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개발원 Korean Women's Development Institute 동향분석센터 02-3156-7175 gender_trends@kwdi.re.kr [ 국제리뷰 06-4] AIDS와양성평등한국여성개발원정혜선연구원 올해는에이즈발견 25주년이다. 전세계적으로매일만 4천명이 HIV 바이러스에감염되고, 8천명이에이즈로목숨을잃고있다. 유엔은에이즈발견 25주년을맞아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에이즈고위급회의 (High Level Meeting on AIDS) 를열어, 국제사회가에이즈퇴치에모든노력을경주하고, 에이즈에대한낙인과차별을근절하는데힘을모을것을촉구하였다. 또한이회의에서는과거에이즈감염자의대다수가남성이었던것에반해, 지금은여성이전체감염인구의절반을차지하고있다는점을지적하였다. 참가국들은 " 에이즈의여성화 (feminization of AIDS)" 를해결하기위해서여성에게효과적인정책을개발하고, 무엇보다여성이스스로의삶과자신의몸에대한권리를보장받을수있도록궁극적으로양성평등을이룩해야한다고의견을모았다. 증가하는여성에이즈감염률 1981년미국에서에이즈가처음보고되었을때, 에이즈는남성동성애자에게서만발생하는병으로이해되었다. 그러나이후이질병이성접촉을통해서만감염될수있는병이아니라는사실이알려지게되었고병명은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으로, 에이즈를유발하는바이러스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로명명되었다. 80년대중반부터는에이즈감염자의국제연대및세계보건기구 (WHO) 의에이즈프로그램과같은에이즈퇴치를위한국제적인노력이시작되었다. 그대표적인예로, UNAIDS는 1996년유엔의여러기구들이모여발족한에이즈공동프로그램 (Joint United Nations Programme on HIV/AIDS) 이다. UNAIDS가작년 11월발표한보고서에따르면, 현재 4천3십만명이 HIV 바이러스에감염된채살고있다. 지금까지약 2천 5백만명이에이즈로목숨을잃었으며, 15-24세의젊은층이현재감염인구의 50% 를차지한다. 여성역시현재전체감염인구의 50% 를차지하는집단이다. 초기에에이즈가주로남성동성애자에게서발견되었다면, 이제는여성의감염률이놀랄만한속도로 한국여성개발원 1
증가하고있다. 사하라이남아프리카의경우, 여성은신규감염자의 60% 를차지하며, 15-24세의젊은여성사이에서이수치는약 75% 까지증가한다. 에이즈와양성평등 여성은남성보다 HIV에감염되기쉽다. 전체 HIV 감염의 75% 는성접촉이나임신과출산과정을통해이루어진다고전문가들은말한다. 게다가, 성접촉을통한감염은여성의신체적특성으로인하여여성이남성에게전파하는경우보다, 남성이여성에게전파할가능성이 2배로높다. 양성평등하지못한문화는여성의감염률을더높이고있다. 유엔여성발전기금 (UNIFEM) 에따르면, 여성이남편과의성관계만유지하는경우에도, 혼외관계에서 HIV에감염된남편을통해에이즈에걸릴수있으며, 남편에게콘돔의사용을요구할수있는발언권이없다는점은더더욱여성을취약하게만든다. 지난 2001년열린유엔에이즈특별총회 (UNGA Special Session on HIV/AIDS) 는경제, 사회, 문화적요인이여성의에이즈감염을증가시킬수있다고지적하고, 이에대한국제사회의행동을촉구한바있다. 여성은차별과폭력으로억압받고있으며, 동의하지않는성접촉을경험할가능성이크고, 남성에비해에이즈등에대한정보와교육의기회가적을뿐만아니라, 경제적자립을얻기힘들다. 또한에이즈감염률이높은개발도상국의경우, 에이즈에감염된가족구성원을돌보는책임은가족내여성에게있는데반하여, 정작여성본인이감염되는경우에는치료조차받기힘든경우가많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따르면, 초기에 HIV 감염을발견하고치료받는경우, 남성과여성의생존율은똑같이나타나지만, 여성은남성보다관련정보나진단기회등을적게갖기때문에실제로는훨씬낮은생존율을보인다. 사회경제적으로취약하며성적자기결정권을갖지못하는젊은여성은특히에이즈감염위험성이높은집단이다. 실례로, 여성의에이즈발병률이특히높은사하라이남아프리카의경우에는대부분의여성이에이즈가무엇인지알지못할뿐더러혼외성관계를통해감염된남편을통해바이러스에접촉하게되는여성이다수를차지한다. 특히, 여아가만 18세이전에장년남성과결혼을하거나돈을벌기위해원조교제를하는경우가많기때문에여아감염문제도심각하다. 또한가지문제점은여성에이즈감염에대한논의가주로에이즈가여성의모성건강과태아에미치는영향을중심으로이루어지는한계를보여왔다는것이다. 여성감염률의증가는미래사회인구의에이즈감염률을반영한다는차원에서만문제시되었고, 실제감염된여성들의삶과인권에대한관심은상대적으로적었다. 또한실제모든여성감염자의태아가자동적으로감염되지않음에도불구하고, 일각에서는에이즈감염여성이비감염여성과동일한임신과육아의권리를가져서는안된다는목소리도크다. 연구에따르면, 임신한여성이에이즈에감염된경우, 임신과출산의과정과모유수유를통해태아가바이러스에감염될수있지만치료등을통하여태아의감염률을낮출수있다. 한국여성개발원 2
여성에이즈감소를위한국제사회의전략 90년대말아프리카에서큰성공을거둔 ABC 캠페인은절제, 정숙, 콘돔의사용 (Abstain, Be faithful, use Condoms when necessary) 을의미하는에이즈예방캠페인이다. 실제 UNAIDS는에이즈발병률이감소한국가에서는콘돔사용의증가와최초성경험시기의연기, 섹스파트너수의감소등행동의변화가있었다고보고하기도했다. 하지만이캠페인은혼전및혼외성관계의절제를에이즈예방의핵심으로내세우면서근본적인해결책을제시하지않을뿐만아니라에이즈등성접촉으로전염되는질병예방에있어콘돔사용의중요성을간과하고있다는비판을받아왔다. 무엇보다중요한것은문화적인요인으로인하여, 부부관계에서도콘돔의사용등을협의할수없는여성의입장에서이같은캠페인은실질적인의미를갖지못한다는것이다. 오히려여성이사용을결정할수있는여성용콘돔을널리보급하거나여성에게에이즈에대한교육기회를제공하는것이실질적인효과가있을수있다고여성단체들은강조한다. 이러한차원에서올해열린에이즈고위급회의에서여성에게효과적인정책개발이에이즈의근본적이고유일한해결책임을역설한것이다. 앞서보았듯이에이즈는성접촉, 임신및출산이나보건의다각적인측면에서전파되고, 여성과같은취약계층이존재하는사회문화적빈틈을통해증폭된다. 국제기구들은에이즈퇴치를위한총체적인접근을위해서에이즈퇴치를별개로계획해서는안되며성, 생식및보건, 양성평등문화의문제로이해해야한다고주장한다. 이를위해개발된것이 "Three Ones" 전략이다. 이전의에이즈대응책은대체로국제기금과 NGO 등이개발도상국에기금을주는대가로일방적인지침을강요하였다면, 이제는국제기금과유엔, 개발도상국이함께 (1) 관계기구들이합의한 HIV/AIDS 행동계획관련, (2) 에이즈담당국가기구, (3) 국내에서합의된감시평가체계를각국에설립하여조화로운 HIV/AIDS 전략을세워, 각국의에이즈대응전략의효과성을제고하도록한것이다. 2004년 UNAIDS는세계에이즈예방캠페인의주제를 " 여성과에이즈 " 로정하고여성감염자증가의심각성에대한국제사회의각성을촉구하였으며, 시민사회와여성감염자, 유엔기구등의네트워크인여성에이즈연대 (Global Coalition on Women and AIDS) 를발족하였다. 여성에이즈연대는올해에이즈발견 25주년을맞아주요도시에서여성에이즈문제의심각성을알리는행진을진행하기도하였다. 한국의여성에이즈현실 질병관리본부에따르면 2005년한해우리나라의신규에이즈감염인구는 680명으로, 이는전년도대비 11.5% 가증가한수치이다. 1985년처음으로에이즈발생이관찰된이래로우리나라의누적감염자수는총 3,829명에달했으며이중남성이 90% 한국여성개발원 3
이상을차지한다. 감염경로를살펴보면, 남성은이성간성접촉 (56%) 과동성간성접촉 (42.4%) 이비슷한비율을차지하는반면, 여성은 97.1% 가이성간성접촉에의해 HIV 에감염된것으로드러났다. 남편을통해에이즈에감염되는여성이국내뉴스에서도심심치않게보고되는가운데, 이같은통계는많은여성이별다른위험행동없이도 HIV 감염의위험에노출되어있음을시사한다. 이러한측면에서볼때, 가정에서여성이주체성과성적결정권을갖지못하는가부장적인문화를바꾸는것이에이즈발병률을감소시키는열쇠가될것이다. 국내에서는에이즈를여성문제로인식하고있지않기때문에실태파악및전략수립과정에서여성취약집단에접근하는효과적인방법이아직까지논의되지않고있다. 외국에서여성에이즈가급증했던경험을거울삼아여성에이즈에대한정부와사회의적극적인관심이필요하다. 2004년성매매특별법제정을둘러싸고일었던논란중의하나는성매매특별법이시행되면, 성매매여성이정기검진을받지않게되기때문에성병과에이즈가창궐할것이라는주장이었다. 성매매금지주의를표방하는우리나라는전염병예방법에서성병및에이즈를의무적으로검진받는업태를규정했는데, 암묵적으로성매매집결지와유흥접객업소등에서일하는여성을성매매여성으로보고이들을관리하여질병의확산을예방하고자했던취지를읽을수있다. 관련여성단체들은현실에서이들여성은폭력이나동의하지않는성접촉에많이노출되어있기때문에성병과에이즈의위험에도매우취약한집단임을강조한다. 이들단체는성을사는사람으로부터성매매여성을보호하는기제가없는현실에서, 성병과에이즈의매개체로비하되는이들이사실은감염취약자라는것에대한이해를촉구하고있다. 에이즈의여성화그리고에이즈를극복하기위하여 세계각지에서는에이즈 25주년을기념하기위한다양한국제회의와행사가열리고있다. 오는 8월에는캐나다에서 Time to Deliver, 즉, 에이즈퇴치라는각국의결의를이행하고전세계를에이즈로부터구한다는주제로제16차세계에이즈회의 (International AIDS Conference) 가열린다. 사실국제사회에서에이즈의심각성이이처럼활발하게논의된것은어제오늘의일이아니다. 에이즈는그심각성으로인해선진국과개도국모두에게중요한정책과제가된지오래일뿐아니라, 에이즈퇴치는유엔새천년개발계획에도포함되었다. 하지만세계감염인구의 70% 가사하라이남아프리카에서치료도받지못하고있으며, 러시아, 중국등지에서신규감염이급증하고있다. 주된피해자가개발도상국국민이나여성과같은취약계층이라는속성으로인해목소리에비해행동으로옮겨진노력은적은것이사실이다. 최근프랑스등 14개국가는에이즈치료제마련을위해국제선항공료에에이즈항공세를부과하는안을채택하였다. 에이즈퇴치및예방을위한예산확보와의학기술개발의중요성은무엇보다중요하지만, 여성과같은취약집단에게효과적인정책과프 한국여성개발원 4
로그램을개발하는것또한급증하는에이즈를효과적으로통제하는방법이될것이다. 정보와공공서비스에상대적으로접근성이낮은여성이에이즈예방프로그램과보건시설및정보를많이활용할수있는제도적장치의마련함과동시에, 성별영향평가를통한남녀모두에게효과적인정책의개발, 여성이활용할수있는에이즈예방책에대한연구, 남성의의식및행동변화와에이즈에대한대중의의식고양을위한캠페인등을통해에이즈의여성화에대항할수있을것이다. 마지막으로, 각국은에이즈예방정책을수립하는데있어, 여성감염의근본적원인이되는남녀불평등을해소하고사회전반적인여성의주류화와양성평등한문화건설을위한노력이절실히요구된다. 한국여성개발원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