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의 작가정책 :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이정하 ( 단국대학교 ) 1. 전저 1: 영화의복합성 2. 문학적행위로서의영화비평 : 비평가로서의누벨바그 3. 작가정책. 의전제 : 영화, 어떻게쓸것인가 4. 영화적시스램의옹호와영화 작가 의제기 5. 세계의기억으로서의문학, 문학의미래률질문하는영화 1. 전제 : 영화의복합성 철학이란개념의창조라고말했던들뢰즈는과타리와의공저Ii' 철학이란무엇인가 에서 어떤단일한개념도존재하지않는다 라고말한다. 모든철학적개념들은복합적이고복수적이며, 이것들은또한 공존하는다른개념들과더불어서함께창조하기위하여자신들과연대할수있는문제들의교차지점을요구한다 는것이다 1) 철학과달리영화는개념을통해사유하지않는다. 그러나, 다시한번들뢰즈를인용하자면, 예술로서의영화는철학에서의 개념 concept 에비견될만한 지각percept 과 정서 affect 의형태를창조해내는사유기계이다. 그리고 1) Gilles Deleuze et Félix Guattari, Qu'est-ce que /a philosophie?, Min띠t, 1991, pp. 21-24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9
이지각과정서의형태들또한철학적개념처럼복수적이고복합적이며, 더불어서함께창조할, 혹은함께생성될문제들의교차지점들을요구한다. 영화의경우이복합성, 복수성의문제는영화의특성, 혹은본성 nature이라는문제와쉽게혼동될여지가있다. 혼히얘기하는것처럼종합예술로서의영화라는규정속에는이미영화란본성적으로어떤복합적인구성의산물이라는공준이암암리에내포되어있기때문이다. 동어반복으로보일수있을이러한공준의핵심은 미적 표현의충위에서종합적이라할영화는실상여러다양한 예술 ( 들 ) 의하이브리드혹은종합체라는것이다. 영화를둘러싼많은논쟁의역사는이를거듭확인한다. 예를들어, 서로다른두예술사이의관계를묻는질문에서영화가문제시될때, 이두예술이어떻게관계적으로교차하느냐하는문제는이둘이공유하는내재적속성을묻는질문으로귀착되는경우가허다하기때문이다. 그리고특이한것은, 영화는그무엇과관계를맺든지간에항상그 무엇 의역사적후발로서, 다시말하면, 시간상그무엇의 뒤 에온것으로서, 그의어떤속성을계승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는것이다. 영화는연극으로부터어떤성격, 예를들어미장센의역량을빌려왔고, 문학으로부터서사의문제를계승했고, 음악으로부터리듬과감정구조를빌려왔고, 하는식이그런것들이다. 이와유사한이유로바쟁은모든 순수영화 를주창하는이론가들에반反하여, 영화의본질에입각한존재론의어투로, 영화란그자체로 불순lmpur 한것이라고말하기도하는것이다.2) 이러한논점들에는실상암묵적으로영화를기점에놓고예술사를바라보는어떤관점, 혹은사관이전제되어있다고도말할수있을것이다. 그리고이런관점을적극적으로발전시킨다면, 영화를예술로보고자했던초창기의혁혁한이론가들, 예를들어루이텔획이나리치오토카누도, 특히이론가로서의에 2) André Bazin, Qu'est-ce que le cinéma?, Cerf, 1985, p. 81. 10 특집 영화와문학
이젠슈테인퉁이말했던것, 즉제 7의예술인영화야말로기존예술의 역사적완성 이라는주장과만나게되기도한다 )) 그렇지만상기한일단의움직임에도불구하고일반적으로영화의역사가증언하는것은, 이러한복합성, 불순성으로인하여예술로서의제도적지위를획득하기까지영화가감수해야만했던지난함이다. 그리고그것은영화의 기원 에위치한한인물, 뤼미에르가자신이만든최초의영화기계, 시네마토그래프를가리켜 미래가없는발명품 invention sans avenir 라부르지않을수없었던곤란함의오랜연장선상에있는것이기도하다. 과학의관점에서평가하기에는너무도분석과실험, 검증의과정을포함하지않는듯한, 그러나예술이라고보기에는너무도구성력과예술적제도의힘을갖추지않은것, 그것이영화였던것이다.4) 그래서고다르는, 8편으로이루어진자신의기념비적역작 영화의역 λh들 )His toire du ci뼈 rna(s)) 에서, 영화란 예술의유년기 l enfancede 1 art 이기때문에다른예술들에무엇인가를주기전에이들로부터우선받아야할수밖에없었던것이라고말하기도한다. 이말은우리가앞에서얘기했던바를다시비개념적으로반복하면서영화의복합성, 혹은그필연성을옹호하고있는것처럼보일수있지만, 다른식의해석적함의를또한갖고있다. 그것은영화란마치정신분석적의미에서의 유년기 처럼, 어른인타예술들이자신들의무의식내로억압하여잊고싶어하는어떤것, 그렇지만끈질기게되돌아와섬기를불편하게하는원초적혹은상상적원천, 혹은트라우마와같은것을품고있다는의미를함축하고있는것이다. 그래서타예술이이 어린 예술, 영화에대해갖고있는뿌리깊은경시, 즉상엽적, 대중적인 3) 1ρ버s Delluc, Ec꺼 ts cinémato앙 aphiques 1, C빼rna암1벼ue Fr짜리se, 1985; Ricciotlo Canudo, L 'usine aux images, S빵rier-arte, 1995; Serge Eisenstein, La nonindifférente nature, UGE., coll. 서 0/18>>, 2 vol., 1976-1978. 4) Gilles Deleuze, Cinéma 1: L'ima뽕 rnouvement, Minuit, 1983, p. 16.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11
예술이라는경시는기실, 영화의복잡성, 불순함에서파생된측면들에대한경시라기보다는오히려자신들의기원에대한복잡한콤플렉스의산물이며, 이러한콤플렉스complexe들이스스로를징후적으로드러내는자리에영화의복합성 comple성 té이라는것의진정한의미가근거하는것은아닐까하는것을비유적으로말하고있는것이다. 문학, 혹은문학적인것과영화의관계또한그러하다. 마찬가지로이 불순한예술 은한편으로문학을계승하여그것과공유하는어떤속성들을갖고있으며, 다른한편으로문학으로부터어떤근원적인문제를순수한형태로전유하여자신의창조적인역량으로삼고있는것은아닌가하는것이다. 전자와후자의두문제의정황은같지않다. 영화가문학과어떤역량을공유하고있다는것과, 영화가어떤근원적인문학의문제를자신의역량으로해결하고있다는것은본성상다른문제이기때문이다. 우리는문학과영화라는이새롭지않은, 그러나끈질기게되돌아오는 관계 의문제를누벨바그가영화에대해던졌던몇가지질문들을통해함께되짚어보면서문학과영화의관계를묻는질문들의역사적변용, 변화들을점검해보고자한다. 누벨바그의근본성은영화적인언어와영화에 내재적인 문제틀로이른바고전영화, 즉로메르식으로얘기하자면, 비평적거리를가질필요를느끼지못했던예술의고전기 5) 가건축해냈던모든규칙과시스템을 바깥 의시선으로바라보기시작했다는것에있다. 이것은비평가이자작가였던이들의폰재론적복합성, 고전영화 이후 에왔다는역사의식과지금, 여기에서다시금 새로운것을창조해야한다 는소명의식, 그리고이들이뿌리박고있는문화적, 철학적전통의문제와긴밀히연결되어있다. 누벨바그가문학과영화가맺고있던기존의관계를어떻게본질적으로영화적인문제로재구성하였는가하는것 5) Eric Rohmer, Le goût de la beauté, Ed. de 1 Etoile-Cahiers du cinéma, 1984, pp. 21-22. 12 특집 영화와문학
또한, 영화의고전기 이후에온누벨바그가갖고있던전례없는자기 반영적, 반성적성격과무관하지않으며, 그것은이들이아주독특하 게비평가로서 영화적행위 를시작했다는특이성과긴밀히맞물린다. 이러한이들의입장이가장간명히표출된것이바로누벨바그라는명 칭과함께항상언급되는 작가정책 과, 그선구적문제제기로서의 카 메라만년필 의개념일것이다. 각기하나의 운동 의개념으로서제기되었던 작가정책 과카메라 만년펼 이라는말이내포하는작가, 에크리튀르의개념에대해서는이 말을언표한당사자들의직접적인설명을포함하여많은주석들이있 어왔다. 이들이말한 작가 혹은에크리튀르동의개념은명백하게문 학적인문맥, 혹은영화가문학에소구했던지점들, 그리고동시에이 둘이갈라서는지점들을구성한다. 이개념들은, 한편으로역사적으로 초창기영화가대표적인비교의대상중의하나로설정했던문학을경 유하여끊임없이갈구해왔던예술적지위, 제도의문제에깊이연루되 어있으면서, 다른한편으로이후누벨바그가작가로서쟁취해내고자 한예술적형식의문제에또한깊이연루되어있다. 그것은이미 작가 정책 이라는말이갖고있는이중적의미를통해암시되어있다고도할 수있을것이다. 작가정책이란, 말그대로, 문학적의미에서의 작가 를 염두에두고영화에서의 작가 의지위, 속성을묻는것임과동시에, 이 것을일종의 정책, 즉특정한정치적인입장에서의 선택 과옹호를통 해표출한것이기때문이다. 작가 에대해물으면서동시에그것을가 능하게하는어떤 시스템, 혹은규범을정의하고, 그것을지지하면서, 그것에선택적인가치판단을내리기, 그리고역으로이것을통해자신 들의미학적규범을정당화하기. 누벨바그의영화사적, 그리고예술사 적인 역사성 을만든것은바로이러한 작가정책 을둘러싼일련의과 정들이다. 그리고그기저를관통하는동력의한줄기에는예술제도, 예술형식, 예술의지까지를포함한문학에대한관점이자리하고있다.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13
우리의글은작가정책의문맥과정황, 그리고이것이파생시킨오해들을함께경유해가면서, 작가정책에암시적으로전제되어있는문학과의관계를살펴보고, 더불어영화의모더니즘이구축되어가던시기에영화가문학에제안한성찰, 그리고문학을새롭게영화적으로포획하는과정, 의미들을살펴보려한다. 2. 문학적행위로서의영화비평 : 비평가로서의누벨바그 고다르는 1980년대에행해진한인터뷰에서누벨바그시기를회상하며 우리에게 r 카이에뒤시네마C뻐iers du cinémaj 에글을쓴다는것은완전하게문학적인행위였다 "6) 라고말한다. 그렇지만 나의야망은갈리마르에서소설을출간하는것이었다 "7) 던이누벨바그의악동의글과인터뷰에서일종의후렴구처럼반복되는말중의하나는역설적이게도이인용만큼이나유명한 내가 ( 혹은우리가 ) 아직비평가로서영화를만들고있었을때, 운운 하는말이다. 물론여기서 우리 란 누벨바그 로통칭되는, 1950년대말에프랑스에동장하여 1960년대초반까지프랑스영화의새로운물결을주도했던트뤼포, 리베트, 샤브롤, 로메르를위시한일군의영화작가들을말한다. 그리고, 아직 이라는시간적지표는이들이감독으로데뷔하기전前 카이에뒤시네마 에서평론가로서활동하던, 흔히 노란카이에 Cahiers jaun얹 시기로애칭되는시기를가리킨다. 어떻게 영화비평 의행위가 문학적행위 일수있으며, 그것은또어 6) Jean-Luc Godard, ((L art à partir de la vie>>, d 와 ls Jean-Luc Godard par Jean-Luc Godard, Ed. de 1 Etoile-Cahiers du cinéma, 1985, p. 10. 기 Jean-Luc Godard, ibid., p. 9. cf. 흥미롭게도이후 r 카이에 는갈리마르에서출간 된다. 14 특집 영화와문학
떻게 영화를만드는행위 로정당화될수있었을까? 고다르는그러나 글을쓴다는것은영화를만드는것이었다. 이러한우리들의독창성은이후에도다시찾아볼수없는것이었다."8) 라고반복적으로얘기한다. 고다르의말이갖고있는이중성에대해서는다양한해석이가능하겠지만, 그모든해석이전에존재하는가장단순한자명함은, 비평가로서의누벨바그의행위는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 그양자모두를포괄하고있다는것이다. 혹은그러한의식을갖고있었다는것이다. 실상, 자신들이만들어낸영화의주제가항상 영화였던, 그리고 영화그자체, 그리고영화가사물들을다루는방식을제외하고는어떤주제도없었던 작가 로서의누벨바그와, 글쓰기의주제와대상또한영화그자체였던 비평가 로서의누벨바그의자기반영적, 반성적성격의연속성을말하기는어렵지않다. 그렇다면이들이말하는문학적행위의의미는무엇일까? 이미강조했다시피누벨바그는영화사에서전례없는자기반영적인영화, 혹은질문으로서의영화들을만들었던작가들이다. 흔히영화에서의모더니즘으로불리는누벨바그의자기반영성은이들이비평가로서영화사와영화사적논쟁들에대한비판적혹은메타적관점을갖고있었다는것으로부터연유한다. 이것은누벨바그의문학에대한관점, 혹은 문학적행위 가무엇인가를바라보는관점이일반적으로그시기까지문학과영화의관계를규정했던지배적관점들과궤를달리한다는것을의미할뿐만아니라, 영화를통해역으로문학적행위를새롭게규정하기까지하였다는것을의미한다. 더이상비평가로서가아니라영화를통해영화에대해말하던시기, 그리고홍미롭게도고전영화의정점이라할히치콕의죽음을애도하는순간에고다르는다음과같은의미심장한말을한다. < 나에게영화란유리디스이다. 유리디스는오르페에게 돌아보지말라 라고말한다. 그러나오르페는뒤돌아본다. 오르페, 그는유리디스를죽게하는 8) Jean-Luc Godard, ibid., p. 10.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15
문학이다. ( ) 나에게이미지는삶이며, 텍스트는죽음이다. 이물이다 필요하다. 즉나는죽음에반대하는것이아니다. 그러나나는이점에 서삶에대하여죽음을옹호하는것도아니다. 무엇보다도삶이살아져 야하는동안에는말이다.)9) 오르페와유리디스의비유는고다르의말 과글에서여러번변주되고반복되어되돌아오는비유중의하나이다. 그리고그것의최종판은아마도, < 영화의역사 ( 틀 )) 에쓰고있는 영화 는오르페로하여금유리디스를죽게함이없이되돌아보기를허용한 다 는말일것이다. 여기서오르페는문학의비유라기보다는좀더넓은 의미에서 시인으로서의역사가, 혹은 시인인시네아스트로서의역 사가 에대한비유적표현이다. 그러나젊은시절의고다르, 그리고그 와영화에대한많은관점들을공유했던누벨바그시절로되돌아가자 면, 오르페와유리디스로비유된영화로서의이미지와문학으로서의 텍스트 ( 여기서텍스트란좁은의미의 글로쓰여진텍스트 를의미한다 ) 의관계에서, 오르페와유리디스, 혹은문학과영화상호간의열정이 의문시되고있는것이아니라는것은명백하다. 여기서문제가되는것 은, 오르페가유리디스를향해 되돌아보는 행위의치명성이다. 그것 은단순히비유적으로텍스트가이미지에스스로를부과할때의해악 을말하는것이아니라, 텍스트는치명적으로이미지를되돌아보게되 어있다는, 혹은이미지를반성하게되어있다는자명성을말하는것이 다. 오르페의신화에대한한해석은, 오르페가 의도치않게 유리디스 를되돌아본것이아니라, 의도적으로 되돌아본것이라는얘기를전 한다. 시인은시인으로서, 죽음을통과해삶을노래하기위해, 그리고 사랑을 - 사랑하는여인이라기보다는 - 자신의노래속에서영속시 키기위해 일부러 뒤돌아보았다는것이다.10) 이러한 치명성 에는어 떤불가피한예술의지가존재하며, 그것을통해유리디스는오르페의 9) ]ean-luc Godard, ibid., pp. 415-416. 10) ]acques Aumont, Amnésies, P.L.O., 1999, p. 39 16 특집 영화와문학
시속에서영원히 삶 혹은 생명 으로살면서, 영원한사랑으로남은사랑그자체를표상하게되었다는것이다. 실상삶으로서의영화를옹호하면서, 영화에대해반성적글을썼던평론가로서누벨바그가살아낸것은바로이러한이중성이라고할수있다. 고다르는이후의작업에서이미지와텍스트, 이양자사이의관계를좀더다른식으로천착할것이지만, 다음과같은르클레지오와의대담은지속적으로누벨바그의글과영화에서반복되어얘기되는삶으로서의이미지와죽음으로서의텍스트의문제를좀더간명하게설명하고있다. 르클레지오-당신이라면종이한장을앞에놓고, 마지막순간까지진정으로무엇이다음에이어질지알지못한채로글을쓴다는행위를받아들일수있겠는가? 고다르-아, 바로그렇기때문에나는글을쓸수없는것같다. 그리고바로이런점, 즉글을쓰면서느껴야했던그엄청난고통때문에항상플로베르에감동하고는한다. 예를들어, 플로베르는어느날 하늘이푸르다 라고생각하고, 이것을쓴다. 그리고는 3 일동안꽁꽁앓으면서, 하늘은셋벚이다 라고써야하지않았을까, 하늘 대신에 바다 는갯빛이다라고써야하지않았을까, 갯벚이다 대신에 갯벚이였다 라고써야하지않았을까끊임없이자문한다. 그리고는다시돌아와결국쓰기 프르 i 크 르클레지오- 하늘이푸르다 고다르-그렇다. 그렇지만이얼마나고통스러운가. 르클레지오- 시네아스트경우에는그렇지않다고말하는것인가? 고다르-그렇다. 영화에서하늘은항상거기있는것이다. 나는결코 하늘이푸르다 라든지 하늘이셋빛인날 " 이라고말하지않을것이다. 나는삶과창조가다르다는생각을갖고있지않다. ( ) 만약하늘이푸르다면나는그것을푸르게찍을것이다. 그리고하늘이흐려진다면또한그렇게찍을것이다. 왜냐하면그것은움직이는것이기때문이다.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17
내가당신들 [ 작가들 ] 에게받는인상은당신들에게삶과창조는다른것 인것같다는것이다.11) 르클레지오와고다르의대화는다양한해석의여지를갖는영화적인토픽들을감싸고있다. 그리고이것들은무엇보다도고다르혹은누벨바그가새롭게제기했던영화적문맥에대한사전적이해를전제한다. 고다르의말이암시하는영화의특이성들, 즉 이미지의현전성 이라는말이전제하는현상학적의미, 삶과창조의동일성둥은실상, 고전영화이후에온영화들이영화의역량으로서새롭게 자각 한것들, 혹은다시새롭게 부각시킨 것들이다. 그것은고전영화의 미장센 12) 의구도가파열되면서, 그간영화에잠재적으로존재하고있던다른역량들이재발견되는와중에제기되었던문제들인것이다. 그러므로르클레지오와고다르의대화는죽음, 혹은반성으로서의문학과, 현전, 삶으로서의영화의차별성뿐만아니라, 누벨바그의영화와이전의영화의차별성까지를은연중에언급하고있는것이라할수있다. 다시말하여, 위인용에서고다르가말하는삶으로서의영화와죽음으로서의텍스트라는구분은영화와문학의일반적인존재론적차이를말하는것을넘어, 누벨바그의 선택적, 혹은 당파적 관점에서본영화와문학의차별성을말하고있는것이다. 그리고이러한형태의차별성의규정이야말로문학과영화의관계를묻는새로운질문의역사를제기한것이다. 실상이미 1910년대부터프랑스의시네아스트들과비평가들은미장센과문학적글쓰기, 즉에크리튀르를동일시하려는움직임을보여왔다. 그리고그것은항상후 11) Jean-Luc Godard, op. cit., pp. 286-287 12) cf. 오몽은프리고진과스탠저스의이론올참조하면서, 영화에서고전영화적인 미장센의붕괴가, 현대과학에서고전적역학을지탱하던미장센으로서의세계의붕괴와유사한행보를밟아왔음에주목한다. (Jacques Aumont, Arnnésies, op. cit., p.21.) 18 특집 영화와문학
자, 즉문학적인글쓰기를좀더상위의수단으로생각하면서, 문학적개념의선취를통해그와유사한예술제도적지위를획득하고자한것이었다. 에크리튀르의개념과그것의주체로서의작가의개념을통해영화가끊임없이문학을소구한이면에는문학적개념의전유를통해, 문학이예술제도에서갖고있던지위의획득과문학적에크리튀르에버금가는형식의구축이었던것이다. 그런데작가정책과이작가정책의기저에있는누벨바그식의사유의문맥이증언하는것은, 작가, 에크리튀르와같은동일한개념을내세우고있음에도오히려모든것은마치오랫동안강박관념처럼영화를짓누르고있던기존의문학적인정의를가볍게이타적인것으로설정하면서, 이로부터문학적에크리튀르와구별되는영화적에크리튀르의제기, 그리고그것을가능케한시스템을지지하는방향으로나아가는것처럼보인다는것이다. 물론이문제는트뤼포를위시한누벨바그세대의 정책 이단순히그들의특정한사유의편향만으로는설명될수없는, 문화, 미술, 그리고음악을포함한더넓은문맥에서의지형도와중충적으로엄혀있는것이기때문에단순하게정리될수있는것은아니다. 그러나어쨌든 작가정책 이라는것을역사적으로정의하게하는어떤특수한문맥이있는것이사실이며, 그것의중요한발단중의하나가이러한문학과영화의 각기자율적인 ( 칸트적의미에서 ) 존재성의인정이었다는것또한사실이다. 3. 작가정책 의전제 : 영화, 어떻게쓸것인가 비평가로서의누벨바그세대를잇는 r 카이에뒤시네마 의대표적 비평가중의하나였던세르주다네는그유명한누벨바그의 작가정 책 의내용을구성했던, 작가감독들과이들의인터뷰를모은한책의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19
서문에서, 누벨바그세대들의행운이란 적을만들줄알았다는것에 있다 13) 라고직접적으로말한다. 전혀주변인이라고할수없는, 그렇 지만전적으로반역적이었던 "14) 이성난젊은이들의 아버지의영화 라고할수있을그 적 들중의하나는, 2 차대전직전과종전후의프랑 스를풍미했던, 그리고지속적으로 프랑스적인영화 혹은 프랑스적 질 qu며 ité 뼈çaise 이라는명칭의핵심적인경향을이끌었던시적리얼 리즘의전통이다. 1954 년카이에뒤시네마 에 프랑스영화의어떤경향 이라는글 을발표한트뤼포는아주도발적인필치로이제까지프랑스영화를대 표해온감독과시나리오작가, 즉르네클레망, 줄리앵뒤비비에, 마르 셀카르네동의감독들과피에르보스트, 장오랑주와같은시나리오 작가들을직접적으로거론하며이들이프랑스영화에끼친악영향들 을지목하고나선다. 트뤼포에따르면, 이제까지의프랑스영화는소 위 심리학적리얼리즘 에입각해문학적으로향기높은원작혹은소 재를영화라는매체의특성에대한고려없이그대로스크련에옮기는 오류를범해왔다는것이다. 그는이러한 문학작품의각색 에불과한 경향을 프랑스적질의전통 이라고칭하면서그렇다면진정한영화작 가는누구이며그것은어떻게결정되어야하는가하는문제를제기하 고나선다. 작가정책은일반적으로얘기되는것처럼작가란누구인가를정의 내리거나, 단순히작가를옹호하고자했던선언이아니다. 그것은 작 가란누구인가를결정하는정책 으로서제기된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다네나오몽이거듭강조하고있듯이, 작가, 혹은작가성에대한옹호, 13) SergeD 뻐 ey, <<Après tout>>, dans ùl politique des auteur 영, Ed. Cahlers du cir 따 ma, 1972, p. 5. 14) Antoine de Baecque, <<Truffaut, les films du Carosse,la Nouvelle Vague>>, dans Pour un cinéma comparé, (dir. Jacques Aumont), C 뼈 rnath 어 uefr 없 1ça 잉 e, 1996, p 204 20 특집 영화와문학
그리고이것의연장선으로서영화이론의충위에서제기된영미의작 가주의이론과는본질적으로그이념적전제를달리한다.1 5) 물론양자 사이에어느정도의연속성과유사성이있지만, 그러나실천 pratique 이 자입장 position 이었던작가정책과, 상아탑의산물인작가주의이론의 전제는같지않다. < 작가정책 의역사적전개과정이보여주는것은, politique 라는말이지시하듯이 작가 나 에크리튀르 의개념을영화 라는시스템하에서, 그리고이시스템에대한지지와, 동시에이를수 반한비판을통해재정의내리려시도했던이들의 정치적인선택 이었 다는것이다. 그리고바로이러한문맥에서, 이 정책 이기반한영화형 식에대한당파적인입장을지탱할선구적입안자의하나인알래상드 르아스트획의 작가정책이나오기 6 년전인 1948 년, 소설가이자비평가이며영화 작가였던알렉상드르아스트획은 r 새로운아방 - 가르드의탄생, 카메 라 만년필 이라는글을통해, 자신에앞서영화의예술성을부르짖었 던루이텔획이나리치오토차누도를이어, 영화가문학만큼자유롭고 섬세한표현수단이되어야하며, 그러기위해서는영화가지닌힘을깨 달아야한다고주장한다. 카메라만년필 은이러한영화가지닌잠재 성에대한표상으로서제시된것이다. 순차적으로장터의오락거리, 통속극과유사한오락물, 혹은시대의이미지들을보존하는수단이었던영화는이제언어가되었다. 여기서언어란, 비록추상적일지라도예술가가자신의사상을표현하거나, 마치오늘날에세이혹은소설처럽자신의강박관념을전달하는형식혹은방법을의미한다. 바로이러한이유로나는이새로운영화의시대를가리켜카메라-만년펼의시대라고부르는것이다.16) 15) SergeD 뻐 ey, op. cit., p. 10 서 acqu 얹 Aumont; Michel Marie, Dictψnnaire théori - que et critique du cinéma, Nathan, 2002, p. 162. 누멜바그의 작가정책 :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21
아스트획의글이갖는중요성은일반적으로예술가로서의시네아스트라는개념, 그리고개인적표현수단으로서의영화작품이라는개념의기원에있는것처럼평가된다. 그의 카메라-만년필 은그러나일반적으로낭만주의적인함의를갖는 작가 의개념과 작품 의개념을넘어, 사유의표현으로서의영화 라는영화초창기부터제기되어왔던문제를에크리튀르로서의 미장센 의개념을통해재구성하려한것이었다아스트획에게영화의질료란이미자연적으로주어져있는것, 즉현실이다. 영화의예술성은이넘쳐나는현실의질료를조직하고구성하는것이라할수있는데, 이것이바로 미장센 의영역이다. 그러므로연극에서의미장센과는달리 ( 아스트획은연극이란근원적으로텍스트의예술, 예컨데그리스비극에서처럼텍스트의낭송이본원적인성격을이루는예술이라생각했다 17)), 영화에서의미장센은논리적, 지적, 감각적인영역전부를포함하여이루어지는 현실의구성 이라할수있다. 시네아스트는미장센을통해현실의논리에고정된형태를주고, 상황과사건의의미를분절하며조직화한다. 이러한시네아스트의에크리튀르의도구가바로카메라이다. 아스트획의특이성은일반적으로카메라란말이비유하는 눈 의기능一예를들어, 지가베르토프의 영화눈cin뺑iI 으로표상된카메라는기능항진된 눈 의기능을갖는다-과, 현실의구성, 미장센으로서의픽션과드라마의힘이결합되어있다는것이다. 현실의존재성와현실의구성, 그사이의팽팽한긴장속에서영화의언어와문법이라할 진정한에크리튀르 는생성되며, 여기서만년필 stylo인카메라의작업은진정한개인적스타일 style로전화된다고할수있다. 아스트획의 카메라-만년필 의개념은누벨바그의작가정책의주요 16) Alexandre Astruc, ((Naissance d une nouvelle avant-garde, la c 려 néra-stylo>>, L'Ecran française, 1948 (Jacques Aumont; Mi chel 뼈 rie, ibid., p. 28-29 에서재인용 ). 17) Jacques Aumont, Les théories des cinéastes, Nathan, 2002, p. 71. 22 특집 영화와문학
핵심어가될 작가 라는말이내포하는스타일과표현성의문제, 그리고비평가로서의누벨바그가고전영화의 작가 들에대한구체적인분석의초점으로삼았던미장센, 즉영화적에크리튀르의문제와긴밀히연관되면서, 영화에서의작가란누구인가를규정하는작가정책의내용의전제가된다. 그런데여기서중요한것은왜여전히작가라는문제제기가필요했던가하는것이다. 현대의작가에대한관점은 통일성의원리 로서의작가의개념에더이상기대고있지않다. 작품의특수성은작가의개성에의해설명된다는, 즉작가란미학적으로설명적기능을갖는다는개념은더이상유효하지않은것이다. 구조주의이후의사유의흐름, 특히푸코는근본적으로주체개념으로서의작가성에강력한의문을제기하였다. 작가라는개념은근대개인주의의출현과긴밀하게연관되어있는최근의개념이며, 작가란작품의의미의무한한, 그리고천재적인원천으로서간주되어야할것이아니라역으로작품에결부된어떤 기능 으로서간주되어야한다는것이다. 작가란작품을앞서는것이아닌, 우리의문화속에서우리가그를통해선택하고모방하고배제하는순수한기능적원칙일뿐인것이다. 그러나문학에서 작가의죽음 이예술제도를둘러싼질문의한변곡지점을형성했다면, 누벨바그의 작가 에대한정책적제기또한고유한영화사의구성을위한중요한변곡지점을구성하였던것이다. 그것은문학에서의일반적인작가의위상과달리, 영화에서한작품의예술적책임을누가지느냐의문제는미묘한문제적양상을갖고있었기때문이다. 혹은영화는이양상을보여주는구체적인역사적정황들을갖고있었기때문이다.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23
4. 영화적시스템의옹호와영화 작가 의제기 전통적으로작가란작품에 서명 을하는자이다. 그렇다면영화에서작가란누구인가라고물을때, 혼히집단예술혹은종합예술로지칭되는영화에서서명을할 권리 를지닌자는누구인가하는질문이제기될수있을것이다. 문학에서는자명한진리로간주될수있는것이영화에서문제적이되는이유는, 영화란종종개인적인표현이라기보다사회적인것으로간주되어온역사를갖고있기때문이다. 예를들어작품의경제적-상징적책임을젊어지고있는제작자, 작품의이야기를만들어내는시나리오작가, 그리고시나리오에시, 청각적스타일과리듬을부여하는감독이라는삼각구도사이의어떤힘의분배와그위계설정의문제가그에해당한다. 이문제는유럽과미국즉헐리우드에서다른방식으로배치되고위계화됨으로써좀더복잡한양상을보인다. 프랑스에서는일찍이작가에대한문제제기와더불어초기무성영화시기의영화틀을명백히작가에의해구별하였는데, 이후 1930년대유성영화의도래와함께대사와각본이좀더중요시되면서한편에 작7F로서의 시나리오작7F를옹호하는비평적흐름과, 작가 로서의감독을주장하는비평적흐름 ( 그대표적주자가마르셀레르비에다 ) 이맞서게된다. 반면 꿈의공장 이라는명칭이연유한 1930년대와 1940년대의고전기헐리우드장르영화들은이들 장르영화 들을양산해내는공장과도같은스튜디오시스댐하에서만들어진것이었다. 이러한시스댐에서감독이란실상아주제한된결정권, 흔히장면연출자라는기능에한정된힘을행사할따름이었고, 모든선택권과결정권은이공장의소유주이자자본주인제작자에게주어져있었던것이다. 이러한차이는지금도여전히남아있는강력한이분법, 즉헐리우드는 장르, 그리고유럽혹은프랑스는 24 특집 영화와문학
작가 라는특수성을말하게하는기원을이룬다. 그러나당시트뤼포가 작 71-' 라는용어를사용한기본적인전제는, 영화인들의개인적인창작양식에대하여, 시나리오에따라 미장센을전담하는장면연출7-}metteur-en-였ne-영화의문학적선구라할수있는연극적인의미를함축한-의창작양식과대조되는독창적인스타일을갖는영화인들이존재하고있다는것이었다. 그것은르느와르나베르히만동과같은전통적의미에서의작가들뿐만아니라, 당시일반적으로예술가라기보다는상업적인헐리우드적시스템내에서장르영화들을생산하고있다고평가된많은감독들 ( 미국시절의프리츠랑, 니콜라스레이, 특히하워드혹스와히치콕등 ) 의미장센의스타일을동시에일걷는것이었다. 트뤼포를포함한 r 차이에 의비평가들은, 이감독들이헐리우드시스템내에서활동하고있지만미장센에있어뚜렷한양식의일관성과정체성을보여주고있으며, 더나아가장르의관습들은이작가들에게새로운의미들을봉쇄한다기보다오히려의미의변주와세공을위한장을제공하기까지하였다고말한다. 바쟁은작가정책이란작가적창조성에서개인적요소를분석의기준으로삼는것이며, 각각의영화들이계속되고발전해나간다는것을가정한다고말하고있지만, 누벨바그가헐리우드작가들과맺는관계는이러한관점에서볼때단순히개인적스타일을갖는작가의발굴이라는의미를넘어서는다충적인의미를갖는것처럼보인다. 제임스모나코의지적처럼, 바르트가말한 에크리튀르 행위와의의미론적연관성이그하나일것이다 18) 바르트가에크리튀르를문학의역사적지평과 ( 그가문학의 언어 라고부른것 ) 개인적인지평 ( 스타일 ) 사이의제 3 의것으로상정했듯이, 누벨바그의작가개념은시스댐 ( 사회적인 ) 과개인적스타일의긴장관계를함축하고있기때문이다. 18) 제임스모나코 ( 권영성, 민현준옮김 ), ~ 뉴웨이브 1: 트뤼포, 고다르, 샤브롤, 로메 르, 리베트 ~, 한나래, 1996, p. 27.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25
누벨바그의작가정책은누가작가인가를물으면서, 자신들의관점과 취향 에따른일련의선택과배제의과정을통해스스로의역사적계보, 역사적정당성을만들어간-누가우리의아버지고아닌가하는 -작업의일환이었다. 고다르의유명한 고전적데쿠파주의옹호 라는글의제목이말하고있듯이, 히치콕-혹스주의자들 이라불렸던이들누벨바그의시작은고전영화혹은고전영화의시스템을 선택적으로 옹호하고배제하면서영화사에서자신들의역사적연속성과지위를만들어가고그의미를기술하기위한작업, 즉자기반성적인영화역사쓰기로부터출발한것이다. 그리고그과정에서파생하는, 영화에고유한에크리튀르, 고유한작가성의규명이라는기획이바로문학과영화가맺었던오랜관계와맞물리면서이들의독특한비평적행위를규정했던것이다. 5. 세계의기억으로서의문학, 문학의미래를 질문하는영화 고다르의 영화의역사 ( 들 ),JJ에는누벨바그에헌정된장章이하나있다. 그한부분에서고다르는더이상아무도찾지않는누벨바그라는낡은 박물관 을지키는늙은문지기로분하여, 입구를지키고있다가폐관무렵에들이닥친한쌍의젊은연인들을맞는다. 그중하나가 누벨바그? 아, 작가정책!" 이라고일성을지르자, 군밤장수모지를뒤집어쓴고다르영감은그특유의모래알이굴러다니는듯한걸결한목소리로, 사실중요한것은 작가 가아니라 작품 이라고늙은이의사설을붙인다. 역사로서의누벨바그보다강력한것은누벨바그의신화이다. 그리고이신화의언어적표상중의하나가바로 작가정책 일것이다. 그러나수많은작품들의인용으로이루어진고다르의 영화의역사 ( 들 ),JJ 26 특집 영화와문학
은작가들의역사가아니라, 이름도작가도잃어버린, 혹은잊혀진수많은작품들이서로말없이가로지르고교차하면서다성적인울림을주조하는, 작품들의 상상적박물관 이다. 그리고이거대한 상상의박물관M 따강eima맹뻐re ( 말로의의미에서 ) 을지키고있는고다르영감손에는여전히책이들려있다. 실상고다르를위시한누벨바그의영화에아주빈번히동장하는특징적인장면중의하나는 책원는인물 혹은 책을인용하는인물 들, 그리고책그자체의인용들이다. 이것은아주많은해석의여지를내포하는주제이지만, 일견해보더라도기존의영화에흔히동장하는 책을읽는장면 이나, 책의폰재와는아주다른형상을취하고있음을쉽게알수있다. 누벨바그의인물들은영화속에서직접책을읽고낭송하며토론하고또책에대하여사유하면서내밀하게책과교감한다. 그리고, 젊은트뤼포는책에대한아주아름다운영화하나를만들어내기도하였다. 근자에부시정권을풍자하는 화씨 911) 을만들어낸마이클무어는, 진실이불타는온도 를가리킨다는자신의영화제목이트뤼포의 화씨 451 Fahrenheit451)(1966) 에대한일종의오마주라고말한바있다. 종이가타서연소되는온도를가리키는 화씨 451 과동명인트뤼포의영화는실상영화로만들어진가장아름다운 책에대한오마주 중의하나이다.R 브래드버리 Bradbury의동명 SF 소설을각색한이영화는미래의어떤가상의도시를그리고있다. 도처에서시청각적인것이감각적인것을점령하고, 글쓰기와책들을대체해버린이미래의도시에서독서는법적으로, 그리고상식적으로금지되어있다. 금지와감시, 그리고처벌의대상이된책들은이미래의세계를수호하는일종의경찰들인방화수들에의해발견되는즉시소각된다. 이분서임무를담당하는방화수중의한명인주인공은우연히이금지에대해반역적인생각을품은한소녀를만나게되고, 그녀의친구인늙은부인이자신의방대한책들과함께분연히불타죽어가는광경을목도하면서점차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27
의식이변화하여몰래책을모으게되고또숨겨놓고읽게된다. 결국아내의고발에의해발각된그는자신을잡으려는동료에상해를입히고도시를탈주하여책-인간들hommes- livres( 혹은 hommes libres) 이은둔하고있는숲으로숨어들어간다. 책-인간들이란책을원는것과책을만드는것이금지된이세계에, 세계의기억과도같은책을후대에남기기위해책전체를암송하여책그자체가되어버린인간들이다. 주인공또한이책-인간들의일원이되어책의암기를시작한다. 오몽은고다르를위시한모든누벨바그의악동들이야말로이 화씨 451) 의실질적인후예들이라고말하고있다.1 9) 책을사랑하고, 책의전통속에서사유하고, 특히책, 혹은문학의역량을영화적으로전유하려했던작가들이바로누벨바그작가들이라는것이다. 이와는조금다른문맥에서레이몽벨루르는고다르의영화에서문학과영화, 혹은텍스트, 말과이미지를연결하는몇가지양태를말하고있는데,20) 트뤼포의영화역시또다른창조적인방식으로이러한양태들을보여주고있는것같다. 우선이미지에대한열죄인것처럼보이지만, 언제나그비밀을해명함이없이암시하거나그의미를차연시키는책틀의회로가있다. 그리고트뤼포영화의마지막장면이직접적으로언표하는, 마치세계의기억혹은육체에각인된혼적처럼작동하면서이미지의즉각성, 과잉성을포괄하고덮어주는책의기능이폰재한다. 더불어, 책-인간들의톰과목소리를통해자기생성적인픽션의기능을수행하는책과인간의연계, 혹은연대또한폰재한다. < 화씨 451) 의아름다운마지막장면은그러나그감동에도불구하고책에대해그리밝은미래를암시하는것같지는않다. 책-인칸들은눈발이흩날리는갯벚숲을마치유령처럼소요하며인류의, 세계의기억인책의언어들을낭송하고있다. 세계의기억을구성하는이책들은, 이들의기억으로서살아 19) JacquesAumont, Amn 삶 ies, ap. cit., p. 220. 20) Raymond Bellours, L'Entre image II, P.L.O., 1999, pp. 113-138. 28 특집 영화와문학
남겠지만, 그러나어디서 새로운것 의창조는이루어질것인가? 책 의미래혹은 문학의미래는어디인가? 책의역량, 혹은문학의역량과아름다움, 가치에대해말하면서영화는이제책에대한오마주가아닌, 세계혹은삶에대한질문 이된다. 그리고그질문을제기하는것은, 볼거리가책의역량을점령해버린 스펙타클의시대 ( 기드보르의의미에서2l)) 에또다른모반의형태로서던져진, 세계에대한질문그자체로서의영화이다. 여기서영화는, 고다르의말처럼, 문학으로하여금영화를죽게함이없이되돌아보도록허용하고있는것같다. 그리고이되돌아봄을허용하는것은, 이를받아응시하는영화의반성적시선이다. 누벨바그는, 정책 을통해서건, 영화 를통해서건, 바로이 반성적시선 을영화사에제기했던것이다. 口참고문헌 Jacques Aumont, Amnésies, P.L.o., 1999. -->, Les théories des cinéastes, Nathan, 2002. Jacques Aumont; Michel Marie, Dictionnaire théorique et critique du cinéma, Nathan, 2002. Antoine de Baecque, <<Truffaut, les films du Carosse, la Nouvelle Vague>>, dans Pour un cinéma comparé, (dir. Jacques Aumont), Cin 다 mathèque française, 1996. Andr 강 B 없 in, Qu'est-æ que le cinéma?, Cerf, 1985. Raymond Bellours, L 'Entre-image II, P.L.O., 1999. Ricciotto Canudo, L'usine aux images, Séguier-arte, 1995. 21) 다. Guy Debord, Commentaires sur la société du spectacle, (1988), Gallimard, coll. <<fo!io>>, 1992.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r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29
SergeD뻐ey, <<Après touì>>, dans La politique des auteurs, Ed. Cahiers du cinèma, 1972. Guy Debord, Commentaires sur la société du spectacle, (1988), Gallimard, coll. <<folio>>, 1992. Gilles Deleuze, Cinéma 1: L 'image-mouvement, Minuit, 1983. Gilles Deleuze; Félix Gua 야 ari, Qu'est-ce que la philosaphie?, Minuit, 199 1. Louis Delluc, Ecrits cinématographiques!, Gnémathèque Fr. 킹 1 행 se, 1985. Serge Eisenstein, La non-indiffér, 안 lte nature, UGE., coll. <<10/18>>, 2 vol., 1976-1978. Jean-Luc Godard, lean-luc Codard par lean-luc Codard, Ed. de 1 Etoile Cahiers du cinéma, 1985. Eric Rohmer, Le goût de la beauté, Ed. de 1 Etoile-Cahiers du cin 강 ma, 1984. 제엄스모나코 ( 권영성, 민현준옮김 ), r 뉴웨이브 1: 트뤼포, 고다르, 샤브롤, 로메르, 리베트.1, 한나래, 1996. 주제어 : 누벨바그, 작가정책, 작가, 문학적행위, 영화적에크리튀르, 미장센 30 특집 영화와문학
<<Résumé>> La <<Politique des auteurs>> de la Nouvelle Vague, ou un essai cin 다 matographique 앉 wers la li tt 강 rature LEE ]eong-ha Le cinéma comme <<Septième arb> selon R. Canudo a 짧 to 띠 ours considéré comme art 강 minemment impur, étant donné la puissante synthèse modeme de tous les Arts. Cela cause même de nombreux débats posés justement sur sa légitimité culturelle et artistique, com - me le raconte bien 1 histoire du cin 강 ma. Ce phénom 맨 en en paraît pas pourtant moins insister sur 1 efficacité de la complexité inhérente de cet art: le cinéma réfléchit authentiquement sur d autres arts, et en rés 비 te bien sa puissance critique envers eux. La Nouvelle Vague, qui met définitivement la fin au cinéma classique, incame particulièrement une telle tendance, qui se manifeste notamment dans la fameuse <<Politique des auteurs>>. Celle-ci, comme le disent explicitement les termes mêmes, était en effet à la fois 1 acte de définir ce qu est 1 auteur proprement <<en>> cin 강 ma et aussi celui de dresser un syst 승 me ou une p 이 itique en vue de faire table rase des anciennes conceptions sur le cinéma, dont, entre autres, une tendan - ce d assimiler la mise en scène cinématographique à 1 écriture littéraire. Par le choix spécifique fondé sur son goût et notamment son point de vue <<historique>> sur la forme cinématographique, la Nou - velle Vague réussit à imposer la liste de ses propres <<auteurs>> armés du style personnel et la norme qui va apposer la modemité du 누벨바그의 작가정책 : 문학적행위와영화적행위사이 31
cinéma. on pourrait dire en fin de compte que le cinéma, avec la Nouvelle Vague, entre véritablement dans la nouvelle relation héau - tonome(selon Kant) avec la littérature qui ne cesse en fait de le nourrir et de 1 enrichir à travers sa puissance de conserver la mémoire du monde et celle de 1 acte de parole. 32 특집 영화와문학
논문저자소개 이정하서울대불문과졸업, 동대학원박사과정수료. 프랑스파리고둥사회과학연구원영화학 DEA 및박사. 현재단국대예술조형대학연극영화과교수. 주요논문고다르영화에서의간격의개념 La notion d 'intervalie dans le d뼈na de Jean-Luc Godard J ( 박사학위논문, 2003), r 낯선서사, 그가능성의조건과최근몇예들 J( 영상예술연구, 제 4호, 2004) 둥다수.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