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합본(이재규10.28).hwp

한국의 민주화운동 정해구 <목차> 1. 한국 민주주의 출범의 역사적 조건 2. 1987년 민주화 이전 한국 민주화운동의 전개와 특징 (1) 한국 민주화운동의 전개 (2) 한국 민주화운동의 특징 3. 1987년 민주화 이행과 그 결과 4.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화운동의 변화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근대로의 진입이 뒤늦게 이루 어진데 더해 그 진입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일제의 식민통치가 이루어졌 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그 시점으로 잡을 경 우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2011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겨우 66년의 연륜 을 지녔을 뿐이다. 그러나 그 66년 중 1987년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42년 간에 걸친 권위주의 통치 기간을 제외할 경우, 한국의 민주주의가 정상적 으로 작동한 것은 불과 24년의 역사에 그칠 뿐이다. 다시 말해, 66년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민주주의는 42년은 매우 불완전하게, 그리고 1987년 민주화 이후 24년간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이다. 그러나 길지 않은 이 같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급속한 발전을 이루 었고, 그 결과 현재 한국은 제3세계 나라 중 그 민주주의의 발전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짧은 기간 내에 이 같이 급속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가? 또한 이러한 발전 과정을 통해 나타 났던 한국 민주주의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이 직면했던 역사적 상황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전개되어왔던 궤적을 살펴봄으로써 가능할 것 이다. 특히 그것은 1987년 민주화 이전까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기반을 제공했던 한국 민주화운동을 살펴봄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한국 민주주의 출범 의 역사적 조건은 어떠했나? 둘째 1987년 민주화 이전 민주화운동은 어 떻게 전개되었나? 1987년의 민주화 이행의 과정과 결과는 어떠했나? 그 리고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화운동은 어떻게 변화되었나? 1. 한국 민주주의 출범의 역사적 조건 무어(Barrington Moore Jr.)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발전과 관련하여 세계의 주요 나라들은 근대로의 이행에서 다음과 같은 경로를 밟았다. 첫 째는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역사가 보여주었던 것으로, 부르주아 지의 주도에 의해 자본주의 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이 같이 이루어졌던 부 르주아 민주주의의 경로이다. 둘째는 독일과 일본의 역사가 보여주었던 것으로, 국가와 결탁한 토지소유 계급의 주도에 의해 반동적 자본주의화 가 추진되었고 그 결과 결국 파시즘으로 귀착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경로이 다. 셋째는 러시아와 중국이 겪었던 것으로, 자본주의 발전의 지체 속에 서 농민혁명을 통해 공산주의의 길로 나아갔던 경로이다(Moore Jr. 1969). 그러나 무어가 언급했던 이 같은 경로 이외에 근대로의 이행의 다른 경로는 없었던 것일까? 무어가 그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나라들은 그 경 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근대로 이행했던 나라들이었다. 그러나 스스로의 동력에 의해 근대로 이행할 수 없었던 주변부의 대부분의 후진 국들은 무어가 말한 것과는 다른 근대 이행의 경로를 거친 것으로 보인 다. 즉 전( 前 )근대적인 상황이 지배하던 상황에서 스스로의 동력에 의해 근대로 이행할 수 없었던 그들은 중심부 나라들의 제국주의적 팽창 속에

서 그 식민 지배를 강요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탈식민 후에 도 그들은 오래 기간에 걸친 권위주의적 통치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제국주의의 중심부 나라들에 의한 식민 지배를 거쳐 독립 후에도 권위주의 통치를 겪으면서 근대로 이행했던 주변부 나 라들의 근대 이행 경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이러한 근대 이행의 경로를 밟았다 할지라도, 그 경로들은 각 나라들이 처했던 역사적 환경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주변 부 나라들이 경험했던 근대 이행의 이 같은 경로는 무어가 언급한 위의 세 경로와는 다른 또 하나의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다소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주변부의 대부분의 후진국들이 밟지 않을 수 없었던 이 같은 근대 이행의 경로를 무어가 지적한 경로 이외의 제4의 경로 로 간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근대 이행도 이 같은 제4의 경로 를 밟았다고 할 수 있다. 한 국은 그 스스로 근대 이행의 길을 개척하지 못한 채 제국주의 열강의 침 탈 속에서 결국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제로부터의 탈식민 이후에도 오랫동안 권위주의 통치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 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근대 이행은 제4의 경로 를 밟았던 다른 나라들과 구별케 해주는 또 다른 특징도 지니고 있다. 즉 일제로부터 해방 후 국제 적 냉전의 심화 속에서 이루어졌던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그 결과 로 형성된 남북 분단의 상황은 근대 이행의 한국적 특징을 더욱 두드러지 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근대 이행의 한국적 경로가 한국 민주주의의 출범에 영향 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우선 일제의 식민 통치는 한국 민주주의의 출범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일제의 식민 통치 자체가 한국 민 주주의가 일찍 출범할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억압적 국가의 유산을 남겼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냉전의 최전선에 위치한 한국은 그로 인해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의 경험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북위 38도선 이남의 한국에서 강력 한 반공체제가 구축되고, 그로 인해 좌파세력과 중도파세력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우파세력들만이 이에 참여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역시 이

후 남한에 강력한 권위주의체제가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근대 이행의 이 같은 한국적 경로가 한국 민주주의 출범에 전 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쳤던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지 만,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요소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출범에 긍정적인 영 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첫째는 일제로부터의 해방 후 남한에서 미군정이 실시된 결과 보통선거를 비롯하여 자유민주주의의 제도와 형식이 한꺼번 에 주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외부로부터 주어지고 따라서 위로부 터 부과된 그것은 냉전 반공주의에 의해 매우 왜곡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는 전통적인 지배층인 지주세력이 토지개혁과 한국전쟁을 통해 몰락 했는데, 이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인 비교적 평등한 사회 적 조건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2. 1987년 민주화 이전 한국 민주화운동의 전개와 특징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비로소 출범할 수 있었던 한국 민주주의의 전 개는 다음과 같은 두 단계를 거쳐 이루어졌다. 첫 단계는 1987년 권위주 의체제의 민주화 이전까지의 시기로, 이 시기의 민주주의 발전은 주로 민 주화운동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것은 독재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에 저항 하여 전개되었던 민주화운동이 이 시기 한국 민주주의의 전개를 주도적으 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는 1987년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 한국 민주주의 의 전개는 일차적으로 정당정치에 의존했는데, 그것은 권위주의체제의 민 주화로 인해 정당정치가 정상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1987년 민 주화 이후 민주화운동은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운동 으로 변화되었다 (1) 한국 민주화운동의 전개 1987년 민주화 이전에 한국 민주주의 발전이 민주화운동에 의해 주도 되었다면, 민주화운동은 어떻게 전개되었나? 그러나 우리는 민주화운동의

구체적인 전개과정을 살펴보기에 앞서, 민주화운동의 저항 대상이었던 권 위주의체제가 어떻게 구축되고 유지되었나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일제의 식민 지배의 영향과 해방 후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면 서 38도선 이남의 한국에서는 강력한 반공체제가 등장했고, 그 반공체제 는 이를 바탕으로 독재 정권이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이승만 정권에 의한 권위주의 통치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후 5ž16 군사쿠데타를 통해 박정희정권의 권위주의 통치로, 나아가 신군부세력에 의한 12ž12군사반란과 5ž17군사쿠데타를 통해 전두환정권의 권위주의 통 치로 이어졌다. 물론 이 같은 독재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 속에서도 정당정치가 작동하 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독재 정권의 정당으로 여당이 존재했고, 비록 제 한적이기는 했지만 이와 경쟁했던 보수적 야당들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재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민주화운동의 저항에서 야당들 은 그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그 역할은 정당정치의 제도 정치권 밖에서 독재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에 정면으로 저항했던 민 주화운동에 의해 수행되었다. 1960년 4월혁명 이후 1960년대에는 단속 ( 斷 續 )적으로, 1970년대의 유신체제기와 광주민중항쟁 이후의 1980년대에 는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던 민주화운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1987년의 민주화 이전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은 운동에 의한 민주화 (최장집 2002, 86 88)라 지칭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1987년 민주화 이전까지 민주화운동의 전개 과정은 다음 과 같이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첫 시기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 립 이후 1960년 4월혁명까지의 기간으로, 이승만정권의 반공독재에 대항 하여 4월혁명의 형태로 민주화운동이 그 모습을 드러냈던 시기이다. 두 번째 시기는 1961년 5ž16군사쿠데타 이후부터 유산된 민주화로 종결되었 던 1980년 서울의 봄 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으로, 박정희정권의 개발독재 에 대해 민주화운동이 지속적으로 저항했던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 째 시기는 신군부세력에 의한 1979년의 12ž12군사반란과 1980년의 5ž17군 사쿠데타를 통해 전두환정권이 들어선 이후 1987년 6월민주항쟁까지의 기간으로, 민주화운동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6월민주항쟁이 발생함으로

써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 이행이 가능하게 되었던 시기이다. 1 이승만 정권과 4월혁명 일제로부터의 해방 후 국제적 냉전의 강화와 더불어 남북 분단과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남한에는 강력한 반공체제가 구축되었다. 따라서 1950년 대 전반기 한국사회는 위로부터 강력한 억압력을 갖춘 반공국가가 존재하 고 그러한 국가의 억압과 통치에 의해 사회 전체가 파편화되고 관변화 된 그러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반 공주의가 하나의 국민적 유사( 類 似 ) 합의 가 되었던 일종의 반공규율사 회 를 형성시켰다(조희연 1998, 87 95). 1950년대 이승만정권의 반공독 재가 가능했던 것은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구축되었던 이와 같은 반공체제의 배경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승만정권의 반공독재는 이승만 대통령이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1952과 1954년에 두 번에 걸친 강제적인 개헌을 추진함으로써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승만정권의 반공독재와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흐름이 점차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 저항은 1950년대 중반 제도 정치권에서 이승만정권에 반대하는 민주 야당들의 등장으로 나타났 다. 1955년 민주 야당으로 새롭게 개편된 민주당의 등장과, 진보적 색채 의 혁신세력을 중심으로 조직된 진보당의 등장이 그것이었다. 물론 후자 의 진보당은 이내 소멸되었다. 당수인 조봉암이 북한의 간첩 혐의로 사형 당했고, 이에 따라 진보당도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승만정권 에 대한 지지의 동요는 선거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1956년 5월에 치러진 제3대 정ž부통령선거 결과는 조봉암 후보가 예상외의 높은 득표력을 보여 주고 부통령에는 민주당의 장면이 당선됨으로써 국민들 사이에서도 반 이 승만정권의 정서가 널리 확산되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만정권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가운데 이승만정권을 붕괴시킨 것은 선거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붕 괴는 선거 과정에서 발생했던 4월혁명 1) 에 의해 이루어졌다. 즉 1960년 3 1) 1960년 4월 19일을 전후하여 일어난 민주화 혁명. 이는 이승만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당의 제2 공화국을 출범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월 15일에 치러진 제4대 정ž부통령선거에서 이승만정권에 의해 자행된 대 대적인 부정선거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항의사태를 야기시켰고, 급기야 그것은 시민들의 대규모 항쟁으로 확산됨으로써 결국 이승만 대통 령이 하야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4월혁명 발 생의 도화선은 부정선거였지만, 4월혁명 폭발을 가능하게 했던 동력은 그 동안 누적되어왔던 이승만정권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4월혁명 폭발의 동력을 제공한 그 불만과 비판은 어떻게 형 성되었나? 그것은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특히 한국전쟁 이후 야기되었 던 한국사회의 변화와 이 변화를 통해 1950년대 후반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한 자율적인 시민사회와 관련이 있었다. 우선 전후에 급격한 도시화 가 이루어졌다. 전쟁을 통해 삶의 기반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특 히 서울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60년에 도시 인구는 700만 명을 넘어섰다. 다음으로 일제 해방 이후 학생수의 급격한 양적 팽창이 이루어졌던 또 하나의 영역은 교육영역이었다. 그 결과 1945년에 비해 1960년의 중ž고등학교 학생수는 약 10배가 증가하였고, 대학생수는 1945 년의 7,819명에서 1960년에는 약 10만 명으로 증가했다(민주화운동기념사 업회 연구소 2008, 89 92). 한국사회의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950년대 후반에는 대중 매체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했는데, 이 대중매체들은 민주주의 이념과 가 치에 준거하여 이승만 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의 분위기를 확산시켰기 때 문이다. 따라서 1950년대 후반 서울을 비롯한 도시 지역에서는 민주주의 확산의 지적 분위기 속에서 자율적인 시민사회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었 다.이와 더불어 언론과 지식인 그리고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적극적 시민 도 등장하고 있었다. 1950년대 후반에 들어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던 이 같은 새로운 시민사회의 등장은 그것이 과거 농촌 중심의 사회와 달랐다는 점에서, 또한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을 통해 강요되었던 파편화 되고 관변화 된 사회와도 일정한 차이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었다. 즉 그것은 도시를 중심으로 한 보다 자율적인 새로운 시민사회의 대두를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민사회의 대두만으로 4월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

다. 이를 배경으로 이승만정권의 독재와 부패 그리고 특히 그 부정선거에 대해 누구보다도 먼저 그 분노와 항의를 드러낼 주체가 필요했기 때문이 다. 그 항의의 선두에 나선 것은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된 항의시위는 결국 시민들의 동참과 더불어 대규모 시위 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4월혁명을 선도했던 것은 학생들이었 다. 그렇다면 4월혁명을 선도했던 주체가 노동자나 일반 시민이 아니라 학생이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을 통해 거의 모든 저항적 사회세력들이 분쇄된 상황에서 그들만이 집단적으 로 시위를 감행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집단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교육과 언론을 통해 누구보다도 먼저 민주주의를 접할 수 있었던 집단이 었다. 학생들이 4월혁명 선도의 주체로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또 다른 요소 도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은 기성세대가 친일과 좌우 갈등 그리고 부정부 패 등 역사의 부정적 유산에 의해 타락하고 오염되었으며, 따라서 자신들 만이 타락하고 오염된 기성세대로부터 한국사회를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 했다. 그들의 이 같은 자부심과 열정이 그들로 하여금 4월혁명에 적극 참 여토록 만들었던 것이다. 4월혁명 당시 학생들에 의해 제기되었던 각종 요구 중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바로 이 때 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4월혁명은 학생들에 의해 기성세대의 교체가 요구 되었던 일종의 세대 혁명이기도 했다. 2 박정희 정권과 1960-1970년대 민주화운동 195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는 형식적으로 그 제도만이 주어졌을 뿐, 그 실제는 이승만정권의 반공독재가 지배했다. 따라서 1950년대의 민주주의 는 형해화( 形 骸 化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혁 명으로서의 4월혁명은 그 동안 이승만정권에 의해 형해화되었던 한국 민 주주의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그것은 미군정에 의해 외부 로부터 주어졌던 민주주의를 한국민들 자신의 민주주의로 전환시키는 중 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4월혁명의 주역인 학생들이 권력 장악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아닌 한, 4월혁명으로 인한 새 정부의 등장과

그 운영은 야당에게 위임되지 않을 수 없었다. 4월혁명 직후 민주당 정부 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지만 민주당 정부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붕괴 되었다. 소장장교 그룹이 그 중심을 이룬 군부세력이 1961년 5ž16군사쿠 데타 2) 를 일으킴으로써 박정희정권이 등장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전후 1950년대의 한국에서 군은 강력한 존재였다. 군이 한국전쟁을 거 치면서 6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지닌 강력한 국가기구로 부상했기 때문이 다. 이승만정권은 이러한 군을 군내 지도부의 충성 경쟁을 통해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4월혁명으로 인한 과도기적 상황은 그러한 통제를 약 화시켰고, 이 같은 상황에서 소장파 중심의 군부세력이 정치세력의 무능 과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쿠데타에 나섰을 때 현실적으로 민간 정부가 그 것을 저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민주당 정부가 시민사회의 지지를 바 탕으로 이에 저항할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민주당 정부는 그런 의지도 없었고 시민사회로부터 그럴 정도의 지지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5 16 군사쿠데타가 비교적 손쉽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쿠데타를 통해 그리고 2년간에 걸친 군정 기간을 통해 국가권력을 장 악한 박정희정권은 정권의 가장 일차적인 목표를 경제성장에 두었고, 이 를 위해 국가 주도의 강력한 경제발전계획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 해 달성한 경제발전의 성과를 이용하여 독재를 강화하는 한편 장기 집권 을 도모했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당정치는 작동했다. 그러나 박 정희정권이 점차 독재화함에 따라 정당정치는 점차 약화되지 않을 수 없 었다. 4월혁명 이후 민주화운동이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점차 그 독재를 강화하면서 장기 집권을 꾀했던 박정희정권에 대항하기 위해서였 다. 그러나 다시 등장한 민주화운동은 학생운동을 넘어 점차 지식인과 종 교인까지 동참하는 재야( 在 野 )세력 3) 의 운동으로 발전했고, 그것은 1970년 대에 들어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까지 포괄하기에 이르렀다. 구체적으로, 1960년대의 민주화운동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우선 1960년대 전반의 민주화운동은 굴욕적인 한일회담 반대투쟁 4) 으로 나타났 2)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육군소장을 중심으로 한 일단의 소장 장교들에 의해 발생한 군사 쿠데타. 이 군사쿠데타로 인해 민주당정권의 제2 공화국이 붕괴되었다. 3) 제도 정치권 밖에서 학생운동 출신, 지식인, 종교인 등의 다양한 세력에 의해 결집되었던 민주화운동세력을 말함.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다. 물론 그 투쟁으로 인해 박정희정권이 크게 동요되었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정권이 제1차 경제개발계획(1962 1966년)을 성공리에 마침으로써 그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67년 제6대 대통령선 거에서 공화당의 박정희 후보가 신민당의 윤보선 후보에 대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던 것은바로 그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화운 동은 1960년대 후반에도 이어졌는데, 박정희 장기 집권 저지의 3선 개 헌 5) 반대투쟁이 그것이었다. 나아가 그것은 1970년대 초 교련반대투쟁 6) 으로도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3선 개헌에 성공한 박정희정권은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한번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 와는 달리 1971년 선거에서 박정희는 신민당의 김대중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것은 장기 집권 도모로 인해 박정희정권의 정당성이 크 게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1972년 10월 박정희정권이 비상조치를 통해 전격적으로 유신( 維 新 )체 제 7) 를 등장시킨 것은 선거를 통해서는 그 집권을 더 이상 연장시키기 어 렵게 된 이 같은 현실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유신체제는 대통령 1인 에게 모든 권력을 집중시킨 공개적인 독재체제로, 박정희정권의 장기 집 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강력한 억압체제였다. 이를 통해 박정희정권 은 대통령 간선제( 間 選 制 )를 통해 계속적으로 집권할 수 있게 되었고, 정 당정치는 사실상 무력화 되었다. 따라서 이 같은 유신체제가 등장함으로 써 1970년대 초반의 민주화운동은 한 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그 침체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1973년 후반부터 다시 분출하기 시작한 민 주화운동은 긴급조치의 남용을 통해 이를 억압하고자 했던 박정희정권의 4) 한일국교정상화회담이 본격화 된 1964년부터 한일기본조약이 조인된 1965년까지 굴욕적 인 이 회담의 추진에반대하여 학생과 야당이 그 주축이 되어 전개되었던 투쟁. 5)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연속 2번에 한해 대통령에 재임할 수 있었던 헌법 규정을 3선 허용의 헌법 규정으로 개정하고자 했던 시도. 6) 1960년대 말 남북관계의 긴장을 내세워 박정희정권은 대학에서 교련 수업을 강화했는데, 박정희정권의 이 같은 대학 병영화 시도에 반대하여 1970년대 초 각 대학의 대학생들에 의해 전개된 운동. 7)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 변화와 남북 통일에 대한 대 비를 이유로 10월 유신( 維 新 ) 의 비상조치를 취했는데, 이를 통해 등장한 박정희정권의 공개적인 독재체제이다.

시도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저항해 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박정희정권은 1975년 5월 긴급조치 9호를 발령했는데, 이는 월남 패망의 분위기를 이용하여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일체의 민주화운동을 원 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긴급조치 9호 이후 민주화운 동은 한 동안 다시 침체되었다. 그렇지만 1977년 가을 이후 민주화운동은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과거와는 일정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 고 있었다. 그것은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등의 사회운동도 1970년대 후반 의 민주화운동에 결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1970년대 말 노동운 동의 부상은 1970년 노동조건을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했던 전태일의 분 신 사망 8) 이후 종교계를 비롯한 외부의 지원에 의해 민주적인 노동조합 운동이 성장한 결과였다. 박정희정권 등장 이후, 특히 1970년대 유신체제의 등장 이후 박정희정 권의 억압과 민주화운동의 저항은 이처럼 그 갈등을 반복해나갔다. 그리 고 그 대립의 도를 더해갔던 그 갈등은 1970년대 말의 시점에서 더 이상 그 파국적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1979년 YH 여성노동자 들의 신민당사 농성에서부터 시작되어 김영삼 신민당 당수가 국회로부터 제명되고 그것이 부산과 마산에서 시민들에 의한 대규모 항쟁의 발생으로 까지 이어졌던 일련의 과정은 바로 그 충돌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자신의 측근으로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피격 사망하는 사태로 이어졌 다. 부마항쟁에 대한 대책을 둘러싸고 권력 내부에서 발생했던 갈등은 김 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에 의해 박정희가 사망하는 1979년의 10ž26사 건 9) 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3 전두환 정권과 6월민주항쟁 10ž26사건으로 박정희가 사망하자 민주화에 대한 기대는 이제 실현 가 능한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1980년 서울의 봄 은 민주화의 꿈에 부푼 채 시작되었다. 그러나 서울의 봄 의 민주화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8)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피복공장 재단사로 일하던 노동운동가 전태일이 1970년 11월 13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온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분신하여 사망한 사건. 9)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현직 중앙정보부장인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

미 1979년 12ž12군사반란 10) 을 통해 군 내부의 권력을 장악했던 신군부세 력이 1980년 5ž17군사쿠데타 11) 를 감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 라 그들은 쿠데타에 저항했던 광주시민들에 대해 강경진압을 시도했다. 이에 광주시민들은 격렬히 저항했지만, 그럼에도 그 저항이 특전부대 등 군 병력을 대거 투입한 신군부세력의 유혈 진압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결국 신군부세력의 쿠데타에 저항했던 광주민중항쟁 12) 은 수천 명의 시민 들이 다치고 수백 명의 시민들이 사망하는 막대한 희생을 남기면서 진압 당했다. 따라서 18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박정희정권의 독재 정권이 끝 나고 민주화의 기대가 실현될 것으로 보였던 바로 그 찰나에, 1980년 서 울의 봄 의 민주화는 광주민중항쟁의 뼈아픈 상처만을 남긴 채 유산된 민 주화로 끝났다. 광주민중항쟁 진압 이후 신군부세력은 일종의 군사평의회인 국가보위 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통해 정권 장악에 나섰다. 그들은 우선 정화 ( 淨 化 )와 숙정 ( 肅 靜 )의 이름으로 정치와 사회 각 부문에서 그들에게 비판 적인 사람들을 제거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자행된 삼청교육대 순화교 육 13) 은 그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 그 후유증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는 심 각한 인권침해의 결과를 남겼다. 다음으로 그들은 야당 결성에까지 개입 하여 관제적인 정당체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조치들에 바탕 하여 신군부세력은 전두환정권을 출범시켰다. 따라서 쿠데타 이후 신군부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 장악을 위해 제반 조치들을 취하는 한편 이를 통해 전두환정권이 등장했던 1980년대 초에 민주화운동이 제대로 전개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10) 1979년 12워 12일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이 감행한 군사반란. 이를 통해 신군 부세력은 군 내부의 권력을 장악했다. 11) 12ž12군사반란을 통해 군 내부의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세력이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의 전국 확대 조치를 통해 감행한 군사쿠데타. 이를 통해 신군부세력은 최규하 정부의 권력을 탈취했다. 12) 5ž17비상계엄확대조치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광주에 투입된 특전부 대의 초강경 유혈진압에 맞서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광주 시민들에 의해 전개된 투쟁. 13) 5ž17군사쿠데타 이후 국보위에 의해 사회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군 부대에 의해 행해진 순화교육. 당시 이 교육은 신군부세력에 의해 폭력범 과 사회풍토문란사범 을 소 탕하기 위한 것으로 주장되었다. 그러나 그 교육과정에서 다수의 인명이 살상 당하는 무 자비한 인권 탄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83년 말 전두환정권은 제적학생의 복적과 해직교수의 복직을 허용하는 등, 그 억압을 완화시켰다. 이른바 유화( 宥 和 )조치 였다. 이후 1985년 중반에 이르도록 유화국면이 전개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학생운 동과 노동운동을 비롯하여 사회 각 부문의 운동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두환정권에 의해 제도 정치권에서 배제되었던 정치인 들은 신한민주당을 결성하여 1985년 2ž12총선에 참여했는데, 선거 결과 그들은 제1 야당으로 부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1985년 9월에는 민주화운 동의 중심 기구로서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14) 이 결성되었다. 한편 광주민중항쟁 진압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항의하여 반미운동도 등장했는 데, 1985년 5월 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유화국면 동안 급속한 성장을 이룩함으로써 1985년 중반 무렵 민주화 운동은 전두환정권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민주화운동은 그 구체적인 목표를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맞추었다. 따라서 이후에 전개 되었던 개헌국면에서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과 이 를 저지하고자 했던 전두환정권 사이에는 첨예한 갈등이 야기되었다. 특 히 그 과정에서 전두환정권은 내각제 개헌을 내세워 야당을 국회 내 개헌 협상에 끌어들이는 한편, 국회 밖의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그 탄압의 강 도를 높였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두환정권의 탄압의 강화는 결 국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에 대한 고문치사사건 15) 으로 이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전두환정권은 1987년 4월에 들어 개헌 불가의 호헌조치까 지 발표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발생에 더해 개헌 불가의 호헌조치까지 발표되 자 전두환정권에 대한 대중적 반감과 분노는 급속히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1987년 5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 대한 정부당국의 은폐 시도를 폭로했고, 이에 호헌반대민주헌법쟁취국민 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 16) 는 그 항의를 위해 6월 10일 박종철군고문살인 14) 전두환정권에 대항하는 민주화운동진영을 결집시키기 위해 각 부문운동의 연합체인 민중 민주운동협의회와 재야 명망가 중심의 민주통일국민회의가 통합하여 1985년 2월 27일 결성된 민주화운동의 연합체적 조직. 15) 서울대생 박종철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의 물고문에 의해 1987년 1월 14일 사망한 사건.

은폐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범국민대회 (범국민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그리하여 1987년 6월 10일 국민운동본부의 주도로 범국민대회가 개최되 었는데, 이는 이로부터 6월 29일에 이르도록 약 20일간에 걸쳐 전국 각 지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 를 외쳤던 6월민주항쟁의 막을 열었다. 1987년의 6월민주항쟁은 다음과 같이 3단계를 거쳐 전개되었다. 첫 단 계는 6월 10일의 범국민대회로부터 6월 18일 최루탄추방결의대회 까지의 기간이다. 전국 22개 지역에서 24만여 명이 참여했던 10일의 범국민대회 는 항쟁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서울의 시위는 이후 항쟁 확대의 도화선이 되었던 명동성당 농성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단계는 18일의 최루탄 추방 결의대회 로부터 26일 국민평화대행진 까지 의 기간이다. 30 40여만 명이 참여한 부산지역을 비롯하여 전국 16개 지역에서 50여만 명이 참여한 18일 대회는 사실상 경찰의 진압을 무력화 시켰다. 세 번째 단계는 26일의 국민평화대행진 으로부터 29일의 6 29선 언까지이다. 전국 34개 시와 4개 군에서 140여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 개되었던 26일의 국민평화대행진 은 전두환정권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 았다(정해구, 김혜진, 정상호 2004, 106 114). 1987년 6월 29일 전두환정권의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의 대통령 후보 인 노태우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는 6ž29선언을 발표했다. 그밖 에도 6ž29선언은 대통령선거법의 개정, 김대중씨 사면 복권 및 시국관련 사범 석방, 국민기본권 신장, 언론자유 창달,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대학 의 자율화,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과감한 사회정화 조치 등도 약속 했다. 이로써 6ž29선언은 수십 년 간에 걸친 독재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 를 끝내고, 마침내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 이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 편, 6ž29선언으로 인한 정치적 개방의 상황은 그 동안 억눌렸던 노동자들 의 요구를 한꺼번에 분출시켰는데, 7 9월의 노동자대투쟁의 발생이 그것 이었다. 7월 초 울산에서부터 시작되어 수도권에 이르기까지 노동자가 밀 16) 전두환정권의 탄압에 의해 민통련의 활동이 어렵게 되자 민주 야당까지 포함된 민주화운 동의 범국민적 연합체 결성이 모색되었는데, 그 결과 1987년 5월 27일 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었다. 그 직후 국민운동본부는 6월민주항쟁을 주도하였다.

집된 전국의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했던 노동자대투쟁은 3,255건의 파업과 122만 명의 파업 참가자 수를 보여주었다(김금수 2004, 86). (2) 한국 민주화운동의 특징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60년 4월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되 었던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그로부터 27년 후인 1987년 전국에 걸친 범국 민적인 항쟁인 6월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전두환정권으로 하여금 6ž29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케 함으로써 마 침내 민주화 이행의 길을 열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출범의 역사적 조건 이 매우 부정적이었던 상황에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지속적이고 끈질긴 저항을 통해 마침내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 이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원 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민주화운동에 영향을 미쳤던 구조적인 차원이며, 다른 하나는 민 주화운동의 주체적인 차원이다. 우선 구조적인 차원에서 한국의 독재 정권은 다음과 같은 두 이유를 들어 자신의 권위주의 통치를 정당화시켰다. 하나는 분단 상황의 한국적 현실에서 반공과 안보를 내세우거나 사회혼란 방지를 내세워 자신의 독재 를 정당화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이승만정권은 반공을 내세워 그의 독 재를 정당화했다. 박정희정권은 4월혁명 직후의 사회혼란을 내세워 5 16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했으며, 1970년대 초 데땅트의 상황에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대응이라는 안보적 이유를 들어 유신체제의 구축을 정 당화했다. 또한 신군부세력은 1980년 서울의 봄 시기에 안보를 위한 사 회혼란 방지를 내세워 5 17군사쿠데타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독재 정권이 자신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은 경제성장 의 성과였다. 특히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사정권에게는 쿠데타로 인한 정당성의 부족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주요한 수단이 경제발전의 성과였다. 그러나 안보 및 사회혼란 방지나 경제성장의 성과를 내세워 구축했던 독재 정권의 이 같은 정당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것은 우선 독재 정권

의 장기 집권이 추진되고 이에 따라 그 억압성이 증대함에 따라 그들의 정당성이 점차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신군부세 력의 유혈적인 진압은 전두환정권의 정당성을 처음부터 약화시켰다. 다음 으로 급속한 경제발전에 의한 생활수준의 향상과 압축적 산업화에 따른 사회계층의 분화 역시 독재 정권의 정당성을 약화시켰다. 절대적인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 생활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향상되었을 때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더욱 커졌고,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사회계층의 분 화는 노동자층과 중산층을 증대시킴으로써 그들에 의한 민주화 요구를 더 욱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보와 성장 논리를 내세워 자신을 정당화했던 독재 정권이 그 집권을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었다. 그 정당성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 화되었고, 그것은 독재 정권의 동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구조적 차원의 원인 이상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을 성장시켰던 것은 민주화운동 자체의 주체적 노력이었다. 독재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 한 저항을 통해 민주화운동은 그 자신을 강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렇다면 한국 민주화운동이 그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마침내 권 위주의체제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요소들은 무엇인가? 또한 이를 통해 드러난 한국 민주화운동의 특징적 모습은 어떤 것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지적할 필요가 있는 것은 다른 제3 세계 나라들에 비 해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매우 빠른 시점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한국 민주화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0년의 4월혁명이라 할 수 있는 데, 이는 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겨우 15년이 지난 시점이며, 1953년 한국전쟁의 종전으로부터 겨우 7년이 지난 시점이다. 탈식민 후 15년의 시간과 전후 7년의 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아래로부터의 민주혁명에 의해 이승만 독재 정권이 붕괴되었다는 것은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더구나 4월혁명은 한국에서 본격적인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이전 에 이루어진 민주화 혁명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제3세 계의 다른 나라들의 경험과 비교해볼 때 매우 이른 시점에서 시작되었다 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을 특징지었던 또 하나의 요소는 민주화운동

에 참여했던 주체 세력들이 매우 광범위하게 형성되었고, 그것이 구심적 으로 결집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민주화운동의 결집 은 동심원( 同 心 圓 )적으로 이루어졌다. 동심원의 가장 중심에는 학생운동 이 있었고, 그 다음의 동심원에는 지식인과 종교인 등 재야세력이 있었 다. 그리고 그 다음의 동심원에는 민주화운동에 뒤늦게 결합했던 노동운 동을 비롯한 사회운동과, 상황에 따라 민주화운동과 협조하고 연대했던 제도 정치권의 야당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외곽의 동심원에는 특정한 계 기가 주어졌을 때 민주화운동에 대거 동참했던 일반 대중들이 있었다. 따 라서 한국 민주화운동은 평소 학생과 재야세력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여기에 사회운동과 제도 정치권의 야당이 상황에 따라 동참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특정한 계기가 주어졌을 때 일반 대중들이 대 거 참여하는 민중항쟁 또는 민주화 항쟁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바로 이러한 동심원적 주체들에 의 해 수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민주화운동의 이 같은 동심적 주체들과 관련하여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의문은 왜 학생과 지식인들이 민주화운동의 중심을 이루었는가 하는 점이다. 통상 민주주의 발전에 관한 주요 연구들은 그 주체가 부르주아지이거나(Moore Jr. 1969) 노동계급 또는 중산층이었음(Rueshemeyer, Stephens, and Stephens 1992)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한국의 민주화운동에서 그 주역은 노동자나 중산층이 아니라 학생과 지식인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 인가? 우선 한국에서 해방 직후의 좌우 갈등이나 남북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 을 통해 반공국가에 저항할 수 있는 사회세력은 이미 분쇄된 상태였다. 따라서 학생과 지식인들이 그들을 대신하지 않을 수 없었던 현실이 학생 과 지식인이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던 하나의 이유이다. 그러나 학생과 지식인들이 민주화운동에 직접 나섰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한국 의 역사 발전과 사회 발전에 대해 강력한 책임의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 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그들은 일제의 식민 지배와 해방 후 남북 분단 으로 인해 왜곡되고 뒤틀린 한국의 근대 역사에 대해 이를 정상화시키는 것을 그들의 당연한 책무로 받아들였다. 또한 그들은 노동자와 농민 등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함으로써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했 다. 그런 만큼 그들은 역사 발전을 위한 민주화운동을 위한 자신들의 노 력과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한국 민주화운동이 지속적으로 내걸었던 민족, 민주, 민중의 슬로건은 바로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한편, 한국 민주화운동의 성공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요 인은 그것이 최소강령적인 목표를 내걸고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전개됨으 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이와 같이 점진적이고 온건한 전략을 선택한 것은 그들이 처한 구조적인 상황 때문이었다. 즉 외적으로는 국제적인 냉전과 남북 분 단의 상황이 상존하고 내적으로는 강력한 억압력을 가진 반공국가가 존재 하는 상황에서, 급진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의 민주화운동은 오히려 운동의 고립과 붕괴를 가져올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점진 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을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대시키고자 했다. 한 국 민주화운동이 소수 엘리트에 의한 권력 장악의 혁명적 방식이 아니라, 다수 대중의 참여 하에 권력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이에 항의하는 대중운 동의 방식을 추구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물론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신군부세력의 유혈적인 진압은 한국 민주화 운동을 급진화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지배했던 것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했던 온건한 흐름이었다. 그리 고 그것은 민주화운동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참여를 가능하게 만 들었다. 더구나 이러한 상황에서 전두환정권의 과도한 억압 정책에 기인 한 심각한 인권탄압과 민주화 개헌의 거부는 이에 분노한 다수 시민들이 민주화운동에 동참하도록 자극했다. 6월민주항쟁 직전에 학생운동과 재야 운동 그리고 야당과 사회운동에 더해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가 동참하여 최대 민주화연합을 구축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따라서 최대 민주화연합에 의해 뒷받침된 6월민주항쟁은 전두환정권으로 하여금 이에 대한 군 동원을 통한 진압을 포기하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 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6ž29선언이 바로 그것이었다.

3. 1987년 민주화 이행과 그 결과 민주화 이행(democratic transition)은 권위주의체제가 종료되고 새로 운 민주주의체제가 등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남부 유럽과 중남미의 민주화 이행을 연구한 일군의 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민주화 이행의 일반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민주화 이행은 권 위주의체제의 온건파가 주도하는 자유화 (liberalization) 조치에 의해 시 작되며, 이는 권위주의체제의 온건파와 민주화운동세력의 온건파 사이에 이루어지는 민주화 (democratization)에 대한 타협, 즉 협 약 (pact/pacts)을 통해 진전된다. 그리고 이 협약에 의거하여 민주화 이 후 정치의 기본적인 틀이 형성되는 정초( 定 礎 )선거 (founding election) 가 치러지며, 이 정초선거 를 통해 새로운 민주정부가 등장하게 될 때 비 로소 민주화 이행은 완료된다는 것이다(O'Donnel and Schmitter 1986) 이 같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1987년 한국의 민주화 이행은 그것과는 일정 정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 이행이 권위주의체 제의 온건파에 의한 자유화 조치에 의해 시작되었다기보다는, 6월민주항 쟁의 민주화 압력에 의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즉 1980년대 민주화운동 은 일련의 계기를 통해 1987년에 전국에 걸친 대규모 대중 참여의 6월민 주항쟁으로 이어졌는데, 그 압력을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려웠던 전두환정 권은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1987년의 민주화 이행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우선 대 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 6ž29선언에 의해 헌법 개정의 절차가 진 행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 개정의 협상은 제도 정치권의 정당들에게 맡겨졌는데, 전두환정권의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제1 야당인 통일민주 당에 의해 구성된 8인 정치회담 이 그 협상의 구체적인 작업을 맡았다. 그 결과 그들은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를 골격으로 하는 개헌안을 마 련했고,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10월 29일 최종 적으로 공포되었다. 이로써 대통령 직선제를 비롯하여 각종 민주화의 요 구가 반영된 1987년 개정 헌법이 등장했다.

헌법 개정과 더불어 이에 따른 제13대 대통령선거 과정도 진행되었다. 일반적인 예상대로라면 국민 직선의 대통령선거에서 민주화운동진영의 승 리는 당연했다. 6월민주항쟁의 성공적인 결과에 비추어보았을 때, 그들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는 예상과는 달리 전개되었다. 민주화운동진영의 두 유력 후보였던 김영삼과 김대중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지 못하고 분열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 라 양 김 분열은 민주화운동진영 전체의 분열로도 이어졌다. 그 결과, 1987년 말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는 전두환정권의 집권여당인 민주정의 당의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반면 28.1%를 얻은 김영삼 후보와 27.0%를 얻은 김대중 후보는 패배했다. 민주화운동진영의 입장에서 민주화란 단순히 전두환정권에 의한 대통 령 직선제의 수용만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대통령 직선제 의 수용과 더불어 민주화운동진영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고, 그 승리를 통해 수립된 민주정부가 과거 독재 정권의 잔재와 유산을 청산하는 한편 각종 민주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운동진영이 의미했던 민주화란 대통령 직선제의 수용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진영의 집권까지도 의미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진영이 의도했던 이 같은 민주화 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민주화운동진영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함으로 써 1987년의 민주화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최소한의 민주화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의 독재세력은 민주화 이행 과정의 대통령선 거에서 승리함으로써 합법적인 재집권에 성공했다. 1987년 대통령선거의 이상과 같은 결과와 관련하여, 만일 김영삼과 김 대중의 양 김이 분열하지 않고 따라서 민주화운동진영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더라면, 그것은 이후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많은 진전을 가져왔을 것이다. 우선 그것은 독재 정권의 유산과 잔재의 청산을 가능하게 함으로 써 과거 청산과 민주개혁이 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제공 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은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전면 동원된 지역주의를 피함으로써 이후 정당정치의 순조로운 발전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행의 실제 결과는 민주화운동진영의 이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987년의 민주화 이행은 6월민주항쟁의 성공에 의해 시작

되었지만, 그 이행의 결과는 과거의 독재세력이 합법적으로 다시 집권하 는 보수적 민주화로 끝났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화 이행의 결과가 이처럼 보수적 민주화로 끝났을지라도, 민주화 이행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결 정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은 사실이었다. 민주화 이행은 민주화운동진영의 집권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오래 기간에 걸쳐 지속되었던 권위 주의체제를 마침내 종료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4.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화운동의 변화 1987년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환경은 국내외의 양 차원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국내적인 차원에서 한국 민주주의 의 환경은 다음과 같이 변화했다. 첫째는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로 인한 환경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즉 1987년 개정 헌법에 의해 헌정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도 점 차 감소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전 독재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 에 의해 억눌려 있던 정치사회와 시민사회도 이제 그 자율성을 회복했다. 따라서 민주화 이전과는 달리 정상화 된 정당정치의 영향력은 매우 커졌 고, 자율적인 시민사회 역시 급속히 확대되고 분화되면서 시민운동을 비 롯한 각종 사회운동이 급속히 증대했다. 둘째는 1990년대에 들어 정보화 의 진전으로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됨으로써 온라인(on-line) 공론장 이 새롭게 부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국내 민주주의 환경의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변 화는 지역주의 정치가 전면화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지역주의 정치의 가 능성은 박정희정권 시기부터 존재해 왔다. 박정희정권 시기 영호남 간에 불균등 개발이 이루어져 영남지역과 호남지역 간에 잠재적인 갈등 구조가 만들어진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역주의 정치는 1987년 이전에 는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치러진 1987년의 대통령선거는 지역주의를 전면적으로 불러냈고, 이는 민주화 이 후의 정당정치를 지역주의 정치로 고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민

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그리고 신민주공화당이 통합하여 민주자유당을 결 성한 1990년의 3당합당 17) 은 패권적 영남지역주의를 등장시켰고, 이는 호 남지역의 지지에 기반을 둔 평화민주당을 고립시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내적 차원에서 이상과 같은 민주주의의 환경 변 화가 있었다면, 국제적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민주주의의 환경 변화가 야기되었다. 우선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소련을 위시한 동구 사회 주의권의 붕괴로 야기되었던 탈냉전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는 점이다. 그 결과 탈냉전 이후 남북 간에도 상호 대화와 교류ž협력을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는데, 노태우정부의 북방정책 18) 과 김대중정부의 햇 볕정책 19) 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에 이루어졌던 남북관계 의 이러한 변화는 다른 한편으로 한국사회 내부에서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사이의 이념적 갈등을 자극하는 결과를 수반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1997년 IMF 경제위기 20) 를 계기로 한국에도 신자유주의적 세 계화의 흐름이 급속히 유입되었는데, 이는 민주화 이후 한국경제와 사회 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우선 그것은 발전국가 중심의 경제발전 전략을 추구해왔던 한국 경제의 방향 전환을 요구했다. 보다 개방화되고 자유화 된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이 그것이었다. 한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효 과는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급속히 심화시켰는데, 이는 그 동안 절차적, 정치적 민주화에 머물렀던 민주화의 요구를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요구로 확대시켰다. 따라서 1987년 민주화 이후, 특히 1997년 IMF 경제위기 이 후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그 결과로 인한 갈등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17) 3당합당은 1990년 1월 22일 그 지역적 기반이 대구ž경북지역인 민주정의당과 부산ž경북 지역인 통일민주당 그리고 충청지역인 신민주공화당이 밀실 야합을 통해 민주자유당으로 합당한 사건을 말한다. 이로 인해 야대여소( 野 大 與 小 ) 국회는 하루아침에 여대야소( 與 大 野 小 ) 국회로 바뀌었다. 18) 국제적인 신데땅트와 탈냉전의 상황에서 노태우정부에 의해 추진된 대외정책으로, 소련 과 중국 그리고 동구의 사회주의권과의 관계 정상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했다. 19) 남북한의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북한을 개혁ž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김대중정부에 의해 취해졌던 대북 온건정책. 20) 1997년 12월 국가 부도의 외환위기 사태. 당시 한국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IMF(경 제통화기금)가 제시하는 조건 아래 그 자금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1987년의 민주화 이행을 거치면서 그리고 그 이후 이상과 같 은 민주주의 환경의 변화를 거치면서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무엇보다도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민주화 이후 민주화운동의 위상과 역할이 과거와는 상당 정도 변화되었다는 점이 다. 민주화 이전 민주화운동은 독재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에 저항하는 가 장 효과적이고 유력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민주화로 인해 제도 정치권의 정당정치가 정상화됨으로써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은 일차적으로 정당정치에 주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운동은 민주화에 따른 시민사회의 자율화와 분화 속에서 점차 사회 운동으로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변화가 마냥 자연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그 변화는 일련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루어졌기 때문이 다. 우선 민주화 이행 과정의 대통령선거에서 집권에 실패하고 그런 가운 데 서로 분열하지 않을 수 없었던 민주화운동진영은 대선 직후 민주화운 동 전체를 아우르는 전국적 조직을 새롭게 건설하고자 했다. 그 노력의 결과 전국의 부문운동 단체와 지역운동 단체가 거의 망라된 민주화운동의 연합체적 조직이 다시 만들어졌는데, 1989년 1월에 결성된 전국민족민주 운동연합(전민련) 21) 과 이에 뒤이어 1991년 12월에 결성된 민주주의민족통 일전국연합(전국연합) 22) 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전과는 달리 이 같은 연합체적 조직은 활성화되지 못했고, 따라서 그 활동은 약화되지 않 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연합체적 조직으로서 이들 조직의 역할이 약화된 원인은 무엇인가? 그 하나의 원인은 정치세력화 등의 노선을 둘러싸고 야기되었던 내부 의 이견과 갈등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더욱 결정적인 원인은 구조적인 것 이었다. 즉 비록 독재세력의 후계세력일지라도 노태우정부가 국민의 선거 를 거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집권한 이상 이에 대한 민주화운동의 저항 21) 1989년 1월 12개 지역운동 단체와 8개 부문운동 단체의 약 200여개 단체가 모여 만든 재야 민족민주운동의 전국적 조직. 22) 전민련에 이어 1991년 12월 13개 지역운동 단체와 14개 부문운동 단체가 모여 만든 재야 민족민주운동의 전국적 조직.

은 그 정당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의 정 당성 약화는 1987년 민주화를 전후하여 등장했던 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 노맹)과 같은 비합법 운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약화에는 정부당국의 탄압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민주화 자체가 비합법적 운동의 유효성을 크게 약화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연합체적 조직이나 비 합법 조직의 민주화운동이 이 같이 약화되었던 반면, 이를 대신하여 시민 사회를 배경으로 새롭게 부상한 것은 시민운동과 노동운동과 같은 사회운 동이었다. 특히 시민운동의 발전은 두드러졌다. 우선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의 부상은 경제 정의를 내걸고 1989년 7월 에 결성된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으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에서 본격적 인 환경운동의 출범을 알렸던 1993년 4월 환경운동연합의 결성, 그리고 시민 참여에 의한 권력 감시운동을 주도하고자 했던 1994년 9월 참여연 대의 창립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민간단체 총람 2006년 에 의하면, 시민단체 수는 1999년에 1,235개, 2002년에 3,937 개, 2005년에는 5,556개로 증대했으며, 2005년을 기준으로 할 때 그 중 40.35%는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ž낙선운동 이후에 등장했다(한국시 민사회연감 편찬위원회 2006). 공익적 성격의 종합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시민운동은 이 같이 그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환경, 여성, 평화, 소수자 운동 등 신사회운동의 영역으로까지 확산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시민운동 사례들은 그것들이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 전개와 발전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 다. 첫째는 2000년 국회의원 총선과 2004년 국회의원 총선 당시 시민운 동 단체들이 총선시민연대를 구성하여 전개하였던 낙천ž낙선운동이다. 부 적절한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해 정당의 공천 반대와 낙선 운동을 전개했 던 그 운동은 시민운동의 집단적인 압력에 의해 정당정치의 개선을 도모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둘째는 2002년 6월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두 여중생에 대한 사인 규명과 추모로부터 시작되어, 2008 년 5월 7월에 걸쳐 광우병 우려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대규 모로 전개되었던 촛불시위이다. 온라인(on-line) 공론장의 발전에 힘입어 자발적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전개되었던 이 같은 촛불시위는

그것이 과거 시민운동 단체가 매개하는 시민운동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시민운동과 더불어 사회운동의 또 하나의 주축인 노동운동은 1987년 6월민주항쟁 직후 전개되었던 7ž8ž9월 노동자대투쟁의 여파 속에 서 급성장했다. 그 결과 1989년 말 노동운동은 193만 명의 조합원 수를 기록함으로써 18.6%라는 민주화 이후 최대의 조직율을 보여주었다. 그러 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은 여전히 국가의 탄압에서 자유롭지 못 했는데, 1989년 이후 빈번히 발생했던 노동운동에 대한 국가의 억압은 그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탄압 속에서도 전국적인 차원에서 민 주적 노동조합을 결성하고자 하는 운동은 지속되었고, 그것은 마침내 1995년 11월 42만여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 노총) 23) 을 출범시키기에 이르렀다. 이후 민주노총은 1996년 말에 이루어졌던 김영삼정부의 노동법 날치기 처리에 항의하여 연인원 500만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투쟁을 전개했고, 이 를 통해 노동법 개정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1997년 IMF 경제위 기와 이를 계기로 전면 수용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노동운동의 환경을 크게 악화시켰고, 이 같이 악화된 환경은 이후 노동운동의 상황에 부정적 인 영향을 미쳤다. 이를테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분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자의 분열을 비롯한 노동계급 내부의 분열과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화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다른 한편, 급속한 개방화의 진전 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전면적인 수용 속에서 민주화 이후의 농민운동 역시 1990년 4월에 결성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24) 을 중심으로 이에 힘겹게 맞서고 있는 것이 그 동안의 현실이었다. 23) 사회개혁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1995년 11월 11일 출범한 진보적 노동운동계 의 대표적인 단체. 이 같은 민주노총의 등장에 따라 한국의 노동운동은 진보적 노동운동 을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보다 온건한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한국노동종합총연맹(한국노총) 으로 양분되었다. 24) 농민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1990년 4월 24일 전국 72개 군 농민회와 6개 도 연맹이 모 여 창립된 농민단체들의 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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