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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 편성의 롤러코스터 파탄 드라마 희비극 MBC는 9시 시간대에 교양 예능 프로그램 대신 일일 드라마를 36년 만에 편성했다. 하지만 구암 허준 의 시청률이 낮았기 때문에 8시 뉴스데스크 의 시청률 상 승은 기대할 수 없었다. 시사 예능 토크쇼 컬투의 베란 다쇼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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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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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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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 2위는 KBS 1TV의 일일연속극 <당신만이 내사랑>, 3위는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가 꼽혔다. 표1 2015년 시청률 상위 20개 프로그램 순위 프로그램(그룹) 채널 가구시청률(%) 1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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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서론 1.1. 문제 제기 및 연구 목적 1.2.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2. 교양 다큐 프로그램 이해 3. 롤랑바르트 신화론에 대한 이해 3.1. 기호학과 그 에 대하여 3.2. 롤랑바르트 신화 이론 고찰 4. 분석 내용 4.1. 세계테마기행 에 대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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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영상기술연구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 뉴 뉴웨이브 세대란 60년대 일본의 영화사에서 과거세대와는 단 절된 뉴웨이브 의 흐름이 있었는데 오늘날의 뉴웨이브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의미에서 뉴 뉴웨이브 세대로 불린다. 뉴 뉴웨이브 세대 감독들의 경향은 개인적이고 자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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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권 제3호 Ⅰ. 문제제기 온라인을 활용한 뉴스 서비스 이용은 이제 더 이 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뉴스 서비스는 이미 기존의 언론사들이 개설한 웹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 며 기존의 종이신문과 방송을 제작하는 언론사들 외 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신생 언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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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회사의 개요 1. 회사의 개요 가. 회사의 법적, 상업적 명칭 당사의 명칭은 주식회사 와이티엔이라고 표기합니다. 영문으로는 YTN이라 표기합니다. 나. 설립일자 및 존속기간 당사는 방송법에 근거하여 종합뉴스프로그램의 제작 및 공급 등을 영위하는 목적으로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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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교과서에서나타난 민족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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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韓 國 言 論 學 報, 60(2) 2016.4. 338~365쪽 338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 : 일상 으로의 전환, 이념적 정향의 고수 * 1)2)3) 방희경**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이경미***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 이 연구는 종편채널의 통일논의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이 생산하는 북한이미지와 그 이미지 생산 방식을 검토한다. 언론이 생산하는 북한이미지에 관심을 둔 기존 연구는 보수적 성향의 언론이 북한의 정치ㆍ경제ㆍ군사 문제에 주된 관심을 두고 북한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종편채널 은 보수언론사를 모( 母 )회사로 두지만 탈북민을 오락프로그램으로 초대하여 북한의 일상 과 문화, 음 식, 밥상, 놀이 등을 조망한다. 일상 은 사적이고 사소한 것으로 보이며 정치적ㆍ이념적 시각에 상관없 이 중립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종편의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 이 북한의 일상적ㆍ미시적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새롭게 생산하는 북한이미지에 주목했다. 채널A가 방 송하는 통일준비 생활백서, 잘 살아보세 의 서사를 분석한 결과, 해당 프로그램이 북한을 여성화 하 고 미성숙한 존재 이자 전근대적인 세계 로 묘사하며 궁극적으로 향수와 낭만의 대상으로 의미화한다 는 점이 드러났다. 이로써 북한을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마법적 존 재로 위치시키면서도 동시에 후진적이고 열등한 타자로 규정했다. 결국 통일을 논의하겠다는 종편채 널의 오락프로그램은 북한의 일상에 관심을 두는 문화적 전환 (cultural turn)을 시도하면서도 자국 우월주의라는 보수적 정치성을 고수하고 수용자에게 이를 전달하고 있었다. 핵심어: 종합편성채널, 보수성, 탈북민, 북한이미지, 일상, 오리엔탈리즘 ***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고 의견을 제시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huikyongpang@gmail.com *** ligm22@naver.com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39 1. 일상 으로의 전환 최근 종합편성채널, 특히 채널A와 TV조선이 통일논의를 부활시켰다. 특기할 만한 것 은 이들의 통일논의가 탈북민을 스튜디오로 초대하여 북한소식을 듣는 것으로부터 출발 한다는 점이다. 현재 채널A는 토크쇼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이하, 이만갑 )와 가상 리 얼리티쇼 통일준비 생활백서, 잘 살아보세 (이하, 잘 살아보세 )를 방송하고 TV조선 은 가상 리얼리티쇼 애정통일 남남북녀 (이하, 남남북녀 )와 토크쇼 모란봉클럽 을 방송한다(현재에는 종영되었지만 MBN 역시 탈북민 출연 리얼리티쇼 한솥밥 을 방송한 바 있 다). 현재 방송되는 종편채널의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의 특징은 표 1 과 같다. 이 프로그램들은 공통적으로 종편, 탈북민, 통일 그리고 오락 등의 요소를 포함한 다. 이 같은 요소를 포함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현재 종편채널이 방송하 는 통일 관련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해 종편, 탈북민, 통일 그리고 오 락 등의 요소가 어떠한 경로로 한 데 엮이게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선, 종편이 지닌 정치적 보수성을 고려한다면, 1) 종편 과 탈북민 의 만남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 다. 종편채널은 보수언론사를 모( 母 )회사로 두며 보수언론이 (진보언론에 비해) 탈북민을 더 많이 활용한다는 점은 이미 실증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김경희ㆍ노기영, 2011). 표 1. 종편채널의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 방송사 프로그램명 기획의도 출연자 시작일 방송시간 채널A TV조선 이제 만나러 갑니다 (토크쇼) 잘 살아보세 (가상 리얼리티쇼) 남남북녀 (가상 리얼리티쇼) 모란봉클럽 (토크쇼) 통일 준비단계로서 북한에 대한 남한의 오해와 편견에 맞서 남과 북의 화합을 모색 하는 소통 버라이어티 통일 이란 가상 상황을 설정 하고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 이 가족을 이뤄 살아가는 체 험 버라이어티 통일 과 결혼 이라는 가상 상 황을 설정하고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의 결혼 생활을 그 려내는 리얼리티쇼 탈북 여성들의 남한 살이 경 험담을 통해 통일 이후의 남 북한 삶을 알아보는 토크쇼 남희석, 박은혜. 신은하, 김아라, 한유미, 신은희, 이순실, 윤아영, 이연아, 박희순, 유현주, 주찬양 최수종, 권오중, 이상민, 벤지, 신은하, 이서윤, 김아라, 한송이 김원준, 이종수, 강지섭, 최윤이, 한예진, 정하교 사회자: 김성주, 지상렬 한서희, 한유미, 김은아, 박수애, 최현미, 강현미, 이유미, 김설아 2011, 12, 4 2015, 3, 12 2014, 7, 17 2015, 9, 12 일요일 밤 11시 토요일 밤 9시 30분 금요일 밤 11시 토요일 밤 11시 1) 이화행, 이정기, 최진호, 정성호 그리고 강경수(2015)의 연구는 (JTBC를 제외한) 종편채널이 통 일 주제와 관련하여 모기업인 보수언론사와 동일한 논조를 보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40 1980년대 남북의 체제 간 경쟁이 이루어질 당시, 보수언론은 탈북민을 귀순 용사 로 치 켜세우며 남한 체제우월성 의 증거로 삼았다. 따라서 종편과 탈북민의 만남은 종편채널 이 모회사의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럼 종편과 탈북민의 만 남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에 대해 보수언론들은 종편채널이 탈북민을 스튜디오로 초 대함으로써 그들에게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들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줄인다 고 보도한 바 있다( 동아일보, 2014, 2, 27; 문화일보, 2014, 5, 27). 이전에 탈북민은 경제난민, 교육의 기회를 놓쳐버린 무지한 타자(other), 이방인, 3등 국민 등으로 인식되었고, 꽃제비, 인신매매의 희생자 등 희생양의 이미지가 부각되었다(박노자, 2007, 10, 10; 홍민, 2015).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탈북민은 폭력의 공포와 불안을 숙명처 럼 품고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졌다(이명자, 2013). 그에 반해, 앞서 언급한 오락프로그 램에서 탈북민은 발랄하고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하며 그들에 대한 전형적 이미지 (stereotype)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수언론의 주장과 달리, 미디어 연구자와 미디어운동단체 등은 해당 프로그램 이 탈북민의 이미지를 바꾼다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오락거리 로 만들고, 특히 탈북 여 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볼거리(spectacle)로 대상화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디어 스, 2014, 8, 26; 장영은, 2014; 태지호ㆍ황인성, 2012; 홍민, 2015). 탈북민의 방송출연이 소수자 목소리의 확장이나 민주정치로 반드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락프로그 램에 출연하는 탈북민은 제작진 혹은 대중의 눈 이라는 감시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 며 여러 유형ㆍ무형의 억압 장치 앞에서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비판 론자의 시각이다( 미디어스, 2014, 8, 26; 장영은, 2014; 태지호ㆍ황인성, 2012; 홍민, 2015). 물론 어떻게 방송을 통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확대하고 민주주의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는 더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하겠지만 여기에서 분명해 보이는 것은 종편 탈북민 출연 프로그램이 민주정치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비판적 입장에 근거를 두고 생각해보면 탈북민은 종편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종편은 탈북민이 현재 남한에서 경험하는 삶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종편은 오히려 탈북민의 회고담에 담긴 북한 에 관심을 둔다. 탈북민은 현재 남한에 거주하면서도 과거 라는 시간 속에 화석화되어 북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통일논의를 하 겠다는 방송의 기획의도에서 드러나듯, 종편은 탈북민의 북한 이야기를 통일 논의의 자 원으로 삼는다. 여기에서 얼핏, 종편 과 통일, 다시 말해 보수 와 통일 은 어색한 동거 로 보일 수 있다. 보수는 역사적으로 반공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냉전 반공주 의의 헤게모니가 끝난 후에도 종북, 좌파, 좌빨 등의 낙인을 부각시켜 북한에 대한 언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41 급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즉, 보수는 (진보보다) 북한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생산하 고 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김경희ㆍ노기영, 2011; 윤영철, 1991, 1992, 2000; 윤 호진, 2003; 이영애, 2002; 이완수ㆍ손영준, 2011; 이원섭, 2006; 이화행 외, 2015). 그런 보 수성향의 종편이 왜, 갑자기 통일논의를 시도하려 했을까? 이는 대표 보수언론인 동아 일보 와 조선일보 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은 흡수통일론이 보수성향의 중장년층에 게 대망의 꿈 으로 자리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2013년부터 통일 을 화두로 기획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다(주성하, 2014). 2) 이를 발판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기자회 견에서 통일대박 발언을 하면서 화두를 확대한다. 정치권과 언론이 서로의 자극제가 되 어 대중의 관심을 유도했던 셈이다. (근거와 맥락이 모호한) 박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종편채널은 통일을 논의 하겠 다 는 기획의도 아래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의 편성 수를 늘린다. 이때 종편은 북한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의 문제를 숙제로 떠안았을 것이다. 모회사인 보수언론이 북한을 호전적이며, 비합리적이고, 부도덕하며, 강경하고 폐쇄적인 이미지로 그려왔기 때문이 다(김경희ㆍ노기영, 2011; 윤영철, 1991, 1992, 2000; 윤호진, 2003; 이영애, 2002; 이완수ㆍ 손영준, 2011; 이원섭, 2006; 이화행 외, 2015). 북한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통 일 은 터무니없는 난센스(nonsense)가 되고 만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종편, 탈북민, 통일 의 조합에 어떻게 오락 의 요소가 추가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이전의 보수언 론은 (오락프로그램보다) 뉴스보도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을 다루었고 군사, 핵, 국제관계, 경제실태, 정치지도자 등의 주제에 초점을 두었다(김경희ㆍ노기영, 2011; 박주연, 2013; 이우승ㆍ영선, 2006; 이화행 외, 2015; 정영철, 2013). 이때 정치ㆍ경제학적 층위에의 북한 은 강경하고 폐쇄적이며 궁극적으로 부정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락프로그 램의 형식을 도입하면 북한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의 주조가 가능해진다. 현재 오락프로그램은 주로 (토크쇼를 포함한) 리얼리티쇼 의 형식을 취하며 리얼리티 쇼는 실재 (the real)를 재현하기보다 실재를 수행 (performing the real)하는 형식을 취한 다(김수정, 2010). 다큐멘터리 와 같은 전통적인 장르는 진실성 과 진지성 을 추구하며 실재의 재현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리얼리티쇼는 오락 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자의적 인 상황을 설정하여 현실을 창출한다(김수정, 2010). 이런 점에서 리얼리티쇼 형식의 오 락프로그램은 새로운 북한 세계를 개시( 開 示 )할 수 있는 기제이다. 2) 동아일보 는 2013년 통일프로젝트팀 을 구성하여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를 진행시키고 4월 1일부 터는 통일 관련 기획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듬해(2014) 조선일보 역시 통일이 미래다 라 는 슬로건 아래, 통일담론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주성하, 2014).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42 여기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쇼 가 우리의 관심을 일상 (everyday life)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유도한다는 점이다. 리얼리티쇼는 사적인 경험과 활동, 소비, 스타일 등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을 부각시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다. 리얼리티쇼의 형 식은 음식과 문화, 밥상과 놀이 등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세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북한이 미지를 창출할 수 있는 유능한 기술인 셈이다. 일상 은 사적이고 사소한 영역으로 여겨 지고 있는 만큼 정치적ㆍ이념적 시각에 상관없이 중립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영역 이다. 일상 은 적 으로부터의 북한 정권 과 구분되는, 주민 으로서의 북한을 부각시키 고 그들을 동포 혹은 한민족 으로 포섭할 수 있는 전략의 공간이다. 리얼리티쇼는 새로 운 현실을 창출하는 기술을 지녔으면서도 탈북민의 육성을 통해 현실을 전달함으로써 마치 전달하는 현실이 실제 현실 인 양 시치미를 뗄 수 있는 절묘한 장르이다. 그동안 우 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북한주민의 삶을 조금씩 들여다 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것은 각색된 것이기에, 그를 통한 북한에 대한 이해는 간접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 만 리얼리티쇼 형식을 통해 드러나는 탈북민의 목소리는 실재감을 증대시키며 북한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럼, 이 같은 리얼리티쇼의 형식을 빌려 일상 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종편은 구체 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북한의 이미지를 그릴까? 본 연구는 일상으로의 문화적 전 환 (cultural turn) 3) 을 시도한 후, 종편채널이 어떠한 방식으로 북한이미지를 생산하는 가 의 질문을 연구 문제로 설정한다. 이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상 에 초점을 두게 된 만큼, 기존의 보수적 정치성에서 벗어난 시각을 제시할까? 종편이 북한의 일상을 통 해 그리는 북한이미지는 통일논의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종편채널의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을 분석한다.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들 가운데 채널A의 잘 살아보세 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이 프로그램은 만약 통일이 된다면 이라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한 리얼리티쇼 로서 통일 이후 남한 남성이 북한으로 건너가 북한 여성과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의 음식과 조리법은 물론, 구체적인 생활방식을 재연하기 때 문에 일상으로의 문화적 전환 이후 북한이미지가 생산되는 방식에 관심을 둔 본 연구의 분석대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만갑 (채널A)과 모란봉클럽 (TV조선)은 토크 쇼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출연진의 주관적 견해가 반영된 듯한 인상을 주지만 잘 살아 3) 여기에서 문화적 전환 이란 최근 북한연구 분야에서 시도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컫는다. 북한연 구 분야에서는 그동안의 정치경제구조나 지배체제 중심적인 분석의 한계를 반성하며 일상생활사 적 시각으로 북한사회의 이면을 관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육영수, 2013).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43 보세 는 북한 사람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모습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듯 보인다. 남남 북녀 (TV조선) 역시 통일 이후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이 결혼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 는 가상 리얼리티쇼이긴 하지만 이는 남녀 사이의 애정관계에 더욱 초점을 둔다는 점에 서 잘 살아보세 가 분석대상으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잘 살아보세 에서 드러 나는 북한이미지와 그것의 생산방식을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는 채트만(Chatman, 1978/1990)의 서사분석(narrative analysis)법을 이용한다. 잘 살아보세 의 서사구조 (narrative structure)를 파악하는 일은 북한이미지가 생산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제공 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다음 절에서는 미디어가 생산하 는 북한이미지에 관심을 두었던 기존 연구를 검토한다. 2. 미디어가 생산하는 북한이미지에 주목한 기존 연구 한국사회에서 언론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생산하게 된 것은 현대 정치가 구 성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분단국가의 남한을 이끌었던 이승만 정권은 좌우의 이 념대결 구도에서 반공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였다(강진웅, 2013; 유재천, 1990, 1992). 이승만은 북한을 야만적 무리로 규정하고 그의 대립항인 미 국과 남한을 문명화된 국가와 민족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문명 과 야만 의 이항대립구도 를 이용했다(강진웅, 2013). 북한에 대한 이 같은 입장은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획득한 박정희 정권에 의해 계승되고 강화되었으며 관련 정책으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특히, 박정희는 경제발전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반공주의와 연결했다. 경제발전의 당위성을 북한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던 것이다. 반공주의를 강조 하여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던 방식은 전두환에 이어 노태우까지의 군사정권으로 이 어진다(유재천, 1990, 1992). 또한 당시까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하던 언론은 정 치권의 냉전논리를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 북한을 위협적이고 부정한 존재로 묘사하는 경향을 보였다(김택환, 2000; 최영묵, 2011). 1987년 민주화와 함께 언론은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벗어나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하 고 이념적 스펙트럼을 다양화하게 된다. 지역신문 및 소수언론이 발전했고, 특히 1988년 국민주신문 한겨레신문 이 창간되면서 언론계에 보수와 진보 의 대립구도가 생성되었 다. 이때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각각 표명했던 언론은 북한에 대해서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다. 윤영철(1991, 1992)의 연구는 당시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던 서울신문 과 동아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44 일보 가 북한에 대해 북괴, 공산괴뢰 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야만적, 공격적, 음흉 한 이란 형용사를 이용하여 묘사했다고 보고한다. 반면, 진보언론 한겨레 는 북한 혹 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하여 북한정권의 합법성을 인정했 다는 점을 발견한다. 이후, 1997년 보수에서 진보로의 정권교체가 일어나자 한국언론의 보수와 진보 의 대립구도는 더욱 구체화된다. 재야ㆍ야당 인사가 국가권력체제로 편입 되면서 보수언론은 정치권력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보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힘을 키워나간다(유선영, 2011).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점차 팽팽해지면서 조ㆍ중ㆍ동 대 한ㆍ경 의 대립구도가 형성된 것도 바로 이때였다(김균ㆍ이정훈ㆍ박영흠, 2012). 윤영 철이 수행한 후속 연구(2000)에 따르면 보수와 진보언론은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대북정 책에 대해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보수언론 조선일보 는 반공이념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해 강경입장을 취했고 반면 진보언론 한겨레 는 햇볕정책 으로 표현되는 대 북포용정책을 지지함으로써 이념적 차별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후에 수행된 연구도 보수와 진보언론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한다. 우선, 이영애(2002)의 연구는 (김대중 정권하의 햇볕정책 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1999년과 2002년 양대 서해교전에 관한 언론보도에 주목한 다. 보수( 조선일보 ㆍ 중앙일보 ㆍ 동아일보 )와 진보( 한겨레 ㆍ 경향신문 )언론의 사 설을 비교한 결과, 보수는 서해교전의 원인을 북한의 의도적 도발이자 남한의 대북포용 정책의 결과로 봤던 반면, 진보는 교전 자체에 대한 정부의 대응력이 부족했으나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편 윤호진(2003)은 2002년의 국제현안으로 떠오른 북핵문제 에 대해 지상파 방송(KBS, MBC)과 보수언론( 조선일 보 ㆍ 중앙일보 ), 그리고 진보언론( 한겨레 )이 어떠한 견해의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 ㆍ분석했다. 그 결과, 지상파와 진보언론은 다양한 정보원을 이용하여 북한과 미국 사이 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북핵문제를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보수는 편향된 시각을 가 진 정보원을 제한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한 지상파와 진보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보수는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 조하면서 북한지배층을 비판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그럼, 북한에 대한 서로 다른 이미지를 그리는 보수와 진보언론은 수용자에게 얼마만 큼의 영향을 발휘할까? 그동안 수행되었던 미디어 효과 연구는 보수와 진보언론이 수용 자의 대북관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고한다. 우선, 이준웅(2004)의 연구는 서 울 거주 성인남녀 6백 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진보언론( 한겨레 )을 신 뢰하거나 이용하는 독자가 통일과 북한지원, 남북 방송교류 등의 사안에 대해 긍정적 견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45 해를 가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수언론( 조선일보 ㆍ 중앙일보 )을 신뢰하거나 이용 하는 응답자는 북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손영준(2004)의 연구 역시 보수언론( 조선일보 ㆍ 중앙일보 )의 독자는 북한과 통일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경하고 보수적 입장을 보이며 진보언론( 한겨레신문 ㆍ 오마이뉴스 )의 독자는 그와 반대되는 견해를 갖는다는 점을 발견한다. 한편, 2000년 김대중 정권하에 있었던 6ㆍ15 남북정상회담 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 한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다수의 연구는 당시 언론 이 북한에 대해 어떠한 보도태도를 보였는가에 주목했다. 먼저, 김택환(2000)은 동아 일보 ㆍ 경향신문 ㆍ 문화일보 등의 보수언론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일에 대한 부 정적 선입견을 완화시켰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우승(2000)은 한국의 방송사들이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우호, 합리, 동질, 도덕, 우월, 온건, 개방, 일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우호적, 합리적, 동질적, 온건적, 개방적)를 생산했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 이우승과 영선(2006)은 남북정상회담 이전과 이후에 공영방송 KBS가 북한 관련 보도를 어떻게 달리했는지를 분석한다. KBS는 정상회담의 전후에 모두 북한의 정 치, 경제, 사회 문제에 주목하고 북한주민의 일상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 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이전, KBS는 북한체제와 김일성, 김정일의 우상화를 비판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반면, 정상회담 이후 북한체제의 변 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김정일을 파격적 외교 스타일 이나 유연성 등의 용어로 묘사했다 는 것이다. 이우승과 영선(2006)이 공영방송 KBS에 초점을 두었던 것과 달리, 이원섭 (2006)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 하에서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각각 북한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지를 확인한다. 이 연구는 김영삼의 보수정권에서 김대중의 진보 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음에도 보수언론이 일관되게 북한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고수했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후,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미디어 연구 자들은 북한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완수와 손영준(2011) 은 1차 핵실험과 2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과 2009년에 보수와 진보언론 각각이 어떠 한 시각 차이를 보였는지 분석한다. 분석결과, 보수언론은 북핵문제의 원인을 북한체제 의 모순(김정일의 독재와 세습체제)에서 찾는 반면, 진보언론은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북한 에 대한 폐쇄정책과 남한과의 소통부재에서 찾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한 북핵문제의 해결방안에 있어서도 보수는 북한의 핵개발 억제정책을 지지하는 반면, 진보는 국제사 회의 공조, 경제적 지원, 남북교류의 활성화 등을 부각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김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46 경희와 노기영(2011)의 연구는 언론사가 지향하는 이념에 따라 북한에 대한 보도에서 어 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009년부터 2010년까지의 북한 관련 기사를 분 석한다. 분석결과, 보수언론은 북한의 정치ㆍ경제ㆍ사회 문제에 초점을 두고 주로 군사 문제 와 핵문제 를 부각시킨다는 점이 드러났다. 보수언론은 또한 (진보언론보다) 북한을 더욱 적대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이질적 존재로 묘사하고 보다 강경하고 폐쇄적 국가로 평 가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진보언론은 안정적이고 균형적 관계를 지향하는 태도 를 보인 반면, 보수언론은 위기의식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외의 몇몇 연구는 한국언론이 북한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떠한 주제를 주로 다루는 지에 주목했다. 하승희와 이민규(2012)의 연구는 보수와 진보언론이 북한에 대해 보도 하면서 어떠한 주제에 주목하는지를 살펴본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북한에 대한 보 도의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보수언론은 북한체제 와 체제에 의한 억압 을 주요 프레임 으로 설정하는 반면, 진보언론은 북한주민의 삶의 질 이나 식량난, 의약품과 생필품 부족 등의 프레임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화행 외(2015)는 김대중에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지는 1998년에서 2014년 까지의 시기 동안, 보수언론( 조선일보 ㆍ 동아일보 )과 진보언론( 한겨레 ㆍ 경향신 문 ), 방송(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 통일에 대해 어떠한 관점을 제시했는지에 관한 광 범위한 연구를 실시한다. 분석결과, 통일 보도는 대북정책, 북핵문제 와 군사실험, 남북회담, 국제관계 와 국제협력 등의 주제에 초점을 뒀고 보수와 진보언론은 각각 보 수정권과 진보정권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디어가 재현하는 북한의 이미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 연구는 미디어가 생산해온 북한이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종합 한다. 첫째, 한국언론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생산하게 된 것은 현대 정치가 구 성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군사정권이 이어지는 동안 지속되었다는 점. 둘째, 보수 언론과 진보언론의 대립구도가 설정된 이후 보수는 (진보에 비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 장을 취하고 북한의 부정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는 점. 셋째, 북한과 관련된 언론의 보 도는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로 한정되었으며 북한의 문화와 일상에 크게 주목하 지 않았다는 점. 넷째, 보수언론이 북한의 정치ㆍ경제 문제에 대해 제한적으로 주목했던 반면, 진보는 북한주민의 삶의 질에 관한 내용을 보도 범위에 포함시켰다는 점. 다섯째, 보수언론은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정권과 정책의 변화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고수 했다는 점. 여섯째, 언론의 북한에 대한 묘사는 수용자가 북한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 을 미친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기존 연구들의 결과는 본 연구의 연구 문제 설정에 중요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47 한 함의를 갖는다. 본 연구가 관심을 둔 종편채널의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은 북한의 일상을 조망함으로써 기존의 보수언론이 제한적으로 주목했던 정치ㆍ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난다. 이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는 종편채널이 북한에 대한 초점을 일상 의 영역으 로 옮긴 후 기존의 보수적 정치성을 넘어서게 되었는지의 여부에 대해 질문한다. 또한 기존 연구는 방법론적으로 공통적 경향을 보이는데 첫째, 미디어가 생산하는 북 한이미지에 주목하면서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보도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 둘째, 보도의 프레임 분석법을 주요 연구 방법으로 이용한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오락프 로그램 등 여타 장르에 주목한 바가 없으며 새로운 방법론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닌다. 반면 본 연구는 북한의 생활과 문화를 재현하는 오락프로그램에 주목하고 그것 이 생산하는 북한이미지를 살펴봄으로써 미디어가 생산하는 북한이미지에 대한 연구의 영역을 넓혀놓는다. 3. 영상 텍스트의 서사분석법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디어에 의해 어떠한 북한이미지가 생산되는가에 주목한 기 존 연구는 정치적ㆍ이념적 정향이 북한을 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힌다. 이 는 곧 특정 텍스트에 나타난 특정 존재의 정체성이 (언어와 이미지 등의) 상징체계를 수단 으로 재현된 하나의 구성물 이라는 점을 말해준다(Berger & Luckmann, 1966). 본 연구는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면서 그 문제의식을 확대하여 정치적 보수성을 고수한 종편채널이 제작ㆍ방송하고 있는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이 어떠한 방식으로 북한이미지를 생산 하는지 분석한다. 기존 연구는 신문의 뉴스보도에 주목하고 프레이밍 (framing) 이론을 주요 분석틀로 삼았지만 본 연구는 방송 오락프로그램인 리얼리티쇼에 주목하는 만큼 서 사분석법을 분석틀로 이용한다. 분석대상으로 선택된 프로그램은 종편채널이 방송하는 리얼리티쇼 이며 이는 뉴스보도와 달리 서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특 히, 채트만(1978)의 서사분석법은 영상 텍스트 서사의 기본적인 구조를 명시하기 때문에 그 방법론이 가진 유용성만큼 국내 영상 텍스트 분석 연구에 자주 활용되었다(김훈순ㆍ김 미선, 2008; 김훈순ㆍ김숙, 2010; 홍지아ㆍ김훈순, 2010). 채트만(1978)은 영상 텍스트의 서사(narrative)가 기본적으로 이야기(story)와 담화 (discourse)로 구성된다고 본다. 이야기 란 누가 무얼 어떻게 했다 는 사건의 전개와 결 과를 뜻하며 이는 계열체(paradigm)와 통합체(syntagm)의 요소로 구성된다. 계열체 분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48 석은 이야기를 꾸리기 위해 어떠한 재료들을 선택 했는가를 밝히는 작업이다. 즉, 계열 체 분석은 하나의 이야기를 성립시키기 위해 어떠한 등장요소가 선택되었는가를 살펴보 는 작업으로, 보통 등장인물의 유형과 인물들 간의 관계를 밝힌다. 계열체 분석에서는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 1967)의 이항대립 (binary opposition) 개념이 유용하게 이용 되는데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이 이항대립 구조를 이용하여 혼돈스러운 삶에 의미를 부여 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특히, 원시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이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신화(myths) 속에 담아내는데 그 문제를 인간 대 자연, 선 대 악, 우리 대 너희, 삶 대 죽음 등의 이항대립 구조로 파악하여 질서와 조화를 추구한다는 것이 다. 즉, 인간은 이항대립의 구조를 갖춘 신화를 생산함으로써 자신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순과 갈등을 상징적으로 해결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이러한 통찰은 현대적 이야기 속 에서도 자주 발견되며 이는 이미 여러 연구에 의해 확인되었다. 통합체 분석은 선택된 등장요소(인물)가 어떻게 연결되고 배치되면서 이야기의 흐름 을 구성하는가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토도로프(Todorov, 1977)의 시퀀스 (sequence) 분석 이 중요하게 이용된다. 토도로프는 이야기들이 항상 조화와 안정의 상 태에서 출발해 그 안정성이 깨져 불안정한 상태로 진행되다가,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서 다시 그 안정성을 회복하는 흐름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토도로프는 이야기의 기본 구 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상적인 서사는 안정된 상태에서 시작하고 안정된 상태는 다른 힘에 의해 방해받는 다. 이는 곧 불안정한 상태로 이어진다. 반대 측에서 유도된 힘에 의해 이야기는 다시 균형을 찾고 안정 상태로 귀결된다. 이 두 번째 균형은 첫 번째 균형과 유사하지만 그 두 개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Todorov, 1977, p. 111). 토도로프는 이상적인 이야기 구조가 안정(조화)-불안정-안정(조화) 의 흐름을 따른다 고 본다. 여기에서 뒤에 찾은 안정/조화는 처음의 그것과는 다르다. 처음의 안정은 늘 악 의 무리 에 의해 깨어지며 새로운 안정 상태는 영웅 혹은 주인공 의 노력으로 획득된다. 즉, 안정을 회복시키는 주체는 영웅이자 선한 존재로 인식되며 이들로 인해 얻어진 안정 적 상황은 소중한 것으로 여겨진다(원용진, 2000). 이처럼 안정-불안정-안정이라는 이야 기 흐름이 현대적 재현물 속에서도 여전히 구조화되었음은 여러 서사분석을 통해 논의되 었다(김훈순ㆍ김미선, 2008; 김훈순ㆍ김숙, 2010; 원용진, 2000; 홍지아ㆍ김훈순, 2010). 채트만(1978)에 따르면, 영화와 같은 영상 텍스트의 서사는 이야기 자체 외에도 이야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49 표 2. 서사구조 분석 범주 서사구조 분석방법 분석대상 이야기 담화 계열체 분석 통합체 분석 언어 표현 방식 영상 표현 방식 인물 유형과 관계 이야기 전개 방식 서술자의 위치 미학적 장치들 기가 어떻게 전달하는가 의 층위, 즉 담화 의 차원을 포함한다. 즉, 담화는 이야기가 전 달되는 방식이다. 이야기는 두 가지 수준에서 전달되는데 하나가 언어 라면 다른 하나는 영상 이다. 따라서 영상 텍스트의 담화분석은 언어 표현 방식 과 영상 표현 방식 두 가지 수준에서 이루어진다(김훈순ㆍ김미선, 2008). 언어 표현 방식에 대한 분석은 주로 서술자 의 유형과 위치, 시점 등을 다루며 영상 표현 방식에 대한 분석은 미장센, 카메라 기법, 조명과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편집 방식을 포함한다(김훈순ㆍ김미선, 2008). 지금까지 논 의한 채트만의 영상 텍스트 서사분석법의 분석범주는 표 2 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표 2 에 정리한 것처럼 채트만의 서사분석법의 분석 범주는 네 가지로 구분된다. 하 지만 그 분석 범주가 독립적 영역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가령 계열체 수준에서 인물의 특성과 관계는 통합체 수준에서의 이야기의 흐름, 즉 에피소드의 배치를 통해 드러나기 도 하며 이야기의 흐름은 등장인물의 특성과 인간관계에 연루되기도 한다. 언어 표현 방 식 또한 영상 표현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 둘은 상호 소통하는 구조를 이루면서 계열체ㆍ 통합체적 요소를 보완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그 네 가지 분석범주를 구분하여 분석하기 보다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면서 잘 살아보세 의 서사구조를 파악할 것이다. 서사구조에 대한 분석은 궁극적으로 잘 살아보세 가 이용하는 북한이미지 생산방식 을 이해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또한 이 연구는 북한을 특정한 이미지로 묘사하는 방식에 는 사회적 지배 이데올로기가 내재했다는 점을 고려할 것이다(Chandler, 2002/2006). 특 정 텍스트의 서사는 사회 내 특정 지배세력 혹은 사회문화적 맥락과 은밀한 공조체제를 가지며 특정한 효과를 발생시킨다(김훈순ㆍ김숙, 2010; 원용진, 2000). 사실상 이 부분은 미디어가 생산하는 이미지에 관심을 둔 기존 연구가 간과한 것이다. 기존 연구는 보수성 을 갖는 언론이 북한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하면서도, 왜 그러한 경 향이 나타나는지 설명하지 않는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본 연구는 잘 살아보세 가 그리 는 북한이미지를 분석하면서 그 이미지에 내재된 정치적ㆍ이념적 정향을 함께 해석한 다. 이제 연구의 대상이 되는 잘 살아보세 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50 4. 잘 살아보세 의 서사분석 결과 채널A에서 방송하는 잘 살아보세 는 장르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해당하는 오 락프로그램으로 2015년 3월 12일 방송을 시작하여 매주 토요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현재에는 3%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잘 살아보세 는 채널A에서 오랫동 안 방송한 탈북민 출연 토크쇼 이만갑 의 스핀오프(spin-off)에 해당한다. 잘 살아보 세 제작진은 토크쇼 이만갑 에 출연한 탈북민이 북한에서 개구리를 잡아먹었다고 하 고 도끼질도 잘 한다고 (하여) 그것을 직접 (재연하여) 보여주고 싶 었다는 기획의도를 밝 힌 바 있다. 이러한 기획의도에서 출발한 잘 살아보세 는 만약 통일이 된다면 이라는 가상 상황을 설정하고 남한 사람과 북한주민(역할을 맡은 탈북민)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잘 살아보세 는 본 연구가 진행되던 2015년 11월 까지 총 32회가 방송되었다. 따라서 방송된 32회분 중 절반에 해당하는 15회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계열체 분석과 통합체 분석 그리고 언어 표현 방식과 영상 표현 방식에 대한 분 석을 실시하였고 그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4) 1) 계열체 분석: 문명화된 남성 으로서의 남한, 비문명화된 여성 으로서의 북한 잘 살아보세 는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이라는 이른바 남남북녀 의 인물구성을 갖췄 다. 해당 프로그램은 개편 초기 남한을 대표하는 인물로 최수종, 권오중, 이상민, 벤지 등 남성 연예인들을 배치했고 탈북 여성 신은하, 이서윤, 김아라, 한송이 등을 북한주민 으로 설정했다. 탈북 여성은 이만갑 에서 국보급 미녀, 인형같이 빼어난 미모 로 칭해 졌을 만큼 빼어난 미모를 갖췄으며 남성 출연진보다 낮은 연령대를 차지한다. 남한을 대 표하는 인물은 (출연자 벤지를 제외하고) 모두 4~50대이며 탈북 여성은 20대에 해당한다. 출연진 가운데 이순실이 유일하게 중년의 기혼 여성이자 간호장교 출신이며 강한 성격을 드러냈으나 프로그램의 개편과정에서 하차하게 된다. 이순실이 이서윤으로 교체되면서, 북한주민으로 설정된 인물은 모두 20대 미혼의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잘 살아보 세 는 미모의, 어린 여성을 북한의 상징으로 이용함으로써 북한을 여성화 하고 (남한에 비해) 미성숙 한 존재로 설정한다.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 북한에 부여했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악마 의 이미지를 지배층과 남성에게 돌리고 어린 여성 을 이용하여 새로운 북 4) 여기에서 분석된 방송분은 1회, 2회, 6회, 11회, 15회, 16회, 19회, 20회, 21회, 24회, 26회, 30회, 31회, 32회 등이다.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51 한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다. 5) 통일 혹은 북한과의 조우 를 상상하기 위해 어린 여성 에 대한 판타지 (fantasy)가 필요했던 셈이다. 잘 살아보세 는 인물구성뿐 아니라 남한과 북한의 생활양식을 상반되는 것으로 묘사 한다. 남한은 정치적으로 민주적이며,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문화적으로 서구적이 고, 종합적으로 계몽화되고 문명화된 것으로 묘사된다. 반면 북한은 정치적으로 비민주 적이며,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고, 문화적으로 비서구적이며, 종합적으로 야만스럽 고 순수한 면모를 지니는 것으로 그려진다. 우선 정치적 성향은 6회에서 연출된 인민반 장투표 에피소드에서 잘 드러난다. 새롭게 꾸려진 남북한 공동체의 리더(leader)를 선출 하는 자리에서 북한 장교 출신 이순실은 강한 성격을 내보이며 인민반장 의 직위를 차지 하기 위해 엄격한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다른 출연자에게 복종을 요구한다. 여성은 독재 권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불합리한 권력에 순종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반 면 남한 남성 최수종은 강압적 방식에 반대의사를 표하며 투표를 통해 공동체의 리더를 정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남한을 민주적이고 합리적 사회로 특징짓는다. 남북한의 서로 다른 경제적 성향은 여러 차례 강조되는데 우선, 1회에서 모든 출연진 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홍천의 농가에 도착한 후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아궁이를 만들 게 된다. 이때 여성은 벽돌을 나르기 시작하는, 맨손으로 한 번에 한두 개씩만 나른다. 반면 남성은 수레를 가져와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한다. 이처럼 남한 남성은 자본주 의가 발달시킨 효율성의 원칙을 충실히 수행하는 인물이자 도구를 이용하는 인간으로 묘 사된다. 6회에서 공동체의 구성원은 농사일에 참여하게 되는데 여성은 주체농법 ( 主 體 農 法 )으로 일컬어지는 북한식 농법을 이용한다. 이 농법은 북한에서 식량부족난을 해결하 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화학비료를 대량 투여하여 고밀도의 모심기를 시도하는 것을 특징 으로 한다. 이는 북한에서 일시적으로 농업생산량을 상승시켰지만 궁극적으로 생산력을 떨어뜨리고 농지를 황폐화시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남성은 남한 농법을 소개하 였고 이때 홍천 마을의 이장이 등장하여 남한 농법을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에피소드가 마무리된다. 이로써 비효율성 을 특징으로 하는 북한 방식은 남북한 5) 이처럼 북한을 여성화하는 경향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한국언론은 북한 지도층의 기쁨조 와 금강 산 여성 관광안내원, 남한 방문 무용단(단원 조명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유 니버시아드 당시 북한 선수단과 함께 등장한 미녀응원단 의 미모를 칭송하면서 화제를 낳은 바 있 다(김은진, 2002; 박주한, 2003). 사실상 이만갑 의 경우도 포맷을 바꾸면서까지 북한을 여성화 하는 데 기여했다. 이만갑 은 2011년 12월 실향민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2012년 3월 17회에서 탈북미녀특집 을 방송하면서 좋은 반응이 나타나자 21회부터 미녀들의 수 다 포맷을 차용하여 현재의 토크쇼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홍민, 2015).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52 이 꾸리는 공동체 생활의 뒤편으로 사라진다. 북한식 농법 중의 하나인 인분 을 비료로 이용하는 방법이 소개되긴 하나 이는 단순 흥밋거리이자 웃음의 대상으로만 취급된다. 잘 살아보세 는 남한을 서양과 동일시하고 북한을 전통적 사회로 묘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한 출연진에는 재미교포 아이돌 가수 벤지가 포함되었고 방송 초기에는 호주 출신의 방송인 샘 해밍턴이 포함되었다. 특히, 벤지가 화면에 등장할 때에는 시애틀 출 신, 줄리어드 음대, 바이올리니스트 등의 자막을 삽입하여 서구화된 남한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한편 남한 남성은 서구 음료인 커피와 주스 그리고 샌드위치와 다 른 인스턴트식품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마시멜로우를 디저트로 준비하는 등, 이른바 자 본주의 식사 를 준비한다. 반면 여성들은 토끼탕, 곤달걀, 개구리알 된장찌개 등 토속적 인 음식들을 요리하고 남성이 준비한 요리에 대해서는 느끼하다 는 평을 빼놓지 않는 다. 여성이 고향 이야기를 꺼내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남성이 감정을 노래에 담아보라고 위로하는데 이때 여성이 부르는 노래는 구슬픈 가락의 전통민요이다. 이처 럼 남한과 북한은 서구적 세계 와 전통적 세계 로 대비되는 구조 속에 놓인다. 또한, 남한 남성은 세련된 취향과 절제된 행동으로 교양 있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여 성은 통제되지 않은 과도한 행동을 보여 엉뚱한 상황을 만든다. 1회에서 북한 여성은 제 작진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놀라운 속도로 산을 뛰어오르고, 능숙하게 도끼질하며, 무거운 땔감을 지게로 거뜬히 나르는 장면을 연출한다. 11회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한 북한 여성이 밖에서 꺾어온 나뭇가지를 세척하지 않은 채 음식을 고정시킬 용도로 이 용하기도 한다. 이 여성은 북한의 최고 보양식이라는 토끼탕을 요리하여 토끼의 심장이 나 간을 먹는 모습도 보인다. 산에서 나물을 캐는 장면에서는 캐낸 나물을 씻지 않고 빠 른 속도로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여성은 밭 일 도중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고는 고성방가를 하고, 낚시하면서도 (낚싯대를 이용하기보다) 직접 입수하여 물고기를 맨손으 로 잡는다. 특히, 24회에서는 남한 남성이 북한 여성을 서양식 레스토랑에 데려가 서양 식 식사예절 교육을 시작하는데 여성은 음식을 손으로 먹고 느끼하다고 큰 소리로 떠들 며 식당 직원에게 김치나 고추를 달라고 요청하는 등, 돌발 행동들을 이어간다. 30회에 서 남한 남성이 요리한 버터비빔밥을 먹는 장면에서, 여성은 느끼하다며 김칫국물을 원 샷 하거나 파를 가져와 썰지 않고 뿌리째 먹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같이 잘 살아보세 는 북한을 여성화 하면서도 그 여성성을 남한의 그것과 확실히 구분한다. 기존에 남한의 미디어가 북한 여성을 가공되지 않은 청순함, 자연미인 등으로 묘사한 것처럼(김은진, 2002; 박주한, 2003), 잘 살아보세 역시 북한의 여성성을 순진무구 하고, 전통적이며, 자연적이고 또 야만스럽기도 한 아름다움으로 특징짓는다. 결국 잘 살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53 표 3. 잘 살아보세 에서 발견되는 이항대립 남한 남한, 호주출신, 재미교포 남성(4~50대) 민주정치 효율적, 도구적 서구적 계몽, 문명 북한 탈북 여성(20대) 전제정치 비효율적, 비도구적 비서구적 야만, 순수 아보세 는 계열체 구성에서 이항대립을 작동시켜 남북한의 차이 (difference)를 강조하는데 남북한의 차이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이항대립 요소를 간단히 정리하면 표 3 과 같다. 2) 통합체 분석: 불안정 을 야기하는 북한, 안정 을 불러오는 남한 잘 살아보세 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백 년 된 농가 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고 이를 통 일 이후의 북한 이라는 공간적 장치로 활용한다.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한 오래된 가 옥에서 음식을 만들고 식사를 하는 것은 요즘의 오락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설정이 다. KBS의 1박2일 과 SBS의 룸메이트, 패밀리가 떴다, tvn의 삼시세끼 등은 평범해 보이는 공간에서 연예인이 보여주는 소소한 일상을 다룬다. 이는 도시생활에서 벗어난 한적한 장소에서의 공동체 생활을 꿈꾸는 수용자에게 제시되는 이상향이다. 하지 만 잘 살아보세 는 농촌 공간을 통일 이후의 북한으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다른 프로그 램과 구분된다. 이들은 모두 인류의 진화론적 단계를 전제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이 서울 = 도시 와 지역 = 시골 의 이분법을 상상한다면 잘 살아보세 는 남한 = 도시 와 북한 = 시골 이라는 이항대립을 상상한다. 특히, 방송 첫 회에서 백 년 된 농가를 소개하는 장면 에 북한 향기 물씬 나는 백 년 가옥 이라는 자막을 삽입하여 남한의 과거를 북한의 미래로 노골적으로 치환한다. 이때 화면 속에 등장한 여성은 그 오래된 가옥을 둘러보며 북한에 살던 때가 생각이 난다, 북한과 똑같다 는 말을 반복함으로써 해당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남한 = 도시, 북한 = 시골 이라는 도식을 현실(reality)로 바꾸어놓는다. 북한 = 오래된 농가 라는 설정은 가상 사건들에 개연성을 부여하며 이로써 발생하게 된 사건들의 배치는 북한을 열등한 존재 로 규정한다. 미개한 공간에 처음 도착한 출연 진은 분업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고 공간을 발전시키라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매 회는 안 정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미션이 주어지면서 상황은 불안정 상태로 이어지고 출연진이 미션을 해결하고 나서야 공동체는 다시 안정을 되찾게 된다. 매 회에서 미션은 몇 가지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54 표 4. 잘 살아보세 의 통합체적 구조 안정 불안정 안정 불안정 북한 여성 남한 남성 북한 여성 로 주어지기 때문에 이야기의 기본구조는 안정-불안정-안정-불안정 의 반복된 흐름 을 갖는다. 그런데 여기에서 특기할 만한 사실은 불안정과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이 보통 북한/탈북 여성 인 반면, 갈등을 해결하고 공동체의 안정을 가져오는 주체는 남한 남성 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건 배치는 비문명화된 여성 으로서의 북한과 문명화된 남성 으로서의 남한 사이의 차이 를 차별 로 전환시킨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1회에서 출연진은 오래된 농가에 도착해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아궁이를 만들어야 하는 미션을 받게 된다. 이때 여성은 맨손으로 벽돌을 하나 둘씩 나 르기 시작하면서 사태의 불안정 을 지속시킨다. 반면 남성은 수레를 가져와 일을 한 번 에 해결함으로써 상황을 안정 에 이르게 하는 영웅 의 역할을 맡는다. 6회에서 연출된 인민반장투표 에서도 탈북 여성 이순실은 자신의 강한 성격을 이용하여 권력 독점을 시 도하고 다른 여성은 그 부당한 권력에 동조하는 비합리성을 보임으로써 불안정 상태를 지속시킨다. 이때에도 남한 남성이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사태를 안정으 로 귀결시킨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성은 주체농법을 시도하여 일을 지체시키지만 남 성은 남한 농법을 이용하여 일을 효율적으로 해결한다. 이 에피소드는, 특히 여성들이 남성의 견해에 동의하며 남한식 농법을 학습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16회에서 여성은 절구를 이용하여 커피 알을 빻음으로써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불안정 상태를 지연시키 는데 남성은 믹서기 (blander)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일을 해결한다. 또한 한 탈북 여성 이 식사 준비를 하면서 조리 용기가 너무 작아 고민에 빠지자 남성이 등장해 용기 내에 음식의 배치를 달리함으로써 그 여성의 고민을 해결한다. 이러한 이야기 흐름의 구조를 간단히 도식화하면 표 4 와 같다. 에피소드의 대부분에서 여성은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사태를 지연시키거나 악화시키 는 것으로 그려진다. 갈등해결의 주요논리는 남한식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민주주의이 다. 남성은 북한 여성에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주는 여유와 능력을 가진 반 면, 여성은 남한의 방식(농법이나 음식 조리법 등)을 받아들이게 되는 열등한 자이다. 이 를 통해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물질과 문화의 우열구조가 성립되고 그 구조 안에서 북한 은 희화화 되거나 부정된다. 문명화와 산업화, 서구화를 경험한 남한은 정치적으로, 경 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가치 있고, 긍정적이며, 우월한 존재로 그려지며, 북한은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55 일탈적 존재로 규정된다. 이처럼 잘 살아보세 는 계열체 구조에서 남북한의 차이를 집 중적으로 부각시키고 통합체 구조에서 그 차이를 차별로 전환함으로써 남한 중심의 세 계관을 드러낸다. 바로 이 남한 중심의 세계관 속에는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얕보고 무시하면서 서구세계를 동경하는 식민화된 의식이 담겨 있다. 3) 언어표현방식 분석: 이야기 서술 주체 로서의 남한 잘 살아보세 는 다수의 출연진이 모여 웃고 떠드는 리얼리티쇼의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얼핏 특정 서술자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잘 살아보세 는 언 어적 차원에서 인터뷰, 대화, 자막 등 세 가지 형식을 동원하고, 특히 자막을 이용하 여 남한을 서술자로 위치시킨다. 우선 인터뷰 는 남북한의 이질성을 강조하는 기제로 사 용된다. 잘 살아보세 는 출연진이 카메라 앞에서 공동체 삶에 대한 경험담을 털어놓는 인터뷰를 활용하는데 이때 인터뷰는 남북한의 차이를 확인하게 되었다는 고백으로 채워 진다. 고백의 형식은 진실 (truth)을 전달한다는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에 인터뷰를 통 해 보고되는 남북한의 차이와 이질성은 더욱 강조되고 부각된다. 1회 인터뷰에서는 남 성이 북한 음식(오징어순대)을 시식하고 난 후, 카메라 앞에서 북한 음식이 거부감을 주 었다고 털어놓았고 15회에서는 여성들의 권유로 산에서 캐낸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물을 받아먹고 난 후 그 일이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음을 고백한다. 여성도 마찬가지의 반 응을 보이는데 30회에서 김아라는 인터뷰에서 남성들이 요리한 버터비빔밥을 먹은 후 느끼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터뷰를 통해 남북한의 차이만이 강조된다면, 대화 의 내용들을 통해서는 남북한 사 이에 위계가 작동함이 드러난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모든 출연진은 오빠 나 언니 와 같 은 사적인 인간관계를 표시하는 칭호를 사용하고 이는 남북한 사이의 거리를 축소시키 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남북한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존칭에서 남북한 사이의 기울어진 관계가 드러난다. 우선 20대의 여성들은 4~50대의 남성 출연 진들에게 오빠 혹은 아빠 라는 칭호와 존댓말을 사용한다. 이로써 남한 남성을 강자 혹 은 보호자로 위치시키고 자신을 보호 받아야 하는 약자 혹은 동생 으로 위치시킨다. 남 성 역시 여성에게 낮추어 말하며 남북한 사이의 위계를 확정짓는다. 대화의 내용에서도 남북의 불평등한 관계가 드러난다. 여성들은 탈북 과정에서 경험 한 고통스러운 생활을 자신의 육성으로 소개하고 북한의 낙후성을 강조하여 희생자 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1회에서 촬영 장소에 모인 탈북 여성은 방바닥에 깔린 장판을 만지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56 면서 북한에선 좋은 집에만 장판을 깔고 보통은 담요를 깔거나 콘크리트 맨바닥에서 지 낸다고 말한다. 남한 출연진이 백 년 된 농가 에 도착해 땔감을 구해 와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을 때에도 탈북 여성들은 무슨 아이고야, 우린 다 그렇게 살았어 라고 말함으로써 북한생활을 고생스러운 것으로 묘사한다. 11회에서는 탈북 여성 신은하가 북한에서는 늘 쌀이 모자라 저녁 식사로 국수를 먹는데 이마저도 밀가루가 아니라 옥수수로 만든 것 이었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굶주린 생활을 부각시킨다. 16회에서는 남한 남성이 궁중음 식을 요리하고 여성들을 밥상 앞으로 초대하는데 이때 탈북 여성 김아라는 이런 고급음 식은 북한에선 김 부자만 먹을 수 있다 고 말한다. 이처럼 북한에서 배고팠던 기억이나 가난에 대한 경험이 북한 사투리를 통해 전달되고 이는 북한을 빈곤하고 후진적인 장소 로 규정짓는다. 남성들의 발언 속에서도 남북한이 대등하지 않다는 관념이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6회 에서 여성이 북한식 농법을 시도하자, 최수종은 여성들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그러니까 (북한이) 배가 고프지 라고 발언한다. 같은 회에서 여성이 음식을 조리하면서 기름을 많 이 사용하자, 한정수는 단백질을 보충할 것이 없어서 기름을 많이 쓴다 고 말한다. 북 한에서 개구리알 을 식재료로 쓴다는 점을 알았을 때도 남성은 배고파서 라고 단정 짓 는다. 여성을 궁중음식이 차려진 밥상으로 초대하는 장면에서도, 권오중은 여성에게 앞으로 내가 해줄게 라고 말함으로써 남한을 북한 위에 올려놓는다. 여성은 이따금씩 과거에 경험했던 불안과 고통에 대해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와 같 은 고백이 남성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치유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토크 쇼나 리얼리티쇼가 확대되면서 오락프로그램에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잦 아졌다. 이에 대해 몇몇 학자들은 타인의 고통이나 트라우마가 시청자에게 매개될 때, 이는 양가적 감정을 동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이희은, 2011; 태지호ㆍ황인성, 2012; Sontag, 2003/ 2004). 고통에 대한 고백은 순간적 연민을 불러일으키거나 자신에게 일 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개인적 안도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잘 살아보 세 출연진의 대화 과정에서는 그와 같은 반응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데 여성이 과거 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언급하거나 조국의 분단으로 가족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아픔 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면 남성 출연진은 노래를 불러 감정을 전이시키라고 충고하거나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고 유도한다. 결국 고통스런 경험의 소환은 진정한 공감이나 치유, 혹은 실질적인 대안으로 마무리되기보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남기면서 마무리된다. 이렇게 잘 살아보세 출연진의 대화는 남북한의 위계를 확정짓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57 표 5. 잘 살아보세 의 언어 표현 방식 형식 남한 북한 인터뷰 차이와 이질성 강조 차이와 이질성 강조 대화 반말 존칭과 사투리 북한에 대한 정형화된 사고 표현 고통의 경험, 공포와 불안 표현 자막 서술의 주체 서술의 대상 언어표현형식 가운데 자막 은 전체 이야기가 남한의 시선에서 전개되며 해당 이야기 의 서술자가 남한이라는 점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자막은 보통 시청자에게 필요한 정보 를 전달하거나 재미있는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이용되는데 잘 살아보 세 에서는 (북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투리의 뜻을 설명하는 데 이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북한에 대한 남한의 시선을 드러내기 위해 이용된다. 1회에서 전체 출연진이 처음 등장 하는 모습은 여성이 짐을 잔뜩 지고 걸어 들어오는 장면과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오는 남성 들의 등장장면으로 대비되어 표현되고 여성에게는 피난민인 줄 이라는 자막이, 남성들 에게는 도시 남자 워킹 이라는 자막이 삽입된다. 이 쇼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소개될 때 에도 북한 향기 물씬 나는 백 년 가옥 이나 북한은 여전히 아궁이를 사용, 힘겹기만 한 북한식 생활 등의 자막이 삽입된다. 이국적이고 생소한 북한식 조리법과 식재료가 등장할 때에도 물음표(?)나 무시무시한 밥상, 충격 등의 자막이 삽입되어 북한을 이 질적이고 두려운 존재로 규정한다. 16회에서 신은하는 토끼장 안에 있는 토끼를 바라보 며 마치 이전에 토끼탕을 요리했던 일을 후회하듯 이제 잡아먹지 않을게 라고 말하고 여 기에는 개과천선 이라는 자막이 삽입되어 북한을 희화화하는 동시에 야만적 존재로 규 정한다. 이처럼 잘 살아보세 는 대화, 인터뷰, 자막 등의 언어 표현 형식을 이용하며 이 형식을 통해 남한과 다른 북한, 또 그보다 열등한 북한, 그래서 보호해야 하는 북한으 로 규정한다. 이러한 언어 표현 방식의 특징을 정리하면 표 5 와 같다. 4) 영상표현방식 분석: 볼거리 로서의 북한 잘 살아보세 는 남한을 서술의 주체 로 위치시키며 북한을 서술의 대상 으로 삼는 다. 따라서 잘 살아보세 의 영상은 주로 북한을 볼거리로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 북한을 비추는 영상은 그곳을 낙후된 물질문명과 자연적 무질서로 특징짓고 동시에 향수와 낭만의 공간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보인다. 영상의 배경을 차지하는 것은 백 년 된 농가 이며, 바로 이곳이 북한으로 설정된다. 그런데 바로 이 오래된 가옥은 복잡한 도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58 심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외딴 곳에 위치하며, 그런 점에서 시청자에게는 향수와 낭만의 대상이 된다. 그 낭만의 공간에는 국보급 미녀, 인형같이 빼어난 미모 로 칭해지는 탈 북/북한 여성들이 존재하며 먹고 마실 거리와 놀 거리가 가득하다. 아름다운 여성과 공 동체를 이루고, 함께 음식을 조리하며, 밥상을 차려 경쟁하고, 퇴행적 놀이를 즐기는 남 한 남성 출연진의 모습은 시청자(특히, 남성시청자)에게 완벽한 이상향을 제시한다. 해당 공간에서 남성 출연진은 북한 음식으로 일컬어지는 토끼탕과 양꼬치, 개구리 다리구이, 오리머리 요리, 곤달걀과 개구리알 된장찌개 등 남한에서 보기 드문 음식을 소개받는 다. 이 음식들은 신기하고, 흥미로우며, 진귀하다. 또한 출연진은 밥상 차리기 경쟁을 치르기도 하고 혐오 음식을 준비하여 남북한 간의 복수극을 벌이기도 한다. 20~40대 성인 남녀가 벌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장난, 낭만적 공간에서 즐기는 나태한 생 활 그리고 퇴행적인 정서는 누구에게도 흉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는 남북한 간 교류의 계기를 마련한다. 그러나 향수가 어린 공간에서 향유하는 낭만적인 삶, 그것으로 표상된 북한은 곧 두 려움 과 불안감 을 야기하는 타자 이다. 잘 살아보세 가 제시하는 영상에서 북한은 과 거의 시간 속에 화석화되어 있다. 잘 살아보세 는 통일 이후 라는 미래의 시점을 시간 적 배경으로 설정하면서도 그 미래의 시점을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을 경험하던 북한에 연결한다. 잘 살아보세 가 북한으로 설정한 백 년 된 농가 는 주변에 길이 제대로 닦이 지 않았고 근처에서 물도 길어 와야 할 만큼 낙후하고 퇴보한 세계이다. 즉, 화면 속에서 제시되는 북한은 오래되고 빈곤하며 조촐한 공간이며 따라서 소박한 멋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가난 과 불편, 비위생, 고생, 질병 등의 개념을 상기시킨다. 이 오래된 공간 은 화려한 삶과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남한의 현대인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동 시에 끔찍한 사건을 경험할 수 있는 공포의 공간이다. 화면 속에서 불안함 과 두려움 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북한은 현대적으로 진보한 남한 세계와 끊임없이 대비된다. 그림 1 은 1회에서 남북한 출연진 각각이 등장하는 장면인 데 교차편집을 통해 남북한이 극적 대비를 이룬다. 즉, 잘 살아보세 영상은 남북한 각 각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북한을 타자화하는 기법을 이용한다. 그림 2 는 32회에서 남북한 출연진이 각각 팀을 이루어 요리대결을 펼치고 그 대결의 결과물(밥상)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배치한 것이다. 이 장면은 자막을 통해 북한을 소박한 멋 으로 묘사하지만 북한을 남한과 대비시키며 빈곤 과 궁핍, 굶주림 등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의 음식과 문화가 소개되는 장면은 잘 살아보세 의 영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데 이는 얼핏 신기하고, 흥미로우며, 진귀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상의 표면 아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59 래에는 북한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충격 과 혐오 가 드러난다. 16회에서 탈북 여성은 북 한 보양식으로 일컬어지는 토끼탕을 요리한 바 있는데, 남성 출연진은 해당 음식 앞에서 지나치게 놀라며 거북한 표정을 짓는다. 19회에서는 남한 남성이 북한 음식인 오리머리 요리를 앞에 두고 이를 티라노사우루스 라는 원시동물에 비유하고 이걸 도대체 왜 먹는 거냐,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맛 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이처럼 영상을 통해 표현된 북한 은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신비로우며 향수와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 으로는 현실과 괴리되고 불안감과 두려움을 자아내는 타자로 표현된다. 그림 1. 남북한 출연진의 등장 장면 그림 2. 남북한 출연진의 요리대결 결과 장면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60 5. 치유의 마법사 인가, 열등한 타자 인가 이 연구는 종편채널에서 확대되는 통일논의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이 어떠한 방식 으로 북한이미지를 생산하는가를 살펴보았다. 북한이미지를 생산하는 언론에 관한 기존 연구는 각각의 언론이 지향하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한다 는 점을 지적했다(김경희ㆍ노기영, 2011; 윤영철, 1991, 1992, 2000; 윤호진, 2003; 이영애, 2002; 이완수ㆍ손영준, 2011; 이원섭, 2006; 이화행 외, 2015). 그리고 보수적 정치성을 갖 는 언론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밝힌다(김경 희ㆍ노기영, 2011). 보수는 정치권을 쥐던 만큼, 북한을 위협적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사 회 내부의 통합을 이루려 했고 또 북한을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여 남한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려 했다. 또한 기존 연구가 주목한 보수언론은 뉴스보도를 통해 북한이미지를 생 산했고, 특히 정치ㆍ경제학적 관점에서 북한의 군사, 핵, 국제관계, 경제실태, 정치지 도자 등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종편은 탈북민을 초대하여 리얼리티쇼 형식을 이용하 고, 군사, 핵, 국제관계, 경제실태 등의 문제보다 북한의 일상 을 조망하는 특징을 보인 다. 사적이고 사소한 영역으로 여겨진 일상은 정치적ㆍ이념적 시각과 상관없이 중립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처럼 보인다. 동시에 일상은 북한주민과 정치권을 분리시 켜 새로운 이미지를 주조할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이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종편채 널이 일상 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후,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북한이미지를 생산 하는가의 문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북한이미지 생산방식은 통일논의에서 어떤 의 미를 갖는가의 문제를 함께 고민했다. 본 연구는 탈북민 출연 오락프로그램 가운데 북한의 일상생활을 재현하는 잘 살아보 세 (채널A)를 분석대상으로 선정했다. 채트만의 서사분석법을 이용해 잘 살아보세 의 서사구조를 분석한 결과 해당 프로그램은 첫째, 남북한을 이항대립 구조 속에 배치하여 그 둘 사이의 차이를 강조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남한은 남성에 비유되었으며 북한은 나 이가 어린 여성으로 상징되었다. 탈북 여성은 오래된 공간과 과거의 시간성 속에서 화석 화된 채로 북한을 상징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남성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서구적 인 면모를 지닌 반면, 북한 여성은 무지와 비합리, 감성과 촌스러움, 자연 상태의 인물 로 재현되었다. 남성은 세련된 취향과 절제된 행동을 보이는 반면, 북한 여성은 통제되 지 않은 돌발 행동과 원시성의 기호로 표현되었다. 즉, 이항대립 구조 속에서 북한은 여 성화 되었고 미성숙 한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전근대적인 세계 로 표상되었다. 둘째, 해 당 프로그램이 안정-불안정-안정 의 흐름을 이야기에 삽입하여 북한을 남한보다 열등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61 한 존재로 묘사함이 드러났다. 북한은 늘 갈등과 불안정의 상황을 야기하고 사태를 지연 시키며 이를 안정과 조화의 상태로 이끄는 주체는 남한이다. 셋째, 잘 살아보세 는 남 한을 이야기의 서술자로 위치시킨다. 사실상 해당 프로그램은 여러 출연진이 모여 웃고 떠드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서술자의 시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삽입된 자막과 남북한 출연진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서 이야기의 서술자가 남한임이 드러났다. 이야기의 서술자는 북한을 대등한 주체로 바라보기보다 열등한 대상으로 규정짓는다. 마지막으로, 해당 프로그램은 남한을 이야기의 서술자로 위치시키면서도 영상 표현 방 식을 통해서 북한을 볼거리 혹은 대상 으로 위치시킨다는 점이 드러났다. 잘 살아보세 에서 순수하고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로 그려진 북한은 우선 치 유 (therapy)라는 관념을 환기시킨다. 한국은 서구의 근대화를 쫓아 경제부국으로 성장 하는 동안 북한이 지닌 아름다움을 잃어버렸다. 한국사회는 급속하게 자본주의를 발달시 키면서 공동체를 와해시켰고 서구의 신자유주의 이념을 받아들여 수많은 주체를 불안정 한 상황으로 내몰았다. 한국사회의 젊은이는 경쟁과 선택의 원리 앞에서 적극적으로 자 기 계발에 몰두해야 하며 스스로를 착취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였다. 약자를 보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약자를 밟고 올라서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장의 논리, 사회적 양극화, 실 업 등, 한국사회가 떠안은 문제와 병폐는 한국이 잃어버린 전근대세계에 대한 향수를 자 극한다. 북한은 향수와 낭만이 가득한 이상향이다. 북한의 아름다움 과 촌스러움, 나 태함, 놀이, 농촌, 자연 그리고 비자본주의적 관행, 이러한 특징으로 가득한 북한은 한국사회가 경험하는 병폐를 치유할 마법의 묘약이다. 하지만 마법적 존재로서의 북한은 멸시와 무시의 대상으로 쉽게 전환된다. 북한에 대 한 신비화 전략은 그들을 열등한 타자로 밀어내기 위한 선행단계이다. 잘 살아보세 는 문명을 향한 인류 진화의 통시적 단계들을 전제하고 남한이 이미 통과한 문명으로 향하는 도정 위에 북한을 위치시킨다. 북한은 남한의 미발달 판(version)으로 제시된다. 즉, 북 한은 낙후된 물질문명과 자연적 무질서로 특징지어지며 이로써 남한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묘약이면서도, 동시에 두려움 과 불안감 을 야기하는 이질적이고 열등한 타자이다. 결국 잘 살아보세 는 치유의 마법사 와 이질적이고 열등한 타자, 이 두 개의 위치를 오가는 아이러니한 존재로서의 북한을 만들어낸다. 잘 살아보세 가 보여주는 북한은 북한의 본질적인 면모에 기반을 둔 북한이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이 본질화하는 본질에 기반을 둔 북한이다. 이런 점에서 종편채널이 북한이미지를 생산하는 방식은 유럽세계 가 동양의 이미지를 생산하는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으로 요약된다. 6) 사이드(Said, 1987/1999)는 서구세계가 동양을 이해하는 방식이 그 본질에 기반을 두기보다 담론적 층

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362 위에서 구성된 본질에 근거를 둔다고 지적했다. 사이드는 계속해서 유럽세계가 동양을 본질화하는 일은 서양 자체의 정체성을 창출하기 위한 기획으로부터 출발했다고 지적한 다. 잘 살아보세 는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내면화하고, 한편으로는 북한을 낭만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타자화하면서 그것의 정체성을 고정시킨다. 이처럼 북한을 비( 非 )남한 으로 규정하는 것은 남한의 정체성을 창출하고 최종적으로 유지시키려는 기 획과 다름없다. 타자의 사악함, 야만성, 방탕함이 곧 자아의 선함, 공손함, 예의 바름으 로 전도될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의 여성성, 비문명, 미성숙, 전통과 열등함 등은 남한의 남성성, 문명, 성숙, 진보, 우월함 등을 말해준다. 통일 을 논의하겠다던 잘 살아보세 는 이미 이 프로그램의 제목을 통해 논의의 관점 을 드러내고 있었다. 잘 살아보세 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 운동 의 구호였듯, 잘 살아보세 는 통일 을 북한(농촌사회)의 현대화 로 규정했다. 현대 정치 에서 반공이데올로기를 가장 극적으로 강조했던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경제발전 운 동의 구호를 제목으로 선정한 것에서부터 잘 살아보세 는 북한을 대등한 존재로 인정 하거나 그 자체로 포용할 생각이 없었다. 북한은 여성적 이고, 미성숙 하며, 전근대적 인 세계 로 표상될 때에만 남한에 의해 포용된다. 이때 북한은 남한과 대등한 존재로 인 정되는 것이 아니라 열등하고 미성숙한 존재로서 남한에 흡수될 수 있는 (혹은 흡수되어 야 하는) 존재로 남는다. 잘 살아보세 는 북한이 동정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 는 관점하에서만 통일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리하면, 기존 연구는 한국사회에서 생산되는 북한이미지를 살펴보기 위해 방송보 다는 신문을, 오락프로그램보다는 뉴스보도에 주목하였다. 따라서 기존 연구는 한국언 론의 뉴스보도가 북한의 정치ㆍ경제적 층위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뉴스보도의 프레임 분석을 실시하고 각 언론이 이념적 시각에 따라 북한을 다른 시각에 서 재현함을, 그리고 특히 보수가 (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한의 부정적인 면모를 강 조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수용하면서도 종편의 탈북 민 출연 오락프로그램에 주목함으로써 미디어가 생산하는 북한이미지 연구 영역을 확장 시키려고 시도하였다. 종편채널은 오락프로그램의 형식을 활용하여 북한의 일상 과 문 화, 식생활, 놀이 등을 새롭게 조망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제 설정을 가능하게 했다. 6) 사이드는 빅토리아 왕조시대의 유럽인이 기록한 동양에 대한 여행기를 분석하면서 서양인이 동양 의 삶을 묘사하면서 환상적이고 과장된 이야기로 채운다는 점을 발견했다. 동양은 순수하고 신비 로운 숭배의 대상으로 묘사되었다가, 곧 여성적이며 감정적이고 나약하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묘사 되며 또 저속하고 관능적이며 야만적이고 후진적이라는 특징에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종편채널의 북한이미지 생산방식ㆍ363 하지만 분석결과, 종편채널은 일상으로의 문화적 전환을 시도하면서도 여전히 북한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보수 이념의 정향을 고수( 固 守 )ㆍ유지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종편 채널이 통일을 논의하겠다는 기획과 함께 제작한 잘 살아보세 는 통일 을 진지하게 고 민하기보다 북한을 낭만화하고 타자화하면서 수용자에게 자신의 정치적ㆍ이념적 정향 을 전달했다. 하지만 본 연구가 분석결과로 제시한 타자로서의 북한이미지는 해당 프로그램을 독해 (reading)하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수용자는 선호된 해독(preferred reading)을 통해 미 디어가 제시하는 이미지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또 협상적(negotiated)ㆍ저항적(oppositional) 해독의 가능성도 지녔다(Hall, 1980, 1996). 따라서 종편채널이 생산하는 북한이미지와 별 개로 수용자가 생산하는 이미지는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둔다. 이로써 본 연구는 종편이 생 산하는 북한이미지에 대해 부분적인 결론을 내리며 끝을 맺는다. 참고문헌 강진웅 (2013). 대한민국 민족 서사시: 종족적 민족주의의 전개와 그 다양한 얼굴. 한국사회 학, 47권 1호, 185-219. 김경희ㆍ노기영 (2011). 한국 신문사의 이념과 북한 보도방식에 대한 연구. 한국언론학보, 55권 1호, 361-387. 김 균ㆍ이정훈ㆍ박영흠 (2012, 5월). 조중동 담론 의 형성과 한국 언론의 구조 변동. 한국 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저널리즘 분과. 경주: 힐튼호텔. 김수정 (2010). 글로벌 리얼리티 게임쇼에 나타난 자기통치 의 문화정치: 프로젝트 런웨이 와 도전! 슈퍼모델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학보, 24권 6호, 7-44. 김은진 (2002). 새로운 눈요기, 북한 미녀 응원단: 오리엔탈리즘과 외모 제일주의가 빚어낸 작 품. 인물과 사상, 통권 56호, 16-23. 김택환 (2000). 어? 신문이 달라졌네: 정상회담 이후 한국신문의 북한보도 태도. 관훈저널, 통권 76호, 111-122. 김훈순ㆍ김미선 (2008). 여성 담론 생산의 장( 場 )으로써 텔레비전 드라마: 30대 미혼 여성의 일 과 사랑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52권 1호, 244-270. 김훈순ㆍ김 숙 (2010). TV의 젠더 역사쓰기의 가능성과 한계: 역사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한 국언론정보학보, 통권 51호, 156-173. 동아일보 (2014, 2, 27). 착한 식당 붐 일으킨 먹거리 X파일 탈북자 편견 깬 이만갑. 2면. 문화일보 (2014, 5, 27). 북한ㆍ탈북자 다루면 뜬다? TV프로 단골소재 로. 1면. 미디어스 (2014, 8, 26). 탈북 여성 불러 남한체제 선전방송 하는 TV조선ㆍ채널A: 미디어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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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國 言 論 學 報, 60권 2호 (2016년 4월)ㆍ446 The Way of Producing the Image of North Korea, Exploited by the Channels of Comprehensive Programing in South Korea Huikyong Pang Senior Researcher, Sogang University Gyeongmi Lee M.A., Sogang University This study pays attention to an entertainment show titled Jalsalabose produced by Channel A, a conservative TV channel of comprehensive programming. According to the extant studies, South Korean (conservative or mainstream) media have focused on the negative images of North Korea, emphasizing its political, socioeconomic, and military dimensions. From the perspective of the extant studies, the show gives an impression to formulate fresh images of North Korea, since it deals with everyday life of North Korea (rather than political, socioeconomic, and military aspects) by exploiting North Korean defectors testimonies. A narrative analysis of the show, however, reveals that the show romanticizes North Korea by portraying it as a feminine and immature infant as well as an uncivilized world. North Korea is a magic potion, which is able to cure the diseases from which South Korea, the capitalist country, suffers. At the same time, North Korea turns to the Other, inferior to South Korea. This study concludes that Channel A, the TV channel of comprehensive programming, although attempting Cultural Turn, delivers conserve ideology through the entertainment show without any change on its perspective on North Korea. Keywords: cultural turn, media image, North Korea, narrative analysis, conservatism, orient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