부는 금융 및 산업에 대한 직접규제 방식을 통해 일반 예산 내에서는 가 능하지 않은 정부기능을 수행하려 했다. 즉 예산외의 영역에서 사실상의 재정 기능을 수행한 준재정 활동의 범위가 매우 넓었다. 이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컸 고 적자재정이 만연했던 1980년대 남미의 경험과 대조된다. 둘째, 지출구조 면에서 경제사업 분야가 크고 사회보장 지출이 적다. 국가재 정 지출 구조를 살펴보도록 하자. <표 4>에서 알 수 있듯이 2002년 ~2004년 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은 사회보호가 총지출의 10%가 조금 안 되는 수준에 서 재정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이 그 다음으로 매우 낮은 비중을 차지하여 20% 근처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복지수준이 미약하다 고 하는 일반적인 인식이 확인되는 것이다. 한편 복지정책이 약할 것이라고 여 겨지는 영국도 37.8%를 사회보호에 투입하고 있어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낮 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40%가 조금 안 되는 수준을 복지재정에 투입하고 있다. 그 외의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은 40%후반까지 복지정책에 투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3년에는 28.4%였는 데 2003년에는 34.5%까지 증가하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 사회보장지출 비 중이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국방, 교육, 경제사업 부분 의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보건 지출은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은 아 닌데, 건강보험이 그나마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60

<표 4> OECD 국가의 기능별 재정지출 구조(일반정부기준, 총지출 대비, %) 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일본 한국 가 일반 공공 행정 국방 공공 질서 치안 경제 사업 환경 보호 주택 및 지역사 회개발 보건 오락, 문화 및 종교 교육 사회 보호 1993 17.7 12.3 4.8 10.1-2.2 16.8 0.8 15.2 20.2 2004 12.9 11.6 5.8 10.0-2.0 20.5 0.9 16.8 19.5 1993 10.8 8.2 5.0 6.9 0.9 3.2 12.8 1.5 10.3 40.4 2003 11.1 6.2 5.0 7.6 1.4 1.7 15.6 1.5 12.3 37.8 1995 11.4 5.3 1.8 11.8 2.1 1.5 14.3 1.4 11.5 38.9 2003 13.2 4.4 1.9 8.9 2.2 1.7 15.7 1.5 11.2 39.3 1993 14.1 3.3 3.4 10.2 2.2 1.7 12.5 1.8 9.3 41.5 2003 13.0 2.4 3.3 8.0 1.1 2.4 13.3 1.4 8.5 46.6 1995 17.7 3.3 2.4 8.7 1.5 12.1 6.9 1.6 9.0 36.8 2003 16.3 3.1 3.6 11.5 1.6 3.4 9.6 2.3 10.6 38.0 1995 17.8 3.7 2.1 9.0 0.3 4.2 9.4 2.8 10.6 40.1 2003 14.0 3.5 2.4 8.5 0.6 1.5 12.4 1.9 12.7 42.5 1993 19.1 3.3 1.6 8.2-1.7 8.9 12.7 12.7 41.9 2004 14.0 2.8 1.8 6.4-1.5 10.5 3.2 14.8 45.0 1993 7.1 3.0 4.3 17.0 5.7 3.2 16.8 0.6 13.7 28.4 2003 7.5 2.9 4.1 12.5 4.1 2.1 20.0 0.5 11.9 34.5 1995 12.0 13.6 6.0 25.3 3.2 4.4 6.2 1.9 18.2 9.2 2002 12.1 9.8 5.5 22.9 3.2 3.8 12.6 2.4 18.1 9.7 출처: OECD(2005) Nationall Accounts of OECD Countries: General Government Accounts-Vol. IV-1993-2004. 이 표에서 짐작되듯이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국가들의 경우 그 비중은 1990년 이후 최근까지 평균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 한 다른 OECD국가들의 경우 정부지출규모가 큰 데 더해 사회지출비중이 크기 때문에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비중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공공사회지출, 즉 보건과 사회보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8.6%에 불과하다. 미국도 14.8%에 이르며, 영국은 21.8%, 스웨덴은 28.9%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보았을 때에도 우리나라의 사회지출비중은 OECD국가 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그나마 이것도 국민의 정부의 시절에 크게 증가한 것이다(<표 5>). 우리나라의 사회지출(공공+민간) 증가 추이를 살 대안사회복지학교 61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펴보자. 1990-2001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8.1%이며, 특히 외환위기 직후 국 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지출 비중이 커지게 되었다. 이는 공공사회지출의 증가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98년간에는 65% 증가하여, GDP대비 비중도 크게 확대되었했다(6.46% 10.86%). 이로써 GDP 대비 비 중이 1998년에 처음으로 두 자리 수를 넘어서게 되었다. <표 5> 사회지출 증가 추이(1990-2001) 연도 '90 '92 '94 '96' '97 '98 '99 '00 '01 GDP대비비중 (%) 4.25 4.39 4.68 5.29 6.46 10.86 9.77 9.13 8.70 총액(십억원) 7,591 10,775 15,149 22,142 29,270 48,269 47,179 47,648 47,995 평균 증가율 18.1 출처: 사회지출과 경제성장의 관계(2006),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 셋째, 정부지출 규모가 작고 그 중에서도 사회지출 비중이 작은데 더해, 우리 나라 재정정책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80년대 이후 양입 제출( 量 入 制 出 )의 원칙, 즉 수입에 따라 지출을 계획한다는 원칙에 따라 균형재정 기조를 지향하 는 등 매우 보수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림 6>는 70년부터 최근까 지의 통합재정수지와 관리대상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사립학교교 직원연금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것)의 추이를 보여주 고 있다.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재정적자 기조를 보였지만 80년대 초 반 이후부터 외환위기 이전까지의 기간을 보면 통합재정상의 재정수지는 대체 로 균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균형기조는 1980년대 초에 강력하게 시행된 거시 안정화 정책에 기인한다. 당시에는 1970년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 낳은 불안요인이 1979년의 정치 불안정과 제2차 석유파동으로 표면화 되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안정화정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62

<그림 6> 통합재정수지와 관리대상수지 주: 2009년도 수치는 예측치. 자료: 통합재정수지는 국가통계포럼, 관리대상수지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홈페이지. 이렇게 본격화된 긴축적인 재정운영은 이후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에 이 르기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닥치게 되자 1998년에 GDP의 4%에 가 까운 적자재정을 시행했다. 13) 그런데 1999년에 재정적자의 규모가 급속히 감소 했고 2000년에 이르면 이미 통합재정은 흑자로 전환됐다. 14) 이는 원래 정부가 건전성 회복 목표로 상정했던 기한보다 3년 정도 이른 시기이다. 이와 같이 균형재정의 원칙과 같은 보수적인 재정 운영은 재정적자의 심화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가졌지만 동시에 경기조절 기능을 제한하는 단점을 수 반할 수밖에 없다. Rudiger, Catte and Price(2006)은 OECD 국가들의 재정 정책이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경기안정화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해, 자동적 안 정화 장치의 효과와 재량적 정책의 효과로 나누어 분석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 13) 원래 외환위기 직후 IMF가 우리 정부와 합의한 재정운용은 긴축기조였다. 그런데 총수요가 급속히 하 락하고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경상수지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호전되었다. 반면 경기침체의 여파로 인한 세수 감소와 이전지출 증가 등 경기순환을 반영한 재정여건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런 상황 에서 긴축재정을 지속하는 것은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투자자의 신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적 지 않았다. 따라서 1998년 초에 이르러 정책 당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 대응적인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두 차례에 걸쳐 추경예산이 편성되었는데 여기에는 공공근로사업, 고용보험의 확대, 중소기업 지원 등 다양한 총수요 확대 프로그램들이 포함되었다. 14) 전주성(2004)에 따르면 당시로서는 이러한 확대재정정책이 단순히 경기를 수용하는 일시적 인 차원이 아니라 정부 당국이 고수해 온 보수적 재정기조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는 추측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63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르면 주요 OECD국가들은 세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자동안정화 장치도 잘 작동 하고 재량적 정책도 상당히 적극적이었던 북유럽 국가군, 자동안정화 장치는 잘 작동하는데 재량적 정책은 오히려 부정적이었던 유로권 국가들, 15) 마지막으로 자동안정화 장치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재량적 정책은 다소 작용했던 영미권 국가들이다(<그림 7>). 한국은 영미권 국가군에 속하는데 자동안정화 장치의 작동 수준이 가장 낮으면서 재량적 재정정책은 그나마 다소 작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안정화 장치의 작동 수준이 낮은 것은 사회안전망이 미약한 것 때문이다. <그림 7> OECD 국가들의 재정정책의 크기 출처: Rudiger, Catte and Price(2006) 문형표(2002)도 우리나라에 대해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1985~2000년 중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에 대해 평가해 본 결과 자동안정화 기 능이 다소 미흡했고, 재량적 재정정책은 대체로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보다 적정 하게 운용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경기불황에 대한 정책 대응이 충분하지는 않았 다고 보고하고 있다. 재량적 재정정책은 외환위기 이후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기조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1979년부터 2003년까지의 한국의 재량적 재정정 15) 그런데 유럽국가들은 왜 자동안정화 장치는 잘 작동하는데 재량적 재정정책은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경기순행적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90년대 들어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하여 재정적자기 위생하 지 않도록 노력함에 따라 경기안정화장치의 작동을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재량적 재정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바로 위의 표에서 보면 재량적 재정수지와 경기중립적 재정수지를 구 분하지 않고 재정수지와 GDP Gap간의 상관관계를 찾아보면 양(+)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64

책의 기조를 분석한 전주성(2004)은 재량적 재정정책이 외환위기 이후 이전보 다 적극적인 기조로 변화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것은 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심각했을 때 적자재정 정책을 추진한 것과 관련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우리 나라의 통합재정은 곧 흑자가 되는 등 다시 균형재정 원칙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요약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은 복지지출 수준이 미약하여 사회안전 망 기능은 약하며 단지 경기 침체기에 단기적 부양 정책이 다소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될 때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재량적 경기안정화 정 책으로는 경제의 안정을 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기 침체가 닥칠 때마다 긴급 한 방안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데, 그 방안이란 자주 지원을 받아야 할 부문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할 가능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국제적 금 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토목 및 건설 사업을 부양시키는 데 자원을 쏟기 보다 저소득층에게 직접적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따라서 위기 시에 지출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먼저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어 놓아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경기침체일 때에는 자 동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이 실현되어 침체에서 빨리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 다. 그리고 이렇게 근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경제 위기 시에 성장의 기반 이 무너지는 일을 피할 수 있으며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 나. 경제발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복지수준 그런데 우리나라의 발전 속도를 보아서 현재의 공공사회지출 수준도 절대 낮 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수준과 공공사회지출 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해 보면 우리의 수준은 매우 낮다는 것을 확 인할 수 있다. <그림 7>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사회지출비중은 경제성장에 따라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정수준(1인당 국민소 득 2만달러)이 넘어서면 정체 또는 소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 균(GDP %)은 1만 달러일 때 18.84%, 1.5만 달러일 때 20.95%, 2만 달러일 때 23.0%, 2.5만달러 일 때 22.9%, 3만 달러 일 때 22.3%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그림과 같이 국민소득 1만 달러 단계에서( 영역)에서 사회지출 비중이 급증(GDP 대비 20% 수준에 도달)하고, 이후 경제성장에 따라 완만하게 증가하 다 국민소득 2만 달러 단계에서 한차례 급증( 영역)한 후, 하향 안정세( 영 역)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65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그림 8> 1인당 GDP와 공공사회지출비중(GDP대비) 간의 관계 사회 25 지출 비중 20 OECD 평균 B A C 주: A는 5천달러-1만 달러 이하, B는 1만 달러-2만 달러, C는 2만 달러 이상. 점선 (%) 은 추정 추세. 통계자료의 한정으로( 80년 이후 자료), 각 소득단계별로 샘플 수에 있 어 다소간의 차이 존재 (특히 5천 달러에서 1만 달러 구간은 극히 제한된 샘플을 사 용). 국민소득은 구매력 기준 PPP(Purchasing Power Parity) GDP임 출처: 사회지출과 경제성장의 관계(2006),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 그런데 2001년에 측정한 우리나라의 1인당 구매력기준(PPP) 국민소득은 1.7 만 달러이나 공공사회지출 비중은 6.1%에 불과하여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 치는 최저수준이다. OECD 국가들이 GDP 1만 달러에 도달했던 시점의 공공사 회지출비중과 비교해도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GDP 1만 달러 도달 시기의 사회지출 비중(%)을 보면, 1인당GDP(천$) 프랑스 22.2%( 81), 독일 23.7%( 81), 이탈리 5 10 15 20 아 19.8%( 81), 스웨덴 28.8%( 80), 영국 20.9%( 83), 미국 13.3%( 80)이었다. 25 30 즉 자유주의적 복지국가유형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1만 달러 수준일 때와 비교 해보아도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GDP중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결정하는 요인이 단지 1인당 GDP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령화나 연금의 성숙도 등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다른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였을 때 적절한 공공 사회지출 수준이 어떻게 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공사회 지출 자체에 대해서 연구한 것은 드물다. 따라서 복지지출 수준의 적절성에 대 한 연구 결과들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한편 그 연구결과들은 어떤 변수를 설명 변수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매우 다른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안종범, 김을식(2004)에 따르면 조세부담률, 노년부양비, 연금의 성숙도, 1인 당 GDP를 주요 요인으로 해서 추정해 보니 한국의 복지수준은 OECD 회원국 66

들의 추세치에 근접하거나 거의 일치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의 여 러 가지 특성상 복지지출이 낮은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 는 설명변수로 조세부담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 된다. 즉 이들의 논리에 따른다면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 회원국들은 조세부 담률이 높기 때문에 복지지출 비중이 높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마나한 설명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이만우, 노상환(2002)은 조세부담률을 제외하고 일 인당 GNP,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 유아사망률, 1차산업취업인구비율을 사용 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및 보건복지지출은 1인당 GNP변화에 매 우 민감한데 국제비교를 통한 사회보장 및 복지의 실제 제출은 적정지출의 32%에 불과한 실정으로서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및 복지지출은 적정지출에 비 해 매우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건지출까지 포함한 실제지출은 적정지출 의 22%에 불과하여 보건부문을 포함한 복지재정의 규모는 더욱 국제수준에 미 흡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16) 물론 보험적 성격의 사회지출이 과도하게 높고 수혜조건이 까다롭지 않을 때 에는 보험적 성격의 사회지출은 복지의존성(welfare dependency)을 유발하여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렇지만 우리나 라는 그러한 부작용을 이야기할 만큼 그 수준이 높지 않으며 여전히 사각지대 도 많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근거로 보험적 성격 의 복지지출 프로그램 확충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다만 투자적 성격의 사회지 출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출규모를 늘리는 한편, 보험적 성격의 사회지출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서비스 부문에서의 정부지출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이 부문에서의 고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정재하(2005)는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고용규모는 선 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부문별로는 의료부문을 포함한 사회복지 부문의 고용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많은 OECD 국가들의 일반정부 고용 비중이 10% 내외인데 반해 우리의 수준은 3%대로, 공공부문이 16) 이에 대한 원인도 진단했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및 복지지출을 구성하고 있는 총예산 대비 복지지출(복지지출/예산)과 GDP대비 총예산(총예산/GDP)이 모두 낮은 수 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로부터 나오는 결론은 명확하다. 복지지출 수준을 지금보다 획 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분석결과에 따른다면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국제적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지출만 고려할 때 GDP의 4%정도를 더 투자해야 하고 보 건부문을 포함했을 경우는 7%정도를 더 투자해야만 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67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앞으로 고용을 더 창출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황성현(2009)도 정부가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 공공서비스의 확충을 위해 필 요한 일자리도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복지서비스 의 증가로 복지수준의 개선과 고용 확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5.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공평과세를 통한 증세 전략 가. 예산절감, 탈세방지 및 공평조세를 통한 재원마련 복지프로그램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 겠지만 문제는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이다. 이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것으로서 누구도 재원 마련을 위해 세율을 올리거나 새로운 조세를 만들자는 주장은 하기 어렵다. 17) 그러나 새로운 재원 마련 없이 지출만 늘리면 90년대 일본과 같이 정부채무가 계속해서 증가해서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위 협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따라서 복지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 방안을 동시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재원마련은 예산낭비를 줄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 다 정치적 논리에 의해 건설되는 도로, 철도, 공항 등의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지방공항 건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민들 의 환심을 사기 위한 마구잡이식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그치지 않고 있다. 18) 이 외에도 국제경기대회 유치, 민간투자사업, 지역축제 모두 예산 낭비적 요소가 가득하다. 이러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왔다. 수요 예측이나 타당성 조사 제도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4대강 사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치권에서 이를 회피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회피 장치를 마련할 수 17) 국제금융위기와 맞물려 새롭게 정권을 잡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개혁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재원 마련의 문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최근 총선에서 이긴 일본의 민주당은 선거공약으로 복지지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그 재원 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아마 재원마련을 위한 세수확대 정책이 개력 자체 를 좌초시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지속될 수는 없다. 아마 우선 개혁하 고 복지지출 늘린 후 국민들의 신뢰를 얻게 되면 증세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18) 전국의 15개 공항 가운데 인천, 김포, 김해, 제주, 광부를 제외한 지방공항 10곳은 만성 적자로 애물단 지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국제공항인 양양공항은 2006년 하루 평균 국제선 이용객 수가 11명에 불과했다. 국내선을 포함한 전체 탑승률도 33퍼센트 수준이다. 2006년에만 약 12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양양공항은 지방공항 중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68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타당성 조사 제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용역업체만 잘 선정하면 이러한 조사도 적절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막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19) 예산 낭비적 사업 자체의 수를 줄이는 동시에 공공사업 발주 과정에서 새나 가는 낭비도 줄여야 한다. 공공사업을 발주할 때 정부가격(설계가격)이 시장가 격(하청가격)보다 매우 높아 낭비가 발생해 왔다. 신영철(2006)에 따르면 국도 발파암깎기 공사의 경우 직접비에서는 정부가격이 시장가격의 2배, 간접비를 포함하면 2.5배 이상 책정되어 있어 부풀림 현상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 다. 원가계산이 비교적 용이한 덤프운반의 경우에도 국도 공사의 경우 2.3배와 2.9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달청의 조사결과, 조달청 실적공사비가 품셈가 격의 78%에 불과하여 품셈가격이 실적공사비에 비하여 약 22% 부풀려져 있음 이 밝혀져 품셈가격의 부풀림 현상은 정부에서 조차 인정하고 있다(2005년 5월 20일 조달청 보도자료). <표 6> 최저가낙찰제 전면 시행시 예산절약액 (단위 : 조원) 구분 규모 주1 예산절감액 500억원이상 13.3 300억 - 500억원 8.1 100억 - 300억원 6.7 6.7조원 X 22% = 1.48 100억미만 12.0 12.0조원 X 22% = 2.64 턴키 5.7 5.7조원 X 32% = 1.81 주2 대안 3.4 3.4조원 X 20% = 0.67 주2 수의계약 4.3 계 53.5 6.61 주1 : 2005년도 규모별 규모액은 재경부에서 인용한 2004년도 공공부문 발주액 44.5조원 의 규모별 비중을 2005년도 발주액에 적용하여 산출함 주2 : 32%와 20%에 대한 출처는 재경부 보도자료 2005. 9. 29 출처: 정세은, 윤종훈(2007) 19) 그렇다면 이러한 낭비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타당성 조사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강 화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여기에 더해 정광모(2008)가 제안한 예산실명제 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공무원과의 유착으로 인한 예산낭비는 부패 공무원을 처벌하는 제도로 어느 정 도 막을 지만 여기에, 유착이 아닌 경우것이 예산 낭비가 발생해도 책겄무원추궁할 장치가 없 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단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혹은 정치적외가 적을 달성 여기위해 사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예산실명제 를 도입하여과를 뻔히 그 사업이 책겄자를 따라다니게 함으로써 예산 낭비를 없걠이 시발 것을 제안하 였다. 대안사회복지학교 69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1999년 3월 <공공건설사업 효율화 종합 대책>에서 공공공사 원가절감 일환으로 가격경쟁입찰제(최저가낙찰제)를 2001 년 1000억, 2002년 500억, 2003년 100억 이상 공사로 단계별 확대시행하기로 하였으나 2002년 이후 이행하고 있지 않다가 지난 2006년 5월 16일 최저가낙 찰제 대상 공사규모를 3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시켰다. 최저가낙찰제 는 말 그대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입찰자에게 공 사를 주는 방식으로 공공건설사업에서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300억원 이하 공사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다. 정세은, 윤종훈 (2007)은 수의계약을 제외하고 최저가낙찰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연간 6.6조원의 예산이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재원마련을 위한 또 다른 기본전략은 탈세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세청 은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철저히 과세하면서 부유한 의사, 변호사, 고급 음식점 주인 등의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뭉텅이로 과세대상에서 빠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성명재(2008)에 따르면 2003~2006년 소득 및 국세 세입자료 등을 근거 로 사업소득세의 소득포착률 및 탈세 규모 추정 보고서에서 자영업자들의 소득 30%는 여전히 세금 탈루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소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탈세되고 있는 종합소득세는 6조괠세청섶청억원인 것으로 추정되 었다. 탈루소득을 기초로 소비성향을 분석해 계산한 부가가치세 탈세 규모는 1 조괠3117억원으로 자영업자들은 총괠모는 4괳모9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20) 한편 이 추정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소득신고율이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탈세 유인이 더 큰 고소득층일수록 소득신고율이 낮을 수 있기 때문에 탈세 규모는 추정 규모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의 도입이 국회의원들에 의해 저지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비근로소득을 철처하게 파악해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으나 불 가능한 일은 아니다. 가령 의사와 변호사들의 거래에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사용을 의무화하고 그 위반에 대해 수십 배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또한 고급 음식점 매출에 대해서도 국세청의 암행조사와 위반 시 영업정지 등 이미 선진 국들이 채용하고 있는 다양한 방식을 구사할 수 있다. 20) 2006년 사업소득자 1인당 평균 사업소득은 2426만원이다. 성명제의 분석에 따르면 이 중 1679만원만 신고되고 평균 728만원은 탈루되고 있는 것이다. 70

이와 같은 정책을 통하여 적어도 12조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 이 나온다. 우선은 이러한 재원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피부로 그 성과를 느낄 수 있는 복지프로그램을 우선 실시하여 복지 강화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떤 사업을 우선 적으로 시작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 다. 한편 이렇게 예산낭비 절감, 탈세 방지를 통해서 마련할 수 있는 재원으로 우선적 대표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지만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세수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세체계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기초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조세전략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표 7>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조세수입 항목 구성, 2004년 (%) 직접세 사회보장분담금 개인소득세 법인세 피고용자 고용주 합계 재산 세 소비세 미국 8.9 2.2 3 3.4 6.4 3.1 4.7 영국 10.3 2.9 2.8 3.7 6.5 4.3 11.5 프랑스 7.4 2.8 4.0 11.0 11.4 3.3 11.1 독일 7.9 1.6 6.1 6.9 13.0 0.9 10.1 스웨덴 15.8 3.2 2.8 11.3 14.1 1.6 13.0 덴마크 24.7 3.2 1.1 0 1.1 1.8 16.0 일본 4.7 3.8 4.3 4.5 8.8 2.6 5.3 한국 3.4 3.5 3 2.1 5.1 2.8 8.9 OECD 9.1 3.4 3.0 5.5 8.5 1.9 11.4 출처: OECD 자료, 저자 정리 <표 7>는 각 조세 항목의 조세수입액을 GDP 대비 비중으로 보여주고 있는 데, OECD 평균과 가장 큰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이 개인소득세 부문임을 알 수 있다. OECD 평균이 GDP 대비 9.1%의 개인소득세를 걷고 있는데, 우리는 고작 3.4%를 걷고 있다. 이에 비해 법인세는 OECD 평균에 근접해 있으며 소 득세와 사회보장분담금의 경우 OECD 평균보다 다소 낮으며 재산세는 OECD 평균보다 다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득세가 작게 걷히고 있음은 실효소 득세율의 국제비교에서 드러난다. 평균 실효세율 (실제의 소득세부담/총소득)을 사용하여 국가별 소득세 부담을 비교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가 2.7%인 반면 일 대안사회복지학교 71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본은 6.6%, OECD국가의 평균은 15.6%이므로, 실효세율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은 높지 않다. 많은 국민들이 소득세를 많이 내고 있다고 느끼고 있 는데 실제로는 그다지 많은 세금을 내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표 8> 평균 실효소득세율의 국제비교(2005) OECD평균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미국 프랑스 일본 한국 15.6 20.9 18.1 17.4 16.6 15.7 15.4 6.6 2.7 자료:OECD Taxing Wages, 2005. 소득세가 특별히 적게 걷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선은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와 탈세로 인해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들이 많기 때 문이다. 근로소득자 2명 중 1명, 종합소득자 3명 중 1명 이상은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21) 비과세 감면조치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소득 세를 적게 내고 있지만 더욱이 상위계층의 세금 부담이 소득수준에 비해 매우 적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종석(2008)에 따르면 근로소득자의 경우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상위 10% 소득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소득 대비 실표세 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탈세, 비과세,감면 조치에 더해 금융자산소득에 대한 미흡한 과세, 자본이득에 대한 불충분한 과세 등으로 인해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부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소득세에 있어 서 조세의 공평성이 무너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가장 향후 가장 중요한 세제개혁의 방향은 바로 소득세에 있어서의 조세의 공평성 회복, 그를 통한 세 수 확대여야 할 것이다. 21) 신문보도에 따르면 2008년 10월 6일 기획재정부가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전체 1334만7000명의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는 672만6000명으로 면세자 비율은 50.4%였 다. 자영업자가 해당되는 종합소득자는 2006년 기준으로 458만명이었고 이중 면세자는 전체의 37.5%인 171만8000명이었다. 72

<표 9> 근로소득자의 소득계층별 유효소득세율(2005년도 기준) (단위:천원,%) 소득계층 급여(a) 결정세액(b) 유효세율(b/a) 상위 10% 86,539(23.6) 9,436(58.9) 10.9 20% 55,019(15.0) 2,691(16.8) 4.89 30% 45,851(12.5) 1,559(9.7) 3.4 40% 38,905(10.6) 926(5.8) 2.38 50% 33,476(9.1) 560(3.5) 1.67 60% 28,948(7.9) 349(2.2) 1.21 70% 24,857(6.8) 228(1.4) 0.92 80% 21,094(5.8) 148(0.9) 0.7 90% 17,652(4.8) 86(0.5) 0.49 100% 13,962(3.8) 28(0.2) 0.2 전체 36,630(100) 1,601(100) 4.37 주: 국세통계연보 2006(국세청), 괄호안의 숫자는 전체 소득자에서 해당 계층의 소득 과 소득세 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이종석(2008) 한편 소비세의 경우 GDP대비 비중은 선진국과 비슷한데 조세부담률이 작다 는 것을 가정하면 소비세에 의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를 두고 누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소비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누진성을 회복하기 위해 소비세 비중을 줄이면 복지재원 마련 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향후 복지 재원을 대규모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적에서 보면 굳이 현재의 소비세 세율을 낮출 필요는 없다. 소비세는 그대로 둔 채 개인소득세 세수를 높임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비율이 조절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복지선진국이라는 스웨덴, 덴마크와 미국의 개인소 득세 및 소비세를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 미국의 경우 전체 세 수 중에서 소득세와 소비세가 차지하는 비중만 계산하면 개인소득세가 소비세 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데, 스웨덴의 경우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오히려 복지후진국인 미국이 직접세 비율이 높은 것이다. 이것을 보면 직접세가 간접세 보다 매우 많다고 해서 수준 높은 복지국가를 대안사회복지학교 73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재분배 정책을 추구할 때 조세와 재정 지출 양쪽 부문에서 소득재분배 목적을 추구하지만, 재정지출의 역할이 커질 때 에는 조세 부문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양 측면에서 모두 강력 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추구하기에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실제 로는 어느 한 쪽에 더욱 강조를 두게 된다. 스웨덴의 경우 개인소득세 등 직접 세의 비중이 소비세의 몇 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정규모를 늘려서 복지지 출을 크게 함으로써 종합적인 차원에서 더욱 수준 높은 소득재분배 정책을 추 진하고 있다. 법인 이윤에 부과되는 법인세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법인소득세의 비 중이 개인소득세보다 큰 유일한 국가로서 법인세의 비중이 일본의 뒤를 이어 비교국들 중에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법인세 세 율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세율이 높아서 우리나라의 법인세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다. <표 10>을 보면 2007년 현재 최고세율이 25%인 우리나라의 법인세 수준이 아직은 낮다. 또한 우리 기업들은 각종 다양한 비과세감면조치를 받고 있기 때문에 높은 법인세율이 기업의 높은 세 부담을 야기한다고 보기는 어렵 다. 특히 비과세감면조치는 주로 대기업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세율이 중소기업 보다는 높지만 실효세율은 결코 높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더욱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박형수, 2004). 이것은 국민소득에서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고 그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더욱 높아졌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다면 단지 세 수입이 많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표 10> OECD 국가들의 법인세 추이 1985 2000 2007 1985 2000 2007 일본 56 41 39.5 프랑스 50 37 34 미국 50 39.3 39 아일랜드 10 12.5 12.5 독일 63 52 39(29) 이탈리아 46 37 33 덴마크 60 32 25 네덜란드 42 35 25.5 스페인 35 35 32.5(30) 스웨덴 60 28 28 핀란드 60 29 26 영국 40 30 30 주: 괄호는 2008년. 74

장기적으로 법인세의 개혁의 방향은 어때야 할 것인가? 소득재분배를 지향하 는 국가들, 특히 북유럽 국가들에서 법인세 비중이 낮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법인세가 꼭 높아야만 소득재분배 기능이 잘 실현되는 것은 아니 라는 점을 의미한다. 법인세는 이윤에 대해 부과되는 조세인데 법인세를 낮추어 도 만일 소득세 부문에서 배당소득세 및 자본이득세를 제대로 걷을 수 있다면 충분히 자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에 대한 과세 가 가능하고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를 자극하고 고용을 증대시킨다면 법인 세 인하를 용인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배당소득세와 자본이득세가 제대로 걷힌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대주주를 제외하면 배당소득 세는 14%의 세율로 분리과세 되고 있고 자본이득에 대해서도 비과세되고 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기업이 이익이 크게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투자도 저조하 였다. 이와 같은 구조 하에서는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해도 투자는 크게 유발하 지 못하는 대신 그 혜택은 대부분 주주에게 돌아가고 국가의 세수만 축소될 것 이다. 법인세 인하 정책은 부작용만 크다. 또한 법인세 세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굳이 세율을 인하할 필요는 없 을 것으로 보인다. 22) 한편 사회보장분담금의 경우도 우리나라가 다른 OECD국가들보다 낮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노령화 진행속도가 느린 것도 원인이겠지만 아 직 사회보장 수준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향후 사회보장 수준을 높 인다고 해서 그에 비례해서 사회보장분담금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꼭 바람직 한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과 노동자에게 부담시키는 사회보장 분담금은 노동비용을 올림으로써 노동수요와 노동공급 양 측면 모두를 위축시 킬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유럽 선진국들이 계속해서 사회보장분담금을 낮 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덴마크의 경우, 사회보장분담금(건강, 연금, 실업 등의 사회보험료)의 비중은 매우 낮아 1.1%에 불과하며 고용주는 하나도 부담하지 않는다. 덴마크가 대표적인 복지국가라는 점에서 복지국가 재원을 꼭 법인세나 기업의 사회보장분담금을 많이 걷어서 해야 하는 것은 아 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2) 한편 이명박 정부는 최근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없애기로 했는데 주로 이 제도의 수혜자 가 대기업이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경우 법인세 인하로 받았던 혜택의 일부를 다시 빼앗기는 허탈감을 느낄 것이나 법인세 인하 혜택이 더욱 크므로 이익은 있다. 그러나 경제전체적으로 본다면 법인세 인하의 혜택이 크므로 이로 인한 세수 감소폭은 임시투자세액공제 소멸로도 상 쇄되지 못할 것이며 투자에 대한 직접적 유인제도가 제거되었다는 점에서 나쁜 선택인 것으로 판단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75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덴마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사회보장분담금을 걷지 않아도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소득세 부분에서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해 충분히 누진적으로 과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를 누구에게 부과하든 최종적으로는 개인에게 귀 착될 것이므로 최종단계에서의 공평성만 확보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 나 우리의 경우 덴마크와 같은 정도로 사회보장분담금의 비중은 줄이고 소득세 부분을 크게 늘리는 것은 아무래도 조세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 세체계를 덴마크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회보험액을 크 게 증가시키기보다 총조세 수입에서 사회보장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보 다 다소 확대하면서 OECD 평균과 비슷하게 고용주가 덜 부담하는 방식에서 고 용주가 피고용자보다 3~4배를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산세의 경우 GDP 대비 재산세 비중이 우리나라가 선진국 평균 보다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산세와 관련해서 논란이 되는 조세가 종합 부동산세 이다. 2005년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도입될 당시부터 보수언론에 의 해 비판되었으며, 특히 세금폭탄 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지는 등의 공격으로 세 계에서 유래가 없는 징벌적 세금인 듯한 인상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재산 세 비중은 다른 국가들보다 많지만 부동산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 지 않다. 노영훈(2006)도 부동산보유세가 지방정부 세원으로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미계 국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2~3%의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재정학자들도 부동산 거래세 인하 및 보유세 강화를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향으로 제안하고 있다. 2000년의 OECD의 조세 보고서(Dalsgaard, 2000)도 재산관련 세제를 보유, 거래, 자본 이득으로 나누어 볼 때, 우리나라의 재산관련 세제의 특징은 보유단계에서는 세부담이 낮은 반 면, 거래단계에서는 매우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하에서 부동산 보유세는 후퇴하였지만 불로소득의 창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라도 향후 새로이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 재원마련 조세 전략: 공평성 회복을 통한 세수 증가 23) 결론적으로 우리의 조세체계를 살펴 본 결과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조세개혁 방안은 무엇보다 개인소득세에서의 공평성 회복을 통한 세수 증가 가 주가 되 어야 할 것이며 이 외에도 사회보장분담금의 기업기여비중 증대, 부동산 보유세 23)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윤종훈(2007), 정세은, 이상이(2008)을 참고할 것. 76

강화 등의 조세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복지선진국인 스웨덴과 덴마크의 소득 세 세수가 많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소득세야말로 소득재분배와 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재원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득세 체계는 선진 국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낮은 소득세율, 탈세, 광범위한 비과세 감면제도 및 불로소득에 대한 미진한 과세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공평성이 크게 훼 손된 상태이다. 누구나 세금을 더 내라는 것에는 저항하겠지만 증세로 인해 가 장 먼저 복지 혜택을 누릴 서민층마저 증세에 저항감을 갖는 것은 조세체계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탈세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했 으므로 다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첫째, 비과세감면 혜택의 과감한 축소가 필요하다. 비과세감면 조치는 조세지 출이라고도 부르는데, 24) 정부가 특정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나 개 인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이다. 조세지출의 중요한 목적은 사 회적 형평성을 달성하기 위하여 장애자, 퇴직자,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세혜택을 부여하거나 특정한 산업정책의 목적을 위해 혹은 외부효과로 인한 비효율성이 존재할 때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그동안 비과세감면 혜택이 너무 무원칙하게 운영되어 옴에 따 라 공평성과 효율성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해왔을 뿐 아니라 국가의 조 세수입에도 큰 구멍을 내고 있다. <표 7>에 따르면 2000~2004 기간의 조세 지출 총증가율은 37.7% 로 국세수입 증가율 27.3% 보다 10섥금을이상 증가율이 더 크다. 또한 큰 구년의 각종 비과세감면제도에 의한 조세지출규모는 21조원 에 이르고 있다. <표 11>국세수입 증가율 대비 조세지출규모의 증가율 (단위 : 억원) 2000 2001 2002 2003 2004 총증가율 조세 지출 국세 수입 금액 132,824 137,298 147,261 175,080 182,862 증가율 3.4% 7.3% 18.9% 4.4% 37.7% 금액 866,013 892,717 966,166 1,070,486 1,102,170 증가율 3.1% 8.2% 10.8% 3.0% 27.3% 자료: 조세지출보고서, 2001-1005, 재정경제부 24) 조세지출이라 함은 재정지출에 대응하는 조세보조금으로서 조세의 정상적인 과세체계에서 벗어난 특례 규정에 의하여 납세자의 세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발생하는 국가세입의 감소 로 정의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77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한편 이러한 비과세감면조치가 저소득 및 취약계층(기초생활대상자, 노인, 여 성, 아동 장애인 계층)에게 크게 돌아간다면 이들이 그만큼의 복지프로그램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종면(2004)의 분석에 따르면 2003 년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게 돌아간 조세지출의 규모는 1조 3407억 원에 불 과하다. 2003년 17조 5080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아 공평성 목적이 크게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만우(2006)은 과다한 조세특례제도의 운 영이 조세체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특정 효율성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반적 효율성은 떨어뜨리는 셈이다. 외 부경제효과를 가져오는 재화나 용역, 조세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수단에 해당하지 않는 비과세감면 조항은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 다. 25) 비과세, 감면제도와 관련하여 뜨거운 감자 가 바로 1세대 1주택 양도소득 비 과세 및 소액주주 상장주식 매매차익 비과세 이다. 세대 당 1주택에 대해서는 3년 이상 거주요건만 채우면 원칙적으로 양도차익이 비과세되며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의 경우에는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차익은 양도소득세 가 부과되지만 실효세율은 매우 낮다. 한편 대주주의 경우와 비상장, 비등록 주 식의 매매차익은 과세대상이 되지만 소액주주의 주식매매차익은 과세대상이 아 니다. 이로 인해 대주주에 대한 세율도 소액주주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10% 또는 20%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러한 금융자산 양도차익 비과세 제도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이에 대해 과세하는 정책과는 상반되는 것이다(홍범교, 2006). 세대당 1주택씩 비과세하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공평해 보이지만 주택가격에 따라 세금혜택의 크기가 엄청난 차이를 보여 실제로는 매우 불공평하다. 또 1 주택 비과세 혜택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강남권 등 요지의 주택이 선호됨에 따 라 특정지역 집값이 폭등하여 국민간의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와 저율과세도 부작용이 많다. 예를 들어 주식매매차익 과세가 사업 소득세나 증여세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변칙적인 거래가 빈번히 발생하 고 있다. 문제는 땀 흘려 벌어들인 근로소득이나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은 최고 25) 저소득층을 위한 조세지원 방안 중 근로연계복지제도(In-Work Benefits), 일자리와 고용 확 대를 위한 세제 지원, 저소득층 재산형성을 위한 제도 등은 계속해서 유지하거나 새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근로연게복지제도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에 근로장려세제를 도 입했으며 첫번째 근로장려금의 지급은 2009년에 발생할 것이다(전병목, 2007). 78

35%(2010년부터 33%)나 되는 소득세를 빠짐없이 부과하는 데 비해 집 팔고 주식 팔아서 벌어들인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세금 한 푼 안 내는 것이 조세형평 에 심하게 어긋난다는 것이다(이만우, 2006). 따라서 조세형평을 파괴하는 1세 대 1주택 비과세 및 소액주주 상장주식 매매차익 비과세제도는 조속히 폐지해 야 한다.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보완가능 하다. 26) 둘째, 양도소득과 마찬가지로 불로소득인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 93년 김영삼 정부 하에서 금융실명제와 함께 도입되었다가 그 시행이 유 보되었던 금융소득종합과세는 96년 부활되어 97년까지 과세되었다가 외환위기 를 맞아 98년부터 2000년까지 3개년 동안 시행이 중단되었다. 2001년에 다시 과세가 시작되었으나 곧 2002년에 부부 합산하여 이자와 배당을 합한 금융소 득이 4천만 원 이상일 경우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신고하도록 하였다. 즉 금융 소득이 4천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분리 과세함으로써 누진세율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어 있었다. 또한 이 금융소득에는 이자 및 배당소득이 해당되어 바로 위 에서 언급한 주식매매 양도차익 소득은 아예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포함되지 못 했다. 이와 같이 원래의 금융소득종합과세 자체가 매우 빈약한 제도였는데도 불구 하고 2002년에는 헌법재판소가 부부합산과세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림으로써 종합과세기준이 부부합산 4천만 원에서 개인별 4천만 원으로 후퇴하였다. 이로 써 현재 이자 및 배당소득이 개인별 연 4천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 분리 과세하여 14%의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4천만 원 이상일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 하여 누진과세하고 있다. 전형적인 불로소득인 금융소득에 대해 이렇게 낳은 세 율을 부과하는 것은 근로소득자의 근로의욕을 꺾으며 다양한 비과세감면조치를 남발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불로소득에 대한 공평과세를 확립하는 것과 동시에 저소득 자영업자들 의 탈세를 조장하여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간이과세 제 26) 이만우(2006)은 1세대 1주택을 과세하더라도 동거가족당 일정금액의 소득공제를 거주기간에 따라 적용함으로써 소형 주택 장기보유자에게는 세금부담이 전혀 없도록 조정할 수 있다. 주 식매매차익 과세도 매매이익 발생시 과세한 부분에 대해 매매손실 발생시 환급해주는 장치를 마련하고 세율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면 큰 부작용없이 도입될 수 있다. 또 장기보유주식의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유리한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단기매매 위주의 거래가 유발하는 냄비장 세 를 방지할 수 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79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도도 개혁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자는 거래 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아 야 한다. 하지만 연매출 4,800만 원 이하의 영세사업자는 세금계산서를 고객에 게 발급할 의무가 면제되어 간이영수증을 사용하는 간이과세제도가 허용된다. 이 간이과제 제도는 원래 영세 자영업자의 납세편의를 도모하고자 도입되었지 만, 실제의 매출액 및 이익을 숨길 수 있는 기회로 악용되는 측면도 크다. 그리 고 현재 자영업자의 절반 정도가 간이과세자로 등록되어 있는 만큼 이 부문의 부가가치세 및 개인소득세 탈세를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의 탈세 문제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청 의 2004년 자료를 근거로 실효세 부담(납세자가 실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실 제 납부한 세금의 비율)을 산출해 본 결과, 근로자 가구의 평균 실효 세부담률 은 2.69%로 자영업자들의 평균 실효 세부담률 0.78%의 3.47배에 달하고 있다 고 한다(윤종훈, 2008) 이는 매출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영업자들이 사업소득 에서뿐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탈세하는 이중의 탈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제 도로 인해 월급수령자 등 근로소득자와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간 비젨세부담 형 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더 나아가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들 간 비형평성을 맞추 기 위해 근로소득에 대해 높은 공제를 허용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소득세제가 불공평한 구조를 가 게 되었다. 그러므로 소득세제에 대한 높은 공제수준을 낮 추기 위해서라도 자영업자들의 소득포착률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간이 과세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간이과세 제도의 개혁으로 인해 현재보다 크게 젨세부담이 늘어난다고 한다면 기술적으로 이를 보완해 주 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장 차 개인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나 세율 조정을 통해 개인 소득세 세수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세율 조정은 물론 누진율의 상승을 동반해야 한다. 현 재 우리나라의 개인소득세는 대부분 나라와 마찬가지로 누진세율이 적용되지만 그 최고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소득세율이 인하되어 2010년부터는 8,800만 원 이상 과세표준에 대해서는 최고 33%의 세율이 적용될 것이다. 이 에 반해 2007년 기준 스웨덴의 개인소득세 최고 누진율은 56.55%이며 미국은 45.4%이다. 따라서 복지국가 전략을 추진하려면, 8,800만 원 이상의 연 종합소 득에 대해 과세구간을 더욱 세분화하는 누진소득세 재편을 고려할 수 있다. 80 그러나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나 세율 조정을 통한 소득세 증가는 강력한

조세저항을 야기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더구나 이렇게 증가한 조세가 자신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면 더욱 그럴 수 있다. 따라서 소득세 비중이 매우 낮았던 프랑스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는 복지지출 증가에 따른 재 원마련을 위해 1990년에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사회보장기여세(CSG)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이 때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반드시 복지지출에만 사용하도록 법 으로 규정하였다. 소득에 누진적으로 부과되므로 일종의 소득세인 셈인데 복지 에 사용되는 목적세로 도입한 바 있다. 이러한 방식의 목적세 도입을 고려할 필 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의 정책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부동산 보유세 강화정책이었다. 건물과 토지를 구 분하여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를 부과하던 것에서, 2005년부터 건물과 토지를 합산하여 낮은 세율로 재산세를 과세하며 주택가액이 6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서 다소 높은 세율의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하는 보유세제 개편 을 단행하였다. 한편 종합부동산세는 전액을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기로 함으로 써 지방재정에 기여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참여정부 내내 이에 대한 비판이 끊 이지 않더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 세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주거목적 1주택 장기보유자 부과 규정에 헌법 불 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종부세은 폐지되지는 않겠지만 종부세 대상이 대폭 줄 어들고 2008년 말에 정부가 과표 세율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사실상 종부세법 이 유명무실화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산관련 세제의 특징은 보유단계에서 는 세부담이 낮은 반면, 거래단계에서는 매우 높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불 로소득의 창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가 강화되어야 한다. 한편 복지지출 증가와 재원 증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아 바람직하겠지만 다소 시차의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복지프로그램을 먼저 확대하 면서 세제개혁을 동반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재정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가? <표 12> 은 우리나라와 OECD 평균적으로 순부채와 총부채의 규모가 얼마인지를 보여주 는 표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국가채무 수준을 현재보다 최대한 2배 정도 증가 시켜도 정상적일 정도로 현재의 국가채무 수준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안사회복지학교 81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표 12> 우리나라와 OECD(평균)의 총부채와 순부채 규모(GDP%) 한국 OECD 전체 총부 채 순부 채 총부 채 순부 채 1990 1992 1994 1996 1998 2000 2002 2004 2006 2007 2008 (예측) (예측) 7.8 6.4 5.2 5.9 13.1 16.3 16.6 22.6 26.5 30.0 29.2-16.5-14.7-16.1-19.0-23.1-27.0-31.8-29.8-35.3-35.9-36.4 57.1 62.6 68.4 72.1 72.9 69.5 71.8 75.6 77.1 76.8 76.5 33.9 36.6 41.7 44.5 44.2 38.9 40.9 44.0 43.5 43.1 42.8 그러나 부채가 과소하게 추정되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옥동석(2008)은 우리 정부가 정부의 범위와 부채 범위를 좁게 정의했다고 비판하고, 만일 정부의 범 주를 준정부기관 전체를 포함시키고 우발채무와 충당금을 제외한 부채 전체를 부채의 범주에 포함시키면 우리나라의 정부부채는 2007년 말 GDP의 76.3%가 된다고 추정했다. 즉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부채 규모를 어디까지로 계산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재정 건전성의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고려하면서 복지확대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우리에게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매우 우려스럽다. 국제 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제위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2014년은 돼야 균형 재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채무는 2010년 GDP의 46.3%로 불어난 이 후 2014년에는 51.8%로 나라 빚이 GDP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문 제는 이러한 재정건전성 악화가 복지확대가 아니라 부자감세와 대운하 건설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2010년 예산안에서 4대강 예산 중 많은 부분을 수자 원공사에게 떠넘기기로 계획하고 있다.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에 불 과하다. 준정부기관의 부채에 대해 과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와 같은 명백한 부채 떠넘기기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증가로 돌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재정학자들이 조세개혁의 방향으로서 제시하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이 원칙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할 사람 이 세원에서 제외된 경우에 적용하는 것이라면 이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을 없 82

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과세의 공평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 칙이 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비슷한 부담을 지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 다. 공평한 조세란 모든 사람이 비슷한 정도의 부담을 지는 체계가 아니라 능력 에 맞게 차별적으로 부담을 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이란 구호를 앞세워 소득세,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면서 저소득층 및 사회약자에게 주어졌던 비과세, 감면 조치를 줄여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발상이 아무 비판없이 받아들여져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6. 결론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완성을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는 경기침체를 맞아 당장 은 재정지출을 증대시킴으로써 경기를 부양하려 하지만 재정 및 조세정책의 전 반적인 기조는 부자 감세와 복지축소이다. 즉 부유층과 대기업에 유리한 조세정 책, 복지정체와 성장 위주의 재정정책이 그것이다. 현 정부는 그러한 재정조세 정책 기조가 과거 고도성장기의 재정조세정책이었으므로 그러한 정책을 다시 펴면 경제가 다시 고도성장을 실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더 이상 기업이 값싼 노동을 투입하기만 하면 성장하는 경제도, 저축이 부족해서 이를 장려하기 위해 자본과 고소득층을 우대해야 할 그런 경제도 아 니다. 이러한 정책으로는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인 내수 위 축, 인적 자본 정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세계화로 인해 조세경쟁 과 규제완화 추세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지만 재정 및 조세정책의 기조는 여전히 복지국가 기조이다. 이 국가들의 대부분이 일찍부터 복지국가체제를 실 현해 왔다는 점에서, 복지확대가 꼭 잘살게 된 이후에야 도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복지가 성장과 배치되는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특히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경제 위기 시에 임금 인상 자제 및 복지 강화라는 대타협을 이루어냈 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의 유연화가 강화되고 있는 한국경제에 사회통합과 성 장을 이루기 위해 요구되고 있는 개혁이란 역동적 복지국가의 확립일 것이다. 복지의 확대는 단순한 사회안전망의 제공을 떠나서 경제전체의 유동성을 높여 주고, 자동적 경기조절장치가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인적자본에의 투자를 가져와 성장잠재력도 높일 수 있다. 당장 사회서비스의 증대는 직접적으로 고용 증대로도 이어질 것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83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조세정책 따라서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보적 대안은 분배를 강화시켜 바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사이클이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분배를 강 화시켜 주는 것은 다름 아닌 보편적 복지체제를 확충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병 천(2007)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신경제 가 아니라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선도한 고용, 혁신, 평등을 병행 발전시킨 사회적 시장 신경제 의 길이 어야 하며 공 공 부문이 취약한 한국의 경우는 여기에 스웨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공서비 스 부문과 사회적 서비스, 사회적 일자리 부문을 대대적으로 창출하는 방식을 결합시켜야 한다 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확충을 위해서는 어떤 부문의 복지를 얼마큼 확대할 것인가, 그리 고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부문에 얼마큼 부담시킬 것인가에 대해 국민 의 신뢰와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재원마련 없는 복지확충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개혁일 뿐이다. 현 상태에서는 세율이 높은 편이 아니므로 감세를 할 것이 아니 라 예산낭비와 탈세를 막음으로 세수를 확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 불로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 토지불로소득의 환수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즉 단순한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의 원칙이 아니라 진정 한 공평과세 를 통한 증세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렇게 공평성의 횝고을 통 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면 국민들도 기꺼이 복지강화를 위한 부담 증가 에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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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모델 사례 복지거점전략 1) - 오 건 호 (민주노총 공공노조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1. 내가 사는 동안 복지국가가 가능할까? 사회복지를 주제로 교육을 할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묻는다. 우리나라 복지가 크게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느냐고? 우문이다. 교육장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 이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거나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노동조합 간부, 학생들인 데 말이다. 이어 묻는다. 우리나라가 당신이 사는 동안에 복지국가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손을 드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사회복지 활동가조차 자신 의 나라가 복지국가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곳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오죽할까? 국가로부터 복지를 얻을 것이라고는 이미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그래서 어려운 살림에도 이리저리 쪼개어 사보험에 가입하고, 집 하나 장만하는 게 최선의 노후복지 설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선 시민단 체나 진보정당들이 아무리 민간보험은 돈벌이 보험이라고, 부동산이 재테크 대 상이어선 안된다고 설명한 들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세금을 더 내서라도 복지 를 확충하자고 주장하면 그 돈이 복지로 돌아오겠냐고 바로 질문을 되던진다. 우리나라 국가재정에서 사회복지 비중은 GDP 9% 안팎으로 추정된다. OECD 평균 20%에 비해 11% 포인트가 낮다. 한국의 GDP를 1천조원으로 보면, 매년 110조원을 더 복지에 투입해야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값을 할 수 있다는 1) 이 교안은 필자가 이전에 쓴 여러 글들을 재구성해 만든 것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87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야기다. 간격이 너무 커, 오히려 우리를 더 좌절케 만드는 수치이다. 이 엄청 난 장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복지 체험 이 중요하다. 이는 시민들이 실제 복지 확대를 위해 참여하고 그 효과를 현실에서 경험하는 일이다. 복지에 대한 확신은 아니더라도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조그마한 복지라도 경험하는 게 무엇보다 중 요하다. 그래야 더 큰 복지를 상상할 수 있고, 그것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다. 복지분야 활동가, 일반시민, 그리고 필자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복지 좌절 을 딛고 일어나 복지국가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지금 보단 치밀한 전략적 기획 논 의가 요구된다. 2. 한국형 사회복지전략이란? 복지국가 유형 구성 vs. 복지운동 주체 형성 어느 사회든 시장적 거래관계에 의거하지 않고 취약계층에게 부여되는 공적 부조는 존재해 왔다. 그러나 사회가 확대되고 계층구조가 다양해지는 자본주의 생성/발전기에 이르러 공적부조는 자선/자비와 구별되는 사회구조적인 성격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제도는 단순히 취약계층의 생활보호를 넘어 부의 사회적 재분배를 도모하고, 이 과정에서 계급관계의 재생산을 유지하는 자본주 의의 핵심적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이것이 바로 복지이다. Polanyi(1944)는 자본주의 발전을 노동력의 상품화(commodification)로 파악 하면서도 이러한 상품화에 반하는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가 동시에 전 개됨을 역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폴라니에 의하면, 노동력상품은 노동자와 분 리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원리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 의제 적 상품형태 라고 평가한다. 이 의제적 상품이 현실에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반 드시 비상품화된 보조체계에 의존하는데 이것이 바로 복지 인 셈이다. 따라서 복지제도는 자본주의하에서 노동력상품화의 필요조건이 되는 셈이다. 20세기 들어 이러한 복지 의 영역은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대되었고, 산 재보험/연금보험/실업보험/의료보험 등의 국가복지로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산 재, 의료, 연금보험이 도입된 시기를 보면 독일과 영국이 1890년대에서 1910년 대이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920-40년대에 이르러서야 도입되었으며, 실업보 88

험의 경우에는 4국 모두 1920-30년대에 가서야 제정되었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적 사회복지로서 국가복지가 완성된 것은 2차대전 이후이 다. 2차대전 이후 서구에서 비로소 복지국가론 이라는 새로운 이론적 이념형이 사회과학에 등장하였다. 서구에서 전후 복지국가의 형성이 일반화되면서 복지국 가론은 전후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이론틀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대표적 사민주의 학자인 Esping-Andersen은 복지국가 의 본질을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로 정의한다. 탈상품화는 개인이 시장 에 대한 의존 없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이다. (복지에 대한) 사회적 권 리는 탈상품화 능력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즉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활수준을 순 수한 시장의 힘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만드는가에 있다. 따라서 사회적 권 리의 정도는 상품으로서의 시민의 지위를 축소시키는 것과 상통한다. 이 정의에 기초하여 그는 각국의 복지체제를 탈상품화지수로 비교하고, 이에 기초하여 그는 기존의 복지국가체제를 크게 자유주의적, 조합주의적, 사민주의 적 체제 등 세가지로 구분한다. 그러면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논의한다고 한다는 것은 무엇을 다루는 것일까? 위 세가지 복지국가 유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인가? 혹은 한국의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 유형을 만드는 것인가? 예를 들어, 가족주의를 반영해 가족부양 과 결합한 복지체제, 민간보험과 시장 사회복지서비스와 조합된 복지체제, 아니 면 취약한 국가재정을 감안해 공공부조형 복지체제(혹은 자유주의 복지국가) 등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 선택 은 선언적이고 가치론적 논의일 뿐이다. 사실 원론 적으로 이야기하면 당연히 가장 강한 복지국가 를 목표로 해야 한다. 가능한 탈상품화가 높아 사회구성원들이 시장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복지체제를 원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복지국가 유형이 계급관계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복지동맹 계급세력이 강해지고 이들이 집권하게 되어야 비로소 복지국가는 현 실화된다. 따라서 복지국가론은 사실상 복지를 향한 계급동맹의 결과이다. 이러 한 면에서 복지국가의 형성을 좌익정당 혹은 노동계급의 권력동원 능력 으로 대안사회복지학교 89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설명하는 것은 정당한 주장이다. 당신은 복지국가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논의해야 할 것은 어떠한 복지국가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복지세력을 형성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 즉 복지국가 유형 보다는 복지국가 형성론, 복지주체 형성론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래야 한다. 어떻게 한국에서 복지운동 주체를 만들어 낼 것인가? 3.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국민연금, 젊은 직장인들이 가장 아까워하는 소득공제] 2008년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급여명 세서 공제 내역 중 아깝다고 생각되는 항목>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3(63.3%) 이 '국민연금'을 꼽았다. 또한 국민연금이 임의제도로 바뀌어 납부자에 한해 급여 혜택 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뀐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역시 2/3(64.6%)이 '납부하지 않고 혜택을 포기할 것'으로 응답했다. 당신은 어떤가? [그래도 사보험이 최고!] 공적 사회복지는 항상 시장복지와 경쟁하고 있다. 보육, 의료, 요양, 연금, 주거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과 시장이 맞서고 있다. 특히 한국의 사보험은 매우 공세적이다. 당 신의 집에서 가입한 사보험은 몇 개인가? 과연 사보험, 어떻게 해야 할까? [세금 내기 싫다!] 1997년 당시 민주노총은 사회개혁을 조직의 핵심사업으로 내걸었다. 이 요구 중 하 나가 소득세율 인하 였다. 지금 이명박정부가 이를 실현했다. 이명박정부의 감세론이 부자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 당신은 반대로 소득세율 인상에 동의하는가? 지금 노동 운동에게 소득세율을 인상하자고 제안한다면 노동운동은 어떻게 대응할까? [매년 건강보험료 인상에 항의하는 노동운동] 의료영리화에 대응하고 공적의료를 강화하려면 건강보험 재정이 확대되는 수밖에 없 다.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료가 오를 수 밖에 없는데...지금까지 노동운동은 매년 건강 보험료 인상을 규탄해 왔다. 당신도 그러한가? 90 [좋은 직장만 들어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 한국에선 기업복지가 취약한 국가복지를 대신해 왔다. 대기업 조합주의를 강화하는

데 기업복지가 한 몫 하고 있다. 자기 회사에 의료비 지원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면, 해 당 노동자가 건강보험 급여 확대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 [노동운동, 징수통합 반대한다! 사회보험 완전통합하라!] 사회보험에 대한 불신이 크다. 노동운동이 사회보험 징수통합에 반대했다. 사회보험 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완전통합 로드맵이 없는 징수통합은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당신은 이에 동의하는가? 4. 복지를 설명하는 대중적 의제 : 사회임금 1) 노동력재생산의 두 가지 경로 : 시장임금과 사회임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가계운영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진다. 하 나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한 대가로 받는 임금이고, 다른 하나는 사 회적으로 얻는 급여이다. 노동력 재생산의 재원을 모두 임금 이라고 부른다면, 전자는 노동자가 고용주로부터 직접 얻는 시장임금(market wage) 방식이며, 후자는 국가를 통하여 얻는 사회임금(social wage) 방식이다. 전자가 노동자 스 스로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개별적 재생산이라면, 후자는 사회가 노 동자의 가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재생산이다. <그림 1>은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으로 이루어지는 가계재생산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시장임금을 통한 재생산은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노동자가 임금소 득을 가지고 집을 얻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며 사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사회임금을 통한 가계운영은 다소 복잡하다. 국민들이 세금이나 보험 료를 국가에 납부하면 국가는 이 재원으로 국민들에게 다양한 사회임금을 제공 한다. 사회임금은 현금급여와 서비스급여 형태로 구분된다. 외국에서 현금급여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동수당이다. 이는 미취학 아동에게 지급하는 육아비로, 자녀 양 육에 드는 비용을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제도이다. 스웨덴,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노동자는 정부에게서 임금의 6~7%에 해당하는 금액을 아동수당으로 받는 다. 우리나라에선 보육료 지원이 있다. 노동자가 월 20만원의 보육료를 지원받는 다면 이는 시장임금이 20만원 인상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지닌다. 대안사회복지학교 91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OECD 국가들에서 가장 많은 재정이 투여되는 사회임금은 공적연금이다. 매 년 GDP 7%가 공적연금 지출에 사용된다. 한국에선 1960년대에 시작된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이 있지만 일반 국민이 가입하는 국 민연금은 아직 수급자가 많지 않아 전체 공적연금 지출 비중이 GDP 2% 수준 이다. 작년에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은 올해 전체 노인 70%인 334만명에게 8만 8천원씩 지급된다. 앞으로 기초노령연금이 약 20만원까지 상향될 예정인데, 노 인을 부양하는 가구는 그만큼 시장임금을 더 얻은 것과 같다. <그림 1> 자본주의의 가계재생산 구조 주체 방식 가계수단 재생산 조세 사회보험 료 국가 사 회 임 금 현금 서비스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급여 실업급여 보육료지원 공공임대주택 건강보험적용 요양서비스 공공교통에너 지 최저임금 기업 주택 융자 기업복 시 교육비 보조 지 장 사내복지기금 임 금 주택구입 개인 가계지 교육비, 사보 출 험 교통식료품 사회 적 재생 산 개별 적 재생 산 가 계 재 생 산 서비스급여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의료서비스이다. OECD 국가들이 의료서비스에 지출 하는 공공 재정은 평균 GDP 6%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선 건강보험공단이 환자에게 부과된 진료비 중 일부를 지불해 준다. 환자에게 직접 현금이 지급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건강보 험 적용 서비스를 통해 동일한 금액을 지원한 것과 같다. 92

공공임대주택도 전형적인 서비스급여이다. 집 없는 서민이 저렴한 공공 임대 주택에 살면서 시세에 비해 월 20만원의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다면 이는 동일 한 금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과 같다. 동일한 논리로 공적재원을 토대로 공공대중교통, 공공에너지 서비스가 저렴하게 제공된다면 이 역시 요금 인하분 만큼 사회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 2) 사회임금이 시장임금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점은 교환 원리에 있다. 시장임 금에서 적용되는 원리는 등가 교환 이다. 사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사보험의 경 우 기여분과 급여액이 비례한다. 사보험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여 미래의 위험에 대응하는 상품 으로, 가입자가 받게 되는 보험금은 시장 원리에 따라 기여분만큼 되돌아온다. 암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높은 상품에 가입하면 다양한 종류의 암 치료에 보험금이 지급되고, 보험료가 낮은 상품에 가입하면 몇몇 질 환에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반면에 사회임금은 기여분과 급여가 비례하지 않는 부등가 교환 에 뿌리를 둔다. 언뜻 보기에 낸 만큼 받는 등가 교환이 공평한 것 같지만, 이는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반면에 사 회임금이 기초하는 부등가 교환은 서민의 필수적 삶을 보장하면서 시장이 낳은 부익부 빈익빈을 줄인다는 점에서 평등지향적이다. 공적인 건강보험을 예로 보자. 이는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포괄보험이 며 보험료와 급여 혜택이 연계되지 않는 보험이다. 보험료는 소득 수준에 따라 정해지지만 보험료를 많이 납부했다고 해서 건강보험공단이 그에게 급여를 더 많이 지급하지는 않는다. 1만 원을 냈든 10만 원을 냈든 가입자에게 아픈만큼 제공된다. 낸 것과 받는 것이 비례하지 않는다. <표 1> 의료비 지출규모 및 지출구조 비교 (2005) 한국 일본 영국 스웨덴 미국 의료비 지출 (GDP %) 5.9 8.2 8.2 9.2 15.2 공공의료비 53.7 82.7 86.9 81.7 45.1 출처: OECD, [Health Data 2008]. 2) 2차대전 이후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교통, 에너지, 통신, 상수도 등 다양한 네트워크 공공서비스가 존재한다. 사회임금은 다양한 공공부문의 사회적 재분기능을 포함하므로 사회복지 개념보다 포괄범위가 넓다. 대안사회복지학교 93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표 1>은 주요 국가의 의료비 지출을 비교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GDP 15.2%를 의료비에 지출하고 있지만, 공공영역에서 사회임금 형태로 지출되는 비중이 45.1%에 불과하다. 반면 영국은 의료비지출이 GDP 8.2%에 불과하지만 사회임금 형태로 86.9%가 지출된다. 미국 국민들은 의료비의 절반을 시장임금 형태로 자신이 직접 부담해야한다. 하지만 영국 국민들은 의료서비스 대부분을 소득재분배 효과가 발생하는 사회임금 형태로 얻고 있고, 그만큼 소득과 무관하 게 의료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2) 한국의 사회임금은 얼마일까? 각국의 사회임금은 어느 수준인가? 사회공공연구소가 OECD 사회복지 통계 자료를 재구성해 가구 총운영비 중 사회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추정하였다. <그림 2>를 보면, 2000년대 중반 한국 평균가구에서 가계운영비 중 사회임금 이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불과하다. 반면 OECD 회원국의 평균 사회임금 비 중은 31.9%로 4배에 달한다. <그림 2> 가계운영비 중 사회임금 비중 (2000년대 중반) 60 50 40 30 20 10 0 48.5 44.2 38.8 30.5 31.9 25.5 17.0 7.9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스웨덴 OECD평균 사회임금은 OECD 국가 중 미국과 영국에서 상대적으로 낮고 유럽대륙 국가 들에서 높다. 비서구 국가 중에선 일본의 사회임금 비중이 30.5%로 OECD 평 균에 도달해 있다. 이는 미국, 영국보다 높은 수준인데, 고령화가 상당히 진전 되어 연금급여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사회임금이 높은 나라는 북구 복지국가인 스웨덴이다. 스웨덴에서 사회임금 비중은 가계운영비의 절반에 육박하는 48.5%를 기록했다. 스웨덴 노 동자는 시장경쟁을 통해 얻는 소득만큼 사회적으로 급여를 받고 있는 셈이다. 94

사회임금이 하위계층에 우호적으로 지급되는 것이기에 하위계층의 가계운영에 서 사회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훨씬 넘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임금이 클수록 일반 가구의 생계는 노동시장의 위험으로부터 완충지대를 가 지게 된다. 사회임금이 제공되는 영역들이 실업, 노후, 의료, 주거, 보육 등 인간의 기본적 생활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기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때 사회적 안전판 역 할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왜 격렬한 갈등이 발생하는가? 다양한 사회정치적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사회임금이 전체 가구운영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가계가 전적으로 시장임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 회사 에서 내쫓기면 당장 생계가 막막한 게 우리나라 노동자들이다. 시장임금으로만 살 아야하는 한국에서 구조조정은 가계파탄 을 의미하고 그만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 킨다. 낮은 사회임금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초과노동 현상도 설명해 준다. 왜 한국의 노 동자들은 그토록 무리하게 초과노동에 몰입하는가? 노동시장의 위기를 완화해 줄 수 있는 사회임금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일감이 있을 때 언제 닥칠지 모르 는 어려움을 대비해 조금이라도 더 시장임금을 모아 두려는 합리적 경제행위인 셈 이다. 3) 노동운동과 사회임금 지금까지 한국의 노동운동은 시장임금 인상에 몰두해 왔다. 시장임금은 기업 영 역 에서 사용자로부터 받는 급여이기에 기업을 경계로 노동자 내부 격차를 만들어 낸다. 노동조합 조직여부, 고용형태(정규직/비정규직), 기업 규모, 경영 실적 등에 따라 임금 및 기업복지가 달라지고 이것이 누적되어 노동자 내부 격차가 고착화되 고 있다. 이제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사회임금을 내걸어야 한다. 사회임금은 단지 가계를 보전해주는 경제적 목적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사 회임금은 노동운동에게 평등효과, 연대효과, 정치효과, 계급효과를 전해 줄 수 있다. 사회임금 활동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노동자의 생활고를 조금이라도 치유하면 서, 노동운동을 계급적, 정치적으로 성장시키는 일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95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첫째, 사회임금은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통해 시장임금의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평 등효과 를 가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규모별, 정규직/비정규직간 시장임금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임금과 별개로 국가를 통해 얻는 사회임 금은 노동자 간 격차를 완화시켜 준다. 기업과의 교섭을 통해 받는 임금 인상분은 해당 기업의 노동자에게만 적용되지만, 사회임금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기 업이든 영세기업이든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임금은 노동자 내부 연대를 강화시켜 준다. 현재 노동운동은 정규직, 비정규직 간 심각한 단절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임금 효과는 특정기업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유아자녀를 둔, 임대주택이 필요한, 노인을 돌 보는 모든 노동자가구에게 적용되기에 노동자 모두에게 공통의 이해관계를 형성해 줄 수 있다. 사회임금을 통하여 노동자 내부의 분할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 만 노동자내부의 분할을 극복하는 연대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셋째, 사회임금은 노동운동의 정치적 도약을 도와준다. 시장임금을 둘러싼 투쟁은 기업 내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사회임금을 둘러싼 투쟁은 사회보험, 교육, 주택 등 정부정책, 입법안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사회임금의 수준, 방식을 둘러싼 투쟁은 불가피하게 대정부, 대국회투쟁을 수반하며 그만큼 정치적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조세, 교육, 주택, 경제 등 계급적 이해를 담는 의제가 지역 정치, 보수정치 의제를 넘어 핵심 쟁점으로 등장할 수 있고, 이를 기초로 노동운동 의 정치적 활동이 고양될 것이다. 넷째, 사회임금은 계급 간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계급정치의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사회임금은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누구에게 급여를 제공할 것인지를 둘 러싸고 계급계층간 이해를 확연히 구분시킨다. 자본은 가능한 재원 부담 책임을 면 하고 사회임금 영역을 시장화하려 할 것이고, 노동세력은 상위계층에게 재원 책임 을 요구하며 사회임금 확대를 주장할 것이다. 96

5. 한국 복지운동이 직면한 과제 1) 경제적 과제 1 취약한 국가재정, 낮은 직접세율, 낮은 복지 지출. - 한국의 재정 규모 OECD에 비해 3/4에 불과. 국가재정 대비 복지지출은 다시 OECD의 절반(OECD는 국가재정의 절반, 한국은 1/4). - 2009년 현재 한국의 복지지출은 GDP 9%로 추정됨. OECD 20%에 비해 약 11% 낮음. 금액으론 110조원 부족. - 한국은 OECD 평균과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 국가재정 규모가 작고, 세 출에선 복지지출이 특히 작으며, 세입에서 총직접세가 취약하다는 3중의 문제를 안고 있음. - 주요 수치: 소득세 (2006년 한국 GDP 4.1%, OECD 9.2% / 2009년 39 조원), 연금보험료율 (2007년 한국 9%, OECD 21%), 건강보험료율(2009 년 한국 5.08%, 외국 10~20%). <표 2> 한국과 OECD 국가재정 주요 수치 비교 (단위: GDP %) 국가재정 (2009) 국민부담율 (2006) 조세부담율 (2006) 총직접세율 (2006) 복지지출 (2006) 사회임금 (2000년대중반) OECD 44.8 35.9 26.8 24.4 21.2 31.9 한국 33.8 26.8 21.1 17.1 7.5 7.9 차이 11.0 9.1 5.7 7.3 13.7 24.0 - 총직접세율은 직접세와 사회보험료를 합친 것. 사회임금은 총가계운영비 중 비중. - 복지지출은 공공복지와 법정민간복지 포함(퇴직금은 OECD 기준 적용). - 출처: 사회임금은 오건호(2009e), 한국의 사회임금은 얼마인가? (사회공공연구소 이슈페이퍼 09-05). 복지지출은 OECD.Stat (http://stats.oecd.org/wbos/index.aspx?datasetcode=socx_agg. 2009.3.5). 조세관련 수치는 OECD(2008) Revenue Statistics 1965-2007 (2008 Edition). 국가재정 은 OECD EconomicOutlook 85database. (2009. 6). 2 사회복지/공공서비스의 시장화 - 전통적으로 사회복지는 공공부문에서 수행되어 왔으나 근래 시장의 참여 욕구가 강렬. 사회복지 부문까지 이윤 대상으로 삼으려는 신자유주의 시장 화 공세. - 생산주체: 공공부문 vs 민간부문 (보육, 요양,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민 간위탁, 민간투자사업) 등. 대안사회복지학교 97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재정체계: 공적 보험 vs 민간 보험. - 사회공공서비스의 시장화에 맞서 진보진영의 공공화 전략은 어떠한가?: 반대중심 담론(의료민영화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 3 노동시장의 불안정화와 복지 사각지대 - 전통적으로 보편적 사회복지는 사회보험방식으로 설계(한국 5대 사회보 험). 사회보험은 가입자의 보험료 기여를 제도 성립의 조건(케인즈주의 완 전노동시장). - 노동시장 불안정화(유연화)가 심화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을 넘는 사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사회보험에 직장가입자로 가입하는 비율은 30% 수준.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광범위한 사각지대에서 사회보험이 보편복지로 역할할 수 있는가?: 보험료지원, 조세방식 전환(실업부조, 기초연금 등), 기본소득(Basic Income) 등. 2) 정치적 과제 1 공공부문의 불신 - 권위주의체제 역사적 유산, 관료적 운영, 공공서비스 체험 취약, 상대적 고 용안정 등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불신 큼. 반면에 시장부문 서비스에 대한 선호, 의지 경향 (사보험시장의 이데올로기 공세). - 부정적 사례: 국민연금(노후), 공교육(하향평준화), 한국전력(환경), 토공/주 공(주거), 농촌공사(새만금), 수자원공사(물시장화), 기업은행(높은 문턱) 등. - 긍정적 사례: 그나마 꼽을 수 있는 영역은 건강보험(절반의 신뢰), 대중교 통(철도, 지하철, 버스 등) 내부혁신 프로그램 가능한가?: 관료화/상업화 백서운동 은 어떨까? 2 사회공공적(복지) 체험의 부재 - 시민들은 복지 불신으로 공공재정 마련에 소극적. 조세형평성도 이에 한 몫. 사례를 만들자: 한국에서 복지체험을 만들 수 있는 사례로 무엇이 있을까? 98 3 노동운동의 기업별 정규직주의 극복 - 정규직 대공장, 공기업의 기업복지: 학자금, 의료비 지원, 주거비 지원 등. 대기업 울타리를 뛰어 넘는 사회연대적 활동은 어떻게?

6. 복지국가로 가는 실천전략 : 모델 사례 만들기 1) 공공복지 재정참여 체험 만들기: 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통한 보장성 강화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사회구성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또한 사회 복지 강화를 주장하는 진보운동 역시 믿음직한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당위적인 복지 확대 요구로는 현재의 과제를 돌파하기 어렵다. 복지 확대를 위한 대중적 토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지체험 을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건강보험에 주목하자. 건강보험은 우리나라에서 서민들이 그나마 복지라고 느 끼는 제도이다. 아직도 중병에 걸릴 경우 과중한 본인부담금으로 가계가 무너지 고 이를 빌미로 사보험들이 사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서민들은 미국의 식코를 보면서 한국의 건강보험을 대견하게 바라본다. 우리나라처럼 공 공부문에 대한 불신이 큰 사회에서 건강보험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은 전향적으로 평가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나머지 절반이다. 이 절반으로 인해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이 불안을 해소하고자 무리를 해서라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서민들이 민간의료 보험에 위탁해 버린 나머지 절반의 신뢰를 건강보험이 찾아와야 한다. 결국 건 강보험의 보장성을 신속히 확장하는 것이 민간의료보험을 이기는 지름길이며, 한국에서 서민들이 복지를 제대로 체험하게 하는 전략적 경로이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건강보험의 재정 확대를 요구한다. 가입자들은 아프기 전에는 보험료로, 아픈 후에는 본인부담금으로 두 차례 의료비를 지출한다. 그런데 전자의 비용은 소득에 따라 납부하고 후자의 비용은 아픈만큼 내야 한다. 어차피 가입자들이 지불해야 할 재정이라면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보험료를 확대하고 경제능력을 무시하고 부과되는 본인부담금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무상의료 이다. 무상의료는 공짜의료가 아니 라 진료 후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의 제로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표 3>에서 보듯이 건강보험관련 연구자료에 의하면, 2007년 건강보험공단 이 지출한 급여비가 약 25조원이고 가입자들이 직접 부담한 본인부담금은 약 대안사회복지학교 99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13조원(급여 8조원, 비급여 5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13조원의 본인부담금은 서민일수록 무겁게 다가오는 역진적 성격의 비용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본인부 담금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표 3> 사례: 노동자 건강보험료 추가부담의 연대 효과 노동자 사용자 정부 연대 효과 추가 부담 5조원 5조원 2조원 능력에 따른 부담 추가 급여 12조원 필요에 따른 수혜 예를 들어, 직장 가입자들이 5조원의 건강보험료를 더 낸다면, 국민건강보험 법에 의거하여 사용자가 5조원을 추가 납부해야하고, 정부 역시 전체 보험료 추가수입 10조원의 20%인 2조원을 지원해야 한다. 즉 가입자가 5조원을 더 내 면 총 12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확보될 수 있다. 이 때 가입자가 부담하는 5 조원은 소득에 따라 정율적으로 부과되지만( 능력에 따라 ), 건강보험이 확보한 12조원은 아픈 만큼 지급된다( 필요에 따라 ). 비록 노사 일률 인상으로 직장가 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생기지만, 이것이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급여확대 효과와 사회연대 효과는 막대하다. 만약 직장가입자를 조직하고 있는 노동운동이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중심 역 할을 할 수 있다면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보 험으로 모든 질병을 해결하는 실질적 무상의료를 서민들이 체험하는데 노동운 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노동운동 내부에 보장성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료 인상 을 두고 여러 논 란만 거듭되고 있다. 경제위기를 맞아 노동자의 추가보험료 부담이 어느 때보다 크고, 건강보험 재정 확대가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글은 이러한 비판들이 건강보험 재정확대사업과 근본적으로 상 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이에 대한 보완책을 논의하며 건강보험 재정확대운 동을 벌여 나가자. 우선 취약계층의 추가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국가의 보험료 감면제 를 도입하도록 하자. 의료공급자의 과잉진료 문제는 한국의 시장의료체제에서 어차피 정면 대결해야 할 과제다.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확대운동을 계기로 진료 100

비 지불제도의 개혁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사회적인 논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 이다. 2) 공공재정 확충: 사회연대적 재정참여전략 복지에는 돈이 든다. 의료, 교육, 연금, 주거 등 모두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진보운동은 재정 문제는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거나, 혹은 부자나 기업에게 더 거두면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제는 국가재정 확보에 진보 운동이 보다 실질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며, 상위계층의 재정 책임을 압박하기 위하여 전체 사회구성원들의 일정한 재정 참여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국가재정 건전성 문제도 근본 원인은 과다 지출 이 아니라 작은 세입 에 있다. 이후 국가재정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복지운동은 재정건전 성 정세에 발이 묶일 위험도 있다. 비록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존재하지만 마냥 지금 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 이제 진보운동은 총직접세를 강화하기 위한 치밀 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조세와 사회보험료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째, 직접세 수입을 늘려야 한다.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우선 상위계층의 조 세 책임을 강조하는 상징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의 부유세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부자들의 세금 회피에 대한 서민들의 원성이 컸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부유세는 세목만 소개되었을 뿐 본격적인 증세운동으로 나아가는 지렛대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부자증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제2부 유세 를 창조적으로 기획해야 한다. 제 2부유세의 실질적 목표는 세수 크기 보 다는 이것을 통해 증세를 공론화하는 것이다. 기존 부유세를 재구성하거나 혹은 경제위기 시기 상위계층의 사회책임을 요구하는 한시적 경제위기대응세(가칭)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또한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세, 상속증여세 등 직접세 인상이 필요하다. 현재 이명박정부의 감세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자들의 세금을 깍아 주었다 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감세가 부자에게 유리하다면 반대로 증세는 서민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이 논리적 결론일 것이다. 이제 노동운동이 적극적으로 직접세 증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01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런데 조세인프라가 취약해 과세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정부의 재정지 출에 대해서도 불신이 깊어 노동운동이 선뜻 소득세 인상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사회복지세 신설을 검토하자. 이 세금은 소득세, 법인 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직접세와 개별소비세(구 특별소비세)에 누진율 을 부가하는 목적세다. 우리나라처럼 조세 불신이 크고 복지체험이 취약해 증세 에 대한 저항이 있는 곳에선 복지와 조세 를 연계한 세목이 필요하다(원래 사 회복지세는 2007년 민주노동당의 대선 공약으로 제안되었으나 대선활동 부진 으로 거의 부각되지 못했다). 둘째, 사회복지 강화를 위해서는 사회보험 재원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우리 나라 사회보험료 비중은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에 사회보험의 재 정수입 확대를 위해 우선 노사의 보험료율을 일률적으로 상향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그만큼 가입자의 부담도 늘어나지만 이를 통해 확보되는 급여가 훨씬 커 결과적으로 가입자의 급여를 확대하고 소득재분 배를 강화하는 연대효과를 거둘 것이다. 뒤에서 제안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사 회보험료를 인상할 경우 가장 적절한 대상은 건강보험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금 바로 보험료 인상을 논의하기는 힘들다. 국민연금은 확 정급여형 제도이어서 보험료 인상이 자동으로 급여 확대로 연동되지 않으며, 현 재 연금사각지대가 지나치게 커 보험료 인상이 제도 가입자와 미가입자 간 격 차를 심화시키는 역효과도 예상된다. 이후 세대와의 재정 형평성 문제가 사회적 으로 논의되고, 기초노령연금이 확대되는 것에 발 맞추어 연금보험료(혹은 기초 연금보험료) 상향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재정지출구조의 혁신을 추동할 계기로 (가칭) 복지확충특별회계 가 신설 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사회복지는 기존의 예산배정 방식으론 현재 수준을 넘 기가 어렵다. 이에 복지 지출이 일정 수준(예: OECD 평균)에 이를 때까지 특별 회계를 통해 복지재원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서민들은 복지에 대한 기대를 접어 왔다. 말하자면 복지 좌절 상태다. 이에 복지확충특별회계가 도입된다면 비로소 국민들이 복지에 대 하여 실질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재원은 기존 일반회계 세입 일부와 사회복지세 전입으로 충당될 것이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조기 재원 마련을 위해 102

한시적으로 복지채권 발행도 검토할 수 있다. 3) 복지국가운동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제 개발 : 사회임금, 기본소득 복지국가의 꿈이 시민들에게 다가 갈수 있기 위해서는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의제가 필요하다. 일상생활과 연관해 사고할 수 있는 의제면 더 좋다. 현재 우리나라 진보운동에서 찾을 수 있는 후보로는 사회임금, 기본소득이 있다. <표 4>는 사회임금을 예시로 삼아본 것이다. 사회임금 목표를 1단계는 25%, 최종적으로 스웨덴 수준인 50%가 될 것이다. <표 4> 사회임금 확대전략 (2008년 기준 금액) 2010 2011 2012 2013 2014 사회임금 13% 16% 19% 22% 25% 50% 금액 39만원 48만원 57만원 66만원 75만원 150만원 대표사업 실업급여 실업급여 건강보험 건강보험 공공주거 시장위험 확대 확대 확대 해소 필요재정 - 주: 사회임금 목표치는 정확한 예상추계가 어려워 필자의 임의로 설정한 수치임. 2008년 한국의 사회임금 비중을 10%로 가정. 2008년 가구평균지출액 월 274만원(2인 이상)을 감안하면 총가계운 영비는 약 300만원, 사회임금는 약 30만원 추정(1%당 3만원). 현재 평균가구원수는 2.9명. 2009년 한국의 사회임금 비중을 10%라고 가정해 보자. 이에 향후 5년간 매 년 사회임금 비중을 3%포인트씩 상향하여 2014년 25%에 달성하는 실행전략 을 수립하고 매년 이것의 달성도를 평가해야 한다. 사회임금의 연도별 목표치는 금액으로도 제시할 수 있다. 개략적 추계에 의하 면, 현재 한국에서 가구당 월 지출액은 300만원이고, 이 중 사회임금이 10%인 약 30만원을 차지한다. 이에 사회임금 목표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14년 사 회임금은 가구당 월 75만원(연 900만원)이 될 것이다. 만약에 사회임금을 50% 수준에 도달하면, 가구당 150만원(연 1,800만원), 가구원 1인당 50만원(600만 원)이 될 것이다. 이 수치는 가구당 평균 금액으로 사회적 급여 요구가 높은 하 위계층일수록 사회임금은 클 것이다. 대안사회복지학교 103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와 더불어 사회임금의 진전을 보여주는 대표적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2010/11년에 경제 위기에 따른 고용 불안에 대응하 기 위해 전국민실업급여제를 도입하고, 2012/13년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로드맵을 발표해 실질적인 무상의료를 선언하며, 5년차인 2014년에는 공공주거 를 선진국 수준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진보운동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 생겨나고 있다. 필자는 기본소득도 복지국가전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주요한 의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후 사회임금과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이 생산적으로 결합될 수 있기 를 기대하며, 사회임금과 기본소득을 간략히 비교 언급하고자 한다. 사회임금과 기본소득은 모두 전체 사회구성원이 겪는 노동시장의 위험(혹은 노동력재생산 보장)에 대응하고자 하는 보편복지 프로그램이다. 사회임금은 전 통적인 복지국가모델에서 추론된 의제이고, 기본소득은 최근 진보진영 일부에서 제안된 새로운 의제이다. 양자 모두 사회구성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진 보운동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의제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생산적 토론을 위해선 두 의제 간 차이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 선 사회임금은 사회적 급여를 총괄한 개념적 범주이고 기본소득은 자체가 하나 의 제도이다. 기본소득은 자신의 목표를 수량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사회임금 에 비해 보다 가시적으로 대중들의 복지 요구를 담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한편 사회임금은 실업, 보육, 주거, 연금 등 계층별/집단별 필요에 따라 복지 를 제공하고( 능력에 따라 거두고 필요한 만큼 제공한다 ) 기본소득은 대상의 특 성과 독립해 모든 사람에게 정액의 생계비를 지원한다( 능력에 따라 거두고 동 일액을 제공한다 ). 사회임금이 대상별 필요복지라면 기본소득은 무차별복지이 다. 필요집단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사회임금이 기본소득에 비해 소득재분배 효 과가 크며 필요 재원도 줄일 수 있다. 과연 한국의 상황에서 어떠한 의제가 서민주체들을 호명하고 진보운동이 미 래를 책임지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더 적절한 지도 중요한 논점이 다. 사회임금은 대상별 주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아 래로부터 풀뿌리 토대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임금 이라는 용 104

어가 갖는 제한성이 지적될 수 있다. 기본소득에게는 신생 의제인 만큼 여러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기초생활급 여, 실업급여 등이 무차별 기본소득으로 통합되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맞는 지, 사회복지 인프라가 시장화되어 있는 한국에서 현금복지 중심의 기본소득이 애 초 취지를 이룰 수 있는 지, 기본소득이 비판하는 복지행정비용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아야 하는 지 등 토론거리가 여럿 있다. 7. 정리 : 모델 사례 복지거점전략 과 참여재정운동 당위적 요구에서 실질적 운동으로 - 지금까지 전통적 요구는 기득계층으로부터 세금을 가능한 많이 거두고, 이를 민생복지에 사용하 는 것. 문제는 과연 이러한 당위적 요구가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느냐에 있음. 현재의 정세, 계 급역관계를 고려한 실질적인 복지운동이 필요한 때. - 정세 특성: 거대 담론(마스터플랜)이 주는 유토피아적 효과 반감된 시기. 기존 1백년 사회주의 외 상의 영향. 지금 대중은 유토피아에 움직이기 보다는 구체적 현실적 의제에 관심. - 주체 특성: 진보운동 주체 자체가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러한 때 당위적 요구 는 자족적 활동으로 머물 위험 큼. - 복지국가운동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상징적 모델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 이명박대통령이 청계천과 대중교통체계 사례로 국가운영을 위임받듯이 진보운동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완성된 거시적 담론보다 지금 여기서 가능한 모델 사례를 만들어내 대 중이 이를 체험하게 하는 일. - 이를 통해 복지운동이 믿음직한 사회세력으로 성장하고, 보다 높은 진보적 복지과제를 추 진하는 거점을 확보하는 것. 결국 복지국가 대안전략은 복지국가 주체형성운동임. 내부 논란 답보 상태 벗어나야 : 건강보험료 인상 통한 보장성 확대사업 - 무상의료운동 한계: 재정방안 부재, 결국 의제 주도성 상실. 어떻게 보장성을 강화할지 실 질적 운동 벌여야. - 보험료 인상 효과: 단순히 무상의료운동에 한정되지 않음. 공공재정의 효과, 진보운동의 모델 효과 기대. - 내부 논란 답보 넘어야: 과잉진료 우려 크지 않다(역설적으로 무상의료 효과임). 진료비지 불제도 어차피 대결해야. 오히려 문제는 의료기관 양극화임. 하지만 민간의료보험 무력화 효과, 무상의료 체험 효과가 막대. 보다 집중적인 논의를 신 속히 조직하고 이제 실천에 나서야. 대안사회복지학교 105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참여재정운동의 의의 - 지금까지 노동운동이나 진보운동은 국가와 자본을 향한 요구투쟁에 집중해 왔음. 이러한 활동을 폄하해선 안되지만 그러한 방식에만 의존하는 것은 운동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 음. 기존의 '요구적' 활동을 벌이되 동시에 '참여적' 실천도 활성화되어야. - 이러한 참여 활동에는 투쟁 연대 뿐만 아니라 복지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 참여도 포함됨. 사회복지세 신설, 건강보험료 인상 등 지금 자신의 월급명세서의 공제 금액이 늘 어나더라도 그것의 사회임금 효과를 위해 나아가는 참여적 재정확대 운동이 요청됨. 한국형 복지확충 총괄전략 마려해야 : 국고지원 확대 관행 벗어나야 <표 5> 한국형 복지체제 발전 방향 내용 제도 재원 수준 참고/논점 노동시장 위험복지 질병,요양, 산재,고용, 연금 사회보험 보험료 중심 보험료 상향 건보 국고지원 실업부조 재원 전략적 보편복지 기본생활권 기초연금 기초생활 보육 사회복 지세 예산전 입금 매년 10조원 순증 복지특별회계 일반 복지사업 주거, 장애, 여성, 취약계층 복지사업 예산 현재 복지예산 자연증가 - 복지 도약을 위해선 복지확충 3층전략 필요. - 국고지원 확대 요구 의 관행화: 부문운동의 적절성과 전체 복지운동의 상충성. - 한국 복지의 역사적 경로성 감안해야: 사회보험방식 활용해야. 106

4강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1) - 획기적인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전면적 보건의료제도 개혁 - 이 진 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1. 건강보험재정 확충과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가. 취약한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사적 부담 확대,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의 팽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음. 그 동안 이루어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약 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으로 인한 고통과 불안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임. - 2004년 이후에 이루어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도 불구하고, 질병 치료비 부담은 여 전히 과중하고, 가계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 백혈병으로 표준적인 치료를 받은 김 씨의 실제 사례를 보면, 법정본인부담률 인하와 본인부담상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 고, 본인이 직접 부담한 비용이 연간 4,100만원을 상회하고 있음. 이 같은 비용 규모는 어지간한 중산층조차도 부담하기 버거운 수준임. - 전체 국민의 20-30% 가량이 최근 1년 사이에 중증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음. 즉, 우리나라에서 중증질환으로 인한 고통은 누구 에게든,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 사건 임. 1) 본 자료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확충 및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전략 개발 연구. 건강연대 복지국가소사이 어티, 2009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 대안사회복지학교 107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그림 1. 표준치료를 받은 백혈병 환자 1인의 실제 연간 진료비 내역 (단위: 만원) * 04년 기준 진료비 총액은 1억1,194만원 ** 법정본인부담률 10%, 본인부담상한제(6개월/200만원) 적용 그림 2. 고액 중증질환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국민의 비율 (자료: 2006년 건강보험통계연보) 이 같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건강을 의학적 경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108

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져야 함. 그리고 이를 위한 건강보험재정 확충이 절실하게 요구됨.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재정은 국민의 절박한 건 강보장 요구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는 취약한 수준임. - 07년 국민건강보험의 수입은 총 26조원임. 이 중 13조6천억 원 가량이 국민이 직접 납 부한 보험료 수입임. 그러나 이런 정도의 건강보험재정으로는 전체 의료비용의 단지 65% 가량만을 해결할 수 있음. 즉, 국민이 직접 본인 부담하는 의료비용은 총 13조원(전체 의 료비용의 35%)으로 한 해 동안 국민이 직접 납부하는 보험료에 버금가는 규모임. - 이 같은 과중한 본인부담으로 인해 민간의료보험 상품이 생활필수품이 되다시피 함. 연간 국민이 민간의료보험료로 지출하는 비용은 10조원에 이르고 있음. 그림 3.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운영 현황 (2007년 기준) * 본인부담은 2007년 건강보험 본인부담 실태조사 결과를 적용하여 산출 취약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으로 인해 국민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사적 의료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 이 같은 사적 부담의 확대는 민간의료보 험 시장 팽창 의 가장 강력한 경제적 기반임. - 최근 국민의료비는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 2004년 이후 국민의료비는 연 평균 13% 가량 증가했으며,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 04년 이전까지의 증가율: 8~9% 05년 이후 증가율: 12~13%). - 그러나 건강보험을 포함한 공공보건의료 재정은 이 같은 국민의료비 증가 추세를 따라가 대안사회복지학교 109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지 못하고 있음.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와 공공보건의료 재정의 간극, 사적 부담의 크 기 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 - 사적 부담의 증가는 고액 중증질환으로 인한 가계 파탄 위험이 가중된다는 것을 의미함. 개별 가계 차원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으며, 이 의 귀결은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급팽창임. - 최근,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연 평균 30% 이상 급신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에 서 비롯된 것임. 즉, 소극적인 건강보험재정 확대는 사적 부담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민간의료보험 시장 팽창의 강력한 경제적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음. 그림 4. 국민의료비와 건강보험지출 증가 추이 ( 09-10년 건강보험지출은 건강보험공단 잠정추정치, 08-10년 국민의료비와 공공보건의료비 지출액은 당해 연도 건강보험지출 증가율 적용) 자료: 당해 연도 건강보험통계연보, OECD Health Data 2008 110 그림 5. 민간의료보험의 시장 팽창 현황

나. 국민의료비 관리를 위한 의료재정체계 혁신의 필요성 최근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은 OECD 평균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임. 이는 2가지 측면으 로 해석될 수 있음. - 첫째, 추가적인 재정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시사함. 향후 인구 고령화와 만성 질환 증가로 인한 재정 지출 증가를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국민의료비 지출 수준으로는 OECD 국가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없음. - 둘째, 추가적인 재정 부담의 여력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함.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 할 때, 최소한 2~3%p 정도의 국민의료비 증가는 사회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음. 그림 6.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자료: OECD Health Data 2008) 핵심은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료비를 늘려나갈 것인가? 라는 점임. 국민의료 비 증가가 필요할 뿐 아니라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국민의료비 증가 방식에 따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달라질 것임. 또한 국민의료비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수단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발생시킬 것임. 현재는 아래의 2가지 방식 중에서 어떤 경로를 선택할 것인지를 사회적으로 결정해야할 시점임. -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사적 부담의 크기 가 늘어나는 형태로 국민 의료비가 증가될 것임. 이는 결국 민간의료보험의 팽창과 공보험의 위축을 야기할 것이며, 대안사회복지학교 111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보건의료체계의 공적 기능 약화로 귀결될 것임. 또한 국민의료비의 효과적 관리 역시 불 가능해짐. - 공공재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의료재정체계를 개편한다면, 공보험의 역할 강화와 보건의료 체계의 공적 기능 강화로 귀결될 것이며, 국민의료비의 효과적 관리가 가능해질 것임. 일각에서는 건강보험재정을 확충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면, 의료이 용량이 급증하여 국민의료비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지적함. 그러나 이 같은 문제지적은 개인의 미시적 의료이용 조절과 국가 차원의 거시적 의료이용량 조절 기전을 혼동하는데서 기인한 것임. 국민의료비에서 공공보건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 을 높이는 것은 향후 국 민의료비를 관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확보하는 것임. 이는 국민의료 비 지출을 통제 불가능한 사적 영역에 방치하느냐? 통제 가능한 공적 영역 으로 끌어들이느냐? 의 문제로도 해석할 수 있음. 이는 이미 역사적 경험과 실증 분석을 통해 입증되었음. <국민의료비와 공공보건의료비의 관계> 그림 7. 국민의료비 결정 요인 및 설명력 국민의료비에서 공공보건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 이 높을수록 국민의료 비 지출이 낮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임. 이견직 등(2002)이 OECD Health Data를 활용해 분석한 연구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재 확인할 수 있음. 112

1인당 GDP 는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 의료비 지출 증가의 58.35~66.47%가 1인당 GDP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분석됨. 이에 반해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 은 의료비 지출을 줄이 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 특히, 시간 경과에 따라서 그 영향력이 지속적으 로 증가하고 있음( 85년: 19.50% 97년 26.88%) 97년 기준으로 국민의료비 규모의 93.35%가 1인당 GDP (66.47%)와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 (26.88%)에 의해 결정됨. (1인당 GDP,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노령인구 비율, 1인당 의사수, 총 의료비 지출에 대한 입원환자 지출 비중 등이 1인당 의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시계열적으로 분석) 자료: 이견직, 정영호. 국민의료비 결정요인 및 영향력 분석. 보건행정학회지, 2002; 12(3): 99-111 의료재정체계의 혁신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국민의료비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임. 그러나 우리나라 의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 2) 은 국제적인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임. 이런 수준으로는 향후 국민의료비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음. -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이 OECD 평균과 20%p 가량 격차 2) 공공보건의료비는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정부지출, 산재보험과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험 지출을 합친 것임.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공공보건의료비에서 건강보험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 수준임. 대안사회복지학교 113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그림 8.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 (자료: OECD Health Data 2008) 이 같은 사실은 OECD의 2005~2050년 국민의료비 지출 증가 분석 결과 에서도 확인됨 3). -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유지한다면, 우리나라는 05년 5.9%인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이 50년에는 12~15%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증가 율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됨. 비용 통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경우에는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이 50년에 는1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Cost-pressure scenario) 비용 통제 노력을 충분히 한 경우에는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이 50년에는 12%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Cost-containment scenario) -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 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한국과 멕시코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상위권 국가들은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으로 나타났음(미국은 이미 GDP 국민의료비 비중이 15%를 초과하여 이 같은 경향에서 예외). - OECD 분석결과에 따르면, 2050년에는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이 영국, 스웨덴, 노르 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을 앞지르는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 3) OECD. Projecting OECD health and long-term care expenditures: What are the main drivers?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s No. 477, 2006. 114

그림 9. 2005-2050년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 증가 추계 결과 (단위: %) * Cost-pressure scenario: 비용 통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경우의 추계 결과 그림 10.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과 국민의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 (Cost-pressure scenario) 대안사회복지학교 115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그림 11. 2005-2050년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 증가 추계 결과 (단위: %) * Cost-containment scenario: 비용 통제 노력을 충분히 한 경우의 추계 결과 그림 12.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과 국민의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 (Cost-containment scenario) OECD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비의 약 80%를 건강 보험재정이 차지하고 있음. 즉,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 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재정 확충이 핵심 과제임.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강 보험료율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그 결과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 역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임(그림 13). 116

- 보험료율이 7% 대를 상회하는 국가들은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이 80% 대 에 이르러 의료재정의 공공성 수준이 높은데 반해, 보험료율이 7% 대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은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건의료비 비중이 60% 대(한국은 50% 대)에 머무르고 있음. 그림 13. 주요 국가별 건강보험료율과 국민의료비 중 공공보건의료비 비중 (자료: Thomson, S. et al. 2009; OECD Health Data 2008) 낮은 건강보험료 - 취약한 건강보험재정 - 낮은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보 건의료비 비중 - 국민의료비에 대한 효과적 대응 불가 는 하나의 시스템으 로 연결되어 있음. 건강보험의 획기적인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이라 는 의미와 함께 현 시기에 건강보험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유가 바로 이 때문임. 다.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와 건강보험재정 확충의 선순환 건강보험재정 확충은 소득재분배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안임. 현행 건강보 험의 보험료는 정률제 방식으로 부과됨. 따라서 고소득계층이 저소득계층에 비해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으며, 급여 혜택은 동일함. - 08년 건강보험통계 분석 결과, 최상위 5% 계층은 최하위 5% 계층에 비해 약 10배 많 은 보험료를 납부하는데 반해,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은 1.2배 수준에 불과함. 대안사회복지학교 117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그림 14. 08년 상하위 계층 간 월평균 건강보험료 부담과 급여비 비교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09) 또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음. - 07년 3,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133개소)의 보험료 부과 인원은 전체 직장건강보험 가입자의 9.5%이지만, 보험료 부담액은 전체 직장건강보험의 16.6%를 차지함. 이에 반해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775,077개소)의 보험료 부과 인원은 전체 직장건강보험 가입자 의 39.5%이지만, 보험료 부담액은 전체 직장건강보험의 33.5%를 차지함. 즉, 대규모 사 업장이 적용 대상 인구에 비해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음. 또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 건강보험료 수입이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 국 고지원액수를 증액하도록 되어 있음. - 국민건강보험법 제92조 1항. 국가는 매년 예산의 범위 안에서 당해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 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2006.12.30. 법8153> 제7조 3항.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2011년 12 월 31일까지 매년 기금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당해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 분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단에 지원한다. 118

그림 15. 07년 사업장 규모별 보험료 부과인원 대비 보험료 수입 비중 비교 (자료: 건강보험통계, 2008) 즉,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건강보험재정 확충은 고소득층, 대기업, 정부의 재정 부담을 늘림으로써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화함. 건강보험료 인상은 소득 재분배 강화와 건강보험재정 확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임. 라. 의료민영화 저지투쟁의 중요성, 그리고 저지투쟁의 한계 이명박 정부는 의료채권법, 건강관리서비스, MSO, 영리의료법인, 민간의료 보험 활성화 등 제반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 이 같은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은 당면한 현안으로서 진보개혁 진영의 핵심 운동과제 중의 하나 임. 그러나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의 한계에 대해서도 인식할 필요성이 있음. 이 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모두 저지하더라도,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의 영리화 경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임. 이미 우리나라 보 건의료체계는 2000년대 이후 무한경쟁체계로 돌입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의 강도와 범위가 확대되어 왔음. 즉,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모두 저지해도, 보건의료체계 영리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지 영리화 의 기본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님. 대안사회복지학교 119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따라서 당면한 현안인 의료민영화 저지 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영리화를 향해 치달아가는 보건의료체계의 방향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 운동이 기 획 되고, 준비 되어야 함. 건강보험재정의 획기적 확충과 이를 통한 건강보 험 보장성의 획기적 강화는 보건의료체계의 기본 방향을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임. 이 운동이 실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음. 그러나 이 운동 과정을 통해 일반 국민들이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 의 실현 가능성을 인식하게 된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임. 재원 부담 방식을 바꾸면, 예전보다 높지 않 은 비용 부담으로 전국민완전건강보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국민이 인식하 는 것은 향후 대안적 건강보장운동을 전개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임. 또한, 이 운동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운동진영 내부(시민단체/대기업 노조/ 중소기업 노조/비정규직 등)와 일반 국민사이에서 공론화된다면, 이 역시 절 반의 성공을 거둔 것임. 이 같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 연대전략의 우군이 확보될 수 있으며 4), 사회연대전략의 내용과 방법론이 한 층 발전할 수 있을 것임. 일각에서는 과연 이명박 정부 하에서 획기적인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가 가능하겠는가? 라는 회의적 반응이 제기됨. 그러나 이 같은 논리라면, 이명 박 정부 하에서는 그 어떤 대안운동도 불가능함. 경제위기 시기에 보험료 인상을 일반 국민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음. 그러나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대안운동이 기획 되고, 준비 되어야 한다는 것임. 그 어떤 성과도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음. 또한 일반 국민의 자생적 요구를 수렴만 해서는 개혁을 달성할 수 없음. 건강보험재정의 획기적 확충과 이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의 획기적 강화 운동은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의 본질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임. 4) 지금까지는 운동진영이 사회연대전략을 실천적으로 수행한 적이 없었으므로, 적군도 없고, 아군도 없는 상황이었음. 120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 일인당 월평균 1만5천원 내외, 가구당 4만원 내외의 건강보험료를 추가부담하면 건강보장 선 진국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더러 일인당 월평균 10만원이 넘는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본질이다. 서민 호주머니 털어서 보 험 자본만 배불리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2. 의료재정체계의 혁신 과 의료공급체계의 합리화 의료공급체계가 극도의 혼란과 무질서 상태에 빠져 있음. 의료기관의 과잉 팽창과 대형병원 중심의 재편은 전체 의료기관의 무한경쟁을 격화시키고 있 음. 의료기관 간의 협력과 연계,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은 이미 죽은 용어 가 되어 버렸음. 무한경쟁으로 의료기관 역시 질식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되 돌리기 위한 현실적 수단과 노력은 사실상 전무함. - 01년 21,686개소, 249,0311병상에서 07년 28,105개소, 401,251병상으로 의료기관의 총량 급증 5) 한국은 1998년 단위 인구당 급성병상수가 OECD 평균을 앞지른 이후, 2006년 현재 일본 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단위 인구당 급성병상수가 많은 국가임. - 병원급 의료기관이 의료기관의 총량 증가를 주도, 요양병원 대거 신설 중소병원의 경 영난 가중 -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심화 지방병원의 경영난 가중 - 대형병원의 외래진료 영역 확장(종합전문요양기관 진료수입 중 외래수입 비중: 02년 21.7% 07년 27.4%) 동네의원, 중소병원의 경영난 가중 - 무한경쟁에서의 생존과 경영난 극복을 위한 과잉진료, 비급여 팽창 국민의 경제적 부 담 가중 5) 의과계 일반 병의원만을 포함한 통계수치. 즉, 결핵병원, 한센병원, 정신병원, 치과병의원, 한방병의원은 제외(자료: 각 연도 보건복지통계연보) 대안사회복지학교 121

한국사회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대안 표 1. 의료기관의 증가 현황 : 01~ 07년 (단위: 개소, 병상) 합계 종합병원 일반병원 요양병원 의원 기관수 병상수 기관수 병상수 기관수 병상수 기관수 병상수 기관수 병상수 '01 21,686 249,013 268 108,224 599 63,813 0 0 20,819 76,976 '07 28,105 401,251 302 125,840 945 112,392 593 66,727 26,265 96,292 증가 6,419 152,238 34 17,616 346 48,579 593 66,727 5,446 19,316 증가율 29.6% 61.1% 12.7% 16.3% 57.8% 76.1% 26.2% 25.1% 자료: 각 연도 보건복지통계연보 그림 16. 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급성병상 수 (자료: OECD Health Data 2008) 122

그림 17. 지방 거주 건강보험 환자의 수도권 병원 이용 현황 (자료: 강기정 의원 보도자료, 2009) 그림 18. 의료기관 유형별 외래-입원 수입 비중의 변화 (자료: 각 연도 건강보험통계연보) 대형병원 중심으로의 의료공급체계 개편은 환자 입장에서도 전혀 유리하지 않음. 대안사회복지학교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