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the Table & Food Coordinate Vol. 8 No. 2 15~26 식공간연구 2013. 12. 음식을 소재로 한 현대 여성미술가의 작품연구 - 페미니즘 작품을 중심으로 - A Study on Contemporary Woman-Artist Using The Food: Focused on Feminist Artist 나정기* 김형섭** Na, JeongKi Kim, HyungSup Abstract Modern art with Impressionism at the root developed further to embrace various tendencies and attempts since Fountain by Marcel Duchamp in 1917. The work led to making limiting genres in art meaningless and allowing unrestricted use of art material. Later in 1960s, postmodernism discussion laid foundation to feminism and feminist female artists came to existence. They made a wide range of attempts, especially works on food by Judy Chicage, Jana Sterbak, Janine Antoni and Lee Bul. These artists criticized severely suppression, agony, subordination and discrimination on women related to eating or food in the patriarchical system, which contributed to higher status of woman. Key words : Feminism, Woman Artists, Female Artists, Marcel Duchamp, Food, Patriarchy * 경기대학교 관광대학 외식조리관리학과 교수 **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식공간연출전공 박사과정 e-mail: obscura@netsgo.com
16 식공간연구. Vol. 8 No. 2 I. 서 론 1. 음식과 드레스 2010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에서는 일대 파란을 일으킨 사건이 하나 있었다. 언제나 파격적인 의상으로 그녀의 노래만큼이나 주목 받았던 행위 예 술가이자 가수인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그 주 인공이다. 그녀는 약 23Kg에 이르는 생고기로 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섰다.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된 이 생고기 드레스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0년 올해의 아이디어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미국 로큰롤 전당에 박제를 거처 보존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BBC에서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이 옷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지만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고 다만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라는 가가의 대답만 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가는 동성애자 군 복무 금지 규정 철회 집회 에서 헌법의 핵(Prime Rib) 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을 고급 쇠고 기(Prime Rib) 로 은유해 생고기 드레스 퍼포먼스를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중앙일보 2012.3.25). 하지만 이보다 앞서 생고기드레스를 만든 미술가 가 있었다. [바니타스: 알비노 아노레틱을 위한 생고 기드레스(혹은 생고기드레스), Vanitas: Flesh Dress for an Albino Anorectic]란 제목의 작품을 만든 야 나 스테르박(Jana Sterbak)이라는 체코출신의 케나 다 여성미술가인데, 1987년 케나다 토론토의 이데사 갤러리(The Ydessa Gallery)에서 전시한 작품으로 50장의 스테이크로 드레스를 만들고 작가 자신이 이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과 함께 전시 하였다. 1) 그녀의 몸은 음식과 음식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와 1) http://www.janasterbak.com/ 주는 기호인 그릇 (신항식 2007)이 된 것이다. 레이디 가가가 야나 스테르박의 작품형식을 모방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생고기드레스]는 서로 시사 하는 바가 달랐다. 레이디가가는 정치적인 주장 을 담고 있는 반면, 야나 스테르박은 여성의 육체에 대한 사회적 눈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 생고 기 드레스에 대하여는 본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 만, 현대 미술을 다루는 여성미술가들 사이에서는 야나 스테르박처럼 음식을 소재로 다루는 작가를 종 종 볼 수 있다. 그들은 주로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지만 샌디 스코글랜드(Sandy Skoglund) 처럼 작품을 제작하는 행위 자체와 내러티브에 중점 을 두는 작가도 있다. 물론 웨인 티보(Wayne Morton Thiebeau)와 같이 음식을 소재로 다루는 남 성미술가가가 전무 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경우 실 물의 음식이 아닌 그림상의 표현이고 더구나 음식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춘 반면 여타 여성 미술가들은 주로 사회적 메시지, 특히 많은 수의 미술가들이 페 미니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음식과 관련된 문화를 좀 더 다양하고 심도 있게 연구하기 위하여, 현대 미술 에 있어서 음식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음식이 단순히 미각 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진화하여 예술로서(김지영, 나정기 2006) 음식을 표현하는 하나의 예로서, 향후 음식이 미술뿐 아니라 식공간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 에서 표현의 도구로 활용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왜 남성 미술가보다 여성 미술가가 더 많이 음식을 소재로 하였는지, 음식을 통해서 어 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그들에게 음식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 장에 서 현대미술의 전개와 페미니즘미술의 등장, 그리고
음식을 소재로 한 현대 여성미술가의 작품연구 17 페미니즘 여성미술에서 음식이 어떤 형태로 이용되 었는지와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그 관계를 모 색해 보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현대미술의 시작과 팽창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을 한마디로 정의 하긴 힘들지만 시기적으로 구분을 하면 넓게 보아 대략 1860년대에서부터 시작된 예술 작품들을 말한다. 이 시기부터 전통적 예술의 특징인 묘사, 즉 우주와 자연, 인간의 외형을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추상을 지향하 였다. 1839년 사진술의 등장이 이러한 전통적 묘사와 재현을 탈피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며 최초의 현대 적 미술 사조는 인상주의(Impressionism)로 보는 시 각이 일반적이다. 당시 아방가르드 화가로 정평이 나 있던 모네(Claude Monet), 마네(Edouard Manet), 르 누아르(Auguste Renoir), 드가(Edgar De Gas), 세잔 (Paul Cezanne), 고갱(Paul Gauguin), 고흐(Vincent van Gogh)로 대표되는 인상주의는 빛과 함께 시시각 각으로 변하는 자연의 색체를 묘사하고, 대기의 지시 색과 반사색의 유희를 작품에 적용하였다. 하지만 개념적으로 현대미술의 기폭제가 되었고 분수령이 된 작품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np) 의 [샘, Fountain]을 들 수 있다. 뒤샹은 1917년 뉴욕 의 독립미술가협회(The Society of Independent Artits, Int)가 주관한 전시회에 공산품인 J. L. 머트 철공회사(J. L. Mott Iron Works)의 남성용 소변기 에 R. Mutt 라는 익명으로 서명을 하고 작품으로 출품 하였다. 이 전시는 소액의 출품료만 내면 누구 나 전시를 할 수 있는 열려있는 전시회였지만, 주최 측은 변기가 미술이 될 수 없으며 단지 변기이며 작가의 창작물이 아니므로 미술이 될 수 없다. 란 이유로 출품이 거부 되었다(우정아 2006). 이 작품의 중요 특징은 기성품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므로 작가의 사인 외에는 미술가의 손 이 들 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술 또한 기계에 의한 공산품으로 여겨져 오랜 시간 동안 예술로서 인정받 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미술사의 한 획을 긋는 레디메이드(Ready-Made)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레디메이드란 실용적 목 적을 가진 기성품이라 할지라도 기존의 기능을 떠나 작가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월간미술 1998) 작가 자신이 손수 만든 작품 이 아닐지라도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의미부여 를 통해 어떤 것이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적 개념은 다양한 방식의 현대미술 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것은 이전 사고에 대한 도전 일 뿐만이 아니라 미술의 관습적인 언어에 대한 과격 한 도전이자 파괴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뒤샹의 레디 메이드는 반( 反 )예술로서 이전 예술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동시에 포함된다. 뒤샹의 [샘]이후 미술계는 예술에 대한 새로운 성 찰이 일어났으며 일부는 열광하고 일부는 비난 일색 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뒤샹의 개념은 인정 받게 되었고 모든 미술에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다 양한 분야의 예술이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 지는 이유는 이런 뒤샹의 개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라고 생각 된다. 공산품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미 술 작품으로 활용했던 도널드 주드(Donald Judd) 등이 활약했던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로버트 스미드슨(Robert Smithson) 등 자연을 미술의 대상 으로 삼았던 대지미술(Land Art)(베이커 1993), 다
18 식공간연구. Vol. 8 No. 2 양한 형태의 행위예술, 심지어는 자신의 육체마저 미술의 도구로 삼아 성형수술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 계한 생트 오를랑(Saint Orlan)에 이르기까지 다양 한 소재와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로 발전하게 되었 다. 이러한 가운데 음식을 직접적인 소재로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현대미술에 있어서 오히려 자연스러 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2. 페미니즘과 페미니즘 미술 사전적 의미의 페미니즘(Feminism)은 여성억압 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해방을 궁극적 목표 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이다. 어원은 여성의 특질 을 갖추고 있는 것 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 (femina) 에서 파생한 말로서(두산백과), 성차별과 남성중심의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 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말한다. 이것은 억압 하는 객관적 현실을 인지하고 해결을 모색하며, 남성 특유의 사회적 경험과 지각 방식을 보편적인 것으로 표준화하려는 태도를 근절시키는 것, 스스로 억압받 는다고 느끼는 여성들의 관심사를 체계적으로 이해 하려는 것, 여성적인 것의 특수성이나 정당한 차이를 정립하고자 하는 것 등이 페미니즘의 목적이다. 때문 에 페미니즘에서 문제 삼는 것은 생물학적인 성(sex) 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gender)이다. 이런 페미니즘 인식에서 가장 논쟁적인 문제는 평등 과 차이 의 대립이다. 차이가 사회적 정치적 차별이 되어온 인식 에 대한 저항을 하며 여성과 남성이 똑같아지기 위해 서 투쟁해야 한다는 것과,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성차(gender difference) 의 존재는 인정하고 차이의 페미니즘 을 주창한다(윤난지 2009). 남성(man)이 모든 인간(human) 을 대표하여 온 인류 역사에서 인간의 경험은 남성적 경험을, 그 경 험의 재현인 문화적 산물 또한 남성의 것 혹은 남성 적인 것을 의미하여 왔다. 여성과 여성적인 것은 역 사의 바깥에 묻혀 있었던 것인데, 이렇게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소외되어 온 인류의 절반을 복원하려는 페미니즘이 운동과 담론을 통해 실체화된 것은 1960 년대 말에 이르러서다. 당시 모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의 영향으로 사회는 다원주의가 팽배 했으며 다원주의적양상은 영역의 확장이나 장 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나 다양한 인종, 문화, 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매개된 여러 작업들이 시도 되었으며(박남희 2008), 여성 미술가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기존의 예술이 다분 히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이루어 졌다는 인식하에 페미니스트 아트(Feminist Art)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런 인식은 과거 유럽 사회의 상황에서 여성이 남성 과 똑같이 교육받고 전시를 하는 미술가가 될 기회를 박탈당했던 역사에서부터 생겨났다. 남성의 미술사 였던 주류 미술사에서 여성성은 주로 남성미술가의 작품을 통해서 재현되어 왔고 여성성은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서, 즉 남성 시선에 비친 여성성이다. 반면, 페미니스트 여성미술가의 작품에서 여성이 주체가 되는 여성 자신의 재현이다(윤난지 2009). 초창기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쥬 디 시카고(Judy Chicago)를 비롯한 페미니스트 미 술가들은 신체적, 역사적 여성성을 찬양하였으며, 1980년대 매리 켈리(Mary Kelly) 등은 모자관계와 사회적으로 주어진 모성을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여 성성에 관하여 주창하였다. 이때부터는 더 이상 여성 의 신체를 상징적으로 재현하지 않고 시각적인 성차 별과 언어에 주목하게 되었다. 특히 제니 홀저(Jenny
음식을 소재로 한 현대 여성미술가의 작품연구 19 Holzer)와 바바라 쿠르거(Barvara Kruger) 등은 광 고와 같은 이미지에 신랄한 여성 주의적 문구를 넣어 성차별과 부계사회의 의미체계와 힘의 구조를 약화 시키려 하였다. 즉, 여성 페미니스트 미술가들은 작 품을 통해 이제 까지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서 재현 (representation)되던 여성을, 스스로 주체적 여성으 로서 여성을 재현하여 남성과 사회 그리고 가부장제 의 오랜 관습과 대항하였다. Ⅲ. 음식을 소재로 한 페미니즘 미술가의 작품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술이 마르셀 뒤샹의 [샘] 이후로 양적 질적으로 팽창하는 계기가 되었고 다양한 형식이 시도되었으며 소재 또한 제약 없이 다양해졌다. 그 중 1960년대 후반부터 발발한 페미 니즘은 많은 여성 미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여성성 에 관한 내용을 주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의 소 재 또한 다양하였고 그 중에서 음식을 소재로 작품을 창작한 여성미술가들도 상당수 존재 한다. 한명의 여성미술가가 음식을 소재로 여러 작품을 만들었지 만 여기에서는 그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작품의 경향 과 그 의미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1.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 음식으 로서 여성 화가이자 조각가인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는 1939년 시카고 태생의 여성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원래의 성은 코헨(Cohen)이었지만 출생지의 이름을 따서 시카고로 개명하였다.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은 [디너파티, The Dinner Party] <그림 1>라 명명된 <그림 1>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디너파티 (The Dinner Party), 1979 작품으로서 1979년 3월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에서 전시 되었다. 이 작품은 수많은 논란거리를 제 공하였으며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3개월간 1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녀의 작품은 1974년부터 79년까지 5년간 무려 400여명의 도움을 받아 만든 대작이었다. 역사적으 로 위대하였지만 빛을 받지 못한 여성 999명의 이름 이 새겨진 바닥위에 한 변의 길이가 16미터나 되는 삼각형으로 식탁을 배치하였다. 각 변에 13개씩 총 39개의 자리에 39벌의 식기세트가 만들어 졌으며 그 위에는 서양 역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여류 명사의 39명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이 디너파티를 장식하는 데에는 자수, 도자기, 금속세공, 회화 등의 영역 같이 다양한 여성의 노동력과 밀접한 분야가 선정되었다. 식탁을 삼각형으로 붙여 만든 제단형식 인 [디너파티]는 중앙의 빈 삼각형 공간에 물을 채워 여성의 신체를 은유화 하였다. 이 작품에서 가장 논 란이 되었던 부분은 각 식탁의 접시였는데, 접시에 그려진 그림과 새겨진 조각이 일관되게 여성의 성기 를 모티브로 한 것이었으며 마치 접시위에 올려놓고 먹는 음식과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20 식공간연구. Vol. 8 No. 2 음식을 주제로 한 전통 회화에 대하여 연구하고 역사 를 통해 음식을 만드는 주체는 여성이었지만 관점은 남성에게 집중되는 [최후의 만찬]을 재해석 하였다 (박남희 2008). 이를 통해 사회적 눈에 숨겨지고 감쳐지는 여성의 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냈으며 일반 여성의 일상에서 의 창작행위였던 그릇 만들기, 바느질하기 등이 비예 술적인 것 그리고 열등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편견의 역사에 대한 상징적 도전이었다. 2. 야나 스테르박(Jana Sterbak)-고기와 여성의 육체 1955년에 체코 프라하에서 출생한 캐나다작가인 야나 스테르박(Jana Sterbak)의 대표작은 [생고기드 레스, Vanitas 2) ; Flesh Dress for an Albino Anorectic 3) ] <그림 2>을 들 수 있다. 약 70kg의 소 옆구리 살 스테이크로 만들어진 이 드레스는 자신의 육체와 생의 재료로서, 또한 그녀의 육체를 상징함으 로서 기존의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소의 외피대 신 속살로 옷을 만듦으로 해서 내부와 외부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자연에서 식품으로, 생살에서 의복으 로 전이된 사물을 상징화 한다. 육체적이고 동물적인 쇠고기를 여성복으로 제작 함으로서 동물과 육체를 여성으로, 인간과 정신을 남성으로 비견되던 부계사회의 분류법과 계급구조 에 비판한다. 결국 스테르박의 생고기드레스는 이분 2) 인생무상 이라는 라틴어로서 세속적인 삶이 짧고 덧없다 는 것을 나타내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장르인 바니타스 정물화에서 이름을 따왔다. 3) 제목의 albino와 anorectic의 사전적 의미는 각각 백색 증 과 식욕부진 이란 뜻이나 이 작품에서는, 미디어에 비 치는 하나같이 마르고 날씬한 여성으로 인하여 증가 일로 의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미국사회에서의 여성을 뜻한다. <그림 2> 야나 스테르박(Jana Sterbak), 생고기드 레스(Vanitas; Flesh Dress for an Albino Anorectic), 1987 법의 해체에서 시작하여 남성우월주의의 허구를 고 발하는 통렬한 여성주의적인 것이다. 또한 생고기드 레스가 여성복 또는 여성을 상징화하여 여성을 향해 먹는다 는 표현을 일삼는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 대 해 일침을 가한다. 하지만, 전시가 계속 될수록 이 생고기드레스는 점점 마르고 부패하였으며 이는 우 리들 자신의 필연적인 죽음과 부식을 생각나게 했다. 또한 이 작품은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인 거식증(신경성 식욕 부진증)의 몸체 즉 음식 을 거부하는 몸체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McLerran 1998). 신체의 피부는 문자 그대로 하나의 딱딱한 틀에 드리워진 살점 드레스로 그리고 고통 속에 있 는 신체 를 구체화 하는 시체로서 거식증 몸체의 상 징이 된다(Kirshenblatt-Gimblett 1999).
음식을 소재로 한 현대 여성미술가의 작품연구 21 3. 재닌 안토니(Janine Antoni) - 고통받 는 여성의 육체 1964년 바하마에서 태어난 재닌 안토니(Janine Antoni)는 1977년 미국 플로리다로 이주한다. 이후 1989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행위예술, 조각,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그녀의 비교적 초창기인 1992년 작품 [갉아먹다, Gnaw] <그림 3>는 그녀를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인 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은 300Kg에 이르는 초콜릿과 라드(lard, 돼지기름)로 된 큐브형태의 덩 어리로 전시하기 전 그녀의 입을 통해 그것들을 갉아 먹었다. 이 작품에 대하여 그녀는 말하기를, 라드는 여성의 몸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데, 그 이유는 여성 들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지방이 많으며 이것을 갉 아 먹는 것은 일종의 식인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4) 라고 한다. 이로서 여성의 신체를 달콤한 것 그리고 비곗덩어리로 치환하고 외부에 의해 그 신체가 상처 받고 손상되는 것을 말하려 했다. 또한 그녀의 1993년 작품 [핥고 거품 내다, Lick and Lather] <그림 4>는 초콜릿과 라드로 등신대 의 상반신 자신상을 만들고 초콜릿으로 된 상은 혀로 핥고 라드로 된 상은 비누로 사용하여 그녀의 몸을 씻었다. 결국 그녀의 상들은 점점 달아 두루 뭉 실하게 되었는데, 이는 처음에 만들었던 조각을 재조 각하는 행위였다. 손과 도구로 요리를 해야 할 재료를 그녀는 입과 몸으로 조각을 한 것이다(Kirshenblatt- Gimblett 1999). 이 작품을 통해 그녀는 먹고 씻는 것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 남성에 의해 소모되는 여성의 육체를 형상화 하려 하였다. 손으로 만들고 입으로 먹는 등의 노동을 통한 작품 제작은 외부로부터 상처 받고 고통 받는 여성의 육체를 대변 한다. 그녀는 대표적 1세대 페미니스트 작가인 루이 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를 어머니 로 칭하 면서 그녀에게서 강한 영감을 받는 다고 한다(Art in America 2009.10.23). 재닌 안토니는 부르주아와 더불어 사회적, 역사적으로 고통 받는 여성의 육체를 <그림 3> 재닌 안토니(Janine Antoni), 갉아먹다 (Gnaw), 1992 4) http://en.wikipedia.org/wiki/janine_antoni <그림 4> 재닌 안토니(Janine Antoni), 핥고 거품 내다(Lick and Lather), 1993
22 식공간연구. Vol. 8 No. 2 주로 다루는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작가로 알려져 있다. 4. 이불(Lee Bul) - 순교적인 여성의 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작가 중 한명인 이불(Lee Bul)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비엔날레에 초대되어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다. 1964년생인 그녀는 1987년 대학 졸업 후 미술계에 잔잔한 반향 을 일으켰던 [뮤지엄]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 을 시작하였다. 이불의 작업 중 기계와 유기체의 혼 성물로서 실리콘으로 제작된 조각 작품 [사이보그] 시리즈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 이전인 1997 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전시한 [화엄, 華 嚴, Majestic Splendor]이 이불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죽은 생선 5) 을 구슬과 시퀸(sequin) 등 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비닐에 담아 벽을 빽빽하게 채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물고기들이 부패하는 과정을 작업의 과정으로 삼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선들은 부패하였고 비닐 속에는 생선 썩은 물이 고였으며 썩는 냄새는 온 미술관을 덮었다. 뉴욕현대 미술관은 전위적인 작품의 경연장이라 할 만큼 엽기 적인 소재의 작품도 흔히 전시를 하는 곳이나 이불의 [화엄]만큼은 그들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급기야 작 품은 전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철거 되었다. 현대 미술은 썩은 생선이든 그 어떤 재료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반증적으로 보여준 전시이기도 했다(매 일경제 2012.12.07). 일종의 애브젝트(Abject) 6) 인 이불의 [화엄]에서 <그림 5> 이불(Lee Bul), 화엄(Majestic Splendor) (부분), 1997 생선의 몸은 결국 물과 휘발성 기체로 변했고 싸구려 인조 장식품들만 남았는데, 생선은 여성의 육체를 장식품으로 간주되는 한국 문화에서의 여성성을 함 축적으로 의미한다. 그녀가 생선을 화려하게 꾸며 작품을 제작한 모티브는 유년시절 어머니가 가내 수 공업으로 시퀸을 붙여 장식하는 수출용 가방을 만들 었던 기억으로부터 연유되었다. 시퀸은 경제 발전에 공헌한 한국여성의 값싼 노동력의 상징이고, 썩어가 는 생선은 몸 바쳐 희생하는 여성의 미덕과 그를 당 연시하고 강요하는 사회적인 관습에 대한 반기로서 (강태희 2002) 작용 한다. 노동으로 장식된 생선을 통해서 계급과 젠더에 있어서의 한국여성의 환상과 무상함을 표상하려 하였다(채드웍 2006). 하지만 정작 그녀에게 페미니스트이냐? 라고 질문 하면 과거에는 그랬으나 지금은 아니다. 라고 대답한다. 페미니즘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 자신의 작품을 국한되고 한정되게 한다는 생각에서이다(월 간미술 2002.02). 5) 작품에 사용된 생선은 도미인데, 도미는 백제시대의 설화 도미부인을 가리키며 순교 라는 알레고리(Allegory)로 작용된다. 6) 극도로 비참한, 절망적인, 비굴한의 뜻을 가진 애브젝트는 오브제(object)와 대비하여 파괴된 것, 무시되는 것들을 말하여 일부러 역겹고 혐오스러운 소재를 이용하는 작품 양식으로 미술의 한 형식을 이루고 있다.
음식을 소재로 한 현대 여성미술가의 작품연구 23 Ⅳ. 음식과 젠더로서의 여성 음식은 생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육체적 배고픔 뿐 만 아니라 정신적 배고 픔도 음식을 통해 해소되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은 정신을 같이 나누는 것이며 모든 기쁜 일이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면 같이 식사를 하 며 그것을 나눈다. 또한 음식은 오감( 五 感 )을 충족시 키고 더 나아가 식공간의 체감까지 육감( 六 感 )을 자 극시키는 역할도 한다(김인화 한경수 2009). 모르 는 사람이라도 같이 식사를 나누면 서로 긍정적 인간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대하기 어렵거나 관계가 안 좋은 사람과 식사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음식의 기능 외에 여성에게 있어서는 음식이 어떤 역할을 하고 영향을 미치는지 젠더역할과 사회적 측면에서 관계 를 짚어보겠다. 1. 음식과 가부장제 현대인은 통상적으로 하루에 세 번의 식사를 한다. 가족 간의 식사는 외식이란 형태로 집 외부에서도 행해지지만 가정 내의 빈도수가 월등히 높으며, 함께 식사를 하며 가족 간의 우의를 다진다. 하지만 음식 을 만들고 소비하는 가정 내의 식사와, 이와 관련된 급식노동(Feeding Work)에서 우리는 부계 혈통 중 심의 억압적 가부장제의 전형을 볼 수 있다. 가정 내 음식 준비의 책임과 소비 유형 그리고 그와 관련 된 노동의 제공은 젠더 역할에 있어서 여성 억압의 수단으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가족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가지는 걸로 사회화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부부 상 호간의 암묵적 계약으로서 여성이 남성에게 일종의 종속을 의미한다. 또한 남성은 반대로 여성으로부터 좋은 음식을 제공받으려 하며 간혹 음식의 불만이 폭력으로 변하기도 한다(비어즈워스 케일 2010). 7)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가정 내 남성의 음식 취향 이 여성과 자녀보다 우선하며 아내가 남편의 취향에 맞추어 적절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여성의 남성에 대한 애정표현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미국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가정 내 급식노동에 있어서 하루 중 주요 식사인 저녁식사의 경우 어머니 가 59%를 준비한 반면 아버지는 겨우 2%만이 준비 하는 걸로 나왔다. 음식의 준비가 여성의 젠더 역할 로서 자리 잡고 있는 한, 여성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 면 태만으로 간주되어 지탄을 받는 것이 현재의 일반 적인 인식이다. 가정 내의 저녁 식사는 아내와 남편 의 젠더 역할을 분리하는 가장 불평등한 것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통제의 한 형태이다(비어즈워스 케일 2010). 가정 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남성은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 일 즉 경제적인 일을 담당해야한다고 보고, 여성에 게는 그러한 능력이 없다고 보는 성차별적 시각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오유진 2012). 이러한 이유로 여성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가사 노동의 의무를 지는 것이고 음식을 통한 통제가 가능 한 것이다. 이는 비단 외국의 연구 사례에만 국한 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 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가부장제하의 가족에 있어 서 음식과 관련한 젠더 역할은, 여성을 통제하는 수 7) 가정 내 음식과 관련한 젠더 역할에 대한 세계 각국의 다 양한 연구는 앨렌 비어즈워스와 테레사 케일(1995)의 공 동 연구서인 [메뉴의 사회학 Sociology on The Menu] 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24 식공간연구. Vol. 8 No. 2 단이고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을 더욱 강화 시키는 강력한 도구인 것이다. 2. 음식과 여성의 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학에서 인 간은 다섯 가지의 성적 발달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이 [심리성적 발달단계, psychosexual development]중 첫 번째인 구강기(oral stage)에서의 성적 쾌 락은 입, 입술, 그리고 혀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때 성적 쾌락이 좌절 될 경우 구강욕구는 고착화 되고 성인이 되었을 때 다양한 심리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입의 주요 기능으로서, 먹는 것과 관련한 정신적 섭식장애인 거식증(bulimia)과 폭식증(anorexia) 8) 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정신질환은 주로 부유층과 특히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래퍼포트 2006).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첫 번째 원인은 날 씬한 몸 으로 대표되는 건강과 아름다움의 추구라는 사회적 요구에 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여성 의 영원한 타자인 남성에 의한 미의 인식에 기초한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여성의 신체를 상품으로 사용 하는 미디어의 영향이 더 클 것이다. 때론 여성이 가부장제에 대항하기 위해 단식을 감행하기도 하지 만, 여자는 남자를 즐겁게 하기위해 몸을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짐으로 해서 자신의 상품화에 공범 이 되기도 한다(코니한 2005). 남성의 여성에 대한 날씬한 몸의 요구는 여성으로 하여금 강박에 이르도 록 까지 하는데 이때 여성이 실질적으로 투쟁하는 대상은 왜곡된 요구의 남성과 사회가 아니라 바로 음식이다. 8) 폭식하고 토해내기를 반복하는 증상을 말한다. 주로 다이 어트를 하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폭식을 하고 자책 감에 인위적으로 토하는 것을 되풀이 한다. 음식과 섹스는 은유적으로 서로 겹친다. 남아메리 카 아마존의 메이나쿠(Mehinaku)인디언들은 섹스 를 하는 것 이란 뜻의 글자는 최대로 배부를 때까지 먹는 것 이다. 섹스를 음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성 적 쾌락과 음식을 통한 쾌락이 동일한 글자로 표현되 는 예도 있다. 영어의 orgiastic 란 단어도 육체의 두 종류의 쾌감 모두 다에 사용된다. 불어의 jouissance 란 단어도 마찬가지로 사용된다. 극히 남성 우월적 표현이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교제하는 여성과 성관계를 하였을 경우 그녀를 먹었다(I ate her). 라고 표현하며 음식과 여성을 동일 가치 선상 에 놓는다(래퍼포트 2006). 이와 같이 여성의 몸은 남성에게 하나의 음식으로 대상화가 되며 남성의 폭 력적 쾌락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Ⅴ. 결 론 관습은 부지불식간에 우리 곁에 와 있으며 나면서 부터 학습되어져 체화된다. 음식과 여성의 관계에 대 한 불평등한 사회적 관습은 여러 가지 문제에 도달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당연한 걸로 혹은 숙명으 로 받아 들여왔었다. 그러나 미술에 있어서 1960년대 중반이후 생겨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담론은 인종, 계급, 성별의 차이가 사회, 문화, 정치 적인 차별로 체계화 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 을 이루었다. 이와 괘를 같이 하여 몇몇 여성 미술가 들도 페미니스트가 되어 여성과 남성의 차이와 차별, 종속적 억압에 대하여 반기를 들기 시작 하였다(테 일러 1993). 또한 이러한 것들의 근저에 음식도 하나 의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는 그리 오 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식을 소재로 한 현대 여성미술가의 작품연구 25 과거의 미술 작품에서는 음식이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거나 회화의 조형 요소로 등장하였던 것에 비 해 현대미술에서는 미술의 외연을 넓히거나 또는 사 회 현실을 반영하거나 비판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 다. 특히, 진취적인 현대 여성 미술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창작하는데 있어서 음식을 재료로 삼는 다거 나, 음식을 통하여 여성의 인권과 평등을 주장하고 억압과 착취를 폭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본 연구는 현대 미술에서 음식이 어떻게 사용되었 으며,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되짚어 보았다. 현대미술의 시작은 19세기 후반 인 상주의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진정한 현 대 미술의 시작은 20세기 초반, 1917년 마르셀 뒤샹 의 [샘]이라는 작품이후이다. 이 작품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으나 미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게 되 었다. [샘]이후 무엇이든 작품이 될 수 있으며 어떠한 것이든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 후 1960년대 불어온 포스트모더니즘 은 페미니즘이 싹틀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고, 여성 미술가들은 음식을 소재로 여성의 인권과 평등, 억압 등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하여 음식이 본래의 기능에서 확장되어 미술의 재료로서 성공적으로 사용된 예를 살펴봄으로서 향후 음식이 미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본문에 언급한 여성미술가들은 미술사와 여러 평 론가들을 통하여 페미니스트 미술가로 분류되어 있 다. 페미니스트 여성미술가들은 그동안 음식으로 인 해 남성으로부터 부당하게 속박되고 종속되어온 현 실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여성을 음식에 비유하며 인격을 비하하는 현실도 그들의 비판 대상이다. 그밖 에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마사 로즐러 (Martha Rolser)와 같은 미술가도 음식과 여성의 인 권에 관한 비디오 작품을 많이 남겼다. 카렌 핀리 (Karen Finley)와 같은 작가도 계란, 초콜릿 등의 인조 분비물로 신체의 구멍을 막고 피, 오줌과 같은 배설물로 자신을 더럽히는 일련의 오욕행위 를 통 해 비천하게 취급당해온 여성의 몸을 환기하였다. 하지만 비디오 작품의 특성상 다양한 장면을 지면에 옮겨 예를 드는 것에 한계가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제외하였다. 엘리노 앤틴(Eleanor Antin)의 1972년 발표한 [조각 Carving: A Traditional Sculpture]의 경우는 37일간의 다이어트를 통해서 변화되는 자신 의 몸을 기록한 사진 작품 148장을 전시했다. 그녀는 음식과 대항하고 사회적 몸 을 만들었으며 그녀의 몸을 조각 했다(Brown 2012). 이 작품 역시 음식이 소재가 되거나 비유적으로라도 먹는 행위가 표현 되 지 않아 제외 하였다. 엘리시아 라이오스(Alicia Rios), 마리에 보헬장(Marije Vogelzang) 등의 작가 들도 음식을 통한 설치미술(Installation Art)과 퍼포 먼스를 훌륭하게 펼치고 있으나 페미니즘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어 제외하였다. 그 밖에도 수많은 미술 가들이 음식을 통하여 퍼포먼스, 조각, 회화,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데, 이는 추후에 집대성하여 음식과 관련한 미술의 의미 를 페미니즘의 시각 뿐 만아니라 다각도로 연구 되어 야 할 것이다. 여성이 음식과 관련하여 갈등하고 고통을 받는 최초의 기록은 아마도 구약성서부터일 것이다. 이브 는 금지된 음식인 선악과의 유혹에 굴복함으로서 에 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한다. 이 논문을 준비 하면서 음식과 여성에 대한 다양한 문헌 들을 검토하 고 종합해 본 결과 음식과 관련해서는 최소한 여성이
26 식공간연구. Vol. 8 No. 2 성차별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여성이 종교적 율법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으로 인해 종속되고 탄압 받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미술을 통하 여 음식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강태희(2002), How do you wear your body?: 이불의 몸 짓기, 미술사학, 16(1), p. 174. 김인화 한경수(2009), 업종별 메뉴의 색체 배색에 관한 연구, 식공간연구, 4(1), p. 14. 김지영 나정기(2006), 레스토랑 푸드 디자인에 관 한 연구, 식공간연구, 1(1), p. 1. 래퍼포트 L.(2006), 음식의 심리학, How we eat, appetite, culture and the Psychology of food, 김 용환 역, 인북스, pp. 86-88. 매일경제(2012), 현대미술 오감을 말하다, 이지은, 12월 07일. 박남희(2008), 페미니즘 미술에 나타난 공예와 여성 의 상관적 정체성 연구, 한국공예논총, 11(1), p. 5, 19. 베이커 K.(2003), 미니멀리즘, Minimalism, 김수기 역, 열화당. 비어즈워스 A. 케일 T.(2010), 메뉴의 사회학, Sociology on the Menu: An Invitation to the Study of Food and Society, 박형신 정헌주 역, 한울, pp. 135-152. 신항식(2007), 식공간의 구조적 이해I: 음식과 음식 간의 커뮤니케이션, 식공간연구, 2(1), p. 12. 오유진(2012), 마사 로즐러의 작품에 나타난 음식 모티프 연구, 미술사학보, 39, p. 382. 우정아(2006), 기술복제 시대의 저자: 마르셀 뒤샹 의 <분수>와 복제품의 오리지낼리티, 29 미 국학,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p. 147. 월간미술(2002), 대중문화와 엘리트 담론 사이의 혼 혈아, 김정희, 2월호, p. 77. 월간미술(1998), 세계미술 용어사전, 월간미술. 윤난지(2009), 미술을 통한 페미니즘: 그 담론의 갈 래와 흐름, 동아시아 문화와 예술, p. 289, 290. 중앙일보(2012), 나는 도발한다, 고로 존재한다. 내 달 27일 내한공연, 레이디 가가, 3월 25일. 채드웍 W.(2006), 여성, 미술, 사회-중세부터 현대까 지 여성 미술의 역사, Women, Art and Society, 김이순 역, 시공아트, pp. 560-563. 코니한 C. M.(2005), 음식과 몸의 인류학, The Anthropology of Food and Body, 김정희 역, 갈무리, p. 359. 테일러 B.(1993),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리얼리 즘, Modernism, post-modernism, realism: a critical perspective for art, 김수기 김진송 역, 시각과 언어. Art in America(2009), Janine Antoni, Douglas Dreishpoon, Oct. 23. Brown, J.(2012), Art, Performance, and Post-Identity, 71(2), Art Journal, Summer, p. 120. Kirshenblatt-Gimblett, B.(1999), Playing to the Senses: Food as a Performance Medium, Performance Research, 4(1), pp. 5-6. McLerran, J.(1998). Disciplined subjects and docile bodies in the work of contemporary artist jana sterbak, Feminist Studies, 24(3), p. 535. http://www.brooklynmuseum.org/ http://www.janasterbak.com/ http://en.wikipedia.org/wiki/janine_antoni 두산백과 3인 익명 심사필 2013년 09월 12일 원 고 접수 2013년 10월 20일 수정본 접수 2013년 11월 08일 게 재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