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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개요

Transcription:

제 7 회우수리포트공모대회우수상수상작 흄 (D. Hume) 의인과론연구 이우람 ( 인문대학철학과 ) * 이글은 2007 년 2 학기 서양근대경험주의 ( 담당교수 : 김효명 ) 강좌의리포트이다.

1. 문제의식 흄의철학가운데가장획기적일뿐만아니라가장널리알려진부분이있다면바로그의인과론일것이다. 흄의인과론은근대의대표적인인과이론인라이프니츠의예정조화설이나말브랑슈의기회원인론 (Occasionalism) 과의비판적대화를통해형성되었으며, 중세의아리스토텔레스주의나심지어아리스토텔레스의인과론에대해서까지비판적인함축을지닌다. 또한단지역사적인기록에그치지않고현대의인과이론에도지속적인영향을미치고있는만큼, 인과의본성에관한흄의이론을고찰하는것은철학적으로굉장히의미있는일이될것이다. 그러나흄의인과론의높은인지도만큼이나그에대한엇갈리는해석이무수히존재하는것도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 그런데흄의인과론에대한이처럼다양한해석은흄자신의서술에기인하는바가크다. 특히그의두저작, 인간본성에관한논고A Treatise of Human Nature ( 이하 Treatise) 와 인간오성에관한탐구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 이하 Enquiry) 에드러나는두가지원인정의 ( 定義 ) 는매우애매모호하여많은학자들의논란을불러일으킨것이사실이다. 흄이내린두가지의원인정의가그내포에서일치하지않는것은물론이거니와, 그것이엄밀한의미에서의정의인지조차의심스럽기때문이다. 본연구는크게두부분으로나누어진다. 한편으로는흄의두원인정의를바탕으로흄의인과론을고찰하되, 흄이내린두가지의정의를분석하여양자의양립가능성을고찰하는것을목표로하고, 다른한편으로는그의인과론의핵심적부분인필연성론을비판적으로검토하는것을그목표로한다. 그러나이주제가지니는철학적함의가상당히큰까닭에이연구에구체적내용을다담을수는없다. 따라서흄의인과론과필연성론에관한하나의해석방법을모색하는것으로그취지를국한하고자한다. 2. 원인정의의문제성 흄은 Treatise에서두가지의원인정의를, 그리고 Enquiry에서세가지의원인정의를제시하고있다. 전자의두정의는각각후자의첫째, 세번째정의와상통하는바가있다. 그러나 Enquiry에서제시된두번째정의, 즉, 첫번째대상이있지않았다면두번째대상도존재하지않았을것 1) 이라는정의는흄의 1) D. Hume, Essays and Tretises on Several Subjects, Vol. II., ed. by A. Donaldson, W. Creech (Edinburgh, 1806), p. 76. 이하 E 로약기하고본문에쪽수를병기함.

다른정의들보다그호소력이훨씬강력하기때문에이글의논의에서는제외하기로한다. Treatise에서제시된두가지원인정의는다음과같다 : 이관계 [ 인과관계 ] 에대해제시될수있는정의는두가지인데, 그정의들은동일한대상에대해서로다른관점을제시하고우리가그관계를철학적관계나아니면자연적관계로고려하게함으로써, 즉두관념의비교아니면두관념들사이의연합으로고려하게함으로써다를뿐이다. 우리는원인을 다른대상에선행하며그대상과인접한하나의대상이며, 여기서이대상과유사한모든다른대상들이다른대상과유사한대상들에대해선행과인접이라는유사한관계로놓여있다 라고정의할수있다. 원인은다른대상에앞서서그대상과인접하는대상이며, 이대상의관념은마음이다른대상의관념을형성하게결정하도록그리고그인상은마음이다른대상의보다생생한관념을형성하게결정 (determine) 하도록다른대상과합일되어있다. 2) 흄의두원인정의가갖는커다란해석상의난점은다음과같다. 첫째, 두정의는그외연에서는일치하지만내포에서는결코일치하지않는다. 흔히 존재론적정의 라고불리는첫번째정의가순전히대상들 (objects) 간의관계를통해내려진정의라면, 인식론적정의 라고불리는두번째정의에는대상들간의관계와더불어마음의결정 (determination) 이개입되어있기때문이다. 여기서다양한문제가파생할수있다. 첫번째정의와두번째정의의차이는근본적인것인가, 아니면부차적인것인가? 예컨대, 우리는두번째정의를첫번째정의에다가오로지 마음의결정 만추가한것이라고파악할수있는가? 그러나이렇게 마음의결정 을단순히더해진것으로만파악하는것은문제가있다. 그렇다면원인정의에서 마음의결정 이차지하는위치는어느정도인가? 극단적으로, 우리가 마음의결정 을원인정의의핵심적인요소로파악한다면, 우리는오직마음의작용이미치는한에서만인과관계를거론할수있을것이다. 다시말해, 내마음의작용이특정한대상에미치지않고있을경우에는원인도없고, 따라서인과관계역시있을수없다는, 관념론적이거나현상론적 (phenomenological) 인결론이뒤따르게된다. 다른한편으로, 마음의결정 을그저부수적인요소로파악한다면, 우리는두번째정의를첫번째정의로환원해버릴수도있다. 그렇다면우리는마음의작용과상관없이대상들의시공간적근접 (contiguity) 과계기 (succession) 만으로원인을정의할수있다. 이경우마음과는독립적으로원인이성립하고, 따라서인과관계가성립한다고볼수있다. 둘째난점은, 흄의정의를과연정의로볼수있는가의문제와연관되어있다. 흄은분명히 인간은이성적동물이다 과같은, 최근류 ( 最近類 )+ 종차 ( 種差 ) 의 2) D. Hume, A Treatise of Human Nature, ed. L. A. Selby-Bigge (Oxford: Clarendon Press, 1974), p. 170. 이하 T 로약기하고본문에쪽수를병기함.

형식을지닌논리적정의를내리고있지않다. 흄스스로도원인정의를내린직후에자신의정의의불완전함에대해만족하지못하는듯한언급을한다 : 그러나이두정의가원인에외부적인여건 (circumstances foreign to the cause) 으로부터이끌어내진것이더라도이러한불편함을치유하거나, 더완전한정의를얻어낼수없다.(E, 77) 실제로리빙스턴은흄이정의를내리고자했던것이아니라고말한다. 흄은오히려 ~ 이원인이다 라는술어를세계에적용할수있는, 임의적이지않은경험적표준 (non-arbitrary empirical standard) 을찾고있었으며우리가일상적으로이해하는 인과적힘 의관념이인상들로부터도출될수있는지를문제로삼았다는것이다. 이러한논점에따르면첫번째정의는우리가세계에원인이라는술어를적용할수있는 조건 을규명하는것이고, 두번째정의는우리가 왜 원인이라는술어를세계에적용하는지를설명해준다. 두정의아닌정의가각각의다른기능을수행하고있기때문에그둘이등가 ( 等價 ) 일필요도없다는것이다. 3) 이러한해석에따를경우우리는흄의정의를문자그대로의정의라기보다는 원인 이라는말의규약적인용법을설명한것으로볼수도있을것이다. 또는흄이제시한것이원인의정의가아니라, 어떤것을원인이라고식별 (identify) 할수있게하는속성이었다고볼수도있을것이다. 그러나흄스스로굳이 정의 라는단어를사용했다는점을감안할때리빙스턴의평가, 즉흄의정의가사실은정의가아니라는평가는재고의여지가있다. 흄이자신의말대로원인을 외부적인것 으로부터정의해야했다면그가그랬어야만하는이유는무엇인가? 나아가흄의정의를재구성할수있는방법은없는가? 3. 원인정의의양립가능성 원인 은전통적으로, 원인속에존재한다고여겨지는, 산출하는힘 (productive power) 을통해정의되어왔다. 그러나우리가이러한정의를막상현상에적용해보면일종의순환논법에빠지게된다. 예컨대 불을때면연기가난다 라는진술에서우리가불을원인으로보고연기를결과로간주한다고해보자. 불은왜연기의원인인가? 불이연기를산출하는힘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 산출하는힘이란무엇인가? 그것은원인이다. 이경우우리는불이라는대상과연기라는대상의관계에관해임의적으로원인과결과라는술어를부여했을뿐그것에대해아무것도설명하지못한셈이다. 흄이곳곳에서언급하듯, 우리는대상안의 3) D. W. Livingston, Hume's Philisophy of Common Life (Chicago: Chicago Univ. Press, 1984), p. 152.

숨겨진성질에대해서는철저히무지하기때문이다. 흄이스스로원인을 그것에외부적인것 으로부터정의했다고언급할때그는아마도이러한순환논법을염두에두고있었을것이라여겨진다. 흄스스로도, 어떤사람이 원인은다른것을산출하는무엇이라고말함으로써원인을정의했다고자만한다면, 그가아무것도말하지않았다는것은명백하다. 그가말하는산출은무슨뜻인가? 그는산출에대하여인과의정의와는다른어떤정의를제시할수있는가? (T, 77) 라고반문한다. 흄은앞서자신의두정의가 철학적관계 와 자연적관계 의두가지측면에서내려진것이라고말한바있다. 따라서철학적관계와자연적관계란무엇이고, 그두관계는양립가능한지를탐구하는것이흄의원인정의의양립가능성을탐구하는데도움이될것이다. 그리고인과는항상원인과결과의 관계 로파악된다는점에서흄의 관계 에대한언급을검토하는일역시도움이될것이다. 흄에게자연적관계는 두관념을상상력안에서연결하고앞서설명한방식에따라한관념이다른관념을자연스럽게끌어들이는성질을의미 하고, 철학적관계는 공상에서의두관념이자의적으로합일하는경우라해도우리가그관념들을비교하기에적합하다고생각하는개별적여건을의미 (T, 14) 한다. 그렇다면관념의연합을의미하는자연적관계를심리학적관계로, 여건을의미하는철학적관계를존재론적관계로파악할수있지않을까? 4) 철학적관계를존재론적관계로파악할수있는근거가되는구절은다음과같다. 흄은그자신이 철학적관계 의목록으로제시한 7가지관계들중에서다시 동일성 (identity), 시간과공간의상황들, 그리고인과관계 의세가지관계를추려내어, 그관계들은관념에의존하지않으며관념이그대로남아있는동안에도현전할수도있고그렇지않을수도있다고지적한다. (T, 73) 그렇다면전적으로마음의 끌어들이는성질 에의존하는자연적관계와달리철학적관계는마음의작용을요구하지않는게아닌가? 쉽게 거리 (distance) 라는관계를생각해볼수있다. 외부의대상 A와다른대상 B사이의거리는우리의관념에의존하지않는다. 그러나흄의철학적대원칙에따르면우리에게주어진것은단지인상과관념뿐이다. 그렇다면그는과연이들과별도로실재하는외부대상을인정했는가? 만약흄이이문제에회의적이었다는해석을취한다면, 철학적관계 를곧바로 존재론적관계 와동일시하기는어려울것이다. 5) 4) 이대목에서 심리학적관계 란순전히마음속에서관념들이연합함으로써생겨나는주관적관계를의미하며, 반대로 존재론적관계 란마음속의관념과는독립적으로성립하는객관적관계를의미한다. 5) 외부대상의실재문제에관한흄의견해역시쟁점이될만한부분이다. 그가완전한회의론자였느냐, 비판적인실재론자였느냐의문제는또하나의연구주제가될수있다. 그러나본연구에서는간략히흄이그문제에관해서회의적이었다는일반적인입장만을언급하려한다.

자연적관계가관념의연합에의해발생한다는것은그것이마음안에서일어난다는말과같다. 따라서자연적관계는물론마음의작용에속한다. 철학적관계는 비교 (comparison) 를통해성립하는데, 이역시자연적관계에서우리가경험하는관념연합을바탕으로성립하는관계라는점에서자연적관계가철학적관계의바탕이된다고말할수있다. 경험하지도않은관념들을제멋대로비교한다는것은전혀가당치않은일이기때문이다. 일상적직관에비추어보아도우리는관념들의연합을경험한후그것을돌이켜생각하여비교하는일이대부분이다. 따라서철학적관계를마음에서벗어난 존재론적 인관계로파악하는것은타당하지않아보인다. 결국자연적관계와철학적관계는모두마음의작용에관한것이며존재론적인것, 인식론적인것으로나누어서파악할것이아니다. 6) 흄은 인과가인접, 계기그리고항상적연접을포함하기때문에철학적관계라고할지라도오직인과가자연적관계이고관념들사이의합일을산출하는한에있어서만, 우리는인과에따라추리할수있고인과로부터어떤것을추론 (infer) 할수있다 (T, 94) 고말한다. 그렇다면인과는자연적관계이면서동시에철학적관계인셈인데, 두관계를모두마음의작용에속하는것으로본다면두관계는충분히양립가능하다. 그러나단순히그들이속해있는범주가양립가능하다고해서, 흄의두정의가즉각적으로양립가능하다고말할수는없다. 따라서이어지는논의에서는필연성문제를중심으로흄의인과론을구성하는요소들을분석해보도록하겠다. 4. 원인정의의조건들 이제흄의인과론을본격적으로살펴보기로하자. 첫번째의원인정의를살펴보면, 인과의주된필요조건두가지가바로근접 (contiguity) 과계기 (succession) 임을알수있다.(T, 75-76) 첫번째조건은, [ 원인과결과로여겨지는 ] 대상들이존재하는시간이나공간에서조금이라도먼시간이나장소에서작용할수없다 는것을함축하고있으며, 두번째조건은 원인이되는운동은결과가되는운동보다시간적으로우선 (prior) 한다 는것을함축하고있다. 그러나 Enquiry에서흄이내린정의에서는이두가지요소가제외되어있다. 왜이조건들이제외되어야했는가? 아마도다음과같이추측해볼수있을것이다. 흄이근접을논할때, 대상들사이에공간적으로아무런틈이없다는의미로그용어를사용했으며, 이러한용법은지각적공간의무한분할가능성을전제로삼고있었는데, 이전제는그자체로논란의여지가다분한것이기때문이다. 또한계 6) 탁석산, 흄의인과론, 서광사, 1998, pp. 52-62.

기를논할때는시간자체의선후관계가인과관계의비대칭성을확립한다는전제를지니고있었는데이역시논란의여지가많은부분이다. 이러한난점들이흄으로하여금자신이 Treatise에서명시했던조건들을삭제하게끔했을것이라고추측해볼수있다. 7) 흄이인과의조건으로내세우는것중에가장중요한것은바로필연적연결 (necessary connexion) 이다. 흄에따르면, 우리는근접과계기라는이두관계가인과의완전한관념을제시한다는것으로만족하고말것인가? 결코그렇지않다. 어떤대상은자신이원인으로간주되지않고도다른대상에대하여인접해있으면서앞설수있을것이다. 필연적연결이라고하는것을고찰해보아야하는데, 이관계는앞에서언급되었던다른어떤것보다훨씬중요하다. (T, 77) 그렇다면흄의인과론에서다른어떤조건보다도핵심적인역할을수행하는것은다름아닌필연적연결이겠거니와, 흄이이문제에깊이천착했던것도무리는아니다. 흄의철학적대원칙은, 우리의마음의대상에는인상과그모사물인관념밖에없다는것이다. 관념은거의항상선행하는인상을우리마음속에서반성함으로써일어난다. 그래서흄은 우리가어떤철학적용어에대해, 그것이아무의미나관념없이수반된것인가를의심하게된다면, 우리는다만그관념이어떤인상으로부터이끌려나왔는가를탐구하면된다 (E, 22) 고말한다. 흄은또한, 능력 (power), 힘 (force), 에너지또는필연적연결의관념만큼모호하고불확실한용어가없다 (E, 62) 고말한다. 그렇다면필연적연결의관념에대해서도흄이말한대원칙을통해그것을낳은인상의원천에까지소급해보면그관념을이해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우리는원인과결과를결속 (bind) 시켜주는성질, 즉힘이나필연적연결을외부대상에서찾아볼수없다. 우리에게나타나는것은그저하나의개별적인경우가다른개별적인경우에잇따른다는것뿐이다. 따라서단일한개별적경우에서힘이나필연적연결의관념을찾을수없다. 그럼에도그것이마음에의해서발견될수있다면인과는경험이아니라선험적 (a priori) 인것일수도있다. 그러나이미흄은인과가경험에의거하지않고대번에이성적추론에의해서발견될수없다는원칙을누누이강조해왔으므로흄의인과는이성으로파악할수있는선험적인관계도아니다. 흄은 Enquiry 7장에서필연적연결이라는관념의출처를찾아보기위해여러대상들을검토한다. 물체는우리에게힘이나필연적연결의관념을제공하지않는다. 그렇다면마음의작용으로부터이것을찾아낼수있을것인가? 예컨대, 우리가마음먹은대로우리의수족을움직일수있다는사실로부터의지와우리 7) 김효명, D. Hume 의因果論, 哲學論究 제 15 집, 1987, pp. 83-85.

몸의움직임사이의인과관계가성립하는가를물을수있지않은가? 하지만이경우에도우리가마찬가지로발견하게되는것은그저하나의사건이다른사건에항상 (constantly) 뒤따른다는것뿐이다. 따라서힘의관념은외부의물체로부터도, 우리안에있는힘의가정이나의식으로부터도복사된것이아니다. 그것은그저알려지지않는, 그리고인식할수없는것일뿐이다. 이제까지의논의를요약하자면, 우리는가장친근한사건에서도가장비일상적인사건에서와마찬가지로원인의힘을알수없다. 우리가경험으로부터배울수있는것은그저대상들의빈번한연접 (frequent Conjunction) 일뿐이며, 우리는대상들간의연결 (Connexion) 은이해할수없다.(E, 69-70, 74) 관념에대한인상이발견될수없다는것이다. 따라서흄에따르면필연적연결이라는용어는그것이철학적인맥락에서사용되었을경우에나, 일상적인맥락에서사용되었을경우에나아무의미가없다. 그러나흄이우리가필연성의관념을가지고있다는것마저부인하는것은아니다. 흄은분명히이것을원인정의에도입하고있기때문이다. 이관념의출처를우리외부의대상이나마음의작용에서발견할수없다고해도다른곳에서밝힐수있는가능성까지배제할수는없다. 그렇다면우리는여전히필연성이라는단어를사용할수있는일정한조건을모색할수있는셈이다. 흄이말하는것은그용어가우리가경험과관찰을통해발견하는대상들사이에적용되었을경우에무의미하다는것이지, 그말자체가절대적으로무의미하다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 흄에따르면우리는분명히단일한사례나실험으로부터자연의운행을판단할수는없다. 그러나개별적인종류의사건이모든경우에연접할때우리는한사건의등장을통해다른사건의등장을예측하는것을주저하지않는다. 왜그런가? 하나의사건이다른하나의사건에항상연접할때우리는그들사이에어떤연결이존재한다고, 즉그하나가다른하나를불가오류적으로 (infallibly) 산출하고, 강력한확실성과필연성을지니고작용하는힘이존재한다고가정하기때문이다.(E, 74-75) 그렇다면유사한대상들의항상적연접 (constant conjunction) 이필연적연결의관념을낳는다는결론이나온다. 그러나그자체로그렇게되는것은아니고습관이개입해서그렇게되는것이라는점에서필연적연결의관념을단순히항상적인연접으로환원해버릴수는없는일이다. 유사한경우들이일정정도반복되고나면우리의마음은습관에의해한사건의출현으로부터그것의일상적수반물 (usual attendant) 의출현을예견하게된다는것이다. 흄에따르면 그러므로우리가마음속에서느끼는이러한연결, 상상력이습관적전이에의해하나의대상으로부터그것의일상적수반물로이동하는것, 이것이바로우리가힘이나필연적연결의관념을형성하는감정 (sentiment) 이나, 인상이다. (E, 75)

같은맥락에서켐프스미스는, 필연적연결의관념에는구별되는두요소가포함되어있다고말한다. 하나는그것을조건지우는 (conditioning) 것이고다른하나는그것을구성하는 (constituting) 것이다. 습관을획득하기위해서는항상적인연접이꼭필요하며, 이습관이바로관념의전이와더불어앞서언급한느낌을낳는것이다. 8) 결국객관적인계기 ( 대상들간의항상적인연접 ) 와주관적인계기 ( 상상력의습관적전이 ) 가일종의공동작업을통해서필연성의관념을낳는셈이다. 필연성이라는관념의출처는바로우리마음안에있는것이지, 우리가관찰하고지각하는대상들사이에있는것이아니므로우리는필연성이라는용어를마치그것이대상들간에객관적형태로존재하는것처럼말해서는안된다. 이상의논의를통해, 흄이비판하고자했던것은필연적연결이라는관념자체가아님을확인할수있다. 우리는여전히그단어를사용할수있다. 비판의표적은다만자신의마음안에있는성질을외부대상들사이에실제로존재하는성질로오해하게만드는그말의통상적용법이었다. 그리고흄이제시한바와같이, 우리가필연적연결이라는관념을우리의마음속에서느껴지는어떤것으로이해할때그말을통해흄의원인정의를더욱명확히이해할수있을것이다. 결론적으로필자는흄에게보다근본적인것은철학적관계가아닌자연적관계이며, 따라서자연적관계에입각해서내려진두번째정의를바탕으로첫번째정의를포섭하는방법으로흄의두원인정의를모두수용할수있다고생각한다. 결국대상들간에필연성을부여하는 (necessitating) 마음의작용 없이흄의인과를이해할수는없다고생각한다. 얼핏보기에는순수하게객관적인측면만을반영한듯이보이는첫번째정의역시결국마음과독립적인정의가아니며, 궁극적으로두번째정의로환원될수있기때문이다. 따라서이어지는장에서는두번째정의를도외시하는인과론해석을비판적으로검토하고자한다. 5. 규칙성이론비판 이러한해석을견지하며흄의원인정의에다시주목해보자. 흄의해석자들가운데는두정의가운데첫번째정의만을강조함으로써, 필연적연결이라는관념자체를배제하고대상의항상적연접만을원인의본질적인조건으로삼는 규칙성이론 (Regularity Theory) 의옹호자들이있다. 예컨대로빈슨은다음과같이주장한다. 흄의첫번째원인정의가인과관계에대한흄의 [ 진정한 ] 정의이다. 그정의는인과관계가두개별적사건사이에존재하는수반 (concomitance) 의 8) N. Kemp-Smith, The Philosophy of David Hume (London: McMillan, 1941), p. 375.

일반적인단일성 (uniformity) 이상의것이아니라는, 그리고그것이관념들의연합과는상당히독립적이어서인간의마음속에존재하지않을수도있다는, 그의분석을구체화한것이다. 9) 애초에흄이필연적연결의관념에대해회의적이고비판적인언급을했던것은사실이나, 단지그러한언급을바탕으로흄의원인정의에서 마음의작용 으로서의필연성까지배척해버릴수있는지는의문이다. 그렇다면, 로빈슨의규칙성이론에서 ( 앞서의인용에서는 단일성 이라고표현되고있는 ) 사건의 규칙성 이란무엇을말하는가? 아마도그것은흄의첫번째정의에서 항상 (always) 이라는단어가지니는애매함을설명하기위해고안된단어일것이다. 그러나 항상 이라는말의뜻을 규칙적으로 라는말의뜻과동일시한다면 규칙적 이라는것은대관절무엇을의미하는가? 그것이어떤사건이한번이상일어났음을의미한다면그것이도대체얼마나많이또는자주일어나야우리가그것을 규칙적 이라고부를수있겠는가? 이물음에대해 원인으로여겨지는사건이일어날때마다결과로여겨지는사건이따라서일어나는경우 라고대답할수도있을것이다. 그러나우리가관찰한사건들의계열은오직과거와현재의것일뿐이다. 그러나앞서의대답은과거와현재는물론미래까지포괄하고있는말인데, 최소한흄의논지에따르면과거의경험을통해미래에도그것과유사한사건이일어날것이라고장담할수없기때문에위의대답은충분하지못하다. 10) 한편로빈슨의논거중다른하나는, 인과관계가관념연합과는상당히독립적이어서인간의마음속에존재하지않을수도있다는것이다. 이진술은타당한가? 로빈슨은흄이첫번째정의만을철학적관계로규정했다는점에서자신의논거를찾고있는듯하다. 자연적관계가심리학적으로발견될수있는우연적인사실의문제에불과하다면자연적관계로파악된두번째원인정의는진정한정의가아니라는것이다. 나아가흄은곳곳에서외부대상의특정관계들은마음과독립적이라는언급을하고있다. 그러니까인과관계는오직철학적관계일뿐이라는것이다. 그러나이미고찰한 관계로서의인과 를살펴본다면철학적관계가마음과독립적이라는로빈슨의가정은타당하지않은것같다. 로빈슨의입장은앞서주장된바, 자연적관계가철학적관계의바탕이되며, 철학적관계역시마음의비교를통해성립하는관계이므로마음과독립적인것으로볼수없다는입장과는상치된다. 게다가 Enquiry에서흄은철학적, 자연적관계의구분없이그저관념연합의원리들을열거하고있을뿐이다. 우리는이를로빈슨의기대와는달리철학적관계가자연적관계로포섭된것으로해석할수있다. 필연적연결을도외시한채항상적연접만을중요시하는해석일반에관해서 9) J. A. Robinson, Hume's Two Definitions of Cause, The Philosophical Quarterly 12 (1962), p. 138. 10) 김효명, 앞의논문, p. 89.

는우선해석상의문제를제기할수있을것이다. Enquiry에서나 Treatise에서나항상적연접에대한언급보다는필연적연결에대한언급이선행하고있다. 흄이근접, 계기에이어가장중요한조건으로들었던것도바로필연적연결인것이다. 흄은또한 계기와인접이라는유사한관계에있는유사한대상들의되풀이는그대상들가운데어떤것에서도새로운것을전혀드러내지않는다. 유사한상황에서일어나는유사한대상들의되풀이가그대상들또는어떤외부물체에새로운것을전혀산출하지않는다는것은확실하다. 어떤대상들의항상적연접에의해서, 또계기와인접의관계에서의부단한유사성에의해서그대상들에게나타나거나산출될수있는새로운것은없다. (T, 163-164) 고주장하는데, 이역시사건의규칙성만으로는원인과결과라는새로운관계를도출해낼수없음을시사하는구절이다. 규칙성이론은이러한구절을완전히무시하고있는것이아닌가하는의구심이든다. 그렇다면필자는, 오히려필연적연결이라는관념을해명하려는노력의연장선상에서부차적으로항상적연접의관념이등장했다고파악하는것이훨씬자연스러운해석이라고생각한다. 그러나그렇다고항상적연접내지규칙성의관념을완전히폐기해버릴필요도없다고생각한다. 우리는이것을필연적연결의관념으로우리를인도해주는하나의실마리라고볼수있으며, 흄의인과개념을이해하는데있어서두번째역할을수행하는것으로위치시킬수있을것이다. 다음으로이론상의문제를제기할수있다. 로빈슨의말대로, 인과가순수하게항상적연접에존립하고있다면도대체원인을정의하는데있어서그것이우리마음안에있든마음바깥에있든무슨상관이있다는말인가? 그것이경험내부에서연접하든, 경험외부에서연접하든인과관계는성립할것이다. 로빈슨이말하는 자연적관계 의난점, 심리학적사실의문제는아예원인을정의하는데고려될필요가없는것이되고만다. 11) 둘째로, 마음의결정의느낌없이도정확한추정을할수있다고규칙성이론가들이말할때그들은논리적인 할수있음 을말하고있을뿐이다. 그리고이러한논리적요소는흄의귀납적추론에서이미배제된요소이다. 인과는지식의문제가아니라믿음의문제이기때문이다 12). 흄이말하고자하는것은오히려적절한조건이갖춰진다면, 정상적인관찰자는결정 (determination) 의인상을경 11) T, L. Beauchamp & A. Rosenberg, Hume and the Problem of Causation (Oxford: Oxford Univ. Press, 1981), p. 17. 12) 흄의구별은명확하다 : 인간이성이나탐구의모든대상은자연스럽게두종류, 즉, 관념들간의관계와사실들의문제로나뉠수있다. (EU, 25) 오직전자에있어서만지식이가능하며, 후자에있어서는믿음이가능하다. 흄이지속적으로상기시키는것은, 인과관계사실의문제 (Matters of Fact) 에관한, 즉직접적으로주어진감각과기억을넘어서는믿음의정당화원리로서제시되고있다는점이다.

험할것이고, 어떠한관찰자도이러한관념과독립해서인과적도출을내리도록동기부여 (motivated) 될수없다는것이다. 13) 6. 필연성론의애매모호함 흄은 나는효력 (efficacy), 작용 (agency), 능력 (power), 힘 (force), 에너지 (energy), 필연성 (necessity), 연결 (connexion) 그리고산출적성질 (productive quality) 등과같은술어들이모두거의같은뜻이라는것을주목 (T, 157) 한다고이야기한다. 따라서이들중어느하나로다른것을정의하려는시도는단지동어반복에그치게된다. 앞서논의한바, 필연성내지필연적연결은마음의작용을통해우리가가지게되는느낌이다 정도의수준에서이용어들을사용한다면그것은유의미한용법이라고할수있다. 그러나문제는흄이이러한용어들을통해우리마음외부에있는어떤것을지시한다고여겨지는구절이현저히많다는점이다. 편의상우리마음외부에존재한다고가정되는힘을 인과적힘 이라고통칭하기로하고, 논의를전개하도록하겠다. 이상의논의에따르면흄은분명히철저한관념론자이거나최소한현상론자이다. 흄의철학적방법은다름아닌내성 (introspection) 이다. 이는우리마음에나타난인상들과관념들을매개로반성을수행하는것을암시한다. 다시말해, 마음에나타나는것만을마음의대상으로삼고그마음의작용이닿지않는영역에대해서는일체의추측과판단을삼가는것이흄의기본적태도인것이다. 그렇다면흄이우리마음바깥에실재하는인과적힘을인정하는것은그의기본적방법론과모순을빚는것이아닌가? 어떻게우리가느낄수도, 경험할수없는것의존재를인정할수있는가? 역설적인일이지만, 필자는우선흄이자신의필연성론에대해일관된입장을고수했다는가정이오히려심각한모순을빚을우려가있다는점을지적하겠다. 필연성을 심리적결정 으로, 다른한편으로그것을 힘 의동의어로보았을때우리는힘에대해서알지못하고있으면서도 힘 이라는단어에 심리적결정 이 13) T, L. Beauchamp & A. Rosenberg, op.cit., p. 26. 보챔프와로젠버그는, 흄의인과론이이중 (twofold) 의목표를지니고있음을암시하는동시에두원인정의가각각의목적에부합한다는주장을펼침으로써원인정의의양립가능성을논한다는점에서본연구에도시사하는바가있다. 다시말해, 흄에게는 (1) 인과적믿음들의발생을설명하고자하는목적과 (2) 인과적진술들의진리조건을환원주의적으로기술하고자하는목적이있었으며, 순수규칙성이론과필연성이론이각각의목적을수행하고있기때문에양자를공정하게검토하면각각에해당하는인상을발견할수있다는것이다. 그러나흄의실천적목적에두이론이부합한다고본것이지, 두가지정의가그내포면에서일치한다고보는것은아니다. 저자들은규칙성이론을옹호할수있는근거와비판할수있는근거들을모두열거하고있지만, 주된초점이후자에있으므로, 본연구에서는로빈슨과규칙성이론에대한비판적근거만을인용하였다.

라는술어를부여하게되는데이는결국알지못하는것의속성을알고있다는말이므로모순이다. 다른한편 필연성 과동의어인힘을심리적결정이라고본다면우리는이심리적결정에대해알지못하고있다는결론을끌어낼수도있는데그렇다면우리는여태모르는것에대해서논의를진행해왔다는말이된다. 필연성은분명히마음속에존재하는어떤것이다. 그런데흄은때때로힘이란전우주를움직이게하는 ( 혹은한다고주장되는 ) 어떤것이라는언급을한다. 그렇다면두진술로부터전우주를움직이게하는어떤것은우리마음속에존재하는어떤것이라는, 직관적으로우스꽝스러운결론에도달하게된다. 14) 필연성이라는용어가자연또는자연의원리, 물질의작용등과같은외적대상에수식적으로적용되는경우가있기때문에그말이일관적으로사용되었다고가정한다면해석상의문제가속출한다는것이다. 그러나필연성에관한흄의언급들을순전히 수식적표현 으로만받아들일수있을지는의문이다. 그렇다면실제로흄이마음속의필연성과구별되는인과적힘을인정했다고생각할수는없는가? 이문제에접근하기이전에일단흄의기존의논의와 인과적힘을인정함 이논리적으로양립가능한가를살펴보겠다. 필자는반론의여지가있음에도불구하고인과적힘의존재를인정하는것이이론적으로가능하다고생각한다. 일례로칸트의인식론을상기해볼수있다.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적전회 ( 轉回 ) 라고여겨지는칸트의인식론에서는, 항상대상에초점이맞춰져있었던인식론과달리주관이지대한역할을수행한다. 그래서주관은대상의 부분적인창조자 의지위를누린다. 그러나여기서도객관적인계기가아무런역할을수행하지않는것은아니다. 결국, 인식대상과인식주관이모두인식의성립에기여한다. 대상이주관을촉발하지않고서는주관이아무리시 공간이라는직관의형식과, 지성의범주를구비하고있더라도인식은성립하지않는것이다. 그리고우리에게인식되는것은그저대상과주관의공동작업으로이루어진현상일뿐이며, 물자체 (Ding an sich) 의구조는우리에게드러나지않는다. 그런데앞서지적했듯이, 흄의원인정의에도역시칸트와유사한객관적계기와주관적계기가공존하고있다. 그리고우리가지금까지논의했던것은어디까지나주관적인계기일뿐이다. 항상적연접이객관적계기가된다면, 도대체우리에게드러나는그항상적연접을 낳는 그것은, 인과적힘이아니라면도대체무엇인가? 우리의주관을촉발하는궁극적인사물자체를, 즉흄의맥락에서는인과적힘의존재를인정할수있을것이다. 마음의외부에있는인과적힘의존재를흄이인정했는가? 흄은곳곳에서그것에대해서 알수없다 고말한다. 내가이전에먹었던빵은나를살찌웠다. 그런감각적성질을지닌물체는그때숨겨진힘 (secret power) 을부여받았다. 14) 김효명, 흄의필연성론에대한비판적고찰, 한국분석철학회편, 인과와인과이론, 철학과현실사, 1996, pp. 47-51.

그러나이로부터다른빵도다른시간에나를살찌울것이라는, 그리고유사한감각적성질들이항상유사한숨겨진힘에수반될것이라는것이따라나오는가? (E, 34) 이대목에서흄은우리가경험할수있는감각적성질과는따로존재하는숨겨진힘을인정하는것처럼보인다. 다만그것을알수없다는것뿐인데, 존재하지도않는것에대해서우리가알수없다는말을하는것은타당하지않다. 따라서이경우에는우리가인과적힘이라는용어를외부대상에적용되는것으로사용해도그리오도적인것이아니다. 다음과같은구절은더욱애매하다 : 그렇다면여기에는자연의운행과우리의관념의계기사이에일종의예정조화가있다. 그리고전자를지배하는능력들과힘들이우리에게알려져있지않다고해도, 우리의사고와개념들은자연의다른일들 (works) 과동일한경로를밟아왔다는사실을우리는발견한다. (E, 54) 왜흄은여기서 예정조화 와같은표현을쓰는가? 우리가흔히필연성에관해가지고있는믿음은자연의질서와규칙성의관한믿음을의미한다. 그러나흄에따르면이런것들은알수없는것들이다. 그런데, 우리의마음속에있는사고의계열이우리가알수있는전부라면, 그리고그것이우리가논의할수있는전부라면왜굳이그것과별도로존재하는 실제 자연과의일치여부를거론해야하는가? 그럼에도불구하고흄이굳이이런언급을했다면흄이자신의철학적의도와상충하는다른무엇인가를믿고있었다는셈이된다. 흄은분명히알려지지않은인과적힘과우리에게알려지는성질들을구별하고, 이들사이의간극을의식하고있었다. 그렇다면대상과대상사이에관찰된연접 (conjunction) 이실재적인연결의근거내지는증거가될수도있을것이라고추측해볼수있다. 리빙스턴은마찬가지의문제의식을지니고인과적힘의관념이없다는명제와, 논리적으로관찰될수없는원인들이존재한다는명제의양립가능성을모색하면서, 흄이반대했던것은관찰될수없는인과적힘의개념이아니라, 이들이선험적으로, 형식적-필연적연결에의해알려질수있다는관념이었다고말한다. 우리가인과적힘에대한관념이없다고흄이말할때그가의미하는것은우리가그개념에대한내적인지배 (mastery), 즉심상을가지고있지않다는것뿐이다. 따라서이사실은외적으로우리가그개념을포착 (grasp) 하는것을방해하지않는다는것이다. 그는또한흄에게서중력이나관성과같은인과적힘이실재한다는전제는항상유지되고있었으며, 다만우리가그것을직접적으로알수없을뿐이라고주장한다. 15) 15) D. W. Livingston, op.cit., pp. 155-158.

7. 결론 지금까지흄의두원인정의의문제성과그양립가능성을살펴보았고, 나아가흄의원인정의중핵심을이루는필연성론에대해비판적으로다루어보았다. 원인과결과가일종의관계라는점에착안하여, 양자를각각철학적관계와자연적관계에입각한정의라고분류한뒤철학적관계와자연적관계의양립가능성을밝힌후, 다시두원인정의의세부적인사항으로돌아와마음의작용인 필연성 을바탕으로두원인정의의양립가능성을제시하였다. 필연성론에대해서는인과적힘에대한흄의입장을실재론적인것으로해석, 우리가가지고있는필연성과는별도의힘이존재할수있다는가능성을제시하였다. 물론서론에서도언급했듯이본연구에서필자가제시한것은흄의인과론의가장논쟁적인부분에대한한가지해석일뿐이다. 그러나당장인과적힘의실재문제만보더라도쉽사리반론에부딪치게된다. 흄자신의대원칙에따르면, 존재하기시작한모든것은그것이무엇이든존재의원인을가져야한다는철학의공리는허구적인것이기때문에, 항상적연접을낳는원인으로서의실재, 즉인과적힘을가정할필요가없다. 그러나흄철학의모든측면을망라하는일도어려운일이거니와흄연구가들의주장뿐만아니라흄자신의주장이 Treatise와 Enquiry 모두에서서로상충하는경우가많아서그내용을정합적으로재구성하는것은더욱요원한일처럼보인다. 따라서흄의원인정의나필연성에대해일면적인해석을내린다면언제나정당한논거에의해비판받을수있을것이다. 그렇다면이러한난점은어디에서기인하는것인가? 흄은도대체왜필연성을마음이갖는하나의느낌에불과하다고이야기하면서도그것이한편으로는마음외부에존재하는것인양말했던것일까? 단순한부주의의탓으로돌리기에는흄의비일관성은상당히많은부분에노출되어있다. 필자는여기서흄이철학적혹은회의적의식과일상적의식사이에서끊임없이갈등한것이아닐까하는추측을해본다. 우리가살아가는일상을, 소위현상학자들이말하는것과같이 괄호 치고나면, 필연성의관념을철학적혹은회의적인관점에서충분히느낌으로써만설명할수있는지모른다. 그러나우리는언제나철학자로서괄호를치고살지는않으며또그렇게살수도없다. 흄스스로도일상에서오용되고있는개념을철학적으로교정하고자했지만결국그개념의일상적인용법을포기하지못했던것이아닌가. 이로미루어볼때일상적의식과철학적의식사이에는늘첨예한갈등이존재할수밖에없다. 흄의말대로철학의와중에서도우리는여전히인간 (man) 이어야하기때문이다.

< 참고문헌 > Hume, D. A Treatise of Human Nature, ed. by L. A. Selby-Bigge (Oxford: Clarendon Press), 1978. / ( 국역 ) 데이비드흄지음, 이준호옮김, 오성에관하여, 서광사, 1994. Hume, D. Essays and Treatises on Several Subjects, Vol. II., ed. by A. Donaldson and W. Creech (Edinburgh, 1806) 김효명, D. Hume의因果論, 哲學論究 제 15집, 1987., 흄의필연성론에대한비판적고찰, 한국분석철학회편, 인과와인과이론, 철학과현실사, 1996. 탁석산, 흄의인과론, 서광사, 1996. Beauchamp, T. L. & Rosenberg, A. Hume and the Problem of Causation (Oxford: Oxford Univ. Press, 1981) Kemp-Smith, N. Philosophy of David Hume (London: MacMillan, 1949) Livingston, D. W. Hume's Philosophy of Common Life (Chicago: The Univ. of Chicago Press, 1984). Robinson, J. A. Hume s Two Definitions of Cause, The Philosophical Quarterly 12, 1962.

심사평 우수상 이우람 ( 인문대학철학과 ) 흄 (D. Hume) 의인과론연구 흄의인과론에대한연구는철학 ( 인식론 ) 에있어서매우중대한주제이기때문에석 박사학위논문주제로도반복하여다루어지고있으며, 철학자들역시끊임없이반복하여연구하는주제이다. 그런만큼연구주제로삼기에도좋지만동시에훌륭한논문을만들기도어려운주제라할수있다. 이글도역시그런한계를그대로노출하고있다. 참고한문헌을보건데흄의인과론에대한논의를근대라는배경에서다룬것도아니고그렇다고해서최신논의를검토한것도아니다. 기왕에현대적논의를문제삼고자하였다면, 90년대와 2000년대논문을참고하거나현대의대가들, 예를들어콰인이나데이비슨, 퍼트남과같은철학자들의흄해석과대결하는것이어떠했을까하는생각이든다. 또한본문의훌륭한논증과정과는달리결론부분은개인의정서적평가가개입되어있어서다소실망스럽다. 모든논문이다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철학적주제를다루는논문그것도영미철학의전통적주제를다루는논문은일관된논증구조를유지하고있어야만한다. 그런의미에서결론은논거에따른귀결로내용이구성되었어야했다. 그러나상기한아쉬움을모두해소할수있는그런논문을학부수준에서기대한다는것은무리일것이다. 그만큼주제자체가갖는난해함이있다. 주제와원전텍스트가갖는난해함을고려해볼때, 이정도의글이제출된것만으로우수하다는평가를받아손색이없다고본다. 특히원전에대한충실하면서도섬세한독해는인문학고전독해의모범을보여준사례라고할수있다. 또한인과론에대한과도한해석 ( 리빙스턴의해석 ) 을배제하면서대결된논점을분명하게부각시키고있는점도인문학논문의기본틀과구성을잘준수한것이라평가된다. 무엇보다도우수한평가를줄수있는부분은원전과해석을적절히분석 비판하면서자신의견해를펼쳐내는점이라고할수있다. 사고의호흡이긴주제

인만큼문장표현에있어서도불명료하거나산만해질가능성이농후한논문이었는데, 예상과는달리명료하고깔끔하게정리된가독성높은표현을구사하고있어서읽기에무리가없었다. 향후문제점들을잘보완하여보다우수한글을써주기를바란다. 김상현 ( 기초교육원과학기술글쓰기강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