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박일우 계명대학교 *1) 1. 들어가는 말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문화산업 계에서는 의미 있는 일련의 움직임이 진행되었다. 이를 영화 장면처럼 재구성해보자. scene #1. 2009년 연말, 2010년 연초. 캐머룬 감독의 3D 영화 <아바타>, 인터넷 예매율 1위, 상영관마다 인산인해를 이룬 관람 객들. * ilwoo@kmu.ac.kr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35
scene #2. 2010년 1월, 삼성그룹 총수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소비자가전쇼)에서 삼성전자의 3D TV 스크린을 마주하고 있다. scene #3. 2010년 1월, 대통령이 뉴델리의 ICT 로드쇼에 참석하 여 LG전자의 3D TV를 시청하고 있다. scene #4. 2010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성장동력 컨 퍼런스. `대통령 IT특별보좌관, 삼성전자 사장, ETRI 원장이 3D LED TV 9000 시리즈를 지켜보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3D 이미지 담론이 IT분야와 이미지 산업 분야에서 쏟아지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이미지 산업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들 담론들은 이미지 물 제작-보급-수용의 과정에서 앞의 두 과정만을 관심사로 두고 있을 뿐이다. 이 연구는 3D 이미지의 본질을 인문학의 틀에서 규명함으로써 인문학 역시 이 현상에 무관심 할 수 없으며 역으로 현상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 아직 보편화 되지 않은 예술양식을 미리 진단하는 것은 많은 위험이 따를 것이지만 이 글은 새로운 기술 하나를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것인 양 혁명 이라 예단하는 일부의 관점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검증하고, 이제 막 시작된 3D 이미 지 관련 담론이 IT 분야와 이미지 산업의 측면에서만 진행되는 쏠림 현상을 경계하면서, 이미지 문화 연구 진영에서 앞으로 활발하게 전개 될 것으로 예상되는 담론을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베니김(2009, pp. 17-33)에 의하면 3D 이미지는 이미 1838년에 입체 경(stereoscope) 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3D 기술은 1950 년대 미국에서 TV의 상용화에 맞서서 다시 영화관에 사람들을 불러들 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이 기술이 발전되어 영화 136 영상 문화
를 더욱 세련된 예술 매체로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헐리우드 주류 영화의 대표적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Allan Spielberg),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등이 주도한 헐리우드 3D 영화 선언(2005) 에서 제대로 응집되었다. 물론 3D 이미지는 처음부터 영화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국내외 테마파크 정 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3D 이미지물은 이제 영화를 벗어나 TV는 물론, 컴퓨터, 모바일 기기, 프리젠테이션 화면까지 정복할 기세이다. 2010년 월드컵은 3D TV가 상용화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국내 에서도 일부 논자들은 드림웍스의 CEO 카젠버그를 따라 이미지의 혁 명 을 말한다. 과연 그럴까?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만들어 내었다. 회화는 사진을 대치하고 활동사진 이었던 영화는 TV와 비디오에 잠시 밀리는 듯 했 다. 한편 아날로그 TV는 디지털 TV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급기야 컴퓨 터 예술, 혹은 미디어 아트 는 미술가들의 팔레트와 붓을 컴퓨터와 태 블릿으로 대체해 주었다. 그런데 후에 나오는 신기술은 앞서 만들어진 예술 양식을 멸종시켰던가? 아니었다. 모든 예술적 매체들은 그 매체 가 나오던 시점에서는 다들 최첨단의 미디어 아트임을 자랑하였다. 사 진은 회화로 하여금 사실성을 포기하는 대신 더욱 더 다양한 소재와 기법, 양식을 찾게 하였고 영화는 TV 드라마에 오락성을 뺏긴 대신 더 욱 정교한 서사나 영화장치, 그것도 안 되면 압도적인 물량공세를 통해 여전히 제7의 예술로서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 첨단 기술인 3D 이미지 는 분명히 시각적 충격을 준다. 그러나 그 본질은 단안 원근법에서 양 안 원근법으로의 이전이다. 실은 그것이 보여주는 세상 은 우리가 늘 보는 현실의 재현에 불과할 뿐이다. 3D라는 새로운 기술, 실은 이미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37
오래되었으나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기술이 이미지 예술의 본질을 흔들 만한 혁명적 계기가 될까? 뉴미디어 1) 의 출현이 재현, 환영, 시뮬레이션 등에 대한 개념을 재정 립하면서 새로운 시각 사실주의가 기능하는 방식을 우리에게 보여 준 것처럼, 3D 이미지의 출현은 지금까지 발전되어 온 이미지 이론분야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글은 먼저 원근법을 비롯한 재현, 서사, 수용자-관객의 위상 등의 전통적인 영화 혹은 시각예술의 이슈들 이 디지털 영화를 비롯한 새로운 뉴미디어 예술에서 상당부분 수정 혹 은 재해석되어야 힘을 밝히고 이 논의를 3D 이미지로 연장하고자 한 다. 한편 3D 이미지가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테크놀로지 지향성은 자본 과 함께 이데올로기와 욕망을 넘나드는 오래된 이슈를 새롭게 제기하 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3D 이미지 의 혁명의 본질은 시각 예술의 혁명이라기보다는 놀라운 볼거리 에 집착하는 헐리우드의 이 미지 산업이 자기모순에 봉착하면서까지 만들어 낸 새로운 수익 모델 의 혁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의를 완성할 것이다. 1) 뉴미디어의 정의와 이에 관한 탁월한 고찰은 레브 마노비치의 뉴미디어의 언어 에서 볼 수 있다. 이 책은 아직 선행연구가 미비한 3D 이미지의 인문학적 접근에도 큰 지침이 된다. 여기에서 뉴미디어는 컴 퓨터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문화의 일반적 경향을 말하며, 그 원칙은 수적 재현, 모듈성, 자동화, 가변 성, 부호 변화 등이 있다. 뉴미디어를 규정하는 원칙은 패커와 조던(2001)이 설명하는 컴퓨터 기반 멀티미 디어의 특징인 통합, 상호작용성, 몰입, 하이퍼미디어, 서사성과 맞닿는다. 한편 마노비치는 디지털이라는 표현은 아날로그에서의 변환, 공통적 재현코드, 수적 재현을 포괄하고 있으므로 디지털 미디어라는 표현 보다는 뉴미디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우리는 마노비치의 견해에 찬성하면서 이 글에서도 뉴미디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38 영상 문화
2. 3D 이미지의 메커니즘 3D의 세상을 2D에서 재현하려는 시도, 즉 원근법은 서양에서 시각 예술이 발전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었다. 원근법은 대상들의 크기와 상대적 위치의 변화를 규정하는 과학이다. 그 원리는 원근법은 모든 시각 장면에서 빛은 작은 통로, 즉 동공을 지나가야 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대상이 관찰자로부터 멀면 멀수록 망막에 비치는 이미지는 작아지는 것이다. <그림 1>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는 유명한 그림이다. 원근법에 의한 재현 결과가 자연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화가 는 대상의 기하학적 구조를 보이는 선 원근법 뿐 아니라 대상과의 거리 에 따라 변하는 빛이나 색채의 농담을 보여주는 대기 원근법에도 통달 하여야 한다. 2) 주지하듯 원근법의 역사는 서양의 시각 예술의 역사가 발전하는 강력한 모티브가 되었으며 미학의 주요 이슈가 되었다. 3) 19 2) 우리의 뇌는 2차원의 망막 이미지를 3차원에서 대상들의 공간적 관계에 관한 정보로 환원하기 위해 원근 법과 더불어 몇 가지 단서들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명암법(shading)은 반사된 빛에서 농담( 濃 淡 )의 정도 로 대상의 형태를 규정한다. 차단(occlusion)은 앞에 있는 대상이 뒤에 위치한 대상을 가린다. 몽롱함 (haze), 혹은 대기 원근법(aerial perspective)은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은 대기의 개입으로 흐릿하거나 대 비 정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관찰자가 움직일 때 가까운 대상들이 멀리 있는 대상들보다 더 많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 상대적 움직임(relative motion) 역시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각 예술 기법이다. (Livingstone, 2002, 100-137.) 3) 파노프스키에 의하면 원근법은 카시러의 의미에서 상징 형태(forme symbolique)이다. 이 형태는 역사적, 철학적으로 환원되는 근원뿐 아니라 지각 공간에 상징적 성격을 제공하며 나아가서는 모든 조형 공간에 작품을 읽고 이해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를 준다. 파노프스키의 주된 논의는 원근법이 가지는 기호, 혹 은 상징으로서의 성격이 아니라, 원근법의 성립을 역사적 맥락에서 규명해 보려는 데 있다.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에 이르는 원근법의 부침은 집합으로서의 공간(espace agrégatif) 이 체계화된 공간(espace systématique) 으로, 단자론적 형체가 공간에 통합되는 과정으로, 예술적 공간이 수학적 공간으로, 연속된 공간이 분절되는 공간으로 이전되는 역사적 대립관계에서 만들어지며, 일단 성립된 특정 원근법은 작가의 공간 의식의 양태, 즉 주관의 객관화(l objectivation du subjectif)의 결과라는데 파노프스키의 초점이 주어 져 있다.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39
세기 이후 사실주의가 쇠퇴하고 사진술이 도입되면서 원근법은 단절된 듯 보이지만, 다시점을 채택한 입체주의나 미래주의도 원근법의 발전 역사에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알브레히트 뒤러, <드러누운 여인을 그리는 화가> 1525, 목판화 <그림 2> 양안시(http://www.vision3d.com) 시각 예술에서의 원근법 패러다임은 3D 이미지의 출현과 함께 새로 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3D 이미지란 우리는 두 눈으로 사물을 본다 라는 사실에 더욱 충실한 결과이다. 입체시란 두 눈에 비 140 영상 문화
친 이미지의 차이에 따라 지각 심도가 만들어지고 뇌는 이 차이를 심도 정보로 해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삼차원의 세상을 본다고 생 각하지만 실은 망막은 신경 다발로 이루어진 평면 조직으로, 우리의 뇌 가 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두 개의 평면 이미지에 불과하다. 뇌는 이 두 평면 이미지를 어떻게든 삼차원의 공간으로 해석해 내는 것이다. <그림 2>는 양안시의 메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전통적인 원근법의 어려움은 이러하였다. 화가는 자신의 이차원 망 막으로 삼차원의 세상을 보고, 다음로는 이차원의 망막으로 작품을 보 는 관객에게 삼차원으로 보이는 이차원의 회화를 만들어 내어야 했던 것이다. 이제 이 임무는 기계, 즉 양안 카메라에게 넘어갔다. 3D 이미 지는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되고 우리의 망막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4) 여기서 전제할 것이 있다. 3D 이미지물 중 일부는 실제 3D로 구현되기 도 하지만 일부는 단지 카메라의 시점을 관객들이 따라가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아바타>에서와 같이 편광 안경의 도움을 얻어 볼 수 있는 우리의 눈앞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만을 3D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 다. 5) 디지털 이미지는 단안 원근법에서처럼 한 점에 고정된 것이 아니 라 얼마든지 공간에서 움직인다. 심은진이 말하듯(2006, p. 184), <메 4) 3D 이미지를 얻는 방식은 다양하다. 먼저 편광안경 방식은 양안 카메라로 찍은 2개의 이미지를 편광필터 를 부착한 디스플레이에 투사하여 편광안경을 쓰고 보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필터와 동일한 편광방식의 안경을 쓰고 보게 되면 왼쪽 눈에는 왼쪽 이미지만, 오른쪽 눈에는 오른쪽 이미지만 입력돼 3D 이미지를 구현한다. Shutter 안경 방식은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장치에서 출력되는 적외선 제어신호에 의해 안경의 액정셔터가 작동해 왼쪽 이미지가 투사될 때는 왼쪽 안경만 열리고, 오른쪽 이미지가 투사될 때는 오른쪽 안경만 열리는 방식으로 3D이미지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한편, 안경이 필요 없는 방식이 있다. Parallax Barrier 방식은 디스플레이 전면에 필터와 셔터를 설치하여 좌, 우 이미지를 분리해서 볼 수 있게 함으로 써 3D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며 Lenticular 방식은 디스플레이 전면에 원통형의 투명 렌즈판을 수직으로 배열하여 왼쪽 화소는 왼쪽 눈에, 오른쪽 화소는 오른쪽 눈에 보이게 함으로써 3D 이미지를 구현한다. (http://www.rain3d.net) 5)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도 그 당시에는 관객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41
트릭스>에서 와쇼스키 감독이 총알 시간 이라 명명한 유명한 장면은 공간과 시점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보여 준다. 2D와 3D의 차이는 실은 단안시와 양안시의 차이보다는 시점의 고정성/유동성 여부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우리는 2차원의 컴퓨터 화면에서도 예를 들어 기념비적인 호러물 3D 컴퓨터 게임 <둠>을 즐겨왔다. 여기에서 등장인물의 시 점은 총구의 방향과 일치하며 총구의 방향은 조이스틱 혹은 키보드를 통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3D 버전의 <아바타>는 시각과 해석의 착 란현상을 이용하지만 <둠>은 시선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인터페이스에 맡겨 3D 효과를 얻는 것이다. 6) 3. 3D 영화의 생태적 한계 3D로 구현된 영화들을 되돌아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보인다. 3D 영 화의 역사를 정리한 베니김(2009, pp. 25-27)의 내용을 재구성해보자. 최초의 3D 영화는 스테레오스코프 원리를 이용하여 제작한 해리 페어 올(Harry Fairall) 감독의 <사랑의 힘 The Power of Love>(1922)으로 기 록된다. 3D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은 아치 오볼러(Arch Oboler) 의 <브와나의 악마 Bwana Devil>(1952)이다. 헐리우드에서는 이후 40 여 편의 3D 실사 영화가 제작되었으나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3D 효과 가 미흡하여 3D는 곧 관객의 관심을 잃어버린다. 1968년, 우리나라에 서도 이규웅 감독의 <천하장사 임꺽정>이 제작되었다. 초기의 3D 영 화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앨런 실리펀트(Allan Silliphant) 6) 이 두 종류의 3D 효과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련 학계의 세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142 영상 문화
감독의 <스튜디어스 The Stewardesses>(1969)이다. 이에 따라 1970년 대 중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속속 3D 프로젝터를 도입하고 1980년 LA의 한 케이블 방송국인 Select TV는 최초의 입체방송을 시작하였다. 1984년부터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비롯한 테마파크에서 3D 상영관을 오픈하였다.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3D HDTV의 원천기 술을 개발하였다. 2005년, 앞에서 언급한 헐리우드 3D영화 선언이 나 오고 월트 디즈니는 마크 딘들(Mark Dindal) 감독의 3D 컴퓨터 애니메 이션 <치킨 리틀 Chicken Little>을 출시하였다. 뒤를 이어 저메키스 감 독의 아이맥스 3D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The Polar Express>(2004), 질 케난(Gil Kenan)이 감독을 맡고 스필버그와 저메키스가 제작한 컴 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우스 Monster House>(2006)가 개 봉되었다. 2007년, 저메키스 감독의 3D 실사 영화 <베어울프 Beowulf> 와 스테판 앤더슨(Stephen J. Anderson) 감독의 3D 애니메이션 <로빈 슨 가족 Meet the Robinsons>이 개봉되었다. 2008년에는 이례적으로 벨기에의 벤 스타센(Ben Stassen) 감독이 최초의 풀 3D 애니메이션 <플라이 미 투 더 문 Fly Me to the Moon>을 발표하고 이어 전편 실사 3D로 구현된 에릭 브리빅(Eric Brevig) 감독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 서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가 개봉되었다. 2009년 연말, 마침내 문제의 <아바타 Avatar>가 개봉되었다.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43
<그림 3> 컴퓨터 게임 <둠>의 한 장면 다소 장황하게 3D 영화의 역사를 늘어놓았지만 이 가운데에서 우리 는 3D 영화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 첫째, 3D 영화는 의외로 역사가 오래 되었다. 최초의 3D 영화가 나온 1922년이면 뤼미에르 형제의 첫 영화 이후 30년이 되지 않은 시점으로, 초기의 다양한 영화적 기법과 영화언어의 문법이 만들어지는 가운데 3D 영화가 시도되었던 것이다. 두 번째, 대부분의 3D 영화는 역시 헐리우드를 본 고장으로 하고 있다 는 점이다. 특히 헐리우드 3D 영화선언 을 주도한 감독 혹은 재작자들 이 이 흐름을 만들어 왔다. 3D 영화는 속성 상 헐리우드의 제작 환경에 잘 부합된다. 이 문제는 뒤에서 상술하기로 한다. 중요한 것은 20000년 이후 제작된 3D 영화에는 일정한 패턴이 보인 다는 점이다. 3D 영화의 대부분은 팬터지 혹은 어드벤처 장르에 속한 다. <치킨 리틀>은 동물들이 뷰티 콘테스트에 나가고 없는 사이, 남겨 진 천덕꾸러기 농장 동물들이 지구를 정복하려고 온 외계인들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의 어드벤처물이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만들어진 것으로, 한 소년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타난 144 영상 문화
환상의 열차를 타고 북극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팬터지물이다. <몬스터 하우스>는 제목이 시사하듯 할로윈을 소재로 공포와 코미디를 섞어 만 든 어드벤처물이다. <베어울프>는 문학사에 알려진 신화적 영웅담으 로 역시 <반지의 제왕>류의 어드벤처, 팬터지물의 대표이다. <로빈슨 가족>은 천재소년 루이스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가족을 찾아 미래로 여행한다는 내용의 팬터지물이다. <플라이 투 더 문>, <잃어버린 세계 를 찾아서>, <아바타>의 경우는 제목이 내용을 말해 주거나 이미 우리 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들 역시 전형적인 팬터지, 어드벤처물 이다. 왜 3D 영화에 관한 한 이렇게 내용이나 장르가 천편일률로 흐를까? 물론 팬터지물이 작가의 상상력을 요구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이 정도로 3D 영화가 특정 장르에 경도된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3D 영화 작가들의 상상력과 선택의 폭이 그만큼 고갈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유는 다른 곳에도 있을 것이다. 2000년 이후 짧지 않은 시기 동안 3D 영화에 관한 한 이렇게 한 가지 장르에 고착된 작품들로 점철 되었다는 것은 영화 형식과 내용, 혹은 서사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 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반대로 말해 3D로 제작되는 작품들은 생태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3D는 우리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nd로의 발전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인간의 감각 대 상이 아닌 가상현실, 혹은 현실과 비현실의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들 이야 말로 3D라는 첨단 기법이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영화의 생태적 한계는 단순히 기법과 그 기법에 부합하는 컨텐츠의 상호관계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 마노비치는 충분한 시간과 돈이 있다면 컴퓨터에서 거의 모든 것이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45
시뮬레이션 가능하며, 물리적 현실을 영화로 찍는 것은 한 가지의 가능 성에 불과하다 고 말한다(Manovich 2001/2004, p. 371). 이 단언이야 말로 뉴미디어, 나아가 3D 영화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설명해 준다. 실제 <아바타>의 제작에 참여한 인사에 의하면 이 작품은 구상부터 개 봉까지는 15년, 제작기간만 4년이라는 오랜 시간과 4억 달러라는 막대 한 자본과 첨단 기술, 많을 때는 900명의 인력이 투입된 작품이다 (http://cafe.daum.net/artangel3).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를 보고 나온 관객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견해는 양쪽으로 나누어졌다. 어떤 관객들은 2D 버전에 이어 3D 버전, 그리고 아이맥스 버전까지 순례를 계속하였고 7) 어떤 사람들은 볼거리 에는 압도되었으나 줄거리 는 기 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들갑스러울 만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막상 영화가 개봉되자 상당부분 희석이 되었고, 심지어 기존의 다른 작품들을 표절했다는 의혹과 논쟁 이 이어지기도 했다. 8) 비슷한 논쟁이 심형래 감독의 <디 워>(2007)를 둘러싸고 있었다. 무릇 새로운 기법이 영화에 도입될 때 마다 이러한 실망감은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대 한 상대적인 서사의 빈곤이라는 악순환으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 <아 바타>를 낳은 3D 기술 역시 차원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 는 전통적인 영화이론 가운데서 그 특성과 기여, 그리고 한계를 살펴보 아야 할 것이다. 7) 이 현상이 3D 이미지의 혁명을 이야기하는 논자들과 이미지 산업 종사자, 관련 대기업을 잠시 고무해 주었다. 그러나 <아바타>를 이은 <타이탄> 3D 버전은 이미 관객들의 높아진 눈 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3D에 대한 신성모독 이란 평까지 들어야 했다. 실은 그 작품은 버전에 관계없이 탄탄한 서사를 갖추고 있음에도 말이다. 8)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작품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 심지어 <포카혼타스> 등, <아바타>의 창의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146 영상 문화
4. 사실주의, 합성, 서사, 관객 일반적으로 영화 언어를 다루는 이론 틀에서 고려되는 사항들은 영 화적 공간 혹은 심도의 문제, 이어 프레임과 쇼트와 같은 영화적 단위, 몽타주 등의 문제가 먼저 나오고 그 뒤를 영화의 양식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9) 우선 전통적 영화 담론이 고수해 온 이슈들을 모두 언급 하기 전에 먼저 뉴미디어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던져 준 문제, 즉 영 화적 사실주의와 합성 이미지, 이에 따른 새로운 서사와 관객의 역할을 살펴보고 영화 단위와 본질에 입각한 뉴미디어 영화에 관한 고찰은 다 음 장에서 다루기로 한다. 영화이론의 발달과정에서 영화적 사실주의에 관한 입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마노비치를 따라 이를 정리해 본다(Manovich 2001/2004, pp. 246-250). 먼저 영화적 사실주의라는 개념은 앙드레 바쟁에게서 대표 적으로 나타난다. 바쟁에 의하면 사실주의는 음향, 컬러, 입체감을 통 해 외부 세계의 환영을 재구성함으로써 현실의 현상학적 속성에 근접 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실주의적 재현은 시각의 자각적이고 인식적 역 동성에도 근접해야 한다. 반면 코몰리는 영화 기술의 역사는 이데올로 기적 기능이 우선되며, 이는 사변적 반성으로서 인식된 현실 그 자체의 객관적인 복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실주의의 역사는 영화 기술의 대체의 역사이며, 예를 들어 천연색 영화의 등장은 영화 특유의 심도의 중요성을 떨어지게 하면서도 사실주의의 기준을 따르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한편 보드웰이나 스타이거는 사실주의가 산업적 경쟁을 위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도구라고 주장한다. 사실주의에 관 9) 예를 들어 자크 오몽의 영화학, 어떻게 할 것인가 의 장 절 구성이 이러하다.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47
한 이 세 가지 이론은 뉴미디어에서도 그대로 연장 적용된다. 먼저 바 쟁의 견해는 컴퓨터 이미지가 현실 같은 환영을 더욱 더 풍부하게 만들 어지면서 발전하는 데서 입증되었다. 코믈리의 연쇄적 대체론 역시 천 연색 영화의 등장 뿐 아니라 초기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 보이 는 바 기술들이 대체되면서 발전해 온 현상으로 입증된다. 마찬가지로 보드웰과 스타이거의 견해 역시 컴퓨터 애니메이션 산업은 소프트웨어 의 부단한 혁신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입증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 은 뉴미디어는 사실주의 를 구현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채택하였으며 결과적으로 그 행로는 이전의 영화 이론가들이 생각한 사실 과는 크게 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바쟁, 코믈리, 보드웰 등의 영화이론가들이 영화 사실주의 이론을 연구하는 사이에 이미 3차원 컴퓨터 애니메이션 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광학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카메라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기 록한다. 이에 반해 컴퓨터 그래픽은 실제의 장면을 사실적으로 시뮬레 이션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가진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는 예를 들어 인간의 머리카락, 천이나 가죽의 표 면이 주는 질감과 같은 섬세한 표현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후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술은 <타이타닉>, <스타워즈>를 통해서 더욱 더 완전한 사실주의를 향해 진화하게 되었다. 특히 픽사(PIXAR)는 <토이 스토리>(1995), <몬스터 주식회사>(2001), <월-E>(2008) 등을 통해 등 장인물의 미묘한 표정변화, 동물의 털 하나하나의 움직임, 등장하는 물 체들의 질감과 같은 디테일들을 거의 모두 구현해 낼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아바타>는 널리 알려졌듯 모션 캡처 를 사용하였다. 등장인물은 모두 센서가 부착된 모자(Skull Cap)를 착용하고 온 몸에도 148 영상 문화
각종 센서 장치를 부착한 후, 로케이션 현장이 아니라 모션 캡처 스테 이지 에서 연기를 하였다. 연기자들의 움직임은 데이터로 바뀌어 컴퓨 터로 전송되고 컴퓨터는 그 데이터를 이용하여 우리가 보는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매우 자연스 럽고 사실( 寫 實 )적일 수밖에 없다. 이 기법이 물론 <아바타>에만 적용 된 것은 아니다. <배트맨>(1989)에서 옥상에서 떨어지는 주인공의 모 습과 펄럭이는 망토, <터미네이터>(1991년)의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봇의 매끄러운 질감 등에서 보듯 모션 캡처를 이용한 역사는 이미 오래되었다. 마노비치가 말하듯, 이들은 전통적인 사진들보다 이미 더 사실적이다. 실상은, 너무 사실적이다 (Manovich 2001/2004, p. 262).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에서 성취한 것은 사실( 事 實 )주의가 아니라 사실 ( 寫 實 )주의이며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지각적, 신체적 경험은 꾸며진 이 미지와 시뮬레이션에까지 확장되었다. 게다가 합성 이미지는 인간이나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벗어난다. 이렇게 컴퓨터가 만들어 낸 이미지는 현실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다른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 ((Manovich 2001/2004, p. 266)이며 우리는 그 현실을 현실의 일부 로 받아들인다. 여기에서 우리는 미적 지각 현상학의 관점, 즉 영화는 현실을 재현하지만 재현된 현실은 현실 그 이상의 것이라는 미트리의 견해나 영화의 리얼리티는 실제 현실보다 더 완전하며 영화는 지각되 는 것이라는 메를로 퐁티의 주장이 실현 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새로운 의미에서의 재현, 혹은 탈재현의 흐름이 완성되어 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합성의 예술이다. 몽타주는 궁극적으로 합성의 미학이다. 그런데 컴퓨터 그래픽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영화는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49
전통적 영화이론에서 영화예술의 본질이라 생각되던 몽타주의 개념 역 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합성이란 개념은 컴퓨터가 만들어낸 이미지들과 실사 이미지들의 합성을 의미한 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1990년대의 <터미네이터 2>, <쥬라기 공원>은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회의주의적 관점을 일소하였다. 그 뒤 를 잇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의 합성은 일반적인 제작과정이 되었다. 여기에는 로케이션 현장에서 찍은 필름, 블루 스크 린을 뒤로하고 연기하는 배우, 컴퓨터로 만들어진 이미지 등이 동원된 다. 대부분의 경우 합성 이미지는 전통적 영화의 장면(scene)을 모방하 여 실제의 공간에서 영화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합 성 이미지는 몽타주라는 전통적인 영화의 문법을 지키지 않는다. 합성 에 동원된 요소들은 봉합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전체가 하나의 게슈탈 트로 만들어진다. 디지털의 본질은 결국 0과 1라는 이산적 요소들의 조합이지만, 만들어지는 결과는 무수한 레이어들의 직접체이다. 예를 들어 모핑 기법은 상이한 이미지들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 여준다. 이를 전통적인 영화단위인 쇼트로 끊어 내기는 불가능하다. 단 위가 분절되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럽게 결합된 합성 이미지의 연속체 에서 제한된 필름으로 긴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몽타주의 개념은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한편 몽타주는 시간의 차원 에서 정의된다. 몽타주란 결국 계열체(syntagme)에서 선택된 요소들을 연속체(syntagme)에 적절하게 배열하고 결합하여 일치시키는 과정이 며, 연속체는 시간의 축에 놓인다. 마노비치는 전통적인 몽타주가 쇼트 내에서의 몽타주보다는 기술적으로 쉬운 시간적 몽타주를 선호하였다 고 말하면서 합성 이미지는 이 두 가지의 개념적, 기술적 구분을 없앤 150 영상 문화
다고 주장한다(Manovich 2001/2004, p. 266). 합성으로 만들어진 디지 털 이미지는 공간의 차원을 시간의 차원만큼이나 중요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노비치는 이 공간적 차원을 정의하면서 합성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을 언급한다. 디지털 이미지는 시청각 문화에서 시각-청각-공 간적 문화의 일부가 되었으며 이는 영화이론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 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바타>에서는 공간이 새롭게 해석된다. 이 영화에서는 전 통적인 카메라 앵글이 포착할 수 없는 각도에서 찍은 이미지들이 난 무한다. 물론 영화에서 카메라의 시점과 움직임은 쇼트를 구성하는 주 요한 요소이다. 영화에서 초점화자는 카메라의 위치를 점유한다(서정 남 2004, p. 317). 한편 화면의 대상과 시공간의 대상의 상호관계는 영 화 원근법의 기본이 된다. 1930년대 이후 영화는 시각적 관심을 제고하 기 위하여 카메라 움직임의 전략을 개발하였다. 카메라는 연기자의 움 직임을 따라다니면서 패닝과 트레킹을 통해 행위의 전환점을 강조하였 다. 이때 감독은 서사를 깨뜨리지 않은 채 롱쇼트에서 클로즈업으로, 혹은 반대의 과정을 통해 카메라 이동으로 쇼트를 대체하려 하는 것이 다. 이는 광학적 사진 렌즈를 전제한 것으로 광학 법칙에 의해 제안되 고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된 테크닉이다. 그러나 <아바타>에서 시 점은 더 이상 전통적 카메라나 인간의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서사이론 의 표현을 빌면 말 그대로 전지전능 한 시점이다. 실사에서는 그 어떤 카메라도 잡을 수 없는 앵글, 그 어떤 장비도 지원해 줄 수 없는 시점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는 얼마든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 간 표현은 기존의 영화이론, 이를테면 영화학교의 촬영술 기본 교재인 블라디미르 닐센의 영화 촬영술 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새로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51
운 시점은 새로운 공간 표현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는 영화예술에서 공 간의 새로운 해석을 낳게 될 것이다. 3D 이미지는 3D라는 공간의 시각 적 속성이 2D와 다르다거나 그 공간들의 물리적 속성이 다르다는 점 뿐 만이 아니라,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시점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구현될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3D 이미지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4> <아바타>에서 시점과 공간표현의 한 사례 컴퓨터 게임은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서사를 만들었고 뮤 직 비디오는 아예 서사를 포기하였다. 그나마 뉴미디어 영화는 영화의 유산을 단번에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앞에서 보았던 3D 영화의 역사에서 드러난 생태적 한계는 결국 서사의 문제로 옮겨간다. 결론적 으로 말해 뉴미디어는 속성 상 서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여유가 없었 을 뿐이다. 이야기 보다는 볼거리 가 뉴미디어의 속성에 더 잘 부합되 고 특히 3D 영화에서는 새로운 카메라 의 시점으로 무장하여 현실에 없는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뉴 152 영상 문화
미디어 영화도 서사가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사 연구 진영에서조차 뉴미디어의 영화가 보여주는 생소한 이야기는 선뜻 손대기 어려운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10) 이에 비해 마노비치는 뉴미디어의 서사를 데이터베이스와 상호작용의 개념으로 새로이 정립 한다(Manovich 2001/2004, pp. 292-301). 과거의 예술이 인터페이스와 작품이 하나로 되어 분리되지 않는데 비해 컴퓨터 시대에는 텍스트, 오 디오, 비디오 클립으로 구성된 데이터베이스가 창조 과정의 중심이 되 고 작품의 컨텐츠와 인터페이스는 분리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전통 적인 서사의 개념은 재정의된다. 뉴미디어에서 서사란 데이터베이스를 링크하는 궤적으로 이해된다. 물론 작가는 요소들의 의미와 연결의 논리를 준수해야 하며 행위자와 서술자를 포함하고 텍스트, 스토리 사건으로 구성된 단계를 거쳐야 한 다. 뉴미디어에서도 데이터베이스가 서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 니다. 뉴미디어의 서사를 전통적인 서사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계열체와 통합체의 역전이다. 전통적으로 서사는 실현된 요소들의 선 형적 배열, 즉 결합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뉴미디어에서 실질적으로 존 재하는 것은 계열체인 데이터베이스이며 서사는 탈물질화, 가상의 것 이 된다. 게다가 뉴미디어에서는 계열체가 우선된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상호작용의 객체와 상호작용 인터페이스들은 사용자에게 수 많은 선택 사항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컴퓨터 게임에서와는 달리 영화에서는 아직 상호작용적 요소가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비록 그것 10) 가령 한국서사학회의 내러티브 최근 호(13집, 2009)는 디지털 미디어 서사학 을 기획으로 다루었지만 여기에 포함된 연구물들은 국내의 관련 연구 성과들만을 요약, 소개하거나 디지털 게임의 서사이론을 언 급할 뿐, 정작 가장 중요한 뉴미디어 영화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서사의 연구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53
이 데이터베이스 객체의 선택과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11) 여전히 영화는 제작자들이 내린 선택과 조합의 결과이지 영화 관객의 몫은 아니다. 그런데 3D 영화인 <아바타>는 여기저기서 컴퓨터 게임 의 요소를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은 물론, 화면에 나오는 여 러 가지 객체들(판도라의 생태계를 이루는 동식물들, 인간들의 무기와 이에 대적하는 나비 족들의 무기-괴수 들)은 RPG(롤플레잉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로 게이머들에게는 친숙한 아 이템 들이다. 주인공 제이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전투력 역시 컴퓨 터 게임에서처럼 다양한 능력들의 최적의 조합으로 설정된다. 한마디 로 <아바타>에 열중한 관객들은 자신의 손에 리모콘 패드를 쥐고 열심 히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착각을 누리게 된다. 화면의 등장인물들이 바 로 관객의 아바타 인 것이다. 비록 <아바타>에서는 그것이 효과 로 끝 났지만, 이런 식의 3D 영화가 백퍼센트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터페이스 를 갖추고 개별 소비자에게 DOV(demand on video)로 출시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실제로 영화 <아바타>는 동시에 <아바타 게임>으로도 개발되었다. 그런데 무엇이 영화이고 무엇이 게임인가? 그 차이는 디 스플레이의 규모인가, 화질 인가, 음향인가, 서사인가? 뉴미디어의 시 대에 영화와 게임의 경계는 모호해 지고, 영화의 서사와 게임의 서사는 구별되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뉴미디어에서 관객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관객은 텍스 트가 존재하는 궁극적 이유이다. 전통적 서사 이론에서는 영화 관람 행위의 역학관계에서 관객을 고려하였다. 예컨대 서정남은 관객을 텍 스트 내부에 내포되어 있거나 규범화된 존재로 텍스트의 내용을 파악 11) 마노비치는 실제로 이를 soft cinema 로 구현하였다. 154 영상 문화
하거나 그것을 하나의 세계로 구성하는 자 로 규정하고 따라서 모든 텍스트는 수요자가 텍스트 자신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하거나 수용자가 가진 세계관이나 고정 관념을 수정하 도록 유도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한다(서정남 2004, p. 382). 우리는 관객을 다른 입장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우리의 선행 연구에서 의미생 산의 과정들은 무엇보다 그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의미생산은 기억, 상상력, 추론, 지향성, 지각을 비 롯한 세계에 대한 주체의 신체적 현존방식과 감각기관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현상학이 영화기호학에 제공한 가르침 중 하나는 우리의 몸은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의 경계로서, 이 몸 가운데에서 기호학적 형태들 을 감성으로 연결한다는 사실이다(박일우 2009, p. 24). 뉴미디어 이미 지는 이러한 철학적 성찰을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한다. 위에서 본 것처 럼, <아바타>에 집중하는 관객들은 결국 자신의 아바타 12) 인 등장인물 이 느끼는 온갖 자극과 정서를 공감한다. 실제로 필자는 옆자리 젊은 관객들의 미세한 몸 움직임, 의자 팔걸이에 놓인 그들의 손이 마치 마 우스나 게임 모니터 패드를 흔드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관객들은 기꺼이 편광안경 혹은 셔터안경을 착용하는 불편은 물론, 경우에 따라 현기증과 메스꺼움 등의 신체적 불편함을 감수한다. 주인 공 제이크가 익룡 이칸 을 타고 신나게 날 때 우리의 눈은 우리도 날고 있다는 신호를 뇌에 전해 주지만 뇌는 다른 신호체계들을 종합하여 우 리 몸은 객석의자에 앉아있다고 판단한다. 이 신호들이 오히려 의도적 12) 이런 면에서 우리는 <아바타>라는 영화 제목을 재해석한다. <아바타>에는 여러 층위의 아바타가 만들어 진다. 주인공인 다리 한쪽을 못 쓰는 전역 해병은 형의 아바타, 나비 족 제이크는 인간 제이크의 아바타이 며 등장인물 제이크는 관객-게이머의 아바타인 것이다.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55
으로 조작된 눈에게 시선을 정렬하라고 명령하고 그 결과가 어지럼증 과 메스꺼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뉴미디어의 총아인 컴퓨터 게임에서는 관객이 스토리에 참여하고 서 사 공간 가운데에서 다양한 경로를 선택하고 등장인물과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호작용한다. 즉, 관객이 주체가 되고 시나리오 작가가 되며 감 독이 되는 것이다. 정도의 문제는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뉴미디어 영화 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기존의 환영주의에서 주체는 단지 관객으로만 존재하였으나 뉴미디어는 관객(사용자)을 주체로 만든다. 이러한 상호 작용성은 재현의 사실주의보다는 인간의 욕구를 시뮬레이션하는 측면을 더 중요시한다. 실상 관객은 마노비치가 말하듯(Manovich 2001/2004, pp.274-275) 자신이 속고 있음을 알면서도 너그럽게 허용하는 주인의 자리에 있다. 사실주의는 환영이 지속되는 한 주체가 그를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뉴미디어가 제안하는 새로운 사실주의는 환영의 지 속과 파괴, 즉 관객을 환영에 몰입하게 하는 것과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 사이의 연속 전환에 기초한다. 환영과 상호작용의 반복 전환은 관객들로 하여금 상이한 유형의 인지적 행위를 하도록 요구한다. 컴퓨 터는 바로 이런 멀티 테스킹의 강력한 도구이다. 모든 감각을 스크린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공간이자 도시의 섬(심은진, 2000, p. 67) 인 영화관에서 강력한 환영을 제공하였던 영화는 이제 매우 자주,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의 작은 창에서 인터페이스로 통제되는 파일로 전락하였다. 전통적 서사 이론에서 모든 텍스트의 궁극적 존재 이유면 서도 배려의 대상 혹은 유도의 대상 이었던 관객은 어느새 영화의 형태와 위상을 지배하는 주체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156 영상 문화
5. 인문학에서의 선구적 관점 앞 장에서 우리는 정통 영화 이론에서 제일 먼저 논의되곤 했던 이 슈들을 잠시 보류하였다. 그 이유는 뉴미디어의 속성이 먼저 전통적 영화미학에서 말하는 사실주의와 재현이라는 개념을, 또한 합성이라는 뉴미디어의 속성과 새로운 카메라의 시점이 몽타주란 개념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은 뉴미디어 영화 이미지에서 프레 임, 쇼트 등의 영화 단위들을 여전히 전통적인 필름 실사 영화에서와 같이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었다. 들뢰즈는 영화이 론을 위한 논의를 전개한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새로운 측면을 위해 영화를 사례로 든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혹은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이론은 이미지와 영화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이론 가운데 상당 부분이 뉴미디어, 나아가 3D 영화를 설명하는 데에도 선구적 관점을 제공하였다는 점이다. 주지하듯 들뢰즈는 프레임을 다양한 측면으로 고찰하였다. 들뢰즈 에 있어서도 프레임은 여전히 사각형의 틀이다. 그러나 그는 프레임에 서 기하학적 구성과 역학적 구성을 구별해 내었다. 특히 프레임 가운데 에서 대상들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을 경우를 역학적 구성이라 보고 이런 구별 상태를 분할 가능한 것과 구별하여 공통분할적(dividual) 이 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한 집단을 요소들의 병치나 보편적 집합체 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모든 프레 임은 스크린에 영사된다는 점에서, 기하학적인 프레임마저도 공통 척 도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공통분할적이라는 것이다. 프레임에 관 한 들뢰즈의 두 번째 논의는, 프레임을 짜는 두 가지 상반된 경향으로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57
각도와 시점에 관한 것이다. 각도와 시점은 서사를 위해 존재한다. 반 대로 탈프레임화(décadrage), 예를 들어 인물의 얼굴 일부만을 보여주 거나 서사의 중심이 되는 대상을 프레임 밖에 의도적으로 위치시키는 경우 서사는 중단되고 유예되며 관객의 시선은 좌절된다. 한편 영화의 프레임은 회화적 프레임과는 달리 단절되고 고립된 것이 아니라 카메 라의 움직임에 따라 열려 있고 지속적으로 확장된다. 프레임 외부의 이미지는 프레임의 내부에 언제나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으로 현존한 다. 쇼트에 관한 들뢰즈의 설명 역시 전체와 부분, 움직임과 시간에 관 한 성찰로 이루어진다. 쇼트는 프레임과 몽타주의 중간위치를 차지하 면서 이중적 관점으로 파악된다. 공간에 퍼져 있는 집합들의 상대적 위치 변경과 지속 가운데에서 변형되고 있는 전체의 변화가 그것이다. 쇼트는 유동적 전체를 향해 수렴되며 요소들의 병치로 환원되지 않는 공통분할적인 성격을 가진다. 카메라가 만들어 낸 쇼트는 총체 안에서 의 움직임이지 이동하는 부분들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쇼 트는 운동 이미지이다. 이것은 몽타주 역시 쇼트의 일종이라는 논거가 된다. 들뢰즈의 경우 몽타주와 쇼트는 운동 이미지를 표현하는 동등한 차원의 개념이다. 카메라는 운동을 표현하지만 고정된 카메라로 만들 어진 두 개의 쇼트도 몽타주가 되면 운동 이미지가 출현한다. 쇼트는 시점과는 무관하게 카메라의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정의된다. 이때, 두 개 이상의 쇼트라 할지라도 그것이 일정한 연속성과 통일성, 즉 들뢰즈 의 표현을 빌어 공통분할적 요소들이라면 전체가 하나의 쇼트가 되는 것이다. 결국 들뢰즈에 있어서 프레임, 쇼트, 더 나아가 몽타주라는 전 통적인 영화 단위는 단위의 차이를 넘어서 이미지 에 통합된다. 들뢰즈 이론의 초보적인 개념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이들이 개 158 영상 문화
별적 영화 분석에서 얼마나 생산성과 적합성을 가지는가에 따라 합의 를 얻어낼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 위해서이다. 들뢰즈의 고찰이 오늘날의 뉴미디어 영화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논리는 뉴미디어의 영화에 더욱 실감 나게 적용될 수 있음은 매우 흥미롭다. 앞에서 본 것처럼, 뉴미디어의 영화가 가지는 전지전능 한 시점 이동은 전통적인 영화이론에서 말하 던 프레임이라는 개념을 상당히 희석시킨다. 뉴미디어의 가상 카메라 의 시점으로는 외화면은 언제든 내화면으로 들어올 수 있는 현전에서 머물지 않는다. 뉴미디어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바 단절을 찾기 어려운 카메라 움직임, 인간의 시선을 넘어서는 카메라의 시선은 프레임 내부 와 외부는 물론, 프레임과 쇼트의 구별 자체를 불가능하게 혹은 무의미 하게 만든다. 게다가 뉴미디어 영화에서는 프레임 역시 사각형의 한정 된 공간 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 프레임이 투영되는 결과인 스크 린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35mm에서 아이맥스로, 4x3, 16:9, 1.85:1, 2.36:1, 급기야 사용자 설정이 가능한 화면, 더 나아가 홀로그램 디스플 레이는 아예 우리의 시각 영역 전체를 지배하면서 프레임이라는 개념 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13) 뿐만 아니다. 동일한 프레임에서 시점이 매 끄럽게 움직이면서 만들어지는 후속 이미지들은 들뢰즈의 견해를 기 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 프레임에서 쇼트 로 이어진다. 감독은 언제 고! 를 외치고 어디에서 컷! 을 명령할 것인가. 서사에 관한 한 들뢰즈가 가지는 입장은 지속은 변화다 라는 베르 13) 물론 프레임의 상투화된 상징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새뮤얼 마오즈 감독의 <레바논>(2009)에서 전쟁은 탱크 사수 쉬무엘의 동공에 접한 작은 프레임 으로 비친다. 제한된 프레임에 비치는 장면은 실은 전쟁의 실상을 관객에게 웅변적으로 제대로 알려준다.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59
그송의 가르침이다. 들뢰즈는 한마디로 영화가 서사규칙에 종속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14) 그가 보기에 영화는 텍스트와는 달리 지각되지 않은 현실조차도 복구되고 어떤 인위적 서사도 없는 내재적 평면(plan d immanence) 의 가능성을 가진다. 쇼트를 운동 이미지로 규정하고 쇼 트를 몽타주와 동일시할 때 이미 그의 뇌리에는 영화에는 서사가 개입 될 여지는 차단되었다. 탈프레임 정도를 넘어서는 차원에서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장치, 이를테면 이미지의 왜곡, 시간의 변용, 심도 조작, 접사 등은 모두 관객의 시선을 좌절시키면서 서사를 중단시키거나 보 류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대부분의 뉴미디어 영화들은 이미지의 완전 한 정복,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또 다른 현실 을 구현해 낸 자신의 기술적 성취에 몰두하여 이런 영화 장치들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결 과물들이다. 이어지는 이미지는 수많은 잠재태 중 어떤 방식으로 구현 되는지는 물론, 어디에서 구별되고 어디에서 이어질지도 알 수 없게 된 다. 들뢰즈가 제기한 바, 영화 자체가 서사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논리 가 뉴미디어 영화에서 좀 더 분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아바타>에서 볼거리 는 찾았으나 줄거리 는 찾지 못한 소박한 관객들에게 탈서사 화된 이미지를 채우는 것은 항상 관객의 몫 (박영욱 2006, p. 28)이라 는 진단은 실은 책임의 소재를 잘못 파악한 주문이다. 관객들은 들뢰즈 의 이론은 몰라도 왜 이런 영화는 별 줄거리가 없는지 체험으로 알 고 있는 것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현실 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실주의의 바탕 14) 들뢰즈는 영화기호학, 즉 영화 단위를 추출하고 그 단위들을 경합하는 규칙으로 의미생산을 설명하려는 입장 에는 반대하였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다소 불편한 심기를 느낀다. 실은 이 들뢰즈의 시각은 잘못 받아들여진 영화기호학 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관한 논의는 박일우(2009) 참조. 160 영상 문화
에는 근대의 재현 이 탈재현의 시뮬라크르로 대치된 사정이 깔려 있음 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서양 미학의 주도적 흐름, 예를 들어 회화의 제욱 시스를 시원으로 이어진 사실주의는 재현의 메커니즘을 통해 다중의 욕망을 통제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와 기술은 새로운 양식의 예술 을 만들고 이는 시뮬라크르의 개념으로 구체화 되었다. 이 논의의 연장 에 역시 들뢰즈가 있다.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는 재현에서 풀려나 자신의 물질성과 숭고함의 차이를 뺏긴 채 추상적 코드와 코드 속에 편입되어 다른 기호와의 차이적 관계(김용규 2006, p. 316)로 허무하게 귀결되지만 들뢰즈가 파악하는 시뮬라크르는 잠재적 생성과 변화의 기 원이다. 시뮬라크르는 제거해야 할 가짜 이미지가 아니라 스스로 강도 와 역량, 변이의 잠재력을 가지면서 독자성과 차이를 생산해내는 실천 적 기호라는 것이다. 들뢰즈의 시뮬라크르 개념이 뉴미디어의 영화의 한 단면을 설명할 수 있는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다음의 과제로 남긴다. 6. 맺는말 별 줄거리는 없지만 그러면서도 관객은 <아바타>를 보기 위해 줄 을 잇는다. 윤선희는 이러한 현상을 푸코와 포스트식민주의의 이론으 로 설명한다(2005, pp. 189-210). 한국 영화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의 투쟁을 겪으면서 어느 사이 헐리우드 영화와 동화되어 버렸다는 것 이다. 윤선희는 또한 들뢰즈의 운동 이미지를 세 가지의 아바타, 즉 인 식, 감성, 행동 이미지의 측면으로 나누고, 한국영화는 한국적 소재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61
와 한국적 미학을 개발하기 위해 감성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이 마땅 하나 운동 이미지의 구성 원리는 헐리우드 방식으로 재구조화 되면서 정체성을 상실하였다는 취지의 논지를 전개한다. 특히 최근 영화에서 보이는 빠른 편집, 서사를 훼손하는 시간 조작, 현실과 환상을 뒤섞어 놓은 시간 이미지의 중심화 등이 우리 영화의 지형적 맥락은 뒤로 밀려 나고 탈영토화의 신드롬으로 부상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헐리우드화한 영화는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헐리우드의 아류이므로 한국적 영화의 정체성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한편 심은진은 현실을 타자화 시키지 못하는 영화, 우리 삶을 반추해보지 못하게 하는 영화 는, 영화의 진실한 힘을 상실한 것이다 라 말한다(2006, p. 188). 이 말 은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며 따라서 사실적이어야 하고 현실의 거울로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라는 오래된 믿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백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제 7의 예술 로 승화된 영화 예술 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견해이다. 그러나 뉴미디어의 영 화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대상을 사실( 寫 實 )적으 로 묘사하는 시뮬라크르이며 우리의 삶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인 아바 타의 삶을 묘사하는데 이르렀다. 위의 두 주장은 당위성의 차원에서는 아무런 손색이 없다. 다만 이러한 주장들에 일반 관객들이 얼마나 동의 할지는 의문이다.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를 먼저 보고 싶은 것이다. 관객의 입장 에서는 우리 삶을 반추하는 향기 나는 예술영화도 좋지만 때로는 현실 보다 더 현실 같은 다른 현실에서 현실을 잊는 대리 만족을 구하고 싶 기도 한 것이다. 그것이 헐리우드 영화를 흉내 낸 영화이든 헐리우드가 만든 영화이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영화 시장 의 속성이 162 영상 문화
다. 영화를 산업 이전에 예술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관점과 믿음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는 이 냉정한 현실을 우리에게 다시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양식인 3D 영화, 그나마 단편적인 사 례를 들어 뉴미디어 예술로 재정립하고 그 속성을 영화 전통적인 영화 미학의 틀에 넣어 조명해 보려하였다. 그 어느 사항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는 이끌어내지 못하였지만 우리는 뉴미디어 영화, 특히 3D 영화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영화 예술의 양식이 발전해 나가 는 과정의 일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적 영화 단위인 프레임, 쇼 트, 몽타주는 실은 뉴미디어 이전의 영화에서도 이미 구별이 모호했으 며, 이미지가 부각될 때 서사가 훼손되는 것은 이미지 자체의 속성임을 알게 되었다. 뤼미에르 형제가 보여준 열차의 도착 정면은 오늘날 <아 바타>에서 난무하는 무수한 특수 효과 와 다르지 않으며, 실은 영화 문법은 처음부터 모두 특수 효과를 둘러싼 인위적 장치임을 알게 되었 다. 모든 예술은 항상 미디어 아트 였으며 뉴미디어를 가능하게 한 디지 털 기술의 근본적 속성인 이산성 역시 영화의 데꾸빠쥬(découpage) 가 원조 격이다. 새로운 재현과 그것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실주의의 도래 는 굳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촉발하지 않더라도 근대의 해체에 따르 는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뉴미디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이미지는 결국 시각 예술이 이미 내재적으로 정해진 순서대로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지속과 변화의 산물인 것이다. 인터페이스가 다양해지고 상호작용이 발전되면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은 필연적으로 하나로 묶인다. 처음 부터 영화는 활동사진 이었다. 국내 이미지 산업이나 교육계에서 영 화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분야보다 상대적인 아우라를 누리는 상황은 시각 이미지의 내재적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근거 없는 일이 될 것이다.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63
뉴미디어이든 3D 영화이든 결국은 문화는 흐름이다. 불행히도 오늘 날 문화의 흐름은 자본과 거기에 반응하는 대중들의 행태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벌 환경에서 누가 그것을 이끌고 가는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실시간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는 컨텐츠의 생산 과 소비의 네트웍에서 우리의 정체성 을 지키자는 주장은 당위성은 있 으나 현실성은 약하다. 가끔 당위성과 현실은 달리 표출되지 않는가. <아바타>는 많은 제작비를 들인 만큼 많은 수익을 올렸다. 반면에 심 형래 감독의 <디 워>는 많은 제작비를 들였으나 많은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그 차이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나 컨텐츠, 혹은 서사에 있지 않았다. 바로 수익 모델이 달랐던 것이다. 3D 기술은 TV의 상용화에 맞서서 영화관에 사람들을 불러들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고 오늘날은 불법 다운로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법으로 다시 각광을 받는다. 헐리우드 3D 영화 선언 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D는 이미지의 혁명이라기보다는 실은 이미지 산업 수익모델의 혁명에 가까운 것이다. 164 영상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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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요약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박일우(계명대학교) 이 글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3D 콘텐츠의 속성을 규명하려는 목표를 가 진다. 3D를 비롯한 뉴미디어 영화에서는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가 일반화 되면서 영화적 사실( 事 實 )주의는 재현과 합성에 근거하는 사실( 寫 實 )주의 로 변용되며, 전통적인 영화 언어 단위인 프레임, 쇼트 등의 구별이 모호해 진다. 시간적 연속체에 근거한 몽타주는 공간적 개념으로 확장된다. 이미 지가 우선되면서 서사는 훼손되고 관객의 위상 역시 의미작용의 주체에서 서사를 만드는 상호작용의 주체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의 변용 과 확장 현상은 이미 들뢰즈 등 인문학의 범주에서 발전되어 온 영화 담론 에서 예고된 것들이며 그 뿌리는 이미지의 내재적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 다. 따라서 이글은 3D 이미지 혁명의 본질은 시각예술의 혁명이라기보다 는 놀라운 볼거리 에 집착하는 헐리우드의 이미지 산업이 만들어 낸 새로 운 수익 모델 의 혁명임을 강조한다. Keywords: 삼차원 이미지, 3D, 3D 이미지, 3D 영화, 뉴미디어, 아바타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67
Zusammenfassung Some Controversial Issues on 3D Image and Alternative Proposals Park Il Woo (Keimyung Univ.) This study examines the nature of 3D film with an angle of human science. New Media film, including 3D film, characterized with the generalization of computer graphics, has led some traditional concepts of film theory to be modified: the traditional film realism is converted to the new photo-realism based on representation and digital composition: units of film language such as frame, shot become undistinguishable. The montage, traditionally defined as chronological syntagm, becomes a space-based concept. In New Media film, the image has the priority and the narrative become secondary. On the contrary, the viewer s status changes from the channel of signification to the interactive subject of constructing the narrative. All the changes of roles and redefinition of traditional concepts are, however, inherent in the immanent nature of image and previewed by the scholars in the field of human science such as G. Deleuze and L. Manovich. Therefore, if there is any revolution in the New Media and 3D film, it is not the theoretical one of the film discourse but the revolution of earning model of the Hollywood film industry that adheres the spectacle rather than the aesthetic of film. Keywords: Three Dimension, 3D, 3D Image, 3D Film, New Media, Avatar 168 영상 문화
논문투고일: 2010년 5월 17일 논문심사일: 2010년 6월 4일 논문게재 확정일: 2010년 6월 9일 3D 이미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몇 가지 논점과 대안 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