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작 미디어권력에대항한 뉴미디어풀뿌리의항쟁 Mnet 아이돌오디션 < 프로듀스 48> 윤광은 올드미디어는살아있다. 스마트폰의개발과함께유튜브와 SNS, 팟캐스트같은뉴미디어의공습이개시됐지만, 올드미디어의권위는무너지지않았다. 인터넷 / 모바일플랫폼을통한개인방송의시대다. 그방송들은작은유명인, 연예인들을낳았고, 공중파방송에선그들을방송에섭외하기도한다. 그러나거꾸로말하면공중파진입은문턱이다. 검증된인기와역량이있어야올드미디어에섭외될수있고, TV 프로에출연했다는사실이출연자의브랜드를구축해준다. 내손안의 뉴미디어가스마트폰숫자만큼번성하는시대, 그러나올드미디어와공존하며새로운매체지형을그리게된시대. 이시대에미디어사 ( 史 ) 에서유례없는사건이일어났다. 2018년여름방영된음악케이블채널 Mnet의오디션프로그램 < 프로듀스 48> 이다. 미디어권력에대항한뉴미디어풀뿌리의항쟁 53
미디어에원래부터신과구가있는것은아니었다. 올드미디어는뉴미디어의등장에의해정의되었다. 뉴미디어의핵심은상호작용, 인터랙션 (interaction) 이다. 시청자가콘텐츠에참여하는쌍방향미디어가뉴미디어다. 케이블 TV는공중파와변별되지만, 유선케이블로송출되는콘텐츠를시청자가수용한다. 그자체를뉴미디어라고할수는없겠다. < 프로듀스 48> 은시청자라는개념을아이돌가수지망생을뽑는프로듀서로바꾸었다. 오디션프로자체가시청자의선호를반영해우승자를뽑는프로그램이다. 하지만 < 프로듀스 48> 은방송이제작되는영역을인터넷과모바일, 뉴미디어의거리로확장했다. 국민프로듀서 들은확장된네트워크위에서스스로콘텐츠를제작해방송의두께와외연을보탠다. 한마디로시청자가또하나의제작자가되었다. 이것은뉴미디어시대의보편적트렌드를넘어 < 프로듀스 48> 이라는개별프로그램이낳은특별한사태다. 그과정이시청자들이욕망을이루기위해제작진의편집권에맞서벌인항쟁으로거행되었다는것이무엇보다특별하다. 인터랙션과능동적시청자 < 프로듀스 48> 은 2016년시작한 < 프로듀스 101> 의세번째시즌이다. 아이돌을꿈꾸는지망생들이경연에참가하고, 시청자들이그들을 픽 (pick) 하는국민프로듀서다. 총 10여회에이르는방영분동안투표를거쳐가장많은국민프로듀서의지지를얻은참가자 10여명이아이돌그룹으로데뷔한다. 첫번째시즌은여성아이돌, 두번째시즌은남성아이돌을뽑았다. 이런구성자체는새로울것이없다. 10년전오디션 54
방송시대의개막을알린 < 슈퍼스타K> 또한시청자들의참여로우승자를뽑았다. 이후무수한오디션방송이나타났고, 국민참여형으로진행되었다. 투표를통한경쟁으로아이돌들의순위를매긴다는발상역시새롭지않다. 옆나라일본의아이돌그룹 AKB48이매년치르는총선거를벤치마킹한시스템이다. 그러나 < 프로듀스 > 시리즈는국민프로듀서, 줄여서 국프 의투표를돕기위한방대한콘텐츠를제공한다. 엠넷홈페이지와포털사이트네이버 TV캐스트에올라오는연습생들의 1분자기소개영상, 자기소개시간을따내기위한히든박스미션, 연습생에게투표를하고득표수가일정구간을넘길때마다연습생이선물을받아감사인사를하는마이돌 / 마보이후원이벤트다. 또한방송에서진행된경연무대에서참가자개인마다따로영상을찍은 직캠 을공개해한정된분량의방송에서다볼수없는참가자개개인을직접찾아보게했다. < 프로듀스 > 시리즈는데뷔를원하는참가자들과그들을뽑아주는시청자들의관계로프로그램의결말이정해지고, 그에관계되는콘텐츠들이프로그램의내용을이룬다. 즉, 케이블방송임에도불구하고방송이진행되는영역, 콘텐츠가보급되는영역을인터넷과모바일페이지로넓힌것이다. 시청자들의참여는방송중문자투표같은한정된요소에머물지않고, 방대한콘텐츠에대응해댓글과투표시스템, 그에대한연습생들의피드백으로작동한다. 이는한방향으로송출되는케이블녹화방송의한계를벗어나뉴미디어를통합해인터랙션의한계치를확장한것이며, 그를통해시청자가방송에참여하는능동성을구현했다. 아이돌시장은대중문화전역을통틀어소비자의행동력과행동반경이가장커다란분야다. 그들은서포터를결성해아이돌가수를후원하는것은물론, 포털사이트기사의 좌표 를공유해댓글여론전을수행 미디어권력에대항한뉴미디어풀뿌리의항쟁 55
하고, 조직적음원스트리밍으로아이돌가수의판촉실적에직접개입한다. < 프로듀스 > 시리즈가겨냥한시청자는이렇듯능동적소비자의습속이몸에붙은아이돌시장의서포터층이다. 방송에참여할열의와요령이이미마련돼있는이들을대상으로창구를제공했으니, 그시너지는시즌 1과시즌 2가공전의흥행을거두게했다. 거기서데뷔한그룹 아이오아이 (I.O.I) 와 워너원 (Wanna One) 은방송을통해결성된팬덤의후원에힘입어큰성공을거뒀다. 그러나올해방영된세번째시즌 < 프로듀스 48> 은한층복잡하고역동적인인터랙션을증폭했다. < 프로듀스 48> 의특수성 < 프로듀스 48> 은이전시즌과달리일본아이돌그룹 AKB48과의협업으로진행되었다. AKB48은자매그룹을아우르는수백명의멤버로구성된그룹이다. 한국의아이돌지망생과일본의아이돌멤버를한무대에서경쟁시켜한일합작글로벌걸그룹을탄생시키는기획이다. 이기획이탄생한배경은케이팝의글로벌화와세계 2위규모를자랑하는일본가요시장으로의진출필요성때문일것이다. 거기에더해, 이번시즌에는기존의자기소개영상, 마이돌키우기, 히든박스미션에더해, 윙크요정내꺼야, 마이크내꺼야, 도전아이컨택 같은코너를신설해시청자들이참여할통로도더넓게확장했다. 그러나프로그램방영이전부터논란이있었다. 한일양국의역사적갈등, 문화적차이로인한거부감이있었으며, 한국방송사에서케이팝그룹을제작하며왜일본가수들을받아들이느냐는반응도있었다. 아이돌시장의성격차이로한국아이돌에비해부족한일본아이돌의가무 56
실력역시마찬가지다. 그러나방송이시작하며양상은예상치못한방향으로전개되었다. 방송은한국시청자만을대상으로투표를열었다. 하지만국내에연고도없으며팬덤도없고, 한국출연자들에비해실력이떨어지는일본인출연자들이팬덤을흡수하며약진하기시작했다. 여기에더해, 제작진이데뷔할멤버를정해놓고방송분량을밀어주고있다는내정논란이고개를들었다. 정리하면, 제작진이점찍은멤버가따로있었고, 통상적기준에서아이돌로선호되는자질을지닌멤버도있었고, 누구도원하지않아보이지만높은순위를기록하는멤버도있었다. 즉, 제작진이뽑으려는멤버 PD 픽 과대중이원하는 대중픽 과대중취향과분리된취향의 팬덤픽 이있었다. 이번시즌의역동은이세가지방향의 욕망 이서로괴리되고갈등하고대결하고교차하며펼쳐졌다. 가령, 제작진이일본인출연자중에이스의위치에있는미야와키사쿠라 ( 宮脇咲良 ) 를한일합작이라는포맷의홍보를위해방송주제가의센터로내정하며밀어줬다, 위에화, 스타쉽, 플레디스 라는중견기획사들과결탁해거기소속된연습생들을밀어준다는소위 위스플 논란이있었다. 또한미야자키미호 ( 宮崎美穂 ), 타케우치미유 ( 竹内美宥 ) 같은일본인출연자는나이가많고외모가평범했는데강력한팬덤의결집으로높은순위를기록했다. 이가은, 이채연같은한국인출연자역시나이가많거나외모가대중취향과맞지않지만순위가높아어떤시청자들의불만을샀다. 이들의이름을따서 미미가채 라빈정대는말이퍼지기도했다. 이런외모지상주의편견이그릇됨은말할필요없겠다. 그러나중요한것은그런요소들을중시하는대중적취향과팬덤의결집이같은방향으로나아가특별한갈등관계는없었던지난시즌들에비해이번 미디어권력에대항한뉴미디어풀뿌리의항쟁 57
시즌은방송이끝날때까지순위가요동쳤고이역동성이방송을결정 했다는것이다. 그중심에는출연자들의방송분량을결정하는제작진 의편집권이있었다. 항쟁의전개 < 프로듀스 > 시리즈에는세가지차원의경쟁이있다. 하나는방송촬영장에서펼쳐지는출연자들사이의경쟁이고, 하나는각각의출연자를 픽 하는팬덤사이의경쟁이고, 나머지하나는출연자들을방송에노출해주는제작진과팬덤사이의경쟁이다. 당연하게도출연자는방송에분량이많이나올수록시청자들의표를얻기쉽다. 어떤역할과모습으로방송에나오느냐, 즉 악마의편집 이냐 천사의편집 이냐에따라출연자의이미지도달라진다. 각각의팬덤은이렇게도출된방송분량을바탕으로대중시청자를상대로표를얻기위한홍보활동을한다. 팬덤들이제작진의편집권에민감할수밖에없는구조다. 더많은분량을달라, 왜이렇게분량이적은가, 누구는많이주고누구는왜적은가. 팬덤들은인터랙션을위해마련된댓글창에서제작진을상대로파워게임을벌인다. < 프로듀스 > 시리즈에는시청자들이 준영아 라고 PD의이름을직접호명하는독특한관습이있는데, 이한마디에시청자들의인정투쟁이집약돼있다. 이번시즌에는출연자들의분량배분에차등이크다는반응이많았다. 가령경연에서좋은성적을거두거나투표순위에서상위권에있지만방송에서는거의분량을받지못하는연습생들이있었다. 이는앞서말한세방향의역동과맞물려역동을더심화했고, 음모론에이른 58
의혹은물론거의항쟁이라할만한소요사태를불렀다. 댓글창에선 준영아 가빗발쳤고, 방송의공정성을질타하는댓글이이어졌으며, 각팬덤은투표자를유치하기위해고액의경품을거는금권선거를불사했다. 이런과몰입과경쟁상황자체가어느정도는이방송의특성이라할수있겠으나, 이번시즌은정도가심했다고평할수있다. 문제는세가지방면에퍼져있다. 첫째, 방송권력의자의적행사다. 앞서말했듯제작진은 팬덤픽 에치우친특정출연자들에게분량을주지않고 악마의편집 을가했다는의심을받았다. 또한그들이높은순위를기록하자이례적으로중간순위를공개했고, 순위변동을위한투표를독려한것이아니냐는의혹을불렀다. 시청자들로선 국민프로듀서 의선택이라는취지에도불구하고, 자신들의선호투입이공정하게보장되지않는다는불만을품을수있다. 둘째, 방송제작의구조적환경이다. 방송사 Mnet은국내최대의엔터회사 CJ E&M의계열사다. CJ는문화산업각방면에진출해있고, < 프로듀스 > 시리즈를통해음악방송은물론음반판매와매니지먼트부분까지수직계열화한다는비판을사고있다. 또한 < 프로듀스 > 에서선출된아이돌그룹은 CJ 계열매니지먼트회사스윙엔터테인먼트와오프더레코드에서활동한다. 이런상황에서방송사가자신들이원하는멤버를구성하기위해시청자선호에개입한다는의혹을부르는건필연이다. 마지막, 저성장과고용난이일상화한사회경제적콘텍스트다. 이번시즌은앞서말했듯 팬덤픽 과 대중픽 의괴리가심했는데, 팬덤픽 을얻은몇몇출연자들은나이가많거나용모가평범해아이돌시장에서선호되지않는이들이다. 각박한현실을사는시청자들이저들에게서자신을발견하고한층강하게감정을이입할수있는토대가펼쳐져있었다. 자신을투영한대상이거대한방송권력, 편집권력에의해기회를얻지못하는것이다. 자신 미디어권력에대항한뉴미디어풀뿌리의항쟁 59
이사는부조리한현실의잔영을그대로방송에포개어울분을발산할만한여건이다. 아이러니하게도이모든이해관계의충돌과갈등이오히려방송의두께를넓히는결과를낳았다. < 프로듀스 > 란방송의인터랙션은시청자들이자신이미는출연자를위한홍보활동을수행하며이루어진다. 그런데방송분량이적은, 다시말해제작진의편집권아래조명되지않은출연자일수록홍보의필요성이가중된다. 그렇기때문에그들을미는시청자들은각종 SNS, 인터넷커뮤니티를무대로홍보활동에전력을기울였다. 방송에나온일말의출연분을편집하고재가공해사진과영상으로이루어진새로운콘텐츠를창출해공유하고, 그렇게할분량마저없다면출연자의방송외적행적을재구성해콘텐츠를만들었다. 이모든 저항 행위가 < 프로듀스 > 라는방송의이름으로그일부분을구성해콘텐츠를무수히증식한것이다. 이런수준으로, 이런방식으로향유자가콘텐츠제작에기여한전례는뉴미디어내에서도없지않았을까생각된다. 올드미디어에속하는 TV 방송에서뉴미디어를접목하려한시도는 < 마이리틀텔레비전 > 같은사례가있었다. 그러나단순히인터넷방송을브라운관에옮겨와댓글로소통을나누는수준에머물렀을뿐이다. 무엇보다 < 프로듀스 > 의경우, 그모든 협업 이제작진의권력에대항해시청자들이이해관계를확보하는방식으로진행돼방송의여백을채웠다는역설이흥미로운부분이다. < 프로듀스 48> 은방송권력에대한시청자들의항쟁, 사회경제적권력의잔영에대한민중적심리의항쟁, 올드미디어에대한뉴미디어의항쟁으로진행되었고, 그결과유례를찾기힘들만큼독특한방식과광범위한수준으로올드미디어와뉴미디어의융합을이뤄냈다. 제작진은결코예상하지못했겠지만. 60
방송권력의패배 이흥미로운결과를긍정적으로평가할수만은없을것이다. 무엇보다제작진이소비자로포섭하고, 방송의동반자로서함께가야할시청자의수요를지속적으로소외한결과이기때문에그렇다. 이런방식으로는긍정적이든부정적이든이슈가창출돼단기간의방송효과가늘어날수는있겠지만, 방송의안정성과수명은단축될수밖에없다. 과몰입에지친시청자들, 수요가반영되지못하는데낙심한이들이방송자체에등을돌릴수있다. 방송윤리는이런의미에서도중요하다. 단지심의기준을지키는차원이아니라, 어떤내부적원칙을갖고자신이내건방송의취지가공정하게수행되도록보장하는것이다. 윤리는자기규율이다. 생명체가먹거리와잠자리, 생활패턴을스스로규율하며건강을이어가듯이, 방송이라는유기체또한자기원칙을지키며투명성과신뢰성, 방송의생명력을이어갈수있다. < 프로듀스 48> 이라는전장에서벌어진항쟁은이렇듯많은시사점을남긴다. 방송제작체계내부와외부를둘러싼구조적지형, 제작진과시청자와의관계, 미디어시대의흐름을관통하는화두다. 이번시즌은의도되지않은상황에서시청자와의협업을진행하는유산을남겼다. 이것을의도된상황에서방송내부로조화롭게통합하는것이숙제가될것이다. 그것을수행하지못하는한이항쟁은방송권력의패배로기록될수밖에없다. 미디어권력에대항한뉴미디어풀뿌리의항쟁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