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 194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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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행인 : 남순건 / 편집장 : 주지영 / 편집부장 : 한승원 경희대학교 대학원보사 1986년 2월 3일 창간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전화(02) 팩스(02) (월요일) vol The Graduate School News 인터뷰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 최재천 교수는 서울대학교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생태학회 부회장, 환경운동연 합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고,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통섭 이라는 개념을 국 내에 소개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비단 학문적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통섭적 삶을 강조하는 최재천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래는 통섭형 인재를 원한다 우연히 생태학의 길을 발견하다 Q. 생태학을 어떻게 전공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까지의 학창시절은 큰 어려움 없이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 을 위해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희망했던 학과는 의예과였지 만, 결국 2지망이었던 서울대 동물학과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2지망으로 동 물학과를 지원한 기억이 없습니다. 당시에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임의로 적어서 제출하신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제가 원했던 학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모님께 다시 입시 공부를 하 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이미 재수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웃 지 못할 일이 벌어졌지만, 결국 동물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진학이라 대학 생활이 힘드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타의로 결정된 전공인 생태학을 지금까지 공부하게 되신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원치 않은 진학으로 인해 대학시절 초기에는 방황이 심했습니다. 전공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고, 그 대신 독서, 예술 동아리 등 외부 활동에 빠져있었습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하던 중, 관심이 없던 전공분야에서 우연한 기회에 제가 원하던 삶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어느 날 한 외국 교수님의 조교 역할을 잠시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교수님은 현장에 직접 나가서 동물의 행태를 연구했는데 이는 제 적성과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직 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당시 외국 교수님께 정확하게 당신과 같이 되고 싶다 라고 말하며 매달리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외부와의 생활을 모두 끊고 생물학과 실 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뒤늦게 발견했지만, 뒤늦은 발견이 오히려 더 공부에 열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죠. 통섭적인 삶과 그 가치 Q. 공식적으로 생태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시지만, 저서나 강연의 내용을 보면, 통 섭, 융합 과 같은 단어들로 더 유명하신 듯합니다. 생태학을 전공하시면서 통섭 이라는 가 치에 관심을 두게 되신 것은 언제였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통섭적인 삶을 살아왔어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문과로 가서 시인이 되고 싶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의 방침 에 따라 강제로 이과로 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의예과로 진학하지 못하고 동물학과로 진학하였습니다. 대학생활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미국 유학 생활에서도 끊임없이 다른 분야에 기웃거렸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크게 변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세상이 변한 것 같습니다. 세상이 변해서 저같이 통섭적인 사람이 가치가 있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통섭이라는 단어는 저의 지도 교수님이 었던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 교수님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개 념이지만, 저는 이미 통섭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2면에서 계속 지 기 면 인문학술 - 숭례문 복원 안 과학학술 - 지구온난화 내 영화비평 - <몽타주> 획 - 통화정책 3 4~5 6~7 8 문화비평 - 사상 전향 테마서평 - 한국문화와 사랑 이야기 책 지 성 - 에두아르트 한슬리크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보도기획 - 대학원생 연구윤리 의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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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수요일) vol. 비 194 평 영화비평 : <몽타주> 새로운 사적 복수의 출현 공권력의 다른 이름이다. 사적 복수를 비호하는 경찰 kotango.hiandroid.com 15년 전 유괴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자마자 동일한 수법의 사건이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몽타주>가 개봉 9일 만 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몽타주>에서 김상경은 공소시효 직전까지 끈질기게 수사하는 형사를, 엄정화는 아이를 잃은 어 머니를 분했는데, 두 배우 모두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두 배우의 연기를 전작의 그림자와 연결하여 언급한다는 점이었다. 말하 자면 김상경과 엄정화의 캐릭터는 각각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과 2005년 영화 <오로라 공주>의 연장선처럼 보인다는 것 이다. 특히 김상경은 10년 만에 다시 형사를 연기하고 있는데 이를 몽타주의 홍보 문구로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요컨대 <살 인의 추억>에서는 범인을 잡지 못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시 원하게 검거한다는 것이다. 두 영화가 만나는 곳에는 김상경뿐만 아니라 공소시효가 놓 여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공소시효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었고 그것을 벗어나 영화를 보고 있을지도 모를 진범을 노려보 면서 끝났지만 <몽타주>에서는 공소시효를 교묘히 우회하는 방법으로 범인 검거를 강조하고 있다. 영화에서 말하는 공소시 효란, 피해자를 영원한 고통 속에 살게 만드는 장치이자 동시 에 범죄자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일종의 면죄부 같은 것이다. 10년 전 영화는 법과 제도를 준수했다면 현재의 영화는 그것의 무력화를 주장하고 있다. 실패한 사건의 재림 하경(엄정화)은 15년 전 하나뿐인 딸 서진이를 납치한 유괴 범을 잠시도 잊어 본 적이 없다. 담당형사 청호(김상경)는 그 녀에게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마지막으로 사 건 현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꽃 한 송이를 발견한 그는 CCTV와 타이어 자국을 단서로 범인의 마지막 흔적을 발견한 다. 하지만 청호는 추격전 끝에 범인을 놓치게 되고, 공소시효 는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 며칠 후, 한철(송영창)의 손녀 봄이 (허정은)가 집 앞 놀이터에서 유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 건을 조사하던 강형사(조희봉)는 범행 수법이 서진이 사건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청호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둘은 동 일범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범인의 추적에 나서게 된다. 영화는 최근 한국영화에 번지고 있는 사적 복수와 궤도를 같이 하고 있다. <추격자>, <아저씨>, <돈 크라이 마미>, <공정 사회> 등 많은 영화들이 아동이나 여성을 범죄의 희생자로 묘 사했으며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폭력이 거의 유일 한 응징의 방법이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강력 범죄 앞에서 법 과 제도는 불완전한 것이었고 그것의 한계를 피해자나 아웃사 이더 인물이 해결하는 식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피해자인 하경 이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경은 15년 동안 모든 증거 를 개인적으로 모아놓고 있었다. 서진이 사건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전부 스크랩해 놓았으며 전화기를 타고 들려온 범인의 목소리도 전부 녹음을 한 상태였고 결정적 단서까지 혼자의 힘 으로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영화는 이것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기존의 사적 복 수가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하였다. 영화는 청호를 다시 이야 기 중심인물로 불러내는데, 그는 서진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헌데 그의 눈앞 에 15년 전과 동일한 수법과 방법을 이용한 유괴 사건이 펼쳐 지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의 기억과 실수를 더듬으면서 범인의 반응을 예측하기 시작한다. 범인은 15년 전의 방법과 마찬가지 로 용산역의 한 플랫폼에 돈 가방을 가져다 놓을 것을 요구한 다. 청호는 과거의 실수를 떠올리며 범인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반면, 현재의 경찰들은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가 겪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하고 있다. 15년 전 청호는 범인의 요구대로 용산역에 돈 가방을 가져 다 놓지만 검거에는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을 뒤 쫓기보다 돈 가방에 사용된 위조지폐의 존재가 드러날까봐 전 전긍긍한다. 그리고 그는 혼자서 범인을 추적한다. 이때 영화 가 보여주는 바는 명확하다. 그가 범인을 놓쳤던 이유는 그의 잘못보다 경찰 조직의 문제라고 항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능 한 경찰 조직을 유능한 경찰 개인이 대신하고 있다. 15년 전의 실패는 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였으며 영화는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있다. 2013년의 그는 다른 경찰보다 훨 씬 전문적이며, 실수를 통해 성장한 인물이며, 경찰 내부의 문 제를 좌시하지 않으며, 피해자 개인과 약속을 소중히 여기며, 맡은 임무를 끝까지 책임지려 하는 인물이다. 청호는 정의로운 그런데 그가 해결하고자 하는 2013년의 유괴사건의 범인은 하경이었다. 하경은 경찰보다 먼저 자신의 딸 서진을 납치한 한철을 찾아내어 복수를 시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청호에게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범 인에게는 똑같은 고통의 질량을 부여하였다. 하경은 청호에게 자신은 영원한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범인은 공소시효가 지나 면 자유 속에 살게 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영화가 반복된 과거를 사용해 이야기의 정당성을 확 보하는 지점이다. 과거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인물을 바로 연 결하는 편집 순서는 그 장면이 해당 인물의 기억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영화는 스스로 정한 이 순서를 종종 벗어나 면서 관객에게 혼란을 가중한다. 등장인물과 동기화된 장면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그려지는 장면이 산발적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은 현재 사건과 과거 사건이 유사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 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범인이 아이의 생존을 알리는 장 면이 바로 그것이다. 봄이를 납치한 범인은 서진이 사건 때처럼 아이의 생존을 알려주기 위해서 청소차의 쓰레기 더미를 이용한다. 전화를 받 은 피해자는 쓰레기차를 향해 달려 나간다. 이때 영화는 갑자 기 과거 하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범인이 시키는 대로 쓰레기를 뒤져 서진이의 사진을 찾아낸다. 그리고 다시 현재 사건의 피해자와 경찰들이 다음 쇼트에 등장한다. 이 장면의 시점은 등장인물의 것이 아니라 카메라의 전지적인 시점이다. 사건의 유사성을 반복하기 위한 의도이지만 관객의 눈앞에는 한철의 딸, 그러니까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가 있을 뿐이다. 똑 같은 사건을 반복하면서 과거와 현재 피해자 각각의 고통을 동 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영화의 구조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반복 하고자 하는 강박적인 충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복된 고통에 빠진 인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소시효의 폐해에 대해서 감정 적으로 강요하고 있었다. 10년의 공백과 해피엔딩 반복 강박증에 걸린 영화는 결말에서 갑작스럽게 모든 사건 을 봉합한다. 청호는 봄이를 납치한 하경을 감싸 주며 한철에 게 손녀를 스스로 납치한 것이라는 거짓 진술을 요구한다. 공 소시효가 지나서 과거의 범죄를 처벌할 수 없으니 현재의 범죄 로 처벌하겠다는 의지이다. 법과 제도에서 벗어난 하경의 사적 복수가 정의로운 공권력의 인도를 받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 어가게 되었다. 이전 스릴러 영화가 법과 제도를 뛰어넘어 폭 주하는 피해자의 모습으로 분노를 공유했다면, 이번에는 그 분 노를 법으로 감싸 안아 버리는 쪽이다. 동시에 아동을 대상으 로 한 강력범죄는 어떻게든 끝까지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하경은 그녀가 당했던 고통을 가해자에게 그대로 되돌려주 면서 복수에 성공한다. 동시에 청호는 공소시효를 벗어난 것을 스스로 축하하던 범인을 검거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를 검 거할 수 있었던 근거는 과거의 죄가 아니라 현재의 조작된 범 죄에 의해서였다. 10년 전 영화가 법과 제도를 준수했다면, <몽 타주>는 우회하는 방법으로 그것을 무력화하는 몸짓을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관객은 강력범죄를 상대로 한 함무라비 방식의 사적 복수와 그것을 완성케 했던 공권력의 힘을 목격하였다. 이것이 작금의 대중 정서라면 앞으로 더 강력한 힘과 복수로 무장한 영화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 름다운 결말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백 태 현 / 성신여자대학교 강사

9 비 평 (월요일) vol. 09 문화비평 : 사상 전향 지식인의 변절적 전향과 카멜레온의 보신술 2012년에 김지하 시인이 진보 진영에서 보수 진영으로 자 신의 색깔을 전면 교체했다. 1970년대에 박정희 군사정권과 맞서 싸우면서 가장 왼쪽에 있었던 저항 시인 김지하의 전향 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전향(轉向)은 이전 의 사상이나 이념을 그것과 배치되는 사상과 이념으로 체질 을 교체하는 일종의 성형수술이다. 이러한 전향은 존경 받는 지킬 박사와 저주 받은 하이드라는 괴물을 생산하기에 사람 들에게 많은 충격과 당혹감을 선사한다. 전향의 종류는 외압 적 권력이나 생존의 압박에 의한 피치 못할 비자발적 전향과 자체 내의 사상과 이념의 변동에 따른 자발적 전향이 있다. 남 한 당국은 좌파의 미전향 장기수에 대한 지속적 탄압과 전향 공작을 통해 비자발적 전향을 강제로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자발적 전향의 경우 강제가 아닌 개별 존재의 자유 선택의 결 과이기에 전향에 따른 책임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전향은 대개 진보 좌파가 보수 우파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 다. 그렇지만 방향 전환인 전향은 진보든 보수든 자신의 사상 과 이념을 바꾸는 경우 모두 사용될 수 있는 용어이다. 소수파 인 비주류의 진보 인사는 전향을 통해 사회 주류에 편입하면 서 세속적 이익이나 명성을 확보한다. 공산당원이었던 박정 희의 비자발적 전향, 정치인 김영삼 손학규 김문수 이재 오 등의 자발적 전향은 주류를 지향한 전향이었다. 반면에 다 수파인 주류의 보수 인사가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진보 좌 파로 이동하는 전향은 많지 않다. 1960년 4 19혁명을 계기로 우파의 모더니스트였던 시인 김수영이 좌파의 리얼리스트로 전향해 비주류가 된 것은 역사적으로 희귀한 사례이다. 특히 김수영의 전향은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향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악은 아니다. 긍 정적인 전향은 자신의 편협한 정체성의 틀을 깨고 열린 정체 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한다. 전향의 충격을 강하게 느끼는 사회는 보통 이항 대립으로 팽팽하게 갈라져 있다. 친일/반일, 민족/반민족, 자본주의/ 사회주의, 진보/보수, 민주/비민주, 계급/민족, 자유/평등, 친 미/반미, 친북/반북, 정규직/비정규직 등의 이항 대립은 사 회의 분열과 갈등을 말해준다. 이러한 사회에서 전향은 배신, 변절로 해석되는 경향이 많다. 전향은 전향에 대응하는 입장 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나타낸다. 상호 대립적 진영에서 전향 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논리적 근거로 흔히 활용된 다. 이런 까닭에 전향은 필연적으로 한쪽 편에서는 악으로, 또 다른 쪽에서는 선으로 취급된다. 정몽주의 단심가 와 이방원의 하여가 전향자 중에서 지식인은 상대적으로 다른 대상자에 비해 강도 높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지식인의 생명은 자신의 사상 과 이념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유명 지식인의 경우 자신의 주장을 말과 글이라는 발언을 통해 대중에게 전파한다. 지식 인의 발언은 대중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준 일종 의 나침반이다. 이렇게 사상적 좌표 역할을 했던 지식인이 어 느 날 갑자기 전향을 한다면 그 지식인에게서 영향 받은 대중 은 사상적, 이념적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이런 이유로 지식인의 전향은 변절, 배신이라는 부정적 기표로 대개 인식 된다. 민족의 선각자를 자처했던 소설가 이광수는 1930년대 말 자발적 친일파로 변절해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충격을 안 겨주었다. 한때 카프의 좌장이기도 했던 문학가 박영희는 얻 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 자신이다. 라는 유명 한 전향의 변을 1930년대 초에 내놓았다. 전향했던 박영희도 친일파의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했다. 한국사에서 전향과 관련한 유명한 사건이 있다. 고려 말 이 성계의 아들 이방원(후에 조선의 태종)은 정몽주를 초대하여 술자리를 마련하면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라 고 하여가 라는 시조를 읊었다. 하여가 는 지식인의 전향을 김지하의 경우와 같은 지식인의 갑작스러운 전향은 신뢰성의 위기를 증폭시키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 촉구하는 강력한 유혹의 언어였다. 이에 대해 정몽주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 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라는 단심가 를 읊었다. 단심가 는 고려 임금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이방원은 정몽주를 변절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객을 통해 살해한다. 정몽주가 망해 가는 고려와 임금에 대한 충성을 밝힌 것이 과연 역사적으로 타당했는지는 논란거리이다.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받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계산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평소의 신념을 지킨 정몽주의 지조와 절개는 분명 후대인들이 본받 을 만한 것이다. 1456년 단종 복위에 목숨을 바친 사육신도 충 절을 지킨 대표적 영웅으로 칭송되었다. 정몽주와 사육신 등 이 지조와 절개의 표상으로 칭송되는 것은 외부적 탄압 속에 사상과 이념의 순결성을 지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예술 텍스트에서 전향은 대개 부정적으로 등장했다. 전광 용의 단편 꺼삐딴 리 (1962)의 주인공 이인국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서 최고의 엘리트 의사로서 적극적 친일을 통해 세속 적 성공을 거둔다. 친일파 이인국은 해방기의 북한에서 점령 군인 소련을 찬미하는 친소파로,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서 미 국을 찬양하는 친미파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해 성공의 가도를 달린다. 이인국의 끊임없는 변절적 전향과 세속적 성공은 전 향의 기본적 윤리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향이 사상적, 이념적 진화의 필연적 결과라면 전향은 도덕적 정당성을 확 보한다. 하지만 이인국처럼 세속적 욕망에 기반한 끊임없는 전향은 부정적 평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지식인은 사상적, 이념적 정체성 때문에 불이익을 받더라도 자신의 발언에 대 해 일관성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식인이 세속적 이해 타산에 따라 자신의 발언을 수시로 교체한다면 아무도 지식 인의 발언을 믿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제대로 청 산되지 못한 친일파의 역사는 이후에 부정적 전향의 바이러 스를 증식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전향의 기본적 윤리와 노망난 김지하 인간은 탄생하고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외모와 정신이 변 해간다. 계절마다 자연적 풍경이 다르듯 사람들도 연령대에 따라 자신의 사상과 이념에 변화가 올 수 있다. 영원한 진보와 영원한 보수는 없다. 근대성의 입장에서 인간의 정체성은 고 photo.donga.com 정된 안정적 정체성이라는 단일한 모습을 유지한다. 그런데 탈근대성의 입장에서 해체주의자들은 고정된 안정적 정체성 이라는 것은 자기위안적 기만이라고 주장한다. 해체주의자들 은 삶 자체를 불확실하며 파편화된 불안정한 정체성으로 파 악한다. 인간은 매 순간 수없이 갈등하는 믿음, 욕망, 두려 움, 불안, 의도 등으로 구성되는 복합적이고 파편화된 존재 로 규정된다. 해체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파편화된 자아는 인 간들의 변화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욕망이 더욱 대접받는 후기 자본주의 세계에서 지식인이 과거의 단 일한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순도 100% 의 순결한 정체성 유지는 분명 기만적 허구이다. 지식인도 새 로운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변화한다. 그러나 이 변화는 과거의 정체성과 현재적 조건의 상호작용이기에 과거 의 정체성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다. 대중에게 충격을 주는 전향은 변화의 예측 가능성을 훌쩍 뛰어넘는 범위의 급격한 변화 이다. 유명 지식인은 과거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상과 이념의 변화가 있다면 대중들에게 전향의 발언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것이 전향의 기 본적 윤리이다. 또한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한 전향은 신뢰성 의 위기를 증폭시켜 사회를 혼돈에 빠뜨리게 하는 폭력적 테 러이다. 지식인이 출세하려면 카멜레온의 변신술을 터득해야 한다는 전향의 법칙은 한국사회의 신뢰성 위기와 사회 분열 을 더욱 증폭시키는 자충수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사상과 이념의 자유를 갖고 있 다. 하지만 이것이 변절적 전향을 자동적으로 승인하지는 않 는다.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정몽주의 단심가 도 이방 원의 하여가 도 아니다. 바로 전향의 논리적 타당성과 보편 적 공감의 확보이다. 최근 김지하의 자발적 전향이 많은 사람 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종북 빨갱이를 비판하는 그의 모습이 논리적 타당성과 대중의 공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 문이다. 진보 원로에서 갑자기 보수 원로로 탈바꿈한 김지하 의 전향은 노망난 우상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우리는 전향에 도 최소한의 윤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김지하라는 하이드 괴 물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 부정적인 전향 괴물을 끊임없 이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이 한국사회가 심히 걱정스럽다. 최 강 민 / 문화평론가, 웹진 문화 다 편집주간

10 (월요일) vol. 194 서 평 테마서평 : 사랑 고려왕가 스캔들 (이경채 저, 현문미디어, 2012) 세기를 넘나든 조선의 사랑 (권현정 저, 현문미디어, 2007) 역사에 사랑을 묻다 (서지영 저, 이숲, 2011) 한국문화와 사랑 이야기 사랑 이란 과연 무엇일까?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끊임없이 회자될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사랑 은 시공간을 초월해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욕망인 만큼 누구에게나 절실 하지만 감정의 영역에 속해있기 때문에 개념 규정은 쉽지 않다. 따라서 사랑 이란 감정을 학문 적 언어로 체계화할 수 있는 것인지와 그 문화사를 서술하는 것이 가능한 작업인지를 종종 스 스로에게 묻곤 했다. 현재 우리가 인식하는 연애 라는 단어는 지극히 근대적인 개념으로 전근대 시기에는 성과 사랑 그리고 혼인이 표면적으로 일치해야 했다. 즉 사랑의 문화사는 일단 근대라는 기점에서 단층을 경험한다. 우리에게는 전근대적 사랑의 사유가 단절되어 있거나 아예 소거되어 있다. 그 단층을 메우기 위해서는 전근대 시대 사랑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먼저 고려와 조선의 사랑이 어떻게 구현되는 지를 살피기 위해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두 책을 소 개하고 이어 동양적 사랑을 원류부터 살피고 전근대와 근대의 사랑을 단층이 아니라 연속적 현 상이라는 관점에서 사랑의 문화사와 그 역사성을 연구한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역사에 기록된 사랑 이야기 정출헌 교수에 따르면, 과거를 인식하는 방식에는 사실의 기억 또는 기억의 서사 가 존재한다. 전자는 역사에 후자는 문학에 비유할 수 있다. 고려왕가 스캔들 은 역사의 기록( 고 려사 )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억을 구성하고 있다. 그 기억이 고려사회 전반을 아우르지는 않는다. 저자는 주로 < 곢傳-后妃>에 등장하는 최상층 여성들만 다루었다. 고려사 에는 당대 양인이나 천민 계층의 대한 기록이 소략하다. 그렇다 보니 주로 다루게 된 것은 최상층 여성, 즉 왕가 여인들의 불륜 이다. 상대적으로 조선에 비해 고려시대 여성의 지위는 높다고 알 려져 있고 과부의 재가(再嫁) 역시 자유로웠다. 하지만 작가는 평민이 누리는 이런 자유를 신분계층의 정점에 서 있는 왕가의 여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이런 결핍을 상대적 소외로 보고 재혼이 금지된 상황 에서 그들이 벌이는 위험한 일탈, 즉 불륜을 사랑의 표출이라 보고 있다. 사랑의 구현이라는 점 에서는 동의가 가능하나 왕과 관계를 맺은 여성이 다른 남성과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것은 비단 고려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고려시대에 왕가의 여성이 상대적 소외를 겪는다는 관점은 문제 가 있다. 다만 인간 본연의 감정인 사랑을 강력한 이데올로기와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음을 방증한 점과 고려 왕실의 불륜이라는 테마를 전면에 놓고 고려사의 흐름을 살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문학작품에 나타난 사랑 이야기 문학작품을 통한 과거 인식은 기억의 서사 에 해당하는데 이는 사랑에 대한 상상력과 구현 의 문제이다. 세기를 넘나든 조선의 사랑 은 조선시대 다양한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문학 작품 에 역사기록을 더해 서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조선의 통치 이념인 유학은 육체와 감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발현되는 욕망을 부정했기 때문에 유학의 변천이 사랑의 구현 방식에 영향을 주었 다. 따라서 시대적으로 사랑의 구현 방식이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개개의 특별한 러 브 스토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대적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하겠다. 각각의 서사가 독립되어 있으며 다양한 계층 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신분과 가문을 초월하는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최경창과 홍랑은 사대부와 기생, 이장곤과 분이 는 사대부와 백정의 딸이라는 신분적 차이를 극복한다. 또 조선판 로미오와 줄 리엣이라 불리는 김종서의 손자와 세조의 큰 딸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야담이 소개된다. 이들 작품은 신분이 높은 남성과 신분이 낮은 여성 간의 결연이 주된 소재가 되는 특징을 갖는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는 만큼 반대의 경우는 개연성이 떨 어지기 때문에 이런 설정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여성의 타자 화인데 극소수를 제외하면 이름은 물론이고 생몰연대 그리고 역사적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따라서 홍랑은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남겼고 그 행적까지 최경 창의 기록에 남아 있으니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역사에 증명한 몇 안 되는 하층 신분의 여성인 셈이다. 사랑의 역사성 역사에 사랑을 묻다 는 부제가 한국문화와 사랑의 계보학 인 만큼 사랑을 문화현상으로 보고 그 역사성을 학문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저자는 미셀 푸코의 성은 결코 침 묵하지 않는다 는 주장에 동의하며 사랑이라는 열정이 유교문화에 억압되지만은 않는다고 주 장한다. 그 유교문화라는 그물의 틈새를 빠져나와 끊임없이 새로이 옷을 갈아입는 열정의 형 식, 즉 사랑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그 자체에 대해서는 구명이 힘들기 때문에 사랑이 어떻게 상상되고 재현되 는 가에 초점을 맞춰 그 역사성을 탐색한다. 여기서 상상되고 재현 되는 것은 문학작품에 나타난 사랑이야기를 뜻한다. 그 작업의 시 작으로 시경(詩經) 을 통해 동양적 사랑의 원류에 접근하고 일탈 의 기제인 풍류 의 성 격을 구명한다. 조선을 전 중 후기로 나누 어 문학작품을 통해 상 상되고 재현되는 그 패 턴에 집중하는데 그것 은 지금 여기서 그 때 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 라 당대의 사람들이 사 유하는 사랑의 형태일 것이다. 개개의 사랑은 그 규칙성을 찾기 힘들지 만 문학작품으로 재현 된 상상은 일정한 패턴 을 찾기가 용이하다. 조선전기 소설에는 한 전근대시기는 풍류라는 도적적 외피가 그 내면의 욕망을 가렸다. 미한 양반 출신 남성과 김희겸, <석천한유도>, 1748년, x 52.5cm 상층부 귀족 출신 여성 의 연애담이 주로 서술된다. 당시 혼인이란 가문 간의 결합을 의미하며 그 목적은 자녀의 생산 에 있었기 때문에 작품에서나마 연애에 비견되는 만남을 꿈꾸고 거기에 남성의 신분상승이라 는 욕망까지 담아내는 것이다. 조선후기에 가서는 입신양명한 양반 남성이 기생, 서민층 여성 그리고 여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여성과 만나는 방 향으로 그 내용이 옮겨 간다. 이는 가족 제도 밖에서 소비되었 던 지배층 남성들의 풍류 문화에서 기인한다. 혼인으로부터 분리되었던 에로스의 가치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던 당시 욕망의 흐름을 나타내며 이런 상상의 시도는 신분제를 근간으로 혼인과 사랑이 분리됐던 전근대 사회의 규칙에 균 열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혼인을 전제로 한 만남이 라는 점에서 오늘날의 연애와는 차이가 있다. 근대의 도래는 사랑의 문화사에 커다란 변화를 준다. 이 시 점에 유입된 연애 는 이제 성과 사랑 그리고 혼인을 분리해 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주었다. 이들의 최종 목적과 전제 가 혼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사랑도 일종의 환상 혹은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시대가 만들 거나 혹은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 어쨌든 욕망도 공유와 학습이 이루어지는 측 면에서 출판 인쇄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전근대 시기와 비교해 보다 개방된 근대시기에 그 파급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면 관계상 근대의 사랑 부분은 죽음도 불사하는 지독한 사랑인 정사(情 死) 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치고자 한다. 사랑의 좌절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시공간을 넘어 일어났던 보편적 현상이지만 내세를 부정하는 유교문화 내 에서 자살은 금기시 되었다. 특히 여성이 혼자 정절을 지키기 위해 죽던 과거의 방식과는 다르게 남녀가 함께 사랑 그 자체에 목숨을 던지는 것이 유행으로 번 지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는 성과 사랑 그리고 혼인 을 완전히 해체시킨 현상이라 해석되는데 출판 인쇄 문화의 발달과 사회의 개 방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사랑은 열정의 발현으로 그 방식은 시대성에 기 인하는데 항상 본질은 드러나지 않는 속성이 있다. 전근대시기에는 풍류라는 도덕적 외피가 그 내면의 욕망을 가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사는 당시의 상황에 서 사랑 그 자체의 본질을 추구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김 정 욱 / 국제한국어문화학과 박사수료

11 서 평 (월요일) vol. 11 책지성 : 에두아르트 한슬리크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감정의 미학 에서 미적 관조의 미학 으로 반응과 오늘날 청자들의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심각한 차이가 그 증거다. 당시에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하이든의 음악과 비교하여 격정적이고 모험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 정열적이 고 격정적인 음악의 대표격이었던 모차르트의 자리는 베토벤이 차지했고 모차르트는 하이든의 올림포스적인 고전성을 물려받았다. 작품들의 음악적 가치는 변함이 없지만 감정 작용은 이렇 듯 변화무쌍한 것이다. 음악적 형상 자체의 감상 앞서 한슬리크는 감정미학 의 잘못된 전제를 반박하였다. 이어서 그는 음악 작품의 아름다 움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내용을 필요로 하지 않고 독립적이며 오로지 음들 및 그것의 예술적 연관으로만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라고 명료하게 정의한다. 음악의 요소인 선율, 화성, 리듬, 음 색 등을 관찰하고 대위법적, 화성법적인 엄밀한 분석 하에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음악의 아름다움은 근본적으로 형식들에 있지만, 정신적 내용을 배제해서 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작곡이란 정신적 능력이 있는(Geistf a hig) 재료를 가지고 행하는 정신 작업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OP.10, No.12 혁명 에튀드 (Revolutionary Etude) 는 첫 시작부터 혁명적이고 의미심장한 느낌이 드는데 이는 왼손 스 케일 유형의 패시지(Scale Passage)가 연속적으로 하강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인가? 와 같이 음악의 재료들(스케일의 하강 패시지)과 정신적인 내포(혁명적이고 의미심장한 느낌)가 하나 가 된 상태로 음악 감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음(音) 예술과 자연의 관계 에두아르트 한슬리크(Eduard Hanslick, ) image.kyobobook.co.kr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에서도 음악에 대하여 끊 임없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중 클래식(Classic) 이라는 음악의 한 장르에 대한 관심도 예전과는 다르게 결코 전공자에게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음악을 전공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업무가 없는 주말에는 음악회 티켓을 구매 하여 실제 연주 장소에서 음악 감상의 시간을 갖는다거나 클래식 음반을 구 입하여 자주 듣는 클래식 애호가 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 심지어 그 중 몇몇은 전공자들 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클래식을 향한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다. 그들은 왜 음악에 애정 을 갖고 가까이하는 것일까? 음악의 감상에서 오는 감동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19세기 서구 음악계는 음악이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며, 감정이 바로 음악의 내용이라는 견해 가 지배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근대의 음악미학 선구자로 평가받는 에두아르트 한슬리크 (Eduard Hanslick, )는 그의 저서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Vom Musikalisch nen 를 통해 감정미학 에 대해 비판하고 음악적 형상 자체의 감상, 음(音) 예술과 자 Scho 연의 관계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감정미학의 오류 한슬리크는 지금까지의 음악미학을 다루는 방식이 음악에서 무엇이 아름다운지를 규명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음악을 통해 우리가 빠져 들게 되는 여러 감정들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지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오류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아름다운 영혼을 움직이 는 데는 도움을 줄지 모르겠으나 학문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거의 아무런 해명도 제공 해주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음악이 감정과 연결되어 있는 지점이 어디인가? 이 둘 사 이의 관계를 면밀히 알아보기 위해서 그는 감정(Gefu hl) 과 감각(Empfindung) 이라고 하 는 개념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다. 감각은 미적인 만족의 시작이자 조건이며, 감정의 우선적 기초를 형성하지만, 감정은 언제나 어떤 관계를, 때때로 매우 복잡한 관계들을 전제한다. 감각 을 일으키는 데 예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하나의 개별 음, 단일한 빛깔도 감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감정 과 감각 이라는 단어를 혼동하여 음악이 우리의 감정을 자 극해야 하며(실제로 음악은 우리의 감각을 자극) 경건함과 사랑, 환희와 비통함으로 우리를 채 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감정만으로 예술작품을 바라본다는 것은 포도주에 취한 상태에서 포도주의 본질을 규명하려는 것과 같다 는 설명을 통해 감정미학의 한계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덧붙여 그는 음악적 감정 이 결코 확실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정미학의 한계를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들고 있다. 어떤 음악 작품이 그것이 야기한 감정과 맺는 관계가 반드시 인과 적인 것은 아니며 음악적 경험과 인상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정조는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예 컨대, 모차르트적인, 베토벤적인, 베버적인 많은 작품들이 처음 나왔을 당시 청자들이 보였던 모든 사물에서 자연에 대한 관계는 일차적인 관계이고 가장 고귀한 관계 이며, 가장 영향력이 큰 관계다. 현대에 와서 모든 현상의 자연적 측면을 연 구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면서 음악미학에서도 음악과 자연의 관 계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에 한슬리크는 음악미학의 매우 난해한 재 료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음 예술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올바르게 가치 평가함 으로써 정비할 수 있고,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종류의 물음들을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산속의 말없는 광석, 숲 속의 나무, 짐승의 털가죽이나 내장 등과 같은 자 연의 재료에서 사람들은 음악의 고유한 재료인 음을 만들어 내어 선율과 화성으 로까지 형상화하기 위해 영감을 얻어낸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작업은 자연 속에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에 의해 창조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다. 그렇다면 말이 달리는 리듬, 물레방아의 덜커덩거림, 꾀꼬리나 메추라기의 노 랫소리 는 어떠한가? 이 자연의 소리에는 작은 시간 단위들이 연속적으로 정리되어 전체를 형 성하는 통일적 움직임이 분명히 들어 있다. 이것은 하나의 음악 속 리듬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대해 한슬리크는 자연 속 리듬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 으나 인간의 음악처럼 선율과 화성을 동반하지 않으며, 리듬이 그 자체로 고립되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자연의 리듬과 인간의 음악의 다른 점이라고 설명하여 다시 한번 음 예술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다시 말해, 선율과 화성, 음정 관계와 음계, 반음 관계에 따 른 장조와 단조의 구별, 그리고 서유럽 음악을 가능하게 했던 여러 가지 조율 체계에 이르기까 지 이 모두는 인간 정신이 천천히 점차적으로 만들어낸 창조물이라는 것이다. 한슬리크의 음악미학의 한계점 지금까지 살펴 본 음악 감상법에 관한 한슬리크의 견해는 감정미학에 철저히 대립되는 관점 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필자는 과연 모든 음악이 감정이 배제된 채 그 본질을 살펴볼 수 있는 것 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이를테면, 리스트나 바그너가 주로 작곡했던 표제 음악 이나 현대음 악의 특징 중 하나인 무조성(Atonality) 을 그의 견해로 살펴보면 무가치한 음악이 될 수도 있으나, 현대에 많은 연주자들이 이러한 음악들을 연주하고 있으며 이 작품들은 청중들에게 끊 임없이 감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한 방향에서 살펴보면 그의 견해는 일관성 있고 미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훌륭한 관점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한편으로는 논쟁의 여지가 존 재하고 있다.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한 이후에 음악에는 내용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생 겨났다. 이에 루소, 칸트, 헤겔, 헤르바르트, 칼레르트 같은 철학자들은 음악의 무내용성 (Inhaltlosigkeit) 을 주장했으나 크뤼거를 대표자로 하여 음악에 내용이 있다는 것을 지지하 는 세력도 많았다. 마찬가지로 이 책이 출판되자마자 한슬리크의 견해에 대해 엄청난 반향과 격렬한 찬반 논쟁이 생겨났다. 이에 필자는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음악가의 한 사람으로서 한 슬리크 혹은 그 대립의 입장 중 어느 한 쪽의 방향을 따르기 보다는 융합된 사고를 음악 연주와 감상에 반영하는 것이야 말로 자유로운 예술의 미학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강가람 remember-gr@khu.ac.kr

12 (월요일) vol. 194 특강취재 특강취재 : 학술단체협의회 주최 상반기 학술특강 <아프리카의 시각으로 본 탈식민주의론>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는 탈식민적 글쓰기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학술단체협의회는 지난 5 월 14일부터 6월 18일까지 6주에 걸쳐 2013학년도 상 반기 학술특강을 개최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시각 으로 본 탈식민주의론>이라는 제목으로 총 6차례에 걸쳐 특강이 진행된다. 탈식민주의 이론은 한동안 식 민지 지배를 경험했던 나라들 내부에서 활발하게 논 의가 되고 있는 사안이고, 탈식민주의자들의 문화정 체성 역시 서구의 잣대로 이뤄져 있다는 비판까지 나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 특강에서는 치누아 아 체베, 응구기 와 씨옹고 등 아프리카 탈식민주의자들 의 시각을 통해 탈식민주의 이론에 접근하는 것을 목 적으로 한다. 이석호(아프리카문화연구소 소장) 강 연자는 지난 5월 21일 열린 두 번째 강의에서 서구 의 정전 을 탈정전 화 하다 라는 주제로 치누아 아 체 베 (Chinua Achebe, )가 콘 라 드 (Joseph Conrad, )의 소설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 을 비판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 다. 치누아 아체베: 탕아의 제의적 귀향 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콘라드의 등장인물 묘사 중 단 두 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나오는 경우가 없다. 예외적으로 영어가 나오는 장면을 살펴보면, 도망가는 한 명의 흑인을 잡으려는 장면에서 Catch em 이라는 대사가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등장인물 커츠가 죽었음을 알 리는 대목에서는 Mr. Kurz dead 라고 기술되어 있 다. 이 두 경우는 한 명을 설명하기에 부적절한 목적 격이 사용되고 있거나, 한 문장 안에 동사가 부재되 어 있는 것으로, 영어를 사용한 예외적인 경우이지만 이마저도 문법적으로 오류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 한 표현들을 통해 다시 한번 아프리카인에 대한 편견 과 비인격화를 살펴볼 수 있다고 아체베는 주장한다. 콘라드가 아프리카인을 묘사하는 한 대목 중에서 무언가 말하기 껄끄럽고 불편한 느낌을 드러내는 부 분이 있는데, 아프리카인에 대한 익명의 선험적 공포 가 그것이다. 콘라드가 텍스트에서 보인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에 대해 선험적 무섬증은 개별 경험에 기초한 자연발생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제도적 반복 교육의 한 축적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당대의 제국이 동원체제를 이용해 직 간접적으로 무의식화한 의식 화 교육에 이들 역시 깊게 침윤되어 있었기 때문이 다. 그렇다면, 콘라드는 그의 텍스트가 궁극적으로 제국주의에 포섭된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집필을 진 행한 것인지, 아니면 자의식이 마비된 상태로 진행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게 된다. 콘라드를 비롯한 제인 오스틴, 샬롯 브론테, 찰스 디킨스와 같은 다른 작가들도 자의식이 휘발된 채 집필을 하곤 했다. 이 는 바로 총, 대포보다도 더 강렬한 문화 의 영향인 것이다. 문화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는 맑스주의와 문학 Marxism and Literature 에 서 감 정 의 구 조 (structure of feeling) 라는 개념을 설명했는데, 이는 바로 문화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것을 바꾸려 면 장고의 혁명(long revolution)이 필요하다고 말 했다. 치누아 아체베는 1930년 나이지리아의 동부에 위 치한 이보 지역 오기디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부친 인 이사야 오카포르 아체베가 초대 기독교의 신실한 신자였던 관계로 그는 어린 시절 기독교 교육을 받으 면서 자랐다. 후에 아체베는 이바단 대학에 진학해 의학과 문학 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체계적인 독서를 시작하게 되 는데, 이 와중에 읽은 대표적인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조이스 캐리(Joyce Cary)가 쓴 미스터 존슨 Mister Johnson 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작가가 수행 한 아프리카인에 대한 기형적 묘사를 읽고 충격을 받 아서 직접 소설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아프리카 현 지인의 손으로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서구 제국주의 작가들 pds.joinsmsn.com/news 의 무분별한 식민주의적 글쓰기 관행에 대한 비판과 아프리카 탈식민주의자 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 장례식장의 모습 어린 시절 기독교 가풍의 영향을 받고 자라면서 자기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질타해 온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 그리고 그 곳의 전통에 대한 공 사이드(Edward Said)의 아체베 옹호: 여행기 문학과 접촉지대(contact zone) 의 부재 격적 무관심 등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첫 소설 몰락 Things Fall Apart 을 쓴다. 그는 이 과정 아체베의 콘라드 비판에 대해 역비판의 목소리도 생기게 됐는데, 윌슨 해리스와 사르반이 다 을 스스로 탕아의 제의적 귀향 에 비유한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아체베는 서구의 정전들 속에 음의 변호 형식을 통해 콘라드를 옹호했다. 그들은 콘라드는 미학적으로 뛰어난 텍스트를 생 스며들어 있는 유럽 중심적 시선의 탈식민주의를 아프리카의 시선으로 재해석 또는 비판한다. 산해냈고, 훌륭한 수사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현실 정치에 대한 혐오를 비판 혹은 이러한 치누아 아체베의 노력은 세계문학이 갖고 있는 유럽 중심주의, 인종차별주의, 편견을 바 거리 두기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텍스트에 대한 문자적 함몰보다는 로 잡는 길을 제시하고, 세계문학의 지평을 조금 더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데 공헌한다. 그것에 대한 반성적 독서가 필요하다 고 주장한다. 아체베의 비판: 조셉 콘라드의 실패한 탈식민적 글쓰기 하지만 이에 대해 사이드는 아체베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여행기 문학 장르에 속하는 콘 콘라드는 조지 엘리엇, 찰스 디킨스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소수의 예외적인 비평 라드의 텍스트는 이국적 공간, 타인종, 타언어, 타종교 그리고 타문화 등에 대한 경험적 체험으 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에게 서구 문학의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당시 그는 현대 로 가득 차 있는데, 콘라드의 타자 경험이 편견으로 인해 왜곡돼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작 셰익스피어가 갖고 있는 명성만큼이나 높은 위치에 올라 있었다. 품의 화자 말로우(Marlow) 의 여행자 시점을 통해 콘라드의 타자에 대한 편견이 극명히 드러 하지만 1969년 아체베는 객관적으로 높은 입지를 점하고 있는 콘라드에게 예외를 두지 않고, 나고 있는데, 말로우는 그의 시선에 포착되는 모든 이질적 경험들을 객관적인 관찰자 시점에서 콘라드 학회에서 콘라드의 위대한 텍스트로 불리고 있는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 을 바라보지 않고 주관적으로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로우의 주관적 해석을 투과해 나온 혹독하게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한다. 당시 콘라드의 이 텍스트는 애매모호한 형용사를 사용해 아프리카는 그 자체의 고유한 경험적 본질을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 충일한 공간이 아니라 말로 제국주의를 희석화하며 암묵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아체베는 콘라드 우의 주관에 의해 재편된 화석화된 공간일 뿐인 것이다. 사이드는 주변부와 중심부가 상충하여 가 제국주의를 암묵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아프리카인들을 인간성이 박탈된 형이상학적 이미 상호간의 가치가 혼융되는 지대를 접촉지대(contact zone) 라고 명명한다. 이는 접촉지대 지로 묘사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텍스트 내에 등장하는 커츠(Kurz)의 여인들, 즉 아프 에서 일방적인 가치전달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말로우의 경우 접촉 리카와 유럽의 두 정부가 표현되는 방식이 다른 점이 한 예이다. 지대 가 존재하지 않고, 단지 중심부 가치의 일방적인 유통만이 존재할 뿐이다. 또한, 아체베의 주장에 따르면 아프리카인들이 식민지 본국의 언어인 영어 를 모국어로 사 용하는 사람들처럼 완벽하게 구사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창작의 매개로 도입하는 것에는 전 강가람 remember-gr@khu.ac.kr

13 현 장 (월요일) vol.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3 사진으로 말해요 REVIEW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우리 삶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 꽃이 핀다. 날카로운 향기를 뚝 뚝 흘리며 가장 순도 높은 시간이 마른 가지 위에 위태로이 매달린 다. 그 위태로움에 홀려 이번에도 또 눈을 빼앗긴다. 꽃에 눈을 파먹 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흩어지고 부서지며 죽어가고 있는 시간이 카 메라 렌즈 가득 허기처럼 박혀 들 어온다. 꽃이 사진 속 꽃을 본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자신의 이미지에 사로잡힌 도리언 그레이를 본다. 생의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으로 영원의 세계에 말없이 굳어버린 불멸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자신의 몸을 잠시 빌렸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내 안의 가장 낯선 타 인과 마주하는 시간. 꽃은 시들고 이윽고 환상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꽃의 머리가 툭 툭 바닥에 떨어진다. 사진 속 꽃이 꽃을 본다. 단 하나의 표정과 단 하나의 단어밖에 는 기억 못하는 허공 속에서 무한한 시간을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없이 견딘다. 이철주 실험극 연출가 겸 배우 심철종 씨가 열연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실험예술 전문 극장이자 연극보다 화제가 되기도 하는 세상에서 제 일 작은 한평극장 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공간들의 최소 단위, 한 평 을 모티브로 한다. 한 평 은 한 사람이 팔과 다리를 벌리고 편안히 누울 수 있는 넓이를 의미하는 인간중심적 단위이기도 하다. 이 극장은 여느 극장처럼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 않는 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서 자유롭게 관람하면 그만이다. 격이 없는 분위기에서 20명 남짓 관객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이 공간은 실제 실험극 연출가 겸 배우인 심철종씨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자그마한 공간에는 그의 공연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홍대 앞에서 씨어터 제로 라는 100평 규모 공연장을 10년이나 운영 했지만 점점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공연들을 보면서 회의를 느꼈고 결국 극장 운영을 접었다. 그가 이 공간에서 찾으려는 것은 연극 본질의 회복이다. 그는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마치고 관객들에게 일일이 행운의 팔찌를 만들어 줬다. 천으로 된 끈을 두 바 퀴쯤 휘휘 감아 팔찌를 만들어 주는 동안,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던 공간에 대한 경계 심이 이내 사라졌다. 연극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3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1장 기억을 찾 아서 는 치매에 걸린 노모(老母)에 대한 아들의 걱정과 염려, 그리고 혹시 모를 이별 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연기하며, 삶의 굴레와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에 대해 절규한 다. 2장 인생, 그리고 사랑 은 더욱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그는 조명기 구를 사용해 자신의 얼굴과 몸 등에 국부조명을 주는데, 그 빛과 그림자는 긴장감과 공포, 그리고 음산하고 그늘진 느낌을 준다. 의도적인 배우의 호흡 소리와 내면에 읊 조리는 듯한 대사는 이러한 느낌을 더욱 절정으로 몰고 간다.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라는 반복적인 물음은 관객으로 하여금 나는 무엇을 원하고 또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 생각하도록 한다. 이후 파헬벨(Pachelbel)의 캐논변주곡 을 틀어 주고 휴대폰 조명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다.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영원할 수 없는 것인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녀도 나를 그리워할까. 와 같은 사랑에 대해 한번쯤 품어 봤을 만한 질문을 던진다. 이어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Famous Blue Raincoat 가 흘러나오고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각자의 사랑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회 상하도록 이끌어 간다. 마지막 장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에서는 죽은 후 파란 하늘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마 음속 이야기를 펼쳐낸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과 고독, 생의 마지막 순간에 느끼 게 될 지독한 외로움 그리고 판타지를 그린다. 죽음이란 소소한 모든 것들을 할 수 없는 것, 어떤 이를 미워할 수도 그리워할 수도 없는 것,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소멸되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들을 던지고 관객은 잠시 안대를 착용한 후 내면을 들 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연극은 일정한 대본 없이 1시간가량 즉흥적으로 진행된다. 일종의 치유극으로 심 철종 개인의 경험과 허구를 섞어 삶이 주는 아픔을 토로한다. 관객은 일상의 공간에서 그가 겪었던 픽션과 논픽션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판타지와 그의 진 솔한 인생 이야기를 연기로 만나 볼 수 있다. 심철종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조금은 특별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연극으로 어쩌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품이 작가를 떠 나면 그 해석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 되는 것처럼, 연극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 고 교감하며 나만의 의미를 찾아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강신녀 성장 노화 연구실 습격 인터뷰 성장 노화의 비밀을 좇다 Q. 성장 노화 연구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일정한 성장, 성숙 그리고 발달의 과정을 거칩 니다. 저희 실험실은 송종국 교수님의 지도하에 성장 및 노화와 관련된 기초 연구와 신체활동을 통한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기의 골격 성숙도와 골밀도, 노인들의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 개발 등은 저희가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분야입니다. Q. 현재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현재 크게 세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The Asia-Fit Study입니다. 아시 아 7개 국가(한국, 홍콩,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의 도시에 거주하는 12-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비만과 신체활동, 영양, 그리고 건강관련 체력 수준을 분석하는 글로벌프 로젝트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한국을 맡게 되어, 서울에 거주하는 청소년 1,600명을 측정하 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체육영재센터 운영입니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지원 하에 과학적인 발굴과 체계적인 교육으로 체육영재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경희대학교 체육영재센터는 2011년에 시작하여, 초등학생 2~6학년 중 수영, 육상, 체조선수 50명을 선발하여 주 2회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실질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성장 및 노화 연구입니다. 기존에는 초등학교 1~6학년까지, 중학교 1~3학년까지 청소년들의 신체구성, 체력, 영양섭취상태의 변 화에 대한 종단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청소년 및 고령자의 건강증진 및 대사관련 질환 예방을 위해 태권도수련 프로그램을 적용해오고 있습니다. Q. 연구실 사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체육영재센터의 경우 경기도 각 지역에서 학생들이 선발되다보니, 학부모들에 대한 시간, 경비 등의 측면에서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장소의 측면에서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수영 장을 자체시설로 갖고 있지 않아 프로그램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으며,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사무실 공간 확보가 시급합니다. Q. 연구실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과 보람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The Asia-Fit Study의 경우에는 16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신체발달 정도를 측정하는 일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측정 자체가 학교에서 이루어지므로, 학교 측의 양해와 지원을 얻 어야만 했고, 동시적으로 조사하는 항목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를 우 리 연구실에서 얻어냈다는 생각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우리 체육영재센터 에서 제2의 김연아, 박태환이 나왔을 때를 생각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모든 힘든 일이 싹 사 라지곤 합니다. 이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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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보 도 학술단체협의회 상반기 학술특강 개최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는 지난 5월 14일부 터 6월 18일까지 6주에 걸쳐 2013학년도 상반기 학술 특강 <아프리카의 시각으로 본 탈식민주의론>을 개 최하고 있다. 이 특강은 아프리카 탈식민주의자들의 시각을 통해 탈식민주의 이론에 접근하는 것을 목적 으로 한다. 이석호 강연자(아프리카문화연구소 소장)가 이끄 는 이 특강은 매주 화요일 본관 401호에서 열린다. 강 연 주제는 1강 사라 바트만(부시맨 여성의 몸 을 해 부하다), 2강 치누아 아체베(서구의 정전 을 탈 정 전 화하다), 3강 응구기 와 씨옹고(언어와 정신의 식 민성을 벗어나다)로 이뤄졌다. 이어 4강과 5강에서는 에메 세제르( 네그리뛰드 의 존재론을 논하다)와 프 란츠 파농( 아프리카의 혁명 을 논하다)에 대해 한국 문학과 연관시켜서 논의를 진행하며, 6강 루이스 응 코시( 아파르트헤이트 를 정신 분석하다)로 강연이 이어진다. 학단협 측은 유럽 중심주의에 희생된 사르키 바 트만 의 사례에서부터 여러 아프리카 이론가들의 저 작들을 위시한 주요 문제의식을 다루는 것까지, 오늘 날 탈식민주의 이론의 한 첨단을 읽어내는 여정이 될 것 이라며 많은 원우들의 참여를 기대했다. 강가람 서울교정 대학원 강의실 대여 시행 서울교정 대학원 행정실에서는 대학원 수업용 강의실을 원생에게 대여해 주는 제도를 시행 중 이다. 이 제도는 강의실에 수업이 배정돼 있지 않 은 시간에 한해, 원생들이 연구 모임을 위한 공간 으로 강의실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취지로 운영 된다. 석사 또는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원생이 국제 회관, 본관, 호텔관광대학의 일부 강의실을 대여 할 수 있다. 국제회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 까지, 본관은 오후 6시까지, 호텔관광대학의 경우 오후 1시부터 6시 사이에 대여가 가능하다. 대여 를 원할 경우 대학원 행정실로 직접 신청해 강의 실을 배정받으면 된다. 행정실 측은 강의실을 사 용할 때는 뒤에 이어지는 수업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는 점을 강조했다. 주지영 학사일정 6월 3(월) ~ 14(금) 2학기 강의시간표 제출 3(월) ~ 26(금) 1학기 강의평가 6(목) 현충일 7(금) 청구논문심사 마감 8(토) 2013학년도 후기 입학시험 2014학년도 석사학위과정 예약입학생 및 학 석사연계과정 입학시험 24(월) ~ 27(목) 1학기 성적 입력 24(월) ~ 8.31(토) 하계방학 28(금) ~ 7.4(목) 1학기 성적 열람 및 공시 (월요일) vol. 15 취재수첩 연구윤리, 관념적 암시가 아닌 개념적 명시가 필요하다 얼마 전 김미경, 김혜수, 김미화 등 연예인 논문 표절 사 건으로 연구윤리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유명인이나 사회 고위층과 관련된 사건일 때만 반짝할 뿐 지속적으로 이어 지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연구를 진 행하고,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생에게 연구윤리는 중요 한 문제다. 본보는 이번 보도기획을 통해 원생들의 의식 속에 연구윤리가 얼마만큼 자리 잡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취재 결과, 대다수 원생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상당 수 준까지 이에 대한 의식이 각인돼 있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일부 원생들은 연구 윤리 관련 교육에 대한 참여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연구윤리를 제대로 준수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지 못했다. 실제로 윤리 교육 프로그램의 교내외 현황은 이런 원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 기에 불충분했다. 특히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연구윤리 교육을 받아 본 경 험이 있는 원생은 약 14% 정도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대다수가 만족스럽지 못했 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강의가 자신의 연구와 맞지 않는 내용이어서 실제 적용 이 불가했기 때문이라는 이 점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검증을 통 해 성립된 연구윤리 규정의 명시화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제야 연구윤리를 위 한 움직임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연구윤리 단체 중 하나인 연구윤리정보센터(CRE)도 2007년에서야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 재단 소속으로 조직됐다. 이곳에서 UCC 공모전과 웹진을 통해 연구윤리를 널리 알리고, 특강을 열어 현장에서 직접 교육하며 꾸준히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연구윤리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체들이 연구윤리 정립 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는 있으나,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인 상을 쉽사리 지울 수가 없다. 연구윤리를 제대로 지키려면 무엇부터 갖춰져야 할지 물었더니, 개인의 도 덕성 다음으로 각 연구 분야의 정확한 연구윤리 규정 을 꼽았다. 학문마다 연 구 목적이 다르고 연구 방법도 천양지차이기에, 연구윤리는 필연적으로 상이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연구윤리가 실제에 적용되려면 연구의 세밀한 부분까지 통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연구윤리는 도리 라는 일관된 관 점으로 관념적인 부분만 건드리고 있으니 자가당착에 빠지는 일은 어찌 보면 당 연한 결과인 것이다. 훌륭한 연구의 밑바탕에는 탄탄한 근거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연 구윤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 존재 자체가 연구윤리 문화 풍토를 조성하는 데 앞 장설 것이다. 더욱이 실효성 있는 연구윤리가 되기 위해선 그 근거 자료인 각 연 구 분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연구자들의 의식까지 보태 진다면, 연구윤리가 현실에 존재하는 이상적 연구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매김할 것은 분명하다. 박혜영 hy000p@khu.ac.kr 일반대학원 <대학원보> 신임편집위원 모집 1. 대상 : 2013학년도 후기 일반대학원 석 박사과정 신입생 및 현 1, 2기생 * 다음 학기 4기생은 지원할 수 없음 * 교육대학원생 및 특수대학원생은 지원할 수 없음 * 업무 특성상 외국인 학생은 지원할 수 없음 2. 모집인원 : 서울교정 0명, 국제교정 0명 3. 전형방법 : 서류, 필기(간단한 논술), 면접 4. 모집마감 : 2013년 6월 25일(화) 18:00까지 5. 필기 및 면접일정 : 추후 공지 6. 제출서류 : 이력서(자유양식), 자기소개서(자유양식) 각 1부 7. 제출방법 : 이메일 접수(khugnews@khu.ac.kr) 8. 특전 : 등록금 전액 모범장학(단, 신입생의 경우 입학금 제외), 소정의 원고료 지급 9. 근무일정 : 주 2.5일, 편집 회의 및 외부 취재 10. 문의 : 전화( ), 이메일(khugnews@khu.ac.k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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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 209_

경희 209_ 발행인 : 송재룡 / 편집장 : 박운호 / 편집부장 : 박혜영 경희대학교 대학원보사 1986년 2월 3일 창간 02447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전화(02)961-0139 팩스(02)966-0902 2015. 09. 01(화요일) 209 vol. The Graduate School News www.khugnews.co.kr 인터뷰 임흥순 예술가 미술작가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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