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 1) 역사관을중심으로 최일성한서대학교 이글은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을중심으로그것의서구중심주의적성격을밝힌다. 포스트모더니즘은 20세기말거의동시대에등장한탈식민주의적지적흐름과더불어서구중심주의적패권과그폐해를비판하면서서구적이성및진보개념에대한비판을역설하였다. 그런이유로역사학분야에서는포스트모더니즘의해체전략이전일적관념을강조해온서구적모더니즘과결별함으로써서구중심주의적역사관을극복할수있는주요한이론틀이라는입장이개진하기도하였다. 그러나이글은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을추론하면서그것에다음과같은네가지측면의서구중심주의가내재해있음을지적한다. 첫째, 어떠한형태의비판적역사이론도허용하지않는한계를드러낸다. 따라서비서구사회의미래지향적변혁이나개혁을가능하게만드는역사이론은불가능해진다. 둘째, 역사의변화를 주도할비판적 개혁적주체를해체시킨다. 포스트모더니즘이주장하는권력의해체는서구적입장에서는업악적권력층에대한해체로이해될수있으나, 비서구적입장에서는해방을위해투쟁할비판적 개혁적주체에대한해체를의미한다. 셋째, 역사적맥락을거부하는이른바몰역사성의한계를드러낸다. 이러한입장은결국비서구사회가경험하고있는지배, 종속, 착취등과연관된역사적맥락을간과하게만든다. 넷째, 비서구사회가당면한역사적실재를보려하지않는다. 따라서그것은비서구사회에고질적으로나타나고있는고통의연속성을드러내는데부적합하다. 이러한측면에서보았을때포스트모더니즘은자신들이비판하고자했던서구중심적모더니즘의역사관을오히려새롭게양산하고있는것으로보인다. 주제어 : 서구중심주의, 포스트모더니즘, 구조주의, 포스트구조주의, 역사. 서론 : 서구중심주의와포스트모더니즘, 갈등과연대의이중주 이론과현실모두에서 서구중심주의 (Western-centrism) 와 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 ism) 1) 의상관관계에대한활발한논쟁이진행되고있다. 본연구는포스트모더니즘의 역사관 * 이논문은 2014 년정부 ( 교육부 ) 의재원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임 (NRF-2014S1A3A2043763). 1) 포스트모더니즘 은흔히 포스트구조주의 (Poststructuralism) 와구분되지않고사용되고있는데,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99
을중심으로사이드 (E. Said) 가 오리엔탈리즘 (1978) 에서고발하고있는 비서구사회에대한서구의사고- 지배방식 을드러내보고자한다. 이러한시도는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서구적담론과경향에대한맹목적인공격이나부인이아니라, 그러한담론과경향을이질적인사회에 ( 무 ) 의식적으로주입시키려고하는, 그속에서서구적사고- 지배방식이정당성의유일한근거로군림하는은밀한권력관계와인식틀을문제삼는것이다. 예를들어정치학의경우, 고의적으로주석달지않는 정치 ( 철 ) 학 그것은분명 서구 의것이다 을중심으로 동양정치 ( 철 ) 학 을주변에위치시키며, 이에대한판단근거로서구의개념틀을내세우는차등적이고차별적인격률같은것이그것이다. 서구중심주의는이렇게학문까지도 정통과잔여 로구분하는불평등한권력관계와인식틀로이해된다. 본격적인논의에앞서본고에서다룰서구중심주의의개념을한정할필요가있다. 사실서구중심주의는일반적인통념과는달리매우다층적인요소들이뒤섞여있는복잡한개념으로확인된다. 2) 먼저, 그것은 식민주의 와자주혼동되기도하는데, 식민주의가주로정치적식민통치의관행을정당화하는데이용되는반면, 서구중심주의는식민주의와제국주의에의해축성된위계적권력관계를정당화할뿐만아니라내면화하는데이용된다는점에서중요한차이를발견할수있다. 그런이유로파농 (F. Fanon 2002) 은식민주의의공식적종결이투쟁의끝이아니라고강조하며, 탈식민주의의주요투쟁대상으로서구중심주의 서구의정치경제사회문화적패권의과정이자결과라할수있는 를지목하고있는것이다. 3) 그렇다고해서서구중심주의를정치적경제적식민주의가단절된오늘날의새로운현상으로단정지을수는없을것이다. 서구중심주의의기원자체가근대의정치경제적식민주의와밀접하게연결되어있고, 종속이론가들에의해드러난바와같이정치경제적식민주의의폐해는식민통치가공식적으로종결된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것으로확인되기때문이다. 그런이유로본고는서 가레비스트로스 (C. Lévi-Strauss) 의구조주의인식론에대한이론적인비판에서비롯된것이라면, 이러한인식론적경향이건축, 예술, 문학그리고정치및사회비평에확산된개념이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정의할수있겠다. 로버트 J.C. 영, 김용규역, 백색신화 : 서양이론과유럽중심주의비판, 경성대출판부, 2008, pp. 110-111 참고. 그러나두개념은모두탈중심, 탈경계, 위계적이항대립의해체, 그리고의미의비결정성과불확실성같은주요개념을공유하고있다는점에서흔히혼용되고있다. 여기서필자는이개념들사이의구분이필요하다고판단하여양자를서로구분하여사용할것이다. 2) 이에대해서는특히강정인의두논문, 즉 서구중심주의에대한시론적고찰 - 현대한국정치사상의빈곤원인에대한탐색 -(2000) 과 서구중심주의의이해 : 용어및개념분석을중심으로 (2003) 을참고할것. 3) 그런이유로하상복 (2008) 은파농의탈식민주의가 정치경제적현실과실천의맥락이배제된담론적유희 (2008, 114) 로전유되는기존의비평을비판하고, 그의사상을정치경제적실천의맥락, 즉 유럽중심주의비판 이라는맥락에서접근할때그핵심에도달할수있다고주장한다. 100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구중심주의의외연을정치경제적식민주의를배제하지않는문화적사상적식민화과정으로포괄적으로정의하고자한다. 4) 둘째, 서구중심주의는이른바 유럽중심주의 (Eurocentrism) 와구분되지않고사용되기도하는데, 유럽중심주의가 ( 서 ) 유럽의지정학적패권을우선적으로문제삼는 비유럽권 ( 북미등과같은비유럽 -서구권을배제하지않는 ) 지식인들에게특권적인의미를부여할수있는반면, 5) 서구중심주의는확대된유럽문명 ( 북미등과같은비유럽- 서구권을포함하는 ) 의패권을통합적으로문제삼는 비서구권 지식인들에게유용한의미를부여할수있다는점에서중요한차이를발견할수있다. 요컨대유럽중심주의가 ( 서 ) 유럽 이라는지정학적관념에뿌리를두고있다면, 서구중심주의는확대된유럽문명, 즉 서구문명권 이라는문화주의적관념에주로의지한다는점이다. 그런이유로유럽의지정학적패권을문제삼는비유럽 -서구권학자들에게있어서 유럽중심주의 는많은부분비서구적입장에서의 서구중심주의 로치환되기어려운측면이있는반면, 국내의학자들이나아민 (S. Amin 1988; 2008) 등과같이비서구적지적배경을가진학자들에게있어서 유럽중심주의 는많은부분에서 서구중심주의 와병치될수있는가능성이높은것이다. 6) 이를바탕으로본고는 한국 이라는비서구사회의입장에서서구중심주의를 서구 / 비서구 혹은 서구사회 / 비서구사회 의개념틀 유럽 / 비유럽 이아니라 을활용하여지칭하고자한다. 그러나이것이서구중심주의와유럽중심주의의미묘한개념차이를희석시키고자하는것은아니며, 단지본고의전개를위한임시적방편임을밝혀둔다. 4) 이러한정의가서구중심주의를문화적 사상적식민화과정으로이해할수있다는주장으로이어지는것은아니다. 강정인 (2000, 318-319) 이밝힌바와같이 서구중심주의 는또다른차원에서이른바 문화제국주의 혹은 의식의식민화 과정과차이를드러내기때문이다. 그에의하면서구중심주의에는서구역사의보편성에대한강한역사주의적신념이존재하는반면, 문화제국주의나의식의식민화과정에는그러한역사주의적신념이결여되어있기때문이다. 5) 강성호 (2013, 188) 는역사학계의입장에서 유럽중심주의 에대한미국학계의비판을소개하는데, 그에의하면 유럽중심주의세계사에대한미국역사학계의비판은유럽의역사적역할을축소시켜미국의세계적패권을정당화 하는과정으로이해된다. 이를근거로판단할때미국역사학계에서사용하는 유럽중심주의 라는용어는유럽이라는지정학적개념에근거를두고있음이분명해보이며, 우리의통념상비유럽 - 서구권을포함하는 서구중심주의 와구분되는개념임을알수있다. 6) 국내의학자들가운데강정인은영어문헌을중심으로우리말의 서구중심주의 로번역될수있는다양한용례들 Western-centrism, West-centrism, Eurocentrism, Europocentrism 을검토하면서, 이가운데 Eurocentrism, Europocentrism 등과같이 유럽중심주의 로직역될수있는용어들이문화적인함의보다는지정학적인성격을강하게드러내고있기때문에우리의입장에서는 문화적현상이나세계관을지칭하는데다소부적절 ( 강정인 2003, 35-36) 하다고지적한다. 따라서그는 Eurocentrism 등에대한적절한번역어로써 유럽중심주의 라는직역어보다는 서구중심주의 라는의역어가타당하다고본다. 이러한제안은 비유럽서구권 과구분될수있는 비유럽제 3 세계권 한국 의문화주의적위상을반영한해석으로이해할수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01
이러한개념적정의에서본고는서구중심주의에대한기원적논쟁보다는그것에관통되어있는정치사상적문제의식에주의를집중하고자한다. 주지하다시피그것은서구만이예외적으로간직하고있다고강조되는 우월성, 중심성, 보편성, 근대성 등에대한확신신념태도등이다 ( 강정인 2000; 2003, 42). 이러한전제로부터서구중심주의는 서구문명 확대된유럽문명을포함하는 만이인류의역사발전단계가운데최고의단계에도달했다는믿음을표출하며, 이러한역사발전경로는서구뿐만아니라전인류사에보편적으로타당한것이고, 따라서역사발전의저급한단계에머물러있는비서구사회는오직서구문명을수용함으로써발전할수있다는이른바 역사철학 진화론적역사관 을주장한다. 그런의미에서본고에등장하는서구중심주의는비서구사회의열등성, 주변성, 특수성, 비역사성에대하여서구사회의우월성, 중심성, 보편성, 역사성등으로대비될수있는차별적이고차등적인모순관계로정의된다 (Cf. 강정인 2004; 사이드 1991; K. Lindner 2010). 7) 이런이유로본고는서구중심주의의여러특성들가운데 비역사성대역사성 이라는모순적인관계에한정해서논의를집중하고자한다. 아마도이러한서구중심주의적모순관계에직접적으로의문을제기한지적흐름은 20세기말에등장한포스트모더니즘 탈식민주의와더불어 일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입장을대변하는사람들은, 서구중심주의적패권과그폐해를주로정치경제적으로문제삼았던탈식민주의자들과는달리, 서구중심주의의사상적개념적준거틀이라고할수있는데카르트의코기토 (Cogito), 즉인간의사유능력그자체에대한회의, 계몽주의적진보에대한거부, 로고스 (Logos) 에대한해체, 합리적이성에대한반성등을역설하면서이른바이론투쟁에집중하였다. 따라서구체적으로는기존의지배담론을거부하는미시정치학이나, 혹은생태학등과같이다양성을연구하는학문분야에주된관심을보였고, 경제학적인측면에서는기존의자본주의적근대화과정에의문을제기하면서이른바후기자본주의, 소비자본주의, 다국적기업등과같은새로운주제들을다루기시작하였다. 그러나무엇보다이들이집중적으로진출한분야가문학과예술등과같은이른바비사회과학적영역이었다는사실을밝히는것은나중에포스트모 7) 세계체제론자로널리알려진월러스틴 (I. Wallerstein) 의 유럽적보편주의 : 권력의레토릭 (2008, 64-65) 는서구 ( 유럽 ) 중심주의를다음과같이명시하고있다. 고대그리스 로마세계에뿌리를두고있는유럽 문명 만이자본주의세계체제에서흥성한관습, 규범, 관행의잡탕에붙이는포괄적인용어인 근대성 을산출할수있었다는것이다. 근대성이문자정의상진정한보편적가치들, 즉보편주의의구현이라고운위되었기때문에, 근대성은윤리적선이자역사적필연성이었다. 비유럽적고급문명에는근대성과진정한보편주의를향한인간의행진과양립할수없는어떤것이있음이분명하고또언제나그런어떤것이있었음이분명했다. 본래부터진보적이라주장되는유럽문명과는달리, 다른고급문명들은그궤도가아무래도경직되어서외부 ( 즉유럽 ) 세력의강요없이는근대성의일정한변형으로변모될수없었다는것이다. 102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더니즘의지나친관념주의를지적하는데도움을줄것이다. 사실포스트모더니즘이란문명사가토인비 (A. Toynbee) 가 역사의연구 (1934~39) 에서제 1차세계대전이후의시대적혼란상을두고사용한말인데 ( 영 2008, 109), 이것이 20세기후반데리다 (J. Derrida) 에의해주창된이른바 포스트구조주의 의이론틀과결합되면서근대성에대한비판담론으로정착되기시작한것이다. 따라서이들의지적배경에는고전주의와계몽주의로인해보편화되기시작한서구적이성중심주의에대한회의가깔려있으며, 이것이확대되어서구적근대성, 즉 모더니즘 에대한반성을요구하는포스트모더니즘으로확대된것이다. 그런이유로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은역사주의로치환되는단선적역사에대한거부, 서구적진보관에대한회의등으로독해될수있고, 바로이지점에서포스트모더니즘은서구적보편주의의논리를지배해온역사주의적가설에의문을제기할수있는이론적가능성을내비치는것이다. 그런의미에서포스트모더니즘은서구중심주의적편견을비판하고자하는본연구의목적에부합하는중요한이론적자원이될지도모를일이다. 예를들어젠킨스 (K. Jenkins) 등과같은포스트모더니즘역사학자들은, 서구중심적진보사관에힘입어 역사란무엇인가 를질문해왔던모더니스트들과는달리, 역사서술그자체가 누구를위한역사인가 8) 에대한대답이어야한다고주장한다. 왜냐하면역사적해석이라고하는것은 어떤사건은이야기에포함시키고, 다른사건은배제함으로써또는어떤사건은강조하고다른사건은그에종속시킴으로써 9) 이데올로기적으로구성되기때문에필연적으로누군가의입장을옹호하지않을수없기때문이다. 이러한입장은기존의메타서사와는달리사실과해석사이의끊임없는해석가능성을제안한다. 따라서이들은포스트모더니즘의해체전략이전일적관념을강조해온모더니즘과결별함으로써인식의개방화를촉진하고역사적사실에대한분석시야를확장시키는데긍정적인역할을할수있다고보고서구중심주의적역사관을극복할수있는주요한이론틀로서적극적으로받아들인다 ( 강성호 2001, 174-175; 김기봉 2003, 12-13). 더욱이그들은진리의궁극적인토대를의심하는포스트모더니즘본연의회의주의가인간존재의형식과내용이서구적보편사의정형으로구획되는것이아니라무한히구성- 재구성될수있음을함축하기때문에, 그것이실질적으로서구중심주의를극복할수있는방법을제시할수있다고본다. 그러나포스트모더니즘이오늘날만연해있는서구중심주의를극복 8) 키스젠킨스 (Keith Jenkins), 최용찬역, 누구를위한역사인가, 서울 : 혜안, 1999. 9) 헤이든화이트, 천형균역, 19 세기유럽의역사적상상력 : 메타역사, 문학과지성사, 1991, p. 17; 김기봉, 역사학의모더니즘과포스트모더니즘 : 역사이론을중심으로, 인문연구 제 43 권, 영남대인문과학연구소, 2003, p. 13 에서재인용.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03
할수있는하나의실천적전략이될수있는지는여전히의심스럽다. 포스트모더니즘에대한비판적인시각이요구되는이유가그것이다. 그러므로본연구는포스트모더니즘을변호하거나활용하는것이아니라, 오히려서구중심주의가오히려자신을공격하는이론틀로서거론되는포스트모더니즘조차도어떻게포섭하고있는지, 따라서그문제가얼마나복잡하고구조적인지를보여주고자하는것이다. 따라서본연구의일차적인목적은무엇보다도서구중심주의와포스트모더니즘사이의은밀한갈등과연대의관계를드러내는것이될것이다. 본고는이작업을위해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에집중해서논의할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 : 사르트르, 레비스트로스그리고데리다의역사논쟁 1966년 10월 21일존스홉킨스대학에서열린구조주의세미나에서데리다는 인문과학담론에나타난구조, 기호그리고놀이 라는논문 10) 을통해레비스트로스 (C. Lévi-Strauss) 의구조주의인식론을비판하고이른바 포스트구조주의 의시대를열었다. 여기서그는독립적이고우연적인 놀이 (jeu) 가구조주의적인식틀로는잘설명되지않는다는점을지적했다. 레비스트로스는소쉬르의구조주의언어학이론을근거로문화에서통일된구조를찾으려하였고, 이과정에서이항대립적인식틀을사용하여사물의실재를 중심 과 주변 으로분류하였다. 그런데데리다가보기에레비스트로스의구조주의인식틀은너무나경직되어있어서놀이와같은우연적인사건을제대로설명하기어려워보였고, 따라서문화의실재적인다양성을제대로설명하지못하는것처럼보였다. 따라서그는이항대립적사고틀로는설명되지않는문화의다양성을설명하기위해구조주의적인식틀그자체에대한해체를선언한것이다. 이러한선언에일군의학자들이동참하는바, 예를들어기호학분야에서바르트 (R. Barthes), 심리 ( 분석 ) 학분야에서크리스테바 (J. Kristeva) 와라깡 (J. Lacan), 여성주의및문학이론분야에서식수 (H. Cixous), 역사및문화이론분야에서푸코 (M. Foucault), 료타르 (J. F. Loytard), 보드리야르 (J. Baudrillard) 등이그들이다. 이들은레비스트로스가전제하는이항대립적인식틀이사실은상대적이고유동적이며불완전하다고주장하는데, 이러한상대주의야말로경직되고획일화된사 10) J. Derrida, La structure, le signe et le jeu dans le discours des sciences humaines, L'écriture et la différence, Paris: Seuil, 1967, pp. 409-428. 104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고틀을전복시킴으로써실재 ( 텍스트 ) 에대한다양한해석을가능하게만든다고주장한다. 이런이유로바르트는 저자의죽음 (1984) 을선언한것이다. 데리다의비판이제기된이후로레비스트로스의구조주의적인식틀은사물의다양한실재와그러한실재들의생동감있는다양성을간과하고있다는비판이제기되기시작하였다. 아마도이러한비판들가운데일정부분은타당성을확보할지모르겠다. 그러나레비스트로스의인식론이역사마저중심과주변으로이원화하고자하고자했던것은아니라는사실을지적하는것이중요할것같다 (M. Hénaff 1991, 409-428). 이는데리다가해체하고자했던레비스트로스의구조주의인식론이자칫서구역사와비서구역사의대립을강조하는모더니즘의역사관으로오해되는것을방지하기위하여절대적으로필요하다. 실제로 슬픈열대 (1955) 에서레비스트로스는서구사회의진화론적역사주의를비판해왔고, 자신이수행하는인류학적연구들이오히려그동안배제되어왔던비서구사회의역사를밝혀줄수있다고주장하여왔다 (Cf. C. Lévi-Strauss 1974, 9-39). 사실데리다의해체철학이레비스트로스의구조주의인식론에대한이론적해체를시도한것은분명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레비스트로스의역사관을비판하기보다는오히려포용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 요컨대포스트구조주의는레비스트로스의가설에대한반발에서시작되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특정영역 특히역사관 에있어서만큼은레비스트로스와연대하고있다는것이다. 여기서포스트구조주의와포스트모더니즘의미묘한입장의차이를확인할수있다. 사실역사문제와관련하여 모더니즘의역사관 을대변하는이론가는레비스트로스가아니라실존주의철학의거장사르트르 (J.P. Sartre) 라고할수있다. 데리다의비판이제기되기불과몇년전레비스트로스는사르트르와심각한역사논쟁을벌였다. 그는사르트르의 변증법적이성비판 (1960) 에관한자신의세미나에서 분석적이성 과 변증법적이성 의구분을설파한사르트르의역사가설에근본적인의문을제기하였다 (C. Lévi-Strauss 1962, 328). 그가보기에사르트르역사관은주체가자신의인식활동을바탕으로실천하는경험과연관된다. 사르트르에의하면인간은인식능력에따라모든것을무화할수있는존재로승격될수있는데 (J.-P. Sartre 1943, 57), 이를바탕으로인간의역사는조금은덜숙련된인식능력 ( 분석적이성 ) 으로부터보다숙련된인식능력 ( 변증법적이성 ) 으로진화할수있다는것이다. 이것은인간의기원및진화에대한인류학적가설을의미하는바, 사르트르가실존주의철학을 인류학그자체 11) 11) Jean Pouillon, Sartre et Lévi-Strauss in Bernard Pingaud et al., Claude Lévi-Strauss, L ARC, n⁰26, Paris: Inculte, 2006, p. 55 에서재인용.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05
라고공공연하게선언한것은바로이때문이다. 사르트르의역사관은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비판하고자했던모더니즘의역사관을상징적으로대변하는것이다. 사르트르에의하면분석적이성은실재를부분으로분해하면서자연과학속에서작동하고변증법적이성은분석적이성의활동영역을뛰어넘어인간과학속에서작동한다. 여기서사르트르가원시사회와같은비서구사회에부여한성격은확실히분석적이성의측면이다. 그가보기에이들의인식능력은숙련되지못하여역사및실재에대한변증법적활동을이끌수없고그것들을분해하는저차원의능력만을보여줄뿐이다. 따라서비서구사회의역사는단지 비루하고기형적 (rabougrie et difforme) 12) 일뿐이라는것이사르트르의역사관인것이다. 사실이러한역사관은아프리카의역사를부인한헤겔 (G.W.F. Hegel) 이나아시아적생산양식에투영된마르크스 (K. Marx) 의서구중심적지적계보를그대로계승한것이다 (Cf. 영 2008, 77). 그역시서구의역사를관통하는서구중심주의적역사관에의문을제기하지못하고오히려힘을보태왔던것이다. 사르트르의이와같은서구중심주의적역사관에이의를제기한사람이바로레비스트로스였다. 그의 야생의사고 (1962) 는 변증법적이성비판 (1960) 이출간된직후에발표되었고, 그가운데마지막장역사와변증법은전적으로사르트르의역사관을비판하는데할애되었다. 레비스트로스가보기에사르트르가실수한부분은인간의이성능력을바탕으로해당사회의역사를설명하고자한부분이었다. 이때문에실존철학은비서구사회가서구사회보다역사적으로열등하고, 그러한열등성은구성원들의지적능력의차이를반영한것이라고결론내릴수있었던것이다. 그러나레비스트로스가보기에인간의역사는인간의이성적능력의차이로설명될수있는것처럼보이지않았다. 왜냐하면역사는, 비록그외형에있어서는서구사회와비서구사회의차이를드러낼지라도, 그것을관통하는 의식의원형 그자체 구조주의의절대교의라고할수있는 이항대립적사고틀 (C. Lévi-Strauss 1962, 355) 는그것이서구인의것이든비서구인의것이든간에동일한원형으로드러나기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가보기에인간의역사는이러한원형적구조가시간적혹은공간적특성에따라다양하게 변형 되어왔다는점에서만설명이가능한것이었다. 13) 이는서구사회의진보적역사관에대한거부였으며, 12) Jean-Paul Sartre, Critique de la raison dialectique, p. 203; Claude Lévi-Strauss, La pensée sauvage, Paris: Plon, 1962, p. 329 에서재인용. 13) 레비스트로스는이러한 변형이론 을바탕으로인류학의오랜논쟁거리인 토테미즘 과 카스트제도 의관계를설명한다. 그에의하면토템미즘은자연 ( 토템동물 ) 의차이를바탕으로문화 ( 토템집단 ) 적차이를설명하는문화인반면, 카스트는서로다른문화적요소 ( 기능, 서비스등등 ) 의차이를바탕으로또다른문화 ( 신분 ) 적차이를설명하는 106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서구사회가비서구사회보다우월하다는서구적나르시시즘에대한내부적비판이었다. 레비스트로스는이러한원형적구조를 야생의사고 (la pensée sauvage) 라고명명하고, 이개념을바탕으로실존주의의철학을반박하기시작하였다. 그에의하면야생의사고는 원시사회의사고가아니며, 원주민들의사고도아니며, 원시인혹은고대인들의사고도아니다. ( 오히려 ) 그것은야생상태의사고 (C. Lévi-Strauss 1962, 289) 로이해된다. 이러한야생의사고는서구인들의것과마찬가지로비서구인들의것역시똑같은방식과똑같은의미속에서 논리성 과 합리성 을보유한다 (C. Lévi-Strauss 1962, 355). 그러므로서구인들의사유능력에어떠한종류의특권도부여할수없다는논리가성립하는것이다. 그러한사유능력은단지실재화의과정속에서만차이혹은역사를드러낼것이다 (J. Pouillon 2006, 59). 이런이유로클레망 (C. Clément 2002, 103) 은인류학자들이연구하는글자없는민족, 혹은자신들의역사를기술할문서화된자료들이존재하지않는민족들의삶의과정을역사이전에혹은그외부에놓는것은오류라고진단한다. 이들사회역시완벽하게역사적이며, 원주민들역시자신들의문화를역사적인방식으로해석하고있기때문이다. 예를들어원시사회에서흔히발견되는 토테미즘 의경우, 각각의부족에고유한토템나무나토템동물들은각각자신의조상들과연결되어있으며, 비록그내용이기술되지않았을지라도, 그것은 일화적 (C. Clément 2002, 60)' 인방식으로자신의역사성을드러내고있다는것이다. 확실히사르트르와레비스트로스사이의간극은넓어보인다. 분명한것은사르트르에게서인류의역사는 서구의역사 와동의어이며, 레비스트로스가비판한것은사르트르의이론에내재되어있는이와같은서구중심적편견이었다는사실이다. 실제로사르트르의역사관은역사의단선적진화를지지하며, 따라서총체적역사혹은대문자역사 (History) 를지향한다. 그러나레비스트로스가보기에역사는전적으로상대적이며, 따라서모든인류에게공통적인역사란존재할수없는것이다. 그런이유로총체적인역사관은신화에불과한것으로파악되며 (Y. Simonis 1980, 138), 결과적으로비서구사회의역사는 비루하고기형적인 것이아니라서구의시각에서파악하기힘든그자체의의미와고유한가치를지니고있는것으로파악된다 (Y. Simonis 1980, 135-138). 그런데여기서흥미로운부분은총체적인역사 이것역시 서구의역사 이다 에대한레비스트로스의비판이, 모더니즘의진화론적역사관을비판하고자했던포스트모더니즘의역 문화이다. 따라서양자는서로다른문화적환경에서유래한서로다른문화가아니라, 단지이항대립적사고가서로다르게적용된변형의결과라는것이다 (Cf. C. Lévi-Strauss 1962, 161-171).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07
사관과많은부분닮아있다는사실이다. 다시말해포스트모더니즘은, 비록그것이레비스트로스를비판한포스트구조주의에지적으로의탁하고있을지라도, 일정부분레비스트로스와이론적으로연대하는것으로보인다. 이러한지적은포스트모더니즘과포스트구조주의의차이를드러내는데중요한것이다. 14) 특히구조주의와포스트구조주의 비록양자의입장이대립적이라는사실은분명하지만, 특히전자는이항대립적사유체계를지지하고후자는해체한다는점에서 가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 즉소문자역사들 (histories) 에대한신념을함께제공하고있다는사실은중요하게거론될필요가있다. 그런의미에서 포스트구조주의적 이라는용어가대서사로서의역사주의, 즉총체적역사관에대한불신을지칭하는데유용하다는영의지적 ( 영 2008, 204) 이만일포스트구조주의에게특권적인의미를부여한것이라면확실히불충분한것이다. 대서사로서의역사주의는포스트구조주의뿐만아니라레비스트로스의구조주의역시거부하고있기때문이다. 그러므로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은레비스트로스와의대립에서보다는사르트르와의대립에서보다잘이해될수있는것처럼파악된다. 이때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은, 한편으로는사르트르의역사관에상징적으로내재되어있는이른바서구중심주의적진화론적세계관 서구적역사주의 에대한회의를담고있으며, 다른한편으로는서구중심주의의사상적토대인계몽주의적합리성이다양한문화들의상대적본질이나성격차이를제대로설명하지못하고있다는문제의식을담고있다. 따라서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게있어서역사란모더니즘의기본전제가되었던목적론적이고종말론적인대문자역사 (History) 가아니라, 의미와해석의문제가끊임없이제기되는소문자역사들 (histories) 이되는것이다. 이러한전제에서데리다는역사 ( 텍스트 ) 에대한보편적이해가능성을부인하면서역사 ( 텍스트 ) 에대한끊임없는해석을제안하고, 이것이오늘날의철학이담당해야할임무라고주장한다. 그가보기에서구의철학적전통은역사를언어화 ( 텍스트화 ) 함으로써실재와의미를확정하고자했지만, 언어자체가개연적이고우연적인까닭에그러한기획역시허구이며꿈에불과했던것이다. 서구철학이전제하는실재의현전 (présence) 이란 철학의역사에서제시될수없으며 ( 데리다 1992, 29), 단지모사적인 차연 (différance, Cf. 데리다 1992, 31-38) 만이그징후를감지할수있게해줄뿐이다. 이때차연은, 기호의차이에서의미 ( 현전 ) 를확정하고자했 14) 그런의미에서포스트구조주의는포스트모더니즘으로치환가능하지만, 그역관계가항상성립하는것은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포스트구조주의뿐만아니라구조주의의지적흐름도일정부분공유하는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 108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던구조주의언어학의가설과는달리, 기호가오히려그러한의미와현전을 유예연기이송우회지연유보 ( 데리다 1992, 31) 한다는것을암시하며, 따라서실재의현전을드러낼수있는가능성과불가능성사이를무한히반복하는일종의 무한한반복운동 으로이해된다 ( 데리다 2004, 27-41). 그가보기에보편적진리나가치를추구해온서구의철학적전통은일종의 폭력 ( 데리다 2004, 184-250) 이었으며, 이속에서텍스트들은성 / 속, 진 / 위, 선 / 악, 미 / 추, 고 / 저등과같은서열이나우열을함축하는대립항들을폭력적으로강요해온것으로파악된다. 서구적전통이이러한이항적요소들가운데어느일방에보다긍정적인가치나논리성이부여해온까닭에인류역사에다양한방식의 폭력적위계 가만연했다는것이다 ( 데리다 1992, 39-60). 결국서구철학은동질성보다이질성을지나치게강조해왔으며, 때로는독단적이고비현실적이어서역사의실재성과다양성을드러내기어려웠다는것이데리다의주장인것이다. 이러한입장에서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모더니즘의역사관과구분되는몇가지중요한합의를이끌어내는데, 크게네가지측면에서요약할수있다. 먼저, 대서사혹은메타서사적역사관의거부이다. 이들이보기에모더니즘의역사관에내재된 총체화 의경향은이러한메타서사적시각에서비롯된다 (Lyotard 1983). 그러나우리에게실제로무엇이일어났는가를말해줄수있는역사적사건에대한객관적이고총체적인설명은불가능하다. 그런이유로이들은메타서사를토대로하는모더니즘적역사관과단절하고, 다양성, 특수성, 우연성, 상대성등을중시여기는새로운역사관을주장한다. 둘째, 역사적진리와실재에대한구성적관점이다. 이들이보기에진리와실재는사회나문화에내재되어있는것이아니라, 그속에서합의된하나의해석에불과하다 (Derrida 2004). 셋째, 역사적실재에대한재현불가능성을전제한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주체의외부에객관적이고본질적인실재가존재하고이를재현할수있다고가정한데카르트적근대적사고를거부한다 (Baudrillard 1981; Foucault 1970; 데리다 1992). 인간은언어라는매개에의해서개별현상을인식하기때문에이미언어에의해번역되고구성된현실만을접하게될뿐그본질을접할수없다. 데리다의유명한경구, 텍스트밖이란존재하지않는것이다 (il n'y a pas de hors-texte; 데리다 2004, 287) 15) 는말은, 역사 ( 텍스트 ) 그자 15) 본고는김웅권의한글번역 텍스트밖이란존재하지않는것이다 를따랐다.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에대하여 에등장하는 Il n'y a pas de hors-texte 에대해위트슨 (James A.T. Whitson) 은 텍스트밖에는아무것도없다 (There is nothing outside of text) 로번역하는것은오역이며, 텍스트외부는없다 (There is no outside-text), 다시말해텍스트그자체의해석가능성만존재한다로번역하는것이옳다고본다. Cf. James A.T. Whitson, Post-structuralist Pdeagogy as Counter-Hegemonic Praxis(Can we find the baby in the bath water?), in Peter Mclaren ed., Postmodernism, Post-colonialism and Pedagogy, Albert Park: James Nicholas Publishers, 1995, pp. 129-130. 김웅권의번역은후자의입장에충실해보인다.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09
체가외부적의미나함의에종속되는것이아니라는사실을함축한다. 따라서그것은본질적이거나필연적이지않고다의적이며다중적인것이된다. 넷째, 역사적지식과권력의유착관계이다. 푸코 (M. Foucault) 에의하면지식과권력의관계가서로분리될수없고, 따라서순수하고중립적인지식이란존재하기어렵다 (Foucault 1971). 그러므로우리가역사적지식이라고부르는것은사실은보편타당한진리를담고있기보다는특정권력을지향하는이데올로기의다름아니며, 따라서관련된권력의게임에종속된위치에놓이게된다. 푸코는이러한현상을 담론 (Discours) 이라는개념을통해제시하는데, 그에게있어서담론이란말할수있는것과말할수없는것, 정당한것과그렇지못한것, 그리고진리인것과아닌것등을구분하고분절시키는사회적규약으로이해되는바, 이때담론은권력층에의해대상세계가 평가되고분배배급되고이를테면할당되는방식 16) 을바탕으로지식을구성하기때문에생산된지식그자체가권력관계를반영하지않을수없다는것이다. 이상에서언급한네가지특징들은보다세부적으로논의될필요가있을것이다. 특히그러한특징들이각각어떠한포스트모더니즘적조류로유입되고또한어떠한포스트모더니즘적경향을양산하는지를관찰하는것은중요한연구과제를구성한다. 그러나본고는그러한세부적논의를차후로연기하고, 단지그러한네가지특징을가로지르는거대한흐름하나에논의를집중하고자하는데, 그것은바로이것들이포스트모더니즘의상대주의적세계관과역사관을설명하는하위변수로기능한다는사실이다. 결국포스트구조주의자들은레비스트로스의이론적전제를뒤집은것처럼보이지만역사문제에대해서만큼은오히려입장을공유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 양자모두다양성, 유연성, 상대성을지닌소문자역사들 (histories), 즉상대주의적역사관을공유한다는점에서그러하다. 따라서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은포스트구조주의에게서뿐만아니라레비스트로스의상대주의적역사관에도빚을지고있는셈이다. 이러한결론은본고의입장에서중요한함의를제공하는데, 그것은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이포스트구조주의뿐만아니라레비스트로스의역사관에대한비판으로부터도자유롭지못하다는사실을함축하기때문이다. 16) M. Foucault, The Discourse on Language ; 김성기, 포스트모더니티의사회이론 : 료타르, 들뢰즈, 푸코를중심으로, 문학과사회 제 3 권제 1 호, 문학과지성사, 1990, p. 368 에서재인용. 110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 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 레비스트로스의역사관이모더니즘의서구중심적역사관으로부터벗어나상대주의를지향할수있었던결정적인이유는인간의의식에무의식적인 원형 야생의사고 이있다는주장에근거를둔다. 레비스트로스에의하면야생의사고는성 / 속, 미 / 추, 고 / 저, 냉 / 온등과같은이항대립적계열들로이루어져있기때문에그자체는서구인이나비서구인에게모두원형적이다. 하지만이러한사고가시간적그리고공간적특성에따라다양하게변형되어나타나는역사는다양성과상대성을드러내지않을수없다. 요컨대야생의사고그자체는공시적이지만통시적인 변형 의와중에있다는것이다. 17) 이러한논리로부터레비스트로스는자신이비서구사회의역사성을도외시하지않았으며, 서구사회가비서구사회의역사를간과해온오만하고도잘못된전통에대해서반대할수있었다고판단한다. 그가보기에원시사회와같은비서구사회역시서구적합리성에해당되는요건을거의완벽하게갖추고있으며, 따라서서구사회에뒤처지는열등한사회가아니라단지 다른종류 의사회였던것이다. 이러한상대주의는확실히보다우월한사회에대한신념을제거하면서어느누구도배제하지않는보다열린세계를지향하는논리처럼이해된다. 그러나이러한상대주의적세계관이레비스트로스에게만고유한것은아니다. 이미 20세기초반보아스 (F. Boas 1911) 를필두로한문화상대주의자들은당대에성행하던이른바문화진화론을거부하고문화라는것이각각의독특성으로평가를받는것일뿐그것의우열을가리는것은불가능하며무의미한것이라고설파한바있다. 당대로서는이러한시각이서구를정점으로하는위계적세계관을문제삼고비서구사회역시존중되어야한다는견해를대두시킨것은분명해보인다. 따라서그것은이미포스트모더니즘에앞서서서구적보편주의나역사주의를비판할수있는주요한이론적자원으로거론되기도하였고, 실제로베네딕트 (R. Benedict), 미드 (M. Mead), 허스코비츠 (M. Herskovits) 등과같은보아스의지적후계자들은그러한전제를실천하려고노력하기도했다 (Cf. 유명기 1993; W.J. Vernon 1996). 그러나문화진화론의왜곡된역사관을비판해온문화상대주의자들의심각한딜레마가운데하나는이들의주장이비서구사회의역사를또다른형식으로왜곡하고있다는사실이다. 17) 레비스트로스는 토테미즘 과인도의 카스트제도 가동일한원리의야생의사고가변형되어서로다른역사적형태로나타났다는이른바 변형이론 을제시한다. 그의변형이론에대한설명과비판에대해서는최일성, 금지와타부, 혹은이항대립적사고의정치사상적기초에관한연구 :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사고 에대한비판을중심으로, 사회과학연구 제 19 집 1 호, 서강대사회과학연구소, 2011, pp.273-282.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11
왜냐하면이들은비서구사회에대한형식적배려에집착한나머지이들가운데어느누구도배제해서는안된다는강박관념속에서모든지식체계나가치체계가타당성을가진다는상대주의의함정에쉽게매몰되어버리기때문이다 ( 김여수 1991, 79). 상대주의적시각을유지한다는것은서로의차이에대한인정을전제로하는것이고, 따라서서로의자율성에대한불간섭의원칙을포함하고있다. 따라서비서구사회의역사를구원하겠다는이들의기치는매우안타깝게도서구사회와비서구사회의간문화적 소통가능성 과 비판가능성 에대한거부나무시로연결되지않을수없는것이다. 예를들어서구사회의비서구사회에대한상대주의적태도에는, 비서구사회의정치경제사회의열악한환경에대해서도그들이쉽게손을놓게만드는, 혹은그러한문제들을해결할능력이나의지가없음을은폐하게만드는일종의 의도적무관심 의수단이숨겨져있을수있다. 18) 그럼에도불구하고비서구사회는서구사회의이러한고의적무관심에대해비판적태도를취할수없는혹은상대주의적태도를취하지않을수없는또다른형식의억압에짓눌린다. 결국비서구사회의입장에서상대주의적세계관은역사를회복시킬수있는묘약이되는것이아니라, 어떤의미 특히간문화적 소통가능성 과 비판가능성 을거부한다는차원에서 에서는그것을옥죄는굴레가되는것이다. 이러한입장에서본고는레비스트로스와포스트구조주의의상대주의적역사관을수용하고있는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에다음과같은질문을제기하지않을수없다. 과연포스트모더니즘은자신들이구원했다고자랑하는역사들 즉대문자역사 (History) 로부터해방된것으로간주된소문자역사들 (histories) 에대한비판가능성을제안하는가? 이러한질문은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성을문제삼고자할때중요한함의를제공한다. 특히역사의변혁가능성이나개혁가능성을심각하게모색해야만하는미래지향적입장에있어서는더욱그러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이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적신화를탈신비화할수있는이론적역량을가진것은분명해보인다. 그러나그한계역시분명해보이며, 오히려비서구사회적입장에서는서구중심주의의신화를더욱공고히하고있는것은아닌가하는의심을불러일으키기까지한다. 먼저, 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은어떠한형태의비판적역사이론 비록그자신은모더니즘의진보사관을비판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 도허용하지않는한계를드러낸다. 보다엄밀하게말하자면그러한역사이론은포스트모더니즘내부에서는가능하지도않다. 포스트모더 18) 마르티니엘로 (2002, 122-124) 는오늘날회자되고있는다문화주의가일종의문화상대주의적관점에서해석될때소수집단의열악한환경에대한주류집단의의도적무관심이나무책임으로표출될수있다고경고하고있다. 112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니즘에서비롯되는이론의부재현상에대해서는이미많은학자들이지적한바있다 (Cf. 김욱동 1990; 김문조 1993). 실재에대한궁극적인해석을부인하는상대주의적입장은구체적인대상세계에대한판단을유보하기때문에도덕적혹은윤리적가치들에대한실천적판단이나결정을불가능하게만든다. 따라서미래지향적인변혁이나개혁을가능하게만드는이론적근거들은사라지게되며, 비서구사회의열악하고참담한사회적조건 많은부분서구사회의식민주의와제국주의로인해초래된것임에도불구하고 은불현듯서구사회의윤택하고풍요로운사회적조건과동등한위상을갖게되는모순으로치닫고만다. 아마도이러한모순을가장냉혹하게비판한학자는이글턴 (T. Eagleton) 일것이다. 그의저서 포스트모더니즘의환상 (2000) 은사회주의적시각에서포스트모더니즘을비판하는데, 특히포스트모더니즘이서구사회의새로운자본주의, 즉기존의노동집약적이고노동착취적인현장제조업을넘어선서비스업, 금융업, 정보산업등과같은새로운시장논리의출현과밀접하게연결되어있음을중요하게거론한다 ( 이글턴 2000, 11). 19) 요컨대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지적실험이전개될수있었던물적조건은분명히 서구적자본주의 대다수의비서구사회에서는아직도요원한 에해당한다는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포스트모더니즘은상대주의적태도를강조하면서착취와소외로얼룩진비서구사회의불합리한역사들에대해서비판적인숙고를거부하고, 이것들이단지문화적다양성과복잡성을의미할뿐이라는문화 ( 주의 ) 적이고탈정치적인해석만을제시할뿐이다. 달리말해포스트모더니즘은서구사회와비서구사회의물적조건의차이를인지하지못하게만들뿐만아니라더나아가그것에대해침묵하게만든다는것이다. 그런의미에서포스트모더니즘은, 비록모더니즘의서구중심적물질주의에대해서는비판의날을세워왔음에도불구하고, 정작자신들의물적토대에대해서는비판의태도를불허하는이중적인태도를보여준다. 결국포스트모더니즘내부에는어떠한 개선이나몰락을겪을수있는역사 ( 이글턴 2000, 108) 라는개념은존재하지않으며, 따라서미래지향적이고비판적인역사이론또한존재할수없게되는것이다. 19) 아마도이러한측면을가장노골적으로드러낸학자는보드리야르 (J. Baudrillard) 일것이다. 그는 소비사회 (1970) 에서 20 세기를전후하여시장경제체제에두드러진변화가있다고주장하는데, 이전은대량생산시대로생산이제품의사용가치에의존하고합리적인수요를충족하던시대였다면, 이후는고도의 IT 기술시대로서욕망을부추기는시대가되었다고본다. 따라서오늘날의상황은물건이인간을유혹하고조정하는소비시대라는것이다. 예를들어상품의형식과실용성에의해물건을사는것이아니라, 행복과사회적지위, 성공의척도를가늠하는사회구성원으로서의욕망에의해구매한다는것이다. 보드리야르는이러한소비사회가포스트모던적상황을보여준다고간주한다. 이러한개념정리는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개념자체가서구적조건과개념에토대를두고있음을반증하는것이다. Cf. Jean Baudrillard, La Société de consommation, Paris: Gallimard, 1970.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13
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이드러내는두번째문제점은역사의변화를주도할비판적개혁적주체를해체시킨다는사실이다. 왜냐하면기존의이항대립이해체되는상황에서는궁극적으로 주체 / 객체 의구분마저불명료해지기때문이다. 이는비서구사회의입장에서는치명적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권력개념을부정적으로바라보는이유가운데하나는헤겔의용어를빌리자면그것이 주인 / 노예 의이항대립과같은위계적관계를전제로하기때문이다. 그런이유로푸코는 감시와처벌 (1975) 에서기존의권력관계 주인 / 노예 에따라지식의제형태가왜곡되는역사적인과정을분석하면서, 그러한권력관계에대한해체의필요성을제기한것이다. 제3세계적입장이나노예의입장에서이러한제안이갖는해방적가치를부인할순없을것이다. 그러나이것이제3세계가혹은노예가직접적으로기존권력에대한해체를주장완결할수있다는의미로해석하는것은명백한오류이다. 왜냐하면기존권력관계에대한해체를주장완결하기위해서는그에상응하는대응권력이필수적인데포스트모더니즘은제3세계가혹은노예가그러한대응권력을추구하는것자체를해체 권력은부정적인것이기때문에 하려고할것이기때문이다. 이지점에서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수없이반복하는 해체 의본질적인의미가무엇인지를되물어볼필요가있다. 요컨대그것은 무엇에대한해체인가 ( 영 2008, 108)? 영에의하면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그대답을 서양 이라는개념과그것의권위와우선성 (Ibid.) 에서찾아왔다. 그리고그것은사실이다. 그러나문제는 서양 이라는개념자체를문제삼는혹은문제삼을수있는주체가서구사회, 즉 권력자 혹은 주인 의입장을향유할수있는주체에게만한정된다는사실이다. 달리말해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반복적으로주장하고있는해체라는것은권력의지위 ( 서구사회 ) 를문제삼을수있는또다른권력자의입장 ( 서구사회 ) 에서주장일뿐, 이미정치사회적으로무장해제당한 피권력자 혹은노예의입장 ( 비서구사회 ) 에서주장할수있는개념이아니라는것이다. 그들은해체를주장할만한대응권력을가지고있지않으며, 게다가서구사회의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그나마가지고있는권력마저해체하려고할것이기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권력이라는것은다면적이어서한편으로는억압의수단이기도하지만, 다른한편으로는해방의수단이기도한것이다. 그러므로권력자체를해체하려는시도는서구사회의입장에서는많은부분억압적권력자에대한해체를의미할지몰라도, 비서구사회적입장에서는거의대부분해방을위해투쟁할비판적개혁적주체에대한해체를의미하지않을수없는것이다. 결국포스트모더니즘이주장하는해체의개념은비서구사회의입장이반영되어있지않거나거의전적으로무시된개념처럼보이며, 이속에서비서구사회는부당하게도비판적개혁적투쟁적주체에대한해체를선언하지않을수없는부당한 114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굴레가되는것이다. 셋째, 포스트모더니즘의역사관은역사적맥락을거부하는이른바 몰역사성 의한계를드러낸다. 끝도시작도없는무한한 차연 의반복운동으로이해되는역사관에서는시간의선차성이부정되며, 따라서서구역사뿐만아니라비서구사회에고유한어떠한역사적맥락도인정되지않는다. 사실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모더니즘적거대서사가제대로설명하지못한다고간주한 우연적사건, 놀이 혹은 개별적특이성 을강조하기위해거대서사자체를해체하는방식을제안했다. 하지만이러한제안은우연적사건이나특이성자체는구원할수있는지모르겠지만, 그것을판단하고해석할수있도록도와주는다양한역사적맥락들을와해시키는무모한측면이있다. 요컨대특정한사건을복잡하고다중적인맥락속에서파악할수있게해주는것이아니라, 단순하고평면적인차원에서단지 차이 만을드러내도록유도한다는것이다. 그런이유로일부비판자들은포스트모더니즘이단지 역사 를 [...] 변화 라는것으로암암리에환원 20) 시키는일종의기계와같다고평가한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이러한입장은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에대하여 (2004) 와 글쓰기와차이 (1967) 에서분명히드러난다. 이곳에서그는글쓰기자체가역사적이라는말을수없이반복하는데, 그것은글쓰기만이가장적극적으로 차이 를만들어낼수있다는그의생각에서비롯된것이다. 예를들어그가만들어낸 차연 (différance) 이라는용어는 차이 (différence) 라는기존어휘에서 e를 a로변경한의도적인변형의결과인데, 데리다는양자가음성적으로는구분이되지않을지라도문자적으로는차이를드러낼수있다는사실을중시여긴다. 21) 데리다가보기에기존의모더니스트들은음성적차이에근거하여의미를확정해왔기때문에이와같은차이를밝혀낼수없을뿐만아니라그러한차이를생산하는행위 ( 글쓰기 ) 자체를이해할수없다. 그가보기에작가가글을통해차이를만들어내는과정은역사적인과정그자체로보인다. 그러나엄밀한의미에서이러한역사는매우관념적인추론에지나지않는다. 왜냐하면, 비록글을쓰는행위그자체는경험적이고실천적이라고할수있지만, 글을쓰는의도와맥락자체는작가의의중에종속되어있기때문에독자는텍스트화된글을통해서만작가의의도와 20) Francis Mulhem ed., Comtemporary Marxist Literary Criticism (London, 1992), p. 22; 이글턴, 2000, op. cit., p. 102 에서재인용. 21) 이러한실험을가장적극적으로실천하고있는포스트모더니스트는식수 (H. Cixous) 이다. 그녀는글쓰기 ( 차이의생산 ) 가역사적이라는데리다의철학을토대로기존의남성중심적담론이나서사와구분될수있는이른바 여성적글쓰기 를페미니즘적운동차원에서제안한다. 식수의 여성적글쓰기 에대한이론적평가에대해서는 M. Calle-Grube, Hélène Cixous, corisées d une œuvre, Paris: Galilée, 2000 참고.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15
맥락을유추해야하는매우수동적인상황에봉착하기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역사는글을생산하는작가에게있어서는실천의문제가될지모르겠지만, 그것을읽는독자에게있어서는단지관념적인차원에서의해석문제로전락하지않을수없는것이다. 22) 따라서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복원하고자노력했던소문자역사들 (histories) 은관념들의역사가되는것이며, 독자들은그러한역사의생산이나실천으로부터소외되어있기때문에궁극적으로는몰역사적이되지않을수없다. 사실역사를텍스트화한다는것은미래를위한 변혁가능성 으로서보다는, 수동적으로읽혀지는따라서자신에대한 해석가능성 만을열어놓은고정된유물로서취급하겠다는의도이다. 이는비서구사회가주로경험하고있는지배, 종속, 착취등과같은복잡하고다양한역사적맥락보다는, 작가가생산해낸기호의 차이 가도대체어떤의중에서비롯된것인가를파악하는것이더욱중요하다고일러주는조야한지적유희에불과할따름이다. 마지막으로, 포스트모더니즘역사관은비서구사회가당면한 역사적실재 를보려하지않는다는한계를드러낸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게있어서현실은언제나차연된것, 혹은모사된것들로드러나기때문에무엇이현실적인실재인지에대한소모적논쟁이반복된다. 따라서비서구사회의입장에서는과연포스트모더니즘이비서구사회의역사적실재를제대로드러내고진단할수있는가가중요해지지않을수없다. 달리말해포스트모더니즘이비서구사회에있어서현실적합성이떨어진다는것이다. 이글턴은아도르노 (T. Adorno) 의숙고를빌어제3세계적맥락에서역사는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화려한언사와는달리고질적인하나의지속성에시달리고있음을간파한다. 그것은바로 고통의절대성 23) 이다. 이글턴은다음과같이기술한다. 역사에대해사회주의자들이지금까지가장강하게받은인상은역사가놀랄정돌하나의지속성 참혹함과착취라는지독스럽게지속적으로나타나는현실들 을보여주었다는것이다. 물론이러한현실들은수많은다른문화적형식들을취해왔다. [...] 그러나 ( 포스트모더니즘의주장처럼 ) 만약역사가진정철저히무작위적이고비지속적이라면, 어떻게우리가이상하리만큼지속적으로나타나는연속성을설명할수있겠는가 ( 이글턴 2000, 104-105, 괄호추가 )? 이러한지적은포스트모더니즘이비서구사회에고질적으로나타나고있는고통의연속 22) 포스트모더니즘운동이문학과예술분야에집중되어있다는사실은이러한관념주의를반증하는것인지도모르겠다. 물론래쉬 (S. Lash 1990) 등과같은포스트모던사회학자들은앞으로는사회운동도포스트모더니즘의관점에서진행될때보다효율적일수있다고주장하기도한다. 그러나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이러한작가 ( 이론가 ) 중심성은그들이제안한포스트모던적사회운동이과연비판적대중운동으로이끌릴수있을것인가에대한궁극적인의문을제기한다. 제임슨 (F. Jameson) 이포스트모더니즘의효과를 비판그자체의가능성의종말 로정의한것 ( 영 2008, 299-301) 은그러한의문에힘을더해준다. 23) Theodor Adorno, Negative Dialetics (London, 1973), p. 320; 이글턴, 2000, op. cit., 104 에서재인용. 116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성을드러내는데부적합하다는것으로이해된다. 실제로포스트모더니즘은비서구사회가당면하고있는사회적배제를이론화하지못하는것처럼보이며, 경제적착취가존재한다는사실자체에무관심해보인다. 이러한역사적실재들은단지역사의다양성을확인하는수많은지표들가운데하나로취급될뿐이기때문이다.. 결론 포스트모더니즘은레비스트로스의구조주의인식틀을근거로서구사회와비서구사회의이원성과관련된차별적권력관계를설명하는한편, 이러한인식론의해체를통해그러한권력관계를해체하고자하였다. 그러나비록포스트모더니즘이이항대립적관계질서가어떻게기능하고또한어떻게그것을해체할수있는가를보여주었다하더라도, 그들은이러한대립을해체하기보다는단지활용한것처럼보인다. 예를들어본고의논의를통해분명해진바와같이포스트모더니즘은구조주의의이원론적사유의구조를 서구 / 비서구 의방식으로재현하고자했기때문이다. 따라서비서구사회의역사를구원하겠다는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선언은불행하게도서구사회와비서구사회의간문화적 소통가능성 과 비판가능성 을차단하면서기존의서구중심주의를해체하기보다는그것을더욱공고히하는방향으로돌진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이러한측면은역사의변혁가능성이나개혁가능성을심각하게모색해야만하는비서구사회적입장에서는치명적인것이다. 비록포스트모더니스트들스스로는자신들이모더니즘의진보사관을비판할수있다고주장할수있을지몰라도, 비서구사회적입장에서포스트모더니즘의상대주의적세계관은어떠한비판적역사이론도허용하지않는한계를드러내기때문이다. 더불어역사의변화를주도할어떠한비판적개혁적주체도허용하지않으며, 따라서역사그자체를미래를위한 변혁가능성 으로서보다는단지수동적으로읽혀지길기다리는 해석가능성 으로서만설정하기때문이다. 이러한이유로인해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실제적으로비서구사회가당면한역사적실재들, 다시말해비서구사회가당면한사회적배제나경제적착취등에대해무관심한태도를보이는것이다. 사실포스트모더니즘은이성중심적인모더니즘의모순이드러나기시작한서구사회의특수한역사적경험과상황에대한비판과성찰에서비롯된것이다. 그러나서구사회와비서구사회에서전개된모더니즘의양상은판이하게다르다. 서구사회에서모더니즘이라는것은중세의유기체적전통에대한실천적거부에서시작된반면, 비서구사회의경우대부분은서구에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17
의해급작스럽게이식되어철저히뒤틀리고왜곡된형태로진행되었다. 그런이유로오늘날서구사회는 모더니즘의위기 를논할수있는반면, 비서구사회는그에앞서 모더니즘의왜곡 혹은 뒤틀림 문제를선결하지않을수없는것이다. 그러나안타깝게도비서구사회의이러한뒤틀린근대에대해일부탈식민주의자들을제외하고는어느누구도신중하게접근하거나이론적으로해명한역사가미천한것이사실이다. 대다수의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서구사회의후기산업사회화를전망하지만아직까지어느누구도그러한변화가서구적제국주의와식민주의의산물이었으며, 비서구사회의의농경및산업기반이오늘날서구사회의변화를지탱하는물적토대가되고있음을중요하게취급하지않고있다. 그런이유로포스트모더니즘에대한무비판적수용은사이드 (E. W. Said) 가 오리엔탈리즘 에서지적한바와같이서구의시각에서비서구를재단하고자하는또다른모순으로파악되는것이다. 1980년대하버마스 (J. Habermas 1981) 가료타르 (J.-F. Lyotard) 와의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논쟁 에서오늘날필요한것은 근대의해체 가아니라 미진한근대 의보다철저한수행이라고했던것은그런의미에서재론의여지가있는것이다. 118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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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투고일 : 2015 년 09 월 07 일 심사개시일 : 2015 년 09 월 15 일 심사완료일 : 2015 년 10 월 14 일 포스트모더니즘에내재된서구중심주의비판 121
Critique on Western-Centrism Inherent in Postmodernism Focused on Its Historical View CHOI Il-Sung(Hanseo University) This article clarifies the western centric characters inherent in postmodern historical view. It seems that the postmodernism have criticised the western centric hegemony with the contemporary intellectual flow, Postcolonialism in particular. In that reason, several historians have voluntarily accepted the postmodern research method known as deconstructivism as an emancipatory discourse to rise above the modern historical perspectives. However this paper analyzed and revealed four aspects of western-centrism in its historical view as follows: First, the postmodernism do not allow any critical theory of history by which a future-oriented transformation or reform of non-western societies may possible. Secondly, the postmodernism tends to deconstruct the critical or reformist non-western subjects who are able to lead to a historical change in their society. The deconstruction of power would be in fact associated with the repressive power in western sense, but in non-western sense with the emancipatory one. Thirdly, in the postmodern perspectives there is a tendency to overlook non-western historical context concerned with their subordination or exploitation. Finally, the postmodernism do not want to see the historical reality of non-western societies in which the continuity of pain is usually chronic. In these respects the postmodernism could be also considered as a western centric theory. Key words: Western-Centrism, Postmodernism, Structuralism, Poststructuralism, History 154 정치사상연구 제 21 집 2 호, 2015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