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연구제 16 권제 1 호 2016.3 다문화와자유주의 오재호 요약 이글의목적은자유주의가태동하고발전한역사를토대로다문화주의와한국의민족주의를비판적으로검토하는것이다. 자유주의는개인의자유에서출발한다는점에서개인주의를전제한다. 개인주의는이기주의와함께비난의대상으로오해를받기도하였지만이는개인의자유와평등이라는강력한인도주의적강령을제압하기위한전체주의의기획이었다. 개인주의의본질은다른사람의권력에서벗어나개인이스스로의목적을결정하고추구하는진정한주체여야한다는것이다. 킴리카는소수집단에게차별적권리를부여하여자유주의적가치를증진해야한다고주장하는반면평등주의적자유주의자인배리는국가와소수민족이개인의자유와기본적인권에초점을둔보편주의에의해서화해될수있다고주장한다. 킴리카는소수집단의권리를보호하는것이민주주의원리에부합할뿐만아니라보다큰자유와양립한다고주장하지만, 배리는특수한권리를보장하는것은어디까지나보편적권리의틀안에서기본적인권을보장하는방식으로이루어져야한다고대응한다. 한국에서다문화를인정하고사회갈등을줄여나가기위해서는보편적이념으로서자유주의를이해하고내재화하는노력이필요하다. 보편적인권이다문화주의보다우선적으로다루어져야하는이유는문화적폭력의부당함을근본적으로개선해야하기때문이다. 개인의자유와권리를존중하는것은우리스스로를보호하기위한원칙에합의하는것이다. 주제어 : 자유주의, 다문화주의, 민족주의 Ⅰ. 서론 20세기말까지만해도한국은아이슬란드와함께단일민족집단으로규정되는마지막국가였다. 한국은 2000년대에들어서면서급증하는외국인이민자를위하여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다문화가족지원법을시행하는등다문화시대의사회통합을위하여노력하였다. 이런노력에도불구하고한국에서는외국인에대한차별이줄어들지않고있으며심지어혐오하는태도가폭넓게상존한다. 한국을비롯해자유민주주의를표방하는서구국가들이성공적인다문화주의정책모델을제시하지못하는것을놓고다문화사회의짧은역사와자유주의의한계를이유로들기도한다. 다문화사회로전환하기시작한초기국가들이 19세기부터등장하였다고볼때기존전통과관습에새로운소수문화가자연스럽게융화되기에는시간적으로충분치않았던것이사실이다. 그 - 1 -
오재호 러나다문화주의의실패요인으로서자유주의의내적모순을지적하는것은성급하다. 자유는서로다른문화를받아들이기위하여기본적으로요구되는가치이므로자유를가치우선순위에서배제하고다문화주의를지향하기는어렵다. 이글에서는다문화사회를위한건전한이념으로서자유주의를제안하고, 한국의민족주의를비판적으로검토하고있다. Ⅱ. 자유주의를위한개인주의 자유주의는개인의자유에서출발한다는점에서개인주의를전제한다. 소규모도시국가였던기원전 4000년부터헬레니즘시대가시작되는기원전 334년전까지공동체에서개인은큰관심사는아니었다. 소규모사회에서는공동체의존속을위하여구성원들이서로에게의존해야했으므로개인의독자성을내세우기어려웠다. 개인이진지하게스스로를자각하게된시기는대략 5세기즈음으로추정된다. 최초의휴머니즘이태동하기시작한이시기에인류는자연을관찰하는것만으로는사람과사람사이의관계를지배하는원리를발견하기어렵다는것을알게되었다. 사태를바라보는방식이저마다다르기때문에 어떤한의견도다른의견보다옳을수없고단지좀더나을수있다 는상대주의가등장하기도하였다. 플라톤의대화편에등장하는소피스트 1) 는대표적인초기의상대주의자로서모든도덕과법들이상대적으로만유효하다고주장한것으로잘알려져있다. 즉도덕과법은그것을만든인간사회와결합되어있고, 단지사회가그들을좋은것으로인정할때에만유지된다는것이다 (Zeller, 1991: 122). 당시의정치인이라고할수있는입법가들은델포이신전에서지혜를구하는것이관습이었다. 경제적으로큰어려움이없었고, 전통과관습을중심으로공동체의식이강하게형성되었던도시국가에서는모든것이인간과신의문제로귀착하였다. 이와같은초기정치양식은상대주의로인해위협을받기시작하였는데, 그배경에는서로다른공동체들간잦은접촉과입법단체들의급격한증가라는현실적변화가있었다. 도시공동체의질서는대규모전쟁을몇차례치르면서사람들간의갈등을비롯한현실문제를처리해야했고, 단일한법과관습으로다양한집단을통합하기어려워졌다. 이런사회적분위기에서인류초기의지배적사상이었던전체주의 (holism) 2) 는부족공동체에서개인을집단에종속시키는데유용하였다. 포퍼는플라톤의전통에서정의 (justice) 란엄격한계급구분과계급지배를유지함으로써모든변화를억제하는것으로보았다 (Popper, 1963: 132). 플라톤의정의는국가의통합과안정을명분으로내세우는전체주의를정당화하고있다. 전체주의는다양한단위의공동체로분화한오늘날까지그이름과형태, 정도를달리하여남 1) 소피스트는논리적인오류를범하거나사소한문제들을따지는부류들로기록되기도하지만이는다분히플라톤의전통에서왜곡된것이다. 비록학문의가능성에대하여회의적이었고기존의권위를흔들어혼란을일으키기는했지만, 인간과사회에대한관심을바탕으로새로운교육의기초를확립하였다는점은소피스트들의공적으로평가될만하다. 2) 전체는부분의총합으로설명될수없으며각부분의상호의존과결합양식으로부분을통제한다. 여기에서개인은국가의불완전한복사품에불과하다. - 2 -
다문화와자유주의 아있다. 전체주의는오늘날국가들의정치적양식에서그예를찾아보기어려울만큼전면에드러나지는않지만민족과인종을단위로여전히파편화하여뿌리깊게잔재한다. 특히전체주의는권력을독점하는국가관료제나여론을통제하는매스미디어의독점과같이산업사회의특징적요소와결합하여활성화하기도한다. 개인을사회의실체로인정하려는경향은헬레니즘과중세시대에간헐적으로나타나긴했지만 자유로운개인 이본격적으로대두한것은종교개혁과르네상스시대의말기에이르러서이다. 근대시민사회는교회의질서원리에서벗어나세속적이고상업적인사회로진입하는시기를일컫는다. 중세서구사회는신의섭리에따라서국가가구성되는사회로서넓게는 500년에서 1500년까지를일컫는다. 15세기말부터유럽의상업과해운이발전하면서국가간패권다툼이잦았고이를배경으로기존의봉건사회는세속적이고상업적인사회로서의근대시민사회를형성하게된다. 사람들은자신들이자유라고여겼던것이사실상권력에복종한대가로주어지는특권이나면제에불과하다는점을깨달으면서본래적인자유와권리에대한관념이생겨났다. 즉근대시민정신은지난 1000년의관습법을대신하여인간으로서자연적으로갖는자유 (natural liberty) 의관념을확립하면서탄생하였다. 자연적자유의관념은세상의모든생물이일체의억압에대하여스스로를보존하는것은자연의근본원리이며이성의원리임을주지시킨다. 그런의미에서근대시민사회는인간스스로의자연적자유를자각하는계몽된사회로평가할만하다. 영국의시민사회를형성하는결정적인계기는청교도혁명 3) 이었다. 영국의혁명은시민사회의기초원리를제공한홉스 (Thomas Hobbes) 에의해정당화된다. 홉스의자연법은이전까지절대권력을정당화하였던보편적이법을부정하고개인의생명과재산보호를앞세운사상사의일대전환이었다. 이시기에개인은특정공동체의구성원이라는전통적틀에서벗어나독자적인영역을점유하는사회적단위이자실체로서거듭나게된다. 새로운자연법은평등한개인들이서로의권리를보편적가치로인정함으로써다른사람의권리를서로침해하지말아야한다는내용을담고있다. 이처럼근대사회는공동체와의연계를단절한후자유롭고평등한개인으로부터재구성되었다. 공동체의질서를유지하는원리로작동했던절대권력은개인의권리를찾아가는과정을거치면서시민사회의질서를유지하는데필요한국가 4) 로변모했다. 개인이사회의중심이되면서자유는개인에게무엇보다중요한가치가되었다. 오늘날의다문화사회에서개인주의는공동체구성원을어떻게인식해야하는가에대한답변을찾는단초가된다. 그러기위해서먼저개인주의를둘러싼오해를바로잡아야한다. 개인주의에대한대표적공격방법은개인주의를이기주의와함께묶어비난하는것이다. 포퍼 3) 청교도혁명은 1649 에영국의청교도를중심으로일어난최초의시민혁명이다. 찰스 1 세와의회가스코틀랜드와주교전쟁자금마련을둘러싸고갈등이일자의회는의회승인을강조하는권리청원을제출하였고왕은의회를해산시켰다. 이후크롬웰이이끈의회군이승리하여공화정을수립하고찰스 1 세가처형된다. 4) 홉스의리바이어던 (Leviathan, 1651) 에서말하는국가는모든개인의권리일부를양도하여만들어진계약의산물이라는점에서중세의절대권력과근본적으로다르다. 즉개인이자기보존을위한수단을궁극적으로심판하는주체이기때문에홉스의근대국가는어디까지나개인을보호하기위한수단으로서만그가치를인정받는다. - 3 -
오재호 는오래전플라톤이전체주의를옹호하기위하여개인주의와이기주의를같은것으로취급하였다고강조한다 (Popper, 1963: 144). 플라톤이개인주의를공격목표로삼을수밖에없었던이유는개인의자유가평등보다훨씬더강력한인도주의강령이었기때문이라는것이다. 즉개인의자유가확립되면공동체는와해된다는인식이전체주의자들을사로잡고있었다. 전체주의자들이선전하는바와달리개인주의는집단주의 (collectivism) 에대립하는개념이지이타주의와대립하는이기주의와는다르다. 오늘날자유주의를표방하는국가와사회에서개인의자유가과거에비해획기적으로신장된것은사실이지만소수자의권리가대두되는상황에서온전한자유를확립하려면일부집단의이기주의를극복해야한다. 일반적으로, 동질성을내세워집단의결속을강화하려는기획의이면에는다른문화를받아들이지않으려는집단이기주의가작동한다. 본래서구의역사에서태동한개인주의는다른사람의권력에서벗어나개인이스스로의목적을결정하고추구하는진정한주체가되어야함을사상의핵심으로삼는다. 개인은사회를구성하는단순한요소가아니며사회는개인의목표일수없다. 개인주의에충실하자면사회적존재는일종의허구이다. 자유주의자들은사회의발전이구성원에게중요하기는하지만개인의직접적이고의식적인목표가될수없음을분명히하고있다. 노직 (Robert Nozick) 은우리가보다큰사회적선을위해개인을침해할수없다고단언한다. 개인은때때로더큰이익을얻기위해혹은해악을피하기위해고통이나희생을기꺼이감수하고자한다. 가령차후에있을보다심한고통을피하려고치과의사를찾고, 건강한외모를위해식이요법을하며노후를대비하여저축을하기도한다. 이런일들은전반적으로보다큰선과결과를위해비용이발생하더라도불쾌한일들을하는것이다. 이와달리사회적선을위해다른이들에게양보와희생을감수해야한다고주장하는것은부당하다. 왜냐하면스스로의선을위해희생을감수하는사회적실재가없기때문이다 (Nozick, 1974: 32-33). 자유지상주의자 5) 로서노직은전반적인사회적선을추구하는일이개인이외에사회적실재가있을수없다는사실을덮어버린다고지적하였다. 사회를위해개인을이용하는것은독립된하나의개인이라는사실을충분히존중하지도, 고려하지도않는다는것이다. 개인의자유를최우선가치로삼았던서구의사상은다분히시장우선적인측면을드러낸다. 시장우선적이란의미는자유주의사회에서시장의지위가민주주의보다더근본적이라는것이다. 시장은혼란스럽고무정부적으로보이는반면국가의개입은질서와공동체적가치를확립하는것처럼보일수있지만, 궁극적으로자유시장은모든참여자들에게자유롭게이익을실현하도록작동하는동시에자생적질서를형성한다고시장우선적자유주의들은주장한다. 그러나시장이가격에의해생산과소비를효율적으로조절한다고인정하더라도자유주의의균형을확립하기위해서는민주적참여의권리를고려해야한다. 균형적자유주의에의하면, 자유롭다는것은무엇을행하거나행하지않음에있어제한받거나간섭받지않는것을의미한다. 이와같은기본적자유는 5) 모든개인들은자신의생명의소유자이며타인의자유를침해하지않는한자신의선택에따라행동할수있는권리를갖는다. 대표적인자유지상주의자로서노직은소유물에대한자격을갖추었는가에따라정당한소유의기준이결정된다고보았다. 즉개인이소유한재산은정당하다고인정되는획득절차에따라형성되었거나개인들간동의에따라정당하게이전된결과로형성된것이라면전적으로정당한것이다. - 4 -
다문화와자유주의 유익한목적과질서를위해적절한절차와규칙의형태로제한될수있다. 중요한것은일부계층의사람들이다른계층의사람들보다더크거나작은자유를갖는다면이는평등하지못하다는점이다. 균형적자유주의자로서롤즈 (John Rawls) 는자유가사회의모든구성원에게동등해야함을강조한다. 일반적으로자유는평등한시민의자유의완전한체계를통해표현되지만, 개인과집단에게자유의가치는그체계가정한틀안에서각자의목적을증진시킬수있는그들의역량에비례한다 (Rawls, 1971: 204). 평등한자유의이념에따르면모든이의자유는동일하기때문에역량대로자유를실현하지못하더라도보상이필요하지는않지만, 자유의가치가모든이에게실제로동일하지않기때문에운에따라목표달성을위한수단을저마다달리갖게된다. 롤즈에의하면상대적으로운이없는구성원이라고하더라도불가피한불평등을받아들이지않는다면목적을달성하는능력이더욱낮아지기때문에보다작은자유의가치가보상된다 (Rawls, 1971: 204). 지금까지살펴본바대로자유지상주의와균형적자유주의는시장과민주주의중무엇에더큰비중을두느냐에따라구분된다. 정도의차이는있지만자유주의는어디까지나개인의소극적자유 (negative liberty), 즉제한받지않고선택에따라행동할개인의자유를우선적인가치로삼는다. 오늘날다문화주의를실천하려는국가들은서로다른문화를인정하기에앞서개인을중심으로하는보편적자유와인권이먼저확립되어야한다는자유주의적견해에주목할만하다. 자유주의는사회적집합성에맞서개인의도덕적우위를주장하는개인주의이며, 역사연합과문화형식보다인류의도덕적단일성이우선적이라고보는보편주의이다 (Gray, 1986: 15). 한편전통과규범, 생활양식을따르는것은부분적인자유의조건이었다고하더라도모든개인에게는관습에대한맹목적추종을거부하고지성적으로일탈하는자유가허용되어야한다. 밀은이미 1859년에, 권력이미치는범주안에있는사람들이작은안정이라도얻기위해그권력에엄격하게속박될것을요구받는시절은지났다고선언하였다 (Mill, 1859: 111). 이와동시에밀은개인의권리가침해당할경우이를개선해줄것을사회의권위에호소할수있으며오직그럴경우에한해사회는일부의자유를제한할수있다고하였다 6) (Mill, 1859: 163). 개인의자유를훼손하지않으면서구성원에게허용할수있는자유의정도를결정하는것은분명어려운일이지만, 자유주의자들은국가의기본목적이다른사람을해치지않는행동의자유를보호하는것임을역설한다 (popper, 1963: 155). 즉국가는보편적자유를보호하기위하여필요한만큼만균등하게개인의자유를제한할수있다. 6) 밀은자유론에서개인에대한사회권위의한계를설명하면서, 몰몬교교리에서일부다처제를승인하는것이종교적관용의문제인지에대하여언급하고있다. 밀에의하면당시이슬람교, 힌두교, 중국인에게허용되는일부다처제는인류의절반인여성을구속하고나머지인류의절반인남성을호혜적의무로부터해방시킴으로써자유의원칙을직접적으로침해하는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피해자로보이는여성이자발적으로동의한결혼이라면다른나라에서직접적으로간섭할수없다고밀은주장한다. 다만밀은그교리를받아들이지않는사회에서멀리벗어나그들의방식에동의하지않는사람들에게출국의완전한자유를허용하면서독립적으로살아가는것만을인정해야한다고보았다. 밀은개인의자유로운선택과합의에따른것이라면야만적인관습도다른권위적집단이함부로개입할수없다는입장을명확히보여주고있다. - 5 -
오재호 Ⅲ. 문화에대한자유의우선성 다문화주의의기초로서자유주의를정의하려면사회적동질화, 인종적기반, 상호문화적경계설정이라는구서구문화의 3대요소의제약에서먼저벗어나보편적자유주의의이념을거론해야한다. 전통적인문화요소의제약이작동하는현실에서는보편적자유권을개념적으로확립하더라도소수자의권리를보호하기어렵다. 모든문화를그자체로존중하려는상대주의적태도는다문화주의를뒷받침하는듯보이지만그것만으로는공동체문화안에서보편적인인권을보호하는데한계가있다. 20세기말프랑스는이슬람의문화적전통인일부다처제를인정하였지만정작이슬람이민자가정의여성은이를원치않았으며, 미국에서도다문화주의를내세워 1996년전까지일부국가의여성할례 7) 를고유한문화로인정한바있다. 다문화주의가문화상대주의와결합하여모든문화를가치중립화한다면문화를존중하기위하여개인의자유를제한하는역설적인사태가발생할수있다. 킴리카는소수자집단의문화를보호하는집단차별적권리 (group differentiated rights) 8) 를통해자유주의적가치를더욱증진시킬수있다고주장한다. 소수민족의집단특수적권리 (group specific rights) 는모든시민을평등하게대우할것을보장하며, 차이의수용이진정한평등의요체라는이해에따라차이를수용하기위해서필요하다는것이다 (Kymlicka, 2010: 222). 킴리카는집단특수적권리가표면적으로한집단이다른집단을지배하고억압하기위한수단으로이용할우려에도불구하고일부소수자집단의권리가오히려불평등을완화할수있다는측면에주목하고있다. 그러나국가가소수집단의차별적권리를보장하는과정에서다수혹은주류집단의구성원들에게양보할것을요구한다면이는보편적인기본권을지닌개인에대한역차별 (reverse discrimination) 이다. 이에대해킴리카는그런역차별로인한일부구성원의희생이집단차별적권리가보장되지않음으로인해발생하는소수자집단구성원들의희생에비해훨씬작다고반박한다 (Kymlicka, 2010: 224). 즉다수집단의구성원이포기해야하는기존의일정한혜택들은소수집단구성원이상실하는고유문화의사실에비해상대적으로작다는것이다. 킴리카에의하면한문화가일반적으로존중받지못하면그구성원들의존엄성도위협받게되므로소수민족의구성원이자기정체성과안전한소속감을확립할수있도록자신들의고유한문화에접근할수있어야한다 (Kymlicka, 2010:184). 달리표현하자면, 소수민족구성원들은주류구성원들이겪지않는불이익을받을수밖에없기때문에보편적인권은단지구호에그칠수있다는것이다. 집단차별적권리를주장하는킴리카와달리배리는자유주의의본질이보편성임을강조하고있다. 자유주의국가에서자유와평등을수호한다는명분으로소수민족이어떤제약도받아서는 7) 여성의생식기일부를제거하는이슬람문화권전통으로서세계보건기구에따르면이집트, 소말리아, 에티오피아등의아프리카국가에서 90% 이상에해당하는여성이할례를받은것으로추정되고있다. 이지역외에도상대적비율은낮지만전세계이슬람문화권에서행해지고있다. 8) 소수민족집단에게부여하는집단차별적권리는그집단구성원들의기본적자유와권리를제한하는내부적제재를거부하고, 집단간평등한관계를증진시킬수있어야한다는두조건이충족되어야한다. 킴리카는소수자집단의권리가개인의기본적자유와양립할뿐만아니라개인의자유를촉진시킨다고주장한다. - 6 -
다문화와자유주의 안된다는것은집단에대한불간섭주의로볼수있다. 소수민족의자치를허용할경우국가, 국가내소수민족, 소수민족구성원으로단위가구분될수있다. 배리는소수민족공동체를일체의간섭없이보호하는것은소수문화구성원의자유를제약하고성차별적규칙을도입하여기본권을훼손하도록방치하는것임을지적한다 (Barry, 2001: 138). 배리에의하면어떤개인도부정의와탄압으로부터자유주의적인보호를받지못하는일이있어서는안되며, 집단은기껏해야그구성원들이바라는바에따라일을처리할자유를가져야한다 (Barry, 2001: 148). 킴리카가집단차별적권리를강조한반면배리는개인들의이익과권리를보호하기위한법을어기지않는한개인들은원하는대로자유롭게집단을구성할수있어야한다고보았다. 배리는집단이구성원에게이로울수있는만큼해로울수있기때문에, 자유롭게집단을구성함에있어서모든구성원들이건전한성인이어야하며구성원이자발적으로집단의활동에참여하거나중단할수있어야한다는조건을제시하였다 (Barry, 2001: 148). 배리는자유주의의보편성은소수집단의인권을포괄하기때문에집단차별적권리부여를불필요한조치일뿐만아니라종족적민족주의 (ethnic nationalism) 로분열될우려마저있다고보았다. 또한배리는집단정체성의차별적인문화화 (culturalization) 는그집단의불이익을가져오는또다른원인들을체계적으로방치함으로써집단구성원들이좋은교육, 직업, 의식주, 사회 정치적참여를위한적절한수입과같은공통적목표를실현하는데어려움을겪을수있다고지적한다 (Barry, 2001: 305). 배리의주장에따르면국가와그국가안의소수민족은문화상대주의가아니라개인의자유에초점을둔보편주의에의해서화해될수있다. 소수문화에대한선의의무관심 (benign neglect) 은정의롭지못하다는킴리카와소수문화보호를앞세워구성원의기본권을방치해서는안된다는배리의주장은상반하는듯보이지만모두개인의자유를지향한다. 킴리카는공동체를개인정체성을확립하기위한조건으로보는반면배리는개인의자유를제약할수있는특수한권력으로보고있다. 물론국가가소수문화에개입하는것은소수문화가개인에게전통을강요하는것만큼원치않는간섭이될수있다. 다만킴리카가보편적인권수호를강조하는것을문화제국주의로몰아세우는것은다소지나쳐보인다. 자유주의적전통에서개인의선택권을강조하는배경에는누구보다개인이스스로의이익을가장잘판단한다는자율성 (autonomy) 에대한신뢰가있다. 한국가에서사회적약자를보호하는제도적조치는인권이라는보편적가치를실현하려는의지에기초한다. 이는자유와평등, 기본인권에대한신념과의지가전제되어야다양한문화적배경을지닌집단을공평하게포용할수있기때문이다. 따라서다문화주의는정의로운사회에대한합당한합의 (reasonable agreement) 를바탕으로시행되어야한다. 이때합의는소수문화의구체적인내용에대한합의가아니라서로다른문화를대하는원칙에대한합의이다. 소수문화에대한인정은당사자들을동등하게인식할때비로소가능하다. 배리는서로다른집단들이한공동체안에서각자의주관적가치를지향하는것은모두가합당하게동의하는규범과제도에의해가능하다고역설한다 (Barry, 1995: 72). 자유주의는가치가본질적으로주관적이라는이해에따라근본적인자유를각개인에게귀속시킨다. 자신의방식대로삶을살아가도록폭넓은선택의자유를보장한다는것은곧좋은삶에대한기준을선택 - 7 -
오재호 할자유를보장하는것이다. 다문화주의자들은소수민족집단에게차별적권리를부여함으로써특수한신념과가치를추구하도록보장해야한다고주장하고있다. 다문화주의자들이지적하는것처럼보편적인권이소수집단의문화적권리를실질적으로보장하지못할수도있다. 반면보편적자유를강조하는자유주의자들은경제가시장원리에의해효율적인것처럼문화도시민사회에맡겨두어야한다고주장한다. 배리와킴리카의입장에서좁혀지지않는차이는보편적권리와차별적권리가각각필연적으로배제하게되는대상에서비롯한다. 집단의차이를포괄하는보편적시민권은소수집단을억압하는반면특수문화를보호하는차별적시민권은사회적약자를방치한다. 킴리카는소수집단의권리를보장하는것이민주주의원리와부합할뿐만아니라보다큰자유와결코모순되지않는다고주장하지만, 특수한신념과가치를위해정의와평등의보편성및중립성을일부포기해야하는것은사실이다. 자유주의에서주장하는기본적인권보호는지속적으로보호되어야한다는점에서언제나진행중인미완성의목표이다. 보편적인권을보장하는방법으로서특수한권리를보장하는기획은언제든포함될수있다. 그러나특수한권리를보장하는것은어디까지나보편적권리의틀안에서기본적인인권을보장하는한에서이루어져야한다. 그런점에서자유주의는특정집단의권리를적극적으로개선한다는명분으로타협할수없는보편적가치의영역을주지시킨다. Ⅳ. 한국은다문화사회인가? 2015년현재대한민국인구는 5,150만명이며이중 3% 이상에해당하는 170만명이외국인이다. 2000년당시 24만명이었던한국의외국인주민은 15년만에약 7배로증가하였다. 국제결혼이민자는 2004년이후지속적으로전체결혼건수의 10% 이상을차지해왔으며 2015년결혼이민자및귀화자는 30만명, 그들의자녀는만 18세까지포함할경우 21만명으로추산된다. 2010년이후국제결혼건전화를위하여사증발급심사강화및국제결혼안내프로그램이수의무화조치로인해국제결혼증가율이 0.6% 로낮아지긴했지만 2004년에이미국제결혼은전체결혼의 14% 를차지하였다. 한국은미국이나유럽에비하여후발이민국가이며정책적으로준비가안된상태에서이민이이루어졌다. 1980년대말한국은제조업분야의취업비율이 18% 를정점으로감소하기시작하여서비스업분야가확대되고고학력화로인해중소기업의인력난이발생하기시작하였다. 이런상황에서이민자유입허용을둘러싼정부, 업계, 노동계의의견대립및갈등속에외국인불법노동자는 90년대초 10만명까지증가하였다. 한국의뒤늦은이민정책은 1990년대부터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지원단체의노력으로시작하였다. 국제결혼과활발한여성운동을배경으로 1998 년국적법을개정및시행하였고, 2000년에들어장기체류외국인및결혼이민자가증가함에따라 2007년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을제정하였다. 2008년에는다문화가족구성원의삶의질개 - 8 -
다문화와자유주의 선및사회통합을목적으로다문화가족지원법을제정하였다. 목적 < 표 1>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다문화가족법비교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 재한외국인의한국사회적응 - 상호이해와존중을바탕으로사회발전및통합 대상 - 재한외국인 - 다문화가족 주요내용 - 재한외국인인권옹호 - 재한외국인의사회적응지원 - 결혼이민자와자녀의적응지원 - 외국인력의처우개선 출처 :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법무부 (2015), 다문화가족지원법, 여성가족부 (2015). 다문화가족지원법 - 다문화가족의삶의질향상과사회통합 - 다문화에대한이해교육 - 평등한가족관계의유지지원 - 가정폭력피해자보호 - 생활정보제공및교육지원 2007년과 2008년에걸쳐각각시행된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다문화가족지원법은재한외국인의사회적응과사회통합을목적으로하고있다. 다문화사회로전환하려는국가적노력에도불구하고한국이다문화사회로잘이행하고있다고보기에는논란의여지가있다. 다문화정책은일반적으로동화주의 (assimilation) 와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 로분류된다. 동화주의는이주민의고유한문화적정체성을버리고주류사회문화로흡수통합하는것이며, 다문화주의는다양한비주류문화의정체성을인정하는것이다. 주로동남아지역여성의국제결혼으로이루어진한국의외국인가족의특성상다문화주의를정책기조로삼기에는현실적어려움이있었다. 즉결혼이민자여성은대부분한국사회와가정에적응하기위하여한국의언어와문화를습득하는것이자연스러운목표가되었고, 국가의정책도주로언어및문화교육지원으로이루어졌다. 다양한국적의구성원들이거주한다는사실만으로다문화사회를규정한다면 200만명에가까운외국인이거주하고있는한국은다문화사회라고할수있다. 이와달리다양한문화를그자체로인정하고존중하는문화수용태도와방식을다문화사회를판단하는기준으로적용할경우, 강력한동화주의정책을채택하고있는한국은거주민의다양한문화적배경과상관없이단일문화사회로보아야한다. 한국의동화주의적인다문화정책은주류사회구성원과이주민모두에게긍정적으로평가되지못하고있는실정이다. 연 590억규모의지자체다문화정책을시행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이주민에대한편견과차별, 가정폭력, 인권침해등의문제들이좀처럼개선되지않는것으로볼때한국에서이주민의자립과사회정착은잘이루어지고있다고보기어렵다. 무엇보다최근한국의외국인혐오현상은다문화주의를둘러싼극단적인반이민정서를그대로드러내고있다. 한국에서외국인에대한혐오와차별은제도적차원에서보다는개인간상호작용에서빈번하게나타나고있다. 9) 정부가정책적으로외국인을지원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외국인이부당함을겪는사례는좀처럼개선되지않고있다. 이주노동자와결혼이민자를현장에서담당하는활동가들은외국인이겪는불법행위가개선되었다는보고조차일부이민자들의성공담을홍보한 9) 외국인노동자들의저임금및임금미지급, 인종차별적언어및신체폭력, 특정업소출입거부, 승차거부, 외국인고객에대한경멸적태도등의사례들이보고되고있다. - 9 -
오재호 것일뿐한국사회사회가전반적으로다문화적가치에동의하고있는것은결코아니라고주장한다 ( 한건수, 2012: 122). 정부의지원으로한국어를배우고일을하는결혼이주민은스스로를한국사회의일원으로생각하고있는반면한국의일반인은다문화가족을농촌총각의배우자, 저소득층, 취약계층으로인식하며, 언론에서는복지의대상이나사회적약자로다루고있다 ( 구본규, 2015: 6). 2010년여성가족부에서전국성인남녀 1,500명을대상으로조사한결과한국은다문화가족에대해차별적이라는의견에 76% 가동의하였다. 또한한국은서유럽이나미국과같은선진국의이민자보다개발도상국의외국인을더욱차별하는이중적인태도를보이고있는것으로드러났다. 매우특징적인것은한국국민의다문화가족에대한부정적시각은현실적인문제를고려한것이라기보다는막연한혐오에가깝다는점이다. 즉한국국민은유럽인에비하여다문화공존에대해부정적이었지만이민자를위협적인대상으로여기지않았으며현실적문제에대해상대적으로덜민감한것으로드러났다. < 표 2> 국민의다문화수용성조사결과 구분문화공존 10) 다문화의한계 ( 동의비율 ) 일자리감소범죄율상승국가재정부담증가 한국 36.2% 30.2% 35.5% 38.3% 유럽 73.8% 59.4% 42.0% 55.2% 자료 : 여성가족부 (2011). 국민다문화수용성연구 2012년여성가족부의실태조사 11) 에의하면전국의 29만명의결혼이민자및귀화자중 41% 가단지외국인이라는이유로사회적차별을경험하였다. 이수치는 2009년 26% 에서 3년만에증가한것으로서동남아국가출신은 50% 이상이차별을경험한데반해미국과일본등의선진국출신이차별을경험한비율은 30% 이하로나타났다. 외국인에대한막연한혐오는성인사회에서뿐만아니라아동집단에서도뚜렷하게드러난다. 외국인초등학생자녀의따돌림경험비율은약 13% 로일반초등학생과비슷했지만한국인학생이성격때문에따돌림을받는반면결혼이민자자녀는성격의특성과무관하게결혼이민자자녀라는이유로따돌림을받고있었다. 한국정부는단기간에급증한이주노동자와결혼이주여성이사회적문제로확산되지않도록다문화프로그램들을서둘러실시하였지만근본적인갈등을해소하기위한보편적합의를이끌어내지못한채가시적인인권보호에치중하는정책적한계를드러냈다 ( 강진구, 2012: 7). 이주민과자녀들을지원하는내용도일방적인한국어및한국문화교육으로이루어져있어한국의다문화정책은다문화주의를가장한동화주의로비판을받고있다 ( 구본규, 2015: 7). 2014년한국의지방자체단체다문화가족정책사업에서 상대문화및제도에대한이해제고 영역에할당한예산은 10) 어느국가든다양한인종, 종교, 문화가공존하는것이좋다. 11) 여성가족부는 3 년주기로전국의다문화가족실태를조사하고있으며, 2015 년실태조사결과는 2016 년에공개할예정이다. - 10 -
다문화와자유주의 27% 에이르지만, 구체적으로프로그램의내용을살펴보면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통한한국어교육이나지역특성화사업으로구성되어있었다. 다문화가족에대한사회적수용성제고 영역에서는인종과문화적차별에대한법적대응, 학교에서의다문화이해제고, 등을중점과제로선정하여 43억원 (7.3%) 의예산을할당하고있지만각지자체별로시행한내용은, 일부지자체에서예외적으로학생들을대상으로다문화이해교육을실시 12) 한것을제외하면, 대부분전통문화체험이나공무원을대상으로하는다문화이해교육이었다. 한국은다양한민족공동체로이루어진서구국가들의사정과질적으로다르다. 한국은이주노동자를받아들이면서도가족단위의유입을제한하였기때문에한국의다문화가족은국제결혼을통해이루어진경우가많다. 따라서한국다문화가족의자녀는대부분부모중한명이한국인이므로자연스럽게한국어와한국문화를배우게된다. 다문화가족의자녀가한국어를습득하는것은중요한일이지만다문화교육의본래취지는다양한배경의학생들이평등한교육을받도록기회와여건을제공하는것이다. 평등한교육의기회와민주적이상을학교와사회에서지속적으로창출하는것은언어와문화교육을통해주류화하는일보다더근본적이다. 프랑스학교수업은개인의동일한존엄성과민주적가치에대한교육을우선적으로고려하고있다. 황갑진 (2011: 154) 이 Banks, Bennet, Sleeter, Grant 등의다문화교육접근법을종합한결과에의하면다문화교육은인권존중을기본으로문화간차이를인정하고차별을줄이기위한학교교육이며이를실천하기위한교육개혁운동이다. 여성가족부에서운영하는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다문화가족의사회적응을돕는필수적인역할을수행하고있지만, 일반적인사회구성원의의식변화를바탕으로사회적통합을지향하는수단이되기는어렵다. 교육부에서운영하는중앙다문화교육센터는다문화학생이재학하고있는교육기관을지원하고있지만제도적으로시행하기위한법이미비하기때문에지원을요청하는일부학교에대해서제한적으로프로그램을제공하고있는실정이다. Ⅴ. 한민족과자유주의 한국은서구의경우와달리온전한자유민주주의의식이일반화되기어려웠고농경사회의공동 체문화가중장년층을중심으로여전히뿌리깊게퍼져있다. 유교적전통이근간을이루는한국 에서는개인의자유보다는공동체안에서의상호관계가강조되었다. 해방, 분단, 건국이라는연이 은과정에서서구사회로부터수입된자유민주주의는충분한비판과검토를거치지않은채의식 적목표로갑작스럽게주어졌다. 이처럼당사자들의충분한이해와수용을통한현실의논리로서 보다정치적이데올로기로서작동한한국의자유민주주의는민족주의와결합하면서개인과더동 떨어진이념이되어갔다. 한국에서단일민족관념은일제식민지이후역사교육과언론을통해본격적으로생겨났다. 당 12) 서울시는유치원 초 중 고학생을대상으로글로벌마인드함양교육 (1,174 회, 56,945 명 ), 대전시는어린이를위한다문화이해교실운영 (933 명참여 ) - 11 -
오재호 시에는일제에저항하는민족주의의논리가강하게대두하는가운데자유와평등을근간으로하는시민적가치는뒷전으로밀려날수밖에없었다. 해방이후단일민족이라는구호는한국사회의통치이념인일민주의 ( 一民主義 ) 13) 로구체화하여교과서에반영되었고오늘날까지민족정체성과국민통합원리로작동하고있다. 14) 한국의공동체문화는개인주의를공동체의가치와모순되는것으로인식하는경향이강하며, 자유주의또한한민족이라는틀안에서제한적으로추구되었다. 서구에서이타주의와결합한개인주의는종족이아닌이웃을사랑하라는윤리적원리가된반면한국의민족주의와결합한개인주의는강력한민족공동체주의로거듭났다. 유교문화권에있었던한국이서구의자유민주주의를받아들이는과정에는문화들간의융합이이루어질때일반적으로겪게되는대립과갈등이생략되었다. 즉한국은자유민주주의를직접배우고받아들인것이아니라중국과일본이수용한것을다시수입하는간접적인방식으로이해하였다. 이런상황에서한국은서구의자유민주주의를진지하게의식하고검토할수있는여유가없었으며필수적으로포함해야할만남과갈등그자체가연기되었다고볼수있다 ( 김석근외, 1999: 32). 무엇보다같은동아시아국가인일본에의한식민지체험을통해한국은자연스럽게서구사회에대한동경을갖게되었다. 이와같은역사적배경을고려할때한국에서소수문화를적극적으로알리고인정하자는주장을펼치는것은표면적으로다문화주의를향한노력으로비칠수있지만결과적으로는주류와비주류를분리하는역기능을초래하였다. 한국의강한민족정서가소수문화를흡수하고동화하는것은분명한사실이지만민족주의를해체하거나약화하는것이다양한문화를존중하기위한필요조건이라고보기는어렵다. 한민족의정체성을강화시키더라도보편적인권이강화된다면민족주의가반드시소수문화를억압하는기제로작용하지않을수있다. 한국의민족정체성은다른문화와민족에대한배타성매우강함에도불구하고한국의근대화과정에서사회통합의동력이되었던것이사실이다. 또한한반도의지정학적특수성에비추어볼때공동체적결속을위한구심점은오히려중요한것으로서요청되고있다. 특히동아시아에최근민족주의의물결이거세지는현실에서주변강대국이먼저민족주의를폐기하지않는한너무쉽게민족넘어서기를말하는것은순진한이상론으로보인다 ( 허동현, 2011: 51). 한국에서다양한문화를인정하고사회갈등을줄여나가기위해서는보편적이념으로서자유주의를이해하고내재화하는노력이필요하다. 이를위해서는먼저제도권교육에자유주의가치를구체적으로설계하고반영해야한다. 마침한국은 2015년인성교육시행법을통과시켰고건전한시민의자질을갖추는것이중요하다는사회적공감대가이루어지고있다. 구체적으로어떻게인 13) 대한민국정부수립당시반공체제와국민정체성확립을위하여대한민국당은 하나아닌둘이상의상대적존재가있을수없다 는기본방침을내세웠다. 1949 년이승만대통령은이와같은일민주의를국민전체의이념으로제시하여초기한국정치를이끌어가고자하였으나반공이데올로기를형성하는정도에그쳤다. 14) 한국의교과서에등장하는민족정체성관련표현은다음과같다. 우리는생김새가서로같고, 같은말과글을사용하는단일민족입니다 ( 초등학교 6 학년 도덕 ), 본래우리민족은동일한 혈통을지닌단일민족으로서 ( 고등학교 1 학년 도덕 ), 우리민족은반만년이상의유구한역사를가지고있고세계사에서보기드믄단일민족국가로서 ( 고등학교국정교과서 국사 ). - 12 -
다문화와자유주의 성을함양할것인가에대하여본격적인논의가필요한지금이보편적가치로서의자유를내재화하기위한골든타임일수있다. 보편적인권이다문화주의보다더우선적으로다루어져야하는이유는문화적폭력의부당함을근본적으로개선해야하기때문이다. 다만보편적인권이서구와남성을중심으로발전해온한계를극복하기위해서는실질적인차별을해소하기위한소극적이념 15) 으로서자유를규정하는것도한방법이될수있다 ( 장은주, 2003: 96). 법절차를충실히따르는것만으로는법의사각지대에서발생하는사회적약자, 특히여성에대한부당한대우를방치하게될가능성이매우높다 ( 진은영, 2008: 271). 한국을비롯한어느국가에서든사회적약자에대한오랜차별이이루어지고있다면이는민족주의보다는기본권확립의문제로바라보아야할것이다. 사회적약자는주류와비주류, 개인과공동체를막론하고모든단위를대상으로적용되는개념이다. 건전한다문화주의가안착하려면먼저비대칭적권력관계에서발생하는부당함을개선하고소수집단의권리가존중되어야한다. 자유주의에따르면소수집단의권리란구성원개인의권리로귀착한다. 개인의자유와권리를존중하는것은다른사람을배려하자는무조건적이타심에호소하는것이아니라우리스스로를보호하기위한원칙에합의하는일이다. 참고문헌 Barry, Brian M (1995). Justice as Impartiality,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Culture & Equality, Harvard University Press. Gray, John (1986). Liberalism, 김용직외역, 서울 : 성신여자대학교출판부. Kymlicka, Will (2010). 다문화주의시민권, 장동진역. 파주 : 동명사. Mill, John Stuart (1859). 자유론, 김형철역. 경기 : 서광사. Popper, Karl R (1963). 열린사회와그적들 Ⅰ, 이한구역. 서울 : 민음사. Zeller, Eduard (1991). 희랍철학사, 이창대역. 서울 : 이론과실천. 강진구 (2012). 한국사회의반다문화담론고찰, 인문과학연구, 32, 5-34. 김석근외 (1999). 한국의자유민주주의, 경기 : 인간사랑. 구본규 (2015). 다문화 는어떻게이주민가족을비하하는말이되었나?: 다문화가족 만들기와이주민의범주화, 동북아문화연구, 제42집, 5-34. 여성가족부 (2011). 국민다문화수용성연구. 여성가족부 (2015). 다문화가족지원법. 장은주 (2003). 문화다원주의와보편주의, 다원주의, 축복인가재앙인가, 한국철학회편, 74-111쪽. 철학과현실사. 15) 이사야벌린 (Isaiah Berlin) 은자유의두개념 (Two Concept of Liberty) 으로소극적자유와적극적자유를구분하고있다. 소극적자유는다른사람에의해방해받지않고각자의의지대로행동할수있는것을의미하며, 적극적자유는합리적으로결정하고자율적으로행동하는상태혹은능력을의미한다. - 13 -
오재호 진은영 (2008). 다문화주의와급진적인권, 철학 95, 255-283 쪽. 서울 : 한국철학회. 한건수 (2012), 한국사회의다문화주의혐오증과실패론 : 어떤다문화주의인가?, 다문화와인간 제1권제1호, 113-136. 황갑진 (2011). 학교다문화교육정책과프로그램의현황과문제점, 사회과교육연구, 제18권제4호, 151-167. 허동현 (2011). 단일민족신화넘어서기가필요하다, 철학과현실 91, 44-53쪽. 서울 : 철학문화연구소. 吳在浩 : 연세대학교에서철학박사학위를취득하고 ( 논문 : 합리성과공리주의에관한연구, 2010), 현재경기연구원공존사회연구실연구위원으로근무하고있다. 주요관심분야는공리주의, 합리적선택, 신경윤리학등이며, 최근논문으로는 신경과학과규범윤리학의관련성연구 (2015), 협동의진화로서의도덕 (2012), 합리적인제도와공리주의 (2010) 등이있다 (arhan@gri.re.kr). 원고접수일 : 2016.2.13, 원고수정일 : 2016.3.18, 게재확정일 : 2016.3.2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