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 토마스아퀴나스의이존실체론 ( 離存實體論 ) 과 중세인의옷을입은아리스토텔레스 *44)- 정현석 ( 가톨릭대학교 ) [ 주요어 ] 토마스아퀴나스, 아리스토텔레스, 프로클루스, 원인론, 위디오니시우스, 천사론, 이존실체, 1) 신플라톤주의, 신의단순성, ( 우주의 ) 연속성, 완전성 [ 요약문 ] 1940년대이후로중세학자들은천사를포함한이존실체들의위계질서에대한토마스아퀴나스의만년사상에서플라톤전통철학의영향을확인해왔다. 본논문은이와같은시각에대해토마스의플라톤전통의사상을수용하는기준과준거점에언제나그가 플라톤철학의비판자 로활용하는아리스토텔레스가자리잡고있음을드러내고자한다. 이를위해본논문은토마스가프로클루스와 원인론 저자가신과물질적존재자들사이에펼쳐진위계질서아래정초한범형인혹은보편적원인으로서의이존실체들을제거하고, 그자리를천사들로대체하는논의에주목한다. 이과정에서토마스의플라톤전통사상에대한태도를그가이해한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과세계관을기반으로삼은탈 ( 脫 ) 플라톤주의적기획 * 이논문은 2013 년도정부 ( 교육부 ) 의재원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연구되었음 [NRF-2013S1A5B5A02028795].
186 중세철학제 22 호 혹은플라톤비판이라는시각에서접근한다. 아울러본논문은플라톤의형상이론을비판했던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과그에따른철학적논의가토마스를통해중세적문제의식안에서수정재구성되어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과는전혀다른세계관을제시하는데활용되고있는지를확인하게될것이다. Ⅰ. 들어가며 1) 토마스아퀴나스의만년작품들은이전작품들에비해 원인론 (Liber de Causis) 과프로클루스 (Proclus) 같이플라톤전통에속하는저자들의작품을인용하는빈도가높다. 그래서토마스의만년작품은아리스토텔레스에게거리를두는반면, 자연은물론초자연까지아우르는위계질서속에서존재자들의질서를확인했던플라톤과그의후계자들의입장쪽으로기울어갔다는인상을주곤한다. 실제로 1272년경토마스아퀴나스가작성한 원인론주해 는이와같은인상을방증하는것처럼보인다. 이작품에서그는 원인론 이아리스토텔레스의저작이아니라실제로는신플라톤주의자인프로클루스의 신학요강 (Elementatio theologica) 을발췌편집한작품임을정확하게밝힌다. 2) 그리고 원인론 에밴플라톤전통의세계관을적극적으로 1) 본논문에서 이존실체 는 substantia separata 를옮긴말이다. 토마스아퀴나스는이용어로물질적혹은물체적조건을벗어난, 그래서질료나질료적원리를벗어나자립적으로존재하는형상적실체들일체를일컫는다. 그래서이 이존실체 라는용어의외연은플라톤의이데아로부터신플라톤주의일반에서논하는일자로부터현출된 ( 혹은경우에따라일자와동일시되기도하는 ) 존재, 지성, 생명과같은세계의보편적원인들은물론, 천체를움직이는부동의동자들같은형이상학및자연철학의형상적실체들과천사그리고사후신체와분리된인간영혼까지도포괄한다. 2) H.-D. Saffrey, Introduction, in Thomas de Aquino, Super Librum de causis expositio, 2 nd ed.(paris: J. Vrin, 2002), pp.xxiv-xxv와 pp.xxxiii-xxxvi; C. D Ancona Costa, Philosophus in Libro de causis: le Liber de causis comme ouvrage aristotélicien dans les commentaires de Roger Bacon, du ps. Henri de Gand et du ps. Adam de Bocfeld in C. D Ancona Costa,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187 재해석 / 수용하면서기독교의세계관을철학적인차원에서정당화하려한다. 플라톤전통의철학에대한토마스의높아진이해도와관심, 그리고그에따른적극적활용방식은 원인론주해 뿐아니라심지어비슷한시기에작성한아리스토텔레스작품의주해서,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의형이상학주해 와같은작품에서도드러난다. 이런모습은그가이존실체라일컫는천사나천체운동에관여하는부동의동자들같은실체들을논하는경우에더구체적으로드러난다. 그예로토마스는 이존실체 ( 離存實體 ) 들에관하여 (De substantiis separatis) 같은신학작품에서도프로클루스나 원인론 저자, 즉고대그리스와아랍신플라톤주의철학자들의이존실체론을위디오니시우스 (pseudo-dionysius) 등신플라톤주의성향의교부들이제시한이존실체론과공존시키면서기독교적세계관의보편적설득력을확보하려한다. 1942년가이거 (L. -B. Geiger) 를기점으로 60년대의파브로 (C. Fabro) 등의대가적작품들 3) 이강조하는 신플라톤주의자 토마스아퀴나스는이와같은토마스의모습을철학사 / 문헌학적근거들을통해재조명한경우다. 이들의작업은토마스아퀴나스와아리스토텔레스사이의관계를조망하는데편향되었던 20세기초중반학계의관행을반성하고수정하는데큰기여를했다. 4) 하지만이들은작업은토마스아퀴나스가활동하던당시에 Recherches sur le Liber de causis, Paris: J. Vrin, 1995, p.195; V.A. Guagliardo, Introduction, in Thomas de Aquino, St. Thomas Aquinas Commentary of Book of Causes, V.A. Guagliardo,, C.R. Hess, & R.C. Taylor(tr.)(Washington D.C.: CUA Press, 1996), pp.xii-xiii; A. de Libera Albert le Grand et Thomas d Aquin interprètes du Liber de causis, Revue des sciences philosophiques et théologiques 74(1990), p.349. 3) L.-B. Geiger, La participation dans la philosophie de s. Thomas d Aquin(Paris: J. Vrin, 1942); C. Fabro, Participation et causalité selon S. Thomas d Aquin(Paris-Louvain: Edition Nauwelaerts, 1960). 4) 가이거와파브로는아리스토텔레스주석서와같은소위순수철학작품들을벗어나토마스의신학작품들을포함한여러작품에서토마스아퀴나스가플라톤전통의사상의영향을드러내는양상들을성공적으로입증했다는점에서높이평가를받는다. 그리고플라톤
188 중세철학제 22 호 참고할수없었던플라톤주의자들이나사상과의관계를문헌적 / 역사적근거가부족한철학적추론에의존하여모색하는등, 방법론적무리수를두는경우도없지않았다. 물론가이거와파브로를거치며토마스아퀴나스와플라톤전통의관계에대한이해가대폭확장되었다는사실을평가하는데박할이유는결코없다. 기실토마스아퀴나스의사상과플라톤철학전통사이의관계를밝힌가이거와파브로의작품에서구두점위치를바꾸는정도외에더덧붙일것을찾기는어렵다. 하지만토마스아퀴나스가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의철학이상충하는경우무엇을기준으로, 혹은어떤철학적입장에서양자를이해하고그에따라논의를전개했는지를선명하게드러내지못한것은이들연구의한계로지적할수있다. 본논문은가이거와파브로이후연구자들이강조해왔던바, 천사를포함한이존실체들에관한토마스아퀴나스의논의에서플라톤전통의철학의영향을비판적으로재검토하려한다. 이를통해본논문은자연으로부터초자연으로이어지는위계질서에대한논의의기준과준거점으로 플라톤철학의비판자 아리스토텔레스를토마스가자신의문제의식과세계관에맞추어활용하고있었음을드러내고자한다. 이를위해본논문은토마스가프로클루스와 원인론 저자가신과물질적존재자들사이에펼쳐놓은범형인혹은보편적원인인이존실체들과그위계질서를철저하게제거하는한편, 이들을제거한자리에천사들을배치하는과정에주목할것이다. 그리고이로부터 중세의옷을입은 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과세계관이이논의의길잡이역할을하고있음을재조명할것이다. 이과정에서본논문은그가수용한신플라톤주의적세계관혹은플라톤전통의활용방식이 그가이해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의일원으로토마스를재조명한이들은작업은거시적으로토마스는물론스콜라철학일반에서아리스토텔레스철학외에도큰영향력을행사했던고대및아랍철학의다양한전통과변용 ( 變容 ) 에대해학계의관심을유도한공헌이있다.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189 탈 ( 脫 ) 플라톤철학기획, 혹은플라톤비판에기초하고있음을확인하고자한다. 나아가본논문은토마스가이존실체문제와관련하여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에불만을품었지만비판적거리를두고이를수정하면서천사를포함한무한수의이존실체들이들어서는세계관으로재구성한논의에주목한다. 그리고이와같은토마스가자연세계혹은지상세계에국한되어있던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과원리들을세계혹은우주전체를아우르는세계관과원리들로확장시키려했음을확인하려한다. Ⅱ. 아리스토텔레스 : 고대철학의반성적심판자 토마스아퀴나스는물질세계를넘어서존재하는비물질적이존실체들에대한논의와관련하여아리스토텔레스에게불만을표한다. 토마스는비물질적이며불변하는세계의다양성과풍요로움을설명하고자한다. 그런데아리스토텔레스는지극히제한된숫자의천체운동의원리들만을이존실체로제시한다. 이런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은토마스를만족시킬수없었다. 5) 이에따라토마스는무한수의이존실체인이데아를세계의 5) 이와같은토마스아퀴나스의입장은대표적으로 Thomas de Aquino, In duodecim libros metaphysicorum Aristotelis, M.-R. Cathala & R.M. Spiazzi(eds.)(Torino: Marietti, 1964)( 이후 In Meta.), XII, lec.10, 2589: Sed tamen < > non est necessarium, scilicet quod omnis substantia immaterialis et impassibilis sit finis aliquius motus caelestis. Potest enim dici quod sunt aliquae substantiae separatae altiores, quam ut sint proportionatae quasi fines caelestibus motibus; quod ponere est inconveniens. Non enim substantiae immateriales sunt propter corporalia, sed magis e converso. ; Thomas de Aquino, De substantiis separatis, Sancti Thomae de Aquino Opera Omnia Iussu Leonis XIII P.M. edita, vol. XL-D-E, Commissio Leonina(ed.)(Roma: Cura et Studio Fratrum Praedicatorum, 1968), cap.2, D45.97-164, 특히 D45.99-100: < > tamen minus sufficiens videtur <Aristotelis positio> quam Platonis positio. ( 이후모든 < > 안의내용은필자가원문에삽입혹은문맥에맞추어긴인용문을줄인것임 )
190 중세철학제 22 호 구성원으로제시하는플라톤전통의세계관에관심을돌린다. 이과정에서그는당시서유럽중세세계에알려져있던대표적플라톤전통의계승자들인프로클루스와 원인론 에주목한다. 그리고이들로부터플라톤전통의세계관이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과달리비물질적이며불변하는무한히다양한종류의실체들을세계에정초할여지 6) 를남겨두고있다는점을확인한다. 한편토마스는플라톤주의자들이제시한불변하는비물질적이존실체인형상적원인혹은이데아들의본성과위상을검토한다. 그리고이들이제시한이존실체들에대한논의로부터플라톤과그의후계자들이이존실체들을자연세계에속하는물질적사물의보편적범형인으로제시하고있음을확인한다. [ 인용문 1] 이를분명히확인하기위해우리는플라톤이사물들의보편적 6) 무한히다양한혹은무한수의이존실체혹은천사가존재한다는중세인들의생각을엿볼수있는중세인들의논의는 부피도면적도없는기하학적인점혹은원자하나에몇명이천사가자리잡을수있을것인가 를물었던 13 세기초반옥스퍼드대학교수리카르두스피샤크리우스 (Richardus Fisacrius, 1200 년경 -1248) 의작품에서확인할수있다. 리카르두스는비물질적실체는시 / 공간의구애를받지않기에무한수의천사가설수있다는입장을전개한다. 그리고여기에덧붙여이럴경우자연과초자연을포괄하는광활한우주공간을낭비하는셈이라는취지의재치섞인논변도전개한다. 아마도근대철학자헨리모어 (Henri More, 1614-1687) 가 The Immortality of the Soul(1659) 에서쓸데없는문제를놓고고민하느라 1000 년의시간을낭비했다며중세인들을조롱할때언급한 바늘끝에서춤추는천사의 숫자 의예는아마도이와같은리카르두스의논의까지거슬러올라갈수있을것이다. 하지만리카르두스의 공간낭비 에대한언급을보면모어가말한 중세인의 1000 년시간낭비 는실상중세의한대학교수가시 / 공간적세계의본질에대한문제의식을학생들에게환기시키기위해던진 세련된철학적농담 정도로봐도무방할것이다. 이런면에서근대이후에중세에드리운 바늘끝에서춤추는천사 이미지는중세의물질성과물체성에대한진지하면서도경쾌함을잃지않는철학적담론가운데던져진예시를전후맥락에서고립시켜희화화경우라고할수있을것이다. 중세형이상학의맥락에서 바늘끝의천사 를진지하게다룬연구성과로는 R.J. Long, Of Angels and Pinheads: The Contributions of the Early Oxford Masters to the Doctrine of Spiritual Matter, Franciscan Studies 56(1998), pp.239-254 참조.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191 형상들이 < 사물들로부터 > 분리되어있으며그자체로서자존한다고생각했다는것을유념해야만한다. 그에따르면이와같은보편적형상들은이들에게참여하는개별적사물들에대한어떤보편적인과성을보유한다. 이에따라그는이런식으로자존하는형상들을 신들 이라고일컬었다. 왜냐하면 신 이라는명칭은어떤보편적섭리와인과성을내포하기때문이다. 7) [ 인용문1] 에서확인할수있는것처럼토마스는 신들 이라는표현이보편적섭리와인과성을내포함을철학적으로이해하려한다. 아울러앞서언급한것처럼토마스는다양한이존실체들을포함한세계관에대해큰틀에서는호의적이다. 그러나다른한편으로그는이런세계의구성원인이존실체들의본질과관련하여철학적문제의식과비판적논의를집중한다. 특히토마스의비판적문제의식은신적인이존실체로서형상혹은이데아들의다양성이세계와우주의섭리와질서를무질서로환원시킨다는그의생각에서분명히드러난다. 이와관련하여플라톤전통의철학과아리스토텔레스의철학모두에대한토마스의철학적문제의식은다음과같은아리스토텔레스의구절에서그근간을확인할수있다. [ 인용문 2] 반면그것의외부에어떤것도존재하지않는것은완결된것이며 전체이다. 그래서우리는전체를예컨대인간전체와상자전체의경우처럼 이렇게못갖춘것이아무것도없는것이라고정의한다. 개개의것에게 7) Thomas de Aquino, Super Librum de causis expositio, 2 nd ed.(paris: J. Vrin, 2002)( 이후 SLC), prop.3, 18.8-14 : Ad cuius evidentiam sciendum est quod Plato posuit universales rerum formas separatas per se subsistentes. Et quia huiusmodi formae universales universalem quamdam causalitatem, secundum ipsum, habent supra particularia entia quae ipsas participant, ideo omnes huiusmodi formas sic subsistentes deos vocabat; nam hoc nomen deus universalem quamdam providentiam et causalitatem importat.
192 중세철학제 22 호 속하는것은그자체로서전체에도속한다. 전체는아무것도그외부에없는것이다. 반면외부에있는것을못갖춘경우라면결하고있기에전체가아니다. 전체 와 완결 은전적으로동일한것이거나본성상대단히가까운것이다. 8) 토마스는이런구절을근거로 우리는세계를보편적으로완전하다고일컫는데, 그까닭은그것의외부에전적으로아무것도없기때문이다 9) 라는입장을개진한다. 더불어토마스는 전체 로서최적의완결성을갖는세계내에그부분에해당하는존재자들 ( 이존실체들을포함한 ) 의가능한가장큰다양성을요구한다. 10) 그런데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은토마스가요구하는완결된전체로서의세계관을만족시키지못한다. 왜냐하면이존실체의수가 50여개의천체운동을관장하는부동의동자들로제한되기 8) Aristoteles, Physica, Translatio Vetus, F. Bossier & J. Brams(eds.), Aristoteles Latinus Vol 7.1(Leiden: Brill, 1990), III, 6, 207a9-14: Cuius autem nichil est extra, hoc est perfectum et totum; sic enim diffinimus totum, cui nichil abest, ut hominem totum aut archam; sicut autem singulare, sic et quod est proprie, ut totum cuius nichil est extra; cuius autem absentia est extra, non omne est, cum absit. Totum autem et perfectum aut idem penitus omne aut proximum secundum naturam est. 이에대한토마스아퀴나스의이해방식은다음의구절에서확인할수있다. Thomas de Aquino, In octo libros physicorum Aristotelis expositio, P.M. Maggiolo(ed.)(Torino: Marietti, 1954), III, lec.11, 385: Definitur enim unumquodque totum esse cui nihil deest: sicut dicimus hominem totum aut arcam totam, quibus nihil deest eorum quae debent habere. Et sicut hoc dicimus in aliquo singulari toto, ut est hoc particulare vel illud, ita etiam haec ratio competit in eo quod est vere et proprie totum, scilicet in universo, extra quod simpliciter nihil est. Cum autem aliquid desit per absentiam alicuius intrinseci, tunc non est totum. 본논문에서는토마스아퀴나스의사상전개와관련하여토마스아퀴나스가활용했을당시아리스토텔레스와프로클루스라틴어번역본의현대판본을인용할것이다. 9) Thomas de Aquino, In Meta., V, lec.18, 1040-1041. 10) Thomas de Aquino, Quaestiones disputatae de anima, Sancti Thomae de Aquino Opera Omnia Iussu Leonis XIII P.M. Edita, vol. XXIV-1, Commissio Leonina(ed.)(Roma-Paris: Cura et Studio Fratrum Praedicatorum, 1996), q.9, co., p.81.260-262: < > in rebus autem magis perfectis requiritur ulterius diuersitas partium.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193 때문이다. 11) 그래서무엇보다도이세계관은토마스에게천사를포함한다양한이존실체대부분을세계의구성원이자부분으로포괄하지못하는불완전한세계관이었다. 이런까닭에토마스는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을보편적으로완결된세계를논하는세계관으로받아들이지않는다. 한편플라톤전통의세계관은외형상가능한최대로다양한이존실체들을무한히펼쳐놓을수있다는강점을갖고있다. 이런견지에서플라톤전통의철학은토마스가염두에둔완결된세계의필요조건을만족시킨다. 12) 하지만토마스는이것만으로이입장을수용하지는않았다. 토마스는경력초기부터만년까지피타고라스학파나플라톤전통의철학자들이제시하는비물체적이며형상적원리들에대해비판적시각을견지했다. 13) 우리는다음의 형이상학주해 의구절에서그의비판적시선이어디를향하고있는지확인할수있다. [ 인용문 3] 그 [= 아리스토텔레스 ] 는피타고라스학파사람들처럼수학의 11) 각주 5 참조. 12) Thomas de Aquino, Summa theologiae ad textum S. Pii Pp. 5 iussu confectum recognita, Cura et Studio Instituti Studiorum Medievalium Ottaviensis(ed.)(Ottawa: Collège Dominicain d Ottawa, 1953)( 이후 S.th.), I, q.50, a.1, co: < > ad perfectionem universi requiritur quod sint aliquae creaturae intellectuales. Intelligere autem non potest esse actus corporis nec alicuius virtutis corporeae, quia omne corpus determinatur ad hic et nunc. Unde necesse est ponere, ad hoc quod universum sit perfectum, quod sit aliqua in corporea creatura : Thomas d Aquin, Liber de veritate Catholicae fidei contra errores infidelium, qui dicitur Summa contra gentiles, C. Pera (ed.)(torino: Marietti, 1961), II, cap.46 sq. 13) Thomas de Aquino, Scriptum super II Sententiarum, Scriptum super libros Sententiarum, vol.2, P. Mandonnet(ed.)(Paris: Léthielleux, 1929)( 이후 In II Sent.), d.17, a.1, co., pp.413-414; Thomas de Aquino, Quaestiones disputatae de potentia Dei, Quaestiones disputatae, vol.ii, P. Bazzi & als.(eds.)(torino-roma: Marietti, 1953), q.9, a.7, co.; Thomas de Aquino, In Aristotelis libros de caelo et mundo, S. Thomae Aquinatis in Aristotelis libros De caelo et mundo, De generatione et corruptione, Meteorologicorum, R.M. Spiazzi(ed.)(Torino: Marietti, 1952), III, lec.4, 574; Thomas de Aquino, In Meta., I, lec.10, 162 ; III, lec.3, 363 ; III, lec.13, 506 etc.
194 중세철학제 22 호 수 ( 數 ) 가실재하는것들중제일의것이며그이후로순차적으로다른본성을품은것이있다고생각하는, 즉수이후에양 ( 量 ) 이, 그리고양이후에감각적인것이따른다는방식으로이끌어가는사람들과 ; 각각의본성들사이에는서로다른원리가있어서수에는어떤원리가있고양화된 < 사물 > 에는그것과구분되는원리가있으며, 감각적인것들에게는또다른원리가있다고말하는사람들에대해거론하면서 < 이들의 > 그릇된결론들이본성들사이의단절을생각하는사람들로부터비롯됨을보여줬다. 논컨대이런식으로말하는사람들은 우주의본성을단절 시키는, 즉본성의질서를제거하는셈으로어떤부분이다른부분에대해 ( 부분의존재여부를떠나 ) 아무것도전해주는것이없게만든다. 그리고이런식으로수많은원리들을단절시킨다. 14) 원리들사이의단절과그에따른고립상태에대한문제의식은토마스가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이어받은것이다. 위인용문에서피타고라스학파를비판하는토마스논의의골격은이미아리스토텔레스를배경으로플라톤과플라톤주의자 (platonicus) 를비판했던초기작품부터후기의작품까지꾸준히유지되고있었다. 15) 그리고마치아리스토텔레스가플라톤을비판했던것처럼, 토마스는아리스토텔레스의 중세적대변인 이되어프로클루스를비롯한플라톤주의자들 (platonici) 의입장을비판적으로접근한다. 그래서토마스는아리스토텔레스가피타고라스와플라톤으로부터확인한단절과 14) Thomas de Aquino, In Meta., XII, lec.12, 2661: Ostendit quod inconveniens sequatur secundum illos, qui ponunt huiusmodi naturas esse inconnexas; dicens, quod ponentes primum in rebus esse numerum mathematicum, ut Phythagorici posuerunt, et sic consequenter semper aliam naturam habitam, idest consequentem, videlicet quod post numerum, magnitudinem, et post magnitudinem, sensibilia, et dicentes cuiuslibet naturae esse alia et alia principia, sicut quod alia sunt principia numerorum, et alia magnitudinum et alia sensibilium, isti inquam sic dicentes, faciunt substantiam universi esse inconnexam, idest sine ordine, ita quod una pars nihil conferat ad aliam vel ad alteram, sive sit sive non sit. Et similiter faciunt multa principia inconnexa. 15) 각주 9 참조.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195 배타성을프로클루스를비롯한플라톤철학전통이제시하는형상인으로서의이존실체들사이에서확인한다. 토마스는이런배타성이플라톤주의자들의세계관에서이존실체들이형상적보편원리들로서 존재그자체, 선그자체 처럼제시되는데서비롯한다고여긴다. 왜냐하면이들이제각기자립적이며상호 배타적 이며 단절적 인 신 처럼표현되기때문이다. 동시에토마스는이들이세계내존재자들의원인임에도불구하고이들과도철저히단절적으로구분되는것역시문제삼는다. 토마스는이런단절양상을무엇보다도다양한속성을드러내는세계내각존재자의통일성을설명하는데장애물로간주한다. 16) 나아가궁극적으로이존실체들사이의다양성을곧세계질서의파괴나세계의무질서도 ( 無秩序度 ) 를증가시키는요인으로이해한다. 17) 그래서토마스는플라톤전통의세계관이가진강점인이존실체들의다양성을궁극적으로전체로서조화로운세계 (cosmos) 이자한결같은질서를가진세계의완결성을저해하는요인으로간주한다. 18) 이렇게토마스아퀴나스는고대철학의두전통으로부터한계를확인하며, 이두전통에비판적거리를둔다. 흥미로운것은그가파악하는바플라톤철학전통세계관의한계는물론, 이와관련된아리스토텔레스세계관의한계를지적할경우에도 그가이해한 아리스토텔레스를논의의토대로삼고있다는것이다. 그렇다면토마스는 그가이해한 고전철학의문제점과한계를어떤방식으로해소및극복하면서자신의입장을구축해나가는하는것일까? 16) 대표적으로 Thomas de Aquino, SLC, prop.3, p.18.21 이하 ( 신 으로서의형상적실체들 ); p.23.21 이하 ( 그자체 로서배타적인형상적실체들의문제점 ). 17) Thomas de Aquino, SLC, prop.3, p.23.21 이하참조. 18) O. Blanchette, The Perfection of the Universe according to Aquinas: A Teleological Cosmology(University Park, Pennsylvania: The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Press, 1992), p.192.
196 중세철학제 22 호 Ⅲ. Sectotores Aristotelis?: 플라톤전통을수정하는플라톤주의자 앞서확인한것처럼토마스아퀴나스는이존실체들을 50여개로한정한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이기독교적세계관, 특히완결된전체로서최대의다양성을품은세계관의조건을만족시킬수없다고생각한다. 이에따라그는이데아와같은형상적실체들을무한대로정초하는플라톤전통의철학에눈을돌린다. 하지만이세계관에서도문제점을확인한다. 왜냐하면세계의완결성에기여해야할무한수의이존실체들각각이 그자체 로서상호간에는물론, 이들을참여대상으로삼는사물들에대해서도배타성과단절성을드러내기때문이다. 토마스는무엇보다도이배타성과단절성이이존실체들을참여의대상으로삼는세계내존재자들의통일성은물론, 전체 로서의세계의한결같은질서와통일성을설명하는데적합지않다고생각한다. 이와같은문제점에마주선토마스아퀴나스는플라톤철학전통에속한두사상가, 즉무슬림세계의 원인론 과기독교세계의위 ( 僞 ) 디오니시우스 (Pseudo-Dionysius) 를다음처럼활용한다. [ 인용문4] < > 디오니시우스는이런입장, 즉서로구분되는형상들을이들 [= 플라톤주의자들 ] 이 신들 이라고부르며질서정연하게상정하는, 즉선그자체와존재그자체그리고생명그자체가서로구분되며여타의것들도이런식으로 < 구분된다고 > 상정하는입장을수정하였다. 왜냐하면이들모두는본질적으로모든만물의제일원인그자체이며 [= 이들모두는본질적으로제일원인그자체에포섭되며 ] 이것 [= 제일원인 ] 으로인해모든사물들이이와같은완성들에참여한다고말해야하기때문이다. 우리는이런방식으로여러신들이아니라오직하나의 < 신 > 만상정한다. 이것이바로 신의이름에관하여 5장에서디오니시우스가말하는 그것, 즉성서는선과존재함과생명혹은지혜를서로다르다고말하거나서로능가하고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197 종속되는가운데 [= 상하위계에따른질서에따르는가운데 ] 다른것들을산출하는복수 ( 複數 ) 의원인과복수의신성이있다고말하지않으며오히려모든선한현출이오직하나인것 [= 신 ] 으로부터 < 비롯된것 > 이라고말한다 < 가의미하는바이다 >. < > 신은존재그자체이며그의본성그자체가선이기때문에선과존재의완성에속하는모든것은전체로서의그에게속한다 < > 이책 [= 원인론 ] 의저자도역시이런입장을고수한다. 왜냐하면그가복수의신성을끌어들이는모습을발견할수없기때문이다. 오히려그는신안에는통일성을그리고지성적인것들과생명을가진것들, 그리고육체를가진것들의질서에구분을확립했다. 19) 토마스아퀴나스는위디오니시우스의사상에서플라톤전통의분명한흔적을발견한다. 그런데토마스는위디오니시우스가동시에플라톤전통이제시하는이데아들혹은신들을문제시했음에주목한다. 그리고위디오니시우스로부터 플라톤의비판자 인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을공유한 아리스토텔레스의추종자 (Sectator Aristotelis) 를확인한다. 20) 19) Thomas de Aquino, SLC, prop. 3a, 20.5-24: Hanc autem positionem corrigit Dionysius quantum ad hoc quod ponebant ordinatim diversas formas separatas quas deos dicebant, ut scilicet aliud esset per se bonitas et aliud per se esse et aliud per se vita et sic de aliis. Oportet enim dicere quod omnia ista sunt essentialiter ipsa prima omnium causa a qua res participant omnes huius modi perfectiones, et sic non ponemus multos deos sed unum. Et hoc est quod dicit V capito De divinis nominibus: Non autem aliud esse bonum dicit, scilicet Sacra Scriptura, et aliud existens et aliud vitam aut sapientiam neque multas causas et aliorum alias productivas deitates excedentes et subiectas, sed unius esse omnes bonos processus. < > cum deus sit ipsum esse et ipsa essentia bonitatis, quidquid pertinet ad perfectionem bonitatis et esse, totum ei essentialiter convenit. < > Et hoc sequitur auctor huius libri. Non enim invenitur inducere aliquam multitudinem deitas, sed unitatem in Deo constituit, distinctionem autem in ordine intellectuum et animatum et corporum. 또한 Thomas de Aquino, SLC, prop.12a, 80.7 이하역시참조. 20) Thomas de Aquino, In II Sent., d.14, q.1, a.2, co., p.350 : Dionysius autem fere ubique sequitur Aristotelem, ut patet diligenter inspicienti libros ejus ; 그리고 S.-T. Bonino, L ange et le prophète: la médiation angélique dans la révélation prophétique selon Thomas
198 중세철학제 22 호 이렇게토마스는플라톤주의자인위디오니시우스를앞세워플라톤과프로클루스와같은고대사상가들과대결한다. 그리고이들이 신들 이라불렀던수많은이데아들혹은형상적실체들을제일원인이자창조자인신에게귀속시키는데활용한다. 한편토마스는이와같은작업이단순히위디오니시우스와같은기독교세계에국한된신학적권위에만기반을두고있는것이아님을보이고자한다. 이때활용하는것이이교철학자인 원인론 저자의입장이다. 이를통해그는자신의기획에철학적 / 보편적설득력을확보하려한다. 나아가형상적실체들을신에게귀속시키는작업을토마스는위디오니시우스와함께활용했던 원인론 으로까지확장시킨다. 여기에서도토마스는 원인론 에배어있는플라톤전통의흔적을수정하는데위디오니시우스를활용한다. 그런데이런수정작업의철학적원천이자배경으로토마스는다시한번아리스토텔레스를거론한다. [ 인용문 5]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 12 권에서신이생명이자지성이라고 말하면서앎 (intelligere) 과삶 (vivere) 를명시적으로신에게투사했다. 그렇기에 그는앞서언급한플라톤적인입장들을배제하고있는것이다. 21) 토마스는이런방식으로 원인론 에서만물의근본원인인제일원인 아래펼쳐진위계질서에서보편적원인들로제시되던지성 (Intelligentia) 과 생명 (Vita) 같은이존실체들을존재로이해되는제일원인에게귀속시킨다. 22) d Aquin, Revue thomiste 108/4(2008) pp.540-541, 특히 p.540 note 27. 21) Thomas de Aquino, SLC, prop.3a, 24.10-12: < > Aristoteles in XII Metaphysicae, signanter Deo attribuit et intelligere et vivere, dicens quod ipse est vita et intelligentia, ut excludat praedictas platonicas positiones. 그리고 Aristoteles, Metaphysica, XII, 7, 1072b24-28 참조. 22) Thomas de Aquino, SLC, prop.12a, 80.7-16: Sed quia auctor huius libri non videtur ponere formas separatas, quod hic dicitur esse et vitam et intelligentiam in se invicem esse,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199 한편토마스가아리스토텔레스와더불어프로클루스의 신학요해 명제 103, 즉 존재안에생명과지성이있으며, 지성안에존재와생명이있고, 생명안에존재와생명이있다 23) 를거론하는모습은흥미롭다. 앞서확인했듯토마스는프로클루스의 신들 을유일한제일원인인신에게귀속시켰다. 이때토마스는 원인론 을본인이전면에내세운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을뒷받침하는철학적근거중하나로활용한다. 그런데이존실체의다수성문제에서프로클루스는수정의대상이었다. 하지만이번엔역으로활용한다. 즉토마스는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의연장선에서프로클루스를 원인론 이제시하는존재와지성, 생명의실체적분립을수정하는플라톤주의자로재등장시킨다. 이수정작업에서주목할점은다음과같다. 첫째, 토마스아퀴나스가이존실체들에대한논의와관련하여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의한계를확인하고플라톤전통의입장에호의를보이지만플라톤 전통의세계관을수정하고있다는점. est intelligendum secundum quod inveniuntur in habentibus esse, vivere et intelligere; quia in ipso esse secundum propriam rationem invenitur causaliter vivere et intelligere, secundum illum modum quo in 1a propositione dictum est quod esse est causa prima, vivere et intelligere posteriores causae. Non tamen ita est intelligendum sicut verba sonant, quod intelligentia et vita sint in ipso esse duo esse, sed quia haec duo, prout sunt in ipso esse, non sunt aliud quam esse< >. 23) Proclus, Elementatio theologica translata a Guillelmo de Morbecca, H. Boese (ed.)(louvain: Presses Universitaires de Louvain, 1987), prop.103, 52.1-4: Omnia in omnibus proprie autem in unoquoque : et enim in ente et vita et intellectus, et in vita esse et intelligere, et in intellectu esse et vivere < > ; 이구절에대한토마스아퀴나스의인용문은다음을참조, Thomas de Aquino, SLC, prop.12a, 78.19-22 : Et ideo Proclus hoc determinans in sua propositione addit : Et enim in ente vita et intellectus, et in vita esse et intelligere, et in intellectu esse et vivere.
200 중세철학제 22 호 둘째, 이작업의철학적배경및문제의식이근본적으로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문제의식, 특히그의플라톤철학비판에기반을두고있다는점. 셋째, 이런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이라는토대위에서여러플라톤 전통의사상가들과그들의입장들을대결시키면서플라톤전통의사상가들의 입장을플라톤전통의사상가들의입장을통해수정하고있다는점. 넷째, 이수정작업이플라톤전통에서가장핵심적인위상을차지하고있는자연계를설명하는범형인혹은보편적원인들로제시된이존실체들, 즉이데아들이나지성, 생명과같은것을존재그자체로서모든것의근원이자창조자인제일원인신에게귀속시킨다는점. 이상의네견지에서우리는토마스아퀴나스가사실상플라톤전통철학을해체하고있다고볼수있다. 이와같은특징을갖는토마스의플라톤전통에대한해체작업은고대및아랍철학에서제일원인인신과천체운동의원인과같은극히일부를제외한모든이존실체들에대한철저한소거로이어진다. 특히이렇게소거된이존실체들은고대및아랍의세계관에서범형인이나매개적창조자역할을담당해왔다. 이런면에서이들을제거하는토마스의작업은플라톤이후로거의 2000년에가까운시간동안이어져왔던서구고전적세계관에대한파괴작업으로볼수있다. 특히그는제일원인으로부터세계의지엽말단에이르는위계질서아래배열된존재자들이빈틈없이가득들어선세계에서신을제외한거의모든비물질적원리와매개원인들을철저히제거한다. 이런의미에서그의작업은제일원인이자창조자인신을정점으로하는중세의기독교세계관과그에따른신의지배및질서를강조하는서구중세사상가들의새로운세계관정립의방향성을가늠케하는일종의표본역할을한다고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01 평가할수있다. 24) Ⅳ. 자연세계에서초자연세계로 : 아리스토텔레스철학의확대적용 앞서본바와같이토마스아퀴나스는단순히이존실체들의다양성만으로그가견지한세계관을만족시킬수없다고생각한다. 물론그는플라톤전통의철학이다양한이존실체들을세계에정초할수있음을높이평가했다. 하지만동시에각이존실체들은물론, 이이존실체들이그들에게참여하는존재자들에대한단절성과불연속성과관련하여심각한문제를확인한다. 왜냐하면이들사이의단절과불연속성은이존실체들을원인으로삼아 24) 이미 원인론주해 를작성하기십여년전부터토마스는매개적창조자로서의이존실체들에대한논의가 원리들을우상화 하는것이기에 원인론 에서분명히드러나는이런 오류와관련된논의는받아들여서는안된다 고밝힌바있다 (Thomas de Aquino, De potentia, q.3, a.4, co. 그리고 ad 10 참조 ). 원인론 을비롯한후기저작에서매개적창조자에대한토마스아퀴나스의비판적논의에관해서는 Fran O Rourke, Unity in Aquinas Commentary the Liber de causis, in J.-M. Narbonne & A. Reckermann(eds.), Pensées de l Un dans l histoire de la philosophie(paris: J. Vrin, 2004), pp.238-239 와 S.C. Selner-Wright, Thomas Aquinas and the metaphysical inconsistency of the Liber de causis, The Modern Schoolman 72(1995), p.335. 참조. 그리고토마스아퀴나스가활동하던시기정신적실체로서의이존실체에의한매개적창조 (creatio mediante intelligentia) 개념에대한비판으로대표적인예로는, 이런입장을이단적 (haereticum) 이라고생각했던보나벤투라의입장 (Bonaventura, Commentaria In II Sententiarum Magistri Petri Lombardi, Doctoris seraphici S. Bonaventurae Opera theologica selecta iussu et auctoritate R.mi P. Leonardi M. Bello, vol. II, Cura PP. Collegii S. Bonaventurae (ed.)(florence: Ex typographia Collegii S. Bonaventurae, 1938), d.18, a.2, q.3, res., p.466) 을들수있으며, 이와관련하여 13세기를전후한중세논의일반에대해서는 C. D Ancona Costa, La doctrine de la création mediante intelligentia dans le Liber de causis et dans ses sources, Recherches sur le Liber de causis(paris: J. Vrin, 1995), pp.73-75를참조. 한편쿠르트플라쉬 (Kurt Flasch) 는토마스의스승이었던알베르투스마그누스 (Albertus Magnus) 는매개적창조론을대해긍정적으로평가하고있다. 이점에대해서는쿠르트플라쉬, 마이스터에크하르트 : 아랍철학사상에기초하여살펴본 독일신비주의 의기원, 조규홍옮김, 대구 : 대구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6, 115쪽.
202 중세철학제 22 호 참여하는존재자들의통일성은물론, 이이존실체들을부분으로삼는전체, 즉세계의통일성과조화및그에따른한결같은세계의질서를이해하지못하게만든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기존철학을비판하는토마스아퀴나스의입장은정확히어떤방식으로전개되는것일까? 무엇보다도그는플라톤전통의철학에서신과물질적존재자들 ( 인간을포함한 ) 사이를빼곡히채웠던이데아나정신, 생명과같은정신적실체혹은보편원인들을제거한다. 그리고다른한편으로이들을존재그자체이자창조자인제일원인에게철저하게귀속시킨다. 그렇다면세계에남겨진그빈자리를토마스아퀴나스는어떻게메울까? 나아가다양성과연속성을어떤방식으로동시에논할수있으며, 이런설명은무엇에의해보장받을수있는것일까? 1. 다양성의원인 : 복수의형상인에서신의절대적으로단순한앎으로상기질문들에대한토마스입장의근간은 원인론 제24명제에대한주해에서드러난다. 원인론 의제24명제는사물들의다양한양상이드러나는원인을다룬다. 원인론 에따르면제일원인은일관되고한결같이모든사물에게영향력을행사한다. 반면각사물은자신들의분 ( 分 ) 만큼제일원인의영향력을수용하며각기다양성을드러낸다. 25) 이런면에서 원인론 에따르면제일원인은한결같은하나의활동을하기에다양성의원인이아니다. 다양성의원인은사물들자체다. 그런데토마스아퀴나스는제일원인의활동을 창조 와 지배 로구분하면서상기한 원인론 이제시한입장에대해다음과같이문제제기를한다. 25) Anonymus, Liber de causis, La demeure de l être: autour d un Anonyme, étude et traduction du Liber de causis, P. Magnard, O. Boulnois, B. Pinchard, & J.-L. Solère(eds.)(Paris: J. Vrin, 1990), prop.xxiv, 177-179.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03 [ 인용문 6] < > 제일원인의활동은두가지다. 그중하나는물론사물을만드는활동으로창조라고우리가일컫는것이다. 그리고다른하나는그렇게만들어진사물을지배하는활동이다. 그러므로첫번째활동과관련하여이렇게말할여지가없다. 왜냐하면만약모든결과물들의다양성이수용하는자들의다양성에수렴해야만하는것이라면받아들이는자에게제일원인으로인해존재하게된것이아닌어떤것이있다고말해야할것이기때문이다. 그런데이것은앞서제18명제에서논한바, 즉 모든사물은제일원인에의해본질을갖는다 와상충한다. 26) 토마스는위에서보는바와같이 원인론 에서모순을확인한다. 그리고 원인론 의원문과그가사용한판본의차이 27) 만큼 원인론 저자에게지극히어색할수밖에없는결론, 즉다양성의원인이궁극적으로제일원인인신에게있다는결론을도출한다. 26) Thomas de Aquino, SLC, prop.24a, 122.19-26: < > duplex est actio causae primae: una quidem secundum quam instituit res, quae dicitur creatio, alia vero secundum quam res iam institutas regit. In prima igitur actione non habet locum quod hic dicitur, quia, si oportet omnem diversitatem effectuum reducere in diversitatem recipientium, oportebit dicere quod sint aliqua recipientia quae non sint a causa prima, quod est contra id quod dictum est supra 18a propositione: Res omnes habent essentiam per causam primam. 27) 이와같은토마스아퀴나스의문제제기와관련하여먼저짚어야할사안이있다. 현재우리에게전해오는 원인론 과토마스아퀴나스가사용한 원인론 사이에는분명한차이가있다. 예컨대토마스가인용하는구절과는달리현재가장아랍어원형에가까운아오스타 (Aosta) 수사본을기준으로편집된현대판 원인론 의제18명제 143구에서는 모든사물은첫존재자 ( 혹은제일의존재자primum ens) 로인해실체 ( 혹은존재entia) 를갖는다 로나온다. 일단 essentia 와 entia 의미묘한어감차이는차치하더라도 원인 (causa) 과 존재자 (ens) 의차이는간과할성격의것이아니다. 이런차이는토마스의자의적수정에의한것이라기보다는토마스가활동할무렵유럽에주로퍼져있던판본의차이에서비롯된것으로보인다. 이에대해서는 J.-L. Solère, Note sur le texte et la traduction, in P. Magnard & als.(eds), La demeure de l être: autour d un Anonyme, étude et traduction du Liber de causis(paris: J. Vrin, 1990), p.34 참조.
204 중세철학제 22 호 [ 인용문7] 그러므로사물들이다양한본성과역량을갖추었기에최초로확인되는사물들의다양성은수용하는자의어떤다양성에의해서존재하는것이아니라, 제일원인으로부터존재하는것이라고말해야한다. 이는그것 [= 제일원인 ] 안에어떤다양성이있어서가아니라그것이다양성을인식하는자인탓인데, 그까닭은그것이앎에따라활동하는자이기때문이다. 그래서 < 제일원인은 > 세계를완결시키기위해사물들의다양한등급을만드는것이다. 28) 이렇게토마스는세계안에서드러나는다양성의원인이신의앎 (scientia) 에서비롯하며, 궁극적으로세계를완결시키려는신의욕구에따른것으로파악한다. 29) 그런데토마스가말하는신이 인식한바세계의다양성 은우리가살고있는세계에서드러나는다양성이아니다. 그것은한결같은활동을하는신의활동을설명해주는절대적으로한결같으며단순한본질안에서 이해된 다양성이다. 이런면에서세계의다양성을설명하는 원인 인신의다양성에대한앎은다름아닌신의절대적단순성안에서고양 ( 高揚 ) 된세계의다양성이라할수있다. 2. 유사성과연속성 : 자연의위계질서이상에서본것처럼토마스아퀴나스는프로클루스나 원인론 의이존실체들대신세계내존재자들이품은다양성의원인을만물의궁극적제일원인인신의단순한본질로귀속시킨다. 이를통해세계내에서드러나는 28) Thomas de Aquino, SLC, prop.24a, 122.27-123.2: Unde oportet dicere quod prima diversitas rerum secundum quam habent diversas naturas et virtutes, non sit ex aliqua diversitate recipientium sed ex causa prima, non quia in ea sit aliqua diversitas sed quia est diversitatem cognoscens, est enim agens secundum suam scientiam ; et ideo diversos rerum gradus producit ad complementum universi. 29) O Rourke(2004), p.260 참조.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05 존재자들의다양성을신의절대적단순성과그에따른한결같은신의창조및지배활동을통해설명할길을연다. 그리고이런방식으로범형인이나보편원인으로제시되었던복수의이존실체들이야기했던문제를넘어서전체로서의세계가품은한결같으며조화로운질서까지논할가능성을확보한다. 또한토마스는세계를이루고있는모든존재자들이각각그들에게고유한원리와지위를갖고있으며, 그들의고유한본성과선함에따라제일원인의지배아래질서정연하게존재한다고생각한다. 30) 특히이제일원인의지배하에서한결같이동일하게활동하는제일원인의영향, 혹은주입해주는바 (influxus) 를수용하는각사물들의역량혹은분 ( 分 ) 은그들각각이드러내는다양성으로드러난다. 그리고토마스는바로이역량에따라세계내존재자들이위계질서하에늘어선다고말한다. [ 인용문8] 만약제일원인이주입해주는바 (influxus) 를수용하는자들이받아들일때드러내는다양성이그들 31) 의수용능력에의존하는것이며, 그래서제일원인에더가까운것들이더큰능력을갖는다면, 그런것들은제일원인과그것이주입해주는바를더잘받아들일것이다. 왜냐하면모든인식하는실체는제일원인과 < 그것이 > 주입하는선을더완전하게이해하는만큼더완전한존재를갖게되며, 그 < 실체가 > 제일원인을더많이수용하고더많이알수록 < 그실체는 > 제일원인안에서즐거움을누리게되기때문이다. 그결과어떤사물이제일원인에가까울수록그사물은제일원인안에서더큰즐거움을누린다. 32) 30) Thomas de Aquino, In Meta., XII, lec.12, 2662. 31) 수용하는자들. 32) Thomas de Aquino, SLC, prop.24a, 123.6-15: Si enim diversitas receptionis influxus causae primae provenit in rebus secundum diversam virtutem recipientium, cum illa quae sunt propinquiora causae primae sint maioris virtutis, sequitur quod perfectius recipiant causam
206 중세철학제 22 호 이렇게세계내에서존재자들은제일원인을수용하는다양한역량에따라다양한양상을드러낸다. 그렇지만토마스는이들사이의차이를상호배타적이거나단절적인것으로보지않는다. 이와관련하여토마스는다시한번아리스토텔레스, 특히 형이상학 의구절을염두에두고다음과같이말한다. [ 인용문9] 그 [= 아리스토텔레스 ] 는세계의모든사물들이어떤방식으로질서잡혀있되바다동물과새, 그리고식물의예처럼모두가비슷한방식으로질서잡혀있는것은아니라고하면서어떤방식으로세계의부분들이 < 세계의 > 질서에기여하는지를논했다. 한편이들이똑같은방식으로질서잡혀있지는않지만, 그렇다고어떤것이다른것과전혀연관을맺지않는상태는아니다. 오히려어떤것은다른것에대해어떤밀접한관계와질서를갖는다. 왜냐하면식물은동물을위해, 그리고동물은인간을위해존재하기때문이다. 모든사물들이상호간에질서잡혀있다는것은모든사물들이하나의목적을향해함께질서잡혀있다는사실로부터분명하게드러난다. 33) 사물들은정확히똑같지않다. 하지만사물들사이에서는유사성 (similitudo) 이드러난다. 나아가이유사성은세계내존재자들사이에 primam et eius influxum. Et quia omnis substantia cognoscens quanto perfectius habet esse tanto perfectius cognoscit causam primam et influxum bonitatis eius, et quanto hoc magis recipit et cognoscit tanto magis in eo delectatur, consequens est quod quanto aliquid est propinquius causae primae tanto magis delectetur in ea. 33) Thomas de Aquino, In Meta., XII, lec.12, 2632: < > dicit omnia vero ostendit qualiter partes universi se habent ad ordinem; dicens, quod omnia quae sunt in universo, sunt aliquo modo ordinata, sed non similiter omnia habent ordinem, scilicet animalia marina, et volatilia, et plantae. Et tamen licet non sint eodem modo ordinata, non ita se habent, quod unum eorum non pertineat ad alterum; sed est aliqua affinitas et ordo unius ad alterum. Plantae enim sunt propter animalia, et animalia sunt propter homines. Et quod omnia sint ordinata adinvicem, patet ex hoc, quod omnia simul ordinantur ad unum finem.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07 모종의질서와연속성이있음을함축적으로드러낸다. 이것이토마스아퀴나스가 아리스토텔레스를업고 주장하는바다. 이로부터토마스는근본적으로상이한것들사이에반드시이양자를매개해주는어떤것이개입하여그단절을막는다는결론과, 그래서세계내존재자들이부분으로서포함된세계에는철저한단절이존재할수없다는결론을도출한다. [ 인용문10] 사물들의질서는서로서로유사한것들이서로늘어서는방식으로펼쳐진다. 그래서상호간에그등급에있어서전혀비슷하지않은것들은어떤매개자없이서로늘어서지않는다. 우리는이것이완전한동물과식물이두측면에서근본적으로상이하다는것을통해확인한다. 왜냐하면완전한동물은감각적이며이동 ( 移動 ) 능력을가진반면, 식물은둘다갖고있지않기때문이다. 마찬가지로자연은완전한동물로부터매개없이식물로나아가지않는다. 오히려 < 자연은 > 이들둘사이에 < 완전한 > 동물과마찬가지로감각적이지만식물처럼이동은하지못하는불완전한동물을산출한다. 34) 그렇다면이연속성을가능케하는유사성은어디에서올까? 가장먼저논할수있는것은능동원인의인과율, 즉존재의창조에따르는인과율이다. 절대적으로 하나 인신은제일원인이다. 그렇기에그로부터모든사물들이발현한다. 따라서공통원인으로부터나온결과들인사물들은유사성을갖게되며사물들사이의연속성을논할여지가생긴다. 35) 또한 34) Thomas de Aquino, SLC, prop.30a, 138.4-12: Ita enim procedit ordo rerum ut similia se invicem subsequantur; ea vero quae sunt penitus dissimilia non sequuntur se invicem in gradibus rerum, nisi per aliquod medium. Sicut videmus quod animal perfectum et planta sunt dissimilia penitus quantum ad duo: nam animal perfectum est sensitivum et mobile motu processivo, planta autem neutrum horum habet; natura ergo non procedit immediate ab animalibus perfectis ad plantas, sed producit in medio animalia imperfecta, quae sunt sensibilia cum animalibus et immobilia cum plantis. 35) Thomas de Aquino, SLC, prop.19a, 106.18-19 : < > cum ab uno primo procedant,
208 중세철학제 22 호 제일원인은가장탁월하며보편적인능동인이다. 이제일원인은제이원인혹은이차적원인인다양한사물들의본성과고유한속성들을제일원인의한결같은단순성에귀속된다양성, 즉세계의다양성에대한 ( 신의 ) 가장탁월한앎을통해지배한다. 그리고무엇보다도제일원인은제이원인들과함께후자로인해드러나는결과에그영향력을가장탁월한방식으로행사한다. 이렇게 하나 인능동원인으로서제일원인의보편적지배를받는다는점에서그결과인다양한사물들사이의유사성과그에따른연속성을논할여지가열린다. 나아가 [ 인용문 9] 의끝부분에서도확인할수있듯토마스는목적인의질서에서도사물들사이의유사성과그에따른연속성을논한다. 사물들이드러내는다양성은어떤의미에서사물들각각의본성자체에의존한다고도볼수있다. 36) 특히각사물들이드러내는성향이나고유성은그들에게생득적인것으로, 하나 이자한결같은제일원인의활동에대해각사물이제각기고유한방식으로반응한결과라고말할수있다. 한편제일원인의활동과작용은제일원인이각사물의존재를부여하는창조자라는측면에한정되지않는다. 각사물이갖는본성을유지및보존하는제일원인의지배 (gubernatio) 라는측면에서도논할수있다. 그래서각사물의본성에어울리는반응이제일원인의한결같은지배에부합하도록제일원인은사물들의활동이한결같은자신을향하도록영향력을행사한다고말할수있다. 이런의미에서모든사물은제일원인을공통의목적혹은목적인으로삼는다. 그리고공통의목적인인제일원인을향해수렴하도록사물들의본성과활동이이끌려간다는면에서상호간유사성과그에따른연속성을논할수있다. 그런데목적인으로서제일원인의역할은각기다양한사물들과의관계 continuitatem quamdam habent ad invicem < >. 36) 물론본논문의 IV.1 에서거론한바와같이다양성의단적인원인은제일원인이다.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09 속에서획일적인목표및활동지침을부과하는데있지않다. 목적인으로서제일원인은모든사물들의고유한활동에적절한방향성을부여한다. 이로써제일원인은각사물이고유한본성및성격에부합하는최적의활동을수행하도록한다. 그래서목적인으로서제일원인은전쟁상황에서승리를달성하기위해일관된전략에따라군단으로부터개별단위부대들을거쳐각전투원의세세한고유임무까지가장효율적으로수행할수있도록조율하여명령을내리는지휘관에해당한다. 그리고이렇게다양하게드러나는역할들과활동들이일관된전략에따라명령을내리는지휘관에해당하는제일원인에의해방향성을얻게된다는점에서사물들사이에서유사성과그에따른연속성을논할수있게된다. 이와같이사물들사이의유사성을능동인과목적인에서끌어내는토마스아퀴나스의논의는또다른의미에서플라톤전통의철학과궤를달리한다. 플라톤전통의철학에서 유사성 은일차적으로범형인혹은보편원인인이존실체들과이들에게참여하는사물들사이에서드러난다. 이와같은유사성은주로범형인혹은형상인의인과율에따른수직관계속에서드러난다. 그리고사물들사이의연속성도일차적으로이와같이수직적관계속에서드러나는유사성을토대로논할수있다. 반면토마스는각사물들이그들의다양한활동을동일한근원과동일한목적및한결같은지배를공유하면서수행한다는점을논한다. 이로부터토마스는각사물의활동을중심으로근원과목적및지배를논함으로써유사성을제일원인과의수직적관계에서는물론, 각사물들사이의수평적관계에서도동시에거론할수있는지평을확보한다. 이렇게토마스가제시하는유사성은사물들사이의연속성을보장하는동시에, 물질적존재자들부터정신적존재자에이르는세계질서를종과횡으로가로지르는뼈대처럼그의세계관을지탱한다. 37)
210 중세철학제 22 호 3. 자연의사다리에서초자연을아우르는위계질서로 : 중세인의옷을입은아리스토텔레스와천사이상에서확인한것처럼토마스아퀴나스는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얻은철학적문제의식에기반을두고세계관의큰얼개를구성한다. 특히연속성의문제와이연속성의근간인유사성의문제를형상인이아닌능동인과목적인을통해해소하는부분은아리스토텔레스의플라톤형상이론비판의중세적변용 ( 變容 ) 이라일컬을만하다. 또한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을좇으며토마스는자립하는범형인혹은매개적창조자로제시되는이존실체들을자신의세계관에서제거한다. 아울러토마스는범형인, 혹은매개적창조자들로드러나는이존실체들을단순한신 (Deus Simplex) 의다양성에대한지식으로귀속시키며제거한다. 이로써아리스토텔레스가지적한플라톤전통철학의문제, 즉범형인및매개적창조자들사이의배타성과단절성을극복하고유사성과연속성을표현하는세계와그세계를관통하는통일되고한결같은질서를확정할길을연다. 한편이렇게토마스는아리스토텔레스의사상에의존하면서도최소한표면적으로후자의세계관자체를받아들이는데적극적으로보이지않는다. 그까닭은거듭언급한것처럼후자의세계관에천체운동의원리인부동의동자들을제외한이존실체들이들어설자리가없다는데있다. 나아가토마스는아리스토텔레스를활용하여플라톤전통의문제를지적하고이를극복할새로운질서를논할길을새로운각도에서조명한유사성과연속성개념을통해연다. 하지만이존실체의풍요로움이전체세계의통일성과질서의저해로이어진다는이유로플라톤전통의세계관까지배제한토마스에게남은선택지는거의없는것처럼보인다. 물론종교적배경과신앙을생각한다면토마스아퀴나스가그의 37) Blanchette(1992), p.193.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11 세계관에서이공허와심연과같은단절을메울존재자들로기독교의성경에서논하는천사와같은이존실체를활용하게될것이라예상할수있다. 그런데문제는토마스가아리스토텔레스를자신의세계관을뒷받침하는철학적기반으로삼고있다는데있다. 그렇다면이런철학적배경에충실하게, 무엇보다도자존하는이존실체를부정하는문제의식을가진아리스토텔레스를바탕으로그가이해한바세계에성서의몇몇구절에나등장하는천사들을충원하는것이가능한것일까? 1)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 : 존재자의연속적계열이해의근간아리스토텔레스의철학및문제의식과상충되지않으면서천사를세계의구성원으로끌어들이기는결코쉬운일처럼보이지않는다. 그어려움만놓고보자면아리스토텔레스를배경으로신에대해논하는것이상이라고도할수있다. 그까닭은무엇보다도비물질적혹은비물체적인이존실체로서이해되고있는천사 38) 가그본성상인간의직접적인경험대상이될수 38) 325 년니케아공의회는천사를비롯한피조물로서영적실체혹은이존실체의본성에 대해구체적으로언급하고있지않다. 즉, Credimus in unum Deum, Patrem omnipotentem, omnium visibilium et invisibilium factorem 에서볼수있는것처럼 모든눈에보이는것과눈에보이지않는것의창조자 에집중하고있다. 그리고교부들도천사의본성보다는천사의역할에집중하여천사를논했음은주지의사실이다. 하지만공의회에서천사의본성에대한언급이전혀없었던것은아니다. 예컨대 1215 년라테란공의회는니케아공의회의신앙고백에천사의본성과관련된내용, 즉초감각성, 정신성 ( 영성 ), 비물체성 ( 혹은비육체성 ) 과같은내용을다음과같이추가하여재천명한다 : Firmiter credimus et simpliciter confitemur, quod unus solus est verus Deus < > unum universorum principium: creator omnium visibilium et invisibilium, spiritualium et corporalium: qui sua omnipotenti virtute simul ab initio temporis utraque de nihilo condidit creaturam, spiritualem et corporalem, angelicam videlicet et mundanam: ac deinde humanam, quasi communem ex spiritu et corpore constitutam. ( 강조는필자. Enchiridion symbolorum definitionum et declarationum de rebus fidei et morum(latin-english), P. Hünermann(ed.)(H. Denzinger: San Francisco, 2012), 125( 니케아공의회 ); 800( 라테란공의회 )). 그래서라테란공의회는 13 세기에천사의본성에대한논의에표준을마련한것으로평가받는다. 이에따라 13 세기중세형이상학의배경과무관하게, 즉신을제외한모든존재자들에게질료 형상론적결합을투사했던보편적질료 형상론자들이든, 이들과대립하여천사나
212 중세철학제 22 호 없다는데있다. 39) 물론신이인간의직접적경험의대상은아닌것은분명하다. 하지만사물들을창조자의작업결과물로확인하고그원인을거슬러올라가는방법으로신의존재를증명하는작업까지는할수있다. 반면천사와같은이존실체들은토마스의세계관안에서우리의경험대상인물질적혹은물체적사물들을창조하는작업에도관여혹은간여하지않는다. 즉천사는우리가경험하는사물들과사태들에대한적절한원인이아니다. 따라서신의경우처럼간접적인접근방법조차허용하지않는다. 이런면에서천사는신보다더우리의경험을토대로접근할여지를허용하지않는대상이다. 특히경험으로부터원리를끌어내어학문적지식으로나아간다는의미에서아리스토텔레스의철학적방법론을수용하고자했던중세인에게천사에대한논의는사실상불가능한일처럼보인다. 하지만토마스가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세계를이해하고설명하는원리로얻어낸유사성과연속성개념은이불가능해보이는도전을성공으로이끄는열쇠가된다. 유사성을중심으로세계내존재자들의연속적계열을논한고대철학의표준문헌 (locus classicus) 중하나는아리스토텔레스 동물지 8권 1장 분리된영혼을형상적실체혹은그것에준하는것으로보았던알베르투스나토마스아퀴나스든천사및육체와분리된영혼의비물체성 (incorporeity) 에서는의견을달리하지않는다. 이런면에서일부, 즉보편적질료 형상론을견지하는중세사상가들중일부가 영체 ( 靈體. spiritual body) 같은표현을쓴다할지라도이는천사들의비물체적본성과작용의기저 (fundamentum) 를설명하기위해쓰는표현에지나지않는다. 그리고보편적질료 형상론자들이그런기저를표현하는경우도엄밀하게정신적질료 (materia spiritualis) 를논하는맥락을벗어나지않는다. 따라서이런표현을근거로 13세기중세철학자들이천사의육체 (corpus) 를논했다고이해해서는안된다. 39) N. Kretzmann, The Metaphysics of Creation: Aquinas s Natural Theology in Summa contra Gentiles II(Oxford/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p.253; 그리고 D. Keck, Angels and Angelogy in the Middle Ages(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8), p.75.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13 588b4-11 이다. 40) 아리스토텔레스는자연계구성원들 41) 사이에서매개적인것들이틈입함으로써드러내는부단한연속성을자연에서생명체가점진적으로성장하는과정에빗댄다. 여기에서엄밀히생물계에만적용해야할원리와설명을생명체들은물론비생명체들에게까지확대적용하는아리스토텔레스의작업 42) 은주목할만하다. 왜냐하면아리스토텔레스는생명체에국한된생물학적논의를자연세계전체의보편적구조와질서를설명하는데까지확장시켜적용하고있기때문이다. 하지만이렇게범위가확장되었다고할지라도그영역은여전히신체를가진것들, 혹은질료적인것들에제한되어있다. 특히이와같은아리스토텔레스의입장에 충실 할경우, 그를좇아플라톤전통의철학에서이존실체들을정리한토마스에게남겨질것은제일원인인신과물질적존재자들사이의공허와그에따른 40) 이구절이토마스아퀴나스에게준영향은본논문의인용문 10 과다음의구절이구체적으로드러낸다. 철학자 [= 아리스토텔레스 ] 가 동물지 7 권에서자연은조금씩조금씩영혼을갖지않은것으로부터영혼을가진것들로나아간다고말한다. 그래서영혼을갖지않은사물류 ( 類 ) 와식물류보다먼저드러난다. 왜냐하면식물은동물류에비하면영혼을갖지않은것처럼보이지만다른물체들에비해영혼을가진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 그리고비슷한방식으로자연은식물들로부터동물들로일종의연속적인질서를통해나아간다. 왜냐하면움직임이없는어떤동물들 - 땅에고착된동물들 - 은식물과별로달라보이지않기때문이다. 마찬가지로동물에서인간으로나아가는질서에서도이성과유사해보이는것을가진 < 동물들 > 을발견한다 (Thomas de Aquino, Sentencia libri de memoria et reminiscencia, Sancti Thomae de Aquino Opera Omnia Iussu Leonis XIII P. M. Edita, vol. XLV-2, Commissio Leonina(ed.)(Roma-Paris: Cura et Studio Fratrum Praedicatorum, 1985), cap.i, 103.1-104.12: Sicut Philosophus dicit in VII De historia animalium, natura ex inanimatis ad animalium paulatim procedit, ita quod genus inanimatorum prius inuenitur quam genus plantarum, quod quidem ad alia corpora comparatum uidetur esse animatum, ad genus autem animalium, inanimatum; et similiter a plantis ad animalia quodam continuo ordine progreditur, quia quedam immobilia animalia, que scilicet terre adherent, parum uidentur a plantis differre. Ita etiam et in progressu a animalibus ad homines quedam inueniuntur in quibus aliqua similitudo rationis appareat ). 한편현대판본에서 동물지 8권에해당하는부분은중세의장절구분에서는 7권에해당한다. 41) 생명을갖지않은요소적인것들로부터광물, 식물을거쳐동물에이르는것들. 42) F. Nuyens, L évolution de la psychologie d Aristote(Louvain: Éditions de l Institut Supérieur de Philosophie, 1948), pp.156-158.
214 중세철학제 22 호 심연과같은단절이다. 이렇게플라톤주의를수정한이후토마스는다시 그의앞에문제로되돌아온아리스토텔레스의철학및그의세계관과 직면하게된다. 2) 아리스토텔레스세계관의확장 : 보편적우주질서로서연속성상기문제와관련하여토마스아퀴나스는프로클루스와 원인론 으로부터영감을얻은것으로보인다. 앞서언급했듯토마스는이들이제시한세계를구성하고있는부분인이존실체들을그대로수용하지는않는다. 하지만이존실체들의다양성과그들사이의유사성및상호관계를통해드러나는점진적위계질서에대해서만큼은긍정적으로평가한다. 나아가토마스는프로클루스및 원인론 에서이위계질서와관련하여서로연접하지않는사물들간의참여가그사이에양자와연접하는매개적인것들의개입을배제하고생각할수없다는입장이물질적인영역에서는물론비물질적인영역에서도적용되고있음을확인한다. 43) 그리고이런비물질적세계에대해플라톤전통의세계관이제공하는영감을이번에는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얻은자연계에서의연속적계열에대한관념에적용하여이연속계열의관념을이존실체들이거하는비물질계, 즉초자연적세계까지확장시킨다. 43) Proclus, Elem. theo.(ed. lat), prop.128, 64.1-3: Omnis deus a propinquioribus quidem participatus immediate participatur, a remotioribus autem per media vel pauciora vel plura aliqua. 44) Aristoteles, Historia Animalium, J. Tricot(tr.), 2nd ed.(paris: J. Vrin, 1987), VIII, 1, 588b 4-11. 45) Thomas de Aquino, SLC, prop.19, 106.18-107.1: Huiusmodi autem ordines, cum ab uno primo procedant, continuitatem quamdam habent ad invicem, ita quod ordo corporum attingit ordinem animarum et ordo animarum attingit ordinem intellectuum qui attingit ad ordinem divinum. Ubicumque autem diversi ordines sub invicem coniunguntur, oportet quod id quod est supremum inferioris ordinis propter propinquitatem ad superiorem ordinem aliquid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15 아리스토텔레스생명계에서자연세계전체로 토마스아퀴나스자연세계에서초자연적세계로 자연은비생명체에서동물로점진적으로나아간다. 그래서그연속성으로인해어떤것들을다른것들과구획을나누는선을파악하기는어렵기에우리는중간에해당하는형태가두부류중어느쪽에속하는지를확정할수없다. 이렇게비생명체들의부류이후에는즉각적으로식물들의부류가온다. 그런데식물들중의어떤종은다른종과생명의성격에일차적으로참여하는것처럼보인다는면에서다르다. 그리고식물계전체를다른비유기적인물체들과비교한다면어떤의미에서생명을부여받은것처럼보일것이다. 반면에동물들의종에비교한다면식물계는생명이없는것처럼보일것이다. 위에서언급한것처럼그래서식물에서동물로나아가는길은연속적이다. 44) 질서들은첫번째하나인것으로부터산출되는데이들사이에는어떤연속성이있어서신체를가진것들의질서는영혼을가진것들의질서에닿아있고, 영혼을가진것들의질서는신적인질서에닿아있는정신적인것들의질서에닿아있다. 그러므로다양한질서들이서로결합해있는모든경우에하위질서의최정점에있는것은상위질서에대한근접성으로인해상위질서의완성에참여한다. 우리는이런것을자연 < 세계 > 의사물들로부터분명히목도한다. 왜냐하면어떤동물들은이성과비슷한어떤것에참여하고어떤식물들은동물류에게고유한구분인성적으로구분되는어떤것에참여한다. 45) 앞서언급한것처럼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지 에서생명체들과연관된연속성에대한논의를물질적자연전체로확장시켰다. 그런데토마스아퀴나스는 영혼을가진것들의질서는신적인질서에닿아있는정신적인것들의질서에닿아있다 는표현에서확인할수있듯, 아리스토텔레스가확장시킨연속성에대한논의를물질적이며자연적인세계를넘어 participet de superioris ordinis perfectione. Et hoc manifeste videmus in rebus naturalibus : nam quaedam animalia participant aliquam rationis similitudinem et quaedam plantae participant ad aliquid de distinctione sexus, quae est propria generi animalium.
216 중세철학제 22 호 비물질적이며초자연적인세계로까지확장시킨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의사다리가자연과초자연을아우르는거대한존재의연속계열로그모습을바꾸는순간이다. 그리고천사가철학적으로정당한지위를확보하고세계내존재자로들어오게되는계기역시여기에서열린다고할수있다. 3) 천사 : 탈플라톤주의적위계질서로펼쳐진세계의새구성원앞서언급한바와같이천사는비물질적이며초자연적인정신적실체로이해된다. 그래서그자체로서인간의경험은물론, 제일원인에의한세계내존재의발생및신의창조작업과관련된인과율에서철저하게배제된존재이다. 그렇기에천사는신과달리철학적존재증명조차허용치않는다. 하지만토마스는세계내존재자들의연속적계열로서의위계질서를자연과초자연을모두아우르는범세계적, 혹은범우주적보편질서로펼쳐놓으면서천사의존재를확정할다른길을확보한다. 먼저이연속적인위계질서에서천사는전체세계의완결과완성을위해가장탁월한정신적존재인제일원리와격이떨어지는피조물들사이에철학적으로 반드시필요한 부분이자구성원에해당한다. 전체로서의세계는부분들의다양성을요구한다. 그래서신과물질세계의사이, 더나아가정신적활동으로그본성을설명할수있는신과인간사이에서가장탁월한자와가장격이떨어지는것들, 그리고최고의정신성과가장빈약한정신성의사이에서양자와맞닿아있는중간자혹은매개자로서천사와같은정신적본성을가진이존실체가요구되는것이다. 이와같은정신적본성을가진이존실체의존재의요구혹은필요성은이들에존재증명에비견할만한효과를갖는다. 왜냐하면종교적신념이나신앙혹은계시를끌어들이지않고도이런존재자들을세계에반드시필요한존재로서편입시킬수있게해주기때문이다. 46) 이와같은토마스의작업은직접적인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17 경험의대상도, 또한우리가경험하는대상들의원인도아니라는의미에서결코포섭될수없을것같이보였던이존실체인천사를그가수정 재구성한아리스토텔레스적세계관안에안착시켰다는점에서중요한의미를갖는다. 나아가이작업은천사라는이존실체로토마스가플라톤전통의세계관에서제거한범형인혹은매개적원리로서의이존실체들을대체했다는면에서도그의의를찾을수있다. 이와관련하여자연으로부터초자연까지아우르는연속적인위계질서로세계질서를표현하기에많은연구자들이이작업으로부터토마스아퀴나스와플라톤전통사이에서모종의관계를확인해왔다. 그리고토마스가위계질서를통해표현하는세계관에는분명히프로클루스와 원인론 과같은이교철학자들의영향이배어있다. 나아가이들과플라톤전통을공유하는위디오니시우스를비롯하여아우구스티누스와보에티우스와같은기독교세계의기라성같은사상가들이토마스에앞서천사들로플라톤전통의철학자들이제시한범형인혹은매개적원인이나원리로서의이존실체들을대체했던것역시분명한사실이다. 이런면에서토마스의작업과그성과를기독교세계의플라톤주의전통에서이해하는것은결코무리가아니다. 하지만토마스아퀴나스가기존의기독교세계의플라톤주의자들과는달리이작업을플라톤의형상이론에대한아리스토텔레스의비판이라는철학적인맥락에서진행한다는점은간과할수없다. 이점은토마스가그의세계관에성서에나등장하는천사가들어가야할 필연성 까지도그의종교적신념이나신앙에호소하지않고보편적설득력을가진철학적배경에서논하는모습에서확인할수있다. 이상에서본것처럼플라톤전통의세계관과토마스아퀴나스의세계관은분명닮았다. 하지만후자가구축한세계관, 특히천사를세계의구성원으로제시하는세계관은플라톤전통의해체및재구성작업의결과다. 그리고 46) Thomas de Aquino, S.th., I, q.50, a.1, co. 그리고 Thomas de Aquino, S.Gent. II, cap.46 sq. 역시참조.
218 중세철학제 22 호 이와같은관점에서일차적으로토마스가제시하는세계관은토마스가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확인한탈플라톤주의작업의맥락에서이해하는것이더적절할것이다. 그리고바로이런의미에서토마스아퀴나스의천사론은 13세기중세인들이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과철학을수용하는가운데재구성한세계관, 즉어떤의미에서본래적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낯설수밖에없는 중세옷을입은아리스토텔레스 의특징을가장구체적이며극단적인형태로드러내는사례로평가할수있다. Ⅴ. 결론 일견프로클루스나 원인론 과같은플라톤전통사상가들의세계관과토마스아퀴나스의세계관은상당한유사성을보인다. 전자가제일원인을정점으로하여비물질적실체로부터물질적실체까지이어지는위계화된질서를, 그리고후자가신을정점으로하여천사를거쳐물질적세계의다양한존재자들로이어지는위계화된질서를표현하고있기때문이다. 하지만표면적유사성과는달리토마스아퀴나스가제시하는세계관은플라톤전통의세계관과분명한거리를두고있다. 특히그의천사론은플라톤의세계관을비판했던아리스토텔레스의문제의식을가장극단적인영역으로까지밀고나간결과중하나로볼수있다. 그까닭은다음과같다. 1) 토마스아퀴나스는 플라톤형상이론의비판자 아리스토텔레스를모델로삼아프로클루스와같은플라톤전통의고대철학자로부터문제를확인하고수정한다. 2) 엄밀한의미에서다신교적성격을드러내는고대철학의세계관을기독교적인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19 세계관에맞추어수정하는위디오니시우스의작업을아리스토텔레스의작업과연결시켜철학적타당성과정당성을확보하며이어받으려한다. 3) 프로클루스와 원인론 을대결시켜해석및수정하는가운데자신의세계관으로포섭하는과정에서도자신의중심적입장을아리스토텔레스에두고있다. 4) 프로클루스와 원인론 에서신들, 범형인들혹은세계를지배하는보편적인원리들로등장하는이존실체들을제거하는데동원하는전체로서의세계와그구성원들과관련된질서에대한논의역시아리스토텔레스를따르고있다. 5) 플라톤전통철학에서이렇게제거한이존실체들의자리를대체할다른성격의이존실체인천사들이들어설필연적인조건에대한이해에도충만한전체로서가장큰다양성을품은세계와그질서에대해아리스토텔레스의철학으로부터얻은영감이자리잡고있다. 이런면에서토마스아퀴나스의세계관과그일부로서천사론은플라톤의형상이론비판자아리스토텔레스의철학적문제의식을중세의맥락과세계관에따라소화한사례이자아리스토텔레스의탈플라톤주의적성향을극단까지밀어붙인사유의결과물이라고할수있다. 한편토마스아퀴나스가이존실체의문제와관련하여이렇게아리스토텔레스를활용하는것은사실이다. 하지만사실상아리스토텔레스의고유한입장을그대로받아들인것은아니다. 토마스는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이그가전개하고자하는세계관과어떤면에서부딪히고어떤면에서제한요소로작용하고있는지를분명히알고있었다. 즉그는자신과아리스토텔레스의입장사이의차이를인지하고있었으며이에따라후자의입장과다른결론에이른다. 예컨대토마스는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지 와같은저작에서논하는연속성과 자연학 및 형이상학 등에서논하는
220 중세철학제 22 호 충만성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아리스토텔레스가물질적혹은물체적자연의영역에만적용했던질서와원리들을자연은물론초자연의영역으로까지확대적용시킨다. 그리고이렇게천사와같은이존실체까지재구성된세계관과질서안에서철학적인정당성을얻은당당한구성원으로서자리잡게함으로써새로운세계관을재구성한다. 이런면에서그는분명히최소한의이존실체만을남겨두려했던아리스토텔레스와다른결론에이른다. 47) 경우가이러하다면, 토마스는아마도조나단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 에서아리스토텔레스를분노케한사람들, 즉그의사상을 왜곡하여세상에전한 부끄러움으로인해숨어살아야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를격분케한 엄청난바보들 중하나 48) 일지도모른다. 나아가토마스아퀴나스의이존실체로서의천사에대한논의는비물질적이존실체들로가득찬초자연적세계에대한그림을제공한다는면에서오히려플라톤전통의철학과유사성을갖고있다고할수도있다. 하지만이와같은세계관을전개하게된그의문제의식과사상적배경을플라톤전통의철학을통해서만설명하는데에는무리가따른다. 49) 물론토마스아퀴나스가 47) 아마도아리스토텔레스는자신의세계관과원리들을거론하며토마스가세계에틈입시킨천사들을역동적으로변화하는세계를설명하는데전혀쓸모없는무임승차자라여겼을것이며, 이런면에서토마스의작업을그가비판했던플라톤의입장으로되돌아가는것이라비판했을것이다. 48) 조나단스위프트, 걸리버여행기, 신현철역, 서울 : 문학수첩, 1992, 3 부 8 장, 246-248 쪽 : 지혜와학문으로유명한사람들을만나고싶었기에하루를별도로남겨두었다. 나 [= 걸리버 ] 는호머와아리스토텔레스가자신의추종자와함께나타나게해달라고요청했다 < > 나는곧그들이자신의추종자들에대하여전혀모를뿐아니라그들에대해듣지도보지도못했다는것을알았다. 이름을밝히지않는유령하나가나에게이렇게속삭였다. 지하에서이추종자들은그들과가장멀리떨어진방에산다는것이다. 왜냐하면자신들이왜곡해서세상에전하였기때문에부끄러움과죄책감을못이겨서그렇게살고있다는것이다 < > 아리스토텔레스는내가스코투스와라무스를소개하며그들에대한이야기를하였을때화를내었다. 그는나머지사람들도이들처럼엄청난바보들이냐고물었다. 49) C.J. De Vogel, Some Reflection on the Liber de causis, Vivarium 4(1966), pp.67-82.
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21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받은영향을지나치게강조함으로써여타다른사상조류의영향을그의사상으로부터읽어내는데장애를일으키는태도는응당경계해야한다. 하지만그표면적유사성의이면과세계관의전개와관련하여토마스의문제의식의핵심에자리잡고있는아리스토텔레스철학과원리, 그리고그영감의중요성을되짚는작업은분명히필요하다. 왜냐하면토마스가활용한아리스토텔레스의탈플라톤주의적문제의식과원리들은토마스의사상에서드러나는다양한철학적사조들의흔적과맥락에대한면밀한연구는물론, 거시적으로중세인들이아리스토텔레스의사상을수용하면서발전시키고있는 중세인의옷을입은 혹은 중세화한 아리스토텔레스의다양한얼굴을확인하는데여전히중요한단서들을제공하기때문이다. 50) 50) 본논문은 2016 년 2 월 17 일왜관베네딕토회피정의집에서열린 2016 한국중세철학회겨울워크샵의발표내용을바탕으로작성했다. 발표및토론과정중아리스토텔레스의세계관에서이존실체의문제와관련하여보완해야할부분에대해소중한조언을주신강상진교수님께감사의말씀을올린다. 아울러본논문에대해소중한조언을주신익명의세심사위원선생님들께도감사의뜻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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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중세천사론의탈 ( 脫 ) 플라톤주의적성격 225 [Abstract] Medieval Angelology De-Platonized: Thomas Aquinas and Aristotle in a Medieval Habit CHUNG, Hyun Sok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Since 1940s, Medievalists tend to emphasize on the (neo)platonist orientation in Thomas Aquinas s later theory of the hierarchy of the separate substances. Apropos of this tendency, we envisage to reconstitute the problematique inherited from Aristotle, the ancient Critique of Plato s philosophy, which runs throughout the so called (neo)platonist orientation of Thomas Aquinas. For this objective, we will shed lights on Thomas s arguments which eliminate the universal exemplar causes(proposed by (neo)platonists such as Proclus and the author of De causis) and substitute their places with the angels. In this processus, his theory of the separate substances will be re-illuminated as de-platonizing or critique of Platonist world view. And we will see how Thomas Aquinas reconstituted and utilized the problematique of Aristotle, the ancient Corrector of Plato, while he was developing his own world view which is by far different from that of the Stagirite. Key words: Thomas Aquinas, Aristotle, Proclus, Liber de causis, Pseudo-Dionysius, angelology, separated substances, (neo-)platonism, Simplicity of God, continuity, perfection(of the world)
226 중세철학제 22 호 논문접수일 : 2016.11.15 심사완료일 : 2016.12.06 게재확정일 : 2016.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