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Media Trend 08-12호 통권 32호 NFL과 컴캐스트의 중계권 분쟁 2) 1. 들어가며 곽 동 균 * 지난 10월 10일, FCC 미디어국(Media Bureau)에서는 미식축구 리그 NFL(National Football League, 이하 NFL) 중계와 관련된 결정을 하나 내렸었다. 1) 자세한 내용은 이후에 살펴보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케이블TV 업체가 특정 채널을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고급 패키지로 편성하는 것은 차별의 소지가 있으니 시정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정 에 대해서 행정법령 판사 2) 가 60일 이내인 12월 5일까지 최종 판결을 내려달라는 것이 주된 결정 내용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 건을 맡은 행정법령 판사가 FCC가 제시한 기한이 촉박해 서 지킬 수 없다며, FCC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 견해를 밝히면서 현재 향후 이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 관련 당사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프로스포츠의 천국 이라는 미국에서도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종목 이 미식축구이다 보니, NFL 중계권료는 우리 돈으로 조 단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렇게 고가의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콘텐츠이다 보니, 이에 따른 분쟁도 적지 않은 편인데, 특히 미국 최대의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Comcast)와의 분쟁은 꽤 여러 가지 함의가 있어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비록 NFL이 메이저리그 야구(MLB)나 농구(NBA)와 비교해서 우리나 라에서는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지만,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가 유료 방송 업체와 분쟁을 일으킨 점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울 뿐 아니라, 이것이 이미 유료방송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의 하나인데다, 향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 는 스포츠 콘텐츠와 관련된 분쟁이라는 점에서 꽤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따라서 이 글에 * 인디애나대학 박사과정, dkkwak@indiana.edu 1) 실제로는 NFL이 소유한 NFL Network만 대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고, WealthTV 등 비슷 한 유형의 사례에 일괄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FCC, DA 08-2269). 2) 행정법령 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 ALJ)는 FCC 등과 같은 미국의 연방 행정기구와 이 행정기구의 결정에 불만을 가진 민원인 사이의 분쟁을 심사하고, 판단하는 것을 주요 업 무로 하는 재판관으로, 행정기구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받는다. December 2008 54
NFL과 컴캐스트의 중계권 분쟁 서는 이번 분쟁의 개요를 살펴보고, 이 문제가 향후 유사한 유형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떤 교훈을 줄 것인지 한번 검토해보고자 한다. 2. NFL 경기 중계 구도와 NFLN FCC가 해결해야 할 이 분쟁의 전후 사정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NFL 중계 구도에 대해서 좀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NFL이 직접 운영하는 NFL Network(이하 NFLN)가 관련된 이번 일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NFL의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는 지상파 네트워크인 CBS, Fox, NBC와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 NFL 자체 네트워크인 NFLN 등이다. 이 중 CBS와 Fox는 2011년 시즌까지, NBC는 2012년 시즌까지, ESPN은 2014년 시즌까지 계약되어 있는데, 연간 중계권료는 CBS(약 6억 2천200만 달러), Fox(약 7억 1천 200만 달러), NBC(약 6억 5천만 달러), ESPN(약 11억 달러) 정도다. 3) NFL은 지난 1994년 부터 NFL 일요일 티켓(Sunday Ticket) 이라는 이름으로 위성방송인 DirecTV를 통해 특별 패키지를 판매 중인데(연간 189달러), 여기에 가입하면 해당 지역에 중계되는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도 거의 모두 시청할 수 있다. 이 상품을 판매하는 대가로, NFL은 DirecTV 에서 연간 7억 달러 정도를 받고 있다. 이렇게 거대한 TV 콘텐츠로 자리잡은 NFL이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모습으로 정착한 것은 1970년대 이후로, 당시 별도의 리그로 출발해서 운영 중이던 AFL이 먼저 활성화되어 있던 NFL과 1970년 공식적으로 합병하면서 지금과 같이 아메리칸 풋볼 컨퍼런 스(AFC)와 내셔널 풋볼 컨퍼런스(NFC)라는 두 개의 컨퍼런스로 나뉘는 체제를 완성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추가로 팀이 생겨서 현재는 각 컨퍼런스에 16개 팀씩, 네 개 지구에 네 팀씩 나뉘어 소속되어 있으며, 현행 방송 중계 계약에 따르면 이들 경기 중 AFC 팀이 원정하 는 경기는 CBS가, NFC 팀이 원정하는 경기는 Fox가 원칙적으로 중계하며, 4) 경기는 일반적 으로 일요일 오후 1시와 4시 15분(미국 동부 시각 기준)으로 나눠 열리는 게 보통이다. 미식축구에 보내는 미국인의 각별한 애정은 당연히 방송사들의 이 종목 중계 역사에도 반영되어 있어서, 태동기인 1930년대 후반 NBC가 가장 먼저 중계를 시작한 이래, 주요 3) http://wiki.answers.com/q/what_were_the_nfl%27s_tv_revenues_in_2006 참조. 4) 당연히 AFC 소속 팀끼리 벌이는 경기는 CBS가, NFC 소속 팀끼리 벌이는 경기는 Fox가 원 칙적으로 중계권을 갖는다. 55
Trend Analysis 네트워크가 가장 큰 중계권 경쟁 종목의 하나로 성장해왔다. 특히 합병 이후 한국에도 잘 알려진 두 컨퍼런스 챔피언들끼리 단판 승부를 벌이는 슈퍼볼(Super Bowl) 체제가 도입되 면서 NFL 인기는 더욱 높아졌고, 슈퍼볼은 특정 국가의 단일 종목 결승전이라기보다는 전 세계인의 높은 관심을 끄는 이벤트로 발전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연히 높은 시청률과 그에 따르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광고료를 기록한다. 5) 그런데 이처럼 흥행성이 높은 콘텐츠이다 보니, 이를 방송시장의 경쟁우위 전략으로 활용 하기 위한 움직임도 오래전부터 일기 시작했다. NFL 중계권 보유 여부에 따라서 방송사의 시청률에 큰 부침이 생기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중계권료가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르고, 중계권료 부담 때문에 NFL 중계를 일시적으로 포기했던 방송사는 경쟁 방송사에 시청률에 서 밀리자, 고육책으로 다시 부담스러운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중계권 확보 경쟁에 나서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NFL 쪽에서는 1960년대 중반부터 흥행을 위해서 월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에 한 경기를 별도로 배정해서 치르는 방법을 시도해왔고, 이런 시도가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드러나자 결국 1970년부터 정식으로 월요일 밤의 풋볼(Monday Night Football, 이하 MNF) 이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당시 MNF의 중계권은 NFL 양 컨퍼런스 중계권이 없었던 ABC가 구매했는데, 이런 NFL과 ABC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6) MNF 프로그램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MNF는 이후 엄청난 시청률 7) 을 매주 보장해주는 효자상품으로 떠올랐고, 이후 2005년 중계권이 ABC의 관계회사인 ESPN 8) 으로 넘어가기까지 무려 35년간 ABC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5)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역대 시청률 10위 프로그램 중 슈퍼볼 중계가 4회나 포함 되어 있다고 한다. 6) 사실 처음 NFL의 제안을 ABC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NFL 쪽이 ABC가 중 계권을 사지 않으면 다른 독립방송사에 넘기겠다고 위협하자, 제휴 방송국들의 이탈로 안 그래도 가장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ABC의 시청률이 더욱 추락할 것을 염려해서 결국 제 안을 받아들였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크게 성공해 NBC와 CBS에 비해 상당히 뒤처지는 방송사였던 ABC가 자리를 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7) 1970년 9월 21일에 처음 MNF를 중계했는데, 당시 뉴욕 제츠 팀과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팀 의 경기는 무려 33%의 시청점유율을 올렸다고 한다.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MNF는 1985년 12월에 열린 마이애미 돌핀스와 시카고 베어스의 경기로 29.6%의 시청률과 46% 점 유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8) 지난 1996년 월트디즈니사가 ABC의 새 주인이 되면서, 디즈니사가 ESPN의 실질적인 주인 이 되었지만, 원래 ESPN은 1984년부터 ABC가 소유권을 가진 자회사였다. December 2008 56
NFL과 컴캐스트의 중계권 분쟁 특정 종목에서도 한 경기만 별도로 떼어내 편성한 것이 이처럼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NFL, 나아가 미국 프로스포츠 중계 배경에 대한 지식이 조금 더 필요하다. 대부분 나라가 그런 것처럼 미국에서도 프로스포츠는 철저히 지역 연고를 바탕으 로 경기를 치르고, 흥행이 된다. NFL도 마찬가지로 지역 연고 팀과 상당히 강하게 밀착되어 있는데, 이런 밀착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바로 철저히 지역별로 나뉜 중계 시스템이다. MLB는 대체로 TV 중계권을 각 구단이 가지는데 비해서, NFL은 리그 사무국이 소유하고, 일괄적으로 방송사들과 계약해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가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각 지역 주민들은 연고 지역 팀의 중계를 자주 접하게 되는 점은 비슷하다. NFL은 홈팀의 경기는 이른바 중계 차단 조항(Blackout Rule) 9) 이 발효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연고 지역 TV 마켓 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연고 팀의 경기가 중계되는 동안에는 비록 중계권을 확보한 경쟁 방송사의 제휴 방송국이라 하더라도 다른 NFL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다. 결국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자기 홈팀의 경기만 안정적으로 시청할 수 있을 뿐, 다른 팀의 경기는 고정적으로 볼 수가 없도록 되어 있다. 당연히 연고 팀에 대한 정보와 애정이 다른 팀에 비해서 많아지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은 지역 연고 팀이 정착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이른바 전국구 팀 이라 불리는, 전국적으로 팬들을 몰고 다니는 팀이 나오기 쉽지 않고(물론 댈러스 카우보 이스 같은 팀이 미국의 팀 으로 불리긴 한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는 선수가 나오기 어려워 져서 리그 전체의 흥행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야구와 달리 미식축구는 종목 자체가 격렬하고, 체력 소모가 극심하기에 모든 팀은 일주일에 딱 한 경기만 소화할 수 있는데, 이렇다 보니 스케줄을 규칙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NFL은 모든 경기를 원칙적으로 일요일 오후 1시와 4시 15분이라는 두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소화하 는 것이며, 이것이 앞서 말한 홈팀 위주의 중계 관행과 맞물리면, 특정 팀의 경기는 자기 연고 지역 이외에는 소개될 기회가 매우 드물 수밖에 없다. 이러던 차에 다른 팀들이 경기를 이미 치른 월요일에, 그것도 황금 시간대에 경기를 편성 9) NFL에서는 TV 중계가 홈팀의 관중 동원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을 들어 홈팀 경기의 입장권이 경기 시작 3일 전(72시간 이전)까지 매진되지 않을 경우 경기장 이 포함된(반경 75마일) 지역방송 시장에서는 홈팀의 경기를 중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를 지난 1973년부터 시행해왔다. 대부분 팀은 연간회원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경기가 매진 되지만, 일부 비인기 팀은 간혹 이 규제를 적용받아 해당 지역 팬들이 경기 중계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57
Trend Analysis 해 MNF는 해당 연고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방송할 수 있게 되어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를 얻고, 선수들이나 팀도 전국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이점이 생기는 것이 다. 당연히 그 경기의 전국 시청률은 보통의 일요일 경기에 비해서 높을 수밖에 없고, 구단이 나 선수들도 황금 시간대에 소개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미 전역의 NFL 팬들은 일요일 경기가 끝난 뒤 남는 아쉬움을 NFL 경기를 덤으로 월요일에 한 경기 더 보면서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니 상업적 성공을 위한 토대가 충분한 셈이다. 10) 오랫동안 NFL은 이처럼 황금 시간대에 편성하는 경기는 MNF 하나만 유지하는 체제로 운영하면서 MNF의 상업적 성공을 이끌면서 중계권료를 추가로 확보하는 이득을 올려왔고, ABC는 방송사대로 시청률 경쟁에서 늘 뒤지던 방송사라는 이미지를 깨는 데 성공해 경쟁에 서 도태되지 않고 생존하는 데 성공하는 듯 보여, 이른바 리그와 방송사가 서로 윈-윈 하는 균형점을 낳으면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오랜 균형은 NFL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NFL의 야심으로 점차 변화가 생긴다. 중계권료 부담이 높아질수록 방송사는 오히려 적자를 보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져 있던 차에, 1990년 대 중반 새로 전국 네트워크 사로 등장한 Fox가 공격적인 투자로 NFL 중계권 확보(1994년) 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NFL 중계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방송사였던 NBC가 지난 1997년, 사실상 40년 넘게 중계해오던 NFL 중계를 중계권료 부담 때문에 포기하면서 CBS와 Fox가 NFL을 중계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NBC는 NFL 중계권을 포기한 대가 로 시청률에서 경쟁사에 크게 뒤지는 낭패를 보자, 절치부심하던 끝에 2006년 시즌부터 다시 일요일 황금 시간대 중계권을 사들였다. 이 일요일 황금 시간대 경기 역시 원래는 MNF의 성공을 목도한 NFL이 이를 확대해서 수익을 더욱 높이려는 야심을 품은 결과물이다. 지난 1987년부터 시작된 이 시간대 편성은 황금 시간대 경기를 월요일에만 여는 게 아니라,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도 하나 더 편성해서 별도로 중계권을 팔 수 있으리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저녁 시간대는 아무래도 월요일보다 TV를 시청하는 데 부담이 덜한 시간대인데다 경기 일정 역시 요일을 다르게 편성함으로써 다음 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MNF의 문제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예상대로 NFL의 시도는 적중해서 이 일요일 밤의 풋볼(Sunday Night 10) 실제로 MNF가 정착하면서 여러 파급효과(월요일 저녁 극장 관객 수가 감소하고, 다른 스 포츠 리그의 대회 일정이 조정되는 등)가 생길 정도로 이 프로그램의 사회적 영향력은 일 반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컸다. 물론 그만큼 NFL에 보내는 미국인의 관심과 사랑이 각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December 2008 58
NFL과 컴캐스트의 중계권 분쟁 Football, 이하 SNF) 은 NFL의 또 다른 인기상품이 되었고, 당시 케이블업계 최고의 스포츠 채널이던 ESPN(1990년부터 1997년까지는 또 다른 채널인 TNT와 중계를 반분)이 중계를 맡아 전국의 케이블 SO들을 통해서 NFL 팬들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이 SNF는 결과적으로 MNF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면서 이후 ABC가 MNF를 포기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지 만, NFL은 MNF의 중계권을 결국 ABC의 관계회사인 ESPN에 고가에 팔아넘겨 결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중계권 패키지 수를 하나 더 늘리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2005년부터 케이블 과 위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ESPN으로 MNF 중계권이 넘어가면서 시청률 면에서 과거보 다 적지 않은 하락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전히 MNF는 케이블업계에서는 최고의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케이블 쇼로 남아 있다. 11) 어쨌든 현재 문제가 되는 NFLN을 둘러싼 논란은 바로 이러한 NFL의 높은 인기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NFL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미식축구의 인기를 더욱 높이 고, 팬 기반을 확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급기야 2003년, 자체적으로 NFLN을 창설한 것도 모자라, 2006년 시즌부터는 이 채널을 통해 직접 NFL을 중계하고 나서면서 이 채널의 운영과 편성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다시 크게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12) 사실 현재 이 채널을 통해 직접 생중계되는 경기는 한 시즌에 후반기 8경기에 지나지 않는다. 13) 따라서 비시즌 동안에는 드래프트에 나올 신인들의 실력 테스트를 위한 소집 점검(이를 NFL 스카 우팅 컴바인 scouting combine이라고 한다), 드래프트 중계, 시범경기 중계, 역대 하이라이 트, 팀별 트레이닝 캠프 소개 등 NFL 관련 프로그램들로 주로 편성되어 있다. 시즌 중에는 추수감사절을 전후해서 시작되는 후반기 8경기 생중계를 중심으로, 경기 전망과 분석, 하이 11) 일례로 지난 2007년에는 케이블 부문의 12개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 중 11개가 MNF였다고 한다(http://www.newser.com/story/13466/mnf-sets-cable-ratings-record.html). 12) 미국에서 스포츠 기구가 직접 중계를 위한 PP를 설립해서 사업을 벌이는 것은 NFL만은 아니다. 이미 NBA가 NBA TV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서부 지역의 대학 스포츠 지역 컨퍼런스인 빅텐 컨퍼런스 가 자체적으로 컨퍼런스 소속 팀의 스포츠 경기를 주로 중계하기 위한 빅텐 네트워크 를 설립해서 운영하는 등, 콘텐츠 원천 보유자들이 방 송 채널을 소유하려는 경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향은 기존의 스포츠 채널은 대 체로 시청률이 보장되는 경기를 중심으로 중계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소속 팀의 일 부가 중계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생기는데다, 중계권료 협상에서도 스포츠 채널의 담합을 막고 높은 값을 받아내기 위해서 자체 채널이 꽤 유용하다고 믿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3) NFL은 현재 한 팀이 한 시즌에 총 16경기를 치르며, 시즌 중 한 주의 휴식(이를 bye week 라고 한다)을 포함해서 17주 동안의 정규 시즌 결과로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린다. 59
Trend Analysis 라이트와 재방송 등이 주를 이룬다. 결국 현재 NFL은 지상파로는 CBS와 Fox가 양 컨퍼런스 정규 경기와 플레이오프 경기 중계권을 대다수 행사하는 가운데, NBC가 16경기로 구성된 SNF 패키지 중계권을, ESPN이 MNF 패키지 중계권을 통해 16경기 생중계권을, 그리고 NFLN이 8경기 생중계권을 행사하 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위성인 DirecTV를 통해 거의 전 경기를 볼 수 있는 패키지가 판매되 고 있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리고 핵심 분쟁은 최근에 등장한 NFLN과 MVPD들 사이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컴캐스트가 대표적인 분쟁 당사자인 셈이다. 3. 컴캐스트와 NFLN의 분쟁 2003년 NFL이 자체 네트워크인 NFLN을 개국한 이후, 업계에서는 이 네트워크의 출현으 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숱한 분쟁이 발생해왔는데, 14)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제1위의 케이블업체인 컴캐스트와 NFLN의 분쟁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사안은 겉으로는 비교적 단순한 분쟁이다. 컴캐스트는 NFLN을 기본형 스포츠 패키지 대신 더 요금이 비싼 패키지에 포함시키려 하지만, NFLN은 컴캐스트의 이런 대응이 자신들과 지분 관계로 얽히지 않은 독립 네트워크를 차별하는 것이라며, NFLN 이 기본형 스포츠 패키지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컴캐스트는 자신들이 소유한 스포츠 네트워크인 Versus와 또 다른 스포츠 채널인 골프채널(The Golf Channel) 15) 은 기본형 패키지에 포함시킨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이 문제에 대해서, 그러나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엇갈린 주장을 펼치는 통에 정책당국인 FCC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논란을 낳는 상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실제로 NFL 경기는 미국의 지상파방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의 하나이며, 이 콘텐츠의 TV 방영권을 얻기 위해 주요 지상파 네트워크들은 엄청난 금액을 14) 초기에는 생중계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계권을 소유한 기존 방송사와 분쟁이 생기 는 일이 거의 없었다. 생중계 8경기가 포함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새로운 중계권 계약이 발효했고, 이 새로운 중계권은 이미 NFLN이 중계하는 8경기 몫을 감안해 보정했다고 보 아야 옳지만, 실제로 중계권료 자체가 많이 올랐다. NFL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 기 때문에 방송사들로서도 비싼 중계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15) 이 채널 역시 컴캐스트와 제휴한 PP들의 모임인 Comcast Networks(http://www.comcastnetworks.com) 에 포함된 채널이다. December 2008 60
NFL과 컴캐스트의 중계권 분쟁 지불하고 있으며, 많은 시청자들은 자기 지역 연고팀 경기는 거의 대부분 지상파나 케이블 과 위성을 통해 재전송되는 채널로 시청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 대목이다. NFL이 NFLN을 만들고, 이를 보급하기 위해서 MVPD들과 많은 협상을 했으나, 상당수 MVPD가 대역폭 제한 등의 이유를 들어 NFLN 전송을 거부하면서 NFLN의 보급 계획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졌다. 급기야 NFL에서는 NFLN의 상품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2006년부터 리그 진행 후반기 8주 동안의 경기 중 매주 한 경기씩을 목요일에 별도로 편성해서 이 경기들의 중계권을 NFLN에 독점으로 주기 시작했다. 사실 원래 이 8경기 중계권 자체를 노린 MVPD 들이 꽤 있었다. 컴캐스트도 그중 하나였음은 물론이다. 처음 NFLN이 보급에 차질을 빚자 NFL은 미국 최대의 케이블TV 회사인 컴캐스트와 협정을 맺는데, 협정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컴캐스트가 이 8경기 중계권이나 DirecTV에서 판매하는 NFL 일요일 경기 관람표 판매권을 얻는 데 협조하는 대신, 컴캐스트는 NFLN을 디지털 기본 패키지에 포함하기로 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때가 2004년 8월이었다. 이 협상 합의문은 이후 양측의 분쟁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는데, 이 협정문에는 2006년 1월까지 양쪽이 일요일 경기 관람표나 8경기 중계권을 둘러싼 조항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컴캐스트가 NFLN의 티어(tier)를 변경 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4년 11월, NFL은 DirecTV가 갖고 있던 일요일 경기 관람표 판매권을 2010년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계약을 갱신하기에 이르고, 이후 2006년 1월에는 양쪽 대표가 만난 회담이 결렬된 직후 NFL은 8경기의 생중계 권을 컴캐스트가 아닌 NFLN에 주기로 결정한다. 컴캐스트는 당연히 이 협정문의 조항을 근거로 2006년 9월 24일, NFLN을 기존의 디지털 기본 티어에서 프리미엄 스포츠 티어로 바꾼다는 결정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NFL에서는 협정문에 이 조항이 들어간 것은 컴캐스트의 일방적인 요구 때문이라며, 뉴욕 법원에 컴캐스트를 제소하는데, 이때가 2006 년 10월이다. 결과적으로 NFLN은 가장 인기 있는 NFL 8경기를 자신들이 직접 생중계함으로써, 채널 의 가치를 높여 MVPD들이 NFLN을 전송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전략을 택한 셈이지만, 가장 큰 MVPD인 컴캐스트는 NFL이 약속을 어겼다고 판단하고 실력행사에 돌입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양쪽이 2004년 맺은 협정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특히 NFL은 2004년 협정에서 8경기 생중계권을 위해서 컴캐스트가 NFLN과 관련해 가입자 1인당 면허료(license fee)를 0.55달러 인상하는 데 합의하지 않을 경우, 컴캐스트에 제공하는 NFLN에는 8경기의 생중계 대신 대체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었는데, 결국 2006년 7월 컴캐스트가 이런 면허료 인상에 동의함으로써 8경기 생중계권 61
Trend Analysis 문제가 해소된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 컴캐스트는 NFLN의 티어를 변경할 수 있는 자신들의 권리가 유효하다는 것을 NFL 쪽에 확인시킨 뒤 면허료 인상에 동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 면서 컴캐스트의 주장과 달리 8경기 생중계권이 NFLN으로 넘어간 이상 예외 조항에 따라 컴캐스트가 NFLN의 티어를 변경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2007년 5월, 뉴욕 법원은 일단 컴캐스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16) 컴캐스트가 NFLN의 티어를 바꾼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인 셈이다. 이에 따라 컴캐스트는 NFLN에 공식 적으로 거의 모든 컴캐스트 사업구역에서 NFLN을 프리미엄 티어로 변경할 것이라고 통보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이듬해인 2008년 2월, 양쪽의 합의문 자체가 몹시 모호하여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며 조정을 권고했고, NFLN은 이 문제를 결국 FCC로 들고 와서 제소하게 이른다. 당연히 컴캐스트는 이 사안은 FCC의 개입 대상이 아니므로, 제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고 맞섰지만, FCC는 지난 10월, 사실상 NFLN의 손을 들어주면서, FCC 행정법령 판사에게 60일 이내에 권고안을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17) FCC가 결정한 내용의 골자는 이 사안이 FCC의 제소 대상일 뿐 아니라, 컴캐스트가 자신 들과 협력 관계를 맺은 Versus나 골프채널은 기본 티어에 속하게 하고, 자신들과 비협력 관계인 NFLN만 프리미엄 티어로 옮긴 것은 협력 관계인지 아닌지에 따라 차별할 수 없도록 한 FCC 규정 18) 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했고, 일요일 경기 관람표나 8경기 생중계권 취득이 무산되자, NFLN의 티어를 기본형에서 프리미엄으로 변경한 컴캐스트의 조치는 재정적 이득을 조건으로 편성할 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19) 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행정법령 판사가 FCC의 결정 사항을 사실상 거부한 점이다. FCC의 결정이 내려 진 지 한 달 뒤인 지난 11월 19일, FCC 행정법령 판사인 아서 스타인버그(Arthur Steinberg) 는 FCC가 결정 시한으로 제시한 60일이 비현실적 이라면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컴캐스트가 NFLN을 당초 의도대로 프리미엄 티어로 옮긴 상황을 유지해도 좋다고 판결했 다. 또 FCC의 결정 내용을 부정하고 원점에서 새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천명했다. 16) http://www.mediabuyerplanner.com/2007/05/11/nfl-network-to-appeal-court-ruling-for-comcast 17) http://www.nytimes.com/2008/10/12/sports/football/12cable.html. 18) 미연방 규정(CFR) 76.1301(c) 19) 미연방 규정(CFR) 76.1301(a) December 2008 62
NFL과 컴캐스트의 중계권 분쟁 4. 분쟁의 근본적 요인 앞서 대략적으로 살펴본 것처럼 컴캐스트와 NFL이 NFLN이 어느 티어에 속해야 하는지 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기대수익 때문이라 할 수 있다. FCC에 제출한 양쪽의 주장에 따르면(FCC, 2008), 기존처럼 컴캐스트의 디지털 기본 티어에 속할 경우 컴캐 스트 가입 가구 중에서 약 860만 가구 정도가 NFLN을 수신할 수 있지만, 5~7달러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티어로 옮겨질 경우 겨우 140만 가구 정도만 NFLN을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광고수익에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컴캐스트에서 받을 수 있는 면허료도 대폭 줄어들다 보니, NFLN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컴캐스트 또한 마찬가지다. 비록 NFLN이 현실적으로 그 위력이 증명된 NFL 경기 중 8경기의 생중계를 제공하는 메리트가 있긴 하지만, 다른 스포츠 채널에 비해서 곱절 이상 비싼 면허료를 20) 지불하면서까지 생중계라고 해야 1년에 기껏 8경기밖에 없는 NFLN을 기본형 티어에 편성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게다가 컴캐스트가 서비 스를 제공하는 많은 지역에서 NFLN은 DirecTV를 비롯, 다른 MVPD 등에게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컴캐스트가 NFLN을 기본형에 포함하지 않는 조치가 싫은 소비자에 게 충분한 대안이 있기에 자신들의 판단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2위의 케이블TV 업체인 타임워너를 비롯, 4위인 차터 커뮤니케이션 (Charter Communications), 5위인 케이블비전(Cablevision) 등은 현재도 NFL과 협상이 타결 되지 않아서 NFLN을 전송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많은 케이블TV 업체들이 NFLN을 전송조 차 하지 않는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컴캐스트와 NFL의 분쟁 요인과 다르지 않은 것들이다. 기본형 티어에 편성해줄 것을 요구하는 NFLN과 다른 추가 패키지에 포함하려는 업체들의 주장이 타결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양쪽의 주장은 경제적 이득에 못지않게 그동안 쌓인 불신과 자존심 싸움이 한몫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왜냐하면 NFL이 NFLN을 만들기 이전부터, 그동안 미국 내 최고 인기 콘텐츠인 NFL의 저작권자임을 앞세워 수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여러 MVPD들 중에서 특히 케이블업체에게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결정들을 내려온 측면이 있는데, 케이블업체들로서는 이런 NFL의 고자세에 굴복할 만큼 NFLN이 매력적인 채널이 20) FCC 자료(2009)에 따르면, 컴캐스트가 Versus는 가입자 1인당 월 0.25달러, 골프채널은 월 0.35달러 미만의 면허료만 지불하는데 비해서, NFLN은 월 0.70달러의 면허료를 지불해야 한다(p.39). 63
Trend Analysis 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1년에 겨우 8경기만 생중계할 뿐이고, 이미 중계권을 확보한 여러 지상파방송사와, 거의 모든 MVPD들이 다 기본형에 포함해 전송하는 ESPN을 통해서 NFL 경기가 충분히 제공되는데다, NFLN에서 독점 중계하는 8경기조차 연고 지역의 다른 지상파방송사의 재전송이 허용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굳이 가입자들이 NFLN을 기본형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하여 MVPD 서비스 업체를 바꾸지는 않으리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앞에 중계권 부분에서 잠시 말했듯이, 사실 위성을 제외한 케이블업계와 NFL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벌어진 것은 NFLN이 출범하기 이전인 1994년 DirecTV가 NFL 일요일 경기 관람표를 독점적으로 판매하고 나선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미 당시에도 NFL은 큰 인기를 구가했는데, 정착된 중계 구도 때문에 많은 NFL 팬은 자신들의 연고팀 중계만 안정 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 MNF와 SNF의 성공은 이런 갈망이 현실적으 로 존재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는데, 최초로 디지털 기술을 방송에 도입한 DirecTV가 가용 채널의 여유를 앞세워 기존의 중계 구도에서는 불가능했던 다른 연고팀의 NFL 경기를 안정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NFL은 이를 통해 또다시 많은 부가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막 새로 출범한 DirecTV 도 케이블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면서 적지 않은 NFL 팬들을 가입자로 유인하는 성과를 낳는데, 이는 기존의 케이블업체들로서는 상당히 위협적인 일이었으나, 아날로그 케이블 TV의 대역폭 한계로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에 NFL의 처사에 케이블업체들이 상당 한 불만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기술발전으로 케이블에도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자, 컴캐스트를 비롯한 업체들은 NFL 생중계권을 확보하려는 의욕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전국 서비스가 아닌 케이블의 속성 때문에 시장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NFL이 일요일 경기 관람표 판매 독점계약을 위성방송인 DirecTV와 연장하는 데 합의해버린데다, 컴캐스트의 4억 달러 (추정) 이상의 중계권료 제시를 뿌리치고 8경기의 생중계권을 자체 네트워크인 NFLN으로 넘겨버리자, 안 그래도 비싼 면허료 때문에 NFLN의 기본형 티어 편성을 주저하던 케이블업 계들은 NFL에 더 끌려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게 된 면이 강하다. 이렇게 NFL과 케이블 업계가 대립하던 중에 급기야 NFL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는 일부 케이블업 체들을 격분하게 만드는 행위를 하면서 양쪽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NFL에서 지난 2007년 부터 자체적으로 홈페이지(IWantMyNFL.com)까지 운영하면서 지역의 케이블 가입자들에 게 자신들의 지역 케이블업체가 NFLN을 기본 패키지에 포함하지 않는다면, 해당 지역에서 December 2008 64
NFL과 컴캐스트의 중계권 분쟁 NFLN을 기본형 패키지에 포함하는 DirecTV 등 다른 MVPD로 옮길 것을 권유하고 나선 것이다. 당연히 이 때문에 컴캐스트를 비롯한 주요 케이블업체와 NFL의 갈등은 극도로 고조되어, 컴캐스트는 NFL이 가입자들의 이동을 선동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지 않을 경우 NFLN의 전송을 중지할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등 대립이 격화되기에 이른다. 21) 이 때문 에 현재 컴캐스트와 NFL이 벌이는 공방은 물론 경제적 이유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NFL이 공격적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케이블업계의 불만에다 상품성이 높은 콘텐츠를 소유한 NFL의 다소 공격적인 케이블업계 압박 전략이 빚은 갈등이 근본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는 것이 온당할 듯하다. 5. 정책적 함의와 시사점 어떻게 보면 단순한 자존심 싸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NFLN과 컴캐스트의 사례가 주목받는 표면적인 요인은 적어도 상당히 정책적인 공방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 면 비록 행정법령 판사에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한 달 전에 FCC가 내린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되었던 재정적 이익에 기반을 둔 차별 금지 위반이라는 연방 규정의 해석이 상당히 모호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FCC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케이블업체나 MVPD가 PP들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이익을 얻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MVPD들은 이런 재정적 이익을 놓고 PP와 협상할 수 있다. 다만 전송을 조건으로 이런 이익을 주장할 수는 없다 는 것이 FCC의 주장인데(FCC 2008, pp.42~43), 얼마나 설득력 있는 구분인지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반면 이 문제와 같이 컴캐스트처럼 기본형 티어에 포함한 스포츠 채널과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NFLN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독립 PP의 생존이 어려 워질 수 있다는 그간의 실증적 증거들을 부인할 뿐 아니라, 협력 관계를 맺지 않은 PP들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에 분명 위배된다고 볼 소지도 크다. 그러나 이런 조항을 둔 근본 취지가 독립 PP들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해 다양성(diversity)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에 바탕을 둔 점을 감안하면, 과연 NFLN과 같은 원천 콘텐츠, 그것도 매우 상품성이 높고 인기가 높은 콘텐츠의 저작권자가, 이미 중계권을 판매한 지상파방송사 등 다양한 21) 아래 홈페이지 기사를 참고할 것(http://www.usatoday.com/sports/football/nfl/2007-11- 20-comcast-letter_N.htm?csp=34). 65
Trend Analysis 방송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가운데 반드시 별도로 생존해야 하는 독립 PP 인가 하는 데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NFLN이 생존하지 못할 때 생길 수 있는 소비자의 피해는 무엇인가 하는 점에서 이 조항으로 보호해야 할 독립 PP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잘 알려졌듯이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네트워크의 수는 급속히 늘어나지만, 근본 기술은 서서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양상으로 통합되어간다. 과거와 같이 케이블망을 소유했다 고 해서 무조건 네트워크 사업자로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IPTV가 확산되고 있으며, 브로드밴드를 통한 콘텐츠의 판매 경로는 전 세계를 향해서 열려 있다. 게다가 NFL 같은 최고의 인기 콘텐츠는 이미 그것을 확보하느냐 마느냐가 방송사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콘텐츠로 성장해버려서, 소비자에게 전달해줄 유통경로가 없어서 판로 가 막힐 만한 콘텐츠라기보다는, 그 콘텐츠를 갖추지 못하면 유통업자가 살아남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아도 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 최고의 콘텐츠를 가진 NFL이 소유 한 PP가 왜 다른 스포츠 채널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이 궁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Nielsen Media Research, 이하 닐슨)의 가장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22) 일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에 편성된 NBC 방송사의 SNF가 약 9.5%의 시청률로 지상파방송 부분에서 주간 시청률 9위를 차지했으며, 스포츠 채널인 ESPN에서 방송된 MNF는 7.8%의 시청률로 신디케이션 23) 부문에서 주간 시청률 1위에 올랐 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니 방송사들은 천문학적인 중계료 때문에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면서도 NFL의 중계권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NFL은 황금알을 낳고 있지만, 그 황금알은 방송사가 아니라 NFL 구단들과 선수들, 코칭 스태프 등에 돌아가고 있을 뿐, 시청자는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더 많은 광고를 봐야 하고, 더 22) 이 자료는 2008년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의 시청률을 조사한 것으로, SD 채널 을 기준으로 측정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닐슨의 홈페이지 중 다음 부분을 참고할 것 (http://www.nielsenmedia.com/nc/portal/site/public/menuitem.43afce2fac27e890311ba0a347 a062a0/?vgnextoid=9e4df9669fa14010vgnvcm100000880a260arcrd). 23)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서 볼 수 있는 ESPN의 MNF는 그날 경기가 있는 팀들의 연고 지역 에서 이들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팬들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NFL에서 해당 지 역의 지상파방송국이 ESPN의 중계권을 구매해서 방영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대체로 지역 지상파방송국 중 NFL 경기 중계권을 가진 CBS나 Fox와 제휴관계를 맺은 곳에서 재전송하 는 것이 관례여서 케이블이 아니라, 신디케이션 부문의 시청률로 분류되는 것으로 보인다. December 2008 66
NFL과 컴캐스트의 중계권 분쟁 많은 분쟁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야말로 컴캐스트와 NFL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의 이면에 담긴 진짜 불만일 수 있다. 문제는 이게 비단 NFL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스포츠 콘텐츠의 중요성은 가용 채널이 늘어나면 늘어 날수록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승부의 세계가 갖는 중독성과 쾌감은 어느 장르보다도 더욱더 영상매체에 적합함을 오늘날 프로스포츠가 성행하는 현상이 극명하게 보여주지 않나 싶다. 이것이 새로운 매체들이 영화 와 함께, 무엇보다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서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스포츠 활성화의 이면에는 터무니없이 치솟기만 하는 중계권료와, 이 중계권 료 확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리그와 방송사 간의 경쟁,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방송시 장 구도의 변화와 방송 사업자들 사이의 분쟁, 소비자의 불만이 잠재함을 주목해야 할 것이 다. 그래야만 규제당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가 분명해질 것이 며, 그 정도 분별은 있어야 방송 분야의 규제당국으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장 큰 스포츠 시장인 미국에서, 가장 큰 성공을 만들어내는 NFL이 케이블업계의 거인과 벌이는 분쟁을 한번쯤은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이런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 그래서 더욱 들 수밖에 없다. 참 고 문 헌 FCC(2008), Herring Broadcasting, Inc. d/b/a WealthTV, Complainant vs. Time Warner Cable Inc. Defendant, Memorandum Opinion and Hearing Designation Order, DA 08-2269, retrieved Nov. 22, 2008 from http://hraunfoss.fcc.gov/edocs_public/attachmatch/ DA-08-2269A1.pdf Hearn, T.(2008. 11. 19), FCC Judge Throws NFL Network for a Loss, Multichannel News, http://www.multichannel.com/article/ca6616291.html Sandomir, R.(2008. 10. 11). NFL Network Gets a Lift from Ruling, New York Times Internet, http://www.nytimes.com/2008/10/12/sports/football/12cable.html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