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aper 철수론이후한국지엠의대안 2018.2.23 한지원연구원 jwhan77@gmail.com < 요약 > 현한국지엠의위기는지엠의글로벌전략변화가원인이다. 지엠의전략속에아직까지는한국지엠의역할이보이지않는다. 스웨덴사브, 유럽오펠, 캐나다지엠의공장폐쇄사례를볼때, 지엠은전략에서배제된사업장에대해서는지원금이나노조양보만큼만단기적으로공장을운영한다는것을알수있다. 지엠의한국정부와노조에대한요구는정부지원, 차입금담보설정, 노조임단협양보가핵심인데, 모두중장기전망보다는단기적자본회수와관련된것으로분석된다. 고용문제에다른대안이없는한국정부는불가피하게자금지원에나설것으로보이지만이것이장기적대안이되기는어렵다. 노동조합이정부지원을바탕으로지엠철수이후를준비하는것이전략적으로중요하다.
1. 지엠의구상 지엠의한국지엠에대한태도는 2천년대초반과정반대다. 2008년세계금융위기이전까지만해도한국지엠은미국본사에의해중소형차생산의전진기지로극찬을받던사업장이었고, 심지어본사파산이후 2012년까지도글로벌지엠을구해낸일등공신으로평가받았다. 1) 하지만 2013년이후부터한국지엠에대한본사판단이바뀌기시작해, 그해말에는 D2XX로불리던크루즈후속의군산공장생산이취소되었고, 이후끊임없이철수설이몇년간반복되었다. 현재의한국지엠문제도결국이런변화의연장선이다. 지엠이전략적변화를분석해야현한국지엠위기도제대로파악할수있다. 1) 지엠의 2014~2020 년구조조정 2013년말메리바라 (Merry Barra) 가최고경영자로취임한후지엠의전략은분명했다. 기존의생산량중심전략을버리고수익성과미래자동차에초점을둔다는것이메리바라의일관된메시지였다. 지엠은이때부터 2020년까지를운영성과향상기간 (Operati ng Performance Improvement) 으로설정하고대대적인구조조정을진행했다. 구조조정을거치며 2017년에지엠이정리한중장기전략은크게다섯가지다. 2) 첫째, 픽업트럭. 고유가시대에픽업트럭은애물단지로도불렸지만다시저유가시대가오면서고수익차로재평가됐다. 지엠은북미시장에서트럭부분의절대강자다. 자신이강점이있는분야에집중하자는전략이다. 둘째, 중국. 지엠은중국에서상하이차, 울링차등과합작회사를차려 2017년에 4백만대를팔았다. 미국 3백만대보다 33% 가더많은판매량이다. 중국시장경쟁력을유지하는것은지엠에게절대적과제다. 셋째, 금융부분의재건. 2008년서브프라임위기로지엠은금융부분이완전히파산했다. 이후에도금융부분을제대로재건하지못했는데, 21세기자동차시장에서는금융이경쟁력의중요한부분을차지한다. 넷째, 세계나머지부분에서의수익성강화. 지엠은유럽, 아프리카, 러시아, 호주, - 0 -
아시아에서구조조정을하며수익성개선이안되는사업장을과감하게폐쇄했다. 오펠이매각됐고, 호주, 러시아, 남아공, 인도공장은폐쇄됐다. 다섯째, 미래형자동차. 지엠은전기차 (BEV) 와자율주행차 (AV) 가미래경쟁력의핵심이라고판단하고투자를이부분에집중하고있다. 다수의전기차모델개발계획을밝혔고, 세계최초로공장에서양산된자율주행차를테스트중에있다. 한국공장의문제는여기서네번째과제와연관이있다. 지엠은 2017년부터기타지역수익성개선프로그램핵심으로한국을지목했다. 지엠은보고서에 2019년까지지엠인터내셔날 (GMI) 이흑자전환하지않으면과감한결정 (Bold Decision) 를취할것이라고써놓았는데, 여기서지엠인터내셔날은한국을의미하고, 과감한결정이란유럽, 러시아, 호주, 남아공과같은결정을말하는것으로철수를의미한다. 2) 한국지엠의역사적딜레마 그렇다면지엠본사는왜한국지엠을내치고있을까? 현상황을이해하려면지엠을 역사적으로볼필요가있다. - 1 -
지난 100년간지엠은 120여개의공장을짓거나합병했다. 1910~40년대에는관세회피목적으로조립공장 (CKD) 을유럽, 남미에건설했고, 1950~70년대는아시아와남미의신흥국에공장을건설했다. 한국에지엠이처음들어온것도이때다. 하지만 198 0년대부터는세계적불황과국제경쟁때문에세계공장들을구조조정하기시작했다. 1 990년대후반부터는아예제조보다금융에주력하며, 기업사냥과부동산투기에나서기도했다. 그러다 2009년에는세계금융위기와중에파산까지했다. 지엠이 1980년대이래우여곡절을겪으며세계적으로폐쇄한공장이 90여개에이른다. 한국지엠은지엠역사에서매우이질적공장이다. 지엠은제조에가장관심이없었던시기에대우차를인수했다. 지엠은주로판매처에생산기지를두는데, 한국지엠은이례적으로수출전용생산기지로운영됐다. 역설적이지만지엠본사가제조에관심이없었기때문에생산능력이뛰어났던대우차공장이오히려값어치가상대적으로컸던것이었다. 하지만지엠의금융화전략이파탄나고, 2010년부터다시제조중심기업으로되돌아오면서한국지엠의역할이조정됐다. 지엠은 2010년부터한국에서생산하던차종들을현지화하거나북미공장으로가져갔다. 또한플랫폼을통합하며한국지엠의독자모델들도없앴다. 3) 한국지엠재무위기의성격 3) 한국GM의적자구조부터살펴보자. 지난 5년간한국GM의누적적자는약 2조원에달한다. 누적적자가커서 2017년상반기에는쌓아놓은자본을모두소진했다. 자본잠식상태다. 적자규모만보면회사에큰문제가있는것처럼보인다. 그런데이적자내역을자세히뜯어보면이야기가달라진다. 적자대부분이지엠본사와관계된비용에서발생하기때문이다. 먼저한국지엠은 2016년본사에 1천3백억원의차입금이자를납부했다. 지난 5년간이자지급누적액은 5천억원에달한다. 현대기아차는물론이거니와르노삼성, 쌍용차같은외국인투자자동차기업들도이렇게본사에거액을이자로지급하는사례가없다. 더군다나계열사간거래임에도이자율이 4.8~5.3% 로높다. 쌍용차가시중은행에납부하는이자 3~4% 보다도높다. - 2 -
본사에대한차입금과이자지급액이급증한시기는본사가쉐보레브랜드의유럽시장철수를결정한 2013년부터다. 쉐보레철수로한국GM의유럽자산에엄청난손상이발생했고, 생산량에도큰타격이있었다. 한국GM의유럽시장철수비용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천7백억원에달한다. 본사에서차입금이증가한것은한국GM의이런경영조건과관계가깊다. 결국본사의쉐보레유럽철수결정으로한국지엠은직접적자산손실과함께본사에고리로이자까지납부하는상황에이른것이다. 보통은본사영업결정으로계열사가크게손해를보면이를회복해주기위한지원이이뤄지지만, 한국GM의경우지원은커녕오히려본사에더많은비용을지불하게된셈이다. 한국GM이다른자동차기업과달리추가로지불하는비용은이것만이아니다. 기술개발및구매용역비용과업무대행료로본사에지불한액수도 5년간 5천억원에이른다. 한국GM은글로벌 GM의중 소형차생산과개발을맡고있다. 본사가기술및인력지원대가로지급하는액수가한국GM이부담해야하는비용보다많아야정상이지만, 지난몇년간상황은반대였다. 이렇게지난 5년간한국GM이본사에지급한이자비용, 인건비, 업무지원비가 1조원이고, 본사영업결정으로입은손실이 4천7백억원이다. 5년간누적적자액 2조원중거의 4분의 3이한국GM과는그다지큰관계가없이발생한적자란의미다. 만약이적자가없었다면한국GM은연 1천억원정도적자를본셈이었고, 이는군산공장정상화나아주약간의수출가격조정으로도쉽게흑자로바꿀수있는수준이다. 연구개발비분담부분도따져볼것이많다. 한국 GM 은글로벌 GM 의수많은개발, 디자인을담당하고있지만정작그만큼보상은받지못하고있는것으로보이기때문이 다. 아래표를보자. 같은외투기업인르노삼성과한국 GM 의기술관련지출과본사로부 - 3 -
터의수입을비교한것이다. 르노삼성은지난 5년간연구개발비로 7천2백억원을썼고, 르노본사로부터그대가로 8천억원을받았다. 본사가르노삼성의연구개발에대해정당한대가를치렀다고볼수있다. 하지만한국GM의경우이와는반대다. 한국GM은 5년간 3조원의연구개발비를쓰고도, 본사로부터받은대가는 5천억원에불과했다. 한국GM의연구개발모두는 GM과관계하는것인데, 2조5천억원은말그대로순전히한국GM의비용으로만처리된것이다. 만약한국GM이지난 5년간이금액만르노삼성처럼제대로보전받았어도경영적자는아예이야기도나오지않았을것이다. < 한국 GM 의기술개발지출과수입비교 > 자료 : 각사감사보고서각년도 - 4 -
2. 지엠의자본철수 협박사례와시사점 지엠은세계에서가장악명높은공장폐쇄전문가다. 지엠이지난 100년간세계곳곳에서폐쇄한공장이자그마치 90여개에이를정도다. 특히 2008~09년본사파산과구제금융이후공장폐쇄가급증했다. 우리는 2009년이후공장폐쇄협박을겪은스웨덴의사브 (Saab), 독일의오펠 (OP EL), 캐나다지엠 (GM Canada) 세사례를살펴보려한다. 위세계열사는모두오랜역사와높은기술력을갖췄다는점에서한국이반면교사로살펴볼만하다. 지엠본사로부터공장폐쇄를겪은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인도등의사례는최근언론에자주소개되기는하지만아무래도공장규모나기술력, 역사에서는한국과차이가있다. 1) 스웨덴사브자동차 사브 (Saab) 는 1945년에설립된스웨덴의대표적자동차회사다. 1989년사브그룹이자동차사업을사브자동차로분사할때지엠이 50% 의지분을인수했고, 2000년에나머지지분을인수해계열사로편입시켰다. 4) 하지만사브자동차는지엠본사파산으로 2009년에매각이결정됐다. 매각결정직후베이징자동차 (BAIC) 가노르웨이투자회사와함께지적재산권과생산설비인수를시도했으나지엠의거부로무산됐다. 브랜드청산이거론되는와중에 2010년네덜란드스포츠카회사인스파이커 (Spyker) 가생산설비를인수했고, 지엠은파워트레인부품공급과브랜드사용권을약속했다. 하지만자동차판매가원활하게이뤄지지않아스파이커의현금이금방바닥나면서, 2011년 4월에 1년도제대로운영되지못하고사브자동차는다시파산보호를신청하게됐다. 중국의몇몇기업이합작해사브자동차인수를시도했지만, 지엠이사브자동차가중국기업에인수될경우브랜드와사브기술을사용하지못하도록하겠다고밝혀, 중국기업의인수시도는다시무산됐다. 혼란속에서스웨덴파산보호청은 2012년 6월사브자동차를 NEVS(National Elect ric Vehicle Sweden) 라는기업에매각했다. NEVS는이름과달리스웨덴국영기업이아니라중국계스웨덴사업가가중국기업들의투자로만든회사였다. 지엠은사브자동 - 5 -
차의신형모델을사용할수없도록했고, 예전사브자동차와그리핀로고를함께사용하던스웨덴스카니아 (Scania) 도 NEVS가로고를사용할수없도록했다. 2013년 NEVS는결국그리핀로고가없는사브브랜드와사브자동차의신형플랫폼이아닌구형플랫폼을이용해중국에서전기차를생산하겠다고밝혔다. 2013년 8월스웨덴트롤헤탄 (Trollhättan) 공장이재가동됐으나, NEVS가현금유동성위기에빠져 2년만에사브자동차는다시파산상태가되고말았다. 2016년 NEVS는스웨덴공장을포기하고, 중국에전기차공장을짓기시작했으며, 사브자동차의구형플랫폼권리만가지고사브브랜드사용권도포기했다. 결국서브자동차는 2017년사실상역사에서완전히사라져버렸다. 시사점 사브자동차사례에서볼수있듯지엠은중국에자신의지적재산권이넘어가는것을극도로경계한다. 지엠의가장중요한판매처가북미다음으로중국이기때문이다. 지엠은중국상하이차 (SAIC) 와조인트벤처를만들어중국에서시장점유율 1~2위를기록하고있다. 만약지엠의브랜드나자동차가중국에서다른중국기업에의해판매된다면, 지엠으로서는곤란한상태가될수밖에없다. 한국지엠은현재어떤지적재산권이나상표권도가지고있지않다. 한국지엠이생산중인차들은플랫폼부터디자인까지모두본사가소유하고있다. 따라서만약지엠이한국에서철수하게되면, 새로운인수자선정에매우어려움을겪을수밖에없다. 사브자동차사례에서볼수있듯기술유출우려가있는신흥국기업들은물리적설비밖에인수할수없을것이다. 이런곤란은산업은행이한국지엠을인수한다고해도해결되지않는다. 상표권, 플랫폼사용, 핵심부품의공급, 판매지에이르기까지매우불리한협상을할수밖에없을것이다. 2) 유럽오펠 오펠 (OPEL) 은 1862 년에독일에서설립된자동차기업으로대공황직전인 1929 년 - 6 -
에지엠에인수됐다. 독일, 영국, 스페인, 폴란드, 세르비아, 헝가리에 10개공장을운영하고있으며, 영국에서는복스홀 (Vauxhaul), 미국에서는뷰익 (Buick) 브랜드로판매중이다. 5) 80년넘게지엠의계열사로있었던오펠은지엠에서기술적으로도핵심적역할을해왔는데, 우리나라에서생산또는판매중인크루즈, 올란도, 말리부, 볼트 ( 수입 ), 에퀴녹스 ( 수입 ), 엠팔라 ( 수입 ) 등이모두오펠이개발한플랫폼을기반으로하고있다. 하지만오펠은지엠이파산하면서, 함께위기에처했다. 2천년대내내적자를기록해본사지원이없으면파산을면하기어려운처지였다. 이에 2009년독일정부는 15 억유로 ( 약 2조원 ) 규모구제금융을조성해오펠을지원하려했다. 그리고독일정부는지엠이구제금융을대가로오펠을매각하기를원했는데, 당시캐나다부품사인매그나 (Magna) 와러시아펀드의콘소시엄이매우적극적으로오펠인수를원하고있었다. 하지만지엠은독일정부의이런요구를거부했다. 지엠은러시아펀드가참여할경우지적재산권이유출될것을심각하게우려했다. 앞서봤듯지엠의플랫폼상당수가오펠에서개발된것이기때문이다. 매각협상을무산시킨지엠은 2010년초에 110억유로 ( 약 15조원 ) 를투자하겠다고밝히며, 오펠공장이있는정부들에 23억 ( 약 3조원 ) 유로를지원해달라고요청했다. 지엠은자금지원요청이전 2009년말에벨기에안트베르펜공장을폐쇄하며, 정부들에게지원금이없으면공장이실제폐쇄될것이라고협박했다. 지엠은각국의지원금을고용비중대로할당하기까지했는데, 스페인에 3억유로, 영국에 3억유로, 나머지는독일이책임져달라고요청했다. 그런데공장폐쇄를우려한스페인과영국은곧바로지원계획발표했지만독일은그렇지않았다. 당시메르켈정부는지엠이매각협상을엉망으로만든것을비난하면서, 지엠의투자계획에대해서도신뢰하지않았다. 결국지엠은 2010년 5월독일과협상종결을선언하고독자생존선언했다. 그리고 2012년말독일보쿰 (Bochum) 공장을폐쇄를비롯해, 독일전공장에구조조정계획을발표했다. 독일에서자동차공장의폐쇄는 2차세계대전이후처음이었다. 한편, 지엠은그해프랑스자동차기업인푸조시트로앵 (PSA) 지분 7% 를인수하며전략적제휴를체결하기도했는데, 플랫폼을공유해부품구매비를절감하겠다는것이이유였다. 하지만이계획은 1년만에철회되었다. 지엠의갖가지구조조정에도불구하고오펠은흑자전환에실패했다. 오펠은 1990 년대까지지엠의캐시카우라불릴정도로수익성이좋았으나 2천년대이후부터는 17년간적자상태를벗어나지못했다. 지엠은결국 2017년 3월, 오펠을푸조시트로앵에매 - 7 -
각했다. 2013 년말취임한메리바라회장의핵심구조조정이바로오펠매각이었다. 시사점 오펠구조조정과매각과정은현재한국지엠과매우유사하다. 정부지원요청전에본보기로공장을폐쇄 ( 벨기에공장, 군산공장 ) 하는것이나, 투자또는물량계획 (110억유로투자계획, 20~30만대신차투입계획 ) 과연계해정부지원을요청하는것에서나 2 009~10년오펠을꼭빼닮았다. 하지만결국오펠이적자상태로매각된것에서볼수있듯, 지엠의기업회생구조조정은그다지신뢰성이없는것이다. 투자계획역시독일정부가우려했던것처럼실제집행되지않았다. 지엠은 2010~17년까지오펠을빈사상태로만들어푸조시트로앵에넘겼다. 지엠은한국지엠에대해서도 2013년부터구조조정과투자계획을반복적으로밝혔지만, 어느것하나제대로된것이없다. 예로지엠은 2013년한국에 8조원투자계획을밝혔지만, 이는흐지부지되었다. 이런상태가이어진다면, 결국한국지엠역시오펠처럼회생보다는매각에더무게가실릴것이다. 3) 캐나다지엠 지엠캐나다는지엠이가장먼저건설한해외공장중하나다. 1918년에설립됐다. 현재온타리오에 2개완성차공장과 1개파워트레인공장이있다. 지엠캐나다는별도법인이긴하지만오랫동안미국공장의하나로운영됐다. 예로오샤와 (Oshawa) 조립공장은미국북부의공장들과연계해최종조립공정을담당한다. 지엠캐나다는 2009년지엠본사파산과함께경영위기에처했다. 지엠은캐나다정부지원을압박하면서 2008년말에오샤와의트럭공장을먼저폐쇄했다. 그리고캐나다정부는 2009년미국정부와같은방식으로구제금융프로그램을가동해총 108 억캐나다달러 ( 약 8조원 ) 를지엠캐나다에출자했다. 2010년이후지엠캐나다는북미경제의회복으로재무위기를어느정도벗어났지 - 8 -
만 2016년부터지엠은다시정부와노조를압박하기시작했다. 지엠은멕시코와의비용경쟁력을거론하며오샤와공장의라인일부를폐쇄하고 2017년이후생산물량을배정하지않았다. 공장철수를암시하며다시노조의양보와정부의지원을압박하기시작한것이었다. 결국지엠의협박속에노조는임금, 연금등단체협약의여러부분을양보했고, 정부는지원을약속했다. 하지만 2017년에지엠캐나다는다시사단이났다. 지엠이카미 (CAMI) 공장에서생산하던에퀴녹스를멕시코로이전하려고시도했기때문이다. 노동조합이 20여일전면파업을벌인후에물량이전을하지않겠다는노사잠정합의가체결됐다. 현재는북미에서픽업트럭과 SUV 판매량이호조를보이고있어캐나다에서기존제품에더해픽업트럭까지생산이계획되고있지만, 트럼프정부의북미자유협정개정압력과북미판매량변화에따라이전과같은공장철수협박이다시나올가능성도여전히있다. 시사점 지엠은캐나다사례에서도볼수있듯지원을받은후에도철수협박을그치지않는다. 그리고협상과정에서도정면충돌은피하며다양한방식으로노조와정부의진을빼놓는전략에매우능숙하다. 지엠의전략은한국에서도같다. 예로지엠은한국에서 20 12년노조의최장기파업이후미래발전전략을합의했지만, 바로그다음해군산공장에서생산될것으로약속됐던차세대크루즈를멕시코로이전했다. 군산공장폐쇄이후 2018년에벌어지는한국정부, 노조와협상도비슷할것이다. 지엠은협상과정에서나타결후에나, 끊임없이생산물량배정과투자를인질로정부와노조를압박할것이다. - 9 -
3. 전망 1) 지엠요구에대한분석 지엠이한국정부와노조에요구하는것은크게세가지다. 첫째, 출자와투자참여방식으로정부가자금을지원할것, 둘째, 본사차입금만기연장시한국지엠자산에대한본사의담보설정에산업은행이동의할것, 셋째, 노조가임금및복지에상당한양보를할것. 지엠의요구를분석해보자. 정부의자금지원 일자리문제와지자체선거를앞둔한국정치상황을감안하면정부가지엠요구를아예거부하기는어려울것으로보인다. 정부는先실사後자금지원을기조로지엠과협상하고있다고하지만, 지엠이실제자본철수절차에들어갈경우에대해정부는준비가되어있지않다. 결국어떤식으로든타협할가능성이크다. 이런점에서정부가요구하는실사는정부지원을정당화하기위한면피용으로이용될가능성이다분하다. 보도에따르면지엠과산업은행은삼일회계를선정해한국지엠실사를맡길것이라고하는데, 현재한국지엠의문제점은회계의불법성이아니다. 연구개발비용의과도한분담이나, 이전가격수출은본사와한국지엠의불공정한거래일수는있으나이것이법적문제가되는분식회계는아니다. 만약회계법인이법적기준이나국제관행을기준으로실사에나서면, 결국한국지엠경영에큰문제는없다고결론날가능성이크다. 그리고정부는그실사결과를근거로지원을단행할것이다. 실사를담당한회계법인은확인한내용을감사의비밀보장원칙에근거해외부에공개하지않을것이다. 정부의자금지원방식과규모는아직까지정확하게밝혀진바가없다. 다만언론보도로유추하면규모는대략 5천억에서 1조원이될것이고, 방식은산업은행의유상증자참여나설비투자대출이될것으로보인다. 그런데산업은행이유상증자참여할경우이전과같이자산매각및합병을거부할권리를가질수있을지가관건이다. 만약산업은행이이런거부권없이증자에참여할 - 10 -
경우, 소수주주로서산업은행이지엠을견제할방법이없다. 대주주지엠이차입금을출자전환방식으로증자에투입한다고하더라도, 지엠은신규자금을얼마든지본사거래로빼내갈수있다. 설비투자대출방식일경우담보설정이나본사지급보증이가능할지, 설비투자금이간접적방식으로본사차입금상환에사용되는것을막을수있을지가관건이다. 그런데담보설정의경우지엠본사가기존차입금에담보를설정하자고요구하고있어, 산업은행이이를무시하고자신의대출만담보로요구할수있는상황이아니며, 지급보증역시지금까지의글로벌지엠사업관행과달라지엠이이를수용하지않을것이다. 더군다나설비투자용도로차입금을묶어두어도산업은행이경영에관여를할수없어경영진이마음먹고현금흐름을미국으로돌리면현실적으로제어할방법이없다. 만기가연장되는차입금에대한담보설정 지엠이요구하는두번째는차입금만기연장대가로부평공장에담보를설정할수있도록해달라는것이다. 한국지엠은 2016년말까지지엠본사로부터 3조원을차입했는데, 언론보도에따르면 4천억원을올해초에상환했다고하니, 현재까지 2.6조원이상이남아있을것으로보인다. 지엠이요구하는담보는올 2월말만기가도래하는약 7 천억원의차입금에대한것이다. 지금까지지엠은차입금담보를주로매출채권으로잡았다. 2016년말상황으로보면, 지엠은한국지엠의매출채권 1.2조원과한국지엠이담보로받은베네수엘라지엠등의현금 3천억원을담보로제공받았다. 지엠이지금까지담보로잡은것은지엠내부의계열사간거래대금으로, 넓게보면글로벌지엠내부의현금자산이다. 이것들은담보라말하긴하지만사실누가가지고있건간에글로벌지엠내부의현금이다. 그런데지엠이새롭게요구하는담보는이전과달리한국에서현금화시킬수있는자산이다. 아마도지엠은부평공장과수도권정비소토지들을담보로잡으려할것인데, 이부지는공시지가로만 1조 3천억원에이른다. 당연히실거래가는이보다몇배크다. 지엠이한국에서철수하면서현금을빼가려면이보다더좋은선택이없다. 물론산업은행이이에강력하게반대하고있어담보설정이쉽지는않을전망이다. 담보를설정하려면주주총회에서 85% 이상의동의를얻어야하는데, 산업은행지분이 1 7% 라, 산업은행동의없이는담보설정이불가능하다. - 11 -
그래서 3월이후지엠은산업은행을압박하기위해한국지엠의현금유동성위기를아주심각하게만들가능성이있다. 한국지엠은보통연말연초현금이 2~5천억원정도에불과한데, 연초상환했다는 4천억원에, 2월말만기도래하는차입금일부만상환해도현금이사실상바닥난다. 이경우 3월임금체불까지도예상된다. 지엠은산업은행탓에현금유동성위기가왔다고주장할것이다. 노동조합의임금및단체협약양보 지엠이정부지원과함께강조하는것은노동조합의양보다. 한국지엠이고비용-저효율공장이기때문에수익성을되찾기위해서는반드시노조가임금삭감에동의를해야한다고압박중이다. 2018년임금동결, 2017년임투타결금지급연기, 복지축소, 희망퇴직실시등을노조에요구하고있는것으로알려져있다. 하지만앞서봤듯한국지엠적자의원인은본사가생산물량을배정하지않아발생한가동률저하, 과도한연구개발비분담, 본사에대한저가수출이핵심원인이다. 연 6천억원의적자대부분이본사정책에의해발생했다. 따라서본사정책전환없이는흑자전환도어렵다. 연 1조5천억정도인인건비는 10% 를줄여도 1천5백억원, 심지어 20% 를줄여도적자의절반밖에되지않는다. 더군다나구조조정으로생산비용을낮춰도본사가신차배정을이유로한국의연구개발비분담을높이거나, 신차의수출단가를턱없이낮추면한국지엠적자는천문학적으로다시커진다. 지엠은캐나다사례에서도봤듯반드시노조양보를관철시키려할것이다. 지엠은노조와정면충돌하지는않지만노조가뜻에따르지않으면후에반드시여러보복조치를취한다. 2) 몇가지시나리오 흑자전환여부는한국지엠의노력이아니라본사의정책결정에따라좌우된다. 따 라서지엠은정부가지원금주고노조가더희생하면조금더공장가동하겠지만, 지원 금과노조양보가끝나면그때부터얼마든지사업을정리할수있다. - 12 -
물론지엠이만약한국철수를결정하더라도당장전공장이문을닫지는않을것이다. 최근오펠을매각한지엠은중 소형차경쟁력이이전보다많이떨어져있다. 한국의중 소형차생산능력과개발 디자인능력은지엠에게앞으로몇년간중요할수밖에없다. 지엠이소형차 1~2종을한국에배치하겠다는것도이정도맥락이라하겠다. 하지만이것도길어야 3~5년정도다. 지엠은 2020년까지픽업트럭,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등수익성이높은대형차와전기차 자율주행차같은미래형자동차에전사적역량을집중하는구조조정을핵심사업계획으로가지고있다. 이계획에는한국의자리가보이지않는다. 지엠이대우차를인수했을당시지엠의전략은소형차부터픽업트럭까지모든차종을연 1천만대생산하는 공룡 이되는것이었고, 한국은이런전략에따라중소형차생산기지역할을맡아지엠총생산량의 20% 를책임지기도했다. 하지만, 2009년파산이후 2013년부터지엠은전략을완전히바꿨다. 수익성과미래기술중심으로사업전반을조정했고, 이때부터한국지엠은차세대크루즈생산이취소되는등어려움을겪기시작했다. 이런가운데일부는 먹튀 지엠을떠나보내자고주장하고있기도하다. 하지만이런주장은속시원할수는있어도현실적정책이되기는어려워보인다. 현재한국지엠이어떤지적재산권도가지고있지않기때문이다. 따라서누가한국지엠을인수하든, 지엠이철수하고나면한국지엠은시장경쟁력을가지기어렵다. 한국지엠을아예청산하자는과격한주장도나온다. 하지지만, 이또한현실과는거리가먼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자동차공장의완전청산은유례없는일로사회적으로감당하기힘든고용불안을야기할수있다. 지금까지한국자동차공장들은우여곡절을겪으면서도단한차례도폐쇄된적은없었다. 아시아차광주공장, 삼성차부산공장, 쌍용차평택공장, 대우차부평 / 창원 / 군산공장, 기아차화성 / 소하리 / 광주공장등등수많은공장들이어려움을겪었지만어떻게든인수되어재가동되었다. 일부에서는한국지엠을정부가인수해미래형자동차개발과생산을위한국유기업으로키우자는제안도한다. 하지만, 이런제안은 90만대생산능력과 30만명의고용이걸린기업을대상으로한대안치고는지나치게이상적이다. 이런시도를한다고알려진호주는자동차전후방산업이그다지발전하지않았고, 지엠이철수한공장도작은규모다. 호주식해법은일부공장에대한해법이될수는있겠지만, 현재한국지엠에대한해법은되기어려워보인다. 한편, 막바지에협상이몰리면한국지엠이 3대주주인상하이차가갑자기구원투수 - 13 -
로등장할가능성도배제할수없다. 상하이차-지엠은 GEM으로불리는신흥시장용독자모델을개발중인데, 여러어려움을겪고있는것으로알려져있다. 2020년런칭을앞두고한국지엠이상하이차에요긴하게쓰일수있다. 이미현재도한국지엠은여러경로로상하이지엠을지원하고있기도하다. 지엠역시중국의전략적파트너인상하이차와는이해관계충돌이없다. - 14 -
4. 결론 한국지엠의중장기적대안을준비하기위해서는어쩔수없이단기적으로는 GM과타협이불가피한것으로보인다. 산업은행은지원금조건으로 흑자전환방안등경영개선대책및장기발전계획수립 분기실적 손실분석등재무실적공개 차입금금리인하와본사관리비용분담금면제등수지개선조치 제출거부중인장기경영계획제출및산업은행과협의 재무구조악화에따른개선조치 물량확대등한국 GM역할확대를위한 GM본사의협력방안제시 주주감사업무수행의실질화방안제시및확약 주주와의신뢰관계회복방안제시등을제시했다. 6) 만약산업은행요구대로한국지엠에서지엠본사로빠지는비용이줄어들고, 5천억 ~1조원규모로현금지원이이뤄지면한국지엠은몇년더운영이가능하다. 하지만, 주의할것은이것이절대장기적지속가능성을보장하는것은아니란사실이다. 우선, 지엠의사업계획에는한국지엠의자리가없는데, 정부가장기전망을요구한다고그것이갑자기나올리없어서다. 다음으로, 지엠은그다지신뢰할만한협상상대가아니기때문이다. 지엠은 2013년에도한국에 8조원투자와장기발전을약속했었다. 하지만투자는고사하고한국지엠은빈털터리가되었다. 정부가급한불부터끄고보자는식으로지원을한다면, 협상은하나마나한말들로채워질것이다. 정부나, 한국지엠의노동자나이번지원이장기적대안을위한시간벌기정도라고생각해야후일을기약할수있다. 따라서지엠이몇년내철수할것을염두에두고한국지엠의미래를고민하는것이필요하다. 지엠을통한수출을기대할수없는이상고용친화적인구조개혁으로현 90만대생산능력을조정해야하고, 노동시간단축을통한일자리나누기나다양한사회적안전망도갖춰야한다. 또한전기차 / 자율주행차같은미래형자동차개발이필요할것인데, 정부지원기간에지엠본사지원을이끌어내고, 한국지엠내부에지적재산권이남을수있도록규제하는것도필요하다. 짧은기간노조, 정부, 시민사회가위기를기회로만들최대한의노력을기울여야한다. 물론이런구상이실현되려면노동조합의자기혁신과포부가있어야할것이다. 정부가한국지엠을지원하는것이미국지엠만살찌우는것이아니려면, 미래를준비할수있는주체를기업내부에서키워야한다. 앞으로몇년간시간을벌면서정부지원금이 - 15 -
한국지엠의미래를위한투자금이되도록만들고, 지엠을견제하면서스스로의포스트- 지엠전략을찾아낼주체말이다. 한국지엠에는사무직과생산직이함께노동조합을구성하고있어내부경영감시의잠재력이있다. 노조가맘만먹으면내부에서상당히많은일들을할수있다. 물론현재의한국지엠노동조합은지난수년간위기가눈앞에서진행중인데도실리적임단협에만집중했었다. 또몇년전에는취업비리에도연루되는등그다지사회적신뢰를얻지못하고있다. 하지만그럼에도현재정부지원금을지엠으로부터지켜낼수있는주체는기업내부의감시자역할을할수있는노동조합뿐이다. 1) General Motors, Annual Report, 2012. 2) General Motors to Host an Investor Event, November 30, 2017. http://www.gm.com 3) 한국지엠지부사무지회, 한국지엠위기의원인과해법, 2017. 5~12 쪽 4)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aab_automobile 5)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opel 6)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2/22/0200000000akr20180222105000003.html -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