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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 1] 평가및발전방향 이희진 ( 한국갈등해결센터사무총장 /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 )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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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공론화실패원인분석과 건설적공론화를위한제언 박태순 ( 사회갈등연구소소장 ) I. 공론화실패의여섯가지이유 1. 설정의임의성 첫번째조건은논의주제 ( 의제 ) 의공정성과객관성이다. 김영란위원장이이번교육공론화를극찬하여국민의위대한능력을확인했다고말했다. 그말이틀린건아니다. 국민은어떤경우에서도최선의선택을해왔다. 더구나많은정보와논의시간이주어진상태에서내리는결론은보통일반인의상식을뛰어넘게된다. 김위원장은 시민참여단이내린결론이더좋을수없는결과 였다고치켜세우며, 1안을통해서는수시의비율을더이상확대하지말것을, 2안을통해서는우리가결국절대평가를지향해야함을말해주었다고그의미를 해석 하였다. 정말그럴까? 국민의시민참여단의그깊은뜻을이해하지못해혼란스러워하는것일까? 이번교육회의공론화위원회에던져진원래의제는수능 & 수시, 절대 & 상대평가, 최저학력적용 & 미적용 3가지였다. 그러나나온결론은가장높은평점 (52.5%) 을받은 1안은 상대평가유지, 수능 45% 이상선발, 두번째평점 (48.1%) 을받은 2안은 절대평가유지, 수능비율대학자율 이다. 1안과 2안이차이는근소한데그의미는정반대이다. 1안과 2안을동시선택하는것은모순적이다. 평가방법에있어서 1안은상대평가 -2안은절대평가, 수능비율과관련해서는 1안은 45% 이상-2 안은대학자율이다. 처음부터시민참여단에게 수능강화-절대평가 또는 수능축소 -상대평가 같은선택지가주어졌다면어떤결과가나왔을까? 왜이런선택지는시민참여단에게주어지지않았을까? 왜 4개의시나리오가운데절대평가항목은하나밖에없고, 상대평가는 3개나되었을까? 왜명료한선택을위한명확한구분선이사라졌을까? - 12 -

문제의비밀이있다. 시민참여단은누군가에의해이미마사지된, 4개로한정된선택지에묶여있었던것이다. 시민참여단에게제공된이 4개의선택지는누가만들었나따져보자. 교육부에서던져준의제가수능-수시, 절대-상대평가, 최소학력적용여부 3가지이므로논리적으로생각할수있는선택지는의제마다 2개의선택지가있으므로, 2 x 2 x 2로총 8개의조합이가능하다. 예를들면수능-절대- 최소학력적용이란조합도가능하고, 수시-상대- 최소학력미적용도가능한것입니다. 이번시민참여단에게던져진시나리오는이런선택의가능성이원천적으로차단되어있었다. 이 8개의조합중에누군가가 4개로시나리오를축소하였다. 공론화위원회는시민참여단이구성되기이전인 6월중순, 대학입시관계자, 학생, 학부모, 교원단체, 교육전문가등 35명으로시나리오작성팀을구성하였다. 이들은 1박2일워크숍을통해교육부에서의뢰한 3개의의제 ( 수능 & 수시, 절대 & 상대평가, 최저학력적용 & 미적용 ) 를바탕으로 4개시나리오를만들게된다. 그렇게만들어진 4개의시나리오가시민참여단에게제시된다. 이들은자신들이선택한시나리오가국민 ( 시민참여단 ) 에게어떻게받아들여질지예상하지못했다. 교육전문가들조차 4개시나리오가각각어떤의미를갖는지이해하기어렵다고한다. 어떤사람들이참여했고, 어떤과정을통해이 4개의시나리오가작성되었을까? 그과정은공개되지않았으니알수가없다. 국민적인대표성을갖는사람들인지, 교육분야에나름권위를갖고있는사람들인지알수가없다. 그러나확실한것은 4개의시나리오를보면, 국민 ( 시민참여단 ) 의결정보다는이해관계자들의이해의조합이란점이다. 35명이서로동의할수있는수준에서합의를한것이다. 4개의안에대해어떤근거로그런안이나왔는지국민에게설명할수없다. 의제설정의공정성객관성을상실한것이다. 교육관련사안, 특히대입제도설계는다른어떤것보다이해관계가첨예하게충돌하는문제이다. 각각의이슈마다주장하는내용이다르고, 주장하는집단이별도로형성되어있다. 이렇게첨예한사안에대한논의주제를이들에게던져주면어떤일이일어날까? 하나의이슈라면양쪽으로나뉘어선택을못하겠지만, 복수의이슈가주어지면, 합의만을만드는것이아니라, 서로이해관계의균형을따라 이상한괴물 을만들어낼수밖에없다. 이번에나온 4개의시나리오가바로그것이다. 정부는공론화의의미를설명하면서전문가에의한의사결정의한계를말한다. 전문가의이해관계충돌에따른문제해결지연을국민의힘으로바꿀수있다고말한다. 옳은말이다. 그런데이번공론화는그입구에전문가와이해관계자를배치하여, 그들이국민이논의할의제를변형왜곡시켰다. 시나리오작성의임의성, 시민참여단에게부여된 4가지시나리오의임의성이공론화실패의 1차적인원인이다. - 13 -

2. 숙의과정설계 상식적인주제만공론화대상이될수있는것은아니다. GMO 에대한입장정리나 원전정책과같은주제역시만만치않는주제다. 누구나쉽게판단할수있는문제라면 공론화자체가필요없을것이다. 문제는방법의선택에있다. 공론화방식선택에있어고려해야할핵심적사항은 3가지다. 첫째는참여의폭이다. 누구를어디까지참여시킬것인가이다. 둘째는숙의의정도이다. 논의의깊이를어느정도까지가져갈것이냐에대한문제다. 셋째는의사결정방식에대한문제다. 다수결로할것인지, 합의를도출할것인지등을정하는문제다. 이중두번째숙의의정도에관한사항이다. 대입제도문제는이번공론화의공식적인논의주제였던선발방식 ( 수능-수시 ), 평가방식 ( 절대 -상대), 최저학력활용여부뿐아니라, 선발시기, 대학자율성, 사회적비용등수많은요소들이상호연관성을가지며복잡하게얽혀있는주제이고, 각요소들은상호의존성이매우높다. 즉, 선발방식이평가방식에영향을미치고, 평가방식은대학의자율성과깊은연관성을가진다. 이런복잡한주제를한번의공론화를통해해법을구할수있다고생각했다면순진한것일터이나, 불가피하게공론화를할수밖에없는상황이라면충분한논의시간을확보했어야했다. 그런방법을설계하거나선택했어야했다. 김영란위원장은시민참여단에게사전에자료를배포하고 e-learn 등을통해정보와학습할기회, 의문을사전에해소할기회를제공했고 2박 3일합숙과정에서충분한논의시간과공간을제공했다고말하고있다. 그러나공론화를일찍이시작한북유럽의경우, 핵심적인주제하나를갖고보통 5-6개월수없이많은검토와논의과정을거친후에의사결정에이른다는사실을알고있을까? 숙의기간은문제의수준에따라달라져야하고, 숙의과정에정보제공, 질의, 토론, 의문점해소중어느것이강화되어야할지는문제의성격과수준에따라달라져야한다. 숙의는어느정도가적당할까? 한가지기준은그과정에참여한사람이자신의결론에대해확신을가질수있을때까지이다. 이번공론화과정에참여한시민참여단가운데자신이내린결론에확신을가진분들이몇분이나될까? 대부분여전히논리나확신이부족한상태에서주어진시간에맞춰 그럴것같은답안 을선택한것아닐까? 이번경우를어디에비할까? 정상적인사람이 5차방정식하나를푸는데 5시간이걸린다면, 이번의경우엔 5차방정식다섯문제를내고이를 1시간내로풀라고요구한꼴이다. 교육부와교육회의는왜이렇게어처구니없는일을했을까? - 14 -

3. 과정의외주 ( 外注 ) 화와뒤바뀐설계자 성공하기위해서는여러집단이의기투합하여협력적인노력을해야한다. 우선, 해당문제를공론화를통해해결하자는제안자가있어야한다. 권위를가진 공론화제안자 가있어야한다. 둘째는이런제안에대해공론화의목적, 방향, 조건을창조하는 공론화기획자 가있어야한다. 셋째는구체적인절차와과정설계통해제안자와기획자의의도를현실화시킬 공론화설계자 가필요하다. 넷째는이를실현하기위한진행자, 다섯째는이를평가할평가자등이필요하다. 여기서중요한점은공론화가성공하기위해서는특히, 교육문제와같이첨예한갈등이존재하는문제에대한공론화는제안과기획, 설계의공정성이갖는권위이다. 제안한이유가국민적인공감을일으키고, 기획자의목표와방향이국민에게선명히제시되어야한다. 그리고설계의투명성과공정성에대한신뢰가있어야한다. 공론화의결론에대한사회적수용성은근원적으로이힘, 이권위로부터나온다. 공론화가정책결정과정에국민의견을체계적으로수렴 결합하는과정이라면본질적으로그건국가고유의역할이다. 전문가든용역사든그역할은이런국가의지를보조하는역할일뿐이다. 김영란위원장이숙의과정을보며 ' 국민의힘 ', ' 감동 ' 을느꼈다는이런찬사가어색하기만한이유이기도하다. 이런점에서볼때, 이번공론화실패의핵심적인원인가운데하나는공론화기획, 설계, 진행모든과정의 공론화외주 ( 外注 ) 화 였다. 교육부는공론화주제만교육회의에던지고, 교육회의는특별위원회와공론화위원회에과제를떠넘기고, 이들은이를용역회사에떠넘겼다. 결국이일의추진주체는한일이라고는좀심하게말해 18억에가까운예산을들여 용역회사 를선택한것뿐이다. 추진주체들의공론화에대한인식은 시민참여, 숙의, 신고리 5,6호기 가거의전부였던것같다. 그외모든것은돈받은용역회사의몫이었다. 아뿔싸, 용역사의제대로된경험이라고는신고리 5,6호기방식의 공론조사 가전부였고, 추진주체가이들에게제공한것은말도안되는 4가지시나리오 였다. 이후과정은말하지않아도알수있을것이다. 혼란과혼돈의연속이었을것이다. 왜, 무엇을, 어떻게할것이지는제안자와기획자의몫이다. 그제안과기획, 설계자는공적기구여야한다. 정부일수도있고때로국회일수도있고, 지자체일수도있다. 이번의경우, 교육부혹은교육회의는공론화에들어가기전, 이기획과설계과정에대한국민적신뢰를얻기위해노력했어야했다. 믿어주세요 가아니라, 그내용에대한신뢰를획득했어야했다. 이과정은실종되었 - 15 -

, 김영란이란얼굴로대체되었다. 공론화의추진주체는 용역회사 가아니다 ( 용역회사욕하고싶은맘은전혀없다. 오히려용역회사가십자가를진셈이다 ) 국민이공론화에참여하고, 또그결론을존중하는유일한이유는그추진주체가 공적 기구이기때문이다. 이점을망각하는순간, 공론화의모든과정은의도하지않게엉망이돼버리고만다. 4. 시간과불순한동기 도대체국가가스스로알아서해야할일은뭐고, 다수국민의숙려된의견을묻어해야할일은또뭔가? 공론화자체를부정하는사람들도있고, 공론화는특별한경우에제한적으로해야한다는의견도있다. 공론화를해야하는특별한경우란어떤경우를말하는것일까? 이번대학입시공론화는이런특별한경우에속하는것일까, 아니면엄한문제로시간과재원만낭비한걸일까? 이문제에대해힌트를얻기위해서는불가피하게정치나행정과정에서 공론화 라는방식이들어오게된연유를간략하게라도훑어봐야할것같다. 권위주의가퇴조하고, 시민의권리가신장되면서한동안행정과정에시민사회가결합하는거버넌스에대한논의가활발하였고, 노무현정부는다양한자문기구 ( 위원회 ) 를거버넌스형태로구성하였다. 정책결정과정에시민사회목소리가내부화 ( 內部化 ) 할수있는기회가생긴것이다. 그러나머지않아행정부가주도하는거버넌스의한계가드러났다. 시민사회의참여가정부가만들어놓은틀에갇혀버리고마는소위 들러리론 이설득력을가지면서다. 시민사회목소리가커지고, 분화되고, 정부정책을둘러싼시민사회내부갈등이증폭되면서, 정부정책결정에심각한장애가발생하게된다. 시민사회내부합의가불가능한상황이전개되면서정부는정책결정의명분을획득하기위한수단으로보다직접적으로국민의의사를동원할필요가생긴것이다. 한마디로국민과직접소통을통해정책적위기를돌파하기위한수단으로소위 공론화 라는방식을도입하게된다. 이런방식은국민과직접소통을통해문제를해결하고자하는문재인정부의코드와도잘맞아떨어지는일이다. 그간정책형성과정에서사실상배제되었던국민은정부의이런시도를환영했다. 민주주의 확장이라고이해한것이다. 정부입장에서도골치아픈문제를해결할수있는또하나의 출구 를발견한것이다. 예를들어원자력과같이수십년간자신들을괴롭혔던문제가단 - 16 -

달만의 공론화 로가닥이잡히는것을보고반색하지않을수없었을것이다. 이런상황에서 골치아픈주제는공론을통해해결한다 는분위기가만들어지고, 가장적극적인태도를보인것은교육부였다. 이미교육부자체가다양한이해관계자에의해포위되어있는상황이었고, 여기에대통령공약까지얹히면서어떤것하나도갈피를잡기어려운폭발일보직전의상황이전개되었다. 정책결정과정에국민의숙의를반영한다는소위 정책숙려제 가제시되고, 급기야가장핵심적인쟁점이자골칫거리인 대입시 덩어리를공론화에맡기자는분위기가조성된것같다. 겉포장은 국민의견존중 과 숙의민주주의 였으나, 이쯤되면정부는간데없고, 국민만존재하는, 정부의존재의미를무색케하는단계까지간것이다. 정부가스스로할수없어, 공론화에부쳤는데, ( 어떤연유에의해서든 ) 이번처럼공론화가실패하게된다면, 그다음은누가무엇을해야하는것일까? 모든주제를공론화할수는없지않느냐에동의한다면, 그렇다면공론화의대상이되는주제는어떤것들일까 ( 어떤것들이어야하는가?) 첫째는예전에없던새롭게제기된문제들가운데국가의장래와국민생활에심대한영향을끼칠가능성이높은문제들이다. 대체로우리의의지와는무관하게외부에서주어진문제들이다. 대의제국가에서국민이이런새로운문제까지국회의원에게위임한것이라고보기어려운점이있다. 사회문제가된난민법이대표적이다. 둘째는국민을대의하는집단 ( 국회의원등 ) 의이해가걸려스스로결정을미루거나장기간합의하지못하는문제들이다. 대의제의맹점 ( 盲點 ) 을보완하기위해도입이필요한경우이다. 대표적으로선거제도, 국회의원의특권, 공무원호봉제폐지여부등이대상이될가능성이높다. 셋째는국민의삶과국가의장래를위해필요한개혁과제임에도불구하고, 국가가소수의강력한이해관계자 ( 이익집단 ) 에둘러싸여법과제도개선이쉽지않아개혁에장애가발생할경우이다. 이런경우공론화대상이되기위해서는해당개혁과제에대한국민의높은지지가전제가되어야할것이다. 이경우국민에게물어야할것은구체적인방법론이아니라, 개혁추진여부 의확인이되어야한다. 예를들어이번교육관련공론화의주제는절대-상대, 정시-수시이런것이아니라, 문재인대통령이제시한교육공약중사회적논쟁으로개혁에걸림돌이되는핵심이슈가공론화대상으로선택될수있을것이다. 재벌개혁, 증세여부, 교육개혁등이여기에포함될수있을것이다. 넷째, 대의제에의한잘못된결정이국민의생존과재산에영향을끼쳐, 국민이그오류를 - 17 -

수있는범위를넘어설정도이긴하나, 국민투표 ( 전쟁이나개헌, 영토변경과같은사안은당연히국민투표대상 ) 에부치기는그중대성이상대적으로약한사안이다. 제폐지여부, 낙태죄폐지여부, 군가산점도입여부이대표적인예가될수있을것이다. 마지막으로공론화의제에대한합의가가능한사안이여야한다. 같은사안을갖고도쟁 점이명확하기않아논의의제를확정하기어려운주제는공론화대상이되어서는안된 다. 이런문제는의제확정까지더많은시간과논의가필요하다. 5. 방식에대한빈약한이해 ( 공론조사 = 공론화 ) 바보야, 피시킨을죽여야우리가사는거야! 피시킨 (James S. Fishkin) 은요즘회자되는 공론조사 (Deliberative Polling) 의창안자다. 그가제안한공론조사는과학적표본추출에의한여론조사에참여자의학습과토론을결합한조사기법이다. 그가제안한공론조사는 1차여론조사, 균형잡힌참가자선정, 학습과토론, 2차여론조사 4단계로이뤄지고, 조사의목적은학습과토론 ( 소위숙의과정이라칭하는 ) 이의사결정에미치는영향을관찰하는것이었다. 이기법이신고리 5,6호기공론화과정에활용된이후, 공론조사 ( 혹은숙의조사 ) = 공론화 라는등식이만들어지면서중앙정부뿐아니라, 여러지자체에서공론화를한다며공론조사를실시하거나, 도입을타진하고있다. 문제해결과정에피상적여론을극복하고보다심화된주민의의견을청취하겠다는것에이견을달사람은없을것이다. 또우리에게이를실현할마땅한방법이없다면좋은선례나사례를빌려쓰는것은문제될게없다. 그런데공론조사방식을선택하기전에미리알고고려해야할점이있다. 첫째, 피시킨교수의공론조사는그개발목적이정책결정에있었던것이아니라, 학습과토론이의사결정에미치는영향을조사하기위한목적에서개발된것이라는점이다. 쉽게말해학습과토론을통한영향을조사하기위한목적에서개발된것이었지, 2차여론조사의결과를 ( 정책결정용으로 ) 수용하기위한목적으로개발된것이아니라는사실이다. 둘째, 피시킨교수의 공론조사 에서 결정할문제 ( 쟁점혹은이슈 ) 는조사자가이미정해놓 은것이고, 참여자는 조사자 가정해놓은이슈에대해입장을내놓으면된다. 일종의실험 자 - 피실험자관계라고볼수있다. 그러나현실에서가장첨예한문제는숙의이전에, 누가 - 18 -

주제로, 또어떤방식으로 논의할것인지를정하는일이다. 이번대입공론화과정에 서확인된바와같이논의주제와방식에대한합의가전제되지않은 공론조사 는아무런 의미가없다. 셋째, 피시킨교수가말한 학습과토론 방식은고정되어있는것이아니다. 간단하고명료한이슈의경우 1박 2일이면충분한경우도있고, 복잡한주제인경우에는몇달이걸릴수도있다. 피시킨교수가말하는 1박 2일, 혹은 2박 3일등은그과제의무게가 여론조사로확인할수있는정도의사안 을두고설계된것이라고봐야할것이다. 사안의무게에따라논의기간은얼마든지달라질수있는것이고, 학습과토론가운데어떤부분이강조되느냐에따라시간배치는달라질수있는것이다. 예를들어사실관계확인과정보양과질이중요한사안인경우에는상대적으로학습시간이더필요할것이고, 가치판단이더중요하게요구되는사안인경우, 토론에더무게를둬야할것이다. 대입교육공론화과정에서그복잡한주제를지역토론회를겸한 1차숙의, 2차숙의 (2박 3일 ) 로결정했다는것은현실이아니라, 현실을이론에꿰어맞춘꼴이다. 넷째, 숙의를통한시민참여방식은 90년대이후수없이많이개발되어있다. 우리가익히아는합의회의, 시나리오플랜, 시민배심제, 타운홀방식등등, 유엔이나 EU 차원에서도이미다양한매뉴얼이개발되어수없이많은나라에서이미활용되고있다. 수없이많은방식가운데어떤방식을선택할것인지는사안의성격, 이해관계자의구성, 갈등의정도, 숙의의정도, 의사결정방식등을고려하여선택하거나, 기존의방식을자신들의필요에따라변형하여사용하면된다. 여기에최종적인의사결정을누가하느냐 ( 자문, 협의, 합의, 공동결정, 공동책임등에따라 ) 에따라서도다양한방식이이미개발되어있다. 모르면배우는것이맞다. 처음엔시행착오가있기마련이다. 그러나그시행착오가결정적인것이되어서는안되기때문에신중해야한다. 신중 이라는말의의미는우리가도입한방법이 피시킨의원본 에얼마나충실한지를따지는말이아니라, 우리가직면하고있는과제를 국민과함께 해결하기위해서 가장적절한방법 이무엇일까를고민하고함께찾아가는과정이되어야한다는의미이다. 6. 역할과사회통합적관점의부재 전문가는의제설정과진행에대한제안자일뿐, 수용여부에대한결정은참여자의몫이다. - 19 -

대입공론화과정에서논의주제는아무런의심없이시민참여단에게주어졌다. 사실상시민참여단이수용할수없는주제임에도불구하고, 이를검토하거나거부할수있는기회나장치는원천적으로차단되었다. 참여의사가논의주제에대한전적인동의를말하는것은아니다. 논의주제에대한타당성검증이시민참여단이해야할첫번째과제이다. 공론화에는핵심적인논의주제, 즉의제 (Agenda) 가있기마련이고, 의제는다양한하부이슈들 (Issues) 로구성된다. 예를들어신고리 5,6호기건설여부가의제라면, 이의제를구성하는다양한쟁점 (issues) 들, 예를들어경제성, 환경성, 수용성, 효율성등등이핵심이슈가될수있고, 각각의이슈들은다시하위이슈 ( 예를들어경제성의경우, 건설비용, 매몰비용, 발전비용등등 ) 로구성된다. 해당사안과관련하여다양한이슈들을발굴하여이슈의경중을고려하여이슈의목록을정리하고, 논의의우선순위를정하는일을의제설정 (Agenda Setting) 한다고말한다. 시민참여형공론화의경우, 자신들이논의할주제를자신들이결정하는것이바람직하다. 그러나일상을살아가는일반시민이해당사안에대해논의주제를정하는것은쉽지않은일이다. 따라서일반적으로해당전문가들이시민이논의할이슈를정리하는경우가많다. 즉전문가가시민이논의할주제를선정하는것이다. 바로여기에위험성이내포되어있다. 의제를정하기위해모인전문가들은해당사안과관련하여한가지시각과내용을갖고있는것이아니다. 전문가에게요구되는것은공정성과객관성이나, 자신의전문영역에따라전문성의측면에서도강점과약점이있을수있고, 전문가가속한집단의입장이나이해관계를무시하지못하는경우도있을수있다. 일반시민에비해훨씬더강한이해관계를갖고있는경우가적지않다. 내용뿐아니라, 절차에관한것도마찬가지다. 공론화절차를설계하는전문가도전문성의정도, 개인의취향과경험, 상황인식, 이해관계의차이에따라공론화절차에대한구상과설계는얼마든지달라질수있다. 공론화의제는이런한계속에서만들어진다. 따라서전문가집단에의해구성된의제는이미결정된것으로참여시민에게강제되어서는안된다. 참여자의동의절차를거쳐야한다. 시민이논의주제와논의절차를이해한상태에서전문가의의견을수용할것인지를결정하는단계를거쳐야한다. 전문가의제안을참여시민대다수 ( 확률적으로는 3분의 2 이상 ) 가동의하지않은경우, 전문가의제안은무시되거나, 재검토되어야한다. - 20 -

II. 공론화를위한몇가지제언 1. 목적 이란공적사안에대해모아진의견이고, 이렇게의견을모으는과정이 공론화 다. 즉공론화란공적사안에대해사회에존재하는다양한의견을모아가는과정이라말할수있다. 또한공론화가현실적인의미로는 공공정책과관련한의사결정과정에사회구성원의의견을확인하고결집하는과정 이라고말할수있다. 이론적이든실천적이든공론화란말속에는 결정 과 결집 이란두가지의미가담겨있다. 결정 은사회적으로논란이되는사안에대해사회구성원의생각을확인하고, 할것인지하지않을것인지를정하는행위이다. 대표적인결정방식에는크게다수결에의한방식과합의에의한방식이있다. 다수결은해당사안에대한합의된질문을통해의견을달리하는집단의규모 ( 수의다소 ) 를통해집단의규모가큰쪽의의견으로최종적인결론을도출하는방식이다. 따라서다수결은불가피하게최종적인결정과상반되는의견집단을남기게된다. 이에비해합의는해당사안에대해사람수의많고적음이아니라서로동의할수있는최고수준을도출해가는과정이자, 그렇게얻어진결과를의미한다. 따라서원론적으로볼때합의된결정에서소외된사람이나집단은있을수없다. 공론화가제대로진행되기위해서는결정뿐아니라, 그결정에대한사회적동의수준을강화해야한다. 특히다수결에의한결정방식에는반드시다수결에서소외된사람이나집단을 내부화 하기위해노력해야하고, 이를위해서는소수가제기한의견을최종적인결정에반영하기위한별도의과정이필요하다. 의사결정에서배제된사람들의의견을최대한내부화하기위해노력하는과정이있을때라야공론화는해당사안에대한 결정 을넘어사회통합적인원래의목적을달성할수있다. 모아진의견, 즉공론을형성하는과정을의미하는 공론화 는사회적현안에대한결정과정임과동시에그결정으로부터배제된사람들의의견을다양한절차와과정을통해 내부화 하는의사의 결집 과정이기도하다. 이런면에서공론화는단순히다수의견해가어디에있는지확인하는과정이아니라, 확인된다수의의견에소수의의견을최대한포용해가는 사회통합적의사결정과정 이되어야한다. - 21 -

목적은해당사안에대한단순한의사결정을넘어그과정에서갈등요인을 파악하고이를내부화하여사회통합을달성하는것에있다. 이런점에서공론화의다른 이름은 사회통합적의사결정과정 이라말할수있다. 2. 대상과공론화시점 1) 공론화의대상 공론화가공론을형성하는과정을의미한다면공론화의대상은사회적으로 공론 이필요한사안이될것이다. 공론이필요한이유는정책의효율성과효과성때문이다. 다양한의견이산재하는상황에서사람이나집단에따라다양한요구나욕구에개별적으로대응하는것은효율적이지못할것이고, 확인된다수의의견이나요구에따르는것이정책의효과성을높이는방법일것이다. 그러나공론형성과정은다양한사회적비용을동반하게된다. 우선공론형성을위해서는잠재화되어있던개인이나집단의요구나욕구를드러내야한다. 일상을살아가는국민을논의공간으로불러내고, 의사결정과정에참여시키는것은번거로운일일뿐아니라, 다양한비용을수반하게된다. 이와동시에의사결정과정에서대립과충돌은불가피하다. 때에따라서는대립과충돌이격화되어의사결정에이르지못하게되는경우도발생한다. 원론적으로말해한국가안에서공공정책으로부터완전히자유로운국민은있을수없다. 그렇다고모든사안을공론화를통해해결할수도없고, 그럴필요도없다. 국가에는다양한이미다양한의사결정기구들이존재하고나름대로재기능을수행하고있다. 국민으로부터위임받은통치권이일상적으로하는일이정책결정이다. 그렇다면그런사회적비용에도불구하고, 또기존의의사결정기구를넘어서공론화가필 요한주제, 즉공론화의대상이란어떤것들인가, 또어떤것들이어야하는가? 무엇보다국민전체혹은국민다수의이해가걸린문제여야한다. 그렇다고모든공적사안이공론화대상이될수는없다. 이미설치되어있은국가기관 ( 혹은공공기관 ) 이원활히작동하고있는경우, 해당사안을담당하는기관이결정하면된다. 또국가는필요한경우, 국민의의사를직접확인할수있는다양한기제들을이미갖추고있다. 국민투표가대표적 - 22 -

, 공청회, 토론회등국민의의사를확인하고반영하는다양한법과제도들이이미개발되어작동하고있다. 그렇다면공론화대상은원론적으로말해기존의국가기관이자체적으로해결하기어렵거나, 기존의국가-국민간제도화된소통방식으로는의사결정에한계가명확한경우일것이다. 첫째는해당정책의결정이국민다수의삶에지대한영향을끼칠것으로예상되는사안들이다. 헌법이정하고있는국민투표대상은헌법 79조대통령이부의하는 국방 통일, 기타국가안위에관한중요정책관련사안과헌법 130조헌법개정과관련한사안이다. 이런중차대한사안이외에도국민전체혹은다수의삶에지대한영향을끼칠수있는사안은얼마든지있다. 둘째는정책결정을위해국민의의사를확인할필요가있는사안들이다. 사안의성격상, 대통령, 국회, 행정부등국민에의해일시적으로위임받은주체가독자적으로판단하기어려운주제들이다. 잘못된정책결정이국민의삶에치명적인영향을끼칠위험성이내포되어있거나, 정책결정이국가의미래에지대한영향을끼칠개연성이높은사안이여기에해당할것이다. 셋째는사회통합을위해국민의동의가필요한사안들이다. 문제해결이절박한상황이나, 이해관계자나시민사회집중적인반대나저항, 정치권이이해관계에얽혀장기간의사결정을하지못하고경우, 국민내부의의견대립과갈등으로정책결정에장애가발생하는경우등이이에해당할것이다. 이런경우, 통치권자는국민의의사를직접확인하여얻은권위를기반으로정책을수행하게될것이다. 넷째는새롭게제기된중대사안들이다. 제주난민문제, 낙태죄유지여부등과같이시대변화에따라새롭게제기된문제로, 해당사안에대한국민적컨센서스가형성되어있지않고, 국회나행정부내에서도누적된경험이나관행이정착되어있지않은경우, 정책형성의방향을수립하기위해공론화를수행할수있을것이다. 다섯째, 통치권스스로이해때문에제도화가어려운사안들이다. 국민생활에중대한사안임에도불구하고정치권이나행정부의이해관계혹은정치권내부의갈등으로제도화가이뤄지지못하는경우, 최고통치권자가공론화를통해직접국민의의사를물을수있을것이다. - 23 -

사안이공론화대상인지를판별하는것이공론화의시작이다. 공론화는해당사안이국민의삶에지대한영향을끼칠가능성이있고, 국민의의사를확인할필요가있으며, 사회통합을위해국민의동의가필요한사안들이주요대상이다. 이와함께시대변화에따라새롭게등장한주제이거나통치권내부의이해관계충돌로결정이지연되는사안등이주요대상이될수있을것이다. 2) 공론화시점 공론화의목적이공적과제에대해의견을모으는과정인한에있어서공론화의시점을특정할필요는없을것이나, 의견을모아공적의사결정에활용한다는점에서보면정책이나제도가결정되기이전에사전작업으로실시하는것이바람직할것이다. 국가나공공기관이이미정한결정을집행하는과정에서발생한갈등을해소하기위한목적에서이뤄지는공론화는공론화의폭도제한될뿐아니라공론화의순수성에대해오해를불러일으킬가능성이크고, 공론화를통해사회통합을이룬다는목적을달성하기어려울것이다. 이번대학입시의경우도대통령공약에기초하여새정부출범초기에공론화가이뤄졌더라면훨씬더많은국민으로부터지지를받으며공론화가성공적으로이뤄졌을가능성이크다. 공론화가지체되면서입장을달리하는이해관계자들이결집하고, 대립과갈등이첨예화된격화된상태에서, 어쩔수없이시간에떠밀려이뤄진공론화는공론화내용의부실뿐아니라, 공론화결과에대한사회적수용성을현저히낮추는결과를초대하였다. 갈등초기상태일수록갈등해결이용이하고, 관리비용이적게들듯이공론화역시정책형성초기일수록성공가능성은커지고, 투입되는비용역시적게들뿐아니라사회통합이란목표달성이용이할것이다. 공론화시점이늦어질수록공론화과정에서발생하는다양한이견과갈등을해소하기위한비용이증가하고, 공론화결과에대한사회적수용성은낮아져사회통합이란목표달성이어려워질것이다. 공론화는정책형성초기단계에실시하는것이사회통합적의사결정이란목적달성에 유리할것이다. 정책결정후반기로갈수록공론화에따른사회적비용은증가하고결 정에대한사회적수용성은약화될가능성이크다. - 24 -

3. 의제결정 주제와순서의목록을의미하는의제선정은공론화과정의시작이자가장핵심적인부분이다. 공론형성과정의출발은논의할주제에대한제안으로부터시작된다. 제안자는주로권위를가진관계기관의장이된다. 제안된주제는일반적으로이해관계자와전문가의도움을받아관계기관에서구체화된다. 예를들어광주시장에의해도시철도 2호선건설여부공론화의필요성이제기되었고, 시장이제기한공론화의필요성은관련전문가와이해관계자, 관련시민단체의도움을받아, 쟁점과논의항목들로구체화된다. 건설의필요성, 타당성, 부담능력, 시민편익, 매물비용, 대안가능성등등이논의항목으로도출될것이다. 도출된논의항목은항목상호간의관계성 의존성 주제의범위 중요도등에대한검토를거쳐재구성되고, 논의순서가정해지면서의제가완성된다. 왜곡된의제선정은참여자와이해관계자의불만을초래하고, 심한경우의제선정자체에대한불만으로참여를거부할수도있는중차대한과정이다. 따라서의제선정은매우엄격한절차와과정을통해이뤄져야한다. 논의주제와논의순서는참여자 ( 이해관계자, 전문가, 시민단체등 ) 의합의에의해이뤄져야하되, 제안자가제안한범위내에서이뤄져야한다. 또한시민참여형공론화의제는단순 명료해야한다. 시민참여형공론화의의제는단순 명료해야한다. 누가보더라도논의할주제와순서가한눈에들어오고, 쉽게이해할수있어야한다. 단순하다는의미는다룰주제가많지않아야한다는의미이고, 명료해야한다는것은논의할주제의범위와내용이분명해야한다는말이다. 논의주제의복잡함과불명료함은논의의비효율을초래하게된다. 논의순서는시민참여단이쉽게이해할수있고, 합의가능성이높은주제부터다루는것이좋다. 이번대입제도공론화과정은교육부는촉박한시간에다수의쟁점을교육회의에제기했고, 교육회의와공론화위원회는이를시민참여형공론화방식에맞도록논의주제를선별하고의제를단순 명료화했어야했으나, 주어진과제수행에급급하여방법의타당성도검증하지않은상태에서시나리오워크샵방식을임의로채택하고, 주어진쟁점을이해관계자와전문가를동원하여임의로변형 가공한논의주제를시민참여단에게제시함으로써의제설정에혼란을초래하였다. - 25 -

4. 형성과정에서참여자의역할과결합방식 형성하기위해서는해당사안과관련하여국민의의사를체계적으로수집하고결집해야한다. 그런데공론형성의필요성이제기되는상황에서국민은이해관계와전문성의측면에서균질적이지않은경우가대부분이다. 교육개혁공론화과정에서드러난것처럼대학당국, 학원가, 학부형, 학생등과같이일반시민에비해이해관계가훨씬강한사람들이있기마련이고, 이들대부분은목적에맞게조직을구성하고있는경우도많다. 이와함께교육문제혹은교육개혁과관련하여일반인과는차별되는깊은지식과경험을축적하고있는개인이나집단도존재할수있다. 이해관계자의경우는해당사안의결정에따라손익이발생할수있는사람들로해당사안에대해일반인에비해훨씬높은관심과민감한반응을보일수밖에없다. 공론화과정에서이들은자신들의요구나주장을강하게드러내고, 일반시민의가치와판단에영향을미치고자한다. 전문가역시, 자신의신념이나판단에확신한강한집단으로공론화과정에서일반시민의가치판단에영향을미치고자노력하는사람들이다. 공론형성이사회구성원의의견을수렴하고결합하는과정이라고할때, 일반시민, 전문 가, 이해관계자누구하나공론형성과정에서배제될수없다. 문제는이들의질적차이를 의사결정과정에어떤순서와방식으로결합시켜갈것이냐에있다. 현실에서공론화가 국민의삶에지대한영향을미치는국가차원의의사결정을위한과정 이라고한다면, 공론화의핵심적인주체는일반국민일수밖에없다. 여기서일반국민이란현실적이고직접적인이해가걸려있는이해관계자와는다르게정책의향방에따라잠재적인영향하에높이게될국민일반을의미한다. 국민하나하나의이해관계정도는이해관계자에비해훨씬미약할수있으나, 국민이해관계의총합은소수이해관계자의그것과비교되지않을정도로크기때문에공론화의 1차적인주체가국민일반이되는것은당연하다할것이다. 공론형성과정의핵심적주체는참여한일반시민이고, 이들이제기하고선택한의 견은이후모든공론화단계의기반이되어야한다. - 26 -

1) 결합 과정에서이해관계자의역할이중요한이유는그들의강한 - 이해관계내부에일반국 민의약한 - 이해관계가포함되어있기때문이다. 즉그들의주장을통해일반국민은자신의 이해관계를발견하게되기때문이다. 이해관계자가공론화과정에서기여하는바는두가지차원이다. 하나는공론화에필요한 쟁점을형성하는기능 이고, 다른하나는 논의를심화시키는기능 이다. 이해관계자간이해와욕구가대립하고충돌하는지점에서쟁점이형성되는경우가많다. 또한대립과충돌이발생할경우, 이해관계자들은자신들의명분과정당성을확보를위해더욱적극적으로노력하게되고, 그과정에더많은근거 ( 지식과정보 ) 와논리를동원하게된다. 이과정에서논의는자연스럽게심화된다. 공론화과정에서일반국민의의견과이해관계자의의견을어떻게결합시킬것인가? 방법은간단하다. 정해진시간과규칙에따라그들이하고싶은말을자유롭게할수있도록기회를제공하면된다. 다만문제가될수있는것은그들이 공식적발언 에그치지않고, 시민대표단 ( 시민참여단등과같은 ) 에게의견을강요하거나, 다양한방식으로시민을회유혹은매수하는경우이다. 특히시민대표단의수가적고, 공론화기간이짧지않은경우, 이럴가능성은더욱커질가능성이있다. 이에대한대비가필요하다. 공론형성과정에서이해관계자는쟁점을제공하고논의를심화시키는역할을한다. 2) 전문가의결합 이해관계자의의견이말하는이의 이해나욕구에관한정보 라면, 전문가의의견은해당사안과관련한 진실에관한자료와정보 로볼수있다. 공론화과정에참여한일반시민에게전문가가제공한자료와정보는상황인식과가치판단에매우심대한영향을끼칠수있다. 전문가에의한잘못된정보가끼치는해약에대해서는말할필요가없을것이다. 그러나같은사안이라하더라도전문가의견해와관점이일치하는경우가많고, 특히사회적쟁점이되는사안의경우, 정반대의입장에서는경우도적지않다. 전문분야별로강조점에차이가있고, 사안을해석하는범위에따라서도입장차가발생하게된다. 여기에전문가역시사회적관계속에살아가는존재로이해관계로부터완전히자유로운전문가는기대하기어려울것이다. - 27 -

과정에서전문가의역할은두가지로압축할수있을것이다. 하나는공론화과정에참여한일반시민에게객관적인자료와정보를제공하고, 합리적논거를통해일반시민이객관적실체혹은진실에접근할수있도록도움을줄수있다는점이다. 다른하나는다양한전문가의의견을통해일반적으로수용할수있는것과특별한경우를식별할수있게되어논의를보다생산적으로심화시켜갈수있다는점이다. 논의과정에전문가의의견은어떤과정과절차를통해결합하는것이바람직할것인가? 전문가의결합방식은사안의성격에따라크게두가지방식이있을수있다. (1) 역할에그치는경우 공론화대상이일상적인주제로비교적친숙하고단순하여일반시민이전문가의도움만으로도어렵게않게결론에도달할만한주제인경우가이해해당될것이다. 즉일반시민이 ( 전문가의도움을얻어 ) 숙의과정을통해해당사안에대해해결방안과내용을충분히결정할수있는사안인경우, 전문가의역할은공론화에참여한시민에게객관적인자료와정보, 논리적근거를제시함으로써, 그들이보다넓은시각을갖고객관적인판단을내릴수있도록도와주는역할이다. 일반시민의결정에기여한다는점에서이해관계자의역할과마찬가지다. - 28 -

(2) 시민의의견을구체화하는경우 따라시민은숙의과정을통해방향을정하고, 전문가는시민이정한방향에따라내용을구성하는것이효과적인경우가있을것이다. 즉시민은사안해결방향을정하고, 전문가는정해진해결방향에맞는내용을구체화하는것이다. 균형잡힌전문가회의등을통해이를수행할수있을것이다. 예를들어, 국민은국민연금을폐지, 현행유지, 개선등방향만을속의과정을통해정하고, 전문가는국민이내린결론, 예를들면개선방안을선택했을경우, 이를구체화하는방안을마련하는방식이다. 이번대입시공론화의경우에도시민참여단은수시-수능, 절대- 상대평가에대한방향만선택하고, 선택된내용에대한구체적인방안은전문가회의 (Expert Penal) 를통해구체화하는방안이다. 또모도시도심에도시철도를건설할것인지에대한결정은시민참여단이하고, 전문가는시민참여단이내린결론에따라이를구체화하기위한방안을마련하는것이다. - 29 -

회의에서중요한것은내용을구체화하는과정에서시민참여단에의해채택되지않은소수의견을최대한반영하기위해노력해야한다는점이다. 예를들어앞의예에서시민참여단이국민연급 개선 을선택한경우, 전문가회의의목적은 개선 방안을마련하는것이나, 개선방안을마련하는과정에서폐지또는현행유지를선택한시민의의견을가능한수준에서최대한반영하기위해노력해야한다는점이다. 모도시의경우, 시민참여단이도시철도를건설하지않는것으로결론지였다고할경우, 전문가회의는도시철도를건설하지않으면서교통문제를해결할대안을개발하는일을수행할수있을것이다. 이경우에도도시철도건설을주장한시민의주장을최대한반영하기위해노력해야할것이다. 이런과정이필요한이유는공론화방식이공론조사와같이선택의문제인경우, 시민들은승패의문제로인식할가능성이높고, 그차이가크지않을경우, 새로운갈등요인이될가능성이높기때문이다. 또한공론화의궁극적인목적이 사회통합적인의사결정 이라는점을상기할때채택되지않은소수의의견을최대한존중하여반영하는것은당연한일이다. 5. 방식선택에서고려할점들 1) 방식의선택 정책형성초기이고이해관계그룹이집단화되기이전일수록다수결에의해국민의의사를확인하는공론화방식이효과적일것이다. 그러나교육문제등과같이해당사안과관련하여이미이해관계집단이형성되어활발히활동하면서이해집단간대립과충돌이일상화된사안인경우, 다수결에기반한공론화방식은문제해결보다는공론화과정을통해갈등이더욱심화될가능성이높다. 따라서정책입구에서는정책도입에대한국민의의견을확인할수있는방식을선택하는것이바람직한반면, 해당사안과관련하여이미갈등이심화된경우, 갈등해소와사회통합에기여할수있는공론화방식을선택하는것이바람직할것이다. 이런점에서신고리 5,6호건설재개나대입시방식선택과같은사안의경우, 우리사회대표적인갈등현안으로이미각진영이구축되어심각한대립과갈등을지속해온사안으로공론조사와같이수적다수에의해결론을맺는방식은사회적수용성을확보하기어려울것이다. 수적다수에의해정책결정의명분은확보할수있을지모르나, 사회적수용성을확보하기는쉽지않을것이다. 이번대입시공론화와같이다수와소수사이격차가적은 - 30 -

, 그결과에승복할가능성은매우낮다. 이런방식으로는사회적갈등은해소되지않 은채로지속될것이다. 그렇다면사회적갈등이심각한사안의경우, 다수결방식이아니면어떤방식을선택하는것이바람직할것인가? 결국은합의를도출해가는방식이외에는없다. 양진영의의견을최대한좁히고, 양진영이수용할수있는대안을개발하여양진영의동의를이끌어내는방식말고는다른대안이있을수없다. 공적사안에대해모아진의견을찾아간다는의미에서이런일련의과정도넓은의미에서공론화라말할수있을것이나, 협력적문제해결 (Collaborative Problem Solving), 혹은갈등해결 (Conflict resolution) 과정이라칭하는것이보다일반적일것이다. 공론화는정책형성초기에국민의의사를확인하기위해활용하는것이바람직하며, 국민의의사를명확히확인하기위해공론조사와같은다수결에기반한방식이효과적일것이다. 그러나장기간에걸쳐이미세력이형성되고, 지속적으로대립과갈등이발생해온사안의경우, 다수결에의한의사결정방식은정책선택의명분은학보할수있으나, 사회적수용성확보와갈등해결에별도움을주지못할것이다. 2) 규모와숙의정도 일반적으로참여규모가증가할수록수적-대표성은강화되는반면, 숙의정도는약화되기쉽다. 많은사람을장기간숙의과정에묶어놓는것은쉬운일이아니다. 따라서지금까지개발된숙의에기반한의사결정방식은타운홀미팅과같이많은수가참여하는경우, 숙의기간이짧아지면서숙의농도 ( 정도 ) 는옅어지는반면, 합의회의나시나리오플래닝과같이강한인적-대표성을지닌소수가장기간에걸쳐숙의하는경우숙의의농도는짙어진다. 그사이에다양한스펙트럼이존재한다. 어떤방식을선택할것인지는사안의성격에의존하여결정해야할것이다. 예를들어일반인의입장에서볼때, 도심에공원을조성할것인지에대한논의는원전정책을계속유지할것인지에논의보다상대적으로쉬울것이고, 같은주제라하더라도절대-상대평가한가지쟁점에대한논의가절대-상대, 수능-수시, 최저학력적용-부적용논의보다시간이훨씬적게소비될것이다. - 31 -

규모와숙의기간은일반적으로음의상관관계가있다. 따라서사안의성격과예산, 주어진시간등을고려하여참여규모와숙의정도를선택해야한다. 일반적으로강한-숙의과정이필요한경우엔인적 ( 的 )-대표성이강한소수의사람이장기간에걸쳐숙의하는것이, 약한-숙의과정이필요한경우엔수적 ( 數的 )-대표성을고려하여다수의사람이단기간에걸쳐숙의하는것이바람직할것이다. 3) 시간의구성 주어진숙의시간동안내부구성을어떻게할것인지가숙의시간의구성이다. 숙의과정은주로학습과토론으로구성된다. 학습은정보취득과질의와응답을통해형성되고, 정보를취득하는방법도내용이정리된책자, TV토론청취, 강의, 원자료 (row data) 등다양한형태가있고. 질의응답방식역시서면으로하는방식과면대면등다양한방식이있다. 토론은청취, 발언, 인식의확인과확장등으로구성된다. 토론역시구성방식과규모에따라전체토론, 그룹토의, 반대토론등등수없이많은방식이있다. 숙의과정에서우선중요한것은주어진시간동안학습과토론시간의배정이다. 이는사안의성격을고려하여결정해야한다. 사안에따라객관적인사실인식이매우중요한사안도있고, 사실인식보다는가치판단이더중요한사안도있다. 예를들어, 어느도시에도시철도를신설할것인지에대한논의에서는건설의필요성, 타당성, 예산규모, 편익과손실 - 32 -

대한이해가매우중요할것이다. 이에반해생명권, 대체복무제도입여부등에관한논의에서는객관적인자료에대한학습이외에도생명을어떻게볼것이냐, 집총복무와대체복무간의형평성을어떻게이해할것이냐등주로토론을통한인식의확장이매우중요할것이다. 보다세부적으로는학습과정에서도정보를어떤방식으로취득하느냐에따라사실관계에 대한인식이달라질수있을것이고, 토론방식과규모역시참여자의인식에커다란영향 을끼칠것이다. 숙의과정에서학습과토론시간은사안에따라탄력적으로운영해야한다. 객관적자 료에대한이해가중요한사안인경우에는학습에충분한시간을배정해야하고, 가치 판단이상대적으로중요한사안인경우토론에충분한시간을배정해야한다. 6. 방식의개선 이번대입제도공론화실패에는공론화대상선정의오류, 의제설정의임의성, 공론화진행의외주화, 비현실적운용, 조사방법론에대한협소한이해, 전문가및이해관계자와의잘못된관계설정외에도, 그들이공론화도구로활용한피시킨교수가제안한공론조사방식에대한경직된운용이크게작용하였다. 이런경직된운용은공론조사방식자체가안고원천적인한계가원인인측면도있고, 공론조사를적응적으로활용하지못한공론조사운영자의현실적인한계가원인인측면도있다. 여기서는피시킨교수가고안한공론조사방식이이번대입제도공론화과정에서드러난원천적인한계를중심으로논하고이를보완하기위한방안을몇가지제안하고자한다. 첫째, 공론조사방식은원천적으로의제설정과정에대해서는대안을제시하지않는다. 의제는외부에서주어진외생변수일뿐이고, 투입구에들어가는의제는말끔하게정리된단일주제이다. 그러나이런현실은존재하지않는다. 의제설정자체가치열한논의주제이고, 의제에대한합의가이뤄지지않은한, 공론화는추진될수없다. 이번대입제도공론화과정에서시나리오워크숍이라는방식을통해 4가지시나리오를작성한이유도공론조사에필요한의제를도출하기위한목적때문이었다고풀이할수있다. 공론조사방식을활용하기위해서는사전에갈무리된의제가필요하다는사실을잊어서는안된다. - 33 -

, 공론조사방식은숙의과정전후여론의변화를확인할수는있으나, 갈등해결이나사회통합을위한별도의방안을제시하고있지는못하다. 지난신고리 5,6호기공사재개여부공론화와이번대입제도개선공론화의경우, 공론화과정은치열한각축과대립의공간이었다. 이는근원적으로공론조사방식이 수 에의존하고있는한계에서비롯되었다고볼수있다. 피시킨교수의공론조사방식이다수결에의한의사결정을목적으로개발된것이아님에도불구하고, 이를정책결정의수단으로활용하는경우, 다수를얻기위한치열한경쟁은불가피하다. 또한공론조사방식은조사과정에서발생한갈등을해결하기위한방안을제시하지않는다. 공론조사후패자 (?) 대한배려와갈등해결은별도의노력이필요한부분이다. 셋째, 이번대입제도공론화과정에서드러난바와같이, 대안들 ( 혹은시나리오 ) 사이에통계적으로유의미한차이가발생하지않을경우, 공론조사를통한의사결정은불가능하게된다. 이역시피시킨교수의원래의도와는무관한것이나정책결정을위해공론조사방식을무분별하게사용하는경우, 피할수없는문제이다. 넷째, 피시킨교수의예상과는달리현실에서는사전여론조사와숙의사후여론조사간에유의미한차이가발생하지않는경우도있고, 큰차이가발생하는경우도있을수있다. 숙의전후여론조사에큰차이가없다면숙의과정이별다른의미를갖지못했다는것을반증하는것이고, 숙의과정후에이전과다른결과가도출되는경우, 사회적으로큰혼란을일으킬수있다. 예를들어아주민감한사안에대해여론조사결과는 A안 47 B안 53로 A 안이유력하였던반면, 숙의과정후 A안 52 B안 48로나와 B안이더유력해진다면, 여론조사결과를신뢰하는집단과숙의후결과를더신뢰하는집단간결과수용에전혀다른반응을보일것이다. 다섯째, 피시킨교수는숙의과정의중요성을강조하고있을뿐, 공론조사방식에적합한 사안과그렇지않은사안에대해서는말하고있지않다. 이에대한판단은공론화를추진하 는제안자혹은기획자의몫이다. 여섯째, 피시킨교수는숙의과정의중요성을강조하고있을뿐, 학습과토론으로구성된 숙의방식의구성과시간배분에대해서는말하고있지않다. 이는사안의특징을고려하여 공론화를추진하는제안자혹은기획자의몫이다. - 34 -

7. 민주주의는길위에있고, 완성을향해가는노정일뿐이라고말했다. 우리역시지난세월대의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를경험했으나이에역시완성을향해가는길위에있을뿐이다. 최근대의민주주의혹은광장민주주의한계를극복하기위한다양한시도들이합의민주주의, 추천제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란이름들로우리곁에다가오고있다. 우리민주주의노정에최근에결합한이름들이다. 그동안지역사회와기초지자체를중심으로숙의과정이포함된의사결정방식이다양한형태로시도되고, 일정한성과를거두기도하였으나, 국민적인관심을모으게된계기는신고리 5,6호기를통해서였다. 논의과정의정교함이대중매체를통해시민들에게알려지면, 색다른의사결정방식에시민들은높은관심을보이고있다. 의사결정방식의다양화는분명한진전이고바람직한일이다. 대입제도공론화는앞서지적한바대로몇가지심각한오류와한계를지니고있었고, 공론화실패의전형으로남을것이다. 그러나대입제도공론화의실패가공론화의실패나더나아가숙의민주주의실패를의미하지는않는다. 대입제도공론화의실패는공론화의원칙, 기획과설계, 방식선택, 숙의과정진행등에대한반성적성찰을낳는중요한계기가될것이다. 명확한것은방식의절대화가가져오는오류이다. 먼저고민한사람들의지혜를배우는것은당연한일이고, 성공사례에관심을갖는것은인지상정이다. 그러나동도서기 ( 東道西器 ) 의한계는이번공론화를통해서도확인되었다. 현실적조건과과제의성격을소홀히한채방식을절대화하는경우, 심각한오류에빠질수있다. 한국사회공론화에대한설계는우리실정에맞게재구성되어야한다. 지역사회에서수많은실험들이이미진행되었고, 많은성과들이있다. 그경험과성과를소홀히해서는안된다. 또한세계수많은곳에서숙의민주주의방식의문제해결과정이진행되고있고, 다양한방식들이이미개발되어있다. 이들모두가우리의스승이될수있다. 문제는우리의판단과태도이다. 거의모든독재자들이민주주의란이름을도용했듯이숙의 민주주의또는공론화역시정권의정치적명분쌓기나책임전가용으로악용될가능성이 있다. 이와함께숙의민주주의가만능일수는없을것이다. 숙의민주주의가내장하고있 - 35 -

자체한계에도주목해야할것이다. 이런면에서보면공론화의성패여부는기술선택 의문제이전에민주주의에대한우리의인식과태도에달려있는것같다. - 36 -

[ 3] 공론화과정의비팬과대안 오현철 ( 전북대학교일반사회교육학과교수 ) 1. 공론조사와민주주의 1) 민주주의의미래 한국의교육정책은언제나많은논쟁을불러왔다. 현대사회에서 공공정책을결정하는주요매커니즘은관료제, 시장, 민주주의 (Beetham 1996) 인데한국교육정책처럼관료제와시장이정책결정을독점하는경우에는필연적으로정부실패와시장실패를초래한다. 학생및학부모를포함하여국민대다수에게평생동안영향을미치는교육정책을교육부가일방적으로주도하거나교육의공급자들이이익집단화하여영향력을행사하는경우에는그폐해는더커진다. 교육과정과대학입시제도가자주바뀌는이유는교육관료가주도한정부실패와교육전문가나교사단체등이익집단의영향력행사가초래한시장실패가반복되는데있다. 특히시장실패는공급자중심의몇몇이익집단이주도하는시장이왜곡되어발생것으로며, 학생과학부모등교육수요자의요구는무시되고국민이피해자가된다. 교육관료들의상명하달식명령이나시장의이익쟁탈적경쟁이지양되도록시민에의한민주적조정메커니즘이절실하기때문에공론조사같은시민참여방법이필요하다. ( 오현철ㆍ강대현, 2013, 140) 대입제도개선공론화위원회는대입제도개편공론화과정에대해다음과같이의미를부여하여정책결정매커니즘에민주주의를도입하는배경을설명하고있다. 한국사회는국가중심의민주주의에서국민중심의민주주의로변화하고있다. 국민중심의민주주의는주권실현방식으로국민제안과함께국민숙의와국민결정을지향하고있다. 또한, 공론과합의에의한정책결정이라는 과정의민주주의 를정부가추구하여야할가치로방향으로설정하고있다. 이번대입제도개편을위한시민참여형조사는 국민중심의민주주의 를구현하는사회적합의형성모델의장 ( 場 ) 이될것이다. ( 공론화위원회 대입제도개편공론화숙의자료집 A타입, 4; 이하에서는 자료집A 로표기 ) - 37 -

설정한민주주의방향과공론화과정은한국민주주의의실질적발전을추구하는시대적요청에부응하며국민주권민주주의를구현하는데기여할수있다. 정책결정과정에시민들이집단적으로참여하여의사결정권한을행사하는경험이시민들의권능을강화 (empowerment) 하고민주주의를도약시키기때문이다. 이점에서현정부의신고리 5,6호기건설문제결정과대입제도개선방향을공론화과정에위임한것은우리의민주주의를한단계성숙시키는바람직한정책이다. 최근에는지방정부에서도정책결정을위해공론조사를활용하는사례가늘고있어서 1987년형식적민주주의쟁취와 1995년지방자치실현이후에민주주의를실질적으로도약시키는전환점이되고있다. 2) 기대를저버린공론화결과 2017년 8월김상곤교육부장관은 수능개편방안에대한입장차이가첨예하기때문에공론화과정을통해합리적대안을모색할필요가있다 는판단아래 2021년도수능개편을 1년유예하고,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에결정을위임하였다. 관료제와시장이지배하던교육정책을시민이직접참여하여결정한다는기대감이높아졌다. 그러나국민토론회와시민참여단 490명의 숙의 등 3개월여공론화과정을통해도출된결과는 확실한결론없음 이었다. < 그림 1. 대입제도개편공론화의제 > ( 한겨레 2018. 7. 29) 시민참여단에제시된선택지인 4개의대입개편시나리오 (< 그림1> 참조 ) 는수능위주의정시전형과학생부위주의수시전형을한축으로, 수능상대평가와절대평가확대여부를다른축으로결합한방안들이었다. 공론화위원회발표에의하면, 시민참여단이가장많이지지 (52.5%) 한 1안은정시모집을크게 (45% 이상 ) 늘리고수능상대평가는그대로유지하는내용이다. 이와반대되는 2안도비슷한지지 (48.2%) 를얻었는데, 정시확대반대 + 수능 - 38 -

를결합한시나리오였다. 1 안과 2 안의선호도차이는통계적으로유의미한차이가 아니어서확실한정책방향을제시하지못하는결론이도출되었다. 2018년 6월공론화위가 4가지의제를공개하고 각의제가완전히배타적이지않다 며 4 지선다형대신선호도조사를선택하면서이러한결과는어느정도예견되었다. 문제의성격은복잡한데선정된의제들중 2안을제외한 1안, 3안, 4안은서로차별성이적거나모호하기때문에분명한답변이나오기어려웠다. 이결과는 1안과 2안이내포한가치인 공정한입시제도 와 학교교육정상화 가운데시민참여단이어느하나의가치를확실하게선택하지못한때문이었다. 5점척도로조사한결과, 공정하고투명한입시제도에대한중요도가 4.62점 ( 중요하다는의견 95.7%), 학교교육정상화에기여하는입시제도에대한중요도가 4.42점 ( 중요하다는의견 92.8%) 으로상대적으로높게나타났다. ( 공론화위원회. 대입제도개편공론화결과. 2018. 08. 03. 82쪽. 이하에서는 결과 로표기한다 ) 결국공론화위원회는추가질문을통해 2022학년도에는상대평가인현행수능을확대하되중장기적으로는절대평가가필요하다는결론을내렸다. 그결과수개월동안많은관계자들과일반국민들그리고시민참여단이노력했음에도불구하고공론화과정이전보다진전된결론을내리지못함으로써대입제도개선의결정권을다시정부에넘겨주게되었다. 이결과를두고공론조사는정책에간여하지말고사회적방향을제시하는정도에그쳐야한다거나, 공론화의정당성을의심하거나그타당성을전면적으로부인하는담론들이대두되고있다. 특히교육이나대입제도와같은전문적인영역에서전문성없는일반시민들이정책결정과정에참여하는것은부적절하다는근본적인비판도제기되고있기때문에, 대입제도공론화과정에서무엇이잘못되었는지분석ㆍ비판하고대안을제시함으로써공론화불가론이나무용론을불식시킬필요가있다. 글의순서는 2 장공론화과정의문제점들, 3 장준비ㆍ진행과정의문제점들, 4 장공론조사 설계를다시하면, 5 장공론조사에대한비판과반론, 6 장결론이다. 2. 공론화과정의문제점들 이장에서는먼저시나리오워크숍의문제를검토한후, 구딘 (Goodin) 을따라공론조사과 정을네가지계기를중심으로분석한다. 공론조사의선호전환효과를연구한구딘은참여자 들이자신의선호를바꾸는계기를구분하여측정하였다. 그것은정보습득, 증언청취, 관 - 39 -

변화, 집단토론이다 (Goodin & Niemeyer 2003, 634). 정보습득 은해당문제와그영향에대해많은것을알게되는것을의미하는데, 이번공론화과정에서는자료집읽기, 영상자료시청등이해당한다. 증언청취 는특정사건의증언자와발언한사람들의관점을경청하는것인데이번에는전문가의발표청취및전문가와의질의응답이해당한다. 그리고 관점변화 는내가좋아하는관점에서눈을돌려공동체에가장좋은것을찾으려는시각으로문제를바라보는것을의미한다. 집단토론 은공론조사의핵심과정으로참여자들을무작위로소모임에배정하여주제를토론하는것이다. 이번공론화과정에서는 관점변화 계기와 집단토론 이없었다. 1) 시나리오워크숍의문제점 공론화위원회는 2차회의를마친후 시나리오워크숍 을개최하여공론화의제를선별하겠다고발표하였다.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가발표한대입제도개편공론화범위는 3가지쟁점이었다. 그것은첫째, 선발방법비율문제에서 1 학생부위주전형 (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 과수능위주전형간비율검토 2 수시수능최저학력기준의활용여부에관한물음이었고둘째, 수능평가방법에서전과목절대평가전환혹은상대평가유지원칙으로이루어져있었다. 공론화위원회는각쟁점별로복수의입장선택이가능하므로 3가지쟁점별입장을조합할경우다양한경우의수가도출될수있고, 각쟁점들은분리되어결정될수있는사안이아니라고판단하였다. 그리고시민참여단의효과적인숙의를위해서는공론화범위를보다구체화하고명확화하는과정이필요하기때문에시나리오워크숍을통해의제수를줄인다고하였다 ( 결과 65). 시나리오워크숍 은국내에서이론적측면에서는출판된학술논문이없고소수의소개글과해외사례참관기만있을정도로연구가부족한방법이며, 경험적으로는몇차례의실험적시도만있을뿐이어서우리에게는낯선방법이다. 그리고이방법은주로 미래를예측할수없는상황에서미래의시나리오를작성하는방법 ( 김두환 2002, 91) 으로참여자들의밀도있고체계적인대화를통해전망과행동계획을공동으로작성하는방법이다. 시나리오워크숍이주로적용되는미래의불확실한상황과달리한국대입제도의장단점과폐해는이미익히알려져있고의견이첨예하게대립되기때문에공론조사를통해서시민들의의견을하나로모으자는것이공론화의취지였다. 그런데현재목전에임박한대입제도개선방안을논의하면서우리가알수없는미래의과학기술이나사회와환경변화를예측하여대응하려는취지의시나리오워크숍으로의제를선정한다는것은이해하기어려운선택이었다. - 40 -

워크숍참여자구성에도문제가있었다. 시나리오워크숍에서는학생, 학부모, 교사, 대학관계자, 대입전문가등 5개그룹이 7명씩참여했다. 형식적으로는입시제도와관계된이해관계자들이균형있게참여한것으로보인다. 하지만관점에있어서는불균형적이었다. 전교조에따르면 학생, 학부모, 교사는수능상대평가와절대평가지지자를절반씩배치했지만대학관계자와대입전문가절대다수는수능상대평가유지입장을표명하여심각한불균형이나타났다. ( 뉴스핌 http://www.newspim.com/news/view/20180626000449, 검색일 2018.08.23.) 이와같은불균등한참여자구성이상대평가 / 절대평가의제수에서 3:1이라는불균등한결과를만든원인으로보인다. 그리고시나리오워크숍은하나의시나리오만을결론으로도출한다. 이번에하나의단일한시나리오를도출하였다면뒤에있을공론화과정자체가불필요할정도로성공적인시도라고할수있다. 그러나공론화위는 2차회의를마친후 대입제도개편공론화추진계획 을밝히며 4-5개의시나리오를도출할것이라고언급하고실제로 4개의의제를만들었다. 시민참여단에게선택지를제시하지않으면결론을도출하기어려울것이라는판단에서선택지 4개를선정한것으로보인다. 그런데시나리오워크숍에서선정된 4개의의제들은시민참여단에게적절한판단기준을제공하지못했다. 대입제도개선에서중요한요인인수능상대평가 / 절대평가를기준으로볼때상대평가를지지하는의제1, 의제3, 의제4를수능 45% 이상, 대학자율, 수능확대라는부차적인기준으로세분화함으로써의제수만늘렸을뿐의제간의실질적인차이는두드러지지않았다. 또의제1과의제4는사실상거의같은방안이었다. 또공론화과정에서 4개의제에대한단순선호도조사를채택함으로써 다수선택지가가져오는선택의복잡성 을불러왔다. 공론조사는다수의선택지가존재하여사회적선택이어려울때해결방안을찾을수있는유력한방법인데이번경우에는그장점을전혀살리지못했다. 4개의시나리오를선별할예정이었다면아예시나리오워크숍을진행하지않고공론조사과정에서시민참여단이스스로구성하도록열어두는것이더나은선택이었다. 전교조와교총이 4개의시나리오중어느것에도동의할수없다는이유로공론화과정에참여하지않아교육자없는입시제도개선공론화과정이되었다. 2) 정보습득 과정의오류 자료집에심각한오류들이있었다. 가장문제가된것은의제 1 과의제 4 의설명자료인데, - 41 -

( 학종 ) 이일반고에불리하다고주장하기위해서울대합격자수치를제시했지만오류가있어서서울대가수차례정정요청을하였다. 서울대가중요하게지적한것은 2007~2018 학년서울대고교유형별합격자통계 다. 의제1 설명자료에서 학종이 80% 가까이늘어나면서일반고와자공고학생의합격자수는줄어든상황 이라며학종의확대로일반고가하락한것처럼해당통계를제시했지만이는사실과다르다는것이다. 자료집에서는최종등록자기준 2007년일반고합격자비중이 72.4% 에서 2018학년 55.6% 로크게줄어든것처럼표현하고있지만서울대가공개한최초합격자기준으로살펴보면실제로학종이도입된 2014학년 49.3% 에서 2018학년 53.6% 로일반고합격자는오히려늘었다. 그외에도학종이도입된이후특목고입학자늘었다고주장했지만 10년간자사고수가늘어서입학자수가늘어난것인데학종때문인것으로오인하게하였다. 서울대의정정요청은한달넘게반영되지않다가 2차숙의토론회직전인 7월말이돼서야반영돼 모두의대입발언대 에수정게재됐다. 서울대공문으로자료가수정되기전까지 1차회의이후보름동안시민참여단이 틀린통계 로정보를습득한것은심각한오류다. 의제대표가통계를자의적으로왜곡했거나, 학종과사정관제의차이를잘몰랐거나, 고교의유형을이해하지못했을수있다. ( 대입개편공론화과정 ' 치명적결함 ' 드러나 ( 베리타스알파, 2018.08.15. http://www.veritas-a.com/news/ articleview.html?idxno=124549, 검색일 2018.08.24.) 3) 증언청취 과정의오류 공정하지못한의제선정결과가증언청취과정을왜곡했다. 수능 상대평가의제 3개와절대평가의제 1개 라는불균등한의제설정결과는, 전문가토론과정에서상대평가팀이 3 개가되어절대평가팀보다세배의시간과정보를참여자들에게전달하게되었다. 이것은수능절대평가팀에게절대적으로불리한조건이었다. 발표와질의응답과정에서팩트체크도하지않았다. 참여시민의증언에의하면 쉽게예를들면국민일보에서몇월에나온기사라고해줬는데맞는건지틀린건지저희가검증할수있는게아무것도없더라고요. 한가지자료를가지고두가지의제가다른해석을하는상황도생겼어요. (EBS 뉴스, 2018.08.06.) 정확한자료를제공하지않으면정보습득과증언청취과정의의미가사라진다. 4) 관점변화 과정의오류 공론화위원회는 대입제도개편은 대입제도방향또는가치를반영하여 숙의를통 해결론을도출하는것이필요하다 ( 결과 66, 강조는필자 ) 고 교육의미래비전 의중요 - 42 -

명확히밝히고있다. 교육의미래비전 이중요한가치이기때문에모든의제는해당의제가전제하는 미래교육비전 을담고있으며숙의자료집에수록했다. 토의 과정에서시민참여단이대입제도개선방안을판단할때중요한기준이될것이기때문이다. 1) 따라서공론화과정에서 교육의미래비전 에대해토론하는것은당연한절차로여겨졌다. 미래비전에대한토론은시민참여단이공론화과정에참여하기이전에학생부중심 / 수능중심, 절대 / 상대평가에대해갖고있던관점을스스로검토하여나의이익이아니라사회전체의공공선에부합하는관점으로변화시키도록유도하기위한것이다. 그러나 " 미래비전을논하면절대평가팀에유리하므로공정하지못하다 " 는상대평가측의주장을받아들여주최측이시민참여단토론에서제외했으며시민참여단에게방영예정된 내가바라는학교는? 이란학생들인터뷰를담은동영상도상영금지했다 ( 국가교육회의대입특위권고안비판교육시민단체및오피니언연대기자회견 (2018. 8.7.). 교육의미래비전은모든의제를자료집에서술하였기때문에이에대한토론이특정의제에유리하다는주장은근거없을뿐만아니라유불리와무관하게반드시토론해야할중요한안건이었다. 이처럼중요한안건에대한토론을주최측이임의로생략했다는것은심각한실책이다. 교육의미래비전을공유하지않은시민참여단은무엇을기준으로의제들을판단했을까? 아래의 < 표 1> 은시민참여단이최종선호를결정할때고려한결정요인들이다. 표에서볼수있는것처럼공론화위원회가제시한 8개의결정요인들중에서시민참여단이중요하지않게고려한것은하나도없었고, 4점이상을획득한요인만 6개에달했다. < 표 1. 의제결정요인추이 ( 결과 80)> ( 단위 : 점 ) 1차 2차 3차 선발과정의객관성확보 4.45 4.38 4.42 학교교육의정상화지향 4.40 4.33 4.50 대학응시재도전기회부여 3.86 3.89 3.98 지역, 계층, 학교유형간격차완화 4.09 4.10 4.21 대학의학생선발자율성보장 3.45 3.34 3.43 사교육비부담경감 4.32 4.27 4.03 학생의수험부담완화 4.04 4.06 4.12 대학입시제도의안정성유지 4.19 4.17 4.06 1) 공론화위원회가사용하는용어인 숙의 와필자가사용하는용어인 토의 는모두영어 deliberation을번역한것이다. 다른번역어로심의, 협의가사용되기도한다. 옥스퍼드사전에의하면 deliberation 속에는 discussion 과 consideration 의두개념이복합되어있다. 그에따르면 deliberation은사람들이토론을통해어떤사안에대해심사숙고한후에결정하는과정전체를의미한다. 심사숙고에이르는방법은다양하다. 근대철학자루소는혼자서성찰과정을통해심사숙고한개인들이집단적으로일반의지를구성할수있다고생각했다. deliberation은루소의생각과전혀다른방법인데, 개인이고독하게생각하는게아니라다른사람들과함께토론함으로써심사숙고에도달한다는점을강조하는개념이다. ( 오현철 2018, 13) 따라서이글에서는시민참여단의 토론 을생략한과정을 숙의 로, 토론을포함한공론화과정을 토의 로구별하여사용한다. - 43 -

표에드러난것처럼참여시민들이다양한요인들을염두에두기때문에의제별로선호가분산될수밖에없었다. 다양한가치들속에서자신의선택을결정하기어려운경우에집단적으로하나의선호를이끌어내기위해서는참여시민이스스로관점을변화시키는계기가필요하다. 이번공론화과정에서구딘이구별한네계기의효과를추정해보자. 아래의표는각의제들에대한지지도변화를보여준다. 1차조사는 7월 14-15 일 1차숙의토론회에서, 2차조사는 7월 27일 2차숙의토론회첫째날에, 3차조사는 7월 29일마지막날에실시하였다. < 표 2. 대입제도개편의제별지지도 ( 지지 + 매우지지 ) 추이 ( 단위 : %) ( 결과 82)> 의제 1 의제 2 의제 3 의제 4 1차조사 49.4 50.5 39.2 50.3 2차조사 53.8 40.6 30.5 47.8 3차조사 52.5 48.1 37.1 44.4 1차조사보다 2차조사의지지도가올라간것은 의제1 뿐이다. 이것은 1차조사이후자료집과자료영상을통해학습한 정보습득 효과로볼수있다. 왜곡된자료집이시민참여단의판단에영향을미친결과일수있다. 2차조사결과보다 3차조사에서지지도가높아진것은의제2와의제3이고의제1의지지도는낮아졌다. 이것은 2차숙의기간이루어진전문가발표청취와전문가질의응답에의한 증언청취 효과로추정된다. 하지만의제1의지지도변화는 49.4% 에서 52.5% 로, 의제2의변화는 50.5% 에서 48.1% 로미미한정도에그쳤다. 만약숙의과정에서 관점변화 의계기가주어지고 집단토론 을할수있었다면지지도추이가크게달라졌을수있다. 5) 집단토론 과정의오류 그동안국내에서여러차례의공론조사가실시되었다. 노무현정부는 2003년에서울외곽순환도로북한산관통터널 ( 사패산터널 ) 과관련해시민단체에공론조사를제안했다. 재정경제부는 2005년에부동산정책에관한공론조사를실시하고백서를발간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06년에한국사회의사회적신뢰를높이기위한방안으로사법혁신과세제개혁및시민배심원제와공론조사도입을요청했다. SBS는 2006년한미 FTA에관한공론조사를실시했으며, 2007년 3월에청와대는개헌발의후공론조사실시를검토한바있다. 2007년 4월제주도의회특위는해군기지유치여부결정을위해공론조사를실시할것을 - 44 -

( 오현철 2018, 129). 그러나국내에서시행된모든공론조사들이피시킨 (Fishkin 1991) 이고안한공론조사요건을갖추지않았다. 특히시민참여단의 깊이있는토론 을처음부터배제함으로써 무늬만공론조사 에가까웠다. 이러한사정은 2017년의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공론조사때도마찬가지였고이번대입제도공론화과정에서도반복되었다. 공론조사에서가장중요한과정은참여시민들간의 깊이있는토론 이다. 토론에서나의입장을주장하고다른사람의비판으로부터변호하기위하여정보습득에열의를갖게되고, 전문가의발표와토론을유심히청취하고, 그과정에서나의생각을정리하고관점을전환한다. 균형된토론이균형된학습을증진시키며, 집단토론은시민들의집합지성구성과정이어서복잡하게얽혀있던문제들도토론과정에서정리될수있다. 공론조사과정에서는소모임토론이잘이루어졌는지평가하기위해참여시민들의의견을 묻는설문지를별도로제작한다. 이번에도참여시민들에게본인이참여한분임토의를평가 하는설문을실시하였다. 평가항목은아래의다섯가지이다 ( 결과 89). 나는분임토의에서열심히내의견을전달했다 나는분임토의에서다른사람의의견을잘들었다 내가속한분임에서는의견교환이잘이루어졌다 내가속한분임에서는토론이공정하게진행됐다 내가속한분임에서는상호존중하는태도로토론했다 공론화위원회의설문 5개중에 2개가 나는... 이라고묻는다. 이것은토론에임하는참여자개인의시민적덕성을묻는질문이다. 이러한질문은참여시민의자질을낮추어보는엘리트들의전형적인시각을반영한다. 소모임토론의질적수준을평가하는것과는아무런관계없는질문들이다. 나머지 3문항도 의견교환, 공정한토론, 상호존중 과같은토론분위기를묻는추상적인질문에그치고있다. 주최측이 수준높은토론 을진행하기위해크게고민하지않았음을보여주는설문지이다. 위의다섯개진술에대한동의정도를 5점척도로응답하게하였다. 공론화위원회는다섯개응답의평균점수를분임토의에대한평가점수로사용하여평균 4.39점으로전반적으로높았다고자평했다. 그러나각각의문항에대한점수를따로발표하지도않아서소모임토론에서무엇이문제였는지파악할수없을뿐만아니라, 다음공론조사를준비할사람들이활용할수있는정보를제공하지도않는다. - 45 -

나라의경우에는소모임토론을철저히준비한다. 아래의 < 표 3> 은 2000 년덴마크가 유로화가입을주제로개최한공론조사에서소모임토론을평가하기위한설문지샘플이다. 소모임토론을구체적으로평가하는설문문항이 10 개에달한다. < 표 3. 덴마크공론조사의소그룹토의에대한평가 > ( 오현철 2018, 137) 설문내용그렇다중립그렇지않다 처음부터소그룹내에컨센서스가형성되어있었다. 25 21 57 토의진행되는과정에서그룹내컨센서스가형성되었다. 82 10 8 전체토론회를위해선정된질문에동의하기어려웠다. 28 12 60 토의가피상적이었다. 10 10 80 토의할시간이부족했다. 68 11 21 주제와관련된모든측면에대한토의가이루어졌다. 64 17 19 나의견해와반대되는주장에대해이해하게되었다. 84 11 5 참석자들은어떤것이모든국민들에게가장공정하고최선의대안인지라는관점에서자신의주장을펼쳤다. 70 18 12 서도다른입장들이동등하게존중을받았다. 85 9 4 다른사람의주장이내자신의의견을형성하는데유용했다. 69 17 14 * 음영표시는필자 토론참여자의시민성을묻는질문은없고토론의질적수준을측정하는데필요한질문들로구성되었다. 주요한질문은 토론과정에서컨센서스형성 토의시간 토론한주제들 반대되는주장에대한이해정도 관점변화여부 다른사람의주장의유용성 이다. 이러한질문을던지는이유는이러한요건들이충족되도록 깊이있는토론 을했는지를확인하기위한것이다. 그만큼토론에대한준비를철저히한다는뜻이기도하다. 8번째설문항목 ( 참석자들은어떤것이모든국민들에게가장공정하고최선의대안인지라는관점에서자신의주장을펼쳤다 ) 이 관점변화 를묻는질문이다. 참석자들은토의과정에서자신의주관적관점이나개인적이해관계를떠나모든국민과사회에공정하고최선의대안이되는관점에서생각하고판단할것을주문받는다. 그러기위해서 다른사람의주장 과나와 반대되는주장 을듣고논박하고나의생각을정리하는과정이반드시필요하다. - 46 -

공론화과정의토론은어땠을까? 2 차모임마지막날한분임토의에서토론에대해참 여자와모더레이터간에오고간대화를들어보자. 시민1, 우리토의방식도문제가많다고생각해요. 그냥돌아가면서발표만하는거지, 거기에대해반문을하거나토론을하거나그런걸할수있는게아니잖아요? 시민2( 노인 ), 모더레이터양반, 내가한가지만묻겠소. 이게토론이요?... 난아니라고생각하는데. 돌아가면서자기할말만하고, 또앞에서질문던지면쪼르르대답만하는게무슨놈의토론은토론이요? 발표지!... 모더레이터, 주최측방침입니다, 어르신 ( 대학입시제도개편공론화 2 차숙의토론회참가후기 - 下편, http://change2020.org/ 613?category=832070 [ 바꿈, 세상을바꾸는꿈 ], 검색일 2018.8.17.) 위의대화를전해준시민3은토론없는숙의과정을이렇게평가한다. 아마노인은쌍방향적인대화를원했을것이다. 나의주장과너의주장이엇갈려서로부딪치고그마찰안에서새로운대안이불쑥튀어나와논리와사고의영역을확장하고이렇게넓어진운동장에서만인만색의다채로운의견이뒤엉키고뒤섞이는진정한토론!... 그러나그들은 [ 주최측은 ] 결국문을굳게잠그고중립자의단호한통제아래시민의의견을청취만하는소극적인토의방식을선택했다. 이것은더나은민주주의를위한방법도아니고, 더좋은대입제도를숙의하려는고민의결과도아니었다. 그저정해진시간안에시민들이분임토의를끝내고, 결과적으로자신들이세운숙의일정을충실히소화하는것. 그것이전부였다. 소모임토론목적은다양한사람들과토론할수록다양한정보와관점에접하게되어참여자가속한모임의의견풀 (pool) 이넓어지므로개인의편협한시야에서벗어나도록돕는것이다. 의견풀을넓히기위해서한차례의소모임토론이끝난후에다시소모임을꾸릴때에는또다시무작위로소모임을꾸린다. 그러나이번에는소모임내에서토론을하지않았을뿐만아니라, 처음부터끝까지참여자들을한조로편성하여자신이속한소모임이외의참여자들과소통할기회가없어참여자들이의견풀을확장할수없었다. 이런경우에는참여자들이처음갖고있던관점을변화시킬가능성은낮아진다. 아래의 < 그림 2> 는각의제에대한시민참여단선호도조사결과다. 모든의제들에대해서 - 47 -

진행될수록처음에선호가분명하지않아 보통 이라고대답한사람들의비율이대체로줄어들고 지지 와 지지하지않음 으로이동하는것을볼수있다. 참여시민들간의자유롭고제한없는토론이이루어졌다면 20% 내외에달하는 보통 을선택한참여자의관점이변화하여선호를바꾸고통계적으로의미있는결과를도출할수있었을것이다. 특히의제 1과의제 2의경우에 보통 의비율이 17.5% 에달하여이들의선호가 지지 나 지지하지않음 으로전환되었다면확실한하나의결론을도출할수있었다. < 그림 2. 의제별지지도추이 > ( 결과 76) 의제 1 의제 2 의제 3 의제 4 공론조사의장점중하나는선택지들이다양하여하나의결론을도출하기어려운문제에서참여자들이토론을통해부적합한것을하나씩줄여가면서결론에도달할수있다는점이다. 집단토론과정에서관점변화가생겨나에게좋은것보다사회전체에좋은것을선택하는선호전환효과가나타난다. 그결과선호의단봉성 (Single-Peakedness) 이증가하여투표의딜레마인선호가순환하는문제를해결가능하게된다. (Fishkin & Luskin 2005, - 48 -

292) 증가하다는것은다양한선택지중하나에대한참여자들의선호도가높아진다는의미이다. 그러나토론없이 숙의 한결과 (< 그림 2>) 를보면선호전환효과로단봉성이증가하는것이아니라오히려의제에대한선호도차이가줄어드는정반대결과가나타났다. 2차숙의기간에시민참여단의의제선호도가점차비슷해졌는데, 1차조사에서 1 위와 4위의제간선호도차이는 11.3% 포인트였지만 3차조사에서는 8.1% 포인트로줄어들어여타공론조사와반대되는결과를보였다. 시나리오워크숍은 1박2일동안 풍부한토론 을진행했는데 ( 결과 25), 2박3일의 2차숙의과정에서는왜시도하지않았는가? 공론화위원회가그이유를밝혀야하겠지만다음과같이추정해볼수있다. 먼저피시킨이시민들의토의를거부하는일반적인이유를세가지로정리했다. 그에의하면토의민주주의에대한세가지의주요한비판이있었다. 첫째, 시민들의토의가불가능하다. 대중은너무혼란스럽고, 비일관되며, 무지하기때문에대중의의견을듣지말아야한다. 둘째, 시민들의토의가불필요하다. 대중의선호는이미정보를갖추고있으므로그들의현재의견을인정해야하고추가적인토의는시간낭비에불과하다. 셋째, 시민들의토의는해로운것이다. 시민들의토의는실행가능하며기존선호를바꿀수도있지만, 그것은결과적으로참여자들의선호를악화시킨다. 특정집단의선호가토론에서유리한고지를점하거나토론집단내에서의견이극단화되어다수집단이더커지기때문이다. (Fishkin & Luskin 2005, 289-290; 오현철 2018, 131) 공론화위원회가한국시민들의시민적덕성을의심하거나, 참여시민들의정보습득만으로충분하다고생각했거나, 토론이해로운것이라고간주했다면공론화위원회는잘못된판단을하였다. 토론의중요성을인식하지못하여시민참여단의토론배제를결정했다면공론화위원회의전문성이부족한것이다. 마지막으로주어진시간이충분하지않아서공론화과정의절차간소화를바랐다면문제의심각성을인식하지못한것이다. 국민들과학생들의삶을좌우하는문제이기때문이다. 토론없이선호도를조사한결과는배심원재판에서배심원들이검사와변호사의주장을들은후배심원토론없이투표한것과다르지않다. 배심원재판의핵심이배심원토론인데가장중요한그과정을생략한것이다. 이것도하나의 숙의 과정이라고주장할수있지만공론조사의본래취지와는맞지않으므로토론없는 숙의 는공론조사가아니다. 이런 숙의 는시민참여단이굳이한장소에모이지않고 TV나인터넷으로전문가들의토론을시청하고각자던진질문지중전문가들이답변한후에여론조사하는것과다르지않다. - 49 -

3. 준비ㆍ진행과정의문제점들 문제점을발생시킨요인을참여주체별로추적하였다. 공론화위원회와용역 회사의책임은명쾌하게구분하기어려워함께서술한다. 1) 교육부 - 시민참여단의활동기간 교육부는 2017년여름김상곤장관이대입제도개편작업을공론화위원회에위임하기로한즉시공론화과정을시작했어야하지만 2018년 4월에서야국가교육회의에넘긴잘못이있다. 공론화일정이그만큼줄었다. 2017년의신고리공론화위시민참여단은 2개선택지를두고 33일간숙의했지만, 이번에는 16일동안 4개의제를학습하고숙의해야했다. 실제 2차숙의마지막날에한시민참여단은 자료집과온라인강의로 2주간공부하긴했지만주경야독이쉽지않아사실상 2차숙의토론기간인 2박 3일간정부정책을숙지하고결정한셈이었다 ( 한국일보 2018.08.04.) 고지적했다. 이에대해공론화위원회는 충분한 숙의기간을확보했다고발표하였다. 권역별로 1차숙의를진행했고, 2차도보다효과적인숙의가될수있도록온라인플랫폼활용, 미래세대의견전시, 이러닝및질문주차장활용, 충분한분임토의시간확보등을고려하여심층적숙의가이루어지도록하였다. ( 결과 66) < 표 4, 공론화추진절차및일정, ( 결과 4)> 차 열린마당, 온라인의견수렴 공론화범위설정 의제선정 ( 시나리오워크숍 : 이해관계자, 전문가등협의 ) 미래세대토론회국민대토론회, TV 토론회, 온라인플랫폼의견수렴 시민참여형조사 대입제도개편권고안발표 일 정 4~5월 5월 6월 6~7월 7월 8월초 주 관 대입특위 공론화위원회 국가교육회의 ( 대입특위 ) 위의 < 표 4> 을보면대입특위와공론화위원회전체활동기간을합하면 4 개월가량이지만, 시민참여단이숙의하는가장중요한시간은 1 차숙의모임인 7 월 14 일부터 2 차숙의마지 - 50 -

날인 7월 29일까지 15일에불과하였다. 그중에서 1차모임이후 2차모임때까지 13일은집에서혼자자료집읽고동영상시청하는기간이었다. 2차모임에서공론화위원회가 충분한분임토의 를위해할당한 2박3일은정보습득과증언청취와질의응답과정즉전문가들에게질문할내용을정리하여질문지를만들고각자의의견을 발표 하는데소비되었다. 참여자들이 깊이있는토론 을하기에는절대적으로부족한시간이었다. 2) 국가교육회의 용역회사에포괄적권한을부여 지금까지시나리오워크숍과시민참여형조사과정에서가장큰문제점들이발견되었는데, 공론화위원회가이과정을공정하고객관적으로설계하고투명하게관리하는역할을담당했다. ( 자료집 A, 4) 공론화위원회가좀더전문성을발휘하고주도적인역할을해야했다. 하지만공론화위원회가적극적으로활동하지못한근본책임은국가교육회의에있다고판단된다. 국가교육회의가공론화과정전체를용역업체에맡겨버렸기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가 2018년 5월 25일에공고한숙의과정을주관할용역업체를공개입찰하는제안요청서 ( 국가교육회의, 2022 년대입제도개편을위한시민참여형조사 ( 요청서 ) ) 에따르면용역업체가전체숙의과정을진행하도록되어있다. 주요한내용을보면운영규칙과관련하여 숙의과정공정성확보를위한검증위원회구성 숙의과정전문성확보를위한전문가자문단설치 를결정한다. 정보제공과관련하여 정보의신뢰성, 객관성, 전문성확보 이해관계자간의찬반이엇갈리는경우팩트체크방안제시 를한다. 토론회기획과관련하여 1일( 권역별 1차숙의 )-2박3 일 ( 전체 2차숙의 ) 오리엔테이션필요여부및개최 토론회개최 를한다. 또조사문항및결과해석과관련하여 시민참여단의최종조사를위한설문지설계 공론화의결과로사용할수있는문항개발 최종분석결과해석에대한사전규칙설정방안제시 특히 비율차이가적을경우의해석, 조건부포함여부등 을결정하도록하였다. 용역업체가공론조사과정에서가장중요한자료집작성, 팩트체크, 설문지설계, 문항개발하고토의과정을객관적으로검증할검증위원회를구성하고, 전반적인조언을해주는전문가자문단을설치하고, 선호도비율차이가적을경우에결과에대한최종해석까지도맡았다. 그결과공론화전과정에참여한모든사람들은모두용역회사에의해선임된사람이어서공정한감시와비판이어려운구조였다. 더큰문제는용역회사는공론조사가내포한민주주의적의미를고려하지않기때문에민주주의와시민의권능강화측면에서공론화를바라보지못하고, 변형된여론조사로간주할수있으며용역결과의납품을최우선시한다는점이다. 이번 숙의 과정을주도한용역회사의입장에서는경제적인방법으로주어진질 - 51 -

대한답변을구하여결과를납품하면충분하기때문이다. 국가정책결정을위해공론화작업을진행하면서이윤을추구하는기업에전체과정설계와운영을맡기는결정을납득하기어렵다. 용역회사는영리활동을추구하므로이윤창출의유혹을거부할수없고, 발주처의압력을받기때문에공정성을유지하기어렵다. 이때문에공론화과정에서교육부관리가개입했다는논란에서자유로울수없었다. 주최측인 용역회사 의방침에따라시민들의자유로운토론을이끌어야할모더레이터는 주최측방침 에따라발표를교통정리하는신호등역할에머물렀다. 공론조사같은정책거버넌스행사를선거출마자들의지지도조사와딱히구분할이유가없는용역회사에맡긴것은명백한실책이었다. 3) 공론화위원회와용역회사 전문성부족, 안이한운영 다른나라의공론조사에서는독립된공론화기구가자료집작성, 팩트체크, 설문지설계, 문항개발, 소모임토론과전체토론주관, 결과해석등토의전과정을주도한다. 또토의과정에도움을주고, 이를견제하는전문가자문단과검증위원회도독립적으로구성한다. 이번에공론화위원회가그역할을맡아야했다. 공론조사를위해구성된독립기구는해당공론조사의목적을분명히의식하기때문에조사목적을충실히반영하는결론을유도하기위해최선을다한다. 용역업체가주관하는공론조사와질적으로다른결과가도출된다. 용역회사역할은토론장소와제반서비스제공에국한되며필요한경우에시민참여단선발에관여한다. 토의과정을주관하는주체가누구인지분명하지않은가운데가장기초적인의무사항인자료집오류도체크하지못했다. 교육의미래비전 을합당하지않은이유로배제했고, 아무런사전설명도이유도없이소모임토론을배제했다. 어쩌면공론화위원회는정보습득과숙의를혼동한것으로보인다. 시민참여단은 7.14~15일의기간동안 4개권역별로 1 차숙의를진행한후자택에서숙의자료집, 이러닝학습자료, 토론회영상자료등을통한숙의를진행한다. ( 자료집 A 53, 강조는필자 ) 개인별숙의 라는개념에서숙의는심사숙고에해당한다. 개인별 로숙의하기때문에토론이필요하지않다. 여기에서의숙의는정보습득에불과한것이다. 다른한편으로 공론화의제에대한보다심도있는토의를통한숙의를진행하게되며 ( 자료집 A 53) 라고서술하여숙의과정에토론이필요하다는점을인정하기도한다. 두가지의미로서술된내용으로유추하자면토론은하면좋지만안해도그만이라고생각한듯하다. - 52 -

또일반시민들대상으로공론화과정을홍보하고참여하도록유도하는노력이부족했다. 전국을돌며토론회를개최하고온라인플랫폼을만들어참여하게일반시민들이참여하도록유도하고 TV토론을진행한것은적절했지만그것만으로충분한것은아니었다. 기존교육정책결정과정이시민사회와유리된채엘리트들만의결정이었고그때문에시민들의생각이나삶으로부터유리된정책이도출되는결과를타개하기위해시민참여공론화과정을통해대입제도를개선하고자하였다. 그렇다면공론화과정을시민사회전체에확산하는방법을더고민해야했다. 지금과같은공론화과정은시민들이참여하여결정하지만여전히시민사회와유리된채 그들만의결정 으로인식되기때문이다. 마지막으로공론화위원회가내린결론 2022 년도에정시확대와중장기적으로절대평가 는공론조사결과가아니다. 공론화과정에서한번도논의되지않은내용을추가질문을통해조사한결과이므로, 공론화와무관한 별개의 여론조사결과일뿐이다. 그것을공론조사결과로발표한것은명백히실책이거나월권행위에해당한다. 4. 공론조사설계를다시하면 1) 시민의회모형이적합하다 공론조사는시민들의의식조사와선호도조사에활용되거나, 특정한사실이나관점을널리알리거나재인식시키기위한홍보의일환으로활용한다. 이번경우처럼최소 3개의변수를포함하는복합적문제에서의미있는결론을도출하기위해서는선호도조사와같은단순한방법이부적절하기때문에시민의회방법을채택해야했다. 시민의회는선호도조사에그치지않고분명한하나의결론을도출할경우에적합하다. 공론조사와시민의회를단순하게비교하면공론조사는선호전환을유도하고그변화결과를기록하여공표하여사회적관심을환기시키는것에가깝고, 시민의회는시민참여단이사회적문제해결을위해결론을구성해가는과정을중시한다. 공론조사와시민의회의가장큰차이점은세가지다. 첫째, 활동기간에서공론조사가몇일이나몇주에그치지만시민의회는 1년가까이활동한다. 둘째, 진행방식에서공론조사는일정한설문문항에대한참여시민들의선호변화추이를추적하지만시민의회는사전에선택지를제한하지않고참여시민들이자유롭게의제를설정하고토론한다. 셋째, 권한에서공론조사가주로시민들의의 - 53 -

제고하기위한것이거나정책결정을위한참고자료로활용되어법적권한이부여되지 않지만시민의회는그결과를주민투표에회부하는법적권한을부여받는다. 위와같은차 이에의해시민의회는시민들의강력한주권행사방법이되었다. 2004년에캐나다브리티시컬럼비아주 ( 州 ) 에서주의회선거법개정을위해새로운방법을시도했다. 주정부는공론조사와같은층화무작위추첨방식으로시민들을선발하여브리티시컬럼비아시민의회 (British Columbia s Citizens Assembly) 를구성하였다. 시민의회는주의원선출에필요한선거법안작성권한을부여받았는데우리와비교하면국회의원선거법을만들수있는권한을받은것과같다. 시민의회에서작성한선거법안이주민투표에서지지를얻으면곧바로법률로인정받게되었다. ( 오현철 2018) 이시민의회의성공적활동이널리알려지며 2009년에아이슬란드에서헌법개정을위한 국민의회 를 2016년에아일랜드에서헌법개정을위한시민의회를구성하였다. ( 이지문 2017) 2) 시민의회방식으로대입제도개선공론조사를설계하면... 시민의회에비추어볼때한국의대입제도개선문제도충분히시민들의토론으로결론을이끌어낼수있다고판단된다. 이를위해공론화과정의오류즉선택지를사전에제한하고, 의제설정과토론과정에서시민참여단의자율적인활동을보장하지않고, 시민참여단상호간의토론을배제한오류를되풀이하지않는설계가필요하다. 시민의회방식으로공론조사를설계하면시민참여단은공론조사와마찬가지로층화무작위추첨으로선발한다. 정보습득과전문가의견청취도이번공론화과정과비슷하게진행한다. 다만전문가발표 토론과질의응답은수능중시 / 학생부중시, 수능절대평가 / 상대평가, 수능최저등급사용 / 폐지로주요쟁점별로나누어전체모임에서발표 토론을하거나시민참여단의결정단계에맞추어진행한다. 이번 숙의 과정과핵심적인차이는 교육미래비전 에대한토론과소모임토론에서시민참여단이순서대로 발표 하는데그쳐서는안되고실질적인 토론 을보장하는것이다. 이때사회자인모더레이터나퍼실리테이터의역할이중요하다. 사회자는소모임토론에서빅마우스 (Big mouth) 가토론을지배하지못하도록조절하고모든참여자가동등하게토론하도록분위기를유도하며발언기회와시간을적절히분배해야한다. 사회자는사전에적합한훈련을받아야한다. 구체적인토의과정은다음과같이예시할수있다. 첫번째단계. 어떤기준으로대입제도 - 54 -

판단하고결정할것인지를토론한다. 즉 교육의미래비전과대입제도개선을위해우리는어떤기준을마련해야하는가? 학교교육정상화와대입기회의공정성보장등현재논란되는가치중에서어느것이더중요한가? 혹은 적합한판단을위해새로운가치가필요한가? 등을포함하여판단의기준에대해토론한다. 이토론은현재쟁점이되고있는대입제도가대변하는가치들을이해하기위해자료집의정보를충실히습득하게하고, 토론과정에서자신의주장을발표하고방어하며타인의주장을듣고검토하는과정에서자신의생각을심사숙고하고관점을변화하도록유도한다. 두번째단계. 첫번째토론에서논의된가치기준에입각하여학생부위주전형과수능위주 전형중에서무엇을우선할것인지즉기본전형방법과보조적으로활용할전형방법을 결정한다. 세번째단계. 기본 / 보조전형이결정되면 학생부위주전형 (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 수능위주전형간비율 을정한다. 참여자전원이각자생각하는비율을제시하고평균값으로정하거나, 참여자선호도를조사하여다수를차지한순서로상위몇개를선정하여결선투표방식으로결정할수있다. 혹은대학자율에맡기되각전형별적정한도를정할수도있다. 네번째단계, 위의결정결과를토대로수능평가방법 ( 절대평가 / 상대평가 ) 을결정한다. 세번째단계까지의과정에서중요한기준과비율이정해졌으므로어렵지않게결정할수있을것이다. 전과목절대평가 / 상대평가를결정할수있고, 국, 영, 수, 사탐, 과탐등필수과목은절대평가하고학생들의선호와성적이극명한차이를보이는선택과목은상대평가하는등다양한방안을토론한다. 다섯번째단계. 위의결정사항들을토대로 수시수능최저학력기준의활용여부 를결정 한다. 위의설계안을따른다면다섯번의의사결정이필요하므로하루에한단계씩 5일간의토의를통해결정할수있다. 혹은첫번째모임에서토요일에오리엔테이션을일요일에가치토론을진행하고, 두번째모임에서토요일에두번째안건을일요일에세번째안건을결정하고, 세번째모임토요일과일요일에네번째와다섯번째안건을결정하면세번의모임이필요하다. 전체모임토론과소모임토론을 TV 로생중계한다. 특히소모임토론을중계하여일반시 - 55 -

시민참여단의토론과정을직접보고자신의생각을정리하는기회를제공한다. 표결을할경우에는소모임사회자인퍼실리테이터에게노트북을제공하여현장에서소모임투표와표결을실시간으로공개하고, 각소모임표결결과를실시간으로종합하여전체시민참여단과 TV 시청자들에게공지한다. 시민참여단이실시간으로다른소모임의표결결과를확인할수있다는장점이있고, 시청하는일반시민들의관심을유도할수있다. 인터넷홈페이지에는게시판과함께토론방을개설하여일반시민들이자유롭게토론하도록유도한다. 진행총괄은공론화위원회가주관하는것이원칙이지만독립적인기구를새로구성하거나중립적인시민단체에위탁한다. 이독립기구가공론형성에직접관련되는과정즉질문문항선정, 의제선정, 토론주도, 참관인선정, 검증단구성, 결과해석등을주관한다. 진행을위한보조적인역할즉시민참여단선정, 이동, 숙소와토론장소준비등은조사와행사진행경험이있는민간업체에위탁할수있다. 5. 공론조사에대한비판과반론 1) 비판들 지금까지언론에보도된비판들을크게네가지로종합하였다. 첫째, 공론조사를부적절하게적용했다. 공론조사는 한사회가나아가야할가치와비전에대한사회적합의의원칙들 을논하는데그쳐야지구체적인정책에간여해서는안된다. 건설중인원전의지속여부, 학종의공정성에대한불안감, 수능비율이나절대평가여부를다루는것은공론화위원회가할일이아니다. 그것은명백히행정부와입법부의일이다. ( 이관후. 그것은정말 공론 이었을까?. < 한겨레 >. 2018.08.21.), 둘째, 공론조사에떠넘긴것은정치적으로무책임하다. 2) 진보교육운동단체들은이번공론화가 모든결정의책임을국민에게떠넘겨정부와교육부는어떤책임도지지않겠다는정치적계산의산물 이라고비판했고, 전교조도 정부가학교교육정상화와수능전과목절대평가를공약과국정과제로세웠던점에비춰볼때일반시민공론화라는구상은무책임한 2) 이하의비판들은베리타스알파의보도내용들이다. ( 베리타스알파. 대입공론화의딜레마 - 공정성논란에현장반발불가피. 2018. 07.23. http://www.veritas-a.com/news/ articleview.html?idxno =122180, 검색일 2018.08.24.) - 56 -

이라고비판했다. 셋째, 공론조사로이해관계를조정하는것은불가능하다. 교육현안은이해관계가복잡하여찬반을가르기힘들기때문에공론화과정으로결정하는것은부적절하다는비판이다. 학교교육정상화를위한교육혁신연대 는 수시 / 정시비율을정하자는주장은애초일부의정시확대요구때문에대두된것으로, 학부모간에도계층별 / 지역별이해관계가충돌 한다고설명했다. 첨예한대립은지난해연말부터네차례실시된대입개편포럼과국민제안열린마당을통해서도증명됐다. 논의가합의점에접근하기보다는학종-수능적정비율을둘러싼극명한대립만확인하는데그쳤다. 넷째, 전문가토론에맡겨라. 개인의선택을맡길경우자신이나자신이속한집단의이익에따라선택하는경향이짙고, 아무이해관계가없는시민은교육정책에대해자세히모른다. 또눈앞의갈등을봉합하려고장기적인교육가치를훼손할우려도있다. 따라서현장교육전문가들의장기간치열한토론이바람직하다. 2) 반론 위의비판들을다음과같이반박한다. 첫째, 공론조사를부적절하게적용했다는비판은세계적경험으로비추어보아근거없다. 많은국가에서 사회적가치와비전 을구성하기위해공론조사를실시하였다. 호주는점령자백인들이호주원주민들에가했던가혹한정책을환기시키고반성하기위해공론조사를실시하였고, 많은백인후손들이원주민들의아픔에공감했다. 다른많은국가들은구체적인정책을결정하기위해서공론조사를실시하였다. 미국텍사스주에서는새로운발전소를건설하기위해공론조사를활용하였다. 시민들의장기적이고안정적인선호를조사하고그에맞게정책을집행하기위해서였다. 공론조사는사회의비전을구성하거나정책을수립할때시민들의의견을알아보기위한것이다. 공론조사를 해서는안된다 고미리정할기준은없으며모든문제를논의의테이블위에올릴수있다. 무엇은되고무엇은안되는지 정할수있는사람도없다. 그렇다면궁금해진다. 발전소를짓기위해공론조사를하는게옳은결정인데, 발전소건설을중지하기위해공론조사를하는것은잘못된것인가? 교육의미래비전을논의하기위해공론조사를한다면, 그비전을실행하는제도를논의하는공론조사는왜안되는가? 다음으로대입제도개선문제를행정부와입법부가결정하는것이최선일지검토해보자. 먼 저입법부인국회에서이문제를논의하는것을환영한다. 대입제도를다시논의하고한국 - 57 -

미래를위해더나은길을찾아법제화하여이런논쟁이다시일어나지않기를바란다. 그러나국회는그런일을할수없다. 대입제도를법률로정하면빛의속도로변화하고있는현대사회의흐름을따라가지못하고, 오히려사회흐름에맞는교육제도를준비하는데걸림돌이될것이다. 특히한국국회는이일을할수없다. 모든문제를정쟁의재료로삼기때문에문제를해결하기보다더큰문제를만들것이다. 그래도굳이입법부가결정한다면이때공론조사결과는의원들이참고해야할주요자료가되어입법과정의출발점이될것이며, 정당간정쟁과사회적갈등을공론조사가한번완충하는효과를갖는다. 그것만으로도공론조사의효용가치는충분하다고할수있다. 입법부가아니라면이정책은행정부가주도하는게맞는것처럼보인다. 그럼정부에서는누가결정해야하는가? 관료가해서는안된다는것이이글의출발점이었다. 지금까지한국교육과정의내용을후퇴시키고교육현장을극한경쟁으로몰아온정책을모두그들이만들었지만아무도책임지지않았다. 이명박, 박근혜정부동안대학총장직선제폐지나역사교과서국정화같은적폐정책을만들었던것도그들이다. 교육부를폐지해야한다는목소리가높은것은그만한이유가있다. 둘째, 행정부와입법부가정책을주도할적합한주체가아니면남은것은대통령이다. 학교교육정상화와수능전과목절대평가를공약과국정과제 로내세워국민들로부터선택을받았으니책임지고수행하라는주장이다. 이번공론화과정이 정치적으로무책임하다 는비판의핵심에대통령이있다. 정치적무책임론은공론화과정이전에이미대통령을겨냥하고있었고, 공론화이후에는교육부장관의퇴진과함께대통령이나서서선거공약을실천하여 책임질것 을요구하고있다. 정부가공론조사를여론조사차원에서실행할수도있고, 그결과를보고정책결정에참고할수도있다. 정부가결과를수용하기로결정한것은대통령과장관의분명한정치적결정이었다. 공론조사결과에승복하지못하는사람들은결과의책임을현정부에게묻게되며, 교육부장관은어떤형태로든책임을지고정치적타격을입게될것이다. 문재인대통령도책임론에서자유롭지않으며지지도에영향을받을것이다. 이같은정황은대통령과장관이무책임하지않다는것을반증해준다. 그들은처음부터책임을지고있었으며시민들은이들의책임을묻기위해장관퇴진촉구와함께다음선거에서표로심판할수있다. 비록공론화과정은실망스럽지만자신의정치적책임을감수하면서입시정책결정권한을시민에게주었던이들의정치적결정은민주주의발전을위해존중받아야한다. 셋째, 공론조사로이해관계를조정하는것이불가능하다는비판은역사적경험으로보아타 - 58 -

않다. 이해관계를조정하는것은너무나어려운일이다. 한국에는햇볕정책, 국가보안법폐지, 주한미군기지이전등이념갈등이있다. 그위에핵발전소문제와환경문제등가치갈등, 지역갈등, 빈부갈등, 노사갈등, 노노갈등, 세대갈등, 남녀갈등, 수도권 / 지방의갈등등너무많은이해관계의갈등이중층적으로구조화되어있다. 이를해결하는전통적인방법은이해당사자들간의협상, 거래, 타협혹은협박이있다. 어느경우에나기득권자와지금힘있는자에게유리하다. 그리고대체로이미운동장은기울어져있기마련이다. 이방법들로안되면시위, 폭력, 점거등의직접행동에돌입하고, 사회적혼란이오면공권력동원, 쿠테타, 내전혹은전쟁으로해결하려한다. 이런사태를막기위해만들어진사회적선택방법이투표와선거다. 이방법은정해진집권기간동안권력자가자기마음대로정책을결정할수있다. 문대통령에게 책임지라 고요구하는것은이방법을선호하는것이다. 하지만투표로다음정권이바뀔때마다손바닥뒤집듯앞선정부의정책을뒤집을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대통령을겪으면서익히보아왔다. 투표로결정하면표결에서패배한사람들이내면에서승복하지않고다음기회에지금의결정을전복시키길원한다. 그래서단기적으로간명하지만장기적으로안정적이지않은방법이다. 위의방법들보다더나은방법이공론조사와같은토의민주주의방법이다. 나와의견이다른사람들을 말로설득하는것 즉 더나은논증의힘 에따라의사결정하기때문이다. 말로설득하면결정결과가나의생각과달라도자발적으로존중한다. 아래의 < 표5> 를보자. 나의생각과달라도결과를존중하겠다는응답률이거의모든영역에서 90% 를넘는다. 어떤방법이이처럼높은공감을얻어낼수있겠는가? 이해관계가첨예하게대립하여해결이어려운난제를앞에놓고 투표, 협상, 거래, 타협, 협박, 시위, 폭력, 점거, 쿠테타, 내전, 전쟁을치르는것 과 말로설득하는것 중에서어느것이이성적이고성공가능성이높은방법이겠는가? 이경우에공론조사말고어느방법이결과적으로패배한사람들의내면으로부터승복을얻어장기적으로안정적인정책을집행할공간을열어주겠는가? - 59 -

성 연령대 권역 < 5, 최종결과가본인의견과다를때존중정도 (3 차조사 )> ( 결과 87) 분 존중할수없다존중하겠다전혀보통보통전적으로 6.8 2.0 4.8 93.0 68.4 24.6 남자 8.1 2.8 5.3 91.9 62.9 29.0 여자 5.6 1.3 4.3 94.0 74.1 20.4 19~29 세 12.0 5.7 6.3 88.0 57.9 30.1 30 대 7.6 1.2 6.4 92.4 67.1 25.3 40 대 4.1 0.9 3.2 95.9 78.9 16.9 50 대 9.0 2.2 6.8 91.0 58.5 32.5 60 세이상 3.0 0.8 2.2 96.3 76.5 20.4 수도권 6.8 2.2 4.6 93.2 70.3 22.9 충청권 3.5 0.0 3.5 96.5 70.6 25.9 호남권 7.6 3.4 4.2 92.4 67.9 24.6 영남권 8.0 1.8 6.2 91.2 63.8 28.2 * 존중의견의경우, 시민참여단 1명의응답거절하여제외하고분석 넷째, 전문가토론에맡기라는비판은귀에못이박히도록들어왔던엘리트들의레파토리다. 3) 플라톤은모든것을꿰뚫어보는지혜를가진 철학자왕 이결정해야한다고생각한다. 전문가중심주의의원조격이다. 그러나 철학자왕 은현실에존재하지않는다. 모든분야를꿰뚫는메타지식이없을뿐만아니라, 있다해도정치인중에서그걸깨우친사람을찾기는불가능하기때문이다. 우리가아는대부분의전문가들은자기분야에서일반인보다더나은지식을가진사람들이다. 그리고어느분야를막론하고전문성이란하나가아니라최소한이해관계자와정파의수보다도많이존재한다. 다수의다양한전문가들이첨예하게논쟁되는문제를토론하여합의를도출하는경우는거의없다. 하나의문제를두고경쟁하는다양한전문성가운데모든전문가들이동의할만한하나의전문성이없기때문이다. 왜냐하면처음부터모두가동의할방안이있었다면그방안을제시한전문가외에다른사람들은처음부터전문가가아니기때문이다. 그래서모든전문가들은다른전문가의주장을속으로인정하더라도토론자리에서는절대로동의하지않는다. 대입제도에서도그런전문성이있었다면공론화과정까지오지도않았을것이다. 그러면현실에서는다양한전문성가운데어느것이정책으로결정되는가? 대체로지난선 3) 전문가판단에대한서술은오현철 (2018, 88-91) 을요약했다. - 60 -

이긴쪽의전문성, 거대자본을편드는전문성, 기득권층의전문성, 사회적으로다수의지지를받는전문성들이정책으로연결된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전문가들, 박정희정부의 국정교과서전문가들 은선거에서이긴쪽의전문성을대변하고, 재벌을옹호하는각계의전문가들은자본의전문성을대변하는식이다. 따라서전문가들에게만결정을맡겨서는안된다. 기울어진운동장을그대로반영할것이기때문이다. 그러면전문성을어떤방식으로이용할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가 2천년전에이미탁월한해결책을제시했다. 그는전문가들의의견을듣고일반시민들이판단하여결정하는것이최선의방법이라고생각했다. 그는이렇게비유했다. 구두장이가나보다구두를잘만든다. 그러나어느구두가나의발에맞는지가장잘아는사람은바로나다. 구두장이의전문성에나의일상지식을결합하는것이최선의방법이다. 바로이것이공론조사가추구하는방법이다. 공론조사과정에서시민들은자료습득, 전문가증언청취, 전문가와의질의응답과정을통해판단에필요한전문성을익힌다. 전문가들만큼포괄적인전문성을습득할필요없고문제해결에필요한만큼만이해하면된다. 배심원재판에서배심원들이전반적인법률지식을습득할필요없이해당사건에필요한만큼의법률지식을이해하면되는것과마찬가지다. 그다음으로관점전환에필요한가치를논의하고집단토론과정에서다양한의견풀을결합하여판단하는것이다. 이방법이전문가들만의결정보다우월한방법이며, 정치적ㆍ사회적인문제를판단할때전문가들의전문성과시민성을결합하여도덕적ㆍ인식론적타당성을높이는유일한방법이다. 따라서전문가들에게맡겨서는안되고시민들의공론을형성해야한다. 공론조사는문제를이성적ㆍ평화적방법으로해결할뿐만아니라그과정에서민주시민을육성하며, 정책결정에시민을참여시키는과정에서시민사회를건강하게발전시킴으로써민주주의의토대를든든히한다. 이번공론화과정에참여한사람들은이기적인개인이나가끔씩투표하는유권자에서시민성을갖춘적극적시민으로변화하고있다. 참여시민들의경험담이이를증명해주고있다. ( 공론화위원회. 대입제도개편공론화결과, 46; 이하에서는 결과 로표기함 ) 국가정책결정과정에서이기적인개인들을책임감으로무장한시민으로승화시키는방법으로이보다더좋은것이없다. - 61 -

민주주의를느꼈다. 직접참여하여민주주의적의사표현을할수있어서놀라웠고, 정부에우리의의견이수용되는것이좋았다 ( 소모임 33조 ) 민주주의를글로만배웠는데실제로이루어진모습은처음본다 ( 소모임 45조 ) 다양한의견이있었는데, 하나로모으기가어렵다고느꼈다. 나의생각과다른안건이채택되더라도받아들일것이다. 민주주의적토론과정을피부로느끼게되었다. ( 소모임 37조 ) 6. 한국교육정책결정과정에서그동안누적된정부실패와시장실패문제점을해소하고정책의정당성과효율성을높이기위해학생과학부모를포함한시민이참여하는민주적의사결정과정이필요하다. ( 오현철ㆍ강대현, 2013, 140) 이번공론조사가특히주목받은이유도이러한사정때문이었다. 그러나공론화과정에서많은잘못이있어서공론조사라기보다정보가주어진여론조사에가까웠고유의미한결론을도출하지못하였다. 그결과수많은시민들이자발적으로시간과노력을기울이고또많은예산이투입된국가적정책결정거버넌스를소기의성과를달성하기어려운정치적이벤트로만들고공론조사에대한국민들의신뢰를잃게하여, 공론조사의정당성과효용성을부인하는주장들이범람하게될우려가있다. 그원인을지금까지의분석을토대로다음과같이요약할수있다. 교육부는공론화과정을 2017 년여름이아닌 2018 년 4 월에서야국가교육회의에의뢰한잘 못이있다. 그때문에공론화일정이촉박해졌다. 국가교육회의는공론화과정전체를용역회사에발주하는잘못된결정을내렸다. 공론형성과정이외주화 사영화된결과로자발적이고주체적인시민들의참여와구성공간이어야할공론화과정에서시민들은몇차례의선호도조사에수동적으로응답하는의견조사대상이되었다. 공론화위원회는공론을형성하는핵심과정을주도하지못했다. 공론화과정에서 미래비전 토론 을생략하는과정에서공정성을유지하지못하였고, 공론조사의취지에맞게관점변 화를유도하는가치토론과시민참여단토론을활성화해야할책임을다하지못했다. 또용 - 62 -

공론화과정의취지에맞게적절히통제하지못했다. 자문단과검증단은적절한조언과비판을제기하지못했다. 비록이번공론화과정에오류가많았어도공론조사는탁월하고효과적인정책결정방법이다. 그것은관료제, 시장, 정치인이정책을결정하는것보다더나은결과를가져오도록설계되어있다. 정책결정과정이왜곡되어있던한국에서공론조사는정책결정과정을민주화하고효율적으로운영할주요한방법이다. 이러한장점을살리고한국민주주의를발전시키기위해서앞으로더많은공론조사를성공시켜야한다. 그러기위해서공론화위원회는전문성을더높이고시민들은비판과감시를게을리하지않아야한다. -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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