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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연구 15-2(2012) pp. 273~292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 1) 이 병 덕 요약문 필자는 두 논문 직설법적 조건문에 관한 추론주의적 설명 과 직 설법적 조건문에 대한 추론주의적 설명과 송하석 교수의 반론 에서 직설법적 조건문 A C 가 질료적 조건문 A C 를 논리적으로 함축한다는 이른바 논 란 없는 원리 가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최원 배 교수는 그의 최근 논문 논란 없는 원리를 둘러싼 최근 논쟁 에서 세 가지 비판을 제시한다. 첫째, 논란 없는 원리에 대한 필자의 부정은 전건 긍정식이 부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질료적 조건문의 진리조건은 통상적으로 조 건문 가운데 가장 약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필자가 논란 없는 원리를 부 정한다는 것은 직설법적 조건문의 진리조건을 질료적 조건문의 진리조건보다 약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셋째, A 로부터 C 로의 추론이 귀납적으로 정 당화됨으로써 A C 가 성립할 수 있다는 필자의 견해는 직설법적 조건문이 정당화되는 구조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최원배 교수의 비 판들이 필자의 견해를 잘못 이해함으로써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 첫째, 필자는 연역추론으로서의 전건 긍정식의 타당성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둘째, A C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A C 가 참임을 논리적으로 함축하 지 않는다고 해서, 직설법적 조건문이 질료적 조건문보다 약한 진리조건을 갖 는다는 사실이 함축되지 않는다. 셋째, 우연적 조건문 A C 가 참이 되는 경 우는 오직 A 에 필요한 숨은 전제를 추가하여 C 가 연역적으로 추론되는 경 우라는 최원배 교수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주요어 직설법적 조건문, 질료적 조건문, 논란 없는 원리, 전건 긍정식, 최 원배 * 접수일자:2012.05.16 심사 및 수정 완료일:2012.05.23 게재확정일:2012.05.27

274 이병덕 1. 최근 필자는 두 논문 직설법적 조건문에 관한 추론주의적 설명 과 직설법적 조건문에 대한 추론주의적 설명과 송하석 교수 의 반론 에서 직설법적 조건문 A C 가 질료적 조건문 A C 를 논리적으로 함축한다는 이른바 논란 없는 원리 (the Uncontested Principle)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원리임을 주장했다. 이와 같은 필 자의 주장에 대해 최원배 교수는 그의 최근 논문 논란 없는 원리 를 둘러싼 최근 논쟁 에서 세 가지 비판을 제시한다. 첫째, 논란 없는 원리에 대한 필자의 부정은 전건 긍정식(modus ponens)이 부 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통상적으로 질료적 조건문의 진리 조건은 조건문 가운데 가장 약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필자가 논란 없는 원리를 부정한다는 것은 직설법적 조건문의 진리조건을 질료적 조건문의 진리조건보다 약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셋째, 우연적 조건문 A C 가 참이 되는 경우는 오직 A 에 필요한 숨 은 전제를 추가하여 C 가 연역적으로 추론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A 로부터 C 로의 추론이 귀납적으로 정당화됨으로써 A C 가 성립할 수 있다는 필자의 주장은 직설법 조건문이 정당화되는 구 조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 논문의 목적은 최원배 교수의 이와 같은 비판들이 필자의 견해를 잘못 이해함으로써 비롯된 것임을 밝히는 데 있다. 2. 먼저, 최원배 교수의 첫 번째 비판을 살펴보자. 그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병덕의 주장대로 다음 논증이 부당하다고 해보자. A C 따라서 A C 이는 전제가 참인데 결론은 거짓인 경우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275 런 경우를 고려해 보자. 결론에 나오는 질료적 조건문은 전건 A 가 참이고 후건 C가 거짓인 경우에만 거짓이다. 따라서 이 결론 이 거짓이려면 A와 C는 각각 참, 거짓의 진리값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전제인 직설법적 조건문 A C는 참일 수 있을까? 이 논증이 부당하다는 주장에 비추어 볼 때, 이병덕 은 전건이 참이고 후건이 거짓이더라도 직설법적 조건문이 참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최원배, 2011, pp. 87-88.) 그러면 왜 사람들이 이병덕과 같은 견해를 내세우지 않았을까? 그것은 이런 견해가 전건 긍정식(modus ponens)을 무력화하기 때 문이다. 이상의 논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 할 수 있다. 첫째, 논란 없는 원리의 부정은 전건이 참이고 후건 이 거짓인 경우에도 직설법적 조건문이 참임을 인정한다는 것이 되며, 둘째, 전건이 참이고 후건이 거짓인 경우에도 직설법적 조 건문이 참임을 인정하게 되면 전건 긍정식은 부당한 논증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결국 논란 없는 원리의 부정은 전건 긍정식이 부 당한 논증이라고 주장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최원배, 2011, p. 90.) 그러나 위 비판은 필자의 견해를 오해한 것이다. 왜냐하면 필자 는 (연역추론으로서의) 전건 긍정식의 타당성을 부정하지 않기 때 문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형식의 전건 긍정식을 타당한 추론으 로 받아들인다. (1) A C. A. C. 논리학에서 통상적으로 전건 긍정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1)과 같 은 형식의 추론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와 같은 전건 긍정식을 타당 한 추론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두 전제 A C 와 A 가 참이면서 결론 C 가 거짓인 경우가 없음을 진리표를 이용한 타당성 증명 과 같은 증명 테크닉을 사용하여 쉽게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가 주장하는 직설법적 조건문에 대한 추론주의적 설명 은 (1)의 타당성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276 이병덕 이제 직설법적 조건문의 경우를 살펴보자. A C 가 성립하는 이유는 A 로부터 C 로의 추론이 연역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일 수 도 있고, 귀납적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양자를 구분하 기 위해 첫 번째 경우는 A C d, 그리고 두 번째 경우는 A C i 로 나타내기로 하자. 먼저, 첫 번째 경우를 살펴보자. (2) A C d. A. C. 위 추론은 연역적으로 타당한가? 두 전제 A C d 와 A 가 참이 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 첫 번째 전제에 의하면 A 의 참은 C 의 참을 논리적으로 함축한다. 또한 두 번째 전제에 의하면 A 는 참이다. 따라서 결론 C 의 참은 논리적으로 함축된다. 그러므 로 필자는 (2)의 타당성도 부정하지 않는다. 만일 A이면 C이다 형태의 조건문을 일상적 문맥에서 사용할 때 우리는 통상적으로 이것을 A C 의 의미로 사용하는지, 아니면 A C 의 의미로 사 용하는지를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만 일 A이면 C이다. A이다. 그러므로 C이다 의 형식의 추론을 사용할 때, 이것이 (1)의 사례인지, 아니면 (2)의 사례인지는 그 사람이 첫 번째 전제를 어떤 근거에서 옹호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기 이전에 는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1)과 (2)가 모두 타당한 연역추론이기 때문에 양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많은 경우에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전건 긍정식이라고 부르는 추론은 연 역추론의 일종이다. 또한 우리가 만일 A이면 C이다 그리고 A 라는 두 전제들로부터 C 라는 결론을 이끌어낼 때 우리가 통상적 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결론 C 를 타당하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데에 있지, 첫 번째 조건문을 질료적 조건문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아니면 직설법적 조건문으로 해석해야 하는지가 아니다. 이런 의미 에서 (2)도 일종의 전건 긍정식 의 경우로 해석될 수 있다.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277 이제 A 로부터 C 로의 추론이 귀납적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에 A C 가 성립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3) A C i. A. (아마도) C. 전제 A 가 성립할 때 결론 C 가 성립할 개연성이 높은 경우에 우리는 A C i 를 주장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만일 지금까지 관찰된 에메랄드들이 모두 초록색이었다면, 앞으로 관찰될 에메랄 드들도 초록색일 것이다 라는 직설법적 조건문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직설법적 조건문을 사용하여 (3)과 같은 추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추론은 아마도 C일 것이다 형태의 귀납 적 결론을 옹호하기 위한 추론이기 때문에 귀납추론의 일종이다. 즉, (3)은 연역추론이 아니기 때문에 전건 긍정식의 경우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도 우리는 A C i 와 A 라는 두 전제들로부 터 (아마도) C 라는 개연적인 결론을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A C i. A. (아마도) C 형식의 추론이 성립한 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런 경우에 결론 C 가 거짓일 가 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A C 가 정당화되는 귀납추론이라는 사실은 A& C 가 참일 가능성을 배 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A C 가 정당화되는 귀납추론이 라는 이유에서 A C 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에 반드시 (A& C) 가 논리적으로 함축되는 것은 아니라는 필자의 주장은 최원배 교수(2011, p. 91)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의 사고에 깊이 뿌리박 고 있는 아주 근본적인 추론 방식 가운데 하나 를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필자의 견해는 최원배 교수가 우려하는 바와 같은 철학적 함축을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필자는 연역추론으로서의 전건 긍정식의 타당성을 결코 부정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A C 가 귀납적으로 정당화된다는 것

278 이병덕 과 A& C 가 참임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은 논리학적 진리이기 때문이다. 1) 그렇다면 A 가 참이고 C 가 거짓임이 실제로 밝혀진 상황에서 는 어떠한가? 이러한 경우에 대해 필자는 2009년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송하석 교수는 A가 참이고 C가 거짓인 경우에는 A C 를 주 장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지적한다. 물론 A가 참이고 C가 거짓 임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에는 A C 를 주장할 수 없다. 위의 예를 다시 살펴보자. 길수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음을 이미 아 는 상황에서 우리는 만일 75%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다 면, (아마도) 길수는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와 같은 귀납논증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와 같은 귀납논증을 주장하는 경우는 길수가 대학에 진학할지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사실을 귀납적으로 추론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결론이 거짓일 가능성을 허용하면서 귀납논증을 정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것처럼, A& C 의 가능성을 허용하면서 A C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나중에 길수가 대 1)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추론은 전건 긍정식의 경우로 간주될 수 있는가? (3') A Ci. A. C. 예컨대, 만일 지금까지 관찰된 고니들이 모두 흰색이었다면, (아마도) 모든 고니들은 흰색일 것이다. 지금까지 관찰된 고니들은 모두 흰색이었다. 따라 서 모든 고니들은 흰색이다 는 연역적으로 타당한가? 이 경우에 결론은 (아마도) 모든 고니들은 흰색일 것이다 라는 개연성 진술이 아니라, 모든 고니들은 흰색이다 라는 단정적 진술이다.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이 경우는 연역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따라서 전건긍정식의 경우가 아니다. (1)과 (2) 의 경우에 우리는 이 추론형식들이 왜 연역적으로 타당한지를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전제들이 참일 때 왜 결론이 반드시 참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3')의 경우에 우리는 A C i 와 A 라는 두 전제들 이 참일 때 왜 C 가 반드시 참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이 경우에 첫 번째 전제가 성립하는 이유는 전건 A 로부터 후건 C 로의 추론이 귀납 적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건 A 가 성립한다는 사실은 후건 C 의 참을 보증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이 첫 번째 전제가 성립하고, 또한 두 번째 전제 A 가 성립한다는 사실로부터 C 를 단정적 결론을 이끌 어낼 수 없다.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279 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서, [위와 같은 논증 이] 반드시 부당한 귀납논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병덕, 2009a, p. 142.) A 가 참이고, C 가 거짓임이 실제로 밝혀진 상황에서 A C i. A. (아마도) C 형식의 추론을 사용할 수 없다면, 이것은 애당 초 A C i 가 주장할 수 없는 직설법적 조건문이었음을 의미하는 가? 다시 말해서, A C 는 애당초 정당하지 못한 귀납추론이었 음을 의미하는가? 그렇지 않다. 귀납추론의 평가는 증거에 상대적 이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A 를 지금 시점 T까지 관찰된 고 니들은 모두 흰색이었다 라고 하고, C 를 앞으로 관찰될 고니들도 모두 흰색일 것이다 라고 하자. 이 경우 시점 T에서 다음은 정당한 귀납추론일 수 있다. 지금 시점 T까지 관찰된 고니들은 모두 흰색이었다. (아마도) 앞으로 관찰될 고니들도 모두 흰색일 것 이다. 다시 말해서, 이와 같은 경우에 A C i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 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경우에 실제로 A 가 참이고, C 가 거짓 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비록 A C 는 귀납적으로 정당화되 는 추론이지만, 여전히 A C 는 거짓일 수 있다. 또한 최원배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선언도입규칙을 우리 가 부정하지 않는 이상, 전건 긍정식을 받아들이면 논란 없는 원리 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A C를 전제라고 하자. 그런데 A가 참이거나 A가 참일 것이 다. A가 참이라고 해보자. 그러면 전건 긍정식에 의해 C를 이끌 어낼 수 있다. 이 C로부터 우리는 선언도입규칙에 의해 A C 를 얻을 수 있고, 이는 A C와 동치이다. 이번에는 A가 참이

280 이병덕 라고 해보자. 그러면 이로부터 선언도입규칙에 의해 역시 A C를 얻을 수 있고, 이는 다시 A C와 동치이다. 따라서 어느 경 우이든 A C를 얻을 수 있고, 결국 논란 없는 원리가 성립한다. (최원배, 2011, pp. 90-91.) 그러나 위 논증은 선결문제 가정(begging the question)의 오류를 범한다. 직설법적 조건문 A C 가 성립하는 이유가 A C 가 정당화되는 귀납추론이기 때문이라고 하자. 그리고 전건 A 가 또 한 참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 후건 C 는 참일 개연성이 높 기 때문에 우리는 C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가 C 를 (연역추론으로서의) 전건 긍정식에 의해 이끌어낼 수 있 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A C 가 성립하는지 모르기 때 문이다. 이것은 논란 없는 원리가 성립하는 경우에만 가정될 수 있 다. 따라서 선언도입규칙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A C 로부터 A C 가 논리적으로 함축되는 것은 아니다. 3. 이제, 최원배 교수의 두 번째 비판을 살펴보자. 그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논란 없는 원리를 부정한다는 것은 직설법적 조건문이 질료적 조 건문보다 약한 진리조건을 갖는다고 본다는 의미이다. 결국 논란 없는 원리와 이행 원리를 모두 부정하는 이병덕은 직설법적 조건 문의 진리조건이 질료적 조건문보다 약하기도 하고 강하기도 하 다는 주장을 하는 셈이 된다. 물론 이 주장 자체가 엄밀한 의미 에서 모순인 것은 아니다. 직설법적 조건문의 진리조건이 아주 포괄적이라면, 그것이 질료적 조건문의 진리조건보다 더 강하면 서 또한 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질료적 조 건문의 진리조건은 조건문 가운데 가장 약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병덕은 이 질료적 조건문보다 더 약한 진리조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우리의 일상적 조건문이 바로 그런 진리조건을 갖는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물론 이런 주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 다. 그런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는 대가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281 가 따른다는 점이 문제이며, 그런 대가에는 이미 드러났듯이 전 건 긍정식의 포기가 포함된다. (최원배 2011, p. 93.) 먼저, 이행 원리(the Passage Principle)는 질료적 조건문 A C 가 직설법적 조건문 A C 를 논리적으로 함축한다는 주장이 다. 필자의 견해에 따르면, 논란 없는 원리뿐만 아니라 이행 원리 도 항상 성립하는 원리가 아니다. 최원배 교수에 따르면, 이행 원 리를 부정한다는 것은 직설법적 조건문을 질료적 조건문보다 강 한 진리조건을 갖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한 논란 없는 원리를 부정한다는 것은 직설법적 조건문을 질료적 조건문보다 약한 진 리조건을 갖는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것은 필자의 견해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직설법적 조건문과 질료적 조건문 사이의 관계는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약한 (또는 강한) 진리조건 을 갖는 그런 종류의 관계가 아니다. 질료적 조건문은 다음과 같 이 진리함수적으로 정의된다. A C A C T T T T F F F T T F F T 다시 말해서, 위의 진리함수가 A C 의 의미이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는 추론주의 의미론에 따르면 직설법적 조건문 A C 는 전 건 A 가 성립한다는 가정 하에서 후건 C 가 성립한다고 추론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표현해주는 기능을 한다. 만일 X가 Y를 논 리적으로 함축하지만, 그 반대방향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X는 Y 보다 강한 진리조건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X가 Y를

282 이병덕 논리적으로 함축하지도 않고, 또한 그 반대방향도 성립하지 않는 경우는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약한 (또는 강한) 진리조건을 갖는다 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다. 먼저, 왜 이행 원리가 성립하지 않는지, 다시 말해서, 왜 A C 로부터 A C 가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살펴보자. 예 컨대, A 는 한국의 수도는 북경이다 이고, C 는 지금 서울에 비 가 내린다 라고 하자. 이 경우에 A 가 거짓이기 때문에 질료적 조 건문의 진리함수적 정의에 따라서 A C 는 참이다. 그렇지만 만 일 한국의 수도가 북경이라면, 지금 서울에 비가 내린다 는 우리가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직설법적 조건문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 국의 수도는 북경이다. 따라서 지금 서울에 비가 내린다 는 정당한 논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논란 없는 원리가 왜 성립하지 않는지, 다시 말해서, 왜 A C 로부터 A C 가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살펴 보자. 예컨대, A 는 지금까지 관찰된 까마귀들은 모두 검은색이었 다 이고, C 는 앞으로 관찰될 까마귀들도 모두 검은색일 것이다 라고 하자. 이 경우에 A 와 C 사이에 어떤 진리관계가 성립하는 가? 이 경우에 전건 A 가 참일 때 후건 C 가 참일 개연성이 높 지만, 그렇다고 해서 C 가 참이라는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 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A C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사 실로부터 확정적으로 A 가 거짓이거나 또는 C 가 참이라는 결론 을 도출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A C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A C 가 참이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함축되지 않는다. 또한 지금까지 관찰된 까마귀들은 모두 검은색이었다 라는 전제를 토대로 아마도 앞으로 관찰될 까마귀들도 모두 검은색일 것이다 라는 개연성 판단을 결론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x는 까마 귀이다 와 x는 검다 사이에 법칙적 관계가 성립함을 보여주는 구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283 체적인 인과적 설명을 제시할 필요는 없지만, 이와 같은 법칙적 관 계가 성립할 개연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합리적 이유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적 이유에는 까마귀라는 특정한 생물종 에 속하는 생물체들의 색깔을 모두 같은 색이게 하는 유전자가 있 을 수 있다 와 같은 판단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필자가 주장하 는 직설법적 조건문에 대한 추론주의적 설명에 의하면, 직설법적 조건문의 의미는 단지 전건과 후건 사이의 진리조건에 의해 해명 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애당초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필자의 추론 주의적 설명은 직설법적 조건문을 진리조건에 의해 해명하고자 하 는 시도를 거부한다. 이런 이유들에 의해서 직설법적 조건문과 질 료적 조건문 사이의 관계는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약한 (또는 강 한) 진리조건을 갖는 그런 종류의 관계가 아니다. 같은 이유에서 필자가 논란 없는 원리와 이행 원리를 모두 부정한다는 사실은 직 설법적 조건문의 진리조건을 질료적 조건문의 진리조건보다 약한 것으로 보는 동시에 강한 것으로 본다는 것을 결코 함축하지 않는 다. 4. 필자의 견해에 따르면, A 로부터 C 로의 추론이 귀납적으로 정당화될 때 A C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고, 이런 경우에 A 가 참이면서 C 가 거짓일 수 있다. 그런데 필자의 이와 같이 주장 은 조건문이 정당화되는 구조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최원배 교 수는 주장한다. [이병덕의 견해]는 조건문이 정당화되는 구조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를 보기 위해 다음 예 를 들어보자. 철학과 학생들은 어느 누구도 A를 받지 못했다. 따라서 A를 받 은 학생은 어느 누구도 철학과 학생이 아니다.

284 이병덕 이는 명백히 타당한 추론이다. 따라서 이병덕의 추론주의에 따를 때 철학과 학생들은 어느 누구도 A를 받지 못했다면, A를 받은 학생은 어느 누구도 철학과 학생이 아니다 라는 직설법적 조건문이 정당화된 다. 이는 전건으로부터 후건이 연역적으로 추론되어 조건문이 정당화 되는 경우이다. 이병덕은 직설법적 조건문이 모두 이런 형태의 논리 적 참은 아니라는 데 주목하는 것 같다. 이는 당연하고 올바르다. 우 리가 주장하는 많은 일상적 조건문은 실제로 논리적 참이 아니다. 이 로부터 이병덕은 A C라는 형태의 우연적 조건문, 즉 우연적 명제 가 정당화되는 경우는 A로부터 C로의 추론이 귀납적으로 정당화되는 경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해는 바로 여기에서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조건문을 생각 해 보자. 철수가 수업에 가면 영희가 수업에 간다. 이 조건문을 정 당하게 주장하는 경우는 어떤 때일까? 이병덕은 철수가 수업에 간 다 로부터 영희가 수업에 간다 는 것이 귀납적으로 정당하게 추론될 경우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올바른 대답은 철수가 수업에 간다 로부터 영희가 수업에 간다 는 것이 연역적으로 올바르게 추론 될 경우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어떻게 연역적으로 추론될 수 있 을까? 그렇다. 다른 전제가 추가되어야 한다. 가령 철수가 수업에 가 면 지수가 수업에 가고, 지수가 수업에 가면 영희가 수업에 간다 는 전제를 추가하게 되면, 철수가 수업에 간다 는 전제로부터 영희가 수업에 간다 는 결론을 연역적으로 올바르게 추론할 수 있게 되고, 이런 근거에서 애초의 조건문 철수가 수업에 가면 영희가 수업에 간 다 가 정당화된다. 물론 필요한 전제가 꼭 위의 명제일 필요는 없다. 가령 철수가 가는 곳은 어디나 영희도 간다 는 전제를 추가해도 마 찬가지로 우리는 철수가 수업에 간다 로부터 영희가 수업에 간다 를 추론해 낼 수 있고, 따라서 애초의 조건문 철수가 수업에 가면 영희가 수업에 간다 가 마찬가지로 정당화된다. 이렇게 본다면 조건 문 A C가 참이 되는 조건은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야 한다. 전건 A와 합쳐져 후건 C를 연역적으로 추론하게 하는 어떤 참인 진술(들)이 있다. 이병덕은 C가 우연적 명제일 경우 이것이 참이 되는 경우는 A로부 터 C로의 추론이 귀납적으로 정당화되는 경우라고 생각하였다. 그러 나 그보다는 A로부터 필요하다면 다른 전제를 함께 써서 C가 연역 적으로 추론되는 경우에 그 조건문이 정당화된다고 보는 것이 더 적 절해 보인다. 다시 말해 A로부터 C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어느 경우 이든 엄밀한 연역추론이지 귀납추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285 구하고 A C가 경험적 내용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전건으로부터 후건으로의 추론 과정에 다른 전제들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 연적 조건문과 우연적 조건문의 차이는 전건만 가지고서 후건이 연 역적으로 추론되느냐 아니면 다른 전제를 추가해야 추론되느냐에 있 는 것이지, 이병덕이 생각한 것처럼 전건으로부터 후건이 연역적으로 추론되느냐 귀납적으로 추론되느냐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원 배, 2011, pp. 94-96.) 최원배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필연적 조건문과 우연적 조건문 의 차이는 전건만 가지고 후건이 연역적으로 추론되는지, 아니면 다른 전제를 추가함으로써 연역적으로 추론되는지에 달려 있다. 다 시 말해서, 우연적 조건문 A C 가 참이 되는 경우는 A 에 필요 한 숨은 전제를 추가하여 C 가 연역적으로 추론되는 경우이다. 전건 A 에 숨은 전제를 추가하여 C 를 연역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A C 가 성립하는 경우들이 있음을 필자는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직설법적 조건이 이런 방식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들이 있다는 사실과 직설법적 조건문은 오직 이런 방 식으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다르다. A C 형태의 직설법적 조건문을 오직 A 로부터 C 를 (필요하면 숨은 전제를 추가하여) 연역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왜 이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한 가지 예를 고 려해 보자. (4) 지금까지 관찰된 까마귀들은 모두 검은색이었다. (아마도) 앞으로 관찰될 까마귀들도 모두 검은색 일 것이다. 우리는 위 전제와 결론 사이에 정당한 추론관계가 성립함을 명시 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직설법적 조건문을 사용할 수

286 이병덕 있다. (4') 만일 지금까지 관찰된 까마귀들이 모두 검은색이 었다면, 앞으로 관찰될 까마귀들도 모두 검은색일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예측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조건문을 자주 사용한 다. 그리고 위와 같은 조건문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그 어떤 좋 은 이유도 없다. 다시 말해서, A 는 지금까지 관찰된 까마귀들은 모두 검은색이었다 이고, C 는 앞으로 관찰될 까마귀들도 모두 검 은색일 것이다 라고 할 때, 우리는 A C 와 같은 직설법적 조건 문을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A 에 추가함 으로써 A 와 함께 C 를 연역적으로 추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숨 은 전제가 있는가? 애당초 귀납추론인 것을 연역추론으로 변환시켜 줄 수 있는 숨은 전제는 과연 무엇인가? 위의 직설법적 조건문이 (4)와 같은 귀납추론의 전제와 결론사이의 추론관계를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A 에 추가됨으로써 A 와 함께 C 를 연역적 으로 추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숨은 전제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다. 위 경우에 A 는 과거사실에 관한 주장이고 C 는 미래사실에 관한 주장이기 때문에 A 에 추가됨으로써 A 와 함께 C 를 연역 적으로 추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추가 전제는 C 또는 C 를 함 축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이것은 결론 C 를 귀납적으로 옹호하는 A 의 원래 역할을 부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4')이 (4)와 같은 귀납추론의 전제와 결론사이의 추론관계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도입된 직설법적 조건문이라는 가정을 부인하는 것 이다. 또한 이것은 미래예측과 관련된 직설법적 조건문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와 같은 직설법적 조건문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더 나아가,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287 그렇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그 어떤 좋은 이유도 없다. 따라서 우 연적 조건문 A C 가 참이 되는 경우는 오직 A 에 필요한 숨은 전제를 추가하여 C 가 연역적으로 추론되는 경우라는 최원배 교수 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5. 끝으로, 귀납적 결론이 거짓으로 밝혀졌을 경우에 관련된 귀 납추론의 정당성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지금 시점 T까지 관찰된 고니들은 모두 흰색이었다. (아마도) 앞으로 관찰될 고니들도 모두 흰색일 것 이다. 필자의 견해에 따르면, 정당화되는 귀납추론은 실천추론에 의해 정 당화될 수 있다. 예컨대, 위의 귀납추론은 다음과 같은 종류의 실 천추론이 옳을 때 정당화될 수 있다. (α) (P 1 ) 우리가 x는 고니이다 와 x는 흰색이다 사 이에 왜 지금까지 항상적 연언이 성립해왔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하고, 또한 이와 같은 항상적 연언이 앞으로도 계속 성립할지에 대해서도 예측 하고자 한다. (P 2 ) (관련된 사실들을 고려해 봤을 때) x는 고니이 다 와 x는 흰색이다 사이에 법칙적 관계가 성립 한다는 가설은 위의 인식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최 선의 가설이다. (C) 우리는 x는 고니이다 와 x는 흰색이다 사이 에 법칙적 관계가 성립한다는 가설을 받아들일 것 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고니들은 흰색이다 를 받아들일 것이다.

288 이병덕 위의 귀납추론의 경우에 우리는 왜 지금 시점 T까지 관찰된 고 니들이 모두 흰색이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고, 또한 앞으로 관찰될 고니들이 모두 흰색일지에 대해서도 예측하고자 한다. 그런 데 우리가 갖고 있는 경험적 증거는 단지 지금 시점 T까지 관찰된 고니들은 모두 흰색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고니와 같은 생물종 과 생물종의 색의 관계에 관한 우리의 배경지식을 토대로 판단할 때, 지금까지 관찰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고니들이 모두 흰색이었다는 사실은 단지 우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니 라는 생물종의 유전인자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종 류의 이유에 의해서 x는 고니이다 와 x는 흰색이다 사이에 지금 까지 항상적 연언관계가 성립한 것은 단지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보다는 법칙적 관계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이 설명력과 예측력 에 있어서 (관련된 사실들을 고려해 봤을 때) 최선의 가설일 수 있 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관찰한 고니들이 모두 흰색이 었는지를 설명하고, 또한 앞으로 관찰될 고니들도 모두 흰색일 것 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다. 즉 흰색이 아닌 고니가 발견된 적이 없는 T 시점에서 (α)의 첫 번째 전제는 정당화될 수 있는 인식목적이다. 또한 우리는 x는 고니이다 와 x는 흰색이다 사이에 항상적 연 연관계가 법칙적 관계임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가 의도하는 설명과 예측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관찰된 고니들이 모두 흰색이었던 이 유는 x는 고니이다 와 x는 흰색이다 사이에 법칙적 관계가 성립 하기 때문이다. 즉, 모든 고니들이 흰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 로 관찰될 고니들도 모두 흰색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x는 고니이다 와 x는 흰색이다 사이에 법칙적 관계 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x는 고니이다 와 x는 흰색 이다 사이에 법칙적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 설명력과 예측력에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289 있어서 최선의 가설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α)의 두 번째 전제 도 정당화될 수 있는 전제일 수 있다. 이처럼 (α)의 두 전제들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우리는 이를 토대로 모든 고니들은 흰색이다 라는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 다. 2) 그런데 현재 우리는 검은색 고니가 존재함을 안다. 다시 말해서, 위 귀납추론의 결론은 거짓이다. 이 경우에 우리는 만일 지금 T시 점까지 관찰된 고니들이 모두 흰색이었다면, (아마도) 앞으로 관찰 될 고니들도 모두 흰색일 것이다 라는 직설법적 조건문을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 위의 귀납추론이 여전히 정당화된 다고 말할 수 있는가? T 시점에서 실천추론 (α)은 정당하게 주장 될 수 있는 추론이었다. 즉 우리는 (α)의 두 전제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검은색 고니가 존재함을 아는 현 시점에서 우리 는 (α)의 두 전제들을 더 이상 승인할 수 없다. 우리는 현재 x는 고니이다 와 x는 흰색이다 사이에 항상적 연연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α)의 첫 번째 전제에서 언급된 인식목적이 합 리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또한 (관련된 사실들을 고려해 봤을 때) x는 고니이다 와 x는 흰색이다 사이에 법칙적 관계가 성립한 다는 가설이 위의 인식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가설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α)는 타당한 실천추론이지만, 건전한 추론은 아니다. 따라서 반례가 발견되기 이전 시점에서 만일 지금 까지 관찰된 고니들이 모두 흰색이었다면, 앞으로 관찰될 고니들도 모두 흰색일 것이다 는 정당하게 주장될 수 있는 직설법적 조건문 이었지만, 반례가 발견된 이후 시점부터는 더 이상 정당하게 주장 될 수 없는 직설법적 조건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이와 같은 실천추론의 정당화에 관한 자세한 논의를 위해서는 필자의 2009 년 논문 실천추론에 의한 귀납의 정당화 와 2011년 논문 A Constructivist Solution to the Problem of Induction 을 참조하기 바람.

290 이병덕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A C 가 귀납적으로 정당화되기 때문 에 A C 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에 A 가 참이고, C 가 거짓인 경우를 미리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A C 를 정당 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A 가 참이고, C 가 거짓일 가능 성, 즉 A C 가 거짓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논란 없는 원 리에 관련해 필자가 문제를 삼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렇지 만 현재 C 가 거짓임이 알려진 상황에서, 예컨대 검은색 고니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A C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C 가 거짓임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 아마도 C일 것이다 라는 개연성 주장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부적절하기 때 문이다. 다시 말해서, C 가 거짓임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는 A C 가 귀납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C 가 실제로는 거짓이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A C 가 귀납 적으로 정당화되는 추론일 수 있고, 이런 경우에 우리는 A C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고, 또한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A C 가 참임을 논리적으로 함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경우 에 A C 는 거짓일 수 있기 때문이다. 6. 결론적으로, 최원배 교수의 반론들은 필자의 견해를 부정확하 게 이해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다. 첫째, 필자는 (연역추론으로서의) 전건 긍정식의 타당성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A C 가 귀납적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에 A C 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A& C 가 참일 수 있는 가능성과 양립한다. 둘째, A C 가 성립한다는 사실이 A C 가 참임을 함축하지 않는다고 해서, 직설법적 조건문이 질료적 조건문보다 약한 진리조건을 갖는 다는 사실이 함축되지 않는다. 애당초, 양자사이의 관계는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약한 (또는 강한) 진리조건을 갖는지 여부를 논의하

논란 없는 원리와 최원배 교수의 반론 291 는 것이 부적절한 관계이다. 셋째, 우연적 조건문 A C 가 참이 되는 경우는 오직 A 에 필요한 숨은 전제를 추가하여 C 가 연역 적으로 추론되는 경우라는 최원배 교수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요컨대, 최원배 교수의 비 판들은 필자의 견해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끝으로,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 논문에서 논의된 여러 오해들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필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논란 없는 원리와 이행 원리는 필자의 2008년 논문 직설법적 조건문에 대한 추론주의적 설명 의 초점이 아니었고, 따라서 필자가 이 원리들을 부정하는 이유들에 대해 명료하고, 자세한 논의를 제시하지 않았다. 필자의 이번 논문이 이전 논의의 불명료성과 불충분성을 어느 정 도 해소시켜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3) 3) 이 논문의 심사를 맡아 유익한 지적을 해준 익명의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 다.

292 이병덕 참고문헌 송하석 (2008), 직설법적 조건문의 의미론: 성향적 분석과 추론주 의적 설명에 관하여, 철학적 분석 18호, pp. 167-177. 이병덕 (2008), 직설법적 조건문에 대한 추론주의적 설명, 철학 적 분석 17호, pp. 135-164. 이병덕 (2009a), 직설법적 조건문에 대한 추론주의적 설명과 송하 석 교수의 반론, 철학적 분석 19호, pp. 139-147. 이병덕 (2009b), 실천추론에 의한 귀납의 정당화, 논리연구 12 집 2호, pp. 59-88. 최원배 (2011), 논란 없는 원리를 둘러싼 최근 논란, 논리연구 14집 3호, pp. 85-99. Byeong D. Lee (2011), "A Constructivist Solution to the Problem of Induction", Dialogue 50, pp. 95-115. 성균관 대학교 철학과 Department of Philosophy, Sungkyunkwan University bydlee@skku.edu

The Uncontested Principle and Wonbae Choi's Objections Byeongdeok Lee In my previous article "An Inferentialist Account of Indicative Conditionals" and "An Inferentialist Account of Indicative Conditionals and Hasuk Song's Objections", I argued that the so-called Uncontested Principle is not uncontestable. According to the Uncontested Principle, an indicative conditional 'A C' logically implies a material conditional 'A C'. In his recent paper "On the Recent Controversies surrounding the Uncontested Principle" Wonbae Choi presents three objections to my claim. First, my denial of the Uncontested Principle implies rejecting modus ponens. Second, my denial of the Uncontested Principle is tantamount to taking the truth-conditions of an indicative conditional as weaker than those of a material conditional, which are usually taken to be the weakest among conditionals. Third, my view that we can warrantedly assert 'A C' even when 'A C' is inductively justified is based on a misunderstanding of the way in which indicative conditionals are justified. In this paper I argue that Choi's objections are all based on misunderstandings of my view. First, I do not deny the validity of modus ponens (as a form of deductive reasoning). Second, the fact that the inductive warrantability of 'A C' does not imply the truth of 'A C' does not show that the truth-conditions of an indicative

부 록 305 conditional is weaker than those of a material conditional. Third, Choi's claim that a contingent conditional 'A C' is true only when 'C' can be deductively derived from 'A' in conjunction with a hidden premiss is not well grounded, nor does it fit the facts. Key Words: Indicative conditionals, Material conditionals, Uncontested principle, Modus ponens, Wonbae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