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송 유 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이 제 상* (산학연구원) 본 논문은 저출산의 원인을 횡적으로 규명한 기존 논문들과는 달리, 산업사회의 변화 에 따라 종적으로 저출산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다. 특히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가족 의 기능과 결혼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탈산업사회에 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그것이 가족의 기능과 결혼 및 출산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고찰했다. 연구결 과 저출산은 첫째 가치관 측면에서 탈산업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합리적 으로 선택한 결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전산업사회에서 타율적으로 배우자와 결혼해야 했고, 임신한 아이를 운명적으로 길러야 했다. 산업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자율적이었으 나, 탈산업사회에서는 결혼여부, 배우자, 출산여부, 출산시기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둘째 제도적 측면에서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가부장제가 있다. 제도와 의식 속 에서 뿌리깊은 성별분업은 여성들에게 결혼연기, 출산축소를 선택하게 하는 요인이 된 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불평등이 있다. 탈산업사회에서 아이를 많이 낳아 길러도 사회적 보상체계가 없다. 게다가 기업은 인적자원을 이용하더 라도 그 생산자에게 보상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 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과 저출산 문제에 정부 뿐만아니라, 기업이 적극적으 로 나서야함을 제언했다. 주요용어: 저출산, 여성의 사회진출, 산업사회, 가부장제 * 교신저자: 이제상, 산학연구원(lessimo@hanmail.net) 투고일: 2011.1.311.31 수정일: 2011.3.33.3 게재확정일: 2011.3.53.5 27
Ⅰ. 서론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1) 이 1983년 인구대체수준이 2.1명에 도달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2010년 1.22명으로 낮아졌다. 2008년 프랑스 2.0, 스웨덴 1.91, 영국 1.96, 미국 2.09 등 OECD 평균 1.71에 비하면 세계 최저수준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정부가 범 정부적인 저출산정책을 실시한 이후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 기되고 있다. 정부는 2005년 9월 저출산 고령사회기본법 을 제정하고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를 설치했으며, 2006년 8월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기본계획(이하 1차 기본계획)을 마련하 고 2010년까지 5년간 4대분야 237개 세부과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05 년 1.08, 2006년 1.13, 2007년 1.26, 2008년 1.19, 2009년 1.15, 2010년 1.22로 변 동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10년에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기본계획(이하 2차 기본계획)을 수립,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에 들어갔다. 2차 기본계획은 1차 기본계획의 기조 를 그대로 유지하되 정책 수요가 늘어나는 부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책기조를 유 지하는 배경에는 출산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이유가 1차 기본계획 수립당시 자녀양육 비용 부담, 고용-소득 불안정, 일-가정 양립곤란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제약요인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1차 기본계획의 성과가 미비한 것은 기본계획 자체의 문제점보다 국민의 낮은 정책 체감도, 민간부문 참여부족, 특정영역에 편중된 정책대응에 기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대한민국 정부, 2010). 그러나 2차 기본계획이 저출산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1차 기본계획과 거의 동 일한 수준임을 고려할 때 2차 기본계획이 2015년 마무리 되어도 1차 기본계획과 같이 합계출산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본 연구는 1 2차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원인들과는 달리, 자본주의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저출산의 원인을 분석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횡적으로 바라본 기존 연구들은 저출산의 원인이 복합적이라며 그 원인들을 단순히 나열하거나, 또는 그 원인들에 따라 대책들을 열거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원인들 가운데 구조적인 원 1) 합계출산율(TFR: Total Fertility Rate)은 여성 1명이 평생 낳게 될 평균 자녀수를 의미한다. 28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인과 비구조적인 원인을 구별하지 못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의 원인들을 역사적으로 가족제도 및 결혼제도와 관련시켜 바라본다면 구조적인 원인들 을 규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대책을 마련한다면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는 1 2차 기본계획과 같이 저출산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우리나라 합계출 산율을 크게 개선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는 저출산 이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가족제도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여성의 자기 결 정권 신장에 기인한다고 보고,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함으로써 출산율 정책 대안의 기초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자본주의의 시대적 흐름을 전( 前 )산업사회, 산업사회, 탈( 脫 )산업사 회 2) 세 시기로 나누고 전산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가족의 구조와 기능이 어떻게 변화하고,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고찰한다. 또 탈산업 사회에서 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이것이 가족의 기능과 결혼 및 출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여기에 산업사회의 변화와 가부장제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검토한다. Ⅱ. 선행연구 분석 저출산이 선진국에서 먼저 발생했기 때문에 이에 관한 연구들이 1970년대와 80년대 에 먼저 나왔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들어 결혼과 출산 관련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 2000년대 이후 저출산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관련 연구들이 쏟아졌다. 그중 저출산 원인 및 종합대책연구 (이삼식 외, 2005)가 저출산 원인에 관한 연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전까지 학위논문을 비롯, 몇몇 연구들이 저출산의 원인들을 부분적으로 제시했으나, 이후 관련 연구들(김승권, 2005; 한선영, 2006; 배민환, 2007; 2) 자본주의의 시대적 흐름을 세 시기로 구분한 것은 다니엘 벨(Daniel Bell)이 1973년 펴낸 탈산 업사회의 도래(The coming of Post-industrial Society) 의 사회변동의 일반도식에서 따온 것이다. 사회구조의 복잡한 변화를 잘 표현해주는 장치의 하나이다. 여기서 탈산업사회란 2차산업(제조업) 의 비중이 35%를 고비로 점차 감소하고, 3차산업(서비스업)의 비중이 50%를 넘어 70%선에서 육박해가는 사회를 일컫는다. 여기서 내용이해를 위해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를 전산업사회로, 자본 주의 사회를 산업사회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탈산업사회로 대체해 사용한다. 29
전희경, 2010)은 저출산 원인 및 종합대책연구 의 원인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유사하게 제시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이 연구가 한국사회에서 저출산 원인들 을 규명하는데 가장 광범위하고 종합적이며 실증적인 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연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개 표본가구 내 10,095가구를 방문해 이중 8,489가 구에 대한 면접조사를 실시한 2005년도 전국결혼 및 출산동향조사 를 바탕으로 이뤄 졌으며, 이 연구가 정부의 저출산 대책 마련하는데 중요한 근간이 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한국사회에서의 저출산 원인들이 다양하고 복합적이지 만,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인구학적 요인으로 만혼 및 고령출산이 출산수준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 고 있고, 결혼관 및 자녀관의 약화와 성분업적 역할관도 결혼 및 출산에 부정적인 역할 을 하고 있다. 결혼 및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된 사회경제적 요인들로는 자녀양육비용 부담(영유아보육교육비, 자녀사교육비), 경제적 환경변화(IMF 외환위기, 남편의 소득 및 고용불안정, 무주택 등), 일-가정 양립곤란(남편의 가사시간, 성분업적 역할강화, 부부간 가사노동 불공평 등), 노동시장(결혼 및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고학력 전문직 여성의 기회비용상승 등), 출산 건강수준(불임, 인공임신중절, 자 연유산 및 사산경험) 등으로 나타났다 (이삼식 외, 2007: 411). 이 연구이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가 2008년 펴낸 저출산 고령사회 대응-이 땅의 미래를 위한 준비 에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인구학적 원인과 사회경제적 원인, 그 리고 가치관의 변화 등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인구학적 원인이란 결혼 연령이 상승 하고, 결혼한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거나 줄이는 경향 때문이라는 것이며, 사회경제적 요인이란 소득 및 고용불안정, 일과 가정의 양립 곤란, 육아지원기능 미흡, 자녀양육 부 담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을 일컫는다. 가치관의 변화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 자녀 가 없어도 무관하다 이라는 의식의 증가를 말한다. 이런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결혼 연령 상승과 포기, 출산의 축소와 포기로 이어져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김승권(2005)에 의하면 저출산의 원인을 결혼 출산 양육의 비친화적 사회제도 및 문화, 양성불평등 노동시장 구조와 문화, 고용불안정과 낮은 소득수준, 아동양육과 아동 보호를 위한 체계 및 정책의 미흡, 과도한 자녀양육 부담과 낮은 정책지원, 양성불평등 적 및 남성중심의 가족문화, 다양한 가족에 대한 몰이해 및 정책부재, 과도한 임신소모 및 불임 등으로 꼽고 있다. 30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전희경(2010)에 의하면 저출산의 원인을 사회적 요인, 가족정책적 요인, 가족 및 개 인적 요인 등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사회적 요인으로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여 성의 교육수준 향상, 경제활동 참여 증대, 여성의 지위 향상, 경제적 불안감을 제시하 고, 가족정책적 요인으로는 성공적 가족계획사업, 모자보건사업의 강화를 들었으며, 가 족 및 개인적 요인으로는 결혼 가치관의 변화, 다양한 가족형태의 출현, 자녀 가치관의 변화, 자녀양육부담의 증대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저출산 원인 및 종합대책연구 를 비롯한 일련의 연구들이 저출산 의 구조적인 원인을 규명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들 연구들은 설문조사를 통한 양적 연구이므로 사회의 횡적 분면을 잘 볼 수 있는 반면에, 사회의 역사적 흐름, 즉 종적 분면을 보지 못해 구조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본다. 따라서 본 논문은 역사적으로 가족제도와 결혼제도가 어떻게 변화해 왔고, 탈산업사 회에 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는지를 고찰하고, 이에 따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 각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파악하여 저출산 원인이 여성의 사회진출과 관련돼 있음을 규명하고자 한다. 동시에 저출산이 전산업사회와 산업사회에서 뿌리내린 성별분업이란 제도적 걸림돌에 기인하고 있음을 규명하고자 한다. 또 탈산업사회에서 출산을 둘러싼 불평등이 자리잡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아이가 많은 가족과 아이가 적은 가족 그리고 아이가 없는 1인 가족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하 고, 인적 자원을 생산하는 가족과 인적자원을 사용하는 기업 간에도 불평등이 존재함을 밝히고자 한다. Ⅲ. 이론적 고찰 1. 산업사회로의 이행과 가족 그리고 결혼 가. 산업사회로의 이행과 가족제도의 변화 1) 전산업사회에서의 가족제도 전산업사회 즉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는 역사적으로 볼 때 농업중심의 자급자족 경제 31
였다. 이때 가족은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기초단위이자, 물자 3) 와 인간의 생산을 직접 수행하는 집단이었다. 공장이나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농업사회에서 생산과 소비는 가 족과 분리될 수 없었고, 개인에게는 노동과 사생활의 분리도 있을 수 없었다. 분업은 신분에 따른 분업과 가족 내의 분업으로 이루어졌고, 가족 내 분업의 지배적인 형태는 아버지와 아들의 분업, 그리고 남편과 아내의 성별분업 두 가지였다. 이는 모두 가장의 통솔 하에 수행되었다(조형, 1991). 가장권은 강력한 사적 권위로서 지배층의 사회적 지배권과 함께 인정받았다. 친족제도와 신분제도는 물자 생산과 인간 생산을 규제하면 서 사회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국가는 신분제도와 친족제도를 기초로 개별 가족 행위에 대해서 법적, 제도적 규제를 가하고 그럼으로써 엄격한 사회질서를 유지했 다. 전산업사회에서 가족은 직접 물자와 인간을 생산했으며, 당시 사회가 분화되지 않 았으므로 오늘날 사회기관이 맡고 있는 모든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때 가족은 사회제도로서 중국과 조선 등 동양에서 3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 째 가족의 위계성을 들 수 있다. 남자인 아버지, 남편은 하늘에, 그리고 여자인 어머니, 아내는 땅에 비유되어 여자에게 독립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여자에게 삼종지도와 정조 가 강요되는 반면, 남자는 중혼 축첩 등의 특권을 누렸다. 재산처분권도 최종결정권이 가장에게 있어 어느 가족구성원이든 임의로 처분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족 내 성별분업 이 엄격했다. 둘째 가족의 집합성을 들 수 있다. 가족제도의 경제적 존립기반이 가산( 家 産 )이며 이 는 가장과 가족의 동거동재( 同 居 同 財 )의 원리에 의해서 유지된다. 가산을 분할하지 않 는 한 자손대대까지 계속되며 여러 세대가 함께 동거하게 된다. 가산을 분할하여 별거 한 경우에도 그에게 자손이 생기면 그 집안에서 동거동재가 성립하므로, 자산분할에 의 해서 대집단이 몇 개의 소집단의 동거로 나눌 수 있으나, 그 원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가산은 가장의 관리권 아래 있으나, 모든 아들들 사이에 균분( 均 分 )이 원리였다. 셋째 가족의 영속성을 들 수 있다. 가부장제 가족은 효의 원리를 기반으로 조상숭배 를 중요한 이데올로기로 삼아 제사를 통해 조상을 숭배하고 가계계승이 가족생활의 기 본원리가 되었다. 가계 계승에는 적장자손에 의한 상속주의가 관철되고, 친자손이 없는 경우에는 종족 내의 서열이 합당한 자를 입양하여 제사상속 및 가계 상속자로 삼는다 3) 물자란 본 연구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통칭한다. 32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이이효재, 2003). 본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전산업사회에 가족 내부의 지배원리 또는 지배체제를 가부 장제로 정의한다. 막스 베버가 가부장제를 원시가산제의 개념 4) 으로 쓰고, 이것이 확대 된 지배체제를 가산제로 보았다면, 본 연구에서는 가족 내 가족관계를 지배하는 체제를 가부장제로 정의한다 (박성환, 1999; 박미해, 2010, 재인용). 가부장제적 가족의 특성은 가족의 위계성, 집합성, 영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본 연구에서 가족의 위계성을 연장자의 연하자 지배 부부간의 엄격한 성별분업 으로, 가족의 영속성을 가계계승 제사상속 으로 개념화한다. 가족의 집합성은 중국의 가산상속에서 균분의 원리가 적용 됐으나, 조선후기에는 장자 우대 상속이 적용됨에 따라 가산상속의 장자 우대상속 으 로 개념화한다. 2) 산업사회에서의 가족 5) 제도 산업사회,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까. 먼저 이 질문 에 답하기 전에 자본주의에서 기본적인 전제들을 살펴보자. 주류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이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자본주의를 다루기 때문에 공통적인 기본틀이 존재한다. 먼저 주류경제학(Mankiw, 2001)이 경제의 구성원리를 표현한 경제순환모형도를 살펴 보자. 경제순환모형도는 시장을 통해 가족과 기업 간에 자금이 순환되는 과정을 그림으 로 표현한 모형이다. 여기에서는 기업과 가족이라는 두 종류의 의사결정자가 존재한다. 4) 원로제와 원시가산제(가부장제) 가산제(Patrimonial Domination) : : 지배자의 개인 행정간부 없음 : 지배자의 개인 행정간부 있음 1 순수가산제 2 신분제적 가산제 (가부장적 가산제) : 가산적 지배자가 행정수단의 전부 혹은 행정수단을 완전 소유. 주요부분이 행정간부에 의해 점유. ex, 군주제 ex, 봉건제 5)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 가정, 가계의 경우 학문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지만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특별한 구분 없이 혼용하여 쓰기도 한다. 여기서는 가족(Family)으로 통일하기로 한다. 가족 (Family)은 혈연, 결혼, 양자관계로 이뤄진 근친집단이고, 가정(Home)은 가족을 주체로 한 생활공 동체로 가족의 환경을 포함하므로 가족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며, 가계(Household)는 경제생활단위 로서 보통 가족이나 가정이지만, 가족이외의 사람과 소득과 소비를 공동으로 한다면 이 가족이외 의 사람도 가계구성원으로 간주하므로 가족과는 조금 다르다. 33
그림 1. 경제순환의 모형도 기업은 노동 토지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를 투입하여 물자를 생산한다. 가족은 생산요 소를 판매하고 기업은 모든 물자를 생산하며 다시 가족은 그 물자를 구매한다. 다시 말 하면 가족과 기업은 두 시장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물자 시장에서는 가계가 구입자가 고 기업이 판매자가 된다. 생산요소시장에서는 가족이 판매자가 되고 기업이 구입자가 된다. 즉 기업이 물자를 생산하고, 가족은 물자를 소비한다. 경제의 순환모형을 통해 우 리는 가족과 기업 간에 이뤄지는 모든 경제적 거래를 간단하게 구성할 수 있다. 정치경제학(김형기, 2001)의 연구대상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이다. 이때 연구대상 인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의 소유자인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를 고용 하여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시장을 향한 물자생산을 하는 생산양식을 말한다. 다시 말하 34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면 노동자들은 자본가에 노동력을 팔아 그 임금으로 생활수단을 구매하여 생활하고, 자 본가는 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타인의 노동력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류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이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기본 전제가 동일함을 알 수 있다. 기업이 물자를 생산하고, 가족이 물자를 소비한다. 노동자들이 비록 자신의 노 동으로 물자를 생산하는데 기여하지만, 그 생산물의 소유권과 처분권은 기업이 가진다. 정치경제학(김형기, 2001)에서는 기업을 뜻하는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 와 자영 농 민, 자영 상인, 자영 전문직 등을 뜻하는 개인적 사적 소유 를 구분한다. 자본주의적 사적소유는 생산수단의 소유자가 타인의 노동력을 구매하고, 물자를 생산한 뒤 물자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형태를 말하고, 개인적 사적 소유는 자신의 노동력으로 물자를 생 산하여 이윤을 남기는 형태를 말한다. 다수의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기업이 자본주의사 회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생산적이며,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비중이 늘어가는 반면에 농민, 상인, 전문직 등의 비중은 줄어든다. 여기서 정리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물자 생산의 주체이고, 가족은 물자 소 비의 주체이며, 물자 생산에서 배제된다. 대신 가족은 본질적인 기능인 인간을 출산하 고 양육하는 기능은 여전히 갖고 있다. 3) 산업사회로의 이행에 따른 가족기능의 변화 18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서서히 자본주의 사회가 보편화됨에 따라 기업이 생산의 주체로 떠오르고 도시화와 산업화도 빠르게 진행됐다. 이에 따라 산업화에 적합 한 핵가족이 서서히 늘어나고 전통적인 확대가족이 점차 사라졌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사람들은 개인적 자아의식에 눈을 뜨게 되었고, 가족이 생사와 고락을 함께 하는 공 동체라는 전통적 가족관이 희미해 졌다. 또 자녀들은 학업이나 직업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경우도 흔해졌고, 직업도 분화됨에 따라 부모와 자녀의 직업이 같은 경우 가 드물었다. 그래서 사회적 지위는 상속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자격을 획득해야 얻 을 수 있었다. 결혼도 집안 간의 결합이 아니라 당사자의 사랑에 기초한 결합이라는 관 념이 지배적인 위치에 올랐으며(Coonts, 2005), 가족관계도 부부관계가 더 중요시 되 었다. 그러나 가족 내에서 가부장적 지배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다. 가부장제가 가족 내의 성억압 기제로 작동하고 가족관계를 불평등적으로 만들어 가정폭력, 고부갈등, 부부갈등 35
등을 유발했다. 하지만 남편이 생계를 도맡고 아내가 가사를 맡는 것이 이상적인 성별 분업이라고 보았으며, 대부분 여자들은 아이의 출산과 양육을 맡아 가정 내에 머물렀다. 인류학자 머독(Murdock, 1949)은 가족의 기능을 성적기능, 경제적 기능, 출산 및 양 육기능, 교육 및 사회화의 기능 등 4가지 기능으로 요약하면서 경제적 기능은 기업에, 교육 및 사회화기능은 교육기관과 지역사회에 넘겨주었다고 봤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사회가 분화될수록 가족이 맡은 기능들은 다른 사회기관에 넘겨주고, 성적 기능, 아이 의 출산 및 양육기능만은 남았다고 봤다. 나. 산업사회로의 이행과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 전산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을 언급할 때 가장 뚜렷한 변화 중의 하나는 결혼 에 있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신장됐다는 점이다. 전산업사회 대부분 사회들은 결혼이 경제적인 면과 정치적인 면에서 너무 중요한 제 도이기 때문에 남녀 당사자 두 사람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 혼 당사자들이 사랑이라는 비이성적이고 덧없는 것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려한다면 문 제였다고 봤다. 결혼은 가문 간의 정치경제적 결합이었다. 이때 결혼의 가장 중요한 기 능이 여러 가문과 공동체들이 협동관계를 맺는데 기여한다는 점이다(Coonts, 2005). 조선시대 주자가례에 의한 혼인은 철저히 가부장적 유교질서를 앞세운 것이다. 배우자 를 정하고 혼인절차를 주관하는 주혼자는 조부모나 부모 등 근친존속이었다. 그 주혼자 의 결정권이 혼인의 합법성을 정하는데 기준이 되었고, 만약 주혼자의 주관없이 혼인이 이루어졌을 경우에 화간율( 和 姦 律 )에 의해 처벌되고 혼인은 무효화되었다. 성적 매력이 나 용모에 이끌려 결정하는 남녀상열혼( 男 女 相 悅 婚 )은 유교적 윤리관에서 금기시했다(이 이효재, 2003). 여기서 결혼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란 아예 존재할 수 없었다.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여성의 지위도 높아지고 결혼도 여성의 선택이 어느 정도 허 용됐다. 영국의 경우 1857년 이혼법이 제정되고 1882년 기혼여성재산법이 마련됐다. 여성이 남편과 이혼할 수 있고, 기혼여성이더라도 자신의 재산의 취득 영리 처분을 스 스로의 명의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유기호, 1982, p.23). 우리나라도 산업사회로 들어 오면서 여성의 결혼 선택권이 넓어졌다. 36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절묘한 결합 산업사회에서 가족은 첫째, 물자의 생산기능을 기업에 넘겨주고, 물자의 소비기능만 을 맡고 있다. 재화를 소비하는데 가족뿐만 아니라 구매력을 가진 가족구성원이면 누구 나 가능하다. 가족과 함께 할 수도 있으나 가족의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으며 개인 혼 자라도 능히 가능하다. 기업은 집단적으로 분업 생산하며 자본주의 성장의 중심축을 이 뤘다. 둘째, 전산업사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출산 양육이란 본질적 기능을 맡고 있다. 물 자를 생산하는 기업의 공적 영역 외에 가족 내 사적 영역에서는 전산업사회에서 내려온 가부장제적 지배가 유효했다. 가족 내에서 인간의 출산과 양육이 이뤄지고, 성별분업에 기초한 분업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에 산업사회의 공적 측면에서 기업은 인간의 생산을 담당하는 가족에 관심이 없 다. 자본가들은 물자의 생산에만 관심을 갖는다. 물자를 소비자에게 많이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하는 목표에만 흥미를 보인다.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경제학도 가족에 대 한 이론을 제공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처럼 산업사회에서 물자를 생산하는 공적 영역과 인간을 생산하는 사적 영역이 서 로 분리되어 있지만, 서로 의존하며 깊은 유대를 맺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물 자 생산기능을 잃어버린 가족은 밖에서 생산되는 물자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생계를 위해 소득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된다. 그래서 남자는 물자 생산에 참여해 생계를 맡고, 여자는 인간의 출산과 양육은 물론 가사노동을 맡게 된다. 이같은 남녀 분업은 산업사 회에서 가족의 생존전략이다.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은 1950년대, 우리나라는 1960년 대와 70년대 이후 보편적으로 자리잡는다. 남성은 경제적 활동을 독점하고 여성은 가정 에 머무는 역할분담이 강화된다. 그래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결혼의 안정화에 기여했다. 라. 소결 전산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가족 기능의 변화를 요약하면 <표 1>과 같 다. 물자의 생산과 인간의 생산을 동시에 맡았던 가족은 산업사회가 되면서 물자의 생 37
산에서 배제되고 인간의 생산만을 맡아왔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대가족은 산업사회에 적합한 핵가족으로 변화했으며, 결혼은 집안간의 결합이 아니라 사랑에 기초한 당사자 간의 결합으로 의식이 바뀌었다. 표 1. 산업사회 이행으로의 가족의 기능 변화 구분 주요산업 가족의 기능 기업의 기능 가족의 유형 결혼의 의미 전산업사회 농업 1 물자의 생산 2 인간의 출산 양육 - 가부장적 대가족 집안간의 정치경제적 결합 산업사회 공업 인간의 출산 양육 물자의 생산 성별분업에 기초한 핵가족 사랑에 기초한 당사자간의 결합 2. 탈산업사회와 여성의 사회진출 가.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는 시대적 변화 1) 탈산업사회의 도래 산업사회에서는 여성이 경제적 독립을 꿈꿀 여유를 주지 않았지만, 탈산업사회에 들 어서면서 여성들은 경제적 독립을 꿈꾸기 시작했다. 남녀특성에 따른 분업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능력에 따라 분업이 이뤄졌다. 능력의 기준도 완력이 아니라 정보로 바뀌었다. 여성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여성은 제 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상대적인 우월성을 보여 왔다. 기계를 상대로 하는 산업보다 는 인간을 상대로 하는 산업에서 우위를 점해 왔다. 탈산업사회에서 성공의 열쇠는 체 력과 스태미너가 아니라 사회적 지능과 의사소통력, 평정심과 집중력이다. 사회구조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서비스업중심의 탈산업사회로 옮겨갈수록 여성이 경제적으 로 독립할 수 있는 사회환경이 조성됐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탈산업사회로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업 즉 3차산업의 비중이 50%가 넘었고, 2008년에는 전체 종사자의 75% 를 넘었다. 38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표 2. 산업별 종사자 구성비 연도\산업구조 취업인구 1차산업 종사자 비중 2차산업 종사자 비중 (단위: 천명, %) 3차산업 종사자 비중 1963 7,563 63.0 8.7 28.3 1970 9,617 50.4 14.3 35.3 1980 13,683 34.0 22.5 43.5 1990 18,085 17.9 27.6 54.5 2000 21,156 10.6 20.3 69.1 2008 23,577 7.2 17.4 75.4 자료: 통계청 Kosis 국가통계포털 게다가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하는 여성의 대학진학률도 높게 나타났다. 1990년 이후 탈산업사회로 들어선 이후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2008 년 83.5%까지 올랐으며 2009년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다. 표 3. 고등학교 여학생의 대학진학률 (단위: %) 연도 1970 1980 1990 2000 2008 2009 여성 25.3 22.2 31.9 65.4 83.5 82.4 남성 24.2 23.9 33.3 70.4 84.0 81.6 전체 학생 26.9 27.2 33.2 68.0 83.8 81.9 자료: 통계청 Kosis 국가통계포털 특히 여성의 능력을 입증하는 공무원 공채시험에서도 여성합격자의 비율이 급증했다. 전체 공채시험에서 30~5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많을 때는 외무고시처럼 67.7%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앞으로 여성의 합격자의 비율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여성의 경제활동이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최근 금융위기로 다소 주춤하 고 있을 뿐, 전체 50%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의 경제활동인구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 39
표 4. 공무원 공채시험 여성합격자 비율 (단위: %) 구분\연도 2000 2005 2007 2008 2009 행정고시 25.1 44.0 49.1 51.2 46.7 외무고시 20.0 52.6 67.7 65.7 48.8 사법시험 18.9 32.3 35.0 38.0 35.6 7급 공채 16.6 27.7 33.1 32.7 38.3 9급 공채 37.4 44.9 45.5 45.0 46.8 자료: 통계청, 201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표 5. 학력별 여성경제활동참가율 추이 (단위: %) 구분\연도 1980 1985 1990 1995 2000 2005 2010 전체 42.8 41.9 47.0 48.4 48.6 50.0 49.2 초졸 이하 46.2 45.9 50.4 47.1 44.6 38.8 35.0 중졸 33.0 32.8 38.2 40.7 42.2 40.8 36.9 고졸 43.1 42.1 47.5 50.2 49.5 53.2 52.4 전문대졸 66.2 63.6 64.6 67.3 64.5 46.6 50.6 대학교졸 53.1 57.9 58.1 60.2 61.9 자료: 통계청. kosis. 성별 경제활동인구 총괄 2) 과학기술의 발전: 각종 가전제품의 도입과 먹는 피임약의 발명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을 줄여주는 가전제품이 속속 출연했 다. 여성의 취업을 촉진시켰고 가사노동의 수행방식 및 양과 질을 바꾸었다. 우리나라는 전기 보유율이 1969년 40%를 달성했으며 1975년에는 90%로 일반화되 었다. 전기밥솥, 전기밥통, 전기 후라이팬도 전기와 함께 보급되기 시작했다. 또 상수도 보급률이 1975년 43.1%에 달하면서 세탁기가 보급되기 시작, 1991년에 는 세탁기 보급률이 86.0%로 상수도 보급률 81.2%을 오히려 앞질렀다. 그만큼 세탁기 로 인해 가사노동시간 감소율이 컸다는 것을 반증한다. 가스레인지, 전기오븐, 커피 포 트, 냉장고, 전기다리미도 보급되면서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을 줄였다(김성희, 1996). 특히 과학기술 가운데 피임약의 개발은 피임혁명 이라 불릴 만큼 여성의 삶의 변화 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60년 먹는 피임약 에노비드 가 미국 식품의약안정청의 승 인을 받음으로써 섹스와 임신의 관계를 바꿔놓았다. 역사상 처음으로 교육을 받고 경제 40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적인 능력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섹스와 출산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 다. 미혼여성이 사랑에 빠졌을 때 혼전성교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고, 기혼 여성들 은 더욱 직장 일에 매진하면서 아이의 출산을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다 (Coonts, 2005). 3) 법적 제도적 양성평등의 실현 우리나라 가족법은 해방이후 일본 민법과 조선의 관습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 만,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2000년 들어 전근대적인 모습을 탈피한 현대적인 가 족법이 되었다. 이로써 형식적인 양성평등이 이뤄지고,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데 법적 제도적 장애물들이 사라졌다. 2005년에는 남녀평등에 반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인식되어온 호주제가 폐지되고, 호 적법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로 대체되었다. 그와 함께 가족의 범위를 새롭 게 규정하였으며 자녀의 성과 본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 른다는 원칙을 취하면서도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 도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고 규정하였다. 또 남성중심의 혈족제도를 대표해 종중 또는 문중이라는 제도에 여성도 종중원이 될 수 있고, 종중 재산을 분배하면서 남녀 성별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 례가 나왔다. 종중은 공동의 선조를 모시기 위하여 후손들이 조직한 단체인데, 판례는 오래전부터 성년의 남자만이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는 법리를 확인해 왔다. 그러나 선조 를 모시는데 남녀의 차별이 있을 수 없으며 제사를 준비하는 여성의 노력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성도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외에도 민법은 양성의 평등과 여성 의 지위향상이란 기준에 따라 발달해 왔다(전경근, 2009). 1986년에는 여성의 사회진출과 관련해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여성조기정년제 철 폐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직장 미혼여성 이경숙씨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 치자, 1심 재판부가 25살까지만 직장봉급으로 손해배상액을 계산하고 나머지 55살까지 는 일용잡급직 노임으로 산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당시로선 미혼여성이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관습에 따라 여성의 평균 혼인연령인 25세를 정년으로 본 것인데 이 사건 항소심은 여성의 정년도 남성과 똑같이 55세 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 판례를 계 기로 여성의 정년도 남성과 동일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41
나. 붕괴되고 있는 가부장제 가족 탈산업사회에 들어오면서 가부장제 가족에서 보였던 가족구조나 가족관계가 변하고 있고, 산업사회에서 보기 힘들었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가부장제 가 족의 특성 가운데 가족의 위계성을 개념화한 연장자의 연하자 지배, 가족의 영속성을 개념화한 가계계승, 제자상속, 가족의 집합성을 개념화한 가산상속의 장자우대상속 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1인 가족이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고, 이혼가족과 재혼가족도 급증하고 있다. 노후보장의 생산재 였던 자 식은 이제 고비용 소비재 로 바뀌었고, 전통적인 상하관계였던 고부관계도 여성의 지 위향상으로 새로운 갈등을 빚고 있으며, 전통적인 제사형태도 오늘날 흐름에 맞춰 변화 를 거듭하고 있다. 가부장제 가족이 붕괴하고 있는 징후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늘어나는 1인 가족 우리나라 1인가구는 2010년 현재 403만 9천가구로 전체의 23.3%를 차지한다. 혼자 사는 것이 삶의 한 방식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러한 증가는 미혼자들에 의한 단독가구 구성에 가장 크게 기인하고 있다. 앞으로 일생을 혼인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 아가는 단독가구가 뚜렷하게 우리 가구 형태의 한 특성으로 자리잡아갈 것이다. 표 6. 1인가구 비율 (단위: %) 연도 1985 1990 1995 2000 2005 2010 1인가구 6.9 9.0 12.7 15.5 20.0 23.3 자료: 통계청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잠정집계 1950~60년대 태어난 여성들은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농촌총각과의 결혼을 거부 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외국 여성과 국제결혼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1970년 대 태어난 30대 여성들은 아예 결혼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결혼제도에 회의적이어서 독신으로 살겠다는 여성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결혼을 하고 싶으나, 마땅한 남자를 찾지 못해서 라는 대답이 많다. 그런데 한결같이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조건의 남성 을 고르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한 세대 전까 42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지만 해도 여성에게 허락된 것은 결혼이외에 사회의 밑바닥에 위치한 직업이 대부분이 었다.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지고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면서 여성들은 배우자를 까다롭 게 고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능하고 똑똑한 여성일수록 결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회사에 들어가 직장생활에 적응하고 일에 매이다보면 어느새 적령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남자가 서너 살이 더 많고, 키는 자기보다 크고, 학벌도 자신보다 좋거나 비슷해야한다 는 게 배우자 조건인데, 30대 중후반 여성들의 상대가 될 만한 남성은 이미 유부남이 되어있기 일쑤 다. 그녀들이 자신의 짝으로 선택할 정도로 능력있는 남성은 그녀들보다 훨씬 매력적인 육체나이를 가진 여성을 택할 확률이 높다. 여성들에게 우월한 남성 이 본능적인 선택 인 것처럼, 남성들에는 임신에 적합한 여성 이 본능적인 선택인 것이다(윤단후 위선호, 2010). 게다가 미혼여성들은 결혼이후의 삶이 현재와 비교해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결혼제도 앞에서 주저하게 된다. 미혼일 때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거나 적어도 제 몸 하나만 건사하는 것으로 족하다. 단지 생활비용의 일부를 자신의 소득으 로 충당하면, 나머지는 가족의 도움으로 메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형편이 좋지 않은 남자와 결혼하게 되면, 짊어져야 할 부담이 곱절로 늘어난다. 육아와 주택이 라는 엄청난 괴물이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지만, 점점 더 찾기 어렵다. 주택 가격의 급등과 양육을 포함한 교육 비의 상승도 큰 장애물이다. 돈 앞에서 결혼을 주저하는 것은 남성도 다르지 않다. 남성은 자신보다 유능한 여성 을 결혼상대로 원하지 않고, 반대로 직업경력을 지향하는 여성은 자신과 동등하거나 더 유능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러한 연애감정의 구조는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2) 늘어나는 이혼가족, 재혼가족 전산업사회에서 이혼은 드물었고, 남편에게 예속된 여성으로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서양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이혼이 용납되지 않았으며, 동양에서는 남편 또는 남편의 가족에 의한 일방적인 이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산업사회 이후 결혼이 사랑을 기초로 한 당사자 간 결 합이란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혼인은 이혼의 자유를 내포하고 있다. 20대, 30대 43
여성의 이혼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경우가 많다. 이들의 이혼은 보다 행복하기 위한 선택 이라면, 40대 50대 중년이후 여성들이 이혼을 선택하는 것은 더이상 불행하지 않기 위한 선택 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곽 배희, 2001). 여성이 이혼을 청구하는 원인은 대체로 남편의 부정행위, 배우자 학대, 가 정폭력, 악의적 유기 등이다. 고부관계나 시집과의 불화도 원인이다. 여성들이 이혼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혼이 용납할 수 없는 일탈행위 가 아니라 삶의 한 방식으로 인 정되기 시작한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할 수 없다. 또한 가족관계에 있어 남성 위주의 가 부장적 관습과 제도를 더 이상 무조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공 통점을 가지고 있다. 요즘 여성들은 가부장제 결혼관과 남성의 권위를 당연시하여 참고 견디려고 하지 않으며, 더욱이 자녀와 가족의 안정을 위해 참고 사는 강요된 희생을 받 아들이지 않는다. 표 7. 혼인율과 이혼율 (단위: 건수 ) 연도 혼인건수 조혼인율 이혼건수 조이혼율 재혼건수 1982 387,486 9.9 26,124 0.7 11,643 1985 384,686 9.4 38,187 0.9 15,207 1990 399,312 9.3 45,694 1.1 18,838 1995 398,484 8.7 68,279 1.5 25,682 2000 332,090 7.0 119,455 2.5 32,015 2005 314,304 6.5 128,035 2.6 46,307 2008 327,715 6.6 116,535 2.4 42,077 자료: 한국의 사회지표2009. 통계청 * 참고: 조혼인율은 인구1000당 혼인건수이며, 조이혼율은 인구1000명당 이혼건수. 3) 아이는 값비싼 소비재이다 오늘날 가족 내에서 자식의 기능이 경제학적으로 생산재에서 소비재로 바뀌었다. 농 업을 중심으로 하는 전산업사회에서는 자식이 가업을 분담하고 계승함을 동시에 마지막 에는 노부모의 부양을 기대할 수 있는 생산재 였다. 그러나 현대에는 임금노동자 중심의 사회가 되고, 가업의 분담과 계승이란 생각이 사 라졌다. 동시에 사회보장제도가 확충됨에 따라 자신의 노후 부양에 있어서 자식에 대한 기대감이 희박해져 갔다. 다시 말하면 자식의 가치로서 가정이 밝아진다 라고 생각하 44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는 사람, 자식을 키우는 것이 즐겁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노후에 기댈 곳 기업 가명 재산을 물려줄 대상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소비재 로서의 존재의미가 강해지고 있다(다까하시 마리꼬, 2010). 오늘날 중매결혼이 종언을 고하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사돈과 동맹을 맺어 이득을 취 하는 일은 거의 없고 혹시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아들이나 딸이 가업에 뛰어드는 드문 예를 제외하면 부모들은 자신이 자녀들에 게 제공하는 작업기술이 가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용주를 위해 쓰이는 것뿐이다. 부모 들이 더 이상 자녀들에게 노년에 부양해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고 대신 국가제도를 통해 노후 부양을 받는다. 김승권(2011)이 발표한 한국인의 자녀양육 책임한계와 양육비 지출 실태 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자녀를 키우는데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1인당 2억 6천만원의 거금 이 든다고 한다. 2명을 키우는데 5억원이 든다. 비용 대비 편익을 고려한다면 굉장히 수지에 맞지 않는 값비싼 소비재이다. 시카고 학파의 게리 베커(Gary Becker, 1982)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입장에서 가족 의 변동을 철저하게 경제변동으로 다루고 있는데, 자녀의 비용 혹은 가격의 상승은 자 녀 수의 감소에 기인한다 는 가설을 세워, 자녀를 소비재(consumption goods)의 일종 으로 간주하고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자녀는 일생에 한번이나 두 번쯤 큰 마음 먹고 구입을 결정하는 값비싼 내구소비재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이스털린(Esterlin, 1975)은 부모가 주어진 제약조건하에서 자녀가 주는 효용과 자녀 를 출산하고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여 가족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 로 자녀에 대한 수요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부모는 자녀를 하나의 소비재로 간주하고 자녀가 내구소비재와 같이 효용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출을 수반한다고 보았다. 따 라서 부모는 소비재를 구매할 때와 같이 자녀의 출산을 결정하게 될 때에도 비용과 편 익을 고려한 후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4) 추락하는 시어머니의 권위 전산업사회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상하 주종관계로, 며느리는 연하자의 입 장에서 시어머니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시집살이를 거쳐야할 대상으로 인식되어 졌다. 45
그러나 산업사회, 탈산업사회를 거칠수록 가족은 핵가족화되고 가족관계가 부부중심으 로 편성되면서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순종과 인내로써 유지되어온 전통적 고부관계 가 고부갈등으로 표면화되기에 이르렀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시집살이를 당하던 불 리한 입장에서 오히려 시어머니가 불리한 입장으로 그 양상이 바뀌고 있다(최재석, 1977). 그 변화요인으로는 가치관의 변화와 경제적 독립을 들 수 있다. 가치관의 변화는 세 대별, 성별, 연령별 상하관계를 중시하던 유교적 가족윤리가 힘을 잃어감에 따라 시어 머니의 권위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기술혁신으로 전통사회에서 존경받던 노인의 지식이나 생활경험이 점차 그 필요성을 잃어 단순 가사의 일부를 보조 하는 역할에 머무르게 되었다. 반면에 고등교육을 받은 며느리는 사회진출을 하게 되거 나 가사주도권을 쥐게 되어 상대적으로 지위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가족가치 관을 가진 시어머니와 현대의 부부중심적 가치관을 가진 며느리 사이에 가치관의 차이, 손자녀 문제 등으로 인해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다(최명옥, 2005). 또 자녀세대의 경제적 독립을 들 수 있다. 전산업사회에서 상속된 가산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하였으나, 산업사회에서 가족밖에서 수입을 가져오므로 자녀세대의 거주단 위 및 경제적 독립이 가능해졌다. 이는 부모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함은 물론, 무조건 복종하려는 태도를 약화시키므로 갈등의 표면화를 도우고 있다. 이 같은 시어머니의 권 위가 약해지는 것은 가부장권 즉 남편의 권위 약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5) 제사의 간소화 오늘날에는 전통사회와는 달리 자신의 형편에 맞게 제사를 지내려는 경향이 뚜렷해 제사의 간소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첫째 봉사대수의 변화와 모듬제사(합제)의 등 장, 둘째 제사장소 및 제사시간의 변화, 셋째 윤회봉사의 도입, 넷째 제물의 간소화 등 으로 요약된다. 먼저 봉사대수의 변화와 모듬제사의 등장은 봉사대수를 줄여 제사를 지내거나 아예 여러 봉사대수의 기제를 한날로 고정해 한 번에 지내는 경향을 말한다. 관습적으로 4대 봉사를 당연시하지만, 제사를 몇 대까지 지내야한다는 법은 없다. 고려 공민왕 때 포은 정몽주가 4품 이상의 대부는 3대의 조상을 제사하고, 6품 이하의 신분을 가진 사람은 2대 조부모까지 제사하며 7품 이하의 하급관원과 서민들은 부모만을 제사지내도록 하 46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였다.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6품 이상은 3대 봉사를, 7품 이하는 2대까지 봉사하고 서 민들은 부모제사만 지내토록 했는데, 이를 경국대전 예전편에 명문화했다. 그런데 조선 중기 주자가례를 도입한 사림이 4대 봉사를 시행하면서 보편화되기 시작, 조선 말기에 는 일반서민들까지도 4대 봉사를 하였다. 4대 봉사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상놈의 소리 를 들어야했다. 하지만 최근 부모세대의 죽음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제사에 대한 관념이 약화되 면서 제사대수를 강등하거나 증조부 이상의 기제사는 아예 묘제로 올려서 지내는 경우 도 늘어났다. 또 봉사 대수가 여러 대인 경우 따로따로 지내는 기제를 한날로 정해 한 번에 지내는 합제를 지내는 경우도 2000년대 들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아버지 기일을 합동제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경우는 직장생활을 하는 맞벌이 가족의 증가나 기독교나 천주교 신자의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둘째 제사 장소와 기제의 제사 시간에 대한 변화이다. 기제의 경우 아파트 거실에서 지내지만, 묘제의 경우 많은 사람이 참석할 수 있도록 고정적인 날짜를 하되 공휴일도 정해 지내지만, 차츰 줄고 있는 실정이다. 기제에서는 제사지내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 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이다. 기제는 보통 돌아가신 날 자시( 子 時, 11:00~01:00)나 새벽 3~4시 경 닭이 울기 전에 지내는데, 이를 앞당겨 저녁 8시에서 10시 사이에 지내는 경 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자녀들의 직장 출근편의 즉 자손들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사 다음날 출근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제사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다. 이는 귀신에 대한 관념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제사 때 실제 귀신이 와 제삿밥을 먹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는데 의미를 두기 때문에 혼령이 언제 오고 언제 돌아가느냐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제사 참여자들이 오고가 기에 편리한 시간대를 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셋째 윤회봉사의 도입이다. 요즘 예전처럼 4대 봉사를 하는 집안도 그리 많지 않지 만, 사실 혼자서 그 많은 차례와 기제사를 다 지내기란 쉽지 않다. 제사는 으레 장남이 당연히 집안을 대표해서 지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은 형제들이 제사를 나눠서 지 내는 경우가 많다.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큰아들이 제사를 전담하지 않았다. 재산을 균 등하게 나누는 입장에서는 장자 혹은 남자형제만이 제사를 맡아야 된다는 당위성이 없 었다. 큰 아들, 작은 아들 아니면 아들 딸 구별없이 모든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한 차례 씩 제사를 맡아 지내는 윤회봉사를 했다. 심지어는 외손봉사 도 널리 행해졌다. 47
하지만 윤회봉사와 외손봉사는 조선후기 성리학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면 서 점차 사라졌고 오늘날처럼 모든 제사를 장자가 주관하게 되었다. 이는 부계중심의 종법질서가 확고해지고, 재산이 균등상속에서 차등상속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이러한 윤 회봉사도 장남 단독봉사로 변화되었다. 제사상속은 재산상속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오늘날 우리의 상속법은 아들과 딸을 구별하는 차등상속에서 균등상속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제사만은 여전히 장자의 의무라고 여긴다. 지차들은 아예 제사를 맡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2000년 들어서면서 이같은 장자 우선 제사관행에 대해 점차 형제끼리 돌아가면서 지내는 방식을 행하는 집안이 늘고 있다. 이는 제사를 주관하고 준비하는 맏며느리의 불만이 가장 크다. 재산은 똑같이 나누는 균등상속인데, 제사만 장남이 가 져가야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정종수, 2010). 다. 흔들림 없는 가부장제 탈산업사회를 맞이해 가부장제 가족제도가 서서히 붕괴하는 징후를 보이고 있으나, 전산업사회와 산업사회에 걸쳐 뿌리깊게 남아있는 성별분업은 굳건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가부장제 가족의 특성 가운데 가족의 위계성을 개념화한 부부간의 엄격한 성별 분업 이 그것이다. 당시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로 보편화됐지만, 탈산업사회에서는 남성 과 여성의 역할을 고착화시켜 여성으로 하여금 여성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자유롭 게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드는 족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의식은 노동시장과 기업에서 도 뿌리깊게 남아있다. 1) 가정내 성별분업은 여전 산업사회에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왔다. 남성은 생 계를 위해 경제적 활동을 독점하고, 여성은 가사노동을 위해 가정에 머무는 성별분업은 탈산업사회에도 가족내 남성과 여성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여전히 유효했다. 통계청이 2010년 5월 통계청 사회조사 등을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부부의 자화상 을 발표한 내용에는 맞벌이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가사분담을 하고 있는 가정 은 10명중 1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왔다. 또 2009년 맞벌이부부의 자녀돌보기 분담정 도를 보면 밥 먹고 옷 입히기, 아플 때 돌봐주기, 숙제나 공부 돌봐주기 의 경우 절 48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반이상의 가정에서 부인이 담당하고 있고, 남편이 자녀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비중은 1.6~7.4%에 그치는 수준이다. 표 8. 맞벌이부부의 자녀돌보기 분담정도(2009년) 구분 계 부인 부부 공동 남편 다른사람 도움 (단위: %) 자녀 스스로 밥 먹고 옷 입히기 100.0 51.0 13.5 1.6 7.2 26.7 함께 놀아주기 100.0 33.7 32.1 7.4 8.2 18.5 아플 때 돌봐주기 100.0 59.4 28.1 2.4 6.7 3.3 숙제나 공부 돌봐주기 100.0 57.3 19.8 6.3 5.9 10.7 유치원, 학교 등 등하교 100.0 44.5 17.7 5.0 7.3 25.5 자료: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09). 전국결혼 및 출산동향조사. 이에 반해 남편의 81.5%가 여성의 취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맞벌이를 원하면 서도 가사노동은 전혀 참여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였다. 2) 노동시장의 여성차별 한국의 여성노동시장은 일류노동시장과 이류노동시장이란 이중노동시장의 구조적 차 별 뿐만아니라 전근대적 여성차별이 작용하고 있고 공공탁아 육아제도가 크게 결여된 시장이다. 먼저 성별 임금차이는 매우 심각하다. 한국의 임금구조통계조사에 의하면, 2008년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63%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한국이 임금으로 본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최하위수준이다. 이 같은 남성과 여성의 임금차이는 학력, 경력의 차이에 따른 생산성 격차에서 기인 하며, 여기에 정당화될 수 없는 불평등한 차별도 포함한다. 학력에 의한 남녀 간의 생 산성 격차가 거의 없어져 간다고 할 때,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차별에 의한 격차를 빼 면 남녀 간의 경력격차이고, 이는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여성은 대부분 경제활동 참가를 하며 출산후에도 곧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만, 한국여성은 젊었을 때 대부분 경제활동에 참가하나, 출산후 대부분 비경제활동인구가 49
된다. 이런 경력단절의 특수성으로 인해 한국은 여성들이 30세 이후 결혼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30세 이후는 이미 출산의 적령기를 지나 하나만 낳기도 벅차다. 이 경력단절 이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조우현, 2010). 라. 탈산업사회로의 이행과 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 전산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신장됐으며 탈산업사회 로 진입하면서 더욱 진일보했다. 그래서 탈산업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란 여성이 교육을 받거나 취업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성이라면 자신의 삶을 위해 결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혼한다면 누구와 할 것이며 언제할 것인가, 아이를 낳을 것인 가 말 것인가, 아이를 낳는다면 몇 명을 낳으며 또 언제 낳을 것인가를 합리적으로 선 택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Coonts, 2005). 탈산업사회가 되면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체계가 갖 추어지고,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돼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가 경제학적으로 생산재에서 소비재로 바뀐 상황에서 고액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담당하면 서 2명이상의 아이를 낳을 이유가 상당부분 사라졌다. 또한 30대 이후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양육하며 노후를 준비하기도 빠듯하고, 60대 이후에는 자식이 노후의 보험 이 아니라, 목돈을 축내는 노후의 적 이 될 수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환경이다. 그래서 기혼부부가 출산에 대해 신중하고 주저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마. 탈산업사회와 가부장제의 불협화음 산업사회에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왔다. 자본주의는 가족 외부에서 물자의 생산을 담당하고 가부장제는 가족 내부에서 인간의 생산을 담당 해 왔다. 이 시기에 남성은 생계를 위해 경제적 활동을 독점하고, 여성은 가사노동을 위해 가정에 머무는 성별분업이 유지돼 왔다. 그러나 탈산업사회에 여성이 자아실현과 경제적 독립을 위해 사회로 진출함에 따라 인간의 출산과 양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바로 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 2.1의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남성은 물자의 생산활동, 여성은 인간의 출산 및 양육을 맡았 50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지만, 여성도 물자의 생산 활동에 가담함에 따라 물자의 생산 부문만 강화되었고, 반대 로 인간의 출산 및 양육활동은 줄어들었다. 여성의 사회진출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여기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불가 능에 가깝다. 탈산업사회에 맞도록 가정내 성별분업을 철폐하고,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 소결 지금까지 산업사회의 변화에 따라 가족기능의 변화를 고찰하면 표9와 같다. 특히 제 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의 중심이 바뀌는 탈산업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해 여성이 가족 내에서 담당해 왔던 인간의 출산과 양육기능이 축소되었다. 또한 아이에 대한 성격도 생산재에서 소비재로 바뀌었다. 표 9. 전산업사회, 산업사회, 탈산업사회의 가족의 기능 비교 시대구분 주요산업 가족의 기능 기업의 기능 가족의 유형 아이의 성격 전산업사회 농업 1물자의 생산 2인간의 출산 양육 - 가부장적 대가족 가업 계승 및 노후 대비용 생산재 산업사회 공업 (제조업) 인간의 출산 양육 물자의 생산 성별분업에 기초한 핵가족 노후대비용 생산재 탈산업사회 서비스업 인간의 출산 및 양육 기능 축소 물자의 생산 성별분업에 기초한 핵가족 내구적 소비재 Ⅳ. 저출산의 원인 1. 여성의 합리적 선택(가치관 요인) 지금까지의 이론적 고찰을 통한 저출산의 원인을 정리하면 [그림 2]로 요약할 수 있 51
다. 탈산업사회의 도래에 따라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가족제도에 변화 가 생기고, 가족제도의 변화는 다시 여성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어 저출산을 유도한다. 저출산 즉 미혼남녀의 결혼연기와 포기, 기혼부부의 출산 축소와 포기는 여성들의 합리 적인 선택의 결과로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림 2. 저출산의 원인 탈산업사회에서 여성은 이제 결혼 여부, 배우자, 결혼 시기, 자녀 출산여부, 자녀 수, 출산시기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여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집합적으로 결합되어 우리 사회가 기대하지 않았던 저출산으로 귀결되었지만, 미혼남녀와 기혼부부가 합리적 으로 내린 선택의 결과이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개인적인 선호와 현실적인 여 건에 따라 비용과 편익을 따져보고 선택한 결정이다. 따라서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일일이 해소하기보다는 개개인이 저출산을 선택하는 동기와 의사결정구조를 파악한 뒤 출산을 유도하거나 저출산을 선택하지 않도록 사회경제적 유 인구조를 조성하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일 것이다. 가. 미혼남녀들의 만혼(결혼연기 및 포기) 미혼여성에 있어 결혼이란 첫째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고 둘째 누 구와 결혼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탈산업사회에는 여성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골라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도 있고, 피임을 통해 임신하지 않고 섹스를 즐길 수 있으며 남 52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성과 똑같은 교육과 법적인 권리를 향유한다(Coonts, 2005). 전통적인 가부장제 사회 에서 여성은 결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에 관해서 아버 지의 결정을 따랐으며, 결혼해서 아이를 임신하면 낳을 수밖에 없었다. 탈산업사회에서 는 여성은 투표장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택하듯이, 자동차 가게에서 맘에 드는 자 가용을 고르듯이 자신의 결혼 행위와 출산 행위를 선택할 수 있다. 비록 배우자와의 상 호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여성의 동의없이 결혼과 출산은 이뤄질 수 없다. 이제 여성들 은 직업은 필수, 결혼은 선택 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됐다. 미혼여성들은 결혼을 거부하는 독신주의자들은 아니라 결혼을 희망하는 여성들이다. 다만 괜찮은 남자 자기보다 나은 남자 를 찾고 자신의 자아실현과 사랑의 욕구를 채 워줄 남자를 구하고 있다(윤단우 위선호, 2010). 하지만 이들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결혼을 하면, 가족생활 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자신의 삶이 희생될 가능성 높다고 본다. 또 주택 육아 교육 등 고비용 구조하에서 무작정 결혼을 한다는 것은 여성이 스스로 고통을 좌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혼과 독신풍조는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직을 가진 여성에게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학력 여성들은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이상, 자신의 커리어를 갖 기를 희망하고 부담을 강요하는 가부장제하의 결혼에 편입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미혼남성들도 고용불안정, 주택마련의 어려움, 치솟는 교육비 등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으며 이것이 혼인과 출산의 연기를 초래하고 자신감까지 잃어버리는 역할을 하 고 있다. 나. 기혼여성의 출산 축소 및 포기 기혼여성이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아이를 낳아 잘 키우고 싶다 는 마음이 있지만, 잘 키울 수 없겠다는 현실적 문제들 때문에 내린 선택이다. 출산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이므로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선택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인 일이다. 먼저 탈산업사회에서 맞벌이부부의 경우 일과 가사의 이중부담으로 출산을 축소하거 나 포기한다. 가정과 회사에서 의사결정자들이 가부장제 의식구조를 가진 상태에서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출산과 양육 그리고 그와 53
관련된 가사노동이 여자 몫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여성은 이중부담으로 출산을 선택 하기란 극히 어렵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의 지원이 없거나 도우미의 도움이 없다면, 아이 1명을 제대로 키우기 어렵고 2명인 경우는 물리적으로 도저히 담당할 수 없다. 맞벌이가 아닌 여성이라도 양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과 미래불안 등으로 인해 출산을 감행하기란 쉽지 않다. 2.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은 가부장제(제도적 요인) 저출산 즉 결혼 연기와 출산 축소는 여성들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그러나 여 성이 저출산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가족 내에서 기업 내에서 성별분업의식이 뿌 리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산업사회에서는 가족이 물자의 생산과 인간의 출산 양육을 모두 담당했으나, 산업 사회에서는 가족은 물자의 생산기능을 기업에 넘겨주고, 인간의 출산 양육이란 기능을 맡아왔다. 남성은 물자 생산에 참여해 생계를 맡고, 여자는 인간의 출산과 양육은 물론 가사노동을 맡게 된 것이다. 이같은 남녀 분업은 가족의 생존전략이 되고,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은 1950년대에, 우리나라는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쳐 보편적 의식에 자 리 잡는다. 그러나 탈산업사회가 되면서 여성은 자아실현과 경제적 독립을 위해 사회진출을 하 게 되고 인간의 출산과 양육에 위기가 닥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남성은 물자의 생 산활동, 여성은 인간의 출산 및 양육을 맡았지만, 여성도 물자의 생산 활동에 가담함에 따라 물자의 생산 부문만 강화되었고, 반대로 인간의 출산 및 양육활동은 줄어들었던 것이다. 그 결정적 증표가 저출산현상이다. 왜냐하면 가정 내에서 성별분업이 여전하고, 노동시장 또는 기업 내에서 여성차별 또는 여성의 경력단절이 만연한 상황에서 자아실 현을 원하는 여성은 결국 결혼연기, 출산축소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이 저출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개인적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역사적 이고 구조적인 이유는 전통적인 가부장제다. 이것은 결혼과 출산을 저해할 뿐만아니라,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은 장애물이기도 하다. 54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3.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불평등(경제적 요인) 오늘날 가족 내에서 자식의 기능이 경제학적으로 생산재에서 소비재로 바뀌었다. 농 업 중심의 전산업사회에서는 자식이 가업을 계승하는 동시에 노부모의 부양을 기대할 수 있는 생산재 였지만, 현대에는 임금노동자 중심의 사회이므로 가업의 계승이란 생 각이 사라지고, 사회보장제도가 확충됨에 따라 자신의 노후 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희 박해져 갔다. 자식은 부모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소비재 의 의미가 강해지고 있다. 그런데 김승권(2011)이 발표한 한국인의 자녀양육 책임한계와 양육비 지출 실태 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자녀를 키우는데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1인당 2억 6천만원 의 거금이 든다고 한다. 2명이면 5억원 꼴이다. 비용 대비 편익을 고려하면, 값비싼 소 비재로만 기능할 뿐이다. 한국적 가족제도에서 30대이후 자식을 낳아 키울지라도 60대 이후 자식이 노후의 보험 이 아니라, 노후를 위해 마련한 퇴직금을 축내는 노후의 짐 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를 출산 양육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평등문제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탈산업사회가 판단력 및 책임감이 요구되는 지식산업시대로 향해가고 있다.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오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기술, 자격증, 사회에 대한 이해, 개 인적 성숙함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가 자식들을 제 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더 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자식을 키웠다고 해서, 귀중한 인간자원을 창조하고 형성하는데 이바지했다고 해서 보상은 거의 없다. 반면에 자녀를 두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무를 충실했던 대 부분의 부모와 똑같이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다음세대가 벌어들인 것에 대한 권리를 갖 는다. 궁극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은 부모들이 다음세대에 기여한 부분을 독신으로 살았 던 사람들도 똑같이 향유하므로 부의 불공평한 분배가 이뤄진다. 또 기업은 이러한 인적자원 생산에 무임승차하기를 원한다. 숙련된 노동력이라는 이 득을 얻거나 풍요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팔아 이득을 챙기는 기업들은 부모들이 투자 하여 창조한 인간 자원을 그들에게 한 푼의 보상도 지불하지 않고 전용하는 셈이다. 기 업들은 그 생산자에게 보상을 하지 않고 인간자원을 소비한다. 55
기업이 보육시설 확대에 저항하는 등 인간의 출산과 양육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바라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9년 보건백서에 따르면, 2009년말 현재 전국 보육시설 3만5,550개(아동 117만5,049명) 가운데 직장보육시설은 370개(아동 1만 8,794명)로 1.04%(아동 1.6%)를 차지해 겨우 1%를 넘긴 수준이다. 이런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불평등이 내재한 가운데, 정부의 출산장려금 정책이나 각 종 지원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Ⅴ. 결론 1. 저출산의 원인 요약 저출산의 원인은 크게 가치관 요인, 제도적 요인, 경제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첫 째 가치관 요인은 저출산이 여성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점이다. 저출산은 사회경 제적 배경에서 여성이 결혼을 연기하거나 포기하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축소하거나 포 기하는 현상을 말하므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미혼남녀와 기혼부부들이 개인적인 선호 관계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미혼여성에 있어 결혼이란 선택은 첫째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관한 선택이고 둘째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에 관한 선택이다. 전통적인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은 결 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에 관해서 거의 선택권이 없었 으며, 아이를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예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지만 탈산 업사회에 들어서 여성은 재화와 서비스를 고르듯 결혼 행위와 출산 행위를 선택할 수 있다. 미혼여성에게 결혼은 선택이 되었다. 기혼부부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아이를 낳으면 잘 키워야겠 지만, 잘 키우기 힘들겠다는 현실적 갈등사이에서 이뤄진 선택이다. 출산의 문제가 개 인의 문제이므로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선택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인 일이다. 둘째 제도적 요인은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은 가부장제이다. 저출산이 여성들의 합리 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결정내리도록 강요하는 요인이다. 탈산업사회에 56
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사회적 대세임에도 가정 내에서 남녀성별분업이 여전하고, 노동 시장 또는 기업 내에서 여성차별 또는 여성의 경력단절이 만연하다. 여성은 결국 결혼 연기 또는 포기, 출산축소 또는 포기라는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저출 산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전통적인 가부장제는 결혼과 출산을 저해하는 걸 림돌이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은 장애물이다. 셋째 경제적 요인은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불평등이다. 사회보장제도가 갖추어진 탈 산업사회에서 아이를 많이 출산한 가족과 아이를 적게 낳은 가족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은 1인 가족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다음세대가 벌어들인 것에 대한 권리를 똑같이 향유하므로 부의 불공평한 분배가 이뤄진다. 또 기업은 부모들이 투자한 인간 자원을 그들에게 한 푼의 보상도 지불하지 않고 사용한다. 그래서 가족과 기업사이에 불공평을 야기한다. 2. 정책제언 및 한계 이 논문의 결론에서 말하는 세 가지의 저출산 원인은 다른 연구들에서 발표한 다양 한 요인들의 일부이다. 또 기존 연구들에서 익히 알고 있는 요인들을 확인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연구가 말하고 있는 저출산의 원인은 역사적 흐름에 따라 고찰해 왔기 때문에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 얻어진 원인과는 다를 것으로 사료된다. 기존 횡적 연구들에 바탕을 둔 정부의 2차 기본계획에서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단기 적이고 성과위주이므로 사회구조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제도개혁이나 제도 개선보다 교육비, 양육비, 경제적 부담 등을 경감시키기 위한 자금 지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주요중점과제로 1 결혼 출산 양육에 대한 사회책임강화 2 일-가정 양립 및 가 족친화적 사회문화조성 3 건전한 미래세대 육성을 거창하게 내걸고 있지만, 그 중점과 제와 추진계획은 따로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이 연구를 토대로 정책제언을 하자면, 저출산의 원인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가치관 요인으로, 저출산은 여성들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선택에 따른 것이 다. 그러므로 저출산 문제를 정책적으로 접근하려면, 여성들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는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여성들의 선택이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느냐를 물으며 풀어가야 한다. 사회적 흐름에 맞춰서 제도를 개혁하는 사회정책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 57
은 방안이다. 저출산은 탈산업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발생한 사회흐름의 산물이다. 그런데 여성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 고 질문하고 교육비가 없어, 양육비가 없어서 라는 답변에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는 저출산의 문제를 제대로 접근할 수 없다. 둘째 제도적 요인으로는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은 가부장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정 내에서, 기업 및 사회에서 가부장제를 철폐하고, 여성이 일과 가정을 동시 에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가정 내에서 남성이 가사분담을 할 수 있도록 요리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 내에 직장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 록 강제해 직장보육시설이 전체 보육시설의 1% 수준에서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책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등 제도를 개선하고, 8시 간 근무모형을 유연하게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 직장보육시설과 국립보육 시설을 80~9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저 출산은 구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지금처럼 산전후 휴가급여 지원확 대, 육아휴직제 활성화 등의 정책으로 여성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 든다는 것은 백년하청( 百 年 河 淸 )이라 생각된다. 셋째 경제적 요인으로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불평등이다. 출산과 양육이 부모에게 또 다른 즐거움일 수 있지만, 그것을 둘러싼 불평등은 정의( 正 義 )의 문제로서 해결해야 한 다. 그러려면 가족간에 세금이나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이 이뤄져야한다. 또 기업에 대 해 직장보육시설을 강제설치하게 함으로써, 인적자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여성에 대 한 차별을 없애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을 토대로 한 정책개발은 추후 연구과제로 둬야할 것이다. 또 이 논문 은 자본주의 역사와 가족제도의 변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나타나 는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 과다한 양육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하 게 다룬 점도 없지 않다. 이 부분도 추후 연구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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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원인에 관한 연구 Investigation of the Causes of Low Birth-Rate : Focused on the Change in Industrial Society and the Expansion of the Opportunity of Women for Social Activities Song, Yoo-Mee (Daegu Cyber University) Lee, Je-Sang (University-Industry Research Institute) Unlike the previous cross-sectional studies, this study takes a longitudinal approach to examining the causes of low fertility over the development of the industrial society. In particular, the study looked into how marriage and the functions of family have changed along with the development of the industrial society, why women s participation in social and economic activities is on the rise in the post-industrial society, and what kind of impact this increase has on the functions of family, marriage, and birth rates. It turned out that low fertility in the post-industrial society is the result of women's rational choice. In the pre-industrial society, most women had no choice but to marry, give birth to and raise children. Women gained more freedom in decision-making in the industrial society, which has expanded much larger to the extent that they can now freely choose whether and whom to marry, whether, when, and how many babies to have. In addition, there is an institutional barrier that forces women to postpone their marriage. The division of labor by sex deeply rooted in the thoughts and institutions of the Korean society are causing women to marry at a later age and to have less children than they want. Also, there is an issue of economic inequity. In the post-industrial society, there is no social reward for having more babies. Businesses do not reward those who produce the workforce they heavily rely on. It is suggested that an institutional foundation should be laid to induce women to opt for marriage and more babies, and businesses should proactively participate in helping raise birth rates in close cooperation with the government. Keywords: Low Birth-rate, The Expansion of the Opportunity, Post-industrial Society, Allotment of Labor based on the Distinction of Sex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